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029_0739_c_01L 찬집백연경 제9권
029_0739_c_01L撰集百緣經卷第九

오 월지 우바새 지겸 한역
029_0739_c_02L吳月支優婆塞支謙譯

9. 성문품(聲聞品)
029_0739_c_03L聲聞品第九

81) 해생(海生)이란 장사 우두머리[商主]의 인연
029_0739_c_04L海生商主緣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시었다.
당시 성중에 있는 5백 명의 장사치[買客]들이 큰 바다에 나아가 값진 보물을 채취하려고 하였다. 마침 그때 저 장사 우두머리[商主]가 문벌 좋은 집의 딸을 골라 부인으로 맞이하여 부인을 데리고 함께 바다에 나아갔다가 열 달 만에 한 아들 아이를 낳았으므로 아이의 이름을 해생(海生)이라 하였다. 이 아이가 큰 복덕이 있어서 그 상주로 하여금 값진 보물을 많이 얻어 안전하게 돌아오게 하였으므로 모두들 안은해생(安隱海生)이라 부르기도 하였다.
그 뒤 아이가 점점 장대함에 이르러 서로가 거듭 권하여 다시 큰 바다에 들어가 종전처럼 그 값진 보물을 얻어서 돌아오는 도중 큰 회오리바람[大黑風]을 만나, 배가 나찰귀[羅刹]의 나라에 떨어졌다. 또 회오리바람이 몰아치자, 이때 장사치들이 각각 꿇어앉아 천신에게 기도를 올리기도 했으나 아무런 감응이 없어 그 액난을 피할 길이 없었다.
029_0739_c_05L佛在舍衛國祇樹給孤獨園時彼城有五百賈客欲入大海採取珍寶時彼商主選擇族望娉以爲婦將共入海足滿十月產一男兒因爲立字名曰海生有大福德令諸商客獲大珍寶安隱迴還咸共唱言安隱海生年漸長大重復勸勉更入大海獲其珍寶進引還來値大黑風吹其舩舫飄墮羅剎鬼國迴波黑風時諸商人各各跪拜諸天善神無一感應救彼厄難
029_0740_a_01L그 중에 우바새(優婆塞) 한 사람이 여러 장사치들을 보고 이렇게 말하였다.
“듣건대 불 세존께서 항상 대비하신 마음으로 밤낮 중생들을 관찰하시어 고액을 받는 자가 있을 때엔 곧 친히 가서 제도하신다고 하니, 그대들도 이제 저 부처님의 명호를 함께 부른다면 혹시 여기에 오셔서 우리의 생명을 구제해 주시리라 생각하오.”
이 말을 들은 장사치들이 다 한꺼번에 ‘나무불타(南無佛陀)’를 불렀는데, 그때 세존께서 멀리 이 액난에 허덕이는 장사치들을 바라보시고 즉시 광명을 놓아 회오리바람에 비추니 바람이 곧 사라져 모두 벗어날 수 있게 되어 모두들 이렇게 말하였다.
“우리들이 부처님의 위광(威光)을 입어 이 액난에서 벗어나게 되었으니, 이제 편안히 육지에 도착하는 날에는 부처님과 스님들을 위해 탑사(塔寺)를 세워서 부처님과 스님들을 거기에 모시어 온갖 음식을 베풀고 동시에 필요한 물자를 다 공급하여 모든 것을 모자람이 없게 해야 하리라.”
029_0739_c_16L中有優婆塞語商人言有佛世常以大悲晝夜六時觀察衆生受苦厄輒往度之汝等咸當稱彼佛或能來此救我等命時諸商人共同時稱南無佛陁爾時世尊遙見商客極遇厄難卽放光明照耀黑風風尋消滅皆得解脫各作是言我等今者蒙佛威光脫此諸難今若平安達到當爲佛僧造立塔寺請命佛僧安置其中設諸餚膳供給所須皆使無乏
이와 같이 말한 다음 모두가 그렇게 하기로 약속하고 곧 배를 이끌어 모두 편안히 고향땅에 도착했다. 그리고 앞서 말한 그대로 탑사를 세워 부처님과 스님들을 거기에 모셔 두고 온갖 맛난 음식을 베풀어 공양한 다음 한쪽에 물러나 앉아 있었다. 그들은 다시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마음이 열리고 뜻을 이해하게 되어 도의 자취[道跡]를 얻어서 곧 부처님 앞에 나아가 출가하기를 원했으며, 부처님께서도 이렇게 말씀하셨다.
“잘 왔도다, 비구들이여.”
그러자 수염과 머리털이 다 저절로 떨어지고 법복이 몸에 입혀져 곧 사문의 모습을 이루었으며, 부지런히 닦고 익혀 아라한과를 얻고 3명(明)ㆍ6통(通)ㆍ8해탈(解脫)을 구족하여 온 천상과 세간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았다.
029_0740_a_04L作是語已咸皆然可於是進引皆悉平安達到鄕土如先言要造立塔寺請命佛僧設諸餚膳供養訖竟卻坐一面聽佛說法心開意解各獲道迹卽於佛前求索出家佛卽告言善來比丘鬚髮自落法服著身便成沙門精懃修習得阿羅漢果三明六具八解脫諸天世人所見敬仰
이때 여러 여러 비구들이 이 사실을 보고 나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 장사치였던 5백 비구는 전생에 무슨 업을 지었기에 그러한 갖가지 액난을 당해서도 부처님의 위광(威光)을 입어 액난에서 벗어났으며, 또 무슨 인연으로 세존을 만나 출가 득도하게 되었나이까?”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비단 오늘만 그들을 구제한 것이 아니라, 과거세에도 내가 그러한 액난에서 구제한 일이 있었노라.”
029_0740_a_11L諸比丘見是事已前白佛言不審今此商人五百比丘宿造何業値如是種種厄難蒙佛威光得脫諸又値世尊出家得道佛告比丘但今日救彼厄難過去世時我亦救彼脫諸厄難
029_0740_b_01L이에 비구들이 거듭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과거세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저희들은 알지 못하오니, 원컨대 자세히 말씀해 주옵소서.”
이때 세존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자세히 들으라. 내가 이제 너희들을 위해 분별 해설하리라.
한량없는 과거세 때 이 바라내국(波羅奈國)에 다섯 가지 신통을 갖춘 선인(仙人)이 강 언덕 주변에 머물고 있었다. 그때 5백 명의 장사치가 큰 바다에 나아가려고 강 언덕을 지나다가 저 선인을 보고 모두들 인사를 드리는 동시에 같이 바다에 나아갈 것을 권유하자 저 선인은 대답했다.
‘그대들끼리 잘 다녀 오라. 설사 중간에 어떤 환난이 있더라도 나의 명호만을 일컬으면 그대들을 구호해 주겠노라.’
029_0740_a_17L時諸比丘重白佛言世尊過去世時其事云何唯願世敷演解說爾時世尊告諸比丘等諦聽吾當爲汝分別解說乃往過去無量世中波羅柰國有五通仙人住河岸邊時有五百商人欲入大海路由河岸見彼仙人各共往彼問訊安勸彼仙人令共入海仙人答言等自去設有恐難但稱我名當護汝
장사치들이 이 말을 듣고서 곧 배를 이끌어 바다에 나아가 값진 보물을 많이 얻어서 돌아오는 도중 사나운 나찰과 회오리바람[黑風]을 만났는데, 장사치들이 함께 지극한 마음으로 저 선인의 명호를 일컫자 과연 선인의 구호를 받아 그 모든 액난에서 벗어나게 되었느니라.”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알아 두라. 그 당시의 선인은 바로 나의 전신이었고, 5백 명의 장사치는 바로 지금의 5백 비구들의 전신이었다. 그때 번뇌를 다 끊지 못했으면서도 그들의 액난을 구제해 주었는데, 하물며 이제 삼계(三界)에서 벗어난 내가 그들을 교화하여 제도하지 못하겠느냐?”
029_0740_b_03L爾時商人聞是語已進引入海獲珍寶還欲來歸道逢羅剎黑風諸爾時商人咸共一心稱仙人名往救護脫諸厄難佛告諸比丘欲知爾時彼仙人者則我身是彼時五百商人者今五百比丘是我於彼時斷煩惱尚能拔濟彼諸厄難況於今得出三界而當不能化度彼也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이 말씀을 듣고 환희심을 내어서 받들어 행하였다.
029_0740_b_10L時諸比丘聞佛所說歡喜奉行

82) 수만꽃 옷[須曼花衣]을 입은 채 출생한 인연
029_0740_b_11L須曼花衣隨身產緣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시었다.
당시 성중에 한량없고 헤아릴 수 없는 재보를 지닌 장자가 있었다. 그가 어떤 문벌 좋은 집의 딸을 골라 부인으로 맞이하여 온갖 기악(伎樂)을 즐겨 오다가, 그 부인이 임신하여 열 달 만에 아들아이를 낳으니, 그 용모가 단정하고 뛰어나며 미묘한 동시에 수만꽃 옷을 입은 채 출생하였다. 이에 상사(相師)를 불러 아이의 상을 보게 하였더니, 상사가 상을 보고 나서 부모에게 물었다.
“이 아이가 출생할 때 어떤 상서로운 모습이 있었습니까?”
029_0740_b_12L佛在舍衛國祇樹給孤獨園時彼城有一長者財寶無量不可稱計擇高門娉以爲婦種種音樂以娛樂足滿十月產一男兒端政殊妙曼花衣與身俱生召諸相師占相此相師睹已此兒產時有何瑞相
029_0740_c_01L그 부모가 이렇게 대답하였다.
“아이의 온몸이 수만꽃 옷에 싸여 출생하였으므로 이름을 수만나(須曼那)라 하였소.”
그 뒤 아이의 성품이 더욱 어질고 부드러우며 인자하고 효성스러웠으며, 아이가 점점 장대함에 따라 꽃옷도 몸에 알맞게 커졌다. 부모가 아이를 사랑스럽게 생각하여 아나율(阿那律)에게 데리고 가서 사미(沙彌)를 만들어 좌선(坐禪)을 가르치게 했더니, 오래지 않아 아라한과를 얻고 3명(明)ㆍ6통(通)ㆍ8해탈(解脫)을 구족하여 온 천상과 세간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게 되었다.
그때 아나율이 아이 사미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너는 지금 저 발제강[拔提河] 가에 가서 깨끗한 물을 가지고 오너라.”
사미가 명령을 받은 즉시 강가에 가서 병(甁)에 물을 가득 넣어 허공으로 던진 다음 곧 뒤를 따라 날아올랐다.
029_0740_b_18L母答言有須曼花衣裹身而生因爲立字名須曼那體性賢柔慈心孝順年漸長大衣亦隨大父母愛念便將小兒與阿那律令作沙彌教使坐禪未久之閒得阿羅漢果三明六通具八解脫諸天世人所見敬仰時阿那律勅沙彌言汝今可往拔提河邊取淨水來尋往彼河盛滿甁水擲虛空中隨後飛來
이때 여러 비구들이 이 사미를 보고 나서 전에 없었던 일이라고 감탄한 끝에 부처님께 나아가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 수만나 사미는 전생에 어떤 복을 심었기에 수만꽃 옷을 입은 채 큰 부호의 집에 태어났으며, 또 무슨 인연으로 출가한 지 오래지 않아 곧 아라한과를 얻었나이까?“
세존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자세히 들으라. 내가 이제 너희들을 위해 분별 해설하리라.
과거세 91겁 때 이 바라내국에 비바시(毘婆尸)부처님이 출현하시어 두루 교화를 마치고 열반에 드시자, 그때 범마달다(梵摩達多)라는 국왕이 저 부처님의 사리를 거둬서 4보탑(寶塔)을 만들어 공양하였다.
때마침 어떤 동자가 그 탑을 보고 환희심을 내어서 곧 출가했으나 나이가 늙어지자 아무런 얻은 것이 없음을 깊이 자책하여 수만꽃을 사서 실에 꿰어서 탑 위를 두루 덮은 뒤 발원하고 떠났다. 이 공덕으로 말미암아 91겁 동안 지옥ㆍ아귀ㆍ축생에 떨어지지 않고 항상 수만꽃 옷을 입은 채 천상과 인간으로 태어나 하늘의 쾌락을 받아 왔으며, 이제 또 나를 만나 출가 득도하게 된 것이니라.”
029_0740_c_04L時諸比丘見是沙彌歎未曾有白佛言世尊今此須摩那沙彌宿殖何福生巨富家須摩那衣隨身俱生出家未久獲阿羅漢果爾時世尊告諸比丘汝等善聽吾當爲汝分別解說乃往過去九十一劫波羅捺有佛出世號毘婆尸教化周訖神涅槃時有國王名梵摩達多收其舍利造四寶塔而供養之時有童子見彼塔故心生欣樂卽便出家年至老耄空無所獲深自剋嘖買須曼花持縷貫之遍覆塔上發願而去緣是功德九十一劫不墮地獄畜生餓鬼天上人中常有須曼花衣與身俱生受天快樂乃至今者遭値於我出家得道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이 말씀을 듣고 환희심을 내어서 받들어 행하였다.
爾時諸比丘聞佛所說歡喜奉行

83) 보수(寶手) 비구의 인연
029_0740_c_19L寶手比丘緣
029_0741_a_01L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시었다.
당시 성중에 한량없고 헤아릴 수 없는 재보를 지닌 장자가 있었다. 그가 어떤 문벌 좋은 집의 딸을 골라 부인으로 맞이하여 온갖 기악(伎樂)을 즐겨 오다가, 그 부인이 임신하여 열 달 만에 아들아이를 낳으니, 이 세간에서 보기 드물 만큼 단정하고도 수승 미묘하며, 그 두 손안에서 금전(金錢)이 나오는가 하면 꺼내는 대로 금전이 끊임없이 다시 나왔다. 부모가 이상하게 여겨 상사(相師)를 불러와서 아이의 상을 보게 하였더니, 상사가 상을 보고 나서 그 부모에게 물었다.
“이 아이가 출생할 때 어떤 상서로운 일이 있었습니까?”
029_0740_c_20L佛在舍衛國祇樹給孤獨園時彼城有一長者財寶無量選擇族望以爲婦作倡伎樂以娛樂之其婦懷足滿十月產一男兒端政殊妙所希有其兩手中有金錢出取已還如是展轉取不可盡召諸相師相此兒相師睹已此兒產時有何瑞
그 부모가 이렇게 대답하였다.
“이 아이가 출생할 때부터 두 손안에 금전이 있어 꺼내면 도로 금전이 나오게 되므로 이름을 보수(寶手)라 하였소.”
그 뒤 아이가 점점 장대하여, 성품이 더욱 어질고 부드러우며 인자하고 효성스러웠다. 또 보시하기를 좋아하여 누구라도 구걸하는 이가 있을 때엔 두 손을 펴서 그 안에 있는 좋은 금전을 꺼내어 주었다. 그러던 차에 여러 친구들과 함께 성문을 나가서 차례로 돌아다니다가 기원정사에 이르러 불 세존의 그 32상(相) 80종호(種好)로부터 마치 백천의 해와 같은 광명이 비춤을 보고 곧 환희심을 내어 자리에서 엎드려 예배한 다음 부처님과 비구 스님들에게 청하였다.
“자비하신 마음으로 저의 공양을 받아 주옵소서.”
029_0741_a_05L父母答言其兩手中有金錢出以還生因爲立字名曰寶手年漸長稟性賢柔慈心孝順好憙惠施從乞者申其兩手有好金錢尋以施將諸親友出城觀看漸次遊行到祇洹中見佛世尊三十二相八十種好光明普曜如百千日心懷憙悅前禮佛足合掌請佛及比丘僧慈哀憐愍納受我供
이때 아난이 부처님 옆에 있다가 아이에게 물었다.
“네가 공양하려면 반드시 재보(財寶)가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
아이가 아난이 하는 말을 듣고 곧 두 손을 펴자, 금전이 쏟아지기 시작하여 잠깐 사이에 쌓였는데, 이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분부하셨다.
“네가 이 금전 보물을 잘 처리하여 풍성한 음식을 만들어 나와 이 비구들을 청하라.”
이에 아난이 분부를 받고 곧 음식을 마련해 공양을 마친 다음, 부처님께서 그를 위해 묘법을 설하시니 마음이 열리고 뜻을 이해하게 되어 수다원과를 얻었다. 집에 돌아와 부모에게 출가 수도할 것을 구하니 그 부모가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굳이 반대할 수 없게 되자, 아이는 곧 부처님 처소에 가서 출가할 것을 원하였으며,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잘 왔도다, 비구들이여.”
그러자 수염과 머리털이 다 저절로 떨어지고 법복이 몸에 입혀져 곧 사문의 모습을 이루었으며, 부지런히 닦고 익혀 아라한과를 얻고 3명(明)ㆍ6통(通)ㆍ8해탈(解脫)을 구족하여 온 천상과 세간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았다.
029_0741_a_13L時彼阿難在佛左右問小兒言若欲設供當須財寶於是小兒聞阿難語尋申兩手金錢雨落須臾積聚佛勅阿難汝今取此金錢寶物營理餚膳請佛及僧阿難受教營理飮食供養訖竟佛爲說法心開意解得須陁洹果歸白父母求索入道母愛念不能違逆將詣佛所求索出佛卽告言善來比丘鬚髮自落服著身便成沙門精懃修習得阿羅漢果三明六通具八解脫諸天世人所見敬仰
029_0741_b_01L아난이 이 사실을 보고 나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 보수 비구는 전생에 무슨 복을 심었기에 호족(豪族)의 큰 장자 집에 태어남과 동시에 두 손에 금전이 있어 그 금전이 꺼내는 대로 다시 나오게 되며, 이제 또 무슨 인연으로 부처님을 만나 도과(道果)를 얻었나이까?”
그러자 세존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자세히 들어라. 내가 이제 너희들을 위해 분별 해설하리라.
이 현겁(賢劫)에 가섭(迦葉)부처님이 바라내국에 출현하시어 두루 교화를 마치고 열반에 드시자, 그때 가시(迦翅)라는 국왕이 저 부처님의 사리를 거둬서 4보탑(寶塔)을 세워 공양하였다.
때마침 어떤 장자가 세워 놓은 탑을 보고 마음에 환희심을 내어 곧 금전 한 닢을 기둥 밑에 놓아 둔 다음 발원하고 떠났는데, 저 장자가 이러한 공덕으로 말미암아 나쁜 갈래에 떨어지지 않고 항상 하늘ㆍ사람으로 태어나 손만 펴면 금전이 나오며, 또 이제 나를 만났기에 역시 꺼내는 대로 금전이 나오고 출가 득도하게 된 것이니라.”
029_0741_b_01L爾時阿難見是事已前白佛言今此寶手比丘宿殖何福生於豪族大長者家然其兩手有此金錢取以還生値佛世尊復獲道果爾時世尊告阿難言汝今諦聽吾當爲汝分別解說此賢劫中波羅柰國有佛出世號曰迦葉教化周訖遷神涅槃時彼國王名曰迦翅收取舍利造四寶塔時有長者見其豎棖心生隨喜持一金錢安置棖下發願而去緣是功德不墮惡趣天上人中常有金錢申手而出乃至今者遭値於我故有金錢取以還有出家得道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이 말씀을 듣고 환희심을 내어서 받들어 행하였다.
029_0741_b_13L爾時諸比聞佛所說歡喜奉行

84) 삼장(三藏) 비구의 인연
029_0741_b_14L三藏比丘緣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시었다.
바사닉왕(波斯匿王)의 부인이 임신하여 열 달 만에 아들아이를 낳으니, 그 용모가 이 세간에서 보기 드물 만큼 단정하고 뛰어나며 미묘할 뿐만 아니라, 출생할 때부터 몸에 가사를 입고 말을 할 수 있어 그 부왕에게 물었다.
“여래 세존께서 지금 세간에 계십니까? 그리고 대덕 가섭(迦葉)과 사리불(舍利弗)과 대목건련(大目揵連) 등 여러 큰 제자들도 현재 다 계십니까?”
부왕이 대답하였다.
“그분들은 현재 다 계시니라.”
“그러시다면, 대왕께서 저를 위해 공양을 베풀어 부처님과 스님들을 초청하옵소서.”
029_0741_b_15L佛在舍衛國祇樹給孤獨園時波斯匿王夫人懷妊足滿十月生一男兒端政殊妙世所希有身被袈裟生已能語問父王言如來世尊今者在不大德迦葉舍利弗大目揵連如是遍問諸大弟子悉爲在不父王答曰悉都在唯願大王爲我設供請佛及
029_0741_c_01L이에 왕은 곧 명령을 내려, 공양을 베풀어 두고 부처님과 스님들을 초청하였는데, 부처님께서 궁에 드시어 그 태자를 보고 이렇게 물으셨다.
“네가 과거 가섭(迦葉)부처님 때 삼장(三藏) 비구였던 것을 기억하느냐?”
태자가 대답했다.
“예, 그러하나이다.”
“모태에 들어 있는 동안 안온하였던가?”
“부처님의 은혜를 입어 성명(性命)을 보존하며 낮밤을 지냈습니다.”
왕과 그 부인은 태자가 부처님과 서로 문답하는 것을 보고 기쁨을 이기지 못해 부처님께 아뢰었다.
“이 태자가 전생에 무슨 복을 심었기에 출생하자마자 곧 말을 하게 되고 이제 또 감히 부처님과 문답을 하게 되나이까? 원컨대 세존께서 자세히 말씀해 주옵소서.”
그때 세존께서 곧 왕에게 게송을 읊어 대답하셨다.
029_0741_b_23L尋勅爲設請佛入宮見其太子問之曰汝自憶念迦葉佛時是三藏比丘不答言實是處此胞胎爲安隱蒙佛遺恩得存性命得過日夕王夫人見此太子與佛世尊共相答喜不自勝而白佛言今此太子宿殖何福生便能語乃能與佛感有答唯願世尊敷演解說爾時世尊便爲王而說偈言

전생에 지은 모든 선업은
백 겁을 지나도 그대로 있나니
그 선업의 인연 때문에
이제 이러한 과보를 받는 것이네.
029_0741_c_08L宿造諸善業
百劫而不朽
善業因緣故
今獲如是報

바사닉왕과 그 부인은 불 세존께서 설하신 이 게송을 듣고 나서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과거세에 어떠한 일이 있었는지를 저희들은 알지 못하오니, 원컨대 세존께서 다시 자세히 말씀해 주옵소서.”
이때 세존께서 대왕에게 말씀하셨다.
“왕은 자세히 들으시오. 내가 이제 대왕을 위해 분별 해설하겠소.
이 현겁(賢劫)에 가섭(迦葉)부처님이 바라날국에 출현하시어 비구들과 함께 여러 곳을 유행하면서 교화하시던 차에 가시왕(迦翅王)의 나라에 도착하셨는데, 때마침 왕태자 선생(善生)이 부처님을 뵙고 깊이 신심과 공경심을 내어 그 부왕에게 출가할 뜻을 밝히자, 부왕이 태자에게 타이르기를 ‘네가 외아들로서 마땅히 왕위를 이어받아 민중들을 양육해야 하지 않겠느냐’ 하고 끝내 허락하지 않았소.
029_0741_c_10L是時波斯匿王及其夫人聞佛世尊說此偈已前白佛言不審世尊過去世時其事云何唯願世尊敷演解說爾時世尊告大王曰汝今諦聽吾當爲汝分別解說此賢劫中波羅柰國有佛出世號曰迦葉將諸比丘遊行教化到迦翅王國時王太子名曰善見佛世尊深生信敬歸白太王索入道王不聽許我唯一子當繼王養育民衆終不聽汝出家入道
029_0742_a_01L왕태자는 이 말을 듣고 나자 근심과 괴로움에 싸여 땅에 쓰러졌으며, 하루, 이틀 내지 엿새에 걸쳐 음식을 끊으므로, 여러 대신들이 왕에게 ‘태자가 음식을 끊은 지 이미 엿새를 경과했으니 생명을 보전하지 못할까 염려됩니다. 원컨대 대왕께서 태자를 만나 보시고 출가할 것을 허락하옵소서.’라고 말했소.
저 대왕도 그 말을 듣고는, 마침내 허락하지 않을 수 없어서 태자와 함께 ‘네가 이제부터 삼장(三藏)의 경서를 다 독송하여 통달할 수 있다면 너에게 출가할 것을 허락하겠고 또 그러한 연후에라야 네가 나를 볼 수 있으리라’고 서약하였소.
이에 태자는 왕이 허락함을 듣고 마음 속으로 기뻐하면서 곧 출가하여 약속한 그대로 부지런히 삼장의 경서를 독송하고 익혀 다 통달한 뒤에 돌아와서 부왕을 뵙자, 부왕이 아들 비구에게 물었소.
‘네가 앞서 약속한 그대로 과연 삼장의 경서를 읽고 외워 다 통달하고서 이제 나를 보는 것이냐?’
029_0741_c_20L王太子聞是語已愁悴躄地斷穀不一日二日乃至六日絕不飮食諸群臣啓白王言太子不食已經六恐命不全願王今者聽使出家得相見時彼大王聞臣語已不能違勅彼太子共作要誓汝今若能讀誦三藏經書通利聽汝出家然後見時彼太子聞王勅已心懷喜悅卽出家懃加誦習三藏經書盡令通還來見王王問比丘我先勅汝誦三藏經書通利然後見我
태자 비구는 이렇게 대답하였소.
‘분부하신 대로 삼장의 경서를 이제 다 통달하였습니다.’
왕이 이 말을 듣자 매우 기뻐하여 곧 태자 비구에게 명령하였소.
‘이제부터 창고에 있는 모든 재물을 다 너에게 허락하니 조금도 아낌없이 마음대로 사용하여라.’
태자 비구는 왕의 명령을 받들어 온 창고의 재물을 꺼내어 갖가지 맛난 음식을 준비해 두고 가섭부처님을 비롯한 2만 비구들을 초청하여 공양을 마친 다음 그 낱낱 비구들에게 또 3의(衣)와 6물(物)을 각각 보시하였으며, 태자 비구는 이 공덕으로 말미암아 나쁜 갈래에 떨어지지 않고 항상 가사를 몸에 입은 채 천상과 인간으로 태어났으며, 또 오늘날 나를 만나서 역시 가사를 입은 그대로 출가 득도하게 되는 것이오.”
029_0742_a_08L今爲利比丘答曰今悉通利王大歡喜語比丘我今庫藏所有財物隨汝取終不悋惜於時王子比丘聞王教大取財物施設種種百味餚膳迦葉佛及二萬比丘供養訖已一一比丘各施三衣六物緣是功德不墮惡趣天上人中常有袈裟裹身而生乃至今者遭値於我故有袈裟出家得道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이 말씀을 듣고 환희심을 내어서 받들어 행하였다.
爾時諸比丘聞佛所說歡喜奉行

85) 야사밀다(耶舍蜜多)의 인연
029_0742_a_17L耶舍蜜多緣
029_0742_b_01L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시었다.
당시 성중에 한량없고 헤아릴 수 없는 재보를 지닌 장자가 있었다. 그가 어떤 문벌 좋은 집의 딸을 골라 부인으로 맞이하여 온갖 기악(伎樂)을 즐겨 오다가, 그 부인이 임신을 하여 열 달 만에 아들을 낳으니, 아이의 용모가 이 세간에서 보기 드물 만큼 단정하고 뛰어나며 미묘하였다. 출생하던 날 하늘에서 큰 비가 내리므로 그 부모가 매우 기뻐하여 상사(相師)를 불러 아이의 상을 보게 하였더니, 상사가 상을 보고 나서 이렇게 말하였다.
“이 아이에게 복덕이 있어서 출생함과 동시에 비가 내렸을 것이오.”
029_0742_a_18L佛在舍衛國祇樹給孤獨園時彼城中有一長者財寶無量不可稱計擇族望娉以爲婦作倡伎樂以娛樂其婦懷妊足滿十月生一男兒政殊妙世所希有當生之日天降大父母歡喜召諸相師占相此兒師睹已此兒福德生則降雨
이 소문이 퍼져 온 나라가 듣고 알게 되었으므로 아이의 이름을 야사밀다(耶舍蜜多)라 하였다. 젖을 먹지 않는 반면, 그 어금니 사이에 자연히 8공덕수(功德水)가 솟아나 그것으로 충족하였다. 그러던 차 아이가 점점 장대하여 여러 친구들과 함께 성문을 나와 돌아다니다가 기원정사에 이르러 불 세존의 그 32상(相) 80종호(種好)로부터 마치 백천의 해와 같은 광명이 널리 비춤을 보고 곧 환희심을 내어 부처님 앞에 엎드려 예배한 다음 출가하기를 원함으로 부처님께서 허락하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잘 왔도다, 비구여.”
그러자 수염과 머리털이 다 저절로 떨어지고 법복이 몸에 입혀져 곧 사문의 모습을 이루었으며, 부지런히 닦고 익혀 아라한과를 얻고 3명(明)ㆍ6통(通)ㆍ8해탈(解脫)을 구족하여 온 천상과 인간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았다.
029_0742_b_02L擧國聞因爲立字名耶奢蜜多不飮乳哺其牙齒閒自然而有八功德水用自充足年漸長大與諸親友遊行觀看到祇桓中見佛世尊三十二相八十種好光明普曜如百千日心懷歡喜前禮佛足求索出家佛卽聽許善來比丘鬚髮自落法服著身便成沙門精懃修習得阿羅漢果三明六通八解脫諸天世人所見敬仰
029_0742_c_01L이때 여러 비구들이 이 사실을 보고 나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 야사밀다 비구가 전생에 무슨 복을 심었기에 출생하던 날 하늘에서 단비[甘雨]가 내리고 젖을 먹지 않아도 어금니 사이에서 자연히 8공덕수가 솟아나 그것으로 충족하였으며, 또 무슨 인연으로 이제 부처님을 만나 출가 득도하게 되었나이까?”
이때 세존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자세히 들으라. 내가 이제 너희들을 위해 분별 해설하리라.
이 현겁(賢劫)에 가섭(迦葉)부처님께서 바라날국에 출현하셨을 때 어떤 나이 많은 장자가 저 부처님 법을 따라 출가 입도하기는 했으나 게으르고 교만하여 정근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또 중병에 걸렸다. 어떤 의사가 진찰한 결과 ‘소(酥)를 먹어야만 그 병이 나으리라’ 하여, 의사의 지시에 따라 소를 먹었는데, 밤중에 약을 먹고 열이 나며 갈증이 일어나 사방을 헤매면서 물을 구해도 물그릇이 다 비었다. 또 샘이나 못, 강 어느 곳을 가도 다 물이 고갈되어 물 한 그릇을 얻어 마실 수 없어서 스스로 깊이 뉘우치고 자책한 끝에 그 강 언덕에서 옷을 벗어 나무에 걸어둔 채 그것을 버리고 돌아와 그 이튿날 아침에 이 사실을 스승에게 알렸다. 그러자 스승이 곧 이렇게 대답했다.
‘그대가 이러한 고통을 만난 모양이 마치 아귀(餓鬼)와 같구나. 내가 이제 병(甁) 속에 넣어둔 물을 주겠으니 그대가 이것을 가지고 스님들에게로 가라.’
029_0742_b_11L時諸比丘見是事已白佛言世尊今此耶奢比丘宿殖何福生降甘雨不飮乳哺其牙齒閒自然而有八功德水以自充足又値世尊出家得道爾時世尊告諸比丘汝等善聽吾當爲汝分別解說此賢劫中波羅柰國有佛出世號曰迦葉於彼法中有一長者年齒老耄出家入道懈慢懶墯不能精懃又復重病良醫占之云當服酥病乃可差尋用醫教取酥服之於其夜中藥發熱渴馳走求水水器皆空復趣泉池皆亦枯竭至趣河中河亦枯竭如是處處求水不得深自悔責於彼河岸脫衣繫樹捨之還來至其明旦以狀白師師聞是語卽答之言汝遭此苦狀似餓鬼汝今可取我甁中水至僧中行
그는 이 말을 들은 즉시 병 속의 물을 받았으나 그 물 역시 다 말라버리므로, 더욱 근심되고 두려워 ‘내가 목숨이 끝나면 아귀에 떨어지지 않을까’ 하고는, 곧 저 부처님께 나아가서 전후 사실을 갖춰 아뢰었다.
‘제가 이 고액을 만나 혹시 아귀에 떨어질까 매우 근심되고 두려우니, 원컨대 대자대비하신 세존께서 저를 위해 법을 설해 주소서.’
저 부처님께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이제 저 비구 대중들 사이에 가서 그 깨끗한 물을 대중들에게 돌리면 아귀의 몸을 벗어나리라.’
029_0742_c_05L卽受師教取甁行水水盡涸竭心懷憂怖謂其命終恐墮餓鬼尋詣佛所具陳上事而白世尊我遭此厄甚爲惶怖恐墮餓鬼唯願世尊大慈憐愍幸爲見示佛告比丘汝今當於衆僧之中行好淨水可得脫此餓鬼之身
그는 부처님의 분부를 듣고 마음 속으로 기뻐하며 곧 스님들 사이에 가서 항상 깨끗한 물을 돌리기를 2만 년을 지난 뒤에 목숨이 끝났다가, 그 다음부터 태어나는 곳마다 어금니 사이에 언제나 청정한 8공덕수가 솟아나 젖을 먹지 않아도 그것으로 충족하였으며, 그리고 오늘날 나를 만나 출가 득도하게 된 것이니라.”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알아 두라. 그 당시의 나이 많은 비구가 바로 지금의 이 야사밀다 비구니라.”
029_0742_c_11L時彼比丘聞佛教已心懷喜悅卽便僧中常行淨水經二萬歲卽便命終在所生處其牙齒閒常有淸淨八功德水自用充足不飮乳哺乃至今者遭値於我出家得道佛告諸比丘欲知彼時老耄比丘今此耶奢蜜多是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이 말씀을 듣고 다 환희심을 내어서 받들어 행하였다.
029_0742_c_17L爾時諸比丘聞佛所說喜奉行

86) 화생(化生) 비구의 인연
029_0742_c_18L化生比丘緣
029_0743_a_01L어느 때 세존께서 도리천상의 파리질다라수(波利質多羅樹) 밑 보석전(寶石殿)에서 석 달 동안 안거하시면서, 어머니 마야(摩耶) 부인을 위해 설법을 마치고 천상으로부터 염부제에 내려오시려고 하였다.
그때 석제환인(釋提桓因)이 부처님께서 내려오시는 것을 알고 여러 하늘ㆍ용ㆍ야차ㆍ건달바와 아수라ㆍ가루라ㆍ긴나라ㆍ마후라가ㆍ구반다들에게 명령하여 부처님을 위해 세 갈래 보배 사다리를 만들어 두었다. 부처님께서 그 보배 사다리를 따라 하늘로부터 내려오시자, 한량없는 백천억 하늘ㆍ용ㆍ야차와 내지 사람인 듯 사람 아닌 듯한 무리들이 천상에서 내려오다 부처님을 보고 모두가 환희심을 내어 간절히 설법 듣기를 원하였다.
029_0742_c_19L爾時世尊在忉利天上波利質多羅樹下寶石殿上安居三月爲母摩耶說法訖竟欲還來下至閻浮提爾時釋提桓因知佛欲下勅諸天夜叉乾闥婆阿修羅迦樓羅緊那羅摩睺羅伽究槃荼等爲佛造作三道寶梯佛從天下寶梯兩邊有無量百千萬億諸天龍夜叉人非人等見佛如來從天上下莫不歡喜渴仰聞法
그때 세존께서 대중들의 선근이 이미 성숙됨을 아시고 곧 설법해 주셨는데, 이들 중에는 이 설법을 듣고 마음이 열리고 뜻을 이해하게 되어 혹은 수다원과(須陀洹果)를, 혹은 사다함과(斯陀含果)를, 혹은 아나함과(阿那含果)를, 혹은 아라한과(阿羅漢果)를 얻은 자도 있었으며, 혹은 벽지불의 마음을, 혹은 위없는 보리의 마음을 낸 자도 있었다.
마침 그 모임 가운데서 갑자기 화생(化生) 비구 한 사람이 대중들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그대들은 각각 나의 청을 받으시오. 내가 이제 그대들에게 갖가지 맛난 음식과 그 밖의 필요한 것을 다 공급하리다.”
이 말을 들은 대중들이 제각기 ‘천상의 보배 그릇과 갖가지 맛난 음식을 다 얻게 되리라’고 생각했는데, 과연 그대로 만족한 대접을 받았다.
029_0743_a_05L爾時世尊觀諸大衆善根已熟卽爲說法心開意解有得須陁洹者斯陁含者阿那含者阿羅漢者有發辟支佛心有發無上菩提心者時彼會中然有一化生比丘告諸大衆汝等今者各受我請餚膳飮食百種所須悉能與作是語已時諸大衆各各自諸天寶器百味飮食皆悉獲得足飽滿
029_0743_b_01L그러자 이때 아난이 이 사실을 보고 나서 부처님 앞에 나아가 아뢰었다.
“저 화생 비구는 전생에 무슨 복을 심었기에 이제 이 대중들로 하여금 다 배가 부르게 하나이까? 세존이시여, 그 어떠한 일이 있었는지를 저희들은 알 수 없나이다.”
이때 세존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자세히 들으라. 내가 이제 너를 위해 분별 해설하리라.
과거 91겁 때 비바시(毘婆尸)부처님이 이 바라날국(波羅奈國)에 출현하시자, 저 부처님의 법을 배우는 여러 비구들이 여름 석 달 동안 산림 속에 앉아 좌선하여 도를 닦는데 걸식하는 곳이 너무 멀어서 도를 수행함에 지장이 많아 매우 피로하던 차에, 어떤 비구 한 사람이 나와 여러 스님들께 말하였다.
‘오늘부터 내가 그대들을 위해 시주(施主)들에게 권하여 모든 것을 모자람 없이 공급하겠으니, 그대들은 안심하고 도를 수행함에만 힘쓸 뿐 다른 일을 걱정하지 마시오.’
이 말을 듣고 그들은 각기 마음껏 도를 수행하여 석 달만에 다 도과(道果)를 얻었으며, 이 공덕으로 말미암아 그 뒤 태어나는 곳마다 갖가지 맛난 음식을 생각하는 대로 얻을 수 있었고, 지금 또 나를 만났기 때문에 그가 생각만 한다면 대중을 공양함에 있어서 모자람 없게 할 수 있느니라.”
029_0743_a_14L爾時阿難見是事已前白佛今此化生比丘宿殖何福今者乃能使此大衆充足飽滿不審世尊事云何爾時世尊告阿難言汝今諦吾當爲汝分別解說乃往過去九十一劫波羅柰國有佛出世號毘婆於彼法中有諸比丘夏坐三月於山林坐禪行道乞食處遠妨廢行甚用疲勞時彼衆中有一比丘衆僧言我爲汝等勸化檀越供給衆使無有乏汝等但當安心行道足爲慮時諸比丘聞是語已各共用行道三月皆獲道果由是功德所生處常有種種百味飮食應念卽乃至今者遭値於我應念卽至養大衆使無有乏
이때 아난이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그는 또 무슨 인연으로 이제 화생을 하였나이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 현겁에 가섭(迦葉)부처님 때에 어느 장사 우두머리[商主]가 여러 장사치들을 데리고 다른 나라를 거치면서 장사의 이익을 구하던 차에, 그 부인이 임신이 되어 여행 도중 매우 어려운 산고에 부딪쳤는데, 결국 부인의 생명을 구하지 못했다. 그때 저 장사 우두머리가 생사를 싫어하게 되어 이 세간을 버리고 출가 입도하면서 이러한 큰 서원(誓願)을 세웠다.
‘원컨대 이 출가한 선근 공덕으로 말미암아 저로 하여금 미래세에 태어나는 곳마다 모태(母胎)에 들지 않고 항상 화생하게 해 주옵소서.’
이러한 까닭으로 지금 이러한 과보를 받을 뿐이니라.”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알아 두라. 그 당시의 장사 우두머리가 바로 지금의 화생 비구이니라.”
029_0743_b_06L爾時阿難復白佛以何因緣今得化生佛告阿難賢劫中迦葉佛時有一商主將諸商涉歷他邦販賣求利其婦懷妊其中路値產甚難求死不得時彼商心生厭惡捨之而去出家入道大誓願持此出家善根功德使我來世所生之處莫受胞胎常得化生故今者得是報耳佛告阿難欲知彼時商主者今化生比丘是
그때 여러 비구들이 부처님의 이 말씀을 듣고 다 환희심을 내어서 받들어 행하였다.
029_0743_b_15L爾時諸比聞佛所說歡喜奉行

87) 중보장엄(衆寶莊嚴)에 대한 인연
029_0743_b_16L衆寶莊嚴緣
029_0743_c_01L부처님께서는 가비라위국(迦毘羅衛國)의 니구타(尼狗陀)나무 아래 계시었다.
당시 성중에 어떤 장자가 한량없고 헤아릴 수 없는 재보를 지니고 있었으나 자식이 없어서 자식을 얻기 위해 하늘과 땅의 귀신에게 기도를 올렸다.
그러자 그 정성이 감응되어 열 달 만에 아들아이를 낳으니, 그 용모가 이 세간에서 보기 드물 만큼 단정하고 뛰어나며 미묘할 뿐만 아니라, 아이가 출생하면서 그 집안에 자연히 샘물[泉水]이 땅에서 솟아나는 동시에 온갖 값진 보물이 그 속에 가득 차 있었다.
한편 꽃 나무에 가장 미묘한 하늘 옷[天衣]이 가지마다 달려 있으므로, 저 장자가 이러한 것을 보고 기쁨을 이기지 못하고 곧 상사(相師)를 불러 아이의 상을 보게 하였더니, 상사가 상을 다 보고 나서 그 부모에게 물었다.
“이 아이가 출생할 때 어떤 상서로운 일이 있었습니까?”
부모가 이렇게 대답하였다.
“이 아이가 출생할 때 집안에 자연 샘물이 땅에서 솟아나는 동시에 온갖 값진 보물이 그곳에 가득 차 있고, 한편 또 꽃 나무 위에 좋은 하늘 옷이 달려 있으므로 아이의 이름을 중보장엄(衆寶莊嚴)이라 하였소.”
029_0743_b_17L佛在迦毘羅衛國尼拘陁樹下時彼城中有一長者財寶無量不可稱計無有子息祠祀神祇求索有子精誠感應足滿十月生一男兒端政殊妙世所希有家中自然有一泉水從地涌出有諸珍寶充滿其中復有花樹天衣上服懸之樹枝時彼長者見其如是喜不自勝召諸相師占相此兒相師睹已問其父母此兒生時有何瑞相父母答言此兒生時家中自然有一泉水從地涌出有諸珍寶充滿其中及以樹上有好天衣因爲立字名衆寶莊嚴
그 뒤 아이가 점점 장대하여, 성품이 더욱 어질고 부드러우며 자비롭고 효성스러웠다. 어느 때 친구들과 함께 성 바깥을 나가서 차례로 유행하다가 니구타나무 아래에 이르러 불 세존의 그 32상(相) 80종호(種好)로부터 마치 백천의 해와 같은 광명이 널리 비춤을 보고 곧 환희심을 내어 부처님 앞에 나아가 엎드려 예배한 다음 한쪽에 물러나 앉았다.
그리고 부처님의 설법을 들은 즉시 마음이 열리고 뜻을 이해하게 되어 수다원과(須陀洹果)를 얻고서 집에 돌아가 부모에게 출가할 뜻을 말씀드렸다. 그 부모가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굳이 허락하지 않을 수 없게 되자 아이는 곧 부처님 처소에 나아가 출가하기를 원하였으므로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잘 왔도다, 비구여.”
그러자 수염과 머리털이 저절로 떨어지고 법복이 몸에 입혀져 곧 사문의 모습을 이루었으며, 부지런히 닦고 익혀 아라한과를 얻고 3명(明)ㆍ6통(通)ㆍ8해탈(解脫)을 구족하여 온 천상과 인간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았다.
029_0743_c_07L年漸長大稟性賢柔慈心孝順將諸親友出城觀看漸次遊行到尼拘陁樹下見佛世尊三十二相八十種好光明普曜如百千日心懷歡喜前禮佛足卻坐一面聽佛說法心開意解得須陁洹果歸白父求索入道父母愛念不能違逆詣佛所求索出家佛卽告言善來比鬚髮自落法服著身便成沙門懃修習得阿羅漢果三明六通具八解脫諸天世人所見敬仰
029_0744_a_01L여러 비구들이 이 일을 보고 나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 중보장엄 비구는 전생에 무슨 복을 심었기에 출생함과 동시에 그런 기특한 일이 있었으며, 또 출가한 지 오래지 않아, 다시 도과(道果)를 얻었나이까?”
이때 세존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자세히 들으라. 내가 이제 너희들을 위해 분별 해설하리라.
한량없는 과거세 때 가손타(迦孫陀)부처님께서 이 바라날국에 출현하시어 두루 교화를 마치고 열반에 드시자, 그때 범마달다(梵摩達多)라는 국왕이 저 부처님의 사리를 거둬서 높이 1유순의 4보탑(寶塔)을 만들어 공양하였다.
때마침 어떤 장자가 꽃 나무를 가져와서 거기에 온갖 값진 보배와 갖가지 의복을 걸어 두고, 한편 병수(甁水)를 탑 앞에 놓고 발원하고 공양하였는데, 이 공덕으로 말미암아 지옥ㆍ축생ㆍ아귀에 떨어지지 않고 천상과 인간으로 태어날 때마다 샘물과 꽃 나무가 함께 따랐으며, 내지 오늘날 또 나를 만나 출가 득도하게 된 것이니라.”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알아 두라. 그 당시 꽃 나무를 받들어 탑에 공양한 이가 바로 지금의 중보장엄 비구니라.”
029_0743_c_17L時諸比丘見是事已前白佛言今此衆寶莊嚴比丘宿造何福生便有是奇特之事出家未夂復獲道果爾時世尊告諸比丘汝等諦聽吾當爲汝分別解說乃往過去無量世時波羅捺國有佛出世號迦孫陁化緣周訖遷神涅槃時彼國王名梵摩達多收取舍利四寶塔高一由旬而供養之時有長齎持花樹懸諸珍寶種種衣服以甁水安置塔前發願供養緣是功無量世中不墮地獄畜生餓鬼上人中常有泉水及以花樹隨共俱乃至今者遭値於我出家得道告諸比丘欲知彼時奉上華樹供養塔者今此衆寶莊嚴比丘是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이 말씀을 듣고 다 환희심을 내어서 받들어 행하였다.
029_0744_a_09L爾時諸比丘聞佛所說歡喜奉行

88) 계빈녕[罽賓寧] 왕의 인연
029_0744_a_10L罽賓寧王緣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시었다.
당시 남방에 금지국(金地國)의 계빈녕왕(罽賓寧王)이 부인과 함께 오락을 계속하다가, 열 달 만에 아들을 낳으니, 아이의 뼈마디가 굵고 큰 힘이 있었는가 하면, 그가 출생하던 날 1만 8천에 달하는 대신의 아들이 역시 함께 출생함과 동시에 그들도 다 큰 힘이 있었다.
그 뒤 왕자가 점점 장대하여 죽은 부왕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르자 같은 날 출생한 대신의 아들 1만 8천 명을 불러 그들에게 다 대신의 지위를 주어 같이 국사를 다스리기 시작했다.
어느 때 계빈녕왕이 그 여러 신하들과 함께 사냥을 나아가 유희하던 끝에 신하들에게 물었다.
“지금 이 세간에 나처럼 큰 힘을 가진 이가 또 어디 있느냐?”
029_0744_a_11L佛在舍衛國祇樹給孤獨園時彼南有一國土名曰金地王名罽賓其夫人共相娛樂足滿十月生一男骨節肥壯有大氣力當生之日有一萬八千大臣子等共彼王子同日俱生亦大氣力時彼王子年漸長其王崩背紹嗣王位尋取一萬八千諸臣子等賜爲大臣共理國事罽賓寧王將諸群臣遊獵射戲問諸臣言今此世閒叵有人能有大氣力如我者不
029_0744_b_01L그러자 왕의 시종 가운데 어떤 상객(商客) 한 사람이 이 말을 듣고 곧 대답하였다.
“듣건대 도하(都下)에 어떤 국왕이 있으니 그가 바로 바사닉왕(波斯匿王)인데, 그 국왕이 지닌 큰 힘이 지금 대왕보다도 백천만 배나 더 뛰어날 것이라 합니다.”
이때 계빈녕왕이 상객의 말을 듣고는, 곧 진심이 성해져 바사닉왕에게 사신을 보내 통고하였다.
‘앞으로 7일 이내에 그대가 시종들을 거느리고 나의 국토에 와서 배알하고 문안 인사를 드려야 하오. 그렇지 않을 경우엔 내가 직접 가서 그대의 오족(五族)을 남김없이 베어버리고 말겠소.’
이때 바사닉왕은 사신의 말을 듣고 매우 당황하고 두려워할 뿐, 아무런 계책이 없어서 곧 부처님께 나아가 아뢰었다.
“저 계빈녕왕이 사신을 보내 저를 협박하되, ‘앞으로 7일 이내에 시종들을 거느리고 와서 왕에게 배알하고 문안 인사를 드려야 하지, 그렇지 않을 경우엔 죽이고 말겠노라’ 하니, 세존이시여, 이 사정을 어떻게 하면 좋으리까?”
029_0744_a_22L時有商客在王從中聞王語已尋答王曰彼中都下復有大王名波斯匿絕有大力殊倍勝王百千萬倍時罽賓寧王聞商客語已瞋恚隆盛尋卽遣使告波斯匿王言卻後七日將諸侍從仰卿來至達吾國土朝跪問訊若不爾者吾當往彼誅汝五族使令滅盡時波斯匿王聞使者甚懷惶怖無以爲計卽詣佛所世尊言罽賓寧王勅我七日將諸侍從令達彼國朝拜問訊若不爾者當來誅我不審世尊事情如何
이때 부처님께서 바사닉왕에게 말씀하셨다.
“왕은 조금도 겁내지 말고 다만 그 사신에게 ‘잘못 왔습니다. 나는 소왕(小王)이고 진짜 대왕은 가까운 기환정사에 계시니, 그대가 이제 거기에 가서 그대의 왕명을 전달하시오’라고 말해 보내십시오.”
이때에 바사닉왕은 부처님이 지시한 그대로 사신에게 전달하고, 한편 부처님께선 전륜성왕(轉輪聖王)의 몸으로 화작(化作)하여, 대목건련(大目揵連)으로 하여금 전병신(典兵臣:군사를 맡은 대신)을 삼아 군중을 거느리고 온 기원을 둘러싸게 하였다.
사방 주변엔 일곱 겹의 구덩이를 만들고 7보(寶)의 나무를 마주 줄지어 두는 동시에 그 구덩이 속마다 갖가지 한량없는 연꽃을 심어 찬란한 광명을 온 성내에 비추게 하고는 대왕의 위의를 갖춰 전상(殿上)에 앉아 계시니 그 모습이 존엄하되 두려웠다.
029_0744_b_10L爾時佛告波斯匿王汝莫憂懼但語彼使我是小王更有大王近在祇桓卿今可往傳汝王命時彼使者尋卽往至到祇桓中見佛世尊作轉輪聖王令大目連作典兵臣將諸軍衆圍遶祇桓令其四邊有七重塹七寶諸樹行列相當令其塹中有諸蓮花若干種色不可稱計光明赫弈照於城內王在殿上尊嚴可畏
029_0744_c_01L이때 바로 저 사신이 와서 이 왕을 보고 놀래고 두려워하며, 스스로 생각하기를 ‘우리 임금께서 부질없이 화(禍)를 불러 일으켰구나. 그렇지만 할 수 없다’ 하고서 곧 왕의 친서를 받들어 올렸다. 이때 변화한 왕이 그 친서를 받아 다리 밑으로 떨어뜨리고 사신에게 타이르셨다.
“나는 4역(域)을 다 통치하는 대왕이다. 너는 이제 돌아가서 내 명령을 이렇게 전달하라. ‘나의 이 친서를 받는 그날부터 빨리 와서 문안을 드릴지니, 누워서 나의 음성을 들으면 곧 일어나 앉아야 하고, 앉아서 나의 음성을 들으면 곧 일어서야 하고, 일어서서 나의 음성을 들으면 곧 길을 건너야 되리라. 그래서 7일 이내에 시종들을 거느리고 나에게 와서 배알해야지, 만약 이 명령을 어길 때엔 그 죄를 용서하지 않겠노라’고.”
029_0744_b_19L時彼使者睹此王已情甚驚悚自念我君無狀招禍然不得已前奉王書時此化王得彼書已蹹著腳底告使者言吾爲大王臨統四域汝今至彼道吾教勅信至之日馳奔來覲臥聞吾聲便當起坐坐聞吾聲便當起立立聞吾聲便當涉路剋期七日將諸侍從朝拜見我若違斯制罪在不請
이에 사신이 본국으로 돌아가 위의 사실을 갖추어 저 왕에게 보고하자, 왕은 이 말을 듣고 자신의 허물을 매우 꾸짖고는 곧 3만 6천 신하를 불러 모아 수레를 장엄하고 대왕에게 배알하러 오면서도 한편 의심이 들어서 바로 접견하지 않고 먼저 한 사신을 보내 대왕에 아뢰었다.
“제가 영도하는 3만 6천 소왕(小王)을 다 인솔하기가 곤란하오니 그 반수만을 거느리고 와도 좋습니까?”
이때 화왕은 사신에게 이렇게 대답하였다.
“그렇다면, 반수만이라도 빨리 거느리고 오라.”
029_0744_c_04L使者還馳具以上事向彼王說時王聞已深自咎嘖尋集諸臣三萬六千嚴駕欲來朝拜大王然有所疑未及進引先遣一使白大王言臣等所領三萬六千諸小王輩爲當都去將半來耶時此化王報使者言將半速來
이때에 계빈녕왕은 대왕의 허락을 얻어 그 반수를 남긴 채 1만 8천 소왕들을 거느리고 빨리 와서 대왕에게 배알을 드린 다음 곧 생각하기를, ‘대왕의 용모가 비록 뛰어나기는 했으나 힘은 나보다 못하리라’ 하였다.
이때 화왕이 계빈녕왕이 생각하는 뜻을 짐작하고 곧 전장신(典藏臣)으로 하여금 선조 때부터 전해 온 큰 활[弓]을 가져오게 해서 저 왕에게 주어 한번 시험삼아 활을 당겨 보게 했으나 왕이 활을 이겨내지 못하므로 화왕이 도로 활을 잡고서 한 손가락으로 활 줄을 튀겨 온 삼천대천세계를 다 진동하게 했다.
다음엔 또 화왕이 화살을 쏘되 화살을 다섯 화살로 만드는 동시에 그 화살 끝마다 연꽃 한 송이씩이 있고, 연꽃 한 송이마다 화불(化佛)이 계셔서 큰 광명을 놓아 온 삼천대천세계를 비추시니, 다섯 갈래 중생이 다 은혜를 입고 모든 하늘과 사람들이 도과(道果)를 얻었다.
029_0744_c_10L使者還馳白罽賓寧大王約勅聽留半住尋將一萬八千諸小王等馳奔速來朝拜王已是念言今者大王形貌雖勝力不如化王于時遙知彼意勅典藏臣我先祖大弓弩來授與彼王王不能化王還取以指張弓復還持與令引挽殊不動弦化王還索以指彈聲震三千大千世界皆悉震動復射箭化爲五撥其諸箭頭各有蓮一一花上復有化佛放大光明於三千大千世界五道衆生莫不蒙諸天人民有獲道果
029_0745_a_01L지옥엔 이글거리는 불이 사라지고 아귀들은 만족한 음식을 받고 축생들은 무거운 짐을 벗어날 뿐만 아니라, 그 밖의 모든 탐욕ㆍ진심ㆍ우치와 번뇌에 허덕이는 자들도 모두 이 광명을 만나 스스로 조복되어 불법에 신심과 공경심을 내게 했다.
마침내 계빈녕왕이 이러한 신통 변화를 보고 화왕을 향해 온몸을 땅에 엎드려 예배함과 함께 마음이 곧 조복되었다. 그때 화왕도 저 왕이 이미 조복됨을 알고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가 대중에 둘러싸인 채 1만 8천 소왕들에게 갖가지 법을 설하자 마음이 열리고 뜻을 이해하게 되어 제각기 도의 자취[道跡]를 얻는 동시에, 수다원과를 얻고 곧 부처님 앞에서 출가하기를 원하므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잘 왔도다, 비구들이여.”
029_0744_c_22L地獄中者冷火滅餓鬼中者悉得飽滿畜生中脫於重擔貪欲瞋恚愚癡煩惱斯光者悉皆調伏信敬佛法時罽賓寧王見斯變已向於化王五體投地心卽調伏爾時化王知調伏已還服本形四衆圍遶卽便爲彼一萬八千諸小王等種種說法心開意解各獲道迹得須陁洹果卽於佛前求索出佛卽告言善來比丘
그러자 수염과 머리털이 저절로 떨어지고 법복이 몸에 입혀져 곧 사문의 모습을 이루었으며, 부지런히 닦고 익혀 오래지 않아 아라한과를 얻고 3명(明)ㆍ6통(通)ㆍ8해탈(解脫)을 구족하여 온 천상과 세간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았다.
029_0745_a_08L鬚髮自落服著身便成沙門精懃修習未久之得阿羅漢果三明六通具八解脫諸天世人所見敬仰
그때에 아난이 부처님께 나아가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 계빈녕왕을 비롯한 비구들은 전생에 무슨 복을 심었기에 다 호족(豪族)에 태어나 큰 힘을 지니게 되었고, 또 무슨 인연으로 부처님을 만나서 각각 도과(道果)를 얻었나이까?”
이때 세존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자세히 들어라. 내가 이제 너희들을 위해 분별 해설하리라.
과거세 비바시(毘婆尸)부처님께서 이 바라날국에 출현하시어 여러 비구들을 거느리고 보전국(寶殿國)에 도착하셨는데, 그때 반두발제(槃頭末帝)란 국왕이 부처님 오신다는 소문을 듣고 마음에 기뻐하여, 1만 8천 신하들과 함께 성문에 나와 맞이하며 엎드려 예배한 다음 무릎을 꿇고 앉아 부처님들을 비롯한 여러 비구들에게 이렇게 청하였다.
‘원컨대 자비하신 마음으로 석 달 동안 저희들의 네 가지 공양을 받아 주옵소서.’
029_0745_a_11L爾時阿難前白佛言今此罽賓寧王等比丘宿殖何皆生豪族有大氣力値佛世尊獲道果爾時世尊告阿難言汝今諦吾當爲汝分別解說乃往過去羅柰國有佛出世號毘婆尸將諸比到寶殿國時王名曰槃頭末帝佛來至心懷喜悅將諸群臣一萬八出城奉迎前禮佛足長跪請佛及比丘僧慈哀憐愍受我三月四事供
029_0745_b_01L이때 부처님과 스님들이 왕의 공양을 받고, 부처님께서 곧 갖가지 묘법을 설해 주시자 왕과 그 신하들은 각각 환희심을 내어서 다음과 같이 원을 세웠다.
‘원컨대 이 공양의 선근 공덕으로 말미암아 저희들로 하여금 미래세에 태어나는 곳마다 모두들 같은 날 함께 출생케 하여 주소서.’
이렇게 발원하고서 각자의 처소로 돌아갔는데, 과연 그들은 이 공덕으로 인하여 한량없는 세간에 걸쳐 나쁜 갈래에 떨어지지 않고 항상 같은 날 천상과 인간으로 태어나 하늘의 온갖 쾌락을 받아 왔으며 이제 또 나를 만나 출가 득도하게 된 것이니라.”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알아 두라. 그 당시의 반두말제왕은 바로 지금의 계빈녕 비구이고 그 당시의 뭇 신하들은 바로 지금의 1만 8천 비구들이었느니라.”
029_0745_a_21L時彼佛僧受王供已佛卽爲王種種說法王大歡喜各發願言持此供養善根功德使我等輩在所生處其大王同日俱生發是願已各還所緣是功德無量世中不墮惡道上人中共同日生受天快樂乃至今遭値於我出家得道佛告阿難知彼時槃頭末帝王者今此罽賓寧比丘是彼時群臣者今一萬八千比丘是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다 환희심을 내어서 받들어 행하였다.
爾時諸比丘聞佛所說歡喜奉行

89) 석왕(釋王) 발제(跋提)가 비구가 된 인연
029_0745_b_07L拔提釋王作比丘緣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시었다.
그 때는 여래가 바로 6년 동안의 고행을 마치고 비로소 정각(正覺)을 이룩하신 지 만 20년째였는데, 천 2백 50명의 비구들을 거느리고 가비라위국(迦毘羅衛國)에 돌아가려 하시면서 생각하기를, ‘내가 이제 저 본국에 돌아가되 이 여러 비구들로 하여금 각각 신통 변화를 나타내어 함께 가게 하리라. 왜냐 하면 거기에 있는 석왕들은 교만심이 많아서 항상 공동생활을 할 수 없기 때문이라’ 하시고는, 곧 1천 2백 50인 비구들에게 분부하셨다.
“내가 이제 본국으로 돌아가려 하니, 너희들도 각각 신통 변화를 나타내 나와 함께 가서 거기에 있는 여러 석왕들로 하여금 정성껏 믿고 받아들이게 해야 하리라.”
029_0745_b_08L佛在舍衛國祇樹給孤獨園爾時如六年苦行始成正覺滿十二年千二百五十比丘方欲往詣迦毘羅衛國每自念言我今往彼不與常同彼土諸釋憍慢情多咸須各各現於神變可往彼土卽勅千二百五十比我於今者欲還本國汝等各各現於神變令彼諸釋歸誠信伏
029_0745_c_01L이렇게 말씀하신 다음 세존께서 큰 광명을 놓아 여러 비구들과 함께 허공을 타고 저 가비라위국에 도착하시었다. 그때 정반왕(淨飯王)이 부처님이 오신다는 소문을 듣고 여러 석왕들에게 명령하여 길을 닦아 부정한 것을 제거하는 한편, 당기ㆍ번기를 세워 보배 방울을 달고 향수를 땅에 뿌리고 뭇 미묘한 꽃을 흩으며 온갖 기악을 베풀어 세존을 맞이하여 부처님께 예배하고 궁에 들어와서 왕의 공양을 받게 하였다.
이때 정반왕이 부처님을 시종하는 사람들을 보자 ‘그들이 비록 신통력은 있지만 용모가 너무 누추하여 마음에 마땅치 않으니 이제 내가 발제석(跋提釋) 등 용모 단정한 5백 사람을 골라 세존께 시종하도록 하리라’고 생각하고, 곧 5백 사람을 골라 부처님 처소에 보내는 동시에 우바리(優波離)로 하여금 그들의 수염과 머리털을 깎게 하였다.
029_0745_b_16L爾時世放大光明與諸比丘乘虛詣彼迦毘羅衛國時淨飯王聞佛來至勅諸釋等平治道路除去不淨建立幢幡懸諸寶鈴香水灑地散衆妙花作諸伎樂奉迎世尊前禮佛足請令入宮受王供養時淨飯王見佛翼從雖有神力形貌醜陋不適人情我今當選拔提釋等五百餘人容貌端政翼從世尊作是語已尋勅選擇得五百人將詣佛所使優波離剃除鬚髮
그런데 우바리가 눈물을 흘려 석왕의 머리 위에 떨어뜨리자 석왕이 곧 그 이유를 물었다.
“그대는 무엇 때문에 그렇게 눈물을 흘리는가?”
우바리가 대답하였다.
“이제 석왕은 모든 석가족 중에서도 존귀한 몸이거늘, 뜻밖에 하루아침에 이같이 모습을 바꾸고 거친 음식을 먹고 더러운 옷을 입어야 하는 것을 보니 제가 자연 눈물을 흘리게 되었습니다.”
발제석왕이 이 말을 듣고 나서 마음 속으로 서글퍼하기는 했으나 아직도 교만이 남아서 수염과 머리털을 깎은 뒤 옷과 발우를 갖춰 구족계(具足戒)를 받기 위해 스님들 사이에 들어가서 차례로 예배하다가 우바리 앞에 이르러서는 그대로 서서 예배하지 않으므로, 부처님께서 그 이유를 물으셨다.
“그대가 이제 우바리 앞에서만 예배하지 않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029_0745_c_03L眼目流淚墮釋王上尋卽問言汝今何故涕泣如是優波離言以王今者諸釋中尊不期一旦毀形麤食著糞掃衣見王如是眼目流淚時拔提釋聞是語已心懷惆悵猶生憍慢除鬚髮竟辦具衣鉢欲受具戒入於僧中次第作禮到優波離前住而不禮佛問釋汝今何故獨而不禮優波離耶
발제석왕이 대답하였다.
“그는 천한 사람이고 저는 귀한 몸이기에 예배하지 않는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우리의 법에는 귀하거나 천한 것이 없으니, 모든 것은 환화(幻化)와 같아서 편안함과 위험[安危]를 보장하기 어렵느니라.”
반제석왕이 또 말하였다.
“그렇다 할지라도 그는 우리의 노복[奴]이라 차마 예배할 수 없습니다.”
부처님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일체 노복이거나 빈부ㆍ귀천이 다 은애(恩愛)로 분리될 것이거늘 무슨 차별이 있겠느냐?”
029_0745_c_11L提釋言彼賤我貴是以不禮佛言此法中無有貴賤猶如幻化安危難拔提釋言彼是我奴不忍爲禮復告曰一切奴僕貧富貴賤恩愛分有何差別
029_0746_a_01L이때 발제석왕이 부처님 말씀을 듣고 나서 몸을 굽히고 예배하자 온 땅이 진동하고 공중에는 천신들이 전에 없던 일이라고 소리를 높여 찬탄하되, ‘발제석왕이 도를 구하기 위해 저 미천한 사람에게 진심으로 몸을 굽혀 꿇어앉아 예배하니 그 아만(我慢)의 깃발이 무너지겠구나’라고 하였다.
이때에 발제석이 구족계를 받은 다음 한쪽에 물러나 앉아 부처님 설법을 듣고 마음이 열리고 뜻을 이해하게 되어 아라한과(阿羅漢果)를 얻었다. 그리고 발우를 잡고 걸식하기 시작해 저 무덤 사이에 나아가 나무 아래 거처했으나 아무런 두려움이 없을 뿐만 아니라, 마음가짐이 태연하게 되어 곧 스스로 이렇게 말하였다.
“내가 옛날 왕궁에 있을 때엔 건장한 사나이들을 모집해 그들에게 무기와 몽둥이를 주어 좌우에 배치시켜도 항상 위태롭고 두려움을 느꼈는데, 이제 출가 입도하게 되자 이 무덤 사이에 있어도 전연 두려움이 없으니 참으로 상쾌하기 말할 수 없구나.”
029_0745_c_16L時拔提釋聞佛語已仰爲禮地大震動天於空中歎未曾拔提釋王爲求道故乃能爲彼下賤之人曲躬跪拜我慢之幢將爲崩時拔提釋受具戒竟卻坐一面佛說法心開意解得阿羅漢果執持應器而行乞食詣於塚閒止宿樹下意泰然無復怖畏而作是言我於昔在王宮時募索健夫執持器杖置左右故懷危懼我於今者出家入在此塚閒無復怖畏快不可言
그때 아난이 발제석이 하는 말을 듣고 부처님 앞에 나아가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 발제석 비구는 전생에 무슨 복을 심었기에 호족(豪族)에 태어나서 출가한 지 오래지 않아 곧 아라한과를 얻었나이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자세히 들으라. 내가 이제 너를 위해 분별 해설하리라.
한량없는 과거세 때 이 바라날국에 어떤 벽지불이 있어 그가 발우를 들고 걸식하러 다녔는데, 때마침 빈궁한 사람이 굶주린 몸으로 길을 가다가 떡을 조금 얻어 곧 자신이 먹으려던 차에 저 걸식하러 다니는 벽지불의 위의를 보고 환희심이 생겨서 그 떡을 보시하였다.
029_0746_a_03L時阿難聞拔提釋作是語已前白佛今此拔提釋比丘宿殖何福生於豪族出家未久獲羅漢果爾時世尊告阿難言汝今諦聽吾當爲汝分別解說乃往過去無量世時波羅柰國有辟支佛執持應器而行乞食時有一人貧窮飢餓涉路而行唯有少餠規欲自食見辟支佛威儀詳序而行乞食心懷歡喜尋卽取餠
벽지불이 떡을 받자마자 몸을 솟아 허공에 몸을 솟구쳐 올라가서 열여덟 가지 변화를 나타내되 동쪽에서 솟아 서쪽으로 사라지기도 하고 남쪽에서 솟아 북쪽으로 사라지기도 하고 다시 그 몸에서 물과 불을 내는 등 이러한 갖가지 열여덟 가지 변화를 일으켰다.
떡을 보시한 그 사람이 이 변화를 보고 더욱 신심과 존경심을 내어 곧 발원하고 떠났는데, 그 사람이 이 공덕으로 말미암아 한량없는 세간을 겪는 동안 지옥ㆍ아귀ㆍ축생에 떨어지지 않고 항상 천상 사람으로 태어나 존경과 영화로움과 부귀와 쾌락을 받아왔으며, 지금 또 나를 만나서 출가 득도하게 되었느니라.”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알아 두라. 당시 떡을 보시한 사람이 바로 지금의 발제석왕 비구니라.”
029_0746_a_12L施辟支佛受其餠已踊身虛空現十八變東踊西沒南踊北沒身出水火如是種種作十八變時施餠人見是變已甚懷信敬發願而去緣是功德無量世中不墮地獄畜生天上人中尊榮豪貴常受快樂乃至今者遭値於我出家得道佛告阿難欲知彼時施餠人者今此拔提釋王比丘是
부처님께서 이 인연을 말씀하실 때 그 모임의 대중 가운데 혹은 수다원과(須陀洹果)를, 혹은 사다함과(斯陀含果)를, 혹은 아나함과(阿那含果)를, 혹은 아라한과(阿羅漢果)를 얻은 자도 있었으며, 혹은 벽지불의 마음을, 혹은 위없는 보리의 마음을 낸 자도 있었다.
029_0746_a_20L佛說是緣時有得須陁洹者斯陁含者阿那含者阿羅漢者有發辟支佛心者有發無上菩提心者
다른 여러 비구들도 부처님의 이 말씀을 듣고 다 환희심을 내어서 받들어 행하였다.
029_0746_a_23L爾時諸比丘聞佛所說歡喜奉行
029_0746_b_01L
90) 부처님께서 호국(護國) 왕자를 제도하여 출가하게 하신 인연
029_0746_b_01L佛度王子護國出家緣
부처님께서는 구비라국(狗毘羅國)의 토라수(吐羅樹) 아래에 계시면서 이렇게 생각하셨다.
‘내가 이제 저 왕자 호국(護國)에게 가서 그를 제도하여 출가하게 하리라.’
이와 같이 생각하신 끝에 여러 비구들을 거느리고 성문에 이르러 문지방을 밟으시자, 온 땅이 여섯 가지로 진동하고 천상으로부터 온갖 꽃들이 퍼부었다. 한편 부처님께서 큰 광명을 놓아 저 성중을 비추시자 소경이 눈을 뜨게 되고 귀머거리가 소리를 듣게 되고 벙어리가 말을 하게 되고 절름발이가 길을 다닐 수 있게 되었다.
그때 저 왕자가 이 광명을 보고 전에 없던 일이라고 찬탄하면서 곧 부처님 처소에 나아갔는데, 급기야 세존의 32상(相) 80종호(種好)로부터 마치 백천의 해처럼 널리 비추는 광명의 그 상서로운 위의를 보고는 더욱 환희심을 내어 곧 부처님 앞에 엎드려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나 앉아 있었다.
부처님께서 그를 위해 4제법(諦法)을 설해 주시자, 그는 마음이 열리고 뜻을 이해하게 되어 수다원과(須陀洹果)를 얻었다. 집에 돌아와 그 부왕에게 부처님 공덕을 찬탄하고, 한편 ‘재가(在家)한 자로서도 전륜성왕(轉輪聖王)이 되어 사천하를 맡아 다스리고 7보를 구족하여
029_0746_b_02L佛在拘毘羅國吐羅樹下作是念言我於今者當往度彼王子護國使令出家作是念已將諸比丘至城門中足蹈門閫六種震動雨諸天花放大光明照彼城內盲者得視聾者得聽啞者能言躄者能行時彼王子睹斯光已歎未曾有尋詣佛所見佛世尊三十二相八十種好光明普曜如百千日威儀詳序甚可愛樂心懷歡喜前禮佛足卻住一面佛卽爲其說四諦法心開意解得須陁洹果歸白父歎佛功德若在家者應作轉輪聖典四天下七寶隨從
029_0746_c_01L자유로이 유행(流行)할 수 있거늘, 하물며 이제 내가 출가 입도한다면 7보의 구족쯤이야 말할 것이 있으랴. 곧 부처님께 출가를 구하리라’ 이렇게 생각하고서 그 부왕에게 말했다.
“원컨대 대왕께서 가엾이 여기시어 저로 하여금 세존을 따르도록 출가를 허락해 주옵소서.”
이때에 수제(須提)왕이 태자의 이 말을 듣고 막으면서 허락하지 않자, 태자는 마음이 답답하고 괴로워서 음식을 끊은 지 하루, 이틀 내지 엿새가 되므로, 뭇 신하들이 태자가 엿새 동안 먹지 않는 것을 보고 왕 앞에 꿇어앉아 이렇게 진언하였다.
“태자가 이제 음식을 끊은 채 엿새를 지냈으니 생명을 보전하지 못할까 염려되옵니다. 원컨대 대왕께서 불러보시어 출가를 허락하소서.”
이에 수제왕도 신하들의 말을 듣고는 할 수 없이 출가 입도할 것을 허락하자, 태자는 곧 부처님께 나아가 출가하기를 원했으며, 부처님께서도 말씀하셨다.
“잘 왔도다, 비구여.”
그러자 수염과 머리털이 저절로 떨어지고 법복이 몸에 입혀져 곧 사문의 모습을 이루었으며, 부지런히 닦고 익혀 아라한과(阿羅漢果)를 얻고 3명(明)ㆍ6통(通)ㆍ8해탈(解脫)을 구족하여 온 천상과 세간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았다.
029_0746_b_15L遊行自在能捨離出家入道況我今者而不隨從求佛出家作是念已前白王言願大王慈哀憐愍聽我出家隨從世時須提王聞太子語遮而不聽懷懊惱斷穀不食一日二日乃至六時諸群臣見其太子不食六日白王言太子今者斷穀不食以經六恐命不全願王今者聽使出家得相見時須提王聞諸臣語聽使入尋詣佛所求索出家佛卽告言來比丘鬚髮自落法服著身便成沙精勤修習得阿羅漢果三明六通具八解脫諸天世人所見敬仰
이때 여러 비구들이 이 사실을 보고 나서 부처님께 나아가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 왕태자 호국 비구는 전생에 무슨 복을 심었기에 왕가에 태어났으며, 또 무슨 인연으로 출가한 지 오래지 않아 곧 도과(道果)를 얻었나이까?”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자세히 들으라. 내가 이제 너희들을 위해 분별 해설하리라.
한량없는 과거세 때 바라날국에 비제(毘提)라는 국왕이 군사를 일으켜 이웃 나라와 교전하다가 그 이웃 나라 국왕에게 패배를 당해 도주하는 동안 어느 넓은 벌판에 이르렀는데, 마침 혹독한 더위를 만났으나 수초(水草)를 구할 수 없어서 기갈에 허덕여 죽을 지경이었다. 그때 어떤 벽지불 한 사람이 이 광경을 보고 수초가 있는 곳을 가르쳐 주니 비로소 기갈을 면해 그 길로 무사히 본국에 돌아와 기쁨을 이기지 못하고 이렇게 말하였다.
‘우리들이 이제 기갈의 고통을 벗어난 것은 다 저 벽지불의 은덕을 입었기 때문이니 마땅히 공양을 베풀어 저 벽지불을 초청해야 하리라.”
029_0746_c_05L時諸比丘見是事已前白佛言今此王子護國比丘宿殖何福生於王家出家未久便獲道果爾時世尊告諸比丘汝等諦聽吾當爲汝分別解說乃往過去無量世時波羅柰國王名毘提興起兵甲與鄰國王交陣共戰時鄰國王爲彼所敗將諸兵衆逃避退去到曠野中値天暑熱無有水草飢渴欲死尋卽往彼辟支佛所便示王水渴乏得解導引其道還達本國不自勝而作是言我等今者脫此飢渴苦惱之患皆由蒙彼辟支佛德當設供請辟支佛
029_0747_a_01L그리고 왕은 곧 명령을 내려 갖가지 맛난 음식을 준비해 두고 벽지불을 초청해 궁중으로 맞이하여 공양하였다. 저 벽지불이 이 공양을 받은 뒤 곧 열반에 들자, 왕을 비롯한 그 뭇 신하와 후비ㆍ채녀들이 눈물을 흘리며 슬퍼하고 괴로워한 끝에 벽지불의 사리를 거둬서 4보탑(寶塔)을 세워 공양했는데, 그들이 이 공덕으로 말미암아 한량없는 세간을 겪는 동안 지옥ㆍ축생ㆍ아귀에 떨어지지 않고 항상 천상과 인간으로 태어나 온갖 존영(尊榮)과 부귀를 누리는 동시 천상의 쾌락을 받아 왔으며, 내지 지금에 와서 또 나를 만나 출가 득도하게 된 것이니라.”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알아 두라. 그 당시 벽지불을 공양한 국왕이 바로 지금의 이 호국비구니라.”
029_0746_c_18L作是語已勅設餚膳種種飮食請辟支佛入宮供養其供已尋般涅槃時王須提及諸群后妃婇女號啼涕哭悲感懊惱取舍利造四寶塔而供養之緣是功無量世中不墮地獄畜生餓鬼上人中尊榮豪貴受天快樂乃至今遭値於我出家得道佛告諸比丘欲知彼時須提王者由供養辟支佛故今得値我出家得道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이 말씀을 듣고 다 환희심을 내어서 받들어 행하였다.
029_0747_a_04L爾時諸比丘佛所說歡喜奉行
撰集百緣經卷第九
乙巳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雕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