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030_0636_c_01L무명나찰집(無明羅刹集) 상권[혹은 1권, 혹은 2권으로 되어 있으나, 지금 이것은 3권이다.]
030_0636_c_01L無明羅剎集卷上 或爲一卷或爲二卷今此三卷


실역인명(失譯人名)
김성구 번역
030_0636_c_02L失譯人名附秦錄


12연(緣)은 생사의 근본이며, 일체 중생의 굴택(窟宅)이며, 하늘의 마왕 파순(波旬)이 살고 있는 경계이다. 만일 지혜 있는 이라면 능히 인연의 갖가지 허물을 관찰하여 영원히 생사(生死)의 허물을 끊을 것이니, 마왕의 세계는 하늘의 마군으로서, 이때 큰 근심과 걱정을 낸다.
030_0636_c_03L十二緣者生死之本一切衆生之所窟天魔波旬所居境界若有智慧能觀因緣種種過患永斷生死過魔界天魔爾時生大憂惱
인연의 바다는 크고 깊고 넓어서 지혜 있는 이가 들어가니, 비유컨대 큰 상인과 같이 성품과 형상을 관찰하여 곧 능히 깨달으면 일체종지(一切種智)와 위없는 보배와 모든 주술(呪術)에서 가장 묘하고 가장 좋은 것을 얻게 될 것이다.
030_0636_c_07L因緣大海深廣無際智者入中譬如商主觀察性相能解了已卽便獲得一切種智無上珍寶於諸呪中最良最妙
모든 부처님 세존께서는 무량겁에 6바라밀(波羅蜜)을 닦으시고 모든 선행(善行)을 모으시며, 모든 번뇌와 음마(陰魔)와 사마(死魔)와 번뇌마(煩惱魔)를 끊으리라 굳게 맹세하시고, 영원히 생사를 끊어 삼계(三界)를 뛰어넘어 10력(力)과 4무소외(無所畏)를 성취하시고, 일체법에 무애지(無礙智)를 얻으셔서 일체 중생을 위하여 크고 밝은 등불이 되셨다.
030_0636_c_10L諸佛世尊於無量劫修六波羅蜜集諸善行斷衆結使與陰魔死魔煩惱魔作堅誓竟永斷生死超出三界成就十力無所畏於一切法得無碍智爲一切衆生作大明證
030_0637_a_01L적멸(寂滅)을 증득하신 것은 삼계의 중생을 위하여 참되고 착한 벗이 되려 함이시니, 능히 법륜을 굴리며 곧 법려(法䗍)1)를 불며, 큰 법고(法鼓)를 치고, 큰 법등(法燈)을 켜며, 큰 법교(法橋)를 놓고 큰 법선(法船)을 띄우며, 큰 돛을 달고 높은 소리로 외쳐서 저 언덕에 이르는 이로 하여금 큰 서원을 다하게 하시며, 일체 외도들을 항복 받고, 일체 인연 있는 이를 제도하여 모두가 믿음을 내게 하시니, 이러한 대인(大人)이 다른 법에는 미증유(未曾有)의 생각을 내지 않고, 인연법에는 매우 깊고 희유한 생각을 내시니, 오직 부처님 여래만이 능히 궁구하시며 깊은 뜻을 아시되, 다른 사람은 알지 못하는 것이다.
030_0636_c_15L證寂滅者爲三界衆生眞善親友能轉法輪吹大法蠡大法鼓燃大法燈施大法橋汎大法擧大法帆高聲唱言令度彼岸者究盡弘誓摧伏一切諸外道衆度脫一切諸有緣者使諸人天皆生信解如是大人於諸餘法皆不生於未曾有心於因緣法乃起甚深希有之想唯佛如來乃能究盡解甚深義其餘智人所不能了
비록 대선(大仙)인 황두(黃頭)2) 등이 자기의 지혜를 믿고 크게 교만을 낼지라도 오히려 무명(無明)에 가려지며, 유루(有漏)의 지혜로써 모든 경론(經論)을 저술할지라도 또한 사견(邪見)과 뒤바뀐 미혹[倒惑]을 면치 못하며, 비록 풀로 옷을 짓고 단식을 하며 비고 고요한 곳에서 홀로 선정을 닦고 백천 가지의 고행을 할지라도 마침내 능히 생사 가운데에서 약간의 해탈도 얻지 못하리라.
030_0637_a_02L正使大仙黃頭之等恃己智慧生大憍慢猶爲無明之所障瞖以有漏智造諸經論亦不能免邪見倒惑雖復草衣斷食空閑獨靜百千苦行終不能於生死之中得少解脫
일체 중생은 무명에 덮였으므로 탐심을 내고, 탐심의 인연으로 큰 바다에 빠져 들어가서 모진 바람에 날리고 뒤덮이며, 멀고 넓은 들판과 험준한 길을 지나게 되며, 싸움터에 나아가 서로서로 해치다가 죽게 되거나, 갖가지 무량한 고뇌를 온전히 받는다.
030_0637_a_07L一切衆生爲無明覆故生於貪貪因緣故入於大海惡風迴覆遠涉曠野懸嶮之路置死戰場互相殘害具受種種無量苦惱
만일 능히 12연(緣)을 깊이 안다면 이 인연(因緣)이 삼계 5도(道)에서 모든 업행(業行)을 지어 갖가지의 형상[形]이 되는 것을 보니, 비유컨대 세간에서 음악을 잘 짓는 이가 능히 여덟 가지의 소리인 궁(宮)ㆍ상(商)들을 화합하여서 소리와 음률이 상응하게 하고, 동시에 울리게 함과 같으며, 또 공교로운 화원이 여러 가지 채색을 잘 써서 수승한 형상과 이상한 모양이 빽빽이 나타나게 하는 것처럼, 12인연도 그러하여서 능히 업과(業果)를 어울리게 하고 조작하게 하여 생사에 바퀴 돌기를 끝이 없게 한다.
030_0637_a_10L若能深解十二緣見是因緣於此三界五道之中諸業行受種種形譬如世閒善作樂能使八音宮商和諧聲律相應同時俱作又如巧畫善布衆彩殊形異森然顯著十二因緣亦復如是善和諧造作業果轉輪生死無有窮
마치 긴나충(緊那蟲)이 세 때로 변화하되 처음은 흙빛이 되고, 중간에는 붉은 빛이 되고, 뒤에는 검은 빛이 되는 것과 같이, 12인연도 그러하여서 능히 중생을 변화하여 노(老)ㆍ병(病)ㆍ사(死)와 3유(有)와 5취(趣)와 4대(大)의 독사와 5음(陰)의 원적(怨賊)과 6입(入)의 빈 마을[空聚]을 짓게 하며, 또 능히 전륜성왕과 제석[釋]ㆍ범천[梵]ㆍ사천왕과 작은 왕으로 변화되어서 모든 쾌락을 받게 하며, 혹 사람의 몸으로서 부귀와 빈천과 수요(壽夭)가 되게 하며, 혹 지옥과 아귀와 축생의 형상이 되어서 갖가지의 고통을 헤아릴 수 없이 받게 한다.
030_0637_a_17L如緊那虫有三時變初作土色作赤色後作黑色十二因緣亦復如能變衆生作老三有五趣大毒蛇五陰惡賊六入空聚又能變作轉輪聖王釋梵四天及以小王受諸快樂或作人身貴賤貧富愚智壽夭或作地獄餓鬼畜生之形備受苦毒不可稱數
030_0637_b_01L세존께서 이에 대하여 스승이 없이 홀로 깨치시고, 지혜의 약과 도끼로 교진여(憍陳如) 등의 무명의 막(瞙)을 도려내시고, 큰 법의 비로써 우루가섭(優樓迦葉) 등의 타오르는 번뇌 불길을 끄시고, 지혜의 인연과 최상이 되는 지혜의 약으로 사리불과 목건련 등의 번뇌의 병을 고쳐 주시고, 지혜의 갈고리로 마하가섭을 부처님의 바른 길로 옭아 들이시고, 법의 사다리로 대석(大石) 바라문을 해탈당(解脫堂)에 나아가게 하신다.
030_0637_b_01L世尊於此無師獨覺以智慧藥錍抉開驕陳如等無明眼瞙以大法雨滅優樓迦葉等煩惱熾火以智因緣最上智藥治舍利弗大目連等結使之病以此智鉤鉤摩訶迦葉入佛正道以法梯橙令大石婆羅門趣解脫堂
이 지혜의 도끼로써 존자 마하가전연(摩訶迦旃延)과 아누루대(阿㝹樓大)와 부루나(富樓那)와 마하구치라(摩訶拘絺羅)와 난타(難陀)와 손타라난타(孫陀羅難陀) 등 모든 나한들의 몸이 있다고 하는 나무3)를 베시고, 이 진실한 지혜로써 능히 범왕이 내는 일체의 지혜로운 생각을 제거하시고, 이 지혜의 힘으로써 능히 천제를 제자로 삼고, 이 법다운 재물로써 빈바사라왕(頻婆娑羅王)과 따라온 8만 4천 명을 모두 배부르게 하되 줄거나 모자라지 않았으며, 이 바른 지혜의 사신으로써 정반왕[淨王]에게 말하여 법왕자가 되게 하였다.
030_0637_b_07L以此智斧斫尊者摩訶迦旃延阿㝹樓大富樓那摩訶拘絺羅難陁孫陁羅難陁諸羅漢等有身之樹以此眞智能除梵王生一切智想以此智力能令天帝求爲弟子以此法財分與頻婆娑羅王將從八萬四千人令充足而無損減以此正智使白淨王作法王子
이 큰 지혜로써 극악한 앙굴마라(殃崛摩羅)의 아비지옥[阿鼻]의 고통을 건져 주시고, 능히 바라문의 거사를 돌려 바른 도에 향하게 하시며, 능히 이렇게 크고 장엄한 불사를 지어서 지혜가 얕은 여인으로 하여금 깊은 깨달음에 들게 하신다.
030_0637_b_14L以此大智救拔極惡殃掘魔羅阿鼻之苦能迴婆羅門居士向於正道能作如是大莊嚴事使淺智女人入深覺意
이러한 지혜의 힘으로써 능히 장조범지(長爪梵志)를 꺾으시며, 능히 살차니건(薩遮尼揵)4)의 용맹한 힘을 망가뜨리시고, 능히 암목타(菴木吒) 바라문으로 하여금 큰 공포를 내게 하시고, 능히 시라복(尸羅匐) 바라문의 크게 지혜롭다는 상(想)을 쉬게 하시고, 이 감로수로써 어리석은 무리가 마시면 곧 큰 슬기를 이루게 하시고, 이 주력(呪力)으로써 4대(大)의 독사가 쏘지 못하게 하며, 가만히 칼을 빼어 도적이 따르지 못하게 하신다.
030_0637_b_17L以如是力能摧伏長爪梵志能壞薩遮尼揵勇猛之力能使菴木咤婆羅門生大恐怖能止息尸羅匐婆羅門大智之想以此甘嬰愚之人飮服之者皆成大智此呪力使四大毒蛇所不能螫陰拔刀賊不能隨逐
030_0637_c_01L이 법의 눈으로써 6입(入)의 빈 마을을 보시며, 이 법의 군사로써 5개(蓋)의 원수를 무찌르시며, 능히 지혜의 원수(元首)를 보호하여 5욕을 두려워하지 않게 하시며, 이 지혜의 배로써 번뇌의 물결이 치는 큰 바다를 건너 저 언덕에 이르게 하시며, 이 지혜로써 큰 잿물의 바다를 건너되 데거나 타지 않게 하시며, 안과 밖의 모든 입(入)에서 괴로움을 악랄(惡剌)하게 받는 이들로 하여금 능히 찔러도 들어가지 않게 하시며, 능히 광명이 없이 크게 어두운 데서도 미혹하거나 빠지지 않게 하신다.
030_0637_b_23L以此法眼見六入空以此法軍破五蓋怨能護智首不畏五欲以此智舡度於結使波浪大海到涅槃岸以此智慧度大灰河令燒煮內外諸入能使苦受惡刺而不入能於無明大黑暗中而不迷
만일 어떤 중생이 능히 관찰하면 이 사람에게는 비쳐주는 광명이 되시고, 능히 중생계(衆生戒)의 평지에 편안히 서게 하시며, 염처(念處)를 얻어 휴식처를 삼고, 정근(正勤)의 길을 지나 여의(如意)의 당(堂)에 오르며, 5근(根)의 누각에 올라 5력(力)의 방에 들고, 7각(覺)의 향을 맡으며, 8정(正)의 물을 마시고, 남음이 있는 열반[有餘涅槃]의 평상에 앉아서 4선(禪)의 샘이 없는[無漏] 바람을 쐬게 하시니, 능히 이렇게 하는 이는 참으로 중생의 선지식이다.
030_0637_c_06L若有衆生能觀察者爲作照明安立衆生戒之平地得於念處以爲止息涉正勤路上如意堂登五根樓入五力室嗅七覺香飮八正水坐於有餘涅槃之牀觸於四禪無漏涼風能如此者卽是衆生眞善知識
청정한 계율을 깨뜨리지 않고 능히 선정을 닦으며, 깨달음과 지혜를 늘어나게 하여 능히 악한 갈래를 무너뜨리고, 해탈의 길을 얻어서 4제(諦)의 방소[方]를 관찰하며, 여러 가지의 소견의 잡초를 불 지르고, 신견(身見)의 돌을 깨뜨리며, 계취견(戒取見)의 큰 아수라를 쳐부수고, 마군의 5욕의 덫을 밝게 살펴서 넓은 들 험한 길을 지나가며, 열반성에 들어가서 탐욕의 그물을 파괴하고, 질투하는 비사차귀(毘舍遮鬼)5)를 깨뜨리며, 간탐(慳貪)을 씻어 버리고 악한 아만(我慢)을 토해 내며, 아(我)와 아소(我所)를 버리고, 3독(毒)의 뿌리를 뽑으며, 결(結)과 사(使)의 번뇌를 멸하고, 생사의 윤회를 멸하며, 사랑하는 몸의 새끼줄을 끊고 인연의 쇠사슬을 부수며, 능히 삼계의 무성하고 큰 나무를 꺾으며, 영원히 포태(胞胎)를 떠나서 늙고 병들고 죽고 근심하고 슬프고 괴로워하는 큰 괴로움의 바다를 건너리라.
030_0637_c_11L不毀淨戒能修禪定增長覺慧能壞惡趣得解脫道觀四諦方焚諸見草破身見石摧滅戒取大阿修羅明見於魔五欲之弶度於曠野嶮惡之路入涅槃城絕貪欲網破於嫉妒毘舍遮鬼除慳貪吐出我慢下我我所拔三毒滅諸結使止生死輪斷愛身索壞因緣鎖能摧三有茂盛大樹永離胞度老大苦之海

인연을 알고자 하는가.
체성(體性)은 깊고 미묘해
만일에 적은 지혜로써
실상을 말한다면
마치 사람이 머리로
돌산을 깨려 하는 것과 같네.
030_0637_c_20L欲知因緣
體性幽微
若以少智
說其實相
如人以頭
欲壞石山

가장 큰 이 그물이
삼계(三界)를 뒤덮고
사악한 숲은
행자(行者)를 미혹케 하네.
030_0637_c_22L是最大網
彌綸三界
此是邪林
迷惑行者
030_0638_a_01L
이 악한 그물은
범부라는 사슴을 옭아매니
이 그물에 걸리는 이는
선한 법이 소멸되리라.
030_0638_a_01L此是惡羂
羂凡夫鹿
入此羂者
善法消滅

마전타라(摩旃陀羅)의
독화살에 맞는 것,
이는 지혜의 송곳이니
인연의 바다를 뚫어야 하리.
030_0638_a_02L摩旃陁羅
毒箭所射
此是智攢
攢因緣海

누가 인연의 바다를 뚫을까.
석가모니이시니
열반과 감로수와
큰 지혜를 성취하셨네.
030_0638_a_03L誰攢緣海
釋迦牟尼
成就大智
涅槃甘露

이 12연은 부처님만이 능히 보시고 능히 자기의 미혹을 제거하시며, 남까지도 교화하시니, 비유하자면 다음과 같다. 옛날에 절타왕(折吒王)이 울선야성(鬱禪耶城)에 있으면서 부지런히 보시를 닦고, 인욕을 잘 수행하고, 어른을 공경하며, 용맹스럽고 힘이 세어서 군대가 강하고 위세가 4해(海)를 조복하며, 다스리는 일을 분명히 하여 백성을 어루만지기가 어미 소가 송아지를 생각하는 것과 같았는데, 후에 울선야성 안에 괴질(怪疾)이 돌아서 죽은 이가 반이 넘었고, 성안의 백성은 매우 드물게 되었다.
030_0638_a_05L此十二緣唯佛能見能除己惑及以化他如昔所聞折咤王在鬱禪耶城精勤修施好行忍辱恭敬宿長勇猛大力兵衆强盛威伏四海明於治斷綏撫黎庶如母牛念犢後於異時鬱禪耶城疾疫大行死者過半城中人民遂致希少
비록 주문과 약으로 재앙을 물리치려 했으나, 불에다 기름을 부은 것 같아서 곱이나 더욱 심해졌고, 죽은 이가 너무 많아 길에는 사람의 자취가 없어지게 되었다. 여우ㆍ이리ㆍ삵이 마을에 가득했고, 사람의 집에까지 들어왔으며, 새매와 독수리는 해와 달을 가리도록 많이 떠다니니, 온 성안이 슬피 울고 눈물이 길가에 가득하였으며, 성안에는 시체가 쌓여 묘지(墓地)와 같았다.
030_0638_a_12L雖復呪藥欲禳災患如蘇注火倍增熾劇死亡者衆路少人迹狐狼野干滿於里巷亦入人舍雕鷲群飛瞖障日月擧城悲號涕泣盈路積屍城中猶如塚墓
이때 절타왕이 나라 안의 백성이 죽는 이가 많음을 보고 근심과 걱정하는 마음은 마치 전쟁터에서 적군에게 포로가 된 것 같았다. 근심하고 초췌하고 걱정하고 두려워하고 분하여서 죽음을 무릅쓰고, 한밤중 조용할 때에 홀로 계책을 꾸미되 뜻을 확실히 세우고 염병의 귀신을 쫓아내려 하여 아가타약(阿伽陀藥)을 두루 몸에 바르고, 주문의 새끼줄을 몸에 두르고, 여의(如意) 보배의 갑옷을 입고, 손에는 날카로운 칼을 잡고, 홀로 걸어서 전각 아래로 내려와 대궐의 문을 벗어나 성안의 네거리에 있는 신사(神社)와 탑묘 앞에 이르렀다.
030_0638_a_16L折咤王見國人民死喪者衆心懷憂惱如入戰陣爲怨所擒愁悴憂怖發憤忘死於夜靜時獨設方計立志確然思趁疫病以阿伽陁藥遍塗身體呪索結身著如意寶鎧手捉利劍單己獨步從殿下出于宮門往到城中四衢道神寺塔廟
030_0638_b_01L두루 우물과 다리 밑과 곳곳의 숲속과 저자 안을 보니 여러 귀신이 빛깔과 모양이 같지 않고, 말소리가 같지 않은 것들이 해치는 것[殘害]이 흉악하고, 살해함에 법도가 없었다. 죽은 사람의 시체가 그 앞에 널려 있는데, 해골로 그릇을 삼아 사람의 피를 담고, 손은 뱃속을 뒤지기에 똥과 피로 더러웠으며, 혹은 사람의 창자를 몸에다 감고, 앞을 다투어 죽은 사람을 뜯어 먹느라 다투어 끌고 다녔다. 이러한 악귀들, 이(魑)ㆍ매(魅)ㆍ망(魍)ㆍ양(魎)이 성안에 가득하였는데, 이것을 본 왕은 금시조(金翅鳥)가 용을 잡으려 하는 때와 같이, 곧장 귀신들 속으로 들어가서 무슨 까닭이냐고 꾸짖으며 게송으로 물었다.
030_0638_a_23L遍觀井中及橋梁下處林樹及市肆閒見有諸鬼色貌不言音各異殘害凶惡殺害無度人屍骸羅列其前髑髏爲器盛人血手探腸肚糞血沾污或以人腸交絡身體諍食死人鬪諍牽掣如是惡魑魅魍魎充滿城中王見是已如金翅鳥欲取龍時卽入鬼中呾叱鬼言何以故是以偈問曰

무슨 까닭에 사람의 창자를
너의 몸에다 감았으며
손에는 해골 그릇을 들고
피와 골수(骨髓)와 뇌를 담았느냐?
030_0638_b_08L何故以人腸
交絡汝身體
手捉髑髏器
盛滿血髓腦

악한 염병의 귀신이 되어
항상 사람의 목숨을 끊고
사람의 피와 고기를 먹어
너희들의 배를 부르게 하느냐?
030_0638_b_10L 生爲惡疫病
常斷人命根
噉食人血肉
用自充飽足

그때에 모든 귀신이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030_0638_b_11L諸鬼卽時以偈答曰

우리들은 야행귀(夜行鬼)이니
본래 사람의 살을 먹는다.
지방(脂肪)과 기름과 그리고 오장은
모두가 맛있게 먹을 것이다.
030_0638_b_12L我是夜行鬼
法食人髓肉
肪膏及五藏
盡皆所甘嗜

지금 그대 백성의 재앙과 병
모두가 우리들이 일으킨 것이다.
汝民今災患
實是我所作

왕은 다시 물었다.
“이러한 재앙이 참으로 너희들이 한 짓이냐?”
030_0638_b_14L王復問言如是災患實汝作也
나찰이 대답하였다.
“우리들의 짓임이 틀림없소.”
030_0638_b_15L羅剎答言是我所作
왕은 다시 귀신에게 물었다.
“너희들은 어찌하여 속히 이 일을 버리지 않는가?”
030_0638_b_16L王復語鬼汝今何不速捨此事
모든 귀신들이 대답하였다.
“우리들은 버릴 수 없다. 무슨 까닭인가?”
030_0638_b_17L諸鬼答言我不能捨所以者何

가시의 끝은 본래 뾰족하고
불덩이 자체는 본성이 뜨거운 것
나찰의 성품은
본래 사람의 고기를 먹는 것이라네.
030_0638_b_18L刺法頭尖
火體性熱
羅剎之性
法食人肉

왕이 귀신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어찌하여 버리고자 않는가? 너희들은 보지 못하는가? 나의 칼 빛이 푸른 구름과 같고, 우담화와 같고, 또한 독사가 크게 성이 났을 때와 같으니, 나의 팔 기운으로 이 날카로운 칼을 들면 능히 너희들의 이 악한 짓을 버리게 할 수 있으리라.”
030_0638_b_20L王語鬼言汝今云何不欲捨耶汝不見我刀色如靑雲亦如優鉢華亦如毒蛇大瞋恚時以我臂力捉此利劍足能令汝捨此惡事
030_0638_c_01L나찰이 대답하였다.
“인간의 임금이여, 그대가 자재를 얻어 설사 날카로운 칼로써 나의 몸을 쪼개어 참깨와 같이 할지라도 이러한 재앙의 불길은 끄지 못하리라.”
030_0638_c_01L羅剎答言人帝汝得自在設以利刀切割我身猶如胡麻雖能如是災患之火猶不可滅
왕이 말하였다.
“어찌하여 없애지 못하는가?”
030_0638_c_03L王言云何不滅
나찰이 즉시에 남쪽에 있는 큰 나무를 가리키며 대답하였다.
“저 나무 밑에 큰 나찰이 있는데, 얼굴에는 눈이 세 개가 있어 두리번거리고 휘두르는 모양이 흉악하며, 손으로 만지거나 눈으로 보면 능히 재앙이 되어 죽게 하니, 질병은 모두 그의 짓이다. 모든 중생으로 하여금 모조리 죽게 하니, 그대 대장부여, 먼저 그를 항복시키라. 그가 항복하면 우리들도 따르리라.”
030_0638_c_04L羅剎卽時指南大樹而答王言今彼樹下有大羅剎面有三眼顧眄揮霍狀貌凶醜手摩目視能爲災厲死亡疾病皆由彼作令諸衆生死斃都盡汝大丈夫可先降彼彼若伏者我等隨順
왕이 이 말을 듣고 곧장 달려가서 꾸짖으며 말하였다.
“네 이름은 무엇인가?”
030_0638_c_09L王聞此語疾走往趣叱言汝名字誰
나찰이 대답하였다.
“나의 이름은 승복(乘腹)이다. 마음대로 모양을 나타내어 나의 힘으로 너의 백성들을 모두 재앙을 입게 하였다.”
030_0638_c_10L羅剎答言我名乘腹隨欲現形以我之力使汝人民悉被災患
왕은 이 말을 듣고 소리쳤다.
“내가 이제 쉬게 되었구나.”
030_0638_c_12L王聞是已便自唱言我今得息
나찰이 물었다.
“무슨 까닭에 쉬게 되었다 하는가?”
羅剎問曰云何言息
왕이 말하였다.
“내가 오랫동안 생각하되 ‘누가 세간을 괴롭히는가?’ 하였더니, 이제 비로소 너를 만났으니 다시는 피로와 괴로움을 만나지 않으리라.”
030_0638_c_13L王言我久思惟誰苦世閒今始得汝便爲不復疲苦也
나찰이 말하였다.
“그대는 지금 어찌하려 하는가?”
羅剎問言汝今欲作何等
왕이 말하였다.
“나의 이 좋은 칼은 한번도 피를 보지 못하였는데, 이제 나라의 백성을 위해 이 칼이 너의 피 마시기를 감로수 마시는 것과 같게 하리라.”
030_0638_c_15L我此利劍未曾嘗血今爲國人以此刀當飮汝血如飮甘露
나찰이 말했다.
“헛되이 이러한 일을 해서는 그대가 고생한 결과를 알지 못하리라.”
030_0638_c_17L羅剎言徒爲此事不能解汝疲勞之果
왕이 물었다.
“어찌하여 고생한 결과를 알지 못한다 하는가?”
030_0638_c_18L王問云何不解疲勞之果
나찰이 대답하였다.
“그대가 지금 여기에서 보는 남쪽의 삼문(三門) 안에 나찰이 있으니, 이름이 대고(大鼓)이다. 반드시 용맹하고 건장한 힘이 있어야 항복 받으리라. 나는 이제 여기 머물면서 떠나지 않을 것이니 그대는 가서 먼저 그를 항복 받으라.”
030_0638_c_19L羅剎答言今且觀南三門裏有羅剎名曰大鼓須勇健力乃可降伏我今住此不棄汝走先可降彼
030_0639_a_01L왕이 그 말을 듣고 어둠 속에서 칼을 빼 들고 바로 나아가 남문에 이르러서 대고 나찰을 보니, 턱을 들고 비스듬히 누워 발을 고이고 앉아 있었다. 몸에는 세 개의 머리가 있었는데, 갑주를 쓰고 세 가닥의 창을 잡고 있었으며, 그 빛깔은 푸르고 검어서 매우 두려웠다.
030_0638_c_22L王聞其言於大闇中奮劍直進卽到南門見大鼓羅剎視卻偃翹腳而坐身有三頭著于甲捉三歧戟其色靑黑甚可怖畏
왕은 속으로 생각하였다.
‘저 귀신이 오늘 악한 짓은 다하고 스스로 한가한 즐거움을 얻었는데, 나만이 참혹하고 초췌하구나. 나의 위력과 무술로써 이 나찰에게 괴로움을 당하는 모든 왕들로 하여금 나의 발에 정례(頂禮)하게 하리라.’
030_0639_a_02L卽念言彼鬼今日作惡已竟自得閑唯我慘悴以我威武能使諸王頂我足爲此羅剎之所𣣋惱
나찰이 왕의 위덕이 엄숙하고 단정함을 보고 깜짝 놀라 일어나서 합장하고 머리에 썼던 것을 벗고 이러한 말을 하였다.
“어서 오시오, 대왕이여. 위덕이 존중하기 제석과 같으신데, 인간의 세상을 구하기 위하여 여기에까지 오셨구려.”
030_0639_a_05L羅剎見王威德嚴厲驚惶而起叉手合掌著頂上而作是言善來大王威德尊重如似帝釋悲救世人來至我所
“나찰아, 너는 나의 백성에게는 크게 약해지도록 하는 재환(災患)을 주면서 거짓으로 나를 칭찬하니, 하는 짓이 극히 괘씸하구나.”
030_0639_a_08L羅剎汝爲我民作大衰患詐稱讚所作極惡
나찰이 말하였다.
“왕이 만일 나의 말을 믿는다면 나의 말을 들으시오. 세간의 재앙이건 재앙이 아니건 나의 하는 짓이 아니오. 이 성문 밖에 귀신이 있으니, 이름이 마하사열(摩訶舍涅)이며, 밤에 다니는 무리에서는 가장 자재하며 머리가 넷, 얼굴이 넷으로써 우리들의 임금이오. 만일 능히 그를 항복 받으면 큰 명예와 칭찬을 얻을 것입니다.”
030_0639_a_10L羅剎言王若信我語者聽我所說世閒災患及非災患非我所作今城外有鬼名摩訶舍涅於夜行中最爲自在四頭四面有大威力是我之主若能伏彼得大名稱
왕이 이 말을 듣고 빨리 달려 성 밖을 나와 그 나찰을 보니, 해골로써 머리 장식을 만들어 네 개의 머리 위에 달았고, 큰 코끼리의 젖은 가죽으로 의복을 지었으며, 또 뱀들을 허리에다 휘둘러 감았으며, 갖가지의 독사로써 영락(瓔珞)을 삼고, 톱날 같은 어금니가 쌍으로 나와서 사람의 배를 꿰어 매다는 데 쓰이며, 그 몸은 크고 웅장한데 피를 발랐고, 손발과 모든 마디가 마치 붉은 전단과 같았다.
030_0639_a_14L王聞此語疾走出城見彼羅剎以髑髏爲鬘繫四頭上以大象濕皮而作衣服復以蟒蛇縈繫其腰種種毒蛇以爲瓔珞鋸牙雙出用懸人腹其身洪壯以血塗之手足支節如赤旃檀
030_0639_b_01L또 해골에다 피와 고름을 담아서 앞에다 놓고 마시고 씹고 먹으면서 배부르고 만족해하였다. 손에는 날카로운 창을 들었고, 죽은 시체를 자기의 주변에 둘러놓았다. 왕이 이것을 보고는 위의와 용모가 엄숙해지고, 영웅 같은 마음이 떨쳐 움직였다. 비유컨대 폭풍이 큰 나무에 불어 닥치는 것과 같으며, 또는 두 마리의 사자가 마주 보고 싸우려 하는 때와 같이, 위맹을 분발하여 꾸짖으며 말하였다.
“꾸짖으며 밤에 다니는 지배자여, 어쩌면 이다지도 나를 속이는가? 독한 기운과 악한 기운을 풀어 놓아서 나의 백성을 상해하고, 주문과 약으로 병을 치료하는 것이 마치 기름[蘇]을 불 위에 부은 것 같으니, 너는 이제 죽을 때가 왔다.”
030_0639_a_19L復以髑髏盛滿血膿安置于前吁吸啜噉以爲飽足手捉利戟燒死人屍王睹是已儀容嚴肅雄心振動譬如暴風吹鼓大樹如兩師子共相見時卽奮威猛譀䜕而言夜行主欺我何甚放毒惡傷害我民呪藥醫療如蘇注汝於今者死時到矣
나찰이 대답하였다.
“지주(地主)여, 너무 급히 성내지 말고 나의 말을 들어주오. 재앙과 근심을 준다 하니, 먼저 나의 허물을 묻고 다음에 죄를 주오. 백성의 재환(災患)은 내가 지은바가 아니니, 나는 미약해서 자재하지 못하고 남의 심부름을 하였소. 이 앞길에 부녀귀(婦女鬼)가 있는데, 그에게 시달려서 한 것이니 제지하는 것도 내 마음대로 못하오.”
030_0639_b_03L羅剎答言且莫速忿聽我且說爲災患者問我過然後加罪百姓災患非我所而我微弱不得自在爲他使役此前路有婦女鬼爲彼驅策制不由
왕은 다시 물었다.
“그 부녀귀는 모양이 어떠한가?”
王復問言彼婦女者狀貌云何
“극히 악하여서 겉으로는 거짓으로 착하고 부드러운 체하나, 속으로는 독하고 사나움을 품었소. 잠깐 동안에 여러 가지의 모양으로 변화하니, 반드시 그를 항복시켜야 하오. 내가 장차 뒤를 따르리다.”
030_0639_b_08L極惡外詐善軟心懷毒虐須臾變惑若干色像須降伏彼我當隨從
왕은 생각하였다.
‘이것이 마음대로 하지 못하다니, 마땅히 저것을 잡으리라.’
030_0639_b_10L卽思惟此不自在但當求彼
이때 나찰의 계집이 자기의 모습을 버리고 왕이 소중히 여기는 부인으로 변화하여 왕의 뒤를 따르면서 왕에게 말하였다.
“언제나 왕께서는 저를 애지중지하시는데 무슨 까닭으로 저를 버리시고 밤길에 여기까지 오셨나이까? 다시 누구를 사랑하는 것입니까?”
030_0639_b_11L時羅剎女捨己身相而化作王所重夫人在王後行語於王言我常爲王最所愛重何以棄我夜行至此更愛誰耶
왕이 그때에 갑자기 이 말을 듣고 참인지 거짓인지를 분간치 못하여 머리를 돌려 바라보니, 이내 귀신임을 알 수 있었다.
왕은 그에게 말하였다.
“여보시오. 잠깐 멈추시오. 그대는 한 나라의 백성을 모두 잡아먹고 지금에는 나까지 먹으려 하는가? 비유컨대 폭류가 모든 것을 흘러가게 하지만 큰 돌과 무거운 산은 뜨지 않는 것과 같소.”
030_0639_b_14L王於爾時卒聞其言未體眞僞迴首顧瞻尋知是鬼王語其言大德且住汝噉一城人民都盡而於今者欲食我耶譬如暴河力能漂沒唯不能浮大石重山
왕은 그의 손을 잡고 그에게 타일렀다.
“그대는 요술 같은 미혹을 버리고 본래의 형상으로 회복하라. 그대는 크게 몹쓸 짓을 하였으니, 지금 나에게 붙들린 것이 까닭 없는 액운이 아니오.”
030_0639_b_19L王捉其手而語之言捨汝幻惑汝本形汝作大惡今我報汝非抂撗
나찰이 즉시에 합장하고 예배하며 말하였다.
“나는 지금 지성으로 왕에게 귀의합니다.”
030_0639_b_21L羅剎卽時合掌作禮而言我今誠心歸命於王
그때 왕에게 또 다른 소리가 들려오기에 사방을 두루 살피니, 나찰이 물었다.
“무엇 때문에 두루 살피십니까?”
030_0639_b_22L王時卽更聞有異聲望四方羅剎問言何以顧望
왕이 다시 물었다.
“이것이 무슨 묘한 소리인가?”
030_0639_b_23L王復問是何妙聲
030_0639_c_01L나찰의 계집이 대답하였다.
“내가 마침 노래 소리를 내는 곳으로 인도해 드리려던 참이었습니다. 저 거문고 퉁기는 소리를 내는 것이 나의 근본입니다. 일체의 재난은 저 계집이 하는 것이니, 저 계집을 무릎 꿇게 하시고 나도 여기서 쉬게 하여 주십시오.”
030_0639_c_01L羅剎答言我過欲導此歌音聲彈琴聲者是我根本一切災患彼女所爲坐彼女人使我住此
왕은 즉시에 이 나찰이 다른 것의 사주를 받는 것임을 알고, 다시 노래하는 계집을 붙잡고 말하였다.
“네 이름은 무엇인가?”
030_0639_c_03L王時卽便知此羅剎爲他所使復捉歌女而問之言汝名爲誰
나찰이 대답하였다.
“나의 이름은 삼수발(三垂髮)이나, 나에게는 또 다른 왕이 있으니, 이름은 사아(四牙)입니다.”
030_0639_c_05L羅剎答言我名三垂髮復作是言我更有王名曰四牙
왕은 이 말을 듣고 곧 그 계집을 놓고, 사아 나찰을 구하여 이내 붙드니, 사아 나찰은 왕에게 말하였다.
“나의 허물도 아닙니다.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여섯 명의 나찰이 있는데 첫째는 운노(雲盧)라 하고, 둘째는 산악(山岳)이라 하고, 셋째는 옹복(甕腹)이라 하고, 넷째는 금강주(金剛主)라 하고, 다섯째는 견독(見毒)이라 하고, 여섯째는 척견(擲罥)이라 하니, 이 여섯 나찰 동자가 나의 주인입니다.”
030_0639_c_07L王聞此語卽捨歌女求彼四牙羅剎卽擒獲之時此四牙語於王亦非我過去此不遠有六羅剎名雲盧二名山嶽三名甕腹四者金剛主五者見毒六名擲羂此六羅剎童子是我之主
왕이 이 말을 듣고 그곳으로 가서 곧 그들 6나찰을 붙들고 말하였다.
“누가 너희들을 시켰는가?”
030_0639_c_12L王聞此語往趣其所卽復捉得彼六羅剎羅剎復言我亦爲他使王卽問言誰使於汝
여섯 나찰이 말하였다.
“나찰이 둘이 있으니, 하나는 우이(牛耳)며, 또 하나는 수극(手戟)으로서 능히 우리들을 부립니다.”
030_0639_c_14L六羅剎有二羅剎一名牛耳二名手戟使於我
왕이 곧 추심하여 붙드니, 다시 왕에게 말하였다.
“나는 마음대로 하지 못합니다. 나에게는 다시 주인이 있습니다.”
030_0639_c_16L王卽推得復語王言我不自我更有主
왕이 물었다.
“누구인가?”
問言是誰
나찰이 대답하였다.
“속질금시조(速疾金翅鳥)라 하는 것입니다.”
030_0639_c_17L羅剎答言速疾金翅鳥
즉시에 다시 그 금시조를 잡으니, 금시조가 말하였다.
“세 남자가 있는데, 그들이 나의 주인입니다. 첫째는 극악(極惡)이며, 둘째는 화발(火髮)이며, 셋째는 전단(栴檀)입니다.”
030_0639_c_18L卽時復捉彼金翅鳥翅鳥言有三男子是我之主一名極二名火髮三名栴檀
왕은 생각하였다.
‘내가 지금 귀신을 찾아서 재난을 없애려 하는데, 이 귀신들은 서로서로 멀고먼 앞길을 일러줄 뿐이구나. 비록 멀리멀리 따라가면서라도 만일 그 근본이 되는 놈을 잡지 못하면 결코 쉬지 않으리라.’
030_0639_c_20L王卽思惟今求鬼欲滅災患而此諸鬼展轉相示曠路長遠雖復長遠若不推得其根本者終不休息
030_0640_a_01L왕은 또 앞으로 나아가 세 나찰을 보니, 그 나찰들은 멀리서 왕이 오는 것을 보고 달아나기 시작했다.
왕은 소리쳤다.
“거기 서라. 나의 이 날카로운 칼은 아직도 써 본 일이 없다. 나는 국민들을 옹호하기 위하여 먼 길을 거쳐서 여기까지 왔다. 너희들은 어찌하여 나를 피해 도망가는가?”
030_0639_c_23L王復前進見三羅彼羅剎等遙見王來卽便避走卽言我此利劍未曾施用我爲擁護國民跋涉遠路故來至此汝等云何返捨我走
나찰들은 왕이 안위하는 말을 듣고 이내 돌아와서 합장하고 말하였다.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사태가 난 무덤들이 있소. 그 안에는 모든 악한 금수(禽獸)가 집을 지었으니, 여우ㆍ이리ㆍ삵ㆍ늑대ㆍ족제비ㆍ곰ㆍ호랑이ㆍ새매ㆍ독수리ㆍ올빼미ㆍ부엉새 따위가 서로서로 잡아먹고, 크고 흉한 소리를 내며 이리저리 쏘다니며 가득합니다.”
030_0640_a_04L羅剎聞王安慰之言便迴還合掌而言離此不遠有浪叢塚諸惡禽獸樔穴彼中狐狼野干羆虎雕鷲鴟梟互相搏食出大惡聲交撗充滿
왕은 다시 물었다.
“그곳에 무엇이 있단 말인가?”
王復問言彼有何物
나찰이 대답하였다.
“거기에는 나찰이 있으니, 형상과 모양이 추악하고 크며, 헌데와 종기가 불어터져 목마른 듯이 웃으면 허물이 벗어지고 빛깔은 검은 구름과 같으며, 두 눈방울을 굴리면 광채가 번개와 같고, 날카로운 이빨을 겹겹으로 드러내고, 입술을 악물고 진노하며, 갖가지 귀신으로 권속을 삼으니, 모든 악귀가 따르지 않는 이가 없고, 세간의 모든 그릇된 법은 모두 그가 짓는 것이니, 흉악하고 치성하여 조복하기 어렵습니다. 만일 그 힘 많은 귀신을 항복 받으면 왕의 위덕이 천하에 퍼질 것이며, 우리들도 굽혀 따르겠습니다.”
030_0640_a_08L彼有羅剎形貌麤大癰踵肥脹笑渴皴剝色若黑雲搖動兩目光如掣利牙重出銜脣瞋怒種種鬼神以爲眷屬諸惡鬼神無不率從世閒非法皆是彼作兇黨熾盛最難調伏能降伏大力鬼者王之威德流聞天我等亦當屈折隨順
왕은 이 말을 듣고 용맹이 솟아올라 금할 수 없음이 마치 바다의 파도와 같았다. 즉시에 그곳에 이르니 티끌과 안개가 자욱이 가리고, 사나운 바람이 죽은 사람의 무더기를 불어치니 가리고 어두워서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030_0640_a_15L王聞此語猛奮發不能自制如海濤波卽到彼塵霧晦暝猛風絕炎吹死人段蔽昏闇都無所見
그 나찰을 보니 형용과 모양은 위에서 말한 것과 같았으며, 그 좌우에 두루두루 냄새가 가득하고, 곳곳마다 해골의 노적이며, 머리털과 손톱이 싸인 것이 산더미와 같고, 떨어진 헌 옷이 찢어진 채로 땅 위에 흩어졌으며, 질병과 독과 깨진 기왓장이 쌓여 있어서 다닐 수가 없었다. 혹은 보니 종기가 터지고 헌데에 벌레가 뭉그러졌으며, 흉한 소리와 괴이한 싸움이 그 안에 가득하여 도병겁(刀兵劫)과 같아서 매우 두려웠다.
030_0640_a_18L見彼羅剎形容狀貌如向所說繞其左右臭穢盈積處皆有髑髏之𧂐髮爪之聚積如山弊壞故衣散壞在地𤬪甕破瓦無可行處或見胮脹疽虫爛壞惡聲怪戰遍滿其中如刀兵劫甚可怖畏
030_0640_b_01L또 여러 귀신이 있되 모두 피와 살을 먹어 제멋대로 배부르고 살쪘으니, 모두 흉하고 험상하고 잔악하고 해로운 무리였다. 눈은 번개 빛과 같고, 머리에서는 불길이 솟으며 코는 커서 우뚝하고 두 개의 어금니는 바늘처럼 나왔으며, 귀는 키[箕]와 같아, 형상이 추악한 것은 이루 다 말할 수 없었는데, 호랑이 껍질 옷을 입고는 해골에다 기름을 담아 오른손에 받쳐 들고 타는 불에다 붓고 있었다.
030_0640_a_23L有諸鬼皆食肉血以自肥飽都是兇險殘害之衆眼如電光頭上火然大疱凸雙牙鏠出其耳如箕形狀醜惡說不可盡虎狼之皮以爲衣服髏盛脂置于右手寫著火中
왕은 이것을 보고 곧 근심을 품고 소리쳤다.
“나쁜 것이로다. 어찌하여 자기의 힘만 믿고 포악함이 이러한가. 내가 그대를 꺾지 못하면 나는 망하리라. 만일 주문과 약을 쓰면 그 힘으로 귀신은 모두 달아날 것이니, 나는 그때에 빨리 달려가서 왼손으로 나찰의 머리털을 움켜쥐리라. 나는 국민의 재난을 제거하기 위하여 기필코 이 나찰의 임금을 멸망시키리라.”
030_0640_b_05L王見是卽便憂愁唱言咄哉云何自恃己力暴惡乃爾我不摧滅不得自立以呪藥之力鬼皆走散我今應當疾走直前以其左手捉羅剎髮我爲國民除災患故必當滅此羅剎之主
이렇게 말한 왕은 사방을 둘러보고 즉시에 몸을 솟구치며 사자후와 같은 소리로 위로 모든 하늘과 사방의 신령[神祇]에게 귀의하였다.
“나라 재난의 근본인 독한 나무를 내가 뽑아 버리겠습니다.”
030_0640_b_10L是語已遍觀四方卽時騰踊如師子上歸諸天四方神祇國中災患毒樹之本我當拔去
그리고는 즉시에 그의 머리털을 움켜쥐니, 나찰이 자기의 힘만 믿고 헤헤 웃으며 말하였다.
“누가 폭포처럼 흐르는 물을 끊으려 하는가? 누가 호랑이 입안의 이빨을 세려고 여기에 와서 사납고 악한 독사를 건드리는가? 일체 세간에 용맹한 장부가 몇 천억ㆍ만일지라도 모두 내가 무찌를 수 있는데 어찌하여 감히 나의 터럭을 끌어당기는가? 이것은 차치하고 말 할 것이 없으나 일체 세간의 힘이 세고 용맹한 이들이 아무도 나를 대적할 이가 없으되, 오직 절타(折吒)만은 예외라 하겠는데, 이는 어떤 꼬마이기에 감히 나의 머리털을 잡는가?”
030_0640_b_13L卽頓其髮羅剎自恃力𠿜𠿜笑言誰於暴河乃欲截流誰人虎口欲數其齒而故來觸猛惡毒蛇一切世閒雄猛丈夫數千億萬我皆摧滅云何敢爾頓掣我髮且置勿言而一切世間大力雄猛都無有能與我敵者唯除折咤是誰小豎敢捉我髮
왕은 자기를 칭찬하는 말을 듣고 즉시에 기뻐하며 용기를 내어 귀신에게 말하였다.
“어질다, 현사(賢士)여, 절타가 바로 나다.”
030_0640_b_20L王聞稱已卽時喜勇而語鬼言善哉賢士言折咤者卽我身是
귀신이 이 말을 듣고 놀라고 기뻐하며 말하였다.
“나의 참회를 들어주시고 왕께서는 어여삐 여기시어 나무라지 말아 주십시오. 지금으로부터 왕을 위하여 일체의 재난을 제거하여 드리겠습니다.”
030_0640_b_21L鬼聞是語驚喜而言聽我悔過願王垂愍莫加瞋忿自今已後一切災患爲王除去
030_0640_c_01L이 말을 마치고 홀연히 사라졌다. 왕의 위력으로 귀신은 물러나고 나라 안의 백성은 곱이나 성하였으며, 아무런 근심도 없는 것이 모든 하늘과 같았다.
030_0640_c_01L作是語已忽然不現王威力故鬼神退散國中人民倍復熾盛無諸災患同於諸天
無明羅剎集卷上
乙巳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雕造


  1. 1)법려(法䗍)는 법라(法螺)의 오기(誤記)로 보인다.
  2. 2)가비라선(加毗羅仙)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옛적에 가비라성에 살았기 때문에 가비라선이라고 하며, 겁비라(劫毗羅)ㆍ가비리(迦毗梨)라고도 한다. 황두(黃頭)ㆍ황발(黃髮)ㆍ금두(金頭)의 뜻이 있다. 확실한 전기(傳記)는 전하지 않으나 석가(釋迦)보다 1세기쯤 전의 인물로 추정되며, 수론외도(數論外道)를 편 수론철학의 시조로서 이원론적(二元論的) 사상을 설파한 것으로 추정된다.
  3. 3)몸이 있다고 하는 나무라는 것은 유신견(有身見)을 말한다.
  4. 4)대살차니건자(大薩遮尼揵子)를 말한다. 니건(尼揵)은 고행외도의 통명(通名)으로 이계(離繫)라 번역한다. 살차(薩遮)는 이름으로 유(有) 또는 제(諦)라 번역한다. 대유이계(大有離繫) 외도의 아들로 불도에 들어와서 크게 도를 깨달았다.
  5. 5)범어로는 Piśāca이다. 비사사(毘舍闍) 혹은 필자자(畢舍闍)라고도 쓴다. 전광귀(癲狂鬼), 식혈육귀(食血肉鬼)라고 번역한다. 용신(龍神)과 함께 광목천(廣目天)을 따라 서방을 수호하는 귀신의 하나다. 또는 동방천왕(東方天王)이 영솔하는 귀신이라고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