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께서 왕사성에 계셨다. 그때 모든 비구들은 가을 계절병1)에 걸렸다. 부처님께서 방을 돌아다니며 보시다가 생각하시기를 ‘세간 사람들은 소(酥:우유를 가공한 식품)와 기름과 꿀과 석밀(石蜜:사탕수수의 즙)을 약으로 삼는다. 나도 이제 비구들에게 먹는 것을 허락해야겠다’고 하셨다.
022_1191_a_01L비구들은 얼마나 달여야 할지 몰라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국자로 떠서 부어 보아 서로 이어져 끊어지지 않을 때까지 달이면 되느니라.”
022_1191_a_01L諸比丘不知幾時應熟。以是白佛,佛言:“以杓擧瀉,相續不斷爲熟。”
어떤 비구들이 풍병에 걸려서 소ㆍ당나귀ㆍ낙타ㆍ철갑상어의 기름을 먹어야 했으므로 비구들이 그를 위해 구걸했으나 얻지 못하고 네 가지 살코기를 얻었다.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정인을 시켜 삶게 하여 기름을 거두고 다시 달여야 하느니라. 밥 때에 삶고 밥 때에 달이고 밥 때에 걸러야 하고, 밥 때가 아닌 때에 받아서 하룻밤을 지나 먹어서는 안 되느니라. 밥 때에 삶고 밥 때에 달이고 밥 때에 걸러서 밥 때에 받았다면 7일 동안 먹을 수 있느니라.”
어떤 비구들이 가을 계절병에 걸려서 풀로 만든 약을 먹어야 했으므로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온갖 풀로 만든 약을 먹는 것을 허락하느니라.”
022_1191_a_10L有諸比丘得秋時病,應服草藥,以是白佛,佛言:“一切草藥聽服。”
어떤 비구가 풍병에 걸려서 땀을 내야 했으므로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땀을 내는 것을 허락하느니라.”
022_1191_a_12L有比丘風病應取汗,以是白佛,佛言:“聽取。”
어떤 비구가 풍병에 걸려서 붉고 흰 여러 가지 소금을 먹어야 했으므로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먹는 것을 허락하느니라.”
022_1191_a_13L有比丘風病應服赤白諸鹽,以是白佛,佛言:“聽服。”
어떤 비구가 풍병에 걸려서 소변에 기름과 재와 독한 술을 섞어서 몸을 문질러야 했으므로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섞어서 문지르는 것을 허락하느니라.” 어떤 비구가 옴이 올라 치료하려고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치료하는 것을 허락하느니라.”
022_1191_b_01L어떤 비구가 음부에 종기가 났으므로 의사가 칼로 쨌다. 마침 부처님께서 앞을 지나가시자 의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칼이 항문까지 닿았습니다. 세존이시여, 이것을 보십시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여기는 위험한 곳이다. 이 범부가 목숨을 잃게 되면 큰 이익을 잃게 될 것이다. 지금부터 칼로 음부를 째는 것을 허락하지 않나니, 범하면 투라차이니라.”
또 여쭈었다. “만일 비시약과 7일약을 함께 받았다면 어느 때에 먹어야 합니까?” “비시약에 따라야 하고 밤을 지나서 먹어서는 안 되느니라. 종신약도 그와 같으니라.” 또 여쭈었다. “만일 7일약과 종신약을 함께 받았다면 어느 때에 먹어야 합니까?” “7일약에 따라야 하고 종신토록 먹어서는 안 되느니라.”
그때 다섯 비구가 부처님께 이르러 머리를 조아려 발에 예배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어떻게 해서 먹어야 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너희들에게 걸식하여 먹는 것을 허락하느니라.”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어떤 그릇을 사용해야 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발우를 사용하는 것을 허락하느니라.”
022_1191_c_01L그때 여러 비구가 걸식하여 멥쌀밥을 얻었는데, 감히 받지 못했다.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마음대로 밥을 받는 것을 허락하느니라.”
022_1191_c_01L時諸比丘乞得粳米飯,不敢受。以是白佛,佛言:“聽隨意受食。”
그때 여러 비구가 걸식하여 갖가지 밥을 얻기도 하고 갖가지 떡을 얻기도 하고 갖가지 보릿가루를 얻기도 하고 갖가지 익힌 보리나 콩을 얻기도 하고 갖가지 볶은 보리나 찹쌀을 얻기도 하고 갖가지 국을 얻기도 하고 갖가지 독한 술과 음료를 얻기도 하고 갖가지 소금을 얻기도 하고 갖가지 생선을 얻기도 하고 갖가지 우유와 그것을 발효시킨 음료를 얻기도 하고 갖가지 채소를 얻기도 하고 연뿌리 등 갖가지 뿌리를 얻기도 하고 사탕수수 등 갖가지 줄기를 얻기도 하고 암라(菴羅)와 야자(耶子) 등 갖가지 과일을 얻기도 했는데, 모두 감히 받지 못했다.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모두 마음대로 받아서 먹는 것을 허락하느니라.”
022_1191_c_10L以是白佛,佛言:“皆聽隨意受食。”
부처님께서는 비사리에 계셨다. 그때 세간에는 흉년이 들어서 걸식해도 얻기 어려웠고 비구들이 음식을 다른 곳에 가져다 두었다가 잃어버리기도 했으므로 생각하기를 ‘만일 세존께서 우리들에게 음식을 먹는 곳과 자는 곳을 같이 하는 것을 허락하신다면 이런 걱정은 하지 않을 텐데’ 하고는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음식을 먹는 곳에서 자는 것을 허락하느니라.”
여러 비구가 다른 곳에서 음식을 만들다가 그것을 잃어버렸으므로 생각하기를 ‘만일 세존께서 우리들에게 머무는 곳에서 음식을 만드는 것을 허락하신다면 이런 걱정을 하지 않을 텐데’ 하고는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머무는 곳에서 음식을 만드는 것을 허락하느니라.”
여러 비구가 사람을 사서 음식을 만들었는데 품삯도 주고 음식도 주었는데도 그 사람들이 다시 훔쳐 갔으므로 생각하기를 ‘만일 부처님께서 우리들에게 스스로 음식을 만들 것을 허락하신다면 이런 낭비는 없을 텐데’ 하고는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스스로 음식을 만드는 것을 허락하느니라.”
여러 비구가 스스로 음식을 만들어서 사람을 시켜 그것을 주게 하자 또 품삯을 요구했으므로 생각하기를 ‘만일 세존께서 우리들에게 스스로 음식을 가지거나 구하고 사람을 사서 주지 않도록 허락하신다면 이런 낭비는 없을 텐데’ 하고는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스스로 음식을 가지거나 구하고 사람을 사서 주지 않는 것을 허락하느니라.”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너희들이 하는 일은 법에 맞지 않느니라. 그것은 예전에 흉년이 들어 굶주렸을 때에 허락한 것이거늘 어찌하여 아직도 그 법대로 하느냐? 지금부터 범하면 돌길라이니라.”
022_1192_a_11L佛言:“汝等所作非法!我先飢饉時聽,今云何猶用此法?從今犯者突吉羅!”
부처님께서 사위성에 계셨다. 그때 아난에게 물으셨다. “내가 예전에 비구들에게 나무라고 생각을 하면서 나무 열매를 가지고 연못에 가서 연못에서 나는 열매를 받으며, 정인 없이도 열매를 깨끗이 하되 먼저 씨를 빼낸 뒤에 먹으라고 허락했는데, 너희들은 아직도 그 법대로 하느냐?” “아직도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너희들이 하는 일은 법에 맞지 않느니라. 그것은 예전에 흉년이 들어 굶주렸던 때에 허락한 것이거늘 어찌하여 아직도 그 법대로 하느냐? 지금부터 범하면 돌길라이니라.”
022_1192_a_17L佛言:“汝等所作非法!我先飢饉時聽,今云何猶用此法?從今犯者突吉羅!”
그때 사위성에 수비(須卑)라는 우바이가 있었는데, 부처님의 법을 믿고 좋아하여 법을 보고 과에 이르렀으며 3보에 귀의하고는 항상 여러 스님들을 청하여 탕약을 공급했다. 어느 날 그가 승방에 들어왔다가 한 비구가 설사약을 먹는 것을 보고 물었다. “대덕이여, 지금 필요한 것이 무엇입니까?” “나는 토하고 설사하여 허기가 져 있습니다. 고기를 먹고 싶습니다.”
022_1192_b_01L“대덕이여, 제가 내일 아침에 보내드리겠습니다. 그것을 받아 잡수십시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서 다음 날 아침에 사람에게 돈을 주어 고기를 사오게 했다. 그날은 바사닉왕이 명령을 내려 ‘만일 살생하는 자가 있으면 중죄에 처하라’ 했으므로 사려고 해도 살 수가 없었다. 심부름꾼이 돌아와서 사실대로 말하자, 다시 돈을 주어 두루 고기를 구하라고 하면서 말했다. “값을 따지지 마라. 만일 1전(錢)으로 1전만큼의 크기를 얻더라도 그것을 사야 한다.”
그래도 얻지 못하자 우바이가 생각하기를 ‘나는 어제 이미 약속했다. 만일 얻지 못하면 혹시 그가 죽을 지도 모른다’ 하고는 곧 날카로운 칼을 가지고 방으로 들어가 넓적다리 살을 베었다. 그리고 여종에게 주어 끓여서 비구에게 보내게 하자, 비구는 그것을 먹고 곧 병이 다 나았다.
곧 남편에게 부처님과 승가대중을 청하게 하자, 그는 부처님의 발에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고 아뢰었다. “부처님과 스님들께 내일 공양을 청하오니 받아 주십시오.”
022_1192_b_15L卽令壻請佛及僧,頭面禮足,白佛:“願佛及僧明日顧食!”
부처님께서 잠자코 받아들이시자 그는 집에 돌아가서 밤새도록 맛있는 음식을 많이 장만하고는 다음 날 아침에 자리를 펴 놓고 사람을 보내 “때가 되었습니다”라고 아뢰게 했다. 부처님께서 승가대중에 앞뒤로 에워싸여 그의 집에 이르러 자리에 앉으셨다. 남편이 손수 물을 돌리려 하자 부처님께서 받지 않으시고 말씀하셨다. “수비 우바이를 불러서 나오게 하라.”
곧 사람을 보내 전했다. “세존께서 당신을 부르십니다.” 수비가 대답했다. “나의 이름으로 세존께 문안하여 주십시오. 아파서 나갈 수가 없습니다.”
022_1192_b_20L卽遣人語:“世尊呼汝。”答言:“可以我名問訊世尊,病不堪出。”
022_1192_c_01L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는 여전히 그를 부르셨다. 이와 같이 세 번을 거듭해서야 그를 옷으로 감싸서 메고 부처님께 이르렀다. 그런데 세존을 뵙자마자 상처가 곧 낫고 살 빛깔도 예전 같이 되었으므로 희유한 마음을 내어 ‘내게는 이와 같은 큰 스승과 범행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계신다’ 하고는 기뻐서 어쩔 줄 몰라 하면서 손수 음식을 날랐다. 식사가 끝나자 물을 돌린 뒤에 조그마한 상을 가지고 와서 부처님 앞에 앉았다.
부처님께서는 그를 위해 수희(隨喜)의 게송을 말씀하셨는데, 그것은 비란야(毘蘭若)에게 설한 것과 같았다. 다시 그에게 갖가지 묘한 법을 설하여 가르쳐 보이고 기쁘고 이롭게 하신 뒤에 거처하는 곳으로 돌아가셨다. 부처님께서는 이 일로 비구승을 모아 놓고 그 비구에게 물으셨다. “너는 어제 어떤 것을 먹었느냐?” “고기를 먹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갖가지로 꾸짖으신 뒤에 여러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지금부터 코끼리 고기를 먹으면 돌길라이고, 말고기도 그와 같으니라.”
022_1192_c_18L佛種種呵責已,告諸比丘:“從今食象肉,突吉羅!馬肉亦如是。”
여러 비구가 사자 고기, 호랑이 고기, 표범 고기, 곰 고기를 먹었더니 짐승들이 그 냄새를 맡고 와서 비구를 해쳤다. 거사들이 이 일을 보고 물었다. “무엇 때문에 그렇게 되었는가?” 어떤 사람이 말했다. “고기를 먹었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곧 비난했고 ……(자세한 내용은 생략함)…… 여러 비구에게 말씀하셨다고 한 데까지는 앞과 같다.
022_1193_a_01L여러 비구가 개고기를 먹었더니 개들이 그 냄새를 맡고 뒤따라오면서 짖어댔다. 거사들이 이 일을 보고 물었다. “개가 어째서 비구에게만 짖어대는가?” 어떤 사람이 말했다. “개고기를 먹었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곧 비난했고 ……(자세한 내용은 생략함)…… 여러 비구에게 말씀하셨다고 한 데까지는 앞과 같다. “지금부터 개고기를 먹으면 돌길라이니라.”
여러 비구가 뱀 고기를 먹었더니 거사들이 비난했다. 선자재용왕(善自在龍王)이 사람의 몸으로 변화하여 부처님께 와서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고 아뢰었다. “저의 용들은 큰 신통력이 있어서 갖가지 형상으로 변하여 세간을 돌아다닙니다. 지금 여러 비구가 뱀 고기를 먹었으니 혹 이 용들이 비구를 해칠 수도 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비구들에게 ‘뱀 고기를 먹지 말라’고 제정해 주시기 바랍니다.”
여러 비구가 생각하기를 ‘이런 사람들은 사방과 천상의 어디에나 있으므로 우리들은 별중식(別衆食)9)을 범하는 것이 아닐까?’ 하고는 감히 가지 못했다.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경계 안에서 4명 이상이 특별히 따로 청을 받아 가면 별중식이 되지만 차례에 따라 청을 받아 가면 범하는 것이 아니니라.”
022_1193_b_01L어떤 비구들이 생각하기를 ‘비구니ㆍ식차마나ㆍ사미ㆍ사미니ㆍ우바새ㆍ우바이도 역시 경계 안에 있으므로 별중식을 범하는 것이 아닐까?’ 하고는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만일 승가를 청했다면 두 대중[二衆]이 먹어야 하나니 비구와 사미이고, 2부(部)의 승가를 청했다면 다섯 대중[五衆]이 먹어야 하나니 비구ㆍ비구니ㆍ식차마나ㆍ사미ㆍ사미니이니라.”
범부로서 좌선하는 비구들이 생각하기를 ‘세존께서 말씀하신 대로 승가를 청하면 예류과 이상의 성자가 모두 청을 받은 것으로 되지만, 우리는 지금 범부로서 아직 예류과 이상의 성자가 아니니, 주지 않는 음식을 먹는 것이 되는 것이 아닐까?’ 하고는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그 비구들에게 물으셨다. “너희들은 해탈을 위해 출가하지 않았느냐?” “저희는 해탈을 위해서 했습니다.”
대중의 일을 도와주는 어떤 범부 비구들이 생각하기를 ‘우리는 좌선하는 사람도 아니고, 경을 독송하는 사람도 아니다’라고 하고는 역시 앞과 같은 의심을 일으키고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대중의 일을 도와주는 사람도 역시 먹어야 하느니라. 여러 비구에게 말하나니, 승가를 청할 때에는 나쁜 계를 지닌 사람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승가는 다 먹어야 하느니라.”
그때 여러 비구가 다른 사람으로부터 아침밥의 청을 받았기에 모두 이미 배가 불러 있었다. 부처님께서는 대중에게 앞뒤로 에워싸여 그의 집에 이르러 자리에 앉으셨다. 그러자 호소 대신이 손수 음식을 대접했으나 비구들이 모두 먹지 못했으므로 대신이 말했다. “어찌하여 마음껏 드시지 않습니까? 음식이 적을 것 같아서입니까, 맛이 없어서입니까?”
여러 비구가 대답했다. “음식이 맛이 없어서도 아니고, 음식이 적을 것 같아서도 아닙니다. 아침에 이미 배불리 먹었으므로 먹지 못할 뿐입니다.”
022_1193_b_22L諸比丘答言:“食非不甘,亦不謂少,朝已飽食,是以不能耳!”
022_1193_c_01L그러자 대신이 성을 내어 말했다. “어떻게 나의 청을 받았으면서도 다른 곳에서 배불리 먹었단 말입니까?”
022_1193_b_23L彼大臣便瞋恨言:“云何旣受我請,於餘飽食?”
여러 비구가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미 다른 사람의 청을 받았으면, 글자가 그려지지 않을 정도의 묽은 죽을 마시는 것은 허락하느니라. 만일 된죽이나 밥을 얻었다면 주인에게 ‘나는 이미 청을 받았으니, 다른 사람에게 주십시오’라고 말해야 하느니라.”
그때 부처님께서 큰 비구승 1천250명과 함께 지내시다가 왕사성에서 비사리로 향하셨다. 두 나라 사이에서 왕사성의 상행(象行)이라는 장자가 5백 대의 수레를 이끌고 비사리로 오고 있었다. 멀리서 세존의 상호가 마치 금산(金山) 같이 기이하고 빼어나신 것을 보고 기뻐하는 마음으로 부처님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발에 예배하고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석밀(石蜜)이 조금 있는데, 세존과 비구 승가에 바치고 싶습니다.”
부처님께서 잠자코 받아들이시자 곧 손수 가져 왔지만 비구들이 감히 받지 못했다.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는 욕심이 적어 만족할 줄 아는 것을 찬탄하시고는 여러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지금부터 비구들에게 배고플 때에는 먹고, 목마를 때에는 물에 타서 마시는 것을 허락하느니라.”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대는 가지고 가서 살아 있는 풀이 없는 땅이나 벌레가 없는 물속에 두어라.”
022_1193_c_17L佛言:“汝可持著無生草地,若無虫水中。”
022_1194_a_01L분부를 받고 벌레가 없는 물속에 두었더니 물이 곧 크게 끓어오르고 연기가 일어나면서 소리를 내는 것이 마치 불타는 쇠를 물에 던진 것 같았다. 장자가 두려워하면서 돌아와 부처님께 말씀드리자 부처님께서는 그에게 갖가지 묘한 법을 설하여 가르쳐 보이고 기쁘고 이롭게 하셨으니, 그것은 보시에 대한 말씀, 계에 대한 말씀, 천상에 태어나는 말씀, 그리고 욕심은 허물과 근심이 되니 집에 있으면 번뇌에 물들고 출가하면 집착이 없어진다는 것이었다. 다음에는 모든 부처님께서 항상 설하신 고ㆍ집ㆍ멸ㆍ도를 말씀하셨다. 그러자 그는 곧 그 자리에서 티끌을 멀리 하고 때를 여의어 모든 법 가운데서 청정한 지혜를 얻었다.
부처님께서 다시 앞으로 나아가시다가 한 대장장이를 만났다. 그의 딸이 국을 잘 끓였으므로 그가 부처님과 스님들께 국만 보시하면서 후식(後食:낮에 먹는 음식)으로 드실 것을 청했다. 여러 비구는 감히 먹지 못하고 말했다. “부처님께서 아직 우리들에게 국을 밥 대신 먹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셨습니다.”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후식이라 여기고 먹는 것을 허락하느니라.”
부처님께서는 점차 나아가서 비사리에 이르러 미후강(獼猴江)가의 중각강당(重閣講堂)에 머무셨다. 이곳에 사자(師子)라는 장군이 있었는데, 그는 니건(尼揵)의 제자였다. 그는 ‘불세존께서 이 성에 오셔서 다니시는데, 명성이 대단하여 여래ㆍ응공ㆍ정등각이라 불리신다’는 소문을 듣고 감탄했다. “좋다. 뵙고 그러하다면 부처님을 청하고 싶다.”
그리하여 곧 수레를 장식하고 나가니, 멀리 계시는 세존의 상호가 마치 금산(金山) 같이 기이하고 빼어나신 것을 보고 부처님께 이르러 머리를 조아려 발에 예배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부처님께서 그에게 갖가지 묘한 법을 설하여 ……(자세한 내용은 생략함)…… 고ㆍ집ㆍ멸ㆍ도를 말씀하시자 곧 그 자리에서 청정한 지혜를 얻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무릎을 꿇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과 스님들께서는 변변치 못하지만 내일 저의 공양을 받아 주소서.”
부처님께서 잠자코 그것을 받아들이시자, 장군은 부처님께서 허락하신 것을 알고 집으로 돌아가 저자에서 물건을 사오는 사람에게 분부했다. “거기에 있는 죽은 고기는 값이 싸던 비싸던 따지지 말고 모조리 다 사들여라.” 분부대로 다 사 와서 밤새도록 갖가지 맛있는 음식을 장만하고는 이른 아침에 자리를 깔아 놓고 몸소 부처님께 가서 아뢰었다. “음식이 다 되었습니다. 성자시여, 때가 되었습니다.”
022_1194_b_01L부처님께서 비구 승가에 앞뒤로 에워싸여 그 집에 이르러 자리에 앉으시자 장군이 손수 음식을 나르며 몹시 기뻐했다. 그때 여러 니건들이 사자 장군이 부처님과 스님들을 청하여 지극히 좋은 음식을 베푼다는 말을 듣고 질투심이 생겨 거리에서 온힘을 다해 외쳤다. “사자 장군은 스승을 배반한 의리 없는 자이다. 지금 사문 구담을 섬기면서 손수 소와 양을 죽여서 공양하고 있다.”
여러 비구가 그 말을 듣고 감히 먹지 못하자, 사자 장군이 무릎을 꿇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 니건들은 오랜 세월 동안 부처님을 헐뜯었습니다. 저는 지금 목숨을 걸고 명세하오니 결코 고의로 살생하지 않았습니다. 비구들에게 꺼리거나 의심하지 말고 마음껏 배불리 먹도록 분부해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곧 여러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마음껏 배불리 먹어라.”
“세 가지 고기는 먹어서는 안 되나니, 보았거나 들었거나 의심되는 것이니라. ‘보았다’는 것은 자기를 위해 죽이는 것을 본 것이고, ‘들었다’는 것은 믿을 만한 사람으로부터 자기를 위해 죽였다는 말을 들은 것이고, ‘의심된다’는 것은 자기를 위해 죽였다고 의심되는 것이니라. 만일 보지도 않았고 듣지도 않았고 의심되지도 않는 것이면 이것을 바로 정육(淨肉)이라 하나니, 마음대로 먹는 것을 허락하느니라. 만일 비구를 위해 죽인 것이면 비구와 사미는 먹어서는 안 되고, 비구니ㆍ식차마나ㆍ사미니ㆍ우바새ㆍ우바이는 먹는 것을 허락하느니라. 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이를 위해 죽인 것에 대해서도 그와 같으니라.”
그때 마갈국(摩竭國)ㆍ앙가국(鴦伽國)ㆍ가이국(伽夷國)ㆍ구살라국(拘薩羅國)ㆍ발기국(跋耆國)ㆍ만라국(滿羅國)ㆍ소마국(蘇摩國) 등 여러 나라 사람들이 ‘부처님께서 세간에 나오셨는데, 큰 위엄과 덕이 있고 제자들도 그러하다’는 말을 듣고 모두 비사리성(毘舍離城)으로 구름처럼 모여들었다. 성 안의 집집마다 각각 7보(寶)로 장식한 수레와 말, 시종들로 이미 가득차서 나머지 1만 2천 개의 수레는 성 안에 들어가지 못하고 성 밖에 머물렀다. 모두 앞을 다투어 시식(時食)ㆍ비시식(非時食)ㆍ7일식(日食) 종신식(終身食)을 가져와 부처님과 스님들께 바쳤다. 그리하여 음식이 마당 가운데에 쌓여 마침내 큰 더미를 이루었고 여기저기 어지럽게 널려 있어 먼지와 흙이 묻어 더러워졌고 새와 짐승들이 모여 들어 먹었다.
부처님께서는 욕심이 적어 만족할 줄 아는 일을 찬탄하시고는 여러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이제 가운데 방에서 백이갈마를 하여 음식을 안전하게 두는 깨끗한 곳으로 정하는 것을 허락하느니라. 한 비구가 큰 소리로 이렇게 말해야 하느니라. ‘대덕 승가는 들으십시오. 이제 아무 방을 승가에서 음식을 안전하게 두는 깨끗한 곳으로 정하려고 합니다. 만약 승가가 때에 이르렀으면 승인하고 허락하십시오. 이와 같이 아룁니다.
대덕 승가는 들으십시오. 이제 아무 방을 승가에서 음식을 안전하게 두는 깨끗한 곳으로 정하려고 합니다. 어느 장로이시든 승인하시면 잠자코 계시고 승인하지 않으시면 말씀하십시오. 승가는 이미 아무 방을 승가에서 음식을 안전하게 두는 깨끗한 곳으로 정하는 일을 마쳤습니다. 스님들께서 승인하시어 잠자코 계셨기 때문이니, 이 일은 이와 같이 지니겠습니다’라고 해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왕사성에 계셨다. 여러 비구가 가을 계절병에 걸려서 탕약을 짓고 병에 맞는 음식을 만들기 위해 때나 때 아닌 때에 마을에 들어갔다가 물과 불과 도둑을 만나 옷과 발우를 잃는 재난, 범행을 하지 못하는 재난, 목숨이 위태로운 재난을 당했다. 어떤 베 짜는 사람이 도중에 집을 지어 놓고 그 안에서 베를 짜고 있었는데, 비구들이 때나 때 아닌 때에 마을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말했다. “하실 일이 있으면 여기서 하시고, 머물 일이 있으면 여기서 머무십시오.”
여러 비구는 감히 그렇게 하지 못하고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속인의 집을 깨끗한 집으로 삼는 것을 허락하느니라.”
022_1194_c_22L諸比丘不敢,以是白佛,佛言:“聽於白衣舍作淨屋。”
022_1195_a_01L그렇게 하니 주인에게 시끄럽고 산란하게 하여 그의 베 짜는 일에 방해가 되었다. 베 짜는 사람이 생각하기를 ‘나는 본래 베를 짜기 위해 이 집을 지었으나 이제 더 이상 짤 수 없으니 이것을 승가에 보시하여 깨끗한 집으로 삼도록 해야겠다’ 하고는 곧 그 집을 승가에 보시했다. 비구들은 그것이 승가의 집이 되자 감히 다시 그 안에서 음식을 만들거나 약을 지을 수 없었다.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승가에 보시한 깨끗한 집에서 음식을 만드는 것을 허락하느니라.”
어떤 비구들이 새로 거처할 곳을 지었는데, 아직 승가의 깨끗한 집으로 정해지지 않았으므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새로 거처할 곳을 지었으면 먼저 아무 곳이나 지정하여 깨끗한 땅으로 삼아야 그 안에 음식을 둘 수 있느니라. 아직 갈마를 하지 않았으면 비구가 그 안에 들어가 다음날 새벽 동틀 때까지 있을 수 없느니라.”10)
어떤 비구들이 음식을 깨끗한 방 안에 두었는데 사람들이 훔쳐갔으므로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갈마를 하여 가운데 방을 깨끗한 곳으로 정해야 하느니라.” 어떤 비구들이 갈마를 하여 한 방 안에 벽을 쌓고 깨끗한 땅으로 정하려고 했다.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허락하느니라.”
어떤 비구들이 갈마를 하여 사람들이 대기하는 곳을 깨끗한 땅으로 정하려고 했다.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허락하느니라.” 어떤 비구들이 갈마를 하여 마당 한가운데를 깨끗한 땅으로 정하려고 했다.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허락하느니라.”
022_1195_b_01L어떤 비구들이 갈마를 하여 방의 한쪽 모서리나 방의 반을 깨끗한 땅으로 정하려고 했다.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허락하느니라.” 어떤 비구들이 갈마를 하여 책상이나 선반을 깨끗한 곳으로 정하고 음식을 안전하게 두려고 했다.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허락하지 않느니라. 반드시 땅에 의지해야 하나니, 범하면 돌길라이니라.”
어떤 비구들이 갈마를 하여 다락을 깨끗한 곳으로 정하려고 했다.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허락하지 않나니, 범하면 돌길라이니라.”
022_1195_b_03L有諸比丘欲羯磨重屋上層,作淨處。以是白佛,佛言:“不聽,犯者突吉羅!”
어떤 비구들이 갈마를 하여 다락집의 아래층과 다락을 모두 깨끗한 곳으로 정하려고 했다.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허락하느니라.”
022_1195_b_05L有諸比丘欲羯磨重屋下,及通結作淨處。以是白佛,佛言:“聽!”
어떤 비구들이 갈마를 하여 탈 것을 깨끗한 곳으로 정하려고 했다.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허락하지 않나니, 범하면 돌길라이니라.”
022_1195_b_07L有諸比丘欲羯磨乘,作淨處。以是白佛,佛言:“不聽,犯者突吉羅!”
어떤 비구들이 갈마를 하여 승방 안 전체를 깨끗한 땅으로 정하려고 했다.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022_1195_b_09L有諸比丘欲通羯磨僧坊內,作淨地。以是白佛,佛言:
“허락하되 백이갈마를 해야 하느니라. 한 비구가 큰 소리로 이렇게 말해야 하느니라. ‘대덕 승가는 들으십시오. 이 처소는 함께 머물고 함께 포살하고 함께 보시를 받는 곳입니다. 이제 승가는 깨끗한 땅을 정하려고 하는데, 아무 곳은 제외하려고 합니다. 만약 승가가 때에 이르렀으면 승인하고 허락하십시오. 이와 같이 아룁니다. 대덕 승가는 들으십시오. 이 처소는 ……(자세한 내용은 생략함)…… 아무 곳은 제외하려고 합니다. 어느 장로이시든 승인하시면 잠자코 계시고 승인하지 않으시면 말씀하십시오. 승가는 이미 깨끗한 땅을 정하는 일을 마쳤습니다. 스님들께서 승인하시어 잠자코 계셨기 때문이니, 이 일은 이와 같이 지니겠습니다’라고 해야 하느니라.”
022_1195_c_01L그때 발제성(跋提城)에 큰 복덕을 가진 문다(文茶)라는 장자가 있었는데, 부인과 아들 그리고 며느리와 노비까지도 모두 복덕이 있었다. 장자가 창고에 들어가면 공중에서 곡식이 비 내리듯 하다가 나온 뒤에야 그쳤고, 부인이 밥그릇을 안팎으로 두루 놓으면 가져가는 대로 가득 차서 끝이 없었고, 아들이 금주머니를 잡고 진금을 쏟아 내면 끝없이 나왔다. 며느리가 쌀 10말을 내오면 집 안팎 사람들이 한 달을 먹어도 다 먹을 수 없었고, 그의 사내종이 밭을 갈면 순식간에 일곱 두둑을 갈았고, 그의 계집종이 바르는 향을 반 냥 갈아서 집 안팎에 발라도 줄지 않았다. 사방의 사람들이 이 소문을 듣고 와서 구경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또 그 며느리의 복덕의 힘을 보고 싶어 했다. 곧 분부하여 쌀 10말을 가져 오게 하여 왕과 많은 사람들에게 공양했는데, 한 달이 되어도 역시 없어지지 않았다.
022_1195_c_19L復欲見其兒婦福德之力,卽勅出一斛米,供王大衆一月不盡。
또 그 사내종의 복덕의 힘을 보고 싶어 했다. 곧 분부하여 밭을 갈게 했는데, 순식간에 일곱 두둑을 갈았다.
022_1195_c_21L復欲見其奴福德之力,卽勅令耕,輒成七壟。
022_1196_a_01L또 그 계집종의 복덕의 힘을 보고 싶어 했다. 곧 분부하여 바르는 향을 반 냥 갈게 했는데, 반 유순(由旬) 안에서는 그 향기를 맡을 수 있었고 많은 사람들에게 다 발랐는데도 역시 없어지지 않았다. 왕과 많은 사람들이 그 복덕의 힘이 너무나도 넉넉한 것을 보고 감탄하면서 궁으로 돌아갔다.
장자는 이 말을 듣고 나서 곧 그만두었다. 뒤에 다시 생각하기를 ‘사문 구담께서 여기에 오신 지 이미 오래 되었는데도 와서 나를 만나지 않는 것은 틀림없이 그의 도(道)가 뛰어나기 때문이리라. 무엇 때문에 편안히 있으면서 가서 공경을 표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고서 곧 수레를 차려서 성을 나갔다. 멀리에 계시는 세존의 상호가 마치 금산(金山) 같이 기이하고 빼어나신 것을 보고 부처님께 가서 머리를 조아려 발에 예배하고 물러나 한쪽에 서 있었다. 부처님께서 그에게 갖가지 묘한 법을 설하여 ……(자세한 내용은 생략함)…… 고ㆍ집ㆍ멸ㆍ도를 말씀하시자, 곧 자리에서 청정한 지혜를 얻었다.
그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과 스님들은 내일 제가 청하는 공양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022_1196_a_16L便從坐起,白佛言:“願佛及僧受我明日請食!”
부처님께서 잠자코 받아들이시자, 장자는 집으로 돌아가 맛있는 음식을 많이 장만하고는 다음날 식사 때가 되자 몸소 가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성자시여, 때가 되었습니다.”
022_1196_a_17L佛默然受。長者還家辦多美飮食,明日食時,自行白佛:“唯聖知時!”
부처님께서는 비구 승가에 앞뒤로 둘러싸여 그 집에 이르러 자리에 앉으셨다. 장자가 손수 음식을 가져다 올렸고 음식을 다 들자 물을 돌리고 집안의 온 식구가 함께 부처님 앞에 앉았다. 부처님께서 그들에게 갖가지 묘한 법을 설하여 ……(자세한 내용은 생략함)…… 고ㆍ집ㆍ멸ㆍ도를 말씀하시자, 모두 청정한 지혜를 얻고 3귀계(歸戒)와 5계(戒)를 받았다.
022_1196_b_01L장자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의 아내와 아들과 며느리, 노비들이 모두 말하기를 ‘이 같은 복덕은 도대체 누구의 힘일까?’라고 합니다. 부처님이시여, 그것을 말씀하여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대들에게는 그런 복이 함께 있었느니라.” 또 여쭈었다. “무슨 까닭에 함께 있었습니까?”
부처님께서 대답하셨다. “옛날 왕사성에 어떤 베 짜는 사람이 있었다. 그에게는 부인과 아들이 하나 있었고, 아들에게 또 부인이 있었다. 또 그 집에는 사내종 한 사람과 계집종 한 사람이 있었는데, 다 함께 밥을 먹고 있었다. 그때 한 벽지불(辟支佛)이 와서 밥을 구걸했다.
베 짜는 사람이 말하기를 ‘너희들은 그냥 먹어라. 나의 몫을 주겠다’고 하자 그 부인이 ‘제 몫을 주겠습니다’라고 했고, 아들과 노비에 이르기까지 모두 그렇게 말했으므로 벽지불이 말했느니라. ‘그대들은 모두 이미 몫을 내놓아 나에게 준 것이니, 착한 마음을 다한 것이 됩니다. 저마다 조금씩 덜어서 나에게 주십시오. 그러면 그대들의 밥도 적어지지 않고 나도 만족하게 됩니다.’
그리하여 저마다 한 숟가락씩 덜어 주니 그의 발우가 가득 차게 되었다. 벽지불이 밥을 다 먹고 나서 허공에서 갖가지 신통 변화를 나타내고 나서 떠나갔느니라. 그 사람들은 목숨을 마치고 4왕천(王天)에 태어났고, 거기서 수명이 다하자 위로 올라가 도리천(忉利天)에 태어났고, 점점 올라가 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에 이르렀다. 이렇게 하기를 일곱 번 되풀이하고도 남은 복이 있어 여기에 태어났다. 그때 베 짜던 사람의 권속이 바로 지금의 그대들이니라.”
그러자 장자가 부처님 앞에서 승가를 청했다. “저는 이제 일체 승가를 청하여 한량없는 보시를 하겠습니다. 필요한 것이 있으면 수시로 많건 적건 다 저한테서 가져가십시오.” 여러 비구가 감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생각하기를 ‘부처님께서는 아직 우리들에게 한량없는 보시를 받으라고 허락하지 않으셨다’ 하고는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마음대로 받는 것을 허락하느니라.”
어떤 비구들이 먼 곳으로 가면서 먹으려고 양식을 장자에게 청했는데, 그는 사람을 시켜서 금ㆍ은과 돈과 물건을 가지고 따라가게 했다. 이미 도착했는데도 아주 많이 남았으므로 심부름꾼이 돌아와서 말했다. “가져갔던 재물과 양식이 지금 많이 남았습니다.” 장자가 말했다. “나는 이미 그분들에게 보시한 것이니, 도로 가질 수 없다. 그대는 승방에 가지고 가서 승가에 보시하도록 하라.”
022_1196_c_01L그리하여 그것을 승가에 보시하자 비구들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승가의 정인(淨人)이 승가를 위해 받아두었다가 승가에 필요한 물건으로 바꾸어 주는 것을 허락하느니라. 비구들이 그 일을 맡아서는 안 되느니라.”
이에 세존께서 망림에서 나오셔서 여러 마을을 다니셨는데, 문다 장자가 먹을 것들을 가지고 뒤를 따라가서 사람이 없는 광야에서 그것을 베풀려고 했다. 1천250마리의 코끼리와 1천250마리의 암소와 1천250명의 목동을 데리고 5백 대의 수레에 갖가지 맛있는 음식을 싣고 가서 광야의 머물 곳에 이르러 밤새도록 그것을 장만했다.
다음날 이른 아침에 낱낱 코끼리의 그늘마다 비구의 자리를 하나씩 펴고, 가장 큰 코끼리의 그늘에는 세존의 자리를 펴놓고 때가 되자 “다 되었습니다”라고 아뢰었다. 그러나 비구들이 감히 앉지 못하고 생각하기를 ‘부처님께서는 아직 우리들에게 짐승의 그늘에 앉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셨다’ 하고는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앉는 것을 허락하느니라.”
부처님께서는 그를 위해 수희(隨喜)의 게송을 말씀하셨는데, 그것은 비라야(毘羅若)에게 설한 것과 같았다. 또 그에게 갖가지 묘한 법을 설하여 가르쳐 보이시고 기쁘고 이롭게 하셨다. 그는 집으로 돌아갔다.
022_1196_c_17L佛爲說隨喜偈,如爲毘羅若說;更爲說種種妙法。示教利喜已,還歸其家。
022_1197_a_01L부처님께서는 대중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차츰 북쪽으로 가다가 계나(罽那)라는 편발외도(編髮外道)가 머물고 있는 곳으로 향했다. 계나는 부처님께서 석씨 종족에서 출가하여 여래ㆍ응공ㆍ정등각을 이루셨는데, 오늘 저물녘에 이르게 될 것이라는 말을 듣고 생각하기를 ‘과거의 신선들로서 범행을 닦은 이들은 정오가 지나면 먹지 않고 때 아닌 때에 여러 가지 음료만 마셨으니, 그것은 암바과(菴婆果)즙ㆍ염바과(閻婆果)즙ㆍ주타과(周陀果)즙ㆍ파루과(波樓果)즙ㆍ포도과(蒲桃果)즙ㆍ구라과(俱羅果)즙ㆍ감자(甘蔗)즙ㆍ꿀물이다. 사문 구담께서도 이것을 마실 것이니, 나는 미리 마련해 두었다가 이르시면 그것을 베풀어드리자’ 하고는 다 마련한 뒤에 5백 명의 제자들과 함께 세존을 맞이하러 나갔다.
부처님께서 그의 집에 가셔서 비구들과 함께 차례로 자리를 잡고 앉으셨다. 범지(梵志)가 때 아닌 때에 마시는 음료를 내왔는데, 비구들이 감히 받지 못하고 생각하기를 ‘부처님께서 아직 우리들에게 때 아닌 때에 음료를 마시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셨다’ 하고는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마시는 것을 허락하느니라.”
부처님께서 대중과 함께 그 자리에 가서 앉으시니 범지가 손수 밥을 가지고 왔는데, 비구들이 감히 먹지 못하고 생각하기를 ‘부처님께서 아직 우리들에게 선인의 밥을 먹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셨다’ 하고는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먹는 것을 허락하느니라.”
식사가 끝나자 그는 물을 돌린 뒤에 작은 상을 가지고 와서 부처님 앞에 앉았다. 부처님께서는 그를 위해 수희의 게송을 말씀하셨는데, 그것은 비라야에게 설한 것과 같았다. 또 그에게 갖가지 묘한 법을 설하여 가르쳐 보이시고 기쁘고 이롭게 하신 뒤에 자리에서 일어나 아모(阿牟) 마을로 향하셨다.
그때 그곳에는 이발사였다가 출가한 부자(父子)가 있었는데, 세존께서 오신다는 말을 듣고 의논했다. “이곳의 거사들은 3보를 공경하지 않으니 부처님께서 이곳에 오시더라도 죽조차 베풀 사람도 없을 것이다. 우리들은 함께 사람들의 머리를 깎아 주고 그 삯을 받아 그것을 만들어야겠다.”
부처님께서 이어서 파순(波旬) 마을에 가셨는데, 파순의 역사(力士)들이 부처님께서 오신다는 말을 듣고 다 같이 의논했다. “나가서 영접하지 않으면 벌금으로 금전 5백을 물리자.”
022_1197_b_07L佛之波旬邑,波旬諸力士聞佛欲至,卽共議言:“若不出迎,罰金錢五百。”
모든 사람들이 함께 나가서 세존을 맞이하고 머리를 조아려 발에 예배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부처님께서는 그들에게 갖가지 묘한 법을 설하여 가르쳐 보이고 기쁘고 이롭게 하셨다. 그러고 나서 부처님과 스님들께 넉 달 동안의 여름 안거를 청했는데, 부처님께서는 잠자코 받아들이셨다.
역사들이 부처님께서 받아들이신 것을 알고 나서 한 사람이 하루 동안의 음식이나 이틀에서 열흘 동안의 음식을 장만하기도 했고, 두 사람이 함께 하루 동안의 음식을 장만하기도 했고 나아가 열 사람이 함께 하루 동안의 음식을 장만하기도 했고, 어떤 사람은 아침밥만 공양하기도 했고, 죽만 만들거나 달발나(怛鉢那)11)만 만든 사람도 있었다.
그가 아난에게 가서 발에 예배하고 물러서자 아난이 말했다. “나는 네가 부처님을 영접하는 것을 보고 아주 기뻤다.” “나는 부처님을 공경해서 온 것이 아니라 다만 친족들이 함께 약속하기를 ‘나가서 부처님을 영접하지 않으면 벌금으로 금전 5백을 물리자’라고 했기 때문에 왔을 뿐이다.”
곧 말한 대로 하니 열어 주셨으므로 노이는 들어가서 손으로 부처님의 발을 받들고 자기의 이름을 말하고 머리를 조아려 예배했다. 부처님께서는 그에게 갖가지 묘한 법을 설하여 가르쳐 보이고 기쁘고 이롭게 하셨으니, 그것은 보시에 대한 이론 ……(자세한 내용은 생략함)… 고ㆍ집ㆍ멸ㆍ도를 말씀하시자, 곧 티끌을 멀리 하고 때를 여의어 청정한 지혜를 얻어 법을 보고 과(果)에 이르렀다. 그런 뒤에 3귀계(歸戒)와 5계(戒)를 받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과 비구 승가는 항상 저의 음식을 받으시고 다른 사람의 청을 받지 않으시기를 바랍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배우고 익히는 사람들은 모두 그런 원이 있다. 나는 이미 이곳 사람들한테서 여름 넉 달 동안의 청을 받아 이제 모자라는 것이 없느니라.”
022_1197_c_14L佛言:“凡諸學人皆有此願,吾已受此諸人夏四月請,無復空缺。”
그는 생각하기를 ‘부처님께서 아직 받지 않으신 보시가 있다면, 내가 그것을 베풀어서 이런 복전을 잃지 말아야겠다’고 하였다.
022_1197_c_16L彼作是念:‘復有何施佛未受者,使我不失如此福田。’
그리고는 거타니(佉陀尼)12)를 베푼 사람을 아직 보지 못했으므로 그것을 마련하여 식사 때에 가지고 가니 비구들이 감히 받지 못하고 생각하기를 ‘부처님께서는 아직 우리들에게 식사 때에 거타니를 먹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셨다’ 하고는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먹는 것을 허락하느니라.”
022_1198_a_01L어떤 거사들이 여러 비구에게 자기 뜻대로 보시할 것을 청했다. 여러 비구가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뜻대로 하는 보시는 받아서는 안 되느니라. 보시하는 사람은 금 ㆍ 은의 보물이나 여색(女色)을 승가에 보시해서는 안 되느니라. 만일 비구가 그런 보시를 받을 수 있다고 한다면 돌길라를 범하는 것이고, 받으면 마땅히 법대로 다스려야 하느니라.”
어떤 속인들이 차례로 승가를 청했다. 여러 비구가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차례로 청을 받은 비구를 보내야 하느니라.”
022_1198_a_04L有諸白衣次第請僧。諸比丘以是白佛,佛言:“應次第差受請。”
누구를 보내야 하는지 몰라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백이갈마를 하여 한 비구를, 청을 받은 사람을 보내는 사람으로 정해야 하나니, 한 비구가 큰 소리로 이렇게 말해야 하느니라. ‘대덕 승가는 들으십시오. 승가는 이제 아무개 비구를 청을 받은 사람을 보내는 사람으로 정하려고 합니다. 만약 승가가 때에 이르렀으면 승인하시고 허락하십시오. 이와 같이 아룁니다. 대덕 승가는 들으십시오. 승가는 이제 아무개 비구를 청을 받은 사람을 보내는 사람으로 정하려고 합니다. 어느 장로이시든 승인하시면 잠자코 계시고 승인하지 않으시면 말씀하십시오. 승가는 이미 아무개 비구를 청을 받은 사람을 보내는 일을 하는 사람으로 정하는 일을 마쳤습니다. 스님들께서 승인하시어 잠자코 계셨기 때문이니, 이 일은 이와 같이 지니겠습니다’라고 해야 하느니라.”
여러 비구가 지혜 없는 비구로 정했더니 차례를 알지 못했다.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지혜 없는 비구는 정해서는 안 되느니라. 만일 다섯 가지 법이 있으면 정해서는 안 되나니, 탐내고 성내고 어리석고 두려워하고 이미 보냈는지 아직 보내지 않았는지를 알지 못하는 것이니라.”
어떤 속인들이 항상 음식을 만들어 비구들에게 보냈다. 여러 비구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받는 것을 허락하느니라.”
022_1198_a_17L有諸白衣常作食餉諸比丘。諸比丘不知云何?以是白佛,佛言:“聽受!”
어떤 속인들이 승가를 위해 새로 집을 짓고 불 때는 방을 만들고 욕실까지 만든 뒤에, 집을 보시하고 음식을 만들어서 비구들이 와서 가져가게 했다. 누가 가서 가져와야 할지 몰라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 방에 머물 비구가 가서 가져와야 하느니라.”
022_1198_b_01L부처님께서 비사리성에 계셨다. 그때 세간에는 흉년이 들어 굶주렸으므로 걸식해도 얻기가 어려웠다. 옛날에 범지(梵志)였던 비구들이 생각하기를 ‘만일 세존께서 우리들에게 과일 나무를 심는 것을 허락하신다면 그것으로 굶주림을 면할 수 있을 텐데’ 하고는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과일 나무를 심는 것을 허락하느니라.”
열매가 달렸으나 비구들이 자기 손으로 심은 것이기 때문에 의심이 되어 감히 먹지 못했다.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마음대로 먹는 것을 허락하느니라.”
022_1198_b_03L果成實已,諸比丘以自手種疑,不敢噉。以是白佛,佛言:“聽隨意噉。”
어떤 비구들이 나무 위에 올라가서 과일을 붙잡고 익었는지 덜 익었는지 만져 보았다.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나무 위에 올라가 과일에 손대서는 안 되느니라.”
022_1198_b_04L有諸比丘就樹上捉果,試看生熟。以是白佛,佛言:“不應就樹上觸果。”
어떤 비구들이 과일이 깨끗하지 않은 곳에 떨어지는 것을 보고 사람을 시켜 주워서 한군데에 모아 놓게 하고 밤을 지냈으므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땅이 깨끗한지 아닌지를 몰랐다면 먹는 것을 허락하느니라. 그 땅이 깨끗한 땅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면 먹어서는 안 되느니라.”
그때 세간에는 흉년이 들어서 굶주렸으므로 걸식해도 얻기가 어려웠다. 옛날에 범지였던 비구가 생각하기를 ‘만일 세존께서 우리들에게 채소를 심는 것을 허락하신다면 굶주리는 때에 음식으로 족할 텐데’ 하고는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허락하느니라. 모두 앞의 과일 나무를 심는 것에서 설한 것과 같으니라. 만일 속인이 승가의 땅에 채소를 심었다면 승가에서 필요할 때 세 번까지 그에게 요구할 수 있느니라.”
병이 넘어졌는데 속히 바로 세울 정인이 없었다.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자신이 바로 세워야 하고, 다만 그릇이 땅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해야 하느니라.”
022_1198_c_08L甁傾倒卒,無淨人可正。以是白佛,佛言:“應自正,但勿使器離地。”
한 비구가 다른 사람이 미워서 소(酥)를 담은 그의 병을 가져다가 깨끗하지 않은 땅에 밤새 놓아 두어 다시 먹을 수 없게 하려고 했다.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 비구에게는 깨끗하지 않은 곳이 되겠지만, 소의 주인인 비구는 먹을 수 있느니라. 가져다가 깨끗하지 않은 땅에 놓아 둔 것은 돌길라를 범한 것이니라.”
022_1199_a_01L어떤 과일 나무가 뿌리는 깨끗하지 않은 땅에 있고 가지는 깨끗한 땅에 드리웠는데, 비구도 또한 깨끗하지 않은 땅에 있으면서 음식을 가져다가 나뭇가지에 걸어 놓고 밤을 지냈으므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가지는 뿌리에 붙어 있어 깨끗하지 않은 땅이므로 먹지 못하느니라.”
어떤 과일 나무가 뿌리는 깨끗한 땅에 있고 가지는 깨끗하지 않은 땅에 드리웠는데, 비구도 또한 깨끗한 땅에 있으면서 음식을 가져다가 가지에 걸어 놓고 밤을 지냈으므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먹는 것을 허락하나니, 범하는 것이 아니니라.”
어떤 과일 나무가 뿌리도 깨끗한 땅과 깨끗하지 않은 땅13)에 있고 가지도 깨끗한 땅과 깨끗하지 않은 땅에 드리웠는데, 비구도 또한 깨끗한 땅과 깨끗하지 않은 땅에 있었다. 과일이 깨끗한 땅과 깨끗하지 않은 땅에 떨어져 밤을 지냈으므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비구가 한 일이 아니므로 모두 먹을 수 있나니, 범하는 것이 아니니라.”
물에 떠내려 온 죽은 노루나 사슴 등의 고기가 있었는데, 가져올 정인이 없었으므로 비구가 스스로 물에 들어가 가지고 와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언덕에 와서 정인에게 비구가 손으로 잡은 곳을 잘라내게 한 뒤에 나머지는 먹을 수 있나니, 범하는 것이 아니니라.”
어떤 거주지에서 비구가 암라과(菴羅果)를 많이 얻어서 배불리 먹고 나머지는 정인에게 주었다. 정인은 다음날 그것으로 국을 끓여서 비구에게 주었는데 비구가 감히 먹지 못했다.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본래 다시 먹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면 모두 먹는 것을 허락하나니, 범하는 것이 아니니라.”
어떤 비구들이 식사 때에 몫을 나누어 주지 않아서 얻지 못하는 자가 있었는데, 속인들이 비난했다. “사문 석자들은 고양이나 살쾡이처럼 먹을 것을 서로 나누어 주지 않는구나.” 여러 비구가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서로 나누어 주어야 하느니라. ……(자세한 내용은 생략함)…… 한 사람이라도 나누어 주지 않으면 돌길라를 범하는 것이니라.”
022_1199_b_01L한 바라문이 보릿가루를 비구에게 맡겼는데, 비구가 그것을 깨끗하지 않은 땅에 두고 밤을 지냈다. 다음날 와서 그것을 비구들에게 나누어 주니 비구들이 이미 깨끗하지 않은 땅에 둔 것이므로 감히 받아먹지 못했다.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본래 속인의 보릿가루이므로 받아먹는 것을 허락하나니, 범하는 것이 아니니라.”
“세존께서는 여분의 옷을 간직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셨습니다. 내가 만든다면 하루에 완성할 수 없으니 여분의 옷을 지니는 죄를 범할까 두렵습니다.”
022_1199_b_12L答言:“世尊不聽畜長衣,我作不能使一日成,恐犯長衣罪。”
또 파리(波利) 마을에 많은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비구가 있었는데, 사위성에 와서 후안거(後安居)를 하려다가 계산해 보니 하룻밤이 남아 있어서 사갈타(沙竭陀)에서 안거를 했다. 안거가 끝나서 16일에 무거운 옷을 짊어지고 진창과 비를 무릅쓰고 부처님께 이르러 머리를 조아려 발에 예배하고 물러나 한쪽에 서자, 세존께서는 상법(常法)에 따라 객(客) 비구를 위로하셨다.
022_1199_c_01L“지금부터 모든 비구에게 가치나(迦絺那)옷을 받는 것을 허락하느니라. 가치나옷을 받으면 다섯 가지 일[五事]을 해도 범하는 것이 아니니라. 그것은 따로 초청받아 먹는 것, 자주 먹는 것, 다른 비구에게 알리지 않고 마을에 들어가는 것, 여분의 옷을 간직하는 것, 옷을 떠나서 자는 것이니라. 만일 시주가 가치나 옷감을 승가에 보시하면 비구들 가운데 옷이 적은 자에게 백이갈마를 하고 주어야 하나니, 한 비구가 큰 소리로 이렇게 말해야 하느니라.
‘대덕 승가는 들으십시오. 승가는 이 가치나 옷감을 얻었는데, 이제 아무개 비구에게 주려고 합니다. 만약 승가가 때에 이르렀으면 승인하고 허락하십시오. 이와 같이 아룁니다. 대덕 승가는 들으십시오. 승가는 이 가치나 옷감을 얻었는데, 이제 아무개 비구에게 주려고 합니다. 어느 장로이시든 승인하시면 잠자코 계시고 승인하지 않으시면 말씀하십시오. 승가는 이미 아무개 비구에게 가치나 옷감을 주는 일을 마쳤습니다. 스님들께서 승인하시어 잠자코 계셨기 때문이니, 이 일은 이와 같이 지니겠습니다’라고 해야 하느니라.
그 비구는 옷감을 얻으면 그날 바로 빨고 물들이고 다듬이질하고 꿰매야 하느니라. 혼자서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게 할 수 없으면 승가는 백이갈마를 하여 한 비구나 둘ㆍ셋, 나아가 여러 비구를 보내어 그를 도와주어야 하느니라. 한 비구가 큰 소리로 이렇게 말해야 하느니라.
‘대덕 승가는 들으십시오. 이제 아무개와 아무개 비구를 아무개 비구가 옷 만드는 일을 도와주도록 보내려고 합니다. 만약 승가가 때에 이르렀으면 승인하고 허락하십시오. 이와 같이 아룁니다. 대덕 승가는 들으십시오. 이제 아무개와 아무개 비구를 아무개 비구가 옷 만드는 일을 도와주도록 보내려고 합니다. 어느 장로이시든 승인하시면 잠자코 계시고 승인하지 않으시면 말씀하십시오. 승가는 이미 아무개와 아무개 비구를 아무개 비구가 옷 만드는 일을 도와주도록 보내는 일을 마쳤습니다. 스님들께서 승인하시어 잠자코 계셨기 때문이니, 이 일은 이와 같이 지니겠습니다’라고 해야 하느니라.
옷이 다 되면 승가에서 옷감을 받은 비구는 옷을 가지고 승가에 와서 오른쪽 어깨를 드러낸 가사 차림으로 가죽신을 벗고 무릎을 꿇고서 아뢰어야 하느니라. ‘승가에서 가치나 옷감을 얻어서 빨고 물들이고 다듬이질하고 꿰매어 법에 맞게 만들었습니다. 승가는 받아서 가치나옷으로 정하십시오.’
022_1200_a_01L이와 같이 아뢴 뒤에 곧 일어나서 승가대중에게 두루 보이면 비구들은 이렇게 대답해야 하느니라. ‘장로여, 우리들도 당신과 같이 그것을 가진 것을 기뻐합니다.’
022_1200_a_01L如是白已,又起遍示衆僧。諸比丘應答言:‘長老!我等隨喜,與汝共之。’
그런 뒤에 승가는 백이갈마를 하고 주어야 하나니, 한 비구가 큰 소리로 이렇게 말해야 하느니라.
022_1200_a_03L然後僧應白二羯磨受。一比丘唱言:
‘대덕 승가는 들으십시오. 승가에서 가치나 옷감을 얻어서 빨고 물들이고 다듬이질하고 꿰매어 법에 맞게 만들었습니다. 이제 받아서 가치나옷으로 정하려고 합니다. 만약 승가가 때에 이르렀으면 승인하고 허락하십시오. 이와 같이 아룁니다. 대덕 승가는 들으십시오. 승가에서 가치나 옷감을 얻어서 빨고 물들이고 다듬이질하고 꿰매어 법에 맞게 만들었습니다. 이제 받아서 가치나옷으로 정하려고 합니다. 어느 장로이시든 승인하시면 잠자코 계시고 승인하지 않으시면 말씀하십시오. 승가는 이미 받아서 가치나옷으로 정하는 일을 마쳤습니다. 스님들께서 승인하시어 잠자코 계셨기 때문이니, 이 일은 이와 같이 지니겠습니다.’
승가에서 옷감을 받은 비구는 또 두루 돌아보면서 ‘이 옷은 승가에서 이미 받아서 가치나옷으로 했습니다’라고 말해야 하고, 비구들은 낱낱이 ‘이 옷은 승가가 이미 받아서 가치나옷으로 했고 이것을 잘 받았습니다. 이 옷의 모든 공덕은 다 우리에게 속합니다’라고 해야 하느니라. 이 중에서 가치나옷을 받은 것으로 되는 것이 있고 가치나옷을 받은 것으로 되지 않은 것이 있느니라.
‘받은 것으로 되지 않는다’는 것은 빨고 물들이고 다듬이질하고 꿰맨 것이 법에 맞지 않게 했거나 작거나 크거나 비단옷이거나 아직 자자(自恣)가 끝나기 전에 받았거나 이익을 탐내었거나 일부러 다섯 가지 일[五事]을 마음대로 하려고 했다면15) 모두 받은 것으로 되지 않고 위와 반대이면 받은 것으로 되느니라.
여덟 가지 일이 있으면 가치나옷을 잃느니라. 하나는 기간이 다되었고, 둘은 옷을 잃어버렸고, 셋은 대중이 옷을 잃어버렸다는 말을 들었고, 넷은 멀리 떠났고, 다섯은 옷을 얻을 것이라는 희망이 없어졌고, 여섯은 옷을 가지고 경계 밖으로 나갔고, 일곱은 경계 밖에서 옷을 만들었고, 여덟은 백이갈마를 하여 버리는 것이니라.
두 가지 인연이 있으면 가치나옷을 받을 수 없느니라. 하나는 옷을 다 만들지 못했고, 둘은 살던 곳을 버리고 떠나는 경우이니라.
022_1200_a_21L有二因緣不得受迦絺那衣:一、作衣未竟,二、捨住處去。
022_1200_b_01L가치나옷을 받는데 30일의 기간이 있고, 버리는데도 30일의 기간이 있느니라. 전안거를 했으면 7월 16일에 받아서 11월 15일에 버리고, 7월 17일이나 8월 15일에 받으면 11월 16일 또는 12월 14일에 버려야 하느니라. 후안거를 했으면 8월 16일에 받아서 12월 15일에 버려야 하느니라.
옷을 지니는 기간이 끝나면 백이갈마를 해서 버려야 하나니, 한 비구가 큰소리로 이렇게 말해야 하느니라.
022_1200_b_06L若衣時竟,應白二羯磨捨。應一比丘唱言:
‘대덕 승가는 들으십시오. 승가는 이제 가치나옷을 버리려고 합니다. 만약 승가가 때에 이르렀으면 승인하고 허락하십시오. 이와 같이 아룁니다. 대덕 승가는 들으십시오. 승가는 이제 가치나옷을 버리려고 합니다. 어느 장로이시든 승인하시면 잠자코 계시고 승인하지 않으시면 말씀하십시오. 승가는 이미 가치나옷을 버리는 일을 마쳤습니다. 스님들께서 승인하시어 잠자코 계셨기 때문이니, 이 일은 이와 같이 지니겠습니다’라고 해야 하느니라.”
5)여기서 약은 음식을 뜻한다. 시약은 수행승이 오전 중에 끼니나 간식으로 먹는 음식으로, 밥ㆍ죽ㆍ보릿가루ㆍ뿌리ㆍ가지ㆍ잎ㆍ꽃ㆍ열매 등을 말한다. 비시약은 병든 수행승에게 아침부터 초저녁에 한하여 먹도록 허락한 음식으로, 여러 가지 과일즙이나 미음 등을 말한다.
6)7일약은 병든 수행승에게 7일에 한하여 먹도록 허락한 음식으로, 우유ㆍ버터ㆍ꿀 등을 말한다. 종신약은 병든 수행승에게 일생 동안 먹도록 허락한 음식으로 뿌리ㆍ줄기ㆍ꽃ㆍ과일 등을 말한다.
7)스스로 열매를 가져와서 나중에 정인(淨人)한테 받아서 먹어야 하는데, 줄 정인이 없으면 정인이 나무라고 생각하고 가져도 된다는 뜻이다.
8)정인이 없으면 연못에 가서 정인한테 받는다고 생각하고 가져도 된다는 뜻이다.
9)몇 가지 경우를 제외하고 별중식에 응하면 바일제이다.
10)음식을 놓아둔 곳에 들어가 다음날 새벽 동틀 때까지 있으면, 이는 음식과 함께 자는 죄를 범하기 때문이다.
11)범어 tarpaṇa의 음사로, 곡식 가루로 만든 음식.
12)범어 khādanīya의 음사. 수행승이 간식으로 먹는 음식으로, 뿌리ㆍ가지ㆍ잎ㆍ 꽃ㆍ열매 등을 말한다. 끼니로 먹는 밥ㆍ죽ㆍ보릿가루 등은 포사니(蒲闍尼, bhojanīya)라고 한다.
13)깨끗한 땅과 깨끗하지 않은 땅의 경계에 있다는 뜻이다.
14)가치나(迦絺那)는 범어 kaṭhina의 음사로, 공덕(功德)이라 번역한다. 안거(安居)를 마친 수행승이 보시 받은 옷감으로 만들어 입는 간편한 옷이다. 이 옷은 안거를 마친 공덕이 있는 수행승이 입으므로 공덕의(功德衣)라고 한다.
15)안거를 마치고 가치나옷을 받으면 4개월 동안 다섯 가지 일, 즉 따로 초청받아 먹고, 자주 먹고, 다른 비구에게 알리지 않고 마을에 들어가고, 여분의 옷을 간직하고, 옷을 떠나서 자도 계를 범한 것으로 되지 않는다. 이것들을 마음대로 하려고 했다면 ‘받은 것으로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