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곳이었다. 그때 급고독장자가 매일 새벽에 서다림으로 가서 세존께 절하고는 절 안의 땅을 쓸었는데, 한 때 장자가 다른 일로 절에 들어오지 못하였다. 세존께서 거닐으시다가 땅이 깨끗하지 않은 것을 보시고, 세속심(世俗心)을 일으켜서 이렇게 생각하셨다. ‘저 제석천주로 하여금 향취산에서 비를 가지고 오게 하면 어떨까.’ 모든 부처님의 떳떳한 법은 부처님께서 세속심을 일으키면 개미새끼까지도 다 부처님의 뜻을 알지만, 만약 출세심을 일으키면 성문ㆍ독각도 오히려 모르나니 하물며 그 나머지 것들이 능히 헤아리겠는가.
그때 제석천이 이를 관찰하여 알고는 생각하였다. ‘큰 스승께서 무슨 까닭으로 세속심을 일으키셨을까.’ 결국 세존께서 몸소 서다림의 땅을 쓸으시고자 하시는 것임을 보았다. 이미 부처님의 생각이 그러함을 안 그는 곧 향취산으로 가서 5백 자루의 솜과 같이 가볍고 부드러운 것을 가지고 와서 부처님 앞에 섰다. 그때 세존께서 저 복을 좋아하는 중생으로 하여금 수승한 밭에 청정한 업을 심게 하고자 하시어, 곧 스스로 비를 잡고 동산을 쓸려고 하셨다. 이때 사리자ㆍ대목건련ㆍ대가섭파ㆍ아난타 등 모든 큰 성문이 이 일을 보고는, 모두 다 비를 잡고 함께 동산의 숲을 쓸었다.
022_0686_c_01L부처님과 성제자들이 두루두루 쓸고 나서 식당에 들어가서 자리에 앉으니,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대체로 청소하는 것에 다섯 가지 수승한 이익이 있느니라. 첫째는 자기의 마음이 청정한 것이요, 둘째는 남의 마음을 맑게 하는 것이며, 셋째는 모든 하늘이 기뻐하는 것이며, 넷째는 단정한 업을 심는 것이며, 다섯째는 목숨을 마친 뒤에는 마땅히 천상에 나는 것이니라.” 뒤에 급고독장자가 동산에 들어왔다가 부처님과 큰 제자들이 몸소 비를 들고 서다림을 쓸으셨다는 말을 듣고, 문득 이런 생각을 하였다. ‘여래 큰 스승님과 및 모든 성중들이 몸소 비를 들고 서다림을 쓸으셨는데 우리가 어떻게 감히 발로 밟을까.’
그때 저 장자가 송구하고 부끄러워 서서 감히 나아가지 못하니, 부처님께서 아시면서 짐짓 비구들에게 물으셨다. “서 있는 자가 누구인가?” 비구가 아뢰었다. “대덕이시여, 저것은 급고독장자이온데 부처님과 큰 제자들이 각각 친히 비를 들고 서다림을 쓸었다는 말을 듣고 부끄럽고 송구한 생각이 나서, 그 자리에 선 채 감히 앞으로 가지 못하나이다.”
부처님께서 장자에게 말씀하셨다. “입으로 경법을 외우면서 마땅히 앞으로 걸어라. 부처님이 법을 존중하는 까닭이며, 모든 아라한이 다 법을 존경하는 때문이니라.” 장자가 곧 게송[伽他]을 외우면서 부처님께 나아가 두 발에 절하고는 한쪽에 물러앉았다. 그때 세존께서 묘한 법을 설하시어 열어 보이고, 권하여 인도하고, 찬탄하여 격려하고, 경하하여 기뻐하게 하시니, 이때 장자가 법을 듣고 기뻐서 어쩔 줄 모르면서 하직하고 갔다.
022_0687_a_01L그때 모든 비구들이 모두 의심이 있어서 세존께 아뢰었다. “희유하십니다, 대덕이시여. 스스로 바른 법에 존중심을 내어 찬탄 공경하시오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제 여래는 물듦과 성냄과 어리석음을 떠났으며, 생ㆍ노ㆍ병ㆍ사를 멀리하였고, 근심ㆍ슬픔ㆍ괴로움이 없으며, 일체 지혜를 갖추었고, 모든 경계에 모두 자재함을 얻었기에 법을 존중하는 것이니, 정법을 찬탄함이 희유할 것이 없느니라. 너희들은 마땅히 알라. 내가 예전에 물듦ㆍ성냄ㆍ어리석음을 갖추었고, 생ㆍ노ㆍ병ㆍ사를 여의지 못하였고, 근심ㆍ슬픔ㆍ괴로움이 그대로 있었는데 법을 위한 인연으로 스스로의 신명(身命)을 버렸었나니, 너희는 이제 잘 들어라. 내가 마땅히 말하여 주리라.
먼 예전 바라니사 성중에 범수(梵授)라는 왕이 있어, 법으로써 세상을 교화하니 인민이 치성하고 안온하고 풍족하고 즐거웠더니라. 그때 범수왕이 깊이 바른 법을 믿고 품성이 어질고 착하여서 자신도 이롭고 남도 이롭게 하여 일체를 가엾이 하고 항상 은혜를 베풀었는데, 큰 자비를 지녔고 물들어 애착함이 없으매 일찍이 인색함이 없었더니라. 어느 때, 왕의 대부인이 문득 임신하였는데, 이상한 생각이 나면서 묘법을 듣고 싶어져서 부인이 이 뜻을 왕에게 말하였다. 왕이 상보는 사람에게 그 까닭을 물으니, 그가 아뢰었다. ‘왕비께서 성태(聖胎)를 배셨기 때문에 이런 생각이 나는 것입니다.’
그때 왕이 곧 법을 구하기 위하여 대신에게 명령하여 금을 상자에 가득히 채워가지고 두루 나라 지경을 돌면서 금을 바쳐서 법을 구하려고 애썼으나, 마침내 뜻을 이루지 못하였다. 달이 차 아들을 낳으니 얼굴이 뛰어나게 잘나고 모든 상호가 구족하였는데, 자세한 말은 딴 데서와 같다. 왕이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아이가 이렇게 단정하여서 보는 사람들을 즐겁게 하여 주니, 그래서 낳기 전에 벌써 묘법을 구한 것이었구나.≻ 종친들이 함께 모여서 이름을 어떻게 지을 것인가를 의논하는데, 한 대신이 아뢰었다. ‘왕자가 탄생하기도 전에 이미 묘법을 희구하였으니, 마땅히 이름을 구묘법(求妙法)이라고 할 일이옵니다.’
왕이 여덟 명의 유모로 하여금 젖을 먹여 기르니, 마치 연꽃이 물에서 나온 것과 같았다. 몸이 점점 장성하여 항상 묘법을 구하였으나 마침내 뜻을 이루지 못하였다. 왕이 죽은 뒤에 스스로 왕위를 계승하고 모든 신하들에게 고하였다. ‘경들은 나를 위하여 묘법을 구하라.’ 여러 신하들이 칙명을 받고 곧 금상자를 가지고 두루 섬부주 안을 돌면서 곳곳에 구하였으나, 법을 얻을 수가 없었다. 신하들이 왕에게 아뢰었다. ‘곳곳에 두루 구하였으나 법을 얻을 수 없습니다.’
022_0687_b_01L이때 구법왕이 소원을 채우지 못하여 항상 우울하게 지냈다. 하늘의 제석이 왕의 마음을 관찰하니 법을 구하지 못하여 근심하는 것임을 알았다. 그러므로 곧 이렇게 생각하였다. ≺왕이 비록 저러하나, 어느 정도로 참된 것인지 모르니 내가 마땅히 가서 시험하리라.≻ 드디어 큰 야차로 변신하여 손을 들고 눈을 부릅뜨니, 형용이 정말 무서웠다. 왕의 앞에 와 서서 문득 게송을 설하였다.
언제나 착한 법을 닦고 모든 나쁜 짓을 안 하면 이 세상에서도 뒷세상에서도 자나 깨나 항상 안락하리.
022_0687_b_05L常修於善法, 不作諸惡行, 此世及後生,
寤寐常安樂。
왕이 이 게송을 듣고 크게 기뻐서 야차에게 말하였다. ‘어지신 분이여, 나를 위하여 게송을 또 좀 설하여 주오.’ 야차가 말하였다. ‘왕이 내 말을 들어 준다면 내가 마땅히 설하리다.’ ‘좋습니다. 마음대로 하여도 어김이 없이 하겠으니, 원컨대 설하여 주오.’ 그때 야차가 말하였다. ‘대왕이여, 만약 진실로 법을 좋아한다면 불구덩이를 만들어서 7일 7야를 맹렬히 숯불을 피우고, 그 속에 몸을 던지시오. 그리하면 내가 마땅히 거듭 설하리다.’ 왕이 이 말을 듣고 배나 더 기뻐서 야차에게 말하였다. ‘이것을 어김없이 하리다.’
왕이 곧 나라에 영을 내렸다. ‘내가 묘법을 듣고자 하여 7일 후에는 마땅히 불구덩이에 들어갈 것이니, 모든 인연이 있는 희유한 것을 좋아하는 자는 와서 나를 보아라.’ 이렇게 알리니 온 나라가 다 알았고, 한량없는 중생들이 기일이 되자 모두들 모였다. 그리고 또 왕이 법을 존중하는 지극한 정성에 느낀 바 있어 허공 중에서 한량없는 백천 모든 하늘이 음악을 연주하고 향과 꽃을 올리면서 희유한 일에 경하하고 왕의 지성을 중히 여기어 모두 와서 모였다.
022_0687_c_01L그때 저 야차가 7일이 차니, 곧 허공으로 올라가면서 보살에게 말하였다. ‘때가 이미 되었으니 불구덩이로 들어가시오.’ 그때 대왕이 드디어 태자를 세워서 왕위를 계승하게 하고, 널리 여러 신하들을 불러서 ‘기뻐하라’ 하고 서로 하직하고는, 점점 불구덩이로 가까이 가서 그 둔덕에 서서 게송을 설하였다.
이렇게 타오르는 큰 불구덩이 해와 같은 홍염(紅焰)이 사람을 떨게 하네. 내가 이제 기쁘게 몸을 던지는 건 법을 위함이니 후회나 두려움 없으리.
022_0687_c_02L如是炎熾大火坑, 紅焰如日令人怖,
我今歡喜投身入, 爲法曾無悔懼心。
비록 불구덩이 속에 있더라도 결정코 희유한 일을 구하리. 맹화가 변하여 묘한 연못 되소서. 원컨대 이 복리를 중생에게 입히려 하노니.
022_0687_c_04L今我雖處火坑中, 決定當求希有事,
願此福利資舍識, 猛火變作妙蓮池。
대왕이 게송을 설하고는 문득 몸을 던져 불구덩이로 들어가니 몸이 겨우 떨어지자마자, 불구덩이가 연못으로 변하여 맑고 시원하기 이를 데 없었다. 이때 보살의 몸은 조금도 상함이 없었다. 하늘의 제석이 그 희유함을 보았다. 인간과 천상이 모두 귀의하고 존경하였다. 제석이 본래의 몸을 회복하고 왕을 위하여 거듭 앞 게송을 설하였다.
언제나 착한 법을 닦고 모든 나쁜 짓을 안 하면 이 세상에서도 뒷세상에서도 자나 깨나 항상 안락하리.
022_0687_c_11L常修於善法, 不作諸惡行, 此世及後生,
寤寐常安樂。
그때 보살이 게송을 받고는 못에서 나와 그것을 금엽(金葉)에 써서 섬부주의 모든 성ㆍ읍ㆍ취락에 돌려서 모두 배우고 닦게 하였느니라. 너희들 비구야, 다른 생각을 내지 말라. 그때 구법왕이었던 자가 바로 나였더니라. 법을 구하기 위하여 신명도 버렸거늘, 어찌 이제 승묘한 법에 존중심을 내지 않겠느냐. 이러므로 너희들은 마땅히 배우고 닦을지니라. 나는 묘법에 공경ㆍ공양ㆍ존중ㆍ찬탄하며, 이렇게 성심으로 법을 의지하여 사나니, 나를 이롭게 하고 남을 이롭게 하는 것이 법에 모두 구족하였느니라.” 비구들이 듣고는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하였다.
022_0688_a_01L부처님의 말씀과 같이, 만약 땅을 쓸면 다섯 가지 수승한 이익이 있다. 그때 어느 늙은 비구가 참선과 송경하는 일을 버리고 서다림으로 들어와서 몸소 땅을 모두 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일 맡은 사람[知事人]에게나 이렇게 청소를 하라고 말하였고, 모든 나이 많은 비구로서 수행을 하는 자에게는 아니하였노라. 그런데 내게 와서 좋은 법에 의하여 출가하는 자가 닦아야 할 업이 두 가지이니, 첫째는 정(定)을 익히는 것이요, 둘째는 경을 독송하는 것이니라.” 비구들이 부처님께서 일 맡은 사람에게만 가만히 이런 말씀을 하셨다는 것을 알았으나, 그 일 맡은 사람이 능히 서다림을 두루 다 쓸지 못하였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필요에 따라서 쓸어라. 그리고 매달 8일이나 15일에는 마땅히 건추(楗椎)를 울려서 승려들을 모두 집합시키고 함께 소제하라.” 그때 비구들이 부처님의 교칙을 받들고 땅을 쓸 때, 아예 속된 일을 이야기하여 호사천신(護寺天神)이나 사람 아닌 것들이나, 다른 무리들로 하여금 그 희론하는 것을 듣고 업신여기는 생각을 내게 하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래서는 안 된다. 마땅히 법어를 말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거룩하게 잠잠히 할지니라.” 비구들이 땅을 쓸고 나니 먼지와 흙이 몸에 묻어서 믿지 않는 사람들이 보고 업신여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소제하고 나서는 몸을 씻어서 더러움을 제거하라. 만약 목욕을 않으려거든 손에 물을 적셔서 먼지를 훔치고 손과 발을 평소와 같이 닦아라.”
부처님께서 매양 8일과 15일에는 상과 자리를 살펴보라고 하시니 비구들이 모두 하는지라, 그렇게 할 것 없이 제자들을 시켜서 자세히 살펴보게 하라. 벼룩과 이와 더러운 것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셨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바와 같이, 깨끗하게 쓸린 땅을 보면 경을 외우면서 밟아야 한다. 비구들이 땅에 물을 뿌린 뒤에 깨끗하게 쓸고 만다라를 지으니, 다른 사람들이 볼 때 감히 발로 밟지 못하였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마땅히 게송을 외우면서 밟고 지나가면 범계됨이 없나니, 의혹을 내지 말라. 모든 향대전(香臺殿)이나, 번깃대[旛竿]ㆍ탑사[制底]ㆍ여래의 몸 그림자도 이렇게 게송을 외우면서 밟을지니라. 만약 그렇지 않으면 법 어기는 죄를 얻느니라.”
022_0688_b_01L그때 북방에 한 국왕이 있었다. 그가 두 동자를 승광왕에게 보내어 나라의 신표를 삼으니, 하나는 이름이 타색가(馱索迦)요, 하나는 파락가(波洛迦)였다. 타색가는 능히 음식을 만들 줄 알고, 파락가는 상과 자리를 만들 줄 알았다. 대체로 변방 나라 사람들은 다분히 탐하여 먹는 성질이 있다. 매양 놀러나가는데, 문득 시중에 들어가서 남의 어물이나 음식을 제 마음대로 취하여 먹으니, 그 집주인이 곧 심하게 때렸다.
두 동자가 왕에게 돌아가서 아뢰었다. “대왕님, 내가 한 점포에서 고기와 밥을 조금 취하였더니 그 집사람이 몹시 나를 때려서 하마터면 죽을뻔 하였습니다.” 왕이 듣고 나서 시민들에게 칙명으로 고하였다. “너희들은 마땅히 알라. 자기의 음식은 자기가 잘 간직하라. 그리고 나의 이 두 동자를 구타하지 말라.” 그 뒤 어느 때, 왕이 조회를 마치고 잠시 쉬는데, 이때 두 동자가 좌우에서 왕을 위하여 안마를 하면서 왕의 발을 흔들었는데, 왕이 아무 말도 않는 것을 보고 하나가 “임금님이 주무신다”고 하니, 또 하나가 “그렇군” 하였다.
왕이 들으면서 생각하였다. “이 두 놈이 저희끼리 귓속말을 하는구나. 자는 척하고 들어보자.” 이때 타색가가 파락가에서 말하였다. “뒷세상이란 것이 있을까.” “어찌 그런 것이 있겠나.” 이번에는 파락가가 말하였다. “이 세상에 아라한이라는 것이 정말 있는가.” “이 세상에는 아라한과가 없는거야.”
022_0688_c_01L이때 왕이 이 두 동자의 말을 듣고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두 동자가 모두 나쁜 견해를 일으키는구나. 하나는 단견(斷見)이요, 하나는 사견(邪見)이로구나.’ 왕이 이 말을 대신들에게 하니, 대신들이 또 말을 옮기어 국내에 온통 이 두 동자가 사악한 소견에 빠진 사람이라는 것을 모르는 이가 없었다. 이때 급고독장자가 대중 가운데에서 분명히 사자후를 떨쳐서 이렇게 말한 일이 있었다. “만약 내 집에서 목숨을 마치는 자는 반드시 천상에 나게 되리라.” 왕이 이 말을 듣고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저 장자가 여기 오거든 내가 이 두 동자를 부탁하여야겠다.’
그 뒤 급고독장자가 왕의 처소에 왔는데 스스로 어린 동자를 거느리고 왔었다. 깔 것을 가져다가 자리에 깔고 나니, 동자는 밖으로 나가서 다른 동자들과 더불어 놀았다. 그 동자가 나간 뒤에 왕이 이런 생각을 하였다 ‘지금이 바로 좋은 기회다. 이 기회에 저 두 동자를 부탁하리라.’ 곧 가만히 문 지키는 사람에게 일렀다. “장자의 동자를 들여보내지 말아라.” 문지기는 명령을 받들어 들어오지 못하게 하였다.
장자가 오래 앉았다가 집으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둘레를 돌아보며 사동(使童)을 찾았다. 왕이 물었다. “장자여, 무엇을 찾는가?” “대왕님이시여, 사동을 찾습니다.” “장자여, 내게 두 동자가 있는데 이제 장자에게 주려 하니 데리고 가오.” 그가 왕의 뜻을 받아들이면서 생각하였다. ‘무엇 때문에 대왕님이 내게 이 두 동자를 주는 것일까. 필경 이 두 아이가 먼저부터 나쁜 소견을 가졌다더니, 대왕님이 이제 나를 시험해 보려고 내게 보내는 것이로구나.’
장자가 곧 데리고 집으로 돌아와서 창고를 맡은 사람에게 이 두 동자가 필요하다는 것은 모두 주라고 명령하고, 또 저자에 나가서 장사하는 사람들에게 만약 두 동자가 필요하다고 하는 것이 있으면 모두 주라고 하였다. 그리고 다음 날 청구서를 내면 그 값을 배액으로 갚겠다고 약속하였다. 그때 두 동자가 창고에 가서 필요한 것을 찾으니 찾는 대로 모두 주었다. 그들이 이상히 여기면서 창고지기에게 물었다. “당신은 내가 구하는 것을 다 줄 작정입니까?” “모두 줄 것이다.” 동자가 또 물었다. “누가 그렇게 하라고 하였나요?” “장자께서 그렇게 하셨다.” 두 동자가 서로 말하였다. “장자님은 우리 부모님이나 다름이 없다. 우리가 구하는 것은 모두 틀림없이 주는구나.”
022_0689_a_01L또 다른 때에 서로 저자에 들어가니, 모든 사람들이 두 동자를 보고 서로 불렀다. “너희들은 여기 와서 마음대로 먹어라.” 두 동자가 말하였다. “예전에는 우리를 멀리서만 보아도 각기 식반(食盤)을 가리더니, 오늘은 모두 우리를 부르니 그 까닭을 말하여 주오.” 모든 사람들이 대답하였다. “전에는 너희들이 억지로 먹고 하나도 값을 치르지 않았으나, 이제는 장자님이 그 값을 배로 치르기 때문에 그러므로 우리가 와서 먹으라고 하는 것이다.”
두 동자가 듣고는 또 서로 말하였다. “장자님이 자비로우셔서 깊이 우리를 가엾어 하고 사랑하시는구나.” 집으로 돌아가서 그들은 장자에게 아뢰었다. “만약 할 일이 있으면 저희에게 시켜 주십시오.” “좀 있어라. 뒤에 시키리라.” 그 뒤 장자가 두 동자를 데리고 서다림으로 가서 함께 비를 들고 절의 마당을 쓸게 하였는데, 장자는 볼일이 있어서 먼저 집으로 돌아가면서 두 동자에게 말하였다. “나는 나가니 너희들은 남아서 사중(寺中)을 깨끗이 쓸고 아울러 모든 오물을 제거하도록 하라. 그리고 이 일이 끝나거든 집으로 돌아오라.”
땅은 이미 깨끗하게 되니 똥을 치우고자 하였다. 그런데 부처님께서 신통력으로 똥이 다함이 없도록 하시니, 이때 이 두 동자가 주인에게 효순(孝順)하기 위하여 정성과 힘을 다하여 일을 하였으나 똥을 치워도 끝이 없었다. 그때 부처님께서 아난타에게 말씀하셨다. “저 두 동자에게 마땅히 남은 밥을 주라.” 아난타가 남긴 밥을 먹으라고 하니, 두 동자는 똥을 다 치우고 나서 집으로 돌아가면 될 것이므로, 이 성자의 남긴 밥을 먹지 않으리라고 생각하였다. 한편 부처님께서는 신통력으로써 동쪽을 치울 때에 서쪽에 도로 있고 서쪽을 치고 나면 동쪽에 도로 있게 하시니, 이렇게 하여 애쓰는 동안에 날이 저물어 갔다.
022_0689_b_01L부처님께서 아난타에게 말씀하셨다. “이제 저 두 동자를 네 곁에서 자게 하여라. 그리고 또 너는 모든 비구들에게 두루 알리되, 내가 전에는 좋은 것은 숨기고 나쁜 것은 드러내라고 하였으나, 이제 저 두 동자의 나쁜 소견을 버리게 하기 위하여 마땅히 그 좋은 것을 나타내야 할 것이다. 너희들 비구는 정(定)을 얻은 자가 있거든 정에 들어서 초저녁이 될 때까지 있으라고 하여라.” 아난타가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고 나니, 이때 비구들이 초저녁에 혹은 광명을 놓고 혹은 신기한 상을 나타내니, 두 동자가 보고는 아난타에게 말하였다. “저것이 무엇입니까?”
아난타가 대답하였다. “저것은 아라한이 모든 신통력으로 변화를 나타내는 것이다.” “성자여, 이 세상에 아라한이 있습니까?” “어찌 너희들은 스스로 친견하지 않고 무엇을 의심하느냐.” 이 두 사람이 먼저는 사견을 일으켜서 응공(應供)이 없다고 하다가 이제 신통을 보고는 사견이 곧 가라앉고 정견을 내었다. 부처님께서 한밤중에 세속심을 일으키시어, 어떻게 저 제석과 범천의 모든 천인들을 모두 여기에 오게 할까 하셨다. 자세한 말은 위에서와 같다.
이때 모든 천인들이 부처님의 마음을 관찰하여 알고 모두 부처님 처소에 이르렀는데, 그들의 위력으로 말미암아서 큰 광명이 있었다. 두 동자가 이것을 보고는 또 아난타에게 물었다. “이것은 또 무슨 광명입니까?” “이것은 범천ㆍ제석 등 모든 천인들이 부처님 처소에 와서 이 광명을 나타내는 것이다.” “성자여, 다른 세계가 또 있습니까?” “네가 이미 직접 보고서 무슨 의심을 하느냐.” 저 두 동자가 먼저는 사견에 빠져서 뒷세상이 없다고 하다가 이제 하늘의 무리를 보고는 정견의 마음을 내고 깊이 스스로 기뻐하고 다행스러워 하면서 함께 부처님 처소에 나아가 두 발에 절하고 한쪽으로 물러앉았다.
022_0689_c_01L그때 세존께서 그들의 근기에 맞춰서 4제의 법을 설하여 보여 주고 가르쳐 주고 이롭게 하고 기쁘게 하여 깨달음을 얻게 하시고, 금강지혜의 방망이[金剛智杵]로 20가지 유신(有身)의 사견의 산을 부수고 예류과(預流果)를 얻게 하셨다. 그들이 이미 과를 얻으니, 다시 부처님 발에 절하고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이제 원하옵나이다. 여래의 법에 출가하여 비구성(比丘性)을 이루고 부지런히 범행을 닦게 하옵소서.” 세존께서 곧 명하여 말씀하셨다. “잘 왔다. 타색가야, 파락가야, 너희들은 범행을 닦아라.”
세존께서 잘 왔다 하시니 머리털이 없어지고 옷이 입혀졌네. 위의는 백 세나 된 것 같은데 부처님을 따르는 뜻을 모두 이뤘네.
022_0689_c_06L世尊命善來, 髮除衣著體, 威儀如百歲,
隨佛意皆成。
그때 세존께서 친히 가르치시니 저 두 비구가 게으름이 없이 정근하여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나한의 과를 얻었으니, 자세한 말은 딴 데서와 같다. 범천과 제석 등 모든 천인의 존경하는 바가 되었다. 그때 세존께서 타색가와 파락가를 제도하여 출가시키고 나니, 승광 대왕이 이 소식을 듣고 걱정스럽게 말하였다. “세존께선 어떻게 이 사견 중생을 제도하시려고 그를 출가시키셨을까. 이것은 좋은 일이 아니다. 그들이 사견에 빠졌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일이다.”
세존께서 이 말을 전하여 들으시고 이렇게 생각하셨다. ‘우리 대중 가운데 성문제자들은 모든 의혹을 끊어버리고 그 공덕의 높음이 수미산[妙高山]과 같거늘 어떻게 국왕이 업신여기는 생각을 할까. 이것은 큰 과실이다. 내가 이제 마땅히 저 두 사람의 수승한 덕을 표창하리라.’ 그때 급고독장자가 와서 부처님께 절하고 한쪽에 앉아서 부처님께서 설법하여 보여 주고 가르쳐 주고 이롭게 하고 기쁘게 함을 들었다.
022_0690_a_01L이때 세존께서 잠잠히 계시니, 장자가 곧 자리에서 일어나서 합장하여 공경하면서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원컨대 큰 스승님께서 모든 성중들과 함께 내일 제 집에 오셔서 작은 공양을 받아주소서.” 부처님께서 잠잠히 받아들이시니 장자가 알고는 부처님께 절하고 갔다.
그때 부처님께서 아난타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이제 마땅히 타색가와 파락가에게 가서 일러라. 너희들 두 사람이 내일 장자의 집에 가서 대중을 위하여 물을 돌리라고 하여라.”
존자가 부처님의 분부를 받고 그 두 사람에게 가서 그대로 전하니, 그들이 부처님의 교칙을 받고 나서 대답하였다. “존자여, 세존의 명령대로 받들어 행하겠습니다.” ‘어찌하여 세존께서 노년층과 중년층을 놓아두고 우리 두 사람에게 물을 돌리라고 하실까. 필시 세존께서 우리들의 덕을 드러내려고 하시는 것이니, 우리는 마땅히 세존의 원을 채워 드려야겠다.’ 그때 장자가 그 밤에 갖가지 정갈하고 묘한 음식을 장만하니, 이를테면 5감식(磡食)과 5작식(嚼食)이었다.
다음 새벽에는 자리와 상을 펴고 물을 그릇에 채우고 장엄을 마치고는 사람을 보내어 부처님께 아뢰었다. “음식이 이미 준비되었사오니 때가 다 되었음을 아시옵소서.” 그때 세존께서 의발을 지니시고 비구들을 데리고 장자의 집에 나아가 식당에 이르러 자리를 펴고 앉으셨다. 모든 대중들도 앉고 나니, 장자는 또 부리는 사람을 보내어서 승광왕에게 아뢰었다. “내가 오늘 저희 집에서 부처님과 스님들을 청하여 간략히 공양을 차렸사오니, 원컨대 대왕님께옵서 잠시 오시어 함께 기뻐하여 주소서.” 왕이 듣고는 태자와 내궁인과 호종을 거느리고 장자의 집에 이르러 함께 따라 기뻐하면서 부처님께 와서 발에 절하고 앉았다.
022_0690_b_01L그때 구수 타색가가 상좌(上座)의 앞에 서서 손으로 병수(甁水)를 잡으니, 신력(神力)이 작용하여서 따르는 물이 위에서 아래로 차례로 돌려져서 손을 씻게 하였다. 한편, 구수 파락가는 하좌(下座) 앞에 서서 정병수(淨甁水)를 잡으니, 역시 신력에 의하여 그 물이 밑에서 위로 차례로 돌려져서 양치를 하게 하였다. 승광왕이 이것을 보고는 생각하였다. ‘어떤 나이 많은 대덕 비구이기에 부처님 앞에서 신력을 나타내는 것일까.’
곧 일어나서 물을 따라 내려가서 살펴보니 하좌의 가에 파락가가 병수를 들고 서 있었다. 또 물을 따라 올라가서 살펴보니 상좌의 가에 타색가가 물병을 가지고 서 있었다. 이것을 본 승광왕은 아주 희유한 생각이 나서, 바른 손을 길게 뻗치면서 찬탄하였다. “희유하십니다. 불타여, 희유하십니다. 달마여, 바른 법이 능히 현세에 있어서 타색가와 파락가들로 하여금 죄악의 소견을 버리게 하고, 이와 같은 수승한 덕을 얻게 하셨습니다.” 그때 저 장자가 이미 대중이 모두 앉은 것을 보고는 곧 자신이 손수 음식을 돌렸다. 대중이 배부르게 먹고 나서 손을 씻고 양치하고 이를 닦았으며, 발우를 치우고 작은 방석을 깔고 부처님 앞에 꿇어앉아서 법을 들었다.
그때 세존께서 승광왕과 장자를 위하여 근기에 맞는 법을 설하시어 보여 주고 가르쳐 주고 이롭게 하고 기쁘게 하시자, 자리에서 모두 의심을 품고 세존께 아뢰었다. “대덕이시여, 이 타색가와 파락가가 일찍이 어떤 업을 지었기에 변방에 태어나서 하나는 단견에 빠지고 하나는 사견에 빠졌었나이까?” 또 무슨 업을 지었기에 불법에 출가하여서 모든 번뇌를 끊어버리고 아라한이 되었나이까?”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이 두 사람이 제가 지은 업의 과보가 성숙하였으니 자세히 말하면 앞에서와 같나니, 내지 과보를 도로 스스로 받는다. 너희들은 자세히 들어라.
022_0690_c_01L아주 먼 예전에, 이 현겁 중에 사람의 수명이 2만 세일 때, 가섭파부처님이 세상에 출현하셨을 때 이 두 사람이 저 부처님의 법에 출가하였느니라. 두 사람이 벗이 되어서 변방 나라에 갔었다. 교수사가 없어서 스스로 선정을 닦았는데, 실은 얻은 바가 없었으나 증득하여 알았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러다가 죽을 때에 성인의 법을 비방하고 사견의 마음을 내어서 이렇게 말하였다. ‘가섭파불이 세상을 속였다. 번뇌를 다 끊고 아라한이 된다고. 그러나 내가 모든 번뇌를 끊어버리지 못하였는데 다른 사람이 누가 아라한이 될 것인가.’
너희들 비구야, 다른 생각을 하지 말라. 예전에 스승이 없이 선정을 익히던 두 사람이 곧 이 타색가와 파락가였느니라. 성법을 비방하고 사견을 내었기 때문에 오랫동안 나쁜 갈래에 떨어졌고, 다시 여러 생을 변방에 태어나서 사견심을 일으켰으며 금생에까지도 변방에 나서 사견심을 일으킨 것이니라. 그러나 저 두 사람이 경을 독송하고 금계를 지키며 온(蘊)ㆍ계(界)ㆍ처(處)와 인연으로 나는 도리와 처(處)와 비처(非處)에 다 선교(善巧)하였기 때문에, 이 업력으로 나의 법 가운데에 출가 수행하여 모든 번뇌를 끊어버리고 아라한이 된 것이니라. 스승이 없이 선정을 익히면 이러한 허물이 있으니, 이러므로 너희들은 스승이 없이 스스로 선정을 익히지 말지니라. 만약 어기면 법 어기는 죄를 얻느니라.”
022_0691_a_01L실라벌성에서였다. 한 장자가 난야처(蘭若處)에 한 작은 집을 지었는데 여기에 한 비구가 있었다. 그런데 때 마침 봄인지라 더위에 시달려서 빛이 누렇게 뜨고 수척하여져서 모양이 없었다. 그래서 자리를 옮기고자 하여 장자에게 가서 말하였다. “당신이 지켜야 되겠습니다. 나는 다른 데로 가고자 합니다.” 장자가 물었다. “무엇이 부족하여서 다른 데로 가신다는 겁니까?” “내게 부족한 것은 없습니다. 그러나 때는 더울 때이고 방은 작아서 있기가 어렵습니다.”
“”만약 더위가 무섭다면 땅굴을 만들지요. “장자여, 부처님께서 아직 허락하지 않으셨습니다.” 비구가 이 일을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땅굴이 필요하다면 마음대로 만들지니라.” 장자가 그를 위하여 만들었다. 그런데 여름이 되니 또 습기가 많은 때여서 견딜 수가 없었다. 뒤에 또 장자에게 말하였다. “내가 딴 곳으로 가고자 합니다.” 나머지 문답은 앞에서와 같다. 그리고 땅에 습기 때문에 담음병(痰癊病)이 생겨서 있을 수 없다고 하니, 장자가 말하기를 만약 그렇다면 큰 집을 만들자고 하였다. 비구가 말하였다. “세존께서 허락하지 않으셨습니다.”
비구가 이 일을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 임의대로 큰 집을 만들라고 하셨다. 장자가 곧 만들었는데, 처마가 없기 때문에 기둥이 위태롭게 되어서 쓰러질 염려가 있었다. 이 일을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 처마를 두라고 하셨다. 그리고 그래도 만약 쓰러질 염려가 있거든 보충 기둥을 세워서 못으로 붙이라고 하셨다.
석염을 뿔 속에 넣으라 함과 약그릇과 담요를 써도 된다 함과 속옷으로 바꾸어 입으라고 함과 경을 욀 때에는 물건으로 책상 발을 괴라 하심이다.
022_0691_a_13L石鹽安角內, 藥器用氍毹, 安替誦經時,
以物承其足。
왕사성 죽림원에서였다. 구수 필린타발차(畢隣陀跋蹉)는 출가한 뒤로 몸에 항상 병이 있었다. 같이 범행을 닦는 자가 와서 물었다. “상좌여, 4대가 안온하십니까?” 그가 대답하였다. “앓고 있는 내가 어찌 안온함이 있겠소.” 다시 상좌에게 물었다. “요즈음 무슨 약을 복용하십니까?” “전에는 석염(石塩)을 복용하였소.” “만약에 그렇다면 지금은 어찌 복용하지 않습니까?” “현자여, 부처님께서 허락하지 않은 일이오.”
022_0691_b_01L비구는 이러한 인연을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이제부터 모든 비구가 마땅히 먼저 타바염(陀婆鹽)을 비축할 것을 허락하노라.” 비구들이 아무 데나 놓아두니 녹아 없어지는 것이 많았다. 그래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렇게 하지 말고 통에다 넣어 두어라.”
대나무통에 넣어 두니 역시 녹아 없어졌다. 부처님께서 뿔통[角筩]을 사용하라고 하셨다. 드디어 새 뿔[新角]을 사용하니, 냄새가 나고 곧 더러워졌다.
그래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쇠똥물[牛糞水]로 삶아서 씻어 말리면 손실이 없으리라.” 부처님께서 석염은 뿔 속에다 두라고 하셨으나 뚜껑을 덮을 줄 모르니, 먼지와 흙이 들어갔다. 그래서 부처님께서 뚜껑을 덮으라고 하셨는데 비구들이 무엇으로 할지 모르니, 부처님께서 그것도 뿔을 사용하라고 하셨다. 그때 필린타발차의 병으로 인하여 문답한 것이 앞과 같았고, 그가 약 대접이 필요하다고 하니 부처님께서 그것도 비축하라고 하셨다.
실라벌성에서였다. 어느 장자가 아내를 얻은 지 오래지 않아서 한 아들을 낳았는데 나이가 들자, 드디어 부처님 법에 출가하였다. 아직 담요와 자리가 없어서 빈 상에 누워서 잤다. 장자가 뒤에 절에 돌아와서 구경하다가 문득 그 아들이 맨상[單床]에 눕고 다시 담요나 자리가 없는 것을 보고 말하였다. “성자(聖子)야, 다른 비구들은 다 깔개가 있는데 너는 어찌하여 없느냐?” “다른 사람들은 거의 모두 출가한 지 오래되었기 때문에 전부터 가지고 있으나, 나는 새로 출가하였기 때문에 아직 가지지 못하였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우리 집에 좋은 담요가 있으니, 가져다가 사용하면 될 것이다.” “부처님께서 아직 허락하지 않으셨습니다.”
이 일을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담요 사용할 것을 허락하노라.” 그 뒤, 그 비구가 속옷을 입지 않고 알몸으로 깔고 누우니, 곧 많이 더러워졌다. 장자가 절에 들어왔다가 그 더러워진 것을 보고는, 곧 알지 못하여 그 아들에게 물었다. “다시 요를 얻었느냐?” “아닙니다. 전엣 것입니다.”
022_0691_c_01L“어떻게 이렇게까지 더러워졌느냐?” “속옷을 갈아입는 일이 없어서 그렇게 더러워졌습니다.” “이것은 귀한 값어치의 물건인데 그렇게 되었구나. 너는 이제부터 속옷을 갈아입고 써라.” 비구가 이 일을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비록 그것이 개인의 물건이지만 마땅히 속옷을 쓸지니라. 만약 속옷을 입지 않으면 법 어기는 죄를 얻느니라.”
인연이 닿은 곳은 앞에서와 같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마땅히 경을 독송하는 자는 높은 자리에 오를만 하다.” 그 사람이 사자좌에 앉아서 두 다리를 밑으로 드리우니, 다리가 아프고 피로하였다.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마땅히 다리를 받치는 상을 만들라.” 그러나 비구들이 이 말을 이해하지 못하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만약 자리를 움직이지 못하면, 벽돌을 괴어놓도록 하여라, 만약 옮긴다면, 판자를 이용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판자를 이용하여 이동할 때에는 어려울 것이니, 네 귀퉁이에 각각 철로 된 고리를 달아서 그것을 잡고 옮기도록 하라”
낯을 씻는 수건과 엷은 옷을 입음과 타구(唾具)와 내의와 철조(鐵槽)와 땅을 질지 않게 벽돌로 다짐과 월광주(月光珠)와 옷을 세탁하는 일이다
022_0691_c_15L拭面巾疏薄, 唾盆幷襯體, 鐵槽砌基地,
日光珠浣衣。
왕사성에서였다. 필린타발차가 항상 신병이 있어서 머리와 얼굴에 때가 끼어 있었는데, 문답함은 앞에서와 같다. “상자여, 먼저는 어떤 물건을 가졌었습니까?” “얼굴 닦는 수건을 가졌습니다.” 지금은 왜 가지지 않았느냐고 하니, 부처님께서 허락하지 않으셨다고 하였다. 이 일을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병이 있는 사람이거나 없는 사람이거나 모두 마땅히 수건을 가지라.”
022_0692_a_01L같은 곳이었다. 필란타발차가 더위에 시달려서 몸이 누렇게 뜨니, 문답함은 앞에서와 같다. “상자여, 전에는 어떠한 물건을 가졌었습니까?”
“성기고 얇은 옷을 입었었다.” 지금은 왜 그런 옷을 입지 않느냐고 물으니, 부처님께서 허락지 않으셨다고 하였다. 이 일을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더운 때는 마땅히 성기고 얇은 옷을 입으라.”
실라벌성에서였다. 어느 비구가 담음병을 앓는데 침상 양변에 코와 가래침을 뱉아 정결치 못하게 하였다. 새벽에 문인이 방에 들어와서 절하고 안부를 묻는데 가래침이 그의 이마를 더럽혔다. 비구가 보고 물으매 사실대로 대답하니, 그 비구가 말하였다. “어디 내가 가 보리라.” 그리고는 그의 방에 들어갔다가 코와 가래침이 상가에 낭자한 것을 보고는, 다른 비구들에게 이야기하고 함께 비난하였다. “어떻게 비구가 승방 안에다가 코ㆍ가래침을 함부로 뱉아서 그렇게 더럽게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이 일을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거기는 코나 가래침을 뱉아서 버릴 수 없는 곳이니, 그래서는 안 된다. 그리고 만약 어둠 속에 있거든 머리를 땅에 대어 절할 것까지는 없고, 존경을 표시할 경우 입으로만 인사를 하여라. 또 혹 어떠한 청이 있어서 아뢸 경우에도, 모두 이렇게 하라. 만약 감기에 걸리든지 하여 코와 가래침이 나오거든 마땅히 그릇에 받을지니라.” 그릇을 놓을 때 기울어져서 더 많이 더러워지는 일이 있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받치는 물건을 놓으라.” 그가 새끼줄을 둥글게 틀어서 놓았으나 그래도 기울어졌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 타구(陲具)나 입을 씻는 그릇을 코끼리 발자국과 같은 모양으로 만들어서 땅에 놓으면 안전하리라.”
침을 뱉고 양치물을 버리고 할 때 그것이 튀어나오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릇 안에 물건을 넣으라.” 비구들이 무슨 물건을 넣을 것인지 모르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풀을 썰어서 넣거나 혹은 모래를 넣으라.” 많은 파리가 와서 붙으니, “부채로 쫓으라”고 하셨다. 그릇에서 악취가 나니, “때때로 씻으라”고 하셨다. 씻고는 말리지 않으니, 벌레가 생겼다. 그래서 말리라고 하셨다.
022_0692_b_01L어느 비구가 기침이 그치지 않으니 그릇을 말리는 동안에 곤란을 겪어야 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릇을 두 개를 장만해서 번갈아 쓰라.” 비구가 처마 밑에서 경을 독송하면서 거닐다가 만약 코나 가래침이 나오면 아무데나 함부로 뱉아버리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렇게 하지 말라. 함부로 버리는 자는 법 어기는 죄를 얻느니라. 절 안에 사각주(四角柱) 밑에 각각 타구를 놓았으니, 만약 침을 뱉거든 여기에 버릴지니라.”
실라벌성에서였다. 그때 모혈(毛血)이라는 비구가 있었다. 그가 예전에 5백 세상 동안을 나거나 죽거나 항상 지옥에 처하다가 뒤에 사람 갈래에 태어났다. 집에 있으면서 항상 몸을 꾸미기를 좋아하고 놀기를 즐기면서 지옥을 생각하지 못하였다. 뒤에 부처님 법 가운데 출가하여 수행하더니 부처님께서 법을 설하시는데 3장교설(藏敎說)에 지옥의 고통과 방생ㆍ아귀ㆍ인간ㆍ천상의 차별을 말씀하실 때, 지옥에 대한 것을 듣고는 극심한 고통이 앞에 나타나서 몸뚱이의 모든 털구멍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이렇게 되니 옷이 더러워져서 항상 냄새가 났다.
비구가 이 일을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와 같은 비구는 마땅히 속옷을 입을지니라.” 비구가 그것을 옷 위에다가 입으니, 남들이 비난하였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속에다가 입으라.” 그가 몸이 가려워서 그 옷으로 문지르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렇게 하지 말라. 만약 고름과 피가 있으면 마땅히 나뭇잎으로 탕(湯)을 만들어서 천천히 씻을지니라. 그리고 속옷은 때때로 빨아서 볕에 쬐어서 말리도록 할지니라.”
왕사성에서였다. 구수 필린타발차가 몸에 항상 병이 있었다. 범행을 함께 닦는 자가 전과 같이 문답하였다. “상좌님, 먼저는 병에 대비하여 무엇을 가졌었습니까?” “일찍이 철조(鐵槽)가 있어서 약탕을 넣고 담갔었소.” “왜 지금은 그렇게 하지 않으시오?” “부처님께서 허락하지 않으셨습니다.” 이 일을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병자는 마땅히 철조를 비축할지니라.”
022_0692_c_01L실라벌성에서였다. 그때 비구들이 여름 장마철이었는데 탑사[制底]를 도니, 진흙이 있어서 발이 더러웠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마땅히 벽돌을 펴고 그 위에 벽돌 부스러기와 진흙을 이기어서 쳐서 바르라. 그리고 조약돌과 석회를 이기어서 바르라.” 탑이 커서 두루 바르기 어려웠다. 부처님께서 마땅히 1심(尋)만 바르라고 하셨다.
이것도 역시 하기가 어려우니 부처님께서 판자를 놓으라고 하셨으나, 그것도 역시 구하기 어려웠다. 부처님께서 걸음걸음마다 벽돌을 놓으라고 말씀하셨다. 비구가 절 문 앞이나 절 안 땅에서 진흙에 빠지는 일이 많으니, 부처님께서 위와 같은 방법에 준하여 빠지지 않게 하라고 하셨다.
같은 곳이었다. 한 장자가 고요한 숲속에 한 작은 집을 지으니, 비구가 거기에 붙어 있었다. 때마침 추운 계절이어서 비구가 냉(冷)이 들어서 몸이 파리하였다. 그가 장자에게 가서 말하였다. “내가 다른 데로 가고자 합니다.” 장자가 물었다. “성자여, 무슨 부족한 것이 있습니까?” “부족한 것은 없습니다. 다만 추워서 그럽니다.” “당신은 여기에 있으시오. 내가 일광주(日光珠)를 주어서 항상 불을 얻게하리다.” “부처님께서 아직 허락하지 않으신 것입니다.” “부처님께옵서 대자대비하시니 반드시 받아 쓰도록 허락하실 것입니다.”
비구가 이 일을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만약 일광주가 필요한 자에게는 그것을 비치하여 수시로 불을 낼 것을 허락하노라.” 장자가 곧 비구에게 주어서 받아 쓰고 있었다. 그때 5백의 도적의 떼가 작은 성을 치고자 하여 비구의 처소를 지나다가 비구에게 불을 좀 달라고 하였다. 현재는 불이 없다고 하니까 도적이 물었다. “어떻게 해서 불을 얻느냐?” “현자여, 일광주가 있어서 그것으로 불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는 곧 그것을 보여 주었다.
022_0693_a_01L도적이 가서 성을 파괴하고 돌아가는 길에 또 여기에 들려서 그 구슬을 빼앗고자 하여 구슬이 어디에 있느냐고 물었다. 비구가 구슬을 보이니, 도적이 가지고 가버렸다. 비구가 추위에 못 견디어서 장자에게 다시 가서 자세한 이야기를 하니, 장자가 말하였다. “구슬이 어느 곳에 있습니까?” “도둑이 가지고 가버렸습니다.” “그것은 귀한 값어치의 물건인데 몰래 감추어 두지 않고 도적이 가져가게 하였으니, 참으로 아까운 노릇입니다.” 비구가 이 일을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러한 귀한 구슬은 마땅히 도적에게 보이지 말고 불을 주어야 한다. 일광주뿐 아니라 월광주도 마찬가지니라.”
같은 곳이었다. 여섯 비구의 무리들이 세탁하는 사람에게 의복을 세탁하게 하였는데, 그때 그 사람이 다른 사람의 옷을 맡아 놓고 아직 빨지 못한 것이 많았다. 우파난타가 저녁때 헌 옷을 가지고 세탁소에 가서 빨아라고 말하니, 그가 대답하였다. “지금은 옷이 많으니 내일 빨겠습니다.” 우파난타가 곧 성을 내니, 그가 말하였다. “그렇게 성내지 말고 두고 가시오. 내 지금 빨아드리리다.” 곧 옷을 두고 가니, 다른 옷과 함께 담가 놓았는데 많은 옷들이 붉게 물이 들어서 못쓰게 되었다.
그가 근심이 되어서 손바닥으로 볼을 괴고 앉아 있으니, 많은 사람이 와서 보고 모두 함께 미워하고 비방하였다. 비구가 이 일을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 생각하셨다. ‘옷을 세탁하는 것 때문에 무리들의 비방과 미움을 사는 것이로다.’ 그리고는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우파난타가 붉은빛 옷으로 남의 옷을 더럽혔으니, 비구는 마땅히 붉은 빛깔의 옷을 남에게 주어서 빨게 하지 말지니라. 어기는 자는 법 어기는 죄를 얻느니라.” 여섯 무리가 듣고는 흰 옷을 가져다가 그에게 주어서 빨게 하였더니, 그가 방망이질을 심히 하여서 옷을 상하게 하였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비구는 모두 옷을 세탁하는 사람에게 시켜서 빨지 말지니라.”
같은 곳이었다. 여섯 비구들이 부처님께서 남에게 빨래를 시키지 말라고 하신 말씀을 듣고, 옷을 가지고 빨래터에 이르러서 수건으로 머리를 동이고 못물 가에서 스스로 옷을 빨았다. 그러자 여러 사람이 보고 비방하였다. 비구가 이 일을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비구는 마땅히 빨래터에 나가서 스스로 옷을 빨지 말지니라. 그렇게 하는 자는 법 어기는 죄를 얻느니라.”
022_0693_b_01L같은 곳이었다. 비구가 큰 나무판자 위에다 옷을 놓고 두드려서 옷이 상하게 되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렇게 하지 말고, 대야 속에 넣고 따뜻한 물로 담갔다가 서서히 손으로 씻어서 빨아라.” 부처님께 손으로 빨아라고 하셨으나 비구가 하지 못하니, 발로 밟아서 빨아라고 하셨다. 그러나 때로는 손으로도 발로도 모두 못하는 자가 있으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부득이한 경우에는 남을 시켜서 빨되 스스로 지켜보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