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께서 사위성에 머무셨는데 자세한 설명은 앞과 같으므로 생략한다. 그때 여러 스님들이 한 굿에 모여서 갈마를 짓고자 하였는데, 장로 시리야바(尸利耶婆)가 오지 않았기에 즉시 심부름꾼을 보내 가서 말하게 하였다. “장로여, 여러 스님들이 모여서 법사(法事)를 지으려 합니다.” 시리야바가 생각하기를 ‘바로 나를 위하여 갈마를 지으려 함’이라 하여, 마음에 두려움이 생긴 것을 그치지 아니한 채 왔다. 그가 오자 여러 비구들이 물었다. “장로여, 그대는 승가바시사의 죄를 범하였습니까?” “범하였습니다.” 그는 마음속으로 기뻐하며 생각하기를 ‘여러 범행을 닦는 사람이 나에게 참회할 수 있는 일을 들었으니 대치(對治)치 못할 일이 아니다’ 하였다. 그리고는 곧 대중에게 아뢰었다. ”저를 잠깐 내보내 주십시오.”
021_0145_b_02L여러 비구들이 뒤에서 말하였다. “이 비구는 사단(事端)이 많아 일정치 않구나. 그가 나가서는 잠깐 사이에 마땅히 거짓말을 지을 것이니 응당 세 번을 지내야 사실대로 물을 것이다.” 시리야바는 나가서는 생각하기를 ‘내가 무엇 때문에 일이 없는데, 이런 죄를 받아야 하는가? 이 여러 비구들이 항상 자주자주 나의 죄를 다스렸으나 내가 이제는 이러한 죄를 받지 않겠다. 이제 차라리 거짓말을 하면 여러 승들이 내가 한 거짓말한 죄를 다스릴 것이니 비록 거짓말한 죄를 다스려도 거짓말한 죄는 가벼울 것이다’ 하였다. 여러 비구들이 곧 시리야바를 불러들여서 그가 오니, 그에게 물었다. “그대가 승가바시사의 죄를 범했느냐?” “범하지 않았습니다.” “그대는 어찌하여 전자에는 승가바시사를 범했다고 하였는가?” “여러 스님들이 저번에 나를 범한 것으로 취급하였기 때문에 내가 범하였노라고 대답하였지만 나는 죄를 지은 기억이 없습니다.” 여러 비구들이 이러한 인연을 세존께 갖추어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시리야바를 불러오너라.” 그가 오니 부처님께서 위의 일을 갖추어 물으시고, 다시 물으셨다. “그대가 실제로 그러하였느냐?”
婆來。”來已具問上事:“汝實爾不?”荅言:“사실입니다, 세존이시여.”
“이는 악한 일이다. 그대는 내가 항상 한량없는 방편으로 거짓말한 자를 꾸짖고 진실한 말을 한 자를 찬탄함을 듣지 못했느냐? 그대는 이제 어찌하여 알면서도 거짓말을 하였느냐? 이는 법이 아니요 계율이 아니어서 부처의 가르침이 아니다. 이것으로는 착한 법을 크게 키우지 못하느니라.” 그리고는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사위성을 의지하여 사는 비구들을 다 모이게 하여라. 열 가지 이익 때문에 여러 비구들을 위하여 계율을 제정한다. 이미 들었던 자들도 다시 들어라. 비구가 만일 알면서도 거짓말을 하면 바야제의 죄를 범하느니라.” ‘비구’라 함은 위에서 이미 설명하였다. ‘안다’고 함은 먼저 생각에 아는 것이다. ‘거짓’이란 일이 그렇지 앉은 것이다. ‘말한다’ 함은 구업(口業)으로 말하는 것이다.
‘바야제’라 함은 죄를 제정한 것을 분별해서 이름한 것이다. 현성(賢聖)의 여덟가지 말과 직설(直說)과 거짓과 거짓이 아님과 의심하는 것과 의심하지 않는 것과 흔들리지 않는 것과 흔들리는 것과 일향(一向)으로 말하는 것이 있다. ‘현성의 여덟 가지 말’이라 함은 본 것은 보았다 말하고, 들은 것은 들었다 말하며, 거짓은 거짓이라 말하고, 아는 것은 안다고 말하며, 보지 않은 것은 보지 않았다 말하고, 듣지 않은 것은 듣지 않았다 말하며, 거짓이 아닌 것은 거짓이 아니라 말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말하는 것이니, 이를 여덟 가지 현성의 말이라 하고, 이것은 죄가 없다. 여덟 가지 현성의 말이 아닌 것은 본 것을 보지 않았다 말하고, 들은 것을 듣지 않았다 말하며, 거짓을 거짓이 아니라 말하고, 아는 것을 모른다고 말하며, 보지 않은 것을 보았다 말하고, 듣지 않은 것을 들었다 말하며, 거짓이 아닌 것을 거짓이라 말하고, 모르는 것을 안다고 말하는 것이니, 이를 여덟 가지 현성의 말이 아닌 것이라 하니, 이것은 바야제의 죄를 얻는다.
021_0145_c_02L‘직설’이라 함은 보고 듣고 알고 인식하고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고 알지 못하고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니, 이를 직실이라고 하며, 바야제의 죄를 얻는다. ‘거짓’이라 함은 거짓을 보고도 거짓이 아니라 말하고, 거짓을 듣고도 거짓이 아니라 말하고, 거짓을 알고도 거짓이 아니라 말하고, 거짓을 인식하고도 거짓이 아니라 말하며, 거짓을 보지 않고 듣지 않으며 알지 아니하고 인식하지 아니하고 거짓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니, 바야제의 죄를 얻는다.
‘거짓이 아니라’ 함은 거짓이 아닌 것을 보고 듣고 알고 인식하면서 거짓이라 말하며, 거짓이 아닌 것을 보지 않고 듣지 않고 모르고 인식하지 않으면서 거짓이라고 말하는 것이니, 바야제의 죄를 얻는다. ‘의심한다’ 함은 의심스러운 것을 보고 듣고 알고 인식하면서 의심하지 않는다 말하고, 의심스러운 것을 보지 않고 듣지 않고 알지 않고 인식하지 않고 의심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이니, 바야제의 죄를 얻는다. ‘의심하지 않는다’ 함은 의심하지 않을 것을 보고 듣고 알고 인식하면서 의심한다고 말하며, 의심하지 않을 것을 보지 않고 듣지 않고 알지 않고 인식하지 않으면서 의심한다고 말하는 것이니, 바야제의 죄를 범한다. ‘흔들리지 앉는다’ 함은 흔들리지 않는 것을 보고 듣고 알고 인식하면서 흔들린다고 말하고, 흔들리지 않는 것을 보지 않고 듣지 않고 알지 않고 인식하지 앉고서 흔들린다고 말하는 것이니, 바야제의 죄를 범한다. ‘흔들린다’ 함은 흔들리는 것을 보고 듣고 알고 인식하면서 흔들리지 않는다고 말하며, 흔들리는 것을 보지 않고 듣지 않고 알지 않고 인식하지 않고서 흔들린다고 말하는 것이니, 바야제의 죄를 얻는다.
‘한결같이 말한다’ 함은 보고 듣고 알고 인식하면서 보지 않았고 듣지 않았고 알지 않았고 인식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이니. 바야제의 죄를 얻는다. 있는 줄알면서 없다고 말하여 알면서도 거짓말을 하면 바야제의 죄를 얻는다. 없는 줄을 알면서 있다고 말하여 알면서도 거짓말을 하면 바야제의 죄를 얻는다. 실제로 있는 것을 없다고 이르고. 없는 것을 있다고 말하여, 알면서도 거짓말하는 것은 바야제의 죄를 얻는다. 실제로 없는 것을 있다고 말하며, 있는 것을 없다고 말하여 알면서 거짓말 하는 것은 바야제의 죄를 범한다. 실제로 있는 것을 있다고 생각하면서 있는 것을 없다고 말하여 알면서도 거짓말하는 것은 바야제의 죄를 범한다. 실제로 없는 것을 없다고 생각하면서 없는 것을 있다고 말하여 알고도 거짓말하는 것은 바야제의 죄를 얻는다. 실제로 있는 것을 없다고 생각하여서 없는 것을 있다고 말하여 알고도 거짓말하는 것은 바야제의 죄를 범한다. 실제로 없는 것을 있다고 생각하여 있는 것을 없다고 말하여 알고도 거짓말을 하면 바야제의 죄를 얻는다. 다섯 가지의 법을 성취한 것이 있는데 알고도 거짓말하는 것은 바야제의 죄를 얻는다. 무엇을 다섯 가지라 하는가? 실제로 있음과 있다고 생각함과 마음을 굴림과 상(想)을 등짐과 한 입으로 두말하는 것이니, 이를 다섯 가지 일이라 한다. 알고도 거짓말하는 것은 바야제의 죄를 얻는다.
021_0146_a_02L다섯 가지 법을 성취함이 있는데 알고도 거짓말하는 것은 비야제의 죄를 범하는 것이다. 무엇을 다섯 가지라 하는가? 있다는 생각과 마음을 굴림과 상을 등짐과 한입으로 두말하는 것이니, 이를 다섯 가지라 한다.알고도 거짓말하는 것은 바야제의 죄를 범하는 것이다. 세 가지 법이 성취됨이 있는데 알고도 거짓말하는 것은 바야제의 죄를 범하는 것이다. 무엇을 세 가지라 하는가? 마음을 굴림과 상을 등짐과 한 입으로 두말하는 것이니, 알고도 거짓말하는 것은 바야제의 죄를 범하는 것이다. 두 가지의 법을 성취함이 있는데 알고도 거짓말하는 것은 바야제의 죄를 범하는 것이다. 무엇을 두 가지라 하는가? 상을 등짐과 한 입으로 두말하는 것이니, 알고도 거짓말하는 것은 바야제의 죄를 범하는 것이다. ‘한 가지의 법이 성취됨이 있는데 알고도 거짓말하는 것은 바야제의 죄를 범하는 것이다. 무엇을 한 가지라 하는가? 한 입으로 두말하는 것이니 알고도 거짓말하는 것은 바야제의 죄를 범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말하는 것이다.
부처님께서 사위성에 머무셨는데 자세한 설명은 위와 같으므로 생략한다. 그때에 육군비구들이 부드러운 말로 여러 나이 젊은 비구들을 유도(誘導)하여 말하였다. “그대들의 이름이 무엇이며, 그대들의 성이 무엇이며, 부모님의 이름이 무엇이며, 그대들의 집은 무슨 직업을 가졌는가?”
나이 젊은 비구들의 성품이 질직(質直)하기에 사실대로 대답하였다. “저희들의 집은 이러하고 이러한 성과 이름이며, 이러한 생업(生業)을 하고 있습니다.” 그 육군비구들이 이를 들어 두었다가 후일 혐오와 원한이 있을 적에 말하였다. “그대들은 극히 낮고 천한 종성이다. 그대들은 전다라(旃陀羅:천한 사람)였고 이발사였고 직사(織師)였고 와사(瓦師)였고 피사(皮師)였다.” 나이 젊은 비구들이 이 말을 듣고서 매우 부끄럽게 생각하였다. 여러 비구들이 이러함을 듣고 세존께 가서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육군비구들을 불러오너라.” 그들이 오니, 부처님께서 육군비구들에게 물으셨다. “그대들이 실제로 부드러운 말로 여러 나이 젊은 비구들에게 유도하여 물었다가 후일 혐오와 원한이 있을 적에 ‘그대들은 와사요, 피사’라고 말하였느냐?” “사실 그랬습니다.”
021_0146_b_02L“이는 나쁜 짓이니라. 육군비구들아, 그대들은 어찌하여 범행을 닦는 사람들에게 종류와 형상의 말을 하였느냐?” 이것은 난제본생경(難提本生經) 가운데 자세히 말한 것과 같다. 그리고 부처님께서 육군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축생도 오히려 나쁘게 헐뜯어서는 아니되거늘 더구나 사람이겠느냐?” 그리고는,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사위성을 의지하여 사는 여러 비구들을 다 모이게 하여라. 열 가지 이익 때문에 여러 비구들을 위하여 계율을 제정한다. 이미 들었던 자들도 다시 들어라. 비구가 만일 종류와 형상을 들어 말하면 바야제의 죄를 범하느니라.”
021_0146_c_02L‘비구’라 함은 위에서 설명하였다. 종류를 들어 헐뜯는 데 일곱 가지의 일이 있으니, 종성과 업과 생긴 모습과 병과 죄와 꾸짖음과 결사(結使)이다. ‘종성’이라 함은 하와 중과 상이 있다. 하(下)라 함은 그대는 전다라요 이발사요 직사요 와사요 피사의 종성이라는 말을 하여서 저들로 하여금 수치를 느끼게 하는 것이니, 바야제의 죄를 범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대의 부모가 전다라요, 나아가 피사였다고 말하여 저들로 하여금 수치를 느끼게 하는 것이니, 비야제의 죄를 범한다. 그리고 그대의 화상과 아사리가 전다라였고, 나아가 피사였다고 하여 그들로 하여금 수치를 느끼게 하는 것이니, 투란의 죄를 범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대의 친구와 아는 이가 전다라요, 나아가 괴사라고 말하여 저들로 하여금 수치를 느끼게 하는 것은 월비니의 죄를 범하는 것이다. 이를 하라고 한다. 중(中)이라 함은 그대들이 중간종성(中間種姓)이라고 말하는 것이니, 이런 말을 하여 그들로 하여금 수치를 느끼게 하는 자는 투란의 죄를 범한다. 그리고 그대들의 부모가 중간종성이라고 말하면 투란의 죄를 범한다. 그리고 그대의 화상과 아사리가 중간종성이라고 말하여 저들로 하여금 수치를 느끼게 하는 자는 월비니의 죄를 범한다. 그리고 그대의 동우(同友)와 아는 이가 중간종성이라고 말하여 그들로 하여금 수치를 느끼게 하는 자는 월비니의 심의를 범한다. 이를 증이라 한다. 상(上)이라 함은 그에게 말하기를 “그대들 찰제리(刹帝利)는 바라문의 종성”이라고 하는 것이니, 이런 말을 하여 저들로 하여금 수치를 느끼게 하는 자는 월비니의 죄를 범한다.그리고 그대들의 부모가 찰제리요 바라문의 종성이라고 말하여 그들로 하여금 수지를 느끼게 하는 자는 월비니의 죄를 범한다. 그리고 그대들의 화상과 아사리가 찰제리요 바라문의 종성이라고 말하여 그들로 하여금 수치를 느끼게 하는 자는 월비니의 죄를 범한다. 그리고 그대들의 동우와 아는 이가 찰제리요 바라문의 종성이라고 말하여 그들로 하여금 수치를 느끼게 하는 자는 월비니의 심의를 범한다. 이를 종성이라고 이른다.
‘업’에는 하와 중과 상이 있다. 하라 함은 그대가 백정[屠兒]이요, 돼지 파는 사람[賣猪人)이요, 어부[漁獵人]요, 새 잡는 사람[捕鳥人]이요, 장강인(張강人)이요, 성지기[守成人]이요, 괴회인[魁膾人]이라고 말하여 그들로 하여금 수지를 느끼게 하는 자는 바야제의 죄를 범한다. 그리고 그대들의 부모에 대한 것도 이와 같다. 그리고 그대들의 화상이나 아사리를 백정이요, 나아가 괴회라고 하는 자는 루란의 죄를 범한다. 그리고 그대들의 친구와 아는 이가 백정, 나아가 괴회라고 하는 자는 월비니의 죄를 범한다. 이를 하업(下業)이라고 이른다. 중이라 함은 그대가 매향인(賣香人)이요 좌점사인(坐店肆人)이요 전작인(田作人)이요 종채인(種菜人)이요 통사인(通使人)이라고 말하여, 그들로 하여금 수지를 느끼게 하는 자는 투란의 죄를 범한다. 그리고 그대들의 부모가 그렇다는 것도 이와 같다. 그리고 그대들의 화상과 아사리를 그렇다고 말하는 자는 월비니의 죄를 범한다. 그리고 그대들의 친구와 아는 이도 그렇다고 말하여 그들로 하여금 수치를 느끼게 하는 자는 월비니의 심의를 범하니, 이를 중업(中業)이라 이른다. 상이라 함은 그대는 금과 은과 마니와 동기(銅器)의 점사(店肆)에 있던 사람이라고 말하여 그들로 하여금 수치를 느끼게 하는 자는 월비니의 죄를 범한다. 그리고 그들의 부모와 와상과 아사리에 대해 이렇게 말하는 것도 이와 같다. 그리고 친구와 아는 이를 이렇게 말하는 자는 월비니의 심회를 범하니, 이를 상업이라 한다.
021_0147_a_02L‘생긴 모습’에는 하와 중과 상이 있으니, 하라 함은 그대가 애꾸눈이요 곱사요절름발이요, 팔이 새의 날개 같고 통같이 생긴 머리요 톱니라고 말하여 그들로 하여금 수치를 느끼게 하는 자는 바야제의 죄를 범한다. 그들의 부모에 대하여 이렇게 말하는 것도 이와 같다. 그들의 화상과 아사리에 대하여 이렇게 말하는 자는 투란의 죄를 범한다. 그리고 그들의 친구와 아는 이에 대하여 이렇게 말하는 자는 월비니의 죄를 범한다. 이를 하의 생긴 모습이라고 이른다. 중이라 함은 너는 이처럼 너무 검다거나 너무 희다거나 너무 누렇다거나 너무 붉다고 말하는 것이니, 이런 말을 하여 그들로 하여금 수치를 느끼게 하는 자는 투란의 죄를 범한다. 그들의 부모에 대하여 이렇게 말하는 것도 이와 같다. 그들의 화상과 아사리에 대하여 이렇게 말하는 자는 월비니의 죄를 범한다. 그들의 친구와 아는 이에 대하여 이렇게 말하는 자는 월비니의 심회를 범하니, 이를 중의 생긴 모습이라고 이른다. 상이라 함은 그대에게 32상(相)과 원광(圓光)과 금색(金色)이 있다고 말하는 것이니, 이런 말을 하여 그들로 하여금 수치를 느끼게 하는 자는 월비니의 죄를 범한다. 그들의 부모와 화상과 아사리에 대하여 이렇게 말하여 그들로 하여금 수치를 느끼게 하는 자도 또한 그러하다. 그들의 친구와 아는 이에 대하여 이렇게 말하는 것은 월비니의 심회를 범하니, 이를 상의 생긴 모습이라고 이른다.
021_0147_b_02L‘병’이라 함은 하와 중과 상의 구별이 없고 모든 명을 다 하라고 한다. 말하자면 그대들에게 음과 황란(黃蘭)과 나병(癩病)과 종기와 치질과 불금(不禁)과 황병(黃病)과 학질과 척리병(瘠羸病)과 정신병 등 이와 같은 가지가지의 병이 있다고 말하여, 그들로 하여금 수치를 느끼게 하는 자는 바야제의 죄를 범한다. 그들의 부모에 대하여 이렇게 말하는 것도 그러하다. 그들의 화상과 아사리에 대하여 이렇게 말하는 자는 투란의 죄를 범하고, 그들의 친구와 아는 이에 대하여 이렇게 말하는 자는 월비니의 죄를 범하니, 이를 병이라고 이른다. ‘죄’에는 상과 중과 하의 구별이 없이 모든 죄를 다 하라고 이른다. 말하자면 네가 바라이의 죄를 범했다든지 승가바시사의 죄를 범했다든지 바야제의 죄를 범했다든지 바라제제사니의 죄를 범했다든지 월비니의 죄를 범했다고 하는 것이니, 이렇게 말하여 그들로 하여금 수치를 느끼게 하는 것은 바야제의 죄를 범하는 것이다. 그들의 부모에 대하여 이렇게 말하는 것도 그러하다. 그들의 과상과 아사리에 대하여 이렇게 말하는 자는 투란의 죄를 범한다. 그들의 친구와 아는 이에 대하여 이렇게 말하는 자는 월비니의 죄를 범하니, 이를 죄라고 이른다. ‘꾸짖는다’ 함은 하와 중과 상의 구별이 없이 모든 꾸짖음을 다 하라고 이른다. 세간의 꾸짖음과 음일(姓逸)과 오예(汚穢) 등 은갖 심한 꾸짖는 말을 하는 것이니,이러한 말을 하여 그들로 하여금 수치를 느끼게 하려는 자는 바야제의 죄를 범한다. 그들의 부모에 대하여 이렇게 말하는 것도 그러하다. 그들의 화상과 아사리에 대하여 이렇게 말하는 자는 투란의 죄를 범하고, 그들의 친구와 아는 이에 대하여 이렇게 말하는 자는 월비니의 죄를 범하니, 이를 꾸짖는다고 이른다.
‘결사’라 함은 하와 중과 상의 구별이 없이 모든 결사를 다 하라고 한다. 말하자면 너는 우치(愚痴)하고 암둔(闇鈍)하고 무지한 사람이어서 마치 진흙덩이와 같고 염소와 같고 휜 고니와 같고 부엉이와 같다고 이와 같은 가지가지의 말을 하여 그들로 하여금 수치를 느끼게 하는 자는 바야제의 죄를 범하고, 그들의 부모에 대하여 이렇게 말하는 것도 그러하다. 그들의 화상과 아사리에 대하여 이렇게 말하는 자는 투란의 죄를 범하고, 그들의 친구와 아는 이에 대하여 이렇게 말하는 자는 월비니의 죄를 범한다. 비구가 만일 위와 같이 일곱 가지 일로 가지가지로 헐뜯는 자는 바야제의 죄를 범하고, 가지가지로 비구니를 헐뜯는 자는 투란의 죄를 범하고, 식차마니와 사미와 사미니를 헐뜯는 자는 월비니의 죄를 범하고, 가지가지로 세속 사람을 헐뜯는 자는 월비니의 심회를 범한다. 그러기에 말하는 것이다.
021_0147_c_02L부처님께서 사위성에 머무셨는데 자세한 설명은 앞과 같으므로 생략한다. 그때 육군비구들이 여러 방편으로 나이 젊은 비구들을 유도하여 물었다. “그대들은 아무 비구의 부모의 종성(種姓)과 종사하는 직업을 아는가?” 그 나이 젊은 비구들은 성품이 질직(質直)하였기에 묻는 대로 따라 말하였다. 육군비구들이 후일 화가 났을 때에 말하였다. “그대는 전다라와 이발사와 직사와 와사와 피사의 종성이라.” 그리고는 다시 말하였다. “내가 스스로 안 것이 아니라 아무 비구가 그대에 대하여 말한 것이라.” 그 비구가 이 말을 듣고서 매우 수치를 느꼈다. 여러 비구들이 이러한 인연을 세존께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육군비구들을 불러오너라.” 그들이 오니, 부처님께서 육군비구들에게 물으셨다. “그대들이 실제로 여러 나이 젊은 비구들을 유도하여 물었으며, 그 비구들이 수치를 느끼더냐?” “사실입니다, 세존이시여.” “그대들이 어찌하여 이런 짓을 하였느냐?”
“저희들이 이런 짓을 함으로써 즐거움을 삼았습니다.” “어리석은 사람들아, 이것은 악한 일이어서 범행을 닦는 사람에게 두 가지의 말을 하여 괴로운 짓을 하면서도 즐겁다고 말하는가? 부처가 수없는 방편으로 그들을 꾸짖고 그들을 위하여 인연을 말씀하신 것은 삼수본생경(三獸本生經) 가운데 자세히 말한 것과 같다.” 그러고는 다시 여러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사위성을 의지하여 사는 비구들을 다 모이게 하여라. 열 가지 이익 때문에 여러 비구들을 위하여 계율을 제정한다. 이미 들었던 자도 다시 들어라. 비구가 만일 두 가지 혀를 놀리면 바야제의 죄를 범하느니라.”
‘비구’라 함은 위에서 설명하였다. ‘두 가지 혀를 놀리는 것’에 일곱 가지의 일이 있다. 무엇을 일곱 가지라 하는가? 종성과 업과 모습과 병과 죄와 꾸짖음과 결사이다. 종성에는 하와 중과 상이 있으니, 하(下)라 함은 그대는 전다라, 내지 피사라 하며 다시 말하기를 “누가 그대의 신분을 알았겠는가? 이는 아무 비구가 말해준 것이라” 하여, 그 비구로 하여금 생각하게 하여 그들 사이를 이간하여 자기와 합하게 하려는 것이니, 그들 사이를 이간하든지 아니하든지 바야제의 죄를 범한다. 그리고 그대들의 부모가 전다라요, 괴사라 하고 다시 말하기를 “누가 그대의 신분을 알았겠는가? 이는 아무 비구가 말해준 것이라” 하여, 그들로 하여금 생각하게 하여 그들 사이를 이간하고 자기와 합하려 하는 것이니, 그들 사이가 이간되든지 아니되든지 다 바야제의 죄를 범한다. 그리고 그대의 화상과 아사리가 전다라요, 나아가 괴사라고 말하는 것도 또한 바야제의 죄를 범하며, 그들의 친구와 아는 이가 전다라요, 나아가 피사라고 말하는 것도 이와 같으니, 이를 하라고 한다. 중(中)이라 함은 말하기를 “장로여. 그대들은 중간 종성으로서 관리와 꾼인의 성이요, 광대의 성이라” 하고, 다시 말하기를 “나는 그대들이 어떤 종성인지 알지 못하였는데, 이는 아무 비구가 말해 준 것이라” 하여 그들로 하여금 생각하게 하여 그들 사이를 이간하고 자기와 합하려 하는 것이니, 그들 사이가 이간되든지 아니되든지 다 바야제의 죄를 범한다.
021_0148_a_02L그들의 부모와 화상과 아사리와 친구와 아는 이의 직업을 말하는 것도 다 바야제의죄를 범하니, 이를 하라고 한다. 중이함은 “그대는 향을 파는 사람이고 가게를 하는 사람이요, 나아가 심부름하는 사람이라: 마랗고. 다시 말하기를 “나는 그대들의 직업을 알지 못하는데 이는 아무 비구가 말해준 것”이라 하여,그로 하여금 생각하게 하여 그들 사이를 이간시켜 저기에게 향하게 하려는 것이니, 그들 사이가 이간 되든지 아니되든지 다 바야제의 죄를 범한다. 그들의 부모와 화상과 아사리와 친구와 아는 이의 직업을 말하는 것도 다 바야제의 죄를 범하니, 이를 중이라 한다. 상이라 함은 “그대는 금방과 은방 내지 구리가게를 하는 사람”이라 하고, 다시 말하기를 “나는 그대들의 직업을 알지 못하였는데 이는 아무 비구가 말해준 것이라” 하여, 그로 하여금 생각하게 하여 그들 사이를 이간하여 자기에게 향하게 하려는 것이니, 그들 시이가 이간되든지 아니되든지 바야제의 죄를 범한다. 그들의 부모와 화상과 아사리와 친구와 아는 이의 직업을 말하는 것도 다 바야제의 죄를 범하니, 이를 상이라 하고 이를 업이라 한다. ‘모습’이라 함에는 하와 중과 상이 있으니, 하라 함은 “그대는 애꾸눈이요, 나아가 톱니”라 말하고, 다시 말하기를 “나는 그대의 모습을 알지 못하였는데 이는 아무 비구가 말해준 것이라” 하여 그로 하여금 생각하게 하여 그들 사이를 이간하여 자기에게 향하게 하려는 것이니, 그들 사이가 이간되든지 아니되든지 바야제의 죄를 범한다.
021_0148_b_02L그들의 부모와 화상과 아사리와 친구와 아는 이의 모습을 말하는 것도 다 바야제의 죄를 범하니, 이를 하라고 한다. 중이라 함은 너의 모습이 너무 검다든지 너무 희다든지 너무 누렇다든지 너무 붉다고 말하며, 다시 말하기를 “나는 그대들의 모습에 대하여 알지 못했는데 이는 아무 비구가 말해준 것이라”하여. 그로 하여금 생각하게 하여 그들 사이를 이간질하여 자기에게 향하게 하려는 것이니, 그들 사이가 이간되든지 아니되든지 바야제의 죄를 범한다. 그들의 부모와 화상과 아사리와 친구와 아는 이의 모습을 말하는 것도 다 비야제의 죄를 범하니, 이를 중이라 한다. 상이라 함은 “너에게 32상호가 있다든지 원광(圓光)이라든지 금색(金色)이라”고 말하고, 다시 말하기를 “나는 그대들의 모습을 알지 못하였는데, 이는 아무 비구가 말해준 것”이라 하여,그로 하여금 생각하게 하여 그들 사이를 이간질하여 자기에게 향하게 하려는 것이니, 그들 사이가 이간되든지 아니되든지 바야제의 죄를 범한다. 그들의 부모와 화상과 아사리와 친구와 아는이의 모습을 말하는 것도 다 바야제의 죄를 범하니, 이를 상이라 한다.
‘병’이라 함에는 하와 중과 상의 구별이 없이 모든 병을 다 하라고 이른다. “그대가 음과 나아가 정신병이 있다”고 말하고, 다시 말하기를 “나는 그대가 그런 병이 있는 줄을 알지 못했는데, 이를 아무 비구가 말해 준 것”이라 하여, 그로 하여금 생각하게 하여 그들 사이를 이간질하여 자기에게 향하게 하려는 것이니, 그들 사이가 이간되든지 아니되든지 바야제의 죄를 범한다. 그들의 부모와 화상과 아사리와 친구와 아는 이의 명을 말하여 주는 것이 다 바야제의 죄를 범하는 것이니, 이를 병이라고 이른다. ‘죄’라 함에는 하와 중과 상의 구별이 없이 모든 죄를 다 하라고 이른다. “그대가 바라이의 죄를 범하였고, 나아가 월비니의 죄를 범하였다”고 말하고, 다시 말하기를 “나는 그대가 죄를 지었는지 알지 못하였는데 아무 비구가 말하여준 것”이라 하여, 그로 하여금 생각하게 하여 그들 사이를 이간질하여 자기와 합하게 하려는 것이니, 그들 사이가 이간되든지 아니되든지 바야제의 죄를 범한다. 그들의 부모와 화상과 아사리와 친구와 아는 이의 죄를 말하는 것도 다 바야제의 죄를 범하는 것이다. ‘꾸짖는다’ 함에는 하와 중과 상의 구별이 없이 모든 꾸짖음을 다 하라고 이른다. 세간의 몹쓸 꾸짖음과 음예(姓穢) 등 온갖 추악한 말이니, 이와 같이 꾸짖으면, 그들의 사이가 이간되든지 아니되든지 바야제의 죄를 범한다. 그들의 부모와 화상과 아사와 친구와 아는 이의 꾸짖음을 짓는 것은 다 바야졔의 죄를 범하는 것이니, 이를 꾸짖음이라 한다.
021_0148_c_02L‘결사’라 함에는 하와 중과 상의 구별이 없이 모든 결사를 다 하라고 이른다. “그대는 우치한 사람이다. 암둔하여 무지하기가 마치 진흙덩이와 같고또는 소와 양과 흰 고니와 부엉이 같다”라고 이와 같은 가지가지의 말을 하며, 다시 말하기를 “나는 그대들이 그런 결사가 있는 줄을 알지 못하였는데 이는 아무 비구가 말하여준 것”이라고 하여, 그로 하여금 생각하게 하여 그들의 사이를 이간질하여 자기에게 향하게 하려는 것이니, 그들의 사이가 이간되든지 아니되든지 바야제의 죄를 범한다. 그들의 부모와 화상과 아사리와 친구와 아는 이의 결사를 말하는 것이 다 바야제의 죄를 범하니, 이를 결사라 이른다. 비구의 처소에서 이간질하는 말을 하면 바야제의 죄를 범하고, 비구니의 처소에서 이간질하는 말을 하면 투란의 죄를 범하고, 식차마니의 처소와 사미의 처소와 사미니의 처소에서 이간질하는 말을 하면 월비니의 죄를 범하고, 세속 사람의 처소에서 이간질하는 말을 하면 월비니의 심회를 범한다. 그러기에 말한 것이다.
부처님께서 사위성에 머무셨는데 자세한 설명은 앞과 같으므로 생략한다. 그때 육군비구들이, 여러 스님들이 법대로 계율대로 분쟁을 없애는 것을 알고서, 말하였다. “이 일은 분명치 못하니 마땅히 다시 단정(斷定)하여야 하겠다.” 육군비구들이 이렇게 말하고 나니, 도리어 분쟁의 일이 일어나서 화합하게 살지 못하였기에 여러 비구들이 이 일을 세존께 가서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육군비구들을 불러오너라.” 그들이 오니, 부처님께서 육군비구들에게 물으셨다. “그대들이 실제로 여러 스님들이 법대로 계율대로 분쟁을 없애는 것을 알면서도 다시 분쟁을 일으켰느냐?” “사실입니다.” “어찌하여 그렇게 하였느냐?” “저희들은 이와 같은 방편을 짓는 것으로 즐거움을 느낍니다.” “어리석은 사람들이로구나. 범행 닦는 사람을 뇌란(惱亂)하는 것은 이것이 나쁜 짓이니, 어찌 줄거움을 느낀다고 하느냐? 그대들은 내가 수없는 방편으로 범행 닦는 사람이 몸으로 항상 자비를 행하고 입과 마음으로 자비 행함을 찬탄하는 것을 듣지 않았느냐? 이들을 항상 공경해야 할 것인데, 그대들은 지금 어찌하여 이런 나쁜 짓을 하였느냐? 이는 법이 아니고 계율이 아니어서 부처의 가르침이 아니다. 이로는 착한 법을 크게 키우지 못하느니라.”
021_0149_a_02L여러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사위성을 의지하여 사는 비구들을 다 모이게 하여라. 열 가지 이익 때문에여러 비구들을 위하여 계율을 제정한다. 이미 들었던 자들도 다시 들어라. 비구가 만일 여러 스님들이 법대로 계율대로 분쟁을 없애는 것을 알면서도 도리어 다시 분쟁을 일으켜서 말하기를 ‘이 갈마는 명료하지 못하기에 마땅히 다시 지어야 한다’고 이렇게 인연을 고집하여 달리하지 않는 자는 바야제의 죄를 범하느니라.” ‘비구’라 함은 위에서 설명하였다. ‘안다’고 함은 스스로 알든지 남으로부터 들어 알든지 하는 것이다. ‘스님’이라 함은 여덟 가지가 있으니, 위에서 이미 설명하였다. ‘다투는 일’이라 함은 네 가지가 있으니, 서로 말로 다툼과 비방하여 다툼과 죄의 다툼과 항상 행하는 일의 다툼이다. ‘법답게 계율을 지켜 다툼을 없애는 일’이라 함은 일곱 가지의 다툼을 없애는 가운데 하나하나 법답게 계율을 지켜 없애는 것이다. 없어지고 나서 다시 일으켜서 이와 같은 인연을 들어서 달리하지 아니한 자는 바야제의 죄를 범한다. ‘바야제’라 함은 위에서 이미 설명하였다.
021_0149_b_02L‘네 가지의 다툼’이라 함은 서로 말로 다툼과 비방하여 다툼과 죄로 다툼과 항상 행하는 일의 다툼이다. 서로 말로 다투는 일에는 세 가지의 비니(毘尼:계율)를 써서 하나하나 없앤다. 무엇을 세 가지의 비니로 없앤다 하는가? 현전비니(現前毘尼)로 없애고, 다멱비니(多覓毘尼)로 없애고. 포초비니(布草毘尼)로 없애는 것이다. 현전비니라 함은 부처님께서 사위성에 머무실 때이다. 그때 구섬미국(拘晱彌國)의 비구가 투쟁으로 서로 말하여 함께 살면서도 화합하지 못하고, 법을 법이 아니라 하고, 율을 율이 아니라 하고, 죄를 죄가 아니라 하고, 무거운 죄를 가벼운 죄라 하고. 다스릴 수 있는 것을 다스릴 수 없다고 하고, 법에 맞는 갈마를 법이 아닌 갈마라고 하고, 화합갈마를 화합갈마가 아니라고 하고, 응당 하여야 할 것을 응당 하지 않아야 한다고 하였다. 그때 좌중(坐中)에서 어떤 비구가 말하였다. “여러 대덕이시여, 이러한 일은 법이 아니요 계율이 아니어서 수다라(修多羅)와 서로 맞지 아니하고 비니와 서로 맞지 아니하고 우바제사와 서로 맞지 아니하여, 수다라ㆍ비니ㆍ우바제사에 서로 어긋나서 여러 염루(染漏)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내가 말한 것과 같은 것은 이것이 법이요 이것이 계율이요 부처님의 가르침이어서 수다라와 비니와 우바제사와 서로 맞아염루를 내지 아니합니다.”
이 비구가 말하였다. “여러 대덕이여, 나는 이 분쟁을 없애지 못하기에 사위성에 나가서 세존의 처소에 이르러 마땅히 이 분쟁 없애는 일을 묻겠습니다.” 이 비구가 세존의 처소에 이르러 머리숙여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나 있으면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구섬미국의 여러 비구들이 서로 싸우면서 말하여 함께 거주하면서도 화합하지 못합니다. 이른바 법과 비법(非法)이어서 저는 이 분쟁을 없애지 못하기에 이제 세존의 처소에 와서 분쟁 없애는 일을 묻습니다. 오직 원합니다. 세존이시여, 여러 비구들을 위하여 이 분쟁을 없애 주소서.” 그때 세존께서 우바리에게 말씀하셨다. “그대가 구섬미국에 가서 법답고 계율답게 이 분쟁을 없애 주어라. 이를 일러 현전비니로 다툼을 없애주는 것이라고 하느니라. 우바리야, 다투는 일은 세 가지 처소에서 일어난다. 한 사람이든지 여러 사람이든지 스님이든지 세 가지 처소에 맞게 하여야 한다. 세 가지의 처소를 버리고 세 가지 처소의 없앰을 취하여야 하느니라. 우바리야, 그대는 구섬미의 비구들이 사는 처소에 가서 법답게 계율답게 이 분쟁의 일을 없애 주어야 하니, 이를 일러 현전비니로 다툼을 없애는 것이라 하느니라.” “세존이시여, 비구들은 몇 가지 법을 성취하여야 이렇게 다투는 일이 없겠습니까?”
021_0149_c_02L“비구는 다섯 가지 법을 성취함으로써 능히 다투는 일을 없게 하느니라. 무엇을 다섯 가지라 하는가? 이것이 진실이어서 진실 아닌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하고. 이것이 이익 되는 것이어서 이익 되지 않는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하고, 이것은 짝해야 할 것이어서, 짝하지 않는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하고, 이것이 평등한 짝을 얻는 것이어서 평등한 짝을 얻지 못함이 아닌 것을 알아야 하고. 베를 얻은 것이어서 때를 얻지 못함이 아닌 것을 알아야 하느니라. 우바리야, 만일 때가 아닌데 일을 처리하면 혹은 승단이 깨지고 혹은 스님들이 다투고 혹은 스님들이 이산(離散)하느니라. 그렇지만 때를 얻어 다툼을 없애는 자는 승단이 깨지지 아니하고 스님들이 다투지 아니하고 스님들이 분산하지 아니하니, 이를 다섯 가지 법이 성취된 것이라 하느니라. 비구가 능히 다툼을 없애는 일은 여러 범행을 닦는 이들을 위하여 사랑하여 생각하고 칭찬하는 것이다. 그러니 이제 그대가 구섬미 나라 비구들의 처소에 이르러서법답게 계율답게 부처의 가르침 대로 다툼의 일을 처리하여라. 이를 일러 현전비니로 다툼을 없애는 것이라 하느니라.”
그때 우바리 존자가 세존의 발에 예배하고서 구섭미 나라의 비구들의 처소에 이르러 말하였다. “장로들이여. 돌아가십시오. 다툼의 일이 일어났던 곳에 이르러서 그곳에서 다툼을 없게 할 것이오. 여기서는 일을 처리하지 못하겠습니다. 어찌하여 그런가 하면, 이곳에서는 여러 스님들이 화합하고 환희하여 다투지 아니하며 함께 사는 도리를 배우고 있으니 그들을 요란(擾亂)할 수 없습니다.” 그때 구섬미 나라의 비구들이 우바리 존자에게 말하였다. “대덕이시여, 저희들이 저곳에서 능히 다투는 일을 없앴으면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오직 원합니다. 존자시여, 저희들을 위하여 그곳에 가셔서 이 다투는 일을 없애 주소서.” “내가 만일 그곳에 가서 응당 갈마를 지을 자에게는 갈마를 짓고, 응당 법을 주어 다스릴 자에게는 벌을 주어 다스리겠고, 응당 절복(折伏)갈마와 불어(不語)갈마와 발희(發喜)갈마와 빈출(掖出)갈마와 거(擧)갈마와 별주(別住)갈마와 마나타(摩那錘)갈마와 아부가나(阿浮呵那)갈마를 짓겠다. 이러이러한 허물이 있으면 내가 마땅히 이와 같은 갈마를 지어 다스리겠으니, 그대들이 그때 마음으로 기쁘지 않음이 없게 하라.” 그들이 비구를 시켜 우바리 존자에게 말하였다. “저희들이 이와 같은 허물이 있으면 마땅히 이러한 다스림을 받아도 마음에 기쁘지 않음이 없겠습니다.”
021_0150_a_02L그때 우바리 존자가 부처님의 처소에 다시 이르러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비구들의 다투는 일을 없애고자 합니다. 어떻게 마음을 써야 하겠습니까?” “남의 다투는 일을 없애고자 하는 자는 마땅히 먼저 자기의 몸의 힘과 복덕의 힘과 면재의 힘과 무외(無畏)의 힘을 헤아리고서 그 일의 연기(緣起)를 알아야 하느니라. 다툼을 없애려는 비구는 먼저 자기에게 이와 같은 힘들이 있는가를 생각하고 또는 이 다툼이 일어난 동기를 생각하면 오래지 않아 사람들의 마음이 조복하여 부드러워져서 다투는 일이 쉽게 없어질 것이다. 그러니 다툼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비구는 그러한 때에 마땅히 다툼 없애는 방법을 지어야 한다.만일 자기에게 위의 여러 힘이 없고 다투는 일이 일어난 지 오래되고 다투는 사람들이 강강(剛强)하여 갑자기 없애기 어려움을 알면 마땅히 대덕 비구를 찾아서 함께 이 일을 없애도록 해야 하고, 만일 대덕 비구를 구할 수 없으면 마땅히 견문이 많은 비구를 구해서 함께 이 일을 해결해야 하고, 만일 견문이 많은 비구를 구할 수 없으면 마땅히 아련야의 비구를 구해 함께 이 일을 해결하는 데 힘써야 하고, 만일 아련야의 비구도 구할 수 없으면 마땅히 큰 세력을 가진 우바새를 구해서 다툼을 없애는 일에 함께 힘써야 한다. 그리되면 다툼을 고집하던 비구도 이 우바새를 보고서 마음에 부끄러움이 생겨 이 일을 쉽게 해결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우바새를 구할 수 없으면 마땅히 왕이나 대신들, 큰 세력이 있는 자를 구할 것이니, 그리되면 저 분쟁을 고집하던 비구도 이 호세(豪勢)를 보고서 마음으로 공경하고 두려움이 나서 다투던 일이 쉽게 해결될 것이니라.
021_0150_b_02L만일 겨울철에 이 분쟁을 해결하려 하면 마땅히 바람과 추위가 없는 따뜻하고 은밀한 곳에서 다스려야 하며, 객으로 온 비구가 왔으면 마땅히 화롯불을 주어야한다. 만일 분쟁을 해결하는 시기가 봄일 적에는 마땅히 서늘한 곳에서 다스려야하고, 만일 나무 아래에서 분쟁을 해결할 때에는 걸상과 자리를 펴고 냉수와 장(漿)을 마시게 하고 부채로써 부채질하여야 한다. 만일 분쟁을 해결하는 때가 여름철이면 마땅히 높고 서늘한 곳에서 해야 하는 등 때를 맞추어 원하는 일들을 공급해 주어야 한다. 그러한 때에는 마땅히 그 일을 처리하기에 지혜 있는 자를 천거하여서 그 일의 동기를 아는 데 겁약(怯弱)하지 아니하고, 남의 허물을 찾으려하지 아니하고, 여러 사람들을 두려워하지 아니하여야 한다. 만일 우바새가 그곳에 왔으면 마땅히 스님들의 화합하는 공덕을 찬탄해야 하고 또는 그 우바새에게 세존의 말씀대로 말하여서 ‘한 법이 세상에 나오면 하늘과 사람이 고뇌하고 하늘과 사람이 이익을 잃는다’고 해야 한다. 그 하나의 법이란 여러 스님들을 파괴하고 어지럽혀서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마치면 바로 지옥에 들어가는 것이다. 또는 그 우바새에게 세존의 말씀과 같이 한 법이 세상에 나오면 하늘과 사람들이 안락(安樂)하고 하늘과 사람들이 이익을 얻는 것이니, 이른바 한 법이라 함은 여러 스님들이 화합하여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마친 뒤에 좋은 곳인 하늘 위나 사람 가운데 태어남을 얻을 것이다. 이와 같아서 우바새야, 큰 공덕을 얻고자 하는 자는마땅히 여러 스님들을 화합하여 두 부중(部衆)이 말할 때에 그 비구는 마땅히 자세하게 그 일을 관찰하여 그 말과 글자와 글귀와 뜻과 맛을 취해야 하느니라.”
그때에 좌중에 어떤 비구가 있었는데, 그는 달뢰탁 비구가 아니면서도 달뢰탁의 모양을 하고 말하였다. “들으니, 여러 대덕 스님들은 본래 이와 같은 말을 하셨고, 지금도 이와 같은 말을 하십니다.” 서로 응하지 않았을 때, 이 사람이 만약 성품이 부드러워서 가히 절복(折伏)할자이면, 응당 스님들 가운데 수치를 느끼게 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이 말하여야 한다. “그대가 착하지 못하여 화합치 못한 일을 하여 화합치 못하는 생각을 하지만 여러 스님들이 오늘날 이런 화합치 못한 일을 없애기 위하여 이 가운데 모였습니다.” 만일 악한 사람이어서 성품이 굳세고 포악하여 능히 다투는 일을 증장하면, 응당 부드러운 말로 말한다. “장로여, 오늘 여러 스님들이 모여서 이 다투는 일을 없애려고 합니다. 그러기에 내가 마땅히 장로와 함께 짝이 되어 화합하여 이 다투는 일을 없애고자 합니다.” 그 비구가 만일 마음과 뜻이 유연하여졌으면 그때 승의 일을 처단하는 사람이 다툼을 하는 비구에게 말한다. “그대가 지금 이 일을 내시오.” 그러면 그 비구는 말한다. “내가 이제 이 일을 내었으니 원합니다. 스님께서 나에게 법답고 계율답게 처단하여 주십시오.” 그러한 때엔 응당 그 비구를 꾸짖어서 그자가 수치심을 내게 하며 말한다. “그대가 착하지 못하였소. 어찌 여러 스님들이 법이 아니고 계율이 아니게 일을 처단하였겠소.”
021_0150_c_02L“저는 아직 스님들 가운데서 말을 듣지 못하였소. 원합니다. 여러 스님들이 저에게 의법(儀法)을 가르쳐 주십시오.” 그러면 그때는 마땅히 가르쳐서 말한다. “내가 이제 이 다투는 일의 인연을 내고 있으니, 스님들의 교칙을 따라서 내가 마땅히 받들어 행하겠소.” 이때 그 비구가 만일 스님들의 말을 따르지 아니하면 응당 다시 그에게 말하였다. “그대가 만일 스님들의 가르침을 받지 아니하면 내가 스님들 가운데서 그대를 뽑아내어 대중에서 나가게 하겠소.” 그래도 그 비구가 대중의 말을 따르지 아니하면 그때는 다시 마땅히 우바새를 그 비구에게 보내서 물었야한다. “그대가 스님들의 가르침을 따르는가 아닌가? 만일 따르지 아니하면 내가 마땅히 백의(白衣)의 법을 주어서그대를 몰아내어 마을과 성읍으로 내쫓겠다.” 그 비구들이 다투는 일이 작고 작은 다툼일 적에는 스님이 우바새의 앞에서 그 다툼을 없애 주어야 하고, 만일 비예(鄙穢)한 일일 적에는 우바새로 하여금 그를 쫓아내게 해야 한다. 그러니 처단하는 스님이 법답게 계율답게 수다라와 같게 하여서 그 일에 따라 면전비니를 실제로 써서 없애야 한다.
021_0151_a_02L그때 아난 존자가 부처님의 처소에 가서 머리숙여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세존께 아뢰었다. “이른바 ‘현전비니로 다툼을 없앤다’하였으니, 무엇을 일러 현전비니로 다툼을 없앤다고 합니까?” “비구들의 다투는 일은 법이냐 법이 아니냐, 계율이냐 계율이 아니냐, 죄가 되느냐 죄가 되지 않느냐, 가벼운 죄인가 무거운 죄인가, 가히 다스릴 죄인가 가히 다스리지 못할 죄인가, 법다운 갈마인가 법답지 못한 갈마인가 화합하는 갈마인가 합하지 못한 갈마인가, 응당 지어야 할 갈마인가 응당 지어서는 아니될 갈마인가 하는 것이니라. 아난아, 만일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나거든 마땅히 빨리 여러 스님들을 모아야 한다. 빨리 여러 스님들을 모아서 이 다투는 일을 검교(檢校)하여 법답고 계율답고 수다라와 같게 그 일을 따라 현전비니를 실용해서 없애야 하느니라. 만일 다섯 가지 비법(非法)을 성취하면 현전비니에 참여함을 이루지 못하나니, 무엇들을 다섯 가지라 하는가? 현전에 줌이 아니고 묻지 아니하고 허물을 받지 아니하고 법답지 아니하고 화합치 못한 데 주는 것이니, 이는 다섯 가지 비법이어서 현전비니를 주지 못하는 것이다. 만일 이 다섯 가지를 성취하면 법답게 현전비니를 줌을 이루는 것이니, 무엇을 다섯 가지라 하는가? 현전에 줌과 물옴과 허물을 받음과 법다움과 화합하게 주는 것이니, 이를 다섯 가지 법의 현전비니의 줌을 성취하는 것이라 한다. 이와 같아서 아난아, 법답고 계율답고 부처님의 가르침답게 현전비니를 사용하여 다투는 일을 없애야 한다. 다룸이 끝나고 나서, 만일 객으로 온 비구든지, 가는 비구든지. 여욕(與欲) 비구든지, 견불욕(見不欲)비구든지, 새로 계를 받은 비구든지, 좌석에 앉아 조는 비구든지, 이러한 여러 비구들이 말하기를 ‘이와 같이 좋지못한 갈마라 함은딴 부처와 딴 법과 딴 승단과 소나 염소 같은 스님들이니, 좋지 못한 갈마는 갈마를 성취하지 못하느니라’ 하였다. 아난아, 이와 같이 다시 일으키는 자는 바야제의 죄를 범하느니라.”
이를 현전비니로써 서로 말로 다투는 것을 없앤다. ‘비방하여 다툰다’고 하는 것은 어떤 비구가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고 의심치 아니하면서 비구를 바라이의 죄와 승가바시사의 죄와 바야제의 죄와 바라제제사니의 죄와 월비니의 죄를 범했다 하여. 이 5편(籍)의 죄로써 비방하는 것이니, 이를 비방하여 다툰다고 한다. 두 가지의 비니를 써서 다툼을 없애니, 이른바 억념(憶念)비니로 다툼을 없애고, 불치(不癡)비니로 다툼을 없애는 것이다. 억념비니 라 함은 다음과 같다. 부처님께서 왕사성에 계실 적에 자지(慈地) 비구니가 범행이 아닌 짓을 하여 드디어 임신하고서 육군비구들의 처소에 이르러 말하였다. “나는 범행이 아닌 짓을 하여 지금 임신하였소. 존자여, 누구와 혐오가 있습니까? 내가 능히 그를 비방하겠소.” “훌륭합니다, 누이여. 나를 위하여 요익된 일을 해주시겠다 하니, 타표마라자(陀驃摩羅子)는 나와 원한이 있소. 그는 나에게 파괴된 방사와 좋지 못한 걸상과 거칠고 추한 음식을 주었소. 만일 이 사람이 오랫동안 범행을 닦고 있으면 우리들은 긴 밤의 고통을 받을 것이오. 그대는 이 비구가 잿날 대중에게 설법할 적에 그 속에 있는 것을 보면 그가 범행이 아닌 짓을 하였다고 비방하시오.” “마땅히존자의 가르침대로 하겠습니다.”
021_0151_b_02L그리고는 자지 비구니가 매달 8일이나 14일이나 15일의 대중설법을 할 적에 대중 앞에 가서 말하였다. “존자여, 나를 위하여 소유(酢油)와 멥쌀 등 여러 음식들을 장만하여 주시고, 또 방을 고쳐 주시며 아울러 해산 돌볼 사람을 구하여 주시오. 내가 해산할 때가 되었습니다.” 그 장로가 대답하였다. “누이여, 그대가 스스로 알아서 하시오. 나는 이러한 일이 없었소.” “기괴하고 기괴한 일이오. 그대는 대장부로서새벽이면 가고 밤에는 와서 나와 함께 일을 치루었는데 지금 와서 ‘나는 그런 것을 아니했다’고 말합니까? 여러 말마시고 다만 나를 위하여 소유들을 장만하여 주시오. 내가 해산할 때가 되었소.” “누이여. 그대가 스스로 알아서 하시오. 나는 그런 짓을 아니하였소.” 이와 같이 세 번 되풀이해서 말하고 갔다. 이때 대중 가운데서 그 장로를 믿지 못하는 자들은 말하였다. “이들 두 사람은 다 나이가 젊었으니 반드시 그런 짓을 하였을 것이다.” 그 장로를 반쯤 믿는 자들은 모두 의심하여 그런 짓을 하였느니 아니하였느니 하였고, 그 장로를 아주 믿는 자들은 말하였다. “이 존자는 이미 삼독(三毒)을 없애서 악한 법이 길이 다하였으니, 이런 짓을 아니하였을 것이다.” 그때 타표마라자 존자가 범행이 아닌 짓을 하였다는 악한 소문이 나돌아서 은밀한 곳에 있는 사람들까지 다 들었고, 여러 대중들도 다 들었으며, 승단에서도 다 들었기에 여러 비구들이 위의 인연을 갖추어 세존께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비구들아, 타표마라자가 범행이 아닌 짓을 하였다는 나쁜 이름이 퍼졌으니, 그대들이 마땅히 은밀한 곳에서 세 번 이 사실을 물어보고, 여러 사람이 있는 곳에서 세 번 물어보고, 승단 가운데서 세 번 물어보아라.”
021_0151_c_02L은밀한 곳에서 물을 적에는 응당 타표마라자에게 이렇게 물어야 한다. “장로여, 자지 비구니가 이러한 말을 하였는데 이 일을 그대가 아는가?” 그때 장로가 말하였다. “나는 그런 짓을 하였는지 알 수 없고 기억할 수도 없습니다.” 이와 같이 둘째 번도 묻고 셋째 번도 물어야 하며, 여러 사람 가운데서 세 번 묻는 것도 또한 이러하다. 승단 가운데서도 타표마라자에게 물었다. “장로여, 자지 비구니와 그런 짓을 하였다고 말하니, 그대가 이 일을 압니까?” “나는 그런 것을 하였는지 알지 못하고 기억하지 못합니다.” 두 번째와 세 번째에 물어도 역시 이와 같았다. 여러 비구들이 이 일을 세존께 가서 아뢰었다. “장로 타표마라자에게 이미 은밀한 곳에서 세 번 물었고, 많은 사람 가운데서 세 번 물었으며, 승단 가운데서도 세 번 물어 보았지만, 스스로 말하기를 ‘나는 그런 짓을 한 것도 알지 못하고 그런 짓을 하였는지도 기억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이는 타표마라자가 청정하여 죄가 없다는 것이고, 자지 비구니는 스스로 범했다고 말하였으니, 마땅히 쫓아내어야 하느니라.”
그때 왕사성에 사는 비구니들이 세존께서 이와 같이 말한 것을 수긍하지 못하여 말하였다. “이 일을 처단한 것을 보니 평등하지 못하다. 두 사람이 다 간음의 죄를 범하였는데, 어찌해서 비구는 죄가 없다고 하고, 비구니만 쫓아내는가? 만일 두 사람이 함께 죄를 저질렀다면 마땅히 두 사람을 다 쫓아내야 할 것이요, 두 사람이 다 죄가 없다면 두 사람을 다 그대로 두어야 할 것인데 어찌해서 세존께서는 한 사람은 쫓아내고 한 사람은 그대로 두는가?” 여러 비구들이 이러한 인연을 세존께 갖추어 아뢰니,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그대가 가서 왕사성에 사는 비구니들을 다 불러오너라.”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때 아난이 비구니들의 처소에 이르러 말하였다. “여러 누이들이여, 세존께서 그대들을 부르십니다.” 그때 비구니들이 아난 존자에게 말하였다. “저희들은 세존의 처소에 가야 할 아무 사연도 없소. 그런데 어찌해서 저희들을 부릅니까? 만일 가야 할 사연이 있으면 부르지 아니하여도 스스로 갈 것입니다. 그러니 존자여, 돌아가십시오. 저희들은 세존의 처소에 가야 할 사연이 없기에 가지 않겠습니다.” 그때 아난이 생각하기를 ‘이는 참으로 기이한 일이다. 비구니들은 세존의 은혜를 입어서 출가하여 도를 닦게 되었는데 어째서 부처님께 공경하는 마음을 일으키지 아니하여 부처님의 교명(敎命)을 따르지 아니하는가?’ 하였다. 아난이 돌아와서 세존의 처소에 이르러 머리숙여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이러한 인연을 갖추어 세존께 복명(復命)하니,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그대가 다시 왕사성에 가서 비구니들에게 말하기를 ‘그대들은 허물이 있기에 세존께서 그대들이 여기 살지 말고 떠나가라고 칙명을 내리셨다’고 하여라.”
021_0152_a_02L아난이 교명을 받고 즉시 비구니들의 처소에 이르러 말하였다. “누이들이여, 그대들이 허물이 있기에 세존께서 칙명을 내려 그대들이 여기 살지 말고 떠나가라고 하셨습니다.” “저희들은 왕사성 바깥에는 아무런 연고가 없기에 갈 수 없습니다. 만일 가야할 연고가 있으면 부처님의 칙명이 없어도 스스로 갈 것입니다.” 그때 아난 존자가 생각하기를 ‘참으로 기이하구나. 세존의 은혜를 입어 출가하여 도를 닦는 비구니로서어찌하여 부처님께 공경하는 마음을 내지 않고 오라고 불러도 오지 아니하고. 떠나가라고 일러도 가지 아니하는가?’ 하고, 곧 부처님 처소에 돌아와서 머리숙여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이러한 인연을 세존께 갖추어 아뢰니,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여래ㆍ응공ㆍ정변지가 성읍과 마을의 비구와 비구니들을 오라고 불러도 오지 아니하고 떠나가라고 일러도 가지 아니하면, 여래가 스스로 마땅히 피해 가야 할것이다. 아난아, 그대는 나의 승가리를 가져 오너라.” 그때 아난 존자가 즉시 승가리를 가져다 바치니, 세존께서 다른 비구승들에게는 말하지 아니하고, 오직 아난만 데리고 오통(五通) 거사의 마을을 지나서 사위성을 향하셨다. 그때 위제회(韋提希)의 아들 아사세왕(阿闍世王)이 부왕(父王)을 죽인 뒤로 깊이 근심하고 괴로워하여 항상 매일 세 번씩 세존께 나아가 참회하였으니, 이른 아침과 한낮과 저녁 때[哺時]였다. 그날 새벽에 부처님을 뵈옵고 참회하였는데, 한낮에 다시 오니 세존께서 보이지 않기에 여러 비구에게 세존께서 계신 곳을 물으니, 여러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세존께서 떠나셨습니다.” “세존께서 매양 행차하실 때 한 달이나 보름일 경우 반드시 나에게 말씀하시고 가셨는데, 이제 무슨 인연 있었기에 잠자코 가셨는가?”
021_0152_b_02L그때 여러 비구들은 저번에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것을 들었기에 대답하였다. “대왕이시여, 왕사성의 여러 비구니들이 세존의 교명을 듣지 아니하여 오라고 불러도 오지 아니하고 떠나가라고 일러도 가지 않았습니다. 대왕께서 아소서. 여래ㆍ응공ㆍ정변지께서는 성읍과 마을에 사는 비구와 비구니들을 오라고 말하여도 오지 아니하고 떠나 보내도 가지 아니하면 스스로 피해 가십니다. 이제 왕사성의 비구니들이 부처님의 교명을 따르지 않았기에 이 때문에 세존께서 잠자코 떠나가셨습니다.” 아사세왕이 이 말을 듣고 크게 성이 나서 여러 신하에게 칙명을 내려 말하였다. “현재 나의 경내(境內)에 있는 여러 비구니들 모두를 다 쫓아내어라.”
그때 자비스러운 신하가 있어 아사세왕에게 충간(忠誅)하여 말하였다. “경내에 있는 여러 비구니 모두가 허물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왕사성의 비구니들이 세존의 교명을 어겼습니다.” 아사세왕이 곧 그 신하의 말을 들어서 다시 유사(有司)에게 칙명을 내렸다. “왕사성의 비구니들을 다 쫓아내라.” 그때 제사(諸司)에서 다 막대기와 나무와 흙덩이와 기와와 돌을 가지고 여러 비구니들을 치고 때려서 왕사성 밖으로 쫓아내면서 꾸짖어 말하였다. “그대들은 폐악한 사람이다. 세존의 은혜를 입어 출가하여 도를 닦는 이로서 부처님을 공경하지 아니하고 그의 교명을 위배(違背)하였으니 속히 떠나가거라. 그대들은 폐악한 늙은 할멈이구나. 나로 하여금 세존을 뵈옵지 못하여 바른 가르침을 듣지 못하게 하였으니, 그대들은 속히 여기에 살지 말고 떠나가라.”
021_0152_c_02L그때 마을에 사는 여러 사람들이 이 일을 보고서 다 멀리서 비구니들을 꾸짖어 말했다. “나로 하여금 세존을 뵈올 수 없어 바른 법을 듣지 못하게 하였으니 그대들이 속히 여기 살지 말고 떠나가라.” 그때 우타이(優陀夷)도 막대기를 들고 여러 비구니들을 쫓아내며 꾸짖기를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이 하였다. 그때 아사세왕이 여러 신하에게 칙명을 내렸다. “그대들이 보아서 만일 세존의 뒤를 따라가는 자이면 보호하여 주어서 그들을 안온하게 할 것이요, 만일 다른 곳을 향해가는 자이면 그들의 뜻대로 하게 하여서 반드시 보호해줄 것이 없다.” 그때 여러 비구니들이 왕사성에서 쫓겨나서는 각각 말하였다. “만일 우리들이 다른 방향으로 떠나가면 있는 곳마다 쫓겨나서 있을 곳이 없게된다. 우리들이 이제 마땅히 세존의 뒤를 따라가자.” 그리고는 세존께서 아침에 떠나신 곳을 여러 비구니들이 저물녘에 이르르니 이와 같이 길을 가기에 항상 하루가 늦었다. 그때 세존께서는 화도(化度)하기 위하여 오통 거사의 마을을 지나 사위성을 향하였다. 오통 거사는 평상시의 법으로 비구와 비구니가 1유연(由延)에 이름을 들으면 그들을 맞아 가지가지로 공양을 올리었다.그때 오통거사가 이 여러 비구니들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곧 삼매에 들어서 여러 비구니들이 무슨 인연으로 여기에 오는가를 관(觀)하였다. 관하기를 마치고서 보니 여러 비구니들 모두가 허물이 있어 다 쫓겨나는 벌을 받고서 아직 허물이 풀리지 아니하여 청정한 그릇이 못되며 성법(聖法)의 분수가 없었다. 오통거사가 관을 마치고는 도무지 나가 맞지 아니하며 공양도 베풀지 아니하였다. 여러 비구니들이 반복하여 물어서 겨우 그의 문앞에 이르러 말하였다. “왕사성의 여러 비구니들이 이제 문 밖에 와 있습니다. 거사에게 알려주시오.”
거사가 곧 심부름꾼을 시켜 파괴된 집과 떨어진 와상과 담요를 주었으나, 따뜻한 물을 공급하여 발을 씻도록 아니하고, 발에 바르는 기름도 주지 아니하였으며, 또 비시(非時)의 마실 것도 주지 아니하고. 또 나와서 문신하고 안위하지도 아니하며, 밤에 등불을 켜 주지도 아니하였고, 그 이튿날 아침에도 칫솔과 깨끗한 물을 공급하지 않았고 거친 음식을 주었으며, 식사를 마치자 곧 떠나가게 하였다. 여러 비구니들이 그 문 밖에 나와서 서로 말하였다. “내가 듣기로 이 거사는 항상 신심이 있어 여러 스님들을 공경하고 공양한다고 하였는데, 이제 보니 선심으로 공경함이 없구나.” 그 가운데 어떤 비구니가 여러 사람에게 말하였다. “그런 소리 하지 마시오, 형제들이여. 우리가 마땅히 스스로 살펴봅시다. 우리들이 세존의 교명을 어겼으니 이만한 공양을 얻는 것도 분수에 지나칩니다.” 여러 비구니들이 점점 앞으로 가서 사위성에 이르러 아난의 처소에 나가서 머리숙여 아난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나 있으면서 아난에게 말하였다. “저희들이 세존을 뵈옵고 예근(禮覲)하여 문신하고자 합니다. 원합니다. 이 비구니들을 위하여 세존께 아뢰어 주소서. 오직 저희들을 애민(哀愍)하여 허락하소서.” “훌륭합니다 누이들이여.” 그리고는 곧 부처님 처소에 나가서 머리숙여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나 부처님께 아뢰었다. “왕사성의 비구니승들이 와서 세존께 봉근(奉覲)하고자 합니다. 허락하시면 부처님 앞에 나오게 하겠습니다.”
021_0153_a_02L“그대는 왕사성의비구니승이 와서 나를 만나보게 하지 말 것이니라.” “훌륭하십니다.” 그리고는 부처님께 예배하고 곧 돌아와서 비구니들의 처소에 이르러 말하였다. “여러 누이들이여, 세존께서는 그대들이 부처님 앞에 오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십니다.” 이렇게 두 번째 세 번째도 청하였으나 허락하지 않으시고.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그대가 무슨 까닭에 왕사성의 비구니들을 위하여 은근하기 그러하냐?” “세존이시여, 저는 그들을 비구니라고 생각하지 아니합니다. 어찌하여 그런가하면 세존께서 그들을 오라고 불러도 오지 아니하였고 떠나가라 하여도 떠나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세존의 말씀에 남긴 이치가 있으니 왕사성의 비구니승이라고 하셨습니다. 스님이기 때문에 은근히 청한 것입니다.” “왕사성에서 은 비구니승들이 앞에 나오기를 허락한다.” 아난이 즉시 비구니들의 처소에 돌아와서 말하였다. “여러 누이들이여, 좋은 이익을 크게 얻었습니다. 세존께서 그대들이 부처님 앞에 나오기를 허락하셨습니다.” 여러 비구니들이 이 말을 듣고 다 말하였다. “훌륭하고도 훌륭합니다, 아난 존자여.” 곧 부처님 처소에 나아가 머리숙여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나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이 착하지 못하기 마치 어린애처럼 어리석어서 복전을 알지 못하고 은혜로 길러주심을 알지 못하여 세존의 교명을 받지 않았습니다. 저희들이 이제 스스로 죄됨을 알았습니다. 오직 원합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의 잘못을 참회함을 받아 주소서.”
021_0153_b_02L부처님께서 왕사성에서 온 비구니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들이 착하지 못하기가 마치 어린애들처럼 어리석어 복전을 알지 못하고 은혜로 길러줌을 알지 못하여서 세존이 오라고 불러도 오지 아니하고 떠나보내도 가지 아니하였다. 그대들이 이제 죄됨을 보았기에 그대들의 잘못을 뉘우치는 것을 허락한다. 성스러운 법 가운데 능히 잘못을 뉘우치는 자는 선근(善根)을 키우게된다. 그러니 지금부터는 다시 그런 짓을 하지 말아라.” 만일 비구가 법답게 비구니를 부르면 비구니는 법에 응해서 곧 와야 한다. 만일 오지 않는 자는 월비니의 죄를 범한다. 비구는 마땅히 비구니의 포살(布薩)과 자자(自恣)를 막아야 하고, 만일 비구니가 왔을 적에는 문에 들어오는 것을 허락하지 말아야 한다. 만일 여러 비구가법답게 여러 비구니를 부르는 것이나, 한 비구니를 부르는 것도 이와 같다. 만일 여러 비구가 법답게 비구니를 불렀을 때는 법대로 응당 와야 한다. 만일 오지 않으면 월비니의 죄를 범하여서 응당 이 비구니의 포살과 자자를 막아야 하며, 설령 오더라도 문에 들어옴을 허락하지 아니한다. 만일 여러 비구가 법답게 여러 비구니를 부르든지 한 비구니를 부르는 것도 이와 같다. 만일 한 비구니가 법답게 여러 비구니를 부르든지 한 비구니를 불러도 비구니는 법으로 응당 와야 한다. 만일 오지 아니하면 월비니의 죄를 얻어서 응당 비구니의 포살과 자자를 막아야 하고, 오는 때에도 문에 들어옴을 허락하지 말아야한다. 만일 비구니로서 여러 비구니거나 한 비구니거나 비구를 향하여 여러 비구에게든지 한 비구에게든지 잘못을 뉘우치는 법은 전에 부처님을 향하여 잘못을 뉘우치는 법에서 자세하게 설명한 것과 같다.
021_0153_c_02L그때에 세존께서 왕사성에서 온 비구니들을 위하여 수순하여 법을 말씀하셔서 가르침을 보여 이익되게 하시니, 그때 한 비구니가 법안정(法眼淨)을 얻었다.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니에게 이르셨다. “그대들은 왕사성으로 돌아가거라. 갈 적에는 왔던 길을 의지하여 가서 만일 오통 거사가 말하는 것이 있으면 그대들이 마땅히 받아 지녀야 하느니라.” 그때 왕사성의 여러 비구니들이 즉시 돌아오며 오통 거사의 마을을 향하여 가니 그때에 오통 거사가 정(定)에 들어서 이 여러 비구니들이 부처님을 향하여 참회하여서 모두 다 청정해져서 법기(法器)를 성취하였음을 보았다. 그때 오통 거사는 평상시의 법대로 흰 소가 끄는 마차를 타고 1유연을 나와 맞을 적에 멀리서 여러 비구니들을 보고 문득 마차에서 내려 걸어나와서 오른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 무릎을 땅에 대고 합장하여 말하였다. “잘 오셨습니다, 누이들이여. 길 다니기에 피로가 심하지는 않으셨는지요?”
거사가 즉시 여러 비구니들을 청하여 앞에서 가게 하고 자신은 뒤에서 따라왔으며, 자기 집에 이르러서는 좋은 새 방과 걸상과 요와 와구(臥具)들을 주고 따뜻한 물을 주어 발을 씻게 하고 발에 바르는 기름을 주었으며, 간식의 마실 것을 차려오고 밤에는 등불을 켰으며 마음 편하게 위로하며 인사하여 말하였다. “누이들이여, 편히 머무시오.”
그 이튿날 아침에는 칫솔과 양치질할 물을 공급하여 주고, 가지가지의 죽을 공양올리며 식사시간이 되자 구미에 따라 맞는 음식을 주었고 식사를 마치니, 오른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 무릎을 땅에 대고 합장하여 말하였다. “내가 이제 누이들께 여름 안거를 하여 주시기를 간청합니다. 내가 마땅히 필요하신 의식(衣食)과 와상(臥床)과 병수(病瘦)에 필요한 의약을 공급해 드리며 마땅히 가르침을 배워 경과 게송을 받아 외우겠습니다만 포살과 자자만은 제외하겠습니다.” 그때 여러 비구니들이 생각하기를 ‘이제 벌써 4월12일이어서 여름 안좌(安坐)가 이미 가까웠고, 또 세존께서 마땅히 ‘오통 거사의 말을 받으라’고 교칙하셨다’라고 생각하고서 문득 오통 거사의 청을 받아들여 여름 안거를 하니, 오통 거사가 날마다 비구니들을 위하여 4념처(念處) 등을 말해주니, 여러 비구니들이 이를 듣고 저녁부터 새벽까지 정근을 게을리 아니하여 성도를 닦아 익혀 성취하여 증득하였다. 여러 비구니들이 안거를 마치고, 우리들이 마땅히 세존께 나가서 예경ㆍ문신하고 스스로 과중(果證)을 말하여야겠다고 하였다. 그때 여러 비구니들이 사위성을 향해 가서 아난의 처소에 이르러 머리숙여 아난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나 있으면서 아난 존자에게 말하였다. “여래ㆍ응공ㆍ정변지께서 여러 성문들을 위하여 4념처(念處)를 말하셨습니다. 그러기에 저희들이 저녁부터 새벽까지 정진하여 게으르지 아니하고 성스러운 도를 닦아 익혀서 성취하여 중득함을 얻었습니다.”
021_0154_a_02L이렇게 말하고서 곧 살고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여러 비구니들이 간 지 오래지않아 아난 존자가 세존의 처소에 나아가 머리숙여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나 있으면서 왕사성에서온 여러 비구니들이 말한 것을 세존께 갖추어 아뢰고 또한 도를 닦아 증득했음을 아뢰었다. 그리고는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이 일이 어떠하온지 오직 원하오니, 풀어 말씀하여 주소서.”’ “여러 비구니들이 말한 것은 진실하여 사실과 다르지 아니하다. 어찌하여 그런가 하면 비구나 비구니나 우바새나 우바이가 그들이 능히 4념처에 정근하여 닦아 익히면 모두를 다 성취하여 증득함을 얻을 것이니라.” 이것은 『사념처경』 가운데 자세히 말한 것과 같다.
그때 여러 비구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무슨 인연이 있었기에 왕사성의 비구니들이 세존에게 은혜와 분수를 알지 못하였다가 사위성에 와서 아난의 처소에 나아가고, 세존을 뵈옵지 않았으며, 우타이에게 막대기로 쫓아냄을 당했으며, 아난 존자가 은근하게 부처님께 구원하여 줌을 청하였습니까? 오직 원하오니, 이를 풀어 말씀하여 주소서.”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이 여러 비구니들은 다만 오늘에만 나의 은혜와 분수를 알지 못하고, 우타이가 막대기를 잡고 쫓아냈으며 아난이 은근하게 구원해 주기를 청하였을 뿐 아니라, 과거의 세상에서도 이미 일찍이 이와 같았느니라.” 이것은 상왕본생경(象王本生經) 가운데 자세히 나와 있는 것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