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023_0807_a_01L사미니계경(沙彌尼戒經)
023_0807_a_01L沙彌尼戒經


실역(失譯)
노혜능 번역
023_0807_a_02L在後漢錄


사미니계(沙彌尼戒)의 첫째는 ‘살생을 하지 말라’이다.
뭇 생명을 아끼고 사랑하고 불쌍히 여기기를 마치 부모가 자식을 생각하는 것처럼 하여 꿈틀거리는 미물조차도 마치 갓난아기인 양 불쌍히 여겨야 한다.
무엇을 살생하지 않는 것이라 하는가?
몸과 입과 마음을 잘 보호하되, 몸으로는 사람이나 기어다니며 숨을 쉬는 부류에 이르기까지 내 손으로 하거나 남을 시켜 살생하지 말라. 살생을 보았다면 먹지 말라. 살생한 것임을 들었다면 먹지 말며, 의심스럽다면 먹지 말라. 나를 위해서 죽인 것이라면 먹지 말라.
023_0807_a_03L沙彌尼初戒不得殺生慈愍群生如父母念子加哀蠕動猶如赤子何謂不殺護身口意身不殺人物蚑行喘息之類而不手爲亦不教人見殺不聞殺不食疑殺不食爲我殺不食
입으로 죽이라고 한다든가 원수를 갚도록 해치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 또한 죽거나 죽이는 것이 좋다거나, 어떤 것은 살이 찌고 어떤 것은 말랐다거나, 어떤 고기는 많아서 좋고 어떤 고기는 적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 마음속으로라도 ‘죽임을 당해 마땅하다, 죽이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한다든가, ‘어떤 것은 살이 찌고, 어떤 것은 야위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모든 중생을 불쌍히 여기기를 자신의 골수와 같이 여기고, 부모나 자식이나 자신의 몸과 같이 여겨 똑 같아서 차별이 없어야 한다. 널리 평등한 일심으로 항상 대승에 뜻을 두는 것, 이것이 사미니가 비로소 배워야 할 계이다.
023_0807_a_08L口不說言當殺當害報怨亦不得言死快殺快某肥某瘦某肉多好某肉少也意亦不念當有所賊殺於某快某畜肥某瘦哀諸衆生如己骨髓如父如母如子如身等無差特等一心常志大乘是爲沙彌尼始學戒也
다시 사미니계가 있으니, 도둑질하지 말라.
일전(一錢) 이상의 풀잎이나 털 끝, 쌀알 하나라도 취하지 말라. 주인이 손으로 건네주지 않는 것은 취하지 말며, 입으로도 취한다고 말하지 말고, 마음으로도 취한다고 생각하지 말라. 눈으로 물질[色]을 애착하지 말고, 귀로 소리를 애착하지 말며, 코로 향기를 훔치지 말고, 혀로 맛을 훔치지 말며, 몸으로 옷을 탐내지 말고, 마음으로 애욕을 훔치지 말며, 6정(情)1)에 집착함이 없어야 한다. 항상 권혜(權慧)를 세우면 곧 훔치지 않음이라 하나니, 이것이 사미니계이다.
023_0807_a_15L沙彌尼戒不得盜竊一錢以上草葉毛米不得取也主不手與不得取不言取心不念取目不愛色耳不愛鼻不盜香舌不偸味身不貪衣不竊欲六情無著常立㩲慧則曰不是爲沙彌尼戒也
023_0807_b_02L다시 사미니계가 있으니, 음일(淫佚)하지 말라.
무엇을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인가. 일심(一心)으로 청결하여 몸으로 음일을 하지 말고, 입으로 음일을 말하지 말고, 마음으로 음일을 생각하지 말라. 밝고 분명하게 집지하되 허공의 바람처럼 기대거나 집착하는 데가 없어야 한다. 몸으로 음일을 행하지 말고, 눈으로 음일을 바라보지 말며, 귀로 음일을 듣지 말고, 코로 음일을 맡지도 말며, 입으로 음일을 말하지 말고, 마음을 애욕에 두지 말라. 몸의 4대(大)2)가 본래 있지 않음을 보아야 하니, 지(地)ㆍ수(水)ㆍ화(火)ㆍ풍(風)을 헤아려 보면 무아(無我)ㆍ무인(無人)ㆍ무수(無壽)ㆍ무명(無命)이거늘, 어느 곳이 음일이며 어디에 애착할 바 있겠는가라고 하며, 뜻을 공(空)ㆍ무상(無相)ㆍ무원(無願)에 두는 것이 바로 사미니계이다.
023_0807_a_21L沙彌尼戒不得婬泆何謂不得一心淸潔身不婬泆口不說婬心不念婬執己鮮明如虛空風無所倚著身不行婬目不婬視耳不婬聽鼻不婬香口不婬言心不存欲觀身四大本無所有計地無我無人無壽何所婬泆何所著乎志空無相是爲沙彌尼戒也
다시 사미니계가 있으니, 이간질하는 말[兩舌]이나 거친 말[惡言]을 하지 말라.
말은 침착하고 조용히 하되, 보지 않은 것을 보았다고 말하지 말며, 듣지 않은 것을 들었다고 말하지 말라. 나쁜 것을 보았으면 전하지 말고, 나쁜 것을 들었으면 퍼뜨리지 말며, 나쁜 말은 바로 회피하여 항상 네 가지가 평등[四等]하게 해야 한다. 있지 않은 것을 말하지 않는 것이 말하는 법도(法道)라고 하나니, 세속의 일을 말하지 말고, 왕이나 신하나 관리나 도적의 일을 말하지 말라. 항상 경(經)의 가르침과 보살의 정계(正戒)를 찬탄하며 뜻을 대승에 두어 작은 배움[小學]을 하지 말고, 네 가지 평등한 마음[四等心]을 행하면 이것이 사미니계이다.
023_0807_b_09L沙彌尼戒不得兩舌惡言言語安詳不見莫言見不聞莫言聞見惡不聞惡不宣惡言直避常行四等有非言言輒說道不得論說俗事講王者臣吏賊事常歎經法菩薩正志于大乘不爲小學行四等心爲沙彌尼戒也
다시 사미니계가 있으니, 술을 마시지 말라. 술을 즐기거나 좋아하지 말며, 술을 맛보지도 말라.
술에는 서른여섯 가지 허물이 있으니, 도를 잃고 집을 망하게 하거나, 몸이 위태하고 목숨을 잃는 것이 모두 술로 말미암는다. 동쪽으로 끌면 서쪽으로 당기고, 남쪽에서 버티면 북쪽에 붙으면서, 경을 외우지 못하고 3존(尊)3)을 존중하지 않으며, 스승과 벗을 가벼이 여기고, 부모에게 효도하지 않으며 마음은 닫히고 뜻은 막히어 날 적마다 어리석어 큰 도를 만나지 못하며, 그 마음에 지혜가 없어진다. 그러니 술을 마시지 말라. 5음(陰)과 5욕(欲)과 5개(蓋)를 벗어나 여의기를 바라며, 5신통(神通)4)을 얻어서 5도(道)5)를 제도하는 것이 사미니계이다.
023_0807_b_16L沙彌尼戒不得飮酒不得嗜酒不得嘗酒酒有三十六失失道破家危身喪命皆悉由之牽東引西持南著北不能諷經不敬三尊輕易師友不孝父母心閉意塞世世愚癡不値大道其心無識故不飮酒欲離五陰五欲五蓋得五神通得度五道是爲沙彌尼戒也
023_0807_c_02L다시 사미니계가 있으니, 향이나 꽃으로 꾸미지 말라.
옷을 입거나 신발을 신을 때 다섯 가지 색(色)을 쓰지 말며, 여러 가지 보배로 만든 영락으로 치장을 하지 말라. 금수(錦繡)ㆍ능라 등의 비단이나 명주옷을 입어 아름답게 보이려 하지 말며, 마땅히 청색ㆍ흑색ㆍ목란(木蘭)으로 물들인 거친 옷과 니원리의(泥洹裏衣)6)을 입고 머리를 숙이고 걸어가야 한다. 여섯 가지 쇠퇴하게 하는 것[六衰]을 제거하고자 한다면 계로써 향기를 삼아야 한다. 깊은 법을 구하여 외우는 것을 참된 보배로 삼고, 32상(相)7)으로 영락을 삼으며, 여러 가지 좋은 상호를 증식하게 함으로 피복(被服)을 삼고, 여섯 가지 신통(神通)이 걸림 없기를 바라며, 여섯 가지 바라밀[度]8)로써 남을 인도하는 것이 바로 사미니계이다.
023_0807_b_24L沙彌尼戒不得持香華自薰飾衣被履縷不得五色不得以衆寶自瓔珞不得著錦繡綾羅綺縠不得綺視著麤服木蘭及泥洹裏衣低頭而行欲除六衰以戒爲香求誦深法以爲眞寶三十二相以爲瓔珞得殖衆好以爲被服願六神通無礙六度導是爲沙彌尼戒也
다시 사미니계가 있으니, 금은 등의 보배로 만든 높은 자리에 앉지 말라.
비단이나 명주로 입히고 여러 가지 보배로 꾸민 부드러운 깔개 따위는 생각하지도 말라. 좋은 상이나 의자ㆍ오색의 부채ㆍ고급스런 불자(拂子)를 구하도록 시키지 말라. 팔찌나 반지를 끼지 말며, 올곧이 계를 믿어 신시(信施)에 부끄러운 줄 알아 널리 지혜를 듣고 일심으로 한결같이 정진하여, 항상 삼매(三昧)를 구하는 것으로 자리나 의자를 삼고, 마음에 동요됨이 없어야 한다. 뭇 지혜가 저절로 나타나는 것을 앉는 자리[坐具]로 삼아 7각(覺)9)에서 물러서지 않으며, 길을 구하는 마음에 뜻을 두는 것이 사미니계이다.
023_0807_c_08L沙彌尼戒不得坐金銀高牀綺繡錦被寶綩綖不得念之不得教求索好牀榻席五色畫扇上好㲖拂不得著臂釧指鐶直信博聞智慧心精專常求三昧以爲牀榻心不動衆慧自然以爲坐具七覺不轉志于道心是爲沙彌尼戒也
다시 사미니계가 있으니, 춤추고 노래하는 음악 소리를 듣고 손뼉 치거나 장단 맞추는 짓을 하지 말라.
스스로도 하지 말고 다른 이를 시키지도 말라. 항상 자신의 몸을 닦고 바른 법을 따라 행할지언정 삿된 행을 지어서는 안 된다. 일심으로 부처님께 귀의하고 경을 외우고 바른 것을 행하는 것으로써 법락을 삼고 속세의 쾌락을 위하지 않아야 한다. 경을 듣고 잘 사유하여 큰 뜻에 깊이 들어가야 한다. 혼자서 서둘러 달리지 말고, 수레나 말이나 코끼리 등을 타지 말라. 가뿐하게[輕擧] 여덟 가지 불가사의한 신통에 도달하는 것을 생각하는 것으로써 수레를 삼고, 여덟 가지 재난을 건너 벗어나니, 이것이 바로 사미니계이다.
023_0807_c_15L沙彌尼戒不得聽歌儛音樂聲拍手鼓節不得自爲亦不教人常自修身順行正法不爲邪行一心歸佛誦經行正以爲法樂不爲俗樂聽經思惟深入大義自不有疾不得乘車馬象當念輕擧八不思議神通之達以爲車乘度脫八難是爲沙彌尼戒也
023_0808_a_02L다시 사미니계가 있으니, 진귀한 보배를 모으지 말라. 손으로 잡지도 말고 다른 이를 시키지도 말며, 항상 스스로 오로지 도로써 보배를 삼고, 경으로써 으뜸을 삼으며, 깊은 의취로써 미묘함을 삼고, 해공(解空)ㆍ무상(無相)ㆍ무원(無願)10)을 근본으로 삼으며, 세 가지 해탈에 이르기까지 탐욕을 구하지 말라. 아홉 가지 번뇌[惱]를 벗어나기를 바라며, 오래도록 도에 머무르되 다함이 없고 끝간 데가 없고 한계가 없으며, 머무는 바가 없는 것이 사미니계이다.
023_0807_c_22L沙彌尼戒不得積聚珍寶不得手取不得教人常自專精以道爲寶以經爲上以義爲妙解空無相無願爲本至於三脫不求貪欲欲離九惱住道甚夂無窮無極無有邊際亦無所是爲沙彌尼戒也
다시 사미니계가 있으니, 밥 먹는 때를 잃지 말라.
밥을 먹을 때는 항상 법도를 잃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하루 가운데 정오가 지나면 다시 음식을 먹지 않아야 하나니, 비록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 있더라도 끝내 다시 먹지 말아야 하고 또한 다른 이를 범하게 하지도 말며, 마음속으로라도 생각해서는 안 된다. 가령 더없이 훌륭한 음식이 저절로 나타난다 하더라도 또한 먹지 말아야 한다. 만약 장자나 국왕이 정오가 지난 뒤에 베풀더라도 먹지 말고, 마침내 죽게 되더라도 범하지 말며 항상 선정만을 생각하라. 온갖 음식을 먹더라도 자신의 목숨은 끊어지게 되는 것이니, 일체의 깊은 서원을 통달하기를 원한다면, 열 가지 힘을 얻는 것으로써 음식을 삼으니, 이것이 사미니계이다.
023_0808_a_06L沙彌尼戒食不失時常以時食不得失度過日中後不得復食雖有甘美無極之味終不復食亦不教人犯亦不念假使無上自然食來亦不得食也若長者國王過日中後亦不服終死不犯常思禪定一切飮食雖有所食裁自支命欲令一切解深達得十種力以爲飮食是爲沙彌尼戒也
사미니가 이미 십계를 받았다면, 오로지 근원의 도를 생각하고 추구하며[原道思純] 이 열 가지 일을 실행하면 5백 가지 계가 자연히 구족하게 된다.
비유하면 사람의 머리와 손과 발, 눈ㆍ귀ㆍ코ㆍ혀ㆍ몸ㆍ뜻과 배와 등의 모든 근(根)이 허물어지지 않고 구족하면 장ㆍ위ㆍ폐ㆍ간 등 오장과 모든 뼈마디와 근육과 맥이 모두 갖추어지는 것과 같고, 또는 나무의 뿌리가 안온하고 온전히 갖추어져 마르거나 썩지 않으면 줄기나 가지나 잎이나 꽃이나 열매가 자연히 크게 무성하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사미니도 이와 같이 능히 열 가지 계의 근본이 구족하게 되면 그 나머지 5백 가지 계도 모두 두루 원만하게 되어 신통을 얻어 이르지 못하는 데가 없게 된다.
023_0808_a_15L沙彌尼已受十戒原道思純能行是十事五百戒自然具足譬如人頭背不毀諸根具五藏諸節脈悉具譬如樹根安隱具足不枯腐朽莖節枝葉實自然弘茂沙彌尼如是能備十戒之本其五百戒皆悉周滿可逮神通無所不達
023_0808_b_02L비유하건대 좋은 밭에 뿌려 놓은 씨앗이 썩지 않고 비바람과 시절이 알맞으면 오곡이 풍성하게 익어서 인민이 편안해지는 것과 같이 사미니가 이와 같은 열 가지 계를 존중하면 5백 가지 계를 모두 거행함이 된다.
비유하건대 나라의 주군이 풍속과 교화를 두루 평등하게 하면 만민이 안녕한 것처럼 사미니도 이와 같이 열 가지 계를 구족히 갖추면 5백 가지 계도 자연히 두루 갖추어지게 되니, 부모가 자애롭고 화평하면 자손이나 노비나 일꾼 등의 권속이 자연히 따르는 것과 같다.
023_0808_a_23L譬如好田種不腐敗風雨時節五穀豐熟人民得治沙彌尼如是能尊十戒五百戒則爲擧矣譬如國君風化普平萬民安寧沙彌尼如是若能具十戒者五百之戒自然普備若父母慈和子孫眷屬婢使自然率從
또한 사미니는 항상 삼보를 존중해야 한다.
스승과 화상을 존경하기를 부모의 백천만 배나 더하여야 한다. 부모는 한 세상이지만 화상은 끝이 없는 무한의 생을 제도하여 주시기 때문이다. 언제나 은혜에 보답할 것을 생각할지언정 어기거나 거스르지 말라.
항상 때묻은 몸을 싫어하기를 사람들이 감옥에 갇히거나 변소에 빠지는 것처럼 하여야 한다.
여자의 몸을 탐하지 말지니, 색욕을 태워 없애지 않으면 큰 불길과 같고 도적의 소굴에 있는 것과 같다. 마음으로 온갖 것을 생각하기를 마치 부모자식처럼 해야 한다.
023_0808_b_05L又沙彌尼常尊三寶敬師和上過於父母百千萬倍父母一世和上度無極無限念報反復不造反逆常厭穢如人閉獄墮墜溷廁不貪女身燒色欲如于大火譬若處賊心念一如父如母如子如身
항상 본행(本行)을 부끄러워하여 마음이 쾌락하지 않기 때문에 곧 이러한 몸을 얻은 것이다. 마땅히 본래 없음을 깨닫되, 모든 것은 마치 환(幻)11)이나 허깨비와 같아서 남자도 없고 여자도 없지만 소행을 따라 얻는 것일 뿐이며, 본래 5도(道)12)도 없거늘 어찌 남녀가 따로 있겠는가.
대승을 구하는 이는 일체가 공하여 환ㆍ허깨비ㆍ꿈ㆍ그림자ㆍ메아리ㆍ아지랑이[野馬]ㆍ파초 혹은 깊은 골짜기의 메아리와 같아서 대상에 기대어 생겨날 뿐임을 알아야 한다. 본래 아무 것도 없어서 물질[色]을 믿는 것은 그림자와 같고, 아프고 가려움[痛痒]은 파초와 같으며, 생각[思想]은 아지랑이와 같고, 나고 죽음[生死]은 물거품과 같고, 의식은 환과 같아서 모두 비아(非我)이고 인연이 합하여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에 인연이 없으면 곧 없으며, 홀로 와서 홀로 갈 뿐 하나도 따르는 것이 없다.
023_0808_b_11L常慚本行懷態不快乃獲斯身當解本無猶如幻無男無女從行得之本無五道男女乎求大乘者了一切空如幻野馬芭蕉深山之響緣對而本無所有信色如影痛癢如芭蕉思想如野馬生死如泡識如幻非我因緣合成無緣則無獨來獨去無一隨者
023_0808_c_02L도를 닦고자 한다면 권혜(權慧)를 부모로 삼고 법을 즐기는 것으로 형제를 삼으며, 심오한 의취를 여의지 않는 것으로 화상을 삼고, 자ㆍ비ㆍ희와 진리를 보호하고 바른 법에 머무는 것으로 남녀를 삼으며, 여섯 가지 바라밀[度無極]로써 도반을 삼고, 신통의 지혜로 수레를 삼으며, 경(經)과 계(戒)를 어기지 않고 공의 깊은 의취를 사유하는 것으로 집을 삼아야 한다.
또한 사미니는 혼자서 다니지 말고 같은 무리 두세 사람을 도반으로 삼아야 하며, 만약 사미니가 없으면 청신녀라도 함께 해서 가야 한다. 만약 심부름[婢使]을 하더라도 큰 사미나 남자와 함께 같은 자리에 앉지 말며, 거짓말을 하지 말라.
023_0808_b_19L欲爲道者㩲慧爲父母樂法爲兄弟不離深義以爲和上諦住正法以爲男女六度無極以爲伴黨神通之慧以爲車乘不違經思惟空義以爲屋宅又沙彌尼不得獨行同類爲伴二人若三人若無沙彌尼當與淸信女俱行若婢使不得與大沙彌男子同牀座坐不妄語
또 비구의 절[比寺]에 머물지 말며, 병들지 않았으면 단월의 집에 자주 왕래하지 말고 독경이나 설법을 청하더라도 자기 마음대로 함부로 하지 말라. 같은 도반끼리는 서로 가르치면서 나이를 따라 서로 공경하고 수순할지언정 방자히 서로 간에 함부로 말하거나 잘못 이끌지 말라.
만약 허물이 있거든 가려진 곳[屛處]에서 서로 충간하고 대중 가운데서 말해서는 안 된다. 좋은 일을 듣거나 보면 서로 드러내어 주고 나쁜 일을 듣거나 보면 다른 이에게 전하거나 말하지 말라. 다만 화상에게 여쭐 수는 있으나 다른 사람에게 말해서는 안 된다.
항상 자신에게는 엄격히 책려하여 좋은 일을 보면 그에 미치기를 생각하고, 나쁜 일을 보면 도리어 자신을 깊이 살피면서 저 사람의 뜻이 미치지 못함을 불쌍히 여겨야 한다.
023_0808_c_04L又不得比寺居止自不疾病不得數往反檀越請讀經乃說不得自用等輩相教隨年恭順不得慢恣轉相導若有過失屛處相諫莫於衆中說聞善見善乃可宣揚聞惡見惡不得傳說唯可白和上不得語餘人常自剋責見善思及見惡自察悲哀彼人意不及故
만약 사미니가 되어서 화상을 구할 때는 마땅히 총명하고 지혜롭고 법을 받들고 수순하는 이어야 세세에 중생들을 제도할 수 있다. 비유하면 온전히 갖추어져 견고한 배가 있다면 저편 기슭으로 안전하게 건너갈 수 있는 것과 같다. 만약 스승이 총명하지 못하고 행하는 것이 법에 맞지 않으면 이는 큰 스승[大師]이 아니면서 화상인 척하는 것이다. 비유하면 허물어진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려고 하면 중간에서 잠겨 버리므로 모든 사람들이 빠지고 스승조차도 함께 목숨이 남아 있지 못하는 것과 같다.
023_0808_c_12L若作沙彌尼求和上者得好聰明智慧奉順法者世世能度譬若有船完具牢堅在所能度至于彼岸若師不聰明行不應法非是大師持作和上譬如壞船乘欲度海中路而沒旣溺衆人師亦倂命無有遺餘
처음부터 법을 지키며 사람들에게 경과 계를 주는 것이 올바르면 곧 스승이 된다. 그가 큰 스승[大師]임을 듣고서 화상을 삼고자 한다면, 본래 사미니가 된 이는 그런 이를 얻지 못하며, 멀리서 이름을 부르며 예경을 드림으로써 스승을 삼을 뿐이다. 반드시 얼굴을 보지 않더라도 마음이 가까우면 곧 가까운 것이고, 마음이 멀면 곧 멀리 있는 것이어서, 몸이 비록 서로 가까이 있다고 하더라도 마음이 어긋나면 서로 간에 억만 리나 떨어져 있는 것처럼 함께 할 수 없는 것이다.
사미니가 길을 갈 때는 남자와 같은 길을 함께 가거나 서로 따르지 못한다. 남자나 사문과 함께 비구의 방이나 비구의 절에 있으면 안 된다. 서로서로 구별하고 다른 것이 법의 중대한 절도[節]이다.
023_0808_c_18L其初持法授人經戒正則爲師聞大師欲以爲和上本作沙彌尼不得彼者遙稱名禮之以爲師未必面見心近則近心遠則遠身雖相近心乖不同相去億里沙彌尼行路不得與男子共行同道相隨不得與男子門比房同寺各各別異法之大節焉
沙彌尼戒經一卷
  1. 1)6근(根)을 말한다.
  2. 2)범어로는 catur-mahābhūta. 4대란 일체의 물질을 구성하는 원소로 견고함을 본질로 하는 지대(地大, pṛthivi-dhātu)ㆍ습기를 모으는 수대(水大, abdhātu)ㆍ열을 본질로 하며 성숙작용을 지니는 화대(火大, tejo-dhātu)ㆍ생장작용을 하는 풍대(風大, vāyu-dhātu)를 말한다.
  3. 3)불ㆍ법ㆍ승의 삼보를 말한다.
  4. 4)6신통(神通) 가운데 누진통을 제외한 5신통을 말한다. 곧 원하는 곳에 몸을 드러내는 신족통(神足通, ṛddhi-prātihārya)ㆍ미래를 보는 천안통(天眼通, divya- cakṣus)ㆍ범부가 듣지 못하는 소리를 듣는 천이통(天耳通, divya- śrotra- abhijñā)ㆍ남의 마음을 읽는 타심통(他心通, parijaya-jñāna)ㆍ나와 남의 과거를 읽는 숙명통(宿命通, purvenivāsa-jñāna)이다.
  5. 5)범어로는 pañca-gati. 신ㆍ인간ㆍ아귀ㆍ축생ㆍ지옥의 다섯을 말한다. 여기에 아수라를 더한 것이 6도이다.
  6. 6)범어로는 nivāsana. 속옷을 말한다. 열반승(涅槃僧)이라고도 한다.
  7. 7)범어로는 dvatriṃśa-lakṣaṇa. 위대한 인간이 지니는 상서로운 서른두 가지 신체적 특징을 말한다. 32대인상(大人相)이라고도 한다.
  8. 8)‘바라밀(度)’이란 ‘도피안(度彼岸)’을 의미한다. 이 말은 Pāramitā를 pāran(彼岸)+i(‘도달된’을 의미하는 ita에서 -ta를 생략)+tā의 합성으로 분석한 데서 유래한다.
  9. 9)7각지(覺支)를 말한다. 혹은 7각분(覺分)이라고도 한다.
  10. 10)이른바 삼삼매(三三昧)를 말한다.
  11. 11)범어로는 māyā. 실체가 없는 빈 껍질을 의미한다. 인연에 의해 성립되어 그 자체의 성품을 지니지 않는 존재를 환유(幻有)라고 하며, 환술로 만들어진 존재를 환화(幻化, nirmāṇa)라고 한다.
  12. 12)범어로는 pañca-gati. 신ㆍ인간ㆍ아귀ㆍ축생ㆍ지옥의 다섯을 말한다. 여기에 아수라를 더한 것이 6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