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니(毘尼)’란 멸함[滅]이라 이름하니, 온갖 악법을 없애기에 비니라고 한다. 이제 마땅히 모경의 뜻을 설하리라. 모경의 뜻이란 능히 정해진 뜻을 밝혀 많은 경전에 설해진 것과 어긋나지 않기 때문에 이름하여 모경이라 한다. 이 안에서는 두 가지 경을 풀이하는데, 첫째는 비구경이요, 둘째는 비구니경이다. 일체 모든 것들은 이후에 자세히 설명할 것이다. 처음에 열 사람의 스승에게 계를 받는 인연이 하나하나 늘어가는[增一] 뜻은 모두 이 경 안에 들어 있다. 첫 인연으로 인하여 초사(初事)를 얻어 알고, 사람의 의심을 끊어 뭇 경 속의 뜻에 다시 미혹되지 않는다.
024_0495_b_02L만일 비구들이 『비니모경』 속의 바른 뜻[定解]을 잘 지니고자 한다면, 빨리 생사를 없앨 수 있으며 또한 계를 범하는 적을 이길 것이다. 수구족(受具足:구족계를 받는 것)의 뜻을 이제 설하리라. 어째서 수구족(受具足)이라고 하는가? 지혜 있는 사람은 구족계를 받고 나서 범하지 않고, 구하는 것을 성취하기에 수구라고 말한다. 능히 성취하는 뜻을 이름하여 수구(受具)라고 한다. 이러한 뜻으로써 뭇 선[衆善]을 성취하는 것을 이름하여 수구라고 한다.
또 능히 마음을 오로지 하여 계를 지니기에 수구라고 말한다. 능히 사문(沙門)의 뜻을 이루게 하기에 수구라고 이름한다. 사람으로 하여금 마음을 깨끗이 하는 법[意淨法]을 성취하게 하기에 이름하여 수구라고 한다. 능히 적멸(寂滅)의 법을 성취하기 때문에 수구라고 이름한다. 또 비구의 법을 성취하기에 수구라고 이름한다. 이 율 가운데에서 지견(知見)으로 이해하기에 이르러 깨닫게 되는 것을 이름하여 수구라 한다.
비구는 다섯 가지의 수구를 성취함이 있기에 수구라고 한다. 무엇이 다섯인가? 첫째는 잘 온[善來] 비구가 얻은 수구요, 둘째는 세 가지 말[三語]1)로 얻는 수구이다. 셋째는 백사갈마(白四羯磨)2)로 계를 받는 것을 이름하여 수구라 한다. 넷째는 부처님께서 명하여 수구를 허락했기 때문에[佛勅聽受具] 곧 수구를 얻는다. 다섯째는 가장 높은 수구[上受具]이다.
비구니 또한 다섯 가지 종류의 수구가 있다. 첫째는 스승의 가르침에 따라행하는 것을 이름하여 수구라 한다. 둘째는 백사갈마로 수구를 얻는다. 셋째는 현전승가에 사람을 보내어 수구를 얻는다. 넷째는 잘 와서[善來] 수구를 얻는다. 다섯째는 가장 높은 수구[上受具]이다. 일체의 온갖 악을 짓지 않음을 성취하였기에 이것을 수구라 한다.
또 비니장(毘尼藏) 가운데에서 옳고 그름을 선택하여 믿고 행하기 때문에 이름하여 수구라 한다. 능히 5개법(五蓋法)3)을 끊는 것을 성취하였기에 이름하여 수구라 한다. 능히 거칠게 살피는 것[覺]과 미세하게 살피는 것[觀]을 없애기에 또한 수구라 한다. 능히 선(禪)에 애착하는 마음을 버리기에 또한 수구라 한다.
024_0495_c_02L괴로움과 즐거움과 근심과 기쁨을 버리기에 이름하여 수구라 한다. 4공정(空定)4)을 넘어섰기에 또한 수구라 이름한다.모든 상의 멸함을 알기에 또한 수구라 이름한다. 또 3귀(歸) 5계(戒)를 받기에 수구라 이름한다. 또 8재법(齋法)5)을 받기에 또한 수구라 이름한다. 또 사미 10계를 받기에 수구라 이름한다. 또 나누어 계를 받는 것을 이름하여 수구라 한다. 또 능히 선업[白業]을 살피는 것도 또한 수구라 한다. 종성지(種性地)를 성취하기 때문에 이름하여 수구라 한다.
4향(向)6)ㆍ4과(果)7)ㆍ제8지에서의 견제지(見諦地)ㆍ박지(薄地)ㆍ이욕지(離欲地)ㆍ이작지(已作地) 내지 무사독각(無師獨覺)을 모두 수구라 한다. 6도(度)를 성취하면 또한 수구라 한다. 좋은 말 또한 수구라 한다. 지혜 수구로부터 나아가 선어(善語)수구까지도 모두 수구라 이름한다.
청정한 사람은 그 출가를 허락하여 수염과 머리카락을 깎고, 법복을 입고, 3자귀(自歸)와 10계 내지 백사갈마로써 수구하게 한다. 마땅히 출가자로 하여금 4타법(墮法)8)을 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게 하는 것이다. 4의지(依止)9)에 의지하여 목숨이 다할 때까지 행을 받거나 나아가 범행(梵行)과 영사(營事)를 하여 출가법을 얻으며, 법의 과(果)를 증득하여 즐거움을 받고 큰 공덕을 성취한다. 이 나머지 여러 일들은 마땅히 화상 아사리에게 물으라. 화상 아사리는 마땅히 비니 가운데에서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가르쳐 줄 것이다.
024_0496_a_02L또 다시 함께 배우는 자, 함께 일하는 자, 함께 가는 자에게 모든 선법을 권하되 서로 어긋나거나 반대되지 않아야 한다. 어찌하여 수구를 주는가? 다섯 가지 신통의 즐거움을 얻게 하고 괴로움을 보고도 두려워하지 않게 하고 욕심을 적게 하고 족함을 알아 큰 사람의 깨달음을 얻게 하고자 한다.
이 가운데에서 어떤 것이 선래(善來) 비구의 수구인가? 존자 아약교진여(阿若憍陳如)와 같다. 그때 세존께서 바라나(波羅㮈)에 다니실 때, 존자 아약교진여가 법을 보고 법을 얻고 법을 깨닫고 법성을 깊이 알아서, 자리에서 일어나 의복을 가지런히 하고 오른쪽 어깨에 옷을 벗어 메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꿇고 손을 모아 예를 올리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는 제가 출가하여 범행을 닦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어서 오너라, 비구여. 그대는 나의 법안에서 범행을 닦아 모든 괴로움이 다하기를 허락하노라. 이 아약교진여는 곧 출가하여 바로 구족할 것이니라.” 여래의 말씀이 끝나자, 몸 위에 걸쳤던 바라문의 옷과 수염과 머리카락이 다 떨어졌고 사문의 법복이 저절로 몸에 있었으며 위의(威儀)가 상서롭고 손에 발우를 들었음이 마치 20여 년 동안 법을 배운 이와 같았다.
024_0496_b_02L존자 아발지(阿鉢紙)ㆍ파범(婆犯)ㆍ발제가(跋提伽)ㆍ마하남(摩訶男) 등도 또한 아약교진여와 같았다. 야수타(耶修陀)의 네 벗인 비마라(毘摩羅)ㆍ수바후(修婆侯)ㆍ부나가(富那伽)ㆍ교범발제(憍梵跋提)와 야사(耶奢)동자의 벗 50인, 미저(彌低)의 벗 50인, 나라타(那羅陀)ㆍ마나파(摩那婆)ㆍ발타발기(跋陀跋期)의 벗 50인, 우루빈나가섭(優樓頻蝝迦葉)ㆍ나제가섭(那提迦葉)ㆍ가야가섭(伽耶迦葉) 이들의 무리 1천 인, 우바제사(優波提舍)ㆍ구율타(駒律陀)를 상수로 한 무리 250인이었다.
이들은 모두 굉장히 큰 부자였는데 본래는 외도에 출가했었다가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오셔서 깨달음을 얻었을 때에 이르러 모두 부처님께 나아가 출가하고자 했다. 마지막의 수발타라(須跋陀羅)와 같은 이 사람들은 모두 선래(善來) 비구로서 그 얻은 과(果)는 모두 무학후변신(無學後邊身)이었다. 왜냐하면 여래께서 스스로 신묘한 입으로 설한 것이기 때문이니, 나머지 가장자리 사람은 얻을 수가 없었다.
어떤 이가 물었다. “세존께서는 무엇 때문에 가파라가지파리가(加波羅伽至婆梨伽)와 부가라파리가(富迦羅婆利伽)에게 신묘한 힘을 주지 않고 선래출가하게 하시지 않았습니까?”
024_0496_b_14L問曰。世尊何以不與神力加波羅伽至婆梨伽富迦羅婆利伽使善來出家。
대답하기를 “내 생각은 이와 같다. 파혜(婆醯)는 도를 방해하는 업이 있다. 이 때문에 선래출가를 할 수 없었다. 부가라파리가라는 이 사람은 무학(無學)의 인연으로 몸을 나타냈기에 선래출가를 얻을 수 없었다. 이러한 뜻 때문에 비록 모두 부처님 곁에 있었지만 모두 선래출가를 얻지 못했다.”
3어수구(語受具)란 다음과 같다. 그때 세존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인간과 천상의 그물에서 모두 해탈을 얻었다. 그대들도 이 그물 안에서 모두 해탈을 얻었다.” 그때 악마가 부처님의 이 말씀을 듣고 부처님께 말하였다. “그대는 인간과 천상의 그물에서 해탈을 얻지 못했다. 여러 비구들 또한 해탈을 얻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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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사람들은 오욕을 제 6의식으로 받지만 나는 이미 모든 욕망을 떠났으니 악마 그대는 스스로 떨어지리라.
024_0496_c_02L世人於五欲, 第六意識受, 吾已離諸欲,
惡魔汝自墮。
악마는 이 말을 듣고 나서 부처님께서 그가 아직 욕망을 여의는 곳에 이르지 못했음을 알고 계셨기 때문에 부끄럽고 걱정스러우며 즐겁지 않아 홀연히 스스로 사라졌다.
024_0496_c_04L惡魔聞此言已。知佛達其未離欲故。慚愧憂愁不樂。忽自滅去。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각각 두 사람이 함께 여러 지방에 교화하러 나아가고, 홀로 나아가지 말라.” 여러 비구들이 곧 떠나니, 그 지방의 여러 사람들은 비구의 설법을 듣고 모두 부처님께로 나아왔다. 그러나 그 가운데 길에서 후회하는 마음을 낸 사람들은 곧 집으로 돌아갔다.
이러한 인연을 여러 비구들이 와서 세존께 아뢰니, 부처님은 곧 가르쳐서 저들이 3어수계를 성취할 수 있도록 가르치시고는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들은 각각 돌아가서 그 지방에 만일 출가를 하고자 하는 사람이 있거든 마땅히 수염과 머리카락을 자르고 법복을 입게 하고 3어수계를 주어라. ‘부처님께 귀의합니다. 가르침에 귀의합니다. 승가에게 귀의합니다. 여래(如來)ㆍ응(應)ㆍ정각(正覺)은 나의 스승입니다.’ 이것이 곧 3어수계법이다.”
그때 여러 비구들이 의심을 일으켜서 여쭈었다. “어찌하여 3어가 곧 출가이며, 곧 구족입니까?” 부처님께서 설하셨다. “부처님께 귀의하고, 가르침에 귀의하고, 승가에 귀의하는 것이 곧 출가이다. 두 번째로 부처님께 귀의하는 것이 끝나고, 가르침에 귀의하는 것이 끝나고, 승가에 귀의하는 것이 끝나면 곧 수구이다. 이러한 뜻으로 출가하여 수구를 성취하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 다시 의심을 일으켜서 여쭈었다. “우바새도 3자귀(自歸)를 받으며, 사미나 8계자(八戒者)도 다 3어를 받는데 어찌하여 수구라고 이름하지 않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 두 가지 뜻은 각기 다르다. 우바새란 3귀의에서 그치지 않고 다시 5계를 더해야 비로소 우바새라는 이름을 얻는다. 사미나 8계자도 다시 이와 같다.”
024_0497_a_02L3어수구란 이와 함께 구족하여야 다시 더할 바가 없기 때문에 수구라고 말한다. 더할 바가 없는 까닭이란, 3귀(歸)에는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5계ㆍ10계ㆍ8재(齋)를 받기 때문에 3귀를 받으며, 나아가 250계를 받기 때문에 삼귀의를 받는다. 둘째는 바로 3귀의를 받는 것이다. 그 까닭은 그 당시에 부처님께서 아직도 250계 내지 8재계를 제정하지 않으셨기 때문이니, 이 뜻 때문에 곧바로 3귀를 설하여 수구를 얻는 것이다. 부처님께서 3어수계를 제정하기를 허락하지 않았으면 비록 3어가 있다고 해도 성취할 수 없다. 부처님께서 나중에 3어수계를 끊은 까닭은 한 병든 비구 때문이다.
부처님께서 교진여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사람이 출가를 원하면, 마땅히 수염과 머리카락을 자르고 이와 같은 말을 하게 해야 한다. ‘나는 이제 목숨이 다할 때까지 부처님과 가르침과 승가에게 귀의하며, 나는 이제 부처님에 의지하여 출가하니 박가바는 나의 스승입니다’라고.” 다시 부처님께서는 교진여에게 말씀하셨다. “3어수계는 내가 설한 것과 같이 이해하여야 한다.”
024_0497_b_02L비사리 안에는 비리기인(毘梨耆人)이 있었다. 두 나라의 족성자(族姓子)들이 함께 한 곳에 있었다. 첫째는 갈갈대차(羯羯帶遮)라 했고, 둘째는 갈윤가(羯倫伽)라 했으며, 셋째는 비근대차(毘斤帶遮)라 했고, 넷째는 갈지차(羯遲遮)라 했으며, 다섯째는 차뢰차(遮賴遮)라 했고, 여섯째는 비타발차(毘陀跋遮)라 했으며, 일곱째는 발타(跋陀)라 했고, 여덟째는 수발타차(修跋陀遮)라 했으며, 아홉째는[본래 빠져있다.], 열째는 야사(耶奢)라 했으며, 열한째는 이수다라(移須多羅)라 했고, 열둘째는 아리야(阿梨耶)라 했다.
이 모든 사람들이 모두 생각하여 말하였다. ‘아약교진여는 대사문(大沙門)의 법 가운데 출가하여 범행을 닦았다. 이는 큰 지견(智見)을 지닌 자이니, 곧 능히 따라 배운다면 반드시 묘법(妙法)이 있을 것이다. 우리들이 어떻게 거기에 출가하여 묘법을 배우지 않겠는가? 그들이 닦은 것을 우리들도 함께 닦으리라.’
아약교진여는 곧 그 말을 받아 그의 출가를 허락하고 3어수계를 설했다. 수계가 끝나자, 서로 함께 부처님 계신 곳으로 나아가 머리를 숙이고 발에 예를 올린 뒤 한 쪽 켠으로 물러나 앉았다. 존자 교진여가 곧 부처님께 사뢰었다. “이 여러 족성자들이 출가하고자 하여 3어수계를 하였사온데, 이들은 계를 얻은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교진여에게 말씀하셨다. “이 여러 사람들은 3어수계를 구족하여 성취하였고, 그 계를 잘 얻은 것이다. 왜냐하면 과거 모든 부처님들도 일찍이 이 3어수계를 주셨고, 미래 모든 부처님들도 마땅히 이 3어수계를 주실 것이며, 현재의 나 또한 그와 같으니, 이 때문에 3어수계를 얻은 것이다.”
024_0497_c_02L백사갈마는 어째서 눈앞에서 백사갈마로 수구하는 것을 필요로 하는 것인가? 설명하자면, 그때가 되어 부처님께서 왕사성에 머무르실 때, 우루빈나 가섭 등 스승들은 이미 출가를 끝냈다. 어떤 한 병든 비구가 공양을 하지 못하여 병이 위중해서 곧 목숨을 마쳤다. 여러 비구들은 이 비구의 병이 위중하여 목숨이 다하는 것을 보고서, ‘첫째는 병을 돌보는 이가 없었고, 둘째는 제자가 없었다. 두 가지가 모두 없었기 때문이다’라고 고뇌하다가 이와 같은 것을 세존께 나아가 아뢰니, 부처님께서는 곧 여러 비구승들을 모으시고 말씀하셨다. “이제부터는 3어갈마를 끊고, 열 명의 스님 가운데서 백사갈마로 수구할 것을 허락한다. 이와 같이 하나하나 계를 받는 것은 모두 위에서 자세히 설한 것과 같으니 마땅히 알지어다.”
그때 어떤 한 악한 비구가 사람을 제도하여 출가시켰다. 출가자가 곧 스승 곁에서 의심이 일어나자 세존께 아뢰니, 세존께서 물으셨다. “그대는 앞서 아직 계를 받지 않았을 때 의심이 일어났는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대는 이미 구족계를 얻었느니라.”
다시 어떤 한 사람이 스승을 구해 출가하고 구족계를 받았다. 구족계를 받고 나서 마음속에 의심이 생겼다. ‘스승이 청정하지 않으니, 계를 얻은 것인가? 얻지 못한 것인가?’ 의심스러워 세존께 아뢰니, 세존께서 물으셨다. “그대는 앞서 스승이 청정한지 청정하지 않은지를 알았는가?” “알지 못했습니다.”
또 다시 물으셨다. “그대는 앞서 청정하지 않은 스승 곁에서 계를 받으면, 계를 얻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는가?” “알았습니다.”
024_0497_c_21L又復問言。汝先知不淸淨師邊受戒不得戒不。答言。知也。
다시 물으셨다. “그대는 앞서 그대의 스승이 계를 받을 때 계를 얻었는지 얻지 않았는지 알았는가?” “알지 못했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대는 곧 구족계를 얻었느니라.”
024_0497_c_22L復更問言。汝先知汝師受戒時得戒不。答言。不知也。佛言。汝便得具足戒也。
024_0498_a_02L또 다시 한 사람이 스승을 구해 출가하니, 스승은 즉시 구족계를 주었다. 얼마 있다가 마음에 의심이 생겨 세존께 아뢰니, 세존께서 물으셨다. “그대는 먼저 청정하지 않은 스승의 곁에서 계를 받으면 계를 얻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는가?” “알고 있었습니다.”
무엇을 칙청수구(勅聽受具)라 하는가? 이때에 즈음하여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비사거록모(比舍佉鹿母) 동산에 있는 집에 계셨다. 소타야(蘇陀耶) 사미에게 뜻을 물어보니, 사미가 뜻을 이해하는 것이 부처님께서 이해하시는 것과 같아 여래의 뜻을 헤아렸다. 부처님께서 바로 말씀하시기를, “너는 지금부터 만약 의혹이 있으면 마음대로 와서 물으라” 하시고, 곧 계를 주고 구족계를 얻게 하였다. 이러한 까닭에 칙청수구라고 한다.
무엇을 상수구(上受具)라 하는가? 어떤 사람이 모든 번뇌를 다했으나 아직 만20세가 되지 않았는데 이미 구족계를 받으니, 곧 비구법 가운데서 스스로 의심을 내었다. 같이 사는 모든 비구들도 그가 의심하는 것을 알고 세존께 나아가 아뢰니, 세존께서 이 번뇌가 다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모태 속의 나이를 세고 나아가 윤달에 이르기까지 모두 세면 차는가, 차지 않는가?” “차지 않습니다.”
부처님께서 곧 여러 비구에게 물으셨다. “이 비구는 아라한과를 증득했는가?” 여러 비구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아라한과를 얻었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 아라한과를 얻은 것을 바로 상수구라 하는 것이니라.” 또 다시 말씀하셨다. “나중에 계를 받는 사람은 모태에 있던 나이를 세는 것을 허락하노라.”
024_0498_b_02L무엇을 비구니의 다섯 종류의 수구라고 하는가? 스승의 가르침을 따라 행하는 것을 이름하여 사법수구(師法受具)라 한다. 이때를 즈음하여 부처님께서는 석종(釋種)의 동산에 계셨다. 그때에 마하파사파제(摩訶波闍波提) 교담미(憍曇彌)가 5백 명의 석종녀와 함께 부처님이 계시는 곳에 나아갔다. 도착한 후 머리를 땅에 대고 부처님의 발에 예를 올리고 나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우리 여성들은 부처님 법 가운데 출가할 수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여성이 출가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이 말을 듣고 난 후 머리를 숙여 눈물을 흘리며 떠나갔다.
세존이 나중에 석종의 동산에서 사위국의 기원정사로 향하셨다. 교담미 등 5백 여인은 부처님께서 기원정사로 향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마음속에 슬픔과 괴로움을 품고 스스로 그 몸이 불법 가운데 있지 않음을 개탄하였다. 각자 스스로 머리를 깎고 법복을 입고 부처님의 뒤를 따라갔다. 기원정사에 도착하여 밖에 서서 존자 아난을 만났다.
아난이 즉시 어머니와 여러 여인에게 물었다. “우바이들은 어떻게 하여 머리를 깎고 스스로 법복을 입고 안색이 파리하여 즐거워하지 않습니까?” 어머니와 모든 여인들은 곧 대답하였다. “기뻐하지 않는 까닭은 단지 세존께서 여인의 출가를 허락하시지 않기 때문에 근심스러운 안색을 하고 있을 뿐입니다.”
024_0498_c_02L아난이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간절히 원하옵건대 세존이시여, 여인이 불법 가운데 있기를 허락하소서.”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여인이 여덟 가지 공경하는 법을 행할 수 있다면 그 출가를 허락할 것이고, 만약 행할 수 없는 사람은 불법 중에 있는 것을 허락하지 않겠다. 이런 까닭으로 여인을 위하여 여덟 가지 공경하는 법[八敬法]10)을 제정하게 된 것이니, 마치 사람이 물을 건너고자 함에 먼저 다리와 배를 조성하여 두면 나중에 비록 큰 물이 있을지라도 반드시 건널 수 있는 것과 같이 여덟 가지 공경하는 법도 또한 이와 같다. 나중에 정법이 허물어질 것이 두려운 까닭이니, 그것을 위하여 제정할 뿐이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이제 여인을 위해 출가를 허락 받았으니 나중에 마땅히 우리의 정법이 5백 년 줄어들게 될 것이다.” 아난이 이 말을 듣고 근심하여 기뻐하지 않고 곧 밖으로 나아가 여러 우바이들에게 물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여덟 가지 공경하는 법을 받들어 실천할 수 있습니까?”
모든 여인들이 이 말을 듣고 난 후 속으로 기뻐하면서 바로 아난에게 청하여 다시 세존께 아뢰어 줄 것을 부탁했다. “저희들은 오늘 세존의 법 베푸심을 받았으니 마땅히 받들어 행하겠습니다. 비유 하자면 마치 어떤 사람이 향기로운 물에서 목욕을 하고 화장을 마친 후에, 또 어떤 사람이 와서 꽃다발로 그의 머리를 장엄하는 것과 같이 저희들도 오늘 또한 그와 같습니다.” 아난이 이 말을 곧 세존께 아뢰니,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이미 구족계를 받았느니라.” 이것을 사법수구(師法受具)라고 한다.
백사갈마수구(白四羯磨受具)라는 것은 앞의 『병비구경(病比丘經)』 가운데 설한 것과 같다. 심부름꾼을 보내어 구족계를 받는다[遣使受具]고 한 것은 또한 『비구니경』 가운데 설한 것과 같다.
024_0498_c_14L白四羯磨受具者。如上病比丘經中所說。遣使受具者。亦如比丘尼經中所說。
어떤 것을 선래비구니수구(善來比丘尼受具)라 하는가? 이때에 즈음하여 세존께서는 사위국에 계셨다. 마등기(摩登祇) 여인이 부처님 계시는 곳에 와서 머리를 땅에 대고 부처님의 발에 예를 올리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부처님께서는 곧 그를 위하여 법을 설하셨는데, 그가 법의 성품을 깊게 깨달아 수다원과를 얻었다. 그리고 부처님께 출가할 것을 원하니,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나의 법 가운데서 범행을 잘 닦아 모든 괴로움이 다하기를 허락하노라.” 부처님의 말씀이 끝나자, 머리카락이 저절로 떨어지고 법복과 바리때가 홀연히 몸에 있었다. 위의의 근엄함이 마치 오래 동안 법복을 입은 자와 같았다. 이러한 까닭으로 이름하여 선래수구라 한다.
024_0499_a_02L상수구(上受具)라는 것은 모든 유루(有漏)를 다하여 아라한이 되는 것이니, 앞의 사미와 같다. 비록 아직 만 20세가 되지 않았을지라도 아라한과를 증득했기 때문에 이름하여 상수구라 한다. 이것은 비구니도 또한 이와 같으니, 이것을 상수구 한다. 비구니의 다섯 종류의 수구를 마친다.
입선법상수구(立善法上受具)라 하는 것은 다음과 같다. 이때 왕사성 가운데 바라문이 있었으니, 이름이 니구타(尼駒陀)로서, 돈과 보배가 막대하여 헤아릴 수 없었다. 이 바라문 가정에 한 아들이 태어났는데, 이름은 필바라연(畢波羅延)이었다. 부모의 종성(種姓)은 청정하였고, 모든 바라문이 소유한 경서를 두루 통달하지 않음이 없었으며, 나아가 대인(大人)의 모습도 아울러 갖추었으며, 또한 그것을 달관하였다. 이 필바라연 동자의 부모가 목숨을 마친 후 가내(家內)에는 잘게 부셔진 금 960말과 돈 8십억 륵사(勒沙)와 10만 1륵사가 있었다. 그리고 노비, 종, 심부름꾼이 1천 곳의 마을에 있었다. 그의 아내 이름은 발타(跋陀)였는데, 용모가 빼어나서 세상에 짝할 이가 없었다. 그는 애욕과 탐욕을 끊어 버리고 떠나리라 하여,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였다. ‘세간에 만약 진정한 아라한이 있다면 그에게 출가하리라. 선인(仙人)이 고행하는 숲속에 나아가 청정한 행을 닦으리라.’
이와 같은 생각을 한 뒤에 애욕과 탐욕을 끊어버리고 떠나 저 선인이 고행하는 숲속에 가서 12년 동안 나물과 열매를 먹고 맑은 샘물을 마시며 청정한 행을 수행하여 모든 선심(禪心)을 얻어 다섯 가지 신통을 성취하였다. 세존께서는 이때 세상에 출현하시어 녹야원에 계시면서 처음으로 법륜을 굴리셨다. 승단이 이미 이루어져 큰 비구 대중 1천 명과 함께하셨다. 이 사람들은 모두 나이가 들었고 오래 되어 나라에서 소중히 여겼고, 모든 근(根)이 적정하고 모든 번뇌가 다하여 해탈한 사람들이었다. 세존께서 여러 비구들과 계속해서 다니시다가 마갈제국(摩羯提國)에 도착하여 야치림(若致林)에 들어가 니구수(尼駒樹)왕의 아래에 계셨다.
024_0499_b_02L이때 세존께서는 불안(佛眼)으로 세간을 살피면서 생각하셨다. ‘어떤 중생이 세간에 태어나 번뇌가 적고 큰 위신력 있어 내가 설한 법을 들을 수 있을까?’ 여래께서는 필바라연 동자가 우타(優吒)의 숲속에 있는 것을 보았다. 본 후 즉시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하셨다. ‘이 사람은 나의 정법을 받을 수 있으리라.’
이때 세존께서 필바라연 동자를 제도하고자 1천 비구와 함께 마갈제국에서 다자탑(多子塔)을 향하여 도착한 후 나무 아래에 머무시니, 하루 종일 이 숲속은 부처님의 신비한 힘 때문에 광명이 비치고 숲이 불꽃처럼 빛나서 크게 밝았다. 비유하면 마치 가을 달이 구름 없는 하늘에서 태양을 가려버리는 것과 같이, 여래의 광명도 또한 이와 같았다. 이 동자가 12년이 되어 자연히 다자탑에 가고자 하는 마음이 생겼다. 험난한 계곡과 수풀을 건너 다자탑에 이르러 이 숲속의 광명이 특이하여 세간의 것보다 월등히 뛰어남을 보고 홀로 생각하였다. ‘이 가운데는 혹 모든 하늘이나 제석이나 범천 혹은 큰 위력이 있는 신선(神仙)이나 사자왕(獅子王) 등이 계시기 때문에 이 숲에 상서러운 모습이 있음에 틀림없다.’
필바라연 동자가 점점 앞으로 나아가니, 여래의 발자취에 천개나 되는 바퀴살 모양이 갖추어져 분명한 것을 보고 바로 자취를 찾아 앞으로 나아갔다. 멀리 여래의 모든 근이 맑고 깨끗하며 용모가 빼어나 뭇 상(相)을 갖추고 근엄히 앉아 계시는 것을 보았다. 동자는 즉시 옷의 털을 모두 세우고 신심(信心)을 내어 묵묵히 생각하였다. ‘처음 출가할 때 마음속에 기대했던 것이 바로 이것이다.’
이때에 세존께서 모든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만약 번뇌와 결루(結漏)가 없어지지 아니하고, 모든 것을 아는 지혜로운 사람도 아니고, 다른 사람의 스승도 아니면서 선법(善法)을 성취하여 남의 예우를 받음이 있다면, 머리가 일곱으로 부서지게 될 것이니라. 나는 이제 참으로 번뇌와 결루가 없어진 자요, 모든 사람을 위한 복전이 된 자요, 중생을 가엾게 여기는 자이며, 또한 일체 모든 것을 아는 지혜로운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동자의 예배를 받는 것이다.”
이때 세존께서 동자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이제 이미 공양을 빠짐없이 감추었고 신심이 성취되었으니, 한쪽으로 물러나 앉아도 좋다.” 동자는 곧 말씀하신 가르침을 받고 부처님 발에 예배한 후 옆으로 물러나 앉았다. 이때 세존께서 저 동자를 위하여 갖가지 인연으로 모든 법을 공교히 설하시어 이익과 기쁨을 보이고 가르치셨다. 동자가 곧 법을 깨달아 도를 이루어 수다원과를 얻고서,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합장하여 예를 올리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께서는 저의 스승이시고, 저는 성문(聲聞)제자입니다.”
024_0500_a_02L부처님께서 곧 동자를 위하여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4념처(念處)11)를 친근히 하여 수행하고, 나아가 8성도(聖道)12)도 또한 이와 같다.” 또 부처님께서 동자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여러 족성자(族姓子)가 사는 마을에 들어가도 마음에 집착함이 없어야 할 것이니라. 마치 달이 세상을 비춤에 집착함이 없는 것처럼, 네가 모든 마을에 들어가 마음에 집착함이 없는 것이 또한 이와 같아야 할 것이니라. 벌이 꽃에서 꿀을 따는 것과 같이 모든 마을에 들어가는 것도 또한 마땅히 이와 같아야 하느니라. 동자야, 진다라(眞陀羅) 동자의 비유와 같이 마땅히 족성과 재산과 덕을 믿는 마음을 버리고, 당연히 겸허하게 마을에 들어가야 할 것이니라. 마치 소의 무리 가운데 큰 소가 스스로 뿔의 날카로움만 믿고 나머지 소를 업신여길 때에 뿔을 베면 잘난 체하는 마음이 완전히 그치는 것처럼, 그대가 마을에 들어가서 마음에 집착함이 없는 것도 또한 마땅히 이와 같아야 한다.”
또 부처님께서 동자에게 말씀하셨다. “내육입(內六入)13)은 상(想)을 취하여 집착하지 말아야 하나니, 마음을 옭아매기 때문이다. 또 외육입(外六入)14) 내지 중육식(中六識)15)도 또한 이와 같다. 색음도 또한 마땅히 집착하여 생각을 취하지 말아야 하며 내지 식음(識陰)도 이와 같으니라. 눈ㆍ코ㆍ귀ㆍ혀ㆍ몸ㆍ뜻 및 외육진(外六塵)16)이 관(觀)을 깨닫고 관(觀)을 의식해야 하는 것도 또한 마땅히 이와 같은 것이니, 상(想)을 취하지 말아야 한다. 비유컨대 마치 허공 가운데 물방울이 물방울과 물방울이 서로 합쳐질 때에 막히고 걸림이 없는 것처럼, 18계(界)17)ㆍ 12입(入)18)ㆍ5음(陰)19) 등을 관할 때에도 취하여 집착하지 않으면 마음에 장애가 없는 것도 또한 이와 같다. 선남자야, 너희들은 이와 같이 배워야 할지니라.”
동자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의 가르침을 받들겠나이다.” 이때 동자는 불세존께서 온갖 비유를 인용하여 갖가지 설법하시는 것을 듣고, 즉시 깨달아 앎을 얻었다. 동자는 법을 받은 뒤에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의 주위를 세 번 돌고 예를 올린 후 떠났다. 한 나무 아래에 도착하여 몸을 단정히 하고, 생각을 가다듬어 부처님께서 설하신 법을 7일 낮 7일 밤 동안 곰곰이 생각하며 8일째 아침에 이르러 모든 번뇌가 이미 다해 3명(明)20)과 6통(通)21)을 갖추고 8해탈(解脫)22)을 증득하여 아라한과를 얻었다.
024_0500_b_02L아라한과를 얻어 마치고는 부처님 계시는 곳에 나아가 머리를 땅에 대고 부처님께 예를 올린 후 물러나 한 켠에 앉아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나는 먼저 여래께서 설하신 법을 듣고 7일 낮 7일 밤 동안 곰곰이 생각하여 8일째 아침에 모든 번뇌가 이미 다해 마음에 해탈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3명과 6통을 얻어 아라한과를 증득했습니다. 비유하자면 마치 어떤 사람이 ‘한 마리의 큰 코끼리의 키가 7촌(약 1자)이고 한 그루의 나무는 높이가 6촌 반인데 이 나무가 코끼리를 가린다고 하면 그것은 옳지 않다’고 말하는 것처럼 만약 아라한과를 얻고 3명과 6통에 8해탈(解脫)을 갖추었기 때문에 나보다 낫다고 한다면 이것은 옳지 못합니다.”
이때 세존께서는 이 일 때문에 여러 비구들을 모으고 말씀하셨다. “나는 먼저 가섭을 위하여 이와 같은 법을 설하였다. 너희들은 이제 모두 이것을 수행해야 할지니라.” 부처님께서 다시 여러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지금부터 너희들이 선근을 세워 상수구하는 것을 허락하노라.” 또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과거의 모든 부처님과 미래의 모든 부처님은 다 선근을 세워 상수구를 하나니, 나도 지금 또한 그와 같으니라. 이것을 입선근상수구(立善根上受具)라 하는 것이다.”
이때 존자 가섭은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어깨에 옷을 벗어 메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꿇고 합장하여 부처님께 예를 올려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우리들은 여래의 법 가운데서 어떠한 법에 머물러 어떠한 법을 닦아야 합니까? 법을 수행하는 사람은 어떠한 차별이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가섭이여, 네 물음은 매우 훌륭하구나. 마치 솟아 나오는 샘물이 다함이 없는 것처럼 머무름과 닦음과 차별의 말과 뜻을 막힘없이 묻는구나.” 부처님께서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4성종(聖種)24)은 머무르는 곳[住處]이요, 12두타(頭陀)25)는 행하는 곳[行處]이라 이름하며, 모든 유루(有漏)를 다 하는 것을 차별이라 이름하느니라.”
024_0500_c_02L가섭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4성종과 12두타와 번뇌가 다한 해탈을 마땅히 머리에 이고 받들어 행할 것입니다. 장자나 장자의 아들이 향기로운 물에 목욕하고 저고리를 입어 스스로 장식하고, 또 어떤 사람이 와서 그의 머리를 아름다운 꽃다발로 장엄하는 것과 같이 우리들도 또한 그와 같습니다. 여래께서 말씀하신 가르침을 머리에 이고 행하겠나이다.”
부처님께서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어떻게 4성종 가운데 머물겠느냐?” 가섭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첫째는 앞서 얻은 분소의(糞掃衣)26)에 대해 만족한 생각을 하겠습니다. 둘째는 앞 사람이 입은 분소의를 보고 역시 찬탄하는 것입니다. 셋째는 스스로 입은 분소의를 보고 스스로 믿고 그것을 나무라지 않는 것입니다. 넷째는 음식이나 병으로 몸이 파리하여 탕약을 얻으면 그 얻은 것에 대해 만족한 생각을 하겠습니다. 또 다시 스스로 믿어 그것을 나무라지 않고 또 타인에 대해 ‘저 사람은 나보다 뛰어나고, 저 사람은 나와 같지 않다’는 생각을 내지 않겠습니다. 또 ‘저 사람은 나와 비슷하고, 저 사람은 나와 비슷하지 않다’거나 ‘이 사람은 나보다 낮고, 저 사람은 나보다 낮지 않다’거나 ‘저 사람은 나보다 신묘하고, 저 사람은 나보다 신묘하지 않다’는 생각과 말을 하지 않겠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앞에 말한 것과 어긋나더라도 저는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이 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4성종에 머물러 마땅히 그와 같이 배워야 할 것이니라. 가섭이여, 또 어떻게 12두타행을 하고자 하는가?” 가섭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첫째는 항상 스스로 고요하고 한적한 곳에 가서 마땅히 그 한적한 곳을 찬탄하는 것입니다. 둘째는 걸식하는 것입니다. 셋째는 분소의를 입는 것입니다. 넷째는 만약 성내는 마음이 나면 잠시 머물러 밥을 먹지 않고 있다가 사라진 후 밥을 먹는 것입니다. 다섯째는 한자리에 앉아서 먹는 것입니다. 여섯째는 한 번만 취하여 받는 것입니다. 일곱째는 늘 무덤 사이에서 수행하는 것입니다. 여덟째는 한 데에 앉는 것입니다. 아홉째는 나무 아래에 앉는 것입니다. 열째는 항상 앉아 있고 눕지 않는 것입니다. 열한째는 얻음을 따라 발우를 펴는 것입니다. 열두째는 3의(衣)로 제한하는 것입니다. 이들과 같은 법들은 모두 마땅히 찬탄해야 하며, 또한 스스로 믿어서 그것을 나무라지 말아야 하며, 나아가 욕구를 적게 가져 여러 가지를 갖춤에 만족을 알고, 여러 가지를 갖춤에 다른 사람에게 널리 보여야 하는 것입니다.”
024_0501_a_02L부처님께서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네가 말한 것 같이 12두타를 행함은 바로 그와 같아야 한다.” 부처님께서 다시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안행(按行)의 숲으로 나를 따르거라.” 가섭이 답하여 말하였다. “세존의 말씀을 받들겠나이다.”
부처님께서 일어나 가시자, 가섭이 곧 자리를 집어서 어깨에 걸치고 세존의 뒤를 따랐다. 가섭이 부처님을 따르는 것이 마치 사자의 새끼가 어미 사자를 따르는 것과 같았다. 그때 세존께서 길을 따라 가시다가 한 나무 아래에 이르러서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나를 위하여 이 나무 아래에 자리를 펴거라.”
부처님께서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너를 가엽이 여기는 까닭에 이 옷을 받겠으나, 너는 어떤 옷을 받아 지니겠느냐?” 가섭이 곧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장차 가시가(迦尸迦) 풀의 분소의(糞掃衣) 중에서 최하의 것을 구하여 받아 지니겠습니다.” 부처님께서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네가 가시가 풀로 만든 분소의를 받아 지니는 것은 이익되는 것이 많으며, 안은(安隱)한 것이 많으니라.”
024_0501_b_02L그때 세존께서 훌륭한 비구스님 1,250인과 함께 다시 마갈제국(摩羯提國)을 다니다가, 숲 가운데에 서 있는 훌륭한 마구타(摩拘陀) 나무 아래에 앉으셨다. 그때 여섯 무리의 비구[六群比丘]가 조용한 방에서 함께 이야기하고 있었다. “가섭은 아약교진여 등과 같이 선래수구도 아니며, 또한 비사리의 발기자(拔祇子) 비구처럼 3어수구도 아니며, 파로파사나(婆盧波斯那) 비구처럼 백사갈마수구도 아니어서, 이는 구족계를 받은 자가 아니다. 어떻게 모든 비구들과 더불어 함께 포살(布薩)과 갈마를 하는가?”
이때 세존께서는 나무 아래서 하늘 귀[天耳]로써 여러 비구들이 은밀한 곳에서 말하는 것을 들으시고,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물 좀 가져 오너라.” 가섭이 즉시 발우를 가지고 물을 얻고자 연못으로 향하였다. 여섯 무리의 비구는 가섭이 온 것을 보고 곧 거슬리는 말을 하였다. “너는 교진여 등의 다섯 사람과 같이 선래수구한 것도 아니요, 비사리의 발기자와 같이 3어수구한 것도 아니요, 파로파사나와 같이 백사갈마수구한 것도 아니다. 너는 구족계를 받은 자가 아닌데, 어떻게 여러 비구들과 함께 포살과 갈마를 할 수가 있는가?”
부처님께서 마신 뒤에 나머지는 가섭에게 주셨다. 가섭이 물을 받은 뒤에, 의복을 가지런히 하고 오른쪽 어깨에 옷을 벗어 메고, 머리를 땅에 대고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합장하고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여섯 무리의 비구들이 저를 보고 말하기를, ‘너는 선래수구가 아니며, 또한 3어수구도 아니며, 갈마수구도 아닌데 어떻게 법의 일을 스님들과 똑같이 하는가?’ 하기에, 제자가 비구들에게 대답하기를, ‘세존께서 나를 위하여 다자탑(多子塔)에 계시면서 선법(善法)을 세우고 상수구를 하셨다. 너희들은 마땅히 부처님께 나아가 여쭈어서 정할 것이며, 얻음과 얻지 못함은 부처님께서 설하신 것을 따라서 받아 행하여야 한다’ 하였나이다.”
024_0501_c_02L그때 세존께서는 미래에 비구들이 비방하고 헐뜯는 마음을 끊고자 하여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왕사성에 가서 그 성 안에 있는 모든 비구들이 모두 큰 승방(僧坊) 가운데에 모이도록 하여라.” 아난이 교시를 받자 곧 갔다. 그곳에 도착하자, 곧 모든 비구들을 모아 큰 승방에 있게 하였다. 대중 스님들을 모은 후 곧 돌아와 부처님께 아뢰었다. “스님들이 이미 모였습니다.” 세존께서 스스로 그 때를 아시고 곧 승방에 이르러 평안하게 자리에 나아가 오른편 겨드랑이로 누우시고, 마치 코끼리의 왕이 보듯이 가섭을 자세히 바라보셨다.
그때 가섭은 자리로부터 일어나 오른쪽 무릎을 땅에 꿇고 머리로 부처님께 예배하고, 무릎 꿇어 합장하고 세존께 아뢰었다. “처음 재가에 있었을 때 부친이 사망한 후에 율금(栗金) 96곡(斛)이 있었고, 금전이 80억 륵사(勒沙)가 있었고, 제 처의 용모가 진기하고 뛰어나 세상에 짝할 이가 없었으나, 속으로 ‘만약에 참된 아라한이 있다면 마땅히 그를 맞이하여 출가하리라’고 생각하고는, 곧 애욕을 버리고 탐욕을 끊고 출가하여 도를 구하였습니다. 세간에서 만약 제자의 스승이 있다면 오직 부처님이십니다. 어떻게 여섯 무리 비구들이 구족계(具足戒)를 받지 않았다고 비방하는 말을 합니까?”
그리고는 또 다시 말하였다. “세간에 만약 기이한 색(色)의 묘한 보화(寶貨)가 있다면 출가 전에 이미 소유했던 것입니다. 재화를 탐하지 않고 여색을 바라보지 않아 옛날에 이미 그것을 버렸는데, 어떻게 비방을 당합니까? 출가한 후로부터 저 숲속에 12년을 있으면서 4선심(禪心) 내지 5신통(神通)을 얻었고 일념의 혼란한 마음도 있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이 생사(生死)의 모든 행위들을 보고 가히 두려워하기 때문입니다.”
또 다시 말하였다. “본가에 부친이 계실 때에 금전 20억을 사용하여 처와 결혼하고 하루 세 번 때에 따라 옷을 바꾸어도 모자람이 없었으며, 나아가 병으로 허약함에 의약이 모자람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세간의 8법(法)27)을 떠났으니 성(姓)과 부(富)와 고귀(高貴)함을 믿어 일찍이 마음에 두지 않았습니다. 비록 그 처가 아름다웠지만 여러 청정한 행을 닦는 데에 훼손됨이 없었습니다.”
024_0502_a_02L가섭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과거세에 벽지불에게 음식을 보시한 인연으로 이때부터 항상 출가를 바라며, 열반과 해탈, 부처님의 자증지(自證知)를 구하였습니다. 왜냐하면 마음속으로 항상 스스로 5도(道)를 유전(流轉)하며 생사를 받는 것을 두려워하였기 때문입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처음 다자탑(多子塔) 숲 가운데에 이르러 여래를 보고, 곧 ‘이분은 곧 처음 출가할 때에 구하던 스승이시다’라는 생각을 내었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과거의 모든 부처님에게 믿는 마음을 내는 것과 지금 보고 있는 세존에게 믿는 마음을 내는 것이 같아 다름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때 세존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만약에 번뇌(煩惱)와 결루(結漏)가 다하지 않고 모든 것을 다 아는 지혜로운 사람도 아니며, 또한 다른 사람의 스승도 아니면서 대사(大士)를 성취한 사람의 예를 받는다면, 머리가 일곱으로 부서질 것이다. 나는 진실로 번뇌(煩惱), 의혹(疑惑), 루(累), 무명(無明), 암장(闇障) 모두가 이미 영원히 끊어져, 모든 법을 다 알고, 사람의 스승이 되느니라. 그러므로 이 사람의 예를 받느니라.”
이때 가섭이 즉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비구들이 비록 이와 같이 비방하더라도 또한 근심하여 고뇌함이 없으며, 세존께서 지금 비록 가끔 그 덕을 칭찬하실지라도 또한 기뻐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칭찬하는 것과 칭찬받는 것, 이 둘 모두가 공(空)함을 관(觀)하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저는 일체가 나도 없고 남도 없어 모든 법이 공하다는 관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그때부터 세존께서 다자탑(多子塔)에 계시면서 저를 위하여 달빛의 비유와 물방울의 비유를 설하여 준 이래로, 마음이 서로 이어져 항상 이 법을 생각하며 다시는 다른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러한 까닭은 항상 마음을 잡아매어 선법(善法)에 있게 하고 다른 생각에 따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세존이시여, 제가 아직 부처님을 뵙지 못하였을 때, 12년 동안 항상 지수화풍(地水火風)과 삼계(三界)를 관하여 모두 공(空)한 상(想)을 지었습니다. 하물며 오늘날 세존의 설법을 만나고서 어찌 다른 마음의 생각이 있었겠습니까? 또한 3세(世)의 견문각지(見聞覺知)28)도 있지 않는데, 어찌 여섯 무리의 비구들에게 다른 생각을 내겠습니까?
024_0502_b_02L 세존께서 저를 위해 4성종(聖種)을 설한 이래로 저는 또한 맛이나 촉감의 생각을 내지 않았으며, 이 음신(陰身)을 마치 네 마리의 독사와 같이 보고 4위의(威儀)를 행하여 마음이 함께하지 않았습니다. 무슨 까닭인가 하면, 옛날부터 이것이 허물과 근심의 근본임을 알아 이 5음(陰)은 생각생각에 생하고 멸하고 또한 다섯 명의 칼을 빼든 도적과 같다고 관하고, 색집(色集)과 색멸(色滅), 수(受)ㆍ상(想)ㆍ행(行)ㆍ식(識)의 식집(識集)과 식멸(識滅)을 관하고, 6입(入)이라는 빈 마을에 다섯 명의 칼을 빼든 도적이라고 관하고, 무아(無我)를 관하였기 때문입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 몸을 관하기를 마치 그릇에 깨끗하지 못한 것이 가득차서 밖으로 흘러내리는 것과 같다고, 몸을 따라 몸을 관하였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 마음을 관하기를 무상(無常)하여 신속함이 마치 들판에 말이 질풍처럼 달리는 것과 같다고, 마음을 따라 마음을 관하였습니다. 저는 괴로움 받는 것을 관하기를 생하고 멸하는 것의 대사(代謝)가 마치 물의 흐름이나 등불의 불꽃과 같다고, 괴로움 받는 것을 따라 괴로움 받는 것을 관하였습니다. 저는 법을 관하기를 무아이고 여러 인연(因緣)들에 속한다고 법을 따라 법을 관하였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여래께서 설하신 법 중에는 잘못됨과 어긋남이 없기에 마땅히 머리 위로 받들어 행하였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그때 왕사성의 1,250인의 스님들 중에 있었는데, 많은 스님들이 제비뽑기29)를 행하여 외쳤습니다. ‘누가 이 진실에 응하여 이 제비를 잡을 수 있겠는가?’ 저는 그때에 곧 이 제비를 뽑았습니다. 만약에 여래께서 세상에 나오신 것을 만나지 않았다면, 응당 벽지불을 얻어 열반에 들었을 것입니다. 그러한 까닭은 일찍이 모든 부처님께 오랫동안 여러 선근(善根)을 심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때 필바라(畢波羅)석굴 속에 있으면서 갑자기 작은 병에 걸렸는데, 세존께서 짐짓 문병을 오셨습니다. 석굴은 작고 몸은 크시어, 제가 곧 손으로 석굴을 들어 올려 크게 함에, 세존께서 곧 들어오시어 저를 위하여 고(苦)ㆍ공(空)의 법을 설하셨습니다.
024_0502_c_02L그때 저는 필바라 석굴에서 화광삼매(火光三昧)에 들었습니다. 이때 제석천의 범왕(梵王)이 내려와 나의 발에 예배하였고 또 어떤 한 사람은 칼을 쥐고서 나를 해치려 하였습니다. 선정으로부터 나와 이 두 사람을 관하니 평등하여 다르지 않았습니다.” 가섭이 또 말하였다. 또한 제가 대중에 있을 때와 사사로이 방에 있을 때의 위의가 다르지 않았습니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위의(威儀)의 나아감과 그침이 마땅히 가섭과 같아야 한다.” “저는 비록 이 말을 들어도 기뻐하지 않습니다.”
024_0502_c_05L佛告諸比丘。威儀進止當如迦葉。我雖聞此言不以喜悅。
가섭이 다시 말하였다. 저는 밤에는 경행(經行)하고 일정한 때에 걸식함에, 마음속으로 밤에는 짧게 궁핍하게 한다는 생각을 내었습니다. 눈을 들어 해와 달을 바라보니 모두 머물러 움직이지 않다가, 모든 하늘이 사람의 몸으로 변해 앞뒤에 둘러싸고 나에게 공양하였습니다. 저는 이러한 때에도 도무지 기뻐하거나 특별한 마음이 없었습니다. 제가 왕사성에 1,250비구들과 함께 한 곳에 모여서, 제비뽑기를 행하여 외쳤습니다. ‘여래께서 멸(滅)한 후 누가 능히 불법을 지키겠는가?’ 저는 그때 즉시 이 제비를 뽑았습니다. 왜냐하면 논(論) 중에 ‘말하는 재주가 막힘이 없는 자는 이러한 까닭에 제비를 뽑는다’고 하기 때문입니다.
만약에 바른 질문이 있어 ‘5욕(欲) 가운데에서 누가 심히 더럽지 않습니까?’ 하면, 응당 ‘저 입니다’라고 말합니다. 왜냐하면 3유(有) 가운데서 잘 해탈하였기 때문입니다. 만약에 어떤 사람이 ‘5근(根), 5력(力)30), 7각지(覺支)31), 8정도(正道)를 누가 능히 성취했습니까?’라고 묻는다면, 저는 이 중에서 능히 사자후(獅子吼)를 합니다. 왜냐하면 일체의 고(苦), 집(集), 멸(滅), 출리(出離)에 있어 맛을 알고, 허물을 알아 그것을 여실(如實)하게 보기 때문입니다. 욕(欲)은 불구덩이와 같고 나아가 모극(牟戟)에 비유되며, 욕(欲)의 허물과 근심 또한 그와 같습니다. 저에게는 애탐(愛貪)이 없으며, 영원히 이미 끊어졌습니다. 마음은 해탈과 열반이 반연(攀緣)하여 빠르기가 산꼭대기의 물과 같고, 유루(有漏)를 버리는 것이 눈물과 침을 버리는 것과 같습니다. 저는 4념처(念處) 내지 8성도(聖道)를 널리 닦음으로써 8해탈정(解脫定)에 자재로이 출입하며, 신통 자재하며 걸림이 없습니다.
024_0503_a_02L세존이시여, 저는 중생들의 유루(有漏)와 무루(無漏)의 갖가지 마음들에 모두 잘 통달하여서 중생의 과거 무량한 숙명을 압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하늘 눈[天眼]으로 사람의 눈을 넘어 중생을 보되, 저기서 태어나 여기서 죽는, 그 모두를 봅니다. 저는 모든 유루(有漏)를 다하여 심해탈(心解脫)과 혜해탈(慧解脫)을 얻었습니다.”
가섭이 말하였다. “모든 비구들과 나머지 여섯 무리 대덕이여, 내가 스스로 그 덕을 찬탄하는 것이 아닙니다. 있는 공덕 이미 모두 버렸는데, 하물며 다시 그 나머지 허황되고 거짓된 이름에 있어서 이겠습니까? 이렇게 말하는 까닭은 긴 밤의 모든 중생들을 이익케 하고자 하기 때문입니다.”
이때 우바리(優波離)가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어깨에 옷을 벗어 메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끊고 합장하여 부처님께 예배한 뒤 세존께 여쭈었다. “모든 부처님께서는 모두 선법을 세우고 상수구를 하셨습니까?” 부처님께서 우바리에게 말씀하셨다. “모든 부처님께서 그것을 세우시지는 않는다. 세우는 까닭은 오탁중생(五濁衆生)을 위하여 그것을 세울 뿐이니라. 오탁(五濁)이란 것은 이른바 겁탁(劫濁)ㆍ명탁(命濁)ㆍ중생탁(衆生濁)ㆍ업탁(業濁)ㆍ번뇌탁(煩惱濁)이니, 과거와 미래의 모든 부처님도 또한 이와 같으니라. 나는 지금이 오탁악세(五濁惡世)이므로 그것을 제정하는 것이니라.”
024_0503_b_02L우바리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몇 가지 경우가 선법을 세우고 상수구를 하여 원만하였습니까?” 부처님께서 우바리에게 말씀하셨다. “다섯 가지 경우가 원만하였느니라. 어떠한 것이 다섯인가? 첫째는 최후변신(最後邊身)이고, 둘째는 파혜(婆醯)와 파라가(破羅伽)와 지파륵가(至婆勒伽)로서 앞서 수다원과(須陀洹果)를 얻는 자가 이것이다. 셋째는 소타이(蘇陀夷)를 따른 것으로 모든 번뇌가 이미 다하여 마음에 해탈을 얻은 것이고, 넷째는 소를 방목하는 난타(難陀)이다. 다섯째는 지금의 가섭이 여래에게서 구족계를 받은 것이니, 다른 성문들은 아니다. 우바리야, 이 다섯 가지 경우가 선법을 세우고 상수구를 하여 원만하였느니라.”
“세존이시여, 몇 가지 경우가 있어야 백사갈마로 수구를 하되 원만함을 얻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다섯 가지 경우가 있어야 원만함을 얻느니라. 첫째는 화상이 여법(如法)해야 하고, 둘째는 아사리가 여법해야 하며, 셋째는 일곱 명의 스님이 청정해야 하고, 넷째는 갈마가 성취되어야 한다. 다섯째는 많은 스님들과 화합하여 함께 하고자 하는 경우이다. 우바리야, 이 다섯 경우의 성취가 없으면 원만하다고 할 수 없느니라. 이 중에 네 가지 수구가 있으니, 선래(善來) 내지 백사(白四)이다.
비구니에게도 또한 네 가지 수구가 있다. 첫째는 마등기녀(摩登祇女)이고, 둘째는 사법(師法)이며, 셋째는 견사현전(遣使現前)이고, 넷째는 백사갈마이다. 함께 하고자 하는 경우이다. 칙청수구(勅聽受具)와 상수구, 이 둘은 선법을 세우고 상수구를 짓는 것이다. 이름을 지어 비구니의 상수구를 설하는 것 역시 선법을 세우고 상수구를 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이상은 수구를 말한 것이다.
불수구(不受具)란 위와 다른 수구를 이름하여 불수구라 한다. 만약에 성문이 선래(善來)라는 말을 사용하여 사람에게 계를 주면 수구를 성취한 것이 아니며, 3어를 사용하여 사람에게 계를 주면 또한 수구를 얻은 것이 아니다. 백사갈마하여 성취하지 못하면 역시 수구를 얻을 수 없다.
비법승(非法僧) 또한 수구를 얻을 수 없다. 무엇을 비법승이라 부르는가? 수계 장소에 나아가지 않거나, 갈마를 먼저하고 아뢰는 것[白]을 나중에 하거나, 또 다시 다른 갈마를 짓는 것 모두는 비법승이라 이름한다.
024_0503_b_22L何者名非法僧。不就戒場先羯磨後白。又復更作餘羯磨。皆名非法僧。
024_0503_c_02L부처님을 여의고, 법을 여의고, 비니를 여의어 구족계를 받으면 역시 수구를 얻을 수 없다. 나이가 만 20세가 되지 않으면 수구를 얻을 수 없다. 화상이 없거나, 화상이 둘이거나, 화상이 셋이거나, 나아가 화상이 많은 것 또한 수구를 얻을 수 없다.
수계자나 화상이 몸을 숨겨 나타나지 않는 것 또한 수구를 얻을 수 없다. 십 수 명의 많은 스님들이 비록 다 찼더라도 한 스님이라도 몸을 숨겨 나타나지 않거나, 수계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또한 수구를 얻을 수 없다. 밖으로 큰 경계를 맺지 않고 바로 작은 경계를 맺으면 또한 수구를 얻을 수 없다. 만약에 화상과 많은 스님들과 수계인이 서로 경계의 안과 밖에 있으면, 또한 수구를 얻을 수 없다.
024_0504_a_02L열세 가지의 사람은 화상을 모시고 수구를 얻을 수 없다. 첫 번째는 재가 시에 우바새계(優婆塞戒)를 받고 하나라도 훼손하여 파계하거나 8재계(齋戒)를 받고 하나라도 훼손하거나 사미 10계를 받고 하나라도 훼손한 이와 같은 사람은, 후에 출가하여도 계를 얻을 수 없으며 또한 화상을 모실 수 없다. 두 번째는 출가와 재가 시에 비구니의 청정행(淸淨行)을 파괴한 자는 또한 화상을 모실 수 없다. 세 번째는 옷과 음식 때문에 스스로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거짓으로 스님들 속에 들어와 스님들과 법사(法事)를 같이 하는 자는, 또한 화상을 모실 수 없다. 네 번째는 외도의 사람으로서 불법 가운데에 출가하였으나 후에 도를 싫어하여 계를 버리지 않고 나갔다가 외도로부터 돌아와 불법 가운데에 있고자 해도, 부처님은 이 사람이 스님들 가운데에 있는 것을 허락하지 않나니, 화상을 모실 수 없다. 다섯 번째는 황문(黃門)32)은 화상을 모실 수 없다. 여섯 번째는 아버지를 죽인 자, 일곱 번째는 어머니를 죽인 자, 여덟 번째는 부처님의 몸에 피를 낸 자, 아홉 번째는 성자[眞人]인 아라한을 죽인 자, 열 번째는 승단의 화합을 깨뜨린 자, 열한 번째는 사람이 아닌 것이 모습을 변형하여 사람이 된 자이니, 이름하여 사람이 아닌 자이다. 열두 번째는 축생도(畜生道)에서 형태를 변형하여 사람이 된 자, 열세 번째는 두 가지 근(根)을 모두 가진 자33)이다. 이와 같은 열세 가지는 화상을 모실 수 없다. 왜냐하면 이런 사람은 계(戒)가 없기 때문이다.”
2)일백삼갈마(一白三羯磨) 라고도 쓴다. 대중 가운데서 일을 할 때에, 수계와 같은 중요한 일에는 대중을 모으고 먼저 그 일의 경위를 자세히 말하는 것을 백(白)이라 하고, 다음에 세 번 그 가부를 물어 결정하는 것을 3갈마라 한다. 곧 한 번 아뢰고, 세 번 갈마 하는 것을 백사갈마라 한다.
3)5법이 있어 심성을 가려 선법을 낼 수 없게 하는 것이다. 탐욕개(貪慾蓋:5욕에 집착함으로 심성을 가리움)ㆍ진에개(瞋恚蓋:성내는 것으로써 심성을 가리움)ㆍ수면개(睡眠蓋:마음이 흐리고 몸이 무거워짐으로 심성을 가리움)ㆍ도회개(掉悔蓋:마음이 흔들리고 근심함으로 심성을 가리움)ㆍ의법개(疑法蓋:법에 대하여 결단이 없이 미룸으로써 심성을 가리는 것)이다.
4)공무변처정(空無邊處定)ㆍ식무변처정(識無邊處定)ㆍ무소유처정(無所有處定)ㆍ비상비비상처정(非常非非常處定)의 네 가지이다.
5)재가인이 하루 밤 하루 낮 동안 받아 지키는 계율에 관한 것이다. 첫째는 중생을 죽이지 말라, 둘째는 훔치지 말라, 셋째는 음행하지 말라, 넷째는 거짓말 하지 말라, 다섯째는 술 먹지 말라, 여섯째는 꽃다발 쓰거나 향 바르고 노래하지 말며 가서 구경하지 말라, 일곱째는 높고 넓은 큰 잘 꾸민 평상에 앉지 말라, 여덟째는 때 아닌 적에 먹지 말라 등이다. 이 가운데 여덟 번째는 재(齋)이고, 나머지 일곱은 계(戒)이다.
6)소송들이 닦는 네 가지 계위에 관한 것으로 증과(證果)를 향하여 수행하되, 아직 과(果)에 이르지 못한 동안을 말한다. 수다원향ㆍ사다함향ㆍ아나함향ㆍ아라한향이다.
7)소승 증과의 4계위로서 과(果)는 무루지(無漏智)가 생기는 지위이다. 수다원과ㆍ사다함과ㆍ아나함과ㆍ아라한과이다.
8)살(殺)ㆍ도(盜)ㆍ음(婬)ㆍ망(妄)의 네 가지인 4바라이를 말한다.
9)4념처(念處)를 말한다.
10)비구니가 지켜야 하는 여덟 가지 경법에 관한 것이다. 첫째, 100세의 비구니라도 새로 비구계 받은 비구를 보거든 일어나 맞아 예배하고, 깨끗한 자리를 펴고 앉기를 청해야 한다. 둘째, 비구니는 비구를 흉보거나, 꾸지람하지 못한다. 셋째, 비구니는 비구의 죄를 들어, 그 허물을 말하지 못한다. 넷째 식차마나는 이미 6법을 배웠으므로 대중 스님들을 따라서 대계(大戒) 받기를 구해야 한다. 다섯째, 비구니가 승잔죄(僧殘罪)를 지었을 때에는 반달 동안 안에 2부 대중이 있는 가운데서 참회해야 한다. 여섯째, 비구니는 반달마다 비구 대중 가운데서 가르쳐 줄 사람을 구해야 한다. 일곱째, 비구가 없는 곳에서 여름 안거를 하지 못한다. 여덟째, 여름 안거를 마치거든 마땅히 비구 대중 가운데 가서 자자(自恣)할 스승을 구해야 한다.
11)신역은 사념주(四念住)이다. 소승의 수행자가 3현위(賢位)에서 5정심관(停心觀) 다음에 닦는 관에 관한 것이다. 신념처(身念處)ㆍ수념처(受念處)ㆍ심념처(心念處)ㆍ법념처(法念處)의 네 가지이다.
12)수행에 있어서의 여덟 가지 길에 대한 것이다. 곧, 정견(正見)ㆍ정어(正語) ㆍ 정업(正業)ㆍ정명(正命)ㆍ정념(正念)ㆍ정정(正定)ㆍ정사유(正思惟)ㆍ정정진(正精進)이다.
13)6식(識)의 소의(所依)가 되어 6식을 일으키고, 대경(對境)을 인식케 하는 근원으로 안근(眼根)ㆍ이근(耳根)ㆍ비근(鼻根)ㆍ설근(舌根)ㆍ신근(身根)ㆍ의근(意根)을 말한다.
14)빛깔ㆍ소리ㆍ냄새ㆍ맛ㆍ닿임ㆍ법(法)의 6경(境)을 말한다.
15)객관적 만유의 대상을 색(色)ㆍ성(聲)ㆍ향(香)ㆍ미(味)ㆍ촉(觸)ㆍ법(法)의 경(境)으로 하고, 이 6경에 대하여 보고, 듣고, 맡고, 맛보고, 닿고, 알고 하는 인식작용을 말한다.
16)색(色)ㆍ성(聲)ㆍ향(香)ㆍ미(味)ㆍ촉(觸)ㆍ법(法)을 말한다.
17)6근(根)ㆍ6경(境)ㆍ6식(識)의 각각이 계(界)를 이루어 6근계와 6경계가 성립되고, 식별의 작용에 의해 6식계가 성립되어 18계가 이루어진다.
18)12처(處)를 말한다. 6근(根)과 그 대상인 6경(境). 이 6근과 6경이 접촉하여 온갖 정신작용이 일어난다.
19)5온(蘊)을 말한다. 무릇 생멸하고 변화하는 것을 종류대로 모아서 5종으로 구별한 것으로서 색온(色蘊)ㆍ수온(受蘊)ㆍ상온(想蘊)ㆍ행온(行蘊)ㆍ식온(識薀)을 말한다.
20)아라한의 지혜에 갖추어 있는 자재하고 묘한 작용에 대한 것이다. 지혜가 분명히 대경을 아는 것을 명(明)이라 한다. 6신통(神通) 중의 숙명통ㆍ천안통ㆍ누진통에 해당하는 숙명명(宿命明)ㆍ천안명(天眼明)ㆍ누진명(漏盡明)을 말한다.
21)육종신통력ㆍ육신통이라고 한다. 천안통(天眼通)ㆍ천이통(天耳通)ㆍ타심통(他心通)ㆍ숙명통(宿命通)ㆍ신족통(神足通)ㆍ누진통(漏盡通)의 여섯 가지 이다.
22)내유색상관외색해탈(內有色想觀外色解脫)ㆍ내무색상관외색해탈(內無色想觀外色解脫)ㆍ정해탈신작증구족주(淨解脫身作證具足住)ㆍ공무변처해탈(空無邊處解脫)ㆍ식무변처해탈(識無邊處解脫)ㆍ무소유처해탈(無所有處解脫)ㆍ비상비비상처해탈(非想非非想處解脫)ㆍ멸수상정해탈신작증구족주(滅受想定解脫身作證具足住)의 여덟 가지이다.
23)진여의 이치, 열반의 체(體)를 말한다. 이는 생멸을 멀리 여읜 것을 말한다.
24)성자가 되는 네 가지 행법에 관한 것이다. 항상 밥을 빌어먹고, 항상 분소의(糞掃衣)를 입고, 늘 나무 아래 앉고, 진기약(陳棄藥)을 먹는 것이다.
25)번뇌를 제거하고 의ㆍ식ㆍ주를 간단히 하여 불도를 수행하는 12가지 행법(行法)이다.
26)세속 사람이 버린 헌 옷을 주어다 빨아서 지은 가사. 이 버린 옷은 똥을 닦은 헝겊과 같으므로 분소의라 한다.
27)인간의 마음을 선동하는 여덟 종류의 일들을 가리킨다. ①이득(lābha) ②손실(alābha) ③칭찬(yaśas) ④비난(ayaśas) ⑤훼(毁:nindā) ⑥예(譽: parśaṃsā) ⑦즐거움(sukha) ⑧괴로움(daḥkha) 등이다.
28)눈으로 빛을 보고, 귀로 소리를 듣고, 코ㆍ혀ㆍ몸으로 냄새ㆍ맛ㆍ촉감을 알고, 뜻으로 법을 아는 것이다. 심식(心識)이 객관 세계에 접촉함을 총칭한 것이다.
29)제비뽑기라는 것은 산가지[籌]를 이용하여 승려의 수를 세거나 다수결로 결정을 하는 등의 의식을 행하는 것을 말한다.
30)불교에 대한 실천 방면의 기초적 덕목이 되는 5종에 관한 것이다. 신력(信力)ㆍ진력(進力)ㆍ염력(念力)ㆍ정력(定力)ㆍ혜력(慧力)이다.
31)불도를 수행하는데 지혜로써 참되고 거짓되고 선하고 악한 것을 살펴서 골라내고 알아차리는 데 7종이 있다. 택법각분(擇法覺分)ㆍ정진각분(精進覺分)ㆍ희각분(喜覺分)ㆍ제각분(除覺分)ㆍ사각분(捨覺分)ㆍ정각분(定覺分)ㆍ염각분(念覺分)이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