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부처님께서 구살라국(俱薩羅國)에서 유행하고 계셨다. 그때 여러 비구들이 화상과 아사리의 발우를 가지고 먼저 가서 경계 안에 모여 앉아 스승을 기다리면서 의지(依止)를 잃어버릴까 두려워서 경계 밖을 나가지 않았다. 부처님께서는 아시면서도 일부러 물으셨다. “어떤 비구들이 이렇게 모여 앉았느냐?” 여러 비구들이 이 인연을 세존께 자세히 아뢰니,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이것은 의지를 떠난 것이 아니다. 여래가 구살라국 유행을 마치고 사위성에 돌아올 때를 기다려, 나에게 말하여라. 내가 마땅히 여러 제자들을 위하여 의지를 버리는 법을 제정하겠다.”
021_0347_c_02L부처님께서 사위성에 돌아오시니, 여러 비구들이 앞의 인연을 세존께 자세히 아뢰었다. “지금이 바로 그렇게 하실 때입니다. 오직 원하오니, 세존께서 여러 비구들을 위하여 의지를 버리는 법을 제정하여 주소서.”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만일 화상이 목숨을 마쳤을 때에는 의지를 떠난다.” 만일 도를 깨뜨렸을 때와 거갈마를 당했을 때와 화상이 경계 밖을 나가서 갔을 때와 공행 제자가 경계 밖에 나가서 잤을 때, 이를 의지를 떠난다고 한다. 만일 의지하는 아사리가 목숨이 마쳤을 때와 도를 깨뜨렸을 때와 거갈마를 입었을 때와 경계 밖을 나가서 잤을 때와 의지 제자가 경계 밖을 나가 잤을 때와 출가한 지 5년이 되었고 법을 잘 알고 계율을 잘 알면 의지를 떠나게 되니, 이를 의지를 버린다고 한다. 만일 비구가 법을 잘 알지 못하고 계율을 잘 알지 못하면 능히 스스로 서지 못하고 남도 서게 하지 못하니, 이와 같은 비구는 목숨이 다할 때 까지 마땅히 의지하여 살아야 한다. 그러나 비구가 출가한 지 10년이 되었고 법을 잘 알고 계율을 잘 알아 능히 스스로 서고 또한 남도 서게 할 수 있으면, 이와 같은 비구는 남의 의지를 받게 되는 것이니, 이를 화상과 아사리와공행 제자와 의지 제자의 법이라고 한다.
‘사미의 법’이라 하는 것은 다음과 같다. 세존께서는 즐겨 원하는 바는 아니셨지만 부모가 애중(愛重)히 여기셔서 전륜성왕(轉輪聖王)이 되려는 즈음에 임하여 세속의 집을 버리고 출가하신 것 때문에 눈물을 흘렸으며, 또한 라훌라 존자가 출가한 인연도 마땅히 자세히 말하겠다.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이르셨다. “그대가 라훌라에게 가서 그를 제도하여 출가를 시켜라.” 사리불이 말하였다. “제가 어떻게 라후라를 제도하여 출가시키면 되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대가 가서 가르쳐 말하기를 ‘저 라훌라는 부처님께 귀의하고, 법에 귀의하고, 스님께 귀의합니다’라고 이와 같이 세 번 말하게 하고, ‘저 라훌라는 부처님께 귀의하기를 마치고, 법에 귀의하기를 마치고, 스님들께 귀의하기를 마쳐서 목숨이 다 하도록 살생을 하지 않고, 도둑질을 하지 않고, 사음(邪姓)을 하지 않고, 거짓말을 하지 않고, 술을 마시지 않고, 부처님 세존께서 출가하셨으니, 저 라훌라도 부처님을 따라 출가합니다’라고 이와 같이 세 번 말하게 하라. 또한 ‘부처님 세존께서 출가하셨으니, 저 라훌라도 부처님을 따라 출가하여 세속의 옷을 버리고 가사를 입어서 목숨이 다할 때까지 살생을 하지 않는 사미계(沙彌戒)를 가지며, 목숨이 다할 때까지 도둑질을 하지 않는 사미계를 가지며, 목숨이 다할 때까지 음행을 하지 않는 사미계를 가지며, 목숨이 다할 때까지 거짓말을 하지 않는 사미계를 가지며, 목숨이 다할 때까지 술을 마시지 않는 사미계를 가지며, 목숨이 다할 때까지 꽃과 향을 몸에 붙이지 않는 사미계를 가지며, 목숨이 다할 때까지 노래와 춤, 음악을 하는 것을 보고 듣지 아니하는 사미계를 가지며, 목숨이 다할 때까지 높고 넓은 상 위에 앉거나 눕지 않는 사미계를 가지며, 목숨이 다할 때까지 때가 지난 음식을 먹지 않는 사미계를 가지며, 목숨이 다할 때까지 금과 은과 돈을 만지지 않는 사미계를 가집니다’라고 이와 같이 기억하여 가지게 해야 하느니라.”
021_0348_a_02L또 부처님께서 사위성에 머물고 계셨다. 자세한 설명은 앞과 같으므로 생략한다. 그때 아난 존자가 아는 단월의 집이 있었는데 전염병으로 온 집안이 거의 다 죽었고, 오직 어린애 하나만이 살아서 항상 저자의 가게 문 앞에 있으면서 쌀알을 주워 먹으며 살고 있었다.그때 아난 존자가 그곳을 지나가니 어린애가 아난을 보고서 그 뒤를 따라오며 불렀다. “아저씨, 아저씨.” 아난이 이를 듣지 못하고 갔다가 세상 사람들의 비난과 혐오를 샀다. “어째서 사문 석자들은 그의 아버지가 있을 때에는 친하기를 아버지와 자식처럼 하더니, 이제 그의 아버지가 노쇠하여 죽게 되니 돌아보지도 않는가?” 어린애가 따라오며 아난을 부르니, 아난이 돌아보고 알아채어 불렀다.“아들이여, 이리 오너라.” 그때 어린애가 아난의 뒤를 따라와 기원정사로 들어왔다. 부처님께서 이를 보시고서 아시면서도 일부러 물으셨다. “이는 누구의 어린애이냐?”
아난이 앞의 인연을 세존께 자세히 아뢰었다. “이 어린애는 출가할 수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이르셨다. “그대는 어떤 마음을 냈느냐?” 아난이 대답하였다. “자민(慈愍)하는 마음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출가하여도 좋다.” 아난이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어떻게 출가를 시킵니까?” 이는 앞에서 라훌라의 출가에 대한 대목에서 자세히 말한 것과 같다.
021_0348_b_02L또 부처님께서 사위성에 머물고 계셨다. 자세한 설명은 앞과 같으므로 생략한다. 그때 어떤 마하라(摩訶羅)가 출가하여 마을에서 안거를 마치고 세존께 나아가 문안드리려고 열 명의 사미를 데리고 왔다. 그때 세존께서 노처(露處)에 앉아 계시니 마하라가 멀리서 세존을 뵈옵고, 문득 여러 사미들에게 가리키면서 말하였다. “이분이 그대들의 할아버지이시다.” 그때 여러 작은 사미들이 앞을 다투어 부처님께 나아가거나, 또는 부처님의 걸상에 자리를 잡거나, 또는 부처님의 옷을 끌어당기거나, 또는 부처님의 발을 만지고, 또한 부처님의 항아리를 만졌다. 부처님께서는 아시면서도 일부러 물으셨다. “이는 누구의 사미냐?” 그 마하라가 대답하였다. “이들은 저의 사미들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대는 어째서 이렇게 많은 사미들을 제도하였느냐? 오늘부터는 여럿을 기르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한 명을 기르거나 많으면 세 명까지만 기르는 것을 허락한다.” 만일 대덕 비구로서 많은 사람의 존중을 받아도 마땅히 말해서 다른 이에게 주어야 한다. 말하기를 “내가 다른 사람이 있음을 압니다만 다만 아사리의 밑에서 경의 법을 받아 외우며 닦아 배움을 증장케 하고자 하여 아사리께 드립니다”라고 마땅히 말하고서다른 이에게 주어 가르침을 받게 해야 한다. 만일 여러 사미를 기르면 월비니의 죄를 범하는 것이다.
또 부처님께서 사위성에 머물고 계셨다. 자세한 설명은 앞과 같으므로 생략한다. 그때 어떤 비구가 한 사미를 데리고 친척을 뵈러 고향에 가는 길에 광야를 지나는데 어떤 비인(非人)이 용(龍)으로 화하여 오른쪽으로 사미를 돌면서 꽃을 사미 위에 뿌리면서 찬탄하여 말하였다. “훌륭합니다. 크게 선한 이로움을 얻었습니다. 세속의 집을 버리고 출가하였으니 금과 은과 돈을 잡지 마십시오.” 비구가 친척의 집에 이르러 인사하고서 돌아오려 할 때, 친척 부인들이 말하였다. “그대가 이제 돌아가려면 길이 멀고 궁핍한 것이 많을 것이니, 이 돈을 가지고 가서 필요한 물건들을 사서 쓰시오.” 사미는 그 돈을 받아 입은 옷 위에 붙들어 매고서 갔다. 오는 중도에 비인은 사미가 돈을 가지고 비구의 뒤에서 오는 것을 보고 다시 용으로 화하여 왼쪽으로 사미를 돌면서 사미의 위에 흙을 끼얹으며 말하였다. “그대는 선한 이로움을 잃었소. 출가하여 도를 닦으면서 돈을 붙잡고 다닙니까?”
그 사미가 문득 울음을 터트리자 비구가 돌아보면서 사미에게 물었다. “그대가 어찌하여 우느냐?” “저는 죄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이유없이 괴롭습니다.” “그대가 붙잡은 것이 있느냐?” “이 돈을 가지고 왔습니다.” “그 돈을 버려라.” 그리하여 사미가 돈을 버리니, 비인이 다시 전과 같이 공양하였다. 비구가 이 인연을 세존께 가서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오늘부터는 사미가 금과 은과 돈을 가지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만일 비구가 사미를 시켜 처음으로 금과 은과 돈을 붙잡게 하는 자는 월비니의 죄를 범한다. 그러나 만일 사미가 먼저 돈 등을 잡는 것을 본 뒤에 잡게 하는 것은 죄가 없다.
021_0348_c_02L또 부처님께서 사위성에 머물러 여러 천신들과 세상 사람들의 공양을 받았음은 앞에서 자세히 말하였다. 그때 대목련 존자가 전두(專頭) 사미와 함께 식후에 염부제(閻浮提)의 아뇩(阿褥) 큰 못 위에서좌선하고 있었다. 그때 전두 사미가 아뇩 못가의 금모래를 보고 문득 생각하였다. “내가 이제 마땅히 이 모래를 담아 가서 세존의 물항아리 아래에 두어야겠다.” ‘대목련 존자가 좌선에서 깨어나서 즉시 신족(神足)으로써 허공을 타고 돌아왔으나 그때 전두 사미는 비인에게 붙잡히게 되었다. 그때 목련이 돌아보면서 사미에게 어서 오라고 부르니, 사미가 대답하였다. “저는 허공을 타고 갈 수가 없습니다.” 목련이 물었다. “그대가 가진 것이 있느냐?” 그 사미가 대답하였다. “이 금모래를 가졌습니다.” 목련이 말하였다. “그대는 마땅히 금모래를 버려라.” 그래서 금을 버리니, 그 사미도 즉시 허공을 타고 갈 수 있었다. 여러 비구들이 이 인연을 세존께 자세히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오늘부터는 사미가 금과 은과 돈을 만지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또 부처님께서 가유라위국(迦維羅衛國)의 니구율수(尼拘律樹) 석씨정사에 계실 때이다. 여러 단월들이 공양을 베풀어 스님들께 식사 대접을 할 때에 어떤 사미가 그 가운데서 새를 쫓고 파리 떼를 쫓으면서 남은 밥과 채소와 과일과 풀 열매를 주워서 먹고 있으니, 그때 여러 어머니들이 인정이 많아 그를 불쌍하게 여겨 이를 보고서 말하였다. “사문 석자들은 자비심이 없어서 먹을 것이 평등하지 못하구나. 송아지를 길러도 먼저 젖을 주고 뒤에 젖을 짜는데 이제 비구들은 이 작은 아이를 기르면서도 혼자 먹고 그에게 주지 않으니, 이렇게 이치에 벗어난 사람에게 무슨 도가 있겠는가?” 여러 비구들이 이 인연을 세존께 갖추어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오늘부터는 출가한 사람에게 먹는 것을 마땅히 평등하게 주어라.”
021_0349_a_02L‘사미의 법’이라고 하는 것은 다음과 같다. 사미에는 세 가지 구분이 있으니, 하나는 7세로부터 13세까지이니 새를 쫓는 사미라고 하고, 둘째는 14세부터 19세까지이니 이를 법을 감당할 만한 사미라 하고, 셋째는 20세 이상으로 70세까지이니 이를 명자(名字) 사미라고 일러서 이 세 가지 사미를 다 사미라고 한다. 그때 우바리 존자가 때를 알고 세존께 여쭈었다.
“사미에게 어떻게 안거의 옷을 나누어 줍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만일 비구의 뜻을 얻으면 마땅히 반이나 3분의 1을 주어야 하느니라.” ‘비구의 뜻을 얻는다’고 하는 것은 계를 잘 지키고 능히 청정한 일을 하는 것이다. 우바리가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어떻게 사미에게 때 아닌 때의 옷을 나누어 줍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평등하게 주어라.” 만일 사미가 많은 옷을 얻어 비법(非法)을 지을 것이 두려워서 버리는 자에게는 반을 주든지 3분의 1을 주어야 한다. 만일 저의 화상이나 아사리가 “평등하게 주라”고 하면 그 사미는 다른 도리가 없고 마땅히 스승의 말을 따른다. 죽은 사람의 옷을 나누어 주는 것도 이와 같으니, 이를 사미의 법이라고 한다.
(109) 발우의 법 부처님께서 시리만다라(尸利曼茶羅)의 숲에 머물고 계셨다. 성불하신지 오래지 않은 때였다. 그때 장사하는 사람이 있었으니, 하나는 제예부사(帝隸浮裟)라 이르고, 하나는 발리가(跋梨伽)라고 이르니, 마땅히 자세히 말하겠다. 그들은 보릿가루와 꿀을 가지고 세존께 나아갔다. 세존께서 생각하셨다. ‘과거의 모든 여래ㆍ응공ㆍ정변지께서는 손으로 음식을 받았을까, 그릇으로 음식을 받았을까?’ 이런 생각을 하자, 그때 사대천왕이 각기 황금 발우를 가지고 와서 세존께 받쳤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이와 같은 황금 발우는 받을 수 없을 뿐 아니라 모든 보배 발우는 다 받을 수 없다.” 그러자 각기 돌 발우를 가지고 왔다. 부처님께서 다시 생각하셨다. ‘만일 발우 하나만 받으면 여러 천왕이 기뻐하지 않을까 염려된다.’ 그래서 즉시 네 개의 발우를 다 받아서 왼손에 겹쳐서 두고 오른손으로 어루만져서 합하여 하나의 발우로 만들어서 4제(際)가 나타나게 하였다. 부처님께서는 발우를 받으시고서 장사하는 사람의 보릿가루와 꿀을 받으시고 자세히 서원을 말씀하시니, 그때 장사하는 사람들이 너무 기뻐서 앞으로 나아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원컨대 손톱이나 머리털을 주십시오. 돌아가서 사당을 세우겠습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곧 손톱과 머리털을 깎으시어 그에게 주어 탑을 세우게 하셨다.
021_0349_b_02L또 부처님께서 손파백토(孫婆白土)의 마을에 계실 때이다. 그때 손파(孫婆)라는 천신(天神)이 와서 부처님의 처소에 이르러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가운데는과거 모든 여래ㆍ응공ㆍ정변지께서 여기의 토기 발우를 쓰셨습니다. 오직 원하오니, 세존께서는 여러 비구들이 토기 발우를 쓰도록 허락하소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오늘부터는 토기 발우를 쓰는 것을 허락한다.”
또 부처님께서 사위성에 계실 때이다. 그때 어떤 비구가 법예(法豫)라는 도공의 처소에 이르러서 말하였다. “장수여, 나를 위하여 발우를 만들어 주시오.” 법예가 그때 좋은 토기 발우를 만들어 색깔이 금과 같이 하여 비구에게 주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금색으로 토기 발우를 만드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법예가 다시 은색으로 토기 발우를 만들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은색으로 토기 발우를 만드는 것도 허락하지 않는다.”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오늘은 재일(齋日)이니, 법예 우바새를 불러서 목욕시키고 깨끗한 옷을 입고 포살을 받게 하여라.” 그때 우바새가 목욕하고 깨끗한 옷을 입고 와서 부처님의 처소에 이르러서 포살을 받았다. 세존께서는 흙이 있는 곳을 보이시면서 말씀하셨다. “그대가 이 흙을 아느냐? 이와 같이 화합하고, 이와 같이 치고[打], 이와 같이 반죽하고, 이와 같이 짓고, 이와 같이 구워서 발우를 만들어야 한다. 구워서 발우를 만들고는 세 가지의 빛을 내야 하니, 하나는 공작새의 목구멍 같은 색이요, 둘째는 비릉가(毘陵伽)새와 같은 색이요, 셋째는 집비둘기 같은 색이니라.”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발우를 구울 때에는 마땅히 잘 살펴 이와 같은 색을 내야 하느니라.”
또 부처님께서 사위성에 머물러 계셨다. 그때 어떤 비구가 우바시바국(優婆尸婆國)의 흙으로 구운 발우를 가지고 와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발우를 허락하시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쓰는 것을 허락한다.” 이와 같이 가치야국(迦稀耶國)에서도 발우를 가져 왔기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쓰는 것을 허락한다.” 북쪽 지방의 비구가 붉은 발우를 가지고 와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이 발우를 쓰기를 허락하시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쓰기를 허락하지 않는다.”
021_0349_c_02L또 부처님께서 사위성에 머물러 계셨다. 다섯 가지 일의 이익 때문에 여래ㆍ응공ㆍ정변지께서 5일마다 한 번씩 여러 비구들의 방을 돌아보시다가 어떤 비구가 손을 떠는 것을 보셨다. 부처님께서 아시면서도 일부러 물으셨다. “비구야, 그대는 편안하고 즐거운가?”
“세존이시여, 저의 손이 떨려서 발우를 들다가 땅에 떨어뜨려서 발우가 깨졌습니다. 그 때문에 즐겁지 못합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오늘부터는 모든 비구가 쇠 발우를 쓰는 것을 허락한다.” 쇠 발우를 쓸 때에는 마땅히 발우를 만들어 화로에 구워야 하고, 구울 때에는 마땅히 아마륵(阿摩勒)의 씨와 거다라(佉陀羅)의 씨와 거마(巨摩)와 대나무 뿌리를 써서 구워야 한다.
또 부처님께서 왕사성에 계실 때이다. 그때 아사세왕이 새로운 강당을 크게 짓고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강당의 잘못된 점을 누가 알 것인가? 오직 여러 사문 석자들은 총명하고 지혜로우니 능히 이 강당의 잘못된 점을 알 것이다.’ 또 생각하였다. ‘내가 직접 여러 비구들을 불러와서 이 강당을 보게 할 수는 없다. 마땅히 모임을 베풀어 곳곳에 사람을 두어 그들의 말을 가만히 들어봐야겠다.’ 그때 여러 비구들이 들어오는데 어떤 비구가 말하였다. “이 강당은 매우 좋지만 오직 한 모서리가 약간 내려앉은 것이 한 겉보리 정도이다.” 또 어떤 비구가 말하였다. “이 강당은 매우 좋지만 오직 각도(閣道) 위의 처마[戶楣]와 현판[額]이 너무 내려왔다. 그런 까닭에 왕과 왕족들의 여러 가지 털로 만든 장식물들과 부채와 일산들이 평행(平行)하게 드나들 수 없다.”
021_0350_a_02L그때 어떤 마하라 비구가 땅에 끊어 버린 재목들이 있는 것을 보고 생각하였다. ‘이렇게 좋은 것으로 발우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비구는 식사를 마치고 돌아갔다. 그때 여러 사람들이 왕에게 각각 자기의 소견을 아뢰니, 아사세왕이 즉시 기술자를 불러 줄로 재어 보니, 그 비구들 말이 틀림없었다. 그래서 왕이 즉시 기술자에게 칙명을 내려 고치게 하였다. 그리고 왕은 마하라의 말이 생각나서 아마 여러 비구들이 발우가 필요할 것이라고 여겨, 즉시 기술자를 불러서 나무 발우를 만들어서 가지가지의 음식을 발우 가득히 담게 하고, 또 토기 발우와 쇠 발우를 가져다가 음식을 가득 담아서 사람을 시켜 보내서 세존께 받들어 올렸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나무 발우를 쓰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것은 나무 발우는 때를 타서 더럽혀지기 쉽고, 또한 외도의 표지(標識)이기 때문에 수용하지 않았다. 이 가운데서 청정한 것은 세존께서 받으셨고,청정하지 않은 것은 받지 아니하셨다.
또 부처님께서 왕사성에 계실 때이다. 그때 아사세왕은 비사리(毘舍離)의 이차(離車)들과는 원한이 없었다. 그때 남쪽 나라의 장사하는 사람이 일단(一段)의 보석들을 가지고 와서 왕에게 바쳤다. 아사세왕이 이를 얻고서 생각하였다. ‘이 보배는 여러 외삼촌이 원하는 것이다.’ 그리고 사람을 보내 이차들에게 보내주니 이차들이 이를 얻고서 생각하였다. ‘이 보배는 나누어 가질 수 없구나.’ 그리고 그 보석들을 창고에 넣어 두었다. 이차들이 어느 날 창고에 갔다가 그 보석들을 보고서 생각하였다. ‘이 보석으로 그릇을 만들어 석가라장(釋伽羅漿)을 마셔야 하겠다.’ 그리고 곧 보석을 다듬는 기술자를 불러와서 그릇을 만드니, 그 그릇이 우연히 발우의 모양과 같았다. 이차들이 생각하였다 ‘이는 출가한 사람이 쓰는 그릇이라서 세속 사람이 쓰기에는 마땅치 않으니, 마땅히 살차니건자(薩遮尼楗子)에게 주어야겠다.’ 또 어떤 이는 말하였다. “자자니건(姊子尼健)에게 주어야 한다.”
또 어떤 이는 말하였다. “이 보배 그릇을 어찌하여 술 마신 뒤 찌꺼기나 먹는 나귀에게 주겠는가? 마땅히 세존께 드려야 한다.” 그리하여 여러 사람들의 의견이 각각 동일하지 않기에 여러 사람의 의견에 따라 전하기로 하였는데, 부처님께 드려야 한다는 이가 많아서 부처님께 드리기로 정하였다. 여러 사람들이 말하였다. “우리들이 빈 발우를 부처님께 드릴 수가 없으니, 마땅히 그 그릇을 장엄하게 꾸며야 한다.” 즉시 작은 보물들로 그 그릇을 가득히 담아서 보배 그릇[寶籠]에 넣어 두었고, 또한 토기 발우와 쇠 발우를 가져다가 여러 가지 음식을 담아서 세존께 받들어 바쳤다. 부처님께서 여러 이차들에게 말씀하셨다. “이 보석 발우는 마땅히 받을 수 없으며, 이 가운데에 있는 작은 보물들과 보배 그릇도 또한 받을 수 없다. 철 발우와 토기 발우는 허락한다. 보배 발우는 허락하지 않는다. 청정한 것은 마땅히 받지만 청정하지 않은 것은 받을 수 없다. “이차들이 곧 보배 발우를 가지고 돌아가서 여럿이 의논하니, 어떤 이가 말하였다. “이 보배 발우는 마땅히 자자니건에게 주어야 한다.”
021_0350_b_02L또 어떤 이는 말하였다. “그는 술 마시고 남은 찌꺼기나 먹는 나귀이니, 이 보배 그릇과 작은 보물들을 줄 수 없다. 마땅히 끈으로 주머니를 얽어서 빈 발우를 담아서 주어야 한다.” 그리하여 끈으로 얽은 주머니에 빈 발우를 담아서 사람을 시켜 보내주었다. 그때 이차 가운데 자자니건을 믿고 존경하는 이가먼저 니건에게 가서 이 일을 갖추어 말하였다. “저들이 빈 발우를 보내오면 절대로 받지 마시오.” 그래서 발우가 오자, 자자니건이 말하였다. “이것은 빈 발우이니 받을 수 없고 삼끈으로 얽은 주머니도 받을 수 없다. 그리고 먼저 구담 사문에게 준 뒤에 나에게 주었으니 마땅히 받을 수 없다. 내가 이제 받는 것은 오직 한 가지의 경우뿐이다. 만일 나이 젊은 이차들의 혀[舌]를 끊어서 소금을 발라 기름에 튀겨 발우 가득히 담아 가지고 오면 내가 마땅히 받겠다.” 심부름을 하는 이가 돌아와서 여러 이차들에게 자세히 말하니, 여러 이차들이 말하였다. “이는 자자니건의 마음에 원한과 상처가 있어서 그렇게 말한 것이다. 그러니 보내주자.”
그렇게 보내주면 받지 않고 돌려주기를 세 번이나 되풀이하여도 그의 말이 다르지 아니하였다. 여러 이차들이 말하였다. “이는 기이한 일이다. 우리가 후의(厚意)로 그에게 주는데 그가 도리어 원한과 분노를 내는구나.” 그리하여 즉시 사람을 보내서 몽둥이로 쳐서 죽였다. 여러 비구들이 이 인연을 세존께 자세히 아뢰었다. “어찌하여 살차니건자가 혀를 잘못 놀려 몸을 해쳤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는 다만 오늘에만 혀를 잘못 놀리다가 몸을 망친 것이 아니다.” 이는 거길라본생경(擧吉羅本生經) 가운데 자세히 설해져 있고, 전다리조생경(顚多利鳥生經) 가운데 설해져 있고, 별생경(鼈生經) 가운데 설해져 있고, 앵무생경(鸚鵡生經) 가운데 설해져 있는 것과 같다.
021_0350_c_02L또 부처님께서 사위성에 계실 때이다. 그때 어떤 비구가 발우 가운데에 칸막이를 하고서 여러 음식을 담았다. 부처님께서 아시면서도 일부러 물으셨다. “비구야, 그대가 발우 가운데에 무엇들을 담으려는 것이냐?” 그 비구가 대답하였다. “세존이시여, 이 가운데의 한 곳에는 밥을 담고, 한 곳에는 국을 담고, 한 곳에는 고기와 나물을 담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대는 여러 가지 맛에 탐착하는구나. 오늘부터는 발우 가운데에 칸막이를 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만일 발우 가운데에 칸막이를 하는 자는 월비니의 죄를 범한다. 그러나 떡으로써 칸막이를 하고 밥으로써 칸막이를 하는 자는 죄가 없느니라.” 또 어떤 비구가 설익은 발우의 밥을 먹고서 토하였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마땅히 볶아서 먹어야 한다. 마땅히 아마륵(阿摩勒)의 씨로 볶고, 거타라(巨陀羅)의 씨로 볶고, 거마(巨摩)와 대나무 뿌리로 볶아야 하느니라.” 그때 여러 비구들의 발우 밑이 다하였다.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발우 밑에는 마땅히 만다라(曼茶羅)의 받침을 두어야 하느니라.”
그때 여러 비구들이 금과 은과 보물로 받침을 만드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마땅히 금과 은으로 받침을 만들어서는 안 되고, 마땅히 붉은 구리와 흰 납과 아연과 주석으로 받침을 만들어야 하느니라.” 그때 여러 비구들이 통(通)으로 발우를 둘러 덮으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발우를 다 둘러 덮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매우 큰 것은 발우 테두리에서 네 손가락 정도이고, 매우 작은 것은 시사(尸舍) 나무의 잎과 같이 하여야 하느니라.” 여러 비구들이 만다라 위에 새와 짐승의 형상을 만들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만다라 위에 짐승의 형상을 만드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만일 발우의 받침을 만드는 자는 모나게 하든지 둥글게 하든지 만다라의 법이어야 한다. 만일 발우에 만다라가 없으면 발우를 땅에 놓아서는 안 된다. 만다라가 없는 발우를 땅에 놓는 자는 월비니의 죄를 범한다. 그러므로 마땅히 발우를 가지 위, 또는 나뭇잎 위, 또는 풀 위에 놓아야 한다. 만일 발우에 만다라를 두었으면 땅에 놓아도 죄가 없다. 그리고 발우 밑에 만다라를 칠한 자는 땅에 두어도 죄가 없다. 그리고 아래로 내려가 물 뿌린 땅에 발우를 두어도 죄가 없다. 그러나 발우를 정지하여 땅에 두는 것은 월비니의 죄를 범하는 것이니, 이를 발우의 법이라 한다.”
021_0351_a_02L (110) 죽의 법 부처님께서 사위성에 머물러 계셨다. 그때 난타(難陀)의 어머니와 우바사다라(優婆斯茶羅)의 어머니가 반달에 세 번씩 포살을 받았으니, 8일과 14일과 15일이 있다. 포살하는 날에 먼저 음식을 장만하여 비구들에게 공양한 뒤에 스스로 먹었으며, 다음날 다시 포살을 하였다. 밥을 지을 때에 가마솥에서 밥이 끓어 오르기에 밥의 물을 스스로 마셨더니, 몸 안에 바람기가 없어지고 묵은 밥이 소화되는 것을 깨달았기에 시장기를 느껴 밥을 먹고서 생각하였다. ‘아사리는 하루 한 끼만 먹는 사람이니 마땅히 죽을 잡수셔야겠다.’ 그리고 물을 많이 붓고 쌀을 조금 넣고 합해서 끓였다. 뒤에 후추와 필발(蓽藜)을 넣었으며, 죽이 끓은 뒤에 항아리에 가득 담아 가지고 기원정사에 나가서 부처님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한쪽으로 물러서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오직 원합니다. 세존이시여. 여러 비구들이 죽을 먹는 것을 허락하소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오늘부터는 죽을 먹는 것을 허락한다.”
그날 어떤 단월이 기원정사에서 스님께 공양을 올리니, 여러 비구들이 마음에 의심을 냈다. ‘세존께서 계율을 제정하시어서 처처식(處處食)을 하지 못하게 하셨다. 그런데 우리들이 어찌 정(淨)을 지어서 먹겠는가?’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죽이 처음 가마솥에서 나올 때에 그어 보아서 글자를 이루지 못하면 이는 처처식이 아니요, 별중식(別衆食)이 아니요, 만족식(滿足食)이라 할 수 없다. 그러나 만일 죽이 처음 가마솥에서 나올 때에 그어 보아서 글자를 이루게 되면 처처식이라 하고 별중식이라 하고, 또는 만족식이라고 한다.” 그때 세존께서 게송을 설하여 서원을 말씀하셨다.
계를 지켜 청정한 사람을 받들고 공경하여 때를 따라 죽을 보시하면 수행하는 이에게 열 가지 이익으로 이롭게 하여 얼굴빛과 힘과 목숨이 즐겁고 말이 맑게 나오며 숙식(宿食)과 바람기가 없어지고 기갈(飢渴)이 사라지니, 이를 약이라 하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네, 사람과 하늘에 나서 항상 즐거움을 받으려면 마땅히 죽을 여러 스님들께 베풀어야지.
021_0351_b_02L 또 부처님께서 구살라국을 유행하시다가 점점 나아가 가제흠(呵帝欽) 바라문의 마을에 도착하신 일을 자세히 말하겠다. 또한 그 바라문의 수레에 멥쌀과 콩과 호마(胡麻)와 소(酥)와 기름과 석밀을 싣고 세존을 따르면서 6월 중에 공양하는 사람이 없을 때를 기다려서 그가 마땅히 공양을 하겠다고 하였다. 부처님께서 세상에 계실 때에는 백성들이 신심으로 환희하였으므로 공양을 베푸는 이가 많아서 전식과 후식이 도무지 비는 날이 없었기에 세존께서 사위성에 돌아오실 때에 그 바라문이 심부름꾼을 보내 뒤쫓아오면서 공양을 올릴 때가 되면 속히 돌아와 알리라고 하였다. 그때 그 바라문이 아난 존자에게 물었다. “세존께서 내일 어느 문을 통해 사위성으로 나가십니까?” “바라문이여, 그대가 무엇 때문에 그것을 묻습니까?” “나에게 있는 쌀과 콩을 뿌려서 부처님과 비구들이 진흙을 밟지 않고 그 위를 걸어가시게 하기 위해 그러합니다.” “바라문이며, 내가 부처님께 묻고 돌아오기를 기다려 주십시오.”
그때 아난 존자가 이 인연을 세존께 갖추어 아뢰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난아, 누가 일찍이 그를 교화하여 그의 공양을 받은 일이 있느냐?” “사리불 존자입니다.”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물으셨다. “그대가 일찍이 그의 공양을 받았느냐?” “세존이시여, 일찍이 그의 한 끼 공양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대가 그를 교화한 이라면 그 바라문에게 가서 말하기를 ‘내일 스님들을 위하여 죽을 쑬 수 있느냐?’라고 하여라.” 사리불이 즉시 그에게 가서 설법을 하고는, 그에게 물었다. “여러 스님들을 위하여 죽을 쑬 수 있습니까?” 그 바라문이 말하였다. “내가 쌀과 콩을 땅에 펴서 부처님과 스님들이 흙을 밟지 않고 그 위를 지나가시게 하고자 하였는데 죽을 쑤는 일을 어찌 못하겠습니까?” 그리고 곧 밤을 새워서 여러 가지 죽들, 즉 소(酥) 죽과 우유 죽과 기름 죽과 낙(酪) 죽과 어육(魚肉) 죽을 장만하였으며, 새벽에 부처님과 비구들이 가서 앉으니, 바라문이 손수 죽을 돌렸다. 부처님께서 아시면서도 일부러 물으셨다. “쌀을 어느 곳에 두었느냐?” “이곳에 두었습니다.” “죽을 어느 곳에서 쑤었느냐?” “이곳에서 쑤었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안에서 묵힌 쌀도 허락하지 아니하며, 안에서 쑨 죽도 허락하지 아니하며, 다른 청정한 죽만을 허락한다. 그러므로 이 죽은 허락하지 않는다.”
또 부처님께서 구살라국을 유행하시어 고석(故石) 바라문의 마을에 이르셨다. 그때 이발사인 마하라 부자(父子)가 출가하여 이 마을에 살고 있었다. 그때 마하라는 세존께서 오신다는 말을 듣고서 아들에게 말하였다. “네가 이발하는 기구를 가지고 마을에 들어가서 머리를 깎아주고 쌀과 콩과 소(酥)와 기름과 석밀을 구하여 오너라. 세존께서 이르시면 마땅히 여러 가지 죽을 장만하겠다.” 그러자 아들이 곧 마을로 들어갔다. 마을의 여러 사람이 물었다. “그대가 머리를 깎아 주고 무엇을 얻으려 하느냐?” “나는 쌀과 콩과 소와 기름과 석밀이 필요합니다.” 마을 사람들이 다시 물었다. “그것들을 어디에 쓰려 하느냐?” “내일 세존께서 오신다기에 마땅히 여러 가지 죽을 쑤어 올리려 합니다.”
021_0351_c_02L그때 마을의 여러 거사들이 이 말을 듣고서 신심으로 환희하여 그것들을 갑절이나 더 주었기에 곧 그것들을 가지고 돌아왔다. 세존께서 그 마을에 이르시니 마하라가 손수 여러 가지 죽을 쑤었고,그 이튿날이 되어 부처님과 비구들이 좌정(坐定)하자 마하라가 손을 씻고 몸소 죽을 돌렸다. 부처님께서 아시면서도 일부러 물으셨다. “비구야, 이것이 무슨 죽이냐?” 마하라가 대답하였다. “세존이시여, 제가 본래 세속의 집에 있을 때부터 여러 비구들을 공양하면서 항상 생각하기를 ‘어느 때에 마땅히 내 손으로 세존께 공양을 올려 볼까?’ 하였는데, 이제 이 죽을 쑤게 되었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어느 곳에서 쌀을 구했느냐?” “어린 아들이 객으로 있으면서 머리를 깎아 주고 얻었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안에서 묵힌 것도 허락하지 않고 안에서 끓인 것도 허락하지 않으며, 스스로 끓인 것도 허락하지 않고, 객으로 있으면서 머리를 깎아 주고 얻은 것도 허락하지 않으며, 다른 청정한 죽으로써 정(淨)을 지어 먹는 것은 허락한다.”
또 부처님께서 앙구다라국(鴦求多羅國)을 유행하고 계셨다. 그때 계니야(鷄尼耶) 나계범지(螺髻梵志)가 세존께서 오신다는 말을 듣고서 여러 가지 죽들, 즉 소죽과 호마죽과 우유죽과 낙죽과 기름죽과 어육죽을 만들어 가지고서 부처님과 비구들이 좌정하기를 기다려 손수 죽을 돌리니, 여러 비구들이 마음에 의심을 냈다. ‘세존께서 계율을 제정하시어서 처처식을 하지 못하게 하셨다. 그러므로 우리들이 어떻게 정을 지어 먹겠는가?’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만일 죽이 처음 가마솥에서 나왔을 때 그어 보아서 글자를 이루지 못하는 것이면 어육의 죽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모든 죽을 허락한다. 이는 처처식이 아니요, 별중식이 아니며, 만족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만일 비구가 걸식할 때에 밥이 아직 안 되었으면 쌀뜨물을 먹게 하는 것은 죄가 없다. 다만 밥만 취해서 먹게 하는 것은 별중식이라 하고, 처처식이라 하고, 만족식이라 하니, 이를 죽의 법이라고 한다.
021_0352_a_02L (111) 떡의 법 부처님께서 사위성에 머물러 계셨다. 세존께서 4개월에 한 번씩 머리를 깎으셨는데, 머리를 깎을 때에 세상 사람들이 여러 가지 떡을 가지고 와서 세존을 뵈었다. 그때 어떤 바라문이 부인에게 물었다. “집에 떡을 만들 거리가 있습니까?” “있습니다. 멥쌀 두 말과 기름 네 되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어디에 쓰려는 것입니까?” “사문 구담이 오늘 머리를 깎는데 여러 사람들이다 떡을 가지고 가오. 그러니 부인께서 빨리 떡을 만드시오. 나는 친구를 따라가서 사문 구담에게 공양하겠소.” 그 부인이 떡을 다 만들자 바라문이 떡을 그릇에 담고 깨끗한 수건으로 위를 덮어 가지고 갔다.
그때 세존께서 대중에게 둘러싸여 계셨으니, 국왕과 대신과 찰제리와 바라문과 열여덟의 큰 마을의 촌장들이 다 모여 있는 가운데 계셨다. 그 바라문이 이를 보고 의심하고 두려워서 감히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홀로 한 곳에 있으면서 생각하였다. ‘사문 구담이 일체지(一切智)를 가지고 일체를 보신다고 하니, 항상 세간을 보시어서 보지 않는 것이 없고, 알지 못하는 것이 없을 것이다. 만일 세간을 비추어보신다면 나도 또한 세간이니, 마땅히 내 마음을 알아보실 것이다.’ 부처님께서 그 바라문의 마음속의 생각을 아시고 곧 멀리서 그 바라문을 불러오게 하니, 그 바라문이 왔다. 부처님께서 아시면서도 일부러 물으셨다. “바라문아, 그대의 그릇 속에 무엇이 들어 있느냐?” “이것은 떡입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그 바라문에게 말씀하셨다. “그 떡을 여러 스님들께 하나하나 돌려라.” 그 바라문이 대답하였다. “이 대중은 5백 명인데 지금 떡이 매우 적어서 다 돌리지 못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대는 다만 돌리기만 하여라.”
그 바라문이 곧 떡을 돌려서 사람마다 하나씩 돌려도 떡이 모자라지 않았고, 또한 세 번을 돌며 돌려도 떡이 조금도 모자라지 않았다. 그때 바라문이 생각하였다. ‘사문 구담은 큰 신통의 힘이 있구나. 이렇게 적은 양의 떡으로 5백 명의 대중에게 세 번을 돌며 돌려도 오히려 모자라지 않는구나.’ 부처님께서 그 바라문의 마음에 기쁨이 가득함을 아시고 그에게 알맞게 설법하여서 이익과 즐거움을 가르쳐 보이시니, 그 바라문이 곧 수다원(須陀洹)의 도를 얻었다. 여러 비구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어찌해서 그 바라문은 적은 인연으로 큰 과보를 얻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는 단지 오늘만의 적은 인연으로 큰 과보를 얻은 것이 아니라, 과거의 세상에서도 이미 일찍이 그러하였느니라.” 이는 본생경(本生經) 가운데 말한 것과 같다.
021_0352_b_02L‘떡’이라 하는 것은 대맥떡과 광맥떡과 소맥떡과 쌀떡과 콩떡과기름떡과 소(酥)떡과 마후라(摩喉羅)떡과 발파륵(鉢波勒)떡과 우이(牛耳)떡과 바리사(波利斯)떡과 추도(芻徒)떡과 만저라(曼抵羅)떡과 환희환(歡喜丸)과 육(肉)떡 등이니, 이러한 일체를 다 떡이라고 한다. 육(肉)떡과 빈다(賓茶)떡을 제외하고, 나머지 일체의 떡은 별중식이 아니요 처처식이 아니고 만족식이 아닌 것을 떡의 법이라고 한다.
(112) 야채의 법 부처님께서 남산빈두(南山頻頭)의 큰 읍에 머물고 계셨다. 그때 두 우바이가 있었으니, 하나는 사바거(娑婆居)라 하고, 또 하나는 차파능(叉波能)이라 하였다. 그들은 채소를 익히는데 마치 고기 같은 맛을 내는 기술이 있었다. 그들이 좋은 야채를 익혀 여러 비구들에게 바치니, 비구들이 그것을 받지 않고 마음에 의심과 뉘우침을 냈다. ‘세존께서 계율을 제정하시어서 처처식을 하지 못하도록 하시었다. 그러므로 우리들이 어떻게 정을 지어서 먹겠느냐?’ 그리고 앞의 일을 세존께 자세히 아뢰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모든 야채는 처처식이 아니고, 별중식이 아니고, 만족식이 아니니라.” ‘야채’이라 하는 것은 마른 야채와 무와 파와 호박 등이니, 이와 같은 것을 모두 나물의 법이라고 한다.
(114) 장(漿)의 법 부처님께서 왕사성에 머물러 계셨다. 그때에 우가리(優伽梨) 거사가 큰 보시로서 코끼리와 말과 노비(奴婢) 각각 5백을 보시하였다. 이와 같은 많은 보시가 있자, 여러 비구들이 오래된 장(漿)을 마시고서 취해 혼절하였다. 이 인연을 세존께 갖추어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오늘부터는 변질된 장[壞漿]을 마시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021_0352_c_02L또 부처님께서 남산의 빈두(頻頭) 바라문의 마을에 계실 때이다. 그때 빈두 바라문의 마을에서 바라문 거사가 절회(節會)의 날에 음식을 서로 대접하였다. 그때 세존께서 식사할 시간이 되어,마을에 들어가실 옷을 입으시고 발우를 가지시고 마을에 들어가서 걸식을 하셨다. 그때 마왕(魔王) 파순(波旬)이 생각하였다. ‘사문 구담이 마을에 들어와 걸식을 하는구나. 내가 마땅히 마을에 먼저 가서 저 사람들의 마음을 미혹(迷惑)시켜 먹을 것을 주지 않도록 해야겠다.’ 그때 세존께서 마을에 들어가 걸식하는데 두루 돌아다녀도 얻는 것이 없기에 빈 발우로 나와서 한 나무 아래에 이르러 앉았다. 그때 마왕 파순이 생각하였다. ‘사문 구담이 걸식을 하여 두루 돌아다녀도 얻는 것이 없으니, 내가 이제 마땅히 가서 그의 뜻을 흔들어 어지럽게 해야겠다.’ 그리고 곧 부처님 처소에 이르러서 한쪽에 서서 이렇게 말하였다. “사문 구담이여, 마을에 들어가 걸식을 하소서. 마을에 들어가면 마땅히 뜻밖의 여러 가지 좋은 음식을 얻을 것이오.” 그때 세존께서 파순을 위하여 게송을 설하셨다.
그때 마왕 파순은 갑자기 나타나지 않았고, 그날 세존께서는 식사할 시간을 놓치시고 말았다. 여러 비구들이 이를 듣고 먹은 이는 먹은 것을 뉘우쳤고, 반쯤 먹은 이는 먹는 것을 정지하였으며, 아직 먹지 않은 이는 먹기를 그만두었다. 그때 부처님과 비구들이 식사 시간을 놓쳤다는 사실을 사문과 바라문들이 듣고서 곧 5백 병(甁)의 석밀을 가져다가 세존께 바쳤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물로써 청정하게 하고서 받으라.” 그리하여 병든 비구나 병들지 아니한 비구가 다 먹을 것을 얻었다.
021_0353_a_02L또 부처님께서 이기사하(梨耆闍河) 물가에 계실 때이다. 세존의 발우와 비구의 발우가 함께 노처(露處)에 있었다. 그때 원숭이들이 돌아다니다가 나무 중간에 벌이 없는 익은 꿀이 있는 것을 보고 와서 세존의 발우를 취하니, 여러 비구들이 이를 막았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막지 말라. 이들은 악한 뜻이 없다.” 그러자 원숭이들이 문득 부처님의 발우를 가져다가 꿀을 취해서 세존께 받쳤다. 그러나 세존께서 받지 않으시고 물로 청정하게 하기를 기다리시니,원숭이들이 부처님의 뜻을 알지 못하고 벌레가 있다고 부르시는가 하여 돌아가면서 보니, 발우 끝에 흐르는 꿀이 있었다. 이에 가지고 물가에 이르러 발우를 씻어서 물을 발우에 뿌리고 가지고 돌아와서 부처님께 바치니, 부처님께서 그것을 받으셨다. 부처님께서 받으시니 원숭이들이 크게 환희하여 날뛰며 춤추다가 구덩이에 떨어져서 목숨을 마쳤다. 그때 여러 비구들이 곧 게송을 설하였다.
열 가지 힘을 가지신 세웅(世雄)이 진림(榛林)에 계시니 부처님 발우와 스님들 발우가 노처에 있네. 들짐승이 덕을 심어 뜻과 지혜 있기에 잘 익은 벌 없는 꿀을 보고서 바로 가서 세존의 발우를 취하니, 비구들이 그를 막았으나 부처님께서 허락하지 앉으셨고 발우에 꿀을 담아 와서 부처님께 올리니 여래가 그들을 자민(慈愍)하시어 받으셨네.
그들이 기쁜 마음으로 춤을 추다가 발이 구덩이에 빠져 목숨을 마쳤네. 그러나 33천(天) 위에 났다가 다시 내려와 출가하여 아라한을 이루네.
021_0353_a_11L心悅歡喜卻行儛, 腳跌墜坑而命終,
卽生三十三天上, 下生出家成羅漢。
또 부처님께서 앙구다라국을 유행하고 계셨다. 그때 계니야 나계범지가 세존께서 오신다는 말을 듣고서 여러 가지 장을 장만하여 세존을 기다렸다가 세존께서 오시니, 여러 가지 장을 부처님과 스님들께 바쳤다. 여러 비구들이 마음속으로 의심을 했다. ‘세존께서 계율을 제정하시어서 변질된 장[壞漿]을 마시지 못하게 하셨다. 그러니 우리들이 어찌 마시겠는가?’ ‘그리하여 여러 비구들이 이 인연을 세존께 자세히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장을 마시는 것을 허락한다.”
021_0353_b_02L장에는 열네 가지가 있으니, 어떤 것을 열네 가지라 하는가? 첫 번째는 암라(奄羅)의 장이요, 두 번째는 구리(拘梨)의 장이요, 세 번째는 안석류(安石榴)의 장이요, 네 번째는 전다(癲多)의 장이요, 다섯 번째는 포도(葡萄)의 장이요, 여섯 번째는 바루사(波樓沙)의 장이요, 일곱 번째는 누루주(樓樓籌)의 장이요, 여덟 번째는 파초과(芭蕉果)의 장이요, 아홉 번째는 계가제(罽伽提)의 장이요, 열 번째는 겁파라(劫頗羅)의 장이요, 열한 번째는 파롱거(波籠渠)의 장이요, 열두 번째는 석밀의 장이요, 열셋 번째는 가리타(呵梨陀)의 장이요, 열넷 번째는 거피리(佉披梨)의 장이니, 이를 열네 가지의 장이라고 한다. 맑은 것 일체는 마시는 것을 허락한다.그러나 술 빛으로 변하고, 술 맛으로 변하고, 술 냄새로 변한 것 모두는 마시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만일 장을 가지고 오는 자는 마땅히 정을 지어야 한다. 그릇 밑에 남은 물이 있으면 정을 지었다고 이르고, 비가 그릇 가운데 떨어져도 정을 지었다고 이르며, 그릇을 씻다가 남은 물이 있어도 정을 지었다고 이르며, 수레에 실은 석밀이 비를 맞았어도 정을 지었다고 하고, 배에 실은 물이 쏟아졌어도 정을 지었다고 하고, 정인이 손을 씻은 물이 쏟아져도 정을 지었다고 하니, 이를 장의 법이라고 한다.
(115) 소비라(蘇毘羅) 부처님께서 교살라국(橋薩羅國)을 유행하고 계셨다. 그때 사리불 존자가 풍병이 동했다. 여러 비구들이 이 인연을 세존께 자세히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마땅히 무슨 약을 써야 하느냐?” 여러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소비라장이 필요합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 약을 복용함을 허락한다.”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여래가 교살라국을 유행하고서 사위성에 돌아오기를 기다려서 나에게 말하여라. 내가 마땅히 여러 제자들을 위하여 소비라장의 법을 제정하겠다.” 유행을 마치고 돌아오시자, 여러 비구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께서 먼저 번에 말씀하시기를 ‘사위성에 돌아올 때에는 마땅히 여러 비구들을 위하여 소비라장의 법을 제정하겠다’고 하셨으니, 지금이 바로 그때입니다.”
021_0353_c_02L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소비라의 장을 만드는 법은 보리를 취하여 가볍게 찧고 보리수염과 흙을 떨어버리고 머리를 깨지지 않게 하고 물로써 일곱 번을 깨끗이 일어서 깨끗한 그릇에 담고, 소비라의 장을 놓을 때에 동쪽에도 두지 말고 북쪽에도 두지 말고 마땅히 남쪽이나 서쪽의 바람 길이 통하는 곳에 두어서 냄새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탑원 가운데 두지 말고 드러나는 곳에 두지 말아서 마땅히 으슥한 곳에 두어야한다. 가리륵(呵梨勒)과 비혜륵(鞞醯勒)과 아마륵(阿摩勒)과 후추[胡椒]와 필발(蓽廢) 등을 이와 같은 비례로 하여 진수약들을 가운데 두고 깨끗한 천으로 위를 덮고 노끈으로 닭의 발처럼 나무 뚜껑 위를 매어 둔다.
소비라의 장을 받을 때는 장의 많음과 적음에 따라 물 가운데 녹인 뒤에 마셔야한다. 물을 주어 녹이지 않고 마시면 월비니의 죄를 범한다. 보리의 머리가 터지지 않으면 때와 때 아닌 때에 마실 수 있고, 만일 보리의 머리가 터졌으면 때에는 마셔도 되지만 때 아닌 때에는 마셔서는 안 되니, 이를 소비라장의 법이라고 한다.
(116) 갈마가 아님 부처님께서 사위성에 머물고 계셨다. 그때 첨파에 사는 비구들이 함께 살면서도 화합하기 못하여 서로 다투고 시비하여 한 비구가 한 비구의 잘못을 들어 말하였다. “내가 장로의 잘못을 거론하겠소.” 그리고 두 비구가 두 비구의 잘못을 거론하고, 여러 비구가 여러 비구의 잘못을 거론하였다. 여러 비구들이 이 인연을 세존께 자세히 아뢰었다. “첨파의 비구들에게 비법이 생겼습니다. 어째서 한 사람이 한 사람의 잘못을 거론하고, 두 사람이 두 사람의 잘못을 거론하고, 많은 사람이 많은 사람들의 잘못을 거론합니까?”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네 가지의 갈마가 있느니라. 무엇을 네 가지라고 이르느냐? 여법하면서도 화합하지 않는 갈마가 있고, 여법하여서 화합하는 갈마가 있으며, 비법이면서도 화합하는 갈마가 있고, 비법이어서 화합하지 않는 갈마가 있느니라.
021_0354_a_02L손타라난타(孫陀羅難陀)와 새로 염색한 것과 이곳에서 거갈마를 하고 다른 곳에서 버리는 것과 개안림(開眼林)과 외도에 출가한 것과 함께 기약하는 것과 공정상(空靜想)과 소하(蘇河)와 선법강당(善法講堂)과 사자장군(師子將軍)과 아들과 이차(離車) 동자와 네 명의 싸우는 사람과 누각 위와 돌을 굴리는 것과 온천(溫泉)과 음녀와 삼바차(三婆蹉)와 기름을 찾는 것과 식사를 맞이하는 것과 병자를 간호하는 것과 새의 고깃덩이와 도적의 고깃덩이와 돼지의 고깃덩이와 여인을 차는 것과 보릿가루를 가는 것과 송아지를 놓아먹이는 것과 아내를 버린 마하라와 벽을 격한 것과 포살과 두 가지 소비라(蘇毘羅)의 장(漿)과 벽돌과 똥과 걸식과 울수(鬱訓)이니라.”
‘손타라난타’라고 하는 것은 다음과 같다. 부처님께서 바라내성(婆羅奈城)에 머물고 계셨다. 그때 손타라난타가 지다라계발정사(枳陀羅屍鉢精舍)에 있으면서 초야(初夜)와 후야(後夜)에 경행 좌선하고, 새벽에 일어나 가부좌를 틀고 앉기를 오래하여 몸이 기울어져서 드러누우니 성기가 드러나 있었지만 잠들어 있었기에 깨닫지 못하였다. 그때 바라내성에 음탕한 자매 2인이 있었으니, 하나는 가시(加尸)라 하고, 또하나는 반가시(半加尸)라고 하였다. 밤에 성 밖에 나가서 원림(園林) 속에서 여러 소년들과 같이 애욕의 법을 행하고 새벽에 다시 성 안에 들어갈 때, 길을 지나다가 반가시가 손타라난타 비구의 성기가 일어남을 보고 언니에게 말하였다. “내가 저 비구와 함께 음욕의 일을 하고 싶습니다. 언니여, 조금만 나를 기다려 주시오.” 그러자 가시가 대답하였다. “이분은 아라한이어서 이미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이 다 없는 분이니, 음욕의 일을 즐기지 아니할 것이다. 너는 듣지 않았느냐? 석종인 손타라난타는 잘 생기고 단정한 아내가 있지만 그녀를 버리고 출가하였다고 함을 듣지 못했느냐?” 반가시가 대답하였다. “그렇지 않을 것이오. 다만 나를 기다려 주시오.”
그리고 곧 손타라난타에게 가서 성기의 위에 올라가 세속의 법을 지으니, 손타라난타 비구가 잠에서 깨어나서 반가시를 발로 차서 땅에 쓰러뜨려 다섯 군데가 깨지고 상처가 났으니, 두 팔꿈치와 두 무릎과 이마 위 등이었다. 반가시가 즉시 일어나서 옷의 흙을 털고 언니가 있는 곳에 가서 언니에게 말하였다. “그 비구가 나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소.” “내가 이미 너에게 말하지 않았느냐? 이제 누구를 원망하겠느냐?” 손타라난타 비구는 의심이 들어 이 인연을 여러 비구들께 말하니, 여러 비구들이 말하였다. “그대는 바라이 죄를 범하였소.” 손타라난타 비구가 대답하였다. “나는 아라한이기 때문에 그때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였습니다.” 여러 비구들이 이 인연을 세존께 자세히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 비구는 이미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을 제거하였다. 이는 아라한이기에 죄가 없다.” 이와 같이 계율을 마치니, 이를 손타라난타라고 한다.
021_0354_b_02L (117) 새로 염색하는 것 부처님께서 사위성에 머물고 계셨는데 자세한 설명은 앞과 같으므로 생략한다.
그때 어떤 비구가 식사할 시간에 되니, 마을에 들어갈 옷을 입고 발우를 가지고 사위성에 들어가서 차례대로 걸식을 하다가 어떤 집에 이르렀다. 그 집의 여인이 새로 염색한 옷을 입었는데 앉음새가 바르지 못하여 여자의 그것이 드러났다. 그 비구가 이를 보고서 음욕의 마음이 일어나서 곧 그 여인에게 말하였다. “누이여, 색깔이 너무 붉습니다.” 그 여인이 대답하였다. “이것은 새로 염색을 하였소.” ‘그 비구는 의심이 들어 이 인연을 세존께 자세히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대가 그때 무슨 마음으로 한 말이냐?” “그것을 보고 음욕의 마음으로 한 말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한 비구를 보내서 그 여인이 그 뜻을 알았는지 물어봐야겠다.” 비구가 곧 여인에게 가서 물었다. “누이여, 어떤 비구가 여기에 온 적이 있습니까?” “있었습니다.”
“그 비구가 와서 무슨 말을 하였습니까?” “내가 새로 염색한 옷을 입고 앉았는데 그 비구가 말하기를 ‘너무 붉다’고 하기에, 내가 말하기를 ‘아사리가 말한 것과 같이 새로 염색한 옷을 입었기에 그렇습니다’라고 말하였습니다.” 그때 비구가 이 인연을 세존께 갖추어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뜻[義]을 알아도 의미[味]를 알지 못하면 투란차의 죄를 범하고, 의미를 알지만 뜻을 알지 못하여도 투란차의 죄를 범하고, 의미를 알고 뜻을 알았으면 승가바시사의 죄를 범하고, 뜻을 알지 못하고 의미를 알지 못하면 월비니의 죄를 범한다.” 이와 같이 계율을 마친다. 이를 새로 염색한 옷이라고 한다.
(118) 다른 곳에서 거갈마를 함 그때 어떤 비구가 한 곳에서 머물 때에 승단에서 거갈마를 지어 주고 나자 그가 다른 곳의 승단에 가서 이렇게 말하였다. “장로여, 내가 거갈마를 받았는데 내가 이제 수순의 법을 행하여 마음이 유연해졌습니다. 그러므로 승단에서 저에게 거갈마를 버리게 하여 주소서.” 여러 비구들이 즉시 거갈마를 버리도록 해주었다. 거갈마를 버리도록 하고나서 물었다. “장로여, 그대가 무슨 일 때문에 거갈마를 받았습니까?” 그 비구가 대답하였다. “장로여, 승단에서 이미 나에게 거갈마 버리도록 해 주었는데, 나에게 다시 물어 무엇하겠습니까?”
021_0354_c_02L여러 비구들이 이 인연을 세존께 자세히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 비구가 말한 대로이다.승단에서 거갈마를 버리도록 해 줄 때에는 마땅히 먼저 물어야 한다. 만일 묻지 않고 거갈마를 버리게 하였으면 다시 물어서는 안 된다. 그대들이 어찌하여 다른 곳의 승단에서 거갈마를 지었는데 이곳의 승단에서는 거갈마를 버렸느냐? 만일 다른 곳의 승단에서 거갈마를 지었는데, 이곳의 승단에서 거갈마를 버리게 하는 자는 월비니의 죄를 범하는 것이다.” 만일 비구가 거갈마를 받고 다른 곳에 이르렀으면 마땅히 이렇게 말해야 한다. “장로여, 내가 거갈마를 받았는데 수순의 법을 행하여 마음이 유연해졌습니다. 나를 위하여 거갈마를 버리게 하소서.”
그러면 승단에서 마땅히 묻는다. “장로여, 그대가 무슨 일로 거갈마를 받았습니까?” 그가 만일 “내가 잘못한 일이 없는데도 거갈마를 받았소”라고 말하면 승단에서 마땅히 말한다. “장로여, 그대가 잘못한 일이 없는데도 거갈마를 받았습니까? 내가 그대와 함께 법식과 미식을 하겠소.” 그가 만일 “잘못한 일이 있어서 거갈마를 받았소”라고 말하면, 승단에서 마땅히 말한다. “장로여, 그대가 저곳의 승단에 돌아가서 거갈마를 버리도록 하시오.” 만일 저곳의 승가람이 비었거나 만일 죽었거나 만일 도를 파괴하거나 만일 다른 곳에 가도 도무지 스님이 없을 때에는 승단에서 마땅히 이렇게 물어야 한다. “그대가 무슨 일로 거갈마를 받았습니까?” 그는 이렇게 대답해야 한다. “내가 이 일 때문에 거갈마를 받았으나 이제 마음이 유연해져서 허물을 보아 수순의 법을 행하여 마땅히 거갈마를 버려주소서.” 이와 같이 계율을 마친다. 이를 다른 곳에서 거갈마를 받았다고 한다.
021_0355_a_02L (119) 개안림 그때 세존께서 비구니가 아련야에 있는 것을 막지 않았기에 그때 대애도 구담미(瞿曇彌)가 5백 명의 비구니와 더불어 개안림 가운데서 좌선하였는데 모두 석가종족의 여자, 마라족[摩羅]의 여자이고 리차비족[離車]의 여자로 출가 하였는데, 여인이 다 나이가 젊고 단정한 이들이었다. 초야에서 좌선할 때에 음탕한 젊은이들이 와서 여러 비구니들을 능멸하고 핍박하려 하니, 비구니들이 각기 신족(神足)을 써서 벗어났다. 이와 같이 하여 중야와 후야에 다시 좌선하는데, 그 젊은이들이 다시 왔다. 그때 잠자지 않고 있던 영리한 비구니들은 다시 신족을 써서 갔지만 잠을 자고 있어 이를 알지 못한 비구니들은 곧 젊은이들의 능멸과 핍박을 받아 의심이 생겼다. 다른 비구니들이 그 비구니들에게 말하였다.
“그대들은 바라이 죄를 범하였소.” 그 비구니들이 대답하였다. “나는 음욕의 즐거움을 느끼지 않았고 이와 같은 일을 나는 알지 못합니다.” 그러자 여러 비구니들이 이 일을 대애도에게 말하였고, 대애도가 이 인연을 세존께 자세히 아뢰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들은 아라한인 비구니로서 이미 음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을 없애서 음욕의 즐거움을 느끼지 않았다. 그러므로 죄가 없다.” 이와 같이 계율을 마치니, 이를 개안림이라고 한다.
(120) 외도에 출가함 부처님께서 가유라위(迦維羅衛)의 석씨정사에 머물고 계셨다. 그때 어떤 비구가 식사할 시간이 되자, 마을에 들어갈 옷을 입고 가유라위성에 들어갔다. 그때 외도에 출가한 여인의 이름이 손타리(孫陀利)였는데, 그는 나이 젊고 얼굴이 단정한 이로서 새로 염색한 옷을 입고 세 갈래의 지팡이를 들고 손에 군지(軍持:물병)를 잡고 가게 앞을 지나가고 있었다. 어떤 비구가 그 여인을 보고서 음욕의 마음이 나서 그 여인의 뒤를 따라갔는데, 어떤 새로 새끼를 난 암소가 뿔로 그 비구를 받아서 그 여인의 위에 넘어졌다. 그때 그 비구가 마음에 의심이 생겼다. 여러 비구들이 이 인연을 세존께 자세히 아뢰었다. 부처님께서 그 비구에게 물으셨다. “그대가 그때 무슨 마음이 있었느냐?” “음욕의 마음이었습니다.” 부처님께서 다시 물으셨다. “소가 뿔로 받을 적에 그대는 무슨 마음이었느냐?” “공포심뿐이었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음욕의 마음일 때에는 공포의 마음이 없고, 공포의 마음일 때에는 음욕의 마음이 없느니라.” 그리고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음욕의 마음으로 여인의 뒤를 따라가면 걸음걸음이 월비니의 죄를 범하는 것이니라.” 이와 같이 계율을 마친다. 이를 외도의 출가라고 한다.
021_0355_b_02L (121) 함께 기약함 부처님께서 사위성에 머물러 계셨다. 그때 어떤 비구가 식사할 시간이 되니, 마을에 들어갈 옷을 입고 발우를 가지고 사위성에 들어가서 차례대로 걸식을 행하여 어떤 집에 이르렀다. 어떤 여인이 그 비구에게 말하였다. “음욕의 일을 하려고 왔습니까?” 그 비구가 대답하였다. “우리 비구의 법에는 그런 일을 할 수 없소.” “만일 음욕의 일을 하지 않으면 내가 마땅히옷을 찢고 몸에 상처를 내면서 크게 부르짖기를 ‘이 비구가 강제로 나를 끌어 눕히고 음욕을 행한다’고 소리치겠소.” “내가 정사에 갔다가 돌아오기를 기다려 주시오.” 그러자 그 여인이 말하였다. “당신은 사문 석자이니 거짓말을 하지 않을 것이오. 반드시 마땅히 오십시오.” “그렇게 하겠소.” 그리고 그 비구가 이 인연을 세존께 자세히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는 비법의 말이다. 마땅히 들어서는 아니 될 것을 이미 들었고, 마땅히 허락하여서는 아니 될 것을 이미 허락하였으니, 마땅히 여러 비구들을 데리고 함께 가거라.” 곧 여러 비구들을 데리고 그곳에 가서 말하였다. “누이여, 내가 왔습니다.” 그 여인이 말하였다. “아사리에게 예를 올립니다[和南].” 이와 같이 계율을 마친다. 이를 함께 기약한다고 한다.
(122) 공정한 생각[空靜想] 부처님께서 사위성에 계실 때이다. 그때 어떤 비구가 홀로 나무 아래 앉아서 공정(空靜)한 생각을 하였고 ‘내가 아라한의 도를 얻었다’라고 하니 다른 비구들이 이 말을 듣고 말하였다. “장로여, 그대가 실답지 못하게 스스로 남보다 뛰어난 법을 얻었다고 일컬으니, 이는 바라이죄를 범한 것입니다.” 그 비구가 대답하였다. “나는 스스로 남보다 뛰어난 법을 얻었다고 일컬은 적이 없소. 내가 나무 아래 홀로 앉아서 공정(空靜)한 생각을 하여 아라한의 도를 얻었다고 말했을 뿐이오.” 여러 비구들이 이 인연을 세존께 가서 아뢰니, 부처님께서 그 비구에게 물으셨다. “그대가 실제로 남보다 뛰어난 법을 얻지 못했으면서도 남보다 뛰어난 법을 얻었다고 일컬었느냐?” “세존이시여, 제가 스스로 남보다 뛰어난 법을 얻었다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홀로 나무 아래 앉아서 공정(空靜)한 생각을 하고 아라한을 얻었다고 말했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렇게 공정(空靜)한 생각으로 남보다 뛰어난 법을 얻었다고 일컬은 이는 투란의 죄를 범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계율을 마친다. 이를 공정(空靜)한 생각이라고 한다.
021_0355_c_02L (123) 소하(蘇河) 부처님께서 비사리성에 머물고 계셨다. 그때 비구들이 모여서 한 곳에 있었다. 그때 대목련 존자가 이렇게 말하였다. “내가 무색계정(無色界定)에 들어서 소하의 용과 코끼리가 소하의 물을 마시고귀를 터는 소리를 들었소.” 여러 비구들이 말하였다. “이러한 법이 없소. 무색계의 정에 들었으면 일체의 색상(色想)을 뛰어넘거늘 어떻게 소리를 듣는가? 그대는 허황된 거짓말을 하니, 마땅히 거갈마를 행해야 한다.” 그리고 즉시 비구들을 모았다. 부처님께서 신족(神足)을 타고 공중으로부터 오셔서 아시면서도 일부러 물으셨다. “그대들은 무엇을 하느냐?” 여러 비구들이 앞의 인연을 세존께 자세히 아뢰고, 또한 그의 말이 허황되고 참되지 못하기에 거갈마를 짓겠다고 하니,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목련은 실제로 무색계의 정을 얻었다. 다만 나가고 들어오는 모양을 잘 알지 못한다. 이는 정에서 나왔을 때에 듣는 것이오, 정에 들어서 듣는 것이 아니니라.” 그리고 부처님께서 목련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마땅히 잘 분별하여 알아야 한다.” 이와 같이 계율을 마친다. 이를 소하라고 한다.
(124) 강당 부처님께서 사위성에 머물러 계셨다. 그때 여러 비구들이 모여 한 곳에서 함께 의논하였다. “선법(善法) 강당의 기둥이 서까래를 버텼는가, 아닌가?” 목련 존자가 말하였다. “서까래를 버텼소.” 어떤 출가한 지 얼마 안 된 비구는 말하였다. “버티지 않았소. 몇 개가 나란히 버티지 않은 것이 털처럼 많습니다.” 곧 신족의 비구를 보내서 버티었는가, 버티지 않았는가를 보게 하였더니, 그 비구가 돌아와서 말하였다. “버티지 않았습니다. 얼마쯤 나란히 버티지 않은 것이 털만큼 많이 있으니, 버티지 않은 겁니다.”
021_0356_a_02L여러 비구들이 목련에게 말하였다. “선법 강당의 기둥이 버티었는지, 버티지 않았는지를 알지 못하면서 어째서 버텼다고 말하는가? 그대가 허황되게 거짓말을 하니, 마땅히 거갈마를 행해야 하겠소.” 그리고 곧 스님들을 모아 거갈마를 행하려 하였다. 부처님께서 신족을 타고 공중으로부터 오셔서 아시면서도 일부러 물으셨다. “여러 비구들아, 그대들이 무슨 일들을 하느냐?” “대목련 존자가 버티지 않은 것을 버티었다고 허황되게 거짓말을 하기에 거갈마를 행하려 합니다.” 부처님께서 출가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비구에게 물으셨다. “그대는 어떻게 버티지 못한 것을 아느냐?” 출가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비구가 대답하였다. “세존이시여, 제가 일찍이 선법 강당에서 좌선을 하고 있었습니다.” 부처님께서 대목련에게 말씀하셨다. “그대가 어찌하여 스스로 보지 않았는가? 그대는 마땅히 사실을 살펴야 했다.”
이와 같이 계율을 마친다. 이를 선법의 강당이라고 한다.
(125) 사자 장군(師子將軍) 부처님께서 비사리성에 머물고 계셨다. 그때 아사세왕이 비사리의 리차비족[離車]들과 더불어 원한이 있었다. 그래서 아사세왕이 네 종류의 군사를 이끌고 리차비족을 치고자 하니, 그때 비사리의 사자 장군이 왕의 군사가 진격하고자 한다는 사실을 듣고서 대목련의 처소에 가서 물었다. “존자여, 누가 이기겠습니까? 왕이 이기겠습니까, 내가 이기겠습니까?” “왕이 이기겠습니다.” “무슨 징조가 있습니까?” “내가 보니, 두 나라의 비인(非人)들이 서로 싸우는데 왕의 비인이 이겼기에 왕도 또한 이길 것입니다.”
사자 장군이 이를 듣고 곧 나라에서 5백 명의 건장한 청년들을 모집하여 놓고, 모인 사람들에게 말하였다. “우리들이 장부답지 못하게 죽는 것보다 차라리 사내대장부로서 불구덩이에 들어가서 살지 않겠는가?” 그러자 모집된 사람들이 대답하였다. “차라리 대장부로 살아서 권속들을 건지겠습니다.” 그때 아사세왕은 대목련의 말을 들었기에 이길 것을 자신하며 두려워하지 않고 서서히 항하(恒河)를 따라 올라가서 강을 건널 때, 사자 장군은 아사세왕이 진(陣)을 치기 전에 역습하여 아사세왕의 군사를 크게 쳐부수니, 그때 아사세왕은 건너기 힘든 곳을 건너 위태로움을 겨우 면하고 단마(單馬)로 나라에 돌아와서 대목련을 혐오하여 말하였다. “대목련 존자의 말을 듣다가 나의 나라 일을 위태롭게 하였다.”
021_0356_b_02L그때 비사리의 리차비족들이 사자 장군이 아사세왕의 군사를 쳐부수니 크게 환희하여 말하였다. “대목련이 우리 군사에게 두려움을 주었기 때문에 이로 인하여 큰 승리를 얻었으니, 목련이 말한 것이 비록 허황되지만 이 거짓말의 은혜를 입었다.” 그때 여러 비구들이 ‘아사세왕이 성내고 리차비족들도 다시 혐오한다’는 말을 듣고서 말하였다. “대목련 존자는 누가 이기고 누가 이기지 못할지를 알지 못하면서도 거짓말을 하였으나 진실되지 못하다.” 그리고 비구들을 모아 거갈마를 행하려 하였다. 부처님께서 즉시신족을 타고 오셔서 아시면서도 일부러 물으셨다. “비구들아, 그대들은 무슨 일을 하려는 것이냐?” 여러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세존이시여, 대목련이 거짓말을 하여 진실되지 못하였기에 거갈마를 행하려 합니다.”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목련이 앞만 보고 뒤는 보지 못하는구나.” 부처님께서 목련에게 말하셨다. “그대는 마땅히 자세히 살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이 계율을 마친다. 이를 사자 장군이라고 한다.
(126) 아들 부처님께서 사위성에 머물러 계셨다. 그때 대목련이 아는 단월의 집에서 그 부인이 임신하여 목련에게 물었다. “아사리여, 내가 아들을 낳겠습니까, 딸을 낳겠습니까?” “아들을 낳겠소.” 이와 같이 세 번을 거듭 물어도 목련의 대답이 ‘아들을 낳겠다’고 하였다. 그런데 출산하고 보니, 딸을 낳았다. 그때 그 여인이 목련을 혐오하여 말하였다. “목련은 언제나 거짓말을 하는구나. 아들을 낳는다더니 딸을 낳았으니, 이는 사람들을 즐겁게 하기위해 한 말이었구나.” 여러 비구들이 이를 듣고 말하였다. “어떻게 대목련 존자는 잘 분별하지 않고 거짓말을 하였는가? 마땅히 거갈마를 행해야 하겠다.” 그리고 곧 여러 비구들을 모았다. 부처님께서 신족을 타고 오셔서 아시면서도 일부러 물으셨다. “비구들아, 그대들이 모여서 무슨 일을 하느냐?” “세존이시여, 대목련이 허황되게 거짓말을 하여 거갈마를 행하려 합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목련이 앞의 사내아이는 보고 중간은 보지 못하였구나. 니미소(尼彌素)라는 야차(夜叉)가 딸이 필요한 집에 아들을 가져다주고 아들이 필요한 집에 딸을 가져다주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대가 아들을 낳은 집에 가서 말하기를 ‘세존께서 말씀하신 대로 딸은 나의 것이고, 아들은 그대의 것이다’라고 하라.” 그리하여 서로 아이를 바꾸어 가졌다. 이와 같이 계율을 마친다. 이를 사내아이라고 한다.
021_0356_c_02L (127) 리차[離車] 동자 부처님께서 비사리에 머물고 계셨다. 식사할 시간이 되자 마을에 들어갈 옷을 입으시고 발우를 가지고 여러 비구들을 데리고 비사리성에 들어가셨다. 그때 리차비 동자가 중각(重閣) 위에서 5백 명의 기녀(妓女)들과 서로 오락(娛樂)을 하고 있었다. 부처님께서 멀리서 이를 보시고 웃으시니,여러 비구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무슨 이유로 웃으십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 사람들은 7일이 지나면 죽어 지옥에 들어갈 것이니라.”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어떠한 인연이 있어야 지옥에 가지 않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 사람이 만일 여래의 법 가운데 출가하게 되면 지옥에 가지 않을 것이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이르셨다. “그대가 가서 이 사람들을 교화하여 출가하도록 권하여라.” 아난이 곧 부처님의 교명을 받아 그들에게 가서 권하여 출가를 시켰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이르셨다. “그대는 여러 비구에게 말하여라. 마땅히 이 사람을 지켜 계를 범하여 무거운 죄를 얻지 않게 하라’고 하여라.” 그때 여러 비구들이 교명을 받고서 그 비구들을 한 방에 넣어 두고 밖으로 자물쇠를 채웠더니, 그 비구들이 수명이 다해 죽었는데 칼바람이 그들의 형체를 짓이겨 놓았다. 그때 여러 비구와 친척들이 와서 그들이 죽은 것을 보고 크게 슬퍼하니, 부처님께서 그들을 위하여 게송을 설하셨다.
만일 백년 천년 동안 백 명의 아라한에게 공양하는 것이 하룻밤 동안 출가하여 범행을 닦는 것만 못하니라.
021_0356_c_13L若人百千歲, 供養百羅漢, 不如一夜中,
出家修梵行。
그것은 출가한 복을 인연으로 6백 하고도 6천 6십 세 동안 3도(途)의 괴로움에서 벗어나게 되기 때문이다.
021_0356_c_15L緣此之福祚, 得離於六百,
六千六十歲, 三塗之苦惱。
그때 문을 닫아 막았던 비구가 마음에 의심과 뉘우침이 생겨 이 인연을 세존께 자세히 아뢰었다. 부처님께서 그 비구에게 물으셨다. “그대는 그때 어떠한 마음이었느냐?” “세존이시여, 다만 그를 이롭게 할 마음이었습니다. 그가 계를 범하여 무거운 죄를 얻을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었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문을 봉하여 닫았기에 그들이 죽었으니, 월비니의 죄를 범한 것이다.” 이와 같이 계율을 마친다. 이를 리차비 동자라고 한다.
021_0357_a_02L (128) 네 사람이 싸움을 버림 부처님께서 비사리에 머물고 계셨다. 그때 네 사람이 싸움을 버리고 출가하고자 하여 함께 비사리 성문을 들어오다가 예전의 원수의 집을 보았다. 그때 문을 지키는 사람에게 활과 몽둥이가 있어서 한 사람은 활을 잡고, 한 사람은 활을 벌리고, 한 사람은 활로 사람을 쏘았으나 죽이지 않았고, 한 사람은 활로 사람을 쏘아서 죽였다. 이 가운데서 한 사람은 활로 사람을 쏘았으나 죽이지 않았고, 한 사람은 활로 사람을 쏘아 죽였으면,이 두 사람은 마땅히 제도하여 출가할 수 없고, 이미 출가한 자도 마땅히 쫓아내야 한다. 이 가운데서 한 사람은 활을 잡고, 한사람은 활을 벌렸으면 이 두 사람은 마땅히 제도하여 출가해서는 안 되지만, 이미 제도하여 출가한 자는 그대로 두었다가 뒤에 악을 지었을 때, 마땅히 쫓아내야 한다. 이와 같이 악한 사람은 마땅히 제도하여 출가시켜서는 안 되니, 만일 이러한 자를 제도하여 출가시켜서 구족계를 받게 하는 자는 월비니의 죄를 범한다. 이를 네 사람이 싸움을 버린다고 한다.
(129) 누각 위 부처님께서 왕사성에 머물고 계셨다. 그때 어떤 비구가 부정관(不淨觀)을 닦았는데 몸을 염오하여 누각에서 몸을 아래로 던졌다. 그때 누각 밑에 어떤 아버지와 자식이 대나무 일을 하고 있었는데, 그 몸을 던진 비구의 몸이 아버지 위에 떨어져, 아버지가 즉사하였다. 이를 본 아들이 그 비구를 끌고, 왕의 처소로 가서 말하였다. “이 비구가 우리 아버지를 죽였소.” 왕이 그 비구에게 물었다. “존자는 출가한 사람인데 어찌하여 사람을 죽였습니까?” “왕이여, 제가 부정관을 닦다가 몸을 염오하여 누각 아래로 투신하였는데 그의 아버지 위로 떨어졌습니다. 사실이 그러합니다.” 그러자 왕이 말하였다. “비구를 방면해 보내거라.” 그리하여 비구를 놓아 보냈다. 그 아들이 대왕을 원망하여 말하였다. “어찌하여 사람을 죽였는데도 죄를 묻지 않습니까?” 왕이 좋은 방편을 써서 그 아들의 뜻을 풀어 주고자 하여 말하였다. “그대는 누각위에서 몸을 던져 그 비구를 죽여 아버지의 원수를 갚아라.”
그 아들은 자신의 생명이 아까워 몸을 던질 수 없었다. 그때 그 비구가 마음에 의심과 뉘우침이 생겨서 이 인연을 세존께 자세히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대는 무슨 마음으로 몸을 던졌느냐?” “세존이시여, 제가 부정관을 닦아 몸을 염오하였기 때문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비구여, 그대는 누각 아래를 보지 않고 몸을 던졌으니, 월비니의 죄를 범한 것이다.” 이와 같이 계율을 마친다. 이를 누각의 위라고 한다.
021_0357_b_02L (130) 돌을 굴림 부처님께서 왕사성에 머물고 계셨다. 그때 마하라의 아버지와 아들이 출가하여 함께 기사굴산(耆闍崛山)에 올라갈 때에 아들이 앞에 가면서 보니,길 가운데 돌이 있기에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마땅히 길의 돌을 제거하여 아버지로 하여금 장애가 없이 안락하게 올라오시게 하리라.’ 그리고 바로 돌을 굴렸더니 돌이 내려가면서 그 아버지 마하라를 쳐서 죽였다. 그 아들이 오뇌(澳惱)하여 마음에 의심과 뉘우침을 내었다. “나는 두 가지 이롭지 못한 일을 하였다. 하나는 사람을 죽인 것이요, 또 하나는 아버지를 죽인 것이다.” 이 인연을 세존께 자세히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대가 무슨 마음으로 돌을 굴렸느냐?” “세존이시여, 제가 아버지를 위하여 길을 터서 다니시기에 편하게 하려는 마음이었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길 가운데서 돌을 굴리면 월비니의 죄를 범하느니라.” 이와 같이 계율을 마친다. 이를 돌을 굴린다고 한다.
(131) 온천 부처님께서 왕사성의 가란타 죽원(迦蘭陀竹園)에 머물고 계셨다. 그때 어떤 비구가 온천에 들어가서 목욕할 때, 음욕이 생겨 성기가 일어나면서 물에 닿으면서 정액이 나왔다. 이에 마음에 의심과 뉘우침이 생겨 이 인연을 세존께 자세히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때 그대는 무슨 마음이었느냐?” 그 비구가 대답하였다. “세존이시여, 제가 그때 음욕이 일어났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승가바시사의 죄를 범한 것이다.” 이와 같이 계율을 마친다. 이를 온천이라고 한다.
(132) 음녀 부처님께서 왕사성에 머물고 계셨다. 그때 어떤 비구가 식사할 시간이 되자, 마을에 들어가기 위해 옷을 입고 발우를 가지고 왕사성에 들어가서 차례대로 걸식을 하면서 한 음녀의 집에 이르니, 그 음녀가 말하였다. “비구여, 우리 함께 음욕의 일을 행합시다.” “세존께서 계율을 제정하시어서 음욕의 일을 못하게 하셨소.” 그 음녀가 말하였다. “세존께서 계율을 제정하시어 음행하지 못하게 하였음을 내가 알고 있소. 그러니 그대는 다만 안에서 하고 밖에 버리시오.” 그 비구가 곧 함께 음욕을 행하였다. 그리고 나서 마음에 의심과 뉘우침이 나서 이 인연을 세존께 자세히 아뢰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안에서 하고 밖에 버리든지, 밖에서 하고 안에 버리든지, 안에서 하고 안에 버리든지, 만일 성기가 한 마디만 여자의 음부에 들어가거나, 또는 깨알만큼이라도 들어가면 바라이의 죄를 범한다.” 이와 같이 계율을 마친다. 이를 음녀라고 한다.
021_0357_c_02L (133) 삼바차(三婆蹉) 부처님께서 왕사성에 머물고 계셨다. 그때 필릉가바차(畢陵伽婆蹉) 존자가마을에 머물러 있을 때, 식사할 시간이 되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차례대로 걸식을 행하여 식사를 얻고서는 어떤 방목(放牧)하는 집에 이르러 먹을 때에 그 집의 여자가 존자의 옆에 서서 울었다. 필릉가바차가 그 여자에게 물었다. “어찌하여 웁니까?” “아사리여, 오늘은 명절입니다. 여러 사람들이 모여서 놀고 있는데 저는 입을 옷이 없어서 홀로 가지 못하니, 어찌 울지 않겠습니까?” 그때 필릉가바차가 곧 신통으로 여러 가지 옷과 구슬과 보배와 영락과 금과 은으로 장엄하게 꾸며서 그 여인에게 주니, 그 여인이 곧 명절에 사람이 모이는 장소에 갔는데 그 장엄하게 꾸민 것이 소문이 나서 왕이 듣게 되었다. 왕이 듣고서 곧 그 여인을 불러 물었다. “그대는 어느 곳에서 이 좋은 영락을 얻었느냐?” “필릉가바차 존자가 저에게 준 것입니다.”
왕이 곧 필릉가바차 비구를 불러서 물었다. “존자여, 어느 곳에서 이 좋은 금을 얻었습니까? 이 세상의 것이 아닌듯 합니다.” 필릉가바차 비구가 곧 막대기를 들어 벽을 치고, 걸상을 치니, 치는 대로 모든 것이 다 금으로 변하였다. 그리고서 왕을 보고 말하였다. “수다라(首陀羅)여, 어느 곳에서 금을 얻었는가 하면 바로 이것입니다.” 왕이 말하였다. “아사리께서 큰 신족이 있습니다.” 그리고 돌려보냈으며 소를 방목하는 집의 딸도 집으로 돌려보냈다. 여러 비구들이 이를 듣고서 필릉가바차가 신이(神異)를 나타냄을 보았고, 또한 소를 방목하는 집의 딸이 붙잡혔음을 보고서 마땅히 필릉가바차에게 거갈마를 행해야 하겠다고 하여 곧 비구들을 모았다.
그때 세존께서 신족을 타고 오시어 아시면서도 일부러 물으셨다. “그대들은 무엇을 하느냐?” “세존이시여, 필릉가바차가 이적(異蹟)을 나타내었고, 또한 소를 방목하는 집의 여인이 붙잡혔기에 필릉가바차에게 거갈마를 주려고 합니다.” 부처님께서 필릉가바차에게 물으셨다. “그대가 실제로 이적을 나타내었고, 소를 방목하는 집의 여인이 그 때문에 붙잡혔느냐?” “세존이시여, 제가 고의로 이적을 나타내려는 것이 아니었고, 소를 방목하는 집의 여인으로 하여금 붙잡히게 하려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다만 제가 그 여인을 불쌍히 여겼기 때문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필릉가바차는 큰 신족이다. 그런 까닭에 죄가 없느니라.” 이와 같이 계율을 마친다.
021_0358_a_02L또 필릉가바차 존자가 마을에 머물면서스스로 방사를 바르고 있었다. 그때 병사왕(甁沙王)이 오다가 존자가 스스로 방사를 바르고 수리하는 것을 보고서 물었다. “아사리여, 무엇을 하고 계십니까?” “수다라여, 방사를 바르고 수리하고 있습니다.” “아사리여, 그 일을 시킬 만한 사람이 없습니까? 제가 마땅히 원민(園民)을 보내 드리겠습니다.” 필릉가바차가 대답하였다. “필요하지 않습니다. 수다라여.” 이와 같이 세 번을 하여도 전처럼 받지 아니하였다. 마을 사람들이 이를 듣고서 그의 처소로 와서 말하였다. “아사리여, 우리들로 하여금 원민이 되게 하소서. 저희들이 마땅히 잘 도와 드리겠습니다.” “그대들 모두가 능히 5계(戒)를 가지면 그대들을 원민으로 삼겠소.” 그러자 그 마을 사람들이 모두 말하였다. “능히 5계를 가지겠습니다.”
그리하여 그들을 모두 받아들여 원민으로 삼으니, 그들이 모두 5계를 받아 재를 받들고 덕을 닦아 마을이 번성해져서 드디어 밖의 도적들이 와서 겁탈하고 여인과 재물들을 빼앗아 갔다. 마을 사람들이 필릉가바차에게 가서 말하였다. “아사리여, 도적들이 와서 저희들의 아이들과 여인들과 돈과 재물을 겁탈하여 가서 그날로 다 써 버립니다.” 필릉가바차 존자가 자심정(慈心定)에 들어 도적을 보고 쫓아갔다. 필릉가바차 비구가 도적에게 말하였다. “수다라야, 그대가 어찌하여 우리 원민들을 겁탈하느냐?” 그리고 곧 큰 구덩이를 만들어서 원민들은 이쪽 언덕에 있게 하고, 도적들은 저쪽 언덕에 있게 하면서 말하였다. “수다라여, 그대들은 가거라.” 여러 비구들이 이를 듣고 말하였다. “필릉가바차가 도적이 되어 다시 도적에게 겁을 주었으니, 마땅히 거갈마를 지어야 한다.”
그리고 즉시 비구들을 모아 놓고 이 일을 조사하게 하였다. 그때 세존께서 신족을 타고 오셔서 아시면서도 일부러 물으셨다. “그대들은 무엇을 하고 있느냐?” “세존이시여, 필릉가바차가 도적이 되어 다시 도적들에게 겁을 주었기에, 필릉가바차에게 거갈마를 행하려 합니다.” 부처님께서 필릉가바차에게 물으셨다. “그대가 실제로 그리하였느냐?” “세존이시여, 저는 도적이 되어 다시 도적들에게 겁을 주지 않았습니다. 다만 마을 사람들이 울면서 제게로 와서 말하기에 제가 불쌍히 여기는 마음에서 그랬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는 큰 신족이기에 죄가 없다.” 이와 같이 계율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