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가지 구의(句義, padārtha)가 있으니, 첫째는 실(實, dravya:실체)이고, 둘째는 덕(德, guṇa:속성)이며, 셋째는 업(業, karma:운동)이고, 넷째는 동(同, sāmānya:보편)이며, 다섯째는 이(異, viśeṣa:특수)이고, 여섯째는 화합(和合, samavāya:내속)이며, 일곱째는 유능(有能, śakti:가능성)이고, 여덟째는 무능(無能, aśakti:불가능성)이며, 아홉째는 구분(俱分, sāmānya-viśeṣa:보편이면서 특수)이며, 열째는 무설(無說, abhāva:비존재)이다. 실구의(實句義)란 무엇인가? 말하자면 아홉 가지의 실체[實, dravya]를 실구의라고 이름한다. 무엇이 아홉 가지인가? 첫째는 지(地, pṛthivī)이고, 둘째는 수(水, āpas)이며, 셋째는 화(火, tejas)이고, 넷째는 풍(風, vāyu)이며, 다섯째는 허공[空, ākāśa]이고, 여섯째는 시간[時, kāla]이며, 일곱째는 방위[方, diś]이고, 여덟째는 자아[我, ātman]이며, 아홉째는 의식[意, manas]이니, 이것을 아홉 가지의 실체라고 한다. 지(地)란 무엇인가? 이를테면 색(色)ㆍ미(味)ㆍ향(香)ㆍ촉(觸)의 속성을 갖는 것, 이것을 지라고 한다. 수(水)란 무엇인가? 이를테면 색ㆍ미ㆍ촉의 속성과 아울러 유동성[液]과 습윤성[潤]을 갖는 것, 이것을 수라고 한다. 화(火)란 무엇인가? 이를테면 색과 촉의 속성을 갖는 것, 이것을 화라고 한다. 풍(風)이란 무엇인가? 이를테면 오로지 촉의 속성만을 갖는 것, 이것을 풍이라고 한다. 허공이란 무엇인가? 이를테면 오로지 성(聲)의 속성만을 갖는 것, 이것을 허공이라고 한다. 시간이란 무엇인가? 이를테면 이는 바로 그때와 이때, 함께 하고 함께 하지 않으며, 느리고 빠르다는 관념을 불러일으키는 근거[詮緣因]가 되는 것이니, 이것을 시간이라고 한다. 방위란 무엇인가? 이를테면 이것은 동ㆍ서ㆍ남ㆍ북 등의 관념을 불러일으키는 근거가 되는 것이니, 이것을 방위라고 한다. 자아란 무엇인가? 이를테면 이것은 지각[覺]이나 괴로움ㆍ즐거움ㆍ욕구[欲]ㆍ혐오[瞋]ㆍ노력[勤勇]ㆍ행(行:潛勢力)ㆍ법ㆍ비법(非法) 등의 속성과 화합하는 것을 원인으로 하여 지식을 일으키는 것을 특징으로 하니,1) 이것을 자아라고 한다. 의식이란 무엇인가? 이를테면 이것은 지각이나 괴로움ㆍ즐거움ㆍ욕구ㆍ혐오ㆍ노력ㆍ법ㆍ비법ㆍ행 등의 속성과 화합하지 않는 것을 원인으로 하여 지식을 일으키는 것을 특징으로 하니, 이것을 의식이라고 한다. 덕구의(德句義)란 무엇인가? 말하자면 스물네 가지의 속성[德, guṇa]을 덕구의라고 이름한다. 무엇이 스물네 가지 속성인가? 첫째는 색(色, rūpa)이며, 둘째는 미(味, rasa)이며, 셋째는 향(香, gandha)이며, 넷째는 촉(觸, sparśa)이며, 다섯째는 수(數, saṁkhyā)이며, 여섯째는 양(量, parimāṇa)이며, 일곱째는 개별성[別體, pṛthaktva]이며, 여덟째는 결합[合, saṁyoga]이며, 아홉째는 분리[離, vibhāga]이며, 열째는 그것[彼體, paratva:원격성]이며, 열한째는 이것[此體, aparatva:근접성]이며, 열두째는 지각(知覺, buddhi)이며, 열셋째는 즐거움[樂, sukha]이며, 열넷째는 괴로움[苦, duhkha]이며, 열다섯째는 욕구[欲, īccha]이며, 열여섯째는 혐오[瞋, dveṣa]이며, 열일곱째는 노력[勤勇, prayatna]이며, 열여덟째는 무거움[重體, gurutva]이며, 열아홉째는 유동성[液體, dravatva]이며, 스무째는 습윤성[潤, sneha]이며, 스물한째는 행(行, saṁskāra:잠세력)이며, 스물두째는 법(法, dharma:공덕)이며, 스물셋째는 비법(非法, adharma:악덕)이며, 스물넷째는 성(聲, śabda)이니, 이와 같은 것을 스물네 가지의 속성이라고 한다. 색(色)이란 무엇인가? 이를테면 오로지 안근(眼根)에 의해 파악되는 것으로서, 하나의 개별적 실체에 의지하는 것[一依]을 색이라고 이름한다.2) 미(味)란 무엇인가? 이를테면 오로지 설근(舌根)에 의해 파악되는 것으로서, 하나의 개별적 실체에 의지하는 것을 미라고 이름한다.3) 향(香)이란 무엇인가? 이를테면 오로지 비근(鼻根)에 의해 파악되는 것으로서, 하나의 개별적 실체에 의지하는 것을 향이라고 이름한다.4) 촉(觸)이란 무엇인가? 이를테면 오로지 피부[身根]에 의해 파악되는 것으로서, 하나의 개별적 실체에 의지하는 것을 촉이라고 이름한다.5) 수(數)란 무엇인가? 이를테면 모든 실체와 화합하는 것으로서, 하나의, 또는 하나가 아닌[非一, 즉 다수의] 실체 등의 관념을 불러일으키는 근거이니, 하나의 실체 등을 수라고 이름한다. 양(量)이란 무엇인가? 미세한 것[微體]ㆍ큰 것[大體]ㆍ짧은 것[短體]ㆍ긴 것[長體]ㆍ둥근 것[圓體] 등을 양이라고 한다. 여기서 미세한 것이란 말하자면 두 개의 원자로 이루어진 미세한 것[二微果, dvy-aṇuka]을 화합의 인연으로 삼는 것으로서, 두 가지 존재에 의해 생겨난 어떤 하나의 실체[實]에 대해 미세하다는 관념을 불러일으키는 근거이니, 이것을 미세한 것6)이라고 이름한다. 큰 것7)이란 말하자면 다수의 존재를 원인으로 하는 것이 큰 것이다. 즉 다수의 존재가 적집(積集) 차별되어 생겨난 것 중 세 개의 원자로 이루어진 미세한 것[三微果, try-anuka)등과 화합하는 것으로서, 어떤 하나의 실체에 대해 크다는 관념을 불러일으키는 근거이니, 이것을 큰 것이라고 이름한다. 짧은 것이란 말하자면 두 개의 원자로 이루어진 미세한 것을 화합의 원인으로 삼는 것으로서, 두 가지 존재에 의해 생겨난 어떤 하나의 실체에 대해 짧다는 관념을 불러일으키는 근거이니, 이것을 짧은 것이라고 이름한다. 긴 것이란 말하자면 다수의 존재를 원인으로 하는 것이 긴 것이다. 즉 다수의 존재가 적집 차별되어 생겨난 것 중 세 개의 원자로 이루어진 미세한 것 등과 화합하는 것으로서, 어떤 하나의 실체에 대해 길다는 관념을 불러일으키는 근거이니, 이것을 긴 것이라고 이름한다. 그리고 둥근 것에는 두 종류가 있으니, 첫째는 지극히 미세한 것[極微, Paramāṇu)이고, 둘째는 지극히 큰 것[極大, Parama-mahattva]이다. 지극히 미세한 것이란 말하자면 극미로서 존재하는 것과 화합하는 것으로서, 어떤 하나의 실체에 대해 지극히 미세하다는 관념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근거이니, 이것을 지극히 미세한 것이라고 한다. 지극히 큰 것이란 말하자면 허공ㆍ시간ㆍ방위ㆍ자아의 실체와 화합하는 것으로서, 어떤 하나의 실체에 대해 지극히 크다는 관념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근거이니, 이를 변행등(邊行等)이라고도 하는데, 이것을 지극히 큰 것이라고 한다. 개별성이란 무엇인가? 이를테면 모든 실체와 화합하는 것으로서, 하나의 실체와 하나가 아닌 다수[非一]의 실체와 차별 관념을 불러일으키는 근거이니, 하나의 개별적 존재[別體] 따위를 바로 개별성이라고 한다. 결합이란 무엇인가? 이를테면 서로 접하지 않은[不至] 두 존재가 접할 때를 결합이라고 한다. 여기에는 세 종류가 있으니, 첫째는 둘 중 어느 한쪽의 운동에 의해 생겨난 것[隨一業生]이며, 둘째는 양쪽 모두의 운동에 의해 생겨난 것[俱業生]이며, 셋째는 결합에 의해 생겨난 것[合生]이다. 둘 중 어느 한쪽의 운동에 의해 생겨난 결합이란 이를테면 동작을 갖는 것[有動作]과 동작을 갖지 않는 것[無動作]에 의해 생겨나는 결합을 말하고. 양쪽 모두의 운동에 의해 생겨난 결합이란 동작을 갖는 두 가지의 존재에 의해 생겨나는 결합을 말하며, 결합에 의해 생겨난 결합이란 이를테면 동작을 갖지 않는 것이 다수의 실체와 결합을 낳을 때 허공 등과 결합하는 것을 말한다.8) 분리란 무엇인가? 이를테면 이미 접한 두 존재가 접하지 않게 되는 것을 분리라고 한다. 여기에도 세 종류가 있으니, 첫째는 둘 중 어느 한쪽의 운동에 의해 생겨난 것이며, 둘째는 양쪽 모두의 운동에 의해 생겨난 것이며, 셋째는 분리에 의해 생겨난 것이다. 이 중에서 둘 중 어느 한쪽의 운동에 의해 생겨난 분리와 양쪽 모두의 운동에 의해 생겨난 분리는 앞에서 논설한 결합의 경우와 같으며, 분리에 의해 생겨난 분리란 이를테면 이미 조작된 결과로서의 실체[果實]가 그 밖의 다른 원인에 의해 분리될 때, 결과로서의 실체가 허물어짐에 근거하여 허공 등과 분리되는 것을 말한다. 그것[彼體]이란 무엇인가? 이를테면 동일한 시간 따위에 소속된 것이면서 멀다[遠]고 하는 지각과 관계된 하나의 실체로부터 생겨난 것으로서, 그것이라고 하는 관념을 불러일으키는 근거를 바로 그것이라고 이름한다. 이것[此體]이란 무엇인가? 이를테면 동일한 시간 따위에 소속된 것이면서 가깝다[近]고 하는 지각과 관계된 하나의 실체로부터 생겨난 것으로서, 이것이라고 하는 관념을 불러일으키는 근거를 바로 이것이라고 이름한다. 지각(知覺)이란 무엇인가? 이를테면 일체의 대상을 깨달아 아는 것이다. 여기에는 두 종류가 있으니, 첫째는 현량(現量, pratyakṣa:직접 지각)이며, 둘째는 비량(比量, anumāṇa:추리)이다. 현량이란 실체의 색 등과 근(根) 등이 화합할 때 요별(了別)의 상이 생겨나는 것이니, 이것을 현량이라고 이름한다. 비량에는 다시 두 가지가 있으니, 첫째는 동일한 것[同]을 관찰하고서 생겨난 것이며, 둘째는 동일한 것을 관찰하지 않고서 생겨난 것이다. 동일한 것을 관찰하고서 생겨난 비량이란, 이를테면 외계대상의 상(相)을 관찰하고 그러한 상과 소상(所相)의 상호 포섭관계[相續]의 기억에 근거하여 자아와 의식이 결합하였기 때문에 아직 보지 않은 소상의 경계에 대한 지식이 생겨나는 경우가 있으니, 이것을 동일한 것을 관찰하고서 생겨난 비량이라고 한다. 동일한 것을 관찰하지 않고서 생겨난 비량이란, 이를테면 인과(因果)의 상호 포섭관계와 어떤 하나의 지식의 화합[一義和合]이 상위(相違)하는 것임을 관찰하고. 그러한 상호 포섭관계의 기억에 근거하여 자아와 의식이 결합하였기 때문에 그같이 마침내 직접 관찰[現見]하지 않은 경계에 대한 지식이 생겨나는 경우가 있으니. 이것을 동일한 것을 관찰하지 않고서 생겨난 비량이라고 한다. 즐거움이란 무엇인가? 이를테면 하나의 실체인 자아가 갖는 속성[德]으로, 쾌적과 열락을 자성으로 하는 것을 일컬어 즐거움이라고 한다.9) 괴로움이란 무엇인가? 이를테면 하나의 실체인 자아가 갖는 속성으로, 핍박과 고뇌를 자성으로 하는 것을 일컬어 괴로움이라고 한다. 욕구란 무엇인가? 이를테면 하나의 실체인 자아와 화합하는 것으로서, 색 등을 희구하는 것을 일컬어 욕구라고 한다. 혐오[瞋]란 무엇인가? 이를테면 하나의 실체인 자아와 화합하는 것으로서, 색 등을 해손(害損)시키는 것을 일컬어 혐오라고 한다. 노력[勤勇]이란 무엇인가? 이를테면 하나의 실체인 자아와 화합하는 것으로서, 욕구와 혐오에 근거하여 자아와 의식과 화합할 때 생겨나는 책려(策勵)를 바로 노력이라고 이름한다. 무거움이란 무엇인가? 이를테면 지(地)ㆍ수(水)의 실체와 화합하는 것으로서, 하나의 실체를 추락하게 하는 근거를 바로 무거움이라고 이름한다. 유동성[液體]이란 무엇인가? 이를테면 지(地)ㆍ수(水)ㆍ화(火)의 실체와 화합하는 것으로서, 하나의 실체를 흐르게 하는 근거를 바로 유동성이라고 이름한다. 습윤성[潤]이란 무엇인가? 수(水)의 실체와 화합하는 것으로서, 하나의 실체인 지(地) 등을 포섭하게 하는 근거를 바로 습윤성이라고 이름한다. 행(行)이란 무엇인가? 여기에는 두 종류가 있으니, 첫째는 기억이 원인이 된 것[念因]이며, 둘째는 작용이 원인이 된 것[作因]이다. 기억이 원인이 된 것이란 이를테면 자아와 화합하는 것으로서, 하나의 실체에 대한 현량과 비량의 지식의 작용[行]에 의해 생겨난 바를 자주 익혀 차별지은 것이니, 이것을 일컬어 기억이 원인이 된 행이라고 한다. 작용이 원인이 된 것이란 이를테면 타격[攢擲, nodana) 등의 운동[業]에 의해 생겨나 하나의 실체에 의존 부수[依附]하는 것으로서, 질애(質礙:공간적 점유성)를 갖는 실체에 존재하는 세력 작용[勢用]이니, 이것을 일컬어 작용이 원인이 된 행이라고 한다. 행이란 이를테면 세력 작용을 말한다.10) 법(法)이란 무엇인가? 여기에는 두 종류가 있으니, 첫째는 능히 유전(流轉)하게 하는 것이며, 둘째는 능히 환멸(還滅)하게 하는 것이다. 능히 유전하게 하는 법이란 참으로 애호할 만한 신체 등의 즐거움을 초래하는 원인으로 자아와 화합하며, 하나의 실체(생사 유전하는 저열한 육신)와 과보(해탈한 뛰어난 육신)를 서로 어긋나게 하는 것이니, 이를 일컬어 능히 유전하는 법이라고 한다. 능히 환멸하게 하는 법이란 이를테면 염오의 인연[染緣]을 떠나 정지(正智)의 기쁨을 초래하게 하는 원인으로 자아와 화합하며, 하나의 실체와 과보를 서로 어긋나게 하는 것이니, 이를 일컬어 능히 환멸하게 하는 법이라고 한다. 비법(非法)이란 무엇인가? 이를테면 참으로 애호할 만하지 않은 신체 등의 괴로움과 사지(邪智)를 초래하는 원인으로 자아와 화합하며, 하나의 실체와 과보를 서로 어긋나게 하는 것이니, 이것을 일컬어 비법이라고 한다. 성(聲)이란 무엇인가? 이를테면 오로지 이근(耳根)에 의해 파악되는 것으로서, 하나의 개별적 실체에 의지하는 것을 성이라고 이름한다. 업구의(業句義)란 무엇인가? 다섯 가지의 운동[業, karman]을 업구의라고 이름한다. 무엇이 다섯 가지인가? 첫째는 취업(取業)이며, 둘째는 사업(捨業)이며, 셋째는 굴업(屈業)이며, 넷째는 신업(申業)이며, 다섯째는 행업(行業)이다. 취업이란 무엇인가? 이를테면 상ㆍ하의 방분(方分)이나 허공 등의 처소에서 극미 등이 결합한 것을 분리시키는 근거로서, 하나의 개별적 실체에 의지하는 것을 취업이라고 한다. 사업이란 무엇인가? 이를테면 상ㆍ하의 방분이나 허공 등의 처소에서 극미 등이 분리된 것을 결합시키는 근거로서, 하나의 개별적 실체에 의지하는 것을 사업이라고 한다. 굴업이란 무엇인가? 이를테면 크거나 긴 실체에 존재하는 것으로서, 하나의 개별적 실체에 의존 부수하며, 가까운 곳에서 결합된 적이 있던 것이 멀거나 가까운 곳으로 분리된 것을 결합시키는 근거이니, 이를 일컬어 굴업이라고 한다. 신업이란 무엇인가? 이를테면 크거나 긴 실체에 존재하는 것으로서, 하나의 개별적 실체에 의존 부수하며, 가까운 곳에서 결합된 적이 있던 것이 멀거나 가까운 곳에서 결합된 것을 분리시키는 근거이니, 이를 일컬어 신업이라고 한다. 행업이란 무엇인가? 이를테면 모든 질애(質礙)의 실체와 화합하는 것으로서, 하나의 개별적 실체에 의지하며 결합과 분리의 근거가 되는 것이니, 이것을 일컬어 행업이라고 한다.11) 동구의(同句義)란 무엇인가?12) 이를테면 존재일반[有性]이다. 무엇을 존재일반이라고 하는 것인가? 이를테면 일체의 실체ㆍ속성ㆍ운동의 구의와 화합하고, 또한 일체의 감관[根]에 의해 파악되는 것으로서, 실체와 속성과 운동에 대해 존재한다는 언표의 지식[詮智]을 불러일으키는 근거이니, 이것을 존재 일반이라고 한다. 이구의(異句義)란 무엇인가?13) 이를테면 일체의 실체에서만 일어나고 하나의 개별적 실체에 의존하는 것으로서, 바로 그것을 부정하는 지각의 근거나 이것을 나타내는 지각의 근거를 이구의라고 한다. 화합구의(和合句義)란 무엇인가? 이를테면 실체 등으로 하여금 속성ㆍ운동ㆍ보편ㆍ특수와 분리되지 않고 서로 포섭하게 하여 이것이라는 언표의 지식을 불러일으키는 근거, 또는 존재가 바로 단일한 것을 일컬어 화합구의라고 한다.14) 유능구의(有能句義)란 무엇인가? 이를테면 실체ㆍ속성ㆍ운동과 화합하는 것으로서, 공동으로 혹은 통일이 아닌 상태[非一]에서 각기 자신의 결과를 조작하는 데 결정적으로 필요한 힘을 말하니, 이와 같은 것을 일컬어 유능구의라고 한다.15) 무능구의(無能句義)란 무엇인가? 이를테면 실체ㆍ속성ㆍ운동과 화합하는 것으로서, 공동으로 혹은 통일이 아닌 상태에서 그 밖의 다른 결과를 조작하지 않는 데 결정적으로 필요한 힘을 말하니, 이와 같은 것을 일컬어 무능구의라고 한다. 구분구의(俱分句義)란 무엇인가? 이를테면 실성(實性:실체일반)ㆍ덕성(德性:속성일반)ㆍ업성(業性:운동일반)과 아울러 그것과 하나로 화합[一義和合]하는 지성(地性:지일반)과 색성(色性:색일반)과 취성(取性:취업일반) 등을 말하니, 이와 같은 것을 일컬어 구분구의라고 한다.16) 여기서 실성이란 이를테면 일체의 실체와 화합하는 것이고 일체의 실체에 대해 실체라는 관념을 불러일으키는 근거로서 속성이나 운동에 대해서는 실체라는 관념이 일어나지 않으며, 안(眼)과 촉(觸)에 의해 파악되는 것이니, 이것을 실성이라고 한다. 덕성이란 이를테면 일체의 속성과 화합하는 것이고 일체의 속성에 대해 속성이라는 관념을 불러일으키는 근거로서 실체나 운동에 대해서는 속성이라는 관념이 일어나지 않으며 일체의 감관에 의해 파악되는 것이니, 이것을 덕성이라고 한다. 업성이란 이를테면 일체의 운동과 화합하는 것이고 일체의 운동에 대해 운동이라는 관념을 불러일으키는 근거로서 실체나 속성에 대해서는 운동이라는 관념이 일어나지 않으며, 안과 촉에 의해 파악되는 것이니, 이것을 업성이라고 한다. 그리고 지성(地性) 등의 경우도 역시 이와 같다. 무설구의(無說句義)란 무엇인가? 이를테면 다섯 종류의 무(無, abhāva)를 무설구의라고 이름한다. 무엇을 다섯 가지라고 하는가? 첫째는 미생무(未生無)이고, 둘째는 이멸무(已滅無)이며, 셋째는 갱호무(更互無)이고, 넷째는 불회무(不會無)이며, 다섯째는 필경무(畢竟無)이니, 이것을 다섯 가지의 무라고 한다. 미생무란, 이를테면 실체와 속성과 운동의 인연이 만나지 않은 것으로, 아직 생겨나지 않은 것을 미생무라고 이름한다. 이멸무란, 이를테면 실체와 속성과 운동의 인(因)의 세력이 다하였거나 혹은 모순된 연(緣)이 생겨난 것으로, 비록 생겨났을지라도 이미 괴멸해 버린 것을 이멸무라고 이름한다. 갱호무란, 이를테면 온갖 실체 등에 그것과 이것이 서로 존재하지 않는 것을 갱호무라고 이름한다.17) 불회무란, 이를테면 존재일반[有性]과 실체 등이 이러한 처소에 따라 결합하는 일도 없고 화합하는 일도 없는 것을 불회무라고 이름한다. 필경무란, 이를테면 원인이 없기 때문에 삼시(三時)에 생겨나지 않는 것으로, 궁극적으로 생기(生起)하지 않는 것을 필경무라고 이름한다.18) 이와 같은 아홉 가지의 실체[實句義] 중에서 몇 가지가 동작을 갖는 것이고, 몇 가지가 동작을 갖지 않는 것인가? 다섯 가지는 동작을 갖는 것이니, 이를테면 지ㆍ수ㆍ화ㆍ풍ㆍ의식이 바로 그것이며, 네 가지는 동작을 갖지 않는 것이니, 이를테면 그 밖의 나머지 실체가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동작을 갖는 것과 동작을 갖지 않는 것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질애(質礙)를 갖는 것과 질애를 갖지 않는 것, 세력 작용을 갖는 것과 세력 작용을 갖지 않는 것, 이것과 그것의 속성을 갖는 것과 이것과 그것의 속성을 갖지 않는 것의 경우도 역시 그러함을 마땅히 알아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아홉 가지의 실체 중에서 몇 가지가 속성을 갖는 것이고, 몇 가지가 속성을 갖지 않는 것인가? 일체의 실체는 모두 속성을 가지니, 속성을 갖지 않는 실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일체의 실체가 모두 속성을 갖는 것과 마찬가지로 화합의 원인이 되고, 실체일반을 가지며, 특수성을 갖는 것, 결과와 상위하지 않으며, 근거가 되는 원인을 갖는 것[有待因]의 경우도 역시 그러하다. 이와 같은 아홉 가지의 실체 중에서 몇 가지가 촉[可觸性]을 갖는 것이고, 몇 가지가 촉을 갖지 않는 것인가? 네 가지의 실체는 촉을 갖는 것이니, 이를테면 지ㆍ수ㆍ화ㆍ풍이 바로 그것이며, 다섯 가지의 실체는 촉을 갖지 않는 것이니, 이를테면 그 밖의 나머지 실체가 바로 그것이다. 촉을 갖고 촉을 갖지 않는 것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능히 실체를 조작하거나 실체ㆍ속성ㆍ운동의 원인에 공통되고 공통되지 않는 것의 경우도 역시 그러하다.19) 이와 같은 아홉 가지의 실체 중에서 몇 가지가 유색(有色)이고, 몇 가지가 무색(無色)인가? 세 가지 실체는 유색이니, 이를테면 지ㆍ수ㆍ화가 바로 그것이며, 여섯 가지 실체는 무색이니, 이를테면 그 밖의 나머지 실체가 바로 그것이다. 유색과 무색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볼 수 있는 것[有可見]과 볼 수 없는 것[無可見], 안근과 대응하는 것[有對眼]과 안근과 대응하지 않는 것[無對眼]의 경우도 역시 그러하다. 나아가 이와 같은 아홉 가지의 실체 중에서 다섯 가지는 상주(常住)하는 것이며, 네 가지는 나누어 분별해 보아야 하는 것이다.20) 즉 이러한 네 가지의 실체 중에서 지어진 것이 아닌 것[非所造]은 상주하는 것이며, 지어진 것은 무상한 것이다.21) 상주하는 것과 무상한 것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실체를 갖는 것[有實]과 실체를 갖지 않는 것[無實], 세분할 수 있는 것과 더 이상 세분할 수 없는 것[無細分], 원인과 불상위(不相違)하는 것과 원인과 불상위하지 않는 것, 변(邊)에 다름이 있지 않은 것과 변에 다름이 있는 것, 둥글지 않은 것과 둥근 것의 경우도 역시 그러하다. 이와 같은 아홉 가지의 실체 중에서 다섯 가지는 근(根:감관)이고 네 가지는 근이 아니다. 무엇을 다섯 가지라고 하는가? 이를테면 지ㆍ수ㆍ화ㆍ풍ㆍ허공은 바로 근이다. 혹 이와 같은 다섯 가지 근 중에서 비근(鼻根)은 바로 지이며, 미근(味根)은 바로 수이며, 안근(眼根)은 바로 화이며, 피근(皮根)은 바로 풍이며, 이근(耳根)은 바로 허공이다. 이와 같은 아홉 가지의 실체 중에서 지(地)는 몇 가지 속성에 의해 속성을 갖는 것이라고 일컬어지게 된 것인가? 이를테면 열네 가지 속성에 의해 속성을 갖는 것이라고 일컬어지게 되었다. 무엇이 열네 가지인가? 첫째는 색(色)이며, 둘째는 미(味)이며, 셋째는 향(香)이며, 넷째는 촉(觸)이며, 다섯째는 수(數)이며, 여섯째는 양(量)이며, 일곱째는 개별성[別體]이며, 여덟째는 결합[合]이며, 아홉째는 분리[離]이며, 열째는 그것[彼體]이며, 열한째는 이것[此體]이며, 열두째는 무거움[重體]이며, 열셋째는 유동성[液體]이며, 열넷째는 행(行)이다. 수(水)는 몇 가지 속성에 의해 속성을 갖는 것이라고 일컬어지게 된 것인가? 이를테면 열네 가지 속성에 의해 속성을 갖는 것이라고 일컬어지게 되었다. 무엇이 열네 가지인가? 첫째는 색이며, 둘째는 미이며, 셋째는 촉이며, 넷째는 수(數)이며, 다섯째는 양(量)이며, 여섯째는 개별성이며, 일곱째는 결합이며, 여덟에는 분리이며, 아홉째는 그것이며, 열째는 이것이며, 열한째는 무거움이며, 열두째는 유동성이며, 열셋째는 습윤성이며, 열넷째는 행이다. 화(火)는 몇 가지 속성에 의해 속성을 갖는 것이라고 일컬어지게 된 것인가? 이를테면 열한 가지 속성에 의해 속성을 갖는 것이라고 일컬어지게 되었다. 무엇이 열한 가지인가? 첫째는 색이며, 둘째는 촉이며, 셋째는 수(數)이며, 넷째는 양이며, 다섯째는 개별성이며, 여섯째는 결합이며, 일곱째는 분리이며, 여덟째는 그것이며, 아홉째는 이것이며, 열째는 유동성이며, 열한째는 행이다. 풍(風)은 몇 가지 속성에 의해 속성을 갖는 것이라고 일컬어지게 된 것인가? 이를테면 아홉 가지 속성에 의해 속성을 갖는 것이라고 일컬어지게 되었다. 무엇이 아홉 가지인가? 첫째는 수(數)이며, 둘째는 양이며, 셋째는 개별성이며, 넷째는 결합이며, 다섯째는 분리이며, 여섯째는 그것이며, 일곱째는 이것이며, 여덟째는 촉이며, 아홉째는 행이다. 허공은 몇 가지 속성에 의해 속성을 갖는 것이라고 일컬어지게 된 것인가? 이를테면 여섯 가지 속성에 의해 속성을 갖는 것이라고 일컬어지게 되었다. 무엇이 여섯 가지인가? 첫째는 수이며, 둘째는 양이며, 셋째는 개별성이며, 넷째는 결합이며, 다섯째는 분리이며, 여섯째는 성(聲)이다. 시간은 몇 가지 속성에 의해 속성을 갖는 것이라고 일컬어지게 된 것인가? 이를테면 다섯 가지 속성에 의해 속성을 갖는 것이라고 일컬어지게 되었다. 무엇이 다섯 가지인가? 첫째는 수이며, 둘째는 양이며, 셋째는 개별성이며, 넷째는 결합이며, 다섯째는 분리이다. 시간과 마찬가지로 방위의 경우도 역시 그러하다. 자아는 몇 가지 속성에 의해 속성을 갖는 것이라고 일컬어지게 된 것인가? 이를테면 열네 가지 속성에 의해 속성을 갖는 것이라고 일컬어지게 되었다. 무엇이 열네 가지인가? 첫째는 수이며, 둘째는 양이며, 셋째는 개별성이며, 넷째는 결합이며, 다섯째는 분리이며, 여섯째는 지각이며, 일곱째는 즐거움이며, 여덟째는 괴로움이며, 아홉째는 욕구이며, 열째는 혐오이며, 열한째는 노력이며, 열두째는 법이며, 열셋째는 비법이며, 열넷째는 행이다. 의식은 몇 가지 속성에 의해 속성을 갖는 것이라고 일컬어지게 된 것인가? 이를테면 여덟 가지 속성에 의해 속성을 갖는 것이라고 일컬어지게 되었다. 무엇이 여덟 가지인가? 첫째는 수(數)이며, 둘째는 양이며, 셋째는 개별성이며, 넷째는 결합이며, 다섯째는 분리이며, 여섯째는 그것이며, 일곱째는 이것이며, 여덟째는 행이다. 이와 같은 스물네 가지의 속성 중에서 몇 가지가 바로 직접지각의 대상[現境, pratyaksa vīṣaya]이 되며, 몇 가지가 직접지각의 대상이 아닌 것인가? 색ㆍ미ㆍ향ㆍ촉은 어떤 경우에는 직접지각의 대상이 되고, 혹 어떤 경우에는 직접지각의 대상이 아니다. 무엇을 일컬어 직접지각의 대상이라고 하는가? 만약 크거나 단일하지 않은[非一] 실체에 의존 부수하는 속성일 경우, 이것을 일컬어 직접지각의 대상이라고 한다. 무엇을 일컬어 직접지각의 대상이 아닌 것이라고 하는가? 이를테면 극미와 아울러 두 개로 이루어진 극미과(極微果)에 의존 부수하는 속성을 직접지각의 대상이 아닌 것이라고 이름한다. 일체의 성(聲)은 모두 직접지각의 대상이다. 색ㆍ미ㆍ향ㆍ촉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수ㆍ양ㆍ개별성ㆍ결합ㆍ분리ㆍ저것ㆍ이것ㆍ유동성ㆍ습윤성ㆍ무거움ㆍ세력 작용[勢用:作因의 행]도 역시 그러하다. 그리고 지각ㆍ즐거움ㆍ괴로움ㆍ욕구ㆍ혐오ㆍ노력은 바로 자아의 직접지각의 대상이 되며, 법과 비법과 행은 오로지 직접지각의 대상이 아니다. 이러한 온갖 속성 중에서 몇 가지가 지어진 것[所作]이며, 몇 가지가 지어지지 않은 것[非所作]인가? 지각ㆍ즐거움ㆍ괴로움ㆍ욕구ㆍ혐오ㆍ노력ㆍ법ㆍ비법ㆍ행ㆍ분리ㆍ그것ㆍ이것ㆍ성(聲)은 오로지 지어진 것이며, 그 밖의 속성은 혹 어떤 경우에는 지어진 것이며, 혹 어떤 경우에는 지어지지 않은 것이다. 즉 색ㆍ미ㆍ향ㆍ촉으로서 지(地)에 존재하는 것이라면, 그것들은 모두 지어진 것이다. 색ㆍ미ㆍ촉ㆍ유동성ㆍ습윤성으로서 극미(水의 극미)와 화합한 것이라면 지어지지 않은 것이지만, 두 개로 이루어진 극미과(極微果) 등과 화합한 것이라면 지어진 것으로, 무거움의 경우도 역시 그러하다. 그리고 지어지지 않은 것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이같이 지어진 것의 상주와 무상의 분별도 역시 이와 같다. 나아가 수(水)에 존재하는 속성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화(火)에 존재하는 색과 촉, 풍(風)에 존재하는 촉의 경우도 역시 그러하다. 지와 화에 존재하는 유동성은 모두 지어진 것이다. 하나의 수(數)와 두 개의 개별성은 지어진 실체와 지어지지 않은 실체와 화합함에 따라 각기 지어진 것과 지어지지 않은 것을 성취하게 된다. 그러나 두 개의 사물 등의 수와 두 가지 등의 개별성은 모두 지어진 것이다. 큰 것과 미세한 것과 짧은 것과 긴 것(각기 양의 하나)은 모두 지어진 것이고, 둥근 것(극미와 극대)은 지어지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온갖 질애(質礙)의 결합이나 질애와 비질애의 결합은 바로 지어진 것이다. 지어진 것과 지어지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로 영속적인 것[常]과 무상한 것의 경우도 역시 이와 같다.22) 이러한 온갖 속성 중에서 성(聲)ㆍ촉ㆍ색ㆍ미ㆍ향은 각기 하나의 감관에 의해 파악되며, 수(數)ㆍ양ㆍ개별성ㆍ결합ㆍ분리ㆍ그것ㆍ이것ㆍ유동성ㆍ습윤성ㆍ세력 작용은 안(眼)과 촉(觸)에 의해 파악된다. 이와 같은 온갖 속성 중의 어떤 속성은 무엇을 원인으로 하여 일어나는 것인가? 색ㆍ미ㆍ향ㆍ촉으로서 동류(同類)를 원인으로 하여 일어나는 것은 이를테면 두 개로 이루어진 극미과와 화합한 것이다. 화(火)와의 결합을 원인으로 하여 일어나는 것은 이를테면 지(地)에 존재하는 온갖 극미의 색ㆍ미ㆍ향ㆍ촉과 지와 아울러 화에 존재하는 유동성이다. 지와 수에 존재하는 무거움과 아울러 수에 존재하는 유동성과 습윤성은 두 개로 이루어진 극미과 등과 화합한 동류를 원인으로 하여 일어난다. 하나의 수(數)와 하나의 개별성으로서 두 개로 이루어진 극미과와 화합한 것은 동류를 원인으로 하여 일어난다. 둘 따위의 수(數)와 두 가지의 개별성 등의 개별성은 동류와 동류가 아닌 것[不同類]을 원인으로 하여 일어난다. 하나의 개별성은 그것의 지각을 원인으로 하여 일어난다. 큰 것과 긴 것은 다수의 존재[多體]를 원인으로 하여 크고 긴 것으로, 적집(積集) 차별을 원인으로 하여 일어난다. 미세한 것과 짧은 것은 두 개의 원자[二體]를 원인으로 하여 일어난다. 결합과 분리는 둘 중 어느 한쪽의 운동[隨一業]과 양쪽 모두의 운동[俱業]과 다른 것의 결합과 다른 것의 분리를 원인으로 하여 일어난다. 그것과 이것은 동일한 시간 등에 상호 포섭되는 것이면서 멀고 가깝다는 지각을 원인으로 하여 일어난다. 지각[智]에는 두 종류가 있으니, 말하자면 현량과 비량이다. 현량에는 네 종류가 있으니, 첫째는 유예지(猶豫智)이며, 둘째는 심결지(審決智)이며, 셋째는 사지(邪智)이며, 넷째는 정지(正智)이다.23) 유예지는 무엇을 원인으로 하여 일어나는 것인가? 단일하지 않은[非一] 공동의 법(同法:보편)에 대해 먼저 직접지각[現量]하고 나서 각기 개별적으로 다른 것[異 : 특수]이라는 생각에 근거하여 자아와 의식의 화합을 원인으로 하여 일어나니 ‘이것을 무엇이라고 해야 할 것인가?’라고 하는 지식을 유예지라고 한다.24) 심결지는 무엇을 원인으로 하여 일어나는 것인가? 유예지를 먼저 획득하고 나서 각기 개별적으로 다른 것이라는 징표에 근거하여 자아와 의식의 화합을 원인으로 하여 일어나니 ‘이것은 바로 이것이다’라고 결정적으로 아는 지식을 심결지라고 한다. 사지는 무엇을 원인으로 하여 일어나는 것인가? 단일하지 않은 공동의 법에 대해 먼저 직접지각하고 나서 각기 개별적으로 다른 것이라는 생각에 근거하여 자아와 의식의 화합을 원인으로 하여 일어나니, 어둠[暗]으로 결단(決斷)한 지식을 바로 사지라고 한다. 정지는 무엇을 원인으로 하여 일어나는 것인가? 단일하지 않은 공동의 법에 대해 먼저 직접지각하고 나서 각기 개별적으로 다른 것이라는 직접지각에 근거하여 자아와 의식의 화합을 원인으로 하여 일어나니, 전도됨이 없는 지식을 바로 정지라고 한다. 그리고 현량의 지식과 마찬가지로 비량의 지식도 역시 그러하다. 나아가 현량에는 다시 세 종류가 있으니, 첫째는 네 가지의 존재가 화합하여 생겨난 현량이며, 둘째는 세 가지의 존재가 화합하여 생겨난 현량이며, 셋째는 두 가지의 존재가 화합하여 생겨난 현량이다. 네 가지 존재가 화합하여 생겨난 현량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이를테면 외계 대상의 상을 요별하는 것[了相]이다. 즉 색ㆍ미ㆍ향ㆍ촉ㆍ수(數)ㆍ양ㆍ개별성ㆍ화합 ㆍ 분리 ㆍ그것ㆍ이것ㆍ무거움ㆍ유동성ㆍ습윤성ㆍ세력 작용 등의 속성과 지ㆍ수ㆍ화 등의 실체와 취(取) 등의 운동과 존재일반[有性:보편]의 경계로서 성(聲)과 화합하는 유능ㆍ무능과 소리일반[聲性]을 제외한 구분(俱分)과 유능ㆍ무능의 경계에 존재하는 지식은 자아와 감관[根]과 의식과 경계 대상이라고 하는 네 가지 존재의 화합을 원인으로 하여 일어난다. 세 가지의 존재가 화합하여 생겨난 현량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성(聲)과 아울러 성과 화합하는 유능ㆍ무능과 소리일반과 존재일반의 경계에 존재하는 지식은 자아와 감관과 의식이라고 하는 세 가지 존재의 화합을 원인으로 하여 일어난다. 두 가지의 존재가 화합하여 생겨난 현량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즐거움ㆍ괴로움ㆍ욕구ㆍ혐오ㆍ노력의 경계와 아울러 그것의 유능ㆍ무능과 구분(俱分)과 존재일반의 경계에 존재하는 지식은 자아와 의식이라고 하는 두 가지 존재의 화합을 원인으로 하여 일어난다. 그리고 비량은 화합된 하나의 지식[一義]과 그 같은 화합된 지식과 상위하는 지식을 먼저 획득하고 나서 그것들의 상호 포섭관계에 대한 기억에 근거한 것으로, 자아와 의식의 결합을 원인으로 하여 일어난다. 즐거움과 괴로움은 법과 비법에 근거하여 네 가지(자아ㆍ감관ㆍ의식ㆍ경계대상)와 세 가지(자아ㆍ감관ㆍ의식 )와 두 가지(자아ㆍ의식)의 화합을 원인으로 하여 일어난다. 욕구와 혐오는 즐거움과 괴로움과 기억[念]과 사지(邪智)에 근거하여 자아와 의식의 결합을 원인으로 하여 일어난다. 노력은 욕구와 혐오에 근거하여 자아와 의식의 결합을 원인으로 하여 일어나며, 아울러 명연(命緣)을 원인으로 하여 일어난 노력은 욕구하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입식(入息)과 출식(出息) 등의 업을 원인으로 하여 일어난다. 세력ㆍ작용(작용이 원인이 되는 행)은 무엇을 원인으로 하여 일어나는 것인가? 타격에 의해 생겨난 운동[業]의 세력 작용을 원인으로 하여 일어난다. 법과 비법은 먼저 욕구하고 혐오하고 나서 법과 비법은 능히 청정과 부정(不淨)의 밀취(密趣)를 성취하는 것이라고 듣고 기억하며, 비법을 멀리 여의려는 것에 근거한 것으로, 다 같이 자아와 의식의 결합을 원인으로 하여 일어난다. 기억이 원인[念因]이 되는 행은 현량과 비량의 지식에 근거한 것으로, 자아와 의식의 결합을 원인으로 하여 일어난다. 성(聲)에는 세 가지가 있으니, 첫째는 결합에 의해 생겨난 소리이며, 둘째는 분리에 의해 생겨난 소리이며, 셋째는 소리로부터 생겨난 소리이다. 결합에 의해 생겨나는 소리라는 것은 가촉성(可觸性)을 지닌 실체가 결합하는 세력 작용과 함께 할 때의 소리로서 가촉성의 실체가 공처(空處)에서 결합하는 것을 원인으로 하여 일어난다. 분리에 의해 생겨나는 소리라는 것은 가촉성을 지닌 실체가 분리하는 세력 작용과 함께 할 때의 소리로서 가촉성의 실체가 공처에서 분리되는 것을 원인으로 하여 일어난다. 소리로부터 생겨나는 소리라는 것은 가촉성을 지닌 실체가 결합하고 분리하는 세력 작용과 함께 할 때의 소리로서 장애가 없는 공처의 소리를 원인으로 하여 일어난다. 이와 같은 스물네 가지 속성 중에 몇 가지가 하나의 실체에 의지하며, 몇 가지가 하나가 아닌 다수의 실체에 의지하는 것인가? 색ㆍ미ㆍ향ㆍ촉ㆍ양ㆍ그것ㆍ이것ㆍ지각ㆍ즐거움ㆍ괴로움ㆍ욕구ㆍ혐오ㆍ노력ㆍ법ㆍ비법ㆍ행ㆍ무거움ㆍ유동성ㆍ습윤성ㆍ세력 작용ㆍ성(聲), 이러한 스물한 가지 속성은 모두 하나의 실체에 의지한다. 결합과 분리는 두 가지 실체에 의지한다. 수(數)는 혹 어떤 경우에는 하나의 실체에 의지하고, 혹 어떤 경우에는 하나가 아닌 다수의 실체에 의지한다. 무엇이 하나의 실체에 의지하는 것인가? 이를테면 하나라고 하는 수(數)이다. 무엇이 하나가 아닌 다수의 실체에 의지하는 것인가? 이를테면 둘 따위의 수이다. 수와 마찬가지로 개별성의 경우도 역시 그러하다. 이와 같은 스물네 가지 속성 중에 몇 가지가 소의(所依: 실체)에 편재하며, 몇 가지가 소의에 편재하지 않는 것인가? 색ㆍ미ㆍ향ㆍ촉ㆍ수ㆍ양ㆍ개별성ㆍ그것ㆍ이것ㆍ유동성ㆍ습윤성ㆍ무거움ㆍ세력 작용은 소의에 두루 존재하는 것이지만, 그 밖의 속성은 소의에 두루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이와 같은 스물네 가지 속성 중의 어떠한 속성은 무엇과 상위(相違)하는 것인가? 결합과 분리에 의해 생겨난 소리[聲]와 능히 그 밖의 소리를 짓는 일체의 소리는 각각의 결과와 상위한다. 법은 즐거움과 정지(正智)라는 결과와 상위한다. 비법은 괴로움과 사지(邪智)라는 결과와 상위한다. 일체의 지각과 행은 각각의 결과와 상위한다. 차별지(差別智)는 일체의 지각과 행의 결과와 상위한다. 최후의 소리는 일체의 원인과 상위하며, 최후의 자아의 속성도 역시 그러하다. 즐거움과 괴로움은 욕구와 혐오라는 각각의 결과와 상위한다. 법과 비법은 각각의 원인과 상위한다. 욕구와 혐오는 그 결과인 노력과 상위한다. 즐거움과 괴로움은 각각의 원인과 상위하며, 중간에 존재하는 소리도 역시 그러하다. 자아의 속성인 노력과 괴로움의 경우, 가촉성을 갖는 실체와 결합할 때의 두 가지(노력과 괴로움)는 결과나 원인과 상위하는 것이 아니다. 자아의 속성으로서의 행, 즉 기억이 원인이 되는 염인(念因)의 행과 괴로움은 결과나 원인과 상위하는 것이 아니다. 행 가운데에 기억이 원인이 되는 염인의 행은 결과(현량과 비량의 지식)와 상위하며. 작용이 원인이 되는 행의 경우 가촉성을 갖는 실체와 결합할 때는 결과와 상위하는 것이 아니다. 둘 등의 수(數)와 둘 등의 지각의 결과는 상위하지 않으며, 둘 등의 수와 마찬가지로 두 가지 개별성 등의 개별성과 그것과 이것도 역시 그러하다. 색ㆍ미ㆍ향ㆍ촉으로서 지(地)에 존재하며 극미와 결합한 것과 화(火)와 결합한 것은 결과나 원인과 상위하는 것이 아니다. 결합과 분리는 전전(展轉)하여 결과와 원인이 되지 않지만, 양자는 상위한다.25) 하나의 실체인 극미의 색 등으로서 능히 동류인 두 가지 극미 등으로 이루어진 색을 짓는 것은, 동류의 결과일 경우 각각의 결과와 상위하지 않는다. 최후의 유분(有分)의 실체인 색 등의 결과는 원인인 색 등의 결과와 동류일 경우, 상위하지 않는다. 중간에 존재하는 유분의 실체인 색 등은 동류인 결과나 원인이 되는 색 등과 상위하지 않는다. 하나의 실체인 색 등은 전전하여 결과나 원인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서로 상위하지 않는다. 그리고 일체의 속성은 실체와 상위하지 않는다. 이와 같은 스물네 가지 속성 중에 몇 가지가 실체를 갖는 것이며, 몇 가지가 실체를 갖지 않는 것인가? 일체의 속성은 실체를 갖는 것이다. 그리고 일체의 속성이 실체를 갖듯이 일체의 속성은 또 다른 속성을 갖지 않으며, 동작을 갖지 않으며, 화합의 원인이 되지 않으며,26) 바로 속성을 지닌 실체의 표식[標幟]이 되는 것이며, 질애를 갖는 일이 없으며, 더 이상 세분될 수 없는 것이라는 사실도 역시 그러하다. 이와 같은 다섯 가지 운동[業句義] 중에 몇 가지가 실체를 갖는 것이며, 몇 가지가 실체를 갖지 않는 것인가? 일체의 운동은 실체를 갖는다. 그리고 일체의 운동이 실체를 갖듯이 일체의 운동은 하나의 실체에 의지하며, 질애를 갖는 일이 없으며, 속성을 갖지 않으며, 더 이상 세분될 수도 없으며, 분리와 결합의 원인이 되며, 능히 작용하거나 작용되는 것이며, 적집(積集)되지 않으며, 실체의 표식이 되는 것이며, 타격 등에 근거하는 행(行)의 원인이 되는 것이며, 동류가 아닌 것을 원인으로 삼는 것도 역시 그러하다. 이와 같은 다섯 가지 운동 가운데 어떤 운동은 어떠한 실체에 의지하는 것인가? 취업(取業)은 일체의 지ㆍ수ㆍ화ㆍ풍ㆍ의식을 소의(所依)로 한다. 취업과 마찬가지로 사업(捨業)과 행업(行業)도 역시 그러하다. 굴업(屈業)은 지극히 완만하게 펼쳐진 것[舒緩]으로서 세분된 것이 배열되어 차별된 결과인 크고 긴 실체를 소의로 한다. 굴업과 마찬가지로 신업(申業)도 역시 그러하다. 이와 같은 다섯 가지 운동 중에 몇 가지가 소의에 편재하고, 몇 가지가 소의에 편재하지 않는 것인가? 일체의 운동은 모두 소의에 편재한다. 그러나 어떤 이는 말하기를 “극미와 의식에 의존 부수하는 운동은 소의에 편재하지만, 두 개의 극미 등에 의존 부수하는 운동은 소의에 편재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이와 같은 온갖 운동으로서 만약 신체 안에 존재하는 것이라면 신체와 아울러 신체와 결합되어 그것의 인연이 되는 비(鼻)ㆍ미(味)ㆍ피(皮)ㆍ안근(眼根)과 그리고 의식을 화합의 원인으로 삼는다. 그리고 신업(身業), 즉 신체적 운동이 일어나는 최초의 찰나에는 먼저 욕구하고 나서 자아와의 결합이나 자아의 노력을 불화합의 원인으로 삼으며27) 두 번째 찰나 등에는 또한 역시 행(行, 잠세력)을 불화합의 원인으로 삼는다. 신체적 운동과 마찬가지로 의식적 운동[意業]과 아울러 신체의 세세만 부분(발이나 손 등)에 존재하는 운동도 역시 또한 그러하다. 비(鼻)ㆍ미(味)ㆍ피(皮)ㆍ안근(眼根)의 운동이 일어나는 최초의 찰나에는 자아와의 결합과 자아의 노력과, 신체와의 결합을 불화합의 원인으로 삼으며, 두 번째 찰나 등에는 또한 역시 행을 불화합의 원인으로 삼는다. 비근 등의 운동과 마찬가지로 젓가락이나 지팡이 등에 존재하는 운동과 아울러 신체에 소속된 가발이나 영락(瓔珞). 바르는 향[塗香] 등에 존재하는 운동도 역시 또한 그러하다. 잠든 자의 신체가 추락하는 최조의 찰나에는 무거움을 불화합의 원인으로 삼지만, 두 번째 찰나 등에는 무거움과 행을 불화합의 원인으로 삼는다. 잠든 자에게 입식(入息)과 출식(出息)의 운동이 일어나는 경우, 최초의 찰나에는 잠든 자는 욕구하지 않기 때문에 먼저 명연(命緣)에 근거하여 노력이나 자아와의 결합을 불화합의 원인으로 삼지만28) 두 번째 찰나 등에는 또한 역시 행을 불화합의 원인으로 삼는다. 밑으로 흐르는 물의 최초 찰나의 운동은 유동성을 불화합의 원인으로 삼지만, 두 번째 찰나 등에는 유동성과 행(타성)을 불화합의 원인으로 삼는다. 불이 위로 타오르고 바람이 옆으로 부는 등의 최초 찰나의 운동은 법과 비법이 자아와 결합하는 것을 불화합의 원인으로 삼으며29) 두 번째 찰나 등의 운동은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다. 4대(大)의 극미가 신체를 짓는[作] 원인이 될 때의 최초의 운동은 법과 비법이 자아와 결합하는 것을 불화합의 원인으로 삼으며, 두 번째 찰나 등의 운동은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다. 신체를 조작하는 운동과 마찬가지로 나무 등의 변이를 조작하는 운동과 아울러 두 극미로 이루어진 것 따위에 존재하는 운동도 역시 그러하다. 의식의 취향(趣向)과 아울러 버리고 배반하려는 운동도 최초의 찰나에는 법과 비법이 자아와 결합하는 것을 불화합의 원인으로 삼으며, 두 번째 찰나 등의 운동은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다. 지족업(地足業), 즉 중생의 이익과 불이익의 이숙(異熟)을 나타내는 운동은 최초의 찰나에 법과 비법이 자아와 결합하는 것을 불화합의 원인으로 삼으며, 두 번째 찰나 등의 운동은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다. 지ㆍ수ㆍ화에 존재하는 투척이나 타격[擲打]과 상응하는 운동은 무거움과 유동성과 노력과 세력ㆍ작용과 결합하는 것을 불화합의 원인으로 삼는데, 그것들에는 상응하는 바에 띠라 취업(取業) 등의 운동이 존재한다. 그러나 만약 취업 등이 화(火)에 존재하는 경우에는 무거움이 제외되며, 풍(風)에 존재하는 경우에는 유동성이 제외되며, 의식에 존재하는 경우에는 타격이나 투척의 운동이 제외된다. 이와 같은 존재일반[有性]은 바로 지어진 것이라고 해야 할 것인가, 지어지지 않은 것이라고 해야 할 것인가?30) 결정코 지어지지 않은 것이다. 지어지지 않은 존재일반은 상주하는 것이며, 속성을 갖지 않는 것이며, 동작을 갖지 않는 것이며, 더 이상 세분되지 않는 것이라고 하는 점도 역시 그러하다. 즉 존재일반은 실체ㆍ속성ㆍ운동을 갖는 것으로, 보편과 가능성과 불가능성과 보편이면서 특수와 특수를 제외한 것(실체ㆍ속성ㆍ운동)과 화합하는 것이며, 단일하며, 존재한다와 같은 관념을 불러일으키는 근거로서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것[別有]이다. 특수[異]는 실체에서 일어나며 하나의 개별적 실체에 의존하는 것으로서 그 밖의 다른 것을 부정하는 지각의 근거이며, 이것[此體]을 나타내는 지각의 근거이다. 이를테면 허공ㆍ방위ㆍ시간에 의존하여 일어나는 경우, 이것은 방위가 아니라 허공이라는 등의 관념을 불러일으키는 근거이다. 그리고 이 같은 특수는 상주하는 것이며, 지어진 것이 아니며, 속성을 갖지 않는 것이며, 동작을 갖지 않는 것이며, 더 이상 세분되지 않는 것이며, 존재일반과 가능성과 불가능성과 보편이면서 특수와 특수를 제외한 것(실체ㆍ속성ㆍ운동)과 화합하는 것으로, 단일하지 않다. 화합은 바로 단일한 것이며, 상주하는 것이며, 조작된 것이 아니며, 더 이상 세분되지 않는 것이며, 질애를 갖지 않는 것이며, 일체의 실체와 속성과 운동과 보편과 특수와 가능성과 불가능성과 보편이면서 특수가 생겨나게 되는 근거[因]이자 언표의 조건이 되는 상(相)이다. 이와 같은 가능성[有能]은 바로 지어진 것이라고 해야 할 것인가. 지어지지 않은 것이라고 해야 할 것인가? 결정코 지어지지 않은 것이다. 지어지지 않은 가능성은 상주하는 것이며, 속성을 갖지 않는 것이며, 동작을 갖지 않는 것이며, 더 이상 세분되지 않는 것이며, 질애를 갖지 않는 것이라고 하는 점도 역시 그러하다. 즉 가능성은 실체ㆍ속성ㆍ운동 상에서 각기 차별되는 것으로, 보편과 가능성과 불가능성과 보편이면서 특수와 특수를 제외한 것(실체ㆍ속성ㆍ운동)과 화합하는 것이며, 단일하지 않으며, 마찬가지로 언표의 조건이 되는 상이니, 이것을 가능성이라고 한다. 불가능성[無能]도 역시 그러하다. 보편이면서 특수는, 그것이 실체일반일 경우 실구의에 편재하고 화합하는 것으로, 단일하며, 질애를 갖지 않는 것이며, 더 이상 세분되지 않는 것이며, 동작을 갖지 않는 것이며, 속성을 갖지 않는 것이며, 상주하는 것이며, 지어지지 않는 것이다. 즉 온갖 실체의 전전(展轉)은 실체로서는 공통되지만(실체로서의 보편), 이것은 속성이나 운동과는 다른 것(특수)이다. 나아가 속성일반[德性]과 운동일반[業性]과 지일반[地性] 등의 경우도 역시 그러하다. 이와 같은 다섯 종류의 무설구의(無說句義) 중의 몇 가지가 상주하는 것이며, 몇 가지가 무상한 것인가? 미생무(未生無)는 바로 무상한 것이니, 실체ㆍ속성ㆍ운동이 생겨나는 것과 서로 모순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멸무(已滅無)와 갱호무(更互無)와 필경무(畢竟無)는 모두 상주하는 것이니, 실체 등이 생겨나는 것과 서로 모순되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31) 불회무(不會無)의 경우 상주하는 것도 있고, 무상한 것도 있다. 무엇이 상주하는 것인가? 지(地) 등의 실체는 그 밖의 속성(색ㆍ미ㆍ향ㆍ촉 이외의 속성)과 화합하지 않는다. 만약 실체 일반 등과 같은 보편이면서 특수인 것[同異]과 아울러 가능성과 불가능성과 특수의 경우라면, 자신의 소의를 제외한 그 밖의 소의와는 화합하지 않는다. 또한 만약 존재 일반의 경우라면, 보편 등과는 화합하지 않는다.32) 무엇이 무상한 것인가? 이를테면 실체와 실체가 비록 아직 상응하지 않았을지라도 반드시 마땅히 상응하는 경우라면, 이것(불회무)은 그것에 존재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만약 실체에 존재하는 실체ㆍ속성ㆍ운동이 반드시 화합하는 경우라면, 그것은 여기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이와 같은 다섯 가지의 비존재 중의 몇 가지가 현량의 대상이며, 몇 가지가 현량이 아닌 지식(비량)의 대상인가? 일체의 비존재는 현량이 아닌 지식의 대상이다. 또한 역시 다른 것에 의존하여 일어나지 않는 것도 모두 비량의 대상이다. 이와 같은 열 가지 구의(句義) 중의 몇 가지가 알려지는 것[所知]이며, 몇 가지가 알려지지 않는 것인가? 일체의 구의는 모두 알려지는 것이다. 또한 이것은 바로 언표의 근거[詮因]이다.
1)자아, 즉 아트만은 나라는 관념의 주체가 되는 것으로, 지각이나 쾌ㆍ불쾌ㆍ욕구ㆍ혐오ㆍ노력ㆍ행(行:여기서 행은 인상, 각주 4 참조)ㆍ공덕ㆍ불공덕 등의 작용이 있는 것은 아트만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다음의 의식[意]은 지각 등을 일으키는 하나의 조건이 될 뿐 지각의 주체는 아니다.
2)색은 지ㆍ수ㆍ화에 존재하는 것으로, 색에는 흰색ㆍ푸른색ㆍ노란색ㆍ붉은색ㆍ녹색ㆍ갈색ㆍ혼합색의 일곱 가지가 있는데, 지에는 일곱 가지 모두가 존재하며, 수에는 어두운 흰색이, 화에는 밝은 흰색이 존재한다(이지수 역, 「바이세시카학파의 7범주론」, 『인도와 인도철학』 제1집 참조).
3)미는 지(地)와 수(水)에 존재하는데, 지에는 달고 시고 짜고 맵고 아리고 쓴 여섯 가지 맛이 존재하고, 수에는 단 맛만이 존재한다(상동).
4)향에는 좋은 향과 나쁜 향이 있는데, 지에만 존재한다(상동).
5)촉은 지ㆍ수ㆍ화ㆍ풍 모두에 존재하는 것으로, 차가움ㆍ뜨거움ㆍ미지근함의 세 가지가 있는데, 차가움은 수에, 뜨거움은 화에, 미지근함은 지와 풍에 존재한다(상동).
6)원전에는 ‘짧은 것’으로 되어 있으나 문맥상 ‘미세한 것’이 되어야 하며, 뒤에 미세 한 것에 대한 해석이 나온다.
7)원전에는 ‘긴 것’으로 되어 있으나 문맥상 ‘큰 것’이 되어야 하며, 뒤에 긴 것에 대한 해석이 나온다.
8)수일업생(隨一業生, anyatrakarmaja)은 새와 나뭇가지의 결합과 같은 것이고, 구업생(俱業生, ubhyakarmaja)은 두 사람의 씨름꾼의 결합과 같은 것이며, 합생(合生, saṃyogaja)은 손가락이 나뭇가지와 결합할 때 나무둥치와도 결합되는 것과 같은 결합을 말한다.
9)여기서 즐거움(sukha)은 또 다른 욕구에 종속되지 않는 즐거움이다. 즉 즐거움을 낳는 사물도 욕구의 대상이지만 이때 사물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또 다른 욕구의 대상인 즐거움에 종속되는 것이다. 이에 반해 여기서의 즐거움은 그 자체가 궁극적인 욕구의 대상이기 때문에 쾌적ㆍ열락을 자성으로 한다고 하였다.
10)행(saṁskāra)이란 말하자면 잠세력으로서, 반복된 지식의 습득에 의해 생겨나는 인상(印象, bhāvanā)과 반복된 운동에 의해 생겨나는 타성(vega)이 있는데(다른 주석가는 여기에 彈性 sthitisthāpaka를 더하기도 함), 전자가 기억이 원인이 된 행[念因]이라면 후자는 작용이 원인이 된 행[作因]에 해당한다.
11)혹은 상방의 처소와 결합하거나 하방의 처소와 분리되게 하는 운동을 취업(取業, 상승운동)이라 하며, 그 반대의 운동을 사업(捨業, 하강운동)이라고 하며, 똑바른 물체의 끝부분이 그 장소와 분리되어 다른 끝부분과 결합되게 하는 운동을 굴업(屈業:굴곡운동)이라고 하며, 그 반대의 운동을 신업(申業:신장운동)이라고 하며, 일정하지 않은 방향의 지점과 결합하거나 분리되게 하는 운동을 행업(行業:진행운동)이라고 한다.
12)동(同, sāmānya)이란 보편으로, 여기에는 최고의 보편(존재 일반, 즉 有性)과 저급의 보편이 있지만, 본 논에서는 동구의를 최고의 보편에만 한정하고 저급의 보편은 구분구의로 해석하고 있다.
13)이(異, viśeṣa)란 특수를 말하지만 본 논에서는 극한의 특수라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즉 각각의 실체는 그 자체 독자적이고, 다른 것과는 차별되며 자기 동일적 인식의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14)즉 이것으로 언표되는 어떤 한 개물, 예컨대 항아리는 이미 실체와 속성ㆍ운동ㆍ보편ㆍ특수가 화합한 상태로서 지시되는 단일한 개물이다. 그리고 이 때 화합은 스물네 가지 속성 중의 결합[合]과 같이 본래 분리되어 있던 것의 결합이 아니고 단지 개념상으로만 분리될 수 있는 불가분리(不可分離)의 원리이다.
15)유능구의란 가능력, 즉 실체ㆍ속성ㆍ운동으로 하여금 결과를 산출하게 하는 힘을 말한다. 여기서 ‘공동으로’란 온갖 유능이 함께 공통의 결과를 조작하는 것을 말하며, ‘통일이 아닌 상태[非一]’란 그러한 다수의 유능이 개별적으로 자신의 결과를 산출하는 것을 말한다.
16)구분(sāmānyaviśeṣa)이란 보편이면서 특수라는 뜻으로, 실체일반[實性]ㆍ속성일반ㆍ운동일반, 혹은 아홉 가지 실체 중의 하나인 지(地)일반, 스물네 가지 속성 중의 하나인 색일반, 다섯 가지 운동 중의 하나인 취업일반 따위가 그러한 것이다. 즉 실체일반은 실체로서는 보편이지만, 속성에 대해서는 특수이다.
17)이를테면 말에는 소가 존재하지 않으며, 소에는 말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무이다.
18)이를테면 토끼의 뿔이나 애기를 낳지 못하는 여인[石女]의 아들과 같은 것이 바로 그러한 것이다.
19)여기서 공통하는 것이란 유촉인(有觸因:가촉성을 지닌 지ㆍ수ㆍ화ㆍ풍의 원인)과 공통하는 것, 그 밖의 허공ㆍ시간ㆍ방위 등은 원인이 되어 결과를 낳지 않기 때문에 인과에 공통되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실체는 실체ㆍ속성ㆍ운동의 공통된 원인이다(『바이세시카수트라』 Ⅰㆍ1ㆍ18).
20)상주하는 실체는 허공ㆍ시간ㆍ방위ㆍ자아ㆍ의식이며, 상주하는 것과 무상한 것으로 나누어 구별해야 하는 것은 지ㆍ수ㆍ화ㆍ풍이다.
21)지어진 것이 아닌 실체[非所造]는 능조색(能造色)의 단일한 원자를 말하며, 지어진 실체란 두 개 이상 결합된 것을 말한다.
22)즉 지어진 것은 무상한 것이지만, 지어지지 않은 것은 영속적인 것이다.
23)여기서 유예지란 의혹의 지식을 말하며, 심결지는 결정적인 지식을, 사지는 그릇된 지식을, 정지는 올바른 지식을 말한다.
24)현재 보편성을 지각하기 때문에, 현재 특수성을 지각하지 않기 때문에, 여러 가지 경우를 상기(想起)하기 때문에 의혹이 일어난다(『바이세시카수트라』 Ⅱㆍ2ㆍ17).
25)결합과 분리는 상호간에 타자를 전제로 하지만, 양자 사이에 인과관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는 뜻이다.
26)화합의 원인이 되는 것은 운동[業]이다.
27)여기서 불화합의 원인이란 직접적인 원인이 아닌 간접적 원인을 말한다. 바이세시카학파에 의하면 “원인이 없으면 결과도 없지만, 결과가 없다고 원인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한다(이에 반해 상캬학파에 있어서 원인은 결과로부터 추리됨). 즉 결과는 원인에 제한받지만 원인은 반드시 결과에 의해 제한받지 않는다. 그리고 이러한 원인은 항상하고 필연적인 원인만이 원인일 뿐 원인(遠因)은 원인이 아니다. 필연적인 원인에는 세 가지가 있다. 예컨대 항아리의 경우, 첫째, 점토는 결과(항아리)를 산출하는 실체로서 결과에 화합[內屬]해 있어 양자는 불가불리의 관계인데, 이것을 화합인(혹은 내속인, samavāya-kāraṃa)이라고 한다. 둘째, 점토의 붉은색이나 점착력은 화합인에 내속하여 결과를 산출하는 간접적인 원인으로, 이를 불화합인(혹은 비내속인, asamavāya)이라고 한다. 셋째, 그리고 도공이나 물레는 점토가 항아리를 산출하는 것을 돕는 원인으로, 이를 조인(助因, nimitta-˚)이라고 한다. 나아가 물레를 돌리는 막대의 색깔이나 도공의 아버지, 막대를 회전함으로써 생겨난 음향, 진흙을 나르는 당나귀 등은 원인(遠因)으로 필연적 원인이 아니다.
28)호흡이라 일컬어지는 바람[風]의 운동은 깨어있는 자에 있어서는 욕구와 혐오에 근거하여 의지적 노력에 의존하여 자아(아트만)와 바람의 결합에 의해 일어난다. 왜냐하면 요가수행을 한 이의 호흡은 그 사람의 의욕에 종속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고 있는 자에게 있어 호흡은 생명에 근거한 의지적 노력에 의존하여 자아와 노력의 결합에 의해 일어난다.
29)예컨대 세계 창조시의 원자의 운동, 불의 상승운동, 바람의 수평운동, 원소의 진동, 혹은 나침반의 지침이 항상 남쪽을 가리키는 운동 따위는 불가견력(不可見力, aḍṛṣta:법과 비법의 다른 이름으로 불가사의한 법력)에 의한 것이다.
30)이하 최고의 보편[同]인 존재일반[有性]에 관한 논설이다. 계속해서 특수ㆍ화합ㆍ유능ㆍ무능ㆍ구분ㆍ무설구의에 대해 설명한다.
31)미생무는 실체ㆍ속성ㆍ운동이 아직 서로 화합하지 않아 생겨나지 않은 상태로서 그것들이 화합하여 생겨나는 순간 바로 소멸하기 때문에 무상한 것이다. 그러나 이멸무 등은 실체 등이 화합하여 생겨나는 것과 관계없는 영원히 비존재이다. 이를테면 a라고 하는 항아리의 비존재는 그것이 만들어지는 순간 소멸하지만, 파괴된 이후에 그것은 영원히 지각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