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029_0684_c_01L 찬집백연경(撰集百緣經) 제1권
029_0684_c_01L撰集百緣經卷第一

오(吳) 월지(月支) 우바새 지겸(支謙) 한역
029_0684_c_02L吳月支優婆塞支謙 譯

1. 보살수기품(菩薩授記品)
029_0684_c_03L菩薩授記品第一

1) 만현(滿賢) 바라문이 멀리서 부처님을 초청한 인연
029_0684_c_04L滿賢婆羅門遙請佛緣
부처님께서는 왕사성(王舍城)의 가란타죽림(迦蘭陀竹林)에 계셨다.
그때 저 남방에 만현(滿賢)이라는 한 바라문이 있었다. 그는 한량없고 헤아릴 수 없는 재보(財寶)를 지녀 마치 비사문천(毘沙門天)과 같은 큰 부호이면서, 또 덕과 믿음이 있어 현명하고 선하였다.
체성(體性)이 조화로워 도리에 따르며, 스스로도 이롭고 다른 사람을 이롭게 함으로써 온 중생들에 자비를 베푸는 것이 자식을 사랑하는 어머니와 같았다. 한편 이학(異學)들을 위해 큰 모임을 마련하되 항상 갖가지 음식을 준비하여 그 백천의 외도들을 공양하면서 범천(梵天)에 태어나기를 희망하였다.
그러던 차에 만현 바라문의 친구 한 사람이 왕사성으로부터 만현 바라문의 처소로 와서 불ㆍ법ㆍ승 3보(寶)가 가진 공덕을 찬탄하였다.
“명성이 멀리까지 떨치고 과거ㆍ현재ㆍ미래의 삼세에 통달하여 멀리 살피니, 이름이 바가바(婆伽婆)시다. 지금 왕사성 가란타 죽림에 계시면서 모든 하늘ㆍ용ㆍ야차ㆍ건달바와아수라ㆍ가루라ㆍ긴나라ㆍ마후라가의인비인(人非人) 무리에 둘러싸여 설법하시므로, 국왕ㆍ장자를 비롯한 모든 민중들이 다 정성껏 공양하여 존중 찬탄한다. 그 닦아 익힌 정밀하고 오묘한 법 맛이 온 세계에 두루하여 모두 우러러 흠모하지 않는 이가 없노라.”
029_0684_c_05L佛在王舍城迦蘭陁竹林時彼南方有一婆羅門名曰滿賢財寶無量可稱計似毘沙門天德信賢善體性調順自利利他慈愍衆生如母愛子於異學所施設大會種種餚膳常恒供養百千諸外道等悕望欲求生梵天上時彼滿賢有一親友從王舍城來詣彼國到滿賢所歎佛法僧所有功德名聲遠徹三達遐鑑名婆伽婆今在王舍城迦蘭陁竹林爲諸天夜叉揵闥婆阿修羅伽樓羅緊那羅摩睺羅伽人非人等國王長者及諸民衆皆共供養尊重讚歎彼所修習其味精妙遍于世界無不欽仰
029_0685_a_01L이때 바라문이 그의 친구로부터 부처님의 공덕을 찬탄함을 듣고 역시 깊은 신심을 내어 곧 높은 누각에 올라가서 손으로 향ㆍ꽃을 잡고 무릎을 세우고 꿇어앉아 합장하며 멀리 세존을 초청하면서 이렇게 염원하였다.
‘여래의 공덕이 이제 사실 그대로라면, 원하옵건대 제가 사르는 이 향의 기운이 왕사성에 두루 풍기고, 또 이 뿌리는 꽃이 허공에서 꽃 일산이 되어 부처님 정수리 위를 덮어 주소서.’
이렇게 서원을 세우자, 곧 향ㆍ꽃이 한꺼번에 변화를 일으켜 뿌리는 꽃은 꽃 일산이 되어 부처님 정수리 위를 덮고, 사르는 향은 연기가 왕사성에 두루 퍼지기 시작하였다.
029_0684_c_19L時婆羅門聞彼親友歎佛功德深生信敬尋上高樓手執香花長跪合掌遙請世尊作如是言如來今者實有功德使我所燒香氣馚馥遍王舍城幷所散花當佛頂上於虛空中變成花蓋作是誓已香花尋至當佛頂上變成花蓋香煙垂布遍王舍城
때마침 아난(阿難)이 이러한 신통 변화를 보고는 부처님 앞에 나아가서 아뢰었다.
“이 향의 구름이 어느 곳으로부터 오는 것입니까?”
029_0685_a_04L爾時阿難見斯變已前白佛言如此香雲爲從何來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남방에 금지(金地)란 국토가 있고 거기에 만현이라는 장자가 있는데, 저 장자가 멀리서 나와 또 여러 비구승들을 초청하는 것이니라. 내가 이제 그에게 가서 공양을 받겠으니, 너희들도 각자 신통으로 가서 초청에 응하도록 하여라.”
여러 비구들이 부처님의 분부를 받고는, 허공을 타고 그곳을 향해 출발하여 가까운 거리에 이르렀다. 부처님께서는 신통력으로 그 많은 비구들을 은신시킨 다음, 부처님 자신만이 발우를 가지고 만현 장자가 사는 곳에 나타나셨다.
이에 앞서 만현 장자는 이미 부처님께서 오신다는 소문을 듣고 5백여 무리를 거느린 채 각각 맛있는 음식을 가지고서 받들어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세존께서 32상(相)과 80종호(種好)로 마치 백천의 해처럼 광명을 비추면서 조용히 걸어오시는 그 위의를 보고는, 부처님 앞에 엎드려 예배하고 아뢰었다.
“잘 오셨습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을 가엾이 여기시어 오늘의 이 보시하는 음식을 받아 주시옵소서.”
029_0685_a_06L佛告阿難南方有國名曰金地彼有長者字曰滿賢遙請於我及比丘僧吾當往彼受其供養汝等各自皆乘神通往受彼請時諸比丘受佛勅已乘虛往彼去祠不遠佛以神隱千比丘唯現單己執持應器滿賢所爾時長者聞佛來至將五百徒衆各各齎持百味飮食奉迎如來見佛世尊三十二相八十種好光明暉曜如百千日安詳雅步威儀可觀前禮佛足善來世尊慈哀憐愍今見納受我等施食
029_0685_b_01L부처님께서 장자에게 말씀하셨다.
“장자여, 음식을 보시하려거든 이 발우에 가득 차게 해 주시오.”
이에 장자를 비롯한 저 5백여 무리들이 각자의 손에 가진 음식을 모아 부처님 발우 안에 넣었으나 그 발우를 가득 채울 수 없었으니, 모두들 찬탄하였다.
“기이하도다. 세존의 이 신통력이여.”
이 신통력으로 인하여 저 장자와 5백여 무리들의 마음이 곧 조복됨과 동시에 천 비구의 발우에도 음식이 가득 찼다. 그리고 모든 비구가 홀연히 앞에 나타나 부처님을 둘러쌌다.
그러자 저 장자가 전에 없었던 이 일을 보고 찬탄한 나머지 곧 온몸을 땅에 엎드려 예배하고 큰 서원을 세웠다.
‘원하옵건대 이 보시하는 음식의 선근 공덕으로 말미암아 미래세에 가서 눈 어두운 중생에게는 밝은 눈을 얻게 하고, 귀의할 데 없는 중생에게는 귀의할 곳을 얻게 하고, 구호를 받지 못한 중생에게는 구호를 얻게 하고, 해탈하지 못한 중생에게는 해탈하게 하고, 안온하지 못한 자에게는 안온하게 하고, 열반에 이르지 못한 자에게는 열반의 경지에 들어가게 하옵소서.’
이러한 서원을 세우자, 부처님께서 곧 빙그레 웃으시고, 입으로부터 다섯 빛깔의 광명을 놓아 온 세계에 두루 비추시니, 갖가지 빛깔이 부처님을 세 겹으로 둘러쌌다가 도로 부처님의 정수리로 들어갔다.
029_0685_a_17L佛告長者設欲施者投此鉢中及五百徒衆所齎飮食各手自投佛鉢中不能使滿奇哉世有是神力心卽調伏千比丘僧亦皆滿忽然現前繞佛世尊時彼長者歎未曾有卽便以身五體投地大誓願持此施食善根功德未來世盲冥衆生爲作眼目無歸依者作歸依無救護者爲作救護未解脫爲作解脫未安隱者爲作安隱涅槃者令入涅槃發是願已佛便微從其面門出五色光遍照世界種種色繞佛三帀還從頂入
이때 아난이 부처님 앞에 나아가 아뢰었다.
“여래께선 존중하시어 함부로 웃음을 나타내지 아니하셨거늘, 이제 빙그레 웃으심은 무슨 까닭이옵니까? 원하옵건대 세존께서 자세히 말씀해 주시옵소서.”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부나(富那:滿賢) 장자가 나에게 공양하는 것을 보았느냐?”
아난이 아뢰었다.
“그러하옵니다. 이미 보았나이다.”
“그가 미래세에 3아승기겁을 지나는 동안 보살행을 갖추어 대비심을 닦고, 6바라밀을 원만히 구족함으로써 마침내 성불하여 만연이란 명호를 얻어 그 한량없는 중생들을 다 제도할 것이다. 이런 까닭으로 웃었느니라.”
029_0685_b_06L爾時阿難前白佛言如來尊重不妄有笑何因緣今者微笑唯願世尊敷演解佛告阿難汝今頗見富那長者供養我不阿難白言唯然已見於未來過三阿僧祇劫具菩薩行修大悲滿足六波羅蜜當得成佛號曰滿過度衆生不可限量是故笑耳
부처님께서 이 만현의 인연을 말씀하실 때에 혹은 수다원(須陀洹)의 지위를, 혹은 사다함(斯陀含)의 지위를, 혹은 아나함(阿那含)의 지위를, 혹은 아라한(阿羅漢)의 지위를 얻은 자도 있으며, 혹은 벽지불(辟支佛)의 마음을 냈고, 혹은 위없는 보리심을 내는 자도 있었다.
029_0685_b_13L說是滿賢緣時有得須陁洹者斯陁含者阿那含者阿羅漢者有發辟支佛心者有發無上菩提心者
여러 비구들이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는,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하였다.
029_0685_b_16L爾時諸比丘聞佛所說歡喜奉行

2) 명칭(名稱)이라는 여인이 부처님을 초청한 인연
029_0685_b_17L名稱女請佛緣
029_0685_c_01L부처님께서는 비사리(毘舍離) 미후(獼猴)강 언덕의 중각강당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옷을 입고 발우를 가지고서 여러 비구들과 함께 성(城)에 들어가 걸식하기 시작하여 사자(師子)의 집에 도착하셨다.
때마침 사자 장자의 며느리인 명칭(名稱)이라는 여인이, 부처님의 위의와 그 몸을 장엄한 갖가지 상호(相好)를 보고 곧 시어머니 앞에 나아가 이렇게 말하였다.
“어떻게 저러한 몸매를 얻을 수 있습니까?”
시어머니가 대답하였다.
“너도 이제 더없는 광대한 마음을 내어 모든 공덕을 닦는다면 그와 같은 상호(相好)를 얻게 될 것이다.”
이 말을 들은 며느리는 곧 시어머니에게 허락을 받아 재물을 얻어서 부처님을 초청할 모든 음식 준비를 끝낸 다음, 갖가지 꽃을 가지고 부처님 정수리 위를 향해 뿌렸다. 그러자 그 꽃들이 허공에서 꽃 일산으로 변하여 부처님을 따라다니기도 하고 멈추기도 하였다.
029_0685_b_18L佛在毘舍離彌猴河岸重閣講堂時世尊著衣持鉢將諸比丘入城乞到師子家時彼長者有一兒婦曰名稱見佛威顏種種相好莊嚴其前白大家如此之身叵可得不卽答曰汝今若能修諸功德發於無上廣大心者亦可獲得所有相好彼兒婦聞此語已便從姑妐求索財設會請佛飯食已訖持種種花佛頂上在虛空中變成花蓋隨佛行
명칭 여인이 이 변화를 보고는 기쁨을 이기지 못하고 온몸을 땅에 엎드려 이러한 큰 서원을 세웠다.
‘원하옵건대, 이 공양의 공덕으로 말미암아 미래세에 가서 눈이 어두운 자에겐 밝은 눈을 얻게 하고, 귀의할 데 없는 자에겐 귀의할 곳을 얻게 하고, 구호를 받지 못한 자에겐 구호를 받게 하고, 해탈하지 못한 자에겐 해탈하게 하고, 안온하지 못한 자에겐 안온하게 하고, 열반에 이르지 못한 자에겐 열반의 경지에 들어가게 하소서.’
이에 세존께서 그 여인이 광대한 마음을 내는 것을 관찰하시자, 곧 빙그레 웃으시고 입으로부터 다섯 빛깔 광명을 놓아 온 세계를 두루 비추시니 갖가지 빛깔이 세 겹으로 부처님을 둘러쌌다가 도로 부처님의 정수리에 들어갔다.
029_0685_c_06L見是變已喜不自勝五體投地大誓願以此供養所作功德於未來盲冥衆生爲作眼目無歸依者作歸依無救護者爲作救護無解脫爲作解脫無安隱者爲作安隱涅槃者爲作涅槃爾時世尊觀彼女人發廣大心卽便微笑從其面門五色光遍照世界作種種色繞佛三還從頂入
그때 아난이 부처님 앞에 나아가 아뢰었다.
“여래께선 존중하시어 함부로 웃음을 나타내지 아니하셨거늘, 이제 빙그레 웃으심은 무슨 까닭이옵니까? 세존이시여, 알기 쉽게 자세히 말씀해 주시옵소서.”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저 명칭 여인이 나에게 공양하는 것을 보았느냐?”
아난이 아뢰었다.
“그러하옵니다. 이미 보았나이다.”
“이제 명칭 여인이 광대한 마음을 내었으니, 그 선근 공덕으로 말미암아 3아승기겁을 지나는 동안 보살행을 갖추어 대비심(大悲心)을 닦고 6바라밀을 원만히 구족 마침내 성불하여 보의(寶意)라는 명호로 한량없는 중생들을 제도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까닭으로 웃었느니라.”
029_0685_c_14L爾時阿難前白佛言來尊重不妄有笑有何因緣今者微唯願世尊敷演解說佛告阿難今見此名稱女人供養我不阿難白唯然已見今此名稱發廣大心根功德過三阿僧祇劫具菩薩行大悲心滿足六波羅蜜當得作佛曰寶意廣度衆生不可限量是故笑
부처님께서 이 명칭 여인의 인연을 말씀하실 때, 혹은 수다원의 지위를 얻을 자도 있고, 혹은 사다함의 지위를 얻은 자도 있고, 혹은 아나함의 지위를, 혹은 아라한의 지위를 얻은 자도 있으며, 혹은 벽지불의 마음을 내거나, 혹은 위없는 보리심을 내는 자도 있었다.
029_0685_c_22L佛說是名稱緣時有得須陁洹者斯陁含者阿那含者阿羅漢者有發辟支佛心者有發無上菩提心者
029_0686_a_01L여러 비구들이 부처님의 이 말씀을 듣고는, 모두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하였다.
029_0686_a_01L時諸比丘聞佛所說歡喜奉行

3) 게으름쟁이 난타(難陀)가 부처님을 뵙게 된 인연
029_0686_a_02L窳惰子難陁見佛緣
부처님께서는 사위국(舍衛國)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에 계셨다.
그때 저 성에 한량없는 재보를 가진 어떤 장자의 집에 외아들이 있었으니,이름을 난타(難陀)라고 하였는데, 게으르고 항상 잠자기를 좋아하여 걷거나 앉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러나 일반 사람들보다 매우 총명하여 침대에 누워 있어도 경론(經論)을 들은 대로 기억하여 널리 통달하지 않음이 없었다.
이때에 아버지인 장자가 그 아들이 총명하여 경론을 잘 풀이함을 보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이제부터 부란나(富蘭那) 등의 외도 여섯 스승을 청해 집에 모셔 두고 이 아들을 가르치게 하리라.’
이렇게 생각하고서 모든 음식을 준비하여 곧 그들을 청해 접대한 뒤에 여섯 스승들에게 말하였다.
“제 아들이 너무나 게을러서 잠만 자면 일어나질 않으니, 원하옵건대 대사께서 이 아들을 가르쳐 가업(家業)과 경론을 닦게 하여 주시오.”
029_0686_a_03L佛在舍衛國祇樹給孤獨園時彼城中有一長者財寶無量不可稱計有一子名曰難陁甚爲窳惰常喜睡不肯行坐然極聰慧與衆超絕寢臥中聽採經論無不博達其中義時父長者見子聰明善解經論是念言我今當請富蘭那等外道六來至家中令教我子作是念已諸餚膳尋卽請呼飯食已訖白六師我唯一子甚爲窳惰眠不肯起願大師爲我教詔令修家業及以經
그리하여 여섯 스승들이 함께 아들의 처소로 갔으나 아들은 누워서 일어나지도 않았으니, 하물며 그들에게 가르침을 받기 위해 자리를 깔아 맞이했겠는가.
아버지인 장자가 이것을 보고는, 손으로 턱을 괴고 매우 괴로워했으며, 근심이 되어 즐겁지가 않았다.
그때 세존께서는 대비하신 마음으로 낮과 밤 여섯 때[六時]로 중생들 가운데 누가 고뇌를 받는지를 관찰하시고는 곧 그에게 가서 법을 설하여 그들을 깨우치곤 하셨는데, 문득 저 장자가 아들 때문에 괴로워 턱을 괴고 있는 것을 보시곤, 여러 비구들과 함께 그 장자의 집에 이르셨다.
그제서야 게으름쟁이가 홀연히 놀라 일어나서 자리를 깔고 부처님을 맞이하면서 엎드려 예배한 뒤 한쪽에 물러나 앉았다.
029_0686_a_15L時六師等卽共相將往到子所臥不起況復爲其請命敷坐時父長者見子如是以手榰頰甚用苦惱憂愁不樂爾時世尊常以大悲晝夜六時觀察衆生誰受苦惱輒往至彼其說法使令開解卽便見彼長者子所惱扶頰而坐將諸比丘來至其於時窳子忽然驚起爲佛敷坐禮佛足卻坐一面
029_0686_b_01L부처님께서 곧 그에게 갖가지로 설법하시어 게으름에 대한 많은 허물을 꾸짖고 훈계하시자, 역시 스스로 뉘우침과 함께 깊이 믿고 공경하는 마음을 내기 시작하였다.
부처님은 그 게으름쟁이에게 전단(栴檀)나무 지팡이를 주시면서 다시 말씀하셨다.
“네가 이제부터 정근하여 조금이나마 성심을 다한다면 이 지팡이를 두드릴 때에 매우 사랑스럽고도 즐거운 소리가 날 것이며, 이 소리를 들은 뒤엔 흙에 묻힌 보장(寶藏), 즉 복장(伏臟)을 볼 수 있으리라.”
이때 게으름쟁이가 지팡이를 두드리자 과연 지팡이로부터 소리가 나고, 흙 속에 묻힌 보장을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러자 그는 기쁨을 이기지 못하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이제 조금만 정근에 마음을 써도 이러한 큰 이익을 얻거늘 하물며 정성껏 온 마음과 힘을 다한다면 미래세에 더없는 큰 이익을 얻을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리니, 내가 이제부터 온 힘을 기울여 바다에 나아가서 보물을 채취하리라.’
029_0686_a_23L佛卽爲其種種說呵責窳惰多諸過咎尋自悔責生信敬佛便授其一栴檀杖與彼窳汝今若能於精勤中少加用心打此杖所出音聲甚可愛樂聞此聲能見地中所有伏藏時窳惰子卽取杖扣打出聲皆悉得見地中伏喜不自勝而作是念我今於此精懃之中少許用心尚能獲得如是大況復懃加役身出力於將來世獲無上大利益事我今當就懃加役力入海採寶
이와 같이 생각하고서 곧 여러 사람들에게 외쳤다.
“내가 이제 상주(商主)로서 바다에 나아갈 것인데, 누가 나와 함께 가서 값진 보물을 채취하려는가?”
그러자 여러 사람들이 서로 맹세하고 바다에 나아가는 대로 다 값진 보물을 얻어서 무사히 돌아왔다. 그리고 돌아와서는 온갖 맛있는 음식을 갖춰 부처님과 여러 스님께 공양하였다. 부처님께서도 그들에게 갖가지로 설법하시자 마음이 열리고 뜻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러자 곧 땅에 엎드려 예배하고 이러한 큰 서원을 세웠다.
‘원하옵건대 이 공양의 선근 공덕으로 말미암아 미래에 가서 눈 어두운 중생에겐 밝은 눈을 얻게 하고, 귀의할 데 없는 중생에겐 귀의할 곳을 얻게 하고, 구호를 받지 못한 자에겐 구호를 받게 하고, 해탈하지 못한 자에겐 해탈하게 하고, 안온하지 못한 자에겐 안온하게 하고, 열반에 이르지 못한 자에겐 열반의 경지로 들어가게 하소서.’
이렇게 발원하자 부처님께서 곧 빙그레 웃으시면서 그 입으로부터 다섯 빛깔 광명을 놓으시니 그 광명이 세 겹으로 부처님을 둘러싼 뒤에 도로 부처님의 정수리로 들어갔다.
029_0686_b_11L作是念已卽便唱令衆人言誰欲入海採大珍寶我爲商衆人競集共作要誓入于大海各獲珍寶皆安隱還設諸餚膳請佛及僧供養訖已佛卽爲其種種說法心開意解卽便以身五體投地發大誓願以此供養善根功德使未來世盲冥衆生爲作眼目無歸依者爲作歸依無救護者爲作救護無解脫者爲作解脫無安隱者爲作安隱未涅槃者令使涅槃發是願已佛便微笑從其面門出五色光繞佛三帀還從頂入
029_0686_c_01L그때 아난이 이것을 보고 부처님 앞에 나아가 아뢰었다.
“여래께선 항상 스스로 존중하시어 함부로 웃음을 나타내지 않으셨거늘, 이제 빙그레 웃으심은 무슨 까닭이옵니까? 세존이시여, 자세히 말씀해 주시기를 바라나이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이제 게으름쟁이가 바다에 나아가 보물을 채취해 돌아와서 온갖 음식을 베풀어 나에게 공양하는 것을 보았느냐?”
아난이 아뢰었다.
“그러하옵니다. 이미 보았나이다.”
“이 게으름쟁이는 미래세 3아승기겁을 지나 마침내 성불하여 정진력(精進力)이라는 명호로 중생을 다 제도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까닭으로 웃었느니라.”
029_0686_b_22L爾時阿難前白佛言如來尊重不妄有笑以何因緣今者微笑唯願世尊敷演解說佛告阿難汝今叵見是窳惰子入海採寶設諸餚膳供養我不阿難白言唯然已見此窳惰子於未來世過三阿僧祇劫當得作佛號精進力過度衆生不可限量是故笑耳
여러 비구들이 부처님의 이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하였다.
029_0686_c_06L爾時諸比丘聞佛所說歡喜奉行

4) 5백 명 상객(商客)이 바다에 나아가 보물을 채취한 인연
029_0686_c_07L五百商客入海採寶緣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저 성에 어떤 상주(商主)가 5백 명 상객을 거느리고 함께 바다에 나아가다가 배[船]가 부서져 되돌아왔다. 그러자 밤낮으로 정성껏 꿇어앉아 귀신들에게 절하면서 두 번 세 번 거듭하여 복을 구하였다. 그리곤 다시 바다에 나아갔으나 배가 전과 같이 부서졌다.
그때 저 상주만은 복덕의 힘이 있어 물에 빠지지 않고 육지에 되돌아와서 큰 고뇌에 사로잡혀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일찍이 들은 바에 의하면, 불 세존께서는 천상ㆍ세간의 그 누구도 따를 수 없는 일체 지혜를 구족하시고 중생을 가엾이 여겨 자기와 다른 사람을 다 이롭게 하신다 하니, 내 이제 불 세존의 명호를 외우면서 큰 바다에 나아가리라. 만약 바다에 나아갔다가 무사히 돌아온다면 채취한 값진 보배의 절반을 불 세존께 받들어 보시하리라.’
029_0686_c_08L佛在舍衛國祇樹給孤獨園時彼城中有一商主將五百賈客共入大海舩破還迴晝夜懃加跪拜諸神以求福祐第二第三重復入海舩壞如前時彼商主福德力故竟不溺水還達本土生大苦惱作是念言我每曾聞有佛世尊得一切智諸天世人無有及者哀愍衆生自利利他我今當稱彼佛名號入于大海若安隱還當以所得珍寶之半奉施彼佛
029_0687_a_01L이렇게 생각한 다음, 곧 상인들을 모아 부처님의 명호를 외우면서 함께 큰 바다에 나아갔는데, 과연 값진 보배들을 많이 얻어 무사히 돌아오게 되었다. 집에 돌아와서 그 채취한 보물을 보자 탐나고 아까운 생각이 들어 부처님께 보시하고 싶지 않아 이렇게 생각하였다.
‘만약 이 보물의 절반을 나눠 보시한다면 내 몫이 얼마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이제 이 보물을 모두 아내에게 주어 저자에 팔아서 거기에 수입된 일부의 돈으로 훈육향(薰陸香)을 사들여 기원(祇園)에 나아가서 향을 살라 공양하리라.’
이렇게 생각하고 얻은 돈 2전(錢)으로 훈육향을 사들여 기원에 나가서 향을 살라 공양하였다.
029_0686_c_18L作是念已卽集商人共入大海稱佛名號大獲珍寶安隱迴還達到家中觀其寶物愛戀貪惜不肯施佛作是念言若減此寶持半與者自無已許我今當就持此寶物盡持與婦當從彼邊索少許錢市易薰陸持詣祇桓燒香供養是念已如其設計索得兩錢市易薰持詣祇桓燒香供養
그러자 부처님께서 신통력으로 이 향 연기가 자욱하여 두루 기원정사를 덮어 빙빙 돌게 하셨다. 그때 상주가 그 향 연기를 보고 부처님 앞에서 깊이 자책하고 후회하였다.
‘내가 지금 무엇 때문에 이 보물을 아껴 부처님께 보시하지 않았던가. 여래께서 이제 신통력으로 온 기원에 향 연기를 두루 덮어 빙빙 돌게 하심은 매우 희유한 일이다. 내가 지금부터 온갖 맛난 음식을 준비하여 부처님과 스님들을 초청해 공양하리라.’
이렇게 생각한 다음 곧 꿇어앉아 불 세존께 청하자, 부처님께서 묵연히 허락하셨다.
029_0687_a_03L佛以神力此香煙靉靆垂布遍覆祇桓時彼商睹斯香煙深於佛前而自悔責今云何向佛世尊悋惜此寶而不施今者如來實有神力令此香煙遍覆祇桓甚爲希有我今當設餚膳飮請佛及僧就舍供養作是念已便長跪請佛世尊佛默然許
이에 상주는 집에 돌아와 음식 준비를 끝내고 이튿날 시간이 되어 심부름꾼을 보내 부처님께 아뢰게 하였다.
“음식 준비를 끝냈사오니, 원하옵건대 큰 성인께서는 때를 아시옵소서.”
그때 여래께서 옷을 입고 발우를 지니고 여러 비구들과 함께 그 집에 이르러 공양을 받으신 뒤에 간탐(慳貪)의 나쁜 허물을 설법하시자, 마음이 다 열리고 뜻을 이해하게 되었다. 곧 보배 구슬을 가지고 부처님 정수리 위를 향해 뿌리니, 허공에서 보배 일산으로 변하여 부처님을 따라다니기도 하고 멈추기도 하였다.
029_0687_a_10L還歸到辦具飮食明日時到遣使白佛具已辦唯聖知時爾時如來著衣持將諸比丘往到其家受彼供已爲說法慳貪過惡心開意解更取寶散佛頂上於虛空中變成寶蓋佛行住
상주는 마침내 이 변화를 보고는, 온몸을 땅에 엎드려 예배하고 큰 서원을 세웠다.
‘원하옵건대 이 공양의 선근 공덕으로 말미암아 미래세에 가서 눈이 어두운 자에겐 밝은 눈을 얻게 하고, 귀의할 데 없는 자에겐 귀의할 곳을 얻게 하고, 구호를 받지 못한 자에겐 구호를 받게 하고, 해탈하지 못한 자에겐 해탈하게 하고, 안온하지 못한 자에겐 안온하게 하고, 열반에 이르지 못한 자에겐 열반의 경지에 들어가게 하소서.’
이렇게 원을 세우자 부처님께서 빙그레 웃으시면서 그 입으로부터 다시 다섯 빛깔 광명을 내시니, 그 광명이 세 겹으로 부처님을 둘러싼 뒤에 도로 부처님의 정수리로 들어갔다.
029_0687_a_16L見是變已卽便己身五體投發大誓願以此供養善根功德未來世盲冥衆生爲作眼目無歸依爲作歸依無救護者爲作救護解脫者爲作解脫無安隱者爲作安未涅槃者使令涅槃發是願已卽微笑從其面門出五色光繞佛三還從頂入
029_0687_b_01L그때 아난이 부처님 앞에 나아가 아뢰었다.
“여래께서 존중하시어 함부로 웃음을 나타내지 아니하셨거늘, 이제 빙그레 웃으심은 무슨 까닭이옵니까? 원하옵건대 세존께서 자세히 말씀해 주옵소서.”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였다.
“너는 이제 저 상주(商主)가 부끄러운 마음으로 나에게 공양하는 것을 보았느냐?”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러하옵니다. 이미 보았나이다.”
“지금 상주가 나를 공양했기 때문에 지옥ㆍ아귀ㆍ축생에 떨어지지 않고 천상ㆍ인간에 태어나 항상 쾌락을 받게 될 것이다. 그리곤 3아승기겁을 지나서 마침내 성불하여 보성(寶盛)이라는 명호를 얻어서 한량없는 중생들을 제도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까닭으로 웃었느니라.”
029_0687_a_23L爾時阿難前白佛言來尊重不妄有笑以何因緣今者微唯願世尊敷演解說佛告阿難今見是商主以慚愧心供養我不難白佛唯然已見今此商主以供養我故不墮地獄畜生餓鬼生天上常受快樂過三阿僧祇劫當得作號曰寶盛度脫衆生不可稱量故笑耳
여러 비구들이 부처님의 이 말씀을 듣고 모두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하였다.
029_0687_b_08L爾時諸比丘聞佛所說歡喜奉行

5) 가난한 사람 수마(須摩)가 실을 가지고 부처님께 보시한 인연
029_0687_b_09L貧人須摩持縷施佛緣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성에 어떤 직사(織師)가 있었으니, 이름이 수마(須摩)였다. 그는 살림이 빈궁하고 어려워 집에 한 되, 한 말의 곡식조차 없어 항상 뜨내기 품팔이로 겨우 생활해 오던 차에 어느 날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전생에 보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제 이와 같은 빈궁한 고통을 겪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세에 보시하지 않으면 곧 미래세에 가서 보다 더 극심한 빈궁한 고통을 받게 될 것이다. 내가 이제부터 노력을 더하여 조그마한 물건이나마 그것을 보시함으로써 미래세에 어떤 과보를 받게 하리라.’
이와 같이 생각하고서 조그마한 실을 구해 길을 건너 집으로 돌아가다가 어느 거리 복판에서 멀리 세존께서 옷을 입고 발우를 가지고서 여러 비구들과 함께 성에 들어가 걸식하시는 광경을 보고는, 곧 부처님 앞에 나아가 가지고 있던 실을 받들어 보시하였다. 세존께서 이를 받아 입고 있는 옷의 해진 곳을 꿰매시는 것을 보았다.
이때 저 수마가 세존께서 해진 옷을 꿰매시는 것을 보고 마음 속으로 기뻐하며 엎드려 예배한 뒤 큰 서원을 내고 부처님 앞에서 이러한 게송을 읊었다.
029_0687_b_10L佛在舍衛國祇樹給孤獨園時彼城中有一織師名曰須摩貧窮困苦無升斗常行客織用自存活又於一作是念言我以先身不布施故値貧窮困苦如是我於今者復不布於將來世遂貧轉劇作是念已今當更懃加役力推求少物持用布於未來世儻得是報卽便求索少許縷涉道歸家至一巷中遙見世著衣持鉢將諸比丘入城乞食詣佛所尋持此縷奉施世尊世尊受卽現衣破尋用縫衣時須漫那見佛世尊縫補破衣心懷歡喜前禮佛發大誓願卽於佛前而說偈言
029_0687_c_01L
비록 보시하는 것이 적지만
큰 복밭을 만나 지녔기에
세존께 받들어 보시함으로써
후에 성불하기를 서원하여
029_0687_c_01L所施雖微少
値大良福田
奉施世尊已
誓願後成佛

그 수효 헤아릴 수 없는
온갖 중생을 제도하려 하오니
큰 위덕을 갖추신 세존께옵서
이 일을 증지(證知)해 주소서.
029_0687_c_03L過度群萌類
其數不可量
大威德世尊
當證知此事

이때 세존께서 게송을 읊어 대답하셨다.

그대 이제 나를 만났기에
성실한 신심 내어 보시함이니
미래세에 가서 성불할 때엔
십연(十綖)이란 명호로
그 소문이 시방에 두루함으로써
한량없는 중생들을 제도하리라.
029_0687_c_04L爾時世尊說偈答曰
汝今値我故
歸誠發信施
未來當成佛
號名曰十綖
名聞遍十方
度脫不可量

그때 수마는 부처님께서 읊으신 이 게송을 듣고서 깊은 신심과 공경심을 내어 곧 온몸을 땅에 엎드려 예배하며 큰 서원을 세웠다.
‘원하옵건대 이 실을 보시한 공덕으로 말미암아 미래세에 가서 눈이 어두운 자에겐 밝은 눈을 얻게 하고, 귀의할 데 없는 자에겐 귀의할 곳을 얻게 하고, 구호를 받지 못한 자에겐 구호를 받게 하고, 해탈하지 못한 자에겐 해탈하게 하고, 안온하지 못한 자에겐 안온하게 하고, 열반에 이르지 못한 자에겐 열반의 경지에 들게 하소서.’
이렇게 발원하자, 부처님께서 빙그레 웃으시면서 곧 그 입으로부터 다섯 빛깔의 광명을 놓으시니 그 광명이 세 겹으로 부처님을 둘러싼 뒤에 부처님의 정수리로 들어갔다.
029_0687_c_07L爾時須摩聞佛世尊說此偈已深生信敬五體投地發大誓願持此施綖所有功德於未來世盲冥衆生爲作眼目無歸依者爲作歸依無救護者爲作救護無解脫者爲作解脫無安隱者爲作安隱未涅槃者令使涅槃發是願已佛便微笑從其面門出五色光繞佛三帀還從頂入
그때 아난이 부처님 앞에 나아가 아뢰었다.
“여래께선 존중하시어 함부로 웃음을 나타내지 아니하셨거늘, 이제 빙그레 웃으심은 무슨 까닭이옵니까? 원하옵건대 세존께서 부연 설명해 주소서.”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이제 저 가난한 사람인 수마가 내게 실을 보시하고서 환희심을 가지고 큰 서원을 세우는 것을 보았느냐?”
아난이 아뢰었다.
“그러하옵니다. 이미 보았나이다.”
“저 수마가 은근하고 정중한 마음으로 나에게 실을 보시한 인연으로 미래세에 마땅히 성불하여 십연(十綖)이라는 명호로 한량없는 중생을 제도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까닭으로 웃었느니라.”
029_0687_c_15L爾時阿難前白佛言如來尊重不妄有笑有何因緣今者微笑唯願世尊敷演解說佛告阿難汝今見是貧人須摩以綖施我心懷歡喜發大誓願不阿難白唯然已見彼須摩者以殷重心我綖故於未來世當得作佛號曰十廣度衆生不可限量是故笑耳
여러 비구들이 부처님의 이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029_0687_c_22L時諸比丘聞佛所說歡喜奉行

6) 파지가(婆持加)가 병에 시달린 인연
029_0687_c_23L婆持加困病緣
029_0688_a_01L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저 성에 파지가(婆持加)라는 어떤 장자가 있었는데, 그는 성품이 매우 포악하고 성내거나 미워하기를 좋아해서 한 사람도 그와 친한 이가 없었다. 그러나 외도의 여섯 스승에겐 신심과 공경심이 많았다.
그 뒤 병을 얻어 앓고 있었는데, 어느 누구도 음식과 약품을 주지 않아 생명이 거의 남지 않자,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지금 이 고통을 겪는 것은 당연한 이치로다. 누가 내 목숨을 구제할 수 있겠는가. 내가 마땅히 목숨이 다할 때까지 받들어 섬기리니, 오직 불 세존만이 내 생명을 구할 수 있으리라.’
이렇게 생각하고 곧 부처님이 계신 곳에 가서 은근하고 정중한 마음을 내어 뵈옵기를 갈망하였다.
029_0688_a_01L佛在舍衛國祇樹給孤獨園時彼城中有一長者字婆持加甚大惡性生瞋恚無有一類與共親善然於六師生信敬心於後時閒遇疾困病人瞻視飮食醫藥餘命無幾作是念我今困苦理極正爾誰能救濟我所壽命我當終身善好奉事思惟是唯佛世尊能救我命卽於佛所殷重心渴仰欲見
그때 세존께선 대비하신 마음으로 밤낮없이 중생들을 관찰하되 ‘그 누가 고뇌를 받는가. 내가 거기에 가서 구제하여 부드러운 설법으로 그들의 마음을 다 즐겁게 하리라. 혹시 나쁜 갈래에 떨어지는 자가 있을 때엔 갖가지 방편으로 구제하여 인간과 천상에 편안히 있게 하여 다 도과(道果)를 얻게 하리라’ 하셨다.
때마침 여래께서 중생들을 관찰하시다가 저 장자가 병에 시달리어 초췌하기 짝이 없으나 돌보아 주는 이가 없는 것을 보시고는, 곧 광명을 놓으시어 저 병자에게 비춤으로써 그 몸을 시원하게 하고 마음을 깨우치게 하셨다.
그러자 저 장자가 스스로 기쁨을 이기지 못하고 온몸을 땅에 엎드려 부처님께 귀명하였다. 그때 세존께서 저 파지가 장자의 선근이 이미 성숙되어 교화를 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시고서, 곧 장자의 집으로 찾아가셨다. 이에 장자는 깜짝 놀라 일어나서 합장하고 받들어 맞이하였다.
“잘 오셨습니다. 세존이시여, 자리를 깔고 앉으시옵소서.”
029_0688_a_10L爾時世尊常以大晝夜六時觀察衆生誰受苦惱當往彼而拔濟之軟語說法令彼心若墮惡道爲設方便而拔濟之置人天使得道果爾時如來卽便觀見彼長者爲病所困燋悴叵濟人瞻養卽放光明照病者身令得淸心卽惺悟喜不自勝五體投地命於佛爾時世尊知婆持加善根已熟應受我化卽便往詣彼長者家然驚起合掌奉迎善來世尊敷座而
029_0688_b_01L부처님께서 파지가에게 물으셨다.
“지금 그대의 병 증세 가운데 어느 부분이 가장 아픈가?”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 몸과 마음이 다 고통스럽습니다.”
부처님께서 스스로 염언(念言)하셨다.
‘나는 오랜 겁(劫)에 걸쳐 자비를 닦으며 중생들의 몸과 마음이 모두 고통스러운 것을 치료하기를 서원하였다.’
이때에 제석천(帝釋天)이 부처님께서 염원하시는 뜻을 알고서 곧 향산(香山)에 이르러 백유(白乳)라는 약초를 캐 와서 세존께 바치었다. 세존께서 이 약초를 얻어 곧 파지가 장자에게 복용하게 하시었다. 그 약을 복용하자 병이 이미 완쾌되어 몸과 마음이 쾌락하였다.
029_0688_a_21L佛問婆持加汝今患苦何者最劇答曰我今身心俱受苦惱佛自念言我於曠劫所修慈悲誓療衆生身心俱病時天帝釋知佛所念卽詣香山採拾藥草名曰白乳以奉世尊佛得此藥授與婆持加令使服盡病悉除身心快樂
이에 파지가 장자는 더욱 부처님께 신심과 공경심을 내어 곧 갖가지 맛있는 음식으로써 부처님을 비롯한 여러 비구 스님들에게 공양하고, 한편 또 미묘한 의복과 가치가 백천 냥 되는 금을 받들어 보시하면서 큰 서원을 내었다.
‘원하옵건대 이 공양의 선근 공덕으로 말미암아 지금 세존께서 제 몸과 마음의 일체 병을 다 치료하여 쾌락을 얻게 하신 것처럼, 저도 미래세에 가서 온 중생들의 몸과 마음의 병을 치료해 다 쾌히 안락을 얻을 수 있게 하여 주시옵소서.’
이러한 큰 서원을 세우자, 부처님께서 빙그레 웃으시면서 곧 그 입으로부터 다섯 빛깔의 광명을 놓으시니, 그 광명이 세 겹으로 부처님을 둘러싼 뒤에 도로 부처님의 정수리로 들어갔다.
029_0688_b_04L卽於佛所倍生信敬便爲佛及比丘僧設諸餚膳供養已復以上妙好衣價直百千兩金上佛僧發大誓願以此供養善根功如今世尊治我身心一切衆病得安樂使我來世治諸衆生身心俱使得安樂發是願已佛便微笑其面門出五色光繞佛三帀還從頂
그때 아난이 부처님 앞에 나아가 아뢰었다.
“여래께선 존중하시어 함부로 웃음을 나타내지 아니하셨거늘 이제 빙그레 웃으심은 무슨 까닭이옵니까? 원하옵건대 세존께서 자세히 말씀해 주시옵소서.”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이제 저 파지가 장자가 자신의 병이 회복되자 나와 비구승들에게 공양하는 것을 보았느냐?”
아난이 아뢰었다.
“그러하옵니다. 이미 보았나이다.”
“그는 미래세에 성불하여 석가모니라는 명호를 얻어 널리 한량없는 중생을 제도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까닭으로 웃었느니라.”
029_0688_b_12L爾時阿難前白佛言如來尊重妄有笑有何因緣今者微笑唯願世敷演解說佛告阿難汝今頗見彼長者子以其病差設供請我及比丘僧不阿難白言唯然已見於將來世得成爲佛號釋迦牟尼廣度衆生可限量是故笑耳
여러 비구들이 부처님의 이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하였다.
029_0688_b_18L爾時諸比丘聞佛所說歡喜奉行

7) 왕가(王家)의 못을 지키던 사람이 부처님께 꽃을 공양하게 된 인연
029_0688_b_19L王家守池人花散佛緣
029_0688_c_01L부처님께서는 왕사성 가란타 죽림에 계셨다.
그때 파사닉(波斯匿)왕은 부처님이 계신다는 말을 듣지 못해 낮밤 여섯 때로 향ㆍ꽃을 가지고 천신(天神)만을 받들어 섬겼다.
부처님께선 이미 정각을 이루어 세간에 출현하셔서 장차 바사닉왕을 교화할 목적으로 옷을 입고 발우를 지니고서 국왕의 처소에 이르렀다.
이때에 바사닉왕은 부처님의 오시는 그 모습이 온 천지에 광명이 비치는 듯하고 위의가 조용하여 사람으로서 가장 뛰어남을 보고는 마음 속으로 환희했다. 그는 앉으시길 청하여 온갖 맛있는 음식을 베풀어 공양했다. 공양을 드신 다음, 부처님께서도 국왕을 위해 갖가지로 설법하시자 왕은 더욱 부처님께 신심과 공경심을 내어 천신을 섬기던 일을 버리고 마음으로 받들어 경배하지 않았다.
029_0688_b_20L佛在王舍城迦蘭陁竹林爾時波斯匿王未聞有佛晝夜六時齎持香花奉事天神佛以出世得成正覺將欲教化波斯匿王故著衣持鉢往詣王時波斯匿王見佛來至光明晃昱照曜天地威儀庠序人中挺特心懷歡喜請命使坐設諸餚膳供養訖竟佛便爲王種種說法卽於佛所深生信敬捨事天神心不奉拜
이에 왕은 날마다 세 때로 꽃과 향을 가지고 여래를 공양하였다. 어느 날 못을 지키는 사람이 왕에게 꽃을 다 바친 뒤에 자신이 꽃 한 송이를 가지고 저자를 향해 가던 도중에 외도를 만났다. 저 외도가 물었다.
“그대가 가진 꽃은 팔려고 하는가?”
“예, 팔려고 합니다.”
때마침 수달다(須達多) 장자가 그 옆에 와서 또 물었다.
“그대가 이 꽃을 팔려고 하는가?”
이와 같이 두 사람이 각각 서로 경쟁하여 백천 냥의 값을 불러도 서로가 양보하기를 싫어하므로, 마침내 꽃 가진 사람이 먼저 외도에게 물었다.
“당신은 이 꽃을 사서 무엇을 하려는 것입니까?”
029_0688_c_06L於是波斯匿王日復三時齎持香花供養如來時送花人奉王花已自捉一花欲詣市肆路値外道卽問之曰汝齎此花爲欲賣不答言欲賣時須達長者復來到邊復問彼人汝捉此花爲欲賣皆言欲賣時此二主各共諍競共償價遂至百千兩金故不肯止齎花人問外道言汝買此花爲何所
외도가 대답하였다.
“나는 이 꽃을 사서 나라연천(那羅延天)에게 공양하여 복을 구하려 하오.”
다음엔 수달다 장자에게 물었다.
“당신은 이 꽃을 사서 무엇을 하려고 하십니까?”
수달다 장자가 대답하였다.
“나는 부처님께 공양하는 데 쓸 것이오.”
꽃 가진 사람이 다시 물었다.
“어떠한 분을 부처님이라 합니까?”
수달다가 대답하였다.
“과거를 기억하는 지혜가 끝이 없고, 미래를 관찰하는 지혜가 또한 끝이 없어, 삼계(三界) 중에 가장 존귀하시며, 모든 천상과ㆍ세간의 사람들 모두가 공경하는 분이오.”
꽃 가진 사람이 이 말을 듣고는 환희심을 품고 이렇게 염원하였다.
‘수달다 장자는 거동이 찬찬하며 신중하고 빈틈이 없어 느닷없이 일을 하지 않거늘, 오늘 이 꽃을 사기 위해 백천 냥의 대가를 치르려고 하니, 이 꽃을 사서 가려는 것에 반드시 이익이 있기 때문에 값의 고하를 따지지 않고 꼭 꽃을 얻으려는 것이로다.’
029_0688_c_15L外道答言我用供養那羅延天求福祐次問須達長者汝買此花作何等須達答言用供養佛齎花人云何爲佛須達答言前睹無窮睹無極三界中尊諸天世人皆共敬時齎花人聞是語已密懷歡喜是念言須達長者安詳審諦而不卒乃於今日爲此一花共償價數乃至百千兩金齎持欲去今者必有大利益事不計貴賤必欲得之
029_0689_a_01L곧 꽃을 사려는 두 사람에게 대답하였다.
“나는 이 꽃을 팔지 않고 그대로 가지고 가서 부처님께 공양하려 합니다.”
이 말을 들은 수달다는 기쁨을 이기지 못하고 곧 꽃을 가진 사람을 데리고 가서 부처님을 뵙게 하였다. 이 꽃을 가진 사람이 세존의 그 32상과 80종호의 널리 비추는 광명이 마치 백천의 해와 같음을 보고는, 깊이 신심과 공경심을 내어 가진 꽃을 부처님께 뿌렸다.
그러자 허공에서 꽃 일산으로 변화하여 부처님을 따라다니기도 하고 멈추기도 하므로, 이러한 신통 변화를 보고 나서 곧 온몸을 땅에 엎드려 예배한 다음 이러한 큰 서원을 세웠다.
“원하옵건대 이 꽃을 공양한 선근 공덕으로 말미암아 미래세에 가서 눈 어두운 자에겐 밝은 눈을 얻게 하고, 귀의할 데 없는 자에겐 귀의할 곳을 얻게 하고, 구호를 받지 못한 자에겐 구호를 얻게 하고, 해탈하지 못한 자에겐 해탈하게 하고, 열반에 이르지 못한 자에겐 열반의 경지에 들어가게 하옵소서.”
이러한 큰 서원을 세우고 나자 부처님께서 빙그레 웃으시면서 곧 입으로부터 다섯 빛깔의 광명을 놓으시니 그 광명이 세 겹으로 부처님을 둘러싼 뒤에 도로 부처님의 정수리로 들어갔다.
029_0689_a_01L時齎花卽答二主我花不賣自欲持去供養佛須達聞已喜不自勝尋將彼見佛世尊三十二相八十種好光明普曜如百千日甚懷信敬持所捉而散佛上於虛空中變成花蓋佛行住見是變已卽便以身五體投發大誓願以此散花善根功德使我來世盲冥衆生爲作眼目無歸依爲作歸依無救護者爲作救護解脫者爲作解脫未涅槃者令使涅發是願已佛便微笑從其面門五色光繞佛三帀還從頂入
이때에 아난이 부처님 앞에 나아가 아뢰었다.
여래께선 존중하시어 함부로 웃음을 나타내지 아니하셨거늘, 이제 빙그레 웃으심은 무슨 까닭이옵니까? 원하옵건대 세존께서 자세히 말씀해 주시옵소서.”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이제 정원의 못을 지키는 사람이 꽃을 가지고 나에게 공양하는 것을 보았느냐? 그는 미래세 3아승기겁을 지난 뒤에 성불하여 화성(花盛)이라는 명호를 얻어 한량없는 중생을 제도하게 될 것이다. 이런 까닭으로 웃었느니라.”
029_0689_a_13L爾時阿前白佛言如來尊重不妄有笑何因緣今者微笑唯願世尊敷演解佛告阿難汝今見此守園人不此一花散我上者於未來世過三阿僧祇劫當得成佛號曰花盛度脫衆不可限量是故笑耳
여러 비구들이 부처님의 이 말씀을 듣고 환희심을 내어 받들어 행하였다.
029_0689_a_19L爾時諸比丘聞佛所說歡喜奉行

8) 범지(梵志) 두 사람이 부처님과 그 누가 수승한가를 논쟁하는 인연
029_0689_a_20L二梵志各諍勝如來緣
029_0689_b_01L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저 성에 두 범지가 있었으니, 한 사람은 깊이 불법을 믿어 항상 여래의 공덕이 삼계에 있어서 가장 존귀하다고 찬탄하는 범지였으며, 다른 한 사람은 깊이 삿된 소견에 집착되어 외도의 여섯 스승보다 더 뛰어난 이가 없다고 말하는 범지였다.
이와 같이 서로 끊임없이 논쟁하다가 드디어 나라에까지 알려지자, 어느 날 바사닉왕이 범지 두 사람을 불러서 그 논쟁하는 이유를 물었다. 먼저 외도를 믿는 범지가 말했다.
“제가 받들어 섬기는 부란나(富蘭那) 등은 실제 신통력이 있어서 저 구담(瞿曇) 사문보다 수승(殊勝)합니다.”
왕이 다시 불법을 믿는 범지에게 물었다.
“이제 그대가 섬기는 구담 사문은 어떠한 신통력을 지니었는가?”
029_0689_a_21L佛在舍衛國祇樹給孤獨園時彼城有二梵志一者深信佛法常說如來所有功德三界中尊最爲第一第二者深著邪見言諸外道六師之徒亦最第一無與等者如是紛紜共諍競無有休息乃至上聞波斯匿王召二梵志問其所由有此諍競外道者言我所奉事富蘭那等實有神力殊勝於彼瞿曇沙門王復問彼信佛者曰汝今所事瞿曇沙門有何神力
불법을 믿는 범지가 대답하였다.
“제가 섬기는 구담 사문이야말로 그 누구도 따를 수 없는 절대의 신통력을 지니셨습니다.”
바사닉왕은 이 두 범지의 말을 듣고 나서 이렇게 말하였다.
“그대들이 이제 각자가 섬기는 천신(天神)을 제일이라 칭찬하니 그 누가 수승한가를 알 수 없구나. 내가 지금부터 그대들을 위해 앞으로 7일 동안의 기간을 두고 온 국내에 명령하여 백천만 인민들을 넓은 곳에 집합시켜 그대들의 신통을 시험해 보겠으니, 그대 두 사람은 각자 향을 사르고 꽃을 흩고 물을 뿌린 뒤에 그대들 스승을 청해 이 모임에 오게 하여 공양해야 하리라.”
이때 두 범지는 왕의 말을 듣고 서로 그렇게 하기를 약속하였다. 왕 역시 7일이 되던 날 백성들을 불러 보았다.
이에 두 범지가 대중 앞에서 각각 발원하기를 시작하여, 먼저 부란나 외도를 믿는 범지가 향ㆍ꽃과 깨끗한 물을 가지고 대중 앞에서 큰 서원을 세웠다.
‘제가 받드는 부란나께서 과연 신통력이 있으시거든 이 향ㆍ꽃과 깨끗한 물을 허공으로부터 스승님의 처소에 이르게 하소서. 또한 저의 마음을 아시어 이 모임에 왕림해 주시고, 만약 신통력이 없으시거든 이 향ㆍ꽃과 깨끗한 물을 그대로 멈추어 가지 않게 하옵소서.’
029_0689_b_09L梵志答曰我所奉事瞿曇沙門絕有神力無有及者時波斯匿王聞其二大梵志語已而告之曰卿等今各自稱譽所奉天神最爲第一今爲汝到七日頭於平博處聚集人民百千萬衆試彼神驗卿等二人自燒香散花灑水請汝師等來此會當共供養時二梵志聞王語已相然可至七日頭王勅民衆聚集已時二梵志在大衆前各發誓願富蘭那者尋取香花幷及淨水在大衆前發大誓願若我所奉富蘭那等有神力者令此香花幷及淨水於虛空中至我師所令知我心來赴此會若無神力使此香花及以淨水住而不去
029_0689_c_01L이와 같이 발원하자, 저 범지가 뿌린 향ㆍ꽃과 깨끗한 물이 다 멈추어 가지 않고 곧 땅에 떨어지고 말았다. 대중들이 이 광경을 보고 그 신통력 없음을 알게 되자 서로가 말했다.
“저 부란나 등은 실제로 신통력이 없으면서 우리들 온 국민의 공양만 헛되이 받아 왔소.”
다음엔 불법을 믿는 범지가 대중 앞에서 향ㆍ꽃과 깨끗한 물을 가지고 허공에 뿌리면서 이렇게 발원하였다.
‘여래께서 이제 실제 신통력이 있으시다면 제가 뿌린 이 향ㆍ꽃과 깨끗한 물을 여래의 처소에 이르게 하소서. 또한 저의 마음을 아시어 이 모임에 왕림해 주옵소서.’
029_0689_c_01L作是誓已尋散香花幷及淨水皆住不去卽便墮地時諸大衆見是事已無有神驗各相謂言今富蘭那等實無神力虛受國中我等供養是語已時信佛者於大衆前復取香花及以淨水散於空中作是誓言來今者實有神力使此香氣所散諸花及以淨水至如來所亦知我心來赴此會
이와 같이 발원하자 곧 향 연기와 꽃 구름이 멀리 사위국을 덮은 뒤에 허공에서 꽃 일산으로 변화하여 부처님 위에 이르러서 부처님을 따라다니기도 하고 멈추기도 하였다.
한편 깨끗한 물은 마치 유리처럼 부처님께서 계시는 앞의 땅을 씻고 나서 되돌아오자, 이때 대중들은 이러한 변화를 보고 전에 없던 일이라 찬탄하면서 깊이 부처님께 신심과 공경심을 내어 그 외도를 섬기던 생각을 다 버렸다. 범지는 소원을 이미 성취했으므로, 곧 온몸을 땅에 엎드려 이러한 큰 서원을 세웠다.
‘원하옵건대 이 향기와 꽃을 뿌리고 물을 뿌린 공덕으로 미래세에 가서 눈 어두운 자에겐 밝은 눈을 얻게 하고, 귀의할 데 없는 자에겐 귀의할 곳을 얻게 하고, 구호를 받지 못한 자에겐 구호를 받게 하고, 해탈하지 못한 자에겐 해탈하게 하고, 안온하지 못한 중생은 안온하게 하고, 열반에 이르지 못한 자에겐 열반(涅槃)의 경지에 들어가게 하옵소서.’
이렇게 발원하자 부처님께서 빙그레 웃으시면서 곧 그 입으로부터 다섯 빛깔의 광명을 놓으시니 그 광명이 세 겹으로 부처님을 둘러싼 뒤에 도로 부처님의 정수리로 들어갔다.
029_0689_c_09L作是誓已尋卽遙散煙雲垂遍覆舍衛所散諸花於虛空中成花蓋至如來上隨佛行住及以淨水如琉璃遙灑佛前地尋卽來至諸大衆睹斯變已歎未曾有深於佛生信敬心捨不奉事諸外道等彼梵志所願旣獲卽便以身五體投發大誓願以此香氣散華灑水所有功德於未來世盲冥衆生爲作眼無歸依者爲作歸依無救護者作救護無解脫者爲作解脫無安隱爲作安隱未涅槃者使令涅槃是願已佛卽微笑從其面門出五色繞佛三帀還從頂入
029_0690_a_01L그때 아난이 부처님 앞에 나아가 아뢰었다.
“여래께선 존중하시어 함부로 웃음을 나타내지 아니하였거늘 이제 빙그레 웃으심은 무슨 까닭이옵니까? 원하옵건대 세존께서 부연 설명해 주시옵소서.”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이제 저 범지가 향ㆍ꽃과 깨끗한 물로써 나에게 공양하는 것을 보았느냐?”
아난이 아뢰었다.
“그러하옵니다. 이미 보았나이다.”
“저 범지는 미래세 3아승기겁을 지난 뒤 성불하여 부동(不動)이란 명호를 얻어 한량없는 중생을 제도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까닭으로 웃었느니라.”
029_0689_c_22L爾時阿難前白佛言如來尊重不妄有笑以何因今者微笑唯願世尊敷演解說告阿難汝今見是彼大梵志香花淨水供養我不阿難白言唯然已見大梵志於未來世過三阿僧祇劫得成佛號曰不動度脫衆生不可限是故笑耳
여러 비구들이 부처님의 이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하였다.
029_0690_a_06L爾時諸比丘聞佛所說歡喜奉行

9) 부처님이 설법하시어 두 국왕을 제도하고 출가시킨 인연
029_0690_a_07L佛說法度二王出家緣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어떤 두 국왕이 서로 투쟁하여 많은 민중들을 해치고 밤낮 음모를 계속하였다. 때마침 바사닉왕은 저 두 왕이 생사에 유전되어 구제하기 어려운 것을 보고 생사에서 해탈시키기 위해 부처님 처소에 나아가서 엎드려 예배한 뒤에 한쪽에 물러나 앉아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선 더없는 법왕이시라 항상 저 고액에 허덕이는 중생들을 관찰하시어 구호하시고 서로 투쟁하는 자를 화해하게 하십니다. 이제 두 왕이 항상 투쟁하기를 일삼아서 화해할 줄 모르고 많은 인민들만 살해하오니, 원하옵건대 세존께서 저 두 왕을 화해시켜 서로 투쟁하지 못하게 하시옵소서.”
부처님께서 곧 그렇게 하기를 허락하시고, 그 뒤 어느 날 옷을 입고 발우를 잡고서 여러 비구들에 둘러싸여 바라날국(波羅捺國)의 녹야원(鹿野苑)에 도착하셨다.
그 때가 바로 두 왕이 제각기 군사를 집합시켜 전투를 시작할 무렵이었는데, 그 중의 한 국왕이 매우 겁약(怯弱)하여 당황하다간 물러나와 부처님에게로 갔다. 곧 앞에 나아가 엎드려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나 앉아 있었다.
부처님께서 그 왕을 위해 다음의 무상게(無常偈)를 말씀해 주셨다.
029_0690_a_08L佛在舍衛國祇樹給孤獨園爾時有二國王常共忿諍多害民衆晝夜陰無有休息時波斯匿王觀彼二王流轉生死恐難拔濟於生死中欲使解脫往詣佛所頭面禮足卻坐一面白言世尊今者如來無上法王觀諸衆生有苦厄者爲作救護於鬪諍閒能令和解今此二王常共鬪諍多所傷害久挾怨讎不可和解唯願世尊和彼二王使不鬪諍佛卽然許爾時如來於其後日著衣持鉢將諸比丘而自圍繞詣波羅柰國鹿野苑中彼二王各集兵衆便欲戰擊一則怯甚大惶怖退詣佛所前禮佛足坐一面佛卽爲王說非常偈
029_0690_b_01L
높다는 것도 언젠가는 떨어지고
있다는 것도 언젠가는 없어지며
태어난 자 언젠가는 죽어가고
모이는 자 마침내는 흩어지네.
029_0690_a_23L高者亦隨墮
常者亦有盡
生者皆有死
合會有別離

그때 국왕은 세존의 이 게송을 듣고 나서 곧 마음이 열리고 뜻을 이해하게 되어 수다원과(須陀洹果)를 얻었다. 곧 부처님께 출가하기를 청하므로, 부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잘 왔도다. 비구야.”
그러자 저절로 수염과 머리털이 떨어지고 몸에 가사가 입혀졌다. 그리고 사문이 되어서 부지런히 닦고 익혀 아라한과(阿羅漢果)를 얻었다.
저 두 번째 왕은 부처님 세존께서 그 왕을 제도하여 출가시켰음을 듣고 두려움 없이 마음이 태연해졌다. 다시 부처님께 나아가 엎드려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나 앉아 설법을 듣고 더욱 환희심을 내었다. 그리고 부처님을 자기 나라에 오시기를 청하여 부처님의 허락을 얻고, 본국에 돌아가 온갖 맛있는 음식을 준비해 부처님과 여러 스님들을 청하여 공양한 뒤에 부처님 앞에서 곧 서원을 세웠다.
‘원하옵건대 이 공양의 선근 공덕으로 말미암아 미래세에 가서 눈 어두운 자에겐 밝은 눈을 얻게 하고, 귀의할 데 없는 자에겐 귀의할 곳을 얻게 하고, 구호를 받지 못한 자에겐 구호를 받게 하고, 해탈하지 못한 자에겐 해탈하게 하고, 안온하지 못한 자는 안온하게 하고, 열반에 이르지 못한 자에겐 열반의 경지에 들게 하소서.’
029_0690_b_02L爾時國王聞佛世尊說是偈已心開意解得須陁洹果卽於佛前求索出佛卽告言善來比丘鬚髮自落服著身便成沙門精懃修習得阿羅漢果彼第二王聞佛世尊度其彼王已令出家心意泰然無復怖畏次來佛所頂禮佛足卻坐一面聽佛說法甚懷歡喜尋請世尊佛卽然可還歸本國設諸餚膳請佛及僧飯食已訖卽於佛前發大誓願以此供養善根功德於未來世盲冥衆生爲作眼目無歸依者爲作歸依無救護者爲作救護無解脫者爲作解脫無安隱者爲作安隱未涅槃者爲作涅槃
이렇게 발원하자 부처님께서 곧 빙그레 웃으시면서, 다시 그 입으로부터 다섯 빛깔의 광명을 놓으시니, 그 광명이 세 겹으로 부처님을 둘러싼 뒤에 도로 부처님의 정수리로 들어갔다.
029_0690_b_16L發是願已佛便微笑從其面門出五色光繞佛三帀還從頂入
029_0690_c_01L그때 아난이 부처님 앞에 나아가 아뢰었다.
“여래께선 존중하시어, 함부로 웃음을 나타내지 아니하셨거늘 이제 빙그레 웃으심은 무슨 까닭이옵니까? 원하옵건대 그 까닭을 자세히 말씀해 주시옵소서.”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이제 이 반차야(般遮耶) 국왕이 나에게 공양하는 것을 보았느냐?”
아난이 아뢰었다.
그러하옵니다. 이미 보았나이다.”
그는 나를 공양한 공덕으로 말미암아 나쁜 갈래에 떨어지지 않고 천상ㆍ인간에서 항상 쾌락을 받으며, 앞으로 3아승기겁을 지난 뒤에 성불하여 무승(無勝)이라는 명호로 한량없는 중생을 제도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까닭으로 웃었느니라.”
029_0690_b_18L爾時阿難前白佛言如來尊重不妄有笑以何因緣今者微笑唯願世尊敷演解說佛告阿難汝見此槃遮耶王供養我不阿難白言唯然已見由供養我故不墮惡天上人中常受快樂過三阿僧祇當得成佛號曰無勝廣度衆生可限量是故笑耳
여러 비구들이 부처님의 이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하였다.
029_0690_c_02L爾時諸比丘聞佛所說歡喜奉行

10) 장자가 7일 동안 임금 노릇을 하게 된 인연
029_0690_c_03L長者七日作王緣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바사닉왕과 아사세왕(阿闍世王)이 서로 분쟁하여 각 상병(象兵)ㆍ마병(馬兵)ㆍ거병(車兵)ㆍ보병(步兵) 등 네 가지 군사를 집합시켜 서로 교전했는데, 바사닉왕의 군사가 모두 패하였다.
이렇게 세 번을 거듭하자, 왕은 단신으로 성에 돌아와서 매우 우울하고도 수치스러워 잠자는 것을 잊어버린 채 음식을 먹지 않았다.
때마침 한량없고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재보(財寶)를 지닌 어떤 장자(長子)가 이 사실을 듣고 왕에게 와서 말하였다.
“저의 집에 금ㆍ은 따위의 값진 보물이 많이 있으니, 왕께서 이것을 마음대로 이용하여 코끼리와 말을 사들이고 상을 걸고 장정을 모집한다면, 도로 적군을 반격하여 승리를 거둘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 왕께서는 너무 근심하거나 괴로워하지 마십시오.”
029_0690_c_04L佛在舍衛國祇樹給孤獨園時波斯匿王及阿闍世恒共忿諍各集四兵象兵馬兵車兵步兵而共交戰時波斯匿王軍衆悉敗如是三戰軍故壞唯王單己道入城內甚懷憂慘恥委地忘寢不食時有長者多財饒不可稱計聞王愁惱來白王言家多有金銀珍寶恣王所用可買象馬賞募健兒還與戰擊可得勝彼者何故憂慘如是
왕이 그렇게 하기를 허락하자, 장자는 곧 갖은 보물을 모두 꺼내어 왕에게 바쳤다. 왕은 이에 장정을 모집하기 위해 나라에 두루 다니면서 힘센 장정을 구하였다. 한 장정이 그 모집에 응해 기원(祇洹)의 문에 이르렀는데, 어떤 두 장사가 전법(戰法)을 논란하는 것을 들었다. 그 장사의 말에 의하면 ‘가장 날래고도 용맹스러운 군사를 진두(陳頭)에 세우고, 그 다음 보통 군사를 중간에 두고, 맨 뒤에 저열한 군사를 배치해야만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 말을 들은 장정이 바로 왕의 처소에 나아가서 저 장사들의 논란한 전법 그대로를 왕에게 보고하였다. 왕이 또한 이 말을 받아들여 곧 네 가지 군사[四兵]를 모집해 과연 저 장사의 전법 그대로 가장 날랜 군사를 진두에, 저열한 군사를 맨 뒤에 배치하였다.
029_0690_c_14L王卽然可大出珍奉上與王募索健兒遍行諸國求策謀有一健夫來應其募到祇洹門中見二將士共論戰法一將士言於陣前鋒先置健夫次置中者後置劣者聞是語已還歸白王具說將士所論兵法王聞是語卽集四兵如彼所論健者置前劣者在後
029_0691_a_01L서로 교전한 결과, 마침내 그 적군을 쳐 모든 코끼리와 말을 노획하고 아사세왕을 사로잡아 크게 기뻐하며 보배 수레에 싣고 부처님께 나아가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로선 아사세왕과 오랜 세월을 지내는 동안 당초부터 아무런 원한도 없고 질투도 없었건만, 저 왕이 도리어 저를 원수처럼 여겨 왔습니다. 그러나 아사세왕의 부왕이 바로 저의 친한 친구인지라 차마 그 아들의 생명을 해칠 수 없어 이제 본국으로 돌려보낼까 하옵니다.”
그때 부처님께서 바사닉왕을 칭찬하셨다.
“좋습니다, 좋습니다. 친한 사이건 친하지 않은 사이건 간에 마음을 항상 평등히 해야 성현들이 칭찬합니다.”
이렇게 말씀하시고 다시 게송을 읊었다.
029_0690_c_21L尋共交戰卽破彼軍獲其象馬卽便捉得阿闍世王大用歡慶與共同載羽寶之車將詣佛所白言世尊我於彼王長夜之中初無怨嫉而彼於我返生怨讎然阿闍世其父先王是我親友不忍害命今欲放去還歸本國爾時佛讚波斯匿王善哉善哉於親非親心常平等賢聖所讚卽便爲王而說偈言

싸워서 지는 자 두려워하고
이기는 자 기뻐하기 마련이지만
그대 이제 저 왕을 해방시킴은
한꺼번에 두 사람의 즐거움을 얻는 것이네.
그보다도 지고 이김을 초월하는 것이
바로 최상의 미묘함이라.
029_0691_a_06L負則生憂懼
勝則懷欣慶
汝今放彼王
二俱生歡喜
若能息勝負
最妙第一樂

이때 바사닉왕은 부처님께 이 게송을 듣고 곧 아사세왕을 그의 본국으로 돌려보낸 다음, 사위국으로부터 돌아와서 스스로 이렇게 염언(念言)하였다.
‘내가 이번 전투에서 승리를 거둔 것은 오로지 저 장자가 값진 재보를 나에게 희사해 줌으로써 그것을 자본 삼아 상을 걸어 장사를 모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나서, 곧 장자를 불러 말하였다.
“내가 이번 전투에서 그대가 희사한 값진 보물로 상(賞)을 걸어 장사들을 모집하였기에 승리를 거두게 되었다. 이제 그대의 은혜를 갚겠으니 그대의 소원이 무엇인가?”
이때 장자가 무릎을 꿇고 왕에게 대답하였다.
“저로 하여금 두려움 없이 말할 수 있게 허용하신다면 감히 말씀드리겠나이다.”
왕이 곧 허락하였다.
“그대의 말대로 모든 것을 다 들어 주리라.”
029_0691_a_08L時波斯匿王聞佛世尊說是偈已放阿闍世還詣本國自歸舍衛而自念言吾今所以戰鬪獲勝由彼長者資我珍寶賞募將士今得勝耳作是念已卽召長者而告之言吾由汝故資我珍寶賞募勇健戰鬪得勝我今當還報卿之恩恣汝所願是時長者跪白王言施我無畏敢有所道王卽答曰聽汝所說
029_0691_b_01L장자가 다시 말하였다.
“제가 원하옵건대, 왕을 대신하여 7일 동안 이 천하를 통치하고자 합니다.”
이에 왕이 곧 허락하였다. 동시에 소원을 만족시키기 위해 북을 치고 장자를 세워 정식 국왕으로 모셨다. 그리고 온 국민들에게 북을 치고 명령하며 다 그 사실을 알게 하였다.
곧 경내의 작은 왕[小王]들에게 각자 사신을 보내어 7일 동안 모든 정사를 중지하고 모두 와서 자기에게 조배(朝拜)하게 했다. 함께 3보(寶)에 귀의하여 부처님을 청해 공양하기를 7일 동안 하고 매우 크게 기뻐하며 온몸을 땅에 엎드려 예배하고서 이러한 큰 서원을 세웠다.
‘원하옵건대 이 7일 동안 왕 노릇을 한 공덕으로 말미암아 미래세에 가서 눈 어두운 중생에겐 밝은 눈을 얻게 하고, 귀의할 데 없는 중생에겐 귀의할 곳을 얻게 하고, 구호를 받지 못한 중생에겐 구호를 받게 하고, 해탈하지 못한 중생에겐 해탈하게 하고, 안온하지 못한 중생에겐 안온하게 하고, 열반에 이르지 못한 중생에겐 열반의 경지에 들게 하소서.’
029_0691_a_17L長者白言我今願欲代王七日治政天下王尋聽許滿長者卽爲擊鼓立正爲王擊鼓唱令使其境內咸令聞知皆得自在尋卽遣使勅諸小王各令七日罷諸王課朝拜我歸依三寶請佛供養七日旣滿甚大歡喜卽便以身五體投地大誓願持此七日作王功德於未來盲冥衆生爲作眼目無歸依者作歸依無救護者爲作救護無安隱爲作安隱無解脫者爲作解脫涅槃者令使涅槃
이렇게 발원하자, 부처님께서 빙그레 웃으시면서 곧 입으로부터 다섯 빛깔의 광명을 놓으시니, 그 광명이 세 겹으로 부처님을 둘러싼 뒤에 도로 부처님의 정수리로 들어갔다.
029_0691_b_05L發是願已佛便微從其面門出五色光繞佛三帀從頂入
그때 아난이 부처님 앞에 나아가 아뢰었다.
“여래께선 항상 스스로 존중하시어, 함부로 웃음을 나타내지 아니하셨거늘, 이제 빙그레 웃으심은 무슨 까닭이옵니까? 원하옵건대 세존께서 자세히 말씀해 주시옵소서.”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이제 저 장자가 7일 동안 국왕 노릇을 하면서 나에게 공양하는 것을 보았느냐?”
아난이 아뢰었다.
“그러하옵니다. 이미 보았나이다.”
“저 장자는 나를 청한 것으로 말미암아 미래세 3아승기겁을 지난 뒤에 성불하여 최승(最勝)이라는 명호로 한량없는 중생을 제도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까닭으로 웃었느니라.”
029_0691_b_07L爾時阿難前白佛言如來尊不妄有笑以何因緣今者微笑願世尊敷演解說佛告阿難汝今叵見彼大長者七日作王不阿難白言唯然已見彼大長者由請我故於未來世過三阿僧祇劫當得作佛號曰最勝廣度衆生不可限量是故笑耳
부처님께서 이 장자가 국왕 노릇을 하게 된 인연을 말씀하실 적에, 혹은 수다원과(須陀洹果)를 얻은 자도 있고, 혹은 사다함과(斯陀含果), 혹은 아나함과(阿那含果), 혹은 아라한과(阿羅漢果)를 얻은 자도 있으며, 혹은 벽지불(辟支佛)의 마음과 혹은 위없는 보리의 마음을 내는 자도 있었다.
029_0691_b_13L佛說是長者作王緣時有得須陁洹斯陁含者阿那含者阿羅漢者發辟支佛心者有發無上菩提心者
여러 비구들이 부처님의 이 말씀을 듣고는, 모두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하였다.
029_0691_b_16L爾時諸比丘聞佛所說歡喜奉行
撰集百緣經卷第一
乙巳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雕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