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께서 비야리국(毘耶離國)에 계실 때였다. 성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한 마을이 있고 그곳에 장자(長者)가 살고 있었으니, 이름은 가란타(加蘭陀)의 아들 수제나(須提那)였다. 그는 부귀를 누리며 재물이 많고 온갖 것이 갖춰진 자였다. 그러나 스스로 삼보(三寶)에 귀의하여 불제자가 되고는 속세를 싫어하여 출가해 수염과 머리를 깎고 법복(法服)을 걸치고서 비구가 되었다. 그리고는 고향을 멀리 떠나 교살라국(橋薩羅國)에 가서 한곳에 안거하고 있었다. 당시 세상에는 기근이 들어 걸식하여 음식을 얻기가 어려웠으니, 저마다 처자식이 먹을 음식도 오히려 부족한 형편인데 하물며 걸식하는 사람들에게 줄 수 있었겠는가? 이때 수제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이 큰 기근에 걸식하기가 어려운데 나의 고향에는 부유한 이들이 많다. 마땅히 나로 말미암아 보시하여 복을 짓게 하리니, 지금이 바로 적절한 시기이다.’ 이러한 생각을 하고 난 뒤 하안거 석 달을 지나 자자(自恣)1)를 마치고 옷 수선을 끝내고는, 옷을 갖추어 입고 발우를 들고서 비야리로 발길을 돌려 여러 나라를 지나 고향 마을에 당도하였다. 이른 아침이 되자 그는 옷을 입고 발우를 들고 마을에 들어가 걸식하다가 친지들의 집에 이르러 비구들을 위하여 각기 갖가지 음식을 주도록 권하였다. 그리고는 스스로 두타행(頭陀行)2)의 걸식법에 따라 차례로 걸식을 마치고 자기 본가(本家)에 돌아와 이렇게 말하였다. “예전에 돌아오겠다고 허락했었기 때문에 내가 이제 돌아왔을 뿐이다.” 이 말을 마치고는 재빨리 나가 버렸다. 그가 급히 가버리는 것을 그 집의 어린 하녀가 보고 곧바로 달려가 수제나의 어머니께 말씀드렸다. “아까 수제나께서 문에 들어왔다가 곧바로 가셨습니다.” 그 어머니는 생각했다. ‘수제나가 문에 들어왔다가 곧바로 가버린 것은 혹 계를 버리고 집으로 돌아오고 싶어하고 범행(梵行)3)을 좋아하지 않아 근심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내가 이제 찾아가 집으로 데려와서 오욕락(五欲樂)4)을 마음껏 즐기고 보시하여 복을 지으며 살게 하리라.’ 이러한 생각을 마치고 수제나가 있는 곳으로 가서 말하였다. “네가 만약 범행을 좋아하지 않고 계를 버리고 싶어 근심한다면 당장 집으로 돌아오너라. 오욕락을 누리고 보시하여 복을 지으며 살도록 하자꾸나.” 수제나가 즉시 어머니에게 대답했다. “저는 근심이 없으며 계를 버리고 싶지도 않고 범행을 싫어하지도 않습니다. 또한 사문(沙門)의 법을 버리고 싶지 않고 마음으로 범행을 즐거워합니다.” 어머니는 속으로 ‘내가 아무리 입으로 말해도 저 마음은 돌릴 수 없다. 며느리에게 몸이 정결한 때가 되거든 나에게 알리라고 해야겠다’고 생각하고는 바로 가서 말하였다. 며느리는 그렇게 하겠다 말하고 어머니의 분부를 수락하고는 몸이 정결한 때가 되자 어머니에게 알리고 말하였다. “이제 무엇을 해야 합니까?” 이때 어머니가 분부하였다. “예전에 수제나가 좋아하던 옷과 장신구로 빠짐없이 몸치장을 하고 오너라.” 이에 어머니의 분부를 받고 방으로 돌아와 그가 좋아하던 옷을 입고 장신구들로 몸을 단장했다. 그러자 어머니는 즉시 수제나가 있는 곳으로 가서 이렇게 말했다. “네가 만약 범행을 좋아하지 않고 계를 버리고 싶어 근심한다면 이제 집으로 돌아가 오욕락을 누리고 보시하여 복을 지으며 살도록 하자. 불법은 성취하기 어렵고 출가 생활이란 고통스럽단다.” 수제나가 즉시 어머니에게 대답하였다. “저는 고민하지 않고 마음이 흔들리지도 않으며, 스스로 범행을 닦기를 좋아하고 오욕락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어머니가 말하였다. “좋다, 수제나야. 네가 범행을 좋아하여 계를 버리고 싶지 않다면 이제 네 아내가 올 터이니 대를 이을 후손이라도 남겨라. 만약 집안에 후손이 없으면 가지고 있는 재물들이 모두 관가에 들어가게 되고 만단다.” 당시엔 세존께서 아직 여기에 대한 계율을 만들어 두지 않았던 상황이었다. 수제나는 곧 마음이 흔들려 어머니에게 그렇게 하겠다고 말하였다. 그리고 어머니가 자리를 피해 가버리자 그 아내를 데리고 은밀한 곳에 가서 음행을 하였다. 이렇게 하길 두세 차례에 이윽고 아내가 임신이 되었고, 달이 차 복덕을 갖춘 아들이 태어나자 이름을 속종(續種 :후손을 잇는다는 뜻)이라 하였다. 속종은 장성하자 불법을 믿고 좋아해 출가하여 도를 배웠고, 부지런히 정진하여 누진통(漏盡通)5)을 얻고 아라한과(阿羅漢果)를 성취하였다. 한편 수제나는 음행을 하고 나서는 마음에 의심과 뉘우침이 생겨 근심으로 얼굴빛이 변하고 위덕(威德)이 없어졌으며, 묵묵히 고개를 숙이고 어깨를 늘어뜨린 채 번민에 잠겨 말조차 잘 하려들지 않았다. 이때 그와 잘 아는 비구들이 찾아와 서로 안부를 묻고 한쪽에 앉아 수제나에게 물었다. “그대가 전에는 위덕이 있고 얼굴에 기쁨이 넘치며 범행 닦길 좋아하더니, 지금은 어찌하여 근심으로 얼굴빛이 변한 채 묵묵히 고개를 숙이고 번민에 잠겨 즐거워하지 않습니까? 그대의 몸에 병이라도 들었나요, 아님 은밀한 곳에서 악업이라도 지은 건가요?” 수제나가 말하였다. “제 몸에 병은 없습니다. 은밀한 곳에서 악업을 지었기에 마음에 근심이 생겼습니다.” 이때 비구들이 점점 다그쳐 묻자 수제나는 앞에 있었던 일을 스스로 자세히 말하고 말았다. 비구들은 듣고 나서 갖가지 인연을 들어 수제나를 꾸짖으며 말하였다. “그대는 근심과 번민으로 고통 받아 마땅합니다. 은밀한 곳에서 이런 악업을 짓다니, 그대가 저지른 짓은 사문의 법이 아닙니다. 도에 따라 쾌락을 바라는 마음을 없애지 않고 부정(不淨)한 짓을 하다니, 출가인으로서 해서는 안 될 일입니다. 그대는 부처님 세존께서 갖가지 인연을 들어 애욕[欲]ㆍ애욕에 대한 생각[欲想]ㆍ애욕에 대한 욕망[欲欲]ㆍ애욕에 대한 느낌[欲覺]ㆍ애욕에서 생기는 열기[欲熱]를 꾸짖고, 갖가지 인연을 들어 애욕을 끊고 애욕에 대한 생각을 버리고 애욕에서 생기는 열기를 없애는 것을 찬탄하신 줄 모르십니까? 부처님께서는 항상 설법하여 사람들에게 애욕을 떠나라고 가르치셨습니다. 그대는 그런 마음을 내서도 안 되는데 어쩌다가 애욕과 분노와 어리석음을 일으키고 사람을 얽어매는 근본이 되는 깨끗하지 못한 나쁜 업을 저질렀습니까?” 비구들이 갖가지 인연을 들어 꾸짖고 나서 부처님께 자세히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는 이 일로 비구 스님들을 불러 모으셨다. 알면서도 묻고 알면서도 묻지 않으며, 물어야 할 때를 알고 묻지 말아야 할 때를 알며, 유익하면 묻고 무익하면 묻지 않으며, 반드시 인연이 있어야만 물으시는 것은 모든 부처님의 상법(常法)6)이었다. 부처님 세존께서는 그 일을 아셨을 때, 생각을 바르게 하고 지혜에 안주하신 채 수제나에게 물으셨다. “그대가 그랬다는 것이 사실인가?” 수제나가 답하였다. “사실입니다, 세존이시여.” 이에 부처님께서 갖가지 인연을 들어 수제나를 꾸짖으셨다. “그대가 저지른 짓은 사문의 법이 아니다. 도에 따라서 쾌락을 바라는 마음을 없애지 않고 부정(不淨)한 짓을 하다니, 출가인으로서 해서는 안 될 짓이다. 어리석은 사람아, 내가 갖가지 인연을 들어 애욕ㆍ애욕에 대한 생각ㆍ애욕에 대한 욕망ㆍ애욕에 대한 느낌ㆍ애욕에서 생기는 열기를 꾸짖고, 갖가지 인연을 들어 애욕을 끊고 애욕에 대한 생각을 버리고 애욕에서 생기는 열기를 없애는 것을 찬탄하는 줄 모르느냐? 나는 항상 설법하여 사람들에게 애욕을 떠나라고 가르쳤다. 너는 그런 마음을 내서도 안 되는데 어쩌다 애욕과 분노와 어리석음을 일으키고 사람을 얽어매는 근본이 되는 깨끗하지 못한 나쁜 업을 저질렀는가?” 그리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이 어리석은 사람은 모든 번뇌[漏]의 문을 열어 놓고 말았다. 차라리 신체의 일부분7)을 독사의 입에 넣는 한이 있더라도 끝내 이것을 여인의 몸과 접촉해서는 안 된다.” 부처님께서는 이와 같이 갖가지 인연을 들어 꾸짖고 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열 가지 이익이 있는 까닭에 비구들에게 계를 제정해 주나니, 승가를 결속하기 때문이요, 좋은 결속을 끝까지 유지해 주기 때문이요, 승가를 안락하게 머물도록 하기 때문이요, 아만심이 높은 사람을 꺾어 누르기 때문이요, 부끄러움이 있는 이가 안락을 얻기 때문이요, 믿음이 없는 이가 청정한 믿음을 얻기 때문이요, 이미 믿음이 있는 이는 믿음을 더욱 쌓아가기 때문이요, 금생의 번뇌를 막기 때문이요, 후생의 악을 끊기 때문이요, 범행에 오래 머물게 하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이 계는 이와 같이 말하라. 만약 비구가 비구들이 배우는 법에 함께 들어오고도 계를 버리지 않은 상태에서 음행을 저지르면 이 비구는 함께 살 수 없는 바라이(波羅夷)8)를 범한 것이다.” 부처님께서 사위국(舍衛國)에 계실 때였다. 그때 발기자(跋耆子)란 이름의 한 비구가 있었다. 그는 계를 버리지는 않았지만 계를 더럽히고 벗어나지 못해 집으로 돌아가 음행을 저질렀다. 그런 뒤 재차 출가하려 하다가 스스로 이렇게 생각했다. ‘먼저 비구들에게 찾아가 출가할 수 있는지 물어보고 안 된다면 그만두어야겠다.’ 이런 생각을 한 다음 비구들에게 물었는데, 비구들도 결정할 수 없어 이 문제를 부처님께 아뢰었다. 이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어떤 사람이 계를 버리지 않은 상태에서 계를 더럽히고 벗어나지 못해 집으로 돌아가 음행을 저질렀다면, 출가하여 다시 비구가 될 수 없다.9) 지금부터 이 계는 이와 같이 말하라. 만약 비구가 비구의 계법 가운데 함께 들어오고도 계를 버리지 않은 상태에서 계를 더럽히고 벗어나지 못해 음행을 저질렀다면, 이 비구는 함께 살 수 없는 바라이를 범한 것이다.” 부처님께서 사위국에 계실 때였다. 그때 교살라국(憍薩羅國)에 한 비구가 숲 속에 홀로 살고 있었다. 그런데 원숭이 암컷 한 마리가 늘 이 비구의 처소에 자주 왕래하였다. 이 비구가 음식을 주어 유혹하자 원숭이는 그만 마음이 풀려 그와 음행을 저지르고 말았다. 이 비구는 친한 이들이 많았다. 하루는 이들이 찾아와 서로 안부를 묻고 한쪽에 앉았다. 이때 원숭이가 와서 음행을 하려고 비구들의 얼굴을 일일이 바라본 다음 사랑하는 이 비구의 앞에 서서 그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이 비구가 부끄러운 마음에 원숭이를 차마 보지 못하자 원숭이는 이윽고 성이 나서 그의 귀와 코를 할퀴어 상처를 내고는 가버렸다. 이에 비구들이 그 까닭을 다그쳐 묻자 이 비구는 앞에 있었던 일을 자세히 말하였다. 비구들은 갖가지 인연을 들어 꾸짖었다. “그대가 한 짓은 사문의 법이 아닙니다. 도에 따라서 쾌락을 바라는 마음을 없애지 않고 부정한 짓을 하다니, 출가인으로서 해서는 안 될 일입니다. 그대는 부처님께서 갖가지 인연을 들어 애욕ㆍ애욕에 대한 생각ㆍ애욕에 대한 욕망ㆍ애욕에 대한 느낌ㆍ애욕에서 생기는 열기를 꾸짖고, 갖가지 인연을 들어 애욕을 끊고 애욕에 대한 생각을 버리고 애욕에서 생기는 열기를 없애는 걸 찬탄하신 것을 모릅니까? 부처님께서는 항상 설법하여 사람들에게 애욕을 떠나라고 가르치셨습니다. 그대는 그런 마음을 내서도 안 되는데 어쩌다 애욕과 분노와 어리석음을 일으키고 사람을 얽어매는 근본이 되는 깨끗하지 못한 나쁜 업을 저질렀습니까?” 비구들은 갖가지 인연을 들어 꾸짖고 나서 부처님께 찾아가 자세히 말씀드렸다. 이때 세존께서는 이 일로 비구 스님들을 모으고 아시면서 짐짓 그 비구에게 물으셨다. “그대가 그랬다는 것이 사실인가?” 비구가 답하였다. “사실입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는 갖가지 인연을 들어 그를 꾸짖으셨다. “그대가 저지른 짓은 사문의 법이 아니다. 도에 따라서 쾌락을 바라는 마음을 없애지 않고 부정한 짓을 하다니, 출가인으로서 해서는 안 될 짓이다. 어리석은 사람아, 내가 갖가지 인연을 들어 애욕ㆍ애욕에 대한 생각ㆍ애욕에 대한 욕망ㆍ애욕에 대한 느낌ㆍ애욕에서 생기는 열기를 꾸짖고, 갖가지 인연을 들어 애욕을 끊고 애욕에 대한 생각을 버리고 애욕에서 생기는 열기를 없애는 걸 찬탄한 것을 모르느냐? 나는 항상 설법하여 사람들에게 애욕을 떠나라고 가르쳤다. 너는 그런 마음을 내서도 안 되는데 어쩌다 애욕과 분노와 어리석음을 일으키고 사람을 얽어매는 근본이 되는 깨끗하지 못한 나쁜 업을 저질렀는가?” 이와 같이 갖가지 인연을 들어 꾸짖고 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앞서 이미 이 계를 제정했는데 이제 다시 제정하겠다. 지금부터 이 계는 이와 같이 말하도록 하라. 만약 비구가 비구들이 배우는 법에 함께 들어오고도 계를 버리지 않은 상태에서 계를 더럽히고 벗어나지 못해 음행을 저질렀거나 축생과 음행을 저질렀다면 이 비구는 함께 살 수 없는 바라이를 범한 것이다. 비구에는 네 종류가 있다. 첫째는 이름뿐인 비구요, 둘째는 자칭 비구라는 자들이요, 셋째는 걸식하기 위한 비구요, 넷째는 번뇌를 깨뜨린 비구이다. 이름뿐인 비구란 비구라는 명색만 걸고 있는 것이다. 자칭 비구라는 자들이란 백사갈마(白四羯磨)10)를 치루고 구족계(具足戒)11)를 받긴 했지만 또한 도둑처럼 몰래 빌붙어 사는 비구들로서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걸치고서 스스로 ‘나는 비구다’라고 말하는 자들이다. 이를 자칭 비구라 하는 자들이라 한다. 걸식하기 위한 비구란 남들을 따라 걸식하기 위함 때문이니, 바라문들 역시 남들을 따라 걸식할 때 ‘나는 비구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이를 걸식하기 위한 비구라 한다. 번뇌를 깨뜨린 비구란 다음과 같다. 모든 유루(有漏)의 결박은 중생을 번뇌에 휩싸이게 하여 다음 몸을 받게 하고 극심한 고통의 과보를 초래하며, 끊임없이 생사에 왕래하게 하는 인연이다. 만약 능숙하게 이를 알아 이와 같은 유루를 끊고, 그 근본을 남김없이 뽑아버리기를 마치 다라수(多羅樹)12)의 머리 부분을 잘라 끝내 재생하지 못하게 하는 것처럼 한다면, 이를 번뇌를 깨뜨린 비구라 한다. 비구가 계를 구족한다는 것은 무엇이며, 계를 구족한 비구란 어떤 자인가? 스님들이 화합하여 백사갈마를 말하면 이 사람이 믿고 받아들여 이를 따라 실행하고 어기지도 거스르지도 깨뜨리지도 않는다면 이를 비구가 계를 구족했다 하며, 이 비구를 계를 구족한 비구라 한다. 배울 것에 3학(學)이 있으니, 계를 잘 지키는 것[善戒學]ㆍ마음을 잘 닦는 것[善心學]ㆍ지혜를 잘 밝히는 것[善慧學]이다. 다시 3학이 있으니, 위의를 잘 배우는 것ㆍ비니(毘尼)13)를 잘 배우는 것ㆍ바라제목차(波羅提木叉)14)를 잘 배우는 것이다. 배워야 할 법에 함께 들어간다는 것은 다음과 같다. 백 살이 된 비구가 배우는 것을 처음 계를 받은 사람도 똑같이 배우며, 처음 계를 받은 사람이 배우는 것을 백 살이 된 비구도 똑같이 배운다. 이 가운데에서는 마음이 하나이고, 계가 하나이고, 말이 하나이고, 바라제목차가 하나이다. 같은 마음ㆍ같은 계ㆍ같은 말ㆍ같은 바라제목차이기 때문에 비구가 배워야 할 법에 함께 들어간다고 하는 것이다. 계를 버리지 않은 것이란 다음과 같다. 비구가 미친 상태에서 계를 버린 것은 계를 버렸다고 하지 않는다. 마음이 혼란스러울 때나 병으로 심난할 때, 미친 사람이나 마음이 혼란한 사람이나 병든 사람을 상대해, 홀로 있을 때 계를 버리거나 홀로 있을 때 홀로라는 생각을 하지 않거나 홀로 있지 않으면서 홀로라는 생각을 해, 중국(中國)의 말15)로 잘 알아듣지 못하는 변방 사람을 상대하거나 변방의 말로 잘 알아듣지 못하는 중국 사람을 상대해, 벙어리나 귀머거리나 벙어리이면서 귀머거리인 사람이나 아무것도 모르는 멍청한 사람을 상대해, 비인(非人)16)이나 잠자고 있는 사람이나 선정에 든 사람을 상대해, 장애물이 가로막혀 있는 상태에서, 스스로 화가 나거나 화가 난 사람을 상대해, 꿈속에서, 스스로 마음이 안정되지 않거나 마음이 안정되지 않은 사람을 상대해 이러한 상태에서 계를 버린 것은 모두 계를 버린 것으로 간주하지 않는다. 계는 버렸지만 계를 더럽히지는 않은 경우가 있고, 계를 더럽히고도 계를 버리지 않은 경우가 있으며, 계를 더럽힘과 동시에 계를 버린 경우가 있다. 계는 버렸지만 계를 더럽히지는 않은 경우란 다음과 같다. 만약 비구가 ‘나는 부처님을 버렸다’고 말한다면 이는 계를 버린 것으로 간주한다. 법을 버렸다, 승가를 버렸다, 계를 버렸다, 화상(和上)17)을 버렸다, 아사리(阿闍梨)18)를 버렸다, 같은 화상과 같은 아사리를 버렸다, 비구ㆍ비구니를 버렸다, 식차마니(式叉摩尼)19)를 버렸다, 사미ㆍ사미니를 버렸다, 우바새(優婆塞)20)를 버렸다, 우바이(優婆夷)21)를 버렸다고 말하는 것도 모두 계를 버린 것으로 간주한다. 만약 ‘여러분은 아셔야 합니다. 저는 속인이나 사미이지 비구가 아니고 사문(沙門)이 아니고 석자(釋子)22)가 아닙니다’라고 말하거나 ‘다시는 그대들과 함께 법을 배우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말한다면 이는 계는 버렸지만 계를 더럽히지는 않은 것으로 간주한다. 계를 더럽히고도 계를 버리지 않은 경우란 다음과 같다. 만약 비구가 근심에 젖어 우울해하면서 계를 버리고 싶어하고 비구의 법에 싫증을 내거나 법복을 벗고 속복을 입고 싶어하거나 속인의 법을 필요로 하고 비구의 법을 필요로 하지 않아 재가의 일을 구하고, 또 ‘나는 부모와 형제자매가 생각난다. 나는 처자식이 생각난다. 나는 생활을 해결할 기술을 익히고 내가 좋아하는 곳에서 편안히 살며 좋은 친구들에게 의지하리라’고 말한다면 이는 계를 더럽히고도 계를 버리지 않은 것으로 간주한다. 계를 더럽힌 동시에 계를 버린 경우란 다음과 같다. 만약 비구가 근심에 젖어 우울해하면서 계를 버리고 싶어하고 비구의 법에 싫증을 낸다거나 법복을 벗고 속복을 입고자 한다거나 속인의 법을 필요로 하고 비구의 법을 필요로 하지 않아 재가의 일을 구하고, 또 ‘나는 부모와 형제자매가 생각난다. 나는 처자식이 생각난다. 나는 생활을 해결할 기술을 익히고 내가 좋아하는 곳에서 편안히 살며 좋은 친구들에게 의지하리라’고 말하고, 그렇게 말한 다음 다시 ‘나는 부처님을 버렸다, 법을 버렸다’고 말하거나 나아가 우바새ㆍ우바이를 버렸다고 말한다면 이는 계를 더럽힌 동시에 계를 버린 것으로 간주한다. 음행을 저지른다는 것은 무엇인가? 음행이란 범행(梵行)이 아니라는 말이고, 범행이 아니라는 것은 두 몸이 교접하는 것이다. 바라이란 뜻대로 할 수 없는 곳에 떨어진다는 말이다. 이 죄는 지극히 나쁘고 깊고 무거워 이 죄를 지은 사람은 뜻대로 할 수 없는 곳에 떨어지고, 비구라 할 수 없으며, 사문이 아니고, 석자가 아니며, 비구의 법을 상실하게 된다. 함께 살 수 없다[不共住]는 것은 이른바 백갈마(白羯磨)23)ㆍ백이갈마(白二羯磨)24)ㆍ백사갈마(白四羯磨)ㆍ포살(布薩)25)ㆍ자자(自恣)26) 등 비구의 법을 함께 행할 수 없고, 열네 명 속에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이다. 이를 함께 살 수 없는 바라이라 한다. 여기에서 범하는 대상에 네 가지가 있으니, 남자와 여자와 황문(黃門)27)과 이근(二根)28)이다. 여자란 사람의 여자, 귀신의 여자, 축생의 암컷 등이다. 남자란 사람의 남자, 귀신의 남자, 축생의 수컷 등이다. 황문과 이근 또한 사람, 귀신, 축생에 모두 해당한다. 비구가 사람의 여인과 음행할 때 세 곳으로 바라이를 범하니, 대변보는 곳과 소변보는 곳과 입이다. 귀신의 여자나 축생의 암컷이나 이근(二根)과도 마찬가지이다. 사람의 남자와 음행할 때는 두 곳으로 바라이를 범하니, 대변보는 곳과 입이다. 귀신의 남자나 축생의 수컷이나 황문과도 마찬가지이다. 또 축생의 암컷과 음행을 할 때는 두 곳으로 바라이를 범하니, 계약(雞若)과 사계(似雞)가 그것이다.” 부처님께서 사위국에 계실 때 난제(難提)라는 이름의 한 걸식하는 비구가 있었다. 그는 이른 아침이 되자 옷을 입고 발우를 들고 성에 들어가 걸식하였고, 식사를 마치고는 니사단(尼師壇)29)을 왼쪽 어깨에 걸치고 안환림(安桓林)으로 들어가 한 나무 아래에 니사단을 펴고 몸을 단정히 하고 앉았다. 이때 악마인 천신이 이 비구의 삼매를 깨뜨리려고 단정한 여인의 몸으로 변신하여 그의 앞에 섰다. 비구는 삼매에서 깨어나 이 여인을 보자 곧 세속에 대한 애착심이 생겨났는데, 선정이 견고하지 못한 탓에 이윽고 마음이 물러나고 수행력을 잃어 여인의 몸을 만지고 싶어졌다. 여인이 곧 물러나 점점 멀어지자 비구는 일어나 뒤를 쫓으며 그 몸을 잡으려 했다. 이때 그 숲 속에는 죽은 말 한 마리가 있었는데, 여인은 말이 있는 곳에 이르자 홀연히 사라져 버렸다. 이 비구는 음욕이 온몸을 태우고 있었기 때문에 곧 죽은 말과 음행을 저지르고 말았다. 음행을 치르고 욕정의 불길이 조금 가라앉자 그는 곧 후회하는 마음이 일어나 이렇게 말했다. “나는 이미 물러나고 말았으니 비구가 아니요, 석종자(釋種子)도 아니다. 이제 비구들은 분명 나를 멀리하고 다시는 함께 지내려 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청정하지 못한 몸으로 이 법의를 걸쳐서는 안 된다.” 그리고는 가사를 벗어 걸망 속에 챙겨 넣고는 어깨 위에 걸치고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찾아갔다. 이때 부처님께서는 많은 대중에게 공경히 둘러싸인 채 설법하고 계셨다. 부처님께서는 멀리서 이 비구가 오는 것을 보고 이렇게 생각하셨다. ‘내가 만약 부드러운 말로 위로해 묻지 않으면 그의 마음에 필시 파탄이 일어 끓는 피가 눈ㆍ코ㆍ입으로 솟구쳐 나오고 말 것이다.’ 그 비구가 부처님 계신 곳에 당도하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구나, 난제야. 너는 비구들이 배우는 것을 다시 배우고 싶으냐?” 그 비구는 “훌륭하구나, 난제야”라고 하시는 부처님 말씀을 듣고 크게 환희심이 일어 이렇게 생각했다. ‘나는 비구들과 함께 살 수 있을 것이다. 분명 나를 내쫓지는 않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고는 대답하였다. “세존이시여, 저는 비구들이 배우는 법을 다시 배우고 싶습니다.” 이때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난제에게 비구가 배워야 할 법을 다시 주도록 하라. 그리고 다음에도 난제와 같은 비구가 있으면 역시 배워야 할 법을 주도록 하라. 한마음으로 화합한 스님들 가운데서 난제 비구는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신을 벗고서 무릎을 꿇고 합장하여 이렇게 말해야 한다. ‘대덕스님들께서는 청허하소서. 저 난제 비구는 계를 버리지 않고 계가 병들지 않고 쫓겨나지도 않은 상태에서 음행을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제가 이제 다시 법을 배우고자 스님들께 간청합니다. 스님들께서는 저를 불쌍히 여겨 다시 저에게 배워야 할 법을 주십시오.’ 두 번째, 세 번째도 이와 같이 말하라. 그러면 대중 가운데서 한 비구가 일어나 이렇게 창언(唱言)30)하라. ‘대덕스님들께서는 청허(聽許)31)하소서. 난제 비구는 계를 반납하지 않고 계가 병들지도 않은 상태에서 음행을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이 난제 비구가 다시 법을 배우고자 스님들께 간청합니다. 이제 스님들께서는 그를 불쌍히 여겨 배워야 할 법을 다시 주십시오. 스님들께서 시도(時到)32)하였다면 인허(忍許)33)하고 청허하소서. 난제 비구에게 배워야 할 법을 다시 주십시오.’ 이와 같이 표백[白]34)하고, 이와 같이 백사갈마를 작지(作持)35)하라. 그러면 난제 비구에게 배워야 할 법을 다시 준 것으로 결정한 것이 되니, 스님들이 인허하고 침묵했기 때문이다. 이 일은 이와 같이 작지하라. 여학사미(與學沙彌)36)가 행할 법은 다음과 같다. 그는 부처님께서 제정하신 모든 계를 빠짐없이 받아들여 행하며 비구들의 아랫자리에 앉아야 한다. 마땅히 대비구들에게 음식과 탕약을 바쳐야 하며, 자신은 음식을 사미나 속인에게서 받아야 한다. 대비구와 한 방에서 이틀 밤 이상 자서는 안 되며, 자신 역시 속인이나 사미와 이틀 밤 이상 함께 자서는 안 된다. 구족계를 지닌 비구들과 포살ㆍ자자 두 가지 갈마(羯磨)를 행할 수는 있지만 여학사미는 포살ㆍ자자를 작지하는 정족수에 해당할 수 없으며 어떤 갈마도 작지할 수 없다.”[음행에 관한 사항을 마친다.] 부처님께서 왕사성(王舍城)에 계실 때였다. 이때 매우 많은 비구들과 함께 한곳에서 안거하셨는데 방사(房舍)가 부족했다. 그리하여 비구들은 아는 이들을 찾아다니며 풀과 나무를 구걸해서 각기 직접 초막을 지어 머물렀다. 그런데 비구들이 성에 들어가 걸식하는 사이, 나무꾼이 초막을 헐어 재목을 가져가버렸다. 걸식하고 돌아온 비구들은 이를 보고 근심에 잠겨 이렇게 말했다. “우리들이 그렇게 고생했는데 잠시 걸식하러 나간 사이에 젊은이들이 우리의 초막을 헐어 재목을 가져가버렸구나. 다시 아는 사람들에게 풀과 나무를 구걸하여 살아갈 초막을 지어야겠다.” 이때 대중 가운데 달니가(達尼迦)란 이름의 한 비구가 있었는데, 옹기장이의 아들이었다. 그는 자신의 재주를 이용해 진흙으로 집채와 문과 창을 만들고 대들보ㆍ서까래ㆍ소머리 장식[牛頭]ㆍ상아ㆍ옷걸이 등을 모두 진흙을 빚어 만들었다. 그리고는 풀과 나무를 모아 불을 피워 구우니, 붉은빛을 띤 게 매우 좋았다. 이 집을 다 지은 다음 달니가는 비구들에게 ‘두어 달 동안 걸식하여 집 안에 들여놓을 양식을 마련하려고 한다’며 그 집을 맡겨두고 떠났다. 이때 부처님께서 아난과 함께 방사들을 둘러보시다 멀리서 붉은빛을 띤 매우 좋은 달니가의 집을 보셨다. 부처님께서는 알고 계시면서 짐짓 아난에게 물으셨다. “이것은 무엇이기에 붉은빛을 띠며 이리 좋은가?” 아난이 대답하였다. “지금 왕사성에는 너무 많은 비구들이 한곳에서 안거해 그 방사가 매우 부족한 실정입니다. 이에 비구들은 아는 이들을 찾아다니며 풀과 나무를 구걸해 각기 초막을 지어 머물렀습니다. 그런데 비구들이 성에 걸식하러 들어갔을 때, 나무꾼이 초막을 헐어 재목을 가져가버렸습니다. 걸식하고 돌아온 비구는 이를 보고 근심에 잠겨 ‘우리가 그렇게 고생했는데 잠시 걸식하러 나간 사이에 젊은이들이 우리의 초막을 헐어 재목을 가져가버렸구나’라고들 하였습니다. 이때 대중 가운데 달니가라는 비구가 있었는데, 옹기장이의 아들이었습니다. 그가 자신의 재주로 이 진흙집을 짓고 풀과 나무를 모아 불에 구워 이렇게 좋은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이 달니가 비구의 붉은빛 진흙집을 부수어라. ‘부처가 현재 세상에 있으면서 이와 같은 누결인연법(漏結因緣法)37)을 만들어 내다니’ 하며 외도들이 헐뜯고 책망하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아난은 분부를 받고 즉시 가서 허물어버렸다. 달니가 비구가 두 달 동안 여행하고 돌아와 자기 집이 부서져 있는 것을 보고는 맡겨두었던 비구들에게 ‘누가 내 집을 부셨느냐’고 물었다. 비구들이 ‘큰 스승이신 부처님께서 부수게 하셨다’고 대답하자 달니가는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법왕(法王)께서 부수라고 시키셨다니 할 말이 없다. 지금 왕사성의 목재를 관리하는 목수는 나와 잘 아는 사이니, 나무집을 지으면 되겠다.’ 그는 밤이 지나 아침이 되자 옷을 걸치고 발우를 들고 걸식하러 성에 들어갔다. 걸식을 마치고 목수가 있는 곳으로 가서 말했다. “당신은 알고 있습니까. 마갈국(摩竭國)의 군주인 위제희(韋提希)의 아들 아사세왕(阿闍世王)께서 나에게 목재를 주라고 했습니다.” 목수가 대답하였다. “왕께서 허락하셨다면 마음대로 가져가십시오.” 그곳에 있는 크고 무거운 목재들 가운데 성을 짓기에 적합하고 운반하기도 어려우며 구걸하는 자에겐 합당치 않은 것들을 가져다 자르고 한곳에 감춰두었다. 이때 성의 관리자가 크고 무거운 목재들 가운데서도 성을 짓기에 적합한 것들이 잘려 감춰진 것을 보게 되었다. 그것을 보고는 털이 곤두설 정도로 크게 놀라며 ‘원한을 품은 도적이 오려는 것은 아닌가’ 하고 생각하고는 목수에게 찾아가 물었다. “이 큰 목재들은 성을 짓는 데 쓰일 것인데, 누가 잘라 감춰두었는가?” 목수가 대답하였다. “달니가 비구가 찾아와 ‘아사세왕께서 내게 목재를 주었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제가 ‘왕께서 허락하셨다면 마음대로 가져가십시오’라고 대답했더니, 곧 직접 큰 목재를 가져다 자르고 한곳에 감추었습니다.” 성의 관리자는 마음속으로 ‘왕께서는 왜 큰 목재를 이 비구에게 주셨을까’ 생각하고는 곧 왕에게 찾아가 말하였다. “대왕께선 남는 목재가 넉넉하십니까? 어찌해서 성을 지을 큰 목재를 비구에게 주셨습니까?” 왕이 ‘준 적이 없다’고 말하자 성의 관리자가 말했다. “왕께서 이미 주셨지 않습니까.” “내가 주었다고 누가 말하던가?” “주셨다고 목수가 말했습니다.” “목수를 데려오너라.” 분부를 받고 찾아가 목수를 데려오는데, 이때 목수는 오는 도중에 달니가 비구를 만나 말했다. “당신 때문에 나는 이제 일을 당하게 생겼소.” 비구가 말하였다. “먼저 가시오. 내가 뒤따라가리다.” 성의 관리자는 목수를 데리고 왕에게로 가서 말하였다. “대왕이시여, 이 사람이 그 목수입니다.” 이때 달니가 비구가 뒤따라오는 것을 왕이 멀리서 보고 말했다. “목수를 놓아 주고 비구를 데려오라.” 성의 관리자는 목수를 놓아 주고 달니가 비구를 왕 앞에 데려왔다. 왕이 말하였다. “그대 비구의 법에서는 주지 않은 것을 가져갈 경우 어떻게 합니까?” “대왕이시여, 저는 주지 않은 것을 가진 것이 아닙니다. 대왕께서 앞서 저에게 주셨습니다.” “나는 준 기억이 없소.” “지금 대왕께 기억나도록 해드리겠습니다.” “무슨 말이요?” “대왕께선 스스로 생각해 보십시오. 처음 왕위에 오르실 적에 ‘우리나라 안의 풀과 나무 및 물을 계를 지키는 스님들께서 마음대로 사용하게 하겠다’라고 말씀하셨을 것입니다.” 왕이 말하였다. “나는 주인 없는 풀과 나무를 두고 그렇게 말한 것이오. 그대는 지금 큰 죄를 지었소.” 비구가 대답했다. “저는 출가한 사람으로 대왕의 나라에 의지해 사는데 왜 저를 죽이려 하십니까?” 왕이 말하였다. “비구여, 가시오. 그리고 다시는 이 같은 큰 목재를 가져가지 마시오.” 이때 많은 사람들이 소리 높여 말했다. “일찍이 없었던 일입니다. 이 비구는 당연히 죽을 죄를 지었는데 꾸짖기만 하고 놓아 주시다니.” 이 비구는 큰 죄에서 벗어나게 되자 대중 스님들 처소로 가 공양한 후, 비구들에게 “나는 오늘 거의 왕에게 죽임을 당할 뻔했다” 하고는 앞서 있었던 일을 자세히 이야기하였다. 그러자 비구들은 갖가지 인연을 들어 꾸짖었다. “그대가 한 짓은 사문의 법이 아닙니다. 도에 따라서 쾌락을 바라는 마음을 없애지 않고 부정한 짓을 하다니, 출가인으로서 해서는 안 될 짓입니다. 그대는 부처님 세존께서 갖가지 인연을 들어 남의 물건을 훔치는 짓을 꾸짖고, 갖가지 인연을 들어 남의 물건을 훔치지 않는 것을 찬탄하신 걸 모릅니까? 그대는 그런 마음도 내서는 안 되고 그런 말도 해서는 안 되는데 하물며 남의 물건을 가졌단 말입니까?” 비구들은 갖가지 인연을 들어 꾸짖고 나서 부처님께 자세히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는 이 일로 비구 스님들을 모으고 아시면서 일부러 그 비구에게 물으셨다. “그대 달니가 비구가 그랬다는 것이 사실인가?” “사실입니다, 세존이시여.” 이에 부처님께서는 갖가지 인연을 들어 꾸짖으셨다. “그대 어리석은 사람아, 내가 갖가지 인연을 들어 남의 물건을 훔치는 것을 꾸짖고, 갖가지 인연을 들어 남의 물건을 훔치지 않는 것을 찬탄하는 걸 모르느냐? 너는 그런 마음도 내서는 안 되고 입으로 그런 말도 해서는 안 되는데 하물며 남의 물건을 가졌단 말인가?” 부처님께서는 갖가지 인연을 들어 꾸짖고 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비구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비구를 한 명 데리고 왕사성으로 들어가 사람들이 붐비는 거리와 시장에 가서 사람들에게 물어보아라. 믿음이 있는 사람이거나 믿음이 없는 사람이거나 어진 사람이거나 어질지 않은 사람이거나 대신이거나 고관이거나 장수거나 관료거나 간에 얼마를 훔치면 마갈국의 군주인 아사세왕께서 큰 죄를 내리는지.” 아난이 분부를 받고 비구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한 비구를 데리고 왕사성에 들어가 사람이 많이 붐비는 거리와 시장에 가서 사람들에게 물었다. “얼마를 훔치면 마갈국의 군주인 아사세왕께서 큰 죄를 내리십니까?” 사람들이 대답했다. “대덕 아난이시여, 5전(錢)이나 5전어치를 훔치면 큰 죄를 내립니다.” 아난이 이를 듣고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돌아와 예배하고 부처님께 빠짐없이 말씀드렸다. “5전이나 5전어치를 훔치면 아사세왕이 큰 죄를 내린다고 합니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열 가지 이익이 있는 까닭에 비구들에게 계를 제정해 주나니, 지금부터 이 계는 이와 같이 말하라. 비구가 만약 사람이 모여 사는 마을이나 사람이 살지 않는 빈 곳에서 주지 않은 물건을 훔치고, 그 훔친 물건으로 인해 왕이나 대신이 붙잡아 결박하거나 죽이거나 내쫓거나 금품으로 속죄하게 하거나 ‘너는 어린아이고, 너는 어리석은 자이고, 너는 도적이다’라고 했다면, 비구가 이와 같이 주지 않은 것을 가졌다면 함께 살 수 없는 바라이를 범한 것이다. 주지 않은 것을 가진다는 것은 무엇인가? 다른 사람이 그 물건을 주지 않았는데, 즉 남자나 여자나 황문이나 이근인 사람이 주지 않았는데 훔치면 이를 주지 않은 것을 가진 것이라 한다. 왕이란 무엇인가? 찰리종(刹利種)38)으로서 몸소 왕의 직위를 받아 성스러운 물로 관정(灌頂)39)하면 그를 왕이라 하고, 또 국주(國主)라 하며, 또 관정이라고도 한다. 만약 바라문이나 거사나 여인이 몸소 왕의 직위를 받았다면 이 또한 왕ㆍ국주ㆍ관정이라 한다. 죽인다는 것은 목숨을 빼앗는다는 말이다. 결박한다는 것은 칼을 씌우거나 족쇄를 채우거나 옥에 가두는 것을 모두 결박한다고 한다. 내쫓는다는 것은 나라 밖으로 추방하는 것이다. 금품으로 속죄한다는 것은 금품 따위를 가져다 죄를 갚는 것이다. 도적에는 두 종류가 있으니, 협박하는 것과 훔치는 것이다. ‘너는 어린아이다’라고 하는 것은 법을 모르기 때문이요, ‘어리석은 자’라고 하는 것은 지각이 없기 때문이다. 바라이란 뜻대로 할 수 없는 데 떨어진다는 말이다. 이 죄는 지극히 나쁘고 깊고 무거워 이 죄를 짓는 사람은 비구라 할 수 없으며, 사문이 아니고, 석자가 아니며, 비구의 법을 상실하게 된다. 함께 살 수 없다는 것은 무엇인가? 이른바 백갈마(白羯磨)ㆍ백이갈마(白二羯磨)ㆍ백사갈마(白四羯磨)ㆍ포살(布薩)ㆍ자자(自恣) 등 비구의 법을 함께 행할 수 없고, 열네 명 속에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이다. 이를 함께 살 수 없는 바라이라 한다. 이 범죄에 세 종류가 있다. 남의 소중한 물건을 훔쳐 범하는 바라이는 첫째는 자신이 훔치는 것이고, 둘째는 남에게 훔치도록 시키는 것이고, 셋째는 부리는 사람을 보내 훔치는 것이다. 자신이 훔친다는 것은 무엇인가? 손으로 직접 가지거나 자신의 손으로 들어 본래 있던 장소에서 옮기는 것이니, 이 경우 바라이를 범한 것이 된다. 남에게 훔치도록 시킨다는 것은 무엇인가? 만약 비구가 다른 사람에게 남의 물건을 훔치도록 시키고 그 사람이 그 말을 듣고 훔쳐서 본래 있던 장소에서 옮긴다면, 이때 비구는 바라이를 범한 것이 된다. 부리는 사람을 보내 훔친다는 것은 무엇인가? 만약 비구가 사람에게 ‘너는 아무개의 소중한 물건이 어디에 있는지 아는가’라고 말하여 ‘알고 있다’고 대답하면 그를 보내 훔치게 하고, 그가 그 말에 따라 훔쳐 본래 있던 장소에서 옮겼다면 그때 그 비구는 바라이를 범한 것이 된다. 남의 소중한 물건을 훔치는 바라이에 다시 세 종류가 있으니, 첫째는 마음으로 훔치는 것이고, 둘째는 몸으로 훔치는 것이고, 셋째는 본래 있던 장소에서 옮기는 것이다. 마음으로 훔친다는 것은 마음을 일으켜 훔치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몸으로 훔친다는 것은 손이나 다리나 머리나 기타 신체부위로 남의 물건을 가져가는 것이다. 본래 있던 장소에서 옮긴다는 것은 물건이 있던 장소에서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이다. 남의 소중한 물건을 훔치는 바라이에 다시 세 종류가 있으니, 첫째는 남이 주지 않은 것이고, 둘째는 남의 소중한 물건이고, 셋째는 본래 있던 장소에서 옮기는 것이다. 남이 주지 않은 것이란 남자나 여자나 황문이나 이근인 사람이 주지 않은 것이다. 소중한 물건이란 물건의 값어치가 5전이나 5전이 넘는 것이다. 본래 있던 장소에서 옮긴다는 것은 물건이 있던 장소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 놓는 것이다. 남의 소중한 물건을 훔치는 바라이에 다시 세 종류가 있으니, 첫째는 훔치려는 마음이고, 둘째는 소중한 물건이고, 셋째는 본래 있던 장소에서 옮기는 것이다. 훔치려는 마음이란 다른 사람이 주지 않는데 스스로 훔칠 마음으로 가지는 것이다. 소중한 물건과 본래 있던 장소에서 옮기는 것은 위에서 말한 바와 같다. 남의 소중한 물건을 훔치는 바라이에 다시 세 종류가 있으니, 첫째는 그 물건이 남의 소유이고, 둘째는 소중한 물건이고, 셋째는 본래 있던 장소에서 옮기는 것이다. 남의 소유란 그 물건의 주인이 남자나 여자나 황문이나 이근의 사람인 경우이다. 소중한 물건과 본래 있던 장소에서 옮기는 것은 위에서 말한 바와 같다. 남의 소중한 물건을 훔치는 바라이에 다시 세 종류가 있으니, 첫째는 남의 소유라고 생각되는 것이고, 둘째는 소중한 물건이고, 셋째는 본래 있던 장소에서 옮기는 것이다. 남의 소유라고 생각되는 것이란 그 물건에 주인이 있음을 아는 것이다. 소중한 물건과 본래 있던 장소에서 옮기는 것은 위에서 말한 바와 같다. 남자나 여자나 황문이나 이근인 사람의 소중한 물건을 본래 있던 장소에서 옮기는 것은 위에서 말한 바와 같다. 남의 소중한 물건을 훔치는 바라이에 다시 네 종류가 있으니, 첫째는 남이 주지 않는 것이고, 둘째는 훔칠 마음으로 가지는 것이고, 셋째는 소중한 물건이고, 넷째는 본래 있던 장소에서 옮기는 것으로서 모두 위에서 말한 바와 같다. 남의 소중한 물건을 훔치는 바라이에 다시 네 종류가 있으니, 그 물건이 남의 소유이고, 훔칠 마음으로 가지는 것이고, 소중한 물건이고, 본래 있던 장소에서 옮기는 바라이이다. 그 물건이 남의 소유인 줄 알면서 훔칠 마음으로 가지는 것이다. 소중한 물건과 본래 있던 장소에서 옮기는 것은 모두 위에서 말한 바와 같다. 남의 소중한 물건을 훔치는 바라이에 다시 네 종류가 있으니, 첫째는 지키는 사람이 있는 것이고, 둘째는 주인이 있는 것이고, 셋째는 소중한 물건이고, 넷째는 본래 있던 장소에서 옮기는 것이다. 지키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어떤 사람이 코끼리ㆍ말ㆍ소ㆍ양ㆍ처자ㆍ노비를 소유하고 자기나라나 다른 나라에 살고 있으며 지키는 사람이 있고 나의 소유라고 마음먹는 경우이다. 누가 나의 것이라고 마음먹느냐에 따라 그의 물건이 된다. 또 밭ㆍ사탕수수밭ㆍ논ㆍ보리밭ㆍ삼밭ㆍ콩밭ㆍ포도밭을 소유하고 있고 지키는 사람이 있으며 나의 소유라고 마음먹는 경우이다. 누가 나의 것이라고 마음먹느냐에 따라 그의 물건이 된다. 또 코끼리 우리와 마구간과 문간(門間)과 주방을 소유하고 그 속에 물건을 넣어 둔 사람이 있으면 이를 지키는 것[守護]이라 하고, 나의 소유라고 마음먹는 사람이 있어 누가 나의 것이라고 마음먹느냐에 따라 그의 물건이 된다. 소중한 물건과 본래 있던 장소에서 옮기는 것은 위에서 말한 바와 같다. 남의 소중한 물건을 훔치는 바라이에 다시 네 종류가 있다. 그 물건에 지키는 사람이 없는 것이고, 그러나 내 것이라는 마음이 있는 것이고, 소중한 물건이고, 본래 있던 장소에서 옮기는 것이다. 지키는 사람이 없다는 것은 어떤 사람이 코끼리ㆍ말ㆍ처자를 소유하고 자기나라나 다른 나라에 살고 있는데 그 물건을 지키는 사람은 없지만 나의 소유라고 마음먹는 경우이다. 누가 나의 것이라고 마음먹느냐에 따라 그의 물건이 된다. 또 전답을 소유하고 마당에 곡식이 있는데 그 물건을 지키는 사람은 없지만 나의 소유라고 마음먹는 경우이다. 누가 나의 것이라고 마음먹느냐에 따라 그의 물건이 된다. 또 다섯 가지 보배와 그와 비슷한 것들을 땅 속에 감춰 두고 지키는 사람 없이 나의 소유라는 마음만 가지고 있다면 누가 나의 것이라고 마음먹고 있느냐에 따라 나의 것이라고 마음먹고 있는 주인의 것이라 한다. 이를 주인은 있지만 지키는 사람은 없는 경우라 한다. 소중한 물건과 본래 있던 장소에서 옮기는 것은 위에서 말한 바와 같다. 남의 소중한 물건을 훔치는 바라이에 다시 네 종류가 있다. 그 물건에 지키는 사람이 있고, 내 것이라 마음먹는 사람은 없으며, 소중한 물건이고, 본래 있던 장소에서 옮기는 것이다. 지키는 사람은 있지만 내 것이라 마음먹지 않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도적 떼가 다른 성읍(城邑)에 쳐들어가 많은 물건들을 노략질했을 때 왕의 힘이나 주민들의 힘으로 다시 그 도적들을 물리쳐 도적들이 재물을 버리고 달아났다고 하자. 그 물건에 대해 원래의 주인은 지키지 못했고 자기 것이라는 마음이 없으니 이미 잃었기 때문이고, 도적들 또한 지키지 못했고 자기 것이라는 마음이 없으니 이미 빼앗겼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키는 사람은 있지만 자기 것이라는 마음은 없는 것이다. 지키지만 자기 것이라는 마음은 없는 자란 누구인가? 다시 탈취한 자이다. 또 예컨대 어떤 비구가 가사와 발우를 잃어버렸는데 그와 잘 아는 비구가 다른 곳에서 발견하고 곧 탈취하였다고 하자. 그 잃어버린 가사와 발우에 대해 비구는 간수하지 못했고 내 것이라는 마음이 없으니 이미 잃어버렸기 때문이고, 도적도 간수하지 못했고 내 것이라는 마음이 없으니 이미 빼앗겼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키는 사람은 있지만 자기 것이라는 마음은 없는 것이다. 지키지만 자기 것이라는 마음은 없는 자란 누구인가? 다시 탈취한 자이다. 소중한 물건과 본래 있던 장소에서 옮기는 것은 위에서 말한 바와 같다. 훔치는 장소[處]에는 땅 속ㆍ땅 위ㆍ허공ㆍ탈것ㆍ수레ㆍ배ㆍ물속ㆍ밭ㆍ스님들이 사는 집ㆍ몸ㆍ세금을 거두는 곳ㆍ서로 약속한 곳ㆍ발이 없는 중생ㆍ두 발 달린 중생ㆍ네 발 달린 중생ㆍ발이 많은 중생 등이 모두 포함된다. 땅 속이란 어떤 경우인가? 사람이 다섯 가지 보배나 그와 비슷한 것을 땅에 감추어 두었는데 비구가 훔칠 마음으로 가져다 본래 있던 장소에서 옮겼다면 바라이(波羅夷)이고, 망설이고 있었다면 투란차(偸蘭遮)40)이다. 만약 망설이다가 5전어치를 취했다면 바라이이고, 만약 나무나 기왓장 돌 따위를 사용해서 들어올렸다면 비록 본래 있던 곳으로 떨어뜨렸다 하더라도 바라이이고, 미처 끄집어내지 못했다면 투란차이다. 또 쇠 병ㆍ구리 병ㆍ쇠 항아리ㆍ구리 항아리 따위에 다섯 가지 보배나 그와 비슷한 것을 그 속에 넣어 두었는데 비구가 훔칠 마음으로 취하여 본래 있던 장소에서 옮겼다면 바라이이고, 망설이고 있었다면 투란차이다. 망설이다가 5전어치를 취했다면 바라이이고, 병 밑바닥에 있는 물건을 굴려 병 입구 근처까지 꺼냈다면 바라이이고, 병 입구 근처에 있는 물건을 굴려 병 밑바닥에 떨어지게 했더라도 역시 바라이이고, 병을 깨고 5전어치를 취했다면 바라이이다. 비구의 훔칠 마음이 물건을 담은 기물(器物)에 있고 물건에 있지 않았건, 훔칠 마음이 물건에 있고 기물에 있지 않았건, 혹은 양쪽 모두에 마음이 있었건 간에 5전어치를 취하면 바라이다. 이상의 경우들이 땅 속에 해당한다. 땅 위란 어떤 경우인가? 고운 노끈 평상ㆍ거친 노끈 평상ㆍ담요ㆍ침낭처럼 된 요ㆍ얇은 요ㆍ두꺼운 요ㆍ여러 가지 색이 섞인 요ㆍ여러 가지 색의 테를 두른 요ㆍ얇은 이불ㆍ두꺼운 이불ㆍ겉을 치장한 이불ㆍ겉과 속을 치장한 이불ㆍ테두리를 치장한 이불ㆍ땅에 까는 자리ㆍ나무 위ㆍ집 위 등이다. 고운 노끈 평상의 경우 다리 부분ㆍ발 부분ㆍ고리 부분ㆍ섬돌 부분, 노끈 평상에서 발이 놓이는 곳ㆍ머리가 놓이는 곳 등이 포함된다. 만약 서로 다른 색의 노끈으로 짰다면 다른 곳이라 한다. 가죽이나 의복을 덧대었을 경우 한 색깔이면 한 곳이라 하고, 다른 색깔이면 다른 곳이라 한다. 이러한 모든 곳에 있는 다섯 가지 보배나 다섯 가지 보배 비슷한 것을 비구가 훔칠 마음으로 5전어치를 취했다면 바라이요, 망설이고 있었다면 투란차요, 망설이다가 5전어치를 취했다면 바라이다. 거친 노끈평상의 경우 판자가 하나면 한 곳이라 하고, 가죽이나 노끈이나 의복을 덧대었을 경우 노끈이 다르면 다른 곳이라 한다. 나머지는 위에서 말한 바와 같다. 담요일 경우 한 종류의 털로 되어 있으면 한 곳이라 하고, 겉과 안이 같은 색이면 한 곳이라 하고 다른 색이면 다른 곳이라 한다. 이러한 모든 곳에 있는 다섯 가지 보배나 그와 비슷한 것을 비구가 훔칠 마음으로 5전어치를 취했다면 바라이요, 망설이고 있었다면 투란차요, 망설이다가 5전어치를 취했다면 바라이다. 침낭처럼 된 요ㆍ얇은 요ㆍ두꺼운 요ㆍ여러 가지 색이 섞인 요ㆍ여러 가지 색의 테를 두른 요ㆍ얇은 이불ㆍ두꺼운 이불ㆍ겉을 치장한 이불ㆍ겉과 속을 치장한 이불ㆍ테두리를 치장한 이불ㆍ땅에 까는 자리 등일 경우 한 종류의 털로 되어 있으면 한 곳이라 하고, 한 색으로 되어 있으면 한 곳이라 하며, 다른 색으로 되어 있으면 다른 곳이라 한다. 나머지는 위에서 말한 바와 같다. 나무의 경우 뿌리ㆍ줄기ㆍ가지ㆍ잎ㆍ꽃ㆍ과일과 잔뿌리에 이르기까지, 이러한 모든 곳에 있는 다섯 가지 보배나 그와 비슷한 것을 비구가 훔칠 마음으로 5전어치를 취했다면 바라이요, 망설이고 있었다면 투란차요, 망설이다가 5전어치를 취했다면 바라이다. 집 위의 경우 문간ㆍ창문ㆍ문빗장ㆍ처마ㆍ소머리 장식ㆍ상아 장식ㆍ옷걸이ㆍ대들보ㆍ서까래ㆍ이층 누각ㆍ계단 등을 말한다. 나무 하나를 한 곳이라 하며, 난간에서는 사닥다리 하나를 한 곳이라 한다. 진흙을 바르지 않은 집은 한 번 못을 친 부분을 한 곳이라 하고, 풀로 덮은 집은 이엉이 한 번 겹친 부분을 한 곳이라 하며, 나무로 덮은 집은 나무 하나를 한 곳이라 하고, 진흙을 바른 집은 한 번 색칠한 부분을 한 곳이라 한다. 이러한 모든 곳에 있는 다섯 가지 보배나 그와 비슷한 것을 비구가 훔칠 마음으로 5전어치를 취했다면 바라이요, 망설이고 있었다면 투란차요, 망설이다가 5전어치를 취했다면 바라이다. 이상의 모든 경우들이 땅 위에 해당한다. 허공이란 어떤 경우인가? 사람이 사는 방사(房舍)나 큰 집들의 난간 위에 걸려 있던 값 비싼 옷ㆍ파두마(波頭摩) 옷ㆍ두구라(頭求羅) 옷ㆍ구라사(鳩羅闍) 옷 등이 바람에 날려 공중에 날아갔다가 아직 땅에 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비구가 훔칠 마음으로 잡았다면 바라이다. 또 비구ㆍ화상ㆍ아사리의 옷이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거나 위에서 아래로 떨어질 때 땅에 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비구가 훔칠 마음으로 잡았다면 바라이다. 또 사람이 사는 집의 문간ㆍ창문ㆍ누각 위ㆍ처마 아래ㆍ누각ㆍ실내ㆍ누각 위 등에 있는 내외의 장신구를 주인이 있는 고니ㆍ기러기ㆍ공작ㆍ앵무새ㆍ성성이 따위가 물고 갈 때 비구가 훔칠 마음으로 이 새를 잡아 빼앗았다면 바라이요, 새를 잡으려고 기다렸다면 투란차다. 그 새가 비구가 바라는 곳으로 왔다면 바라이요, 다른 곳으로 갔다면 투란차다. 그리고 만약 수리나 매 따위 야생의 새가 물건을 물고 갈 때 비구가 훔칠 마음으로 그 새를 잡아 빼앗았다면 투란차요, 새를 잡으려고 기다렸다면 돌길라(突吉羅)41)이다. 그 새가 비구가 바라는 곳으로 왔다면 투란차요, 다른 곳으로 갔다면 돌길라이다. 또 야생의 새가 가지고 가던 물건을 주인이 있는 새가 빼앗았을 때 비구가 훔칠 마음으로 그 주인이 있는 새를 붙잡았다면 바라이요, 새를 잡으려고 기다렸다면 투란차다. 새가 비구가 바라는 곳으로 왔다면 바라이요, 다른 곳으로 갔다면 투란차이다. 주인 있는 새가 가지고 가던 물건을 야생의 새에게 빼앗겼을 때 비구가 훔칠 마음으로 그 야생의 새를 잡아 빼앗았다면 투란차요, 새를 잡으려고 기다렸다면 돌길라이다. 새가 비구가 바라는 곳으로 왔다면 투란차요, 다른 곳으로 갔다면 돌길라이다. 이상의 모든 경우들이 허공에 해당한다. 탈것[乘]이란 어떤 경우인가? 코끼리, 말 등이다. 코끼리의 경우 다리ㆍ무릎ㆍ넓적다리ㆍ가랑이ㆍ늑골ㆍ등ㆍ가슴ㆍ목ㆍ머리ㆍ귀ㆍ코ㆍ입ㆍ어금니ㆍ꼬리 등이 포함된다. 이러한 모든 곳에 있는 다섯 가지 보배나 그와 비슷한 것을 비구가 훔칠 마음으로 취했다면 바라이요, 망설이고 있었다면 투란차요, 망설이다가 5전어치를 취했다면 바라이다. 말의 경우 다리ㆍ무릎ㆍ넓적다리ㆍ가랑이ㆍ늑골ㆍ등ㆍ가슴ㆍ목ㆍ머리ㆍ귀ㆍ코ㆍ입ㆍ갈기ㆍ꼬리 등이 포함되며, 나머지는 위에서 말한 바와 같다. 수레란 어떤 경우인가? 소가 끄는 수레ㆍ사슴이 끄는 수레ㆍ노루가 끄는 수레ㆍ사람이 끄는 수레ㆍ사람이 드는 수레들이다. 소가 끄는 수레일 경우 바퀴살ㆍ바퀴테두리ㆍ끌채ㆍ바퀴통ㆍ몸채[車箱]ㆍ난간 등이 포함된다. 이러한 모든 곳에 있는 다섯 가지 보배나 그와 비슷한 것을 비구가 훔칠 마음으로 취했다면 바라이요, 망설이고 있었다면 투란차요, 망설이다가 5전어치를 취했다면 바라이다. 사슴이 끄는 수레ㆍ노루가 끄는 수레ㆍ사람이 끄는 수레일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사람이 드는 수레일 경우 다리 부분ㆍ다리의 고리 부분ㆍ앉는 곳ㆍ등자ㆍ받침대ㆍ덮개 등이 포함된다. 노끈으로 덮었거나 천으로 덮었거나 간에 같은 색을 한 곳이라 하고 다른 색을 다른 곳이라 한다. 이러한 모든 곳에 있는 다섯 가지 보배나 그와 비슷한 것을 비구가 훔칠 마음으로 취했다면 바라이요, 망설이고 있었다면 투란차요, 망설이다가 5전어치를 취했다면 바라이다. 이러한 경우들이 모두 수레에 해당한다. 배란 어떤 경우인가? 단조선(單槽船)42)ㆍ방선(舫船)43)ㆍ사선(舍船)44)ㆍ병선(甁船)45)ㆍ부낭선(浮囊船)46)ㆍ판선(板船)47)ㆍ뗏목ㆍ풀로 엮은 뗏목 등이다. 단조선일 경우 양쪽 뱃전ㆍ양쪽 뱃머리ㆍ바닥ㆍ양쪽 몸채ㆍ돛대ㆍ조타실 등이 포함된다. 이러한 모든 곳에 있는 다섯 가지 보배나 그와 비슷한 것을 비구가 훔칠 마음으로 취했다면 바라이요, 망설이고 있었다면 투란차요, 망설이다가 5전어치를 취했다면 바라이다. 방선일 경우 두 개의 홈통을 가로지르는 나무ㆍ노끈으로 묶은 곳이 포함되며 나머지는 위에서 말한 바와 같다. 사선일 경우 판자벽ㆍ병ㆍ항아리ㆍ병과 항아리를 보호하는 덮개ㆍ기둥ㆍ대들보 등이 포함된다. 풀로 지붕을 덮었으면 이엉 한 겹을 한 곳이라 하며, 나뭇가지로 덮었거나 판자로 덮었으면 한 번 덮은 곳을 한 곳이라 하고, 색이 다르면 다른 곳이라 한다. 이러한 모든 곳에 있는 다섯 가지 보배나 그와 비슷한 것을 비구가 훔칠 마음으로 취했다면 바라이다. 병선일 경우 모든 병과 노끈으로 엮은 모든 부분, 가죽으로 싼 모든 부분이 포함된다. 부낭선일 경우 모든 가죽부대와 엮어 놓은 모든 부분이 포함된다. 판선일 경우 모든 판자 부분이 포함되고, 뗏목일 경우 모든 나무들이 포함되고, 풀로 엮은 뗏목일 경우 모든 풀과 모든 엮은 부분이 포함된다. 이러한 모든 곳에 있는 다섯 가지 보배나 그와 비슷한 것을 비구가 훔칠 마음으로 취했다면 바라이요, 망설이고 있었다면 투란차요, 망설이다가 5전어치를 취했다면 바라이다. 이러한 경우들이 모두 배에 해당한다. 물속이란 어떤 경우인가? 사람들이 집을 짓거나 수레를 만들거나 땔감으로 쓰려고 물에 떠내려 보내는 물건을 비구가 훔칠 마음으로 취했다면 바라이요, 망설이고 있었다면 투란차요, 망설이다가 5전어치를 취했다면 바라이다. 붙잡아 멈추게 한 후 앞으로 흘러오게 했다면 바라이요, 물 밑에 가라앉혔다면 바라이요, 물에서 건져 올려도 역시 바라이다. 그리고 또 주인이 있는 연못에 임자 있는 새들이 있을 때 비구가 훔칠 마음으로 그 새들을 취했다면 바라이요, 망설이고 있었다면 투란차요, 망설이다가 5전어치를 취했다면 바라이요, 물 밑에 가라앉혔다면 투란차요, 물에서 건져 올렸다면 바라이다. 또 주인이 없는 연못에 임자 있는 새들이 있을 때 비구가 훔칠 마음으로 이 새들을 취했다면 바라이요, 망설이고 있었다면 투란차요, 망설이다가 5전어치를 취했다면 바라이요, 물 밑에 가라앉혔다면 바라이요, 물에서 건져 올려도 역시 바라이다. 이러한 경우들이 모두 물속에 해당한다. 밭이란 어떤 경우인가? 두 가지 수단으로 남의 전답을 빼앗는 것이니, 첫째는 언쟁을 통해서요, 둘째는 행동을 통해서이다. 비구가 땅을 빼앗기 위해 남과 언쟁하여 이기면 바라이요, 뜻대로 안되었으면 투란차요, 분수에 넘치는 이상한 행동을 해서 5전어치의 땅을 빼앗으면 바라이다. 스님들이 사는 집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몸이란 어떤 경우인가? 비구가 화상이나 아사리를 모시고서 옷을 가지고 갈 때 그 비구 몸의 여러 곳, 즉 다리 발ㆍ무릎ㆍ넓적다리ㆍ가랑이ㆍ엉덩이ㆍ늑골ㆍ등ㆍ배ㆍ가슴ㆍ손ㆍ팔꿈치ㆍ팔뚝ㆍ어깨ㆍ목ㆍ머리 등에서 비구가 훔칠 마음으로 그 옷 보따리를 취해 이쪽에서 저쪽으로 옮겼다면 바라이다. 이러한 경우가 몸에 해당한다. 세금을 거두는 관문이란 어떤 경우인가? 비구가 관문을 지나며 세금을 내야만 하는 물건에 세금을 내지 않았을 경우 그 값이 5전이면 바라이다. 또 상인이 세금을 거두는 관문에 이르러 비구에게 ‘나를 위해 이 물건을 가지고 지나가 달라’고 말해 비구가 5전어치의 세금을 내야 하는 물건을 가지고 통과했다면 바라이다. 또 상인이 세금을 거두는 관문에 이르러 비구에게 ‘나를 위해 이 물건을 가지고 지나가면 세금의 반을 당신에게 주겠소’라고 하였을 때 비구가 그렇게 하여 5전어치의 세금을 얻었다면 바라이다. 또 상인이 세금을 거두는 관문에 이르러 비구에게 ‘나를 위해 이 물건을 가지고 지나가면 세금을 몽땅 당신에게 주겠소’라고 하였을 때 비구가 그렇게 하여 5전어치의 세금을 얻었다면 바라이다. 또 세금을 거두는 관문에 이른 상인에게 비구가 다른 길을 가르쳐 주어 세금을 매길 물건이 없게 했을 때, 그것이 5전어치의 세금을 내야 할 물건이었으면 바라이다. 또 상인이 아직 세금을 거두는 곳에 도착하기 전에 비구가 다른 길을 가르쳐 주어 세금을 매길 물건이 없게 했을 때, 그것이 5전어치의 세금을 내야 할 물건이었으면 투란차이다. 그러나 만약 세금을 거두는 곳에 도적이나 흉악한 짐승이 있다거나 기근이 들었을 경우에 비구가 다른 길을 가르쳐 주었다면 죄를 범한 것이 아니다. 이러한 것들이 세금을 거두는 관문에 해당한다. 서로 약속한 곳이란 어떤 경우인가? 비구가 도적과 함께 공모해 마을을 노략질하고 얻은 물건에서 비구의 몫을 주었을 때, 5전어치를 얻었다면 바라이다. 이러한 경우가 서로 약속한 곳에 해당한다. 발이 없는 중생이란 어떤 경우인가? 질충(𧓳蟲)ㆍ천두라충(千頭羅蟲) 등을 어떤 사람이 잡아 그릇 속에 넣어 두었는데 비구가 훔칠 마음으로 취했다면 바라이요, 망설이고 있었다면 투란차요, 망설이다가 5전어치를 취했다면 바라이요, 그릇을 깨고 5전어치의 벌레를 꺼냈다면 바라이다. 비구의 훔칠 마음이 그릇에 있고 벌레에 있지 않았건, 훔칠 마음이 벌레에 있고 그릇에 있지 않았건, 양쪽 모두에 마음이 있었건, 훔칠 마음으로 5전어치를 취했다면 바라이다. 이러한 경우가 발이 없는 중생에 해당한다. 두발 달린 중생이란 어떤 경우인가? 고니ㆍ기러기ㆍ공작ㆍ앵무새ㆍ사리조(舍利鳥)48)ㆍ구기라조(拘耆羅鳥)49)ㆍ성성이 및 사람을 말한다. 어떤 사람이 이러한 것들을 조롱 속에 넣어 두었는데 비구가 훔칠 마음으로 취했다면 바라이요, 망설이고 있었다면 투란차요, 망설이다가 5전어치를 취했다면 바라이요, 조롱을 뚫고 5전어치의 새를 꺼냈다면 바라이다. 비구의 훔칠 마음이 조롱에 있고 새에 있지 않았건, 훔칠 마음이 새에 있고 조롱에 있지 않았건, 양쪽 모두에 마음이 있었건, 훔칠 마음으로 5전어치를 취했다면 바라이다. 사람을 훔치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으니, 첫째는 업어가는 것이고, 둘째는 서로 약속하는 것이다. 만약 비구가 사람을 훔쳐 등에 업고 두 걸음을 옮긴다면 바라이며, 서로 약속하고 만나 두 걸음을 가면 바라이다. 이러한 경우가 두발 달린 중생에 해당한다. 네 발 달린 중생이란 어떤 경우인가? 코끼리ㆍ말ㆍ소ㆍ양ㆍ나귀ㆍ노새 등을 말한다. 어떤 사람이 이러한 것들을 끈으로 묶어 한곳에 매어 두었는데 비구가 훔칠 마음으로 끈을 풀고 네 걸음을 옮겼다면 바라이요, 담장이나 울타리 안에 두었는데 비구가 훔칠 마음으로 몰고 네 걸음을 옮겼다면 바라이다. 여러 네 발 달린 중생들이 한 곳에 함께 누워 있는데 비구가 훔칠 마음으로 한 마리를 몰아서 일으켜 세우고 네 걸음을 옮겼다면 바라이다. 밖에 풀어 두었는데 비구가 마음속으로 ’이를 방목한 사람이 마을로 들어갔을 때 내가 훔쳐야지’라고 생각하면 투란차이다. 죽일 경우에는 바야제(波夜提)50)요, 죽인 뒤 5전어치의 고기를 취하면 바라이다. 이러한 경우들이 네 발 달린 중생에 해당한다. 발이 많은 중생이란 어떤 경우인가? 지네ㆍ백족길강(百足蛣蜣) 따위를 말한다. 어떤 사람이 이것들을 그릇에 넣어 두었는데 비구가 훔칠 마음으로 취했다면 바라이요, 망설이고 있었다면 투란차요, 망설이다가 5전어치를 취했다면 바라이요, 그릇을 깨고 5전어치의 벌레를 꺼냈다면 바라이다. 훔칠 마음이 그릇에 있고 벌레에 있지 않았건, 훔칠 마음이 벌레에 있고 그릇에 있지 않았건, 양쪽 모두에 마음이 있었건, 훔칠 마음으로 5전어치를 취했다면 바라이다. 이러한 경우가 발이 많은 중생에 해당한다. 또 사람[人]의 소중한 물건을 훔친 바라이에 일곱 가지가 있다. 첫째는 자기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한 경우, 둘째는 동의가 없는 경우, 셋째는 오래 사용하는 경우, 넷째는 주인이 있는 줄 아는 경우, 다섯째는 미치지 않은 상태일 경우, 여섯째는 마음이 어지럽지 않은 상태일 경우, 일곱째는 마음이 병들지 않은 상태일 경우 등이다. 또 사람의 소중한 물건을 취했지만 죄를 범한 것은 아닌 일곱 가지가 있다. 첫째는 자기 것이라고 생각한 경우, 둘째는 동의를 얻었을 경우, 셋째는 잠시 사용했을 경우, 넷째는 주인이 없다고 간주될 경우, 다섯째는 미친 상태일 경우, 여섯째는 마음이 어지러운 상태일 경우, 일곱째는 마음이 병들었을 경우 등이다. 또 사람이 아닌 상대[非人]의 소중한 물건을 훔친 투란차에 일곱 가지가 있다. 첫째는 자기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한 경우, 둘째는 동의를 얻지 못했다고 생각할 경우, 셋째는 오래 사용하는 경우, 넷째는 주인이 있는 줄 아는 경우, 다섯째는 미치지 않은 상태일 경우, 여섯째는 마음이 어지럽지 않은 상태일 경우, 일곱째는 마음이 병들지 않은 상태일 경우 등이다. 또 사람이 아닌 상대의 소중한 물건을 취했지만 죄를 범한 것은 아닌 일곱 가지가 있다. 자기 것이라고 생각한 경우, 동의를 얻은 경우, 잠시 사용할 경우, 주인이 없다고 간주될 경우, 미친 상태일 경우, 마음이 어지러운 상태일 경우, 마음이 병들었을 경우 등이다. 또 사람의 가벼운 물건을 훔친 투란차에 일곱 가지가 있다. 자기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한 경우, 동의가 없는 경우, 오래 사용하는 경우, 주인이 있는 줄 아는 경우, 미치지 않은 상태일 경우, 마음이 어지럽지 않은 상태일 경우, 마음이 병들지 않은 상태일 경우 등이다. 또 사람의 가벼운 물건을 취하긴 했지만 죄를 범한 것은 아닌 일곱 가지가 있다. 자기 것이라고 생각한 경우, 동의를 얻었을 경우, 잠시 사용할 경우, 주인이 없다고 간주될 경우, 미친 상태일 경우, 마음이 어지러운 상태일 경우, 마음이 병들었을 경우 등이다. 또 사람이 아닌 상대의 가벼운 물건을 훔친 돌길라(突吉羅)51)에 일곱 가지가 있다. 자기 것이 아니라고 생각을 한 경우, 동의가 없는 경우, 오래 사용하는 경우, 주인이 있는 줄 아는 경우, 미치지 않은 상태일 경우, 마음이 어지럽지 않은 상태일 경우, 마음이 병들지 않은 상태일 경우 등이다. 또 사람이 아닌 상대의 가벼운 물건을 취하긴 했지만 죄를 범한 것은 아닌 일곱 가지가 있다. 자기 것이라고 생각한 경우, 동의를 얻은 경우, 잠시 사용할 경우, 주인이 없다고 간주될 경우, 미친 상태일 경우, 마음이 어지러운 상태일 경우, 마음이 병들었을 경우 등이다.” 시월(施越)이란 이름의 한 비구니가 있었다. 그를 아는 많은 사람들은 복덕 있는 사람이라 말하며 유(油)ㆍ소(酥)ㆍ밀(蜜)ㆍ석밀(石蜜)을 주고 공양하는 것을 기뻐했다. 어떤 상인이 이 비구니를 보고 공경하는 마음으로 기뻐하며 이와 같이 말했다. “훌륭한 여인이시여, 필요한 소ㆍ유ㆍ밀ㆍ석밀은 저희 집에 오셔서 가져가십시오.” “그렇게 하겠습니다.” 이때 어떤 비구니가 이 말을 듣고 며칠이 지난 뒤 그 상인의 집에 가서 말했다. “시월 비구니가 호마유(胡麻油) 닷 되가 필요하답니다.” 상인이 물었다. “어디에 쓰려는 것입니까?” “저는 그것을 비구니의 절에 가져가려고 합니다.” 상인은 즉시 주었고, 그 비구니는 그걸 가지고 절에 와서 자기가 먹어버렸다. 며칠이 지난 후 시월 비구니를 만난 상인이 물었다. “훌륭한 여인이시여, 어찌하여 호마유만 요구하고 다른 것은 요구하지 않으셨습니까?” “무슨 말씀입니까?” “한 비구니께서 찾아와 당신이 호마유를 필요로 한다기에 제가 주었습니다.” 시월 비구니가 말했다. “훌륭하십니다. 다른 것을 요구했더라도 당신은 주셨을 것입니다.” 시월 비구니는 곧장 그 비구니에게 가서 말했다. “당신은 몹쓸 비구니요, 하천한 비구니입니다. 당신은 바라이를 범했습니다.” 그 비구니가 말했다. “어째서 그렇습니까?” 시월 비구니가 말했다. “상인이 주지 않는데, 속여서 남의 호마유를 취했기 때문입니다.” 그 비구니가 말했다. “저는 주지 않은 것을 취한 것이 아닙니다. 당신의 이름을 대었기에 취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는 곧 스스로 ‘내가 바라이를 범한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이 일어 그 일을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는 알고 계시면서 일부러 물으셨다. “너는 무슨 마음으로 그랬느냐?” “저는 시월 비구니의 이름을 대고 취했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바라이를 범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고의로 거짓말을 하였으니 바야제(波夜提)를 범하였다. 오늘부터 남의 이름을 사칭하고 물건을 취해서는 안 된다. 취한다면 죄를 범하는 것이다.” 또 동방(東方)이란 비구니와 바리(波利)라는 비구니가 같은 길을 가고 있었다. 이때 바리 비구니는 앞에 가다가 옷을 흘렸고, 뒤에 가던 동방 비구니가 그것을 주웠다. 둘이 한 자리에 모였을 때 동방 비구니가 외쳤다. “누가 이 옷을 흘렸는지 제가 주웠습니다.” 바리 비구니가 말했다. “당신이 이 옷을 주웠습니까?” “제가 주웠습니다.” “당신은 바라이죄를 범했습니다.” “왜요?” “당신은 훔칠 마음으로 취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동방 비구니는 ‘내가 바라이를 범한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어 그 일을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죄를 범한 것이 아니다.” 한 거사가 기환(祇桓) 근처에서 밭을 갈다 한쪽에 옷을 놓아 두었다. 이때 한 비구가 분소의(糞掃衣)를 구하다가 그곳에 놓인 옷을 보았고, 사방을 둘러보아도 사람이 없자 곧 집어갔다. 밭을 갈던 사람이 멀리서 보고 비구에게 내 옷을 가져가지 말라고 했으나 비구는 듣지 못했다. 밭을 갈던 사람이 곧 달려와 비구를 붙잡고 물었다. “당신들 비구의 법도가 주지 않는 것을 가지는 것입니까?” 비구가 대답했다. “저는 주인이 없는 분소인 줄 알고 취했습니다.” “이건 내 옷입니다.” “이것이 당신 옷이라면 당장 가져가십시오.” 그리고 비구는 ‘내가 바라이를 범한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어 그 일을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는 알고 계시면서 물으셨다. “너는 어떤 마음으로 취했는가?” 비구가 말하였다. “저는 주인이 없는 줄 알고 취했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죄를 범한 것은 아니다. 지금부터 옷을 취할 때는 잘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그것이 남의 물건이면 비록 지키는 사람이 없다 하더라도 반드시 주인이 있게 마련이다.”[도둑질에 관한 사항을 마친다.]
1)여름 안거의 마지막 날 같이 안거한 스님들이 모여서 그 동안 지은 죄를 고백하고 참회하는 의식.
2)번뇌의 티끌을 떨어 없애고, 의ㆍ식ㆍ주에 탐착하지 않으며, 청정하게 불도를 수행하는 생활방식을 말한다. 나무 아래에서 살고 걸식으로 생활하는 등 12종의 행(行)이 있다.
3)범천의 행법이란 뜻으로 더럽고 추한 음욕(淫慾)을 끊은 생활을 말한다.
4)인식 대상인 빛깔[色]ㆍ소리[聲]ㆍ냄새[香]ㆍ맛[味]ㆍ느낌[觸]에 탐착하여 느끼는 즐거움.
5)6신통(神通)의 하나. 번뇌를 끊어 자유자재하며 다시는 생을 받지 않는 능력. 다른 다섯 가지 신통은 외도나 범부도 얻을 수 있지만 누진통은 오직 아라한만 얻을 수 있다.
6)변함없는 일정한 법도.
7)성기를 가리킨다.
8)계율 가운데 가장 엄한 것이다. 이 죄를 범하면 승려로서의 생명을 잃게 되어 대중과 함께 살 수 없으므로 “함께 살 수 없다”는 뜻을 더하여 바라이불공주(波羅夷不共住)라고도 한다. 비구에게는 4종이 있고 비구니에게는 8종이 있다.
9)“출가하여 다시 비구가 될 수 없다”에 해당하는 원문은 ‘가득출가갱작비구(可得出家更作比丘)’이다. 그러나 송ㆍ원ㆍ명 3본에는 모두 ‘부득출가갱작비구(不得出家更作比丘)’로 되어 있고, 문맥으로 보아도 ‘가(可)’는 ‘불(不)’의 오자로 파악되므로 ‘가(可)’를 ‘불(不)’로 수정하여 번역하였다.
10)일백삼갈마(一白三羯磨)라고도 한다. 수계(授戒)와 같은 중요한 일에서 대중을 모으고 먼저 그 사건의 경위를 자세히 알리는 것을 표백[白]이라 하고, 다음에 세 번 그 가부를 물어 결정하는 것을 3갈마(羯磨)라 한다.
11)비구ㆍ비구니가 받아 지키는 계법으로 구계(具戒)ㆍ대계(大戒)ㆍ비구계(比丘戒)ㆍ비구니계(比丘尼戒)라고도 한다. 몸이 건강하여 병이 없고 사미계(沙彌戒)를 받은 사람에 한하여 받을 수 있으며, 연령은 20세에서 70세 미만으로 하는 것이 원칙이다.
12)종려나무와 비슷하고 크기가 7ㆍ8척 되는 과일나무인데 끝부분이 잘려나가면 더 이상 싹이 돋지 않아 죽는다. 과일은 붉고 크기는 석류만 하다.
13)비나야(毘奈耶)라고도 한다. 계율의 총칭으로서 제복(制伏)ㆍ조복(調伏)ㆍ선치(善治)ㆍ멸(滅)ㆍ율(律)로 의역하기도 한다.
14)계율의 세 가지 이름 중 하나로서 별해탈(別解脫) 또는 처처해탈(處處解脫)로 의역하기도 한다. 몸과 입으로 범하는 허물 하나하나에서 모두 해탈하게 하므로 별해탈이라 한다.
15)여러 언어가 공존했던 인도에서 가장 세력이 크고 보편화되었던 문화권의 언어를 지칭한다.
16)인간이 아닌 천(天)ㆍ용ㆍ야차ㆍ귀신ㆍ축생 따위를 일컫는 말이다.
17)‘화상(和上)’이 송ㆍ원ㆍ명 3본에는 ‘화상(和尙)’으로 되어 있다.
18)교수(敎授)ㆍ궤범(軌範)ㆍ정행(正行) 등의 의미를 지니는 말로 제자의 행위를 교정하고 지도하는 스님을 지칭하는 용어이다.
19)식차마나니(式叉摩那尼)라고도 한다. 사미니 다음에 구족계를 받아 정식 비구니로 인정받기 전 2년 동안의 호칭이다.
20)삼귀의(三歸依)와 5계(戒)를 지키는 재가의 남자 신자.
21)삼귀의와 5계를 지키는 재가의 여자 신자.
22)부처님의 제자를 일컫는 말. 석(釋)은 석가(釋迦)의 준말이다. 석가모니부처님을 따라 출가 수계한 사람을 석가의 아들이란 의미로 석자라 한다.
23)승가의 일을 결정할 때 대중을 모아 일의 내막을 자세히 보고하는 것을 표백[白]이라 하고, 다시 일의 가부를 물어 결정하는 것을 갈마라 한다.
24)승가의 일을 결정할 때 시행하는 작법의 한 가지이다. 사항의 전말을 한 번 고하고 한 번의 작법으로 결정하는 것을 백일갈마(白一獨磨)라 하고, 1백과 1갈마를 합해 백이갈마라고도 한다.
25)보름마다 한 번씩 대중이 모여 계경(戒經)을 외우고, 계율을 범한 죄를 참회하는 의식. 악을 멸하고 청정하게 살게 한다는 뜻에서 정주(淨住)라고도 한다.
26)수의(隨意)라고도 한다. 여름 안거 마지막 날 같이 지낸 스님들이 모여 그 동안 지은 잘못을 고백하고 참회하는 행사.
27)남녀의 성기가 없는 자이다.
28)남녀의 성기를 모두 가지고 있는 자.
29)비구가 지니는 여섯 가지 물품 가운데 하나이다. 앉고 누울 때 땅이나 와구(臥具) 위에 까는 용도로 사용한다.
30)갈마를 작지할 때에 지사승이 먼저 이 갈마의 시작을 외치는 것을 말한다. 이때 모든 비구는 그 음성을 들을 수 있는 거리 내에 있어야만 한다. 만약 그 음성이 모든 스님들에게 들리지 않는다면 이 갈마는 유회된다.
31)어떤 일들의 법다움을 확인하고 허락한다는 뜻이다.
32)‘시기에 다다라,’ 또는 ‘때가 되었다’면의 뜻이라기보다는 ‘지금 그 욕이 모두 다하였다면’이란 뜻이다. 시도에는 욕(欲)ㆍ청정(淸淨)ㆍ자자(自恣)의 세 가지 경우가 있지만, 보통 이를 구분하지 않고 시도란 말로 통일해서 사용한다.
33)인혜(忍慧)로써 살펴 허락한다는 뜻이다.
34)대중스님들에게 안건을 분명히 밝히는 것을 말한다.
35)여래의 지견사(知見事)를 제도화하여 신구의 삼업에 표지(表持), 즉 겉으로 드러내고 받아 지닌다는 말이다. 갈마ㆍ자자ㆍ포살 등의 경우 ‘행한다’고 하지 않고 ‘작지한다’고 표현한다. 여래의 지견사를 특정한 개인에게 표지케 하는 경우를 ‘여지(與持)한다’고 하고, 여래의 지견을 승지견사로 계승하여 그 법식대로 거행하는 것을 ‘여작(與作)한다’고 한다.
36)난제비구의 경우처럼 음계를 범해 구족계를 박탈당했다가 다시 출가해 구족계를 받은 자를 말한다. 비구의 학법(學法)을 수지하도록 허용했지만 정식 비구로 인정하지는 않으므로 여학사미라 칭한다.
37)유루(有漏)와 결박(結縛), 즉 번뇌의 원인이 되는 법을 말한다.
38)인도 4성(姓)의 하나로 왕족 또는 무사 계급에 해당한다.
39)왕의 즉위식에 사해(四海)의 물을 모아 정수리에 붓는 의식.
40)바라이죄(波羅夷罪)나 승잔죄(僧殘罪)에 이를 가능성이 있는 죄를 일컫는 말이다. 선근을 끊고 악도에 떨어지게 하는 무거운 죄다.
41)돌길라는 악자(惡作) 또는 악설(惡說)로 의역하기도 한다. 계율의 죄명으로 몸과 입으로 지은 나쁜 죄를 말한다. 이 죄를 범하면 등활지옥(等活地獄)에 떨어진다고 한다.
42)홈통이 하나인 배.
43)홈통이 나란히 쌍으로 연결된 배.
44)위에 집을 지어 놓은 배.
45)병을 엮어 만든 배.
46)가죽부대 등에 바람을 넣어 만든 배.
47)판자로 만든 배.
48)새 이름. 온갖 소리를 낸다 하여 백설조(百舌鳥)라고도 한다.
49)새의 이름. 구이라(拘夷羅)ㆍ구지라(俱枳羅)라고도 한다.
50)바일제(波逸提)ㆍ바일저가(波逸底迦)ㆍ바약치(波藥致)ㆍ바라일니가(波羅逸尼柯)ㆍ바라야질지가(波羅夜質胝迦)라고도 하며, 타(墮)로 의역하기도 한다. 6취계(聚戒)의 하나이다. 비교적 가벼운 죄로서 이를 범한 이는 범계(犯戒)에 관련된 재물을 내놓거나 다른 이에게 참회함으로써 죄가 없어진다. 그러나 규정에 따라 참회하지 않으면 지옥에 떨어지는 죄업을 짓는 것이 되므로 타(墮)라 한다.
51)돌슬길률다(突膝吉栗多)ㆍ돌슬궤리다(突瑟几理多)ㆍ독가다(獨柯多)라고도 하며, 악작(惡作)ㆍ악설(惡說)로 의역하기도 한다. 몸과 입으로 지은 비교적 가벼운 죄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