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께서 비사리(毘舍離)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여러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부정관(不淨觀)을 닦으면 큰 과보와 이익을 얻느니라.”
022_0980_b_04L佛在毘舍離。爾時世尊告諸比丘:“修不淨觀得大果利。”
그때 여러 비구는 모두 닦아 익혔으므로 이 몸을 싫어하고 미워하며 부끄럽게 여겼다. 비유하면 소년이 정결한 것을 좋아하여 목욕하고 몸에 향을 바르고서 깨끗한 새 옷을 입었는데, 갑자기 세 개의 시체가 그의 목을 둘러서 피고름이 몸에 흥건하고 벌레가 기어 나와 온통 범벅이 되었으므로 그 사람은 몹시 괴로워하면서 다른 생각은 하지 못하고 다만 어떻게 해야 이 치욕에서 벗어날까 하는 것만을 생각하는 것과 같이, 여러 비구가 이 몸을 싫어하고 미워하는 것도 그와 같았다.
그 중에 어떤 이는 스스로 제 목숨을 끊고 나아가 서로 죽이기도 하고, 어떤 이는 칼과 노끈을 구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독약을 먹기도 했다.
022_0980_b_11L其中或有自殺,展轉相害,或索刀、繩,或服毒藥。
한 비구가 몸을 싫어하고 미워한 뒤에 미린전다라(彌隣旃陀羅)에게 가서 말했다. “나의 목숨을 끊어 주시면 옷과 발우를 드리겠습니다.”
022_0980_b_13L有一比丘厭惡身已,便往彌鄰旃陁羅所,語言:“爲我斷命,衣鉢相與。”
그때 전다라는 옷과 발우를 얻기 위해 날카로운 칼로 그의 목숨을 끊고는 피로 더럽혀진 칼을 파구말(婆求末) 강에 가서 씻었다. 그러나 곧 뉘우치는 마음을 내어 생각하기를 ‘나는 지금 옳지 못한 짓을 했구나. 어떻게 조그마한 이익 때문에 계율을 지닌 사문의 생명을 끊고 한량없는 죄를 지었단 말인가’ 했다.
그때 자재천 악마가 그의 생각을 알아차리고 마치 장사가 팔을 굽혔다가 편 사이에 그 앞에 이르러 물에서 솟아나와 물 위에 서서 칭찬하며 말했다. “장하십니다. 당신은 큰 이익을 얻었습니다. 계율을 지닌 사문의 목숨을 끊어서 아직 제도되지 못한 이를 제도해 주었으니 복과 경사가 한량없습니다. 천신(天神)이 그 일을 기록해 두었기에 일부러 와서 당신에게 알립니다.”
022_0980_c_01L그때 전다라는 곧 그릇된 견해를 내어 마음으로 크게 기뻐하면서 ‘나는 이제부터 다시 아직 제도되지 못한 이를 제도해야겠다’고 했다. 그 전다라는 몸을 싫어하는 이와 아직 몸을 싫어하지 않는 이의 모습을 잘 알았으므로 ‘만일 범부나 비구로서 아직 욕심을 여의지 못한 이는 칼을 들고 향할 때 마음으로 두려워할 것이다. 그는 아직 몸을 싫어하지 않으므로 내가 설령 그를 죽인다 해도 복을 얻는 것이 아주 적을 것이다. 나는 이제 이미 도과(道果)를 얻어서 두려워함이 없는 이를 구해야겠다’고 하고는 손에 긴 칼을 들고 이 방에서 저 방으로, 이 경행처(經行處)에서 저 경행처로 다니면서 큰 소리로 부르짖었다. “멸도(滅度)하고 싶은 이는 내가 제도해 드리겠습니다.”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어느 때 여러 비구를 위해 말씀하신 부정관을 비구들이 닦아 익히고는 몸을 싫어하고 미워하여 괴로워하다가 서로를 죽였으며, 미린(彌隣)은 하루에 범행을 닦는 60명의 목숨을 살해했습니다. 이 때문에 오늘 승가 대중이 적어진 것입니다. 거룩하신 세존이시여, 다시 다른 좋은 도법(道法) 말씀하셔서 여러 비구가 안락하게 머무를 수 있게 하소서.”
022_0981_a_01L세존께서는 자리에서 일어나 강당에 이르러 자리에 앉으시고는 여러 비구에게 물으셨다. “실제로 위와 같은 일이 있었느냐?” “실제로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는 갖가지로 꾸짖으셨다. “너희들은 어리석고 행한 일은 법에 맞지 않느니라. 중생을 사랑하고 늘 보호하라는 나의 말을 듣지도 못했느냐? 어찌하여 이 법을 기억하지 않았느냐?”
그때 많은 비구들이 위중한 병에 걸려 다른 여러 비구가 와서 문안하며 말했다. “대덕이여, 병은 좀 나아졌습니까, 고통은 참을 만하십니까?” 병든 비구가 말했다. “병이 아직 낫지도 않았고, 고통도 참을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는 여러 비구에게 말했다. “나에게 칼이나 노끈을 가져다주시오. 나에게 독약을 가져다주시오. 나에게 병을 더 위중하게 하는 음식을 가져다주시오. 나를 데려다 높은 언덕 가에다 놓아 주시오.”
여러 비구는 그들이 죽는 것을 보고 나서 곧 뉘우치는 마음을 내어 아난에게 말했다. 아난은 부처님께 그들을 데리고 가서 그 일을 아뢰자 부처님께서는 이 일로 비구 승가를 모아 놓고 여러 비구에게 물으셨다. “너희들이 실제로 그렇게 했느냐?” “실제로 그렇게 했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갖가지로 꾸짖으셨다. “너희들은 어리석구나. 스스로 사람의 목숨을 끊는 것과 칼을 주어서 죽게 하는 것에 무슨 차이가 있단 말인가? 지금부터 이 계는 마땅히 설하기를 ‘만일 비구로서 자살할 수 있도록 칼을 가져다주면 바라이를 얻나니, 함께 살지 못한다’고 해야 하느니라.”
022_0981_b_01L또 어떤 비구가 위중한 병에 걸려 여러 비구가 와서 문안하자 위와 같이 여러 비구에게 말했다. “나에게 칼이나 노끈이나 독약을 주시오.” 여러 비구가 말했다. “부처님께서는 우리에게 사람이 자살하는 기구를 주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알고 있는 사냥꾼이 있으니 당신을 위해 불러서 당신의 목숨을 끊게 하겠습니다.” 병든 비구가 말했다. “나를 위해 속히 좀 불러 주시오.”
부처님께서는 갖가지로 꾸짖으시고 여러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직접 죽이는 것과 사람으로 하여금 죽게 하는 것에 무슨 차이가 있단 말인가? 지금부터 이 계는 마땅히 설하기를 ‘만일 비구로서 스스로 죽이거나 사람을 죽게 하면 바라이를 얻나니 함께 살지 못한다’고 해야 하느니라.”
또 어떤 비구가 위중한 병에 걸려 여러 비구가 문안하여 위와 같이 하고는 병든 비구에게 말했다. “당신은 계행(戒行)을 구족하셨으므로 천상의 복을 받을 것입니다. 만일 자살한다면 반드시 천상에 태어날 수 있을 터인데, 어째서 이렇게 오래도록 고생합니까?” 병든 비구가 말했다. “만일 그와 같이 되고 이런 고통이 있다 해도 자살할 수는 없소. 왜냐하면 만일 자살하면 투라차죄를 범하기 때문이오. 또 다시는 범행을 널리 닦을 수도 없소.”
022_0981_c_01L또 꾸짖었다. “자기 손으로 사람을 죽이는 것과 사람을 자살하도록 하는 것에 어떠한 차이가 있단 말이오. 그대는 비구이면서 이런 나쁜 업을 짓고 있구려.” 여러 장로 비구들이 이 일을 듣고 갖가지로 꾸짖고는 부처님께 데리고 가서 그 일을 아뢰자 부처님께서는 이 일로 비구 승가를 모아 놓고 여러 비구에게 물으셨다. “너희들이 실제로 그렇게 했느냐?” “실제로 그렇게 했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는 갖가지로 꾸짖으셨다. “너희들은 어리석구나. 자기가 직접 사람을 죽이는 것과 사람을 자살하도록 하는 것에 무슨 차이가 있단 말이냐? 지금부터 이 계는 마땅히 설하기를 ‘만일 비구로서 자기가 직접 사람을 죽이거나 사람을 자살하게 하면 바라이를 얻나니 함께 살지 못한다’고 해야 하느니라.”
또 어떤 비구가 위중한 병에 걸려 여러 비구가 문안하기를 위와 같이 하고는 병든 이에게 말했다. “당신은 범행이 이미 섰으므로 죽으면 하늘의 쾌락을 받으실 터인데, 어째서 이런 병의 고통을 오래 받으면서도 자살하지 않습니까?” 병든 비구가 말했다. “비록 그렇다 하더라도 나는 자살할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부처님께서는 자살하면 투라차를 범한다고 제정하셨기 때문입니다. 또 나는 병이 나으면 범행을 닦을 수 있습니다.”
그때 그 나라에는 또 도둑의 재난이 있어서 모든 속인들은 가까운 혈족끼리도 이리저리 흩어져서 온갖 고통과 번뇌가 있었으므로 비구가 말했다. “당신들은 이미 천상에 태어날 수 있는 복업을 닦았거늘, 어째서 이런 혈족끼리의 생이별로 인해 근심하고 슬퍼하는 고통을 받으면서도 자살하지 않습니까?” “우리는 비록 근심하고 슬퍼한다 하더라도 스스로 제 목숨을 끊을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세상에 있으면서 고통을 만나야 도업(道業)을 닦을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리고는 꾸짖었다. “사문으로서의 도(道)는 중생을 사랑해야 하거늘, 어떻게 죽음을 찬탄하여 사람이 자살하기를 바라는 것이오. 직접 죽이는 것과 죽음을 찬탄하는 것에 무슨 차이가 있단 말이오.” 여러 장로 비구들이 이 일을 듣고 갖가지로 꾸짖고는 부처님께로 데리고 가서 그 일을 아뢰자 부처님께서는 이 일로 비구 승가를 모아 놓고 여러 비구에게 물으셨다. “너희들이 실제로 그렇게 했느냐?” “실제로 그렇게 했습니다, 세존이시여.”
022_0982_a_01L부처님께서는 갖가지로 꾸짖으셨다. “너희들이 한 일은 법에 맞지 않느니라. 직접 죽이는 것과 죽음을 찬탄하는 것에 무슨 차이가 있단 말이냐? 지금부터 이 계는 마땅히 설하기를 ‘만일 비구로서 사람이나 사람과 비슷한 것을 스스로 죽이거나 칼과 약을 주어서 죽게 하거나 남에게 시켜서 죽이거나 스스로 자살하게 하거나 간에 죽음을 부추기고 죽음을 찬탄하면서, 쯧쯧, 이 사람아, 괴롭게 살면 무엇 하겠는가. 죽는 것이 사는 것보다 낫다고 하면 이런 마음을 지어 마음에 따라 죽이게 되는 것이다.2) 이러한 여러 인연으로 그가 죽게 되면 이 비구는 바라이를 얻나니 함께 살지 못한다’고 해야 하느니라.”
어머니의 태에 들어간 뒤에 49일이 되면 ‘사람과 같은 것’이라 하고, 이를 지나고 난 이후를 ‘사람’이라 하느니라.
022_0982_a_06L入母胎已後至四十九日,名爲似人。過此已後,盡名爲人。
직접 손이나 발이나 칼이나 몽둥이나 독약 등으로 죽이는 것을 ‘직접 죽인다’고 하고, 그가 자살하려고 살해하는 기구를 구할 때 그에게 주는 것을 ‘칼과 약을 주어서 죽인다’고 하고, 사람을 시켜서 죽이게 하는 것을 ‘사람을 시켜서 죽인다’고 하고, 사람으로 하여금 죽음을 취하게 하는 것을 ‘자살하게 한다’고 하고, 죽는 것이 사는 것보다 낫다고 말하는 것을 ‘죽음을 부추기고 죽음을 찬탄한다’고 하고, 마음에 따라 온갖 귀신을 보내서 죽이게 하는 것을 ‘이런 마음을 지어 마음에 따라 죽인다’고 하느니라.
이 가운데 범한다는 것은 자기가 손수 죽이거나 사람을 시키거나 사람을 바꾸어 시키거나 사람을 거듭 보내 시키거나, 가리켜 보이거나 말을 하거나 잠잘 때에 말하거나 잠자는 이에게 말하거나, 취한 때에 말하거나 취한 이에게 말하거나, 미친 때에 말하거나 미친 이에게 말하거나, 마음이 어지러운 때에 말하거나 마음이 어지러운 이에게 말하거나, 병으로 마음이 파괴되어 말하거나 병으로 마음이 파괴된 이에게 말하거나, 글을 보내거나 형상을 짓거나 손짓으로 말하거나 서로 비슷하게 말하거나, 혼자인데 혼자라고 생각하거나 혼자가 아닌데 혼자라고 생각하거나 혼자인데 혼자가 아니라고 생각하거나, 장난으로 말하거나 빛깔ㆍ소리ㆍ냄새ㆍ맛ㆍ촉감과 우파두(憂波頭)ㆍ우파사(憂波奢)ㆍ우파해(憂波害) 등이다.
‘말을 한다’는 것은 삶의 허물과 나쁨을 말하고 죽음의 좋음을 찬탄하는 것이니, 이로 말미암아 죽으면 바라이이니라.
022_0982_b_05L言說者:說生過惡,讚歎死好;因此死者,波羅夷。
‘잠잘 때에 말한다’는 것은 비구가 잠결에 예전부터 생각하고 있던 것을 말하면서 ‘당신의 공덕은 이미 성취되었으니, 마땅히 스스로 목숨을 끊고 죽어야 하오’라고 했는데, 그 사람이 듣고 나서 그가 깨어나기를 기다렸다가 묻기를 ‘당신은 무엇 때문에 그런 말을 했소?’라고 하면, 대답하기를 ‘나는 잠결에서조차 당신의 이익을 바라고 있기 때문에 그런 말을 한 것이오. 깨어 있는 지금도 당신에게 역시 그런 말을 하겠소. 당신은 내가 한 말대로 죽어야 하오’라고 하는 것이니, 이로 말미암아 죽으면 바라이이니라.
‘잠자는 이에게 말한다’는 것은 잠을 자고 있는 사람에게 말하기를 ‘당신의 공덕은 이미 성취되었으니, 칼 등을 가지고 스스로 목숨을 끊어 죽어야 하오’라고 했는데, 귀신이 잠자는 동안에도 듣게 했다. 그리하여 곧 깨어나면서 묻기를 ‘당신은 무엇 때문에 그런 말을 했소?’라고 하면, 대답하기를 ‘당신이 잠을 잘 때조차도 나는 당신의 이익을 바라고 있기 때문에 그런 말을 한 것이오. 당신이 깨어 있는 지금도 역시 그런 말을 하겠소. 당신은 나의 말대로 죽어야 하오’라고 하는 것이니, 이로 말미암아 죽으면 바라이이니라.
‘취한 때에 말한다’는 것은 취해 있을 때에 예전부터 생각한 것을 말하기를 ‘당신의 공덕은 이미 성취되었으니, 마땅히 칼 등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어 죽어야 하오’라고 했는데, 그 사람은 듣고 나서 깨기를 기다렸다가 묻기를 ‘당신은 무엇 때문에 그런 말을 했소?’라고 하면, 대답하기를 ‘나는 취해 있을 때조차 당신의 이익을 바라고 있기 때문에 그런 말을 한 것이오. 깨어 있는 지금도 역시 그런 말을 하겠소. 당신은 나의 말대로 죽어야 하오’라고 하는 것이니, 이로 말미암아 죽으면 바라이이니라.
022_0982_c_01L‘취한 이에게 말한다’는 것은 취한 이에게 말하기를 ‘당신의 공덕은 이미 성취되었으니, 당신은 칼 등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어 죽어야 하오’라고 했는데 취기에서 깬 뒤에 묻기를 ‘당신은 무엇 때문에 그런 말을 했소?’라고 하면, 대답하기를 ‘나는 당신의 이익을 바라고 있기 때문에 당신이 취한 때조차 그런 말을 한 것이오. 깨어 있는 지금도 당신에게 역시 그런 말을 하겠소. 당신은 나의 말대로 죽어야 하오’라고 하는 것이니, 이로 말미암아 죽으면 바라이이니라.
‘장난으로 말한다’는 것은 비구가 장난으로 웃으면서 말하기를 ‘당신은 공덕이 이미 성취되었으니, 마땅히 스스로 목숨을 끊어 죽어야 하오’라고 할 때에 그 사람이 묻기를 ‘당신은 무엇 때문에 그런 말을 했소?’라고 하면, 대답하기를 ‘내가 예전에는 비록 장난으로 말했다 하더라도 지금의 뜻은 진실로 그렇습니다. 당신은 스스로 목숨을 끊어 죽어야 합니다’라고 하여, 이로 말미암아 죽으면 바라이이다.
022_0983_b_01L강변으로 간 여러 비구가 모여서 함께 의논했다. “지금은 걸식을 해도 얻기 어려우니, 이 마을 안에 사는 신심 있고 좋아하는 이 앞에서 우리들이 다 함께 서로를 찬탄하면서 ‘아무개는 초선(初禪)을 얻었는데 나도 또한 그것을 얻었다. 아무개는 2선(禪)ㆍ3선ㆍ4선ㆍ4무량처(無量處)ㆍ4무색정(無色定)을 얻었는데 나도 역시 그렇다. 아무개는 4념처(念處)ㆍ8정도분(正道分)ㆍ3해탈문(解脫門)을 얻었는데 나도 역시 그렇다. 아무개는 8해탈(解脫)ㆍ9차제정(次第定)ㆍ10일체입(一切入)ㆍ10직도(直道)3)를 얻었는데 나도 역시 그렇다. 아무개는 견신(堅信)ㆍ견법(堅法)ㆍ4사문과(沙門果)ㆍ3명(明)ㆍ6신통(神通)을 얻었는데 나도 또한 그렇다’고 합시다. 그러면 모든 거사들이 듣고는 반드시 희유(希有)한 마음을 내어 말하기를 ‘이와 같이 도를 얻은 성인들께서 우리의 마을에서 안거하시니 우리는 좋은 이익을 얻었구나’라고 할 것입니다. 그리고는 곧 온갖 맛있는 반찬을 갖추어서 우리들에게 공양할 것이니, 우리들은 모자람 없이 안락하게 머무를 수 있을 것입니다.”
의논이 끝나자 곧 성으로 들어가 여러 부잣집에 이르러 서로 칭찬하기를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이 했다. “그대들은 큰 이익을 얻으셨소. 성인들의 복전이 그대들의 마을에 의지하기 때문이오.” 모든 거사들이 듣고는 희유한 마음을 내어 전에 일찍이 만난 적이 없었다고 찬탄하고, 모두 자기의 몫을 덜 먹고 제사도 지내지 않으며 다른 사람들에게 보시하던 것까지 끊고 합쳐서 공양했다.
모든 부처님의 상법(常法)에는 두 시기에 큰 모임이 있는데, 봄철과 여름철의 마지막 달이다. 그때 여러 지방에 있는 비구들이 모두 와서 서로 안부를 묻는다. 마갈국의 여러 비구는 안거를 마치고는 몸이 여위고 파리하게 되어서 부처님께 나아가 그 발에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나 있었다. 모든 부처님의 상법에는 객(客) 비구가 오면 모두 안부를 묻게 되어 있었으므로 부처님께서 물으셨다. “너희들은 안거하는 동안 화합하여 지냈느냐? 걸식할 때에 얻기는 쉬웠느냐? 길을 오느라 고달프지는 않았느냐?”
여러 비구가 말했다. “안거하는 동안 화합하여 지냈고 길을 오면서도 고달프지는 않았으나 다만 걸식할 때에는 얻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때 부처님께서 그들을 위해 갖가지로 미묘한 법을 말씀하시어 보여 주고 가르쳐 주고 이롭게 하고 기쁘게 하시고는 처소에서 머물게 하셨다. 파구말 강변에 머물렀던 여러 비구는 몸이 윤택하고 충만하여 부처님께 와서 그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나 있었다.
부처님께서 역시 위와 같이 위로하고 물으시자 여러 비구가 아뢰었다. “안거하는 동안 화합하여 지냈고 걸식할 때에 얻기도 쉬웠으며 길을 오면서도 고달프지 않았습니다.” 부처님께서 물으셨다. “지금 세상에는 흉년이 들어서 걸식할 때에 얻기 어려웠을 터인데, 너희들은 어떻게 하여 유독 쉬웠다고 하느냐?”
비구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사실인 것도 있고 거짓인 것도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갖가지로 거짓인 것을 꾸짖으셨다. “너희들은 법에 맞지 않고 도에 따르지 않은 것이니, 출가한 사람으로서는 하지 않아야 할 것이니라. 차라리 이글이글 하는 돌을 먹고 녹슨 구리를 삼킬지언정 거짓말로 사람들을 믿게 하여 보시한 것을 먹어서는 안 된다. 너희들은 어찌 내가 거짓말하는 죄를 꾸짖고, 갖가지로 거짓말하지 않는 덕을 찬탄한 것을 듣지도 않았느냐. 그런데도 어찌하여 이익을 위해 거짓으로 남을 속여 스스로 과인법(過人法)4)을 말했단 말이냐.”
다시 꾸짖으시고 말씀하셨다. “세간에는 다섯 가지 큰 도둑이 있다. 하나는 100명 나아가 천 명의 주인이 되어 성과 마을을 파괴하면서 사람을 살해하고 물건을 가져가는 것이요, 둘은 어떤 나쁜 비구가 여러 비구를 데리고 사람들 사이를 돌아다니면서 그릇된 생활을 위해 설법하는 것이고, 셋은 어떤 나쁜 비구가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법에 대해 스스로 ‘이것은 내가 지은 것이다’라고 일컫는 것이요, 넷은 어떤 나쁜 비구가 범행을 닦지 않으면서도 스스로 ‘나는 범행을 닦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고, 다섯은 어떤 나쁜 비구가 이익을 위해 공연히 과인법이 없으면서도 스스로 ‘나는 얻었다’고 하는 것이니라.
이 다섯 번째의 도둑을 온갖 세간의 신ㆍ사람ㆍ악마ㆍ범천ㆍ사문ㆍ바라문 중에서 가장 큰 도둑이라 하나니, 너희들은 어찌하여 조그마한 이익을 위해 가장 큰 도둑이 되었느냐.” 이와 같이 꾸짖으신 뒤에 여러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열 가지 이익 때문에 모든 비구들을 위해 계를 제정하나니, 지금부터 이 계는 마땅히 설하기를 ‘만일 비구로서 과인법의 거룩한 이익과 만족을 알지도 못하고 보지도 못했으면서 스스로, 나는 이와 같이 알고 이와 같이 보았다고 했다가 뒷날 묻거나 묻지 않았거나 간에 죄에서 벗어나 청정함을 구하려고 말하기를, ≺나는 알지 못했는데도 알았다고 하고 보지 못했는데도 보았다고 말했으니, 속이고 거짓말을 했다≻고 하면, 이 비구는 바라이를 얻나니 함께 살지 못한다’고 해야 하느니라.”
022_0984_a_01L부처님께서 사위성(舍衛城)에 계셨다. 어떤 견문이 적은 여러 비구가 배우지도 않고 묻지도 않아서 과인법이 없는데도 스스로 ‘나는 알고 보았으며 증득했다’고 여기고 있었다. 그들은 뒷날 여러 비구가 도를 얻은 것과 아직 도를 얻지 못한 상태를 강론하는 것을 듣고 비로소 도가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고는 부끄러워하는 마음을 내어 생각하기를 ‘우리들은 전에 아직 얻지 못했는데도 얻었다고 여겼으니, 바라이죄를 범한 것은 아닐까?’ 했다.
또 어떤 견문이 적은 비구가 배우지도 않고 묻지도 않아서 과인법이 없었는데도 스스로 ‘나는 알고 보았으며 증득했다’고 여기고 있다가, 뒷날 모든 경전을 널리 배우고서야 부끄러워하는 마음을 내어 생각하기를 ‘내가 이제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법을 이해하건대, 전에는 아직 얻지 못했는데도 얻었다고 여겼으니, 이것은 바로 증상만(增上慢)이다. 바라이죄를 범한 것은 아닐까?’ 했다.
또 어떤 견문이 적은 비구가 배우지도 않고 묻지도 않아서 과인법이 없었는데도 스스로 ‘나는 알고 보았으며 증득했다’고 여기고 있다가, 뒷날 범행을 널리 닦아서 성인의 경지에 들게 되어서야 부끄러워하는 마음을 내어 생각하기를 ‘나는 전에 아직 얻지 못했는데도 얻었다고 여겼으니, 이것은 바로 증상만이다. 바라이죄를 범한 것은 아닐까?’ 했다.
여러 비구가 생각한 뒤에 저마다 아난에게로 나아가 모두 그것을 물었으므로 아난은 부처님께 데리고 가서 그 일을 자세히 아뢰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이 일로 비구 승가를 모아 놓고 각기 그 일에 따라 여러 비구에게 물으셨다. “너희들이 실제로 그렇게 했느냐?” “실제로 그렇게 했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는 여러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다섯 가지가 있어서 과인법을 나타내느니라. 첫째는 어리석음이고, 둘째는 산란한 마음이고, 셋째는 악을 따름이고, 넷째는 증상만이고, 다섯째는 실유(實有)이니라. 만일 어리석거나 마음이 산란하거나 증상만이거나 실유이거나 간에 스스로 ‘나는 얻었다’고 말하여 바라이를 범하면 옳지 못한 것이니라.
022_0984_b_01L지금부터 이 계는 마땅히 설하기를 ‘만일 비구로서 과인법의 거룩한 이익과 만족을 알지도 못하고 보지도 못했으면서 스스로 나는 이와 같이 알고 이와 같이 보았다고 했다가, 뒷날 비구가 묻거나 묻지 않거나 간에 죄에서 벗어나 청정함을 구하려고 말하기를, ≺나는 알지 못했는데도 알았다고 말하고 보지 못했는데도 보았다고 말했으니, 속이고 거짓말을 했다≻고 하면 증상만을 제외하고 이 비구는 바라이를 얻나니 함께 살지 못한다’고 해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설한 고ㆍ집ㆍ멸ㆍ도를 이미 마쳤고 이미 만족하여 다시는 더 구할 것이 없는 것을 ‘거룩한 이익과 만족’이라고 하느니라.
022_0984_b_08L於佛所說苦集滅道,已辦、已足,更無所求,是名聖利滿足。
스스로 ‘나는 이와 같이 법을 알고 보았으며 법 또한 나를 알고 보았다’고 말하면, 이것을 ‘스스로 나는 이와 같이 알고 이와 같이 보았다고 일컫는다’고 하느니라.
022_0984_b_10L自說:我如是知見法,法亦知見我,是名自稱我如是知,如是見。
만일 한 달 나아가 일 년 후에 ‘그대는 어떻게 얻었고 어느 곳에서 얻었고 누구에게서 얻었고 어떤 법을 얻었느냐?’고 묻지 않았는데도 스스로가 범한 것을 들추어 계의 깨끗함과 마음의 깨끗함과 견해의 깨끗함과 의심의 깨끗함을 구하기 위해 ‘나는 고ㆍ집ㆍ멸ㆍ도를 알지도 못하고 보지도 못했는데도 알았다고 말하고 보았다고 말했으니, 속이고 거짓말을 했다’고 하면, 비록 이와 같이 드러냈다 하더라도 바라이를 얻은 것이니라.
다시 세 가지가 있어서 바라이를 얻나니, 두 가지는 위에서 설한 것과 같고, 셋은 생각하기를 ‘나는 이미 과인법을 얻었다고 거짓말했다’고 하는 것이니라.
022_0984_b_19L復有三種得波羅夷:二如上說;三者、作是念:“我已虛說得過人法。”
다시 네 가지가 있어서 바라이를 얻나니, 세 가지는 위에서 설한 것과 같고, 넷은 견해를 달리하여 과인법을 말하는 것이니라.
022_0984_b_21L復有四種得波羅夷:三如上說;四者、異見說過人法。
다시 다섯 가지가 있어서 바라이를 얻나니, 네 가지는 위에서 설한 것과 같고, 다섯은 생각을 달리하여 과인법을 말하는 것이니라.
022_0984_b_23L復有五種得波羅夷:四如上說;五者、異想說過人法。
022_0984_c_01L다시 여섯 가지가 있어서 바라이를 얻나니, 다섯 가지는 위에서 설한 것과 같고, 여섯은 이해를 달리하여 과인법을 말하는 것이다.
022_0984_c_01L復有六種得波羅夷:五如上說;六者、異忍說過人法。
다시 일곱 가지가 있어서 바라이를 얻나니, 여섯 가지는 위에서 설한 것과 같고, 일곱은 낙(樂)을 달리하여 과인법을 말하는 것이다.
022_0984_c_02L復有七種得波羅夷:六如上說;七者、異樂說過人法。
다시 여덟 가지가 있어서 바라이를 얻나니, 일곱 가지는 위에서 설한 것과 같고, 여덟은 물음에 따라 대답하지 않고 과인법을 말하는 것이다.
022_0984_c_04L復有八種得波羅夷:七如上說;八者、不隨問答說過人法。
네 가지 성스럽지 않은 말이 있고 네 가지 성스러운 말이 있다. 성스럽지 않은 말이란 보지 못했으면서 보았다고 말하고, 듣지 못했으면서 들었다고 말하고, 깨닫지 못했으면서 깨달았다고 말하고, 알지 못하면서 안다고 말하는 것이다. 성스러운 말이란 보고는 보았다고 말하고, 듣고는 들었다고 말하고, 깨닫고는 깨달았다고 말하고, 알고는 알았다고 말하는 것이다. 또 여덟 가지 성스럽지 않은 말과 여덟 가지 성스러운 말이 있다. 성스럽지 않은 말이란 보지 못했으면서 보았다고 말하고, 보고는 보지 못했다고 말하고, 듣지 못했으면서 들었다고 말하고, 듣고도 듣지 못했다고 말하고, 깨닫지 못했으면서 깨달았다고 말하고, 깨닫고도 깨닫지 못했다고 말하고, 알지 못하면서 안다고 말하고, 알면서도 알지 못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이와 반대되는 것을 여덟 가지 성스러운 말이라 하느니라.
성스럽지 않은 말이란 보지 못했으면서 보았다고 말하고, 듣지 못했으면서 들었다고 말하고, 깨닫지 못했으면서 깨달았다고 말하고, 알지 못하면서 안다고 말하고, 보았으면서 보지 못했다고 말하고, 듣고도 듣지 못했다고 말하고, 깨닫고도 깨닫지 못했다고 말하고, 알면서도 알지 못한다고 말하고, 본 것을 의심하면서 의심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들은 것을 의심하면서 의심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깨달은 것을 의심하면서 의심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안 것을 의심하면서 의심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본 것을 의심하지 않으면서 의심한다고 말하고, 들은 것을 의심하지 않으면서 의심한다고 말하고, 깨달은 것을 의심하지 않으면서 의심한다고 말하고, 안 것을 의심하지 않으면서 의심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이와 반대되는 것을 열여섯 가지 성스러운 말이라고 하느니라.
우타이가 말했다. “나도 전에 역시 그러했는데 손으로 부정을 내고서야 안락하게 머무를 수 있었습니다. 당신도 만일 나의 법대로 하면 그와 같이 될 것입니다.”
022_0985_a_07L優陁夷言:“我先亦爾,以手出不淨,得安樂住。汝若法我,亦當如是。”
그 비구가 말했다. “당신이 한 일은 법에 맞지 않으니, 청정한 행도 아니고 사문의 법도 무너뜨린 것이며 도(道)에 따르지도 않았습니다. 세존께서는 갖가지로 음욕과 음욕에 대한 생각과 감각과 열기를 꾸짖으시면서 ‘음욕에 대한 생각을 끊고 음욕에 대한 감각을 없애며 음욕에 대한 열기를 없애라. 음욕은 마치 붉은 뼈와 같고 독약과 같다’고 말씀하셨는데, 당신은 어찌하여 손으로 부정을 내고서도 사람이 믿음으로 한 보시를 받으며, 다시 그런 몸으로 사람을 가르치는 것입니까?”
그때 여러 비구는 마음이 한결같지 못한지라 꿈에서 부정을 내고는 깨어나서 생각하기를 ‘나는 꿈속에서도 역시 마음이 있었고, 또 몸을 움직여서 부정을 내었다. 승가바시사를 범한 것은 아닐까?’ 하면서, 드러내는 이도 있고, 마나타(摩那埵)6)를 행하는 이도 있고, 출죄(出罪)7)하는 이도 있고, 곧장 부처님께 아뢰는 이도 있었다.
다시 여러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아직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을 여의지 못하고 산란한 마음으로 잠을 자면 반드시 부정이 나올 것이요, 비록 아직 여의지 못했다 하더라도 마음챙김을 확립하여 잠을 자면 이런 허물이 없느니라. 지금부터 이 계는 마땅히 설하기를 ‘만일 비구가 꿈속을 제외하고 일부러 부정을 내면 승가바시사이다’라고 해야 하느니라.
022_0985_c_01L열 가지 마음을 일으키고 몸을 움직여서 부정을 내면 모두 승가바시사이니라. 하나는 스스로 시험 삼아서, 둘은 병을 낫게 하려고, 셋은 얼굴빛을 위해서, 넷은 힘을 위해서, 다섯은 쾌락을 위해서, 여섯은 보시를 위해서, 일곱은 천상에 나기 위해서, 여덟은 외도가 신들에게 제사지내기 위해서, 아홉은 종자를 위해서, 열은 불에 제사지내기 위해서이니라.
다섯 가지 마음을 일으키고 몸을 움직여 부정을 내는 것이 있는데 모두 승가바시사이니, 내색(內色)과 외색(外色)과 허공과 바람과 물이니라. ‘내색’이라는 것은 자기의 몸이요, ‘외색’이라는 것은 다른 이의 몸이고, ‘허공’이라는 것은 공중에서 몸을 움직이는 것이고, ‘바람’이라는 것은 바람을 향하여 가는 것이고, ‘물’이라는 것은 물을 거슬러 가는 것이니라.
잠잘 때에 부정을 내고 깨었을 때에 마음을 일으켜 몸을 움직였으면 투라차, 잠잘 때에 몸을 움직였다가 깨었을 때에 마음을 일으켜서 부정을 내면 돌길라, 잠잘 때에 마음을 일으켰다가 깨었을 때에는 몸을 움직이지 않았는데도 부정을 내는 경우는 범하는 것이 아니며, 사미는 돌길라이니라.”첫 번째 계를 마침
부처님께서 사위성에 계셨다. 그때 장로 우타이는 음욕의 불에 타면서 생각하기를 ‘일부러 부정을 내는 것을 세존께서 이미 금하셨다. 이제는 방편으로 여인과 서로 몸을 접촉하여 그 곱고 매끄러움을 취하여 즐기리라’라고 했다. 그리고는 곧 방안을 청소하고는 좋은 평상을 펴 놓고서 하나의 조그마한 평상을 가져다 놓고 한쪽에 앉아 있었다.
그러나 그것을 좋아하지 않는 이는 성을 내어 말했다. “본래 이곳을 안온한 데로 여겼는데 도리어 두려운 곳입니다. 물속에서 불이 탄다는 것으로는 족히 비유 거리도 되지 못할 것입니다. 속인도 집에 있으면서 오히려 이런 일을 부끄럽게 여기거늘 어떻게 비구이면서 이런 나쁜 짓을 한단 말입니까?”
그들의 집으로 돌아가서는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널리 말했으므로 불법을 믿지도 좋아하지도 않는 이들이 갖가지로 꾸짖고 욕하였다. “우리는 속인들이야 여인의 몸을 문지르고 대지만 어찌하여 사문 석자가 이런 짓을 하는가? 한갓 머리만 깎았을 뿐 우리와 무엇이 다르겠는가? 사문의 행도 아니고 사문의 법도 무너뜨리고 있구나.”
남편이 그 까닭을 묻자 부인이 자세히 대답했다. 그러자 바라문은 곧 욕설을 퍼부으며 말했다. “사문 석자이면서 어떻게 그런 나쁜 업을 짓는단 말이오.”
022_0986_a_22L夫問所以,婦具以答。時婆羅門卽便罵言:“沙門釋子,云何乃作如此惡業?”
022_0986_b_01L그리고는 사위성으로 들어가 네거리와 여러 길과 마을을 이리저리 다니며 큰 소리로 부르짖었다. “사문 석자가 나의 부인을 문지르고 대고 했소.” 그러자 불법을 믿지 않는 이들이 꾸짖고 욕했다. “사문 석자로서 그와 같이 나쁜 짓을 하면서 어찌 범행을 청정하게 닦는다고 스스로 말하는가?”
여러 장로 비구들이 이 말을 듣고 갖가지로 꾸짖고 나서 그 일을 부처님께 자세히 아뢰자, 부처님께서 이 일로 비구 승가를 모아 놓고 우타이에게 물으셨다. “너는 실제로 그렇게 했느냐?” “실제로 그렇게 했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는 갖가지로 꾸짖으신 뒤에 여러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열 가지 이익 때문에 모든 비구들을 위해 계를 제정하나니, 지금부터 이 계는 마땅히 설하기를 ‘만일 비구로서 음욕이 성하여 변한 마음으로 여인의 몸에 접촉하여 손을 붙잡거나 머리카락을 붙잡거나 몸의 곳곳을 붙잡고 문지르면서 그 곱고 부드러운 것에 집착하면 승가바시사이다’라고 해야 하느니라.
‘음욕이 성하여 변한 마음’이라는 것은 음욕의 마음이 몹시 일어나 마음으로 여러 가지 생각을 하여 선법(善法)과 무기법(無記法)8)이 변하여 불선(不善)에 떨어지는 것이니라. ‘여인’이라는 것은 사람의 여인으로서 갓난아이까지이고, ‘접촉한다’는 것은 몸의 곳곳을 갖가지로 문지르고 만지는 것으로 하나의 머리카락에 이르기까지이니라.
022_0986_c_01L다섯 가지 일은 여인에 접촉해도 범하지 않는 것이니, 여인을 여인으로 생각하고, 사람의 여인과 살아 있는 여인을 음탕한 마음과 친근한 정으로 대하지 않는데도 여인이 비구를 붙잡으면 비구는 방편을 써서 벗어나려 하여 비록 감촉을 느낀다고 하더라도 쾌락을 느끼지 않는 것이니, 머리카락에 접촉하는 데 이르기까지 역시 그와 같으니라.
근이 없는 이를 근이 없다고 생각하고, 근이 없다고 의심하고, 근이 없는 이를 2근이라 생각하고, 근이 없는 여인이라 생각하면서 접촉하면 승가바시사이고, 근이 없는 남자라고 생각하고, 근이 없는 고자라고 생각하면서 접촉하면 투라차이니, 2근에 있어서도 역시 그와 같으니라.
비구가 죽은 사람의 여인이나 사람이 아닌 여인과 접촉하면 투라차이고, 축생의 암컷을 붙잡으면 돌길라이며, 사미가 그런 여인과 접촉하면 돌길라이니라.”[두 번째 계를 마침]9)
022_0986_c_16L比丘觸死人女、非人女,偸羅遮;捉畜生女,突吉羅。沙彌突吉羅。
부처님께서 사위성에 계셨다. 그때 장로 우타이가 음욕의 불에 타면서 생각하기를 ‘일부러 부정을 내는 것과 여인의 몸에 접촉하는 것은 세존께서 이미 금하셨다. 이제 다시 방편을 써서 여러 여인들에게 추악한 말을 하면서 음욕을 즐기는 쾌락을 취하리라’고 했다. 그리고는 다시 방을 청소하고는 한데에 앉아 있다가 구경 온 여인들을 데리고 방에 들어가서 문을 닫은 것은 위에서 말한 것과 같다.
또 말했다. “자매여, 당신의 손ㆍ다리 나아가 대소변 보는 곳은 추하게 생겼을 것 같습니다.” 또 말했다. “자매여, 당신의 손ㆍ다리 나아가 대소변 보는 곳은 예쁘게 생겼을 것 같습니다.” 또 물었다. “당신의 남편이 당신을 가까이 할 때 어떻게 합니까?” 그리고 또 말했다. “당신에게 가르쳐 주겠소. 만일 당신이 나의 뜻에 따르면 당신에게 값진 보물을 주겠소.” 또 그에게 요구하고 원하면서 “바라건대 나와 함께 일을 합시다. 온갖 천신(天神)이 나의 마음을 증명하실 것입니다.” 여러 여인들이 듣고 기뻐하는 이와 기뻐하지 않는 이가 있는 것은 역시 위에서 말한 것과 같다.
장로 비구가 이 일을 듣고 갖가지로 꾸짖고는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는 이 일로 비구 승가를 모아 놓고 우타이에게 물으셨다. “너는 실제로 그렇게 했느냐?” “실제로 그렇게 했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갖가지로 꾸짖으신 뒤에 여러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열 가지 이익 때문에 모든 비구들을 위해 계를 제정하나니, 지금부터 이 계는 마땅히 설하기를 ‘만일 비구로서 음욕이 성하여 변한 마음으로 여인을 향해 추악한 말을 하고, 음욕의 법에 따라 말하면 승가바시사이다’라고 해야 하느니라.
이 가운데 범한다는 것은 헐뜯고, 칭찬하고, 요구하고, 원하고, 묻고, 되받아서 묻고, 가르치는 것이니라.
022_0987_a_14L是中犯者:毀、譽、乞、願、問、反問、教。
비구가 다섯 가지 일로 여인에게 추악한 말을 하는 것이니, 여인을 여인으로 생각하고, 사람의 여인과 살아 있는 여인을 음탕한 마음과 친근한 정으로 헐뜯고, 칭찬하고 ……(이하 자세한 내용은 생략함)…… 가르치는 것이니라. 그가 이해하면 승가바시사이고, 이해하지 못하면 투라차이니라.
부처님께서 사위성에 계셨다. 그때 장로 우타이는 음욕의 불에 타면서 생각하기를 ‘일부러 부정을 내는 것과 여인의 몸을 어루만지는 것과 여인에게 추악한 말을 하는 것은 부처님께서 이미 모두 금하셨다. 나는 이제 여인에게 스스로 몸을 공양하도록 칭찬하면서 즐기는 쾌락을 취하리라’ 했다. 그리고는 또 방을 청소하고 갖가지로 하는 것이 위에서와 같았다.
방안에서 여인에게 말했다. “자매여, 당신이 사문이나 바라문 나아가 선정에 들고 네 가지 경지를 얻은 이에게 공양하는 것은, 계율을 지닌 이에게 음욕으로 공양하는 것보다 못합니다.” 여러 여인들 중에는 듣고 기뻐하는 이도 있었고 기뻐하지 않는 이도 있었으니 ……(이하 자세한 내용은 생략함)…… 부처님께서 갖가지로 꾸짖으신 것은 모두 위에서 설한 것과 같다.
꾸짖으신 뒤에 여러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열 가지 이익 때문에 모든 비구들을 위해 계를 제정하나니, 지금부터 이 계는 마땅히 설하기를 ‘만일 비구로서 음욕이 성하여 변한 마음으로 여인에게 스스로 몸을 공양하라고 하여 찬탄하기를, ≺자매여, 음욕으로 공양하는 것이 바로 제일의 공양이오≻라고 말하면 승가바시사이다’라고 해야 하느니라.
여인을 여인으로 생각하고 2근(根)을 2근으로 생각하고, 심부름을 보내고 나아가 서로 비슷한 말로 마주 보는 앞에서 여인과 함께 말하는 것과 나아가 사람이 아닌 여인과 축생의 암컷을 향하는 것에서도 모두 위에서 설한 것과 같으니라. 사미는 돌길라이니라.”네 번째 계를 마침
부처님께서 사위성에 계셨다. 그때 가류(迦留)라는 장자(長者)가 있었는데 총명하고 근성이 예리하여 사람들의 의심을 잘 판단했다. 그러므로 사위성 사람들은 어떤 일이 있으면 혼인에 이르기까지도 그의 의견을 묻지 않는 이가 없었다. 그가 허락하라고 말하면 허락했고 허락하지 말라고 하면 허락하지 않았다. 좋은 일을 얻은 이는 말하기를 “가류로 말미암아 나는 이런 좋은 일을 얻었으니 마땅히 가류에게도 역시 이런 즐거움을 얻게 해야겠다”고 했다. 그러나 나쁜 일을 얻은 이는 말하기를 “가류로 말미암아 나는 이런 나쁜 일을 얻었으니, 역시 가류에게도 이런 극심한 고통을 받게 해야겠다”고 했다.
이와 같아서 추한 이름과 훌륭한 명성이 온 나라에 가득 찼다. 가류는 뒷날 믿음으로써 출가했으므로 그에게 의견을 묻는 이들은 나날이 다달이 더 많아졌고 이에 바사닉왕(波斯匿王)조차도 몸소 나아가 국사까지 묻게 되었다. 그리하여 기뻐하거나 성내는 소리가 먼저보다 갑절이나 더했다.
022_0988_a_01L그때 재산이 매우 많은 어떤 바라문이 그 과부에게 말했다. “나의 아들과 당신의 따님을 혼인시킵시다. 오래도록 안락하게 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대답은 역시 처음과 같았다. 이에 바라문은 여러 사람들에게 물었다. “누가 자주 이 사람 집에 내왕합니까?”
가류는 곧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그 집에 이르렀다. 과부가 곧 나와서 예배하고 문안하자 가류가 말했다. “당신의 딸을 아무개와 혼인시키십시오. 그 집은 부자인지라 틀림없이 안락하게 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자 대답이 처음과 같았으므로 가류가 다시 말했다. “만일 허락하지 않으면 이 딸은 뒤에 반드시 등을 돌리게 될 것입니다. 어째서 딸도 잃고 또 좋은 사위까지 놓치려고 합니까?”
가류가 얼마 후 과부 집에 오자 과부는 딸이 몹시 고생하고 있음을 자세히 알리고는 말했다. “혼사는 본래 스님 때문에 한 것이니, 그 애를 위해 말씀 좀 해 주십시오.” 가류가 대답했다. “그 딸은 복이 없어서 그런 극심한 고생을 하는 것입니다. 만일 복이 있다면 무슨 이유로 그렇게 되었겠습니까? 우리 사문의 법은 으레 인간들이 사는 이 세속의 일에는 아는 척하지 않습니다.”
과부는 욕설을 퍼부으며 말했다. “먼저는 인간의 일에 아는 척하더니 이제는 응하지 않겠다고 하십니까? 이렇게 나쁜 사람은 결국 불길(不吉)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는 갖가지로 저주했는데 욕설하는 말씨가 너무 심했으므로 이웃 사람들이 그 말을 듣고 모두 함께 와서 충고했다. “당신의 딸이 박복한 상이라 그런 극심한 고생을 겪는 것인데 어떻게 사문이 관여하겠소. 너무 저주하며 욕설을 하는구려.”
과부가 대답했다. “당신들은 어찌 그리도 모르시오. 이 사문으로 말미암아 나의 어린 딸이 그런 극심한 고생을 하게 되었소.” 그때 부처님의 법을 믿지도 좋아하지도 않는 이들이 말했다. “당신은 사문을 믿다가 딸이 그런 고생을 받게 되었구려. 만일 또 그의 말을 따른다면 더 심해질 것이오.”
그때 사위성 안의 여러 호족들은 나이가 찬 계집아이를 얻어서 사통(私通)하고 싶었으나 스스로 뜻을 말하기는 부끄러웠고, 또 그러한 일로 올 사람도 없었기 때문에 6군 비구(群比丘)10)비구에게 말했다. “당신들이 우리들을 위해 이런 뜻을 말씀해 주십시오. 만일 재물이 필요하시다면 하루나 하룻밤 아니 한 번만이라도 만나게 해 주시고 얼마든지 청구하십시오.”
6군 비구가 곧 여러 여인들에게 가서 이런 뜻을 자세히 묻자, 사람들은 그것을 보고 모두 비방했다. “사문 석자는 범행을 청정하게 닦아야 하거늘, 어떻게 이런 악업을 행한단 말인가. 삿되고 그릇된 일을 끌어다 맞추는 것은 속인들조차도 부끄럽게 여기는데, 이 여러 사문들은 부끄럼도 없구나.”
022_0988_c_01L여러 장로 비구들이 이 일을 듣고 갖가지로 꾸짖고는 부처님께로 데리고 가서 그 일을 부처님께 자세히 아뢰니, 부처님께서는 이 일로 비구 승가를 모아 놓고 6군 비구에게 물으셨다. “너희들이 실제로 그렇게 했느냐?” “실제로 그렇게 했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는 갖가지로 꾸짖으신 뒤에 여러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지금부터 이 계는 마땅히 설하기를 ‘만일 비구로서 중매하거나 사통하는 일을 위해 남자의 뜻을 여인 쪽에 전하거나 여인의 뜻을 남자 쪽에 전하여 한 번이라도 서로 만나게 하면 승가바시사이다’라고 해야 하느니라.
022_0989_a_01L부모의 보호를 받는 남자의 말을 수락하여 형제와 자매와 친척의 보호를 받는 여인에게 말하는 것도 역시 그와 같으니라. 나아가 위임 받은 남자의 말을 수락하여 부모의 보호를 받는 여인에게 말하거나 나아가 위임 받은 여인에게 말하는 것도 역시 그와 같으니라. 만일 비구로서 부모의 보호를 받는 여인 ……(자세한 내용은 생략함)…… 위임 받은 여인의 말을 수락하여 부모의 보호를 받는 남자에게 말하거나 ……(자세한 내용은 생략함)…… 위임 받은 남자에게 말하는 것도 역시 그와 같으니라.
여섯 가지 말이 있나니, 스스로 하는 말, 사람을 시켜서 하는 말, 글을 써서 하는 말, 심부름꾼이 다시 다른 사람을 시켜서 하는 말, 서로 비슷한 말, 시늉으로 하는 말이니라. 만일 비구가 스스로 말할 것을 승낙하고서 스스로 그에게 말하고는 자신이 돌아와서 보고하면 승가바시사이니라.
만일 비구가 스스로 말할 것을 승낙하고서 그에게는 사람을 보내어 말하고는 자신이 돌아와서 보고하거나, 스스로 말할 것을 승낙하고서 스스로 그에게 말하고는 다른 이를 시켜 돌아와서 보고하거나, 스스로 말할 것을 승낙하고서 사람을 시켜서 그에게 말하고는 심부름한 사람이 돌아와서 보고하면 모두 승가바시사이니라. 스스로 말할 것을 ……(자세한 내용은 생략함)…… 시늉으로 말할 것을 승낙하고서 시늉으로 돌아와 보고하는 것도 역시 그와 같고, 만일 비구가 ……(자세한 내용은 생략함)…… 시늉으로 한 말을 승낙하는 것도 역시 그와 같으니라.
부처님께서 사위성에 계셨다. 그때 아도비읍(阿荼脾邑)의 여러 비구가 스스로 구걸하여 방을 만들고, 여러 거사들로부터 수레를 구하고 수레를 살 돈을 구하고, 사람을 구하고 사람을 살 돈을 구하고, 재목ㆍ풀ㆍ대 등을 모두 그들로부터 구했다. 그러자 거사들이 비구들을 싫어하여 보기만 하면 모두 도망가고 피했다. 여러 비구가 구걸하려 해도 다시는 얻을 수 없게 되자, 스스로 풀과 나무를 베고 땅을 파서 흙을 가졌다.
022_0989_b_01L어떤 한 대덕이 몸소 신이 사는 나무를 베었는데, 나무 신의 어린 아들이 나무 사이에서 장난하다가 손가락이 끊어졌다. 나무 신은 몹시 괴로워하다가 나쁜 뜻을 일으켜 그에게 와서 때리려 하다가 생각하기를 ‘이 사람은 큰 위덕이 있다. 만일 내가 때려서 혹시 죽게 되면 나는 오랜 세월 동안 온갖 고뇌를 받게 될 것이다’라고 하고, 또 생각하기를 ‘세존께서 지금 이 성(城)에 계시니, 가서 아뢰어 부처님께서 분부가 계시면 나는 받들어 행해야겠다’고 했다. 그리고는 곧 기원(祇洹)으로 가서 이 일을 부처님께 자세히 아뢰었다.
그때 세존께서는 나무 신을 찬탄하셨다. “착하고 착하구나. 네가 생각한 것은 잘한 일이니라. 그 비구는 실로 위덕이 있는 이라 만일 때렸다면 반드시 고통의 과보를 받았을 것이다.” 다시 나무 신에게 말씀하셨다. “아무 곳에 큰 나무가 있는데 아직 소속된 데가 없으니, 너는 그것에 의지하여라.”
분부를 받고 곧 그곳으로 가자, 이에 세존께서는 한 걸음 한 걸음 가셔서 아다비읍에 도착하셨다. 장로 대가섭(大迦葉)이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성으로 들어가 걸식하는데 거사들이 그를 보고는 모두 도망갔다. 가섭이 괴이하게 여기고는 지나가는 사람에게 묻자 그가 대답했다. “여기의 여러 비구가 방을 지으려고 한없이 구걸하므로 마을 사람들은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당신을 보고는 모두 도망간 것입니다.”
가섭이 식사 후에 돌아와서 부처님께 가서 그 일을 아뢰자, 부처님께서는 이 일로 비구 승가를 모아 놓고 여러 비구에게 물으셨다. “너희들이 실제로 그렇게 했느냐?” “실제로 그렇게 했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갖가지로 꾸짖으셨다. “너희들은 욕심이 적고 만족할 줄 아는 것을 닦아야 하고, 구걸하는데 전념하느라 족함이 없어서는 안 되느니라.”
선인이 훗날 인간세상을 돌아다녔으므로 제자가 굴을 지키고 있었는데, 용은 역시 전과 같이 날마다 와서 공경하고 있었으므로 제자는 두려워서 아주 야위었느니라.
022_0989_b_23L仙人後時遊行人閒,弟子守窟,龍亦如前日來恭敬,弟子怖畏卽大羸瘦。
022_0989_c_01L나는 그때 보살도를 행하면서 항수 강변에 노닐다가 그가 그렇게 된 것을 보고 그 까닭을 물었더니, 자세히 대답하는 것이 그와 같았으므로 나는 다시 물었느니라. ‘그대는 다시 용을 보고 싶지 않소?’ ‘그렇습니다.’ ‘그대는 용의 목구멍 아래에 있는 어떤 물건을 보았소?’ ‘마니주(摩尼珠)가 있었습니다.’
나는 또 말했느니라. ‘용이 만일 오거든 그대는 합장하고서 용을 향하여 말하기를, ≺나는 이제 그대의 목구멍 아래의 마니주가 필요하다. 그것을 나에게 보시하기 바란다≻고 하시오’ 라고 했느니라. 그때 선인의 제자는 나의 말을 들은 뒤에 용이 물에서 나오자 곧 그에게 그것을 구했고, 용은 구슬을 달라는 말을 듣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면서 잠자코 있었느니라.
나는 비구에게 물었느니라. ‘너는 지금도 그 숲을 좋아하느냐?’ ‘매우 좋아합니다.’ 나는 말했느니라. ‘너는 곧 그곳으로 돌아가서 여러 새들이 저물어서 돌아오면 합장하고는 그들을 향해 말하기를, ≺나는 이제 너희들의 털을 요구하노니, 나에게 주어야 한다≻고 하라. 밤중에도 새벽에도 역시 그렇게 하여라.’
비구가 분부를 받고 명한 대로 그들에게 달라고 했다. 이에 새들은 밤에 함께 의논하기를 ‘지금 이 비구가 우리들에게 털을 달라고 하는데 주어야겠는가, 주지 말아야겠는가?’라고 하자 모두가 말하기를 ‘안 된다’고 했다. 그리고는 곧 날아가 버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느니라.” 또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새들조차 구걸하는 소리를 듣고 기뻐하지 않거늘 하물며 사람들이겠느냐?”
또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과거 세상의 어느 때에 가이국(迦夷國)의 왕이 보시하기를 좋아하여 모든 궁핍한 이들에게 베풀어 주었느니라. 그때 범지(梵志)가 있었는데, 왕은 그를 매우 애지중지했으나 그때까진 일찍이 왕에게 구걸한 적이 없었으므로 그 왕은 그에게 게송으로 말했느니라.
사람들은 모두 멀리서 와서 나에게 한없이 구걸하는데 그대는 이제 여기에 있는데도 구하지 않으니 무슨 뜻이 있어서입니까?
022_0990_a_17L人皆從遠來, 無方從吾乞, 而汝今在此,
不求有何意?
범지가 곧 게송으로 대답했느니라.
022_0990_a_19L梵志卽以偈答:
구걸하면 사람이 기뻐하지 않고 주지 않으면 원망하며 미워하나니 그 까닭에 잠자코 구하지 않았으니 친애한 정을 여읠까 두려워서입니다.
022_0990_a_20L乞者人不憙, 不與致怨憎, 所以默無求,
恐離親愛情。
왕이 다시 게송으로 말했느니라.
022_0990_a_22L王復說偈:
022_0990_b_01L 지혜로운 이는 구걸함을 싫어하지 않고 와서 구하는 소리를 듣고 싶어 하거늘 하물며 그대와는 친애하는 사이인데
어찌 인색한 마음이 있을 수 있겠소.
022_0990_a_23L智者不惡乞, 思聞來求聲, 況汝所親愛,
豈容有悋心。
가난을 지키면서 구하기를 부끄러이 여겨 얻어야 할 데서 얻지 않으면 사람의 사심 없는 복을 상실하고 스스로 제 몸만을 곤궁하게 만듭니다.
022_0990_b_02L守貧愧有求, 應得處不取,
喪人虛心福, 而自困於己。
구차한 중에서도 편안한 마음으로 부끄러워하지 않고 얻어야 할 곳에서 얻으면 이미 사람으로서의 선(善)을 이루어 저절로 길이 안락하게 됩니다.
022_0990_b_03L安貧不恥求,
應得處便取, 旣成人之善, 而自長安樂。
구걸은 덕을 상하게 하는 행이 아니요 또한 몸과 입의 허물도 없으며 유(有)를 털어 무(無)를 보충하는 것인데 어찌하여 구하지 않는 것이오.
022_0990_b_04L乞非傷德行, 亦無身口過, 損有以補無,
何爲而不索。
범지가 다시 게송으로 대답했느니라.
022_0990_b_06L梵志復以偈答:
어진 사람은 달라고 말하지 않고 달라 하면 반드시 어질지 않나니 구하지 않고 잠자코 있어야 이를 대인(大人)이라 합니다.
022_0990_b_07L賢人不言乞, 言乞必不賢, 默然不有求,
是謂爲大人。
그때 왕이 어진 사람의 게송을 듣고 마음으로 크게 기뻐하면서 큰 소 한 마리와 어린 소 천 마리를 그에게 베풀어 주었느니라.” 여러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왕과 범지는 비록 서로 친애하고 존중하는 사이였지만 오히려 구하는 것을 어렵게 여겼거늘, 하물며 여러 거사들은 너희들에게는 사랑이 없는데도 많은 것을 구걸함이겠는가.”
022_0990_c_01L이와 같이 갖가지로 꾸짖으신 뒤에 여러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열 가지 이익 때문에 모든 비구들을 위해 계를 제정하나니, 지금부터 이 계는 마땅히 설하기를 ‘만일 스스로 구걸하여 방을 만들 때에 시주가 없고 자신을 위해서라면 마땅히 한도에 맞게 만들어야 한다. 그 길이는 부처님의 열두 뼘이고, 너비는 일곱 뼘이니, 반드시 여러 비구를 데리고 가서 장소를 구해야 한다. 여러 비구는 장소를 구하되, 어려움이 없는 곳과 통행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만일 여러 비구를 데리고 가서 장소를 구하지 않거나 한도를 지나면 승가바시사이다’라고 해야 하느니라.
‘스스로 구걸한다’는 것은 비구가 자기를 위해 다른 이로부터 구걸하는 것이요, ‘방’이라는 것은 그 안에서 가고 서고 앉고 눕는 네 가지 동작을 할 수 있는 곳이니라. ‘시주가 없다’는 것은 단월(檀越)11)이 없는 것이요, ‘자신을 위한다’는 것은 자기를 위하는 것이니, 다른 사람을 위해서도 아니고 또 승가를 위해서도 아닌 것이니라.
‘반드시 여러 비구를 데리고 가서 장소를 구해야 한다’는 것은 마땅히 법을 알고 계율을 아는 비구들을 데리고 가서 장소를 지시받아야 한다는 것이니라.
022_0990_c_11L應將諸比丘求作處者:應將知法、持律比丘,示己作處。
‘여러 비구는 장소를 구하되, 어려움이 없는 곳과 통행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는 것에서 ‘어려움이 있는 곳’이란 네거리 길 가운데거나 여러 사람들이 모여 노는 곳이거나 음녀(婬女)들이 있는 곳이거나 저자의 가게가 있는 곳이거나 짐승을 놓아 치는 곳이거나 사자ㆍ범ㆍ이리 등의 나쁜 짐승이 사는 곳이거나 험한 언덕이거나 물이 흘러내리는 곳이거나 사당 나무나 큰 나무가 선 곳이거나 좋은 동산과 밭이 있는 곳이거나 무덤이 있는 곳이거나 마을이 너무 가까이 있거나 마을에서 너무 멀고 길이 험난한 곳이니, 이러한 곳을 어려움이 있는 곳이라 하느니라. 이런 모든 어려움이 없으면 이것을 바로 어려움이 없는 곳이라 하느니라.
‘통행할 수 있는 곳’이란 네 변의 주위로 수레가 통행할 수 있는 곳을 바로 통행할 수 있는 곳이라 하느니라.
022_0990_c_18L有行處者:繞四邊得通車,是名有行處。
만일 위의 여러 어려움이 있는 곳이거나 통행할 수 없는 곳이면 여러 비구는 반드시 그 비구에게 말하기를 ‘그대는 이곳을 취하지 마시오’라고 해야 하느니라. 만일 위의 어려움이 없는 곳이거나 통행할 수 있는 곳이면 여러 비구는 그 비구에게 말하기를 ‘그대는 이곳을 취하시오’라고 해야 하느니라.
그 비구가 승가에 장소의 지시를 청할 때에는 오른쪽 어깨를 드러낸 가사 차림으로 가죽신을 벗고 무릎을 땅에 대고 합장하고 말해야 하느니라. ‘대덕 승가는 들으십시오. 나 아무개 비구는 시주 없이 자신을 위해 스스로 구걸하여 방을 짓고자 지금 승가로부터 장소의 지시를 청합니다. 원컨대 현재 머물고 있는 스님들께서는 저에게 장소를 지시하여 주십시오.’
022_0991_a_01L‘대덕 승가는 들으십시오. 이 아무개 비구는 시주 없이 자신을 위해 스스로 구걸하여 방을 짓고자 승가로부터 장소의 지시를 청합니다. 이제 승가는 아무개를 위해 장소를 지시하되 어려움이 없는 곳과 통행할 수 있는 곳을 지시하여 주십시오. 승가가 때에 이르렀으면 승가는 승인하시고 허락하십시오. 이와 같이 아룁니다.’
‘대덕 승가는 들으십시오. 이 아무개 비구는 시주 없이 자신을 위해 스스로 구걸하여 방을 짓고자 승가로부터 장소의 지사를 청했습니다. 이제 스님들께서는 아무개를 위해 장소를 지시하되 어려움이 없는 곳과 통행할 수 있는 곳을 지시하여 주십시오. 어느 장로이시든 승인하시면 잠자코 계시고 승인하지 않으면 말씀하여 주십시오. 승가는 이미 아무개를 위해 어려움이 없는 곳과 통행할 수 있는 곳을 지시하는 일을 마쳤습니다. 스님들께서 인정하시어 잠자코 계셨기 때문이니, 이 일은 이와 같이 지니겠습니다.’
1)안나반나념(安那般那念)의 준말이다. 안나(安那)는 팔리어 āna의 음사로 들숨, 반나(般那)는 apāna의 음사로 날숨, 염(念)은 sati의 번역으로 마음챙김이다. 즉, 들숨과 날숨에 마음챙기는 수행을 말한다.
2)아래의 해설에 의하면, 마음에 따라 온갖 귀신을 보내서 죽이게 한다는 뜻이다.
3)8정도(正道)에 정해탈(正解脫)과 정지(正智)를 더한 것이다.
4)보통 사람보다 뛰어난 성인의 경지를 말한다.
5)범어 saṃghāvaśeṣa 승가바시사(僧伽婆尸沙)라고 음사한다. 승단에 남겨 둔다는 뜻이다. 바라이(波羅夷)를 저지른 비구ㆍ비구니는 승단에서 추방되지만, 승잔을 저지른 비구ㆍ비구니는 일시적으로 그 자격이 상실되지만 정해진 벌칙을 받고 20인 이상의 비구 앞에서 참회하면 자격이 회복된다. 여기에 비구가 지닐 13승잔과 비구니가 지닐 17승잔이 있다. 단, 『마하승기율』에서 비구니의 승잔은 19조(條)이다.
6)범어 mānāpya의 음사로, 열중의(悅衆意)라고 번역한다. 승가바시사를 저지른 비구가 그것을 즉시 승단에 고백하고 6일 밤낮 동안 참회하는 의식이다.
7)승가바시사를 저지른 비구가 참회하고 승단에의 복귀를 허락받는 것을 말한다.
8)선(善)도 아니고 불선(不善)도 아닌 것이다. 선으로도 불선으로도 기록할 수 없다고 하여 무기(無記)라고 한다.
9)『고려대장경』에는 빠져 있으나 문맥상 13승잔법 중 두 번째에 해당하므로 이 말을 넣었다.
10)부처님 당시에 악행을 일삼은 여섯 비구, 즉 난타(難陀)ㆍ발난타(跋難陀)ㆍ가류타이(迦留陀夷)ㆍ천나(闡那)ㆍ아설가(阿說迦)ㆍ불나발(弗那跋)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