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 스님들은 받아서 즉시 목건련의 아들 제수를 추천하여 화상을 삼고, 마가제바(摩呵提婆)를 아사리로 삼아서 열 가지 계율을 주고, 대덕 말천제(末闡提)를 아사리로 삼아서 구족계를 주었다. 이때 마신타의 나이는 20세가 찼으므로 구족계를 받았는데, 계단(戒壇)에서 3달지를 얻고 6신통을 갖추어 번뇌가 다한 아라한이 되었다. 승가밀다의 아사리는 아유파라(阿由波羅)였다. 이때 승가밀다의 나이는 18세이었으므로 제도하여 출가하게 하였는데, 계단에서 곧 여섯 가지 법을 주었다. 왕이 왕위에 오른 지 6년이 지나서 두 자식이 출가하였다. 이에 마신타는 스승에게 경전과 비니장을 받았다. 마신타는 삼장 중에서 일체의 불법을 모두 외우고 있었고, 같이 배우는 이들 1천 중에서 마신타가 으뜸이었다. 그때 아육왕이 왕위에 오른 지 9년에 비구 구다자(拘多子)가 있었는데, 이름이 제수(帝須)였다. 병이 몹시 위중해 발우를 가지고 약을 빌었으나 얻은 소(酥)는 한 줌 뿐이었다. 그 병이 더하여 목숨이 끊어지려 할 적에 비구들에게 말하였다. “삼계(三界)에서 부디 게으르지 말라.” 말을 마치고는 허공에 날아올라 공중에 앉아 곧 변화로 불을 질러 자신의 몸을 태우고 열반에 들었다. 이때 아육왕은 사람들이 전하는 말을 듣고 그를 위하여 공양하면서 왕은 생각하였다. ‘내 나라 안의 비구가 약을 구했지마는 얻을 수가 없었구나.’ 왕은 네 개의 성문 변두리에 약 광[藥藏]을 만들고, 약을 부쳐서 광속에 가득 채웠다. 당시 바타리불(波陀利弗)의 나라 사방 성문 변두리에 4천의 객당(客堂)이 있었는데, 객당에서 날마다 돈 5천을 얻어서 왕의 수용에 바쳤다. 그때 왕은 돈 1천을 대덕 니구타에게 바치고, 1천을 탑과 불상에 공양하는 꽃과 향의 값으로 바치고, 1천을 취하여 법당에 공급하고, 1천을 율사들에게 바치고, 1천을 대중 스님들에게 바쳤다. 네 성문 변두리의 약 광에서는 날마다 1만을 약을 사는 값으로 썼다. 그때 불법은 융성하고 여러 외도 등은 쇠하고 멸망하였기에 공양의 이익을 잃어 두루 다니며 밥을 얻었으나 도무지 얻는 게 없었다. 주림과 목마름이 핍박하게 되었으므로 불법에 의탁하여 들어와서 사문이 되었으나 여전히 자기들의 본래 법을 가지고 인민들을 교화하였으니, 이것이 계율이요, 이것이 법이었다. 이미 불법의 계율을 쓰지 않았으므로 위의와 동작이 다 법도를 얻지 못하면서도 절에 들어와 살았다. 포살(布薩) 날이 되면 스님들 가운데에 들어 왔으나 착한 비구들은 그들과 함께 하지 않았다. 그때 목건련의 아들 제수는 생각하였다. ‘다툼의 법[諍法]이 일어나서 머지않아 성왕하리라. 내가 만약 상가 대중에서 머무르면 다툼의 법이 없어지지 않으리라.’ 곧 제자인 마신타에게 부탁하고 목건련 아들 제수는 아효하(阿烋河) 산중에 들어가 숨어서 고요히 혼자 살았다. 외도 비구들은 자기들의 경전으로 불법을 어지럽게 하려 하였으므로 드디어 더러움과 흐림이 이루어졌다. 외도들은 오히려 자기들의 법을 행하였으니, 혹은 불을 섬기고, 혹은 다섯 가지 열로 몸을 굽고, 혹은 큰 추위에도 물에 들어가고, 혹은 불법을 파괴하기도 하였다. 그러므로 착한 비구들은 포살과 자자와 모든 중의 일을 함께 하지 않았다. 이와 같이 하여 차츰차츰 7년이 되었으나 설계(說戒)하지 못하였다. 아육왕은 알고서 한 대신을 보내면서, 아육왕승가람에 들어가 대중 스님들에게 아뢰되, 다툼을 없애고 화합하여 설계하도록 하였다. 대신은 왕의 칙령을 받고 절에 들어가 왕명을 대중 스님들에게 아뢰었으나 도무지 상대하는 이가 없었다. 대신은 곧 돌아와서 다시 왕의 곁에서 모시는 신하에게 자문하였다. “왕의 칙령이 계셨으나, 대중 스님들은 다툼을 없애야 함에도 불구하고 순종하지 않으니, 당신의 뜻은 어떠하오?” 곁에서 모시는 신하가 대답하였다. “나는 대왕이 여러 나라를 가서 복종시키신 것을 보았는데, 순종하지 않으면 왕은 곧 베어서 죽이십니다. 이 법에도 그와 같이 해야 하리다.” 곁에서 모시는 신하가 말을 마치자 사신은 절 안에 이르러 상좌에게 아뢰었다. “왕은 대중 스님들에게 화합하여 설계할 것을 칙령했는데, 순종하지 않으십니다.” 상좌가 대답하였다. “착한 비구들은 외도 비구들과 포살을 같이 하지 않을 뿐이요, 순종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이에 사신은 상좌로부터 차례로 배어 죽이다가 다음에 왕의 아우 수제에 미쳐서야 그만 두었다. 제수는 비구들을 죽이는 것을 보고 생각하였다. ‘이 사신은 왕의 칙령은 받았으되 잘못 안 까닭에 대중 스님들을 죽이는 것이다.’ 물었다. “제수는 누굽니까?” 대답하였다. “왕의 동생입니다.” 그때 아육왕은 왕위에 오르자 아우를 세워서 태자를 삼았다. 태자는 어느 날 숲에 들어가서 즐겁게 놀다가 뭇 사슴들이 교미하는 것을 보고 태자는 생각하였다. ‘이 뭇 사슴들은 풀을 먹고 물을 마시면서도 오히려 이와 같은데, 하물며 비구들이 절 방에 있으면서 평상과 이부자리가 부드러우며 음식이 입에 맞으면 이런 일이 없겠는가.’ 태자는 놀다가 돌아와 왕에게 이르러 왕에게 아뢰었다. “제가 아까 나가서 놀다가 뭇 사슴들이 교미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축생은 풀을 먹고 물을 마시는데도 오히려 이런 일이 있는데, 비구승들이 절 방에 있으면서 공양이 충족하다면 어찌 이런 일이 없겠습니까?” 왕은 말을 듣고 생각하였다. ‘의심하지 않을 것에 의심을 내는구나.’ 하루는 태자 제수가 왕의 뜻을 거슬렀다. 왕은 성을 내며 태자 제수에게 말하였다. “나는 이제 왕위로써 너와 이별하리라. 이레 동안 왕으로 삼았다가 끝나자마자 나는 너를 죽이리라.”
이때 태자 제수는 왕위를 받고 이레 동안 밤낮으로 기생과 음악이며 마시고 먹고 하며 갖가지의 공양을 하였지마는 마음은 물들거나 집착하지 아니하였고 몸은 여위었고 근심과 괴로움은 더욱 더 심하였다. 왜냐하면 죽음이 더욱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이레가 차자 왕은 제수를 불러 물었다. “어째서 여위었느냐? 음식과 기생과 음악이 뜻에 맞지 않더냐?” 제수가 대답하였다. “죽음의 법이 절박하여 마음이 달거나 즐겁지가 아니하였습니다.” 왕은 말을 듣고 제수에게 말하였다. “너는 목숨이 이레면 죽을 것을 알고서도 두려워하였다. 하물며 비구들은 내는 숨과 들이 쉼에서 한결같이 무상을 두려워하는데, 마음에 어찌 물들거나 집착이 있겠느냐?” 왕이 말을 마치자 제수는 불법 중에 곧 신심(信心)을 내었다. 또 어느 날 태자 제수는 나가 놀면서 사냥을 하다가 점점 앞으로 나아가 아란야(阿練若)에 이르러 담무덕(曇無德)이라고 하는 한 비구가 앉아 있는 것을 보았는데, 코끼리 한 마리가 나무 가지를 꺾어 멀리서 비구를 부치고 있었다. 태자가 보고 마음에 기쁨을 내며 소원하였다. ‘나는 언제 저 비구와 같을 수 있을까?’ 담무덕 비구는 제수의 소원을 알고는 곧 신통력으로 허공에 날아올라 공중에 앉아서 제수가 볼 수 있게 하였다. 허공에서 아육왕승가람의 큰 못 가운데고 날아가서 물위에 앉아 승가리(僧伽梨)와 울다라승(鬱多羅僧)을 벗어서 허공에 두고는 못에 들어가 목욕하였다. 이때 태자 제수는 대덕에게 이와 같은 신통력이 있음을 보고는 마음에 크게 기뻐하며 말하였다. “오늘 나는 출가하리라.” 즉시 궁중으로 돌아와서 왕에게 아뢰었다. “저는 출가를 하려 하오니, 왕께서는 꼭 가엾이 여기시어 저의 출가를 허락하시옵소서.” 왕은 제수가 출가하려 함을 듣고는 마음에 크게 놀라고 괴이하게 여기면서 대답하였다. “궁중에는 기녀와 온갖 맛있는 안주와 반찬과 오락과 쾌락이 있는데 무엇 때문에 출가한다 하느냐?” 왕은 가지가지의 방편으로 그 마음이 그치게 하였으나 뜻이 견고하여 영영 머무르려고 아니 하면서 왕에게 대답하였다. “궁중 채녀의 기쁨과 즐거움은 잠깐 있는 것이어서 만나면 반드시 이별하는 것이옵니다.” 대왕이 감탄하며 말하였다. “장하도다.” 곧 신하들을 보내어 도로를 평탄하게 다스리고 쓸고 뿌려서 청정히 하며, 당기와 번기를 세우고 갖가지로 장엄하게 하였다. 장엄이 끝나자 신하가 왕께 아뢰었다. “시키신 일을 마치었나이다.” 왕은 태자의 공복(公服)과 천관(天冠)과 영락을 가져다 태자를 장엄하고, 천승(千乘) 만기(萬騎)로 둘러싸서 배웅하며 절 안에 이르렀다. 대중 스님들은 태자 제수가 출가하는 것을 보고 마음에 크게 기뻐하며 승가리와 울다라승과 안타회(安陀會)와 발우를 마련하여 태자의 출가하기를 기다렸다. 이때 태자가 선방에 이르러 담무덕 비구에게 가서 출가하기를 구하자, 나라 안의 세력 있고 귀한 장자들의 아들 1천 동자도 태자를 따라서 출가하였다. 나라 안의 인민들은 태자가 출가하는 것을 보고 각자가 생각하였다. ‘태자는 이와 같이 높고 귀한데도 오히려 왕위를 버리고 출가하여 도를 닦는데, 우리들은 가난하면서 무엇을 사랑하고 그리워할 것이 있겠는가?’ 생각을 마치자 무수한 사람들이 다 따라서 출가하였다. 아육왕이 왕위에 오른 지 4년에 태자가 출가하였다. 또 왕의 사위인 아기바라문(阿嗜婆羅門)은 승가밀다의 남편인데 아들 하나를 두었다. 아기(阿嗜)는 태자의 출가를 듣고서 마음속에 놀라고 기뻐하며 왕에게 가서 아뢰었다. “저는 지금 태자를 따라서 출가하려 하오니 왕은 허락하시옵소서.” 왕이 대답하였다. “좋도다.” 곧 태자와 함께 같은 날에 출가하였다. 이렇게 하여 불법 중에 찰리(刹利)에서 출가하는 이가 많이 있었으므로 불법이 일어나고 융성하였다. 그때에 제수가 말하였다.
“알지어다. 이 사신은 왕의 뜻을 잘못 알고서 비구들을 죽이느니라.” 사신이 죽이기를 끝내지 않았는데 제수 비구가 문득 앞에서 막고 보호하므로 사신은 죽이지를 못하였다. 사신은 곧 칼을 놓고 가서 왕에게 아뢰었다. “제가 왕의 칙명을 받아 비구들에게 화합하며 설계하게 하였더니, 순종하지 아니하므로 저는 죄에 따라 차례로 베어 죽였고, 죽이기를 아직 다하지 못했사온데 제수 비구가 문득 막고 보호하므로 죽일 수가 없었나이다.” 사신이 왕에게 아뢰었다. “제수 비구를 죽이리이까?” 왕은 사신이 비구들을 죽였다는 말을 듣고, 크게 놀라며 마음속에 괴로워하다가 기절하여 땅에 엎어졌다. 찬물을 얼굴에 끼얹자 한참 있다가 깨어나 신하에게 말하였다. “애달프고 애닲도다. 나는 너를 보내면서 절에 들어가 대중 스님들을 화합하여 설계하게 하려고 한 것이었지, 무엇 때문에 독단적으로 대중 스님들을 죽였다는 말이냐?” 왕은 절로 가서 여러 대중 스님들에게 아뢰었다. “나는 앞서 한 사신을 보내면서 화합하여 설계를 하시도록 교령하였지 비구들을 죽이게 한 것은 아니었는데, 이 사신이 독단적으로 대중 스님들을 잘못 죽였습니다. 자세히 알지 못하겠지만 이 일은 누가 죄를 얻는 것입니까?” 어떤 비구가 대답하였다. “왕으로 말미암아 죽인 것이니, 이는 왕의 죄입니다.” 또 어느 비구는 말하였다. “두 사람 모두 죄가 될 것입니다.” 어느 한 비구가 곧 왕에게 물었다. “왕의 마음은 어떠하였습니까, 죽이려는 마음이 있었습니까?” 왕이 대답하였다. “나는 본래 공덕의 뜻으로써 보낸 것이요, 죽이려는 마음이 없었습니다.” “만약 왕께서 그와 같았다면 왕은 스스로 죄가 없는 것이요, 죽인 이가 죄를 얻을 것입니다.” 왕은 이와 같은 말을 듣고 마음에 의심을 내어 비구들에게 물었다. “나의 의심을 끊을 이가 있습니다. 만약 나의 의심된 마음을 끊으면 나는 다시 불법을 세울 것입니다.”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목건련 아들 제수가 있으니, 의심을 끊어 불법을 세울 수 있을 것입니다.” 이에 즉시 법사 네 사람을 보냈는데, 한 사람마다 각기 비구 1천인이 시종하여 떠나게 하였다. 또 대신 네 사람을 보냈는데, 한 사람마다 각기 1천인이 받들고 따라가게 하면서 가서 대덕 목건련 아들 제수를 영접하여 반드시 모시고 돌아오게 하였다. 이때 두 갈래의 무리들은 아효하 산중에 이르러 목건련 아들 제수를 맞이하였다. 도착하자마자 말하였다. “왕께서 제수를 부르십니다.” 제수는 떠나오지 않았다. 왕은 다시 법사 8인을 보냈는데, 사람마다 각각 비구 1천인이 시종하게 하였고, 대신 8인에게도 사람마다 각각 1천인이 시종하게 하였다. 도착하자마자 다시 말하였다. “왕께서 제수를 부르십니다.” 제수는 떠나오지 않았다. 왕은 두 사신들을 기다리고 바랐으나 오래 지나도 돌아오지 않았다. 왕은 마음에 의심이 되어 다시 대덕들에게 물었다. “대덕이시여, 나는 이미 두 번이나 사신을 보내서 목건련 아들 제수를 가서 맞도록 하였으나 사신들은 이미 오래 지나도 오지 않습니다.” 대중 스님들이 대답하였다. “아마도 영접하는 이가 왕의 뜻을 잘못 알려 제수를 부른다고만 하기 때문에 오지 않을 것입니다.” 왕이 다시 물었다. “어떻게 청하는 말을 하여야 오겠습니까?” 대중 스님들이 왕에게 대답하였다. “이런 말을 해야 할 것입니다. ‘부처님 법이 이미 몰락하였습니다. 대덕이 왕림하시어 다시 세워주십시오.’ 그러면 올 것입니다.” 왕은 이 말을 듣고 다시 법사 16인을 보내어 사람마다 각각 비구 1천인이 시종하게 하고, 대신 16인도 사람마다 각각 1천인을 거느리게 하였다. 왕이 다시 물었다. “그 법사는 늙으십니까, 젊으십니까?” 대중 스님들이 대답하였다. “늙습니다.” “만약 그가 늙으셨다면 가마로써 맞이해야 하겠습니다.” 대중 스님들이 대답하였다. “가마를 탈 수 없습니다.” 왕이 다시 물었다. “그 대덕은 어디에 살고 계십니까?” 대답하였다. “아효하 산중입니다.” “만약 그렇다면 타실 배를 보내어 가서 영접해야 하겠습니다.” 사자에게 칙명하였다. “너희들이 도착하거든 대덕을 청하여 큰 배 안에 모시고, 사방의 가에서 병기를 몸에 지니고 보호하라.” 이때 대중과 사자는 출발하여 떠났다. 아효하 산중에 이르러 곧 왕명으로써 대덕에게 아뢰었다. “이제 불법은 이미 몰락하였습니다. 대덕이 왕림하시어 세워주십시오.” 이에 대덕은 사신의 말을 듣고 말하였다. “내가 출가한 것은 불법을 위한 것이니, 지금이야말로 때가 이르렀도다.” 즉시 방석을 집으며 일어났다. 제수는 생각하였다. ‘내일이면 바타리불국에 닿으리라.’ 이때 아육왕은 밤중에 ‘흰 코끼리 한 마리가 와서 코로 왕의 머리를 문지르고 왕의 오른 손을 잡는’ 이와 같은 모양을 꿈꾸었다. 다음 날 아침에 왕은 관상쟁이를 불러 말하였다. “내가 밤에 이와 같은 모양을 꿈꾸었는데 길한 것이오, 흉한 것이오?” 어느 한 관상쟁이가 곧 왕에게 대답하였다. “왕의 손을 잡은 것은 사문의 모양이옵니다.” 대왕이 관상쟁이의 말을 듣자마자 곧 소식이 와서 왕에게 아뢰었다. “대덕 제수가 오늘 벌써 이르렀습니다.” 왕은 이르렀음을 듣고 곧 나가서 영접하였다. 왕은 몸소 물에 들어가 무릎까지 닿았다. 대덕 제수가 오르려고 하자 왕은 오른 손을 대덕에게 내밀었다. 대덕 제수가 곧 왕의 손을 잡자 좌우에서 칼을 뽑아 대덕 제수를 치려고 하였다. 왜냐하면 아육왕의 법에 만약 백성으로서 왕의 머리거나 손을 잡으면 머리를 잘랐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칼을 뽑아 치려고 한 것이다. 그때 왕은 물에 비친 칼 뽑는 그림자를 보고 왕은 돌아보면서 말하였다. “애닯고 애달프다. 내가 옛날 신하에게 신칙하여 절에 가서 대중 스님에게 화합하여 설계하게 하였더니, 나의 뜻을 잘못 알고 비구들을 죽이더니, 너는 이제 또 죽이려고 하는구나. 그만두라, 그만두라. 나에게 죄를 짓지 말게 하라.” 법사가 물었다. “비구는 속인(俗人)의 손을 잡을 수 없는데 어찌하여 잡았습니까?” 대답하였다. “왕은 법을 들으려고 하였기 때문에 가서 청하여 온 것입니다. 왕은 대덕의 제자이므로 손을 잡을 수 있습니다.” 이에 왕은 대덕을 모시고 원림(園林)에 나아가 머무르면서 세 겹으로 지키게 하였다.
왕은 손수 대덕을 위하여 다리를 씻어 주며 기름으로 문질렀다. 문지르기를 마치고 한 쪽에 앉아서 왕은 생각하였다. ‘이 대덕은 나의 의심을 끊을 수 있을까? 나의 의심을 끊을 수 있으면 다툼의 법도 끊을 수 있으리라. 그런 뒤에 부처님 법이 서리라.’ 왕은 ‘나는 잠시 대덕을 시험하리라’고 생각하고는 말하였다. “나는 대덕의 신통력을 보려고 하니, 나타내 보이소서.” 제수가 대답하였다. “당신께서는 지금 어떠한 신통력을 보시려 하옵니까?” 왕이 말하였다. “저는 대지의 진동을 보려고 합니다.” 제수가 물었다. “한 쪽만 진동하기를 바랍니까, 일체가 진동하기를 바랍니까?” 왕이 다시 물었다. “이 두 가지에서 어느 것이 어렵습니까?” 제수가 대답하였다. “비유하자면 구리 대야에 물을 가득히 담아 놓은 것과 같아서, 어떤 사람이 대야를 움직이면 물이 죄다 움직이는 것이 어렵겠습니까, 반은 움직이고 반은 움직이지 않는 것이 어렵습니까?” 왕이 말하였다. “반은 움직이고 반은 움직이지 않는 것이 심히 어렵겠습니다.” 제수가 대답하였다. “그와 같습니다, 대왕이시여.” 왕이 말하였다. “반은 움직이고 반은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려고 합니다.” 제수가 왕에게 말하였다. “둘레 사방 4유순에 먹줄을 튀기어 경계를 만들고 동쪽에는 수레를 놓고 남쪽에는 말을 놓고, 서쪽에는 사람을 놓고, 북쪽에는 구리 대야에 물을 놓으십시오. 각각 경계에서 한 다리는 안에 두고 한 다리는 밖에 있게 할 것이며, 구리 대야 물은 경계에 놓되 반은 경계 안에 들게 하고 반은 경계 밖에 있도록 해 주십시오.” 왕은 즉시 분부대로 하였다. 이에 제수는 곧 제4 선정에 들었다가 선정으로부터 일어나면서 왕에게 말하였다. “잘 보십시오, 대왕이시여.” 대덕 제수는 곧 신통력을 써서 사방 4유순의 밖은 다 크게 진동하게 하면서 경계 안은 진동하지 않게 하였으므로 수레ㆍ말ㆍ사람의 바깥 다리는 다 움직였으나 안의 다리는 움직이지 않았고, 물의 반은 움직였고 반은 움직이지 않았다. 이에 대왕은 대덕의 신통력이 이러함을 보고 크게 기뻐하면서, ‘나의 앞서 의심한 것은 이제야 끊어지게 되고 불법 중에서 악한 법은 없어지게 되겠구나’라고 하면서 왕은 대덕 제수에게 물었다. “저는 앞서 한 신하를 보내면서 절에 이르러 스님들에게 화합하여 설계를 하도록 하였더니, 신하가 제멋대로 비구들을 죽였습니다. 이 죄는 누가 받는 것입니까?” 제수가 대답하였다. “대왕이시여, 죽이려는 마음이 있었습니까?” 왕이 대답하였다. “저는 죽이려는 마음이 없었습니다.” “만약 죽이려는 마음이 없었으면, 왕은 죄가 없습니다.” 그러고는 왕을 위하여 『본생경(本生經)』을 말하였다. “부처님은 비구들에게 ‘먼저 마음에서 헤아린 연후에 업을 짓나니, 일체의 지은 업은 모두 마음으로 말미암느니라’고 하였습니다.” 제수는 『본생경』을 연설하고자 하였다. “대왕이시여, 옛날에 자고새 한 마리가 있었습니다. 사람 때문에 새장에 매어져서 땅에 있다가 근심과 두려움으로 크게 울부짖었더니, 같은 무리들이 구름처럼 모였는데 사람에게 죽임을 당하였습니다. 자고새가 도사에게 물었습니다. ‘나는 죄가 있습니까?’ 도사가 대답하였습니다. ‘네가 울 적에 죽이려는 마음이 있었느냐?’ 자고새가 말하였습니다. ‘내가 울어서 벗들이 온 것이었지, 죽이려는 마음은 없었습니다.’ 도사가 대답하였습니다. ‘죽이려는 마음이 없었으면 너는 죄가 없다.’ ” 게송으로 말한다.
업으로 인하여 저촉하는 것[觸]이 아니요 반드시 마음으로 인하여 일어난다. 착한 이는 섭심[攝心]하여 머무르니 죄는 함부로 그대를 해치지 못하느니라.
이렇게 대덕 제수는 방편으로 왕에게 알게 하고, 이레를 원림에 있으면서 왕을 다음과 같이 가르쳤다. “이는 율이요, 이는 율이 아님[非律]이요, 이는 법이요, 이는 법이 아님[非法]이요, 이는 부처님 말씀이요, 이는 부처님 말씀 아님[非佛說]입니다.” 이레가 끝나자 왕은 칙명하여 보장(步障)15)으로 칸막이를 만들어 견해가 같은 이는 한 칸막이 안에 모으고, 견해가 같지 않은 이는 각각 다른 칸막이에 모았다. 곳곳의 칸막이 가운데서 한 비구씩을 차출하여 왕이 물었다. “대덕이여, 부처님 법은 어떤 것입니까?” 어느 비구는 ‘항상 하다[常]’ 하고, 혹은 ‘아주 없다[斷]’ 하기도 하고, 혹은 ‘생각 있는 것도 아님[非想]’이라 하기도 하고, 혹은 ‘생각 있는 것도 아니고 생각 없는 것도 아님[非想非非想]’이라 하기도 하고 혹은 ‘세간 열반[世間涅槃]’이라 하기도 하였다.
왕은 비구들의 말을 듣고 나서 ‘이는 비구가 아니요 외도로구나’하며, 왕은 즉시 속인의 의복을 외도들에게 주고 내쫓아 도를 그만두게 하였다. 그 나머지 칸막이 안의 6만 비구(比丘)에게 왕이 다시 물었다. “대덕이여, 부처님 법은 어떤 것입니까?” 대답하였다. “부처님은 분별하여 말씀하였습니다.” 비구들은 이렇게 말하자 왕은 다시 대덕 제수에게 물었다. “부처님은 분별하여 말씀하였습니까?”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대왕이시여.” 불법이 청정한 것을 알고 왕은 대덕(大德)들에게 아뢰었다. “대덕들께서는 포살을 행하시어 설계하십시오.” 왕은 사람들을 보내어 대중 스님들을 지키게 왕은 돌아가 성에 들어갔다. 왕이 떠나간 뒤에 대중 스님들은 즉시 대중 6만 비구를 모았다. 모인 대중 가운데서 목건련 아들 제수를 상좌로 삼아 외도의 삿된 견해의 무리를 깨뜨리고, 대중 가운데서 삼장을 알고 3달지를 얻은 1천 비구를 선택하였으니, 옛날 첫 번째로 대덕 가섭이 대중을 모은 것과 같았고, 또한 두 번째로 수나구(須耶拘)가 대중을 모아 비니장을 낸 것과 다름이 없었다. 온갖 불법은 청정하고 더러움이 없어졌으니, 제3의 결집한 법장은 9월 어느 날에 마쳤다. 대지는 여섯 가지로 진동하였으며, 그러므로 1천 비구가 말한 것을 제3 결집이라 한다. 법사가 물었다. “세 번째 결집하는 대중에서 누가 율사가 되었습니까?” “염부리에서 나는 차례로 이름을 말하겠습니다. 첫째는 우파리요, 둘째는 타사구(馱寫拘)요, 셋째는 수야구(須耶拘)요, 넷째는 실가바(悉伽婆)요, 다섯째는 목건련 아들 제수입니다. 이 다섯의 법사는 염부리에서 율장을 차례로 부촉하여 끊어지지 않게 하였으며, 나아가 제3의 율장을 결집하기에 이른 것입니다. 제3의 뒤로부터는 목건련 아들 제수는 열반에 임박하여 제자 마신타에게 부촉하였으니, 마신타는 아육왕의 아들입니다. 율장을 가지고 사자국(師子國)에 이르렀고, 마신타가 열반에 임박하여 제자 아율타(阿栗陀)에게 부촉하였습니다. 그로부터 이래로 서로 차례로 전하여 오늘에 이르렀음을 알아야 합니다. 나는 이제 옛날 스승의 이름을 말하겠습니다. 염부리에서 다섯 사람이 율장을 가지고 사자국에 이르렀으니, 첫째는 마신타요, 둘째는 일지유(一地臾)요, 셋째는 울제유(鬱帝臾)요, 넷째는 삼바라(參婆羅)요, 다섯째는 발타사(拔陀沙)입니다. 이 다섯 법사는 지혜가 견줄 데 없으며, 신통이 걸림이 없고 3달지를 얻어서 사자국에서 각기 제자를 가르쳤습니다. 마신타는 열반에 임박하여 제자 아율타에게 부촉하고, 아율타는 제자 제수달다(帝須達多)에게 부촉하고, 제수달다는 제자 가라수말나(伽羅須末那)에게 부촉하고, 가라수말나는 제자 지가나(地伽那)에게 부촉하고, 지가나는 수말나(須末那)에게 부촉하고, 수말나는 가라수마나(伽羅須摩那)에게 부촉하고, 가라수마나는 담무덕(曇無德)에게 부촉하고, 담무덕은 제수에게 부촉하고, 제수는 제바(提婆)에게 부촉하고, 제바는 수말나(須末那)에게 부촉하고, 수말나는 전나가(專那伽)에게 부촉하고, 전나가는 담무바리(曇無婆離)에게 부촉하고, 담무바리는 기마(企摩)에게 부촉하고, 기마는 우파제수(優波帝須)에게 부촉하고, 우파제수는 법파(法叵)에게 부촉하고, 법파는 아바야(阿婆耶)에게 부촉하고, 아바야는 제바(提婆)에게 부촉하고, 제바는 사바(私婆)에게 부촉하였습니다. 이와 같은 율사들은 지혜가 으뜸가고, 신통이 걸림이 없고, 3달지를 얻은 애욕이 다한 아라한이었습니다. 이와 같이 스승들이 서로 이어 받아서 지금까지 끊어지지 않습니다.” 법사가 말하였다. “나는 이제 다시 근본 인연을 말하겠습니다.” 그때 파타리불국에서 제3의 비니장을 결집하여 마치고 옛날의 목건련 아들 제수는 이렇게 생각하였습니다.
‘장차 오는 세상에 불법은 어디서 오래 머무를까?’ 곧 신통의 힘으로써 염부리를 자세히 살펴보니 변두리 땅에서 흥성할 것이었다. 이에 목건련 아들 제수는 여러 대중 스님을 모으고 여러 장로에게 말하였다. “그대들은 각기 불법을 지니고 변두리 땅에 이르러서 바로 세우십시오.”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좋습니다.” 곧 대덕 말천제(末闡提)를 보내면서 ‘그대는 계빈건타라타(罽賓揵陀羅陀) 나라에 가라’고 하고, 마하제바(摩訶提婆)는 마혜사말타라(摩醯娑末陀羅) 나라에 가고, 륵기다(勒棄多)는 바나바사(婆那婆私) 나라에 가고, 담무덕(曇無德)은 아파란다가(阿波蘭多迦) 나라에 가고, 마하담무덕(摩訶曇無德)은 마하륵타(摩訶勒陀) 나라에 가고, 마하륵기다(摩訶勒棄多)는 유나세계(臾那世界) 나라에 가고, 말시마(末示摩)는 설산변(雪山邊) 나라에 가고, 수나가울다라(須那迦鬱多羅)는 금지(金池) 나라에 가고, 마신타ㆍ울제야ㆍ삼바루ㆍ발타는 사자(師子) 나라에 가서 각각 불법을 바로 세우게 하였다. 이에 대덕들은 각각 권속 다섯 사람씩으로 그 나라에 가서 불법을 바로 세웠다. 그때 계빈국(罽賓國) 안에 아라바루(阿羅婆樓)라고 하는 용왕이 있었다. 나라 안에 벼를 심어서 이삭이 패려고 하는데, 용왕이 큰비를 내렸으므로 벼들은 몰사하여 바다 속으로 흘러 들어갔다. 그때 대덕 말천제 비구등 다섯 사람은 파타리불국에서 허공을 날아서 설산변에 이르러 아라바루 연못 가운에 내려와 물위에서 거닐고, 머무르고, 앉고 누웠다. 용왕의 권속 동자들은 들어가서 용왕에게 아뢰었다. “어느 사람인 줄 모르겠으나 몸에 붉은 옷을 입고 물위에 있으면서 저희들을 침범하나이다.” 용왕은 듣자 크게 성을 내면서 궁중에서 나와 대덕 말천제를 보았다. 용왕의 성내는 마음은 한층 더 커져 허공에서 여러 신통력을 지어 갖가지로 말천제 비구를 두렵게 하였다. 또한 폭풍과 세찬 비와 천둥과 번개와 벼락을 짓자 산과 바위가 무너져 넘어지고 나무가 꺾이니 허공이 무너지는 듯하였다. 용왕의 권속 동자들도 일체 용들의 동자들을 모아 몸으로 연기를 내며 크고 맹렬한 불을 일으키고, 큰 조약돌을 뿌리어서 대덕 말천제를 두렵게 하려 하였지마는 두려워하지 않기에 욕을 하였다. “까까머리 인간아, 너는 누구인데 몸에 붉은 옷을 입었느냐?” 이렇게 욕을 하여도 대덕은 얼굴빛이 달라지지 않았다. 용왕이 다시 이런 욕을 하였다. “잡아서 때려죽이겠다.” 말을 하고는 다시 병정들을 불러서 갖가지의 신통 변화를 나타냈으나 여전히 굴복시킬 수 없었다. 대덕 말천제는 신통력으로 용왕의 신력을 가리고 용왕에게 말하였다. “그대가 여러 하늘들과 세상 사람 모두를 오게 하여 두렵게 하더라도 나는 한 터럭도 움직이지 않으리라. 그대는 이제 다시 수미산과 여러 작은 산들을 나의 위에 던지더라도 닿지도 않으리라.” 대덕이 이런 말을 하자 용왕은 생각하였다. ‘나는 신통력을 지어서 이미 피로하고 싫증이 났는데도 소용이 없구나.’ 마음에 성만 내면서 곧 정지하였다. 이때 대덕은 용왕의 마음을 알고 단 이슬[甘露]의 법 맛으로써 교화하며 보이어 기쁘게 귀순하고 항복하게 하였다. 용왕은 단 이슬의 법을 받고는 곧 3귀(歸)와 5계를 받았으며, 그 권속 8만4천도 함께 5계를 받았다. 또 설산에는 귀신ㆍ야차ㆍ건달바ㆍ구반다 귀신 등이 있었는데 대덕 말천제의 설법을 듣고 곧 3귀와 5계를 받았다. 또 야차 5인은 권속들과 함께 있었고, 가리제야(呵梨帝耶) 야차니(夜叉尼)도 5백의 아들이 있었는데, 수다원의 도를 얻었다. 이에 대덕 말천제는 모든 야차와 용왕을 불러서 말하였다. “지금부터 이후에는 성을 내지 말고, 사람들의 벼를 해치지 말며, 모든 중생들에게 자비한 마음을 내어 안락함을 얻게 하라.” 모든 용과 귀신들이 대답하였다. “좋습니다. 대덕께서 시키는대로 순종하겠습니다.” 그날에 용왕은 크게 공양을 하고, 용왕은 자기의 칠보(七寶) 평상을 가지고 오게 하여 말천제에게 주었다. 말천제가 평상 위에 앉자 용왕은 말천제의 곁에 가까이 서서 부채로 말천제를 부채질하였다. 이때 계빈ㆍ건타ㆍ륵차 나라의 사람들은 항상 명절날이면 모여서 사당에 나아가 용왕을 만났는데 도착하여 대덕 말천제를 보고 각각 서로가 말하였다. “이 비구의 신통력은 이에 용왕보다 훌륭하구나.” 이에 사람들은 모두 말천제에게 예배하였다. 예배를 마치고 앉으니 말천제는 그 사람들에게 『독비유경(讀譬喩經)』을 연설하였다. 연설을 마치자 8만 중생이 도의 결과를 얻었고 1천 사람이 출가하였다. 법사가 말하였다. “옛날부터 지금까지 계빈국에서는 모두 가사를 입고 그 경계를 빛이 나게 장식합니다.” 그러고는 게송으로 말하였다.
대덕 담무덕은 아파란다국에 갔다. 도착하여 사람들에게 『화취비경(火聚譬經)』을 연설하였다. 연설을 마치고는 사람들을 기쁘게 하였고 3만인은 하늘 눈을 얻고 단 이슬의 법을 먹게 하였다. 찰리(刹利) 종족의 남녀에서 각각 1천인의 출가하였으니, 이렇게 하여 불법이 유포되었다. 게송으로 말하였다.
대덕 말시마와 대덕 가섭과 대덕 제바(提婆)ㆍ둔비(鈍毘)ㆍ제수(帝須)와 또 대덕 제바(提婆)는 설산변에 갔다. 도착하여 『초전법륜경(初轉法輪經)』을 연설하였다. 법을 연설하자 8억인이 도를 얻었다. 대덕 5인은 각기 하나의 나라에 이르러서 교화하자 5천인이 출가하였다. 이렇게 하여 불법이 설산변에 유통되었다. 게송으로 말하였다.
024_0311_a_02L 대덕 수나가나울다라는 금지국(金池國)에 도착하였다. 금지에는 한 여자 야차가 바다에서 나와 왕궁으로 가 부인들이 아이를 낳으면 야차가 즉시 빼앗아 먹었다. 그때 왕의 부인이 한 사내아이를 낳았는데 대덕 수나가가 오는 것을 보고 크게 두려워하면서 생각하였다. ‘이는 여자 야차의 짝이리라.’ 병기를 가지고 와서 수나가를 죽이려 하자 수나가가 물었다. “무엇 때문에 병기를 가지고 옵니까?” 사람들이 대답하였다. “왕궁에서 아이를 낳으면 여자 야차의 짝이 빼앗아 먹소. 그대는 그 짝이 아니오?” 수나가가 대답하였다. “나는 여자 야차의 짝이 아닙니다. 우리들은 사문이라 합니다. 살생하는 법을 끊고, 열 가지 착한 일을 보호하여 지니며, 용맹스럽게 정진을 합니다. 나는 착한 법만이 있습니다.”
이때 여자 야차는 왕궁에서 아이를 낳았다는 것을 듣고 서로가 함께 둘러싸며 바다 속으로부터 나와 이렇게 말하였다. “이제 왕이 아이를 낳았으니 우리는 가서 잡아먹으리라.” 왕의 궁중과 나라 사람들은 야차들이 오는 것을 보고 모두 크게 놀라 두려워하며 대덕에게 가서 아뢰었다. 이때 수나가는 곧 야차의 대중들로 변화하여 그 무리들보다 갑절이나 되어 그들을 둘러쌌다. 여자 야차 등은 변화한 야차들을 보고 생각하였다. ‘저 야차들은 이미 나라를 이루었구나. 지금 와서 우리들을 해쳐서 먹으려고 하는구나.’ 이렇게 생각하자마자 곧 저마다 돌아보지도 않고 달아났으므로 이에 변화한 야차들은 뒤를 따르며 쫓다가 보이지 않자 그만두었다. 대덕 수나가는 곧 주문을 외워 국토를 방호하여 야차들이 단연코 들어올 수 없게 하였다. 그러고는 사람들에게 『범망경(梵網經)』을 연설하였다. 연설을 마치자 6만인이 모두 도의 결과를 얻고 또 3귀 5계를 받는 이도 있었다. 3천 5백인은 비구승이 되고 1천 5백인은 비구니가 되어 이에 불법이 유통하였다. 법사가 말하였다. “옛날부터 지금까지 왕이 아이를 낳으면 모두 수울다라(須鬱多羅)라는 이름을 지었습니다.” 게송으로 말하였다.
024_0311_b_02L 대덕 목건련 아들 제수는 여러 스님과 마신타를 사자주(師子洲)에 보냈다. 마신타는 곧 이렇게 생각하였다. ‘지금이 갈만한 때인가?’ 마신타는 곧 선정에 들어 사자주의 문다사바(聞茶私婆)라고 하는 아누라타국(阿㝹羅陀國)의 왕은 이미 늙어서 교화 받는 것을 감당할 수 없고, 가서 교화하여도 불법 역시 오래 머무르지 못할 것을 관찰하였다. ‘나는 지금 잠시 중지하리라. 갈 때가 아직 이르지 못하였다. 왕이 목숨을 마치면 태자가 왕위를 대신하리니, 우리는 함께 가서 불법을 세울 것이다. 나는 이제 잠시 외가에 가서 어머님을 방문해야겠다.’ 다시 생각하였다. ‘어머님 나라에 도착한 뒤에 이곳에 돌아와야 하는가? 그대로 사자주에 가야겠다.’ 마신타는 스승에게 가서 땅에 엎드려 발아래 예배하고 비구승들에게도 예배하고 아육왕승가람에서 나왔다. 마신타가 상좌가 되어 승가밀다(僧伽蜜多)의 아들인 사미 수마나 등 6인과 반두가(盤頭迦)라고 하는 한 우바새와 함께 떠났다. 왕사성을 지나 남산촌(南山村)에 이르고, 이로부터 차례로 가서 어머니 나라에 이르렀다. 법사가 말하였다. “무슨 까닭이었느냐 하면, 옛날 아육왕이 울지국(鬱支國)에 봉하여졌을 적에 처음에 그 나라에 가려고 차례로 가다가 남산에 도착하였습니다. 산 아래 마을이 있었는데 비제사(卑提寫)라고 하였습니다. 큰 부호 장자가 딸을 아육왕에게 주었으므로 부인을 삼았습니다. 나라에 도착하여 한 사내아이를 낳자 마신타라고 하였습니다. 마신타 나이 14세에 아육왕은 왕위에 오르자 부인을 울지국에 두었으므로 비제사 마을에 살았습니다. 그러므로 경문의 주(註)에 ‘마신타가 여섯 달 동안을 지나서야 어머니의 처소에 이르렀다’고 하였습니다.” 그때 마신타가 차례로 어머니의 나라에 도착하자 어머니가 나와서 땅에 엎드려 예배하였다. 예배가 끝나자 그를 위하여 중식을 베풀고, 큰 절을 세워 비제사(卑提寫)라고 하였다. 마신타가 잠시 동안 절에서 머물 때에 생각하였다. ‘여기에서 할 일은 이미 마쳤다. 시기가 떠나가도 좋겠는가?’ 마신타는 다시 생각하였다. ‘나는 이제 잠시 기다리라. 아육왕이 사자(使者)를 사자주에 보내어 태자 천애제수(天愛帝須)를 왕으로 제수한 뒤에 나는 가리라. 그 태자로 하여금 왕위에 오르게 하되 아육왕에게서 제수되어 왕이 되고, 아울러 여래의 공덕을 듣게 되면 반드시 크게 기뻐하리라. 나는 그가 미사가(眉沙迦) 산에 나와 노니는 것을 엿보았다가 그때에 나는 서로 만나리니, 한 달이 지나면 그 곳에 이르리라.’ 4월 15일에 대중 스님이 모여서 포살할 때에 곧 함께 물어 보았더니, 이에 대중 스님들은 각각 대답하였다. “떠나가야 할 때입니다.” 법사가 말하였다. “옛날에 게송으로 다음과 같이 찬탄하였습니다.”
024_0312_a_02L 그때 하늘의 제석은 문다사바왕이 벌써 죽은 것을 알고 곧 내려와서 마신타에게 아뢰었다. “사자의 아누라타 국왕은 죽고 이제는 태자 천애제수가 이미 등극하여 왕이 되었습니다. 제가 생각하건대 ‘옛날 부처님이 세상에 계실 때에 ≺마신타 비구가 사자땅에서 불법을 일으키고 융성하게 할 것이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므로 대덕께서는 이제 가셔야 합니다. 저도 모시고 함께 거기에 가겠습니다.” 하늘의 제석은 곧 이런 말을 하였다. “그때 부처님께서 보리수 아래 계시면서 하늘 눈으로 두루 세간을 자세히 살피시더니, 곧 사자주에 불법이 흥성될 것을 보시고는 저에게 ‘대덕 마신타와 함께 사자주에 가서 불법을 세워야 한다’고 신칙하셨으므로, 제가 지금 이런 말씀을 하는 것입니다.” 대덕 마신타는 하늘 제석의 말을 받고는 곧 비제사의 상산(象山)에서 대중과 함께 허공을 날아서 사자의 아누라타국에 도착하여 동쪽의 미사가산 아래에서 내려왔다. 그러므로 옛날부터 지금까지 상산(象山)이라고 한다. 법사가 말하였다. “이제 옛날의 게송을 말하겠습니다.”
024_0312_b_02L 그때 그 대덕들은 사자주에 도착하여 마신타를 상좌로 삼았다. 그때가 부처님이 열반하시고 2백 36년이요, 불법이 유통하여 사자주에 이르렀음을 알아야 한다. 그때 아사세왕이 왕위에 오른 지 8년에 부처님이 열반하셨으니, 이 해에 사자동자(師子童子)가 그 땅에서 처음 왕이 되었다. 또 비사야(毘闍耶)라고 하는 동자가 사자주에 가서 사람들이 머물러 살 곳을 편안히 존립시켰으니, 그때가 염부리의 왕 울타야발타라(鬱陀耶跋陀羅)가 왕위에 오른 지 14년이다. 이 비사야가 사자주에서 목숨을 마치니, 울타야발타라왕의 15년이다. 반두바수제바(半頭婆脩提婆)가 사자주에서 왕위에 오르니 그때가 염부리의 야나가축사가(若那迦逐寫迦)가 왕위에 오른 지 20년이다. 반두바수제바 왕이 거기에서 목숨을 마치자 아바야(阿婆耶)가 대신하여 왕이 되었고, 염부리의 왕 수수불나가(脩脩佛那迦)가 왕이 된 지 17년이다. 아바야왕 20년에 파군다가바야(波君茶迦婆耶)가 군사를 일으켜 아바야왕을 쳐서 얻고는 즉위하여 대신 왕이 되었다. 염부리의 왕 가라육(迦羅育)이 왕위에 있은 지 16년이다. 파군다가바야 18년은 염부리의 왕 전타굴다(栴陀掘多)의 14년이고, 파군다가바야가 목숨을 마치자 문다사바가 대신하였다. 염부리의 왕 아육이 왕위에 있은 지 17년에 문다사바가 목숨을 마치자 천애제수가 대신하였다. 그때 부처님이 열반하신 뒤에 아누루타(阿㝹樓陀)와 민주(閔躕) 왕이 왕위에 있은 지 각각 8년이요, 나가체바가(那迦逮婆迦)가 왕이 된 지 14년이요, 수수불나가가 왕이 된 지 18년에 그 아들이 대신하니 이름이 아육(阿育)이다. 왕이 된 지 28년에 아육왕에게 열 아들이 있었는데 나란히 등극하여 왕이 된 지 22년에 다음 민난타(玟難陀)가 대신하고, 왕이 된 지 22년에 또 전타굴다가 있어 왕이 되고, 24년에 빈두사라왕이 대신하고, 왕위에 있은 지 28년에 아육왕이 왕위를 대신하고, 18년에 마신타가 사자주에 이르렀다. 곧 이는 왕의 종족이었으니, 차례로 알아야 한다. 이때 천애제수왕은 별자리가 나쁘므로 꺼리고 피해가고자 하여 신하에게 북을 쳐서 ‘왕께서 나갈 것이다’고 영을 선포하게 하고, 신하에게 북을 쳐서 ‘왕께서 나가서 피하실 것이다’고 영을 선포하게 하였다. 4만 대중에게 둘러싸여 성 밖을 나가 미사가산에 이르러서 왕은 사냥을 하려 하였다. 그때 산중에 한 나무의 신이 있었다. 왕이 대덕 마신타를 볼 수 있게 하려고 나무의 신은 한 마리 사슴으로 변화하여 왕과 멀지 않은 데서 풀을 뜯어먹으며 천천히 다녔다. 왕은 변화한 사슴을 보고 곧 활을 펴서 살을 잡고 활을 당겨 쏘려 하다가 왕은 다시 생각하였다.
024_0312_c_02L‘나는 자세히 살펴서 이 사슴을 쏘리라.’ 사슴은 그대로 돌아서 암바타라(闇婆陀羅) 길을 향하여 달려갔다. 왕은 곧 뒤를 쫓아 암바타라 길에 이르렀다. 변화한 사슴은 마신타와 멀지 않은 줄 알고 없어져버렸다. 이에 마신타는 왕이 이미 가까이한 것을 보고 생각하였다. ‘이제 신통력으로 왕이 나 한 사람만 보고 딴 사람들은 보이지 않게 하리라.’ 대덕 마신타는 즉시 불렀다. “제수여, 제수여. 당신은 잘 오셨습니다.” 왕은 부르는 것을 듣고는 생각하였다. ‘지금 이 나라에서 누가 감히 나의 이름을 부를까? 이는 어떤 사람일까? 끊어서 만든 붉은 의복을 입고 나의 이름을 불러서 의아심을 내게 하는 이는 무엇일까? 이는 사람일까, 귀신일까?’ 이에 대덕 마신타는 곧 대답하였다. “우리는 사문으로서 석가 종족인 법왕의 제자인데, 대왕을 가엾이 여기어 염부리에서 여기로 왔습니다.” 그때 천애제수왕은 아육왕과 서신이 있었기 때문에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다. 이때 천애제수왕은 공덕과 상서로운 상(相)이 있었다. 차다가(車多迦)라고 하는 산이 있었는데, 산 주변에 대 숲이 하나 생겨났다. 숲에 세 가지의 대가 있는데 크기가 끌채 같았다. 첫째는 등나무 지팡이[藤杖]라 하고, 둘째는 꽃 지팡이[華杖]라 하고, 셋째는 새 지팡이[鳥杖]라 하였다. 등나무 지팡이는 그 빛이 희기가 은과 같고 금 등나무가 휘감겼다. 꽃 지팡이는 누렇고 푸르고 빨갛고 검고 흰 꽃 등 갖가지의 여러 꽃으로 꽃 지팡이를 휘감았다. 새 지팡이는 매ㆍ장끼ㆍ기바조(耆婆鳥)ㆍ기비가조(耆毘迦鳥) 등 이와 같은 여러 가지 새들과 또한 네 발 돋은 중생이 살아있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법사가 말하였다. “이제 옛날의 게송을 말하여 찬탄하겠습니다.”
바다 속에서 또한 산호(珊瑚)ㆍ진주ㆍ마니(摩尼)ㆍ금ㆍ은 등 갖가지의 여러 보배가 났으며, 또한 여덟 가지의 진주가 있었으니, 마주(馬珠)ㆍ상주(象珠)ㆍ차주(車珠)ㆍ바라가주(婆羅迦珠)ㆍ바라야주(婆羅耶珠)ㆍ전지주(纏指珠)ㆍ가구타라주(迦鳩陀羅珠)ㆍ세간주(世間珠)의 이와 같은 것이었다. 천애제수왕은 서신을 보내며 위의 세 개 대와 여러 가지 보물과 아울러 여덟 가지 진주를 가지어 아육왕에게 바쳤다. 도착하자 아육왕은 보고서 크게 기뻐하고 곧 선물로 답례하되, 다섯 가지 옷의 장식과 일산ㆍ불자(拂子)ㆍ칼ㆍ천관(天冠)ㆍ칠보로 장식한 가죽신과 여러 가지의 보물이었으니, 셈할 수도 없었다. 무엇을 여러 가지 물건이라 하는가? 단타가연(檀陀迦蝝)16)ㆍ상만하수(常滿河水)17)ㆍ등사가화(騰沙迦華)18)ㆍ빈가(頻伽)19)ㆍ색발의(色髮衣) 한 쌍ㆍ수건ㆍ청전단(靑栴檀)이다. 흙이 있었는데 동이 틀 때의 빛깔과 같았고, 아라륵과(阿羅勒果)ㆍ아마륵과(阿摩勒果)ㆍ왕녀가 그것이었다. 법사가 말하였다. “이제 옛날의 게송을 말하겠습니다.”
024_0313_b_02L 이와 같은 묘한 물건들은 세간의 선물이었다. 또한 삼보의 선물이 있었으니 아육왕이 말하였다. “나는 이미 부처님께 귀의하고, 법에 귀의하고, 상가에 귀의하여 우바새가 되었으니, 이 석가 종족의 제자들의 법입니다. 삼보 중에 그대도 지극한 마음으로 불법을 믿고 받아야 합니다.” 아육왕은 신물(信物)을 보내어 천애제수왕의 선물에 보답하고 아울러 왕위를 제수하였다. 천애제수왕은 3월 15일에 왕위를 제수 받고 한 달의 날짜가 지나자 마신타 등이 도착한 것이다. 또 마신타가 ‘우리는 석가 종족의 제자이다’라고 하는 말을 듣고는 천애제수왕은 사냥터에서 다시 기억하였다. ‘아육왕의 글에 ≺석가 종족의 제자≻라 함이 있었다.’ 곧 활을 던지며 화살을 놓고는 물러가 한쪽에 앉아 각각 서로가 문안하였다. 법사가 말하였다. “이제 옛날의 게송을 말하여 찬탄하겠습니다.”
024_0313_c_02L 이때 군사들이 도착하자 대덕 마신타는 곧 여섯 사람을 나타내었다. 왕은 이에 보고 대덕에게 물었다. “이 여섯 사람들은 어느 때에 왔습니까?” 대답하였다. “나와 함께 왔습니다.” 왕이 다시 물었다. “염부리에는 그 밖에 이와 같은 사문이 있습니까?” 대답하였다. “그 국토에는 사문들이 많아서 가사의 복색으로 나라 안이 빛납니다. 모두가 3달지와 신통이 걸림이 없고 멀리서도 사람 마음을 알며 번뇌가 다 하여 아라한이 된 부처님 제자 성문들이 많습니다.” 왕이 다시 물었다. “대덕들께서는 무엇을 타시고 이곳에 오셨습니까?” 대답하였다. “우리들은 물과 뭍을 이용하여 온 것이 아닙니다.” 왕은 생각하였다. ‘허공으로부터 왔으리라.’ 마신타도 생각하였다. ‘왕이 지혜가 있는지 없는지를 내가 시험하리라.’ 암라(菴羅) 나무 한 그루가 있었는데 왕은 나무 가까이 앉아 있었으므로 마신타는 나무를 인해서 물었다. “대왕이시여, 이것은 암라 나무입니까?” 왕이 대답하였다. “암라 나무입니다.” “이 암라 나무를 제외하고 또 나무가 있습니까?”
대답하였다. “또 있습니다.” “다시 이 나무를 제외하고 또 나무가 있습니까?” “또 있습니다.” “다시 이 나무를 제외하고 또 다른 나무가 있습니까?” 대답하였다. “또 있습니다.” 다시 물었다. “다른 나무를 제외하고 또 나무가 있습니까?” 대답하였다. “그것이 암라 나무입니까?” 마신타가 대답하였다. “장하십니다, 대왕이시여. 큰 지혜가 있습니다.” 마신타가 말하였다. “왕은 종친(宗親)이 있습니까?” 대답하였다. “매우 많습니다, 대덕이시여.” “왕의 종친을 제외하고는 다른 사람도 종친이 있습니까?” 대답하였다. “아주 많습니다.” “왕의 종친을 제외하고 다른 사람의 종친도 제외하고 다시 다른 사람이 있습니까?” 왕이 대답하였다. “내가 곧 그 사람입니다.” 마신타가 대답하였다. “장하고 장하십니다. 대왕은 총명하십니다. 스스로 자기 몸이 종친이 아닌 것과 다른 사람의 종친이 아닌 것도 알고 계십니다.” 이에 대덕 마신타는 말하였다. “이 왕의 지혜야말로 불법을 바로 세울 수 있으리라.” 곧 『주라가상비경(呪羅訶象譬經)』을 연설하였다. 연설을 마치자 왕과 4만 대중은 일시에 같이 3귀(歸)를 받았다. 이때 왕은 법을 듣고는 소식을 보내어 나라에 돌아가서 음식을 가져오려 하다가 왕은 다시 생각하였다. ‘지금은 때가 아니다. 사문들이 먹을 때가 아니다.’ 음식이 이르자 왕은 혼자 먹으려 하다가 뜻에 다시 의심하며 대덕들에게 물었다. “대덕이시여, 잡수시겠습니까?” 대답하였다. “이는 우리 사문들의 밥 때가 아닙니다.” 왕이 물었다. 어느 때가 청정할 수 있습니까?” 대답하였다. “아침부터 한낮까지는 청정한 법에 응할 수 있습니다.” 왕이 말하였다. “여러 대덕께서는 이제 함께 나라에 돌아가십니다.” 대답하였다. “따라가지 않겠습니다. 우리들은 여기에 머무르겠습니다.” “만약 대덕들께서 여기에 머무르신다면 동자나 따라 가기를 청합니다.” 대답하였다. “이 동자는 이미 불도의 과를 얻어 불법을 통달하여 알며, 이제 출가하려 한 것입니다.” 왕이 말하였다. “만약 그러시다면 저는 내일 수레를 보내어 받들어 맞이하겠습니다.” 말을 마치고 곧 땅에 엎드려 발아래 예배하고 돌아갔다.
왕이 떠나간 지 오래지 않아 마신타는 사미 수마나를 불렀다. “이제 설법을 해야 할 때이다. 너는 ‘법바퀴를 굴린다’는 것을 외쳐라.” 수마나가 스승에게 아뢰었다. “제가 이제 부르는 소리가 어디까지 이르게 할까요?” 대답하였다. “소리가 사자국에 가득 차게 하라.” 수마나가 대답하였다. “좋습니다, 대덕이시여.” 즉시 제4 선정에 들었다가 선정으로부터 일어나며 스스로 마음에 다짐하였다. ‘사자국의 모든 사람들이 다 나의 소리를 듣게 하라.’ 그리고는 곧 세 번을 외쳤다. 세 번 외치기를 마치자 왕은 이 소리를 듣고 곧 사람을 보내어 대덕들에게 가서 묻게 하였다. “무엇들이 대덕들을 침범하셨기에 소리를 치며 놀람이 크시어 이렇게까지 하십니까?” 대덕이 대답하였다. “놀란 것이 아닙니다. 이 외친 소리는 불법을 연설하려한 것입니다.” 이때 지신(地神)은 사미의 소리를 듣고 곧 크게 부르짖어 기뻐하였으므로 소리가 공중에 사무치고 허공의 여러 신들이 차츰차츰 서로가 이어 받아서 소리가 범천에까지 이르렀다. 범천까지 듣기를 마치자 일체가 와서 모였다. 이때 마신타는 곧 『평등심경(平等心經)』을 연설하였다. 연설을 마치자 여러 하늘이 수없이 다 불도의 자취를 얻고 마후라가ㆍ가루라 등이 모두 3귀를 받았다. 옛날 대덕 사리불(舍利弗)이 『평등경』을 연설하여 수 없는 사람이 도를 얻은 것처럼 마신타의 지금 연설도 그와 같았다. 밤이 지나고 다음 날 아침이 되자 왕은 수레를 보내어 와서 맞이하였다. 도착하자 사자가 대덕들에게 아뢰었다. “이제 수레가 이미 도착하였습니다. 부디 가시옵소서.” 사자에게 대답하였다. “우리들은 수레에 타지 않겠습니다. 그대나 앞서 돌아가십시오. 이제 뒤를 따르겠습니다.” 이렇게 대답하고는 곧 허공에 날아올라 아누라국(阿㝹羅國)의 성 동쪽에 가서 머물렀다. 이곳은 옛날 모든 부처님의 사셨던 곳이기에 내린 것이다. 마신타 등이 처음 이곳에 내렸으므로 처음 머무른 곳[初任處]이라 한다. 왕은 사자에게 대덕들을 영접하게 하고는 곧 신하들을 불러서 말하였다. “같이 집을 마련하여라.” 신하들은 왕의 말씀을 듣고 마음속으로 기뻐하였다. 왕은 다시 생각하였다. ‘어제의 설법에서 사문의 법에는 높고 넓은 큰 평상은 알맞지 않다고 하였다.’ 왕이 아직 상의도 끝내지 못했는데 영접하는 사자가 돌아와서 성문에 도착하였다. 사자가 대덕들을 보니 이미 앞서서 성의 동쪽에 있으면서 의복이 엄연하였다. 마음에 크게 놀라고 기뻐하며 들어가서 왕에게 아뢰었다. “대덕들은 이미 이르렀습니다.” 왕이 사자에게 물었다. “여러 대덕들은 수레를 타셨느냐?” 사자가 대답하였다. “수레를 타시려 하지 않았습니다.” 사자가 다시 말하였다. “저는 앞서서 돌아왔고 여러 대덕께서는 뒤에서 오셨는데, 이제 벌써 먼저 오시어 성 문에 머무르고 계셨습니다.” 왕은 사자의 말을 듣고는 칙명하였다. “높고 넓은 평상을 놓지 말라.” 왕은 신하들에게 땅 위에 자리를 깔아 놓게 하였다. 교령하기를 마치고는 왕은 곧 나가서 대덕들을 맞이하였다. 신하들은 곧 담요를 가져다가 자리 위에 겹쳐 깔았다. 나라 안의 관상쟁이는 왕이 자리를 땅에 깐 것을 보고 생각하였다. ‘이 사문들이 이 땅에서 영원히 옮기지 않게 하리라.’ 왕은 대덕들을 맞이하되 이르자마자 땅에 엎드려 발아래 예배하고 갖가지를 공양하며 나라 안으로 맞이하여 들였다. 이에 대덕 마신타 등은 자리가 땅에 깔렸음을 보고 각각 생각하였다. ‘우리들의 법이 이 땅 안에서 다시는 옮겨지지 않으리라.’ 그러고는 각기 앉았다. 왕은 반찬과 음식과 갖가지 맛있는 것을 손수 따르며 공양하여 베풀고 충족하도록 하였다. 왕은 소식을 보내어 궁중 대부인(大夫人)을 불렀으니 이름은 아누라(阿㝹 羅)였다. 5백의 부인과 함께 각기 꽃과 향을 가지고 와서 왕에 공양하고 그대로 물러나서 한 쪽에 앉았다. 이에 대덕 마신타는 곧 대중을 위하여 큰 법의 비를 내리어 『아귀본생경(餓鬼本生經)』과 『궁전본경(宮殿本經)』을 연설하고 네 가지 진리를 펴서 연설하였다. 연설을 마치자 5백의 부인들이 모두 불도의 과를 얻었고 나라 안의 사람으로서 먼저 왕을 따라 미사가산에 이른 이들은 각각 서로가 선전하며 대덕들의 거룩한 공덕을 칭찬하였다. 일체 나라 안의 멀고 가까운 데서 다 와서 나라의 민중들이 꽉 메웠으므로 대덕들을 보지 못하여 큰 소리로 부르짖었다. 왕이 물었다. “무엇이 부르짖는 소리냐?” 대답하였다. “나라 사람들이 대덕 비구들을 볼 수가 없기 때문에 크게 부르짖는 것입니다.” 왕은 생각하였다. ‘이 안은 좁아서 다 들일 수가 없구나.’ 왕이 신하들에게 말하였다. “다시 큰 집[大象屋]을 마련하여 흰 모래를 땅에 덮고 오색의 꽃을 위에 뿌리며 장막을 걸어서 대덕들께서 높은 곳[象王處]에 앉아 계시게 하라.” 신하들은 깔고 베풀기를 마치고 들어가 왕에게 아뢰었다. 이에 비구들은 큰 집으로 가서 도착하자마자 각기 앉아서 『천사경(天使經)』을 연설하였다. 연설을 마자 천 사람이 도를 얻었다. 큰 집에서도 사람들이 더욱 더 많아졌으므로 다시 성의 남쪽 문 밖으로 옮겼다. 난타(難陀)라는 동산 숲 가운데에 자리를 깔았다. 대덕 비구들은 가서 닿자 대중을 위하여 『독비경(讀譬經)』을 연설하자 천 사람이 도를 얻었고, 첫날부터 셋째 날까지 설법하자 2천 5백인이 다 불도의 자취를 얻었다. 대덕들이 난타 동산에 머무르자 나라 안의 장자와 부녀들이 이르렀다. 이르러서는 예배하고 문안하며 아침부터 어둡기까지 있었다. 비구들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신하들은 놀라고 괴이 여겨 대덕들에게 물었다. “이제 어디를 가시려고 하십니까?” 대답하였다. “우리들이 머물고 있던 곳에 돌아가려 합니다.” 신하가 곧 대왕에게 아뢰었다. “법사들께서 가시려고 합니다. 대왕은 허락하시는지요?” 왕이 곧 아뢰었다. “대덕들이시여, 오늘은 벌써 어두웠는데 어떻게 가실 수 있겠습니까? 잠시 여기에 머무르십시오.” 그때에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머무르지 않겠습니다.” 왕이 다시 청하였다.
“저의 부왕에게 미가(眉伽)라고 하는 동산이 있습니다. 이곳에서 멀지도 않고 가깝지도 않으니 그 안에 머물러 계십시오. 왕래에 편할 것입니다.” 이에 대덕들은 왕의 청을 따라서 머물렀다. 다음 날 아침에 대왕은 다시 가서 문안하고, 닿아서는 예배하고 아뢰었다. “밤 내내 편안히 주무셨습니까? 거기(起居)는 어떠하신지요? 이 동산은 머무를만 하십니까?” 대덕들이 대답하였다. “머무를만 합니다.” 그리고는 수다라 게송을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나는 비구들이 동산 숲 속에 머무르는 것을 허락하노라’고 하셨습니다.” 왕은 말하는 것을 듣고는 마음에 크게 기뻐하며 곧 금병의 물을 마신타에게 드리고 손수 물 밑을 손으로 대고 있었다. 이때 국토의 땅이 크게 진동하므로 왕은 놀라고 두려워서 대덕에게 아뢰었다. “대덕이시여, 무엇 때문에 이렇게 땅이 모두 크게 진동합니까?” 마신타가 대답하였다. “대왕이시여,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이 국토에는 10력(力)의 법이 일어납니다. 큰 절을 지으려면 이 동산 땅에 있으니, 그러므로 땅이 먼저 상서를 위하여 이것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왕은 말을 듣고는 갑절이나 더 날뛰었다. 이에 마신타는 다음 날 대중과 함께 왕의 궁중에 가서 먹고, 먹은 뒤에는 난타 동산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