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께서 구섬미 사람들 사이에 계시면서 유행하실 적이다. 그때 세존께서 초저녁에 여러 성문들을 위하여 설법하셨다. 설법을 마치자 여러 비구들이 각각 자기의 방에 돌아왔다. 그때 육군비구들이 다른 곳에서 이야기하다가 한참 뒤에 돌아와서 방문을 두드리니, 방 안의 사람이 물었다. “누구요?” “우리들은 육군비구들이요. 여기서 자고자 하오.” “이 방은 이미 만원이요.” 육군비구들이 다시 부드러운 말로 괴롭게 구하였다. “우리들에게 조그마한 한 앉을 곳이라도 허락해 주시오.” 이와 같이 괴롭게 구하여도 되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다른 방에 가도 또한 잘곳을 얻지 못하였기에 다시 여러 아랫자리의 비구가 자는 곳이나 온실이나 선방이나 강당에서 문을 두드리니, 강당 안의 비구가 물었다. “누구요?” “우리들이 여기 와서 자려 하오?” “이 강당은 이미 만원이오.”
021_0173_c_02L육군비구들이 다시 거듭 괴롭게 구하여 그만두지 않으니 강당 안의 비구가 곧 문을 열어 주었다. 육군비구들이 방에 들어와서는 자기들의 몸을 가로세로로 네 활개를 뻗고 드러누워서, 혹은 손과 팔꿈치와 무릎으로 잡고 차서 사람들을 한쪽으로 밀어 붙이고, 또 말하였다. “여러 장로들은 한기색[一色]을 지어 가시오.” 이렇게 말하고서 등불을 불어 껐으며, 다시 밖에 있는 친구들을 불러들여 말하였다. “여러 범행을 닦는 분이여, 들어오시오” 그들도 들어와서는 앞에 있는 자는 무릎으로 차고, 뒤에 있는 자는 팔꿈치로 때려서 기분나는 대로 조롱하고 희롱하니, 여러 비구들이 생각하기를 ‘뉘라서 이렇게 위의 없는 자와 함께 한 처소에 있겠는가?’ 하고, 곧 니사단을 가지고 나갔다. 여러 비구들이 이러한 인연을 세존께 가서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교살라(橋薩羅) 나라로부터 사위성에 돌아오기를 기다려서 다시 이 일을 보고하여라. 마땅히 여러 비구들을 위하여 계율을 제정하겠다.”
또 부처님께서 사위성에 머무셨는데 자세한 설명은 앞과 같으므로 생략한다. 먼저 객으로 온 비구가 순서에 의해 육군비구들의 방을 얻어 자면서 밤에 문을 닫고 잤다. 그때 육군비구들이 먼저 얻은 것에 혐오를 가졌기에 도적질하듯 미끄러운 진흙을 문지방 위에 바르고, 다닐 만한 곳에도 미끄러운 진흙을 바르고 벽돌과 돌을 붙여놓았다. 객으로 온 비구들이 밤에 나가다가 미끄러운 곳을 밟아 벽돌과 돌 위에 넘어졌다. 그래서 말하였다. “여러 장로들이여, 육군비구들이 나를 죽이려고 내 목을 부러지게 합니다. 그래서 이런 짓을 하여 나를 요란(擾亂)하고자 하니, 누가 이들과 함께 살겠습니까?” 여러 비구들이 이러한 인연을 세존께 가서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육군비구들을 불러오너라.” 그들이 오니, 부처님께서 육군비구들에게 물으셨다. “그대들이 실제로 그런 짓을 하였느냐?” “사실입니다, 세존이시여.” “이는 악한 일이니라.” 여러 비구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육군비구들은 다만 이변 한 가지의 악한 일만이 아닙니다. 세존께서 교살라나라에 유행하실 때에도 여러 비구들에게 요란을 피웠으며, 그리하여 각각 니사단을 들고 나갔습니다.” 부처님께서 육군비구들에게 물으셨다. “그대들이 실제로 그런 짓을 하였느냐?” “사실입니다.”
021_0174_a_02L“그대들이 어찌하여 남이 먼저 펴둔 것을 알고서 뒤에 와서는 요란을 피워서 그들로 하여금 나가게 하였느냐? 이는 악한 일어서 법이 아니요 계율이 아니고 부처의 가르침대로가 아니다. 이로는 착한 법을 크게 키우지 못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사위성을 의지하여 사는 여러 비구들을 다 모이게 하여라. 열 가지 이익 때문에 여러 비구들을 위하여 계율을 제정한다. 이미 들었던 자들도 다시 들어라. 만일 비구가 다른 비구가 먼저 걸상과 요를 펴둔 것을 알고서도 뒤에 와서는 요란을 피우고자 하여 일부러 깔아두면서, 생각하기를 ‘싫은 자는 스스로 나갈 것이다’라고 하여, 이와 같은 인연을 지어 다르지 아니한 자는 바야제의 죄를 범하느니라.”
‘비구’라 함은 위에서 설명하였다. ‘안다’ 함은 스스로 알거나 남에게서 들어 아는 것이다. ‘먼저 편다’ 함은 처음 펴는 것이다. ‘걸상과 요’라 함은 전에 이미 말하였다. ‘뒤에 와서 펴둔다’ 함은 요란을 피워 남으로 하여금 나가게 하기 위한 때문이다. 이와 같은 인연을 지어서 다르지 아니한 자는 바야제의 죄를 범한다. ‘바야제’라 함은 위에서 이미 설명하였다.
만일 비구가 사는 곳이 적으면, 한 비구가 한 기둥의 사이에 걸상과 요와 니사단을 펴서 위를 덮어야 한다. 그리고 나서 화상과 아사리를 향하여 혹은 예배ㆍ문신하고 혹은 외울 것을 받고서 가면, 뒤의 비구가 와서 먼저 폈던 니사단을 물리치고 자기의 니사단을 펴고 단 위에 앉아서 작은 소리로 범패를 외우면, 먼저 사는 비구가 와서 보고는 생각하기를 ‘누가 능히 그를 법대로 처단하겠는가?’ 하여, 곧 자기의 니사단을 가지고 간다. 이러한 비구는 바야제의 죄를 범한다. 좌선을 하거나 경을 외우거나 병든 자의 경우도 이와 같다. 만일 뒤에 온 이가 남의 걸상위에서 자는 이가 있으면 윗자리에 있는 분이 응당 그에게 말하였다.”장로여, 세존께서 계를 제정하셨음을 알지 못합니까?” 해야 하고, 만일 아랫자리의 사람 같으면 응당 그를 꾸짖기를 “그대는 계의 상을 잘 알지 못하오. 그대는 세존께서 계를 제정하셨음을 알지 못하는가? 어찌하여 남의 걸상 위에서 잠을 잡니까?”해야 한다. 만일 비구가 다른 곳에서 경행하던 자가 먼저 있는 비구가 오는 것을 보면 마땅히 피해 가야 한다. 만일 비구가 밤에 잠을 잘 때 비록 요란스럽게 잠꼬대를 하더라도 남에게 요란스럽게 할 뜻이 없으면 죄가 없지만, 비구를 요란스럽게 할 뜻으로 한 자는 바야제의 죄를 범하고, 비구니는 투란의 죄를 범하고, 식차마니와 사미와 사미니는 월비니의 죄를 범하고, 세속 사람은 월비니의 심회를 범한다. 그러기에 말하는 것이다.
021_0174_b_02L부처님께서 광야정사에 머무실 때이다. 두 비구가 함께 살아서 윗자리에 있는 분은 아래 충에 거처하고, 아랫 자리의 분은 이층에서 살았으며, 윗자리의 분은 좌선을 하고 아랫자리의 사람은 송경을 하였다. 윗자리의 분은 식사할 시간이 이르자 마을에 들어갈 옷을 입고 발우를 가지고 광야 마을에 들어가서 걸식을 하여빨리 얻고서 돌아오니, 아랫자리의 사람이 바야흐로 걸식하러 갔다. 윗자리의 분이 식사를 마치고 발우를 씻어 일상 두는 곳에 두고서 발을 씻고 가부좌를 틀고 앉았을 적에 아랫자리의 사람이 밥을 늦게 얻어 가지고 돌아왔다. 그가 돌아와서는 이층에 올라가서 발우를 일상 두는 곳에 두고서, 탄식하면서 몸을 놓아 걸상에 앉으니 걸상 다리가 밑으로 빠져 내려와 윗자리에 있는 분의 머리를 다쳤다. 머리의 피가 홀러나왔기에 윗자리에 있는 분이 말하였다. “나를 죽이는구나. 나를 죽이는구나.” 여러 비구들이 이 소리를 듣고 곧 모여 와서 물었다. “어찌하여 그렇게 소리칩니까?” 윗자리에 있는 분이 그 일을 갖추어 말하니, 여러 비구들이 이러한 인연을 세존께 가서 아뢰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 비구를 불러오너라.” 그 비구가 오니, 부처님께서 그 비구에게 물으셨다. “그대가 실제로 그러하였느냐?” “사실입니다.” “그대는 어찌하여 이층에서 뾰족한 다리의 걸상을 펴고서 힘을 주어 앉았느냐? 오늘부터는 이층에서 뾰족한 발의 걸상을 펴고 앉는 것을 허락하지 아니한다.” 그리고는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광야성을 의지하여 사는 비구들을 다 모이게 하여라. 열 가지 이익 때문에 여러 비구들을 위하여 계율을 제정한다. 이미 들었던 자들도 다시 들어라. 비구가 만일 이충에서 뾰족한 다리의 걸상을 펴고서 만일 앉든지 눕든지 하면, 바야제의 죄를 범하느니라.”
021_0174_c_02L‘비구’라 함은 위에서 이미 설명하였다. ‘이층집’이라 함은 층(層)이 있는 집이니, 세존께서 허락하신 것이다. ‘뾰족한 다리’라 함은 말뚝과 같은 것이다. ‘걸상’이라 함은 열데 가지가 있으니, 위에서 이미 말하였다. 만일 앉거나 눕거나 하면 바야제의 죄를 범한다. ‘바야제’라 함은 위에서 이미 말하였다. 만일 진흙으로 만든 것이 땅처럼 굳고 튼튼하든지 판자로 만든 것이든지 둥근 다리이든지, 끝의 방이어서 아래 층에 앉은 사람이 없을 적에는 다 죄가 없다. 그러나 만일 성글게 짓든지 뾰족한 다리의 와상과 좌상에서 만일 앉았거나 눕거나하는 자는 바야제의 죄를 범한다. 만일 걸상을 돌려서 앉는 자는 월비니의 죄를 범하고, 가로로 된 의자에 붙여 앉는 자도 월비니의 죄를 범한다. 만일 다리 하나는 뾰족하고 세 다리는 둥글면바야제의 죄를 범한다. 이와 같이 다리 둘이 뾰족하든지 다리 셋이 뾰족하든지 다리 넷이 뾰족하든지 다 바야제의 죄를 범한다. 다리 넷이 다 둥근 것은 죄가 없다. 그러기에 말하는 것이다.
부처님께서 광야정사에 계실 적이다. 그때 일을 하는 비구가 벌레 있는 물로 풀과 진흙을 개니, 세상 사람들이 비난하여 말하였다. “사문 구담은 한량없는 방편으로 살생하는 것을 헐뜯고, 살생 아니함을 찬탄하였다. 그런데 지금 사문이 벌레 있는 물로 풀과 진흙을 개고 있으니, 이는 타락 한사람이다. 무슨 도가 있겠는가?” 여러 비구들이 이를 듣고 이러한 인연을 세존께 가서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일을 하는 비구를 불러오너라.” 그가 오니, 부처님께서 위의 일을 갖추어 물으시면서 말씀하셨다. “그대가 실제로 그렇게 하였느냐?” “사실입니다, 세존이시여.” “이는 악한 일어서 마땅히 세상 사람들이 혐오하는 바가 되겠다. 이는 법이 아니요 계율이 아니어서 부처의 가르침대로가 아니다. 이로는 착한 법을 크게 키우지 못한다. 오늘부터는 벌레가 있는 물로 풀과 진흙을 개어서는 안 되느니라.” 그리고는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광야정사를 의지하여 사는 비구들을 다 모이게 하여라. 열 가지 이익 때문에 여러 비구들을 위하여 계율을 제정한다. 이미 들었던 자들도 다시 들어라. 비구가 만일 벌레 있는 물로 풀과 진흙을 개든지 남을 시켜 개게 하는 자는 바야제의 죄를 범하느니라.”
‘비구’라 함은 위에서 설명하였다. ‘안다’ 함은 스스로 알든지 남으로부터 들어서 아는 것이다. ‘벌레’라 함은 아무리 작아도 생명이 있는 것이다. ‘물’이라 함은 열 가지가 있으니, 위에서 이미 설명하였다. ‘풀’이라 함은 잔디나 가시랭이들이다. ‘진흙’이란 풀 진흙과 벼껍질 진흙과 코끼리나 말똥 진흙과 소똥 진흙 등이다. ‘물로 갠다’ 함은 자기가 직접 물로 개든지 남을 시켜 물로 개게 하는 것이다. ‘바야제’라 함은 위에서 설명하였다.
021_0175_a_02L비구가 만일 물에 벌레가 있는 줄 알면서 방편으로 물로 개다가 한 번 쉬면 하나의 바야제를 범하니, 쉬는 것의 많고 적음에 따라 하나하나가 바야제의 죄를 범한다. 남을 시켜 물로 개게 하는 자가 방편으로 한 번 말하였으면 하나의 바야제의 죄를 범하지만, 다시 말하여 빨리빨리 물로 개라 하였으면말하는 데 따라 말마다 바야제의 죄를 범한다. 비구가 만일 방사와 온실을 짓는 자가 물이 필요하여 못이나 하수나 우물물을 걸러서 취하여 그릇에 가득하면, 벌레가 없는지 살펴본 뒤에 써야 한다. 그리고 만일 벌레가 있을 적에는 마땅히 겹주머니로 걸러야 하며, 자세히 보아서 그래도 벌레가 있으면 세 겹의 주머니로 걸러 써야 하고, 그래도 벌레가 있으면 마땅히 우물물들을 다시 떠서 전과 같이 살펴보아 그래도 벌레가 있으면 마땅히 짓던 일을 중지하고 다른 곳으로 가야 한다. 물을 거르는 방법은 마땅히 세 개의 막대기를 마주 세워서 그 윗머리를 묵고 물거르는 주머니를 메고 물거르는 주머니 밑에 받쳐 놓는다. 항상 고여 있는 물은 자주 우물 속에 이르러 살펴야 하니, 벌레가 생기는 것이 덧없어서 혹은 먼저는 없던 것이 이제는 있으며, 혹은 이제는 있는 것이 후에는 없어진다. 그러기에 비구는 날마다 살펴봐서 벌레가 없을 때 그 물을 쓴다. 비구가 만일 벌레 있는 물인 줄 알면서 풀에 개고 진흙에 개어서 스스로 개거나 남을 시켜 개게 하면 바야제의 죄를 범한다. 그리고 만일 벌레 있는 물을 화상과 아사리에게 주어 씻고 목욕하게 하면 바야제의 죄를 범한다. 만일 그릇 씻을 물과 쌀 씻을 물과 모든 장과 고주(苦酒)의 모든 것에 벌레 있는 것을 쓰거나 풀에 개거나 진흙에 개면 바야제의 죄를 범한다. 그러기에 말하는 것이다.
021_0175_b_02L부처님께서 구섬미에 머무셨는데 자세한 설명은 앞과 같으므로 생략한다. 그때 천타(闡陀) 존자가 권화(勸化)하여 방사를 지으려 하였기에, 천타가 집덮을 도구를 모아 풀과 나무와 대나무 등을 장만하고서, 집 덮는 기술자를 찾아가서 말하였다. “내가 여러 가지 일을 이미 장만하였으니, 나의 집을 덮어 주시오.” “아사리여, 나에게 밥먹을 값과 집 덮을 값을 주시오.” 그때 천타가 시가(時價)에 따라서 단정하여 주니, 그때 집 덮는 사람이 즉시 집짓는 곳에 나갔다. 천타가 집 덮는 사람에게 말하였다. “이것이 집 덮을 거리요.” “집을 덮는 데는 세 가지 두텁고 엷음이 있어 같지 아니합니다. 어떤 것으로 덮으려 하십니까?” “그대가 세 가지의 두터움과 엷음이 있다고 물었는데 현재 있는 풀과 나무들을 다 써서 덮으시오.”
“마땅히 제한이 있어야 합니다. 어떻게 다 쓰겠습니까?” 이렇게 집 덮는 사람이 세 변을 건의(建議), 다시 말하였다. “모든 세간에서 다 법의 한도가 있어서 법의 한도대로 하면, 세상에서 칭찬을 합니다.” “다만 다 사용하여 덮으시오. 무슨 말이 그리 많소.” 집덮는 기술자가 천타의 말대로 다 써서 덮으니, 풀이 너무 많아서 얽어맬 수없었고, 때마침 비가 와서 묶은 것이 다 끊어지고 풀리기를 마치 꽃이 피었으나 밤새도록 비를 맞은 것 같아서 근집의 옷과 발우가 다 젖었다. 천타가 이튿날 새벽에 집 덮는 이의 집에 가서 말하였다. “그대가 어떻게 덮었길래 나의 집이 이와 같이 되었는가?”
“어찌하여 그럽니까?” “밤새도록 비를 맞어서 그 집에 있는 옷과 발우가 다 젖었소.” “내가 저변에 아사리에게 말하지 않았습니까? 집을 덮는 데는 세 가지 두터움과 얇음이 동일하지 않다고 하였는데도, 당신의 말을 따라 모두 다 사용했소.” “그대가 다시 나를 위하여 집을 덮으시오.” “다시 나에게 밥먹을 값과 집 덮을 값을 주시오.” “값은 그대가 먼저 받아갔소.” “저번에 받은 것은 저번에 다 덮어 마쳤소. 다시 덮으려면 값이 먼저보다 세 갑절이 더 듭니다.” 천타가 스스로 왕의 힘을 믿고 강제로 다시 덮게 하였어도 덮은 값을 주지 않았으며, 천타가 다시 그 방을 돌아보며 괴로운 말로 집 덮는 자를 욕하였다. 그때 길가는 사람이 있기에 집 덮는 기술자가 그들에게 말하였다. “여러 사람은 이를 보십시오. 사문 석자로서 왕의 세력을 믿고 나에게 강제로 집을 덮게 하고서 집 덮은 값을 주지 앉소.” 길 가던 자들이 다 천타를 혐오하여 말하였다. “어찌하여 석자(釋子)로서 왕의 세력을 믿고 강제로 집을 덮게 하고서 그 값을 주지 아니하는가. 그것은 심히 옳지 못한데, 더구나 스스로 집을 돌아보고 집 덮은 이를 욕하기를 마치 사나운 말이 산 풀을 살상(殺傷)하는 것과 같이하니, 이렇게 타락한 자에게 무슨 도가 있으리요?”
021_0175_c_02L여러 비구들이 이러한 인연을 세존께 갖추어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천타를 불러오너라.” 그가 오니, 부처님께서 천타에게 물으셨다.
“그대가 실지로 그러하였느냐?” “사실입니다.” “이는 나쁜 일이다. 법이 아니요 계율이 아니어서 부처의 가르침대로가 아니다. 이로는 착한 법을 크게 키우지 못하느니라.” 그리고는 여러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구섬미를 의지하여 사는 비구들을 다 모이게 하여라. 열 가지 이익 때문에 여러 비구들을 위하여 계율을 제정한다. 이미 들었던 자들도 다시 들어라. 비구가 만일 큰 방을 지으면서 문과 창문을 만들 적에 한정해서 두 번이나 세 번을 덮으라고 지시하여야 하고, 마땅히 풀이 적은 땅에서 살아야 한다. 지나치는 자는 바야제의 죄를 범한다.” ‘비구’라 함은 위에서 설명하였다. ‘짓는다’ 함은 스스로 젓든지, 남을 시켜 짓는 것이다. ‘크다’ 함은 양에 지나친 것이다. ‘방’이라 함은 세존께서 허락하신 것이다. ‘문을 만든다’ 함은 사람이 통하여 나가고 들어가고 하는 곳이다.
021_0176_a_02L‘창문’이라 함은 빛이 통하는 곳이다. ‘지시한다’ 함은 가르쳐 말하여 지시하는 것이다. ‘덮는다’ 함에는 열 가지가 있으니, 풀로 덮든지, 진흙으로 덮든지, 널판으로 덮든지, 석회(石灰)로 덮든지, 아반두(阿槃頭) 나라의 덮음이든지, 마갈제(摩竭提) 나라의 덮음이든지, 구섬미(拘晱彌) 나라의 덮음이든지, 산(山) 나라의 덮음이든지, 공경(恭敬) 나라의 덮음이든지, 장어(藏語) 나라의 덮음이든지 이다. ‘두번 세번’이라 함은 다섯 여섯 변이 아니어서, 많아야 셋으로 제한한 것이다. ‘풀이 적은 땅’이라 함은 풀이 조금 나는 곳이다. ‘바야제’는 위에서 이미 말하였다. 집 덮는 사람을 고용하여 값을 정할 때에는 마땅히 실제의 값대로 하고, 비싸니 싸니 에누리를 하여서는 아니된다. 응당 집 덮는 사람에게 말하였다.” 그대가 이렇게 알아서 덮으면 마땅히 이러한 값을 줄 것이오. 만일 이렇게 알아서 덮지 아니하면 이러한 값을 줄 수 없다”고 분명히 말해야 한다. 이렇게 처분을 마치고는 비구가 생각하기를 ‘마땅히 방편을 지어서 풀과 나무와 대나무를 가지고 그에게 가면, 그이가 나를 보고서 마땅히 빨리 잘 덮어줄 것’이라 하여 집 덮는 기술자가 보고 나면, 잘 덮었든지 잘 덮지 않았든지 간에 바야제의 죄를 범한다. 이와 같이 방편을 지어서 집 덮는 기술자에게 보이고자 하여, 일부러 가서 화상과 아사리를 예배하고 경을 받아 읽고 외우며 경행을 하거나, 마을에 들어가거나 하며, ‘집 덮는 기술자가 나를 보고서는마땅히 빨리 잘 덮을 것이다’라고 생각하면, 집덮는 기술자가 보고 나서 잘 덮었든지 잘 덮지 않았든지 간에 두 경우 모두 죄를 범한다. 이와 같이 모든 방편을 지으면 바야제의 죄를 범하고, 만일 방편을 짓지 아니하고 가서 보았을 적에 그를 위하여 빨리 잘 덮는 것은 죄가 없다. 그러기에 말하는 것이다.
부처님께서 사위성에 머무셨는데 자세한 설명은 앞과 같으므로 생략한다. 그때 장로 비구들이 차례대로 비구니를 가르쳤는데, 그때 난타와 우바난타는 차례대로 가르치는 데 끼지 못하였기에 스스로 서로 일러 말하였다. “여러 장로 비구들이 다 차례대로 비구니를 가르치는데 우리들은 거기에 끼지 못하였으니, 우리들이 오늘 먼저 비구니 처소에 가서 가르쳐야 하겠다.” 그리고는 생각하기를 ‘나는 누구의 차례에 의해 갈 것인가? 마땅히 대목건련의 차례에 의해 가면, 그 존자는 큰 신력이 있으니, 흑시 옳지 못하다고 여기면 우리들을 잡아서 타방 세계로 멀리 던질지도 모르겠다. 또는 대가섭 존자의 차례에 의해 가면, 극 존자는 큰 위덕(威德)이 있으니, 만일 이치에 합당하지 않으면 혹은 대중 가운데서 우리들을 꺾어 곤욕을 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사리불 존자는 부드럽고 화하고 아담하니, 마땅히 그의 차례에 의해 가야겠다’고 생각하고서, 곧 그 차례에 따라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비구니의 정사에 가서 말하였다. “여러 누이들이여, 화합하여 모이시오. 우리들이 와서 서로 가르치겠소.”
021_0176_b_02L그때 여러 비구니들이 무리로 모였다. 난타 비구는 보고 들음이 많고 변재가 있어 설법을 잘 하였기에 곧 비구니 대중에게 알맞게 설법하였다. 그때 사리불 존자가 비구니를 가르칠 시간이 되어 가사를 입고 비구니의 집 문 앞에 이르니, 설법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때 여러 비구니들이 멀리서 사리불 존자를 보고서도,설법하는 분을 공경하는 법이기에 일어나지 않고 맞이하였다. 그때 사리불 존자는 이일을 보고 생각하기를 ‘내가 지금 그들의 설법을 끊지 말아야겠다’ 하고, 곧 돌아와서 부처님의 처소에 나아가 머리숙여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나 있으니, 부처님께서 아시면서도 일부러 사리불에게 물으셨다. “그대가 이미 비구니들을 가르쳤느냐?” “가르치지 못했습니다, 세존이시여.” “어찌하여 그러했는가?” 사리불이 위의 인연을 세존께 갖추어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난타와 우바난타를 불러오너라.” 그들이 오니, 부처님께서 난타와 우바난타에게 물으셨다. “그대들이 실제로 그러하였느냐?” “사실입니다, 세존이시여.” “그대들은 어찌하여 승단에서 보내지 않았는데도 비구니들을 가르쳤느냐? 이는 법이 아니요 계율이 아니어서 부처의 가르침대로가 아니다. 이로는 착한 법을 크게 키우지 못하느니라.”
그리고는 여러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사위성을 의지하여 사는 비구들을 다 모이게 하여라. 열 가지 이익 때문에 여러 비구들을 위하여 계율을 제정한다. 이미 들었던 자들도 다시 들어라. 비구가 만일 승단에서 보내지 않았는데도 비구니들을 가르치면 그자는 바야제의 죄를 범하느니라.” ‘비구’라 함은 위에서 설명하였다. ‘보내지 않았다’ 함은 승단에서 갈마를 짓지 아니한 것을 보내지 않았다 하고, 열두 가지의 일을 성취하지 않은 것을 보내지 않았다 하고, 대중이 성취되지 않고, 고하는 것이 성취되지 않고, 갈마를 짓는 것이 성취되지 못한 것도 보내지 않았다고 이른다. ‘가르친다’라 함은 아비담이든지 비니를 가르치는 것이다. ‘바야제’라 함은 위에서 설명하였다. 비구를 승단에서 보내지 않았는데도 비구니를 가르치는 자는 바야제의 죄를 범한다. 그러기에 말하는 것이다.
021_0176_c_02L부처님께서 사위성에 머무셨는데 자세한 설명은 앞과 같으므로 생략한다. 그때 장로 비구들이 차례대로 비구니를 가르쳤다. 그때 난타 존자가 차례에 따라 비구니를 가르쳐야 하는데 가려고 하지 않으니, 그때 대애도교담미 비구니가 부처님의 처소에 가서 머리숙여 부처님의 발에 예배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여, 난타 존자가 비구니를 가르쳐야 하는데 가려고 하지 아니합니다. 누가 그를 가게 하겠습니까?”이렇게 말하고, 머리숙여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갔다.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난타를 불러오너라.” 그가 오니, 부처님께서 난타에게 물으셨다. “그대가 차례에 응하여 비구니를 가르쳐야 하거늘 무슨 까닭에 떠나가지 않았느냐?” “세존이시여, 저는 아직 승단의 갈마를 받지 못하였습니다. 이 때문에 가지 않았습니다.”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열두 가지의 일을 성취하면, 승단에서 마땅히 그를 임명하여 비구니를 가르치는 사람이 되게 하여야 한다. 어떤 것들을 열두 가지의 일이라 하는가? 첫째는 계율 지니기를 청정하게 하고, 둘째는 아비담에 대해 많이 들어야 하고, 셋째는 비니에 대해 많이 들어야 하고, 넷째는 계를 배우고, 다섯째는 정을 배우고, 여섯째는 혜(慧)를 배우고, 일곱째는 능히 남을 위하여 악사(惡邪)를 제거하고, 여덟째는 자기가 능히 비니를 가지며 남도 비니를 가지게 하고, 아홉째는 말을 잘해야하고, 열째는 범행을 더럽히지 말아야 하고, 열한째는 비구니의 무거운 금계를 무너뜨리지 말게 하고, 열두째는 법랍(法臘)이 스물이거나 스물이 넘어야 하니, 이를 열두 가지의 법이라고 한다. 갈마하는 사람은 응당 말하였다. ‘대덕 스님들은 들으소서. 난타 존자가 열두 가지 법을 성취하였으니, 스님들이 때에 이르렀으면 제가 난타를 임명하여 비구니를 가르치는 사람으로 모시겠습니다. 이와 같이 아룁니다. 대덕 스님들은 들으소서. 난타 존자가 열두 가지의 법을 성취하였기에 제가 이제 난타를 보내어 비구니들을 가르치게 하겠습니다. 여러 대덕들이여, 난타가 비구니를 가르치는 것을 승인하시는 분은 잠자고 계시고 승인하지 않으시는 분은 말씀하십시오. 스님들이 이미 승인하셨으므로 난타를 비구니들을 가르치는 사람으로 보내기를 마칩니다. 스님들이 승인 하여 잠자코 계시므로 이 일을 이와 같이 지니겠습니다’라고 한다.”
021_0177_a_02L그때 난타 존자가 여러 비구니들을 위하여 자세히 설법을 하여 드디어 해가 져서 여러 비구니들이 저물녘에 사위성으로 돌아오게 되니, 세상 사람들이 이를 보고 혐오하여 말하였다. “사문 석자로서 이 비구니들을 데리고 종일 즐기다가해가 져서야 돌려보내니, 불쌍한 것은 여인이어서 자재하지 못하구나. 이와 같이 타락한 사람에게 무슨 도가 있겠는가?” 여러 비구들이 이러한 인연을 세존께 가서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난타를 불러오너라.” 그가 오니, 부처님께서. 난타에게 물으셨다. “그대가 실제로 그러하였느냐?” “사실입니다.” “이는 악한 일이다. 법이 아니고 계율이 아니어서 부처의 가르침대로가 아니다. 이로는 착한 법을 크게 키우지 못하느니라.” 그리고는 여러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사위성을 의지하여 사는 비구들을 다 모이게 하여라. 열 가지 이익 때문에 여러 비구들을 위하여 계율을 제정한다. 이미 들었던 자들도 다시 들어라. 비구가 만일 승단에서 보내 비구니를 가르칠 적에 해가 지고 새벽이 되기 전까지 가르치는 자는 바야제의 죄를 범하느니라.” ‘비구’라 함은 위에서 설명하였다. ‘승단에서 보낸다’ 함은 열두 가지의 법이 이루어지고, 대중이 이루어지고, 고하는 것이 이루어지고, 가부를 묻는 것이 이루어진 것이다. ‘가르친다’ 함은 아비담이든지 비니이다. ‘어둡다’ 함은 해가 지고 나서 새벽이 되기 전까지이니, 바야제의 죄를 범한다.
021_0177_b_02L‘바야제’라 함은 위에서 설명하였다. 해가 졌는데도 지지 않았다고 생각하여 비구니들을 가르치는 자는 월비니의 죄를 범한다. 해가 지지 않은 것을 해가 졌다고 생각하는 것도 월비니의 죄를 범하고, 해가 진 것을 해가 졌다고 생각하면 바야제의 죄를 범하고, 해가 지지 않은 것을 지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죄가 없다. 새벽에 대한 4구(句)도 이와 같다. 비구니를 식차마니로 생각하여 가르치는 것은 바야제의 죄를 범하고, 식차마니를 비구니라는 생각을 지으면 월비니의 죄를 범하고, 식차마니를 식차마니라는 생각을 지어 가르치는 것은 죄가 없다. 비구니를 비구니라는 생각을 지어 가르치면 바야제의 죄를 범하고, 사미니와 외도에 출가한 니승(尼僧)과 우바이에 대한 4구도 이와 같다. 비구니가 밤에 비구의 발에 예배하였을 적에 비구가 말하였다. “괴로움이 다 없어져 해탈하시오” 하는 자는 바야제의 죄를 범하고,그러나 만일 “잘 왔소” 하는 자는 죄가 없다. 만일 모든 사부대중이 모여서 밤새도록 설법할 때, 비구가 방편을 지어서 비구니를 위하여 설법을 하려할 적에 대애도출가경(大愛道出家經)과 혹구담미경(黑瞿曇彌經)과 법예비구니경(法豫比丘尼經)을 말하는 자는 바야제의 죄를 범한다. 그러나 주로 이 경을 외우고 다른 경을 알지 못하여 차례대로 외우는 자는 죄가 없다. 만일 밤에 비구가 높은 자리 위에 있어서 설법할 때에 말하기를 “모든 자리에 앉은 사람들은 밝게 들으시오”라고 말하면, 바야제의 죄를 얻지만, 만일 이런 말을 하지 않고 말하는 자는 죄가 없다. 그러기에 말하는 것이다.
021_0177_c_02L부처님께서 사위성에 머무셨는데 자세한 설명은 앞에서와 같으므로 생략한다. 그때 여러 장로 비구들이 차례대로 비구니를 가르쳤다. 그때 육군비구들이 생각하기를 ‘여러 장로 비구들이 차례대로 비구니를 가르치는데, 우리들은 그러지 못하고 있다. 우리들이 마땅히 먼저 앞서 가서 비구니들을 가르쳐야 하겠다’ 하니, 어떤 이가 말하였다. “세존께서 계율을 제정하시어서 승단에서 보내지 않으면 비구니들을 가르치지 못하게 하였소.” “우리들이 알기로는 갈마의 일을 지으면 되지요.” 그리고는 문득 경계 밖을 나가서 갈마를 짓고서, 서로 바꿔 절하여 임명하고 나서 즉시 비구니의 정사에 가서 말하였다. “누이들이여, 그대들 화합 대중에게 내가 마땅히 가르쳐 주겠소.” 그때 육군비구니들이 빨리 모였으나, 대중 가운데 법다운 자가 말하였다. “누가 저 비니를 지키지 못하는 사람의 가르침을 받겠는가?” 그때 육군비구니들이 즉시 모여들어서 세속의 일을 논설(論說)하고서 갔다. 그때에 난타 존자는 설법할 시간이 이르니, 가사를 입고 비구니들의 정사에 가서 말하였다. “여러 비구니들이여, 다 모이시오. 내가 마땅히 가르치겠소.”
그때 여러 착한 비구니들은 모였으나 육군비구니들은 오지 않았다. 난타가 물었다. “비구니들이 모였는가?” “아니요.” “누가 오지 않았는가?” “육군비구니들이 오지 않았습니다.” 즉시 심부름꾼을 보내서 불렀으나, 그들이 오지 않으면서 말하였다. “우리들이 먼저 육군비구로부터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비구니들이 화합하여 모이지 않으니, 가르칠 수 없소.”
말을 마치고, 곧 정사로 돌아와서 세존의 처소에 이르러 머리숙여 부처님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나 있었다. 부처님께서 아시면서 일부러 물으셨다. “그대가 이미 비구니들을 가르쳤느냐?” 난타가 위의 인연을 세존께 갖추어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육군비구들을 불러오너라.” 그들이 오니, 부처님께서 위의 일들을 갖추어 물으시고 말씀하셨다. “그대들이 실제로 그러하였느냐?” “사실입니다.” “육군비구들아, 그대들은 어찌하여 승단에서 뽑아 보내지 아니하였는데도 비구니들을 가르쳤느냐?” “저희들은 이미 임명되었습니다.” “어리석은 사람들아, 누가 그대들을 임명하였던가?” “저희들이 경계 밖에 나가서 스스로 서로 바꾸어 임명하였습니다.” “지금부터는 경계 밖에 나가서 바꾸어 서로 임명해서 비구니의 정사에 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021_0178_a_02L또 부처님께서 사위성에 머무셨다. 대애도 구담미(大愛道瞿曇彌)가 병들었을 때에, 아난 존자가 그에게 가서 문신하며 말하였다. “체력이 어떠하십니까? 병환이 차차 덜하고 더하지는 아니합니까?” “존자여, 병에 시달리어 덜함이 없습니다. 훌륭하신 존자께서 나를 위하여 법문을 말하여 주소서.” “세존께서 계율을 제정하시어서 경계 안의 비구에게 아뢰지 않고는 비구니를 위하여 설법을 할 수 없습니다.” “존자에게 화남(和南)합니다.” “편히 있으십시오.” 이렇게 말하고서, 정사에 돌아와서 세존의 처소에 가서 머리숙여 부처님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나 있었다. 부처님께서 아시면서 일부러 물으시니,아난이 곧 위의 일을 세존께 갖추어 아뢰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대가 그 비구니를 위하여 설법하였더라면, 그의 병이 곧 쾌차하여서 몸에 안락함을 얻었을 것이다. 오늘부터는 병든 비구니를 위해 설법함을 허락한다.” 그리고는 여러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사위성을 의지하여 사는 비구들을 다 모이게 하여라. 열 가지 이익 때문에 여러 비구들을 위하여 계율을 제정한다. 이미 들었던 자들도 다시 들어라. 비구가 만일 비구니 사는 곳에 가서 가르치고자 하면서 착한 비구에서 고하지 않는 자는 다른 때를 제외하고는 바야제의 죄를 범하느니라. 다른 때란 병든 때이니라.”
‘비구’라 함은 위에서 이미 설명하였다. ‘가르친다’ 함은 가르쳐 알리는 것이다. ‘착한 비구’라 함은 경계 안의 현전(現前)이요, 권속의 현전이 아니다. ‘아뢰지 아니한다’ 함은 만일 내가 때가 아닐 때 마을에 들어간다고 말하든지, 또는 동처(同處)를 떠나 식사한다고 말하는 것은 아뢴다고 하지 않는다. ‘아뢴다’는 것은 마땅히 말하였다. “장로여, 억념(憶念)하소서. 비구니의 정사에 들어가서 가르치기를 아룁니다”라고 하면, 그가 응당 말하였다. “방일치 마시오” 할 것이다. ‘다른 때를 제외한다’ 함은 다른 때란 비구니의 병든 때니, 세존께서 “죄가 없다”고 말씀하셨다. ‘바야제’라 함은 위에서 이미 말하였다.
021_0178_b_02L만일 두 사람이 아련야의 머무는 곳에 있을 때, 한 사람이 비구니의 정사에 들어가고자 하면, 마땅히 같이 있는 자에게 고하여 말하여야 한다. “장로여, 억념하소서. 내가 비구니의 정사에 들어가 가르치기를 고합니다.” 그러면 그 비구가 마땅히 말하여야 한다. “방일하지 마소서”고 했던 비구는 대답하여야 한다. “정대(頂戴)하여 받겠습니다.” 만일 두 사람이 다 비구니의 정사에 가고자 하면 응당 바꾸어 서로 고하여야 한다. 만일 한 사람이 이미 갔는데 한 사람마저 뒤에 가고자 하면 마땅히 생각하기를 ‘내가 가는 도중에 그 비구를 보거든 마땅히 고하리라” 하여, 만일 마을 가운데서 보면 고하여야 하고, 만일 비구니의 절 문 앞에 이르면 그냥 들어가서는 아니되고, 응당 물었다.”비구가 안에 있습니까?” 하여, 만일 있으면 그 비구를 불러 나오게 해서 고하고서 들어가야 한다. 만일 고하지 않고서 한 발이라도 비구니의 절 문에 들여놓으면 월비니의 죄를 범하고,두 발을 다 들여놓으면 바야제의 죄를 범한다.
만일 비구니가 비구를 청하여 식사를 대접할 적에는 여러 스님의 윗자리에 있는 분에게 마땅히 고하기를 “비구니의 머무는 곳에 들어가서 가르치러 가겠습니다” 하여야 하고, 만일 첫째 번 윗자리의 분이 대답하지 못할 적에는 둘째 번 윗자리의 분에게 응당 고하여야 한다. 만일 스님들이 이미 들어가 앉았을 적에 비구니가 일을 물으면, 대중 가운데서 나이 젊은 비구로서 말재주가 있는 이가 그 자리에서 대답하고 설법하는 것은 죄가 없다. 가령 비구니가, 비구가 머무는 곳과 담을 사이에 두고 서로 접했을 적에 비구가 가늘고 묘한 소리를 내어 노래하며 멀리서 물었다. “존자여, 누가 저렇게 노래를 부릅니까?” 비구가 대답하였다. “내가 노래했소.” 그 비구니가 말하였다. “존자께서 그렇게 노래를 잘 부릅니까?” 비구가 말하였다. “그대는 더 듣고 싶습니까?” 비구니가 대답하였다. “더 듣고 싶습니다.” 그리하여, 그 비구가 다시 노래하면 바야제의 죄를 범한다. 그러나 비구니가 명이 있을 적에 비구가 그를 위해 노래하는 것은 죄가 없다. 비구니가 이미 죽있기에 그 비구니의 제자가 비구에게 말하였다. “우리 스승이 이미 죽었소” 하면, 비구가 노래하던 것을 중지하여야지, 만일 그를 위해 무상(無常)의 노래를 부르는자는 바야제의 죄를 범한다. 만일 비구니가 비구의 발에 예배하였을 때에 비구가 주원(呪願)하기를 “그대여, 모든 괴로움이 다 없어져서 해탈을 얻으소서” 하면, 바야제의 죄를 범한다. 마땅히 그에게 말하였다. “잘 오셨소” 해야 한다. 그러기에 말하는 것이다.
021_0178_c_02L부처님께서 사위성에 머무셨는데 자세한 설명은 앞과 같으므로 생략한다. 그때 육군비구들이 이른 새벽에 가사를 입고 기원정사의 문 앞에 있었다. 그때 비구니를 가르치고 성문을 나오는 비구가 있었다. 육군비구들이 이를 보고서 말하였다. “그대들은 이제 성 안에 들어가서 여러 근기(根機)를 함부로 쓰고서 다른 일이 아니라 좋은 음식을 먹으려고 갑니까?” 그때 비구니를 가르치던 비구는 수치를 느꼈다. 여러 비구들이 이 말을 듣고서 이 인연을 세존께 가서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육군비구들을 불러오너라.” 그들이 오니, 부처님께서 육군비구들에게 물으셨다.” 그대들이 실제로 그런 말을 하였느냐?” “사실입니다.”
“이는 나쁜 일이다. 법이 아니요 계율이 아니어서 부처의 가르침대로가 아니다. 이로는 착한 법을 크게 키우지 못하느니라.”{ 그리고는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사위성을 의지하여 사는 여러 비구들을 다 모이게 하여라. 열 가지 이익 때문에 여러 비구들을 위하여 계율을 제정한다. 이미 들었던 자들도. 다시 들어라. 비구가 만일 비구에게 말하기를 ‘장로여, 음식 때문에 비구니를 가르칩니까?’ 말하면, 바야제의 죄를 범하느리라.” ‘비구’라 함은 위에서 설명하였다. 또 ‘음식’이라 함은 빵과 국수와 밥과 어육들이다. 음식이라 함은 빛깔과 소리와 냄새와 맛과 촉감이다. ‘가르친다’ 함은 아비담과 비니들을 가르치는 것이다. ‘바야제’라 함은 위에서 이미 말하였다.
비구가 만일 비구에게 말하기를 “이제 음식 때문에 비구니를 가르친다”고 하는 자는 바야제의 죄를 범한다. 그리고 만일 “의약(醫藥)을 구하기 위해서 비구니를 가르친다”고 말하는 자는 월비니의 죄를 범한다. 만일 비구가 비구니에게 말하기를 “저 비구가 음식을 위하여서 그대들을 가르친다”고 말하는 자는 월비니의 죄를 범한다. 만일 비구가 비구니에게 말하기를 “저 비구가 의약을 구하기 위하여 그대들을 가르친다”고 말하면 월비니의 심회를 범한다. 만일 비구가 비구에게 말하기를 “그대가 음식을 위하여 식차마니와 사미니를 가르친다”고 말하면 월비니의 죄를 범한다. 그리고 만일 “의약을 위하여 가르친다”고 말하는 자는 월비니의 심회를 범한다. 이와 같이 자세한 것은 생략한다. 우바새와 우바이에게 “음식을 위하기 때문에 그대들을 가르친다”고 말하는 것은 월비니의 죄를 범하고 “의약을 위하여 그대들을 가르친다”고 말하면 월비니의 심회를 범한다. 그러기에 말하는 것이다.
021_0179_a_02L부처님께서 사위성에 머무르셨던 자세한 이야기는 위와 같다. 그때 선생(善生)비구니는 우타이 존자의 전(前) 부인이었다. 선생 비구니가 우타이 존자에게 말하였다. “내가 내일은 방을 지킬 차례가 되었소. 그러니 오셔서 함께 이야기합시다.” 그 이튿날 여러 비구니들이 각각 마을에 들어가 걸식하니, 우타이가 선생 비구니의 처소에 가서 으슥한 곳에서 쭈그리고 서로 향하여 있다가 음욕의 마음이 나서 성기가 일어나 서로 보고 있었다. 그때 늙고 병든 비구니가 나가 다니다가 이를 보고 마음에 부끄러움이 생겨서, 곧 돌아와서 이 일을 여러 비구니들을 향하여 말하니, 여러 비구니들이 선생 비구니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출가한 사람으로 어찌하여 이런 비법의 일을 지었는가? 참으로 부끄럽다.” 선생 비구니가 곧 성을 내며 말하였다. “기괴하고 기괴한 일이다. 이 사람은 나의 친척 비구로서 때때로 나를 와서 본다. 그러니 내가 그와 더불어 서로 즐기지 아니하면 누가 다시 그렇게 하겠는가? 이는 우리의 가법(家法)이니, 무슨 괴이한 것이겠는가?” 이와 같이 여러 비구니들이 하나하나 힐문하여 따졌으나, 선생 비구니는 변재가 능하여 하나하나 대답하였다. 여러 비구니가 곧 이 일을 대애도(大愛道)비구니에게 말하니, 대애도 비구니가 즉시 세존께 아뢰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우타이를 불러오너라.” 곧 그가 오니, 부처님께서 우타이에게 물으셨다. “그대가 실제로 그런 짓을 하였느냐?” “사실입니다.”
021_0179_b_02L“이는 나쁜 일이다. 그대는 내가 항상 한량없는 방편으로 범행 닦는 이를 찬탄하고 음욕하는 이를 헐뜯어 꾸짖음을 듣지 못하였느냐? 그대가 어찌하여 그런 짓을 하였느냐? 이는 악하여 착하지 못한 법이다. 이는 법이 아니요 계율이 아니어서 부처의 가르침대로가 아니다. 이로는 착한 법을 크게 키우지 못하느니라.” 그리고는 여러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사위성을 의지하여 사는 비구들을 다 모이게 하여라.열 가지 이익 때문에 여러 비구들을 위하여 계율을 제정한다. 이미 들었던 자들도 다시 들어라. 비구가 만일 한 비구니와 아무도 없는 으슥한 곳에 앉으면 바야제의 죄를 범하느니라.” ‘비구’라 함은 위에서 설명하였다. ‘하나’라 함은 한 비구와 한 비구니이다. 비록 사람이 있어도 미치고 어리석어 마음이 어지러운 이와 자는 사람과 비인(非人)과 축생 등은 실사 이와 같은 사람이 옆에 있어도 이를 사람이 없다고 이른다. ‘아무도 없는 으슥한 곳’이라 함은 궁벽하고 고요한 곳이다. ‘앉았다’ 함은 두 사람이 함께 앉은 것이다. ‘바야제’라 함은 위에서 이미 말하였다.
만일 비구니가 한 비구를 청하여 식사할 때, 한 비구니가 비구와 함께 앉고 한 비구니가 가고 오며 밥을 더 주다가 밥을 더 주는 비구니가 갔으면, 그때 비구는 하나하나의 때를 따라 바야제의 죄를 범한다. 만일 비구니와 앉았을 때는 비구는 그때 응당 일어나야 하고, 일어날 때 잠자코 일어나서 비구니로 하여금 비법의 짓을 하고자 할까 의심치 말게 하여, 응당 말하기를 “내가 일어나고자 합니다”고 말해야 한다. 만일 그 비구니가 묻기를 “어찌하여 일어나려 합니까?”라고 하면, 비구는 응당 “세존께서 계율을 제정하시어 비구니와 함께 앉지 못하게 하였소”하고 대답해야 한다. 만일 그 비구니가 말하기를 “존자여, 앉아 계시오. 내가 일어나겠소”하여, 비구가 그때 앉는 것은 죄가 없다. 사미니와 각도(閣道)의 판등(板등) 위에 앉았을 제 하나하나의 등자 위로 옮겨 앉으면 비구는 그때 하나하나 옮겨 앉을 때 마다 바야제의 죄를 범한다. 만일 사미니 내지 일곱 살이 못되는 이에게도 또한 바아제의 죄를 범한다. 비구가 비구니와 더불어 으슥한 곳에 앉았으면 바야제의 죄를 범한다. 만일 정사의 문이 길쪽으로 향했든지 또는 길 다니는 사람이 끊기지 않았으면 모두 여인에게 설법하는 가운데 있는 것과 같다. 이 죄는 덮어 숨은 곳이어서 드러난 곳이 아니거나 또는 밤이든지 낮이든지 한 사람이고 ‘ 많은 사람이 아니거나 가까이 있고 먼 곳이 아닌 데 있다. 그러기에 말하는 것이다.
021_0179_c_02L부처님께서 사위성에 머무셨는데 자세한 설명은 앞에서와 같으므로 생략한다. 그때 육군비구들이 육군비구니와 더불어 길을 함께 가다가 날이 저물었다. 마을에 이르고자 하여 어떤 못물 가에서 쉬면서 잠잘 곳을 구하였다. 그때 육군비구니 무리들이 육군비구에게 말하였다. “존자들이여, 여기서 기다리면 우리들이 마땅히 마을에 들어가서 잠잘 곳을 찾아보겠습니다.” 그리고는 즉시 마을에 들어가서 잠잘 곳을 구하니, 마침 어떤 집 주인이 편할대로 하라고 말하였다. 육군비구니들이 잠잘 곳을 얻었기에 바로 나가 육군비구들을 맞으면서 말하였다. “존자들이여, 우리가 이미 머물 곳을 얻었으니, 함께 들어가서 편히 쉽시다.” 비구들이 잠잘 곳에 머무르니 육군비구니들이 말하였다. “존자들이여, 우리가 마을에 들어가서 내일 먹을 음식을 권화(勸化)하겠소.” 그리고는 여러 여인들의 처소에 이르러서 말하였다. “비구와 비구니 두 무리의 범행을 닦는 스님들이 함께 이곳에 왔으니 그대들이 내일 먹을 식사와 간식과 발에 바를 기름을 장만하시오.” 여러 여인들이 이 말을 듣고 혹은 한 사람의 공양을 장만하고, 혹은 두 사람의 공양을 준비하는 자가 있어서 여러 여인들이 다 공양을 장만하였기에 그 이튿날 육군비구와 비구니들이 음식을 배불리 먹었고, 나머지는 싸가지고 길을 함께 가면서 말하고 웃고 히히덕거리니, 세상 사람들이 이를 보고 혐오하여 말하였다. “그대들은 저 사문 석자들을 보시오. 다 나이 젊은이로서 같이 머리를 깎은 처지에 마치 음녀같이 서로서로 히히덕거리고 있으니, 이런 이들은 타락한 사람들이니, 무슨 도가 있겠소?”
021_0180_a_02L여러 비구들이 이를 듣고서 세존께 가서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육군비구들을 불러오너라.” 그들이 오니, 부처님께서 육군비구들에게 물으셨다. “그대들이 실제로 그러하였느냐?” “사실입니다.” “이는 나쁜 일이다. 법이 아니요 계율이 아니어서 부처의 가르침대로가 아니다. 이로써 착한 법을 크게 키우지 못한다. 이제부터는 비구가 비구니와 기약하여 길을 함께 가는 것을 허락하지 아니한다.” 또 부처님께서 사위성 바사리에 머무셨다. 여러 비구들이 여름 안거를 마치고 세존께 와서 예근(禮覲)하고자 하니,여러 비구니들이 이를 듣고서 비구들에게 물었다. “여러 대덕이시여, 세존께 가서 예근하고자 하신다니 어느 날 출발하겠습니까?” 여러 비구들이 갈 날을 말하여 주니, 그 비구니들은 여인의 미세한 감정으로 날짜를 계산하여서 먼저 가서 길에서 머물러 여러 비구들을 기다렸다. 여러 비구들이 그들을 보고서 물었다. “여러 누이들이여, 어디로 가는 길입니까?” “기원정사에 가서 세존께 예근하려고 합니다.” 여러 비구들이 이를 듣고서 계율을 범할까 두려워서 비구니들을 버리고 빨리빨리 갔다. 여러 비구니들 가운데 나이 젊은 자는 옷을 걷어붙이고 비구들의 뒤를 따라 빨리 쫓아가지만 여러 비구니 가운데 여위고 늙은 자는 길가는 짝을 놓쳤기에 도적들에게 박탈당하였다. 여러 비구니들이 위의 인연을 대애도(大愛道) 비구니에게 말하니, 대애도 비구니가 즉시 세존의 처소에 가서 머리숙여 부처님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나 위의 인연을 세존께 갖추어 아뢰었다. “여러 비구들이 여러 비구니들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누가 비구니들을 받아들이겠습니까?”
“오늘부터는 무서움을 당할 때에는 비구와 비구니가 길을 함께 가는 것을 허락한다.” 그리고는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사위성을 의지하여 사는 비구들을 다 모이게 하여라. 열 가지 이익 때문에 여러 비구들을 위하여 계율을 제정한다. 이미 들었던 자들도 다시 들어라. 비구가 만일 비구니와 기약하여 길을 함께 가는 것은 다른 때를 제외하고는 바야제의 죄를 범하느니라. 다른 때란 무서움을 당할 때이니라.” ‘비구’라 함은 위에서 말하였다. ‘함께 기약한다’ 함은 오늘이나 내일이나 반 달 뒤나 한 달 뒤를 말한 것이다. ‘길’이라 함은 3유연(由延)이나 2유연이나 1유연이나 1구로사(拘盧舍)를 말한 것이다. ‘다른 때를 제외하고’라 함은 무서움을 당할 때를 제외하고라는 말이니, 세존께서 죄가 없다고 말씀하셨다. ‘무섭다’ 함은 잠깐 동안에 목숨을 쨌기든지 물건을 잃든지 범행을 위반하고자 하는 때이다. 비록 이런 일이 없더라도 잠깐 동안에 목숨을 뺏기고 물건을 잃고 범행을 위반하지 아니할까 의심하는 것이다. ‘바야제’라 함은 위에서 이미 설명하였다.
021_0180_b_02L만일 비구가 비구니와함께 한 길을 갈 적에 한 마을의 중간을 가면 하나의 바야제를 범하고, 만일 공지(空地)여서 마을이 없는데 구로사를 가면 하나의 바야제를 범한다. 만일 비구가 같은 어머니의 자매가 출가한 사람이 있어서 함께 수레와 짝을 따라 가다 수레나 짝이 쉬었다가 떠나갈 때, 비구가 비구니를 불러 “오기를 속히 하여 짝을 놓치지 마시오”라고 말한 자는 바야제의 죄를 범한다. 만일 말하기를 “가시오, 가시오. 자매여, 짝을 놓치지 마시오”라고 하면 죄가 없다. 만일 비구니가 길을 내려가 쉴 적에 비구가 그를 부르며 말하기를 “오시오, 오시오. 자매여”하면, 이를 기약한다고 한다.
그 비구니가 한 발을 들었으면 월비니의 죄를 범하고, 두 발을 들었으면 바야제의 죄를 범한다. 그러나 “가시오. 가서 짝을 놓치지 마시오”라고 말하는 것은 죄가 없다. 비구가 장사꾼과 함께 길을 따라갈 적에 장사꾼이 먼저 마을에 들어갔기에 비구가 길을 물을 곳을 알지 못하다가 비구니를 보고 묻기를 “자매여, 나에게 길을 가르켜 주러 오십시오”하면, 이는 함께 기약한 것이다. 비구니가 오느라고 한 발을 들었으면 월비니의 죄를 범하고, 두발을 들었으면 바야제의 죄를 범한다. 그러나 “가시오. 가서 나에게 길을 가르켜주시오” 하는 자는 죄를 범하지 않는다. 만일 어떤 마을에서 비구에게 공양하기를 청하였을 적에, 그 비구가 단월의 집 있는 곳을 알지 못하다가 비구니를 보고 묻기를 “아무 단월의 집 있는 곳을 압니까? 나에게 그곳을 가르쳐 주러 오십시오” 하면, 이를 기약한다고 하며, 그 비구니가 한 발을 들었으면 월비니의 죄를 범하고, 두 발을 들었으면 바야제의 죄를 범한다. 그러나 “가시오. 가시오. 자매여. 나에게 그 집 있는 곳을 가르쳐 주시오” 하는 것은 죄가 없다. 만일 비구니와 기약하고서 가지 않는 자는 월비니의 죄를 범하고, 기약하지 않고 잠자코 가는 자는 죄가 없고, 함께 기약하여 함께 가는 자는 바야제의 죄를 범한다. 그러나 기약하지 아니하고 가지 아니하는 자는 죄가 없다. 그리고 함께 떠나서 따로 들어가는 것은 월비니의 죄를 범하고, 따로 떠나서 함께 들어가는 것도 월비니의 죄를 범하고, 함께 떠나서 함께 들어가는 것은 바야제의 죄를 범하고, 따로 떠나서 따로 들어가는 것은 죄가 없다. 그러기에 말하는 것이다.
021_0180_c_02L부처님께서 사위성에 머무셨는데 자세한 설명은 앞에서와 같으므로 생략한다. 그때는 길상(吉祥)의 날이어서 이른 새벽에 남녀들이 아기라(阿耆羅) 강 가에 모여서 음식과 기악(伎樂)으로 즐겼다. 그때 육군비구들이 새벽에 일어나서 마을에 들어갈 옷을 입고, 육군비구니들의 처소에 가서 물었다. “오늘이 길상의 날이니 그대들이 음식을 장만하였는가? 우리가 마땅히 함께 아기라 강 가에 나가서 놀아봅시다.” “음식을 바로 장만하겠소. 대덕들은 배를 구해서 나란히 배를 타고 놉시다.” 육군비구들이 즉시 왕가(王家)에 가서 선관(船官)에게 가장 좋은 배를 청하여 여러 가지로 장엄한 배를 타고 즉시 음식을 가져다가 배 위에 두고 육군비구니들과 함께 배를 타고 물결따라 올라가고 내려가며 말을 주고받고 히히덕거리고 웃었다. 세상 사람들이 이를 보고 비난하여 말하였다. “그대들이여, 이 사문 석자들을 보라. 방일하여 도가 없는 것이 세속 사람들이 함께 교류하는 것과 같이하니, 이렇게 타락한 사람들에게 무슨 도가 있으리요?” 여러 비구들이 이를 듣고 그 인연을 세존께 가서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육군비구들을 불러오너라.” 그들이 오니, 부처님께서 육군비구들에게 물으셨다. “그대들이 실제로 그런 짓을 하였느냐?” “사실입니다.” “이러한 짓은 나쁜 일이다. 오늘부터는 비구가 비구니와 더불어 함께 기약하여 배 타고 노는 것을 허락하지 아니한다.”
021_0181_a_02L또 부처님께서 사위성에 머무실 때이다. 그때 아기라 강의 저쪽 언덕에서 두 부의 대중인 비구와 비구니들을 청했다. 그 청을 받아 건너갈 때에 비구니들이 배에 오르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기에, 비구가 혹은 한 사람이 배 하나를 타거나 혹은 두 사람이 배 하나를 타거나 하여서 셋째 배도 넷째 배도 그러하여서 매우 가벼워도 비구니는 싣지 않았다가, 여러 비구들이 다 건너가고 나서야 바야흐로 비구니를 건너게 하였다. 비구니들이 다 건너가고 함께 식사하는 곳에 이르러 법랍의 순서대로 공양을 받았기에, 중간층과 그 아래는 식사할 때가 지나서 다 굶게 되니,대애도 구담미 비구니도 굶었다. 그래서 곧 부처님의 처소에 가서 머리숙여 부처님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나 있었다. 부처님께서 아시면서 일부러 물으셨다. “구담미여, 어찌해서 매우 수척한가?” 대애도 비구니가 곧 위의 인연을 세존께 갖추어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오늘부터는 비구니를 태우고 바로 건너가는 것은 허락한다.” 그리고는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사위성을 의지하여 사는 비구들을 다 모이게 하여라. 열 가지 이익 때문에 여러 비구들을 위하여 계율을 제정한다. 이미 들었던 자들도 다시 들어라. 비구가 비구니와 함께 배를 타고 물을 오르고 내리고 하는 것은, 물을 바로 건너가는 것을 제외하고는 바야제의 죄를 범하느니라.” ‘비구’라 함은 위에서 설명하였다.
‘기약한다’ 함은 오늘이나 내일이나 반 달 뒤나 한 달 뒤를 말한다. ‘바로 건너감은 제의한다’ 함은 세존께서 죄가 없다고 말씀하셨다. ‘바야제’라 함은 위에서 설명하였다. 비구가 비구니와 함께 기약하여 배를 같이 타고 한 마을을 지나면 하나의 바야제를 범하고, 만일 마을이 없는 공지에서 1구로사를 지내면 하나의 바야제를 범한다. 비구가 비구니와 함께 탔던 배가 언덕가에 머물러 있을 적에, 비구니가 그 배에서 내려가 대소변을 볼 때 배가 떠나고자 하기에 비구가 비구니를 부르기를 “누이들이여, 오시오”하면, 이를 기약한다고 하며, 만일 그 비구니가 한 발을 들었으면 월비니의 죄를 범하고, 두 발을 들었으면 바야제의 죄를 범하고, 만일 함께 기약하고서 가지 아니하였으면 월비니의 죄를 범하고, 기약하지도 않고서 가는 자는 죄가 없으며, 함께 기약하여 함께 가는 자는 바야제의 죄를 범하고, 기약하지 않고 가지도 아니한 자는 죄가 없다. 뒤의 4구(句)도 또한 위에서 말한 것과 같다. 그러기에 말하는 것이다.
021_0181_b_02L부처님께서 사위성에 머무셨는데 자세한 설명은 위와 같으므로 생략한다. 그때 승려가 된 지 얼마 아니된 비구가 있었는데, 새롭고 좋게 물들인 옷을 입고 와서 세존의 처소에 이르러 머리숙여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갔다. 그 뒤 7년이 지나서 떨어진 헌 옷을 입고 와서, 세존의 처소에 이르러머리숙여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나 있었다. 부처님께서 아시면서 일부러 물으셨다. “비구여, 그대가 전에 새로 승려가 된 지 얼마 아니되었을 제는 새롭고 잘 물들인 옷을 입고 왔었는데 지금은 어찌하여 떨어진 헌 옷을 입고 왔느냐?” “저는 7년 동안 좋은 옷이 생기면 비구니에게 주었기에 헌 옷 뿐입니다.”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설사 친척 비구가 이렇게 떨어진 헌 옷을 입으면서 좋은 옷이 생기면 친척 비구니에게 주면 그 비구니가 받겠느냐?” “받지 않을 것입니다.” “설사 친척 비구라도 자신이 이렇게 떨어진 현 옷을 입으면서 새것이고 좋은 옷을 친척 비구니에게 주겠느냐?” “주지 않을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오늘부터는 친척이 아닌 비구니에게 옷 주는 것을 허락하지 아니한다.”
또 부처님께서 사위성에 머무셨다. 그때 남쪽에서 어떤 비구가 왔는데 그는 옷과 발우를 많이 가지고 있었다. 그 비구의 누님 한 분이 부처님 법에 출가하였기에 그 비구가 아난 존자에게 말하였다. “나를 보내 주십시오. 누님인 비구니를 보러 가고자 합니다.” 아난은 정이 많은 남자였기에, 그 비구와 같이 비구니의 정사 문 앞에 이르렀다. 그 비구가 다른 비구니에게 물었다. “아무 비구니가 있습니까?” “아무 비구니를 찾는 분은 누구입니까?” “우리는 아난과 아무비구입니다.” “존자여, 조금만 기다리시오.” 곧 걸상과 요를 펴고는 안에 들어가서 문을 반쯤 열고 불렀다. “존자여, 들어와 앉으소서.” 그 비구들이 들어와 앉아서 서로 문신하고서 그 비구니가 곧 나갔다. 그때 그 비구가 아난 존자에게 말하였다. “제가 멀리까지 와서 누님을 보려 하였는데, 누님이 나와 나를 보지 아니하니, 무슨 까닭입니까?” 아난 존자는 상황을 잘 알기에 그 비구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그대의 누님이 나오지 않는 뜻을 아는가?” “모르겠습니다.”
021_0181_c_02L“그대의 누님은 옷이 헤어졌기에 부끄러워서 나오지 못하는 듯하오. 그대에게는 옷이 많이 있는데 어찌하여 주지 않소?”
“세존께서 계율을 제정하시기를 비구니에게 옷을 주지 못하도록 하였습니다.” “그대가 옷을 주시오. 내가 부처님께 가서 마땅히 그대를 위하여 부처님의 허락을 빌겠소.” 아난이 즉시 부처님 처소에 가서 머리숙여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나서 위의 인연을 세존께 갖추어 아뢰었다. “부처님이시여, 친척 비구니에게 옷 주는 것을 허락하여 주소서. “오늘부터는 친척 비구니에게는 옷 주는 것을 허락한다.” 그리고는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사위성을 의지하여 사는 비구들을 다 모이게 하여라. 열 가지 이익 때문에 여러 비구들을 위하여 계율을 제정한다. 이미 들었던 자도 다시 들어라. 비구가 친척이 아닌 비구니에게 옷을 주는 것은 사는 것을 제외하고는 바야제의 죄를 범하느니라.” ‘비구니’와 ‘친척’과 ‘옷’은 위에서 이미 설명하였다. ‘사는 것을 제외하고’라 함은 세존께서 죄가 없다고 하셨다. ‘바야제’라 함은 위에서 말하였다. 위의 서른 가지 일은 비구니의 옷을 취하는 가운데 자세하게 말하였다. 그러기에 말하는 것이다.
021_0182_a_02L부처님께서 사위성에 머무셨는데 자세한 설명은 앞에서와 같으므로 생략한다. 그때에 선생(善生) 비구니는 우타이 존자의 이전의 아내였다. 그래서 옷과 재물을 가져다가 우타이에게 주면서 말하였다. “나를 위하여 옷을 만들어 주십시오.” 우타이가 받아서 옷을 만들고 나서는 남녀가 서로 화합하는 형상을 만들어서 여러 겹으로 개켜서 상자 속에 두었다가 선생 비구니에게 주었다. 선생 비구니가 그를 받아 가지고 정사에 돌아와서 열어 보고는 너무 기뻐하며 여러 비구니들에게 보이며 말하였다. “여러 아이(阿夷)들이여, 보시오. 이것은 우타이 존자가 만든 것으로서 너무나 교묘합니다.” 여러 비구니들이 혐오하여 말하였다. “이것은 숨기고 감추어 두어야 할 물건인데 어찌 드러내 사람들에게 보이는가?” 여러 비구니들이 보고서 대애도 비구니에게 말하니, 대애도가 이 인연을 세존께 가서 아뢰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우타이를 불러오너라.” 그가 오니, 부처님께서 우타이에게 물으셨다.
“그대가 한 것이 사실인가?” “사실입니다.”
“이는 나쁜 일이다. 법이 아니요 계율이아니어서 부처의 가르침대로가 아니다. 이로는 착한 법을 크게 키우지 못하느니라.” 그리고는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사위성을 의지하여 사는 비구들을 다 모이게 하여라. 열 가지 이익 때문에 여러 비구들을 위하여 계율을 제정한다. 이미 들었던 자들도 다시 들어라. 비구가 만일 친척이 아닌 비구니에게 옷을 지어 주는 자는 바야제의 죄를 범하느니라.” ‘비구’와 ‘이웃이 아닌 비구니’라 함은 위에서 설명하였다. ‘옷을 짓는다’ 함은 스스로 마름질하든지 남을 시켜 마름질하는 것이니, 바야제의 죄를 범한다. ‘바야제’라 함은 위에서 이미 말하였다. 친척이 아닌 비구니에게는 옷을 마름질하여 바느질을 해 줄 수 없다. 바느질을 하면 월비니의 죄를 범하고, 옷을 다 만들어 바늘을 뺏으면 바야제의 죄를 범한다. 남을 시켜 옷을 마르는 것도 이와 같다. 그러기에 말하는 것이다.
부처님께서 사위성에 머무셨는데 자세한 설명은 앞에서와 같으므로 생략한다. 그때 어떤 단월이 일찍이 사리불 존자와 대목련 존자와 이바다 존자와 겁빈나존자와 아약교진여 존자들을 청하였으나, 오직 대가섭 존자만이 일찍 청을 받지 못하였다. 그래서 다음날 식사할 시간이 되니, 그가 마을에 들어갈 옷을 입고 발우를 가지고 차례대로 걸식을 행하여 그 집 문앞에 이르렀다. 그때 그 집 단월의 아내가 그를 보고 환희하여, 앞으로 나아가 머리숙여 가섭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나서 말하였다. “여러 대덕 비구들이 오늘 다 모여서 저희 집의 청을 받고 있습니다. 오직 원합니다. 존자께서도 저희들의 청을 받아 주소서.” 그때 대가섭이 생각하기를 ‘이는 현전에서 그들의 청을 받은 것이니, 다시 다른 곳에 가지 않겠다’ 하여, 먼저 그 집안에 들어가 앉았다. 그때 투란난타(偸蘭難陀) 비구니도 걸식을 행하여 그의 집에 이르렀는데, 그 집 뜰에서 단월의 아내가 땅을 쓸고 물뿌리며 그릇을 씻고 여러 가지 공양할 거리를 장만하는 것을 보고서, 그에게 물었다. “우바이여, 그대는 무엇을 하고 있소?”
021_0182_b_02L그때 그 부인이 할 일이 너무 바뻐서 미처 대답을 하지 못하였기에그 비구니가 이와 같이 두번 세번 물어도 대답이 없으니, 투란난타가 말하였다. “그대는 이제 기이한 일을 하여 크게 스스로 교만하기에 거듭 불러도 응답치 아니하는구나.” “저희들이 오늘 여러 대덕 성문인 사리불과 목련 등을 청하여 그 일을 다 힘쓰기 때문에 미처 대답을 못하였습니다.” “그대가 지금 청한 분들은 큰 코끼리 무리 가운데서 큰 코끼리는 취하지 않고 작은 코끼리만 취한 것과 같으며, 큰 새의 무리에서 공작은 취하지 않고 늙은 새만 취한 것과 같소.” 그가 큰 코끼리라 함은 천타(闡陀) 비구와 가류타이(迦留陀夷) 비구와 삼문타달다(三文陀達多) 비구와 마혜사만다(摩醯沙滿多) 비구와 마사만숙(馬師滿宿)비구 및 시자 대덕인 아난 같은 분이다. 그 비구니가 말하였다. “그대가 만일 나에게 청을 부탁하였으면, 내가 마땅히 그대를 위하여 이와 같은 대덕을 청하였을 것이오.” 그때 대가섭 존자가 이 말을 들었기에 크게 기침하여 소리를 내니, 투란난타 비구니가 이를 듣고서 물었다. “이것이 누구의 소리요?” “이는 장로 대가섭이오.”
021_0182_c_02L투란난타 비구니가 곧 찬탄하여 말하였다. “그대가 크게 좋은 이익을 얻었소. 이와 같은 큰 용상(龍象) 대덕을 청하였으니 말이오. 내가 청하였어도 역시 이 장로를 청하였을 것이오.” 그때 대가섭 존자가 이 말을 듣고, 마음이 매우 불쾌하기에 그 비구니에게 물었다. “누이여, 그대가 아까는 ‘작은 코끼리요 늙은 새’라고 말하더니, 이제는 다시 용상의 대덕이라고 말하니, 아까의 말이 진실이면 지금의 말은 허언(虛言)일 것이요, 지금의 말이 진실이면 아까의 말은 허언일 것이니, 두 말 가운데 어느 말이 진실입니까?” 대가섭 존자는 위덕이 존중한 분이기에 이 두 구절로 투란난타 비구니를 힐책하니, 그 비구니가 겁이 나서 문득 달아나다가 땅에 넘어져서 몸에 상처를 입었다. 천타 비구가 그것을 보고 투란난타 비구니에게 물었다. “그대가 누구와 부딛쳤기에 몸에 그러한 상처를 입었소?” 투란난타 비구니가 그에 대답하였다. “내가 대가섭을 뇌란(惱亂)하였소.” “그대가 부딛쳐서는 안 될 분에게 부딛쳤소.”
여러 비구들이 이를 듣고 이 인연을 세존께 가서 아뢰니,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이 가운데 찬탄하지 아니한 것도 오히려 잘못이 있거늘, 하물며 다시 찬탄을 함이겠느냐? 얼마나 잘못인가? 오늘부터는 비구가 비구니가 찬탄한 음식을 먹는 것을 허락하지 아니한다.”
또 아난 존자는 사위성에서 복덕이 있다는 명성을 들었다. 세존께서도 아난을 세 가지 일이 구족하였으니, 성(姓)과 이름과 권속이 성취되었으며, 학문 가운데서 다문제일(多聞第一)이며, 급시(給侍)도 제일이라 하셨다. 그러기에 사위성에서 복덕이 있는 마을들이 새 집을 짓는 곳에는 다 아난을 청하여서, 새 집에 들어갈 때와 머리를 깎을 때와 귀를 뀔 때 등 모든 일에 다 아난을 청하였다. 그때 어느 장자가 아난 존자를 청하여 새 집 지은 모임을 베풀었다. 무엇을 새것이라 하는가 하면, 즉 새로 집을 짓고, 새로 걸상을 만들고, 새로 그릇을 장만하며, 새로 밥을 짓고, 새로 소유(酢油)를 만들고, 새로 며느리를 맞고 새로 옷을 지어 입고, 새로 부채를 가지는 것이다. 아난이 식사할 때에 어떤 걸식하는 비구가 밖에 있었기에 아난이 그 단월에게 말하여 밖에 있는 걸식 비구에게 식사를 대접하게 하니, 그 단월이 아난의 가르침을 받고 환희하면서 그 걸식 비구에게 가지가지의 맛있는 음식을 가져다가 발우 가득히 주었다. 그 걸식 비구가 이 공양을 얻고서 서서 아난이 나오기를 기다렸더니, 아난이 식사를 마치고서 그 단월에게 주원(呪願)하고서 나왔다.
021_0183_a_02L그 걸식 비구가 아난을 보고서 물었다. “존자여, 식사를 하셨습니까?” “먹었습니다.” “식사가 마음에 맞아 좋았습니까?” “그대는 어찌하여 먹지 않고서 나의 식사가 맞느냐, 아니 맞느냐를 묻습니까?” “존자가 잡수신 음식은 비구니가 찬탄한 것이오.” “그것이 사실입니까?” “이러하고 이러합니다.” 아난이 즉시 새 깃으로 목구멍을 쑤셔 다 토해 버렸기에 그날 식사할 시간을 잃어 몸이 수척한 채로 부처님 처소에 가서머리숙여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나 있었다. 부처님께서 아시면서 일부러 물으셨다. “아난아, 그대가 어찌하여 몸이 굶주려 수척한가?” 아난이 즉시 위의 인연을 세존께 갖추어 아뢰니,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물으셨다. “그대가 알고 하였느냐?” “알지 못하였습니다.” “이는 죄를 알았으면 죄가 되고 알지 못했으면 죄가 아니니라.” 여러 비구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어찌해서 그 걸식 비구가 아난으로 하여금 즐겁지 못하게 하였습니까?” “이는 다만 오늘만 아난으로 하여금 즐겁지 못하게 하였을 뿐이 아니다.” 이것은 현조생경(賢鳥生經)에 자세히 말한 것과 같다.
또 부처님께서 사위성에 머무셨다. 그때 장로 비구는 식사할 시간이 이르니, 마을에 들어갈 옷을 입고, 발우를 가지고 사위성에 들어가서 차례대로 걸식을 행하여 오고 가며 굽히고 펴는 위의가 정연하였다. 그때 어느 장자가 말하였다. “훌륭합니다, 대덕이여. 이와 같은 출가한 사람에게 의복과 음식과 병수(病瘦)에 의약을 보시하는 분은 크게 좋은 이익을 얻겠습니다.” 다시 생각하기를 ‘내가 만일 인력(人力)이 있으면 마땅히 이와 같이 출가한 사람에게 공양하겠다’고 하였다. 그때 어떤 비구니가 이 말을 듣고 그 장자에게 말하였다. “장수여, 그대는 음식 값을 내시오. 내가 마땅히 요리를 하겠습니다.” 그 단월은 신심이 있기에 환희하여 곧 음식 값을 주었다. 비구니가 말하였다. “장수여, 그대는 마땅히 비구들을 청하시오.” “나는 누구를 어떻게 청할지 알지 못합니다. 나를 위하여 청해 주시오.” 그 비구니가 즉시 여러 가지 음식을 장만하고서 그 단월에서 말하였다. “장수여, 식사할 것은 이미 장만하였습니다. 그대가 비구의 처소에 가서 ‘식사할 시간이 되었다’고 말하시오.”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알지 못합니다. 비구니께서 나를 위하여 가서 식사 시간이 이르렀다고 말해 주시오.” 그 비구니가 비구들의 처소에 가서 식사 시간이 되었다고 말하여 비구들이 그 단월의 집에 들어와 앉았다. 비구들이 앉기를 마치니, 비구니가 그 단월에게 말하였다. “이 여러 가지 공양할 음식을 그대가 직접 행하십시오.” “아이(阿姨)여, 나를 위하여 음식을 차려 주십시오.”
021_0183_b_02L여러 비구들이 생각하기를 ‘이것은 비구니가 찬탄한 음식이 아닌가?’라고 의심하여 즉시 나오니, 한 사람 두 사람, 나아가 모든 무리들이 다 나왔다. 그 단월이비구니에게 물었다. “여러 존자들이 어찌하여 다 나와서는 다시 돌아오지 않습니까?” “나는 그 까닭을 알지 못하겠소. 그대가 세존의 처소에 가서 이 일을 자세하게 물으면 세존께서 자세히 말씀해주실 것이오.” 그 단월이 즉시 부처님이 처소에 이르러 머리숙여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나서 위의 인연을 세존께 자세히 아뢰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여러 비구들을 불러오너라.” 그들이 오니,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위의 일을 자세히 물으셨다. “그대들이 실제로 그러하였느냐?” “사실입니다, 세존이시여.” “오늘부터는 옛 단월은 제의할 것을 허락한다.” 그리고는 여러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사위성을 의지하여 사는 비구들을 다 모이게 하여라. 열 가지 이익 때문에 여러 비구들을 위하여 계율을 제정한다. 이미 들었던 자들도 다시 들어라. 비구가 만일 비구니의 찬탄한 음식인 줄 알면 옛 단월을 제외하고는 바야제의 죄를 범하느니라.”
021_0183_c_02L‘비구’라 함은 위에서 설명하였다. ‘안다’ 함은 스스로 알든지 남으로부터 들어 아는 것을 말한다. ‘찬탄한다’ 함은 그 덕을 칭미(稱美)하는 것이다. ‘음식’이라 함은 다섯 가지가 있으니, 찐 보릿가루와 국수와 밥과 물고기 요리와 고기 요리이다. ‘옛 단월을 제의한다’ 함은 옛 단월의 공양은 세존께서 죄가 없다고 말씀하셨다. ‘바야제’라 함은 위에서 이미 말하였다. 등공(等供)을 외칠 때에 찬탄하고, 처음 음식을 나눌 때에 찬탄하고, 처음 음식을 먹을 때에 찬탄하고, 먹기를 마치고서 찬탄하고, 청함이 있을 때에 찬탄한다. ‘등공을 외칠 때 찬탄한다’ 함은 음식 나누기를 모두 마치고서 등공을 외칠 때에 다시 다른 비구가 왔기에 비구니가 우바이에게 말하기를 “비구가 더 왔습니다” 하니, 우바이가 말하기를 “훌륭하십니다. 내가 기쁜 마음으로 심부름꾼을 보내 청하여도 오시기 어려운 분인데 어찌 하물며 스스로 오졌겠습니까?”하는 것은 찬탄이라 이르지 아니한다. 비구니가 만일 말하기를 “이분은 아련야에서 걸식하는 분으로 분소의를 입고 풀 자리에 노좌(露坐)합니다” 하면,이러한 것을 찬탄한 음식이라 한다. 그것을 먹는 자는 바야제의 죄를 범한다. ‘음식을 나눌 때’라 함은 처음 음식을 나눌 때에 더 다른 비구가 왔음은 위에서 말한 것과 같다. ‘음식을 먹을 때에 찬탄한다’ 함은 처음 음식을 먹을 때에 더 다른 비구가 온 것도 그러하다. ‘음식 먹기를 마치고 찬탄한다’ 함은 모든 공판(供辦)이 끝났는데 더 다른 비구가 왔을 적에 비구니가 우바이에게 말하기를 “다른 비구가 더 왔습니다” 하니, 우바이가 대답하기를 “훌륭하십니다. 내가 일부러 사람을 보내 청하여도 오시기 어려운 분인데 이제 스스로 오셨습니다” 하는 것은 찬탄한다 할 수 없다. 그 우바이가 말하기를 “마땅히 찐 보릿가루와 떡과 밥을 많이 줍시다”하여, 좋은 음식을 평등하게 주는 것은 찬탄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러나 만일 음식이 적어서 다시 단월에서 말하여 한 움큼의 찐 보릿가루를 더 만들면 바야제의 죄를 범한다.
‘청한다’ 함은 이름을 지정하여 청하는 것이니, 비구니가 단월에게 말하기를 “아무의 대중은 다문(多聞)이고 정진을 잘하니, 마땅히 전부 청합시다”하면, 이는 찬탄식(讚歎食)이요, “아무 무리의 우두머리는 다문과 정진을 잘하니, 이 비구를 위하기 때문에 스무 명을 모두 청합시다” 하면, 그 한 명은 찬탄식이 되지만, 그 나머지의 분은 범함이 아니다. 이와 같은 찬탄식이 있으면 마땅히 바꾸어 먹어야 하고, 먹을 것을 버리고 가서는 아니된다. 만일 비구가 앉은 데가 때묻어 더럽고 깨끗지 못하여 상대가 바꾸어 먹기를 기뻐하지 않으면, 마땅히 생각하기를 ‘이 발우의 음식은 아무비구가 나에게 허락했으니 ’마땅히 먹어야하겠다’고 하는 것은 죄가 없다. 비구니가 만일 우바이에게 말하기를 “존자 누구는길이 청하여 공양하여야 하겠다”하면, 이는 찬탄식이 되지만, 만일 “존자누구는 항상 걸식한다”고 하면, 이는 찬탄식이 아니다. 그러기에 말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