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잡사(雜事) 40권 중에는 모두 8문이 있는데, 대문(大門) 1송(頌)으로 그 큰 강령의 뜻을 거두었고 낱낱의 문(門)에는 각각 별문(別門)인 총섭송(總攝頌)이 있으니 이에 여덟 게송이 있으며, 별문 중에 나아가서 각각 10송씩 있으니 도합 89송이다. 그리고 또 내섭송(內攝頌)까지 합하면 약 천 줄이 있는 셈이니 만약 독송하여 지닌다면 그 뜻을 모두 알게 될 것이다.
벽돌로 문지름과 손톱을 깎음과 발우와 거울과 남근[生支]과 옷을 밟음과 물걸이[水羅]와 날 것[生]과 팥알[豆珠]과 발을 씻음과 하의[下裙]를 묶으라는 것이다.
022_0596_a_12L甎揩翦爪鉢, 鏡生支蹈衣, 水羅生豆珠,
洗足裙應結。
제1문 자섭송(第一門 子攝頌)①
022_0596_a_14L第一門第一子攝,頌曰:
벽돌과 돌로 문지름과 백토와 우황과 향이 눈을 밝게 함과 기둥을 치는 것과 모든 선(線)과 영락과 도장에 대한 것이다.
022_0596_a_15L甎揩石白土, 牛黃香益眼, 打柱等諸線,
瓔珞印應知。
그때 부처님께서 광엄성(廣嚴城)1) 미후지(獼猴池) 곁에 있는 높은 전각 안에 계셨다.
022_0596_a_17L爾時,薄伽梵在廣嚴城獼猴池側高閣堂中。
022_0596_b_01L마침 여섯 사람의 비구들이 아침에 의발(衣鉢)을 지니고 광엄성에 들어가서 차례로 걸식하고자 하였다. 이 성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율고비자(栗姑毘子)라는 동산이 있는데, 그곳은 맑고 조용하며 꽃과 과일이 무성하고 흐르는 샘이 여기저기 있으며 좋은 새들이 평화롭게 노래하니, 마치 제석천의 환희원(歡喜園)과 같았다. 그 안에는 온갖 피로를 풀어 주는 도구가 있고 또 기이하고 절묘한 악기 등이 있으며 아울러 훈향(薰香)과 목욕하는 것과 여러 가지 물건들이 있었다.
이때 여섯 비구가 서로 말하였다. “난타여, 우파난타여. 요즈음 듣건대 이 동산이 참 좋아서 세존께서도 항상 삼십삼천과 같다고 칭찬하신다 하니, 우리도 얼마나 좋은가 시험 삼아서 보기로 하자.” 여섯 비구는 의논하고서 함께 동산 안으로 들어갔다. 다시 보니, 갖가지 길고 짧은 나무공이와 굵고 가는 방망이와 크고 작은 돌멩이들이 있는데 이런 것들은 모두 가지고 노는 기구여서 몸을 운동시키고 결린 것을 풀고 아픈 것을 낫게 하며 능히 음식을 소화시키는 것이었다.
또 보니 기이하고 절묘한 공후(箜篌)와 거문고와 슬(瑟)과 여러 가지 북 따위 악기가 있었다. 또 훈향과 목욕하는 데 쓰이는 물건인 뜨는 벽돌[浮甎]과 조두(澡豆)와 향기로운 여감(餘甘)여감은 광주(廣州)에서 나는 것으로 머리를 씻는 데 쓰이며 서방의 이름은 암마락가(菴摩洛迦) 과일이다.이 있었다. 이것으로 몸에 문지르고 머리를 감으면 능히 흰머리를 다시 검게 할 수 있는 것이었다.
여섯 비구들이 보고는 서로 말하였다. “이 모든 오락 기구들은 족히 근심을 풀 만한 것들이다. 우리가 이제 실컷 놀아야 할 터인데 노래하고, 춤추고, 미역 감고 하는 것을 무엇부터 먼저 할 것인가.” 한 사람이 말하였다. “우리가 오래 목욕을 못하였으니 먼저 씻는 것이 좋겠다.” 이렇게 상의하고는 함께 못에 들어가서 곧 뜨는 벽돌을 가지고 몸을 문질렀다. 이 여섯 비구들은 모두 기묘한 재주가 많아서 모든 기예에 모르는 것이 없었다. 만약 목욕을 할 때 돌로 문지르면 갖가지 오악(五樂)의 음성이 나오는데, 마치 저 연기(演技)하는 사람이 악기를 불고 타고 치고 하는 것 같았다.
022_0596_c_01L그때 여러 사람들이 이곳을 지나가다가 그것을 주악(奏樂)하는 것으로 의심하고 귀를 기울여 듣다가 각기 서로 말하였다. “율고비원에 성대한 가무가 벌어졌으니 우리들도 잠깐 가 보자.” 여럿이 모두 그렇게 하자 하고, 다투어 동산 안으로 갔다. 여러 사람들이 들어갈 때, 마침 여섯 비구는 그곳에서 나오고 있었다. 그 사람들이 물었다. “성자여,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너희 어리석은 사람은 귀는 있어서 소리는 들어도 마음은 어두워 좋고 나쁜 것을 모르는구나. 어찌 음악하는 사람이 그렇게 기묘한 음성을 낼 수 있겠느냐.” “성자여, 그러면 아까 그 소리는 누가 낸 것입니까?” “현자[賢首]여, 그대가 들은 것은 우리들이 목욕할 때 벽돌로 몸을 문지르자 그 음악이 난 것이다.” “성자여, 당신들은 사문인데도 오욕으로 몸과 마음을 괴롭히는 것이 있는가?” “어리석은 자여, 우리는 다른 사람을 괴롭히지 않고 스스로 욕락(欲樂)을 받으면서, 도 닦는 것을 폐함이 없는데 무엇이 잘못인가. 너희가 어찌 우리 스승이라고 그런 부끄럼을 주겠는가. 잠자코 있어라. 재앙을 스스로 부르지 말라.” 저들이 듣고 겁이 나서 입을 다물고 갔으나, 광엄성 네거리에 들어가서는 각기 떠들면서 서로 비난하였다.
그때 비구들이 듣고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 비구가 목욕할 때 벽돌을 사용하면 이러한 과실이 있다고 생각하시고는 말씀하셨다. “비구는 마땅히 벽돌로 몸을 문지르면서 목욕하지 말라. 만약 그것으로 몸을 문지르는 자는 법을 어기는 죄[越法罪]를 얻는다.” 부처님께서 이미 뜨는 벽돌로써 몸을 문지르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시니, 그때의 비구들은 발에 먼지와 때가 끼어서 가죽이 트고 갈라졌다. 성에 들어가 걸식할 때, 사람들이 보고 이렇게 말하였다. “성자여, 발이 저렇게 트고, 또 때가 많은데 왜 문질러 닦지 않고 더러운 모양을 하고 있습니까?” 대답하였다. “현자여, 세존께서 허락하지 않으시기 때문이오.” “당신들이 몸에 때가 있어 더러운데 어찌 청정하다 하겠습니까.” 비구들이 말을 못하였다.
밥을 얻어 가지고 처소로 돌아가서 이 일을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는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먼저는 법을 처음 정한 것이지만 이제 형편을 따라서 여노라. 내가 이제 비구들에게 벽돌로 발을 닦는 것을 허락하노라. 그러나 몸뚱이의 다른 부분은 안 되느니라. 만약 다른 데를 문지르면 법을 어기는 죄를 얻으리라.” 이때 여섯 비구들이 돌로 문지르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심을 보고, 곧 뜨는 돌[浮石]을 사용하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것도 역시 법을 어기는 죄가 된다.”
022_0597_a_01L같은 처소에서였다. 때에 비구들이 아침에 의발을 갖추고 성에 들어가 걸식하다가 바라문들이 백토(白土)나 혹은 백회(白灰)를 세 손가락에 묻혀 이마에 세 개의 줄을 긋고 구걸을 함으로 해서 좋은 음식을 많이 얻은 것을 보았다. 여섯 비구들이 이것을 보고는 서로 의논하였다. “이것은 좋은 방편이니 우리도 그렇게 하는 것이 좋겠다.”
드디어 다른 날 이마에 세 획을 긋고 성안에 들어가서 밥을 비니, 불법(佛法)을 믿지 않는 사람들이 보고 비웃어 말하였다. “우리가 이제 무릎을 꿇고 절해야겠군.” 여섯 비구가 말하였다. “그대들 어리석은 사람은 예식을 모르는구나. 누구에게는 무릎을 꿇고 누구에게는 경례를 하는가.” 그 사람들이 말하였다. “우리는 다만 알기를, 늙은 바라문을 보면 무릎을 꿇고, 만약 비구들을 보면 경례하는 것인 줄로 안다.” “만약 그렇다면 우리 비구를 보고 어찌하여 경례하지 않고 무릎을 꿇고 절하는가.” “성자여, 우리가 당신들을 보니 얼굴에 세 획이 있기에 바라문으로 보고 비구가 아닌 줄로 안 것입니다. 우리가 몰라서 그런 것이니 용서하기 바랍니다.” 여섯 무리는 말을 못하였다.
그때 모든 비구들이 듣고는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 생각하셨다. ‘비구가 만약 얼굴에 세 획을 그으면 이러한 과실이 있다. 이러므로 비구가 세 획을 만들면 법을 어기는 죄를 얻는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비구는 백토로 세 획을 만들지 말라.” 그 후로 비구가 병환이 있을 때, 의사 처방이 백토를 몸에 바르라는 것인데도 비구들이 감히 그렇게 못하였다. 이것을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먼저는 처음 법을 정한 것이로되 형편에 따라서 열 수 있으니, 의사의 처방이 백토를 몸에 바르라고 하면 의사가 가르치는 대로 하여도 범함이 없느니라.”
022_0597_b_01L여섯 비구들이 아침에 의발(衣鉢)을 갖추고 성으로 들어가서 걸식하는데, 바라문들을 보니 우황(牛黃)으로 이마에 점을 찍고 구걸하여서 맛이 좋은 것을 많이 얻었다. 이것을 보고 서로 말하였다. “이것은 좋은 방편이니 우리도 저렇게 하는 것이 좋겠다.” 드디어 다른 날 우황으로 이마에 점을 찍고 성에 들어가 밥을 비니, 믿지 않는 사람이 그 점찍은 이마를 보고 비웃으며 말하였다. “우리가 이제 무릎 꿇어 절하지요. 우리가 이제 무릎 꿇어 절하지요.” 모든 문답이 위에 말한 것과 같았다. “우리는 당신들이 얼굴에 우황으로 치장한 것을 보고 바라문이지 비구가 아니라고 한 것입니다. 몰라서 그런 것이니 용서하기 바랍니다.” 이 말에 여섯 비구는 대답을 못하였다.
때에 비구들이 이 말을 듣고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 생각하셨다. ‘만약 비구가 우황으로 이마에 점을 찍어 치장하는 일이 있으면 이러한 과실이 있다.’ 그러시고는 말씀하셨다. “이제부터 비구는 우황으로 이마에 점을 찍지 말라. 만약 그렇게 하는 자는 법을 어기는 죄를 얻으리라.”
부처님께서 우황으로 이마에 점 찍는 것을 막으시니, 그때 비구가 이마에 나쁜 종기가 나서 의사에게 가서 물었다. “현자여, 내게 처방을 하여 주오.” 그러자 의사가 대답하였다. “성자여, 그 종기의 둘레에 우황을 바르시오. 곧 나을 것입니다.” “세존께서 계율로 제정하시어 우황을 이마에 바르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십니다.” “성자여, 당신의 스승님은 크게 자비하시니, 병이 있으면 반드시 허락하실 것입니다.” 이 연유를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먼저는 처음으로 법을 정한 것이로되 이제 다시 형편에 따라서 허락하노라. 병이나 의사의 지시로 우황을 쓰는 것을 제외하고는, 만약 그런 짓을 하면 법을 어기는 죄가 되리라.”
022_0597_c_01L같은 장소에서였다. 여섯 비구들이 몸에 향수를 바르고 소년들 틈에 들어가서 소년들에게 물었다. “너희들, 우리 몸에서 나는 향내가 어떤지 맡을 수 있느냐.” 그들이 말하였다. “어찌 상좌의 몸에 향을 바를 수 있겠습니까.” “우리는 바른다.” “상좌여, 향수를 바르는 것은 속인들이나 하는 것인데 어찌 마땅한 일이겠습니까.”
“마땅하거나 마땅하지 않거나 우리는 이미 바른 것이다.” 그렇게 답하니, 저들이 모두 경멸하면서 비난하고 미워하였다.
때에 모든 비구들이 이것을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 생각하셨다. ‘비구가 몸에 향수를 바르면 이런 과실이 있으니, 비구는 마땅히 몸에 향수를 바르지 않아야 한다. 만약 바른다면 법을 어기는 죄가 된다.’ 부처님 말씀과 같이 향을 바르지 않아야 한다. 때에 어느 비구가 몸에 병이 들어서 의사에게 가서 물었다. “현자여, 내 병에 맞는 약을 지어 주시오.” 의사가 대답하였다. “성자여, 향을 바르면 평상시와 같이 회복될 것입니다.” “어찌 나를 애욕의 즐거움 속으로 빠지게 하려고 합니까.” “성자여, 이것은 병의 약입니다. 다른 것으로는 능히 낫게 할 수 없습니다.”
비구가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이제 허락하노라. 의사의 처방으로 향을 바르는 것은 계를 범하는 것이 아니니라.” 그때 그 병든 비구가 몸에 향을 바르고 무리 속에 들어가 바라문과 거사 등과 더불어 앉아서 설법하고 혹 속인의 집에도 가니 사람들이 보고 싫어하며 비방하였다.
모든 비구들이 이것을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향을 바른 비구가 지켜야 할 행법(行法)을 내가 이제 마땅히 정하노라. 만약 비구가 몸에 향을 발랐거든 마땅히 무리들 속에 들어가서 앉지 말며, 또한 바라문ㆍ거사 등을 위하여 설법도 말며, 또한 속인의 집에도 가지 말라. 만약 비구가 병이 나으면 몸을 씻고 나서 뜻대로 무리 속에 들어가고 다른 모든 사람들을 위하여 설법도 하라. 이 행법대로 하지 않는 자는 법을 어기는 죄를 얻으리라.”
022_0598_a_01L때에 신심 있는 바라문 거사가 있었다. 그들이 바르는 향을 가지고 와서 비구들에게 보시하니, 비구들이 받지 않으므로 거사들이 말하였다. “성자여, 부처님이 나오시기 전에는 우리들이 모두 외도(外道)를 복을 닦는 곳으로 삼았으나, 이제 부처님이 세상에 나오시니 우리가 당신들을 큰 복밭으로 삼거늘, 가지고 온 공양을 어찌하여 받지 않습니까. 어찌 우리들로 하여금 선한 자량(資糧)을 버리고 후세(後世)에 이르게 하십니까. 원컨대 자비로 우리의 작은 보시를 받아 주십시오.” 비구가 말하였다. “기다리시오. 내가 부처님께 여쭈어 보겠습니다.”
그때 비구들이 이 일을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 마땅히 받으라고 말씀하셨다. 비구가 받고 나서 이 사람의 앞에서 땅에 버리니 시주(施主)가 말하였다. “성자여, 우리들이 비싼 값으로 사 온 것인데 왜 버리십니까.” 비구들이 부처님께 이 말씀을 드리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마땅히 받은 것을 시주 앞에서 가볍게 버리지 말고 여래의 탑사[如來制底] 앞의 땅에 바르며 공양하여라.”
부처님 말씀대로 마땅히 탑사 앞 땅에 바르며 공양하여야 하므로, 그때 비구들이 이 향을 받고 나서 발조탑(髮爪塔) 앞에 손수 발라서 공양하니 시주가 보고 이렇게 말하였다. “성자여, 우리가 어찌 탑에 공양하는 것을 모르겠습니까. 우리의 뜻은 당신들께 드리자는 것입니다. 그 불탑(佛塔) 앞에는 우리가 먼저 올렸습니다.” 비구가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향을 받았거든 거처하는 방 안에 바르라.” 그가 곧 거처하는 방문에 발랐더니, 그때 저 모든 사람들이 부처님의 집이라고 하면서 곧 예배를 하는 것이었다. 부처님께서 마땅치 않다고 하시니, 다음은 문 옆에 발랐으나 허물이 다시 전과 같았다.
022_0598_b_01L 그때 우파난타가 식사를 하다가 문득 제 손으로 그 누각의 기둥을 쳐서 누각이 울리도록 하였다. 그때 공양하는 사람이 말하였다. “성자여, 보리 왕자께서 새로 이 누각을 짓는데 백한 가지 그림을 새겨서 색을 칠하여 꾸몄거늘 무슨 뜻으로 당신은 부수고자 합니까.” 우파난타가 대답하였다. “빈한한 사람인 보리가 여기에 애착심을 일으키면 목숨을 마친 뒤에는 마땅히 어디로 떨어질 것인가. 그대가 또 여기에 애착심을 내니 목숨을 마친 뒤에는 대영귀(大癭鬼) 가운데 떨어지리라.” 그 사람이 듣고서 몹시 비난하고 싫어하였다.
또는 비구들이 이것을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 이렇게 생각하셨다. ‘비구가 기둥을 치면 이러한 과실이 있으니 이러므로 비구는 마땅히 손으로 기둥을 치지 않아야 한다. 어기는 자는 법을 어기는 죄를 얻는다.’ 그리고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마땅히 손으로 기둥을 치지 말지니라.” 여섯 비구가 곧 주먹과 어깨와 등과 다리와 아울러 벽돌과 돌로 쳐서 흔들리게 하여 다시 말썽을 일으키니 허물이 전과 같았다.
022_0598_c_01L같은 처소에서였다. 여섯 비구들이 아침나절에 의발을 가지고 성으로 들어가 걸식하는데, 바라문들을 보니 그들이 몸에 범선(梵線)을 붙이고 걸식하니 맛난 것을 많이 얻었다. 드디어는 서로 의논하였다. “난타여, 우파난타여, 우리도 이제 좋은 방편을 얻었다. 몸에 범선을 붙이자.” 다른 날 드디어 범선을 붙이고 성에 들어가서 걸식하였다. 믿지 않는 사람이 그 범선을 보고 업신여겨 이렇게 말하였다. “내가 이제 무릎을 꿇고 절합니다.” 그리하며, 묻고 대답한 것이 전과 같았다. 역시 비구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께서는 비구가 범선을 붙이면 이러한 과실이 있다고 생각하시고 말씀하셨다. “비구는 마땅히 범선을 붙이지 말라. 만약 어기는 자가 있으면 법을 어기는 죄를 얻으리라.”
같은 처소에서였다. 여섯 비구가 걸식하다가 보니 바라문들이 묘한 향과 꽃으로써 몸을 장엄하고 오색 선을 팔뚝에 매고 떡과 밥을 얻어서 배부르게 먹고는 원기 왕성한 모습으로 집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여섯 비구가 상의하였다. “난타여, 우파난타여, 이것은 좋은 방편이니 우리들도 그렇게 하자.”
그리고는, 다른 날 오색의 선을 팔뚝에 매고 성으로 들어가 걸식하였다. 바라문들이 보고 경멸하면서 말하였다. “우리가 이제 무릎 꿇고 절합니다.” 그러면서 여섯 비구들을 비난하고 희롱하였다. 자세한 말은 먼저와 같은 것이었다. 모든 비구들이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 생각하셨다. ‘만약 비구가 오색의 선을 팔뚝에 매면 이러한 과실이 있다.’ 그리고는 말씀하셨다. “비구는 마땅히 오색 선을 팔뚝에 매지 않아야 한다. 만약 매는 자가 있으면 법을 어기는 죄를 얻으리라.” 이리하여 부처님께서는 팔뚝에 선을 매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셨다.
그때 어느 비구가 몸에 병이 나서 의사에게 처방을 구하였다. “현자여, 나의 몸에 병이 있으니 처방해 주시기 바랍니다.” “성자여, 오색 선을 취하여 주문을 외고 팔뚝에 매면 반드시 나을 겁니다.” “세존께서 허락하지 않으십니다.” “당신의 거룩하신 스승님께선 자비로 근본을 삼으시니 병 때문이라면 허락하실 것이 틀림없습니다.”
비구가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이제 허락하노라. 비구들이 병 때문에 의사의 지시로 하는 것이라면 선을 매어도 범함이 없느니라.” 부처님께서 선을 팔에 매는 것을 허락하시니, 비구가 오른편 팔뚝 앞에 매었더니 역시 비난하는 자가 있었다. 부처님께서 불응하시므로 팔뚝 뒤에 매니, 부처님께서 또 불응하셨다. 다시 왼쪽 팔뚝 앞에 매니, 부처님께서 또 불응하시고 왼편 팔뚝 뒤에 매라고 하셨다.
022_0599_a_01L비구는 이리하여 병이 나았고, 매었던 선을 아무 데나 버리니 옳지 않은 사람들이 경멸하면서 말하였다. “성자여, 그 선으로 내 이름을 걸어 놓고 저주하여서 병을 낫게 하는 것이므로 이제 경멸하는 것이오.” 비구가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무것에나 버려서는 안 된다. 만약 신병이 아직도 낫지 않았거든 옷귀[衣角]에 매고, 만약 나았거든 담장이나 기둥 틈 속에 적당하게 두어라.”
같은 처소에서였다. 여섯 비구가 걸식하다가 모든 속인들이 장엄구인 영락 따위를 가진 것을 보고는 저 비구들도 모든 영락과 손ㆍ발의 가락지 따위를 구하여서 몸을 꾸미었다. 그리고는 서로 “장엄이 좋은가” 하고 말하였다. 그때 속인들이 충고하여 말했다. “성자여, 머리는 깎고 겨드랑이 털은 길었는데 장엄이 좋을 것이 어디에 있습니까. 그러고서야 어찌 당신들이 욕정에 물들어 얽힌 것이 아니라 하겠습니까.” 여섯 비구들은 대답을 못하였다.
같은 처소에서였다. 가끔 도둑이 와서 승방 곳집의 물건과 승려의 사물(私物)을 훔쳐 가는데, 표시가 될 만한 것이 없으니 비구들이 언제 물건을 잃게 되었는지 알 수 없었다. 부처님께서 비구도 도장을 지니는 것이 좋겠다고 하시니, 이때 여섯 비구들이 금ㆍ은ㆍ유리ㆍ수정ㆍ옥돌로 그 도장을 만들어서 가락지에다 보배로 장식하고는 속인들을 보면 곧 손을 뻗쳐 가락지를 보이면서 말하였다. “원컨대 당신들은 무병장수하시라.” 속인들이 보고 물었다. “손가락에 있는 것이 무엇이냐?” “이것은 손가락 도장인데 부처님께서 허락하신 것이오.” 그러자, 속인들이 비웃으면서 말하였다. “사문석자(沙門釋子)로서 교만한 짓을 하는군. 보배로 꾸민 가락지 도장을 하다니 참된 사문도 아니요, 바라문도 아니네.”
022_0599_b_01L모든 비구들이 듣고 부처님께서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비구는 마땅히 가락지와 보배 장식품을 지니지 말고 다섯 가지 물건, 즉 유석(鍮石)ㆍ적동(赤銅)ㆍ백동(白銅)ㆍ이[牙]ㆍ뿔[角]로만 도장을 만들라.” 여섯 비구는 또 도장에다 남녀가 옳지 않은 짓을 하는 모양을 새기니, 속인들이 보고 비난하였다. “당신들은 사문이면서 아직도 더러운 욕심이 있는가.” 비구가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대체로 도장에 두 가지가 있으니, 하나는 대중의 것이며 하나는 개인의 것이다. 대중의 도장에는 법바퀴 굴리는 모양을 새기고 양 가에는 사슴이 무릎을 꿇고 있는 모양으로 만들며 그 밑에는 본래의 절을 지은 시주명단을 새기며, 개인의 도장에는 골쇄상(骨鎖像)을 새기거나 혹은 해골 모양을 만들지니 볼 때마다 싫어하고 떠나는 생각을 내고자 하는 때문이니라.”
그가 지시를 받고 곧 동산으로 가니, 이때 여섯 비구가 번갈아 절문에서 끊임없이 바라보았다. 그때 우파난타가 절문 앞에서 왔다 갔다 하다가 멀리 이발사가 오는 것을 보고 말하였다. “잘 왔네, 잘 왔네. 마치 초생달과 같군. 어째서 이렇게 오랜만에 나타나는가.” 그가 말하였다. “성자여, 장자께서 보내셔서 대중을 위하여 머리를 깎아 드리려고 온 것입니다.” “그런가. 그대는 손톱을 깎을 줄 아는가?” “성자여, 그것은 내 직업인 걸요.” “그러면 와서 잘 좀 깎아 보게.”
022_0599_c_01L그가 곧 나아가니 존자는 손을 뻗쳤다. “성자여, 어떻게 깎아 드릴까요?” “벼의 곡식[稻穀] 모양으로 하게.” 그가 곧 그대로 하였더니, 또 사람의 머리 모양으로 하라, 혹은 칼 모양같이 하라, 혹은 도끼날처럼 하라, 혹은 반달처럼 하라 하므로 그는 존자의 지시를 받고 모두 그대로 하였다. 그랬더니 마지막에 말하였다. “그대는 미련한 사람이다. 거짓말만 교묘하게 했지 하나도 제대로 할 줄을 모르는구나. 모두 보통으로 깎아 놓고 빨리 가라.” 이렇게 해서 날이 저문 뒤에야 비로소 돌아가라 하여 땅거미 뒤에 장자의 처소에 이르니, 장자가 몇 사람이나 깎았느냐고 물었다. 이발사가 대답하였다. “언제 여러 사람의 머리를 깎을 틈이 있겠습니까. 관장 비구[官長苾芻]인 우파난타가 나더러 손톱을 깎아 달라고 하는데 갖가지 모양으로 하라고 하여서 날이 저물어서야 겨우 나오게 되었으니, 다시 무엇을 할 수 있었겠습니까.” 그리고는 자세한 이야기를 하였다. 장자가 듣고 나서 혐오심을 일으켰다. ‘비록 잘 말씀하신 법률에 출가하였으나 마음이 가라앉지 않았구나.’
부처님께서 손톱 깎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시니, 그때 비구들의 손톱이 모두 길었는데 속인이 보고 물었다. “왜 손톱을 이렇게 길게 합니까?” “세존께서 손톱 깎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시기 때문이오.” “손톱을 그렇게 길게 하니 어찌 깨끗하겠습니까.” 이 말씀을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먼저는 처음으로 정한 법이었으나, 이제는 다시 형편을 따라서 허락한다. 손톱 깎는 법에 두 가지만 두나니, 하나는 칼 모양으로 하는 것이요, 하나는 도끼 모양으로 하는 것이다.”
022_0600_a_01L같은 처소에서였다. 급고독장자가 이발사로 하여금 절에 들어가서 대중의 머리를 깎게 한 것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먼저와 같다. 또한 물었다. “그대는 손톱을 닦을 줄 아는가?” 그러자, 이발사가 대답하였다. “성자여, 그것은 나의 직업입니다.” “그러면 와서 하여 보라.” 이렇게 하여, 먼저는 황색으로, 다음은 적색으로, 또는 백색으로, 다시 금색으로 하라는 대로 다 하였다. 문득 말하였다. “이 어리석은 자야, 거짓말만 교묘하게 하고 하나도 제대로 할 줄 모르는구나. 도로 보통으로 닦아 놓고 빨리 가라.” 먼저와 같이 장자에게 가서 자세한 이야기를 하고, “더 하고자 하였으나 어떻게 하겠습니까” 하니, 장자가 듣고는 다시 혐오심을 일으켰다. 자세한 말은 위와 같다.
부처님께서 이미 비구에게 손톱 닦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시니, 비구들이 옷을 물들이거나 발우를 칠하거나 할 제 손톱에 때가 끼어서 더러웠다. 발우를 가지고 밥을 빌 때 속인이 보고 말하였다. “성자여, 왜 그렇게 손톱이 깨끗하지 않습니까?” 그가 사실로써 대답하였다. “왜 긁어 내지 않습니까?” “세존께서 허락하지 않으십니다.” “손톱에 때가 있고서 어찌 청정하다고 하겠습니까.” 이 일을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만약 때를 씻을 때에는 마땅히 손톱도 닦아라. 그러나 곱게 문질러서 광을 내서는 안 된다.”
그곳 영승왕(影勝王)3)이 이렇게 생각하였다. ‘매양 봄ㆍ가을로 철이 바뀌면 신곡(新穀)과 첫 과일을 반드시 먼저 부처님과 및 모든 성중께 바친 뒤에 스스로 먹으리라.’ 그때 저 대신이 새로 익은 암몰라과(菴沒羅果)이 과실은 대개 복숭아와 같다. 익지 않은 것과 익은 것을 알기가 어렵다. 네 가지 차별이 있는데 같지 않다. 암마락가(菴摩洛迦)는 대개 신 멧대추[酸棗]와 같다. 다만 약으로 쓰인다.를 대왕에게 올리니, 왕이 말하였다. “이 과일은 먼저 부처님과 스님들께 올리는 것이 옳다.” 대신이 빙긋이 웃으니, 왕이 말하였다. “그대는 왜 웃느냐?” “대왕께서는 신이 아직 부처님과 성중들께 바치지 않은 줄로 말씀하시오나 이미 먼저 바쳤나이다.”
022_0600_b_01L그러자 왕이 말하였다. “그대가 모를까 염려하였노라. 이를 인연으로 하여 내가 이제 성중들께 천주의 과일 숲을 바치리라.” “그것은 참으로 좋은 일이옵니다. 신도 따라서 기뻐하오리라.” 이리하여 곧 천주의 과일숲을 사방의 모든 성중들께 바치고, 아울러 복전을 기뻐하고 찬탄하는 큰 대회를 열었다. 이 숲은 옛적에 열매를 맺으면 매우 번성하였다. 가령 마가다국의 모든 대중들이 모였을 때, 함께 그 과일을 먹어도 또한 모두 충족되었다. 국왕이 이 숲을 승가에 보시하고 나서, 때에 모든 비구들이 과실이 아직 크지도 않았는데 향기롭고 맛난 것을 보고 모두 와서 다 따먹어버렸다.
다른 나라의 왕이 이 과실이 필요하여서 문득 사신을 영승왕에게 보내어 암몰라를 구하였다. 영승왕이 사신에게 말하였다. “내가 과일숲을 이미 스님들께 바쳤으니, 그대는 스님들한테 가서 구하는 것이 좋으리라.” 사신이 죽림원(竹林園)에 이르니, 이때 여섯 비구가 번갈아서 항상 절 문앞에서 내다봤는데 마침 우파난타가 문밖에서 거니는 중이었다. 사신이 이르러 존자에게 절하고 말하였다. “성자여, 나는 아무 국왕의 사신입니다. 왕이 보내셔서 암몰라과를 구하러 왔사오니, 만약 있거든 스님께서 좀 나눠 주시기 바랍니다.”
우파난타가 말하였다. “그대는 과수원에 가서 필요한 만큼 마음대로 따가시오.” 사신이 과일 숲에 가서 두루 살펴보았으나 오직 빈 가지 뿐이어서 마침내 한 과일도 없는지라, 곧 돌아와서 빈 숲 뿐이고 과일이 없더라고 하였다. 우파난타가 곧 사신을 데리고 함께 숲에 이르러 두루 살펴보고는 말하였다. “그대는 이 높은 나무에 올라가 보오.” 사신이 곧 올라갔으나 과실을 볼 수 없었다.
022_0600_c_01L또 말하였다. “그대는 동쪽 가지로 올라가 보시오.” 이렇게 하여 남쪽ㆍ서쪽ㆍ북쪽 가지를 모두 올라가게 하였다. 사신이 두루 올라가서 보았으나, 마침내 얻는 바가 없이 내려와서 물었다. “성자여, 어찌 이 과수원에 금년에는 과실이 없습니까?”
“왕년과 같이 금년에도 열렸던 것이오.” “그렇다면 금년에는 풍우에 떨어진 것입니까?” “아니오.” “그러면 왜 없습니까?” “실은 이 과일이 크지도 않은 것을 우리들이 다 먹은 것이오.” 그때 저 사신이 왕에게 돌아가서 사실대로 아뢰니, 왕이 말하였다. “잘 되었도다. 내가 본디 성중들로 하여금 먹게 하려던 것이 아니냐.” 저 사신이 언짢은 기색으로 인사하고 본국에 돌아갔다.
그때 마갈타국에 큰 모임이 있어 많은 사람이 모였다. 비구에게 물었다. “성자여, 왜 금년에는 천수과림(千樹果林)에 과일이 하나도 열지 않았습니까?” “열지 않은 것이 아니라 우리가 다 따 먹은 것입니다.” “성자여, 요즈음이면 이 과일이 익을 때여서 마갈타 사람들이 모두 먹어도 넉넉한 것인데, 당신들이 크지도 않은 것을 다 먹어서 하나도 없이 하였으니, 이런 것은 좋은 일이 아닙니다.” “이 과수원은 임금님이 그대들 국민에게 준 것이 아니라 우리 승단의 대중에게 바친 것이기 때문에 모두 먹은 것인데 무엇이 잘못이란 말인가.”
이때 모든 사람들이 이 말을 듣고는 모두 싫어하고 비난하였다. “부처님의 제자인 사문들도 오히려 족한 줄을 모르니, 하물며 우리 속인들이야 오죽하랴.” 비구가 부처님께 이것을 말씀드리니, 부처님께서 생각하셨다. ‘과일을 먹기 때문에 이런 실수가 있다.’ “모든 비구들은 마땅히 과일을 먹지 말라. 만약 먹는다면 법 어기는 죄를 얻으리라.” 부처님 말씀대로 마땅히 과일을 먹지 않아야 한다.
그때 어느 신심있는 장자가 작은 암몰라향과를 가지고 와서 비구들에게 보시하니, 비구가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먹는 것을 허락하시지 않으셨습니다.” 장자들이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나오시기 전엔 우리들이 모두 외도로써 복밭을 삼았던 것입니다.” 자세한 말은 위에서 설한 것과 같다. “자비로써 우리들의 이 작은 보시를 받으소서.” 비구들이 부처님께 여쭈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씨가 여물었을 때 먹는 것은 범계(犯戒)됨이 없다.”
022_0601_a_01L또 어느 신심있는 장자가 익은 암몰라과를 가지고 와서 비구에게 보시하면서, 앞과 같은 말로, “나의 이 작은 보시를 받으소서” 하였다. 비구들이 감히 받지 못하고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씨가 여물고 익은 것이면 모두 마땅히 먹을지니 망설이지 말라.”
실라벌성에서의 일이다. 그때 어느 비구가 몸에 병고가 있었다. 의사에게 가서 말하였다. “내게 이러한 병고가 있으니, 원컨대 처방을 하여 주시오.” 의사가 말하였다. “마땅히 타락죽[酥]을 먹어서 몸을 보하시오. 내가 설사약을 드리겠습니다.” 그가 곧 타락을 먹었는데 다시 갈증이 생겼다. 의사가 와서 물었다. “성자여, 좀 어떠하십니까?” “내가 다시 갈증이 생겼습니다.” “암마락가[餘甘子]를 잡으십시오.”
비구가 손으로 쥐니, 의사가 보고 물었다. “갈증이 제거되었습니까?” “아직도 제거되지 않았습니다.” “성자여, 어찌 암마락가를 지니지 않습니까?” “지금도 손에 쥐었는데요.” “입 안에 넣어야 합니다.” 이리하여 곧 입에 넣었다. 다른 날 의사가 다시 와서 물었다. “갈증이 좀 어떠하십니까?” “아직도 좋지 않습니다.” “왜 암마락가를 입안에 넣지 않습니까?” “벌써부터 입 안에 넣고 있는데요.” “씹어야 하는 것입니다.” “세존께서 허락하지 않으십니다.” “세존께서 크게 자비하시니, 반드시 허락하여 주실 것입니다.”
비구가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씹어도 좋다.” 씹고는 뱉아버리고 감히 삼키진 않으니, 갈증은 여전히 제거되지 않았다. 의사가 보고 물었다. “왜 그 물을 삼키지 않습니까?” “세존께서 때가 아닌데 먹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십니다.” 이것을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이제 허락한다. 특히 다섯 가지 과일은 병이 있거나, 병이 없거나, 때가 되었거나, 때가 되지 않았거나, 먹어도 범계됨이 없다.”
022_0601_b_01L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다섯 가지 과일은 병이 있거나 병이 없거나 때가 되었거나 때가 되지 않았거나 먹어도 범함이 없는 것이다. 비구들은 그 다섯 가지가 어떠한 것인지 몰랐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른바 암마락가[餘甘子]범어로는 암마락가라고 하며 여기 말로는 여감자라 한다. 광주(廣州)에 대개 있으며 위의 암몰라(菴沒羅)와는 전혀 다르다. 소리의 모습이 넘쳐서 사람들이 모두 미혹하기 때문에 주석을 해서 손바닥 안에 놓고 관찰하는 것이다.ㆍ하리륵(訶梨勒)ㆍ비혜륵(毘醯勒)ㆍ필발리(畢鉢梨)ㆍ호초(胡椒)이니, 이 다섯 가지 약은 병이 있거나 병이 없거나 때거나 때가 아니거나 마음대로 모두 먹고 의심하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