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비라성 다근수원(多根樹園)에서였다. 세존께 아우가 있으니, 이름은 난타(難陀)이다. 몸이 금빛과 같고 30상(相)을 갖추었으며 부처님보다 네 손가락 넓이만큼 키가 작았다. 그의 아내의 이름은 손타라(孫陀羅)인데 용의 단정함이 세간에 드물었고 빛나고 화려함이 뛰어나서 사람마다 좋게 보았다. 난타가 그에게 사랑으로 얽히어서 잠시도 떨어지지 않았고 점점 애정이 무거워져서 죽어도 같이 죽자고 하였다.
세존께서 그가 교화를 받을 시기가 이른 것을 관찰하여 아시고, 이른 아침에 옷을 입고 발우를 가지고 구수 아난타를 시자로 데리고 성에 들어가서 걸식하시다가 차례로 난타의 집 문 앞에 이르러서 대비의 힘으로써 금색광명을 놓으셨다. 그러자 그 빛이 널리 비쳐서 난타의 집 안이 모두 금빛과 같았다. 이때 난타가 곧 이런 생각을 하였다. ‘광명이 홀연히 비치니 틀림없이 이것은 여래의 힘이리라.’ 곧 사람을 시키어 나가 보게 하니, 그가 부처님께서 오신 것을 보고 급히 난타에게 가서 말하였다. “세존께서 문 앞에 계십니다.” 이 말을 듣고는 즉시 나아가서 세존을 맞이하려고 하였다.
이때 손타라가 생각하였다. ‘내가 만약 놓아주면 세존께서 반드시 그를 데리고 가서 출가시킬 것이다.’드디어 옷을 잡고 나가지 못하게 하니, 난타나 말하였다. “이제 잠깐 놓아주오. 세존께 인사드리고 곧 돌아오리라.” 손타라가 말하였다. “함께 약속을 한다면 마음대로 가게 하겠소.” 그리고는 이마에 연지를 찍으면서 말하였다. “이 점이 마르기 전에 돌아와야지 만약 늦으면 금전 5백을 벌하겠소.”
022_0663_b_01L난타가 좋다고 하고 곧 나아가서 부처님께 절하고 여래의 발우를 가지고 집으로 들어와서 좋은 음식을 가득히 채워가지고 문간에 나가 보니, 세존께서 드디어 가시는 중이었다. 곧 아난타에게 주니, 세존께서 모습을 나타내시어 발우를 받지 못하게 하셨다. 부처님의 위엄이 높고 중하여서 감히 멈추시라는 말씀을 못 드리고 또 다시 아난타에게 주니, 아난타가 물었다. “그대는 이 발우를 누구에게서 받았는가?” “부처님에게서 받았노라.” “그러면 부처님께 드려야 마땅하오.” “내가 이제 감히 큰 스승님께 가볍게 접촉할 수가 없노라.” 그리고는 말없이 따라갔다.
세존께서 절에 이르셔서 손발을 씻으시고 자리에 앉으시니, 난타가 그제야 발우를 세존께 바쳤다. 세존께서 식사를 마치시고 말씀하셨다. “난타야, 너는 내가 남긴 것을 먹겠느냐?” “먹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난타에게 남기신 밥을 주어 먹게 하시고는 말씀하셨다. “네가 능히 출가할 수 있겠느냐?” “출가하겠습니다.” 그런데 부처님께서는 예전에 보살도를 행하실 때에 부모와 스승과 다른 존자들의 가르침과 명령을 어기고 거스른 일이 없었기 때문에, 이제 그 말씀에 어기는 자가 없게 된 것이다.
부처님께서 아난타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난타의 머리를 깎아 주어라.” “세존께서 가르치신 대로 하겠나이다.” 곧 이발사에게 명하여 그의 머리를 깎게 하였더니, 난타가 보고는 그 사람에게 말하였다. “너는 알겠느냐. 나는 오래지 않아서 역륜왕(力輪王)이 될 것이다. 네가 만약 내 머리를 깎는다면 마땅히 네 팔을 끊으리라.” 그러자, 그가 무서워서 칼을 거둬가지고 곧 하직하고 나가려 하였다.
022_0663_c_01L아난타가 곧 부처님께 가서 아뢰니, 부처님께서 몸소 난타가 있는 데로 가셔서 물으셨다. “난타야, 네가 출가하지 않으려는 것이냐?” “출가하겠습니다.” 이때 세존께서 손수 병의 물[甁水]을 가지고 그의 정수리에 부으시니, 정인(淨人)은 곧 깎아 주었다. 난타가 생각하였다. ‘내가 이제 세존을 존경하여서 일단 출가하지만 저물면 집으로 돌아가리라’
이미 날이 저물어 길을 찾아가는데, 그때 세존께서 그가 가는 길에 큰 구덩이를 화하여 만들어 놓으시니, 그가 보고는 곧 손타라를 생각하였다. ‘여기서도 꽤 먼데 갈 수가 없구나. 내가 이제 그를 생각하다가 혹 죽을지도 모르겠다. 만약 목숨이 붙어 있게만 된다면 새벽이 되더라도 가리라.’ 이렇게 손타라를 생각하면서 근심과 고통으로 밤을 새웠다.
그때 세존께서 그의 뜻을 알고는 아난타에게 분부하셨다. “너는 이제 난타에게 가서 일 맡는 사람이 되라고 하여라.” 아난타가 곧 가서 그에게 말하였다. “세존께서 그대를 일 맡는 사람으로 삼으셨소.” 난타가 물었다. “일 맡는 사람이란 무엇이며, 무슨 일을 하는 것인가?” “절 안에서 여러 가지 일을 맡아 보는 것이오.”
“어떻게 하면 되는 것인가?” “구수여, 대체로 일 맡는 사람은 만약 비구들이 걸식하러 나갔을 때 마땅히 절 안을 청소하고, 전지(田地)에서 새로운 쇠똥을 가져다가 차근차근 바르며, 주의해서 지키어 잃어버리는 것이 없게 하여야 하고 협의할 일이 있으면 마땅히 승가에 아뢰며, 만약 향과 꽃이 있으면 대중에 나눠 주고, 밤에는 문을 닫고 새벽에는 열며, 대소변을 보는 곳은 항상 씻고 닦을 것이며, 만약 절 안에 손괴된 곳이 있으면 곧 보수해야 하오.” 이렇게 가르침을 듣고는 대답하였다. “대덕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바와 같이 내가 다하겠소.”
비구들이 아침 식사 때 의발을 지니고 가비라성에 들어가서 걸식을 하는데, 이때 난타가 절에 사람이 없는 것을 보고 곧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청소를 하고는 곧 집으로 돌아가리라.’ 드디어 땅을 쓸고 있는데 세존께서 이를 아시고 신통력으로써 깨끗이 청소한 곳에 오물이 도로 가득하게 하시니, 또 생각하였다. ‘내가 이 오물을 청소하고 나서 돌아가리라.’ 비로 쓸어갔지만 오물이 끝이 없으니 또 생각하였다. ‘안 되겠다. 문이나 닫고 가야겠다.’
022_0664_a_01L이 문을 닫고 나서 저 문을 닫을 때에 부처님께서 이 문이 도로 열리게 하시니, 드디어 화가 나서 또 이런 생각을 하였다. ‘설사 도둑이 들어와서 절을 부순들 걱정할 게 무어냐. 내가 마땅히 왕이 될 터인데, 다시 백이고 천이고 좋은 절을 지어서 이보다 좋게 하면 될 것이니, 나는 집으로 돌아감이 마땅하다. 만약 큰 길로 간다면 세존을 만날까 무섭다.’ 이렇게 생각하고는 곧 작은 길로 가는데 부처님께서 그것을 아시고 작은 길로 오시니, 그가 멀리 부처님을 보고는 만나지 않고자 하여 길 옆 숲 그늘이 늘어진 곳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부처님께서 나뭇가지로 하여금 높이 쳐들리게 하시니, 그 몸이 드러났다. 부처님께서 물으셨다. “난타야, 네가 어디서 오느냐. 나를 따라가자.” 그는 부끄러워하면서 부처님을 따라갔다. 부처님께서 이렇게 생각하셨다. ‘이건 그 아내가 그리워서 그러는 것이니, 마땅히 떨어지게 하리라.’ 곧 그를 데리고 가비라성에서 나와 실라벌성으로 가셨다. 그리하여 그곳 비사카녹자모원에 머무셨다.
그때 비사카녹자모가 들으니, 부처님께 난타라는 아우가 있어 몸이 금빛과 같고 30상을 갖췄으며 부처님보다 네 손가락만큼 짧은데 부처님과 함께 왔다고 하는지라, ‘내가 잠깐 가서 예배하면 혹 볼 수도 있으리라’고 생각하였다. 이때 난타가 아침 식사 때에 의발을 지니고 성에 들어가서 걸식하다가 차례로 돌아 녹자모의 집에 이르렀다. 비사카가 그의 용의(容儀)를 보니 상호가 빛나고 단정함이 다른 이와 같지 않은지라, 곧 이런 생각을 하였다. ‘이것이 어찌 부처님의 아우가 아니랴.’
022_0664_b_01L곧 청정한 믿음을 일으켜서 그 두 발에 절하는데 손이 그의 몸에 닿았다. 그 여인의 몸은 부드러웠다. 여자란 본시 독을 접촉함과 같아서 가까이 하면 곧 손해가 되는지라, 난타는 타고난 성품이 음욕이 많아서 곧 깨끗하지 못한 마음이 일어났다. 드디어 그는 정액을 흘리니, 비사카의 머리 위에 그것이 떨어졌다. 세존께서 그것을 아시고는 그 부정한 것을 변화하여 소합향유(蘇合香油)로 만드시니, 손에 닿은 것을 맡아 보고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어떻게 해서 이렇게 미묘한 향유가 여기에 있을까. 필시 부처님께서 신통으로 이것을 향물로 변화하신 것이다.’
드디어 희유하고 기쁜 마음이 나서 찬탄하였다. “거룩하셔라. 부처님이시여, 거룩하셔라. 달마님이시여, 거룩하셔라. 승가님이시여, 거룩하신 말씀, 불가사의한 법률이 능히 이와 같이 난타처럼 정욕 많은 무리도 불법 가운데에 던져서 오로지 범행을 닦게 하시옵니다.” 그때 저 난타가 뉘우치는 마음을 일으켰다. ‘어찌 이것이 내가 중교죄(衆敎罪)를 범한 것이 아니랴.’ 마침내 그는 모든 비구들에게 고백하였다. 비구들이 이 일을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난타는 범함이 없다. 만약 이와 같이 음욕 많은 사람이 있으면 마땅히 가죽주머니에 담을지니, 의혹을 하지 말지니라.”
그런데 부처님께서 음욕 많은 사람은 가죽주머니를 지니라고 하셨으나 비구들이 무슨 가죽으로 해야 할지 모르니, 부처님께서 양ㆍ사슴ㆍ쥐의 세 가지 가죽으로 하라고 하셨다. 날 것으로 사용하니 곧 냄새가 났다. 그래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익혀서 쓸 것이며, 씻어서 말리라.” 말릴 때 여자를 보고 추한 생각이 나서 정액이 흘러내려 아래옷을 더럽히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두 개를 만들어서 하나를 말릴 동안 하나는 붙이라.” 때로는 정액이 많아서 가죽이 젖어 물드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 속에 모래를 넣는 것이 좋다.” 어느 비구가 그것을 붙이고서 식사도 하고 탑사도 돌고 하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풀어서 보지 않는 곳에 두고 손을 깨끗이 씻고 나서 식사도 하고 예경도 하라.”
뒤에 한 때 난타가 돌 위에 앉았다가 손타라를 생각하고, 그 돌 위에 그의 모양을 그리고 있었다. 그때 대가섭이 지나가다 보고 물었다. “난타여, 그대는 무엇을 하는가?” “대덕이여, 나는 손타라의 모양을 그렸습니다.” “구수여,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두 가지 일을 시키셨나니, 하나는 정(定)을 익히는 것이요, 하나는 경을 독송하는 것이다. 그대는 이제 이것을 버리고 스스로 아내의 모양을 그린단 말인가.” 그가 듣고는 묵묵히 있었다.
022_0664_c_01L가섭이 이 일을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 생각하였다. ‘비구가 그림을 그리면 이런 허물이 생긴다’ 그리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난타라는 어리석은 사람이 손타라를 생각하고 그 모양을 그렸다. 이 뒤에 비구들은 마땅히 그림을 그리지 말라. 만약 그리는 자는 법 어기는 죄를 얻느니라.”
그 뒤로 비구들이 부처님께서 그림을 제지하신 것을 듣고 탑사의 처소에 향을 바르는 것도 감히 못하니, 부처님께서 아난타에게 물으셨다. “어찌하여 여래의 터럭과 손톱 솔도파(窣覩波)에 향을 바르고 향니(香泥)를 땅에 뿌리지 않느냐?” 아난타가 그 연유를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마땅히 향니를 쓰는 것은 마음대로 바르고 닦고 하되 중생의 형상은 그리지 말라. 그러는 자는 법 어기는 죄를 얻느니라. 그러나 만약 시체나 해골의 모양을 그리는 것은 범함이 없느니라.”
022_0665_a_01L부처님께서 난타가 어리석어서 아직도 그 아내를 생각하고 애정을 버리지 못하니 마땅히 방편을 써서 그치게 하리라 생각하시고 그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일찍이 향취산(香醉山)을 보았느냐?” “보지 못하였나이다.” “만약 그렇거든 내 옷을 잡아라.” 난타가 곧 나아가서 부처님의 옷을 잡았다. 이때 세존께서 마치 거위왕[鵝王]과 같이 허공으로 올라가서 향취산에 이르러 난타를 이끌고 좌우를 돌아보니 한 과수 밑에 암 원숭이가 보였다. 눈이 하나 없는데 그것이 낯을 들고 똑바로 세존을 보고 있었다.
부처님께서 난타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저 애꾸 원숭이가 보이느냐?” “예, 보입니다.” “네 생각에 어떠하냐. 저 애꾸 원숭이와 손타라를 비교하면 어느 것이 수승하겠느냐?” “저 손타라는 석가족으로서 마치 천녀와 같은 제일가는 용의가 세상에 둘도 없사온데, 저 원숭이를 그에 견주면 천만억 분의 일에 어찌 미치겠나이까?”
난타가 곧 환희원(歡喜園)ㆍ채신원(婇身園)ㆍ추신원(麤身園)ㆍ교합원(交合園)ㆍ원생수(圓生樹)ㆍ선법당(善法堂) 이와 같은 등 모든 하늘 동산의 꽃과 과일과 욕지(浴池)가 있고, 기쁨과 즐거움이 넘치는 수승한 유희처(遊戱處)를 다 모두 두루 살피었다. 다음은 선견성(善見城)으로 들어가 보니 또 갖가지 악기의 미묘한 음악이 가득하고 넓직한 집에 상(狀)과 휘장이 번쩍이는데, 곳곳에 아름다운 천녀들이 있어 서로 즐기고 있었다.
난타가 두루 보다가 한 곳을 보니 오직 천녀만이 있고 남자가 없었다. 문득 천녀에게 물었다. “다른 곳에는 남녀가 섞여서 모든 쾌락을 받는데 그대들은 어찌하여 여인들만으로 있는가?” 천녀가 대답하였다. “세존께 아우가 있어 이름이 난타인데, 이제 불문에 출가하여 오로지 범행을 닦습니다. 그 분이 목숨을 마친 뒤에는 여기에 태어나게 되므로 우리는 여기서 그를 기다리는 것입니다.”
난타가 듣고는 기뻐 날뛰면서 급히 부처님한테로 돌아가니, 세존께서 물으셨다. “너는 모든 하늘의 수승하고 묘한 일을 보았느냐?” “보았나이다.” “보니 어떠하더냐?” 그가 본 대로를 갖추어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천녀도 보았느냐?” “예, 보았나이다.” “그 모든 천녀와 손타라와 비교하면 누가 더 수승하고 묘하겠느냐?” “세존이시여, 손타라를 이 천녀들에 견준다면 도리어 향취산의 애꾸 원숭이를 손타라에게 견주는 것과 같아서 백천만 분의 일에도 못 미치나이다.”
022_0665_b_01L부처님께서 난타에게 말씀하셨다. “청정한 행을 닦는 자는 이러한 수승한 이익이 있으니, 너도 이제 마땅히 범행을 착실히 닦으면 장차 천상에 나서 이러한 쾌락을 받으리라.”
난타가 듣고는 기뻐하면서 잠잠히 있었다. 그때 세존께서 난타를 데리고 곧 천상에서 서다림으로 내려오셨다. 이때부터 난타는 천궁을 사모하면서 범행을 닦으니, 부처님께서 그 뜻을 아시고 아난타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이제 모든 비구들에게 가서 한 사람이라도 난타와 자리를 같이하여 앉거나, 같은 곳에서 거닐거나, 한 횃대에 옷을 같이 걸거나, 한 곳에 발우나 물병을 함께 두거나, 같은 곳에서 경전을 독송하거나 하지 말라고 일러라.” 아난타가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비구들에게 고하니, 비구들이 성지(聖旨)대로 받들어 행하였다.
이때 난타가 모든 사람들이 자기와 함께하지 않는 것을 보고 아주 부끄럽게 생각하였다. 그 뒤 어느 때, 아난타가 모든 비구들과 함께 공시당(供侍堂)에서 옷을 꿰매고 있으니 난타가 보고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모든 비구들이 모두 나를 버리고 한자리에 함께 있어 주지 않는데, 그러나 아난타만은 내 아우이니 어찌 나를 싫어하랴.’ 곧 아난타의 곁으로 가서 함께 앉으니, 이때 아난타가 곧 일어나서 피하였다. 난타가 말하였다. “모든 다른 비구들은 나를 버리는 것을 보더라도 용납할 수 있지만, 그대는 나의 아우인데 어찌 역시 나를 싫어하는가?”
아난타가 대답하였다. “진실로 무리 아닌 말씀이오. 그러나 당신은 딴 길을 가고 있으니, 내가 가는 길과 다르므로 피하는 것이오.” “어느 것이 나의 길이고, 어느 것이 그대의 길이란 말인가?” “당신은 천상에 나기를 바라면서 범행을 닦고 있고, 나는 열반을 위하여서 욕심과 지저분한 것을 제거하는 것이오.” 난타가 이 말을 듣고는 배나 더 고민하였다.
022_0665_c_01L그때 세존께서 그의 마음속을 아시고 난타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일찍이 나라카[捺落迦]를 본 일이 있느냐?” “못 보았나이다.” “너는 내 옷을 붙잡아라.” 난타가 곧 나아가 붙잡으니, 부처님께서 데리고 지옥으로 가셨다. 그때 세존께서 한쪽에 서서 난타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이제 지옥을 골고루 구경하여라.”
난타가 처음은 회하(灰河)를 보고 다음은 검수(劍樹)ㆍ분뇨(糞尿)ㆍ화하(火河)를 보았다. 거기서 모든 중생들이 갖가지 고통받는 것을 보니, 혹은 쇠사슬로 혀를 뽑고 이를 뽑고 눈을 뽑으며, 혹은 톱으로 몸을 가르고 도끼로 수족을 자르며, 혹은 창으로 몸을 찌르고 몽둥이로 치고 철퇴로 부수며, 혹은 끓는 구리쇳물을 입에 붓고 혹은 칼산ㆍ칼나무에 오르게 하며, 혹은 방아에 찧고 멧돌에 갈며, 구리기둥과 철상(鐵床)에서 온갖 극심한 고통을 받았다. 또 보니 맹렬한 불이 타오르는 철가마에 중생들을 삶고 있었다. 이와같이 고통 받는 일들을 보았다.
그런데 한 큰 철가마에는 삶아지는 중생이 없었다. 이런 것을 보고 겁에 질려서 떨면서 옥졸에게 물어보았다. “다른 철가마에는 모두 중생을 삶고 있는데 유독 이 가마만은 공연히 끓고만 있으니 무슨 까닭인가?” 옥졸이 대답하였다. “부처님의 아우 난타가 천상에 나기만을 원하면서 범행 닦는데, 천상에 태어나서 잠시 쾌락을 받겠지만 거기서 목숨을 마치면 이 가마 속에 들어갈 것이므로, 내가 이제 가마를 끓이면서 기다리는 것이오.” 난타가 듣고는 크게 놀라고 무서워서 모발이 곤두서고 진땀이 흘렀다. ‘여기서 만약 내가 난타라는 것을 알게 되면 당장에 산채로 가마 속에 들어가게 될지도 모른다.’
022_0666_a_01L이렇게 생각하고는 급히 달려 세존께 가니, 부처님께서 물으셨다. “지옥을 다 보았느냐?” 난타가 울면서 아주 작은 소리로 아뢰었다. “보았나이다.” “보니 어떠하더냐?” 난타가 본 대로를 자세히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혹 인간을 원하고 혹 천상을 구하여서 하는 것이라면 비록 부지런히 범행을 닦더라도 이와 같은 허물이 있느니라. 그러므로 너는 이제 열반을 구하여서 범행을 닦을 것이요, 천상에 나기를 즐겨하여 애쓰지 말지니라.” 난타가 듣고는 부끄럽고 송구하여서 묵묵히 대답이 없었다.
그때 세존께서 그의 뜻을 아시고는 지옥에서 나와 서다림에 이르러서는 곧 난타와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안에 세 가지 때[垢]가 있으니 음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이니라. 이것을 멀리 버려야 하나니, 너희는 닦아 배울지니라.” 그때 세존께서 서다림에 계신 지 여러 날이 되지 않았는데, 인연을 따라서 중생을 교화하시고자 하시어, 모든 무리들을 데리고 점파국(占波國)으로 가셔서 게가지(揭伽池)가에 계셨다.
이때 저 난타가 5백 비구와 함께 역시 부처님을 따라서 세존의 처소에 이르러서 부처님의 발에 절하고 한쪽에 앉아 있었다. 부처님께서 무리들이 앉은 것을 보시고 난타에게 말씀하셨다. “내게 법이 있으니 처음도 중간도 뒤도 선한 것이며, 글 뜻이 교묘하며, 순일하고 원만하여 범행을 깨끗하게 하나니 이른바 입모태경(入母胎經)이니라. 너희는 자세히 듣고 극진히 마음을 가다듬어 잘 생각하여라. 내가 이제 너희들을 위하여 말하리라.” 난타가 말하였다. “그렇게 하여 주시옵소서. 즐기어 듣겠나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비록 모태(母胎)가 있다 하나, 들어갈 수 있는 것과 들어갈 수 없는 것이 있느니라. 어떠한 것이 생을 받아 모태 중에 들어가는 것인가. 만약 부모가 물든 마음으로 함께 음란한 사랑을 하되 그 어머니의 배가 깨끗하고 월기(月期)의 때가 오면 중유(中有)가 앞에 나타나는데, 마땅히 알라. 이때가 모태에 드는 것이니라. 이 중유의 형상에 두 가지가 있으니 하나는 형색이 단정함이요, 하나는 용모가 추루함이니라.
022_0666_b_01L지옥의 중유(中有)는 용모의 추루함이 불탄 나무등걸과 같고, 방생(傍生)의 중유는 그 빛이 연기와 같으며, 아귀(餓鬼)의 중유는 그 빛이 물과 같고, 인간ㆍ천상의 중유는 모양이 금색과 같으며, 색계(色界)의 중유는 형색이 선명하게 희고, 무색계천(無色界天)에는 원래 중유가 없으니 빛이 없는 때문이니라. 중유의 중생이 혹 두 손ㆍ두 발이기도 하고, 혹 네 발이거나 많은 발이기도 하며, 혹은 또 발이 없는 것도 있는데 각기 전생의 업을 따라서 태어날 곳에 응하되 그 중유는 곧 그 모양과 같이 된다.
만약 하늘의 중유라면 머리가 위로 향하고, 인간ㆍ방생ㆍ귀신은 횡(橫)으로 가며, 지옥의 중유는 머리가 곧장 아래로 향하는데, 대체로 모든 중유는 다 신통을 갖춰서 허공을 타고 가느니라. 그리고 마치 하늘 눈과 같이 멀리 날 곳을 보느니라. 월기(月期)가 온다고 하는 것은 납태(納胎)하는 때를 말하는 것이다. 난타야, 모든 여인들이 혹은 3일을 지나고, 혹 5일ㆍ반 달ㆍ한 달을 지나며, 혹은 인연을 기다리기에 오랜 동안을 지나서 월기의 물이 바야흐로 오기도 하느니라.
만약 어느 여인이 몸에 위세가 없고 많은 고생을 하여 형용이 추루하며 좋아하는 음식이 없으면 월기가 비록 오더라도 빨리 그쳐버리는 것이니, 그건 마치 마른 땅에 물을 뿌릴 때 곧 마르는 것과 같다. 만약 어느 여인이 몸에 위세가 있고 항상 안락함을 받아서 용의가 단정하고 좋은 음식을 얻으면 있는 바 월기가 빨리 그치지 않나니, 마치 젖은 땅에 물을 뿌리면 곧 마르지 않는 것과 같으니라. 어떤 것이 들어가지 않는 것이냐. 만약 아버지의 정(精)이 나올 때 어머니의 정이 나오지 않거나 어머니의 정은 나오되 아버지 정이 나오지 않으며, 혹 모두 나오지 않으면 다 태에 들어가지 못하느니라. 또 만약 어머니가 깨끗하지 않은데 아버지는 깨끗하며 아버지는 깨끗하지 않은데 어머니만 깨끗하며, 혹 함께 깨끗하지 않으면 또한 수태하지 못하느니라.
022_0666_c_01L만약 어머니의 근문(根門)에 풍병(風病)이 있거나, 혹은 황병(黃病)ㆍ담음(痰癊)이 있거나, 혹은 혈기(血氣)로 태결(胎結)이 되거나, 혹은 육증(肉增)이 되거나, 혹은 약을 복용하거나, 혹은 맥복병(麥腹病)ㆍ의요병(蟻腰病)이거나, 혹은 산문(産門)이 낙타의 입과 같거나, 혹은 그 가운데가 뿌리 많은 나무와 같거나, 보습[犁]과 같거나, 수레의 멍에와 같거나, 등나무 가지와 같거나, 나뭇잎과 같거나, 보리꺼럭과 같거나, 혹 배 아래가 깊거나, 위가 깊거나, 혹 태기(胎器)가 아니거나, 혹 항상 피가 흐르거나, 혹 또 물이 흐르거나, 혹 갈가마귀 입과 같이 항상 열려서 합하지 않거나, 혹 상하 4변이 넓고 좁음이 같지 않거나, 혹 높고 얕은 요철이 있거나, 혹 내부에 충이 있어서 염증이 생기고 헐어서 부정하거나 하여 어머니에게 이러한 결점이 있으면 모두 수태하지 못하느니라.
혹 부모는 존귀한데 중유가 비천하거나, 중유는 존귀한데 부모가 비천하거나 하여도 역시 태를 이루지 못하며, 또 부모와 중유가 함께 존귀하더라도 업이 화합하지 않으면 역시 태를 이루지 못하며, 만약 그 중유가 앞에 말한 경우의 곳에서 남녀의 두 사랑이 없으면 역시 수생(受生)하지 않느니라. 난타야, 어떻게 중유가 모태에 들어가는가 하면, 만약 어머니의 배가 깨끗할 제 중유가 나타나서 욕사(欲事)하는 것을 보고, 위에 말한 바와 같은 여러 가지 병폐만 없으며, 부모와 자식이 서로 같은 업을 느끼면 바야흐로 모태에 들어가게 되느니라. 또 저 중유가 태에 들어가고자 할 때에 마음이 곧 뒤바뀌어서 만약 그것이 남자이면 어머니에게 사랑을 내고 아버지에게 미움을 내며, 만약 그것이 여자이면 아버지에게 사랑을 내고 어머니에게 미움을 내느니라.
그리고 과거생에 지은 업으로 망상을 일으키고 사특한 마음을 지어서 차고 냉한 생각, 큰 바람, 큰 비, 또는 구름과 안개에 생각을 내며, 혹은 대중의 시끄러운 소리를 듣기도 하는데 이러한 생각을 하고는 업의 우열을 따라서 다시 열 가지 허망한 생각을 일으키느니라. 그 열 가지란 어떠한 것인가. 나는 이제 저택에 들어간다. 나는 이제 누각에 오른다. 나는 이제 대전(臺殿)에 오른다. 나는 이제 평상자리[床座]에 오른다. 나는 이제 초암(草菴)에 들어간다. 나는 이제 엽사(葉舍)에 들어간다. 나는 이제 풀섶으로 들어간다. 나는 숲 속으로 들어간다. 나는 담장 구멍으로 들어간다. 나는 울타리 사이로 들어간다고 하는 것이니라.
022_0667_a_01L난타야, 그때 중유가 이러한 생각을 하고는 곧 모태에 들어가나니 마땅히 알라. 수태하는 것을 갈라람(羯羅藍)이라고 하나니, 아버지의 정과 어머니의 피가 다른 것이 아니라 부모의 정과 피가 화합하는 인연으로 식(識)의 인연하는 바 의지가 되어 머무는 것이니, 비유하건대 우유병에 송곳을 넣고 인공으로 흔들어 돌리기를 마지않을 제 타락이 나오고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안 나오는 것처럼, 부모의 깨끗하지 않은 정과 피와 갈라람 몸과의 관계도 역시 이와 같으니라.
또 난타야, 네 가지 비유가 있으니 잘 들어라. 마치 푸른 풀에 의하여 벌레가 생기게 되는데, 풀이 벌레는 아니지만 벌레가 풀을 떠난 것이 아니니, 그래서 풀에 의지하는 인연이 화합하여 벌레가 생겨나니 몸이 푸른빛이니라. 난타야, 마땅히 알라. 아버지의 정과 어머니의 피와 갈라람 몸도 이와 같아서 인연이 화합하여 원소[大種]와 감관[根]이 생겼느니라. 마치 쇠똥에 의하여 벌레가 생기는데, 똥이 벌레는 아니지만 벌레가 똥을 떠난 것이 아니니, 그래서 똥에 의지하는 인연이 화합하여 벌레가 생겼나니 몸이 누른빛이니라. 난타야, 마땅히 알라. 아버지의 정과 어머니의 피와 갈라람 몸도 이와 같아서 인연이 화합하여 원소와 감관이 생기느니라.
마치 대추에 의하여 벌레가 생기는데, 대추가 벌레는 아니지만 벌레가 대추를 떠난 것이 아니니, 그래서 대추에 의지하는 인연이 화합하여 벌레가 생겨나니 빛이 붉은빛이니라. 난타야 마땅히 알라. 아버지의 정과 어머니의 피와 갈라람 몸도 이와 같아서 인연이 화합하여 원소와 감관이 생기느니라. 마치 타락[酪]에 의하여 벌레가 생기면 몸이 흰빛이니 널리 설하고 나아가 인연이 화합하여 역시 원소와 감관이 생기느니라.
022_0667_b_01L또 난타야, 부모의 깨끗하지 못한 것에 의한 갈라람이기 때문에 지계(地界)가 앞에 나타나서 곧은 것이 성품이 되고, 수계(水界)가 나타나서 젖는 것이 성품이 되며, 화계(火界)가 나타나서 따뜻한 것이 성품이 되고, 풍계(風界)가 나타나서 가볍게 움직이는 것이 성품이 되느니라. 난타야, 만약 부모의 깨끗하지 않은 것으로 된 갈라람 몸이 다만 지계뿐이고 수계가 없다면 곧 건조하여 모두 흩어지리니, 비유하면 손으로 마른 보릿가루나 마른 재를 쥐는 것과 같으리라. 만약 수계만 있고 지계가 없다면 곧 흘려져서 기름이나 물처럼 될 것이다. 그런데 수계로 말미암아 지계가 흐르지 않으며 지계로 말미암아 수계가 흐르지 않는 것이니라.
난타야, 갈라람 몸에 지계ㆍ수계만 있고 화계가 없다면 곧 썩어 없어지는 것이 마치 여름철 그늘에 있는 고깃덩이와 같으리라. 난타야, 갈라람 몸에 다만 지계ㆍ수계ㆍ화계만 있고 풍계가 없다면 곧 능히 일어나고 커지지 않으리라. 이런 것들은 다 전 세상의 업이 인이 되고 다시 서로 연이 되어서 서로 부르고 느끼면서 의식이 생기며, 지계가 능히 지탱하고, 수계가 능히 껴잡으며, 화계가 능히 익히고, 풍계가 능히 키우느리라.
난타야, 또 어떤 사람이 사탕을 조제할 제 공기를 불어넣어서 커지게 하면 그 속이 비어서 마치 연뿌리와 같이 되는데, 이 몸 안에 원소[大種]인 지ㆍ수ㆍ화ㆍ풍이 업력으로 커지는 것도 역시 이와 같으니라. 난타야, 부모의 부정으로 갈라람의 체가 없으면 또한 어머니의 배도 없으며 또한 이 업도 없으며, 인도 없고 연도 없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여러 연이 화합하여야 비로소 태가 있게 된다. 마치 새로운 종자가 바람과 태양에 손상되어 파괴되지 않고 좋은 밭에 적절하게 잘 놓여져 윤택함이 있어서 이러한 인연 화합으로 바야흐로 싹과 줄기가 생겨나고 이어서 가지와 꽃과 열매가 증장하게 되는 것과 같다.
022_0667_c_01L난타야, 이러한 종자가 인연 화합을 떠나서, 싹이 나는 것이 아니니 마땅히 이와 같이 알라. 오직 부모만도 아니요, 업만도 아니며, 다른 인연만으로도 태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요컨대 부모의 정혈(精血)과 인과 연이 화합하여야 바야흐로 태가 있는 것이니라. 난타야, 저 눈 밝은 사람이 불을 구하기 위하여 일광주(日光珠)를 한낮에 마른 쇠똥 위에 놓으면 바야흐로 불이 생기나니, 마땅히 이와 같이 알라. 부모의 정혈과 인과 연이 합하므로 비로소 태가 생기느니라. 부모의 부정으로 이룬 갈라람은 색(色)이라고 하고, 수(受)ㆍ상(想)ㆍ행(行)ㆍ식(識)을 명(名)이라고 하여 이것을 명색이라고 하느니라.
이렇게 쌓이고 모인 것이 나쁜 명색으로서 모든 존재[有]에 의탁하여 나는데, 그것이 찰나 동안이라 하더라도 나는 찬탄하지 않느니라. 왜 그러냐 하면 모든 존재 가운데에 태어나는 것은 큰 고통이기 때문이니라. 그것은 마치 더러운 똥이 아무리 적어도 역시 냄새가 나는 것과 같아서 모든 유(有) 가운데에 나는 것이 잠깐이라 하더라도 역시 괴로우니라. 이 5온(蘊)인 색ㆍ수ㆍ상ㆍ행ㆍ식은 나고 머물고 자라고 쇠하여 무너지나니, 나는 것이 곧 고통이요, 머무는 것이 곧 병이며 자라고 쇠하고 무너지는 것이 곧 늙어서 죽는 것이니라. 이러므로 난타야, 누가 유(有)의 바다에 맛을 붙이어 모태 중에 누워서 이 심한 고통을 받겠느냐.
그리고 난타야, 대체로 태에 드는 것을 일반적으로 말하면 38의 7일이 있느니라. 첫 7일 동안은 태가 어머니 뱃속에 있는 것이 앵두와 같고 종기와 같은데, 더러운 데 누워 있는 것이 마치 냄비 속에 들은 것 같으니라. 신근(身根)과 식(識)이 한 곳에 있는 것을 높은 열로 지지고 볶아서 심한 신고를 받나니, 이것을 갈라람이라고 한다. 죽물과 같고, 혹은 우유와 같은 것을 7일 동안에 내부의 열로 지지고 볶아서 지계(地界)의 굳은 성품과 수계(水界)의 젖는 성품과 화계(火界)의 더운 성품과 풍계(風界)의 움직이는 성품이 비로소 나타나느니라.
022_0668_a_01L난타야, 제2, 7일 동안은 태가 어머니 뱃속에서 더러운 데 누워 있는 것이 냄비 속에 있는 것과 같으니라. 신근과 식이 한 곳에 있는 것을 높은 열로 지지고 볶아서 심한 신고를 받는데, 어머니 뱃속에서 바람이 스스로 일어나니 이것을 변촉(遍觸)이라고 하며, 먼저의 업으로 생기는 것으로서 저 태에 부딪치는 때를 알부타(頞部陀)라고 한다. 모양이 빡빡한 타락[酪]이나 엉긴 소[酥]와 같은데, 7일 동안 내부의 열로 지지고 볶아서 4계(界)가 나타나느니라.
난타야 제3, 7일도 자세한 말은 앞과 같으며, 어머니 뱃속에 바람이 있으니 이름을 도초구(刀鞘口)라 하며 먼저의 업으로 생기는 것으로서 저 태에 부딪치는 때를 폐시(閉尸)라고 한다. 모양은 쇠젓가락이나 지렁이 같은데 7일 동안 4계가 나타나느니라. 난타야, 제4, 7일도 자세한 말은 앞과 같으며, 어머니 뱃속에 바람이 있으니 이름을 내개(內開)라고 하며, 먼저의 업으로 생기는 것으로서 태전(胎箭)을 불어 치는 것을 건남(健南)이라고 한다. 모양은 신골[鞋緩]과 같고 혹은 온석(溫石)과 같으며 7일 동안 4계가 나타나느니라.
난타야, 제5, 7일도 자세한 말은 앞과 같고, 어머니 뱃속에 바람이 있으니 이름을 섭지(攝持)라고 한다. 이 바람이 태에 부딪치는 것이 다섯 모양으로 나타나니 두 팔뚝과 두 넓적다리와 머리이다. 마치 하늘에서 단비가 내리면 나무 숲이 무성하여 가지들이 크는 것처럼 이 다섯 모양의 나타남도 이와 같으니라. 난타야, 제6, 7일에는 어머니 뱃속에 바람이 있으니 이름을 광대(廣大)라고 한다. 이 바람이 태에 부딪쳐서 네 가지 모양이 나타나니 두 팔꿈치와 두 무릎이다. 마치 봄비에 풀에서 가지가 나는 것처럼 이 네 가지 모양이 나타나는 것도 마찬가지니라.
022_0668_b_01L난타야, 제7, 7일에는 어머니 뱃속에 선전(旋轉)이라는 바람이 있어, 이 바람이 태에 부딪치면 네 가지 모양이 나타나니 두 손과 두 발이다. 마치 물거품이나 물이끼처럼 나타나나니, 이 네 가지의 모양이 있느니라.
난타야 제8, 7일에는 어머니 뱃속에 번전(飜轉)이라는 바람이 있어, 이 바람이 태에 부딪치면 20가지 모양이 나타나니, 손과 발에 열 손가락과 열 발가락이 여기서 처음으로 나오는 것이 마치 새로운 비에 나무 뿌리가 나기 시작하는 것과 같으니라.
난타야, 제9, 7일에는 어머니 뱃속에 분산(分散)이라는 바람이 태에 부딪쳐서 아홉 가지 모양이 나타나니, 곧 두 눈ㆍ두 귀ㆍ두 콧구멍ㆍ입 그리고 밑에 있는 두 구멍이니라. 난타야, 제10, 7일에는 어머니 뱃속에 견편(堅鞭)이라는 바람이 태를 튼튼하게 하고, 또 이 7일에 모태 중에 보문(普門)이라는 바람이 태장(胎藏) 속에 불어서 마치 풍선[浮襄]처럼 기운을 가득히 채우느니라.
난타야, 제11, 7일에는 모태중에 소통(疎通)이라는 바람이 태에 부딪쳐서 아홉 구멍이 뚫어지게 하나니, 만약 어머니가 가거나 서거나 눕거나 작업을 할 때에 이 바람이 돌아서 구멍을 점점 크게 하느니라., 만약 바람이 위로 올라가면 윗구멍이 열리고 아래로 향할 때는 아랫구멍이 통하는 것이니, 마치 대장장이와 그 제자가 풀무질을 할 때 위아래로 기운이 통하는 것과 같으며, 일이 끝나면 바람이 곧 잦아지느니라.
난타야, 제12, 7일에는 어머니의 뱃속에 곡구(曲口)라는 바람이 있어 태를 좌우로 불어서 대소장(大小腸)을 만들며 마치 연뿌리와 같은 것이 몸을 의지하여 얽히어 있는 것과 같으니라. 이 7일에 또 천발(穿髮)이라는 바람이 있어 태 안에 130마디를 만들어 증감이 없으며, 또 바람의 힘으로 101금처(禁處)를 만드느니라.
022_0668_c_01L난타야, 제13, 7일에는 어머니 뱃속에 먼젓번 바람의 힘으로써 주림과 목마름을 알고, 어머니가 마시고 먹으면 그 영양분이 배꼽으로 들어가서 몸을 지탱하느니라. 난타야, 제14, 7일에는 어머니 뱃속에 선구(線口)라는 바람이 있어 그 바람이 태로 하여금 1천의 힘줄이 생기게 하여 몸 앞에 250, 몸 뒤에 250, 오른쪽에 250, 왼쪽에 250이 있게 되느니라.
난타야, 제15, 7일에는 어머니 뱃속에 연화(蓮花)라는 바람이 있어서 이것이 능히 태아[胎子]에 20가지 맥을 만들어서 모든 자미(滋味)를 흡수하게 하는데, 그것이 몸 앞에 다섯, 몸 뒤에 다섯, 좌편에 다섯, 우편에 다섯이 있게 되느니라. 그런데 그 맥에 갖가지 이름과 갖가지 색(色)이 있어 혹은 반(伴)이라고 이름하고 혹은 역(力)이라고 이름하며, 혹은 세(勢)라고 이름한다. 색에는 청ㆍ황ㆍ적ㆍ백ㆍ두(豆)ㆍ소(蘇)ㆍ유(油)ㆍ낙(酪) 등의 색과 다시 여러 가지 많은 색이 서로 조화되어 섞이었느니라.
>난타야, 그 20의 맥에 40의 맥이 각각 권속이 되어 모두 8백의 흡기(吸氣)하는 맥이 몸의 전ㆍ후ㆍ좌ㆍ우에 각각 2백씩 있느니라. 난타야, 이 8백의 맥에 각각 1백의 도맥(道脈)이 권속으로 서로 이어져서 모두 8만인데, 전ㆍ후ㆍ좌ㆍ우에 각각 2만씩 있느니라. 난타야, 이 8만의 맥에 다시 숱한 구멍이, 혹은 한 구멍 두 구멍에서 일곱 구멍까지 있는데, 이것이 하나하나 각각 털구멍으로 이어져서 마치 연뿌리에 많은 구멍이 있는 것과 같으니라.
022_0669_a_01L난타야, 제16, 7일에는 어머니 뱃속에 감로행(甘露行)이라는 바람이 있어서 이 바람이 능히 방편을 지어서 두 눈에 처소를 마련하고, 두 눈ㆍ두 귀ㆍ두 코ㆍ입ㆍ목구멍ㆍ가슴에 처소를 편히 마련하여 먹은 것이 들어갈 때 머무를 곳을 얻게 하고 능히 숨쉬는 기운이 통과 출입하게 하느니라. 마치 도자기공[陶帥]과 그 제자가 좋은 진흙덩어리를 가지고 바퀴 위에 놓고서 그 그릇의 모양을 따라서 잘 펴서 어긋남이 없도록 하는 것과 같이, 이 업의 바람도 능히 눈 등의 처소를 마련하여 형편을 따라서 잘 펴서 능히 숨쉬는 기운을 통과 출입하게 하여 실수가 없느니라.
난타야, 제17, 7일에는 어머니 뱃속에 모불구(毛拂口)라는 바람이 있어서 이 바람이 능히 태아[胎子]의 눈ㆍ귀ㆍ코ㆍ입ㆍ인후ㆍ가슴 등 먹고 받아들이는 곳을 미끄럽게 하여 기식(氣息)의 출입이 잘 되도록 하느니라. 마치 교장(巧匠)이 때가 낀 거울을 기름과 재 또는 세토(細土)로 문지르고 닦아서 깨끗하게 하는 것처럼 이 업의 바람도 이와 같이 처소를 잘 배치하여 걸림이 없이 하느니라.
난타야, 제18, 7일에는 어머니 뱃속에 무구(無垢)라는 바람이 있어 능히 태아로 하여금 6근(根)을 청정하게 하느니라. 마치 해와 달이 구름에 덮인 것을 거센 바람이 구름을 불어서 사방으로 흩어버리고 그 빛이 밝아지게 하는 것처럼 이 업의 바람의 힘이 태아로 하여금 6근을 청정하게 하는 것도 이와 같으니라. 난타야, 제19, 7일에는 어머니 뱃속에서 태아로 하여금 눈ㆍ귀ㆍ코ㆍ혀의 4근을 성취하게 하는데, 어머니 뱃속에 들어갈 때 먼저 몸ㆍ목숨ㆍ뜻의 3근을 얻느니라.
022_0669_b_01L난타야, 제20, 7일에는 어머니 뱃속에 견고(堅固)라는 바람이 태에 의하여 좌각(左脚)에 지절골(指節骨) 20과 우각(右脚)에 지절골 20을 생기게 하고, 족근(足跟)에 4골, 박(膊)에 2골, 슬(膝)에 2골, 비(髀)에 2골, 요과(腰髁)에 3골, 척(脊)에 18골, 늑(肋)에 24골, 또 좌수(左手)에 지절 20골과 우수에 지절 20골, 완(脘)에 2골, 비(臂)에 4골, 흉(胸)에 7골, 견(肩)에 7골, 항(項)에 4골, 함(頷)에 2골, 치(齒)에 32골, 촉루(觸髏)에 4골을 생기게 하느니라. 난타야, 마치 조소사(彫塑師)나 그 제자가 먼저 막대기로 대강의 모양을 만들고 다음은 노끈으로 감은 뒤에 진흙을 발라서 형상을 만드는 것처럼 이 업의 바람이 모든 뼈를 잘 맞춰 놓는 것도 이와 같으니라. 이 가운데 큰 뼈의 수가 2백이요, 나머지 작은 뼈는 제외하였느니라.
난타야, 제21, 7일에는 어머니 뱃속에 생기(生起)라는 바람이 능히 태아의 몸에 살이 생기게 하느니라. 마치 미장이[泥帥]가 먼저 진흙을 잘 이겨서 담장이나 벽에 바르는 것처럼 이 바람이 살을 살아나게 하는 것도 이러하니라. 난타야, 제22, 7일에는 어머니 뱃속에 부류(浮流)라는 바람이 있어, 이 바람이 능히 태자로 하여금 피가 생기게 하느니라. 난타야, 제23, 7일에는 어머니 뱃속에 정지(淨地)라는 바람이 있어 이 바람이 능히 태아로 하여금 피부가 생하게 하느니라. 난타야, 제24, 7일에는 어머니 뱃속에 자만(滋漫)이라는 바람이 있어서 이 바람이 능히 태아로 하여금 피부를 빛나게 하느니라.
022_0669_c_01L난타야, 제25, 7일에는 어머니 뱃속에 지성(持城)이라는 바람이 있어 이 바람이 능히 태아로 하여금 피와 살이 많아지게 하느니라. 난타야, 제26, 7일에는 어머니 뱃속에 생성(生成)이라는 바람이 있어서 이 바람이 능히 태아로 하여금 몸에 터럭과 손톱ㆍ발톱이 나게 하는데, 이것이 모두 맥과 서로 이어졌느니라. 난타야, 제27, 7일에는 어머니 뱃속에 곡약(曲藥)이라는 바람이 있어 이 바람이 능히 태아로 하여금 머리카락ㆍ털ㆍ손톱ㆍ발톱을 모두 다 성취시키느니라.
난타야, 그 태아가 전에 지은 악업으로 말미암아, 즉 모든 재물에 탐하고 인색하며 견고히 집착하여 은혜와 보시를 베풀지 않았으며, 부모와 스승의 가르침을 받지 않고 몸과 말과 뜻으로 좋지 않은 업을 밤낮으로 자꾸 지었다면 이 악업으로 말미암아 당연히 이 과보를 받는 법이라, 혹 인간에 나더라도 얻는 바 과보가 모두 뜻에 맞지 않아서 만약 모든 세상 사람들이 긴 것을 좋다고 하게 되면 저는 짧고, 만약 짧은 것으로 좋은 것을 삼으면 저는 길게 되며, 굵은 것을 좋다고 하면 저는 가늘고, 반대로 가는 것을 좋다고 하면 저는 굵어지며, 만약 마디가 다 붙은 것을 좋아하면 저는 떨어지고, 만약 떨어진 것을 좋아하면 저는 다 붙으며, 만약 많은 것을 좋아하면 저는 적고, 적은 것을 좋아하면 저는 많으며, 살찐 것을 사랑하면 곧 마르고, 마른 것을 사랑하면 곧 살찌며, 겁약한 것을 사랑하면 곧 거세고, 거센 것을 사랑하면 곧 겁약하며, 흰 것을 사랑하면 곧 검고, 검은 것을 사랑하면 곧 희어지느니라.
난타야, 또 악업으로 말미암아서 악보(惡報)를 받나니 귀먹거나, 눈멀거나, 벙어리며, 우둔하고, 추루하며, 나오는 음성도 사람들이 듣기를 즐거워하지 않으며, 수족은 꼬부라지고 앉은뱅이며, 형상은 아귀(餓鬼)와 같아서 친척들도 다 미워하여 서로 보려고 하지 않으니 더구나 다른 사람이리오. 제가 지닌 3업으로 남에게 말할 때 남들이 믿고 받아들이지 않으며, 뜻에도 두지 않느니라. 왜 그러한가. 그가 전 세상에 지은 모든 악업으로 이와 같은 과보를 받는 것이니라.
022_0670_a_01L난타야, 만약 그 태아가 전에 복업을 닦아서 주기를 좋아하고 아끼지 않으며 가난한 이를 불쌍히 여기고 모든 재물에 인색한 집착심이 없으며, 짓는 바 선업이 밤낮으로 늘었다면 당연히 수승한 과보를 받나니, 만약 인간에 태어나면 받는 바 과보가 모두 다 뜻에 맞아서 만약 세상 사람들이 긴 것을 좋아하면 길어지고, 짧은 것을 좋아하면 곧 짧아지느니라. 굵고 가는 것이 법도에 맞고 마디가 적당하며, 많고 적음과 살찌고 마름과 거세고 유순함과 얼굴빛이 모두 사랑스럽지 않은 것이 없으며, 6근이 구족하고, 단정하기 짝이 없으며, 말이 분명하고, 음성이 화아(和雅)하며, 인상(人相)이 모두 구족하여서 보는 자가 기뻐하며, 제가 지닌 3업으로 남에게 말할 때 남들이 다 믿고 받아들이어 공경하는 마음을 가지느니라. 왜 그러한가. 그가 전 세상의 모든 선업으로 이와 같은 과보를 얻었기 때문이니라.
난타야, 태아가 만약 남자이면 어머니의 오른쪽 옆구리에 쪼그리고 앉아서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어머니의 등을 향하고 있으며, 만약 여자이면 어머니의 왼쪽 옆구리에 쪼그리고 앉아서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어머니의 배를 향하고 있느니라. 그리고 생장(生藏) 밑과 숙장(熟藏) 위에 있어서 생 것은 내리누르고 익은 것은 위로 치받으니, 마치 5처(處)를 묶어서 납작하게 찔러 놓은 것과 같으니라. 그리하여 만약 어머니가 많이 먹거나 혹은 적게 먹거나 다 고통을 받는다. 이와 같이 만약 살찐 것을 먹거나, 마른 것을 먹거나, 아주 찬 것, 아주 뜨거운 것, 짠 것, 싱거운 것, 매운 것, 신 것, 혹은 너무 달거나 매운 것, 이런 것 등을 먹을 때 다 고통을 받는다.
022_0670_b_01L만약 어머니가 다닐 때 혹 급히 달려가거나, 혹 위태롭게 앉거나, 오래 앉거나, 오래 눕거나, 뛰거나 할 때 다 고통을 받느니라. 난타야, 마땅히 알라. 어머니의 태중에 처하는 데는 이와 같은 여러 가지의 괴로움이 있어 그 몸을 핍박하는데 그걸 이루 다 말할 수 없느니라. 사람 갈래에서도 이와 같은 것을 받으니, 하물며 나쁜 갈래인 지옥 가운데의 고난이랴. 이러므로 난타야, 어느 지혜 있는 자가 생사에 있기를 좋아하여 가없는 괴로움의 바다에서 이러한 액난을 받으려 하겠느냐.
난타야, 제28, 7일에는 어머니 뱃속의 태아가 문득 여덟 가지 뒤바뀐 생각을 내나니, 그 여덟 가지란, 이른바 집 생각[屋想], 타는 생각[乘想], 동산 생각[園想], 누각 생각[樓閣想], 수림 생각[樹林想], 평상자리 생각[床座想], 강 생각[河想], 못 생각[池想]이니라. 실은 이것이 없건만 망령되어 분별을 내는 것이니라. 난타야, 제29, 7일에는 어머니 뱃속에 화조(花條)라는 바람이 있어 이 바람이 능히 태아의 형색을 곱고 희고 정결하게 하거나, 혹은 업력으로 말미암아 검거나, 또는 푸르거나, 다시 여러 가지 추잡한 얼굴이 되게도 하고, 혹 건조하여 윤택이 없으며, 흰빛ㆍ검은빛이 색을 따라서 나오게 하느니라.
난타야, 제30, 7일에는 어머니 뱃속에 철구(鐵口)라는 바람이 있어 이 바람이 능히 태아에게 불어서 머리카락ㆍ털ㆍ손톱ㆍ발톱을 길게 하는데, 백과 흑의 모든 빛이 다 업을 따라서 나타나는 것은 위에 말한 바와 같다. 난타야, 제31, 7일에는 어머니 뱃속에서 점점 커져 이렇게 32, 7일ㆍ33, 7일ㆍ34, 7일에 와서는 더 커지느니라. 난타야, 제35, 7일에는 어머니 뱃속에서 지체(支體)가 구족하여지느니라. 난타야, 제36, 7일에는 그 자식이 어머니 뱃속에 있는 것을 좋아하지 않느니라. 난타야, 제37, 7일에는 어머니 뱃속에서 태아가 문득 세 가지 뒤바뀌지 않은 생각을 내나니, 이른바 깨끗하지 않은 생각ㆍ냄새나고 더러운 생각ㆍ어둔 생각이다. 부분만을 말하였다.
022_0670_c_01L난타야, 제38, 7일에는 어머니 뱃속에 남화(藍花)라는 바람이 있어서 능히 태아로 하여금 몸을 굴려서 밑으로 향하게 하고 길게 두 팔을 펴면서 산문(産門)으로 향하게 하느니라. 다음에 또 취하(趣下)라는 바람이 있어 업의 힘으로 말미암아서 바람이 태아에게 불어 머리는 밑으로 향하고 두 발은 위로 향하게 하여 가지고는 산문으로 나가게 하느니라. 난타야, 만약 저 태아가 전생 몸이 여러 가지 악업을 짓고서 인태(人胎)에 떨어졌다면 이 인연으로 출생하려고 할 때에 수족이 옆으로 뻗질러서 돌아나오지 못하고 곧 어머니 뱃속에서 목숨을 마치느니라.
이때 지혜 있는 여인이나 혹은 좋은 의사가 따뜻한 소와 기름이나 또는 느릅나무 껍질즙이나 다른 미끄러운 것을 손에 바르고 가운데 손가락에 아주 예리한 얇은 칼을 끼운다. 그 속은 칙간과 같아서 어둡고 더러운 냄새가 나는 고약한 구덩이인데 숱한 벌레가 항상 살고 있으며, 냄새나는 액즙이 항상 흐르고 정혈(精血)이 썩어 나는 곳이라 참으로 싫은 것이다. 엷은 가죽으로 악업의 피고름집을 덮은, 이 더러운 곳에 손을 밀어 넣어서 예리한 칼로 아이의 몸뚱이를 조각조각 베어내면, 그 어머니는 이 뜻밖의 일로 극심한 신고를 받다가 목숨을 마치는 일이 많고 설혹 살더라도 죽은 것이나 다름이 없느니라.
022_0671_a_01L난타야, 만약 저 태아가 선업으로 받는 바라면 설사 뒤바뀌었더라도 그 어머니를 상하지 않고 탈없이 출생하여 신고(辛苦)를 받지 않느니라. 난타야, 만약 이러한 액이 없이 보통인 자라면 37, 7일에 이르러서 출산하게 되는데, 이때 어머니는 큰 고통을 받아서 거의 죽어가다가 바야흐로 출산하느니라. 난타야, 너는 이런 것을 자세히 살펴보고 마땅히 떠나기를 구하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