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030_0001_a_01L백유경(百喩經) 제1권
030_0001_a_01L百喩經卷第一

존자 승가사나(僧伽斯那) 찬집
소제(蕭齊) 천축삼장(天竺三藏) 구나비지(求那毗地) 한역
030_0001_a_02L尊者僧伽斯那撰
蕭齊天竺三藏求那毘地譯

어리석은 사람이 소금을 먹은 비유
어리석은 사람이 소젖을 모은 비유
배로 머리를 때려 부순 비유
여자가 거짓으로 죽었다고 말한 비유
목마른 사람이 물을 보는 비유
죽은 아들을 집에 두려는 비유
030_0001_a_04L愚人食鹽喩
愚人集牛乳喩
以梨打破頭喩
婦詐語稱死喩
渴見水喩
子死欲停置家中喩
남을 형이라 인정하는 비유
산도둑이 나라 창고의 물건을 훔친 비유
아버지의 덕행을 찬탄하는 비유
삼층 누각의 비유
바라문이 아들을 죽인 비유
030_0001_a_08L認人爲兄喩
山羌偸官庫喩
歎父德行喩
三重樓喩
婆羅門殺子喩
검은 석밀장(石密漿)을 달이는 비유
남이 성내기를 좋아한다고 말한 비유
상주(商主)를 죽여 하늘에 제사한 비유
의사가 왕녀에게 약을 주어 갑자기 자라게 한 비유
사탕수수에 사탕수수 즙을 부은 비유
030_0001_a_11L煮黑石蜜漿喩
說人喜瞋喩
殺商主祀天喩
醫與王女藥令卒長大喩
灌苷蔗喩
돈 반 전[半錢]을 빚진 비유
다락에 올라 칼을 가는 비유[就樓磨刀喩]
배를 타고 가다가 발우를 잃어버린 비유
사람이 왕의 횡포를 말한 비유
어떤 여자가 다시 아들을 구하고자 한 비유
030_0001_a_14L債半錢喩
就樓磨刀喩
乘船失釪喩
人說王縱暴喩
婦女欲更求子喩

1. 어리석은 사람이 소금을 먹은 비유
030_0001_a_16L愚人食鹽喩
030_0001_b_02L
옛날 어떤 어리석은 사람이 남의 집에 가서 주인이 주는 음식을 먹고, 싱거워 맛이 없다고 불평하였다.
주인이 그 말을 듣고 소금을 넣었다. 그는 소금을 넣은 음식을 맛있게 먹고는 생각하였다.
‘음식이 맛있는 것은 소금 때문이다. 조금만 넣어도 맛있는데 많이 넣으면 얼마나 더 맛있을까?’
그리고 그 어리석은 사람은 무지하게도 쓸데없이 소금만 먹었다. 소금만 먹고는 입맛을 잃어 도리어 병이 되었다.
이것을 비유하면 마치 저 외도들이 음식을 절제하여야 도를 증득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7일 혹은 보름 동안 음식을 끊었으나 배만 고플 뿐 도에는 아무 이익이 없었던 것과 같다.
저 어리석은 사람이 소금이 맛있다고 쓸데없이 소금만 먹어 입맛을 잃은 것처럼 이것도 또한 마찬가지이다.
030_0001_a_17L昔有愚人至於他家主人與食嫌淡無味主人聞已更爲益鹽旣得鹽美便自念言所以美者緣有鹽故少有尚爾況復多也愚人無智便空食鹽食已口爽返爲其患譬彼外道聞節飮食可以得道卽便斷食或經七日或十五日徒自困餓無益於道如彼愚人以鹽美故而空食之致令口爽此亦復爾

2. 어리석은 사람이 소젖을 모은 비유
030_0001_b_05L愚人集牛乳喩

옛날 어떤 어리석은 사람이 장차 손님을 청하여 소의 젖을 모아 대접하려 고 자리를 마련하고는 이렇게 생각했다.
‘내가 만약 날마다 미리 소젖을 짜두면 소젖은 점점 많아져 마침내 둘 곳이 없게 될 것이며, 또한 맛도 변해 못쓰게 될 것이다. 그러니 이렇게 하기보다는 소젖을 소 뱃속에 모아두었다가 모임이 있을 때쯤에 한꺼번에 짜내는 것이 낫겠다.’
이렇게 생각하고는 곧 어미소와 새끼를 따로 매어 두었다.
한 달이 지난 후 잔치를 마련하고 손님을 맞이하였다. 소를 끌고 와서 젖을 짜려 하였으나 그 소의 젖은 말라 없어지고 말았다.
그러나 거기 모인 손님들은 성을 내거나 혹은 비웃었다.
어리석은 사람도 이와 같아서 보시를 하려다가 ‘내게 재물이 많이 쌓이기를 기다렸다가 한꺼번에 보시하리라’고 생각하지만, 모으기도 전에 관청이나 수재(水災)나 화재(火災)나 혹은 도적에게 빼앗기거나 또는 갑자기 목숨을 마치기 때문에 적절한 시기에 보시할 수 없게 된다. 저들 또한 이와 같다.
030_0001_b_06L昔有愚人將會賓客欲集牛乳以擬供設而作是念我今若豫於日日中𤚲取牛乳牛乳漸多卒無安處或復酢敗不如卽就牛腹盛之待臨會時當頓𤚲取作是念已便捉牸牛母子各繫異處卻後一月爾乃設會迎置賓客方牽牛來欲𤚲取乳而此牛乳卽乾無有時爲衆賓或瞋或笑愚人亦爾欲修布施方言待我大有之時然後頓施未及聚頃或爲縣官水火盜賊之所侵奪或卒命終不及時施彼亦如是

3. 배로 머리를 때려 부순 비유
030_0001_b_18L以梨打頭破喩
030_0001_c_02L
옛날 어떤 어리석은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머리에 머리카락이 없었다. 그때 한 사람이 배를 가지고 와서 그의 머리를 때렸다. 그렇게 두세 번을 치니 머리 곳곳에 상처가 생기고 터지고 하였다. 그런데도 저 어리석은 사람은 잠자코 참으면서 피할 줄을 몰랐다.
옆에 있던 사람이 그것을 보고 말하였다.
“왜 피해 달아나지 않고 그 자리에 그대로 있으면서 맞기만 하여 머리를 상하게 하는가?”
그는 대답하였다.
“저 사람은 교만하고 힘만 믿으며 어리석고 지혜가 없어서 내 머리에 머리카락이 없는 것을 보고 돌이라 생각하여, 배를 가지고 와서 저렇게 내 머리를 때려 상처를 낸 것이다.”
옆에 있던 사람이 말하였다.
“당신 자신이 어리석은데 어째서 저 사람을 어리석다고 하는가? 당신이 만일 어리석지 않다면 왜 남에게 얻어맞으며 나아가 머리에 상처까지 입으면서도 피할 줄 모르는가?”
비구도 그와 같아서 믿음[信]과 계율[戒]과 들음[聞]과 지혜[慧]를 닦지 않고 오직 위의(威儀)만 단정히 하여 이양(利養)만을 추구하니, 마치 어리석은 사람이 남에게 머리를 맞으면서도 피할 줄을 모르고 나아가 머리에 상처까지 입으면서도 도리어 남을 어리석다고 하는 것과 같다. 이 비구도 또한 이와 같다고 하겠다.
030_0001_b_19L昔有愚人頭上無毛時有一人以梨打頭乃至二三悉皆傷破時此愚人嘿然忍受不知避去傍人見已而語之言何不避去乃住受打致使頭破愚人答言如彼人者憍慢恃力癡無智慧見我頭上無有髮毛謂爲是石以梨打我頭破乃爾傍人語言汝自愚癡云何名彼以爲癡也汝若不癡爲他所打乃至頭破不知逃避比丘亦爾不能具修信戒聞慧但整威儀以招利養如彼愚人被他打頭不知避去乃至傷破反謂他癡此比丘者亦復如是

4. 여자가 거짓으로 죽었다고 말한 비유
030_0001_c_09L婦詐稱死喩

옛날 어떤 어리석은 사람이 있었다. 그의 아내는 용모가 단정하였으므로 그는 마음으로 매우 사랑하고 소중히 여겼다. 그러나 그 부인은 정직하고 믿음직스럽지 못하여 사는 동안에 다른 남자와 정을 통하였고, 음탕한 마음을 걷잡지 못하여 급기야 제 남편을 버리고 정부에게로 가려고 하였다. 그래서 한 노파에게 은밀하게 말하였다.
“내가 떠난 뒤에 당신은 죽은 여자 시체 하나를 가져다 우리 방에 놓아 두고 내 남편에게 내가 이미 죽었다고 말해 주시오.”
그런 일이 있은 뒤에 노파는 그 여자의 남편이 없는 틈을 엿보다 시체 하나를 그 집에 갖다 놓고 그 남편이 돌아오자 노파가 그에게 말하였다.
“당신의 아내가 이미 죽었소.”
남편이 즉시 가서 살펴보고는 그것이 자기 아내라 믿고 슬피 울면서 괴로워하였다. 그리고 장작을 쌓고 기름을 붓고 시체를 태운 뒤에 뼈를 자루에 담아 밤낮으로 품고 있었다.
얼마 뒤에 아내는 정부가 싫어져 집으로 돌아와 그 남편에게 말하였다.
“내가 바로 당신의 아내입니다.”
남편이 대답하였다.
“내 아내는 벌써 죽었다. 너는 누구길래 내 아내라고 거짓말을 하는가?”
그 아내는 두세 번 말하였으나 남편은 전혀 믿지 않았다.
이것은 마치 저 외도들이 다른 사람의 삿된 말만을 듣고 마음이 미혹하고 집착하여 그것을 진실이라 하며 끝끝내 고치지 않고 아무리 바른 법을 들어도 그것을 믿고 받들어 가지지 않는 것과 같다.
030_0001_c_10L昔有愚人其婦端正情甚愛重婦無直信後於中閒共他交往邪婬心盛欲逐傍夫捨離己壻於是密語一老母言我去之後汝可齎一死婦女屍安著屋中語我夫言云我已死母於後伺其夫主不在之時以一死屍置其家中及其夫還老母語言婦已死夫卽往視信是己婦哀哭懊大薪油燒取其骨以囊盛之晝夜懷挾婦於後時心厭傍夫便還歸語其夫言我是汝妻夫答之言婦久死汝是阿誰妄言我婦乃至二三猶故不信如彼外道聞他邪說心生惑著謂爲眞實永不可改雖聞正教不信受持
030_0002_a_02L

5. 목마른 사람이 물을 보는 비유
030_0002_a_02L渴見水喩

옛날 매우 어리석어 지혜가 없는 어떤 사람이 너무도 목이 말라 물을 찾았다. 더울 때 아른거리는 아지랑이를 보고는 물이라 생각하고 곧 좇아 달려가다 신두(辛頭)1)강에 이르게 되었다.
그는 이미 강에 이르렀으나 바라만 보고 마시지는 않았다.
곁에 있던 사람이 말하였다.
“당신은 갈증으로 괴로워하며 물을 찾더니 지금은 강에 왔는데도, 왜 물을 마시지 않는가?”
어리석은 그 사람이 대답하였다.
“만약2) 그대가 다 마실 수 있다면 내도 마시겠지만, 이 물이 너무 많아 한꺼번에 다 마실 수 없다. 그런 까닭에 마시지 않고 있다.”
그때 사람들은 그 말을 듣고 모두 크게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비웃었다.
이것을 비유하면 마치 외도들이 편벽 되게 자기들의 그 이론만 취하여 자기는 부처님의 계율을 가질 수 없다 하면서 그것을 받으려 하지 않나니, 그래서 장래에는 도를 얻지 못하고 생사를 떠도는 것과 같다.
저 어리석은 사람이 물을 보고도 마시지 않아 사람들의 비웃음을 산 것도 그와 마찬가지이다.
030_0002_a_03L過去有人癡無智慧極渴須水見熱時炎謂爲是水卽便逐走至辛頭河旣至河所對視不飮傍人語言汝患渴逐水今至水所何故不飮愚人答君可飮盡我當飮之此水極多俱不可盡是故不飮爾時衆人聞其此皆大嗤笑譬如外道僻取其理以己不能具持佛戒遂便不受致使將來無得道分流轉生死若彼愚人見水不飮爲時所笑亦復如是

6. 죽은 아들을 집에 두려는 비유
030_0002_a_13L子死欲停置家中喩
030_0002_b_02L
옛날 어떤 어리석은 사람이 일곱 명의 아들을 길렀는데 첫째 아들이 먼저 죽었다. 그때 이 어리석은 사람은 아들이 죽은 것을 보고 집에 그대로 놓아두고 제 자신은 떠나려 하였다. 곁에 있던 사람이 그 사실을 보고 그에게 말하였다.
“삶과 죽음의 길이 다르니 빨리 장엄하게 꾸며 먼 곳으로 보내어 장례를 치르는 것이 마땅하거늘 왜 집에 놔둔 채 그대 자신이 떠나려 하는가?”
그때 어리석은 사람은 이 말을 듣고 가만히 생각하였다.
‘만일 집에 두지 않고 꼭 장례를 치러야 한다면 마땅히 아들 하나를 또 죽여 머리 둘을 메고 가는 것이 보다 운치 있는 일일 것이다.’
그리하여 그는 아들 하나를 다시 죽여 메고 먼 곳의 숲에서 장례를 치렀다.
당시 사람들은 그것을 보고 매우 어리석은 일이라 비웃으며 일찍이 없었던 일이라고 괴상하게 여겼다.
이것을 비유하면 마치 비구가 사사로이 한 가지 계율을 범하고도 마음 속으로 참회하기를 꺼려 잠자코 덮어 두고는 스스로 청정하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그때 마침 어떤 사람이 그것을 알고 그 비구에게 말하였다.
“출가한 사람은 금계(禁戒) 지키기를 마치 맑은 구슬을 보호하듯 잃지 말아야 하겠거늘, 그대는 왜 지금 계율을 범하고도 참회하려 하지 않는가?”
계율을 범한 사람이 말하였다.
“진실로 꼭 참회해야 한다면 다시 한 번 더 범한 뒤에 사람들에게 알리겠다.”
그리고는 마침내 계율을 깨뜨리고 선하지 않은 짓을 많이 저지르고서야 비로소 사람들에게 알렸다.
이것을 비유하면 마치 저 어리석은 사람이 한 아들이 죽자, 또 한 아들을 죽인 것과 같나니 이 비구도 그와 마찬가지이다.
030_0002_a_14L昔有愚人養育七子一子先死時此愚人見子旣死便欲停置於其家中自欲棄去傍人見已而語之言生死道異當速莊嚴致於遠處而殯葬之云何得留自欲棄去爾時愚人聞此語已卽自思念若不得留要當葬者須更殺一子停擔兩頭乃可勝致是便更殺其一子而檐負之遠葬林時人見之深生蚩笑怪未曾有如比丘私犯一戒情憚改悔嘿然覆藏自說淸淨或有知者卽語之言家之人守持禁戒如護明珠不使缺汝今云何違犯所受欲不懺悔犯戒者言茍須懺者更就犯之然後當遂便破戒多作不善爾乃頓出彼愚人一子旣死又殺一子今此比亦復如是

7. 남을 형이라 인정하는 비유
030_0002_b_08L認人爲兄喩

옛날에 단정한 용모에 지혜를 갖추고 또 재물이 많은 사람이 있었는데, 온 세상 사람들이 그 사실을 듣고 모두들 찬양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그때 어떤 어리석은 사람이 이러한 것을 보고 그를 자기 형[我兄]이라고 불렀다. 왜냐하면 그에게 재물이 많이 있기 때문에 필요로 하는 재물을 얻어 쓰기 위해 형이라고 한 것이다. 그러나 빚을 갚고 나자 자기 형이 아니라고 하였다.
곁에 있던 사람이 그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어리석은 사람이다. 어째서 재물이 필요하면 남을 형이라 하고 빚을 갚고 나자 다시 형이 아니라고 말하는가?”
어리석은 사람이 대답하였다.
“나는 그의 재물을 얻기 위해 그를 형이라고 했지만 사실은 내 형이 아니기 때문에 빚을 갚았을 때에는 형이 아니라고 한 것이다.”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모두 웃지 않는 이가 없었다.
그것은 마치 저 외도들이 부처님의 좋은 말씀을 듣고는 가만히 훔쳐다 자기 것으로 삼아 쓰는 것과 같다.
곁에 있는 사람들이 그에게 그대로 수행하라 하면, 그는 기꺼이 수행하지 않고 이렇게 말한다.
“나는 이양(利養)을 위하여 저 부처의 말을 끌어다 중생들을 교화하지만 실제 사실로 말하는 것이 아니거늘 어떻게 그대로 수행하겠는가?”
이것을 비유하면 마치 어리석은 사람이 재물을 얻기 위하여 남을 자기 형이라 하다가 빚을 갚고 나자 다시 형이 아니라고 하는 것과 같나니, 이것 역시 그와 마찬가지이다.
030_0002_b_09L昔有一人形容端正智慧具足復多錢財擧世人聞無不稱歎時有愚人見其如此便言我兄所以爾者彼有錢財須者則用之是故爲兄見其還言非我兄傍人語言汝是愚人何須財名他爲兄及其債時復言非愚人答言我以欲得彼之錢財認之爲兄實非是兄若其債時則稱非人聞此語無不笑之猶彼外道佛善語貪竊而用以爲己有乃至傍人教使修行不肯修行而作是言利養故取彼佛語化道衆生而無實云何修行猶向愚人爲得財故言是我兄及其債時復言非兄此亦如是

8. 산도둑이 나라 창고의 물건을 훔친 비유
030_0002_b_23L山羌偸官庫喩
030_0002_c_02L
과거 세상에 어떤 산도둑이 있었다. 그는 왕의 창고에서 물건을 훔쳐 멀리 도망갔다.
그러자 왕은 사람을 보내 사방으로 찾게 하여 결국 그를 잡아 왕 앞으로 데리고 갔다.
왕이 그가 가지고 있는 옷의 출처를 캐묻자 산도둑은 대답하였다.
“이 옷은 우리 조부 때부터 전해오는 물건입니다.”
왕은 그 옷을 입어 보라고 하였다. 그 옷은 사실 실은 산도둑이 본래부터 가지고 있던 옷이 아니기 때문에 입을 줄을 몰랐다. 손에 끼어야 할 것을 다리에 끼고 허리에 매어야 할 것을 도리어 머리에 썼다.
왕은 그 도둑을 보고 대신들을 모아 그 일을 밝히기 위해 그에게 말하였다.
“만일 그것이 너의 조부 때부터 내려와 가지고 있던 옷이라면 분명 입을 줄 알아야 할 것이거늘, 어째서 위에 착용해야 할 것을 거꾸로 아래에 착용했느냐? 입을 줄 모르는 것을 보면 그 옷은 도둑질한 것이지 네가 예전부터 가지고 있던 물건이 아님은 분명하다.”
이것을 비유하면 왕은 부처님과 같고 보배 창고는 법과 같다. 또한 어리석은 도둑은 저 외도들 같아서 부처님의 법을 훔쳐 듣고 자기들의 법 안에 덧붙여 두고 자기들의 것이라 하면서도 그것을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에 부처님의 법을 펼 때에 어느 것이 위이고 아래인지 혼미해져서 법의 모양[法相]을 모르는 것과 같은 것이다.
마치 저 산도둑이 왕의 보배옷을 얻고도 입는 순서를 알지 못해 뒤바꿔 입은 것도 마찬가지이다.
030_0002_b_24L過去之世有一山羌偸王庫物而遠逃走爾時國王遣人四出推尋捕得將至王邊王卽責其所得衣處山羌答言我衣乃是祖父之物王遣著衣實非山羌本所有故不知著之應在手者著於腳上應在腰者返著頭王見賊已集諸臣等共詳此事語之言若是汝之祖父已來所有衣應當解著云何顚倒用上爲下不解故定知汝衣必是偸得非汝舊借以爲譬王者如佛寶藏如法癡羌者猶如外道竊聽佛法著已法中以爲自有然不解故布置佛法迷亂上下不知法相如彼山羌得王寶不識次第顚倒而著亦復如是

9. 아버지의 덕행을 찬탄하는 비유
030_0002_c_16L歎父德行喩
030_0003_a_02L
옛날 어떤 사람이 여러 사람 앞에서 자기 아버지의 덕을 칭찬하며 이렇게 말하였다.
“우리 아버지는 인자하여 남을 해치지 않고 도둑질하지 않으며 말이 진실하고 또 보시를 잘하신다.”
그때 어떤 어리석은 사람이 이 말을 듣고 곧 이렇게 생각하였다.
‘우리 아버지의 덕행이 당신 아버지보다 더 낫다.’
사람들이 물었다.
“어떤 덕행이 있는지 그 행한 일들을 말해 보라.”
어리석은 사람이 대답하였다.
“우리 아버지는 어릴 때부터 음욕을 끊어 더러움에 물든 적이 전혀 없다.”
사람들이 말하였다.
“만일 음욕을 끓었다면 어떻게 그대가 태어났는가?”
그렇게 캐묻자 그는 사람들의 심한 비웃음을 받았다.
마치 세상의 무지한 사람이 남의 덕을 칭찬하려다가 그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하여 도리어 비방을 받은 것처럼 저 어리석은 사람이 그 아버지를 칭찬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여 말실수를 한 것도 그와 마찬가지이다.
030_0002_c_17L昔時有人於衆人中歎己父德而作是言我父慈仁不害不盜直作實語兼行布施時有愚人聞其此語便作是念言我父德行復過汝父諸人問有何德行請道其事愚人答曰父小來斷絕婬欲初無染污衆人語若斷婬欲云何生汝深爲時人之所怪笑猶如世閒無智之流欲讚人德不識其實返致毀呰如彼愚者好歎父言成過失此亦如是

10. 삼층 누각의 비유
030_0003_a_04L三重樓喩

옛날 세간에 어떤 미련한 부자가 있었는데 그는 어리석어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었다.
그가 다른 부잣집에 갔다가 높고 넓으며 웅장하고 화려하며 시원하고 밝은 3층 누각을 보았다.
그는 마음에 부러움이 생겨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돈과 재물이 저 사람보다 떨어지지 않는다. 그런데 왜 나는 지금까지 이런 누각을 짓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을 하고는 곧 목수를 불러 물었다.
“저 집처럼 아름다운 집을 지을 수 있겠는가?”
목수가 대답하였다.
“저 집은 제가 지은 집입니다.”
“지금 나를 위해 저런 누각을 지어 달라.”
이에 목수는 곧 땅을 재고 벽돌을 쌓아 누각을 짓기 시작했다.
030_0003_a_05L往昔之世有富愚人癡無所知到餘富家見三重樓高廣嚴麗軒敞疏朗心生渴仰卽作是念我有財錢不減於彼云何頃來而不造作如是之樓卽喚木匠而問言曰解作彼家端正舍不木匠答言是我所作卽便語言今可爲我造樓如彼是時木匠卽便經地壘墼作樓
030_0003_b_02L어리석은 사람은 벽돌을 쌓아 집을 짓는 것을 보고도 의혹이 생겨 분명하게 알 수가 없어서 목수에게 물었다.
“어떤 집을 지으려는가?”
목수가 대답하였다.
“3층집을 지으려 합니다.”
어리석은 사람이 다시 말하였다.
“나는 아래 두 층의 집은 필요 없다. 우선 나를 위해 맨 위층 집부터 지어라.”
목수가 대답하였다.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습니다. 어떻게 맨 아래층을 짓지 않고 어떻게 둘째층 집을 지을 수 있으며, 둘째층 집을 짓지 않고 어떻게 셋째층 집을 지을 수가 있겠습니까?”
그러나 어리석은 사람은 고집하며 말했다.
“내게는 지금 아래 두 층의 집은 필요 없다. 그러니 나를 위해 반드시 맨 위층 집만 먼저 지어 달라.”
그때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모두 비웃으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어떻게 맨 아래층 집을 짓지 않고 위층을 짓겠는가?”
이것을 비유하면 세존의 네 부류의 제자[四輩弟子]가 부지런히 삼보(三寶)를 공경하지 않고, 게을리 놀면서 도과(道果)를 구하며 이렇게 말하는 것과 같다.
“나는 지금 아래 세 가지 도과(道果)는 필요 없고, 오직 아라한(阿羅漢)의 과위만을 증득하고 싶다.”
그가 세상 사람들의 비웃음을 받는 것도 마치 저 어리석은 사람과 다름이 없을 것이다.
030_0003_a_13L愚人見其壘墼作舍猶懷疑惑不能了知而問之言欲作何等木匠答言作三重屋愚人復言我不欲下二重之屋先可爲我作最上屋木匠答言無有是事何有不作最下重屋而得造彼第二之屋不造第二云何得造第三重屋愚人固言我今不用下二重屋必可爲我作最上者時人聞已便生怪笑咸作此言何有不造下第一屋而得上者譬如世尊四輩弟子不能精勤修敬三寶懶惰懈怠欲求道果而作是言我今不用餘下三果唯求得彼阿羅漢果亦爲時人之所蚩笑如彼愚者等無有異

11. 바라문이 아들을 죽인 비유
030_0003_b_04L婆羅門殺子喩

옛날 어떤 바라문이 스스로 온갖 별로 점치는 일과 갖가지 재주를 많이 알아 밝게 통달하지 못한 것이 없다고 말하였다. 그래서 자기의 재주만 믿고 그 덕을 나타내려고 다른 나라로 가서 아이를 안고 울고 있었다.
어떤 사람이 바라문에게 물었다.
“당신은 무슨 일 때문에 울고 있는가?”
바라문이 말하였다.
“지금 이 아이는 이레가 지나면 분명 죽을 것이다. 그렇게 일찍 죽는 것이 가여워 우는 것이다.”
그 사람들은 말하였다.
“사람의 목숨은 알기 어려워 헤아려 보았자 틀리기 쉽다. 혹 이레가 지나도 죽지 않을 수도 있는데, 어째서 미리 우는가?”
바라문이 말하였다.
“해와 달이 없어지고 별들이 떨어지는 일이 있을지언정 내 예언은 끝내 틀림없을[無違失] 것이다.”
그리고 그는 명예와 이익을 위해 이레가 지나자 제 손으로 아이를 죽여, 제 말을 증명하였다.
세상 사람들은 이레 뒤에 그 아이가 죽었다는 말을 듣고 모두 감탄하며 말하였다.
“참으로 지혜 있는 사람이로구나. 그의 말이 조금도 틀리지 않는구나.”
그러면서 마음으로 믿고 복종하여 모두 와서 공경하였다.
비유하면 부처님 네 부류의 제자들이 자신의 이양(利養)을 위하여 스스로 도를 얻었다고 자처하면서 어리석은 사람의 법으로 선남자(善男子)를 죽이고 거짓으로 자비의 덕을 나타낸 까닭에 장래에 한량없는 고통을 받게 되는 것이 마치 바라문이 자기 말을 증명하기 위해, 자식을 죽여 세상을 미혹시키는 것과 같다.
030_0003_b_05L昔有婆羅門自謂多知於諸星術種種技藝無不明達恃己如此欲顯其遂至他國抱兒而哭有人問婆羅門言汝何故哭婆羅門言今此小兒七日當死愍其夭傷以是哭耳時人語言人命難知計算喜錯設七日頭或能不死何爲豫哭婆羅門言日月可闇星宿可落我之所記終無違失爲名利故至七日頭自殺其子以證己說時諸世人卻後七日聞其兒死咸皆歎言眞是智者所言不錯心生信服悉來致敬猶如佛之四輩弟子爲利養故自稱得道有愚人法殺善男子詐現慈德故使將來受苦無窮如婆羅門爲驗己言殺子惑世

12. 검은 석밀장(石密漿)을 달이는 비유
030_0003_b_20L 煮黑石蜜漿喩
030_0003_c_02L
옛날 어떤 어리석은 사람이 검은 석밀장을 달이고 있었는데 그때 어떤 부자가 그 집에 왔다.
그 어리석은 사람은 문득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지금 당장 이 흑석밀장을 퍼다가 저 부자에게 주어야겠다.’
이렇게 생각하고는 곧 물을 불 위에 조금 떨어뜨리고 부채로 불 위를 부채질하면서 식기를 기다렸다.
곁에 있던 사람이 말하였다.
“밑의 불이 꺼지지 않았는데, 거기에 부채질을 해도 그럴 수 없나니, 어떻게 식는단 말인가?”
그때 사람들 모두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하며 비웃었다.
이것은 마치 외도가 왕성한 번뇌의 불은 끄지 않고, 얼마간의 고행을 행하여 가시덤불 위에 눕거나 혹은 오열(五熱)3)로 몸을 지지면서 맑고 시원하며 고요한 도를 구하지만 끝내 그리 될 수 없고 한낱 지혜로운 이의 비웃음을 받을 뿐 아니라 현재엔 괴로움을 받고 미래엔 재앙이 흘러들게 하는 것과 같다.
030_0003_b_21L昔有愚人煮黑石蜜有一富人來至其家時此愚人便作是念我今當取黑石蜜漿與此富人卽著少水用置火中卽於火上以扇扇之望得使冷傍人語言下不止火扇之不已云何得冷爾時人衆悉皆蚩笑其猶外道不滅煩惱熾然之火少作苦行臥蕀刺上五熱炙身而望淸涼寂靜之道終無是處徒爲智者之所怪笑受苦現在殃流來劫

13. 남이 성내기를 좋아한다고 말한 비유
030_0003_c_08L說人喜瞋喩

옛날 어떤 사람이 여러 사람들과 함께 방안에 앉아서 밖에 있는 어떤 사람에 대하여 훌륭한 덕행을 찬탄하면서 말하였다.
“그 사람에겐 오직 두 가지 허물이 있는데, 첫째는 성내기를 좋아하는 것이요, 둘째는 일을 경솔하게 하는 것이다.”
때마침 그 사람이 문에 있다가 이 말을 듣고 성이 나서 방에 들어가 자신을 어리석고 나쁜 사람이라고 말한 사람을 잡아, 그를 주먹으로 때렸다.
곁에 있던 사람이 물었다.
“왜 때리는가?”
그 사람이 대답하였다.
“내가 일찍이 어느 때 성내는 것을 좋아하고 경솔하였다고 이 사람이 나를 항상 성내기를 좋아하고 일을 경솔하게 한다고 말하는가? 그러므로 때린 것이다.”
곁에 있던 사람이 말하였다.
“그대는 지금도 성내기를 좋아하고 경솔한 행동을 곧 나타내 증명해 보여놓고 왜 숨기려 하는가?”
남이 자기의 허물을 말할 때에 원망하거나 성을 내면 여러 사람들은 그 어리석고 미혹함을 괴상하게 여기는 것이다.
비유하면 술을 마시는 사람이 술에 빠져 온갖 방일한 짓을 하다가 남의 꾸짖음을 들으면 도리어 원망하고 미워하면서 억지로 증거를 끌어다가 스스로 깨끗함을 변명하려 하는데, 그런 어리석은 사람은 자기의 잘못을 듣는 것을 꺼리다가 남이 말하는 것을 들으면 도리어 그를 때리려고 하는 것과 같다.
030_0003_c_09L過去有人共多人衆坐於屋中歎一外人德行極好唯有二過一者喜瞋二者作事倉卒爾時此人過在門外聞作是語便生瞋恚卽入其屋擒彼道己愚惡之人以手打撲傍人問言何故打也其人答言我曾何時喜瞋倉卒而此人者道我順喜瞋恚作事倉卒是故打之傍人語言汝今喜瞋倉卒之相卽時現驗云何諱之人說過惡而起怨責深爲衆人怪其愚惑譬如世閒飮酒之夫耽荒沈酒作諸放逸見人呵責返生尤疾苦引證作用自明白若此愚人諱聞己過見他道說返欲打撲之

14. 상주(商主)를 죽여 하늘에 제사한 비유
030_0003_c_23L殺商主祀天喩
030_0004_a_02L
옛날 어떤 장사꾼들이 큰 바다로 나아가려 하였다. 그러나 바다로 나아가는 데에는 반드시 길 안내자가 필요했으니, 안내자가 있어야 바다에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함께 길 안내자 한 명을 물색하여 찾게 되었다.
그리하여 길 안내자를 구한 뒤에 서로 이끌고 넓은 들 복판에 이르렀다.
거기에는 천신(天神)에게 제사를 지내는 사당 하나가 있었는데, 반드시 사람을 죽여 제사를 지낸 뒤라야 그곳을 지나갈 수 있었다.
그러자 장사꾼들은 서로 의논하였다.
“우리들은 모두 친한 친구이다. 어떻게 죽일 수 있겠는가? 오직 저 길 안내자만이 제물로 쓰기에 적당하다.”
그리하여 그들은 곧 길 안내자를 죽여 제사를 지냈고, 하늘에 제사를 마치고는 길을 잃고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다가 마침내 지쳐서 모두 다 죽고 말았다.
일체 세상 사람도 그와 같으니, 법의 바다[法海]에 들어가 그 보물을 얻으려면 좋은 법을 실행한 사람으로 길 안내자를 삼아야 하는데, 도리어 선행을 헐뜯어 깨뜨리고 나고 죽음의 넓은 길에서 영원히 벗어날 기약 없이, 3도(三塗:地獄ㆍ餓鬼ㆍ畜生)를 돌아다니면서 한없는 고통을 받는다.
이것을 비유하면 마치 저 장사꾼들이 큰 바다에 나아가려 하면서 길 안내자를 죽여 나루터를 잃고 헤매다가 마침내 지쳐 죽은 것과 같다.
030_0003_c_24L昔有賈客欲入大海入大海之法要須導師然後可去卽共求覓得一導旣得之已相將發引至曠野中一天祠當須人祀然後得過於是衆賈共思量言我等伴黨盡是親親如何可殺唯此導師中用祀天卽殺導師以用祭祀祀天已竟迷失道路不知所趣窮困死盡一切世人亦復如是欲入法海取其珍寶當修善法行以爲導師毀破善行生死曠路永無出經歷三塗受苦長遠如彼商賈入大海殺其導者迷失津濟終致困死

15.의사가 왕녀에게 약을 주어 갑자기 자라게 한 비유
030_0004_a_14L醫與王女藥令卒長大喩
030_0004_b_02L
옛날 어떤 국왕에게 딸 하나가 출생하였는데, 왕은 의사를 불러 말했다.
“나를 위해 내 딸에게 약을 써서 당장 자라나게 해달라.”
의사가 대답하였다.
“저는 공주께 좋은 약을 써서 곧 크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갑자기 그 약을 구할 방법이 없습니다. 그 약을 얻을 때까지는 왕은 보시지 말기를 바랍니다. 약을 쓴 이후라야 왕께 보여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곧 방편을 써서 먼 곳에 가서 약을 구해온다고 하고, 집을 떠나 12년을 지낸 뒤에 약을 얻어 가지고 돌아와 공주에게 주어 먹게 한 뒤에 왕에게 데리고 가서 보였다.
왕은 그것을 보고 기뻐하면서 스스로 생각하였다.
“참으로 훌륭한 의사다. 내 딸에게 약을 써서 갑자기 자라게 하였구나.”
그리고는 측근 신하들에게 명하여 그에게 진귀한 보물을 주라고 하였다.
그러자 모든 사람들은 모두 왕의 무지함을 비웃었다.
왕이 제 딸의 태어난 해와 달은 헤아릴 줄 모르고 그저 자라난 것만을 보고 약의 힘이라고 말했듯이, 세상 사람들도 그와 같아서 선지식(善知識)에게 나아가 이렇게 말한다.
“저희들은 도를 구하고자 합니다. 부디 저희들에게 도를 가르쳐 주어 당장 선지식이 되게 해주시옵소서.”
선지식은 방편을 써서 그들을 좌선하게 하면서 12인연으로 생겨나는 진리를 관(觀)하게 하고 점점 온갖 덕을 쌓아 아라한이 되게 하자, 그들은 갑절로 기뻐 뛰면서 이렇게 말한다.
“통쾌한 일이로다. 큰 스승님께서 우리들로 하여금 매우 빨리 최상의 묘한 법을 증득하게 하셨다.”
030_0004_a_15L昔有國王產生一女喚醫語言爲我與藥立使長大醫師答言我與良藥能使卽大但今卒無方須求索比得藥頃王要莫看待與藥已然後示王於是卽便遠方取藥經十二年得藥來還與女令服將示於王王見歡喜卽自念言實是良醫與我女藥能令卒長便勅左右賜以珍寶時諸人等笑王無智不曉籌量生來年月見其長大謂是藥力世人亦爾詣善知識而啓之言我欲求道願見教授使我立得善知識師以方便故教令坐禪觀十二緣起漸積衆德獲阿羅漢踊躍歡喜而作是言快哉大師速能令我證最妙法

16. 사탕수수에 사탕수수 즙을 부은 비유
030_0004_b_07L灌甘蔗喩

옛날 어떤 두 사람이 함께 사탕수수를 심으면서 서로 맹세하였다.
“좋은 종자를 심은 사람에게는 상을 주고 좋지 못한 종자를 심은 사람에게는 중한 벌을 주자.”
그때 그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생각하였다.
‘사탕수수는 아주 달다. 만일 그 즙을 짜서 그 사탕수수 나무에 도로 주면 틀림없이 그 감미로운 맛이 다른 것보다 훨씬 좋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고는 곧 사탕수수를 눌러 그 액즙을 짜서 나무에 부어주고는 맛나기를 기대하였다.
그러나 도리어 그 종자만 못쓰게 되고 게다가 사탕수수마저 모두 다 잃어버리고 말았다.
세상 사람들도 그와 같아서 좋은 복을 구하기 위해 자기의 부귀한 권세를 믿고는, 힘을 다하고 세력을 빙자하여 하천한 백성들을 협박하여 그들의 재물을 빼앗아 가지고 그것으로 복의 근본을 지어 좋은 결과를 기대한다.
그러나 장래에 도리어 근심스런 재앙을 받는 줄을 알지 못하니, 비유하면 마치 사탕수수 즙액을 짜서 사탕수수 나무에 주었다가 두 가지 다 잃어버린 것과 같다.
030_0004_b_08L昔有二人共種甘蔗而作誓言種好者賞其不好者當重罰之時二人中一者念言甘蔗極甜若壓取汁還灌甘蔗樹甘美必甚得勝於彼卽壓甘蔗取汁用漑冀望滋味返敗種子有甘蔗一切都失世人亦爾欲求善恃己豪貴專形俠勢迫脅下民陵奪財物用作福本期善果不知將來反獲其患殃如壓甘蔗彼此都失

17. 돈 반 전[半錢]을 빚진 비유
030_0004_b_17L債半錢喩
030_0004_c_02L
옛날 어떤 상인이 남에게 돈 반 전을 빌려 쓰고 오랫동안 갚지 못하다가, 빚을 갚으러 길을 떠났다.
그 앞길에는 배 삯으로 두 전[兩錢]을 주어야 건너갈 수 있는 큰 강이 있었다.
그는 빚을 갚으러 그곳에 갔다가 마침내 사람을 만나지 못하고 도로 강을 건너 되돌아오면서 또 두 전을 썼다. 그는 반 전 빚을 갚으려다가 도리어 네 전을 손해보았고 게다가 여정에 피로만 쌓였으니, 그가 진 빚은 극히 적었으나 손해는 아주 많아 결국 여러 사람들의 비웃음만 당하였다.
세상 사람들도 그와 같아서 조그만 명예와 이익을 구하려다가 도리어 큰 행(行)만 훼손하게 되나니, 구차하게 제 몸을 위하며 예의를 돌아보지 않다가, 현재에 나쁜 이름을 얻고 뒤에는 괴로움의 과보를 받게 되는 것과 같다.
030_0004_b_18L往有商人貸他半錢久不得償卽便往債前有大河雇他兩錢然後得渡到彼往債竟不得見來還渡河復雇兩錢爲半錢債而失四錢兼有道路疲勞乏困所債甚少所失極多果被衆人之所怪笑世人亦爾要少名利致毀大行茍容己身不顧禮義現受惡名後得苦報

18. 다락에 올라 칼을 가는 비유[就樓磨刀喩]
030_0004_c_03L就樓磨刀喩

옛날 가난하고 곤궁한 어떤 사람이 왕을 위해 일하였는데, 오랜 세월이 흘러 그의 몸이 매우 여위었다.
왕은 그것을 보고 가엾게 여겨 죽은 낙타 한 마리를 주었다. 가난한 그 사람은 그것을 얻어 가죽을 벗기려 하였으나, 칼이 너무 무뎠기 때문에 숫돌을 구해 칼을 갈려고 하였다.
마침내 그는 다락 위에서 숫돌을 찾아내어 칼을 갈아 날이 예리해지면 밑으로 내려와 가죽을 벗기곤 하였다.
이렇게 자주 오르내리면서 칼을 갈다가 몹시 피로해지고 고단하게 되었다. 그래서 더 이상 자주 오르내리지 않고 낙타를 매달아 둔 채 다락에 올라가 숫돌에 칼만 갈았다. 그러다가 여러 사람들에게 비웃음을 당하였다.
비유하면 그것은 어리석은 사람이 금계(禁戒)를 깨뜨리면서까지 재물을 많이 취하여 그것으로 복을 닦아 하늘에 나기를 바라는 것과 같아서 마치 낙타를 달아 두고 다락에 올라가 칼만 가는 것처럼 애는 많이 써도 소득은 아주 적은 것도 마찬가지이다.
030_0004_c_04L昔有一人貧窮困苦爲王作事日月經久身體羸瘦王見憐愍賜一死駝貧人得已卽便剝皮嫌刀鈍故求石欲磨乃於樓上得一磨石磨刀令利來下而剝如是數數往來磨刀後轉勞苦憚不能數上懸駝上樓就石磨深爲衆人之所嗤笑猶如愚人毀破禁戒多取錢財以用修福望得生如懸駝上樓磨刀用功甚多所得甚少

19. 배를 타고 가다가 발우를 잃어버린 비유
030_0004_c_14L乘船失釪喩
030_0005_a_02L
옛날 어떤 사람이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다가 은발우 하나를 물속에 떨어뜨려 잃어버렸다.
그는 가만히 생각하였다.
‘내가 지금 물에 금을 그어 표시[記]를 해 두고 여기를 떠났다가 다시 와서 찾아보자.’
그리하여 그는 두 달이나 걸려 사자국(師子國)에 이르렀다. 그는 거기에서 어떤 강물을 보고 곧 뛰어들어 전에 잃어버렸던 발우를 뒤졌다.
사람들이 물었다.
“거기서 무얼하는가?”
그가 대답하였다.
“내가 전에 발우를 잃어버렸는데 지금 그것을 찾으려고 한다.”
“어디서 잃어버렸는가?”
“바다에 처음 들어서자마자 잃어버렸다.”
“잃어버린 지 얼마나 되었는가?”
“잃은 지 두 달쯤 되었다.”
“잃은 지 두 달이나 되었는데 어떻게 그것을 찾겠는가?”
“내가 발우를 잃었을 때 물에다 금을 그어 표시를 해 두었는데 전에 표시해 두었던 물이 이 물과 다름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또 물었다.
“물은 비록 그때와 다르지 않지만 그대는 예전에 저기에서 잃어버렸는데, 지금 여기서 찾은들 어떻게 찾을 수 있겠는가?”
그때 사람들은 모두들 크게 비웃었다. 이것을 비유하면 외도들이 바른 행[正行]을 닦지 않고, 선(善)과 비슷한 것에 대해, 고행을 해야 해탈을 구할 수 있다고 잘못 생각하는 것처럼, 마치 저 어리석은 사람이 저기서 발우를 잃고 여기서 찾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030_0004_c_15L昔有人乘船渡海失一銀釪墮於水卽便思念我今畫水作記捨之而去後當取之行經二月到師子諸國見一河水便入其中覓本失釪諸人問言欲何所作答言我先失釪今欲覓取問言於何處失答言初入海失又復問言失經幾時失來二月失來二月云何此覓答言我失釪時畫水作記本所畫水與此無異故覓之又復問言水雖不別汝昔失時乃在於彼今在此覓何由可得時衆人無不大笑亦如外道不修正相似善中撗計苦困以求解脫如愚人失釪於彼而於此覓

20. 사람이 왕의 횡포를 말한 비유
030_0005_a_06L人說王縱暴喩

옛날 어떤 사람이 왕의 잘못된 죄에 대해 이렇게 말하였다.
“왕은 매우 포악하여 나라를 다스리는 데 있어 도리가 없다.”
왕은 그 말을 듣고 매우 화를 냈다. 그러나 누가 그런 말을 하였는가를 끝까지 조사해보지 않고, 곁에 있던 아첨하는 사람의 말만 믿고 어진 신하를 잡아다 그의 등살을 벗겨내도록 명령하여 백 냥 정도의 살을 베어 내었다.
어떤 사람이 그 사람은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고 증명하자, 왕은 마음으로 곧 뉘우치고 천 냥 정도의 살을 구해다가 그의 등에다 보충하게 하였다. 한밤이 되자 그는 신음하며 매우 괴로워하였다.
왕은 그 소리를 듣고 물었다.
“왜 그리 괴로워하는가? 그대에게서 백 냥 정도의 살을 베어낸 것에 대해 그 열 배를 너에게 주었는데 그래도 만족스럽지 않은가? 왜 괴로워하는가?”
곁에 있던 사람이 대답하였다.
“대왕이 만일 아들의 머리를 베었다면 아무리 머리 천 개를 얻는다 하더라도 그 아들은 죽음을 면치 못할 것입니다. 그와 같이 비록 열 배의 살을 얻었지만 고통을 면할 수는 없습니다.”
어리석은 사람도 그와 같아서 후생(後生)을 두려워하지 않고 현세의 즐거움만 탐하여 중생을 몹시 괴롭히고 백성들을 마음대로 부리고 재물을 많이 짜내면서도 죄가 없어지고 복의 과보가 있기를 희망한다. 그것을 비유하면 저 왕이 사람의 등살을 베어 낸 뒤에 남의 살로 보충해 주면서 그가 괴로워하지 않기를 바라지만 그렇게 될 수 없는 것과 같다.
030_0005_a_07L昔有一人說王過罪而作是言王甚暴虐治政無理王聞是語卽大瞋恚竟不究悉誰作此語信傍佞人捉一賢臣仰使剝脊取百兩肉有人證明此無是語王心便悔索千兩肉用爲補脊夜中呻喚甚大苦惱王聞其聲問言何以苦惱取汝百兩十倍與汝意不足耶何故苦惱傍人答言大王如截子頭雖得千頭不免子死雖十倍得肉不免苦痛愚人亦爾不畏後世貪渴現樂苦切衆生調發百姓多得財物望得滅罪而得福報譬如彼王割人之脊取人之肉以餘肉補望使不痛無有是處

21. 어떤 여자가 다시 아들을 구하고자 한 비유
030_0005_a_21L婦女欲更求子喩
030_0005_b_02L
옛날 세상에 어떤 부인이 있었다. 그는 처음으로 아들을 낳고 다시 아들을 구하기 위해 다른 부인에게 물었다.
“누가 나로 하여금 다시 아들을 낳게 할 수 있겠는가?”
어떤 노파가 그 부인에게 말하였다.
“내가 당신으로 하여금 아들을 얻을 수 있게 하리니, 당신은 반드시 하늘에 제사를 지내도록 하시오.”
부인이 노파에게 물었다.
“그 제사에는 어떤 물건을 써야 합니까?”
노파가 말하였다.
“그대의 아들을 죽여 그 피를 가져다가 하늘에 제사를 지내면 틀림없이 많은 아들을 얻을 것이오.”
그때 그 부인은 노파의 말에 따라 그 아들을 죽이려 하자, 곁에 있던 어떤 지혜로운 사람이 비웃으며 꾸짖었다.
“어리석고 무지함이 어떻게 이런 지경에까지 이르렀는가? 아직 생지도 않은 아이이니 끝내 얻지 못할지도 모르거늘 현재의 아들을 죽이려 하는가?”
어리석은 사람도 그와 같아서 아직 생기지지 않은 즐거움을 위하여 스스로 불구덩이에 몸을 던지고 온갖 방법으로 몸을 해치면서 천상에 나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030_0005_a_22L往昔世時有婦女人始有一子更欲求子問餘婦女誰有能使我重有子有一老母語此婦言我能使爾求子可得當須祀天問老母言祀須何物老母語言殺汝之子取血祀天必得多子時此婦女便隨彼語欲殺其子傍有智人嗤笑罵詈愚癡無智乃至如此未生子者竟可得不而殺現子愚人亦爾爲未生樂自投火坑種種害身爲得生天
百喩經卷第一
甲辰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彫造
  1. 1)범어로는 Sindhu라 함. 신도(信度)ㆍ신두(新頭)라고도 하며, 의역하여 험하(驗河)ㆍ영하(鈴河)라고도 함. 인도의 서북부를 흐르는 강으로 지금의 인더스강ㆍ히말라야 산맥 중 미사사 호(湖)의 서북쪽에 솟은 카이라스 산(山)에서 샘물이 흐르기 시작 여러 지류를 합쳐 펀잡 평원을 흐르면서 카라치에 이르러 바다로 들어감. 인도ㆍ신독(身毒)이란 나라 이름도 이 강의 이름에서 유래된 것으로 추정.
  2. 2)2)고려대장경에는 군(君)자로 되어 있으나, 송본(宋本)ㆍ원본(元本)ㆍ명본(明本)에는 약(若)자로 되어 있어 이것을 따랐다.
  3. 3)3)오열(五熱)은 몸 주위 사방에 불을 피우는 것과 태양의 열기를 말한다. 이러한 고행을 하는 사람들을 오열자신외도(五熱炙身外道)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