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건(勇健)이 보배 그릇을 준 것과 묘광의 이야기와 난야에 대한 것 살리기 위함 때문에 의술을 허락한 것과 대중을 손상하는 자를 득도시키지 말라 함이다.
022_0773_c_04L勇健與寶器, 妙光蘭若中, 因能活開醫,
不度損衆者。
부처님께서 광엄성(廣嚴城) 미후지(獼猴池)가의 고각당(高閣堂)에 계실 때였다. 그때 여러 바라문ㆍ장자 등이 크게 모이는 곳에서 서로 의논하다가 모두 이런 말을 하였다. “사문 고타마는 항상 탐욕을 품고 있으며 성문의 무리들도 탐심이 많다.” 그 말을 할 때 용건(勇健)이라는 장자가 역시 이 무리들 속에 있다가 이 사람들의 말을 듣고는 말하였다. “이것은 아직 모르니, 내가 그대들로 하여금 대사 세존께서 욕심이 많은지 적은지 직접 눈으로 보고 알게 하리라. 성문들에 대해서도 역시 그렇게 하리라.”
장자가 집으로 돌아가서 금과 은으로 된 그릇들을 살펴보고는 부처님 처소로 가서 두 발에 절하고 문안을 드리고 나서 한쪽에 앉으니, 세존께서 저 장자를 위하여 묘법을 말씀하여 보여 주고 가르쳐 주고 이롭게 하고 기쁘게 하시고서 잠자코 계셨다. 장자가 자리에서 일어나서 한쪽 어깨를 드러내고 부처님께 향하여 합장하고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원컨대 자비를 내리시어 비구들을 데리고 내일 제 집으로 오셔서 작은 공양을 받으소서.” 부처님께서 말없이 허락하시니, 장자가 부처님께서 허락하심을 알고는 하직하고 돌아갔다.
022_0774_a_01L또 한편으로 모든 외도들을 청하였다. “내가 내일 부처님과 승려들을 청하여서 집에서 식사를 대접하도록 하였으니, 당신들도 함께 와서 식사를 받으시오.” 다음은 성안에 가서 바라문과 모든 거사들에게 말하였다. “내가 부처님과 승려들과 외도들을 청하여서 내일 집에서 식사를 하니, 그대들도 함께 와서 부처님과 승려들에게 공양하는 것을 기뻐하오.” 장자가 곧 그 밤에 갖가지 훌륭한 음식을 장만하였다. 그리고 다음 새벽에 자리를 펴고 물동이와 치목(齒木)과 콩가루 따위 필요한 것들을 갖추어 놓았다. 그리고는 사람을 보내어서 부처님께 음식을 다 차렸으니 때가 된 줄 아시라고 아뢰었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성중들을 거느리고 그날 아침에 의발을 지니고 장자가 공양을 차린 곳으로 가셔서 자리에 앉으셨다. 장자가 곧 바라문ㆍ거사들과 함께 좋은 금ㆍ은ㆍ유리ㆍ파리로 만든 특수하고 묘한 반기(盤器)를 가져다 부처님과 승려들에게 차례로 주려고 하였다. 부처님께서는 아난타에게 분부하셨다. “너는 이제 가서 비구들에게, ‘이것은 장자가 4보의 반기를 가지고 시험하려고 하는 것이니 너희들은 받지 말라’고 하여라.” 존자가 분부를 받들고 그대로 알리니, 비구들이 가르침에 의하여 마침내 한사람도 그 그릇을 받는 이가 없었다.
장자가 보고는 곧 적동(赤銅)과 백동(白銅) 그릇을 가져다가 차례로 음식을 받들어 손수 공양을 올려서 모두 만족하게 대접하였다. 식사가 끝나고 치목을 씹고 양치를 하고 발우를 거두니, 장자가 곧 낮은 자리로 가서 부처님을 대하여 앉았다. 부처님께서 그를 위하여 법을 설하시어 보여 주고 가르쳐 주고 이롭게 하고 기쁘게 하고서 아울러 시주의 복덕을 축원하는 게송을 설하시고는 그의 집에서 떠나셨다.
022_0774_b_01L한편 그때 외도들은 모두 하는 짓이 옳지 않아서 형상과 거동이 제멋대로이고 앉는 것도 혼란하여 차례대로 하지 않았다. 장자가 곧 문지기에게 일렀다. “만약 외도들이 금ㆍ은ㆍ유리ㆍ파리의 그릇을 가지고 나가는 것을 보거든 네가 빼앗으라. 만약 장자가 내게 준 것이라고 하거든 그것은 그대에게 잠시 그 그릇으로 먹으라고 한 것이요, 아주 준 것이 아니라고 하라. 그래도 만약 반환하지 않거든 때리고 억지로 빼앗아도 좋다.”
장자가 곧 4보 반기로 외도들에게 음식을 주니, 그들이 높은 소리로 ‘내게 금그릇을 달라. 내게 은그릇을 달라’고 찾아서 요란하게 성내어 다투다가 몽둥이로 치고 손으로 잡고 주먹으로 때리고 발로 밟고 하여 서로 욕하는데 가히 볼 수가 없었다. 장자가 그것을 보고는 성내어 무서운 모양을 나타내어 그들을 진정시키고 음식을 주었다. 그들이 식사를 끝내고 각기 그릇을 가지고 가는 것을 문지기가 막으니, 그들이 말하였다. “장자가 내게 준 것인데 네가 왜 막느냐.” “잠시 거기에 밥을 준 것이요, 아주 준 것이 아니니 두고 가라.” 그리해도 그들이 듣지 않자 문지기가 드디어 치니, 배나 더 시끄러워서 떠드는 소리가 밖에까지 사무쳤다.
광엄성 안의 사람들이 남자ㆍ여자ㆍ어른ㆍ아이 할 것 없이 이것을 듣고는 모두 모여들었다. 장자가 모든 사람들에게 말하였다. “당신들은 부처님과 그 비구들과 외도들과의 다른 점을 보았습니까?” 그들은 대답하였다. “우리도 보았습니다.” “부처님과 성중(聖衆)은 욕심이 적어서 족한 줄을 아나니, 저 외도들의 더럽고 악한 법으로 서로 꾀는 것과는 같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배나 더 부처님과 승려들께 존경하는 마음이 일어나서 믿음이 더욱 높아졌다. 설사 믿지 않거나 중간에 처한 사람들도 역시 부처님과 승려들께 존경하여 믿는 마음을 일으켰다.
그때 세존께서 계시는 처소로 돌아오셔서 발을 씻으시고는 대중 가운데에 나아가서 평소와 같이 앉으셨다. 좌정하신 뒤에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욕심을 적게 하는 수행은 이러한 수승한 이익이 있느니라. 그러니 모든 비구는 금ㆍ은ㆍ유리ㆍ파리 따위 보기(寶器)로 식사를 하지 말라. 어기면 법 어기는 죄가 되리라. 만약 욕심을 여읜 사람이라면 시주의 뜻을 따라서 하라.”
022_0774_c_01L그런데 범부가 혹 천상에 가거나 혹 용궁에 이르러서 그의 복업력으로 음식을 차린 그릇이 모두 금 따위 묘한 보배 반기뿐이고 다른 잡그릇이 없는 경우에도 비구는 범계됨을 두려워하여 감히 식사를 취하지 못하였다. 이 일을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만약 그곳에서 다른 그릇을 구할 수 없으면 설사 금보기이더라도 식사를 취할 것이니, 의심하지 말라.”
부처님께서 실라벌성에 계실 때였다. 이때 이 성중에 한 장자가 있었는데, 큰 부자로 재물이 많고 수용(受用)이 풍족한 것이 비사문왕과 같았다. 그가 장가든 지 오래지 않아서 임신한 것을 알았는데, 그의 아내가 이날 형모가 빛나서 평상시와 달랐다. 달이 찬 뒤에 한 딸을 낳으니 얼굴이 단정하여 사람들이 보기를 좋아하는 여러 가지 좋은 자태를 구족하였었다.
그가 태어나던 날은 방 안이 환하게 밝아서 마치 햇빛과 같았다. 그 상서로운 소문이 성읍에 두루하니, 사람들이 서로 이 이야기들을 하였다. “장자 아무개가 딸을 하나 낳았는데 용의가 특수하고 모든 상이 원만하여 보는 이마다 좋아한다네.” “처음 낳을 때 방 안에 햇빛 같은 광명이 있었다지 않나…….” 이리하여 날마다 숱한 사람들이 희기한 마음으로 장자의 집에 모여 와서 그 희유함을 보았다.
그때 다른 지방에 있는 한 상사(相師)가 앞일을 잘 아는데, 그 기이함을 듣고는 역시 가 보았다. 그 희유함을 보고 나서 사방을 둘러보고 모든 사람에게 말하였다. “여러분은 아십니까. 이 아이가 갖춘 상은 온 세상에 다시 없습니다. 상서(相書)에 의하여 보건대 장차 5백의 장부와 더불어 함께 기쁨과 사랑을 누릴 것입니다.” 사람들이 말하였다. “이 수승한 상으로 보아 5백의 장부란 족할 것이 없소.” 사방 먼 데서도 이 상사의 예언을 듣고 다투어 와서 보니, 이 때문에 거리가 시끌시끌하였다.
022_0775_a_01L이때 장자가 37일이 지난 뒤 큰 축하의 모임을 열고 종친들에게 이름을 짓게 하니, 모두 말하였다. “탄생할 제 방에 밝은 햇빛과 같은 광명이 있었으니, 이 아이의 이름을 묘광(妙光)이라고 하자.” 장자가 드디어 양모 8인으로 하여금 함께 돌보게 하였으니, 그 자세한 말은 딴 데서와 같다.
이리하여 차츰 자라니 용모의 화려하고 우아함이 무리에 뛰어나고, 기악(伎樂)과 관현(管絃)을 두루 다 알며, 광채 혁혁한 비단옷도 향기로웠으니 그 집 안에 선명하게 두루 비추인 그 모습이 마치 묘화원에 있는 천녀와 같았다. 이 기묘하고 사랑스러운 중에도 위광(威光)이 있어 온 세상에 둘도 없는 특출한 모습을 보면 설사 숨어 있는 선인이나 욕심을 여읜 무리라 하더라도 오히려 그에게 끌려서 추한 욕심을 일으킬 정도였다. 하물며 시초없는 과거로부터 쌓고 쌓은 번뇌에서 음욕이 왕성해 가는 나이 젊은 장부야 어찌 미혹하지 않겠는가. 그 아버지는 집안 식구들과 밤낮으로 이를 지키기에 잠도 못자고 있었다.
그때 교살라의 임금 승광 대왕의 태자와 대신과 또 다른 나라 임금의 왕자들이 모두 그 어버이에게 혼인을 청하였다가, 묘광이 5백 사람과 함께 욕사(欲事)를 행하리라는 상사의 예언 때문에 모두 창피하고 부끄러운 생각이 나서 혼인을 이루지 않았다. 그런데 집 안에 있어도 안팎으로 사람이 가득하여 문으로 창으로 모두 엿보니, 비록 지키기는 하나 금지하기 어려웠다.
장자가 보고는 집에 화를 끼칠까 두려워서 마음이 불안하여 이렇게 생각하였다. ‘딸이 클대로 다 컸으니 비록 짝이 아니더라도 구하는 놈에게 주리라.’ 그러나 사람들은 모두 부끄러워하여 맞이하는 자가 없었다. 이에 장자가 취하는 자가 없음을 보고는 마음에 근심이 생겨서 마침내 병이 났고, 그 때문에 몸이 말이 아니었다.
022_0775_b_01L이때 이 성중에 한 장자가 있어 재산이 많은 큰 부자인데 장가든 지 오래지 않아서 아내가 곧 죽으니, 아내를 다시 얻고 다시 얻고 한 것이 둘째, 셋째에서 일곱까지 되었건만 모두 병으로 죽었다. 그것은 그가 전생에 아내가 단명할 업을 지었기 때문인데, 그 나쁜 소문이 퍼져서 드디어 그때 사람들로 하여금 그에게 살부(殺婦)라는 이름을 붙여 주게 하였다.
그때 살부 장자가 독신으로 있으니 살기가 어려운지라, 다시 다른 여자를 찾다가 한 여자의 집에 이르러 혼사를 상의하니 그 부모가 말하였다. “어찌 내가 이제 제 딸을 죽이겠는가.” 다시 생각하고 과부들에게 구하니, 그들이 대답하였다. “어찌 우리가 이제 자신을 죽이고자 하겠는가.” 이리하여 장자가 모든 곳에서 아내를 구하다가 얻지 못하니, 드디어 아내를 구할 것을 단념하고 곧 외도의 사문ㆍ바라문과 모든 잡류(雜類)의 범행인 처소로 가서 그들과 함께 살았다.
그러다가 장자가 생각하였다. ‘우리 아버지는 전에 부처님께 속하는 우파색가였으니, 어찌 번거롭게 외도들을 따르랴. 이제 마땅히 부처님 제자들과 함께 있으면서 점차로 공양을 올리다가 마침내 출가하리라.’ 그는 곧 자주 서다림으로 갔다. 그랬더니 전부터 아는 이가 있어 물었다. “그대가 자주 절에 들어오는데, 출가를 구하는가?” 그가 대답하였다. “나는 이제 일이 없노라. 그리고 이미 이것이 출가인데, 어찌 수고롭게 다시 지으랴.”
그가 까닭을 물으니 대답하였다. “내가 첫 아내가 죽어서 다시 얻으면 또 죽고 또 죽고 하여 일곱 사람이 죽었다. 세상 사람들이 나를 살부라는 이름으로 부르는데, 이것은 모두 전세상 악업이 불러온 것이다. 스스로 생각하니, 아버지가 먼저 부처님께 속하였으니 내가 다시 어디로 가랴. 그래서 곧 발심하여 비구들 속에 몸을 던지는 것이다.” 아는 사람이 말하였다. “비록 그러한 줄은 알겠으나, 아내는 아무래도 구하는 것이 도리이다. 만약 자녀가 없으면 대가 장차 끊어질 것이니, 다시 모든 잡류(雜類) 중에서라도 구하는 것이 옳다.”
022_0775_c_01L그가 대답하였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구혼만 하면 모두 말하기를 ‘어찌 내가 딸을 죽이고자 하겠느냐’고 한다.” “만약 그렇다면 어찌 모든 과부들에게서 구하지 않는가.” “그들도 마찬가지다. 요즈음 그들에게 구혼하였더니, 그들은 ‘어찌 내가 자살을 하겠느냐’고 하였다.” “만약 그렇다면 왜 묘광 미녀에게 가서 구혼하지 않는가.” “그것은 상사의 예언이 5백 사람과 통한다고 하였으니, 어찌 내 집을 음녀의 집으로 만들겠는가. 모든 장부들이 다 버린 것이다.”
“그대는 신심이 있는데 누가 들어갈 수 있겠는가. 다만 비구들이나 가끔 와서 돌아보는 것을 제한다면. 그대는 이제 거기에 문의하는 것이 옳다.” “그도 아마 내게 허락하는 것을 즐겨하지 않으리라.” “저쪽에서도 근심으로 지내고 있으니 혹 서로 짝이 맞을 법도 하다.” 장자가 마침내 그의 집에 이르니, 그 아버지가 보고는 반겼다. “잘 오소. 무슨 일로 오셨는가?” “마음속에 생각은 있으나 감히 말을 할 수 없습니다.”
아버지가 말하였다. “말을 하기로 무엇이 손해되겠는가.” “실은 묘광과의 혼인을 구하고자 합니다.” “좋다. 그대에게 주리라.” 곧 성대히 예를 베풀어 딸을 주었다. 거마로 맞이하여 집으로 돌아온 그는 곧 집에 있는 열쇠를 모두 묘광에게 주면서 말하였다. “아내여, 우리 집엔 전부터 부처님과 스님들께 귀의하여 온 법이 있는데, 이것만이 복밭이고 나머지는 귀의하고 나아갈 데가 없다. 그러니 그대는 수시로 자주 공양을 올리도록 하오.” “좋습니다. 내가 마땅히 그대로 하리다.”
그때 저 장자가 연일 비구를 청하여서 집에 와서 식사를 하게 하니 묘광이 손수 언제나 공양을 올리는데, 만약 얼굴이 예쁘고 빛이 뛰어난 비구를 보면 곧 제 마음속에 기억하여 품곤 하였다. 이때 장자가 볼일이 있어서 잠시 외출하면서 말하였다. “아내여, 내가 모처에 일이 있어서 가니 그대는 복밭에 공양을 올리는 일을 끊임이 없이 하오.” “그렇게 하리다.” 장자가 다시 비구에게 가서 말하였다. “내가 다른 볼일로 다른 곳에 갑니다. 그 동안 성자여, 날마다 집에 오셔서 공양을 받으소서.” “당신의 무병을 원합니다. 우리는 마땅히 댁으로 나아가서 식사를 하겠습니다.”
022_0776_a_01L장자가 간 뒤에 비구들이 그의 집에 가니, 이때 묘광이 남편이 없었으므로 비구들 앞에서 자태를 나타내어 아양을 떨었다. 비구가 보고는 식사를 마치고 절에 돌아가서 서로 말하였다. “그대들은 잘못되는 모양이 나타난 것을 아는가.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한 사람이 말하였다. “우리가 내일부터 가지 않으면 그가 어떻게 하겠는가.” 또 한 사람이 말하였다. “우리는 걸식하는 사람이니 마땅히 걸식을 하자.” 이 말에 모든 사람이 좋다고 찬성하였다. 그리고는 다음 날부터 한 사람도 가지 않았다.
그 뒤 장자가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서 묘광에게 물었다. “복밭인 성자들이 늘 와서 식사를 하였는가?” “하루만 와서 먹고 뒤에는 다시 오지 않았소.” 장자가 듣고 생각하였다. ‘혹시 이 여자가 성자들 앞에서 아양을 떨어서 그들이 실수가 있을 것을 두려워하고 이 때문에 안 온 것이 아닌가.’ 곧 사중으로 가서 은근히 거듭 청하니, 그들이 대답하였다. “우리는 본시 걸식하는 사람이니, 떳떳한 법대로 하는 것이 옳습니다.” “성자여, 내가 이미 짐작하여 압니다. 다시는 전과 같은 실수가 생길 염려가 없습니다.” 이리하여 비구가 허락하니, 그가 절하고 갔다.
다른 날 비구들이 장자의 집에 나아가서 식사를 하는데, 장자가 드디어 묘광을 방으로 들여보내고 그 문을 걸었다. 그리고 장자가 밖에서 손수 식사를 대접하였다. 한편, 비구가 식사할 동안 묘광은 방 안에서 망령된 생각을 하였다. ‘성자 아무개는 발이 이렇고, 허리와 등이 이렇고, 가슴은, 목은, 얼굴은, 눈은, 이마는, 머리는 이러이러한데……’ 이렇게 생각하는 동안에 애착과 염정(染情)이 극도에 달하여 드디어 애욕의 불이 안팎으로 타오르니, 온몸에 진땀을 흘리다가 문득 목숨을 마쳤다. 비구는 식사를 마치고 평상시와 같이 양치질을 하고 게송을 설하고는 하직하고 갔다.
022_0776_b_01L장자가 그제야 문을 열고 묘광을 부르면서 말하였다. “그대는 이제 나와서 나와 함께 식사를 합시다.” 그는 죽은지라, 고요히 말이 없었다. 장자가 들어가서 보니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이런, 잠이 들었군.” 그리고는 깨우고자 하여 손을 흔들었다. 그제야 죽은 것을 알고 울부짖으면서 식구들을 불렀다. “나는 박복한 하등의 인간이다. 이러한 보배로운 여자를 갑자기 잃다니, 모든 친척들에게 죽었다고 알리라.”
종친들이 모여서 모두 울부짖는데, 가슴을 쳐가며 괴로워하고 자신을 땅에 부딪치기도 하였으며, 혹은 장자를 꾸짖기도 하였다. 이렇게 시끄러운 가운데 드디어 날이 저물었다. 오색의 천으로 상여를 장식하여 숲으로 보내는데, 이때 숲에서 멀지 않은 곳에 5백의 도둑의 떼가 있어 다른 곳에서 도둑질을 하다가 여기 와서 머무는 중이었다. 길을 가던 한 사람이 도둑의 진영을 보고는 드디어 걱정이 되었다. ‘묘광 미녀가 이제 죽어서 사방의 친척들을 숲으로 보내고 있는데, 이 도둑의 떼에 환을 당하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내가 빨리 가서 저들에게 알려야겠다.’
그리고 숲에 이르러서 말하였다.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5백의 도적이 있어서 이리로 오려고 하니, 그대들은 빨리 가서 해를 당하지 않게 하라.” 모든 친척들이 듣고는 성대히 갖춘 장례의식을 사람을 시켜서 지키게 하고, 슬픔을 머금고 눈물을 훔치면서 각각 모두 성으로 들어갔다. 한편, 그 도둑의 떼가 드디어 숲 가에 이르니 지키던 사람들도 도망하여 여기저기 숨어버렸다. 도둑들이 갖가지 장엄을 바라보고 다 함께 가보고는 놀라지 않는 자가 없었다.
옷을 벗기고 그의 용의를 보니 비록 영혼은 없으나 엄연히 살아 있는 것과 같아서 그 용모가 평소의 살아 있을 때와 다르지 않은지라, 저희끼리 서로 말하였다. “이렇게 여자가 예쁘고 화려한 것은 예전에 못 보던 바며, 설사 멀리 찾더라도 이러한 무리는 구하기 어렵다.” 각기 욕심이 일어나서 함께 옳지 않은 짓을 하였다. 그리고 5백의 금전을 거두어서 곁에다 놓고 갔다. 다음 날이 밝으니, ‘묘광이 비록 죽었으나 유해가 오히려 5백 사람과 통하였고 금전 5백을 얻었다’는 소문이 사방에 퍼졌다. 모든 비구들도 또한 듣고 알았다.
022_0776_c_01L이때 비구들이 모두 의심이 있어서 세존께 여쭈었다. “묘광의 전생 몸이 일찍이 무슨 업을 지었기에 광명을 갖추어서 처음 탄생할 때에 집 안이 밝았으며, 이제 몸이 죽었는데도 5백 사람과 통하고 금전 5백을 얻을 수 있었나이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너희들 비구야, 저 묘광이 전생 몸이 지은 업을 마침내 스스로 받은 것이니, 과보가 성숙하여진 때에 남이 대신할 수 없느니라.” 그러시고 한 게송을 설하셨으니, 자세한 것은 위에 말한 것과 같다.
세존께서 계속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들어라. 이 현겁 중에 사람의 수명이 2만 세일 때 가섭파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사 10호가 구족하셨으며 바라니사의 시록림(施鹿林)에 계셨다. 그때 이 성중의 왕은 이름이 흘률지(訖栗枳)였는데 큰 법왕(法王)이어서 안온하고 풍족하고 즐거웠으므로 도적들이 없었다. 자세한 말은 다른 데에 말한 것과 같다. 그때 저 세존께서 교화의 인연이 다하여 섶 불이 사라지듯 무여의(無餘依)열반에 드시니, 왕과 모든 사람이 부처님의 몸에 성대한 공양을 올리고 화장을 끝내었다. 그 사리를 거두어서 탑을 세우니 가로와 세로가 1유순이며 높이가 반 유순이었다.
어느 거사의 딸이 탑 모양을 보고 대단한 신심이 생겨서 드디어 밝은 거울을 상륜(相輪) 가운데 매어 놓고 원을 발하였다. ‘원컨대 제가 내세에 태어나는 곳에 광명이 밝게 비춰서 마치 햇빛이 몸을 따라서 나오는 것과 같이 되어지이다.’ 너희들 비구야, 예전의 거사의 딸이 곧 묘광이니라. 그가 예전에 거울을 달고 발원한 힘으로 이제 그 과보를 얻어서 몸이 햇빛과 같고 날 때에 밝은 빛이 집에 두루 가득하였느니라.
022_0777_a_01L또 마땅히 알지니라. 그 몸이 비록 죽었으되 5백 사람과 함께 교통하였고 또 5백 금전을 얻게 된 이것도 예전 인연으로 그런 것이니, 너희들은 마땅히 들으라. 예전에 바라니사의 왕이 이름은 범수(梵授)였는데, 큰 법왕이 되었나니 자세한 것은 앞에 말한 것과 같다. 이 성중에 한 음녀가 있었으니 이름은 현선(賢善)이었다. 얼굴이 단정하여 사람들이 보기를 좋아하였는데, 그 왕의 외삼촌과 전부터 교통하였다.
그때 5백의 소를 기르는 사람들이 꽃동산에 이르러서 함께 기쁘게 놀다가 서로 말하였다. “우리가 이 동산에서 모든 것이 구족한데 오직 소녀와 함께 즐기는 것이 없으니 찾아서 데려오는 것이 옳겠다.” 여럿이 모두 좋다고 하고, 누구를 데려올 것인가 하다가, 모두 현선이 좋다고 하였다. 곧 그의 처소로 가서 말하였다. “소녀여, 꽃동산으로 가서 함께 즐기어 놀지 않겠는가.” 현선이 대답하였다. “만약 금전 천문(千文)을 얻는다면 내가 마땅히 함께 가겠으나 없다면 가지 않겠다.” “마음대로 하라.”
모든 사람들이 곧 5백을 주니, 그가 또 말하였다. “앞에 가라. 나는 향과 꽃으로 꾸미고 의복을 갈아입은 뒤에 곧 가겠다.” 사람들이 간 뒤에 여자가 생각하였다. ‘내가 만약 저 5백 사람과 통한다면 살 수 있겠는가. 이미 5백 금전을 두고 갔으니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러다가 드디어 다른 꾀를 내었다. ‘왕의 외삼촌이 일찍이 나와 사귀었으니, 만약 의지한다면 혹시 구제될 수 있으리라.’
드디어 여종을 시켜서 왕의 외삼촌에게 가서 이렇게 말하게 하였다. “내가 갑자기 실수로 5백 사람에게 5백 금전을 받고 즐기어 놀 것을 허락하였습니다. 내가 만약 그들 5백 사람과 통한다면 살아 있기 어려운 이치이고, 만약 가지 않는다면 배로 벌금을 내어야 합니다. 나는 당신과 함께 일찍이 뜻을 얻은 사이이니 어떠한 방법으로든지 이 일을 해결하여 주시오.” 여종이 가서 그대로 말하니, 외삼촌이 왕의 힘을 의지하여 여자를 가지 않게 하고 돈도 돌려주지 않았다.
022_0777_b_01L이때 세상에는 부처님이 없고 독각이 세상에 출현하였는데, 빈궁한 자를 가엾이 여기면서 하등의 와구[下臥具]에 의지하고 되는 대로 먹었으니, 세간에 복밭이란 오직 이 한 사람뿐이었다.
그때 이 독각인이 인간에 노닐다가 바라니사에 이르러서 고요한 곳을 구하여 편안히 있으려고 하였는데, 저 5백 사람이 한 곳에 모여 있다가 함께 존자를 보니 몸과 마음이 함께 고요하여져서 범상한 무리와는 달라 보였다. ‘이 참된 복밭은 만나기 어려우니 마땅히 공양을 올려서 미래의 인을 심자’고 생각하였다. 곧 함께 주선하여 좋은 음식을 차려서 발우에 가득히 담아서 경건하게 성인께 바쳤다.
독각은 평소에 입으로 설법을 하지 않고 오직 몸으로 상을 나타내어서 선한 마음을 내게 하는지라, 곧 허공에 올라가서 모든 신통변화를 나타내어 몸 위와 아래로 물과 불이 흘러서 빛을 내게 하였다. 범부가 이 신통을 보고 곧 신심과 존경을 내어 마치 큰 나무가 쓰러지듯 온몸을 던져서 저 상인(上人)께 절하고 각기 원을 발하였다. ‘내가 이와 같이 참된 복밭에 공양을 바치오니, 이 선근으로 원컨대 현선 음녀와 더불어 설사 그 몸이 죽었더라도 금전 5백을 주고 저와 함께 교통하여지이다.’ 너희들 비구는 마땅히 알라. 과거의 현선이란 여자가 곧 묘광이었고, 그때의 5백 사람이 곧 지금의 5백의 도둑의 무리였느니라.
그런데 성자에게 공양을 올리고 다시 발원한 그 업력으로 생사 중에 모든 갈래에 흘러 돌면서 5백 생 동안 항상 5백의 금전을 주고 함께 법 아닌 짓을 해온 것인데, 그것이 이제 묘광 음녀의 목숨이 비록 끊어졌으나 그 유해에까지 돈을 주고 함께 나쁜 짓을 하게 한 것이니라. 이러므로 너희들은 제가 지은 업은 남이 대신 받는 일이 없다는 것을 알지니라.” 그리하시고 전에도 설한 바와 같은 한 게송을 설하셨다. 그리고 계속하여 말씀하셨다. “그러니 너희들은 마땅히 검거나 잡된 업을 버리고 순백업(純白業)을 닦을 것이니, 이와 같이 마땅히 배울지니라.” 모든 비구들이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그대로 받들어 행하였다.
022_0777_c_01L그때 세존께서 이렇게 생각하셨다. ‘비구들이 이런 집으로 향하여 가서 음식을 받으면 이러한 잘못이 있을 수 있다.’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저 묘광이라는 여인이 비구로 말미암아 망녕된 생각을 하다가 드디어 목숨이 끊어진 것이니, 이러므로 너희들은 마땅히 이러한 사람의 집에 가지 말라. 그러한 공양을 받으면 그런 과실이 생기나니, 만약 비구가 이러한 집에 가서 과실이 생긴다면 법 어기는 죄가 되리라.”
부처님께서 왕사성에 계셨다. 그때 한 비구가 있었으니, 이는 선정을 닦는 자였다. 그가 자주 아란야에 가서 참선을 하였는데, 그때 한 마녀(魔女)가 있어 법이 아닌 생각을 내었다. 그리고 그 비구에게 식사를 대접하겠다고 청하니, 비구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마녀가 말하였다. “성자여, 만약 내 청을 받지 않는다면 내가 마땅히 당신에게 이롭지 않은 일을 하겠소.” 비구가 대답하였다. “누이여, 나는 계행을 시키는 사람인데 그대가 어떻게 능히 이롭지 않은 일을 한다는 것인가.” 그가 곧 그 비구의 앞에서 참지 못할 소리를 하였다. 이런 뒤로 그가 항상 그 틈을 노리었다.
이때 저 비구가 고요한 곳에서 장삼으로 몸을 싸고 문득 잠들어 있더니, 마녀가 보고는 이런 생각을 하였다. ‘옳다, 지금이 내가 복수할 때다.’ 곧 비구를 들고 영승왕이 있는 전각 위로 향하였다. 그리고는 왕이 바로 잠들었을 제, 곧 그 비구를 왕의 위에다가 놓아버렸다. 왕이 드디어 놀라서 깨어나 물었다. “이 누구냐?” “나는 사문이옵니다.” “어느 사문인가?” “석가의 제자입니다.” “성자여, 어찌하여 여기를 왔습니까?” 그가 곧 사실대로 왕에게 자세히 말하였다.
022_0778_a_01L왕이 말하였다. “왜 이 두렵고 어려운 곳에 있습니까. 만약 내가 부처님께 믿음을 내지 않는 자라면 반드시 당신의 목숨이 온전치 않을 것이며, 성인의 가르침도 방해하게 될 것입니다.” 그가 듣고는 대답을 못하고 돌아가서 비구들에게 말하였다. 때에 비구들이 이 일을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 이렇게 생각하셨다. ‘이것은 비구가 두렵고 어려운 곳에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환난이 있은 것이다.’ 곧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대왕 영승이 잘 나무랐다. 그러니 비구들은 이와 같은 두렵고 어려운 곳에 있지 말지니라. 만약 그런 곳에 있는 자는 법 어기는 죄를 얻느니라.”
같은 곳이었다. 그때 어느 비구가 몸에 종기가 나서 잘 고치는 의사가 와서 환처를 보고 곧 째었는데, 다른 볼일이 있어서 가면서 약을 넣지 않았다. 이때 비구가 더욱 아파서 괴로워하니, 다른 비구들이 그의 고통을 보고 서로 말하였다. “모든 비구여, 만약 의술을 아는 자가 있거든 저 고통을 없애 주오.” 이때 어느 소년 비구가 곧 약을 넣어 주었다. 한편, 의사는 스스로 생각하였다. ‘내가 먼저 종기를 째고 약을 주지 않았으니, 이제라도 주는 것이 옳다.’ 곧 가서 물었다. “내가 종기를 째 놓고 약을 주지 않았소.” 그러자 벌써 약을 넣었다고 대답하였다.
의사가 물었다. “누가 넣었습니까?” “그는 한 소년이었습니다.” 의사가 살펴보니 그것은 좋은 약인지라, 이렇게 말하였다. “만약 다른 날 내가 있지 않을 때에는 마땅히 이와 같이 약을 쓰도록 하시오.” “내가 이번에는 마땅함을 따라서 권도(權道)로써 썼으나, 부처님께서 아직은 허락하신 것이 아닙니다.” “세존께서는 대자대비하시니 반드시 허락하실 것입니다.” 비구가 이 일을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만약 비구들 중에 의술을 잘하는 자가 있거든 마땅히 약을 다루되, 가리워진 곳[屛處]에서 하여 속인들이 보지 않게 하라. 만약 드러난 곳에서 하는 자는 법 어기는 죄가 되리라.”
022_0778_b_01L실라벌성에서였다. 그때 깨끗이 믿는 바라문ㆍ거사 등이 절에 와서 비구에게 물었다. “내게 이러한 병이 있는데 어떠한 약을 복용하여야 하며, 또 무엇을 먹어야 합니까?” 비구들이 의술을 모르는 자는 한마디도 대답이 없었으나, 그 의술을 잘 아는 자도 역시 의심이 생겨서 말하여 주지 않았다. 그러자 그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으면서 갔다. 비구가 이 일을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만약 비구로서 의술을 잘 알거든 마땅히 말하여 줄지니라. 이것은 범계됨이 없다.”
같은 곳이었다. 그때 세존께서 큰 신통변화를 나타내시고는 위엄으로 외도를 누르고 인간과 천상에 기쁨을 주시니, 외방에 있는 모든 사람 아닌 무리들도 그들이 있는 성읍 취락에서 또는 세계의 중간에서도 모두 실라벌성으로 모여 왔다. 그러면 세존께서는 항상 하늘ㆍ용ㆍ야차들을 위하여 설법하셨다. 한편, 교살라의 임금 승광 대왕ㆍ승만부인ㆍ행우 부인ㆍ선수(仙授)ㆍ고구(故舊)ㆍ비사카녹자모(毘舍佉鹿子母)와 또 그 밖에 여기에 온 모든 대중은 음식ㆍ의복을 함께 바쳐서 모든 오는 자로 하여금 모두 충족하게 하였다.
그리하여 모든 사람 아닌 것들도 애착이 생겨가지고 모두 여기 의지하여 있어서 갈 데로 돌아가지 않았다. 그러다가 만약 욕심을 일으키면 그것들이 곧 남편의 모양으로 변형하여서 그 부녀와 함께 욕사(欲事)를 행하였는데, 거기서 낳은 남녀가 사람 아닌 것의 모양을 하고 있어서 손ㆍ발ㆍ머리ㆍ얼굴이 보통 사람의 모양과 달랐다. 혹은 그 눈이 붉고 검었으며, 혹은 머리는 큰데 몸은 짧았으며, 혹은 터럭빛이 순청색이거나, 혹은 잡색에 황색을 겸했거나 하였다.
그래서 그 어머니는 이것을 보고는 크게 놀라서 드디어 험한 곳에 그 어린애를 버려서 저 사람 아닌 아비[非人父]가 그 자식을 볼 때 정기를 더하여 주었다. 혹 또 어떤 것은 처음 날 제는 사람의 모양과 같았으나 크고 나면 사람 아닌 것의 형상으로 되었다. 그러면 그 어머니는 역시 먼저와 같이 던져버리는데 그 귀신 아비가 볼 때 양육을 가하여 점점 성인(成人)이 되었다.
022_0778_c_01L이때 여섯 비구가 보고는 서로 말하였다. “난타 우파난타여, 저 모든 흑발(黑鉢)들이 우리 문도를 훔쳐서 키우다가 성인이 되면 데리고 간다. 그러니 우리는 이제 그것을 잘 거두어서 저 모든 흑발이 다시 끌어가지 못하게 하자.” 그때 우파난타가 그날 아침에 의발을 가지고 성에 들어가서 걸식을 하는데, 문득 길에서 황색 모발을 보고 곧 이런 생각을 하였다. ‘이와 같은 형의(形儀)는 흑발이 기를 바가 아니니, 만약 출가한다고 하면 내가 마땅히 도탈(度脫)시키리라.’
곧 그에게 가서 물었다. “어진 사람아, 그대는 누구의 집 아들인가?” 그가 대답하였다. “나는 의지가 없고 오직 나 한 몸뿐입니다.” “만약 그렇다면 어찌 세속에서 나오지 않는가?” “누가 황발인(黃髮人)인 나에게 출가의 스승이 되어 주겠습니까?” “어진 사람아, 큰 스승님의 가르치신 법은 자비로써 최상을 삼나니, 그대가 만약 되겠다면 내가 마땅히 그대를 위하여 출가사(出家師)가 되어 주리라.” 이리하여 그가 기뻐하면서 사중에 따라온 것을 곧 출가시키고 아울러 구족계도 주었다. 그리고 수일 동안 행하는 법을 가르치고는 말하였다. “어진 사람아, 그대는 못 들었는가. 사슴이 사슴을 기르지 못한다는 것을……. 실라벌성은 토지가 넓고 아버지가 다니시는 곳이니, 걸식을 하면서 스스로 살아가라.”
이리하여 그가 어느 날 의발을 가지고 성에 들어가서 걸식을 하는데, 그때 어떤 여인이 밥을 가지고 나와서 주다가 그 비구를 보고 가슴을 치면서 말하였다. “누가 당신 같은 황발의 무리에게 출가를 주었습니까?” “우파다야 우파난타입니다.” “그의 나쁜 짓을 제한다면 누가 다시 세존의 교법에 과환(過患)이 생기게 하겠는가.” 모든 믿지 않는 자들은 길거리에서 또 촌방(村坊)에서 함께 비난하였다. “사문 석가의 제자가 하는 짓은 법이 아니다. 황발의 무리도 출가를 시키다니…….”
022_0779_a_01L이 일을 비구가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 이렇게 생각하셨다. ‘비구들이 이런 사람을 출가시키면 이런 과실이 있으니, 이러므로 비구는 황발(黃髮)을 득도시키지 말아야 한다.’
곧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지금 모든 속인들이 비난하는 것은 참으로 법에 맞는 것이다. 이러므로 비구들은 마땅히 저 법을 허무는 무리에게는 출가를 시키지 말지니라. 만약 그런 일을 하는 자는 법 어기는 죄가 되리라.”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이러한 무리에겐 출가를 주지 않아야 하는데, 비구들이 어떤 것이 법을 허무는 무리인지 몰랐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두 가지 더럽고 나쁜 법을 허무는 무리가 있으니, 하나는 종족이요, 하나는 형상이니라. 종족이란 것은 가문이나 종족의 전통이 천하고 낮으며, 빈한하고 용렬한 것이며, 떠돌면서 사는 것이며, 음식이 충족하지 않은 것이며 혹은 전다라(旃茶羅)ㆍ복갈사(卜羯娑)ㆍ목공업[木作]ㆍ세탁업[浣衣]ㆍ술장사[酤酒]ㆍ사냥꾼[獵師] 따위니 이것이 종족이 나쁜 것이며, 형상이란 것은 머리카락이 누르거나 푸르거나 붉거나 희거나 혹 코끼리 털과 같거나, 혹 또 머리카락이 없거나, 혹 또 머리가 너무 크고 길거나 납작하며, 혹은 노새머리며, 혹은 돼지나 개머리처럼 된 것이며, 혹은 모든 짐승의 귀처럼 되었거나, 혹은 귀가 없거나 한 것이며, 혹은 눈에 병이 있어서 누르거나 붉거나 너무 크거나 너무 작거나 하며, 혹 눈이 멀었거나 귀머거리거나, 혹 치아에 병이 있거나, 혹 또 이가 없거나 하며, 혹은 근(根)을 끊었거나 두 근(根)이 밑으로 떨어지는 풍병에 거렸거나, 혹은 또 아주 없거나 한 것이며, 혹은 몸이 너무 굵거나 너무 가늘거나, 혹은 수척하며, 혹은 피부빛이 사나우며, 혹 수족이 불구거나, 혹 옴이나 문둥이 따위 병에 걸린 것이다. 이런 것은 모두 대선(大仙)이 막은 바이니, 마땅히 도탈(度脫)하지 말지니라.” 이에 대한 게송이 있다.
그대는 가장 수승한 가르침에 구족한 계율을 받아서 지심으로 받들어 가지라 장애 없는 몸은 얻기가 어렵느니라.
022_0779_a_20L汝於最勝教, 具足受尸羅, 至心當奉持,
無障身難得。
단정한 자라야 출가할 수 있고 청정한 자라야 구족계[圓具]를 받나니 진실한 말 하는 자가 하신 말씀은 바르게 깨치는 자라야만 아는 것이다.
022_0779_a_22L端正者出家, 淸淨者圓具,
實語者所說, 正覺之所知。
022_0779_b_01L 그때 우파난타가 그 황발(黃髮)을 가져다가 놀이꾼[戱兒]에게 파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만약 머리카락을 파는 자는 졸토라저야죄(窣吐羅底也罪)를 얻으리라.”
022_0779_a_23L時,鄔波難陁持其黃髮賣與戲兒,佛言:“若賣髮者,得窣吐羅底也罪。”
제6문 자섭송④
022_0779_b_02L第六門第四子攝頌曰:
타색가(馱索迦) 등 셋은 같다는 것과 유서(由緖)를 잊을 것에 대비하여 물은 것과 대신통과 대약(大藥)의 이야기와 공인(工人)들과 의구(醫具)에 대한 것과 부처님께서 천궁에서 내려오신 것이다.
022_0779_b_03L馱索等三同, 忘由緖幷問, 大神通大藥,
刀子下天宮。
실라벌성에서였다. 그때 비구 우파리에게 두 사람의 사미가 있었으니 하나는 이름이 타색가(馱索迦)요, 또 하나는 이름이 파락가(波洛迦)였다. 이 두 사람이 서로 친하여서 그 정의가 막역하였는데, 하나가 다른 하나에게 말하였다. “그대가 구족계를 받으면 내가 친교사와 그대를 공양하고 모시어 모자람이 없이 하리라.” 그러하니 듣던 자가 역시 같은 말을 하였다. 이리하여 이 두 사람이 서로 아끼고 보호하느라고 필경 한 사람도 구족계를 받는 자가 없었다.
그때 우파리가 세존께 아뢰었다. “대덕이시여, 한 친교사와 한 병교사(屛敎師)와 한 갈마사로서 제자 2인에게 동시에 구족계를 줄 수 있나이까?” “줄 수 있느니라.” “이 경우 두 사람이 누가 위입니까?” “크고 작음이 있을 수 없느니라.” “3인에게 동시에 줄 수 있나이까?” “줄 수 있느니라.” “이 세 사람이 누가 위입니까?” “역시 위와 아래가 없느니라.” “네 사람에게도 동시에 줄 수 있나이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줄 수 없다. 무슨 까닭이냐 하면, 무리가 아닌 것을 무리로 삼아서 갈마를 지으면 이치에 어긋나기 때문이니라. 만약 이와 같이 하는 자는 법 어기는 죄가 되리라.” “세존이시여, 이 사람들이 동시에 받아서 위와 아래가 없다면 어떻게 공경하며, 일 맡은 이[知事人]가 되거나 이물(利物)을 받을 경우 어떻게 구분하나이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 사람들은 마땅히 서로 예하지 않을 것이며, 일 맡은 이가 되거나 이익된 물건을 받을 때는 저편에서 주는 대로 받을지니라.”
022_0779_c_01L같은 곳이었다. 그때 우파리가 세존께 아뢰었다. “대덕이시여, 앞으로 오는 세상에는 사람들이 건망증이 많아서 생각하는 힘이 적을 것입니다. 세존께서 어느 성읍 취락에서 어느 경전을 설하셨고 어느 계율을 제정하신 것을 모를 것이오니, 이것을 어떻게 하오리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6대성(大城)에서 한 것으로 할 것이니, 여기는 여래가 오래 머문 대제저처(大制底處)인지라 설하여서 잘못이 없다.” “만약 왕 등의 이름을 잊으면 어떤 이를 말하오리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왕은 승광(勝光)을 말할 것이며, 장자는 급고독으로 하고, 우바사가는 비사카로 할 것이니 이렇게 알아둘 것이며, 나머지 지역에서는 왕과 장자를 따라서 말하라.” “만약 옛날의 인연을 말할 때는 마땅히 어느 곳으로 설하여야 하나이까?” “마땅히 바라니사로 할 것이며, 왕의 이름은 범수(梵授)로 하고, 장자의 이름은 상속(相續)으로 하며, 우바사가는 장정(長淨)으로 하되 수시로 일컬어 말할지니라.” “만약 경전을 능히 기억할 수 없으면 어떻게 지녀야 하오리까?” “마땅히 종이나 잎에다 써서 독송하여 지니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