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029_0638_b_01L불소행찬(佛所行讚) 제1권
-일명 불본행경(佛本行經)-
029_0638_b_01L佛所行讚卷第一
亦云佛本行經

마명보살(馬鳴菩薩) 지음
북량(北凉) 천축삼장(天竺三藏) 담무참(曇無讖)한역
029_0638_b_02L馬鳴菩薩造
北涼天竺三藏曇無 讖譯

1. 생품(生品)
029_0638_b_04L生品第一

감자왕(甘蔗王)의 후손이며
석가(釋迦) 종족의 가장 훌륭한 왕으로서
깨끗한 재물과 순수한 덕 갖추었으니
그러므로 정반(凈飯)이라 이름하였네.
029_0638_b_05L甘蔗之苗裔
釋迦無勝王
淨財德純備
故名曰淨飯

모든 중생들 즐겁게 우러러 바라봄이
마치 초생달을 대하듯 했네.
왕은 천제석(天帝釋) 같고
부인은 제석의 부인 사지(舍脂) 같았네.
029_0638_b_07L群生樂瞻仰
猶如初生月
王如天帝釋
夫人猶舍脂

뜻을 잡아 지님은 땅처럼 안온하고
마음 깨끗함 연꽃 같았네
임시로 이름하여 마야(摩耶)라 했나니
그는 실로 세상에 견줄 이 없네.
029_0638_b_08L執志安如地
心淨若蓮花
假譬名摩耶
其實無倫比

저 코끼리[象]에게
신(神)으로 하강하여 태(胎) 속에 들자
어머니는 온갖 걱정 시름 모두 여의고
허깨비 같은 거짓 마음 내지 않았네.
029_0638_b_09L於彼象天后
降神而處胎
母悉離憂患
不生幻僞心

시끄러운 세속 일 싫어하고 미워하였고
텅 비고 한적한 숲에 살기 좋아했네.
저 람비니(藍毘尼)의 아름다운 동산
샘물 흐르고 꽃과 열매 무성하네.
029_0638_b_11L厭惡彼諠俗
樂處空閑林
藍毘尼勝園
流泉花果茂

고요하고 고요하여 선정[禪思] 들기 알맞기에
거기서 노닐기를 왕에게 청하시니
왕은 그 마음 알아차리고
기특한 생각이라 여기셨네.
029_0638_b_12L寂靜順禪思
啓王請遊彼
王知其志願
而生奇特想

안팎의 권속들에 분부하시어
동산 숲으로 함께 나가게 하니
그때 왕후이신 마야(摩耶) 부인은
아기 낳을 때가 되었음을 스스로 아셨네.
029_0638_b_13L勅內外眷屬
俱詣彼園林
爾時摩耶后
自知產時至

편안하고 좋은 침상에 눕자
백천 채녀(婇女)들 왕후를 모셨다.
마침 때는 4월 8일이라서
맑고 온화한 기운 고르고 알맞았다네.
029_0638_b_15L偃寢安勝牀
百千婇女侍
時四月八日
淸和氣調適

재계(齋戒)하고 깨끗한 덕 닦았기에
보살은 오른쪽 옆구리로 탄생하셨네.
큰 자비로 온 세상 건지시려고
어머니를 고생스럽게 하지 않으셨네.
029_0638_b_16L齋戒修淨德
菩薩右脅生
大悲救世閒
不令母苦惱

우류왕(優留王)은 다리로 태어났고
비투왕(卑偸王)은 손으로 태어났으며
만타왕(曼陀王)은 정수리로 태어났고
가차왕(伽叉王)은 겨드랑이로 태어난 것처럼
029_0638_b_17L優留王股生
卑偸王手生
曼陁王頂生
伽叉王腋生

보살도 또한 그와 같아서
오른쪽 옆구리로 탄생하셨네.
차츰차츰 태에서 나오시자
그 광명 두루 환하게 비추었다네.
029_0638_b_19L菩薩亦如是
誕從右脅生
漸漸從胎出
光明普照耀

마치 허공에서 떨어진 듯
자궁문을 통해 탄생하지 않으셨네.
한량없는 겁(劫) 동안 덕을 닦으시어
나면서부터 죽지 않는 법 저절로 아셨네.
029_0638_b_20L如從虛空墮
不由於生門
修德無量劫
自知生不死

조용하고 편안하여 허둥거리지 않고
밝게 드러난 모습 미묘하고 단정했네.
환하게 태(胎)에서 나타나는 모습
마치 처음 떠오르는 태양 같았네.
029_0638_b_21L安諦不傾動
明顯妙端嚴
晃然後胎現
猶如日初昇
029_0638_c_01L
살펴보면 지극히 밝고 빛나지만
바라보는 눈동자에 해롭지 않고
아무리 보아도 눈부시지 않아
마치 공중의 달을 보는 것 같았네.
029_0638_c_01L觀察極明耀
而不害眼根
縱視而不耀
如觀空中月

자기 몸의 광명 밝게 비춤이
햇빛이 등불 빛을 무색케 하듯
보살의 황금빛 몸의 광명이
두루 비춤도 그러하였네.
029_0638_c_02L自身光照耀
如日奪燈明
菩薩眞金身
普照亦如是

바르고 참된 마음 흐트러지지 않고
편안하고 조용히 일곱 걸음 걸을 때
발바닥이 편편한 발꿈치는
영롱하게 빛남이 칠성(七星) 같았네.
029_0638_c_03L正眞心不亂
安庠行七步
足下安平趾
炳徹猶七星

짐승의 왕 사자 같은 걸음으로
사방을 두루 관찰하면서
진실한 이치 환히 깨달았기에
이와 같은 말씀 할 수 있었네.
029_0638_c_05L獸王師子步
觀察於四方
通達眞實義
堪能如是說

“이 생(生)은 부처 되기 위한 생으로서
최후의 마지막 생(生)이 되리라.
나는 오직 이 한 생에
기어코 모든 중생 제도하리라.”
029_0638_c_06L此生爲佛生
則爲後邊生
我唯此一生
當度於一切

그때 마침 허공에서
한 줄기는 따뜻하고 한 줄기는 시원한
두 줄기 깨끗한 물 흘러 내려
정수리에 쏟아져 몸을 즐겁게 하였네.
029_0638_c_07L應時虛空中
淨水雙流下
一溫一淸涼
灌頂令身樂

보배 궁전에 편안히 들어
유리 평상에 누워 계시자
천왕(天王)이 금꽃[金華] 같은 손으로
평상의 네 발을 떠받들었네.
029_0638_c_09L安處寶宮殿
臥於琉璃牀
天王金華手
奉持牀四足

모든 하늘들 허공에서
보배 일산을 들어 모시고
그 위신(威神)을 찬탄하면서
불도(佛道) 성취하길 권청하였네.
029_0638_c_10L諸天於空中
執持寶蓋侍
承威神讚嘆
勸發成佛道

모든 용왕(龍王)들 기뻐하면서
뛰어난 그 법을 간절히 우러렀네.
그들은 과거에도 부처님 받들었는데
지금 또 이 보살을 만나게 되었네.
029_0638_c_11L諸龍王歡喜
渴仰殊勝法
曾奉過去佛
今得値菩薩

만다라(曼陀羅)꽃을 뿌려대면서
오롯한 마음으로 즐겁게 공양했네.
여래가 이 세상에 나타나시자
정거천(淨居天)도 또한 기뻐하였네.
029_0638_c_13L散曼陁羅花
專心樂供養
如來出興世
淨居天歡喜

애욕(愛欲)의 기쁨 이미 없건만
법을 위해 기뻐하고 좋아했으니
괴로움 바다에 빠진 중생들
해탈케 하기 위함이었네.
029_0638_c_14L已除愛欲歡
爲法而欣悅
衆生沒苦海
令得解脫故

저 수미보산왕(須彌寶山王)이
이 대지를 굳게 지키고 있다가
보살이 이 세상에 나타나시자
그 공덕(功德)의 바람에 날리게 되어
온 대지가 울리고 흔들림이
마치 풍랑이 뱃전을 두드리듯 하였네.
029_0638_c_15L須彌寶山王
堅持此大地
菩薩出興世
功德風所飄
普皆大震動
如風鼓浪舟

보드라운 가루 전단(栴檀)향
온갖 보배 연꽃들
바람 부는 대로 허공 따라 흐르고
어지럽게 휘날려 흘러내렸네.
029_0638_c_17L栴檀細末香
衆寶蓮花藏
風吹隨空流
繽紛而亂墜

허공에선 하늘옷 내려와
몸에 닿자 오묘한 음악 생기고
해와 달은 평상시와 다름없건만
그 광명 밝기는 몇 배나 더하였네.
029_0638_c_19L天衣從空下
觸身生妙樂
日月如常度
光耀倍增明

이 세계의 모든 불빛은
섶이 없어도 저절로 불타오르고
맑고 시원한 우물에선 깨끗한 물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솟아올랐네.
029_0638_c_21L世界諸火光
無薪自炎熾
淨水淸涼井
前後自然生

중궁(中宮)의 채녀(婇女)들은 이상히 여겨
일찍이 없던 일이라 찬탄하면서
다투어 달려가 마시고 목욕하자
모두 다 안락한 생각이 일어났다네.
029_0638_c_22L中宮婇女衆
怪歎未曾有
競赴而飮浴
皆起安樂想
029_0639_a_01L
한량없는 하늘의 정령[部多天]들
법을 좋아해 다들 구름처럼 모여들어
람비니(藍毗尼) 동산의
나무숲 사이를 빼곡이 메워 섰네.
029_0638_c_23L無量部多天
樂法悉雲集
於藍毘尼園
遍滿林樹閒

신기하고 특별한 온갖 묘한 꽃들은
제 철도 아니건만 활짝 피었고
흉악하고 사나운 중생 무리도
한꺼번에 자애로운 마음을 내었네.
029_0639_a_02L奇特衆妙花
非時而敷榮
凶暴衆生類
一時生慈心

이 세상의 모든 질병(疾病)들
고치지 않아도 저절로 없어지고
어지럽게 울부짖던 날짐승과 길짐승들
잠자코 조용해져 아무 소리 없었네.
029_0639_a_03L世閒諸疾病
不療自然除
亂鳴諸禽獸
恬默寂無聲

온갖 개울물은 모두 흐름을 멎고
흐린 물은 다 맑아졌으며
하늘에는 구름의 가리움 없고
하늘북[天鼓]은 저절로 울렸다네.
029_0639_a_04L萬川皆停流
濁水悉澄淸
空中無雲翳
天鼓自然鳴

일체의 모든 세간들
모두 다 안온해지고 즐거움 얻었는데
마치 황폐하고 어려운 처지의 나라가
홀연히 현명한 임금을 만난 듯하였네.
029_0639_a_06L一切諸世閒
悉得安隱樂
猶如荒難國
忽得賢明主

보살이 이 세상에 나오신 까닭은
온갖 고통에서 중생을 건지기 위해서이니,
오직 저 악마의 하늘왕[魔天王]만
부들부들 떨면서 매우 근심하였네.
029_0639_a_07L菩薩所以生
爲濟世衆苦
唯彼魔天王
震動大憂惱

부왕(父王)은 태어난 아드님을 보고
일찍이 없었던 기이하고 특별한 일이라
본래 성품은 평안하고 신중했으나
너무 놀라 보통 때의 얼굴 바뀌었네.
029_0639_a_08L父王見生子
奇特未曾有
素性雖安重
驚駭改常容

두 숨결 가슴에 번갈아 일어나고
한편으론 기쁘고 한편으론 두려웠다네.
부인은 그 아드님이
평범한 방법으로 태어나지 않음을 알아차렸네.
029_0639_a_10L二息交胸起
一喜復一懼
夫人見其子
不由常道生

여인의 성품에 겁 많고 나약하여
얼음이나 숯불을 품은 듯 두려워져
좋고 나쁜 얼굴상을 분별하지 못하고
도리어 근심하고 무서워하였네.
029_0639_a_11L女人性怯弱
怵惕懷冰炭
不別吉凶相
反更生憂怖

오래 보살피던 여러 유모들
서로들 어지러이 신명(神明)께 기도하고
‘원컨대 우리 태자를 편안하게 해주소서.’
제각기 늘 섬기던 신을 청하였네.
029_0639_a_12L長宿諸母人
互亂祈神明
各請常所事
願令太子安

그때 그 숲 속에는
관상을 잘 보는 바라문(婆羅門)이 있었는데
위의(威儀)와 많은 지식 갖추었고
훌륭한 말솜씨에 높은 명성 자자했다네.
029_0639_a_14L時彼林中有
知相婆羅門
威儀具多聞
才辯高名稱

그는 이 태자의 상을 보고는
일찍 없었던 일이라 기뻐 뛰다가
놀라고 두려워하는 왕의 마음을 알고
진실한 내용을 왕에게 아뢰었다네.
029_0639_a_15L見相心歡喜
踊躍未曾有
知王心驚怖
白王以眞實

“이 세상에 태어난 사람이면 누구나
특별하고 훌륭한 아들을 구하는데
왕이시여 태자는 뚜렷한 보름달과 같으니
마땅히 크게 기뻐하셔야 합니다.
029_0639_a_16L人生於世閒
唯求殊勝子
王今如滿月
應生大歡喜

지금 나으신 특별하고 훌륭한 이 아드님은
반드시 종족(宗族)을 드러내 빛내리니
마음을 편히 하여 스스로 기뻐해 경하하고
아무런 의심이나 염려치 마십시옵소서.
029_0639_a_18L今生奇特子
必光顯宗族
安心自欣慶
莫生餘疑慮

신령스런 상서가 이 나라에 모여
지금부터 갈수록 흥하고 성하리니
지금 나으신 이 특별하고 훌륭한 아들
반드시 이 세상을 구원할 것입니다.
029_0639_a_19L靈祥集家國
從今轉休盛
所生殊勝子
必爲世閒救

생각건대 이 상사(上士)의 몸은
황금빛 오묘한 광명이 있으니
이와 같이 특별하고 훌륭한 상(相)은
틀림없이 등정각(等正覺) 이루오리다.
029_0639_a_20L惟此上士身
金色妙光明
如是殊勝相
必成等正覺

만일 세상의 즐거움 익히면
반드시 전륜성왕(轉輪聖王)이 되어
드넓은 이 대지의 주인으로서
바른 법으로 강건히 다스릴 것입니다.
029_0639_a_22L若習樂世閒
必作轉輪王
普爲大地主
勇猛正法治

4천하를 다스리는 왕이 되어
모든 왕들을 통솔하고 제어함이
마치 이 세상의 모든 광명 중에서
햇빛이 가장 으뜸인 것 같을 것이오.
029_0639_a_23L王領四天下
統御一切王
猶如世光明
日光爲最勝
029_0639_b_01L
또한 이 분이 만일 산림(山林)에 머문다면
오롯한 마음으로 해탈(解脫) 구하고
진실한 지혜를 성취하여
이 세상을 널리 비출 것이오.
029_0639_b_01L若處於山林
專心求解脫
成就實智慧
普照於世閒

비유하면 수미산(須彌山)은
모든 산 가운데 왕이듯이
온갖 보배 중엔 황금이 제일이듯이
숱한 개울 중엔 바다가 제일이듯이
029_0639_b_03L譬如須彌山
普爲諸山王
衆寶金爲最
衆流海爲最

모든 별 중엔 달이 제일이듯이
모든 광명 중엔 해가 제일이듯이
여래(如來)가 세상에 존재하시면
모든 사람 중에 제일이 될 것입니다.
029_0639_b_04L諸宿月爲最
諸明日爲最
如來處世閒
兩足中爲最

길고도 넓은 청정한 눈
아래위로 깜빡일 땐 긴 눈썹 드러나며
바라보는 눈동자는 검푸른 빛으로서
밝고도 빛남이 반달 모양 같으니
이 상(相)을 어떻게
평등하고 특별하게 뛰어난 눈이 아니라 하리.”
029_0639_b_05L淨目脩且廣
上下瞬長睫
瞪矚紺靑色
明煥半月形
此相云何非
平等殊勝目

그때 왕이 이생(二生)에게 말하였다.
“만약 그대 말한 것과 같다면
이와 같이 기이하고 특별한 상은
어떠한 인연 담겨 있기에
선왕 때에는 감응하지 않다가
내 대에 이르러 나타났는가?”
029_0639_b_07L時王告二生
若如汝所說
如此奇特相
以何因緣故
不應於先王
乃現於我世

바라문은 왕에게 아뢰었다.
“부디 그런 말씀하지 마소서.
많은 지식과 밝은 지혜
명칭(名稱)과 그리고 갖가지 사업 등
이와 같은 네 가지 일들은
선후(先後)를 따져서 감응하는 것 아닙니다.
029_0639_b_09L婆羅門白王
不應如是說
多聞與智慧
名稱及事業
如是四事者
不應顧先後

사물이 생겨나는 이치는
제각기 인연 따라 일어납니다.
이제 모든 비유를 들어 설명하리니
왕께서는 우선 자세히 들어 보소서.
029_0639_b_11L物性之所生
各從因緣起
今當說諸譬
王今且諦聽

비구(毘求)와 앙기라(央耆羅)
이 두 선인(仙人) 종족은
오랜 세월이 지나고서야
제각기 뛰어난 아들을 낳았소.
029_0639_b_13L毘求央耆羅
此二仙人族
經歷久遠世
各生殊異子

하나는 비리하발저(毘利訶鉢低)이고
또 다른 사람은 숙가라(儵迦羅)였소.
그들이 제왕론(帝王論)을 지었지만
그들은 조상에서 온 것이 아니었다오.
029_0639_b_14L毘利訶鉢低
及與儵迦羅
能造帝王論
不從先族來

살라살(薩羅薩) 선인은
오랫동안 경론(經論)을 단절했었지만
그가 낳은 바라바(婆羅婆)는
그 뒤를 이어 경론을 밝혔으니
현재 지견(知見)이 태어난 것은
반드시 그 조상 때문이 아니라오.
029_0639_b_15L薩羅薩仙人
經論久斷絕
而生婆羅婆
續復明經論
現在知見生
不必由先胄

비야사(毘耶娑) 선인은
온갖 경론을 많이 지었지만
그의 후손 발미(跋彌)는
게송(偈頌)의 장구(章句)를 널리 모았소.
029_0639_b_17L毘耶娑仙人
多造諸經論
末後胤跋彌
廣集偈章句

아저리(阿低利) 선인은
의서(醫書)를 해득하지 못했지만
그의 후손 아저리(阿低離)는
온갖 병을 잘 치료했다오.
029_0639_b_19L阿低利仙人
不解醫方論
後生阿低離
善能治百病

이생(二生) 구시(駒尸) 선인은
외도의 논서(論書) 익히지 않았지만
그의 후손 가제나왕(伽提那王)은
외도의 법을 모두 알았소.
029_0639_b_20L二生駒尸仙
不閑外道論
後伽提那王
悉解外道法

감자왕(甘蔗王)의 시조는
바다의 조수(潮水)를 막지 못했지만
사가라왕(娑伽羅王)에 이르러서는
천 명의 왕자를 낳아 길렀소.
029_0639_b_21L甘蔗王始族
不能制海潮
至娑伽羅王
生育千王子

큰 바다 조수까지 죄다 막아
정해놓은 경계를 넘지 못하게 했소.
사나구(闍那駒) 선인은
스승 없이 선도(禪道)를 터득했다오.
029_0639_b_23L能制大海潮
使不越常限
闍那駒仙人
無師得禪道
029_0639_c_01L
명예와 칭송을 얻는 것이
다 제 힘에서 생기는 것이니
선조는 훌륭한데 후손이 못난 경우도 있고
후손은 훌륭한데 선조가 못난 경우도 있다오.
029_0639_c_01L凡得名稱者
皆生於自力
或先勝後劣
或先劣後勝

모든 제왕(帝王)이나 모든 신선들
반드시 그 조상을 이어받지는 않는다오.
그러므로 이 세상에서는
그 선후를 돌아보고 감응하는 것 아닙니다.
029_0639_c_02L帝王諸神仙
不必承本族
是故諸世閒
不應顧先後

대왕이시여, 이제 이와 같나니
마땅히 기쁜 마음 내소서.
기쁜 마음을 내신다면
영원히 의혹을 여의게 될 것입니다.”
029_0639_c_04L大王今如是
應生歡喜心
以心歡喜故
永離於疑惑

왕이 선인의 말을 듣고
기뻐하여 공양을 더하면서 말했네.
“내 이제 훌륭한 아들을 낳았으니
전륜왕의 자리를 물려주리라.
029_0639_c_05L王聞仙人說
歡喜增供養
我今生勝子
當紹轉輪位

내 나이 어느새 늙어버렸으니
나는 집을 나가 범행(梵行)을 닦으라.
그리하여 성스런 왕자가 세상을 버리고
숲으로 들어가는 일이 없게 하리라.”
029_0639_c_06L我年已朽邁
出家修梵行
無令聖王子
捨世遊山林

마침 그때 그 근처 동산에는
아사타(阿私陀)라 이름하는
고행(苦行)을 실천하는 선인이 있었는데
관상 보는 법을 잘 아는 사람이었네.
029_0639_c_08L時近處園中
有苦行仙人
名曰阿私陁
善解於相法

그는 왕궁의 문 앞에 와서 왕에게 말했다.
“범천(梵天)이 응(應)한 상이며
고행으로 바른 법 닦기를 좋아할 상으로서
이 두 가지 상을 모두 나타낸다오.”
029_0639_c_09L來詣王宮門
王謂梵天應
苦行樂正法
此二相俱現

범행의 상을 두루 갖추었으니
그때 왕은 크게 기뻐하면서
곧 궁궐 안으로 맞아들여서
공경하고 또 공양을 베풀었다네.
029_0639_c_10L梵行相具足
時王大歡喜
卽請入宮內
恭敬設供養

그가 궁(宮) 안으로 들어가서는
오직 왕자만 보는 것을 좋아할 뿐
아무리 아름다운 채녀들 있다 해도
텅 빈 숲에 머물 듯하였네.
029_0639_c_12L將入內宮中
唯樂見王子
雖有婇女衆
如在空閑林

올바른 법좌(法座)에 편안히 앉아
더욱 공경하여 받들어 섬기니
그 모습 마치 안저첩왕(安低牒王)이
바시타(波尸吒)를 섬기듯 하였네.
029_0639_c_13L安處正法座
加敬尊奉事
如安低牒王
奉事波尸咤

그때 왕은 선인에게 말했다.
“나는 이제서야 큰 이익을 얻었소.
큰 선인을 괴롭혀 수고롭게 하였더니
황송하게도 와서 나의 청을 들어주었소.
029_0639_c_14L時王白仙人
我今得大利
勞屈大仙人
辱來攝受我

마땅히 해야 할 모든 일 있으면
원컨대 그때그때 분부하시오.”
이렇게 권하여 청하기를 마치자
선인은 크게 기뻐하며 말하였네.
029_0639_c_16L諸有所應爲
唯願時教勅
如是勸請已
仙人大歡喜

“훌륭하십니다. 상승왕(常勝王)으로서
온갖 덕을 모두 갖추었습니다.
와서 구하기 좋아하는 자에게는
은혜 베풀고 바른 법 높이며
어질고 지혜로운 뛰어난 종성으로서
겸손하고 공손하며 잘 따라 순종했네.
029_0639_c_17L善哉常勝王
衆德悉皆備
愛樂來求者
惠施崇正法
仁智殊勝族
謙恭善隨順

과거에 온갖 묘한 인연을 심어
훌륭한 그 열매 지금에야 나타났으니
지금 여기에 온 인연을 말하리니
왕께선 마땅히 내 말을 들어보소서.
029_0639_c_19L宿殖衆妙因
勝果現於今
汝當聽我說
今者來因緣

나는 일도(日道:태양의 길)를 따라 오다가
공중에서 하늘의 말을 들었소.
지금 저 왕이 태자를 낳았는데
분명코 정각(正覺)의 도(道)를 이루리라고.
029_0639_c_21L我從日道來
聞空中天說
言王生太子
當成正覺道

아울러 아까 상서로운 상을 보고
이제 일부러 여기에 이르렀나니
저 석가왕의 바른 법 깃대를
세우는 것 보고자 해서입니다.”
029_0639_c_22L幷見先瑞相
今故來到此
欲觀釋迦王
建立正法幢
029_0640_a_01L
왕은 선인의 말을 듣고
결정코 의심의 그물을 없애버리려
태자를 데리고 나오도록 명하여
그 선인에게 상을 보였네.
029_0639_c_23L王聞仙人說
決定離疑網
命持太子出
以示於仙人

선인이 태자의 상을 보았더니
발바닥엔 일천 개의 살 바퀴 있고
손가락과 발가락 사이엔 그물막이 있으며
눈썹 사이에는 흰 털이 감돌아 났네.
029_0640_a_02L仙人觀太子
足下千輻輪
手足網縵指
眉閒白毫跱

양근(陽根)은 말[馬]처럼 감추어져 있으며
얼굴빛은 불빛처럼 빛났으니
도인은 일찍 없었던 일이란 생각 내어
눈물 흘리면서 크게 탄식하였네.
029_0640_a_03L馬藏隱密相
容色炎光明
見生未曾想
流淚長嘆息

왕은 그 선인이 우는 것 보고
아들 생각하는 마음에 전율(戰慄)하여
기운이 맺혀 가슴에 응어리지고
놀라고 두근거려 편안하지 못하였다네.
029_0640_a_04L王見仙人泣
念子心戰慄
氣結盈心胸
驚悸不自安

얼떨결에 문득 자리에서 일어나
선인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선인에게 아뢰어 말하였다.
“이 아이는 기이하고 특별하게 났고
029_0640_a_06L不覺從坐起
稽首仙人足
而白仙人言
此子生奇特

얼굴도 지극히 단정하고 엄숙하여
하늘 사람이나 거의 다름이 없소.
사람 중에 제일이라 그대가 말해놓고
무슨 일로 근심하고 슬퍼하는가?
029_0640_a_07L容貌極端嚴
天人殆不異
汝言人中上
何故生憂悲

혹 이 아이가 수명이 짧아
내가 근심하고 슬퍼할까 그러는 것 아닌가?
오랫동안 목마르다 감로(甘露) 얻었지만
다시 도로 그것을 잃지나 않을까 해서인가?
029_0640_a_08L將非短壽子
生我憂悲乎
久渴得甘露
而反復失耶

혹은 장차 재물 잃어 집을 망치고
나라를 망치지나 않을까 해서인가?
만일 내게 훌륭한 아들이 있어
이 나라를 맡길 수만 있다면
029_0640_a_10L將非失財寶
喪家亡國乎
若有勝子存
國嗣有所寄

나는 죽을 때에도 마음 기뻐서
안락하게 저 세상에 태어나리라.
비유하면 사람의 두 눈이
한 쪽은 감겨 있고 한 쪽은 뜬 듯 하리라.
029_0640_a_11L我死時心悅
安樂生他世
猶如人兩目
一眠而一覺

가을 서리 내릴 때 꽃 피워
꽃을 피었으나 열매 없게 하지 말라.
세상 사람 친족들 중에
아들보다 더 깊은 사랑 없나니
마땅히 지금 미래를 예언하여
나의 근심 덜어 주소서.”
029_0640_a_12L莫如秋霜花
雖敷而無實
人於親族中
愛深無過子
宜時爲記說
令我得蘇息

선인은 그의 부왕(父王)이
마음 속에 품은 큰 근심을 알아차리고
곧 그 대왕에게 말해 알렸다.
“대왕이여, 너무 두려워하지 마소서.
아까 대왕께 이미 다 말씀드렸으니
부디 스스로 의심을 내지 마소서.
029_0640_a_14L仙人知父王
心懷大憂懼
卽告言大王
王今勿恐怖
前已語大王
愼勿自生疑

지금의 상(相)도 전과 다름없나니
다시 다른 생각을 품을 것 없습니다.
그저 내 나이 늙은 것 생각하고
슬프고 애달퍼 울며 탄식할 뿐입니다.
029_0640_a_16L今相猶如前
不應懷異想
自惟我年暮
悲慨泣歎耳

이제 내 목숨 끝나려 하는 즈음에
이 아드님 세상에 응(應)하여 나셨으나
다시 나지 않기 위해 세상에 나셨으니
이 분을 다시는 만나기 어려우리.
029_0640_a_18L今我臨終時
此子應世生
爲盡生故生
斯人難得遇

거룩한 왕의 자리 던져 버리고
5욕(欲)의 경계에 집착하지 않으며
열심히 애써 고행 닦아서
진실한 이치를 깨달으신 뒤에는
029_0640_a_19L當捨聖王位
不著五欲境
精勤修苦行
開覺得眞實

언제나 일체 중생을 위하여
어리석고 어두운 장애를 없애주고
이 세상을 영원히 환하게 밝히리니
지혜의 광명 태양 빛과 같으리.
029_0640_a_20L常爲諸群生
滅除癡冥障
於世永熾燃
智慧日光明

중생이 괴로움의 바다에 빠져
갖가지 병으로 물거품 삼고
쇠하고 늙음으로 큰 물살 삼으며
죽음으로 바다의 큰 물결 삼을 때
029_0640_a_22L衆生沒苦海
衆病爲聚沫
衰老爲巨浪
死爲海洪濤

이 분은 가벼운 지혜의 배를 타고
온갖 흐름의 어려움을 건너리라.
지혜로 흐르는 물 거슬러 오르고
깨끗한 계(戒)로써 언덕을 삼으며
029_0640_a_23L乘輕智慧舟
渡此衆流難
智慧泝流水
淨戒爲傍岸
029_0640_b_01L
삼매(三昧)는 청량(淸凉)한 못이 되고
정수(正受)는 온갖 기이한 새가 되리라.
이와 같이 매우 깊고도 넓은
바른 법의 큰 강물이 되리라.
029_0640_b_01L三昧淸涼池
正受衆奇鳥
如此甚深廣
正法之大河

애욕에 목마른 모든 중생들
그것을 마심으로써 되살아나게 하리.
5욕의 경계에 물들어 집착하다가
온갖 괴로움에 핍박당하고
029_0640_b_03L渴愛諸群生
飮之以蘇息
染著五欲境
衆苦所驅迫

나고 죽는 넓은 벌판 헤매면서
아득히 돌아갈 곳 알지 못하네.
보살이 이 세상에 나오신 까닭은
해탈의 길 터놓기 위해서라네.
029_0640_b_04L迷生死曠野
莫知所歸趣
菩薩出世閒
爲通解脫道

이 세상 탐욕의 불길이
경계의 섶을 맹렬히 태울 때
대자비의 구름 일으켜
법비 내려 꺼지게 하리라.
029_0640_b_05L世閒貪欲火
境界薪熾燃
興發大悲雲
法雨雨令滅

어리석음과 어둠은 두 겹 문이요
탐욕은 그 문의 자물쇠 되어
모든 중생들을 막아 가두지만
나고 죽음 초월하는 해탈의 문은
금강(金剛) 지혜가 못 빼는 도구 되어
은애와 애정의 화살촉을 뽑아낸다네.
029_0640_b_07L癡闇門重扇
貪欲爲關鑰
閉塞諸群生
出要解脫門
金剛智慧鑷
拔恩愛逆鑽

어리석음의 그물에 스스로 묶여
곤궁하고 괴로워도 의지할 곳 없더니
법왕(法王)이 세상에 나타나시어
능히 중생의 결박 풀어주시네.
029_0640_b_09L愚癡網自纏
窮苦無所依
法王出世閒
能解衆生縛

왕이여, 부디 이 아드님 때문에
스스로 근심하거나 슬퍼하지 마시고
그보다는 저 중생들 욕심에 집착하여
바른 법 어김이나 근심하소서.
029_0640_b_11L王莫以此子
自生憂悲患
當憂彼衆生
著欲違正法

저는 이제 늙음과 죽음에 시달려
성인의 공덕에서 멀어지고 말아
갖가지 선정(禪定)을 닦는다 해도
그 이익 얻지 못하리이다.
029_0640_b_12L我今老死壞
遠離聖功德
雖得諸禪定
而不獲其利

현재 이 보살이 계신 곳에서
끝내 바른 법 듣지 못하면
몸이 무너지고 목숨 끝난 뒤에는
반드시 3난천(難天)에 태어날 것입니다.”
029_0640_b_13L於此菩薩所
竟不聞正法
身壞命終後
必生三難天

왕과 모든 권속들
이 선인의 말을 듣고는
그 스스로의 근심 깨달았으니
그 때문에 두려움 모두 없어졌다네.
“이 기이하고 특별한 아기 태어나
내 마음 매우 편안하게 되었다네.
029_0640_b_15L王及諸眷屬
聞彼仙人說
知其自憂嘆
恐怖悉以除
生此奇特子
我心得大安

만일 그가 집을 떠나 세상 영화 버리고
선인(仙人)의 도(道)를 닦고 익힌다면
마침내 왕의 자리 이을 이 없어
다시 나로 하여금 언짢게 하리라.”
029_0640_b_17L出家捨世榮
修習仙人道
遂不紹國位
復令我不悅

그러자 그때 그 선인은
왕을 향해 진실을 말하였다.
“틀림없이 왕께서 걱정하는 것처럼
장차 정각도(正覺道)를 이룰 것입니다.”
029_0640_b_19L爾時彼仙人
向王眞實說
必如王所慮
當成正覺道

선인은 왕의 권속들 가운데에서
모든 사람의 마음 위로한 뒤에
스스로 자기의 신력(神力)으로써
허공을 날아 멀리 떠나 버렸다.
029_0640_b_20L於王眷屬中
安慰衆心已
自以己神力
騰虛而遠逝

그때 백정왕(白淨王)은
아들의 기이하고 특별한 상호를 보고
또 이 아사타(阿私陀) 선인의
결정된 사실에 대한 말을 듣고는
029_0640_b_21L爾時白淨王
見子奇特相
又聞阿私陁
決定眞實說

아들을 마음으로 공경하고 존중하며
보배처럼 보호하고 언제나 생각하여
천하에 큰 사면령을 내리고
감옥의 죄수들까지 모두 풀어 주었다네.
029_0640_b_23L於子心敬重
珍護兼常念
大赦於天下
牢獄悉解脫
029_0640_c_01L
세상 사람들 아들 났을 때의 법을 따라
마땅히 취하고 버릴 일을 따랐다.
모든 경전(經典)의 방론(方論)에 의거하여
온갖 할 일을 모두 다했네.
029_0640_c_01L世人生子法
隨宜取捨事
依諸經方論
一切悉皆爲

아들 낳은 지 만 열흘이 되면
안온하여 마음 이미 태평해지니
모든 천신(天神)께 모두 제사드리고
도(道) 있는 이에게 널리 보시한다네.
029_0640_c_02L生子滿十日
安隱心已泰
普祠諸天神
廣施於有道

사문(沙門)이나 바라문(婆羅門)들은
주원(呪願)으로 길한 복 비네.
모든 신하들에게 은혜 베풀고
가난한 이들에게도 재물 주었네.
029_0640_c_04L沙門婆羅門
呪願祈吉福
嚫施諸群臣
及國中貧乏

촌이나 도성의 채녀(婇女)들에게
소ㆍ말ㆍ코끼리ㆍ재물 따위를
저마다의 필요에 따라
모든 사람들에게 다 베풀어주었다네.
029_0640_c_05L村城婇女衆
牛馬象財錢
各隨彼所須
一切皆給與

좋은 날짜를 점쳐 가려
아들을 데리고 본궁(本宮)으로 돌아갈 때
정반왕(淨飯王)ㆍ백반왕(白飯王)의 흰 코끼리와
7보(寶)로 장엄한 수레는
029_0640_c_06L卜擇選良時
遷子還本宮
二飯白淨牙
七寶莊嚴輿

갖가지 빛깔의 구슬로 얽어
밝고 고와 지극히 찬란했네.
부인은 태자를 안고
두루 돌면서 천신께 예배하였네
029_0640_c_08L雜色珠絞絡
明焰極光澤
夫人抱太子
周帀禮天神

그런 다음 보배 수레에 오르니
아릿다운 채녀들이 따라 모시고
왕은 여러 신하들과 더불어
모두 다 함께 그 뒤를 따랐네.
029_0640_c_09L然後昇寶輿
婇女衆隨侍
王與諸臣民
一切俱導從

마치 저 제석천이
여러 하늘들에 둘러싸인 것 같았네.
또 저 마혜수라천(摩醯首羅天)이
갑자기 육면(六面)의 아들 낳으면
029_0640_c_10L猶如天帝釋
諸天衆圍遶
如摩醯首羅
忽生六面子

갖가지 제구를 베풀어 공급하고
또 그를 위해 복을 청하는 것처럼
이제 이 왕도 태자를 낳고서
온갖 제구 베푸는 것 또한 그러했네.
029_0640_c_12L設種種衆具
供給及請福
今王生太子
設衆具亦然

또 비사문(毘沙門) 천왕이
나라구바(那羅鳩婆)를 낳았을 때
저 모든 하늘 무리들
다 함께 매우 기뻐했는데
029_0640_c_13L毘沙門天王
生那羅鳩婆
一切諸天衆
皆悉大歡喜

왕도 이제 태자를 낳자
가비라위국(迦毘羅衛國)의
온 나라 모든 백성들
자못 기뻐함이 그와 같았네.
029_0640_c_14L王今生太子
迦毘羅衛國
一切諸人民
歡喜亦如是

2. 처궁품(處宮品)
029_0640_c_16L佛所行讚處宮品第二

그때 백정왕(白淨王)의 집은
거룩한 아들 낳았으므로
친족 자제들과 모든 신하들
모두 다 충성스럽고 어질게 되었다네.
029_0640_c_17L時白淨王家
以生聖子故
親族名子弟
群臣悉忠良

코끼리ㆍ말ㆍ보배수레와
나라의 재물과 7보 그릇 등은
날이 갈수록 더욱 늘어나
쓰임에 따라 모여 생겼네.
029_0640_c_19L象馬寶車輿
國財七寶器
日日轉增勝
隨應而集生

감춰졌던 한량없는 보배도
저절로 땅에서 솟아 나왔고
맑고 깨끗한 설산(雪山)에 사는
모질고 사나운 흰 코끼리들도
029_0640_c_20L無量諸伏藏
自然從地出
淸淨雪山中
兇狂群白象

부르지 않았는데 저절로 오고
길들여 다루지 않아도 스스로 항복했네.
갖가지 온갖 빛깔의 말들은
지극히 단정하고 엄숙한 생김새 갖추었네.
029_0640_c_21L不呼自然至
不御自調伏
種種雜色馬
形體極端嚴

붉은 갈기에 가늘고 긴 꼬리를 가진
마치 날 듯이 뛰어오르고
또 들에서 자란 것들도
때맞추어 저절로 모여들었네.
029_0640_c_23L朱髦纖長尾
超騰駿若飛
又野之所生
應時自然至
029_0641_a_01L
순수한 빛깔로 잘 길들여졌고
살쪄서 건강하고 잘생긴 생김새에다
바른 걸음의 순수한 향내나는 젖소들
때에 맞춰 모두들 구름처럼 모여 왔네.
029_0641_a_01L純色調善牛
肥壯形端正
平步淳香乳
應時悉雲集

원한을 품은 사람 마음이 가라앉고
공평하고 바른 사람 더욱 순후해지며
평소에 친한 사람 한층 더 친밀해지고
어지럽고 거스름은 모두 다 사라졌네.
029_0641_a_02L怨憎者心平
中平益淳厚
素篤增親密
亂逆悉消除

잔잔한 바람에 때 맞춰 비 내리고
천둥도 울지 않고 벼락도 치지 않으며
농사는 그 때를 기다리지 않아도
몇 갑절 풍성한 수확 거두었다네.
029_0641_a_04L微風隨時雨
雷霆不震裂
種殖不待時
收實倍豐積

신선한 5곡 향기롭고 감미로우며
가볍고 부드러워 잘 소화되네.
잉태한 모든 존재들
몸이 편하고 또한 화적(和適)했다네.
029_0641_a_05L五穀鮮香美
輕軟易消化
諸有懷孕者
身安體和適

네 성종(聖種)을 받은 사람 말고도
그 밖의 모든 세상 사람들
살림살이 저마다 저절로 넉넉하여
남에게 구할 생각 조금도 없었네.
029_0641_a_06L除受四聖種
諸餘世閒人
資生各自如
無有他求想

교만도 없고 간탐도 질투도 없으며
또한 성내거나 해칠 마음도 없어
세상의 모든 남자나 여자는
고요하기 태고(太古) 적 사람들 같았네.
029_0641_a_08L無慢無慳嫉
亦無恚害心
一切諸士女
玄同劫初人

하늘 사당[天廟]과 모든 사찰들
동산과 수풀과 우물과 연못들
그 모두가 하늘 물건 같았고
때맞추어 저절로 생겨났다네.
029_0641_a_09L天廟諸寺舍
園林井泉池
一切如天物
應時自然生

모든 경계 합쳐져 굶주림 없고
전쟁도 없으며 몹쓸 병도 그치고
온 나라의 모든 백성들
친족끼리 사랑하고 공경하였네.
029_0641_a_10L合境無飢餓
刀兵疾疫息
國中諸人民
親族相愛敬

법애(法愛)로 서로들 좋아하고
더러운 욕심 내지 않았으며
다만 정의로 재물 구하고
이익 탐하는 마음도 없었네.
029_0641_a_12L法愛相娛樂
不生染污欲
以義求財物
無有貪利心

법을 위하여 은혜 베풀되
그 보답을 받을 생각 없었고
네 가지 범행(梵行)을 닦고 익혀서
성내고 해칠 마음 멸해 없앴네.
029_0641_a_13L爲法行惠施
無求反報想
脩習四梵行
滅除恚害心

과거의 마누(摩★)왕은
일광(日光) 태자 낳았을 때
온 나라는 좋은 상서를 입어
온갖 나쁜 것 일시에 그쳤었네.
029_0641_a_14L過去摩㝹王
生日光太子
擧國蒙吉祥
衆惡一時息

이제 대왕이 태자를 낳자
그 덕 또한 그와 같아서
갖가지 덕을 갖췄다는 뜻으로
실달라타(悉達羅他)라 이름했네.
029_0641_a_16L今王生太子
其德亦復爾
以備衆德義
名悉達羅他

그때 마야(摩耶)부인은
그가 낳은 아들 모습이
하늘 아기처럼 단정하고
온갖 아름다움 갖춘 것 보고
지나친 기쁨을 스스로 이기지 못하여
그만 목숨 마치고 천상에 태어났네.
029_0641_a_17L時摩耶夫人
見其所生子
端正如天童
衆美悉備足
過喜不自勝
命終生天上

대애(大愛) 구담미(瞿曇彌)는
태자 모습이 하늘 아기와 같고
덕스러운 모습 세상에서 빼어나며
이미 친어머니 목숨 마친 것 보고는
029_0641_a_19L大愛瞿曇彌
見太子天童
德貌世奇挺
旣生母命終

친아들 같이 사랑하며 길렀고
아들 또한 친어머니 같이 공경하기를
마치 해나 달이나 불의 광명이
적은 데서부터 점점 넓어지는 것처럼 하였고
태자 자라는 것 날로 새롭고
덕스러운 모습도 또한 그러하였네.
029_0641_a_21L愛育如其子
子敬亦如母
猶日月火光
從微照漸廣
太子長日新
德貌亦復爾

값 매길 수 없는 전단향(栴檀香)과
염부단향(閻浮檀香)처럼 이름난 보배와
몸을 보호하는 신선(神仙)의 약과
영락(瓔珞) 따위로 몸을 장엄하였네.
029_0641_a_23L無價栴檀香
閻浮檀名寶
護身神仙藥
瓔珞莊嚴身
029_0641_b_01L
속국이었던 모든 이웃 나라는
왕이 태자를 낳았다는 말 듣고
온갖 모든 진귀한 보배와
소ㆍ염소ㆍ사슴ㆍ말ㆍ수레와
보배 그릇과 장엄한 거리를 바쳐
태자 마음 기쁘게 하였네.
029_0641_b_01L附庸諸鄰國
聞王生太子
奉獻諸珍異
牛羊鹿馬車
寶器莊嚴具
助悅太子心

비록 갖가지 온갖 장신구와
호사스런 아기 노리개 있었지만
태자의 성품은 태연하고 묵직하며
몸은 어렸으나 마음은 원숙했네.
029_0641_b_03L雖有諸嚴飾
嬰童玩好物
太子性安重
形少而心宿

마음은 높고 수승한 경계에 깃들어
세상 영화에 물들지 않았고
모든 학술과 기예[術藝]를 배울 때는
한 번 들으면 스승을 뛰어넘었네.
029_0641_b_04L心拪高勝境
不染於榮華
修學諸術藝
一聞超師匠

부왕은 그의 총명함과 깊은 생각이
세상 사람들보다 뛰어난 것을 보고
명망 있고 권세 높은 종족과
풍교(風敎)와 예의 있는 가문을 두루 찾았네.
029_0641_b_06L父王見聰達
深慮踰世表
廣訪名豪族
風教禮義門

아름다운 용모와 몸가짐 단정한 여인이 있었으니
그 이름 야수다라(耶輸陀羅)였네.
마땅히 태자의 아내로 맞아
태자의 마음 잡도록 이끌었다네.
029_0641_b_07L容姿端正女
名耶輪陁羅
應娉太子妃
誘導留其心

태자의 뜻은 고상하고 원대하여
덕이 성하고 그 모습 맑고 밝아
마치 저 범천(梵天)의 맏아들인
사나구마라(舍那鳩摩羅)와 같았네.
029_0641_b_08L太子志高遠
德盛貌淸明
猶梵天長子
舍那鳩摩羅

그의 어진 아내 아름다운 용모와
조신하고 맑고 묘한 자태는
곱고 아름답기 천후(天后)와 같았기에
함께 있으면서 밤낮으로 즐겼네.
029_0641_b_10L賢妃美容貌
窈窕淑妙姿
瑰艶若天后
同處日夜歡

그들을 위해 청정궁(淸淨宮)을 세우니
굉장히 화려하고도 매우 장엄했다.
높이 솟아 허공 속에 있는 듯하고
아득히 멀어 가을 구름 같았네.
029_0641_b_11L爲立淸淨宮
宏麗極莊嚴
高峙在虛空
迢遰若秋雲

따뜻하고 시원함이 네 철에 알맞아
때를 따라 좋은 곳 가려 살 때
기녀(伎女)들은 언제나 빙 둘러 있고
하늘 음악 소리 어울려 연주었네.
더러운 소리나 빛깔 가까이하여
세상을 싫어하는 생각나지 않게 하였네.
029_0641_b_12L溫涼四時適
隨時擇善居
伎女衆圍遶
奏合天樂音
勿鄰穢聲色
令生厭世想

마치 저 하늘 건달바(犍撻婆)의
자연(自然)으로 된 보배 궁전에
악녀(樂女)가 하늘 음악 연주하듯이
소리와 빛깔이 마음과 눈을 부시게 하였네.
029_0641_b_15L如天犍撻婆
自然寶宮殿
樂女奏天音
聲色耀心月

보살이 높은 궁전에 살 때
그 음악도 또한 그와 같았네.
그 부왕은 태자를 위해
고요히 살면서 순수한 덕을 닦았네.
029_0641_b_16L菩薩處高宮
音樂亦如是
父王爲太子
靜居修純德

어질고 자애롭게 정법(正法)으로 교화하되
어진 이와 친하고 나쁜 벗 멀리했네.
그 마음 은애(恩愛)에 물들지 않아
욕심 일으키는 독(毒)한 생각에 대해서는
029_0641_b_17L仁慈正法化
親賢遠惡友
心不染恩愛
於欲起毒想

마음을 추스르고 모든 감관 단속하여
가볍고 급한 마음 없애 버렸네.
온화한 얼굴로 분쟁을 잘 듣고서
만족 모르는 중생의 마음 사랑으로 가르쳤다네.
029_0641_b_19L攝情撿諸根
滅除輕躁意
和顏善聽訟
慈教厭衆心

모든 외도(外道)들에게 펴서 교화하여
거스름을 도모하는 모든 꾀를 끊었네.
학문을 가르쳐 세상을 구제하여
만 백성 모두 안락을 얻게 하였네.
029_0641_b_20L宣化諸外道
斷諸謀逆術
教學濟世方
萬民得安樂

내 아들을 안락하게 하는 것처럼
만 백성에 대해서도 그러하였네.
불을 섬기고 모든 신(神)을 받들며
손 모아 합장한 채 달빛을 마시고
029_0641_b_21L如令我子安
萬民亦如是
事火奉諸神
叉手飮月光

항하강[恒水] 물 속에 몸을 씻으며
법의 물로써 그 마음 씻어 내어
복을 비는 것 자기 위함 아니고
오직 그 아들과 백성 위함이었네.
029_0641_b_23L恒水沐浴身
法水澡其心
祈福非存己
唯子及萬民
029_0641_c_01L
사랑하는 말이라 하여 의(義) 없음이 아니고
의(義)로운 말이라 하여 사랑 아님 아니며
사랑하는 말이라 하여 진실 아님 아니고
진실한 말이라 하여 사랑 아님 아니었네.
029_0641_c_01L愛言非無義
義言非不愛
愛言非不實
實言非不愛

부끄러워하는 마음 있기 때문에
능히 참답게 말하지 못했을 뿐이니
사랑하고 사랑하지 않는 일에 대해서도
탐하고 성내는 생각 의지하지 않았네.
029_0641_c_02L以有慚愧故
不能如實說
於愛不愛事
不依貪恚想

고요하고 묵묵함에 마음을 두어
공평하고 올발라서 다툼을 멈추게 하고
구태여 하늘에 제사하지 않았으나
살생(殺生)하지 않은 복이 그보다 나았네.
029_0641_c_04L志存於寂默
平正止諍訟
不以祠天會
勝於斷事福

구하는 것 많은 저 중생들 보면
풍족하게 베풀어 바라는 것보다 넘치게 하고
마음에는 전쟁할 생각이 없어
덕으로 원수(怨敵)을 항복받았네.
029_0641_c_05L見彼多求衆
豐施過其望
心無戰爭想
以德降怨敵

하나를 조복받아 일곱을 보호하고
일곱을 떠나보내 다섯을 억제하며
셋을 얻어서 셋을 깨닫고
둘을 알아서 둘을 버렸네.
029_0641_c_06L調一而護七
離七防制五
得三覺了三
知二捨於二

정(情)을 구하다가 죄를 저질러
죽음에 다다르면 너그럽게 용서해 주되
추하고 나쁜 말로 억압하지 않고
부드러운 말로써 가르쳐 훈계하였네.
029_0641_c_08L求情得其罪
應死垂仁恕
不加麤惡言
軟語而教勅

재물을 힘써 베풀어
살아갈 길을 제시해 주고
신선의 도(道)를 받아 배워서
원망하고 성내는 마음 멸해 없앴네.
029_0641_c_09L務施以財物
指授資生路
受學神仙道
滅除怨恚心

명예와 덕망 널리널리 퍼졌으니
세상은 망하여 없어져도
그 왕으로서 밝은 덕 닦으면
온 천하의 백성들 받들어 배우는 것이

마치 사람의 마음 편하고 고요하면
온몸과 모든 감관[根]이 따르는 것 같네.
029_0641_c_10L名德普流聞
世閒永消亡
主匠修明德
率土皆承習
如人心安靜
四體諸根從

그때 백정왕(白凈王)의 태자와
어진 아내 야수다라가
나이 점점 들어가자
라후라(羅睺羅)를 낳게 되었네.
029_0641_c_12L時白淨太子
賢妃耶輸陁
年竝漸長大
孕生羅睺羅

백정왕은 스스로 생각하였네.
‘태자는 이미 아들을 낳았으니
대대로 계속해서 후사를 이어
올바른 교화 끝이 없으리라.
태자는 이미 아들을 낳았으니
그 아들에 대한 사랑 나와 같다네.
029_0641_c_14L白淨王自念
太子已生子
歷世相繼嗣
正化無終極
太子旣生子
愛子與我同

다시는 출가(出家)할 생각 않고
다만 힘써 선(善)을 닦을 것이니
이제 내 마음 너무 편안해
하늘에 난 즐거움과 다름없구나.’
029_0641_c_16L不復慮出家
但當力脩善
我今心大安
無異生天樂

마치 저 겁초(劫初) 때에
선왕(仙王)이 도에 머문 것처럼
청정한 업(業)을 즐겨 행하고
제사 때에도 살생(殺生)하지 않았네.
029_0641_c_17L猶若劫初時
仙王所住道
愛行淸淨業
祠祀不害生

마치 불꽃처럼 성하게 훌륭한 업을 닦아
왕도 훌륭하고 범행도 훌륭하며
종족도 훌륭하고 재보(財寶)도 훌륭하며
용맹도 훌륭하고 기예(技藝)도 훌륭하다네.
029_0641_c_19L熾然修勝業
王勝梵行勝
宗族財寶勝
勇健伎藝勝

밝음을 나타내어 온 세상 비춤이
마치 천 개의 태양 빛과 같았네.
무릇 왕이 된 까닭은
장차 아들을 나타내기 위함이라네.
029_0641_c_20L明顯照世閒
如日千光耀
所以爲王者
將爲顯其子

아들을 나타냄은 종족을 위함이며
명성(名聲)으로 종족을 빛나게 함이네.
명성이 높으면 하늘에 태어날 수 있고
하늘에 태어남은 즐거움을 위함이라네.
029_0641_c_21L顯子爲宗族
榮族以名聞
名高得生天
生天爲樂已

이미 즐거우면 지혜 늘어나
도를 깨달아 바른 법 펼 수 있으리
그래서 먼저 훌륭한 명성이 있는 곳에
온갖 묘한 도를 받아 행하는 것이네.
029_0641_c_23L已樂智慧增
悟道弘正法
先勝名聞所
受行衆妙道
029_0642_a_01L
오직 바라는 것은 그 태자가
아들을 사랑하여 집 버리지 않는 것이네.
일체의 모든 나라 왕들은
낳은 아들이 아직 나이 어리다네.
029_0642_a_01L唯願令太子
愛子不捨家
一切諸國王
生子年尚小

나라를 다스리게 할 수도 없을 것이요
그 마음이 방탕해지고
욕심을 따라 세상 즐거움에 집착하여
왕의 종족 있지 못할까 염려하였네.
029_0642_a_02L不令王國土
慮其心放逸
縱情著世樂
不能紹王種

이제 이 왕이 태자를 낳고는
마음대로 5욕(欲)을 누리면서
다만 세상 영화만 즐기기 바랄 뿐
도를 배우게 하려 하지 않았네.
029_0642_a_04L今王生太子
隨心恣五欲
唯願樂世榮
不欲令學道

과거의 보살왕도
비록 도(道)가 견고하였어도
반드시 세상의 영화와 즐거움 익혔나니
아들을 낳아 왕의 대를 잇게 하고
그런 뒤에야 산 숲으로 들어가
적묵(寂黙)의 도를 수행했다네.
029_0642_a_05L過去菩薩王
其道雖深固
要習世榮樂
生子繼宗嗣
然後入山林
修行寂默道

3. 염환품(厭患品)
029_0642_a_07L佛所行讚厭患品第三

밖에는 온갖 동산 숲 있고
흐르는 샘물과 맑고 시원한 못
갖가지 꽃들과 과일 나무들
늘어서서 그윽한 그늘을 드리웠네.
029_0642_a_08L外有諸園林
流泉淸涼池
衆雜華果樹
行列垂玄蔭

이상하고 기이한 온갖 새들은
훨훨 날면서 그 속에서 노닐었고
물과 육지의 네 가지 꽃들은
불타는 빛깔로 묘한 향기 풍겼네.
029_0642_a_10L異類諸奇鳥
奮飛戲其中
水陸四種花
炎色流妙香

기녀(伎女)들은 그 따라 풍악 울리고
노래 불러 태자에게 아뢰었네.
태자는 음악 소리를 듣고
동산 숲의 아름다움 찬탄하였네.
029_0642_a_11L伎女因奏樂
絃歌告太子
太子聞音樂
嘆美彼園林

마음속에 기쁨 못 이겨
거기 나가 놀 생각 간절했나니
그것은 마치 매어 있는 난폭한 코끼리가
언제나 넓은 들을 그리워하듯 했네.
029_0642_a_12L內懷甚踊悅
思樂出遊觀
猶如繫狂象
常慕閑曠野

부왕은 그 태자가
동산에 놀러나가고 싶어한다는 소식 듣고
곧 모든 신하에게 분부를 내려
우의(羽儀)를 마련해 장식하라 명령하였네.
029_0642_a_14L父王聞太子
樂出彼園遊
卽勅諸群臣
嚴飾備羽儀

왕이 다니는 길 다시 손보고
또 여러 가지 추하고 더러운 것과
늙고 병들고 쇠약한 이나
빈궁함에 괴로워하는 이들 모두 물리쳐
029_0642_a_16L平治正王路
幷除諸醜穢
老病形殘類
羸劣貧窮苦

즐거움 없는 태자가 그것을 보고
불쾌한 마음 일으키지 않게 하였네.
그 모든 장엄이 갖추어지자
태자는 왕께 나아가 떠날 인사 아뢰었다네.
029_0642_a_17L無令少樂子
見起厭惡心
莊嚴悉備已
啓請求拜辭

왕은 태자가 오는 것 보고
머리를 쓰다듬고 얼굴 들여다보며
슬프고 기쁜 마음 한데 얽혀
입으로는 허락하나 마음놓지 못하였다네.
029_0642_a_18L王見太子至
摩頭瞻顏色
悲喜情交結
口許而心留

온갖 보배로 장식한 앞 높은 수레에는
훤칠하고 잘생긴 네 마리 말 매고
어질고도 착하며 재주 능하고
용모와 자태 아름다운 소년이
029_0642_a_20L衆寶軒飾車
結駟駿平流
賢良善術藝
年少美姿容

깨끗하고 고운 꽃옷을 입고
수레에 함께 타서 고삐 잡았네.
거리마다 온갖 꽃 흩뿌리고
보배 장막으로 길가를 가렸다네.
029_0642_a_21L妙淨鮮花服
同車爲執御
街巷散衆華
寶縵蔽路傍

길 곁에 늘어선 가로수는
온갖 보배로 장엄하게 꾸몄고
비단 일산과 모든 깃발은
바람을 따라 어지러이 나부꼈다네.
029_0642_a_22L垣樹列道側
寶器以莊嚴
繒蓋諸幢幡
繽紛隨風揚

길가에 늘어선 구경꾼들은
몸을 기울이고 눈빛 끊임없이 빛났고
물끄러미 바라보되 깜박이지 않나니
마치 푸른 연꽃을 벌여 놓은 것 같았네.
029_0642_a_24L觀者挾長路
側身目連光
瞪矚而不瞬
如竝靑蓮花
029_0642_b_01L
뭇별이 큰 별을 따르듯
백성들 다 함께 호위하며 뒤따르며
입은 다르나 같은 소리로 찬탄하여
세상 드문 일이라 칭송했네.
029_0642_b_01L臣民悉扈從
如星隨宿王
異口同聲嘆
稱慶世希有

귀한 이나 천한 이, 부유한 이나 가난한 이
어른이나 어린이 또한 젊은이들도
모두 다 공경하고 예배하면서
다만 행복하기만을 빌고 원했네.
029_0642_b_02L貴賤及貧富
長幼及中年
悉皆恭敬禮
唯願令吉祥

도시 사람이나 촌사람이나
지금 태자가 행차한단 말 듣고
높은 이건 낮은 이건 할 것 없이
깨어 있던 이 잠자던 이에게 서로 알릴 새 없었네.
029_0642_b_04L郭邑及田里
聞太子當出
尊卑不待辭
寤寐不相告

육축(六畜)을 몰아들일 겨를도 없이
미처 돈과 재물 받아들일 새도 없이
사립문 닫고 잠글 여가도 없이
서로 다투어 길가로 달려갔네.
029_0642_b_05L六畜不遑收
錢財不及斂
門戶不容閉
奔馳走路傍

다락집 위에서나 언덕 나무에서나
열린 창가에서나 골목길 사이에서
몸을 기울이고 눈을 다투어
뚫어져라 바라봐도 싫증 없었네.
029_0642_b_06L樓閣堤塘樹
窗牖衢巷閒
側身競容目
瞪矚觀無厭

높은 데서 보던 사람 땅으로 내려간 듯하고
땅에서 보던 사람 허공에 오르듯 하였으니
마음이 함빡 쏠려 자신을 망각한 채
몸과 마음이 한꺼번에 나는 듯 하였네.
029_0642_b_08L高觀謂投地
步者謂乘虛
意專不自覺
形神若雙飛

공손하고 정성스레 그 모습 보고
함부로 허튼 마음 내지 않았네.
뚜렷한 몸매 통통한 지절(支節)
빛깔은 마치 연꽃이 핀 것 같았네.
029_0642_b_09L虔虔恭形觀
不生放逸心
圓體傭支節
色若蓮花敷

이제 나와서 이 동산 숲에 계시니
부디 거룩한 선인(仙人)법을 이루소서.
태자는 새로 닦아 놓은 길과
장엄하게 많은 사람 따르고
029_0642_b_10L今出處園林
願成聖法仙
太子見修塗
莊嚴從人衆

옷과 수레의 선명한 빛 보고서
마음 흐뭇해져 기쁨이 가득했네.
온 나라 백성들은 그 태자의
근엄한 자태와 승우(勝羽)의 행렬을 뵙자
029_0642_b_12L服乘鮮光澤
欣然心歡悅
國人瞻太子
嚴儀勝羽從

마치 저 하늘의 모든 사람들과
하늘 태자의 탄생을 보는 것 같았네.
그때 정거천왕(淨居天王)이
홀연히 내려와 길옆에 있으면서
029_0642_b_13L亦如諸天衆
見天太子生
時淨居天王
忽然在道側

쇠약한 노인의 모습으로 변하여
이 세상 싫어하는 마음 내게 하였네.
태자는 그 노인의 모습 보고
놀랍고 괴이하여 마부에게 물었네.
029_0642_b_14L變形衰老相
勸生厭離心
太子見老人
驚怪問御者

“저 사람은 어떤 사람이기에
머리는 희고 등은 굽으며
눈은 어둡고 온몸을 떨면서
지팡이에 의지하여 비틀걸음 걷는가.
젊었던 몸이 갑자기 변해 저런가
본래 받은 성질이 스스로 그러한 것인가?”
029_0642_b_16L此是何等人
頭白而背僂
目冥身戰搖
任杖而羸步
爲是身卒變
爲受性自爾

마부는 마음에 망설임 생겨
감히 사실대로 답하지 못하자
정거천왕이 신통력을 부려
그로 하여금 진실을 고백하게 하였네.
029_0642_b_18L御者心躊躇
不敢以實答
淨居加神力
令其表眞言

“육신은 변하고 기운마저 허약해져서
근심만 가득하고 즐거움은 적으며
기쁨을 잊고 모든 감관[根] 무너지나니
이것을 늙고 쇠한 모습이라 합니다.
029_0642_b_19L色變氣虛微
多憂少歡樂
喜忘諸根羸
是名衰老相

저 사람도 본래는 어린애로서
어미 젖 먹으며 자라났으며
소년 시절엔 장난기 가득하였고
단정한 모습으로 5욕(欲)도 즐겼는데
세월이 흘러 몸뚱이 쭈그러들고
지금은 늙게 되어 무너져갑니다.”
029_0642_b_20L此本爲嬰兒
長養於母乳
及童子嬉遊
端正恣五欲
年逝形枯朽
今爲老所壞

태자가 이 말 듣고 길게 탄식하면서
다시 그 마부에게 물어 보았네.
“저 사람만 혼자 쇠하고 늙는 것인가
우리들도 다같이 저렇게 되는 것인가?”
029_0642_b_22L太子長嘆息
而問御者言
但彼獨衰老
吾等亦當然
029_0642_c_01L
마부가 다시 대답하였다.
“태자님께도 그런 운명 있으니
세월이 지나면 몸이 저절로 변하여
반드시 닥칠 것임은 의심할 여지없네.
젊은 이 누군들 늙지 않음 없건만
온 세상 알면서도 기대한다오.”
029_0642_b_24L御者又答言
尊亦有此分
時移形自變
必至無所疑
少壯無不老
擧世知而求

보살은 오랜 세월을
청정한 지혜의 업(業) 닦아 익히고
온갖 덕의 씨를 널리 심었다가
이제야 그 소원 꽃 피고 열매 맺게 되었네.
029_0642_c_02L菩薩久修習
淸淨智慧業
廣殖諸德本
願果華於今

태자는 늙고 쇠함의 괴로움 듣고
전율하여 온몸의 털이 곤두섰으니
마치 번개 치고 천둥치는 소리를 듣고
뭇 짐승 놀라서 치달리듯 하였네.
029_0642_c_03L聞說衰老苦
戰慄身毛豎
雷霆霹靂聲
群獸怖奔走

보살도 또한 그와 같아서
두려움에 떨면서 길게 한숨짓고
늙음의 괴로움에 마음 얽매여
머리를 떨군 채 똑바로 눈뜨고
029_0642_c_04L菩薩亦如是
震怖長噓息
繫心於老苦
頷頭而瞪矚

노쇠해지는 고통 생각하면서
세상 사람들 무엇을 애착하고 즐기는가.
모든 것은 늙음 앞에 허물어져서
거기에 부딪치면 분간할 것 없다네.
029_0642_c_06L念此衰老苦
世人何愛樂
老相之所壞
觸類無所擇

비록 젊음의 육체와 힘 있어도
어느 것 하나 변치 않는 것 없나니
눈앞에서 그 모양 뻔히 보면서
어찌 싫어하여 떠나지 않는가.
029_0642_c_07L雖有壯色力
無一不遷變
目前見證相
如何不厭離

보살이 곧 마부에게 분부했다.
“어서 빨리 수레 돌려 돌아가자.
생각생각에 늙고 쇠함 닥쳐오나니
이 동산 구경이 무엇이 즐거우랴.”
029_0642_c_08L菩薩謂御者
宜速迴車還
念念衰老至
園林何足歡

마부는 분부 받고 바람처럼 달리니
수레바퀴 날려 본궁으로 돌아왔네.
태자 마음은 황혼 속에 헤맴이
마치 빈 묘지 사이로 돌아드는 것 같네.
029_0642_c_10L受命卽風馳
飛輪旋本宮
心存朽暮境
如歸空塚閒

부딪치는 일마다 정 붙지 않고
사는 곳은 잠깐도 편안하지 않았네.
왕은 태자가 기뻐하지 않는단 말 듣고
다시 나가 놀기를 태자에게 권했네.
029_0642_c_11L觸事不留情
所居無蹔安
王聞子不悅
勸令重出遊

그리고는 신하들에게 분부 내려서
전보다 더 훌륭하게 꾸미게 했네.
정거천은 다시 병자로 변화하여
겨우 목숨만 부지한 채 길가에 나타났네.
029_0642_c_12L卽勅諸群臣
莊嚴復勝前
天復化病人
守命在路傍

몸은 깡마르고 배는 부풀어올랐으며
호흡 헐떡이고 길게 내쉬며
팔다리 뒤틀려 바싹 마르고
구슬피 울면서 신음하고 있었네.
029_0642_c_14L身瘦而腹大
呼吸長喘息
手腳攣枯燥
悲泣而呻吟

태자는 다시 마부에게 물었네.
“이는 또 무엇 하는 사람인가?”
“이는 병에 걸린 사람인데
4대(大)가 모두 뒤틀리고
여위고 기운 빠져 견딜 수 없어
이리뒤척 저리뒤척 남의 신세 진답니다.”
029_0642_c_15L太子問御者
此復何等人
對曰是病者
四大俱錯亂
羸劣無所堪
轉側恃仰人

태자가 마부의 대답 듣고
불쌍하고 가엾은 마음 생겨 물었네.
“오직 이 사람만 병에 걸렸는가.
다른 사람도 또한 저러한가?”
029_0642_c_17L太子聞所說
卽生哀愍心
問唯此人病
餘亦當復爾

“이 세상 사람이면 누구나 다
저러하지 않은 이 없습니다.
몸이 있으면 반드시 병 생겨나건만
어리석은 사람들 잠깐의 환락 즐길 뿐입니다.”
029_0642_c_18L對曰此世閒
一切俱亦然
有身必有患
愚癡樂朝歡

태자는 마부의 대답 듣고
너무도 두렵고 무서운 마음 생겨
몸과 마음 한꺼번에 떨려오니
마치 물결 속의 달과 같았다네.
029_0642_c_20L太子聞其說
卽生大恐怖
身心悉戰動
譬如揚波月

‘이 큰 괴로운 세계 속에 살면서
어떻게 스스로 편안할 수 있으리.
아아, 슬프다. 세상 사람들
어리석어 미혹(迷惑)되고 어둠에 가려
병의 도적 기약 없이 이르거늘
그런데도 기뻐하고 좋아하는 마음을 내네.’
029_0642_c_21L處斯大苦器
云何能自安
嗚呼世閒人
愚惑癡闇障
病賊至無期
而生喜樂心

수레 돌려 다시 돌아와서는
시름에 잠겨 병의 고통 생각하면서
마치 어떤 사람이 매를 맞을 때
몸을 움츠리고 매를 기다릴 것 같네.
029_0642_c_23L於是迴車還
愁憂念病苦
如人被打害
捲身待杖至
029_0643_a_01L
한적한 궁전 속에 조용히 틀어 박혀서
세상의 즐거움 등지기만 바랐다네.
왕은 다시 태자가 돌아왔단 말 듣고
무슨 일 있었는지 명령하여 물었다네.
029_0643_a_01L靜息於閑宮
專求反世樂
王復聞子還
勅問何因緣

“길 가다가 병든 사람 보았습니다.”
이에 왕은 몸을 잃은 듯 두려워
길을 담당했던 사람을 심하게 꾸짖고
가슴이 막혀 더 이상 말을 못했네.
029_0643_a_03L對曰見病人
王怖猶失身
深責治路者
心結口不言

다시 기녀(伎女)의 무리 늘리고
음악연주는 전보다 배나 뛰어났네.
이렇게 눈과 귀를 기쁘게 하여
세속 즐거움에 가정을 싫어하지 않게 하였네.
029_0643_a_04L復增伎女衆
音樂倍勝前
以此悅視聽
樂俗不厭家

밤낮으로 여인과 음악 바쳤으나
그 마음은 조금도 기뻐하지 않자
왕은 스스로 나가 돌아다니며
보다 아름답고 좋은 동산 구했다네.
029_0643_a_05L晝夜進聲色
其心未始歡
王自出遊歷
更求勝妙園

온갖 채녀(婇女) 가려 뽑으니
자태와 용모 아름답고 요염하였네.
얄미운 아양으로 받들 줄 알고
아리따운 얼굴로 사람 홀렸네.
029_0643_a_07L簡擇諸婇女
美艶極姿顏
諂黠能奉事
容媚能惑人

왕은 행차하는 길 더 잘 손보고
더러운 모든 것을 다 치우게 한 뒤
좋은 마부에게 특별히 명령하여
잘 살피며 길을 가려서 가라 하였네.
029_0643_a_08L增修王御道
防制諸不淨
幷勅善御者
瞻察擇路行

그때 정거천왕이
다시 죽은 사람으로 변화하여
네 사람이 함께 상여를 메고
보살의 앞에 나타났을 때
다른 사람들은 모두 보지 못하고
보살과 마부만 그것 보았네.
029_0643_a_09L時彼淨居天
復化爲死人
四人共持輿
現於菩薩前
餘人悉不覺
菩薩御者見

“이것은 또 무슨 가마이기에
꽃과 깃발로 장엄하여 꾸미고
따르는 사람들 모두 근심하고 슬퍼하며
머리풀어 헤치고 울부짖는가?”
029_0643_a_11L問此何等輿
幡花雜莊嚴
從者悉憂慼
散髮號哭隨

천신(天神)은 마부 시켜 대답케 했네.
“이것은 죽은 사람인데
모든 감관[根]이 무너지고 목숨이 끊어지면
마음은 흩어지고 염식(念識) 떠나며
정신은 가고 몸뚱이는 말라빠져
마른 나무처럼 뻣뻣이 굳어집니다.
029_0643_a_13L天神教御者
對曰爲死人
諸根壞命斷
心散念識離
神逝形乾燥
挺直如枯木

일가 친척과 모든 친구들
본래부터 은애(恩愛)로 얽혔었건만
이제는 모두 다 보기 싫어해
빈 무덤 사이에 내다 버립니다.”
029_0643_a_15L親戚諸朋友
恩愛素纏緜
今悉不喜見
遠棄空塚閒

태자는 죽음이란 말을 듣고
슬프고 아픈 마음 한데 맺혀 물었네.
“오직 이 사람만 죽는 것인가
천하 사람도 다 그런 것인가?”
029_0643_a_16L太子聞死聲
悲痛心交結
問唯此人死
天下亦俱然

“온 천하가 다 그러하나니
대개 시작이 있으면 반드시 끝이 있는 법
어른이나 어린이나 또 젊은이나
몸이 있고 무너지지 않는 법 없습니다.”
029_0643_a_17L對曰普皆爾
夫始必有終
長幼及中年
有身莫不壞

태자는 마음으로 놀라고 슬퍼하여
수레 앞 가로 댄 나무에 몸을 기댄 채
숨길이 끊어질 듯 탄식했네.
“세상 사람 어찌 하나같이 잘못하는가.
029_0643_a_19L太子心驚怛
身垂車軾前
息殆絕而嘆
世人一何誤

이 몸이 없어질 줄 뻔히 알면서도
오히려 생각 없이 방탕하게 살아가는가.
마음은 말라빠진 나무나 돌이 아니거늘
일찍이 무상함을 걱정하지 않는구나.”
029_0643_a_20L公見身磨滅
猶尚放逸生
心非枯木石
曾不慮無常

곧 수레 돌려 돌아가자 명령하였네.
“다시 이와 같이 놀 때가 아니니
목숨 끊겨 죽는 것 기약 없거늘
어떻게 함부로 마음대로 놀겠는가.”
029_0643_a_21L卽勅迴車還
非復遊戲時
命絕死無期
如何縱心遊

마부는 왕의 명령 받들었기에
그것이 두려워 수레를 돌리지 못하고
앞으로 수레 몰아 빨리 달려
어느덧 그 동산에 이르렀다네.
029_0643_a_23L御者奉王勅
畏怖不敢旋
正御疾驅馳
徑往至彼園
029_0643_b_01L
숲 속의 물 맑게 넘쳐흐르고
아름다운 나뭇잎 다 피어 한창인데
갖가지 기이한 새와 짐승들
날고 달리면서 즐겁게 노래할 때
모든 것 빛나 귀와 눈을 즐겁게 함이
저 하늘 위의 난타(難陀) 동산 같았네.
029_0643_b_01L林流滿淸淨
嘉木悉敷榮
靈禽雜奇獸
飛走欣和鳴
光耀悅耳目
猶天難陁園

4. 이욕품(難欲品)
029_0643_b_03L佛所行讚離欲品第四

태자가 동산 숲에 들어갔을 때
많은 여자 나와서 받들어 맞이하네.
모두들 만나기 어렵다는 생각 내어
다투어 생글대며 그윽한 정 바쳤네.
029_0643_b_04L太子入園林
衆女來奉迎
竝生希遇想
競媚進幽誠

제각기 아양떠는 맵시를 다해
받들어 모시면서 그가 좋아하는 것 따라
어떤 이는 손발을 잡고
혹은 그 몸을 두루 주무르네.
029_0643_b_06L各盡伎姿態
供侍隨所宜
或有執手足
或遍摩其身

혹은 웃음으로 수작을 걸고
혹은 근심스러운 표정 지었네.
어찌했던 태자를 즐겁게 하여
사랑하고 즐기는 맘 내게 하려 하였네.
029_0643_b_07L或復對言笑
或現憂慼容
規以悅太子
令生愛樂心

많은 여자들 태자를 보자
빛나는 얼굴 하늘 사람 몸 같아서
갖가지 장식으로 꾸미지 않더라도
본바탕의 몸이 치장한 것보다 나았네.
029_0643_b_08L衆女見太子
光顏狀天身
不假諸飾好
素體踰莊嚴

모두들 우러러 쳐다보며
월천자(月天子)가 왔다고 하네.
갖가지 방편을 베풀었으나
보살의 마음 움직이지 못했네.
029_0643_b_10L一切皆瞻仰
謂月天子來
種種設方便
不動菩薩心

그러자 서로들 돌아보며
부끄러워 말못했는데
우타이(優陀夷)라 이름하는
어떤 바라문의 아들이 있다가
029_0643_b_11L更互相顧視
抱愧寂無言
有婆羅門子
名曰優陁夷

여러 채녀들에게 말했네.
“너희들 모두는 단정하기 그지없고
총명하고 또 재주도 뛰어나다.
색(色)의 힘도 또한 보통 아니며
029_0643_b_12L謂諸婇女言
汝等悉端正
聰明多技術
色力亦不常

게다가 일체 세간의 애욕에 대한
은밀(隱密)한 방법까지 알고 있으며
자태와 얼굴은 세상에 드물고
모양은 옥녀(玉女)의 얼굴과 같네.
029_0643_b_14L兼解諸世閒
隱秘隨欲方
容色世希有
狀如王女形

하늘이 보면 그들 아내 버리고
신선도 그 때문에 무너지리니
어떻게 인간의 왕자가
능히 그 정(情)을 느끼지 못하리.
029_0643_b_15L天見捨妃后
神仙爲之傾
如何人王子
不能感其情

이제 이 왕의 태자는
비록 튼튼하고 굳은 마음 지니고
청정한 덕 순수하게 갖추었더라도
여자의 힘은 이기지 못하리라.
029_0643_b_16L今此王太子
持心雖堅固
淸淨德純備
不勝女人力

옛날에 손타리(孫陀利)는
능히 큰 선인(仙人)을 무너뜨렸고
그로 하여금 애욕을 익히게 하여
발로써 그 정수리 밟았다 하였네.
029_0643_b_18L古昔孫陁利
能壞大仙人
令習於愛欲
以足蹈其頂

오랫동안 고행한 구담(瞿曇) 선인도
또한 천후(天后)에게 무너졌으며
승거(勝渠) 선인의 아들은
애욕을 익힘으로 그 흐름 따랐다네.
029_0643_b_19L長苦行瞿曇
亦爲天后壞
勝渠仙人子
習欲隨沿流

비시바(毘尸婆) 선인은
도(道)를 십천 년 동안 닦았으나
천후(天后)에게 깊이 집착하여
하루 사이에 갑자기 무너졌다네.
029_0643_b_20L毘尸婆梵仙
修道十千歲
深著於天后
一日頓破壞

저와 같은 여러 아름다운 여자들은
그 힘으로 모든 범행(梵行) 이겼거늘
하물며 너희들과 같은 기술로
왕자를 감동시키지 못한단 말인가.
029_0643_b_22L如彼諸美女
力勝諸梵行
況汝等技術
不能感王子
029_0643_c_01L
마땅히 다시금 모든 방편 동원하여
왕가의 대물림 끊이지 않게 하라.
여자의 본 바탕 비록 미천하나
승천(勝天)을 따라 존귀하고 영화롭거늘
어찌하여 그 기술 다 부려
그로 하여금 더러운 마음 나게 하지 못하는가.”
029_0643_b_23L當更勤方便
勿令絕王嗣
女人性雖賤
尊榮隨勝天
何不盡其術
令彼生染心

그때 여러 채녀들
우타이의 말을 즐겁게 듣고
용기와 기쁜 마음 더했으니
좋은 말에 채찍을 가하는 것 같았네.
029_0643_c_02L爾時婇女衆
慶聞優陁說
增其踊悅心
如鞭策良馬

그들은 곧 태자 앞으로 나아가
저마다 갖가지 애교 부렸네.
노래하고 춤추며 혹은 농담 붙이고
눈썹을 찡긋하고 흰 이빨 드러내며
029_0643_c_03L往到太子前
各進種種術
歌儛或言笑
揚眉露白齒

아름다운 눈매로 살짝 엿보고
얇은 옷에 하얀 살 아련히 드러내어
요염하게 흔들며 천천히 걸어
거짓으로 친밀하게 점점 가까이 갔네.
029_0643_c_05L美目相眄睞
輕衣現素身
妖搖而徐步
詐親漸習近

정욕이 그 마음에 무르익은 데다
겸하여 대왕의 뜻 받들었으니
함부로 비밀한 곳 추잡하게 드러내며
어느새 부끄러워하는 마음 잊어버렸네.
029_0643_c_06L情欲實其心
兼奉大王旨
慢形媟隱陋
忘其慚愧情

그러나 태자 마음 견고하여
의젓한 그 모습 변하지 않았나니
마치 저 큰 용상(龍象)이
수많은 코끼리에게 둘러싸여도
그 마음 어지럽지 않는 것처럼
그런 무리 속에서도 언제나 한가로웠네.
029_0643_c_07L太子心堅固
傲然不改容
猶如大龍象
群象衆圍遶
不能亂其心
處衆若閑居

또 마치 제석(帝釋)천왕이
뭇 천녀들에게 둘러싸인 것처럼
태자가 동산 수풀에 있을 때
채녀들에게 둘러싸임도 그와 같았네.
029_0643_c_09L猶如天帝釋
諸天女圍遶
太子在園林
圍繞亦如是

혹은 그를 위해 옷맵시 내고
혹은 그를 위해 손발 씻으며
혹은 향수를 몸에 바르고
혹은 꽃으로 장엄하게 꾸몄네.
029_0643_c_11L或爲整衣服
或爲洗手足
或以香塗身
或以華嚴飾

혹은 그를 위해 영락(瓔珞)을 걸고
혹은 태자 몸을 부여 안기도 하며
혹은 그를 위해 베개나 자리가 되어 주고
혹은 몸을 기대어 소곤거리기도 하였네.
029_0643_c_12L或爲貫瓔珞
或有扶抱身
或爲安枕席
或傾身密語

혹은 세속의 유희로 꼬드기고
혹은 갖가지 애욕의 일 이야기하며
혹은 모든 애욕의 몸짓을 해내어
그 마음을 움직이려 꾀하였네.
029_0643_c_13L或世俗調戲
或說衆欲事
或作諸欲形
規以動其心

그러나 보살 마음 깨끗하고 맑으며
견고하여 움직이기 어려웠으니
보살은 모든 채녀 지껄이는 말 듣고
근심하지도 않고 기뻐하지도 않은 채
029_0643_c_15L菩薩心淸淨
堅固難可轉
聞諸婇女說
不憂亦不喜

곱절이나 싫어하는 생각을 내어
이것은 참으로 기괴하다 탄식했네.
모든 여자들 음욕의 마음
이와 같음을 비로소 알았네.
029_0643_c_16L倍生厭思惟
嘆此爲奇怪
始知諸女人
欲心盛如是

젊고 싱싱한 여색도 잠깐이어서
어느새 늙음ㆍ병듬ㆍ죽음으로 무너지는 것 모르나니
슬프다, 크게 미혹(迷惑)됨이여
어리석음이 그 마음 덮었구나.
029_0643_c_17L不知少壯色
俄頃老死壞
哀哉此大惑
愚癡覆其心

늙고ㆍ병들고ㆍ죽음을 마땅히 생각하여
밤낮으로 쉬지 않고 열심히 노력하라.
칼날이 내 목에 다다라 있거늘
어떻게 오히려 웃으며 즐기랴.
029_0643_c_19L當思老病死
晝夜勤勖勵
鋒刃臨其頸
如何猶嬉笑

남이 늙고 병들고 죽는 것 보고도
제 몸을 돌아보아 살펴볼 줄 모르면
이는 곧 흙이나 나무로 만든 사람이니
어찌 마음에 생각인들 있으랴.
029_0643_c_20L見他老病死
不知自觀察
是則埿木人
當有何心慮

빈 벌판의 두 그루 나무가
꽃과 잎이 다 함께 무성하다가
한 그루 이미 베어져 나가도
다른 하나는 두려움을 모르듯
029_0643_c_21L如空野雙樹
華葉俱茂盛
一已被斬伐
第二不知怖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
생각 없음 또한 그와 같구나.
그때에 우타이가
태자 앞에 이르렀다네.
029_0643_c_23L此等諸人輩
無心亦如是
爾時優陁夷
來至太子所
029_0644_a_01L
고요히 앉아 선정[禪思]에 들어
마음에 5욕(欲)의 생각 없는 것 보고
곧 태자에게 말하였네.
“일찍이 아들의 좋은 벗 되어 달라는
대왕의 명령을 받았기에
이제 마땅히 정성된 말 올립니다.
029_0644_a_01L見宴默禪思
心無五欲想
卽白太子言
大王先見勅
爲子作良友
今當奉誠言

참된 벗에는 세 종류가 있으니
첫째는 이익되지 않는 것 없애 주고
둘째는 남에게 이익된 일 만들어 주며
셋째는 어려울 때 버리지 않는 것이네.
029_0644_a_03L朋友有三種
能除不饒益
成人饒益事
遭難不遺棄

나는 이미 착한 벗이라 불렸으니
장부의 의리를 저버리고
품은 생각 다 말하지 않으면
어떻게 세 가지 유익한 친구라 하리라.
029_0644_a_04L我旣名善友
棄捨丈夫義
言不盡所懷
何名爲三益

그러므로 이제 참된 말 설하여
충성스런 내 마음을 나타내려 하네.
나이는 한창 젊은 때이고
얼굴과 몸도 덕을 충분히 갖추었거늘
029_0644_a_06L今故說眞言
以表我丹誠
年在於盛時
容色德充備

이제 여자를 소중히 여기지 않으면
그것은 훌륭한 사람의 도리가 아니다.
설령 진실로 그런 마음 없더라도
마땅히 방편으로 받아들여야 하리.
029_0644_a_07L不重於女人
斯非勝人體
正使無實心
宜應方便納

부드럽고 겸손한 마음을 내어
그 생각을 수용해 따르라.
애욕으로 교만만 늘리는 것
여자보다 더한 것 전혀 없다네.
029_0644_a_08L當生軟下心
隨順取其意
愛欲增憍慢
無過於女人

우선 지금은 마음에 어긋난다 해도
법의 방편을 따라야 하리.
여자를 따르면 마음이 즐겁고
따르는 것 자체가 장엄거리 된다네.
029_0644_a_10L且今心雖背
法應方便隨
順女心爲樂
順爲莊嚴具

만일 사람으로서 순리를 거스르면
꽃과 열매 없는 나무와 같으리니
어찌하여 그대로 따라야 하는가
그 일을 거두어 받으려 함이라네.
029_0644_a_11L若人離於順
如樹無花果
何故應隨順
攝受其事故

얻기 힘든 경계를 이미 얻었거늘
가볍게 생각하지 말아야 하네.
애욕은 가장 제일가는 것으로
하늘도 그것을 잊지 못했고
저 제석왕(帝釋王)도
구담(瞿曇) 선인의 아내와 사통(私通)했네.
029_0644_a_12L已得難得境
勿起輕易想
欲爲最第一
天猶不能忘
帝釋尚私通
瞿曇仙人妻

아가타(阿伽陀) 선인이
오랜 세월 고행을 닦았던 것은
천후(天后)를 구하기 위함이었으나
끝내 그 소원의 결실을 이루지 못하였으며
029_0644_a_14L阿伽陁仙人
長夜脩苦行
爲以求天后
而遂願不果

바라타(婆羅墮) 선인이나
저 월천자(月天子)나
바라사(婆羅舍) 선인
그리고 가빈사라(迦賓闍羅)들
029_0644_a_16L婆羅墮仙人
及與月天子
婆羅舍仙人
與迦賓闍羅

이러한 많은 무리들도
모두 여자 때문에 무너졌나니
하물며 지금은 자기의 경계이거늘
어떻게 능히 즐기지 않으리.
029_0644_a_17L如是比衆多
悉爲女人壞
況今自境界
而不能娛樂

과거 세상에 덕(德)의 종자 심었기에
이제 이 묘한 많은 갖춤 얻었네.
세상 사람들 모두 즐겨 집착하건만
그대 마음은 도리어 반기지 않는구나.”
029_0644_a_18L宿世殖德本
得此妙衆具
世閒皆樂著
而心反不珍

그때에 왕의 태자(太子)는
친구 우타이(優陀夷)의
달콤한 말과 능란한 말솜씨로
세간의 모습을 말하는 것 들었네.
029_0644_a_20L爾時王太子
聞友優陁夷
甜辭利口辯
善說世閒相

우타이에게 대답하였네.
“그대 성심으로 말하는 것 들었다.
내가 이제 너에게 설명하리니
우선 유의하여 자세히 들으라.
029_0644_a_21L答言優陁夷
感汝誠心說
我今當語汝
且復留心聽

내 묘한 경계를 업신여긴다거나
또한 세상 즐거움 모르는 것 아니다.
다만 저 덧없는 모양 보았기에
근심스런 마음 내는 것이다.
029_0644_a_22L不薄妙境界
亦知世人樂
但見無常相
故生患累心
029_0644_b_01L
만일 그 법이 항상 존재하는 것이라서
늙음ㆍ병듦ㆍ죽음의 괴로움 없다면
나도 또한 마땅히 그 즐거움을 누려
끝내 싫어하여 떠나려는 마음 없으리.
029_0644_b_01L若此法常存
無老病死苦
我亦應受樂
終無厭離心

만일 모든 여색(女色)으로 하여금
끝까지 쇠하거나 변함 없게 한다면
애욕이 비록 허물이 되더라도
오히려 사람 정(情)을 머물 수 있으리라.
029_0644_b_02L若令諸女色
至竟無衰變
愛欲雖爲過
猶可留人情

사람에게는 늙음ㆍ병듦ㆍ죽음이 있어
자기 자신도 즐거울 것 없겠거늘
어찌 하물며 다른 사람에 대해
물들어 집착하는 마음을 내랴.
029_0644_b_03L人有老病死
彼應自不樂
何況於他人
而生染著心

항상함 없는 5욕의 경계는
자기 자신도 또한 그러하나니
그런데 사랑하고 즐거워하는 마음 내면
그것은 곧 짐승과 다름없으리.
029_0644_b_05L非常五欲境
自身俱亦然
而生愛樂心
此則同禽獸

네가 모든 신선들을 끌어들여
5욕 익혀 집착하게 하였더라도
그들은 곧 싫어하고 근심해야만 했거늘
애욕을 익힘으로 멸망하고 말았다네.
029_0644_b_06L汝所引諸仙
習著五欲者
彼卽可厭患
習欲故磨滅

또 훌륭한 선비라고 칭송 듣는 이들도
5욕의 경계에 집착하여 좋아하다가
그들도 또한 함께 멸망하고 말았나니
저들은 실로 훌륭하지 못한 줄 알아야 하네.
029_0644_b_07L又稱彼勝士
樂著五欲境
亦復同磨滅
當知彼非勝

만일 거짓으로 방편을 말해
그들을 따르고 가까이하게 하면
그 익힘은 곧 진실로 물들어 집착한 것
어떻게 방편이라 이름하겠는가.
029_0644_b_09L若言假方便
隨順習近者
習則眞染著
何名爲方便

허망하고 거짓됨 따르는 일들
나는 그런 일은 하지 않나니
진실로 그대로 따르는 사람은
그것을 곧 그릇된 법이라 하네.
029_0644_b_10L虛誑僞隨順
是事我不爲
眞實隨順者
是則爲非法

이 마음을 억제하기 어려워
일을 따르면 곧 집착 생기고
집착하면 허물을 보지 못하나니
어떻게 방편이라 하여 따를 것인가.
029_0644_b_11L此心難裁抑
隨事卽生著
著則不見過
如何方便隨

순리를 따르다가 마음이 어그러졌다는
이런 이치를 나는 보지 못하였네.
이와 같이 늙음ㆍ병듦ㆍ죽음은
큰 괴로움이 쌓인 덩어리이니.
029_0644_b_13L處順而心乖
此理我不見
如是老病死
大苦之積聚

나를 그 가운데 떨어지게 하는 것
그것은 착한 벗의 말이 아니다.
아아, 불쌍하구나. 우타이여
참으로 간담이 크다 하겠구나.
029_0644_b_14L令我墜其中
此非知識說
嗚呼優陁夷
眞爲大肝膽

남[生]ㆍ늙음ㆍ병듦ㆍ죽음의 근심
그 괴로움 너무도 두려운 것이어서
눈에 보이는 것 모두 다 썩는 데도
거기에서 오히려 즐거움을 좇는구나.
029_0644_b_15L生老病死患
此苦甚可畏
眼見悉朽壞
而猶樂追逐

나는 이제 고달프고 힘도 빠졌고
마음 또한 옹졸하고 비좁아졌네.
늙음ㆍ병듦ㆍ죽음을 가만히 생각하면
언제 들이닥칠지 예측할 수가 없어
밤낮으로 잠자는 일도 잊고 있나니
무슨 경황에 5욕을 즐길 건가.
029_0644_b_17L今我至儜劣
其心亦狹小
思惟老病死
卒至不預期
晝夜忘睡眠
何由習五欲

늙음ㆍ병듦ㆍ죽음은 불꽃 같아서
결정코 이를 것임은 뻔한 일이거늘
오히려 걱정할 줄 모른다면
참으로 목석(木石)의 마음이라 하리라.”
029_0644_b_19L老病死熾然
決定至無疑
猶不知憂慼
眞爲木石心

태자는 우타이를 위하여
여러 가지 교묘한 방편으로써
애욕의 깊은 근심 설명하느라
어느새 날 저문 줄 알지 못하였네.
029_0644_b_20L太子爲優陁
種種巧方便
說欲爲深患
不覺至日暮

그때 모든 채녀들은
풍류며 갖가지 장엄거리들
그 모든 것 아무 데도 쓸 데 없어
부끄러워하며 성(城)으로 되돌아갔다네.
029_0644_b_21L時諸婇女衆
伎樂莊嚴具
一切悉無用
慚愧還入城
029_0644_c_01L
태자가 그 동산 수풀을 보자
갖가지 장신구들은 못쓰게 되고
기녀들도 모두 다 되돌아가니
그 장소 텅텅 비어 적막하였다.
덧없다는 생각 갑절이라 더하여
머리 숙인 채 본궁(本宮)으로 돌아갔다네.
029_0644_b_23L太子見園林
莊嚴悉休廢
伎女盡還歸
其處盡虛寂
倍增非常想
俛仰還本宮

아버지인 왕은 그 태자가
5욕에 대한 마음 끊어졌단 말 듣고
못내 걱정하고 괴로워함이
예리한 칼날이 심장을 도려내는 듯 했네.
029_0644_c_02L父王聞太子
心絕於五欲
極生大憂苦
如利刺貫心

모든 신하를 곧바로 불러들여
어떤 방법을 써야 할까 묻자
모두들 말하기를 5욕의 즐거움으론
태자 마음 붙들 수 없다 하였네.
029_0644_c_03L卽召諸群臣
問欲設何方
咸言非五欲
所能留其心

5. 출성품(出城品)
029_0644_c_04L佛所行讚出城品第五

왕은 다시 갖가지의
묘하고 훌륭한 5욕거리 더하여
낮이나 밤이나 오락으로써
태자 마음 즐겁게 하려 하였네.
029_0644_c_05L王復增種種
勝妙五欲具
晝夜以娛樂
冀悅太子心

그럴수록 태자는 더욱 싫어해
끝끝내 사랑하고 즐길 마음 없어지고
다만 나고 죽는 괴로움 생각하기
마치 화살 맞은 사자(師子) 같았네.
029_0644_c_07L太子深厭離
了無愛樂情
但思生死苦
如被箭師子

왕은 모든 대신과
귀족의 명문 자제들로서
나이 젊고 출중한 용모에
총명하고 슬기롭고 예의를 아는 자로
029_0644_c_08L王使諸大臣
貴族名子弟
年少勝姿顏
聰慧執禮儀

낮이나 밤이나 같이 놀고 머물며
태자의 마음 잡게 하였는데
이렇게 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왕에게 다시 나가 놀기 아뢰었네.
029_0644_c_09L晝夜同遊止
以取太子心
如是未幾時
啓王復出遊

잘 길들인 준마(駿馬)를 타고
여러 가지 보배로 장엄 갖추고
모든 귀족 자제들에 둘러싸여
다 함께 성밖으로 달려나갔네.
029_0644_c_11L服乘駿足馬
衆寶具莊嚴
與諸貴族子
圍遶俱出城

비유하면 마치 네 가지 꽃이
햇빛 비출 때 만발한 것처럼
태자의 싱그러운 풍경에
따르는 행렬들 그 광명 입었어라.
029_0644_c_12L譬如四種華
日照悉開敷
太子耀神景
羽從悉蒙光

성을 나가 동산으로 행차할 때
새로 낸 길 넓고도 편편했네.
나무마다 꽃과 열매 무성하니
마음이 즐거워 돌아가는 것도 잊었네.
029_0644_c_13L出城遊園林
修路廣且平
樹木花菓茂
心樂遂忘歸

그러다 길가에서 밭가는 농부가
흙을 뒤칠 때 온갖 벌레 죽어감을 보고
태자 마음에 가엾은 생각 들어
바늘로 찌르는 듯 가슴 아팠네.
029_0644_c_15L路傍見耕人
墾壤殺諸虫
其心生悲惻
痛踰刺貫心

게다가 그 밭가는 농부를 보니
일에 시달려 몸은 여의고
흐트러진 머리칼에 땀을 흘리며
온몸은 흙먼지를 뒤집어썼고
밭가는 소도 또한 지쳐서
혀를 빼물고 헐떡거렸네.
029_0644_c_16L又見彼農夫
勤苦形枯悴
蓬髮而流汗
塵土坌其身
耕牛亦疲困
吐舌而急喘

자비한 성품 지닌 태자는
가엾게 여기는 마음 지극하여서
개연(慨然)히 길게 탄식하며
말에서 몸을 내려 맨땅에 앉으셨네.
029_0644_c_18L太子性慈悲
極生憐愍心
慨然興長歎
降身委地坐

이러한 온갖 괴로움 관찰하시고
나고 멸하는 법 생각할 때
슬프다, 모든 세상 사람들
어리석고 미련하여 깨닫지 못하다니.
029_0644_c_19L觀察此衆苦
思惟生滅法
嗚呼諸世閒
愚癡莫能覺

여러 사람들을 위로하면서
제각기 마음대로 앉게 하시고
스스로는 염부(閻浮) 나무 그늘에
단정히 앉아 바른 생각하였네.
029_0644_c_21L安慰諸人衆
各令隨處坐
自蔭閻浮樹
端坐正思惟

나고 죽음과 생하고 멸함
덧없이 변하는 것 관찰할 때
마음이 안정되어 동요 없으며
5욕은 구름처럼 사라져 버렸네.
029_0644_c_22L觀察諸生死
起滅無常變
心定安不動
五欲廓雲消
029_0645_a_01L
거친 생각과 미세한 생각 있는
첫 번째 무루선(無漏禪)에 들어가
욕심 여의자 기쁨과 즐거움 생겨
삼마제(三摩提)를 정수(正受)했네.
029_0644_c_23L有覺亦有觀
入初無漏禪
離欲生喜樂
正受三摩提

늙음ㆍ병듦ㆍ죽음으로, 무너지는 것
이 세간은 참으로 고달프고 괴롭다.
몸이 맞도록 큰 괴로움 받건마는
사람들은 스스로 깨닫지 못하고서
남의 늙음ㆍ병듦ㆍ죽음만 싫어하나니
이야말로 커다란 근심거리 아닌가.
029_0645_a_02L世閒甚辛苦
老病死所壞
終身受大苦
而不自覺知
厭他老病死
此則爲大患

내 이제 훌륭한 법 찾고 있나니
마땅히 세상 사람과는 같지 않아서
스스로 늙음ㆍ병듦ㆍ죽음에 얽매인 채
도리어 다른 사람 미워하네.
029_0645_a_04L我今求勝法
不應同世閒
自嬰老病死
而反惡他人

이것은 진실한 관찰이니
젊은 육체와 힘과 또 목숨
새록새록 바뀌어 잠시도 머물지 않고
마침내 멸해 없어지는 존재로 돌아간다네.
029_0645_a_05L如是眞實觀
少壯色力壽
新新不蹔停
終歸磨滅法

기뻐하거나 근심하지도 않고
의심하거나 어지럽지도 않으며
빠져들거나 욕심에 집착하지도 않고
무너지거나 그것을 혐오하지 않으며
고요하고 편안해 모든 번뇌를 여의니
지혜의 광명 갈수록 밝아지네.
029_0645_a_06L不喜亦不憂
不疑亦不亂
不眠不著欲
不壞不嫌彼
寂靜離諸蓋
慧光轉增明

그때 저 정거천왕(淨居天王)은
비구의 모습으로 변화하여
태자가 있는 곳으로 다가가자
태자는 일어나 공손히 맞이하며 물었네.
029_0645_a_08L爾時淨居天
化爲比丘形
來詣太子所
太子敬起迎

“그대는 누구시오.”
“나는 출가한 사문(沙門)인데
늙음ㆍ병듦ㆍ죽음을 싫어하여
출가하여 해탈(解脫)을 구한답니다.
029_0645_a_10L問言汝何人
答言是沙門
畏厭老病死
出家求解脫

중생들 늙고 병들고 또 죽으며
변하여 무너짐이 잠시도 쉬지 않나니
그러므로 나는 항상하고 즐거우며
남[生]도 없고 멸함[滅]도 없음 구하고 있습니다.
029_0645_a_11L衆生老病死
變壞無蹔停
故我求常樂
無滅亦無生

원수든 친한 이든 평등한 마음으로 대하고
재물이나 색(色)을 구하는 일에 애쓰지 않네.
편안한 곳은 오직 산림(山林)뿐으로
텅 비고 고요하여 경영할 것 없다네.
029_0645_a_12L怨親平等心
不務於財色
所安唯山林
空寂無所營

티끌 같은 생각 이미 쉬었고
쓸쓸히 공한(空閑)한 곳에 의지하여
정밀하거나 거친 것 가리지 않고
구걸한 것으로 이 몸을 지탱합니다.”
029_0645_a_14L塵想旣已息
蕭條倚空閑
精麤無所擇
乞求以支身

그리고 그는 곧 태자 앞에서
허공을 날아 멀리 사라져 버렸다.
태자는 못내 마음으로 기뻐하여
오직 과거의 부처만을 생각하였네.
029_0645_a_15L卽於太子前
輕擧騰虛逝
太子心歡喜
惟念過去佛

그런 위의(威儀)를 건립(建立)하더니
그가 남겨준 모습 그제서야 보았네.
그는 단정히 앉아 깊이 생각하다가
곧 바른 법에 대한 생각 얻었다네.
029_0645_a_16L建立此威儀
遺像見於今
端坐正思惟
卽得正法念

‘마땅히 어떤 방편을 써야
소원대로 집을 나갈 수 있을까.’
정(情)을 거두고 모든 감관[根]을 억제하고
천천히 일어나 성으로 들어갔다네.
029_0645_a_18L當作何方便
遂心長出家
斂情抑諸根
徐起還入城

모든 권속들 뒤를 따르며
부디 머물러 멀리 가지 말라 하니
마음속에 가엾은 생각 일어나
장차 세상 밖으로 벗어나려 하였네.
029_0645_a_19L眷屬悉隨從
謂止不遠逝
內密興愍念
方欲超世表

몸은 비록 길을 따라 돌아가지만
마음은 실로 산림(山林)에 머무르니
마치 매어 있는 미친 코끼리가
늘 넓은 들판만 생각하듯 하였네.
029_0645_a_20L形雖隨路歸
心實留山林
猶如繫狂象
常念遊曠野

그때 태자가 성으로 들어가니
남자와 여자들은 길가에서 맞이했네
노인들은 아들 삼기 희망하고
젊은 여자들 아내 되기 희망했네.
029_0645_a_22L太子時入城
士女挾路迎
老者願爲子
少願爲夫妻

혹은 형이나 아우 되기 바라고
모든 친척이나 권속 되기 소원했네.
만일 소원대로 따라 주면
모든 집착과 희망을 끊으리라 했네.
029_0645_a_23L或願爲兄弟
諸親內眷屬
若當從所願
諸集悕望斷
029_0645_b_01L
태자는 마음으로 매우 기뻐했으니
문득 집착 끊는다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네.
만일 소원대로 따라 준다면
이 원은 반드시 이루어지리라.
이렇게 쌓인 즐거움 끊기를 깊이 생각하면서
열반을 향한 마음 더욱 더했네.
029_0645_b_01L太子心歡喜
忽聞斷集聲
若當從所願
斯願要當成
深思斷集樂
增長涅槃心

몸은 금산(金山) 봉우리 같고
통통한 팔은 코끼리 코와 같으며
그 음성은 봄날의 우렛소리 같고
검푸른 눈은 커다란 소 눈에 비길레라.
029_0645_b_03L身如金山峯
傭臂如象手
其音若春雷
紺眼譬牛王

다함 없는 법으로 마음을 삼고
보름달 빛처럼 빛나는 얼굴에
사자왕의 걸음걸이로
천천히 걸어 본궁으로 들어갔네.
029_0645_b_05L無盡法爲心
面如滿月光
師子王遊步
徐入於本宮

마치 제석의 아들과 같이
마음으로 공경하고 몸도 공손히
부왕의 처소로 나아가
머리 조아려 문안 올리고
다시 나고 죽음의 두려움 아뢰어
출가하게 해달라고 간절하게 청하였네.
029_0645_b_06L猶如帝釋子
心敬形亦恭
往詣父王所
稽首問和安
幷啓生死畏
哀請求出家

“이 모든 세간은
만나면 반드시 헤어지나니
그러므로 원컨대 이 집을 떠나
진정한 해탈을 구하려 하나이다.”
029_0645_b_08L一切諸世閒
合會要別離
是故願出家
欲求眞解脫

부왕은 출가한다는 말을 듣고서
마음이 크게 두려워 벌벌 떠니
마치 커다란 미친 코끼리가
작은 나뭇가지를 흔드는 것 같았네.
029_0645_b_09L父王聞出家
心卽大戰懼
猶如大狂象
動搖小樹枝

곧 앞으로 나아가 태자 손 잡고
눈물을 흘리면서 타일러 말하였다네.
“부디 그런 말 그만 두어라.
아직 법에 귀의할 때가 아니다.
젊을 때엔 마음이 항상 흔들려
행하는 일마다 잘못 많단다.
029_0645_b_11L前執太子手
流淚而告言
且止此所說
未是依法時
少壯心動搖
行法多生過

기특한 저 5욕의 경계에
마음이 아직 떠나지 못했다면
비록 집을 나가 고행을 닦더라도
능히 마음을 결정하지 못하리라.
029_0645_b_13L奇特五欲境
心尚未厭離
出家修苦行
未能決定心

텅 비고 고요한 넓은 들에서
마음이 아직 적멸(寂滅)하지 못했다면
네 마음에 비록 법을 좋아하더라도
나의 이 시기만은 아직 못하리니.
029_0645_b_14L空閑曠野中
其心未寂滅
汝心雖樂法
未若我是時

너는 마땅히 나라 일 맡아 다스리고
나로 하여금 먼저 출가케 하라.
아비를 버리고 후사를 끊는 것
그것은 곧 올바른 법이 아니라네.
029_0645_b_15L汝應領國事
令我先出家
棄父絕宗嗣
此則爲非法

부디 출가할 마음을 접고
세간 법 받아 익혀서
안락하고 좋은 이름 널리 퍼뜨리고
그런 뒤에 출가함이 마땅하리라.”
029_0645_b_17L當息出家心
受習世閒法
安樂善名聞
然後可出家

태자는 다시 공손한 말로
그 부왕에게 아뢰었다네.
“오직 네 가지 일만 보전할 수 있다면
마땅히 출가할 마음을 접겠습니다.
029_0645_b_18L太子恭遜辭
復啓於父王
惟爲保四事
當息出家心

저의 목숨 보전하여 영원히 살고
병 없고 또 늙어 쇠하지 않으며
모든 살림살이 모자라지 않는다면
명령대로 출가를 그만두겠습니다.”
029_0645_b_19L保子命常存
無病不衰老
衆具不損減
奉命停出家

부왕이 태자에게 타일렀다.
“너는 부디 그런 말하지 말라.
그와 같은 네 가지 일을
누가 능히 보전해 없앨 수 있겠는가.
029_0645_b_21L父王告太子
汝勿說此言
如此四事者
誰能保令無

네가 만일 네 가지 원 구한다면
정녕 남의 웃음거리 될 것이니
우선 집을 떠날 마음 그치고
다섯 가지 욕락을 받아 즐기라.”
029_0645_b_22L汝求此四願
正爲人所笑
且停出家心
服習於五欲
029_0645_c_01L
태자는 다시 왕에게 아뢰었다.
“네 가지 원을 보전할 수 없다면
아들의 집 떠남을 허락하시고
부디 만류하여 그만두게 하지 마소서.
029_0645_b_23L太子復啓王
四願不可保
應聽子出家
願不爲留難

아들은 지금 불붙은 집에 있거늘
어찌하여 나가는 것 허락하지 않습니까.
헤어져 갈라짐은 평범한 이치이거늘
어찌하여 구함을 허락하지 않습니까?
029_0645_c_02L子在被燒舍
如何不聽出
分析爲常理
孰能不聽求

행여 저절로 닳아 없어질 것이라면
법으로써 여윔만 못하리니
만약 법으로써 여의지 못한다면
죽음이 닥쳐올 때 뉘 능히 보전하리라.”
029_0645_c_03L脫當自磨滅
不如以法離
若不以法離
死至孰能持

부왕은 아들의 마음이
결정코 움직일 수 없는 것 알고
단지 온 힘을 다해 만류해볼 뿐
더 이상 여러 말을 하지 않았네.
029_0645_c_04L父王知子心
決定不可轉
但當盡力留
何須復多言

다시 모든 채녀들을 늘려
묘한 5욕의 즐거움을 더하고
낮이나 밤이나 힘써 막고 감시해
기어이 집을 나가지 못하게 하였네.
029_0645_c_06L更增諸婇女
上妙五欲樂
晝夜苦防衛
要不令出家

온 나라의 모든 신하들
태자 있는 곳에 나아가
널리 모든 예법을 본보기로 들어
왕의 명령 따르기를 권유하였네.
029_0645_c_07L國中諸群臣
來詣太子所
廣引諸禮律
勸令順王命

태자는 그 부왕이
비통해 눈물짓는 것 보고
우선 본궁으로 돌아와서
단정히 앉아 묵묵히 생각했네.
029_0645_c_08L太子見父王
悲感泣流淚
且還本宮中
端坐默思惟

궁중의 모든 채녀들
가까이서 둘러싸 모시고
안색을 엿보아 살피면서
잠깐도 한 눈 팔지 않았네.
029_0645_c_10L宮中諸婇女
親近圍遶侍
伺候瞻顏色
矚目不蹔瞬

마치 가을 숲 속의 사슴이
사냥꾼을 처연히 지켜보듯 하였으니
저 태자의 단정한 얼굴은
마치 진금산(眞金山)과 같았네.
029_0645_c_11L猶若秋林鹿
端視彼獵師
太子正容貌
猶若眞金山

기녀들 모두 우러러 살피면서
분부 받들어 말과 얼굴 엿보며
조심하여 그 마음 살핌이
마치 저 숲 속의 사슴 같았네.
029_0645_c_12L伎女共瞻察
聽教候音顏
敬畏察其心
猶彼林中鹿

그리하여 차츰차츰 날이 저물어
태자가 어두운 방 안에 있으면
그 광경 더욱더 빛나고 밝아
해가 수미산(須彌山)을 비추는 것 같았네.
029_0645_c_14L漸已至日暮
太子處幽夜
光明甚輝耀
如日照須彌

일곱 가지 보배로 된 자리에 앉아
오묘한 전단(栴檀)향을 피우고
채녀들은 그를 둘러싸고
건달바(犍撻婆)는 음악을 연주하니
마치 저 비사문자(毘沙門子)의
온갖 묘한 하늘 음악 소리 같았네.
029_0645_c_15L坐於七寶座
薰以妙栴檀
婇女衆圍繞
奏犍撻婆音
如毘沙門子
衆妙天樂聲

그러나 태자의 마음 속 생각은
멀리 떠나는 즐거움이 제일이라
아무리 묘한 음악 연주해 봐도
태자 마음엔 관심 없었네.
029_0645_c_17L太子心所念
第一遠離樂
雖作衆妙音
亦不在其懷

그때 저 정거천자(淨居天子)는
마침내 태자가 때가 되면
결정코 집을 떠날 줄 알고
갑자기 사람으로 변해 내려와
029_0645_c_18L時淨居天子
知太子時至
決定應出家
忽然化來下

그 모든 기녀들을 제압하여
깊은 잠에 빠지게 하였으니
온몸을 제대로 추스르지 못하여
저마다 추한 꼴을 제멋대로 드러냈네.
029_0645_c_20L厭諸伎女衆
悉皆令睡眠
容儀不斂攝
委縱露醜形

정신 없이 잠이 들어 엎어지고 자빠졌고
악기는 가로 세로 어지럽게 흩어졌으며
혹은 곁에 기대고 혹은 뒤척이며
더러는 또 못물에 던져진 듯하였네.
029_0645_c_21L惛睡互低仰
樂器亂縱撗
傍倚或反側
或復似投深

영락(瓔珞)은 끌리는 사슬 같았고
치마 저고리는 온몸을 얽었으며
거문고 안고 땅에 쓰러진 모습
마치 형벌을 받는 사람 같았네.
029_0645_c_22L纓絡如曳鎖
衣裳絞縛身
抱琴而偃地
猶若受苦人
029_0646_a_01L
누렇고 푸른 옷 여기저기 흩어져
마치 가니(迦尼)꽃이 꺾여진 듯하였고
선 채로 벽에 기대 잠자는 모양
마치 각궁(角弓)을 걸어 놓은 듯하였네.
029_0646_a_01L黃綠衣流散
如摧迦尼華
縱體倚壁眠
狀若懸角弓

혹은 손으로 바라지창[牕牖] 부여잡으니
마치 목매 죽은 송장 같았고
신음소리 자주 내고 길게 하품하며
가위눌려 소리치고 침과 눈물 흘리고
흐트러진 머리카락 추한 꼴 드러냄이
마치 미친 사람 보는 듯하였네.
029_0646_a_02L或手攀窗牖
如似絞死尸
頻呻長欠㰦
魘呼涕流涎
蓬頭露醜形
見若顚狂人

화만(華鬘)은 드리워져 얼굴 가리고
혹 얼굴을 땅에 묻으며
몸 일으켜 흔들어대는 모습
마치 저 독요조(獨搖鳥)와 같았네.
029_0646_a_04L華鬘垂覆面
或以面掩地
或擧身戰掉
猶若獨搖鳥

몸을 맡겨 서로 베게로 삼고
손발을 서로 포갠 채
얼굴 찡그리고 미간 찌푸리며
눈은 감았으되 입은 벌어지고
갖가지로 흩어진 몸 어지러움이
마치 송장이 널린 듯 낭자하였네.
029_0646_a_05L委身更相枕
手足互相加
或嚬慼皺眉
或合眼開口
種種身散亂
狼藉猶撗尸

그때 태자는 단정히 앉아
모든 채녀(婇女)를 관찰하였다.
‘아까는 그렇게 단정하고 엄숙하며
지껄이고 웃으며 마음으로 아첨하고
029_0646_a_07L時太子端坐
觀察諸婇女
先皆極端嚴
言笑心諂黠

아리따운 자태로 아양떨더니
지금은 모두 추하고 더럽기 그지없다.
여자의 본 성품이 이러하거늘
어떻게 친하고 가까이 하리라.
029_0646_a_09L妖豔巧姿媚
而今悉醜穢
女人性如是
云何可親近

목욕하고 거짓으로 꾸미고 단장하여
남자 마음 속이고 유혹하는 것
나는 벌써 깨달아 알았나니
결정코 출가할 일 망설일 것 없으리.’
029_0646_a_10L沐浴假緣飾
誑惑男子心
我今已覺了
決定出無疑

그때 정거천왕이
하늘에서 내려와 대문을 활짝 여니
태자는 그제서야 천천히 일어나
모든 채녀 사이를 빠져나갔네.
029_0646_a_11L爾時淨居天
來下爲開門
太子時徐起
出諸婇女閒

안 궁전에서 머뭇거리다가
차닉(車匿)을 불러 분부하였네.
“지금 내 마음 너무도 간절해
감로의 샘물 마시려 하나니
말에 안장 얹어 시급히 끌고 오라
죽지 않는 곳으로 가려 하노라.”
029_0646_a_13L踟躕於內閣
而告車匿言
吾今心渴仰
欲飮甘露泉
被馬速牽來
欲至不死鄕

스스로 깨달아 마음을 결정하니
튼튼하고 굳은 맹세 장엄하였네.
채녀들 본래는 단아하고 바르더니
지금은 모두 추한 모습 보이네.
029_0646_a_15L自知心決定
堅固誓莊嚴
婇女本端正
今悉見醜形

아까는 대문도 잠겨 있더니
지금은 어느새 활짝 열렸네.
이렇게 모든 상서로운 모양 보나니
제일의(第一義)의 통발[筌]이어라.
029_0646_a_16L門戶先關閉
今已悉自開
觀此諸瑞相
第一義之筌

차닉은 속으로 생각하였네.
‘마땅히 태자 명령 받들어야 하나
혹시라도 부왕이 알게 되면
분명 심하게 죄의 책임 물을 것이다.’
029_0646_a_17L車匿內思惟
應奉太子教
脫令父王知
復應深罪責

모든 하늘들 신통력[神力] 내어
어느새 말을 끌고 대령하였고
평평한 수레에 뛰어나게 좋은 말
온갖 보배로 아로새긴 안장을 갖추었네.
029_0646_a_19L諸天加神力
不覺牽馬來
平乘駿良馬
衆寶鏤乘具

높고 푸른 갈기와 긴 꼬리
굽은 등덜미에 짧은 털과 귀
사슴 가슴에 거위 모가지
넓고 둥근 이마에 표주박 코
029_0646_a_20L高翠長髦尾
局背短毛耳
鹿腹鵝王頸
額廣圓瓠鼻

용(龍) 목구멍에 가슴은 네모져
인기(驎驥)의 모양을 죄다 갖추었네.
태자는 말 목을 어루만지고
몸을 문지르면서 타일렀네.
029_0646_a_21L龍咽髖臆方
具足驎驥相
太子撫馬頸
摩身而告言

“부왕께서는 언제나 너를 타고
적군에게 나아가면 적군을 이겼는데
나는 이제 네 힘에 의지하여
저 멀리 감로(甘露) 나루 건너고자 하노라.
029_0646_a_23L父王常乘汝
臨歒輒勝怨
吾今欲相依
遠涉甘露津
029_0646_b_01L
싸움터에는 수많은 군사 있고
영광스런 사람에겐 친구들 많으며
장사들이 보배를 구했을 때에는
즐겁게 따르는 이 또한 많지만
029_0646_b_01L戰鬪多衆旅
榮樂多伴遊
商人求珍寶
樂從者亦衆

괴로움을 당해서는 좋은 벗 만나기 어렵고
법을 구할 때에는 친한 벗 적은 법.
만일 이 둘을 감당해낼 수 있는 벗이라면
마침내 이로움과 안락을 얻으리라.
029_0646_b_02L遭苦良友難
求法必寡朋
堪此二友者
終獲於吉安

내 이제 집을 떠나려는 것은
괴로워하는 중생들 건지기 위함이니
너도 지금 자신도 이익되게 하고
아울러 모든 중생들 건져야 하리.
029_0646_b_04L吾今欲出遊
爲度苦衆生
汝今欲自利
兼濟諸群萌

마땅히 있는 힘 남김없이 다하여
오래 달리되 피곤해 하지 말라.”
이렇게 타이른 뒤 천천히 말에 올라
고삐를 걷어잡고 이른 새벽 길 떠났네.
029_0646_b_05L宜當竭其力
長驅勿疲惓
勸已徐跨馬
理轡儵晨征

사람의 모습은 햇빛이 흐르는 듯하고
말의 모습은 흰 구름 떠오르는 듯하다.
몸단속하여 떨쳐 흔들리지 않고
기운을 막아 부르짖어 울지 않았네.
029_0646_b_06L人狀日殿流
馬如白雲浮
束身不奮迅
屛氣不噴鳴

네 신(神)이 달려와 발을 받치니
은밀하기 짝이 없어 소리가 없고
겹겹이 잠긴 단단한 저 궐문도
하늘신 신통력에 저절로 열렸네.
029_0646_b_08L四神來捧足
潛密寂無聲
重門固關鑰
天神令自開

경중(敬重)하기 아버지보다 더한 이 없고
사랑이 깊기로는 자식보다 더한 이 없으며
안이나 밖이나 모든 권속들
은애(恩愛)로 얽히고 얽혔으나
029_0646_b_09L敬重無過父
愛深莫踰子
內外諸眷屬
恩愛亦纏緜

정을 버리고 남겨둔 생각 없이
표연히 떨치고 성안을 빠져나가
더러운 진흙 속에서 피어난
맑고 깨끗한 연꽃 같은 눈으로
029_0646_b_10L遣情無遺念
飄然超出城
淸淨蓮花目
從淤泥中生

부왕이 계신 궁전을 바라보며
하직을 아뢰는 말을 하였네.
“남[生]ㆍ늙음ㆍ죽음을 벗어나지 못하면
영원히 이런 인연 속에서 노닐지 않으리.”
029_0646_b_12L顧瞻父王宮
而說告離篇
不度生老死
永無遊此緣

그러자 모든 하늘의 무리들과
허공의 용(龍)들과 귀신까지도
덩달아 기뻐하며 칭찬하였네.
“장하구나. 오로지 이것만이 참 진리라네.”
029_0646_b_13L一切諸天衆
虛空龍鬼神
隨喜稱善哉
唯此眞諦言

모든 하늘과 용과 귀신 무리들
얻기 어려운 마음 얻은 것 경하하고
제각기 자기 힘의 광명으로써
앞에서 인도해 그 밝음 도와주었네.
029_0646_b_14L諸天龍神衆
慶得難得心
各以自力光
引導助其明

사람이나 말의 마음 모두가 예리해
달려감이 유성(流星)과 같았네.
동녘 하늘 동트려면 아직도 멀었는데
어느새 3유순(由旬)을 나아갔다네.
029_0646_b_16L人馬心俱銳
奔逝若流星
東方猶未曉
已進三由旬
佛所行讚卷第一
乙巳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雕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