통합대장경

020_1250_a_01L보달왕경(普達王經)


실역인명(失譯人名)
권영대 번역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衆祐]께서 문물국(聞物國) 기씨(祇氏)의 숲 급고독(給孤獨) 부락에서 1,250비구들과 함께 계셨다.
그때 부연국(夫延國)의 왕 보달(普達)은 모든 나라들을 거느렸으며 사방에서 공물을 바쳤으나, 왕 자신은 부처님의 높은 법을 받들어 한 번도 치우치거나 굽히는 일이 없었고, 항상 자애한 마음으로 어리석은 백성들이 삼존(三尊)을 모르는 것을 가엾게 여겼으며, 재계(齋戒) 때가 되면 번번이 높은데 올라가 향을 사르고는 머리를 땅에 대고 조아려 절하였다.
나라 안의 신하와 백성들은 왕의 이러함을 괴이하게 여겨 함께 의논하였다.
“왕이란 만민 중에 높은 데 처해 있어 먼 데나 가까운 데나 다 공경하여 말만 내면 사람들이 다 복종하거늘 무슨 청과 욕심이 있기에 위의가 손상되고 욕되게 머리를 땅에 대는가?”
여러 신하들은 자주자주 의논하여 간하고자 하였지만 감히 하지 못하였다.
왕은 신하에게 명하여 엄숙히 행하도록 하고, 곧 관리와 인민 수천 인을 데리고 궁을 나왔는데 궁에서 멀리 가지 않아서 우연히 한 도인을 만났다.
왕은 곧 수레에서 내려 일산을 거두고 여럿이 있는 자리에서 머리를 땅에 대고 도인에게 절하였으며, 곧 돌아와서 음식을 차렸으나 성공하지 못하였다.
여러 신하들은 이때야 간하였다.
“대왕께서는 지극히 높으신 분입니다. 어찌 길에서 이 비렁뱅이 도인에게 머리를 땅에 대시나이까? 천하에서 존귀한 것은 오직 머리이며 더구나 국왕은 다른 사람과는 다릅니다.“
왕은 신하들에게 명하여 죽은 사람의 머리와 소ㆍ말ㆍ돼지ㆍ양의 머리를 구해 오게 하였다.
신하는 두루 다니면서 구하였는데 며칠이 지나서야 얻어서 돌아와 왕께 아뢰었다.
“전에 죽은 사람 머리와 육축(六畜)의 머리를 구하라는 명을 받았사온데, 이제야 다 얻었습니다.”
왕은 말하였다.
“시장에다 팔아라.”
신하는 곧 사람을 시켜서 팔았는데, 소ㆍ말ㆍ돼지ㆍ양의 머리는 다 팔렸으나 사람의 머리만은 팔리지 아니하였다.
왕은 말하였다.
“비싸든 싸든 팔아라. 그래도 팔리지 않거든 흉악한 사람에게 주라.”
이렇게 며칠이 지나도 팔리지 아니하고 흉악한 사람도 갖지 아니했으며, 머리는 짓무르고 퉁퉁 붓고 냄새가 나서 가까이할 수 없었다.
왕은 곧 크게 성을 내어 신하들에게 말하였다.
“그대들이 전날에 간하기를 사람의 머리는 가장 귀한 것이라 손상하고 욕되게 할 수 없거늘, 땅을 머리에 대고 도인에게 절하냐고 하더니, 이제 육축의 머리는 다 팔렸는데, 어찌하여 사람의 머리는 흉악한 사람도 가지지 않느냐?”
왕은 곧 신하에게 명하였다.
“수레를 메우라. 성 밖의 빈 못 가운데 나가서 물을 것이 있노라.”
신하들과 인민들은 두려워하였으나 왕의 갈 곳을 알지 못하였다.
왕은 곧 이끌고 성 밖에 나가 여러 신하들에게 말하였다.
“그대들은 선대왕 때에 항상 일산을 갖고 다니던 아이가 있었던 것을 아는가?”
신하는 대답하였다.
“있었던 것을 압니다.”
왕은 말하였다.
“지금 그 아이가 어디에 있느냐?”
대답하였다.
“죽은 지가 벌써 오래입니다. 17년이나 지났습니다.”
왕이 말하였다.
“그 아이가 착했던가, 악했던가?”
대답하였다.
“신들은 늘 보았는데, 그는 선대왕을 섬기되 재계하고 공순하고 정숙했으며, 성(誠)과 신(信)을 스스로 지켰고, 법이 아니면 말하지 아니했습니다.”
왕은 여러 신하들에게 말하였다.
“지금 그 아이가 입던 옷을 본다면 알 수 있겠느냐?”
신하들은 대답하였다.
“비록 오래는 되었지만 신 등은 알고 있습니다.”
왕은 옆을 돌아보고 빨리 안에 들어가서 죽은 아이의 옷을 가져오라고 하였다.
잠시 후에 옷이 왔다.
왕은 말하였다.
“이것이 정녕 그 아이의 옷이냐?”
신하들이 대답하였다.
“예, 그의 옷입니다.”
왕이 말하였다.
“지금 그 아이의 몸뚱이를 본다면 알 수 있겠는가?”
신하들은 다 잠자코 있다가 한참 후에 대답하였다.
“신 등은 스스로 두렵고 어둠에 가려서 갑자기 보면 가리지 못하겠습니다.”
왕은 비로소 그 전말[本變]을 말하려던 참인데 앞서 보았던 도인이 왔다. 왕은 매우 반가워하며 일어나 땅에 엎드려 도인에게 절하였고, 신하들도 모두 기뻐하였다.
도인이 자리에 앉자 왕은 손을 합장하고 말하였다.
“전에 갑자기 길에서 도인을 뵙고 곧 집에 돌아왔는데 신하들에겐 그것이 매우 이상하게 보였든지 나에게 간하기를, ‘사람에겐 머리와 얼굴이 가장 귀하며, 더구나 국왕이라면 만백성의 주인으로 사방에서 돌아와 의지하거늘 무슨 청이 있기에 비렁뱅이 도인에게 절하느냐?’고 하기에, 그때 나는 명령하기를, ‘육축의 머리와 사람의 머리를 함께 저자에서 팔라’고 하였습니다. 그랬더니 육축의 머리는 다 팔렸는데 사람의 머리는 사는 이가 없었고, 흉악한 사람도 갖지 않았습니다. 이들이 진귀하게 여기는 것을 일부러 택하여 그 본말을 보여 주려고 하였는데 다행히도 도인께서 오셨습니다. 웡컨대 이 나라의 신하와 인민들을 위하여 그들의 어리석음을 열고 이끌어서 참법[眞法]을 알게 하소서.”
도인은 곧 신하들을 위하여 왕에 대한 본말을 이야기하였다.
“왕을 알고 싶은가. 그는 선왕 때에 일산을 잡던 아이입니다. 그는 항상 선왕을 따라다니되 하루를 재계하고 바른 법을 받들어 행했으며, 청정하게 뜻을 지켰고, 어떤 악도 범하지 않았습니다.
그 뒤에 그는 혼신이 도로 태어나서 왕의 아들이 되었으며, 지금 왕이 되었습니다. 이것은 다 전생에서 재계하였기 때문입니다.”
모든 신하들로서 긍정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저희들이 다행히 도인을 만났으니, 원컨대 어리석음을 가엾게 여기시고 제자로 삼으소서.”
도인은 여러 신하들에게 말하였다.
“나에게 큰 스승이 계시니 그분에게 여쭈시오.”
신하들은 말하였다.
“대사께서는 무엇을 베푸십니까? 혹시 죽기 전에 직접 모시고 법의 말씀을 받을 수 있겠습니까?”
도인은 대답하였다.
“우리의 스승은 부처님이라고 불리는데, 능히 날아다니시고 정수리엔 둥근 광명이 있으며, 몸을 나누고 흩어 변화가 한량없으며, 기이한 몸매가 서른두 가지요, 잘 생긴 모습은 80가지입니다.
그분이 맡아 다스리는 천지는 1만 2천이요, 홀로 삼계를 거니시매 짝할 이 없으며, 그의 제자들은 맑고 깨끗한 이들인데 사문(沙門)이라고 하며, 그분이 가르치시는 바는 제도와 해탈로서 황당하지 아니합니다.“
신하들은 곧 도인에게 물었다.
“부처님을 뵐 수 있습니까?”
도인은 대답하였다.
“좋습니다. 가서 세존께 여쭙겠습니다.”
신하들이 도인에게 물었다.
“부처님께서 계시는 곳은 여기서 얼마나 됩니까?”
도인이 대답하였다.
“6천여 리입니다.”
잠깐 사이에 도인은 날아서 사위국에 도착하였으며, 갖추어 부처님께 여쭈었다.
“그 나라의 인민들이 매우 가엾습니다. 지금 다들 정성스런 마음에서 부처님을 뵙고자 하니 원컨대 큰 자비를 내리시어 참된 도를 열어 보이소서.”
부처님께서는 잠자코 계시더니 아난(阿難)을 불러 말씀하셨다.
“모든 비구들에게 명하라. 내일 부연국에 가야 한다고.”
아난은 부처님의 명령을 선포하고 돌아와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내일 행할 의식은 어떠하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때에 위신력을 나투어 도착하리라.”
부처님께서는 곧 모든 비구들과 함께 떠나 수십 리를 채 못 갔는데, 왕과 신하들이 다 꽃과 향을 들고 도인을 따라 성을 나와서 부처님을 마중하였다.
그들은 부처님의 위풍[威靈]을 보자 기쁨과 두려움이 엇갈려 온몸을 땅에 던져 절한 뒤에 부처님을 맞아 윗자리에 모셨다.
왕은 앞에 나와 길게 꿇어앉아 손을 합장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과 여러 스님들이 이렇게 멀리서 와 주시니 저와 신하들은 황공하여 분별을 못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는 그의 뜻을 아시고 곧 아난을 시켜 왕에게 고하였다.
“분별하지 못함을 근심하지 마옵소서. 부처님께서 이르신 곳에 어찌 모자람이 있겠습니까?”
왕은 마음껏 차렸으며 손수 밥을 담아 돌렸다. 먹기가 끝나자 손 씻을 물을 돌렸고 주원도 마쳤다.
부처님께서 웃으시매 입속에서 오색 광명이 나왔다.
아난은 옷을 바로하고 부처님께 절한 뒤에 아뢰었다.
“부처님께서는 함부로 웃지 않으십니다. 무슨 말씀을 하시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보달왕과 도인의 본말을 알고 싶지 않느냐?”
“듣기를 원하옵니다.”
아난이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곧 옛적 마하문(摩訶文)부처님 때에 왕은 한 대성가(大姓家)의 아들이었다. 그의 아버지가 삼존께 공양하고 아들에게 향을 전하라고 명하였는데, 시자(侍者)는 속으로 대수롭지 않게 여겨 그 향을 주지 아니하였다.
죄와 복은 메아리가 응하듯 따른다. 그 아들은 잠시 부림을 받았지만 법을 받들기를 잊지 아니하여 지금 왕이 되어 인민을 거느리고 있다. 이 갈래는 곧 그 때문에 이루어진 것이니 불평해서는 아니 된다.
도인은 그때 시자에게 향을 얻지 못했지만 원망하지 않았으며, 서원하기를, ‘만약 내가 도를 얻으면 마땅히 이 사람을 제도하리라’고 원하였는데, 지금 그 원이 맞아 왕과 그의 인민들을 제도한 것이니라.”
왕은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는 본말을 듣자 곧 뜻이 열리어 수다원(須陀洹)의 도를 얻었으며, 인민들은 경을 듣고서 다 5계(戒)와 10선(善)을 받아 상법(常法)으로 삼았다.
이때 사부제자들은 경을 듣고 환희하며 나와서 부처님께 절하고 갔다.
020_1250_a_01L普達王經失譯人今附西晉錄聞如是一時衆祐遊於聞物國祇氏之樹給孤獨聚與千二百五十比丘有夫延國王號名普達典領諸四方貢獻王身奉佛尊法未嘗偏抂常有慈心愍傷愚民不知三尊每當齋戒輒登高觀燒香還頭面著稽首爲禮國中臣民怪王如此共議言王處萬民之尊遠近敬伏言人從有何請欲毀辱威儀頭面著群臣數數共議欲諫不敢王勅臣使嚴當行王卽與吏民數千人出宮未遠忽見一道人王便下車卻住其群從頭面著地爲道人作禮尋從而還施設飯食遂不成行群臣於是乃諫言大王至尊何宜於道路爲此乞丐道人頭面著地天下尊貴唯有頭面加爲國主不與他同王便勅臣下令求死人頭及牛馬猪羊頭臣下卽遍行求索歷日乃得還白王前被教求死人頭及六畜頭今悉已得王言於市賣之臣下卽使人賣羊頭皆已售但當有人頭未售王言賤貴賣之趣使其售如其不售便以丐人如是歷日賣旣不售丐人又無取者頭皆胮脹臭處不可王便大怒語臣下言卿曹前諫言人頭最貴不可毀辱頭面著地禮道今使賣六畜頭皆售人頭何故丐人無取者王卽勅臣下嚴駕當出城外曠澤中有所問群臣人民莫不振悚未知王趣王卽導從出到城外告群臣言卿寧識吾先君時有小常執持蓋者不臣下對曰實識有之王言今此兒何所在對曰亡已久遠乃歷十七年王言此兒爲人善惡何對言臣等常睹其承事先王齋戒恭肅誠信自守非法不言王告諸臣今若見此兒在時所著衣服寧識之諸臣對曰雖自久遠臣故識之顧使邊從急還內藏覓取前亡兒衣來須臾衣至王曰此寧是不臣下對曰實是其衣王曰今儻見兒身爲識之臣下皆默然良久對曰臣自懼蔽闇卒睹不別王始欲說其本變前所見道人來到王大歡喜起頭面著地爲道人作禮臣下莫不歡喜道人就王叉手白言吾前卒於道路見道旋從而還竝爲臣民所見譏怪言人頭面最爲尊貴加爲國君萬姓之主四方歸向何所請欲爲乞丐道人頭面作禮吾時勅令六畜頭及與人頭俱於市賣之六畜頭皆售有人頭無買者丐人又不取而是曹所珍今故嚴出亦欲示其本末有幸之願道人屈威願爲此國臣民開導愚癡令知眞法導現橋梁道人卽爲臣下說王本變欲知王者本是先王時蓋小兒常隨先王齋戒一日奉行正淸淨守意不犯諸惡其後過世神還生爲王作子今致尊貴皆由宿行齋戒所致臣下大小莫不僉然吾等幸遇得睹道人願遂哀愍愚乞爲弟子道人告諸臣吾有大當從受問諸臣報言願聞大師所施行皆盡年命儻一親奉受其法言道人告言我師號曰佛身能飛行有圓光分身散體變化萬端奇相三十二姿好八十章典領天地萬有二千獨步三界莫與齊倫門徒淸潔號爲沙門其所教授度脫不唐臣下卽啓道人佛寧可得見不道人報言甚善當往啓尊臣下問道人言佛今所在去是幾何道人報言乃六千餘里言須臾頃道人便飛到舍衛國具以啓佛彼國人民甚可愍傷今皆誠心願欲見佛唯垂大慈開示眞道佛則默然呼告阿難勅諸比丘明日當到夫延國阿難宣佛教還白佛言明日行儀式云何佛言臨至當現威神到佛卽與諸比丘俱未到數十里及群臣皆隨道人持華香出城迎佛睹佛威靈喜懼交幷五體投地稽首爲迎佛上殿就座王前長跪叉手白佛勞屈世尊幷及衆僧遠來到此王及臣下恐懼不辦佛知其意卽語阿難爾告王莫憂不辦佛所至到豈有所王盡心供設手自斟酌飯食已行澡水呪願畢訖佛笑口中五色光出阿難正衣服爲佛作禮白佛言佛不妄笑將有所說佛言欲知普達王及道人本末不阿難言願聞其事佛言乃昔摩訶文佛時王爲大姓家子父供養三尊父命子傳香有一侍使意中輕之不與其香罪福響應故獲其殃雖蹔爲驅使奉法不忘今得爲王典領人民當知是趣其所施設愼勿不平道人本是侍使不得香雖不得香其意無恨卽誓言若我得當度此人福願果合今來度王幷及人民王聞佛說其本末意解卽得須陁洹國中人民聞經皆受五戒十以爲常法是時四輩弟子聞經歡前爲佛作禮而去普達王經癸卯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彫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