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이 펼쳐진 푸른 하늘은 별자리를 늘어놓아 형상을 드러내고, 아득히 이어진 넓은 땅은 강과 산을 펼쳐놓아 형상을 이룬다”고 들었다. 천문(天文)을 우러러 관찰해보면 이미 그와 같고, 지리(地理)를 굽어 살펴보면 또한 이와 같다. 무릇 오묘한 뜻[妙旨]은 그윽하고 미묘해 이름이나 말로 표현할 수 없고, 진여(眞如)는 맑고 고요해 성품이나 형상으로 이해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귀머거리와 같이 어리석은 마음을 일깨우려면 메아리가 요동치는 법의 천둥에 의지해야 하고, 길을 잃고 헤매는 중생을 이끌려면 방향을 알려주는 깨달음의 우두머리를 기다려야 한다. 따라서 임시로 이름을 붙였지만 영원한 이름을 파괴하지 않고 설법을 즐기셨지만 결국 말할 게 없음을 설명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형상 밖의 형상을 홀로 삼계의 존자라 칭하고 하늘 가운데 하늘을 이에 육신통을 갖춘 성인이라 표현한다면, 법왕께서는 날카로운 견해로 72명의 군왕을 낳아 기르시고2) 범천과 제석이 다스린 세월마저 1만 8천년으로 가두신 것이 된다.3) 주나라 시절에 별이 빛을 잃었다는 말씀은 성인이 태어날 징조와 부합하였고,4) 한나라 시절에 태양이 상서로운 빛을 흘렸다는 기록은 신과 소통한 꿈과 맞아떨어졌다.5) 따라서 부처님은 능히 모래알처럼 오랜 겁 동안 위의를 떨치시고, 티끌처럼 수많은 세상에서 교화를 행하시는 것이다. 옥호(玉毫)6)에서 빛을 놓아 어둠을 없애고, 금구(金口)7)로 널리 선포하여 막힌 곳을 뚫으셨으니, 번뇌의 적을 물리침에 어찌 창과 방패를 쓰겠는가, 생사의 군대를 파괴함에 오직 지혜의 힘만 의지하셨다. 원만하고 밝은 세계를 열어 가없는 중생을 널리 받아들이고, 영원한 행복의 문을 열어 심식(心識)이 있는 생명을 두루 포용하셨으니, 하늘을 뒤덮는 욕망의 물결일지라도 경계의 바람이 그침에 단박에 맑아졌고, 해를 가리는 망정의 먼지일지라도 법의 비가 적심에 곧바로 쓸려가 버렸다. 귀의하는 자는 재앙이 소멸되고 복을 받았으며, 회향하는 자들은 위험이 제거되고 안락을 얻었으니, 가히 높고도 우뚝한 것이 그가 이룩한 공이 있겠지만 드넓고 아득하여 이름을 붙일 수 없는 분이라 하겠다.
022_0423_b_01L다만 꼬물꼬물 어리석은 사생(四生)8)은 무상(無常)을 깨닫지 못하고, 아득한 육취(六趣)9)는 모두들 유결(有結)10)에 묶였으니, 허공의 꽃이 실재가 아니고 강에 비친 달이 견고하지 못하다는 것을 어찌 알리오. 오음(五陰) 속으로 치달리고 삼계의 영역에서 옮겨 다닐 뿐이니, 온갖 만물을 거둬들여 결국 법문을 기다려야만 했다. 백마가 서쪽에서 와11) 현묘한 말씀이 동토에 전해지고부터서야 세존께서 곧 근기의 부류에 따라 법을 연설하시고, 중생이 이에 성품을 쫓아 미혹을 깨쳤으며, 마명(馬鳴)은 고귀한 책에서 아름다움을 뽐내고, 용수(龍樹)는 보배로운 게송에서 향기를 드날렸다. 이에 아득한 진단(震旦)12)까지 통하고 염부제(閻浮提) 멀리까지 유통되어 반자교(半字敎)13)와 만자교(滿字敎)14)가 구역을 나누고, 대승과 소승이 나란히 질주하였으며, 맑고 편안한 준덕들이 수승한 도량에서 실력을 겨루고, 아름답고 원대한 고사들이 법의 집에서 줄지어 거닐게 되었다. 그리하여 마침내 미묘한 말씀이 규범으로 드러나 천고의 세월을 거치면서 아름다운 명성을 드날렸고, 지극한 도리가 법규로 흘러 시방에 두루 미치면서 무성한 과실을 맺었다. 그러나 후주(後周) 시절에 마군의 바람이 거세게 몰아치는 시운을 만나15) 결국 온 천하 초제(招提)16)가 모조리 허물어지고 피폐해졌으며, 온 세상 법려(法侶)가 평민들 속으로 자취를 숨겨야 했다. 아, 적막한 선정의 거처에는 좌선하던 자리만 휑하니 남았고, 황량한 지혜의 동산에는 경행하던 흔적이 다시는 없게 되었다. 개황(開皇)에 이르러 거듭 보수하고 건립하였지만17) 다시 대업(大業)을 맞아 또 일부가 붕괴되는 일을 겪었으니,18) 귀신이 통곡하고 신령이 앓았으며, 산이 울고 바다가 들끓었다. 이미 도탄(塗炭)에 빠졌는데 가람(伽藍)이 어찌 남아나랴. 정법은 침몰해 사라지고, 사견은 더욱 늘어만 갔다. 이에 사람들이 깨달음의 길을 미혹해 고(苦)와 집(集)의 구역으로 되돌아갔고, 세속이 참된 종지를 뒤덮어 번뇌와 장애 속의 굴레에 속박되었다. 우리 대 당나라가 천하를 차지하여 위로 유소씨(有巢氏)19)와 수인씨(燧人氏)20)를 능가하고 아래로 복희씨(伏羲氏)21)와 헌원씨(軒轅氏)22)를 굽어보자 삼성(三聖)23)이 거듭 빛을 발하고, 만방(萬邦)이 하나로 통일되었다. 위엄을 보여 일제히 정비하고 은택을 끝없이 베풀었으며, 대지의 맥락을 걷어잡아 순박함으로 돌이키고, 하늘의 강유를 널리 선포하며 정성을 바쳤다. 부처님의 태양을 다시 걸고 범천(梵天)24)을 거듭 보수하자 용궁(龍宮)의 여덟 기둥이 가지런히 안정되고 영취산[鷲嶺]의 다섯 봉우리가 높이를 다투었으니, 석존의 가르침을 크게 홍포한 것은 진실로 우리 황조라고 하겠다.
대복선사(大福先寺)에서 경전을 번역한 삼장법사 의정(義淨)은 범양(范陽) 사람이다. 속성은 장씨(張氏)이니, 한(韓)나라 이후로 5대에 걸쳐 제상을 지내고 진(晉)나라 이전에 삼태(三台)25)의 벼슬을 지내면서 붉은색과 자주색26)으로 빛깔을 나누고 초미(貂尾)와 선문(蟬文)27)으로 광채를 합한 가문이다. 고조(高祖)께서 동제군수(東齊郡守)를 지내던 시절에는 어진 교화의 바람[仁風]이 부채를 따라 일어났고 단비가 수레를 따라 내렸으며, 육조(六條)28)로 교화를 펼치고 십부(十部)29)로 정치를 행하셨다. 이 무렵 그의 할아버지와 아버지에 이러서는 모두 세속의 영화를 싫어하여 하나의 언덕30)에서 맘대로 살면서 세 갈래 오솔길31)을 소요하였다. 온화함을 품고서 몸을 소박하게 하고, 천성을 기르면서 정신을 편안하게 하였다. 그렇게 동쪽 산에서는 돋아난 영지를 따고 남쪽 개울에서는 맑은 물을 길었으니, 가히 저 멀리 붉은 산마루를 찾아갔다가 흰 구름에 깃들어 누웠다고 하겠다. 언덕의 학32)은 이에 울음을 삼켰고, 마당의 망아지33)는 이 때문에 그림자만 묶였다.34) 법사께서는 허깨비를 뽑아버린 밝은 총명함으로 일찌감치 총명함과 민첩함을 드러냈다. 자두를 변별할 나이35)를 넘기자마자 즐거운 마음으로 출가하였고, 사내가 낙양에서 노닐 나이36)를 넘기자마자 서쪽 나라로 찾아갈 뜻을 세웠다. 이후 경사(經史)37)를 두루 학업 하여 학문이 고금을 꿰뚫었고, 삼장(三藏)의 현묘한 중추를 손아귀에 쥐고서 일승(一乘)의 오묘한 뜻을 밝혔다. 그러고 나서는 한가롭게 지내며 고요함을 익히고 사려함을 쉬고서 선정에 안주하였으며, 저 산림에 의탁하여 이 티끌 같은 세상의 속박을 멀리하였다. 그러다 37세에 비로소 평소 품었던 뜻을 결행하여 함형(咸亨) 2년(671)에 발걸음이 광부(廣府)에 이르렀다. 출발할 때 의기투합한 숫자는 열 명이었지만 노 저어 떠날 때 뱃머리에 오른 사람은 오직 그 하나뿐이었다. 그렇게 남해를 돌아 아득히 흐르고 서역을 향해 길이 내달리면서 천 겹 바위산을 지나고 만 리 파도를 넘어 갔다. 조금씩 천축에 다다라 차례로 왕사성(王舍城)에 도착하니, 부처님께서 『법화경(法華經)』을 설하신 영취산(靈鷲山) 봉우리가 여전히 그대로였고, 여래께서 성도하신 성스러운 자취도 여전히 남아있었다. 폐사성(吠舍城)38)에는 일산을 바쳤던 흔적39)이 사라지지 않았고, 급고독원(給孤獨園)에는 황금을 깔았던 땅40)이 아직도 남아있었다.
022_0424_a_01L 세 갈래 보배 계단41)이 확연한 것을 눈으로 목격하였고, 여덟 개의 크고 신령한 탑42)이 아득한 것을 직접 관찰하였다. 그가 경유한 곳은 30여 국이고 편력한 세월이 20여년이었으니, 보리수 아래에서 수차례나 가지를 꺾으면서43) 오랫동안 체류하였고, 아뇩달지(阿耨達池)44) 가에서 몇 번이나 갓끈을 씻고45) 거울을 닦았다.46) 법사께서는 자비(慈悲)로 방을 짓고 인욕(忍辱)으로 옷을 삼아 하루에 한 끼만 먹으면서 항상 재계하였고, 여섯 때47)에 게으름이 없이 늘 좌선하였다. 또한 예전의 번역자들은 먼저 범문을 송출한 다음에 이를 바탕으로 한문으로 번역하면서 단어를 선택함에 있어서는 바야흐로 학자들에게 의지해야만 했고, 뜻을 설명함에 있어서는 별도로 승려들에게서 도움을 받아야만 했었다. 하지만 지금 이 법사께서는 그들과는 같지 않아 이미 오천축(五天竺)의 언어에 능통하였고, 또 이제(二諦)48)의 그윽한 종지를 상세히 밝혔다. 그래서 번역한 뜻과 엮어낸 문장이 모두 자기에게서 나왔고, 단어를 선택하고 이치를 확정할 때도 주변 사람의 도움을 빌리지 않았다. 이는 한나라 시절의 가섭마등(迦葉摩騰)49)을 능가하고, 진나라 때의 구마라집(鳩摩羅什)50)을 뛰어넘은 것이다. 법사께서는 거의 400부에 도합 50만 송의 범본 경전과 금강좌진용(金剛座眞容) 1포, 사리 300과를 가지고 증성(證聖) 원년(695) 여름 5월에 비로소 도읍에 도착하였다. 측천대성황제(則天大聖皇帝)께서는 동쪽에서 솟아51) 천명을 받고, 하늘로 날아올라 기강을 거머쥐고는 선왕들의 사업을 계승해 번창시키는 것으로 임무로 삼고, 사해의 백성을 널리 구제하는 것으로 마음을 삼는 분이셨다. 이에 모든 관료들에게 명령하고 아울러 사부대중을 정비하셨으니, 무지개 깃발이 해를 쓸어버리고, 봉황의 노래52)가 구름을 걷었으며, 육수의 향기가 퍼지고53), 오색의 꽃잎이 흩날렸다. 그렇게 쟁쟁하고 성대하며 휘황하고 찬란하게 상동문(上東門)에서 맞이하여 불수기사(佛授記寺)에 안치하셨다. 법사께서는 우전삼장(于闐三藏)54) 및 대복선사(大福先寺) 주지 사문 복례(復禮), 서숭복사(西崇福寺) 주지 법장(法藏) 등과 함께 『화엄경』을 번역하였고, 이후 대복선사에서 천축삼장 보사(寶思)55)와 말다(末多)56) 및 불수기사 주지 혜표(惠表), 사문 승장(勝莊)・자훈(慈訓) 등과 함께 근본부(根本部)의 율(律)을 번역하였다.57)
이 대덕들은 모두 사선(四禪)의 선정에 잠겨 육바라밀[六度]을 그윽이 품고는 마음의 받침대에다 법의 거울을 높이 걸고, 성품의 바다에서 계율의 구슬을 환희 밝히셨던 분들이다. 이들은 문장의 숲에서 빼어난 재능을 드러내 깨달음의 나무를 가져다가 줄줄이 꽃망울을 터트렸고, 지혜의 횃불을 환하게 드날려 달을 맑히고 그림자와 합하였다. 순금과 박옥이란 진실로 이런 분들에게 해당하니, 진실로 범천 궁궐의 기둥이요 대들보이며, 참으로 불법 문중의 용이요 코끼리이다. 이들이 이미 여러 경율 200여권을 번역하고는 교정과 필사를 마치고 곧바로 모두 황궁에 진상하였으며, 그 나머지 계율과 여러 논서들은 바야흐로 다음 작업을 기다리게 되었다. 그리하여 오편(五篇)58)의 가르침이 온전히 규명되고, 팔법(八法)59)의 원인이 빠짐없이 밝혀졌으니, 구슬을 삼킨 거위60)마저 보호하고, 벌레의 목숨마저 해치지 않게 하였으며, 부낭(浮囊)61)은 반드시 썩지 않은 것을 취하고 기름 그릇62)은 끝까지 엎어버리지 말게 하며, 성교(聖教)63)의 기강을 받들고 모든 생명체의 이목을 열어주게 되었다. 삼가 바라옵니다. 위로 밑거름이 되어주신 선대 성황들께서 칠묘(七廟)64)의 기반을 길이 융성하게 하시고, 아래로 황위를 계승한 미미한 제가 구천(九天)65)의 명령을 항상 보좌하게 하소서. 모든 생명을 인수의 영역66)으로 옮기고, 천박한 풍속이 순수한 근원에 이르게 하시며, 해마다 풍년들고 절기마다 온화하며, 먼 곳은 안정되고 가까운 곳은 정숙되도록 하소서. 돌아보건대, 온갖 업무를 총괄해야 하고 사해의 일들이 너무나 많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을야(乙夜)67)의 여가를 틈타 하늘을 뒤덮는 덕을 돕고자 허공을 살피고 적멸을 두드려 이렇게나마 서문을 지었다.
두 손 모아 합장 공경하여 석가모니부처님께 예배드리고 별해탈(別解脫)로 조복시킴을 내가 말하나니 그대들은 잘 들을지어다.
022_0425_a_21L 合十指恭敬, 禮釋迦師子; 別解脫調伏, 我說仁善聽。
들은 뒤에는 마땅히 바르게 행하여 부처님[大仙]께서 말씀하신 바와 같이 해야 하니 여러 가지 자잘한 죄가 되는 것까지 용맹하고 부지런하게 보호하라.
022_0425_a_23L聽已當正行, 如大仙所說; 於諸小罪中, 勇猛亦勤護。
022_0425_b_01L 심마(心馬)6)는 다스리기 어려우니
용맹스럽게 결단하여 항상 끊어지지 않게 하라. 별해탈은 마치 재갈에 지극히 날카로운 많은 침(針)이 있는 것과 같아서
022_0425_b_01L心馬難制止, 勇決恒相續; 別解脫如銜, 有百鍼極利。
만약 사람이 법도에서 어긋나게 되면 가르침을 듣고는 곧 그칠 수 있게 된다. 부처님께서는 훌륭한 말[良馬]과도 같으시어 순식간에 번뇌의 장애를 뛰어넘으셨지만
022_0425_b_02L 若人違軌則, 聞教便能止; 大士若良馬, 當出煩惱陣。
만약 사람에게 이 재갈이 없거나 일찍이 희락(喜樂)이 없었다면 그는 번뇌의 구렁텅이에 빠져 나고 죽는 데에서 벗어나지 못하리라.
022_0425_b_04L若人無此銜, 亦不曾喜樂; 彼沒煩惱陣, 迷轉於生死。
1. 여덟 가지 바라시가법(波羅市迦法)7)
022_0425_b_05L八波羅市迦法
총괄하여 게송으로 거두어 말한다.
摠攝頌曰:
부정을 행하는 것과 주지 않은 것을 가지는 것과 사람을 죽이는 것과 거짓으로 상인법을 얻었다고 하는 것과 남자와 몸을 비비는 것과 남자와 여덟 가지 짓을 하는 것과 죄를 숨겨두는 것과 쫓겨난 자를 따르는 것 이것은 모두 함께 머물 수 없는 것이니라
022_0425_b_06L不淨不與取, 斷人稱上法; 觸八事覆隨, 斯皆不共住。
1) 부정행학처(不淨行學處) ①
022_0425_b_08L不淨行學處第一
그때 보살께서는 도사천궁(覩史天宮)에 계시면서 장차 인간 세상에 태어나시려고 먼저 다섯 가지 일로써 인간 세상을 관찰하셨다. 무엇을 다섯 가지라고 하는가? 첫째는 먼 조상을 관찰함이요, 둘째는 시절을 관찰함이요, 셋째는 나라를 관찰함이요, 넷째는 친족을 관찰함이요, 다섯째는 어머니를 관찰함을 말하는 것이다. 그때 6욕천(欲天)8)이 모친이 계신 곳으로 와서 세 번 그 배를 깨끗하게 하였다. 잠자리에 든 마야부인(摩耶夫人)은 그로 인하여 여섯 개의 어금니를 가진 흰 코끼리가 뱃속으로 들어오는 꿈을 꾸었다. 그때 대지는 여섯 가지의 모양으로 진동하였고, 이 인간 세상에 큰 광명이 있어서 두루 모든 곳을 밝게 비추었으며, 해와 달의 빛이 비출 수 없었던 세계의 중간에 있는 어두운 곳까지도 모두 환하게 밝아졌다. 그 가운데에 있는 유정(有情)들은 어‘둡게 가려지고 빛이 비치지 않아서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자기 몸의 일부도 볼 수 없었으니 하물며 다른 무리들을 어찌 서로 볼 수가 있었겠는가. 이 광명을 만나고 나서는 참으로 기이하다는 생각을 하여 모두가 이렇게 말했다. “어찌하여 이 가운데에 문득 중생이 있는가?” 보살이 막 탄생하실 적에 대지가 진동하고 널리 광명을 놓는 것이 앞에서와 같았으니, 이 삼천대천세계에 인연이 있는 무리들로써 이 광명을 본 자들은 뛸 듯이 기뻐하며 희유하다는 생각을 내었다.
022_0425_c_01L그때에 4대국의 왕이 있어 각기 태자를 낳았다. 실라벌성(室羅伐城)의 범수 대왕(梵授大王)은 태자가 태어나려 할 때에 큰 광명이 있자 곧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의 성스러운 아들이 지니고 있는 복덕의 힘으로 말미암아 큰 광명을 놓아 세계를 두루 비추니, 마땅히 아들의 이름을 승광(勝光)이라고 해야겠다.’ 또 왕사성(王舍城)의 대연화왕(大蓮花王)도 태자가 태어나려 할 때에 광명이 있자, 곧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의 아들이 지니고 있는 복력이 참으로 희유하구나. 막 태어나려 할 때에 큰 빛이 두루 비치니 마치 태양 빛이 치솟아 매우 성한 것과 같구나. 모친의 이름 또한 영(影)이니, 마땅히 내 아들의 이름을 영승(影勝)이라고 해야겠다.’ 또 교섬비국(憍閃毘國)의 백군대왕(百軍大王)도 태자가 태어나려 할 때에 광명이 비치는 것을 보고는 곧 이렇게 생각했다. ‘나의 아들이 가지고 있는 복력으로 큰 광명이 비추니 마치 해가 막 떠올라서 세계를 두루 비추는 것과도 같구나. 마땅히 내 아들의 이름을 출광(出光)이라고 해야겠다.’ 또 올서니국(嗢逝尼國)의 유대륜왕(有大輪王)도 태자가 태어나려 할 때에 광명이 비추는 것을 보고 곧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의 아들이 태어날 때에 뛰어난 광채가 있는 것이 마치 밝은 등불이 능히 큰 암흑을 깨뜨리는 것과도 같았으니, 마땅히 내 아들의 이름을 등광(燈光)이라고 해야겠다.’ 비록 네 국왕 모두가 각기 환희심을 내어 생각하기를, ‘이 신비로움은 전부 나의 아들 덕분이다’라고 하였지만, 그 위엄 있는 광명이 바로 보살의 자비로운 선근(善根)의 힘과 광대하고 불가사의한 복덕을 닦았기 때문에 생긴 것인 줄을 어찌 알았을 것인가? 바로 그날 대석가종족[大釋迦氏]에게는 난타(難陀)를 첫째로 하여 같은 때에 5백 명의 동자가 태어났고, 저 야수다라(耶輸陀羅)와 녹모(鹿母), 그리고 구여(瞿舁)의 세 사람을 필두로 하여 같은 때에 6만 명의 동녀(童女)가 태어났다. 다시 5백 명의 시중을 들 남자가 태어났으니 천타(闡陀)가 우두머리가 되었고, 더불어 5백 명의 시중을 들 여인이 태어났다. 또한 5백 마리의 어미 코끼리가 새끼를 낳았으니 건탁(建託)이 우두머리가 되었으며, 5백 마리의 암말이 각각 한 마리씩 새끼를 낳았다. 이때 대지에는 홀연히 5백 군데에 숨겨져 있던 보물이 저절로 드러났으며, 변방의 여러 곳에서 신하로서 복종하지 않던 무리들이 다 와서 굴복하였다.
이때 제석천왕과 범중천왕은 여러 하늘의 무리들과 함께 백천(百千)으로 에워싸고 돌면서 예경하고 공경하고 존중하며 친히 보살을 섬겼다. 또한 여러 왕도(王都)와 성읍과 취락의 모든 장자와 바라문들은 다 함께 우러러 보살께 예배드리고 섬기려고 사방에서 구름같이 모여들었다. 이때에 정반왕(淨飯王)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 숙세(宿世)의 복업에 감응되어서 이제 성스러운 아들이 나의 집안에 태어나게 되었고 또한 온갖 훌륭한 일들이 성취되었으니, 마땅히 내 아들에게 일체사성(一切事成)이라고 이름을 지어주어야겠구나.’
022_0426_b_01L그때에 마갈타국[摩揭陀國]에 니구율(尼拘律)이라는 큰 성이 하나 있었는데 편안하고 풍요로워서 백성들이 매우 번성하였다. 이 성 안에는 이름이 니구율이라는 큰 바라문이 있었다. 엄청난 재산을 가진 부자로 많은 하인들이 있었고 금은보화들이 창고에 넘쳐났다. 그는 큰 세력이 있었으니 마치 비사문왕(毘沙門王)과도 같았으며, 게다가 열여덟 개의 넓고 큰 취락을 가지고서 봉록으로 충당하였으며, 열여섯 개의 읍(邑)에서 비복들을 충당하였고, 60억의 아주 묘한 진금(眞金)을 가지고 있었다. 그 마갈타국의 왕인 대연화왕(大蓮花王)에게는 천 개의 쟁기가 있었는데, 그 바라문 집에 있는 쟁기의 수 또한 그와 같았으나 너무 많다는 비난을 초래할까봐 천이라는 숫자에서 다만 그 하나를 줄여서 가지고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전생에 심은 복된 선업(善業)에 의해 이루어진 선업의 과보가 무르익은 까닭에 쭉정이 보리씨를 뿌려도 곧 잘 익은 금빛의 보리가 되었고, 매번 과실을 거두어들이는 것이 2백여 석을 채우는 것이었다. 그는 매일같이 왕에게 인사를 드릴 때에는 항상 한 움큼의 금빛 보리를 바치면서, “대왕의 복과 수명이 무궁하기를 바라나이다”라고 하여 왕의 장수를 기원하였다. 나중에 명망 있는 집안의 여인을 아내로 맞았는데 여러 해가 지나도록 자식이 없었다. 항상 후사 잇기를 구하였으나 끝내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자 마침내 온갖 신들에게 제사를 드렸다.
하지만 오랫동안 기도를 하였으나 끝내 뜻하는 바를 이룰 수가 없게 되자 마음에 근심과 고민을 품고서 턱을 괴고 탄식하였다. “내 집에 한량없는 재산이 있다고는 하지만 뒤를 이을 자식이 없으니 장차누구에게 맡길 것인가? 결국은 관가에 빼앗겨 끝내 우리에게는 털끝만큼도 남는 것이 없게 되겠구나.” 그러자 모친이 말하였다. “너는 지금 무슨 까닭에 그렇게 길게 탄식을 하느냐?” “제가 지금 몸과 마음이 어찌 편안할 수 있겠습니까? 재산이 많기로는 세상에서 드물 정도이지만 당장에 자식이 없고, 목숨은 보존하기 어려운 것이라 하루아침에 목숨을 마치게 되면 모은 것이 다 흩어질 것입니다.” “그런 걱정은 그만두어라. 근심하지 마라. 너에게 방편을 가르쳐 주마. 내가 세상에서 자식이 없는 사람들을 보니 혹은 스스로 기도하기도 하고, 혹은 남에게 구하게 하기도 하는데, 은근하고 신중한 마음을 내어 발원하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있었느니라.” 아들이 어머니에게 물었다. “그 일이 어떠한 것입니까?” “내가 이전에 아들이 없었는데 니구율(尼拘律) 나무 아래서 빌어 곧 너를 낳았다. 너도 이제 신령스런 나무 아래서 오로지 아들 얻기만을 구하면 반드시 뜻을 이루게 될 것이다.”
그때에 바라문은 어머니의 가르침을 받들어서 후원 안에 있는 필발라(畢鉢羅) 나무 아래에 훌륭한 음식을 두루 차려 놓고 기원하여 말하였다. “엎드려 바라건대 나무의 신께서는 어서 저에게 아들을 주십시오. 만약 저의 소원대로 이루어진다면 이곳에 신당(神堂)을 넓게 세우고 아울러 큰 잔치를 베풀어서 특별한 은혜에 기뻐하고 감사드리겠습니다.” 하루도 빠짐없이 항상 이와 같이 기도하고 발원을 올리며 또 신에게 고하였다. “만약 저의 뜻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저는 마땅히 뿌리를 끊고 나무를 베어서 당신이 의지할 곳을 없애버리겠습니다.” 그때 천신(天神)이 이 은근한 마음을 알고는 걱정이 생겨서 생각하기를 ‘나에게는 힘이 없으니 어찌해야 될 것인가?’ 하고는 곧 서둘러서 비사문천(毘沙門天)의 처소로 가서 말하였다. “대천(大天)이시여, 어떤 바라문이 아들을 얻으려고 하여 제가 머무르는 곳을 베어 버리려고 하니, 은혜를 베푸시어 보존하게 하여 주십시오” 천왕(天王)은 듣고 나서 스스로에게는 힘이 없음을 생각하고는 곧 상천(上天)으로 가서 제석천에게 말하였다.
022_0426_c_01L“보시고 들으시어 살피기를 바랍니다. 지금 저의 관할 아래 있는 어떤 거주처를 어떤 사람이 아들 얻기를 빌어 뜻을 이루지 못하게 되면 베어 버리려고 합니다. 이러한 액난이 있게 되었으니, 불쌍히 여겨주십시오.” 천주(天主)는 듣고 나서 보좌하는 이들에게 말하였다. “만약 천자(天子) 중에서 쇠상(衰相)9)을 나타내는 자가 있거든 나에게 와서 알리도록 하여라.” 이렇게 명을 내리니, 천주(天主)의 명을 공경히 받들었다. 얼마 후에 한 천자가 다섯 가지의 쇠상(衰相)을 나타내자 곧 속히 와서 천주에게 고하였다. “지금 어떤 천자가 죽을 상(相)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천주는 그를 오도록 명하여 그에게 말하였다. “너는 지금 마땅히 섬부주 안에 있는 니구율성(尼拘律城)의 대바라문 집으로 가서 태어나도록 하여라.” 이렇게 말하자 천자가 물었다. “대천이시여, 마땅히 아소서. 그 바라문은 자신의 존귀함을 믿어서 매우 방일한 마음을 내었습니다. 그러나 부처님께서는 인간 세상에 몸을 나타내시어 교화의 인연이 다하게 되면 마땅히 열반에 드실 것이옵니다. 저는 전생에 세존 계신 곳에서 오로지 청정한 행 닦기만을 발원하였는데, 그 집에 태어났다가 저에게 장애가 될까 걱정이옵니다.” 천주가 그에게 말하였다. “너는 근심하지 말라. 내가 너를 도와 늘 방일한 마음이 나지 않게 할 것이니라.” 그 천자는 죽게 되자, 곧 니구율씨(尼拘律氏)에게로 가서 몸[蘊]에 의탁하여 생명을 받게 되었다.
022_0427_a_01L총명하고 지혜로운 여인은 다섯 가지의 기이한 지혜가 있으니, 무엇을 일러 다섯 가지라고 하는가? 첫째는 남자에게 음욕심이 있음을 아는 것이요, 둘째는 시절을 아는 것이며, 셋째는 어느 사람에게서 임신이 되었는지를 아는 것이며, 넷째는 아들인 줄을 아는 것이며, 다섯째는 딸인 줄을 아는 것이다. 그때 그 부인은 임신이 된 것을 알고는 크게 기뻐하여 남편에게 알렸다. “당신께서는 아시는지요? 지금 훌륭한 아들이 저의 태 안에 들어왔으니 크게 기뻐하십시오.” 남편은 그 말을 듣자 기쁨이 몸과 마음에 두루하여 큰소리로 외쳤다. “좋구나, 안락하구나. 내가 오래 전부터 하루 온종일부터 밤까지 한마음으로 집안을 이어갈 아들이 백년 후에 자기의 힘에 따라서 여러 복업(福業)을 닦아 다함께 나의 이름을 칭송하고 이 공덕으로 부모가 태어나신 곳을 도와 복락이 다함없게 되기를 원하였더니, 나의 모든 집안일을 맡길 곳이 생겼구나.”
이렇게 말하고는 높은 누각 위에다가 보배로운 자리를 설치하여 아내를 자리 잡게 하고는 이름난 의원을 시켜서 조화롭게 보호하게 하였으며 의복과 먹을 것과 몸에 닿는 일들을 알맞게 하였으며, 아울러 온갖 서늘하고 따뜻한 것과 껄끄럽고 부드러운 것과 시고 짠 것 같은 것들의 경중(輕重)이 때에 맞으며 서늘하고 따뜻한 것이 처소에 알맞도록 하였고, 온몸을 훌륭한 영락으로 장엄하고 화만으로 장식하여 광채가 더없이 뛰어나게 하였으니, 마치 천녀(天女)들이 환희원(歡喜園)10)에 거처하는 것과 같았다. 발에 밟히는 모든 곳에는 평상과 이부자리가 있었고 가고 오는 데에 한 번도 발이 땅에 닿지 않았으며, 사악한 소리와 색은 전혀 눈과 귀로 보고 듣지 않게 하였다. 달이 차서 아들을 낳으니 용모가 퍽 훌륭하였고, 빛나는 얼굴은 질이 좋은 섬부금(瞻部金)처럼 눈부셨으며, 정수리는 주발의 뚜껑과 같이 둥그렇게 생겼고, 팔은 길어서 무릎 아래를 지났고, 코는 곧고도 오뚝하였으며, 눈썹은 높고 길었고, 이마는 넓고 평평하며 반듯하여 여러 가지의 상(相)을 구족하였다. 21일이 지나자 여러 친족들이 모여 즐거워하며 말했다. “이 아이에게 이제 어떤 이름을 지어줄까?” 그들은 서로 의논하여 말했다. “이 아이는 본래 필발라 나무에게 낳기를 빌었으니, 마땅히 이름을 필발라(畢鉢羅)라고 부르도록 해야겠다. 또한 씨족의 명칭을 따라서 가섭파(迦攝波)라고 하는 것도 좋겠다.” 이로 말미암아 사람들은 그를 필발라라고 부르거나 가섭파라고 불렀다. 곧 이 아이에게 유모를 여덟 사람 붙여 주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이든지 부족하지 않게 하고 젖과 약과 연유와 기름과 여러 가지 기르는 데 필요한 물건들을 공급하니, 무럭무럭 자라는 것이 마치 연꽃이 물 위로 솟아나는 것과 같았다.
022_0427_b_01L동자가 되자 지혜가 밝은 스승을 붙여 주어서 기예와 여러 전적들을 배우고 익히게 하니, 한번 보고 들은 것은 그대로 기억하여 잊어버리지 않았으며 정병(淨甁)을 잡고 나아가고 머무르는 위의가 밝고 분명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옹성(翁聲)과 봉성(蓬聲)11) 및 네 가지 베다[薜陀]도 모두 밝게 알았으니, 이른바 첫째는 힐력(頡力) 베다이고, 둘째는 야수(耶樹) 베다이며, 셋째는 사마(娑摩) 베다이고, 넷째는 아건(阿健) 베다이다. 베다란 번역하면 명석한 지혜라는 뜻이다. 만약 이 네 가지를 잘 이해하여 알면 지혜가 두루하지 않음이 없고 그 쓰임이 갖추어져 있지 않음이 없으니, 마땅히 4명론(明論)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모두 십만여 개의 송(頌)이 있는데 입으로만 서로 전해지고 책에 쓰이기에 적합하지 않다. 그들의 의미는 첫째는 업을 짓는 것을 자세히 밝힌 것이고, 둘째는 예찬하는 송(頌)을 성대하게 진술한 것이고, 셋째는 제사지내는 의식과 음악을 말한 것이고, 넷째는 나라를 다스리고 몸을 수양하는 것에 관한 것이다. 여러 바라문들이 아주 많이 외우고 익히는데 이러한 네 가지 명호는 정확하게 번역할 수가 없는 것이기에 이 때문에 범자(梵字)로 갖추어 보존한다. 옹성(翁聲)이란 주술을 일으키는 구(句)이고, 봉성(蓬聲)이란 신명[神祇]을 부르는 말이다. 그 베다의 성운(聲韻)은 외도들이 변함없는 것으로 굳게 여겼는데, 자연으로부터 시작되어 무시(無始)이래로 이 소리는 항상 존재하며 허공 가운데에 언제나 있는 것으로, 사람의 입에서 소리로 나가게 되면 무상(無常)한 것이라고 여긴다. 구역(舊譯)에서 4위타(圍陀)라고 한 것은 잘못이다. 세간에서 땅에 있는 것과 하늘에 사는 것의 여러 상서로운 변화를 살피고 나아가 방법에도 익숙하였으니, 이른바 스스로 제사를 지내는 일과 남으로 하여금 제사를 지내게 하는 일, 스스로 외우고 익히는 일과 남에게 외우고 익히도록 하는 일, 혹은 스스로 보시를 하는 일과 남에게서 물건을 받는 이러한 여섯 가지에 대해 밝게 알지 못하는 것이 없었다. 아울러 4명(明)에 지엽적으로 속해 있는 일들도 남김없이 다 연구하고 밝혀서 능히 스스로의 종지(宗旨)를 드날리고 다른 종파의 논리를 깨뜨릴 수가 있었다. 지식이 분명하고 날카롭기가 불같아서 많은 사람들이 선배로 추앙하였으며, 청하여 스승으로 삼았으니, 5백 명 바라문의 자제들을 가르치게 되었다.
나이 들어 어른이 되자 아버지가 그에게 말했다. “가섭파야, 너는 이제 알겠느냐? 나이가 들어 장성하였으니 혼례를 올려야겠구나.” 그러자 가섭파가 대답했다. “세간의 욕락은 제가 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아버지가 다시 타일러 말하였다. “사람의 아들이 된 자는 모름지기 가업을 잇고 조상을 공경하여 모시며 후 사가 끊어지지 않도록 해야 하는 법이다.” “아버님께서는 듣지 못하셨습니까? 옛 선인이 말하기를, ‘은둔하기를 즐기는 자는 그 정신이 맑아지고 상승하여서 구경처(究竟處)에 이른다’고 하였습니다.” “장가들고 시집가는 의례가 어찌 바른 법도가 아니겠느냐?” “그것은 세속의 논리에 가까운 것이지 옛 선인의 법도는 아닙니다.” 그때 가섭파는 곧 탄식하여 말했다. “내가 지금에 어찌 재앙이 있을 줄 기약했으랴? 욕망의 구렁텅이에 한번 빠지면 영겁토록 벗어나기가 어려울 것이고 부모님의 은혜는 지중한 것이라 거듭해서 어길 수 없는 것이니, 이것이야말로 나아갈 수도 없고 물러설 수도 없으며 피할 길도 없는 것이로구나.”
022_0427_c_01L그때 부친이 두세 번 거듭해서 은근하게 타이르니, 그는 공손하게 따르고 감히 명을 어길 수 없었다. 그는 ‘어떤 방편을 써야 이 속박을 면할 수 있을 것인가?’ 하면서 거듭 생각하다가 드디어 아버지에게 말했다. “지금 어쩔 수 없이 장가를 들어야만 한다면, 자금(紫金)으로 여인의 상을 하나 만들어 주십시오.” 부친은 급히 그것을 만들기 시작하여 곧 다 만들어내니, 색상이 분명하고 용모가 사랑스러운 것이 사람과 다르지 않았다. 그때 가섭파는 그 여인상을 보고 나서 아버지에게 말했다. “만약 이렇게 생긴 여인을 얻을 수 있다면 저는 아버님의 명을 따라서 결혼을 하겠습니다.” 부친은 그 말을 듣고 나서 속으로 근심이 되어 손으로 턱을 괴고 탄식하였다. “걱정이로구나. 내가 졸지에 어느 곳에서 이렇듯 아름다운 여인을 구할 수 있을 것인가?” 이때 여러 제자들이 그가 근심하는 것을 보고 여쭈었다. “어찌하여 장자께서는 이렇듯 근심을 하시는 것입니까?” 그러자 곧 사정을 말하고는 물었다. “누가 이렇게 단정한 여인을 얻을 수 있을 것인가?” 제자들이 말했다. “찾을 수 있습니다. 세상을 두루 살펴보건대 그릇만 있고 뚜껑이 없는 것은 아직 보지 못하였습니다. 가섭파처럼 여러 복덕을 갖춘 사람이라면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 또한 마땅히 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때 여러 제자들은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광대무변한 이 대지에 이러한 여인이 반드시 있을 것입니다. 당신의 아드님께서는 이미 큰 복덕을 갖추었기에 이제 혼인을 하게 되리니 근심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022_0427_c_15L於此大地廣無邊, 如是之人必應有; 此子旣是大福德, 今爲求婚願勿憂。
022_0428_a_01L “금으로 된 여인상 세 개를 다시 만들어 주십시오. 저희들이 그것을 가지고 사방으로 두루 다니면서 반드시 그와 같은 아름다운 여인을 찾도록 하겠습니다.” 여러 제자들은 금으로 만든 상(像)을 하나씩 가지고 그것을 금신(金神)이라고 불렀다. 그들은 북을 울리고 나팔을 불면서 성대하게 공양을 올렸다. 주변의 성읍은 꽃으로 뒤덮였고 구름이 퍼졌는데 곳곳으로 찾아다니다가 점차 나아가 겁비라성(劫比羅城)에 이르렀다. 이 성 안에는 겁비라(劫比羅)라고 하는 대바라문이 있었는데, 부자로서 재산이 많았으며 많은 하인들을 거느렸으니, 앞에서 자세히 말한 것과 같다. 그는 명망 있는 집안의 여인을 아내로 맞았는데 오래지않아 곧 딸을 하나 낳았으니, 딸의 얼굴과 용모가 매우 뛰어나서 사람들이 즐겨 바라보게 되었다. 그때 부모는 이름을 지어주려고 하였는데 이 소녀의 용모와 위의가 사랑스럽고 다시 없이 단정하며 품성이 어질고 착한데다가 겁비라의 딸이었으므로 이름을 묘현(妙賢)이라고 하였다.
묘현이 점차 나이가 들어 성장하자 그 아름다움과 부덕(婦德)을 갖춘 소문은 멀리 사방에 퍼져 모두의 입에 오르내리게 되었다. 한편 여러 제자들은 금으로 만든 여인상을 가지고 도착하는 성읍마다 큰소리로 여러 사람들에게 알렸다. “여러분께서는 마땅히 아십시오. 만약 향과 꽃이나 훌륭한 물건을 가지고 천신(天神)에게 공양을 올리는 사람이 있다면, 이 천신은 다섯 가지 큰 소원을 이루어 주실 것입니다. 첫째는 부귀한 집안에 태어나는 것이며, 둘째는 귀족에게 시집가는 것이며, 셋째는 남편에게 업신여김을 당하지 않는 것이며, 넷째는 덕이 있는 아들을 낳는 것이며, 다섯째는 남편이 항상 아내의 마음에 맞도록 해 주는 것입니다.” 이 말을 듣자 여러 소녀들이 각자 향과 꽃을 가지고 금신(金神)의 처소에 나아가 다들 공경하고 받들었다. 이때 묘현의 부친이 딸에게 말했다. “사람들이 다들 가서 천신께 공양을 올리니, 너도 가서 공양을 드리도록 하여라.” “어찌하여 그에게 공양을 드려야만 합니까?” 부친이 말했다. “그 금신을 받들어 공양하면 다섯 가지 소원이 성취된다고 하니, 부귀한 집에 태어나며, 귀족에게 시집가며, 남편에게 무시당하지 않고, 덕이 있는 아들을 낳으며, 남편이 아내의 뜻에 맞게 잘해 주게 된단다.” 그러자 묘현은 부친께 말씀드렸다. “저는 탐욕스런 성품의 여자가 아닌데 어찌 함부로 가서 그 천신에게 예배드릴 수 있겠습니까?” “비록 소망하는 것이 없더라도 예배를 드려서 손해될 것이 무엇이겠느냐? 잠시 가서 사람들과 함께 보고 오도록 하여라.” 그이는 부모를 공경하고 순종하는 성격이라서 부친의 뜻을 어기지 못하고 여러 여인들과 함께 천신의 처소로 나아갔다. 그곳에 도착하는 순간 여인의 위광(威光)이 밝게 빛났다. 그 빛이 금신(金神)을 가리니, 금신의 빛은 마치 검은 쇳덩어리처럼 되었다.
022_0428_b_01L그때 여러 제자들은 이 일을 보고 서로 보기 드믄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함께 의논하였다. “우리 신(神)의 위광은 지금 어디로 간 것인가? 천룡팔부의 신들이 들이마셨기 때문인가, 이 여인이 빛을 빼앗아서 그렇게 만든 것인가, 어떻게 자금(紫金)이 변하여 검은 쇠가 되었는가?” 묘현이 이 일을 보고 나서 같이 갔던 여인들과 함께 집으로 돌아가니, 그 여신상은 다시 금색으로 돌아왔다. 이때에 여러 제자들이 함께 이 일을 보고 그 기이함을 다 같이 찬탄하고는 사람들에게 물었다. “그 여인은 어느 집의 딸이기에 용모가 그렇게 다시 없이 아름다우며 그이로 인해서 위광의 금빛이 검은 쇳빛으로 변하였습니까?” 사람들이 말했다. “그이는 저 대바라문인 겁비라의 딸로서 이름을 묘현이라고 하는데 위광의 힘이 있습니다.” 제자들은 이 말을 듣고 각기 놀라면서 기뻐하였다. 그들은 곧 함께 대바라문의 집으로 가서 머리를 조아려 절을 하고 나서 말하였다. “장자시여, 남방에 니구율(尼拘律)이라는 이름의 성이 있는데 그 성 안에는 대바라문이 있고 이름을 니구율이라고 합니다. 그는 부자로 재산이 많고 수많은 하인들을 거느리고 있으며, 금은보배가 창고에 가득하며 큰 세력이 있는 것이 마치 비사문왕(毘沙門王)과도 같습니다. 열여덟 개의 넓고 큰 취락이 있어서 그것으로써 봉록을 충당하고, 열여섯 개의 큰 읍이 있어서 그것으로써 하인들을 부리는 것에 충당하며, 60억의 매우 훌륭한 진금이 있습니다. 마가타국(摩伽陀國)의 주인이신 대연화왕에게는 쟁기가 천 개 있는데 바라문이 가지고 있는 쟁기의 수도 왕의 것과 같지만 지나치게 많아서 화를 부르게 될까 걱정하여 다만 한 개를 줄였을 정도입니다. 그에게 가섭파라는 한 아들이 있는데 용모가 매우 뛰어나며 총명하고 슬기롭기가 견줄 사람이 없습니다. 4명(明) 베다와 아울러 여러 가지 일에 아주 익숙하여 자신의 종파를 건립하고 다른 종파의 논리를 훌륭하게 논파시킬 수 있으며 지식이 예리하여서 일을 하는 것이 횃불과도 같습니다. 그런데 아직 결혼할 배필이 없기 때문에 멀리 와서 구하고 있습니다.”
022_0428_c_01L그때 겁비라 바라문은 일찍이 가섭파의 덕을 흠모하고 있었던 터였는데, 게다가 부자이기까지 하다는 말을 듣자 전부터 가지고 있던 마음에 기쁨이 더해져서 그 제자들에게 말했다.
“이렇게 오신 뜻을 공경하오니 결혼을 시키도록 합시다.” 이때 제자들은 허락을 받고 나자 기뻐하며 본가에 돌아와 대바라문에게 알렸다. “저희들이 이미 가섭파를 위하여 현숙한 아내를 구하였습니다. 단정하기가 견줄 데 없고 겁비라성의 대바라문의 딸로서 이름을 묘현이라고 합니다.” 그 바라문은 이 말을 듣자 크게 기뻐하고 경사스럽게 여기며 대답하였다. “내가 여태껏 구하던 바였는데 이제야 뜻을 이루게 되었다.”
가섭파는 이 소식을 듣자 곧 생각에 잠겼다. ‘나를 위하여 아내감을 찾아다니더니 벌써 구하였다고 하는구나. 훌륭하다고는 하지만 과연 그러한지 아직 자세히 알 수 없으니, 내가 이제 스스로 가서 관찰해 보아야겠다. 곧 부모님에게 나아가서 머리를 조아리고 말하였다. “아버님, 어머님께서는 마땅히 아십시오. 제가 지금 잠시 다른 곳으로 유람을 하고자 합니다.” “우리 두 사람은 너 하나만을 두어서 사랑하고 소중하게 여겨 왔다. 게다가 결혼할 때가 다가오고 있으니 잠깐 동안 유람하고 속히 돌아오도록 하여라.” 이때 가섭파는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고는 겁비라성으로 가서 옷을 바꾸어 입고 모양을 다르게 꾸며서 작은 나뭇잎으로 엮은 그릇을 가지고 걸식하고 돌아다니면서 물어물어 그 집을 알아낸 뒤에 그 문 앞에 당도하였다. 그런데 이 나라에서는 음식을 베풀어 줄 때에는 나이 어린 소녀가 가지고 나오게 되어 있었다. 그때에 묘현은 걸식하는 사람이 왔다는 소리를 듣고는 직접 음식을 가지고 나와서 걸인에게 주었다. 이때에 가섭파는 그이를 보자 보기 드물다는 생각을 내어서 곧 찬탄하며 말했다. “이렇게도 아름다운 용모는 온 세상에 다시는 없겠구나. 그러나 허망하게도 아름다운 자태를 버리게 되었으니 참으로 곤란한 일이다.” 묘현이 듣고는 곧 그에게 말했다. “제가 결혼하기로 한 분이 벌써 돌아가셨습니까?” 가섭파가 대답했다. “그 사람은 지금 살아 있습니다.” “그러하다면 무슨 까닭으로 문득 그와 같은 말씀을 하시는 것입니까?” “그는 비록 현재 살아 있지만 마음으로 욕락 즐기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여인은 이 말을 듣자 거듭 놀라워하고 찬탄하며 말했다. “참으로 드물고 참으로 훌륭한 일이군요. 저도 지극한 정성으로 욕락을 즐기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022_0429_a_01L가섭파가 말했다. “현숙한 여인이여, 필시 그러하다면 내가 바로 그 사람입니다. 나는 지금당신과 함께 맹세를 합니다. 부모님의 명은 참으로 거역하기 어려운 것이니 결혼한 첫날에 잠깐 동안 손을 잡는 것을 제외하고 그때 이후로는 맹세코 몸을 서로 닿지 않도록 합시다.” 그때 가섭파는 함께 약속을 하고 나서 돌아와 종친들을 모으고는 결혼식을 올렸다. 여인은 시집온 뒤로 기둥을 한 줄로 세운 큰 집에 평상과 앉을 것을 마련하고 남녀가 같이 살면서 각각 한쪽에 거처하여 선업을 닦았다. 그리고 함께 세속의 일을 싫어하여 떠날 생각을 내고 오로지 벗어나는 길만을 구하여서 일찍이 청정하지 못한 음욕심은 한 생각도 내지 않았다. 그때 가섭파는 묘현에게 말했다.
나고 죽는 여러 근심과 허물을 두루 살피건대 모두가 애염(愛染)을 말미암아 인연을 짓는 것이거늘 세상 사람들은 모두가 함께 잘못을 저지르니 어떻게 깨달아서 길이 3유(有)의 나고 죽는 바다를 건너리.
022_0429_a_09L遍觀生死諸過患, 咸由愛染作因緣; 世人皆悉共行非, 豈悟長淪三有海?
다시 아내에게 말했다. “현수여, 무릇 여인의 성품이란 잠이 많은 법이니 초저녁과 새벽녘에는 당신이 편히 자는 것이 좋겠소. 나는 그 사이의 한밤중에 잠깐 쉬도록 하겠소.” 뒷날 어느 때에 묘현이 바로 누워서 잠을 자다가 손을 평상 아래로 늘어뜨렸다. 그때 가섭파는 경행을 하거나 혹은 앉아서 사유를 하였다. 그러자 제석천이 이 일을 보고는 생각했다. ‘내가 이제 직접 가서 가섭파가 거짓으로 속여 명리(名利)를 구하려고 하는 것인지 진실하게 해탈을 구하는 것인지를 시험해 보아야겠다.’ 그리고는 곧 하늘에서 내려와서 한 마리 뱀으로 변하여 입을 벌리고 독을 뿜어내며 끔찍한 모습으로 묘현이 있는 곳으로 가서 그 팔을 물려고 하였다. 그것을 본 가섭파는 서둘러 묘현이 있는 곳으로 가서 보배 부채 자루로 손을 들어 올려 침상에 놓았다. 이때에 묘현이 놀라 깨어나면서 남편에게 말했다. “성자여, 맹세를 깨지 마소서. 맹세를 깨지 마소서.” 가섭파가 말했다. “당신은 검은 독사가 오는 것을 보지 못하였단 말이오?” 그때 묘현은 게송으로 대답했다.
022_0429_b_01L
차라리 나의 몸이 뱀한테 물릴지라도 맹세를 깨뜨려서 몸에 손을 대지는 마소서. 독사는 다만 한 생의 몸을 죽게 할 뿐이지만 번뇌의 독은 세세생생토록 생사의 바다에 빠지게 하는 것이랍니다.
022_0429_b_01L寧使我身遭毒蛇, 愼勿虧誓來相觸; 蛇毒但令一身死, 染毒淪沒無邊際。
가섭파는 그 아내에게 말했다. “현수여, 당신은 지극히 정성스런 마음으로 청정한 행을 닦고 있구려.” 그리고는 게송으로 말했다.
022_0429_b_03L 時迦攝波告其妻曰:“賢首!汝至誠心 共修淨行。”乃說頌曰:
칼날을 밟고 서거나 불에 들어가는 일을 어려운 일이라 하지만 여인과 함께 수행을 하는 일은 그보다 더 어려운 일이라오. 만약 능히 뜻을 지켜 어그러뜨리거나 범하는 일이 없다면 이는 세간에서 참으로 드문 일이라오.
022_0429_b_05L履刀入火事雖難, 對女修行難於是; 若能守志無虧犯, 此實世閒希有事。
이때 가섭파는 그 일을 가지고서 묘현에게 말했다. ‘내가 음욕심 때문에 당신의 몸에 손을 대려고 한 것이 아니오. 부채 자루로 손을 들어서 뱀을 피하게 하려고 그랬던 것이오.” 이때 그 제석천은 이 일을 보고는 찬탄하는 마음을 내고 천궁(天宮)으로 돌아갔다. 이렇게 두 사람은 기둥을 한 줄로 세운 큰 집에 살면서 12년 동안 청정한 행을 닦았다. 부처님께서 다음과 같이 읊으셨다.
쌓고 모은 것은 모두가 없어지고 흩어지며 높은 것은 반드시 무너지나니, 만난 것은 끝내 헤어지게 되는 것이며 목숨이 있는 것은 모두가 죽음으로 돌아가느니라.
022_0429_b_12L積聚皆消散, 崇高必墮落; 合會終別離, 有命咸歸死。
가섭파의 부모가 돌아가시자 가섭파가 드디어 집안일을 맡게 되었다. 그가 어느 날 밭에 가서 경작하는 땅을 보고는 게송으로 말했다.
022_0429_b_14L 其迦攝波父母俱亡,遂知家事。復於 異時往營田處觀其耕地,而說頌曰:
이 쟁기가 땅을 가는 곳을 보니 땅을 뒤집어 많은 벌레들을 다치게 하는구나. 소는 힘을 써서 부지런히 일을 하니 친족을 보는 것같이 불쌍한 생각이 드네.
022_0429_b_16L觀此耕犂處, 損地害諸蟲; 牛力復勤勞, 愍念如親屬。
농부는 힘이 들어서 몰골이 초췌하고 햇볕과 바람에 몸이 상하였는데 밭 갈고 김을 매느라 고생을 하니 이것을 보는 마음이 무척 아프구나.
022_0429_b_18L農夫苦顦顇, 風日損形容; 作務倦耕耘, 見此心酸楚。
022_0429_c_01L 그때 가섭파는 경작하는 사람에게 물었다. “이것은 어느 집에서 농사를 짓는 곳인가?” “가섭파의 농지입니다.” 가섭파가 말했다. “우리 집이 어찌하여 이런 농사짓는 일을 하였단 말인가? “이것은 부친께서 오래 전부터 하시던 일로서 그만둘 수 없는 일입니다.” 가섭파가 이 말을 듣고 경작하는 농부들에게 말하였다. “나는 오늘부터 당신들을 모두 풀어 줄 것이니, 노비로 매여 있지 말고 마음 내키는 대로 가도록 하시오.”
그리고 여러 마리의 소와 가축들이 물과 풀이 있는 곳에 마음대로 갈 수 있도록 매어두지 않았다. 이때 가섭파는 이 일이 이익이 없음을 보고는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밥을 먹는다 해도 한 그릇의 밥을 넘지 않으며 누워 잔다 해도 필요한 것은 다만 하나의 작은 침상뿐이고 두 길의 모포만 있으면 발을 덮고 몸을 가릴 수 있으니 이 이상의 모든 것은 어리석어서 집착하는 물건이로다.
022_0429_c_03L所食無過一升飯, 眠臥唯須一小牀; 兩張㲲布足遮身, 自外竝是愚癡物。
그때 가섭파는 자기의 아내에게 말했다. “현수여, 나는 이제 세속을 버리고 출가하고자 하오. 왜냐하면 집에 매여 있는 것은 마치 감옥에 갇혀 있는 것과 같아서 항상 온갖 고뇌에 시달려야 되고, 여러 나쁜 친구들을 따르게 되어 업과 인연을 짓는 것이 끝내 쉴 날이 없기 때문이오. 출가를 하게 되면 넓고 넓은 것이 마치 허공과도 같아서 마음대로 다니면서 청정한 범행(梵行)을 닦아서 속히 원만하게 되어 해탈처(解脫處)에 이를 수 있을 것이오.” 그리고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산림에는 고요한 곳이 많고 넓게 트여서 두려워할 것 없어 그곳에서는 부지런히 수행을 할 만하니 능히 여러 속박을 여읠 수 있다오.
022_0429_c_11L山林多寂靜, 坦然無畏懼; 於此可勤修, 能離諸纏縛。
바른 견해나 삿된 견해는 모두가 마음을 따라서 생겨나는 것이니 편안하게 넓고 고요한 숲에 머물면서 지혜로운 자는 마땅하게 관찰을 한다오.
022_0429_c_13L正見與邪見, 皆從心所生; 安處空閑林, 智者當觀察。
사람이 속세의 일에 탐착하게 되면 모든 고통이 항상 뒤따르게 되나니 초연히 번뇌의 속박을 여읜다면 능히 열반의 집에 갈 수 있으리.
022_0429_c_14L若人貪俗務, 諸苦常隨逐; 超然離塵網, 能往涅槃宮。
이렇게 말을 한 뒤에 창고를 맡은 창고지기에게 명하였다. “당신은 나에게 가장 허름한 옷 한 벌을 갖다 주시오. 나는 세속을 버리고 업에서 벗어나기를 닦고자 하오.” 그가 창고를 열고 모든 옷들을 살펴보았으나 하나같이 모두가 매우 값나가는 옷들이었고, 그나마 가장 값싼 옷 한 벌이 있기는 하였지만 대략 그 값을 쳐보더라도 일억의 금전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아내가 그 옷을 가져다가 가섭파에게 바치니, 그는 그것을 받고 집에서 떠나갔다.
022_0430_a_01L그때 보살께서는 일체의 늙고 병들고 죽는 것을 두루 살피시고 나서 여러 하늘들에게 둘러싸여서 곧 한밤중에 성을 뛰어넘어 출가하시어 근고림(勤苦林)으로 가셨다. 그때 가섭파도 가업을 버리고 생사를 벗어나는 수행을 하였는데, 그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만약 세간에 아라한(阿羅漢)이 계시다면 나는 마땅히 그에게 의지하여 공경하는 마음으로 받들어 모셔야겠다.’ 출가를 하고 나자 당시의 사람들은 그를 은사(隱士)라고 불렀다. 가섭파는 다자탑(多子塔) 주변에 머물고 있었는데, 보살께서는 아란야(阿蘭若)에 머무르시면서 6년 동안 고행을 닦으시고 나서 그것이 이익 됨이 없으며 헛된 노력뿐이라는 것을 아셨다. 그리하여 환희(歡喜)와 환희력(歡喜力)이라는 두 명의 소치는 여인이 있는 곳에서 열여섯 배의 우유죽을 드시니 용왕이 찬탄을 하였다. 그리고 꼴 베는 사람인 길상 동자(吉祥童子)가 있는 곳에서 부드러운 풀을 얻어다 곧 보리수 아래로 가셔서 금강좌(金剛座)에 손수 풀을 깔고 결가부좌를 하여 몸을 반듯하게 하고 생각을 바르게 하시니 잠을 자는 용왕과 같으셨으며, 자비의 방망이로 저 36억의 천마(天魔)를 항복시키고 위없는 깨달음을 증득하셨다. 다음으로는 바라닐사국(婆羅痆斯國)의 선인(仙人)이 머무는 녹야원(鹿野苑)으로 가셔서 다섯 필추[苾蒭]를 위하여 설법하시고, 다섯 필추가 따름으로써 3전12행(三轉十二行)12)의 법륜(法輪)을 굴리셨다. 다음으로는 대군(大軍) 바라문과 두 명의 소치는 여인에게 미묘한 법을 말씀하시어 바른 견해를 내게 하여 모두 초과(初果)를 얻게 하셨다. 또 머리 기른 외도 1천 명 등을 모두 부처님께 귀의하게 해서 출가하여 구족계를 받게 하셨고, 빈바사라왕(頻婆娑羅王)도 진리를 보게 되었다. 그리고 나서 왕사성(王舍城)으로 가시어 죽림원(竹林園)에 머무르시면서 대목련(大目連)과 사리자(舍利子)를 제도하셨다.
022_0430_b_01L다음으로는 실라벌성(室羅伐城)에 나아가 승광왕(勝光王)에게 『소년경(少年經)』을 설하시어 그를 조복시켰으며, 다음으로는 승만 부인(勝鬘夫人), 비로 장군(毘盧將軍), 그리고 선수(仙授) 등에게 설법하시어 그들이 모두 진리를 증득하게 하셨다. 위없이 가장 높으신 세존께서 상주(常住)하실 때에는 이와 같이 세간을 관찰하시어 듣고 보지 못하시는 바가 없으시며 항상 대비심(大悲心)을 일으키시어 모든 중생을 이익되게 하셨다. 구호(救護)해 주시는 데에 있어서도 가장 으뜸이시며 가장 용맹하시어 앞뒤가 서로 어긋나는 말씀이 없으셨다. 정(定)과 혜(慧)에 의지하여 머무르시면서 3명(明)을 뚜렷이 나타내셨고 3학(學)을 훌륭하게 닦고 3업(業)을 훌륭하게 조어하여 4폭류(瀑流)13)를 벗어나셨고 4신족(神足)14)을 자재하게 하셨다. 오랜 시간 4섭행(攝行)15)을 닦으셨고 5개(蓋)16)를 없애시고 5지(支)17)를 멀리 여의시어 5도(道)에서 벗어나셨다. 6근(根)을 구족하시고 6바라밀[六度]을 원만하게 성취하셨으며, 7재(財)18)를 널리 보시하시어 7각지(覺支)의 꽃을 피우셨다. 그리고 세간의 여덟 가지 법을 여의시어 8정로(正路)를 보이셨고, 9결(結)19)을 영원히 끊으시어 9정(定)20)에 밝게 통달하셨다. 10력(力)이 충만하시어 그 명성이 시방에 가득하셨고 여러 지혜 가운데 가장 수승하셨으며, 법무외(法無畏)를 얻으시어 마군을 항복시키셨고 큰 천둥이 치는 것 같으신 음성으로 사자후(師子吼)를 하셨다. 밤낮없이 스물네 시간을 항상 불안(佛眼)으로 세간을 관찰하시어 무엇이 늘어나고 줄어들었으며, 누가 고액(苦厄)을 만나며, 누가 악도[惡趣]에 떨어지며, 누가 욕망의 구렁텅이에 빠지며, 누가 교화를 받아들일 만한가를 살피시어 어떤 방편으로든지 구제하여 벗어나게 하셨다. 성스러운 법이 없는 이에게는 성스러운 법을 얻게 하시며, 지혜라는 안선나(安膳那)21)로써 무명(無明)이라는 눈병을 치료하시며, 선근(善根)이 없는 자에게는 선근을 심게 하시고, 선근이 있는 자에게는 선근을 더욱 증장되게 하시며, 인천(人天)의 길에서 편안하고 걸림 없이 열반의 성으로 나아가게 하시니 게송으로 말씀하신 바와 같으셨다.
설령 바닷물의 밀물과 썰물이 그 때를 놓치는 일이 있다고 해도 부처님께서는 교화 받을 자를 제도하시는 데에 그 때를 놓치지 않으시고
022_0430_b_15L假使大海潮, 或失於期限; 佛於所化者, 濟度不過時。
마치 어머니에게 아기가 하나 있으면 항상 그 몸과 목숨을 보호하는 것처럼 부처님께서는 교화 받을 사람을 불쌍히 여기시는 마음이 그보다 더 하시니
022_0430_b_17L如母有一兒, 常護其身命; 佛於所化者, 愍念過於彼。
부처님께서는 모든 유정(有情)들을 자애롭게 생각하시어 버리지 않으시고 그들의 고난을 구제하실 것을 생각하면서 마치 어미 소가 새끼소를 따라다니듯 하시도다.
022_0430_b_18L佛於諸有情, 慈念不捨離; 思濟其苦難, 如母牛隨犢。
022_0430_c_01L 그때 세존께서는 이와 같이 생각하셨다. ‘은사(隱士) 가섭파가 이제 마땅히 교화를 받아야 하리라.’ 그러고는 곧 불률씨국(佛粟氏國)으로 가시어 두루 돌아다니면서 교화를 하시다가 광엄성(廣嚴城)의 다자탑(多子塔) 주변으로 가셔서 나무 아래에 앉으셨으니 가섭파를 인도하기 위함이셨다. 또한 온몸에서 빛을 내시니, 마치 묘금산(妙金山)과 같아 광채가 기이하며 주변을 환하게 비추셨다. 이때 가섭파는 이 일을 보고는 빛을 따라 세존께서 계신 곳에 이르렀다. 멀리서 여래를 뵙고 위의와 용모가 단정하시며 상호가 뛰어나시며 모든 근(根)이 고요하시며 한마음으로 어지럽지 않은 것이 마치 산왕(山王)이 금빛을 밝게 비추는 것과 같음을 보고 뛸 듯이 기뻐하며 큰 소리로 외쳤다. “이분은 나의 스승이시며, 나는 이분의 제자이다.” “그렇다, 그렇다. 가섭파여, 나는 너의 스승이며 너는 나의 제자이니라.” 가섭파가 은근한 마음으로 예배하여 공경하니, 부처님께서 거듭 말씀하셨다. “실제로는 지혜가 없으면서도 지혜가 있다고 거짓으로 말하며, 실제로는 아직 보지도 못하였으면서도 본 적이 있다고 거짓으로 말하며, 실제로는 큰 스승이 아니면서도 스스로 스승이라고 말하며, 실제로는 아라한이 아니면서도 아라한이라고 말하며, 실제로는 박가범이 아니면서도 박가범이라고 말하며, 실제로는 바르게 깨친 사람이 아니면서도 바르게 깨친 사람이라고 말한다면, 이 사람은 거짓을 말하는 사람이니, 곧 머리가 깨져 일곱 조각이 날 것이니라. 그대 가섭파여, 나는 지혜로운 자로서 나는 지혜롭다고 말을 하며, 나는 진리를 본 자로서 진리를 보았다고 말을 하며, 나는 큰 스승으로서 큰 스승이라고 말을 하며, 나는 아라한으로서 아라한이라고 말을 하며, 나는 바르게 깨친 자로서 바르게 깨친 자라고 말을 하느니라. 나에게는 인연이 있어서 여러 성문(聲聞)들에게 널리 법요(法要)를 말하니, 인연이 없는 것이 아니니라. 이것은 참으로 생사를 벗어나 여읜 것이니, 벗어나 여의지 않은 것이 아니며, 귀의해야 할 대상이니, 귀의하지 말아야 할 대상이 아니며, 3계를 뛰어넘은 것이니, 뛰어넘지 못한 것이 아니며, 신통이 있으니 신통이 없는 것이 아니니라. 이러한 인연으로 그대 가섭파는 이렇게 배우되 마땅히 다음과 같이 생각해야 한다.
022_0431_a_01L‘내가 들은 법과 훌륭하게 상응하는 바를 내가 모두 공경하고 마음을 오로지하여 듣도록 하자. 마음에 잊지 않는 것을 존중하여 한 생각도 변하지 않고, 진리의 사유를 섭취하여 공경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이자. 5취온(取蘊)에 대해서는 ≺내가 실답게 관찰하여 그것이 나고 죽는 고통임을 알리라≻ 하고, 6촉처(觸處)에 대해서는 ≺나는 이것의 집기(集起)와 이것의 멸함을 본다≻라고 하고, 4념처(念處)에 대해서는 ≺마음을 잘 머무르리라≻ 하고, 7보리분(菩提分)에 대해서는 ≺나는 마땅히 닦아 익히되 많은 것을 닦아 익히리라≻하고, 8해탈(解脫)22) 에 대해서는 ≺나는 마땅히 몸으로 원만함을 증득하리라≻고 하라. 또 나는 부처님[大師]과 지혜 있는 자가 함께 범행(梵行)하는 곳에서 항상 은근하고 지중한 마음을 일으키고 지극하게 부끄러워하는 마음을 내어 나의 바른 견해를 생각마다 끊어지지 않게 해서 몸이 움직이는 대로 쉬거나 끊어지지 않도록 해야겠다’라고 하라. 그대 가섭파여,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한다.”
1)대당용흥삼장성교서(大唐龍興三藏聖教序) : 당나라 용흥 연간에 번역 간행된 삼장의 성교에 붙인 서문이란 뜻이다. 이 서문은 용흥신룡(龍興神龍) 원년(705)에 의정삼장(義淨三藏)이 『공작왕경(孔雀王經)』 등을 번역하자 중종(中宗)이 이를 치하하며 지은 것이다. 성교(聖教)는 성자께서 말씀하신 교법이란 뜻으로, 곧 경률론(經律論) 삼장과 기타 여러 성현들의 저서를 지칭한다.
2)시간과 공간, 언어와 형상을 초월한 진여(眞如)를 부처님으로 지칭한다면, 불교가 전래되기 이전 중국 제왕들의 지혜 역시도 부처님에게서 나온 것이라는 뜻이다. 72명의 군왕[七十二君]은 중국의 역대 제왕을 뜻한다. 『화엄경수소연의초(華嚴經隨疏演義鈔)』 권16에 “≺사마상여봉선서(司馬相如封禪書)≻에서 ‘왕통을 계승하여 시호를 받았다고 대략 말할 수 있는 자는 72명의 군왕입니다. 따라서 관자(管子)는, 옛날에 태산(太山)에 봉하고 양부(梁父)에서 제사지낸 자로 72명이 있다고 하였습니다’라고 하였다. 양부는 곧 태산 아래의 작은 산 이름이다”라고 하였다.
3)아득한 상고시대의 치세도 부처님의 통제 하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뜻이다. 『화엄경수소연의초(華嚴經隨疏演義鈔)』 권16에 “『제왕갑자기(帝王甲子記)』를 살펴보면 ‘천황씨(天皇氏)는 18,000년을 다스렸고, 지황씨(地皇氏)는 9,000년을 다스렸고, 인황씨(人皇氏)는 4,500년을 다스렸다’고 하였다. 어떤 본에는 ‘삼황(三皇)이 모두 18,000년을 다스렸다’고 하였다”라고 하였다. 여기에서는 중국 고대 삼황을 범천과 제석에 빗대어 표현하였다.
4)『불조통기(佛祖統紀)』 권34에 “소왕(昭王) 26년 갑인년 4월 8일에 장강과 황하, 연못과 우물이 범람하고 궁전과 대지가 진동하였으며, 오색의 광명이 태미(太微)를 관통하고 들어와 서쪽에서 퍼졌다. 왕이 태사 소유(蘇由)에게 ‘이게 무슨 징조인가?’ 하고 묻자, 소유가 ‘대성인께서 서방에 태어나셨습니다. 천년 후에는 그 말씀이 이 땅에 전해질 것입니다’라고 대답하였다. 왕이 이를 돌에 새겨 남쪽 교외의 큰 사당 앞에 설치하게 하였다”고 하였다. 태미(太微)는 북두성 남쪽에 있는 별자리 이름으로, 조정 혹은 임금의 거처를 뜻한다.
5)『불조통기(佛祖統紀)』 권35에 “후한 명제(明帝) 영평(永平) 7년(64)에 황제가 키가 1장 6척에 머리 뒤쪽으로 태양의 광명을 두른 황금빛 사람이 궁전으로 날아오는 꿈을 꾸었다. 다음날 아침 여러 신하들에게 (이 꿈의 의미를) 물어보았지만 누구도 대답하질 못했다. 그러자 태사 부의(傅毅)가 나서서 말했다. ‘신이 듣기로, 주나라 소왕 시절에 서방에서 성인이 출현한 일이 있는데 그 이름이 불(佛)이라고 합니다’ 황제가 이에 중랑장 채음(蔡愔)과 진경(秦景), 박사 왕준(王遵) 등 18명을 파견하여 서역으로 가서 불도를 구해 오게 하였다”고 하였다.
6)옥호(玉毫) : 부처님 32상의 하나이다. 부처님 두 눈썹 사이에 백옥처럼 하얗고 부드러운 털이 한 가닥 있었는데, 오른쪽으로 돌돌 말린 형상이며 항상 빛이 났다고 한다.
7)금구(金口) : 부처님의 입, 또는 부처님의 말씀을 뜻한다. 부처님의 몸이 황금빛이라서 금구라 칭하기도 하고, 금강처럼 견고한 말씀이란 뜻에서 금구라 칭하기도 한다.
8)사생(四生) : 모든 생물을 태어나는 방식에 따라 태생(胎生)・난생(卵生)・습생(濕生)・화생(化生)의 네 가지로 분류한 것이다.
9)육취(六趣) : 미혹한 중생이 업인(業因)에 따라 나아가는 지옥(地獄)・아귀(餓鬼)・축생(畜生)・아수라(阿修羅)・인간(人間)・천상(天上)의 여섯 세계를 말한다. 육도(六道)라고도 한다.
10)유결(有結) : 다음 생[後有]을 초래하는 번뇌[結]. 곧 탐욕(貪欲)・진에(瞋恚)・우치(愚癡)를 뜻한다.
11)후한 명제 영평 10년(67)에 채음(蔡愔) 등이 중천축의 대월지국(大月氏國)에서 가섭마등(迦葉摩騰)과 축법란(竺法蘭)을 만나 불상과 경전을 흰 말에 싣고 낙양으로 왔다.
12)진단(震旦) : 진(震)은 방위로 동방에 해당한다. 동방의 해 뜨는 곳이라는 뜻으로, 중국을 일컫는 말이다.
13)반자교(半字敎) : 소승교를 지칭한다. 반자(半字)는 완전하지 못한 글자를 뜻한다. 소승교의 의리(義理)가 원만하지 못한 것을 불완전한 글자에 비유한 말이다.
14)만자교(滿字敎) : 대승교를 지칭한다. 대승교의 의리(義理)가 원만함을 완전한 글자에 비유한 것이다.
15)후주 무제(武帝)가 건덕(建德) 3년(574) 5월에 조칙을 내려 불교와 도교를 폐하였다. 그는 경전과 불상을 훼손하고 사문과 도사들을 환속시켰는데, 이때 환속한 승려와 도사의 수가 200여만 명이었다고 한다. 『불조통기(佛祖統紀)』 권38.
16)초제招提 : ⓢcāturdiśa의 음역인 척투제사(拓鬪提奢)의 준말 척제(拓提)가 와전되어 초제(招提)가 되었다. 의역하면 사방승방(四方僧坊)이다. 한 곳에 머물지 않고 사방을 떠도는 승려들이 언제든 쉬어갈 수 있도록 마련된 사찰이란 뜻이다.
17)개황(開皇)은 수(隋)나라 문제(文帝)의 연호이다. 불교를 깊이 신앙했던 문제는 즉위하자마자 조칙을 내려 폐사를 중수하고 출가를 권장하였다.
18)대업(大業)은 수나라 양제(煬帝)의 연호이다. 대업 5년(609)에 “천하의 승려들 가운데 덕업이 없는 자는 모조리 환속시키고, 사원에도 일정한 숫자의 승려만 남기고 나머지는 모조리 환속시키라”는 조칙을 내렸다. 『불조통기(佛祖統紀)』 권39.
19)유소씨(有巢氏) : 중국 고대의 제왕이다. 집짓는 법을 처음으로 가르쳤다고 한다.
20)수인씨(燧人氏) : 중국 고대의 제왕이다. 불 피우는 법을 처음으로 발견해 백성들에게 음식 익히는 법을 가르쳤다고 한다.
21)복희씨(伏羲氏) : 중국 고대의 제왕이다. 황하(黃河)에서 나온 용마(龍馬)를 보고 역(易)의 팔괘(八卦)를 그렸고, 그물을 발명해 수렵과 어로를 가르쳤다고 한다.
22)헌원씨(軒轅氏) : 중국 고대의 제왕이다. 소전씨(少典氏)의 아들로 성은 공손(公孫)인데, 희수(姬水)에서 자랐다하여 희씨(姬氏)라고도 하고, 헌원(軒轅)의 언덕에서 출생하였다하여 헌원씨라고도 한다. 배와 수레를 처음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23)삼성(三聖) : 불교・도교・유교의 교주인 석가모니불과 노자와 공자를 말한다.
24)범천(梵天) : 사찰을 신들의 거처에 빗대어 표현한 말이다.
25)삼태(三台) : 태위(太衛)・사도(司徒)・사공(司空)의 삼공(三公)을 뜻한다.
26)붉은색과 자주색 : 고관의 관복 색깔이다. 즉 고관을 뜻한다.
27)초미(貂尾)와 선문(蟬文) : 초미(貂尾)는 담비 꼬리이고, 선문(蟬文)은 매미 날개이다. 모두 고급관리가 쓰는 관(冠)의 장식품이다.
28)육조(六條) : 지방 관원을 상벌(賞罰)하는 여섯 조항으로, 간단한 법령을 뜻한다.
29)십부(十部) : 십부악(十部樂)의 준말이다. 당나라 시대 열 가지 음악을 말한다.
30)일구(一丘) : 일구일학(一丘一壑)의 준말이다. 하나의 언덕과 하나의 골짜기라는 뜻으로, 은퇴하여 초야에 묻혀 사는 것을 말한다. 『한서(漢書)』 권100 ≺서전 상(敘傳上)≻에 “하나의 골짜기에서 낚시하면 만물이 그 뜻을 어지럽히지 못하고, 하나의 언덕에서 소요하면 천하가 그 즐거움을 바꾸지 못한다.[漁釣於一壑 則萬物不奸其志 棲遲於一丘 則天下不易其樂]”고 하였다.
31)삼경(三徑) : 은자(隱者)의 문정(門庭)을 뜻한다. 한(漢) 나라 장후(張詡)가 뜰에 소나무・국화・대나무를 심은 세 갈래 오솔길을 만들고서 양중(羊仲)・구중(求仲)과만 교류했던 고사에서 유래한 말이다.
32)고학(皐鶴) : 은거하는 군자를 비유하는 말이다.
33)장구(場駒) : 어진 은사(隱士)를 비유하는 말이다. 『시경(詩經)』 「소아(小雅)」 ≺백구(白駒)≻에 “새하얀 저 망아지가, 마당의 채소를 먹었다 핑계대고, 발을 묶고 고삐 매어, 오늘 아침을 길게 이어가니, 귀하신 우리 손님, 여기서 더 놀다가소.[皎皎白駒 食我場苗 縶之維之 以永今朝 所謂伊人 於焉逍遙]”라고 하였다.
34)의정의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어진 은사였음에도 불구하고 고조(高祖)를 만나지 못했던 것을 안타까워한 표현이다.
35)변리(辯李)가 무엇을 뜻하는지 명확치 않다. 『송고승전(宋高僧傳)』 권1에서는 “초츤(髫齓)의 나이에 부모와 이별하고 삭발하였다[髫齓之時辭親落髮]”고 하였는데, 초츤(髫齓)은 다박머리에 젖니를 갈 시기인 7~8세 정도를 말한다.
36)배움에 뜻을 두고 대처로 나갈 시기라는 뜻으로 15세쯤을 말한다. 『송고승전(宋高僧傳)』 권1에서는 “나이 15세에 문득 그 뜻을 싹틔워 서역을 유람하고자 하였다[年十有五便萌其志 欲遊西域]”고 하였다.
37)경사(經史) : 경서(經書)와 사서(史書)를 아울러 이르는 말이다.
38)폐사성(吠舍城) : 폐사(吠舍)는 ⓈVaiśāli의 음역이다. 비사(毘舍)・비사리(毘舍離)・유야리(維耶離)・폐사리(吠舍離)라고도 하며, 광엄성(廣嚴城)으로 의역하기도 한다. 중인도 항하 북쪽에 있으며, 발기인(跋祇人)들의 도성(都城)이었다.
39)『유마힐소설경(維摩詰所說經)』 권상 「불국품佛國品」에 “그때 비야리성(毘耶離城)의 보적(寶積)이라는 장자 아들이 장자 아들 500명과 함께 칠보 일산을 들고 부처님 계신 곳으로 찾아와 얼굴을 발에 대어 예배하고는 각자 자신들의 일산을 모두 부처님께 공양하였다”고 하였다.
40)급고독장자(給孤獨長者)가 기원정사(祇園精舍)를 지을 때, 기타태자(祇陀太子)로부터 숲을 사기 위해 그 숲 땅바닥에 황금을 깔아 값을 치렀다는 고사가 있다.
41)삼도보계(三道寶階) : 부처님이 도리천(忉利天) 선법당(善法堂)에서 어머니 마야부인(摩耶夫人)에게 설법하고 나서 이 세계로 돌아올 때 사용한 계단이다. 세 갈래 중 가운데 계단은 황금이고, 왼쪽은 수정, 오른쪽은 백은(白銀)이었다고 한다. 중인도 겁비타국(劫比他國)에 있었다고 하는데, 현재 상카시아(Saṅkasia) 유적이 이에 해당한다.
42)팔대영탑(八大靈塔) : 부처님의 8대 성지에 세운 큰 탑이다. 탄생한 곳인 가비라국 룸비니동산의 탑, 성도한 곳인 마가다국 니련선하 가의 탑, 최초로 설법한 곳인 바라나국 녹야원의 탑, 신통을 보여준 곳인 사위국 기원정사의 탑, 도리천에서 칠보의 계단으로 내려온 곳인 승가시국 곡녀성 탑, 제바달다의 꼬임에 빠졌던 대중을 돌아오게 한 곳인 마가다국 왕사성의 탑, 열반에 들 것을 예언한 곳인 비야리성의 탑, 입멸한 곳인 구시나가라성의 탑이 그 여덟이다.
43)붓다가야에 체류하며 성지를 순례하고 떠나는 사람들과 아쉬운 이별의 정을 나누었음을 말한다.
44)아뇩달지(阿耨達池) : ⓈAnavatapta 아뇩달(阿耨達)은 무열뇌(無熱惱)・청량(淸凉)으로 의역하기도 한다. 인도의 4대강인 긍가・신도・박추・사다의 근원으로 설산의 북쪽, 향취산의 남쪽에 있다.
45)분분한 세속을 초탈해 자신의 고결한 신념을 지켰다는 뜻이다. 굴원(屈原)이 지은 ≺어부사(漁父辭)≻에서 “창랑의 물이 맑으면 나의 갓끈을 씻고, 창랑의 물이 흐리면 나의 발을 씻으리라.[滄浪之水淸兮 可以濯我纓 滄浪之水濁兮 可以濯我足]”고 하였다.
46)마음을 맑혔다는 뜻이다. 감(鑑)은 마음을 거울에 비유한 것이다.
47)여섯때[六時] : 하루 종일을 뜻한다. 예전에 하루를 낮 6시와 밤 6시로 구분했던 것에서 온 말이다.
48)이제(二諦) : 진제(眞諦)와 속제(俗諦)를 말한다. 제(諦)는 변치 않는 진리를 뜻한다. 속제는 세제(世諦)라고도 하며, 세속에서 적용되는 도리를 말한다. 진제는 성제(聖諦)・승의제(勝義諦)・제일의제(第一義諦)라고도 하며, 공(空)・열반(涅槃)・진여(眞如)・실상(實相) 등 불법의 궁극적 세계를 말한다.
49)가섭마등(迦葉摩騰) : ⓈKāśyapa-Mātaga 축섭마등(竺葉摩騰)・섭마등(攝摩騰)이라고도 한다. 중인도 사람으로 대소승의 삼장에 정통하였다. 후한(後漢) 명제(明帝)의 사신 채음(蔡愔) 등의 간청으로 축법란(竺法蘭)과 함께 중국으로 와서 『사십이장경(四十二章經)』 1권을 번역하였다. 이것이 중국 역경의 시초이다.
50)구마라집(鳩摩羅什) : 구자국(龜竝國) 출신으로, 후진(後秦) 융안 5년(401년)에 장안(長安)으로 들어왔다. 이후 국빈으로 대접받으며 대대적인 역경사업을 주도해 서명각(西明閣)과 소요원(逍遙園)에서 『대품반야경(大品般若經)』・『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십송률(十誦律)』・『중론(中論)』 등 경률론 74부 380여 권을 번역하였다.
51)출진(出震) : 황제로 등극했다는 뜻이다. 진괘(震卦)는 방위로 동쪽에 해당한다. 제왕의 등극을 태양이 동쪽에서 솟아오르는 것으로 상징한 표현이다.
52)봉취(鳳吹) : 임금이 행차할 때 생황(笙篁)이나 피리 등의 악기로 연주하는 음악을 뜻한다. 진 목공(秦穆公)의 딸 농옥(弄玉)과 그의 남편 소사(蕭史)이 봉루(鳳樓)에서 피리를 불면 봉황새가 모여들었다는 고사에서 유래하였다.
53)하늘나라 사람들의 향기가 풍겼다는 뜻이다. 육수(六銖)는 육수의(六銖衣)의 준말이다. 육수의는 천인(天人)이 입는 매우 가벼운 옷이다. 『장아함경(長阿含經)』에 “도리천(忉利天) 사람들의 옷 무게는 6수이고, 염마천(炎摩天) 사람들의 옷 무게는 3수이고, 도솔천(兜率天) 사람들 옷 무게는 2수반이다”고 하였다. 수(銖)는 무게 단위로 1냥의 24분의 1에 해당한다.
54)우전삼장(于闐三藏) : 우전국(于闐國) 출신인 실차난타(實叉難陀)를 지칭한다. 695년(증성1)에 범본(梵本)을 가지고 낙양에 와서 『화엄경(華嚴經)』・『입능가경(入楞伽經)』 등을 번역하였다.
55)보사(寶思) : 보사유(寶思惟)의 준말이다. 범어이름은 아이진나(阿儞真那)이고, 북천축 가습미라국(迦濕彌羅國) 왕족 출신이다. 장수(長壽) 2년(693)에 낙양에 와서 역경에 참여하였다. 『불공견삭다라니경(不空羂索陀羅尼經)』 등 7부 9권을 역출하였다.
56)말다(末多) : 의정의 번역작업에 동참했던 사람들의 명단이 『개원석교록(開元釋教錄)』 권9와 『송고승전(宋高僧傳)』 권1 등에 나오는데, 말다(末多)라는 이름은 보이지 않는다. 혹 ‘末多’는 ‘惟’의 오기(誤記)이거나 판각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실수가 아닐까 추측된다.
57)의정이 『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根本說一切有部毘奈耶)』・『근본설일체유부니다나목득가(根本說一切有部尼陀那目得迦)』・『근본설일체유부백일갈마(根本說一切有部百一羯磨)』 등을 번역하였다.
58)오편(五篇) : 율장을 뜻한다. 비구 250계, 비구니 348계를 5과(科)로 분류해 그 죄의 경중과 처벌을 밝힌 것을 말한다. 5과는 바라이(波羅夷)・승잔(僧殘)・바일제(波逸提)・바라제제사니(波羅提提舍尼)・돌길라(突吉羅)이다.
59)팔법(八法) : 일체의 법을 교(敎)・이(理)・지(智)・단(斷)・행(行)・위(位)・인(因)・과(果)의 8종으로 분류한 것이다.
60)한 수행자가 걸식을 하러 갔는데, 주인이 음식을 가지러 간 사이에 그 집 아이가 진주를 땅에 흘렸다. 그때 마침 마당에 있던 거위가 그 구슬을 먹어버렸다. 아이의 울음에 달려 나온 주인이 수행자를 의심하였지만, 수행자는 성질 급한 주인이 구슬을 찾기 위해 거위의 배를 가를까 염려하여 침묵을 지켰다. 결국 수행자는 거위가 똥을 쌀 때까지 갖은 고초를 감내하여 거위의 생명을 구했다는 고사가 있다.
61)부낭(浮囊) : 강이나 바다를 건널 때 사용하는 공기주머니이다. 경전에서 계율(戒律)을 비유하는 용어로 자주 쓰인다.
62)유발(油鉢) : 계율 또는 정념(正念)을 비유하는 말이다. 기름그릇을 들고 갈 때 잠시만 한눈을 팔아도 기름을 쏟아버리게 되는 것처럼, 수행자는 전심전력으로 노력하며 잠시도 방심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63)성교(聖教) : 성자께서 말씀하신 교법이란 뜻으로, 곧 경률론(經律論) 삼장과 기타 여러 성현들의 저서를 말한다.
64)칠묘(七廟) : 천자(天子)의 사당을 말한다. 『예기禮記』 ≺왕제(王制)≻에 “천자(天子)는 일곱 개의 사당을 두니, 삼소(三昭)와 삼목(三穆)과 태조(太祖)의 묘이다”고 하였다.
65)구천(九天) : 가장 높은 하늘, 즉 옥황상제를 말한다.
66)수역(壽域) : 인수지역(仁壽之域)의 준말로, 사람들이 모두 천수(天壽)를 누리며 사는 태평성대를 뜻한다. 인수(仁壽)는 원래 『논어(論語)』 ≺옹야(雍也)≻의 “인자는 장수한다.[仁者壽]”에서 온 말이다. 이를 원용하여 『한서(漢書)』 권22 ≺예악지(禮樂志)≻에 “구례(舊禮)를 찬술하고 왕도정치를 밝혀서 온 세상의 백성들을 이끌어 인수의 지역에 오르게 하면, 풍속이 어찌 주나라 성왕(成王)과 강왕(康王) 때의 태평시절 같지 않겠으며, 수명이 어찌 은나라 고종(高宗) 때와 같지 않겠습니까”라고 하였다.
67)을야(乙夜) : 황제가 정무를 쉬는 시간을 말한다. 당 태종(太宗)은 홀수인 날 밤을 갑야(甲夜), 짝수인 날 밤을 을야(乙夜)로 구분하여 갑야에는 정무를 살피고 을야에는 독서를 했다고 한다. 또 하룻밤을 갑(甲)・을(乙)・병(丙)・정(丁)・무(戊)의 오경(五更)으로 나눈 것으로 을야는 밤 9시~11시에 해당한다는 설도 있다.
1)범어 vinaya의 신역(新譯). 3장(藏)의 하나로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계율을 말한다. 율(律)이나 혹은 멸(滅)로 번역한다. 계율로 모든 허물과 잘못을 소멸하므로 멸(滅)이라 하며, 세간의 율법으로 죄의 경중을 판단하므로 율(律)이라 한다.
2)아게타(阿揭陀)ㆍ아갈타(阿竭陀)라고도 한다. 병을 다스리는 약을 말하며, 보거(普去)ㆍ무병(無病)ㆍ무가(無價)라 번역한다.
3)선한 행위의 과보로 태어난 세계, 즐거운 생존의 영역을 말한다.
4)계에 관한 책. 별해탈율의(別解脫律儀)를 설한 경전이다. 별해탈이란 바라제목차를 가리키며, 몸과 언어로 짓는 허물을 따로따로 분별하여 방지하도록 설한 계율이다.
5)범어 śila의 음역. 계율(戒律)ㆍ율(律)이라 번역.
6)마음이 소란한 것이 마치 미친 말이 날뛰는 것과 같음을 비유한 말로서 심원의마(心猿意馬)라고도 한다.
7)의정(義淨) 삼장(三藏)은 바라이(波羅夷)를 바라시가라 하였다. 바라이는 6취계(聚戒) 가운데 하나로서 계율 중에서 가장 엄하게 제지한 것이다. 필추에게는 4바라이가 있고, 필추니에게는 8바라이가 있다.
8)욕계에 딸린 여섯 하늘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욕락이 있으므로 욕천이라 한다.
9)천인(天人)이 죽을 때가 되면 5종의 소쇠상(小衰相)과 5종의 대쇠상(大衰相)을 나타낸다.
10)도리천(忉利天) 제석이 지닌 네 개의 동산[帝釋四園] 가운데 하나. 제천(諸天)이 이곳에 들어가면 스스로 환희의 정(情)을 일으키므로 붙여진 이름이다.
11)베다의 비밀어(秘密語)이다.
12)4성제에 대하여 12단계로 고찰하는 것이다.
13)모든 선(善)이 물결에 밀려 흘러내려 간다는 뜻으로 번뇌의 이명(異名)이다.
14)4여의족(如意足)이라고도 한다. 37도품 중 세 번째의 수행법으로 주로 4선근위(善根位)의 정위(頂位)에서 닦는다. 곧 욕(欲)ㆍ정진(精進)ㆍ심(心)ㆍ사유(思惟)의 네 가지 여의족 이것은 각기 서원(誓願)과 노력(努力)과 심념(心念)과 관혜(觀慧)의 힘에 의하여 일어난 정(定)으로, 그 정을 소의(所依)로 해서 여러 가지의 신변(神變)을 나타내므로 이것을 4여의족이라고 한다.
15)4섭법(攝法)으로 줄여서 4섭(攝)이라고 한다. 보살이 중생을 거두어 친애하는 마음을 일으켜 그들로 하여금 보살을 믿게 하여 결국은 부처님의 가르침에 끌어들이는 네 가지 행위로서 보시(布施)ㆍ애어(愛語)ㆍ이행(利行)ㆍ동사(同事)이다.
16)마음을 덮어서 선법(善法)을 내지 못하게 하는 탐욕개(貪慾蓋)ㆍ진에개(瞋恚蓋)ㆍ.수면개(睡眠蓋)ㆍ도거개(掉擧蓋)ㆍ의개(疑蓋)의 다섯 가지 번뇌를 말한다.
17)5주지번뇌(住地煩惱). 중생을 삼계구지(三界九地)의 생사에 집착케 하는 다섯 가지 미혹[惑]이니, 곧 견일처주지(見一處住地)ㆍ애욕주지(愛欲住地)ㆍ색애주지(色愛住地)ㆍ유애주지(有愛住地)ㆍ무명주지(無名住地)를 말한다.
18)불도를 이루는 성스러운 7종의 법(法)을 재물에 비유해서 일컫는 말로서 신(信) ㆍ계(戒)ㆍ참(慙)ㆍ괴(愧)ㆍ문(聞)ㆍ시(施)ㆍ혜(慧)의 일곱이다.
19)중생을 결박하여 생사의 번뇌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아홉 가지 번뇌로서 즉 애결(愛結)ㆍ에결(恚結)ㆍ만결(慢結)ㆍ무명결(無明結)ㆍ질결(嫉結)ㆍ간결(慳結)ㆍ견결(見結)ㆍ취결(取結)ㆍ의결(疑結)을 일컫는다.
20)3학(學)의 하나인 정(定)을 아홉으로 나눈 것. 즉 초선에서 제4선까지와 공무변처정ㆍ식무변처정ㆍ무소유처정과 비상비비상처정과 멸진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