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030_0005_c_01L

백유경 제2권
030_0005_c_01L百喩經卷第二

존자 승가사나 찬집
소제 천축삼장 구나비지 한역
030_0005_c_02L尊者僧伽斯那撰
蕭齊天竺三藏求那毘地譯

바다에 들어가 침향[沈水]을 건져낸 비유
도둑이 비단을 훔쳐 낡은 옷을 싼 비유
볶은 참깨를 심은 비유
물과 불의 비유
어떤 사람이 왕의 눈 실룩거림을 본받은 비유
030_0005_c_04L入海取沈水喩
賊盜錦繡用裹氀褐喩
種熬胡麻子喩
水火喩
人效王眼瞤喩
채찍을 맞아 생긴 상처를 고친 비유
부인을 위해 코를 바꾼 비유
가난한 사람이 거친 베옷을 불사른 비유
양을 치는 사람의 비유
옹기장이를 사오는 비유
030_0005_c_08L治鞭瘡喩
爲婦貿鼻喩
貧人燒麤褐衣喩
牧羊人喩
雇借瓦師喩
장사꾼이 금을 훔친 비유
나무를 베어 열매를 딴 비유
맛난 물을 보낸 비유
보물 상자의 거울 비유
다섯 가지 신통을 얻은 신선의 눈을 빼앗은 비유
030_0005_c_10L估客偸金喩
斫樹取果喩
送美水喩
寶篋鏡喩
破五通仙眼喩
소 떼를 죽이는 비유
나무 홈통의 물을 마신 비유
남이 집을 바르는 것을 본 비유
대머리를 고친 비유
비사사(毘舍闍) 귀신의 비유
030_0005_c_13L殺群牛喩
飮木筒水喩
見他人塗舍喩
治禿喩
毘舍闍鬼喩

22. 바다에 들어가 침향[沈水]1)을 건져낸 비유
030_0005_c_15L入海取沈水喩
030_0006_a_02L
옛날 어떤 장자의 아들이 있었다. 그는 바다에 들어가 침향을 건져냈는데 여러 해가 지나자 한 대의 수레에 가득 차게 되었다. 그는 그것을 싣고 집으로 돌아와 시장에 나가 팔려고 하였다. 그러나 그것은 귀한 것이었기 때문에 좀처럼 살려고 하는 이가 없었다. 이렇게 여러 날이 지났으나 팔지 못하여 마음만 피로하고 괴로웠다.
어떤 사람이 숯을 팔아 당장 그 값을 받는 것을 보고 가만히 생각하였다.
‘차라리 이것을 태워 숯을 만들면 빨리 그 값을 받을 수 있겠구나.’
그렇게 생각하고는 곧 그것을 태워 숯을 만들어 시장에 내다 팔았다. 그러나 반 수레의 숯 값밖에 되지 않았다.
세상의 어리석은 사람도 그와 같아서, 한량없는 방편으로 부지런히 정진하며 불과(佛果)를 우러러 구하다가 그것을 얻기 어렵다 하여 곧 후퇴하는 마음이 생겨, ‘차라리 마음을 내어 성문과(聲聞果)를 구하여, 빨리 생사(生死)를 끓고 아라한(阿羅漢)이 되는 것만 못하다’고 생각하는 것과 같다.
030_0005_c_16L昔有長者子入海取沈水積有年載方得一車持來歸家詣市賣之以其貴故卒無買者經歷多日不能得售心生疲厭以爲苦惱見人賣炭時得速售便生念言不如燒之作炭可得速售卽燒爲炭詣市賣之不得半車炭之價直世閒愚人亦復如是無量方便勤行精進仰求佛果以其難得便生退心不如發心求聲聞果速斷生死作阿羅漢

23. 도둑이 비단을 훔쳐 낡은 옷을 싼 비유
030_0006_a_05L賊偸錦繡用裹氀褐喩

옛날 한 도둑이 부잣집에 들어가 비단을 훔쳐 가지고 와서 그것으로 다 낡은 모직물과 갖가지 재물을 쌌다. 그리하여 지혜로운 사람의 비웃음거리가 되었다.
세상의 어리석은 사람들도 그와 같아서 이미 믿는 마음이 있어 부처님의 법 안에 들어가 선한 법과 온갖 공덕을 닦다가 이익을 탐하여 청정한 계율과 온갖 공덕을 부수어 세상의 웃음거리가 되는 것도 그와 마찬가지이다.
030_0006_a_06L昔有賊人入富家舍偸得錦繡卽持用裹故弊氀褐種種財物爲智人所世閒愚人亦復如是旣有信心入佛法中修行善法及諸功德以貪利故破於淸淨戒及諸功德爲世所笑亦復如是

24. 볶은 참깨를 심은 비유
030_0006_a_12L種熬胡麻子喩

옛날 어떤 어리석은 사람이 날 깨를 먹어 보고 맛이 없다고 생각하여 볶아 먹었더니 매우 맛이 있었다. 그는 곧 생각하였다.
‘차라리 볶은 깨를 심어 나중에 맛있는 깨를 생산해내는 것이 좋겠구나.’
이런 생각을 한 그는 깨를 볶아서 심었는데 영원히 싹이 날 리가 없었다.
세상 사람들도 이러하여 보살로서 오랜 겁 동안 수행하다가 어려운 실행과 괴로운 실천에 의거하는 것이 즐겁지 않다고 생각하고는 ‘차라리 아라한이 되어 빨리 나고 죽음을 끊는 공이 매우 쉽겠다’고 한다. 그리하여 뒤에 불과(佛果)를 구하려 해도 끝내 그 과위를 얻지 못하고 만다. 비유하면 마치 저 볶은 종자는 싹이 날 리가 없는 것처럼 세상의 어리석은 사람도 또한 그와 마찬가지이다.
030_0006_a_13L昔有愚人生食胡麻子以爲不美而食之爲美便生念言不如熬而種後得美者便熬而種永無生理人亦爾以菩薩曠劫修行因難行苦行以爲不樂便作念言不如作阿羅速斷生死其功甚易後欲求佛果終不可得如彼燋種無復生理世閒愚人亦復如是

25. 물과 불의 비유
030_0006_a_21L水火喩
030_0006_b_02L
옛날 불과 찬 물이 필요한 어떤 사람이 곧 불을 취하고, 세숫대야에 물을 담아 불 위에 올려놓았다.
한참 뒤에 불을 취하려 하였으나 불은 전부 꺼졌고 찬물을 취하려 하였으나 물은 뜨거웠다. 그리하여 불과 찬물 두 가지를 모두 잃어버렸다.
세상 사람들도 그와 같아서 부처님 법 안에 들어가 출가하여 도를 구하는데, 이미 출가한 몸으로 다시 그 처자와 권속들을 생각하고, 세상일과 다섯 가지 탐욕의 즐거움 때문에, 그 공덕의 불과 계율의 물을 잃어버린다. 탐욕을 생각하는 사람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030_0006_a_22L昔有一人事須火用及以冷水卽便宿火以澡灌盛水置於火上後欲取火而火都滅欲取冷水而水復熱及冷水二事俱失世閒之人亦復如入佛法中出家求道旣得出家還復念其妻子眷屬世閒之事五欲之由是之故失其功德之火持戒之念欲之人亦復如是

26. 어떤 사람이 왕의 눈 실룩거림을 본받은 비유
030_0006_b_07L人效王眼瞤喩

옛날 어떤 사람이 왕의 마음을 사려고 다른 사람에게 물었다.
“어떻게 하면 왕의 마음을 살 수 있겠는가?”
어떤 사람이 말하였다.
“왕의 마음을 사려 하거든 너는 왕의 형상을 본받아라.”
그 뒤에 그는 왕궁에 가서 왕이 눈을 실룩거리는 것을 보고 그것을 본떠 눈을 실룩거렸다.
왕이 그에게 물었다.
“너는 눈병이 생겼느냐, 아니면 바람을 맞았느냐? 왜 눈을 실룩거리는가?”
그 사람이 왕에게 대답하였다.
“저는 눈병을 앓지도 않고 또 바람도 맞지 않았습니다. 다만 왕의 마음을 사기 위해 왕께서 눈을 실룩거리시는 것을 보고 그것을 본받은 것입니다.”
왕은 이 말을 듣고 곧 크게 화를 내어 곧바로 사람을 시켜 갖가지 방법으로 그에게 해를 가하고 나라에서 추방하게 하였다.
세상 사람들도 그와 같아서 불법(佛法)의 왕에 대하여 친근히 하고 그 훌륭한 법을 구하여 스스로 자라나기[增長]를 바라다가 이미 친근해진 다음에는 법의 왕인 여래(如來)께서 중생을 위하여 갖가지 방편으로 그 모자라는 점을 나타내시는 것을 알지 못한다.
그리하여 혹은 그 법을 듣거나 그 글귀에 바르지 못한 것이 있는 것을 보고는 곧 비방하거나 옳지 않은 것을 본받는다.
그 때문에 부처님 법 안에서 영원히 그 선(善)을 잃어버리고 3악도(惡道)에 떨어지는 것이니 마치 저 왕을 본받은 사람과 같다.
030_0006_b_08L昔有一人欲得王意問餘人言云何得之有人語言若欲得王意者王之形相汝當效之此人卽便後至王所見王眼瞤便效王瞤王問之言汝爲病耶爲著風耶何以眼瞤其人答王我不病眼亦不著風欲得王意見王眼瞤故效王也王聞是語卽大瞋恚卽便使人種種加害擯令出國世人亦爾於佛法王欲得親近求其善法以自增長旣得親近不解如來法王爲衆生故種種方便現其闕短或聞其法見有字句不正便生譏毀效其不是由是之故於佛法中永失其善墮於三惡如彼效王亦復如是

27. 채찍을 맞아 생긴 상처를 고친 비유
030_0006_b_22L治鞭瘡喩
030_0006_c_02L
옛날 어떤 사람이 왕에게 매를 맞았다. 그는 매를 맞고는 그 상처를 빨리 고치려고 말똥을 발랐다.
어떤 어리석은 사람이 그것을 보고 마음으로 매우 기뻐하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나는 상처를 치료하는 방법을 확실하게 배웠다.”
그리고는 곧 집으로 돌아가 자기의 자식에게 말하였다.
“너는 내 등을 채찍으로 쳐라. 나는 좋은 법을 얻었는데 지금 시험해 보려고 한다.”
자식은 아버지의 등을 쳤다. 그는 등에 말똥을 바르게 하고는 매우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였다.
세상 사람들도 이와 같아서 어떤 사람이 “부정관(不淨觀)을 닦으면 곧 오음(五陰)이라는 몸뚱이의 부스럼을 고칠 수 있다”라고 하는 말을 듣고 “나는 여색(女色)과 다섯 가지 탐욕을 관하리라”고 이와 같이 말한다.
그리하여 그는 그 더러운 것은 보지 못하고 도리어 여색에 홀려 나고 죽음의 세계에 떠다니다가 지옥에 떨어지고 마나니, 세상의 어리석은 사람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030_0006_b_23L昔有一人爲王所鞭旣被鞭已以馬屎拊之欲令速差有愚人見之心生歡喜便作是言我決得是治瘡方法卽便歸家語其兒言汝鞭我背我得好法今欲試之兒爲鞭背以馬屎拊之以爲善巧世人亦爾聞有人言修不淨觀卽得除去五陰身瘡便作是我欲觀於女色及以五欲未見不返爲女色之所惑亂流轉生死墮於地獄世閒愚人亦復如是

28. 부인을 위해 코를 바꾼 비유
030_0006_c_10L爲婦貿鼻喩

옛날 어떤 사람이 있었다. 그의 부인은 매우 아름다웠는데, 다만 코가 추하게 생겼다.
그는 밖에 나갔다가 남의 부인이 얼굴도 아름다운 데다가 그 코마저 매우 호감가게 생긴 것을 보고 생각하였다.
‘내가 지금 저 여인의 코를 베어다가 내 아내의 얼굴에 붙이면 얼마나 좋을까?’
그리고는 곧 남의 부인의 코를 베어 가지고 집으로 돌아와 급히 그 부인을 불렀다.
“여보, 빨리 나와 보시오. 당신한테 좋은 코를 주겠소.”
그 부인이 나오자 그는 곧 그 코를 베고 이내 남의 코를 그 부인의 얼굴에 붙였다. 그러나 서로 붙지 않았으므로 그 코만 잃어버리고 헛되이 그 부인에게 큰 고통만 당하게 하였다.
세상의 어리석은 사람들도 그와 같아서, 늙은 사문(沙門)ㆍ바라문(婆羅門)이 큰 이름과 덕이 있어, 세상 사람들의 공경을 받고 큰 이양을 얻은 것을 보고 말한다.
“나도 저 사람과 다르지 않다.”
그리고는 부질없이 스스로 덕이 있다고 거짓말을 하여 결국엔 이익도 잃고 또한 자신의 품행까지 해치게 되나니 그것은 마치 남의 코를 베어다가 부질없이 자신까지 해치는 것과 같다. 세상의 어리석은 사람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030_0006_c_11L昔有一人其婦端正唯有鼻醜某人出外見他婦女面貌端正其鼻甚好便作念言我今寧可截取其鼻着我婦面上不亦好乎卽截他婦鼻持來歸家急喚其婦汝速出來與汝好鼻其婦出來卽割其鼻尋以他鼻著婦面上旣不相著復失其鼻唐使其婦受大苦痛世閒愚人亦復如是聞他宿舊沙門婆羅門有大名德而爲世人之所恭敬得大利養便作是念言我今與彼便爲不異虛自假稱妄言有德旣失其利復傷其行如截他鼻徒自傷損世閒愚人亦復如是
030_0007_a_02L
29. 가난한 사람이 거친 베옷을 불사른 비유
030_0006_c_24L貧人燒麤褐衣喩

옛날 어떤 사람이 가난하고 곤궁하여 남의 집에 품을 팔아 거친 베옷 한 벌을 얻어 입었다. 어떤 사람이 그것을 보고 그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종성(種姓)이 단정한 귀인의 아들인데, 어쩌다가 이렇게 다 낡은 거친 베옷을 입었소? 내가 이제 당장 그대에게 가장 아름다운 옷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드릴 테니 내 말을 잘 따르시오. 나는 결코 그대를 속이지 않을 것이오.”
가난한 사람은 기뻐하면서 그 말을 공경을 다해 순종하기로 하였다. 그 사람은 그 앞에서 불을 피워 놓고 가난한 사람에게 말하였다.
“지금 그 거친 베옷을 벗어 이 불 속에 던지시오. 그것을 태운 자리에서 꼭 그대가 가장 아름다운 옷을 얻도록 하겠소.”
가난한 사람은 입었던 옷을 벗어 불 속에 던져버렸다. 그러나 이미 그것이 다 타버린 뒤에도 그것을 태운 자리에서 아무리 좋은 옷을 찾아보았으나 도무지 얻을 수가 없었다.
세상 사람도 그와 같아서 과거의 몸으로 온갖 선한 법을 닦아 지금의 사람의 몸을 얻었는데, 마땅히 그것을 보호하여 덕을 쌓고 업을 닦아야 할 텐데도 불구하고 외도들과 사악하고 요망한 여자에게 속임을 당한다.
“너는 지금 당장 내 말을 믿고 온갖 고행을 닦아라. 높은 바위에서 몸을 던지거나 불 속에 들어가라. 이 몸을 버린 뒤에는 분명 범천(梵天)에 태어나 오랜 세월 쾌락을 받을 것이다.”
그 말을 따라 신명(身命)을 버리고 죽는다면 뒤에 지옥에 떨어져 갖은 고통을 두루 받게 될 것이고, 이미 사람의 몸은 잃어버리고 아무 소득이 없는 것이 마치 저 가난한 사람과 같을 것이다.
030_0007_a_02L昔有一人貧窮困乏與他客作得麤褐衣而被著之有人見之而語之言汝種姓端正貴人之子云何著此麤弊衣褐我今教汝當使汝得上妙衣當隨我語終不欺汝貧人歡喜敬從其言其人卽便在前然火語貧人今可脫此麤褐衣著於火中於此燒處當使汝得上妙欽服貧人卽便脫著火中旣燒之後於此火處求覓欽服都無所得世間之人亦復如是從過去身修諸善法得此人身應當保護進德修業乃爲外道邪惡妖女之所欺誑汝今當信我語修諸苦行投巖赴火捨是身已當生梵天長受快樂便用其語旣捨身命身死之後墮於地獄備受諸苦旣失人身空無所獲如彼貧人亦復如是

30. 양을 치는 사람의 비유
030_0007_a_19L牧羊人喩
030_0007_b_02L
옛날 어떤 사람이 있었다. 그는 양을 키우는 솜씨가 뛰어나 양이 상당히 불어나 천만 마리나 되었다. 그러나 그는 매우 탐욕이 많고 인색하여 다른 데에 돈 쓰는 일을 즐겨하지 않았다.
그때 간사하고 꾀가 많은 한 사람이 있었다. 그는 기회를 엿보아 그 친구를 찾아가 말하였다.
“나는 지금 너와 한몸이나 다름없이 아주 친한 사이다. 나는 저 집에 있는 예쁜 여자를 알고 있다. 너를 위해 마땅히 주선해줄 테니 너는 그 여자를 아내로 맞이하기 바란다.”
양치는 사람은 이 말을 듣고 매우 기뻐하여 곧 많은 양과 온갖 재물을 주었다.
그 사람은 다시 말하였다.
“네 아내가 오늘 아들을 낳았다.”
양치는 사람은 아직 그 아내를 보지도 하였는데 벌써 아들을 낳았다는 말만 듣고 마음으로 매우 기뻐하여 또 그에게 재물을 후하게 주었다.
그 뒤에 그 사람은 또 그에게 말하였다.
“네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그만 죽었다.”
양치는 사람은 이 사람의 말을 듣고 슬피 울며 한없이 흐느꼈다.
세상 사람들도 그와 같아서 이미 많이 듣고 닦아 명예와 이익을 얻고서도 그 법을 숨기고 아껴, 남을 위해 교화하고 연설하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다가 번뇌만 가득한 이 몸에 홀려 허망하게 세상의 향락을 기대한다. 그리하여 그것을 자기의 아내와 자식처럼 생각하다 거기에 속아 선한 법을 모두 잃어버리고 만다.
그리하여 뒤에 자기 목숨과 재물을 모두 잃고 슬피 울면서 근심하고 괴로워하는 것이 마치 저 양치는 사람과 마찬가지이다.
030_0007_a_20L昔有一人巧於牧羊其羊滋多乃有千萬極大慳貪不肯外用時有一人善於巧詐便作方便往共親友而語之言我今共汝極成親愛便爲一體更無有異我知彼家有一好女當爲汝求可用爲婦牧羊之人聞之歡喜便大與羊及諸財物其人復言汝婦今日已生一子牧羊之人未見於婦聞其已生心大歡喜重與彼物其人後復而語之言汝兒生已今死矣羊之人聞此人語便大啼泣歔欷不世閒之人亦復如是旣修多聞其名利秘惜其法不肯爲人教化演爲此漏身之所誑惑妄期世樂己妻息爲其所欺喪失善法後失身命幷及財物便大悲泣生其憂苦彼牧羊之人亦復如是

31. 옹기장이를 사오는 비유
030_0007_b_14L雇借瓦師喩
030_0007_c_02L
옛날 어떤 바라문 종족의 스승이 큰 잔치를 베풀기 위해 그 제자들에게 말하였다.
“나는 지금 잔치에 쓸 질그릇이 꼭 필요하다. 너는 나를 위해 시장에 나가 옹기장이 한 사람을 품값을 지불하고 데려오너라.”
그 제자는 옹기장이 집으로 갔고 그때 어떤 사람이 나귀에 질그릇을 싣고 시장에 팔러 가다가 잠깐 사이에 나귀가 그릇을 모두 깨버렸다. 그는 집으로 돌아가면서 슬피 울며 괴로워하였다. 제자가 그것을 보고 그에게 물었다.
“왜 그리 슬퍼 탄식하고 괴로워하십니까?”
그가 대답하였다.
“나는 온갖 방법을 동원해서 여러 해 고생한 끝에, 비로소 그릇을 만들어 시장에 나가 팔려 하였는데 이 사나운 나귀가 순식간에 내 그릇들을 모두 깨버렸습니다. 그래서 괴로워하는 것입니다.”
그때 제자는 그 말을 듣고 기뻐하면서 말하였다.
“이 나귀야말로 참으로 훌륭한 동물입니다. 오랜 시간이 걸려 만든 것을 잠깐 사이에 모두 깨버렸으니 말입니다. 제가 이 나귀를 사겠습니다.”
옹기장이는 기뻐하며 곧 팔았다.
제자는 그 나귀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자, 스승이 물었다.
“너는 왜 옹기장이를 데려 오지 않았느냐? 그리고 그 나귀는 무엇에 쓰려고 하느냐?”
제자가 대답하였다.
“이 나귀가 저 옹기장이보다 훌륭합니다. 옹기장이가 오랜 시간이 걸려 만든 질그릇을 이 나귀는 순식간에 모두 깨버렸습니다.”
그때 스승이 말하였다.
“너는 매우 미련하고 아무 지혜가 없구나. 지금 이 나귀는 부수는 데는 적당하지만 백 년을 두어도 그릇 하나를 만들지는 못할 것이다.”
세상 사람들도 그와 같아서 천백 년 남의 공양을 받고도 전혀 그것을 갚을 줄 모르면서 항상 손해만 끼치고 끝내 이익을 주지 못한다. 그러니 은혜를 배반하는 사람도 그와 마찬가지이다.
030_0007_b_15L昔有婆羅門師欲作大會語弟子言我須瓦器以供會用汝可爲我雇借瓦師詣市覓之時彼弟子往瓦師家時有一人驢負瓦器至市欲賣須臾之閒驢盡破之還來家中啼哭懊惱弟子見已而問之言何以悲歎懊惱如是其人答言我爲方便勤苦積年始得成器詣市欲賣此弊惡驢須臾之頃盡破我器是故懊惱爾時弟子見聞是已歡喜而言此驢乃是佳物夂時所作須臾能破我今當買此驢瓦師歡喜卽便賣與乘來歸家師問之言汝何以不得瓦師將來用是驢弟子答言此驢勝於瓦師瓦師久時所作瓦器少時能破時師語言大愚癡無有智慧此驢今者適可能假使百年不能成一世閒之人亦復如是雖千百年受人供養都無報常爲損害終不爲益背恩之人亦復如是

32. 장사꾼이 금을 훔친 비유
030_0007_c_12L估客偸金喩

옛날 두 사람의 장사꾼이 함께 장사를 하기 위해 길을 떠났다. 한 사람은 순금을 팔고 다른 한 사람은 도라면(兜羅綿)을 팔았다. 금을 사려는 사람이 진짜 금인지 시험하기 위해 금을 불에 태웠다. 그러자 다른 한 장사꾼이 곧 불에 탄 금을 훔쳐 도라면으로 쌌으나 금이 뜨겁기 때문에 도라면은 모두 타버리고 말았고, 사실이 탄로되어 그는 두 가지를 모두 잃고 말았다.
이것을 비유하면 마치 저 외도들이 부처님 법을 훔쳐다가 자기들 법 안에 덧붙이고 망령되게 자기들의 소유라 하고 부처님의 법이 아니라고 하다가 외전(外典)이 모두 타버려 세상에 유행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이것은 마치 금을 훔쳤다가 사실이 모두 탄로 난 것과 같은 것이다.
030_0007_c_13L昔有二估客共行商賈一賣眞金第二者賣兜羅緜有他買眞金者燒而試之第二估客卽便偸他被燒之用兜羅緜裹時金熱故燒緜都盡情事旣露二事俱失如彼外道偸取佛法著己法中妄稱己有非是佛法由是之故燒滅外典不行於世如彼偸金事情都現亦復如是

33. 나무를 베어 열매를 딴 비유
030_0007_c_21L斫樹取果喩
030_0008_a_02L
옛날 어떤 국왕에게 좋은 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 그 나무는 높고 넓고 아주 크며, 향기롭고 맛있는 좋은 열매를 맺으려 하였다.
그때 어떤 사람이 왕의 처소에 이르자, 왕은 그에게 말하였다.
“이 나무는 장차 맛있는 열매를 맺을 것이다. 너는 과일을 먹어보지 않겠는가?”
그는 왕에게 이렇게 대답하였다.
“이 나무는 높고 넓어 아무리 먹고 싶어도 그것을 어떻게 얻을 방법이 없습니다.”
그래서 나무를 베어 그 열매를 얻기로 했다. 그러나 아무것도 얻은 것은 없고 부질없이 수고만 하였다. 나중에 다시 나무를 세우려 하였으나 나무는 이미 말라죽어 버렸으므로 도무지 살아날 리가 없었다.
세상 사람들도 그와 같아서 법의 왕인 여래께는 계율[持戒]이라는 나무가 있어 훌륭한 열매를 맺지만, 마음으로 원하고 즐겨하여 그 열매를 먹으려면, 마땅히 계율을 지키고 온갖 공덕을 닦아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방법을 알지 못하고 도리어 계율을 비방하는 것은 마치 저 나무를 베어버린 다음 다시 살리려고 하지만 그렇게 될 수 없는 것과 같다. 계율을 부수는 사람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030_0007_c_22L昔有國王有一好樹高廣極大當生勝果香而甜美時有一人來至王所王語之言此之樹上將生美果汝能食不卽答王言此樹高廣雖欲食之何由能得卽便斷樹望得其果旣無所獲徒自勞苦後還欲豎樹已枯死都無生理世閒之人亦復如是如來法王有持戒樹能生勝果心生願樂欲得果食應當持戒修諸功德不解方便返毀其禁如彼伐樹復欲還活都不可得破戒之人亦復如是

34. 맛난 물을 보낸 비유
030_0008_a_10L送美水喩
030_0008_b_02L
옛날에 왕성(王城)에서 5유순(由旬) 정도 떨어진 곳에 한 마을이 있었는데, 그 마을에는 맛좋은 물이 있었다. 왕은 마을 사람들에게 명령하여 날마다 그 맛있는 물을 보내오게 하였다.
마을 사람들이 몹시 괴로워 그 마을을 피해 멀리 도망가려 하자, 그때 촌주가 사람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떠나지 말라. 내가 너희들을 위해 왕에게 아뢰어, 5유순을 3유순으로 고쳐 너희들이 다니기에 좀 더 가깝게 하여, 피로하지 않게 하겠다.”
그는 곧 왕에게 가서 아뢰었고, 왕은 3유순으로 고쳤다. 사람들은 이 소식을 듣고 매우 기뻐하였다.
그러자 이것 때문에 어떤 사람이 그들에게 말했다.
“그렇지만 여전히 본래 그 5유순이고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다.”
그러나 그들은 그 말을 듣고도 왕의 말을 믿기 때문에 끝내 그곳을 버리려 하지 않았다.
세상 사람들도 그와 같아서 바른 법을 닦아 행하고 다섯 가지 나쁜 세계를 벗어나 열반성(涅槃城)으로 향하다가 마음에 싫증을 느껴 곧 그것을 버리고 이내 나고 죽는 멍에를 매고 다시금 나아가지 않는다.
그러나 법의 왕인 여래께서는 큰 방편을 갖고 계시어 일승(一乘)의 법을 셋으로 나누어 말씀하시면 소승(小乘)의 사람들은 그 말씀을 듣고 매우 기뻐하면서 생각한다.
‘이것은 행하기 쉽다.’
그리고 선을 닦고 덕을 키워 나고 죽음을 초월하고자 하는데, 뒤에 어떤 사람이 ‘삼승(三乘)이란 없고 오직 하나의 길만 있다’고 하지만, 그 말을 들어도 그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믿기 때문에 마침내 그것을 버리려 하지 않는 다. 저 마을 사람들도 마찬가지이다.
030_0008_a_11L昔有一聚落去王城五由旬村中有好美水王勅村人常使日日送其美村人疲苦悉欲移避遠此村去彼村主語諸人言汝等莫去我當爲汝白王改五由旬作三由旬使汝得近往來不疲卽往白王王爲改之作三由旬衆人聞已便大歡喜有人語此故是本五由旬更無有異雖聞此言信王語故終不肯捨世閒之人亦復如是修行正法度於五道向涅槃城心生厭惓便欲捨離頓駕生死不能復進如來法王有大方便於一乘法分別說三小乘之人聞之歡喜以爲易行修善進德求度生死後聞人說無有三乘故是一道以信佛語終不肯捨如彼村人亦復如是

35. 보물 상자의 거울 비유
030_0008_b_04L寶篋鏡喩

옛날 어떤 사람이 가난하고 곤궁하여 남에게 많은 빚을 지고 갚을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그곳을 피하여 아무도 없는 텅 빈 곳으로 도망가다 그는 보물이 가득 차 있는 상자를 발견하였다. 그 보물 위에는 밝은 거울이 있어 보물을 덮고 있었다.
가난한 사람은 그것을 보고 매우 기뻐하며 그것을 열어보려고 하다가, 그 거울 속에 비친 사람을 보고 매우 놀라고 두려워 합장하며 말하였다.
“나는 빈 상자에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하였소. 그대가 이 상자 속에 있는 줄은 몰랐으니, 부디 성내지 마시오.”
범부들도 또한 그와 같아서 한량없는 번뇌의 시달림을 받으면서 나고 죽는 마왕(魔王)의 빚쟁이에게 핍박을 받고는, 나고 죽음을 피해 부처님 법 안에 들어와 선한 법을 닦아 행하고 온갖 공덕을 지으려 한다. 그러나 보물상자를 보고 거울 속에 비춘 제 얼굴에 미혹된 사람처럼 망령되게도 나[我]라는 것이 있다고 생각하여 곧 거기에 집착하여 그것을 진실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그만 타락하여 온갖 공덕의 선정과 도품(道品)과 무루(無漏)의 온갖 선(善)을 잃고 삼승(三乘)의 도과(道果)를 모두 잃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마치 저 어리석은 사람이 보물 상자를 버린 것처럼, 나라는 견해에 집착하는 사람도 또한 그와 마찬가지이다.
030_0008_b_05L昔有一人貧窮困乏多負人債無以可償卽便逃避至空曠處値篋滿中珍寶有一明鏡著珍寶上以蓋覆之貧人見已心大歡喜卽便發之見鏡中人便生驚怖叉手語言我謂空篋都無所有不知有君在此篋中莫見瞋也凡夫之人亦復如是爲無量煩惱之所窮困而爲生死魔王債主之所纏著欲避生死入佛法中修行善法作諸功德如値寶篋爲身見鏡之所惑亂妄見有我卽便封著謂是眞於是墮落失諸功德禪定道品無漏諸善三乘道果一切都失如彼愚人棄於寶篋著我見者亦復如是

36. 다섯 가지 신통을 얻은 신선의 눈을 빼앗은 비유
030_0008_b_19L破五通仙眼喩
030_0008_c_02L
옛날 어떤 사람이 산에 들어가 도를 배워 다섯 가지 신통을 얻은 신선이 되었다. 그래서 천안(天眼)으로 땅 속에 묻혀 있는 온갖 것과 갖가지 보배를 환히 볼 수 있었다.
국왕은 이 소문을 듣고 매우 기뻐하여 한 대신에게 말하였다.
“어떻게 하면 저 사람이 다른 곳으로 가지 않고 항상 우리나라에 머물게 해 내 창고에 보물이 많이 쌓이게 할 수 있을까?”
어떤 어리석은 신하가 그 사람이 있는 곳으로 가서 선인의 두 눈을 뽑아 가지고 왕에게 와서 아뢰었다.
“신(臣)이 그의 눈을 뽑아왔습니다. 그는 어디에도 가지 못하고 항상 이 나라에 있을 것입니다.”
왕은 그 대신에게 말하였다.
“그 신선이 여기에 있도록 욕심낸 까닭은 땅 속에 묻혀 있는 모든 것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네가 지금 그의 눈을 뽑았으니 어떻게 그가 그런 일을 할 수 있겠는가?”
세상 사람들도 그와 같아서, 남이 두타(頭陀)의 고행을 하기 위해 산림이나 광야나 무덤 사이나 나무 밑에서 4의지(意止)와 부정관(不淨觀)을 닦는 것을 보고 억지로 제 집으로 데리고 와서 온갖 공양을 다하고 남의 선법(善法)을 훼손하여 도과(道果)를 이루지 못하게 한다.
도안(道眼)을 잃고 이미 그 이익을 잃어 아무 소득이 없게 되는 것이 마치 저 어리석은 신하가 남의 눈을 뽑은 것과 같다.
030_0008_b_20L昔有一人入山學道得五通仙天眼徹視能見地中一切伏藏種種珍寶國王聞之心大歡喜便語臣言云何得使此人常在我國不餘處去使我藏中得多珍寶有一愚臣輒便往至挑仙人雙眼持來白王臣以挑眼不得去常住是國王語臣言所以貪得仙人住者能見地中一切伏藏今毀眼何所復任世閒之人亦復如見他頭陁苦行山林曠野塚閒樹修四意止及不淨觀便强將來於其家中種種供養毀他善法使道果不成喪其道眼已失其利空無所獲如彼愚臣唐毀他目也

37. 소 떼를 죽이는 비유
030_0008_c_11L殺群牛喩

옛날 어떤 사람이 250마리의 소를 기르고 있었다. 그는 항상 물풀이 있는 곳으로 소를 몰고 다니면서 때를 맞추어 먹이를 먹였다.
그때 호랑이가 와서 소 한 마리를 잡아먹었다. 그러자 소 주인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미 소 한 마리를 잃었으니 이제 완전하지 못하게 되었다. 이 소를 어디다 쓰겠는가?’
그리고는 곧 깊은 구덩이가 있는 높은 언덕으로 소를 끌고 가서, 구덩이에 밀어 넣어 모두 죽여 버렸다.
어리석은 범부들도 이와 같아서 여래(如來)의 완전한 계율을 받들어 지키다가도 혹 한 가지 계율을 범하면 부끄러워하며 청정하게 참회하지 않고 이렇게 생각하여 말한다.
‘나는 이미 한 가지 계율을 깨뜨렸으니 완전히 갖추지 못하게 되었다. 계율을 지녀 무엇에 쓰겠는가?’
그리고는 모든 계율을 다 깨뜨리고 한 가지도 지키지 않는 것이 마치 저 어리석은 사람이 소 떼를 모두 죽여 한 마리도 남기지 않은 것과 같다.
030_0008_c_12L昔有一人有二百五十頭牛常驅逐水草隨時餧食時有一虎噉食一牛爾時牛主卽作念言已失一牛俱不全足用是生爲卽便驅至深坑高岸排著坑底盡皆殺之凡夫愚人亦復如是受持如來具足之戒若犯一戒不生慚愧淸淨懺悔便作念言我已破一戒旣不具足何用持爲一切都破無一在者如彼愚人盡殺群牛無一在者

38. 나무 홈통의 물을 마신 비유
030_0008_c_22L飮木筒水喩
030_0009_a_02L
옛날 어떤 사람이 길을 가다가 목말라 하던 중 나무 홈통에 맑은 물이 흐르는 것을 보고 그 물을 마셨다.
물을 실컷 마시고는 손을 들고 나무 홈통에 말하였다.
“내 이제 물을 실컷 마셨으니 물아, 더 이상 오지 말라.”
비록 그렇게 말했으나 물은 여전히 흘러 왔다. 그는 화를 내며 다시 말하였다.
“내가 지금 실컷 마셨으니 더 이상 흘러오지 말라고 말하였는데 너는 왜 여전히 흘러오는가?”
어떤 사람이 그것을 보고 그에게 말하였다.
“당신은 참으로 어리석고 지혜가 없다. 어째서 그대가 떠나지 않고 물한테 흘러오지 말라고 하는가?”
그리고는 곧 그를 다른 곳으로 끌어다 놓고 떠났다.
세상 사람들도 그와 같아서 나고 죽음의 길에서 갈애(渴愛)하기 때문에 5욕(慾)의 짠물을 마시다가 이미 다섯 가지 욕망에 싫증나면 저 물을 실컷 마신 사람처럼 이렇게 말한다.
“너희 색(色)ㆍ소리[聲]ㆍ냄새[香]ㆍ맛[味] 등의 것들은 더 이상 와서 내가 보게끔 하지 말라.”
그러나 이 다섯 가지 욕망은 끊임없이 연이어 지속된다. 그때 그는 그것을 보고 다시금 화를 내어 말한다.
“너는 빨리 사라져 다시 생기지 말라고 하였는데, 왜 와서 나로 하여금 보게 하느냐?”
마침 어떤 지혜로운 사람이 그것을 보고 그에게 말한다.
“그대가 그것을 떠나려고 하거든 마땅히 그대의 여섯 가지 정(情)을 거두고 그 마음을 닫아, 망상을 내지 않으면 곧 해탈을 얻을 것이다. 그런데 왜 구태여 그것을 보지 않음으로써 그것이 생겨나지 않게 하려 하는가?”
비유하면 마치 저 물을 마신 어리석은 사람과 다름이 없다.
030_0008_c_23L昔有一人行來渴乏見木筒中有淸淨流水就而飮之飮水已足卽便擧手語木筒言我已飮竟水莫復來作是語水流如故便瞋恚言我已飮語汝莫來何以故來有人見之言汝大愚癡無有智慧汝何以不去言莫來卽爲挽卻牽餘處去世閒之人亦復如是爲生死渴愛飮五欲醎旣爲五欲之所疲厭如彼飮足便作是言汝色聲香味莫復更來使我見也然此五欲相續不斷旣見之已便復瞋恚語汝速滅莫復更生何以故來使我見之時有智人而語之言汝欲得離者當攝汝六情閉其心意妄想不生便得解脫何必不見欲使不生如彼飮水愚人等無有異

39. 남이 집을 바르는 것을 본 비유
030_0009_a_16L見他人塗舍喩
030_0009_b_02L
옛날 어떤 사람이 남의 집에 갔다가, 그 집 벽을 바르는 것을 보았는데, 그 바탕이 편편하고 깨끗하여 아주 좋았다.
“진흙에 무엇을 섞어 바르기에 그처럼 좋은가?”
주인이 대답하였다.
“벼와 보리를 물에 푹 담가두었다가 그것을 진흙에 섞어 벽을 바르면 이렇게 된다.”
어리석은 사람이 생각하였다.
‘벼와 보리를 섞어 쓰는 것보다 벼만 섞어 쓰면 벽이 더 희고 깨끗해질 것이며 진흙도 더 골고루 묻을 것이다.
그리고는 곧 벼만 진흙에 섞어 벽을 바르고는 편편하고 고르기를 바랐다. 그러나 도리어 벽은 울퉁불퉁해지고 틈새가 생겼다.
결국 벼만 버리고 아무 이익도 얻지 못하였으니, 차라리 그 벼를 보시하여 공덕을 짓는 것만도 못하였다.
범부도 그와 같아서 성인이 ‘온갖 선을 닦아 행하면 이 몸을 버린 뒤에 천상에 태어나거나 해탈을 얻는다’라고 설법하시는 것을 듣고 스스로 제 몸을 죽여 천상에 나거나 해탈하기를 기대하지만, 헛되이 제 몸만 죽이고 아무 소득이 없는 것이 마치 저 어리석은 사람과 같다.
030_0009_a_17L昔有一人往至他舍見他屋舍牆壁塗治其地平正淸淨甚好便問之言用何和塗得如是好主人答言用稻穀䴬水浸令熟和泥塗壁故得如是愚人卽便而作念言若純以稻䴬不如合稻而用作之壁可白淨泥始平便用稻穀和泥用塗其壁望得平返更高下壁都劈裂虛棄稻穀都無利益不如惠施可得功德凡夫之人亦復如是聞聖人說法修行諸善捨此身已可得生天及以解脫便自殺身望得生天及以解脫徒自虛喪空無所獲如彼愚人

40. 대머리를 고친 비유
030_0009_b_07L治禿喩

옛날 어떤 사람이 머리에 털이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겨울이 되면 매우 춥고 여름이 되면 매우 덥고, 또한 모기와 등에가 물어뜯는 바람에 밤낮으로 시달려 심한 고통을 받았다.
그때 여러 가지 방술(方術)을 잘 아는 어떤 의사가 있었는데 대머리는 그 의사에게 가서 말하였다.
“제발 선생님께서 제 병을 고쳐 주십시오.”
그런데 그 의사도 또한 대머리였다. 의사는 곧 모자를 벗고 그 머리를 그에게 보이면서 말하였다.
“나도 그 병으로 고민하는 중이오. 만일 내가 그것을 치료해 낫게 할 수 있다면 먼저 내 병을 다스려 이 걱정을 없앴을 것이오.”
세상 사람들도 그와 같아서 태어남과 늙음과 병듦과 죽음의 침노를 받고는 오래 살고 죽지 않는 곳을 구하다가, 사문ㆍ바라문 등의 좋은 의사가 온갖 병을 잘 고친다는 말을 듣고 그들에게 가서 말한다.
“원컨대 저를 위해 이 무상(無常)한 나고 죽음의 걱정을 덜고, 항상 안락한 곳에 길이 살아 변하지 않게 하여 주십시오.”
그러면 바라문들이 대답한다.
“나도 그 무상한 태어남과 늙음과 병듦과 죽음을 걱정하면서 온갖 방법으로 영원토록 사는 곳을 찾았으나 끝내 얻지 못하였소. 만일 지금 내가 그대를 고칠 수 있다면 내가 먼저 내 병을 고친 다음에 그대 병을 고쳐줄 것이오.”
비유하면 마치 저 대머리를 걱정하는 사람이 부질없이 스스로 괴로워하면서 고치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030_0009_b_08L昔有一人頭上無毛冬則大寒夏則患熱兼爲蚊蝱之所唼食晝夜受惱甚以爲苦有一醫師多諸方術時彼禿人往至其所語其醫言唯願大師爲我治之時彼醫師亦復頭禿卽便脫帽示之而語之言我亦患之以爲痛若令我治能得差者應先自治以除其患世閒之人亦復如是爲生老病死之所侵惱欲求長生不死之處聞有沙門婆羅門等世之良醫善療衆患便往其所而語之言唯願爲我除此無常生死之患常處安樂長存不變時婆羅門等卽便報言我亦患此無常生老病死種種求覓長存之處終不能得今我若能使汝得者亦應先自得令汝亦得如彼患禿之徒自疲勞不能得差
030_0009_c_02L
41. 비사사(毘舍闍) 귀신의 비유
030_0009_c_02L毘舍闍鬼喩

옛날 두 비사사 귀신이 있었다. 그들은 상자 한 개와 지팡이 한 자루와 신 한 켤레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두 귀신은 그것을 제각기 가지려고 시끄럽게 다투었으나 해가 지도록 해결하지 못하였다.
그때 어떤 사람이 와서 그것을 보고 물었다.
“이 상자와 지팡이와 신은 어떤 신기한 힘을 가지고 있기에 너희들은 그처럼 서로 성을 내면서 다투는가?”
두 귀신이 대답하였다.
“이 상자는 온갖 의복ㆍ음식ㆍ평상ㆍ침구 따위의 생활 도구가 다 그 안에서 나오고, 이 지팡이를 잡으면 어떤 원수도 모두 항복하여 돌아가며 감히 다투지 못합니다. 그리고 이 신만 신으면 사람으로 하여금 날아다니는 데 아무 걸림이 없게 합니다.”
이 사람은 그 말을 듣고 귀신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내게서 조금 떨어져 있으라. 너희들에게 골고루 나누어주겠다.”
귀신들은 이 말을 듣고 이내 멀리 피하였다. 그러자 그 사람은 곧 상자를 안고 지팡이를 든 채 신을 신고는 날아가 버렸다.
두 귀신은 깜짝 놀랐으나 결국 어쩔 수가 없었다. 그는 귀신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이 다투는 것을 지금 내가 가져가니, 이제 너희들은 다투지 않게 될 것이다.”
비사사(毘舍闍)라는 귀신은 온갖 악마와 외도들을 비유한 것이고, 보시(布施)는 그 상자와 같아서 인간이나 천상의 다섯 세계에서 사용하는 온갖 생활 도구가 다 그 안에서 나오며, 선정은 그 지팡이와 같아서 악마와 원수와 번뇌의 적을 항복받고, 계율은 그 신과 같아서 반드시 인간이나 천상에 오르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악마와 외도들이 상자를 다투는 것은 그들이 모든 번뇌 속에 있으면서 억지로 좋은 과보를 구하지만 아무 소득이 없는 데 비유한 것이다.
만일 선행과 보시와 계율과 선정을 닦아 행하면, 곧 괴로움을 떠나 도과(道果)를 얻게 될 것이다.
030_0009_c_03L昔有二毘舍闍鬼共有一篋一杖一二鬼共諍各各欲得二鬼紛紜竟日不能使平時有一人來見之已而問之言此篋杖屐有何奇異汝等共諍瞋忿乃爾二鬼答言我此篋者能出一切衣服飮食牀褥臥具資生之物盡從中出執此杖者怨歒歸服無敢與諍著此屐者能令人飛行無罣礙此人聞已卽語鬼言汝等小遠我當爲爾平等分之鬼聞其語尋卽遠避此人卽時抱篋捉杖躡屐而飛二鬼愕然竟無所得人語鬼言爾等所諍我已得去今使爾等更無所諍毘舍闍者喩於衆魔及以外道布施如篋人天五道資用之具皆從中出禪定如杖消伏魔怨煩惱之賊持戒如屐必昇人天諸魔外道諍篋者喩於有漏中强求果報空無所得若能修行善行及以布施持戒禪定便得離苦獲得道果
百喩經卷第二
甲辰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彫造
  1. 1)1)침향(沈香)을 말한다. 목심(木心)이 물에 가라앉으므로 침수(沈水) 또는 수침(水沈)이라고도 한다. 최고급 향제 중의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