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의약법(醫藥法) 부처님께서 왕사성에 계실 때였다. 그때 가을이 되어 추위와 더위가 반복되자 여러 비구가 그만 속병이 생겨 음식을 충분히 먹을 수 없었다. 그래서 몸이 수척해지고 기력조차 없었다.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가 수척하고 기력이 없는 것을 보고는 아시면서 짐짓 아난에게 물어보셨다. “여러 비구가 어찌하여 수척하고 기력도 없어 보이느냐?” 이에 아난이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가을이 되어 추위와 더위가 반복된 탓에 여러 비구가 체증이 생겨 음식을 충분히 먹지를 못합니다. 그래서 수척하고 기력이 없습니다.” 이때 세존께서 이와 같이 생각하셨다. ‘어떤 약을 복용케 해야 병을 낫게 하고 기력을 회복시킬 수 있을까? 거친 밥이나 보리빵ㆍ미숫가루만 먹어서는 그 몸을 지탱할 수가 없다. 소(酥)ㆍ기름[油]ㆍ꿀[蜜]ㆍ석밀(石蜜)1)의 네 가지 함소약(含消藥)2)을 복용토록 청허(聽許)해야겠다.’ 부처님께서 이 인연으로 스님들을 모으셨다. 스님들이 모이자 여러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오늘부터 병든 비구에게 소ㆍ기름ㆍ꿀ㆍ석밀의 네 가지 함소약을 복용하도록 청허한다.” 이때 여러 비구는 오전에만 이를 복용하고 정오를 지나면 복용하지 않았다. 그래서 여전히 수척하고 기력이 없었다. 부처님께서 이를 보시고 아난에게 물으셨다. “여러 비구가 어째서 아직도 수척한가?” 이에 아난이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 비록 병든 비구에게 네 가지 함소약을 복용하도록 청허하셨지만 여러 비구가 이를 오전에만 복용하고 정오가 지나서는 복용하질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여전히 그 몸이 수척한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이 일로 스님들을 모으셨다. 스님들이 모이자 부처님께서 갖가지 인연을 들어 계율을 찬탄하고 지계를 찬탄하셨다. 계율을 찬탄하고 지계를 찬탄하시고 나서 여러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오늘부터 네 가지 함소약을 오전과 오후에 필요에 따라 약으로 복용하도록 청허한다.” 부처님께서 사위국에 계실 때였다. 장로 필릉가바차가 눈병을 앓게 되자 의사가 말했다. “나산선(羅散禪)을 눈에 바르십시오.” 이에 장로가 대답하였다. “우리가 나산선을 눈에 바르는 것을 부처님께서 아직 청허하시지 않았습니다.” 여러 비구가 이 일을 부처님께 말씀드리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나산선을 눈에 바르도록 청허한다.” 이 장로는 나산선을 발우 속에 담아두거나 반발우(半鉢孟)ㆍ건자(鍵鎡)ㆍ소건자(小鍵鎡)에 담아 끈으로 상아 벽걸이에 매어 두었다. 그런데 그 약을 덜어낼 때마다 벽과 와구에 더럽게 흘려 방에 냄새가 나고 지저분해졌다. 이에 부처님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단지에 담아 두어야 한다.” 단지에 담긴 했지만 이를 덮어 놓지 않아 흙먼지가 그 속에 떨어져 그 약을 바르면 눈이 더 아팠다. 이에 부처님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뚜껑을 만들어 덮어두어야 한다.” 뚜껑을 덮었지만 조금만 건드려도 바로 벗겨지곤 하자 부처님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단지 주둥이에 잘 맞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때 여러 비구가 새털이나 닭털 또는 공작꼬리털로 약을 떠서 눈에 바르자 눈의 통증이 더 심해졌다. 부처님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숟가락을 사용하라.” 이에 장로 우바리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무엇으로 숟가락을 만들어야 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철이나 구리ㆍ조개껍질ㆍ상아ㆍ쇠뿔ㆍ나무ㆍ자기로 만들어라.” 부처님께서 비야리국(毘耶離國)에 계실 때였다. 그곳은 기후가 매우 습하여 여러 비구가 종기를 많이 앓았다. 고름과 피가 흘러나와 안타회(安陀會)를 더럽히니 마치 물에 적셔 놓은 것 같았다. 부처님께서 아시면서 짐짓 여러 비구에게 물으셨다. “어찌하여 안타회가 마치 물에 젖은 것처럼 더러운가?” 이에 여러 비구가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이 종기를 앓고 있습니다. 고름과 피가 흘러나와 안타회가 더러워진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오늘부터 종기를 앓는 비구에게 고약을 바르도록 청허한다.” 이에 장로 우바리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어떤 것들로 고약을 만듭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구뢰사수(拘賴闍樹)ㆍ구파라수(拘波羅樹)ㆍ구진리타수(拘眞利他樹)ㆍ사라수(師羅樹)ㆍ파가라수(波伽羅樹)ㆍ파니무기륜타수(波尼無衹倫陀樹)를 사용하라.” 여러 비구가 이를 갈아서 쓸 줄 모르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돌에 가는 것을 청허한다.” 돌에 갈자 약이 땅에 떨어지곤 하였다. 이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돌절구와 절굿공이를 사용하도록 청허한다.” 이를 사용하다가 여러 비구가 손을 찧게 되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나무로 절굿공이를 만들도록 청허한다.” 나무로 절굿공이를 만들었으나 만드는 법을 잘 몰라서 공이가 손에서 자주 미끄러지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절굿공이의 가운데를 가늘게 만들고 약을 찧는 부분은 굵게 만들어라.” 부처님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체로 쳐서 고운 것을 기름에 개어 종기에 바르되 약을 종기 위에 잘 문질러라.” 부처님께서 사위국에 계실 때였다. 장로 시월(施越)이 정신병을 앓았는데 누군가의 말에 따라 날고기와 생피를 먹고 정신병이 낫게 되었다. 이에 시월이 여러 비구에게 말했다. “나는 미쳤을 때 누군가의 말에 따라 날고기를 먹고 생피를 마시곤 하였습니다. 나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합니까?” 여러 비구가 이 일을 부처님께 자세히 말씀드리자, 부처님께서 이 일로 스님들을 모으셨다. 스님들이 모이자 부처님께서 아시면서 짐짓 시월에게 물으셨다. “네가 미쳤을 적에 누군가의 말에 따라 날고기를 먹고 생피를 마시고는 다른 비구들에게 ‘나는 이제 어찌해야 합니까?’라고 말했다는데, 그대가 그랬다는 것이 사실인가?” 이에 시월이 말씀드렸다. “사실입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갖가지 인연을 들어 계율을 찬탄하고 지계를 찬탄하셨다. 계율을 찬탄하고 지계를 찬탄하시고 나서 여러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오늘부터 만약 그와 같은 병이 있다면 날고기와 생피를 먹도록 청허한다. 그러나 가려진 곳에서 먹어 다른 사람의 눈에 띄지 않도록 하라.” 부처님께서 사위국에서 대중과 더불어 하안거를 나섰다. 이때 장로 필릉가바차는 왕사성에서 하안거를 보냈다. 이 장로는 신도가 많아서 소ㆍ기름ㆍ꿀ㆍ석밀을 많이 얻었기에 이것을 크고 작은 발우와 크고 작은 건자에 담고 끈으로 엮어서 상아 벽걸이에 걸어두었다. 그러나 이를 덜어먹을 때 흘리곤 해서 벽과 와구를 더럽혔기에 방에 냄새도 나고 또 지저분해졌다. 게다가 그 공행(共行) 제자나 근주(近住) 제자인 여러 비구가 이 소ㆍ기름ㆍ꿀ㆍ석밀을 가져갔고, 보관 시기가 지난 것들을 나쁜 방법으로 집어 받지 말아야 할 내숙(內宿)3)을 모두 한 그릇에 담아놓고 먹었다. 모든 부처님의 상법에 1년에 두 번 대회를 열게 되니, 봄의 마지막 달과 여름의 마지막 달이었다. 봄의 마지막 달이 되면 사방 여러 나라의 비구들이 부처님의 처소를 방문하여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나서 하안거를 안락하게 보냈으니, 이것이 첫 번째 대회이다. 여름의 마지막 달에는 안거를 끝내고 3개월간 입었던 법의를 수선하고서 법의와 발우를 지니고 서서히 유행(遊行)하여 부처님의 처소를 방문하며 “나는 오랫동안 부처님을 뵙지 못하고, 오랫동안 수가타를 뵙지 못했다”고 생각하였으니, 이것이 두 번째 대회이다. 여러 비구가 왕사성에서 안거를 마치고는 3개월간 입었던 법의를 다시 수선한 후에 법의와 발우를 지니고 서서히 유행하여 부처님의 처소를 방문하고서 부처님의 발에 머리를 조아려 예배드리고는 한쪽에 앉았다. 나그네 비구가 방문하면 이를 위로하고자 “견딜 만하고 만족스러웠는가? 편안하고 즐겁게 머물렀는가? 걸식은 힘들지 않았는가? 먼 길에 피곤하지 않았는가?”라고 묻는 것이 모든 부처님의 상법이었다. 지금 부처님께서도 이와 같이하셨으니, 부처님께서 나그네 비구에게 물으셨다. “견딜 만하고 만족스러웠는가? 편안하고 즐겁게 머물렀는가? 걸식은 힘들지 않았는가? 먼 길에 피곤하지 않았는가?” 이에 여러 비구가 말씀드렸다. “견딜 만하고 만족스러웠으며 편안하고 즐겁게 머물렀습니다. 걸식도 힘들지 않았고, 먼 길도 피곤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 일을 부처님께 자세히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이 일로 스님들을 모으셨다. 스님들이 모이자 부처님께서 갖가지 인연을 들어 꾸짖으셨다. “내가 여러 병든 비구를 불쌍히 여겨 소ㆍ기름ㆍ꿀ㆍ석밀의 네 가지 함소약을 복용하도록 청허하였다고 해서 보관시기가 지난 것을 나쁜 방법으로 덜고, 정인(淨人)도 통하지 않고서 내숙(內宿)을 받았단 말인가.” 부처님께서 갖가지 인연을 들어 꾸짖고 나서 여러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지금부터 병든 비구에게 네 가지 함소약을 복용하도록 청허하니, 한 번 받으면 이레 동안 필요에 따라 복용하라. 만약 이레가 지나도록 보관하면 니살기바일제(尼薩耆波逸罪)죄가 된다.” 부처님께서 사위국에 계실 때였다. 장로 의리월(疑離越)이 밀가루나 누룩 가루나 태운 흙이나 목탄 가루를 섞어서 끓여 석밀을 만드는 것을 보았다. 그것을 보고 여러 비구에게 말했다. “여러 장로시여, 밀가루나 누룩 가루나 태운 흙이나 목탄 가루를 섞어서 끓여 만든 그 석밀을 정오가 지나서는 먹으면 안 됩니다.” 여러 비구가 이 일을 부처님께 말씀드리자, 부처님께서 이 인연으로 스님들을 모으셨다. 스님들이 모이자 부처님께서 아시면서 짐짓 의리월에게 물으셨다. “그대가 밀가루나 누룩 가루나 태운 흙이나 목탄 가루를 섞어서 끓여 석밀을 만드는 것을 보고는 여러 비구에게 ‘정오가 지나서는 석밀을 먹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는 것이 사실인가?” 이에 의리월이 말씀드렸다. “사실입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갖가지 인연을 들어 계율을 찬탄하고 지계를 찬탄하셨다. 계율을 찬탄하고 지계를 찬탄하시고 나서 여러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지금부터 밀가루나 누룩 가루나 태운 흙이나 목탄 가루를 섞어서 끓여 석밀을 만드는 것을 청허한다. 그러나 오전에만 먹고, 정오를 지나면 이를 먹어서는 안 된다.” 부처님께서 사위국에 계실 때였다. 장로 사리불(舍利弗)이 병으로 풍기(風氣)가 발동하여 몸이 차가웠다. 그러자 의사가 말했다. “소제라장(蘇提羅漿)을 드셔야만 합니다.” 이에 사리불이 말했다. “제가 소제라장을 먹도록 부처님께서 아직 청허하시지 않았습니다.” 여러 비구가 이 일을 부처님께 말씀드리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지금부터 소제라장을 먹도록 청허한다.” 이에 장로 우바리가 여쭈었다. “부처님이시여, 무엇으로 소제라장을 만듭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보리의 껍질을 벗겨내고 알갱이가 깨지지 않게 살짝 볶아서 그릇 하나에 담아두고 더운 물을 부어 발효시켜라. 낮에 이를 얻었으면 낮에 먹고, 밤에 얻었으면 밤에 복용하라. 때를 넘겨 복용해서는 안 된다.” 부처님께서 사위국에 계실 때였다. 장로 사리불이 열병을 앓게 되자 의사가 말했다. “수로장(首盧漿)을 드셔야 합니다.” 이에 사리불이 말했다. “제가 수로장을 먹도록 부처님께서 아직 청허하시지 않았습니다.” 여러 비구가 이 일을 부처님께 말씀드리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수로장을 복용하도록 청허한다.” 장로 우바리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무엇으로 수로장을 만듭니까?” 부처님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누룩을 갈거나 찧어 기름에 개어서 같은 분량의 물과 섞어 발효시켜라. 끼니때에 맞추어 복용하고 때 아닌 때에 복용해서는 안 된다.” 부처님께서 바라내국(波羅奈國)에서 대중과 더불어 하안거를 함께 나셨다. 그곳에 마하사나(摩訶斯那)라는 한 우바이가 있었는데, 아주 부유해서 돈과 곡식과 농토와 저택과 보물이 풍족하며 갖가지 복덕을 성취하였고, 불ㆍ법ㆍ승의 삼보를 믿어 4제(諦)를 체득하고 도를 얻은 사람이었다. 그녀는 부처님과 스님들께 하안거 4개월 동안 병자에게 음식과 탕약을 필요한 대로 공급하는 자자공양(自恣洪養)을 청하였다. 그때 어떤 한 비구가 병이 들어 약을 복용하는데 고기가 필요하게 되자 여러 간병인에게 말하였다. “그대가 우바이 마하사나의 처소에 가서 ‘한 비구가 병이 들어 약을 복용하고 있는데 고기가 필요하다’고 이렇게 말해 주시오.” 간병인은 즉시 우바이 마하사나의 처소로 찾아가 이와 같이 말하였다. “한 비구가 병이 나서 약을 복용하는데 고기가 필요합니다.” 우바이는 즉시 하녀에게 돈을 주어 고기를 사서 간병인에게 주도록 하였다. 하녀가 돈을 가지고 바라내성을 돌아다니면서 고기를 사고자 하였으나 구하지를 못하였으니, 국왕 파마달(波摩達)이 살생을 금지한 까닭이었다. 하녀가 돌아와 주인에게 말하였다. “왕이 살생을 금지하였습니다. 제가 온갖 곳을 다녀보았지만 구할 수 없었습니다.” 우바이는 생각하였다. ‘어찌하여 고기를 얻기가 이리 힘들까. 내가 부처님과 스님들께 하안거 4개월 동안 그 필요한 것을 자자 공양하겠다고 청하였으나, 이제 한 비구가 병이 들어 약으로 쓰고자 고기를 필요로 하는데도 구해줄 수가 없구나. 만약 고기를 얻지 못하면 아마도 그 병이 더 깊어질 것이다.’ 이와 같이 생각하고는 즉시 날카로운 칼을 들고 방으로 들어가 자신의 허벅지살을 베어 하녀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네가 이것을 잘 익혀서 비구에게 드려라.” 하녀가 이것을 익힌 다음에 간병인에게 건네주었다. 간병인은 이것을 가지고 돌아가 깨끗한 물로 병든 비구의 손을 씻고 가지고 온 고기를 병든 비구에게 쥐어주었다. 병든 비구는 그것이 무슨 고기인지도 모르고 바로 먹었는데 이때부터 그 병이 차도가 있었다. 우바이 마하사나는 그 상처가 몹시 아파서 바깥출입은 물론이고 앉고 서지도 못하였다. 마침 그 남편이 작은 일이 있어 부재중이었다가 여행에서 돌아와 보니 부인이 보이지 않자, 즉시 물었다. “우바이 마하사나는 어디 갔는가?” 이에 그 식구들이 말했다. “병환이 몹시 심하여 방 안에 드러누워 앉거나 일어서지도 못합니다.” 그 남편이 가까이 다가가 물었다. “당신은 어디가 이토록 아픈 거요? 풍병(風病)이나 열병(熱病)이나 냉병(冷病) 때문이오?” 우바이는 전에 있었던 일을 자세히 말하였다. 그 남편이 이를 듣고 크게 노하였다. “참을 수도 없고 믿기지도 않으니 무슨 일이 이러한가? 사문 석자는 때도 모르고 헤아리지도 못하는구나. 시주하는 이가 그 분수를 모르면 받는 이라도 그 분수를 알아야 마땅한데 어찌 우리 집사람을 이처럼 앉지도 서지도 못할 만큼 고통스럽게 만들었단 말인가.” 그는 분한 마음을 가득 품고 부처님을 찾아갔다. 부처님께서 마침 대중에게 둘러싸여 설법하시다가 멀리서 이 우바새가 오는 것을 보셨다. 부처님께 다가갈수록 부처님의 대자대비한 위신력(威神力)에 감화되었기에, 그는 분한 마음이 점차 가라앉고 깨끗한 마음이 생겨 부처님의 발에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부처님께서는 그에게 설법하시어 가르침을 보여 이롭게 하고 기쁘게 하셨으며, 가르침을 보여 이롭게 하고 기쁘게 하신 다음 묵묵히 계셨다. 그 우바새가 곧 자리에서 일어나 한쪽으로 옷을 여미고 합장하고서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내일 스님들께 공양을 올리고자 하는 저의 청을 받아주십시오.” 부처님께서 묵묵히 이를 수락하셨다. 우바새는 부처님께서 침묵으로 그 청을 수락하셨다는 것을 알고 머리 조아려 예배드리고는 부처님을 오른쪽으로 돌면서 떠나갔다. 그리고 밤새도록 갖가지 귀한 음식을 장만하고 나서 아침 일찍 자리를 깔아놓고 사람을 보내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음식이 이미 준비되었습니다. 성인께서는 스스로 때를 아소서.” 부처님께서는 법의와 발우를 지니고 대중에게 에워싸여 그 집으로 가서 대중 가운데에 앉으셨다. 그 우바새는 대중이 자리에 모두 앉은 것을 보고 몸소 손 씻을 물을 돌렸다. 손 씻을 물을 돌린 다음에는 원하는 만큼 음식을 직접 나누어 주었고, 대중이 공양을 마치고는 손을 씻고 발우를 거두어들이자 즉시 작은 평상을 내어다가 부처님 앞에 앉아 부처님께 설법을 청하였다. 부처님께서 아시면서 짐짓 이 우바새에게 물으셨다. “우바이 마하사나는 어디에 있는가?” 이에 우바새가 말씀드렸다. “대덕이시여, 우바이 마하사나가 병으로 고통 받고 있습니다. 방에 누워 걷지도 못합니다.” 부처님께서 우바새에게 말씀하셨다. “그대가 가서 우바이 마하사나에게 전하라, 부처님이 그대를 부르신다고.” 우바새는 우바이 곁으로 다가가 “부처님께서 당신을 부르시오”라고 말하였다. 바로 그때 우바이는 그 말을 듣고 몹시 기뻐하였고, 그 상처도 즉시 아물어 예전과 다름없어졌다. 그러자 우바이가 말하였다. “당신은 보십시오, 우리 스승에겐 이와 같은 커다란 신통력이 있습니다. 당신이 나에게 ‘부처님께서 당신을 부른다’고 말하자마자 상처가 즉시 아물어 예전과 같아졌습니다.” 남편은 자기 부인이 이처럼 부처님의 위신력에 가피 입는 것을 보고는 환희심이 생겨 두 사람이 함께 부처님이 계신 자리로 와서 부처님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부처님께서 두 사람이 신심을 내어 기뻐하는 것을 아시고는 그들의 마음에 맞춰 설법하시자 우바이는 사다함의 도[斯陀含道]를 얻고 우바새는 수다원의 도[首陀洹道]를 얻었다. 부처님께서 이 두 사람에게 다시 요법(要法)을 말씀하시자 두 사람에게 곧 선심(善心)이 생겨났다. 가르침을 보여 이롭게 하고 기쁘게 하신 다음 부처님께서는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정사로 돌아오셔서 이 인연으로 스님들을 모으셨다. 스님들이 모이자 부처님께서 아시면서 짐짓 병을 앓았던 비구에게 물으셨다. “그대가 그랬다는 것이 사실인가?” 병을 앓았던 비구가 말씀드렸다. “사실입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갖가지 인연을 들어 꾸짖으셨다. “어찌 명색이 비구가 인육을 먹었단 말인가.” 부처님께서 갖가지 인연을 들어 꾸짖고 나서 여러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오늘부터 어떤 경우라도 사람의 고기ㆍ사람의 지방ㆍ사람의 피ㆍ사람의 근육을 먹어서는 안 된다. 만약 먹는다면 투란차죄(偸蘭遮罪)를 범하는 것이다. 사람의 뼈를 먹었다면 죄가 없다.4) 지금부터 소소한 일로 고기를 얻으려 해서는 안 되며, 만약 끼니때 고기를 얻게 되면 그것이 어떤 고기인지 반드시 물어보아야 한다. 만약 질문하여 확인하지 않으면 돌길라죄가 된다.” 부처님께서 여전히 바라내국에 계실 때였다. 그때 흉년이 들어 걸식하기가 몹시 어려웠는데, 코끼리들이 무더기로 역병으로 죽자 코끼리를 기르는 이ㆍ말을 기르는 이ㆍ소를 치는 이ㆍ화장터지기ㆍ변소치기 등 여러 가난한 사람들이 다들 코끼리 고기를 먹었다. 여러 비구가 마침 그런 집에 가서 걸식을 하게 되자 여러 사람이 말했다. “대덕이시여, 저희에게는 밥도 없고 보리빵이나 미숫가루도 없습니다. 단지 코끼리 고기가 있는데 당신들이 드실 수 있겠습니까?” 이에 여러 비구가 대답하였다. “그대들도 먹는 것을 어찌 우리가 먹지 못하겠습니까?” 이에 코끼리 고기를 나누어 주자 여러 비구가 가지고 돌아왔다. 다른 비구들이 물었다. “이것은 무슨 고기입니까?” “코끼리 고기입니다.” 여러 비구가 갖가지 인연을 들어 꾸짖었다. “부처님께서 아직 코끼리 고기를 먹는 것을 청허하시지 않았는데 어찌 명색이 비구가 이를 먹었단 말입니까.” 꾸짖고 나서는 이 일을 모두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이 일로 스님들을 모으셨다. 스님들이 모이자 아시면서 짐짓 여러 비구에게 물으셨다. “너희가 그랬다는 것이 사실인가?” 이에 여러 비구가 말씀드렸다. “사실입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갖가지 인연을 들어 여러 비구를 꾸짖으셨다. “어찌 명색이 비구가 코끼리 고기를 먹었단 말인가. 만약 범마달왕이 사문 석자가 코끼리 고기를 먹었다는 것을 전해 들으면 마음속으로 불쾌하게 생각할 것이다. 왜냐하면 코끼리는 관청의 소유물이기 때문이다.” 부처님께서 갖가지 인연을 들어 꾸짖고 나서 여러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지금부터 코끼리의 고기ㆍ코끼리의 지방ㆍ코끼리의 피ㆍ코끼리의 근육을 먹어서는 안 된다. 만약 이를 먹으면 돌길라죄가 된다. 만약 코끼리의 뼈를 먹었다면 이는 죄가 없다.” 부처님께서 여전히 바라내국에 계실 때였다. 그때 흉년이 들어 걸식하기가 몹시 어려웠는데, 말들이 무더기로 역병으로 죽자 코끼리 기르는 이ㆍ말을 기르는 이ㆍ소를 치는 이ㆍ화장터지기ㆍ변소치기 등 여러 가난한 사람들이 다들 말고기를 먹었다. 여러 비구가 끼니때가 되어 그런 집에 가서 걸식을 하게 되었다. 여러 사람이 말했다. “대덕이시여, 지금은 밥도 없고 보리빵도 없고 미숫가루도 없습니다. 단지 말고기가 있는데 당신들이 드실 수 있겠습니까?” 여러 비구가 말했다. “그대들도 먹는 것을 어찌 우리가 먹지 못하겠습니까?” 이에 말고기를 나누어 주자 여러 비구가 이를 가지고 돌아왔다. 다른 비구들이 물었다. “이것은 무슨 고기입니까?” “말고기입니다.” 이에 여러 비구가 갖가지 인연을 들어 꾸짖었다. “부처님께서 아직 말고기를 먹는 것을 청허하시지 않았는데 어찌 명색이 비구가 이를 먹었단 말입니까.” 꾸짖고 나서 이 일을 부처님께 자세히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이 인연으로 스님들을 모으셨다. 스님들이 모이자 부처님께서 아시면서 짐짓 여러 비구에게 물으셨다. “너희가 그랬다는 것이 사실인가?” 이에 여러 비구가 말씀드렸다. “사실입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갖가지 인연을 들어 여러 비구를 꾸짖으셨다. “어찌 명색이 비구가 말고기를 먹었단 말인가. 만약 범마달왕이 사문 석자가 말고기를 먹는다는 것을 듣게 되면 마음속으로 좋지 않게 생각할 것이다. 왜냐하면 말은 관청의 소유물이기 때문이다.” 부처님께서 갖가지 인연을 들어 꾸짖고 나서 여러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지금부터 말의 고기나 말의 지방ㆍ말의 피ㆍ말의 근육ㆍ말의 뼈를 먹어서는 안 된다. 만약 먹는다면 돌길라죄가 된다.” 부처님께서 여전히 바라내국에 계실 때였다. 그때 흉년이 들어 걸식하기가 몹시 어려웠는데, 코끼리 기르는 이ㆍ말을 기르는 이ㆍ소치는 이ㆍ화장터지기ㆍ변소치기 등 여러 가난한 사람들이 모두 개를 잡아먹었다. 여러 비구가 끼니때가 되어 그런 집에 가서 걸식을 하게 되었다. 여러 사람이 말했다. “대덕이시여, 지금은 밥도 없고 보리빵도 없고 미숫가루도 없습니다. 단지 개고기가 있는데 당신들이 먹을 수 있겠습니까?” 여러 비구가 말했다. “그대들도 먹는 것을 어찌 우리가 먹지 못하겠습니까?” 이에 개고기를 나누어 주자 비구가 이를 가지고 돌아왔다. 이에 다른 비구들이 물었다. “이것은 무슨 고기입니까?” “개고기입니다.” 여러 비구가 갖가지 인연을 들어 꾸짖었다. “부처님께서 아직 개고기를 먹는 것을 청허하시지 않았는데 어찌 명색이 비구가 이를 먹었단 말입니까.” 꾸짖고 나서 이 일을 부처님께 말씀드리자, 부처님께서 이 일로 스님들을 모으셨다. 스님들이 모이자 부처님께서 아시면서 짐짓 여러 비구에게 물으셨다. “너희가 그랬다는 것이 사실인가?” 이에 여러 비구가 말씀드렸다. “사실입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갖가지 인연을 들어 여러 비구를 꾸짖으셨다. “어찌 명색이 비구가 개고기를 먹었단 말인가. 너희가 귀인(貴人)들 곁으로 찾아가거나 귀인이 너희들을 보려고 찾아왔을 때, 사문 석자가 개고기를 먹는다는 소문을 듣는다면 그들이 너희를 전다라(旃陀羅)처럼 멀리하리라.” 부처님께서 갖가지 인연을 들어 꾸짖고 나서 여러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지금부터 개의 고기나 개의 지방ㆍ개의 근육ㆍ개의 피ㆍ개의 뼈를 먹어서는 안 된다. 만약 먹는다면 돌길라죄가 된다.” 부처님께서 여전히 바라내국에 계실 때였다. 그때 세상에 흉년이 들어 걸식하기가 몹시 어려웠는데, 코끼리 기르는 이ㆍ말을 기르는 이ㆍ소치는 이ㆍ화장터지기ㆍ변소치기 등 여러 가난한 사람들이 모두 뱀을 잡아먹었다. 여러 비구가 끼니때가 되어 그런 집에 가서 걸식을 하게 되었다. 여러 사람이 말했다. “대덕이시여, 지금은 밥도 없고 보리빵도 없고 미숫가루조차 없습니다. 단지 뱀 고기가 있는데 당신들이 먹을 수 있겠습니까?” 이에 여러 비구가 대답하였다. “그대들도 먹는 것을 우리가 어찌 먹지 못하겠습니까?” 이에 뱀 고기를 나누어 주자 여러 비구가 가지고 돌아왔다. 그러자 다른 비구들이 물었다. “이것은 무슨 고기입니까?” “뱀 고기입니다.” 여러 비구가 갖가지 인연을 들어 꾸짖었다. “부처님께서 아직 뱀 고기를 먹는 것을 청허하시지 않았는데 어찌 명색이 비구가 이를 먹었단 말입니까.” 꾸짖고 나서 이 일을 부처님께 자세히 말씀드리자, 부처님께서 이 일로 스님들을 모으셨다. 스님들이 모이자 부처님께서 아시면서 짐짓 여러 비구에게 물으셨다. “너희가 그랬다는 것이 사실인가?” 이에 여러 비구가 대답하였다. “사실입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갖가지 인연을 들어 여러 비구를 꾸짖으셨다. “어찌 명색이 비구가 뱀 고기를 먹었단 말인가. 만약 모든 용이 사문 석자가 뱀 고기를 먹는다는 소리를 들으면 마음속으로 좋지 않게 생각할 것이다. 왜냐하면 뱀은 용과 비슷한 무리이기 때문이다.” 부처님께서 갖가지 인연을 들어 꾸짖고 나서 여러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지금부터 뱀의 고기나 뱀의 지방ㆍ뱀의 피ㆍ뱀의 근육을 먹어서는 안 된다. 만약 먹는다면 돌길라죄가 된다. 만약 뱀의 뼈를 먹었다면 죄가 없다.” 부처님께서 사위국에 계실 때였다. 부처님의 보체에 냉기가 돌자 의사가 말씀드렸다. “삼신죽(三辛粥)을 드셔야만 합니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삼신죽을 마련하라.” 아난이 명을 받들어 즉시 사위성에 들어가 참깨ㆍ찹쌀ㆍ팥ㆍ콩을 얻어 와서 세 가지 신채(辛菜)를 넣고 끓여 그 죽을 부처님께 올렸다. 부처님께서 아시면서 짐짓 아난에게 물으셨다. “누가 이 죽을 끓였느냐?” “제가 끓였습니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이 죽을 가지고 가서 풀이 나지 않는 맨땅이나 벌레 없는 물에 버려라. 무엇 때문인가? 만약 외도(外道) 범지가 이 일을 보게 되면 ‘사문 석자는 모두들 그 스승이 계실 때에도 율학처(律學處)에 어긋나게 행동했다’고 말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아난이 칙명을 받들어 곧바로 죽을 가져다 풀이 없는 맨땅과 벌레 없는 물에다 버렸다. 부처님께서 이 일로 스님들을 모으셨다. 스님들이 모이자 여러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지금부터 대비구(大比丘)가 끓인 음식은 먹어서는 안 된다. 만약 먹으면 돌길라죄가 된다. 안에 기거하면서 사찰 내에서 음식을 끓였거나 안에 기거하면서 사찰 바깥에서 음식을 끓였거나 밖에 기거하면서 사찰 내에서 음식을 끓였거나 간에 직접 끓였다면 먹어서는 안 된다. 만약 먹으면 돌길라죄가 된다.” 부처님께서 사위국에 계실 때였다. 어떤 거사가 부처님과 스님들께 다음날 공양을 청하자 부처님께서 묵묵히 이를 수락하셨다. 거사는 부처님께서 그 청을 수락하신 것을 알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려 예배드리고 부처님을 오른쪽으로 돌면서 떠나갔다. 집으로 돌아와서는 갖가지 맛있는 음식을 마련하였고, 평상을 내어놓고 그 위에 방석을 깔고는 사람을 보내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음식이 이미 준비되었습니다. 성인께서는 스스로 때를 아소서.” 스님들은 그 집으로 갔고, 부처님께서는 당신 방에 머무시면서 당신 몫의 음식을 받으셨다. 거사는 스님들이 모두 자리 잡고 앉은 것을 보고는 몸소 손 씻을 물을 돌리고 손수 음식을 나누어 주었다. 아난은 먼저 공양을 마치고 부처님 몫의 음식을 가지고 정사로 향했다. 이때 부처님께서는 병환에서 회복되신 지 얼마 되지 않으셨는데 그 밥이 너무 설익은 상태였다. 이에 아난이 ‘세존께서 만약 이것을 드시게 되면 혹시 냉병이 재발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는 즉시 장작을 가져다 기원정사 문간에서 다시 데웠다. 이때 부처님께서 이리저리 경행하시다가 이를 보고는 아시면서 짐짓 물으셨다. “아난아, 너는 무엇을 하고 있느냐?” 이에 아난이 대답하였다. “밥이 너무 설익었습니다. 세존께서 공양을 드시고 혹 냉병이 재발되실까 염려되어 제가 다시 끓이고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착하구나, 아난이여, 이처럼 그 공양을 다시 끓이는 것은 도리에 맞느니라. 지금부터 설익은 음식은 다시 끓이도록 청허한다. 만약 설익은 음식이라면 화정(火淨)한 후에 끓일 것을 청허한다. 무엇을 화정이라 하는가? 불길을 한 번 거치는 것까지를 말한다.” 부처님께서 여전히 사위국에 계실 때였다. 어떤 비구가 치질을 앓아 아제리구투로(阿帝利瞿妬路)라는 의사가 그 항문을 수술하였다. 그때 기원정사 문간의 공터에서 수술하였는데 그 고통이 끊어질 듯하였다. 때마침 부처님께서 기원정사로 들어오시던 차였다. 의사는 멀리 부처님께서 오시는 것을 보고는 합장하고 부처님께 이 수술한 자리를 보아달라고 청하였다. 이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나쁜 말 잘하는 사람 가운데 아제리구투로가 제일이리라. 어찌 여래를 청하여 이런 것을 보여 주려 하느냐? 지금부터 ‘항문’이란 말을 입에 담거나 보여 주어서는 안 된다. 만약 이를 보여 주거나 입에 담으면 죄가 된다. 지금부터 항문을 수술하는 것도 청허하지 않는다. 만약 이런 수술을 하면 투란차죄를 범한 것이다.” 부처님께서 여전히 사위국에 계실 때였다. 비라연국에 한 바라문왕이 있었으니 이름이 아기달(阿耆達)이었다. 이 왕이 작은 일로 사위국에 왔다가 한 거사의 집에 머물면서 그 거사에게 물었다. “이곳에도 매우 덕망이 높은 사문 바라문이 있어 대중의 스승이 되고 사람들에게 존중받는 이가 있습니까? 만약 있다면 내 가끔씩이라도 찾아뵈면 나의 마음이 깨끗해지지 않을까 해서 그렇습니다.” 이에 거사가 말했다. “사문 구담이 계십니다. 본시 석가족 사람으로 출가하여 몸과 마음을 깨끗하게 하려고 수염과 머리카락을 자르고 가사를 입으셨는데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으셨습니다. 당신이 만약 자주 찾아가 뵐 수만 있다면 그대의 마음도 아마 청정해질 것입니다.” 그러자 바라문왕이 말했다. “사문 구담은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 내가 지금 찾아가 뵙고 싶습니다.” 거사가 대답하였다. “지금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에 계십니다. 뵙고 싶다면 당장 찾아가 보십시오.” 이 왕이 그의 말대로 세존을 찾아갔다. 이때 세존께서는 숲속에서 대중에게 둘러싸여 위없는 묘한 법을 말씀하셨는데, 6근(根)이 고요하고 그 용모가 단정하신 것이 마치 자금산(紫金山)과 같았다. 왕은 그곳에 도착해 인사를 드리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부처님께서는 왕을 위해 설법하시고 가르침을 보여 이롭게 하고 기쁘게 하셨고, 가르침을 보여 이롭게 하고 기쁘게 하신 후에 묵묵히 계셨다. 왕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한쪽으로 옷을 여미고 합장하고서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원하건대 저의 청을 받아주십시오. 우리나라에서 하안거 한 철을 비구 대중과 함께 머물러주십시오.” 부처님께서는 ‘이 사람과 숙업(宿業)의 인연이 남아 있으니 반드시 그 과보를 받아야 하리라’고 생각하신 까닭에 묵묵히 이를 수락하셨다. 왕은 허락을 받자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을 세 번 돌고 떠나갔다. 그리고 자기 나라로 돌아가서는 부처님과 스님들을 위하여 갖가지 공양물과 갖가지의 음식을 준비하고 3개월의 하안거를 기다렸다. 그리고 문지기에게 명령하였다. “내가 이제 여름철 동안 안락하게 스스로 즐길 것이니 좋은 일이건 나쁜 일이건 바깥의 일은 하나도 알리지 말라.” 문지기가 그 명을 받아 그 교시대로 지켜 나갔다. 부처님께서는 그 안거할 시기가 다다르자 스님들을 모으셨다. 스님들이 모이자 여러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지금 비라연국으로 갈 것이다.” 이에 여러 비구가 말씀드렸다.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받들겠습니다.” “부처님과 500명의 대중이 함께 그 나라로 들어갔으나 그 나라는 본래 사도를 믿었기 때문에 본래 정사(精舍)조차 없었다. 성의 북쪽에 승엽파(勝葉波)라는 숲이 있었는데, 그 숲이 울창하고 그 땅이 평평하기에 세존과 대중은 임시로 그곳에 머물렀다. 그 마을은 매우 작았으며 생활이 궁색한 천민만 살고 있었고, 또 신심이 적었기에 걸식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부처님께서는 바로 스님들을 모으셨다. 스님들이 모이자 여러 비구에게 명하셨다. “너희들도 알아두어라. 이 마을은 궁색하고 작은 데다 신심조차 없으니 걸식하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다. 여기서 안거하고자 하는 이는 그대로 머무르고, 그렇지 않은 이는 자기 뜻대로 하라.” 이때 대중 가운데 사리불만 홀로 아모가미가산(阿牟迦未迦山)으로 가서 안거하면서 천왕(天王) 석(釋)과 그 천후(天后) 아수라(阿修羅)의 청을 받아 여름 4개월간 하늘 음식으로 공양을 받았다. 이때 부처님과 500명에서 한 명이 부족한 비구들은 비라연국에서 안거하였다. 그 나라의 여러 거사와 바라문은 신심이 적었기에 부처님과 스님들에게 공양 올리는 것도 대엿새가 지나자 그만 끊어버렸다. 이에 여러 비구가 걸식하고자 하여도 고생만 됐지 얻기가 어려워지자, 이때 장로 대목건련이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염부제라는 나무가 있는데, 염부제는 바로 이 나무로 인하여 그 이름을 삼은 것입니다. 제가 그 나무의 열매를 따다가 대중을 공양하고자 합니다. 또 하리륵나무의 숲, 아마륵나무의 숲이 있고 울단왈(鬱單曰)에는 자생하는 찰벼가 있으며, 도리천에는 먹을 만한 감로[修陀味]가 있으니 이 모두를 구해다가 대중을 공양하고자 합니다. 또 달콤한 지미(地味)가 있으니 제가 한 손으로 모든 중생을 받쳐 들고 한 손으로 대지를 뒤엎어서 모든 비구가 스스로 이를 먹을 수 있게 하겠습니다. 원컨대 청허하여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네가 비록 큰 신통력이 있다고는 하나 여러 비구가 전생에 저지른 나쁜 행위가 무르익은 과보는 옮길 수 없다. 어느 것 하나 청허하지 않겠다.” 그 나라는 기후가 서늘하고 물과 풀이 풍족한 곳이었다. 어떤 바라내국 사람들이 말을 방목하여 살찌울 만한 물과 풀을 쫓아 이동하다가 마침 그곳까지 오게 되었다. 목동들은 본래 부처님을 믿고 그 마음이 깨끗하기 때문에 여러 비구가 걸식을 하되 고생만 하고 얻지 못하는 것을 보고는 여러 장로에게 말하였다. “스님들께서는 고생스럽지 않습니까?” 여러 비구가 아주 힘들다고 대답하자 그들이 말했다. “여러분이 굶주리고 있는 것을 저희도 잘 알지만 저희도 양식이 바닥났습니다. 있는 것이라고는 말들의 사료로 쓰는 보리뿐입니다. 스님들께서는 이것이라도 드시겠습니까?” 여러 비구가 말했다. “부처님께서 아직 우리에게 말들의 사료로 쓸 보리를 먹도록 청허하시지 않았습니다.” 여러 비구가 어찌할 바를 몰라 이 일을 부처님께 자세히 말씀드리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말은 목동들의 소유물이다. 만약 그 목동들이 좋은 풀과 소금과 물로써 말을 먹일 수 있다면 그 보리는 거리낌 없이 받아라.” 이때 말이 500필이었고 비구는 한 명이 모자라는 500명이었다. 말 한 마리가 보리 두 말을 먹었으므로 비구 한 명마다 보리 한 말을 주고 한 말은 말에게 주었다. 그 가운데 보리 네 말을 먹이는 좋은 말이 있었으므로 두 말은 부처님께 드리고 두 말은 그 좋은 말에게 주었다. 아난은 부처님 몫을 취하고 또 자신의 몫을 취한 다음 이를 가지고 마을로 들어가 한 여자 앞에서 부처님을 찬양하여 말했다. “자매여, 부처님에겐 이러이러한 염(念)ㆍ정(定)ㆍ해탈(解脫)ㆍ지견(知見)ㆍ대자(大慈)ㆍ대비(大悲)가 있으시고, 일체지(一切智)와 32상(相)과 80종호(種好)가 있으십니다. 그 몸은 순금 빛에 정수리엔 원광(圓光)이 있고 범천의 음성을 가지셨기에 아무리 보아도 싫증나지 않습니다. 만약 출가하지 않으셨다면 마치 해가 뜨는 것처럼 전륜성왕이 되어 일곱 가지 보배와 천 명의 자식을 두셨을 것이니, 나와 그대 등 모두가 그분에게 종속되었을 것입니다. 지금은 출가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으시고는 건너지 못한 자를 건네주시고, 해탈하지 못한 자를 해탈케 하시며, 번뇌를 끊지 못한 자들을 번뇌를 끊게 하여 태어남ㆍ늙음ㆍ질병ㆍ죽음ㆍ근심ㆍ슬픔ㆍ괴로움ㆍ번민을 제거해 주십니다. 그런 분께서 작은 인연으로 이곳에서 안거하는 중이시니, 그대가 이 보리로 부처님을 위해 밥을 지어 주지 않겠습니까?” 그 여자가 말했다. “대덕 아난이여, 우리 집에도 해야 할 일이 많아 그렇게 할 수가 없습니다.” 결에 있던 한 여인이 부처님의 공덕을 듣고는 곧 ‘이와 같은 분은 세상에 일찍이 없었다’며 공경하는 마음을 내고는 아난에게 말하였다. “보리를 가져오시면 제가 밥을 지어 드리겠습니다. 오늘부터 당신의 몫도 제가 지어 드리고, 또 그 마음이 부드럽고 착하고 지혜가 있고 계율을 잘 지키는 비구가 있으면 역시 제가 지어 드리겠습니다.” 여자는 즉시 밥을 지어 아난에게 건네주었다. 아난은 본래 부처님을 존중하는 마음이 깊었던 까닭에 이와 같이 생각하였다. ‘부처님은 본래 왕족으로 항상 좋은 음식만 드셨다. 이런 거친 밥으로 어떻게 몸을 보전할 수 있을까.’ 이렇게 생각한 다음 물을 따르고 공양을 올렸다. 그리고 부처님께서 그것을 잡수시는 것을 보고는 슬픔이 북받쳐 올랐다. 부처님께서 그 마음을 아시고는 이를 달래주시고자 말씀하셨다. “네가 이 밥맛을 좀 보겠느냐?” “맛보겠습니다.” 아난이 이를 받아 먹어보니 기름지고 맛있는 것이 보통 음식이 아니었다. 이는 분명 천신들이 그 맛을 살려준 것이었다. 이에 기쁨이 한량없어 비통함이 일시에 사라졌다. 부처님께서 공양을 마치시자 아난이 손 씻을 물을 따라드려 손을 씻게 하고 발우를 닦고는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오늘 한 여자에게 제가 밥을 지어달라고 부탁했는데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곁에 있던 한 여자가 제가 청하지 않았는데도 스스로 지어주었습니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밥을 지어주지 않은 그 여자는 당연히 얻어야 할 것을 얻지 못하게 되었구나. 만약 지어주었다면 그 공덕의 과보로 전륜왕의 첫째 부인이 되었을 것이다. 청하지 않았는데도 지어준 이는 그 복이 한량없어 다른 복을 짓지 않아도 이 복 한 가지로 충분하리라.” 이때 세존의 전생 업이 아직 다하지 않았기에 한동안 부처님과 스님들이 비라연국에서 보리를 먹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가 없었다. 그때 마왕은 여러 비구들을 변화로 만들어내 음식을 늘 그득히 가지고서 여러 나라를 다녔다. 그리고 길에서 만나는 자가 “당신은 어디서 오십니까?”라고 물으면 “비라연국에서 옵니다”라고 대답하고, 여러 거사들이 “부처님께서 그곳에 머무르시는데 네 가지 공양은 충분합니까?”라고 물으면 “그곳에서는 항상 큰 모임이 열려 좋은 음식이 늘 넘쳐납니다. 제가 들고 있는 것이 바로 그곳에서 남은 것들입니다”라고 대답하였다. 이때 세존의 전생 업보가 마침내 끝나 세존과 500명의 비구가 비라연국에서 3개월간 보리를 드신다는 소식이 16대국에 전해졌다. 이때 여러 나라의 귀인ㆍ장자ㆍ거사ㆍ대부호가 대중에게 공양 도구와 갖가지 좋은 음식들을 준비하여 수레와 낙타에 가득 싣고는 길을 메우며 줄지어 찾아와 세존을 받들어 모셨다. 자자일(自恣日)을 7일 남겨두고 부처님께서 아시면서 짐짓 아난에게 물으셨다. “자자일까지 며칠 남았느냐?” 아난이 말씀드렸다. “7일 남았습니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성으로 들어가 ‘내가 그대의 나라에서 하안거를 마쳤으니 다시 여러 나라를 여행하고자 한다고, 부처님께서 당신에게 말씀하셨습니다’라고 전하라.” 그러자 여러 비구가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그 사람이 부처님과 대중 스님들에게 무슨 은덕이 있었습니까. 이곳에서 안거하느라 궁핍하고 몹시도 괴로웠는데 기별을 주시다니요.”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 바라문에게 비록 은덕이 없다고는 하나 손님과 주인의 도리로는 마땅히 그와 작별인사를 해야 한다.” 아난이 칙명을 받들어 한 비구와 함께 성문에 당도하여 문지기에게 말했다. “그대의 왕인 아기달 바라문에게 아난이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전해줄 수 있겠습니까?” 이에 문지기가 생각하였다. ‘아난이란 이름은 길하고 상서롭다. 이른 아침부터 이런 이름을 듣게 되었는데 어찌 알리지 않겠는가?’ 이때 아기달은 일찍 일어나 목욕하고 깨끗한 옷을 입고서 중당에 홀로 앉아 있었다. 문지기가 들어가 왕에게 말씀드렸다. “아난이 밖에 있습니다.” 바라문의 상법(相法)에서는 이름이 길하면 곧 길한 것이니, 이름을 믿고 청정함을 구하는 것이었다. 그는 곧 앞으로 데려오라 말하였고, 아난이 앞에 오자 이름을 부르며 앉으라 하였다. 이때 서로 잠시 묵묵히 있다가 아난에게 물었다. “아난이여,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아난이 대답하였다. “부처님께서 저를 보내 ‘여름 3개월 동안 당신의 국토에서 안거를 이미 마쳤으니 이제 다른 나라로 여행하려고 한다’고 당신에게 전하라 하셨습니다.” 바라문이 놀라며 아난에게 물었다. “구담 사문께서 비라연국에서 여름을 나셨습니까?” 아난이 그렇다고 대답하자 바라문이 물었다. “어떻게 머무셨습니까? 누가 공양을 올렸습니까?” 아난이 말했다. “궁핍하고 매우 힘들었습니다. 부처님과 대중 스님들은 3개월 동안 사료용 보리를 잡수셨습니다.” 그때서야 아기달왕이 비로서 깨닫고, 예전에 부처님과 스님들께 여름 4개월 동안 머물러 달라고 청하고 공양 준비를 충분히 해두었던 일이 기억났다. ‘어쩌다 부처님과 스님들을 3개월 동안 사료용 보리를 잡수게 했단 말인가. 나쁜 소문이 여러 나라로 퍼져 나가면 분명, 아기달은 오랜 세월 악하고 삿된 견해를 가졌기에 부처님의 법을 미워하고 질투해서 부처님과 스님들이 극심한 고통을 겪게 한 것이라고 말하리라.’ 이렇게 생각하고 즉시 아난에게 말하였다. “사문 구담께 잘못을 뉘우치고 머무시게 할 수 있을까요?” 아난이 말하였다. “그럴 수 없습니다.” 그 바라문은 부끄러움과 근심으로 심하게 번민하다 그만 바닥에 쓰러졌다. 이때 여러 종친들이 물을 얼굴에 뿌리고 부축하고서야 간신히 깨어났다. 친척들이 달래며 말하였다. “그대는 너무 근심하지 마시오. 내 그대와 함께 구담께 사과드리고 억지로라도 머물러 주십사 청해 보겠소. 만약 머물려고 하지 않으시면 음식을 가지고 뒤를 따라가 음식이 부족하실 때 공양합시다.” 바라문왕과 여러 종친들은 함께 부처님의 처소로 찾아가 참회하고 더 머물러 주십사 간청하였다. 부처님께서는 생각하셨다. ‘만약 내가 수락하지 않는다면 저 사람은 분명 뜨거운 피를 토하고 죽으리라.’ 부처님께서 불쌍히 여기신 까닭에 7일 동안의 공양을 허락하셨다. 바라문왕은 생각하였다. ‘이 공양물은 여름 4개월간의 몫인데 어떻게 이레 동안 다 소비할 수 있겠는가.’ 부처님께서는 마침내 자자를 마치고 월지국(越祗國)으로 두 달 간 유행하고자 하셨다. 월지국 사람들은 부처님께서 오신다는 소식을 듣고 각기 공양구를 준비하여 하루나 이틀 또는 한 번이나 두 번의 보시 횟수를 정하여 두 달 간의 공양 순서를 미리 정해 놓았다. 부처님께서 자자를 마치시고 두 달 간 월지국으로 유행하시니, 아기달은 모든 공양구를 가지고 부처님께서 가시는 곳마다 따라오면서 혹 음식이 모자라는 때에 공양을 올리고자 하였다. 월지국 사람들이 이 소식을 전해 듣고는 서로 모여 집회를 열고 약조하였다. ‘부처님을 초청한 자는 모두들 매일같이 전식ㆍ후식ㆍ달발나를 모자라지 않게 하여 다른 사람이 그 사이에 끼어들지 못하게 하자.’ 아기달은 부처님께서 주무실 곳을 알고는 재빨리 음식과 온갖 기물을 들고 먼저 가서 공양구를 설치하고 말하였다. “내가 오늘 공양할 것이오. 아니면 내일이나 모레 하겠소.” 모든 월지국 사람들은 허락하지 않고 도리어 책망하였다. “그대는 무명의 긴긴 시간을 악하고 삿된 소견에 빠져 부처님을 원수처럼 여기고 일부러 부처님과 스님들을 골탕 먹였소. 지금은 다른 사람의 환심을 사려고 ‘내가 오늘 공양을 올리겠다, 아니면 내일이나 모레 하겠다’라고 말하는구려. 도대체 그대에게 무슨 사정이 있었기에 조금 전까지도 부처님과 스님들로 하여금 비라연국에서 3개월간 말의 사료로 쓰는 보리를 잡숫게 하고는 지금 이렇게 황급히 공양을 올리려고 합니까?” 바라문왕이 이 말을 듣고 부끄러움과 후회가 교차하였다. 그는 한쪽에 서서 지켜보며 생각하였다. ‘대중 스님들께 무엇이라도 모자라는 것이 있으면 내가 마련해 드려야겠다.’ 이때 죽이 없었으므로 즉시 갖가지 죽, 즉 소죽(酥粥)ㆍ기름죽[油粥]ㆍ깨죽[胡麻粥]ㆍ우유죽[乳粥]ㆍ콩죽[小豆粥]ㆍ팥죽[摩沙豆粥]ㆍ들깨죽[麻子粥]ㆍ청죽(淸粥)을 장만하였다. 장만을 마치고서 부처님께 올리자 부처님께서 바라문에게 말씀하셨다. “대중에게도 그 몫을 나누어 주라.” 이에 여러 비구에게 나누어 주자 여러 비구가 이를 받지 않고 말했다. “부처님께서 저희에게 여덟 가지 죽을 먹도록 아직 청허하시지 않았습니다.” 이 일을 부처님께 말씀드리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오늘부터 여덟 가지 죽을 먹도록 청허한다. 죽에는 몸을 이롭게 하는 다섯 가지 작용이 있으니, 첫째는 배고픔을 멎게 하는 것이고, 둘째는 갈증을 없애주는 것이고, 셋째는 화기를 내리는 것이고, 넷째는 아랫배가 냉해지는 것을 막아주고, 다섯째는 하룻밤이 지난 음식을 치울 수가 있느니라.” 이에 바라문왕이 생각하였다. ‘내가 네 달 동안 안락하게 혼자서 즐겼는데 다시 두 달 동안 구담 사문을 따라다닌다면 나 한 사람으로 인해 모든 국사를 폐하게 될 것이다. 지금 이 공양물이 너무 많아서 이를 다 소비할 수가 없으니, 차라리 땅에다 쏟아 부어 부처님과 스님들께서 발로 그 위를 밟게 해야겠다. 그러면 곧 그것이 공양을 받아 사용하신 것이다.’ 그는 자신이 생각한 바를 모두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원컨대 부처님께서는 이를 받아주십시오.” 부처님께서 바라문에게 말씀하셨다. “그대의 요구대로 할 수 없습니다. 이것은 음식물입니다. 음식물이란 입으로 받아 사용해야만 합니다.” 부처님께서 이 바라문을 돌려보내시고자 곧 그를 위해 게송을 말씀하셨다.
하늘을 모시는 사당에서는 불을 공양함이 으뜸 바라문의 책 가운데 살비제(薩毘帝)5)가 으뜸
모든 사람 가운데 전륜성왕이 으뜸 모든 강과 시내 가운데 바다의 깊이가 으뜸
모든 별들 가운데 달빛이 제일 으뜸 모든 밝음 가운데 태양빛이 가장 으뜸 시방의 하늘과 사람 가운데 부처님의 복전이 으뜸이니라.
부처님께서는 게송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셨다. 부처님께서 월지국을 유행하신 후에 아나가빈두국(阿那迦頻頭國)으로 향하셨다. 그때 예전에 코끼리 조련사였고 그 이름이 비라타(毘羅吒)라는 어떤 외도의 제자가 있었는데, 그는 매우 부유하여 재물이 아주 풍족하고 곡식과 옷감이 넘쳐나며 농토와 저택과 보물이 모두 풍족하였으니, 실로 헤아릴 수 없는 복덕을 성취한 자였다. 이 나라 사람들은 모조리 사도에 빠진 자들이었기에 부처님께서 오신다는 소식을 듣고는 즉시 집회를 열고 코끼리 조련사의 집으로 찾아가서 성 안 사람들에게 갖가지로 부처님과 스님들을 비방하였다. “사문 구담은 만족시키기 어렵고 공양하기도 어려우니, 욕심이 많고 염치가 없습니다. 1,250명의 비구와 1,000명의 우바새와 500명의 거지를 거느리고 이 마을에서 저 마을로 이 성에서 저 성으로 옮겨 다니는 것이 마치 서리ㆍ우박ㆍ메뚜기 또는 사람의 양식을 훔치는 도둑떼와 같아 그 지나가는 처소마다 사람들의 생업을 망치고 있습니다. 다음 차례로 다시 우리들을 이롭지 못하게 하려고 할 것입니다.” 이 코끼리 조련사와 성 안 사람들은 나쁜 마음이 점점 더해 함께 대처할 약조를 정하였으니, 사문 구담이 오면 그의 말을 듣지도 말고 또 가서 뵙지도 말자고 약속하였다. 부처님께서 그 나라에 다다르고 보니, 그 나라에는 정사가 없었다. 단지 성의 북쪽에 그 나무가 울창하고 땅이 평탄하고 넓은 승엽파(勝葉婆)라는 숲이 있어 세존과 대중이 그곳에서 잠시 쉬게 되었다. 코끼리 조련사도 부처님께서 이미 도착하셨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는데, 이 사람은 전생에 부처님께 공양 올리고 선근을 심은 정견에 가까운 이근[近正見利根]이었다. 그는 전생 인연의 힘으로 금생에는 무루지(無漏智)를 얻을 만하였기에, 그 선근의 힘에 이끌려 곧 스스로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이 나라에서 사람들에게 존경받고 있고, 존귀하기로 으뜸이다. 만약 내가 부처님을 찾아가 뵙지 않는다면 사람들이 나를 인색하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는 즉시 여러 사람들에게 말하였다. “여러 사람들이 먼저 한 약속을 내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 약속은 타당한 것이 아닙니다.” 이에 여러 사람이 말했다. “왜 그러십니까?” 대답하였다. “나는 이 나라에서 사람들의 존경을 받고 있고 또 존귀하기로도 으뜸입니다. 만약 부처님을 찾아가 뵙지 않는다면 사람들이 나를 인색하다고 할 것입니다.” 여러 사람들이 말했다. “지금 구담을 만난다면 무엇을 공양할 것입니까?” “석밀을 공양할 것이오.” 여러 사람들이 말했다. “사문 구담은 만족시키기 어렵고 공양하기도 어려우니, 욕심이 많고 염치가 없습니다. 1,250개의 병에 석밀을 가득 담더라도 모두 이를 받으며 사양하지 않을 것입니다.” 코끼리 조련사는 아주 부유하였기에 비용을 계산하지 않고 곧 1,250명에게 1,250개의 병을 짊어지게 하여 석밀을 부처님께 바쳤다. 부처님께서 대중 스님들께 직접 나누어 주라고 촌장에게 말씀하시자, 이 사람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역시 사람들 말대로 아무리 받아도 사양하지 않는구나.’ 이에 비구 한 사람당 한 병씩 나누어 주었는데, 여러 비구가 이를 받지 않고 이렇게 말했다. “이 석밀은 너무 많습니다. 저는 받을 수 없습니다.” 그 사람이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비구들이 받지 않으려 하니 원컨대 부처님께서 칙명을 내려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그 사람에게 발우와 칼을 주시면서 그것을 잘라 나눠주도록 하셨다. 마침내 1,250명의 비구가 모두 발우가 가득 차도록 얻었지만 실제로는 한 병의 석밀도 채 없어지지 않았다. 이를 부처님께 말씀드리자 부처님께서 “다시 주어라” 하셨다. 그러나 여전히 그대로였다. 부처님께서 “1,000명의 우바새와 500명의 거지에게도 나누어 주어라” 해서 말씀대로 했지만 여전히 그대로였고, 부처님께서 “다시 주어라” 해서 말씀대로 했지만 바닥이 나질 않았다. 그렇게 모두들 만족할 만큼 석밀을 받고도 병에 담은 석밀이 여전하자 코끼리 조련사가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대중에게 이미 충분히 드렸습니다. 이 병에 담은 석밀들을 어떻게 할까요?”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촌장이여, 부처님과 스님들을 제외하고 하늘이건 마왕이건 범천이건 이 세간의 중생 및 사문 바라문이건 이 석밀을 먹고 소화시켜 그 몸을 이롭게 할 수 있는 어떤 자도 나는 보지 못하였다. 그대는 이 석밀을 가져다가 풀이 없는 맨땅이나 벌레 없는 물에 버리도록 하라.” 코끼리 조련사는 대답하고서 즉시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모든 병의 석밀을 가져다가 벌레 없는 물에 버렸다. 그러자 그 석밀에서 화염이 솟으면서 물이 끓는 소리가 진동하였으니, 비유하자면 하루 종일 불에 달군 뜨거운 철판을 물속에 담그면 연기가 나면서 물 끓는 소리가 진동하는 것과 같았다. 코끼리 조련사는 이 두 가지 신통력을 직접 보고 부처님에 대해 환희심을 내어 그 믿음이 깨끗해졌으니, 부처님의 공덕이 중하다는 것을 알고는 그 마음이 부드럽게 굴복되었다. 부처님께서 그 마음을 아시고는 그의 마음에 맞춰 설법하시자 그는 마음의 티끌과 때를 멀리 벗어나고 법안(法眼)이 생겨서 드디어 법을 보게 되고, 법을 얻게 되고, 법을 알게 되고, 법에 청정하게 되었다. 모든 의심을 끊어 사도를 믿지 않고 사도를 따르지 않게 되었고, 모든 의심을 제거하여 첫 번째 과위 가운데 머물면서 무외(無畏)를 얻었다. 그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의 발에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고는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제 부처님께 귀의하고 법에 귀의하며 스님들께 귀의합니다. 저는 우바새로서 항상 마음에 새겨 오늘부터 목숨이 다하도록 살생하지 않겠습니다. 공양하신 다음 머무르실 곳을 마련해 드리고자 합니다. 원하건대 저의 청을 받아주십시오.” 부처님께서 묵묵히 이를 수락하시자 그는 부처님께서 수락하셨다는 것을 알고 부처님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부처님을 세 번 돌면서 떠나갔다. 집에 돌아와서는 큰 방ㆍ2층 누각ㆍ요사채ㆍ대청ㆍ작은 방사의 모든 집기를 치운 후에 깨끗이 청소하고 갖가지 색의 당번을 내걸었다. 갖가지 좋은 향을 사르고 갖가지 꽃을 꽂은 다음에 금ㆍ은ㆍ파리(頗梨)ㆍ감유리(紺琉璃)로 만든 평상을 각각 1,250개를 준비하면서 이와 같이 생각하였다. ‘이 네 가지 보배로 만든 평상을 다 받지 않더라도 한 분당 하나씩은 받으시리라.’ 다시 더운 물을 채운 1,250개의 금병을 준비하고, 1,250명의 하인에게 한 사람이 비구 한 분씩 시봉토록 하였다. 모든 방사 바닥에는 흠바라와 갖가지 색깔의 비단을 누벼 만든 부드러운 담요를 깔고, 곳곳에 물을 가득 담은 보배항아리를 설치하고, 또 갖가지 향과 소(酥)와 등잔 등 모두를 구비하였다. 그러고 나서 사람을 보내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모든 집기가 마련되었습니다. 성인께서는 때를 아소서.” 부처님께서 공양을 마치신 다음 법의를 입고 비구 스님들과 함께 그의 집으로 가셨다. 그는 비구 한 사람당 시봉하는 이를 한 사람씩 배정하여 문 바깥에서 씻어드렸다. 그리고 그 코끼리 조련사는 자기가 직접 부처님의 몸을 씻겨드렸다. 마치 한 사람이 목욕을 하는 것처럼 1,250명이 일시에 모두 목욕을 끝내고 부처님과 스님들이 그 집으로 들어가셨다. 코끼리 조련사가 1,250개의 금으로 만든 평상을 부처님께 올렸으나 부처님께서 이를 받지 않으셨다. 다음에 은으로 만든 평상ㆍ파리로 만든 평상ㆍ감유리로 만든 평상을 차례로 올렸지만 역시 받지 않으셨다. 그가 네 가지 보배 평상을 물리고 다시 깨끗한 나무 평상을 깔고 흠바라와 갖가지 색깔의 비단을 누벼 만든 부드러운 담요를 그 평상 위에 깔자, 마침내 부처님과 대중 스님들이 그곳에 앉으셨다. 그는 직접 손 씻을 물을 돌리고 끼니 때 외에 마시는 음료수와 함소약을 바쳤다. 밤이 되자 갖가지 간식을 마련하고 다시 금 발우ㆍ은 발우ㆍ파리 발우ㆍ감유리 발우를 갖추어 놓고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다 받지는 않으시더라도 한 분당 하나씩은 받으시리라.’ 공양구를 모두 마련하고서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성인께서는 때를 아소서.” 부처님과 스님들이 앉으시자 직접 손 씻을 물을 돌리고 1,250개의 금 쟁반을 부처님께 올렸지만 부처님께서 이를 받지 않으셨다. 이에 은 쟁반ㆍ파리 쟁반ㆍ감유리 쟁반을 차례로 올렸지만 모두 받지 않으셨다. 거사가 네 가지 보배 쟁반을 물리고 다시 나무 쟁반과 구리 쟁반을 올리자 마침내 부처님께서 이를 받으셨다. 다음에 1,250개의 금 발우를 올리자 부처님께서 이를 받지 않으셨고 차례대로 각각 1,250개의 은 발우ㆍ파리 발우ㆍ감유리 발우를 올렸지만 부처님께서 받지 않으셨다.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내 앞서 두 가지의 발우, 즉 쇠 발우나 옹기 발우만을 청허하였다. 여덟 가지 보배 발우를 지녀서는 안 된다.” 코끼리 조련사는 부처님과 스님들이 공양을 마치는 것을 보고는 몸소 손 씻을 물을 돌리고 발우를 거두어 들였다. 그런 다음 작은 평상을 내어다가 그 위에 앉아서 설법을 간청하면서 다시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께 간청하오니 저희 아나가빈두국에서 세상 인연이 다하시도록 머물러 주십시오. 제가 부처님을 위하여 1,250개의 방사와 1,250개의 평상과 의자ㆍ이부자리ㆍ와구를 마련해 올리고, 이와 같은 찹쌀밥과 밥에 따른 국을 임금의 수라처럼 차려 부처님과 스님들께 공양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촌장이여, 그대의 신심이 깨끗한 것만으로도 이미 나에게는 충분하다. 그대와 같은 여러 선남자 가운데 아직 제도해야 할 이가 많기에 그대의 청만 받아줄 수는 없느니라.” 이때 부처님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하늘을 모시는 사당에서는 불을 공양함이 으뜸 바라문의 책 가운데 살비제(薩毘帝)가 으뜸
모든 사람 가운데 전륜성왕이 으뜸 모든 강과 시내 가운데 바다의 깊이가 으뜸
모든 별들 가운데 달빛이 제일 으뜸 모든 밝음 가운데 태양빛이 가장 으뜸 시방의 하늘과 사람 가운데 부처님의 복전이 으뜸이니라.
부처님께서는 게송을 말씀하시고 나서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셨다. 부처님께서 아가나빈두국에서 여름을 나시고는 법의와 발우를 갖추시고 비야리성으로 가셨다. 이때 여러 리창(利昌)6) 무리가 부처님께서 월지국을 유행하시고 비야리성으로 오신다는 소식을 듣고는 여러 사람이 부처님과 스님들을 위해 갖가지 음식을 준비하였다. 부처님께서 당도하신 지 얼마 되지 않아 때 아닌 비구름이 몰려와 모든 음식이 벌판에서 비를 맞게 되었다. 이에 여러 리창이 아난에게 말했다. “우리 여러 리창이 부처님과 스님들을 위해 갖가지 공양을 장만했는데 벌판에서 비를 맞게 되었습니다. 어찌해야 합니까?” 이때 아난과 여러 리창은 함께 부처님의 처소로 찾아가 부처님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섰다. 아난이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이들 여러 리창이 부처님과 스님들을 위해 갖가지 공양을 장만했는데 벌판에서 비를 맞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리창들이 어찌 할 바를 모릅니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한 방사에서 정지갈마(淨地羯磨)를 작지(作持)하라. 어떻게 작지하는가? 스님들이 한마음으로 화합하여 모인 가운데 한 비구가 다음과 같이 창언하라. ‘대덕 스님들께서는 청허하소서. 어느 방사를 정지(淨地)로 작지하여 주십시오. 스님들께서 시도(時到)하셨다면 스님들께서는 인허하고 청허하소서. 스님들께서는 어느 방사를 정지로 작지하여 주십시오.’ 이와 같이 표백하고, 백이갈마(白二羯磨)를 작지하라. 그러면 스님들이 어느 방사를 정지로 작지한 것이 되니, 스님들이 인허하고 침묵했기 때문이다. 이 일은 이와 같이 작지하라. 방사 안을 정지로 작지한 다음 음식을 요리하는 도구를 집 안에 설치하고 밥을 짓고 국을 끓이고 전병을 만들고 고기를 삶아라.” 그러자 여러 외도가 이를 질투하여 흉을 잡아 말했다. “이 대머리 거사들은 집안에서 음식을 만드는 것이 흡사 여러 거사가 집안에 창고를 두고 도마와 주방을 갖춘 것과 같구나. 여러 사문 석자들은 스스로 선량하고 덕이 있다고 말하면서 집 안에 창고와 주방을 갖추고 있으니 속인과 무엇이 다른가.” 욕심을 줄이고 자족하며 두타를 실천하던 여러 비구가 이를 전해 듣고 마음이 부끄러워 이 일을 부처님께 자세히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이 인연으로 스님들을 모으셨다. 스님들이 모이자 여러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오늘부터 승방(僧坊)의 경계 바깥에서 음식을 만들어라.” 승방의 경계 바깥에서 음식을 만들며 그 연기가 피어오르자 벌판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이를 보고 찾아와 음식을 요구하였다. 이에 비구들이 제각기 자기 몫을 나누어 주다 보니 스님들이 먹을 것이 적게 되었다. 이 일을 부처님께 말씀드리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오늘부터 정지갈마의 작지를 청허하지 않는다. 만약 이를 작지하면 돌길라죄가 된다. 먼저 작지한 것들은 마땅히 폐지하라.” 부처님께서 비야리성에 계실 때였다. 사자(師子)라는 한 장군이 있었으니, 아주 부유하여 돈과 곡식과 비단과 농토와 저택과 보물이 모두 풍족하며 갖가지 복덕을 성취한 사람이었다. 이 사람은 본래 외도의 제자였지만 바야흐로 부처님의 법 가운데 신심을 내었기에 신선한 고기를 때때로 스님들께 보시하였다. 이에 외도들이 질투심으로 흉을 잡아 비난하였다. “사문 석자가 어찌 이럴 수 있는가? 자신을 위하여 일부러 남이 잡은 고기를 먹는구나. 왜 사자 장군은 살찐 중생을 잡아 그 고기를 스님들에게 자주 시주하는 걸까?” 욕심을 줄이고 자족하며 두타를 실천하던 여러 비구가 이 일을 듣고 그 마음이 부끄러워 이 일을 부처님께 자세히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이 인연으로 스님들을 모으셨다. 스님들이 모이자 여러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세 가지 부정한 고기는 먹어서는 안 된다. 무엇이 세 가지인가? 보거나 듣거나 의심스러운 것이다. 본 것이란 무엇인가? 그 중생을 일부러 나를 위해 죽이는 것을 직접 목격한 것이니, 이와 같이 본 것이다. 들은 것이란 무엇인가? ‘이 중생은 일부러 그대를 위해 죽인 것이다’라고 믿을 만한 사람에게서 듣는 것이니, 이와 같이 들은 것이다. 의심스러운 것이란 무엇인가? 의심을 일으킬 만한 인연이 있는 것이니 ‘이곳에는 도살하는 사람도 없고 저절로 죽은 중생도 없다’, ‘이 주인은 악하니 고의로 나를 위해 살아 있는 목숨을 빼앗을 수 있는 사람이다’ 하고 이와 같이 의심한 것이다. 이런 세 가지 부정한 고기는 먹지 말아야 한다. 세 가지 깨끗한 고기는 먹도록 청허한다. 무엇이 그 세 가지인가? 눈으로 보지 않고, 귀로 듣지 않고, 마음에 의심스럽지 않은 것이다. 보지 않은 것이란 무엇인가? 그 중생을 일부러 나를 위해 죽이는 것을 직접 목격하지 않은 것이니, 이와 같은 것을 보지 않은 것이다. 듣지 않은 것이란 무엇인가? ‘이 중생은 그대를 위해 일부러 죽인 것이다’라는 말을 믿을 만한 우바새에게서 듣지 않은 것이니, 이와 같이 듣지 않은 것이다. 의심스럽지 않은 것이란 무엇인가? 마음에 의심을 일으킬 만한 인연이 없는 것이니 ‘이곳에는 도살장도 있고 저절로 죽은 중생도 있다’, ‘이 주인은 선하다. 고의로 나를 위해 살아 있는 목숨을 빼앗지 않을 사람이다’ 하고 이와 같이 의심스럽지 않은 것이다. 이런 세 가지 깨끗한 고기는 먹도록 청허한다. 또한 코끼리 경주를 하고 말 경주를 하고 새 경주를 하는 여러 하늘 제사가 있으니 섬마파라살(閃摩婆羅薩) 제사나 니라가라(尼羅伽羅) 제사이다. 사당[天祠]에서건 사당이 아닌 곳에서건 혹은 분다리화(分陀利華)에 놓고 제사지낸 것이건 제사에 쓰인 고기는 부정육(不淨肉)7)이니 사문 석자는 먹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이런 제사에서는 손님을 위해 음식을 장만하기 때문이다.” 부처님께서 비야리국에 계실 때였다. 그 무렵 흉년이 들어 공양을 얻기가 몹시 힘들었다. 한 거사가 부처님과 스님들께 다음날 공양을 청하자 부처님께서 묵묵히 이를 수락하셨다. 그는 부처님께서 수락하신 것을 알고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드리고 집으로 돌아가 갖가지 귀한 음식을 장만하였다. 이때가 마침 그 나라의 명절이었기에 이른 아침부터 대중 스님들이 돼지고기와 마른 밥을 많이 얻게 되었다. 여러 비구가 이를 얻게 되자 그만 먹고 싶다는 생각을 내었다. 거사는 공양 준비를 마치자 평상과 자리를 깔아 놓고 사람을 보내 끼니때가 되었다고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이때 스님들만 거사의 집으로 가고 부처님께서는 당신의 방에 머무시면서 당신 몫의 공양을 맞이하셨다. 스님들이 자리에 모두 앉자 그 거사는 몸소 손 씻을 물을 돌리고 음식을 나누어 주었다. 스님들이 공양을 마치고 나서 손을 씻고 양치를 하고 발우를 거두자, 거사는 작은 평상을 내어다가 스님들 앞에 앉아 설법을 청하였다. 그리고 상좌 스님이 설법하고 나서 차례대로 그 집을 나왔다. 모든 비구는 일단 공양을 마치고 나면 남은 음식은 먹지 않는 법도[不受殘食法]가 있었기에, 미리 받아 정사 안에 두었던 얼마간의 음식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그래서 이 일을 부처님께 말씀드리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오늘부터 이와 같이 흉년이 드는 때에는 비구가 비록 공양을 마쳤더라도 미리 받아둔 얼마간의 음식이 있다면, 남은 음식을 먹지 않는 법도가 있더라도 이를 먹도록 청허한다. 받아둔 얼마간의 음식이란 무엇인가? 여러 비구가 이른 아침에 받았지만 아직 먹지 않은 것들이다.” 부처님께서 여전히 비야리국에 계실 때였다. 그 무렵 흉년이 들어 음식을 얻기가 몹시 힘들었다. 한 거사가 부처님과 스님들께 다음날의 공양을 청하자 부처님께서 이를 묵묵히 수락하셨다. 그는 부처님께서 수락하신 것을 알고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드리고 집으로 돌아가서 갖가지 음식을 마련하였다. 그리고 평상과 좌구를 깔아 놓고서 사람을 보내 끼니때가 되었다고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이때 스님들은 그 집으로 가고 부처님께서는 당신의 방에 머무시면서 당신 몫의 공양을 맞이하셨다. 거사가 대중 스님들께 말하였다. “대덕이시여, 이 음식은 아침에 장만한 것이니, 스님들께서는 양껏 드시고 남은 것은 가지고 가셔서 얼마 있다 또 드십시오.” 여러 비구는 양껏 먹고 나서 거사가 말한 대로 남은 음식을 가지고 왔다. 모든 비구는 일단 공양을 마치게 되면 남은 음식을 먹지 않는 법도가 있었기에, 가지고 온 남은 음식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그래서 이 일을 부처님께 말씀드리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오늘부터 흉년이 드는 때에는 공양을 마치고 그 남은 음식을 가지고 온 경우, 비록 남은 음식을 먹지 않는 법도가 있을지라도 이를 먹도록 청허한다. 음식을 가지고 온 것이란 무엇인가? 여러 비구가 공양을 마치고 남은 음식을 가지고 온 것이니, 이를 가지고 온 음식을 먹는 것이라 한다.” 계니야(雞泥耶)라는 선인이 나무 열매를 따다가 부처님께 올리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계니야여, 그 몫을 스님들에게 나누어 주어라.” 그가 곧 여러 비구에게 나누어 주자 여러 비구가 말했다. “우리에겐 공양을 마친 다음에는 남은 음식을 먹지 않는 법도가 있습니다.” 여러 비구가 어찌할 바를 몰라 이 일을 부처님께 말씀드리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오늘부터 흉년이 드는 때에는 비구들에게 공양을 마친 다음에는 남은 음식을 먹지 않는 법도가 있더라도 호두ㆍ밤ㆍ비파 따위의 나무 열매를 먹도록 청허한다. 또한 이와 같은 갖가지 나무 열매가 있을 때 그 일체를 먹도록 청허한다.” 장로 사리불이 열병을 앓자 의사가 말했다. “연못에서 자라는 식물을 드셔야 합니다.” 사리불이 말했다. “연못에서 나는 식물을 섭취하는 것을 부처님께서 아직 우리에게 청허하시지 않았습니다.” 이 일을 부처님께 말씀드리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오늘부터 연못에서 자라는 식물을 섭취하도록 청허한다.” 장로 대목건련이 만다기니(漫陀耆尼) 연못에서 연근을 얻었는데 크기가 사람 허벅지만 하고 너무도 맛있는 것이 순수하고 깨끗한 하얀 꿀과 같았으며 그 즙은 우유와 같았다. 이를 사리불에게 주자 사리불이 물었다. “어디에서 구했습니까?” 목건련이 말했다. “만다기니 연못에 가서 구해왔습니다.” 사리불이 다시 물었다. “그 연못은 비인(非人)들이 사는 곳입니다. 누가 그대에게 주었습니까?” 그러자 목련이 말했다. “비인이 나에게 주었습니다.” 이에 사리불이 말했다. “비인에게 음식을 받는 것을 부처님께서 우리에게 아직 청허하시지 않았습니다.” 사리불이 이 일을 부처님께 말씀드리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모든 비구에게 오늘부터 비인이 주는 음식을 섭취하는 것을 청허한다.” 그 연못의 식물을 많이 얻어 와서 남은 것을 여러 비구에게 나누어 주자 여러 비구가 이를 받지 않았다. 그리고 여러 비구가 말했다. “우리에겐 공양을 마친 다음에는 남은 음식을 먹지 않는 법도가 있습니다.” 여러 비구가 어찌할 바를 몰라 이 일을 부처님께 말씀드리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오늘부터 흉년이 드는 때에는 청허한다. 비구들에게 공양을 마친 다음에는 남은 음식을 먹지 않는 법도가 있더라도 연못에서 나는 식물의 섭취는 청허한다. 무엇이 연못에서 나는 식물인가? 연근이나 연자(蓮子)ㆍ능감(菱芡)ㆍ계두자(雞頭子)이다. 연못에서 자라는 이런 갖가지 식물의 섭취를 청허한다.” 부처님께서 여전히 비야리국에 계실 때였다. 부처님께서는 앞서 흉년이 든 시절에 여러 비구를 불쌍히 여기셨기에 얼마간의 음식을 받아 두었다가 나중에 먹는 것을 청허하고, 공양을 마친 다음이라도 가지고 온 음식이나 나무 열매나 연못에서 나는 식물은 섭취를 청허하셨다. 그러나 여러 비구가 풍년이 든 시절이라 음식을 구하기 쉬웠는데도 마치 과거 흉년든 시절처럼 정식계(淨食戒)를 비구들이 어기곤 하였다. 그러자 욕심을 줄이고 자족하며 두타를 실천하던 여러 비구가 이를 꾸짖었다. “어찌 명색이 비구가, 부처님께서 흉년이 든 시절에 여러 비구를 불쌍히 여기셨기에 얼마간의 음식을 받아 두었다가 나중에 먹는 것을 청허하고, 공양을 마친 다음이라도 가지고 온 음식이나 나무 열매나 연못에서 나는 식물은 섭취를 청허하셨다고 해서, 여러 비구가 풍년이 들어 음식을 구하기가 쉬운데도 마치 과거 흉년이 들었던 시절처럼 정식계를 어긴단 말인가.” 이때 여러 비구가 갖가지 인연을 들어 꾸짖고 나서 이 일을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이 인연으로 스님들을 모으셨다. 스님들이 모이자 부처님께서 아시면서 짐짓 여러 비구에게 물으셨다. “너희가 그랬다는 것이 사실인가?” 이에 여러 비구들이 말씀드렸다. “사실입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갖가지 인연을 들어 여러 비구를 꾸짖으셨다. “어찌 명색이 비구가, 여래가 흉년이 든 시절에 여러 비구를 불쌍히 여겨 얼마간의 음식을 받아 두었다가 나중에 먹는 것을 청허하고, 공양을 마친 다음이라도 가지고 온 음식이나 나무 열매나 연못에서 나는 식물은 섭취를 청허했다고 해서, 여러 비구가 풍년이 들어 음식을 구하기가 쉬운데도 마치 과거 흉년이 들었던 시절처럼 정식계를 비구들이 어긴단 말인가.” 이때 부처님께서 갖가지 인연을 들어 꾸짖고 나서 여러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과거 흉년이 든 시절에는 여러 비구를 불쌍히 여겨 얼마간의 음식을 받아 두었다가 나중에 먹는 것을 청허하고, 공양을 마친 다음이라도 가지고 온 음식이나 나무 열매나 연못에서 나는 식물은 섭취를 청허하였다. 오늘부터 이처럼 흉년이 들었을 때에 한해 청정하다고 인정되는 음식을 [평상시에] 먹어서는 안 된다. 만약 먹는다면 바일제죄를 범하는 것이다.” 부처님께서 비야리국에 계실 때였다. 그 안주(安住)를 끝내시고 법의와 발우를 지니고서 수마국(修摩國)으로 유행하셨다. 이 나라에는 두 개의 성이 있었으니 하나는 바제성(婆提城)이고, 또 하나는 밀성(蜜城)이었다. 바제성에는 여섯 명의 복덕을 갖춘 이가 있었으니 어떤 이들이 그 여섯 명인가? 첫 번째는 거사인데 이름이 민대(民大)이고, 두 번째는 민대 거사의 부인이고, 세 번째는 민대 거사의 아들이고, 네 번째는 민대 거사의 며느리이고, 다섯 번째는 민대 거사의 하인이고, 여섯 번째는 민대 거사의 하녀였다. 민대 거사는 어떤 사람인가? 복덕을 크게 갖춘 민대가 금ㆍ은ㆍ유리ㆍ진주 등의 보배를 약간만 가지고 시장에 앉아 있으면 종친이나 알고 지내는 친구나 모든 염부제 사람들이 금ㆍ은ㆍ유리ㆍ진주와 같은 보물을 얻으러 찾아온다. 그러면 이 거사가 앉은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않고 이를 구하러 온 사람들에게 필요한 만큼 보물을 마음껏 가져가게 한다. 그래도 그 보물은 여전히 있고 바닥이 나질 않는다. 이것이 민대 거사의 커다란 복덕이었다. 민대 거사의 부인은 어떠한 복덕이 있는가? 이 거사의 부인은 끼니때 온갖 염부제 사람들이 음식을 얻으러 찾아오면 모든 사람들에게 양껏 배불리 먹게 한다. 그래도 그 음식은 여전하고 바닥이 나질 않는다. 이것이 민대 거사 부인의 커다란 복덕이었다. 민대 거사의 아들은 또 어떤 커다란 복덕이 있는가? 만약 이 아들이 창고에 들어가 보물 가운데에 서서 그 위쪽을 바라보면 마치 수레의 굴대 같은 구멍만 보여 돈과 보물이 위에서 아래로 쏟아져 내릴 것만 같다. 이것이 민대 거사 아들의 커다란 복덕이었다. 민대 거사의 며느리는 또 어떤 큰 복덕이 있는가? 이 며느리가 꽃다발과 향과 영락과 온갖 바르는 향과 좋은 옷과 웃옷을 가지고 정원의 평상 위에 앉아 시부모와 남편에게 올리려고 할 때면 자리에서 일어나기도 전에 모든 염부제 사람들이 꽃다발과 향과 영락과 온갖 바르는 향과 좋은 옷과 웃옷을 얻으러 찾아온다. 그러면 그들 모두에게 마음껏 나누어 주었는데, 그래도 여전하고 바닥이 나질 않는다. 이것이 민대 거사 며느리의 커다란 복덕이었다. 민대 거사의 하인은 어떤 큰 복덕이 있는가? 이 하인이 쟁기를 가지고 한 번 밭을 갈면 일곱 고랑이 한꺼번에 생겼으니 이것이 민대 거사 하인의 커다란 복덕이었다. 민대 거사의 하녀는 어떤 큰 복덕이 있는가? 이 하녀가 모든 곡식을 찧고 나서 다시 창고로 들여놓을 때면 모든 염부제 사람이 쌀가루와 밀가루를 얻으러 찾아온다. 그러면 그들 모두에게 쌀가루와 밀가루를 마음껏 나누어 주었는데, 그래도 여전하고 바닥이 나질 않는다. 이것이 민대 거사 하녀의 커다란 복덕이었다. 이때 민대 거사가 교만한 마음이 생겨 어떤 염부제 사람도 복덕으로는 나보다 나은 사람이 없다고 여겼다. 이 민대 거사와 바제성의 주민은 모두가 외도의 제자였다. 이들 여러 외도는 사문 구담이 소마국을 유행하다가 바제성으로 온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이들 외도의 무리는 서로 모여 집회를 열고 성에 들어가 민대 거사의 앞에서 부처님과 스님들을 비방하였다. “사문 구담은 만족시키기 어렵고 공양하기도 어려우니, 욕심이 많고 염치가 없습니다. 이 사문 구담은 1,250명의 비구와 1,000명의 우바새와 500명의 거지를 거느리고 이 마을에서 저 마을로 이 성에서 저 성으로 옮겨 다니는 것이 마치 서리ㆍ우박ㆍ메뚜기 또는 사람의 목숨을 해치고 양식을 훔치는 도둑떼와 같아 그 지나가는 처소마다 사람들의 생업을 망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우리를 망치려고 지금 오고 있습니다.” 이때 민대 거사는 곧 나쁜 마음을 일으켜 함께 약조하였다. ‘한 사람도 구담을 찾아가 친견해서는 안 된다. 만약 찾아가 친견하면 성 안의 사람들에게 500냥의 벌금을 내도록 하자.’ 이때 민대 거사가 여러 사람에게 물었다. “이 구담 사문은 사람들이 주고 싶어 하지 않는데도 억지로 달라고 합니까?” 여러 사람이 말했다. “억지로 달라고 하지는 않습니다.” 그러자 민대 거사가 다시 물었다. “국왕이 주라고 칙명을 내립니까?” “그렇지는 않습니다.” “주지 않으면 그 사람이 해를 끼칩니까?”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럼, 왜 줍니까?” “스스로 믿고, 스스로 주고 싶고, 스스로 경애하고, 스스로 그 마음을 깨끗이 하고자 보시하는 것입니다.” 그러자 거사가 말했다. “만약 구담 사문이 사람들이 주고 싶어 하지 않는데 이를 강제로 빼앗지도 않고, 왕이 칙명으로 보시하라는 것도 아니고, 또 주지 않는다고 남을 해치지도 않는데도 사람들이 도리에 따라 보시하는 것은 그 사람이 복덕의 힘을 갖춘 까닭이니, 아마도 다른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즐거움을 얻도록 하기 때문이리라. 이와 같은 사람의 복덕은 반드시 나보다 뛰어나리라.” 이때 민대 거사는 부처님을 채 뵙기도 전에 그 교만한 마음이 수그러들었다. 부처님께서 그 나라를 유행하시다가 바제성에 다다르고 보니 정사가 없었다. 단지 성의 북쪽에 그 나무가 울창하고 땅이 평탄하고 넓은 승엽(勝葉)이라는 숲이 있어 세존과 대중이 그곳에서 잠시 쉬게 되었다. 민대 거사는 부처님께서 벌써 당도하셨다는 소문을 듣게 되었는데, 이 사람은 전생에 부처님과 스님을 공양하여 정견(正見)에 가까운 선근을 심은 자였다. 그는 전생 인연의 힘으로 금생에는 무루지를 얻을 만하였기에 그 선근의 힘에 이끌려 곧 스스로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이 나라 사람들에게 존경받으며 부유하기로도 제일이다. 만약 내가 부처님을 만나지 않는다면 사람들이 나를 두고 탐욕스럽고 인색하다고 할 것이다.’ 그는 곧 여러 사람에게 말했다. “여러분이 앞서 한 약속을 내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 약속은 타당한 것이 아닙니다. 내 차라리 500냥의 벌금을 내겠습니다.” 이에 여러 사람이 말했다. “왜 그러십니까?” 거사가 대답하였다. “나는 이 나라에서 제일 부유합니다. 만약 부처님을 만나지 않는다면 사람들이 나를 탐욕스럽고 인색하다고 할 것입니다.” 사람들은 민대 거사를 존중하는 데다 대부분 그에게 부채가 있고 또 도움을 받은 처지였기에 벌금을 내려 했지만 감히 이를 받는 자가 없었다. 여러 사람이 말했다. “굳이 약조를 어기실 필요가 있겠습니까. 모두가 함께 가면 될 것입니다.” 이에 모두가 함께 떠나 부처님의 처소로 찾아가서 부처님의 발에 예배하고 한쪽으로 물러나 앉았다. 부처님께서 거사를 위하여 그 마음에 맞춰 설법하시자 이 사람은 그 마음의 티끌과 때를 멀리 벗어나고 법안(法眼)이 생겨 법을 보고, 법을 얻고, 법을 알고, 청정함을 믿게 되었다. 모든 의심을 끊어 사도를 믿지 않고 사도를 따르지 않게 되었고, 모든 의심을 제거하여 첫 번째 과위 가운데 머물면서 무소외(無所畏)를 얻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의 발에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고 말씀드렸다. “대덕이시여, 저는 부처님께 귀의하고 법에 귀의하고 스님들께 귀의합니다. 제가 부처님의 제자임을 증명해 주소서. 오늘부터 목숨이 다하도록 삼보에 귀의하겠습니다.” 거사는 즉시 복덕을 갖춘 나머지 다섯 사람을 불러오도록 사람을 보내며 이렇게 전하게 하였다. “큰 스승이신 부처님께서 여기에 계시니 분초를 다투어 급히 이리로 오시오.” 급사가 가서 이 말을 전하였다. 이 다섯 사람 역시 모두 전생에 부처님께 공양을 올려 정견에 가까운 이근(利根)을 심은 자들이었다. 그들은 전생 인연의 힘으로 금생에서는 무루지를 얻을 만하였으므로 그 선근의 힘에 이끌려 부처님의 처소로 달려와서 부처님의 발에 예배드리고 한쪽으로 물러나 앉았다. 부처님께서 이 다섯 사람을 위해 그 마음에 맞춰 설법하시자, 그들 역시 그 마음의 티끌과 때를 멀리 벗어나고 법안(法眼)이 생겨 법을 보고, 법을 얻고, 법을 알고, 청정함을 믿게 되었다. 모든 의심을 끊어 사도를 믿지 않고 사도를 따르지 않게 되었고, 모든 의심을 제거하여 첫 번째 과위 가운데 머물면서 무소외(無所畏)를 얻었다. 그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의 발에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고 말씀드렸다. “저희는 부처님께 귀의하고 법에 귀의하고 스님들께 귀의합니다. 저희가 부처님의 제자임을 증명해 주소서. 오늘부터 목숨이 다하도록 삼보에 귀의하겠습니다.” 민대 거사가 자리에서 일어나 두 손을 모아 합장하고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저의 청을 받아주소서. 부처님과 스님들께서는 저의 집에서 주무십시오.” 부처님께서는 묵묵히 이를 수락하셨다. 수락을 받자 그는 곧 부처님의 발에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고는 집으로 돌아와 방사 안의 집기들을 치운 다음 깨끗이 청소하고 갖가지 색의 비단 당번을 내걸었다. 갖가지 좋은 향을 사르고 갖가지 꽃을 꽂고 나서 금ㆍ은ㆍ파리ㆍ감유리로 만든 평상을 각각 1,250개씩 준비하고 나서 이와 같이 생각하였다. ‘이 네 가지 보배로 만든 평상을 다 받지는 않더라도 한 분당 하나씩은 받으시리라.’ 또 1,250개의 금으로 만든 물병에 더운 물을 채우고, 1,250명의 하인으로 하여금 비구 한 사람씩 시봉토록 하였다. 그렇게 모든 준비를 마치고 나서 사람을 보내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성인께서는 때를 아소서.” 부처님께서는 포시(晡時)에 법의를 입고 발우를 지니고서 대중 스님들과 함께 거사의 집으로 가셨다. 거사는 1,250명의 사문에게 시봉하는 이를 1,250명 배정하여 한 사람이 비구 한 분을 문 바깥에서 목욕시켜 드렸다. 그리고 거사는 직접 부처님의 몸을 씻겨드렸다. 일시에 모두 목욕을 끝내고 그의 집으로 들어가자 거사는 1,250개의 금으로 만든 평상을 부처님께 올렸다. 그러나 부처님께서는 이를 받지 않으셨다. 차례로 은으로 만든 평상ㆍ파리로 만든 평상ㆍ감유리로 만든 평상을 각각 1,250개 올렸지만 부처님께서는 그 어떤 것도 받지 않으셨다. 거사는 다시 깨끗한 평상을 깔고, 흠바라와 갖가지 색깔의 비단을 누벼 만든 부드러운 담요를 그 깨끗한 평상 위에 깔았다. 대중 스님들이 앉은 다음 그는 직접 손 씻을 물을 돌리고 끼니 때 외에 마시는 음료수와 함소약을 바쳤다. 그는 곧 일어나 갖가지 맛있는 간식을 마련하고, 또 금 발우ㆍ은 발우ㆍ파리 발우ㆍ감유리 발우를 각각 1,250개 갖추어 놓고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다 받지는 않더라도 한 분당 하나씩은 받으시리라.’ 또 금 쟁반ㆍ은 쟁반ㆍ파리 쟁반ㆍ감유리 쟁반을 각각 1,250개 갖추어 놓고서 이와 같이 생각하였다. ‘다 받지는 않더라도 한 분당 하나씩은 받으시리라.’ 준비가 끝나자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성인께서는 때를 아소서.” 부처님과 스님들이 앉으시자 그는 직접 손 씻을 물을 돌리고 1,250개의 금 쟁반을 부처님께 올렸다. 그러나 부처님께서는 받지 않으셨다. 차례로 은 쟁반ㆍ파리 쟁반ㆍ감유리 쟁반을 각 1,250개 올렸지만 부처님께서는 그 어떤 것도 받지 않으셨다. 이에 다시 나무 쟁반과 구리 쟁반을 올리자 그때서야 받으셨다. 다음에 1,250개의 금 발우를 부처님께 올리자 부처님께서는 이를 받지 않으셨다. 차례로 은 발우ㆍ옥 발우 색유리 발우를 각각 1,250개 올렸지만 부처님께서는 받지 않으셨다. 그리고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내 앞서 두 가지의 발우를 청허하였으니 쇠 발우나 옹기 발우이다. 여덟 가지 발우는 소지해서는 안 된다.” 보시물을 올리는 일이 끝난 다음 그는 직접 손 씻을 물을 돌렸고, 식사를 마치시자 발우를 거두었다. 그리고 작은 평상을 가져다 펴고 앉아서 설법을 간청하였다. 다시 부처님께 이와 같이 말씀드렸다. “부처님께 간청하오니, 저희 수마국에서 세상 인연이 다하도록 공양을 받아주십시오. 제가 부처님을 위하여 1,250개의 방사와 1,250개의 평상ㆍ의자ㆍ이부자리ㆍ와구를 마련하고, 왕이 먹는 좋은 찹쌀로 부처님과 스님들께 공양을 올리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촌장이여, 그대의 신심이 깨끗한 것만으로도 이미 나에게는 충분하다. 그대와 같은 여러 선남자들이 법을 믿는 마음에 의지하여 살아가고 있다. 내 그들을 불쌍히 여겨 제도해야 하기에 오로지 그대의 청만 받아줄 수는 없느니라.” 이때 부처님께서 주원(呪願)을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하늘을 모시는 사당에서는 불을 공양함이 으뜸 바라문의 책 가운데 살비제(薩毘帝)가 으뜸
모든 사람 가운데 전륜성왕이 으뜸 모든 강과 시내 가운데 바다의 깊이가 으뜸
모든 별들 가운데 달빛이 제일 으뜸 모든 밝음 가운데 태양빛이 가장 으뜸 시방의 하늘과 사람 가운데 부처님의 복전이 으뜸이니라.
부처님께서 주원(呪顯)을 말씀하신 다음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셨고, 여러 제자들에게 차례대로 떠나라고 명을 내리셨다. 부처님께서 바제성에서 법의와 발우를 지니고 빈사산(頻闍山)으로 유행하시자 민대 거사는 부처님을 봉양하고자 500명의 사람과 500필의 젖소와 500대의 수레에 찹쌀과 임금이나 먹는 밥과 국을 싣고서 급사들에게 말했다. “부처님께서 촌락이 없는 벌판에서 밤을 지내실 때, 너희가 500필 젖소에서 젖을 짜 찹쌀우유죽을 마련한 다음 흑설탕과 백설탕을 가미하여 부처님께 올려라.” 500명은 민대 거사가 당부한 대로 부처님께서 촌락이 없는 벌판에 머무시게 되자 우유를 짜고 죽을 쑤어 부처님께 올렸다. 이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스님들에게 그 몫을 나누어 주어라.” 스님들께 나누어 주자 스님들이 이를 받지 않고 이와 같이 생각하였다. ‘이 음식들은 우리를 위해 일부러 보낸 것이다. 이미 하룻밤이 지난 것이니 부정(不淨)하다8).’ 이 일을 부처님께 말씀드리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비구에게는 두 가지의 청(請)이 있으니 하나는 즉일식(卽日食)이고, 둘째는 냉식(冷食)이다. 만약 하루에 이 두 가지 청을 받게 되면 마땅히 스스로 한 가지 청만 받고 나머지 한 가지 청은 남에게 주어야 한다. 만약 냉청(冷請)을 받게 되면 보시하는 대로 받는데, 거기에는 청정한 것을 받는 것이 있고 부정한 것을 받는 것이 있다. 청정한 것을 받는다는 것은 다섯 가지 가다니(佉陀尼), 다섯 가지 포사니(蒲闍尼), 다섯 가지 사식(似食)을 말한다. 부정한 것을 받는다는 것은 다섯 가지 보배와, 다섯 가지 보배와 비슷한 것을 말한다. 청정한 것을 받게 되면 받은 다음 청정하게 하고, 부정한 것을 받게 되면 ‘이것은 부정하니 청정하게 한 후에야 받겠다’고 말하라.” 부처님께서 서서히 유행하시다가 빈사산(頻闍山)에 이르셨다. 이 빈사산에 이름이 우탐마(優眈摩)인 한 야차 귀신이 있었는데 그는 그 산에 오래전부터 살고 있었다. 이 귀신은 부처님의 말씀을 믿었기에 그 마음이 깨끗하였다. 그가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어떤 음식을 부처님께 올려야 할까? 이 산에는 포도밖에 없다.’ 그가 곧 포도를 따서 부처님께 올리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스님들에게 그 몫을 나누어 주어라.” 야차가 비구들에게 나누어 주자 비구들이 이를 받지 않으면서 말했다. “부처님께서 우리에게 포도를 먹도록 아직 청허하시지 않았습니다.” 이 일을 부처님께 말씀드리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오늘부터 포도를 먹도록 청허한다.” 이때 포도가 많아서 양껏 먹고도 많이 남았다. 여러 비구가 어떻게 할지 몰라 부처님께 말씀드리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즙을 내서 마셔라. 만약 포도를 청정하게 작지하지 않았고 그 즙에 물을 부어 청정하게 작지하지 않았다면 마셔서는 안 된다. 포도를 청정하게 작지했더라도 그 즙을 청정하게 작지하지 않았거나 그 즙은 청정하게 작지했더라도 포도를 청정하게 작지하지 않았다면 마셔서는 안 된다. 포도도 청정하게 작지하고 그 즙 역시 청정하게 작지했다면 마셔라.” 이때 부처님께서 유행하시는데 그 모여드는 사람이 갈수록 많아졌다. 1,250명의 비구가 있었고, 1,000명의 우바새ㆍ500명의 거지ㆍ500명의 일꾼ㆍ500필의 젖소ㆍ500대의 수레가 있었다. 부처님께서는 이 대중을 해산하시고자 곧바로 선정에 드셨다. 그리고 남자가 그 팔을 굽혔다 펴는 것처럼 짧은 순간에 빈사산에서 사라져 만다기니 연못 기슭에 나타나셨다. 그 기슭에는 계니야(鷄尼耶)라는 머리를 묶은 선인[結髮仙人]이 오래전부터 먼저 그곳에서 머물고 있었다. 그는 부처님을 보고도 일어나지 않고 인사도 하지 않고 자리를 양보하지도 않았다. 부처님 역시 그 선인에게 말을 걸거나 안부를 묻지 않으셨다. 부처님께서는 즉시 만다기니 연못에 발을 씻으시고 바로 기슭에 있는 한 나무 밑에 니사단을 깔고 가부좌를 하셨다. 그때 이슬비가 내려 땅을 적시고 산들바람이 불어 갖가지 꽃을 날려 땅에 가득히 뿌려놓자 계니야가 생각했다. ‘이슬비가 땅을 적시고 산들바람이 불어 갖가지 꽃을 뿌리는 것은 모두 나의 힘이지 사문 구담의 힘이 아닐 것이다.’ 이윽고 밤이 점점 깊어지자 이때 4천왕이 무수한 권속들과 함께 와서 부처님을 친견하고자 하였고, 이때 푸른 옷을 입은 네 귀신이 선인 곁으로 다가와서 사방에 서 있었다. 선인이 눈을 떠 그들을 보고 물었다. “그대들은 누군가?” 여러 귀신들이 대답했다. “우리는 푸른 옷을 입은 귀신이다.” “무슨 까닭으로 여기에 왔는가?” “지켜주러 왔다.” “무슨 일로 지키는 것인가?” “오늘 밤이 깊어지면 4천왕이 수없는 백천만억 권속들과 더불어 부처님의 처소로 찾아올 것이다. 이곳에 혹 귀신이 찾아와 훼방을 놓을 지도 모른다.” 선인이 물었다. “사문 구담은 지켜주지 않는가?” 그들이 대답했다. “그럴 필요가 없다.” 이에 선인이 생각하였다. ‘이슬비가 내리고 산들바람이 불어 꽃을 땅에 뿌렸던 것은 사문 구담의 힘이지 나의 힘이 아니었구나.’ 이때 4천왕이 수없는 백천만억 권속과 더불어 밤에 찾아와 부처님을 뵙고는 부처님의 발에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비켜섰다. 부처님께서 거룩하신 말씀으로 고집멸도의 4제법(諦法)을 말씀하시자, 두 천왕은 이를 알아듣고 도를 얻었으나 다른 두 천왕은 이해하지 못하였다. 부처님께서는 다시 두 천왕을 위하여 타바라(馱婆羅)의 언어로 설법하셨다. “고제(苦諦:吚寗)ㆍ습제(習諦:彌寗)ㆍ진제(盡諦:多咃陀譬)ㆍ도제(道諦:陀羅辟支)를 알겠는가[知耶:佛闍陀]? 모든 것이[一切:薩婆休] 소멸하기를 구하여[滅求:蠰舍摩遮] 모든 것에서 벗어나라[一切離:薩婆多羅]. 멀리 벗어나서[遠離:毘樓利多咃欲] 어떤[一切:薩婆休] 악도 짓지 않으면[不作惡也:鞞羅地波跋] 고통이 멸하리라[苦邊盡也:頭吃想妬]. 이와 같이 설하노라[涅樓遮諦].” 그 두 천왕 가운데 한 사람은 이해하고 한 사람은 이해하지 못하자 부처님께서 다시 미리차(彌梨車)의 언어로 말씀하셨다. “마사도사나사바살바다라비비제이수안도두각바아지바지(摩舍兜舍那舍婆薩婆多羅毗比諦伊數安兜却婆阿地婆地).” 이에 4천왕이 모두 법을 깨달았다. 부처님께서 가르침을 보여 이롭고 기쁘게 하신 다음, 그들은 부처님의 발에 예배드리고 떠나갔다. 부처님은 만다기니 연못에서 법의와 발우를 지니시고 아마나국(阿摩那國)으로 유행하시고자 하셨다. 그곳은 머리를 묶은 선인[結髮仙人]들이 예전부터 머물던 곳이었다. 그 나라 사람들은 부처님을 깊이 존경하고 신봉했던 까닭에 이런 생각을 했다. ‘어떤 물건을 부처님께 올려야 할까?’ 다시 이런 생각을 하였다. ‘옛 선인들의 처소에서 받으셨던, 물로 청정하게 한 여덟 가지 음료수를 부처님께 올려야겠다.’ 곧 이런 갖가지 음료수를 준비해 가지고 와서 부처님께 올리자 부처님께서 계니야에게 말씀하셨다. “스님들에게도 그 몫을 나누어 주어라.” 곧 비구들에게 나누어 주자 여러 비구가 말했다. “부처님께서 우리에게 여덟 가지 음료수를 먹도록 아직 청허하시지 않았습니다.” 이 일을 부처님께 말씀드리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오늘부터 여덟 가지 음료수를 마시도록 청허한다. 무엇이 여덟 가지인가? 첫째가 주리장(周梨漿)이고, 둘째가 무리장(茂梨漿)이고, 셋째가 구루장(拘樓漿)이고, 넷째가 사루장(捨樓漿)이고, 다섯째가 설파다장(說波多漿)이고, 여섯째가 파류사장(頗留沙漿)이고, 일곱째가 이장(梨漿)이고, 여덟째가 포도장(葡萄漿)이니, 물로 청정하게 작지하고 마셔라.” 부처님께서 아마나국에서 머무르신 다음 법의와 발우를 지니고 아두가국(阿頭佉國)으로 유행하셨다. 이 나라에는 본래 이발사였다가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출가한 비구가 있었다. 그 아버지 마하라(摩呵羅)가 부처님께서 아마나국에서 아두가국으로 유행하신다는 소문을 듣고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여기 아두가국에는 스님들께 공급할 만한 단월도 없고 공양도 없으니, 누가 부처님을 공양할 것인가?’ 이에 바로 그 아들에게 말했다. “내가 부처님께서 아마나국에서 유행하시다가 여기로 오신다고 들었다. 여기에는 스님들을 모실만 한 단월도 없고 공양도 없다. 네가 발우를 지니고 성 안으로 들어가 참깨ㆍ찹쌀ㆍ콩ㆍ팥을 얻어다 세존께 공양하라.” 그 아들은 재주가 많았기에 곧 발우를 들고 성에 들어가 참깨ㆍ찹쌀ㆍ콩ㆍ팥을 많이 얻어 왔다. 세존께서 당도하시자 이들 부자는 거처하실 방사를 골라서 좋은 좌구를 깔고 즉시 갖가지 참깨죽ㆍ기름죽ㆍ우유죽ㆍ콩죽ㆍ팥죽ㆍ청죽을 마련하였다. 이를 마련한 다음 부처님과 스님들께 올렸으나, 여러 종류의 죽이 너무 많았기에 남은 음식을 어떤 방사 안 바닥에다 버렸다. 부처님께서 공양을 마치시고 경행하시자 마하라(摩訶羅) 비구도 부처님을 따라 이리저리 거닐었다. 그러다 이곳에 다다라 바닥에 죽이 어지러이 흩어져 있는 것을 보셨다. 부처님께서는 아시면서 짐짓 마하라에게 물으셨다. “이 많은 죽을 어떻게 얻었느냐? 보시한 단월이 있는가?” 마하라 비구가 대답했다. “없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대중 스님들이 가지고 있던 것인가?” 대답했다. “아닙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럼, 어디서 얻었느냐?” 마하라가 그 동안의 사정을 모두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이 인연으로 스님들을 모으셨다. 스님들이 모이자 부처님께서 갖가지 인연을 들어 마하라를 꾸짖으셨다. “어찌 명색이 비구가 자식에게 부정한 일을 시켰단 말인가.” 부처님께서 갖가지 인연을 들어 꾸짖고 나서 여러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오늘부터 5부대중(部大衆)은 서로에게 부정한 일을 시켜서는 안 된다. 만약 시키면 돌길라죄가 된다. 오늘부터 출가하기 이전 기술자였던 시절의 갖가지 도구들을 소지하고 있으면 안 된다. 만약 소지하게 되면 죄가 된다. 예전에 재단사였던 비구가 침통(針筒)을 소지하고 있는 것은 죄가 되지 않는다. 또한 예전에 학자였던 비구가 필통을 소지하는 것도 죄가 되지 않고, 예전에 유기장이였던 비구가 공구를 소지하는 것도 죄가 되지 않는다.” 부처님께서 아두가국에서 법의와 발우를 지니고서는 파바국(波婆國)으로 유행하셨다. 그 나라의 여러 귀족들은 부처님께서 그 나라에 들어오시면 모두가 1유연(由延) 길이로 늘어서서 환영하기로 미리 약조하였다. 혹 환영 나오지 않으면 500냥의 벌금에 처하기로 약조하였으므로 부처님께서 오신다는 소문을 듣고 모두들 환영 나왔다. 그 가운데 한 귀족이 있었으니 이름이 노지(盧芝)였다. 그는 그 나라에서 제일가는 장사였는데, 바로 아난의 오랜 친구였다. 이 사람은 부처님을 신봉하지 않았기에 아난은 멀리서 노지가 오는 것을 보고 말했다. “그대가 와서 부처님을 환영하니 참으로 장하네.” 이에 노지가 말했다. “나는 부처님을 믿기에 환영 나온 것이 아니라네. 나는 친족의 법도에 따랐을 뿐이네.” 아난이 말했다. “무슨 법도가 있는가?” 그러자 노지가 대답하였다. “우리 친족들이 먼저 약조하기를, 부처님께서 오시면 모두가 1유연의 거리에 늘어서서 환영하기로 하였네. 환영하지 않으면 500냥의 벌금을 내야 하네. 아난이여, 나는 돈 500냥이 아까운 것이 아니라 친족 간에 화목하지 못할까 염려되어 온 것이라네.” 아난은 그의 손을 끌고 부처님의 처소로 가서 부처님의 발에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서서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이 노지는 저의 오랜 친구로 아주 친하게 지냈으나 부처님을 믿지 않습니다. 원컨대 부처님께서 설법하셔서 그를 깨우쳐 주십시오.” 이때 세존께서 자비심으로 그를 감화시키자 곧 부처님을 믿게 되어 법을 깨달았다. 부처님께서는 다시 그를 위해 설법하고 가르침을 보여 이롭게 하고 기쁘게 하셨다. 가르침을 보여 이롭게 하고 기쁘게 하시고 나자 노지는 부처님께 예배드리고 밖으로 나와 본래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모든 사람이 떠나고 오래지 않아 부처님께서 자리에서 일어나 당신 방으로 향하시자 노지가 마치 송아지가 그 어미를 따라가듯 부처님을 따라갔다. 부처님께서 방에 들어가 앉으시자 노지는 부처님의 발에 예배드리고 한쪽에 앉았다. 부처님께서는 노지를 위해 다시 설법하고 가르침을 보여 이롭게 하고 기쁘게 하셨다. 노지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께 예배하고 떠나가면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어떤 물건을 가져다 부처님께 올려야 할까?” 그는 곧 갖가지 전병을 올리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스님들에게도 그 몫을 나누어 주어라.” 노지가 이에 여러 비구에게 나누어 주자 비구들이 이를 받으려 하지 않고 이렇게 말했다. “부처님께서 우리에게 전병을 먹도록 아직 청허하시지 않았습니다.” 이 일을 부처님께 말씀드리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오늘부터 전병을 먹도록 청허한다. 무엇이 전병인가? 밀전병ㆍ보리전병ㆍ콩전병ㆍ각루병(刻鏤餠)ㆍ중화병(重華餠)이다. 이와 같은 갖가지 청정한 전병은 모두 먹도록 청허한다.” 부처님께서 파바국에서 머무시고 나서 법의와 발우를 지니고 사위국으로 유행하셨다. 여러 비구가 걸식하다가 맛있는 반찬과 우유ㆍ낙(酪)ㆍ소ㆍ기름ㆍ생선ㆍ육포 등을 얻게 되었는데, 여러 비구가 이를 먹지 않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너무 좋은 음식을 탁발하면 혹시 죄가 될지도 모른다.’ 이 일을 부처님께 말씀드리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만약 자신이 달라고 하지 않았는데 단월이 스스로 보시했다면, 이를 받아야만 한다. 오늘부터 스님들에게 네 가지 약을 복용하도록 청허한다. 무엇이 네 가지 약인가? 첫 번째가 시약(時藥)이고, 두 번째가 시분약(時分藥)이고, 세 번째가 칠일약(七日藥)이고, 네 번째가 진형약(盡形藥)이다. 시약이란 다섯 가지 가다니(佉陀尼)ㆍ다섯 가지 포사니(蒲闍尼)ㆍ다섯 가지 사식(似食)이다. 무엇이 다섯 가지 가다니인가? 첫째는 뿌리 음식[根食]이고, 둘째는 줄기 음식[莖食]이고, 셋째는 잎사귀 음식[葉食]이고, 넷째는 마 음식[磨食]이고, 다섯째는 과일 음식이다. 무엇이 뿌리 음식인가? 토란 뿌리ㆍ하국 뿌리ㆍ연 뿌리ㆍ무 뿌리ㆍ무청 뿌리이니, 이와 같은 여러 가지 뿌리는 먹어도 된다. 무엇이 줄기 음식인가? 무 줄기ㆍ곡리(穀梨) 줄기ㆍ라륵(羅勒) 줄기ㆍ가람(柯藍) 줄기이니, 이러한 여러 가지가 바로 줄기 가다니이다. 무엇이 잎사귀 음식인가? 무청ㆍ곡리 잎ㆍ라륵 잎ㆍ가람 잎이다. 이와 같은 여러 가지 잎사귀는 먹어도 되니, 이것이 잎사귀 가다니이다. 무엇이 마(磨) 음식인가? 쌀ㆍ보리ㆍ밀이니, 이와 같은 여러 가지가 마 가다니이다. 무엇이 과일 음식인가? 암라(菴羅) 열매ㆍ염부(閻浮) 열매ㆍ파라살(波羅薩) 열매ㆍ진두가(鎭頭佉) 열매ㆍ나리기라(那梨耆羅) 열매이니, 이와 같은 여러 가지가 과일 가다니이다. 무엇이 다섯 가지 포사니 음식인가? 첫째가 밥[飯]이고, 둘째가 곡물가루[麨]이고, 셋째가 말린 밥[糒]이고, 넷째가 생선[魚]이고, 다섯째가 고기[肉]이니, 이와 같은 다섯 가지가 포사니 음식이다. 무엇이 다섯 가지 사식인가? 싸라기[糜]ㆍ조[粟]ㆍ광맥(䵃麥)ㆍ유자(莠子)ㆍ가사(迦師)이니, 이와 같은 여러 가지를 사식이라고 한다. 아직 음료수와 즙으로 짜지 않은 것을 시약(時藥)이라 하고, 시분약(時分藥)이란 만약 이런 것들을 청정하게 걸러 음료수와 즙을 내면 시분약이라 한다. 칠일약(七日藥)이란 소ㆍ기름ㆍ꿀ㆍ석밀이니, 이를 칠일약이라 한다. 진형약이란 다섯 가지 뿌리약이니, 무엇이 그 다섯 가지인가? 첫째가 사리(舍利)이고, 둘째가 생강[薑]이고, 셋째가 부자[附子]이고, 넷째가 파제비사(波提毘沙)이고, 다섯째가 창포의 뿌리[菖蒲根]이니, 이런 약들은 비구가 수명이 다할 때까지 방에 놓아두어도 죄가 되지 않는다. 다섯 가지의 과약(果藥)이란 하리륵(呵利勒)ㆍ비혜륵(毘醯勒)ㆍ아마륵(阿摩勒)ㆍ호추(胡楸)ㆍ필요라(蓽芺羅)이니, 이런 것들은 비구가 수명이 다하도록 방 안에 놓아두어도 된다. 다섯 가지 소금이란 검은 소금ㆍ보라색 소금ㆍ빨간 소금ㆍ땅에서 캔 소금ㆍ흰 소금이니, 수명이 다하도록 방사 안에 놓아두어도 된다. 다시 다섯 가지 수교약(樹膠藥)이 있으니 흥거살사(興渠薩闍)ㆍ나차제야(羅茶帝夜)ㆍ제야(帝夜)ㆍ파라제야(波羅帝夜)ㆍ반나(槃那)이니, 수명이 다하도록 방 안에 놓아두어도 된다. 다섯 가지 탕약이란 근탕(根湯)ㆍ경탕(莖湯)ㆍ엽탕(葉湯)ㆍ화탕(華場)ㆍ과탕(果湯)이니, 수명이 다하도록 방 안에 놓아두어도 된다. 시약ㆍ시분약ㆍ칠일약ㆍ진형약의 이 네 가지 약을, 만약 당일에 시약ㆍ시분약ㆍ칠일약ㆍ진형약을 얻어서 한 곳에 섞어두었다면 이런 약은 끼니때 복용하고 때 아닌 때에 복용해서는 안 되니, 시약의 인연력(因緣力) 때문이다. 만약 당일에 시약ㆍ시분약ㆍ칠일약ㆍ진형약을 얻어서 한 곳에 섞어두었다면 이런 약들은 마땅히 정해 진 시간까지 복용하고 정해진 시간이 지나면 복용해서는 안 되니, 시분약의 인연력 때문이다.9) 만약 당일 칠일약ㆍ진형약을 얻고서 이 약들을 한 곳에 섞어두었다면 이레 안에 복용해야 하고 이레가 지나면 복용해서는 안 되니, 칠일약의 인연력 때문이다. 진형약이라면 자유로이 복용할 수 있다. 만약 당일에 부정한 시약을 얻고는 다시 시약ㆍ시분약ㆍ칠일약ㆍ진형약을 얻어서 이를 한 곳에 섞어두었다면 그것 모두 복용해서는 안 된다. 당일에 부정한 시분약을 얻고는 다시 칠일약과 진형약을 얻어 이를 한 곳에 섞어 두었다면 이를 복용해서는 안 된다. 당일에 부정한 칠일약을 얻고는 다시 진형약을 얻어 이를 한 곳에 섞어두었다면 이것 역시 복용해서는 안 된다.” 이때 장로 우바리가 부처님께 다음과 같이 여쭈었다. “세 가지 약인 시분약ㆍ칠일약ㆍ진형약, 이런 세 가지 약을 몸에 지니고 밤을 지낸 후에도 입으로 이를 수용할 수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수용할 수 없다.” “이들 세 가지 약을 손 이외의 나쁜 방법으로 집어서 입으로 수용할 수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수용할 수 없다. 이 세 가지 약은 손으로 집어 입에 넣어야만 한다.” “병이 나지 않았어도 복용할 수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복용할 수 없다. 이 세 가지 약은 손으로 집어 입에 넣어야만 한다.” “병이 나면 언제든 복용할 수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복용할 수 있다.”[칠법 가운데 그 여섯 번째인 ‘의약법(醫藥法)’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