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030_0417_b_01L잡비유경(雜譬喩經)
030_0417_b_01L雜譬喩經

비구 도략(道略) 집(集)
030_0417_b_02L比丘道略集
030_0417_b_03L
작리사의 스님이 사미를 데리고 산에서 내려온 비유(雀離寺師將沙彌下喩)
성왕이 9백 99명의 아들을 낳은 비유(聖王生九百九十九子喩)
형제 두 사람이 함께 사문이 된 비유(兄弟二人共爲沙門喩)
풍류잡이가 갖가지 풍류를 울린 비유(伎兒作種種伎喩)
비구가 배척을 당한 비유(比丘被擯喩)
목련이 제자들과 기사굴산에서 내려온 비유(目連與弟子下耆闍崛山喩)
희근의 비유(喜根喩)
조각가와 화가의 비유(木師畫師喩)
대가섭의 아내가 된 인연의 비유(大迦葉婦因緣喩)
형은 선정을 좋아하고 아우는 다문을 좋아한 비유(兄好禪弟好多聞喩)
나운주의 비유(羅云珠喩)
용이 하늘에 올라간 비유(龍昇天喩)
대중 가운데 땅을 깨끗이 쓰는 큰 행을 한 비유(於僧淨地大行喩)
귀인의 침을 발로 밟은 비유(與貴人踏唾喩)
부처님이 제자들과 사위성에 들어가 걸식한 비유(佛與弟子入舍衛乞食喩)
의사가 왕의 병을 치료한 비유(醫師治王病喩)
나쁜 비의 비유(惡雨喩)
아수라가 된 인연의 비유(阿修羅因緣喩)
왕자가 산에 들어간 비유(王子入山喩)
녹림의 비유(鹿林喩)
시리구다의 비유(尸利求多喩)
바라문에게 걸식한 비유(從婆羅門乞食喩)
촌사람의 비유(田舍人喩)
용을 저주한 비유(呪龍喩)
돌이 길에 놓인 비유(石當道喩)
뱀의 머리와 꼬리가 서로 다툰 비유(蛇頭尾共諍喩)
새잡는 사람의 비유(捕鳥師喩)
5백 명의 역사가 사문이 된 비유(五百力士爲沙門喩)
세 가지 견고한 출요의 비유(三堅要喩)
타락을 팔아 생활한 비유(賣酪自存喩)
5백 명의 상인이 바다에 들어가 보물을 구한 비유(五百賈客入海求寶喩)
겁이 다해 불에 타는 인연의 비유(劫盡燒因緣喩)
귀인이 비구니가 된 인연의 비유(貴人爲比丘尼因緣喩)
초목이 모두 약이 되는 비유(草木皆可爲藥喩)
백정의 비유(屠兒喩)
왕이 보시를 좋아한 비유(王好布施喩)
용이 물을 간직한 비유(龍藏水喩)
성왕이 금바퀴를 가지게 된 비유(聖王得輪因緣喩)
범왕이 장수한 비유(梵王長壽喩)

1

옛날 작리사(雀離寺)에 아라한의 도를 얻은 어떤 장로 비구가 있었다.
그는 한 사미를 데리고 산에서 내려와 장안으로 구경하러 들어가면서, 가사와 바루가 크고 무거워 사미를 시켜 그것을 가지고 뒤를 따라오게 하였다.
030_0417_b_03L雀離寺師將沙彌下喩
聖王生九百九十九子喩
兄弟二人共爲沙門喩
伎兒作種種伎喩 比丘被擯喩
目連與弟子下耆闍崛山喩 喜根喩
木師畫師喩 大迦葉婦因緣喩
兄好禪弟好多聞喩 羅云珠喩
龍昇天喩 於僧淨地大行喩
與貴人踏唾喩
佛與弟子入舍衛乞食喩
醫師治王病喩 惡雨喩
阿修羅因緣喩 王子入山喩
鹿林喩
尸利求多喩 從婆羅門乞食喩
田舍人喩 呪龍喩
石當道喩 蛇頭尾共諍喩
捕鳥師喩 五百力士爲沙門喩
三堅要喩 賣酪自存喩
五百賈客入海求寶喩
劫盡燒因緣喩
貴人爲比丘尼因緣喩
草木皆可爲藥喩 屠兒喩
王好布施喩 龍藏水喩
聖王得輪因緣喩 梵王長壽喩
昔雀離寺有一長老比丘得羅漢道將一沙彌時復來下入城遊觀衣鉢大重令沙彌擔隨從其後
도중에서 사미는 생각하였다.
‘사람이 세상에 나면 괴로움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이 괴로움을 면하려면 어떤 도를 닦아야 할까?’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부처님께서는 항상 보살이 훌륭하다고 찬탄하신다. 나도 이제 보살의 마음을 내리라.’
030_0417_c_08L沙彌道中便作是念人生世閒無不受苦欲免此苦當與何等道作是思惟佛常讚歎菩薩爲勝我今當發菩薩心
이렇게 생각하자, 그 스승은 곧 남의 마음 아는 신통으로 그가 생각하는 것을 비추어 보고 사미에게 말하였다.
“그 가사와 발우를 이리 가지고 오라.”
사미는 가사와 발우를 가져다 스승에게 드렸다. 스승은 사미에게 말하였다.
“네가 앞서 가라.”
030_0417_c_11L適作是其師卽以知他心通照其所念沙彌言持衣鉢來沙彌持衣鉢授與其師師語沙彌汝在前行
사미는 앞서 가면서 다시 생각하였다.
‘보살의 도는 매우 힘들고 괴로운 것이다. 머리를 달라면 머리를 주고, 눈을 달라면 눈을 주어야 한다. 이 일은 극히 어려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차라리 일찍 아라한이 되어 빨리 괴로움을 떠나는 것만 못하다.’
030_0417_c_14L沙彌適在前行復作是念菩薩之道甚大勤苦求頭與頭求眼與眼此事極難非我所辦不如早取羅漢疾得離苦
스승은 또 그 생각하는 것을 알고 사미에게 말하였다.
“너는 도로 이 가사와 발우를 가지고 내 뒤를 따라오라.”
이렇게 세 번 되풀이하였다. 사미는 놀라고 이상히 여기면서 무슨 뜻인지 알지 못하여, 스승 앞에 나아가 합장하고 “무슨 뜻입니까?” 라고 물었다.
030_0417_c_17L師復知其所念語沙彌言汝擔衣鉢還從我後如是三反沙彌怪愕不知何意前至所止處叉手白師請問其意
스승은 대답하였다.
“네가 보살의 도에 세 번 나아갔기 때문에 나도 세 번 너를 밀어 앞에 세웠고, 네 마음이 세 번 물러났기 때문에 나는 너를 밀쳐 뒤에 세웠다. 그렇게 한 까닭은, 보살의 마음을 내는 그 공덕은 삼천세계에 가득 차게 아라한을 성취한 것보다 훌륭하기 때문이다.”
030_0417_c_20L師答曰汝於菩薩道三進故我亦三反推汝在前汝心三退故推汝在後所以爾者發菩薩心其功德勝滿三千世界成就羅漢故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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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옛날 어떤 전륜성왕이 먼저 아들 9백 99명을 낳았는데, 모두 크게 자라 얼굴이 단정하고 뛰어나게 좋으며, 총명하고 지혜로우며 아울러 힘까지 세었다.
어떤 이는 스물여덟 가지 모양을 갖추었고, 어떤 이는 서른 가지 모양을 갖추었으며, 또 어떤 이는 서른한 가지 모양을 갖추었다.
마지막 아들이 처음으로 어머니 태에 들어가 오로(惡露)의 더러움 속에 있었다.
030_0418_a_01L昔有轉輪聖王先生九百九十九子皆悉成大端正殊好聰明黠慧兼有身力或有具二十八相者或具三十相者或具三十一相者末後一子始入母胎處于惡露不淨之閒
그때 큰 힘을 가진 여덟 무리 귀신들은 풍악을 울리고 노래를 부르면서 어머니를 호위해 모시었고, 왕도 좌우에 명령하여 공양을 갖추고 갖가지로 장엄하되 보통 때보다 세 배나 더하게 하였다.
그때 어떤 사람이 왕에게 아뢰었다.
“먼저 난 여러 아들이 이제 모두 장성하여 지혜롭고 총명하며 몸에 갖춘 모양이 뛰어나고 묘하지마는 왕의 마음은 예사로워 기뻐하신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저 아들은 처음으로 어머니 태에 들었는데 어떤 기특한 일이 있기에 공급하는 것이 보통과 다르십니까?”
030_0418_a_06L時有八部大力鬼神鼓樂絃歌侍衛其母亦宣勅左右令具供養種種嚴飾參倍於常時人白王曰王先諸子皆成大智慧聰徹身相殊妙王心平然未常欣慶今此一子始處母胎何奇特供給異常耶
왕은 대답하였다.
“내 큰 아들들은 비록 재주와 아름다움이 남보다 뛰어나지마는 큰 지위에 오를 만한 능력이 없고, 끝의 아들은 자라면 반드시 큰 지위를 이을 만한 능력이 있을 것이다.”
030_0418_a_12L時王答曰吾大子等雖才美過人未有堪任登大位者吾末後子若生長大必當堪任嗣大位也
그 때의 그 성왕은 부처님에 비유한 것이요, 여러 큰 아들은 아래의 이승(二乘)에 비유한 것이며, 끝의 아들은 보살에 비유한 것이다.
이것은 보살은 비록 번뇌에 섞이더라도 오로지 큰 뜻만 내기 때문에 여러 부처님의 사랑을 받고, 하늘과 용과 귀신들이 모두 사랑하고 공경한다는 것을 말한 것이다.
030_0418_a_15L時聖王者喩如佛也諸大子者喩如下二乘也末後處子喩菩薩也言菩薩雖雜塵垢但能發大意必爲諸佛所念天龍鬼神皆興敬愛之也

3

옛날 가섭부처님 때에 어떤 두 형제가 함께 집을 나와 사문이 되었다. 형은 계율을 지키고 좌선하기를 좋아하여 일심으로 도를 구하였으나 보시하기를 좋아하지 않았고, 아우는 보시하기를 좋아하여 복을 닦았으나 계율을 깨뜨리기를 좋아하였다.
030_0418_a_19L昔迦葉佛時有兄弟二人出家俱爲沙門兄好持戒坐禪一心求道而不好布施弟好布施修福而喜破戒
030_0418_b_01L석가문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오시자, 그 형은 부처님을 만나 집을 떠나 도를 닦아서 곧 아라한이 되었다. 그러나 유독 복이 엷어 항상 의식(衣食)의 모자람을 걱정하였고, 여러 동무들과 돌아다니면서 걸식하였으나 언제나 그 혼자만은 배불리 먹지 못하고 돌아왔다.
아우는 코끼리로 태어나 힘이 세어 적을 잘 물리쳤기 때문에 왕의 사랑을 받았다. 그래서 왕은 좋은 금ㆍ은과 보배 영락으로 그 몸을 장식하고 수백 호(戶)의 읍(邑)을 봉(封)해 주고 그의 필요에 따라 무엇이나 공급하였다.
030_0418_a_22L迦文出世其兄値佛出家修道卽得羅漢而獨薄福常患衣食不充與諸伴等遊行乞食常獨不飽而還其弟生象中爲象多力能卻怨敵爲國王所愛以好金銀珍寶瓔珞其身封數百戶邑供給此象隨其所須
그때 그 형 비구는 세상의 큰 흉년을 만나 이레 동안이나 다니면서 걸식하였으나 얻지 못하다가, 마지막에야 거친 밥을 조금 얻어 겨우 목숨을 보존하였다.
그는 그 코끼리와 전생에 형제였던 것을 알고, 곧 코끼리 앞에 나아가 손으로 코끼리 귀를 잡고 말하였다.
“나는 너와 함께 죄가 있다.”
030_0418_b_05L時兄比丘者値世大儉遊行乞食七日不得末後得少麤食殆得存命先知此象是前世兄弟便往詣象前手捉象耳而語之言我與汝俱有罪也
코끼리도 비구의 말을 생각하다가 스스로 전생 일을 아는 신통을 얻어 전세의 인연을 보고는, 곧 근심에 잠겨 다시는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코끼리를 맡은 사람은 두려워하여 왕에게 가서 아뢰었다.
“코끼리가 아무것도 먹지 않는데 그 뜻을 모르겠습니다.”
030_0418_b_09L象便思惟比丘語卽得自識宿命見前世因象便愁憂不復飮食象子怖懼便往白王言象不復飮食不知何意
왕은 그에게 물었다.
“어떤 사람이 그 코끼리를 건드린 일이 있는가?”
“다른 사람은 없었고, 어떤 사문 코끼리 곁에 조금 있다가 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030_0418_b_12L問象子先有人犯此象不象子答王無他異人唯見一沙門來至象邊須臾便去耳
왕은 곧 사람을 보내어 사방으로 그 사문을 찾게 하였다. 어떤 사람이 숲속에서 그를 발견하여 왕의 앞으로 데리고 갔다.
왕은 사문에게 물었다.
“내 코끼리 곁에 와서 무어라고 한 말이 있는가?”
030_0418_b_15L王卽遣人四出覓此沙有人於林樹閒得便攝此沙門將詣王前王問沙門言至我象邊何所道說
그는 대답하였다.
“여러 말은 하지 않았고 코끼리에게 ‘나는 너와 함께 죄가 있다’고 말했을 뿐입니다.”
그리고 사문은 왕에게 전생의 인연을 자세히 설명하였다.
왕은 그 사정을 이해하고, 사문을 놓아주어 사는 곳으로 돌아가게 하였다.
030_0418_b_18L沙門答王言無所多說我直語象言我與汝俱有罪耳時沙門便向王具說前世因緣事王意便悟卽放此沙門令還所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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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옛날 어떤 풍류잡이가 갖가지 풍류를 울리고, 한 부유한 장자에게 소를 빌리려 하였다. 그러나 그 장자는 끝내 줄 마음이 없어 그에게 말하였다.
“네가 능히 밤낮을 쉬지 않고 1년 동안 그렇게 부지런히 풍류를 울리면 너에게 소를 주리라.”
030_0418_b_21L昔有伎兒作種種伎樂從一富長者乞牛長者了無與心故語之言汝能如是勤作伎樂晝夜不息滿一歲者我當與汝牛
풍류잡이는 할 수 있다고 대답하고, 다시 그 주인에게 말하였다.
“그처럼 들을 수 있겠습니까?”
장자도 할 수 있다고 대답하였다.
030_0418_c_02L伎兒答言復語主人能聽不長者亦言
이에 풍류잡이는 그 말을 듣고 기뻐하여 일심으로 풍류를 울리되, 사흘 낮 사흘 밤을 쉬지 않았다. 장자는 듣기에 싫증이 나서 자제들을 시켜 소를 끌어다 주었다.
030_0418_c_03L於是伎兒聞是歡喜一心作樂三日三夜未嘗休懈長者厭聽已卽勅子弟牽牛與之
이 비유는 도를 행하여 복을 지으려는 사람은 겁(劫)의 수를 멀다고 생각하지 말고, 노력하기를 더욱 열심히 할수록 그 갚음은 더욱 빨라서, 꼭 그 겁 수를 다 지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말한 것이다.
030_0418_c_05L喩行道作福者不以劫數爲遠精勤彌篤報至彌疾不必皆經爾數劫也

5

옛날 한 비구가 비구들에게 배척을 당하여 눈물을 흘리면서 슬피 울고 가다가 길에서 한 귀신을 만났다. 그 귀신은 법을 범하여 비사문천왕에게 쫓겨났던 것이다.
030_0418_c_07L昔有一比丘被擯懊惱悲歎涕哭而道逢一鬼此鬼犯法亦爲毘沙門天王所擯
그때 귀신은 비구에게 물었다.
“너는 무슨 일로 울면서 가는가?”
비구는 대답하였다.
“나는 교단의 법을 범하여 배척을 당하였기 때문에 모든 시주들의 공양을 잃고, 또 나쁜 이름이 사방에 퍼졌다. 그래서 울며 탄식하는 것이다.”
030_0418_c_10L時鬼問比丘言汝有何事涕哭而行比丘答曰我犯僧事衆僧所擯一切檀越供養盡失又惡名聲流布遠近是故愁歎涕泣耳
귀신은 비구에게 말하였다.
“나는 너의 나쁜 이름을 없애고 크게 공양을 받도록 하리니, 내 왼쪽 어깨에 올라서라. 내가 너를 메고 허공을 날아가면 사람들은 너만 보고 나는 보지 못할 것이다. 만일 네가 많은 공양을 얻으면 먼저 내게 주어야 한다.”
귀신은 곧 그 비구를 메고 먼저 배척을 당했던 마을의 허공을 날아갔다.
030_0418_c_13L鬼語比丘言我能令汝滅惡名聲大得供養汝可便立我左肩上我當擔汝虛空中行人但見汝而不見我身汝若大得供養當先與我彼鬼卽時擔此比於先被擯聚落上虛空中行
그러자 마을 사람들은 그것을 보고 모두 놀라고 이상히 여겨 도를 얻었다 생각하고, 저희끼리 말하였다.
“승려들이 이유 없이 억울하게 도를 얻은 사람을 배척하였구나.”
그리하여 그들은 모두 그 절에 가서 스님들을 꾸짖고, 그 비구를 맞이하여 절에서 살도록 하였다. 그리하여 그는 많은 공양을 얻었다.
030_0418_c_18L時聚落人見皆驚怪謂其得道轉相謂言衆僧無狀抂擯得道之人時聚落人皆詣此寺呵責衆僧卽迎此比丘住於寺內遂大得供養
030_0419_a_01L 그 비구는 얻은 의식과 온갖 물건을 먼저 그 귀신에게 주어 본래 약속을 어기지 않았다.
다른 날 그 귀신은 또 그 비구를 메고 공중으로 날아다니다가, 바로 비사문천왕의 관속을 만났다. 귀신은 그 심판관을 보고 매우 놀라고 두려워, 비구를 버리고 힘껏 달아났다.
그리하여 그 비구는 땅에 떨어져 온몸이 부서져 죽었다.
030_0418_c_22L此比丘隨所得衣食諸物輒先與鬼不違本要此鬼異日復擔此比丘遊行空中正値毘沙門天王官屬鬼見司官甚大驚怖捐棄比丘絕力而走此比丘遂墮地而死身首碎爛
이 비유는 수행하는 사람은 마땅히 향하는 바를 스스로 닦아야 하고 어떤 큰 세력을 믿고 의지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인데, 만일 그렇게 하면 하루아침에 망하는 것이 저 비구와 다름이 없다는 것을 말한 것이다.
030_0419_a_04L此喩行者宜應自修所向不應恃託豪勢一旦傾覆與彼無異也

6

옛날 목련이 그 제자들과 함께 기사굴산에서 내려와 왕사성으로 가서 걸식하였다.
그는 도중에서 허공을 쳐다보고 빙그레 웃었다. 제자들은 물었다.
“왜 웃으십니까?”
그는 대답하였다.
“그대들이 알고 싶으면 부처님께서 계신 곳에 돌아가 다시 물으라.”
030_0419_a_06L昔目連與諸弟子俱從耆闍崛山下到王舍城乞食目連於道中仰視虛空囅然而笑其弟子問何因緣笑連答曰卿欲知者須還到佛所可更問也
이에 걸식을 마치고 부처님께서 계신 곳에 돌아가, 그 제자들은 다시 아까 웃던 뜻을 물었다.
그는 대답하였다.
“나는 허공 중의 어떤 아귀를 보았는데, 몸은 매우 크고 얼굴은 추악하였다. 뜨거운 쇠구슬 일곱 개가 그 입으로 들어가서는 바로 내려가고, 내려가서는 다시 그 입으로 들어갔다. 온몸이 불에 타 고통스러워하며 뒹구는데 쓰러졌다가는 일어나고 일어나서는 다시 쓰러졌다. 그래서 웃었을 뿐이다. 이것은 나만 보는 것이 아니라 부처님께서도 보시는 것이다.”
030_0419_a_11L於是乞食訖還到佛所其弟子更問目連向所笑意目連答曰我見上虛空中有一餓鬼身極長大其狀醜有七枚熱鐵丸從口中入直下過旣下過已還從口入擧體火然苦痛婉轉絕倒復起起復還倒是故笑耳非我獨見佛亦見也
제자들은 물었다.
“어떤 인연으로 그처럼 고통을 받습니까?”
목련은 대답하였다.
“너희들은 그것을 부처님께 여쭈어 보라.”
030_0419_a_17L弟子問言以何因緣受苦如是目連答曰汝自以是問佛世尊
제자들은 곧 부처님께 여쭈어 그 인연을 물었다.
부처님께서 대답하셨다.
“그 아귀는 전생에 사미였다. 마침 세상에 큰 흉년이 들어 그들은 콩만 먹고 살았다. 사미는 여러 스님들을 위해 콩을 돌릴 때, 그 스승 앞에 이르러서는 콩 일곱 개를 집어 치우치게 많이 주었다. 그 죄로 아귀의 몸을 받아 저처럼 고통스러워하는 것이다.”
030_0419_a_19L其弟子卽時白佛問其因時佛答言此餓鬼者前世曾爲沙時世極儉以豆爲食沙彌者爲衆僧行食至其師前偏多七枚豆以是罪故受餓鬼身苦毒如是
부처님께서 이어 말씀하셨다.
“나도 늘 보지마는, 말하지 않는 것은 사람들이 그 말을 믿지 않고 아주 큰 죄를 받을까 두려워하기 때문이니라.”
030_0419_a_23L佛言我亦常見所以不說恐人不信得極大罪
030_0419_b_01L이 비유는 부처님께서 반야(般若)를 설명하실 때 그것을 믿지 않고 비방하면, 그 죄는 5역죄(逆罪)보다 중하고 지옥의 가혹한 고통을 받는다는 것을 말한 것이다.
030_0419_b_02L此喩佛說般若不信誹謗其罪重於五逆受地獄極苦也

7

과거 한량없는 티끌 수 겁 전에 희근(喜根)이라는 보살이 있어서, 대중 앞에서 대승법(大乘法)을 강하였다.
그때 문수사리는 범부로서 집을 떠나 도를 닦되, 오로지 고행하면서 12두타(頭陀)를 행하여 그 복은 일체에서 뛰어났다.
마침 강법하는 때를 만나 거기를 지나면서 법을 듣게 되었다.
희근보살은 실상법(實相法)을 설명하되 ‘음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은 도와 다르지 않아 그것이 곧 바로 도요, 또 바로 열반이라’고 말하였다.
030_0419_b_03L在昔過世無量塵數之劫時有菩薩名曰喜根大衆中講摩訶衍文殊師利時爲凡出家修道專精苦行行十二頭陁福度一切遇値講法因而過聽喜根菩薩說實相法言婬怒癡與道不異亦卽是道亦是涅槃
그때 문수사리는 이 말을 듣고도 그것을 믿지 않고, 그를 버리고 떠나 희근의 제자 집으로 가서 그를 위해 오로의 더러운 법[惡露不淨之法]을 설명하였다. 희근의 제자는 바로 물었다.
“아무것도 없는 것이 법의 진실이다. 모든 법은 다 공하는데 어떻게 깨끗하고 깨끗하지 않은 것이 있겠는가?”
030_0419_b_09L文殊爾時聞而不信卽便捨去到喜根弟子家爲說惡露不淨之法喜根弟子卽時難曰無所有者法之眞也諸法皆空云何當有淨與不淨
두타 비구는 잠자코 대답이 없었으나 미워하는 마음을 품어 드디어 분한 번뇌[憤結]를 이루었다.
그때 희근의 제자는 70구(句)의 게송으로 실상법을 찬탄하였다. 두타 비구는 한 게송을 들을 때마다 성내는 마음이 한 번씩 더하여 70구의 게송을 마치자 70번의 성냄이 더하였다.
030_0419_b_13L頭陁比丘嘿然無對含瞋心內遂成憤結時喜根弟子說七十偈讚實相法頭陁比丘聞一偈瞋恚生一增竟七十偈瞋恚七十增
그리하여 마침 게송을 마치자 땅이 곧 찢어져 무택(無擇)지옥이 모두 나타났다. 두타 비구는 그 속에 떨어져 한량없는 겁을 지낸 뒤에 죄가 끝나서야 비로소 나왔다. 그래서 묘한 법을 믿지 않는 그 죄가 중한 것임을 비로소 알았다.
그 뒤에 그는 비구가 되어 알뜰히 공부하여 큰 지혜를 얻어 공(空)을 제일 잘 아는 이가 되었다.
030_0419_b_16L說偈適竟地卽劈裂無擇泥梨於是悉現頭陁比丘卽墮其中過無量劫罪畢乃出然後乃知不信妙法其罪重也後爲比丘專精學問得大智慧解空第一
이 비유는 부처님께서 반야를 말씀하실 때 그것을 믿지 않고 비방함으로써, 지금은 비록 손해가 있으나 뒤에 큰 이익이 있다는 것을 밝힌 것이다.
030_0419_b_21L此喩明佛說般若不信誹今雖有損後大益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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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옛날 북천국에 어떤 조각가[木師]가 있었다. 그는 아주 교묘하게 한 나무 여자[木女]를 만들었는데 아름답기 짝이 없었으며, 옷과 띠로 장식하여 세상 여자와 다름이 없었고, 오기도 하고 가기도 하며 또 술을 따를 줄도 알았다. 다만 말만 하지 못할 뿐이었다.
030_0419_b_22L昔北天竺有一木師大巧作一木女端正無雙衣帶嚴飾與世女無異來亦去亦能行酒看客唯不能語耳
그때 남천축에 어떤 화가(畵家)가 있었는데 그는 그림을 잘 그렸다.
조각가는 이 소문을 듣고 좋은 음식을 준비하여 그 화가를 청하였다. 화가가 그 집에 가자 그는 나무 여자를 시켜 술을 따르고 음식을 받들면서 하루 종일 지냈다. 화가는 그 여자를 참 여자인 줄 알고 욕심이 일어 몹시 사모하였다.
030_0419_c_02L時南天竺有一畫師亦善能畫木師聞之作好飮食卽請畫師畫師旣至便使木女行酒擎食從旦至夜畫師不知謂是眞女欲心極盛念之不忘
날이 저물어 조각가는 자리에 들어가면서 화가를 거기서 머무르게 하고, 그 나무 여자를 그 곁에 세워 모시게 하였다. 그리고 손에게 말하였다.
“일부러 이 여자를 여기 둡니다. 같이 주무십시오.”
030_0419_c_06L時日以暮木師入宿亦留畫師令住以此木女立侍其側便語客言留此女可共宿也
주인이 들어간 뒤에 나무 여자는 등불 곁에 서 있었다. 손은 그를 불렀으나 여자는 오지 않았다.
손님은, 수줍어서 오지 않는구나 생각하고, 다가가서 손으로 붙잡아 당기다가, 비로소 그것이 나무 여자인 줄을 알고 몹시 창피스럽게 여기고는 말하였다.
“주인이 나를 속였으니 나도 갚아 주리라.”
030_0419_c_09L主人已入木女立在燈邊客卽呼之而女不來客謂此女羞故不來便前以手牽之乃知是便自慚愧心念口言主人誑我當報之
이에 화가도 방편을 쓰되, 벽에다 자기 상(像)을 그리고는 입은 옷도 자기 옷과 다르지 않게 하고, 노끈으로 목을 매어 죽은 것 같이 하였다. 그리고 파리와 새가 그 입을 쪼는 것처럼 그렸다. 이렇게 하고는 지게문을 닫고 평상 밑에 들어가 있었다.
날이 밝자 주인은 나와, 문이 아직 열리지 않은 것을 보고 그 안을 살펴 보다가 벽에 있는 목 매어 죽은 손님의 모습을 보았다. 주인은 깜짝 놀라 두려워하면서 참으로 죽었구나 생각하고, 문을 부수고 들어가 칼로 노끈을 끊었다.
030_0419_c_13L於是畫師復作方便卽於壁上畫作己像所著被服與身不異繩繫頸狀似絞死畫作蠅鳥著其口作已閉戶自入牀下天明主人出見戶未開卽向中觀唯見壁上絞死客像主人大怖便謂實死卽破戶入以刀斷繩
그때 화가가 평상 밑에서 나오자 조각가는 못내 부끄러워하였다. 화가는 그에게 말하였다.
“당신이 나를 속였으니 나도 당신을 속인 것입니다. 손과 주인이 속이고자 하는 마음[情]을 다했으나 서로 비겼습니다.”
그들은 서로 말하였다.
“세상 사람이 서로 속이는 것이 이것과 무엇이 다르겠소?”
030_0419_c_19L於是畫師從牀下出木師大羞畫師卽言汝能誑我我能誑汝客主情畢不相負也二人相謂世人相誑惑孰異於此
그때 그들 두 사람은 참으로 속임을 알아 각기 그 친하고 사랑하는 것을 버리고 집을 나와 도를 닦았다.
030_0419_c_22L時彼二人信知誑各捨所親愛出家修道
030_0420_a_01L
9
가섭의 본생인연에 관한 일
가섭의 아버지는 이름을 니구율타(尼俱律陀)라 하는데 마갈 사람이요, 바라문 종족의 출생이다. 그는 전생의 복덕 때문에 세상에 나서는 큰 부자가 되었는데, 진기한 보물은 그 나라에서 으뜸으로 국왕의 재보도 거기에 비하면 천분의 일도 되지 못하였다.
030_0419_c_23L迦葉本生因緣事
迦葉父者名曰尼俱律陁摩竭國人出自婆羅門種宿命福德生世大其珍奇寶物於彼國第一比國王財富千分少一耳
그들 부부는 고독하여 아들이 없었다. 그 집 근처에 큰 목신(木神)이 있었다. 그 부부는 아이를 얻으려고 3년 동안 제사를 지내되, 해마다 거르지 않고 아들을 구하였으나 아무 소식이 없었다.
그들은 드디어 화가 나고 다급해져서 그 목신에게 말하였다.
“나는 다시 이레 동안 마음을 다해 섬기리니, 만일 또 영험이 없으면 너를 베어 길가에 두고 불을 태울 것이다.”
030_0420_a_05L夫婦孤獨乏無兒近在舍側有大樹神時彼夫婦爲欲有兒故求彼樹神三生祭祠歲歲不絕故其所求永無本末其人遂忿便急與之期告樹神曰我更盡心七日相事若復無驗當揃伐汝棄都道頭以火燒之
목신은 그 말을 듣고 놀라고 두려워하여 아들을 얻게 하려고 하나 그 방법을 몰랐다. 그래서 곧 이 사정을 식의천왕(息意天王)에게 자세히 알렸다.
식의천왕은 곧 목신을 데리고 제석천왕에게 가서 그 사정을 알렸다. 제석천왕은 천안(天眼)으로 욕계를 두루 살펴 보았다. 그러나 그 아들 될 만한 이가 없었다. 그래서 제석천왕은 범천왕에게 알렸다.
030_0420_a_11L樹神聞其言甚大驚怖不知何方令得子息卽便上告息意天具以事情向天王說息意天王卽將樹神詣天帝釋以其所告白天帝釋卽以天眼觀欲界中未有堪任爲彼子者帝釋便告梵天王具以事情向梵王說
범천왕은 천안으로 그 경계 안을 두루 살피다가 어떤 범천이 곧 목숨을 마치게 된 것을 보고 그에게 말하였다.
“너는 저 염부제에 내려가서 마갈국의 니구율타 바라문의 아들로 태어나라.”
범천은 대답하였다.
“바라문은 온갖 삿된 소견이 많습니다. 나는 저기 내려가더라도 그 아들은 될 수 없습니다.”
030_0420_a_17L梵王卽以天眼觀視其界一梵天臨當壽終便告之曰汝可下生閻浮提爲摩竭國尼俱律陁婆羅門作子梵天對曰婆羅門者多諸邪見我若下生不能爲其作子
030_0420_b_01L범왕은 말하였다.
“저 바라문은 전생의 대덕(大德)으로서, 욕계의 중생으로는 아무도 그의 아들이 될 만한 사람이 없다. 만일 네가 가서 태어나면 나는 제석천왕에게 분부해 너를 옹호하여 중도에 삿된 소견에 떨어지지 않게 하리라.”
범천은 말하였다.
“그럼 거룩한 분부를 어기지 않겠습니다.”
030_0420_a_21L梵王答曰婆羅門宿時大德欲界衆生無有堪任爲作子者汝若往生吾當勅天帝令擁護汝不使中道墮邪見也天曰不違聖教
제석천왕은 곧 욕계로 돌아가 이 사실을 목신에게 자세히 알려 주었다.
목신은 매우 기뻐하면서 장자에게 돌아가 알렸다.
“근심하거나 걱정하지 말고 또 성내지도 마십시오. 지금부터 이레 뒤에는 반드시 아들이 있게 하겠습니다.”
과연 그 말대로 이레가 되자 부인은 곧 임신한 것을 깨닫고, 열 달이 되어 아들을 낳았는데 몸은 금빛으로 광명이 있었다.
030_0420_b_02L時天帝釋卽還欲具以此意告勅樹神樹神歡喜還告長者勿憂勿懼勿見瞋恨卻後七日必令有子如其所言七日已滿婦人便覺有娠滿十月已其子乃生軀身金色而有光明
관상쟁이는 상을 보고 말하였다.
“이 아이는 전생에 큰 복과 위덕이 있었고, 그 뜻은 맑고 멀어 세상 일을 탐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만일 뒷날에 집을 떠나면 반드시 성인의 도에 오를 것입니다.”
030_0420_b_07L相師占曰此兒宿福有大威德志力淸遠不貪世務若後出家必登聖道
부모는 이 말을 듣자 다시 근심하고 걱정하였다.
‘아마 이 아이가 자라면 우리를 버리고 집을 떠날 것이다. 무슨 방편으로 이것을 제지할고?’
그러다가 다시 생각하였다.
‘욕계에서 중히 여기는 것은 끝내 아름다운 색(色)에 있다. 단정하고 좋은 여자를 가려 잡아 매어 두리라.’
030_0420_b_09L父母聞之復大愁憂恐兒長大棄吾出家以何方便當制止之復自思惟欲界所重遂在美色當爲擇取端正好女以繫之耳
나이 열다섯이 되자 부모는 그를 장가 보내려 하였다. 가섭은 이 말을 듣고 매우 근심하면서 부모에게 말하였다.
“나는 청정한 것을 즐겨합니다. 아내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세 번이나 말하였으나 부모의 대답은 처음과 같았다.
030_0420_b_12L至年十五欲爲娶婦迦葉聞之甚大愁憂語父母言我志樂淸淨不須婦迦葉辭至三父母答如初
그래서 가섭은 부모에게 말하였다.
“나는 보통 여자는 아내로 삼지 않겠습니다. 만일 그 몸이 자금색으로서 단정하기 비할 데 없으면 장가가겠습니다.”
왜냐 하면 반드시 이 일을 되지 않게 하려고 하기 때문이었다.
030_0420_b_15L於時迦葉語父母言我不用凡女人爲婦也若能得紫金色女端正無比爾乃取之耳所以然者欲必令此事不可辦故也
030_0420_c_01L이에 그 부모는 여러 바라문을 불러 온 나라를 두루 돌아다니게 하면서
“만일 어떤 여자가 몸이 금빛이요, 단정하고 아름다운 여자의 상을 완전히 갖추었거든 데리고 오라.”라고 하였다.
그리하여 바라문은 거짓 방편으로 금빛 여신(女神)을 만들되, 얼굴은 단정하고 광명과 빛깔은 미묘하였다. 그들은 그 천신의 상(像)을 들고 이 나라 저 나라로 다니면서 높은 소리로 외쳤다.
“어떤 여자든지 이 금빛 여신을 보고 예배하고 공양하면 뒷날 시집갈 때에는 반드시 좋은 사람을 얻어, 몸은 황금빛이요, 얼굴은 뛰어나게 묘하며, 지혜는 견줄 데가 없을 것이다.”
030_0420_b_19L於是其父母召諸婆羅門令循行國中其有女子身體金色具足女相端正殊好爾乃取之於是諸婆羅門設權策鑄作金女神顏貌端正光色微妙昇天像行從國至國高聲大唱諸有女人得見金女神禮拜供養者後出嫁時當得好壻體黃金色顏貌殊妙智慧無比
시골과 도시의 여러 여자들은 이 외침을 듣고, 모두 마음을 비우고 나와 맞이해 받들어 예배하고 공양하였다.
그런데 몸은 금빛이요, 얼굴은 단정하고 뛰어나게 좋은 어떤 한 여자는, 혼자 고요한 방에 있으면서 기꺼이 나와 맞이하려 하지 않았다.
030_0420_c_03L聚落國邑諸有女人聞此唱者莫不虛心皆出奉迎禮拜供養唯有一女軀體金色端正殊好獨處閑室不肯出迎
여러 여자들은 그에게 충고하였다.
“누구나 저 금빛 여신을 보는 이는 모두 원대로 된다는데, 왜 너만 혼자 나가 맞이하지 않는가?”
그는 대답하였다.
“나는 다만 한가하고 깨끗한 것만 좋아하고 다른 원은 바라지 않는다.”
030_0420_c_06L諸女諫曰其有見金女神者皆得如願汝何以獨不出迎答曰吾志閑淨不好餘願也
다른 여자들은 다시 말하였다.
“비록 원은 없더라도 잠깐 같이 나가 한 번 본다고 해서 무슨 손해가 있겠느냐?”
그리하여 여러 여자들은 그 여자와 함께 나와 금빛 여신 앞으로 갔다. 그 여자가 가자 광명과 빛깔은 밝고 깨끗해 금빛 여신의 광명을 빼앗아 그의 금빛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래서 바라문들은 그것을 보고 장자에게 돌아가 자세히 말하였다.
030_0420_c_08L女復曰雖無所願暫共一觀當復何爾時諸女遂共此女出到金女神此女旣到光色明淨映奪金女神光金不復現於是諸婆羅門見已報長者具足廣說
이에 장자는 곧 중매인을 보내어 그 여자 집에 가서 장자의 뜻을 전하였다. 여자의 부모도 일찍이 가섭의 이름을 들은 터라, 보내온 뜻을 정중히 받들어 좋다고 승낙하였다.
그 여자는 이 말을 듣고 매우 근심하고 심란하였으나, 부모에게 핍박되어 부득이 장자의 집으로 가서 가섭과 만나보았다. 그들은 서로 대하자 제각기 그 뜻이 깨끗한 곳에 머물러, 부부가 되었다고는 하지만 사랑하는 마음은 조금도 없었다.
030_0420_c_13L於是長者卽遣媒到其女家宣長者意其女父母先亦聞迦葉名敬承往意遂相然可女聞之甚大愁憒父母所逼事不獲遂便適長者家旣到與迦葉相見二人相對志各凝潔雖爲夫婦了無恩情
아내는 가섭과 맹세하였다.
“나는 당신과 각 방에 살면서 결코 서로 접촉하지 않겠습니다.”
그래서 그들 부부는 각기 다른 방에 거처하였다.
030_0420_c_19L其婦遂與迦葉結誓我與君等各處異房要不相觸爾時夫婦各處一房其父伺迦葉出時密遣人壞去一房唯令與婦共同一室雖共同室而復異牀
030_0421_a_01L아버지는 가섭이 나간 틈을 엿보아 방 하나를 허물어 버리고 그 아내와 같은 방에 있게 하였다. 그러나 그들은 한 방을 같이 쓰면서 침대를 달리하였다.
아버지는 다시 사람을 보내어 침대 하나를 치워 버렸다. 그래서 그들은 한 침대를 같이 쓰게 되었다. 아내는 다시 남편과 맹세하였다.
“내가 잘 때에는 당신은 거닐고 당신이 잘 때에는 내가 거닐겠습니다.”
030_0420_c_23L其父尋復遣人持一牀去於是夫婦雖共同牀其婦更與夫誓我若眠時君當經行君眠時我當經
그때 그 아내가 자면서 한 팔을 땅에 드리우고 있었는데 큰 독사가 와서 물려고 하였다. 가섭은 그것을 보고 놀라 옷으로 손을 싸서 침대 위에 올려 놓았다. 아내는 놀라 깨자 성을 내면서 가섭에게 말하였다.
“우리는 아까 약속하였는데 왜 그것을 범합니까?”
가섭은 대답하였다.
“당신 팔이 땅에 떨어져 독사가 물려고 하였기 때문에 도와 구한 것이지 일부러 만진 것이 아니오.”
030_0421_a_03L時其婦臥一臂垂地有大毒蛇欲來嚙之迦葉見已有慈愍心持衣裹手擧著牀上尋時驚覺便大瞋怒語迦葉言我先有要如何相犯迦葉報汝臂落地毒蛇欲嚙是故相救故觸也
독사가 아직 그 곁에 있었으므로 손가락으로 가리켜 보이니 아내는 그제야 깨달았다.
이에 부부는 서로 의논하였다.
“우리는 왜 집을 떠나 도를 닦지 못할까?”
그래서 그들은 부모들에게 하직하고, 함께 집을 떠나 산에 들어가 도를 닦았다.
030_0421_a_08L毒蛇故在邊住指而示之婦乃悟於是夫婦自相與議我等何不出家修道時夫婦二人遂辭父母俱共出家山澤行道
그때 어떤 바라문이 5백 제자들을 데리고 그 산에 머물러 있었는데, 그는 가섭의 부부를 보고 곧 비방하여 말하였다.
“집을 떠난 법은 마땅히 각각 정결(貞潔)해야 하는데 부부가 서로 따라다니는 법이 어디 있는가?”
가섭은 그 아내를 버리고는 헌 누더기로 갈아 입고 한 숲으로 가서 따로 살았다. 그리고 그 아내는 바라문을 의지해 그 제자 되기를 청하였다.
030_0421_a_11L時有婆羅門將五百弟子亦住此山見迦葉夫婦便生毀謗言出家之法宜各貞潔何有夫婦共相隨理於時迦葉便捨其婦以五百兩金貿緻衲衣別處一林婦卽依止婆羅門求爲弟子
바라문의 5백 제자들은 그 여자의 아름다운 얼굴을 보고 날마다 음욕을 행하였다. 그래서 그 여자는 자유를 얻지 못하고 배겨낼 수가 없어 그 스승에게 알렸다. 스승은 그녀를 위해 제자들을 경계하고 단속하여 음욕을 절제하게 하였다.
030_0421_a_16L婆羅門五百弟子見此女人形色端正日日行婬此女人不得自在遂不能堪便告其師師便爲之戒約弟子令節其所欲
030_0421_b_01L그 뒤에 가섭은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오신 때를 만나 법을 듣고 교화를 받아 곧 아라한이 되었다. 그는 그 본래의 아내가 바라문의 곁에 있다는 말을 듣고 부처님에게로 데리고 갔다. 부처님은 그녀를 위해 설법하시어 그녀도 아라한이 되었다. 그러자 머리털이 저절로 떨어지고 법복이 몸에 입혀져 비구니가 되었다. 그리하여 돌아다니면서 교화하였다. 마침 파사닉왕의 큰 모임을 만나 비구니들과 함께 왕궁 안에 들어가게 되어 부인들을 교화하고 하루의 재(齋)를 가지게 되었다.
030_0421_a_20L迦葉後値佛出世聞法受化卽得羅漢聞其本妻在梵志邊便將來詣佛佛爲說法得羅漢頭髮自落法服在身成比丘尼遊行教化正値波斯匿王大會諸比丘尼便得入王宮教化諸夫人皆令持一日齋
날이 저물어 왕이 궁중에 돌아와 여러 부인에게 오라고 명령하였으나, 모두 재를 가진다 말하고 기꺼이 오려고 하지 않았다. 왕은 매우 화가 나서 하인에게 말하였다
“누가 부인들에게 재를 시켰느냐?”
하인은 대답하였다.
“저 아무개 비구니입니다.”
왕은 그 비구니를 불러와 90일 동안 여러 부인을 대신하여 동침하게 하였다.
030_0421_b_02L王暮還宮命諸夫人皆云持齋無肯來者王便大瞋怒語使人言誰教諸夫人使人答言某甲比丘尼王便呼來令九十日代諸夫人受婬欲
이것은 다 전생의 인연인 서원에서 돌아온 것이다. 그러므로 아라한이 되었지마는 그것을 면하지는 못한 것이다.
030_0421_b_06L此皆是昔之因緣誓願所追還也故使雖得羅漢不能相免

10

옛날 어떤 형제 두 사람이 한꺼번에 집을 떠나 도를 배웠다.
형은 언제나 선정을 행하기를 생각하면서 알뜰히 도를 닦아 아라한이 되어 여러 가지 신통이 밝게 트였고, 아우는 항상 널리 배우고 많이 듣기를 생각하면서 이름 팔기를 좋아하고 자기의 영화를 원하였다.
030_0421_b_08L昔有兄弟二人出家學道兄常念行禪精專修道得羅漢果六通淸徹弟常念廣學多聞好賣名聲欲己自
형은 아우를 깨우쳐 타일렀다.
“사람의 몸은 얻기 어렵고 부처님 세상은 만나기 어렵다. 이미 사람의 몸을 얻었으니 마땅히 지금 곧 힘써야 한다.”
아우는 형에게 말하였다.
“모름지기 널리 배우고 삼장(三藏)을 두루 갖추어 남의 스승이 된 뒤에 선정을 닦겠습니다.”
030_0421_b_12L其兄常曉喩弟言人身難得佛世難値旣得人身宜曼時爲弟語兄言須得廣學具足三藏堪任人師爾乃行禪
형은 다시 아우를 위하여 덧없음의 이치를 자세히 설명하여 말하였다.
“한번 내쉰 숨이 돌아오지 않으면 곧 저승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그러나 아우는 짐짓 제 본 뜻을 고집하여 기꺼이 그 가르침을 따르지 않았다.
오래지 않아 그 아우는 병이 위독하게 되어 수십 명의 용한 의사도 고치지 못하고, 그가 반드시 죽을 것을 알고는 이내 그를 버리고 떠났다.
030_0421_b_15L兄復爲弟廣宣非常之義出息不反便屬後世弟故執其本意不肯隨教未久之閒弟得篤疾良醫數十不能加救醫知其必死小小捨去
아우는 스스로 죽을 줄을 알고 두려워하여 형에게 말하였다.
“전에는 어리석어 형님의 말을 받들지 못했습니다. 지금 목숨을 마치면 어느 길로 가겠습니까?”
아우는 눈물을 흘리면서 형에게 잘못을 뉘우쳤다. 그리고 오래지 않아 목숨을 마쳤다.
형은 곧 선정에 들어 그의 간 곳을 관(觀)하다가, 그가 어느 장자 부인의 태에 든 것을 보았다.
030_0421_b_18L便恐怖自知當死語其兄言在昔愚短不用兄教今將命終知適何道淚交流向兄悔過未久之閒其人命兄卽入定觀其所趣見處長者胎
030_0421_c_01L그 장자의 집은 절 근처에 있었다. 형은 그 아우를 제도하기 위하여 자주 그 장자 집으로 가서 선지식이 되기를 청하였다.
장자의 아이가 세 살이 되었을 때 그는 보시를 가지고 그 아이를 제자로 만들었다.
아이의 나이 네 살 때에 그 유모는 아이를 안고 스승이 사는 절로 갔다. 그 절은 산 위에 있고 돌을 쌓아 길을 만들었다. 유모는 아이를 단단히 안지 못하고 그만 손을 놓아 아이를 땅에 떨어뜨렸다. 아이는 머리를 돌에 부딪쳐 골수가 나와 죽었다.
030_0421_b_22L彼長者家接近寺廟兄便數詣此家求作善知識欲度其弟故長者兒始年三歲便持布施爲作弟子至四歲乳母抱詣師所住寺寺在山上累石作道乳母抱兒不堅失手落地頭側石上腦出而死
아이는 죽을 때 나쁜 생각을 내어, 단단히 안지 않아서 이런 화를 당한다고 한탄하고 이내 성을 내면서 목숨을 마쳤기 때문에 곧 큰 지옥에 떨어졌다.
형은 다시 선정에 들어 관하다가 그가 지옥에 떨어진 것을 보고 이에 개탄하였다.
‘이제 일은 다 글렀다. 지옥의 고통은 진실로 건지기 어렵다. 부처님도 어쩔 수 없거늘 하물며 나이겠는가?’
030_0421_c_05L兒臨終時便生惡念恨其抱不堅以致此禍因起瞋恚命終徑墮大地獄中兄復入定觀之生地獄於是慨歎此必了矣地獄苦切難可度也諸佛尚不能奈何何況我乎
이 비유는 사람이란 명성으로는 선정을 닦지 못하며 뒤에 반드시 지옥에 떨어지는데, 그것은 아버지나 형의 친함으로도 구제하지 못한다는 것을 말한 것이다.
030_0421_c_10L此喩人者名聲不能修禪後墮惡道雖父兄之親不能救也

11

라운주(羅云珠)라는 이는 사리불의 제자다.
그는 일찍이 어떤 벽지불의 밥을 빼앗아 먹고, 그 죄로 말미암아 아귀로 태어나서 한량없는 겁 동안 고통을 받다가 아귀의 몸이 끝나고 사람으로 태어나서, 5백 세상 동안 굶주리는 죄를 받았다.
최후의 몸으로 부처님 세상을 만나 집을 나와 도를 배우면서 세 가지 법의(法衣)를 입고 돌아다니며 걸식하였으나, 즐겨 밥을 주는 이가 없어 닷새나 혹은 이레 동안을 굶었다.
030_0421_c_11L羅云珠者舍利弗弟子也本曾奪辟支佛食以是罪故生餓鬼中無量劫受苦畢餓鬼身生人中五百世受飢餓罪以末後身値佛在世出家學道服三法衣遊行乞食無肯施者或五日或七日不得
목련이 그를 가엾이 여겨 밥을 빌어 주면 밥이 발우에 막 떨어질 때에 큰 새가 와서 채 갔고, 사리불이 밥을 빌어 주면 밥은 바리에 들어가자마자 진흙으로 변하였고, 대가섭이 밥을 빌어 주면 막 입에 떠 넣으려 할 때에 입은 곧 다물어져 들어갈 곳이 없어졌다.
030_0421_c_17L目連愍之乞食持與適墮鉢中爲大鳥搏去舍利弗乞食施之適入鉢中變成泥土大迦葉乞食施之適持向口口卽時合無有入
부처님이 밥을 주실 때에는 큰 자비의 힘으로 말미암아 곧 입에 들어가게 되고 그 맛이 특별하였다. 그리고 부처님은 다시 여러 가지 방편으로 그를 위해 설법하셨다.
030_0421_c_21L佛以食施以大悲力故卽得入口氣味殊特復以種種方便兼爲說法
그때 라운주는 훌륭하고 묘한 법을 듣고는 슬픔과 기쁨이 한꺼번에 일어나 일심으로 사유하여 아라한[應眞]의 도를 얻었다.
030_0421_c_22L時羅云珠聞上妙法悲喜交集一心思惟得應眞道
030_0422_a_01L
12

어떤 용이 하늘에 올라가 큰 비를 내렸다. 그 비가 천궁(天宮)에 떨어지면 곧 일곱 가지 보배가 되고, 인간에 떨어지면 모두를 윤택하게 하며, 아귀의 몸에 떨어지면 큰 불로 변하여 온몸을 태웠다.
그리하여 다 같은 비이지만 떨어지는 곳에 따라 변해 달라졌다.
030_0422_a_01L有龍昇天降于大雨雨落天宮卽成七寶雨落人中皆爲潤澤落餓鬼身上變成大火擧身燒然俱是一雨而所墮變異也
이 세 가지 일은 온갖 형상은 일정한 바탕이 없어서, 죄와 복이 감응하는 바에 따른다는 것을 밝힌 것이다.
030_0422_a_05L此二事明衆形無定質隨罪福之所感也

13

외국에 어떤 절이 있었다.
그 대중 가운데의 어떤 도인은 항상 대중을 위하여 땅을 깨끗이 쓰는 큰 행을 하였다.
그런데 또 어떤 도인은 성정에 성냄이 많아 그 쓸어 놓은 땅을 혀로 핥아 여러 사람에게 보였다. 그는 비록 남의 허물을 드러내려 한 것이지마는 스스로 그 입을 더럽히는 것은 모르는 것이다.
030_0422_a_06L外國有住處衆中有一道人當衆僧淨地大行更有一道人性多瞋恚便以舌舐之用示衆人雖欲彰人之罪不知自惡其口
이것은 사람이 남의 나쁜 짓 말하기를 좋아한다는 것을 밝힌 것이니, 그 비유는 이와 같이 오직 허물을 드러낼 줄만 알고, 스스로 그 행을 헌다는 것을 모른다는 것이다.
030_0422_a_10L此明人好言他惡其喩若是唯知彰人之罪不知自毀其行也

14

외국의 소인(小人)들은 귀인(貴人)을 섬기면서 그 마음을 사려 하였다. 그리하여 귀인이 침을 땅에 뱉는 것을 보면 다투어 와서 발로 밟아 그것을 없앴다.
한 사람이 민첩하지 못해 그것을 밟으려 하나 처음부터 기회를 얻지 못하였다. 그래서 귀인이 침을 뱉으려고 막 입에 침을 모으는 것을 보고, 곧 발로 그 입을 밟았다.
030_0422_a_12L外國小人事貴人欲得其意見貴人唾地競來以足蹹去之有一人不大健勦雖欲蹹之初不能得後見貴人欲唾始聚口時便以足蹹其口
귀한 사람은 물었다.
“너는 나를 반역하려는가? 왜 내 입을 밟는가?”
소인은 대답하였다.
“나는 호의로 그리하였고 반역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030_0422_a_16L人問言汝欲反耶何故蹹吾口小人答言我是好意不欲反也
“네가 반역하지 않는다면 왜 이처럼 하는가?”
“귀인께서 침을 뱉을 때 나는 항상 그 침을 밟으려 하였습니다. 그러나 침이 입에서 나오자마자 다른 사람들이 항상 빼앗아 나는 잠시도 기회를 얻지 못하였습니다. 그래서 입을 밟은 것입니다.”
030_0422_a_18L貴人問言汝若不反何以至是小人答言貴人唾時我常欲蹹唾唾纔出口衆人恒我前初不能得是故就口中蹹之
이 비유는 의론할 때에는 반드시 그 뜻이 입에서 나온 뒤에 질문할 것이요, 만일 뜻이 입 안에 있어서 이치가 밝혀지기 전에 질문하면, 그것은 마치 입 속의 침을 밟는 것과 같다는 것을 말한 것이다.
030_0422_a_22L此喩論議時要須義出口然後難若義在口理未宣明便興難者若就口中踏之也
030_0422_b_01L
15

옛날 부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걸식하려 사위성으로 들어가시다가, 길 가에 있는 한 구덩이를 보셨는데, 온 성 안의 더러운 물건들이 모두 그 안에 있었고, 늙은 암퇘지가 새끼 여러 마리를 데리고 거기 누워 있었다.
030_0422_b_01L昔佛與諸弟子入舍衛城欲乞食邊見有一坑擧城污露諸不淨物悉在其中見一老母猪將諸肫子共臥不淨坑中
그때 부처님은 빙그레 웃으시어 마흔 개 이와 네 개의 어금니에서 큰 광명을 놓아 삼천세계를 비추어 시방을 두루하셨다. 그리고 그 광명은 돌아와 부처님 몸을 세 번 돌고는 가슴으로 들어갔다.
030_0422_b_05L時佛微笑現四十齒幷出四牙從四牙中放大光明遍照三千周及十方其光明還繞佛身三帀從匈上入
모든 부처님 법에 지옥의 일을 설명하려 할 때에는 광명이 발 밑으로 들어가고, 축생의 일을 말씀하려 할 때에는 광명이 장딴지로 들어가며, 아귀의 일을 말씀하려 할 때에는 광명이 넓적다리로 들어가고, 사람의 일을 말씀하려 할 때에는 광명이 엉덩이로 들어가며 하늘의 일을 말씀하려 할 때에는 광명이 가슴으로 들어가고, 연각의 일을 말씀하려 할 때에는 광명이 양미간으로 들어가며, 모든 부처와 보살의 일을 말씀하려 할 때에는 광명이 정수리로 들어가는 것이다.
030_0422_b_08L諸佛之法說地獄事光從足下入欲說畜生事光從膊入欲說餓鬼事光從髀入欲說人事光從齊入欲說諸天事光從匈入欲說聲聞事光從口入欲說緣覺事光從眉閒相欲說諸佛菩薩事光從頂入
아난은 그 광명이 가슴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부처님께서 하늘의 일을 말씀하려는 줄을 알고는 곧 꿇어앉아 아뢰었다.
“그 뜻을 듣고자 합니다.”
030_0422_b_13L阿難見光從匈入知佛欲說諸天事卽時長跪白佛請問其意
부처님은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과거 수없는 겁 전에 어떤 장자가 있었다. 그는 아들이 없고 외동딸이 있었는데 얼굴이 아름답고 묘하며 총명하고 지혜로워 그 부모는 매우 사랑하고 소중히 여겼다.
그 딸이 자라나자 한 게송으로 그 부모에게 물었다.
030_0422_b_15L佛語阿難過去無數劫有一長者乏無兒息唯有一女端正殊妙聰明辯慧其女父母甚愛重之女年旣大便說一偈問父母

급히 흐르는 모든 강물과 같은
세상의 괴롭고 즐거운 일은,
본래 어디로부터 났으며
그것은 언제나 쉬게 됩니까?
030_0422_b_19L一切駛水流
世閒苦樂事
本從何處出
何時當休息
030_0422_c_01L
부모는 이 게송을 듣고 기특한 것을 기뻐하였으나, 어떤 말로 이 게송에 답할까 알지 못하였다.
딸은 이 뜻을 알려고 하였으나 답을 듣지 못하자, 매우 실망하고 걱정하면서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부모는 그것을 보고 두려워하면서 곧 큰 모임을 열고 여러 바라문과 지혜가 많은 장로들을 청하하자, 사람들은 구름처럼 모여들었다.
030_0422_b_20L父母聞之慶其奇不知何言以答此偈其女欲解此義而不蒙答便大愁憂不復飮食母見女愁憂便大恐懅卽時爲設大請諸婆羅門及多智長老衆人雲
공양이 모두 이미 끝나자, 대중 가운데 조그만 자리를 만들고 여자는 그 위에 앉아 다시 앞의 게송으로 여러 사람들에게 물었다. 그러나 아무도 대답하는 이가 없었다.
장자는 곧 일곱 가지 보배를 한 쟁반에 가득 담고 두루 알렸다.
‘누구나 답하는 이가 있으면 이것을 주리라.’
030_0422_c_02L供設旣畢於衆會中施一小牀坐其上還說前偈以問衆人衆人嘿然無能答者長者卽以七寶盛滿一盤而宣令曰其有能答者以此與之
그때 어떤 바라문이 있었다. 얼굴은 단정하나 지혜가 적었다. 그는 그 보배를 탐하여 말하였다.
‘내가 대답하리라.’
030_0422_c_05L時有一婆羅門形體端正而智慧尟貪其珍寶便言我能答也
그 여자는 이 말을 듣고 곧 게송을 읊어 바라문에게 물었다. 그러나 그 바라문은 그 게송 뜻의 돌아가는 곳을 알지 못하고 말하였다.
‘그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이다.’
030_0422_c_07L其女聞之卽說偈以問婆羅門亦不解此偈義之所歸直言此事都無所有也
그 여자는 이 말을 깊이 생각하다가 무소유정(無所有定)을 얻었다. 그리고 외쳤다.
‘이 사람은 참으로 큰 스승으로서 내게 적지 않은 이익을 주었다.’
그 뒤에 여자는 목숨을 마치고 무소유처(無所有處)의 하늘에 나서 40겁을 지내고, 그 하늘의 수명이 다하여 이 세상에 태어났다.
030_0422_c_09L卽思惟卽得無所有定便自唱言眞大師益我不少女後命終上生無所有處過四十劫盡彼天壽來生此
그때 그 장자의 딸이 바로 지금의 늙은 암퇘지이다. 하늘 복이 다하고 전생의 죄가 이르러 이 세상에서 저 돼지의 몸을 받은 것이다.
여자가 본래 그 게송을 읊었을 때, 만일 밝은 스승을 만났더라면 곧 도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 여자가 비록 선정은 행하였지마는 지혜가 없었기 때문에 정해 놓은 갚음이 끝나버리자 도로 나쁜 길에 떨어진 것이니라.”
030_0422_c_13L爾時長者女者此老母猪身是也天福已盡宿命罪至於此世受猪形此女本說偈問時若遇明師卽可得道此女雖行禪定無有智慧定報旣終還墮惡道也

16

옛날 어떤 큰 나라 왕이 몸에 중한 병을 얻어 12년 동안 낫지 않고, 어떤 의사도 고치는 이가 없었다.
그때 그 큰 나라 왕이 통솔하는 변방의 작은 나라에 한 의사가 있어 병을 잘 다스렸다. 왕은 곧 그를 불러와 자기 병을 다스리게 하였더니 오래지 않아 병이 낫게 되었다.
030_0422_c_17L昔有一大國王身得重病十二年不差一切大醫無能治者時邊方小國統屬大王有一醫師善能治病王卽召來令治己病未久之閒卽蒙除降
030_0423_a_01L왕은 곧 ‘이 스승의 은혜를 갚으리라’ 생각하고, 여러 번 사자를 보내어 그 작은 나라에 영을 내렸다.
“이 스승은 왕의 병을 다스려 낫게 하였다. 큰 공이 있으니 마땅히 상을 주어야 하는데, 코끼리와 말ㆍ수레ㆍ소ㆍ양ㆍ밭ㆍ집과 여종[靑衣]과 당직[直人]과 장식 도구를 모두 다 공급하라.”
030_0422_c_21L便念欲報此師恩屢遣使者宣令彼此師治王病差應有大功宜應賞象馬車乘牛羊田宅靑衣直人嚴飾之具皆給與之
작은 나라의 왕은 위의 명령을 받들어 사택과 높고 훌륭한 집과 층계집을 짓고, 그 의사의 부인에게는 의복과 음식과 진주와 장식 도구를 주고, 코끼리와 말ㆍ소ㆍ양 등 일체를 모두 갖추었다.
의사는 왕의 곁에 있었는데, 아무도 이 일을 말해 준 이가 없었다. 의사는 생각하였다.
‘나는 왕의 병을 치료한 큰 공이 있다. 왕은 내게 은혜를 갚을지 모르겠다.’
030_0423_a_02L彼小國王奉宣上爲設舍宅高堂重閣給其師婦衣裳飮食珠環嚴具及象馬牛羊一切備足師在王邊無有語者師便思惟治王病大有功夫未知王當報我與
다시 며칠이 지나 왕은 더욱 회복되어 의사는 하직하고 본국으로 돌아가기를 청하였다.
왕은 곧 허락하고 야윈 말 한 마리를 주었는데 그 타는 기구도 다 해진 것이었다.
‘나는 왕의 병을 치료한 큰 공이 있다. 그런데 왕은 내 은혜를 모르고 처리도 하지 않고 헛되이 떠나게 한다.’
그리고는 길을 따라가면서 탄식하며 길이 원한을 삼았다.
030_0423_a_07L復經數日王轉平復其師請辭欲還本國王便聽之給一羸馬乘具亦師大歎恨我治王病大有功夫王不識恩分不相料理令我空去道愁歎以爲永恨
본국에 돌아가자마자 그는 코끼리들을 보고 그 코끼리 지키는 사람에게 물었다.
“이것은 뉘집 코끼리인가?”
코끼리 지키는 사람은 대답하였다.
“이것은 아무 의사의 코끼리입니다.”
030_0423_a_11L適至本國見有群問象子曰此誰家象象子答曰此是某甲師象
“아무 의사는 어디서 이 코끼리를 얻었는가?”
“아무 의사는 대왕의 병을 다스려 고쳤다는데, 공의 갚음으로 얻은 것입니다.”
030_0423_a_13L復問象子曰某甲師何從得此象象子答曰某甲師治大王病差功報所得也
다시 조금 더 가다가 말들을 보고 그 마부에게 물었다.
“이것은 누구 집 말인가?”
마부는 대답하였다.
“아무 의사의 말입니다.”
030_0423_a_15L小復前行見有群問馬子曰此誰家馬馬子答曰甲師馬
다시 조금 더 가다가 소와 양 떼를 보고 그 양 지키는 사람에게 물었다.
“이것은 누구 집 소와 양인가?”
양 지키는 사람은 대답하였다.
“아무 의사의 소와 양입니다.”
030_0423_a_17L小復前行見有群牛羊問群牛羊子曰此誰家牛羊羊子答曰甲師牛羊
다시 조금 더 가다가 그 사택과 높고 훌륭한 집과 층계집과 빼어나게 기이한 집을 보고 문지기에게 물었다.
“이것은 누구 집인가?”
문지기는 대답하였다.
“이것은 그 아무 의사의 집입니다.”
030_0423_a_19L小復前行見其本舍高堂重閣殊異本宅問門人曰此是誰舍門人答曰此是某甲師舍
그 집 안에 들어가니 부인의 얼굴빛이 만족스럽고 즐거우며, 몸에는 보배로운 옷을 입은 것을 보고 이상이 여겨 물었다.
“저이는 누구 부인인가?”
당직은 대답하였다.
“저이는 아무 의사의 부인입니다.”
030_0423_a_21L便入其閤內見其婦形色豐悅身服寶衣怪而問此誰夫人直人答言此是某甲師夫人
030_0423_b_01L거기서 코끼리와 말을 바라보면서 집 안에 들어가, 그것이 모두 왕의 병을 고쳐 그 공의 갚음으로 얻은 것임을 알고 곧 스스로 한탄한 것을 뉘우쳤다.
030_0423_b_01L從見象馬及入舍內皆知是治王病功報所得便自追恨
처음에 왕의 병을 다스려 공이 적은 것은 복덕에 비유한 것이요, 복덕이 더딘 것은 왕의 병과 같으며, 의사는 복을 닦는 사람에 비유한 것이요, 왕의 병을 고치는 것은 수행하는 사람이 복을 닦는 데 비유한 것이며, 왕의 병이 나은 것은 복덕을 이미 성취한 것과 같고, 왕이 영을 내려 코끼리와 말과 집을 상으로 준 것은, 복은 여기서 쌓고 갚음은 저기서 받는다는 것이다.
030_0423_b_02L本治王病功夫少也喩福德也福德留難如王病也醫師喩修福人也治王病者如行人能修福事也王病差者如福德已成也王宣令賞賜象馬室宅者言福積於此報成於彼也
대개 빠르기를 바라는 사람은 항상 그 갚음이 더딘 것을 걱정한다. 그것은 마치 어떤 사람이 조그만 믿음으로 가끔 복을 짓고는, 곧 아침이나 저녁에 갚음을 바라는 것과 같다. 그리하여 노ㆍ병ㆍ사가 닥치면 그것은 자연으로서 좋은 갚음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하늘의 중음(中陰)을 얻으면 으레 선이 갖추어 오는데, 그것은 저 의사가 코끼리와 말을 보는 것과 같고, 그 중음을 타고 천궁에 이르러, 거기서 나는[生] 음(陰)을 받아, 눈으로 천당의 갖가지 장식을 보고는 비로소 옛날에 복을 많이 짓지 않은 것을 알고 후회하는데, 그것은 저 의사가 이미 상을 받고, 병을 다스린 공이 적다고 한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030_0423_b_07L夫望速者常患應遲也如人少信有時作福便望朝夕報也老病死至便謂自然無善報也得天中陰善應具至如彼醫師見象馬也乘此中陰旣到天宮彼生陰目見天堂種種嚴飾乃知追恨往昔不多作也如彼醫師旣見賞恨其治病功夫少也

17

외국에는 때로 나쁜 비가 내렸는데, 만일 그것이 강이나 호수나 우물이나 못에 떨어져 사람이 그 물을 마시면 그것은 사람을 미치게 하여 이레 만에야 풀리었다.
그때 그 나라 왕은 지혜가 많고 사물의 상을 잘보았다. 나쁜 비가 내릴 구름이 일어나면 왕은 그것을 알고, 곧 한 우물의 덮개를 덮어 비가 들어가지 못하게 하였다.
030_0423_b_14L外國時有惡雨若墮江湖河井城池水中人食此水令人狂醉七日乃解時有國王多智善相惡雨雲起王以知之便蓋一井令雨不入
어느 때 그 나라의 관리들과 신하들은 그 나쁜 빗물을 먹고 모두 미쳐 옷을 벗고 알몸이 되어 진흙을 머리에 바르고 왕청(王廳) 위에 앉았는데, 오직 왕만은 미치지 않고, 보통 때 입던 옷을 입고 하늘관[天冠]을 쓰고 영락으로 꾸미고 본 평상에 앉아 있었다.
여러 신하들은 저희가 미친 줄은 모르고 도리어 왕을 크게 미쳤다 하여 ‘왜 입은 옷이 혼자 저러냐’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그들은 저희끼리 말하였다.
“이것은 작은 일이 아니다. 마땅히 다같이 생각하여야 한다.”
030_0423_b_18L時百官群臣食惡雨水擧朝皆狂脫衣赤裸土塗頭而坐王廳上唯王一人獨不狂也服常所著衣天冠瓔珞坐于本一切群臣不自知狂反謂王爲大何故所著獨爾衆人皆相謂言非小事思共宜之
030_0423_c_01L왕은 신하들이 반역하려 한다고 생각하고, 스스로 두려워하여 신하들에게 말하였다.
“내게는 좋은 약이 있어서 이 병을 고칠 수 있다. 그대들은 잠깐만 기다려라. 나는 그 약을 먹고 곧 나오리라.”
왕은 곧 궁중으로 들어가 입었던 옷을 벗고 진흙을 얼굴에 바르고는 이내 도로 나왔다. 신하들은 왕을 보고 모두 크게 기뻐하면서 “법이 응당 그러리라” 하고, 저희들이 미친 줄은 알지 못하였다.
030_0423_c_01L王恐諸臣欲反便自怖懅語諸臣言我有良藥能愈此諸人小停待我服藥須臾當出便入宮脫所著服以泥塗面須臾還一切群臣見皆大喜謂法應爾自知狂
이레 뒤에 신하들은 모두 정신이 돌아와 못내 스스로 부끄러워하여, 각기옷을 입고 갓을 쓰고 나와서 왕을 뵈었다. 왕은 짐짓 여전히 발가벗은 몸으로 앉아 있었다. 신하들은 놀라고 괴상히 여겨 왕에게 물었다.
“대왕은 언제나 지혜가 많으신데 왜 그렇게 하십니까?”
왕은 대답하였다.
“내 마음은 언제나 일정하여 변하는 일이 없다. 그대들이 미쳤기 때문에 도리어 나를 미쳤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렇게 할 뿐이요, 내 본 마음은 아니다.”
030_0423_c_06L七日之後群臣醒悟大自慚各著衣冠而來朝會王故如前赤裸而坐諸臣皆驚怪而問言王常多何故若是王答臣言我心常定無變易也以汝狂故反謂我狂以故若非實心也
부처님께서도 이와 같다. 중생들이 무명(無明)의 물을 마시고 언제나 모두 미쳤기 때문에 만일 큰 성인께서 항상 ‘모든 법은 나지도 않고 멸하지도 않는다. 어떤 모양도 모양이 없는 것이다’라고 말씀하시면, 반드시 큰 성인을 미쳤다고 말할 것이다. 그러므로 부처님은 중생의 생각을 그대로 따라 ‘현재에 이 법은 좋고 이 법은 나쁘다, 이것은 유위법(有爲法)이요 이것은 무위법(無爲法)이다’라고 말씀하시는 것이다.
030_0423_c_11L如來亦如是以衆生服無明水一切常狂若聞大聖常說諸法不生不滅一相無相者必謂大聖爲狂言也是故如來隨順衆生現說諸法是善是惡是有爲是無爲也

18

아수라(阿修羅)는 전생에 가난한 사람이 되어 강 가까이 살면서 항상 강을 건너가 땔나무를 지고 왔었다.
어느 때 강물이 매우 깊고 빨랐는데, 그는 물에 휩쓸려 나무를 잃어버리고 몸도 빠져, 물결을 따라 뒹굴다가 급히 서둘러 나오게 되었다.
030_0423_c_15L阿修羅前世時曾爲貧人居近河邊常渡河擔薪時河水深流復駃疾人數數爲水所漂旣亡所持身又沒隨流夗轉急而得出
그때 벽지불은 사문의 형상으로 그 집에 가서 밥을 빌었다. 그는 매우 기뻐하며 곧 밥을 주었다. 사문은 공양을 마치고 손을 씻은 뒤에 발우를 허공에 던져두고 날아가 버렸다.
그는 이것을 보고 곧 발원하였다.
“원컨대 나는 후생에 몸이 커서 어떤 깊은 물도 무릎을 넘지 않게 하여 주소서.”
030_0423_c_19L時有辟支佛作沙門形詣舍乞食貧人歡喜卽施飯食訖已行澡水畢置鉢虛中飛行而去貧人見之因以發願願我後生身形長大一切深水無過膝者
030_0424_a_01L이 인연으로 그는 아주 큰 몸을 얻어, 네 개의 큰 바닷물[四大海]도 그 무릎을 넘지 못하였다. 그래서 그가 큰 바다 가운데 서면 몸은 수미산보다 커서, 손으로는 산꼭대기를 어루만지고 밑으로는 도리천을 내려다보았다.
그런데 하물며 부처님께서는 한량없는 겁 동안 큰 서원을 쌓았으니, 그 법신(法身)이 허공에 가득 차는 것이 무엇이 이상하겠는가?
030_0423_c_23L以是因緣得極大身四大海水不能過膝立大海中身過須彌手據山頂下觀忉利天況佛無央數劫積大誓願身滿虛何足怪乎

19

옛날 한 나라가 있어, 왕자가 나이 일곱 살이 되자, 깊은 산에 들어가 신선의 도를 배우느라고 조정의 모든 관리의 책임은 전연 알지 못하였다.
그 뒤에 국왕이 목숨을 마쳤으나 국왕이 될 만한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신하들은 서로 의논하였다.
“저 산중에 사는 선인(仙人)은 바로 본래의 왕자요, 겸하여 도덕을 닦았으니 그이를 왕으로 삼으면 온 나라가 의지하게 될 것이다.”
030_0424_a_04L昔有一國王子年始七歲便入深山求學仙道未曾知朝廷百官之任國王壽終便無堪任爲國王者群臣共議山中仙人本是王子兼修道德以此爲王萬國有賴也
온 나라의 신하와 백성들은 모두 산으로 가서, 그 선인을 추대하여 국왕을 삼고 왕의 수레에 태워 본국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식관(食官)에게 명령하여 온갖 맛있고 아름다운 음식을 만들어 대왕께 드렸다.
왕은 그 음식 맛이 입에 맞기 때문에 그 밖의 다른 여러 가지 사물도 모두 그 식관에게 구하였다.
030_0424_a_09L率土臣民皆出詣山拜此仙以爲國王乘以王輿迎還本國宣勅食官妙饌盛味以饗大王王以食味可口故其餘諸物事事從廚士索之
신하들은 모두 웃으면서 왕에게 아뢰었다.
“백관(百官)들의 소임은 각기 주관하는 것이 다릅니다. 식관은 음식을 주관하고 의관(衣官)은 의복을 주관하며, 군사나 재정도 각기 맡은 이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음식이 맛있다 하여 그 한 사람이 모두를 다 잘한다고 맡길 수 없습니다.”
030_0424_a_13L群臣具皆笑故謂王百官之任各有所主廚官自主食衣官自主衣兵事寶藏各有所司可以食美故責備一人也
이 비유는, 모든 경전은 각각 그 밝히는 바가 다르므로 한 경전에 모든 것이 갖추어 있기를 구해서는 안 됨을 밝힌 것이다.
저 『반야경(般若經)』은 모든 법의 실상(實相)을 밝히고 『아비담(阿毘曇)』은 모든 법의 유(有)를 밝힌 것으로서, 그것은 각기 서로 달라 ‘상(相)이 있다, 상이 없다’고 설명한 것이다.
030_0424_a_16L此喩明衆經各自有所明不可責備於一經也彼若自明諸法實相阿毘曇明諸法各各相異勒相無相而說也
030_0424_b_01L
20

옛날 녹림(鹿林)에 5백 마리 사슴 떼가 살았다. 그 숲에는 녹왕(鹿王)이 있었는데 하나는 보살왕이요, 하나는 진짜 녹왕이었다.
어느 때 그 나라 왕은 성을 나가 사냥하다가, 사슴 떼를 보고 군사를 이끌고 가서 에워쌌다.
두 마리 녹왕은 다같이 계책을 세우고 국왕에게 나아가 꿇어앉아 아뢰었다.
“우리는 지금 왕의 경계 안에서 나누어 잡아먹힘을 달게 받겠습니다. 왕이 한꺼번에 저 사슴들을 잡아 단번에 먹지 않으면 그것은 썩게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오늘은 두 마리를 보내어 왕의 음식에 공급하고, 나머지는 차례로 날마다 보내되 빠뜨림이 없게 하겠습니다. 원컨대 왕은 허락하시어 조금이라도 목숨을 늘이게 하소서. 그것이 어찌 대왕의 은혜가 아니겠습니까?”
030_0424_a_19L鹿林昔有五百群鹿在此林中有鹿一是菩薩一是眞鹿王時有國王出城獵見此群鹿引兵圍之彼二鹿王共設方計俱詣人王長跪白人王今在王界分受屠割若王一時倂殺諸鹿噉不時盡或臭爛意欲日送二鹿以供王食餘者次第當日日奉送不敢有闕也願王見聽小得延命此豈是非大王之恩耶
이에 국왕은 그 말대로 허락하고 포위를 풀어 놓아 주었다.
그 뒤로 두 사슴왕은 서로 의논해 차례를 따라, 날마다 두 마리씩 왕의 찬간으로 보냈다.
030_0424_b_05L於是人王聽如所白開圍放之從此以後彼二鹿自相料簡遂爲次第日送二鹿詣王廚下
며칠을 지난 뒤에 어떤 새끼 밴 사슴이 차례가 되어 죽게 되었다. 그 사슴이 왕에게 나아가, 새끼 낳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죽이라 청하자 왕은 말하였다.
“다른 사슴은 아직 차례가 되지 않았는데 누가 너를 대신하겠는가?”
그 사슴은 보살왕에게 가서 말하였다.
“우리 국왕은 어질지 못해 이치로써 용납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지금 돌아와 귀의합니다. 원컨대 저를 위해 처리하여 주십시오.”
030_0424_b_08L更數日後有一妊身鹿次應就死彼鹿詣其王所求待產竟彼王報言餘鹿次第未至誰代汝者彼鹿便詣菩薩王所白菩薩言我王不仁不以理恕今來歸命願爲理之
보살왕은 그 사정을 가엾이 여겨 마침내 스스로 왕의 찬간으로 갔다. 찬간지기는 국왕에게 아뢰었다.
“보살왕[鹿王]이 스스로 찬간에 와서 새깨 밴 사슴을 대신하려 합니다.”
왕은 드문 일이라 이상히 여겨 찬간지기에게 말하였다.
“그 녹왕을 데리고 오라.”
030_0424_b_12L菩薩鹿王愍其如此遂便自詣人王廚下廚士白王言鹿王自來詣廚求代彼妊身之鹿王乃怪之希有語廚士言將彼鹿王來
이에 녹왕은 국왕 앞에 나아가 제 뜻을 자세히 이야기하였다.
그때 국왕은 드디어 신심이 생겨 말하였다.
“짐승도 오히려 덕을 닦거늘, 하물며 사람의 왕이겠는가?”
030_0424_b_16L於是鹿王詣人王所向王廣說其意於是人王信心遂生禽獸猶尚修德何況人乎
온나라에 영을 내려 다시는 사냥하지 못하게 하였다. 그리고 그 숲을 녹림(鹿林)이라 이름하였다.
030_0424_b_18L令一國之內永不射獵以此林野長施群鹿從是以來遂以鹿林爲名也
030_0424_c_01L
21

옛날 어떤 거사가 있었는데 그 부인이 아이를 배었다. 부처님을 집으로 청하여 공양을 마치고, 부처님으로 하여금 그 부인을 점쳐 아들을 낳을까, 딸을 낳을까를 알고자 하였다.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반드시 아들을 낳는데 얼굴이 뛰어나게 단정할 것이요. 자라서는 인간에서 천상의 즐거움을 받다가 뒤에는 아라한의 도를 얻을 것이오.”
030_0424_b_20L昔有一居士其婦妊身請佛到舍供養畢欲令如來占其妻後生子欲知男女佛言後當生男端正殊好及至長大當於人中受天上樂後當得羅漢道
거사는 그 말을 듣고도 의심하여 믿지 않았다.
그 뒤 거사는 다시 외도의 여섯 스승을 청하여 공양을 마치고, 다시 점치게 하기 위하여 여섯 스승에게 말하였다.
“전에 사문 구담을 시켜 점치게 하였더니, 반드시 아들을 낳으리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참으로 아들일지 모르겠습니다.”
여섯 스승은 말하였다.
“딸을 낳을 것이오.”
030_0424_c_02L居士聞之心疑不信後復請六師供養畢復令占之居士語六師言前使瞿曇沙門占之言後當生男知實爲男不六師言當生女
여섯 스승들은 부처님의 법을 미워하기 때문에 굳이 반대하려 하다가, 다시 돌이켜 생각하기를 만일 아들을 낳으면 반드시 저 거사는 우리를 버리고 구담을 섬길 것이라 해서 이내 거짓으로 말하였다.
030_0424_c_05L彼六師等憎疾佛法茍欲相反還自思惟彼生男者彼居士便當棄我奉事瞿
“거사여, 그대 아내는 아들은 낳을 것이오. 그러나 아들을 낳은 뒤에는 장차 큰 화가 생겨 집안의 친족이 일곱 대(代)가 끊어질 것이오. 이렇게 불길(不吉)하기 때문에 우리는 아까 딸을 낳을 것이라고 거짓으로 말한 것이오.”
030_0424_c_08L便作詭語居士君婦當生男生男之後方大凶禍家室親屬七世絕滅以不吉故我前詭言是女也
거사는 이 말을 듣고 당황하여 어쩔 줄을 몰랐다.
여섯 스승들은 다시 거사에게 말하였다.
“만일 그런 화를 면하려면 저 아이를 없애 버려야 하오.”
여섯 스승들은 여자의 배를 문질러 아이를 떨어뜨리려 하였다. 그때 쉬지 않고 자꾸 배를 문질러 그 여자는 그만 죽고 말았다. 그러나 아이는 죽지 않았다. 그것은 전생에 지은 복덕 때문이었다.
030_0424_c_10L居士聞心用惶怖不知所如彼六師等便語居士欲得吉利惟當除去之耳六師便爲居士婦按腹按腹欲令落之腹不止居士婦遂命終而兒不死宿命福德故也
거사는 곧 그 부인을 묘지(墓地)에 가져다 두고 나무를 쌓아 불을 붙이니 불꽃이 한창 성하였다. 그때 부처님께서는 제자들을 데리고 거기 가시었다. 부인의 몸은 다 허물어지지마는, 그 아이는 연꽃 위에 앉아 단정하고 아름다워 그 얼굴이 눈과 같음을 보시고 부처님은 기역(耆域)에게 명령하셨다.
“저 아이를 안고 오라.”
030_0424_c_15L居士便棄其婦著死人大積薪燒之火焰旣盛佛便將諸弟子就往觀之居士婦身破壞便見其兒在蓮花上坐端正殊好顏貌如佛命耆域取此兒來
030_0425_a_01L기역은 곧 아이를 안고 나와 거사에게 돌려 주었다.
거사는 그 아이를 길러 나이가 열여섯이 되자, 재주와 아름다움이 남보다 뛰어났다. 거사는 맛있는 음식을 많이 장만하여 여섯 스승들을 청하였다. 여섯 스승들은 앉은 지 오래지 않아 픽 웃었다. 거사는 물었다.
여섯 스승들은 대답하였다.
“왜 웃으십니까?”
“저 5만 리 밖에 산이 있고 그 산 밑이 물이 있는데, 어떤 원숭이 한 마리가 그 물에 떨어졌소. 그 때문에 웃었소.”
030_0424_c_19L耆域卽取來出還本居士居士遂便長育之至年十六才美過人便廣設多美飮食請彼六師六師旣坐未久之閒便失笑其人問何故笑也六師便答吾見五萬里有山山下有水有一獼猴落水是故笑耳
아이는 그 말이 거짓임을 알고, 발우에 갖가지 국을 담고 그 위에 밥을 덮어 사람을 시켜 갖다 주었다.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는 발우 밑에 밥을 담고 그 위에 국을 부어 주었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밥을 먹었으나 오직 여섯 스승들만은 화를 내면서 먹지 않았다.
030_0425_a_02L此兒知其虛妄便鉢中盛種種好羹以飯覆上使人擎與之人鉢中下著飯上著羹諸人皆食六師獨瞋不食
주인은 물었다.
“왜 먹지 않습니까?”
여섯 스승들은 대답하였다.
“국이 없는데 어떻게 먹겠소.”
030_0425_a_05L主人問何故不食師答言無羹云何食
주인은 말하였다.
“당신들 눈은 5만 리 밖의 원숭이가 물에 떨어지는 것은 보면서 어째서 밥 밑에 있는 국은 보지 못합니까?”
그러자 여섯 스승들은 매우 성을 내어 끝내 먹지 않고 돌아갔다.
그들은 돌아가는 길에 시리구다(尸利求多)에게 말하였다.
030_0425_a_06L主人言君眼乃見五萬里獼猴落水何不見飯下羹於是六師大瞋竟不食而還徑向尸利求多廣說
“그 사람은 그 누이를 시리구다의 아내로 주었다.”
시리구다도 화를 내면서 여섯 스승들에게 말하였다.
“구담은 바로 그들의 스승이요, 내가 큰 스승이니 데리고 오라.”
그러면서 헐고 욕하였다.
그래서 불구덩이와 독이 든 밥을 만든 것이다.
030_0425_a_09L其人姊與求多作婦尸利求多聞之亦瞋告六師言瞿曇是彼師我爲大師請來毀辱之也以作火坑毒飯也
이 비유는 극히 복잡하므로 낱낱이 들 수 없다. 그러므로 간략히 그 요점만 들었다.
030_0425_a_12L此喩極廣不能一一出故略擧其要也

22

옛날 어떤 도사가 바라문 집에 가서 밥을 빌었다. 바라문은 그 부인을 시켜 밥을 받들고 가서 주게 하였다.
그의 앞에 서 있는 바라문 부인의 아름다움을 보고, 도사는 곧 마음을 바꾸어 바라문에게 말하였다.
“욕심의 맛과 허물의 재앙과 벗어남.”
바라문은 그 말을 이해하지 못하여 이내 물었다.
“어떤 것을, 욕심의 맛과 허물의 재앙과 벗어남이라 하는가?”
030_0425_a_13L昔有一道士造婆羅門家乞食婆羅門使婦擎食食之婦在前立其婦端道士觀之心便生變語婆羅門言欲味過患出婆羅門不解便問言等欲味過患出
도사는 곧 바라문의 부인을 안고 끙끙 대고는, 바라문에게 말하였다.
“이것이 욕심의 맛이다.”
바라문은 매우 화를 내어 지팡이로 그 도인을 내리쳤다.
도인은 다시 말하였다.
“이것이 허물의 재앙이다.”
030_0425_a_18L道士便抱其婦咽共嗚嗚已語婆羅門言此是欲味婆羅門大瞋以杖打此道人一下道人復此過是患
바라문이 다시 치려 하자, 도인은 문 밖으로 달려나가다가 바라문을 돌아보면서 말하였다.
“이것이 벗어남이다.”
030_0425_a_21L復欲重打道人走到門外復迴頭語婆羅門此是出也
이 비유는, 사람이 그윽한 뜻을 알지 못할 때에는 모름지기 어떤 실례를 들어 가르친 뒤에야 깨닫는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030_0425_a_22L喩人不能玄解義味要須指事然後悟之也
030_0425_b_01L
23

옛날 어떤 촌사람이 잠깐 도시에 나갔다가, 어떤 사람이 매를 맞고 뜨거운 말똥을 그 등에 바르는 것을 보고, 그에게 물었다.
“왜 그렇게 하는가?”
그는 대답하였다.
“다친 자리가 쉽게 낫고 또 흉터가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서이다.”
030_0425_a_23L昔有田舍人暫至都下見被鞭持熱馬屎塗背問言何故若是其人答瘡易愈而不作瘢
그 촌사람은 이 말을 마음에 새겨 듣고, 집에 돌아가 그 부인에게 말하였다.
“나는 거리에 나가 큰 지혜를 얻었소.”
아내는 물었다.
“어떤 지혜를 얻었습니까?”
030_0425_b_03L田舍人密著心中後歸家語其家人言我至都下大得智慧後家人問言得何等智慧
그는 곧 종을 불러 말하였다.
“매를 가지고 와서 나를 아프게 2백 대를 때리라.”
종은 그 주인을 두려워했기 때문에 감히 명령을 어기지 못하고, 곧 되게 2백 대를 쳤다. 흐르는 피가 그 등을 덮었다. 그는 다시 종에게 명령하였다.
“뜨거운 말똥을 가져 와서 내 등에 발라라. 쉽게 낫고 또 흉터가 생기지 않게 하리라.”
그리고 그 아내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아는가? 이것이 지혜니라.”
030_0425_b_05L便呼奴言持鞭來痛與我二百鞭奴畏大家不敢違命卽痛與二百鞭流血被語奴言取熱馬屎來爲我塗之令易愈而不作瘢語家人言汝知之此是智慧
이것은 계율을 잘못 지키는 도인을 비유한 것이다. 처음에 밝은 스승을 만나 계율을 받았다가, 뒤에 다른 사람의 계율 받는 것을 보고는 곧 본래의 계율을 버리고 다시 속인이 되어 법의 몸을 허물어 버리는 것은, 2백 대 매를 맞고 흐르는 피가 등을 덮는 데 비유한 것이요, 다시 다른 계율을 받는 것은 말똥을 바르는 것과 같다.
030_0425_b_10L此喩下戒道人本遇明師受戒卽得見他受戒便捐棄本戒更作白衣以壞法身喩受二百鞭流血被背也方求更受如馬屎塗也

24

외국에 용을 저주하는 어떤 사람이 있었다. 그는 항아리에 물을 담아 가지고, 용이 사는 못 가에 가서 일심으로 주문을 외웠다. 그 용은 곧 큰 불이 못 밑에서 일어나 온 못이 다 끓는 것을 보고, 몹시 당황하여 머리를 내어 산을 바라보았다. 거기서 다시 큰 불이 모든 산을 태우는 것을 보고, 다시 산꼭대기를 우러러보았으나, 거기는 허공뿐이어서 머무를 곳이 없었다.
그리고 모두가 다 뜨거워 도망할 곳이 없었는데, 오직 항아리 속에 물이 있어서, 그 불을 끄고 몸을 피할 수 있음을 보고, 몸을 조그만하게 만들어 항아리 속으로 들어갔다.
030_0425_b_13L外國有呪龍師軍遲盛水詣龍池邊一心誦呪此龍卽時便見大火從池底起擧池皆然龍見火怖出頭望山復見大火燒諸山澤仰視山頂空無住處一切皆熱逃身無地唯見軍遲中水可以避難便滅其火身作微小形入軍遲中
030_0425_c_01L그 용이 사는 곳은 욕계에 비유한 것이요, 바라보는 산은 색계에 비유한 것이며, 우러러보는 산꼭대기는 무색계에 비유한 것이요, 용을 저주하는 사람은 보살에 비유한 것이다. 그리고 항아리의 물은 열반에 비유한 것이요, 그 주술(呪術)은 방편에 비유한 것이며, 큰 불이 타는 것은 덧없음을 나타낸 것이요, 용의 큰 몸은 교만에 비유한 것이며, 조그마한 몸으로 변하는 것은 겸손에 비유한 것이다.
030_0425_b_20L彼龍池者喩欲界也望山澤喩色界也視山頂者喩無色界也呪龍師者喩菩薩也軍遲水者喩涅槃也彼呪術者喩方便也大火然者喩現無常龍大身者喩憍慢也作小形者喩謙卑也
이것은 보살이 겁(劫)이 다하여 욕계와 색계가 모두 불타는 것을 나타내어, 덧없음의 큰 불에 두려워하는 중생들로 하여금 교만을 버리고 겸손하게 된 뒤에 열반에 들어가게 한다는 것을 말한 것이다.
030_0425_c_02L言菩薩示現劫燒欲色洞然無常大火恐怖衆生除憍慢謙卑下下然後乃悉入涅槃也

25

외국에 오랜 옛날부터 어떤 큰 돌이 사람이 다니는 길 곁에 있었는데, 수레와 말이 항상 밟고 다녔기 때문에 조금씩 닳았다.
그 나라의 한 사람이 길을 방해하는 그 돌을 싫어하여 없애려고 때려 부숴버렸다.
030_0425_c_05L昔者外國從來久遠曾有一石當人路側時爲車馬踐蹈小小損減彼世有人嫌其妨道務欲除之時卽打壞
그 돌 속에서 독사 한 마리가 나와 바람을 얻어 자꾸 커지더니, 잠깐 동안에 그 몸이 온 염부제에 가득 찼다. 그리하여 염부제 안의 중생들을 하루 동안에 다 잡아먹고는 죽었다.
030_0425_c_08L見有毒蛇從石中出得風轉大須臾之閒身滿閻浮提閻浮提中衆生人一日之中悉皆噉盡然後乃死
이것은, 악의 갚음도 이처럼 빠르거늘 하물며 보살은 본래 범인으로서 티끌 수 같은 겁 동안에 공덕을 쌓으면서, 큰 뜻을 내어 곧 부처의 도를 이루고, 법을 연설하여 사람을 구제한 뒤에 열반에 들었으니, 그 이익의 빠름을 어찌 이상하다 하겠는가?
030_0425_c_11L是惡報尚速疾如是況之菩薩本爲凡人積功累德動經塵數之劫適從發意便成佛道說法度人而取泥洹此之利疾豈足怪乎

26

옛날 어떤 뱀 한 마리가 있었는데, 그 머리와 꼬리가 서로 다투면서 머리가 꼬리에게 말하였다.
“내가 크다.”
꼬리가 머리에게 말하였다.
“내가 크다.”
030_0425_c_15L昔有一蛇頭尾自相與諍頭語尾曰我應爲大尾語頭曰我亦應大
머리는 다시 말하였다.
“내게는 귀가 있어서 들을 수 있고 눈이 있어서 볼 수 있으며, 입이 있어서 먹을 수 있고, 갈 때에는 맨 앞에 있다. 그러므로 내가 크다 할 수 있다. 그리고 너는 그런 재주가 없으니 크다 할 수 없다.”
꼬리는 말하였다.
“내가 너를 가게 하기 때문에 너는 갈 수 있는 것이다. 만약에 내가 몸으로 나무를 세 겹으로 감고 사흘 동안을 놓지 않는다면, 머리는 갈 수가 없어 밥을 찾으면서 굶주려 거의 죽을 것이다.“
030_0425_c_17L頭曰我有耳能聽有目能視有口能食時最在前是故可爲大汝無此術應爲大尾曰我令汝去故得去耳我以身遶木三帀三日而不已頭遂不得去求食飢餓垂死
030_0426_a_01L그래서 머리는 꼬리에게 말하였다.
“너는 몸을 놓아라. 네가 크다 하리라.”
꼬리는 그 말을 듣고 곧 놓아 주었다. 머리는 꼬리에게 말하였다.
“네가 크니 앞에서 가라.”
꼬리는 앞에서 가다가 몇 걸음도 가지 못하고 불구덩이에 떨어져 죽었다.
030_0425_c_22L頭語尾曰可放之聽汝爲大尾聞其言卽時放復語尾曰汝旣爲大聽汝在前行尾在前行未經數步墮火坈而死
이 비유는 승려 가운데 혹 총명하고 덕이 있는 어떤 장로가 법을 결정할 때, 하위의 승려들이 순종하지 않으면 장로가 힘으로 그것을 제지하지 않고 그들에게 “너희들 마음대로 하라” 하면, 일은 되지 않고 다같이 법답지 않은 데에 떨어진다는 것이니, 저 뱀이 불구덩이에 떨어지는 비유와 같은 것이다.
030_0426_a_02L喩僧中或有聰明大德上座能斷法下有小者不肯順從上座力不能便語之言欲爾隨意事不成濟俱墮非法喩若彼蛇墜火坈也

27

옛날 어떤 새 잡는 사람[捕鳥師]이 늪 위에 그물을 치고, 새 먹이를 그 안에 두었다. 새들이 짝을 지어 다투어 와서 먹이를 먹을 때, 새 잡는 사람은 그물을 당겨 새를 모두 그물 속에 떨어지게 하였다.
그때 어떤 새 한 마리는 몸이 크고 힘도 세어, 몸으로 그 그물을 들고 여러 새들과 함께 날아갔다. 새 잡는 사람은 그 그림자를 바라보며 쫓아갔다.
030_0426_a_06L昔有捕鳥師張羅網於澤上以鳥所食物著其中衆鳥命侶競來食之師引其網衆鳥盡墮網中時有一鳥大而多力身擧此網與衆鳥俱飛而鳥師視影隨而逐之
어떤 사람이 새 잡는 사람에게 말하였다.
“새는 허공을 날아가는데 너는 걸어서 쫓아가는구나. 어찌 그리 어리석은가?”
새 잡는 사람은 대답하였다.
“그렇지 않다. 해가 저물어 저 새들이 깃들 곳을 찾을 때에는, 나아가는 곳이 같지 않아서 반드시 떨어질 것이다.”
030_0426_a_11L有人謂鳥師鳥飛虛空而汝步逐何其愚哉師答曰不如是告彼鳥日暮要求拪宿進趣不同如是當墮
그리하여 그는 쉬지 않고 쫓아갔다.
해가 차츰 저물어갔다. 올려다 보니 새들은 어지러이 날면서 서로 다투었다. 혹은 동쪽으로 가려 하고, 혹은 서쪽으로 가려 하며, 혹은 숲으로 가려 하고 혹은 못으로 가려 하였다. 이렇게 쉬지 않고 다투다가 어느새 모두 떨어졌다.
그리하여 새 잡는 사람은 그것을 모두 잡아 차례로 죽였다.
030_0426_a_14L其人故逐不日以轉暮仰觀衆鳥飜飛爭競欲趣東或欲趣西或望長林或欲赴如是不已須臾便墮鳥師遂得次而殺之
새 잡는 사람은 파순(波旬)과 같고, 그물을 치는 것은 매어부림[結使]과 같으며, 그물을 진 채로 나는 것은 사람이 매어부림을 떠나지 못한 채 생사를 벗어나려는 것이요, 해가 저물어 그치는 것은 사람이 게으른 마음을 내어 더 나아가지 않는 것과 같으며, 깃들 곳을 찾되 꼭 같지 않은 것은 예순두 가지 소견을 일으켜 항상 서로 반대하는 것이요, 새가 땅에 떨어지는 것은 사람이 삿된 소견의 갚음을 받아 지옥에 떨어지는 것과 같다.
이것은 매어부림과 번뇌는 악마의 그물이라는 것을 밝힌 것이다.
030_0426_a_18L捕鳥師者如波旬也張羅網者如結使也負網而飛如人未離結使欲求出要也日暮而止如人懈怠心生不復進也求拪不同者如起六十二見恒相反也鳥墮地者如人受邪報落地獄也此明結使塵垢是魔羅網也
030_0426_b_01L
28

옛날 부처님께서 세상에 계실 때 5백의 명 역사가 모두 사문이 되어, 한곳에서 좌선도 하고 경도 외웠다.
어떤 나쁜 도적이 와서 여러 사문들의 옷과 발우를 모두 빼앗아 가고, 오직 열반한 승려의 것만 남아 있었다.
030_0426_b_01L昔佛在世時有五百力士俱爲沙門共在一處坐禪誦經有不善賊盡奪諸沙門衣鉢蕩盡唯有泥洹僧在
도적이 떠난 뒤에 여러 사문들은 경솔하게도 열반한 승려의 옷을 입고, 모두 부처님께 나아가 이 사실을 아뢰었다.
부처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왜 큰 소리로 외치지 않았는가?”
그들은 대답하였다.
“부처님께서 허락하지 않으셨기 때문에 감히 외치지 못하였습니다.”
030_0426_b_04L賊去後諸沙門輕著泥洹僧俱詣佛所具白此意佛語諸沙門言汝何不大喚諸沙門答言佛未聽是故不敢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너희들이 외치지 않는다면 도적은 날마다 와서 너희들 옷을 빼앗아 갈 것이니, 누가 항상 대어 주겠는가? 지금부터는 너희들이 도적을 볼 때에는 외치는 것을 허락한다. 그리고 몽둥이나 기왓장이나 돌을 들고 도적을 위협해 물러가도록 하되, 다만 실지로 해치지는 말도록 하라.”
030_0426_b_08L佛語諸比丘汝若不敢喚者賊當日剝汝衣誰當能常給者從今日後聽汝見賊來時大喚捉杖塼石恐怖令去但莫至誠傷害之耳
사람이 중히 여기는 것은 몸과 목숨과 재물이나, 이 세 가지는 아낄 것도 못 되지마는 가벼이 여길 것도 아니다. 왜 아낄 것이 못 되는가? 몸은 덧없이 허물어지고 견고한 것이 아니건마는, 어리석고 미혹한 사람은 그것을 아껴 내 것이라 생각하고, 탐하고 사랑하고 아끼면서 좋지 못한 인연을 일으켜 뒷날 나쁜 길에 떨어진다. 그러므로 아낄 것이 못 된다는 것이다.
030_0426_b_11L人之所重者身也命也財也此三事皆不足惜不可輕也不足惜者以其非常敗壞無有堅固愚惑惜之以爲我物貪愛悋惜起不善因緣後墮惡道故不足惜也
또 왜 가벼이 여길 것이 아닌가? 몸이 있기 때문에 성현을 만나면, 정성껏 맞이하고 예배함으로써, 뒷날에는 금강과 같은 보배로운 몸을 얻어 무너뜨릴 수 없게 된다. 그러므로 가벼이 여길 수 없다는 것이다.
030_0426_b_16L不可輕者以有身故遇値賢聖擎跪曲拳承迎禮拜後得金剛寶身不可毀壞故曰不可輕也
왜 목숨을 아낄 것이 못 된다 하는가? 사람은 목숨을 위하기 때문에 살생하고 강도질하며 음탕하고, 입으로는 네 가지 허물을 범하여, 마음에는 탐욕과 성냄과 삿된 소견을 내다가 뒤에는 지옥에 떨어진다. 그러므로 아낄 것이 못 된다는 것이다.
030_0426_b_18L命不足惜人爲命故殺生强盜婬妷口犯四過心生貪恚邪見後墮地獄故曰不足惜也
왜 목숨을 가벼이 여길 수 없는가? 목숨이 있기 때문에 성현을 만나 설법을 듣고, 정묘한 이치를 깊이 알아서 목숨이 다하도록 수행하다가, 뒤에는 한량이 없고 끝이 없는 보배로운 목숨을 얻는다. 그러므로 가벼이 여길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030_0426_b_21L而亦不可輕者以有命故値遇聖賢得聞法言精義入神盡壽修行後得寶命無量無窮故曰亦不可輕
030_0426_c_01L또 왜 재물은 아낄 것이 못 되는가? 재물은 다섯 집[五家]의 몫이기 때문이다. 즉 도적ㆍ물ㆍ불ㆍ관청ㆍ나쁜 자식 등 다섯 집이 갑자기 오면, 하루아침에 다 없어진다. 그러므로 아낄 것이 없다는 것이다.
030_0426_c_01L財不足惜者以財是五家之分賊水火縣官惡子五家忽至一旦便故曰不足惜也
또 왜 재물을 가벼이 여길 것이 아닌가? 좋은 복밭을 만나 재물로 보시하여 갖가지로 공양하되 아까워하는 마음이 없으면, 뒤에는 네 개의 큰 창고의 보재(寶財)를 얻어 가난하고 궁한 이를 두루 구제하여 끝이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가벼이 여길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030_0426_c_03L不可輕者遇良福田持用布施種種供養無所遺惜得寶財四大藏周窮濟乏求得無盡故曰不可輕也
대개 복덕을 닦을 때에는 부처의 도를 이루는 데 마음을 둘 것이요, 다만 인간과 천상의 과보만을 구할 것이 아니다.
왜냐 하면, 마치 종자를 심는 것은 다만 그 열매를 구하는 데 있고, 비록 열매는 익지 않더라도 줄기와 마디와 가지와 잎사귀는 저절로 얻어지는 것처럼, 보시로써 복을 짓는 것도 그와 같아서, 뜻을 세우고 계율을 지키는 것은 다만 부처가 되는 열반의 길을 구할 뿐이니, 비록 도는 이루지 못하더라도 인간이나 천상의 즐거움과, 전륜성왕이나 제석천왕이나 범천왕은 저절로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마치 곡식을 심으면 줄기와 마디와 가지와 잎사귀는 기약하지 않아도 저절로 얻어지는 것과 같은 것이다.
030_0426_c_06L夫修福德皆當擬心求成佛道不應但索人天果報也以者何譬如種穀但求其實實雖未莖節枝葉自然已得布施作福亦復如是發意擬儀但求成佛泥洹之道雖未成人天中樂金輪聖主帝釋梵王自然竝至亦如種穀不期莖節枝葉自然而得也
그러므로 다만 인간이나 천상의 과보의 즐거움만 구할 것이 아니니라.
030_0426_c_13L所以不應但求人天果報之樂者也

29

옛날 천축에 어떤 절이 있었다. 거기에 10만 명의 사문이 있었다는데, 5만여 명은 이미 아라한이 되어 6통(通)이 밝게 트이고 온갖 번뇌가 이미 없어졌으며, 나머지 5만 명은 그 밑의 세 가지 길을 얻은 이도 있고 혹은 얻지 못한 이도 있었다.
030_0426_c_14L昔者天竺有一住處有十萬沙門萬餘人已得阿羅漢六通淸徹諸漏已盡餘有五萬人或有得下三道者或未得者
어떤 장자가 인간과 천상의 자유로운 복락(福樂)을 얻고자 하여, 절에 와서 음식을 차리고 여러 스님들에게 공양하였다.
그때 한 상좌(上座)는 6신통을 얻은 큰 아라한이었다. 그는 매우 늙어 수염은 희고 이는 빠지고 몸은 바짝 말랐지만 10만 명 중에서 가장 우두머리가 되었다.
030_0426_c_18L有一長者欲求人天中福樂自恣來詣塔廟施設飯食供養衆時有一上坐得六神通大阿羅漢其人極老鬚白齒落形體枯朽十萬人中最爲上首
030_0427_a_01L그는 장자를 위하여 축원한 뒤에 손을 씻고 장자에게 말하였다.
“시주여, 지금의 보시는 큰 죄를 지었다.”
그때 그 모임에서 도를 얻지 못한 이는 모두 말하였다.
“저 상좌는 늙었기 때문에 저런 미친 소리를 하는구나.”
030_0426_c_22L爲此長者呪願飮食已竟行澡水訖便語長者言檀越今施方得大罪於時會中未得道者皆謂上座老故出此狂言耳
그러자 상좌는 대답하였다.
“사실이 그렇고 미친 소리가 아니다.”
사람들은 물었다.
“저 장자는 복을 심었는데 어째서 죄를 지었다고 하는가?”
030_0427_a_02L座答曰其事實爾非狂言也衆人問此人種福云何得罪
상좌는 대답하였다.
“너희들은 하나만 알고 둘은 알지 못한다. 그는 복을 심어 인간과 천상의 즐거움을 받겠지마는, 그 즐거움은 받는 동안에 교만한 마음이 크게 생겨 스스로 족하다 생각하고, 부처님을 뵙고도 받들지 않고 경을 보고도 읽지 않으며, 사문을 보고도 경건한 마음이 없어, 거리낌없이 방일하다가 그 복을 다 받은 뒤에는 나쁜 길에 떨어져 한량없는 아승기겁을 지나서야 죄가 다하여 나오게 될 것이니, 그것은 큰 죄를 심음으로써 이내 세속의 큰 과보를 받기 때문이다. 만일 거룩한 도에 마음을 두고 그 복을 짓는 사람이라면, 뒤에 과보를 받을 때에도 마침내 그런 과보는 없는 것이다.”
030_0427_a_04L上座答曰等識其一未識其二此人種福復受人天中樂於受樂中大生憍慢自謂爲足不求解脫睹佛不奉見經不讀見沙門無虔敬之心放逸自恣食福旣盡當墮惡道無量阿僧祇劫罪畢乃出所以得種大罪者因受世俗大報故也若擬心聖道而爲此福者受報時終無此報也

30

옛날 천축에 가난한 두 사람이 있었다. 그들은 생계가 곤란하여 항상 타락(우유의 일종)을 팔며 살아갔다.
그들은 각각 타락 병을 이고 시장에 나가 팔려고 하였다. 마침 비가 내려 길이 미끄러웠다 한 사람은 지혜가 있어 가만히 생각하였다.
‘오늘은 비가 내려 길이 질어서 가기 어렵다. 혹 가다가 넘어져 병이 부서지면 몽땅 손해를 보고 말 것이다. 지금 타락웃물[酥]을 내어 두고 가면 혹 내가 넘어지더라도 손해가 얼마 되지 않을 것이다.’
030_0427_a_12L昔天竺國有二貧人營生計儉常賣酪自存二人各頭戴酪甁詣市欲賣時値天雨道路泥滑一人有智自思惟言今日泥雨道路難行我或傾倒甁破失盡今竝出酥若我當倒所失無幾
다른 한 사람은 지혜가 적어 모두를 가지고 시장에 갔다. 그들은 도중에서 미끄러져 모두 넘어졌다. 한 사람은 근심하고 슬피 울면서 땅에 쓰러져 뒹굴었으나 한 사람은 전연 근심하는 법도 없고 또 안타까워하지도 않았다.
어떤 사람이 물었다.
“당신들 두 사람은 다 같이 타락 병이 부서져 피차에 손해가 같을 것인데, 어째서 한 사람은 근심하고 슬피 울며 안타까워하고, 한 사람은 태연하여 조금도 안타까워하는 빛이 없는가?”
030_0427_a_18L一人少智全持詣市中路泥滑二人俱倒一人愁憂涕泣宛轉臥地一人都無愁色亦不懊恨有人問言汝等二人酪甁俱破所失亦等彼此無異何故一人獨愁涕泣懊恨一人靜然都無恨色
030_0427_b_01L한 사람은 대답하였다.
“내가 가진 타락은 그 웃물을 전연 내지 않았는데, 지금 병이 부서져 몽땅 손해를 보았습니다 그래서 안타까워 견딜 수 없습니다.”
또 한 사람은 대답하였다.
“내가 가진 타락은 그 웃물을 먼저 내었기 때문에 지금 병이 부서졌어도 손해가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태연히 안타까워하지 않는 것입니다.”
030_0427_a_23L一人答曰我所持酪都未出酥今日甁破所失蕩盡是以懊恨不能自勝一人答言我所持酪先已出酥今甁雖壞所失無幾是以坦然無所恨也
병은 몸에 비유한 것이요, 타락은 재물에 비유한 것이다.
어떤 사람은 재물을 아껴 현재의 이익만을 탐하여 구하면서 덧없음을 생각하지 않다가, 몸이라는 병이 갑자기 부서지면 재물이 모두 없어지고 만다. 그것을 저 타락 장수가 타락과 웃물을 모두 잃고는, 괴로워하며 안타까워하여도 어쩔 수 없는 것에 비유한 것이다.
030_0427_b_04L甁喩身也酥喩財物有人慳貪悋惜財物貪求現利不念非常身甁頓壞財物失盡喩若彼人忘失酥酪懊惱追恨悔無所及
어떤 사람은 후세의 과보를 깊이 믿고 가진 재물을 모두 보시하므로, 몸 병이 부서지더라도 잃는 것이 별로 없다. 그것은 저 타락 장수가 타락 병이 부서지더라도 손해가 아주 적으므로 그 마음이 태연하여 안타까워하지 않는 것과 같다.
030_0427_b_07L人深信後世果報所有財物竝用惠身甁雖壞喪失無幾亦如彼人酪甁雖壞所失甚少其心坦然無所追恨

31

옛날 5백 명의 상인이 보배를 구하려고 배를 타고 바다에 나아갔다.
마침 마갈고기가 머리를 물 위에 내고 입을 벌리고 중생을 잡아먹으려고 하였다.
그때 바람은 적은데 배는 화살처럼 빨리 달렸다. 우두머리 상인은 여러 사람들에게 말하였다.
“배가 너무 빨리 간다. 돛을 내려라.”
그 말대로 곧 돛을 내렸으나 배는 더욱 빨리 달려 멈출 수가 없었다.
030_0427_b_10L昔有五百賈客乘船入海欲求珍寶値摩竭魚出頭張口欲食衆生時日少風而船去如箭薩薄主語衆人言船去太疾可捨帆下沈輒如所言捨帆下沈船去轉駃而不可止
우두머리 상인은 망루(望樓) 위에 있는 사람에게 물었다.
“무엇이 보이는가?”
“위에는 두 개의 해[日]가 떠 있고 밑에는 흰 산이 있으며 중간에는 검은 산이 보입니다.”
030_0427_b_15L薩薄主問樓上人言汝見何等我見上有兩日出下有白山中有黑山
우두머리는 놀라면서 말하였다.
“그것은 큰 고기이다. 어찌하겠느냐? 나와 너희들은 지금 모두 곤액(困厄)을 만났다. 저 고기 뱃속에 들어가면 다시 살아날 도리가 없다. 너희들은 제각기 그 섬기는 바를 따라 일심으로 살려주기를 빌어라.”
030_0427_b_17L薩薄主驚此是大魚當奈何哉我與汝等今遭困厄入此魚腹無復活理汝等各隨所事一心求之
이에 여러 사람들은 각기 그 받드는 바에 일심으로 귀의하여 액난에서 벗어나기를 빌었다. 그러나 구하는 바가 간절할수록 배는 더욱 빨리 달려가서 잠시도 쉬지 않고, 곧 고기 입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이에 우두머리는 여러 사람들에게 말하였다.
“나는 큰 신(神)을 부르는데 이름을 부처라 한다. 너희들은 본래 받들던 것을 버리고 일심으로 이 부처님을 불러라.”
030_0427_b_20L於是衆人各隨所一心歸命求脫此厄所求愈篤船去愈疾須臾不止當入魚口於是薩薄主告諸人言我有大神號名爲佛汝等各捨本所奉一心稱之
030_0427_c_01L그때 5백의 사람들은 모두 큰 소리를 내어 불렀다.
“부처님께 귀의합니다.”
고기는 부처님의 이름을 듣고 생각하였다.
‘지금 이 세상에 부처님께서 계시는데 내가 어찌 진짜로 중생을 해치겠는가?’ 이렇게 생각하고 곧 입을 다물었다. 물은 모두 거꾸로 흘러 고기 입에서 자꾸 멀어져 5백 명의 상인들은 한꺼번에 그 액을 벗어나게 되었다.
그 고기는 전생에 도인으로서 죄를 짓고 고기 몸을 받았는데, 일찍이 부처님의 명성을 들었기 때문에, 이내 전생 일을 기억해 생각하고 착한 마음이 생겼던 것이다.
030_0427_c_01L時五百人俱發大聲稱南無佛魚聞佛名自思惟言今日世閒乃復有佛我當何忍傷害衆生適思惟已卽便閉口皆倒流轉遠魚口五百賈人一時得此魚前身曾爲道人以罪故受此魚身旣聞佛名聲尋憶宿命是故思惟善心卽生
이것은 5백 명의 상인이 다만 일심으로 부처님을 생각하고 그 명호를 부른 것만으로도 곧 천지에 가득한 재난에서 벗어나게 된 것을 밝힌 것이다. 그런데 하물며 부처님을 생각하는 삼매를 받들어 가져 중한 죄를 가볍게 하고 가벼운 죄를 소멸하게 하는 그런 갚음이야 어찌 대단한 것이 아니랴.
030_0427_c_08L此明五百賈人但一心念佛暫稱名號卽得解脫彌天之難復受持念佛三昧重罪令薄薄者令如此之應未足爲多

32

겁(劫)이 다해 불이 탈 때에는 모두가 다 비게 될 것이다. 그런데 중생들의 복덕 인연의 힘으로 말미암아 시방에서 바람이 불어올 것이니, 그 바람과 바람의 계속하는 힘으로 능히 큰 물을 받을 것이요, 그 물 위에는 천 개의 머리와 2천 개의 손ㆍ발을 가진 사람이 있을 것인데 그 이름을 위세(違細)라 한다.
030_0427_c_11L劫盡燒時一切皆空衆生福德因緣力故十方風至風風相次能持大水水上有一千頭人二千手足名爲違
그 사람의 배꼽에서 천 송이 금빛 연꽃이 피니 그 광명은 만 개의 해가 한꺼번에 비추는 것처럼 밝을 것이요, 꽃 속에는 사람이 있어 가부하고 앉았는데 그도 한량없는 광명이 있을 것이니, 그의 이름은 범천왕이라 한다. 그는 심장에서 아들 여덟을 낳을 것이요, 그 여덟 아들이 천지의 사람을 낳을 것이다.
030_0427_c_15L是人臍中生千葉金色蓮華光大明如萬日俱照華中有人結加趺坐此人復有無量光明名爲梵天心生八子八子生天地人民
그 범천왕은 어떤 음욕이나 성냄도 이미 다하여 남아 있지 않았으므로 말하였다.
“만일 어떤 사람이 선정의 깨끗한 행을 닦아 음욕을 끊어 버리면 범도(梵道)를 행한다고 이름한다.”
030_0427_c_18L是梵天王於諸婬瞋已盡無餘以是故言若有人修禪淨行斷除婬欲名爲行梵道佛轉法輪或名梵輪
부처님께서 굴리시는 법륜을 혹은 범륜(梵輪)이라고 하는데, 그것은 범천왕이 연꽃 위에 앉아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부처님께서 세속을 따라 보배스런 연꽃 위에 가부하고 앉아, 6바라밀을 설명하시는 것인데, 누구나 이 법을 들으면 반드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이르게 될 것이다.
030_0427_c_21L是梵天王坐蓮花上是故諸佛隨世俗故寶蓮花上結加趺坐說六波羅蜜此法者必至阿耨多羅三藐三菩提
030_0428_a_01L
33

옛날에 한 귀한 여자가 있었다. 얼굴이 단정하고 거동이 뛰어났는데, 집을 떠나 도를 닦아 아라한의 지위에 올랐다.
그녀는 성 밖 숲속 길을 혼자 걸어가다가 도중에 남자를 만났다. 그 사람은 이 비구니의 아름다운 얼굴을 보고 혹하여 그 앞을 막아 서서 말하였다.
“만일 내 말을 듣지 않으면 너를 가지 못하게 하리라.”
030_0428_a_01L昔有一貴女人面首端正儀容挺特出家修學得應眞道於城外林樹閒獨行道逢一人見此比丘尼顏貌端正意甚愛著當前立而要之口宣誓若不從我不聽汝去
비구니는 곧 오로의 더러운 법[惡露不淨之法]을 말하면서 물었다.
“내 머리와 눈과 손발의 어디가 탐스러운가?”
그 사람은 말하였다.
“나는 너의 그 고운 눈을 사랑한다.”
030_0428_a_06L比丘尼便爲說惡露不淨之法頭眼手足有何可彼士夫便語比丘尼言我愛汝眼
그때 그 비구니가 오른손으로 한쪽 눈을 빼어 그 남자에게 보이니, 온 얼굴에 피가 흘렀다.
그 남자는 그것을 보자마자 정욕이 사라졌다.
비구니는 한쪽 눈을 손에 들고 부처님께 돌아가 눈을 도로 본 자리에 박고는, 그 사실을 갖추어 아뢰었다. 그리고 부처님은 이내 계율을 정하셨으니, 그 뒤로는 비구니로서 성 밖에 살거나 혹은 촌락 밖에 혼자 다니는 것을 금하셨다.
030_0428_a_09L時彼比丘尼右手挑其一眼示彼男子血流于面彼男子見之欲意便比丘尼手捉一眼還到佛所以復眼本處向佛具說因是結戒從是以不聽比丘尼城外住及聚落外獨行也

34

천하의 초목은 다 약이 되지마는 잘 분별하지 못하기 때문에 알지 못할 뿐이다.
옛날에 이름난 의왕(醫王)이 있었는데 이름은 기역(耆域)이라 하였다. 그가 약초를 화합하여 동자(童子)의 모양을 만들면, 보는 이는 모두 기뻐하였고 어떤 병도 모두 나았다.
030_0428_a_14L天下草木皆可爲藥直不善別者故不知耳昔有聖醫王名曰耆域能和合藥草作童子形見者歡喜衆病皆愈
그는 풀 한 가지로 여러 가지 병을 고치기도 하고, 혹은 여러 가지 풀로 한 가지 병을 고치기도 하여, 천하의 풀로 쓰이지 않는 것이 없었고, 천하의 병으로 고치지 못할 것이 없었다.
030_0428_a_18L或以一草治衆病或以衆草治一病天下之草無有不任用者天下之病無有不能治者
030_0428_b_01L기역이 목숨을 마치자 천하의 약초들은 한꺼번에 눈물을 흘리고 울면서, 모두 소리를 내어 말하였다.
“우리를 써서 병을 고친 이는 오직 기역님뿐이었다. 그는 우리를 밝게 알았는데, 기역님이 세상을 떠난 뒤에는 아무도 우리를 밝게 알지 못한다. 뒤 세상 사람들은 우리를 잘못 쓰기도 하고 혹은 더하고 덜하여 병을 고치지 못하면서, 온 세상 사람들로 하여금 모두 우리를 신기하지 못하다고 말하게 한다. 이것을 생각하기 때문에 눈물을 흘리고 우는 것이다.”
030_0428_a_20L耆域命終天下藥草一時涕哭俱發聲言我皆可用治病唯有耆域能明我耳耆域死後無復有人能明我者後世人或能錯或增或減令病不差令擧世人皆謂我不神思惟此以故涕哭耳
그러나 오직 하리륵(訶梨勒) 한 가지만은 혼자 한쪽에서 울지 않고 스스로 말하였다.
“나는 온갖 병을 다 고칠 수 있다. 나를 먹는 이는 어떤 병도 다 나을 것이요, 나를 먹지 않는 이는 스스로 고치지 못할 뿐이다. 사람의 지혜를 기다리지 않기 때문에 나는 울지 않는 것이다.”
030_0428_b_02L唯有一訶梨勒別在一面獨不涕哭自言我衆病皆能治服我者病皆當差服我者自不差耳不須人明故不涕
기역은 부처님에 비유한 것이요, 온갖 약초는 모든 법과 같은 것이며, 아리륵은 무상(無常)과 같은 것이다.
이것은 부처님께서 세상에 계실 때에는 법을 잘 써서 음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으로써 약을 삼아 사람의 병을 고치고, 또 다른 여러 가지 좋은 법을 알맞게 써서 일정한 규칙이 없음을 말한 것이니, 그것은 병자와 좋은 의사에 비유한 것이다.
030_0428_b_06L耆域者喩如佛也衆藥草者如諸法也訶梨勒者如非常也言佛在世時善用法能卽以婬怒癡爲藥差人病也及諸餘善法隨宜而用無常軌喩病者良醫耳
부처님께서 세상을 떠나신 뒤에는 경우에 따라 바꾸어 모든 법을 잘 쓰는 이가 거의 없음을 말한 것이다.
그리고 무상(無常)으로 관찰하는 이는 병을 많이 고치는데 음욕과 성냄과 어리석음도 잘 고치되, 잘쓰는 이는 병을 고치고 잘쓰지 못하는 이도 해가 되지 않는 것을 말한 것이니, 그러므로 하리륵과 같다고 비유한 것이다.
030_0428_b_10L佛去世後少有能善用諸法應時而變者也非常觀者多所治也亦能治婬亦能治恚亦能治癡善用者則去病不善用者無所是故喩如訶梨勒也
그 밖의 다른 여러 가지 법은 쉽게 써지는 것이 아니므로, 그것을 쓰는 이는 반드시 그 스승을 만나야 하는 것이니, 잘쓰면 병이 덜하지마는, 잘못 쓰면 병을 더하기 때문이다.
030_0428_b_14L其餘諸法不易用也用之者宜必得其師善用者則病損不善用者則增病也

35

옛날 어떤 백정[屠兒]이 아사세왕에게 가서 한 가지 소원을 청하였다.
왕은 물었다.
“네 소원이 무엇인가?”
그는 대답하였다.
“왕께서 명절 모임 때에는 반드시 짐승을 잡을 것인데, 그 일을 제게 맡기시면 제가 다 하겠습니다.”
030_0428_b_16L昔有屠兒詣阿闍世王所求乞一願王曰汝求何願答曰王節會之際宜須屠殺願王見賜我當盡爲之
030_0428_c_01L“짐승을 죽이는 일은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데, 너는 왜 그것을 기꺼이 하려고 하는가?”
그는 대답하였다.
“저는 전생에 가난하여 백정 집에서 일하면서 살았습니다. 그 때문에 사천왕(四天王)에서 났다가 거기서 천수가 다하여 인간으로 태어나 계속해서 양백정 노릇을 하였고, 거기서 목숨을 마치고는 둘째 천상에 났습니다. 이렇게 여섯 번 양백정 노릇을 하였기 때문에 여섯 하늘에 두루 나서 한량없는 복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지금 왕에게 청하는 것입니다.”
030_0428_b_19L王曰屠殺之事人所不樂汝何故願樂爲答曰我昔爲貧人因屠羊之肆以自生活由是之故得生四天王上彼天壽來生人中續復屠羊命終之後生第二天上如是六反屠羊因是事故遍生六天中受福無量以是故今從王乞
왕은 말하였다.
“비록 네 말과 같다 하더라도 무엇으로 그것을 알았는가?”
“저는 전생 일을 압니다.”
030_0428_c_03L王曰設如汝語何以知之答曰我識宿命
“저것은 거짓말이다. 저런 하천한 사람이 어떻게 전생을 알겠는가?”
그 뒤에 부처님께 나아가 여쭈었다. 부처님은 대답하였다.
“진실로 그 말과 같고 거짓말이 아닙니다. 그 사람도 전생에 일찍 벽지불을 만나보고 기쁜 마음이 생겨 지극한 마음으로 자세히 살펴보면서, 그 머리를 우러러보고 그 발을 내려다보다가 곧 착한 마음을 냈습니다. 그 공덕으로 낱낱 여섯 하늘에 두루 나게 되었고, 인간에 내려와 나서는 스스로 전생 일을 알게 된 것입니다.
복덕이 익었기 때문에 여섯 번 천상과 인간에 나게 되었고, 그 죄가 아직 익지 않아 지금 당장은 과보를 받지 않지마는, 저 몸을 마친 뒤에는 반드시 지옥에 떨어져 양백정의 갚음을 받을 것이요, 지옥에서 나와서는 양의 무리로 태어나 낱낱이 그 갚음을 받아야 할 것입니다.”
030_0428_c_04L王聞不信謂是妄語如此下賤之人何能識宿命耶後便問佛佛答曰實如所言非妄語也人先世曾値辟支佛見佛歡喜至心諦仰視其首俯察其足善心卽生是功德故得一一生六天上下生人閒自識宿命福德以熟得故六反生天人中也罪未熟故未便受也畢此身方當墮地獄受屠羊之罪地獄畢當生羊中一一償之也
그 사람은 전생을 아는 지혜가 옅어서 오직 여섯 천상의 일만을 알고, 과거의 일곱째 몸은 모르기 때문에 양을 잡는 것이 곧 하늘에 나는 원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니, 이와 같이 다만 전생 일만을 아는 것은 통(通)도 아니요, 명(明)도 아니다.
030_0428_c_13L此人識宿命唯見六天中事不及過去第七身便謂屠羊卽是生天因也如是但是識宿命非通非明也

36

옛날 어떤 국왕은 죄와 복에는 반드시 과보가 있다는 것을 확실히 알았다. 그래서 항상 보시하기를 좋아하여 남의 청을 거스르지 않았으므로, 그 이름은 사방에 널리 퍼져 모르는 이가 없었다.
030_0428_c_16L昔有一國王深識罪福信有果報好布施不逆人意名流四遠無不聞
그때 그 이웃 나라에서 군사를 일으켜 그 나라를 습격해 왔다. 왕은 가만히 생각하였다.
‘만일 내가 전장에 나가면 반드시 많은 목숨을 죽이게 될 것이니, 차라리 내 한 몸을 죽여 백성들을 죽게 하지 않으리라.’
그리하여 적의 군사가 성의 동문으로 쳐들어오자, 왕은 서쪽 문으로 빠져 나가 혼자서 숲속으로 달아났다.
030_0428_c_19L時鄰境起兵以襲其國王自思惟若我出戰必傷害寧自喪身不抂百彼軍已至從城東門入王便從西門出單獨一身逃奔林野
030_0429_a_01L그때 어떤 바라문이 멀리서 와서 숲속을 지나다가 마침 그 왕을 만났다. 그들은 서로 문안한 뒤에 왕이 바라문에게 물었다.
“당신은 어디서 오며 어디로 가려 하오?”
바라문은 대답하였다.
“내가 들으니 아무 나라의 왕은 보시하기를 좋아하여, 남의 청을 거스르지 않는다 합니다. 그래서 일부러 멀리 와서 재물을 얻으려고 하는 것입니다.”
030_0428_c_22L時有一婆羅門從遠方來路由林閒遇値此王卽時二人對相問訊王問婆羅門從何來欲何所往婆羅門曰我聞某甲國王志好布施不逆人意故從遠來欲有所求
왕은 대답하였다.
“당신이 말하는 그 사람이 바로 나입니다.”
바라문은 이 말을 듣고 놀라며 이상히 여겨 곧 물었다.
“왕은 왜 지금 이렇게 되었습니까?”
그때 왕은 그 사정을 자세히 이야기하였다.
030_0429_a_04L王卽答言君所言者身是也婆羅門聞之驚怪卽問王曰王今如此其故何耶時王具以事情向婆羅門說
바라문은 그 말을 듣자 땅에 쓰러져 한참 동안 까무라쳤다가 왕이 붙들어 일으켜 얼굴에 물을 뿌린 뒤에야 깨어났다. 왕은 물었다.
“왜 그러십니까?”
바라문은 대답하였다.
“나는 옛날부터 빈궁하여 재물이 없습니다. 그래서 멀리 와서 재물을 얻고자 하였는데, 왜 지금 왕께서 이러한 경우를 당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한스럽고 괴로워 어쩔 줄을 모르는 것입니다.”
030_0429_a_07L婆羅門聞之躄地絕死良久王卽扶起以水灑之然後乃蘇王問之曰何故若是婆羅門言我自昔貧窮乏無財故從遠來欲乞財寶如何今日値王如此故懊惱不自堪
왕은 그를 위로하였다.
“당신은 걱정하지 마시오. 나는 당신에게 큰 재물을 얻게 해 드리리다. 저 적국의 왕은 내 나라는 얻었지마는 아직 내 몸은 얻지 못했습니다. 그러므로 먼 벽지에까지 영을 내려 중한 상을 걸고 사람을 불러 모을 것입니다. 당신은 곧 나를 결박하여 왕의 궁문 앞으로 보내십시오. 저 왕은 기뻐하여 반드시 당신에게 많은 상을 줄 것입니다.”
030_0429_a_12L王卽慰喩婆羅門汝莫愁憂我當令汝大得財寶彼異王者雖得我國未獲我身宣令遐裔贈募甚重汝便可縛我身送詣王門彼王歡喜必重賞
이에 바라문은 그 말대로 곧 새끼로 왕의 두 손을 묶어 왕의 궁문으로 보내었다. 문지기는 그것을 보고 곧 들어가 왕에게 아뢰었다. 왕은 이 말을 듣고 매우 기뻐하여 곧 문지기에게 명령하여 결박된 이 왕과 바라문을 데리고 오게 하여 왕의 앞에 앉혔다.
왕은 바라문에게 물었다.
“당신은 어떤 기술이 있어서 이 사람을 잡았습니까?”
030_0429_a_16L於是婆羅門卽如其言以草索繩縛其兩手送詣王門門人見之速入白王王聞驚喜卽命令前門士卽將所攝王身及婆羅門詣王坐前王問婆羅門汝有何術能致此人
030_0429_b_01L바라문은 대답하였다.
“내게는 다른 기술이 없습니다. 이 분은 본래 왕으로 있을 때 보시하기를 좋아하였기 때문에, 나는 재물을 얻으려고 멀리서 오다가 마침 숲속에서 서로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분이 내게 물었습니다.
‘어디로 가는 길입니까?’
나는 대답하였습니다.
‘아무 나라의 왕에게로 갑니다.’
‘내가 바로 아무 나라의 왕입니다.’
나는 이 말을 듣고 곧 숨이 막혀 까무라쳤습니다. 이 분은 나를 붙들어 일으키고 내 얼굴에 물을 뿌린 뒤에 다시 내게 왜 그러냐고 물었습니다.
030_0429_a_20L婆羅門我無他述此人本爲王時志好布故從遠來欲有所乞於林樹閒遇値相見彼問我言欲何所至時我答欲至某甲國王所彼答我言某國王者我身也我聞是語卽時絕死了不自覺彼扶我起以水灑之復問我汝何故至此
나는 대답하였습니다.
‘전생에 보시하지 않았으므로 이 세상에 나서는 빈궁하여 재물을 얻으려고 일부러 멀리서 왔는데, 내 원을 이루지 못하게 되었으므로 한탄하고 괴로워할 뿐입니다.’
그러자 이 분은 나를 위로하면서 말하였습니다.
‘너무 걱정 마십시오. 나는 내 몸으로 당신의 원을 이루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다시 내게 말하기를 ‘당신은 노끈으로 내 두 팔을 묶어 왕의 궁문으로 보내시오. 저 왕은 반드시 당신에게 상을 줄 것입니다’라고 하였습니다.”
030_0429_b_04L我答言宿世不施生世貧窮故從遠來欲乞財寶本願不遂故自懊惱耳彼勞我言勿生勒念當以身給汝所須便語我言汝可持繩縛我兩臂送詣王門彼王自當賞賜汝也
그때 왕은 바라문의 이 말을 듣고, 곧 눈물을 흘리며 자리에서 물러나 앉아 본래의 왕에게 말하였다.
“당신은 참으로 사람의 왕이요, 나는 도적입니다.”
그리하여 거느린 군사를 거두어 본국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먼저 왕은 자리를 회복하고 전처럼 영을 행하였다.
030_0429_b_09L時王聞婆羅門語卽便淚出避席下坐語本王言汝眞人王我爲賊也於是攝其所領還歸本國前王復位令行如故
이것은 보살이 본래 범인으로서 그 행한 바 지극한 덕이 이러하였다는 것과, 만일 누구나 지극한 마음으로 경전을 쓰거나 지니면 하늘이나 악한 사람도 그 틈을 얻지 못한다는 것을 밝힌 것이다.
030_0429_b_12L此明菩薩本爲凡人所行至德其事如是若有書持經卷至心如是天及惡人終不得便也
두 가지 종류의 도적이 있다. 첫째는 손힘[手力]의 도적이요, 둘째는 방편의 도적이다. 손힘의 도적은 손으로 벽을 뚫고 혹은 사자 머리를 만들고 혹은 연꽃 모양을 만들고는 그 집에 들어가 물건을 취하되, 모두 가져가지 않고 조금 남겨 두어 주인이 살아가도록 하고, 또 사람들로 하여금 ‘이는 좋은 도적이다’라고 일컫게 하려고, 돌아와서는 옷을 바꾸어 입고 여러 사람들과 함께 물건을 잃은 집으로 가서 본다.
그때 여러 사람들은 그 도적이 벽을 뚫은 곳을 보고 모두 말한다.
“이것은 교묘한 도적이다.”
030_0429_b_14L有二種賊一者手力賊二者方便賊手力賊手自鑿壁或作師子頭或作蓮花入舍取物不盡持去要少多留令主人得生活也欲使人稱此是好還自變服與諸人俱至失物家看時彼衆人見賊鑿壁處皆言此是巧
어떤 방편의 도적이 남 몰래 범지의 옷으로 바꾸어 입고 그 속에 있다가 이렇게 말한다.
“이것은 교묘한 도적이 아니다. 힘은 많이 쓰고 얻은 물건은 적다. 어떤 것을 교묘하다 하는가? 결코 힘은 들이지 않고 얻는 물건이 많아야 교묘함이 되는 것이다.”
030_0429_b_21L時有一方便賊微梵志服亦在其中便作是言此非巧賊用力多而得物少云何爲巧要不用力而得物多爾乃爲巧
030_0429_c_01L힘의 도적은 이 말을 명심하였다가, 여러 사람들이 떠나기를 기다려 그에게 물었다.
“어떤 것을 방편의 도적이라 하는가?”
그는 대답하였다.
“그것을 알고 싶으면 나를 따라 다녀라. 한 달 남짓만 지나면 너로 하여금 보게 하리라.”
030_0429_c_01L時手力賊密著心中待衆人去隨而問之云何爲方便賊答言汝欲知者但隨我行一月餘日當使汝見
이에 방편의 도적은, 곧 방편으로 남 몰래 범지의 옷으로 바꾸어 입고, 어떤 큰 장자의 집으로 가서 장자에게 말하였다.
“내가 물건이 조금 필요한데 그것을 내게 주는 것도 좋은 일이 아니겠는가?”
장자는 옷 한 벌 값을 청하는 것이리라 생각하고 주겠다고 대답하였다.
030_0429_c_04L於是方便賊便方便微梵志服造一大富長者家告長者言我須少能與我者不亦佳乎時長者謂索一衣直便卽答言當相給與
아직 얻기 전에 다시 가서 말하였다.
“그대가 전에 내게 승낙하여 마음으로 정하는 것을 얻을 수 있겠는가?”
장자는 대답하였다.
“반드시 얻을 것이다.”
이렇게 세 번 되풀이 한 뒤에 곧 문서를 만들어 관청에 가서 말하였다.
“아무 장자가 내게 10만 냥 금의 빚을 졌는데 갚으려고 하지 않습니다.”
030_0429_c_07L未得之閒續後重往言君前許我者意定可得不長者答言當令必得如是至三已便作文書詣官言之言某甲長者負我十萬兩金不欲還我
그리하여 도적은 곧 장자의 원수를 증인으로 삼았다.
그때 관청에서는 그 증인과 장자를 구속하고, 그 증인에게 물었다.
“사실인가?”
증인은 대답하였다.
“사실입니다.”
030_0429_c_11L賊便取長者怨家以爲時人時官錄其時人幷長者身問時人言實爾不時人答實爾也
관청에서는 장자를 시켜 금을 실어다 그 범지에게 주라 하였다.
이리하여 방편의 도적은 힘을 들이지 않고 많은 물건을 얻었다. 따라서 기뻐하는 공덕도 그와 같다.
030_0429_c_14L官遂令長者輸金與此梵方便賊不用手力而大得物隨喜亦爾也

37

어떤 용은 물 한 방울로도 한 나라 혹은 두 나라, 세 나라, 나아가서는 온 염부제를 적시었다. 용은 가만히 생각하였다.
‘나는 이 물 한 방울을 간직해 그 물이 마르지 않고 항상 있게 하고 싶은데 어떤 곳이 좋을까?’
030_0429_c_16L有龍能以一渧水雨一國者或二或乃至雨一閻浮提者龍心自念言我欲藏此一渧水使常在而不乾處可得耶
그러다가 다시 생각하였다.
‘다른 곳은 될 수 없다. 오직 큰 바다 속에 간직해 두어야 마르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조그만 보시로 무궁한 큰 과보를 얻으려면, 오직 부처님의 도(道) 안에 간직해 두어야 된다는 것을 비유로 말한 것이다.
030_0429_c_20L作是思惟餘處不得唯當安著大海中乃不乾耳此喩少施而得大報無窮者唯當安著佛道中也
030_0430_a_01L그리고 물방울은 용의 지혜와 합하기 때문에, 그 간직할 곳을 얻어 마르지 않는 것처럼, 보시도 지혜와 합하여야 두는 곳을 얻어 다하지 않는다는 것을 밝힌 것이다.
030_0429_c_22L此明水渧與龍智合故所憑得處而不乾也布施與般若合故所置得處而不竭也

38

전륜성왕이 금바퀴[金輪]를 가지게 된 내력은 이러하다.
제석천왕이 사천왕에게 분부하여, 매달 6일에 천하를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의 선악을 살펴보게 하였다.
사천왕과 태자와 그 사자들은, 어떤 큰 나라의 왕이 열 가지 선행[十善]과 네 가지 평등한 마음[四等]으로 천하를 다스리되, 사람들을 걱정하여 그 마음은 인자한 아버지와 같음을 보았다. 그들은 이 사실을 제석천왕에게 아뢰었다.
030_0430_a_02L轉輪聖王所以致金輪者帝釋常勅四天王一月六日按行天下伺人善四天王及太子使者見有大國王以十善四等治天下憂勤人物心喩慈父以是事白天帝釋
제석천왕은 이 말을 듣고 경사스럽게 여겨, 곧 비수갈마(毘首羯磨)에게 명령하여 금바퀴를 주게 하였다. 그리고 비수갈마는 금바퀴를 내어 비사문천왕에게 주고 비사문천왕은 그것을 날아다니는 야차에게 주고, 날아다니는 야차는 또 그것을 가져다 그 큰 나라 왕에게 주었다.
030_0430_a_07L帝釋聞之慶其能爾便勅毘首羯磨賜其金輪首羯磨卽出金輪持付毘沙門天王毘沙門天王持付飛行夜叉飛行夜叉持來與大國王
비사문천왕은 야차에게 명령하였다.
“너는 항상 왕을 위하여 이 금바퀴를 가지고, 왕이 수명을 마칠 때까지 중도에서 버리지 말고 왕의 정수리에 씌워라.”
030_0430_a_11L毘沙門天王勅此夜叉汝常爲王持此金輪當王頂上畢其壽命不得中捨
그리하여 야차는 항상 그것을 가지고, 나아가거나 머무르거나 가나 오나, 그 성왕의 뜻을 따르다가 수명을 마친 뒤에야 도로 비사문천왕에게 돌려 주었고, 비사문천왕은 비수갈마에게 돌려 주고 비수갈마는 도로 보배갈무리 속에 감추어 두었다.
030_0430_a_13L是夜叉常爲持進止來去隨聖王意盡其壽命然後還付毘沙門天王毘沙門天王付毘首羯磨毘首羯磨還內著寶藏中

39

옛날 바가(婆伽)라는 대범천왕이 있었다. 그는 전생에 오래 사는 인연을 심었기 때문에, 그 수명은 72명의 범천인의 수명보다 길어, 그들은 수명을 마쳐도 그의 수명은 다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그 수명 때문에 곧 삿된 소견을 내어 스스로 ‘항상 산다’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다시 생각하였다.
‘나는 자재함을 얻었다. 지금부터는 아무도 나를 함부로 보지 못할 것이다. 만일 내가 허락하면 그는 와서 나를 볼 수 있지마는 내가 허락하지 않으면 오지 못할 것이다.’
030_0430_a_16L昔有大梵天王名曰婆伽宿命種長壽因緣故其壽經七十二梵天人壽終其壽故不盡因是壽故便生邪見自謂爲常復作是念我得自在從今以後人無能得妄見我者若我聽來則見不聽則止也
부처님은 신통한 마음과 도의 눈으로 그 마음을 비추어 살펴보시고, 사리불과 목련 등 네 제자와 함께 허공을 타고 가서 그 정수리 위에 앉으셨다. 그리고 사리불은 오른쪽에 있고 K1016V30P0430b01L;>목련은 왼쪽에, 대가섭이 앞에, 대가전연은 뒤에 있었다.
부처님은 범왕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항상 살고 자재함을 얻었다’고 생각하는데, 내가 지금 어떻게 네 정수리 위에 앉을 수 있는가?”
030_0430_a_22L佛以神心道眼照察其心與舍利弗目連等四大弟子俱陵虛而往坐其頂上舍利弗在右目連在左大迦葉在前大迦栴延在告梵王曰汝自以爲常得自在者吾今何得坐汝頂上
다시 물으셨다.
“너는 어떤 일을 보았기에 항상 살면서 자재함을 얻었다고 생각하는가?”
범왕은 대답하였다.
“저는 범천에서 72인이 차례로 목숨을 마쳐도 제 목숨은 다하지 않고, 또 세 가지 큰 복덕이 있어서 하늘 사람들은 목숨을 마쳐도 제 수명은 여전히 다하지 않았습니다. 이 인연으로 ‘항상 산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것입니다.”
030_0430_b_04L又問言汝見何等事自以爲常得自在耶梵王答言我梵天中次第有七十二人壽盡故不盡復有三大福德天人壽終故不盡以是因故自謂爲常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나는 일체지를 가진 사람으로서 네가 처음으로 난 때도 보고 또 네가 죽을 때와, 모든 법을 다 보아 조금도 틀림이 없다. 너는 어리석고 미혹하여 항상 산다고 스스로 생각하지 말라. 범천왕아, 너도 전생 일을 안다면 부처가 되려 할 때를 확실히 알고자 하지 않겠는가?”
030_0430_b_08L佛語梵我是一切智人見汝始生時亦見汝死時及一切諸法無有錯謬汝莫癡惑自以爲常此梵天王亦識宿命欲臨成佛爲定知不
그는 부처님께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내 근본을 아신다면, 무슨 인연으로 저는 이러한 수명을 얻었나이까?”
030_0430_b_12L便語佛言佛知我本何因緣得此壽命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너는 본래 5통을 얻은 신선이었다. 여러 사람들이 배를 타고 바다에 들어갈 때에, 사나운 바람이 세게 일어나 물결이 하늘에 닿았을 때 너는 신통의 힘으로 그들을 구제하여 언덕 위로 끌어올려 그들로 하여금 죽음의 재화를 면하게 하였으니, 이것이 첫 번째 인연이다.
030_0430_b_13L佛語梵王本曾作五通仙人見有衆人乘船入暴風切起波浪滔天以仙通力救接衆人持著岸上令此諸人得免死一因緣也
또 너는 일찍 큰 나라의 신하가 되었다. 그때 한 마을이 왕의 법을 범하였는데, 왕은 매우 화를 내어 그 마을 사람들을 모두 죽이려 하였다. 너는 그들을 가엾이 여겨 집의 재산을 모두 털어 그들의 도의 땅[道地]이 되어 그들을 모두 구제하였으니, 이것이 두 번째의 인연이다. 이 두 가지 인연으로 너는 긴 수명을 얻은 것이다. 그리고 지금부터 36겁을 지내면 네 수명은 다할 것이다.”
030_0430_b_17L又汝曾爲大國之臣一聚落犯於王法時王大怒盡欲誅此聚落汝時愍之竭家財產爲作道地令得全濟二因緣也以是二因緣故得此長壽卻後復經三十六劫汝壽當盡
030_0430_c_01L범천왕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는 믿는 마음이 생겨 일심으로 생각하다가 아나함의 도를 얻었다.
범천왕은 이 인연만으로도 오히려 그러한 수명을 얻었거늘, 하물며 부처님은 한량없는 아승기겁 동안 큰 서원을 쌓되, 중생들을 사랑하고 가엾이 여겨 머리를 달라면 머리를 주고, 눈을 달라면 눈을 주면서 구하는 바를 모두 다 주었으니, 몸이 허공에 가득 차는 것도 크다고 할 수 없고, 티끌 수 같은 겁의 수명도 많다고 할 수 없는 것이다.
030_0430_b_22L梵天王聞佛語已信心卽生一心思惟卽得阿那含道此梵王以是因緣故尚得壽命如是況佛於無量阿僧祇劫積大誓願慈悲衆生求頭與頭求眼與眼一切所求盡能周給身充虛空未足爲大塵數劫壽未足爲多
佛說雜譬喩經
乙巳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雕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