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030_0010_a_01L
백유경 제3권
030_0010_a_01L百喩經卷第三

존자 승가사나 찬집
소제 천축삼장 구나비지 한역
030_0010_a_02L尊者僧伽斯那撰
蕭齊天竺三藏求那毘地譯

장사꾼의 낙타가 죽은 비유
큰 돌을 가는 비유
떡 반 개를 먹으려 하는 비유
노비가 문을 지킨 비유
야크[犛牛]를 훔친 비유
030_0010_a_05L估客駝死喩
磨大石喩
欲食半餠喩
奴守門喩
偸犛牛喩
가난한 사람이 원앙새 울음을 흉내 낸 비유
여우가 부러진 나뭇가지에 맞은 비유
어린아이가 서로 다투어 털을 분별하는 비유
의사가 꼽추를 고친 비유
다섯 사람이 계집종을 사서 함께 부린 비유
030_0010_a_08L貧人能作鴛鴦鳴喩
野干爲折樹枝所打喩
小兒爭分別毛喩
醫治脊僂喩
五人買婢共使作喩
악사가 음악을 연주한 비유
스승이 아픈 다리를 두 제자에게 맡긴 비유
뱀의 머리와 꼬리가 서로 앞서 가려고 다툰 비유
왕의 수염 깎기를 원한 비유
없는 물건을 찾는 비유
030_0010_a_12L伎兒作樂喩
師患腳付二弟子喩
蛇頭尾共爭在前喩
願爲王剃鬚喩
索無物喩
장자의 입을 밟은 비유
두 아들이 재산을 나눈 비유
병(甁) 만드는 것을 구경한 비유
물속의 금 그림자를 본 비유
범천(梵天)의 제자가 물건을 만든 인연의 비유
030_0010_a_16L蹹長者口喩
二子分財喩
觀作甁喩
見水底金影喩
梵天弟子造物 因喩
병자가 꿩고기를 먹은 비유
악사[伎兒]가 나찰(羅刹) 분장의 옷을 입어 모두 놀라고 두려워한 비유
어떤 사람이 오래된 집에 귀신이 있다고 말한 비유
5백 환희환(歡喜丸)의 비유
030_0010_a_19L病人食雉肉喩
伎兒著戲羅剎服共相驚怖喩
人謂故屋中有惡鬼喩
五百歡喜丸喩

42. 장사꾼의 낙타가 죽은 비유
030_0010_a_23L估客駝死喩
030_0010_b_02L
어떤 장사꾼이 장사하러 다니다가 도중에서 낙타가 갑자기 죽었다. 낙타 등에는 여러 가지 보물과 곱고 부드러운 모직물과 갖가지 잡다한 물건들이 많이 실려 있었다.
낙타가 죽자 곧 그 가죽만 벗겨 가지고 장사꾼은 그것을 버린 채 길을 그대로 가다가 두 제자를 앉히고 말하였다.
“낙타 가죽을 잘 보살펴 젖거나 썩게 하지 말라.”
그 뒤에 비가 왔다. 두 제자는 미련하고 어리석어 좋은 모직물로 모두 낙타 가죽을 덮었고, 모직물은 모두 썩어 문드러졌다. 가죽과 모직물의 가치는 큰 차이가 있는데, 그들은 어리석었기 때문에 모직물로 가죽을 덮었던 것이다.
세상의 어리석은 사람들도 그와 같아서 살생하지 않는 사람은 흰 모직물에 비유한 것이고, 낙타 가죽은 재물에 비유한 것이며, 비가 와서 젖고 썩은 것은 방일함으로써 선행을 깨트리는 것에 비유한 것이다.
살생하지 말라는 계율[不殺戒]은 곧 부처님 법신(法身)이 되는 최상의 묘한 인(因)이다. 그러나 그것은 닦지 않고 다만 재물로써 온갖 탑묘(塔廟)를 만들고 많은 스님들을 공양하면서, 그 근본을 버리고 지말적인 것만 취한다. 그리하여 근본을 구하지 않고 다섯 갈래 세계를 떠돌아다니면서 스스로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므로 수행하는 사람은 마땅히 전일한 마음으로 살생하지 않는 계율을 지녀야 하는 것이다.
030_0010_b_02L譬如估客遊行商賈會於路中而駝卒死駝上所載多有珍寶細軟上㲲種種雜物駝旣死已卽剝其皮商主捨行坐二弟子而語之言好看駝皮莫使濕爛其後天雨二人頑嚚盡以好㲲覆此皮上㲲盡爛壞皮㲲之價理自懸殊以愚癡故以㲲覆皮世閒之人亦復如是其不殺者喩於白㲲其駝皮者卽喩財貨天雨濕爛喩於放逸敗壞善行不殺戒者卽佛法身最上妙因然不能修但以財貨造諸塔廟供養衆僧捨根取末不求其本漂浪五道莫能自出是故行者應當精心持不殺戒

43. 큰 돌을 가는 비유
030_0010_b_16L磨大石喩

어떤 사람이 커다란 돌 하나를 갈고 있었다. 부지런히 공을 들여 갈아서 오랜 세월이 지나서야 조그만 장난감 소 하나를 만들었는데, 들인 공이 매우 많은 것에 비해 얻은 것은 아주 적었다.
세상 사람들도 그와 같아서 큰 돌을 간다는 것은 부지런히 애써 공부하는 것에 비유한 것이고, 조그만 소를 만들었다는 것은 명예를 위해 서로 시비를 따지는 것에 비유한 것이다. 무릇 공부하는 사람은 정밀하고 미세한 데까지 연마하고 생각하며 박학(博學)하게 많이 알아 그대로 실천하며 훌륭한 결과를 원대하게 구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당장의 명예만 구하면, 교만하고 거만하여 허물과 근심만 더욱 자라나게 할 것이다.
030_0010_b_17L譬如有人磨一大石勤加功力經歷日月作小戲牛用功旣重所期甚輕世閒之人亦復如是磨大石者喩於學問精勤勞苦作小牛者喩於名聞互相是非夫爲學者硏思精微博通多識宜應履行遠求勝果方求名譽憍慢貢高增長過患

44. 떡 반 개를 먹으려 하는 비유
030_0010_b_24L欲食半餠喩
030_0010_c_02L
어떤 사람이 배가 고파 일곱 장의 부침개[煎餅]를 먹으려 하였다.
그러나 여섯 장 반을 먹자 벌써 배가 불렀다. 그는 화가 나 후회하며 제 손으로 자기를 때리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내가 지금 배부른 것은 이 반 장의 부침개 때문이다. 그러므로 앞에 이미 먹은 여섯 장의 부침개는 괜히 허비한 것이다. 만약 이 반 장만으로 배가 부를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이것부터 먼저 먹을 걸 그랬다.”
세상 사람들도 그와 같아서, 본래부터 즐거움이란 있을 수 없는데 어리석고 뒤바뀐 생각으로 제멋대로 즐겁다는 생각을 내는 것이다.
그것은 어리석은 사람이 반 개의 떡만으로 배부르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내는 것과 같다.
세상 사람들은 무지하여 부귀함을 즐겁다고 생각하지만 무릇 부귀란 부귀해지기를 바랄 땐 매우 괴롭고, 이미 부귀하게 되면 지켜 간직하기도 괴로우며, 잃어버리고 나서 걱정하는 것도 또한 괴로운 것이다. 이 세 경우 어디에도 즐거움이란 전혀 없다.
비유하면 마치 옷과 밥은 추위와 굶주림을 막기 때문에 즐겁다고 하지만, 그것 때문에 매우 괴로워하면서도 제멋대로 즐겁다는 생각을 내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모든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 삼계(三界)에는 안락이 없고 온갖 큰 고통들뿐인데 범부들은 뒤바뀐 생각으로 미혹하여 제멋대로 즐겁다는 생각을 내느니라.”
030_0010_c_02L譬如有人因其飢故食七枚煎餠六枚半已便得飽滿其人恚悔以手自打而作是言我今飽足由此半餠然前六餠唐自捐棄設知半餠能充足者應先食之世閒之人亦復如是從本以來常無有樂然其癡倒撗生樂想如彼癡人於半番餠生於飽想世人無知以富貴爲樂夫富貴者時甚苦旣獲得已守護亦苦後還失之憂念復苦於三時中都無有樂如衣食遮故名樂於辛苦中撗生樂諸佛說言三界無安皆是大苦夫倒惑撗生樂想

45. 노비가 문을 지킨 비유
030_0010_c_15L奴守門喩
030_0011_a_02L
어떤 사람이 멀리 길을 떠나려고 하면서 그 노비에게 분부하였다.
“너는 문을 잘 단속하는 것은 물론이고, 나귀와 밧줄을 잘 살피도록 하라.”
그 주인이 떠난 뒤 때맞추어 이웃집에서 풍류놀이를 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 노비는 그것이 듣고 싶어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곧 밧줄로 문을 매어 나귀 등에 싣고 놀고 있는 이웃집으로 가서 그 풍류를 들었다. 노비가 나간 뒤에 도둑이 들어 집 안의 재물을 모두 훔쳐갔다. 주인이 돌아와 노비에게 물었다.
“재물을 모두 어쨌느냐?”
노비가 대답하였다.
“어르신께서는 아까 저에게 문과 나귀와 밧줄을 부탁하셨으니, 그 밖의 것은 제 알 바가 아닙니다.”
주인이 다시 말하였다.
“너에게 문을 지키라고 당부한 것은 바로 재물 때문인데, 재물을 모두 잃었으니 문은 어디에 쓰겠는가?”
나고 죽음에 처해 있는 어리석은 사람이 애욕(愛慾)의 노비가 되는 것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여래(如來)께서는 항상 훈계하셨다.
“여섯 가지 감관[六根]의 문을 단속하고 여섯 가지 대상경계[六塵]에 집착하지 말며, 무명(無明)의 나귀를 지키고 애욕[愛]의 밧줄을 잘 살펴보라.”
그런데 비구들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들지 않고 이양(利養)을 탐하여 구하고, 거짓으로 청백한 체하면서 고요한 곳에 앉아 있다. 그러나 마음은 흐르고 치달려 다섯 가지 쾌락에 탐착하여 빛깔[色]과 소리[聲]와 냄새[香]와 맛[味]에 홀리고 어지럽혀진다. 무명이 마음을 덮고 애욕의 밧줄에 얽매이며 바른 생각[正念]과 깨달음의 마음[覺意]과 도품(道品)의 재보(財寶)를 모두 잃고 마는 것이다.
030_0010_c_16L譬如有人將欲遠行勅其奴言爾好守門幷看驢索其主行後時鄰里家有作樂者此奴欲聽不能自安尋以索繫門置於驢上負至戲處聽其作奴去之後舍中財物賊盡持去家行還問其奴言財寶所在奴便答大家先付門驢及索自是以外非奴所知大家復言留爾守門正爲財財物旣失用於門爲生死愚人爲愛奴僕亦復如是如來教誡常護根莫著六塵守無明驢看於愛索諸比丘不奉佛教貪求利養詐現淸白靜處而坐心意流馳貪著五欲色聲香味之所惑亂無明覆心愛索纏縛正念覺意道品財寶悉皆散失

46. 야크[犛牛]2)를 훔친 비유
030_0011_a_08L偸犛牛喩

어떤 마을 사람들이 남의 야크를 훔쳐다가 함께 나누어 먹었다.
야크를 잃은 사람이 그 흔적을 따라 그 마을에 와서는, 그 마을 사람들을 불러 그 상황에 대해 물었다.
“당신들은 이 마을에 사는가?”
훔친 사람들이 대답하였다.
“우리들에게는 마을이 없습니다.”
다시 물었다.
“당신들 마을 복판에 못[池]이 있는데, 그 못 가에서 야크를 나누어 먹지 않았는가?”
“못이 없습니다.”
“못 옆에 나무가 있지 않은가?”
“나무가 없습니다.”
“야크를 훔칠 때 이 마을 동쪽에 있지 않았는가?”
“동쪽이 없습니다.”
“야크를 훔칠 때는 한낮이 아니었는가?”
“한낮이 없습니다.”
“비록 마을이 없고 나무는 없다 하더라도, 어떻게 천하에 동쪽이 없고 시간[時]이 없단 말인가? 당신들이 거짓말하는 것임을 알겠고, 당신들 말은 전혀 믿을 수가 없다. 당신들이 야크를 훔쳐 먹지 않았는가?”
“사실은 먹었습니다.”
계율을 깨뜨린 사람도 그와 같아서 자기의 죄를 덮어두고 드러내려 하지 않지만 죽어서 지옥에 들어가면 여러 하늘의 선신(善神)들이 천안(天眼)으로 보기 때문에 덮어 감출 수 없는 것이다. 마치 야크를 잡아먹은 사람이 끝내 속여 버틸 수 없는 것과 같다.
030_0011_a_09L譬如一村共偸犛牛而共食之其失牛者逐迹至村喚此村人問其由狀而語之言爾在此村不偸者對曰實無村又問爾村中有池在此池邊共食牛不答言無池又問池傍有樹對言無樹又問偸牛之時在爾村東不對曰無東又問當爾偸牛非日中時耶對曰無中又問縱可無村及以無樹何有天下無東無時知爾妄語都不可信爾偸牛食不對言實食破戒之人亦復如是覆藏罪過不肯發露死入地獄諸天善神以天眼觀不得覆藏如彼食牛不得欺拒

47. 가난한 사람이 원앙새 울음을 흉내 낸 비유
030_0011_a_22L貧人作鴛鴦鳴喩
030_0011_b_02L
옛날 외국 풍속에 명절이나 경사 날은 부녀자들이 모두 우발라(優鉢羅)꽃으로 머리를 장식하곤 하였다.
어떤 가난한 사람의 아내가 남편에게 말하였다.
“당신이 만일 우발라꽃을 얻어 가지고 와서 내게 주면 나는 당신의 아내로 있겠지만 만약 얻어 오지 못한다면 나는 당신을 버리고 떠나가겠습니다.”
그 남편은 이전부터 항상 원앙새 우는 소리를 잘 흉내 내었다. 그래서 곧 왕의 못에 들어가 원앙새 우는 소리를 내면서 우발라꽃을 훔치고 있었다. 그때 못지기가 물었다.
“못 가운데 그 누구냐?”
그 가난한 사람은 그만 실수하여 대답하였다.
“나는 원앙새입니다.”
못지기는 그를 붙잡아 데리고 왕에게로 갔다. 잡혀가는 도중에 그는 다시 부드러운 소리로 원앙새 우는 소리를 내었다.
못지기가 말하였다.
“너는 아까는 원앙새 울음소리를 내지 않고서 지금 내어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
세상의 어리석은 사람도 이와 같아서 목숨이 마치도록 살생하면서 온갖 악업을 짓고, 마음과 행을 잘 다루어 선을 익히지 않다가 임종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말한다.
“나도 지금부터 선업을 닦고 싶다.”
그러나 옥졸이 그를 데리고 가서 염라왕에게 넘기면 아무리 선업을 닦고자 하나 그럴 수가 없으니, 그것은 마치 저 어리석은 사람이 왕에게 끌려가면서 비로소 원앙새 울음소리를 낸 것과 같다.
030_0011_a_23L昔外國節法慶之日一切婦女盡持優鉢羅華以爲鬘飾有一貧人其婦語言爾若能得優鉢羅華來用與我爲爾作妻若不能得我捨爾去其夫先來常善能作鴛鴦之鳴卽入王池作鴛鴦鳴偸優鉢羅華時守池者而作是問池中者誰而此貧人失口答我是鴛鴦守者捉得將詣王所於中道復更和聲作鴛鴦鳴守池者爾先不作今作何益世閒愚人亦復如是終身殘害作衆惡業不習心行使令調善臨命終時方言今我欲得修善獄卒將去付閻羅王雖欲修善亦無所及已如彼愚人欲到王所作鴛鴦鳴

48. 여우가 부러진 나뭇가지에 맞은 비유
030_0011_b_15L野干爲折樹枝所打喩

어떤 여우가 나무 밑에 있었는데, 바람이 불어 나뭇가지가 부러져 여우의 등 위에 떨어졌다.
여우는 곧 눈을 감고 나무를 쳐다보지 않고 그곳을 떠나 들녘으로 달아났다. 날이 저물어도 그는 돌아오려 하지 않았다.
여우는 멀리서, 바람이 불어 큰 나뭇가지가 아래ㆍ위로 흔들리는 것을 보고 말하였다.
“나를 곧 나무 밑으로 오라고 부르는구나.”
어리석은 제자들도 그와 같아서 이미 집을 떠나 스승을 가까이하였다가도, 조금 꾸지람을 듣고는 곧 달아난다. 그 뒤에 나쁜 벗[惡知識]을 만나 끝없이 번민하다가는 비로소 본래 스승에게로 돌아간다. 이와 같이 오가는 것을 어리석고 미혹한 것이라 한다.
030_0011_b_16L譬如野干在於樹下風吹枝折墮其脊上卽便閉目不欲看樹捨棄而走到于露地乃至日暮亦不肯來遙見風吹大樹枝柯動搖上下便言喚我尋來樹下愚癡弟子亦復如是已得出家得近師長以小呵責卽便逃走復於後時遇惡知識惱亂不已方還所去如是去來是爲愚惑
030_0011_c_02L
49. 어린아이가 서로 다투어 털을 분별하는 비유
030_0011_b_24L小兒爭分別毛喩

옛날 어떤 두 어린아이가 강에 들어가 놀다가 물 밑에서 털 한 줌을 얻었다. 한 아이가 말하였다.
“이것은 선인(仙人)의 수염이다.”
또 다른 아이가 말하였다.
“이것은 큰 곰의 털이다.”
그때 그 강가에 어떤 선인(仙人)이 살고 있었다.
이 두 어린아이는 서로 다투다가 할 수 없이 그 선인에게 가서 의심나는 것을 판결해 달라고 하였다. 그 선인은 곧 쌀과 깨를 입 안에 넣고 씹다가 손바닥에 뱉어 놓고 아이들에게 말하였다.
“내 손바닥에 놓인 것은 공작의 똥과 비슷하다.”
선인은 남의 물음에는 대답하지 않았으므로 그것을 안 사람들은 모두 비웃었다.
세상의 어리석은 사람들도 이와 같아서 설법할 때에도 실없이 모든 법을 설명하면서 정작 바른 이치는 대답해주지 않는 것이 비유하면 저 선인이 묻는 말에는 대답하지 않아 여러 사람의 비웃음을 받은 것과 같다. 근거 없는 실없는 빈 말도 그와 마찬가지다.
030_0011_c_02L譬如昔日有二小兒入河遨戲於此水底得一把毛一小兒言此是仙鬚一小兒言此是羆毛爾時河邊有一仙此二小兒諍之不已詣彼仙所決其所疑而彼仙人尋卽取米及胡麻口中含嚼吐著掌中語小兒言掌中者似孔雀屎而此仙人不答他人皆知之世間愚人亦復如是法之時戲論諸法不答正理如彼仙人不答所問爲一切人之所蚩笑漫虛說亦復如是

50. 의사가 꼽추를 고친 비유
030_0011_c_13L醫治脊僂喩

어떤 사람이 갑자기 꼽추병에 걸려 의사를 청해 치료하였다. 의사는 거기에 소(酥)를 바른 다음 아래위에 판자를 대고 힘을 다해 눌렀으나 두 눈알이 한꺼번에 튀어나오는 것을 깨닫지 못하였다.
세상의 어리석은 사람들도 이와 같아서 복을 닦기 위하여 생활하고 장사하면서 온갖 법답지 않은 일을 하니 그 일이 비록 성취되더라도 그 이익은 손해를 보충하지 못한다. 그리하여 미래의 세상에 지옥에 들어가게 되는 것이 두 눈알이 빠지는 것과 같다.
030_0011_c_14L譬如有人卒患脊僂請醫療之醫以酥塗上下著板用力痛壓不覺雙目一時倂出世閒愚人亦復如是爲修福故治生估販作諸非法其事雖成利不補害將來之世入於地獄喩雙目出

51. 다섯 사람이 계집종을 사서 함께 부린 비유
030_0011_c_20L五人買婢共使作喩
030_0012_a_02L
다섯 사람이 계집종 하나를 샀다. 그 중의 한 사람이 이 종에게 말하였다.
“내 옷을 빨아라.”
다음에 또 한 사람도 말하였다.
“내 옷을 빨아라.”
그 종은 다음 사람에게 말하였다.
“저 분의 옷을 먼저 빨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뒷사람이 화를 내며 말하였다.
“나도 저 앞의 사람과 함께 똑같이 돈을 내고 너를 샀는데, 왜 저 사람 것만 먼저 빨려 하는가?”
그리고는 매 열 대를 때렸다. 이와 같이 다섯 사람이 모두 각기 열 대씩 때렸다.
5음(陰)도 그와 같다. 번뇌의 인연이 모여 이 몸을 이루었는데, 그 5음이 항상 생(生)ㆍ노(老)ㆍ병(病)ㆍ사(死)의 한량없는 고뇌로 중생을 매질한다.
030_0011_c_21L譬如五人共買一婢其中一人語此婢言與我浣衣次有一人復語浣衣婢語次者先與其浣後者恚曰我共前人同買於汝云何獨爾卽鞭十下如是五人各打十下五陰亦爾煩惱因緣合成此身而此五陰恒以生老病死無量苦惱搒笞衆生

52. 악사가 음악을 연주한 비유
030_0012_a_05L伎兒作樂喩

어떤 악사가 왕 앞에서 음악을 연주하였다. 왕은 돈 천 냥을 주기로 약속하였고, 뒤에 악사가 왕에게 돈을 요구하였다. 그러나 왕은 주지 않고 말하였다.
“네가 아까 음악을 연주하였지만 그것은 한낱 내 귀만 즐겁게 하였을 뿐이다. 내가 너에게 돈을 주겠다고 한 것도 네 귀를 즐겁게 한 것이다.”
세상의 과보도 그와 같아서 인간이나 천상에서 비록 조그만 즐거움을 받더라도 그것은 실속[實]이 없어, 덧없이 멸하고 또한 오래 머물지 못하는 것이 마치 저 공허한 음악소리와 같은 것이다.
030_0012_a_06L譬如伎兒王前作樂王許千錢後從王索王不與之王語之言汝向作樂空樂我耳我與汝錢亦樂汝耳世閒果報亦復如是人中天上雖受少樂亦無有實無常敗滅不得久住如彼空樂

53. 스승이 아픈 다리를 두 제자에게 맡긴 비유
030_0012_a_12L師患腳付二弟子喩

어떤 스승에게 두 제자가 있었다. 그 스승은 아픈 다리를 두 제자에게 내 맡기면서 수시로 한 다리씩 안마를 하게 하였다.
그 두 제자는 늘 서로 미워하고 질투하던 터에 한 제자가 외출하자 다른 제자는 그가 안마할 다리를 붙잡고 돌로 때려 부러뜨렸다. 다른 제자가 와서 이것을 보고 몹시 분하게 여겨, 또 다른 제자가 안마할 다리마저 때려 부러뜨렸다.
부처님 법을 배우는 사람들도 그와 같아서 방등(方等:大乘)을 배우는 사람은 소승(小乘)을 그르다 배척하고, 소승을 배우는 사람은 또 방등을 그르다 하기 때문에 큰 성인의 경전의 두 길을 모두 잃게 한다.
030_0012_a_13L譬如一師有二弟子其師患腳遣二弟子人當一腳隨時按摩其二弟子常相憎嫉一弟子行其一弟子捉其所當按摩之腳以石打折彼旣來已忿其如是復捉其人所按之腳尋復打折佛法學徒亦復如是方等學者非斥小乘小乘學者復非方等故使大聖法典二途兼亡

54. 뱀의 머리와 꼬리가 서로 앞서 가려고 다툰 비유
030_0012_a_21L蛇頭尾共爭在前喩
030_0012_b_02L
한 뱀의 꼬리가 그 머리에게 말하였다.
“내가 앞에서 가야겠다.”
머리가 꼬리에게 말하였다.
“내가 언제나 앞에서 갔는데 갑자기 왜 그러느냐?”
그리고는 마침내 머리가 앞에서 가자, 꼬리가 나무를 감고 가지 못하게 하였다.
그래서 꼬리가 나무를 놓고 앞에서 가다가 곧 불구덩이에 떨어져 타 죽었다.
스승과 제자도 그와 같다. 제자들이 말하였다.
“스승은 늙었다 하여 항상 앞에 있지만, 우리가 젊으니 우리가 마땅히 길잡이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젊은이는 계율에 익숙하지 못하므로 항상 계율을 범하다가, 곧 서로 이끌고 지옥으로 들어가고 만다.
030_0012_a_22L譬如有蛇尾語頭言我應在前頭語尾言我恒在前何以卒爾頭果在前其尾纏樹不能得去放尾在前卽墮火坑燒爛而死師徒弟子亦復如是言師耆老每恒在前我諸年少應爲導首如是年少不閑戒律多有所犯因卽相牽入於地獄

55. 왕의 수염 깎기를 원한 비유
030_0012_b_06L願爲王剃鬚喩

옛날 어떤 왕이 친근하고 믿을 만한 신하를 두었었는데, 그는 전장에서 목숨을 던져 왕을 구해 안전하게 하였다. 왕은 매우 기뻐하며 그의 소원을 들어주려고 그에게 물었다.
“그대가 바라는 것이 무엇인가? 그대가 하고 싶은 대로 하라.”
신하가 대답하였다.
“왕께서 수염을 깎으실 때 저를 시켜 깎게 해 주십시오.”
왕이 말하였다.
“그 일이 네 마음에 맞는다면 네 소원을 들어주리라.”
이런 어리석은 사람을 세상 사람들은 모두 비웃으면서 말하였다.
“나라의 반을 달라고 하여 다스리던지 아니면 재상[大臣]의 자리라도 얻을 수 있었는데, 구태여 천한 직업을 구하다니.”
어리석은 사람들도 그와 같다. 모든 부처님께서 한량없는 겁 동안 어려운 행과 괴로운 행을 겪은 뒤 스스로 부처가 되신 것이다. 그러므로 혹 부처님을 만나거나 남기신 법을 만나거나 사람의 몸이 되는 것은 모두 얻기 어려워 마치 눈 먼 거북이가 물 위에 떠다니는 나무 구멍을 만나는 것과 같다.
이 만나기 어려운 두 가지를 이제 우리가 만났지만 그 뜻이 용렬하여 조그만 계율을 받들어 가지고는 곧 족하다 생각하고, 열반의 수승하고 묘한 법을 구하지 않는다. 그리하여 더 나아가 구할 마음조차 사라지고 스스로 삿된 일만 행하면서 곧 만족스럽게 생각한다.
030_0012_b_07L昔者有王有一親信於軍陣中沒命救王使得安全王大歡喜與其所願卽便問言汝何所求恣汝所欲臣便答言王剃鬚時願聽我剃王言此事若適汝意聽汝所願如此愚人世人所笑半國之治大臣輔相悉皆可得乃求賤業愚人亦爾諸佛於無量劫難行苦行自致成佛若得遇佛及値遺法人身難得譬如盲龜値浮木孔此二難値今已遭遇然其意劣奉持少戒便以爲足不求涅槃勝妙法也無心進求自行邪事便以爲足

56. 없는 물건을 찾는 비유
030_0012_b_19L索無物喩
030_0012_c_02L
옛날 두 사람이 함께 길을 가다가 어떤 사람이 깨를 실은 수레를 끌고 험한 길을 나아가지 못하는 것을 보았다. 그때 그 수레꾼은 저 두 사람에게 말하였다.
“나를 도와 수레를 밀어 이 험한 길을 벗어나게 해 주시오.”
그 두 사람은 대답하였다.
“우리에게 무엇을 주겠소?”
수레꾼이 말하였다.
“없는 물건을 그대들에게 주겠소.”
그러자 두 사람은 그를 도와 수레를 밀고 험한 일을 벗어나 평지에 이르자 수레꾼에게 말하였다.
“우리에게 물건을 주시오.”
수레꾼이 대답하였다.
“물건이 없소.”
다시 말하였다.
“그 없는 물건을 주시오.”
그때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웃음을 머금고 말하였다.
“저 사람이 우리에게 아무것도 주려 하지 않는다. 그러니 어찌 근심할 필요가 있겠는가?”
그러나 다른 한 사람이 수레꾼에게 말하였다.
“우리에게 없는 물건을 주시오. 반드시 없는 물건이 있을 것이오.”
다른 사람이 말하였다.
“없는 물건[無物]이라는 이 두 글자를 한데 모으면 그것을 거짓 이름[仮名]이라 하는 것이오.”
세속의 범부들은 없는 물건에 집착하여 곧 아무것도 없는 경계[無所有處]를 낸다.
두 번째 사람이 말한 없는 물건이란, 바로 무상(無相)ㆍ무원(無願)ㆍ무작(無作)이다.
030_0012_b_20L昔有二人道中共行見有一人將胡麻車在嶮路中不能得前時將車者語彼二人佐我推車出此嶮路二人答言與我何物將車者言無物與汝時此二人卽佐推車至於平地語將車人言與我物來答言無物又復語與我無物二人之中其一人者含笑而言彼不肯與何足爲愁其人答與我無物必應有無物其一人言無物者二字共合是爲假名世俗凡夫若無物者便生無所有處第二人言無物者卽是無相無願無作

57. 장자의 입을 밟은 비유
030_0012_c_09L蹹長者口喩

옛날 어떤 큰 부호 장자가 있었다. 좌우의 사람들은 모두 그의 마음을 얻으려고 온갖 공경을 다하였다. 장자가 가래침을 뱉을 때에는 측근에서 모시는 사람들은 발로 그것을 밟아 문질러 버리곤 하였는데, 어떤 어리석은 사람이 그것을 미처 밟지 못하자 이렇게 생각하였다.
‘만일 땅에 뱉은 다음엔 다른 사람들이 먼저 밟아 문질러 버린다. 그러니 나는 그가 뱉으려 할 때에 내가 먼저 밟으리라.’
그때 장자가 막 가래침을 뱉으려 하였다. 그러자 어리석은 사람은 곧 다리를 들어 장자의 입을 밟아 입술이 터지고 이가 부러졌다. 장자가 그 어리석은 사람에게 말하였다.
“너는 왜 내 입을 밟았느냐?”
그 어리석은 사람이 말하였다.
“만일 장자의 침이 입에서 나와 땅에 떨어지면 좌우의 아첨하는 사람들이 어느새 밟아 버리곤 합니다. 그래서 나는 아무리 밟으려 하여도 늘 미치지 못합니다. 그래서 침이 막 입에서 나오려 하기에 다리를 들고 먼저 밟아 장자님의 마음을 얻으려고 한 것입니다.”
무릇 어떤 일이건 다 그 때가 있는 것이니, 때가 아직 이르기도 전에 억지로 애를 쓰면 도리어 괴로움을 당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세상 사람은 마땅히 적절한 시기인지 적절한 시기가 아닌지를 알아야 한다.
030_0012_c_10L昔有大富長者左右之人欲取其意皆盡恭敬長者唾時左右侍人以腳蹹卻有一人愚者不及得蹹而作是若唾地者諸人蹹卻欲唾之時當先蹹於是長者正欲咳唾時此愚人卽便擧腳蹹長者口破脣折齒者語愚人言汝何以故蹹我脣口人答言若長者唾出口落地左右諂者已得蹹去我雖欲蹹每常不及是之故唾欲出口擧腳先蹹望得汝凡物須時時未及到彊設功力返得苦惱以是之故世人當知時與非時

58. 두 아들이 재산을 나눈 비유
030_0012_c_22L二子分財喩
030_0013_a_02L
옛날 마라국(摩羅國)에 어떤 찰리(刹利)가 병이 들어 매우 위중한 지경에 이르자 틀림없이 죽을 것을 알고, 두 아들에게 훈계하여 분부하였다.
“내가 죽은 뒤에는 재산을 잘 나누어 가져라.”
두 아들은 분부에 따라 아버지가 죽은 뒤 두 몫으로 재산을 나눌 때, 형이 아우에게 말하였다.
“나누는 것이 공평하지 못하다.”
그때 어떤 어리석은 노인이 그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에게 재물 나누는 법을 가르쳐 공평하게 나누어 가지게 해 주겠다. 지금 있는 모든 재물을 부수어 두 몫으로 만들어라.”
“어떻게 부숩니까?”
“이른바 옷은 반으로 찢어 두 몫으로 만들고, 밥상이나 병도 부수어 두 몫으로 만들고, 동이나 항아리도 부수어 두 몫으로 만들고 돈도 부수어 두 몫으로 만들어라.”
그들은 모든 재산을 다 부수어 두 몫으로 나누었다. 이렇게 재물을 나누자 사람들의 비웃음을 받았다. 이것을 비유하면 마치 저 외도들이 분별론(分別論)을 편벽 되게 닦는 것과 같다.
논문(論門)에는 네 가지 종류가 있다. 첫째는 결정답(決定答) 논문이니, 비유하면 ‘사람은 모두 다 죽는다’라고 하는 논리로서 이것이 결정답 논문이다. 죽은 사람은 틀림없이 다시 태어난다고 하는 것은 분별하여 애욕이 다하면 생(生)이 없고 애욕이 있으면 반드시 생이 있다고 답해야 하니 이것은 분별답(分別答) 논문이다.
030_0012_c_23L昔摩羅國有一剎利得病極重必知定死誡勅二子我死之後善分財物二子隨教於其死後分作二分兄言弟分不平爾時有一愚老人言教汝分物使得平等現所有物破作二分云何破之所謂衣裳中割作二分甁亦復中破作二分所有瓫瓨亦破作二分錢亦破作二分如是一切所有財物盡皆破之而作二分如是分物人所嗤笑如諸外道偏修分別論門有四種有決定答論門譬如人一切有皆死此是決定答論門死者必有生是應分別答愛盡者無生有愛必有是名分別答論門
또 어떤 사람이 ‘사람이 가장 훌륭한가?’라고 물을 때, 되받아 묻기를 ‘너는 세 갈래 나쁜 세계에 대해서 묻는 것인가, 여러 하늘에 대해서 묻는 것인가?’라고 하여, 만일 세 갈래 나쁜 세계에 대해서 묻는다고 하거든 ‘진실로 사람이 가장 훌륭하다’ 하고, 만일 여러 하늘에 대해서 묻는다고 하거든 ‘사람이 그만 못하다’고 대답하는 것이니 이것은 반문답(反問答) 논문이다.
또 만일 열네 가지 어려움을 묻거나 혹은 ‘세계와 중생은 한정이 있는가, 한정이 없는가? 마지막과 처음이 있는가, 마지막과 처음이 없는가?’라고 묻는 것이니, 이것은 치답(置答) 논문이다.
모든 외도들은 어리석으면서도 스스로 지혜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네 가지 논을 부수어 한 가지 분별론을 만드나니, 비유하면 마치 어리석은 사람이 돈을 나눌 때 돈을 부수어 두 조각을 낸 것과 같다.
030_0013_a_14L有問人爲最勝應反問言汝問三惡道爲問諸天若問三惡道人實爲最勝若問於諸人必爲不如如是等義名反問答論門若問十四難若問世界及衆生有邊無邊有終始無終始如是等義名置答論門諸外道愚癡自以爲智破於四種論作一分別論喩如愚人分錢物破錢爲兩段

59. 병(甁) 만드는 것을 구경한 비유
030_0013_a_22L觀作甁喩
030_0013_b_02L
두 사람이 옹기장이 집에 가서, 그가 바퀴를 밟아 돌리면서 오지병 만드는 것을 구경하였다. 그들은 그것을 아무리 보아도 싫증이 나지 않았다.
그런데 한 사람은 그곳을 떠나 큰 모임에 가서 맛있는 음식을 실컷 먹고 또 보물까지 얻었다.
그러나 한 사람은 병 만드는 것을 구경하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내가 구경을 다할 때까지 기다려 주시오.”
이리하여 머뭇거리며 해가 지도록 그 병 만드는 것을 구경하다가 옷과 밥을 놓치고 말았다.
어리석은 사람들도 그와 같아서 살림살이를 돌보느라고 죽음[非常]이 오는 것을 깨닫지 못한다.
030_0013_a_23L譬如二人至陶師所觀其蹹輪而作瓦甁看無厭足一人捨去往至大會極得美膳又獲珍寶一人觀甁而作是言待我看訖如是漸冉乃至日沒觀甁不已失於衣食愚人亦爾修理家務不覺非常

오늘은 이 일을 경영하고
내일은 저 업을 짓느라
모든 부처님이 큰 용(龍)처럼 나와
우레 같은 소리가 세상에 가득하고
법비가 걸림 없이 내리건만
세상일에 얽매어 듣지 못하며
죽음이 갑자기 닥치는 것도 모르네.
030_0013_b_06L今日營此事
明日造彼業
諸佛大龍出
雷音遍世閒
法雨無障㝵
緣事故不聞
不知死卒至

그 모든 부처님의 법회를 놓치고
법의 보배를 얻지 못하며
언제나 곤궁한 나쁜 길에 살면서
바른 법을 배반해 버리는구나.
030_0013_b_09L失此諸佛會
不得法珍寶
常處惡道窮
背棄放正法

저 사람이 병 만드는 것을 구경할 적에
끝내 구경하기를 그치지 않다가
그 때문에 그는 법의 이익 잃고
영원히 해탈할 기약이 없었네.
030_0013_b_10L彼觀緣事甁
終常無竟已
是故失法利
永無解脫時

60. 물속의 금 그림자를 본 비유
030_0013_b_11L見水底金影喩

옛날 어떤 어리석은 사람이 큰 못에 가서, 물속에 있는 순금 모양의 그림자를 보고는 금이 있다고 외쳤다. 그리고 곧 물속에 들어가 진흙을 헤치며 뒤졌다. 그러나 결국 얻지 못하고 몹시 피로해져서 다시 물 밖으로 나와 앉아 있었다. 조금 있다가 물이 맑아지자 금빛이 다시 나타났다. 그는 다시 들어가 진흙을 헤치며 뒤졌으나 또한 얻지 못하였다. 이와 같이 하고 있을 때 그 아버지가 아들을 찾으러 왔다가 거기서 아들을 보고 물었다.
“너는 무슨 일을 하였기에 그처럼 지쳤느냐?”
아들이 아버지에게 아뢰었다.
“물속에 순금이 있기에 물에 들어가 진흙을 헤치며 뒤졌습니다. 그러나 금은 얻지 못하고 이처럼 지치기만 하였습니다.”
그 아버지는 물속의 순금 그림자를 보고, 그 금이 나무 위에 있기 때문에 그 그림자가 물속에 나타난 것임을 알고 아버지가 아들에게 말하였다.
“이것은 반드시 새가 금을 물고 가다가 나무 위에 둔 것일 게다.”
그는 아버지 말을 따라 나무 위에 올라가서 그 금을 얻었다.
030_0013_b_12L昔有癡人往大池所見水底影有眞金像謂呼有金卽入水中撓泥求覓疲極不得還出復坐須臾水淸又現金色復更入裏撓泥更求覓亦復不其如是父覓子得來見子而問子汝何所作疲困如是子白父言底有眞金我時投水欲撓泥取疲極不得父看水底眞金之影而知此金在於樹上所以知之影現水底其父言曰必飛鳥銜金著於樹上卽隨父上樹求得

어리석은 저 범부들도
무지하기 이와 같다.
나[我]가 없는 다섯 가지 쌓임[陰] 가운데
제멋대로 나가 있다 생각하나니
030_0013_b_23L凡夫愚癡人
無智亦如是
於無我陰中
撗生有我想
030_0013_c_02L
저 순금 그림자를 본 사람이
부지런히 애써 그것을 찾았으나
부질없이 수고만 할 뿐 소득 없음과 같아라.
030_0013_c_02L如彼見金影
勤苦而求覓
徒勞無所得

61. 범천(梵天)의 제자가 물건을 만든 인연의 비유
030_0013_c_03L梵天第子造物因喩

바라문(婆羅門)들은 모두 말한다.
“대범천왕은 곧 이 세상의 아버지이다. 그는 온갖 물질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온갖 물질을 만든 주인의 제자가 있었다. 그도 말하였다.
“나도 온갖 물질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러나 그는 실제로 어리석은데 스스로 자신이 지혜가 있다고 말하였다. 그래서 범천에게 말하였다.
“제가 온갖 물질을 만들고 싶습니다.”
범천왕이 말하였다.
“그런 생각을 말라. 너는 만들 수 없다.”
그러나 그는 천왕의 말을 듣지 않고 온갖 물질을 만들려고 하였다. 범천은 그 제자가 만든 물건을 보고 그에게 말하였다.
“네가 만든 것은 머리는 너무 크고 목은 너무 가늘다. 손은 너무 크고 팔은 너무 작다. 다리는 너무 작고 발꿈치는 너무 크다. 그래서 마치 비사사 (毘舍闍) 귀신 같구나.”
그렇기 때문에 모두는 각자 지은 업으로 만들어진 것이지, 범천이 만든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그리하여 모든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설법하셨다.
“양 극단[二邊]에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 즉 단견(斷見)에도 집착하지 않아야 하고 상견(常見)에도 집착하지 않아야 한다. 그것은 8정도(正道)를 설법한 것과 같다.
그런데 온갖 외도들은 ‘이것은 단(斷)이고, 이것은 상(常)이다’라고 보아, 곧 거기에 집착하고 세상을 속여 법인 척 꾸미지만 그 말은 진실로 바른 법이 아니다.
030_0013_c_04L婆羅門衆皆言大梵天王是世閒父能造萬物造萬物主者有弟子言我亦能造萬物實是愚癡自謂有智梵天言我欲造萬物梵天王語言作此意汝不能造不用天語便欲造梵天見其弟子所造之物卽語之汝作頭太大作項極小作手太大作臂極小作腳極小作踵極大作如似毘舍闍鬼以此義當知各各自業所非梵天能造諸佛說法不著二邊亦不著斷亦不著常如似八正道說諸外道見斷見常事已便生執著欺誑世閒作法形像所說實是非法

62. 병자가 꿩고기를 먹은 비유
030_0013_c_17L病人食雉肉喩
030_0014_a_02L
옛날 어떤 사람이 병이 위독하였다. 그러자 훌륭한 의사가 점을 쳐보고 말하였다.
“항상 꿩고기 한 가지만 먹으면 병을 고칠 수 있다.”
그 병자는 시장에 가서 꿩 한 마리를 샀다. 그러나 그 한 마리만 먹고는 더 이상 먹지 않았다. 그 뒤에 의사가 그를 보고 물었다.
“그대 병이 나았는가?”
병자가 대답하였다.
“의사님께서는 전에 내게 늘 꿩고기를 먹으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지금
꿩 한 마리를 사다가 먹고 다시 먹지 않았습니다.”
의사는 또 물었다.
“만일 앞에 사온 꿩을 다 먹었다면 왜 더 먹지 않았는가? 당신은 지금 꿩 한 마리만 먹고 어떻게 병이 낫기를 바라는가?”
모든 외도들도 이와 같아서 그들은 부처님이나 보살의 가장 훌륭한 의사의 말씀을 듣고 나서 마땅히 심식(心識)에 대하여 알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그들은 상견(常見)에 집착하여 ‘과거나 미래나 현재에 오직 하나의 앎[識]만 있으니, 이것은 변하는 일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비유하면 마치 꿩 한 마리를 먹고 더 이상 먹지 않은 것과 같다. 그러므로 그들은 어리석은 미혹과 번뇌의 병을 고치지 못하는 것이다.
큰 지혜를 가진 여러 부처님께서는 그들에게 상견을 없애고 모든 법은 찰나찰나에 났다가 사라지고 하는데 어떻게 하나의 앎이 있어 항상 변하지 않겠는가를 가르치신 것이다.
비유하면 마치 저 세상 의사가 다시 꿩을 먹어야 병을 고칠 수 있다고 가르친 것처럼, 부처님께서도 이와 마찬가지로 중생들을 가르쳐 모든 법에 대하여 무너지기 때문에 항상하지 않고 이어가기 때문에 끊어지는 것이 아님을 알게 하시어 그들의 상견의 병을 잘라 없애셨다.
030_0013_c_18L昔有一人病患委篤良醫占之云恒食一種雉肉可得愈病而此病者市得一雉食之已盡更不復食醫於後時見便問之汝病愈未病者答言醫先教我恒食雉肉是故今者食一雉已盡更不敢食醫復語言若前雉已盡何不更食汝今云何正食一雉望得愈病一切外道亦復如是聞佛菩薩無上良醫說言當解心識外道等執於常見便謂過去未來現在唯是一識無有遷謝猶食一雉是故不能療其愚惑煩惱之病大智諸佛教諸外道除其常見一切諸法念念生何有一識常恒不變如彼世醫教更食雉而得病愈佛亦如是教諸衆生令得解諸法壞故不常續故不斷卽得剗除常見之病

63. 악사[伎兒]가 나찰(羅刹) 분장의 옷을 입어 모두 놀라고 두려워한 비유
030_0014_a_12L伎兒著戲羅剎服共相驚怖喩
030_0014_b_02L
옛날 간타위국(乾陁衛國)에 여러 악사가 있었는데 마침 흉년을 만나 음식 이 있는 곳을 좇아 다른 나라로 가게 되었다. 도중에 바라신산(婆羅新山)을 지나게 되었다. 그 산에는 본래부터 사람을 잡아먹는 나쁜 귀신인 나찰이 많았다. 그런데 그때 여러 악사들은 그 산속에 모여 잠을 잤다. 산속에는 바람이 차기 때문에 불을 피우고 누워 있었다. 악사들 중에 몸살로 추위를 타던 사람이 나찰 분장의 옷을 입고 불을 쪼이며 앉아 있었다.
그때 동행 중에 어떤 이가 잠이 깨었다가 불 곁에 어떤 나찰이 앉아 있는 것을 얼핏 보고는 더 자세히 살펴보지도 않고 그곳을 버리고 달아났다. 그 바람에 그들은 서로 놀라 모든 동행들이 모두 도망갔다. 그러자 나찰의 옷을 입고 있던 이도 덩달아 그들의 뒤를 쫓아 죽어라 뛰었다.
동행들은 그가 뒤에서 쫓아오는 것을 보고 해치러 온다고 생각하고는 더욱 놀라고 두려워하여 산을 넘고 물을 건너 구렁에 몸을 던졌다. 그리하여 몸에는 상처가 생기고 극도로 피로하여 모두 쓰러졌다가 날이 밝아서야 비로소 귀신이 아님을 알았다.
모든 범부들도 그와 같아서 번뇌 속에 살면서 선한 법에 굶주려, 멀리 상(常)ㆍ낙(樂)ㆍ아(我)ㆍ정(淨)의 위없는 법의 음식을 구하다가, 5음(陰) 가운데 나[我]가 있다고 제멋대로 헤아린다. 그래서 나라는 견해 때문에 나고 죽음에 흘러 치달리면서 번뇌에 쫓겨 자유를 얻지 못하고 세 갈래 나쁜 세계[惡趣]의 구렁에 떨어지고 만다. 날이 밝았다는 것은 나고 죽음의 밤이 다하고 지혜의 밝은 새벽이 되어 비로소 5음 속에는 참 나[眞我]가 없다는 것을 깨달은 데에 비유한 것이다.
030_0014_a_13L昔乾陁衛國有諸伎兒因時飢儉食他土經婆羅新山而此山中素饒惡鬼食人羅剎時諸伎兒會宿山中山中風寒然火而臥伎兒之中有患寒者著彼戲本羅剎之服向火而坐時行伴中從睡寤者卒見火邊有一羅剎竟不諦觀捨之而走遂相驚動一切伴侶悉皆逃奔時彼伴中著羅剎衣者亦復尋逐奔馳絕走諸同行者見其在後謂欲加害倍增惶怖渡山河投赴溝壑身體傷破疲極委乃至天明方知非鬼一切凡夫亦復如是處於煩惱飢儉善法而欲遠求常樂我淨無上法食便於五陰之中撗計於我以我見故流馳生死惱所逐不得自在墜墮三塗惡趣溝至天明者喩生死夜盡智慧明曉方知五陰無有眞我

64. 어떤 사람이 오래된 집에 귀신이 있다고 말한 비유
030_0014_b_08L人謂故屋中有惡鬼喩

옛날 오래된 집 한 채가 있었다. 사람들은 모두 그 집에는 항상 악한 귀신이 있다 하여 모두 두려워하며 감히 거기서 자거나 쉬지 못하였다. 그때 어떤 사람은 자기가 담력이 크다고 자처하며 이렇게 말하였다.
“내가 그 집에 들어가 하룻밤을 지내리라.”
그렇게 말하고 그는 곧 들어가 잤다.
뒤에 또 어떤 사람은 앞의 사람보다 더 담력이 크고 용맹스럽다고 자처하였다. 그래서 곁에 있던 사람이 이 집에는 항상 악한 귀신이 있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는 곧 문을 밀치고 들어가려 하였다. 그러자 앞에 들어갔던 사람은 그것을 귀신이라 생각하고 곧 안에서 문을 밀어 막고 서서 들어오지 못하게 하였다. 뒤의 사람도 또 그것을 귀신이라 생각하고 둘이서 다투다가 드디어 날이 밝아 서로 보고 나서야 비로소 귀신이 아님을 알았다.
모든 세상 사람들도 이와 같아서 인연이 잠깐 모였을 뿐, 아무 주인도 없는데 낱낱이 분석해본들 그 무엇을 나[我]라고 하겠는가? 그런데 모든 중생들은 제멋대로 옳고 그름을 헤아려 굳이 다투는 것이 저 두 사람과 다름이 없다.
030_0014_b_09L昔有故屋人謂此室常有惡鬼皆悉怖畏不敢寢息時有一人自謂大膽而作是言我欲入此室中寄臥一宿卽入宿止後有一人自謂膽勇勝於前人復聞傍人言此室中恒有惡鬼卽欲入中排門將前時先入者謂其是鬼卽復推門遮不聽前在後來者復謂有鬼二人鬪諍遂至天明旣相睹已方知非鬼一切世人亦復如是因緣暫會無有宰主一一推扸誰是我者然諸衆生撗計是非强生諍訟如彼二人等無差別

65. 5백 환희환(歡喜丸)의 비유
030_0014_b_21L五百歡喜丸喩
030_0014_c_02L
옛날 어떤 여자가 음탕하여 법도가 없었다. 그는 욕정이 왕성해지자 그 남편을 미워하여 늘 방법을 연구하면서 죽일 기회를 엿보았다. 그러나 갖가지 계책을 다 써보았지만 기회를 얻을 수가 없었다.
마침 남편이 이웃 나라에 사신으로 가게 되자, 부인은 몰래 계획을 세우고 독이 든 환약(丸藥)을 만들어 남편에게 주면서 남편을 해치려고 거짓으로 남편에게 말하였다.
“당신이 지금 멀리 사신으로 가시는데, 혹 배고플 때가 있을까 걱정입니다. 그래서 제가 지금 이 환희환 5백 개를 만들어 그 양식(資粮)으로 쓰실 수 있게 당신에게 드릴 테니, 당신이 이 나라를 떠나 다른 나라로 가시다가 배고프실 때 이것을 드십시오.”
남편은 그 말대로 그것을 받아 가지고 다른 나라로 떠났으나 미처 그것을 먹지 않았다. 밤중이 되어 숲 속에서 자다가 사나운 짐승들이 무서워 나무에 올라가 피해 있었다. 그러는 와중에 그만 깜빡 잊어버리고 그 환희환을 나무 밑에 놓아두었었다.
030_0014_b_22L昔有一婦荒婬無度欲情旣盛嫉惡其夫每思方策規欲殘害種種設計不得其便會値其夫聘使鄰國婦密爲計造毒藥丸欲用害夫詐語夫言爾今遠使慮有乏短今我造作五百歡喜丸用爲資糧以送於爾爾若出國至他境界飢困之時乃可取食用其言至他界已未及食之於夜闇中止宿林閒畏懼惡獸上樹避之歡喜丸忘置樹下
마침 그 날 밤에 5백 명의 도둑 떼가 그 나라 왕의 말 5백 필(匹)과 여러 가지 보물을 훔쳐 가지고 달아나다가 그 나무 밑에서 쉬게 되었다. 그러나 너무 빨리 달려 왔기 때문에 그들은 모두 배가 고프고 목이 말랐다. 그러다가 그 나무 밑에서 그 환희환을 보고 도둑들이 가져다 제각기 한 알씩 먹었고, 독약의 기운이 맹렬해 5백 명의 도둑떼는 한꺼번에 다 죽고 말았다.
날이 밝자, 그는 도둑 떼들이 모두 나무 밑에 죽어 있는 것을 보고, 거짓으로 칼과 화살로 그 시체들을 베기도 하고 찌르기도 하였다. 그리고 그 말들과 보물을 거두어 가지고 저 나라를 향해 달려갔다. 그때 그 나라의 왕은 많은 사람을 거느리고 도둑들의 자취를 따라 쫓아 왔고 마침 도중에서 그는 왕을 만났다. 그 나라 왕이 물었다.
“너는 어떤 사람인가? 그 말은 어디서 얻었는가?”
그가 대답하였다.
“저는 아무개 나라 사람입니다. 길에서 이 도둑 떼를 만나 서로 싸우다가 칼로 베고 활로 쏘아 지금 그 5백 명의 도둑들을 모두 저 나무 밑에서 죽였습니다. 그렇게 하고 저는 이 말과 보물을 가지고 왕의 나라로 가지고 가는 중입니다. 만일 믿지 못하겠으면 사람을 보내어 도둑들이 상처 입고 죽어 있는 곳을 보고 오게 하십시오.”
030_0014_c_09L卽以其夜値五百偸賊盜彼國王五百疋馬幷及寶物來止樹下由其逃突盡皆飢渴於其樹下見歡喜丸諸賊取已各食一丸藥毒氣盛五百群賊一時俱死時樹上人至天明已見此群賊死在樹下詐以刀箭斫射死尸收其鞍馬幷及財寶驅向彼國時彼國王多將人衆案迹來逐會於中路値於彼王彼王問言爾是何人何處得馬其人答言我是某國人而於道路値此群賊共相斫射五百群賊今皆一處死在樹由是之故我得此馬及以珍寶來投王國若不見信可遣往看賊之瘡痍殺害處所
030_0015_a_02L왕은 곧 절친하고 신임하는 신하를 보내 가 보게 하였더니 과연 그의 말과 같았다. 왕은 그때 매우 기뻐하면서 일찍이 없었던 일이라 찬탄하였다. 그리고 나라에 돌아가서는 벼슬과 상을 후하게 주었고, 곧 많은 보물도 주고 또 마을을 떼어 봉(封)해 주었다. 그러자 왕의 옛 대신들은 모두 시기하고 질투하여 왕에게 아뢰었다.
“저 사람은 멀리서 온 사람으로서 아직 믿을 수 없사온데, 왜 갑자기 그처럼 깊이 사랑하고 대우하십니까? 게다가 벼슬이나 상을 저희들 옛 신하보다 더 많이 주십니까?”
그는 그 말을 듣고 이렇게 말하였다.
“누가 용맹스럽고 힘이 세어 나와 시험해 보겠는가? 저 넓은 벌판에 가서 능력을 겨루어 보자.”
옛 대신들은 깜짝 놀라면서 감히 나와 대적하는 이가 없었다.
그 뒤 그 나라의 큰 광야에 사나운 사자 한 마리가 나타나서 길을 막고 사람을 죽이므로 왕성으로 가는 길까지 끊어졌다. 그때 옛 대신들은 서로 의논하였다.
“저 멀리서 온 사람이 자처하기를 용맹스럽고 힘이 세어 아무도 대적할 이가 없다고 한다. 그러니 지금 만일 저 사자를 죽여 나라의 화를 없앤다면 그것은 참으로 장하고 놀라운 일이 될 것이다.”
이렇게 의논하고 왕에게 아뢰었다. 왕은 이 말을 듣고 칼과 몽둥이를 그에게 주어 곧 보내었다.
030_0014_c_23L王時卽遣親信往看如其言王時欣然歎未曾有旣還國已厚加爵賞大賜珍寶封以聚落王舊臣咸生嫉妒而白王言彼是遠人未可服信如何卒爾寵遇過厚於爵賞踰越舊臣遠人聞已而作是誰有勇健能共我試請於平原挍其技能舊人愕然無敢歒者後時彼國大曠野中有惡師子截道殺人斷絕王路時彼舊臣詳共議之彼遠人者自謂勇健無能歒者今復若能殺彼師子爲國除害眞爲奇特作是議已便白於王王聞是已給賜刀杖尋卽遣之
그때 멀리서 온 사람은 이미 왕의 명령을 받은지라, 뜻을 굳게 하여 사자를 향해 갔다. 사자는 그를 보고 분격하여 포효하면서 뛰쳐나왔다. 그는 당황하여 곧 나무 위로 올라갔다. 사자는 입을 벌리고 머리를 치켜들어 나무를 우러러보고 있었다. 그는 두렵고 다급해 잡았던 칼을 떨어뜨렸고, 마침 그 칼이 사자 목을 찔러 사자는 이내 죽어버렸다. 그때 그는 기뻐 뛰면서 왕에게 가서 아뢰었다. 그러자 왕은 더욱 그를 총애하고 우대하였다. 그러자 그 나라 사람들도 갑자기 공경하고 복종하면서 모두 그를 찬탄하였다.
030_0015_a_13L爾時遠人旣受勅已堅彊其意向師子所師子見之奮激鳴吼騰躍而前遠人驚怖卽便上樹師子張口仰頭向樹其人怖急失所捉刀師子口師子尋死爾時遠人歡喜踊來白於王王倍寵遇時彼國人率爾敬服咸皆讚歎
030_0015_b_02L그 부인의 환희환은 더러운 보시에 비유한 것이고, 왕이 사신으로 보낸 것은 선지식(善知識)에 비유한 것이며, 다른 나라로 가는 것은 여러 하늘에 비유한 것이요, 도둑 떼를 죽이는 것은 수다원(須陁洹)을 증득하여 다섯 가지 탐욕과 온갖 번뇌를 끊는 데 비유한 것이며, 다른 나라의 왕을 만나는 것은 성현을 만나는 데 비유한 것이요, 그 나라의 옛 대신들이 시기하고 질투한 것은 외도들이 지혜 있는 사람이 번뇌와 다섯 가지 탐욕을 끊는 것을 보고 그럴 수가 없다고 비방하는 데 비유한 것이다. 또 멀리서 간 사람이 마음을 가다듬어 ‘옛 대신으로는 아무도 나와 대적할 이가 없다’고 말한 것은 외도들이 감히 저항하거나 다투지 못하는 데 비유한 것이며, 사자를 죽이는 것은 악마를 부수어 번뇌를 끊고 또 악마를 항복받아 무착(無著:아라한)의 도과(道果)를 얻은 것을 비유한 것이요, 상(賞)을 주고 마을을 봉해주었으나, 항상 겁내는 것은 약함으로써 능히 강함을 제어하는 데에 비유한 것이다.
그 보시가 처음에는 비록 깨끗한 마음이 없었지만 그 보시가 선지식을 만나서는 곧 훌륭한 과보를 얻었다. 깨끗하지 못한 보시도 그러하거늘, 하물며 선한 마음으로 기뻐하면서 행하는 보시야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복전(福田)이 되는 곳에다 정성된 마음으로 보시하여야 한다.
030_0015_a_19L其婦人歡喜丸者喩不淨施王遣使者喩善知識至他國者喩於諸天殺群賊者喩得須陁洹强斷五欲幷諸煩惱遇彼國王者喩遭値賢聖國舊人等生嫉妒者諸外道見有智者能斷煩惱及以五便生誹謗言無此事遠人激厲而言舊臣無能與我共爲歒者喩於外道無敢抗衝殺師子者喩破魔旣斷煩惱又伏惡魔便得無著道果封賞每常怖怯者喩能以弱而制於彊於初時雖無淨心然彼其施遇善知識便獲勝報不淨之施猶尚如此復善心歡喜布施是故應當於福田所勤心修施
百喩經卷第三
甲辰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彫造
  1. 2)2)모우(犛牛)는 티벳어로 야크(gyak)라고 하며 몸통아래와 꼬리에 길고 부드러운 털이 있고 뿔은 물소와 비슷하기 때문에 모서(毛犀)라고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