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께서 큰 신통을 나타내신 일 그때 부처님께서 왕사성의 갈란택가지(羯闌鐸迦池) 죽림원(竹林圍)에 계셨다. 그때 국왕ㆍ대신ㆍ바라문ㆍ장자ㆍ거사와 성읍 취락에 있는 인민과 상주(商主)의 무리가 다 함께 세존과 비구들께 존중하여 공경 공양하였으므로 많은 음식ㆍ의복ㆍ와구ㆍ의약ㆍ그 밖의 몸에 필요한 것 등 이양(利養)을 얻었으나, 모든 외도들은 왕과 대신ㆍ바라문 등의 공경을 받지 못하였으므로 음식이나 몸에 필요한 것들을 얻지 못하였다.
그때 마왕(魔王) 파순(波旬)이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오랫동안 고타마를 괴롭히고 하였으나 그 틈을 얻지 못하였었다. 이제 마땅히 모든 외도들 편에서 괴롭혀 보리라.’ 이때 6사(師) 포라나(哺剌拏) 등이 일체지혜가 아니면서 일체지혜라는 거만을 떨면서 역시 왕사성에 의지하고 있었다. 마왕 파순이 곧 포라나의 형상으로 변화하여 말갈리구사리자(末羯利瞿舍梨子)의 처소에 가서 곧 그 앞에서 모든 신통변화를 나타내니, 몸에서 물과 불이 나오고 비가 내리고 우뢰와 같은 번개가 일었다.
022_0780_b_01L그때 말갈리구사리자가 물었다. “포라나여, 그대가 능히 이러한 희기하고 수승한 덕을 성취하였는가?” “나는 이러한 힘을 얻었노라.” 다음은 또 산서이폐라지자(珊逝移陛剌知子)에게 가고, 또 다음은 아시다계사감발라(阿市多鷄舍甘跋羅)에게 가고, 또 다음은 각구타가다연나(脚拘陀迦多演那)에게 가고, 또 다음은 니게란타신약저자(呢揭爛陀愼若低子)에게 가서 모두 그 앞에서 몸에서 물과 불이 나오고 비가 내리고 우뢰와 번개가 이는 모든 신통변화를 나타내었다.
그리고는 또 말갈리구사리자의 모양으로 변화하여 먼저와 같이 다른 다섯 사람에게 가서 곧 그 앞에서 모든 신통변화를 나타내니, 몸에서 물과 불이 나오고 비ㆍ우레ㆍ번개가 일었다. 그들이 모두 물었다. “말갈리구사리자여, 그대가 능히 이러한 희기하고 수승한 덕을 성취하였는가?” “나는 얻었노라.” 다음은 또 산서이폐라지자의 모양으로 변형하고 그들에게 가서 앞에 한 것과 같이 하고, “나는 얻었노라”고 대답하였다.
다음은 또 아시다계사감발라의 모양으로 변형하고 앞에 말한 것과 같이 하였고, 다음은 또 각구타가다연나의 모양으로 변형하였고, 다음은 또 니게란타신약저자의 모양으로 변형하여 모두 그 앞에서 모든 신통변화를 나타내니, 몸에서 물과 불이 나오고 비ㆍ우레ㆍ번개가 일었다. 그러자 그들이 모두 물었다. “그대가 능히 이러한 희기하고 수승한 덕을 얻었는가?” “나는 얻었노라”고 대답하니, 이것을 보고는 그들이 모두 제각기 이런 생각을 하였다. ‘저들은 모두 큰 위신력을 갖추어서 수승한 힘을 가졌는데, 나 하나만이 위덕이 없구나.’
022_0780_c_01L그 뒤 어느 때, 저들 6대사가 창송당(唱誦堂)에 모두 모여서 함께 의논하였다. “우리들이 전에는 국왕ㆍ대신ㆍ바라문ㆍ거사ㆍ상주들의 존경과 공양을 받아서 많은 음식ㆍ의복ㆍ와구ㆍ의약ㆍ몸에 필요한 것 등 이양을 얻었으나, 이제는 이러한 공경과 공양이 없어져서 음식ㆍ의복이 모두 끊어졌다. 그러나 사문 고타마는 모든 왕들의 공경과 공양으로 몸에 필요한 것이 모두 다 풍족하다. 여러분, 우리는 마땅히 신통 도력으로써 사문 고타마를 불러서 우리와 상인법(上人法)을 겨루자.
만약 고타마가 하나의 신변(神變)을 나타내면 우리는 마땅히 둘을 나타내고, 그가 만약 둘을 나타내면 우리는 마땅히 넷을 나타내며, 그가 만약 넷을 나타내면 우리는 여덟을 나타내고, 그가 만약 여덟을 나타내면 우리는 열여섯을 나타내며, 그가 만약 열여섯을 나타내면 우리는 서른둘을 나타내어서, 고타마가 상인법(上人法)을 나타내기만 하면 우리는 모두 두 배, 세 배로 하여 그가 하는 것을 이기자.”
그때 저 6사들이 영승왕에게 나아가서 왕을 위하여 축원을 하고는 이렇게 말하였다. “대왕님은 아시옵소서. 우리는 대신통을 갖추고 대지혜가 있습니다. 사문 고타마도 자칭하기를, ‘대신통을 갖추었고 대지혜가 있다’고 하오니 원컨대 대왕님은 허락하시옵소서. 지혜 있는 자가 지혜 있는 자와 신통변화로 상인법을 겨루겠나이다. 만약 저 사문이 하나의 신통변화를 나타낼 때 우리는 마땅히 두 배, 세 배의 신통한 일을 나타내오리다. 만약 그가 반쯤 왔을 때 우리도 그에게로 반쯤 가서 함께 신통을 겨루겠나이다.” 그때 영승왕이 6사들에게 대답하였다. “그대들은 비록 살았으나 죽은 시체나 다름없거늘 어떻게 능히 상인(上人)의 법으로써 여래를 부르겠느냐.” 그들이 이 말을 듣고는 모두 하직하고 물러갔다.
022_0781_a_01L그 뒤 어느 때 왕이 대성(大城)을 나와 예경을 하기 위하여 부처님 처소로 가는데, 6사가 중로에서 영승왕을 보고 먼저 말한 대로 신통을 겨룰 것을 청하였다. 왕이 말하였다. “두 번 와서 말하는 것은 탓하지 않겠으나, 만약 다시 말한다면 너희들을 지경 밖으로 쫓아내리라.”
그들은 곧 잠자코 갔다. 그리하여 저희 처소에 이르러 다시 의논하였다. “그대들은 알라. 왕은 사문에게 깊은 존경과 믿음을 내고 있으니, 여기서는 기약할 수가 없다. 교섬비의 승광 대왕은 성품이 공평하여 치우침이 없다는 것을 여럿이 함께 들었으니, 만약 고타마가 저 성으로 향하거든 우리들이 불러서 그와 신통력을 겨루자.”
그 뒤 어느 때 세존께서 인연을 따라서 왕사성을 나와 실라벌로 가셔서 급고독원에 머무르셨는데, 6사 외도가 역시 뒤를 따라와서 자리를 잡고는 승광왕에게 가서 축원하고는 이렇게 말하였다. “대왕님이시여, 우리들은 대신통이 있고, 대지혜를 갖추었습니다. 사문 고타마도 스스로 말하기를, ‘대신통이 있고 대지혜를 갖추었다’고 하오니 원컨대 대왕님께서는 허락하옵소서. 지혜 있는 자가 지혜 있는 사람과 신통변화로 상인법을 겨루겠나이다. 만약 저 사문이 하나의 신변을 나타내면 우리는 마땅히 둘을 나타내어서 이렇게 내지 32배까지 하오리라. 자세한 것은 앞에 말한 것과 같다. 만약 저가 반쯤 왔을 때 우리들로 반쯤 가서 함께 신통을 겨루겠나이다.”
이때 승광왕이 6사에게 대답하였다. “만약 그렇다면 그대들은 좀 기다리고 있으라. 내가 부처님께 아뢰리라.” 왕이 곧 세존의 처소에 가서 두 발에 절하고는 한 쪽에 앉아서 합장 공경하면서 세존께 청하였다. “외도 6사가 신통과 상인의 법으로써 세존께 청하여 신통을 겨루어보겠다고 하오니, 원컨대 자비로 외도를 항복받아 인간과 천상을 기쁘게 하시옵고 신심자로 하여금 환희 용약하게 하옵시고 불신자로 하여금 죄악의 근원을 없애게 하옵소서.”
022_0781_b_01L대사께서 들으시고는 승광왕에게 말씀하셨다. “대왕이여, 마땅히 아시오. 나는 성문제자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너희들은 내왕하는 사문ㆍ바라문ㆍ장자ㆍ거사들 앞에서 그 신통변화를 나타내어서 상인의 법을 짓지 말라.’ 그리고 나는 모든 제자들에게 이와 같은 법을 설합니다. ‘너희들 비구는 수승하고 선한 법엔 마땅히 가리어 덮고 죄악의 일은 드러내는 것이 제일이다.’”
그때 승광왕이 이와 같이 두 번 세 번 세존께 권청하였으나, 세존께서는 거듭 이와 같이 대답하셨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대왕이여, 부처님께서 꼭 해야 할 일이 다섯 가지가 있습니다. 그 다섯 가지란 첫째는 발심하지 못한 중생에게 위없는 큰 보리심을 일으키게 하는 것이요, 둘째는 오래 착한 뿌리를 심은 법왕 태자에게 관정수기(灌頂授記)하는 것이며, 셋째는 부모님께서 진리를 보시게 하는 것이요, 넷째는 실라벌에서 큰 신통을 나타내는 것이며, 다섯째는 부처님한테서 교화를 받는 중생을 다 제도하여 해탈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때 세존께서 또 이렇게 생각하셨다. ‘예전에는 모든 부처님이 어디에서 큰 신통을 나타내셨을까.’ 그것은 실라벌성이었음을 아셨다. 또 어느 때에 대중이 운집(雲集)할 것인가를 생각해 보시니, 그것은 7일 후였다. 이렇게 아시고는 승광왕에게 말씀하셨다. “대왕은 이제 돌아가시오. 내가 마땅히 기회를 보아서 하리다.” “그것이 언제쯤 되시겠나이까?” “7일 후로 할 것입니다.” 왕이 부처님께 절하여 하직하고 돌아가서 곧 외도에게 말하였다. “그대들은 알라. 7일 후에는 여래께서 대중을 위하여 대신통을 나타내시니, 그대들은 만약 할 일이 있으면 마음대로 하라.”
022_0781_c_01L외도들이 듣고는 함께 의논하였다. “사문 고타마가 혹시 도망하거나 혹은 자기의 붕당(朋黨)을 찾을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어떻게 할까.” “사문은 반드시 제 붕당을 찾을 것이니, 우리도 서로 아는 자를 찾는 것이 옳다.” 이때 구시나성(俱尸那城)에 한 외도가 있었으니 이름은 선현(善賢)이었다. 그 나이가 노쇠하여서 1백20세였는데, 그때 이 성중에 있는 장사(壯士)들이 다 선현에게 존경심을 내어 공양하면서 아라한이라고 하였다.
그때 6사들이 함께 의논하고는 곧 선현에게 가서 물었다. “선현이여, 당신은 우리와 같은 범행을 닦는 분입니다. 우리가 사문 고타마를 불러서 함께 신통력을 겨루어 상인법을 나타내고자 하니, 당신은 도와주셔야겠습니다.” 그가 대답하였다. “그대들이 저 사문과 함께 신통변화를 겨룬다는 것은 마땅하지 않으오. 왜 그러냐 하면 그는 대덕으로서 큰 힘이 있나니, 어떻게 아느냐 하면 그러한 까닭이 있기 때문이오.”
“그 까닭이란 무엇인가요?” “저 대사문이 아직 세상에 나오지 않았을 때였소. 내가 일찍이 만타지이(曼陀枳儞) 큰 못가에서 곳에 따라 편안히 앉았어요. 아침엔 밥을 빌어가지고 무열지(無熱池)가로 가서 고요함을 따라서 먹었는데, 그때 저 못에 사는 천신(天神)이 곧 물을 떠가지고 와서 공급하였소. 그런데 사문 고타마가 세상에 나온 뒤에 그의 성문제자로서 가장 제일이라는 사리자의 시봉인 준타(准陀)가 누더기[掃糞衣]를 가지고 무열지로 가서 세탁을 할 때, 못가의 모든 하늘이 곧 옷을 빨아 주고 그 옷을 빨았던 물로 제 몸을 씻으면서 아주 공경하였소. 내가 생각하여 보니 그의 제자의 제자만도 못하오. 그대들이 이제 저 대사를 불러서 신력(神力)을 겨루고자 한다니, 진실로 좋은 일이 아니요.”
022_0782_a_01L그들이 이 말을 듣고 상의하였다. “이것도 저 사문의 붕당이니, 다시 다른 사람을 찾아서 함께 의논하자.” 그때 6사들은 공경하는 체하면서 곧 하직하고 갔다. 그들이 다시 한 조용한 곳으로 가서 의논하였다. “어디서 다시 우리 편을 찾을까.” 한 사람이 말하였다. “모 성내에 한 5통을 한 사람이 있으니, 마땅히 그에게로 가서 계책을 함께 하면 반드시 서로 도움이 될 것이다.” 한 사람이 말하였다. “그는 모든 신변을 나타낼 힘이 없다. 그러나 설산(雪山)의 조용한 곳에 숲은 우거지고 못은 맑고 화과(花果)는 번성하며 솔바람은 가락을 토하고 좋은 새는 어울려 우는데, 거기에 5백의 선인들이 의지하여 살고 있다. 이들 중에는 5통을 증득한 사람이 많으니 우리는 마땅히 저들에게 가서 함께 의논하자.”
이리하여 저곳에 이른 그들은 저들을 만나서 인사를 하고 나서 말하였다. “당신들은 우리와 같은 범행을 닦고 있습니다. 우리들이 이제 저 사문 고타마를 불러서 함께 신통으로 상인의 법을 겨루고자 하는데, 당신들은 우리와 한편이 되어서 도와주지 않겠습니까?” 그들이 모두 대답하였다. “그것은 좋은 일이요. 우리는 함께 성공을 합시다. 크게 모일 때에 마땅히 기이한 상을 나타낼 것이니, 우리의 모습이 보일 때 곧 서로 도우시오.” 그때 6사들이 공손히 그 말을 받들고 하직하고 갔다.
그 뒤 어느 때였다. 승광왕에게는 어머니가 다른 동생인 왕자가 있었으니, 이름은 가라(哥羅)였다. 그가 옷을 잘 입고 향만(香鬘)에 영락들을 갖추고 왕의 궁성가로 지나는데, 높은 누각 위에 있던 왕의 나인[內人]이 보고 그의 미모를 사랑하여 문득 꽃다발을 멀리 왕자에게 던졌다. 꽃이 어깨 위에 떨어진 것을 여러 사람이 함께 보았다. 어느 원한[怨惡]이 있는 자가 이것을 보고는 대신에 말하니, 대신은 왕에게 말하였다. “왕자 가라가 왕의 나인과 사사로이 정을 두고 좋아합니다.”
022_0782_b_01L왕이 듣고 그 안의 사정을 자세히 살피지도 않고 곧 대신에게 명령하여 그의 수족을 끊게 하니, 대신이 왕의 명령을 받들고 저자로 데리고 가서 망나니로 하여금 그의 손발을 끊었다. 그때 그 친족과 모든 사람들이 다 모두 놀랍고 슬픔에 빠져서 그를 에워싸고 함께 아파하면서 있을 때, 어느 외도가 그 곁으로 지나는 것을 보고 왕자의 친척들이 그 외도에게 청하였다. “가라 왕자가 왕의 노함을 입어 그 수족이 잘리었는데, 당신들은 능히 실상의 말[實語]을 써서 그 힘으로 왕자의 끊어진 수족을 전과 같이 회복시킬 수 있습니까?” 외도가 듣고는 잠자코 대답이 없었다.
그때 존자 아난타가 걸식을 하기 때문에 역시 이곳을 지나가니, 모든 친척들이 말하였다. “성자여, 왕자 가라가 손발이 끊기었는데 성자는 능히 왕자를 전과 같이 회복시킬 수 있습니까?” 존자가 대답하였다. “당신들은 좀 기다리시오. 내가 부처님께 아뢰고 와서 말하리다.” 모든 사람들이 듣고는 크게 기뻐하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왕자가 이제는 도로 살게 되었다.”
022_0782_c_01L그때 아난타가 곧 빨리 서다림으로 가서 발우와 밥을 놓고는 세존께 나아가서 앞의 사실을 자세히 아뢰니, 부처님께서 아난타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이제 가서 저 권속들로 하여금 왕자의 수족을 전과 같이 대어 놓게 하고, 그런 뒤에 실상의 말로 청하되 마땅히 이와 같이 진실한 말을 하여라. ‘숱한 중생에 발이 없는 것, 발이 둘인 것, 발이 많은 것, 빛이 있는 것, 빛이 없는 것, 생각이 있는 것, 생각이 없는 것, 생각이 아니면서 생각 아닌 것도 아닌 것이 있으나 여래가 그 중에 가장 제일이며, 모든 법에 힘이 있는 것, 힘이 없는 것이 있으나 물드는 욕심이 없는 법이 가장 제일이며, 여러 무리들이 모인 대중 가운데에 부처님의 성문들이 가장 제일이며, 여러 가지 금계에 정근(精勤)과 고절(苦節)이 있으나 범행(梵行)을 닦는 청정성계(淸淨聖戒)가 가장 제일이니, 이 실상의 말씀이 만약 허망하지 않거든 마땅히 왕자 가라의 그 끊어진 수족이 전과 같이 회복되어라.’”
그때 아난타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는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마땅히 이와 같이 하겠나이다.” 그리고는 부처님의 발에 절하고 나서, 곧 가라에게로 가서 그 권속들을 시켜서 그의 수족을 전과 같은 위치에 놓게 하였다. 그때 아난타가 부처님께서 가르치신 대로 실상의 말로 청하여 ‘숱한 중생이 발이 없는 것, 발이 둘인 것’ 등에서 위에 말한 바와 같이 ‘청정성계가 가장 제일이라’는 말까지 하고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이 거룩하신 말씀에 허망함이 없거든 곧 이 왕자 가라의 끊어진 수족이 전과 같이 회복되어라.” 이 말을 하고 나니, 곧 평상대로 회복되었다.
이때 이것을 본 무리들이 모두 뛰면서 큰 소리로 찬탄하였다. “일찍이 없었다. 존자 아난타는 저 외도들을 이기셨다.” 곧 왕자를 데리고 부처님 처소에 나아가서 두 발에 절하고는 한 쪽에 서서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것이 왕자 가라이옵니다.” 이때 왕자가 또한 부처님 발에 절하고 한쪽에 앉으니, 부처님께서 그의 근성(根性)과 취미[意樂]의 차이에 따라서 법을 설하셨다. 왕자가 법문을 듣고 불환과(不還果)를 증득하고 아울러 신통을 얻었다.
그때 승광왕이 존자 아난타가 가라 왕자를 위하여 실상의 말씀을 한 힘으로 수족이 전과 같이 되었다는 말을 듣고, 곧 가라에게 가서 말하였다. “왕자야, 너는 나를 용서하라.” 왕자가 대답하였다. “용서하였습니다.” “가라야, 집으로 돌아가자.” “대왕님이시여, 나는 이미 욕심을 여의었습니다. 이제 여기 있으면서 부처님께 시봉이나 하고 집으로 돌아가지 않겠나이다.” “착하다. 뜻대로 하여라.”
022_0783_a_01L그때 왕이 곧 그를 위하여 한 숲 속에 경행처(經行處)를 만들어서 거기에 있게 하였다. 그의 사지가 동강났던 것이 서로 이어졌다 하여 그 숲을 동강숲[分分林]이라고 하였다. 그때 승광왕이 부처님 처소에 나아가서 부처님 발에 절하고는 한쪽에 앉아서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만약 부처님께서 허락하신다면 성문에서 서다림 처소에 이르도록 신통사(神通舍)를 짓겠나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마음대로 지으시오.”
왕이 곧 집을 지어서 문지르고 닦고, 백천의 특수하고 묘한 당기와 일산을 펼쳐서 치고, 전단향수를 뿌리고, 값을 말할 수 없는 꽃을 흩었으며, 여러 색채의 깃발을 다니 그 펄럭이는 것이 사랑스러웠고, 금구슬이 햇빛에 반짝이고, 보배 방울이 화하여 울었으며, 해안향(海岸香)을 사뤄서 그 연기구름이 일산이 되어 덮으니 마치 도리천의 환희원(歡喜園)과 같았다. 부처님을 위하여는 금ㆍ은ㆍ유리ㆍ파리ㆍ마뇌로써 갖가지를 꾸며서 세상에 희기한 미묘장엄의 보배 사자좌를 마련하였다.
그때 저 외도의 우파색가도 각기 힘을 따라서 저 6사를 위하여 여섯 자리를 만들고 모두 외도로써 시종을 삼아 앞에 있게 하였다. 외도들이 자리에 있으면서 사자를 보내어서 왕에게 알렸다. “대왕님께서는 마땅히 아십시오. 우리들은 벌써 왔으니 사문 고타마를 부르는 것이 옳겠습니다.” 왕이 듣고는 곧 궁중과 대신과 모든 성읍의 원근의 사람들을 데리고 신통사로 나아가서 왕이 사자 마납바에게 일렀다. “너는 가서 부처님께 절하고 마땅히 내 말을 전하되, 세존께서 병환이나 없으신지 기거가 가볍고 편하신지 기력이 안녕하신지 문안드리고, 이렇게 아뢰어라. ‘여기 모든 외도들이 다 모였사오니, 원컨대 부처님께서는 때가 된 줄 아시옵소서.’”
그때 세존께서 신통력을 마납바에게 입히시니, 그가 마치 거위왕이 두 날개를 편 것처럼 허공으로 올라서 신통사로 갔다. 모든 대중들이 그가 허공을 타고 오는 것을 보고 다 모두 날뛰면서 전에 없던 일을 찬탄하였고, 왕도 그 희기함을 보고 깊은 존경과 신심을 내고 모든 외도들에게 말하였다. “여래 큰 스승님께서는 이미 신통변화를 나타내셨으니, 당신들도 차례로 희기함을 나타내어 보라.” 외도들이 말하였다. “대왕님이시여, 이제 이미 끝없는 대중이 구름 모이듯 하였으니, 설사 신통변화가 나타난들 누가 하는 것인지 알 수 있습니까. 사문이 하는 것인지, 우리가 하는 것인지…….”
그때 가라 왕자가 신통변화의 힘으로 향취산(香醉山)에 가서 거기에 있는 갖가지 기묘한 나무 숲을 옮겨오니, 무성한 과화(果花)가 달렸고 좋은 새들도 따라와서 우는 것을 신통사의 북쪽에 놓았다. 왕이 이것을 보고는 더욱 신기하여서 외도에게 말하였다. “여래 대사께서 이미 신통변화를 나타내셨으니, 당신들도 차례로 나타내어 보라.” 그들이 말하였다. “대왕님이시여, 이전에도 말하지 않았나이까. 이제 이미 끝없는 대중이 구름 모이듯 하였으니, 신통변화를 나타내는 것이 누구의 힘인지 모르나이다.”
022_0783_c_01L다음은 빈인소달다(貧人蘇達多) 장자가 신통으로써 삼십삼천에서 여의수(如意樹)를 취하여다가 신통사 남쪽에 놓으니, 왕이 이것을 보고는 배나 더 기뻐하면서 외도들에게 말하였다. “여래 대사께서 이미 신통변화를 나타내셨으니, 당신들도 하여 보라.” 외도가 대답하였다.
“대중이 이미 이렇게 많으니, 우리의 힘인지 사문의 힘인지 분별할 수 없거늘 어찌 승부를 알겠나이까.” 그때 백천의 멀고 가까운 나라에서 갖가지 인민이 모두 모였고, 허공 중에는 백천억 모든 하늘 대중이 또한 구름처럼 모여서 신변을 즐기어 보았다.
그때 세존께서 잠시 방 밖으로 나오셔서 발을 씻으시고는 다시 방 안으로 들어가셔서 자리에 앉아 화광정(火光定)에 드시니, 드디어 문고리 구멍으로 큰 불빛이 나와서 신통사에 이르더니 거기에 온통 불이 붙었다. 이걸 보고 외도들이 말하였다. “대왕님이시여, 이것은 저 사문이 나타낸 신통입니다. 사는 집에 모두 불이 붙어 타니, 어서 저 사문을 불러서 불을 끄도록 하옵소서.” 왕은 듣고 잠잠히 끝내 대답을 못하고 근심을 품고 있었으며, 승만부인ㆍ행우 부인ㆍ선수ㆍ고구ㆍ급고장자ㆍ비사카모와 그 밖에 모든 신자와 거기 있던 모든 사람들도 모두 다 경악하였다. 모든 외도들과 그 제자들은 큰 불이 타는 것을 보고 모두 좋아하였다.
그때 저 화광이 신통사를 두루 태워서 먼지와 때를 깨끗이 제거하니, 하나도 손상된 것이 없고 더욱 빛이 났다. 그리고 불은 저절로 꺼졌다. 이것은 부처님의 신력이요, 하늘의 힘 때문이었다. 왕이 이것을 보고는 배나 환희심이 나서 죽었다가 다시 소생한 것 같았다. “여래 대사께서 이미 신통변화를 나타내셨으니, 그대들도 이제 자기의 신통을 내어 보라.” 외도들은 잠잠히 얼굴을 숙이고 대답이 없었다.
022_0784_a_01L그때 세존께서 드디어 뜻을 지으셔서 곧 오른쪽 발로 그 향전(香殿)서방에는 부처님이 머무시는 집을 건타구지(健陀俱知)라 한다. 건타는 향(香)이며 구지는 실(室)이다. 이것은 향실(香室)ㆍ향대(香臺)ㆍ향전(香殿)의 뜻으로, 친히 존안(尊顔)을 접촉할 수 없기 때문에 다만 그가 머무시는 전당(殿堂)을 부르는 것이다. 곧 이 지방의 옥계(玉階)ㆍ계하(階下)의 유(類)와 같은 것이다. 그러나 불당(佛堂)ㆍ불전(佛殿)이라 이름하는 것은 서방의 뜻을 따른 것이 아니다.을 밟으시니 이때 대지가 6종으로 진동하여, 약간 움직이다가 바로 움직이다가 극도로 움직였고, 약간 울리다가 바로 울리다가 극도로 울렸으며, 동이 솟고 남이 꺼졌으며, 남이 솟고 북이 꺼졌으며, 가운데가 솟고 가장자리가 꺼졌으면 가장자리가 솟고 가운데가 꺼졌다. 이렇게 대지가 널리 두루 움직였기 때문에, 설산 안에 있던 5백의 선인이 모두 놀라서 서로 말하였다. “저 같은 범행을 닦는 분들이 이 상서로운 상을 나타내는 모양이니, 우리도 가 보자.” 그리고는 곧 출발하였다.
세존께서 저들을 위하여 교화할 바가 생겼으므로 곧 금빛을 놓으시니, 그 미묘한 광명이 세존의 처소에서 5백 사람에게 이르는데 그 중간에 밝게 비추지 아니함이 없었다. 그때 모든 선인들이 멀리 보니 세존의 원광(圓光)의 묘한 빛이 마치 보배산에 1천 해가 맑게 비치는 것 같아서 장엄이 구족하니, 32상은 금빛 몸을 더욱 빛내고 80종호는 형체를 따라서 밝게 장식되어 있었다. 선인들이 부처님의 모습을 보고는 마음이 곧 맑게 안정되어서 오래 선정을 익힌 것과 같았으며, 아들 없는 자가 아들을 얻은 것 같고, 가난한 사람이 보배를 얻은 것 같으며, 왕위를 좋아하는 자가 관정위(灌頂位)를 받은 것과 같고, 또 전부터 착한 뿌리를 심어 온 사람이 처음으로 부처님을 본 것과 같았다.
그때 모든 선인들이 어느새 부처님 처소에 이르러서 두 발에 절하고는 한쪽에 앉으니, 부처님께서 그들의 근성에 의지하고 기틀의 정도에 따라서 4제의 이치에 순하여 법을 설하셨다. 그들이 법을 듣고는 지혜의 금강저(金剛杵)로써 20살가야견(薩迦耶見)의 산을 부수고 예류과를 얻었다. 이미 진리를 본지라, 곧 자리에서 일어나서 합장하고 공경하여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우리가 부처님께 출가하기를 원하나이다. 아울러 비구계를 받고 비구성(比丘性)을 이루어서 큰 스승님 처소에서 범행을 닦게 하옵소서.”
022_0784_b_01L그때 여래께서 곧 명하셨다.
“잘 왔다. 비구야, 옳게 범행을 닦을 만하구나.” 이 부처님의 말씀에 수염과 머리털이 저절로 떨어져서 깎은 지 7일쯤 지난 것과 같았으며, 법복이 몸에 입혀졌고 병과 발우가 손에 있었다. 그 위의의 구족함이란 마치 백 세 비구와 같았다. 곧 여법한 교수에 그들 스스로 책려하여 정근을 쉬지 않으니 다섯 갈래의 괴로운 윤회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모든 번뇌를 끊어 아라한과를 증득하였다. 자세한 말은 다른 데 말한 것과 같다. 이리하여 제석과 모든 하늘이 모두 공경하고 존중하는 바가 되기까지 하였다.
그때 세존께서 이 5백의 선인이었던 나한 비구와 그 밖의 비구들과 천룡팔부에게 앞뒤로 에워싸여서 신통사로 가셨다. 그리고 대중 앞에서 사좌자에 오르셨다. 이때 신선모(神仙母)라고 하는 우바사가가 부처님께 와서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원컨대 큰 스승님께서는 신려(神慮)를 번거로이 마옵소서. 제가 외도의 무리와 더불어 함께 신통을 겨루어 상인의 법을 나타내고, 외도들을 항복받아 인간과 하늘을 기쁘게 함으로써 존경하여 믿는 자로 하여금 마음에 인연을 맺게 하여지이다.”
부처님께서 신선모에게 말씀하셨다. “너도 걱정하지 말아라. 네가 비록 능력이 있어서 저 외도들을 꺾는 신통한 일을 나타낼 수 있으나, 그렇게 하면 외도들은 이런 말을 하리라. ‘저건 사문 고타마가 신변을 나타낸 것이 아니라 성문 여인이 이런 상인의 법을 나타낸 것이다’고. 그러니 너는 이제 마땅히 앉아 있으라.” 그때 빈소달라(貧蘇達多) 장자ㆍ사미 준타ㆍ사미니 총계(總髻)ㆍ연화색 비구니 그 밖에도 다시 한량없는 모든 신통력을 갖춘 자들이 모두 세존께 나아가서 역시 먼저와 같은 청을 드리어 부처님은 먼저와 같이 대답하시고 그들을 모두 앉게 하셨다.
022_0784_c_01L그때 대목련이 합장하고 부처님께 향하여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원컨대 염려하지 마시옵소서. 제가 외도와 함께 신변을 겨루어 상인법을 나타내어 외도를 꺾어 굴복시키고 인간과 하늘에 이익을 더하겠나이다.” 부처님께서 목련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힘이 있어서 능히 외도를 꺾을 줄 안다. 그러나 저 외도들은 이렇게 말하리라. ‘저건 사문 고타마가 신변을 나타낸 것이 아니라 성문 대목건련이 위덕이 있어서 능히 신통을 나타내는 것이니 우리의 적수가 된다’고. 그러니 너는 마땅히 다시 앉으라.”
그리고 부처님께서 승광왕에게 말씀하셨다. “누가 여래에게 외도들과 신변을 겨루는 일을 청할 것입니까?” 그때 왕이 곧 일어나서 오른편 어깨를 드러내고 합장하고 부처님께 향하여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이제 부처님께 청하옵나이다. 외도들에게 신통변화와 상인의 법을 나타내셔서 외도를 항복시키고, 인간과 하늘을 기쁘게 하사 존경하여 믿는 자로 하여금 배나 더 믿음을 굳게 하옵시고 믿지 못하는 자로 하여금 믿음의 인연을 짓게 하시며, 미래에 사문ㆍ바라문과 인간 천상의 대중으로 하여금 모두 이익을 입어 긴 밤을 안락하게 하옵소서.” 부처님께서 왕의 청을 받고 잠자코 계시니, 왕이 허락하심을 알고는 자리로 돌아가서 앉았다.
그때 세존께서 문득 여시승삼마지(如是勝三摩地)에 드시니, 곧 그 자리에서 부처님의 몸이 나타나지 않다가 동방 허공 중에 나와서 가고 서고 앉고 눕는 4위의를 나타내시면서 화광정(火光定)에 들으셔서 갖가지 빛을 내시니 이른바 청ㆍ황ㆍ적ㆍ백 및 홍색이었다. 그리고 몸 밑에서 불이 나오고 몸 위에서 물이 나오며, 몸 위에서 불이 나오고 몸 밑에서 물이 나오기도 하였다. 이러한 신통변화를 동방에서와 같이 남ㆍ서ㆍ북방에서도 나타내셨다. 이미 신변을 나타내시고는 곧 도로 거두시니, 사자좌에는 여전하신 모습이 그대로 앉아 계셨다.
022_0785_a_01L부처님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이것은 모두 부처님과 성문의 무리가 다 가지고 있는 신통입니다. 대왕이여, 누가 여래에게 청하여 외도와 인간ㆍ천상의 무리에 대하여 마땅히 위없는 큰 신통변화의 일을 나타내게 할 것입니까.”
왕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도로 먼저와 같이 하고 이렇게 아뢰었다. “내가 세존께 청하나이다. 모든 대중을 위하여 마땅히 위없는 큰 신통한 일을 나타내시어 외도를 항복시켜 주옵소서.” 자세한 말은 먼저와 같다. 부처님께서 잠자코 계시니, 왕이 수락하심을 알고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때 세존께서 문득 상묘륜상(上妙輪相) 만자길상망만(卍字吉祥網鞔)의 그 손가락으로, 무량 백복이 난다고 하는 상호 장엄의 시무외수(施無畏手)로 그 땅을 만지면서 세간심(世間心)을 일으켜서 이렇게 생각하셨다. ‘어떠한 용들이 묘한 연꽃을, 크기가 큰 수레바퀴와 같고 그 잎이 천 잎이며 보배로 줄기가 되고 금강으로 꽃술이 된 것을 여기에 가지고 온 것인가.’ 모든 부처님의 항상한 법은 만약 세속심을 일으키실 때는 곤충 개미도 부처님의 뜻을 알게 되지만, 만약 출세심을 지으시면 성문ㆍ독각도 오히려 알지 못하거늘 하물며 금수 따위나 모든 용들이 부처님의 생각을 능히 알겠는가.
그때 저 용왕이 부처님의 뜻을 알고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무슨 까닭으로 세존께서 손으로 땅을 만지셨는가. 부처님께서는 신변을 나타내고자 하시는데 이 연꽃이 필요하신 것임을 알겠구나.’ 곧 큰 수레바퀴와 같고 꽃잎 수가 천이며 보배로 줄기가 되고 금강으로 꽃술이 된 연꽃을 가지고 땅으로부터 솟아 나왔다. 세존께서 보시고는 곧 그 꽃 위에 앉으시니, 그 오른편 위쪽과 등 뒤로 각각 한량없는 묘보련화가 형상이 그 꽃과 똑같은 것이 저절로 솟아 나왔고, 그 꽃마다 위에는 화신불이 앉았다.
022_0785_b_01L또 그 부처님의 연꽃 오른편과 등 뒤로 모두 이와 같은 연꽃이 솟아나서 화신불이 앉아 있었고, 이렇게 거듭거듭 위로 펼쳐 올라가서 색구경천까지 잇닿았다. 그런데 혹 때로는 그 부처님 몸에서 화광이 나오고, 혹은 비가 내리고, 혹은 광명을 놓았으며, 혹은 때로 수기도 하고, 혹은 문답도 하며, 혹 또 걷고 서고 앉고 눕고 하여 4위의를 나타내는데, 이것이 부처님의 신력이기 때문에 설사 어린 아이일지라도 능히 여래의 영상(影像)을 볼 수 있었다.
그때 세존께서 이렇게 신변을 나타내시니, 승광 대왕과 그 내궁의 여인과 왕자와 대신이며, 모든 성읍의 먼 지방에서 온 무량 백천 무수 대중이 그 신통을 우러러보기에 잠시도 눈을 떼지 않았다. 그뿐 아니라, 허공 중에도 무량 백천의 모든 하늘의 대중들이 함께 신변을 보면서 위의를 고치지 않았고, 공경하고 공양하는 뜻이 잠시도 변함이 없었다. 곳곳에 북을 울리고 소라를 부는 등 음악소리가 계속되었고, 노래와 춤이 연달았다. 예를 들면 금수도 모두 기뻐서 각기 소리를 내었으니, 말ㆍ코끼리ㆍ낙타ㆍ소도 울고 공작ㆍ원앙도 아름답게 지저귀는 것이었다. 인간과 하늘의 대중이 부처님의 신변을 보고 일찍이 없던 일에 탄복하였다.
그때 저 모든 하늘이 허공 중에서 하늘 음악을 연주하고 또 여러 가지 꽃을 흩으니, 이를테면 바두마화ㆍ구물두화ㆍ분타리화ㆍ만다라화였다. 또 하늘의 침수전단향 가루와 모든 향을 모두 뿌렸고, 묘한 하늘 옷과 인간에서 제일 좋은 옷이 분분이 내렸다. 그때 여래께서 널리 이와 같은 신통변화를 나타내시고는, 교화를 받는 중생을 조복하고자 하시어 게송을 설하셨다.
이 법의 계율 가운데에서 항상 방일하지 말지니라. 능히 번뇌의 바다를 말리면 가없는 고통이 다하리라.
022_0785_b_22L於此法律中, 常爲不放逸,
能竭煩惱海, 當盡苦邊際。
022_0785_c_01L 다른 숱하게 많은 화신불들도 일시에 이와 같은 게송을 설하였다.
022_0785_b_23L自餘所有衆多化佛,一時宣說如是伽他:
햇빛이 아직 나타나기 전에는 반딧불도 오히려 빛이 나더니 밝은 해가 허공에 솟아오르자 횃불도 여기서는 빛을 잃었네.
022_0785_c_02L日光若未現, 熠燿粗舒光, 曦輪上太虛,
爝火從斯沒。
여래의 광명이 나타나기 전에는 외도들이 희유하고 기특함을 내더니 부처님의 광명이 세간에 비추자 6사와 제자들이 모두 항복하였네.
022_0785_c_04L如來光未顯, 外道出希奇,
佛光照世間, 降伏師弟子。
그때 세존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이제 있었던 신통변화를 너희들은 기억하여 두어라. 대신통을 나타내는 일이 이제 곧 끝나리라.” 이 말씀이 끝나자, 신변은 곧 모두 사라졌다. 이때 승광왕이 6사들에게 말하였다. “큰 스승님 세존께서 이미 신변을 나타내셨으니, 그대들도 이제 신통을 지어보라.”
그때 외도 포라나가 잠자코 대답이 없이 곧 팔꿈치로 말갈리구사리자를 찔렀다. 말갈리구사리자는 또 그 옆 사람을 찌르고 이렇게 하여 끝까지 서로 찔렀으나 마침내 한 사람도 감히 응대함이 없으니, 왕은 재삼 신통을 나타낼 것을 재촉하였다. 6사들은 또 서로 옆 사람을 찌르기만 하다가 묵묵히 목을 움츠리고 머리를 숙인 채, 마치 깊은 선정에라도 들은 것처럼 언제까지나 수작이 없었다.
그때 금강수(金剛手) 대야차왕이 생각하였다. “이 여섯 어리석은 이들[痴物]이 오래 세존을 괴롭혔으니, 모름지기 방편을 지어서 그들로 하여금 고치고 가게 하리라. 다시는 그러지 못하도록 모두 도망하여 숨게 하리라.’ 이렇게 생각하고는 곧 사나운 바람과 비와 우박을 마구 퍼부었다. 그러자 저들의 신통사가 여기저기 무너졌고 외도의 삿된 무리들은 모두 흩어져서 혹은 놀라서 산 굴속으로 들어가 나무와 풀떨기로 감추고 있었으며, 혹은 하늘을 위하는 당사(堂祠)에 들어가서 배를 끌어안고 근심을 품었다. 그러나 부처님의 신통사는 조금도 기울거나 움직임이 없었다. 그때 세존께서 이것을 보시고는 게송을 설하셨다.
022_0786_a_01L 사람들이 흔히 공포에 쫓기면 산으로 숲으로 탑사와 같은 곳으로
들어가 의지하지만
022_0785_c_23L衆人怖所逼, 多歸依諸山, 園苑及樹林,
制底深叢處。
이런대로 돌아가 의지하는 것은 수승함도 아니요, 높은 것도 아니니 이러한 귀의(歸依)로는 괴로움에서 해탈하지 못하네.
022_0786_a_02L此歸依非勝, 此歸依非尊,
不因此歸依, 能解脫衆苦。
모든 중생들아, 부처님께 귀의하고 법과 승가에 귀의하라. 네 가지 거룩한 진리를 항상 지혜로써 관찰하라.
022_0786_a_03L諸有歸依佛,
及歸依法僧, 於四聖諦中, 恒以慧觀察。
고통을 알고 고통이 쌓임을 알고 고통을 영원히 초월한 경지를 알고 여덟 가지 거룩한 길을 알면 안온한 열반으로 나아가리라.
022_0786_a_04L知苦知苦集, 知永超衆苦, 知八支聖道,
趣安隱涅槃。
이러한 귀의만이 가장 수승하고 이러한 귀의만이 가장 높나니 반드시 이러한 귀의라야만 온갖 고통에서 해탈할 수 있으리라.
022_0786_a_06L此歸依最勝, 此歸依最尊,
必因此歸依, 能解脫衆苦。
그때 세존께서 모든 대중의 근성의 차별과 번뇌의 다름을 관찰하시고 그들을 위하여 법을 설하시어 그들로 하여금 모두 알아듣게 하시고 나니, 무량 백천억 수의 대중이 수승한 견해를 얻었다. 혹은 초과(初果)나 2과나 3과나 아라한과를 얻었으며, 혹은 성문의 보리심을 발하였고, 혹은 독각의 보리심을 발하였고, 혹은 위없는 보리심을 발하였다. 그리고 대중 가운데의 모든 중생들이 모두 지극한 마음으로 삼보께 귀의하니, 세존께서 그 모든 대중들을 위하여 보여 주고 가르쳐 주고 이롭게 하고 기쁘게 하셨다. 하실 일을 마치고는 자리에서 떠나셨다.
그때 포라나 등의 제자가 그 스승과 한 곳에 있으면서 스승에게 물었다. “오파타야(鄔波馱耶)여, 무엇이 실지[實]입니까?” 그때 6사들이 각각 기만하여 이러한 말을 희롱하였다. “세간은 항상한 것이니, 이것이 실지이니라.” 어떤 자는 또 이렇게 말하였다. “항상함이 없는 것이니, 이것이 실지이니라.” 또 어떤 자는 말하였다. “항상하기도 하고 항상함이 없기도 한 것이다.” “항상함도 아니요, 항상함이 없음도 아니니, 이것이 실지이니라.” “가[邊]가 있는 것이다.” “가가 없는 것이다.” “가가 있는 것이기도 하고 없는 것이기도 한 것이다.” “가가 있는 것도 아니고, 가가 없는 것도 아니다.”
022_0786_b_01L또 말하였다. “몸속에 목숨이 있다.” “몸과는 달리 목숨이 있는 것이다.” 또 말하였다. “죽은 뒤에도 나는 있는 것이다.” “나는 없는 것이다.” “나가 있기도 하고 나가 없기도 한 것이다.”
“나가 있는 것도 아니고, 나가 없는 것도 아니니, 이것만이 실지요 다른 것은 다 허망한 것이다.”
그대 이제 혼자 어디를 가나. 싸우다가 뿔이 빠진 소와 같구려. 석가의 묘법을 알지 못하고 들소처럼 아무 데나 마구 달리네.
022_0786_b_05L汝今獨行何處去, 狀同相觸折角牛,
釋迦妙法不能知, 亦如野牛隨處走。
포라나가 듣고는 역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022_0786_b_07L時,晡剌拏聞此頌已亦便說頌:
죽음이 항상 내 눈앞에 있으니 내 몸엔 강건한 힘이 없어졌네. 모든 것은 윤회하여 고와 낙을 받는데 나는 이제 벗어나서 안온한 곳을 구하려네.
022_0786_b_08L死常在我目前行, 我身無有强健力,
諸有輪廻受苦樂, 我今解脫求安處。
햇빛이 뜨거워서 불을 뿜는데 나는 이제 몸도 마음도 지쳐버렸네. 그대는 속이지 말고 바로 알려주오. 어디에 시원한 못이 있는가.
022_0786_b_10L日光極熱吐炎暉, 我今身心竝疲倦,
汝當無諂直相報, 何處得有淸涼池?
고자가 듣고는 또 게송으로 말하였다.
022_0786_b_12L黃門聞已復說頌曰:
가까이에 시원한 곳이 있어서 새들과 밝은 꽃이 가득하건만 그대는 아주 나쁜 소경인지라 아름다운 못을 못보고 묻기만 하네.
022_0786_b_13L近此卽有淸涼處, 鵝鴨鮮花皆遍滿,
汝是極惡生盲者, 不見芳池共相問。
포라나가 또 게송으로 말하였다.
022_0786_b_15L晡剌拏復說頌曰:
그대는 이제 남자도 여자도 아니면서 못으로 가는 길을 가리키지 않는구나. 내가 어서 가서 시원함을 찾으리라. 몸과 마음에 불타는 번뇌를 식히리라.
022_0786_b_16L汝今非男亦非女, 向池之路不相教,
我速須往覓淸涼, 求歇身心諸熱惱。
그때 저 고자가 그 길을 가리키니 포라나가 곧 그 못으로 갔다. 그 못에 이른 그는 모래를 담은 항아리를 목에 매고 물에 들어가서 스스로 빠져 죽었다. 그때 그의 제자가 사람들에게 물었다. “당신들은 우리 스승님을 보았습니까?” 모두 못 보았다고 말하니, 또 물었다. “당신들은 우리 스승님이 말한 바가 있는지 없는지를 보았습니까?”
022_0786_c_01L한 사람이 대답하였다. “세간은 다 항상한 것이라고, 오직 이것만이 실지이고 다른 것은 다 헛것이라고 말하는 것을 보았소.” 또 누가 말하였다. “나는 항상함이 없다고 말하는 것을 보았소.” 또 누가 말하였다. “항상함도 아니고 항상함이 없음도 아니라고 하였소.” “가가 있는 것이라고 하였소.” “가가 없는 것이라고 하였소.” “가가 있기도 하고 가가 없기도 한 것이라고 하였소.” 이러한 말들을 앞에 말한 바와 같이 자세히 말하여 주었다.
아가씨여, 그대는 포라나 대사를 보았는가. 옷으로 몸을 가리지 않고 땅에 서서 맨손으로 먹는 그를
022_0786_c_09L賢首汝頗見, 晡剌拏大師, 不將衣覆身,
立地手中食?
동녀가 듣고 곧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022_0786_c_11L童女聞說,卽以伽他而答之曰:
그는 벌써 지옥의 사람일세. 손을 벌려서 남에게 빌어도 수족은 모두 흰빛이더니 이제 물속에 잠긴 것을 보았네.
022_0786_c_12L彼是地獄人, 展手從他乞, 手足皆白色,
見在水中沈。
제자가 또 게송으로 말하였다.
022_0786_c_14L弟子亦以頌答:
그대는 그런 말을 하지 말라. 그런 말은 좋지 않은 말이다. 법으로 의상을 삼으시고 선인(仙人)께서는 법에 의해 사신다.
022_0786_c_15L汝勿作是語, 斯爲不善說, 以法作衣裳,
牟尼依法住。
동녀가 또 대답하였다.
022_0786_c_17L童女復答:
알몸으로 인간에 다니는 그를 누가 슬기롭다 하리. 다른 이가 모두 함께 보아도 수치심이 없는 그를
022_0786_c_18L露體人間行, 誰將此爲智? 令他衆共見,
了無羞恥心。
뻔뻔하게 몸뚱이를 드러내는 그것을 가지고 법이라 하는가. 비사문왕이 본다면 틀림없이 칼로 벨 것일세.
022_0786_c_20L靦面露身形, 便將此爲法,
毘沙門王見, 刀割定無疑。
022_0787_a_01L 그때 모든 제자들이 이 말을 듣고는 잠자코 갔다. 곧 못가에 가서 그의 스승이 모래 항아리를 목에 매달고 빠져 죽은 것을 보았다. 제자 중에 계(戒)를 좋아하는 자가 있어 함께 이런 말을 하였다.
“이 일만이 실지이고 나머지는 다 허망한 것이다.” 하고, 역시 모래 항아리를 목에 매달고 스스로 빠져 죽으니 그 나머지 무리들은 모두 사방으로 흩어져서 변방에 가서 의지하였다. 부처님께서 이와 같은 신변을 나타내고 마치시니, 인간ㆍ천상의 대중들이 모두 다 기뻐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