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구니는 아란야에 있지 말 것 성 밖 절에도 거처하지 말 것 문 앞에 서서 바라보지 말 것 창 안에서도 내다보지 말 것이다.
022_0832_a_04L尼不住蘭若, 居城外寺, 不許門前望,
亦不視窗中。
부처님께서 왕사성 죽림원에 계셨다. 이 성중에 한 음녀가 있었으니 이름은 연화색(蓮華色)인데, 색으로 현혹하는 것을 업으로 살아갔다. 그때 어느 바라문이 와서 말하였다. “소녀여, 그대가 나와 더불어 사랑하고 기뻐할 일을 하면 좋지 않겠는가.” 여자가 말하였다. “그대에게 돈이 있는가?” “없노라.” “가라. 돈을 구한 뒤에 와서 서로 만나자.” “내가 구하리라.”
곧 남방으로 가서 여기저기서 노력하여 5백의 금전을 얻어 가지고 여자에게 돌아왔다. 그때 연화색은 존자 목련을 선지식으로 하여 이미 출가한 뒤였다. 구족계를 받고 아라한과를 얻고는 뜻이 내키는 대로 왕사성에서 나와 실라벌로 향하였던 것이다. 아직 세존께서는 비구니가 아란야에 머무는 것을 막지 않으셨던 때여서, 그때 연화색은 깊은 숲으로 가서 한가하고 고요한 곳에 편안히 앉아 정에 들어 해탈락을 받고 있었다. 한편 그 바라문은 5백의 금전을 가지고 왕사성에 이르러서 사람들에게 연화색이 어디로 갔는가를 물었다. 그들의 대답이 그가 이미 석가의 법을 의지하여 출가하여 실라벌로 향하였다고 하였다.
022_0832_b_01L그가 그 말을 듣고는 곧 서다림으로 가서 비구에게 물었다. “성자여, 왕사성의 연화색이라는 여자가 이리로 왔는데,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비구가 대답하였다. “그 여자는 이미 옳지 않은 것을 버리고 출가하여 깊은 숲 속에 있으면서 오로지 묘관(妙觀)을 닦고 있소.” 그가 곧 그곳으로 가서 말하였다. “먼저 약속이 있었기에 이제 돈을 가지고 왔으니, 그대는 나와 더불어 함께 환락하자.”
연화색이 말하였다. “바라문이여, 나는 이미 죄악 업을 버렸으니, 그대는 이제 가는 것이 마땅하다.” “소녀여, 그대는 비록 나를 버려도 나는 그대를 버리지 못하겠으니, 그대는 어서 일어나서 가자. 내가 반드시 놓지 않으리라.” “그대가 내 몸의 어느 곳을 특히 사랑하는가?” “나는 그대의 눈을 사랑한다.” 연화색은 곧 신통력으로써 두 눈을 빼어 그에게 주었다.
이때 바라문이 생각하였다. ‘이 머리 깎은 사문녀(沙門女)가 능히 이러한 요술법을 쓰는구나.’ 그리고는 주먹으로 비구니의 머리를 치고 버리고 갔다. 곧 이 일은 비구니들에게 알려졌고 비구니는 비구에게 말하였다. 비구가 다시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 생각하셨다. ‘비구니가 아란야에 머물면 이런 과실이 있구나.’ “이 뒤로 비구니는 마땅히 고요함을 따라서 깊은 숲 속이나 빈 들판에 있지 말지니라. 만약 그런 곳에 머무는 자가 있으면 법 어기는 죄가 되리라.”
실라벌성에서였다. 세존께서 비구니는 아란야에 머물지 말라고 하신 후로 비구니들이 거리에 앉아서 참선을 하였는데, 전과 같은 과실을 도로 불러왔다. 그래서 이를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비구니는 마땅히 절 안에서 공부를 할지니라.” 그때 어느 신심이 있는 속인이 부처님께서 비구니에게 절 안에서 참선을 하라고 하셨다는 말을 듣고, 드디어 성 밖에다가 비구니를 위하여 절을 지었다. 그리하여 비구니가 와서 있었는데, 역시 도적들과 사나운 사람들이 와서 침해하였다. “마땅히 성 밖에 비구니의 절을 두지 말고 성안에 있게 할지니라.”
022_0832_c_01L같은 곳이었다. 그때 토라난타 비구니가 비구니의 절 문 앞에 머물러 있으면서 사람이 오는 것을 보면 조롱을 하니, 모든 속인들이 미워하고 비난하였다. 비구가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 생각하셨다. ‘비구니가 문 앞에 있으면 이런 허물이 있으니, 비구니는 마땅히 문 앞에 있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는 말씀하셨다. “만약 비구니가 문 앞에 서 있으면 법 어기는 죄를 얻으리라.”
승각기 입는 것을 허락한 것과 남자 목욕하는 곳에서 목욕 안 할 것과 네거리를 곧장 건너지 말고 마땅히 한쪽 가로 가라는 것이다.
022_0832_c_10L許著僧腳崎, 有男池不浴, 交衢不應越,
宜在一邊行。
같은 곳이었다. 그때 비구니가 사원에서 5의(衣)를 입고 작업을 하니, 덥고 답답하여 피로하였다. 이 때문에 몸이 약해져서 곧 비구에게 말하니, 비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비구니는 절 안에서 마땅히 승각기를 입고 모든 일을 하라.” 그래서 그대로 하였더니 속인들이 와서 보고 드디어 욕심을 일으켰고, 신심 있는 자는 보고 싫어하였다. 이 일을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모든 속인들이 만약 이것을 싫어한다면 이제부터 비구니가 장자ㆍ바라문을 대하거든 마땅히 승각기를 입고 일을 하지 말라. 만약 입으면 법 어기는 죄가 되리라. 그리고 만약 속인을 대하고 일하거든 승각기를 쓰되 양 어깨를 덮고 5조의를 입은 뒤에 작업을 할지니라.”
022_0833_a_01L같은 곳이었다. 그때 토라난타 비구니가 남자들이 목욕하는 장소에 가서 목욕을 하다가 젊은 남자들이 역시 와서 목욕을 하게 되었다. 비구니가 물에 들어온 것을 보고 서로 말하였다. “이 민머리 사문녀를 보니 꼭 들물소[野水牛]와 같구나.” 비구니가 이 말을 비구에게 하여 비구가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 생각하셨다. ‘비구니가 남자들이 목욕하는 곳에 가서 목욕을 하면 이런 과실이 있다.’ 그러시고는 말씀하셨다. “이제부터 비구니는 남자가 목욕하는 곳에 가서 몸을 씻지 말라. 만약 가는 자는 법 어기는 죄가 되리라.”
같은 곳이었다. 토라난타 비구니가 네거리 길 복판에 서서 오가는 속인을 보고 조롱을 하니, 사람들이 말하였다. “민머리 사문녀가 어찌 네거리에서 우리들을 조롱할 수 있느냐.” 비구니가 이 말을 비구에게 하여 비구가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제부터 비구니는 마땅히 네거리로 곧장 가지 말고 한쪽 가로 조심스럽게 갈지니라. 만약 똑바로 지나는 자는 법 어기는 죄가 되리라.”
만약 남녀추니[二形女]거나 혹 두 길[二道]이 합쳐진 것이거나 혹 항상 피가 흐르거나 월경이 없거나 하면 출가할 수 없느니라.
022_0833_a_13L若是二形女, 或是合道類, 或常血流出,
及是無血人。
같은 곳이었다. 그때 어느 비구가 남녀추니[二形女]를 출가시켰더니, 다른 비구니가 온 것을 보고 이상한 모양을 나타내었다. 그 비구니가 물었다. “자매여, 그대는 어떻게 된 사람인가?” “나는 남녀추니오.” 비구니가 이 말을 비구에게 하여 비구가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것은 남자도 여자도 아니므로 마땅히 출가할 수 없느니라. 비록 구족계를 받았더라도 율의호(律儀護)가 발하지 않으니, 속히 보내야 할 것이니라.” 이제부터는 만약 여인이 와서 출가를 구하거든 마땅히 먼저 ‘너는 남녀추니가 아니냐’고 물을지니라. 만약 묻지 않고 출가를 시키면 스승이 법 어기는 죄를 얻으리라.
022_0833_b_01L같은 곳이었다. 그때 어느 비구니가 두 길이 합쳐진 여인을 출가시켰더니, 소변을 볼 때에도 대변이 함께 나와서 그 처소를 더럽혔다. 다른 비구니가 들어와 보고는 누가 처소를 더럽혔느냐고 물으니, 그가 대답하였다. “내가 본래 처소를 더럽힐 마음이 없건만 두 길이 합쳐진지라, 소변을 하려고 하면 대변도 함께 나옵니다.” 비구니가 이 말을 비구에게 하여 비구가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것은 남자도 여자도 아니어서 마땅히 출가할 수 없느니라. 비록 구족계를 받았더라도 율의호가 발하지 않으니, 속히 보내야 할 것이니라. 이제부터는 만약 여인이 와서 출가를 구하거든 마땅히 먼저 ‘너는 두 길이 합쳐지지는 않았느냐’고 물을지니라. 만약 묻지 않고 출가를 시킨다면 그 스승이 법 어기는 죄를 얻으리라.”
같은 곳이었다. 그때 어느 비구니가 항상 피가 흐르는 여인을 출가를 시켰더니, 옷이 더러워져서 파리가 많이 붙었다. 비구니들이 물었다. “자매는 항상 피가 흐르는가?” “나는 항상 피가 흐르는 여자입니다.” 비구니가 비구에게 말하여 비구가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것도 앞의 것과 같아서 함께 있을 수 없느니라.”
022_0833_c_01L같은 곳이었다. 그때 어느 비구니가 월경 없는 여인[無血女]을 출가시켰더니, 다른 비구니가 때때로 월경이 나타나는 것을 보고 드디어 싫어하며 말하였다. “자매여, 그대는 삿된 생각이 있어서 능히 욕심을 여의지 못하였기 때문에 때때로 그런 것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야.” “왜 그것을 미워하는가. 이것은 여인으로서 떳떳한 법인데, 그대는 없는가.” “나는 월경이 없는 여인인데 어찌 이런 일이 있겠는가.” 비구니가 비구에게 말하여 비구가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것은 황문녀(黃門女)이니 마땅히 속히 내보내야 할 것이니라. 선한 법이 생하지 않느니라. 만약 출가를 구하는 여인을 보거든 마땅히 묻기를, ‘너는 월경이 제대로 있느냐’고 할 것이니, 만약 묻지 않는 자는 법 어기는 죄를 얻으리라.”
길이 작은 여인[道小女]과 내의에 대한 것과 비구를 향하여 침을 뱉지 말 것과 비구와 비구니가 대하여 말하지 말고 마땅히 자기 무리에게 말하라는 것이다.
022_0833_c_03L道小著內衣, 近苾芻不唾, 僧尼不對說,
當於自衆邊。
같은 곳이었다. 그때 어느 비구니가 길이 작은 여인[道小女]을 출가시킨 일이 있었다. 그런데 그 여인이 소변을 보러 가서는 오래되어서야 나오니, 다른 비구니가 왜 그렇게 더디 나오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가 대답하였다. “알아서 무엇하겠소. 나는 길이 작은 근불구(根不具)여서 더디오.” 이 말을 비구니가 비구에게 하여 비구가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것은 황문녀이니 속히 내보내라.”
같은 곳이었다. 그때 모든 비구니가 월경이 내리면 옷과 침구를 더럽혀서 파리가 붙는 일이 많았다. 비록 씻고 물들이고 하지만 여전히 더러워졌다. 부처님께서 아시고 말씀하셨다. “이러한 색류(色類)들은 마땅히 내의를 사용할지니라.” 비구니들이 곧 그렇게 하였다. 그때 토라난타 비구니가 역시 이것을 대고 성에 들어가서 걸식을 하다가 거리에서 그것을 떨어뜨리니, 사람들이 보고 물었다. “이것이 무엇인데 땅 위에 흘리는가?” 토라난타가 성이 나서 말하였다. “나쁜 종자야, 빨리 가서 네 어미나 누이에게 물어보라. 그러면 가르쳐 줄 것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만약 비구니가 내의를 사용할 경우에는 마땅히 띠를 허리에 대도록 하여서 이러한 실수가 없게 하여라. 만약 띠를 허리에 매지 않으면 법 어기는 죄가 되리라.”
022_0834_a_01L같은 곳이었다. 그때 구수 대가섭파가 아침에 의발을 갖추고 성에 들어가서 걸식을 하는데, 토라난타 비구니가 보고 얼른 그 곁으로 가서 땅에 침을 뱉고 말하였다. “이 지극히 어리석고 지극히 둔한 물건아.” 가섭파가 말하였다. “이것은 그대의 허물이 아니다. 아난타의 허물이다. 행실이 나쁜 여인을 선한 법률 가운데에 억지로 청하여서 출가시켰으니 말이다.”
비구가 이 일을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토라난타는 사문이 아닌 짓을 하였다. 모든 음녀도 비구에게 그런 추악한 말은 하지 않는다. 이제부터 비구니로서 비구에게 침을 뱉거나, 어리석으니 둔하니 하는 자는 법 어기는 죄를 얻으리라.”
같은 곳이었다. 그때 어느 비구가 잘못을 범하였다. 마침 비구니가 오는 것을 보고 곧 불러서 앉게 하니, 비구니가 물었다. “성자여, 무엇을 하려고 합니까?” “내가 죄를 범하였는데 이제 말하고 참회하려는 것이오.” 비구니가 곧 대하여 앉으니, 비구가 아뢰었다. “아리이가(阿離移迦)여, 유념(留念)하시오. 나는 비구 아무개이온데 이러 이러한 죄를 범하였습니다. 내가 이제 아리이가를 대하여 죄를 숨김없이 드러내어 말합니다. 들추어냄으로써 편안히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비구니가 말하였다. “성자도 그런 죄를 범합니까. 이건 참 좋지 않은 일입니다.” 비구가 부끄러워서 잠자코 있었다. 비구가 이 일을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비구는 비구니에게 죄를 말하지 말라. 마땅히 청정 비구로서 견해(見解)가 같은 자에게 들추어서 죄를 말할 것이니, 만약 말하는 자는 법 어기는 죄가 되리라.”
같은 곳이었다. 그때 어느 비구니가 죄를 범하였다. 마침 비구가 오는 것을 보고 정성껏 공경하여 절하고, 합장하고 청하였다. “성자여, 나를 가엾이 보시고 조금 앉아 주십시오.” 비구가 물었다. “무엇을 하려는 것입니까?” “성자여, 내가 죄를 범하였습니다. 이제 대설(對說)하고자 합니다.” 비구가 대하여 앉으니, 비구니가 곧 합장하고 아뢰었다. “성자여, 유념하소서. 나는 비구니 아무개이온데 아무 죄를 범하였습니다.” 나머지 자세한 말은 앞의 예와 같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비구니는 마땅히 비구에게 들추어내지 말고 청정한 비구니에게 죄를 말 할지니라. 만약 말하는 자는 법 어기는 죄가 되리라.”
비구가 갈마를 지으면 비구니는 주의해서 들으라. 자리를 펴고 사람을 앉게 하되 비구니의 자리는 마땅히 구별하라.
022_0834_b_02L苾芻作羯磨, 尼可用心聽, 敷座令人坐,
尼座應分別。
같은 곳이었다. 세존께서 말씀하시기를, 비구와 비구니는 갈마를 짓는 일을 따로 하되 공동으로 하는 갈마는 제외한다고 하셨다. 그런데 비구니가 비구들 가운데에 있으면서 갈마를 지을 때 두려움을 없게 할 수 없어서 작법(作法)이 되지 않았다. 비구가 이를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비구는 마땅히 갈마를 짓고 비구니는 마땅히 들을지니라.” 그러자 비구니들이 어떻게 들을 것인지 몰랐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지극한 마음으로 이를 생각할 것이며, ‘이것으로 갈마를 마쳤다’고 고할지니라. 제2와 제3도 마땅히 이와 같이 할지니라.”[이것은 이중수니계(二衆受尼戒)라고 한다.]
같은 곳이었다. 세존께서 말씀하신 대로 경을 마땅히 독송하여야 한다. 그런데 그때 비구들이 좌석을 펴지 않으니, 부처님께서 펴라고 하셨다. 그 뒤 어느 때 비구니가 법을 듣는데 좋은 자리에 앉았더니, 그때 그 중의 한 비구니가 갑자기 월경이 있어서 그 자리를 더럽혔다. 듣고 나서 그대로 갔는데, 일하는 사람이 자리를 정리하면서 보니 많은 파리가 붙어 있었다. 이 일을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비구니가 와서 법을 들을 때는 좋은 자리에 앉지 않도록 할지니라.” 세존께서 말씀하신 대로 비구니는 좋은 자리에 앉아서 법을 들을 수 없었으므로 때에 비구니가 오면 작은 자리를 주었다.
022_0834_c_01L 이때 대세주 교답미가 와서 법을 듣는데도 작은 자리에 앉게 하니, 대세주가 말하였다. “내가 세속에 있을 때 일찍이 이런 작은 자리에 앉은 일이 없었거늘 하물며 이제 능히 앉겠는가.” 비구들이 말하였다. “대세주여, 이것은 세존의 가르침이십니다. 비구니에게는 좋은 자리에 앉아서 법을 듣지 않게 하라고 하셨습니다.” “내가 어찌 그러한 비구니와 같이 나쁜 과실이 있겠는가. 먼저 그 비구니는 주의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실수가 생긴 것이오.” 비구가 이 일을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이제 허락하노라. 만약 비구니가 주의를 한다면 와서 법을 들을 때에 좋은 자리를 줄 것이니, 의혹을 내지 말지니라.”
술을 파는 것과 음녀의 집에 대한 것이며 여인의 몸에 닿아서는 안 되고 수시로 내의를 깨끗이 할 것과 노래하고 춤을 추지 말 것이다.
022_0834_c_05L沽酒婬女舍, 途中不觸女, 隨時開內衣,
歌舞不應作。
같은 곳이었다. 그때 토라난타 비구니가 아침에 의발을 갖추고 차례로 밥을 비는데, 한 속인 여자가 묘한 옷과 영락을 입은 것을 보고 물었다. “소녀여, 어디서 이렇게 좋은 옷과 영락을 얻었는가?” “성자여, 내가 술을 팔기 때문에 이 좋은 옷과 영락을 얻었소.” 비구니가 ‘그것은 좋은 방편이로구나’ 생각하고서 마음에 잊지 않고 밥을 빌며 다니다가 또 한 여인을 만났는데, 낡은 헌 옷을 입고 비실거리면서 가고 있었다.
그에게 물었다. “그대는 어느 집에 계신가?” “성자여, 나는 사는 데가 없소. 옷과 밥만 얻게 된다면 내가 무슨 일이라도 하겠소.” “만약 그렇다면 왜 술을 팔지 않는가?” “성자여, 나 같은 것이 어떻게 술을 팔겠소. 만일 술을 팔자면 집이 넓어야 하고, 상과 의자와 방석과 잔ㆍ소반ㆍ술통이 있어야 하며, 많은 밑천을 마련하여 두고 제대로 공급하여서 손이 오면 부족한 것이 없이 하여야 이윤이 있는 것입니다.”
비구니가 말하였다. “만약 그렇다면 필요로 한 것은 내가 모두 마련하여 줄 테니, 얻는 바 재물을 내게 주겠는가?” “그렇게 하겠소.” 비구니가 곧 비구니의 절 근처에 한 큰 집을 짓고 필요한 것을 다 장만하여 주고 밑천도 많이 주어서 그로 하여금 술을 팔게 하였다. 그러자 마시는 자들이 많이 이곳으로 왔기 때문에 다른 술집들이 모두 질투를 하였다. 그때 토라난타 비구니는 많은 돈을 벌었다.
022_0835_a_01L뒤에 왕이 큰 모임을 베풀고 술파는 집을 다 부르니, 그때 사람들이 말하였다. “토라난타 비구니의 절 옆에 큰 술집이 있어 좋은 술을 많이 팝니다. 사람들이 모두 가서 마시기 때문에 이익이 많은데, 어찌 그는 불러오지 않고 치우쳐 우리들만 괴롭게 합니까.” 사자가 듣고 가서 그 여자를 잡으니 곧 크게 부르짖었다. “성자 토라난타님, 왕가에서 사자가 잘못 와서 나를 잡아끌고 갑니다. 좀 나와 보십시오.”
비구니가 듣고 바로 나와서 꾸짖었다. “못된 물건아, 네가 무엇 때문에 우리 딸아이를 끄느냐?” 사자가 말하였다. “성자가 어찌 술집을 차리고 술을 팔 수 있습니까?” “내가 발로 원수의 정수리를 밟으리라. 술을 팔기로 네게 무슨 관계냐?” “성자에게도 원수가 있습니까?” “내 딸을 데리고 가는 네가 원수다.” 이렇게 싸움을 하였다.
모든 장자ㆍ바라문이 보고 무슨 까닭이냐고 물었다. 자세히 그 사실을 말하니, 모두 미워하고 비난하였다. “모든 석가족 여인들이 제멋대로 놀아나서 옳지 않은 짓을 하더니, 머리를 깎은 사문녀까지도 청정한 행실을 지키지 않고 술을 파는구나.” 비구가 이 일을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 생각하셨다. ‘토라난타 비구니의 하는 짓은 석가족 여인의 법이 아니다’ 그러시고는 말씀하셨다. “이제부터는 비구니가 마땅히 술을 팔지 말지니라. 만약 파는 자는 법 어기는 죄를 얻으리라.”
022_0835_b_01L같은 곳이었다. 그때 토라난타 비구니가 의발을 갖추고 차례로 밥을 빌다가 한 음녀가 좋은 옷을 입은 것을 보고 물었다. “소녀여, 어디서 이렇게 좋은 옷을 얻었는가?” “성자여, 내가 몸을 팔아서 이 옷을 얻었소.” 비구니가 생각하였다. ‘그것은 좋은 방편이다. 내가 이제 그렇게 되는지 어떤지 시험하여 보리라.’ 이렇게 생각하면서 밥을 빌고 다니다가 드디어 한 곳에서 한 소녀를 보았다. 의복은 때가 찌들고 굶주린 빛을 띠었는데 걸음은 비실비실하였으나 용모는 단정하였다.
비구니가 물었다. “소녀여, 그대는 어느 집에서 사는가?” 소녀가 대답하였다. “나는 사는 데가 없습니다. 옷과 밥만 얻을 수 있다면 나는 그에게 가겠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왜 음녀의 업을 하지 않는가?” 그가 곧 두 손으로 귀를 막고 말하였다. “성자여, 우리 가족에는 일찍이 그런 나쁜 짓을 했다는 말을 못 들었소.” “소녀여, 여인들 중에는 많은 사람이 이 업을 하고 있다. 너는 왕녀가 아니요, 또 장자나 바라문 등 귀족의 소생이 아니다. 그리고 모든 여인은 다 남자를 사랑한다. 나도 출가하지 않았더라면 역시 마땅히 그렇게 할 것이다.”
소녀는 듣고 현혹되어 곧 비구니에게 말하였다.“성자여, 만약 음녀가 되려고 하면 될 수 있습니까? 여러 가지 필요한 준비가 있어야만 그 일도 할 수 있습니다. 먼저 넓은 집이 있어야 하고 의복이 곱고 빛나며 영락으로 장엄하여서 보는 자가 사랑하도록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만약 남자가 집에 들어오면 그때 그 귀천을 따라서 음식과 향만(香鬘)을 모두 공급하여야 합니다.” “소녀여, 모든 필요한 것을 내가 다 마련하고 네게 옷과 밥을 줄 터이니, 얻는 재물을 내게 주겠느냐?” “예, 모두 드리지요.” 비구니가 절 근처에 한 큰 집을 짓고 필요한 물건을 모두 갖추어 마련하였다. 목욕을 시키고 향화ㆍ의복ㆍ영락을 모두 주고 입에 맞는 대로 먹게 하니 용의가 풍만하여져서 모든 음녀 중에 제일이 되었다.
022_0835_c_01L드디어 사람들이 모두 모여드니, 다른 모든 음녀들이 보고 함께 질투하였다. 이렇게 되니, 토라난타는 많은 재물을 얻었다. 뒤에 왕이 큰 모임을 베풀고 많은 바르는 향[塗香]을 쓰게 되어서 사자가 곧 모든 음녀들을 집합시켜 함께 바르는 향을 만들게 하였다. 그 모든 여인들이 간악한 말로 사자에게 고자질을 하였다. “토라난타 비구니의 절 옆에도 음녀가 있으니 마땅히 불러와야 합니다.” 사자가 가서 여인을 불러서 붙들어 오니, 그가 곧 크게 부르짖었다. “성자여, 이제 왕의 신하가 나를 끌고 갑니다.”
비구니가 재빨리 나와서 사자에게 말하였다. “너, 못된 놈이 내 딸을 데려갈 테냐.” 사자가 말하였다. “성자도 음가(婬家)를 만듭니까?” “내가 원수의 정수리를 발로 밟아야겠다. 음녀의 업을 하기로서니, 네가 무슨 상관이냐.” 자세한 말은 앞과 같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앞으로 모든 비구니는 음녀 업을 하지 말라. 만약 어기는 자는 토라저야 죄(吐羅底也罪)를 얻으리라.”
같은 곳이었다. 그때 토라난타 비구니가 한 소녀를 데리고 숲 속이나 길에서 여색으로 현혹하는 업을 하여 이것으로 재물을 구하다가 저 관리에게 잡힌 바 되니, 비구니가 곧 사납게 꾸짖었다. 자세한 말은 앞과 같았다. 부처님께서 그런 짓을 하는 자는 토라저야죄가 된다고 하셨다.
왕사성에서였다. 그때 여섯 비구의 무리들이 매양 풍류장이[伎樂人]와 어울려서 가무를 하더니, 함께 상의하였다. “대덕들이여, 우리가 항상 풍류장이들에게 끌리어서 가무를 하게 되는 것은 다 열두 비구니의 무리들 때문이다. 그들이 만약 의발 등 물건을 가져다가 사사로이 풍류장이 아들에게 주어서 우리를 괴롭히게 하지 않는다면 저들이 능히 우리로 하여금 풍악을 짓게 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 그것들을 마땅히 다스려 벌하자.” “지금 바로 이때에 해야 하니 계교를 세우자.” 우파난타가 말하였다. “함께 때리는 것이 좋겠다.” 모두 그것이 좋다고 하였다.
022_0836_a_01L드디어 같이 가다가 멀리서 토라난타 비구니를 보고 상의하였다. “저 비구니가 그것들의 우두머리이니 마땅히 호되게 다스리는 것이 옳다.” 곧 그에게 가서 함께 잡아가지고 혹은 주먹으로 머리를 때리고 혹을 발길로 허리를 차고, 혹은 석장으로 쳐서 온몸이 퍼렇게 멍이 들어 다니지도 못하게 되었다. 몸에 기름을 바른 채 자리에 누웠으니, 비구니들이 보고 웬일이냐고 물었다. 두드려 맞았다고 대답하니, 누구에게 맞았느냐고 물었다.
토라난타 비구니가 대답하였다. “존자 여섯 비구들이오.” “그대가 무엇을 잘못하였는가?” “그분들은 법형(法兄)이요 나는 법매(法妹)이니, 서로 가르치고 깨우치는 것은 떳떳한 길인데 어찌 다른 사람과 비교하여 허물을 물으오.” 비구니들이 듣고는 모두 미워하고 비난하였다. “어떻게 비구가 비구니들을 때린단 말인가.” 비구들에게 말하여 비구가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 생각하셨다. ‘비구들이 비구니를 때릴 때는 그 몸뚱이에 닿게 된다.’ 그리고는 비구들에게 고하셨다. “만약 비구니를 때린다면 이것은 안 될 일이다. 법 어기는 죄를 얻으리라.”
실라벌성에서였다. 세존께서 말씀하신 대로 비구니는 내의를 사용해야 했다. 비록 이것을 사용하였으나 그래도 피가 배어서 모든 침구가 더러워졌고, 파리가 많이 꾀어서 드디어 흉하게 되니 걱정이었다. 이 일을 비구니가 비구에게 말하여 비구가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이제 비구니에게 내의 위에 다시 치마로 덮을 것을 허락하노라.” 비구니들이 가르침을 받들어서 그대로 하였으나 그래도 더러워지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자주 세탁하고 물들이며, 잘 때에는 항상 주의하라. 만약 그렇지 않으면 법 어기는 죄가 되리라.”
왕사성에서였다. 그때 본승(本勝)이라는 비구가 죽으니, 시림(屍林)으로 들고 가서 화장을 하였다. 때에 열두 비구니의 무리가 곧 그 곁에서 스스로 노래하고 춤추니, 비구니들이 미워하였다. 이 일을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비구니는 스스로 가무를 하지 않는 법이니, 하는 자는 법 어기는 죄를 얻으리라.”
022_0836_b_01L
비구ㆍ비구니가 만약 성전환[根轉]을 하되 그것이 세 번에 이른다면 물리칠 것과 법여(法與)의 인연을 널리 설한 것과 연화색이 사자가 된 것이다.
022_0836_b_01L僧尼根若轉, 至三皆擯出, 廣說法與緣,
蓮花色爲使。
같은 곳이었다. 그때 구수 우파리가 세존께 아뢰었다. “대덕이시여, 비구니가 만약 성전환을 하면 그 일이 어떻게 되나이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전에 구족계를 받은 그대로 하안거(夏安居)의 차례에 의하여 비구의 절로 옮길지니라.” 또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비구니가 성전환을 했을 때는 곧 법랍[本夏]에 의하여 비구의 절로 보내지만, 비구가 만약 성전환을 하면 도로 법랍에 의하여 비구니의 절로 가나이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것도 마찬가지로 비구니의 절로 보낼지니라.” “대덕이시여, 이 두 사람이 저곳에 가서 또 성전환을 하였다면 그 일은 어떻게 하나이까?” “그 마땅한 바를 따라서 본 처소로 돌아갈지니라.” “대덕이시여, 또 다시 전환하여 그것이 세 번에 이른다면 이것은 또 어떻게 하나이까?” “만약 세 번이나 전환하기에 이른다면 곧 승니(僧尼)가 아니니라. 마땅히 물리칠 것이니, 의혹하지 말지니라.”
같은 곳이었다. 그때 장자가 있었으니 이름은 천여(天與)였다. 큰 부자로서 재물이 많았으며, 아내를 얻어서 살고 있었다. 또 한 곳에 장자가 있었으니 이름은 녹자(鹿子)였고, 역시 큰 부자로서 아내를 얻어서 살았다. 이 두 집이 서로 재산을 자랑하여 각기 제가 낫다고 말하였다. 그러다가 뒤에 친한 벗이 되어서는 서로 왕래가 잦았고, 기이한 것이 있으면 반드시 서로 보내었다. 그때 이 성중에 모든 사람들이 일이 있어서 꽃동산으로 모두 모였다가 회의를 마치고는 각기 집으로 돌아갔다.
022_0836_c_01L천여와 녹자 두 장자는 동산 속에 남아서 서로 이야기를 하다가 천여가 말하였다. “어떠한 방편을 지어야 우리가 죽은 뒤에도 자손들이 서로 친애하여서 멀어지지 않게 될까.” 그러자 녹자가 말하였다. “그 말 참 좋다. 이제 함께 배 안의 사돈[指腹之親]이 되자. 우리 두 집에서 만약 아들과 딸을 낳거든 혼인을 하기로 하자.”
“좋다. 내 뜻도 같다.” 이렇게 의논하고 각기 집으로 돌아갔다. 뒤에 천여의 아내가 한 딸을 낳으니, 용의의 단정함이 보통에 뛰어나는데 울기를 많이 하는 성질이었다. 그런데 만약 비구가 집에 와서 아버지를 위하여 설법하면 어린애가 울지 않고 귀를 기울이고 열심히 들었다.
삼칠일 후에 친척들이 모여서 그 여아의 이름을 짓는데 서로 의논하였다. “이 아이가 법을 좋아하여 귀를 기울이고 열심히 들으며, 천여의 딸이니 법여(法與)라고 하자.” 여덟 명의 양모에게 맡겨서 사랑하며 기르니, 속히 자라는데 마치 물에서 나온 연꽃과 같았다. 그때 녹자 장자가 저쪽에서 딸을 낳은 것을 듣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 친구가 딸을 낳았는데 어찌 가만히 있겠는가. 옷과 영락을 보내고 기쁨을 표시하여야 한다. 저 아이는 곧 나의 며느리가 될 것이 틀림없다.’ 그리고는 말을 전하였다. “그대가 딸을 낳았다니 기쁘기 이를 데 없다. 애오라지 옷과 영락을 부치어 축하의 뜻을 표하니, 바라건대 받아들여서 내 이 작은 뜻을 헛되지 않게 하여 달라.”
천여가 편지를 받고 회답을 보냈다. “그대가 만약 아들을 낳으면 틀림없이 혼인을 하자.” 그때 녹자가 회답을 받고 마음으로 아들 낳기를 구하더니, 머지않아 아내가 드디어 임신하여 달이 차매 아들을 낳았다. 삼칠일 후에 친척들이 기뻐하며 모여서 아이의 이름을 짓는데, 함께 상의하였다. “이 아이를 낳던 날이 비사카 별에 속하였으니, 마땅히 이름을 비사카(毘舍佉)로 하자.” 그리고 역시 여덟 명의 어머니로 하여금 돌보아 기르게 하였다. 그때 천여 장자가 녹자가 아들을 낳은 것을 듣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녹자 장자가 나와 함께 교친하였는데 이제 그는 생남하였고 나는 이미 딸을 낳았으니, 저 아이는 딸의 지아비라 몸을 장엄할 영락과 의복을 보내야겠다.’ 사람을 시켜 보내면서 아울러 말을 전하였다. “그대가 생남했다니 매우 기쁘다. 이제 옷을 보내니 받아 달라.”
022_0837_a_01L녹자가 회답하였다.
“교친한 지 오래되었더니 이제 원대로 되었다. 각각 크기를 기다려서 함께 혼인을 하자.” 법여가 장성하자 출가할 것을 바라는 뜻이 있어서 꿇어앉아 아버지에게 아뢰었다. “제가 이제 착한 말씀의 법률이 좋아서 출가하고자 하나이다.” 아버지가 말하였다. “애야, 내가 먼저 너를 녹자 장자의 아들 비사카에게 시집보내기로 정해 놓았다. 그러니 비사카는 네 남편인데 그것은 안 된다.”
연화색 비구니는 이 집의 문사(門師)였다. 그래서 때때로 찾아왔는데 법여가 그에게 말하였다. “성자여, 내가 착한 말씀의 법률에 출가하여 계를 받고 비구니 성품을 이루고 싶으니, 원컨대 여기 오셔서 가만히 출가하게 하소서. 왜냐하면 우리 아버지가 막아서 나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비구니가 말하였다. “좋다. 소녀야, 이제 마음을 내어 출가하려고 하는구나. 모든 애욕은 재미는 적고 걱정은 많은 것이니, 세존께서 말씀하셨느니라.
‘모든 지혜 있는 사람은 음욕에 다섯 가지 과실이 있음을 알고 짐짓 하지 않나니, 그 다섯 가지란 무엇인가. 첫째는 음욕을 관찰하매 재미는 적고 잘못됨이 많아서 항상 많은 고통이 있고, 둘째는 음욕을 행하는 사람은 항상 얽히어 묶이는 것이며, 셋째는 음욕을 행하는 사람은 언제나 싫어하고 만족함이 없는 것이요, 넷째는 음욕을 행하는 사람은 나쁜 짓을 하지 않는 것이 없으며, 다섯째는 모든 애욕의 경계에 대해서 모든 부처님과 성문들과 아울러 모든 바른 소견을 얻은 수승한 사람들이 한량없는 법문으로써 음욕의 허물을 말씀하시는 것이니, 이러므로 지혜로운 자는 마땅히 음욕을 익히지 않느니라.
022_0837_b_01L그리고, 또 지혜로운 자는 출가하는 자에게 다섯 가지 수승한 이익이 있음을 아나니, 그 다섯 가지란 어떠한 것인가. 첫째는 출가의 공덕이니 이것은 나 자신의 이익이어서 남과 함께 소유하는 것이 아니니, 이러므로 지혜로운 자는 마땅히 출가를 구하는 것이며, 둘째는 자신이 비천한 사람으로서 남에게 부림을 입다가도 출가한 뒤에는 남의 공양과 예배와 칭찬을 받나니, 이러므로 지혜로운 자는 마땅히 출가를 구하는 것이며, 셋째는 이로부터 목숨이 다하면 마땅히 천상에 태어나서 3악도를 여의나니, 이러므로 지혜로운 자는 마땅히 출가를 구하는 것이며, 넷째는 세속을 버림으로 말미암아 생사를 여의고 마땅히 안온한 위없는 열반을 얻나니, 이러므로 지혜로운 자는 마땅히 출가를 구하는 것이며, 다섯째는 항상 모든 부처님과 성문들과 모든 수승한 성인들의 칭찬하는 바가 되나니, 이러므로 지혜로운 자는 마땅히 출가를 구하는 것이니라.
너는 이제 마땅히 이러한 이익을 관찰하고 간절한 마음으로 모든 세속의 그물에서 벗어나 큰 공덕을 구할지니라.’ 이러므로 내가 이제 네게 출가하게 하리니, 아직은 이대로 있으라. 내가 부처님께 가서 아뢰리라.” 연화색 비구니는 세존께 가서 절하고 한쪽에 서서 합장하고 아뢰었다. “대덕 세존이시여, 천여 장자의 딸 법여가 부처님께서 설하신 선한 법률 가운데에 출가하여서 구족계를 받고 비구니 성품을 이루고자 하옵니다. 그러나 그의 아버지가 먼저 녹자의 아들 비사카에게 시집보내기로 결정하였기 때문에 부모가 막고 출가를 허락하지 않나이다.”
이때 부처님께서 아난타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가서 모든 비구니들에게 고하여라. ‘천여 장자의 딸 법여가 출가하고자 하니 연화색 비구니를 법여의 집으로 보내어서 그에게 말하되, ≺세존의 가르침을 받들도록 네게 3귀의와 아울러 5계를 주노니 곧 집에서 머리를 깎고 출가하여 10계를 받으라≻고 하게 하라.” 그때 아난타가 세존의 가르침을 받들고 비구니들에게 말하니, 비구니들이 함께 모인 가운데 연화색 비구니를 보내었다. 연화색 비구니는 그곳에 가서 말하였다. “소녀야, 이제 비구니 승가는 세존의 가르침을 받들고 나를 여기에 보내어 네게 출가하게 하는 것이다. 먼저 3귀의와 5계를 받되 마땅히 진심으로 받으라.”
022_0837_c_01L이미 받고 나니, 다시 말하였다. “너는 이제 근사녀(近事女)가 되었다.” 그리고 다음에는 10계를 주고서 말하였다.
“너는 이제 출가하였으니, 마땅히 부지런히 배움을 닦되 세존의 가르침과 같이 법대로 지키어 가지라.” 그때 저 여인이 기뻐서 깊은 갈앙심을 내어가지고 한 마음으로 들었다. 연화색 비구니가 그의 근성을 관찰하고 근기에 따라서 법을 설하여 그로 하여금 4제의 진리를 깨닫게 하니, 그는 지혜의 금강 방망이로 20종의 신견산(身見山)을 부수고 예류과를 얻었다.
그때 연화색 비구니가 세존께 와서 아뢰었다. “거룩하신 스승님의 가르침을 받들어 할 일을 마치었나이다.” 부처님께서 아난타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가서 비구니들에게 고하되, ‘연화색 비구니를 시키어 법여의 집에 가서 그에게 6법과 6수법(隨法)을 가르쳐 주고, 2년 동안 바로 배우게 하라’고 하여라.” 아난타가 세존의 가르침과 같이 비구니들에게 고하여서, 연화색 비구니가 다시 법여에게 가서 부처님의 교칙에 의한 6법과 6수법을 주고 말하였다. “너는 이제 정학녀(正學女)가 되었으니, 마땅히 2년 동안 가르침을 받들어 배움을 닦되 세존의 가르침과 같이 법대로 지키어 가지라.” 그리고는 다시 근기에 맞게 묘법을 설하니, 그가 법을 듣고는 일래과(一來果)를 얻었다.
이때 법여가 2년 동안 6법과 6수법을 배우니, 점점 자라면서 용의의 빼어남이 범상한 무리에서 뛰어났다. 그때 친족들이 모두 와서 그것을 보았다. 녹자 장자도 그가 장성함을 알고 사자를 보내어서 천여 장자에게 말하였다. “아들과 딸이 장성하였으니 성례를 함이 마땅하다. 좋은 날을 가려서 성대히 예를 닦도록 하자.” 천여가 대답하였다. “좋은 일이다. 마땅히 그렇게 하리라.”
022_0838_a_01L곧 음양사를 불러서 길일을 점쳤다. 그리고 천여 장자는 원근 친척들에게 사람을 시켜서 알렸다. “나의 딸 법여가 아무 날에 성례하니, 어른이나 아이나 모두 모여서 경사를 기뻐하여 달라. 그리고 모든 장엄구를 다 가지고 오라.” 녹자 장자도 역시 친지에게 그렇게 알렸다. 그리하여 그의 종친 권속이 널리 모두 와서 실라벌성에 가득하게 모였다.
그때 교살라의 임금 승광 대왕(勝光大王)과 중궁과 그의 각료들까지 다 천여 장자의 딸 법여가 녹자 장자의 아들과 아무 날 결혼을 하는데 모든 친척들이 모두 모여서 성중이 온통 떠들썩하다는 말을 듣고, 왕이 대신에게 고하였다. “경들도 마땅히 그를 도와주라.” 그래서 대신들이 왕의 명령을 선포하고, 그 경계 안의 마을과 촌방에 있는 모든 귀족과 호족들에게 그들이 가진 갖가지 기이한 장식할 물건을 가지고 와서 장자의 혼인 잔치를 돕게 하라고 하였다.
그때 모든 귀족들이 왕명을 듣고는 다 갖가지 기이한 물건을 가지고 와서 도와주니, 이때 성황(城隍)의 거리에 사람들이 가득 찼는데 쓸고 물 뿌리고 장엄하여 모든 지저분하고 더러운 것이 없었다. 게다가 향을 피워서 널리 향기가 퍼지고 좋은 꽃을 흩으니, 마치 환희원과 같이 좋았다. 법여가 보고 그 기이함을 이상히 여겨 집 사람[家人]에게 물었다. “지금 때도 안 되었는데 백화회(白花會)를 하는 것인가?” 그러자 집 사람이 대답하였다. “그대의 복이다. 그대 때문에 때 아닌 때에 백화회를 하여 그대에게 성례를 시키는 것이다.”
법여가 이 말을 듣고는 근심이 되어서 곧 아버지에게 나아가서 무릎을 꿇고 아뢰었다. “저는 5욕의 뜻이 없사오니 원컨대 아버님께서는 제게 왕원가람(王園伽藍)의 비구니 처소로 갈 것을 허락하여 주소서.” 아버지가 말하였다. “너를 낳기도 전에 내가 너를 녹자 장자의 아들 비사카에게 시집보내기로 약속하였으니, 그는 네 남편이다. 이제는 내게 매인 것이 아니다.
022_0838_b_01L그리고 교살라의 임금 승광 대왕의 각료와 귀하고 천하고 간에 사람들이 모두 네가 녹자의 아들 비사카에게 시집간다는 것을 들어서 알고 있으니, 그 들이 어찌 왕원의 절로 갈 것을 용납하겠느냐. 네가 나와 모든 종친들을 감옥에 가두고 싶어서 하는 말이냐. 내일 혼인에 경솔한 짓을 하지 말아라.” 또 모든 친척들이 와서 말하였다. “소녀야, 너는 이제 마땅히 경솔한 일을 하지 말라. 네가 이미 한창 나이이니 범행을 닦기가 어려운 일이다.” 이렇게 모두 말리는 말을 듣고는, 곧 책려하고 애써 닦아서 오로지 성도를 구하였으나 끝내 애욕에서 벗어날 방편을 얻지 못하였다.
이때 세존께서는 모르는 것이 없으시며 모든 부처님의 항상한 법이 언제나 대비심을 일으키시어 모든 것을 넉넉히 도우시니, 모든 구호 가운데에 가장 제일이시다. 가장 크고 용맹하시며, 두 말씀이 없으시고, 정(定)과 혜(慧)에 의하여 머무르시며, 3명(明)이 드러나고 3학을 잘 닦으며, 3업을 잘 다루고, 4폭류를 건너 4신족에 안정하며, 오랜 세월 동안 4섭행을 닦으시고, 5개(蓋)를 없애 버리고 5지(支)를 멀리 여의어 5도를 초월하셨으며, 6근이 구족하고, 6도(度)가 원만하며, 7재(財)를 널리 베풀고 7각화(覺華)를 피웠으며, 8난(難)을 떠나서 8정로(正路:8정도)를 즐기시며, 길이 결(結)을 끊고 밝게 9정(定)을 익혔으며, 10력이 가득히 차고, 이름이 시방에 들리시니 모든 자재한 이 중에서도 가장 수승하시다.
두려움이 없는 법을 얻으셨고, 마군과 원수를 항복받으셨으며, 큰 우레와 같은 소리로 사자후를 지으시며, 주야 6시로 항상 불안(佛眼)으로써 모든 세간을 관찰하시어 누가 더하고 덜하며 누가 고액을 만나고 누가 나쁜 길로 향하며 누가 애욕의 수렁에 빠지고 누가 능히 교화를 받을 수 있는가를 아시고, 어떠한 방편으로 구해 낼 것인가를 잘 아셔서 성재(聖財)가 없는 자에게는 성재를 얻게 하시고, 지혜로운 안선나(安膳那)로써 무명의 막을 부수며, 선근이 없는 자는 선근을 심게 하시고 선근이 있는 자는 더 자라게 하시며, 인간과 천상의 길에서 안온하고 걸림이 없이 열반의 성으로 나아가게 하신다. 이에 대한 말씀이 있다.
022_0838_c_01L
가령 바다의 조수는 혹 때를 잃음이 있을지언정 부처님은 교화할 자에게 때를 넘기지 않으시네.
022_0838_c_01L假使大海潮, 或失於期限, 佛於所化者,
濟度不過時。
부처님은 모든 중생들에게 자비를 버리지 않으시니 그들의 고난을 구제하실 생각이 어미 소가 송아지를 따름과 같네.
022_0838_c_03L佛於諸有情, 慈悲不捨離,
思濟其苦難, 如母牛隨犢。
그때 세존께서 거니시던 곳에서 문득 미소하시니 입에서 5백의 미묘한 광명이 나와서 혹은 아래를 비추고 혹은 위로 뻗쳤는데, 그 빛이 아래로 내려간 것은 무간지옥과 그 밖의 여러 지옥에 이르러서 뜨거운 고통을 받던 자는 모두 시원함을 얻었고 추위에 얼었던 자는 곧 따뜻함을 얻었다. 이리하여 그 모든 중생들이 각각 안락함을 얻고는 모두 생각하였다. ‘내가 너희들과 함께 지옥에서 죽고 다른 곳에 태어나는 것인가.’
그때 세존께서 저 모든 중생들에게 신심이 나게 하시고는 또 다른 모양을 나타내시니, 저들이 이 모양을 보고 모두 생각하였다. ‘우리들이 여기서 죽어가지고 다른 곳에 태어나는 것이 아니로구나. 그러나 우리가 틀림없이 위없는 큰 성인의 위덕의 힘 때문에 우리의 몸과 마음이 현재 이렇게 편안하고 즐거운 것이다.’ 그들이 이미 공경과 믿음을 얻었으니, 능히 모든 괴로움을 없애고 인간이나 천상의 갈래에서 좋은 몸을 받고 마땅히 법 그릇이 되어서 진제의 도리를 볼 것이다. 한편, 위로 뻗쳐 오른 광명은 색구경천(色究竟天)에까지 이르러서 그 광명 속에서 고(苦)ㆍ공(空)ㆍ무상(無常)ㆍ무아(無我) 등의 법이 연설되었다. 그리고 두 개의 게송도 아울러 설하였다.
네가 마땅히 벗어나려 하거든 부처님 가르침을 부지런히 닦으라. 코끼리가 초가집을 부수듯이 생과 사의 마군을 항복 받으라.
022_0838_c_18L汝當求出離, 於佛教勤修, 降伏生死軍,
如象摧草舍。
이 법률 가운데에서 언제나 방일하지 않으면 능히 번뇌의 바다를 말리고 장차 고통의 맨 끝까지 다하리라.
022_0838_c_20L於此法律中, 常爲不放逸,
能竭煩惱海, 當盡苦邊際。
022_0839_a_01L 그때 저 광명이 두루 삼천대천세계를 비추고 도로 부처님의 처소로 돌아오는데, 만약 부처님께서 과거의 일을 말씀하시게 되면 그 빛이 등으로 들어가고, 만약 미래의 일을 말씀하시게 되면 그 빛이 가슴으로 들어가고, 만약 지옥의 일을 말씀하시게 되면 그 발 밑으로 들어가며, 축생의 일을 말씀하시면 발꿈치로 들어가며, 만약 아귀의 일을 말씀하시면 발가락으로 들어가고, 사람의 일을 말씀하시면 무릎으로 들어가며, 역륜왕(力輪王)의 일을 말씀하시면 왼 손바닥으로 들어가고, 전륜왕의 일을 말씀하시면 오른 손바닥으로 들어가며, 천상의 일을 말씀하시면 배꼽으로 들어가고, 성문의 일을 말씀하시면 입으로 들어가고, 독각의 일을 말씀하시면 미간으로 들어가며,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일을 말씀하시면 정수리로 들어가는 법이다.
입에서 갖가지 묘한 광명을 내시니 대천세계에 가득하여 한 모양이 아닐세. 시방의 모든 국토에 두루한 광명은 햇빛이 온 허공을 비추는 것 같네.
022_0839_a_12L口出種種妙光明, 流滿大千非一相,
周遍十方諸剎土, 如日光照盡虛空。
부처님은 중생의 수승한 인(因)이시라 교만함과 괴로움을 없애 주시네. 연(緣)이 없으시면 입을 안 여시는데 미소를 지으시니 희기(希奇)한 말씀을 하시겠네.
022_0839_a_14L佛是衆生最勝因, 能除憍慢及憂慼,
無緣不啓於金口, 微笑當必演希奇。
편안하고 자상하신 우리 부처님이시여, 들으려는 자에게 말씀하여 주소서. 사자왕과 같으신 큰 소리로 우리의 의심을 해결하여 주소서.
022_0839_a_16L安詳審諦牟尼尊, 樂欲聞者能爲說,
如師子王震大吼, 願爲我等決疑心。
마치 큰 바다 속의 묘산왕(妙山王)은 인연이 없으면 동요함이 없듯이 자재하신 이가 자비로 미소를 하셨으니 갈앙하는 자에게 인연을 설하소서.
022_0839_a_18L如大海內妙山王, 若無因緣不搖動,
自在慈悲現微笑, 爲渴仰者說因緣。
022_0839_b_01L 그때 세존께서 아난타에게 말씀하셨다. “그렇다. 인연이 없지 않아서 여래ㆍ응공ㆍ정등각이 문득 미소를 나타낸 것이니라. 아난타야, 너는 법여 동녀에게 내가 비구니들을 시켜서 차례로 3귀의와 5계와 10계를 주어서 식차마나를 만들었고, 2년 동안 6법과 6수법을 닦는 것을 보지 않았느냐. 그런데 내일 시집을 가게 되어서 권속이 모두 모인 것이니라.” 아난타가 아뢰었다. “제가 이미 보았나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난타야, 그 집에 머물러서 남은 밥 찌꺼기나 먹지는 않을 것이요, 오래지 않아서 곧 불환과와 아라한과를 증득할 것이니라. 너는 이제 마땅히 비구니들에게 가서 고하되, ‘법여가 이미 두 해를 6법과 6수법을 배웠으니, 비구니들은 마땅히 연화색 비구니를 사자로 보내어서 그의 집에 가서 범행의 본법을 짓게 하라’고 하여라.” 그때 아난타가 비구니들에게 그대로 고하니, 비구니들이 모여서 연화색 비구니를 시켰다. 연화색 비구니가 그의 집에 가서 본법을 지어 주고는 법여에게 고하였다. “너는 곧 구족계를 받으리라.” 그리고는 다시 근기에 맞게 법을 설하였다. 그러자 그는 불환과를 얻고 신통력이 발생하였다.
이때 연화색 비구니가 부처님께 가서 이 사실을 아뢰니, 부처님께서 아난타에게 고하셨다. “너는 비구니의 처소로 가서 나의 가르침을 전하되, 이렇게 말하여라. ‘비구와 비구니 두 대중은 마땅히 법여에게 구족계를 주되 연화색 비구니를 사자로 보내라’고 하여라.” 아난타가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들고 가서 비구니와 비구가 모인 2부의 대중 가운데에서 고하였다. “연화색 비구니로 사자를 삼아서 곧 법여가 있는 처소에서 법여에게 구족계를 주라고 하셨소.”
022_0839_c_01L대중이 작법을 마치고 나서 즉시로 연화색 비구니는 저곳에 가서 고하였다. “소녀야, 2부의 승가는 이미 네게 구족계를 주었고 부처님께서 허락하셨으니, 잘 받들어 행하여라.” 그리고는 또 법을 설하니, 그가 법을 듣고는 깊이 세속을 싫어하는 마음을 일으켰다. 5온에 있어서 항상함이 없고, 괴롭고, 헛것이고, 나가 없음을 관찰하였다. 이렇게 알고는 지혜의 금강 방망이로써 모든 번뇌를 부수고 아라한과를 얻어서 3명ㆍ6통과 8해탈을 구족하고 여실지(如實智)를 얻으니, 나의 생(生)이 이미 다하였고 범행이 섰으며 할 일을 마치었고 후유(後有)를 받지 않게 되었다.
마음에 걸림 없음이 손을 허공에 내두르는 것과 같았고, 칼로 베거나 향을 바르거나 간에 사랑도 미움도 일어나지 않았으며, 금덩이를 보거나 흙을 보거나 다를 것이 없었고, 모든 명예나 이익을 모두 버리니 제석과 범천 등이 모두 공경하였다. 모든 번뇌가 이미 다한 아라한 비구니로서 속가에 처하여서 남은 밥 찌꺼기를 먹고 세속법을 행한다는 것은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이때 법여가 이미 그러한 결과를 얻고는 부모에게 아뢰었다. “두 어버이는 마땅히 아옵소서. 저는 이미 아라한과를 얻었나이다. 이제 왕원(王園)의 비구니 절로 가고자 하나이다.” 부모가 말하였다. “만약 그렇게 한다면 왕법에 걸려서 죄가 내 몸에 미칠 것이다. 그러니 계책을 써서 부처님과 같이 가도록 하라.” “좋습니다. 원컨대 방편대로 하옵소서.”
이때 천여 장자가 곧 세존과 비구승들을 청하고, 한편 또 사자를 보내어 녹자 장자에게 고하였다. “좋은 벗이여, 마땅히 양해하여 달라. 내 딸 법여가 세속을 즐겨하지 않아서 출가할 것이 틀림없으니, 속히 와서 억지로라도 혼인을 하라.” 이때 녹자가 교살라의 승광 대왕에게 알리었다. “신이 천여와 함께 전부터 맹약이 있어 배 안의 사돈이 되었는데 그 딸이 이제 세속을 버리고 출가하고자 하옵니다. 신이 모든 친족을 거느리고 이제 강제로 혼인을 하고자 하나이다.” 왕이 뜻대로 하라고 말하였다.
022_0840_a_01L이때 녹자는 곧 종친들을 불러서 혼사를 의논하였고, 천여 장자는 모든 음식을 차리고 사자로 하여금 부처님께 아뢰었다. “준비가 이미 다 되었사오니, 원컨대 부처님께서는 때가 되었음을 아시옵소서.” 이때 부처님께서 옷을 입으시고 발우를 가지시고 비구들을 데리고 천여의 집에 나아가서 자리에 앉으시니, 모든 나머지 승가들도 각각 차례대로 앉았다. 천여 장자는 모든 권속들과 함께 갖가지 훌륭한 음식을 가지고 부처님과 승려들께 공양하여 다 만족하게 하였다.
한편, 녹자 장자와 그의 권속과 왕자와 대신과 모든 사람들이 비사카를 데리고 예의를 갖추고 문 앞에 이르러서 혼례를 하고자 하였다. 천여 장자가 부처님 대중이 식사를 마치고 양치도 끝내고 발우를 거두었음을 알고, 낮은 자리로 내려가서 권속들과 함께 부처님 앞에서 법을 들었다. 그때 세존께서 묘법을 설하시어 보여 주고 가르쳐 주고 이롭게 하고 기쁘게 하시고는 자리에서 떠나셨다.
그때 법여 비구니는 삼계의 미혹을 끊고 두려움 없음을 얻었는데, 또 눈앞에는 시집가고 장가드는 일이 있어서 왕자와 대신과 모든 사람들이 그리고, 비사카가 친족들과 더불어 음악을 갖추고 기다리며 서 있었다. 이때 법여 비구니가 세존의 뒤를 따라서 문 앞으로 나오니, 비사카가 법여를 보고 드디어 손을 뻗쳐서 법여의 팔을 잡았다. 이것을 한량없는 백천 대중이 모두 보았다.
이때 법여가 곧 신통을 나타내니, 마치 큰 거위왕이 두 날개를 편 것처럼 허공계로 올라가서 신통변화를 나타내었다. 이때 왕과 신하와 비사카와 그 권속들과 모든 사람들이 신통변화를 보고는 다 희유한 생각이 나서 온몸을 마치 큰 나무가 쓰러지듯 땅에 던져 멀리 그의 발에 절하면서 뉘우치고 사과하였다. 그리고 모두 이렇게 말하였다. “이렇게 수승하고 묘한 덕을 얻은 성녀가 집에서 욕락을 받으면서 남은 밥 찌꺼기를 먹고자 하겠는가. 이치에 당치 않다.”
022_0840_b_01L이때 법여가 몸을 세우고 내려와서 모든 대중을 위하여 묘한 법을 설하니, 그 법을 듣는 자가 한량없이 많았는데 모두 수승한 견해를 얻어서 혹 예류나 일래나 불환의 과를 얻은 자가 있었고, 혹은 불법 가운데에 출가하여 모든 번뇌를 끊고 아라한과를 얻었으며, 혹은 성문이나 독각의 큰 보리심을 발하였다.
그리고 다시 대중으로 하여금 3보께 귀의하고 생사에서 나오기를 구하게 하였다. 법여 비구니가 이미 큰 이익을 얻은지라, 부처님 처소로 나아가서 절하고 갔다.
그때 세존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나의 법 가운데 있는 성문 비구니로서 설법을 잘하기로는 법여 비구니가 가장 제일이니라.” 비구들이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는 모두 의심이 있어서 세존께 아뢰었다. “저 법여 비구니가 일찍이 무슨 업을 지었기에 그 본집에서 출가하여 부처님께서 허락하여 보내신 사자로부터 계를 받고 그곳에서 아라한의 과보를 얻었사오며, 이제 설법하는 사람 중에서 제일이 되었나이까. 원컨대 자비로 그의 본업(本業)을 말씀하여 주옵소서.”
설사 백 겁이 지나더라도 지은 업은 없어지지 않나니 인과 연이 만나는 때에는 과보를 제가 도로 받는다.
022_0840_b_12L假令經百劫, 所作業不亡, 因緣會遇時,
果報還自受。
“너희들 비구야, 이 현겁 중 사람의 수명이 2만 세일 때 부처님이 계셨으니 명호는 가섭파 여래ㆍ응공ㆍ정등각으로서 10호를 구족하셨고, 신선이 떨어진 곳인 시녹림 가운데에 계셨더니라. 그때 바라니사에 한 장자가 있어 큰 부자로서 재산이 많았는데 아내를 얻은 지 오래지 않아서 곧 임신하였고 달이 차서 딸을 낳으니, 그 딸이 자라서 출가하려고 하였으나 부모가 듣지 않았느니라.
그때 한 늙은 비구니가 있었으니 이는 그 집의 문사(門師)였는데, 그 딸이 비구니에게 아뢰었느니라. ‘성자여, 여기서 내게 출가하도록 하고 구족계를 주어서 비구니 성품을 이루게 할 수는 없나이까?’ 비구니가 말하였느니라. ‘내가 가서 부처님께 아뢰겠으니 너는 아직 가만히 있으라.’ 그리고는 곧 부처님께 가서 이 일을 아뢰어 알려드렸다.
022_0840_c_01L부처님께서 곧 그 비구니를 시켜서 그 집으로 가서 딸에게 출가하게 하고, 3귀의와 5계와 정학법(正學法)을 가르쳐 주었으며, 2부의 승가에서 역시 비구니를 또 보내어서 구족계를 주었느니라. 그리고 그때 늙은 비구니가 그의 근성을 관찰하고 근기에 맞게 법을 설하니 그가 곧 그 집에서 아라한과를 얻었고, 저 부처님께서 그를 법을 설하는 비구니 중에서 제일이라는 칭찬을 하셨느니라. 이때 늙은 비구니가 문득 이런 생각을 하였더니라. ‘이 소녀가 출가하여 구족계까지 받고 법을 듣고 깨달아서 아라한과를 얻은 것이 다 나를 의지하여 얻은 수승한 이익이다.’
이렇게 생각하고는 곧 발원하였느니라. ‘내가 가섭파 여래ㆍ응공ㆍ정등각의 교법 가운데에서 이 몸이 다하도록 범행을 닦고 그 선근으로, 가섭파부처님께서 마납바에게 수기하신 대로 당래세에 사람의 수명이 백 세일 때에 정각을 이루고 이름을 석가모니라고 하실 그 부처님의 법 가운데에서 이 여인과 같이 본집을 떠나지 않고 출가하여 계를 받고 법을 듣고 깨달아서 번뇌를 끊고 아라한이 되겠사오며, 가섭파부처님께서 이 비구니를 칭찬하시어 설법이 비구니들 중에서 제일이라고 하신 것처럼 원컨대 나도 역시 그때에 그렇게 되어지이다.’
너희들 비구야, 어떻게 생각하느냐. 그 늙은 비구니가 어찌 다른 사람이겠느냐. 그가 곧 법여이니라. 그가 옛적에 가섭파부처님의 교법 가운데에서 몸이 다하도록 범행을 닦았고, 그 선근으로 회향 발원하였기 때문에 이제 집에 있으면서 사자를 통하여 출가하게 되고 계를 받고 비구니 성품을 이루었으며, 모든 번뇌를 끊고 아라한과를 얻었으며, 설법이 제일이라고 부처님께서 칭찬하심을 입은 것이니라.
022_0841_a_01L너희들 비구야, 이러므로 내가 흑업에는 흑보를, 잡업에는 잡보를, 백업에는 백보를 받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니라. 너희들은 마땅히 백업을 부지런히 닦을 것이요, 흑업과 잡업은 떠나야 할지니라.” 그러시고는 게송으로 말씀하시니, 모든 비구들이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다 크게 기뻐하면서 믿고 받아서 받들어 행하고 부처님께 절하여 하직하고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