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022_0747_c_01L
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잡사 제22권
022_0747_c_01L根本說一切有部毘奈耶雜事卷第二十二


의정 한역
022_0747_c_02L三藏法師義淨奉 制譯


내섭송
022_0747_c_03L內攝頌曰

누각 위에서 증장(增長)을 만남과
음녀와 밤에 별을 관찰한 것과
말 울음소리를 지은 것과
상인(商人)과 마른 해골을 안은 것이다.
022_0747_c_04L樓上逢增長
婬女夜觀星
因作馬鳴聲
商人抱枯骨

그때 맹광왕이 올서니성에 있었다.
이곳에 어느 장자가 아내를 얻은 지 오래지 않았는데, 아내를 본집에 머물러 있게 하고 자기는 장사를 위하여 물건을 가지고 다른 지방으로 갔다. 그 남편이 간 뒤에 그 아내가 의식을 마음대로 하니 번뇌가 더욱 성하였다. 드디어 누각에 올라서 두루 남자들을 보기 위하여 날마다 바라보는 것을 쉬지 않았다.
그 뒤 어느 때 맹광왕이 묘한 향상(香象)을 타고 그 집 가로 지나는데, 여인이 보았다. 음욕심이 생긴 그는 문득 꽃다발을 들어서 멀리 왕에게 던지니, 그것이 왕의 어깨 위에 떨어졌다.
022_0747_c_06L爾時猛光王住嗢逝尼城此有長者娶妻未久留在本宅自爲興易持貨他方其夫去後妻恣衣食煩惱增盛遂昇樓閣遍觀男子於日日中瞻望不息後於異時其猛光王乘妙香象於宅邊過女人旣見生欲染心便以花鬘遙擲王處墮王肩上
왕이 곧 우러러보니 얼굴이 단정하고 광채가 뛰어난 소녀가 있는지라, 좌우를 돌아보면서 스스로 말하였다.
“둘도 없는 미인이다.”
왕이 살펴보고, 그에게 음심(淫心)이 있음을 알고 말하였다.
“만약 사랑의 마음이 있다면 어떻게 잠시 나오지 않겠는가?”
“첩은 젊은 계집이오니 나갈 수 있는 인연이 없습니다. 대왕님께서 만약 돌아보실 생각이 있으시거든 제 집으로 오시옵소서.”
022_0747_c_13L王卽仰觀見有少女顏容端正光彩超絕左右顧眄自謂無雙王旣見已知彼染意報言少女若有愛心何不暫出答曰妾是少婦無緣得出王若顧念可幸蓬門
왕은 마음에 유혹을 입은지라, 능히 전진하지 못하고 곧 코끼리에서 내려 그의 집으로 들어갔다. 기쁜 회포가 이미 통한지라, 곧 아이를 배었다.
지혜 있는 여인에게는 다섯 가지의 일이 있으니 첫째는 남자에게 욕심이 있는지 욕심이 없는지를 아는 것이요, 둘째는 절후(節侯)를 아는 것이며, 셋째는 수태하는 때를 알고 그 사람의 태임을 알며, 넷째는 이것이 남자인가를 알고, 다섯째는 이것이 여자인가를 아는 것이다.
그는 드디어 왕에게 아뢰었다.
“대왕님께서는 이제 아시는지요. 저는 이미 임신을 하였습니다.”
022_0747_c_18L王心被惑不能前進卽便下象步入其舍歡懷旣暢便卽有娠智慧女人有其五事一知男子有欲心無欲心二知節候三知受胎時知是彼人胎四知是男五知是女遂白王言王今知不我已有娠
022_0748_a_01L이때 왕이 곧 좋은 진주영락을 주면서 말하였다.
“만약 딸을 낳거든 그대의 마음대로 거두고, 만약 남자이거든 이 영락을 주어서 내게 보내도록 하라.”
여인이 응락하자 왕은 곧 가버렸다.
뒤에 두어 달이 지나니 임신한 몸매가 겉으로 나타났다. 이때 그의 본 남편에게서 편지가 왔다.
“그대는 편안히 있는가. 나는 오래지 않아서 고향으로 갈 것이오.”
여인이 이 소식을 듣고는 큰 근심이 생겨서 곧 사람을 보내어 왕에게 아뢰었다.
“저는 이미 임신을 하였는데, 본 남편이 온다고 하였으니 이제 어떻게 해야 하겠나이까.”
왕이 서신을 보내었다.
“그대는 걱정하지 말라. 내게 방편이 있으니, 그로 하여금 오지 못하게 하리라.”그녀는 묵묵히 받아들였다.
022_0748_a_01L王卽以上眞珠瓔珞付而告曰必若生女任爾自如其是男與此瓔珞當送我所人敬諾王便捨去後經數月娠相外時彼舊夫書來告曰汝可安隱望不久當至本鄕女人聞已生大憂遣使白王我已有娠舊夫將至今欲如何王遣信曰汝可寬懷我有方便令彼不來女便默爾
왕은 한편 저 남자에게 서신을 보내었다.
“내 이제 이러이러한 물건이 필요하니, 너는 멀리 모처에 가서 그것을 구하여 오라.”
이리하여 그는 다시 먼 길을 거쳐야 하였으므로 문득 많은 세월이 지났다.
그 동안 여인은 달이 차매 한 남아를 낳으니, 용모의 가관이 당대에 희유하였다.
날이 장차 밝으려 하니 곧 소와 꿀[酥蜜]을 입 안에 가득 채우고 상자 안에 보드라운 솜을 깔아 아이를 싸서 그 안에 넣고 그 위에는 흰 융을 덮었다. 그리고 주영(珠纓)으로 얽고는 그 상자를 꼭 닫은 후 다시 붉은 실로 급히 매어서 자광(紫鑛)으로 위에 인(印)을 찍었다. 그리고서 여종에게 일렀다.
“이 상자를 가지고 왕궁 문 앞으로 가서 정하게 한 단을 마련하고, 그 위에 상자를 놓고 또 등불을 켜놓고 한 옆에 머물고 있다가 누가 가지고 가거든 너는 돌아오라.”
종이 그대로 하였다.
022_0748_a_09L王與彼信今要須如是之物汝可遠向某處求旣涉長途奄經時歲女人月滿便誕一男容貌可觀當代希有天將欲曉卽以酥蜜盛滿口中箱安軟緜抱兒置內白㲲通覆上絡珠瓔密合其箱朱絛急繫紫鑛印上報婢使曰持此箱至王門所淨拭一壇箱置於幷安燈火在一邊住有人將去汝可歸來使依教作
그때 여러 마리의 소들이 길을 따라서 나오다가 그 상자가 있는 곳에 이르러서 빙빙 돌기만 하고 나아가지 않았다.
이때 맹광왕이 안락 부인과 더불어 높은 누각 위에 올랐다가 소들이 상자를 돌고 있는 것을 보고 사자에게 명하였다.
“너는 문 밖에 가서 무슨 뜻으로 뭇 소들이 모여 있는가 보아라.”
사자가 아뢰었다.
“문에 한 상자가 있는데 붉은 끈으로 묶였고 자광으로 봉인을 하였습니다.”
왕이 급히 가져오라고 하니, 부인이 말하였다.
“상자 속의 물건을 대왕님은 마땅히 내게 주십시오.”
왕은 뜻대로 하라고 말하였다.
022_0748_a_18L有衆牛隨路而行至箱所圍繞不進猛光王與安樂夫人在高樓上望見群牛繞箱而住命使者曰汝觀門外何意諸牛群聚而住使者曰門有一箱絡以朱絛紫鑛封印王曰汝急將來夫人白箱中之物王當與我王言隨意
022_0748_b_01L사자가 상자를 가지고 이미 왕에게 오매 곧 봉인을 떼고 열어보니, 그것은 주영과 갓난아기였다.
왕은 그 주영을 알았다.
“이것은 나의 아이다.”
그리고 안아서 부인에게 주었다.
“자, 이것은 당신의 아이요.”
부인은 받고 나서 곧 빌었다.
“원컨대 이 아이가 장수하여지이다. 이 어린 아기에게 무슨 이름을 지어 주어야 할까요.”
왕이 말하였다.
“복이 있는 아입니다. 소가 지켜 주었으니 마땅히 우호(牛護)라고 하여야겠소. 그리고 안락 부인이 친히 기를 것이니, 어머니도 이름을 고쳐서 우호의 어머니라고 하여야겠소.”
022_0748_b_01L使者持箱旣至王所卽便開印乃見珠瓔及以孩子王識珠瓔報曰此是我抱付夫人云是汝子夫人得已卽呪願曰願兒長壽今此孩子與作何王曰有福孩兒被牛所護應名牛又安樂夫人親爲撫養母亦改號名牛護母
이때 북방 득차시라국의 국왕의 이름은 원승(園勝)이었다.
나라가 잘 다스려져서 안온하고 풍족하고 즐거웠고 인민이 치성함은 다른 데 말한 바와 같았다. 모든 동산에는 나무에 항상 꽃과 과일이 있고 비가 때를 맞춰서 내렸으니, 걸식을 하여도 얻기가 쉬웠다.
어느 때, 왕이 모든 신하들을 데리고 높은 누각에 올라서 뜻대로 즐기고 놀다가 신하들에게 물었다.
“다른 나라에도 우리나라처럼 풍요롭고 즐겁고 편안한 데가 있는가.”
대신이 아뢰었다.
“올서니국의 왕 이름은 맹광이온데 저 나라도 역시 풍요롭고 즐겁고 편안하고 화과(花果)가 끊임없음이 여기와 다름이 없나이다.”
022_0748_b_08L于時北方得叉尸羅國王名圓勝治國化安隱豐樂人民熾盛廣說如於諸園樹常有花果膏雨順時乞食易得後於異時王與諸臣在高樓上歡娛恣意告諸臣曰頗有餘國如我境中豐樂安隱得相似不大臣白有嗢逝尼國王名猛光彼亦豐樂安隱花果不絕與此不殊彼有商人來至於此
마침 저 나라에서 온 상인이 있어서 왕이 불러다가 자세히 물어보았다. 그리하여 그 부유하고 성함을 듣고는 왕이 질투심이 나서 신하들에게 말하였다.
“그대들은 병력을 엄히 정비하여라. 내가 저 나라를 치고자 하노라.”
그리고는 왕 자신이 친히 4병을 거느리고 올서니국으로 향하였다. 점점 저 성에 이르면서 침략이 말할 수 없고 잔인포악으로 비리(非理)를 생하니, 사람이 살 수가 없었다.
022_0748_b_17L王遣喚來旣至具問聞其富盛王生嫉心報諸臣曰君等嚴兵我欲伐彼其王卽自親整四兵向嗢逝尼國漸至彼城侵掠無度殘暴非人不聊生
022_0748_c_01L맹광왕이 적이 왔다는 말을 듣고 역시 4병을 정비하여 나아가 항거하여 싸웠으나 맹광이 당하지 못하니, 병사들은 분산되었다. 드디어 말 하나를 타고 도망하여 다른 곳으로 향하였다. 어느 황야에 이르러서 한 농부를 보았다. 그의 이름은 증장(增長)이었는데 스스로 쟁기질을 하고 있었다.
왕이 그의 얼굴빛이 다른 사람과 다름이 있음을 보고 물었다.
“그대는 용맹하고 건장한 남아로다. 그런데 그대는 원승왕과 맹광왕이 전쟁을 하여 맹광왕이 크게 패하였다는 말을 들었는가?”
“나도 그 말을 들었소마는 사실이고 아닌 것은 모르겠소.”
“허언이 아니요.”
022_0748_b_21L猛光大王旣聞賊至嚴四兵出相拒戰猛光不如兵衆分遂騎單馬逃向餘處至荒野外見一耕人名曰增長躬自犂作王觀容色有異餘人卽問言汝是勇健壯兒頗曾聞道有圓勝王與猛光王戰光大敗知此事不答曰我聞此事知虛實答曰不虛
이 농부가 이 사람이 바로 맹광왕인 줄을 모르는 지라, 곧 분개해서 말하였다.
“맹광왕은 본국에 있는 분이고, 저 왕은 객으로 왔거늘 드디어 속임과 업신여김을 당하고 이리저리 도망하여 다닌다니, 모신(謀臣)과 맹장(猛將)은 무엇에 쓰는 것입니까. 임금님이 만약 여기 오셔서 나를 조아(爪牙)로 삼는다면 곧 긴 새끼줄로 원승의 목을 매어서 성중으로 끌어들이겠소.”
이 이야기가 끝나지 않았는데, 그 아내가 밥을 가지고 와서 잎을 꿰매어서 그릇을 만들었다.
남편이 곧 손을 씻고 식사를 취하려고 하다가 왕을 돌아보면서 말하였다.
“크고 용맹하신 장부여, 잠깐 기색을 살피니 시장하신 듯한데, 나는 가난한 사람이라 이렇게 밥이 거칩니다. 그렇지만 반드시 싫어하지 않으시면 같이 맛보시기 바랍니다.”
022_0748_c_05L耕人亦不知此人是猛光王便報之曰猛光王身居本彼是客來遂被欺陵隨處逃竄臣猛將何所用爲王若比來以我爲爪牙者久以長繩繫圓勝頸曳入城言話未畢婦來餉食縫葉爲器卽洗手將欲就食顧眄王曰雄猛丈略觀形勢似有飢色我貧窮者有此麤餐必不相嫌幸當同味
이때 맹광왕이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만약 먹지 않으면 굶주려서 죽을 것이다.’
곧 안장을 내려서 그 위에 앉으면서 수족을 씻고는 같은 자리에서 함께 먹었다. 그 아내가 귀가 일그러진 질그릇 잔에 술을 따라 주면서 마시라고 하였다.
‘비록 잔이 일그러진 것을 알지만 일그러지지 않은 곳으로 내가 마시리라.’
왕은 지혜가 있어서 때에 따라서 처신할 줄 알았다. 다시 생각하였다.
‘일그러지지 않은 곳으로 내가 만약 마신다면 혹 저 사람이 거만하다고 할지 모르니, 내 마땅히 일그러진 데로 마시어서 저로 하여금 내게 호감을 가지게 하리라.’
022_0748_c_13L猛光王尋作是念我若不食飢取命終便下乘取替脊坐洗手足已一處同其婦便以缺緣瓦盞酌酒令飮作是念雖知盞缺於不缺處我當飮王有智策善閑時務復更思曰不缺處我若飮者或恐彼人云相欺我今宜於所缺處飮令彼於我深生愛念
022_0749_a_01L이때 농부가 스스로 깨진 곳으로 먼저 마시어서 소독을 하고는 다음에 왕에게 주었다. 왕은 자기에 잔이 돌아오자 깨진 곳으로 마셨다.
농부가 생각하였다.
‘이 대장부와는 간격이 없이 사귈 만하구나. 내가 일그러진 곳으로 마셨는데 같은 곳으로 마시는구나. 내가 이제 마땅히 그를 정중히 대하여 오래 사귀리라.’
이렇게 생각하고는 그 아내에게 말하였다.
“이 대장부는 나와 뜻을 얻은 친구이니 그대는 집으로 가서 기름을 몸에 바르고 탕수로 목욕하고 음식을 차릴 것이며, 말도 잘 마시도록 그 물과 마초를 실컷 주게 하오.”
아내는 돌아가서 그 말과 같이 하고 정회(情懷)가 막역하여져서 필요한 바를 공급하였다.
022_0748_c_21L是時耕夫自於破處先飮辟次過與王王旣得已還於破處而耕夫念曰此大丈夫情無閒隔缺處飮同處飮之我今宜可深生敬令其交道久而不喪如是念已報其婦曰賢首此大丈夫是我得意親善知友爾可將去至本貧家以油塗身湯水沐浴爲設飮食馬須好飮恣其水草婦遂將歸如言皆作情懷莫逆供給所須
이때 원승왕이 나머지 작은 나라인 갈사(渴沙)에서 노략질로 백성을 침해 하였는데, 그때 그의 신하들이 글을 만들어서 왕에게 고하였다.
“갖추어 그 일을 논하오니 원컨대 대왕님께서는 잘 생각하소서.”
그리고는 그 글 끝에 게송을 덧붙였다.
022_0749_a_07L于時圓勝王有餘小國名曰渴沙來相抄掠侵漁百姓大臣作書告王具論其事願王善自思量於其書末幷爲頌曰

대왕님은 지금 남의 나라를
항복시키기에 수고가 많으시지만
자기의 국토도 역시
힘써 수호하셔야 합니다.
022_0749_a_10L如王於他國
勤勞降伏彼
於己之國土
亦當勤守護

원승왕이 그 글을 읽고는 생각하였다.
‘내가 만약 군사를 거느리고 본국으로 돌아간다면 사람들이 모두 말하기를, 내가 저에게 항복하고 본국으로 돌아오는 것이라고 하리라. 그러니 내가 이제 마땅히 그와 함께 화해하고 본국으로 돌아가리라.’
그리고는 서신을 맹광왕에게 띄웠다.
“벗[知識]이여, 이미 지나간 일은 다시 추론하지 않겠으니, 마땅히 잠깐 나오시오. 서로 보기를 바라는 것뿐이며 나머지 승부는 논하지 않으렵니다.
바라건대 피차에 무릎을 잡고 흉금을 교환하여 서로 거스리지 말고 평석과 같이 지내십시다. 나는 바야흐로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022_0749_a_12L圓勝王讀其書已作如是念我若領兵歸本國者諸人皆謂我被他降逃還本邑我今宜可共其和好方歸故居遂令信入報猛光王曰知識已去者更不可追宜暫出來希欲相自餘勝負竝不須論望得促膝交襟共申莫逆事同平昔我方歸故城
022_0749_b_01L모든 신하들이 그 서신을 받고는 서로 의논하였다.
“만약 왕이 없다고 하면 저 왕이 틀림없이 우리를 업신여기려니 마땅히 방편을 베풀어서 시정(時情)에 맞도록 대답하자.”
그리고는 글을 마련하여 알렸다.
“벗이 이미 와서 봉쇄한 것을 풀고 우호의 정을 돈독히 하자고 하니, 일은 비록 그러하여 실로 망설일 것이 없으나 양국이 함께 모이면 각기 의심이 있게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비록 보내 온 마음에 거슬리더라도 내가 나아갈 틈이 없습니다. 그러나 이 태자 우호는 나의 소생이온 바 나가서 뵙게 하오니, 서로 기쁜 뜻을 펴고 가고 머물음을 뜻대로 하십시오.”
이때 곧 우호로 하여금 나가서 원승을 보게 하였다. 그리하여 환담이 다하니 드디어 군사로 포위한 것을 풀고 본국으로 돌아갔다.
022_0749_a_20L諸臣得其信已共作是議若報王彼定欺我宜設方便且答時情書報曰知識旣解來封篤好情深雖實然能無猶豫兩國同聚各致狐雖逆來心我無遑出然此太子名曰牛護是我所生令出相見共申歡意隨情去留是時卽令牛護出見圓歡懷共盡遂解兵圍旋旌本國
그때 맹광왕의 모든 대신들이 함께 상의하여 말하였다.
“타방의 원적들이 이미 구름처럼 흩어졌으니 우리나라 임금님을 어서 찾아야 한다.”
사방으로 여기저기 말과 사람을 놓아 찾았다.
이때 맹광왕이 저 원승이 군사를 거두어 물러갔다는 소문을 듣고 농부 증장에게 말하였다.
“내가 이제 두려움이 제거되었으니 그대와 작별하고 돌아가겠소. 그대가 만약 성에 들어오거든 우리 집을 찾으시오.”
022_0749_b_04L猛光王諸大臣等共相議曰他方怨敵已如雨散自己國王急當求覓方遠近馬使追尋猛光王聞彼圓勝抽兵已去便報耕人增長曰我今除怖辭汝言歸爾若入城當過我宅
“대장부여, 당신의 이름을 내가 모르는데 이 뒤에 어떻게 댁을 찾을 수 있겠습니까.”
“누가 내 집을 모르겠소. 그대가 성에 들어올 때 마땅히 이렇게 물으시오. ‘말이 많이 있는 사람의 집이 어디에 있느냐’고.”
이렇게 말하고는 말을 달려 갔다. 본 성문에 이른 왕은 문을 지키는 사람에게 말하였다.
“너는 알아두어라. 만약 어떤 사람이 와서 말이 많은 집을 묻거든 내게 보이도록 궁중으로 들어오라.”
022_0749_b_09L答言大丈夫仁之名諱我亦未詳何後時相訪過宅王曰誰復不知我所住第汝入城時應如是問多馬人家今在何處作是告已驟轡而行本城門報守門人曰汝今應知若有人來問多馬宅者可將見我遂入宮
그 뒤에 올서니성에 대절회(大節會)가 있어서 원근에서 모든 사람들이 다 성읍으로 모였다. 그때 그 농부의 아내가 남편에게 말하였다.
“오늘 성안에 있는 대절회에 나도 가서 군중들이 모인 것을 보고 또 말이 많은 집도 찾을까 합니다.”
남편이 말하였다.
“대체로 모든 호탕한 선비의 말이 어찌 모두 진실이겠소. 마땅히 세 경우에 능히 그 사람을 볼 수 있나니, 첫째는 남과 싸우다가 패한 경우요, 둘째는 남에게 기만과 능멸을 입은 경우며, 셋째는 사람의 임금으로서 나라를 망친 경우니 그 나머지야 어찌 능히 보겠소.”
“그는 비록 보기가 어렵더라도 마땅히 군중의 모임이나 볼까 합니다.”
022_0749_b_16L後於異時嗢逝尼城有大節會近諸人皆湊城邑耕夫婦報其壻今日城中有大節會我今亦往觀衆聚集幷復因便問多馬家夫言凡諸豪士豈可言皆有實當於三處能見其人一謂被他戰破二謂他所欺𣣋三謂身爲人主喪亡家國何能見妻曰彼雖難見應觀聚集
022_0749_c_01L이리하여 그 부부는 곧 그 성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농부가 시험삼아서 물어보리라 하고, 문을 지키는 자에게 물었다.
“괴이하도다. 임자여, 말을 많이 가진 사람의 집이 어디에 있습니까?”
문 지키는 사람이 그 말을 듣고는, 드디어 그 부부를 잡아서 왕에게 보냈다. 왕이 바라보자마자 곧 경탄하고 기뻐하면서 불렀다.
“잘 오라, 증장이여, 그대가 어떻게 왔는가.”
“짐짓 와서 찾아뵙게 된 것입니다.”
증장이 대답하면서 보니 왕이 사자좌에 앉았는데 신하들이 보필하고 있었다. 잘 알 수 없어서 의심하였다.
‘알 수 없도다. 무슨 죄가 있다고 여기에 잡아 왔을까.’
022_0749_b_23L妻卽去至其城內耕夫念曰我試問告守門者曰男子多馬人家住在何處彼門人聞其告已遂執夫妻送至王所王纔遙見尋便驚歎善來復更告曰增長汝何得至故來奉覓增長見王坐師子牀臣輔翊旣未善識然念于懷不委何辜拘執至此
왕은 그가 의심하는 것을 알고 그로 하여금 기억이 나게 하고자 하여 곧 자리에서 떠나 왕관을 벗었다. 왕은 본디 이마가 훤칠하였으므로 증장이 보고, 곧 그 얼굴을 알아보았다.
부부가 일시에 일어나 왕의 발에 절하니, 왕은 곧 의식을 성대히 하고 후궁으로 이끌어 들여서 향탕에 목욕시키고 좋은 의복을 입힌 후 백 가지 천 가지 좋은 음식을 대접하였다. 왕이 친히 그 자리에 임하여 먹는 것을 보았다.
식사가 끝나고 훌륭한 궁궐로 나아가니, 비단 휘장에 향기가 분망한데 때를 맞추어 편안히 쉬었다.
022_0749_c_08L王知有疑欲令憶故便離座脫去天冠王先闥額增長旣見憶識其容夫妻一時俱拜王足王卽便盛興儀式引入後宮洗沐香湯著妙衣服方丈甘饌百種千名自親臨觀其所食食罷延就上妙宮綺帳芬芳適時安寢
왕이 내궁에 신칙하였다.
“이 분들은 나의 부모와 같은 분들이니, 필요한 음식과 의복이며 와구와 노비 등을 모두 불편함이 없이 대어드려라.”
맹광왕이 이렇게 그들을 공경하니 사람들도 모두 공경하였다. 왕자도 대신도 안팎의 사서(士庶)도 공경하지 않음이 없었다.
농부 증장이 이러한 분수 아닌 공경과 대접을 만 7일 동안이나 받고 나니, 부끄럽고 계면쩍어서 그냥 있지 못하였다. 드디어 왕에게 나아가서 아뢰었다.
“저는 이제 그만 하직하고 제 오막살이집으로 돌아가고자 합니다.”
022_0749_c_14L王勅內宮曰此是我父母凡有所須飮食衣服以臥具奴婢僕使悉皆供給猛光王恭敬彼已人皆恭敬王子大臣外士庶無不敬重耕人增長旣見非分恭敬供養滿七日已情懷愧恧白王言我今奉辭欲歸蓬戶
022_0750_a_01L왕이 말하였다.
“그대는 이제부터 여기 있으면서 나와 함께 나라를 다스리자.”
“저는 한낱 밭가는 지아비온데 어찌 나랏일을 알겠습니까.”
“그대는 왜 이런 말을 하지 않았는가. ‘내가 만약 나라의 대신이 된다면 곧 긴 밧줄로 원승의 목을 옭아서 올서니성으로 끌고 들어오겠다.’고.
그리고는 이제는 ‘나는 농부니까 나랏일을 감당하지 못한다’고 하는가.
마땅히 여기 머물고 집으로 돌아갈 생각을 말라.”
왕이 드디어 억지로 세워서 나라의 큰 정승을 삼으니, 그는 비로소 재상이 되었으나 음식이 아주 거칠었다.
022_0749_c_20L王曰今住此共我冶國增長答曰我是耕寧知國事王曰汝豈不云我若得作國大臣者卽以長繩繫圓勝頸入嗢逝尼城今乃方云我是耕夫不堪王事宜應且住勿念還家彼便默王遂强立爲國大相創爲宰輔供膳尚麤
그 뒤 어느 때 왕이 물었다.
“그대는 이제 좋은가, 어떠한가?”
“아침밥도 넉넉지 못하거늘 좋을 것이 어디 있겠나이까.”
“걱정하지 말라. 곧 그대에게 의식을 풍족하게 하여 주리라.”
그리고는 왕이 곧 5백의 대신에게 고하였다.
“경들은 마땅히 증장에게 공급하여 주라.”
이때 모든 사람들이 함께 옷과 식량을 거둬 주어서 증양(增養)이라고 불렀다.이 이후부터 증양이라 이름한 까닭이다.
022_0750_a_04L後於異時王因問曰汝今好答曰朝餐尚乏好事安在王曰須憂惱卽當令汝衣食豐盈時王卽告五百大臣曰卿等宜應供給增長是時諸人共出衣食旣增養活因此時人號爲增養從此已後故名增養
그때 왕이 또 그에게 물었다.
“그대는 이제 좋은가, 어떠한가?”
“의식은 비록 훌륭하나, 조관 대신들이 모두 경천하오니 어찌 좋을 수 있겠나이까.”
“만약 그렇다면 재신(宰臣)들이 모여서 평론할 때 그대는 그 가운데로 가라. 감히 가벼이 하는 자가 없으리라.”
“대왕님이시여, 저는 농부이온데 감히 조정의 귀한 분들과 친할 수 있겠나이까.”
“그대는 다만 모임에 나가기만 하라. 내가 그들로 하여금 존경하게 하리라.”
그가 문득 잠자코 있었다.
022_0750_a_09L時王問汝得好答曰衣食雖精然朝官大臣竝相輕賤何有好耶王曰若如是者宰臣聚會評論之時汝往其中無敢輕者答言大王我是耕夫敢狎朝貴王曰汝但赴集我令彼敬彼便默爾
그 뒤 어느 때 조회에 왕이 재상과 귀한 사람들로 하여금 증양을 공경하게 하고자 하여 방편으로 물었다.
“이제 나라 안에 이러이러한 안온치 못한 일이 있는데, 경들은 어떻게 하여야 그것을 종식시킬 수 있겠는가?”
그때 어느 대신이 말하였다.
“만약 이러이러한 계책을 쓰면 능히 제거되오리다.”
왕이 불가하다고 말하였다. 다음에 모든 신하들이 각기 이견을 제시하였으나, 왕이 모두 불가하다고 하였다.
022_0750_a_14L後於異時因有朝會王意欲令宰貴諸人敬增養故方便爲問今於國中現有如是不安隱事卿等如何令其懲息時有大臣作如是議若作斯計方能除殄王言不可次有諸臣各呈異見王皆不可
그리고 증양에게 물었다.
“이 일을 어떻게 했으면 하는가?”
“만약 이러이러한 계책을 지으면 바야흐로 능히 소멸할 수 있사오리다.”
왕이 모든 신하들을 대하여 그의 계책을 그러하게 여기고 ‘이치에 마땅하다’ 하니, 모든 신하들이 보고는 각기 이런 생각을 하였다.
‘증양이 한 말을 왕이 다 신용하니 이는 마땅히 그를 업신여길 일이 아니로구나.’
022_0750_a_20L乃問增養曰此欲如何若作如是計方能消滅王對諸臣遂然其策將爲當理諸臣見已各生是念增養出言王皆信用此亦不應共爲輕侮
022_0750_b_01L그 뒤 어느 때, 왕이 또 증양에게 물었다.
“좋은가, 어떠한가?”
“살 곳도 없는데, 다른 무엇을 좋다고 하오리까.”
왕이 신하들에게 말하였다.
“경들은 마땅히 증양에게 줄 만한 집을 찾으라.”
어느 신하가 말하였다.
“아무 대신이 이미 죽었는데 그의 처첩과 노복의 무리가 그 집에 살고 있나이다.”
“그 집과 그 처자들과 모든 재물을 다 증양에게 주어라.”
022_0750_b_01L後時王又問增養好不住處尚無餘何能好王告諸臣曰卿等宜可與增養覓宅臣曰有某大臣今已身死所有妻妾奴僕之類住在宅中王曰可將此宅及妻子等幷餘財物咸賜增養
이리하여 집을 얻고 나니, 왕이 또 그에게 어떠냐고 물었다. 증양이 답하기를, 집안사람들이 자기를 농부라고 깔본다고 하였다.
왕이 말하였다.
“만약 그렇다면 그대가 목욕할 때에 내가 사람을 시켜서 부를 것이다. 그때 그대는 ‘내가 목욕을 마치고 가서 왕을 뵐 것이니 기다리라’고 하라.”
증양이 말하였다.
“어떻게 제가 대왕님의 명령을 어길 수 있나이까.”
022_0750_b_06L旣得宅已問增養曰比得好不答曰家中人衆以我耕夫咸生輕慢王曰若如是者汝洗浴時我令使喚汝作是語待我浴訖當去見王增養白言如何我得違大王命
왕이 말하였다.
“이것은 내가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이니 진실로 잘못이 아니니라. 그리고 또 그대가 식사를 하려고 할 때에 내가 사람을 시켜서 부르겠다. 그때 그대는 응답하기를, ‘내가 식사를 마칠 때까지 기다리라. 스스로 가서 뵙겠다’고 하라.
다음은 그대가 바로 식사를 할 때에 내가 그대의 집에 가서 그대와 함께 식사를 하리라.”
“대왕님이시여, 제가 이제 어찌 감히 대왕님과 함께 식사를 하오리까.”
“내가 허락한 것은 허물이 아니니, 이와 같이 할 때 저들이 모두 공경하게 되리라.”
증양이 명령을 듣고 집으로 가서 있었다.
022_0750_b_11L王曰是我所教誠非過咎又汝欲食時我令使喚汝應答云待我食自當往見正汝食時我到汝宅與汝同餐答言大王我今豈敢與王共王曰我許非過如是作時彼皆恭增養聞命便往宅中
바로 목욕을 할 때였다. 왕이 사람을 시켜서 부르기를, “급한 일이 있으니 곧 오라”고 하였다. 사신이 가서 그대로 전하니, 증양이 말하기를, “기다려라. 내가 목욕이 끝나면 갈 것이다”고 하였다.
사자가 돌아간 뒤에 집안사람들이 서로 수군거렸다.
“이제 이 집 주인이 왕명을 거역하고 교만하게 굴었으니 곧 재앙을 불렀도다.”
“전부터 귀하지 못한 사람이 조금 세도를 얻었을 땐 곧 건방진 마음이 생기는 법이로다.”
“자매들이여, 마땅히 알라. 높이 올라간 자는 반드시 떨어지는 것이다. 이 사람도 오늘 틀림없이 왕의 형벌을 받을 것이니, 그 일이 더디지 않으리라.”
022_0750_b_16L及正洗時令使喚有急事汝可卽來使至傳增養報曰待我浴了方去使者去宅內諸人相與言曰今此宅主見拒王命自生高慢卽招殃禍又相告非宿貴人少得勢時便生傲誕人又曰姊妹當知諸昇高者必當墮此人今日定遭王戮事乃不遲
022_0750_c_01L목욕을 끝내고 난 그는 왕에게 나아가지 않고 곧 식당으로 나아갔다.
왕이 또 사자로 하여금 분부하기를, “일이 있으니 급히 오라”고 하였다.
비록 왕의 명령을 들었으나 그는 또 말하기를, “그대로 가라. 식사를 끝내고 가리라”고 하였다.
사자가 돌아가서 본 대로 보고하자 왕이 듣고 몸소 큰 코끼리를 타고 그의 집으로 가서 물었다.
“증양이여, 그대는 이제 식사를 하려고 하는가?”
“예, 식사를 하고자 하나이다.”
“나를 청하지 않겠는가?”
“받들어 모시겠나이다. 잡수어 주옵소서.”
022_0750_b_23L洗沐已不赴王期卽便就食王復令使報云有事宜可急來雖聞王教且去食罷方行使去報王王旣聞已自乘大象至彼宅中問言增養今欲食答曰欲食王曰不請我耶奉請宜可就餐
집안의 모든 사람이 이것을 보고 서로 말하였다.
“우리 가장이 임금님과 함께 허물없이 수작을 하니 일이 평온할 것 같다.”
각기 희유해 하면서 신기한 눈들이 마주쳤다.
그때 왕이 곧 수족을 깨끗이 씻고 한 자리에서 같이 먹으니 집안의 사람들이 이것을 보고는 모두 무서워서 전율하면서 서로 말하였다.
“우리가 요새 이 분을 농부라고 경천하였더니 이제 국왕과 함께 먹는 것을 보았다. 이것을 안 이상 어떻게 해야 할까. 왕이 같이 먹는 정도이니 경솔히 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러니 우리는 이제부터 버릇없이 굴지 말자. 만약 불경스럽게 한다면 반드시 재앙과 환난을 불러오리라.”
모두 그 말이 옳다고 하고 함께 존경하고 무서워하였다.
022_0750_c_06L宅內諸人共相謂我之家長與國王言戲事若平懷各生希有擧目相看時王卽便淨洗手足一處同餐宅內居人見是事已悉皆戰懼互相謂曰我比輕賤此是耕人今者同觀與國王共食又共議知欲如何王旣共餐事難輕忽等從今不應致慢若不敬者定招禍衆然其語共生敬畏
왕이 어느 때 또 물었다.
“이제는 좀 좋은가, 어떤가?”
“한 대신이 있는데 바로 대왕님의 친족입니다. 그런데 그가 항상 나를 속이고 욕하고 하니 어찌 좋을 수가 있습니까.”
“내가 만약 말을 한다면 거북함이 있으니, 진퇴에 이르기까지 그대가 스스로 알아서 하라.”
“제가 하는 일에 대하여 원컨대 대왕님께서는 책망하지 마옵소서.”
“내가 책망함이 없으리라.”
022_0750_c_14L王於異時又問好不答曰有一大臣是王親族常欺罵我寧有好耶王曰我若作言斯成有㝵至於進退汝自當知答曰我所作者願王不責王曰我無怪責
022_0751_a_01L증양이 어느 때 길을 따라 가다가 보니, 어느 가난하고 친척이 없는 두 동자가 탄자[彈丸]를 가지고 길에서 놀고 있는데, 마침 한 여종이 물동이를 이고 지나고 있었다. 그걸 보고 한 동자가 말하였다.
“내가 마른 탄자로 저 물동이에 구멍을 뚫겠다.”
다른 아이가 말하였다.
“마른 탄자로 구멍을 뚫는 것쯤 별것도 아니다. 나는 젖은 탄자로 그 구멍을 막을 터이니 이거야말로 신기하지 않으냐.”
이렇게 상의한 그들은 곧 마른 탄자를 쏘아서 구멍을 만드니 다음은 젖은 탄자로 막아 놓았다.
022_0750_c_19L增養異時隨路而去見二童子貧無親屬持彈幷丸在道而戲時有婢使頭戴水瓨在傍而過一童子曰我以乾丸彈瓨作孔一人又云乾丸作孔此未希奇我彈濕丸而掩其孔此成奇事旣共議訖卽以乾丸彈令作孔次彈濕丸掩之令合
이때 멀리서 이걸 바라보던 증양이 희유한 느낌으로 이런 생각을 하였다.
‘이 두 어린아이야말로 나를 도와서 왕의 친족을 굴복시키고 그 놈의 욕하는 것을 막을 만하다.’
이렇게 생각한 그는 두 동자에게 물었다.
“너희들은 뉘집 아들이냐?”
“우리는 친척이 없습니다. 때에 따라서 살아갑니다.”
“그러냐. 그렇다면 나하고 함께 살자.”
“명령대로 하겠습니다.”
022_0751_a_02L于時增養遙見其事情生希有便作是念此二小童可令助我伏彼王親屛除怨罵問二童曰汝是誰家子答曰無親族隨時活命報曰若爾可於我所共汝爲活答言隨命
이리하여 그에게 거두어지니, 동자들은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합니까”고 물었다.
“너희는 다만 탄자를 던지는 것만 익혀라. 그랬다가 이 뒤에 내가 누구하고 싸우는 것을 보거든 탄자에 오물을 발라서 그의 입 안으로 던져 넣어라.”
“할 수 있습니다.”
그 뒤에 그 왕의 친족과 함께 다투는데 동자가 곧 더러운 탄자를 멀리서 그의 입 안으로 처넣으니, 그가 곧 뱉고 손으로 입을 가리면서 급히 도망쳐 나아갔다. 이런 치욕으로 인하여 다시 능멸하지 못하였다.
022_0751_a_07L旣蒙收採我更何爲答曰汝但習彈後若見人與我鬪諍當以不淨塗丸彈於口答言我能後時與彼王親共爲爭童子卽以穢丸遙彈口內彼便吐出以手掩口急走出外因斯恥辱更不相陵
왕이 또 물었다.
“그대는 좋은가, 어떠한가?”
“대왕님의 나인[內人]이 나를 농부라고 모두 업신여기나이다.”
“만약 그렇다면 내가 궁에 들어갈 때 그대가 문에 와서 ‘임금이 어디에 있느냐’고 물어라. 만약 ‘안에 있다’고 하거든, 그대는 또 말하기를, ‘만기(萬機)의 집무를 하지 않고 후궁에나 틀어박혀 있으니 어찌 일이 제대로 되랴’고 하라.
그리고 또 보아서 만약 내가 안에 있을 때거든, 그대는 측전(側殿)에 들어가서 내 자리 위에서 다리를 드리우고 자고 있어라. 그러면 내가 문에서 나와 그대의 다리를 들어서 올려놓아 주리라.”
022_0751_a_13L王復問言汝得好不答言之內人以我耕夫竝生輕賤王曰如是者我入宮時汝來門所問言在何處若言在內汝可語言萬機之務棄而不知鎭處後宮何能辦事若見我在內住時汝於側殿在我牀上垂腳而眠我自出門爲汝擧足令
“대왕님이시여, 제가 어찌 머리가 둘이기에 임금님께서 제 발을 들도록 하오리까. 군신의 지위가 다르고 높고 낮음의 구별이 있거늘, 아무리 현재 인정에 막혔기로 이럴 수가 있겠나이까.”
“그것은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 그대에게 다시 무슨 허물이 되랴. 이렇게 할 때 궁중에서는 그대를 감히 업신여기지 못하리라.”
그가 듣고는 잠자코 있었다.
022_0751_a_20L答言大王我豈二頭令王擧足臣位別高下殊途現阻人情豈有斯王曰是我所愛汝復何愆如是作時中宮於汝不敢輕慢彼便默爾
022_0751_b_01L그 뒤 어느 때, 내궁에 들어가서, “임금님이 어디에 계시냐”고 묻고, 임금이 시킨 대로 하여 결국 왕이 발을 들어올리는 데에 이르니, 나인들이 볼 때 모두 참을 수가 없어서 욕하고 꾸짖으려고 하였다.
왕이 말하였다.
“너희들은 그러지 말라. 이 사람은 내가 아끼는 바이니 무슨 허물이 있으랴.”
이런 뒤로 그들은 서로 말하였다.
“우리가 이 사람이 왕의 사랑을 받고 있음을 보았으니, 다시는 업신여기지 말아아겠다. 왕이 만약 알면 우리에게 형벌이 오겠다.”
그런 다음부터는 모두 공경하였다.
022_0751_a_23L於異時來入內宮問王安在隨王言教次第皆作乃至王與擧足內人見時皆不忍可欲致𣣋辱王言汝莫我所愛此有何辜然相謂曰共見此人受王愛念我等不應更爲輕慢若知者於我加刑從是已後悉生恭敬
왕이 어느 때 또 물었다.
“요즈음 그대의 재미가 어떠한가?”
“이제는 좋습니다.”
그런데 맹광왕은 본디 여색을 좋아하는 성품이었다. 모든 소년들과 더불어 높은 누각에 올라가서 세상 이야기를 하다가 물었다.
“너희들은 어느 도성(都城)에 좋은 미녀가 있는지 아느냐?”
그러자 혹은 곡여성(曲女城)에 있다 하고, 혹은 출사개성(出蛇盖城)에 있다고 하였다. 또 누가 말하였다.
“다른 성읍에 대한 것은 아직 말할 것 없고 바로 이 성에 색을 파는 여인이 있는데, 이름은 선현(善賢)이라 하옵고 용모가 단엄한 것이 세상에 뛰어나서 마치 천상의 채녀가 제석궁에 있는 것 같으며 또 햇빛이 모든 별들을 비추는 것 같나이다.”
022_0751_b_06L王於異時問言好不答言今時得好其猛光王性愛女色與諸少年在高樓上談說世事因告之曰汝等頗知何處都城有好美女有云曲女城或云出蛇蓋城中有云諸餘城國且未須論於此城中有賣色女名曰善容色端嚴世所殊絕如天婇女在帝釋宮亦如日光映諸星宿
왕이 듣고는 너무 기뻐서 정상의 마음을 잃고 그 여인한테 가 보기로 결심하였다.
그날 밤에 어복(御服)을 벗어버리고 서민의 옷차림으로 5백의 금전을 가지고 선현의 집에 가니, 그 여인이 보고는 좋아서 어서 오라고 하였다. 그리고는 여종에게 말하였다.
“이 장부와 더불어 깨끗이 목욕을 하라.”
여종이 시키는 대로 그를 위하여 씻겨 주면서 몸을 문질렀다.
이때 또 다른 한 사람이 5백 금전을 가지고 와서 자고 싶다고 하였다.
그런데 이 음녀는 이러한 상투적인 수법을 썼다. 즉 뒤에 또 사람이 오면 앞에 온 사람을 죽이고 뒤에 온 사람과 즐기는 것이었다.
022_0751_b_14L王聞是說倍悅常心迷惑失所情希就見於其夜脫去御服著凡庶衣自持五百金錢往善賢舍彼女見已歡唱善報婢使曰與此丈夫沐浴淸淨卽依教爲其洗浴揩摩身體有一人復持五百金錢來詣門首報言欲來宿然此婬女常法如是後有人殺前至者與後同歡
022_0751_c_01L이때 여종이 보니 맹광왕의 용모가 사랑스러워서 평범한 서민과 같지 않았다. 그는 곧 눈물을 흘리면서 생각하였다.
‘이 사람은 찰제리의 종족이 아닌가. 용모가 단정한 품이 세상에 둘도 없을 것 같구나. 그런데 어떻게 음녀가 죄악심을 일으켜서 옳지 않게 죽일려고 하는가.’
그가 떨어뜨린 눈물이 왕의 몸에 떨어졌다. 왕이 곧 쳐다보면서 여자에게 물었다.
“어찌하여 갑자기 눈물을 흘리는가?”
“아무 일도 아닙니다.”
왕이 의심을 가지고 다시 다그쳐 물었다.
“사실대로 말하라. 반드시 곡절이 있으리라.”
022_0751_b_22L是時婢使見猛光王容顏可愛與凡庶不同卽便落淚作如是念此人豈非剎帝利種儀貌端正擧世無雙如何婬女起罪惡心非理抂殺彼所零淚落在王身王卽仰觀問女何故忽然淚落答言無事王有疑心頻更硏問汝當語我此必有緣
그가 드디어 차근차근 그 까닭을 말하니 왕이 물었다.
“소녀야, 내게는 이미 꾀가 없으니 어떻게 빠져나갈 방법이 없겠느냐?”
“이 집은 사방에 칼을 든 사람이 지키고 있습니다. 그러니 달아날 도리가 없습니다. 그러나 나갈 곳이 있기는 하지만 아주 더러워서 말도 못합니다.”
“좋고 나쁘고가 어디 있느냐. 그곳을 가리켜라. 나는 목숨을 건져야겠다.”
“모처로 달아날 수 있으나 그것은 칙간이오며, 구멍을 철못으로 박았으니 만약 그 못을 뺄 수만 있다면 탈주할 길이 됩니다.”
“네가 그곳을 좀 가리켜 다오. 내가 빼어 보리라.”
여자가 그곳을 가리키니 왕이 빠져 내려가서 그 구멍의 못을 뽑아보았다. 그러나 아무리 애써도 빠지지 않았다.
022_0751_c_06L彼遂次第說其所以王卽問言少女我已失計頗有方便得走出不答曰此舍四邊有人持劍共相警衛走出無由然有出處極成穢惡亦何用在言王曰隨好隨惡可指其我命須存答言某處容可走出是廁孔釘以鐵釘若能拔得斯爲走王言汝行指處我試拔之女指其王投身下拔廁孔釘雖勞筋力未能得出
그때 이 담장 밖으로 멀지 않은 곳에 한 바라문이 사는데 성문(星文)을 잘 알았다. 그가 밤중에 나와서 하늘을 우러러보는데 그의 아내는 물을 가지고 뒤를 따라갔다.
바라문이 아내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이제 마땅히 알라. 내가 별을 보니 임금님이 큰 난을 만났는데, 지금 신고가 말할 수 없구려.”
아내가 말하였다.
“국가의 기밀을 어찌 말합니까. 다른 사람이 들으면 형벌을 받을 것입니다.”
“내가 국왕의 그늘로 살거늘, 임금님이 고통을 받으시는데 내가 어찌 편안하겠소.”
022_0751_c_15L爾時於此牆外去斯非遠有婆羅門善識星文中夜出旋仰觀天漢妻持水隨後而行婆羅門告曰汝今應知我觀星宿王遭大難辛苦非常妻曰國家機密何用在言餘人若聞定遭刑戮婆羅門曰我蒙庇蔭元由國王王受艱辛我寧安隱
022_0752_a_01L중간 뜰에서 액성(厄星)을 바라보고 걱정하고 있었는데, 왕이 칙간 구멍으로 그 말소리를 듣고는 힘을 다하여 못을 흔들어서 드디어 뽑아내었다. 그리고는 곧 그 구멍으로 똥을 따라서 가니 온몸이 오물 투성이었다.
이리하여 간신히 밖에 나오니 하늘에 별이 드디어 고쳐진지라, 바라문이 그 별이 고쳐진 것을 보고는 아내에게 말하였다.
“임금님이 비록 고통은 받으셨으나 이제는 벗어나셨소. 목숨을 보존하셨으니 이런 다행이 없구려.”
022_0751_c_22L便於中庭遙望厄星求念而住王於廁孔聞其語聲盡力搖釘拔之遂出卽從孔內隨糞而行不淨霑身辛苦出外天星遂改時婆羅門見星改變告其妻曰王雖受苦今已得出旣存性命我爲幸甚
왕이 급히 성중으로 들어가서 안락 부인의 처소에 이르니 부인이 보고 창졸간에 물었다.
“하늘에 사사로움이 없거늘 무슨 뜻이 이러하옵나이까.”
왕이 사실을 모두 말하니 부인이 듣고는 눈물을 흘렸다. 곧 죽비(竹篦)로 오물을 긁어버리고 먼저 향토(香土)로 골고루 씻고 다음은 갖가지 향가루와 여러 가지 묘한 향수에 목욕한 뒤에 도향(塗香)으로 문지르고 옷을 갈아입혀서 잠시 편안히 재웠다.
날이 밝았다. 왕이 정전(正殿)에 앉아서 대신들에게 고하였다.
“모든 음양사(陰陽師)와 성력(星曆)을 아는 자들을 다 모두 불러 모아라.”
신하가 곧 모두 불러왔다.
022_0752_a_05L王便急步潛入城中至安樂夫人處夫人倉卒見而問曰上天無私何意如是王乃次第具向說之夫人聞已泣淚撗流卽以竹篦刮去不淨先以香土遍洗次將種種香屑衆妙香水而沐浴之次拭塗香著上衣服暫時安寢以至天明於正殿坐告大臣曰諸陰陽師識星曆者皆應喚集臣卽摠命
왕이 그들에게 물었다.
“내게 어젯밤에 어떠한 일이 있었겠는가?”
그들이 대답하였다.
“대왕님께서 밤에 안온하셨고 다시 다른 일이 없었나이다.”
왕이 말하였다.
“아무 동네에 바라문이 있는데 성력을 잘 아니, 불러오라.”
곧 사자가 바라문의 집에 이르러서 왕이 부른다고 하였다.
그가 옷을 갈아입고 왕의 처소에 나가려고 하니 그의 처가 말하였다.
“내가 먼저도 말하였지만 국가의 기밀을 어쩌자고 말합니까. 당신이 듣지 않더니 이제 불리어서 문초(問招)되는 구려.”
022_0752_a_13L王問之曰我於昨夜其事如何答曰王夜安隱更無異事王曰於某坊處有婆羅門善知星曆可喚將來卽令使去至婆羅門宅報言卽便著衣欲赴王所其妻告曰先已報國家機密何用在言仁不聽採今遭召問
022_0752_b_01L바라문이 일진을 보니 나쁜 일이 없음을 알고 그 아내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걱정하지 마오. 다 좋은 일이오.”
그가 왕에게 나아가니, 왕이 이미 멀리서 보고 높은 소리로 불렀다.
“잘 오시오. 큰 스승이여, 서로 가까이 앉읍시다.”
바라문이 곧 축원하였다.
“원컨대 임금님의 수명이 연장되옵소서.”
자리에 나아가 앉아서 잠시 쉬었다.
왕이 물었다.
“바라문이여, 그대는 성력을 아는가?”
“제 나름대로는 조금 짐작하나이다.”
022_0752_a_19L婆羅門遂觀察日辰知無惡事告其婦曰汝不須怖皆是吉行詣王所王旣遙見高聲唱言來大師可相近坐婆羅門便卽呪願願王壽命延長就座而坐少時停息王乃問言婆羅門汝解星曆不答曰隨我力能薄閑多少
“대사여, 내가 어젯밤에 어떠한 일이 있었겠는가?”
“대왕님께서 어젯밤에 난을 만나서 보통이 아닌 신고를 하셨으나, 대왕님의 복력으로 겨우 목숨을 보존하셨나이다.”
왕이 듣고는 모든 신하들에게 말하였다.
“저 대사의 말과 같이 내가 어젯밤에 하마터면 목숨이 온전치 않을 뻔하였다. 모든 음양사가 역산(曆算)을 알지 못하니 앞으로는 그들의 봉록(封祿)을 끊고, 음녀 선현을 그의 머리털을 사나운 말의 발에 매어서 밟혀서 죽게 하라. 그리고 그의 살던 집을 당나귀로 갈아서 개간할 것이며, 그 집 여종으로서 나를 씻겨 주던 자는 후궁으로 불러들여서 나랏일을 맡게 하라.”
그때 모든 대신들이 왕의 말대로 모두 시행하였다.
022_0752_b_02L王言大師我於昨夜其事如何答言大王昨夜遭難非常辛苦由王福力僅爾命存王旣聞已告諸臣曰如大師說我於昨夜命幾不全諸陰陽師未閑曆筭從今已去絕其封祿婬女善賢宜將頭髮繫惡馬足踏之令死所居之宅以驢耕墾其家婢使與我洗者命入後宮令知國事諸大臣如王所言悉皆依作
왕이 바라문에게 물었다.
“그대가 이미 나를 걱정해 주었기 때문에 내가 목숨을 부지하였으니, 이제 은혜를 갚아야 할 터인데 그대는 무엇이 소원인가?”
“대왕님이시여, 잠깐 집안에 물어보고 와서 아뢰오리다.”
“좋을 대로 하라.”
곧 집으로 돌아가서 식구들에게 말하였다.
“임금님께서 내게 원하는 것을 모두 준다고 하셨으니, 너희들은 각각 무엇이 하고 싶으냐?”
022_0752_b_11L王問婆羅門曰仁旣憂我我得命存今欲報恩汝何所願答言大王暫問家中來申所願王言隨意便卽歸舍告家人曰王與我願隨意所須悉皆給與汝等諸人各欲何事
아내가 말하였다.
“당신은 하고 싶으신 것이 무엇입니까?”
“나는 다섯 개의 큰 취락을 항상 봉읍(封邑)으로 하고 싶으오.”
“만약 그러시다면, 저는 암소 백 마리를 가져서 항상 유락(乳酪)을 공급하도록 하고 싶습니다.”
아들이 말하였다.
“나는 좋은 말과 보배 수레를 타는 것이 소원입니다.”
딸이 말하였다.
“저는 훌륭한 영락과 보배로 장엄하는 것을 원합니다.”
여종이 말하였다.
“저는 잘 갈은 향석(香石)으로 부엌[食所]을 만드는 것을 원합니다.”
022_0752_b_15L妻曰君欲何物答曰我欲五大聚落常爲封邑妻曰若如是者我欲牸牛百頭恒供乳酪子曰我願上馬寶車而爲乘馭女曰我願上妙瓔珞以寶莊嚴其婢使曰我願好磨香石是作食所
022_0752_c_01L이때 바라문이 문득 이런 생각을 하였다.
‘이런 일을 직접 말할 수가 없으니, 마땅히 게송으로 말하여서 임금님께 원하리라.’
드디어 왕의 처소에 이르러 아뢰었다.
“제 집안의 원하는 바를 용납하여 주신다면 말씀드리겠나이다.”
그리고는 게송으로 그것을 말하였다.
022_0752_b_21L婆羅門便作是念旣有斯事不可直說宜作頌言從王乞願遂至王所白大王言如我家中所有求願容其罪得盡於詞聊作頌言以申其事

나의 원은 다섯의 봉읍이옵고
아내는 1백 마리의 소를 원하며
자식은 말과 보배 수레를 욕심내고
딸은 모든 영락들을 사랑하옵니다.
022_0752_c_02L我願五封邑
婦牛一百頭
子欲馬寶車
女愛諸瓔珞

집안의 작은 여종들이 있어
잘 갈은 향석을 구하오니
이러한 여러 가지 원을
대왕님이시여, 어여삐 여기소서.
022_0752_c_04L家中有婢使
須石用磨香
有此所願求
大王哀見與

그때 맹광왕이 듣고는 도로 게송으로써 그것을 허락하였다.
022_0752_c_05L猛光王聞其說已還將頌答遂其所願

네게는 다섯 고을을 봉하여 주고
아내에게는 백 마리의 소를 주며
아들에게는 말과 보배 수레를 주고
딸에게는 모든 영락을 주노라.
022_0752_c_07L與汝五封邑
婦牛一百頭
子與馬寶車
女賜諸瓔珞

집안의 작은 여종들에게는
좋은 돌 마향(磨香)을 주리라.
이미 이러한 것을 원하였으니
다 모두 만족하게 주노라.
022_0752_c_09L家中小婢使
與好石磨香
旣有此願求
悉皆令滿足

왕이 대신들에게 욕구하는 대로 다 주라고 분부하였다. 그리고 바라문에게 말하였다.
“대사는 나와 함께 나랏일을 다스리되 참된 마음으로 서로 도우면서 만기(萬機)를 평론하자.”
“대왕님이시여, 저는 바라문이오니 국가의 일을 알 리가 없지 않습니까.”
이때 왕이 억지로 바라문을 세워서 나라의 대신으로 삼았다.
왕의 이웃 국경에 갈사(渴沙)라는 곳이 있어 어기고 배반함이 있었다.
드디어 증양으로 하여금 군사들을 이끌고 가서 치게 하였더니, 적군을 무너뜨리고 많은 물자를 얻었다.
군사를 야외에 주둔하고 바야흐로 성에 들어가고자 하였다.
022_0752_c_10L王告大臣曰隨所欲者皆可與之語婆羅門曰大師與我共治國事心相助平論萬機答言大王我是婆羅門理不應知國家之事王卽便强立婆羅門爲國大臣王之鄰境名曰渴沙有相違背遂令增養持兵往伐旣破彼軍多獲資物屯兵野外方欲入城
왕이 듣고 와서 군사를 정돈하고자 하여 스스로 나갔다가 갈사의 소녀를 보니 온몸에 심한 옴이 올라 있었다. 증양에게 물었다.
“어떤 장부가 이 계집아이를 데리고 같이 잘 수 있을까?”
증양이 대답하였다.
“바로 잠자리만 즐겁게 할 뿐 아니라 나중에는 그 남편의 등에 올라타고 말의 울음소리도 내게 할 수 있을 것이옵니다.”
“어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으랴.”
“대왕님께서 앞으로 보실 수 있을 것이옵니다.”
022_0752_c_18L王聞欲來整軍自出見渴沙少女身多癬疥問增養曰頗有丈夫與此女兒同眠宿不答曰非直同歡枕席終亦騎其夫背令作馬鳴王曰豈當得有如此事耶答曰王當目驗
022_0753_a_01L이때 증양이 곧 그 소녀를 의사에게 부탁하였다.
“그대는 잘 치료하라. 약값은 많이 줄 것이며 대체로 필요한 것은 내가 아끼지 않으리라.”
의사가 치료하여 완전히 회복되니 다음은 의복과 음식을 뜻에 맞게 하여주었다. 곧 얼굴이 피어나는데 그 아름다움이 보통이 아니었다.
이때 증양이 데려다가 딸을 삼고 이름을 성광(星光)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성광에게 말하였다.
“내가 만약 임금을 청하여서 집에 오셔서 식사를 하시거든 네가 모든 영락을 갖추어 몸을 잘 치장하고 임금님 앞에 나타나라.”
딸이 분부를 받았다.
022_0752_c_22L是時增養卽將少女付與醫人汝可善治多酬藥直凡所須者我無有悋醫人爲療悉皆平復次以衣服飮食隨意資養容顏可愛有異常倫是時增養遂將爲女名曰星光增養告曰我若請王來宅中食汝可具諸瓔珞好自嚴身於王前現女受言教
그 뒤에 증양이 공손히 왕에게 아뢰었다.
“제 가난한 집에 대왕님께옵서 잠깐 왕림하시옵소서.”
“그대가 청하지 않는데 내가 어떻게 가겠는가.”
“제가 이제 받들어 청하옵나이다. 내일 제 집에 오시옵소서.”
“좋다.”
증양이 곧 진수성찬을 장만하고 왕을 집으로 청해 들여서 향수에 목욕하게 하고 값을 따질 수 없는 옷을 바쳤다.
식사를 마치고 나서 좋은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성광이 휘장 안에서 작은 공을 멀리 던지니 그 때문에 휘장이 걷히었다. 성광이 아버지에게 말하였다.
“잘못하여서 내 공이 왔습니다.”
022_0753_a_06L後時增養敬白王曰我之貧宅願王暫過王曰汝不請我何緣得去答曰今卽奉請明當就宅王曰善哉增養遂卽廣陳盛饌具設珍羞請王入宅香水沐浴奉無價衣飯食將了淸談而住星光遂於帷內遙擲小鞠尋卽褰帷報其父曰過我鞠來
왕이 보니 소녀의 용모가 뛰어난 절색이었다. 드디어 욕심이 나서 증양에게 물었다.
“이것이 누구에게 속한 사람인가?”
“신의 딸이옵니다.”
“이미 다른 사람에게 주었는가?”
“아직 못 주었나이다.”
“나에게 주지 않겠는가?”
“대왕님께서 싫어하지 않으신다면 뜻대로 데려가옵소서.”
왕이 곧 성대하게 예를 베풀고 후궁으로 맞아들였다. 그런데 세상에 흔히 있는 일로 새 것을 얻으면 묵은 것은 버리는지라, 옛 문에는 들지 않고 성광에게만 애착하여서 다른 일은 모두 폐하였다.
022_0753_a_13L王見少女顏貌超絕遂生染愛問增養曰此屬於誰答言臣女問曰已與他人答言曾未王曰何不與我答曰王若不嫌隨意將去王卽盛陳禮事娶入後宮世閒常法得新棄故不入舊闈愛著星光餘事皆廢
증양이 생각하였다.
‘바로 이때다. 지난 날 말한 바를 이제 곧 실천하리라.’
그리고는 성광에게 물었다.
“네가 능히 왕의 등 위에 올라타고, 왕으로 하여금 말 울음소리를 내게 할 수 있겠느냐?”
“좀 생각해 보아야겠습니다. 될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대체로 슬기로운 여인은 배우지 않았어도 스스로 아는지라, 드디어 때묻은 옷을 입고 부숴진 침상 위에서 누워 있으니 왕이 와서 물었다.
“무슨 뜻으로 이와 같이 하는가?”
“대왕님이시여, 하늘이 노하셨기 때문에 제가 이제 재앙을 받나이다.”
022_0753_a_19L增養念曰此正是時往日所言卽今應作問星光曰汝能騎王背上令作馬鳴不答曰待我思量未知能不凡智慧女人不學自解遂著垢衣臥破牀上王來問曰何意如是答言大王由天瞋我今遭禍患
022_0753_b_01L왕이 말하였다.
“그대가 일찍이 하늘에 무엇을 구하였더냐?”
“대왕님께서 제 아비로 하여금 갈사를 치실 그 당시에 제가 하늘에 마음속으로 기원하기를, ‘만약 아버지가 저 나라를 항복 받고 평안히 돌아오신다면 내가 시집가서 남편의 등 위에 올라타고 말 울음을 짓게 하겠다’고 하였나이다.
대왕님께서 이제 저를 취하셨으나 나인들이 얼마라도 있고 하니, 누가 나를 위하여 이 숙원(宿願)을 이루게 하겠나이까.”
022_0753_b_01L王曰汝曾於天何所求願答曰王使我父往伐渴沙當爾之時我於天所心有祈願若父將兵降得彼國平安歸者我若嫁時所得夫主騎其背上令作馬鳴王今娶我豐足內人誰能爲我報其宿願
대체로 애욕에 끌려들면 못하는 짓이 없는 법이다. 왕이 말하였다.
“부인이여, 그대의 구하는 바가 진실로 나를 위한 것이다. 앓지 말라. 내가 다 하리라.”
그가 잠자코 말이 없으니 왕이 또 말하였다.
“왜 말이 없는가? 그 밖에도 하늘에 기원한 것이 또 있는가?”
“또는 없나이다. 그러나 그 당시 이런 생각을 하였나이다. 바라문 대신으로 하여금 축원을 하게 하고, 겸하여 음악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비파를 타게 하였으면 하고요.”
“그것도 될 수 있다. 바라문 대신은 내게 스스로 있는 사람이고 비파를 타는 자도 구할 수 있으리라.”
022_0753_b_07L凡爲欲愛所牽無所不作答曰夫人汝之所求斯誠爲我願無疾患我悉作之彼默無語王曰汝何默然豈汝於天更有祈願答曰更無求願然於當時復作是念令婆羅門大臣呪願兼使樂人彈琵琶曲王曰此亦可得婆羅門大臣我之自有琵琶者此可方求答曰可爲求之
이때 건타라국에 한 상인이 있는데 많은 물건을 가지고 올서니성에 왔다가 드디어 음녀와 더불어 교섭을 하였다.
이미 욕정에 빠지니 뜻이 어지럽고 거칠고 어두워져서 있는 재물을 모두 써버렸다. 그렇게 되니 집안사람들과 종들도 뿔뿔이 흩어졌다.
이때 음녀가 그의 궁핍한 지경을 보고 말하였다.
“인자여, 내게는 전지(田地)가 없으니 농사도 못 짓고 그렇다고 또 점포도 없으니 장사도 못하는 형편입니다. 오직 놀러 오는 사람이 모여드는 것을 쳐다보고 살아나가니, 만약 재물이 있으면 가지고 오시고 없으면 가 주셔야 뒤의 손님을 받을 것이 아닙니까.”
022_0753_b_14L健陁羅國有一商人持諸貨物至嗢逝尼城遂與婬女共相交涉旣生染著情亂荒迷所有錢財悉皆費用家人僕使隨處逃亡是時婬女見其窮匱報言仁者我無田地耕耘復無底店興易唯仰交遊聚集以爲活命若有財貨可卽持來無卽須行宜容後客
022_0753_c_01L상인이 말하였다.
“나는 가난하여 아무것도 없소. 만약 있다면 다시 어디에 쓰겠소. 그러나 나는 그대에게 사랑이 깊어졌으니 아직 좀 있게 하고, 그렇게 너무 몰아세우지 마오. 나를 집에 있게 하면 얼마나 사랑하는가를 비로소 알 것이오.”
“만약 내 말대로 무엇이든지 한다면 아직 있도록 허락하리다.”
“나는 뭐든지 하리다.”
022_0753_b_22L答曰我貧無物若其有者更將何用然我於汝深生愛念且當容受勿苦相驅許我宅中始知相愛婬女若能隨言皆作且容居住答曰悉爲之
이때 음녀가 쫓아 보낼 생각으로 대변을 보고는 대추씨를 그 똥 위에 놓고 말하였다.
“그대는 이로 이 대추씨를 물어내오.”
그가 그것을 물어내니, 계집이 발로 그의 등허리를 밟으면서 말하였다.
“이 가난한 것아, 이런 더러운 일을 어떻게 입으로 하느냐. 너는 더러운 놈이니 어서 내게서 떠나가라.”
그리고 집에서 쫓아내었다.
022_0753_c_03L是時婬女情欲驅遣旣大便已遂以棗核安其糞上報曰汝可以齒齧去棗核彼便齧取女卽以腳踏其腰脊報言貧寒物如斯惡事因何口作是不淨潔人當離我去卽驅出宅
그 사람의 예전 직업은 비파를 타는 것이었다. 곧 그 음악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왕이 증양에게 말하였다.
“그대의 딸이 하늘에 이러이러한 기원을 하였는데, 바라문 대신은 내게 먼저부터 있지만 비파를 타는 자를 어디에서 구해야 할까.”
증양이 대답하였다.
“어느 건타라 사람인 객이 비파를 타면서 스스로 살아가고 있사오니, 비단으로 눈을 가려서 궁중으로 끌어들이옵소서.”
“그와 같이 하리라.”
왕은 대신을 데리고 일곱 겹의 누각 위에 올라가서 대신에게 그 일을 자세히 말하였다. 한편 증양은 비단으로 그의 눈을 가려서 인도하여 누각으로 올랐다.
022_0753_c_08L人舊業解彈琵琶卽以音聲而自存王報增養曰汝女於天作斯祈願婆羅門大臣我自先有彈琵琶者何處可求答曰有健陁羅人客彈琵琶以自活命將帛掩目引入宮中王曰當如是作王與大臣昇七重樓上命大臣具說其事增養帛掩彼目引彼昇樓
이때 성광이 산뜻한 흰옷을 입고 왕의 등 위에 올라탔고 바라문 대신은 왕을 위하여 축원을 하였다. 비파가 소리를 내자 왕은 말 울음소리를 내었다.
이때 건타라 사람이 생각하였다.
‘칠중 누각 위에 어찌 말이 울으랴. 필시 나와 같은 무리가 여인에게 희롱된 것이로다.’
충심으로 동정이 되어 이렇게 노래하였다.
022_0753_c_16L于時星光著鮮白服騎王脊淨行大臣爲王呪願琵琶發響王作馬鳴健陁羅作如是念七重樓上寧得馬鳴應是我儔被女人所弄情發於衷乃爲歌曰

이런 일은 대개 서로 비슷하여
이런 일을 겪는 이는 서로 아네.
많은 재산을 모두 흩어 버리었고
더러운 씨로 이까지 더럽혔네.
022_0753_c_20L此事多相似
此事人共知
錢財皆散失
穢核污其齒
022_0754_a_01L
손으로는 비파를 치면서 입으로는 이 노래를 계속 부르니, 왕이 물었다.
“가사가 이상한데 무슨 의미인가?”
그가 곧 차례로 겪은 일을 왕에게 아뢰니, 왕이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사람이 나를 알고 있으니 여기에 머무름이 좋지 않다.’
곧 5백의 금전을 주어서 국외로 몰아내었다.
그 뒤에 대신이 간하였다.
“대체로 나라의 주인된 이는 여인의 기롱(欺弄)을 입지 말아야 하나이다.”
왕이 듣고 속으로 부끄러워서 한 마디의 대답도 없었다.
022_0753_c_22L于時手彈琵琶口誦不歇王卽問曰歌辭異常有何義味彼卽次第以事白王王作是念此人知我不宜住此便與五百金錢遠驅出國後時大臣諫曰凡爲國主勿被女人之所欺弄王聞內慚一無言對
그런 뒤 왕이 증양에게 말하였다.
“바라문 대신이 나를 비방하였으니, 그대는 능히 그의 아내로 하여금 그의 머리를 깎게 할 수 없겠는가?”
“제가 시험하여 보오리다.”
곧 집으로 돌아가서 아내에게 물었다.
“임금님께서 바라문의 곧은 말로 충고함을 입으셨으니 그대는 어려운 방편을 써서 그의 아내로 하여금 그의 머리를 깎게 할 수 있겠나?”
“미리 장담하지 않겠습니다. 깎은 뒤에 보시오.”
“만약 그렇게만 한다면 이건 참 좋은 일이오.”
022_0754_a_05L王命增養曰羅門大臣見譏於我汝頗能令其婦髡彼髮耶答曰我試觀之便往宅中問其妻曰王被婆羅門獻直譏誚頗方便能令其婦髡彼髮耶答曰勞豫說剃後方看夫曰若能作者爲好事
생각이 깊은 남편은 반드시 생각이 깊은 아내를 둔다. 그 아내가 곧 대신의 아내와 더불어 잘 사귀었다. 마침내 그의 마음을 얻고 나서 말하였다.
“부인, 우리 주인은 아주 끔찍이 사랑하여 주신답니다. 내가 찾는 것이면 무엇이나 다 해 주시니까요.”
“비록 사랑이 있은들 어찌 이를 이기겠소. 나는 남편한테 항상 내 마음대로랍니다. 그러니 누가 능히 이에서 지나겠습니까.”
“당신이 만약 남편에게 그렇게 자유롭다면 한 번 남편의 머리를 깎아볼 수 있겠습니까. 나는 이제 당신을 의심합니다. 틀림없이 그것은 못할 겁니다.”
“보기만 하시오. 깎고 나서야 바야흐로 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알 겁니다.”
022_0754_a_11L長情之壻必有長情之婦妻卽便與大臣婦共爲交好旣得意已告曰夫人我之夫主極深相愛我索者悉皆爲作答曰雖有愛言能勝我我於夫處常得自在餘莫能答曰汝若於夫有自在者試髡其我今疑汝定不能爲答曰但看剃竟方知能不
그 아내가 곧 해어진 헌 옷을 입고 홑침상[單牀] 위에 누워서 신음하고 있으니 대신이 보고 물었다.
“왜 이런가?”
“천신(天神)이 나에게 노하신 것입니다.”
“그대는 집이 가난하여서 재물을 못 바치고 천신들로 하여금 미워하게 하는가. 그대가 구하는 대로 다 하여서 신으로 하여금 기뻐하게 하면 괴로움이 없어질 것 아니오. 그런데 그대는 신에게 무엇을 약속하였소.”
022_0754_a_18L其婦卽便著故弊衣單牀上呻吟而住大臣問曰何意如答曰天神怒我報曰汝豈家貧不能酬賽令天神輩於汝生嫌隨汝所求悉皆爲作使神歡喜患苦銷除汝於神處何所許耶
022_0754_b_01L“당신이 먼저 집에서 벼슬도 못하고 있을 때, 국왕이 처음 부르는 것을 보고 내가 신에게 구하기를, ‘우리 남편이 왕명으로 가오니 구하는 바가 뜻에 맞아서 편안히 돌아오게 하소서. 마땅히 그 머리를 깎아서 천신님께 공양하오리다’고 하였습니다. 그런 뒤로 가도(家道)가 창성하고 재물은 거부가 되니, 나는 탐하여 즐거움을 받는 동안 드디어 신께 바칠 것을 잊었습니다. 이 교만한 마음이 천신의 노여움을 산 것입니다. 나는 이제 틀림없이 죽을 것이오니 어느 길로 살길을 구하오리까.”
“그대가 하늘에 구한 바는 곧 나를 위한 것이 되니, 마땅히 위에 아뢰고 그대로 합시다.”
022_0754_a_23L答曰仁先在家未有仕宦國王初命我卽求神我夫主王命將去所求稱意安隱歸當剃其頭髮供養天神自爾已來家道昌熾錢財巨富我貪受樂遂忘賽神由此慢心致令天怒我今定死何路求生夫曰汝所求天便成爲我宜可聞奏悉爲辦之
아내가 곧 증양의 아내에게 소식을 전하였다.
“우리 남편이 그대로 한다고 이미 허락하였소.”
증양의 아내가 듣고는 곧 증양에게 알렸다.
“대신의 부인이 벌써 소식을 부쳐 오기를, ‘우리 남편이 이미 허락하였는데, 위에 아뢸 터이니 잠시 기다리라고 하였소’ 하는 것입니다.”
증양이 들어가서 왕에게 아뢰었다.
“일이 되었사오니 의심하지 마옵소서. 대신이 만약 오거든 이 일인 줄 아옵소서.”
“알았소, 수고롭게 당부할 필요가 없겠소.”
022_0754_b_07L妻便附信報增養婦曰我夫已許悉皆爲作婦旣聞知便報增養大臣之婦已附信來夫已許待暫聞奏增養入見啓王請更不疑大臣若來願知此事已知不勞言囑
그때 저 대신이 와서 왕에게 아뢰었다.
“대왕님이시여, 제가 천신께 기도 드릴 일이 있어서 이 6월 중에는 집에서 나오지 않겠사오니, 원컨대 은혜를 드리우사 허락하여 주소서.”
왕이 “좋다”고 허락하니, 집으로 돌아와서 그는 곧 머리를 깎았다. 그리고는 부끄러운 생각 때문에 밖에 나가지 않았다.
그 아내는 사람을 보내어서 증양의 부인에게 알렸다.
“머리를 이미 깎았습니다.”
이 사실을 아내는 증양에게 말하고 증양은 왕에게 아뢰니, 왕이 듣고 크게 기뻐하면서 곧 사자로 하여금 대신을 불러오게 하였다.
이때 한편으로는 증양이 두 동자에게 노래를 가르쳐 외우게 하니, 그 노래는 이런 것이었다.
022_0754_b_12L彼大臣來至王白言大王我有祈請須賽天神六月中不出庭戶願垂恩許得遂所王曰善哉還至宅中卽便剃髮懷羞恥不出于外其婦令使報增養婦曰頭已髡訖婦告增養增養白王王聞大喜卽令使者喚大臣來于時增養教二童子誦其歌曲歌曰

만약 단정한 양가의 여인이라면
능히 장부를 마음대로 조작하네.
7중누각에는 말 울음소리러니
또 이 대신을 보소, 머리를 깎이었네.
022_0754_b_19L若是端正良家女
能使丈夫隨意作
七重樓上馬鳴聲
看此大臣頭剃卻

이때 대신이 왕의 부름을 듣고 모자를 쓰고 들어갔다. 왕이 명하여 한쪽에 앉으니 저 두 동자가 곧 그 노래를 불렀다.
022_0754_b_21L時彼大臣聞王信喚著帽而入旣至王所命坐一邊彼二童子卽唱其歌曰
022_0754_c_01L
만약 단정한 양가의 여인이라면
능히 장부를 마음대로 조작하네.
7중누각에는 말 울음소리러니
또 이 대신을 보소, 머리를 깎이었네.
022_0754_b_23L若是端正良家女
能使丈夫隨意作
七重樓上馬鳴聲
看此大臣頭剃卻

그 한 동자가 가까이 가서 대신의 모자를 벗겼다. 머리털이 없는 것을 보고 거기 있던 신하들이 손뼉을 치면서 크게 웃으니, 대신이 안으로 부끄러워서 밖으로 사람을 쳐다볼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등을 굽히고 머리를 못들고 말 한 마디 못하고 밖으로 나아갔다. 이때 증양이 할 일을 마치니, 곧 스스로 자랑스러워서 무리들에게 큰 소리를 쳤다.
“만약 여인에게 이와 같이 놀림감이 된다면 그러는 자가 어찌 능히 국가의 대사를 이루겠소.”
022_0754_c_02L其一童子卽便近前脫大臣帽見無頭髮現在朝臣撫掌大笑大臣內懷羞恥外愧於人曲脊低頭一無言答出門而去是時增養所爲事了便自誇誕昌言告衆曰若被女人如是輕弄者豈有能成國家之大事
왕이 아무도 없는 데서 대신에게 말하였다.
“경은 능히 저 증양에게 치욕을 받게 할 수 없겠는가?”
“대왕님이시여, 두고 보아야지 아직은 어떠하올지 모르겠나이다.”
그의 누이의 아들이 묘한 환술(幻術)을 배웠는데, 그에게 말하였다.
“대신 증양이 조회 때마다 항상 나를 놀려대는데, 네가 만약 그에게 욕보이는 일을 할 수 있다면 곧 이것은 나의 큰 수치를 제거하여 주는 것이다.”
“외삼촌께서는 제게 그 일이 어떠하올지 생각하게 하여 주시오.”
한 동안 생각하고 나서 대답하였다.
“근사하옵니다.”
022_0754_c_08L王於屛處報大臣曰卿頗有便能使增養受恥辱耶答言大王我且觀察未知能其姊妹子妙閑幻術告曰大臣增養每於朝會常輕弄我汝若能作辱彼事者卽是與我除大羞恥答言容我籌度其事如何旣思量已髣髴
022_0755_a_01L곧 환술을 써서 큰 장사꾼의 무리를 만들고, 큰 똥무더기로 방을 만들었으며, 마른 해골로 장사꾼 주인의 아내를 만드니 얼굴이 단정하여서 보는 이마다 마음이 끌리었다.
왕의 국법이 만약 큰 장사꾼의 무리가 성에 들어오면 혹 왕이 몸소 세금을 점검하기도 하고, 혹 증양을 시키기도 하였다.
이때 왕이 나가지 않고 증양으로 하여금 세금을 받게 하니, 그가 성문 안에 이르러서 물었다.
“어느 것이 상주(商主)의 방인가?”
그들이 지시하여 방에 들어가 보니 상주의 아내가 용의가 사랑스러워서 사람의 마음을 매혹할 만하였다.
“소녀여, 만약 나와 함께 즐기어 준다면 그대의 상려(商侶)들의 세금을 모두 받지 않겠다.”
“뜻대로 하시오.”
“낮에는 그럴 수 없으니 밤을 기다려라.”
022_0754_c_15L卽以幻術化作廣大商侶大糞聚化爲房室取枯骸骨作商主顏容端正人所樂觀王之國法有大衆商侶來至城者或王自看稅或令增養時王不出令增養受稅至營中問言何者是商主室彼便指旣入室中見商主婦容儀可愛能惑人心纔睹見時卽便染著報言若能與我同歡愛者汝之商侶摠放稅直答言隨意報云不應晝日待夜中
환술사가 곧 낮을 가리어서 밤을 만드니, 증양이 환녀(幻女)와 함께 옳지 않은 짓을 하고 그녀의 목을 안은 채 잠이 들었다.
환술사가 드디어 그 술법을 풀었으나, 이때도 증양은 저 마른 해골을 안은 채 똥무더기 속에 누워 있었다.
바라문 대신이 곧 가서 아뢰었다.
“대왕님이시여, 잠시 나아가셔서 증양을 보옵소서.”
왕이 성 밖으로 나가서 그곳에 이르러 손가락을 튀겨서 깨우고는 말하였다.
“증양이여, 여자와 야합하면서 어찌 살을 먹었는가.”
022_0755_a_02L幻師卽便掩晝爲夜增養共幻女行其非法以手抱咽因茲睡著幻師遂乃解其術法是時增養抱彼枯骨臥糞聚中大臣卽去白言大王暫迂神駕賜觀增養王出城外旣至彼已彈指令覺報言增養與女野合豈噉肉耶
증양이 깨어나서 그 꼴을 보고는 스스로 생각하였다.
‘이렇게 조롱한 것은 이것이 임금님의 지은 바이다. 내 이제 이렇게 살아서 무엇하랴. 차라리 마땅히 스스로 죽어 더 살기를 구하지 않으리라.’
그러다가 다시 생각하였다.
‘목숨을 버리는 것이 아주 어려우니, 내 이제 마땅히 저 존자 가다연나에게 가서 출가를 구하리라.’
022_0755_a_08L增養見已自念如斯調弄是王所作我今何用如此活爲寧當自死更不求生復便念曰捨命極難我今宜去就彼尊者大迦多演那處從求出家
곧 가서 절하고 아뢰었다.
“대덕이시여, 내가 출가하고자 하나이다.”
그러자 존자가 곧 출가시키어 5계ㆍ10계를 주었다. 다음엔 구족계[近圓]를 주어 간략한 교계(敎誡)를 설하고는 『증일아함경』을 읽게 하였다.
그때 맹광왕이 증양이 없고 보니 마음이 편안할 수 없는지라, 드디어 환속(還俗)시키고 전과 같이 편안히 있게 하였다.
022_0755_a_12L卽行就禮白言大德我欲出家尊者卽與出家授五戒十戒已次授近圓略教誡已令讀『增一阿笈摩經』猛光王旣無增養情不能安遂令還俗如舊安置
根本說一切有部毘奈耶雜事卷第二十二
甲辰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雕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