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0_0390_a_01L이때 우파급다는 마투라국의 대제호산에 있는 나치파치 절에 머물고 있었다. 마침 이 절에서 멀지 않은 곳에 사는 호랑이 한 마리가 새끼를 낳았는데, 먹이를 찾지 못해 굶주리고 지쳐서 곧 죽게 되었다. 우파급다는 정진(精進)과 자비로써 호랑이 새끼에게 먹을 것을 주었다. 우파급다에게는 아직 도과(道果)를 얻지 못한 오백 명의 제자가 있었는데, 그들이 스승에게 물었다. “어찌하여 이 8난의 중생[難衆生]1)에게 먹이를 줍니까?” 스승이 대답했다. “선남자여, 해탈의 인(因)을 위해서 그렇게 하였느니라.” 제자들은 이 말을 듣고는 마음에 의혹이 생겼다. ‘난처(難處)의 중생이 어떻게 해탈의 인연을 얻는다는 말인가.’ 그 여러 호랑이 새끼들이 명이 다하여 곧 죽으려고 할 때에, 우파급다가 호랑이 새끼들에게 말했다. “모든 행(行)은 무상하고 모든 법은 무아(無我)이며, 열반은 적정(寂靜)하다. 너희들은 나에게 마땅히 신심을 일으키고 축생도(畜生道)를 마땅히 싫어하고 떠나도록 하여라.” 그러자 그 호랑이 새끼들은 장로에게 마음으로 믿음과 존경을 내었다. 그렇게 믿음과 존경을 내고는 즉시 목숨을 마치고 마투라국의 사람 가운데에 태어났다. 그리하여 일곱 살이 되자 우파급다가 교화하여 출가하게 하였는데, 칠 년 만에 아라한과를 얻었다. 그가 신통력으로써 갖가지 꽃을 채집하여 우파급다에게 공양하였을 때, 이때 우파급다는 여러 제자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아라한인 제자는 공중으로부터 와서 즉시 그의 앞에 머물렀다. 도를 얻지 못한 오백 명의 제자들 스승에게 물었다. “이 사람은 우리와 같이 공부하던 도반이며 나이도 오히려 우리보다 적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벌써 신통의 공덕을 얻게 되었습니까?” 스승이 대답했다. “이 사람은 옛날에 너희들이 ‘어찌하여 이런 중생에게까지 먹이를 줍니까?’ 하고 물었던 바로 그 호랑이 새끼이다. 하지만 이 자는 나를 만나 법을 들었던 까닭에 지금 이런 과보를 얻게 된 것이다.” 이때 우파급다는 즉시 오백의 제자를 위해 설법하였으며 이에 5백의 제자는 깊이 부끄러워하는 마음을 내어서 번뇌를 끊어 없애고 아라한과를 얻었다.
030_0390_b_01L남천축국(南天竺國)에 불법에 출가하여서도 항상 생사를 두려워하며 열반을 얻지 못하는 한 남자가 있었다. 그가 한 번은 마음속으로 생각하였다. ‘누가 법을 설하여 나를 교화해 줄 수 있을까? 만약 누군가 능히 법을 설하여 나를 교화해 준다면, 내가 반드시 열반을 얻게 될 터인데.’ 그 사람이 마투라국에 세존께서 교화에 가장 빼어난 제자가 되리라고 예언하셨던 우파급다라고 하는 이가 있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그 소문을 듣고는 바로 마투라국으로 가서 우파급다의 처소에 이르렀다. 그곳에 도착한 다음에는 우파급다의 발에 예배드리고 합장하여 말했다. “장로시여, 부처님께서는 이미 열반하셨습니다. 장로께서는 지금 마땅히 불사(佛事)를 지으실 것이니, 저를 위해 법을 말해주십시오.” 이때 우파급다는 그가 최후신(最後身)으로서 생사의 고통을 두려워하는 것을 보았고, 다시 그의 몸이 먼 곳으로부터 찾아오느라 극도로 마르고 지친 것을 보고는 말했다. “선남자여, 너는 몸을 좀 쉬도록 해야겠다. 그대 본 고향의 음식은 오직 유락(乳酪) 뿐인데, 마투라국에는 갖가지 음식이 다 있어도 유락만은 없구나.” 그러면서 우파급다는 그에게 다른 길을 따라 가도록 가르쳐 주었다. 그 사람은 그 길 위에서 우연히 많은 무리의 여인들이 유락과 장(漿)과 소(酥) 등을 가지고 다른 나라에서 이 나라로 들어오려고 하는 것을 보았다. 그 여인들이 장로에게 물었다. “무슨 까닭에 그렇게 여위셨습니까?” 그가 대답했다. “자매(姉妹)여, 나는 남천축국에서 태어나 항상 유락만 먹고 살았었소. 그런데 이 마투라국에는 갖가지 음식이 다 있지만 유락만은 없소. 그렇기 때문에 수척해진 것이오.” 그러자 그 여인들은 여러 날 동안 각기 우유와 낙(酪)과 소(酥) 등을 그에게 주어 그의 몸을 건장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런 다음에 우파급다는 그를 위해 설법하였고, 그는 부지런히 정진하여 곧 아라한과를 얻었다. 우파급다가 말했다. “이제 너는 산가지 하나를 석굴에 갖다 놓아라.” 그는 즉시 가르침을 받고 그와 같이 하였다.
030_0390_c_01L남천축국에 사는 어떤 사람이 남의 부인에게 음심(淫心)을 픔어서 자꾸 그의 집에 찾아갔다. 그녀의 어머니가 그렇게 하지 못하도록 말리면서 말하였다. “만약 사람이 이런 악행을 한다면 세상에 저지르지 못할 악이 없을 것이다.” 그러자 그 사람은 화를 내면서 즉시 그의 어머니를 해쳤다. 어머니를 해치고는 곧 다른 나라로 가버렸다. 그 나라에 도착하기는 하였지만 5욕(欲)을 얻지 못하였던 까닭에, 그로 인하여 깊이 근심하고 괴로워하였다. 그러다가 곧 불법에 출가하여 삼장(三藏)을 통달하고 다문(多聞)을 성취하였다. 그가 여러 제자들에게 둘러싸여 함께 마투라국의 나치파치 절에 있는 우파급다의 처소에 이르렀다. 이때 우파급다는 깊이 사유하여 그를 관찰해 보았다. 그런데 그가 여인의 어머니를 해치고, 그런 중죄를 지은 까닭에 능히 진리를 볼 수 없으며 도과(道果)를 얻을 수도 없음을 보았다. 그래서 아무리 먼 곳에서 왔다고 해도 인사를 하거나 아는 척을 하지 않았다. 그러자 그 비구는 마음에 부끄러움을 품고 이곳에서 멀리 떠나버렸다. 그러나 도를 얻지 못한 우파급다의 오백 제자들은 이 일을 보고는 스승의 행동에 환희심을 내지 않고 이런 생각을 했다. ‘우리 화상은 지견(智見)이 적구나. 마음이 어리석고 둔한 늙은 비구들한테도 다 설법을 해주면서, 지금 이 비구처럼 총명하고 지혜로워 삼장을 통달하였으며, 권속이 수행하고 다니는 자에게는 오히려 설해 주지 않는구나.’ 이때 우파급다는 제자들이 마음속에 성을 내고 있는 것을 보았다. 게다가 그들이 마음속으로 화상 사나파사 같았으면 분명히 교화하여 항복을 받았을 텐데 하고 생각하는 것을 보았다. 이때 사나파사는 계빈국에 머물면서 우파급다가 지금 교화하고 불사를 짓고 있는가를 관찰하였다. 그러다가 우파급다의 오백 제자가 마음속에 성을 내면서 스승을 존경하지 않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것을 보고 나서 생각하였다. ‘우파급다가 무슨 까닭으로 그들을 교화하지 않는 것일까?’ 그래서 또 다시 깊이 관찰해 보고는 알게 되었다. ‘이 일은 우파급다가 능히 교화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마땅히 내가 나서서 교화해야 할 일이구나.’ 그리하여 사나파사가 신통력으로 그 절에 이르니, 마침 우파급다는 일을 보러 밖에 나가고 없었다. 사나파사는 곧장 그 절 안으로 들어갔는데, 수염과 머리털이 모두 길게 자라있고 거칠고 찢어진 옷을 입고 있었다. 그러자 우파급다의 제자들이 사나파사를 보고 말했다. “이 무지(無知)한 노인은 어디에서 왔기에 우리 스승의 절에 들어온 것이오. 전에 삼장을 통달하신 총명한 비구가 왔을 때에도 우리 화상께서는 오히려 설법을 하지 않았는데, 그대처럼 이렇게 늙고 둔한 자에게 어찌 말씀을 해주시겠소?” 그렇지만 사나파사는 절 안으로 들어가 우파급다가 잠자는 침상에 앉았다. 우파급다의 제자가 그 모습을 보고는 화를 내며 손으로 그를 끌어내려 하였다. 그러나 마치 수미산과도 같이 꼼짝도 하지 않았고, 그에게 욕을 하려 했으나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우파급다가 돌아오자 제자들은 우파급다에게 아뢰었다. “어떤 초라하고 늙은 비구가 스승님의 절에 들어와서 스승님의 침상에 앉았습니다.” 우파급다가 제자에게 말했다. “나의 스승님을 제외하고는 능히 나의 침상에 앉을 만한 사람은 없다.” 그렇게 말하고 우파급다는 절로 들어와 가장 으뜸가는 공경으로써 화상 사나파사에게 공양했으며, 자신은 작은 상을 마련하여 스승의 옆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우파급다의 제자는 생각했다. ‘만약 이 비구가 정말 우리 화상의 스승이라 한다면, 그의 지혜는 분명 우리 화상에게 미치지 못할 것이다.’ 이때 사나파사는 그들의 뜻을 보고는 문득 생각했다. ‘어떠한 방편으로 저들의 교만심을 제거할까?’ 그리하여 관찰을 마친 다음에, 자신의 오른팔을 들고는 손에서 우유를 분출시키며 우파급다에게 말했다. “선남자여, 이 삼매(三昧)를 무엇이라 하는가?” 우파급다가 화상에게 대답했다. “저는 지금 이 삼매의 이름을 알지 못합니다.” 화상이 말했다. “용빈신삼매(龍頻呻三昧)2)라 이름하느니라.” 두 번째에 다시 우유를 분출시키며 다시 물었다. “이 삼매는 무엇이라 하는가?” 우파급다가 대답했다. “저는 지금 이 삼매의 이름을 알지 못합니다.” 화상이 말했다. “이 삼매는 청화합각지(靑和合覺支)3)라 이름하느니라.” 이와 같이 자세히 모든 삼매를 설명했다. 우파급다가 화상에게 말했다. “이것이 저의 지혜의 경계(境界)라면 화상께서는 말씀을 해주십시오. 저의 경계가 아니라면 말씀하지 말아 주십시오.” 그러자 사나파사는 우파급다에게 말했다. “선남자여, 이 삼매는 부처님의 지혜를 받아 지닌 벽지불도 그 이름을 듣지 못한 것이며, 이 삼매는 벽지불의 지혜를 받아 지닌 사리불도 그 이름을 듣지 못한 것이다. 이 삼매는 사리불의 지혜를 받아 지닌 목건련도 그 이름을 듣지 못한 것이며, 이 삼매는 목건련의 지혜를 받아 지닌 마하가섭도 그 이름을 듣지 못한 것이다. 이 삼매는 나의 화상의 지혜를 받아 지닌 나도 그 이름을 듣지 못하였다.” 사나파사는 또 말했다. “선남자여, 내가 열반한 때에는 이 삼매의 법은 다 잃어버릴 것이다. 또 세존의 『본생경(本生經)』4)에는 칠만 칠천의 이름이 나오는데 역시 다 사라질 것이다. 일만의 아비담(阿毘曇)의 법도 역시 사라질 것이다.” 그 말을 듣고 나서야 우파급다의 모든 제자들은 뉘우쳐서 한탄하고 괴로워하면서 문득 생각했다. ‘이 비구의 지혜는 우리 화상보다 훌륭하구나.’ 그리고 즉시 교만심이 사라졌다. 사나파사는 교화하고 설법했으며 그 모든 제자들은 모두 아라한과를 얻었다. 이때 장로 사나파사가 우파급다에게 말했다. “선남자여, 세존께서는 법장을 마하가섭에게 부촉하시고 열반에 드셨으며, 마하가섭은 나의 스승님에게 부촉하시고 열반에 드셨으며, 스승님께서는 나에게 부촉하시고 열반에 드셨다. 나는 지금 너에게 부촉하고 그만 열반에 들려고 한다. 그러므로 너는 이 법장을 마땅히 수호하여야 한다. 이 마투라국에 이름을 치징가(絺徵柯)라고 부르게 될 한 사람이 태어날 것이다. 너는 그를 반드시 출가시켜서 이 법장을 그에게 부촉하도록 하여라.” 장로 사나파사는 우파급다에게 법장을 부촉하기를 마치고 신통력으로써 몸을 허공으로 올려 네 가지 위의[四威儀]를 나타내고 화삼매(火三昧)에 들었다. 삼매에 들기를 마치자 청색과 황색과 적색과 백색의 갖가지 꽃들이 그의 몸에서 나왔다. 몸 위에서 물이 솟아나고 몸 아래에서는 불이 솟아나기도 했으며, 또 몸 위에서 불이 솟아나고 몸 아래에서 물이 솟아나기도 했다. 그의 몸은 단정하고 엄숙하여, 비유하자면 마치 산의 한 쪽에서는 물이 솟아나고 한 쪽에서 불이 솟아나는 것과 같았다. 사나파사는 갖가지 신통력으로써 모든 비구와 단월(檀越)들로 하여금 마음을 열고 깨달음을 얻게 했다. 이런 변화를 마치고 나서는 곧 열반에 들었는데 마치 물이 불을 꺼버리는 것과 같았다. 그래서 우파급다와 1만 8천의 아라한 제자는 그의 몸에 공양하고 탑묘(塔廟)를 만들었다.
030_0391_c_01L이때 우파급다는 마투라국의 나치파치 절에 머물고 있었다. 북천축에 한 선남자가 있었는데, 그는 세존의 법 가운데 출가하여 많이 들어 많이 알고[多聞] 지혜로워서 삼장(三藏)에 통달하였다. 그래서 법을 말하면 아름답고 오묘하여 이곳저곳 이르는 곳마다 모든 사람들이 그에게 설법을 청하였다. 그도 물론 모든 사람들을 위해 세 가지의 설법을 하였다. 그러나 그는 항상 스스로 생각하곤 하였다. ‘누가 능히 나를 위해 설법하여 내가 도를 얻을 수 있게 해 줄까?’ 그는 마투라국에 우파급다라는 이름의 비구가 있으며, 그 비구는 무상불(無相佛)로서 교화에서는 제일이 될 것이라는 부처님의 예언이 있었다는 소문을 들었다. 그 소문을 듣고 그는 마투라국으로 가서 나치파치의 절에 이르렀고, 우파급다의 처소로 찾아가서 말했다. “세존께서는 이미 열반하셨으며, 지금은 장로께서 불사(佛事)를 짓고 계십니다. 저를 위해 설법해 주십시오.” 그리고 즉시 게송으로 말했다.
부처님께서는 대자비가 있으셨으나 이미 열반에 드셨고 당신이 지금 불사를 지으십니다.
세간은 어리석고 눈멀고 어두우니 당신이 만드시는 지혜의 광명은 햇빛처럼 세상을 비추고 있습니다.
세간에는 남은 스승이 없는데 오직 당신만이 스승이 되시어 제자의 교화에 가장 훌륭하시니 장로께서는 마땅히 저를 교화해 주십시오.
이때 우파급다는 사유하여 그의 마음을 관찰해 보았더니, 그는 최후신(最後身)으로서 심히 생사를 두려워하고 있었다. 또 무슨 까닭으로 전생에서 성법(聖法)을 얻지 못했는가를 살펴보았더니, 바로 그 인연이 구족하지 못한 까닭이었다. 그래서 우파급다는 그에게 인연을 짓도록 하여 구족하도록 했다. 또 그가 마음으로 좌선(坐禪)하기만 좋아하면서 설법은 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을 보았다. 그래서 우파급다가 말했다. “선남자여, 네가 능히 나의 가르침을 받아 지닐 수 있다면 나는 마땅히 말하겠다.” 그가 대답했다. “저는 당연히 그렇게 하겠습니다.” 우파급다가 말했다. “너는 지금 마땅히 세 가지 종류의 법[三種法]을 연설해야 한다.” 그가 또 물었다. “어떠한 수다라(修多羅)를 제가 마땅히 말해야 합니까?” 우파급다가 말했다. “다문(多聞)에는 다섯 가지 공덕[五功德]이 있다. 그 첫째가 음방편(陰方便)이고, 둘째는 계방편(界方便)이며, 셋째는 입방편(入方便)이고, 넷째는 인연방편(因緣方便)이고, 다섯째는 다른 사람이 시키기를 기다리지 않고 설법으로 사람을 교화하는 일[說法化人]이다. 나는 이미 너에게 세 종류의 법을 가르쳐 주었다.” 그리고는 차례로 설법을 하였는데, 설법을 다 마치자 그는 아라한과를 얻었다. 그리고 산가지를 집어서 석굴 안으로 던졌다.
030_0392_b_01L이때 상인의 우두머리[商主]인 천호는 육구나(陸求那)풀어 번역하지 않는다국에 머물면서 항상 보시를 즐겨하면서 부처님에게 믿음을 내고 있었다. 그는 바다에 들어가려고 할 때에 사자후(師子吼)를 내어 말하였다. “만약 내가 바다로부터 무사히 편안하게 돌아오게 된다면, 나는 마땅히 불법 중에 5년(年) 간의 대회(大會)를 열겠다.” 일체의 모든 하늘은 그의 말을 듣고 그것을 받아 지녔으며, 그 나라 전체가 들었기에 알지 못하는 이가 없었다. 그들은 말했다. “천호 상주가 사자후를 하면서, ‘내가 바다에서 돌아오면 마땅히 불법에 5년 동안 대회를 열겠다’고 하였다.” 이때 한 아라한 비구니가 있었는데, 그 나라에 머물면서 사유하고 관찰하고 있었다. 그는 천호가 바다에서 무사히 편안하게 돌아올 것인가를 관찰하다가, 그 사람이 무사히 편안하게 돌아오게 될 것임을 보았다. 그리고 다시 그가 돌아와서 불법 중에 오 년 동안의 대회를 열 것임을 보았다. 또 그 모임에 얼마나 많은 승려가 화합하게 될 것인가를 보았는데, 그 숫자를 보니 1만 8천이 다 아라한이었고, 학인은 그보다 배나 많았으며, 범부(凡夫)도 무수히 많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그 무리 중에서 누가 상좌(上座)인가를 보다가, 곧 상좌의 이름이 아사타(阿娑陀)5)별 이름이다임을 알았다. 다시 아사타 상좌는 아라한인가 아나함인가 사타함인가 수다원인가를 관찰하다가, 즉시 상좌는 바로 범부인 사람임을 알았다. 또 그 사람은 정진하는가 게으른가를 관찰하다가, 그가 정진하는 것을 보았다. 그래서 문득 그에게 가서 묻고 싶어졌다. ‘스스로를 이익 되게 하고자 하는가, 아니면 남을 이익 되게 하고자 하는가?’ 그런데 스스로의 이익만을 지으려는 것임을 알았다. 그리하여 나한 비구니는 그 승가람(僧伽藍)6)에 이르러 차례에 따라 상좌에게 예배를 한 다음에 말했다. “대덕이시여, 당신은 단정하지 않습니다.” 상좌는 마음속으로 혼자 생각하였다. ‘이 자는 어째서 나를 단정하지 않다고 하는가?’ 그리고는 즉시 자신을 관찰하여 보았더니, 수염과 머리털이 너무 길었다. 그래서 바로 나이 어린 비구를 불러서 수염과 머리털을 깎게 했다. 이렇게 깎고 났을 때, 비구니는 다시 생각하였다. ‘이 대덕은 나의 말을 못 알아들은 것인가?’ 그렇게 생각해 보고는 곧 대덕이 자신의 말의 뜻을 이해하지 못했음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다시 승가람에 이르러 차례로 예배하고 말했다. “대덕이시여, 당신은 단정하지 못합니다.” 상좌가 생각했다. ‘나는 이미 수염과 머리털을 깎았는데 어찌하여 오히려 단정하지 않다고 하는가?’ 그리하여 다시 자신을 관찰하니 의복이 거칠고 찢어져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래서 나이 어린 제자를 불러 다시 옷을 빨고 염색하게 했다. 그렇게 물들이고 다듬기를 마친 뒤에 옷을 갈아입고서 단정히 앉아 있었다. 비구니는 다시 생각하였다. ‘대덕은 나의 말을 아는 것인가 모르는 것인가?’ 그렇게 생각해 보다가 곧 대덕이 말뜻을 알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다. 이렇게 하여 세 번째 다시 승가람에 도착한 나한 비구니는 차례대로 예배를 한 후에 말했다. “대덕은 단정하지 못합니다.” 그러자 대덕은 화를 내며 말했다. “나는 이미 수염과 머리털을 깎았고 옷도 빨아서 염색까지 마쳤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나를 보고 단정하지 않다고 합니까?” 비구니가 대덕에게 말했다. “어떻게 이런 것으로 불법을 장엄하려 하십니까? 만약 4과(果)7)를 얻는다면 이것이 불법을 장엄하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대덕께서는 상주 천호가 사자후를 내어, ‘내가 바다에서 무사히 편안하게 돌아오게 된다면 마땅히 불법 중에 5년 동안의 대회를 열겠다’고 한 말을 들으셨습니까?” 대덕이 대답했다. “들었습니다.” 다시 물었다. “대덕께서는 그때 모일 비구의 숫자를 아십니까?” 대덕이 대답했다. “알지 못합니다.” 그러자 비구니는 대회에 모일 비구의 수는 아라한이 1만 8천이나 되고, 학인은 그의 배나 되며 범부도 무수하게 많다는 것을 다 말해주었다. “대덕이시여, 이렇게 범부가 제일 상좌가 되어서 아라한 가운데 제일 먼저 공양을 받게 되는 일은, 이것은 장엄입니까 아닙니까?” 대덕은 이 말을 듣고 눈물을 흘리며 괴로워했다. 비구니가 말했다. “무슨 까닭으로 눈물을 흘립니까?” 대답했다. “자매여, 나는 지금 이미 늙었으므로 감당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비구니가 게송으로 말했다.
여래의 법을 보겠다면 따로 시절이 있는 것이 아니라네. 해탈을 얻고자 한다면 어느 때에라도 과(果)를 주리라.
그리고 또 말하였다. “대덕께서는 마땅히 나치파치 절로 가십시오. 그곳에는 우파급다라는 이름의 비구가 계시는데, 그 분은 부처님께서 ‘나의 제자 가운데에 교화에 으뜸이 가는 자이니라’라고 수기하신 분이십니다.” 그리하여 장로 비구는 차례차례 나아가서 마투라국의 나치파치 절에 이르렀다. 우파급다는 장로가 오는 것을 보고 즉시 나가 그를 영접하며 말했다. “대덕이시여, 발을 씻고 쉬십시오.” 비구가 대답했다. “저는 발을 씻기 전에 우파급다를 뵙고자 합니다.” 이때 우파급다의 제자가 말했다. “대덕이시여, 이 분이 우파급다이신데, 대덕을 영접하러 나오신 것입니다.” 비구가 그 말을 듣고는 마음으로 기뻐하며 즉시 발을 씻었다. 우파급다는 곧 그를 교화하고, 그에게 단월(檀越)을 찾아주었으며, 목욕을 하게하고 음식을 베풀면서 갖가지로 공양을 하였다. 그리고 유나(維那)8)에게 말했다. “지금 두 가지 해탈[二解脫]9)을 얻은 비구가 좌선처(坐禪處)에 들었다.” 그러자 1만 8천의 아라한이 다 좌선처에 들었다. 이때 그 비구는 제일선좌처(第一禪座處)에 들어 있다가 문득 잠이 들었다. 그런데 유나가 등(燈)을 그의 앞에 놓고는 또 손가락을 퉁기니, 비구가 잠에서 깨어나 갑자기 등을 잡으려 했다. 이때 우파급다는 화삼매(火三昧)에 들었고, 마찬가지로 1만 8천의 아라한 모두가 화삼매에 들었다. 비구가 이 광경을 보고는 마음에 기쁨을 내면서 게송으로 말했다. 일체의 모든 비구가 이 자리에 가부좌(跏趺坐)한 것이 마치 용이 서려 있는 것[盤龍] 같고 나무에 걸린 등(燈)과 같은 광명이라네.
그리고 우파급다는 교화하고 설법했다. 그러자 비구는 정진하고 사유하여 아라한과를 얻었다. 그렇게 하여 일을 다 마치고 그의 본국으로 돌아갔다. 아라한 비구니는 비구가 도착한 것을 보고는 승가람으로 가서 예배하고 말했다. “지금 대덕께서는 장엄하십니다.” 비구가 대답했다. “자매여, 당신의 힘 때문입니다.” 그리고 상주 천호는 무사히 편안하게 바다에서 돌아와 5년 동안 대회를 열었다. 이 모임에는 1만 8천의 아라한이 모였으며, 학인은 그 배나 되었고, 정진하는 범부는 셀 수도 없이 많았다. 대덕 상좌는 천호를 위하여 이렇게 축원하였다. “다발다가(多跋多柯) 제발다가(提跋多柯) 예파발다가(鷖婆跋多柯) 계발탐(鷄跋耽) 파비사저(婆鼻娑底).” 5년의 공덕을 지극한 정성으로 다 마치고 나서도 역시 이와 같이 축원하였다. 상주 천호는 상좌에게 물었다. “세존께서 갖가지로 설법하신 것이 상좌께서 ‘다발다가 제발다가 예파발다가 계발침 파비사저’라고 말한 것과 다름이 없습니까?” 상좌가 대답했다. “선남자여, 나는 너의 공덕을 생각하여 축원했다. 지난 세상의 91겁(劫) 전에 우리들은 상인의 우두머리[商主]가 되어 큰 선박을 경영하였는데, 바다에 들어가 보물을 채취하여 배에 가득 싣고 염부제로 돌아오고 있었다. 그런데 바다에서 큰 바람이 불더니 선박을 말아올려서 사해(沙海)에 떨어지게 하였다. 그곳에서 우리들은 비바시불(毘婆尸佛)10) 정각(正覺)을 위해 모래를 모아 탑을 만들고 진기한 보물로써 그 탑에 공양하였다. 그러자 모든 하늘이 우리에게 길을 보여주었고, 우리들은 즉시 다시 큰 배를 손질하고 단속하였다. 그때 하늘 사람이 말하였다. ‘7일 뒤에 큰물이 닥칠 것이니, 그때 너희들은 선박을 끌고 염부제로 들어가라.’ 그리고 드디어 7일 째 되는 날 큰물이 닥쳤으므로, 우리는 큰 배를 끌고 염부제로 들어갈 수 있었다. 나는 이 모래로 탑을 만든 인연으로 91겁을 지나도록 악도(惡道)11)에 떨어지지 않았고, 또 이 인연으로 지금 아라한과를 얻은 것이다. 너는 지금 1만 8천의 아라한과 그 배가 되는 학인과 수없이 많은 정진하는 범부들에게 공양했으니, 삼보(三寶)가 잇는 곳에 이미 다 공양을 한 것이다. 이런 까닭에 나는 축원하여 말하였던 것이다. ‘다발다가종피시(從彼時)라고 번역한다제발다가시시(是時) 예파발다가종차시(從此時)계발탐시시(是時)파비사저생(生).’ 그리고 또 선남자여, 생사의 괴로움은 끝이 없으니 너는 마땅히 불법에 출가하여라.” 그리하여 천호는 출가하여 아라한과를 얻었다.
030_0393_c_01L우파급다는 마투라국의 나치파치 절에 머물고 있었다. 마투라국에 사는 어떤 바라문이 항상 아견(我見)을 내었는데, 그가 부처님의 제자에게 물었다. “생사(生死)를 조작할 수 있는 사람이 있습니까?” 부처님의 제자가 대답했다. “바라문께서는 마땅히 나치파치 절로 가셔야겠습니다. 그곳에는 우파급다라는 이름의 비구가 계시는데, 그분은 항상 무아(無我)의 법을 설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바라문은 그 절을 찾아갔다. 그때 우파급다는 사부대중[四衆]을 위해 법을 설하고 있었는데, 우파급다가 바라문을 보고는 무아(無我)를 게송으로 말했다.
세간에는 나[我]란 없으며 또한 나의 소유도 없네. 사람도 없고 수명도 없고 오직 죽고 산다는 마음만 있을 뿐이네.
이때 바라문은 무아의 법을 말하는 것을 듣고는 바로 아견(我見)을 끊고 우파급다의 처소에 출가하였다. 우파급다가 그에게 법을 설해주자 바라문은 정진하고 사유하여 곧 아라한과를 얻었다. 바라문은 이미 해야 할 일을 마치고는 역시 산가지를 가져다가 석실(石室) 안에 놓았다.
그때 우파급다는 마투라국의 나치파치 절에 머물고 있었다. 한 선남자가 우파급다에 귀의하여 출가했는데, 항상 잠을 자는 것을 좋아하였다. 심지어 우파급다가 설법을 할 때에도 역시 잠을 잤다. 그래서 우파급다는 그를 선처(禪處)로 가도록 하였는데, 그곳에 도착하여 나무 아래에 가부좌하고 앉았으나 그는 그래도 여전히 잠을 자고 있었다. 우파급다는 신통력을 써서 그가 앉아있는 사방에다 깊은 구덩이를 만들었는데, 구덩이의 깊이가 1천 주(肘)나 되게 하여 그를 놀라 두려워하도록 하였다. 그때 비구가 이 깊은 구덩이를 보고는 갑자기 깜짝 놀라서 깨어났다. 그러자 우파급다는 다시 변술로 길을 만들어서 그가 걸어 나올 수 있게 했다. 비구는 그 길을 따라 나와서 우파급다의 처소로 찾아갔지만, 우파급다는 그에게 원래 그가 머물던 곳으로 아시 돌아가라고 하였다. 그러자 비구는 대답했다. “화상이시여, 그곳에는 깊은 구덩이가 있는데 깊이가 1천 주(肘)나 됩니다.” 우파급다가 말했다. “이 구덩이의 깊이는 오히려 얕은 것이다. 생사의 깊은 구덩이야말로 참으로 넓고 크다. 말하자면 생과 노와 병과 사(死)와 우(憂)와 비(悲)와 고(苦)와 뇌(惱)가 그렇다는 것이다. 만약 사람이 4제(四諦)를 알지 못한다면 그 가운데에 떨어지고 만다.” 이때 비구는 다시 그 나무 아래로 가서 가부좌하고 앉았는데, 마음으로 깊은 구덩이가 있음을 생각하니 두려워서 다시는 잠을 자지 않게 되었다. 그렇게 두려워했기 때문에 사유하고 정진하면서 모든 번뇌를 제거하고 아라한과를 얻었다. 그리고 산가지를 취해 석실 안에 놓았다.
030_0394_a_01L우파급다는 마투라국의 나치파치 절에 머물고 있었다. 동국(東國) 사람인 한 선남자가 불법에 출가하였는데, 급사(給事) 일을 잘 보았다. 그래서 가는 절마다 모든 비구들이 그에게 급사를 맡게 했다. 여러 비구들은 그에게 말했다. “만약 단월(檀越)이 너의 처소에 찾아오거든, 너는 마땅히 교화하여 그로 하여금 공덕을 짓게 하여라.” 급사는 그렇게 교화를 하다가 극도로 피로해져서 생각했다. ‘누가 능히 나를 위해 설법하고 교화해 줄 사람이 있을까?’ 그런데 마투라국에 우파급다라는 이름의 비구가 있으며, 부처님께서 예언하시기를 그가 교화에는 제자 가운데 가장 으뜸이라고 수기했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그래서 즉시 그곳으로 찾아가서, 도착하여 우파급다의 발에 예배하고 합장하여 말했다. “대덕이시여, 부처님께서는 이미 열반에 드셨고 대덕께서는 지금 불사(佛事)를 짓고 계시니, 부디 저를 위해 설법해 주십시오.” 이때 우파급다는 사유하여, 그는 최후신(最後身)으로 능히 생사를 두려워할 줄 안다는 것을 보았다. 다시 또 ‘무슨 까닭으로 성도(聖道)를 얻지 못했을까?’ 하고 생각하여서, 그의 인연이 충족되지 않았음을 보았다. 그래서 또 어떤 방편을 써야 그의 인연을 만족하게 할 수 있을까 생각하였는데, 만약 급사가 되게 한다면 인연이 마땅히 충족되리라는 것을 알았다. 그렇지만 또 생각해 보니 그의 피로가 극심하여 급사를 할 수 없겠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우파급다는 말했다. “선남자여, 나의 가르침에 따른다면 마땅히 설법해 주리라.” 대답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우파급다가 말했다. “너는 마땅히 비구들을 위해 다시 급사가 되어라.” 대답했다. “대덕이시여, 저는 마투라국 사람 중에 누가 정진하고 누가 정진하지 않는가를 알지 못합니다.” 대덕이 말했다. “너는 일찍 일어나서 나라에 들어갈 수 있겠는가?” 대답했다.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비구가 또 물었다. “이 절에는 비구의 수가 얼마나 됩니까?” 대덕이 대답했다. “1만 8천의 아라한과 그리고 그 배가 되는 학인이 있으며, 정진하는 범부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래서 그 비구는 곧 모든 비구를 위한 급사가 되어, 모든 비구들이 오로지 도업(道業)만을 닦을 수 있도록 하였다. 그리하여 급사 비구는 아침 일찍 일어나 가사를 입고 발우를 들고 마투라국으로 들어갔다. 마침 어떤 장자가 마투라국에서 나오다가 이 비구와 만나게 되었다. 두 사람이 일찍이 서로 만난 적이 없어서 그때 처음 비구를 보았을 뿐인데, 장자는 보자마자 비구의 발에 예배를 올렸다. 예배를 마치고는 물었다. “대덕이시여, 먼 곳에서 왔습니까, 가까운 곳에서 왔습니까?” 비구가 대답했다. “동국(東國)에서 왔습니다.” 장자가 물었다. “무슨 일로 왔습니까?” 비구가 대답했다. “나는 우파급다의 처소에 찾아가 법을 들으려고 왔습니다. 그런데 우파급다께서는 나로 하여금 비구를 위해 급사가 되라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나는 지금 마투라국 사람 중에 누가 정진하고 누가 정진하지 않는지를 알지도 못합니다.” 장자가 말했다. “그대는 지금 부디 이 일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마십시오. 제가 마땅히 당신을 대신하여 비구들의 급사가 되어 일체의 음식과 의복과 의약을 다 제공하겠습니다.” 그리하여 비구는 장자와 더불어 음식 등을 가지고 비구들에게 공양하였고, 석 달 동안의 안거(安居)에 들어갔다. 그리고 비구는 사유하며 지은 공덕으로 아라한과를 얻었다. 그리고 산가지를 가져다 석굴 안에 놓았다.
030_0394_c_01L이때 동국(東國)에 한 선남자가 있어 불법에 출가하였다. 그는 물건을 만드는 일에 능숙했으므로, 가서 사는 곳마다 모든 비구들은 그에게 절이나 집을 짓는 일을 맡겼다. 그렇게 매일 쉬지 않고 일을 하다 보니 극도의 피로가 쌓여서, 비구는 혼자 생각했다. ‘나는 좌선(坐禪)하며 사유하고 싶다. 부처님께서 이미 옛날에 말씀하시기를, 모든 비구들은 마땅히 좌선하고 도를 닦아야 하며, 방일해서는 안 된다고 하셨다.’ 그리고 즉시 혼자 마음으로 생각했다. ‘누가 능히 나를 위해 설법하고 교화해 줄 수 있겠는가?’ 그런데 마투라국에 우파급다라는 이름의 비구가 있으며, 부처님께서 예언하시기를 그의 교화는 제자 가운데 가장 으뜸이 될 것이라고 수기했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그래서 즉시 그곳으로 찾아가서 예배하고 합장하여 말했다. “대덕이시여, 부처님께서는 이미 열반하셨고 이제 대덕께서 불사(佛事)를 짓고 계시니, 저를 위해 설법해 주십시오.” 우파급다는 그가 최후신으로 생사를 두려워하고 있음을 보았다. 그리고 다시 ‘무슨 까닭으로 성도(聖道)는 이루지 못했는가’를 생각하다가 아직 인연이 충족되지 않았음을 보았다. 그래서 어떤 방편으로 그의 인연을 만족시킬 수 있을까를 생각하다가, 물건 만드는 일을 하게 하는 것이 마땅히 인연을 충족시키는 길임을 알았다. 그런데 또 그가 극도로 피로하여 물건을 만들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에, 우파급다가 말했다. “선남자여, 나의 가르침을 따른다면 마땅히 설법을 해주리라.” 대답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우파급다가 말했다. “만약 절이 세워지지 않은 땅이 있다면 마땅히 그곳에 절을 세우도록 하여라. 부처님께서도 이미 ‘만약 절이 세워지지 않는 땅이 있는데 어떤 사람이 그곳에 절을 세울 수 있다면, 그는 마땅히 범공덕(梵功德)을 얻으리라’고 말씀하셨다.” 그가 대답했다. “대덕이시여, 저는 마투라국에서 누가 정진하고 누가 정진하지 않는가를 알지 못합니다.” 대덕이 말했다. “선남자여, 너는 능히 아침 일찍 일어나 가사를 입고 발우를 들고 나라 안에 들어갈 수 있겠느냐?” 대답했다.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일찍 일어나 발우를 가지고 나라에 들어갔다. 그런데 마침 한 장자(長者)가 마투라국을 나오다가 이 비구를 만나게 되었다. 일찍이 서로 만난 적도 없고 지금 처음으로 이 비구를 보았지만, 보고마자 발에 예배 하고 물었다. “대덕이시여, 멀리서 오십니까, 가까운 곳에서 오십니까?” 비구가 대답했다. “동국(東國)에서 왔습니다.” 장자가 물었다. “무슨 일로 왔습니까?” 비구가 대답했다. “나는 우파급다의 처소를 찾아 법을 들으려고 왔습니다. 그런데 우파급다께서는 나에게 ‘만약 절이 세워지지 않은 땅이 있다면 네가 마땅히 절을 세우도록 하라’고 말했습니다. 나는 지금 마투라국에서 누가 정진하고, 누가 정진하지 않는가를 알지 못합니다.” 장자가 말했다. “대덕이시여, 지금 모름지기 이 일에 대해서는 생각지 마십시오. 제가 마땅히 비구를 위해서 갖가지 도구를 마련하겠습니다.” 이때 비구는 장자와 더불어 절이 세워지지 않은 곳에 절을 세우고자 장자와 같이 줄을 잡고 측량했다. 줄이 땅에 닿지 않으면 그 사이에 사유하면서, 그렇게 지은 공덕으로 일체의 번뇌를 제거하고 즉시 아라한과를 얻었다. 그리고 산가지를 가져다 석실 안에 던졌다.
이때 마투라국에 한 선남자가 있어 우파급다에게 출가했으나, 음식에 탐을 내었기 때문에 성도(聖道)를 얻지 못했다. 어느 날 우파급다가 말했다. “내가 내일 너에게 음식을 주겠다.” 이튿날이 되자 한 그릇에는 죽을 가득 담고, 다른 하나는 빈 그릇인 것을 그의 앞에 각각 놓고는 말했다. “너는 이제 음식을 먹어서 이 그릇을 비우도록 하라.” 그리고 또 말했다. “이 죽은 식혀가면서 천천히 먹도록 하라.” 이 비구는 음식에 탐욕을 부렸으므로 많이 먹고 싶은 마음에 입으로 불어서 죽을 식혔다. 이렇게 한 두 차례 하고 나서 화상에게 말했다. “저는 이미 죽을 다 식혔습니다.” 우파급다가 말했다. “네가 비록 우유죽을 식히기는 하였으나, 너의 마음에는 욕애(欲愛)의 불길이 있구나. 다시 너의 탐욕의 뜨거움을 식히도록 하여라. 부정관(不淨觀)을 물을 삼아서 이 마음의 뜨거움을 제거하여라. 만약 음식을 좋아한다면 마땅히 약을 복용하듯이 하여야 한다.” 이때 비구는 죽을 다 먹고 나서 바로 토했는데, 그것이 빈 그릇에 가득 찼다. 우파급다가 말했다. “너는 마땅히 그것을 먹어야 한다.” 비구가 아뢰었다. “화상이시여, 이것은 토한 것이라 더러운데 어떻게 먹을 수가 있겠습니까?” 우파급다가 다시 말했다. “너는 지금 마땅히 일체의 법이 깨끗하지 못하여 마치 토해낸 것과 같다는 것을 관찰하여라.” 우파급다는 즉시 설법하였고, 그는 법을 듣고는 정진하고 사유하여 아라한과를 얻었다. 그리고는 산가지를 취해 석실 안에 놓았다.
030_0395_b_01L이때 남천축국(南天竺國)에 한 선남자가 있었는데, 불법에 출가하여 욕심이 적고 만족할 줄 알아 영화(榮華)를 즐겨하지 않았다. 소유(蘇油)를 몸에 바르지도 않고 더운 물에 목욕하지도 않았으며, 소유도 먹지 않고 항상 생사를 두려워했다. 그러나 4대(大)12)에 힘이 없었기 때문에 성도(聖道)를 얻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마음으로 생각했다. ‘누가 능히 나를 위해 설법해 줄 수 있을까?’ 그러다가 마투라국에 우파급다라는 비구가 있는데, 부처님께서 예언하시기를 그가 교화에는 제자 가운데 가장 으뜸이 될 것이라 하셨다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즉시 그의 처소로 찾아가서 합장하여 예경(禮敬)을 올리고 말했다. “대덕이시여, 부처님께서는 이미 열반하셨습니다. 지금은 대덕께서 불사를 짓고 계시니 저를 위해 설법해 주십시오.” 우파급다는 그가 최후의 몸으로 생사를 두려워하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다시 ‘무슨 까닭으로 성도(聖道)를 얻지 못했을까’라고 생각해 보았다. 그래서 그것은 바로 4대(大)가 힘이 없기 때문인데, 그가 항상 거칠고 나쁜 것[麤惡]을 즐기고 영화를 원하지 않아서 그렇게 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우파급다가 말했다. “선남자여, 마땅히 나의 가르침을 따른다면 나는 설법해 주리라.” 대답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우파급다는 그를 교화하기 위하여, 모든 단월(檀越)로 하여금 갖가지 음식을 베풀게 하고 여러 비구들이 목욕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리고 또 나이 어린 비구에게 말했다. “네가 이 비구를 목욕시켜 드려라.” 나이 어린 비구는 소유를 그의 몸을 문지르고 더운 물에 목욕하게 하였다. 그리고 식사 때가 되면 갖가지 맛있는 음식을 그에게 먹게 하였다. 그 비구가 그 음식들을 다 먹고 나자 며칠 만에 몸에 기력(氣力)이 생겼다. 이때 우파급다는 그를 위해 설법했으며 이 비구는 정진하고 사유하여 곧 아라한과를 얻었다. 그리고는 산가지를 가져다가 석실 안에 놓았다.
030_0395_c_01L마투라국에 한 남자가 있었는데 그는 부모에게 여쭈어 출가하기를 구하고 우파급다의 처소로 갔다. 도착하자 발에 예배하고 아뢰었다. “대덕이시여, 저도 불법 가운데에 출가하여 비구가 되어 구족계(具足戒)를 받을 수 있겠습니까? 저는 세존의 법 가운데 범행(梵行)을 수행하고자 합니다.” 우파급다는 그의 몸이 애욕에 묶여 있는 것을 보고 말했다. “잘 왔다. 내 마땅히 너를 출가시켜 주겠다.” 그 사람은 이 말을 듣고 장로의 발에 예배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가는 도중에 문득 이런 생각을 하였다. ‘내가 만약 집에 갔을 때에 혹 억지로 잡는 일이 생기면 출가를 못 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마침 가는 길 중간에 신묘(神廟)가 하나 있기에, 그곳에서 잠을 자게 되었다. 우파급다는 즉시 신통력으로써 두 명의 나찰을 만들었다. 그 중 하나는 시체를 가지고 묘 안에 들어가게 하고 다른 하나는 빈손으로 가게 했다. 묘 안에 들어서자 두 나찰은 시체를 가지고 서로 다투기 시작하였다. 한 나찰이 먼저 말했다. “내가 이 시체를 얻은 것이다.” 그러자 다른 나찰이 또 말했다. “이 시체는 내가 얻은 것이다.” 그렇게 두 나찰은 서로 다투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게 되자 마침내 이 사람에게 물었다. “누가 이 시체를 가지고 묘로 들어왔는가?” 이 사람은 생각했다. ‘만약 내가 바른대로 말한다면 저 빈손으로 온 자가 반드시 나를 죽일 것이며, 만약 바른대로 말하지 않는다면 시체를 가지고 온 자가 또 나를 죽일 것이다. 그렇다면 어차피 죽게 될 것인데, 거짓말을 하지는 않으리라.’ 그리고는 곧 귀신에게 말했다. “이 시체는 저 분이 가지고 왔습니다.” 그러자 빈손으로 온 귀신이 즉시 그의 팔을 끌어서 그를 잡아먹으려고 하였다. 그러나 시체를 가지고 온 귀신이 그를 도와서 붙잡힌 팔을 벗어나게 해주었다. 또 그의 다리를 끌어다 먹으려고 하였는데, 시체를 가지고 온 귀신이 또 그를 도와서 벗어나게 해주었다. 이렇게 한참을 하다 보니 드디어 해가 떠올랐다. 다시 이틀이 지난 뒤 그는 우파급다의 처소로 갔다. 이렇게 하여 출가하였고, 그 뒤로 정진하여 도를 닦아 곧 아라한과를 얻었다. 그리고는 산가지를 취해서 석실 안에 놓았다.
1)부처님을 만나지 못하고 정법을 듣지 못하는 등의 여덟 가지 장애와 난관을 8난, 혹은 8난처(難處)라고 하는데, 여기서는 난처에 있는 중생이라는 뜻이다.
2)용분신삼매(龍奮迅三昧)는 마치 용처럼 빠르게 떨치고 일어나 용맹한 위력을 나타내는 삼매라는 뜻이다.
3)각지(覺支)란 깨달음을 얻기 위한 실천 방법을 말한다. 각분(覺分)ㆍ보리분(菩提分)이라고도 한다. 각(覺)이란 개오(開悟)를 가리키고, 지(支)는 성분(成分)ㆍ요소(要素)를 가리키는 말이다. 그러므로 그 뜻은 도법을 수행하는 방법을 가리키게 되는 것이다. 넓은 의미로 말하면 37도품(道品)을 가리키고 좁은 의미로는 7각지(覺支)를 가리키는 말이 된다.
4)『본생경(本生經)』은 9부경 중의 하나로, 석가모니가 과거세에 각종 다른 몸을 받아서 보살도를 행하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 가운데 미륵과 같은 제자들이나 아미타불과 같은 여러 부처의 본생 고사를 싣고 있다.
5)아사다(阿娑荼) 또는 아사타(阿娑陀)라고 쓴다. 범어 Āṣāḍha의 음을 취한 것으로, 액사다(額沙荼)ㆍ아사타(阿沙姹)ㆍ아사타마세(阿沙姹麽洗) 등으로 쓰기도 한다. 인도의 역법(曆法)에서 12달 가운데 네 번째 달의 이름이다.
6)승가람마(僧伽藍摩)를 줄여서 보통 승가람(僧伽藍)이라고 한다. 스님들이 한 데 모여서 수행하고 생활하는 곳, 즉 절을 뜻하는 말이다. 무리, 또는 모임이라는 뜻을 지닌 ‘상가’와, 정원 또는 담장을 두른 집이라는 뜻의 ‘아라마’가 결합된 말인 상가 아라마(saṃgha-ārāma)를 음역한 말이다.
7)수행자가 도달하는 네 단계의 경지, 즉 번뇌가 단절되어 가는 경지를 넷으로 구분한 성자의 단계적 지위를 말한다.
8)유나(維那)는 선가에서 포살, 즉 계행(戒行)과 율의(律儀)를 관장하는 승려이다.
9)2해탈(解脫)이란 두 가지 해탈을 가리키는 말로, 업승(業繩)을 결박을 풀고 자재를 얻는 것을 해탈이라고 하는 것이다. 해탈의 종류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유위해탈(有爲解脫)과 무위해탈(無爲解脫)이라고도 하며, 또 성정해탈(性淨解脫)과 장진해탈(障盡解脫)이라고도 하며, 혜해탈(慧解脫)과 구해탈(俱解脫)이라고도 한다. 그리고 일시해탈(一時解脫)과 불시해탈(不時解脫)이라고도 하며, 심해탈(心解脫)과 혜해탈(慧解脫)이라고도 한다.
10)범어 Vipasyin을 음역한 것으로, 비발시(毘鉢尸)ㆍ빈바시(頻婆尸)라고도 하며, 의역하여 승관불(勝觀佛)ㆍ정관불(淨觀佛)ㆍ변견불(遍見佛)ㆍ종종견불(種種見佛)이라 부른다. 과거 7불 중 제1불로, 사람의 수명이 8만 세이던 시대에 반두바제성(般頭婆提城)에서 태어났다. 찰제리(刹帝利) 출신으로서 성은 구담(瞿曇)이고 부친은 반두(般頭)이며 모친은 반두바제(般頭婆提)이다. 파파라수(波波羅樹) 아래서 성도한 뒤 널리 중생을 제도하였다.
11)악도(惡道)는 선도(善道)의 반대가 되는 말로, 악취(惡趣)와 같이 쓰이는 말이다. 도(道)는 통한다는 뜻으로, 생전에 지은 악업으로 사후에 가게 되는 고통스럽고 나쁜 곳을 가리키는 말이다. 주로 지옥을 가리킨다. 6도(道) 중에서는 보통 지옥과 아귀와 축생의 세 가지를 3악도라고 하고, 아수라(阿修羅)와 인간과 천상(天上)은 3선도(善道)라고 한다. 그 외에 4악도라고 할 때에는 지옥과 아귀와 축생과 아수라를 가리키고, 5악도라고 하면 지옥과 아귀와 축생과 인간과 천상을 가리킨다.
12)지(地)ㆍ수(水)ㆍ화(火)ㆍ풍(風)의 4대(大)가 일체의 색법(色法)을 만들어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