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몸속에는 네 가지 병이 있다. 첫째는 지(地)이며, 둘째는 수(水)이며, 셋째는 화(火)이며, 넷째는 풍(風)이다. 풍이 늘어나면 기운이 일어나고, 화가 늘어나면 열이 일어나고, 수가 늘어나면 추위가 일어나고, 토가 늘어나면 힘이 왕성해지는 것이니, 본래 이 네 가지 병으로부터 404병이 일어난다. 토는 몸에 속하고, 수는 입에 속하고, 화는 눈에 속하고, 풍은 귀에 속하는 것이다. 화가 적고 추위[寒]가 많으면 눈이 어두워진다.
봄에 추위가 많은 까닭은 만물이 모두 소생하면서 한기를 내뿜기 때문에 추위가 많은 것이며, 여름에 바람이 많은 까닭은 만물이 우거지면서 음양(陰陽)이 합쳐 모이기 때문에 바람이 많은 것이며, 가을에 열이 많은 까닭은 만물이 성숙하기 때문에 열이 많은 것이며, 겨울에 바람이 있고 추위가 있는 까닭은 만물이 마지막에 없어짐으로써 열기가 떠나기 때문에 바람과 추위가 있는 것이다.
030_0167_b_01L 봄의 석 달은 추위가 있으므로 보리와 콩은 먹지 말고 멥쌀과 제호(醍醐)와 여러 가지 열이 있는 음식을 먹어야 하며, 여름의 석 달은 바람이 있으므로 토란과 콩과 보리는 먹지 말고 멥쌀과 우유와 낙(酪)을 먹어야 하며, 가을의 석 달은 열이 있으므로 멥쌀과 제호는 먹지 말고 가는 쌀[細米]과 보릿가루ㆍ꿀ㆍ벼ㆍ기장을 먹어야 하며, 겨울의 석 달은 바람과 추위가 있으며 양과 음이 합치므로 멥쌀과 땅콩과 국과 제호를 먹어야 한다.
어떤 때는 누우면 바람이 일어났다가 어떤 때는 사라져 없어지고, 어떤 때는 누우면 화가 일어났다가 어떤 때는 사라져 없어지며, 또 어떤 때는 추위가 일어났다가 어떤 때는 사라져 없어진다.
030_0167_b_02L有時臥風起,有時滅;有時臥火起有時滅。有寒起有時滅。
사람이 병을 얻게 되는 열 가지 인연이 있다. 첫째 오래 앉았기만 하고 밥을 먹지 않는 것, 둘째 먹은 것이 소화되지 않는 것, 셋째 근심하고 걱정하는 것, 넷째 피로가 극도에 달하는 것, 다섯째 마음껏 음탕하게 노는 것, 여섯째 성을 내는 것, 일곱째 대변을 참는 것, 여덟째 소변을 참는 것, 아홉째 상풍(上風)을 제지하는 것, 열째 하풍(下風)을 제지하는 것이다. 이 열 가지 인연으로 병이 생기는 것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명이 아직 다하지 않았는데 비명횡사하는 아홉 가지 인연이 있다. 첫째 먹지 말아야 할 음식을 먹는 것, 둘째 음식의 양을 조절하지 않고 먹는 것, 셋째 익숙하지 않은 음식을 먹는 것, 넷째 소화되기도 전에 또 먹는 것, 다섯째 소화된 것을 참는 것, 여섯째 계율을 지키지 않는 것, 일곱째 악한 벗을 가까이 하는 것, 여덟째 때 아닌 때에 마을에 들어가고 법답지 못한 행실을 하는 것, 아홉째 피해야 할 것을 피하지 않는 것이다. 이와 같은 아홉 가지 인연으로 사람의 목숨이 돌연 끊어지게 된다.
소화되기도 전에 또 먹는 것이란, 먹은 음식이 아직 소화 되지 않았는데 다시 그 위에다 또 먹는 것을 말한다. 만일 약을 먹고 아래로 내려가기 전에 이어서 밥을 먹는다면 이것도 소화되기 전에 또 먹는 것이다. 소화된 것을 참는 것이란, 대변ㆍ소변이 마려울 때 바로 가서 누지 않고, 트림이나 하품 또는 방귀가 나오려고 할 때 억지로 참는 것을 말한다. 이것이 소화된 것을 참는 것이다.
030_0167_c_01L 계율을 지키지 않는 것이란, 5계를 범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의 세간에서 도둑질을 하거나 남의 부인을 범하면 곧 관청에 끌려가 피부가 벗겨지거나 죽임을 당하게 되니, 몽둥이로 매질당해 깔려죽기도 하고 혹은 굶어 죽기도 한다. 또한 거기서 벗어났다 해도 원한을 진 사람으로부터 목을 졸려 죽기도 하고 혹은 놀라고 두려워 근심과 걱정으로 죽기도 한다. 이것이 계율을 지키지 않는 것이다.
때 아닌 때에 마을에 들어가고 법답지 못한 행실을 하는 것이란, 새벽이나 저녁에 가는 것이니 또한 도깨비가 싸울 때를 말한다. 혹은 장리(長吏)가 쫓아가서 잡으려 하는데도 피하지 않거나, 혹은 남의 집에 들어가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망령되이 보거나, 듣지 말아야 할 것을 망령되이 듣고 범하거나, 생각하지 말아야 할 것을 망령되이 생각한다면, 이것은 때를 알지 못하고 마을에 들어가 법답지 못한 행실을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아홉 가지 인연으로 사람은 명이 다하지 않고도 횡사하게 된다. 지혜로운 사람은 이것을 알아야 하며 이것을 피하여야 한다. 피하면 두 가지 복을 얻게 될 것이니, 첫째로는 장수하며 도(道)와 좋은 말을 듣게 될 것이며, 또 오래도록 도를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아들이라고 생각하며 먹는 음식이란, 사람이 맛을 탐하여 고기를 먹을 때 곧 스스로 헤아려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다.
030_0167_c_18L子飯者,謂人貪味食肉時,便自校計念:
‘이 고기는 모두 내 전생의 부모ㆍ형제ㆍ처자ㆍ친척이니 이렇게 해서는 생사를 해탈할 수 없다.’
030_0167_c_19L‘是肉皆我前世時父母、兄弟、妻子親屬,亦從是不得脫生死!’
이런 뜻을 가지면 곧 탐욕은 그친다. 이것이 아들이라고 생각하며 먹는 음식이다.
030_0167_c_21L已得是意便止貪,是爲子飯。
030_0168_a_01L 3백 개의 창에 찔린다고 생각하며 먹는 음식이란, 음식을 먹을 때 그 맛마다 또한 그 재앙을 생각하는 것이니, 많은 음식에서 맛을 생각하지 않으면 곧 해탈을 얻게 된다. 또 창으로 사람을 찌르면 몸은 죽게 될 것이며, 이미 살아 있다고 생각되더라도 다시 여러 가지 고통을 받고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이것이 3백 개의 창에 찔린다고 생각하며 먹는 음식이다.
재앙이라고 생각하며 먹는 음식이란, 한 번 태어나고 죽는 것은 모두가 재앙이라고 생각하며 밥을 먹는 것이다. 마치 불이 만물을 태우는 것처럼 사람의 소행은 모두 미래에 몸을 괴롭게 하는 것이다. 사나운 불이 만물을 태우므로 재앙이라고 하고, 음식이라고 한 까닭은 마음에 드는 사람을 생각한다는 것이니, 그래서 음식이라 한다.
사람이 고기를 먹는 것은 마치 그 아들을 먹는 것과 같으니, 모든 축생이 나의 부모ㆍ형제ㆍ처자가 되었던 횟수는 다 헤아릴 수도 없다.
030_0168_a_08L人食肉譬如食其子,諸畜生皆爲我作父母、兄弟、妻子,不可數。
또한 고기를 먹을 수 없는 여섯 가지 인연이 있으니, 첫째 스스로 죽이고, 둘째 죽이라고 시키고, 셋째 죽이는 자와 같은 마음을 먹고, 넷째 죽이는 것을 보고, 다섯째 죽이는 것을 듣고, 여섯째 나를 위해 일부러 죽였다고 의심되는 경우이다. 이 여섯 가지 뜻이 없으면 고기를 먹을 수 있으며, 여섯 가지가 의심스러우면 먹어선 안 된다. 사람이 고기를 먹지 않으면 놀라거나 두려워하지 않는 복을 얻는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많이 먹으면 다섯 가지 허물이 있게 된다. 첫째 잠이 많아지고, 둘째 병이 많아지고, 셋째 음욕이 많아지고, 넷째 경전을 소리 높여 읽을 수 없고, 다섯째 세간에 대한 집착이 많아진다. 왜냐하면, 탐욕과 음욕이 많은 사람은 빛깔의 맛을 알고, 성을 잘 내는 사람은 제멋대로 하는 맛을 알며, 어리석은 사람은 밥을 먹는 맛을 알기 때문이다. 율경(律經)에서는 ‘사람들이 맛을 탐해 맛보고 또 맛보지만 윤회하는 삶만 얻고 좋은 맛은 얻지 못한다’라고 하였다.”
030_0168_b_01L“하루에 한 끼만 먹으면 생사를 끊을 수 있으나 그것 또한 탐욕에 떨어지면 도를 수행할 수 없으며, 천안을 얻어 어디서 오고 어디로 가는지를 스스로 알게 된다. 사람이 죽음을 생각지 않고 많이 먹거나 항상 여인을 생각하면 모두 140가지 악에 떨어질 것이며, 중간에 요절하는 것도 모두 음식 때문이다. 10악을 범하면 후생에 곧 사람의 몸을 잃고 축생 속으로 떨어지며, 사람으로 태어나더라도 굶주리고 목말라 피가 나올 것이며, 성을 내는 사람은 축생으로 태어나 애착과 탐욕 속에서 살아갈 것이다.
부처가 말하는 커다란 복이란, 자기는 굶더라도 밥을 남에게 주어 그 사람이 생명을 잇게 하는 것이다. 이것이 커다란 복이니, 뒷세상에서는 음식이 넉넉할 것이다. 그러나 성내면 또한 베푸는 자도 없고, 베풀어도 얻지 못하면서 뜻만 방자할 것이며, 탐욕과 음욕이 있으면 또한 베푸는 자도 없고, 베풀어도 얻지 못하면서 뜻만 방자할 것이다. 나의 소유가 아니면 1전 이상이라도 취해서는 안 되는데, 탐욕을 부려 공연히 스스로 괴로워하며 죄만 짓는다.
도인은 근심과 걱정이 없으니, 근심에는 분노가 따르고 걱정에는 탐욕이 따르는 것이다. 우리들은 죽을 해가 있고 죽을 달이 있고 죽을 날이 있고 죽을 시간이 있는데 알지도 못하고 두려워하지도 않으며, 도를 행하지도 않고 계율도 갖지 않는다. 동쪽으로 내닫고 서쪽으로 달리며 동(銅)을 근심하고 철(鐵)을 걱정하고 밭과 집과 종을 근심하고 있으니, 오직 인간의 번거로움만 더하고 인간의 고통만 늘리며 축생의 습기(習氣)를 심는다.”
사람이 이런 생각 저런 근심만 구하면 근심이 있을 것이니, 주리거나 목마르지 않기 위해 부지런히 고생을 하면서 재물을 모아 놓으면, 죽기 전에는 수재ㆍ화재ㆍ도둑ㆍ벼슬아치ㆍ병통의 다섯 집 몫[五家分] 때문에 근심하여 숱한 일이 뜻과 같지 못하며, 죽고 나면 다른 사람이 가져가고 몸은 그 죄를 받아 그 고통이 이루 말로 할 수가 없다.
030_0168_c_01L 사람은 법답게 살아야 하며, 장사를 할 땐 이익을 얻어도 기뻐하지 말아야 하고 이익을 얻지 못해도 근심하지 말아야 하니, 이것은 모두 전생의 숙명으로 그렇게 되는 것이다. 사람들은 탐하고 또 탐하지만 곧 이익을 얻을 수 없으며, 비록 온 천하의 재물을 얻더라도 그것을 스스로 용감하게 쓸 수도 없고 그 사람이 가져갈 수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