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륵불이 나오셔서 세 번 법회를 열면 2백 80억 인이 모두 아라한이 되고 또 한량없는 보살이 있을 것이니 그것을 보고 싶어서이다. 미륵여래는 지극히 높은 이로서 그 큰 몸의 키는 백 60장(丈)이요, 그 나라 백성들은 모두 복숭아빛 얼굴이며, 그들의 수명은 8만 4천 세이다. 땅은 편편하고 옷과 음식은 저절로 생기며, 그 염부제의 땅은 길이와 너비가 각각 3만 리이다. 나는 그것을 보려고 아라한이 되지 않는다. 미륵불 때에는 두 높은 제자가 있다. 첫째 이름은 잡시(雜施)요, 둘째 이름은 삭삭(數數)인데, 나는 그들도 보고 싶다. 네가 어떻게 나처럼 알겠는가?”
옛날 어떤 비구가 선정(禪定)에 들어 있었다. 그때 들불이 일어나 그를 태웠지마는 그는 타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를 보고 귀신이라 하여 칼로 쳤으나, 칼은 부러지고 들어가지 않았다. 마음을 한결같이 쓰기 때문에 칼이 들어가지 않았고, 몸이 부드럽고 연하기 때문에 불에 타지 않은 것이다.
옛날 계빈국에 어떤 보살이 있었다. 그는 태어나 땅에 떨어지자 땅이 크게 진동하여 그 부모가 매우 놀랐다. 그때 어떤 진인(眞人)은 머리를 숙여 그 앞에서 예배하고는 꽃을 흩고 일산을 드렸다. 그 뒤 그는 출가하여 지혜가 밝고 말씨가 슬기로웠다. 그러나 방탕하여 법도가 없었다. 그러면서도 그의 설법을 듣는 사람은 모두 도를 얻게 하였다.
그때 저 나라의 비구는 음녀(淫女)와 통하고 있었다. 그들은 뵙기를 청하여 한 사람이 먼저 들어가 예배하고 물러 앉았다. 그 음녀는 일부러 누워 있었는데 아름답기 세상에서 뛰어났었다. 비구는 전심하여 법을 듣고 다른 생각이 없어 곧 도의 자취를 얻고는 머리를 조아리고 나갔다.
“그대의 그 행동은 배우는 사람의 법이 아니다. 그저 마음을 바르게 하고 슬기로운 법을 들어 받들어야 한다. 왜 옳고 그름을 따지고 스스로 나쁜 생각을 내어 아무 얻는 것이 없게 하는가? 다시 마음을 단정히 하고 같이 들어가 법을 들어 도의 자취를 얻자.” 그리하여 한 사람은 아라한이 되었다. 스승은 그를 위하여 공양을 차려 손님으로 대접하였고, 그는 본국으로 돌아갔다.
그 뒤에도 스승은 절을 맡아 대중의 물건을 마음대로 쓰고 여자와 통하면서 난잡하게 즐겼다. 그리하여 여러 스님들은 그를 쫓아 버리자고 의논하였다. 어떤 진인(眞人)이 말하였다. “당분간 그를 배척하지 말라. 비록 대중 물건[僧物]은 쓰지마는 사람들을 많이 교화하여 제도한다.” 그래서 그를 쫓지 않고 두었다.
친한 이들이 그 아라한에게 가서 말하였다. “그대는 전에 그의 제자였으니 그에게 가서 물건을 빌어다 여러 스님들을 쓰게 하라.” 그는 그 나라로 가서 많은 보물을 얻어 가지고 와서 스님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030_0330_c_09L親親詣曰:“卿前弟子可往從乞備衆人物。”卽到彼國,大得衆寶還倍償僧。
4
옛날 어떤 현자(賢者)가 법을 받들어 정진하다가 병을 얻어 갑자기 죽었다. 그 처자들은 낙망하여 살아갈 재미가 없었다. 그래서 그를 화장하고 뼈를 거두어 묻은 뒤에는 경전 읽기도 폐지하고 향을 사르거나 등불을 켜지도 않았다. 그러나 집의 재산은 넉넉하여 달마다 초하루와 그믐에는 짐승을 잡아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무덤에 바치고, 모두 모여 슬피 울면서 까무라치기도 하였다.
죽은 사람은 계율의 공덕으로 마침내 하늘에 올라가, 하늘눈[天眼]으로 멀리 그것을 보고 가엾이 여기면서도 그 어리석음을 웃었다. 그리하여 어린애가 되어 그 집에서 먹이는 소 곁에 서 있었다. 소가 갑자기 죽자 어린애는 울부짖으며 풀을 베어 그 앞에 놓고 먹으라고 타일렀다. 그리고 다시 소를 때리고 일어나라고 부르다가 제 몸을 치면서 울었다. 하루 종일 이렇게 하자, 여러 사람들은 괴상히 여기고 모두 웃으며 아이에게 가서 나무라면서 물었다. “너는 누구 집 아이냐? 소가 죽었으면 집에 돌아가 알려야지 울부짖는다고 무슨 소용이 있느냐? 죽은 소가 어찌 알겠느냐?”
030_0331_a_01L“나는 본래 너희들 아버지인데 부처님을 힘입어 하늘에 났다가, 일부러 와서 깨우쳐 주는 것이다. 나는 곧 하늘몸으로 돌아가겠지마는 만일 나처럼 되려고 하거든 더욱 도의 공양에 정진하라.” 그리고 갑자기 사라졌다. 그 처자와 안팎 사람들은 돌아가 계율과 보시에 정진하여 모든 중생을 구제하면서 다시는 걱정하거나 근심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모두 도의 자취를 얻고 한꺼번에 하늘에 났다.
바다 가운데 한 나라가 있었는데, 이름을 사하첩(私訶疊)이라 하였다. 거기서는 많은 보물이 났지마는 석밀(石蜜)만은 없었다. 그때 어떤 상인이 5백여 수레의 석밀을 가지고 가서 왕에게 바치려고 하였다. ‘받는 돈은 반드시 시장에서 파는 것보다 많을 것이다’라고 생각하고, 석밀을 가져다 왕궁 문앞에 두고 사정을 이야기 하였다.
그러나 여러 달이 지났어도 아무도 묻는 이가 없었다. 그는 화를 내어 말했다. ‘왕도 사람이요, 나도 사람으로 눈ㆍ귀ㆍ코ㆍ입의 네 가지 요소를 모두 갖추었다. 그런데 나는 왕을 한 번 뵙고 함께 말하지 못하는구나. 왕은 복덕이 보통 사람보다 훌륭하기 때문인가. 나도 공덕을 지어 왕으로 하여금 자신도 모르게 내게 귀의하도록 하리라.’
그는 마침내 사문이 되어 그 거룩한 세 분에게 석밀을 공양한 뒤, 어떤 고요한 곳을 구하여 괴로움과 공(空)과 내 몸이 아니라는 것을 생각하였다. 그것을 반도 생각하기 전에 뜻이 풀리고 결박이 없게 되어 6신통(神通)을 얻었다. 한 곳도 옮기기 전에 아라한이 되니 그 때문에 땅은 진동하고 제석천의 여러 하늘들이 와서 위문하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제석천왕과 여러 하늘 사람들이 모두 내려와 그에게 예배하고 따라서 기뻐하였다.
비구는 천제(天帝)에게 물었다. “그대들은 천상에서 모두 무엇을 하고 있는가?” 천제는 대답하였다. “천상에는 네 개의 노는 동산이 있는데 세 곳은 5욕(欲)이 있는 곳이요, 한 곳은 도덕이 있는 곳이다. 그 한 곳에서는 부처님의 귀한 경전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때로는 천하의 네 무리로서 정진하고 법을 가지는 이를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들은 어떤 사람인가. 그대는 나를 위해 낱낱이 설명할 수는 없겠는가?” 천제는 말하였다. “바라내국에 한 사람이 있었다. 그는 사문이 되어 스스로 ‘나는 항상 거닐되, 아라한이 되지 못하면 마침내 눕거나 쉬지 않으리라’고 맹세하였다. 그리하여 밤낮으로 거닐었기 때문에 발이 허물어져 피가 흘러 온갖 새들이 와서 쪼아 먹었다. 그가 3년 만에 도를 얻었을 때에는 여러 하늘들이 그것을 살펴 알고 칭찬하면서 모두 그를 받들어 섬겼다.
또 한 사람은 라열기국에 있었다. 그는 사문이 되어 풀을 깔아 자리를 만들고 그 위에 앉아 맹세하기를 ‘도를 얻지 못하면 마침내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라고 하였다. 그리하여 어둑한 덮개[蔭蓋]가 와서 자고 싶어지면 사람을 시켜 길이 여덟 치 되는 송곳을 만들어 두었다가, 졸음이 올 때마다 그것으로 양쪽 허벅다리를 찔러 아픔 때문에 졸지 않았다. 그래서 1년 만에 아라한이 되었을 때에는 하늘들은 처음 보는 일이라고 찬탄하였다.
또 한 사람은 구섬미국에 있었다. 그는 사문이 되어 험준한 산의 돌집에 있었기 때문에 아무도 오가는 이가 없었다. 그때 악마 파순(波旬)이 그의 정진하는 것을 보고 물소로 변하여 그의 앞에서 코를 울리며 눈을 부릅뜨고 떠받으려 하였다. 그는 매우 두려워하면서, ‘여기는 소가 올 수 없는 곳인데 어떻게 왔을까, 이것은 악마가 한 것이 아닐까?’ 생각하고 꾸짖었다. ‘너는 악마가 아닌가?’ 악마는 ‘나를 알아보는구나’ 생각하고 본래 형상으로 돌아갔다.
030_0331_c_01L그는 악마에게 말하였다. ‘너는 나를 무섭게 하여 무엇을 구하려 하는가?’ ‘도인의 정진하는 것을 보면 내 경계에서 벗어날까 걱정이 되기 때문에 와서 무섭게 하는 것이다.’ ‘내가 사문이 된 까닭은 세상을 구제하고 부처님의 상호를 뵙고자 함일 뿐이다. 부처님이 세상을 떠나신 뒤로 아무도 부처님을 뵌 사람이 없다. 내가 들으니 악마는 능히 부처님 몸으로 변할 수 있다 하니 나를 위해 나타내 보이면 나는 다시 정진하지 않을 것이다.’
악마는 그러리라 생각하고, 곧 부처님으로 변하여 그의 앞에 나타났다. 그는 그것을 보고 깊이 생각하다가 곧 아라한이 되었다. 여러 하늘들은 공중에서 한량없이 찬탄하였다. 악마는 그것을 보고 후회하고 괴로워하며 곧 사라져 버렸다.”
천제(天帝)는 이어 말하였다. “이 세 사람은 여러 하늘들이 찬탄하여 지금도 쉬지 않는다.” 비구는 말하였다. “그 세 사람은 괴로움과 공을 밝게 알았다. 그래서 몸을 썩힌 것이다. 나도 원래 남의 업신여김을 받을 생각은 없다.” 드디어 도를 구하여 삼계(三界)를 뛰어넘게 되었고, 또 기묘하게 되었고, 또 아라한이 되었다.
여러 하늘들은 말하였다. “지금 천상에 올라가면 도인으로서 으뜸이 될 것이다.” 그리고는 그에게 예배하고 돌아갔다. 그때 국왕은 석밀 주인이 부지런히 수행하여 도를 얻었다는 말을 듣고, 곧 가서 머리를 조아려 사과하고는 그를 나라의 스승으로 삼아 삼보를 크게 일으키니 나라가 태평하였다. 그리고 헤아릴 수 없는 복과 구제를 얻었다.
옛날 어떤 병인이 있었는데 의사도 고치지 못하였다. 그는 왕에게 의지하였는데, 왕의 이름은 살화단(薩和檀)이었다. 그는 말하였다. “나는 이 몸으로 왕에게 의지합니다. 원컨대 자비로써 내 병을 고쳐 주소서.” 왕은 여러 의사들에게 명령하여 그 병을 고치게 하였다. 의사들은 왕에게 아뢰었다. “이 병을 고칠 수 있는 약을 얻을 수 없습니다.”
왕은 의사들에게 물었다. “그 병을 고칠 수 있는 약 이름은 무엇인가?” “세상에서 다섯 가지 독(毒)이 없는 사람의 살을 베어 끓여서 먹으면 그 병은 나을 것입니다. 다섯 가지 독이란, 첫째는 음욕을 탐하는 마음이요, 둘째는 성내는 마음이며, 셋째는 어리석은 마음이요, 넷째는 질투하는 마음이며, 다섯째는 아주 모진 마음입니다. 만일 그런 사람이 있으면 그의 병은 곧 나을 것입니다.”
옛날 가라월(迦羅越)이라는 거사는 항상 문수사리를 보기를 원하였다. 그리하여 그는 크게 보시를 행하고 또 높은 자리를 만들어 놓았다. 마침 어떤 늙은이가 있었다. 그는 매우 추하여 눈에서는 눈꼽이 나오고 코에서는 콧물이 흐르며 입에서는 침이 흘렀다. 그가 그 높은 자리에 앉은 것을 보고 거사는 화를 내어 말하였다. “내가 오늘 높은 자리를 만든 것은 훌륭한 사문을 그 위에 모시려 한 것이다. 너는 웬 놈이냐?”
그리고는 땅에 끌어내려 보시를 주어 보내 버렸다. 거사는 절에 가서 등불을 켜고 향을 사르면서 ‘이 공덕으로 현세에서 문수사리를 뵈리라’ 하고, 집에 돌아와 매우 피로하여 누워 있었다. 꿈에 어떤 사람이 말하였다. “너는 문수사리를 보고자 하면서 그를 보고도 알지 못하였다. 아까 높은 자리에 앉았던 그 늙은이가 바로 문수사리였는데, 너는 그를 땅에 끌어내렸다.이렇게 전후 일곱 번이나 꿈에 보였는데도 알아보지 못하였는데, 어떻게 문수사리를 뵐 수 있겠는가?”
덧없음을 한탄하는 이를 위해 비유로 말하리라. 어떤 큰 나무가 있었는데 그 열매는 두 되들이 병 만하였다. 그 열매가 익으려 할 때에 어떤 까마귀가 날아와 그 나뭇가지에 앉았다가, 열매가 그 머리에 떨어져 까마귀가 죽었다. 나무신[樹神]은 그것을 보고 게송으로 말하였다.
030_0332_b_01L삼계 가운데에는 아흔여섯 가지 도가 있어서, 세상 사람들은 각기 그 섬기는 신(神)을 받들어 이익이 있기를 빈다. 그러나 그런 조그만 도들은 복이 되는 길을 알지 못하거늘, 어떻게 덕을 받을 수 있겠는가? 왜냐 하면, 그들은 거룩한 세 분[三尊]의 큰 밝음을 알지 못하고, 밝고 참된 5계를 가지지 않으며, 여덟 가지 도의 깊은 소견이 없기 때문이니, 어찌 사람들을 구제할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그들을 일러 메마른 밭[薄田]이라 하느니라.
어떤 사람은 거룩한 세 분을 공경하고 삼세(三世)를 환히 알아 천당의 복을 밝히고 태산 같은 죄를 살핀다. 그리하여 거룩한 삼보를 지극히 믿어 세 갈래 나쁜 길을 막고 굳센 지혜의 힘으로써 삼계의 어리석음과 어둠을 녹이며, 여섯 가지 깨끗하고 신령스런 물을 길어 여섯 가지 재앙의 더러움을 씻는다. 그러므로 재물을 가벼이 여기어 자기 몸과 입의 몫을 줄이면서도 평등한 보시를 행하여 오는 세상의 근본을 심는데, 하나를 보시하여 만 가지 갚음이 오는 것은, 빠르기가 마치 메아리의 울림과 같다. 그러므로 큰 도는 삼계의 좋은 밭[良田]이라 한다.
무엇으로써 알 수 있는가? 옛날 아육왕(阿育王)이 어렸을 때, 길에서 우연히 부처님을 만나 기쁨을 이기지 못하여 모래흙을 조금 가져 지극한 마음으로 부처님께 바쳤다. 그 복으로 말미암아 성왕(聖王)이 되어 40만 리나 되는 열여섯 개의 큰 나라를 맡아 다스렸다. 이로써 보더라도 부처님은 가장 좋은 밭임을 알 수 있느니라.
또 부처님의 아우 난타(難陀)는 옛날 유위불(惟衛佛) 때의 사람으로 여러 스님들을 한 번 목욕시킨 복을 지었다. 그 공덕이 저절로 따라와 그는 석씨(釋氏) 종족에 태어나서, 몸에는 대여섯 가지 좋은 상을 갖추었고 신기로운 얼굴은 금색처럼 빛났었다. 그리고 그 전생의 복으로 말미암아 부처님과 한세상에 나서 도량(道場)에서 수행하여 6신통을 얻었다.
법에 말하였다. “더러워진 식신[神]은 억겁에도 썩지 않고 생사에 들볶이다가 도를 얻은 뒤에야 그친다.”
030_0332_b_22L法言:“染神億劫不朽,煎熬生死,得道乃止。”
030_0332_c_01L옛날 부처님께서 열반하신 지 5백 10년 뒤에 어떤 국왕이 있었다. 그는 용맹스럽게 정진하기 세상에 드물었고, 또 6만 사문을 공양하였는데, 세상에서 뛰어난 맛있는 음식을 석 달 동안 한결같이 하였다. 그리하여 그는 가장 윗자리의 도인으로서 온갖 경전을 두루 보아 옛 것을 더듬고 지금 것을 통달하여 아라한이 되었다.
그 나라 동쪽으로 4백 80리 되는 곳에 한 국왕이 있어 5백 가지 당번(幢幡)을 만들어 고운 비단과 깨끗한 무명과 황금 보배와 여러 가지 물건으로 꾸몄는데, 그 한 당번의 값은 5백 냥이었으며, 이러한 풍류로 즐기었다. 그리하여 말하였다. “만일 누가 이 기예(技藝)에 능한 사람이 있으면 이것을 주리라.”
여러 나라의 가난한 사람들은 그 국왕에게 이런 보물이 있다는 말을 듣고 사방에서 각각 구름처럼 모여 들어 모두 5백 인이 되었다. 그들은 모두 기예를 익혀 그 보물을 가지려고 가다가 양식이 떨어져 더 갈 수가 없었다. 마침 절을 지나게 되어 곧 상좌 비구에게 나아가 사문이 되기를 청하였다.
상좌가 관찰하니, 그들은 바로 유위불 때의 어떤 현자(賢者)의 집 종들로서, 일찍이 도인을 위해 음식을 만들었고 또 법을 들었다. 그 뒤로는 천상과 인간에서 자연히 복을 받다가, 지금 그 복은 다되었지마는 들은 법이 아직 있기 때문에 구제할 수 있었다. 그래서 스승은 곧 그들의 수염과 머리를 깎고 계를 주고, 궁으로 데리고 들어가 밥을 먹이고 돌아와서는 매우 기뻐하였다.
스승은 그들의 뜻을 알고 말하였다. “이 밥은 함부로 먹을 수 없다. 지극한 정성이 없이 이 밥을 먹으면 장차 여러 겁 동안 왕의 소나 말이나 종이 될 것이다.” 그들 새로 된 5백 비구는 이 말을 듣고 두려워하여 뜻을 가다듬고 정진한 지 90일 만에 모두 아라한이 되었다.
030_0333_a_01L그 자리의 대중들은 모두 깜짝 놀라면서 말하였다. “그것은 무슨 말인가?” 비구들은 말하였다. “우리는 원래 기예를 배워 보물의 이양(利養)을 취하려 하였는데, 지금 사문이 되어 스스로 아라한이 되었다. 그리하여 삼계의 온갖 삿된 것을 다 쳐부수었으니 스승의 은혜를 입어 끝없이 즐겁노라.”
옛날 두 형제가 살았다. 세력이 크며 부하고 귀하여 재산이 한량이 없었는데, 부모가 돌아가자 의지할 곳이 없었다. 그들은 비록 형제이지마는 생각은 서로 달랐다. 형은 도와 위의를 좋아하였으나 아우는 가업(家業)을 사랑하고, 세상에 벼슬과 녹(祿) 따위의 영화를 탐하였다. 그들은 파리불의 계명정사(鷄鳴精舍)에서 멀지 않은 곳에 살았다.
형은 오로지 학문을 힘쓰고 도를 물으면서 집안 살림에는 관계하지 않았다. 그 아우는 형이 가사에 친하지 않는 것을 보고 항상 원망하였다. “형제가 되어 부모가 일찍 돌아갔으면 다같이 부지런히 애쓰면서 생활을 걱정하여야 할 것인데, 도리어 가업을 버리고 사문들을 따르며 불경을 받들어 들으니 사문이 언제 형님에게 옷이나 재물을 주겠습니까? 집은 갈수록 가난해지고 재물은 날로 소모되어 비웃음을 받으니 이른바 게을러서 가문이 망하게 되었습니다. 대개 자식이 되었으면 마땅히 공을 세워 부모의 끼친 업을 폐하지 않고 이어 나가야 효자라 할 것입니다.”
형은 대답하였다. “5계(戒)와 10선(善)으로 삼보에 공양하고 6도(度)를 행하며 고요히 앉아 선정을 생각하고 도로써 부모를 교화하는 것이 효도일 것이다. 도와 세속이 서로 어긋나는 것은 자연의 형세이다. 도를 닦는 사람이 즐겨하는 것은 세속에서 미워하는 것이요, 세속에서 귀히 여기는 것은 도를 닦는 사람이 천히 여기는 것이다. 지혜와 어리석음이 도모함을 함께하지 않는 것은 밝음과 어둠이 함께할 수 없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지혜로운 사람은 어둠을 버리고 밝음으로 나아가 참된 도를 이루는 것이다. 그대가 즐겨하고 괴로워 하는 것은 내게는 모두 허무요, 거짓으로서 진실이 아니다. 미혹하고 그릇되이 있다[有]고 헤아리는데, 어떻게 고생의 참 모양을 알겠는가?”
030_0333_b_01L그러나 그 아우는 머리를 저으며 믿지 않고 원한을 품었다.
형은 아우의 그렇게 하는 것을 보고 다시 말하였다. “너는 가업을 탐하고 재물을 귀히 여기며 나는 도를 좋아하고 지혜를 보배로 삼는다. 그러므로 이제 집을 버리고 복밭에 귀의하려 한다. 생각하면 목숨을 세상에 붙인 것은 날아다니는 티끌과 같아 잠깐 사이인 것이다. 죽음이 갑자기 이를 때에는 죄에 얽매여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세상을 버리어 위태로움을 피하고 편안함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아우는 그 형의 뜻이 도로 나아가는 것을 보고 잠자코 대답이 없었다. 형은 곧 집을 떠나 사문이 되어 밤낮으로 정진하면서, 경을 외우고 도를 생각하며 일심으로 좌선하여 분별하고 생각하기를 쉬거나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래서 5근(根)과 5력(力)과 37도품(道品)을 갖추고, 그 행은 경의 법과 일치하여 도의 결과를 이루었다. 그리하여 형은 그 아우 집에 가서 법을 받들기를 권하였다. “5계와 10선(善)과 하늘에 나는 근본과, 보시와 학문과 도와 지혜의 근본으로 하라.”
그 뒤로 아우는 가업을 탐하여 쉬지 않고 허덕이면서 일찍이 그 마음에 법을 생각한 일이 없었다. 그리하여 목숨을 마치고는 소로 태어났는데, 매우 살찌고 건장하였다. 어떤 장사꾼이 그 소를 사서 소금을 싣고 다니면서 파는데 여러 번 왕복하였다. 소는 드디어 몹시 피로하여 다시는 더 나아가지 못하였고, 언덕을 올라가다가는 쓰러져 누워 일어나지 못할 때 장사꾼이 채찍으로 때리자 겨우 움직였다.
그때 그 형은 허공을 날아다니다 멀리서 이 광경을 보고 저것은 어디서 왔는가고 생각하였다. 그 전생을 관찰하여 본래 자기 아우임을 보고 소에게 말하였다. “아우여, 내가 본래 살던 집과 농사와 또 허덕이면서 즐겨하던 것은 지금은 어디다 두고 몸을 축생 가운데 던져 소로 태어났는가?”
030_0333_c_01L그는 위신력으로 아우에게 본래의 목숨을 비춰 보여 주었다. 아우는 스스로 분별해 알고 눈물을 흘리면서 자책하였다. “나는 본래 행실이 착하지 못하여 간탐하고 질투하며, 불법을 믿지 않고 성현을 업신여기며, 마음에 맞는 대로 함부로 행하여 형의 말을 믿지 않고, 거룩한 가르침을 어기어 내 일에만 힘썼기 때문에 소로 태어나서, 이처럼 피로하고 곤하니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형은 아우의 생각을 알고 마음이 슬프고 아파 곧 그 주인에게 일이 이렇게 된 내력을 이야기하였다. “이것이 본래 내 아우인데 거룩한 세 분[三尊]을 믿지 않아 진실을 등지고 거짓으로 나아가며, 간탐하고 질투하고 함부로 방자하며, 탐하고 구하면서 보시하지 않다가, 소로 태어나 피로하고 곤하니 참으로 가엾고 마음 아프오. 이것도 지금은 늙고 피곤하여 쓸데가 없소. 은혜로써 그 남은 목숨을 건지게 하면 다행이겠소.”
그때 여러 장사꾼들은 저희끼리 말하였다. “우리는 부지런히 애쓰면서 살림을 싫어하지 않지만 보시할 수도 없고 법을 받들지도 않아 도와 의리를 알지 못한다. 그러므로 죽은 뒤에는 저런 무리를 면하지 못할까 두렵다.” 그래서 곧 다같이 집을 나와 그 처자와 즐겨 하던 것을 모두 버리고, 절에 가서 사문이 되어, 게으르지 않고 정진하여 모두 도를 얻었다. 이로써 본다면 세간의 재물은 사람을 이익하게 하지 않고, 거룩한 세 분을 받들어 공경하고, 몸을 닦고 지혜를 배우며 널리 듣고 도를 행하여야 세상마다 편안하게 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옛날 사위국에 어떤 가난한 집이 있었다. 그 뜰에 포도 나무가 있어 포도가 몇 송이 달려 있었는데, 주인은 그것을 도인에게 보시하려 하였다. 그런데 그때 왕이 먼저 그 도인을 청하여 한 달 동안 공양하기로 되어 있었다. 그 가난한 집은 세력이 없어서 왕이 한 달을 지낸 뒤에야 그 도인을 맞이하여 포도를 보시하면서 말하였다. “보시하려고 생각한 지 한 달이 되었는데, 이제야 원을 이루었습니다.”
여덟째는 선지식을 만났더라도 지혜를 얻기가 어렵고, 아홉째는 지혜를 얻었더라도 마음이 착하기가 어렵고, 열째는 마음이 착하더라도 잘 보시하기가 어렵고, 열한째는 능히 보시하더라도 덕이 있는 현선(賢善)한 사람을 만나기 어려우며, 열두째는 덕이 있는 현선한 사람을 만나더라도 그에게 가기가 어렵다.
열셋째는 그에게 가더라도 적당한 때를 얻기가 어렵고, 열넷째는 적당한 때를 얻더라도 질문하여 중정(中正)한 말을 듣기가 어려우며, 열여섯째는 중정한 말을 듣더라도 그것을 아는 지혜를 얻기가 어렵고, 열일곱째는 그것을 아는 지혜는 얻었더라도 능히 갖가지 뜻 깊은 경을 받기가 어렵다. 이것이 이른바 열일곱 가지 일이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