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생각한 뒤에 곧 권속인 알비(頞鞞)ㆍ분나바수(分那婆藪)ㆍ반나(般那)ㆍ노혜(盧醯)ㆍ가로제사(伽盧帝舍)ㆍ구가리(瞿伽離)ㆍ건도다바(蹇荼陀婆)ㆍ삼문달다(三聞達多) 등에게 말했다. 그 가운데 삼문달다가 가장 총명했는데 그가 조달에게 말했다. “사문 구담은 큰 위덕이 있으시거늘, 그의 승가를 어떻게 깨뜨릴 수 있겠습니까?”
조달이 대답했다. “나는 승가에서 수명이 다하도록 지녀야 할 다섯 가지 법을 밝히겠소. 첫째는 소금을 먹지 않을 것, 둘째는 소(酥)와 우유를 먹지 않을 것, 셋째는 고기와 생선을 먹지 않을 것이니, 먹으면 건전한 법이 생기지 않기 때문이요, 넷째는 걸식하여 먹을 것이니, 남의 청을 받으면 건전한 법이 생기지 않기 때문이요, 다섯째는 봄과 여름철의 여덟 달 동안은 한데에 앉아서 지내고 겨울철의 넉 달 동안은 초암(草庵)에 머물 것이니 남의 집을 받으면 건전한 법이 생기지 않기 때문이오. 이것은 마갈(摩竭)과 앙가(鴦伽) 두 나라 사람들이 모두 믿고 좋아하고 고행으로 닦는 것이니, 우리들이 이 다섯 가지 법을 행하면 따르는 이들이 많을 것이고 그들을 깨뜨리기에 족할 것이오.”
삼문달다가 이 말을 듣고 생각하기를 ‘조달은 부처님과 승가대중을 반으로 분열시켜서 그 이름을 온 사방에 떨칠 수 있겠구나’ 하고서 곧 그를 따랐다.
022_1216_b_19L三聞達多聞已,亦謂調達可得與佛中分僧衆,振名遠近,卽便從之。
022_1216_c_01L그때 조달의 제자에 화수달(和修達)이라는 우바새가 있었는데, 항상 조달에게 공양했다. 조달이 자신의 속마음을 그에게 말하자 역시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조달이 15일 포살 때 승가에 앞의 다섯 가지 일을 말하고 스스로 산가지를 돌리면서 큰소리로 외쳤다. “이 다섯 가지 법을 인정하고 원한다면 이 산가지를 잡으십시오.”
두 사람은 분부를 받고 발에 예배하고 떠나갔다. 그때 아난을 따라온 그 수다원인 비구가 사리불과 목련이 가는 것을 보고 소리 내어 울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 그 비구에게 물으셨다. “왜 우느냐?” “사리불과 목련은 부처님의 으뜸가는 제자인데, 이제 조달의 대중에게 가면 아마 그의 법을 배울 것입니다. 그래서 울었습니다.”
그러자 목련이 늘 말한 것과 같이 갖가지 신통력을 나타내었다. 사리불은 갖가지 묘한 법을 설했는데 처음과 중간과 마지막이 다 좋았고, 좋은 뜻과 좋은 맛과 범행의 모습을 다 갖추었다. 5백 명의 비구들이 그 말을 듣자마자 곧 그 자리에서 티끌을 멀리하고 때를 여의어 모든 법 가운데서 청정한 지혜를 얻어 법을 보고 과(果)를 얻고 서로 말했다. “우리들은 일어나서 부처님께 돌아가십시다.”
022_1217_b_01L그리고는 크게 두려워하면서 콧구멍에서 뜨거운 피를 쏟더니 산채로 큰 지옥에 떨어졌다. 사리불과 목련이 부처님께 돌아가서 머리를 조아려 발에 예배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목련이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 5백 명의 비구들이 다시 구족계를 받게 하고 싶습니다.”
목련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조달이 부처님을 흉내 내다가 그와 같은 괴로운 곳에 떨어졌으니 참으로 기이합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조달이 나를 흉내 내다가 지옥에 떨어진 것은 지금만이 아니라 옛날에도 나를 흉내 내다가 그와 같은 괴로운 곳에 떨어졌느니라.”
목련이 또 물었다. “그 일은 어떤 것이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과거 세상 때 조용한 곳에 연못이 하나 있었다. 큰 코끼리 한 마리가 연못에 들어가 연뿌리를 캐어 깨끗이 씻어서 먹었더니 몸에 힘이 충족했다. 다른 코끼리 한 마리가 그를 흉내 내어 연뿌리를 캐어 씻지 않고 먹었다가 병이 들어서 끝내 목숨을 마친 일이 있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조달이 그런 것은 지금 세상에서 뿐만 아니라 옛날에도 나한테 법을 들었지만 나를 업신여겼느니라.”
022_1217_b_21L佛言:“不但今世,昔亦曾從我聞法,而慢於我。”
목련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 일은 어떤 것이었습니까?”
022_1217_b_22L目連白佛:“其事云何?”
022_1217_c_01L“과거 세상 때 코끼리를 다루는 어떤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코끼리를 매우 잘 길들였으므로 왕이 아주 후하게 대했다. 그때 어떤 사람이 그에게 가서 ‘저에게 코끼리를 길들이는 법을 가르쳐 주십시오. 저는 제자가 되겠습니다’라고 해서 코끼리를 다루는 사람은 곧 그에게 조금도 숨기지 않고 모두 가르쳐 주었다. 그런데 그 사람이 다 배워 알게 되자 스승을 시샘하여 왕에게 가서 말하였다. ‘그 사람이 아는 것은 저보다 뛰어나지 않은데, 어찌하여 대우하는 것이 그 사람보다 훨씬 못합니까?’
스승이 대답했다. ‘지금부터 7일 후에 코끼리를 길들이는 법을 시험해 보일 터이니 허락하여 주십시오.’
022_1217_c_07L答言:‘願聽卻後七日,現調象法!’
왕이 곧 허락하자, 코끼리를 다루는 스승은 7일 동안 다시 코끼리를 길들였다. ‘앞으로’ 하면 뒤로 물러서고 ‘물러서’ 하면 앞으로 가고, ‘앉아’ 하면 일어서고 ‘일어서’ 하면 앉도록 길들였다. 이와 같이 반대로 가르쳐서 코끼리를 길들인 뒤에 7일의 기한이 다 되자 왕 앞에서 제자와 함께 코끼리를 길들이는 기술을 겨루게 되었다.
처음에는 두 사람이 조금도 차이가 나지 않았으므로 왕이 제자에게 물었다. ‘너는 이와 다른 기술이 있는가?’ 제자가 대답했다. ‘없습니다.’ 다시 그의 스승에게 물었다. ‘너는 이와 다른 기술이 있는가?’ 스승이 대답했다. ‘있습니다.’ 그러자 왕이 말했다. ‘어서 그것을 보이도록 하라.’
그러나 그 스승이 왕에게 말하였다. ‘이 사람은 저의 제자입니다. 저는 먼저 그에게 가르치면서 조금도 숨긴 것이 없었으나, 아직 완전히 알기도 전에 경솔한 짓을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비유를 들어 말하겠으니, 왕께서 들어 주십시오. 옛날 어떤 사람이 봄철의 마지막 달에 한 겹으로 된 가죽신을 신고 있었는데, 땅이 더워지자 가죽이 말라붙어 그의 발에 상처를 내었습니다. 본래 발을 보호하려고 신었는데 도리어 상하게 한 것입니다. 저 역시 그와 같아서 전에 제자를 가르쳐서 그에게 이익이 있기를 바랐는데 도리어 해를 주었습니다.’”
“과거 세상 때 구화리(拘和離)라는 활을 잘 쏘는 사람이 있었다. 어떤 사람이 그에게 활 쏘는 법을 배웠는데, 6년 동안 그에게 ‘이렇게 활을 잡아라. 이렇게 화살을 겨누어라’고 말만 할 뿐, 정작 쏘는 법은 가르쳐주지 않았다. 제자가 뒷날 생각하기를 ‘나는 6년 배웠으면서도 아직 한 번도 쏘아 보지 못했다. 이제 시험 삼아 쏘아 보리라’ 하고는 화살을 놓아 큰 나무를 쏘았는데 그것을 뚫고 나가 땅에 꽂혔다.
022_1218_b_01L그리고는 마차 한 대와 아름다운 여인 한 사람과 금 발우와 화살 5백 개를 주었다. 제자는 수레에 여인을 싣고 여의궁(如意弓)을 들고 5백 개의 화살을 메고 분부대로 떠나갔다. 그 도둑들은 서로 물건을 나누면서 사람을 시켜 길목을 순찰하게 했는데, 순찰하던 사람이 멀리서 그를 보고 달려가서 도둑의 우두머리에게 알리자, 도둑의 우두머리가 여러 사람들에게 말했다.
그 사람은 한곳에 머물러서 여인에게 금 발우를 가지고 도둑들에게 가서 자기의 이름을 말하고 음식을 구걸하게 했다. 도둑들이 모두 그 여인을 좋아했고 또 금 발우가 탐났으므로 곧 의논하기를, ‘여인의 매력이 그러하고 금 발우가 이러하거늘 우리들이 어떻게 그가 가도록 허락하겠느냐?’라고 했다. 그러자 도둑의 우두머리가 다시 말했다. ‘그는 반드시 두려움이 없기에 감히 이런 일을 하는 것이니, 더 참아야지 화를 초래해서는 안 된다.’
도둑들이 그 말을 듣고 발우에 맛있는 음식을 가득히 담아 주었다. 여인이 음식을 가지고 돌아오자 그 사람은 다시 그들에게 가서 ‘너희들이 물건을 분배하는데, 나에게도 한 몫을 달라’고 하게 했다. 그러자 도둑의 무리들이 크게 화를 내면서 ‘이 자가 대체 어떤 놈이기에 혼자서 감히 무리를 가벼이 보는가? 그를 죽여 버려 이런 치욕을 받지 말자’고 했다.
그러나 도둑의 우두머리는 앞과 같이 그들에게 말하고 한 몫을 주었다. 여인이 몫을 가지고 돌아오자 다시 그를 보내어 도둑에게 ‘나와 싸우자. 너희들 모두 그대로 두지는 못하겠다’고 하게 했다. 도둑들이 ‘이 놈이 갈수록 우리를 더 업신여긴다.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 했다. 도둑의 우두머리가 알아듣도록 타일렀으나 끝내 말리지 못했다. 분통이 터져 재난이 닥쳐 올 것도 잊고 서로 힘을 합쳐서 그 사람을 공격했다.
그 사람은 화살 한 개로 한 사람씩 쏘아 죽였는데, 4백99개로 4백99명을 죽이고는 남아 있는 한 개로 도둑의 우두머리를 기다리면서 기회를 엿보았다. 그러나 기회를 얻을 수 없자, 그 사람은 여인에게 알몸으로 도둑의 우두머리 앞에 서게 했다. 도둑의 우두머리가 마음이 산란해지자 화살을 쏘아 그를 죽였다.”
비록 날카로운 활과 화살을 한 발도 잘못 쏘지 않아 생명을 죽여 마구 흩어져 있는데 어찌 뉘우침 생기지 않겠는가.
022_1218_b_22L雖有利弓箭, 未曾落一發; 殺傷旣狼藉,
如何不生悔?
022_1218_c_01L
그 사람도 역시 게송으로 대답했다.
022_1218_c_01L彼人亦以偈答:
나에게 이런 묘한 기술이 있고 활과 화살과 마음과 손이 따라 주어 하나를 죽여도 기쁨이 생겼는데 어찌 뉘우침이 생기랴.
022_1218_c_02L‘我有此妙技, 弓箭應心手, 殺一輒生喜,
以何應致悔?
내가 본래 이 길을 가는 것은 사람들의 원수와 해악을 없애 주려는 것 자신의 신명조차 돌보지 않아 용건(勇健)이라는 이름이 되었네.
022_1218_c_04L吾本行此路, 爲人除怨害,
不自顧身命, 以成勇健名。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 활쏘기를 가르친 스승은 바로 지금의 나이고, 활쏘기를 배운 제자는 바로 지금의 사리불이고, 5백 명의 도둑은 바로 지금의 5백 명의 비구이고, 도둑의 우두머리는 바로 지금의 조달이니라. 사리불이 옛날 하나하나의 화살로 그 도둑의 무리를 쳐부수더니 이번에는 한 번의 설법으로 조달의 대중을 쳐부수었느니라.”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 일도 지금 세상에서 뿐만 아니라 옛날에도 나쁜 말을 했다가 산 채로 큰 고통을 받았느니라.”
022_1218_c_11L佛言:“不但今世,昔亦曾以惡口,生身受大苦。”
“그 일은 어떤 것이었습니까?”
又問:“其事云何?”
“과거 세상 때 한적한 연못가에 기러기 두 마리가 한 마리 거북과 함께 사이좋게 지냈다. 어느 날 연못의 물이 바짝 마르자 두 기러기가 의논했다. ‘지금 연못의 물이 바짝 말랐으니, 우리 친구가 반드시 큰 고통을 받고 있을 것이다.’ 이렇게 의논하고 나서 거북에게 말했다. ‘이 연못의 물이 바짝 말랐으니 너는 살아날 길이 없겠다. 나뭇가지 하나를 입에 물라. 그러면 우리들이 각각 나뭇가지 끝을 물고서 너를 물이 많은 곳에 데려다 주겠다. 나무를 물면 결코 말을 해서는 안 된다.’
헐뜯어야 할 것을 오히려 칭찬하고 칭찬해야 할 것을 오히려 헐뜯어서 스스로 그 재앙 받으니 끝내 즐거움이 있을 수 없네.
022_1218_c_24L應毀反譽, 應譽反毀,
自受其殃, 終無有樂。
022_1219_a_01L
재물과 이익으로 다툰다면 이 악은 그다지 크지 않지만 나쁜 마음으로 부처님을 대한다면 이야말로 큰 악이 된다네.
022_1219_a_01L若以財利諍, 此惡未爲大, 惡心向佛者,
斯乃爲大惡。
아부(阿浮)가 백천 개 있고 니라(尼羅)가 36개 있나니2) 나쁜 마음으로 현인을 대하면 마땅히 이 지옥에 떨어지리라.
022_1219_a_03L 阿浮有百千, 尼羅三十六,
惡意向賢人, 當墮此地獄。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 거북이 바로 지금의 조달이니라. 옛날에도 성을 내어 말하다가 죽음의 고통에 이르렀는데, 지금도 성을 내어 욕하다가 큰 지옥에 떨어졌느니라.”
022_1219_a_04L佛言:“彼龜者,調達是也!昔以瞋語,致有死苦;今復瞋罵,墮大地獄。”
그러고 나서 여러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조달에게 털끝만큼이라도 선법(善法)이 있는 것을 보았다면, 끝내 큰 지옥에 떨어져 1겁 동안 고통을 받으리라고 예언하지 않았으리라. 비유하면 사람이 큰 똥구덩이에 빠졌을 때 사람들이 그를 구하려 해도 털끝만큼이라도 잡을 만한 깨끗한 곳을 보지 못하는 것처럼, 내가 조달을 관찰한 것도 역시 그와 같았느니라.”
또 여러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사람이 위없는 깨달음을 깨뜨리는 데는 명성과 이익 이외에 다른 것을 보지 못했나니, 조달이 승가를 깨뜨린 것도 이익 때문이었느니라. 조달은 여덟 가지 그릇된 법을 성취했기 때문에 승가를 깨뜨린 것이니, 이익이 있는 것과 이익이 없는 것, 칭찬하는 것과 칭찬하지 않는 것, 공경하는 것과 공경하지 않는 것, 악을 좋아하는 것과 나쁜 벗을 따르는 것이니라.”
022_1219_b_01L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왕이 승가를 깨뜨리는 것을 도와서 승가를 화합하지 못하게 해도 깨어진 것이 아니고, 또 대신ㆍ우바새ㆍ우바이ㆍ비구니ㆍ식차마나ㆍ사미ㆍ사미니, 한 명의 비구 내지 일곱 명의 비구가 승가를 깨뜨리는 것을 도와 준 것도 그와 같으니라. 또 상좌에게 묻지 않고 승가의 일을 했다면, 이것은 화합하지는 못했으나 승가가 깨어진 것이 아니고, 또 함께 밥을 먹지 않거나 밥 먹을 때 다른 곳에 앉아서 싸우고 욕설을 하는 것도 그와 같으니라. 반드시 경계 안의 여덟 명의 비구가 둘로 분열하여 따로 승가의 일을 해야 비로소 깨어진 것이라고 하느니라.”
또 여쭈었다. “이 가운데 누가 승가를 깨뜨린 것이 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주동한 자이니라.”
022_1219_b_02L又問:“是中誰破僧?”佛言:“作主者。”
또 여쭈었다. “누가 큰 지옥에 떨어져 1겁 동안 구제받을 수 없게 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주동한 자이니라.”
022_1219_b_03L又問:“誰一劫墮大地獄,不可救?”佛言:“作主者。”
또 여쭈었다. “승가를 깨뜨린 자는 모두 큰 지옥에 떨어져 1겁 동안 고통을 받습니까?”
022_1219_b_04L又問:“凡破僧者,皆一劫受大地獄苦耶?”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반드시 모두 1겁 동안 큰 지옥의 고통을 받는 것은 아니니라. 여덟 부류의 사람이 승가를 깨뜨리면 1겁 동안 큰 지옥의 고통을 받느니라. 그것은 법을 법이라고 생각하면서 법이 아니라고 말하거나, 법이 아닌 것을 법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법이라고 말하거나, 법을 법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법이라고 말하거나, 법이 아닌 것을 법이라고 생각하면서 법이 아니라고 말하거나, 법이거나 법이 아닌 것을 법이라고 생각하면서 법이 아니라고 말하거나, 법이거나 법이 아닌 것을 법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법이라고 말하거나, 법을 법이 아닌가 하고 의심하면서 법이라고 말하거나, 법을 법이 아닌가 하고 의심하면서 법이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이니라.
여섯 부류의 사람은 승가를 깨뜨려도 큰 지옥에 떨어져 1겁 동안 고통을 받지는 않느니라. 그것은 법을 법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법이라고 말하거나, 법이 아닌 것을 법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법이 아니라고 말하거나, 법을 법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법이 아니라고 말하거나, 법이 아닌 것을 법이라고 생각하면서 법이라고 말하거나, 법이거나 법이 아닌 것을 법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법이 아니라고 말하거나, 법이거나 법이 아닌 것을 법이라고 생각하면서 법이라고 말하는 사람이니라.”
한 장자가 그것을 보고 생각하기를 ‘나는 지금껏 이러한 사람을 본 적이 없다’ 하고는 곧 가서 물었다. “당신은 대체 누구이고 누구의 제자이며 누구에게 출가하였고 누구의 도를 닦습니까?” 그때는 부처님께서 도를 이루신 지 얼마 안 되어서 세간에서는 모두 그분을 큰 사문이라 부르고 있었다.
알비가 잠자코 그의 말을 받아들이고 밥을 먹은 뒤에 부처님께 돌아가서 머리를 조아려 발에 예배하고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께서는 이 일로 비구 승가를 모아 놓고 욕심이 적어 만족할 줄 아는 것을 찬탄하고 계를 찬탄하고 계를 지니는 것을 찬탄하신 뒤에 여러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지금부터 모든 비구에게 방을 보시 받는 것을 허락하느니라.”
그 장자가 훗날 부처님께 오다가, 멀리 계시는 세존의 상호가 마치 금산(金山) 같이 기이하고 빼어나신 것을 보고 기뻐하고 공경하는 마음을 품고서 부처님께 나아가 발에 예배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그에게 갖가지 묘한 법을 설하여 ……(이하 자세한 내용은 생략함)…… 고ㆍ집ㆍ멸ㆍ도를 말씀하시니, 곧 그 자리에서 청정한 지혜를 얻어 법을 보고 과에 이르렀다. 그런 뒤에 3귀계와 5계를 받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방을 지어서 비구들에게 보시하려 하오니, 그것을 받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022_1220_a_01L부처님께서 잠자코 허락하시니, 그 장자는 부처님께서 허락하셨다는 것을 알고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의 발에 예배하고 오른쪽으로 세 번 돌고 떠나갔다. 그는 그날부터 60개의 방을 짓고 방을 보시할 때 공양할 음식도 마련했다. 그 집의 권속들이 모두 함께 장만했는데, 이 세상에 있는 온갖 진귀하고 맛있는 것을 두루 갖추지 않은 것이 없었다. 장작을 패는 자도 있었고, 물을 긷는 자, 밥을 짓는 자, 마당을 쓰는 자, 향수를 땅에 뿌리는 자, 꽃을 뿌리는 자, 높은 자리를 펴는 자도 있었다.
수달다가 생각하기를 ‘그는 어쩌면 왕의 재난이나 물, 불, 도둑, 사람, 비인(非人)의 재난을 당해 마중 나오지 못한 것이 아닐까’ 하고는 먼저 그의 집부터 갔더니, 장자가 갖가지 좋은 음식을 장만하는 것을 보고 물었다. “혼인 잔치를 차리는 것입니까, 왕을 청하기 위해서입니까?” “혼인 잔치도 아니고 왕을 청하는 것도 아닙니다.”
022_1220_b_01L수달다가 듣자마자 너무나 기뻐서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멀리 계시는 부처님을 향하여 세 번 예배하고, ‘나무불(南無佛)’이라 부르면서 밤새도록 부처님을 생각하다가 지쳐서 잠이 들었다. 그런데 그의 전생의 선지식(善知識)이 신(神)이 되어서 그를 보호하고 있었는데, 그 신이 생각하기를 ‘나는 이 장자가 밤이 지나기 전에 부처님을 뵐 수 있게 해야겠다’ 하고는 곧 밤을 환히 밝게 했다. 그러자 수달다가 해가 벌써 돋은 것으로 여기고 일어나 성문으로 가니 성문이 저절로 열렸다. 수달다가 성문을 나서자 문이 곧 저절로 닫히고 홀연히 도로 어두워졌다.
수달다가 두려워하면서 생각하기를 ‘아까는 내가 제정신이 아니었나?’ 하였다. 그러자 신이 그의 생각을 알아차리고 곧 게송으로 말했다.
022_1220_b_07L須達多怖懼,念言:‘我向者將不狂耶?’神知其念,卽說偈言:
지금이 바로 부처님께 나아갈 때 한 걸음만 옮겨도 그 이익 천금의 보시보다 중하리니 코끼리와 말도 따르지 못하리.
022_1220_b_09L今是趣佛時, 若擧一步者, 利重千金施,
象馬所不及。
또 말했다. “무서워하지도 말고 두려워하지도 말고 앞으로 나아가라. 앞으로 나아가면 잠깐 만에 부처님을 뵈올 수 있으리라.” 수달다가 이 말을 듣자마자 두려움이 이내 없어졌다. 그리하여 곧 앞으로 나아가다가 멀리서 보니 세존의 위의가 기이하고 빼어나신 것이 마치 금산(金山) 같았다.
수달다가 그 말씀을 듣고 ‘부처님께서 내 부모가 지어 주신 이름까지 아시는구나’ 하고 기뻐하면서 머리를 조아려 발에 예배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그러자 부처님께서 그에게 갖가지 묘한 법을 설하여 ……(이하 자세한 내용은 생략함)…… 고ㆍ집ㆍ멸ㆍ도를 말씀하시니, 곧 그 자리에서 청정한 지혜를 얻어 법을 보고 과에 이르렀다. 그런 뒤에 3귀계와 5계를 받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과 스님들께서 사위성에서 여름 안거를 하시도록 청하니 받아주십시오.”
그때 앞에서 말한 장자가 아침이 되자 직접 부처님께 가서 아뢰었다. “음식 준비가 다 되었습니다. 성인이시여, 때가 된 줄 아십시오.” 부처님께서는 비구 스님들과 함께 가사를 입고 발우를 들고서 앞뒤로 둘러싸여 그의 집에 이르러 차례로 앉으셨다. 그러자 장자가 손수 밥을 날랐고 식사가 끝나자 물을 돌린 뒤에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 동산의 방사(房舍)를 사방승가에 보시합니다.”
부처님께서 잠자코 받아들이셨다. 부처님께서 받아들이신 것을 알고는 조그마한 상을 가져와 부처님 앞에 놓고 앉았다. 그러자 부처님께서 곧 그를 위해 수희주원(隨喜呪願)의 게송을 말씀하셨다.
022_1220_c_08L佛默然受。知佛受已,取小牀於佛前坐。佛便爲說隨喜呪願偈:
바람과 추위와 더위를 막고 사나운 짐승들을 막으며 비와 이슬과 먼지를 막고 모기와 등에의 피해도 없어졌네.
022_1220_c_10L爲遮風寒熱, 及障諸惡獸; 蔽防雨露塵,
亦除蚊蝱患,
계를 지닌 자에게 보시하여 좌선하고 법을 설하게 하고 듣고 그 뜻을 이해하게 되면 모든 괴로움의 근원을 없앨 수 있으리.
022_1220_c_12L以施持戒人, 坐禪誦說法。
若聞解其義, 得盡諸苦源。
부처님께서 게송을 말씀하시고 나서 다시 갖가지 묘한 법을 설하여 가르쳐 보이고 기쁘고 이롭게 하셨다. 그런 뒤에 거처하는 곳으로 돌아가셨다.
022_1220_c_13L佛說偈已,更說種種妙法。示教利喜已,便還所住。
그리고 수달 장자는 사리불을 데리고 사위성으로 돌아가면서 지나는 마을마다 큰 소리로 외쳤다. “부처님께서 세간에 출현하셨는데, 큰 위덕이 있으시고 그 제자들도 역시 그와 같습니다. 나는 이미 사위성에서 안거하시기를 청했으니 그대들은 모두 머물 곳을 잘 정돈하고 길과 다리를 손보고 미리 공양 거리를 마련해 두고 세존을 기다리시오.”
모든 사람들은 그가 외치는 말을 듣고 불세존께서 이곳을 지나실 것을 알고는 모두 크게 기뻐하면서 그의 말을 공경히 받아들였다.
022_1220_c_21L彼諸人等聞其此唱,知佛世尊當從此過,皆大歡喜,敬承其語。
022_1221_a_01L 수달 장자가 사위성에 이르러 생각하기를 ‘어느 곳이 정사(精舍)를 짓기에 가장 좋을까? 이 성에서는 동자(童子) 기(祇)4)의 동산이 아름답고 과일 나무가 무성하고 물이 깨끗하고 흐르는 샘물과 목욕할 못과 향기로운 꽃들이 두루 갖추어졌다. 이제 그 동산을 사서 정사를 지어야겠다’ 하고는 그에게 가서 말했다. “나는 동산을 사고 싶습니다. 어떻게 하면 팔겠습니까?” “금화를 빈 곳 없이 땅에 깐다면 드리겠습니다.
수달이 곧 금화를 땅에 깔자 기(祇)가 말했다. “내가 비유로 말했을 뿐이오. 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수달이 말했다. “그것을 값으로 정해놓고 어찌 중도에 그만두시오.” 서로 다투어 떠들썩하다가 마침내 관청에 알려졌고, 관청에서는 법에 따라 판결하여 수달에게 팔도록 했다.
기가 수달에게 물었다. “무엇 때문에 금과 보배를 아끼지 않고 이 동산을 사는 것이오?” 수달이 대답했다. “부처님께서 세간에 나오셨는데, 큰 위덕이 있으시고 그 제자들도 역시 그와 같습니다. 나는 이미 여기서 안거하시도록 청했습니다. 그래서 재물을 다 쏟아 부어도 애석할 것이 없습니다.”
그런데 여러 방에 진흙을 허술하게 발라, 바람ㆍ먼지ㆍ뱀ㆍ쥐 때문에 대 중의 침구가 망가져 비구들이 고생했다.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바깥과 안과 천정에 진흙을 바르는 것을 허락하고, 승가는 도끼ㆍ끌ㆍ칼ㆍ톱ㆍ가래ㆍ삽ㆍ사다리ㆍ흙손 등 여러 가지 집짓는 기구들을 간직하는 것을 허락하느니라. 또 석회를 바르고 창문ㆍ문짝ㆍ자물쇠를 만들고 문고리를 만드는 것을 허락하느니라. 칼자루 같은 것을 허리에 차는 것은 허락하지 않나니, 범하면 돌길라이니라.”
022_1221_b_01L어떤 비구들이 일을 하느라 먼지와 흙에 몸이 더러워져서 목욕을 해야 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목욕하는 것을 허락하느니라.” 목욕하는 곳에 진흙이 있어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바닥에 벽돌을 놓고 판자를 까는 것을 허락하느니라.” 어떤 비구들이 무덤 사이에서 깔개와 승상(繩牀:노끈으로 만든 자리)을 얻었으나 감히 가지지 못하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가지는 것을 허락하나니, 크면 잘라야 하느니라.”
어떤 비구들이 한데서 거닐다가 비가 와서 옷이 젖어 거니는 것을 그만두게 되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복도를 만드는 것을 허락하느니라.” 어떤 비구들이 비가 올 때 마당을 다니는데 땅이 질어서 발을 더럽혔으므로 부처님께서 말씀했다. “벽돌이나 돌을 놓아서 섬돌 길을 만드는 것을 허락하느니라.”
022_1221_c_01L여러 거주지에 물이 없어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우물을 파거나 깨끗한 못을 만드는 것을 허락하느니라.” 여러 비구가 요를 만들어 평상 위에 깔려고 하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열 가지 옷 가운데 한 가지 옷으로 만들어 양털이나 낙타털, 겁패화(劫貝華)나 부드러운 풀을 그 속에 넣는 것을 허락하느니라.”
여러 비구가 요를 너무 두껍게 만들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두께는 8지(指)까지만 허락하느니라. 현재 머물고 있는 승가를 위해 만드는 것과 사방승가를 위해 만드는 것과 개별적으로 만드는 것도 허락하느니라.” 승가의 깔개가 망가졌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사람을 차출하여 깁고 빨아야 하느니라.”
그때 여러 비구가 날마다 승가의 침구를 분배하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렇게 해서는 안 되느니라. 봄의 마지막 날(4월 15일)에 침구를 분배하여 여름의 첫날(4월 16일)에 안거를 하는 것을 허락하느니라.”
022_1221_c_05L時諸比丘日日分僧臥具,佛言:“不應爾!聽春末日分臥具。夏初日結安居。”
그때 6군 비구가 좋은 방과 좋은 침구만 골라 머물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렇게 해서는 안 되느니라. 백이갈마를 하여 한 비구를 침구를 분배하는 사람으로 임명하고, 그 비구는 침구에 어느 방의 것이라는 표시를 하고 상좌부터 차례에 따라 분배해야 하느니라. 만일 길고 좋은 것이 있어 상좌가 요구하면 주어야 하고, 요구하지 않으면 차례로 아래 사람에게 주어야 하느니라. 만일 뒤에 온 비구가 있으면 법랍에 따라 그들을 안배하고 아래로 내려가다가 제일 못한 방까지 가서 하좌에게 방이 없으면 그만두어야 하느니라.”
여러 비구가 새로 승상과 목상(木牀)을 만들려고 하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만드는 것을 허락하느니라. 만일 기술자가 없고 비구가 제 힘으로 만들 수 있으면 만드는 것을 허락하고, 열 가지 실 가운데 한 가지 실로 노끈을 만드는 것을 허락하느니라.” 어떤 비구들이 승상을 쌓아 두려고 하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쌓아 두는 것을 허락하느니라.”
어떤 비구들이 승상 위를 다니다가 노끈이 끊어지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승상 위를 다녀서는 안 되느니라.” 어떤 비구들이 키가 작아 시렁 위의 옷을 내려서 정돈하려 해도 손이 미치지 못하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전면에 마음을 챙기고 승상의 다리 위에 서서 내리는 것을 허락하느니라.”
022_1222_a_01L어떤 비구니들이 쌓아둔 승상 위에 앉았다가 월수(月水)를 하여 더러워져 못쓰게 되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비구니는 쌓아둔 승상 위에 앉아서는 안 되느니라.” 어떤 어린 사미들이 쌓아둔 승상 위에 있다가 오줌을 싸서 더러워져 못쓰게 되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어린 사미도 쌓아둔 승상 위에 있어서는 안 되느니라.”
어떤 비구들이 높은 평상 위에서 경에 대한 강의를 듣고 뜻을 물으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경에 대한 강의를 듣고 뜻을 물을 때는 모두 낮은 곳에 앉아야 하느니라.” 여러 비구가 거처하는 곳의 마당에 풀이 나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정인(淨人)을 시켜 뽑게 하는 것을 허락하느니라.” 방 안에 먼지가 있어 평상과 침구가 더러워지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마음대로 먼지떨이를 만들어 그것을 터는 것을 허락하느니라.”
큰 모임 때는 비구들이 많이 와서 방이 커도 충당하지 못하여 머물 곳이 없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방 안에 차례로 침구를 깔아 들어가게 하고 다 찰 때까지 들여야 하느니라. 옷으로 앞을 가리고자 하면 저마다 가리는 것을 허락하느니라. 만족하면 좋겠지만 만족하지 못하면 바깥의 빈 터에 풀집을 짓는 것을 허락하나니, 전부터 살던 비구가 그것을 지어야 하느니라.”
풀집을 지었다가 큰 모임이 끝난 뒤에 불이 나서 거처하는 곳까지 번지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큰 모임이 끝나면 허물고 떠나야 하느니라. 만일 전부터 살던 비구가 아까워하면서 허락하지 않으면, 객 비구들은 전부터 살던 비구에게 부탁만 하고 떠나야 하느니라.” 큰 비가 올 때 비구들이 모일 곳이 없으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큰 집을 짓는 것을 허락하느니라.” 추울 때 여러 비구가 모였는데 추워서 떠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불을 때는 방을 만드는 것을 허락하느니라.”
‘대덕 승가는 들으십시오. 아무 방이 오래되어 허물어졌는데도 ……(이하 자세한 내용은 생략함)…… 이제 승가는 그에게 보수하도록 하겠습니다. 어느 장로이시든 승인하시면 잠자코 계시고 승인하지 않으시면 말씀하십시오. 승가는 아무개에게 오래되어 허물어진 방을 보수하게 하는 일을 마쳤습니다. 스님들께서 승인하시어 잠자코 계셨기 때문이니, 이 일은 이와 같이 지니겠습니다.’
만일 ‘이것은 아무개 시주의 방이다’라고 이름을 기록하고 싶어 하면 기록하는 것을 허락하느니라. 침구도 역시 그와 같으니라.”
022_1222_b_06L若欲題名是某甲檀越房,聽題之。臥具亦如是。”
한 거주지가 홍수에 침수되었다. 비구들이 저마다 거처하는 방의 침구를 올려놓았으나 비구가 거처하지 않는 방은 올려놓을 사람이 없었으므로 물에 떠내려가고 젖어서 문드러졌다. 뒷날 방의 주인인 시주가 와서 보고 비구들에게 성을 내어 꾸짖었다. “어떻게 유독 내 방의 침구만 물에 젖어서 문드러졌단 말인가?”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과거 세상 때 바루(婆樓)라는 왕이 있었고 그 나라에 두 선인(仙人)이 있었다. 한 사람은 라후라라고 했는데 늘 좌선하기를 좋아했고, 다른 한 사람은 아난이라 했는데 들은 게 많아 두려운 것이 없었다. 왕이 먼저 라후라를 만나 몹시 공경하고 존중하면서 그를 위해 방을 만들었는데, 방이 거의 다 되어 갈 무렵에 마을을 돌아다니게 되었다. 아난이 뒤에 오자 왕은 그를 존경하면서 먼저 만들었던 방을 그에게 보시했다.
라후라가 돌아와 아난에게 나가도록 하면서 ‘이것은 나의 방이오’라고 하자, 아난도 앞과 같이 하면서 ‘이것은 나의 방이오’라고 했다. 그리하여 함께 왕에게 가서 ‘이것이 누구의 방인지 정해 주시오’라고 하자, 왕이 ‘내가 먼저 라후라에게 보시했으나 나후라가 버리고 가서 내가 나중에 다시 아난께 보시했으니, 이것은 당연히 아난의 방입니다’라고 했다.
022_1223_a_01L그때 부처님께서 큰 비구승 1천250명과 함께 구살라국의 여러 마을을 돌아다니시다가 흘라흘렬(訖羅訖列) 마을로 향하셨다. 그곳에는 전부터 다섯 명의 비구들이 있었는데, 부처님과 대중이 오신다는 말을 듣고 함께 의논했다. “그 대중 가운데는 사리불과 목련이 있으니 반드시 우리들을 괴롭힐 것이오. 우리들은 거처하는 방과 침구와 동산과 과일나무를 다섯 몫으로 나누어 각각 개인의 소유로 합시다.”
이렇게 의논하고 나서 곧 나누었다. 부처님과 대중이 도착하자 비구들이 가서 말했다. “당신들은 방을 내놓고 침구를 까시오. 우리들이 머물러야겠소.”
022_1223_a_06L議已便分。佛衆旣至,諸比丘往語言:“汝等開房,敷臥具,我等須住。”
다섯 명의 비구가 말했다. “부처님께서는 법의 주인이시니 당연히 첫째가는 방을 내어 머무시게 하겠지만, 그 밖의 처소는 우리들이 이미 다 나누었습니다. 따라서 이것은 개인의 소유물이지 승가에 속한 것이 아니니, 직접 마을에 가서 아는 사람이 있으면 거기서 쉴 곳을 구하십시오.”
그때 사리불과 목련은 머물 곳이 없어서 부처님께서 거처하는 방의 처마 밑에서 밤을 새웠다. 다음날 부처님께서 그 일로 비구 승가를 모아놓고 말씀하셨다. “사방 승가의 다섯 가지 물건은 차지해서도 안 되고 팔아서도 안 되고 나누어 가져도 안 되느니라. 무엇이 다섯 가지인가? 하나는 머무는 곳의 땅이고, 둘은 방이고, 셋은 필요한 물건들이고, 넷은 과일나무이고, 다섯은 꽃과 열매이니라. 모든 사문 석자 비구에게는 그의 몫이 있으므로 차지하거나 팔거나 나누어 가지면 모두 투라차의 죄를 범하느니라.”
그 다섯 명의 비구가 나눈 곳에 나중에 사방의 승가가 모여 와서 다시 그것을 나누어 가졌는데, 그 뒤에 다시 어떤 객 비구가 와서 말했다. “나에게 방을 내 주시오. 그 안에 머물러야겠습니다.” 먼저 온 비구들이 말했다. “우리들은 사방에서 왔으므로 이것은 우리들의 몫입니다. 이미 다 나누어 가졌으니 당신에게 속하지 않소. 당신은 마을에 가서 쉴 곳을 구하시오.”
022_1223_b_01L비구들이 곧 승방으로 돌아가는데, 날이 이미 어두워져 범에게 해를 입었다. 여러 비구가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는 이 일로 비구 승가를 모아 놓고 말씀하셨다. “내가 전에 ‘사방승가의 다섯 가지 물건은 차지해서도 안 되고 팔아서도 안 되고 나누어 가져서도 안 된다’고 말하지 않았느냐? 어떻게 승가의 주처를 차지해서 나중에 온 비구에게 주지 않아 범에게 해를 입게 했느냐?”
비구들이 고기 뼈에서 나는 악취에 시달리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향기 나는 진흙을 그것에 바르는 것을 허락하느니라.” 여러 비구가 고생하여 승가의 주처를 다 지어 놓자 객 비구가 와서 자기가 상좌라고 하면서 쫓아내고 그곳에 머물렀으므로 비구들이 성을 내어 말했다. “나는 짓느라 갖은 고생을 했는데도 도리어 편히 머물지 못하는구나.”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 방을 지은 주인은 마음대로 머무는 것을 허락하느니라.”
022_1223_b_15L以是白佛,佛言:“聽經營主,隨意所樂住。”
비구들이 기한을 정하지 않고 그에게 주었으므로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022_1223_b_16L諸比丘便長與之,以是白佛,佛言:
“그의 노력이 많고 적음을 헤아려서 길게는 12년까지 머무는 것을 허락하느니라. 백이갈마를 하여 그에게 주어야 하나니, 한 비구가 큰소리로 이렇게 말해야 하느니라. ‘대덕 승가는 들으십시오. 이 아무개 비구는 이 방을 지은 주인입니다. 승가는 이제 그에게 원하는 방을 주어 몇 년 동안 머물게 하려고 합니다. 만약 승가가 때가 이르렀으면 승인하고 허락하십시오. 이와 같이 아룁니다.’
022_1223_c_01L‘대덕 승가는 들으십시오. 이 아무개 비구는 이 방을 지은 주인입니다. 승가는 이제 그에게 원하는 방을 주어 몇 년 동안 머물게 하려고 합니다. 어느 장로이시든 승인하시면 잠자코 계시고 승인하지 않으시면 말씀하십시오. 승가는 아무개 비구에게 원하는 방을 주어 몇 년 동안 머물게 하는 일을 마쳤습니다. 스님들께서 승인하시어 잠자코 계셨기 때문이니, 이 일은 이와 같이 지니겠습니다’라고 해야 하느니라.”
어떤 비구들이 목상(木牀)과 승상(繩牀)을 만들어서 방 안에 놓아두고 바닥에 진흙을 바르기도 하고 약간 다듬고는 마음대로 머물 것을 요구했으므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요구해서는 안 되느니라. 방을 고친 노력이 적어도 3분의 1이 되어야 승가에 마음대로 머물 것을 요구하는 것을 허락하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