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비구니에게 설법하되 해 지기까지 이르지 말라 어느 때에 부처님께서는 사위국의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에 존자 난타가 대중에서 뽑히어 비구니에게 가르치게 되었는데 비구니를 가르친 뒤에는 잠자코 있었다. 그때에 대애도 비구니가 말했다. “존자 난타시여, 저희들은 법문을 듣고자 합니다. 바라옵건대 다시 저희들에게 말씀해 주십시오.” 그때에 존자 난타가 설법을 마치고 또 잠자코 있자, 대애도가 다시 청하였다. “저희들은 법문을 듣고자 합니다. 바라옵건대 다시 말씀해 주십시오.” 그때에 존자 난타가 좋은 음성으로 설법을 하니 듣는 사람들이 좋아하였는데, 날이 저물었다. 그때에 비구니들이 기원정사(祇園精舍)를 나와서 사위성으로 가니, 성문은 이미 닫혀서 들어갈 수 없으므로 성 밖에 있는 성채[塹]에서 밤을 새고 새벽에 문이 열리자 맨 먼저 성으로 들어갔다. 그때에 장자들이 보고 모두가 말했다. “사문 석자가 부끄러움도 없고 청정한 행도 없다. 겉으로는 내가 바른 법을 닦는다고 자칭하지만 이렇거늘 어찌 바른 법이 있으랴. 그대들, 이 비구니를 보라. 밤새도록 비구들과 함께 자다가 낮이 되어서야 풀려나온다.” 여러 비구들이 듣고 그 중에 욕심이 적고 만족함을 알고 두타행을 하고 계율 배우기를 좋아하고 부끄러움을 아는 이는 비난하였다. “어찌하여 난타 비구는 비구니들에게 설법을 하다가 날이 저물기까지 이르러서 장자들이 비난하게 하는가?” 여러 비구들이 부처님께 가서 머리를 숙여 발 앞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서 이 사실을 자세히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는 이 일로 인하여 비구들을 모으시고 알면서도 짐짓 존자 난타에게 물으셨다. “너는 참으로 비구니들을 가르치다가 해가 저물기까지 이르렀느냐?”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때에 부처님께서 무수한 방편으로 난타 비구를 꾸짖으셨다. “네가 한 일은 옳지 않다. 위의가 아니며, 사문의 법이 아니며, 청정한 행이 아니며, 수순하는 행이 아니어서 할 일이 아니다. 그런데 난타 비구야, 너는 어찌하여 비구니들에게 설법하고 가르치다가 날이 저물기까지 이르렀느냐?” 이와 같이 꾸짖으신 뒤에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이 난타, 어리석은 사람은 여러 가지 유루의 곳에서 맨 처음으로 계를 범하였다. 지금부터 비구들에게 계를 제정해 주어 열 구절의 이치를 모으고, 내지 바른 법이 오래도록 머무르게 하리니, 계를 말하려는 이는 이와 같이 말하여라. ‘어떤 비구가 대중에서 뽑히어 비구니들을 가르치되 날이 저물기까지 이르면 바일제이니라.’ 비구의 정의는 위에서 말한 것과 같으니라. 대중이라 함은 함께 계를 말하고 함께 갈마를 하는 사람이며, 가르친다 함은 대중이 뽑아서 알리기와 두 차례의 갈마를 하는 것이니라. 저 비구가 대중에게 뽑혀서 비구니들을 가르치되 해가 저물기까지 이르면 바일제이니라. 가르치는 일을 제외하고 경을 배우거나 경을 외우거나 묻거나, 그 밖에 다른 일을 하다가 해가 저물면 돌길라이며, 비구니를 제외한 다른 부녀자들과 경을 배우거나 경을 외우거나 묻거나, 그 밖에 다른 일을 하다가 날이 저물면 돌길라이니라. 날이 저물었는데 날이 저물었다고 생각하면 바일제이며, 날이 저물었다고 의심하면 돌길라이며, 날이 저물었는데 저물지 않았다고 생각하면 돌길라이며, 날이 저물지 않았는데 날이 저물었다고 생각하면 돌길라이며, 날이 저물지 않았다고 의심하면 돌길라이니라. 비구니는 돌길라이며, 식차마나와 사미ㆍ사미니도 돌길라이니, 이것들은 범하는 것이다. 범하지 않는다 함은 비구니를 가르치다가 날이 저물기 전에 그치거나, 부녀자들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에게 경을 가르치고 경을 외우게 하고 묻게 하거나 그밖에 다른 일을 하면 범하지 않는 것이니라. 또 나룻배에서 설법을 하는데 비구니가 듣거나, 장사꾼들과 함께 밤길을 가면서 설법하거나, 비구니 절에 가서 설법하거나, 계를 말하는 날에 교수할 사람을 청하러 대중에 왔다가 설법하는 자리를 만나 듣는 것들은 범하지 않는 것이니라. 또 범하지 않는다 함은 맨 처음으로 계율을 제정하기 전이거나 어리석고 미쳐서 마음이 어지럽고, 고통과 번뇌에 얽힌 때이니라.”
23) 교수하는 사람을 비방하지 말라 어느 때에 부처님께서는 사위국의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에 비구니들이 교수사(敎授師)가 온다는 말을 듣고 반 유순을 나와 맞이하되 방을 마련하고, 죽과 음식과 평상ㆍ방석ㆍ목욕할 곳 등을 장만하였다. 그때에 여섯 무리 비구들이 생각하였다. ‘저 비구들은 우리들이 비구니를 가르쳐 주도록 뽑아 주지 않았다.’ 그들은 곧 질투하는 생각을 일으켜 말하였다. “저 비구들은 진실답게 비구니들을 가르치지 못하고 다만 음식을 위해서 비구니들을 가르쳐 주어 경을 외우거나 경을 배우거나 묻게 한다.” 그때에 여러 비구들이 이 말을 들었다. 그 중에 욕심이 적고 만족함을 알고 두타행을 하고 계율 배우기를 좋아하고 부끄러움을 아는 이는 여섯 무리 비구들을 비난하였다. “어찌하여 말하되 ‘저 비구들은 우리들이 비구니들을 교수하도록 뽑아주지 않았다’ 하고, 곧 질투하는 마음을 내되 ‘저 비구들은 진실답게 비구니들을 가르쳐 주지 못하고 다만 음식을 위해서 비구니들을 가르쳐 주어 경을 외우고 경을 배우고 묻게 한다’ 하였는가?” 여러 비구들이 부처님께 가서 머리를 숙여 발 앞에 예배하고 한쪽에 서서 이 사실을 자세히 말씀드렸다. 그때에 부처님께서 비구들을 모으시고 여섯 무리 비구들을 꾸짖으셨다. “너희들이 한 일은 옳지 않다. 위의가 아니며, 사문의 법이 아니요 청정한 행이 아니요 수순하는 행이 아니어서 할 일이 아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여섯 무리 비구들은 말하되 ‘저 비구들은 우리들이 비구니들을 가르치도록 뽑아 주지 않았다’ 하고, 질투하는 마음을 품되 ‘저 비구들은 비구니들을 가르치지 못할 터인데 다만 음식을 위해서 비구니들을 가르쳐서 경을 외우고 경을 배우고 묻게 한다’ 하였느냐?” 부처님께서 무수한 방편으로 여섯 무리 비구들을 꾸짖으신 뒤에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이 어리석은 사람은 여러 가지 유루의 곳에서 맨 처음으로 계를 범하였다. 지금부터 비구들에게 계를 제정해 주어 열 구절의 이치를 모으고, 바른 법이 오래도록 머무르게 하리니, 계를 말하려는 이는 이와 같이 말하여라. ‘어떤 비구가 비구들에게 비방하는 말을 하되 저 비구는 음식을 위해서 비구니들을 가르친다 하면 바일제이니라.’ 비구의 정의는 위와 같나니, 그 비구가 말하되 ‘여러 비구들은 음식을 위해서 비구니들을 가르치고, 음식을 위해서 경을 외우고 경을 배우고 묻게 한다’ 하여 분명히 말하면 바일제이며, 분명하지 않게 말하면 돌길라이니라. 비구니는 돌길라이며, 식차마나와 사미ㆍ사미니도 돌길라이다. 이것들은 범하는 것이며, 범하지 않는다 함은 참으로 음식 공양을 위하여 비구니들을 가르치고, 음식을 위하여 가르쳐서 경을 외우고 경을 배우고 묻게 하거나, 희롱으로 웃으면서 말하거나, 혼자서 말하거나, 꿈속에 말하거나, 이것을 말하려다 잘못하여 저것을 말한 것은 범하지 않는 것이니라. 또 범하지 않는다 함은 맨 처음으로 계를 제정하기 전이거나 어리석고 미쳐서 마음이 어지럽고, 고통과 번뇌에 얽힌 때이니라.”
24) 친속이 아닌 비구니에게 옷을 주지 말라 어느 때에 부처님께서는 사위국의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에 성안에 한 걸식 비구가 있었는데 위의가 구족하였다. 그때에 어떤 비구니가 그를 보자, 곧 좋아하는 마음이 생겼다. 비구니는 자주 자주 그 비구에게 공양을 청하였으나 비구는 받지 않았다. 그 뒤 어느 때에 기원정사의 여러 비구들이 옷을 나누었는데, 이 비구가 자기 몫의 옷을 가지고 기수급고독원 문을 나서는데 마침 그 비구니가 기수급고독원으로 들어오는 것을 만났다. 그때에 이 비구가 생각하였다. ‘이 비구니는 자주 자주 나에게 공양받기를 청하였는데 나는 받지 않았었다. 나는 지금 내 몫의 옷으로 저에게 주겠다고 청하리라. 그러면 그는 반드시 받지 않고 더 보태어 돌려보내 주리라.’ 그때에 이 비구가 비구니에게 말했다. “대매여, 이 옷은 나의 몫이니 필요하면 가지라.” 그때에 이 비구니가 얼른 받으니, 비구는 그 비구니를 비난하면서 말했다. “나는 자주 자주 사람들에게 말하되 ‘저 비구니가 가끔 나에게 청하여 발우에 남긴 것을 주었는데 나는 받지 않았었소. 나는 생각하기를 저 비구니가 자주 자주 나에게 청하여 발우에 남긴 것을 주었으나 내가 받지 않았는데 나는 지금 이 몫의 옷을 저 비구니에게 주리라. 그는 반드시 받지 않고 더 보태어 돌려보내 주리라 여겼더니, 그는 얼른 받았다’ 하리라.” 그때에 여러 비구들이 그에 대해 들었다. 그 중에 욕심이 적고 만족함을 알고 두타행을 하고 계율 배우기를 좋아하고 부끄러움을 아는 이는 그 비구를 비난하였다. “어찌하여 비구가 비구니에게 옷을 주고서도 버리지 않고 그에게 청하는가?” 여러 비구들이 부처님께 가서 머리를 숙여 발 앞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서 이 사실을 자세히 말씀드렸다. 그때에 부처님께서 비구들을 모으시고 그 비구를 꾸짖으셨다. “네가 한 일은 옳지 않다. 위의가 아니며, 사문의 법이 아니요 청정한 행이 아니요 수순하는 행이 아니어서 할 일이 아니다. 그런데 너 비구야, 너는 어찌하여 비구니에게 옷을 주고서도 버리지 않고 그에게 청하였느냐?” “이 어리석은 사람은 여러 가지 유루의 곳에서 맨 처음으로 계를 범하였다. 지금부터 비구들에게 계를 제정해 주어 열 구절의 이치를 모으고, 내지 바른 법이 오래도록 머무르게 하리니, 계를 말하려는 이는 이와 같이 말하여라. ‘어떤 비구가 비구니에게 옷을 주면 바일제이니라.’”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이와 같이 계를 제정해 주시니, 그 중에 어떤 비구는 조심스러워서 친속인 비구니에게도 옷을 주지 못하고 부처님께 이 사실을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지금부터 친속인 비구니에게는 옷을 주도록 허락하노니, 친속이 아닌 비구니에게 옷을 주면 바일제이니라.” 부처님께서 이와 같이 계를 제정하신 뒤, 어느 때 기수급고독원의 두 무리 대중이 옷을 나누었는데 비구의 옷을 비구니가 얻고 비구니의 옷을 비구가 얻은 일도 있었다. 그때에 비구니들이 이미 얻은 옷을 가지고 절에 와서 비구들에게 말씀드렸다. “대덕 스님 여러분, 이 옷과 바꾸시지 않겠습니까?” 비구들이 대답했다. “우리들은 친속이 아닌 비구니에게 옷을 주지 못하오.” 그때에 비구들이 부처님께 말씀드리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지금부터는 바꾸기 위해서는 친속이 아닌 비구니에게 옷을 주도록 허락하노니, 지금부터는 이와 같이 계를 말하여라. ‘어떤 비구가 친속이 아닌 비구니에게 옷을 주고 바꾸는 것을 제외하고는 바일제이니라.’ 비구의 정의는 위에서 말한 것과 같으니라. 친속이 아니라 함도 위와 같고, 친속이라 함도 위와 같고 옷에 열 가지가 있음도 위와 같으니라. 바꾼다 함은 옷으로 옷을 바꾸고 옷으로 옷 아닌 것을 바꾸고 옷 아닌 것으로 옷을 바꾸고, 바늘과 칼이나 실이나 끈이나 아래로는 내지 약 한 조각을 바꾸는 것이니라. 만일 비구가 친속이 아닌 비구니에게 옷을 주면 바꾸는 것을 제외하고는 바일제이니라. 비구니는 돌길라이며, 식차마나와 사미ㆍ사미니도 돌길라이니, 이것이 범하는 것이니라. 범하지 않는다 함은 친속인 비구니에게 옷을 주거나 서로서로 바꾸거나 부처님ㆍ스님들에게 주는 것은 범하지 않는 것이니라. 또 범하지 않는다 함은 맨 처음으로 계를 제정하기 전이거나 어리석고 미쳐서 마음이 어지럽고, 고통과 번뇌에 얽힌 때이니라.”
25) 친속이 아닌 비구니에게 옷을 만들게 하지 말라 어느 때에 부처님께서는 사위국의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에 어떤 비구니가 승가리(僧伽梨)를 만들려 하였는데, 옷을 만들기 위해 절에 와서 존자 가류타이에게 말하였다. “대덕이여, 나는 이 옷감으로 승가리를 만들려 하는데 존자께서 나를 위해 만들어 주시기 바랍니다.” 가류타이가 대답했다. “나는 못하겠다.” “왜 못 만들어 주십니까?” “너희들은 자주 와서 재촉하기를 좋아하므로 만들 수 없다.” 비구니가 말했다. “우리들은 재촉하지 않겠습니다. 옷이 끝나는 대로 저에게 주시면 됩니다.” “좋다.” 그때에 비구니가 옷감을 주고 떠났는데 가류타이는 옷 만드는 법을 잘 아는 까닭에 곧 재단하여서 남녀가 음욕을 행하는 형상을 만들었다. 그때에 비구니가 절에 왔다가 가류타이에게 물었다. “대덕이여, 내 옷은 다 되었습니까?” “다 되었다.” “옷이 다 되었으면 보여 주십시오.” 그때에 가류타이가 곧 옷을 꺼내주면서 말했다. “대매여, 잘 알라. 이 옷은 함부로 펴 보거나 남에게 보이지도 말고 알리는 때[白時]가 오거든 이 옷을 입고 비구니들 뒤를 따라다니라.” 그때에 비구니가 그 분부대로 펴 보지도 않고 남에게 말하지도 않다가 뒤에 알리는 때가 되어 이 옷을 입고 비구니들 뒤를 따라다녔다. 그때에 거사들이 보고 모두가 조롱하고 웃으며, 손뼉을 쳐서 마주 보고, 나무를 치고, 휘파람을 불고 높은 소리로 크게 웃으면서 말했다. “그대들, 이 비구니가 입은 옷을 보라.” 그때에 대애도 비구니가 이를 보고 이 비구니에게 말했다. “대매여, 속히 이 옷을 벗으시오.” 그는 곧 걷어서 어깨 위에 얹었다. 그때에 대애도 비구니가 공양 끝에 절로 돌아와서 그 비구니에게 말했다. “그대의 아까 그 옷을 가지고 오시오. 내가 보려 하오.” 곧 꺼내서 보이니, 물었다. “누가 그대에게 이 옷을 만들어 주었는가?” “가류타이가 만들었습니다.” “왜 펴 보지도 않고, 같은 도반들에게도 보이지 않았는가? 재단하고 꿰맨 것이 좋고 견고하던가.” 그때에 비구니가 가류타이가 분부한 일을 자세히 말하니, 여러 비구니들이 들었다. 그 중에 욕심이 적고 만족함을 알고 두타행을 하고 계율 배우기를 좋아하고 부끄러움을 아는 이는 가류타이를 비난하였다. “어찌하여 비구니에게 이와 같은 옷을 만들어 주었는가?” 그때에 비구니들이 비구들에게 말하니, 비구들은 곧 부처님께 가서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이 일로 인하여 비구들을 모으시고 알면서도 짐짓 가류타이에게 물으셨다. “너는 참으로 비구니에게 이와 같은 옷을 만들어 주었느냐?”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무수한 방편으로 가류타이를 꾸짖으셨다. “네가 한 일은 옳지 않다. 위의가 아니며, 사문의 법이 아니며, 청정한 행이 아니며, 수순하는 행이 아니어서 할 일이 아니다. 그런데 너는 어찌하여 비구니들에게 이와 같은 옷을 만들어 주었느냐?” 가류타이를 꾸짖으신 뒤에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이 어리석은 사람은 여러 가지 유루의 곳에서 맨 처음으로 계를 범하였다. 지금부터 비구들에게 계를 제정해 주어 열 구절의 이치를 모으고, 내지 바른 법이 오래도록 머무르게 하리니, 계를 말하려는 이는 이와 같이 말하여라. ‘어떤 비구가 비구니에게 옷을 만들어 주면 바일제이니라.’”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이와 같이 계를 제정해 주시니 그 뒤에 비구들이 두려워서 친속인 비구니에게도 옷을 만들어 주지 못하고 부처님께서 가서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지금부터 비구가 친속인 비구니에게는 옷을 지어 주도록 허락하노니, 지금부터는 이와 같이 계를 말하여라. ‘어떤 비구가 친속이 아닌 비구니에게 옷을 만들어 주면 바일제이니라.’ 비구의 정의는 위에서 말한 것과 같으니라. 친속과 친속이 아니라 함도 위와 같고, 옷에 열 가지가 있음도 위와 같으니라. 만일 저 비구가 친속이 아닌 비구니에게 옷을 지어 주면 재단한 것의 많고 적음에 따라 바일제이며, 한 올을 꿰매고 한 바늘을 뜨더라도 바일제이니라. 또 펴 보고, 당겨서 펴고, 다리미질을 하고, 손으로 쓰다듬거나, 네 모퉁이를 당기어 반듯하게 하여 상자에 넣거나, 도련ㆍ끈ㆍ고름을 달면 모두가 돌길라이니라. 비구니는 돌길라이며, 식차마나와 사미ㆍ사미니도 돌길라이니, 이것들은 범하는 것이니라. 범하지 않는다 함은 친속인 비구니에게 만들어 주거나 비구들에게 만들어 주거나 탑을 위하거나 빌려 입거나 빨고 물들이고 다듬어서 주인에게 돌리는 것은 범하지 않는 것이니라. 또 범하지 않는다 함은 맨 처음으로 계를 제정하기 전이거나 어리석고 미쳐서 마음이 어지럽고, 고통과 번뇌에 얽힌 때이니라.”
26) 드러난 곳이나 으슥한 곳에서 비구니와 단둘이 앉지 말라 어느 때에 부처님께서는 사위국의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에 존자 가류타이는 얼굴이 단정하였고, 투란난타(偸蘭難陀) 비구니도 얼굴이 단정하여 남들과 달랐다. 이런 까닭에 가류타이는 항상 투란난타 비구니에 대하여 좋아하는 생각을 가졌고, 투란난타 비구니도 가류타이에 대하여 좋아하는 뜻을 품고 있었다. 그때에 가류타이가 이른 아침에 옷을 입고 발우를 들고 투란난타의 처소에 가서 문밖에 자리를 같이하고 앉아 있었다. 그때에 거사들이 보고 모두가 미워하면서 제각기 말했다. “그대들은 이 두 사람이 함께 앉은 것을 보라. 마치 부부와 같고 마치 원앙새와도 같구나.” 그때에 여러 비구들이 그에 대해 들었다. 그 중에 욕심이 적고 만족함을 알고 두타행을 하고 계율 배우기를 좋아하고 부끄러움을 아는 이는 가류타이를 비난하였다. “어찌하여 투란난타 비구니와 문밖에 함께 앉았는가?” 그때에 여러 비구들이 부처님께 가서 머리를 숙여 발 앞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서 이 사실을 자세히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는 이 일로 인하여 비구들을 모으시고 알면서도 가류타이에게 물으셨다. “너는 참으로 투란난타 비구니와 함께 문밖에서 한 자리에 앉았었느냐?”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때에 부처님께서 무수한 방편으로 가류타이를 꾸짖으셨다. “네가 한 일은 옳지 않다. 위의가 아니며, 사문의 법이 아니며, 청정한 행이 아니며, 수순하는 행이 아니어서 할 일이 아니다. 그런데 너는 어찌하여 투란난타 비구니와 문밖에서 한 자리에 앉았었느냐?” 이와 같이 가류타이를 꾸짖으신 뒤에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이 어리석은 사람은 여러 가지 유루의 곳에서 맨 처음으로 계를 범하였다. 지금부터 비구들에게 계를 제정해 주어 열 구절의 이치를 모으고, 내지 바른 법이 오래도록 머무르게 하리니, 계를 말하려는 이는 이와 같이 말하여라. ‘어떤 비구가 비구니와 으슥한 곳에 함께 앉으면 바일제이니라.’ 비구의 정의는 위에서 말한 것과 같으니라. 한 곳이라 함은 하나는 비구요 하나는 비구니인 것이며, 으슥한 곳이라 함은 보이지 않는 곳이나 들리지 않는 곳이니라. 보이지 않는 곳이라 함은 티끌ㆍ안개ㆍ연기ㆍ구름ㆍ어두움 때문에 보이지 않는 것이며, 들리지 않는 곳이라 함은 내지 예삿말이 들리지 않는 곳이며, 막힌 곳이라 함은 나무ㆍ담ㆍ울타리ㆍ옷 등이나 그 밖에 다른 물건으로 막힌 것이니라. 만일 비구가 으슥한 곳에서 비구니와 단둘이서 함께 앉으면 바일제이며, 앞은 못 보되 귀는 먹지 않았거나 먹었으되 소경은 아니면 돌길라이며, 섰으면 돌길라이니라. 비구니는 돌길라이며, 식차마나와 사미ㆍ사미니는 돌길라이니, 이것들은 범하는 것이니라. 범하지 않는다 함은 비구에게 동무가 있거나 눈멀지 않고 귀먹지 않고 귀먹지 않고 눈멀지 않은 지혜 있는 사람이 둘이 곁에 있거나 가다가 별안간 땅에 넘어졌거나 힘 센 이에게 붙들렸거나 결박을 당했거나 목숨과 범행을 지니기 어려움이 있을 때에는 범하지 않는 것이니라. 또 범하지 않는다 함은 맨 처음으로 계를 제정하기 전이거나 어리석고 미쳐서 마음이 어지럽고, 고통과 번뇌에 얽힌 때이니라.”
27) 비구니와 약속하고 다니지 말라 어느 때에 부처님께서는 사위국의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에 여섯 무리 비구들이 여섯 무리 비구니들과 함께 구살라 나라에서 세간으로 다니니, 여러 거사들이 보고 모두가 비난하였다. “사문 석자가 부끄러움도 없고, 범행을 닦지도 않는다. 겉으로는 내가 바른 법을 닦는다고 자칭하지만, 이렇거늘 어찌 바른 법이 있겠는가? 비구니들과 함께 세간으로 다니다가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곧 길에서 내려가겠지.” 여러 비구들이 그에 대해 들었다. 그 중에 욕심이 적고 만족함을 알고 두타행을 하고 계율 배우기를 좋아하고 부끄러움을 아는 이는 여섯 무리 비구들을 꾸짖었다. “어찌하여 여섯 무리 비구니들과 함께 세간으로 다녔는가?” 여러 비구들이 부처님께 가서 머리를 숙여 발 앞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서 이 사실을 자세히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는 이 일로 인하여 비구들을 모으시고 여섯 무리 비구들을 꾸짖으셨다. “너희들이 한 일은 옳지 않다. 위의가 아니며, 사문의 법이 아니며, 청정한 행이 아니며, 수순하는 행이 아니어서 할 일이 아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여섯 무리 비구들은 여섯 무리 비구니들과 함께 구살라 나라에서 세간으로 다녔느냐?” 부처님께서 무수한 방편으로 여섯 무리 비구들을 꾸짖으신 뒤에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이 어리석은 사람은 여러 가지 유루의 곳에서 맨 처음으로 계를 범하였다. 지금부터 비구들에게 계를 제정해 주어 열 구절의 이치를 모으고, 내지 바른 법이 오래도록 머무르게 하리니, 계를 말하려는 이는 이와 같이 말하여라. ‘어떤 비구가 비구니와 함께 다니면서 한 마을에서 한 마을 사이에 이르면 바일제이니라.’” 부처님께서 이와 같이 비구들에게 계를 제정해 주시니, 그 뒤에 비구들이 비구니들과 먼저부터 기약함이 없이 우연히 길에서 만났으나 두려워서 감히 함께 가지 못했으므로 부처님께 말씀하셨다. “함께 가자고 기약하지 않은 것은 범하지 않는 것이니라. 지금부터는 이와 같이 계를 말하여라. ‘어떤 비구가 비구니와 함께 약속하여 한 길을 함께 다니되 한 마을 사이에라도 이르면 바일제이다.’” 부처님께서 이와 같이 비구들에게 계를 제정해 주셨다. 그때에 여러 비구들이 사위국에서 비사리로 가려 하였고, 여러 비구니들도 사위국에서 비사리로 가려 하였는데 비구니들이 비구들에게 물었다. “대덕이시여, 어디로 가려 하십니까?” 비구들이 대답했다. “우리들은 비사리로 가려 하오.” 비구니들이 말했다. “대덕이시여, 우리들도 그리로 가려 합니다.” 비구들이 말했다. “대매여, 갈려면 먼저 가시오. 우리들은 뒤에 가겠소. 아니면 우리들은 앞서 가고 대매들이 뒤에 오시오. 왜냐하면 부처님께서 계를 제정하시어 비구니와 같이 길을 다니지 말라 하셨기 때문이오.” 비구니들이 말했다. “대덕들은 우리들의 어른이니 앞서 가십시오. 우리들은 뒤에 가겠습니다.” 그때에 비구니들이 뒤에 가다가 도적에게 겁탈을 당해 의발을 잃었다. 비구니들이 이 일로 인하여 부처님께 자세히 말씀드리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지금부터는 장사꾼들과 함께 가거나 두려움과 의심이 있는 곳에서는 범하지 않는 것이니, 지금부터는 이와 같이 계를 말하여라. ‘어떤 비구가 비구니와 약속하여 한 길을 가되 한 마을에서 내지 한 마을에까지 이르면 다른 때를 제외하고는 바일제이니라.’ 다른 때라 함은 장사꾼과 함께 가거나 의심하고 두렵고 겁날 때이니, 이것이 다른 때이니라. 비구의 정의는 위에서 말한 것과 같으니라. 기약한다 함은 함께 가서 어느 성 어느 나라에 이르자 하는 것이며, 의심이 있다 함은 도적이 있다고 의심되는 곳이요 두려운 곳이니라. 길이라 함은 마을 사이에 동구가 있어 다닐 수 없는 곳이니라. 만일 비구가 비구니와 함께 약속하여 한 길을 가다가 내지 마을 사이의 동구에 이르면 여러 경계의 많고 적음에 따라 모두가 바일제이며, 마을 아닌 빈 곳을 다니어 십 리에 이르면 바일제이니라. 한 마을이 못 되거나 십 리가 못되면 돌길라이며, 여러 마을 사이의 같은 경계를 다니면 돌길라이며, 방편으로 가려 하거나 함께 장엄하고자 하면 모두가 돌길라이니라. 비구니는 돌길라이며, 식차마나와 사미ㆍ사미니는 돌길라이니, 이것들은 범하는 것이니라. 범하지 않는다 함은 약속 없이 함께 다녔거나 큰 무리와 다니거나 의심과 두려움이 있는 곳이거나 저곳에 이르면 편안할 수 있을 때와 힘센 이에게 잡혔거나 결박을 당했거나 목숨과 범행을 유지하기 어려운 때에는 범하지 않는 것이니라. 또 범하지 않는다 함은 맨 처음으로 계를 제정하기 전이거나 어리석고 마음이 미쳐서 마음이 어지럽고, 고통과 번뇌에 얽힌 때이니라.”
28) 비구니와 약속하고 함께 배를 타지 말라 어느 때에 부처님께서는 사위국의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에 여섯 무리 비구들이 여섯 무리 비구니들과 함께 배를 타고 물을 따라 오르락내리락하였다. 그때에 거사들이 보고 모두가 비난하면서 수군거렸다. “사문 석자가 부끄러움도 모르고 범행도 닦지 않는구나. 겉으로는 내가 범행을 닦는다고 자칭하지만, 이렇거늘 어찌 바른 법이 있겠는가? 비구니와 함께 배를 타고 물을 따라 오르락내리락하다가 하고 싶은 일이 있을 때에는 곧 배를 언덕 가에다 멈춰 두고 마음대로 하겠지.” 그때에 여러 비구들이 그에 대해 들었다. 그 중에 욕심이 적고 만족함을 알고 두타행을 하고 계율 배우기를 좋아하고 부끄러움을 아는 이는 여섯 무리 비구들을 비난하였다. “어찌하여 여섯 무리 비구니들과 함께 배를 타고 물을 따라 오르락내리락하였는가?” 여러 비구들이 부처님께 가서 머리를 숙여 발 앞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서 이 사실을 자세히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는 이 일로 인하여 비구들을 모으시고 여섯 무리 비구들을 꾸짖으셨다. “너희가 한 일은 옳지 않다. 위의가 아니며, 사문의 법이 아니며, 청정한 행이 아니며, 수순하는 행이 아니어서 할 일이 아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여섯 무리 비구는 비구니들과 함께 배를 타고 물을 따라 오르락내리락하였느냐?” 부처님께서 이와 같이 꾸짖으신 뒤에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이 어리석은 여섯 비구들은 여러 가지 유루의 곳에서 맨 처음으로 계를 범하였다. 지금부터 비구들에게 계를 제정해 주어 열 구절의 이치를 모으고, 내지 바른 법이 오래 머무르게 하리니, 계를 말하려는 이는 이와 같이 말하여라. ‘어떤 비구가 비구니와 함께 배를 타고 물을 따라 오르락내리락하면 바일제이니라.’” 부처님께서 이와 같이 계를 제정해 주시니, 그때에 비구들이 기약하지 않는 것으로써 두려워하였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기약하지 않은 것은 범하지 않나니, 지금부터는 이와 같이 계를 말하여라. ‘어떤 비구가 비구니와 함께 약속하여 같은 배에 타고 물을 따라 오르락내리락하면 바일제이니라.’” 부처님께서 이와 같이 비구들에게 계를 제정해 주셨는데 그때에 여러 비구들이 항하를 건너 이 언덕에서 저 언덕으로 가려 하였다. 그때 여러 비구니들도 항하를 건너 이 언덕에서 저 언덕으로 가려 하였는데, 비구니들이 비구들에게 가서 물었다. “대덕이여, 어디로 가시렵니까?” 비구들이 대답했다. “우리들은 항하를 건너려 하오.” 비구니들이 말했다. “함께 건너십시다.” 비구들이 대답했다. “여러분이 앞에 건너시오. 우리들은 뒤에 건너겠소. 그렇지 않으면 여러분이 뒤에 건너시오. 우리들이 앞에 건너겠소. 왜냐하면 부처님께서 계율을 제정하시되 비구니와 함께 같은 배로 물을 건너지 말라 하셨소. 그러므로 할 수 없소.” 비구니들이 말했다. “대덕들은 우리들의 어른이시니 앞에 서십시오. 우리들은 뒤에서 건너겠습니다.” 그때에 여름철의 큰 소나기가 와서 강물이 불었으므로 배가 저 언덕에 갔다가 돌아오기 전에 해가 저물었다. 비구니들이 강가에서 자다가 밤에 나쁜 도적들에게 겁탈을 당하였다. 그때에 비구니들이 부처님께 가서 말씀드리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바로 건너서 저 언덕에 이르는 것은 범하지 않나니, 지금부터는 이와 같이 계를 말하여라. ‘어떤 비구가 비구니와 함께 약속하여 같은 배를 타고 물을 따라 오르락내리락하면 바로 건너는 것을 제하고는 바일제이니라.’ 비구의 정의는 위에서 말한 것과 같으니라. 함께 약속한다는 것도 위와 같고, 배라 함도 위와 같으니라. 만일 비구가 비구니와 함께 약속하여 같은 배를 타고 물을 따라 오르락내리락하면 바로 건너는 것을 제외하고는 배 안에 들어간 것은 모두가 바일제이니라. 만일 한 다리는 배에 있고 한 다리는 땅에 있거나 방편으로 들어가려 하다가 들어가지 않았거나 함께 장엄하려 하면 모두가 돌길라이니라. 비구니는 돌길라이며, 식차마나와 사미ㆍ사미니도 돌길라이니, 이것들은 범하는 것이니라. 범하지 않는다 함은 함께 약속하지 않거나 바로 저 언덕으로 건너거나 배에 들어갔는데 사공이 잘못하여 물을 따라 오르락내리락하였거나 저 언덕에 가면 편안하지 못하거나 힘센 이에게 잡혔거나 결박을 당했거나 목숨과 범행이 두려우면 범하지 않는 것이니라. 또 범하지 않는다 함은 맨 처음으로 계율을 제정하기 전이거나 어리석고 미쳐서 마음이 어지럽고, 고통과 번뇌에 얽힌 때이니라.”
29) 비구니가 찬탄한 음식을 먹지 말라 어느 때에 부처님께서는 사위국의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에 사위성에 한 거사가 있었는데 사리불과 목건련을 청하여 밥을 먹이려 하였다. 그는 그날 밤에 가지가지 음식을 장만하고, 이튿날 밖에다 좋은 자리를 편 뒤에 밥 때가 되었음을 알렸다. 그때에 투란난타 비구니는 먼저부터 그 거사 집의 단골 비구니였는데, 이른 아침에 옷을 입고 발우를 들고 그 거사의 집에 갔다가 거사가 한 곳에다 좋은 자리를 편 것을 보고 말했다. “거사는 이 여러 가지 자리를 폈으니, 비구들을 청하려 하십니까?” “청하려 하오.” 비구니가 말했다. “어떤 비구를 청하려 하십니까?” “나는 사리불과 목건련을 청하려 하오.” 비구니가 말했다. “거사께서 청하신 이는 모두가 천한 사람입니다. 만일 먼저 나에게 말했더라면 나는 거사를 위해서 용 가운데 용[龍中之龍]을 청하였을 것입니다.” 거사가 물었다. “누가 용 가운데 용인가요?” “존자 제바달다ㆍ삼문달ㆍ타라달(陀羅達), 건타달바(騫陀達婆)ㆍ구바리(瞿婆離)ㆍ가류라제사(迦留羅提舍)입니다.” 이와 같이 말할 때에 사리불과 목건련이 왔는데, 비구니가 보고 거사에게 말했다. “용 가운데 용이 왔습니다.” 거사가 비구니에게 말했다. “그대는 아까 천한 사람이라 하더니, 지금은 어찌하여 용 가운데 용이라 하는가? 지금부터는 내 집에 왕래하지 말라.” 그때에 거사가 사리불과 목건련에게 말했다. “앉으십시오.” 곧 자리에 나아가 앉으니 거사가 가지가지 맛있는 음식을 내어 공양하였다. 공양이 끝난 뒤에는 밥그릇을 치우고 머리를 숙여 발 앞에 예배한 뒤에 작은 평상을 가지고 와서 한쪽에 놓고 말씀드렸다. “저는 법을 듣고자 합니다.” 그때에 사리불과 목건련이 가지가지 미묘한 법을 말하여 기쁘게 하였다. 설법을 마친 뒤에는 자리에서 일어나 절로 돌아가서 부처님께 나아가 머리를 숙여 발 앞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으니, 부처님께서 알면서도 짐짓 사리불과 목건련에게 물으셨다. “너희들은 오늘 청을 받았는데 밥은 만족하게 먹었느냐?” 사리불과 목건련이 말씀드렸다. “밥은 만족하였으나 저희들은 오늘 거사의 집에서 천한 이도 되고 용도 되었나이다.” “무슨 까닭에 그러하였느냐?” 그때에 사리불과 목건련이 이 일로 인하여 자세히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제바달다의 사삿무리[部黨]가 비구니를 보내서 그를 공양하도록 권고하여 음식을 받고 있었습니다.” 그때에 부처님께서 이 일로 인하여 비구들을 모으시고, 알면서도 짐짓 제바달다의 사삿무리 비구에게 물으셨다. “너희들은 참으로 비구니를 보내서 찬탄케 하고 단월을 권하여 밥을 얻었느냐?” “그렇습니다.” 그때에 부처님께서 무수한 방편으로 제바달다의 사삿무리 비구들을 꾸짖으셨다. “너희들이 한 일은 옳지 않다. 위의가 아니며, 사문의 법이 아니며, 청정한 행이 아니며, 수순하는 행이 아니어서 할 일이 아니다. 그런데 너희들은 어찌하여 비구니를 보내서 찬탄케 하고 단월을 공양하여 밥을 받았느냐?” 이와 같이 제바달다의 사삿무리 비구들을 꾸짖으신 뒤에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이 어리석은 사람은 여러 가지 유루의 곳에서 가장 처음으로 계를 범하였다. 지금부터 비구들에게 계를 제정해 주어 열 구절의 이치를 모으고, 내지 바른 법이 오래도록 머무르게 하리니, 계를 말하려는 이는 이와 같이 말하여라. ‘어떤 비구가 비구니를 보내서 권고하여 밥을 얻으면 바일제이니라.’”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이와 같이 계를 제정해 주신 뒤 비구들은 권고한 이가 있었는지 권고한 이가 없었는지 알지 못하다가 뒤에야 알고, 바일제의 참회를 하는 이도 있고, 의심하는 이도 있었으므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먼저 알지 못하고 한 것은 범하지 않는 것이니, 지금부터는 이와 같이 계를 말하여라. ‘어떤 비구가 비구니들이 교화하는 곳임을 알면서도 밥을 얻으면 바일제이니라.’” 부처님께서 이와 같이 비구들에게 계를 제정해 주신 뒤 어느 때에 나열성에 큰 장자가 있었는데 이사달(梨師達)과 친구였으므로 항상 말하였다. “대덕 이사달이 나열성에 오시면, 우리는 이사달이 처음 오시니 여러 스님들을 모두 청하여 공양하리라.” 그때에 장자의 집의 단골 비구니가 이 말을 듣고, 가만히 속에다 간직하였다. 그 뒤 어느 때 존자 이사달이 나열성으로 왔다. 그때에 비구니는 존자 이사달이 성에 들어왔다는 말을 듣고 장자에게 가서 말했다. “아시겠습니까? 이사달이 이미 나열성으로 들어왔습니다.” 장자가 곧 사람을 시켜 절에 보내서 청하였다. “내일 아침에 높으신 뜻을 굽히시어 여러 스님들과 함께 저의 집에 오셔서 공양하십시오.” 그때에 장자가 밤새 가지가지 맛난 음식을 장만하고, 이튿날 아침에 가서 밥 때가 되었음을 말씀드렸다. 그때에 여러 비구들이 옷을 입고 발우를 들고 장자의 집에 가서 자리에 앉으니, 장자가 이사달의 곁에 가서 말했다. “바로 존자를 위해서 여러 스님들을 공양하는 것입니다.” 그때에 이사달이 장자에게 물었다. “어떻게 내가 여기에 온 것을 알았소?” 장자가 대답했다. “우리 집에서 공양하는 비구니가 말해 주었습니다.” 이사달이 장자에게 말했다. “사실이 그렇다면 나는 이 밥을 받을 수 없소.” 장자가 대답했다. “나도 이 비구니의 말에 따라 이 음식을 장만한 것이 아닙니다. 내가 먼저부터 서원하기를 ‘이사달께서 오시면 음식을 장만하여 여러 스님들에게 공양하리라’ 하였었습니다.” 이사달이 다시 장자에게 말했다. “아무리 그렇게 말해도 나는 이 밥을 먹을 수 없소.” 그때에 이사달은 그만두고 먹지 않았다. 그때에 여러 비구들이 이 사실을 자세히 부처님께 말씀드리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만일 단월이 먼저부터 뜻이 있었으면 범하지 않는 것이니, 지금부터는 이와 같이 계를 말하여라. ‘어떤 비구가 비구니들이 찬탄하고 교화한 사실이 있는 줄 알면서 밥을 얻어먹으면 단월이 먼저부터 뜻이 있었던 것을 제외하고는 바일제이니라.’ 비구의 정의는 위에서 말한 것과 같으니라. 교화한다 함은 아란야에 살고 걸식하고, 누더기를 입고, 밥 남기는 법을 한 뒤에는 먹지 않고, 한 자리에서 먹고, 한 덩어리로 먹고, 무덤 사이와 한데 나와 앉고, 나무 밑에 앉고, 항상 앉고, 경계를 따라 앉고, 세 가지 옷을 갖고, 게송을 읊고, 들은 것이 많고, 법사이며, 계율을 지키고, 좌선하는 사람이다 하는 것이며, 밥이라 함은 아침부터 낮에까지 얻어먹는 것이니, 그 비구가 비구니들이 교화한 곳임을 알면서도 밥을 얻어먹어 목구멍에 삼키면 바일제이니라. 이러한 밥을 제외하고, 그 밖에 속옷, 등잔 기름ㆍ다리에 바르는 기름 등을 교화하여 얻으면 모두가 돌길라이며, 교화한 것인 줄 알고, 교화한 것이라고 의심하면 돌길라이며, 교화하지 않은 것을 교화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돌길라이며, 교화하지 않는 것을 의심하면 돌길라이니라. 비구니는 돌길라이며, 식차마나와 사미ㆍ사미니도 돌길라이니, 이것들은 범하는 것이니라. 범하지 않는다 함은 단월이 먼저부터 가졌던 뜻을 알지 못하거나 교화한 것을 교화하지 않았다고 생각했거나 비구니 자신이 장만했거나 단월이 비구니를 시켜 경영하거나 짐짓 교화하여 걸식하지 않아도 주는 것들은 범하지 않는 것이니라. 또 범하지 않는다 함은 맨 처음으로 계를 제정하기 전이거나 어리석고 미쳐서 마음이 어지럽고 고통과 번뇌에 얽힌 때이니라.”
30) 여자와 약속하고 같이 다니지 말라 어느 때에 부처님께서는 사위국의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에 비사리 나라의 여자가 사위국 사람에게 시집을 갔다가, 뒤에 시어머니와 싸우고 본국으로 돌아왔다. 그때에 아나율(阿那律)이 사위국으로부터 비사리 나라로 가려 하였는데 그 여자가 아나율에게 물었다. “존자께서는 어디로 가시겠습니까?” “나는 비사리 나라로 가려 하오.” 여자가 얼른 말했다. “데리고 가 주시겠습니까?” “좋소.” 그때에 존자 아나율은 곧 이 여자와 같이 길을 떠났다. 그 여자의 남편은 먼저부터 밖에 나갔다가 뒷날에 집에 와 보니, 그 부인이 보이지 않으므로 그 어머니에게 물었다. “내 처는 어디를 갔습니까?” 그의 어머니가 대답했다. “나와 싸우고 도망하였는데 있는 곳을 알 수 없다.” 그때에 남편이 재빨리 뒤를 쫓아 길에서 그의 부인을 잡고, 아나율의 앞에 나서서 말했다. “무슨 까닭에 내 아내를 데리고 도망하는가?” 아나율이 대답했다. “그런 말을 말라. 우리들은 그런 사람이 아니다.” 장자가 말했다. “어떻게 그렇지 않다고 하는가? 그대는 지금 분명히 같이 가고 있지 않는가?” 그 여자가 남편에게 말했다. “내가 이 존자와 함께 오되 형제와 같이 따랐을 뿐 다른 허물은 없습니다.” 남편이 말했다. “이 사람이 오늘 그대를 데리고 도망했는데 왜 그 말은 하지 않는가?” 그때에 그 사람이 아나율을 때려서 거의 죽을 뻔하였다. 존자 아나율은 길에서 내려 조용한 곳에서 가부좌를 맺고 앉아 몸을 단정히 하고 뜻을 바르게 하여 생각을 착한 곳에 모아 화광삼매(火光三昧)에 들었다. 그때에 장자가 이를 보고 곧 착한 마음이 생기어 속으로 생각하였다. “만일 이 아나율이 삼매에서 일어나면 나는 예배하고 참회하리라.” 그때에 존자 아나율이 삼매에서 깨니, 장자는 곧 참회하였다. “바라옵건대 대덕이시여, 저의 참회를 받으십시오.” 아나율이 그의 참회를 받으니, 장자는 발 앞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그때에 아나율은 장자에게 가지가지 미묘한 법을 말해 주어 기쁘게 하였고, 설법을 마치고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버렸다. 그때에 아나율이 공양이 끝난 뒤에 절에 가서 이 사실을 자세히 여러 비구들에게 말하니, 여러 비구들이 그에 대해 들었다. 그 중에 욕심이 적고 만족함을 알고 두타행을 하고 계율 배우기를 좋아하고 부끄러움을 아는 이는 아나율을 비난하였다. “어찌하여 아나율은 혼자서 여자와 함께 길을 갔는가?” 여러 비구들이 부처님께 가서 머리를 숙여 발 앞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서 이 사실을 자세히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는 이 일로 인하여 비구들을 모으시고, 알면서도 짐짓 아나율에게 물으셨다. “너는 참으로 여자와 같이 길을 갔느냐?” “그렇습니다.” 그때에 부처님께서 무수한 방편으로 아나율을 꾸짖으셨다. “네가 한 일은 옳지 않다. 위의가 아니며, 사문의 법이 아니며, 청정한 행이 아니며, 수순하는 행이 아니어서 할 일이 아니다. 그런데 너는 어찌하여 여자와 함께 같은 길을 갔느냐?” 그때에 부처님께서 무수한 방편으로 아나율을 꾸짖으신 뒤에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이 아나율은 여러 가지 유루의 곳에서 가장 처음으로 계를 범하였다. 지금부터 비구들에게 계를 제정해 주어 열 구절의 이치를 모으고, 내지 바른 법이 오래도록 머무르게 하리니, 계를 말하려는 이는 이와 같이 말하여라. ‘어떤 비구가 여자와 함께 같은 길을 가서 마을 사이에 이르면 바일제이니라.’” 부처님께서 이와 같이 비구들에게 계를 제정해 주신 뒤에, 여러 비구들은 서로 약속하지 않았으나 길에서 만나게 되면 두려워서 같이 가지 못하는 이가 있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약속하지 않은 것은 범하지 않나니, 지금부터는 이와 같이 계를 말하여라. ‘어떤 비구가 여자들과 약속하고 같은 길을 가서 마을 사이에 이르면 바일제이니라.’ 비구의 정의는 이와 같고 부인이라 함도 위와 같고, 함께 약속한다 함도 위와 같고, 길이라 함도 위와 같으니라. 만일 비구가 여자와 함께 약속하여 같이 길을 가서 마을 사이에 이르면 여러 경계의 살피를 지난 것에 따라 낱낱이 바일제이며, 마을이 없는 호젓한 곳을 십 리 동안 가면 바일제이며, 한 마을이 못되거나 십 리가 못되면 돌길라이며, 마을 안의 한 경계를 함께 다니면 돌길라이며, 방편으로 다니려 하다가 다니지 않거나 함께 약속해서 장엄하려 하다가 가지 않으면 모두가 돌길라이니라. 비구니는 돌길라이며, 식차마나와 사미ㆍ사미니는 돌길라이니, 이것들은 범하는 것이니라. 범하지 않는다 함은 애초부터 함께 약속하지 않았거나, 저곳에 가야 편안하겠거나, 힘 센 이에게 잡혔거나, 갇혔거나, 목숨과 범행을 유지하기에 어려움이 있을 때는 범하지 않는 것이니라. 또 범하지 않는다 함은 맨 처음으로 계를 제정하기 전이거나 어리석고 미쳐서 마음이 어지럽고, 고통과 번뇌에 얽힌 때이니라.”
31) 한 번만 밥을 주는 곳에서 지나치게 받지 말라 어느 때에 부처님께서는 사위국의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에 구살라 나라에는 비구가 쉴 곳이 없는 마을이 있었는데, 거사들이 비구를 위해 쉴 곳을 장만하고 항상 음식을 공양하였다. “여기에서 쉬는 비구에게는 밥 한 끼니씩을 주리라.” 그때에 여섯 무리 비구들이 구살라 나라의 쉴 곳 없는 마을에 가려 하여, 그곳에 이르러서 하루를 쉬고 좋은 음식을 얻어먹었다. 그리고 다시 이틀째 쉬어 또 좋은 음식을 얻어먹었다. 그 여섯 무리 비구들은 생각하였다. “우리들이 다니는 것은 바야흐로 음식을 위한 것인데 이제 얻었다.” 그들은 이 쉴 곳에서 자주 자주 쉬고 먹고 하니, 거사들이 모두 비방하였다. “이 사문 석자들은 만족함도 없고 부끄러움도 모른다. 겉으로 내가 바른 법을 안다고 자칭하지만, 이렇거늘 어찌 바른 법이 있겠는가? 여기서 자주 자주 밥을 받으니, 마치 우리들은 이 사문 석자들만을 공급하기 위한 것같이 되었다. 우리들은 본래 한 번 쉬는 비구에게 두루 공급하려 하였다.” 그때에 여러 비구들이 이 말을 들었다. 그 중에 욕심이 적고 만족함을 알고 두타행을 하고 계율 배우기를 좋아하고 부끄러움을 아는 이는 여섯 무리 비구들을 비난하였다. “어찌하여 여섯 무리 비구들은 이 쉴 곳에서 자주 자주 밥을 받는가?” 여러 비구들이 부처님께 가서 머리를 숙여 발 앞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서 이 사실을 자세히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는 이 일로 인하여 비구들을 모으시고 여섯 무리 비구들을 꾸짖으셨다. “너희들이 한 일은 옳지 않다. 위의가 아니며, 사문의 법이 아니며, 청정한 행이 아니며, 수순하는 행이 아니어서 할 일이 아니다. 그런데 여섯 무리 비구들아, 너희들은 어찌하여 그 쉴 곳에서 자주 자주 밥을 받아먹었느냐?” 그때에 부처님께서 무수한 방편으로 여섯 무리 비구들을 꾸짖으신 뒤에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이 어리석은 사람은 여러 가지 유루의 곳에서 맨 처음으로 계를 범하였다. 지금부터 비구들에게 계를 제정해 주어 열 구절의 이치를 모으고, 내지 바른 법이 오래도록 머무르게 하리니, 계를 말하려는 이는 이와 같이 말하여라. ‘어떤 비구가 한 번 쉬고 먹는 곳에서 한 끼니만 먹을 것을 더 먹으면 바일제이니라.’” 부처님께서 이와 같이 비구들에게 계를 제정해 주신 뒤였다. 어느 때에 사리불이 구살라 나라에서 다니다가 이 쉴 곳 없는 마을에 이르러 하룻밤을 쉬고 이튿날 아침에 좋은 음식을 먹었다. 그런데 거기서 사리불은 병이 나서 생각하였다. ‘부처님께서 계율을 제정하시되 ≺비구는 한 번만 쉬는 곳에서는 한 끼니만 먹으라. 더 있으면 바일제이다≻라 하셨다.’ 그는 앓으면서 떠났으나 병은 더욱 무거워졌다. 그때에 비구들이 부처님께 가서 말씀드리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지금부터 병든 비구는 오래도록 먹기를 허락하나니, 지금부터는 이와 같이 계를 말하여라. ‘한 번만 먹는 곳에서 병 없는 비구는 한 끼니만 먹으라. 지나면 바일제이니라.’ 비구의 정의는 위에서 말한 것과 같으니라. 쉴 곳이라 함은 그 안에서 한 번 쉬는 것이며, 먹는다 함은 때가 되어서 먹는 것이며, 병이라 함 그 마을을 떠나면 더 심해지는 것이니라. 만일 병 없는 비구가 한 번만 쉬고 먹는 곳에서 지나게 밥을 받아 목구멍에 삼키면 바일제이며, 밥을 제하고 다시 속옷ㆍ등잔 기름ㆍ다리에 비르는 기름 같은 것을 받으면 돌길라이니라. 비구니는 바일제이며, 식차마나와 사미ㆍ사미니는 돌길라이니, 이것들은 범하는 것이니라. 범하지 않는다 함은 한 번 자고 밥을 받았는데 병이 나서 지나게 받았거나, 거사들이 말하되 ‘대덕이시여, 여기에 머무시오. 저희들은 사문 석자들을 위해서 이 쉴 곳을 마련하고 음식을 공급하는데 사문 석자를 만나지 못하면 다른 사람을 주겠습니다’ 하는 것이니라. 또 단월이 차례차례 청하거나 그의 아들ㆍ딸ㆍ누이ㆍ며느리들이 차례차례 청하는 것은 범하지 않는 것이니라. 또 오늘은 이 사람의 밥을 받고 내일은 저 사람의 밥을 받거나, 물이 갑자기 흘러서 길이 막혔거나 도적ㆍ범ㆍ이리ㆍ사자 등이 있거나 힘 센 이에게 잡혔거나 갇혔거나 목숨과 범행을 유지하기 어려움이 있을 때에는 한 끼니를 지나게 먹어도 범하지 않는 것이니라. 또 범하지 않는다 함은 맨 처음으로 계를 받기 전이거나 어리석고 미쳐서 마음이 어지럽고, 고통과 번뇌에 읽힌 때이니라.”
32) 여기저기서 먹지 말라 어느 때에 부처님께서는 나열성의 가란타(迦蘭陀) 대숲 동산에 계셨다. 그때에 부처님께서 나열성에서 나오셔서 세간에 다니시는데 큰 비구들 1,250사람과 함께 계셨다. 그때에 온 나라 안에 농사가 안 되어 쌀값이 비싸서 걸식하기가 힘들고, 사람들은 모두가 주린 빛이었다. 그때에 5백 명의 걸인이 부처님의 뒤를 따라다녔다. 그때에 사토(沙菟)라는 바라문이 있었는데 5백 수레에다 음식을 가득 싣고 겨울에서 여름까지 부처님의 뒤를 따르면서 공양 없는 날에는 공양을 마련하려 하였다. 그때에 부처님께서 마갈 나라에서부터 점점 교화하여 아나빈두(阿那頻頭) 나라에까지 오셨는데 그 나라 사람들이 앞을 다투어 공양 거리를 장만하여 부처님과 비구들을 공양하여 빈 날이 없었다. 그때에 바라문이 종일 기다렸으나 빈틈이 없어서 공양을 차릴 수 없으므로 아난에게 가서 말했다. “나 사토는 5백 수레에다 음식을 가득 싣고 겨울에서 여름까지 부처님의 뒤를 따르면서 공양이 없어 비는 날을 기다려 공양하려 하였습니다. 그러나 나는 지금까지 공양할 차례를 얻지 못했습니다. 우리들은 속인이어서 어려움이 많으니, 관청의 역사에 매이고, 일이 없는 날에도 나아가야 하며, 겸하여 안 일도 살펴야 하고, 또 관청에 재물과 곡식도 바쳐야 하니, 공ㆍ사에 시달려서 조금도 틈이 없습니다. 바라건대 존자께서는 나를 위해 부처님께 아뢰어 주시오. 부처님께서 분부가 계시면 받들어 행하겠습니다. 만일 부처님과 스님에게 공양할 차례를 얻지 못하면 나는 이 5백 수레의 음식을 길에 펴서 부처님과 스님 여러분께서 밟고 지나시게 함으로써 내 공양을 받으신 것으로 여기겠습니다.” 아난이 대답하였다. “잠깐 기다리시오. 내가 부처님께 여쭈어 드리겠소.” 그때에 아난이 부처님께 가서 머리를 숙여 발 앞에 예배하고 한쪽에 서서 이 사실을 자세히 말씀드렸다. “사토 바라문이 제게 와서 말하기를 ‘겨울에서 여름까지 5백 수레에다 음식을 가득 싣고 부처님의 뒤를 따르면서 공양 없어 비는 날을 기다려 공양하려 하였는데 나는 지금 공양할 차례를 얻지 못했소. 우리들은 속인이어서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으니, 관청의 역사에 매이고, 일이 없는 날에도 나아가야 하고, 겸하여 집안일도 살피어 공ㆍ사에 틈이 없다. 바라건대 존자는 나를 위해 부처님께 아뢰어 주시오. 부처님께서 분부가 계시면 받들어 행하겠소. 만일 공양할 차례를 얻지 못하면 이 5백 수레의 음식을 길에다 펴서 부처님과 스님 여러분께서 밟고 지나시게 함으로써 자기의 공양을 받으신 것으로 여기겠다’ 하였습니다. 제가 그에게 대답하되 ‘잠깐 기다리라. 내가 부처님께 아뢰어 주겠다’ 하였습니다. 그러므로 부처님께 여쭙나이다.” 그때에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그 바라문에게 가서 말하되 ‘내일 아침에 이 음식으로 죽을 쑤어 비구들에게 먹이라. 다음에는 밥을 받으리라’ 하여라.” 그때에 아난이 부처님의 분부를 받고, 곧 바라문에게 가서 말했다. “그대는 이 음식으로 죽을 쑤어서 비구들에게 먹이라. 그 뒤에는 밥을 받으리라.” 그때에 바라문이 보건대 공양하는 사람들이 아무도 떡을 장만하지 않으므로 그날 밤에 가지가지 맛있는 소락 기름ㆍ참기름ㆍ젓ㆍ맑은 물ㆍ생강ㆍ호초ㆍ필발(罼茇)을 준비하여 가지가지 죽과 떡을 만들었다. 밤이 지난 뒤에 이 죽으로 부처님과 비구들에게 공양하니, 비구들은 받지 못하고 바라문에게 말했다. “부처님께서 아직 비구들에게 소락 기름과 내지 세 가지 약으로 만든 갖가지 죽을 받으라고 허락하시지 않았소.” 그때에 비구들이 이 사실을 부처님께 말씀드리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지금부터 비구들에게 소락 기름과 내지 세 가지 약으로 만든 갖가지 죽을 받도록 허락하노니, 먹으라. 죽에는 다섯 가지 이익이 있느니라. 주림을 없애고, 목마름을 없애고, 묵은 밥을 소화시키고, 대변과 소변이 고르고, 풍병을 없애나니, 죽을 먹는 이에게는 이 다섯 가지 이로운 일이 있느니라.” 그때에 바라문이 다시 떡을 돌리니, 비구들이 받지 못하고 말했다. “부처님께서 아직 비구들에게 떡을 받으라고 허락하시지 않았소.” 곧 부처님께서 가서 말씀드리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지금부터 비구들에게 떡을 받도록 허락하노라.” 그때에 아나빈두 나라의 거사들이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죽과 떡을 받도록 허락하셨다는 말을 듣고 모두가 매우 기뻐하면서 말했다 “우리들은 매우 좋은 복밭[福田]에 공양하는 것을 얻었다.” 그 밖에 믿음이 적은 대신이 있었는데 부처님과 비구들이 많은 공양을 얻는 것을 보고 말했다. “이는 사소한 복덕을 가진 사람들이 아니다. 이와 같이 곡식이 비싼 때에도 부처님과 비구승들에게는 이와 같은 공양을 드리는구나. 나도 지금 가지가지 맛난 음식을 마련하여 사람마다 한 그릇씩의 고깃국을 대접하리라.” 그때에 그는 곧 사람을 절로 보내서 아뢰게 하였다. “대덕 스님들, 내일은 저의 공양을 받아 주시기 바랍니다.” 그날 밤에 가지가지 맛난 음식을 장만하고, 이튿날 아침에 절에 가서 밥 때가 되었음을 말씀드렸다. 그때에 부처님께서 몸소 절에 계시면서 공양 청하는 곳에 보내는 일을 보셨다. 그때에 아나빈두 나라의 거사들도 먼저부터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죽 먹기를 허락하셨다는 말을 듣고, 그날 밤에 가지가지 죽을 위와 같이 장만한 뒤에 이튿날 아침에 절로 보내서 비구들에게 먹였다. 비구들은 이미 다른 이의 밥을 먹었는데 또 이 가지가지 맛있는 죽을 먹고 또 이 대신의 집으로 먹으러 갔다. 그때에 믿음이 적던 대신이 비구들에게 가지가지 음식을 주었는데 비구들이 말했다. “멈추시오. 단월이여, 조금씩 부으시오.” 대신이 비구들에게 말했다. “나는 짐짓 비구 스님들을 위해 맛난 음식을 장만하여 한 사람마다 한 그릇씩의 고깃국을 만들었는데 나의 믿음이 적다 하여 배불리 잡숫지 않지 마십시오. 여러 대덕이여, 그저 잡수십시오. 나는 믿는 마음이 있습니다.” 여러 비구들이 대답했다. “그 까닭에 안 먹는 것이 아니오. 성안의 백성들이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죽과 떡을 먹으라고 허락하신 것을 듣고, 그날 밤에 가지가지 소락 기름ㆍ참기름ㆍ젓ㆍ맑은 물ㆍ생강ㆍ호초ㆍ필발로 죽을 쑤어 그 이튿날 아침에 절로 보내서 비구들에게 먹였소. 우리들이 먼저 그 죽을 먹었으므로 지금 더 많이 먹지 못할 뿐이니, 괴이히 여기지 마시오.” 그때에 믿음이 적던 대신이 즉석에서 비난하였다. “내가 짐짓 여러 비구들을 위해서 이와 같은 가지가지 좋은 음식을 장만하여 사람마다 한 그릇씩의 고깃국을 주는 것은 여러 스님 여러분께서 다 공양하시게 하려는 것이었는데, 어찌하여 먼저 진한 죽을 먹은 뒤에야 내 밥을 받으실까?” 그때에 대신은 성이 나서 갖가지 좋은 떡과 고기들을 감춰 두고 국과 밥만을 차려 준 뒤에 부처님께 가서 머리를 숙여 발 앞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서 부처님께 여쭈었다. “아까 여러 스님들에게 공양을 차린 것은 복이 많겠나이까? 죄가 많겠나이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당신이 공양을 베푼 것은 복덕이 매우 많습니다. 이는 하늘에 나는 원인입니다. 비구들이 당신에게 한 덩어리의 밥만을 먹더라도 그 복덕이 한량없습니다.” 그때에 부처님께서 점점 설법하여 주시되 보시와 계율과 하늘에 나는 법을 말씀하시고, 애욕은 죄악이요 최상의 유루라고 꾸짖으시고, 벗어남은 해탈을 더하게 하는 법이라고 찬탄하셨다. 이 법을 말씀하시니 그는 곧 앉은 자리에서 온갖 번뇌가 다하여 법 눈이 맑아졌다. 그는 법을 보고 법을 얻고 바른 법을 닦아 가장 높은 과위를 얻은 뒤에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지금부터 불ㆍ법ㆍ승에 귀의하오니, 우바새가 되도록 허락해 주옵소서. 목숨이 다하도록 살생하지 않고, 내지 술을 마시지 않겠나이다.” 그때에 부처님께서 공양을 마치시고 이 일로 인하여 비구들을 모으시고 비구들에게 물으셨다. “너희들은 참으로 새벽에 다른 이의 진한 죽을 먹은 뒤에 대신의 청을 받았느냐?”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때에 부처님께서 무수한 방편으로 비구들을 꾸짖으셨다. “너희들이 한 일은 옳지 않다. 위의가 아니며, 사문의 법이 아니며, 청정한 행이 아니며, 수순하는 행이 아니어서 할 일이 아니다. 그런데 너희들은 어찌하여 어리석게도 먼저 진한 죽을 먹은 뒤에 청을 받으러 갔느냐? 먼저 청을 받고서는 진한 죽을 먹지 말라. 진한 죽이라 함은 풀잎으로 그어서 죽의 금이 합쳐지지 않는 것이니, 먹어서는 안 되느니라. 먹으면 법대로 다스리라.” 그때에 부처님께서 아나빈두 나라로부터 세간으로 떠나셨는데 1,250사람과 함께 계셨다. 그때에 그 나라에 곡식이 귀하여 걸식하기 어려웠고 사람들은 주린 빛이 있었다. 그리하여 5백 사람의 거지가 항상 부처님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 그때에 부처님께서 마갈 나라에서 점점 걸어서 나열성으로 옮겨오셨다. 그때에 부처님과 비구들이 많은 공양을 얻었다. 그때에 나열성에 믿음이 적은 한 악사(樂師)가 있었는데 부처님과 비구들이 많은 공양을 얻는 것을 보고 생각하였다. ‘이는 사소한 복밭이 아니다. 이와 같이 곡식이 귀한 때에 부처님과 비구들은 공양을 많이 얻었다. 나도 지금 한 해 동안 생기는 물건으로 가지가지 맛난 음식과 사람마다 한 그릇씩의 고기를 장만하여 부처님과 비구들에게 공양하리라.” 그때에 그는 몸소 절에 가서 비구들에게 말했다. “내일 아침에는 제 공양을 받아 주십시오.” 그날 밤에 가지가지 맛난 음식을 장만하고, 이튿날 아침에 가서 밥 때가 되었음을 말씀드렸다. 그때에 나열성은 명절을 만나 거사들이 앞을 다투어 밥ㆍ국수ㆍ건반ㆍ생선ㆍ고기를 가지고 절에 가서 비구들에게 주니, 비구들은 그것을 먹고 청을 받으러 갔다. 그때에 악사가 손수 가지가지 음식을 나누어 주니 비구들이 말했다. “그만두시오. 거사여, 밥을 많이 담지 마시오.” 악사가 말했다. “제가 한 해 동안 얻은 물건으로 일부러 스님들을 위해 가지가지 맛난 음식과 사람마다 한 그릇씩의 고기를 장만했습니다. 제가 믿음이 적다 하여 믿지 않는 마음을 낼까 두려워하여 많이 안 잡숫지 마십시오. 어서 잡수시오. 나는 믿음이 있습니다.” 그때에 비구들이 거사에게 말했다. “우리들은 그 일 때문에 안 먹는 것이 아니오. 조금 전에 성안의 사람들의 음식을 먼저 먹었소. 그러므로 지금 적게 먹는 것이니, 다른 마음이 없소. 괴이히 여기지 마시오.” 그때에 믿음이 적던 악사가 이 말을 듣고 비방하는 생각을 품었다. ‘내가 한 해 동안 생기는 물건으로 일부터 스님들을 위해 가지가지 맛난 음식과 사람마다에게 한 그릇씩의 고기를 장만했거늘, 비구들은 어찌하여 먼저 남의 밥ㆍ국수ㆍ건반ㆍ생선ㆍ고기 등을 먹은 뒤에 내 밥을 받을까?’ 악사는 성이 나서 가지가지 좋은 음식은 감춰 두고 국과 밥만을 준 뒤에 부처님께 가서 머리를 숙여 발 앞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부처님께서 여쭈었다. “제가 베푼 음식은 복이 많나이까? 죄가 많나이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지금 네가 보시한 음식은 하늘에 태어나는 원인이다. 비구들이 한 덩어리의 밥만을 받더라도 그 복이 한량없거늘 하물며 지금 이와 같이 장만한 것이겠느냐? 그 복덕은 한량이 없느니라.” 그때에 부처님께서 미묘한 법을 연설해 주시니 보시와 지계(持戒)는 하늘에 나는 원인이라 하시고, 애욕은 허물이며 최상의 유루라고 꾸짖으셨다. 그때에 악사가 이 말씀을 듣고 앉은 자리에서 온갖 번뇌가 다하여 법 눈이 밝아졌다. 법을 보고 법을 얻고 바른 법을 닦아 가장 높은 과위를 얻고는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지금부터 우바새가 되겠사오니, 허락해 주옵소서. 목숨이 다하도록 살생하지 않고, 내지 술을 마시지 않겠나이다.” 그때에 부처님께서 이 일로 인하여 비구들을 모으시고 알면서도 짐짓 비구들에게 물으셨다. “너희들은 참으로 먼저 남의 다섯 가지 음식을 먹은 뒤에 이 공양 청을 받았느냐?” “그렇습니다.” 그때에 부처님께서 무수한 방편으로 비구들을 꾸짖으셨다. “너희들이 한 일은 옳지 않다. 위의가 아니며, 사문의 법이 아니며, 청정한 행이 아니며, 수순하는 행이 아니어서 할 일이 아니다. 그런데 어리석은 사람들아, 너희들은 어찌하여 먼저 남의 다섯 가지 음식을 먹은 뒤에 다시 이 청을 받았느냐?” 부처님께서 무수한 방편으로 꾸짖으신 뒤에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남의 다섯 가지 음식을 먹은 뒤에 청을 받지 말라. 지금부터 비구들에게 계를 제정해 주어 열 구절의 이치를 모으고, 내지 바른 법이 오래 머무르게 하리니, 계를 말하려는 이는 이와 같이 말하여라. ‘어떤 비구가 여기저기서 먹으면 바일제이니라.’” 부처님께서 이와 같이 비구들에게 계를 제정하신 뒤의 어느 때에 병든 비구들이 청을 받아먹는 곳에는 병에 맞는 음식과 병에 맞는 약이 없었고, 설사 딴 곳에는 병에 맞는 음식과 약이 있더라도 조심스러워서 먹지 못했으니, 여기저기서 먹지 못하는 계를 범할까 두려워하기 때문이었다. 그때에 비구들이 이 일로 인하여 부처님께 가서 말씀드리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지금부터 병든 비구에게는 여기저기서 먹도록 허락하노니, 지금부터는 이와 같이 말하여라.” ‘어떤 비구가 여기저기서 먹으면 특별한 때[異時]를 제외하고는 바일제이니, 특별한 때라 함은 병든 때이니라.’” 부처님께서 이와 같이 비구들에게 계를 제정해 주신 뒤 어느 때에 어떤 거사가 부처님과 비구들을 청하여 음식을 공양하려 하였는데 다시 어떤 거사가 부처님과 비구들을 청하여 음식과 의복을 마련해서 공양하려 하여 절에 가서 비구들에게 말했다. “제가 부처님과 스님들을 청하여 음식을 공양하려 합니다.” 비구들이 대답했다. “우리들은 먼저 다른 거사의 청을 받았소.” 거사가 말했다. “대덕이여, 나는 좋은 음식과 옷을 보시하려 합니다. 바라건대 스님 여러분께서는 제 청을 받아 주십시오.” 그때에 비구들은 조심스러워서 부처님께 가서 말씀드리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지금부터 비구들에게 옷을 보시할 때에는 여기저기서 먹도록 허락하노니, 지금부터는 이와 같이 계를 말하여라. ‘어떤 비구가 여기저기서 먹으면 특별한 때[餘時]를 제외하고는 바일제이니, 특별한 때라 함은 병들었을 때와 옷을 보시하는 때이니라.’ 비구의 정의는 위에서 말한 것과 같으니라. 여기저기서 먹는다 함은 청하는 때에 한하는 것이니라. 청하는 것은 두 가지가 있으니, 대중의 차례대로 청함[僧次請]과 따로 청함[別請]이니라. 먹는다 함은 밥ㆍ국수ㆍ건반ㆍ생선ㆍ고기이며, 병든 이라 함은 한 자리에서 좋은 음식을 먹어 배부를 수 없는 사람이며, 옷을 준다 함은 자자를 바치고 카타나 옷이 없으면 한 달이며, 가치나 옷이 없으면 다섯 달이니라. 만일 여러 곳에서 음식과 의복을 보시한다는 이가 있거나 하루에 여러 곳에서 공양 청장을 받았거든 자기는 한 사람의 청만을 받고 나머지는 남에게 미루어 줄지니, 이와 같이 말하고 주라. ‘장로여, 내가 거기에 가야 하겠으나 이제 그대에게 보시합니다.’ 만일 비구가 앞의 청을 버리지 않고 뒤의 청을 받아 밥이 목구멍을 넘으면 바일제이며, 뒤의 청을 버리지 않고 앞의 청을 받아 밥이 목구멍을 넘으면 돌길라이니라. 비구니는 돌길라이며, 식차마나와 사미ㆍ사미니도 돌길라이니, 이것들은 범하는 것이니라. 범하지 않는다 함은 병들었을 때와 옷을 보시할 때와 하루에 여러 사람이 청하였는데 자기는 한 사람의 청만을 받고 나머지는 다른 사람에게 주었거나, 만일 청하고서도 다섯 가지 밥 아닌 것을 주거나 밥이 부족하거나 공양을 청한 이가 없어서 먹거나 먹은 뒤에 다시 밥이 생겼거나 한 곳에 앞의 밥과 뒤의 밥이 있는 때는 범하지 않는 것이니라. 또 범하지 않는다 함은 맨 처음으로 계를 제정하기 전이거나 어리석고 미쳐서 마음이 어지럽고, 고통과 번뇌에 얽힌 때이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