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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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가보 서문


석승우(釋僧祐) 지음
송성수 번역


보리(菩提)의 지극한 경지는 그 신묘함이 고요히 통하고 그 원만한 지혜가 맑게 비추며, 도(道)는 형상과 분별[形識]의 경계가 끊어졌고 이치는 생멸의 경계가 다하였다고 대체로 들었다. 형상과 분별이 오래전에 끊어졌거늘 어찌 실제로 왕궁(王宮)에 태어나신 것이며, 생멸을 이미 다하였거늘 어찌 정말로 사라쌍수[堅固]에서 열반하신 것이리오!
중생이 긴 잠을 자고 있으므로 함께 대각(大覺)으로 돌아가게 하기 위해서였을 뿐이었다. 연(緣)이 오면 그에 따라 화(化)하고, 감(感)이 이르면 반드시 응(應)하는 것이니, 만일 응하여 태어나지 않으면 누가 세속을 깨우쳐 주고, 화하여서도 이름이 없다면 무엇으로 세간을 인도하겠는가? 그래서 명호는 석가(釋迦)로 표시하고 종족은 찰리(刹利)로 갖고 몸은 나라 안의 존귀한 신분으로 나타내고 빼어나기는 인간과 천인[人天] 중에서 으뜸으로 하였다.
그러한 뒤에 신발을 저궁(儲宮)에서 벗고 진리를 보리수[道樹] 아래에서 관하셨으며, 금륜(金輪)을 버리고 대천세계[大千]를 부리며 옥호(玉毫)를 밝혀 법계(法界)를 제어하셨으니, 이것이 그분께서 자취를 드리우신 까닭이다.
이에 태(胎) 속으로 내려옴에서부터 탑(塔)을 나누어 세움에 이르기까지, 아름다운 교화[瑋化]는 각양각색이었으며 신령한 상서는 수만 가지의 변화였다. 그리고 그 뜻은 경전(經典)에서 빛나고 그 일들은 기(記)와 전(傳)에 가득 차 있다.
그렇지만 여러 가지의 말이 서로 차이가 나고 시작과 끝[首尾]이 산만하게 나와 있어, 일의 실마리가 어긋나고 같고 다름이 일정하지 않다. 흩어져 기재되어 있는 시작과 끝은 마땅히 일관된 구분(區分)이 있어야 하겠고, 일정하지 않은 같고 다른 것은 회통(會通) 시키는 계합[契]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갖추기 어려운 것은 널리 묻고 전부를 모아서 열람하기 쉽게 한 것임을 알 것이다.
승우는 학업에 힘쓰지 않아 다문(多聞)에 부끄러운데, 때마침 병을 앓고 있는 틈에 자못 취미삼아 찾고 하다가 드디어 경(經)을 펴보고 기(記)를 살피면서 시작 부분을 캐고 끝나는 부분을 구하여 삼가 석가의 족보를 기술하였고 그 기록을 5권으로 만들었다.
무릇 자손이나 생을 의탁한 근원과 도를 얻고 사람을 제도한 개요와 열반과 탑상의 징험과 남겨진 법이 장차 소멸하게 되는 모습과 같은 것은 여러 경전을 모아서 근본을 바로잡고 세간의 기록들을 연결하여 끝머리에 붙임으로써 성인의 말씀과 세속의 말을 가닥가닥 나누고 예부터 전해오는 것과 지금에 남은 자취를 합하여 서로 증명하도록 하였다.
만리(萬里)가 비록 멀다고 하더라도 몸소 밟는 이가 있고, 천년[千載]이 진실로 안 보인다 하더라도 눈앞에 보이는 것을 막지는 못한다.
이제 여러 경전에서 추려 모아 기술하였을 뿐 지어 넣지 않았으니 일일이 찾아보는 것을 벗어나 힘[力]은 절반만 들면서 공(功)은 갑절을 얻게 되길 바라면서 삼가 정성스런 마음으로 대략 서원(誓願)을 펴는 바이다.

승우(僧祐)는 최승존(最勝尊)께 나아가 예배하옵고
견줄 데 없이 청정한 법(法)에 머리 조아리오며
다음으로 번뇌를 여의고 진리에 응한[應眞] 스님께 귀의하오니
삼보(三寶)의 자비로운 가호 영원히 세간에 머무소서.

상법(像法)과 말법 시기엔 믿음이 적고 순수하지 않으며
삿된 견해로 미혹하여 온갖 고통에 빠졌으며
삼장(三藏)은 아득히 넓어 연구하여 들어가기 어렵고
게으름이 장애가 되어 법을 없어지게 합니다.

그래서 본사(本師)의 원류의 인연의 기록을 모아
경율(經律)로써 전하고 증명하여 신근(信根)을 증장케 하나이다.
대사(大士)께서 서원하신 마음을 우러러 받들어
감히 크신 뜻을 후세(後世)에 베풀었으니
원컨대 같이 보고 들은 수희(隨喜)의 복(福)으로
법(法)의 등불 이어져 미래가 다하도록 비추어지이다.

석가보(釋迦譜) 제1권


석승우(釋僧祐) 지음
송성수 번역


1. 석가시조겁초찰리상승성보(釋迦始祖劫初刹利相承姓譜)『장아함경(長阿含經)』에서 나온 것임

겁초에 천지가 성립되려 할 때 거대한 물이 가득 차고 바람이 불어 맺히고 얽어서 세계를 성립시켰다.
이 세계가 성립되려 할 때 광음천인들[光音天]은 복행(福行)과 수명이 다하자 와서 사람으로 태어났는데 모두 화생(化生)하였고 기쁨[歡喜]을 밥으로 삼았다. 몸은 빛이 나고 자유로웠으며 신족통[神足]으로 날아다녔고 남녀존비의 구별이 없었다. 여럿이 함께 세간에 나게 되었기 때문에 중생(衆生)이라고 하였다.
자연적인 지미(地味)가 있어서 마치 제호(醍醐)와 같았고 빛깔은 생소(生酥)와 같았으며 맛은 달아서 마치 꿀과 같았다.
그 뒤에 중생이 손으로 한 번 맛을 보고는 마침내 맛에 집착이 생겨 점차 음식물[揣食]이 이루어졌다. 몸의 광명도 점점 소멸되고 다시는 신통이 없게 되었다.
지미를 많이 먹은 이는 얼굴빛이 거칠면서 야위게 되고 그것을 적게 먹는 이는 얼굴빛이 빛나고 윤택하게 되어 마침내 승부심[勝負]이 생기게 되고 승부심이 있음으로 인하여 곧 서로 시비(是非)를 따지게 되었다. 그러자 지미가 소멸하게 되었으므로 모두 다 뉘우치고 괴로워하며 말하였다.
“아아, 이것이 화(禍)가 되어서 다시는 지미가 없게 되었구나!”
또 지피(地皮)가 생겨났는데 그 형상은 마치 얇은 보리떡과 같았고 빛깔과 맛은 향기롭고 맛이 있었으므로 그 뒤로는 다시 그것을 먹게 되었다. 그러면서 점점 서로 업신여기고 잘난 체하였으므로 지피도 소멸하게 되었다. 또 지부(地膚)가 생겨났는데 그것을 많고 적게 먹음에 따라서 모든 나쁜 법(法)이 생기게 되어 지부도 다시 소멸해 버렸다.
『증일아함경(增一阿含經)』에서는 말하였다.
“자연적인 지비(地肥)는 맛이 달기가 마치 포도주[婆桃酒]와 같았다.”
『누탄경(樓炭經)』에서는 말하였다.
“지비가 나지 않게 되면서 다시 가지가 두 개인 포도가 났는데 그 맛도 역시 달았다. 오랫동안 많이 먹으면서 함께 보며 웃음을 짓자 가지가 두 개인 포도도 나지 않게 되었고 다시 멥쌀[粳米]이 생겨났다.”
그 뒤에 자연적인 멥쌀에는 겨나 쭉정이가 없었고 조리를 보태지 않아도 여러 가지 감미로운 맛을 갖추었다. 중생이 그것을 먹으면서부터 남자와 여자의 형상이 생겨났다.
『증일아함경』에서는 말하였다.
“이때 낮은 지위의 천인[天子]으로서 욕정(欲情)의 뜻이 많은 이는 문득 여인이 되어 정욕을 행하면서 서로 재미있게 즐겼으며 서로가 쳐다보면서 드디어 음욕의 생각을 내어 함께 으슥한 곳에 있으면서 청정하지 못한 행위를 하였으므로 그 밖의 중생들이 보고 말하였다.
‘아아, 법이 아닌 일을 하고 있구나. 어떻게 중생에게 이와 같은 일이 있단 말이냐?’
남자는 다른 이의 책망을 받고는 곧 스스로 허물을 뉘우치며 자기의 몸을 땅에 내던졌다. 그 여인은 곧 밥을 가져다 그에게 주고 그를 부축해 일어나게 하였다. 이로 인하여 세간에서는 착하지 않은 남편[夫主]이라는 이름이 있게 되었고 밥을 가져다 남편에게 준 여인은 아내[妻]라고 부르게 되었다.
그 뒤 중생은 마침내 음탕하게 놀게 되었고 스스로 그것을 막고 가리기 위하여 마침내 집[屋舍]을 짓게 되었다. 이런 인연으로 세간 안에 집이 세워졌고 그 뒤로 중생들의 음탕한 놀이는 한층 더해져서 드디어 남편과 아내가 같이 살게 되었다.
그 밖의 중생들은 수명과 복행이 다하여 광음천(光音天)으로부터 이 세간에 태어나면서 모태에 있게 되었으며 이로 인하여 세간에서는 태에 머물다가 태어남이 있게 되었다.”
『누탄경』에서는 말하였다.
“그 뒤에는 점차로 집착하는 것이 있게 되어 곧 계집아이를 데려다 남자에게 주어 노래하고 춤추고 희롱하며 웃었다. 그리고 원(願)에 맞으면 부부가 되어서 언제나 안온하게 하였다.
그때 먼저 첨파성(瞻波城)을 지었고 곧 온갖 성곽(城郭)을 지었다. 자연적인 멥쌀은 아침에 베어 오면 저녁에는 익었고, 저녁에 베어 오면 아침에는 익었고, 베고 나면 따라 자라났으며『중아함경(中阿含經)』에서는 길이가 4촌(寸)이라고 하였다. 줄기가 있지 않았다.
그때 어떤 중생이 한꺼번에 하루의 양식으로 취했다. 이와 같이 서로 가르쳐 주자 한꺼번에 닷새의 양식으로 취하기까지 이르렀다. 멥쌀은 점차로 겨와 쭉정이가 생기게 되었고 베어낸 뒤에는 자라나지 않아 마른 그루터기[枯株]가 있게 되었다.”
『누탄경』에서 말하였다.
“뒤에 게으른 사람이 있어 4, 5일 분의 양식으로 취하자 베어버린 곳에서는 멥쌀이 다시는 자라나지 않았다.”
승우가 생각하기에 기심(機心)이 움직이자마자 사물은 그 진실[眞]이 떠나게 되니 정령(精靈)이 느끼는 것은 바람이나 번갯불보다 빠른 것이다. 일찍이 들어보니 양한(兩漢) 때 동래(東來)에서 조세(租稅)를 더 받자 바다에 고기가 나오지 않았고 합포(合浦)에서 진주를 탐하자 진주조개들이 멀리 옮겨가버렸다고 한다. 근대(近代)의 일로 옛날에 견주어 보아도 부계(符契)를 합한 듯하니, 멥쌀이 생겨나지 않게 된 것도 그리 이상하게 여길 것이 없다.
그때 중생은 원통해 하며 괴로워 슬피 울면서 저마다 밭과 집을 정하고 경계를 나누었다. 그 뒤에 중생들이 스스로 자신의 쌀은 감추어 놓고 다른 이의 전곡(田穀)을 훔치게 되었는데도 그 일을 결단해 줄 이가 없었으므로 의논하였다.
‘백성들을 잘 보호하여 주면서 착한 이에게는 상(賞)을 주고 나쁜 이에게는 벌(罰)을 내리는 한 분의 평등한 주인을 세우고서 저마다 함께 자기 몫을 덜어내어 그에게 공급(供給)하기로 하자.’
그때 그 대중 가운데에 모습이 장대하고 용모가 단정하면서 몹시 위엄스런 덕을 갖춘 한 사람이 있었으므로 그를 청하여 왕으로 삼았다. 여기에서 비로소 백성의 주인이라는 이름이 있게 되었다.
『담무덕율(曇無德律)』에서는 말하였다.
“옛날에 왕이 있었으니 맨 처음 세간에 출현한 이를 대인(大人)이라 하였으며 여러 사람들이 천거하였다.”
『누탄경』에서는 말하였다.
“그때 저 대중 가운데에 가장 높고 단정하면서 위신(威神)이 뛰어난 한 사람이 있어 여러 사람들이 그에게 아뢰었다.
‘마땅히 우리들을 맡아 보실 주인이 되어 주셔야 합니다.’”
군장(君長)이 되자 그를 왕(王)이라고 부르고 법으로써 세금을 취하였으니 이 때문에 찰리(刹利)라고 하였다.
이때 염부제[閻浮利]는 천하가 부유하고 즐거웠으며 번성하고 안온[安隱]하였다. 푸른 풀이 돋아나니 그 빛깔은 마치 공작새의 꼬리와 같았다.
8만의 군국(郡國)이 있었고 백성들의 마을에는 닭 울음소리가 서로 들렸으며 천하에는 병이 없고 큰 더위나 큰 추위도 없었다. 대왕(大王)은 법(法)으로써 나라를 다스리고 열 가지의 선[十善]을 받들어 행하였으며 백성들을 가엾게 여기는 것이 마치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것과 같고 백성들이 왕을 공경하는 것은 마치 자식이 아버지를 공경하듯 하였으며 사람의 수명도 아주 길었다.
뒤에 다른 왕이 있었으나 선왕(先王)만 못했으므로 마침내 수명이 줄어들어 10만 세(歲)까지 이르렀다. 차츰차츰 더 줄어들어 1만 세에 이르렀으며 지금에는 수명이 100세까지 떨어지게 되었다.
맨 처음 백성의 주인에게 아들이 있었으니 이름을 진보(珍寶)라고 하였다.『담무덕율(曇無德律)』에서는 선왕(善王)이라 하였고, 『누탄경(樓炭經)』에서는 말하기를, “대왕(大王)에게 아들이 있었으니 이름은 진왕(眞王)이었다”고 하였다.
진보에게 아들이 있었으니 이름을 호미(好味)라고 하였다.율(律)에서는 누이왕(樓夷王)이라 하였고, 『누탄경』에서는 이 왕의 이름이 없다.
호미에게 아들이 있었으니 이름을 정쇠(靜衰)라고 하였다.율에서는 제왕(齊王)이라 하였고, 『누탄경』에서는 말하기를, “진왕(眞王)에게 아들이 있었으니 이름은 제왕(齊王)이다”고 하였다.
정쇠에게 아들이 있었으니 이름을 정생(頂生)이라고 하였다.율에서도 동일하게 정생왕이라 하였으며, 『누탄경』에서는 말하기를, “제왕에게 아들이 있었으니 이름이 정생왕이다”고 하였다.
정생에게 아들이 있었으니 이름은 선행(善行)이라 하였다.율에서는 차라왕(遮羅王)이라 하였으며, 『누탄경』에서는 말하기를, “정생왕에게 아들이 있었으니 이름이 차류(遮留)이다”고 하였다.
선행에게 아들이 있었으니 이름을 택행(宅行)이라 하였다.율에서는 발차라왕(跋遮羅王)이라 하였으며, 『누탄경』에서는 말하기를, “차류에게 아들이 있었으니 이름은 화행(和行)이다”고 하였다.
택행에게 아들이 있었으니 이름을 묘미(妙味)라고 하였다.율에서는 미왕(微王)이라 하였으며, 『누탄경』에서는 이 왕의 이름이 없다.
묘미에게 아들이 있었으니 이름을 미제(味帝)라고 하였다.율에서는 미린타라왕(微驎陀羅王)이라 하였으며, 『누탄경』에는 없다.
미제에게 아들이 있었으니 이름을 외선(外仙)이라 하였다.율에서는 비혜리사왕(鞞醯梨肆王)이라 하였으며, 『누탄경』에는 없다.
외선에게 아들이 있었으니 이름을 백지(百智)라고 하였다.율에서는 사가타왕(舍伽陀王)이라 하였으며, 『누탄경』에는 없다.
백지에게 아들이 있었으니 이름을 기욕(嗜慾)이라 하였다.율에서는 누지왕(樓脂王)이라 하였으며, 『누탄경』에는 말하였다. “화행왕(和行王)에게 아들이 있었으니 이름은 유지(留至)이다”고 하였다.
기욕에게 아들이 있었으니 이름을 선욕(善欲)이라 하였다.율에서는 수루왕(數樓王)이라고 하였으며, 『누탄경』에서는 말하기를, “유지에게 아들이 있었으니 이름은 일왕(日王)이다”고 하였다.
선욕에게 아들이 있었으니 이름을 단결(斷結)이라 하였다.율에서는 바라나왕(波羅那王)이라 하였으며, 『누탄경』에서는 말하기를, “일왕에게 아들이 있었으니 이름은 바나(波那)이다”고 하였다.
단결에게 아들이 있었으니 이름을 대단결(大斷結)이라고 하였다.율에서는 마가바나왕(摩呵婆那王)이라 하였으며, 『누탄경』에서는 말하기를, “바나에게 아들이 있었으니 이름은 대바나(大波那)이다”고 하였다.
대단결에게 아들이 있었으니 이름을 보장(寶藏)이라 하였다.율에서는 귀사왕(貴舍王)이라 하였으며, 『누탄경』에서는 말하기를, “대바나왕에게 아들이 있었으니 이름은 사갈(沙竭)이다”고 하였다.
보장에게 아들이 있었으니 이름을 대보장(大寶藏)이라고 하였다.율에서는 마하사왕(摩訶舍王)이라 하였으며, 『누탄경』에는 없다.
대보장에게 아들이 있었으니 이름을 선견(善見)이라 하였다.율에서는 똑같이 선견왕이라 하였으며, 『누탄경』에는 없다.
선견에게 아들이 있었으니 이름을 대선견(大善見)이라 하였다.율에서는 대선견왕이라 하였으며, 『누탄경』에서는 말하기를, “사갈왕(沙竭王)에게 아들이 있었으니 이름은 대선견이다”고 하였다.
대선견에게 아들이 있었으니 이름을 무우(無憂)라고 하였다.율에서도 똑같이 무왕이라 하였으며, 『누탄경』에는 없다.
무우에게 아들이 있었으니 이름을 주저(洲渚)라고 하였다.율에서도 똑같이 무왕이라 하였으며, 『누탄경』에는 없다.
무에게 아들이 있었으니 이름을 주저(洲渚)라고 하였다.율에서는 광명왕(光明王)이라 하였으며, 『누탄경』에서는 말하기를, “대선견(大善見)에게 아들이 있었으니 이름은 제염(提炎)이다”고 하였다.
주저에게 아들이 있었으니 이름을 식생(殖生)이라 하였다.율에서는 이나왕(梨那王)이라 하였으며, 『누탄경』에서는 말하기를, “제염왕에게 아들이 있었으니 이름은 염(染)이다”고 하였다.
식생에게 아들이 있었으니 이름을 산악(山岳)이라 하였다.율에서는 미라왕(彌羅王)이라 하였으며, 『누탄경』에서는 말하기를, “염왕에게 아들이 있었으니 이름은 미류(迷留)이다”고 하였다.
산악에게 아들이 있었으니 이름을 신천(神天)이라 하였다.율에서는 말라왕(末羅王)이라 하였으며, 『누탄경』에서는 말하기를, “미류왕에게 아들이 있었으니 이름은 마류(摩留)이다”고 하였다.
신천에게 아들이 있었으니 이름을 진력(進力)이라 하였다.율에서는 정진력(精進力)이라 하였으며, 『누탄경』에서는 말하기를, “마류왕에게 아들이 있었으니 이름은 정진력이다”고 하였다.
진력에게 아들이 있었으니 이름을 뇌차(牢車)라고 하였다.율에서는 뇌차왕이라 하였으며, 『누탄경』에서는 말하기를, “정진력왕에게 아들이 있었으니 이름은 견천(堅賤)이다”고 하였다.
뇌차에게 아들이 있었으니 이름을 십차(十車)라고 하였다.율에서는 십차왕이라 하였으며, 『누탄경』에서는 “견천에게 아들이 있었으니 이름은 십차이다”고 하였다.
십차에게 아들이 있었으니 이름을 백차(百車)라고 하였다.율에서는 백차왕이라 하였으며, 『누탄경』에서는 말하기를, “십차에게 아들이 있었으니 이름은 사라(舍羅)이다”고 하였다.
백차에게 아들이 있었으니 이름을 뇌궁(牢弓)이라 하였다.율에서는 견궁왕(堅弓王)이라 하였으며, 『누탄경』에는 없다.
뇌궁에게 아들이 있었으니 이름을 십궁(十弓)이라 하였다.율에서도 똑같이 십궁왕이라 하였으며, 『누탄경』에서는 말하기를, “사라왕(舍羅王)에게 아들이 있었으니 이름은 십재(十才)이었다”고 하였다.
십궁에게 아들이 있었으니 이름은 백궁(百弓)이라 하였다.율에서도 똑같이 백궁왕이라 하였으며, 『누탄경』에서는 말하기를, “십재왕에게 아들이 있었으니 이름은 백재(百才)이다”고 하였다.
백궁에게 아들이 있었으니 이름은 양지(養枝)라고 하였다.율에서는 능사왕(能師王)이라 하였으며, 『누탄경』에서는 말하기를, “백재왕에게 아들이 있었으니 이름은 야화단(耶和檀)이다”고 하였다.
양지에게 아들이 있었으니 이름은 선사(善思)라고 하였다.율에서는 진사왕(眞闍王)이라 하였으며, 『누탄경』에서는 말하기를, “야화단왕에게 아들이 있었으니 이름은 진사(眞闍)이다”고 하였다.
선사(善思)로부터 열 종족이 있었고 전륜성왕(轉輪聖王)이 서로 이어져 끊어지지 않았다.율에서는 말하기를, “진사왕으로부터 열 분의 전륜성왕의 종족(種族)이 있었다”고 하였다. 『누탄경』에서는 말하기를, “진사왕에게 아들이 있었으니 파연(波延)이라 하였고 그 뒤의 모든 왕들은 아주 많았으며 전륜왕에는 열 종족이 있었다”고 하였다.
첫 번째 분의 이름은 전(箭)이라 하였다.율(律)에서는 말하기를, “첫째 분의 이름은 가누지(伽㝹支)이다”고 하였다. 『누탄경(樓炭經)』에서는 말하기를, “첫 번째 분의 성(姓)은 가노차(迦奴車)이다”고 하였다.
가누차왕(迦㝹遮王)에게는 다섯 분의 전륜성왕이 있었다.율에서는 말하기를, “가누지로부터는 차례로 다섯 왕이 서로 이어받았다”고 하였다. 『누탄경』에서도 그 수효는 동일하다.
두 번째 분의 이름은 다라업(多羅業)이라 하였다.율에서는 말하기를, “두 번째 분의 이름은 다루비제(多樓毘帝)이다”고 하였다. 『누탄경』에서는 두 번째 분의 성을 다로제(多盧提)라고 하였다.
다라업왕에게는 다섯 분의 전륜성왕이 있었다.율에서는 말하기를, “다루비제로부터 차례로 다섯 분의 왕이 있었다”고 하였다. 『누탄경』에서도 그 수효가 같다.
세 번째 분의 이름은 마(馬)라고 하였다.율에서는 말하기를, “세 번째 분의 이름은 아습비(阿濕卑)이다”고 하였다. 『누탄경』에서는 말하기를, “세 번째 분의 이름은 아파(阿波)이다”고 하였다.
아섭마왕(阿葉摩王)에게는 일곱 분의 전륜성왕이 있었다.율에서는 말하기를, “아습비에게는 일곱 분의 왕이 있었다”고 하였다. 『누탄경』에서도 그 수효가 동일하다.
네 번째 분의 이름은 지지(持地)라고 하였다.율에서는 말하기를, “네 번째 분의 이름은 건타라(乾陀羅)이다”고 하였다. 『누탄경』에서는 말하기를, “네 번째 분의 이름은 건타리(揵陀利)이다”고 하였다.
지지왕에게는 일곱 분의 전륜성왕이 있었다.율에서는 말하기를, “건타라에게는 일곱 분의 왕이 있었다”고 하였다. 『누탄경』에서도 그 수효는 동일하다.
다섯 번째 분의 이름은 기술(伎術)이라 하였다.율에서는 말하기를, “가릉가(伽陵迦)이다”고 하였다. 『누탄경』에서는 말하기를, “다섯 번째 분은 가릉(迦陵)이다”고 하였다.
가릉가왕에게는 아홉 분의 전륜성왕이 있었다.율에서는 말하기를, “가릉가에게는 아홉 분의 왕이 있었다”고 하였다. 『누탄경』에서도 그 수효는 동일하다.
여섯 번째 분의 이름은 첨바(贍婆)라고 하였다.율에서는 말하기를, “여섯 번째 분의 이름은 첨비(贍鞞)이다”고 하였다. 『누탄경』에서는 말하기를, “여섯 번째 분은 차파(遮波)이다”고 하였다.
첨바왕에게는 열네 분의 전륜성왕이 있었다.율에서는 말하기를, “첨비에게는 열네 분의 왕이 있었다”고 하였다. 『누탄경』에서도 그 수효는 동일하다.
일곱 번째 분의 이름은 구라바(拘羅婆)라고 하였다.율에서도 똑같이 일곱 번째의 이름은 구라바라고 하였으며, 『누탄경』에서는 일곱 번째 분은 구렵(拘獵)이라고 말하였다.
구라바왕에게는 서른한 분의 전륜성왕이 있었다.율에서 구라바에게는 서른 한 분의 왕이 있었다고 하였으며, 『누탄경』에서도 그 수효는 동일하다.
여덟 번째 분의 이름은 반사라(般闍羅)라고 하였다.율에서도 똑같이 여덟 번째 분의 이름은 반사라라고 하였으며, 『누탄경』에서는 여덟 번째 분은 반사(般闍)라고 말하였다.
반사라왕에게는 서른두 분의 전륜성왕이 있었다.율에서는 반사라에게는 서른두 분의 왕이 있었다고 하였으며, 『누탄경』에서는 서른 분이 있었다고 하였다.
아홉 번째 분의 이름은 미사라(彌私羅)라고 하였다.율에서는 아홉 번째 분의 이름은 미실리(彌悉梨)라고 하였으며, 『누탄경』에서는 아홉 번째 분은 미시리(彌尸梨)라고 하였다.
미사라왕에게는 8만 4천의 전륜성왕이 있었다.율에서는 미실리로부터 차례로 8만 4천의 왕이 있었다고 하였으며, 『누탄경』에서도 그 수효는 동일하다.
열 번째 분의 이름은 고마(敲摩)라고 하였다.율에서는 열 번째 분의 이름은 의사마(懿師摩)라고 하였으며, 『누탄경』에서는 열 번째 분은 마미(摩彌)라고 하였다.
고마왕에게는 백 분의 전륜성왕이 있었다.율에서는 의사마로부터 차례로 백 분의 왕이 있었다고 하였으며, 『누탄경』에서는 백 분이 있었다고 하였다.
최후에 왕이 있었으니 이름을 대선생(大善生)이라 하였다.율에서는 말하기를, “의사마로부터 그 뒤에 왕이 있었나니 이름은 대선생이다”고 하였다. 『누탄경』에서는 말하기를, “그러한 뒤에 왕이 있었나니 이름은 대선생이다”고 하였다.
의마왕(懿摩王)으로부터 아들이 있었나니 이름을 오바라(烏婆羅)라고 하였다.율에서는 말하기를, “대선생왕의 아들의 이름은 의사마(懿師摩)이다”고 하였다. 『누탄경』에서는 말하기를, “사람들이 부르기를 이마(伊摩)라고 하였다”고 하였다.
오바라에게 아들이 있었으니 이름을 누바라(淚婆羅)라고 하였다.율에서는 말하기를, “의사마왕에게 아들이 있었으니 이름은 우라타(優羅他)이다. 『누탄경』에서는 말하기를, “이마왕에게 아들이 있었으니 마오렵(摩烏獵)이다”고 하였다.
누바라에게 아들이 있었으니 이름을 니구라(尼求羅)라고 하였다.율에서는 말하기를, “우라타에게 아들이 있었으니 이름은 구라(瞿羅)이다”고 하였다. 『누탄경』에서는 없다.
니구라에게 아들이 있었으니 이름을 사자협(師子頰)이라 하였다.율에서는 말하기를, “구라에게 아들이 있었으니 이름은 니부라(尼浮羅)이다”고 하였다. 『누탄경』에서는 말하기를, “오렵(烏獵)에게 아들이 있었으니 이름은 니불생(尼不生)이다”고 하였다.
사자협에게 아들이 있었으니 이름은 정반왕(淨飯王)이라 하였다.율에서는 말하기를, “니부라에게 아들이 있었으니 이름은 사자협이다”고 하였다. 『누탄경』에서는 말하기를, “니불생에게 아들이 있었으니 이름은 사자(師子)이다”고 하였다.
정반왕에게 아들이 있었으니 이름은 보살(菩薩)이라 하였다.율에서는 말하기를, “사자협에게 아들이 있었으니 이름은 열두단(悅頭檀)이다”고 하였다. 『누탄경』에서는 말하기를, “사자에게 아들이 있었으니 이름은 열두단이다”고 하였다.
보살에게 아들이 있었으니 이름을 라후라(羅睺羅)라고 하였다.율에서는 말하기를, “열두단에게 아들이 있었으니 이름은 보살이다”고 하였다. 『누탄경』에서는 말하기를, “열두단에게 아들이 있었으니 사달보살(私達菩薩)이라고 하고, 사달보살에게 아들이 있었으니 이름은 나운(羅云)이다”고 하였다.
이 본연(本緣)으로 말미암아 찰리종(刹利種)이라고 한다.『누탄경』에서는 말하기를, “이런 인연 때문에 예부터 이제까지 찰리종이 일어났다”고 하였다. 『중아함경(中阿含經)』에서는 말하기를, “지주(地主)라고 함은 찰리(刹利)를 말한다”고 하였다.
승우가 살피건대, 겁초(劫初)에 천지가 개벽하던 어두운 세상에 처음 황극(皇極)이 세워지고 근원이 민주(民主)로부터 출발하여 선사(善思)에 이르기까지 부자(父子)가 왕업을 계승한 것이 33왕(王)이었다. 선사로부터 이후에는 제1의 가누(伽㝹)로부터 제10의 의마(懿摩)에 이르기까지의 10종족의 전륜왕이 있었다. 혹 이들은 형과 아우가 후손으로 갈라지기도 하고 현자와 성인이 서로 번갈아 일어나기도 하였으며 다른 종족이 따로 일어나는 것을 용납하였다. 하늘에 응(應)하여 명(命)을 받았으니 기나긴 근원과 먼 단서들은 마음으로 헤아리기 어렵다. 그 세수(世數)는 통틀어 8만 4천2백10의 성왕(聖王)이었다.
삼가 백정(白淨)이 이은 바를 찾아보면 의마(懿摩)로부터 나와 전륜왕이 서로 계승하면서 억(億)의 후손이 거듭 빛났으니 석가(釋迦)가 방편으로 응하여 강생(降生)을 나타내어 보이신 까닭이다. 의탁한 자취가 이미 드러났고 먼 자손들이 마침내 뚜렷해졌으나 경(經)에서는 그 큰 수(數)만을 든 것으로 또한 두루 드러내 보이지는 못한 것 같다. 옛날의 복희[犧]ㆍ신농[農]ㆍ헌원[軒]ㆍ호소(嗥少)조차도 오히려 그 나이가 상세하지 못하거늘, 하물며 비행성제(飛行聖帝:전륜성왕)의 수명은 만년 이상 살았다는 대춘(大椿)나무보다 많고 그 시대[年世]가 아득히 멀어 끊어진 것이겠는가? 어찌 평범한 식견으로써 헤아리겠는가?

2.석가현겁초성구담연보(釋迦賢劫初姓瞿曇緣譜)『십이유경(十二遊經)』에서 나온 것임

옛날 아승기겁(阿僧祇劫) 때에 어떤 보살이 국왕이 되었다. 그의 부모가 일찍 돌아가셨으므로 나라를 아우에게 선양해 주고 버림의 행[捨行]으로 도를 구하였는데 멀리서 구담(瞿曇)이라는 성을 가진 한 바라문을 보고는 그를 따라가서 도를 배웠다.
바라문이 말하였다.
“마땅히 왕의 옷을 벗고, 나와 같은 옷을 입고서 구담이라는 성을 받아야 한다.”
이에 보살은 구담이라는 성을 본받아 깊은 산으로 들어가서 열매를 따먹고 물을 마시면서 좌선하며 도를 생각하였다. 보살이 걸식하다가 그의 나라 경계로 돌아왔으나 온 나라의 관리와 백성도 그를 알아보지 못하고 소구담(小瞿曇)이라고 불렀다. 보살은 성 밖의 감자원(甘蔗園) 안을 정사(精舍)로 삼았다.
『불소행찬경(佛所行讚經)』에서는 말하였다.
“감자(甘蔗)의 먼 후손 석가무승왕(釋迦無勝王)은 청정하며 재물과 덕망을 순수하게 갖추었으므로 정반(淨飯)이라 불렀다.”
살펴보니 정반의 먼 조상이 바로 구담의 후신(後身)이었으며 그 전세(前世)에 감자원에서 기거했기 때문에 경에서 ‘감자의 먼 후예’라고 일컫는 것이었다.
보살이 정사 가운데에 혼자 앉아 있을 적에 5백의 큰 도적들이 관청의 물건을 강제로 빼앗아 가지고 보살이 사는 오두막 곁으로 지나가게 되었다.
다음날 도적을 잡으려고 쫓다가 발자취가 보살의 집 아래에 있었으므로 보살을 체포하여 가서 전후에 강도에게 가한 법대로 나무로 몸을 꿰뚫고 큰 표지로 세워 두었으므로 피가 땅에 흘러내렸다.
그때 대구담(大瞿曇)이 천안(天眼)으로 그것을 보고 곧 신족통[神足]으로써 날아와서 물었다.
“그대에게 무슨 죄가 있기에 이리도 혹독한 고통을 당하는가? 그대는 자식이 없으니 마땅히 어떻게 후사를 이으려 하는가?”
보살이 대답하였다.
“목숨이 경각에 달려 있는데 무슨 자손을 말씀하십니까?”
왕사(王使)들이 좌우에서 쇠뇌[弩]1)를 쏘아서 그를 죽였다.
대구담은 눈물을 흘리며 슬피 울면서 관(棺)에 내려서 염(殮)하고 흙 속에 고인 남은 피를 취하여 진흙을 이겨 뭉쳐 가지고 산 속 그의 정사로 돌아와서 왼쪽의 피는 왼쪽 그릇 안에다 넣고 그 오른쪽 피 또한 그렇게 하였다. 대구담은 말하였다.
“이 도사(道士)가 만일 지성(至誠)이었다면 천신(天神)은 마땅히 피를 변화시켜 사람이 되게 하리라.”
그로부터 열 달이 지난 뒤에 왼쪽 피는 곧 남자가 되고 오른쪽 피는 곧 여인이 되었으므로 이에 곧 구담의 씨(氏)를 성(姓)으로 붙여 하나는 사이(舍夷)사이라 함은 외국(外國)의 귀한 성(姓)의 호칭이다.요, 인(仁)이라 하였다.
현겁(賢劫)이 된 이래 비로소 보(寶)여래 때에 석가월(釋迦越)이 되었다.
살펴보니 소구담의 피가 화(化)하여 사람이 된 것은 바로 전생[宿世]에서의 일이다. 현겁 동안 보(寶)여래께서 세간에 출현하셨을 때를 당하여 구담의 신식(神識)이 비로소 이 세계에 태어나 왕이 된 것이니, 석가월이라 함은 바로 이 왕의 이름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보여래 그분은 곧 현겁 7불(佛) 중 한 분의 명호이다. 다만 호(胡:梵)를 번역하여 보(寶)라고 한 것이니, 이 때문에 7불의 이름과는 다를 뿐이며 수명은 5백만 세(歲)이다.
『장아함경(長阿含經)』에서는 말하였다.
“구루손불(拘樓孫佛) 때에는 사람의 수명이 4만 세였고, 구나함불(求那含佛) 때에는 사람의 수명이 3만 세였으며, 가섭불(迦葉佛) 때에는 사람의 수명이 2만 세였다.
이제 석가월왕의 수명은 5백만 세라고 하였으므로 설령 구루손불 세상에서 백성의 수명에 견주어 보면 백 배(倍)가 넘게 된다. 예(例)에 준하여 구해 보면 마치 특수한 듯하다. 그러나 온갖 업보(業報)는 사람의 생각으로 쉽게 헤아리지 못하는 것이다.
석가문불(釋迦文佛)께서 세간에 출현하실 때에 염부제(閻浮提) 사람의 수명은 백 세였으나 오직 울단왈(鬱單曰)의 수명은 천 세였던 것이다.
그로부터 이후의 스물다섯의 왕은 그 수명이 2, 3백만 세였으니, 문타갈왕(文陀竭王)은 수명이 백만 세였고 정생왕(頂生王)ㆍ차가월(遮迦越)ㆍ좌비왕(左脾王)ㆍ우비왕(右脾王)은 모두가 수명이 10만 세였으며, 환희왕(歡喜王)부터는 모두 수명이 8만 4천 세였다.
악념차가월(惡念遮迦越)이 소 한 마리를 죽여 제사를 지내면서부터 생명을 해쳤으므로 금륜(金輪)을 잃고 은륜(銀輪)을 얻어 3천하(天下)의 임금이 되고 수명은 1만 세가 되었다. 견념왕(堅念王)은 갑옷[鎧]을 만들었으므로 수명은 5천 세가 되고 동륜(銅輪)을 얻어 2천하의 임금이 되어서 서남방(西南方)을 주관하였다.
희살왕(喜殺王)은 수명이 2천5백 세로 철륜(鐵輪)을 얻어 남방(南方) 천하의 왕이 되었으며 그 왕에게 태자가 있었으니 5백 년 동안 악한 살생을 행함으로써 수명이 1천 세(歲)로 줄었다.
옛 사람에게는 아홉 가지의 병[九病]이 있어 추위ㆍ더위ㆍ배고픔ㆍ목마름이나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것이 있었으나 바라문이 산 생명을 죽여 제사를 지냄으로부터 404가지 병이 생기게 되었다.
사자념왕(師子念王)부터는 사람의 수명이 갈수록 줄어들어 120세였고 사자념왕 이후부터 사자의왕(師子意王)까지는 84왕이 있었는데, 사람의 수명은 더욱더 줄어들어 혹은 80세이기도 하고 70세이기도 하며 50ㆍ30ㆍ20ㆍ10세가 되는 이도 있었다.
그 뒤의 사자합차왕(師子合車王)사자합차왕이란 곧 사자협왕(師子頰王)이다.의 아들을 백정(白淨)이라 하였고, 이분이 바로 보살의 아버지이시다. 보살의 몸으로부터 계산하면 처음에서부터 끝까지 앞뒤로 8만 4천의 차가월왕(遮迦越王)이 있다.
차가월이란 제(齊)나라 말로 비행황제(飛行皇帝)라 하며 곧 전륜왕(轉輪王)이다. 『장아함경』과 『담무덕율』에서는 전륜왕의 세수(世數)를 차례로 매긴 것이 매우 분명하므로 이미 앞에서 드러냈거니와 이 기록은 발췌하여 모은 것이라 찾아보기 어려우며, 만일 온전한 경전[全經]에 의거한다면 마땅히 아함(阿含)을 올바른 것으로 여겨야 하리니, 구담씨(瞿曇氏)라는 이름은 순수하고 좋은 성(姓)이라고 한다.”
『대방편경(大方便經)』에서 말한다.
“백정(白淨)은 겁초(劫初) 이래로 적자로부터 적자에게로 가계를 이어가면서 전륜왕이 되었는데 근래의 3세(世) 동안은 전륜왕이 일어나지 않았고 염부제(閻浮提)의 왕이 되었다.”
승우가 살펴보니 『십이유경(十二遊經)』에서는 ‘내가 들었다[我聞]’고 일컫지도 않았고 다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佛言]’ 하는 것도 없다. 아마 이 경은 아라한[羅漢]이 주(注)를 달아 기록한 설명이리라.
구담씨족을 깊이 생각해 보면 바로 숙세(宿世)의 연기(緣起)인데 뛰어넘어 현겁(賢劫)에 이르러서야 다시 본래의 성(姓)에 나아간 것이니, 업인(業因)은 깊고 멀어서 불가사의하다. 그 기술한 전륜왕의 것도 간략하여 세수(世數)의 계서(系緖)와 같지 않으며 미루어 따져 보기도 어렵다. 그러나 구담성의 근원만은 자못 상세하기 때문에 그것을 ‘편찬한다’고 할 뿐이다.

3.석가근세2)조시성석연보(釋迦近世祖始姓釋緣譜)『장아함경』에서 나온 것임

옛날 과거에 왕이 있었으니 의마(懿摩)라 하였다.『누탄경』에서는 일마(一摩)라고 하였다.
『담무덕율(曇無德律)』에서는 ‘고사마(鼓師摩)’라고 하였고, 『미사색율(彌沙塞律)』에서는 ‘울마(鬱摩)’ 또는 ‘의마(懿摩)’라고 하였다. 이 세 음(音)은 서로 비슷하며 음으로 미루어 조심스럽게 말해 보건대 의마가 바르다고 하겠다. 다만 고(鼓)와 의(懿)는 글자가 서로 비슷하기 때문에 옮기어 베낄 때 잘못하여 고로 되었을 것이리라.
왕에게는 네 아들이 있었으니 첫째의 이름은 면광(面光)이요, 둘째의 이름은 상식(象食)이며, 셋째의 이름은 노지(路指)요, 넷째의 이름은 장엄(莊嚴)이라 하였다.『미사색율』을 살펴보니 네 아들의 이름이 이것과 각각 다르며 장엄은 바로 백정왕(白淨王)이 이어받았다.
그 왕의 네 아들에게 범(犯)한 것이 조금 있었는데 왕이 나라에서 쫓아내 버렸다. 네 아들은 설산(雪山) 주변에 이르러 직수림(直樹林) 가운데 머물렀다.
그 네 아들의 어머니와 모든 가속(家屬)들은 그들을 돌이켜 생각하면서 곧 함께 모여서 의논하고는 의마왕에게로 나아가서 아뢰었다.
“대왕께서는 아셔야 합니다. 저희는 네 아들과 이별한 지 오래되었으므로 가서 만나 보려 합니다.”
왕은 곧 말하였다.
“가고 싶으면 마음대로 하시오.”
그때 어머니의 권속은 왕의 교시를 듣자마자 곧 설산으로 나아가 직수림에 이르러서 네 아들이 있는 곳에 도달하였다.
그때 모든 어머니들은 각각 그들을 위하여 혼인을 시켰다. 뒤에 의마왕은 네 아들이 아들을 낳아서 단정하다 함을 듣고 곧 기뻐하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이들은 참으로 석(釋)의 아들들이구나. 능히 스스로 존립하였으니 말이다.”
이로 인하여 석(釋)이라고 불렀다.
‘석’이라는 뜻은 제(齊)나라에서는 능(能)이라고 한다. 『서응본기경(瑞應本紀經)』에서도 “석가(釋迦)는 능(能)이다”라고 하였으며, 그것의 해석은 이것과 같다. 이 네 아들은 다 같이 능으로 인하여 씨(氏)를 붙인 것이며, 직수림(直樹林)에 있었기 때문에 석(釋)이라 하였다. 범어(梵語)에서는 ‘직(直)’을 또한 ‘석’이라고 부른다. 천축(天竺)에서는 하나의 음에 여러 개의 뜻을 겸하는 종류가 많은 것이 이와 같다. 의마왕은 곧 석종(釋種)의 선조(先祖)이다.
『미사색』에서 말하였다.
“과거에 울마왕(鬱摩王)이 있었다. 서자(庶子) 넷이 있었으니 첫째를 조목(照目)이라 하고, 둘째를 총목(總目)이라 하며, 셋째를 조복상(調伏象)이라 하고, 넷째를 니루(尼樓)라고 하였으며 총명하면서 무용(武勇)에 뛰어났으며 큰 위덕이 있었다.
제일 첫째 부인(夫人)에게 장생(長生)이라는 아들이 있었는데 완고하고 박복하며 누추하게 생겨서 뭇 사람들이 천히 여겼으므로 그 부인은 생각하며 말하였다.
‘나의 아들이 비록 맏이라 하더라도 재주가 남에게 미치지 못한다. 그런데 저네 아들은 다 같이 위덕이 있으므로 국조(國祚)가 귀의할 곳은 반드시 그들로 결정되리라. 무슨 계책을 써서라도 아들의 기업(基業)을 단단히 다져야겠다. 왕이 사랑하는 것을 보고 방편을 써야겠다.’
곧 스스로 장엄하게 꾸미고서 공경히 받들고 예(禮)를 갖추어 왕이 기뻐하는 의욕(意欲)을 엿보다가 곁에 붙어서 곧 아뢰었다.
‘사랑으로 인한 지극한 정(情)은 본디 환대(歡對)로 말미암아서입니다. 저는 이제 근심이 깊어서 다시 세상에 살 뜻이 없습니다. 미천한 원(願)이나마 만일 이루게 된다면 혹 남은 기쁨이 있겠거니와 만일 허락하지 않으신다면 여기에서 죽겠습니다.’
왕이 말하였다.
‘당신이 바라는 원이란 무엇이오? 도리상 진실로 따를 만하다면 맹세코 저버리지 않겠소.’
곧 왕에게 아뢰었다.
‘왕의 네 아들은 총명하면서 어질고 지혜로우며 아울러 위엄스러운 덕이 있습니다. 저의 아들은 비록 맏이이나 완고하고 천박하며 비루하게 생겼으므로 대통(大統)을 이을 때 반드시 다투어서 빼앗아 갈 것입니다. 만일 왕께서 이 네 아들을 내쫓으신다면 저의 마음은 그제서야 편안하겠습니다.’
왕은 말하였다.
‘네 아들은 어질고 효자이며 나라에 대해 허물도 없거늘 어떻게 내쫓겠소.’
부인은 말하였다.
‘제가 마음으로 괴로워하고 근심하는 것은 집과 나라를 겸한 것입니다. 네 아들은 무용이 뛰어나서 백성들이 저마다 귀의할 것을 생각하니 무리를 지어 일어난다면 하루아침에 다투어 쫓아내어 반드시 서로를 무찔러 없애 버릴 것이며 큰 나라의 자리[祚]는 도리어 다른 나라의 소유가 될 것입니다. 원컨대 왕께서는 도모하시어 한 아들도 사사로이 여기지 마십시오.’
왕이 말하였다.
‘당신의 말이 옳구려. 내 스스로 때를 알아서 하리다.’
곧 네 아들을 불러서 그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나에 대해 허물이 있으나 나는 차마 너희들이 죽는 것을 보지 못하겠으니 저마다 빨리 나라를 떠나서 스스로를 극복하며 살기를 도모할 것이며 다시는 기회를 엿보다가 후회하지 않게 하라.’
네 아들은 명(命)을 받들어 곧 채비를 차렸다. 그때에 네 아들의 어머니와 같이 낳은 자매(姉妹)들은 모두 잘못이 없는데 내쫓기는 사실을 알고 혹독한 학대를 이기지 못하여 모두 같이 떠나가기를 요구하였으며, 또 여러 역사(力士)들과 모든 백성들도 대부분 기꺼이 따라가고자 했으므로 왕은 모두 들어주었다.
이리하여 떠나가 설산(雪山)의 북쪽에 이르렀는데 동서의 길이는 멀고 남북의 너비가 광활하였으며 온갖 이름난 꽃들이 많아서 거처하기에 아주 좋았으므로 마침내 곧 거기에 머물게 되었다.
몇 년 동안에 덕(德)에 귀의하는 이들로 마치 시장거리와 같았으며 크게 번화해져서 강한 나라가 되었다. 몇 년 뒤에 왕은 아들들이 그리워 모든 것을 알리고는 그들을 불렀으나 모두가 허물을 사죄하며 돌아가지 않았다. 왕은 곧 세 번이나 ‘내 아들들은 유능(有能)하도다’라고 찬탄하였으므로 그로 인하여 석종(釋種)이라 하였다.”
『별전(別傳)』에서 말하였다.
“이 나라에 석가수(釋迦樹)가 아주 무성하였으므로 관상쟁이가 ‘이곳에서는 반드시 국왕이 나오리라’고 말하였으므로 이로 인하여 네 아들이 옮겨가서 나라를 세웠고 이 때문에 석종이라 하였다.”
비록 경(經)의 설명은 아니지만 다른 내용으로 약간 붙여 둔다.
이 율(律)을 살펴보니 네 아들의 사연(事緣)을 설명한 것이 『아함경(阿含經)』에서와 대동소이(大同小異)하다. 조심스럽게 말해 보면 경(經)이 중국어[華]와 서융어[戎]로 변하면서 번역한 사람이 어림잡아 헤아렸고 경을 내놓은[出經] 사람이 저마다 전해 받은 바가 있으므로 왕왕 다르기도 할 것이다.
저 사기[史]나 한서[漢]의 근자에 나온 책에서조차도 오히려 나누어지고 뒤섞여서 서로 위배되는데 하물며 만리(萬里) 밖이며 천년 전에 드러난 일이랴. 분명한 점은 본래 좋은 것을 선택하여 좇아야 하며 멀리 글 밖의 것을 받아들인 이라면 바르다고 말할 수 있으리라.
니루(尼樓)에게 아들이 있으니 오두라(烏頭羅)라 하고, 오두라에게 아들이 있으니 구두라(瞿頭羅)라 하며 구두라에게 아들이 있으니 시휴라(尸休羅)라 하고, 시휴라에게 네 아들이 있니 한 명을 정반(淨飯)이라 하였다.
『대지론(大智論)』에서 말하였다.
“옛날 일종왕(日種王)을 사자협(師子頰)이라 하였고 네 아들이 있었으니 맏아들을 정반이라 하였다.”
『장아함경』과 『담무덕율』에서도 모두 동일하다. 『미사색』에서만 유독 시휴라의 아들을 정반이라 한 것은 혹시 옮겨 쓰면서 빼먹고 생략한 것이리라. 만일 의심을 끊고 많은 경우를 따른다면 마땅히 아함 등의 경을 바른 것으로 여겨야 한다.
정반(淨飯)의 아들을 보살(菩薩)이라고 한다.
승우가 우러러 생각하니 정광불(錠光佛)의 수기(授記)로 명호를 석가(釋迦)라고 드러낸 것은 오묘하게 맞아 떨어지고 가만히 계합한다. 이 때문에 화신(化身)을 석종에 의탁하였으니 이름은 아직 형상이 있기 전에 조짐으로 보였으며 자취는 이미 탄생한 뒤에 빛나서 인간ㆍ천상을 환히 비추고 광겁(曠劫)에 길이 연결되어 끊이지 않았으니, 그 근원이 깊고도 멀구나!

4. 석가강생석종성불연보(釋迦降生釋種成佛緣譜)『보요경(普曜經)』, 일명 『방등본기경(方等本紀經)』에서 나온 것임

보살이 도솔천(兜率天)에 머물러 계실 적에 모든 천자(天子)들이 각각 66억(億)이었는데 다 함께 “장차 보살로 하여금 어느 종족에 생(生)을 나타나게 해야 할까?”라고 말하며 논의할 적에 혹 어떤 이는 말하였다.
“유제종(維提種)의 마갈국(摩竭國)은 그 어머니는 참되고 바르지만 그 아버지가 참되지 못하고, 구살대국(拘薩大國)은 부모와 종족이 모두 참되지 못하며, 화사(和沙)대국은 왕에게 위신(威神)이 없어 다른 이의 절도(節度)를 받으며, 유야리국(維耶離國)은 다투기를 좋아하여 화목하지 못하며 청정한 행이 없습니다. 저 발수(鏺樹)의 나라는 거동이 허망하며 뜻과 성품이 거칠고 사나운지라 거기서 태어나서는 안 됩니다.”
당영(幢英)이라는 한 천자가 있다가 보살에게로 나아가서 물었다.
“구경보살(究竟菩薩)이신 일생보처(一生補處)께서는 강신(降神)하셔야 할 종성(種姓)이 어디십니까?”
보살이 대답하였다.
“그 나라의 종성에 60가지의 덕(德)이 있어야 일생보처는 비로소 강신할 수 있다.60가지의 덕에 관한 글은 많으므로 적지 않는다.
지금의 이 석종은 치성하고 오곡(五穀)이 풍부하게 익었으며 즐거움이 끝없다. 백성들은 번성하며 여러 덕의 근본을 심고 있다.
가유라위(迦維羅衛)는 뭇 사람들이 화목하게 위아래를 서로 받들며 온갖 석종들은 일승(一乘)을 간절히 우러른다. 그 백정왕(白淨王)은 성품과 행실이 어질고 부인(夫人)은 묘한 자태가 있으면서 성품이 온화하고 정결하며 어진 것이 마치 하늘의 옥녀(玉女)와 같으며 몸과 입과 마음을 잘 지키고 강하기가 마치 금강(金剛)과 같고 전생의 오백 세상 동안에 보살의 어머님이 되셨으니 마땅히 가서 강신하여 그 태(胎)를 받아야 한다.”
그때 보살은 모든 천자들에게 물었다.
“어떠한 형모(形貌)로써 어머니의 태(胎)에 강신하면 되겠느냐?”
어떤 이는 말하였다.
“어린아이의 형상으로 강신해야 합니다.”
어떤 이는 말하였다.
“제석(帝釋)과 범천(梵天)의 형상으로 되셔야 합니다.”
어떤 이는 말하였다.
“일월왕(日月王)의 형상으로 되셔야 합니다.”
어떤 이는 말하였다.
“금시조(金翅鳥)의 형상으로 되셔야 합니다.”
거기에 강위(强威)라는 범천(梵天)은 선도(仙道)에서 온 이인데 모든 하늘들에게 말하였다.
“코끼리의 형상이 제일입니다. 여섯 개의 어금니를 지닌 흰 코끼리야말로 위엄과 신통이 높고 뛰어나니, 범전(梵典)에서도 적혀 있습니다. 그 까닭은 세간에 세 짐승이 있는데, 하나는 토끼고 또 하나는 말이며 나머지가 흰 코끼리였습니다.
토끼가 물을 건널 때에 나아가 스스로 건너갈 뿐이며, 말은 비록 착하고 용맹하기는 하나 오히려 물의 깊고 얕음을 알지 못하는데, 흰 코끼리가 건너게 되면 그 물의 근원인 바닥까지 닿게 됩니다. 성문(聲聞)과 연각(緣覺)은 마치 토끼나 말과 같아서 비록 생사(生死)를 건넌다 하더라도 법의 근본을 통달하지 못하거니와 보살 대승(大乘)은 마치 흰 코끼리와 같아서 삼계의 12연기(緣起)를 해설하여 드날리고 그것의 본래 없음[本無]을 분명히 알면서 온갖 것을 구호하여 제도를 입지 않는 것이 없습니다.”
겨울의 한창 추위를 지나고 봄이 끝나는 초여름에, 나무에는 꽃이 만발하기 시작하고 춥지도 덥지도 않은 알맞은 때가 되어 비수(沸宿)가 내려가자마자 보살은 도솔천으로부터 입에 여섯 개의 어금니가 있는 흰 코끼리로 변화하고, 모든 감관이 고요히 안정하고 눈부신 광채를 발하며 햇빛을 따라 어머니의 태에 강신(降神)하여 오른쪽 겨드랑이로 나아갔다. 오른쪽에 처한 까닭은 행하신 일이 왼손이 아니셨기 때문이다.
왕후는 청결하고 묘하면서 편히 잠을 자다가 홀연히 깨어났는데 흰 코끼리왕이 태에 들어오자 몸과 마음이 편안하고 고요한 것이 마치 선(禪)에 이른 듯하였다.
『서응본기경(瑞應本起經)』에서 말하였다.
“보살이 처음 내려올 때 변화하여 흰 코끼리를 타고 해의 정기[日之精]를 띠었다.”
『수행본기경(修行本紀經)』에서 말하였다.
“부인의 꿈에 어떤 이가 공중에서 흰 코끼리를 타고 광명을 천하에 비추면서 무우수(無憂樹)로 나아갔다.”
『대화엄경(大花嚴經)』에서는 말하였다.
“보살이 도솔천으로부터 강신하여 내려올 때에 이 숲 속에는 열 가지 상서로운 징조가 있었다. 첫째는 갑자기 매우 넓어졌고, 둘째는 흙과 돌이 변하여 금강(金剛)이 되었으며, 셋째는 보배 나무[寶樹]가 줄지어 섰고, 넷째는 침수향(沈水香)ㆍ말향(末香) 등 갖가지로 장엄하였으며, 다섯째는 화만(華鬘)이 가득 찼고, 여섯째는 보배로운 물[寶水]이 흘러나왔으며, 일곱째는 못에서 부용(芙蓉)이 올라왔고, 여덟째는 천ㆍ용ㆍ야차 등이 합장하고 섰으며, 아홉째는 천녀(天女)들이 합장하여 공경하였고, 열째는 시방의 모든 부처님께서 배꼽으로부터 광명을 놓아 그 숲을 두루 비추어 부처님께서 태어나실 것을 나타내었다.”
곧 시녀(侍女)를 보내어 백정왕에게 아뢰자, 왕은 듣고 뛸 듯이 기뻐하면서 무우수로 나아가 생각하였다.
‘어떠한 집에 묘후(妙后)를 안존하게 할까?’
그때 제석천과 화자재천(化自在天)이 각각 하늘 궁전으로 올라가서 꽃과 향과 기악(妓樂)이며 기이한 음식으로 묘후에게 공양하였다. 묘후는 몸이 가뿐하고 부드러우며 3독(毒)을 생각하지 않았으므로 모든 병든 이들과 몸과 마음에 질환이 있는 이들이, 보살의 어머니에게 그들의 머리를 손으로 만져 주기를 청하자 모든 병이 다 나았다.
보살은 태(胎)에 있는 열 달 동안에 36재(載)의 모든 하늘과 백성들을 깨닫게 가르쳐 주었고 성문과 모든 대승을 서게 하였다.
보살은 해산에 임박하여 먼저 서른두 가지의 상서로운 조짐을 나타내었으니 첫째는 뒷뜰의 나무들에 저절로 열매가 달렸고, 둘째는 육지에 푸른 연꽃이 피어났는데 크기가 수레바퀴만 하였으며, 셋째는 마른 나무에 꽃과 잎이 났고, 넷째는 천신(天神)이 칠보로 된 번쩍이는 보주로 된 수레를 끌고 이르렀으며, 다섯째는 땅 속의 보배 창고가 저절로 나왔고, 여섯째는 이름난 향의 좋은 냄새가 멀고 가까운 곳에 두루 퍼졌으며, 일곱째는 설산(雪山)에 있는 5백 마리의 사자들이 성문(城門)에 줄을 지어 벌여 섰고, 여덟째는 흰 코끼리 새끼들이 궁전 앞에 벌여 섰으며, 아홉째는 하늘은 네 면에 윤택하고 향기로운 가는 비를 내렸고, 열째는 궁중에 저절로 온갖 맛있는 음식이 나와서 모든 굶주린 이들을 구제하였다. 모두 서른두 가지의 상서로운 징조글이 많으므로 다 싣지 않았으며 『서응본기』와 『수행본기』의 내용이 모두 동일하다.로 지경의 주위에서는 전에 없던 일이라고 찬탄하였다.
왕후는 해산하려고 원관(園觀)에 들어가기 위하여 운모(雲母)의 보배 수레를 장엄하고 채녀(婇女)들에게 에워싸여 연비(憐鞞)나무 아래로 나가서 놀았다. 왕후가 사자상(師子床)에 앉자마자 삼천국토가 여섯 번 진동하였으며 삼천국토의 사천왕(四天王)은 왕후의 수레를 끌고 범천은 앞에서 인도하였다. 나무 아래에 이르자 나무는 곧 가지를 굽혀 스스로 왕후에게 귀복하였으며 모든 하늘들은 다 함께 꽃을 뿌렸으니, 그때에 보살이 오른쪽 겨드랑이로부터 탄생하셨다.
『불소행찬(佛所行讚)』에서 말하였다.
“우류왕(優留王)은 넓적다리로부터 출생하였고, 비투왕(卑偸王)은 손으로부터 출생하였으며, 만타왕(曼陀王)은 정수리로부터 출생하였고, 가차왕(伽叉王)은 겨드랑이로부터 출생하였는데 보살도 역시 그와 같이 오른쪽 겨드랑이로부터 탄생하셨다.”
『대선권경(大善權經)』에서 말하였다.
“보살은 뜻을 일으켜서 도솔천으로부터 포태(胞胎)를 경유하지 않고도 잠깐 사이에 최정각(最正覺)을 이룰 수 있었으나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은 오게 된 것이 변화로 되었다고 사람들이 이렇게 의심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이다. 만일 의심을 품게 되면 법을 듣고 지니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태에 처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뭇 사람들은 마땅히 ‘왕후가 보살을 낳으면 반드시 괴로움과 질환이 있으리라’고 말할 것이므로 안온함을 나타내기 위해, 모후가 나뭇가지를 붙잡자마자 보살이 탄생하시게 된 것이니, 이것이 바로 보살의 매우 묘한 방편인 것이다.”
갑자기 몸을 나타내어 보배 연꽃에 머물렀고, 땅에 내려와 일곱 걸음을 걸어가서 범음(梵音)으로 선언하였다.
“천상(天上)과 천하(天下)에서 사람과 하늘의 높은 이이니라.”
『대선권경』에서 말하였다.
“보살이 땅을 걸어간 것이 일곱 걸음이요, 다시 여덟 걸음이 아닌 것은 바로 이것이 보살[正士]의 7각의(覺意)로서 깨달음과 깨닫지 못함에 상응한 것이며, 손을 들어서 ‘내가 만일 세간에서 이것을 나타내지 않는다면 저마다 스스로 높은 체하는 외도(外道)와 범지(梵志)가 반드시 악취(惡趣)에 떨어지게 된다’고 말한 것은 훌륭한 방편인 것이다.”
제석천과 범천은 여러 가지 이름난 향을 비처럼 뿌렸고, 아홉 마리의 용(龍)은 위에서 향수(香水)를 뿌려 보살을 목욕시켰다.
『서응본기(瑞應本紀)』에서 말하였다.
“제석과 범왕은 밑에서 모시고 사천왕은 받아서 금 책상 위에 놓았다.”
『수행본기(修行本紀)』에서 말하였다.
“용왕의 형제들은 왼쪽에서는 따뜻한 물을 뿌리고 오른쪽에서는 찬물을 뿌렸으며 제석ㆍ범천은 하늘의 옷으로 그를 감쌌고 5백 개의 묻힌 보배 창고가 한꺼번에 튀어나왔으며 바다에 가서 이익을 일으킨 이가 일시에 모여들었고, 범지와 관상쟁이들은 널리 만세(萬歲)를 부르면서 곧 태자에게 실달(悉達)이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한자(漢字)로는 재길(財吉)이다.”
5천의 청의(靑衣)가 저마다 역사(力士)를 낳았고 흰 말은 빛깔이 눈과 같은 망아지를 낳았으며 누런 양(羊)은 새끼양을 낳았고 5천의 옥녀(玉女)들이 모두 와서 호위하였다.
『수행본기(修行本紀)』에서 말하였다.
“나라 안의 8만 4천의 장자(長子)는 모두가 사내아이를 낳았고 마구간의 8만 4천의 말은 망아지를 낳았는데, 그 중의 한 마리는 특이하게 털이 순 흰색이었고 갈기에는 구슬을 꿰어 달고 있었다. 그 때문에 건특(蹇特)이라고 이름을 붙였고, 종[奴]은 천특(闡特)이라고 하였다.”
『서응본기(瑞應本紀)』에서 말하였다.
“종은 차닉(車匿)이라 하고, 말은 건척(健陟)이라 하였다.”
보살이 탄생한 지 7일 뒤에 그 어머님이 돌아가셨다. 그것은 본래의 수명이 그러했기 때문이다. 보살은 그것을 관찰하시고 어머니가 돌아가실 때가 임박한 것으로 인하여 내려와서 태어나신 것이다.
보살을 임신하셨을 때 모든 하늘들이 공경하여 이미 하늘의 음식을 드셨으므로 세간의 공양은 달지 않았으니 본래의 복(福)이 마땅히 그러하였다.
과거ㆍ미래ㆍ현재의 부처님들 모두 그와 같았으니 그 어머니는 7일 만에 목숨을 마치고 마땅히 도리천(忉利天) 위의 공조(功祚)를 받으셔야 했으며 그 하늘에 오르자마자 5만의 범천(梵天)이 저마다 보배 병[寶甁]을 들고 2만의 악마의 아내[魔妻]들은 손에 보배 실[寶縷]을 가지고 보살의 어머니를 모셨다.
『서응본기』에서 말하였다.
“보살은 본래 어머니의 덕(德)이 자신의 예(禮)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어머니가 목숨을 마치려고 할 때에 그로부터 태어나신 것이다.”
『장아함경(長阿含經)』에서 말하였다.
“비바시불(毘婆尸佛)께서 어머니의 태에 강신하실 때에도 오로지 한 곳에만 마음을 써서 산란하지 않았으며 안락하고 두려움이 없다가 몸이 쓰러져 목숨을 마치고는 도리천에 나셨으니, 이것이 바로 일정한 법칙인 것이다.”
『대선권경(大善權經)』에서는 말하였다.
“보살이 태어난 지 7일 만에 그 어머니는 돌아가셨지만 그 복은 마땅히 하늘에 오르셔야 했으니 보살의 허물이 아니다. 미리 도솔천에 있을 때 어머니 마야(摩耶)왕후가 운명할 날이 10개월 7일의 기한이 남아 있음을 관찰하고는 일부러 신통변화로 내려오신 것이니, 이것은 바로 보살의 매우 묘하신 방편이다.”
혹 어떤 이는 태자의 나이가 어린데 누가 양육하겠느냐고 말하겠지만 오직 대애도(大愛道)라면 장대(長大)하게 키울 수 있었던 것이다. 대애도는 태자의 이모(姨母)이며 청정하면서 남편이 없었으므로 그때 백정왕(白淨王)은 대애도에게로 나아가서 젖을 먹여 키우도록 하였으며 마침 대애도는 그것을 허락하였다.
여러 석씨들이 아뢰었다.
“듣고 보니 설산에 아이두(阿夷頭)라는 선범지(仙梵志)가 있는데 늙어서 덕망과 경험이 풍부하고 아는 것도 많으며 관상법을 밝게 안다고 합니다.”
왕은 크게 기뻐하여 흰 코끼리를 장엄하게 차리고 아이두에게로 나아갔다. 도인(道人)이 비단보를 헤치고 태자의 상(相)을 보니 32상(相)으로 몸은 금빛이요 정수리에 살상투가 있으며 그 머리카락은 감청색(紺靑色)이요 눈썹 사이에는 백호(白毫)가 있었다. 목에서는 햇빛을 내고 눈은 번쩍거리는 감청색으로 위아래로 동시에 깜박거리고 입에는 마흔 개의 이가 희면서 가지런히 나 있었다. 펑퍼짐한 뺨과 넓고 긴 혀를 가지고 있으며 일곱 부분이 두둑하게 올라와 있고 사자의 가슴에 몸은 네모지면서 반듯하였다. 팔과 손가락이 길고 발꿈치가 두둑하면서 편편하며 손가락을 안팎으로 쥘 수 있고 손가락 사이에 물갈퀴[網縵]가 있으며 발에는 천 개의 바퀴살 모양의 잔금이 있었다. 남근이 말의 것과 같으며 사슴의 장딴지와 같고 쇄골은 갈고리와 같았다. 털은 오른편으로 말렸는데 낱낱이 구멍에 한 개의 털이 났으며 피부의 털은 가늘면서 부드럽고 먼지와 물이 묻지 않으며 가슴에 만자(萬字)가 있는 것을 보았다.『서응본기(瑞應本紀)』와 모두 동일하다.
아이(阿夷)는 이것을 보고 더욱 찬탄하다가 눈물을 흘리면서 슬퍼하며 말을 하지 못하였으므로 왕은 당황하고 두려워하면서 물었다.
“길상하지 않습니까? 원컨대 그 의미를 말씀해 주십시오.”
손을 들어 올리면서 대답하였다.
“길상하며 이롭지 않음이 없습니다. 대왕께서 이런 신인(神人)을 낳으신 것을 경하드립니다. 어제 천지가 진동한 것이 바로 이 때문이었군요. 나의 관상법[相法] 가운데서는 왕이 아들을 낳아 32상이 있으면 나라에 처해서는 마땅히 전륜성왕이 되어 칠보(七寶)가 저절로 이르게 되고, 만일 나라를 버리고 출가하게 되면 저절로 부처가 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슬퍼하는 것은 저의 나이가 이미 늙어 내세[後世]로 나아가야 되므로 부처님께서 나오시는 것을 보지 못하게 되었으니 그 때문에 스스로 슬퍼할 뿐입니다.”
왕은 그가 관상을 잘하는 것을 깊이 알고 그를 위하여 삼시전(三時殿)을 지어 놓고 단정하면서 재능이 교묘한 5백의 기녀(妓女)들을 골라 취하여 서로 번갈아 자면서 보살피게 하였다.
왕은 대애도에게 알려서 태자를 옹호하여 천사(天祠)에 데리고 갔다. 태자는 앉아서 금방 방긋이 웃으며 얼굴에 기쁨을 띠었고 천사에 들어가자 모든 천신들의 형상은 저마다 본래 있던 자리를 버리고 보살의 발에 예배하였다.
태자의 나이 7세가 되었을 때 여러 석씨가 길을 따르는 가운데 양이 끄는 수레를 타고 서사(書師)에게로 데리고 나아갔는데 스승의 이름은 선우(選友)였다. 보살이 손에 금으로 된 붓을 잡고 전단(栴檀)에 예서(隸書)를 쓰니 책상이 명주(明珠)로 변하였다. 스승인 선우에게 물었다.
“지금 선생님께서는 어떠한 글을 가르치십니까?”
그 스승은 대답하였다.
“범(梵)과 거류(佉留)를 가지고 가르칠 뿐입니다.”
보살은 대답하였다.
“범(梵)과 거류(佉留)에는 64종이 있는데 지금 선생님께서는 어찌하여 정작 두 가지만을 말씀하십니까?”
스승이 물었다.
“그 이름은 모두 어떤 것들입니까?”
대답하였다.
“범서(梵書)ㆍ거류서(佉留書)ㆍ호중서(護衆書)ㆍ질견서(疾堅書)ㆍ용귀서(龍鬼書)ㆍ건답화서(犍沓和書)ㆍ아수륜서(阿須倫書)ㆍ녹륜서(鹿輪書)ㆍ천복서(天腹書)ㆍ전수서(轉數書)ㆍ전안서(轉眼書)ㆍ관공서(觀空書)ㆍ섭취서(攝取書)글이 많으므로 모두 다 기재하지 않는다.입니다. 이 64종 가운데서 어느 글을 가르치고 싶습니까?”
그때 스승은 기뻐하면서 게송으로 보살을 찬탄하고 모든 동자들을 위하여 낱낱의 모든 글자의 본말(本末)을 분별하고는 위없이 바르고 참된 도(道)의 생각을 일으키도록 권하였다.
『서응본기(瑞應本紀)』에서 말하였다.
“그때는 성인이 가신 지 오래되어 극이 없어지고 두어 글자뿐이었으므로 그것을 스승에게 물었는데 스승은 통달하지 못하고 도리어 그의 뜻을 되물었다.”
그때 모든 역사(力士)와 석가 종족의 장자(長者)들이 백정왕에게 아뢰었다.
“만일 태자가 부처님이 되신다면 성왕(聖王)의 종자는 끊어질 것입니다.”
왕은 말하였다.
“어느 곳의 왕녀를 태자의 비(妃)로 삼아야겠소?”
보살은 마음속으로 생각하기를, ‘나는 욕심을 내지 않으면서 도솔천을 버리고 왔으나 좋은 방편(方便)으로써 이제 그것을 시험해 보아야겠다’고 하였다. 그리고는 으뜸가는 공장(工匠)으로 하여금 묘한 금상(金像)을 세워서 다음과 같이 문자를 쓰게 하였다.
“여인의 덕의(德義)가 내가 새긴 바와 같다면 장가들겠다.”
그때 백정왕은 오른편 범지(梵志)에게 말하였다.
“가이위국(迦夷衛國)으로 가서 두루 살펴보도록 하라.”
범지는 두루 돌아다니다가 깨끗하기는 마치 연꽃과 같으며 옥녀보(玉女寶)와도 같은 한 옥녀(玉女)를 보았다.
왕이 그 여인에 대하여 묻자 범지는 대답하였다.
“집장석종(執杖釋種)입니다.”
왕이 말하였다.
“혹시 뜻에 맞지 않을 수도 있으므로 스스로 선택하게 하리라.”
나위(羅衛)의 좋은 여인들을 불러서 그의 강당(講堂)에 모이게 하였다.
그때 석녀(釋女) 구이(俱夷)가 보살의 처소에 이르러 보살을 자세히 보면서도 일찍이 눈을 깜박거리지 않았으므로 보살은 기뻐 웃으면서 보영(寶英)을 가져다 구이에게 건네자 구이는 말하였다.
“저는 보배를 탐내지 않으니, 마땅히 공덕(功德)으로 장엄해야 합니다.”
왕은 범지를 보내어 이 여인에게 중매하도록 하자 집장석(執杖釋)이 말하였다.
“우리들 본래 성씨는 재주[藝術]가 있는 자라야 그에게 시집보냅니다.”
왕은 보살에게 물었다.
“재주[術]를 보여 줄 수 있겠느냐?”
보살은 말하였다.
“나타낼 수 있습니다.”
왕은 나라 안에 두루 칙명을 내려 종을 치고 북을 두드리게 하고는 말하였다.
“지금부터 7일 뒤에 태자가 재주를 보일 것이니, 재주가 있는 이들은 모두 와서 모여라. 이긴 자에게는 석녀(釋女)를 주리라.”
이리하여 조달(調達)은 오른손으로 코끼리를 끌어다가 왼손으로 때려 죽였다. 난타(難陀)는 성문을 나와 곧 그 코끼리를 끌어다 길 옆에 옮겨 놓았는데 보살이 성에서 나와 말하였다.
“이 코끼리의 몸에서 나는 심한 악취가 성안에 풍기는구나.”
곧 오른쪽 손바닥으로 붙잡아 성 밖에 던져 놓았다.
그때 대신 염광(炎光)이 산술(算術)에 제일이어서 산술을 말해 보았으나 그 역시 미칠 수 없었다. 수목과 약초며 많은 물의 물방울 수효까지도 낱낱이 알고 있었고, 저포(樗蒲)3)ㆍ육박(六博)ㆍ천문(天文)ㆍ지리(地理)며 8만의 기이한 기술까지 모두 외어 알았지만 보살에게는 미치지 못하였다.
조달과 난타가 일부러 손으로 치려 하자 보살은 그들을 가엾게 여기어 조달의 몸을 공중으로 들어 올려 세 번 세차게 돌렸으나 몸은 아프지 않게 하였다.
왕과 석종은 또한 활쏘기를 시험하려 하였다. 조달은 40리(里) 밖에 북을 세웠고 난타는 60리 밖에 북을 세웠으며 보살은 백 리 밖에 북을 세워 놓았다. 조달은 40리 밖의 북을 쏘아 맞혔지만 그 이상 더 지나갈 수 없었고, 난타는 60리 밖의 북을 쏘아 맞혔지만 더는 초월할 수 없었으며, 보살은 활을 당기자 활이 곧 끊어졌으므로 물었다.
“제가 사용할 만한 다른 활이 있습니까?”
왕이 말하였다.
“내 조부(祖父)가 쓰시던 활은 기이하며 비교할 데 없는데 사용할 수 있는 이가 없었으므로 천사(天寺)에 놓아 두었다. 이제 곧 가져 오너라.”
많은 석종 가운데에는 그 활을 펼 수 있는 이가 없었는데 보살이 손으로 눌러 펴서 활을 당기자 그 소리가 온 성안에 들렸다. 화살을 꽂아 쏘자 화살은 백 리 밖의 북을 맞히고는 땅 속으로 들어가 샘물이 솟구쳐 저절로 나왔고 그대로 철위산(鐵圍山)을 맞혀 삼천국토들이 여섯 가지로 진동하였다. 모든 석종들은 예전에 없던 일이라고 괴이하게 여겼다.
그때 집장석종은 딸 구이를 보살의 비(妃)로 삼았으므로 세간의 습속(習俗)에 따라 서로 재미있게 즐기게 되었다.
『수행본기(修行本紀)』에서 말하였다.
“태자의 나이 열일곱 살이 되었다. 왕은 그를 위해 이름 있는 여인을 간택하려 하였으나 뜻에 맞는 이가 없었다. 수파불(須波弗)한자(漢子)로는 선각(善覺)이다.이라는 작은 나라의 왕에게 이름이 구이(裘夷)라는 딸이 있었는데 단정하게 생기고 비교할 데가 없었으므로 여덟 나라에서 청혼하였으나 모두 허락하지 않았다. 백정왕이 그를 불러서 말하였다.
‘나는 태자를 경(卿)의 딸에게 장가들이고 싶소.’
선각은 걱정하면서 생각하였다.
≺만일 허락하지 않으면 주벌(誅伐) 당할까 두려워 허락한다. 다른 나라와는 원수를 맺게 되겠구나.≻
그리고는 딸의 말을 백정왕에게 전하였다.
‘나라 안에서 용감하고 굳세며 기술이 가장 뛰어난 이에게 가겠습니다.’
그러자 왕은 여러 신하들에게 칙명을 내려 모두 다 놀이터[戱場]로 나오게 하였다. 태자는 코끼리를 들어 올려 던졌고 활을 쏘아 철위산을 맞혔으므로 선각은 딸을 태자궁(太子宮)으로 나아가게 하였다.”
『서응본기(瑞應本紀)』에서 말하였다.
“태자의 나이 17세가 되자 왕은 비(妃)를 맞아들이기 위하여 수천 명 가운데 고르다가 최후에 구이(裘夷)라는 한 여인이 남게 되었다. 그녀는 단정하기가 제일이었고 예의(禮義)를 모두 갖추었으니, 바로 전생에 꽃을 판 여인이었다.
태자가 비록 맞아들인 지 오래되었으나 접촉하지 않자 부인의 정(情)으로 가까이 다가오려 하였으므로 태자는 말하였다.
‘언제나 좋은 꽃을 얻어다 우리 둘의 사이에 놓아두시오. 함께 그것을 보고 있으면 어찌 좋지 않겠습니까?’
구이는 곧 좋은 꽃을 갖추어 놓고 다시 그를 가까이하려 하였는데 태자가 말하였다.
‘이 꽃을 가져다 버리시오. 즙(汁)이 상석(床席)을 더럽히는구려.’
오래 뒤에 다시 말하였다.
‘좋고 흰 겹옷을 얻어 우리의 사이에 놓아두어 두 사람이 그것을 살펴보면 또한 좋지 않겠습니까?’
부인이 곧 옷을 갖추어 놓고는 다시 가까이하려는 뜻이 있자, 태자는 말하였다.
‘물러나시오. 사람에게는 더러운 때[垢]가 있으므로 반드시 이 옷을 더럽힐 것이오.’
부인이 감히 가까이하지 못하자 시녀들은 모두가 의심하여 고자[不能男]라고 여겼으므로 태자는 손으로 비의 배를 가리키면서 말하였다.
‘이로부터 6년 뒤에 그대는 사내아이를 낳을 것이오.’
마침내 태기가 있게 되었다.”
『대선권경(大善權經)』에서 말하였다.
“보살이면서 장가들어 아내를 두었고 욕심이 없으면서도 아내와 자식을 나타내 보이려고 하신 것은 무엇 때문인가? 사람들이 보살은 남자가 아니라 바로 고자[黃門]인데도 일부러 구이(瞿夷) 석씨의 여인을 맞아들였다고 의심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또 나운(羅云)은 하늘에서 변화로 사라져 화생(化生)한 것이요, 부모의 합회(合會)로 말미암아 태어난 것이 아니라 보살 본래의 서원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그때에 백정왕은 생각하였다.
‘태자는 욕심 없이 놀러 다니며 구경하려 하니 칙명으로 도로를 엄히 다스려서 깨끗하지 못한 것이나 뜻에 맞지 않는 것이 보이지 않도록 해야겠구나.’
마침 태자는 동쪽의 성문으로 나갔는데 보살의 위신(威神)으로 이룩한 것이었고 모든 하늘이 노인으로 변화하였다. 머리가 희고 이가 빠졌으며 눈이 멀고 귀가 어두웠는데 지팡이를 짚고 구부정하게 걸어갔다. 보살은 알면서도 물었다.
“이것은 어떠한 사람이냐?”
곁에서 모시는 이가 말하였다.
“이런 이를 늙은이라고 합니다.”
보살은 말하였다.
“사람의 목숨이 빠른 것은 마치 산에서 물이 흘러내리는 것 같아서 다시 되돌리기 어렵다. 유독 이 사람만이 아니라 천하 사람 모두가 그러하도다.”
곧 수레를 돌려 다시 궁중으로 들어가 시방을 가엾게 여겼다.
보살은 뒤에 다시 남쪽 성문으로 나갔는데 길에 병든 사람이 배에는 물이 찼고 몸은 파리하여 길 옆에 누워 있는 것을 보고 묻자 곁에서 모시는 이가 말하였다.
“이런 이를 병든 사람이라고 하며, 목숨이 경각에 달려 있어 남은 수명이 마치 머리카락과 같습니다.”
보살은 말하였다.
“만물은 덧없는 것이어서 몸이 있으면 괴로움이 있는 것이니, 나도 역시 그러하리라.”
곧 궁중으로 되돌아갔다.
뒤에 다시 다니며 구경하려고 서쪽 성문으로 나갔는데 한 사람은 죽었고 온 집안 사람이 그를 에워싸며 눈물을 닦으며 슬피 소리 높여 우는 것을 보고 물었다.
“이것은 어떠한 사람이냐?”
곁에서 모시는 이가 말하였다.
“이것은 바로 죽은 사람입니다. 사람이 태어나서 죽음이 있는 것은 마치 봄이 있으면 겨울이 오는 것과 같습니다. 사람이나 물건이나 모두 마찬가지여서 생겨나면 없어지지 않는 것이 없습니다.”
보살은 말하였다.
“대개 죽음이란 애통한 것이지만 정신은 존재한다. 내가 죽은 이를 보니 형상은 무너지고 몸은 변화하였으나 그 정신은 없어지지 않도다. 나는 다시는 죽음으로써 생(生)을 받아 5도(道)를 오가면서 나의 정신을 괴롭히지 않으리라.”
수레를 되돌려 돌아갔다.
다시 다른 날에 북쪽 성문으로 나갔다가 한 사문(沙門)이 의복을 단정히 하고 손에는 법기(法器)를 들고 있는 것을 보고 보살은 물었다.
“이분은 어떠한 사람인가?”
곁에서 모시는 이가 대답하였다.
“이런 분을 비구(比丘)라고 합니다. 정욕(情慾)을 버리어 더럽히기 어려운 것이 마치 허공과 같으며 온갖 사물에 마음이 인자하며 시방을 제도하고자 합니다.”
보살은 말하였다.
“좋구나. 오직 이것만이 유쾌한 일이로다. 이것이 바로 내가 바라는 것이다.”
보살은 생각하였다.
‘내가 왕에게 하직하지 않고 집을 떠나게 되면 이는 합당하지 못한 일이다.’
바로 그 날 고요한 밤에 왕이 계신 궁전으로 들어가서 빛을 멀고 가까운 곳에 비추자 부왕이 깨어났으므로 부왕에게 아뢰었다.
“모든 하늘들이 권하고 돕습니다. 이제 출가하여야겠습니다.”
부왕은 슬피 울면서 말하였다.
“뜻하여 원한 바가 무엇이냐? 언제 돌아올 것이냐?”
보살이 말하였다.
“네 가지의 원(願)을 이루고자 합니다. 첫째는 늙지 않는 것이요, 둘째는 병이 없는 것이며, 셋째는 죽지 않는 것이요, 넷째는 이별하지 않는 것입니다. 가령 부왕께서 이 네 가지의 소원을 이루어 주신다면 다시는 출가하지 않겠습니다.”
왕은 듣고 거듭 슬퍼하면서 말하였다.
“그 네 가지의 원은 예나 지금이나 이룬 이가 없다.”
다음날 아침에 5백 명의 용감하고 세력이 있는 석씨들에게 명하여 보살과 함께 지내면서 호위하게 하였으며 네 개의 성문을 여닫는 소리가 40리까지 들리게 하였다.『서응본기(瑞應本紀)』에서 말하기를, “구이(裘夷)는 마음에 그가 떠나게 될까 의심하여 앉으나 서나 그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고 하였다.
그때 보살이 밤에 기녀들을 살펴보니 온갖 뼈마디의 속이 텅 빈 것이 마치 파초(芭蕉)와 같았으며 콧물이 나오고 눈물을 흘린 데다 악기는 이리저리 흩어져 있었다.
그의 아내를 돌아보고 자세히 그 형체를 보니 몸 속에는 뇌와 골수와 해골이며 염통ㆍ폐ㆍ장ㆍ위가 있고 바깥은 바로 가죽 주머니이며, 그 속에는 악취가 나는 것이 있으며 그나마도 임시 빌린 것으로 되돌려 줄 날도 오래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삼계에서는 의지할 것이 없고 믿을 수 있는 것은 오직 도(道)뿐이었다.
욕계(欲界)의 모든 하늘들은 공중에 머물러 있었는데 법행 천자(法行天子)가 멀리서 보살에게 아뢰었다.
“내가 이미 이르렀습니다.”
마침 비성(沸星)이 나타나자, 곧 차닉(車匿)에게 명하였다.
“일어나서 건척(揵陟)에 안장을 얹어 데려오너라.”
이 말을 하자마자 사천왕(四天王)과 수없는 야차며 용들은 모두 갑옷을 입고 사방으로부터 와서 보살에게 머리를 조아렸다. 성안의 남녀들은 모두 지쳐서 깊이 잠들어 있었고 공작새며 여러 새들조차도 곤히 잠들어 있었다.
『수행본기(修行本紀)』에서 말하였다.
“모든 하늘들이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태자가 떠나려는 차에 망설일까 두렵구나.’
한자(漢字)로는 그 이름이 염신(厭神)인 오소만(烏蘇慢)이 마침 왔으므로 불러서 궁전의 주위나 안에 있는 사람들을 미리 잠재우게 하였다.”
차닉은 거듭 슬퍼하면서 말하였다.
“문이 닫혀 있는데 누가 자물쇠를 열어야 하는가?”
귀신과 아수륜(阿須倫)들이 스스로 문을 열었으며, 4신(神)은 말의 발을 받쳤고 제석천은 앞에서 인도하며 크고 맑은 빛을 내면서 부처나무[佛樹]로 데려갔다.
구이(俱夷)는 다음날 아침 잠에서 일어나자 땅에다 자신의 몸을 던지고 외쳤다.
“이제 나를 버리고 떠나갔구나. 어디로 갔단 말인가?”
『서응본기(瑞應本紀)』에서 말하였다.
“왕이 스스로 들 위에 이르러 멀리서 태자를 보았는데 나무가 그를 위하여 가지를 굽히면서 그의 몸을 따라 그늘지게 하였으므로 왕은 떨면서 잠에서 깨어나듯 놀라서 모르는 사이에 말에서 내려와 예배하였다.
태자는 절하여 예를 갖추어 말하였다.
‘이제야 한 번 여기에 이르렀는데 대왕께서는 어째서 오셨습니까? 도(道)를 얻으면 돌아가겠습니다. 이 맹세를 잊지 않겠습니다.’”
보살은 값진 옷[寶衣]을 벗어 차닉에게 맡기면서 돌아가 부왕과 야수다라[舍夷]에게 “만일 정각(正覺)을 이루면 다시 돌아오겠습니다”라고 아뢰도록 하였다.
차닉은 비 오듯 눈물을 흘렸고 백마(白馬)는 땅에 무릎을 꿇고 보살의 발을 핥았다.
왕은 옷과 차닉과 백마만이 돌아오고 태자가 보이지 않으므로 자신의 몸을 땅에 내던지면서 말하였다.
“나의 아들은 이제 어디로 갔단 말이냐?”
구이는 슬퍼하면서 백마의 목을 껴안고 말하였다.
“태자는 너를 타고 갔는데 어째서 홀로 돌아왔느냐?”
왕은 보살에 대한 생각이 마음에서 도저히 떠나지 않았으므로 널리 대신을 불러 말하였다.
“경(卿)들은 맏아들[長子]이 낳은 손자를 안고 함께 즐기겠지요? 나는 아들이 하나뿐이었는데 이별하고 산으로 들어가 버렸소. 경들의 자제 다섯 사람을 선택하여 뒤쫓아 가서 모시도록 하시오. 만일 중도에 돌아온다면 도리어 그 집의 가족을 멸할 것이오.”
다섯 사람은 그를 뒤쫓아 갔지만 미칠 수 없자, 마음속으로 생각하였다.
‘그는 바로 달아난 사람[逸人]으로, 가면서 길을 고르지 않을텐데 어떻게 찾을 방법이 있겠는가? 돌아가면 가족을 없앤다고 하였으니 여기에 머물러 있는 것이 낫겠다.’
그렇게 머물게 되었는데 그곳은 단 열매와 맛있는 샘물 등이 있어 모자라는 것이 없었다.
보살이 생각하기를 ‘사문(沙門)이 되려면 산이나 물가로 가서 머물러야겠다’고 하자, 정지천왕(定止天王)이 그의 마음을 알아차리고 칼을 가지고 왔고 제석이 머리카락을 받아 곧 사문이 되었지만 육계가 있는 곳은 알지 못하였다.
『대선권경(大善權經)』에서 말하였다.
“보살 스스로 머리를 깎았고 모든 하늘ㆍ용ㆍ귀신들조차도 그의 정수리를 보는 이가 없었는데 하물며 그 머리카락을 치울 수 있었겠는가? 보살은 백정왕이 누가 아들의 머리를 깎았느냐고 원망하는 뜻을 일으킬 것이고 자신이 깎았다고 들으시면 잠자코 계시리라고 생각한 것이니, 이것이 바로 방편이다.”
보살은 니련(尼連)의 물가로 가서 고요하게 있으면서 조용히 사유(思惟)하기를 6년 동안 몹시 애쓰면서 고생함을 보이셨다. 하루에 한 톨의 깨와 한 알의 쌀을 먹으면서 가부좌하고 앉아서 기울어지지도 않았다. 큰 비가 오거나 우레 소리와 번개가 쳐도 겨울이나 여름이나 말없이 앉아 있을 뿐 일찍이 손을 들어 올려 자신을 막거나 가리지도 않았으므로 여러 사람들은 그를 이상하게 여기면서 풀과 나무를 가져다가 귀나 코를 쑤시기도 하였지만 역시 그 자리를 버리고 떠나지 않았다.
『서응본기』에서는 말하였다.
“보살은 짚을 가져다 땅에 깔고 합장하고 눈을 감고는 한마음으로 다음과 같이 맹세하였다.
‘저로 하여금 여기서 살과 뼈가 말라서 썩을지라도 부처가 되지 않으면 끝내 일어나지 않게 하소서.’
천신(天神)이 음식을 드렸지만 받지 않자 천신들은 그 주변에 저절로 깨와 쌀이 자라게 하여 날마다 한 톨의 깨와 한 알의 쌀을 먹게 하면서 그로써 정기(精氣)를 잇고 단정히 앉아 6년을 지내도록 하였다.”
『관불삼매경(觀佛三昧經)』에서 말하였다.
“도(道)의 나무 아래에 앉아서 형체는 바싹 말랐으나 오직 금빛 광명만은 더욱 드러났으며 뼈마디가 드러나 있고 반룡(槃龍)의 무늬를 잃었다.”
6년을 다 마친 뒤에 마음으로 생각하였다.
‘이제 수척해진 몸으로 부처나무[佛樹]에 나아가면 후세에 굶주려야 도(道)를 얻는 것이라고 비방하리니, 나는 차라리 부드러운 음식을 먹고 그 몸을 회복시키고 난 뒤에 성불(成佛)하여야겠다.’
그때 어느 장자의 딸이 시집을 가 사내아이를 낳았으므로 마음속으로 기뻐하면서 천 마리 소의 젖을 내어 조금씩 먹인 뒤에 그 마지막의 순수한 젖을 짜서 죽을 쑤어 수신(樹神)에 제사지내려 하였다. 여종을 보냈는데 부처님께서 앉아 계신 것을 보고 어느 신(神)인가를 몰랐으므로 돌아와서 여쭈었다.
“마님, 나무 아래에 신이 계셨는데 단정하고 아주 훌륭하셨습니다.”
그러자 여인은 기뻐하면서 가서 죽을 뜨려고 하는데 죽이 가마에서 한 길[丈] 남짓 튀어 올랐으므로 뜨지 못하였다. 여인은 몹시 이상하게 여겼는데 하늘이 허공에서 소리를 내어 말하였다.
“대보살께서는 이미 자리에서 일어나셨습니다. 그대는 본래 서원이 있으므로 먼저 그분이 잡수시어 정각(正覺)을 이루게 해야 합니다.”
여인은 하늘의 말을 듣고 젖죽[乳糜]을 떠서 금 발우에 가득 채워 니련의 물가로 갔다. 보살은 신통의 힘으로 흐르는 물에 들어가서 목욕하고 계셨으며 도솔 천자(兜率天子)가 하늘옷의 가사(袈裟)를 가져다 바쳤으므로 보살은 곧 받아서 입고 니련의 물가에 계셨다.
장자의 딸은 젖죽을 바치고 발 아래 머리를 조아렸다. 보살은 음식을 받아 드시자 기력이 충만해졌음을 아시고 부처나무로 나아가셨다.
길 오른편에 길상(吉祥)이라는 한 사람이 있었고, 또 생풀이 부드럽고 매끄러우며 어지럽지 않았으므로 보살은 길상에게로 나아가서 말하였다.
“나는 풀을 좀 얻고 싶습니다.”
풀을 얻어서 풀을 깔고 앉자마자 땅이 곧 크게 진동하였고 모든 하늘들은 8만의 부처나무와 사자좌(師子坐)를 변화로 만들어 놓았는데, 혹 어떤 부처나무는 높이가 8천 리나 되었고 혹은 4천 리가 되기도 하였다.
각각의 천자들은 ‘보살께서 내 자리 위에 앉으시고 다른 자리에는 앉지 않으셨으면’ 하고 생각하였고, 하열한 중생으로서 본래 박복한 이들은 보살의 몸이 풀 깔개 위에 앉아 계신 것만이 보였다.
보살은 앉은 뒤에 ‘악마 파순(波旬)이 가장 높고 뛰어나다고 헤아릴 것이므로 이제 나는 위없는 정각(正覺)을 이루어야겠다. 그 뒤에 감동시켜 항복하여 거두어 교화되기에 이르면 그때에는 삼계(三界)의 중생을 일으키리라’고 생각하고, 보살은 부처나무 아래에 앉으셨다.
『수태경(受胎經)』에서 말하였다.
“염부수(閻浮樹) 아래 앉아 38일 동안 나무를 관(觀)하면서 사유(思惟)하자 천지가 감동하여 여섯 가지로 진동하였고 큰 광명이 퍼지면서 악마의 궁전을 덮어 가렸다.』
그때 악마 파순은 누워 자다가 꿈속에서 서른두 가지의 변(變)을 보았으니 궁전이 어두워지고 궁전이 더러운 수렁이 되었으며 삿되고 좁은 길로 들어갔고 못물이 바짝 말랐으며 악기가 파괴되었고 야차와 염귀(厭鬼)의 머리가 모두 땅으로 떨어졌으며 모든 하늘들이 버리고 떠나면서 그의 명을 따르지 않는 것 등이었다.저 서른두 가지의 꿈은 글이 많으므로 모두 싣지 않는다.
꿈에서 깨어나자 두려워 털이 곤두섰으므로 대신과 모든 병사들을 불러모아 놓고 꿈에서 보았던 것을 설명하면서 물었다.
“어떠한 방편을 써야 그를 항복시키겠는가?”
아울러 천 명의 아들을 불렀는데 그 중 5백의 도사(導師) 등은 보살을 믿으며 좋아하였고, 5백의 악목(惡目) 등은 악마가 명한 것을 따랐다.
악마왕은 마음이 산란해져서 그 이름을 욕비(欲妃)라고 한 첫째와 이름을 열피(悅彼)라고 한 둘째와 이름을 쾌관(快觀)이라고 한 셋째와 이름을 견종(見從)이라고 한 넷째 딸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그곳으로 가서 그의 행을 어지럽게 만들어라.”
그러자 딸들은 보살에게로 나아가서 아름답게 꾸민 말을 하면서 자태를 지었으니 서른두 가지의 자태가 있었다. 입술을 우물거리기도 하고, 새색시처럼 눈을 가늘게 떠서 보기도 하며, 넓적다리를 드러내기도 하고, 손과 팔을 드러내기도 하며, 물오리ㆍ기러기ㆍ원앙새나 슬피 우는 난새[鸞]의 소리를 내기도 하였다.무릇 서른두 가지의 자태는 글이 많으므로 적지 않는다.
악마의 딸들은 여인으로서의 요술이나 미혹시키는 일을 잘 배웠으므로 스스로 말하였다.
“우리들은 나이가 한창때이며 천녀(天女)가 비록 단정하지만 우리보다 뛰어난 이는 없습니다. 새벽에는 일어나고 밤에는 누워 자면서 곁에서 공양하고 섬기게 하소서.”
보살은 대답하였다.
“너희는 전생에 지은 복이 있어서 하늘의 몸을 받기는 하였다. 형체는 비록 아름답다 하더라도 마음이 단정하지 못하다. 가죽 주머니에 악취를 담고 와서 어쩌겠다는 말이냐? 떠나가라. 나에게는 소용이 없느니라.”
그 악마왕의 딸들은 변화로 늙은 할미가 되게 하였으니 스스로 회복하지 못하자 곧 악마의 처소로 되돌아갔다.
『관불삼매경(觀佛三昧經)』에서 말하였다.
“악마의 세 딸 가운데 맏이의 이름을 열피(悅彼)라 하고, 가운데 딸의 이름을 희심(喜心)이라 하며, 막내딸의 이름을 다미(多媚)라 하였는데 그의 아버지에게 아뢰었다.
‘저희가 가서 어지럽힐 수 있습니다. 아버님께서는 근심하지 마십시오.’
곧 스스로 꾸미기를 마후(魔后)보다 백천만 배 뛰어나게 하였다.
곁눈질로 교태를 부리면서 여러 가지로 요염하게 아름다움을 나타내어 보살에게 공손히 예배하고 일곱 바퀴를 돌고는 아뢰었다.
‘태자께서 태어나실 때 만신(萬神)이 모셨습니다. 어찌하여 천자의 자리를 버리고 이 나무 아래로 오셨습니까? 우리는 바로 천녀(天女)로서 6천(天)에서는 짝할 이가 없습니다. 이제 미미한 몸이나마 태자께 바쳐 올립니다. 저희들은 몸을 잘 조절하고 안마에도 능하므로 이제 친하여 가까이하고 싶습니다. 나무에 앉아 계시느라 몸도 피로하실테니 누워 쉬면서 감로(甘露)를 드셔야 합니다.’
곧 보배 그릇에 하늘의 온갖 맛있는 것을 바쳤는데 태자는 고요하게 몸과 마음이 움직이지 않으면서 백호(白毫)로 하늘의 세 딸로 하여금 스스로 몸의 살이 고름의 주머니요 눈물과 침이 나오는 아홉 구멍이 있고 감관의 근본인 생장(生藏)과 숙장(熟藏)이 서리서리 서렸으며, 튀어나오는 모든 벌레들은 8천 개의 문이 있어 소장(小腸)으로 달려 들어가 입을 벌리고 위를 향하여 모든 장(藏)을 뜯어먹으며, 골수와 혈맥에서 생긴 벌레는 가을날의 터럭보다 가늘어 그 수효가 아주 많은 것을 보게 하였다.
그 여인들은 이런 것을 보고 곧 구역질을 하였고 스스로 몸을 내려다보니 왼쪽에는 뱀의 머리가 생기고 오른쪽에는 여우 머리가 생겼으며 중간에는 개의 머리가 생겼으며 등에는 늙은 할미를 업고 죽은 어린아이를 껴안고 있으므로, 모든 여인들은 놀라 울부짖으면서 물러갔다. 그러다 머리를 숙여 배꼽을 보니 스스로 여인의 형상으로는 누추하고 더러운데다 다시 모든 벌레가 있어 마치 팔찌 모양 같은 것이 뭉치가 되어 서로 맞붙어 있으면서 여러 개의 입이 있었고 그 입에는 다섯 가지 독(毒)을 뿜으면서 여근(女根)을 뜯어먹고 있었다.
모든 여인들은 그것을 보고 마음으로 몹시 괴로워하여 마치 화살이 염통을 꿰뚫은 것 같았으므로 배를 땅에 대고 기어서 떠나갔다.
한탄하는 소리를 내고 한숨을 쉬면서 악마왕의 앞에 이르자, 악마는 독기가 더욱 성하여 4부(部)의 18억 대중을 불러서 변화로 사자ㆍ곰ㆍ말곰ㆍ원숭이의 형상이 되게 하고, 혹은 벌레의 머리에 사람 몸뚱이를 하고 살무사의 몸이 되게 하여 산을 짊어지고 불을 토해 내며 우레와 번개를 사방에서 일면서 창을 가지고 덤비게 하였으나, 보살은 인자한 마음으로 한 털끝조차 움직이지 않으면서 빛나는 얼굴이 더욱 좋아졌으므로 귀신 병사들은 가까이할 수조차 없었다.”
『관불삼매경』에서 말하였다.
“악마왕은 몹시 성을 내면서 6천(天)과 모든 8부(部)에게 두루 명하여 구담(瞿曇)에게 가도록 하였다. 이때 모든 귀신들은 마치 구름처럼 나아갔는데 혹 어떤 귀신들은 머리는 소의 머리와 같고 그 머리에는 40개의 귀가 있으며 귀에는 쇠 화살이 생기어 끝이 빛나며 위로 뻗쳐 있었고, 또 어떤 귀신들은 머리는 여우와 같고 머리에는 만 개의 눈이 있으며 소리는 우레와 같았다.
광야귀신(曠野鬼神) 대장군(大將軍) 등은 하나의 목에 여섯 개의 머리가 있고 가슴에는 여섯 개의 얼굴이 붙었으며 무릎에는 두 개의 얼굴이 있으며 몸의 털은 마치 화살과 같았는데 몸을 흔들며 사람을 쏘았고 눈을 뜨면 빨갛게 피가 흘러나오면서 빠르게 달려왔다.
악마는 모든 귀신들에게 말하였다.
‘구담은 착한 사람이지만 아마 주문을 잘 알므로 4병(兵)을 일으킬 것이다.’
4병을 변화로 만들어서 줄지은 형상이 마치 숲과 같이 하여 매우 두려워할 만하게 하고는 곧장 공중으로부터 도(道)의 나무 옆에 이르렀다.
악마는 다시 생각하기를, ‘이 무리로서는 혹 구담을 항복시키지 못할 수도 있으리라’고 하였다. 다시 보배 관(冠)을 벗어서 땅에 놓고 염라왕(閻羅王)의 궁전 위에 이르러 모든 귀신들에게 명하였다.
‘너희들 옥졸(獄卒)과 염라왕은 아비지옥(阿鼻地獄)의 칼 수레바퀴[刀輪]와 칼과 창과 불 수레[火車]와 숯 화로[爐炭] 등을 모두 들고 염부제(閻浮提)로 향해 오라.’
악마왕은 소리소리 지르며 모든 병사들에게 명하였다.
‘빨리 구담을 해쳐라.’
위에서는 벼락을 치고 천둥을 울리며 이글거리는 쇳덩어리를 퍼부으며 칼 수레바퀴와 무기를 공중에 마구 엇걸어 놓았으나 그 불화살은 보살에게 가까이 가지 못하였다.
이때 보살은 천천히 눈썹 사이의 백호(白毫)를 들어 올려 아비지옥을 겨누면서 죄인들로 하여금, 흰 털에서 물이 쏟아져 흐르는 것이 마치 수레바퀴살과 같음을 보게 하였고, 큰 불을 잠깐 만에 꺼뜨려 스스로 전세에 지었던 모든 죄를 기억하게 하니 모두 마음이 맑고 시원해져서 ‘나무불(南無佛)’ 하고 불렀다. 이 인연으로 받을 죄를 다 마치고 곧장 인간세상에 와 태어났다.
악마는 이런 모양을 보고 초췌한 얼굴로 한탄하고 괴로워하면서 홀연히 궁중으로 돌아갔다. 백호는 곧장 6천(天)에까지 이르렀는데, 흰 털구멍을 보니 온갖 보배 연꽃이 있고 과거 일곱 분의 부처님께서 그 꽃 위에 계셨으며 이와 같은 흰 털빛은 위로 무색계(無色界)까지 이르러서 온갖 것을 두루 비추는 것이 마치 파리(頗梨) 거울과 같았다.
8만 4천의 천녀들이 파순의 몸을 보니 그 형상은 마치 불에 탄 나무와 같았으므로, 다만 보살의 백호상(白毫相)의 광명만을 쳐다본 셀 수 없는 천자와 천녀들은 모두 위없는 보리도(菩提道)의 뜻을 일으켰다.”
악마왕은 스스로 나아가 부처님과 서로 논란을 벌였는데 보살이 지혜의 힘으로 손을 펴서 땅을 누르자, 때마침 땅이 진동하여 악마와 그의 관속들은 거꾸로 넘어지면서 떨어졌다. 이미 악마를 항복시키고는 바르고 참된 깨달음을 이루셨다.
승우가 잘 살펴보니 법신(法身)은 형상이 없어서 군유(群有)가 이미 소멸하여 각지(覺知)를 일으키지 않으면 만 가지의 동요가 영원히 고요하다. 그런데도 처음에는 태어남에 의탁함을 나타내었고 태를 빌려 강신(降神)한 것은 무슨 까닭인가?
큰 인연에 의거하여 세속에 응(應)하고 서원의 힘에 기인하여 자비를 넓힌 것이다. 이 때문에 반야의 방편을 운용하고 수능(首楞) 형세에 맡기어 영혼을 도솔(兜率)에서 되돌려 화(化)를 적택(赤澤)에 빛나게 하였다. 도균(陶鈞)은 아(我)가 아니요, 이견(利見)은 물(物)로 말미암는다. 어찌 말과 형상과 생각으로 그의 지극함을 말할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많은 중생들[群萌]을 거두어 주기 위하여 윤황(輪皇)에 거(居)하였고 굳세고 거친 이를 꺾어 제도하기 위하여 재주와 예술을 다하였으며, 사랑의 그물을 끊어 없애기 위하여 나라를 버리면서 산으로 들어갔고, 법의 높음을 밝혀 드러내기 위하여 악마를 도수(道樹)에서 항복받았다.
무릇 이렇게 묘한 자취는 세속에 떨치지 않음이 없으며 체(體)에 응하여 뚜렷이 통하였고 방향에 따라 변하면서 나타났지만 법신은 고요히 머물러 일찍이 생기거나 없어진 일이 없다. 그러나 세간의 식(識)은 습기로 막히어 자취에 의거해 진실을 삼으며 여래를 보려 하니, 도(道)를 잃은 것이 너무도 멀다.
이 때문에 『열반경(涅槃經)』에서 말하였다.
“만일 보살이 백정왕의 궁중에 있으면서 부모에 의지하여 태어났고 그 몸이 길러졌다면 그것은 바로 악마가 한 말이다.”
대개 자취를 증거로 삼아 근본을 헷갈렸음을 말한다. 만일 근본과 자취를 쌍으로 비추고 방편과 진실을 함께 밝힌다면 곧 경(經)을 폈을 때에 걸림 없는 법신을 볼 수 있으리라.

5. 석가재칠불말종성중수동이보(釋迦在七佛末種姓衆數同異譜)『장아함경(長阿含經)』에서 나온 것임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지난 91겁(劫) 때 세간에 명호가 비바시(毘婆尸) 여래(如來)ㆍ지진(至眞)이라는 부처님께서 세간에 출현하였느니라.
그리고 과거 31겁 때 명호가 시기(尸棄) 여래ㆍ지진이라는 부처님께서 세간에 출현하셨느니라.
그리고 그 31겁 동안에 명호가 비사바(毘舍婆) 여래ㆍ지진이라는 부처님께서 세간에 출현하셨느니라.
또한 이 현겁(賢劫) 동안에 명호가 구루손(拘樓孫)이라고 하는 부처님께서 계셨고, 또한 명호가 구나함(求那含)이라 하며, 명호가 가섭(迦葉)이라 하는 부처님들께서도 계셨느니라. 나도 지금의 현겁 동안에 최정각(最正覺)을 이루었느니라.
비바시부처님 때는 사람의 수명이 8만 세였고, 시기부처님 때는 사람의 수명이 7만 세였으며, 비사바부처님 때는 사람의 수명이 6만 세였고, 구루손부처님 때는 사람의 수명이 4만 세였으며, 구나함부처님 때는 사람의 수명이 3만 세였고, 가섭부처님 때는 사람의 수명이 2만 세였으며, 내가 나온 지금 세상에서는 사람의 수명이 백 세이지만 그보다 더 사는 사람은 적고 덜 사는 사람이 더욱 많으니라.
비바시부처님께서는 찰리(刹利) 종성(種性)으로부터 나오셨고 성(姓)은 구리야(拘利若)이며, 시기부처님과 비사바부처님의 종성도 그러하느니라.
구루손부처님께서는 바라문(婆羅門) 종성에서 나오셨고 성은 가섭(迦葉)이며『증일아함(增一阿含)』에서는 성을 바라타(婆羅墮)라고 하였다. 구나함부처님과 가섭부처님의 종성도 역시 그러하느니라.
지금의 여래ㆍ지진인 나는 찰리 종성으로부터 나왔고, 성은 구담(瞿曇)이라 하느니라.
비바시부처님께서는 사라(娑羅)나무 아래 앉아서 최정각(最正覺)을 이루셨고, 시기부처님께서는 분타리(分陀利)나무 아래 앉아서 최정각을 이루셨으며, 비사바부처님께서는 바라(婆羅)나무 아래 앉아서 최정각을 이루셨고, 구루손부처님께서는 시리사(尸利沙)나무 아래 앉아서 최정각을 이루셨으며, 구나함부처님께서는 오잠바라문(烏暫婆羅門)나무 아래 앉아서 최정각을 이루셨고, 가섭부처님께서는 니구율(尼拘律)나무 아래 앉아서 최정각을 이루셨으며, 나 지금의 여래ㆍ지진은 발다(鉢多)나무 아래 앉아서 최정각을 이루었느니라.
비바시여래께서는 세 번의 법회에서 설법하셨으니, 첫 번째 법회 때는 제자들 16만 8천 인이었고, 두 번째 법회 때에는 10만 제자들이 있었으며, 세 번째 법회 때에는 8만 제자들이 있었느니라.
시기여래께서도 역시 세 번의 법회에서 설법하셨으니 첫 번째 법회에서는 10만 명의 제자들이 있었고, 두 번째 법회에서는 8만 명의 제자들이 있었으며, 세 번째 법회에서는 7만 명의 제자들이 있었느니라.
비사바여래께서는 두 번의 법회에서 설법하셨으니 첫 번째 법회에서는 7만 명의 제자들이 있었으며, 다음 법회에서는 6만 명의 제자들이 모였느니라.
구루손여래께서는 한 번의 법회에서 설법하셨으니 제자들이 4만 명이었고, 구나함여래께서도 한 번의 법회에서 설법하셨으니 제자들이 3만 명이었으며, 가섭여래께서도 한 번의 법회에서 설법하셨으니 제자들은 2만 명이었다. 나도 이제 한 번의 법회에서 설법하는 것이니 제자들은 1천2백50인이니라.
비바시부처님께 두 제자가 있었으니, 첫째의 이름은 건다(騫茶)였고 둘째의 이름은 제사(提舍)였으며 모든 제자 가운데서 가장 뛰어났느니라.
시기부처님께 두 제자가 있었으니 첫째의 이름은 아비부(阿毘浮)였고 둘째의 이름은 바바(婆婆)였으며 모든 제자 가운데서 가장 뛰어났느니라.
비사바부처님께 두 제자가 있었으니 첫째의 이름은 부유(扶遊)였고 둘째의 이름은 울다마(鬱多摩)였으며 모든 제자 가운데서 가장 뛰어났느니라.
구루손부처님께 두 제자가 있었으니 첫째의 이름은 살니(薩尼)였고 둘째의 이름은 비루(毘樓)였으며 모든 제자 가운데서 가장 뛰어났느니라.
구나함부처님께 두 제자가 있었으니 첫째의 이름은 서반나(舒槃那)였고 둘째의 이름은 울다루(鬱多樓)였으며 모든 제자 가운데서 가장 뛰어났느니라.
가섭부처님께 두 제자가 있었으니 첫째의 이름은 제사(提舍)였고 둘째의 이름은 바라파(婆羅婆)였으며 모든 제자 가운데서 가장 뛰어났느니라.
지금 나의 두 제자 가운데 한 명은 사리불(舍利弗)이고 다른 이는 목건련(目犍連)이니 모든 제자 가운데서 가장 뛰어나니라.
비바시부처님께 집사(執事)의 소임을 맡은 제자가 있었으니 이름이 무우(無憂)였으며, 시기부처님께 집사의 소임을 맡은 제자가 있었으니 이름이 인행(忍行)이었으며 비사바부처님께 집사의 소임을 맡은 제자가 있었으니 이름이 적멸(寂滅)이었고, 구루손부처님께 집사의 소임을 맡은 제자가 있었으니 이름이 선각(善覺)이었으며, 구나함부처님께 집사의 소임을 맡은 제자가 있었으니 이름이 안화(安和)였고, 가섭부처님께 집사의 소임을 맡은 제자가 있었으니 이름을 선우(善友)라고 하였다. 나의 집사인 제자의 이름은 아난(阿難)이라고 하느니라.
비바시부처님께 아들이 있었으니 이름이 응(膺)이었고, 시기부처님께 아들이 있었으니 이름이 무량(無量)이었으며, 비사바부처님께 아들이 있었으니 이름이 묘각(妙覺)이었고, 구루손부처님께 아들이 있었으니 이름이 상승(上勝)이었다. 구나함부처님께 아들이 있었으니 이름은 도사(導師)였고, 가섭부처님께 아들이 있었으니 이름은 진군(進軍)이었으며, 지금 나에게도 아들이 있어 이름은 라후라(羅睺羅)라 하느니라.
비바시부처님의 아버지의 이름은 반두(槃頭)였고 찰리 왕종이었으며, 어머니의 이름은 반두바제(槃頭婆提)라 하였으며 왕이 다스렸던 성(城)의 이름도 반두바제였느니라.
시기부처님의 아버지 이름은 명상(明相)이었고 찰리 왕종이었으며 어머니의 이름은 광요(光曜)라 하였고 왕이 다스렸던 성의 이름은 광상(光相)이었느니라.
비사바부처님의 아버지 이름은 선징(善澄)이었고 찰리 왕종이었으며 어머니의 이름은 칭계(稱戒)라 하였고 왕이 다스렸던 성의 이름은 무유(無喩)였느니라.
구루손부처님의 아버지는 이름은 예득(禮得)이었고 바라문 종성이었으며 어머니의 이름은 선지(善枝)라 하였고 왕의 이름은 안화(安和)였으며 왕의 이름을 따라서 성의 이름도 안화였느니라.
구나함부처님의 아버지 이름은 내덕(內德)이었고 바라문의 종성이었으며 어머니의 이름은 선승(善勝)이라 하였고, 그때의 왕의 이름은 청정(淸淨)이었으며 왕의 이름을 따라서 성의 이름도 청정이었느니라.
가섭부처님의 아버지 이름은 범덕(梵德)이었고 바라문의 종성이었으며 어머니의 이름은 재주(財主)라 하였고 이때의 왕의 이름은 파비(波毘)였으며 왕이 다스렸던 성의 이름은 바라내(波羅捺)였느니라.
석가문불(釋迦文佛)의 아버지 이름은 정반(淨飯)으로 찰리 종성이며 어머니의 이름은 대청정(大淸淨)이라 하고 왕이 다스리는 성을 가비라위(迦毘羅衛)라 하느니라.”
『관불삼매경(觀佛三昧經)』에서 말하였다.
“비바시부처님의 키는 60유순(由旬)이었고 원광(圓光)은 120유순이었다.
시기부처님의 키는 42유순이었고 원광은 45유순이었으며 온몸의 광명은 백 유순에 이르렀다.
비사바부처님의 키는 32유순이었고 원광은 42유순이며 온몸의 광명은 62유순에 이르렀다.
구루손부처님의 키는 25유순이었고 원광은 32유순이었으며 온몸의 광명은 50유순에 이르렀다.
구나함모니부처님의 키는 20유순이었고 원광은 30유순이었으며 온몸의 광명은 길이가 40유순에 이르렀다.
가섭부처님의 키는 16장(丈)이었고 석가모니부처님의 키는 1장 6척(尺)이었으며 원광은 7척이었는데 부처님 몸은 모두 자주색 금빛이었다.”
승우가 살펴보니 일곱 부처님께서 차례로 이어 내려오셨지만 교화의 자취는 각기 다르셨다. 저 법신(法身)은 평등하여 좋고 나쁨이 없지만 중생의 업(業)은 다르기 때문에 나타내신 응신(應身)이 같지 않을 뿐이다. 이 때문에 석가께서 세상에 출현하여 몸의 모습이 황금빛이었는데도 1천의 비구는 붉은 흙빛의 용모로 보았고 16의 신사(信士)만은 잿빛으로 보았나니 빛깔이 저절로 그들에게는 달랐으나 부처님께서는 한결같이 하나였다. 이렇게 유추하여 말하면 의혹이 없을 것이다.

6. 석가동삼천불연보(釋迦同三千佛緣譜)『약왕약상관경(藥王藥上觀經)』에서 나온 것임

석가모니부처님께서 대중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옛날 셀 수 없는 겁에 묘광(妙光)부처님의 말법(末法) 시기에 출가하여 도를 배우면서 53불(佛)의 명호를 들었고 들은 뒤에는 합장하여 마음으로 기뻐하였으며 다시 다른 이에게 가르쳐 주어 그들로 하여금 듣고 지니게 하였으며, 다른 사람들도 들은 뒤에 차츰차츰 서로 가르쳐 주어 3천 명에 이르렀느니라.
이 삼천 인은 같은 목소리로 여러 부처님의 명호를 부르며 한마음으로 공경하고 예배하였나니, 그러한 인연과 공덕의 힘 때문에 곧 수없는 억겁(億劫) 동안의 생사(生死)의 죄를 벗어나게 되었느니라.
앞의 천 사람은 화광불(花光佛)을 첫 번째로 하여 맨 나중의 비사부불(毘舍浮佛)까지로서 장엄겁(莊嚴劫) 동안에 불도(佛道)를 이루게 되셨으니, 과거의 천 부처님이 바로 그분들이니라.
중간의 천 부처님은 구류손불(拘留孫佛)을 첫 번째로 하여 맨 나중의 누지(樓至)여래까지로서 현겁(賢劫) 동안에 차례로 성불할 것이니라.
끝의 천 부처님은 일광(日光)여래를 첫 번째로 하여 맨 나중의 수미상(須彌相)부처님에 이르기까지이니 성수겁(星宿劫) 동안에 장차 성불하게 될 것이니라.
현재 시방의 모든 부처님과 선덕(善德)여래 등도 역시 53불의 명호를 들었기 때문에 시방세계에서 각각 성불하게 되었느니라.”
과거의 53불의 명호는 『약왕약상관경(藥王藥上觀經)』에 쓰여 있고, 삼천불의 명호는 『제불집공덕화경(諸佛集功德花經)』에 있으며, 천불(千佛)의 명호(名號)ㆍ국토(國土)ㆍ종성(種姓)ㆍ부모(父母)ㆍ제자(弟子)ㆍ권속(眷屬)ㆍ중회(衆會)ㆍ연세(年歲) 등은 『현겁경(賢劫經)』에 있고 석가(釋迦)는 현겁 동안의 천 부처님 중 네 번째로 성불하신 것이다.
승우가 우러러 생각해 보니, 대각(大覺)께서 인연에 감응하심은 지극히 크고 극진하다. 저러한 명호를 듣고 공경을 다하면 곧 수승한 업[勝業]이 잠깐 동안에 시작되며 마음에 의지해 서로 화(化)하면 곧 묘한 과보를 광겁(曠劫) 동안에 이룩하게 된다.
이 때문에 53분의 성인의 목소리는 미진(微塵)의 세월 앞에 희미하였고 3천의 지진(至眞)의 광명은 항하(恒河)의 모래만큼의 세월 뒤에 빛난 것이니, 비록 합장(合掌)한 인(因)은 먼 것 같지만 수왕(樹王)의 과보는 잠깐 사이에 미쳤도다. 예배하고 찬탄하는 일을 어찌 헛되어 그만두겠는가?

7. 석가내외족성명보(釋迦內外族姓名譜)『장아함경(長阿含經)』에서 나온 것임

석씨(釋氏) 종족의 시휴라왕(尸休羅王)에게 네 아들이 있었으니이것은 『미사색부율(彌沙塞部律)』에 나오며, 『장아함경(長阿含經)』ㆍ『담무덕율(曇無德律)』ㆍ『대지론(大智論)』을 살펴보면 모두 사자협(師子頰)이 정반왕(淨飯王)을 낳았다고 하였다.
첫째 분의 이름은 정반(淨飯)이다.『대지론(大智論)』에서와 같으며, 『십이유경(十二遊經)』에서는 말하기를, “보살의 아버지 이름은 백정왕(白淨王)이다”고 하였다.
둘째 분의 이름은 백반(白飯)이다.『대지론』에서와 같으며 『십이유경』에서는 말하기를 “보살의 숙부(叔父)의 이름은 감로정왕(甘露淨王)이다”고 하였다.
셋째 분의 이름은 곡반(斛飯)이다.『대지론』에서와 같으며 『십이유경』에서는 말하기를 “보살의 소숙(小叔)의 이름은 설정왕(設淨王)이다”고 하였다.
넷째 분의 이름은 감로반(甘露飯)이다.『대지론』에서와 같으며 『십이유경』에서는 말하기를 “보살의 소숙(小叔)의 이름은 설정왕(設淨王)이다”고 하였다.
정반에게 두 아들이 있었으니 첫째 분의 이름은 보살(菩薩)이다.『대지론』에서와 같으며 『십이유경』에서는 말하기를, “백정왕(白淨王)에게 두 아들이 있었으니 그의 태자(太子)의 이름은 실달(悉達)이다”고 하였다.
둘째 분의 이름은 난타(難陁)이다.『대지론』에서와 같으며, 『십이유경』에서는 말하기를 “그의 작은 아들의 이름은 난타이다”고 하였다.
백반에게 두 아들이 있었으니 첫째의 이름은 아난(阿難)이고 둘째의 이름은 조달(調達)이라고 하였다.『대지론』에서 말하기를, “백반의 두 아들은 발제(跋提)와 제사(提沙)이다”고 하였다. 『십이유경』에서는 말하기를 “감로정왕(甘露淨王)의 두 아들 중 맏아들은 조달(調達)이고 작은 아들은 아난이다”라고 하였다.
곡반에게 두 아들이 있었으니 첫째의 이름은 마하남(摩訶男)이고 둘째의 이름은 아나율(阿那律)이다.『대지론』에서는 말하기를 “곡반의 두 아들은 제바달다(提婆達多)와 아난(阿難)이다. 『십이유경』에서는 말하기를 “곡정왕(穀淨王)에게 두 아들이 있었으니 큰 아들의 이름은 석마납(釋摩納)이고 작은 아들의 이름은 아난율(阿難律)이다”고 하였다.
감로반에게 두 아들이 있었으니 첫째의 이름은 바바(婆婆)이고, 둘째의 이름은 발제(拔提)이다.『대지론』에서는 말하기를 “감로반의 두 아들은 마하남(摩訶男)과 아니로두(阿泥盧豆)이며 하나의 딸이 있었으니 감로미(甘露味)라 하였다”고 하였다. 『잡아함(雜阿含)』에서는 말하기를 “저사(低沙) 비구는 바로 부처님 고모의 아들 형제이다”고 하였다. 『십이유경』에서는 말하기를 “설정왕(設淨王)에게 두 아들이 있었으니 큰 아들의 이름은 석가왕(釋迦王)이고 작은 아들의 이름은 석소왕(釋少王)이다”고 하였다. 이 네 왕의 명호를 살펴보면 그들의 순서와 낳은 아들의 이름이 서로 같은 것도 있고 다른 것도 있으나 그 옳고 그름을 바로잡는 일은 뒷날의 명철한 이에게 맡기기로 하겠다. 저 정반왕(淨飯王)과 백정(白淨)과 진정(眞淨)과 열두단(悅頭檀)과 수두단(輸頭檀)은 여러 경전들에서 각기 같지 않은데, 그것은 번역해 낸 사람이 다르게 한 것이며 곧 이들은 동일한 사람일 뿐이다.
아니로두는 곧 아나율(阿那律)이니, 이런 예(例)로 미루어 그러한 종류는 이처럼 많다.

조달(調達)은 4월 7일의 식사 시간[食時]에 태어났고, 키는 1장(丈) 5척(尺) 4치였다.『십이유경』에 나온다.
보살(菩薩)은 4월 8일 밤중 명성(明星)이 나왔을 때 태어나셨으며 키는 1장 6척이었다.『십이유경』에 나온다.
부처님의 아우 난타(難陁)는 4월 9일에 태어났으며 키는 1장 5척 4치였다.『십이유경』에 나온다.
아난(阿難)은 4월 10일에 태어났으며 키는 1장 5척 3치였다.『십이유경』에 나온다.
보살의 외가(外家)는 가유라열성(迦維羅閱城)진(晋)나라의 말로 묘덕(妙德)이라 한다.에서 8백 리 떨어진 곳의 구담씨(瞿曇氏)를 성(姓)으로 한 작은 임금으로 백만호(百萬戶)를 다스렸으며 이름을 일억왕(一億王)이라고 하였다.『십이유경』에 나온다. 『석가탁생왕궁보(釋迦託生王宮譜)』에는 일억왕(一億王)이라고 하였고 석소왕(釋少王)의 아래에 차례가 매겨져 있다. 또 말하기를 “보살의 어머니 이름은 마야(摩耶)이고 난타의 어머니 이름은 교담미(憍曇彌)이니 곧 대애도(大愛道)이다”고 하였다.
보살의 부인의 가문은 성이 구담씨(瞿曇氏)이며 사이(舍夷)의 장자로서 이름은 수광(水光)이고 그 부인의 어머니 이름은 월녀(月女)이다. 같은 성에 살면서 가까운 변두리에서 딸을 출생하였는데 해가 질 무렵이었는데도 남은 빛이 그 집의 방을 비추어 안이 환하게 밝아졌다. 그로 인하여 이름을 구이(瞿夷)라고 지었다.구이는 진(晋)나라 말로 밝은 여인明女이다. 그 구이가 바로 태자의 첫째 부인(夫人)이다.『십이유경』에 나온다.
태자의 둘째 부인으로서 나운(羅云)을 낳은 이의 이름은 야유단(耶維檀)이며 그녀의 아버지 이름은 이시 장자(移施長者)이다.
승우가 살펴보니 『서응본기(瑞應本紀)』와 『선권(善權)』 등의 경과 『대지론(大智論)』에서는 모두 라후라(羅睺羅)를 바로 구이(裘夷)가 낳았다고 하였는데 『십이유경(十二遊經)』에서만 둘째 부인의 아들이라고 하였다. 다수에 따라 판단한다면 마땅히 『서응본기경』이 올바르다고 하겠다.
셋째 부인은 녹야(鹿野)이고 그녀의 아버지는 석 장자(釋長子)이다. 세 명의 부인이 있었기 때문에 부왕은 그를 위하여 세 계절의 궁전을 세웠다. 궁전에는 2만 명의 채녀(婇女)가 있었으며 태자는 장차 차가왕(遮迦王)진(晋)나라의 번역으로 비행황제(飛行皇帝)이다.이 되어야 했기 때문에 세 궁전에는 6만의 채녀를 두었다.『십이유경』에 나온다.
승우가 자세히 살펴보니 대각(大覺)께서 아래로 응(應)해 주신 것은 속전(俗典)에서와 같다. 그러므로 후예들은 계속하여 명철(明哲)하였고 며느리들은 거듭하여 지혜로웠으며 모두의 인연은 광겁(曠劫)에 펼쳤기 때문에 능히 신령한 교화[靈化]를 도왔을 뿐이다.

8. 석가제자성석연보(釋迦弟子姓釋緣譜)『증일아함경(增一阿含經)』에서 나온 것임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네 개의 큰 강물은 아뇩달(阿耨達)에서 나오느니라. 어떤 것이 네 강물인가 하면 이른바 항가(恒伽)와 신두(新頭)와 바차(婆叉)와 사타파(私陀波)이니라.
저 항가의 물은 동쪽으로 흘러 소머리[牛頭]의 입에서 나오고 신두는 남쪽으로 흘러 사자(師子)의 입에서 나오며 사타파는 서쪽으로 흘러 코끼리의 입에서 나오고 바차는 북쪽으로 흘러 말의 입에서 나오느니라.
이러한 네 개의 큰 강물은 아뇩달의 샘을 빙 돈 뒤에 항가는 동쪽 바다로 들어가고, 신두는 남쪽 바다로 들어가며, 바차는 서쪽 바다로 들어가고, 사타파는 북쪽 바다로 들어가느니라.
이 네 개의 큰 강이 바다에 들어가게 되면 다시는 본래의 이름은 없게 되고 모두 바다라고 부르게 되는 것과 같이 네 개의 성(姓)이 있으니 어떤 것을 네 개의 성이라 하는가 하면 찰리(刹利)와 바라문(婆羅門)과 장자(長子)와 거사(居士)의 종성(種姓)이니라.
여래에게서 수염과 머리를 깎아 버리고 세 가지 법의(法衣)를 입고 출가하여 도(道)를 배우면 본래의 성은 없어지고 다만 사문(沙門) 석가의 제자라고 할 뿐이니 그러한 까닭은 여래의 대중은 마치 큰 바다와 같기 때문이니라.
4성제는 네 개의 큰 강물과 같아 온갖 번뇌[結使]를 제거하고 두려움이 없는 열반의 성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이 때문에 모든 비구들도 본래 네 가지 성(姓)으로서 수염과 머리를 깎고 마음을 견고히 하여 출가해 도를 배우게 되므로 그들 본래의 이름은 없어지고 스스로 석종(釋種) 가운데 출가하여 도를 배우는 비구(比丘)라고 일컫게 되느니라.
그러므로 아들을 낳은 의미에 비추어 본다면 사문 석종의 아들이라 하여야 옳으니라. 그러한 까닭은 태어남은 나로 말미암아 낳으며 성장함은 법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니라. 그러므로 비구는 마땅히 방편을 구하여 석종의 아들이 될 수 있어야 하니, 이와 같이 모든 비구들은 이렇게 배워야 하느니라.”
『미사색율(彌沙塞律)』에서 말하였다.
“너희들 비구는 다양한 종족에서 출가하였지만 모두가 본래의 성을 버리고 석자 사문이라 일컬어야 한다.”
『장아함경(長阿含經)』에서 말하였다.
“미륵(彌勒)이 세간에 출현하면 모든 비구 제자들은 다 자씨(慈氏)의 아들이라 일컫는 게 도리이니 마치 지금 나의 제자들을 석씨(釋氏)의 아들이라 일컫는 것과 같으니라.”
승우가 살펴보니 네 개의 강물이 바다에 들어가면 다 함께 바다라고 이름하며 네 개의 성이 도(道)에 돌아가면 다 같이 석(釋)이라고 부르는 것이니, 저 근원이 다른 물들이 합하여 하나의 맛[一味]과 같아진 것이라 말할 수 있다.

9. 석가사부명문제자보(釋迦四部名聞弟子譜)비구로는 백 사람이 있으니 『증일아함경(增一阿含經)』에 나옴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나의 성문의 제자[聲聞弟子] 가운데 제일 처음 법미(法味)를 받아서 4제(諦)를 사유(思惟)하였고 너그럽고 어질면서 식견이 넓으며 잘 권유하여 교화하고 많은 비구들[聖衆]을 도와 길러 주며 위의(威儀)를 잃지 않은 이는 바로 아야구린(阿若拘隣) 비구이니라.”
잘 권유하고 인도하면서 복으로써 백성들을 제도하는 이는 바로 우타이(優阤夷) 비구이니라.
빠르게 신통(神通)을 이루어 그 가운데서 뉘우침이 없는 이는 바로 마하남(摩呵男) 비구이니라.
언제나 허공을 날면서 발이 땅을 밟지 않은 이는 바로 선주(善肘) 비구이니라.
허공을 타고 교화하면서 마음에 영화를 바라지 않는 이는 바로 바파(婆破) 비구이니라.
천상에서 살기를 좋아하고 인간세상에 머물지 않는 이는 바로 우적(牛跡) 비구이니라.
항상 몸에서 나오는 오로(惡露)가 더럽다는 생각을 관하는 이는 바로 선승(善勝) 비구이니라.
많은 비구들을 돕고 호위하면서 음식ㆍ의복ㆍ와구ㆍ탕약[四事]으로써 공양하는 이는 바로 우류비가섭(優留毘迦葉) 비구이니라.
마음과 뜻이 고요하여 모든 번뇌[結]를 항복받은 이는 바로 강가섭(江迦葉) 비구이니라.
모든 법을 관하여 알면서 전혀 집착함이 없는 이는 바로 상가섭(象迦葉) 비구이니라.
거동과 용모가 단정하며 걸음걸이가 조용하고 의젓한 이는 바로 마사(馬師) 비구이니라.
지혜가 끝없으며 모든 의심을 해결하여 환하게 아는 이는 바로 사리불(舍利弗) 비구이니라.
신족(神足)으로 가볍게 날아올라가 시방에 이르는 이는 바로 대목건련(大目乾連) 비구이니라.
용맹스럽게 정진하여 고행을 감당해 내는 이는 바로 이십억이(二十億耳) 비구이니라.
12두타(頭陀)의 얻기 어려운 행을 하는 이는 바로 대가섭(大迦葉) 비구이니라.
천안(天眼)이 가장 뛰어나 시방의 곳곳을 보는 이는 바로 아나율(阿那律) 비구이니라.
좌선하면서 정(定)에 들어가 마음이 어지럽지 않은 이는 바로 이왈(離曰) 비구이니라.
널리 권유하여 거느리면서 재강(齋講)을 베풀어 세운 이는 바로 다라바마라(陁羅婆摩羅) 비구이니라.
방실(房室)을 안전하게 지어서 사방에서 찾아온 승려[招提僧]들에게 준 이는 바로 소다라바마라(小陁羅婆摩羅) 비구이니라.
귀하고 호화스러운 종족이면서 출가하여 도를 배운 이는 바로 라타바라(羅咤婆羅) 비구이니라.
뜻을 잘 분별하여 도의 가르침을 알기 쉽고 자세히 설명해 주는 이는 바로 대가전연(大迦旃延) 비구이니라.
산가지[籌]를 받을 만하고 금지한 법을 어기지 않는 이는 바로 군두바탄(軍頭婆嘆) 비구이니라.
외도(外道)를 항복시키고 바른 법을 실제로 행하는 이는 바로 빈두로(賓頭盧) 비구이니라.
네 가지의 일[四事]인 의복과 음식을 공양하고 또 질병을 돌보아 주며 의약을 공급하는 이는 바로 참(讖) 비구이니라.
말의 논리가 분명하며 의심이나 막힘이 없고 또한 능히 게송을 지어 외면서 여래의 덕을 찬탄하는 이는 바로 붕기사(鵬耆舍) 비구이니라.
네 가지의 변재(辯才)를 얻어 힐난에 부딪쳐 대답하는 이는 바로 마하구치라(摩訶拘絺羅) 비구이니라.
청정한 곳에 한가히 있으면서 인간 세상을 좋아하지 않는 이는 바로 견뢰(堅牢) 비구이니라.
걸식(乞食)하면서 욕됨을 참아내고 추위나 더위를 피하지 않는 이는 바로 난제(難提) 비구이니라.
혼자 머물며 고요히 앉아 뜻을 오로지하며 도(道)를 생각하는 이는 바로 금비라(金毘羅) 비구이니라.
한자리에 앉아 한 번만 먹으면서 장소를 옮기지 않는 이는 바로 시라(施羅) 비구이니라.
세 가지의 옷을 지켜 입고 식사와 휴식을 여의지 않는 이는 바로 부미(浮彌) 비구이니라.
나무 아래에서 좌선하며 뜻을 옮기지 않는 이는 바로 호의리왈(狐疑離曰) 비구이니라.
몸을 괴롭게 하여 찬 곳에 앉아 바람과 비를 피하지 않는 이는 바로 바차(婆蹉) 비구이니라.
혼자 아무도 없는 조용한 곳을 좋아하고 뜻을 오로지하여 사유하는 이는 바로 타소(陁素) 비구이니라.
다섯 가지의 누더기 옷을 입고 빛나게 장식한 옷을 입지 않는 이는 바로 니바(尼婆) 비구이니라.
언제나 무덤 사이[塚間]를 좋아하고 인간 세상에 머물지 않는 이는 바로 우다라(優多羅) 비구이니라.
한결같이 풀깔개에 앉아서 날마다 복(福)으로써 사람들을 제도하는 이는 바로 노혜녕(盧醯寗) 비구이니라.
사람과 말하지 않고 땅만 보고 가는 이는 바로 우겸마거지(優鉗摩居泜) 비구이니라.
앉거나 일어나거나 다니거나 간에 언제든지 삼매에 든 이는 바로 나제(那提) 비구이니라.
먼 나라에 다니며 백성들을 가르쳐 주기를 좋아하는 이는 바로 담마류지(曇摩留支) 비구이니라.
많은 비구들을 모아서 진리의 본질[法味]을 논하여 설하기를 기뻐하는 이는 바로 가걸(伽傑) 비구이니라.
수명이 지극히 길어 끝까지 도중에 요절하지 않으며 언제나 한가히 살기를 좋아하여 대중 안에 머물지 않는 이는 바로 바구라(婆拘羅) 비구이니라.
널리 법을 설할 수 있으며 이치를 분별하는 이는 바로 만원자(滿願子) 비구이니라.
계율(戒律)을 받들어 지니면서 어긴 적이 없는 이는 바로 우파리(優波離) 비구이니라.
해탈(解脫)을 믿어 뜻에 망설임이 없는 이는 바로 바가리(婆迦利) 비구이니라.
타고난 몸이 단정하여 세간과 다르며 모든 감관이 고요하여 변하거나 바뀌지 않는 이는 바로 난타(難陁) 비구이니라.
변재(辯才)가 갑자기 생기어 사람들의 의심과 막힌 것을 풀어 주는 이는 바로 바타(婆陀) 비구이니라.
널리 이치를 설명하여 어긋남이 없는 이는 바로 사니(斯尼) 비구이니라.
좋은 옷 입기를 즐거워하면서도 행이 본래 청정한 이는 바로 천수보리(天須菩提) 비구이니라.
언제나 여러 후학들에게 가르쳐 주기를 좋아하는 이는 바로 난타가(難陁迦) 비구이니라.
금해야 할 계율을 비구니 스님에게 잘 가르쳐 주는 이는 바로 수마나(須摩那) 비구이니라.
공덕이 왕성하고 원만하면서 나아갈 일에 단점이 없는 이는 바로 시바라(尸婆羅) 비구이니라.
여러 가지 행(行)과 도품(道品)의 법을 두루 갖춘 이는 바로 우파선가란타자(優波先迦蘭陀子) 비구이니라.
온화하고 기쁘게 말하면서 사람의 뜻을 상하게 하지 않는 이는 바로 바타선(婆陀先) 비구이니라.
수식관[安般]을 수행하면서 몸에서 나오는 오로(惡露)를 사유하는 이는 바로 마하연나(摩賀延那) 비구이니라.
자아의 무상함을 알아 마음에 생각이 있지 않는 이는 바로 우두반(優頭槃) 비구이니라.
다양한 논(論)에 능하여 심식(心識)을 시원하고 즐겁게 하는 이는 바로 구마라가섭(拘摩羅迦葉) 비구이니라.
해져서 좋지 않은 옷을 입으면서도 부끄러워함이 없는 이는 바로 면왕(面王) 비구이니라.
금하는 계율을 어기지 않고 외우면서 게으르지 않는 이는 바로 나운(羅云) 비구이니라.
신족(神足)의 힘으로 스스로 숨고 가리는 이는 바로 반토(般兎) 비구이니라.
형체를 능히 변화하며 얼마간의 변(變)을 일으키는 이는 바로 즉리반토(卽利般兎) 비구이니라.
호족으로서 부귀하면서 천성이 유화한 이는 바로 석왕(釋王) 비구이니라.
음식을 구걸함에 만족함이 없고 교화함에 끝이 없으며 기력이 강성하여 두려워하거나 어려워하는 것이 없는 이는 바로 바제바라(婆提婆羅) 비구이니라.
목소리와 울림이 맑게 퍼지면서 소리가 범천(梵天)에까지 이르는 이는 바로 라바나바제(羅婆那婆提) 비구이니라.
신체가 향기롭고 깨끗하여 사방에 자욱하게 퍼지는 이는 바로 앙가사(鴦迦闍) 비구이니라.
시기를 알고 사물에 밝으면서 이르는 일마다 의심이 없으며 기억한 것은 잊지 않고 들은 것이 많아 원대하여 받들어 올릴 수 있는 이는 바로 아난(阿難) 비구이니라.
복식을 꾸미고 걸어가면서 그림자를 돌아보는 이는 바로 가지리(迦持利) 비구이니라.
모든 왕이 공손히 대하고 뭇 신하들에게 존경받는 이는 바로 월광(月光) 비구이니라.
하늘과 사람들이 항상 받들어 아침이면 모시고 살피며, 사람의 형상을 버리고 하늘의 모습을 닮은 이는 바로 윤제(輪提) 비구이니라.
모든 하늘의 스승이 되어 인도하고 바른 법을 가르쳐 주는 이는 바로 천(天) 비구이니라.
스스로 셀 수 없는 겁 동안의 전생 일을 기억하는 이는 바로 과의(果衣) 비구이니라.
본 바탕이 예리한 근기로서 지혜가 깊고도 넓은 이는 바로 앙굴마(央掘魔) 비구이니라.
악마와 외도의 삿된 업을 능히 항복시키는 이는 바로 승가마(僧迦魔) 비구이니라.
수삼매(水三昧)에 들어감을 어렵게 여기지 않고 널리 아는 바가 있어 사람들이 공경히 생각하는 이는 질다사리불(質多舍利弗) 비구이다.
화삼매(火三昧)에 들어가 시방을 널리 비추는 이는 바로 선래(善來) 비구이니라.
용(龍)을 능히 항복시켜 3존(尊)을 받들게 하는 이는 바로 나라타(那羅陁) 비구이니라.
귀신을 항복시켜 악(惡)을 고치고 선(善)을 닦게 하는 이는 바로 귀지(鬼地) 비구이니라.
건달바[沓惒]를 굽혀 복종시켜 부지런히 착한 일을 행하게 하는 이는 바로 노차(盧遮) 비구이니라.
항상 공(空)을 관하는 선정을 좋아하여 공의 의미를 분별하고 뜻[志]을 공적(空寂)한 데에 두면서 미묘한 덕업(德業)이 있는 이는 바로 수보리(須菩提) 비구이니라.
무상정(無想定)을 행하면서 모든 생각을 없애는 이는 바로 기리마(耆利魔) 비구이니라.
무원정(無願定)에 들어가서 뜻에 산란함을 일으키지 않는 이는 바로 염성(炎盛) 비구이니라.
자삼매(慈三昧)에 들어가서 마음에 성냄이 없는 이는 바로 범마달(梵摩達) 비구이니라.
비삼매(悲三昧)에 들어가서 본업(本業)을 성취한 이는 바로 수심(須深) 비구이니라.
기뻐하는 행[喜行]의 덕(德)을 얻어 조금의 상(相)도 없는 이는 바로 사미타(娑彌陁) 비구이니라.
언제나 마음을 지켜 뜻을 버리거나 떠나지 않는 이는 바로 요파가(曜波迦) 비구이니라.
염성삼매(炎盛三昧)를 행하면서 끝내 해탈하지 않는 이는 바로 담미(曇彌) 비구이니라.
말이 거칠고 높거나 귀한 이도 피하지 않으며 금광삼매(金光三昧)에 들어가는 이는 바로 비리타타바차(比利陁陁婆遮) 비구이니라.
금강삼매(金剛三昧)에 들어가서 무너뜨릴 수 없는 이는 바로 무외(無畏) 비구이니라.
말하는 것을 확실하게 알면서 겁이 많거나 마음이 약하지 않은 이는 바로 수니다(須泥多) 비구이니라.
항상 고요함을 좋아하여 뜻이 산란한 곳에 머물지 않은 이는 바로 타마(陁摩) 비구이니라.
뜻[義]에서 이길 수도 없고 끝내 항복시킬 수도 없는 이는 바로 수라타(須羅陁) 비구이니라.
별에 관하여 환히 알아 길흉을 미리 아는 이는 바로 나가파라(那迦波羅) 비구이니라.
언제나 삼매를 기뻐하고 선열(禪悅)을 밥으로 삼는 이는 바로 바사타(婆私咤) 비구이니라.
언제나 법희(法喜)를 밥으로 삼는 이는 바로 위수야사(謂須夜奢) 비구이니라.
언제나 인욕(忍辱)을 행하여 맞서 겨루지 않는 이는 바로 만원성명(滿願盛明) 비구이니라.
일광삼매(日光三昧)를 닦아 익히는 이는 바로 미혜(彌奚) 비구이니라.
산술(算術)의 법에 밝아 틀리거나 실수가 없는 이는 바로 니구류(尼拘留) 비구이니라.
분별하는 평등한 지혜를 언제나 잊어버리지 않는 이는 바로 녹두(鹿頭) 비구이니라.
뇌전삼매(雷電三昧)를 얻어 두려움을 품지 않는 이는 바로 지(地) 비구이니라.
몸의 근본을 관하여 아는 이는 바로 나(那) 비구이니라.
최후에 증득하여 번뇌가 다하게 된 이는 곧 수발(須拔) 비구이니라.
이름난 비구니(比丘尼)는 50인이니라.
오랫동안 출가해 배우면서 국왕에게 공경을 받은 이는 곧 대애도구담미(大愛道瞿曇彌) 비구니이니라.
지혜가 총명한 이는 바로 참마(讖摩) 비구니이니라.
신족(神足)이 가장 뛰어나 모든 신(神)을 감동하게 하는 이는 바로 우발화색(優鉢花色) 비구니이니라.
두타(頭陀)의 법을 행하면서 한계를 지어 막히는 일이 조금도 없는 이는 바로 기리사구담미(機梨舍瞿曇彌) 비구니이니라.
천안(天眼)이 가장 뛰어나 비추는 것에 막힘이 없는 이는 바로 사구리(奢拘利) 비구니이니라.
좌선으로 정(定)에 들어가서 뜻이 분산되지 않는 이는 바로 사마(奢摩) 비구니이니라.
의취(義趣)를 분별하여 도(道)의 가르침을 널리 펴는 이는 바로 파두란사나(波頭蘭闍那) 비구니이니라.
율(律)의 가르침을 받들어 지니면서 더 범한 것이 없는 이는 바로 파라차나(波羅遮那) 비구니이니라.
신해탈(信解脫)을 얻어서 다시는 물러남이 없는 이는 바로 가전연(迦旃延) 비구니이니라.
네 가지의 변재를 얻었으며 겁이 많거나 마음이 약하지 않은 이는 바로 최승(最勝) 비구니이니라.
스스로 셀 수 없는 겁 동안의 전생 일을 아는 이는 바로 발타비리(拔陁毘離) 비구니이니라.
얼굴빛이 단정하면서 사람들에게 사랑과 공경을 받는 이는 바로 혜마사(醯摩闍) 비구니이니라.
외도를 굽혀 복종시켜 바른 가르침을 세운 이는 바로 수나(輸那) 비구니이니라.
의취(義趣)를 분별하여 널리 분부(分部)를 설명하는 이는 바로 담마제나(曇摩提那) 비구니이니라.
해진 옷을 입으면서도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 이는 바로 우다라(優多羅) 비구니이니라.
모든 감관이 고요하여 늘 한결같은 마음을 지닌 이는 바로 광명(光明) 비구니이니라.
의복이 단정하며 언제나 법의 가르침대로 하는 이는 바로 단두(單頭) 비구니이니라.
여러 가지 논(論)에 능하여 또한 의심이나 막힘이 없는 이는 바로 단다(檀多) 비구니이니라.
게송을 지어 여래의 덕을 찬탄하는 이는 바로 천여(天與) 비구니이니라.
보고 들은 것이 많아 널리 알며 은혜로써 아랫사람을 대하는 이는 바로 구비(瞿卑) 비구니이니라.
언제나 아무도 없는 고요한 곳에 있으면서 인간 세상에 살지 않는 이는 바로 무외(無畏) 비구니이니라.
몸을 괴롭게 하여 걸식하되 귀하고 천한 이를 가리지 않는 이는 바로 비사거(毘舍佉) 비구니이니라.
한 곳에 한 번 앉으면 끝내 바꾸거나 옮기지 않는 이는 바로 발타바라(拔陁婆羅) 비구니이니라.
두루 걸식하고 구하여 다니면서 백성을 널리 제도하는 이는 바로 마노가리(摩怒呵利) 비구니이니라.
빨리 도과(道果)를 이루어 중간에 걸리지 않는 이는 바로 타마(陁摩) 비구니이니라.
세 가지 옷을 지니어 끝내 버리지 않는 이는 바로 수타마(須陁摩) 비구니이니라.
한결같이 나무 아래 앉아서 뜻을 고치거나 바꾸지 않는 이는 바로 이나(▼(王+刕)那) 비구니이니라.
언제나 노지(露地)에 있으면서도 덮어 가린 것을 생각하지 않는 이는 바로 사타(奢陁) 비구니이니라.
아무도 없는 고요한 곳을 좋아하여 인간 세상에 있지 않는 이는 바로 우가라(優迦羅) 비구니이니라.
풀로 된 깔개에 오래 앉아 있으면서 장식한 옷을 입지 않는 이는 바로 이나(離那) 비구니이니라.
다섯 가지의 누더기를 입고 차례로 분위(分衛)하는 이는 바로 아노파마(阿奴波摩) 비구니이니라.
아무도 없는 무덤 사이를 좋아하는 이는 바로 우가마(優迦摩) 비구니이니라.
매우 인자한 곳에서 놀며 중생의 무리를 가엾게 여긴 이는 바로 청명(淸明) 비구니이니라.
중생이 도(道)에 이르지 못하는 것을 슬퍼하며 우는 이는 바로 소마(素摩) 비구니이니라.
도(道)를 얻은 이를 보면 기뻐하며 모든 중생에게 다 미치기를 원하는 이는 바로 마타리(摩陁利) 비구니이니라.
모든 행(行)을 지키며 뜻에서 멀리 떠나지 않는 이는 바로 가라가(迦羅伽) 비구니이니라.
공(空)을 지키며 헛되다는 생각이 견고하여 결정코 없음을 아는 이는 바로 제바수(提婆修) 비구니이니라.
마음으로 무상(無想)을 좋아하여 모든 집착을 제거한 이는 바로 일광(日光) 비구니이니라.
무원(無願)을 닦아 익혔고 마음은 언제나 널리 제도할 것을 생각하는 이는 바로 말나바(末那婆) 비구니이니라.
모든 법에 의심이 없고 끊임없이 사람을 제도하는 이는 바로 비마달(毘摩達) 비구니이니라.
뜻[義]을 널리 설하고 깊은 법을 분별하는 이는 바로 보조(普照) 비구니이니라.
마음에 인욕(忍辱)을 품어 대지(大地)와 같이 포용하는 이는 바로 담마제(曇摩提) 비구니이니라.
사람들을 교화하여 단(檀)의 법회에 서게 하면서 평상 자리를 갖추어 마련하는 이는 바로 수야마(須夜摩) 비구니이니라.
마음이 영원히 쉬어서 산란한 생각이 일어나지 않는 이는 바로 인제사(因提闍) 비구니이니라.
모든 법을 환히 관하면서도 만족해 함이 없는 이는 바로 용(龍) 비구니이니라.
뜻이 강하고 용맹스러우며 번뇌로 집착하는 것이 없는 이는 바로 구나라(拘那羅) 비구니이니라.
수삼매(水三昧)에 들어가서 온갖 것을 두루 윤택하게 하는 이는 바로 바수(婆須) 비구니이니라.
화광삼매(火光三昧)에 들어가서 중생의 무리를 고루 비추는 이는 바로 항제(降提) 비구니이니라.
오로(惡露)의 부정(不淨)한 것을 관하여 연기(緣起)를 분별하는 이는 바로 차파라(遮波羅) 비구니이니라.
여러 사람들을 길러 주며 모자라는 것을 베풀어 주는 이는 바로 수가(守迦) 비구니이니라.
최후에 증득을 얻는 이는 바로 발타군타라구이국(拔陀軍陀羅拘夷國) 비구니이니라.
이름난 우바새(優婆塞)는 40인이니라.
처음 법약(法藥)을 듣고 현성(賢聖)의 깨달음[證]을 이룬 이는 바로 삼과(三果) 장사꾼이니라.
지혜가 첫째가는 이는 바로 질다 장자(質多長者)이니라.
불가사의한 덕[神德]이 첫째가는 이는 바로 건제아람(乾提阿藍)이니라.
외도(外道)를 굴복시킨 이는 바로 굴다(掘多) 장자이니라.
심오한 법을 능히 설하는 이는 바로 우파굴(優波掘) 장자이니라.
언제나 앉아서 선정[禪思]에 드는 이는 바로 가치아라바(呵侈阿羅婆)이니라.
악마의 무리를 굴복시킨 이는 바로 용건(勇健) 장자이니라.
복덕이 왕성하고 원만한 이는 바로 사리(闍利) 장자이니라.
큰 보시를 한 주인은 바로 수달(須達) 장자이니라.
문족(門族)이 성취한 이는 바로 민일(泯逸) 장자이니라.
의취(義趣)를 묻기 좋아하는 이는 바로 생루(生漏) 바라문이니라.
근기가 예리하여 지혜를 통달한 이는 바로 범마유(梵摩兪)이니라.
모든 부처님의 심부름꾼은 바로 어마(御馬) 마납(摩納)이니라.
몸의 무아(無我)를 헤아린 이는 바로 희문금(喜聞琴) 바라문이니라.
논의(論議)에서 이길 수 없는 이는 바로 비구(毘裘) 바라문이니라.
언어에 숙달되어 게송을 잘 짓는 이는 바로 우파리(優波離) 장자이니라.
기꺼이 좋은 보배를 보시하며 인색한 마음이 없는 이는 바로 수제(殊提) 장자이니라.
선(善)의 근본을 건립한 이는 바로 우가비사리(優迦毘舍離)이니라.
미묘한 법을 잘 말할 수 있는 이는 바로 최상무외(最上無畏) 우바새이니라.
말하는 데 두려움이 없는 이는 바로 비사리(毘舍離)를 다스리는 두마 대장(頭摩大將)이니라.
은혜롭게 베풀기를 좋아하고 기쁘게 여기는 이는 바로 비사왕(毘沙王)이니라.
보시하는 것이 좁고 적은 이는 바로 광명왕(光明王)이니라.
선(善)의 근본을 건립한 이는 바로 왕 바사닉(波斯匿)이니라.
뿌리 없는[無根] 선(善)한 믿음을 얻고 기뻐하는 마음을 일으키는 이는 바로 왕 아사세(阿闍世)이니라.
지극한 마음으로 부처님께 향하면서 뜻이 변하거나 바뀌지 않는 이는 바로 우전왕(優塡王)이니라.
바른 법을 받들어 섬긴 이는 바로 월광(月光) 왕자이니라.
많은 비구들을 공양하고 받들면서 뜻이 한결같이 평등한 이는 바로 기원(祇洹)을 만든 왕자이니라.
언제나 남을 구제하기를 기뻐하고 자신을 위하지 않는 이는 바로 사자(師子) 왕자이니라.
공손히 사람을 잘 받들어 높고 낮음을 가리지 않는 이는 바로 무외(無畏) 왕자이니라.
얼굴 모습이 단정히 생겨 다른 사람들보다 자못 뛰어난 이는 바로 계두(鷄頭) 왕자이니라.
언제나 인자한 마음으로 행하는 이는 바로 불니(不尼) 장자이니라.
한결같은 마음으로 모든 무리들을 가엷게 여기는 이는 바로 마하납 석종(摩訶納釋種)이니라.
언제나 기쁘게 하는 마음을 행하는 이는 바로 발타(拔阤) 석종이니라.
늘 수호하는 마음을 행하여 착한 행실을 잃지 않는 이는 바로 비사선(毘闍先) 우바새이니라.
인욕을 행하여 참고 견디는 이는 곧 사자 대장(師子大將)이니라.
여러 가지 논(論)에 능한 이는 바로 비사어(毘舍御) 우바새이니라.
성현이면서도 잠자코 있는 이는 바로 난제바라(難提波羅) 우바새이니라.
부지런히 선행(善行)을 수행하면서 쉼이 없는 이는 바로 우다라(優多羅) 우바새이니라.
모든 감관이 고요한 이는 바로 천(天) 우바새이니라.
최후에 깨달음[證]을 받은 이는 바로 구이나갈마라(拘夷那竭摩羅)이니라.
이름난 우바이(優婆夷)에는 30인이 있느니라.
처음으로 도(道)의 깨달음을 얻은 이는 곧 난타바라(難陀婆羅) 우바이이니라.
지혜가 첫째가는 이는 바로 구수다라(久壽多羅) 우바이이니라.
언제나 좌선하기를 기뻐하는 이는 바로 수비야녀(須毘耶女) 우바이이니라.
혜근(慧根)이 똑똑한 이는 바로 비부(毘浮) 우바이이니라.
설법을 잘하는 이는 바로 앙갈사(央竭闍) 우바이이니라.
경(經)의 뜻을 잘 연설하는 이는 바로 발타사라(跋陀娑羅) 우바이이니라.
외도를 굴복시킨 이는 바로 바수타(婆修陁) 우바이이니라.
목소리가 맑게 울리는 이는 바로 무우(無憂) 우바이이니라.
갖가지 논(論)에 능통한 이는 바로 바라타(婆羅陁) 우바이이니라.
용맹스럽게 힘쓰며 정진하는 이는 바로 수(須) 우바이이니라.
맨 처음으로 여래께 공양한 이는 바로 마리(摩利) 부인이니라.
바른 법을 받들어 섬기는 이는 바로 수뢰바(須賴婆) 부인이니라.
많은 비구들에게 공양하는 이는 바로 사미(捨彌) 부인이니라.
현재ㆍ미래ㆍ과거의 어진 이를 우러러보는 이는 바로 월광(月光) 부인이니라.
보시[檀越]로 제일가는 이는 바로 뇌전(雷電) 부인이니라.
언제나 자삼매(慈三昧)를 행하는 이는 바로 마하선(摩訶先) 우바이이니라.
남의 고통을 구제해 주려는 마음[悲]을 행하며 가엾게 여기는 이는 바로 비제(毘提) 우바이이니라.
기뻐하는 마음[喜心]이 끊어지지 않는 이는 바로 발타(拔陀) 우바이니라.
지키고 보호하는 업(業)을 행하는 이는 바로 난타모(難陀母) 우바이니라.
신해탈(信解脫)을 얻은 이는 바로 조요(照曜) 우바이니라.
언제나 인욕(忍辱)을 행하는 이는 바로 무우(無憂) 우바이니라.
공삼매(空三昧)를 행하는 이는 바로 비수선(毘讐先) 우바이니라.
무상삼매(無相三昧)를 행하는 이는 바로 우나타(優那陀) 우바이니라.
무원삼매(無願三昧)를 행하는 이는 바로 무구(無垢) 우바이니라.
남들에게 가르쳐 주기를 좋아하는 이는 바로 시리 부인(尸利夫人) 우바이니라.
계(戒)를 잘 지니는 이는 바로 앙갈마(央竭摩) 우바이니라.
모습이 단정하게 생긴 이는 바로 뇌염(雷炎) 우바이니라.
모든 감관이 고요한 이는 바로 최승(最勝) 우바이니라.
들은 것이 많고 지혜가 넓은 이는 바로 니라(泥羅) 우바이니라.
게송(偈頌)을 잘 짓는 이는 수마가제(修摩迦提)이니라.
겁이 많거나 마음의 약함이 없는 이는 바로 수달녀(須達女) 우바이니라.
최후에 깨달음을 얻은 우바이는 바로 남(藍) 우바이니라.”
승우가 학자(學者)들을 일일이 살펴보니 업적이 왕성하면 곧 명성은 드러나게 되나니, 그 유유한[悠悠] 곳에 있는 이들은 모두 다 헤아리지 못할 것이다. 그러므로 십대 제자를 가장 처음에 표지(標識)로 삼았고 사부대중은 이름이 퍼져서 저절로 드러났으니, 이른바 여러 사람에게 알려진 이는 그 무리에서 뛰어난 사람인 것이다. 아아, 저 장차 오는 이들은 생각해 보고 스스로 힘쓸지어다.비구니와 우바이에서는 수(數)에 각각 한 사람씩 남는다.


석가보 제1권 보유1)


석승우 지음
송성수 번역


4.석가강생석종성불연보(釋迦降生釋種成佛緣譜)①『인과경(因果經)』에서 나온 것임

그때 선혜보살(善慧菩薩)은 공덕의 행(行)이 원만히 갖추어져 지위가 10지(地)에 올라서 일생보처(一生補處)에 있었으며 일체종지(一切種智)에 가까웠다. 그리고는 도솔천(兜率天)에 태어나 이름을 성선백(聖善白)이라 하였고 모든 하늘의 주인이 되어 일생보처의 행을 말씀하셨으며, 또 시방의 국토에 갖가지 몸을 나타내어 모든 중생들을 위하여 마땅함을 따라 설법하셨다. 기약한 운수가 장차 이르러 내려가서 부처가 되실 때가 되자, 곧 다섯 가지의 일을 자세히 관찰하였다.
첫째는 모든 중생들이 성숙하였는지 아직 성숙하지 못했는지를 자세히 관찰하였고, 둘째는 때가 되었는지 아직 안 되었는지를 자세히 관찰하였으며, 셋째는 여러 국토 중에 어느 나라가 중앙에 있는가를 자세히 관찰하였고, 넷째는 모든 종족(種族) 가운데 어느 종족이 귀하고 번성한가를 자세히 관찰하였으며, 다섯째는 과거의 인연으로서 누가 가장 참되고 바른 부모가 될 것인지를 자세히 관찰하였다.
다섯 가지의 일을 자세히 관찰한 뒤에 곧 스스로 생각하였다.
‘지금의 모든 중생들은 내가 처음 발심해서부터 성숙해 온 이들이므로 청정한 묘법(妙法)을 받을 수 있으며, 이 삼천대천세계(三千大千世界)에서는 이 염부제(閻浮提)의 가비라(迦毘羅) 시도국(施兜國)이 가장 중앙에 위치해 있구나.’
『서응본기(瑞應本紀)』에서 말하였다.
“가비라위(迦毘羅衛)는 3천의 해와 달 그리고 1만 2천의 하늘과 땅의 중앙에 위치해 있다. 부처님의 위신(威神)은 지극히 높고 막중하므로 변두리 땅에서는 태어날 수 없나니, 그런 땅은 기울어져 올바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그들의 중앙에 처하면서 두루 시방을 교화해야 한다. 옛날의 모든 부처님께서 세간에 출현하실 때에도 모두 여기서 태어나셨다.”
‘모든 성(姓)과 종성(種姓) 가운데서는 석가(釋迦)가 제일이며 감자(甘蔗)의 먼 후손이요 성왕(聖王)의 후예이다. 백정왕(白淨王)의 과거의 인연을 살펴보니 부부[夫妻]가 진실하고 바르므로 부모가 될 만하다. 또 마야부인(摩耶夫人)을 보니 수명이 짧아서 태자를 잉태하여 열 달을 다 채우고 태자가 태어나면 태어난 지 7일 만에 어머니는 목숨을 마치겠구나.’
이미 이렇게 관찰하고 또 스스로 생각하였다.
‘내가 만일 지금 바로 내려가서 태어난다면 모든 하늘과 사람들을 널리 이롭게 할 수 없다. 오히려 천궁(天宮)에서 다섯 가지의 모습을 나타내어 모든 천자(天子)들로 하여금 내가 기약된 운수가 되어 내려가서 부처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야겠다.’
첫째는 보살이 눈을 깜박거린 것이고, 둘째는 머리 위의 꽃이 시들어 버린 것이며, 셋째는 옷에 먼지와 때가 끼는 것이고, 넷째는 겨드랑이 아래에 땀이 나는 것이며 다섯째는 본래 있던 자리를 좋아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때 모든 하늘들은 갑자기 보살에게 이런 이상한 조짐이 있는 것을 보고 마음으로 크게 놀라고 두려워하였고 몸의 모든 털구멍에서 피가 흐르는 것이 마치 비오듯 하였으므로 그들끼리 서로 말하였다.
“보살께서는 오래지 않아서 우리들을 버리겠구려.”
그때 보살은 또 다섯 가지의 상서를 내었으니 첫째는 큰 광명을 놓아서 삼천대천세계를 널리 비추었고, 둘째는 대지(大地)가 열여덟 가지 모양으로 진동하였고 수미산(須彌山)과 바닷물과 모든 하늘의 궁전들도 모두 진동하였으며, 셋째는 모든 악마들의 궁택(宮宅)이 숨겨지고 가려져서 보이지 않았고, 넷째는 해와 달과 별에 광명이 없어졌으며, 다섯째는 천하에 8부(部)가 모두 진동하여 스스로 어찌할 수가 없었다.
이 도솔천의 모든 하늘들은 보살의 몸에 이미 다섯 가지 모습이 있음을 보았는데 또다시 밖으로 다섯 가지의 희유한 일을 보게 되었으므로 모두가 모여서 보살에게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발에 예배하고 아뢰었다.
“존자시여, 저희들은 오늘 이 모든 모양을 보고 온몸이 떨리면서 스스로 진정할 수 없습니다. 저희들을 위하여 이런 인연을 해석하여 주시길 바랍니다.”
보살은 곧 모든 하늘들에게 대답하였다.
“선남자들이여, 알아야 하리니 모든 행(行)은 다 영원함이 없느니라. 나는 이제 오래지 않아서 이 천궁(天宮)을 떠나 염부제로 가 태어나리라.”
그때 모든 하늘들은 이 말을 듣자마자 소리 내어 슬피 울면서 마음속으로 크게 근심하고 괴로워하며 온몸에 피가 나타난 것이 마치 바라사(波羅奢)꽃과 같았다.
혹 어떤 이는 다시 본래 있던 자리를 좋아하지 않게 되었고, 혹 어떤 이는 그 장엄한 꾸미개를 버리기도 하였으며, 혹 어떤 이는 땅에서 나뒹굴어 기절하기도 하였고, 혹 어떤 이는 덧없는 괴로움을 깊이 한탄하기도 하였다.
그때 어느 한 천자가 곧 게송을 말하였다.

보살은 여기에 계시면서
저희들에게 법(法)의 눈을 뜨게 하셨는데
이제 저희를 멀리 떠나시니
마치 장님이 인도하는 스승을 여의는 것 같습니다.

또한 마치 물을 건너려고 할 때에
갑자기 다리와 배를 잃는 것과 같고
또한 젖먹이나 외로운 아이가
그의 인자한 어미를 잃게 된 것과 같습니다.

저희들도 또한 그와 같아서
돌아가 의지할 곳을 잃게 되었으니
바야흐로 생사(生死)의 강물 속을 떠내려가
끝내 벗어날 인연이 없게 되었습니다.

저희들은 오랜 세월 동안
어리석음의 화살에 맞아 있는데
이렇게 대의왕(大醫王)을 잃게 되었으니
그 누가 저희들을 구제하겠습니까?

무명(無明)의 숲에 걸려 누워 있고
애욕(愛慾)의 바다에 끝없이 빠져 있는데
존자의 가르침이 영영 끊어진다면
빠져나올 기약을 할 수 없겠습니다.

그때 보살은 모든 천자들이 슬피 울면서 괴로워하는 것을 보고 또 연모하는 게송을 듣고는 곧 인자한 음성으로 그들에게 말하였다.
“선남자들이여, 무릇 사람으로서 생(生)을 받고서 죽지 않는 이가 없으며 은혜와 사랑이 합하여 모이게 되면 반드시 이별이 있게 되느니라. 위로는 아가니타천(阿迦膩吒天)으로부터 아래로 아비지옥(阿鼻地獄)에 이르기까지 그 안의 온갖 중생들은 덧없는 큰 불에 삶기고 구워지지 않는 이는 없도다. 그러므로 그대들은 나에 대하여 유독 연모를 내지 말아야 하느니라. 나는 지금 그대들과 함께 아직 생사(生死)의 훨훨 타는 불길을 떠나지 못했으며 온갖 빈부와 귀천을 벗어나지 못했느니라.”
이에 보살은 곧 게송을 말씀하셨다.

제행(諸行)은 무상하니
이는 생멸법이라
생멸이 이미 소멸하면
적멸이 즐거움이니라.

그때 보살은 천자들에게 말하였다.
“이 게송은 바로 과거 모든 부처님께서 널리 연설하신 것이니, 모든 행(行)의 본체와 형상의 법은 이와 같으니라. 그대들은 오늘 근심하거나 괴로워하지 말라. 나는 태어나고 죽는 한량없는 겁(劫)을 지내왔고 이제는 오직 이 한 생(生)만이 남아 있나니 오래지 않아서 모든 행을 여의게 되리라. 이제는 저 중생들을 제도하여 해탈시킬 때이므로 나는 마땅히 내려가서 염부제 안의 가비라시도국(迦毘羅施兜國)의 감자의 먼 후손이요, 석씨 성의 종족인 백정왕의 집에 태어날 것임을 그대들은 알아야 하리라.
나는 거기서 태어난 뒤 부모를 멀리 여의고 처자와 전륜왕의 자리를 버리면서 출가하여 도를 배울 것이니라. 부지런히 고행을 닦아 악마를 굴복시키고 일체종지(一切種智)를 이루어 온갖 세간의 하늘ㆍ사람ㆍ악마ㆍ범(梵)으로서는 굴릴 수 없는 법륜(法輪)을 굴리게 될 것이니라.
또한 과거의 모든 부처님께서 행하신 법식(法式)에 따라 널리 모든 하늘과 사람들을 이롭게 하고 큰 법의 깃발을 세워 악마의 깃발을 넘어뜨리리라. 또한 번뇌의 바다를 모두 말리고 여덟 가지의 바른 길을 깨끗하게 하며, 모든 법인(法印)을 중생의 마음속에 찍어 줄 것이니라. 또한 큰 법회(法會)를 베풀어 모든 하늘과 사람들을 청할 것이니, 그때에는 그대들도 모두 함께 그 모임에 있으면서 법(法)의 밥[食]을 달게 받으리라. 이런 인연 때문에 근심하거나 괴로워하지 말아야 하느니라.”
그때 보살은 게송을 말씀하셨다.

나는 오래지 않아 여기에서
마땅히 염부제로 내려가서
가비라시도국의
백정왕의 궁정에 태어나야 하리라.
부모와 친지들과 작별하고
전륜왕의 지위를 버리고서
출가하여 도를 닦고 배워
일체종지(一切種智)를 이루겠노라.

바른 법의 깃발[幢]을 세우고
번뇌의 바다를 모두 말리며
악취(惡趣)의 문을 꼭 닫고서
여덟 가지 바른 길을 영원히 열리라.

모든 하늘과 사람을 널리 이롭게 하여
그 숫자는 한량없으리니
이러한 인연 때문에
근심하거나 괴로워하지 말아야 하리.

그때 보살은 몸의 모든 털구멍에서 광명을 뿜었다. 모든 천자들은 보살의 말을 듣고 다시 몸에서 큰 광명이 나는 것을 보고 기뻐하며 뛰면서 모든 근심과 걱정을 여의고 저마다 마음으로 생각하기를, ‘보살은 오래지 않아서 정각(正覺)을 이루게 되겠구나’라고 하였다.
『보요경(普曜經)』일명 방등본기(方等本起)이다.에서 말하였다.
“보살이 도솔천에 머무르실 때에 모든 천자들이 각각 66억이었는데 함께 의논하였다.
‘장차 보살을 어느 종족에서 태어나도록 해야 하겠는가?’
어떤 이가 말하였다.
‘유제종(維提種)의 마갈국(摩竭國)은 어머니는 진실하고 바르지만 그 아버지가 진실하지 못하고, 구살대국(拘薩大國)은 부모와 종족 모두가 진실하거나 바르지 못하며, 화사대국(和沙大國)은 왕에게 위신(威神)이 없어 다른 이의 다스림[節度]을 받고 있고, 유야리국(維耶離國)은 다투기를 좋아하여 화목하지 못하고 청정한 행이 없으며, 발수국(鏺樹國)은 거동이 허망하면서 의지와 성품이 거칠므로 마땅히 이러한 곳에서는 태어나지 않으셔야 한다.’
당영(幢英)이라는 한 천자가 보살에게로 나아가서 물었다.
‘구경(究竟)의 보살이시고 일생보처이시니, 강신(降神)할 수 있는 종성은 어떠한 곳입니까?’
보살이 대답하였다.
‘그 나라 종성에 60가지 덕(德)이 있으면 거기에 강신해야 하느니라.60가지 덕은 문장이 많으므로 기재하지 않는다. 지금의 저 석종(釋種)은 번성하고 오곡이 풍족하게 익었으며 즐거움이 끝이 없고 백성들이 무성하며 뭇 덕의 근본을 심고 있느니라. 가유라위(迦維羅衛)는 여러 사람들이 화목하여 위아래가 서로 받들고 모든 석씨는 일승(一乘)을 간절히 우러르고 있느니라.
저 백정왕은 성품과 행이 어질며 부인은 묘한 자태를 지녔고 성품이 온화하고 곧은 것이 마치 하늘의 옥녀(玉女)와 같으며 몸과 입과 마음을 지키며 강하기가 마치 금강(金剛)과 같으니라. 전생의 5백 세상 동안도 보살의 어머니였으니 마땅히 내려가서 그녀의 태(胎)를 받아야 되느니라.’
그때 보살은 모든 천자들에게 물었다.
‘어떠한 모습으로 어머니의 태에 강신해야겠는가?’
어떠한 이는 어린아이의 형상이어야 한다고 하고, 어떤 이는 제석이나 범왕의 형상이어야 한다고 하였으며, 어떤 이는 일왕(日王)ㆍ월왕(月王)의 형상이어야 한다고 하며, 어떤 이는 금시조(金翅鳥)의 형상이어야 한다고 하였는데, 선도(仙道)로부터 온 강위(强威)라는 범천(梵天)이 모든 하늘에게 대답하였다.
‘코끼리 형상이 제일입니다. 여섯 어금니를 지닌 흰 코끼리는 위신이 높고 뛰어나 범전(梵典)에도 실려 있습니다. 그 까닭은 세간에 있는 세 짐승인 토끼와 말과 흰 코끼리가 물을 건널 때에 토끼는 나아가 저절로 건너게 되고 말은 비록 조금은 용맹하지만 오히려 물의 깊고 얕음을 알지 못하는데, 흰 코끼리가 건널 때에는 그 근원의 밑까지 다하기 때문입니다.
성문이나 연각은 마치 토끼나 말과 같아서 비록 생사(生死)를 건넌다 하더라도 법의 근본을 통달하지 못하거니와 보살 대승은 마치 흰 코끼리와 같아서 삼계(三界) 12연기(緣起)를 이해 통달하여 그것이 본래부터 없음을 분명히 알아 온갖 것들을 구호하니 제도되지 않는 것이 없습니다.’
보살은 겨울의 한창 추위를 지나 봄이 끝날 무렵인 초여름으로 나무가 처음 꽃이 피고 무성하며 춥지도 덥지도 않으며 때에 알맞아 비수(沸宿)가 내려왔을 때, 도솔천으로부터 입에 여섯 개의 어금니를 가지고 모든 감관이 고요히 안정된 흰 코끼리로 변화되어 뛰어난 빛을 내며 햇빛을 따라 어머니의 태에 강신하여 오른쪽 겨드랑이로 나아갔다. 오른편에 처한 까닭은 행하신 일이 왼쪽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왕후는 깨끗하고 미묘하면서 편안히 잠을 자고 있는데 갑자기 흰 코끼리가 와서 태중(胎中)에 처하게 된 것을 깨달았다. 몸과 마음이 안온해지면서 마치 선(禪)을 체득한 것 같았다.『서응본기(瑞應本起)』와 『수행본기(修行本起)』에서 모두 말하기를, “보살이 처음 내려올 때 변화하여 흰 코끼리를 타고 해의 정기(精氣)를 받으며 왔다고 하였다.
그때 보살은 태(胎)로 내려가야 할 때가 되었음을 관하고 곧 어금니 여섯 개의 흰 코끼리를 타고 도솔궁(兜率宮)을 출발하였다. 그러자 한량없는 하늘들이 모든 기악(妓樂)을 올리고 여러 가지 묘한 향을 사르면서 묘한 하늘꽃을 뿌리며 보살을 따라와 허공 가득히 큰 광명을 뿜어 시방을 두루 비추었다.
4월 8일 명성(明星)이 나올 때 어머니의 태에 강신하였다. 그때 마야부인은 잠에서 깨어날 무렵 보살이 여섯 개의 어금니를 가진 흰 코끼리를 타고 허공에서 내려와 오른쪽 겨드랑이로 들어가서는 몸을 밖으로 나타내는 것이 마치 유리(琉璃)에 비춘 것처럼 보았다.
부인은 몸이 편안하고 즐거움을 느끼면서 마치 감로(甘露)를 먹은 것과 같았으므로 자신의 몸을 돌아보았는데 마치 해와 달이 비춘 것 같은지라 마음이 크게 기뻐서 뛸 듯한 것이 한량없었다. 이런 모양을 본 뒤에 확연(廓然)히 깨어나 드문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 곧 백정왕에게 이르러 왕에게 아뢰었다.
‘제가 아까 잠에서 깨어날 무렵 그 모양이 마치 꿈과 같으면서도 여러 가지 상서로운 모양을 보았는데 아주 기특하였습니다.’
왕은 곧 대답하였다.
‘나도 역시 아까 큰 광명이 있는 것을 보고 깨어났습니다. 당신의 얼굴 모습이 평소와 다르시니 당신은 나에게 보았던 상서로운 모양을 말해 주시오.’
그러자 부인은 곧 위의 일을 자세히 설명하고 게송을 말하였다.

흰 코끼리를 탄 어떤 이를 보았는데
희고 깨끗하기가 마치 해와 달과 같았으며
제석과 범왕 등 모든 하늘들이
모두 다 보배 깃발을 가졌고

향을 사르고 하늘 꽃을 뿌리고
아울러 여러 가지 기악(妓樂)을 울리면서
허공 가운데 가득 차서
에워싸며 아래로 내려왔습니다.

나의 오른쪽 겨드랑이에 들어와서는
마치 유리(琉璃)에 비춘 것 같았나이다
지금 그것을 대왕께 드러내 보이오니
이것은 어떠한 상서로운 모습입니까?

그때 백정왕은 마야부인이 모든 상서로운 모습을 말하자마자 기뻐 뛰며 어쩔 줄 모르면서 곧 사람을 보내어 관상[相]을 잘 보는 바라문(婆羅門)을 청하여 미묘한 향과 꽃과 갖가지의 음식을 공양하였고, 공양이 끝나자마자 부인의 오른쪽 겨드랑이를 보이고 아울러 상서로운 모양을 설명하고는 바라문에게 말하였다.
‘우리를 위하여 점을 쳐 주십시오. 어떤 기이한 일이라도 있습니까?’
그때 바라문은 곧 점을 치고 말하였다.
‘대왕의 부인께서 품으신 태자는 여러 좋고 묘한 상(相)이 있어서 말로는 자세히 설명할 수 없습니다. 이제 왕을 위하여 간략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대왕이여, 지금 부인의 태 안의 아들은 반드시 석가의 종족을 빛나게 할 것임을 아셔야 합니다. 태로 내려올 때에 큰 광명을 놓았고 모든 하늘과 제석과 범왕이 모시고 에워쌌으니 이 모습은 틀림없이 정각(正覺)의 상서입니다. 만일 출가하지 않으면 전륜성왕이 되어 사천하(四天下)의 왕노릇을 하여 칠보가 저절로 이르게 될 것이며 천 명의 아들을 두루 갖출 것입니다.’
그때 왕은 그 바라문의 말을 듣고 깊이 스스로 경축하면서 기뻐함이 한량없었으며, 곧 금ㆍ은과 여러 가지 보배와 코끼리ㆍ말ㆍ수레 그리고 촌읍(村邑)을 그 바라문에게 공양하였다. 또한 마야부인도 채녀(婇女)와 진기한 보배를 그에게 받들어 보시하였다.”
『서응본기경(瑞應本紀經)』에서 말하였다.
“왕은 곧 태복(太卜)을 불러서 그 꿈속의 일을 점치게 하였는데 괘(卦)에서 ‘도덕(道德)으로 돌아갈 분이며 세간에서는 그의 복(福)을 입게 될 것이니 틀림 없이 성자(聖子)를 임신하셨습니다’라고 말하였다.”
보살이 태(胎) 안에 있게 된 뒤에 마야부인은 날마다 여섯 가지 바라밀(波羅蜜)을 수행하였고 하늘이 바치는 음식이 저절로 이르렀으므로 다시는 인간의 음식맛을 좋아하지 않았다.
삼천대천세계는 언제나 매우 밝았고 그 세계 가운데 해와 달이 비추지 못하는 어두운 곳도 모두 환하게 밝았다.
그 안에 있는 중생들은 저마다 서로를 보게 되어 함께 말하였다.
“이 가운데에 어떻게 갑자기 중생이 살게 된 것일까?”
보살이 태로 내려오실 때에 삼천대천세계가 열여덟 가지 모양[相]으로 진동하였고, 맑고 시원하며 향기로운 바람이 사방에서 일어났으며, 병든 이들이 모두 다 나았고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도 모두 쉬게 되었다.
그때 도솔천궁에 한 천자가 있다가 생각하였다.
‘보살은 이미 백정왕의 궁전에 나시게 되었다. 나도 인간 세상에 내려가 태어나서 보살이 성불하기 전에 먼저 있으면서 그의 권속이 되어서 공양하고 법을 들어야겠다.’
이런 생각을 한 뒤에 곧 왕사성(王舍城) 안의 명월종성(明月種姓)인 전다라급다왕가(旃陁羅及多王家)에 나려고 내려갔다.
또 어떤 천자는 사위국(舍衛國) 왕가에 태어났고, 또 어떤 천자는 투라궐차국(偸羅厥叉國) 왕가에 태어났다. 또 어떤 천자는 독자국(犢子國) 왕가에 태어났으며, 또 어떤 천자는 발라국(跋羅國) 왕가에 태어났으며, 또 어떤 천자는 노라국(盧羅國) 왕가에 태어났으며, 또 어떤 천자는 덕차시라국(德叉尸羅國) 왕가에 태어났다.
또 어떤 천자는 구바국(拘婆國)의 왕가(王家)에 나려고 내려갔고, 다시 어떤 천자는 바라문의 집에 나려고 내려갔으며, 다시 어떤 천자들은 장자(長者)ㆍ거사(居士)ㆍ비사(毘舍)ㆍ수타라(首陁羅)의 집에 나려고 내려갔고, 다시 5백의 천자들은 석씨 종성의 집에 나려고 내려갔다. 이와 같이 모든 천자들의 숫자는 대개 99억이었으며 인간 세상에 태어나려고 내려갔다.
또 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에서 사천왕(四天王)의 처소에 이르기까지 태어나고자 내려간 이들은 헤아릴 수조차 없고, 다시 색계(色界)의 천왕과 그의 권속 역시 모두 내려가 선인(仙人)으로 태어나 보살이 태 안에 있을 때 가고 서고 앉고 눕는 일에 거리낄 것이 없게 하였다. 또 어머니에게 어떠한 괴로움이나 병이 없도록 하였다.
보살은 아침에는 어머니의 태 안에서 색계의 모든 하늘들을 위하여 갖가지 법을 설하였고, 한낮이 되면 욕계의 모든 하늘들을 위하여 역시 모든 법을 설하였으며, 해가 저물면 또다시 모든 귀신들을 위하여 법을 설하였고, 밤의 세 때에도 역시 그렇게 하였으니, 한량없는 중생을 성숙시키고 이익되게 하였다.『보요경(普曜經)』에서 말하기를, “보살이 태에 있는 열 달 동안에 36재(載)의 모든 하늘과 백성들을 교화하고 가르쳐서 성문(聲聞)과 여러 대승(大乘)이 성립하게 되었다.”
보살이 태에 있을 때 부인(夫人)들이 채녀들과 와서 예배하고 공양하기도 하였고, 혹은 와서 다음과 같은 원을 말하는 이도 있었다.
“장차 전륜성왕이 되셔야 합니다.”
보살은 들은 뒤에 마음이 기쁘지 않았다. 혹은 또 어떤 이는 와서 다음처럼 원을 말하였다.
“마땅히 일체종지(一切種智)를 이루셔야 합니다.”
보살은 듣고 나서 마음으로 크게 기뻐하였다.
보살이 태 안에 있으면서 열 달이 다 차려 할 때 몸의 모든 마디뼈와 상호(相好) 등은 완전히 갖추어졌고 또한 어머니의 모든 감관을 고요하고 안정되게 하여 동산 숲에 있기를 좋아하고 시끄러운 곳은 기뻐하지 않게 하였다.
그때 백정왕은 마음속으로 생각하기를, ‘부인이 임신하여 날과 달이 다 차려 하는데도 출산하려는 조짐이 보이지 않는구나’라고 하였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에 부인이 전갈을 보내와 아뢰기를 “저는 지금 동산의 숲에 나가 노닐며 구경하고 싶습니다”라고 했다.
왕은 이것을 듣고 매우 기뻐하였다. 곧 밖에 명하여 람비니(藍毘尼) 동산을 깨끗이 쓸고 물뿌리며 또한 많은 아름다운 꽃과 과일나무를 심게 하고 흐르는 샘물과 목욕하는 못도 모두 청결하게 하였다. 난간과 섬돌도 모두 칠보로 장엄하게 하고 비취(翡翠)ㆍ원앙(鴛鴦)ㆍ난새[鸞]ㆍ봉새[鳳]ㆍ올빼미ㆍ갈매기 등의 여러 가지 기이한 새들도 그 안에서 모여 울게 하였고 비단 깃발과 일산을 달고 꽃을 뿌리며 향을 사르고 여러 풍악을 연주하게 하였으니 마치 제석의 환희원(歡喜園)과 같았다.
또 칙명을 내려 가운데 걸어다니는 곳을 모두 엄정(嚴淨)하게 하여 갖가지로 장엄하였으며, 또 칙명을 내려 십만 개의 수레를 칠보로 장엄하여 차리고 각각의 수레에는 장식을 새겨서 자못 뛰어나게 하였다.
또한 밖에 칙명을 내려 상병(象兵)ㆍ마병(馬兵)ㆍ거병(車兵)ㆍ보병(步兵)의 네 군사들을 엄격히 차리게 하였고, 또 후궁(後宮)의 채녀(婇女)로서 얼굴이 단정하고 늙지도 젊지도 않으며 성품이 온화하고 총명한 이들을 고르게 하였으니, 그 숫자는 모두 8만 4천이나 되었고 그들로 하여금 마야부인을 모시게 하였다.
또한 8만 4천의 단정한 동녀(童女)들을 골라서 오묘한 영락(瓔珞)과 몸을 장식하는 꾸미개를 붙이고 향과 꽃을 가지고 먼저 람비니 동산에 가서 머무르게 하였다.
왕은 또 모든 신하들과 백관(百官)에게 명하여 부인이 갈 때 모두 따라 가서 모시게 하였다.
이때 부인은 곧 보배 수레에 올라 모든 관속과 채녀들에게 앞뒤로 인도받고 따르면서 람비니 동산으로 갔다.
그때 다시 천룡팔부 역시 뒤를 따르면서 허공에 가득 찼다.
『대화엄경(大華嚴經)』에서 말하였다.
“보살이 도솔천으로부터 강신하여 내려올 때에 이 숲 안에는 열 가지 상서로운 조짐이 있었다. 첫째는 갑자기 매우 넓어졌고, 둘째는 흙과 돌이 변하여 금강(金剛)이 되었으며, 셋째는 보배 나무들이 줄지어 섰고, 넷째는 침수향(沈水香)ㆍ말향(末香)으로 장엄하였으며, 다섯째는 꽃다발이 가득 찼고, 여섯째는 온갖 보배들이 흘러나왔으며, 일곱째는 못에 연꽃이 피어났고, 여덟째는 천ㆍ용ㆍ야차 등이 합장하고 섰으며, 아홉째는 천녀(天女)들이 합장하고 공경하였으며, 열째는 시방의 온갖 부처님께서 배꼽 가운데서 광명을 놓아 이 숲을 널리 비추어 부처님께서 태어나심을 나타내셨다.”
그때 부인이 이미 동산에 들어간 뒤에 모든 감관이 고요해졌다.
곧 시녀(侍女)를 보내어 백정왕에게 아뢰자, 왕은 듣고 뛸 듯이 기뻐하면서 무우수(無憂樹)에 이르렀다. 왕은 마음속으로 생각하였다.
‘어느 집이 묘후(妙后)에게 편안할까?’
그때 하늘과 제석과 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이 저마다 천궁에 올라가서 향과 꽃과 기악 등의 기이한 것을 가지고 공양하였으므로 묘후는 몸이 가뿐하여 부드러워졌고 3독(毒)을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만일 병이 들거나 몸과 마음에 질환이 있는 어떤 이라도 보살의 어머니에게 청하여 손으로 그의 머리를 어루만져 주게 하면 병이 모두 다 나았다.
열 달이 다 차서 4월 8일 해가 처음 떠오를 무렵 부인은 그 동산 안에서 꽃과 빛이 향기롭고 신선하며 가지와 잎이 퍼져 매우 무성한 무우(無憂)라는 큰 나무 한 그루를 보았다.『보요경(普曜經)』에서는 말하기를 “왕후는 해산하려 할 적에 원관(園觀)에 들어가려고 생각하여 운모(雲母)의 보배 수레를 장엄하고 채녀에게 에워싸여 연비(憐鞞)나무 아래로 나와 노닐다가 사자상(師子床)에 앉자마자 여섯 가지로 삼천의 국토가 진동하였다. 그때 사천왕은 왕후의 수레를 끌었고 범천이 앞에서 인도하여 마침 나무 아래에 이르렀는데, 나무가 곧 가지를 구부려 스스로 왕후에게 귀의하였으며 모든 하늘이 함께 꽃을 뿌렸다”고 하였다.
곧 오른손을 들어 그 나무를 잡으려고 할 때 보살이 조금씩 오른쪽 겨드랑이로부터 출생하였다.
『불소행찬경(佛所行讚經)』에서는 말하기를 “우류왕(優留王)은 다리로부터 출생하였고, 비투왕(卑偸王)은 손으로부터 출생하였으며, 만타왕(漫陁王)은 정수리로부터 출생하였고, 가차왕(伽叉王)은 겨드랑이로부터 출생하였으며 보살도 역시 그와 같이 오른쪽 겨드랑이로부터 출생하였다”고 하였다. 『대선권경(大善權經)』에서 말하기를 “보살이 마음만 먹었다면 도솔천에서 태(胎)를 지나지 않고도 잠깐 사이에 최정각(最正覺)을 이룰 수 있었으나, 사람들이 ‘이것이 어디서부터 오는 것은 변화로 되는 것이다’라고 의심하는 것을 막으려고 하셨다. 만일 의심을 품게 되면 법을 듣고 받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태(胎)를 받으신 일을 나타내셨다. 모후가 보살을 낳으면 반드시 괴로움과 질환이 있을 것이라고 할 것이므로 안온함을 나타내려고 어머니가 막 나뭇가지를 붙잡자 탄생하신 것이다. 이것이 바로 보살의 훌륭하신 방편(方便)이다”고 하였다.
그때 나무 아래에는 또한 칠보로 된 일곱 송이의 연꽃이 피어났으며, 그 크기는 수레바퀴만 하였다. 보살은 곧 그 연꽃 위로 떨어져 붙잡아 주는 이도 없이 스스로 일곱 걸음을 걸어갔다.『대선권경』에서 말하기를 “보살이 땅에서 걸은 것은 일곱 걸음이었고 여덟 걸음이 아닌 것은 바로 바른 뜻인 7각의(覺意)에 상응한 것이다”라고 하였다.
그의 오른쪽 팔을 들어올리고 사자처럼 외쳤다.
“나는 모든 천상과 인간 세상 안에서 가장 뛰어나고 가장 높은 이다. 이제 한량없는 생사가 다하였으며 이 생(生)에서 온갖 하늘과 사람들을 이익되게 하리라.”『대선권경』에서 말하기를 “손을 들고는 말하기를, ‘나는 세간에서 가장 높은 이다’라고 하였다. 만일 이렇게 나타내지 않았다면 저마다 자신이 높다고 하여서 외도(外道)와 범지(梵志)들은 반드시 악취(惡趣)에 떨어지게 될 것이니, 이것이 바로 보살의 훌륭한 방편이다”라고 하였다.
이런 말을 하자마자 사천왕은 곧 하늘의 비단으로 태자의 몸을 받쳐 들어 보배로 장식된 안석에 놓았고, 석제환인(釋提桓因)은 손에 보배로 된 일산을 받쳤으며, 대범천왕은 또 흰 불자를 가지고 곁에서 모셨고, 난타(難陀)용왕과 우파난타(優波難陁)용왕은 허공 가운데 청정한 물을 토하였으니, 한 줄기는 따뜻한 물이었고 한 줄기는 시원한 물로서 태자의 몸에 부었다.
『보요경(普曜經)』에서 말하기를, “하늘 제석과 범왕은 여러 가지의 이름 있는 향을 비처럼 내렸고, 아홉 마리 용(龍)은 위에서 향기로운 물을 내리어 보살을 목욕시켰다”고 하였다. 『서응본기경(瑞應本紀經)』에서 말하기를, “제석과 범왕은 아래에서 모시고 사대천왕은 보살의 몸을 받아 금으로 된 안석 위에 놓았다”고 하였다. 『수행본기경(修行本起經)』에서 말하기를, “용왕의 형제는 왼쪽에서 따뜻한 물을 뿌리고 오른쪽에서는 찬물을 뿌렸으며 제석과 범왕은 하늘옷으로 보살의 몸을 쌌다”고 하였다.
몸은 황금빛이고 32상(相)이 있어 큰 광명으로 널리 삼천대천세계를 비추었다. 천룡팔부는 또한 허공에서 하늘의 기악을 울리며 노래로 찬탄하였고 여러 가지 이름난 향을 사르고 여러 좋은 꽃을 흩뿌렸다. 또 하늘옷과 영락(瓔珞)을 뿌렸으므로 여기저기에 어지럽게 떨어져 헤아릴 수도 없었다.
그때 마야부인은 태자를 낳은 뒤 몸이 편안하고 쾌락하며 괴롭거나 아픈 데가 없었으므로 뛸 듯이 기뻐하며 나무 아래에 머물러 있었다. 그런데 앞뒤에서 저절로 네 개의 우물이 갑자기 생겨났는데 그 물은 향기롭고 깨끗하며 여덟 가지 공덕(功德)을 갖추고 있었다.
그때 마야부인은 그녀의 권속과 함께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목욕하고 씻었으며 다시 모든 하늘과 야차들이 에워싸고 태자와 마야부인을 지켰다.
그때 염부제의 사람에서 아가니타천(阿迦膩吒天)에 이르기까지 비록 기쁨과 즐거움을 여읜 이들도 또한 여기에 있어서는 기뻐하며 찬탄해 말하였다.
“일체종지(一切種智)께서 이제 세간에 출현하셨으니 한량없는 중생들이 이익을 얻으리라. 원컨대 빨리 정각(正覺)의 도(道)를 이루어서 법륜(法輪)을 굴리어 중생을 널리 제도하소서.”
오직 악마왕만이 홀로 근심하고 괴로워하면서 본래의 자리에서 안절부절 못하였다.
그때 느끼게 된 상서로운 징조는 34가지가 있었다.『보요경(普曜經)』에서는 32가지라 하였다. 첫 번째는 시방세계가 모두 매우 밝아졌고, 두 번째는 삼천대천세계가 18가지 모양으로 움직여 큰 언덕이 평탄해졌으며, 세 번째는 온갖 말라죽은 나무가 다시 꽃이 활짝 피었고 나라의 경계에는 저절로 기이한 나무가 자라났으며, 네 번째는 동산에서 기이하게 단 열매가 났다.
다섯 번째는 육지에도 보배 연꽃이 피었는데 그 크기가 수레바퀴만 하였고, 여섯 번째는 땅 속에 묻힌 보배 광[藏]이 모두 튀어 나왔으며, 일곱 번째는 모든 광[諸藏]의 진기한 보배에서 큰 빛이 뿜어 나왔고, 여덟 번째는 모든 하늘의 아름다운 의복이 저절로 내려왔으며, 아홉 번째는 여러 강물의 흐름이 평온하고 잔잔하며 맑았고, 열 번째는 바람이 그치고 구름이 걷히어 공중이 맑고 깨끗해졌다.
열한 번째는 향기로운 바람이 사방에서 솔솔 불었고 가랑비가 촉촉하게 내려 날리는 먼지를 가라앉혔으며, 열두 번째는 나라 안의 병 있는 이들이 모두 나았고, 열세 번째는 나라 안의 궁전이나 집이 밝게 빛나지 않음이 없는지라 등불이 필요 없어졌으며, 열네 번째는 해와 달과 별이 멈추어 가지 않았고, 열다섯 번째는 비사거성(毘舍佉星)한자(漢字)로는 비성(沸星)이라고 한다.이 내려와 인간에 나타나서 태자의 탄생을 지키고 있었다.
열여섯 번째는 모든 범천왕이 흰 보배 일산을 가지고 궁전 위에 벌여 가리고 있었고, 열일곱 번째는 8방의 모든 선인(仙人)들이 보배를 받들고 와서 바쳤으며, 열여덟 번째는 하늘의 온갖 맛있는 음식이 저절로 앞에 와 있었고, 열아홉 번째는 수없이 많은 보배 병들에 온갖 감로(甘露)가 담겨져 있었으며, 스무 번째는 모든 하늘의 묘한 수레들이 보배를 싣고 와 이르렀다.
스물한 번째는 수없는 흰 코끼리의 새끼들이 머리에 연꽃을 이고 궁전 앞에 줄지어 서 있었고, 스물두 번째는 하늘의 감보마(紺寶馬)가 저절로 왔으며, 스물세 번째는 5백의 흰 사자왕이 설산(雪山)으로부터 나와서 나쁜 생각을 쉬고 기뻐하는 마음을 품고서 성문(城門)에 벌여 있었으며, 스물네 번째는 여러 하늘의 기녀(妓女)들이 허공 가운데서 묘한 음악을 연주했고, 스물다섯 번째는 여러 하늘의 옥녀(玉女)들이 공작(孔雀)으로 만든 불자(拂子)를 가지고 궁전의 담 위에 나타났다.
스물여섯 번째는 모든 하늘의 옥녀들이 저마다 금병(金甁)에다 향즙(香汁)을 가득 담아 들고 공중에 줄지어 서 있었고, 스물일곱 번째는 모든 하늘들은 노래와 게송으로 태자의 덕을 찬탄하였으며, 스물여덟 번째는 지옥도 쉬어서 모진 고통이 중지되었고, 스물아홉 번째는 독을 가진 벌레들이 기어들어가 숨고 나쁜 귀신들은 마음이 착해졌으며, 서른 번째는 모든 나쁜 율의(律儀)가 한꺼번에 자비롭게 되었다.
서른한 번째는 국내의 아이 밴 부인으로서 해산하는 이마다 모두 사내아이였고 온갖 병이 든 이들은 저절로 나았으며, 서른두 번째는 온갖 수신(樹神)이 변화로 사람의 형상으로 와서 예배하여 모셨으며, 서른세 번째는 모든 다른 나라의 왕들이 저마다 이름난 보배를 가지고 와서 신하로 복종하였고, 서른네 번째는 온갖 사람과 하늘들은 때에 맞지 않는 말이 없었다.
그때 모든 채녀들은 이 상서로운 조짐을 보고 매우 크게 기뻐하면서 서로 말하였다.
“지금 태자께서 탄생하시니 이렇게 좋고 상서로운 일이 있구나. 오랫동안 사시고 모든 병고가 없으시길 바라며 저희들로 하여금 큰 근심과 괴로움이 없도록 하소서.”
이런 말을 하고는 하늘의 비단보로 태자를 싸안고 부인에게로 갔다.
그때 사천왕은 허공에서 공경하며 뒤따라갔고 석제환인은 일산을 가지고 와서 가렸으며 28대귀신왕(大鬼神王)은 동산의 네 모퉁이에서 지키며 받들었다.
그때 한 청의(靑衣)로서 총명하고 똑똑한 이가 람비니 동산에서 궁중으로 돌아와서 백정왕에게 이르러 왕에게 아뢰었다.
“대왕의 위엄스런 덕이 한층 더하시게 되었습니다. 마야부인께서 이미 태자를 낳으셨습니다. 얼굴 모습이 단정하게 생기고 32상(相)과 80종호(種好)가 있으며 연꽃 위로 내려가 스스로 일곱 걸음을 걸으시어 그 오른손을 들고 사자처럼 ‘나는 온갖 천상과 인간 세상에서 가장 뛰어나고 가장 높은 이다. 이제 한량없는 생사는 이미 다하였으며 이 생(生)에서 온갖 사람과 하늘들을 이익되게 하리라’고 외쳤습니다. 이와 같은 여러 가지 기이한 일들이 있었는데 말로는 자세히 설명할 수 없습니다.”
그때 백정왕은 그 청의가 하는 말을 듣고서 뛸 듯이 기뻐하며 스스로 어쩔 줄 몰라 하면서 곧 몸에서 영락(瓔珞)을 풀어 그에게 주었다.
그때 백정왕은 곧 네 병사들을 장엄하고 권속에 둘러싸이고 아울러 1억의 석가 종성을 앞뒤로 인도하고 따르게 하면서 람비니 동산으로 들어갔다. 그 동산 안을 보니 천룡팔부가 모두 가득 차 있었다.
부인에게 이르러 태자 몸의 상호(相好)가 자못 특이함을 보고 기뻐 뛰는 것이 마치 강물과 바다의 큰 물결과 같았으며 그가 수명이 짧다는 것을 생각하여 또한 두려움을 품은 것이 비유하면 마치 수미산왕(須彌山王)은 요동시키기 어려운 것과 같으나 대지(大地)가 요동할 때에는 그것도 한 번 움직인다.
저 백정왕은 평소의 성품이 온화하고 조용하며 언제나 즐거워하거나 근심하는 일이 없었는데도 지금 태자를 보고 한편으로는 기뻐하고 한편으로는 두려워하는 모습이 또한 그와 같았다.
마야부인의 성품은 고르고 온화하였는데 이미 태자를 출생하고 모든 기이한 상서를 보게 되어 갑절이나 부드러움을 더하였다.
그때 백정왕은 두 손을 마주하여 합장하고 모든 천신(天神)에게 예배하였고 나아가 태자를 안고서 칠보의 코끼리 수레 위에 놓고는 모든 신하들과 후궁의 채녀와 허공의 모든 하늘들과 함께 하늘의 풍악을 울리면서 뒤따라 성으로 들어갔다.
그때 백정왕과 모든 석자(釋子)들은 아직 삼보(三寶)를 알지 못했으므로 곧 태자를 데리고 천사(天寺)로 나아갔다. 태자가 들어가자 범천(梵天)의 형상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태자의 발에 예배하고 왕에게 말하였다.
“대왕이여, 아셔야 합니다. 지금의 이 태자는 천상과 인간 세계에서 높으신 분이라 허공의 천신이 모두 공경하고 예배합니다. 대왕은 그러한 것을 보시지 않았습니까? 어떻게 지금 여기에 와서 우리에게 예배한단 말입니까?”
그때 백정왕과 모든 석자며 여러 신하들 사이에서는 이것을 듣고 또 본 뒤에 전에 없던 일이라고 찬탄하면서 곧 태자를 데리고 천사에서 나와 후궁으로 들어갔다.
그러할 때에 모든 석가 종성에서는 역시 같은 날 5백의 사내아이를 낳았다.
『수행본기(修行本紀)』에서 말하였다.
“나라 안의 8만 4천의 장자가 다 사내아이를 낳았고 8만 4천의 마굿간에서는 망아지를 낳았는데, 그 중 한 마리는 특이하여 털빛이 순백색이고 갈기는 구슬을 꿴 듯하였기 때문에 이름을 건특(犍特)이라 하였으며 사내종을 천특(闡特)이라 하였다.”
『서응본기(瑞應本起)』에서는 말하였다.
“사내종을 차닉(車匿)이라 하였고, 말을 건척(犍陟)이라 하였다.”
그때 왕의 외양간의 코끼리는 흰 새끼를 낳았고 말은 흰 망아지를 낳았으며 소와 양도 역시 5색(色)의 양 새끼와 송아지를 낳았으니, 이와 같은 종류는 각각 5백 마리씩이었다. 왕가의 하인[靑衣]들도 역시 5백의 하인[蒼頭]을 낳았다.
『보요경(普曜經)』에서 말하였다.
“5천의 하인들이 각각 역사(力士)를 낳았다.”
그때 궁중에는 5백 개의 묻힌 광[伏藏]이 저절로 나타났고 낱낱의 묻힌 광에서는 칠보의 창고가 그것을 둘러싸고 있었다. 또 모든 큰 장사꾼들이 바다로부터 보배를 채취하여 가비라시도국(迦毘羅施兜國)으로 돌아와 저마다 기이하고 값진 보배들을 모두 가져와 바쳤으므로 왕은 여러 사람들을 위로하여 말하였다.
“그대들이 바다에 들어갔을 때 모든 일이 순조롭고 이로웠으며 괴로운 일은 없었는가? 그리고 다른 친구들과 헤어지지는 않았는가?”
그 모든 상인들은 대답하였다.
“대왕이여, 지나는 길마다 매우 자연스럽게 안온하였습니다.”
왕은 이 말을 듣고 아주 크게 기뻐하였으며, 곧 사람을 보내어 모든 바라문들을 청하였다.
바라문들이 모두 모이자 모든 공양을 베풀어 혹은 코끼리와 말과 칠보, 그리고 전택(田宅)과 아이 종들까지 주었으며 공양이 끝난 뒤에 태자를 안고 나와서 곧 모든 바라문들에게 말하였다.
“태자가 탄생하실 때 온갖 보배의 광이 모두 나왔고 여러 가지 상서가 길상(吉祥)하지 않음이 없었습니다. 이런 이치로 태자의 이름을 살바실달(薩婆悉達)이라고 했습니다.”
『서응본기(瑞應本起)』에서는 말하였다.
“5백 개의 묻힌 광[伏藏]이 일시에 나타났고 바다에 가서 이익을 취한 이들이 한꺼번에 모여들었으며, 범지(梵志)인 관상쟁이들이 널리 만세(萬歲)를 부르며 곧 태자의 이름을 실달다(悉達多)한자(漢字)로는 돈길(頓吉)이다.라고 지었다.”
이 말을 할 때 허공의 천신(天神)은 곧 하늘 북을 쳤고 향을 사르며 꽃을 뿌리면서 큰 소리로 외쳤다.
“훌륭하십니다.”
모든 하늘과 백성들은 곧 살바실달이라고 불렀다.
그때 여덟 왕도 역시 이 날에 백정왕과 똑같이 태자를 낳았다. 그 모든 나라의 왕은 저마다 기뻐하면서 말하였다.
“나는 이제 아들을 낳았는데 여러 가지의 기이한 일이 있다.”
하지만 이것이 살바실달의 상서로운 모습임을 알지 못하였으며 바라문을 집합시켜 각각 태자를 위하여 좋은 이름을 지었다.
왕사성(王舍城)의 태자의 이름은 빈비바라(頻毘婆羅)라 하였고, 사위국(舍衛國)의 태자의 이름은 파사닉(波斯匿)이라 하였으며, 투라구타국(偸羅拘吒國)의 태자의 이름은 구랍바(拘臘婆)라 하였고, 독자국(犢子國)의 태자의 이름은 우타연(優陁延)이라 하였으며, 발라국(跋羅國)의 태자의 이름은 울타라연(鬱陁羅延)이라 하였고, 노라국(盧羅國)의 태자의 이름은 질광(疾光)이라 하였으며, 덕차시라국(德叉尸羅國)의 태자의 이름은 불가라바라(弗迦羅婆羅)라고 하였고 구라바국(拘羅婆國)의 태자의 이름은 구라바(拘羅婆)라고 하였다.
그때 백정왕은 널리 여러 신하들에게 명하여 총명하고 견문이 많으며 지혜있는 이로서 점술과 관상[占相]을 잘 알고 모든 세간 사람들에게 알려진 이를 찾게 하였으므로 여러 신하들은 사방으로 물어 찾았다.
이때에 왕은 곧 후원(後園) 가운데에 하나의 큰 전각을 짓고 창문과 난간을 칠보로 장식하였다.
그때 여러 신하들은 총명하여 관상을 잘 알고 모든 기이한 상서를 보는 5백 명의 바라문을 얻었으므로 와서 왕에게 나아가려 하는데 왕이 서신을 보낸 이를 만난지라 빨리 이르러서 모든 신하들은 아뢰었다.
“관상을 아는 바라문들이 지금 이미 도착하였습니다.”
왕은 듣고 기뻐하면서 곧 나오게 명하고 궁정으로 들어와서 앉도록 청하고 온갖 공양을 베풀었다.
그 바라문들은 곧 왕에게 아뢰었다.
“우리가 들으니 대왕께서 새로 낳은 태자께서 모든 상호와 기특한 상서가 있었다고 합니다. 원컨대 우리들로 하여금 모두 볼 수 있게 하십시오.”
그때 왕은 곧 태자를 안고 나오게 명하였다. 모든 바라문들은 태자의 상호가 장엄하고 왕성한 것을 보고 전에 없던 일이라고 찬탄하였으므로 왕은 곧 물었다.
“지금 태자를 점쳐 보니 그 상(相)은 어떻습니까?”
바라문들이 말하였다.
“온갖 중생들은 다 좋은 아들을 바랍니다. 대왕께서 지금 낳은 아들은 아주 진귀하고 특이하십니다. 근심하거나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곧 또 아뢰었다.
“낳으신 태자를 대왕께서는 비록 왕의 아들이라 여기시지만 이분이야말로 세간의 눈[眼]이십니다.”
왕은 다시 물었다.
“어떻게 알 수 있습니까?”
바라문들이 말하였다.
“우리가 태자를 자세히 살펴보니 몸의 빛이 번쩍거리는 것이 마치 순금과 같고 모든 상호를 갖추어 지극히 밝고 청정합니다. 만일 출가하게 되면 일체종지(一切種智)를 이룰 것이요, 집에 있으면 전륜성왕이 되어서 사천하를 다스리겠습니다. 비유하면 마치 강과 하천에서는 바다를 첫째로 삼고 뭇 산 가운데서는 수미산이 가장 뛰어나며 모든 광명에서는 해보다 더한 것이 없고 온갖 맑고 시원한 것에는 오직 밝은 달이 있는 것과 같아서 하늘과 사람의 세간에서는 태자만이 높으신 분입니다.”
왕은 이 말을 듣고 마음에 크게 기뻐하면서 모든 두려움을 여의었다.
그 바라문은 또 왕에게 아뢰었다.
“아사타(阿私陀)라는 한 범선(梵仙)이 있는데 다섯 가지 신통을 두루 갖추었고 향산(香山)에 살고 있습니다. 그가 왕을 위하여 모든 의혹을 끊어 드릴 것입니다.”
모든 바라문들은 이 말을 하고 하직하고 떠나갔다.
그때 백정왕은 마음속으로 생각하였다.
‘아사타 선인은 향산에 살고 있다. 향산은 길이 험준하여 사람이 이를 수 있는 곳이 아닌데 어떤 방법을 써서 이곳으로 오시게 청할까?’
백정왕이 이런 생각을 하였을 때 아사타 선인은 멀리서 그의 뜻을 알아차렸고 또한 먼저 여러 기이한 상서로운 조짐을 보았으며, 보살이 생사를 깨뜨리기 위하여 짐짓 태어남을 나타낸 것임을 깊이 알고는 신통의 힘으로 허공을 타고 와서 왕궁의 문에 이르렀다.
그때 문 지키는 이가 들어와서 왕에게 아뢰었다.
“아사타 선인이 허공을 타고 와서 지금 문 밖에 있습니다.”
왕은 듣고 기뻐하면서 곧 들어오도록 명하고 왕이 몸소 문 앞에 이르러서 그를 받들어 맞이하여 선인에게 공손히 예배하고 곧 물었다.
“존자께서 벌써 오셨는데 문에 머물러 계시고 들어오시지 않았으니 문 지키는 자가 들어오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습니까?”
선인이 대답하였다.
“못 가게 하는 이는 보지 못했습니다. 이미 와서 나아가려 할 때에는 마땅히 먼저 왕에게 아뢰어야 했습니다.”
왕은 곧 따라오게 하여 후궁(後宮)으로 들어가 공손히 앉도록 청하고는 문안하였다.
“존자께서는 언제나 4대(大)가 안온하고 화락하셨습니까?”
선인이 대답하였다.
“대왕의 은혜를 입어 다행히 안락하게 지냈습니다.”
그때 백정왕은 선인에게 아뢰었다.
“존자께서는 참으로 잘 오셨습니다. 저희들 종족은 바야흐로 매우 치성하여 지금부터는 나날이 길상(吉祥)한 데로 나아갈 것입니다. 여기는 지나가다 오시게 된 것입니까?”
선인이 대답하였다.
“나는 향산에 있으면서 큰 광명과 모든 기특한 현상들을 보았고 또한 대왕이 마음속으로 생각하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런 인연 때문에 일부러 여기에 오게 된 것입니다.
나는 신통의 힘으로 허공을 타고 오다가 위의 모든 하늘들이 하는 말을 다음과 같이 들었습니다.
‘왕의 태자는 반드시 일체종지를 이루어서 하늘과 사람들을 제도하여 해탈시킬 수 있으며, 또 왕의 태자는 오른쪽 겨드랑이로부터 나와 칠보의 연꽃 위에 떨어지더니 일곱 걸음을 걸어 그 오른손을 들어서 사자처럼 외치되, ≺나는 천상과 인간 세상에서 가장 높고 가장 뛰어난 이다. 한량없는 생사가 이제 다하였으며 이 생(生)에서 온갖 하늘과 사람들을 이익되게 하리라≻고 하였다. 그리하여 모든 하늘들이 에워싸 공경하였다.’
이와 같이 크게 기특한 일을 들었습니다. 유쾌한 일입니다. 대왕이여, 마땅히 기뻐하고 경하해야 하겠습니다. 태자를 지금 볼 수 있겠습니까?”
곧 선인을 데리고 태자에게로 갔다. 왕과 부인은 태자를 안고 나와서 선인에게 예배를 드리려고 하였다. 그러자 선인은 곧 왕을 말리면서 말하였다.
“이분은 바로 천상과 인간 세상의 삼계(三界) 안에서 높으신 이거늘 어떻게 저에게 예배하게 하옵니까?”
그 선인은 곧 일어나 합장하고 태자의 발에 예배하였으므로 왕과 부인은 선인에게 아뢰었다.
“존자께서는 태자의 상(相)을 보아 주십시오.”
선인은 말하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곧 상을 보았다. 자세히 상을 보고 나서는 갑자기 슬피 울면서 스스로 어쩔 줄 몰라 했으므로 왕과 부인은 그 선인이 슬피 울며 눈물 흘리는 것을 보고 온몸을 벌벌 떨며 두려워하고 크게 근심하며 괴로워하는 것이 마치 큰 파도에 조그만 배가 요동한 것과 같았다. 선인에게 물었다.
“우리 아들은 처음에 태어날 때부터 모든 상서로운 조짐을 갖추고 있었거늘 어떠한 상서롭지 못한 것이 있기에 슬피 우십니까?”
그때 선인은 흐느껴 울면서 대답하였다.
“대왕이여, 태자는 상호가 완전히 갖추어져서 상서롭지 않은 것은 없습니다.”
왕은 또 물었다.
“다시 저를 위하여 점을 쳐 주십시오. 태자는 오래 살 상입니까? 전륜왕의 지위를 얻어서 사천하의 왕이 되겠습니까? 저는 이미 늙었습니다. 국토를 모두 그에게 맡기고 산림(山林)에 숨어 출가하여 도를 배우고 싶습니다. 뜻이 원하는 일은 오직 거기에 있을 뿐입니다. 존자여 반드시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그때 선인은 또 왕에게 대답하였다.
“대왕이여, 태자는 32상(相)을 갖추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발바닥이 평평하여 서면 마치 경대 밑과 같고, 두 번째는 발바닥에 천 개의 수레바퀴살의 그물이 있으면서 수레바퀴 모양이 완전히 갖추어져 있으며, 세 번째는 손발의 모양에서 손가락과 발가락의 길이가 다른 사람의 것보다 길고, 네 번째는 손발의 부드럽기가 다른 몸의 부분보다 뛰어나며, 다섯 번째는 발꿈치는 넓고 완전하게 원만하며 좋습니다.
여섯 번째는 발가락은 붙어서 비단결 같은 그물이 있어 다른 사람의 것보다 뛰어나고, 일곱 번째는 발등이 높고 편편하여 발꿈치와 잘 어울리며, 여덟 번째는 장딴지는 가늘고 좋으면서 마치 이니연(伊泥延)사슴의 것과 같고, 아홉 번째는 반듯이 서면 두 손이 무릎까지 내려가며, 열 번째는 남근(男根)이 오므라들어 몸 안에 숨어 있는 모양이 마치 코끼리와 말의 것과 같습니다.
열한 번째는 몸의 세로와 너비가 똑같으면서 마치 니구로(尼俱盧)나무와 같고, 열두 번째는 낱낱의 구멍에는 한 개의 터럭이 나 있고 푸른빛으로 부드러우면서 오른쪽으로 말렸으며, 열세 번째는 털은 위로 향하여 쏠리고 푸른빛에 부드러우면서 오른쪽으로 쏠렸으며, 열네 번째는 금빛의 몸매는 그 미묘한 빛깔이 마치 염부단금(閻浮檀金)보다 뛰어나고, 열다섯 번째는 몸에서 나오는 빛이 한 길입니다.
열여섯 번째는 피부가 얇고 매끄러워 먼지나 때가 묻거나 모기나 등에가 붙지도 못하며, 열일곱 번째는 일곱 군데가 두둑하고 두 발바닥과 두 겨드랑이의 안과 두 어깨의 위와 목의 안에는 모두 만자(萬字)가 있으면서 형상이 분명하며, 열여덟 번째는 두 겨드랑이 아래가 원만하여 마치 마니주(摩尼珠)와 같고, 열아홉 번째는 몸은 마치 사자의 것과 같으며, 스무 번째는 몸이 넓고 단정하며 곧습니다.
스물한 번째는 어깨는 둥글면서 좋고, 스물두 번째는 입에는 마흔 개의 이가 있으며, 스물세 번째는 이는 희고 가지런하며 빽빽하면서 뿌리가 깊고, 스물네 번째는 네 개의 어금니는 가장 희면서 크며, 스물다섯 번째는 네모진 뺨은 마치 사자의 것과 같습니다.
스물여섯 번째는 맛[味] 가운데에서 으뜸가는 맛을 얻고 목구멍 속의 두 군데서 진액(津液)이 흘러나오며, 스물일곱 번째는 혀는 크고 부드럽고 얇으면서 능히 얼굴을 덮고 귀밑 털있는 곳까지 이를 수 있으며, 스물여덟 번째는 맑은 목소리는 깊고 멀면서 마치 가릉빈가(迦陵頻伽)의 소리와 같고, 스물아홉 번째는 눈의 빛깔은 마치 금(金)의 결정체와 같으며, 서른 번째는 속눈썹은 마치 소의 것과 같고, 서른한 번째는 두 눈썹 사이의 흰 털의 모양은 부드럽고 흰 것이 마치 도라솜[兜羅綿]과 같으며, 서른두 번째는 정수리에 살상투[肉髻]가 있습니다.
이와 같은 상호(相好)의 몸을 완전히 갖추고 있습니다. 만일 집에 있게 되면 나이 29세(歲)에 전륜성왕이 되거니와, 출가한다면 일체종지를 이루어서 널리 하늘과 사람을 제도하게 됩니다. 그러나 왕의 태자는 반드시 도를 배워 아뇩다라삼먁삼보리(阿耨多羅三藐三菩提)를 이루어서 오래지 않아 청정한 법륜(法輪)을 굴리며 천상과 인간을 이익되게 하고 세간의 눈[眼]을 뜨게 할 것입니다.
나는 이제 나이가 이미 120세인지라 오래지 않아서 목숨을 마치는 무상천(無想天)에 날 것이므로 부처님께서 나신 것을 보지 못하게 되고 경법(經法)도 듣지 못하게 됩니다. 그 때문에 스스로 슬퍼할 따름입니다.”
또 선인에게 물었다.
“존자께서는 아까 점친 말씀에서 두 가지가 있다고 하시면서 하나는 당연히 왕이 된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정각(正覺)을 이루는 것이라 하셨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어찌하여 결정코 일체종지를 이룰 것이라고 말씀하십니까?”
선인은 말하였다.
“제가 관상하는 법으로는 만일 어떤 중생이 32상을 갖추었다 하여도 혹시 자리가 아닌 곳에 생겼고 무늬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으면 이 사람은 반드시 전륜성왕이 되거니와, 만일 32상이 모두 제자리를 얻었고 무늬가 분명하게 드러나 있으면 이 사람은 반드시 일체종지를 이루게 되어 있습니다.
제가 대왕의 태자를 살펴보니, 모든 모양[相]이 제자리를 얻었고 무늬가 매우 분명하게 드러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정각을 이루실 것을 결정코 아는 것입니다.”
선인은 왕을 위하여 이 말을 하고는 하직하며 물러났다.



석가보 제1권 보유②1)


석승우 지음
송성수 번역


4. 석가강생석종성불연보②『인과경(因果經)』에서 나온 것임

그때 백정왕(白淨王)은 선인의 결정적인 설명을 듣고 마음으로 근심하고 괴로워하며 출가할 것을 염려하여 곧 5백 명의 하인 중에 현명하고 지혜가 많은 이를 골라 유모로 삼아 태자를 기르고 돌보게 하였으니, 그 중에는 혹은 젖을 먹이는 이도 있고 혹은 안아 주는 이도 있으며 혹은 목욕시켜 주는 이도 있고 혹은 빨래해 주는 이도 있었다. 이와 같이 도우며 태자에게 공급하였으니, 모든 것을 두루 갖추었다.
또한 따로 세 철의 궁전[三時殿]을 세워서 따뜻하고 시원한 때와 추울 때와 더울 때에 처소를 달리하였으며, 그 궁전 모두를 칠보로 장식하고 의상과 복식을 모두 때에 맞게 하였다.
왕은 태자가 집을 버리고 도를 배울까 두려워하여 성문의 여닫는 소리를 40리까지 들리게 하였다. 또 5백 명의 기녀(妓女)로서 모습이 단정하고 살찌지도 야위지도 않으며 길지도 짧지도 않고 희지도 검지도 않으며 재능이 교묘하여 각자 여러 가지 재주를 겸한 이들을 골라 모두 이름난 보배와 영락으로 그 몸을 장엄하고 백 사람이 한 번씩 교대로 자면서 호위하게 하였다.
그의 전각 앞에는 단 과일나무를 줄지어 심어서 가지와 잎이 흐드러졌고 꽃과 열매가 번성하였다. 또한 목욕하는 못이 있었는데 물이 맑게 흐르고 깨끗하였고 못가에는 향기로운 풀과 갖가지 빛깔의 연꽃이 아름답게 향기를 풍겨 셀 수조차 없었다. 기이한 종류의 새들도 몇 백천 가지여서 마음과 눈을 황홀하게 하며 태자를 즐겁게 하려고 하였다.
태자가 태어난 지 7일이 되어서 그의 어머니는 세상을 떠났고 태자를 임신한 공덕이 컸기 때문에 도리천(忉利天)에 올라가 나니 봉하여 받는 것[封受]이 자연스러웠다.
태자는 복덕이 위엄스럽고 막중하였으므로 여인으로서 예(禮)를 받을 만한 이가 없음을 스스로 알았기 때문에 세상을 떠나게 되어 있던 분에게 의탁하여 탄생하신 것이다.『보요경(普曜經)』에서 말하기를, “보살을 낳으신 지 7일이 되는 밤에 그의 어머니는 세상을 떠나셨다. 그 까닭은 본래의 운명이 마땅히 그렇게 되어야 했기 때문이다. 보살은 그것을 자세히 살피고서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려는 때에 내려와 나신 것이다. 보살을 임신할 때에 모든 하늘들이 공양하여 이미 하늘의 음식을 먹어 보았는지라 세간의 공양은 달게 여기지 않았으며 본래의 복이 마땅히 그러하였다.
과거ㆍ미래ㆍ현재의 부처님도 역시 그와 같아서 어머니가 7일 만에 세상을 떠나 도리천 위에 가 공조(功祚)를 받으신다. 막 그 하늘에 오르자 5만의 범천이 저마다 보배 병(甁)을 가지고 왔고, 2만의 악마의 아내는 손에 보배로 아로새긴 것을 가지고 와서 보살의 어머니를 모셨다”라고 하였다. 『서응본기(瑞應本起)』에서 말하기를, “보살은 본래 어머님의 덕이 그의 예(禮)를 받을 수 없음을 알았다. 때문에 세상을 떠나려 할 즈음에 그분에게서 태어났다”라고 하였다. 『장아함(長阿含)』에서는 말하기를, “비바시불(毘婆尸佛)께서 어머니의 태에 강신(降神)하시자 어머니는 생각을 한결같이 하여 어지럽지 않았고 안락하며 두려움이 없었으며, 몸이 무너져 세상을 떠나서는 도리천 위로 가 태어나셨다. 이것이 바로 모든 부처님의 일정한 법(法)이다”라고 하였다. 『대선권경(大選權經)』에서 말하기를, “낳으신 지 7일 뒤에 그 어머니는 곧 돌아가셨다. 복이 마땅히 천상에 올라야 했으므로 보살의 허물이 아니다. 이전에 보살이 도솔천에 있을 때 모후(母后) 마야(摩耶)의 목숨大命이 다하기까지 열 달 이레의 기한이 남아 있다는 것을 관하였기 때문에 신변(神變)으로 내려왔던 것이다. 이것이 바로 보살의 훌륭하신 방편(方便)이다”라고 하였다.

그때 태자의 이모(姨母) 마하파사파제(摩訶波闍波提)가 태자에게 젖을 먹여 길렀으니, 어머니나 다름이 없었다.
그때에 백정왕은 칙명으로 칠보로 된 천관(天冠)과 영락(瓔珞)을 만들어 태자에게 주었으며, 태자의 나이가 점차 장대해지면서 코끼리ㆍ말ㆍ소ㆍ양의 수레를 분별하게 되었으므로 무릇 어린아이로서 좋아할 장난감은 만들어 주지 않은 것이 없었다.
그때 온 나라 백성들은 모두 인자함과 은혜를 행하였고 오곡(五穀)이 풍족하게 익었으며 바람과 비는 때에 알맞았고 또 도적이 없어서 즐겁고 안온하였으니, 이것은 모두 태자의 복과 덕의 힘 때문이었다.
왕은 또한 하인의 소생인 차닉(車匿) 등 5백 명의 종을 보내어 모시게 하였다.
태자의 나이 7세가 되었을 때에 부왕(父王)은 마음으로 생각하였다.
‘태자가 이미 컸으므로 마땅히 글을 배우게 해야겠다.’
나라 안에서 총명한 바라문이면서 모든 글과 재주[書藝]를 잘하는 이를 찾게 하고 사람을 보내어, 청해 와서 태자를 가르치게 하였다.
그때 발다라니(跋陁羅尼)한자(漢字)로 선우(選友)이다.라는 한 바라문이 있어 5백 명의 바라문 권속과 함께 와서 왕의 청을 받았으므로 곧 바라문에게 아뢰었다.
“존자에게 폐를 끼치면서 태자의 스승으로 삼고자 합니다. 그렇게 하여 주시겠습니까?”
바라문이 말하였다.
“알고 있는 대로 태자를 가르쳐 보겠습니다.”
그때 백정왕은 다시 태자를 위하여 대학당(大學堂)을 일으켜 칠보로 장엄하고 책상과 걸상 등 학습도구를 매우 정성스럽고 화려하게 하였으며 좋은 날을 가려서 곧 태자를 바라문에게 맡겨 가르치게 하였다.
그때 바라문은 마흔아홉 개의 글자 책으로 가르쳐 읽게 하였는데, 태자가 이 일을 보고는 그 스승에게 물었다.
“이것은 어떠한 글이며 염부제 안의 글들은 모두 몇 가지가 있습니까?”
스승이 잠자코 대답할 방법을 모르고 있자, 또다시 물었다.
“이 아(阿)의 한 글자에는 어떠한 뜻이 있습니까?”
스승은 또한 잠자코 있으면서 역시 대답하지 못하고 속으로 부끄럽게 여기어 곧 자리에서 일어나 태자의 발에 예배하고 찬탄하며 말하였다.
“태자께서 처음 태어나서 일곱 걸음을 걸으시며 스스로 ‘천상과 인간 안에서 가장 높고 가장 뛰어나다’고 말씀하셨는데 그 말씀은 거짓이 아니었습니다. 오직 저를 위하여 염부제의 글에는 무릇 몇 가지가 있는지를 말씀하여 주십시오.”
태자가 대답하였다.
“염부제 안에는 혹은 범서(梵書)가 있고 혹은 가루서(佉樓書)가 있고 혹은 연화서(蓮華書) 등이 있으며 이와 같이 64종(種)이 있습니다.”
『보요경(普曜經)』에서 말하였다.
“보살이 금(金)으로 만든 붓을 손에 잡고 전단(栴檀)에 해서(楷書)를 써서 명주(明珠)가 책상에 쓰여지자 스승 선우(選友)에게 물었다.
‘이제 스승께서는 어느 글을 가르치시게 됩니까?’
그 스승은 대답하였다.
‘범(梵)과 가루(佉留)를 가르치게 될 것입니다.’
보살은 물었다.
‘그 이서(異書)에는 64종이 있거늘 지금 스승께서는 어째서 꼭 두 가지만이 있다고 하십니까?’
스승이 물었다.
‘모두 어떠한 이름들입니까?’
대답하였다.
‘범서(梵書)ㆍ가류서(佉留書)ㆍ호중서(護衆書)ㆍ질견서(疾堅書)ㆍ용귀서(龍鬼書)ㆍ건답화서(揵沓和書)ㆍ아수륜서(阿須倫書)ㆍ녹륜서(鹿輪書)ㆍ천복서(天腹書)ㆍ전수서(轉數書)ㆍ전안서(轉眼書)ㆍ관공서(觀空書)ㆍ섭취서(攝取書)글이 많으므로 모두 적지 않는다. 등입니다. 이 64종 중에서 어느 글로 가르치려고 하십니까?’
그때에 스승은 기뻐하며 게송으로 보살을 찬탄하고 모든 동자들을 위하여 글자의 본말(本末)을 낱낱이 분별하고는 위없이 바르고 참된 도의 뜻을 일으키도록 권하였다.”
『서응본기』에서 말하였다.
“그때 성인이 가신 지 오래 되어 글이 없어져서 두어 글자뿐이었으므로 그것을 스승에게 물었으나 스승도 잘 알지 못하고 도리어 그의 뜻을 물어보았다.”
“이 아(阿)자는 바로 범음성(梵音聲)입니다. 또 이 글자의 뜻을 무너뜨릴 수 없으며, 또한 이것은 위없이 바르고 참된 도(道)의 뜻입니다. 무릇 이와 같은 뜻은 한량없고 끝이 없습니다.”
그때 바라문은 몹시 부끄러워 왕에게로 돌아가 아뢰었다.
“대왕이여, 태자는 바로 인간세상에서 제일가는 스승이십니다. 어찌 저로 하여금 가르치게 하십니까?”
그때 부왕은 바라문의 말을 듣고 몇 갑절 기뻐하면서 전에 없던 일이라고 찬탄하고 곧 그 바라문에게 후하게 공양하고는 뜻대로 돌아가게 하였다. 무릇 태자는 모든 기예(技藝)ㆍ전적(典籍)ㆍ의론(議論)ㆍ천문(天文)ㆍ지리(地理)ㆍ산수(算數)ㆍ사(射)ㆍ어(御) 등을 모두 저절로 알았다.
태자 나이 10세가 되었을 때 석씨 종족 안의 5백 명의 동자들도 모두 같은 나이가 되었다.
태자의 사촌 동생은 제바달다(提婆達多)와 난타(難陀)였으며 그 다음을 손타라난타(孫陁羅難陁)라 하였는데, 혹 30상호(相好) 또는 31상호를 지닌 이도 있었고 혹은 비록 32상(相)이 있었으나 상호가 분명하지 않았으며, 저마다 재주를 다투었고 큰 근력(筋力)이 있었다.
그때 제바달다 등 5백 명의 동자는 이미 태자가 모든 기예에 통달하여 이름이 시방에 떨친 것을 듣고 서로 말하였다.
“태자가 비록 총명하고 지혜로우며 서론(書論)을 잘 이해하기는 하지만 근력에 있어서 어찌 우리를 이길 수 있겠느냐? 우리들이 태자와 용맹과 건장함을 겨루어 보도록 하자.”
그때 부왕은 또한 나라 안에서 활을 잘 쏘는 이를 찾아 불러와 가르치게 하였다. 태자는 곧 뒷동산에 가서 쇠북을 쏘려고 하였으므로 제바달다 등 5백 명의 동자들도 모두 뒤따라갔다. 곧 스승이 하나의 작은 활을 가져다 태자에게 주었는데 태자는 웃음을 머금고 그에게 물었다.
“이것을 나에게 주어 무슨 일을 하라는 것입니까?”
활쏘기의 스승은 말하였다.
“태자는 이 쇠북을 맞추십시오.”
태자가 또 말하였다.
“이 활은 힘이 약합니다.”
스승이 다시 그것과 같은 일곱 개의 활을 구해 가지고 와서 주자 태자는 곧 일곱 개의 활을 잡고 쏘아서 한 개의 화살만으로 일곱 개의 쇠북을 꿰뚫었다.
그러자 그 활쏘기의 스승은 왕에게로 가서 아뢰었다.
“대왕이여, 태자는 스스로 활 쏘는 재주를 알고 있습니다. 한 화살의 힘으로 일곱 개의 북을 쏘아 꿰뚫었습니다. 염부제 안에서는 이와 같은 이는 없습니다. 어떻게 제가 스승이 되겠습니까?”
백정왕은 이 말을 듣고는 마음으로 크게 기뻐하여 스스로 생각하였다.
‘나의 아들이 총명하여 서론(書論)과 산수(算數)는 사방의 멀리에서 다 알고 있지만 그의 활쏘기 재주는 사방의 백성들이 아직 모르고 있으리라.’
곧 태자와 제바달다 등 5백 명의 동자들에게 명하고 또한 북을 쳐서 온 나라에 소리 높여 다음과 같은 영을 내리게 하였다.
“태자 살바실달(薩婆悉達)은 이로부터 7일 뒤 뒷동산에 나와 무예를 시험하려고 한다. 모든 백성들 가운데 용기와 힘이 있는 이는 모두 와서 겨루도록 하라.”
7일째가 되자 제바달다는 1만의 권속과 함께 맨 먼저 성을 나왔다.
그때 한 마리 큰 코끼리가 성문에 버티고 서 있어 군사들이 모두 감히 나아가지 못했는데 제바달다가 여러 사람들에게 물었다.
“무엇 때문에 여기에 멈추어 나아가지 않습니까?”
여러 사람들이 대답하였다.
“한 마리 코끼리가 문에 버티고 서 있으므로 모든 이들은 그것이 두렵기 때문에 감히 나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바달다는 이 말을 듣자 혼자 코끼리에게로 나아가서 손으로 머리를 내리쳐 곧 땅에 쓰러뜨렸으므로 이에 군사들이 차례로 지나가게 되었다.
그때 난타도 또한 권속과 함께 성을 나오려 하다가 그 모든 군사들이 천천히 걸으면서 조금씩 나아갔으므로 난타가 곧 물었다.
“무엇 때문에 가는 것이 이렇게 더딥니까?”
여러 사람들은 대답하였다.
“제바달다가 손으로 쳐서 쓰러뜨린 한 마리의 코끼리가 성문 앞에 놓여 있어 가는 이들의 길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더딥니다.”
난타는 곧 코끼리가 있는 곳으로 나아가서 발가락으로 코끼리를 집어 길 곁에 던져 두었는데 수없는 사람들이 모여서 그것을 지켜 보았다.
그때 태자는 10만의 권속들에게 앞뒤로 에워싸여 성문을 나오기 시작하였는데, 길 옆에 사람들이 모여서 구경하고 있는 것을 보고 곧 물었다.
“이 사람들은 모두 무엇을 구경하고 있는 것입니까?”
따라오던 사람이 대답하였다.
“제바달다가 손으로 한 마리의 코끼리를 쳐서 쓰러뜨린 것이 성문에 있어서 사람들의 가는 길에 방해가 되자 난타가 다음에 나와서 발가락으로 집어 던져 여기에 두었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길 가던 사람들이 모두 모여서 그것을 구경하고 있습니다.”
이에 태자는 곧 생각하였다.
‘지금이 바로 나의 힘을 나타낼 때로구나.’
태자는 곧 손으로 코끼리를 붙잡아 성 밖에 던졌다가 다시 손으로 잡아서 다치지 않게 하자 코끼리는 다시 살아나고 아파하지 않았다.
그때 모든 백성들은 전에 없던 일이라고 찬탄하였으며 왕은 이것을 들은 뒤 매우 기특하게 생각하였다.
이렇게 하여 태자와 제바달다, 아울러 난타와 사방의 백성들은 모두 모여서 그 동산 안에 있었다.
그때 그 동산은 갖가지로 장엄하여 금으로 된 북과 은으로 된 북과 유석(鍮石)으로 된 북과 동철(銅鐵)로 된 북 등을 벌여 놓았는데 각각 일곱 매(枚)씩이었다. 그러자 제바달다가 맨 먼저 그것을 쏘았는데 세 매의 금북을 꿰뚫었고, 다음 난타도 역시 세 매의 북을 꿰뚫었으므로 거기에 모여 있던 사람들 모두 감탄하고 기이하게 여겼다.
그때 여러 신하들은 태자에게 아뢰었다.
“제바달다와 난타는 모두 이미 다 쏘았습니다. 이제는 바로 태자의 차례입니다. 태자께서 여러 북을 쏘시기를 원합니다.”
이와 같이 세 번을 청하자, 태자는 말하였다.
“그렇게 합시다.”
그들에게 말하였다.
“만일 나로 하여금 여러 북을 쏘게 하려면 이 활로는 힘이 약합니다.”
다시 더 강한 것을 요구하자 모든 신하들은 대답하였다.
“태자의 조왕(祖王)께 좋은 활이 하나 있었는데 지금은 왕의 창고에 있습니다.”
태자는 말하였다.
“어서 가지고 오십시오.”
활을 가져오자 태자는 곧 끌어당겨 하나의 화살로 쏘았는데 모든 북을 꿰뚫어 지나가고 그런 뒤에는 땅으로 들어가서는 샘물이 흘러나왔고 다시 대철위산(大鐵圍山)을 꿰뚫고 지나갔다.
그때 제바달다와 난타는 함께 씨름을 하였는데 두 사람의 힘이 똑같아 이기는 이가 없었다. 태자가 다시 나아가서 손으로 두 아우를 붙잡고 그들을 땅으로 쓰러뜨렸으며 인자한 힘으로 다치거나 아프지 않게 하였다.
그때 사방에서 온 모든 백성들은 태자에게 이러한 힘이 있음을 보고 큰 소리로 외쳤다.
“백정왕의 태자는 다만 지혜로 온갖 것을 이기는 것이 아니라 그 힘의 용감하고 씩씩함도 그러한 분입니다.”
탄복하지 않는 이가 없었으며 더욱더 공경하게 되었다.
백정왕은 곧 모든 신하들을 모아 놓고 함께 의논하였다.
“태자의 나이가 이미 장대해졌고 지혜와 용맹스러움도 모두 두루 갖추었소. 이제는 마땅히 사대해(四大海)의 물로 태자의 관정식을 해야겠소.”
또한 다른 작은 나라의 왕들에게 칙명을 내렸다.
“이로부터 다가오는 2월 8일에 태자의 관정식을 하겠으니 모두 와서 모이도록 하시오.”
이리하여 2월 8일이 되자 다른 나라의 국왕과 아울러 선인(仙人)∙바라문 등이 모두 구름처럼 모였다. 그들은 비단으로 만든 깃발과 일산을 달고 향을 사르고 꽃을 뿌렸으며 종을 치고 북을 울리며 모든 풍악을 연주하면서 칠보로 만든 그릇에 사해(四海)의 물을 담고 모든 선인들이 저마다 정수리에 이고 와서 바라문에게 주었으며, 그와 같이 모든 신하들까지 두루 정수리에 이고 와서 차례로 왕에게 주었다.
그때 왕은 곧 태자의 정수리에 끼얹었고 칠보로 된 인(印)을 그에게 맡겼으며, 또한 큰 북을 울리고 큰소리로 외쳤다.
“이제 살바실달을 세워서 태자로 삼는다.”
그때 허공의 천(天)ㆍ용ㆍ야차ㆍ인(人)ㆍ비인(非人)들은 하늘의 풍악을 울리면서 이구동음(異口同音)으로 찬탄하였다.
“장하시도다.”
가비라계도국(迦毘羅雞兜國)에서 태자를 옹립할 때에 그 밖의 여덟 나라의 왕도 역시 같은 날에 태자를 옹립하였다.
그때 태자는 왕에게 나가서 유람할 것을 아뢰었고 왕은 곧 허락하였다.
이때에 왕은 곧 태자와 여러 신하들과 함께 앞뒤로 인도하고 따르게 하여 나라의 경계를 살피고 다녔다. 그렇게 나아가다가 왕의 전소(田所)에 이르러 곧 염부(閻浮)나무 아래에 멈추어 쉬면서 밭 가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그때 정거천(淨居天)은 다친 벌레로 변화하여 새가 뒤쫓아 쪼아먹게 하였다. 태자는 그것을 보고 자비로운 마음을 일으켜 ‘중생은 가엾구나. 서로서로 삼키고 먹히고 하니 말이다’라고 생각하고, 곧 명상에 잠기어 욕계(欲界)의 애욕을 여의고 이와 같이 하여 곧 4선(禪)의 자리까지 얻었다. 그때 햇빛이 내리쬐자 나무가 그를 위하여 가지를 구부려 태자를 위해 그늘을 만들어 주었다.
그때 백정왕이 사방에 물어서 태자를 찾으니, 시중드는 사람이 대답하였다.
“태자는 지금 염부나무 아래 계십니다.”
왕은 곧 여러 신하들과 함께 그 나무 아래로 가다가 미처 그곳에 이르기 전에 태자가 단정히 앉아 명상에 잠겨 있는 것을 멀리서 보고, 또한 그 나무가 구부려서 그 몸에 그늘지게 한 것을 보고는 매우 기특하게 생각하였다. 왕은 곧 나아가 태자의 손을 잡고 물었다.
“너는 지금 무엇 때문에 여기에 앉아 있느냐?”
태자가 대답하였다.
“모든 중생들을 관찰하니 서로 삼키고 먹히고 있어 매우 불쌍하다고 생각합니다.”
왕은 이 말을 듣고 마음으로 근심하고 두려워하며 그가 출가할까 염려되어 서둘러 혼인을 시켜 그의 뜻을 즐겁게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곧 그를 불러서 함께 나라로 돌아오려 하였다. 태자는 대답하였다.
“여기서 머물러 있게 해 주소서.”
왕은 이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생각하였다.
‘저 아사타(阿私陀)가 지난날 말해 주었는데 태자가 이제 그 말대로 하려고 하는구나.’
왕이 곧 눈물을 흘리며 거듭 불러서 나라로 돌아가려 하였으므로 태자는 부왕의 이러한 모습을 보고 곧 뒤따라 돌아왔다. 왕은 걱정스럽고 집에 있기를 좋아하지 않을까 두려워하여 다시 기녀들을 불러 그를 재미있고 즐겁게 하였다.
태자의 나이 17세가 되자, 왕은 여러 신하들을 모아 놓고 함께 의논하였다.
“태자가 이제 장대해졌으니, 마땅히 그를 위하여 혼처를 찾아보아야겠소.”
모든 신하들은 말하였다.
“마하나마(摩訶那摩)라는 한 석종 바라문이 있습니다. 그 사람에게 딸이 있는데 이름은 야수다라(耶輸陀羅)라고 합니다. 얼굴이 단정하면서 총명하고 지혜가 있어 현명한 재주가 남보다 뛰어나고 예절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습니다. 이러한 덕이 있으므로 태자의 비(妃)가 될 만합니다.”
왕은 곧 대답하였다.
“만일 경(卿)의 말대로라면 곧 그녀를 맞아들이도록 합시다.”
왕은 궁(宮) 안으로 돌아와서 곧 궁중에서 총명하고 지혜로운 늙은 여인에게 명하였다.
“너는 마하나마 장자(長者)의 집으로 가서 그의 딸의 용모[容儀]와 예절행위[禮行]가 어떠한지를 자세히 살펴보고 거기에서 반드시 7일이 다 차도록 머물러 있어라.”
왕의 명을 받은 뒤에 곧 그 장자의 집으로 가서 7일 동안 이 딸을 자세히 관찰하고 돌아와서 왕에게 아뢰었다.
“그 여인의 용모는 단정하고 저는 그녀의 위의와 거동을 자세히 살폈는데, 그녀와 같은 이는 없습니다.”
왕은 그의 말을 듣고 아주 크게 기뻐하고 곧 사람을 보내어 마하나마에게 말하도록 하였다.
“태자가 장성하여 비(妃)를 맞아들이려 합니다. 모든 신하들은 다 같이 그대의 딸이 단정하고 영리하며 마땅히 천거할 만하다고 말하였으므로 이제 부탁드립니다.”
그때 마하나마는 왕의 사신에게 대답하였다.
“삼가 칙명의 뜻을 받들겠습니다.”
왕은 곧 모든 신하들로 하여금 좋은 날을 택하여 수레 만승(萬乘)을 보내어 맞이하게 하였으며 궁중에 이르자 태자는 혼인의 예를 완전히 갖추었고, 또한 모든 기녀들을 늘려서 밤낮으로 재미있게 즐겼다.
그때 태자는 가고 서고 앉고 눕는 데에 언제나 그 비(妃)와 함께하지 않은 적이 없었지만, 처음부터 스스로 세속의 뜻이 없어 고요한 밤중에는 다만 선관(禪觀)만을 닦았다.
왕은 날마다 모든 채녀들에게 물었다.
“태자가 비와 서로 가까이하더냐?”
채녀들은 대답하였다.
“태자에게서 부부의 도리를 보지 못했습니다.”
왕은 이 말을 듣고 걱정하며 기뻐하지 않았으며 다시 기녀들을 늘려서 재미있게 즐기게 하였다. 이렇게 하며 시간이 지났으나 오히려 접근하지 않았으므로 왕은 고자가 아닌가 몹시 의심하며 두려워하였다.
『보요경(普耀經)』에서 말하였다.
“그때에 모든 역사(力士)와 석종의 장자들은 백정왕에게 아뢰었다.
‘만일 태자께서 부처가 되신다면 성왕(聖王)의 종자는 끊어지고 맙니다.’
왕은 말하였다.
‘어느 곳의 옥녀를 태자의 비로 삼아야겠소?’
보살은 마음속으로 생각하였다.
‘나는 욕심을 내지도 않으나 도솔천을 버리고 왔으니 좋은 방편으로 이제 시험삼아 해 보리라.’
으뜸가는 공장(工匠)으로 하여금 묘한 금상(金像)을 세워 ‘여인의 덕의(德義)가 내가 말한 대로라면 장가들리라’고 써 놓았다.
그때 백정왕은 오른편 범지(梵志)에게 말하여 가이라위(迦夷羅衛)에 들어가 두루 살펴보게 하였다. 범지는 돌아다니다가 깨끗하기가 마치 연꽃과 같고 옥녀보(玉女寶)와 같은 한 옥녀를 보았다.
왕은 물었다.
‘누구의 딸이었소?’
범지는 대답하였다.
‘집장석종(執杖釋種)의 따님입니다.’
왕은 말하였다.
‘혹 뜻에 맞지 않을지 모르니 스스로 선택하게 합시다.’
가비라위의 아름다운 여인들을 불러서 강당에 모이게 하였다.
그때 석녀(釋女) 구이(俱夷)가 보살의 처소에 이르러 보살을 자세히 보며 한번도 눈을 깜박거리지 않았으므로 보살은 기뻐 웃으며 보영(寶英)을 구이에게 보냈다. 구이는 대답하였다.
‘나는 보배를 탐내지 않으며 마땅히 공덕으로 장엄해야 합니다.’
왕은 범지를 보내어 이 여인에게 가서 중매 들게 하자 집장석(執杖釋)이 말하였다.
‘우리들은 본래 성품에 재주[藝術]를 가진 이라야 비로소 시집보내려 합니다.’
왕은 보살에게 물었다.
‘재주를 보여 줄 수 있겠느냐?’
보살은 말하였다.
‘나타낼 수 있습니다.’
이리하여 왕은 온 나라에 두루 종을 치고 북을 울리도록 하고 다음과 같이 명하였다.
‘이로부터 7일 뒤에 태자가 재주를 선보이리라. 재주 있는 이들은 모두 와서 모이도록 하라. 이긴 이에게 석녀(釋女)를 주겠다.’
이에 조달(調達)은 오른손으로 코끼리를 끌어당겨 왼손으로 쳐서 죽였고, 난타(難陀)는 성을 나오다가 곧 끌어다 길 옆에 옮겨 두었으나, 보살은 성문을 나오다가 말하였다.
‘이 코끼리의 몸에서 나는 악취가 성안에 풍기고 있구나.’
곧 오른쪽 손바닥으로 집어 성 밖에 던져 놓았다.
또한 대신 염광(焰光)은 산술(算術)에 제일이었으나 산술을 담론할 때에도 역시 미칠 수 없었으며 나무와 약초며 뭇 물방울의 수효까지도 낱낱이 알고 있었고 노름ㆍ쌍륙(雙六)ㆍ장기[博]ㆍ천문ㆍ지리와 8만의 온갖 기이한 재주에서도 보살에게는 미치지 못하였다.
조달과 난타가 보살을 손으로 치려고 하였으나 보살은 그들을 가엾이 여기어 조달의 몸을 들어 올려 공중에서 세 번이나 세차게 돌렸으나 몸은 아프지 않게 하였다.
왕과 석종은 다시 활쏘기를 시험하니 조달은 40리 밖에 북을 세워 놓았고, 난타는 60리 밖에 북을 세워 놓았으나, 보살은 백 리 밖에 세워 놓았다.
조달은 40리의 북을 쏘아 맞히고는 더 나아가지 못하였고, 난차는 50리를 맞히고 더 뛰어넘지 못하였으며, 보살은 활을 당겼으나 활이 곧 부러져 버렸으므로 물었다.
‘내가 쓸 만한 다른 활은 없습니까?’
그러자 왕이 말하였다.
‘내 조부님이 쓰시던 활은 기이하여 견줄 만한 것이 없으나 사용할 수 있는 이가 없었으므로 천사(天寺)에 놓아 두었다. 곧 가져오도록 하겠다.’
곧 가져와 어떠한 석씨도 활시위를 당길 수 없었으나 보살이 손으로 누르면서 당겼는데 활이 튕기는 소리가 온 성안에 들렸으며 화살을 꽂아 쏘자 백 리의 북에 맞고는 땅 속으로 들어가 샘물이 저절로 솟아나왔으며 이어서 화살은 철위산(鐵圍山)을 맞혀 삼천국토가 여섯 가지로 진동하였으므로 일체의 모든 석씨들은 전에 없던 일이라고 기이하게 여겼다.
그러자 집장석종은 딸 구이를 보살의 비(妃)로 삼게 하였으므로 세간의 습속에 따라 재미있게 즐기는 모습을 나타내었다.”
『수행본기(修行本起)』에서는 말하였다.
‘태자의 나이가 17세가 되었으므로 왕은 그를 위하여 이름난 여인을 채택하려 하였으나 뜻에 맞는 이가 없었다.’
작은 나라의 왕으로서 수파불(須波弗)한자(漢字)로는 선각(善覺)이다.이라는 이의 딸 이름이 구이(裘夷)라 하였다. 단정하여 짝할 이가 없었고 여덟 나라에서 모두 청혼하였으나 허락하지 않았으므로 백정왕은 그를 부르며 말하였다.
‘나는 태자를 경(卿)의 딸에게 장가들이겠습니다.’
선각(善覺)은 걱정하며 생각하기를, ≺만일 허락하지 않으면 주벌을 당할까 두렵고 허락하게 되면 여러 나라들과 원수를 맺겠구나≻라고 하였다.
그 딸이 말하였다.
‘백정왕에게 제가 나라 안에서 용무(勇武)와 기술(技術)이 가장 뛰어난 이라야 시집가겠다고 알리십시오.’
왕은 여러 신하들에게 모두 시험보일 마당으로 나오게 명하였고, 태자는 코끼리를 들어 올리고 활을 쏘아 철위산을 맞혔으므로 선각은 딸을 보내어 태자궁으로 나아가게 하였다.”
『서응본기(瑞應本紀)』에서 말하였다.
“태자의 나이가 17세가 되자 왕은 비(妃)를 맞아들이기 위하여 수천 명을 골라서 최후에 한 여인을 선발하였으니 이름은 구이(裘夷)라 하였으며 매우 단정하였고 예의를 완전하게 갖추고 있었다. 이 여인은 바로 전생에 꽃을 판 여인이었다.
태자는 비록 맞아들인 지 오래되었으나 접촉하지 않았고 부인은 정(情)을 바라면서 가까이하려는 마음이 있었으므로 태자는 말하였다.
‘언제나 좋은 꽃을 얻어서 우리의 중간에다 놓으시오. 함께 그것을 보고 있으면 어찌 좋지 않겠습니까?’
구이는 곧 좋은 꽃을 갖추어 놓고는 또 그를 가까이하려 하자 태자는 말하였다.
‘이 꽃을 물리치시오. 그 즙(汁)이 침상과 자리를 더럽히겠구려.’
오래 뒤에 다시 말하였다.
‘좋고 흰 모직 천을 얻어서 우리의 중간에 놓아두시오. 두 사람이 보고 있으면 또한 좋지 않겠습니까?’
부인은 곧 모직 천으로 갖추어 놓고는 다시 가까이하려는 뜻이 있자 태자는 말하였다.
‘물리치시오. 사람에게는 땀과 때가 있으므로 반드시 이 모직 천을 더럽힐 것이오.’
그리하여 부인은 감히 가까이하지 못하였다.
시녀(侍女)들이 모두 태자는 능력이 없는 남자라고 의심하자, 태자는 손으로 비의 배를 가리키면서 말하였다.
‘지금부터 6년 후에 당신은 사내아이를 낳을 것입니다.’
드디어 태기가 있었다.”
『대선권경(大善權經)』에서 말하였다.
“왜 보살이 아내를 얻어 장가를 들었는가 하면, 보살은 탐욕이 없으면서도 아내와 아들이 있었다는 것을 보이려고 한 까닭이니 사람들이 보살은 남자가 아니라 고자였다고 의심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이 때문에 구이라는 석씨의 여인을 맞아들였던 것이며, 나운(羅云)은 하늘에서 변화하여 없어지면서 화생(化生)하였고 부모의 회합[合會]으로 말미암아 길러진 이가 아니었다. 또한 바로 보살의 본원(本願)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다.”
그때 태자는 모든 기녀들이 꽃과 열매가 무성하고 흐르는 샘물이 맑고 시원한 동산 숲에서 노래하고 읊는 것을 듣고 갑자기 나가 놀며 구경하고자 하였다. 곧 기녀들을 보내어 왕에게 가서 아뢰게 하였다.
“궁전에만 있은 지 오래되었습니다. 잠시 동안 동산 숲에 나가서 재미있게 놀고 싶습니다.”
왕은 이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기뻐하면서 스스로 생각하였다.
‘태자는 궁전에 있으면서 부부의 예(禮)를 행하기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 때문에 동산 숲에 나가기를 청한 것이로구나.’
곧 허락하여 모든 신하들에게 원관(園觀)을 정리하여 치장하고 지나가는 길은 모두 깨끗이 하도록 명하였다.
태자는 곧 왕에게로 가 머리 조아려 발에 예배하고 작별하고 떠났으며 왕은 곧 한 오래된 신하로서 총명하고 지혜로우며 언변에 능한 이에게 명하여 태자를 따르게 하였다.
그때 태자는 모든 관속들과 함께 앞뒤로 인도하고 따르면서 성의 동쪽 문으로 나왔다. 나라 안의 백성들은 태자가 나온다는 말을 듣고 길에 가득 찼고 구경하는 이들이 구름 같았다.
그때 정거천(淨居天)은 머리가 희고 등이 굽은 노인으로 변화하여 지팡이에 기대어 힘없이 걸어갔으므로 태자는 곧 곁에서 모시는 이에게 물었다.
“이는 어떠한 사람이오?”
시종은 대답하였다.
“이 사람은 노인입니다.”
태자는 또 물었다.
“어떤 이를 노인이라 말합니까?”
대답하였다.
“이 사람은 옛날에 젖먹이와 어린아이 그리고 소년(少年)을 지나면서 멈추지 않고 감관이 성숙하기에 이르러서 마침내 형상이 변하고 빛깔이 쇠하며 음식이 소화되지 않고 기력이 허약하게 되며 앉고 일어나는 때에도 고통이 극심하고 남은 목숨은 얼마 남지 않게 됩니다. 이 때문에 늙었다고 합니다.”
태자는 또 물었다.
“오직 이 한 사람만이 늙은 것이오? 모두가 다 그러한 것이오?”
시종은 대답하였다.
“모두가 다 마땅히 그처럼 되는 것입니다.”
그때 태자는 이 말을 듣고 크게 괴로워하면서 스스로 생각하였다.
‘해와 달이 흐르고 지나가며 시간이 변하고 세월이 옮겨가면서 늙음에 이르는 것은 마치 번개와 같구나. 이 몸을 어찌 믿을 수 있겠느냐? 내가 비록 부귀하다 하더라도 어찌 홀로 면하게 되겠느냐? 어찌하여 세간 사람들은 두려워하지 않는 것일까?’
태자는 본래부터 세간에 살기를 좋아하지 않았는데 이런 일을 듣고는 더룩 싫증을 내어 곧 수레를 돌렸고 근심스럽게 생각하며 좋아하지 않았다.
왕이 듣고는 마음이 초조하며 근심스러웠고 그가 도를 배우려 할까 두려워하여 기녀들을 더 늘리고 때에 맞추어 그를 즐겁게 해 주었다.
태자는 다시 얼마 지나서 왕에게 나가 놀며 구경하겠다고 아뢰었다. 왕은 이 말을 듣고 마음으로 걱정하면서 스스로 생각하였다.
‘태자는 전에 나가 노인을 만나보고는 근심하고 언짢아하였는데 어찌하여 지금 다시 나가겠다는 것인가?’
왕은 태자를 사랑하는지라 차마 뜻을 거스르지 못하고 마지못해 허락하고는 곧 모든 신하들을 모아 놓고 함께 의논하였다.
“태자는 전에 성의 동쪽 문을 나가 노인을 만나보고 그만 돌아와서는 언짢아하였소. 지금 다시 나가서 놀며 구경하겠다고 하였는데 나는 거절할 수가 없어 드디어 또 허락하였소.”
모든 대신들이 대답하였다.
“다시 밖의 모든 관속들에게 엄하게 명하여 도로를 정비하고 비단깃발과 일산을 걸고 꽃을 뿌리며 향을 사르면서 화려하게 하고는 악취 나는 것과 모든 정결하지 못한 것, 그리고 노인이나 병든 이가 길옆에 있지 않게 하겠습니다.”
그 당시 가비라계도성(迦毘羅雞兜城)의 네 개의 성문 밖에는 각각 하나씩의 동산이 있어서 나무와 꽃과 열매와 목욕하는 못과 누관(樓觀)이 갖가지로 장식되어 그보다 더 좋은 것이 없었다.
왕은 모든 신하들에게 물었다.
“밖의 모든 원관(園觀)은 어느 것이 더 훌륭하오?”
모든 신하들이 대답하였다.
“밖의 모든 원관은 다 똑같아서 그 이상이 없으며, 마치 도리천(忉利天)에 있는 환희의 동산과 같습니다.”
왕은 또 명하였다.
“태자가 전에 나갔던 데는 동쪽 문이었으니, 이번에는 남쪽 문으로 나가도록 하시오.”
그때 태자는 백관이 인도하고 따르면서 성의 남쪽 문으로 나갔다.
그러자 정거천은 병든 사람으로 변화하였다. 몸은 바짝 마르고 배는 퉁퉁 불러 있으며 숨을 헐떡거리면서 앓는 소리를 내며 뼈는 스러지고 살은 다하였으며 얼굴 모습은 노랗고 온몸은 벌벌 떨며 스스로 지탱할 수 없었으므로 두 사람이 겨드랑이를 끼고 길옆에 있었다.
태자가 물었다.
“이는 어떤 사람입니까?”
시종이 대답하였다.
“이 사람은 병든 사람입니다.”
태자는 또 물었다.
“무엇을 병들었다고 합니까?”
대답하였다.
“병이라는 것은 모두 기욕(嗜慾)으로 말미암아서입니다. 음식에 정도가 없으면 4대(大)가 고르지 못하여 차츰차츰 변하여 병이 되고 온갖 뼈마디가 아프면서 기력이 쇠미해지며 먹고 마시는 것이 적은지라 누워 잠을 자도 편안하지 않고 비록 몸과 손이 있더라도 스스로 움직일 수 없어 반드시 다른 이의 힘을 빌린 뒤에야 앉고 일어나게 됩니다.”
그때 태자는 자비로운 마음으로 병든 사람을 보고 스스로 근심하면서 다시 물었다.
“이 사람 혼자만이 그런 것이오? 다른 이들도 모두 그러한 것이오?”
대답하였다.
“모든 백성들은 귀천의 구별 없이 모두 이러한 병이 있습니다.”
태자는 들은 뒤에 마음속으로 스스로 생각하였다.
‘이와 같은 병고는 두루 걸리는 일이거늘 어찌 세간 사람들은 쾌락에 빠져서 두려워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한 뒤에 몹시 두려워하면서 몸과 마음이 덜덜 떨리는 것이 마치 달 그림자가 물결치는 물 위에 나타나듯 하면서 시종에게 말하였다.
“이와 같이 몸은 바로 큰 고통의 덩어리인데 세상 사람들은 그 가운데서 멋대로 기뻐하고 즐거움을 내며 어리석고 앎이 없어서 깨달을 줄 모르는구나. 이제 무엇 하러 저 동산으로 가서 놀고 구경하며 즐기겠느냐?”
곧 수레를 돌려서 왕궁으로 돌아와 앉아 스스로 명상에 잠겨 걱정하며 기뻐하지 않았다.
왕은 시종에게 물었다.
“태자가 이번에 나가서는 얼마라도 즐거운 일이 있었느냐?”
시종이 대답하였다.
“처음 남쪽 문으로 나서자마자 병든 사람을 만났습니다. 이 때문에 언짢아하면서 곧 수레를 되돌려 돌아오고 말았습니다.”
왕은 이 말을 듣고 마음으로 크게 근심하면서 그가 출가할 것을 염려하며 곧 모든 신하들에게 물었다.
“태자는 전에 성의 동쪽 문으로 나가서 노인을 만나보고는 걱정하면서 언짢아하였다. 이런 일 때문에 나는 경(卿)들에게 명하여 도로를 깨끗이 다스리고 늙은이나 병든 이가 길거리에 있지 못하게 하라고 했거늘 어찌하여 이제 성의 남쪽 문으로 나가다가 다시 병든 사람이 있게 했단 말이오? 또 태자로 하여금 그런 사람을 만나보게 하였소?”
모든 신하들이 대답하였다.
“근래에 왕의 명을 받고 엄하게 외사(外司)에게 명하여 모든 더러운 것이나 늙고 병든 이는 앞이나 곁에 있지 못하게 하고는 서로 검사하고 저지하면서 감히 게으름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무슨 인연 때문인지 모르겠으나 갑자기 병든 사람이 있었습니다. 이것은 저희들의 허물이 아닙니다.”
그때 왕은 여러 시종들에게 물었다.
“너희들은 다 같이 병든 사람이 길에 있었던 것을 보았느냐? 어디서부터 오더냐?”
시종들은 대답하였다.
“종적이 없어서 어디서 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왕은 태자에 대하여 몹시 불안한 마음을 내면서 그가 도를 배울 것을 두려워하며 다시 기녀들을 늘려 그의 뜻을 기쁘게 하였으며, 또다시 오욕(五欲) 가운데서 연모하고 집착하는 마음을 내게 하였다.
그때 우타이(憂陀夷)라는 한 바라문의 아들이 있었는데 총명하고 지혜가 있었으며 말재주가 좋았다.
왕은 곧 그를 불러서 궁중에 들어오게 하여 말하였다.
“태자는 지금 세상에 있으면서 오욕을 누리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아마 그는 오래지 않아 출가하여 도를 배울 것이다. 너는 그와 함께 벗이 되어서 세간의 오욕의 즐거움을 자세히 설명하여 그의 마음을 움직여 출가를 좋아하지 않게 하라.”
우타이는 곧 대답하였다.
“태자는 총명하여 그와 같을 사람이 없습니다. 알고 있는 서론(書論)은 모두 깊고 넓으며 아울러 그것은 저로서는 일찍이 듣지 못했던 것입니다. 어떠한 소견으로 그를 타일러 설명할 수 있겠습니까? 비유하자면 마치 연꽃뿌리의 실로써 수미산을 달아매려고 하는 것과 같아서 저도 그러합니다. 끝내 태자의 마음은 돌릴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대왕께서 이미 벗이 되도록 명하셨으니 반드시 저는 알고 있는 소견을 다할 것입니다.”
우타이는 왕의 명을 받은 뒤에 태자를 따라 가고 서고 앉고 눕는 곁에서 감히 멀리 떠나지 않았다.
왕은 또한 여러 기녀 가운데 총명하고 지혜가 있으며 얼굴 모습이 단정하며 노래와 춤을 잘하여 능히 사람을 유혹할 수 있는 이를 선발하여 갖가지로 장식하였고 화려하여 눈을 즐겁게 할 만한 이들을 모두 보내어 태자에게로 가서 모시게 하였다.
그때 태자는 다시 얼마 뒤에 왕에게 나가서 놀겠다고 아뢰었다. 왕은 이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생각하였다.
‘저 우타이가 이미 태자와 함께 벗이 되었다. 이제 만일 나가서 놀게 되면 혹은 전보다는 나아서 다시는 세속을 싫어하거나 출가하려는 마음이 없게 되리라.’
이런 생각을 하면서 곧 허락하였다.
이때에 왕은 또다시 모든 대신들을 모아 놓고 말하였다.
“태자가 이제 다시 나가 놀기를 청하였소. 나는 차마 거스르지 못하여 이미 허락하였소. 태자는 전에 동쪽ㆍ남쪽의 두 문을 나가서 이미 늙은이와 병든 이를 보고 돌아와 곧 근심하고 걱정하였소. 이제는 마땅히 서쪽으로 나가게 해야 하오. 내 마음은 그가 돌아와서 다시 언짢아할까를 염려하고 있소. 우타이는 바로 그의 어진 벗이므로 이제는 나갔다 돌아와서 다시는 그러한 일이 없기를 바라오. 경(卿)들은 도로를 잘 닦아 다스리고 동산 숲과 대관(臺觀)을 모두 엄하게 정돈하고 향과 꽃과 깃발과 일산을 전보다 몇 배 늘려 다시는 늙고 병든 이나 악취나는 더러운 것이 길옆에 있지 않게 하시오.”
신하들은 명을 받은 뒤 곧 외사(外司)에 말하여 도로와 동산 숲을 장엄하게 다스리고 화려하게 한 것이 평소보다 몇 배나 더하였으며, 왕은 또 먼저 아름다운 기녀들을 보내어 그 동산 안에 있도록 하였고 또한 우타이에게 명령하였다.
“만일 길옆에 상서롭지 않은 일이 있으면 방편을 써서 그의 마음을 교묘하고 달콤한 말로 꾀도록 하라.”
아울러 모든 신하에게 명하여 태자를 따르면서 모든 일을 엿보고 살피어 만일 불길한 일이 있으면 멀리 쫓게 하였다.
그때 태자는 우타이와 함께 백관들이 인도하고 따르면서 향을 사르고 꽃을 뿌리며 뭇 풍악을 울리는 가운데 성의 서쪽 문으로 나갔다.
정거천은 마음으로 생각하였다.
‘먼저는 늙은이와 병든 이를 두 성문에서 나타내어 온 대중들이 모두 보았으므로 백정왕이 시종들과 아울러 외사들에게 성을 내어 그들이 책망을 듣게 되었다. 태자가 지금 나올 때에는 왕의 통제가 엄준하구나. 나는 지금 죽은 이를 나타내 보이려고 하는데 만일 모두 보게 되면 왕의 분노는 더하여 반드시 처벌과 죽임을 당하여 죄 없는 이들에게 억울함이 미치리라. 나는 오늘 나타낼 일은 오직 태자와 우타이 두 사람에게만 보이게 하여 다른 관속(官屬)들은 책망 받지 않게 해야겠다.’
이런 생각을 한 뒤에 곧 내려와서 변화로 죽은 사람이 되어서 네 사람이 상여를 메고 여러 가지 향과 꽃을 시신 위에 뿌리며 온 집안 식구가 목 놓아 슬피 울면서 그를 보내게 하였다.
그때 태자와 우타이 두 사람만이 보았으며 태자는 물었다.
“이는 어떠한 사람이기에 향과 꽃으로 그 위를 장엄하고 다시 사람들이 목 놓아 슬피 울면서 보내는 것인가?”
우타이는 왕의 명 때문에 잠자코 대답하지 않았다. 이와 같이 세 번을 묻자 정거천왕의 위신의 힘으로 우타이로 하여금 모르는 사이에 대답하게 하였다.
“이것은 죽은 사람입니다.”
태자는 또 물었다.
“무엇을 죽는다고 하는 것인가?”
우타이는 말하였다.
“죽음이라는 것은 칼바람[刀風]이 형체를 가르고 신식(神識)이 떠나가며 온몸의 감관이 다시는 느끼지 못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 사람이 세간에 있을 때에는 오욕에 탐착하고 돈과 재물을 아깝게 여기며 갖은 고생으로 일하여 오직 쌓아 모을 줄만 알고 무상(無常)함을 알지 못하다가 이제는 하루아침에 그것을 버리고 죽는 것입니다.
또 부모나 친척이나 권속에게 사랑을 받게 되다가도 목숨을 다한 뒤에는 마치 초목과 같이 되어 은혜와 인정이나 좋고 나쁜 것에 다시는 상관하지 않게 됩니다. 이와 같아서 죽음이란 진실로 슬퍼할 만합니다.”
이것을 듣자마자 태자는 마음이 몹시 떨리고 두려워하면서 또 우타이에게 물었다.
“오직 이 사람만이 죽는 것인가? 다른 이들도 그러해야 하는가?”
곧 다시 대답하였다.
“모든 세간 사람들은 그렇게 되어야 합니다. 귀한 이도 천한 이도 면할 수 있는 이는 없습니다.”
태자는 평소의 성품이 평온하고 조용하여 동요되지 않는 이였는데도 이 말을 듣고는 스스로 안정하지 못하여 곧 조그마한 목소리로 우타이에게 말하였다.
“세간에는 또한 이런 죽음의 고통이 있는데 어찌 그 가운데서 방일한 행을 하여 목석(木石)과 같은 마음이 되어서 두려움을 모른단 말인가?”
곧 수레 모는 이에게 명하였다.
“수레를 돌려 돌아가자.”
수레 모는 이가 대답하였다.
“전에 두 문을 나오다가 미처 동산에 이르지 못하고 중도에서 돌아가서 대왕께서 몹시 성을 내셨고 책망하셨습니다. 이제 어찌 감히 그와 같이 한단 말씀입니까?”
이때에 우타이가 수레 모는 이에게 말하였다.
“그대가 말한 대로 곧 돌아가지 말아야 합니다.”
다시 앞으로 나아가 그 동산 안에 이르자 향과 꽃과 깃발과 일산이며 여러 풍악이 울렸고 기녀들이 단정한 것이 마치 여러 하늘의 채녀(婇女)들과 다름이 없었으며, 태자의 앞에서 저마다 다투어 노래하고 춤추며 아름다운 자태로 그의 뜻을 즐겁게 하고 동요되기를 바랐다.
그러나 태자의 마음은 안정되어 옮기거나 바뀔 수 없었으므로 곧 동산 안의 나무 사이 그늘진 곳에 머무르면서 그의 곁에서 지키는 이들을 물리치고 단정히 앉아 명상하면서 옛날 일찍이 염부나무 아래 있을 적에 욕계(欲界)를 멀리 여의고 제4 선정을 얻었던 일을 기억하였다.
그때 우타이는 태자에게로 가서 말하였다.
“대왕께서 명하여 태자와 함께 지내는 벗이 되었습니다. 만일 잘잘못이 있으면 서로 깨우쳐 알게 해야 합니다. 벗으로서의 규범에는 그 항목이 세 가지 있습니다. 첫째는 허물이 있는 것을 보면 곧 서로 지적하여 깨우치고, 둘째는 좋은 일이 있는 것을 보면 깊이 따라서 기뻐하며, 셋째는 괴로움과 재난이 있어도 서로 버리지 않는 것입니다.
이제 진실한 말씀을 올리겠습니다. 책망하지 마십시오. 옛날의 모든 왕과 그리고 현재에도 모두 다 오욕의 쾌락을 받았으며 그런 뒤에야 출가하였습니다. 태자는 어째서 영영 끊으면서 돌보지 않으십니까?
또 사람이 세간에 나면 마땅히 사람으로서의 행(行)에 잘 따라야 하고 나라를 버리고 도(道)를 배우는 이는 없습니다. 원컨대 태자는 오욕을 받아들이시고 자식을 두어 왕의 후사가 끊어지지 않게 하소서.”
그때 태자는 그에게 대답하였다.
“진실로 말한 바와 같소. 나는 다만 나라를 버리기 위해서 그런 것은 아니며 또한 다시 오욕에 쾌락이 없다고는 말하지 않았소. 늙고 병들고 나고 죽는 고통이 두렵기 때문에 오욕에 대하여 감히 애착하지 못하는 것이오.
그대가 아까 말한 대로 옛날의 모든 왕은 먼저 오욕을 겪고 그런 뒤에 출가하였다고 하지만 이러한 왕들은 지금 모두 어디에 있겠소? 애욕 때문에 혹은 지옥에 있기도 하고, 혹은 아귀에 있기도 하며, 혹은 축생에 있기도 하고, 혹은 인간 세상과 천상에 있기도 할 것이오. 이러한 바퀴가 도는 듯한 고통이 있기 때문에 나는 늙고 병드는 고통과 나고 죽는 법을 여의려고 할 뿐이오. 그대는 이제 어찌하여 나로 하여금 그것을 받게 하려는 것이오?”
우타이가 비록 변재(辯才)를 다하여 태자에게 권하였지만 마음을 되돌리게 할 수 없었으므로 곧 물러나 앉아 있는 데로 돌아왔다.
태자는 거듭 명하여 수레를 차리고 궁중으로 돌아왔으므로 모든 기녀들과 우타이는 근심하고 몹시 슬퍼하며 얼굴을 찌푸린 것이 마치 사람이 막 사랑하던 친척을 잃어버린 것 같았으며, 태자도 궁중에 도착하여 몹시 슬퍼한 것이 보통 때보다 몇 배 더하였다.
백정왕은 우타이를 불러서 물었다.
“태자가 이제 나가서 어떠한 즐거운 일이 있었느냐?”
우타이는 말하였다.
“성을 나와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죽은 사람을 만나보았습니다. 또한 그가 어디서 왔는지 모릅니다. 태자와 제가 동시에 그를 보았습니다. 태자가 ‘이는 어떠한 사람이냐?’고 묻기에 저도 모르는 사이에 ‘이는 죽은 사람입니다’라고 대답해 버렸습니다.”
왕은 곧 다시 모든 시종들에게 물었다.
“너희들은 모두 성의 서쪽 문 밖에서 죽은 사람이 있는 것을 보았느냐?”
시종들은 대답하였다.
“저희들은 보지 못하였습니다.”
왕은 이 말을 듣고 신령한 뜻이 탁 트이면서 스스로 생각하였다.
‘태자와 우타이 두 사람만이 유독 보게 된 것은 바로 하늘의 힘이요, 모든 신하들의 힘이 아니다. 반드시 아사타(阿私陁)의 말과 같이 되겠구나.’
이렇게 생각한 뒤에 마음속으로 크게 괴로워하면서 다시 기녀들을 늘리어 그를 즐겁게 해 주었으며, 날마다 사람을 보내어 태자를 위로하고 타일러 그에게 말하게 하였다.
“나라는 바로 너의 소유이다. 무엇 때문에 걱정하면서 좋아하지 않느냐?”
왕은 또한 모든 기녀들에게 엄하게 명하여 태자의 뜻을 즐겁게 해 주기를 밤낮으로 계속하도록 하였다.
백정왕은 비록 하늘의 힘이고 사람의 일이 아닌 줄 알았으나 태자를 매우 사랑하므로 말하지 않을 수 없었으며, 마음속으로 스스로 생각하였다.
‘태자는 전에 이미 세 개 성문을 나갔다. 이제 오직 북쪽 문만을 아직 나가 보지 않았으므로 그는 반드시 오래지 않아 다시 나가 놀기를 청할 것이다. 마땅히 다시 그 바깥 동산의 숲을 장엄하여 갑절 더 화려하게 하여 무엇이든 뜻에 맞지 않는 일이 없게 해야겠구나.’
생각한 대로 모든 신하들에게 자세히 명하여 두었다.
왕은 또 마음속으로 다음과 같이 원하였다.
‘태자가 만일 성의 북쪽 문을 나갈 때에 모든 하늘이 다시 좋지 않은 일을 나타내어 나의 아들의 마음이 근심하며 괴로워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미 마음으로 원하고 나서 드디어 수레 모는 이에게 명하였다.
“태자가 만일 나가면서 말을 타게 되면 그로 하여금 사방의 모든 백성들의 화려한 장식만을 바라보게 해야 한다.”
이때 태자는 왕에게 나가서 놀 것을 아뢰었고 왕은 차마 거절하지 못하였으므로 곧 우타이와 여러 관속들과 함께 앞뒤로 인도하고 따르면서 성의 북쪽 문으로 나가 동산에 이르렀다.
태자는 말에서 내려와 나무 아래 머물러 쉬면서 곁에서 호위하는 이를 물리치고 단정하게 앉아 명상하면서 세간의 늙고 병들고 죽는 고통을 생각하였다.
그때 정거천은 변화로 비구가 되어 법복을 입고 발우를 가지고 손에는 지팡이를 짚고는 땅을 보면서 가다가 태자 앞으로 왔으므로 태자가 보고서 곧 물었다.
“당신은 어떤 사람이시오?”
비구가 대답하였다.
“나는 바로 비구입니다.”
태자가 또 물었다.
“어떤 이를 비구라고 합니까?”
대답하였다.
“번뇌[結]의 도적을 능히 깨뜨리고 후생의 몸을 받지 않기 때문에 비구라고 합니다. 세간은 모든 것이 무상하고 위태로워 허물어지기 쉬운 것입니다. 그러나 내가 닦고 배우는 것은 때가 없는 거룩한 도(道)로 색(色)ㆍ성(聲)ㆍ향(香)ㆍ미(味)ㆍ촉(觸)ㆍ법(法)에 집착하지 않고 영원히 무위(無爲)를 얻어서 해탈의 언덕에 이르게 됩니다.”
이 말을 하고는 태자의 앞에서 신통의 힘을 나타내어 허공으로 올라가 버렸다. 그때 따르던 관속들도 모두 다 보게 되었다.
태자는 이미 비구를 보았고 또한 출가의 공덕을 널리 들었으며 그가 일찍부터 품었던 욕망을 싫어하는 마음에 맞았으므로 곧 스스로 외쳤다.
“장하도다, 장하도다. 천상과 인간 세상에서 오직 이것만이 훌륭한 것이로다. 나는 결정코 이 도(道)를 닦고 배워야겠다.”
이런 말을 한 뒤에 곧 말[馬]을 찾아 궁성으로 돌아왔다.
그때 태자는 마음이 기뻐져서 스스로 생각하였다.
‘나는 먼저 늙고 병들고 죽는 고통을 보고 밤낮으로 늘 이것에 핍박받아 두려워했는데 이제야 비구가 나의 심정을 깨우쳐 주고 해탈의 길을 보여 주었도다.’
이런 생각을 한 뒤에 곧 스스로 방편을 생각하여 출가의 인연을 찾아 구하였다.
그때 백정왕은 우타이에게 물었다.
“태자가 지금 나가서 어떠한 즐거운 일이 있었느냐?”
우타이는 곧 왕에게 대답하였다.
“태자는 아까 나가서 지나가던 길에서는 아무런 상서롭지 않은 일이 없었습니다. 이미 동산 안에 이르러 태자는 혼자 나무 아래 있었는데 멀리서 수염과 머리를 깎고 물들인 옷을 입은 한 사람이 태자 앞으로 와서 함께 말을 하였으며 말이 끝나자 허공으로 올라 떠나간 것을 보았으나 끝내 어떠한 말을 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태자는 이 일로 인하여 수레를 되돌려 돌아와버렸습니다. 그때의 얼굴은 기쁨을 띠었으나 궁중에 돌아와서 비로소 근심하고 걱정하였습니다.”
백정왕은 이런 말을 듣고 마음에 의심을 내는 한편, 또한 이것이 어떤 상서로운 조짐인지를 몰랐으므로 몹시 고뇌를 품고서 스스로 생각하였다.
‘태자는 결정코 집을 버리고 도를 배우겠구나. 또 그의 비(妃)를 맞아들인 지 오래되었으나 아들조차 없으니 나는 이제 야수다라(耶輸陁羅)에게 명하여 방편을 생각하여 나라의 후사가 끊어지지 않게 해야겠으며 다시 마땅히 경계하여 태자가 떠나서도 모르는 일이 없게 해야겠구나.’
이런 생각을 한 뒤 곧 생각했던 대로 야수다라에게 명하자 야수다라는 왕의 명을 듣고는 마음으로 부끄러워하며 잠자코 있었지만 자거나 머무르거나 앉거나 눕거나 간에 태자를 떠나지 않았다. 다시 왕은 여러 아름다운 기녀들을 늘려 그를 즐겁게 하도록 하였다.
태자의 나이가 19세가 되자, 마음속으로 스스로 생각하였다.
‘지금이야말로 내가 출가해야 할 때다.’
그리고는 부왕에게로 갈 때 위의(威儀)가 자상한 것이 마치 제석이 범천에게로 나아가는 것과 같았다. 곁의 신하가 보고 왕에게 아뢰었다.
“태자가 지금 대왕께로 오고 있습니다.”
왕은 이 말을 듣고 근심과 기쁨이 뒤섞였다. 태자는 이미 이르러서 머리 조아려 예배하였고, 부왕은 곧 그를 포옹하고 난 다음 앉으라고 명하였다.
태자는 앉자마자 부왕에게 아뢰었다.
“은혜와 사랑이 모인 데는 반드시 이별이 있습니다. 제가 출가하여 도를 배우도록 허락하여 주소서. 온갖 중생들이 사랑하는 이와 이별하는 고통을 모두 해탈시키겠습니다. 반드시 허락하여 주시어 망설임이 없게 해 주소서.”
백정왕은 태자의 말을 듣고 마음으로 크게 괴로운 것이 마치 금강으로 산을 꺾어 부서뜨리는 것같이 온몸을 벌벌 떨면서 자리에서 안절부절 못하였으며, 태자의 손을 잡고 다른 말도 못하면서 슬피 울며 눈물을 흘리고 흐느꼈다.
이와 같이 하다가 곧 조그만 목소리로 말하였다.
“너는 마땅히 출가하려는 뜻을 멈추어야 한다. 그 까닭은 나이도 젊었고 나라에는 아직 후사가 없는데도 나에게 맡기고 일찍이 돌보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요경(普曜經)』에서 말하였다.
“태자는 왕에게 아뢰었다.
‘네 가지 원(願)을 얻으려고 합니다. 첫째는 늙지 않는 것이요, 둘째는 병이 없는 것이며, 셋째는 죽지 않는 것이요, 넷째는 이별하지 않는 것입니다. 만일 부왕께서 이 네 가지의 원을 주신다면 다시는 출가하지 않겠습니다.’
왕은 듣고 다시 슬퍼하면서 말하였다.
‘그 네 가지 원은 예전이나 이제나 얻은 이가 없다.’”
그때 태자는 이미 부왕이 눈물을 흘리면서 허락하지 않는 것을 보고 있던 곳으로 되돌아가서 출가할 것을 생각하며 걱정하고 언짢아하였다.
그때 가비라시도국(迦毘羅施兜國)의 여러 큰 관상쟁이들은 ‘태자가 만일 출가하지 않고 7일이 지난 뒤에는 전륜왕의 지위를 얻고 사천하의 왕이 되어서 칠보가 저절로 이르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저마다 알았기 때문에 왕에게로 가서 아뢰었다.
“석가의 종성은 이분에게서 바야흐로 흥성할 것입니다.”
왕은 듣고 마음으로 크게 기뻐하면서 곧 모든 신하들과 석종의 자제들에게 명하였다.
“그대들은 관상쟁이의 이와 같은 말을 들었는가? 모두가 밤낮으로 태자를 모시고 호위하여 4문(門)마다 각기 천 명씩 둘러싸고 성 밖의 1유사나(踰闍那) 안에는 순찰하는 사람들을 배치하여 그를 방호하여야 한다.”
『보요경』에서 말하였다.
“내일부터 곧 5백 명의 용감하고 힘 있는 석씨들에게 명하여 보살을 밤새도록 호위하게 하고 성의 네 문을 여닫는 소리가 40리까지 들리도록 하라.”
다시 야수다라와 모든 내궁(內宮)에게 명하였다.
“몇 배 더 경계하면서 7일이 지날 때까지 출가하지 못하게 하라.”
그때 왕은 다시 태자에게로 왔으므로 태자는 멀리서 보고 곧 나아가 받들어 맞이하여 머리 조아려 발에 예배하고 기거를 문안하자, 왕은 태자에게 말하였다.
“나는 옛날 이미 아사타의 설명과 여러 관상쟁이의 말을 들었고 아울러 모든 기이한 징조를 보고서 너는 반드시 세간에 머물기를 좋아하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다. 나라의 후사는 너무도 중하다. 그 누구에게 잇게 하겠느냐? 원컨대 나를 위하여 너는 아들 하나를 낳고 그런 뒤에 세속을 끊는다면 다시는 반대하지 않겠다.”
그때 태자는 부왕의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스스로 생각하였다.
‘’대왕께서 간절히 나를 만류하신 까닭은 바로 나라를 이을 후사가 없는 것이었구나.’
이런 생각을 한 뒤에 왕에게 대답하였다.
“좋습니다. 명하신 대로 하겠습니다.”
곧 왼손으로 비(妃)의 배를 가리키니 야수다라는 몸에 이상이 있음을 깨닫고 스스로 임신하였음을 알았다.
왕은 태자가 ‘명한 대로 하겠다’는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크게 기뻐하며 생각하였다.
‘태자가 7일 안에는 반드시 아이를 갖지 못할 것이다. 만일 이 기한을 지나기만 하면 전륜왕의 지위는 저절로 이를 것이요, 다시는 출가하지 못하게 되리라.’
그때 태자는 마음속으로 생각하였다.
‘나의 나이 이미 19세가 되었다. 지금은 2월이고 오늘은 7일이다. 마땅히 방편을 써서 출가할 방법을 구해야겠다. 그 까닭은 바로 지금이 그때이기 때문이다. 또한 부왕께서 원하시는 일은 이미 이루었다.’
이런 생각을 한 뒤에 몸으로부터 빛을 놓아 사천왕궁(四天王宮)과 정거천궁(淨居天宮)을 비추었으나 인간 세상에서는 이 광명을 보지 못하였다.
그때 모든 하늘들은 이 광명을 보자마자 태자가 출가할 때가 되었음을 알고는 곧 내려와서 태자에게 이르러 머리 조아려 발에 예배하고 합장해 아뢰었다.
“한량없는 겁으로부터 닦으셨던 수행과 소원이 이제야 비로소 성숙하게 될 때가 되었습니다.”
이에 태자는 모든 하늘들에게 대답하였다.
“그대들의 말과 같이 지금이 바로 그때이니라. 그러나 부왕은 안팎의 관속들에게 명하여 엄하게 방비하고 있다. 떠나려 해도 따르는 이가 없구나.”
모든 하늘들이 아뢰었다.
“저희들이 스스로 모든 방편을 베풀어 태자께서 나가시도록 하고 아는 이가 없게 하겠습니다.”
모든 하늘들은 곧 그들의 신통력으로 모든 관속들을 깊은 잠에 빠지게 하였다. 그때 야수다라는 누워 자는 동안 세 가지의 큰 꿈을 꾸었다. 첫째는 달이 땅으로 떨어지는 꿈이었고, 둘째는 어금니가 빠지는 꿈이며, 셋째는 오른팔이 떨어지는 꿈이었다. 이런 꿈을 꾼 뒤에 잠에서 놀라 깨어나 크게 두려워하면서 태자에게 아뢰었다.
“저는 자는 동안 세 가지 나쁜 꿈을 꾸었습니다.”
태자가 물었다.
“당신의 꿈은 어떤 것이었소?”
야수다라가 곧 꿈에서 있었던 일을 자세히 설명하자 태자는 말하였다.
“달은 아직도 하늘에 있고 이도 또한 빠지지 않았으며 팔도 아직 남아 있구려. 꿈이란 모두 거짓이어서 진실하지 않은 줄 알아야 하오. 당신은 멋대로 생각하여 두려움을 일으키지 말아야 하오.”
야수다라는 또 태자에게 말하였다.
“제가 스스로 꿈에 있었던 일을 헤아려 본다면 이는 반드시 태자께서 출가하실 징조입니다.”
태자는 또 대답하였다.
“당신은 다만 편히 잠이나 자면서 그런 염려는 하지 마시오. 반드시 당신에게 상서롭지 않은 일은 없게 하리다.”
야수다라는 이런 말을 들은 뒤에 곧 다시 잠을 잤다. 태자는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두루 기녀들과 야수다라를 살펴보니, 모두 나무로 된 사람과 같고 마치 파초(芭蕉)의 속이 단단하지 않은 것과 같았다. 어떤 이는 악기(樂器) 위에 기대어 엎드려서 팔과 다리를 땅에 드리운 이가 있기도 하고 다시 서로를 베고 누워 콧물과 눈물을 흘리며 입 안에서 침을 질질 흘리는 이도 있었다.
또다시 아내와 기녀들을 두루 관하여 그들의 형체를 보니, 머리카락ㆍ손톱ㆍ발톱ㆍ골수ㆍ뇌ㆍ뼈ㆍ이ㆍ해골ㆍ피부ㆍ살ㆍ힘줄ㆍ맥박ㆍ기름ㆍ피ㆍ염통ㆍ허파ㆍ지라ㆍ콩팥ㆍ간ㆍ쓸개ㆍ장ㆍ위ㆍ똥ㆍ오줌ㆍ눈물ㆍ침 등에다 바깥은 가죽 주머니로 되어 그 속에 악취가 나는 더러운 것이 담겨져 있어서 하나도 기이한 것이 없었다. 억지로 향을 발라 풍기고 고운 채색으로 장식한 것은 마치 빌려 온 물건은 돌려주어야 하며 또한 오래 가지고 있을 수 없는 것과 같았다.
‘백 년의 수명에도 그 반은 누워서 소비하고 또 근심과 걱정이 많은지라 즐거움이란 얼마 없거늘 세간 사람들은 어찌하여 항상 이 일을 보면서도 깨닫지 못하는가? 또 그 가운데서도 음욕을 탐내어 집착하고 있으니 말이다.’
『보요경』에서 말하였다.
“보살은 밤에 기녀들을 살펴보았는데 온 뼈마디의 속이 빈 것은 마치 파초와 같았고 콧물과 눈물이 나와 있었고 악기가 이리저리 흩어져 있었다. 그의 아내를 돌아보며 그 형체를 자세히 살펴보니, 뇌ㆍ골수ㆍ해골ㆍ염통ㆍ허파ㆍ장ㆍ위가 있고 바깥은 바로 가죽 주머니여서 그 속에는 악취나는 것이 담겨 있었다. 마치 남에게서 빌려 온 것은 되돌려 주어야 하며, 또한 오래 가지고 있을 수 없는 것과 같았다. 삼계(三界)는 믿을 것이 못되고 오직 도(道)만이 믿을 수 있을 뿐이었다.
욕계의 모든 하늘들이 공중에 머물러 있었는데, 법행 천자(法行天子)가 멀리서 보살에게 아뢰었다.
‘때가 이미 이르러 비성(沸星)이 마침 나타났습니다. 곧 차닉에게 명하여 건척(犍陟)을 세워 안장을 채우도록 하십시오.’
이 말을 하자 때마침 사천왕과 수없는 야차ㆍ용ㆍ귀신 등이 모두 갑옷을 입고 사방으로부터 와서 보살에게 머리를 조아렸으며, 성안의 남녀들은 모두가 곤하게 잠들었고 공작새 등의 여러 새들조차도 지쳐서 잠에 빠졌다.”
『수행본기』에서 말하였다.
“모든 하늘들이 말하였다.
‘태자가 떠날 때 지체할까 두렵구나. 오소만(烏蘇慢)우리 나라의 이름으로는 염신(厭神)이다.을 불러라.’
그가 궁중으로 오자마자 나라의 안팎은 온통 잠에 빠졌다.
‘나는 이제 옛날의 모든 부처님께서 닦으셨던 행을 배우기 위하여 서둘러 이 큰 불구덩이를 멀리해야 한다.’
태자는 이렇게 생각하였는데 새벽녘이 되었다. 정거천왕(淨居天王)과 욕계의 모든 하늘들은 허공에 가득 차 있으면서 곧 소리를 같이하여 태자에게 아뢰었다.
“안팎의 권속은 모두 다 깊은 잠에 빠졌습니다. 지금이 바로 출가하실 때입니다.”
태자는 곧 스스로 차닉에게 가 이르렀는데 하늘의 힘 때문에 차닉은 저절로 깨었으므로 그에게 말하였다.
“너는 나를 위하여 건척에게 안장을 채워 오너라.”
차닉은 이 말을 듣자마자 온몸을 벌벌 떨면서 마음속으로 망설였다. 첫째는 태자의 영을 어기고 싶지 않았고, 둘째는 왕이 내린 칙령의 뜻이 엄함을 두려워하였기 때문이다.
한참 동안 생각하다가 눈물을 흘리면서 말하였다.
“대왕의 인자한 명은 그처럼 엄하셨고 또한 오늘은 놀러 나가서 구경하는 때도 아니며, 또 원한 맺은 적을 항복받을 날도 아닙니다. 어찌하여 이 새벽에 갑자기 말을 찾으십니까? 어디를 가시려고 그러십니까?”
태자는 또다시 차닉에게 말하였다.
“나는 이제 온갖 중생들을 위하여 번뇌와 결사(結使)의 적을 항복하려고 한다. 너는 이제 내 뜻을 어기지 말아야 한다.”
그때 차닉은 큰소리를 내어 울면서 야수다라와 모든 권속들에게 태자가 떠나려는 것을 알리려고 하였으나 하늘의 신통력 때문에 여전히 정신없이 잠들어 있었다.
차닉은 곧 말을 끌고 왔으며 태자는 천천히 나아가 차닉과 건척에게 말하였다.
“어떠한 은혜와 사랑이라도 만나면 반드시 이별해야 한다. 세간의 일은 쉽게 이룰 수 있지만 출가하는 인연은 매우 성취하기 어려운 것이다.”
차닉은 듣고 나서 잠자코 말이 없었고 건척도 다시는 울지 않았다.
그때 태자는 동이 트려 하는 것을 보고 몸에서 빛을 놓아 시방을 끝까지 비추고 사자처럼 외쳤다.
“과거의 모든 부처님께서 출가하셨던 법이다. 나도 이제 역시 그러하리라.”
이에 모든 하늘들은 말의 네 발을 받치고 아울러 차닉을 붙잡았으며 석제환인(釋提桓因)은 일산을 가지고 뒤를 따랐다. 모든 하늘들은 곧 왕성(王城)의 북쪽문이 저절로 열리어 소리나지 않게 하였다.
태자가 이에 문으로부터 나오자 허공의 모든 하늘들은 찬탄하면서 뒤를 따랐으며, 그때에 태자는 다시 사자처럼 외쳤다.
“내가 만일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것과 근심하고 슬퍼하며 괴로워하는 것을 끊지 못한다면 끝내 궁중에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고, 내가 만일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지 못하고 또한 법륜을 굴릴 수 없다면 반드시 돌아와서 부왕을 뵙지 않겠으며, 만일 은혜와 사랑의 정을 다하지 못한다면 끝내 돌아와서 마하파사파제(摩訶波闍波提)와 야수다라(耶輸陀羅)를 만나지 않으리라.”
태자가 이런 맹세를 할 때에 허공의 모든 하늘들은 찬탄하면서 말하였다.
“장하십니다. 그 말씀대로 반드시 이루시리다.”
날이 밝아졌을 때 걸어온 길이 이미 3유사나(踰闍那)나 되었다. 그때에 모든 하늘들은 태자를 따라오다가 이곳에 이르러 할 일을 다했으므로 갑자기 나타나지 않았다.
태자는 다음으로 그 발가선인(跋伽仙人)의 고행림(苦行林) 속에 이르렀다. 태자는 이 동산 숲이 고요하면서 아무런 시끄러움이 없는 것을 보고 마음으로 기뻐하였고, 모든 감관이 즐거워졌으므로 곧 말에서 내려 말 등을 어루만지면서 말하였다.
“하기 어려운 일을 너는 하였구나.”
또한 차닉에게 말하였다.
“말이 빨리 가는 것이 마치 금시조왕(金翅鳥王)과 같았는데 너는 한결같이 따라오면서 내 곁을 떠나지 않았구나. 세간 사람은 혹 선한 마음은 있어도 몸이 따라주지 않는 이가 있고, 혹 몸과 힘은 움직이면서도 마음이 그에 맞지 않는 이도 있는데 너는 마음과 몸이 모두 어김이 없었다.
또 세간 사람은 부귀에 처하게 되면 다투어 따르며 받들어 섬기는데 내가 이미 나라를 버리고 이 숲 속으로 올 때에는 오직 너만이 나를 따라왔으니, 참으로 드문 일이다. 나는 이제 이미 아무도 없는 조용한 곳에 이르렀으니, 너는 곧 건척과 함께 궁중으로 돌아가거라.”
그때 차닉은 이 말을 듣자마자 슬피 소리내어 울면서 기절하듯 땅에 쓰러지며 어쩔 줄을 몰라 하였으며, 건척도 이미 보낸다는 말을 듣고 무릎을 꿇고 발을 핥으면서 비 오듯이 눈물을 흘렸다.
차닉은 대답하였다.
“제가 어떻게 태자의 그런 말씀을 차마 듣겠습니까? 저는 궁중에서 대왕의 명을 어기고 갑자기 건척에게 안장을 채워 태자와 함께 오늘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부왕과 마하파사파제께서는 태자를 잃었기 때문에 반드시 근심하고 괴로워하고 계실 것이며 궁중의 안팎도 역시 소란스러울 것입니다.
또한 이곳은 여러 가지 험난한 일이 많고 사나운 짐승이나 독벌레들이 길에 돌아다닙니다. 제가 어떻게 태자를 버리고 혼자 궁중으로 돌아가겠습니까?”
태자는 곧 차닉에게 대답하였다.
“세간의 법은 혼자 태어나서 혼자 죽는다. 어찌 다시 벗이 있겠느냐? 또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모든 괴로움이 있다. 내가 어떻게 이들과 벗이 되겠느냐? 나는 이제 모든 괴로움을 끊기 위하여 일부러 여기에 왔다. 만일 괴로움이 끊어진 뒤라면 온갖 중생들과 함께 벗이 되어야 한다. 나는 모든 괴로움을 아직 여의지 못했거늘 어떻게 너를 위하여 벗이 되어 줄 수 있겠느냐?”
차닉은 또 말하였다.
“태자께서는 태어나서부터 깊은 궁전에서 자라서 몸의 손발이 모두 부드러우며 자고 누울 때의 평상이나 이부자리가 매끄럽지 않음이 없었거늘 어떻게 하루아침에 가시나무ㆍ기와 조각ㆍ조약돌이며 진흙을 밟고 깔면서 나무 아래에 머무르겠습니까?”
태자는 대답하였다.
“진실로 너의 말과 같다. 만일 내가 궁중에 머무른다면 이런 가시나무의 우환은 면할 수 있지만 늙고 병들고 죽는 괴로움은 반드시 겪어야 할 것이다.”
차닉은 태자의 이 말을 듣고는 슬피 울고 눈물을 흘리면서 잠자코 서 있었다.
태자는 곧 차닉에게로 나아가 칠보의 검을 받아서 사자처럼 외쳤다.
“과거의 모든 부처님께서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하기 위하여 좋은 장식을 버리고 수염과 머리를 깎으셨다. 나도 이제 모든 부처님의 법에 의거해야 한다.”
이런 말을 한 뒤에 곧 보관(寶冠)을 벗고 상투 속의 명주(明珠)를 차닉에게 주고 그에게 말하였다.
“이 보관과 명주는 왕의 발 아래에 이르러서 나를 위하여 대왕께 올리고 아뢰기를, ‘저는 천상에 나서 쾌락을 받기 위해서도 아니요, 또한 부모에게 효순하지 않으려고 한 것도 아니며, 또한 한스러움이나 성내는 마음도 없습니다. 다만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것을 두려워한 까닭에 그것을 끊어 없애기 위하여 짐짓 여기에 왔을 뿐입니다’고 하여라.
너는 마땅히 나를 도와 따라 기뻐하고 경축해야 한다. 길상(吉祥)한 일에 대하여 다시는 슬퍼하거나 근심하지 말라. 부왕께서 만일 지금의 내 출가가 아직 때가 아니라고 하시면 너는 다음 말로써 대왕께 아뢰기를, ‘늙고 병들고 죽음이 다가오는데 어찌 정해진 때가 있겠습니까? 사람이 비록 젊고 장성하다 하더라도 어찌 이것을 면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하여라.
부왕께서 만일 또 나를 책망하면서 ‘본래 아들을 갖게 되면 출가를 허락한다고 약속하였는데 지금은 아직 아들이 없거늘 어떻게 떠났으며 궁전을 나갈 때 왜 아뢰지 않았느냐?’라고 하시면, 너는 나를 위하여 부왕께 자세히 아뢰어라.
‘야수다라는 오래 전에 이미 임신하여 있으니 왕께서 스스로 그녀에게 들어 보십시오. 그리고 옛날 그러한 명을 내리셨으므로 아뢰지 않고 독단적으로 한 것은 아닙니다.’
옛날에도 전륜성왕으로서 나라의 왕위를 싫어한 이가 산 숲에 들어가 출가하여 도를 구하다가 중도에 오욕을 누리던 이가 없었던 것처럼 지금 나의 출가도 역시 그와 같다. 아직 보리(菩提)를 이루기 전에는 끝내 궁전으로 돌아가지 않으리라.
안팎의 권속들에게는 모두 나에 대하여 은혜와 애정이 있으므로 너는 변재로써 잘 풀어 드리고 나를 위해서는 근심하거나 괴로워하시지 말라고 하여라.”
태자는 또한 몸의 영락(瓔珞)을 풀어 차닉에게 주면서 그에게 말하였다.
“너는 나를 위하여 이 영락을 가져다 마하파사파제에게 바치면서 아뢰어라.
‘저는 지금 모든 괴로움의 근본을 끊기 위하여 궁성을 나와서 큰 원(願)을 이루려고 합니다. 다시는 저에 대하여 걱정하지 마십시오.’
또 몸 위의 다른 꾸미개를 풀어 야수다라에게 주도록 하면서 또한 다음과 같이 말하게 하였다.
‘사람이 세간에 태어나면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는 괴로움이 있습니다. 나는 지금 모든 괴로움을 끊기 위해 출가하여 도를 배울 것이니 나 때문에 근심하거나 걱정하지 마시오.’”
아울러 모든 친속들에게도 또한 그와 같이 말하게 하였다.
그때 차닉은 이 말을 듣고 나서 더욱 슬퍼하였으나 차마 태자의 명을 어길 수 없었으므로 곧 길게 무릎 꿇고 보관ㆍ 명주 ㆍ영락과 장식하는 꾸미개를 받은 뒤에 눈물을 흘리면서 말하였다.
“태자의 그와 같은 뜻과 원(願)을 들으니 온몸이 벌벌 떨립니다. 설령 어떤 사람의 마음이 나무나 돌과 같다 하여도 이런 말씀을 들으면 또한 슬픔을 느끼게 되겠거늘, 하물며 저는 태어나서부터 태자를 받들어 모신 자인데 이런 맹세하는 말씀을 듣고 깊이 느끼지 않겠습니까?
태자는 이런 뜻을 버리고 부왕과 마하파사파제와 야수다라와 아울러 다른 친속들이 크게 슬퍼하는 괴로움을 내지 않도록 하소서. 만일 결정코 이 뜻을 돌리지 않으신다면 이곳에서 다시 저를 버리지 마십시오. 저는 이제 태자의 발 아래 귀의하겠으며 끝내 어기고 떠나가지 않겠습니다. 설령 궁중으로 돌아간다 하여도 왕은 반드시 어째서 혼자 태자를 버리고 돌아왔느냐고 책망하실 것입니다. 무슨 말로 대왕께 대답하겠습니까?”
태자는 대답하였다.
“너는 이제 그러한 말을 하지 말아야 한다. 세간에는 모두가 이별하게 되거늘 어찌 언제나 모여 있겠느냐? 나는 낳은 지 7일 만에 어머님이 돌아가셨다. 어머니와 아들에게도 오히려 죽고 사는 이별이 있었거늘 하물며 다른 사람이겠느냐? 너는 나에 대하여 치우치게 그리워하는 생각을 내지 말라. 건척과 함께 궁중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와 같이 반복하여 명하였으나 오히려 돌아가려 하지 않았다.
그때 태자는 곧 날카로운 칼로 스스로 수염과 머리를 깎고 곧 원을 세워 말하였다.
“이제 수염과 머리카락이 떨어집니다. 온갖 것과 함께 번뇌와 습기의 장애가 끊어 없어지기를 바라옵니다.”
석제환인은 머리카락을 받아 떠나갔으며 허공의 모든 하늘들은 향을 사르고 꽃을 뿌리면서 같은 목소리로 찬탄하였다.
“장하십니다, 장하십니다.”
『대선권경(大善權經)』에서 말하였다.
“보살이 스스로 머리와 수염을 깎았으나 모든 하늘ㆍ용ㆍ귀신들조차도 정수리를 보지 못했거늘 하물며 머리카락이 없어지는 것이겠는가?
보살은 생각하였다.
‘백정왕께서 한스러운 마음을 내시어 그 누가 내 아들의 머리를 깎았느냐고 하실 때에 짐짓 자신이 깎았다고 하면 왕께서 잠자코 계시리라’고 하였나니, 이것이 바로 방편이다.”
그때 태자는 수염과 머리를 깎은 뒤 그가 몸에 입고 있는 옷이 아직도 칠보의 옷임을 보고 곧 마음속으로 생각하였다.
‘과거의 모든 부처님께서 출가하실 때의 법에는, 입으셨던 의복이 이와 같지 않았을 것이다.’
그때 정거천이 태자의 앞에서 사냥꾼으로 변하여 몸에 가사(袈裟)를 입고 있었다. 태자는 그것을 보고 마음으로 크게 기뻐하며 그에게 말하였다.
“당신이 입고 있는 옷은 바로 적정(寂靜)한 옷으로서 옛날 모든 부처님의 표식(標式)인데 어째서 그것을 입고 죄를 짓고 있는 것이오?”
사냥꾼이 대답하였다.
“나는 가사를 입고서 사슴 떼를 유혹하는 것입니다. 사슴들은 가사를 보고 모두 와서 나를 가까이하므로 나는 그들을 죽일 수 있습니다.”
태자는 또 말하였다.
“만일 당신의 말과 같다면 이 가사를 입은 것은 다만 여러 사람들을 죽이기 위해서일 뿐이지, 해탈을 구하려고 입은 것이 아니구려. 내가 이제 이 칠보로 된 옷을 그대와 바꾸겠소. 내가 그 옷을 입는 것은 온갖 중생을 포섭하고 구제하여 그들의 번뇌를 끊게 하기 위함이오.”
사냥꾼이 대답하였다.
“좋습니다. 말씀대로 하십시다.”
곧 보배 옷을 벗어서 사냥꾼에게 주고 자신은 가사를 입었으니, 과거의 모든 부처님께서 입으셨던 법에 의거하였다.
그때 정거천은 다시 범신(梵身)으로 바뀌어 허공으로 날아올라 그가 살던 곳으로 돌아갔다.
공중에 이상한 빛이 있자 차닉은 이것을 보고 마음에 기이한 생각을 하였다.
‘전에 없던 일이로다. 지금의 이 상서로운 징조는 작은 인연으로 되는 것이 아니구나.’
차닉은 찬탄하면서 이미 태자가 수염과 머리를 깎아 버리고 몸에 가사를 입은 것을 보고는 틀림없이 돌아가지 않을 것을 알고 땅에 쓰러져 더욱 한탄하고 괴로워하였다.
그때 태자는 그에게 말하였다.
“너는 이제 마땅히 이런 슬픔이나 근심을 버리고 곧 궁성으로 돌아가서 나의 뜻을 자세히 아뢰어라.”
태자는 곧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차닉은 흐느껴 울면서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멀리서 바라보고 있다가 태자가 보이지 않게 되자 일어났으나 온몸이 덜덜 떨리면서 어찌할 줄을 몰랐다. 건척과 꾸미개를 돌아보며 흐느끼고 슬피 울어 눈물과 콧물이 섞여 흘렀다. 곧 건척을 끌고 보배 관과 몸을 장식하는 꾸미개를 가지고 차닉은 소리 높여 울었으며 건척도 슬피 울면서 길을 따라 돌아왔다.
그때 태자는 곧 나아가 발가 선인(跋伽仙人)이 있는 곳으로 갔다. 그 숲 속의 모든 새들과 짐승들은 태자를 보고 모두 눈여겨 들여다보면서 단정히 서서 눈도 깜짝하지 않았다.
발가 선인은 멀리서 태자를 보고 스스로 생각하였다.
‘이분은 어떤 신(神)일까? 일천(日天)ㆍ월천(月天)인가, 제석인가?’
곧 권속들과 함께 와서 태자를 맞이하며 깊이 공경하고 존중하면서 말하였다.
“어서 잘 오셨습니다. 어진이여.”
태자는 모든 선인들을 보니, 마음과 뜻이 부드러웠고 위의가 자상하였다.
태자가 곧 그들이 머무르는 곳으로 나아가자 모든 선인들에게 위엄스러운 빛이 없어졌다. 모두 다 같이 와서 태자에게 앉도록 청하였으므로 태자는 앉은 뒤에 선인들의 행동을 관찰하였다. 혹 어떤 이는 풀로 옷을 만들어 입은 이도 있었고, 혹 어떤 이는 나무 껍질이나 나뭇잎으로 옷을 만들어 입은 이도 있었으며, 혹 어떤 이는 오직 풀과 나무의 꽃이나 잎만을 먹는 이도 있었고, 혹 어떤 이는 하루에 한 끼 또는 이틀에 한 끼 또는 사흘에 한 끼만을 먹으면서 스스로 굶주리는 법만을 행하는 이도 있었으며, 혹 어떤 이는 물과 불을 섬기기도 하였고, 혹 어떤 이는 해와 달을 받들기도 하였으며, 혹 어떤 이는 한 다리를 발돋움하고 서 있기만 하였고, 혹 어떤 이는 먼지와 흙에 누워 있기도 하였으며, 혹 어떤 이는 가시나무 위에 누워 있기도 하였고, 혹 어떤 이는 물이나 불 곁에 누워 있기도 하였다.
태자는 이와 같이 고행하는 것을 보고 곧 발가 선인에게 물었다.
“지금 당신들의 이러한 고행은 매우 기이하고 특이합니다. 모두 어떠한 과보를 구하려는 것입니까?”
선인이 대답하였다.
“이런 고행을 닦는 것은 천상에 나기 위해서입니다.”
태자는 또 물었다.
“모든 천상이 비록 즐겁다 하더라도 복이 다하면 끝이 나서 6도(道)에 바퀴 돌 듯하여 끝내 고통의 더미가 됩니다. 당신들은 어찌하여 모든 고(苦)의 원인을 닦으면서 고(苦)의 과보를 구하는 것입니까?”
태자는 곧 마음속으로 탄식하면서 말하였다.
“상인은 보배를 위하여 큰 바다로 들어가고 왕은 국토를 위하여 군사를 일으켜 서로 치는데, 이제 모든 선인들은 천상에 나기 위하여 이런 고행을 닦는구나.”
이렇게 탄식하고 나서 잠자코 머무르고 있자, 발가 선인이 곧 태자에게 물었다.
“어진 이는 무슨 뜻으로 잠자코 말을 하지 않습니까? 우리들이 행하는 것이 참되고 바르지 않습니까?”
태자가 대답하였다.
“당신들이 행하는 일은 지극히 고통스럽지 않음이 없습니다. 그리고 구하는 과보도 끝내 고통을 여의지 못합니다.”
태자는 모든 선인들과 이런 의론(議論)을 벌이면서 말을 주고 받다가 해가 저물었으므로 곧 하룻밤을 머물고 다음날 아침이 되어 다시 생각하였다.
‘이 모든 선인들은 비록 고행을 닦는다 하여도 해탈하는 참되고 바른 도가 아니다. 나는 여기에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된다.’
곧 선인에게 작별하고 떠나려고 하였다.
그러자 모든 선인들은 태자에게 아뢰었다.
“어진 이께서 여기에 오시자 우리는 모두 기뻐하였고 우리 대중들의 위덕(威德)을 더욱 왕성하게 하였는데, 이제 어찌하여 갑자기 떠나려고 하십니까? 우리들의 위의를 잃게 하려는 것입니까? 이 대중 가운데서 누가 잘못을 범한 것입니까? 무슨 인연으로 여기에 머무르지 않는 것입니까?”
태자는 대답하였다.
“당신들에게 그러한 허물이 있어서가 아니며 손님과 주인과의 예의에 있어서도 모자란 것이 없었습니다. 다만 당신들의 수행하는 방법이 고통의 인(因)만을 더욱 자라게 할 뿐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내가 도를 배우려는 것은 고통의 근본을 끊기 위해서입니다. 이런 인연 때문에 떠나갈 뿐입니다.”
모든 선인들은 함께 의논하면서 말하였다.
“그가 닦는 도는 지극히 광대하거늘 어떻게 우리들이 그를 만류할 수 있겠는가?”
그때 관상하는 법을 잘 아는 한 선인이 대중에게 말하였다.
“지금 이 어진 이는 모든 상호가 완전히 갖추어져 있습니다. 반드시 일체종지(一切種智)를 얻어서 천상과 인간 세상의 스승이 되겠습니다.”
곧 다 함께 태자에게 와서 말하였다.
“수행하는 도가 다르시다면 감히 만류하지 않겠습니다. 만일 떠나려고 하면 북쪽을 향해 가십시오. 거기에는 아라라(阿羅邏)ㆍ가란(迦蘭)이라 하는 대선(大仙)이 있습니다. 어진 이께서는 그곳에 가시어 의논해 보십시오. 내가 어진 이를 자세히 살펴보니, 거기에서도 반드시 머무르지 않으실 것입니다.”
이에 태자는 곧 북쪽을 향해 갔으며, 모든 선인들은 태자가 떠나는 것을 보고 마음에 언짢음을 품고서 합장하고 전송하였으며 끝까지 바라보고 있다가 아주 보이지 않게 된 뒤에야 돌아왔다.


석가보 제1권 보유③1)


석승우 지음
송성수 번역


4.석가강생석종성불연보(釋迦降生釋種成佛緣譜)③『인과경(因果經)』에서 나온 것임

태자가 이미 궁중을 나간 뒤 날이 밝자 야수다라(耶輸陁羅)와 모든 채녀(婇女)들이 잠에서 깨어났는데, 태자가 보이지 않자 목놓아 소리 높여 울면서 곧 마하파사파제(摩訶波闍波提)에게로 가서 아뢰었다.
“오늘 아침에 갑자기 태자가 없어졌는데 어디 갔는지 모르겠습니다.”
마하파사파제는 이 말을 듣자 기절하여 땅에 쓰러졌다. 이렇게 하여 차츰차츰 왕에게까지 알려졌다.
왕은 이 말을 듣고 우뚝 서서 소리없이 정신을 잃어 온몸이 죽은 듯하였으며 궁중 안팎도 모두 그러하였다.
그때 모든 대신들이 곧 들어와서 태자가 머물던 곳을 살펴보고 궁성을 뒤지고 다니다가 성의 북쪽 문이 저절로 열려 있는 것을 보았다. 또 차닉(車匿)과 건척(犍陟)이 보이지 않았으므로 곧 문지기에게 물었다.
“누가 이 문을 열었느냐?”
서로 추궁하고 검사하였으나 모두 모른다고 말하였으며, 아울러 방비하던 사람에게 물었지만 역시 이 문이 왜 열려 있는지조차 알지 못한다고 하였다.
그러자 대신은 마음속으로 생각하였다.
‘북쪽 문이 열려 있으니 태자는 반드시 여기로 나갔을 것이다. 빨리 태자께서 계신 곳을 찾아야겠구나.’
곧 천승만기(千乘萬騎)를 명하여 서로 연락을 취하면서 사방으로 나가 태자를 뒤쫓아 찾게 하였으나, 천신들의 힘 때문에 길을 잃어 간 곳을 알 수 없었으므로 곧 되돌아와 대왕에게 아뢰었다.
“태자를 찾아다녔지만 있는 곳을 모르겠습니다.”
그때 차닉이 걸어서 건척을 이끌고 꾸미개를 가지고 슬피 흐느끼면서 길을 따라 돌아왔으므로 온 읍의 사람들은 이것을 보고 놀라 괴로워하지 않는 이가 없었고 모두 다투어 와서 차닉에게 물었다.
“너는 태자를 어디에 두고 이렇게 건척과 혼자만 돌아오느냐?”
차닉은 여러 사람에게서 이런 질문을 받자 몇 갑절 슬퍼하며 그들에게 대답하지 못하였다. 모든 백성들은 비록 건척의 가슴걸이ㆍ안장ㆍ굴레ㆍ칠보의 장엄구를 보았으나 태자가 보이지 않았으므로 마치 죽은 사람을 꽃과 비단으로 장식한 것과 같았다.
이에 차닉은 나아가 궁성으로 들어갔는데 건척이 슬프게 울자 모든 마굿간의 말들이 한꺼번에 슬피 울었다.
밖의 모든 관속들은 마하파사파제와 야수다라에게 아뢰었다.
“차닉이 건척만 데리고 왔습니다.”
이 말을 듣자 땅에 뒹굴면서 스스로 생각하였다.
‘이제 오직 차닉이 건척만을 데리고 돌아왔다는 말만 들릴 뿐 태자가 돌아왔다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구나.’
곧 마하파사파제는 말하였다.
“나는 태자를 길러서 나이가 장대하기에 이르렀는데 하루 아침에 나를 버리고 있는 곳조차 모르게 되었으니 마치 과일나무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익으려고 할 때에 땅으로 떨어져 버린 것 같구나. 또한 굶주렸던 사람이 온갖 맛있는 음식을 만나서 막 그것을 먹으려 할 때에 갑자기 뒤집혀 버린 것 같구나.”
야수다라도 스스로 말하였다.
“나는 태자가 가고 서고 앉고 눕는 곳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았는데 이제 나를 버리어 가신 곳조차 알 길이 없구나. 옛날의 모든 왕들은 산에 들어가 도를 닦을 때에 모두 처자를 이끌고 잠시도 서로 버리지 않았다. 세간 사람도 한 번 만나서 서로 알게 되면 떨어져 있으면서도 서로 잊지 않는데 부부의 정은 은혜와 애정이 깊거늘 오히려 이렇게 박정하단 말인가?”
그리고는 차닉에게 말하였다.
“차라리 지혜 있는 이와 원수가 될지언정 어리석은 사람과는 친하지도 말 것이다. 그대 어리석고 미련한 사람아, 태자를 훔쳐다 어디에 보내 놓고 이 석씨 종족을 다시는 번성하지 못하게 하였는가?”
또한 건척을 책망하였다.
“너는 태자를 태우고 이 왕궁을 나가 가까이 떠날 때는 고요하여 소리조차 없다가 이제 빈 몸으로 돌아와 무슨 뜻으로 슬피 우느냐?”
그때 차닉이 곧 대답하였다.
“저와 건척을 책망하지 마십시오. 이렇게 된 것은 바로 하늘의 힘 때문이고 사람이 한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 저녁에 부인과 채녀들은 모두가 누워 잤고 태자께서 나에게 일어나 말에 안장을 채워 오라고 명하시기에 제가 그때 크고 높은 소리로써 태자를 말린 것은 부인과 모든 채녀들로 하여금 그 소리를 듣고 놀라 깨어나기를 바랐던 것인데 건척에게 안장을 다 채울 때까지도 도무지 깨어난 이가 없었습니다.
성문은 열 때마다 그 소리가 40리까지 들렸는데 그때에는 저절로 열리면서 또 작은 소리도 없었습니다. 이와 같은 일들이 어찌 하늘의 힘이 아니겠습니까? 성을 나올 때에는 하늘은 모든 신들로 하여금 손으로 말의 발을 받히고 아울러 저를 붙잡게 하였으며 모든 하늘들은 허공에서 수없이 뒤따라왔습니다. 제가 어떻게 말릴 수 있었겠습니까?
날이 밝을 무렵에는 벌써 3유사나를 갔습니다. 저 발가 선인이 머무른 곳에 이르렀을 때에도 또다시 여러 가지 기이하고 이상한 일들이 있었습니다. 제 말을 들어 보십시오.
태자께서 이미 발가 선인의 고행림에 이르러 곧 말에서 내려 손으로 말등을 어루만지고 아울러 저에게 궁성으로 돌아가도록 명하였습니다. 저는 그때에 태자를 따르면서 영영 돌아올 뜻이 없었는데도 태자께서 보내시며 끝내 머물러 있기를 허락하지 않으셨습니다.
또다시 저에게로 나와서 칠보의 칼을 가져가 스스로 외치셨습니다.
‘과거의 모든 부처님께서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하기 위하여 좋은 장식을 버리고 수염과 머리를 깎아 버리셨다. 나도 이제 마땅히 모든 부처님의 법에 의거하리라.’
이런 말을 외친 뒤에 곧 보배 관(冠)과 명주(明珠)를 벗어서 모두 저에게 맡기시면서 돌아가 왕의 발 아래 놓으라고 하였습니다. 저는 그 당시 비록 이러한 가르침을 들었지만 오히려 곁에서 모시고 돌아오려는 뜻은 없었습니다.
그때 태자는 곧 받아 가지고 떠났습니다. 그리고 곧 앞으로 나가다가 사냥꾼을 만나자 몸에 입었던 칠보의 아름다운 옷을 그 사냥꾼에게 주면서 가사와 바꾸었습니다. 이때 허공에서 큰 광명이 있었습니다.
저는 태자의 몸과 의복이 이미 변해 버린 것을 보고 틀림없이 그 뜻을 돌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곧 기절하고 마음으로 몹시 한탄하며 괴로워하였습니다.
태자는 나아가 발가 선인이 머문 데에 이르렀으므로 저는 곧 거기에서 작별하고 돌아왔습니다. 이런 여러 가지 기특한 일은 모두가 하늘의 힘이요, 결코 사람의 일이 아닙니다. 제발 저와 건척만을 책망하지 마소서.”
마하파사파제와 야수다라는 이미 차닉이 말하는 것을 들은 뒤 마음이 조금씩 깨어났으므로 잠잠하고 소리가 없었다.
그때 백정왕은 기절하였다가 비로소 깨어나 차닉을 부르며 그에게 말하였다.
“너는 어째서 모든 석씨 종성을 큰 고뇌에 빠지게 하였느냐? 나는 엄한 제재가 있었고 안팎의 관속들에게 태자를 수호하여 그의 출가를 경계하라고 명하였다. 너는 다시 무슨 뜻으로 갑자기 태자를 호송하여 어디에 내려 주었느냐?”
차닉은 두려워하면서 왕에게 아뢰었다.
“태자께서 성을 나간 것은 실로 저의 허물이 아닙니다. 제발 대왕께서는 제 설명을 자세히 들어주소서.”
그리고는 곧 보배 관과 상투 속의 명주를 왕의 발 아래 놓고 말하였다.
“태자는 저로 하여금 이 관과 구슬을 왕의 발 아래 놓고 칠보의 영락은 마하파사파제에게 드리고 그 밖의 꾸미개는 야수다라에게 주라고 하였습니다.”
그러자 왕은 물건들을 보고 몇 갑절 슬퍼하였다. 비록 나무나 돌이라고 할지라도 오히려 느낌이 있겠거늘, 하물며 아비와 아들의 사랑과 은혜가 깊음에 있어서이겠는가? 차닉은 앞의 일들을 왕에게 자세히 아뢰었다.
“태자는 저에게 명하였습니다. ‘부왕께서 만일 ≺본래 약속하기를 아들을 갖게 되면 출가를 허락한다고 하였는데 지금은 아직 아들이 없거늘 어찌하여 떠났느냐? 또 떠날 때에 알리지 않았느냐?≻라고 하시면 너는 나를 위하여 부왕께 다음과 같이 자세히 대답하라’고 하였습니다.
‘야수다라는 오래 전에 이미 임신하였습니다. 왕께서 그녀에게 물어보십시오. 그리고 옛날의 명이 그와 같으셨으니 저 혼자 독단으로 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왕은 이 말을 듣고 즉시 사람을 보내어 야수다라에게 물었다.
“태자가 네가 오래 전에 이미 임신하였다고 하니 정말로 그런 것이냐?”
야수다라는 곧 말하였다.
“대왕께서 이 궁(宮)에 오셨을 때 태자가 저의 배를 가리켰는데 곧 태기가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왕은 그 말을 듣고 기특하다는 생각을 내며 걱정을 잠시 동안 쉬었다가 스스로 생각하였다.
‘내가 전에 아들이 있으면 출가를 허락하겠다고 한 까닭은 7일 동안에 반드시 아들이 있을 리 없고 전륜왕의 지위가 저절로 이르게 될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말한 것인데, 7일이 아직 차기도 전에 곧 태기가 있었다는 말인가?’
자신의 지혜가 얕고 짧은 탓으로 꾀를 쓴 방편이 그를 머무르게 할 수도 없었는데 경솔하게 그런 약속을 했던 것을 깊이 탓하고 슬퍼하였다. 거듭 뉘우치고 한탄하다가 생각하였다.
‘태자의 신기한 지략은 사람의 의표(意表)에서 벗어났구나. 오늘의 일은 게다가 모든 큰 하늘들의 힘까지 보태졌도다. 나는 이제 차닉을 책망하지 말아야겠다.’
또한 백정왕은 마음속으로 생각하였다.
‘태자의 출가는 반드시 되돌릴 수 없을 것이다. 설령 다시 다른 방편을 쓴다 하여도 또한 만류하지 못할 것이다. 비록 나라를 버리고 출가하여 도를 배운다 하여도 이미 아들이 있는지라 종족의 후사는 끊어지지 않았으니 나는 이제 야수다라에게 명하여 품고 있는 아들이나 잘 보호하도록 해야겠다.’
백정왕은 사랑하고 있는 정이 깊었으므로 차닉에게 말하였다.
“나는 이제 가서 태자를 찾아보아야겠다. 바로 지금 어디에 있는지 모르느냐? 그는 이미 나를 버리고 도를 배우고 있지만 내가 어찌 차마 혼자 살아가겠느냐? 곧 뒤쫓아 그가 있는 곳을 따라가야겠다.”
그때 왕사와 대신은 왕이 나가서 태자를 찾으려고 한다는 말을 듣고 두 사람이 함께 왕에게로 가서 간하였다.
“대왕이여, 스스로 근심 걱정하지 마셔야 합니다. 그 까닭은 제가 태자를 관찰하니 그 상모(相貌)가 과거 세상 동안에도 오래도록 이미 출가의 업(業)을 닦아 익혔습니다. 설령 또 석제환인이라 하여도 역시 좋아하지 않으실텐데, 하물며 다시 전륜왕의 지위를 가지고 만류할 수 있겠습니까?
대왕이여, 기억나지 않으십니까? 태자가 처음 태어나 일곱 걸음을 걸으시고는 손을 들고 서서 ‘나의 생(生)은 이미 다하였고 이것이 바로 최후의 몸이다’라고 말하였으며, 모든 범천왕과 석제환인이 내려와서 따랐습니다. 이렇게 기특한 일이 있었거늘 어찌 세간을 즐기겠습니까?”
또다시 왕에게 아뢰었다.
“아사타 선인은 옛날 태자의 상(相)을 보면서 ‘나이 19세가 되면 출가하여 도를 배워 반드시 일체종지를 성취하리라’고 말하였습니다. 지금 이미 때에 이르른 것입니다.
대왕이여, 무엇 때문에 근심하고 괴로워하십니까? 또한 대왕께서는 엄하게 안팎에 명하여 태자를 수호하셨고 출가할까 염려하셨습니다만 모든 하늘들이 와서 인도하여 성을 나갔습니다. 이와 같은 일은 또한 사람의 힘이 아닙니다.
제발 대왕께서는 기뻐하시거나 근심하거나 괴로워하지 마시고 스스로 나가지 마십시오. 만일 그래도 태자 생각이 그치지 않으면 제가 지금 대신과 함께 있는 곳을 찾아보겠습니다.”
왕은 이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생각하였다.
‘나는 태자가 비록 돌아올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차마 버리고 다시 뒤쫓지 않을 수는 없다. 이제 시험삼아 왕사와 대신에게 다시 한번 찾아보도록 해야겠다.’
곧 왕사와 대신에게 대답하였다.
“좋다. 가 보아라. 온 궁전 안팎에서 마음으로 모두 걱정하면서 빨리 돌아오기를 선 채로 기다리리라.”
그러자 왕사와 대신은 곧 하직하고 나가서 태자를 찾았다.
그때 백정왕은 왕사와 대신을 보낸 뒤에 곧 태자의 영락을 마하파사파제에게 주면서 말하였다.
“이것이 바로 태자가 입었던 영락이오. 차닉이 돌아올 때에 보내온 것인데 이제 당신에게 주는 것이오.”
마하파사파제는 영락을 보고는 더욱 슬퍼하면서 스스로 생각하였다.
‘사천하의 사람들은 지극히 박복하구나. 이런 총명하고 지혜로운 전륜왕을 잃었으니 말이다.’
또 그 밖의 장엄하는 꾸미개는 야수다라에게 보내고서 말하게 하였다.
“태자는 몸을 장엄하는 이 꾸미개를 너에게 주도록 하였다.”
야수다라는 그 물건을 보고는 기절하여 땅에 쓰러졌다. 왕은 또 사람을 보내 야수다라에게 명하였다.
“스스로를 사랑하고 공경하여 태 속의 아이가 안온하지 않은 일이 없도록 하라.”
그때 왕사와 대신은 발가 선인의 고행림에 이르러서 따르던 사람과 모든 위의의 장식을 물리치고 곧장 선인이 머무르는 곳으로 나아갔다. 선인은 앉도록 청하고 서로 인사를 나눈 뒤에 곧 왕사는 선인에게 말하였다.
“나는 바로 백정왕의 스승입니다. 이제 이곳에 이른 까닭은 저 백정왕의 32상을 갖춘 태자가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괴로움을 싫어하여 출가해 도를 배우러 가는 길에 이 숲을 지났다고 합니다. 대선(大仙)께서는 보시지 않으셨습니까?”
발가 선인이 왕사에게 대답하였다.
“나는 최근에 여기서 얼굴 모습이 단정하고 상호를 완전히 갖춘 한 동자를 보았습니다. 이 숲으로 들어와 나와 함께 의논(議論)하면서 하룻밤을 묵었습니다만 그가 왕의 태자인 줄은 몰랐습니다. 우리들이 닦는 도를 비루하고 천박하게 여겨 여기에서 북쪽으로 저 아라라(阿羅邏)ㆍ가란(迦蘭) 선인에게로 나아갔습니다.”
왕사와 대신은 이 말을 들은 뒤에 곧장 그 선인의 처소로 빨리 나갔다.
도중에 멀리 태자가 나무 아래에 단정히 앉아 명상[思惟]하는데 상호와 광명이 해와 달보다 뛰어난 것을 보았으므로 곧 말에서 내려 곁에서 호위하는 이를 물리치고 모든 위의를 갖춘 복장을 벗고 태자에게 나아가 한쪽에 앉아 문안하였다. 이에 왕사는 태자에게 아뢰었다.
“대왕께서 저희를 보내어 태자를 찾고 계시는데 드리라는 말씀이 있었습니다.”
태자가 말하였다.
“부왕께서는 당신들에게 무엇을 말하라고 명하셨습니까?”
왕사는 대답하였다.
“대왕께서는 오래 전에 태자가 출가하기를 몹시 좋아하여 그의 뜻을 돌리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계셨습니다. 그러나 왕은 태자에 대한 은혜와 사랑의 정(情)이 깊어서 근심의 성대한 불길이 언제나 훨훨 타오르고 있으시니 모름지기 태자께서는 돌아가시어 그것을 꺼 주셔야 합니다. 제발 곧 수레를 되돌려 궁성으로 돌아가 주십시오. 비록 사무[物務]가 있더라도 태자로 하여금 도업(道業)을 버리게 하지는 않을 것이며 마음을 고요히 하는 곳은 반드시 산림이 아니어도 될 것입니다. 마하파사파제와 야수다라 그리고 안팍의 권속들이 모두 걱정의 큰 바다에 빠져 있으니 태자가 돌아가 그들을 건져 내셔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때 태자는 왕사의 말을 듣고는 깊고 정중한 소리로 대답하였다.
“나 역시 어찌 부왕께서 나에 대한 은정이 깊다는 것을 모르겠습니까? 다만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괴로움이 두렵기 때문에 이곳에 와서 그것을 끊어 없애려고 할 뿐입니다. 만일 은혜와 사랑이 하루 내내 함께 지내면서도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괴로움이 없게 된다면 내가 왜 여기에 와 있겠습니까? 내가 지금 부왕의 명을 어기고 멀리한 까닭은 장차 올 세상의 화합을 위해서일 뿐입니다.
부왕의 근심하는 큰 불이 지금은 비록 훨훨 타오르나 나와 부왕은 오직 금생의 이 한 번의 고통만이 남아 있을 뿐입니다. 장차 오는 세상에는 영원히 이러한 근심이 끊어질 것입니다. 만일 당신의 말씀대로 나로 하여금 궁중에서 도업을 닦게 한다면 마치 칠보의 집 속에 불길이 가득 찬 것과 같거늘 어떤 사람이 그 방에 머물러 있을 수 있겠습니까? 마치 독이 섞인 음식과 같아서 설령 굶주린 사람이 있다 하여도 끝내 그것을 먹지 않을 것입니다.
나는 이미 나라를 버리고 출가하여 도를 배우고 있거늘 어찌 나로 하여금 다시 궁성으로 돌아가 도를 닦고 배우라고 합니까? 세간 사람은 큰 고통 안에 있으면서 조그만 쾌락을 위하여 오히려 다시 즐겨 빠져 잠시도 버리지 못하는데 하물며 나는 이 지극히 고요한 곳에 있어 어떠한 근심과 괴로움이 없거늘 능히 버리고 다시 악(惡)으로 나아가겠습니까?
옛날에 산에 들어가 도를 배운 왕으로서 중도에 돌아가서 욕망을 누리는 이는 없었습니다. 부왕께서 만일 반드시 나를 돌아오게 하신다면 그것은 곧 선왕의 법을 어기는 것입니다.”
그때 왕사는 태자에게 말하였다.
“진실로 태자가 하신 말씀과 같습니다. 그러나 앞선 성인들은 모두 한 분은 미래에 반드시 과보가 있다고 말하였고 한 분은 반드시 없다고 말하였습니다. 이 두 분의 앞선 성인께서도 오히려 미래 세상 안에서는 반드시 있는지 없는지를 알지 못하였습니다. 태자께서는 어떻게 현재의 쾌락을 버리고 미래의 정해지지 않은 과보를 구하려고 하십니까? 나고 죽고 하는 과보가 결정코 있거나 없다고 하는 것을 오히려 알 수 없거늘 어떻게 해탈의 과보를 구하려 하십니까? 제발 태자께서는 곧 궁중으로 돌아가 주십시오.”
태자가 대답하였다.
“그 두 선인이 미래의 과보를 말하면서 한 분은 있다고 하고 한 분은 없다고 한 것은 모두 의심이며 결정적인 말씀이 아닙니다. 나는 이제 끝내 그런 가르침을 따르지 않으리니 그것으로 인하여 힐난하지 마셔야 합니다. 그 까닭은 나는 지금 과보를 바라고 그리워하여 여기에 와 있는 것이 아니며, 눈으로 본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것을 반드시 겪어야 되기 때문에 해탈하여 이 괴로움을 면하기만 바랄 뿐입니다. 당신에게 오래지 않아서 나의 도가 성취되는 것을 보게 하겠으니 내가 뜻하는 이 원(願)은 끝내 되돌릴 수 없을 것입니다. 돌아가 부왕께 이와 같이 말씀드려 주십시오.”
그때 태자는 이 말을 한 뒤 곧 자리에서 일어나 왕사와 대신과 작별하고 북쪽의 아라라(阿羅邏)ㆍ가란(迦蘭) 선인에게로 나아갔다.
왕사와 대신은 태자가 가는 것을 보고 슬피 울면서 괴로워하였으니 첫째는 태자의 정의 깊음을 생각해서요, 둘째는 왕의 심부름을 받들고 태자에게 왔으면서도 다시 그의 뜻을 바꿀 수 없어서였다. 길 곁을 배회하면서 돌아갈 수도 없었으므로 서로 의논하였다.
“이미 왕의 심부름으로 왔다가 효과도 없이 이제 빈손으로 돌아가게 되었으니 어떻게 받들어 대답하겠소? 우리들은 장차 따르고 있는 총명하고 지혜로우며 마음과 뜻이 부드럽고 성품이 충직하면서 종족이 강한 다섯 사람을 머물러 있게 하여 은밀히 엿보아 살피면서 그가 다니는 것을 보살피게 합시다.”
이런 말을 한 뒤 그의 곁을 돌아보며 교진여(憍陳如) 등 다섯 사람을 보고 말하였다.
“너희들 모두 여기에 머물러 있겠느냐?”
다섯 사람은 대답하였다.
“좋습니다. 명하신 대로 오가는 동작을 몰래 엿보며 살피겠습니다.”
곧 작별하고 태자에게로 갔으며 왕사와 대신은 궁성으로 되돌아갔다.
그때 태자는 그 아라라ㆍ가란 선인이 머무르는 곳으로 가다가 항하(恒河)를 건너 왕사성을 지나게 되었다. 그 성에 들어가자 모든 백성들은 태자의 얼굴 모습과 상호가 특수한 것을 보고 기뻐하며 사랑하고 공경하였고, 온 나라 사람들이 모두 달려 나와 쳐다보았다.
이와 같이 떠들썩하게 소란스러웠으므로 빈바사라왕(頻婆娑羅王)에게까지 그 소문이 들리게 되었다. 왕은 곧 놀라면서 물었다.
“이것이 무슨 소리들이냐?”
모든 신하들이 대답하였다.
“백정왕의 태자로서 살바실달(薩婆悉達)이라는 사람입니다. 옛날 모든 관상보는 이들이 그가 전륜성왕의 지위를 얻어 사천하의 왕이 될 것을 예언하였고, 또한 그가 만일 출가하면 반드시 일체종지를 성취한다는 예언을 했습니다. 그 사람이 지금 이 성으로 들어왔으므로 다른 모든 백성들이 다투어 달려 나가 구경하고 있고 이 때문에 저렇게 시끄럽습니다.”
이때 빈바사라왕은 이런 말을 듣고 마음으로 크게 기뻐하면서 온몸이 뛸 듯이 기뻐하였으므로 곧 한 사람에게 명하여 태자가 있는 곳으로 가서 엿보고 살피게 하였다. 사자(使者)는 명을 받고 태자를 찾다가 반다바산(般茶婆山)의 어떤 돌 위에 단정히 앉아서 명상하는 것을 보았다.
사자가 돌아와서 자세히 대왕에게 아뢰자 왕은 곧 수레를 차리고 모든 신민들과 함께 태자에게로 나아갔다. 반다바산에 이르러 멀리서 태자의 상호가 내는 광명이 해나 달보다 뛰어난 것을 보고 곧 말에서 내려 겉의 장식과 모든 호위하는 이들을 물리치고는 나아가 앉아서 문안을 드렸다.
“태자께서는 4대(大)가 고르고 화평하십니까? 나는 태자를 보니 마음이 아주 기쁩니다. 그러나 한 가지 일만은 슬픕니다. 태자는 본래 태양의 종성(種姓)으로 여러 세대를 이어오면서 전륜왕이었습니다. 태자는 이제 전륜왕의 상호를 모두 다 완전히 갖추셨으면서 어찌하여 그것을 버리고 깊은 산에 들어와 모래와 흙을 밟으면서 멀리 여기까지 오셨습니까? 나는 이런 일을 보고서 슬퍼하는 것입니다.
태자께서 만일 부왕이 지금 계시기 때문에 성왕(聖王)의 지위를 취하지 않으려 하셨다면, 제가 나라의 반을 나누어 줄 터이니 그것을 다스리십시오. 만일 그것이 적다고 생각되시면 나는 나라를 모두 바치고 태자의 신하가 되어 섬기겠습니다. 만일 또 나의 이 나라를 취하지 않으시겠다면 네 가지 병사[四兵]를 드릴 터이니 스스로 공격해 정벌하여 다른 나라를 취하십시오. 태자께서 하고 싶으신 일은 무엇이든지 어기지 않겠습니다.”
그때 태자는 빈바사라왕이 말하는 것을 듣고 그의 뜻에 깊이 감동하여 곧 왕에게 대답하였다.
“왕의 종족은 본래 명월(明月)이시며 성품이 스스로 높고 시원하여 비루한 일은 하지 않았으므로 하는 일과 짓는 일이 맑고 뛰어나지 않음이 없었습니다. 지금 하신 말이 매우 기이하다고 여기지 않습니다. 그리고 나는 왕을 보니 마음의 뜻이 간절함은 앞뒤보다 몇 배나 더합니다.
왕은 이제 곧 몸[身]과 목숨[命]과 재물[財]에 대한 세 가지 견고한 법[堅法]을 닦으셔야 하며, 또한 견고하지 않은 법으로써 다른 사람에게 권장하지 말아야 합니다. 나는 이미 전륜왕의 지위까지 버렸는데 또한 다시 무슨 인연으로 왕의 나라를 취하겠습니까? 왕은 착한 마음으로 나라를 버려 나에게 주겠다고 하지만 오히려 취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무슨 이유로 병사들을 이끌고 다른 나라를 공격하여 취하겠습니까?
제가 지금 부모와 작별하고 수염과 머리카락을 깎아 버리고 나라를 버린 까닭은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괴로움을 끊기 위해서일 뿐이며, 오욕의 즐거움을 구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세간의 오욕은 마치 큰 불구덩이와 같아서 모든 중생을 태우고 있는데도 스스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나에게 그것을 탐착하라고 권하십니까?
내가 지금 여기에 온 까닭은, 두 선인 아라라(阿羅邏)와 가란(迦蘭)은 바로 해탈을 구하는 최고의 도사(導師)이므로 그곳에 가서 해탈의 도를 구하기 위해서입니다. 오랫동안 여기에 머물러 있지 못합니다. 나는 이미 왕이 처음에 하신 말씀과 또한 기뻐하는 마음을 어겼으나 그로 인하여 저를 미워하거나 원망하지 마십시오. 왕은 이제 바른 법으로 나라를 다스려 백성들에게 억울함이 없게 하셔야 합니다.”
이런 말을 한 뒤에 태자는 곧 일어나 왕과 작별하였다.
그때 빈바사라왕은 태자가 떠나는 것을 보고 몹시 서운해 하며 합장하고 눈물을 흘리면서 말하였다.
“처음 태자를 보고는 마음에 뛸 듯이 기뻐하였는데 태자께서 떠나려 하시니 갑절이나 슬프고 괴롭습니다. 당신은 지금 큰 해탈을 위해서 떠나려고 하시므로 감히 만류하지는 못하겠습니다만 오직 제발 태자께서 기약한 것을 빨리 이루십시오. 만일 도를 이루게 되면 먼저 저를 제도해 주시기를 바랄 뿐입니다.”
태자가 곧 작별하고 떠나갔으므로 왕은 받들어 전송하며 길 옆에 서서 시야에 미치는 데까지 보고 있다가 보이지 않게 되자 돌아왔다.
『서응본기(瑞應本紀)』에서 말하였다.
“태자는 스스로 떠나서 월명산(越名山)을 넘어 마갈(摩竭)의 국경을 지나갔다. 병사왕(甁沙王)이 사냥하러 나왔다가 멀리서 태자가 산 밑에 있는 못 가를 지나는 것을 보고 곧 여러 나이 많은 대신들과 함께 뒤쫓아가 그를 보고 말하였다.
‘태자는 태어나실 때 기이한 일이 많았고 형상이 빛나 장차 사천하의 임금으로서 전륜왕이 되시어 사해(四海)가 높이 우러르고 신기한 보물들이 이르기를 바랐는데 어찌하여 천위(天位)를 버리고 스스로 숲 속으로 나오셨습니까? 반드시 다른 지견이 있으시리니 그 뜻을 듣고 싶습니다.’
태자가 대답하였다.
‘내가 본 바로는, 천지의 사람과 물건은 출생하면 죽음이 있습니다. 세 가지 극심한 괴로움인 늙고 병들고 죽는 고통은 여읠 수 없습니다. 또한 몸을 헤아려 보면 고통의 그릇으로 근심과 두려움이 끝없습니다. 만일 높은 자리에서 총애를 받으면 곧 교만과 방일함이 생겨 쾌락의 뜻을 탐내고 구하여 천하가 근심과 재난을 입게 되므로 나는 그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산에 들어가 그 뜻을 닦으려는 것입니다.’
모든 기숙(耆宿)이 말하였다.
‘늙고 병들고 죽는 것은 스스로 세간의 항상한 도리이거늘 어째서 홀로 미리 걱정하십니까? 아름다운 이름을 버리고 세상을 피하여 숨어 살면서 그 몸을 수고롭게 하는 것이 또한 어렵지 않겠습니까?’
태자가 대답하였다.
‘여러분의 말씀과 같다면 미리 근심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만 내가 왕이 되어 늙음에 이르고 병이 걸려서 만일 죽을 때를 당하게 되면 누가 나를 대신하여 이 재난을 받을 이가 있겠습니까? 대신할 이가 없다면 근심하지 않을 수 없는 일입니다.
천하에 인자한 아버지와 효자가 있어 애정이 골수에 사무친다 하여도 병들거나 죽을 때가 이르면 대신할 수 없는 것입니다. 만일 이 거짓된 몸과 괴로움이 이르는 날에는 비록 높은 지위에 있거나 육친(六親)이 곁에 있다 하여도 마치 눈먼 소경을 위해 촛불을 켜는 것과 같습니다. 어찌 눈 없는 이에게 이익이 되겠습니까?
내가 여러 가지 행을 관찰해 보니 온갖 것은 덧없고 모두 변화하며 진실한 것이 아닙니다. 즐거움은 적고 괴로움은 많으며 몸은 자기의 소유가 아닙니다. 세간은 허무하여 오래 머물기 어려운 것입니다. 사물은 태어나면 죽고 일은 성취하면 무너지며 편안하면 곧 위험이 있게 되고 얻으면 곧 없어집니다. 만물은 분잡하고 소란스럽지만 모두 공(空)으로 돌아가고 맙니다. 그런데 정신(情神)은 형체가 없으면서 조급하고 흐릿하며 밝지 못하여 행(行)이 죽고 사는 액난에 이르는 것은 다만 한 번만 받고 마는 것이 아닙니다. 오직 탐애(貪愛)에 가려져서 어리석음의 그물에 걸려 있고 나고 죽는 강물에 빠져 있으면서도 그것을 능히 깨닫지 못합니다.
그러므로 나는 한결같은 마음으로 4공정(空淨)을 생각하며 색(色)을 뛰어넘고 성냄을 없애며 구하는 것을 끊고 공(空)을 염(念)하며 적막하게 하는 일이 없게 하려고 합니다. 이것이야말로 장차 그 근원을 되돌리고 그 근본에 돌아가 비로소 그 근원에서 벗어나는 것이니 내가 원하는 것과 같은 것을 얻어야 비로소 크게 편안할 수 있습니다.’
병사왕이 기뻐하면서 말하였다.
‘장하십니다. 장하십니다. 보살의 뜻은 미묘하시어 세간에서는 좀처럼 있기 어렵습니다. 부처님의 도를 얻으면 반드시 저를 먼저 제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태자가 잠자코 앞으로 나아가 니련선하(尼連禪河)를 건너려고 하는데 하늘이 그를 위하여 흐름을 멈추고 물을 잠시 동안 바짝 마르게 하였으므로 강물을 건너 수십 리를 갔는데 두 범지(梵志)가 각기 제자들과 함께 시냇가에서 살 곳을 찾으면서 지나가기에 그들의 도를 묻자 스스로 일컬었다.
‘나는 범천(梵天)을 섬기고 해와 달을 받들며 해에 불로써 제사를 지내는데 오직 물만이 바로 깨끗할 뿐입니다.’
보살이 대답하였다.
‘이것은 바로 나고 죽는 법이요 진실한 도가 아닙니다. 왜냐하면 물은 늘 가득 차 있지 않고, 불은 오래도록 뜨겁지 않으며, 해는 나오면 옮겨가고 달은 차면 이지러지기 때문이니 도는 맑고 비어 있음[淸虛]에 있거늘 물이 어찌 마음으로 하여금 청정하게 할 수 있겠습니까?’
그들을 불쌍히 여기면서 떠나갔다.”
그때 태자는 곧 앞으로 나아가 그 아라라 선인이 머물러 있는 곳에 이르렀다.
그때 모든 하늘들은 선인에게 말하였다.
“살바실달은 나라를 버리고 부모와 이별하여 위없이 바르고 참된 도를 구해 온갖 중생의 고통을 구제하기 위하여 지금 이곳에 이르려 합니다.”
그 선인은 이미 하늘의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크게 기뻐하였는데 갑자기 멀리서 태자가 보이므로 곧 나가서 맞이하며 찬탄하였다.
“잘 오셨습니다.”
함께 머무르는 곳으로 돌아와 태자에게 앉도록 청하였다.
이때 선인은 이미 태자의 얼굴 모습이 단정하며 상호가 완전히 갖추어져 있고 모든 감관이 평온하여 조용한 것을 보고 깊이 사랑하고 공경하면서 곧 태자에게 물었다.
“다니시는 길에 고달픔은 없으셨습니까? 태자가 처음 태어나실 때와 출가하여 여기에까지 이르신 것을 나는 모두 알고 있습니다. 불구덩이에서 스스로 깨닫고 잘 벗어나셨습니다. 또 마치 큰 새가 올무에서 스스로 벗어난 것과 같습니다.
옛날의 모든 왕들은 한창 나이 때에는 마음껏 오욕을 누리다가 감관이 노쇠해진 뒤에야 비로소 나라와 쾌락거리들을 버리고 출가하여 도를 배웠으니 이런 것은 아직 기특히 여길 만한 일이 아닌데, 태자는 이제 한창 나이에 오욕을 버리고 멀리 여기까지 오셨으니 참으로 매우 기특하다고 하겠습니다. 언제나 부지런히 정진하시어 빨리 저 언덕[彼岸]으로 건너셔야 합니다.”
태자는 듣고 나서 곧 그에게 대답하였다.
“당신의 말씀을 들으니 매우 기쁩니다. 당신은 나를 위하여 나고 늙고 병들고 죽음을 끊는 법을 말씀해 주십시오. 나는 이제 즐겁게 듣겠습니다.”
선인이 대답하였다.
“좋습니다. 좋습니다.”
곧 말하였다.
“중생의 시초는 명초(冥初)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명초 때부터 아만(我慢)을 일으켰고 아만에서 어리석은 마음을 내었으며, 어리석은 마음에서 집착하여 사랑함을 내었고 집착해 사랑함에서 다섯 가지 티끌의 기운을 내었으며, 다섯 가지 티끌의 기운에서 5대(大)를 내었고 5대에서 탐욕(貪欲)과 성냄[瞋恚] 등의 모든 번뇌를 내어, 이에 유전(流轉)하여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것과 근심하고 슬퍼하고 괴로워하고 번뇌하게 된 것입니다. 이것은 태자를 위하여 간략하게 말했을 뿐입니다.”
그때 태자가 곧 물었다.
“나는 이미 당신이 말씀한 것의 근본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시 어떠한 방편으로 그것을 끊을 수 있겠습니까?”
선인은 대답하였다.
“만일 이 나고 죽는 근본을 끊고자 하면 먼저 출가하여 계행을 닦아 지니고 겸손과 인욕을 행하면서 아무도 없는 조용한 곳에 머물러 선정을 닦고 익혀야 합니다.
욕심과 악함과 선하지 못함을 여의고 각(覺)도 있고 관(觀)도 있는 초선(初禪)을 얻고 각과 관을 제거하고 정(定)이 생기면서 기뻐하는 마음[喜心]에 들어가 제2선(禪)을 얻으며 기뻐하는 마음을 버리면 바른 기억[正念]을 얻고 낙근(樂根)을 갖추어 제3선을 얻고 고(苦)와 낙(樂)을 제거하여 청정한 생각[淨念]을 얻고 사근(捨根)에 들어가 제4선을 얻으면 생각이 없는[無想] 과보를 얻는 것입니다.
따로 하나의 스승이 있는데 이것을 바로 해탈이라고 말합니다. 정(定)에서 깨어난 뒤에는 바야흐로 해탈한 곳이 아님을 알아 색상(色想)을 여의고 공처(空處)에 들어가며, 대상이 있다는 생각을 없애고 식처(識處)에 들어가며, 끝없는 식이라는 생각을 없애고 오직 하나의 식(識)을 관하여 무소유처(無所有處)에 들어가며, 갖가지 생각을 여의어 비상비비상처(非想非非想處)에 들어갑니다. 이곳을 바로 가장 높은 해탈이라고 합니다. 이것이 바로 모든 배우는 이들의 저 언덕입니다.
태자가 만일 이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근심을 끊으려고 하면 마땅히 이와 같은 행을 닦고 배우셔야 합니다.”
그때 태자는 선인의 말을 듣고 마음속에 기뻐하지 않으면서 곧 스스로 생각하였다.
‘그가 알고 보는 것은 가장 높은 경지가 아니다. 이것으로 모든 결(結)의 번뇌가 끊어진 것은 아니다.’
곧 말하였다.
“저는 지금 당신이 말씀하신 법 가운데서 아직 이해하지 못한 것이 있어 이제 묻고자 합니다.”
선인이 대답하였다.
“물어 오는 뜻을 공손히 따르겠습니다.”
곧 물었다.
“비상비비상처에는 아(我)가 있습니까, 아가 없습니까? 만일 ‘아’가 없다면 마땅히 비상비비상처라고 말하지 않아야 합니다. 만일 ‘아’가 있다면 ‘아’는 앎[知]이 있는 것입니까, 앎이 없는 것입니까? ‘아’이면서 만일 앎이 없다면 목석과 동일한 것이요, ‘아’이면서 만일 앎이 있다면 곧 반연(攀緣)이 있습니다.
이미 반연이 있다면 곧 번뇌로 집착함이 있고 번뇌로써 집착함 때문에 곧 해탈이 아닙니다. 당신은 거친 결(結)은 다했으나 미세한 결이 아직도 남아 있음을 스스로 모르고 있는데 이 때문에 가장 높다고 하지만 미세한 결은 더욱 자라나 다시 낮은 결들을 받습니다. 이 때문에 저 언덕으로 건너간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만일 ‘아(我)’와 ‘아라는 생각’이 능히 제거되고 모든 것을 다 버린다면 이것이 바로 참된 해탈이 되는 것입니다.”
선인은 잠자코 있다가 마음속으로 스스로 생각하였다.
‘태자가 설명한 것은 매우 깊고 묘하구나.’
그때 태자는 다시 선인에게 물었다.
“당신은 몇 살 때 출가하셨습니까? 또한 범행(梵行)을 닦으신 지는 얼마나 되셨습니까?”
선인이 대답하였다.
“나는 나이 16세에 출가하였고 범행을 닦은 지 104년입니다.”
태자는 듣고 나서 마음으로 생각하였다.
‘출가한 지 그렇게 오래되었으면서도 얻은 법이 꼭 이와 같을 뿐인가?’
그리고는 태자는 뛰어난 법을 구하기 위하여 곧 자리에서 일어나 선인과 작별하였다.
그때 선인은 태자에게 말하였다.
“나는 오래도록 이런 고행을 익혔습니다. 다만 얻은 과보는 꼭 이와 같을 뿐입니다. 당신은 바로 왕의 종성인데 어떻게 고행을 닦을 수 있겠습니까?”
태자가 대답하였다.
“당신이 닦은 법은 고(苦)라 할 것이 못되며 따로 으뜸가는 고(苦)로서 행하기 어려운 도(道)가 있습니다.”
선인은 이미 태자의 지혜를 보았고 또 의지가 견고하여 무너지지 않을 것을 오래 관찰하고 결정코 일체종지를 이룰 것을 알고서 말하였다.
“당신이 만일 도를 이루신다면 나를 먼저 제도해 주시기를 원합니다.”
이에 태자는 대답하였다.
“좋습니다.”
다음에는 가란(迦蘭)이 머물러 있는 곳에 이르러서 논의하고 문답하였으나, 또한 그와 같이 하고 태자는 곧 길을 떠났다.
두 선인은 태자가 떠나는 것을 보고 저마다 생각하였다.
‘태자의 지혜는 깊고 묘하며 기특하여 이렇게 헤아리기 어렵구나.’
합장하고 받들어 전송하여 보이지 않게 되자 돌아왔다.
그때 태자는 아라라와 가란 두 선인을 조복시킨 뒤에 곧 가사산(迦闍山)의 고행림 속으로 나아갔으니, 여기는 교진여(憍陳如) 등 다섯 사람이 머무르는 곳이었다.
곧 니련선하(尼連禪河)의 곁에서 고요히 앉아 명상하며 중생의 근(根)을 관찰하고는 ‘마땅히 6년 동안 고행하여 그들을 제도해야겠구나’라고 생각한 뒤 곧 고행을 닦았으며, 이에 모든 하늘들은 깨와 쌀을 받들어 바쳤다.
태자는 바르고 참된 도를 구하기 위하여 청정한 마음으로 계행(戒行)을 지키면서 하루에 한 톨의 깨와 한 알의 쌀을 먹었으며, 설령 구걸한 것이 있다 하여도 역시 그것은 보시하였다.
그때 교진여 등 다섯 사람은 이미 태자가 단정히 앉아 명상하면서 고행하여 혹은 하루에 한 톨의 깨만을 먹기도 하고, 혹은 하루에 한 알의 쌀만을 먹기도 하며, 혹은 또한 이틀에서 이레 동안에 한 톨의 깨와 쌀만을 먹기도 하는 것을 보았다.
교진여 등도 역시 고행을 닦으며 태자에게 공양하고 받들었고 그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이미 이런 일을 보고 나서 곧 한 사람을 보내어 돌아가 왕사와 대신에게 아뢰며 태자가 하는 일을 자세히 설명하게 하였다.
그리하여 왕사와 대신은 함께 궁문으로 돌아왔는데 얼굴에 근심이 서리고 몸이 파리한 것이 마치 친한 사람이 죽어서 장사를 지낸 뒤에 슬픔을 억누르면서 돌아온 이와 같았다.
문지기는 왕에게 아뢰었다.
‘왕사와 대신이 지금 문 밖에 와 있습니다.’
왕은 듣고 나서 기운이 솟구치고 목이 막히면서 몸과 머리를 벌벌 떨었다. 문지기는 왕의 이런 뜻을 알아차리고 곧 불러서 나아가게 하였다.
왕은 그들을 보고 슬퍼하면서 말하지 못했으며, 이렇게 하기를 한참 만에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태자는 바로 나의 생명[性命]이오. 경(卿)들은 지금 둘만 돌아왔구려. 나의 생명은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왕사가 대답하였다.
“저는 왕의 명을 받들고 태자를 찾아 곧 발가 선인(跋伽仙人)이 머무르는 곳에 이르러 태자를 묻고 찾았는데 선인은 저에게 태자가 있는 곳을 말해 주었고 아울러 태자가 말한 일들을 말해 주었습니다.
저는 곧 앞으로 나가다가 마침 도중에 태자가 나무 아래에 단정히 앉아 사유하는데 상호의 광명이 해와 달보다 더 뛰어난 것을 보았습니다. 곧 태자에게로 가서 대왕과 마하파사파제 그리고 야수다라의 근심하고 괴로워하는 사정을 자세히 설명하였습니다. 그러자 태자는 곧 깊고도 묵직한 목소리로 대답하였습니다.
‘내가 어찌 부왕과 친척의 은정이 깊은 것을 모르겠습니까? 다만 나고 죽고 이별하는 고통을 두려워하여 그것을 끊어 버리려고 일부러 여기에 왔을 뿐입니다.’
이와 같이 갖가지로 말하는 언사는 뜻이 견고하여 마치 수미산을 옮길 수 없는 것과 같았으며, 우리를 버리고 떠나는 것은 마치 지푸라기를 버리듯 하였습니다.
그때 곧 다섯 사람을 선택하여 따르고 지키며 모시게 하고 있는 곳을 엿보며 살피게 하였더니 그 중 한 사람이 돌아와서 말하였습니다.
‘태자는 아라라ㆍ가란 선인의 처소로 가면서 항하를 지나게 되었는데 하늘의 신통력으로 물을 건너게 되어 왕사성에 이르렀습니다. 그때에 빈바사라왕은 태자에게 나아가 방편으로 타일러 출가하지 말고 나라를 나누어 줄 터이니 함께 다스리자고 했으며, 또한 전부를 주겠다고도 하였고 아울러 병사들을 줄 터이니 다른 나라를 공격하기를 청하였으나 태자는 모두 다 받지 않고 곧 앞으로 가서 선인의 처소에 도달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들을 위하여 법을 설하여 그들의 마음을 항복받고 또 가사산 고행림 안의 니련선하의 물가에 이르러 고요히 앉아 사유하면서 하루에 한 톨의 깨와 한 알의 쌀만을 먹고 있습니다.’
그때 백정왕은 왕사와 대신의 설명과 사인(使人)의 이와 같은 말을 듣고 마음으로 크게 슬퍼하고 괴로워하여 온몸을 벌벌 떨며 몸의 털이 곤두서서 곧 왕사와 대신에게 말하였다.
“태자는 마침내 전륜왕의 지위와 부모와 친속의 은혜와 사랑의 즐거움을 버리고 깊은 산에 떨어져 있으면서 이런 고행을 닦는구려. 나는 박복하여 살아서 이런 값지고 보배로운 아들을 잃었도다.”
왕은 곧 다시 심부름한 이의 말을 마하파사파제와 야수다라에게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백정왕은 곧 5백 채의 수레를 장엄하게 차리고 마하파사파제와 야수다라 역시 서로 5백 채의 수레를 마련하여 모든 살림살이를 다 갖추어 싣게 하고는 곧 차닉을 불러서 말하였다.
“너는 태자를 깊은 산 속에 실어다 주어라. 이제 너는 다시 이 천 채의 수레를 거느리고 실은 양식을 태자에게 보내 주도록 해라. 그리하여 수시로 공양하며 모자람이 없게 하고 다 떨어지거든 다시 와서 청하여라.”
차닉은 명을 받고 곧 천 채의 수레를 거느리고 빨리 떠나서 태자에게 갔다. 태자는 몸이 바짝 말라서 살가죽과 뼈가 맞붙고 혈맥이 겉으로 나타나 있어 마치 파라사(波羅奢)꽃과 같았다. 차닉은 그것을 보고 머리 조아려 발에 예배하고 땅에 기절하였다가 한참 만에 일어나 눈물을 머금고 말하였다.
“대왕께서는 태자를 기억하며 밤낮으로 잊지 못하고 계십니다. 이제 일부러 저에게 이 천 채의 수레에 살림살이들을 싣게 하여 태자께 보내셨습니다.”
그러자 태자는 차닉에게 말하였다.
“내가 부모를 거역하고 나라를 버리고 멀리 여기에 와 있는 것은 지극한 도를 구하기 위해서이다. 어떻게 다시 이런 양식을 받겠느냐?”
그때 차닉은 이 말을 듣자 마음속으로 생각하였다.
‘태자는 이제 이미 이러한 살림과 공양을 받으려고 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을 찾아서 이 천 채의 수레를 끌고 다시 왕에게 돌아가게 하고 나는 여기에 머무르면서 태자를 받들며 섬겨야겠다.’
곧 한 사람을 골라서 수레를 거느리고 가게 하고 차닉은 몰래 태자를 모시면서 아침저녁으로 태자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그때 태자는 마음으로 생각하였다.
‘나는 지금 하루에 한 톨의 깨와 한 알의 쌀을 먹거나, 또는 이레 동안까지도 한 톨의 깨와 한 알의 쌀만을 먹어 몸의 형상이 바짝 말라 마치 마른 나무와 같이 되어 있다. 고행을 닦은 지 만 6년이 되려 하는데도 해탈을 얻지 못하고 있으니, 그것으로 이것이 도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옛날 염부나무 아래 있으면서 명상했던 법만이 욕심을 여의고 고요하였으니 그것이 바로 참되고 바른 것이며 그보다 나은 것은 없구나. 이제 내가 만일 이 파리한 몸으로 도를 성취하면 저 모든 외도들은 당연히 스스로 굶주리는 것만이 바로 열반에 드는 인(因)이 된다고 말할 것이다. 나는 이제 비록 다시 마디마디에 나라연(那羅延)의 힘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로써는 도과(道果)를 취하지 않고 장차 음식을 받아 먹은 뒤에 도를 이루어야겠다.’
이런 생각을 한 뒤에 곧 자리에서 일어나 니련선하에 이르러 물에 들어가 목욕하였는데, 목욕을 다 마쳤으나 몸이 야위어 스스로 나올 수가 없었다. 그런데 천신이 내려와 나뭇가지를 내려 주었으므로 그것을 붙잡고 못을 나오게 되었다.
그때 그 숲 바깥에 소를 치는 난타바라(難陁波羅)라는 여인이 있었는데 정거천(淨居天)이 내려와 권하였다.
“태자가 지금 숲 속에 계시니 그대는 공양을 해야 한다.”
여인은 듣고서 마음으로 크게 기뻐하였는데, 땅 속에서 저절로 천 잎사귀의 연꽃이 피어나고 위에 젖죽이 놓여 있었다.
여인은 이것을 보고 기특한 마음을 내어 곧 젖죽을 가지고 태자에게 가서 머리 조아려 발에 예배하고 그것을 받들어 올렸다. 태자는 곧 그 여인의 보시를 받고서 축원[呪願]을 했다.
“지금 보시한 밥은 먹는 이로 하여금 기력을 충만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보시한 이는 마땅히 풍족함과 기쁨을 얻으며 안락하고 병이 없으면서 수명을 끝까지 보존하여 지혜를 완전히 갖추게 될 것이다.”
태자는 곧 다시 말하였다.
“나는 온갖 중생들을 성숙시키기 위하여 이 밥을 받느니라.”
이런 축원을 마친 뒤에 곧 받아서 그것을 먹자, 몸에 광택이 나고 기뻐졌으며 기력이 충족하게 되었으므로 보리(菩提)를 받아 지닐 수 있었다.
그때 다섯 사람은 이미 이러한 일을 보고 놀라고 괴이하게 여기며 퇴전(退轉)한 것이라 생각하고는 각자 머무르는 곳으로 돌아갔다.
보살은 혼자 비발라(毘鉢羅)나무로 나아가 스스로 원을 세워 말하였다.
“저 나무 아래 앉아서 도를 이루지 못하면 결코 끝까지 일어나지 않으리라.”
보살은 덕이 무거운지라 땅이 견뎌 낼 수 없었으므로 걸을 때마다 땅이 진동하며 큰 소리를 내었다.
그때 눈이 먼 용은 땅이 진동하는 소리를 듣고 마음속으로 크게 기뻐하여 두 눈이 뜨이게 되자, ‘일찍이 예전의 부처님에게 이러한 상서로운 징조가 있었던 것을 보았다’라는 생각을 한 뒤에 땅에서 솟아나와 보살의 발에 예배하였다.
그때 5백 마리의 고지새[靑雀]들이 허공으로 날아올라 보살의 오른쪽으로 돌았고, 여러 가지 빛깔의 상서로운 구름과 향기로운 바람이 부처님을 따르면서 찬탄하듯 하였다.
그때 눈먼 용은 게송으로 찬탄하였다.

보살이 발로 밟던 곳의
땅이 여섯 가지로 진동하여
아주 깊고도 먼 음향을 내었으므로
나는 듣고 눈이 뜨여 밝아졌습니다.

또한 허공 가운데에서는
고지새들이 보살을 돌았고
상서로운 구름이 아주 산뜻하게 보였으며
향기로운 바람은 아주 맑고 시원하였습니다.

이러한 상서로운 조짐은
모두가 과거의 부처님 때와 같으니
그 때문에 보살께서는
반드시 정각(正覺)을 이룰 것임을 알겠습니다.

이에 보살은 곧 스스로 생각하였다.
‘과거의 모든 부처님께서는 무엇을 자리로 삼아 위없는 도를 이루셨을까?’
곧 풀로써 자리를 삼으셨던 것을 저절로 알게 되었으며, 석제환인(釋提桓因)이 평범한 사람으로 변화하여 깨끗하고 부드러운 풀을 가지고 나타났는데 보살이 물었다.
“당신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대답하였다.
“길상(吉祥)이라 합니다.”
보살은 그 말을 듣고 마음으로 크게 기뻐하면서 생각하였다.
‘나는 불길한 것을 깨뜨리고 길상한 일을 이루리라.’
보살은 또 말하였다.
“당신이 손 안에 가진 풀을 좀 얻을 수 있겠습니까?”
이에 길상은 곧 보살에게 주면서 그것으로 원을 세웠다.
“보살께서 도가 성취되시면 먼저 저를 제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보살은 받은 뒤에 그것을 깔고 자리로 삼아 풀 위에 결가부좌(結跏趺坐)하고는 말하였다.
“마치 과거의 부처님께서 앉으신 법대로 하시고 또한 스스로 ‘정각을 이루지 못하면 이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으리라’고 서원하신 것처럼, 저도 역시 그렇게 하겠습니다.”
이런 서원을 세울 때 천ㆍ용ㆍ귀신은 모두 기뻐하였고 맑고 시원하며 좋은 바람이 사방으로부터 불어왔으며, 날짐승ㆍ길짐승들은 울음을 그쳤고 나무는 가지를 울리지 않았으며, 노니는 구름과 날아다니는 티끌까지 모두 맑고 깨끗해졌으므로 바로 보살이 반드시 도를 이룰 조짐임을 알 수 있었다.
『관불삼매경(觀佛三昧經)』에서 말하였다.
“마침 보시한 풀에 앉자마자 땅이 크게 진동하였으며 모든 하늘들은 변화로 8만 개의 부처나무[佛樹]와 사자좌(師子座)를 만들었는데, 혹 어떤 부처나무는 높이가 8천 리(里)나 되었고 혹은 4천 리가 되기도 하였다.
각각의 천자(天子)들은 저마다 생각하기를, ‘보살은 나의 자리 위에 앉으셨고 다른 자리에는 앉지 않으셨다’고 하였다. 그러나 그 하열하고 본래 박복한 중생들은 보살의 몸이 풀 깔개 위에 앉은 것으로 보였다.
보살은 앉고 나서 헤아리기를, ‘악마 파순(波旬)은 스스로 가장 뛰어나고 높은 체하므로 이제 내가 위없는 정각을 이루려 하니 마땅히 느끼게 하여 그를 이르게 하여 항복시키고 그런 뒤에 삼계(三界)의 중생을 일어나게 하리라’고 하였다.”
『수태경(受胎經)』에서 말하였다.
“염부수(閻浮樹) 아래 앉으셔서 48일 동안 나무를 관(觀)하여 명상에 잠기자 천지가 감동하여 여섯 가지로 진동하였고 큰 광명을 펴면서 악마의 궁전을 덮어 가렸다.
그때 파순은 누워 자다가 꿈속에서 서른두 가지의 변(變)을 보았으니 궁전이 어두워지고 궁전이 진흙으로 더럽혀졌으며 잘못된 길로 들어섰고 못의 물이 바짝 말랐으며 악기가 깨져 버렸고 야차와 염귀(厭鬼)의 머리가 모두 땅에 떨어졌으며 모든 하늘들이 떠나버리며 그의 명을 따르지 않았다.서른두 가지 꿈은 글이 많으므로 적지 않는다.
꿈에서 깨어나자 두려워서 털이 곤두섰으므로 대신과 모든 병사들을 불러 모아 꿈에 본 것을 말하였다.
‘어떤 방편으로 그에게 가서 조복시키겠느냐?’
아울러 천(千)의 아들을 불렀는데, 그 중 5백의 아들인 도사(導師) 등은 보살을 믿고 좋아하였으며 나머지 5백의 아들인 악목(惡目) 등은 악마의 가르침을 따랐다.
마음이 산란한 악마왕은 첫째의 이름은 욕비(欲妣)라 하고, 둘째의 이름은 열피(悅彼)라 하며, 셋째의 이름은 쾌관(快觀)이라 하고, 넷째의 이름은 견종(見從)이라 하는 네 딸에게 말하였다.
‘너희는 그곳으로 가서 그의 청정한 행을 무너뜨려라.’
그러자 딸들은 보살에게로 나아가 교묘하게 말을 꾸며대며 교태를 부리며 서른두 가지 모양을 내었다. 입술을 위아래로 우물거리고 새색시처럼 눈을 가늘게 뜨고 보며 넓적다리를 드러내 보였고 팔을 드러내었으며, 물오리ㆍ기러기ㆍ원앙새ㆍ슬피 우는 난새 소리를 내기도 하였다.서른두 가지의 교태는 글이 많으므로 적지 않는다.
악마의 딸들은 여인으로서의 교태와 미혹시키는 몸짓을 잘 배웠으므로 스스로 말하였다.
‘저희들의 나이는 한창때입니다. 천녀(天女)들이 단정하게 생겼지만 저희보다 뛰어난 이는 없습니다. 제발 새벽에 일어나고 밤에는 잠자면서 좌우에서 공양하며 섬기게 하소서.’
보살이 대답하였다.
‘너희는 전생에 지은 복이 있어서 하늘의 몸을 얻었고 형체는 비록 아름답다 하나 마음은 단정하지 못하다. 가죽 주머니에 구린 것만 담아 와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이냐? 어서 떠나라. 나에게는 필요 없다.’
악마의 딸들을 변화로 늙은 할미가 되게 하였는데, 스스로 회복하지 못하자 곧 악마의 처소로 되돌아갔다.”
『관불삼매경(觀佛三昧經)』에서 말하였다.
“악마에게는 세 딸이 있었다. 맏이를 열피(悅彼)라 하고 가운데를 희심(喜心)이라 하였으며 막내를 다미(多媚)라 하였는데, 그의 아버지에게 말하였다.
‘우리가 가서 산란하게 할 수 있으니 아버지는 근심하지 마십시오.’
곧 스스로를 장식하여 마후(魔后)보다 백천만 배나 뛰어나도록 하였다.
눈을 흘기면서 맵시를 부리며 요염하게 아름다움을 나타내면서 보살에게 예배 공경하고 일곱 바퀴를 돌고는 아뢰었다.
‘태자가 태어나실 때에는 만신(萬神)이 모셨습니다. 어째서 천자의 지위를 버리시고 이런 나무 아래에 와 계십니까? 저희는 바로 천녀인데 6천(天)에서도 짝할 이가 없습니다. 이제 하찮은 몸이나마 태자께 바쳐 올립니다. 저희들은 몸을 잘 조절하고 안마도 잘합니다. 이제 친히 지내고 가까이하려고 합니다. 나무에 앉아서 고달프게 지내지 마시고 마땅히 누워 쉬시면서 감로(甘露)를 받아 잡수십시오.’
곧 보배 그릇에 하늘의 감미로운 것을 바쳤지만 태자는 고요히 있으면서 몸과 마음이 동요하지 않았고 백호(白毫)로 하늘의 세 여인으로 하여금, 몸 안의 고름 주머니의 눈물과 침과 아홉 구멍의 근본과 생장(生藏)ㆍ숙장(熟藏)의 두 장이 빙 둘러 말려 있음과 번데기에서 모든 벌레가 나오며 그러한 집이 8천 개가 있는 것과 그 벌레들이 소장(小腸)으로 달려 들어가 입을 벌려 위를 향하여 모든 장기를 뜯어먹는 것과 골수와 혈맥에 사는 벌레들이 가을날의 터럭보다 가늘며 그 수효가 아주 많은 것을 보게 하였다.
그 여인들은 이것을 보고 난 뒤 마침내 구역질을 하다가 곧 자신들의 몸의 왼쪽에는 뱀의 머리가 생기고 오른쪽에는 여우의 머리가 생겼으며 중간에는 개의 머리가 되어 있고 등에는 늙은 할미를 업었고 앞에는 죽은 어린아이를 안고 있는 것을 보게 되었으므로 여인들은 모두 놀라 울부짖으면서 물러났다. 그리고 머리를 숙여 배꼽을 보았더니 추하고 더러운 여인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또한 모든 벌레들이 팔찌 모양처럼 둥글게 서로 엉켜 즐기면서 여러 개의 입과 그 입에서는 다섯 가지 독을 뿜어대며 여근(女根)을 뜯어먹고 있는 것을 보았다.
모든 여인들은 그것을 보고 난 뒤 마음이 몹시 쓰리고 아파 마치 화살이 염통에 맞은 것 같았으므로 배를 땅에 대고 기어가면서 슬퍼하고 탄식하며 악마왕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그러자 악마왕은 크게 성을 내며 두루 6천(天)과 모든 8부(部)에게 명하여 구담(瞿曇)에게 가게 하였다.
이때 모든 귀신들이 마치 구름처럼 일어났으니, 혹 어떤 귀신들은 머리가 소와 같고 40개의 귀에는 쇠화살이 생겨나 불길이 위로 일어나고 있었다. 또 어떤 귀신들은 머리는 여우와 같고 만 개의 눈이 있으며 소리는 벽력과 같았다. 또 광야 귀신(曠野鬼神)과 대장군(大將軍) 등은 하나의 목에 여섯 개의 머리가 달렸고 가슴에는 여섯 개의 얼굴이 붙어 있었으며 무릎에도 두 개의 얼굴이 있었다. 또한 몸의 털은 화살과 같아서 몸을 떨치며 사람을 쏘며 눈을 부릅뜨면 빨갛게 되면서 피가 흘러내렸다. 이들이 빠르게 달려와서 이르자 악마는 모든 귀신들에게 말하였다.
‘구담은 착한 사람이면서 아마도 주문을 알 수 있을 것이므로 4병(兵)을 일으켜야 한다.’
변화로 4병을 만들어서 숲 모양처럼 줄지어 세웠으므로 매우 두려워할 만하였으며, 곧장 허공에서 내려와 도(道)의 나무 곁에 이르렀다.
악마는 다시 생각하였다.
‘이 대중으로 혹시 구담을 항복시키지 못할 수 있으리라.’
다시 보배 관(冠)을 벗어서 땅에 놓고 염라왕(閻羅王)의 궁전 위에 닿게 하여 모든 귀신들에게 명하였다.
‘너희들 옥졸과 염라왕은 아비지옥(阿鼻地獄)에서 쓰는 칼 수레바퀴와 검과 창과 불수레와 숯화로 등을 모두 다 들고 염부제로 오라.’
그리고는 악마왕은 벼락을 치듯 모든 병사들에게 외쳤다.
‘빨리 구담을 해치도록 하라.’
위로는 천둥이 치고 비가 오며 쇳덩어리를 퍼붓고 칼 수레바퀴와 무기 등을 공중에 이리저리 가로질러 놓았지만 그 화살들은 보살 가까이에 미치지도 못하였다.
이때 보살은 천천히 눈썹 사이의 백호(白毫)를 들어서 아비지옥을 겨누면서 죄인들에게 백호에서 흐르는 물을 쏟아 부은 것이 마치 수레바퀴 살같이 하여 큰 불이 잠깐 사이에 꺼져 버리는 것을 보게 하고, 스스로 전생에 지었던 모든 죄를 기억하게 하자 그들은 마음이 맑아지고 시원함을 얻어 ‘나무불(南無佛)’ 하고 불렀다. 이런 인연 때문에 벌을 모두 받고 곧장 인간 세상에 태어났다.
악마는 이러한 모양을 보고 파리해지고 걱정하면서 홀연히 궁전으로 돌아갔는데 백호는 곧장 6천(天)에까지 이르렀다. 백호의 구멍에서는 여러 보배 연꽃이 있었으며, 과거의 일곱 부처님께서 그 꽃 위에 계신 것이 보였다. 이렇게 하여 백호는 위로 무색계까지 이르렀고, 두루 온갖 것을 비추어 마치 파려(玻瓈)의 거울과 같았다.
8만 4천의 천녀들에게는 파순의 몸 형상이 마치 불에 탄 나무처럼 보였으므로 다만 보살 백호상(白毫相)의 광명을 쳐다보면서 수없는 천자와 천녀들은 모두 위없는 지혜의 도에 대한 뜻을 일으켰다.
그러자 악마왕은 스스로 나아가 부처님과 서로 논란하였는데 보살이 지혜의 힘으로 손을 펴서 땅을 누르자 때마침 땅이 진동하면서 악마와 그의 관속들은 거꾸로 넘어지며 떨어져 버렸다. 이미 항복 받고는 바르고 참된 깨달음을 이루었다.”
그때 보리수 아래에서 큰 서원을 세우자, 천룡팔부가 모두 기뻐하면서 허공 가운데를 뛰놀며 찬탄하였다.
제6천(天)의 악마왕의 궁전은 저절로 움직이면서 흔들렸으므로 이에 악마왕은 마음속으로 크게 한탄하고 괴로워하면서 정신이 시끄럽고 산란하였으며 음성과 입맛을 잃어 스스로 생각하였다.
‘사문 구담은 지금 나무 아래에서 오욕을 버리고 단정히 앉아 사유하고 있으므로 오래지 않아 정각의 도를 이룰 것이다. 그가 도를 이룬다면 온갖 중생을 널리 제도하여 나의 경계를 초월하게 되리니, 도를 이루기 전에 가서 그를 파괴하고 어지럽게 하리라.’
그때 악마의 아들 살타(薩陀)는 아버지가 처참하게 초췌한 것을 보고 가서 아뢰었다.
“잘 모르겠습니다만 부왕은 무엇 때문에 근심하고 걱정하십니까?”
악마왕이 대답하였다.
“사문 구담이 지금 나무 아래에 앉아 있다. 그의 도가 장차 이루어지면 우리를 초월하게 되리니, 이제 그를 파괴하려고 한다.”
악마의 아들은 곧 나아가 부왕을 설득해 말하였다.
“보살은 청정하여 삼계에서 뛰어나고 신통과 지혜가 명료하지 않음이 없으며 천룡팔부가 다 함께 칭찬하고 계십니다. 부왕으로서는 이분을 능히 꺾어 굴복할 수 없으니, 번거롭게 악(惡)을 지어 스스로 화(禍)를 초래하지 마십시오.”
『서응본기(瑞應本紀)』에서 말하였다.
“악마왕은 듣지 않고 첫째의 이름 욕비(欲妣)와 둘째의 이름 열피(悅彼)와 셋째의 이름 쾌관(快觀)인 세 옥녀들을 불러서 보살의 수행을 무너뜨리도록 하였다.
그때 세 옥녀는 고운 명주옷을 입고 하늘의 이름 있는 향과 구슬로 매우 요염하고 아름답게 꾸미고서 교묘하고 아름다운 말씨로 그의 마음을 어지럽히려고 하였으나, 보살의 마음은 청정하기가 마치 유리 구슬과 같아서 더럽힐 수 없었으므로 세 여인들은 다시 아뢰었다.
‘어진 이의 덕이 지극히 중대하시어 모든 하늘들이 공경하고 있습니다. 마땅히 공양이 있어야 하므로 하늘에서 저희들을 바치는 것입니다. 저희들은 아름답고 깨끗하며 나이는 한창때이며 비록 천녀들이 단정하지만 저희보다 특별한 이는 없습니다. 제발 새벽에는 일어나고 밤에는 잠자면서 곁에서 공양하며 모시게 하소서.’
보살은 대답하였다.
‘너희는 전생에 복이 있어서 하늘의 몸을 받았지만 덧없음을 생각하지 않고 요염한 교태를 부리고 있다. 비록 형체는 아름답지만 마음이 단정하지 못한 것이 마치 그림을 그린 병 안에 썩은 독을 담은 것과 같다. 장차 스스로 무너져 버릴 터인데 어찌 기특함이 있겠느냐?
복이란 오래 간직하기 어렵고 음탕하고 악한 것은 좋은 것이 아니어서 저절로 그것의 근본은 없어지게 된다. 죽으면 곧 세 가지 악도(惡道) 가운데 떨어져 새나 짐승의 몸을 받아서 벗어나려 하여도 어렵게 되리라. 너희들은 사람의 바른 뜻을 어지럽히려 하니 청정한 종성이 아니다. 가죽 주머니에 똥이나 가득 담아 와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이냐? 어서 가거라. 나에게는 소용이 없다.’
변화로 옥녀는 늙은 할미가 되었는데 스스로 회복할 수 없었다.”
악마에게는 세 딸이 있었다. 얼굴과 외모가 아주 단정하게 생겼고 요염하게 아름다웠으므로 사람들을 미혹시키는 것이 천녀 가운데에서 제일이었다. 이름난 향내를 풍기고 좋은 영락을 찼으니 첫째의 이름은 염욕(染欲)이라 하였고, 둘째의 이름은 능열인(能悅人)이라 하였으며, 셋째의 이름은 가락(可樂)이라 하였다.
세 딸이 다 함께 나아가 그 아버지에게 말하였다.
‘잘 알지 못하겠습니다. 지금 무엇 때문에 근심하고 걱정하십니까?’
아버지는 곧 마음을 털어 놓고 모든 딸들에게 말하였다.
‘세간에는 지금 사문 구담이라는 이가 있다. 몸에는 법(法)의 갑옷을 입고 자유자재의 활을 잡고 지혜의 화살로써 중생을 조복하면서 나의 경계를 파괴하려고 한다. 내가 만일 지게 된다면 중생들은 그를 믿으며 모두 다 귀의할 것이므로 나의 국토는 곧 텅 비게 될 것이다. 이 때문에 근심할 뿐이다. 아직 도를 이루기 전에 가서 그를 꺾어버려 그의 교량(橋梁)을 무너뜨리고자 한다.’
이에 악마왕은 손에 강한 활을 가지고 또 다섯 개의 화살을 지니고는 남녀 권속과 함께 그 필바라(畢波羅)나무 아래로 가서 모니(牟尼)를 보았다. 그러나 적연(寂然)하게 요동하지 않았고 나고 죽는 3유(有)의 바다를 건너려고 하였다.
그때 악마왕은 왼손에 활을 잡고 오른손으로 화살을 겨누고 보살에게 말하였다.
‘그대 찰리종성[刹利種]아, 죽음은 매우 두려워할 만한데 어째서 빨리 일어나지 않느냐? 마땅히 그대는 전륜왕의 업을 닦고 출가의 법은 버렸어야 한다. 보시하는 모임을 익히고 천상에서 즐기는 쾌락을 얻는 도(道)만이 제일이며 앞선 성인들이 행한 일이다.
그대는 찰리의 전륜왕 종성인데 이렇게 걸사(乞士)가 된 것은 옳은 일이 아니다. 지금 만일 일어나지 않고 편안히 앉아 있으면서 본래의 서원을 버리지 않는다면 나는 어떻게든지 너를 쏘리라. 한 번 날카로운 화살을 놓으면 고행하는 선인들도 그 화살 소리를 듣고 놀라고 두려워서 혼미하게 정신을 잃지 않음이 없는데, 하물며 그대 구담이 이 독을 감당해 내겠느냐? 그대가 만일 빨리 일어나기만 하면 안전하게 되리라.’
악마는 이런 말을 하면서 보살을 두렵게 하였으나 보살은 편안하게 놀라지 않고 동요되지 않았으므로 악마왕은 곧 활을 당겨 화살을 쏘았고 아울러 천녀를 나아가게 하였다. 그때 보살의 눈에는 화살이 보이지 않았고 화살은 공중에 멈추어 그 살촉을 아래로 향하더니 연꽃으로 변하였다.
그러자 세 천녀는 보살에게 아뢰었다.
‘어진 이의 지극한 덕은 천상과 인간 세상이 공경하기 때문에 마땅히 공양하고 모셔야 합니다. 저희들은 지금 나이가 한창때이며 비록 천녀들이 단정하다고는 하지만 우리보다 뛰어난 이는 없습니다. 하늘이 지금 저희들을 보내어 보살피게 한 것이니, 새벽이나 밤에 누워 잘 때에 곁에서 모시게 해 주소서.’
보살이 대답하였다.
‘너희는 작은 선(善)을 심어서 하늘의 몸이 되었으나 덧없음을 생각하지 않고 요염하게 교태를 짓는구나. 비록 형체는 아름답지만 마음이 단정하지 못하고 음탕하게 유혹하니 착하지 못하도다. 죽으면 반드시 세 가지 악도(惡道)에 떨어져서 새나 짐승의 몸을 받고 벗어나려 해도 매우 어려우리라. 너희들은 지금 선정의 뜻을 어지럽히려고 하니 청정한 마음이 아니다. 이제 떠나가라. 나는 너희들이 필요하지 않다.’
그때 세 천녀들은 변하여 늙은 할미가 되었는데 머리는 희고 얼굴은 쭈글쭈글하며 이가 빠지고 침을 흘리며 살은 없고 뼈만 앙상하며 배가 큰 것이 북통같고 지팡이를 짚고 힘 없이 걸으면서 스스로 회복하지 못하였다.
악마왕은 이와 같이 견고한 것을 보고 마음으로 스스로 생각하였다.
≺내가 옛날 일찍이 설산(雪山) 가운데서 마혜수라(摩醯首羅)를 쏘았을 때에는 곧 두려워하면서 그의 선한 마음에서 물러났는데 이제 구담은 움직일 수 없구나. 이미 이 화살이나 나의 세 딸로서는 사랑이나 성내는 마음을 내게 할 수 없으니 다시 다른 방편을 써야겠다.≻
곧 부드러운 말로 보살을 타일러 말하였다.
‘그대가 만일 인간이 누리는 쾌락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이제 곧 천궁(天宮)으로 올라갑시다. 나는 천왕의 지위[天位]와 오욕의 재료들을 모두 다 그대에게 주겠소.’
보살이 대답하였다.
‘그대는 전생에 조그마한 보시의 인연을 닦아 그로 인하여 지금 자재천왕(自在天王)이 될 수 있었으나 이런 복은 기한이 있어서 반드시 다시 내려와 태어나게 되어 있으므로 3도(塗)에 빠져서 벗어나기가 매우 어렵다. 그것은 죄의 인(因)이 되기 때문에 내가 구하는 것이 아니다.’
악마는 보살에게 말하였다.
‘나의 과보는 바로 그대가 아는 대로지만 그대의 과보는 누가 다시 알겠는가?’
보살이 대답하였다.
‘나의 과보는 오직 이 땅만이 알리라.’
이 말을 하자마자, 대지가 여섯 가지로 진동하였다.
이에 지신(地神)이 칠보로 된 병을 가지고 그 안에 연꽃을 가득 채워 땅에서 솟아나와 악마에게 말하였다.
‘보살은 옛날에 머리ㆍ눈ㆍ골수ㆍ뇌 등을 사람들에게 보시하면서 흘린 피가 대지를 흠뻑 적셨으며, 나라ㆍ성ㆍ아내ㆍ아들ㆍ코끼리ㆍ말이나 값진 보배 등의 보시도 헤아릴 수 없나니, 그것은 위없이 바르고 참된 도를 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러므로 당신은 이제 보살을 괴롭히거나 어지럽히지 말아야 합니다.’
악마는 이 말을 듣자 마음에 두려움이 일어나 몸의 털이 곤두섰으며, 그 지신은 보살의 발에 예배하고 꽃을 공양하고 홀연히 사라졌다.”
『잡보장경(雜寶藏經)』에서 말하였다.
“옛날 여래께서 보리수 아래에 계실 때 악마 파순(波旬)은 80억의 대중을 이끌고 부처님을 파괴하려고 와서는 여래께 이르러 말하였다.
‘구담이여, 그대는 혼자의 몸으로 어찌하여 여기에 앉아 있소? 급히 일어나서 떠나시오. 만일 떠나지 않으면 나는 그대의 다리를 붙잡아 바닷물에 던져 버리겠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내가 세간을 잘 살펴보아도 나를 바닷물에 던져 버릴 이는 없느니라. 너는 전세에 다만 하나의 절을 지었고 하루 동안 8계(戒)를 받았으며 벽지불(辟支佛)에게 한 발우의 밥을 보시했을 뿐이다. 이 때문에 6천(天)에 나서 큰 악마가 되었거니와 나는 삼아승기겁(三阿僧祇劫) 동안 널리 공덕을 닦았느니라.
처음 아승기겁 동안에 나는 일찍이 셀 수 없이 많은 부처님께 공양하였고 두 번째와 세 번째 아승기겁 동안에도 역시 그와 같이 하였으니, 성문(聲聞)이나 연각(緣覺)에게 공양한 것은 그 수효를 헤아릴 수조차 없느니라. 모든 대지(大地)는 바늘만큼의 것도 내 몸과 뼈가 아님이 없느니라.’
악마가 말하였다.
‘구담이여, 그대는 ≺내가 옛날 하루 동안 계(戒)를 지녔고 벽지불에게 밥을 보시하였다≻고 말하였는데 진정 그것은 진실이다. 나도 그것을 알고 있고 그대 또한 나를 알고 있지만 그대 자신이 말하는 것은 그 누가 증명하며 알 이가 있겠는가?’
부처님께서는 손으로 땅을 가리키면서 말씀하셨다.
‘이 땅이 나를 증명하리라.’
그때 모든 대지는 여섯 가지로 진동하였고 지신(地神)이 곧 금강제(金剛際)로부터 나와서 합장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제가 증명합니다. 이 땅이 있게 된 뒤부터 저는 언제나 이 안에 있었으니, 세존께서 말씀하신 것은 진실이고 거짓이 아니옵니다.’
부처님께서 파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우선 이 물병을 움직일 수 있겠느냐? 그런 뒤에라야 나를 바닷물에 던질 수 있으리라.’
그때 파순과 80억의 대중들은 병을 움직일 수 없었으며, 악마왕의 군사들이 거꾸로 넘어지면서 저절로 떨어지고 무너지는 것이 마치 별이 흩어지는 듯하였다.
그때 악마왕은 곧 스스로 생각하였다.
≺나는 강한 활과 날카로운 화살, 아울러 세 딸과 방편의 온화한 말로써 그를 유혹하였지만 구담의 마음을 무너뜨릴 수도 산란하게 할 수도 없었다. 이제 다시 여러 가지 방편을 마련하여 널리 군사들을 모아 힘으로 협박해야겠다.≻
이런 생각을 하자 그의 모든 군사들이 홀연히 이르러 와서 허공에 가득 찼다. 그 형상과 모양은 저마다 달랐으니, 혹은 창을 잡고 칼을 쥐었으며 머리에는 큰 나무를 이고 손에는 금으로 만든 절구공이를 잡고 있는 등 갖가지 전투 무기를 모두 갖추었고, 혹은 돼지ㆍ물고기ㆍ나귀ㆍ말ㆍ사자와 용의 머리와 곰ㆍ호랑이ㆍ외뿔소 그리고 모든 짐승들의 머리를 하고 있는 것들이 있었으며, 혹은 몸은 하나이면서 머리가 여러 개 있기도 하고, 혹은 얼굴에 눈이 한 개이기도 하며, 혹은 눈이 여러 개 있기도 하였고, 혹은 배가 크면서 키도 크기도 하였으며, 혹은 바짝 말라서 배가 없는 것도 있었다.
혹은 다리가 길고 무릎이 컸으며, 혹은 큰 장딴지가 살찌기도 하였고, 혹은 어금니가 길면서 손톱ㆍ발톱이 날카로웠고, 혹은 머리가 가슴 앞에 있기도 하였으며, 혹은 발은 두 개인데 몸은 여러 개이기도 하였고, 혹은 큰 얼굴 옆에 얼굴이 붙어 있기도 하였으며, 혹은 빛깔이 재나 흙과 같기도 하였고, 혹은 몸으로부터 연기를 내뿜기도 하였으며, 혹은 코끼리의 몸으로 산을 짊어지기도 하였고, 혹은 머리카락을 풀어헤치고 벌거숭이로 있는 자도 있었다.
혹은 또 얼굴빛이 반은 붉고 반은 희기도 하였고, 혹은 입술이 쳐져서 땅에 닿기도 하였으며, 혹은 바지를 걷어 올려 얼굴을 덮기도 하였고, 혹은 몸에 호랑이 가죽을 쓰기도 하였으며, 혹은 사자와 뱀 가죽을 쓰기도 하였고, 혹은 뱀이 온몸을 두루 감기도 하였으며, 혹은 머리 위에 불이 붙기도 하였다. 혹은 눈을 부릅뜨고 팔을 걷어붙이기도 하였으며, 혹은 옆으로 가며 뛰기도 하였고, 혹은 공중에서 이리저리 뒹굴기도 하였으며, 혹은 달리거나 걸으면서 으르렁거리는 자도 있었다.
이와 같은 모든 나쁜 종류의 형상들은 그 수효를 셀 수도 없었고 보살을 에워싸거나 혹은 보살의 몸을 찢으려고 하는 자도 있었으며, 혹은 사방에서 연기를 일으키면서 불꽃을 하늘로 뿜기도 하였고, 혹은 미친 듯한 소리를 내지르며 산골짜기를 진동시켰으며, 바람과 불과 연기와 먼지로 어둡게 하여 보이는 것이 없게 하였고, 네 개의 큰 바닷물이 한꺼번에 끓어서 솟아오르게 하였으므로 법을 수호하는 하늘ㆍ사람과 모든 용과 귀신들은 모두 악마들에게 화를 내고 성을 내는 것이 점점 심해져서 털구멍에서 피가 흘렀다.
정거천(淨居天)들은 이 악마가 괴롭히고 어지럽히는데도 보살이 자비로운 마음으로 그들을 불쌍히 여기는 것을 보고 이에 내려와서 허공에 꽉 차 있다가, 악마의 군사들이 셀 수 없고 끝없이 보살을 에워싸고 크고 나쁜 소리를 내어 천지가 진동하는데도 보살의 마음이 안정되고 얼굴에 다른 표정이 없어 마치 사자가 사슴떼 안에 있는 듯한 모습을 보고는 모두 찬탄하여 말하였다.
‘아아, 기특하시며 전에 없던 일이십니다. 보살은 결정코 정각을 이룰 것입니다.’
이 모든 악마들은 서로서로 재촉하고 다그치면서 저마다 위력(威力)을 다하여 보살을 꺾고 무너뜨리고자 하면서 혹은 눈을 치뜨고 이를 갈기도 하고 혹은 이리저리 날아다니면서 어지럽게 던지기도 하였으나 보살은 그것을 마치 어린아이들이 장난치는 것같이 여겼다. 그러자 악마들이 더욱 분과 성을 내며 다시금 싸우는 힘을 더하였지만 보살은 자비의 힘으로 돌을 안은 자에게는 들고 있을 수 없게 하고 들고 있는 이에게는 내려놓을 수 없게 하였으며, 나는 칼과 춤추는 검은 공중에서 멈추게 하고 번개ㆍ우레ㆍ비와 불은 다섯 가지 빛깔의 꽃이 되게 하였으며, 나쁜 용이 토해내는 독은 변하여 향기로운 바람이 되게 하였으니 모든 나쁜 무리의 형상으로 보살을 훼방하려 하였으나 동요시킬 수 없었다.
악마에게 자매가 있어 첫째의 이름은 미가(彌伽)라 하고 둘째의 이름은 가리(迦利)라 하였는데, 그들은 각각 손에 해골을 가지고 보살 앞에서 모든 기이한 형상을 지으며 괴롭히고 어지럽혔다. 이 모든 악마들은 갖가지 추하고 혐오스러운 몸으로 보살을 두렵게 하려 하였으나 끝내 보살의 한 터럭도 동요시키지 못했으므로 악마들은 더욱 근심하고 걱정하였다.
공중에 부다(負多)라는 신(神)이 있었는데, 몸을 숨기고 말하였다.
‘나는 지금 모니존(牟尼尊)의 마음과 뜻이 태연하며 두려워하는 생각이 없음을 보았다. 이 모든 악마들이 독한 마음을 일으켜 원한이 없는 곳에 멋대로 분(忿)을 내고 있구나. 이 어리석은 악마들아, 한갓 스스로만 고달플 뿐이며 끝내 얻는 것이 없으리라. 오늘 마땅히 성내어 해치려는 마음을 버려야 한다.
너희의 입이 이에 수미산을 불어서 그것을 무너지게 할 수 있고 불을 차게 만들 수도 있으며 물을 덥게 할 수도 있고 견고한 땅의 성질을 부드럽게 할 수 있다고 하여도 너희들은 보살이 오랜 겁(劫)을 지나면서 닦아 익힌 선(善)의 과보인 바른 사유(思惟)의 정(定)ㆍ정근(精勤)ㆍ방편(方便)ㆍ청정한 지혜의 광명은 무너뜨릴 수 없다.
이 네 가지 공덕은 능히 끊고 잘라서 방해한다고 하여도 정각(正覺)을 이루지 못할 수는 없으니 마치 천 개의 해가 비추면 반드시 어둠이 제거되고 나무를 송곳으로 뚫고 비비면 불을 얻으며 땅을 파면 물을 얻게 되는 것과 같다. 정근과 방편으로 구하는 것마다 얻지 못하는 것이 없다.
세간의 중생들이 3독(毒)에 빠졌으나 구제하는 이가 없으므로 보살은 자비로써 지혜의 약을 구하여 세간의 우환을 제거하려고 하거늘 너희는 어찌하여 그분을 괴롭히고 어지럽히느냐?
세간의 중생들은 어리석고 미혹하며 지혜가 없어 모두가 잘못된 견해에 집착하고 있으므로, 이제 법안(法眼)을 베풀어 바른 길을 닦아 익혀 중생을 인도하려 하시거늘 너희는 어찌하여 이 인도하실 스승을 괴롭히고 어지럽히느냐? 이야말로 옳지 못하다. 비유하면 마치 넓은 들판 가운데서 장사꾼을 인도하는 이를 속이려는 것과 같다.
중생은 아주 캄캄한 가운데 떨어져 멍하게 서서 머무를 곳을 모르고 있으므로 보살은 그들을 위하여 큰 지혜의 등불을 켜려 하거늘, 너희는 이제 어찌하여 불어서 끄려고 하느냐?
중생들이 지금 나고 죽는 바다에 빠져 있으므로 보살은 그들을 위하여 지혜의 보배로운 배를 수선하고 계시거늘, 너희는 이제 어찌하여 침몰시켜 빠뜨리려고 하느냐?
인욕(忍辱)함을 싹으로 삼고 견고(堅固)함을 뿌리로 삼으며 위없이 큰 법(法)을 큰 과보로 삼는 것이거늘, 너희는 이제 어찌하여 공격하여 정벌하려고 하느냐?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의 쇠사슬이 모든 중생들을 묶고 있으므로 보살은 고행(苦行)으로 그것을 풀고자 하셨으니, 오늘은 결정코 이 나무 아래에서 결가부좌하고 위없는 도(道)를 이루시리라.
이 땅은 바로 과거의 모든 부처님께서 앉으셨던 금강(金剛)의 자리이다. 다른 지방이 모두 움직인다 하여도 이곳만은 동요하지 않으며, 묘한 선정을 받아 낼 수 있으므로 너희들이 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너희는 이제 마땅히 기뻐하고 경하하며, 교만한 뜻을 쉬고 지식(知識)이라는 생각을 닦아 그분을 받들어 섬겨야 한다.’
이때 악마왕은 공중의 소리를 듣고 또한 보살이 맑고 잠잠하게 달라지지 않는 것을 보고는 마음이 부끄러워 교만을 버리고 곧 길을 돌이켜 천궁(天宮)으로 돌아갔으며, 여러 악마들은 근심하고 걱정하면서 모두 다 허물어져 흩어졌고 뜻이 꺾이어 그러한 위엄과 용맹이 없어졌으며, 모든 전투 무기들은 숲과 들의 여기저기에 널려 있었다.
악마들이 물러나 흩어질 때에도 보살의 마음은 깨끗하고 잔잔하며 동요하지 않았다. 하늘에는 연기나 안개도 없고 바람은 가지를 흔들지 않으며 지는 해는 빛을 멈추어 더욱 밝아졌고 맑은 달이 비치고 뭇 별들이 찬란하게 밝았으며 깊숙이 숨어서 보이지 않던 어두운 곳도 다시 장애가 없어졌고, 허공에 있는 모든 하늘들은 아름다운 꽃과 향을 뿌리고 여러 가지 음악을 연주하며 보살에게 공양하였다.”
『서응본기』에서 말하였다.
“악마왕은 더욱 화를 내며 다시 모든 귀신왕을 불렀으니, 합하여 1억 8천의 대중이었다.
모두가 변하여 사자ㆍ곰ㆍ말곰ㆍ외뿔소ㆍ호랑이ㆍ코끼리ㆍ용ㆍ소ㆍ말ㆍ개ㆍ돼지ㆍ원숭이 형상이 되었는데 말로는 이루 일컬을 수 없었다. 또한 벌레의 머리에 사람의 몸과 독사의 몸을 한 것도 있었고 자라나 거북의 머리에 눈이 여섯 개 달린 것도 있었으며, 혹은 목은 한 개인데 머리가 많이 붙어 있기도 하였고, 이ㆍ어금니ㆍ손톱ㆍ며느리발톱[距]에 산을 짊어지고 불을 토해내며 우레와 번개가 사방에서 일며 크고 작은 창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보살은 인자한 마음으로 놀라지 않고 두려워하지도 않았으며 하나의 터럭도 움직이지 않고 빛나는 얼굴이 더욱 좋아졌으며, 귀신의 병사들은 가까이할 수조차 없었다. 그러자 악마왕은 스스로 나아가서 부처님과 서로 논란하였으니 그 말은 이러하였다.

비구는 무엇을 구하느라 나무 아래 앉아 있으며
수풀과 독을 가진 짐승 사이를 좋아하는가?
구름이 일어 두려워할 만하며 어두워지면서
하늘의 악마가 에워싸고 있는데도 놀라지 않는가?

보살이 대답하였다.

예로부터 참되고 바른 도는 부처님께서 행하신 것이니라.
맑고 고요한 것을 으뜸으로 삼아 어둠을 제거하며
그 가장 뛰어난 법을 이루고 광[藏]을 채우셨으니
내가 이것을 구하려고 앉았으니 즐겁도다. 악마왕아.

악마왕이 말하였다.

그대는 마땅히 왕이 되어 금륜(金輪)을 굴리라
칠보가 저절로 이를 것이며 사방을 맡게 되고
누리게 될 오욕은 으뜸이어서 견줄 데가 없으리라.
이곳에도 도(道)가 없으니 일어나서 궁중으로 들어가오.

보살이 말하였다.

나는 오욕의 치성함을 불에 달군 구리를 삼키는 것으로 보고
나라를 버림을 마치 침 뱉는 듯이 여겨 탐하는 것이 없노라.
왕이 되어도 늙고 죽는 근심이 있으며
여기서 떠나면 이익이 없나니 허망한 말을 하지 말라.

악마왕이 말하였다.

어찌하여 숲에 편히 앉아 큰 소리 치면서
나라와 재물과 왕위를 버리고 텅 비고 조용한 것을 지키는가?
나와 4부(部)의 병사들인
상병(象兵)ㆍ마병(馬兵)ㆍ보병(步兵)이 1억 8천이다.

원숭이ㆍ사자의 얼굴에
호랑이ㆍ외뿔소와 독사ㆍ돼지ㆍ귀신의 형상이며
모두 칼과 검을 갖고 창을 잡고서
날뛰고 으르렁거리며 공중에 가득 찬 것 보지 못하는가?

보살이 말하였다.

설령 억(億) 백 조[垓]의 뛰어난 무용 갖춘 이들이
악마가 되어 그대와 같이 여기 와 모였으며
화살ㆍ칼날ㆍ불로 공격함이 비바람같다 하여도
부처가 되지 않으면 끝내 일어나지 않으리라.

악마는 본원(本願)이 있어 나를 물러가게 하려 하나
나도 맹세코 헛되이 돌아가지 않으리라.
지금 네 복(福)의 자리가 어찌 부처와 같겠는가.
그러니 누가 승리하게 될 것인지를 알게 되리라.

악마왕이 말하였다.

나는 일찍이 몸을 바쳐 즐겁게 보시하였기에
6천(天)을 맡은 마왕(魔王)이 되었으니
비구는 내 전생의 복행(福行)을 알지만
스스로 셀 수 없다는 말을 누가 증명하겠는가?

보살이 말하였다.

옛날 나의 행원(行願)으로 정광불(定光佛)로부터
석가문불(釋迦文佛)이 되리라는 수기를 받았으며
성냄과 두려워함의 생각 다한 까닭에 여기에 앉았으니
뜻으로 반드시 너의 군사를 헤쳐서 무너뜨리리라.

내가 받들고 섬긴 부처님은 많았고
재물과 보배와 옷과 음식은 늘 남에게 보시하였으며
어질고 계를 지켜 덕(德)을 쌓음이 땅보다 두꺼우니
이 때문에 생각을 벗어나고 환난(患難)이 없으니라.

보살은 곧 지혜의 힘으로
손을 펴서 땅을 누르며 ‘이는 나를 알리라’고 말했네.
때마침 땅이 두루 더욱 크게 진동하여
악마와 관속들은 거꾸로 넘어지고 떨어졌다네.

악마왕은 낭패하고 이익이 없음을 한탄하며
어지러워하며 물러나 쭈그리고 땅을 긋고 있자
그 아들이 또 마음을 깨우쳐 그제야 깨어나
곧바로 돌아가서 허물을 뉘우쳤네.

나는 이미 병기(兵器)를 쓰지 않고
인자한 마음을 평등히 행하여 악마 물리쳤으니
세간에서는 병기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나
나는 이미 너와 중생을 평등히 여기노라.

코끼리와 말을 길들일 때 이미 다 길들였다고 하여도
그 뒤에 옛 버릇이 반드시 또 나타나니
가장 잘 길들인 것은 부처님의 성품이니
부처님같이 길들이면 어질지 않음이 없느니라.

백 조[垓]의 천인들은 부처님께서 악마들을 사로잡아
인욕으로 길들여 생각이 없자 원수들 스스로 항복함 보고서
하늘들은 기뻐하여 꽃을 받들고 왔으니
법답지 못한 왕은 파괴되고 법왕(法王)이 이기셨네.

본래 평등한 뜻과 지혜의 힘을 좇고
지혜로 즉시 상서롭지 않음을 능히 물리치며
원수로 하여금 제자가 되게 하니
4등(等)의 도(道)를 증득한 이께 예배해야 하느니라.

얼굴은 보름달과 같고 빛깔은 조용하며
이름은 시방(十方)에 들리고 덕은 산과 같아
부처님의 모습과 자태를 구해 보면 견주기 어렵나니
이 세간을 건넌 신선께 머리 조아려야 한다네.”



석가보 제1권 보유④1)


석승우 지음
송성수 번역


4. 석가강생석종성불연보④『인과경』에서 나온 것임

그때 보살이 인자한 마음의 힘으로 2월 7일 날 밤, 악마를 항복받은 뒤에 큰 광명을 놓고 곧 정(定)에 들어가서 진리[眞諦]를 사유하였다. 모든 법 가운데서 선정(禪定)이 자재하고 과거에 지었던 선악(善惡)과 여기저기에서 태어난 것과 부모와 권속이며 빈부와 귀천과 수명의 길고 짧았던 것과 그리고 이름과 성씨를 모두 알게 되었고 완전히 명료하게 되었다.
곧 중생에 대하여 크게 가엾은 마음을 일으켜 스스로 생각하였다.
‘온갖 중생들은 구제하는 이가 없어 다섯 갈래 세계[五道]에서 바퀴 돌 듯 하면서도 벗어나는 나루[出津]를 모르고 있다. 모든 것이 거짓이어서 진실한 것은 없는데도 그 가운데서 스스로 괴로움과 즐거움을 낸다.’
이런 생각을 하며 한밤중이 다하기에 이르렀다.
『서응본기(瑞應本紀)』에서 말하였다.
“이날 초저녁에 1술사(術闍)를 얻어 스스로 전생 일을 알았는데 수없는 겁으로부터 정신(精神)이 뒤바뀌었던 것과 차츰차츰 몸을 받게 된 것이 헤아릴 수 없었지만 그것을 모두 알게 되었다.
두 번째 밤에 이르렀을 때 2술사를 얻으면서 중생들이 마음속에서 생각하는 것과 선(善)과 악(惡), 재앙과 복락, 죽음과 태어남으로 나아가는 곳을 완전히 알았다.
3야(夜)에 이르렀을 때에는 3술사를 얻으면서 번뇌가 다하고 결(結)이 풀리며 스스로 예로부터 오랫동안 익히고 행했던 네 가지 신족(神足)ㆍ염(念)ㆍ정진정(精進定)ㆍ욕정(欲定)ㆍ의정(意定)ㆍ계정(戒定)을 알게 되었다.
변화의 법과 하려는 일이 뜻대로 되어 다시는 생각을 내지 않아도 몸은 능히 날아다니고 하나의 몸을 나누어 백 개나 천 개로 만들 수 있었으며, 억만 개의 수없는 몸이 되었다가 다시 합하여 하나가 되었다. 또한 땅을 뚫고 들어갈 수 있으며 돌로 된 벽도 모두 통과하여 한쪽에서 나타나고, 구부리면 없어지고 쳐들면 나오는 것이 마치 물결과 같았다.
몸속으로부터 물을 내어 그 물을 밟고 허공을 다니면서도 몸이 빠지거나 떨어지지 않았고 공중에서 앉고 눕는 것이 마치 나는 새가 빙빙 돌며 나는 것 같았으며, 서면 능히 하늘에 닿아서 손으로 해와 달을 만졌고 몸을 솟구쳐서 꼿꼿이 서면 범천(梵天)과 자재천(自在天)에까지 이르렀다.
눈은 사무치게 보았고 귀는 환히 들렸으며 의식[意]은 모든 하늘ㆍ바람ㆍ용ㆍ귀신과 기어다니고 꿈틀거리는 무리에 이르기까지가 몸으로 행하거나 입과 뜻으로 말하거나 마음에서 하고 싶어하는 생각까지도 미리 다 보고 듣고 알았다.
모든 탐욕과 음탕한 마음이 있고 없는 것, 성냄이 있고 없는 것, 어리석음이 있고 없는 것, 욕망과 애정이 있고 없는 것, 큰 뜻을 가진 행(行)이 있고 없는 것, 안팎의 행(行)이 있고 없는 것, 선(善)을 염(念)함이 있고 없는 것, 한결같은 마음이 있고 없는 것, 해탈의 뜻이 있고 없는 경우의 온갖 것을 다 알게 되었다.
보살이 천상ㆍ인간 세상ㆍ지옥ㆍ축생ㆍ귀신의 다섯 갈래 세계와 전생의 부모ㆍ형제ㆍ처자와 안팎의 성씨와 이름을 관(觀)하니, 낱낱이 1세(世)와 10세와 백천억만의 수없는 세상의 일과 하늘과 땅이 1겁(劫) 동안에 황폐하여 텅 비었을 때와 1겁이 시작하여 하늘과 땅이 이루어지고 사람과 물건이 생기게 되기까지를 분별하게 되었다. 그리고 십 겁 백 겁으로부터 천만억의 수많은 겁 동안 안팎의 성자(姓字)와 옷과 음식과 괴로움과 즐거움, 수명의 길고 짧음과, 여기에서 죽어서 저기에 태어나 윤회하였던 곳[展轉所趣]과, 머리로부터 시작하여 여러 가지로 바뀌었던 몸이 나고 자라고 늙고 죽은 것과, 모습의 곱고 추한 것과, 어질고 어리석고 괴롭고 즐거웠던 온갖 삼계(三界)에서의 일을 모두 분별해 알았다.
사람의 혼신(魂神)을 보니 각자의 행(行)에 따라 다섯 갈래 세계 가운데 나면서 혹은 지옥에 떨어지기도 하고, 혹은 축생에 떨어지기도 하며, 혹은 귀신이 되기도 하고, 혹은 천상에 나기도 하며, 혹은 사람의 형상에 들어가서는 권세 있고 귀하며 부유하고 즐거운 집에 나는 이도 있고 하찮고 추하며 가난하고 천한 집에 나게 되는 경우를 알았다.
그리고 중생이 5음(陰)에 미혹하여 스스로 가려진 것을 알았으니, 첫째는 색상(色像)이요, 둘째는 통양(痛痒)이며, 셋째는 사상(思想)이요, 넷째는 행작(行作)이며, 다섯째는 혼식(魂識)으로서 모두 오욕을 익혔기 때문이다. 곧 눈은 물질을 탐하고 귀는 소리를 탐하며 코는 냄새를 탐하고 혀는 맛을 탐하며 몸은 부드럽고 윤택함을 탐하여서 애정과 욕망에 이끌리고 재물과 물질에 미혹되어 안락함을 생각하고 바라게 된다.
여기에서 모든 악(惡)의 근본이 생기고 악에서부터 고통이 따르게 되므로, 애욕의 습관을 능히 끊고 음심(婬心)은 터럭만 한 것도 따르지 말며 8정도[八道]를 행하면 마침내 고통이 소멸하게 되리니, 마치 땔나무가 없으면 또한 불도 꺼지는 것과 같다. 이것이 바로 무위(無爲)이며 세간을 제도하는 방법이다.
보살은 스스로 이미 악의 근본을 버려 음탕함과 성냄과 어리석음이 없었고, 나고 죽음이 이미 없어지고 뿌리와 종자도 다 끊어져서 그루터기에서 나는 싹조차 없었다. 그리하여 해야 할 일이 모두 성취되고 지혜가 이미 명료해졌음을 알았는데, 명성(明星)이 떠오를 때 갑자기 크게 깨치면서 위없이 바르고 참된 도를 얻어 최정각(最正覺)이 되셨으니, 부처님의 열여덟 가지의 법을 얻고 열 가지 신력(神力)과 네 가지 두려움 없음[無所畏]이 있게 되었다.”
그때 보살은 한밤중에 이르러 곧 천안(天眼)을 얻었고 세간을 관찰하여 모든 것을 철저하게 보게 되었는데, 마치 밝은 거울 가운데 자신의 얼굴을 보는 것과 같았다. 모든 중생들을 보니 종류가 셀 수 없는데 여기서 죽어서 저기에 태어났고, 행실의 선악에 따라 괴로움과 즐거움의 과보를 받고 있었다.
지옥에서 고문으로 다스려지는 중생을 보니 혹은 녹인 구리를 입에 붓고 있고, 혹은 구리 기둥을 안고 있으며, 혹은 쇠로 된 평상에 눕고 있고, 혹은 쇠로 된 솥에서 삶아지고 있으며, 혹은 불 위에서 꼬챙이에 꿰어져 구워지고 있고, 혹은 범ㆍ이리ㆍ매ㆍ개에게 먹히고 있으며, 혹은 불을 피하여 나무 아래 의지하니 나뭇잎이 떨어지면서 모두 칼이 되어서 그의 몸을 자르고 끊고 하였으며, 혹은 도끼나 톱으로 팔다리가 썰리기도 하였고, 혹은 펄펄 끓는 재로 된 강물 속에 던져지기도 하였으며, 혹은 이글거리는 똥오줌의 구덩이 안에 던져지기도 하였다. 이와 같은 갖가지 고통을 받으면서도 업보(業報) 때문에 목숨이 끝나거나 죽지 못하였다.
보살은 이미 이러한 일들을 본 뒤에 마음으로 생각하였다.
‘이들 중생은 본래 나쁜 업을 지었으며, 세간의 쾌락을 위한 까닭으로 이제 과보를 얻어 극심한 고통을 당하고 있다. 만일 사람이 이와 같이 나쁜 과보를 보게 된다면 다시는 착하지 않은 생각을 짓지 않으리라.’
그때 보살이 다시 축생을 관찰하니, 갖가지 행(行)에 따라서 여러 가지 추한 형상을 받았다. 혹은 뼈ㆍ살ㆍ힘줄ㆍ뿔ㆍ가죽ㆍ어금니ㆍ털과 깃 때문에 죽음을 당하는 것이 있었고, 혹은 사람을 위하여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굶주림에 시달리는데도 사람이 그것을 몰라주는 것이 있었고, 혹은 그것의 코를 뚫고 혹은 그의 머리를 갈고리로 매어 언제나 몸의 살을 사람에게 바치고 또는 그의 무리들끼리 서로 잡아먹기도 하였으니, 이러한 갖가지 고통을 받고 있었다.
보살은 그것을 보고는 대비심을 내어 이내 스스로 생각하였다.
‘이러한 중생은 언제나 몸과 힘으로 사람에게 바치고 또 매맞고 굶주림의 고통을 당하게 되니, 이는 모두 본래 나쁜 행실을 닦았던 과보이다.’
그때 보살은 다음으로 아귀(餓鬼)를 관찰하였다. 그들은 언제나 캄캄한 어둠 속에 있으면서 일찍이 잠시라도 햇빛이나 달빛을 본 적이 없었고 그 무리들끼리도 서로 보지 못한 것을 보았다.
받은 형상은 길고 크며 배는 마치 큰 산과 같고 목구멍은 바늘만 하며 입 속에는 언제나 큰 불이 활활 타고 있었으며, 늘 배고픔과 목마름 때문에 아주 핍박당하면서도 천억만 년 동안 음식은 소리조차 듣지 못하였다.
설령 하늘에서 비가 내려 그의 위에 뿌려진다 하여도 불구슬로 변하며 때로 강물과 바다를 지나거나 하천이 있는 땅에 닿아서도 물은 곧 이글거리는 구리나 불이 붙은 숯으로 변하고 말았으며, 몸을 움직이고 걸음을 걷는 소리는 마치 사람들이 5백 채의 수레를 끌어당기는 것과 같았고 팔다리나 뼈마디는 모두 불타고 있었다.
보살은 이러한 갖가지의 고통을 받는 것을 보고 크게 가엾은 마음을 일으켜 스스로 생각하였다.
‘이들은 모두 본래 간탐을 부리어 재물을 쌓기만 하고 보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제 이러한 죄보(罪報)를 받고 있다. 만일 사람들이 이들이 받는 이런 고통을 본다면 마땅히 은혜롭게 보시하며 인색하지 않으리라. 설령 재물이 없다고 하여도 역시 살을 베어서 그것이라도 보시해야 한다.’
그때 보살은 다음으로 다시 인간 세상을 관찰하였다. 중음(中陰)에서 비로소 태(胎)로 들어가려는 것을 보았는데, 부모가 화합(和合)할 때에 뒤바뀐 생각으로 애욕의 마음을 일으켜 곧 청정하지 못한 것으로 자기의 몸을 삼게 되고, 이미 태 안에 처한 뒤에는 생장(生藏)과 숙장(熟藏)의 두 장기 사이에서 몸을 쪼이고 구워지는 것은 마치 지옥의 고통과 같았다.
만 10개월이 다 된 뒤에 비로소 태어나며 처음 태어날 때에 바깥의 사람이 안으면서 잡을 때의 거칠고 껄끄러운 고통은 마치 칼에 스치는 것 같다. 이렇게 하여 오래지 않아 다시 늙고 죽는 데로 돌아가고 다시 젖먹이가 되어 다섯 갈래 세계에 바퀴 돌 듯하는 것을 자신은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보살은 이런 사실을 보고 나서 크게 가엾은 마음을 일으키며 스스로 생각하였다.
‘중생에게는 모두 이러한 근심이 있거늘, 어찌 그 가운데서 오욕에 탐착하여 멋대로 쾌락이라고 헤아리면서 뒤바뀐 근본을 끊지 못할까?’
그때 보살은 다음으로 모든 하늘들을 관찰하였다. 그들 천자를 보니 그 몸이 청정하며 먼지나 때가 묻지 않은 것이 마치 유리(琉璃)와 같았고 큰 빛을 냈으며 눈은 깜짝거리지 않았다.
혹은 수미산(須彌山) 꼭대기에 살고 있는 이도 있었고, 혹은 수미산의 네 개의 고개에 살고 있는 이도 있었으며, 혹은 허공 가운데에 살고 있는 이도 있었다. 마음은 언제나 기쁘고 쾌적하지 않은 일이 없었고, 하늘의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하여 스스로 재미있게 즐기면서 밤낮을 알지 못했다.
사방의 모든 풍경은 절묘하지 않음이 없어서 동쪽을 바라보며 탐착하다가 한 해가 흘러가도록 고개를 돌리는 것도 잊었고, 서쪽을 바라보며 빠져들어 여러 해가 지나가도 고개를 돌리지 않았고 남쪽과 북쪽도 그와 같이 하였다. 음식과 의복은 생각하는 대로 곧 이르렀으며, 비록 이렇게 뜻에 맞는 일만 있었으나 오히려 욕심의 불길에 삶아지고 태워졌다.
또한 그 하늘이 복이 다할 때에는 다섯 가지 죽음의 조짐이 나타나는 것을 보았다. 셋째는 머리 위의 꽃이 시들고, 둘째는 눈이 깜박거려지며, 셋째는 몸 위의 광명이 소멸하고, 넷째는 겨드랑이 밑에서 땀이 나오며, 다섯째는 저절로 본래 있던 자리를 떠났다.
그 모든 권속들이 천자의 몸에 다섯 가지 죽음의 조짐이 나타나는 것을 보면 마음으로 사랑하고 그리워하게 되는데 천자도 스스로 자기의 몸에 다섯 가지 죽음의 조짐이 있는 것을 보며, 또한 권속이 자기를 사랑하여 그리워하는 것을 보고는 크게 괴로워하고 번뇌하였다.
보살은 그 모든 천자들에게 이러한 일이 있는 것을 보고 크게 가엾은 마음을 일으켜 스스로 생각하였다.
‘이 모든 천자들은 본래 적은 선(善)을 닦아서 하늘의 쾌락을 받게 되었지만 과보가 다하게 되니 크게 괴로워하고 번뇌하는구나. 그리고 목숨을 마치게 되면 그 하늘의 몸을 버리고 혹은 세 가지 악도에 떨어지는 이도 있다. 처음에 선을 행하면서 쾌락의 과보를 구했기 때문에 이제 얻게 되는 쾌락은 적고 고통은 많은 것이 마치 배고픈 사람이 독이 섞인 밥을 먹으면 처음에는 비록 맛이 있지만 마지막에는 큰 근심을 당하는 것과 같다. 어떻게 지혜로운 이가 이러한 것을 탐하고 좋아하겠는가?’
색계(色界)와 무색계(無色界)의 모든 하늘들은 수명이 긴 것을 보고 곧 언제까지나 즐거울 것이라고 여기지만, 이미 변화하고 무너지는 것을 보면 크게 괴로워하고 번뇌하면서 곧 삿된 생각을 일으켜 인과(因果)가 없다고 여겼다. 이렇기 때문에 3도(塗)에 바퀴 돌 듯하면서 모든 고통을 갖추어 받게 되었다.
보살은 천안의 힘으로 다섯 갈래 세계를 관찰하고 큰 자비의 마음을 일으켜 스스로 생각하였다.
‘삼계(三界) 가운데는 한 가지의 쾌락도 없는 것이구나.’
이와 같이 사유(思惟)하면서 한밤중이 다하게 되었다.
그때 보살은 세 번째 밤에 이르러 중생의 성품은 무슨 인연 때문에 늙고 죽음이 있는지를 관찰하였다. 늙고 죽음은 바로 생(生)을 근본으로 삼았기 때문에 만일 생을 여의면 곧 늙고 죽음이 없으며, 또한 하늘로부터 생긴 것도 아니고 자신으로부터도 생긴 것도 아니며 연(緣)이 없이 생긴 것도 아니고, 인연으로부터 생긴 것이며 욕유(欲有)ㆍ색유(色有)ㆍ무색유(無色有)의 업으로 인하여 생겼음을 알았다.
또 3유(有)의 업은 무엇으로부터 생겼는지를 관찰하여 곧 3유의 업은 4취(取)로부터 생겼음을 알았다. 또다시 4취는 무엇으로부터 생겼는지를 관찰하여 곧 4취는 애욕으로부터 생겼음을 알았으며, 또한 애욕은 무엇으로부터 생겼는지를 관찰하여 곧 애욕은 감각의 느낌으로부터 생겼음을 알았다.
또다시 감각의 느낌은 무엇으로부터 생겼는지를 관찰하여 곧 촉(觸)으로부터 생겼음을 알았고, 또다시 촉은 무엇으로부터 생겼는지를 관찰하여 곧 6입(入)으로부터 생겼음을 알았으며, 또한 6입은 무엇으로부터 생겼는지를 관찰하여 곧 6입은 명(名)과 색(色)으로부터 생겼음을 알았다.
또한 명과 색은 무엇으로부터 생겼는가를 관찰하여 곧 명과 색이 식(識)으로부터 생겼음을 알았고, 또다시 식은 무엇으로부터 생겼는지를 관찰하여 곧 식은 행(行)으로부터 생겼음을 알았으며, 또다시 행은 무엇으로부터 생겼는지를 관찰하여 곧 행은 무명(無明)으로부터 생겼음을 알았다.
만일 무명이 소멸하면 곧 행이 소멸하고, 행이 소멸하면 곧 식이 소멸하며, 식이 소멸하면 곧 명색이 소멸하고, 명색이 소멸하면 곧 6입이 소멸하며, 6입이 소멸하면 곧 촉이 소멸하고, 촉이 소멸하면 곧 수가 소멸하며, 수가 소멸하면 곧 애가 소멸하고, 애가 소멸하면 곧 취가 소멸하며, 취가 소멸하면 곧 유가 소멸하고, 유가 소멸하면 곧 생이 소멸하며, 생이 소멸하면 곧 노(老)ㆍ사(死)ㆍ우(憂)ㆍ비(悲)ㆍ고(苦)ㆍ뇌(惱)가 소멸함도 알았다.
이와 같이 역(逆)과 순(順)으로 12인연(因緣)을 관찰하여 세 번째 밤에 이르러서야 무명을 깨뜨렸다. 그리고는 동이 틀 무렵 지혜의 광명을 얻어 습기의 장애를 끊고 일체종지(一切種智)를 이루었다.
그때 여래께서는 마음으로 생각하셨다.
‘여덟 가지 바르고 성스러운 길은 바로 삼세(三世)의 모든 부처님께서 실제로 행하시어 완전한 열반에 나아가셨던 길이다. 나도 이미 실천하여 지혜가 통달하게 되어 거리끼는 것이 없다.’
그때 대지(大地)는 열여덟 가지 모양으로 진동하였고 떠도는 안개와 날아다니는 먼지도 모두 다 잠잠하여 깨끗해졌으며, 하늘의 북은 저절로 묘한 소리를 내었고 향기로운 바람은 천천히 일어나 부드럽고 시원하였으며, 여러 빛깔의 상서로운 구름은 감로(甘露)의 비를 내렸고 동산 숲의 꽃과 열매는 흐드러져서 때를 기다렸다.
또 만다라(曼陀羅)꽃ㆍ마하만다라(摩訶曼陀羅)꽃ㆍ만수사(曼殊沙)꽃ㆍ마하만수사(摩訶曼殊沙)꽃ㆍ금꽃ㆍ은꽃ㆍ유리꽃 등과 칠보의 연꽃을 비 내리면서 보리수(菩提樹)를 둘러싼 것이 36유사나(踰闍那)에 가득하였다.
이때 모든 하늘들은 하늘의 악기를 울리면서 꽃을 뿌리고 향을 사르며 노래를 부르면서 찬탄하였고, 하늘의 보배로운 일산ㆍ당기ㆍ번기를 가지고 허공을 가득 채워 막아서서는 여래께 공양했으며 용신팔부(龍神八部)들이 베푸는 공양도 역시 그와 같았다.
그때 온갖 중생들은 모두 인자하고 사랑하게 되었고 성내거나 해치려는 생각이 없어졌고 기뻐 뛰면서 성인의 자취를 보는 듯이 두려운 마음이 없었으며 부드러우면서 교만한 뜻을 여의고 또한 간탐과 질투와 아첨과 속임수의 마음이 없어졌다.
다섯의 정거천은 이미 희근(喜根)과 낙근(樂根)을 여의었지만 모두 기뻐하면서 스스로 어쩔 줄을 몰랐고, 지옥의 고통도 잠시 동안 쉬게 되어 크게 기뻐하였으며, 온갖 축생들로서 서로 잡아먹는 것들도 또한 나쁜 마음이 없어졌고, 아귀는 배가 부르고 배고픔과 목마른 생각이 없어졌다.
세계 안의 깊숙하고 어두운 곳으로 해와 달의 위엄스런 빛이 비추지 못하는 곳에도 모두 크게 밝아졌으므로 그 안의 중생들은 모두 다 서로를 보게 되어 저마다 말하였다.
“이 안에 어떻게 갑자기 중생이 있게 된 것인가? 크게 성스러운 법왕(法王)께서 세간에 나오시어 큰 법의 광명으로 법이 아닌 어둠을 깨뜨리셨기 때문에 온갖 것을 다 밝고 환하게 하셨구나.”
감자(甘蔗)의 선왕(先王)으로서 나라를 버리면 도(道)를 배워 다섯 가지 신통을 얻은 신선과 또 열 가지 선(善)을 행하여 천상에 나게 된 이들도 모두 신통으로 허공을 타고 보리수에 이르러, 허공에서 기뻐하며 합장하고 찬탄하며 말하였다.
“우리의 감자 종족 가운데서 모든 번뇌를 능히 끊고 일체지(一切智)를 이루어 세간의 눈이 되셨으니, 아주 기특한 일입니다.”
온갖 사람과 하늘들은 기뻐하지 않는 이가 없었고 뛰노는 이들도 셀 수 없거니와 오직 악마왕의 마음에만 근심과 걱정이 있을 뿐이었다.
그때 여래께서는 7일 동안 한결같은 마음으로 사유(思惟)하여 수왕(樹王)을 관찰하고 스스로 생각하였다.
‘나는 이곳에 있으면서 온갖 번뇌를 다하였고 할 일을 다 마쳤으며 본원(本願)이 성취되어 원만해졌다. 내가 얻은 법은 매우 깊어서 이해하기 어렵나니 오직 부처님과 부처님만이 곧 알 수 있을 뿐이다. 모든 중생들은 오탁(五濁)의 세상에서 탐욕ㆍ성냄ㆍ어리석음ㆍ사견(邪見)ㆍ교만(憍慢)ㆍ아첨[諂曲]에 가려져 있으며, 박복하고 근기가 무디며 지혜가 없거늘 어떻게 내가 얻은 법을 이해할 수 있겠느냐?’
지금 내가 법륜(法輪)을 굴리게 되면 그들은 반드시 미혹하게 되어 믿고 받아들이지 못하여 비방하게 되고 장차 악도(惡道)에 떨어져 모든 고통을 받게 되리라. 나는 차라리 잠자코 열반에 들어야겠다.
그때 여래께서는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성도(聖道)는 매우 오르기 어렵고
지혜의 과보도 얻기 어렵나니
나는 이 어려운 것 가운데서
모든 것을 이미 능히 이룩하였다.

내가 얻은 지혜는
미묘하면서 가장 뛰어난데
중생은 모든 근기가 무디고
쾌락에 집착하며 어리석음으로 눈멀어

나고 죽는 흐름을 따르면서
그 근원으로 돌아가지 못하나니
이와 같은 무리들을
어떻게 하면 제도할 수 있을까?

여래께서 이런 생각을 하자, 대범천왕(大梵天王)은 여래께서 이 성과(聖果)를 이루셨으면서 잠자코 계시고 법륜을 굴리지 않는 것을 보고, 마음으로 근심하고 괴로워하면서 곧 스스로 생각하였다.
‘세존께서는 옛날부터 셀 수 없는 억 겁 동안 중생들을 위하여 생사에 계시면서 나라ㆍ성ㆍ처자ㆍ머리ㆍ눈ㆍ골수ㆍ뇌를 버리시고 여러 가지 고통을 갖추어 받으시다가 비로소 이제야 소원이 만족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셨는데, 어찌하여 잠자코 계시며 설법하지 않으실까? 중생들은 오랜 세월 동안 생사에 빠져 있다. 나는 이제 마땅히 가서 법륜을 굴리시기를 청해야겠다.’
이런 생각을 한 뒤 곧 하늘의 궁전을 출발하여 마치 장사(壯士)가 팔을 구부렸다 펴는 사이만큼 빠른 시간에 여래께로 와서 머리 조아려 발에 예배하고 백천 번을 돌고는 물러나 한쪽에 서서 길게 무릎 꿇고 합장하여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께서는 옛날 중생들을 위하여 오랫동안 생사에 머무르시면서 몸과 머리와 눈을 버리고 그것으로 보시하셨고, 모든 고통을 갖추어 받으면서 덕(德)의 근본을 널리 닦으시다가 이제야 비로소 위없는 도를 이루셨는데 어찌하여 잠자코 계신 채 설법하지 않으십니까?
중생들은 오랜 세월을 생사에 빠져 있고 무명의 어둠에 떨어져 있었으므로 거기에서 벗어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그리고 중생들은 과거 세상에서 좋은 스승을 가까이하며 모든 덕의 근본을 심었으므로 법을 듣고 성스러운 길을 받아들일 만합니다. 제발 세존께서는 이런 이들을 위하여 크게 가엾게 여기는 힘으로 미묘한 법륜을 굴리십시오.”
석제환인(釋提桓因) 및 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도 그렇게 여래께 권하고 청하였다.
“모든 중생들을 위하여 큰 법륜을 굴리십시오.”
그때 세존께서는 대범천왕과 석제환인 등에게 대답하셨다.
“나는 역시 온갖 중생들을 위하여 법륜을 굴리고 싶지만 다만 얻은 법이 미묘하고 매우 깊어서 이해하여 알기 어려운지라 모든 중생들이 믿어 받들지 못하고 비방의 마음을 낸다면 지옥에 떨어지게 되리라. 나는 이제 이 때문에 잠자코 있을 뿐이니라.”
범천왕 등은 이어서 세 번이나 간청하였다.
그때 여래께서는 만 7일이 되어서야 잠자코 그것을 받아들이셨다. 범천왕 등은 부처님께서 청을 받아들이신 것을 알고 머리 조아려 발에 예배하고 저마다 살고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현우경(賢愚經)』에서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마갈국(摩竭國) 선승도량(善勝道場)에 계실 때 처음 부처님이 되시어 모든 중생들이 미혹한 그물에 잘못 넘어져 있으므로 교화하기 어려울 것이라 여기고 생각하셨다.
‘내가 세간에 머무른다 해도 일에 이익이 없을 것이다. 무여열반(無餘涅槃)으로 나아가는 편이 낫겠다.’
그때 범천(梵天)은 부처님의 생각을 알아차리고 곧 하늘에서 내려와 부처님께 나아가 머리 조아려 발에 예배하고 길게 무릎 꿇고 합장한 채 세존께 법륜을 굴리시기를 권하고 청하자, 부처님께서는 범천에게 대답하셨다.
‘중생의 무리는 번뇌의 티끌 때에 가려져 세간의 쾌락을 즐기며 집착하여 지혜의 마음이 없으므로 설령 내가 세간에 머무른다 하여도 그 공(功)이 헛되게 수고로울 뿐이니, 나의 생각대로 오직 멸도(滅度)하는 것이 좋겠구나.’
그때 범천은 다시 괴로워하면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어, 오늘 이미 법의 바다가 가득 찼고 법의 깃발이 세워졌습니다. 은혜롭게 제도하시고 깨우쳐 인도하시려면 지금이 바로 그때이옵니다. 또 모든 중생들 가운데 제도해야 할 이가 매우 많거늘 어찌하여 세존께서는 열반에 드시어 이 중생들로 하여금 영원히 보호를 잃게 하려고 하십니까?
세존께서는 옛날 무수겁(無數劫) 때부터 언제나 중생을 위하여 법락(法樂)을 모으셨고 심지어는 하나의 게송을 몸과 아내와 아들을 바쳐 모으고 구하셨거늘 어찌하여 그런 일을 기억하지 않으시고 곧 외롭게 버리시려고 합니까?
과거로 아득히 먼 오래전에 염부제에서 수루바(修樓婆)라는 큰 나라의 왕이 되시어 이 세계의 8만 4천의 모든 작은 국읍(國邑)과 6만의 산천(山川)과 80억의 마을을 거느리셨습니다. 왕에게는 2만 명의 부인과 1만 명의 대신이 있었으며, 그때 묘색왕(妙色王)은 덕력(德力)이 견줄 데 없었고 백성과 만물을 보호하며 길러내어 풍요롭고 즐겁기가 끝이 없었습니다.
왕은 마음으로 생각하였습니다.
≺지금의 나는 오직 재물로써 일체를 돕고 공급할 뿐이요, 도의 가르침을 베풀어 그들을 편안히 세우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바로 나의 허물이다. 어찌 이렇게 괴로운가? 이제는 견고하고 진실한 법의 재물을 추구하여 널리 먹을 수 있게 하리라.≻
그리고는 즉시 염부제에 널리 영을 내렸습니다.
≺누구든지 내게 법을 설해 주는 이가 있으면 그가 얻고 싶어하는 대로 하게 하며 감히 어기거나 반대하지 않으리라.≻
두루 모집하였으나 응(應)하는 이가 없었으므로 왕은 몹시 가슴 아파하면서 간절히 생각하고 계셨습니다.
비사문왕(毘沙門王)은 그분의 모습을 보고 가서 그를 시험하려고 자기 몸을 변화로 야차(夜叉)로 바꾸어 모습은 검푸르고 눈의 붉기가 피와 같으며 개의 어금니가 위로 튀어나오고 머리카락은 모두 서 있고 입에서 불을 뿜으면서 궁전문을 나와 스스로 선언하였다.
≺누구든지 나의 법을 듣고 싶어한다면 나는 그를 위하여 연설하리라.≻
왕은 이 말을 듣고 기뻐하며 스스로 어쩔 줄 모르면서 몸소 나가 맞이하여 나아가 예배하고 높은 자리를 베풀고 앉기를 청하고서 곧 뭇 관료들을 모아 앞뒤로 에워싸 들을 수 있게 하셨습니다.
그때 야차가 다시 왕에게 아뢰었습니다.
≺법을 배우는 일은 어려운 것인데 어떻게 보답도 없이 얻어 들으려 하는가?≻
왕이 합장하고 아뢰었습니다.
≺온갖 구하는 것을 감히 거스르지 않겠습니다.≻
야차는 대답하였습니다.
≺만일 대왕께서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을 나에게 주어 먹게 한다면 그때는 법을 줄 수 있습니다.≻
그때 대왕은 사랑하는 부인과 아들 중에서 제일 뛰어난 이들을 야차에게 바쳤고, 야차는 얻은 뒤에 대중의 모임 가운데서 높은 자리 위로 가져가서 먹었습니다.
그때 모든 왕과 백관과 신하들은 왕의 이러한 모습을 보고 슬피 울면서 한탄하고 땅에 뒹구는 이도 있었고 대왕께 권하고 청하여 이 일을 그만두라고 하였지만, 왕은 법을 위하는 마음이 견고하여 바꾸지 않으셨습니다.
그때 야차 귀신은 아내와 아들을 다 먹고 한 게송을 말하였습니다.

일체의 행(行)은 영원하지 못하여
태어남에는 모두 괴로움이 있다.
5음(陰)은 공(空)하여 모양이 없으며
아(我)와 아소(我所)도 없느니라.

이런 게송을 말하자 왕은 크게 기뻐하며 마음으로 뉘우치거나 한탄하는 일이 터럭만큼도 없으면서 곧 모두 베끼고 사신을 보내어 널리 반포[頒示]하게 하였으며, 염부제 안에서 모두 함께 외우며 익히게 하였습니다.
세존께서 옛날에 중생들을 위하여 몸이나 목숨을 돌보지 않으심이 이와 같았는데, 이제 법의 바다가 이미 가득 찼고 법의 깃발을 이미 세우셨으며 법의 북이 이미 이루어졌고 법의 횃불을 이미 비추어 은혜로운 이익을 이루셨기에 이제야 바로 때가 되었거늘, 어찌하여 온갖 중생을 버리고 열반에 드시려고만 하시고 설법하지 않으십니까?’
그때 범왕은 여래 앞에서 합장하고 찬탄하며 여래께서 전생에 몸으로 법을 구하여 중생을 위했던 일이 대개 천 개의 머리를 보시할 정도였음을 말하였다.
그때 세존께서는 범왕의 청을 수락하고 곧 바라내국(波羅奈國) 녹야원(鹿野苑) 안으로 나아가 법륜을 굴리셨으니, 이로 인하여 삼보(三寶)가 비로소 세간에 나타나게 되었다.
그때 모든 하늘ㆍ사람들과 모든 용신팔부의 대중들은 이런 말씀을 듣고 기뻐하지 않음이 없었다.”
『보요경(普曜經)』에서 말하였다.
“여래께서는 구족하게 정각(正覺)을 이루신 뒤에 석실(石室)로 옮겨 앉아서 스스로 본래의 원(願)을 생각하셨다.
≺중생을 제도하려고 생사(生死)를 사유하였다. 세간의 도술(道術)에는 96종이 있어서 저마다 섬기는 것을 믿고 있지만 그 누가 그것이 미혹된 것임을 알겠느냐? 천지는 영원하지 못하여 모든 것이 큰 고통이거늘 누가 이것을 믿겠는가?≻
마음에 가만히 있으면서 설법하지 않으시고 곧 정의(定意)에 들고자 하셨다.
이때 하늘 제석은 부처님께서 법을 설하시려 하지 않음을 알고 삼계를 불쌍히 여기어 곧 반차(般遮)를 데리고 석실로 내려와 거문고를 뜯으며 부처님의 본래의 원을 노래하면서 죽지 않는 법을 설해 주시기를 청하였다.
부처님께서는 세간의 마음을 따라 생각하셨다.
≺이 법은 매우 깊어서 마음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말로 드러낼 수도 없다.≻
그리고는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깊고 오묘하며 조용하고 담박하여
밝게 빛나 때가 없나니
나는 바로 이
감로(甘露)의 무위(無爲)를 이루었느니라.

내가 이제 그것을 연설한다 하여도
뭇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할 것이므로
나는 지금처럼
잠자코 있는 편이 낫겠다.

말[言辭]을 덜어 버리고
생각도 없어서 얻음도 없나니
이와 같이 자연(自然)스러운 것이
마치 허공과 같느니라.

그때 식가범왕(識伽梵王)은 6만 8천의 범천과 함께 부처님께 와서 아뢰었다.
‘천지는 돕는 이가 없어서 이제 허물어지려고 합니다. 부처님께서 법을 설하지 않으시면 온갖 고통에 빠져서 삼계에서 허우적댈 것입니다. 제발 법륜을 굴리시어 중생을 제발 모두 구제해 주십시오.’
부처님께서는 잠자코 그것을 허락하셨다.
그때 법명(法明)이라는 수신(樹神)이 있었다. 또는 법락(法樂)ㆍ법의(法意)라고도 하고 지법(持法)이라고도 불렀다. 그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께서는 어느 곳에서 법륜을 굴리시겠습니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바라내(波羅奈)의 선인이 머무르던 곳인 녹야원(鹿野苑)에서 굴리리라. 백성들은 비록 적다 하더라도 나는 전생에 그 안에 법사(法祠)를 건립하여 6만억 년 동안 6만억의 모든 부처님을 공양하였으며, 모든 선인들도 그 안에 노닐며 살았느니라.’
부처님께서는 도안(道眼)으로 널리 세간을 관찰하며 생각하였다.
≺이제 누구를 위하여 제일 먼저 법을 설할까? 어떤 사람이 교화하기 쉬우며, 음탕함ㆍ성냄ㆍ어리석음이 적은가?≻
울담람불(鬱曇藍弗)이 3구(垢)가 적고 얇았으나 죽은 지 벌써 7일이 지났고, 둘째가는 학선(學仙)도 오늘 목숨을 마쳤다.
부처님께서는 다시 생각하셨다.
≺옛날 부왕(父王)께서 다섯 사람을 보내셔서 함께 나를 곁에서 지키고 갖은 고생을 다 겪었으니, 나는 이제 그들에게 먼저 설해야겠다.≻
그때 세존은 나무 아래에서 일어나 즉시 높은 소리로 삼천대천세계에 알리어 모두 알게 하시고 바라내에 이르러 다섯 사람에게로 나아갔다.
이에 다섯 사람은 멀리서 부처님께서 오신 것을 보고 서로 서로 말하였다.
‘사문 구담은 미혹되고 어지러워 정(定)을 잃고 뜻한 일도 얻지 못하였다. 가령 온다 하여도 부디 일어나지 말고 또한 맞이하지도 말자.’
그러나 다섯 사람은 멀리 부처님께서 오시는 것을 보고는 앉은 자리가 견딜 수 없이 편안하지 못하여 곧 일어나 귀의하고 공경하였다.
그때 지신(地神)이 소리를 내어 알리고 곧 부처님을 위하여 자리를 설치하였으며 부처님께서는 12인연을 널리 설하셨다.구린(拘隣)이라 함은 본제(本際)를 안다는 말이다.
부처님ㆍ법ㆍ성인 대중이 곧 삼보(三寶)를 이루어 그 이름이 천하에 드날렸고 그 소리는 범천(梵天)에까지 사무쳤으며, 구린(拘隣) 등 다섯 사람과 60억의 하늘과 80억 색계(色界)의 하늘이며 8만의 세간 사람들은 법안(法眼)이 청정하게 되었다.”
세존께서는 범천왕 등의 청을 수락하신 뒤 또 7일 동안 불안(佛眼)으로 모든 중생들의 상ㆍ중ㆍ하의 근기와 모든 번뇌의 하ㆍ중ㆍ상의 것을 관(觀)하셨으며, 만 14일이 되었을 때 다시 생각하셨다.
‘나는 감로(甘露)의 법문을 열어야겠다. 누구에게 먼저 들려줄까? 아라라 선인(阿羅邏仙人)이 총명하고 지혜로워 깨치기 쉬울 것이며, 또 이전에 도(道)를 이루면 나를 제도해 주라고 원을 세웠는데…….’
이런 생각을 하실 때 공중에서 말이 있었다.
“아라라 선인은 어젯밤에 목숨을 마쳤습니다.”
그때 세존께서는 곧 공중의 소리에 대답하셨다.
“나도 그가 어젯밤 목숨을 마친 것을 알고 있었느니라.”
또 스스로 생각하셨다.
‘가란 선인(迦蘭仙人)은 근기가 영리하고 똑똑하였다. 역시 먼저 들어야 했는데…….’
공중에서 또 말하였다.
“가란 선인도 어젯밤에 목숨을 마쳤습니다.”
그때 세존께서는 곧 대답하셨다.
“나도 그가 어젯밤에 목숨을 마친 사실을 알고 있느니라.”
세존께서는 또 스스로 생각하셨다.
‘저 왕사(王師)와 대신(大臣)이 보냈던 교진여(憍陣如) 등의 다섯 사람은 나를 돌보아 준 이들로서 모두 다 총명하다. 또 과거세상에 나에게 먼저 법을 듣겠다고 원을 세웠으니, 나는 이제 마땅히 이 다섯 사람을 위하여 법문(法門)을 열어야겠다.’
또 스스로 생각하셨다.
‘옛날 부처님께서 법륜을 굴리신 곳은 모두 바라내국의 녹야원 안에 선인이 머무른 곳이었다. 또한 이 다섯 사람이 머물러 있는 곳도 그곳이므로 나는 이제 마땅히 그들이 머물러 있는 곳으로 가서 큰 법륜을 굴려야겠다.’
이런 생각을 하시고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바라내국으로 나아가셨다.
그때 5백 명의 상인이 있었는데 두 사람이 우두머리로서 한 명은 발타라사나(跋陀羅斯那)라 하였고, 한 명은 발타라리(跋陀羅梨)라 하였다.
그들이 넓은 들판을 지나가고 있을 때 어떤 천신(天神)이 말하였다.
“여래(如來)ㆍ응공[應]ㆍ정변지(正遍知)ㆍ명행족(明行足)ㆍ선서(善逝)ㆍ세간해(世間解)ㆍ무상사(無上士)ㆍ조어장부(調御丈夫)ㆍ천인사(天人師)ㆍ불세존(佛世尊)께서 세간에 출현하셨으니, 가장 으뜸가는 복전(福田)이시다. 그대들은 이제 마땅히 맨 먼저 공양을 베풀어야 한다.”
그 상인들은 천신의 말을 듣고 곧 대답하였다.
“좋습니다. 알려 주신 대로 하겠습니다.”
또한 천신에게 물었다.
“세존께서는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
천신은 또 대답하였다.
“세존께서는 얼마 안 있어 여기에 오신다.”
이때 여래는 끝없는 모든 하늘들에게 앞뒤에서 인도하고 따르면서 다위사발리촌(多謂娑跋利村)에 이르셨다.
그 상인들은 이미 여래의 위엄 있는 상호가 장엄한 것을 보고, 또한 모든 하늘들이 앞뒤에서 에워싼 것을 보고는 더욱 기뻐하면서 곧 꿀과 보릿가루를 부처님께 바쳤다.
그때 세존께서는 마음속으로 스스로 생각하셨다.
‘과거의 모든 부처님께서는 발다라(鉢多羅:鉢盂)를 이용하여 음식을 담으셨다.’
그러자 사천왕(四天王)은 부처님께서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계시는 것을 알고 저마다 한 개씩의 발우를 갖고 부처님께 와서 바쳤다.
이에 세존은 스스로 생각하셨다.
‘내가 이제 만일 한 왕의 발우만을 받으면 다른 왕은 반드시 원망하는 마음을 내리라.’
곧 사왕(四王)의 발우를 다 받아 포개어 손바닥 위에 놓고 눌러서 하나가 되게 하시어 네 겹의 모양이 나타나게 하셨다.
그때 세존께서는 곧 주문으로 원(願)을 말씀하셨다.
“지금 보시한 것은 먹는 이에게 충만한 기력을 얻게 하기 위함이다. 마땅히 보시한 이는 색(色)을 얻고 힘[力]을 얻으며 부유함을 얻고 기쁨을 얻어 편안하고 유쾌하고 병이 없으며 마지막까지 수명을 보존하고 모든 착한 귀신들이 항시 따르며 지켜줄 것이며 도지(道地)를 열어 보여 이익을 얻되 고르게 이루어 길하고 불리함이 없으며 해와 달 5성(星)과 28수(宿)ㆍ천신(天神)ㆍ귀왕(鬼王) 등이 언제나 따르며 돕고 지켜 사대천왕(四大天王)은 선인(善人)이라고 특별히 칭찬할 것이다.
밥의 보시는 3독(毒)의 뿌리를 끊고 장차 오는 세상에서 세 가지 견고한 법의 과보를 얻어 총명하고 지혜로워 부처님 법을 돈독하게 믿으며, 태어날 때마다 바른 소견으로 어둡지 않을 것이다. 또한 현재 세상에서는 부모ㆍ처자와 친척ㆍ권속 등이 모두 다 번성하며 모든 재앙과 길상(吉祥)하지 않은 일이 없으며, 문족(門族) 가운데서 만일 목숨을 마치고 악도에 떨어진 이가 있으면 지금 보시한 복으로 다시 인간 세상과 천상에 태어날 것이며 삿된 견해를 일으키지 않고 공덕을 증진시켜 언제나 모든 부처님ㆍ여래를 가까이 받들어 묘한 설법을 얻어 들어, 진리를 보고 깨달음을 얻어서 소원을 완전히 갖출지어다.”
세존께서는 원(願)을 외우기를 마친 뒤에 곧 밥을 받아 드시고 손을 씻고 양치질하시고 발우를 씻으시고 곧 상인들에게 3귀(歸)를 주셨으니, 첫째는 부처님께 귀의하고 둘째는 법에 귀의하며 셋째는 당래(當來:미래)의 승가에게 귀의하게 하셨다. 3귀를 주시고는 그들과 작별하셨다.
『서응본기(瑞應本紀)』에서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정의(定意)에 7일 동안 머물면서 움직이지 않고 흔들리지도 않았으므로, 수신(樹神)은 생각하였다.
‘부처님께서는 새로 도(道)의 유쾌함을 얻으셨구나. 앉으신 지 7일이 되었어도 아직 음식을 바친 이가 없으니, 나는 사람을 구하여 부처님께 음식을 바치게 해야겠다.’
그때 5백 명의 상인들이 산의 한 쪽을 따라 지나가고 있었는데 수레와 소들이 모두 넘어뜨리고 걸리게 하여 나아가지 못하게 하였다.
그 중 두 대인이 있었는데 한 사람의 이름은 제위(提謂)였고 한 사람의 이름은 파리(波利)라 하였다. 이들은 두려워하며 돌아와 여러 사람들과 함께 수신에게 나아가서 복을 청하였으므로 수신은 빛나는 형상을 나타내어 말하였다.
‘지금 세간에는 부처님께서 계신다. 이 우류국(優留國) 국경의 니련선(尼連禪)의 물가에 계시는데, 아직 밥을 드린 이가 없으니 다행히 그대들이 먼저 착한 뜻을 가진다면 반드시 큰 복을 얻으리라.’
상인들은 부처님이라는 이름을 듣고 모두 기뻐하면서 말하였다.
‘부처님께서는 틀림없이 홀로 크시고 높으신 분이다. 천신들이 공경하는 평범한 분이 아니다.’
곧 보릿가루에 꿀을 섞은 뒤 다 함께 나무 아래에 나아가 머리 조아리고 부처님께 올렸다. 부처님께서는 생각하셨다.
‘옛날의 모든 부처님께서 가엾은 마음으로 남의 보시를 받으실 때의 법에는, 모두 발우에 받으셨다. 마땅히 다른 도(道)의 사람들처럼 손으로 밥을 받지 않아야 한다.’
사천왕이 곧 멀리서 부처님께서 당장 발우를 쓰셔야 함을 알고 마치 사람이 팔을 구부렸다 펴는 정도의 잠깐 사이에 함께 알나산(頞那山) 위에 이르러, 뜻한 대로 바위 안에서 저절로 네 개의 발우가 나왔다. 향기롭고 깨끗하여 더럽지 않았으며 사천왕이 각기 한 개씩의 발우를 가지고 돌아와 함께 부처님께 올리며 말하였다.
‘제발 상인들을 가엾이 여기시어 큰 복을 얻게 하십시오. 이제 쇠발우가 있으니, 뒤의 제자들은 마땅히 이것으로 드시게 해야 하리이다.’
부처님께서는 생각하셨다.
‘한 개의 발우만을 받으면 다른 왕의 마음이 유쾌하지 않으리라.’
곧 네 개의 발우를 받아 포개어 왼손 가운데 놓고 오른손으로 그것을 눌러 하나의 발우로 만들면서 네 겹이 나타나게 하셨다.”
곧 앞으로 나가셨는데 위의가 자상하셨고 걸음걸이는 마치 거위왕과 같으셨다. 길에서 외도인 우바가(優波伽)를 만났는데 이미 여래의 상호가 장엄하고 모든 감관이 고요히 안정되어 있음을 보고, 기특함을 찬탄하며 곧 게송을 말하였다.

세간의 모든 중생들은
3독(毒)에 속박되어
모든 감관이 조급하며
바깥 경계에 휩쓸려 방탕합니다.

그런데 이제 어진 이를 보니
모든 감관이 지극히 고요하고
반드시 해탈의 자리에 이르셨음에
결정코 의심이 없습니다.
어진 이께서 배우고 계신 스승의
성과 이름은 무엇입니까?

그때 세존께서는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나는 이제 이미 온갖 중생의 기준[表]을 초월하였고
미묘하고 깊고 먼 법을
나는 이제 이미 구족하였느니라.

3독과 오욕의 경계를
영원히 끊고 남은 습기마저 없는 것이
마치 연꽃이 물에 피어
흐린 물과 진창에 물들지 않은 것과 같느니라.

스스로 여덟 가지 바른 길을 깨우쳐
스승도 없고 벗도 없으며
맑고 깨끗한 지혜로써
큰 힘을 지닌 악마를 항복시켰느니라.

이제 바른 깨달음을 이루게 된지라
천상과 인간의 스승이 될 만하며
몸과 입과 뜻이 만족하니
이 때문에 명호를 모니(牟尼)라 하느니라.

바라내(波羅奈)로 나아가서
감로의 법륜을 굴리려 하는데
이는 하늘ㆍ사람ㆍ악마와 범(梵)으로서는
굴릴 수 없는 것이니라.
그때 우바가는 이 게송을 듣고 마음으로 크게 기뻐하며 전에 없던 일이라고 찬탄하고 합장하며 공경하고는 주위를 돌고 떠나갔는데, 뒤돌아서서 눈여겨보다가 보이지 않게 되어서야 그만두었다.
세존께서는 곧 다시 앞으로 나가시다가 차례로 아사바라(阿闍婆羅)의 물 곁에 이르러 날이 저물었으므로 머물러 묵으면서 곧 정(定)에 들어가셨는데, 그때에 7일 동안이나 바람이 불고 비가 내렸다.
그 물속에 목진린타(目眞隣陀)라는 대용왕(大龍王)이 있었는데 부처님께서 정(定)에 드신 것을 보고 곧 그의 몸으로 일곱 겹으로 에워싸고 7일을 다 채우고는 변화하여 사람의 형상이 되어서 머리 조아려 발에 예배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여기에 7일 동안 계시면서 심한 바람과 비에 괴롭거나 근심이 있지는 않았습니까?”
그때에 세존께서는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모든 하늘과 세간 사람들이
기뻐하는 오욕(五欲)의 즐거움도
내 선정(禪定)의 즐거움에 비교하면
비유할 수조차도 없느니라.

그 용왕은 부처님의 게송을 듣고 기뻐 뛰면서 머리 조아려 발에 예배하고 있던 곳으로 되돌아갔다.
『서응본기(瑞應本紀)』에서 말하였다.
“일어나셔서 문린(文隣)이라는 눈먼 용이 있는 무제수(無提水)가에 이르러, 앉아서 정(定)에 드신 지 7일 동안 숨이 차지도 않고 헐떡이지도 않으며 빛을 물속에 비추었으므로 용의 눈이 뜨이게 되었다. 용은 여래임을 알았고 전에 세 번의 부처님의 빛과 같이 눈이 갑자기 보이게 되자 기뻐하면서 이름난 향과 전단(栴檀)과 소(蘇)가 섞인 것으로 목욕하고는 물에서 나왔다. 그리고는 부처님의 상호와 빛의 그림자가 나무에 꽃이 핀 것과 같음을 보고 나아가 부처님을 일곱 바퀴 돌고 몸으로 부처님에게서 40리 떨어진 곳까지 에워쌌다. 이 용에게 있는 일곱 개의 머리로 부처님의 위를 벌여 덮었으니, 모기ㆍ등에와 추위ㆍ더위를 가려 주기 위해서였다.
때마침 7일 동안이나 비가 내렸지만 용은 한결같았는지라 배고프지도 목마르지도 않았으며, 7일 만에 비가 그치면서 부처님께서 정에서 깨어나시자 용은 나이 젊은 도인으로 변화하여 좋은 복식을 입고 머리 조아려 부처님께 여쭈었다.
‘부처님께서는 춥지 않으셨습니까, 덥지 않으셨습니까? 모기나 등에가 가까이 덤비지는 않으셨습니까?’
그러자 부처님께서 대답하셨다.

오랫동안 은거하면서
도(道)를 사유하였으니 그 복(福)이 유쾌하며
옛날에 원하고 듣고자 했던 일을
이제 이미 모두 알았으니 유쾌하도다.

그런 것에 번거로움 당하지 않고
중생을 편하게 하였으니 유쾌하며
세간을 뛰어넘고 3독이 소멸하여
부처와 열반을 얻었으니 유쾌하도다.

세간에 태어나서 부처님을 뵙게 되고
경의 진리를 듣고 받았으니 유쾌하며
벽지불(辟支佛)과 진인(眞人)을
만날 수 있었으니 역시 유쾌하도다.

어리석은 이를 따라 일하지 않고
악인을 여의게 되었으니 장하며
지혜가 있어서 참됨과 거짓된 것을 구별하고
바른 도를 믿을 줄 아니 유쾌하도다.
부처님께서는 용왕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마땅히 다시 스스로 부처님께 귀의하고 스스로 법에 귀의하며 스스로 비구승(比丘僧)에 귀의하여야 한다.’
곧 3자귀(自歸)를 받았으니 모든 축생 가운데서 이 용이 제일 먼저 부처님을 뵙게 되었다.”
그때 세존께서는 곧 다시 바라내국으로 나아가 교진여(憍陳如)ㆍ마하나마(摩訶那摩)ㆍ발파(跋波)ㆍ아사바사(阿捨婆闍)ㆍ발타라사(跋陀羅闍)가 머물러 있는 곳에 이르셨다.
그때 그 다섯 사람은 멀리서 부처님께서 오시는 것을 보고 함께 말하였다.
“사문 구담(瞿曇)이 고행을 버리고 도로 물러나 음식의 즐거움을 받았으니, 다시는 도를 향하는 마음이 없다. 지금 이미 이곳으로 오고 있지만 우리들은 모름지기 일어나 그를 영접하지 말아야 한다. 또한 예배하고 공경하거나 필요하신 것을 묻거나 그를 위하여 자리를 마련해 주지도 말자. 만일 앉으려고 한다면 스스로의 뜻대로 하도록 내버려 두자.”
저마다 잠자코 있었다.
그때 세존께서 이미 와 이르시자, 다섯 사람은 자기도 모르게 저마다 자리에서 일어나 예배하고 받들어 영접하였다. 그리고 서로 그분을 위하여 일을 거들었으니, 혹은 다시 옷과 발우를 가져오는 이도 있었고, 혹은 물을 가져 와서 손을 씻고 양치질을 하게 하는 이도 있었으며, 혹은 또 발을 씻어 드리는 이도 있었다. 저마다 본래의 약속을 어기고 오히려 예전처럼 부처님을 구담이라고 불렀다.
그때 세존께서 교진여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나를 보고 일어나지도 말자고 함께 약속했으면서 이제 무엇 때문에 먼저 한 약속을 어기면서 곧 놀라 일어나서는 나를 위하여 일을 거드느냐?”
그때 다섯 사람은 부처님의 이 말씀을 듣고 몹시 부끄러워하며 곧 나아가 아뢰었다.
“구담이여, 길을 오시느라 고달프지 않으셨습니까?”
그때 세존께서는 다섯 사람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어찌하여 위없이 높은 이에게 잘난 체하는 뜻을 가지고 성씨를 부르는 것이냐? 나의 마음은 허공과 같아서 모든 비난과 칭찬에 대해 분별하는 일은 없지만 다만 너희들이 교만하여 스스로 나쁜 과보만을 불러들이기에 말하는 것이다. 비유하자면 마치 어떤 아들이 부모의 이름을 부르는 것은 세속의 예절에서도 오히려 옳지 못하거늘, 하물며 나는 이제 이 모든 중생들의 부모인 것에 있어서이겠느냐?”
그러자 그 다섯 사람은 이 말씀을 듣고 더욱더 부끄럽게 여기며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희들이 어리석고 슬기로운 식견이 없어서 지금 이미 정각을 이루신 사실을 몰랐습니다. 왜냐하면 지난 날 여래께서는 날마다 깨와 쌀을 드시며 6년간을 고행하셨는데 이제 다시 음식의 즐거움을 받아들이신 것을 보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저희는 그 때문에 도를 얻지 못하셨으리라 여겼습니다.”
그때 세존께서 교진여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작은 지혜로써 경솔하게 내가 도를 이루었는지 이루지 못했는지를 헤아리지 말라. 왜냐하면 신체에 괴로움이 있으면 마음이 따라서 번거롭고 어지러우며, 몸에 즐거움이 있으면 뜻이 곧 즐거움에 집착하기 때문에 괴롭거나 즐거운 것은 두 가지 모두 도(道)의 인(因)이 아니니라. 비유하면 마치 송곳으로 뚫어 불을 내려 할 때에 거기에 물을 붓게 되면 반드시 어둠을 깨뜨리는 조명(照明)이 없게 되는 것처럼 지혜의 불을 뚫을 때에도 역시 그와 같이 괴로움이나 즐거움의 물이 있으면 지혜의 광명은 생기지 않게 되며 생기지 않기 때문에 생사의 어두운 장애를 소멸시킬 수 없느니라.
이제 만일 괴로움과 즐거움을 버리고 중도(中道)를 행한다면 마음이 고요히 안정되어 저 여덟 가지 바른 성도(聖道)를 닦아서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우환을 여읠 수 있느니라.
나는 이미 중도의 행(行)을 잘 따라서 아뇩다리삼먁삼보리를 얻게 되었느니라.”
그러자 그 다섯 사람은 이미 여래의 이러한 말씀을 듣고 마음으로 뛸 듯이 기뻐함이 한량없었으며 존귀한 얼굴을 우러러 쳐다보면서 잠시도 눈을 떼지 않았다.
그때 세존께서는 이 다섯 사람의 근기가 도(道)를 받아 낼 만한지를 관하시고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교진여야, 너희들은 5음이 왕성한 괴로움ㆍ태어나는 괴로움ㆍ늙는 괴로움ㆍ병드는 괴로움ㆍ죽는 괴로움ㆍ사랑하는 이와 이별하는 괴로움ㆍ원수와 서로 만나는 괴로움ㆍ구하는 것을 얻지 못하는 괴로움ㆍ영화와 즐거움을 잃게 되는 괴로움을 관해야 하느니라.
교진여야, 형체가 있거나 형체가 없거나 발이 없거나 발이 하나거나 발이 두 개거나 발이 네 개거나 여러 발이 있거나 간에 온갖 중생들은 다 이러한 괴로움이 없는 이가 없느니라. 비유하면 마치 재가 불 위에 덮어져 있을 때 만일 마른 풀을 만나게 되면 다시 활활 타게 되는 것처럼, 모든 괴로움은 나[我]로부터 근본이 되느니라.
만일 어떤 중생이 조금이라도 나라는 모습[相]을 일으키면 다시 그와 같은 괴로움을 받게 되니, 탐욕(貪慾)과 성냄과 그리고 어리석음은 모두 다 나라는 뿌리를 반연해서 생기느니라.
또한 3독(毒)은 바로 모든 괴로움의 원인이 되니 마치 종자에서 싹이 나는 것 같아서 중생들은 이 때문에 3유(有)에서 바퀴 돌 듯 하느니라.
만일 나라는 생각과 탐ㆍ진ㆍ치가 소멸하면 모든 괴로움도 그로부터 끊어지게 되며, 그것은 모두 저 8정도(正道)를 말미암지 않음이 없다. 마치 사람이 물을 활활 타오르는 불에 뿌리는 것과 같으니라. 온갖 중생들은 모든 괴로움의 근본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모두 다 바퀴 돌 듯 생사에 있는 것이니라.
교진여야, 고(苦)는 마땅히 알아야 하고 집(集)은 마땅히 끊어야 하며 멸(滅)은 마땅히 증득하여야 하고 도(道)는 마땅히 닦아야 하느니라.
교진여야, 나는 이미 고를 알았고 이미 집을 끊었으며 이미 멸을 증득하였고 이미 도를 닦았나니, 그 때문에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었느니라. 이 때문에 너희는 마땅히 고를 알아야 하고 집을 끊어야 하며 멸을 증득하여야 하고 도를 닦아야 하느니라.
만일 4성제(聖諦)를 알지 못하면 그러한 사람은 해탈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하느니라. 4성제는 바로 진(眞)이며 실(實)이니라. 고는 진실로 고요 집은 진실로 집이며 멸은 진실로 멸이요 도는 진실로 도이니라.
교진여야, 너희들은 이해하겠느냐?”
교진여가 말하였다.
“이해하였습니다. 세존이시여, 알았습니다. 세존이시여.”
4성제를 이해하여 알게 되었기 때문에 이름을 아약교진여(阿若憍陳如)라고 하였다. 4제12행의 법륜을 세 번 굴리시자[三轉四諦十二行] 아약교진여는 모든 법에서 번뇌를 멀리하고 때를 떨어내어 법안(法眼)이 청정하게 되었다.
그때 지신(地神)은 여래께서 그의 경계에서 법륜을 굴리신 것을 보고 마음으로 크게 기뻐하며 큰 소리로 외쳤다.
“여래께서는 이곳에서 미묘한 법륜을 굴리셨다네.”
허공의 하늘과 신들은 이미 그 말을 듣고 또 뛰면서 차츰차츰 외쳤는데 그 소리가 이에 아가니타천(阿迦膩吒天)에까지 이르렀다.
모든 하늘들은 듣자마자 기뻐함이 한량없었으며 소리 높여 외쳤다.
“여래께서는 오늘 바라내국 녹야원 안의 선인이 머무르던 곳에서 큰 법륜을 굴리셨다. 온갖 세간의 하늘ㆍ사람ㆍ악마ㆍ범(梵)ㆍ사문ㆍ바라문으로서는 굴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때 대지(大地)는 열여덟 가지 모양으로 진동하였으며, 천룡팔부는 허공 가운데서 여러 가지 풍악을 연주하였고 하늘의 북은 저절로 울렸으며, 여러 가지 이름 있는 향을 사르고 모든 아름다운 꽃을 뿌렸으며, 보배로운 당기ㆍ번기ㆍ일산과 노래로써 찬탄하여 세계의 안은 저절로 매우 밝아졌다.
아약교진여는 제자들 가운데 처음으로 깨쳤기 때문에 첫 번째 제자가 되었다. 이때에 마하나마(摩訶那摩) 등 네 사람은 부처님께서 굴리신 법륜을 들은 뒤 아약교진여 혼자만이 도(道)의 자취를 깨달았으므로 스스로 생각하였다.
‘세존께서 만일 다시 우리들을 위하여 설법해 주신다면 우리들도 도(道)의 자취를 깨닫게 되리라.’
이런 생각들을 한 뒤에 존귀한 얼굴을 우러러보면서 잠시도 눈을 떼지 않았다.
그때 세존께서는 네 사람의 생각을 아시고 곧 거듭 그들을 위하여 4제를 자세히 말씀하셨으므로 그때 네 사람은 모든 법 가운데서 역시 번뇌와 때를 여의고 법안이 청정하게 되었다. 그때 그 다섯 사람은 도(道)의 자취를 본 뒤 부처님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 다섯 사람은 이미 도의 자취를 보았고 이미 도의 자취를 깨달았습니다. 저희들은 이제 부처님 법에서 출가하여 도를 닦고 싶습니다. 제발 세존이시여, 사랑하고 가엾게 여기시어 허락해 주소서.”
그때 세존께서는 그 다섯 사람에게 외치셨다.
“잘 왔구나, 비구야.”
그러자 수염과 머리카락이 저절로 떨어지고 가사가 몸에 입혀져 곧 사문이 되었다.
그때 세존께서는 그 다섯 사람에게 물으셨다.
“너희들 비구야, 아느냐? 색(色)ㆍ수(受)ㆍ상(想)ㆍ행(行)ㆍ식(識) 이것은 영원한 것이냐, 영원하지 못한 것이냐? 이것은 괴로운 것이냐, 괴롭지 않은 것이냐? 이것은 공(空)인 것이냐, 공이 아닌 것이냐? 아(我)가 있는 것이냐, 아가 없는 것이냐?”
그때 다섯 비구는 부처님께서 이 5음(陰)의 법을 말씀하시는 것을 듣자 번뇌가 다하고 뜻을 이해하여 아라한의 과(果)를 이루었으며, 곧 대답하였다.
“세존이시여, 색ㆍ수ㆍ상ㆍ행ㆍ식은 진실로 영원하지 못하며, 괴롭고 공하고 아(我)가 없습니다.”
그리하여 세간에는 처음으로 여섯 분의 아라한이 있게 되었으며, 부처님이신 아라한은 바로 불보(佛寶)가 되고, 4제(諦)의 법륜은 바로 법보(法寶)이며, 다섯의 아라한은 바로 승보(僧寶)에 해당하였다. 이와 같이 하여 세간에는 3보(寶)가 완전히 갖추어졌고, 모든 천상과 인간에서 제일가는 복전이 되었다.
그때 장자(長子)의 아들로 야사(耶舍)라는 이가 있었다. 총명하고 근기가 영리하였으며 매우 큰 부자여서 염부제 안에서는 가장 첫째였으며, 천관(天冠)과 영락(瓔珞)을 입고 값을 매길 수도 없는 보배 신발을 신고 있었다.
그는 한밤중에 모든 기녀(妓女)들과 서로 재미있게 즐긴 뒤에 각자 돌아가서 잠을 자며 쉬다가, 홀연히 잠에서 깨어나 여러 기녀들을 보게 되었다. 혹은 엎드려 누워서 자는 이도 있었고, 혹은 위를 보며 자는 이도 있었는데, 머리가 쑥대머리같이 흐트러졌고 콧물과 침이 흘러내렸으며 악기와 완구는 거꾸로 넘어져서 이리저리 마구 흩어져 있었다.
이런 것을 본 뒤에 싫어하고 벗어나려는 마음[厭離心]이 일어났으므로 스스로 생각하였다.
‘나는 지금 이런 재난과 괴이함 속에 있는데 청정하지 못한 가운데서 망령스럽게 청정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구나. 이런 생각을 하자 하늘의 힘 때문에 공중에 광명이 있었고 문이 저절로 열렸으므로 광명을 따라 녹야원(鹿野苑)으로 나아가다가 항하(恒河)를 건너게 되어 큰 소리로 외쳤다.
“괴롭구나. 괴이하구나.”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야사야, 어서 오너라. 나에게 이제 괴로움을 여의는 법이 있느니라.”
야사는 듣고 나서 값어치가 염부제만한 보배 신발을 곧 벗고 항하를 건너 부처님께로 나아갔다. 그리고는 32상과 80종호가 있고 얼굴 모습이 특별하며 위덕이 완전하게 갖추신 것을 보고 마음으로 뛸 듯이 기뻐함이 한량없었다. 온몸을 땅에 던져 부처님 발에 머리 조아려 말하였다.
“제발 세존이시여, 저를 구제하여 주소서.”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장하고 장하구나. 선남자야, 자세히 듣고 자세히 들어 잘 생각할지니라.”
여래께서는 곧 그의 근기에 알맞도록 그를 위하여 설법하셨다.
“야사야, 색ㆍ수ㆍ상ㆍ행ㆍ식은 무상(無常)하고 괴롭고[苦] 공(空)하고 무아(無我)이니라. 너는 그것을 알겠느냐?”
이때 야사는 그 말씀을 듣고 곧 모든 법에서 번뇌를 멀리하고 때를 여의어 법안(法眼)이 청정하게 되었다.
이에 여래가 거듭하여 4제를 말씀하시자, 번뇌가 다하고 뜻이 이해되어 마음에 자재(自在)를 얻고 아라한의 과위를 이루었으므로 곧 부처님께 대답하였다.
“세존이시여, 색ㆍ수ㆍ상ㆍ행ㆍ식은 진실로 무상하고 괴롭고 공하고 무아입니다.”
그때 여래께서는 아직 야사가 몸에 장식을 쓰고 있는 것을 보시고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비록 다시 집 안에 살면서
보배 장식이 달린 옷을 입었더라도
모든 뜻의 감관을 잘 거두어 다스려서
오욕(五欲)을 싫어하고 떠나도록 하라.
만일 능히 이와 같이 한다면
이것을 참된 출가(出家)라 하느니라.

몸은 비록 넓은 들판에 살며
거친 옷을 입고 떫은 것을 먹더라도
뜻이 오히려 오욕(五欲)을 탐한다면
이것은 그릇된 출가(出家)가 되느니라.

온갖 선(善)과 악(惡)을 짓는 것은
모두 마음의 생각[心想]에서 생기는 것이니
이 때문에 진정한 출가는
모두 마음을 근본으로 삼느니라.

그때 야사는 이미 여래께서 말씀하신 이 게송을 듣고 마음속으로 생각하였다.
‘세존께서 이 게송을 말씀하신 까닭은 바로 내가 아직도 칠보(七寶)의 옷을 입고 있기 때문이구나. 나는 이제 마땅히 이와 같은 옷을 벗어야겠다.’
곧 발에 예배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제발 세존이시여, 저에게 출가를 허락해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어서 오너라. 비구야.”
수염과 머리카락이 저절로 떨어지고 가사가 몸에 입혀지더니 곧 사문이 되었다.
그때에 날이 훤히 밝아지자 야사의 아버지는 야사를 찾았으나 어디에 있는지를 몰랐으므로 마음으로 크게 애태우고 괴로워하였고 소리 높여 슬피 울면서 길을 따라 찾아 나섰다가 항하의 물가에 이르러 그 아들의 신발을 보고 스스로 생각하였다.
‘내 아들이 바로 이 길을 따라 떠났구나.’
그의 자취를 따라가다가 부처님 계신 곳까지 이르렀다.
그때 세존께서는 그가 아들 때문에 여기까지 온 것을 아셨으나 만일 금방 야사를 보게 하면 반드시 크게 괴로워하고 혹은 목숨까지 잃게 될까 봐 곧 신통의 힘으로 야사의 몸을 숨겨 버렸다.
그의 아버지는 곧 부처님께 나아가 머리 조아려 발에 예배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이에 여래께서는 곧 그의 근기에 따라 그를 위하여 설법하셨다.
“선남자야, 색ㆍ수ㆍ상ㆍ행ㆍ식은 무상하고 괴롭고 공하고 무아이니라. 그대는 그것을 아는가?”
그때 야사의 아버지는 이런 말씀을 듣고 곧 모든 법에서 번뇌를 멀리하고 때를 떨어 버리며 법안이 청정하게 되어 부처님께 대답하였다.
“세존이시여, 색ㆍ수ㆍ상ㆍ행ㆍ식은 진실로 무상하고 괴롭고 공하고 무아입니다.”
그때 여래께서는 이미 그가 도의 자취를 보아 애정[恩愛]이 점차 얇아졌음을 아시고 그에게 물으셨다.
“너는 무슨 인연 때문에 여기에 왔느냐?”
그는 곧 대답하였다.
“저에게는 야사라는 한 아들이 있습니다. 어젯밤에 홀연히 없어져 버렸으므로 오늘 아침 그를 찾아 나섰다가 그의 보배 신발이 항하의 물가에 있는 것을 보고 그의 자취를 따라오다가 문득 이곳까지 왔습니다.”
그때 세존께서 신통의 힘을 거두시자 그의 아버지는 곧 야사를 보게 되었고 마음으로 크게 기뻐하며 야사에게 말씀하셨다.
“장하고 장하구나. 네가 이런 일을 하게 되었으니 진실로 유쾌하다. 이미 제 자신을 제도하였고 또 남까지 제도할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네가 여기에 있었기 때문에 나로 하여금 와서 도(道)의 자취를 볼 수 있게 하였도다.”
곧 부처님 앞에서 3자귀(自歸)를 받았다. 이리하여 이 염부제 안에서 다만 이 장자만이 우바새(優婆塞)가 되었으며 가장 먼저 3보에게 공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때 또 야사의 벗들로서 50명 장자의 아들들이 있었는데 부처님께서 세간에 나오셨다는 말과 또한 야사가 불법에 출가하여 수도한다는 말을 듣고는 각자 생각하였다.
‘세간에는 이제 위없이 높은 분이 계신다. 장자의 아들 야사는 총명하고 슬기로우며 말이 똑똑하며 재주가 남보다 뛰어난데도 훌륭한 가문을 버리고 오욕의 즐거움을 내던지며 형상을 훼손하고 뜻을 지키어 사문이 되었다. 우리들이 이제 또 무엇을 연모하여 출가하지 않겠느냐?’
이런 생각을 한 뒤에 다 함께 부처님께로 나아갔는데, 아직 이르기도 전에 멀리서 여래의 상호가 특수하며 광명이 번쩍거림을 보고 마음에 크게 기뻐하였고 온몸이 맑고 깨끗하여 공경하는 심정이 한층 더 지극해졌으므로 곧 부처님께로 나아가 합장하고 에워싸며 머리 조아려 발에 예배하였다.
모든 장자의 아들은 덕의 근본이 심어져 있고 총명하며 통달하여 깨닫기 쉬웠으므로, 여래께서는 곧 그들에게 알맞도록 그들을 위하여 설법하셨다.
“선남자들아, 색ㆍ수ㆍ상ㆍ행ㆍ식은 무상하고 괴롭고 공하고 무아이니라. 너희들은 그것을 아느냐?”
이 말씀을 하시자 모든 장자의 아들들은 여러 법 가운데서 번뇌를 멀리하고 때를 떨어 버리며 법안이 청정하게 되자 곧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색ㆍ수ㆍ상ㆍ행ㆍ식은 진실로 무상하고 괴롭고 공하고 무아입니다. 제발 세존이시여, 저희들의 출가를 허락해 주소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잘 왔구나. 비구들아.”
그러자 수염과 머리카락이 저절로 떨어지고 가사가 몸에 입혀지면서 곧 사문이 되었다.
그때 세존께서는 또한 그들을 위하여 4제를 말씀하셨는데 50명의 비구들은 번뇌가 다하고 뜻이 풀리면서 아라한의 과위를 얻었다. 그때 비로소 56명의 아라한이 있게 되었다.
그러자 여래께서는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할 일을 다 마쳤으므로 세간을 위하여 으뜸가는 복전(福田)이 될 만하다. 마땅히 저마다 지방을 다니면서 교화하고 자비로운 마음으로 모든 중생을 제도해야 하느니라. 나도 이제 역시 혼자 마갈제국(摩竭提國)의 왕사성(王舍城)으로 가서 온갖 사람과 하늘들을 널리 이롭게 할 것이니라.”
모든 비구들이 아뢰었다.
“그러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때 비구들은 머리 조아려 발에 예배하고 저마다 옷과 발우를 가지고 작별하며 떠나갔다.
그때 세존께서는 곧 생각하셨다.
‘나는 이제 어떠한 중생을 제도하고 온갖 사람과 하늘들을 널리 이롭게 할까? 오직 우루빈라가섭(優樓頻螺迦葉) 형제 세 사람이 마갈제국에서 선도(仙道)를 배우며 국왕과 신민들이 모두 귀의하여 믿고 있도다. 또 그는 총명하고 근기가 영리하여 깨닫기도 쉬우리라. 그러나 그의 아만(我慢)은 역시 꺾고 조복하기 어려울 것이므로 나는 이제 거기로 가서 제도하여 해탈시켜야겠다.’
이런 생각을 하신 뒤 곧 바라내를 출발하여 마갈제국으로 나아가셨는데, 날이 저물 무렵 우루빈라가섭이 머물러 있는 곳에 이르셨다.
그때 가섭은 갑자기 여래의 상호가 장엄한 것을 보고 마음으로 크게 기뻐하면서 여쭈었다.
“나이 젊은 사문께서는 어디에서 오십니까?”
부처님께서는 곧 대답하셨다.
“나는 바라내국으로부터 마갈제로 가는데 날이 저물었으므로 하룻밤 머물러 묵고 싶습니다.”
가섭은 또 말씀드렸다.
“묵는 것은 그리 반대하지 않으나 다만 모든 방사(房舍)에 제자들이 머물러 있어 오직 석실(石室)만이 남아 있는데, 매우 정결하며 내가 불을 섬기는 기구들이 모두 그 안에 있습니다. 이 고요한 곳을 허락할 수 있으나 나쁜 용이 그 안에 살고 있어서 그대를 해칠까 두렵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또 대답하셨다.
“비록 나쁜 용이 있더라도 빌려 주시기 바랍니다.”
가섭이 또 말씀드렸다.
“그의 성질이 흉포하여 반드시 해칠 것입니다. 아까워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부처님께서는 또 대답하셨다.
“빌려만 주시오. 반드시 욕되게 하지 않으리다.”
가섭이 또 말씀드렸다.
“만일 머무르겠다면 곧 그대 뜻대로 하십시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좋습니다.”
곧 그날 저녁 석실로 들어가 가부좌(跏趺坐)를 하고 삼매(三昧)에 드셨다.
그때 나쁜 용의 독한 마음이 한층 왕성하여 온몸에서 연기를 뿜었으므로 세존께서는 곧 화광삼매(火光三昧)에 드셨고, 용은 이것을 보고 불길이 하늘을 찌를 듯이 뿜으며 석실을 불태웠다.
가섭의 제자들은 먼저 이 불을 보고 돌아와서 스승에게 아뢰었다.
“저 젊은 사문은 총명하고 단정하게 생겼는데 이제 용의 불에 타고 있습니다.”
가섭이 놀라 일어나서 그 용의 불길을 보고 마음에 불쌍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곧 제자에게 물을 뿌리게 하였으나 물로는 꺼지지도 않았으며, 불은 다시 더 성하여 석실을 모두 녹여 버렸다.
그때 세존께서는 몸과 마음이 동요하지 않고 얼굴 모습은 편안하셨으며 그 나쁜 용을 항복 받아 다시는 독이 없게 하고서 3귀의(歸依)를 주고는 발우 안에 놓아두었다.
날이 밝자 가섭의 스승과 제자들은 다 함께 부처님 계신 곳으로 가서는 아뢰었다.
“젊은 사문에게는 용의 불길이 너무도 사나웠을 것입니다. 그것에 상하지나 않았습니까? 사문이 석실을 빌리려고 하였을 때 내가 어제 허락하지 않으려고 한 까닭은 바로 이 때문이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내 마음은 청정하여 끝내 그의 외부에서의 재앙에 해를 입지 않았습니다. 그 독룡(毒龍)은 지금 발우 안에 있습니다.”
곧 발우를 들어 올려 가섭에게 보여 주셨다. 가섭의 스승과 제자들은 사문이 불 속에 있으면서도 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나쁜 용을 항복 받아 발우 안에 놓아둔 것을 보고 전에 없었던 일이라고 찬탄하면서 제자들에게 말하였다.
“젊은 사문이 비록 신통이 있기는 하나 본디 나의 도(道)의 진실한 것보다는 못하다.”
그때 세존께서는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이제 이곳에 머무르고 싶습니다.”
가섭이 아뢰었다.
“좋습니다. 뜻대로 하십시오.”
여래께서는 두 번째의 밤에는 한 그루 나무 아래 앉아 계셨다. 그러자 사천왕(四天王)이 밤에 부처님께로 와서 함께 법을 들으며 저마다 광명을 놓았으므로 환히 비추는 것이 해나 달보다 뛰어났다. 가섭은 밤에 일어나 멀리서 하늘의 광명이 여래의 곁에 있는 것을 보고 제자에게 말하였다.
“젊은 사문도 불을 섬기는구나.”
다음날 아침이 되자 부처님께 나아가서 여쭈었다.
“사문이여, 그대도 불을 섬깁니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아닙니다. 사천왕들이 밤에 와서 법을 들었는데 그들의 광명일 뿐입니다.”
이에 가섭은 제자에게 말하였다.
“젊은 사문에게 크고 신령한 덕이 있구나. 그러나 본디 나의 도의 진실한 것보다는 못하다.”
세 번째의 밤이 되어서는 석제환인(釋提桓因)이 내려와 법을 들으면서 큰 광명을 놓았는데, 마치 해가 처음 솟아오르는 것 같았다. 가섭의 제자들은 멀리서 하늘의 광명이 여래의 곁에 있는 것을 보고 그의 스승에게 아뢰었다.
“젊은 사문도 틀림없이 불을 섬기는군요.”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아닙니다. 석제환인이 내려와 법을 들었는데 바로 그의 광명일 뿐입니다.”
그때 가섭이 제자들에게 말하였다.
“젊은 사문의 신령한 덕이 비록 성대하기는 하나 본디 나의 도의 진실한 것보다는 못하다.”
네 번째 밤이 되자 대범천왕(大梵天王)이 내려와 법을 들으면서 큰 광명을 놓았는데 마치 한낮의 해와 같았다. 가섭은 밤에 일어나 어떤 광명이 여래의 곁에 있는 것을 보고 생각하였다.
‘사문도 틀림없이 불을 섬기는구나.’
다음날 와서 부처님께 여쭈었다.
“그대는 틀림없이 불을 섬기지요?”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아닙니다. 대범천왕이 밤에 와서 법을 들었는데 바로 그의 광명일 뿐입니다.”
이에 가섭은 마음속으로 생각하였다.
‘젊은 사문이 비록 또 신묘(神妙)하기는 하나 본디 나의 도의 진실한 것보다는 못하리라.’
그때 가섭의 5백 명 제자들은 각각 세 번씩 불을 섬겼다. 이른 아침에 다 같이 불을 피우려 하였는데 불이 붙지 않았으므로 모두 가섭에게 향하여 이 일을 자세히 말하였다. 가섭이 듣고 마음속으로 생각하였다.
‘틀림없이 그 사문이 한 짓일 것이다.’
곧 제자와 함께 부처님께로 나아가서 아뢰었다.
“나의 모든 제자들은 각각 세 번씩 불을 섬깁니다. 아침에 불을 피우려 하는데 불이 붙지 않습니다.”
부처님께서는 곧 대답하셨다.
“당신은 돌아가 보시오. 불이 저절로 타오를 것입니다.”
가섭이 곧 돌아와 보니 불이 이미 타고 있었으므로 마음으로 생각하였다.
‘젊은 사문이 비록 또 신묘하기는 하나 본디 나의 도의 진실한 것보다는 못하리라.’
모든 제자들이 불을 공양하고 나서 불을 끄려고 하였는데 꺼지지 않았으므로 곧 가섭을 향하여 그 일을 자세히 말하였다. 가섭이 그 말을 들은 뒤에 마음속으로 생각하였다.
‘이것 역시 그 사문이 한 짓이리라.’
곧 제자들과 함께 부처님께로 와서 아뢰었다.
“나의 모든 제자들이 아침에 불을 끄려 하는데 불이 꺼지지 않습니다.”
부처님께서는 곧 대답하셨다.
“당신은 돌아가 보십시오. 불이 저절로 꺼졌을 것입니다.”
가섭이 곧 돌아와서 불이 이미 꺼진 것을 보고 마음속으로 생각하였다.
‘젊은 사문이 비록 또 신묘하기는 하나 나의 도의 진실한 것보다는 못하리라.’
그때 가섭은 자기 자신도 세 번 불을 섬겼으므로 이른 아침에 불을 피우려고 하였는데 불이 붙지 않았다. 곧 스스로 생각하였다.
‘이것 또한 반드시 그 사문이 한 짓이리라.’
곧 부처님께로 가서 아뢰었다.
“내가 아침에 불을 피우려는데 불이 붙지 않았습니다.”
부처님께서는 곧 대답하셨다.
“당신은 돌아가 보십시오. 불이 저절로 타고 있을 것입니다.”
가섭이 곧 돌아와서 보니 불은 이미 타고 있었으므로 마음속으로 생각하였다.
‘젊은 사문이 비록 또 신묘하기는 하나 본디 나의 도의 진실한 것보다는 못하리라.’
그때 가섭은 불을 공양하고 나서 끄려고 하였는데 꺼지지 않았으므로 마음속으로 생각하였다.
‘이것은 반드시 그 사문이 한 짓이리라.’
곧 부처님께로 가서 아뢰었다.
“내가 아침에 불을 피우고 지금은 그것을 끄려고 하는데 꺼지지 않습니다.”
부처님께서는 곧 대답하셨다.
“당신은 돌아가 보십시오. 불은 저절로 꺼졌을 것입니다.”
가섭이 곧 돌아와서 불이 이미 꺼졌음을 보고 마음속으로 생각하였다.
‘젊은 사문이 비록 또 신묘하기는 하나 본디 나의 진실한 것보다는 못하리라.’
『서응본기』에서 말하였다.
“가섭은 다시 생각하였다.
‘이 큰 사문이 신령하기는 신령하나 아직 도를 얻지 못하였으니 내가 아라한이 된 것보다는 못하리라.’”
그때 가섭의 모든 제자들이 이른 아침에 장작을 쪼개려고 하는데 도끼가 올라가려 하지 않았으므로 곧 가섭을 향하여 그 일을 자세히 말하였다. 가섭은 들은 뒤에 마음속으로 생각하였다.
‘이것 또한 틀림없이 그 사문이 한 짓이리라.’
곧 제자들과 함께 부처님께로 와서 아뢰었다.
“나의 모든 제자들이 이른 아침에 장작을 쪼개려 하였는데 도끼가 올라가지 않습니다.”
부처님께서는 곧 대답하셨다.
“당신은 돌아가 보십시오. 도끼가 저절로 올라갈 것입니다.”
가섭은 곧 돌아와서 모든 제자들이 도끼를 모두 들어 올릴 수 있는 것을 보고 스스로 생각하였다.
‘젊은 사문이 비록 또 신묘하기는 하나 본디 나의 도의 진실한 것보다는 못하리라.’
가섭의 제자들이 곧 도끼를 들어 올리기는 하나 다시 내려오려고 하지 않았으므로 다시 가섭을 향하여 그 일을 자세히 설명하였다. 가섭이 듣고 나서 마음속으로 생각하였다.
‘이것도 역시 그 사문이 한 짓이리라.’
곧 제자들과 함께 부처님께로 가서 아뢰었다.
“나의 모든 제자들이 아침에 장작을 쪼개려 하는데 도끼가 올라가기는 하였으나 다시 내려오지 않습니다.”
부처님께서는 곧 대답하셨다.
“당신은 돌아가 보십시오. 도끼가 내려오게 하겠소.”
가섭이 돌아와서 모든 제자들의 도끼가 내려오게 된 것을 보고 마음속으로 생각하였다.
‘젊은 사문이 비록 또 신묘하기는 하였으나 본디 나의 도의 진실한 것보다는 못하리라.’
그때 가섭은 이른 아침 스스로 장작을 쪼개려 하였는데 도끼를 들어 올릴 수 없었으므로 마음속으로 생각하였다.
‘이것도 역시 그 사문이 한 짓이리라.’
곧 부처님께로 나아가 아뢰었다.
“내가 아침에 장작을 쪼개려 하는데 도끼가 올라가지 않습니다.”
부처님께서는 곧 대답하셨다.
“당신은 돌아가십시오. 도끼가 저절로 올라갈 것입니다.”
가섭은 돌아오니 도끼가 곧 들어 올려졌으므로 마음속으로 생각하였다.
‘젊은 사문이 비록 또 신묘하기는 하였으나 본디 나의 도의 진실한 것보다는 못하리라.’
가섭은 도끼를 들어올린 뒤 다시 내려오지 않았으므로 마음속으로 생각하였다.
‘이것도 역시 그 사문이 한 짓이리라.’
곧 부처님께로 나아가서 아뢰었다.
“내 도끼가 올라가기는 하였으나 다시 내려오지 않습니다.”
부처님께서는 곧 대답하셨다.
“당신은 돌아가십시오. 도끼가 저절로 내려올 것입니다.”
가섭이 곧 돌아오니 도끼가 내려왔으므로 마음속으로 생각하였다.
‘젊은 사문이 비록 또 신묘하기는 하였으나 본디 나의 도의 진실한 것보다는 못하리라.’
그때 가섭은 곧 부처님께 아뢰었다.
“젊은 사문은 이곳에 머물며 함께 범행(梵行)을 닦읍시다. 방사(房舍)와 의식(衣食)은 내가 대어 주겠습니다.”
그러자 세존께서는 잠자코 그것을 허락하셨다.
가섭은 부처님께서 허락한 것을 알고 그가 머무는 곳으로 돌아가 날마다 좋은 음식을 장만하고 아울러 평상 자리를 펴도록 명하였으며, 다음날 밥먹을 때가 되자 스스로 가서 부처님을 청하였는데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당신은 가십시오. 내가 뒤따라가겠습니다.”
가섭이 떠나가자 세존께서는 잠깐 동안 염부주(閻浮洲)의 경계에 이르러 염부 열매를 발우에 가득 따 가지고 가섭이 아직 이르기도 전에 먼저 도착하셨다.
가섭이 뒤에 와서 부처님께서 이미 좌정해 계신 것을 보고 곧 여쭈었다.
“젊은 사문께선 어느 길로 왔기에 먼저 와 있습니까?”
부처님께서는 발우 안의 염부 열매를 가져다 가섭에게 보이면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당신은 이 발우 안의 열매를 아십니까?”
가섭이 대답하였다.
“모릅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여기에서 남쪽으로 수만 유사나(踰闍那)를 가면 거기에 하나의 주(洲)가 있고 그 위에 염부라는 나무가 있습니다. 그 나무가 있음으로 인하여 염부제라 하는 것입니다. 내 발우 안에 있는 것이 바로 그 나무의 열매입니다. 한 생각이 일어나는 동안에 이 열매를 가지고 왔으며 지극히 향기롭고 맛이 있습니다. 당신도 먹어 보십시오.”
이에 가섭은 마음속으로 생각하였다.
‘그 길은 여기서 매우 멀리 떨어져 있다. 그런데도 이 사문은 잠깐 사이에 이미 갔다 왔으니 신통과 변화가 자못 빠르구나. 그러나 본디 나의 도의 진실한 것보다는 못하다.’
『보요경(普曜經)』에서 말하였다.
“가섭이 막 떠나자 부처님께서는 신족통[神足]으로 도리천(忉利天) 위로 올라가 주도(晝度)의 열매를 따고 또 신족통으로써 남쪽으로 수천만 리(里)의 염부제 경계를 다하는 곳까지 가서 하리륵(訶梨勒)의 열매를 따 가지고 오셨다.그 밖의 삼천하(三天下)에서도 모두 그와 같았지만 글이 많으므로 싣지 않는다.
가섭이 말하였다.
‘어느 길을 따라서 왔습니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당신이 떠난 뒤 나는 네 지역에 이르렀고 도리천 안에 올라가 이 열매를 따 가지고 왔습니다. 향기롭고 맛이 있어서 먹을 만합니다. 당신도 먹어 보십시오.’
『서응본기』에서 말하였다.
“다음날 밥 먹을 때가 되자 가섭은 부처님을 청했는데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먼저 가십시오. 이제 뒤따라가겠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남쪽으로 염부제 경계가 다한 곳의 수천만 리까지 가셔서 하리륵 열매를 발우에 가득히 따 가지고 돌아와 가섭이 아직 돌아오기도 전에 벌써 그 평상에 앉아 계셨으므로 가섭이 늦게 이르러서 여쭈었다.
‘어떻게 하여 먼저 도착하였습니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당신이 막 떠나자마자 나는 곧 이 땅의 경계로 가서 하리륵의 열매를 따 왔는데 아주 향기롭고도 맛이 있습니다. 곧 가져다 먹어 보십시오.’
부처님께서는 밥을 잡수신 뒤에 떠나가시자 가섭은 이어 생각하였다.
‘이 큰 사문이 비록 신묘하기는 하나 나의 도의 진실한 것보다는 못하다.’”
가섭이 곧 여러 가지 음식을 가져왔으므로 부처님께서는 축원[呪願]을 하셨다.

바라문의 법에서는
불[火]을 받들어 섬기는 것이 으뜸이 되고
갖가지 흐름[流] 가운데서는
큰 바다가 으뜸이 되며

모든 별들 가운데서는
달빛이 그 으뜸이 되고
온갖 광명 가운데서는
햇빛이 그 으뜸이 되며

모든 복전 가운데서는
부처님 복전이 으뜸이 되니
만일 큰 과보를 구하려 하면
부처님 복전에 공양해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는 밥을 잡수신 뒤에 계셨던 곳으로 돌아가 발우를 씻고 입 안을 가시고는 나무 아래 앉아 계셨다.
다음날 밥 먹을 때에 다시 가서 부처님을 청하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당신은 먼저 가십시오. 내가 뒤따라가겠습니다.”
가섭이 막 떠나자 잠깐 동안에 세존께서는 곧 불바제(弗婆提)에 이르러서 암마라(菴摩羅) 열매를 따서 발우에 가득히 담아 가지고 와서는 가섭이 아직 이르기도 전에 먼저 도착해 계셨다.
가섭이 나중에 와서는 부처님께서 벌써 와 앉아 계신 것을 보고 곧 여쭈었다.
“젊은 사문은 어느 길을 따라왔기에 먼저 이곳에 이르렀습니까?”
부처님께서는 암마라 열매를 가섭에게 보이고 그에게 말씀하셨다.
“당신은 이 발우 안의 열매를 아시는가?”
가섭이 대답하였다.
“이 열매는 모르겠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여기에서 동쪽으로 수만 유사나(踰闍那)를 지나서 불바제에 이르러 이 열매를 가져왔습니다. 이름은 암마라라고 하며 매우 향기롭고 맛이 있습니다. 당신도 먹어 보십시오.”
가섭이 듣고 나서 마음속으로 생각하였다.
‘그 길은 여기에서 아주 멀리 떨어져 있다. 그런데도 이 사문은 잠깐 사이에 벌써 갔다 왔구나. 그의 신통 변화[神化]를 보니 일찍이 없었던 일이다. 그러나 본디 나의 도의 진실한 것보다는 못하다.’
가섭이 곧 여러 가지 음식을 가져왔으므로 부처님께서는 곧 축원을 하셨다.

바라문의 법 가운데서는
불을 받들어 섬기는 것이 으뜸이 되고
갖가지 흐름 가운데서는
큰 바다가 그 으뜸이 되며

모든 별들 가운데서는
달빛이 그 으뜸이 되고
온갖 광명 가운데서는
햇빛이 그 으뜸이 되며

모든 복전 가운데서는
부처님 복전이 으뜸이 되니
만일 큰 과보 구하려 하면
부처님 복전에 공양해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는 밥을 드신 뒤에 계셨던 곳으로 돌아와 발우를 씻고 입 안을 양치질하시고는 나무 아래 앉아 계셨다.
다음날 밥을 먹을 때는 다시 가서 부처님을 청하자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당신은 먼저 가십시오. 내가 뒤따라가겠습니다.”
가섭이 막 떠나자 잠깐 사이에 세존께서는 곧 구타니(瞿陀尼)에 이르러서 하리륵(訶梨勒) 열매를 따서 발우에 가득 담아 가지고 와서 가섭이 아직 이르기도 전에 먼저 도착해 계셨다.
가섭은 나중에 와서 부처님께서 이미 앉아 계신 것을 보고 곧 여쭈었다.
“나이 젊은 사문은 어느 길을 따라 왔기에 먼저 이르렀습니까?”
부처님께서는 발우 안의 하리륵 열매를 가섭에게 보이면서 말씀하셨다.
“당신은 이제 이 발우 안의 열매를 아십니까?”
가섭이 대답하였다.
“이 열매는 모르겠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여기서 서쪽으로 수만 유사나를 가서 구다니에 이르러 이 열매를 따 왔습니다. 이름은 하리륵이라 하는데 지극히 향기롭고 맛이 있습니다. 당신도 먹어 보십시오.”
가섭은 듣자마자 마음속으로 생각하였다.
‘그 길은 여기서 매우 멀리 떨어져 있다. 그런데도 이 사문은 잠깐 사이에 벌써 갔다 왔구나. 그의 신통을 보니 일찍이 없었던 일이다. 그러나 본디 나의 도의 진실한 것보다는 못하다.’
가섭이 곧 여러 가지 음식을 가져왔으므로 부처님께서는 곧 주원을 하셨다.

바라문의 법 가운데서는
불을 받들어 섬기는 것이 으뜸이 되고
갖가지 흐름 가운데서는
큰 바다가 그 으뜸이 되며
모든 별들 가운데서는
달빛이 그 으뜸이 되고
온갖 광명 가운데서는
햇빛이 그 으뜸이 되며

모든 복전 가운데서는
부처님 복전이 으뜸이 되니
만일 큰 과보를 구하려 하면
부처님 복전에 공양해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는 밥을 드신 뒤에 계셨던 곳으로 돌아와 발우를 씻고 입 안을 양치질하시고는 나무 아래 앉아 계셨다.
다음날 밥 먹을 때에 다시 가서 부처님을 청하자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당신은 먼저 가십시오. 내가 뒤따라가겠습니다.”
가섭이 막 떠나자 잠깐 사이에 세존께서는 곧 울단월(鬱單越)에 이르러 저절로 난 멥쌀 밥을 발우에 가득 담아 가지고 가섭이 아직 이르기도 전에 먼저 도착해 계셨다.
가섭은 나중에 와서 부처님께서 벌써 앉아 계신 것을 보고 곧 여쭈었다.
“젊은 사문은 어느 길을 따라왔기에 먼저 여기에 이르렀습니까?”
부처님께서는 발우 안의 멥쌀 밥을 가섭에게 보이면서 말씀하셨다.
“당신은 이제 이 발우 안의 밥을 아십니까?”
가섭이 대답하였다.
“이런 밥은 모릅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여기서 북쪽으로 수만 유사나를 가서 울단월에 이르러 저절로 난 멥쌀 밥을 가져왔습니다. 지극히 향기롭고 맛이 있습니다. 당신도 먹어 보십시오.”
가섭은 듣자마자 마음속으로 생각하였다.
‘그 길은 여기서 매우 멀리 떨어져 있다. 그런데도 이 사문은 잠깐 사이에 벌써 갔다 왔구나. 비록 신통이 헤아릴 수 없다 하여도 본디 나의 도의 진실한 것보다는 못하다.’
가섭이 곧 여러 가지의 음식을 가져왔으므로 부처님께서는 곧 주원을 하셨다.

바라문의 법 가운데서는
불을 받들어 섬기는 것이 으뜸이 되고
갖가지 흐름 가운데서는
큰 바다가 그 으뜸이 되며

모든 별들 가운데서는
달빛이 그 으뜸이 되고
온갖 광명 가운데서는
햇빛이 그 으뜸이 되며

모든 복전 가운데서는
부처님 복전이 으뜸이 되니
만일 큰 과보를 구하려 한다면
부처님 복전에 공양해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는 밥을 드신 뒤에 계셨던 곳으로 돌아와 발우를 씻고 입 안을 양치질하시고는 나무 아래 앉아 계셨다.
다음날 밥 먹을 때에 다시 가서 부처님을 청하자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좋습니다.”
곧 함께 가서 그의 집에 이르자 갖가지 음식을 가져왔으므로 부처님께서는 곧 축원을 하셨다.

바라문의 법 가운데서는
불을 받들어 섬기는 것이 으뜸이 되고
갖가지 흐름 가운데서는
큰 바다가 그 으뜸이 되며

모든 별들 가운데서는
달빛이 그 으뜸이 되고
온갖 광명 가운데서는
햇빛이 그 으뜸이 되며

모든 복전 가운데서는
부처님 복전이 으뜸이 되니
만일 큰 과보를 구하려 한다면
부처님 복전에 공양해야 하느니라.

그때 세존께서는 축원[呪願]을 한 뒤 곧 밥을 가지고 혼자 나무 아래로 돌아와 밥을 드시고는 마음속으로 생각하셨다.
‘물이 필요하구나.’
그러자 석제환인(釋提桓因)이 곧 부처님의 뜻을 알아차리고 마치 큰 장사가 팔을 구부렸다 펴는 정도의 잠깐 사이에 하늘에서 내려와 부처님 앞에 이르러 머리 조아려 발에 예배하고 곧 손으로 땅을 가리키자 못이 생겨났다.
그 물은 맑고 시원하며 여덟 가지 공덕(功德)을 갖추고 있었다. 여래께서는 곧 그 물을 떠서 손을 씻고 입 안을 양치질하신 뒤에 석제환인을 위하여 갖가지 법을 설하셨으며, 석제환인은 법을 들은 뒤 뛸 듯이 기뻐하며 홀연히 사라져 천궁(天宮)으로 돌아갔다.
이때 가섭은 점심을 먹은 뒤 숲 사이를 거닐면서 마음속으로 생각하였다.
‘젊은 사문이 오늘은 밥을 받아서 나무 아래로 돌아갔다. 나는 거기로 가서 그를 보아야겠구나.’
부처님께로 나아갔는데 갑자기 나무 곁에 큰 못이 하나 생겼고 샘물이 매우 맑으며 여덟 가지 공덕을 갖춘 것을 보고는 괴이하게 여기면서 부처님께 여쭈었다.
“이 안에 어떻게 갑자기 이러한 못이 생겼습니까?”
부처님께서는 곧 대답하였다.
“아침에 당신의 공양을 받아 이곳으로 돌아와서 밥을 다 먹은 뒤에 손을 씻고 입 안을 양치질하고 발우를 씻을 물을 필요로 하자, 석제환인이 나의 이 뜻을 알고 천상으로부터 와서 손으로 땅을 가리켜 이런 못을 만들었습니다.”
그때 가섭은 이미 못물을 보고 다시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는 마음속으로 생각하였다.
‘젊은 사문이 큰 위덕이 있어서 곧 이와 같이 하늘로 하여금 느껴서 통하게 하여 상서를 나타낼 수 있었구나. 그러나 본디 나의 도의 진실한 것보다는 못하다.’
다른 날에 세존께서는 숲 사이를 거닐다가 쓰레기 가운데서 여러 해진 비단이 있는 것을 보시고 곧 주워다 빨려고 하면서 마음속으로 돌을 필요로 하였는데, 석제환인이 곧 부처님의 뜻을 알아차리고 마치 큰 장사가 팔을 구부렸다 펴는 정도의 잠깐 사이에 향산(香山) 위로 가서 네 개의 돌을 가져다 나무 사이에 안전하게 두고서 곧 부처님께 아뢰었다.
“돌 위로 가셔서 옷을 빠십시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다시 마음속으로 생각하셨다.
‘이제는 물을 구해야겠구나.’
석제환인은 또 향산으로 가서 큰 돌로 된 물통을 가져 와 깨끗한 물을 담아서 네모진 돌 있는 데에 놓아두었다. 석제환인은 할 일을 다 마치고는 홀연히 사라져 하늘 궁전으로 되돌아갔다.
세존께서는 세탁을 마치신 뒤에 돌아와 나무 아래 앉아 계셨다.
이때에 가섭은 부처님께로 왔다가 갑자기 나무 사이에 네 개의 네모진 돌과 큰 돌로 된 물통이 있는 것을 보고 곧 스스로 생각하였다.
‘이 안에 어떻게 이런 두 가지 물건이 있을까?’
마음으로 놀라고 이상하게 여기면서 가서 부처님께 여쭈었다.
“젊은 사문이여, 이 나무 사이에 네 개의 네모진 돌과 큰 돌로 된 물통이 있는데 어디서 온 것입니까?”
이에 세존께서는 곧 그에게 대답하셨다.
“내가 아까 거닐다가 땅에서 해진 비단을 보고 가져다 그것을 빨고자 마음속으로 이런 돌을 필요로 하였는데, 석제환인이 나의 뜻을 알고 곧 향산으로 가서 그것을 가지고 왔습니다.”
가섭은 들은 뒤에 전에 없던 일이라고 찬탄하면서 스스로 생각하였다.
‘젊은 사문이 비록 이와 같이 큰 위신력이 있어서 모든 하늘을 느껴 통하게 하였지만 본디 나의 도의 진실한 것보다는 못하리라.’


석가보 제1권 보유⑤1)


석승우 지음
송성수 번역


4. 석가강생석종성불연보⑤『인과경』에서 나온 것임

세존께서는 또한 다른 날에 지지(指池)에 들어가 스스로 목욕하시고 목욕이 끝나자 나오려고 생각하셨으나 붙잡을 것이 없었다. 못 위에는 가라가(迦羅迦)라는 나무가 있었는데, 가지와 잎이 무성하게 못 위에 비쳐지고 있었다. 수신(樹神)이 곧 그 나뭇가지를 내려 부처님께서 붙잡고 나오실 수 있게 하였으므로 돌아와 나무 아래 앉아 계셨다.
그때 가섭은 부처님께 이르렀다가 홀연히 나뭇가지가 굽어져 그늘을 드리우고 있는 것을 보고 이상하게 여기며 부처님께 여쭈었다.
“이 나무가 무엇 때문에 가지를 굽혀서 그늘을 드리우고 있습니까?”
부처님께서는 곧 대답하셨다.
“내가 아까 못에 들어가 목욕하고 나오려 하였으나 붙잡을 것이 없었는데 수신이 느끼고 통하여 나를 위해 구부려 주었습니다.”
이에 가섭은 나무의 가지가 굽어진 것을 보고 또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는 전에 없던 일이라 찬탄하면서 스스로 생각하였다.
‘젊은 사문이 이제 이와 같은 큰 위덕(威德)과 힘이 있어서 능히 수신을 감동하게 하였구나. 그러나 본디 나의 도의 진실한 것보다는 못하도다.’
그때 가섭은 마음속으로 생각하였다.
‘내일은 마갈제(摩竭提)의 왕과 모든 신민ㆍ바라문ㆍ장자ㆍ거사 등이 나에게로 와서 7일 동안 법회를 가질텐데, 젊은 사문이 만일 여기에 있어서 국왕과 신민ㆍ바라문ㆍ장자ㆍ거사들이 그의 상호(相好)와 신통과 위덕의 힘을 보게 되면 반드시 나를 버리고 그를 받들어 섬길 것이다. 이 사문이 7일 동안만 나에게 오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부처님께서는 그의 뜻을 알아채고 곧 북울단월(北鬱單越)에 나아가 7일 낮 7일 밤 동안 그곳에 머무르면서 나타나지 않으셨다. 7일이 지난 뒤에 집회(集會)가 끝나서 국왕이 하직하고 떠나자, 가섭은 마음속으로 생각하였다.
‘젊은 사문이 요즘 7일 동안이나 나에게 오지 않았다. 잘되었고 유쾌하구나. 나는 이제 집회 뒤의 남아 있는 음식이 있으므로 공양하고 싶구나. 그가 만일 온다면 때를 잘 맞추어 오는 것인데…….’
이에 세존께서는 곧 그의 뜻을 아시고 울단월로부터 마치 장사가 팔을 구부렸다 펴는 정도의 잠깐 동안에 그의 앞에 와 이르셨다.
그러자 가섭은 갑자기 여래를 보고 마음에 크게 놀라면서도 기뻐하며 곧 부처님께 여쭈었다.
“당신은 요즘 7일 동안이나 어디를 다니느라 서로 만나지 못하였습니까?”
부처님께서는 곧 대답하셨다.
“마갈제왕과 모든 신민ㆍ바라문ㆍ장자ㆍ거사 등이 7일 동안 당신의 집회에 모였을 때 당신이 마음속으로 나를 만나고 싶어하지 않기에 그 때문에 나는 북울단월에 가서 당신을 피하고 있었을 뿐입니다. 이제 당신이 마음속으로 내가 왔으면 하고 바랐으므로 그 때문에 일부러 당신에게 온 것입니다.”
가섭은 부처님께서 하신 말씀을 듣자마자 놀라고 털이 곤두서서 생각하였다.
‘젊은 사문은 이렇게 나의 뜻까지 알고 있으니 매우 기특하구나. 그러나 본디 나의 도의 진실한 것보다는 못하리라.’
세존께서는 또 다른 날에 마음으로 생각하였다.
‘우루빈라가섭은 근기와 인연이 점차 성숙해졌다. 지금이 바로 조복할 때로구나.’
이런 생각을 하신 뒤에 곧 니련선하(尼連禪河)에 나아가 물가에 이르셨다.
이때 악마왕은 부처님께로 나와서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제는 마땅히 반열반(般涅槃)하셔야 합니다. 선서(善逝)이시여, 이제는 마땅히 반열반하셔야 합니다. 왜냐하면 제도해야 할 이는 모두 다 제도하셨기 때문이니, 지금이 바로 반열반하실 때이옵니다.”
이와 같이 세 번 청하자 세존께서는 그때 악마왕에게 말씀하셨다.
“지금은 반열반할 때가 아니니라. 그 까닭은 나의 사부대중인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이들이 아직 완전히 갖추어지지 못했기 때문이니라. 마땅히 제도해야 할 이도 모두 아직 다하지 못하였으며, 모든 외도들도 아직 항복받지 못하였기 때문이니라.”
그때 여래도 세 번을 반복해서 대답하셨으므로 악마왕은 듣고서 마음으로 근심하고 괴로워하며 곧 천상의 궁전으로 되돌아갔다.
세존께서는 곧 니련선하에 들어가서 신통의 힘으로 물을 양쪽으로 열리게 하고 가시는 곳에서는 걸을 때마다 먼지가 일게 하여 양쪽의 물이 모두 다 솟아오르게 하셨다.
가섭이 멀리서 보고는 부처님께서 물에 빠졌다고 여기어 곧 제자들과 함께 배를 타고 이미 물가에 이르렀다. 그러나 부처님께서 가시는 곳은 모두 먼지가 일어나는 것을 보고 그 희유함을 찬탄하면서 생각하였다.
‘젊은 사문이 비록 이러한 신통의 힘이 있다고 하여도 본디 나의 도의 진실한 것보다는 못하리라.’
이때 가섭은 곧 부처님께 여쭈었다.
“젊은 사문은 배에 오르겠습니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아주 좋은 일입니다.
그리고는 세존께서는 곧 신통의 힘으로 배 밑에서부터 들어와 가부(跏趺)하고 앉으셨다.
가섭은 부처님께서 배 밑에서 들어왔는데도 뚫리거나 새는 곳이 없는 것을 보고 그 희유함을 찬탄하면서 마음속으로 생각하였다.
‘젊은 사문은 이에 이렇게 자유자재한 신통이 있구나. 그러나 본디 내가 진실한 아라한(阿羅漢)이 된 것보다는 못하다.’
『서응본기(瑞應本紀)』에서 말하였다.
“이와 같은 변화에는 모두 열여덟 가지나 있었다. 가섭은 다시 생각하였다.
‘이 큰 사문이 신령하기는 하지만 내가 아라한이 된 것보다는 못하다.’
부처님께서는 곧 말씀하셨다.
‘가섭이여, 그대는 아라한이 아니며 또한 이것은 아라한의 도(道)도 아닙니다. 그대는 지금 무엇 때문에 큰 아만(我慢)을 일으키고 있습니까?’”
『서응본기』에서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아라한이 아니며 도를 증득함도 모르면서 어찌하여 뻔뻔스러우며 염치도 없이 허망하게 스스로 나는 도덕(道德)이 있다고 일컫고 있는가?’
이에 가섭은 마음으로 놀라고 털이 곤두서서 부끄러워하며 자기 자신에게 도가 없는 것을 알고 곧 머리 조아리고 아뢰었다.
‘지금의 대도인(大道人)께서는 실로 미묘하고 신성하십니다. 이렇게 저의 뜻을 아시니 말입니다.’
가섭은 이러한 말씀을 듣고 마음이 부끄러워지고 몸의 털이 곤두서서 스스로 생각하였다.
≺젊은 사문은 내 마음을 잘도 아는구나.≻
그리고 곧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러합니다. 사문이여, 그러합니다. 대선(大仙)이시여, 저의 마음을 잘 아셨습니다. 제발 대선이시여, 저를 섭수(攝受)해 주소서.’
부처님께서는 곧 대답하셨다.
‘그대는 이미 늙어서 120세요, 또한 많은 제자의 권속이 있습니다. 또 국왕과 신민들의 존경을 받고 있는 터이니, 만일 결정코 나의 법에 들어오고자 한다면 먼저 제자들과 함께 깊이 생각하여 의논하십시오.’
가섭이 대답하였다.
‘좋습니다. 좋습니다. 대선께서 명하신 대로 하겠습니다. 그러나 제 마음이 결정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다만 제자들과 의논할 뿐입니다.’
이런 말을 하고는 곧 본래 있는 곳으로 돌아가서 모든 제자들을 모아 놓고 말하였다.
‘젊은 사문께서 여기에 오신 이후로 그분의 갖가지 신통과 변화를 보았는데 매우 기특하였고 지혜는 깊고 멀며 성품은 안온하고 자상하셨다. 나는 이제 곧 그의 법에 귀의하려고 한다. 너희들은 어떻게 하겠느냐?’
제자들은 대답하였다.
‘저희들이 알고 있는 것은 모두 존자의 은혜이십니다. 이미 젊은 사문이 존자께서 귀의하여 믿는 분이시라면 어찌 거짓이 있겠습니까? 저희들도 역시 여러 가지 기이한 것을 보았습니다. 존자께서 만일 반드시 그의 법을 받고자 하신다면 저희들도 따라 귀의하겠습니다.’
그러자 가섭은 모든 제자들이 하는 말을 듣고 곧 그들과 함께 부처님께로 나아가 아뢰었다.
‘저와 제자들은 이제 귀의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제발 대선이시여, 이제 저희들을 거두어 주소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잘 왔노라. 비구야.’
수염과 머리카락이 저절로 떨어지고 가사가 몸에 입혀져 곧 사문이 되었다.
세존께서는 곧 알맞은 정도에 따라 널리 4제(諦)를 말씀하셨다. 가섭은 설법을 들은 뒤 번뇌를 멀리하고 때를 여의어 법안(法眼)이 청정하게 되었고 곧 점차로 아라한의 과위를 이루었다.
그때에 가섭의 5백 명의 제자들은 이미 그의 스승이 사문이 되었음을 보고 마음으로 좋아하면서 역시 출가하고자 곧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희들의 큰 스승은 이미 대선(大仙)께 섭수되어 이제 사문이 되었습니다. 저희들도 큰 스승을 따라 배우고 싶습니다. 제발 대선께서는 저희의 출가를 허락해 주십시오.’
그러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잘 왔노라. 비구야.’
그러자 수염과 머리카락이 저절로 떨어지고 가사가 몸에 입혀져 곧 사문이 되었다.
세존께서는 곧 그들을 위하여 4제(諦)의 법륜을 굴리셨다. 그러자 5백 명의 제자들은 번뇌를 멀리하고 때를 여의어 법안이 청정하게 되었고 수다원(須陀洹)의 과위를 이루었으며 곧 아라한의 과위도 얻었다.
그때 가섭과 5백 명의 제자들은 그들이 불을 섬기는 갖가지 도구들을 모두 다 니련선하에 버리고 스승과 제자들이 서로 함께 부처님을 따라 떠났다.
그런데 가섭에게는 나제가섭(那提迦葉)이란 이와 가사가섭(迦闍迦葉)이라는 두 아우가 있었고, 저마다 250명의 제자들을 거느리고 있었다.
니련선하 물가의 하류(下流)에 있었는데 갑자기 그의 형과 형의 제자들이 불을 섬기던 기구들이 모두 흘러 내려오는 것을 보고 마음으로 크게 놀라면서 스스로 생각하였다.
≺우리 형에게 지금 무슨 상서롭지 못한 일이 있는 것인가? 불을 섬기던 기구들이 지금 물을 따라 흘러오고 있다. 아니면 나쁜 사람들에게 해를 당하지는 않았을까?≻
그리하여 두 아우는 다투어 달려가서 함께 의논하였다.
‘우리의 형이 지금 혹시 나쁜 사람에게 해를 당하시지 않았을까요? 모든 물건들이 어찌하여 물을 따라 내려오는 것일까요? 걱정되고 괴이한 일입니다. 우리들은 빨리 함께 형이 계신 곳으로 가야겠습니다.’
곧 함께 흐름을 거슬러 올라가서 형이 머무르던 곳에 이르렀으나 텅 비고 고요하여 사람이 없자 마음으로 몹시 슬퍼하였으며 그의 형과 모든 제자들이 있는 곳을 알기 위하여 사방을 향해 찾아가다가 오래 전부터 알았던 사람을 만나게 되어 그에게 물어보았다.
‘우리의 선성(仙聖)이신 형과 그 모든 제자들이 어디에 있는지를 모르겠습니다. 당신은 그분들을 보셨습니까?’
그러자 그 알았던 사람이 대답하였다.
‘당신의 선성인 형님과 모든 제자들은 불을 섬기던 기구들을 버리고 모두 구담(瞿曇)에게 출가하여 도를 배우십니다.’
이때 두 아우는 이 말을 듣고 마음으로 크게 한탄하고 괴로워하며 일찍이 없던 일이라고 괴이하게 여겼다. 또 스스로 생각하였다.
≺어찌하여 아라한의 도를 버리고 다시 그 밖의 다른 법을 구한단 말인가?≻
곧 그의 형이 있는 곳으로 갔으며, 이른 뒤에 형과 권속들이 수염과 머리카락을 깎아 없애고 몸에는 가사를 입은 것을 보고 곧 무릎 꿇고 예배하고는 형에게 물었다.
‘형님은 본래 큰 아라한이었습니다. 총명하고 지혜가 있어 당할 이가 없었고 명성이 시방에 퍼져서 우러르지 않는 이가 없었는데, 무엇 때문에 지금 스스로 그 도를 버리고 도리어 남을 따르면서 배우십니까? 이것은 작은 일이 아닙니다.’
그때 가섭은 두 아우에게 말하였다.
‘내가 세존을 뵈니 대자대비(大慈大悲)를 성취하여 세 가지 일의 기특함이 계셨다. 첫째는 신통과 변화요, 둘째는 사람의 근기를 잘 알아 그에 따라 섭수하는 것이다. 이런 일 때문에 부처님의 법 가운데에 출가하여 도를 닦고 있다.
내가 지금 비록 국왕과 신민들에게 존경을 받고 있고 세론(世論)이나 임기응변[機變]에서 나를 꺾을 이가 없다고는 하지만 생사(生死)의 법을 영원히 끊은 것이 아니다. 오직 여래께서 연설하신 것만이 생사를 다할 수 있다. 이미 이러한 큰 성인이며 존귀한 분을 만나게 되었는데도 스스로 힘써 저 높고 뛰어나신 이를 스승으로 섬기지 않는다면 그것이야말로 마음이 없는 것이요, 또한 눈이 없는 것이리라.’
두 아우는 말하였다.
‘만일 형님의 말씀과 같다면 틀림없이 이분은 일체종지를 이루셨을 것입니다. 저희가 알고 얻은 것은 모두 형님의 힘이었습니다. 형님이 이제 이미 부처님을 따라 출가하셨으니, 저희들도 역시 형님을 따라서 그분께 배우고 싶습니다.’
곧 각기 그의 제자들에게 말하였다.
‘나는 이제 큰 형님과 함께 부처님의 법으로 출가하여 도를 배우고자 한다. 그대들의 뜻은 어떠한가?’
그러자 모든 제자들은 곧 스승에게 대답하였다.
‘저희들에게 지견(知見)이 있게 된 것은 모두 큰 스승의 은혜입니다. 큰 스승께서 만일 부처님의 법 가운데로 출가하려 하신다면 역시 뒤를 따르도록 하겠습니다.’
이리하여 나제가섭과 가사가섭은 저마다 250인씩의 제자들과 함께 부처님께 이르러서는 머리 조아려 발에 예배하고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제발 사랑하고 가엾이 여기셔서 저희들을 제도해 주십시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잘 왔노라. 비구들아.’
이에 수염과 머리카락이 저절로 떨어지고 가사가 몸에 입혀져 곧 사문이 되었다.
나제가섭과 가사가섭은 또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의 모든 제자들도 이제 부처님 법에 출가하려 합니다. 제발 세존께서는 가엾이 여기셔서 허락해 주소서.’
부처님께서는 곧 대답하셨다.
‘장하고 장하구나.’
그리고는 곧 말씀하셨다.
‘잘 왔노라. 비구들아.’
그러자 수염과 머리카락이 저절로 떨어지고 가사가 몸에 입혀져 곧 사문이 되었다.
그때 세존께서는 곧 나제가섭과 가사가섭과 모든 제자들을 위하여 큰 신통과 변화를 나타내시고, 또 그들의 마음에 알맞도록 그들을 위해 설법하셨다.
‘비구들아, 알아야 한다. 세간은 모두가 탐욕(貪慾)과 성냄[瞋恚]과 어리석음[愚痴]의 맹렬한 불길에 타오르고 구워지고 있다. 너희들은 이미 옛날에 받들고 섬기던 세 때의 불[三火]을 버렸다. 이런 바깥의 미혹은 제거하였지만 3독(毒)의 불은 아직도 몸에 남아 있으니 빨리 그것을 소멸시켜야 하느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이 말씀을 듣고 모든 법에서 번뇌를 멀리하고 때를 여의어 법안이 청정하게 되었다. 세존께서 또 그들을 위하여 4제(諦)를 말씀하시자, 모두 아라한의 과위를 얻었다.”
세존께서는 마음속으로 생각하셨다.
‘빈바사라왕(頻婆娑羅王)은 옛날 나에게 만일 도(道)를 이루게 되면 먼저 제도해 달라고 다짐하였다. 오늘 그 때가 이르렀으니 마땅히 거기로 가서 그의 본원(本願)을 만족시켜야겠구나.’
이런 생각을 한 뒤에 곧 가섭의 형제와 천 명의 비구와 권속들에게 에워싸여 왕사성(王舍城)으로 가서 빈바사라왕에게로 나아갔다.
그때 빈바사라왕의 명으로 옛날 우루빈라가섭에게 취락을 공급했던 이는, 가섭과 그의 제자들이 모두 사문이 되어 있는 것을 보고 곧 돌아와서 왕에게 이와 같은 일을 고하였다. 왕은 모든 신하들과 함께 이 말을 듣고 마음으로 크게 놀라고 괴이하게 여기면서 잠자코 아무 말도 못하였다.
그때 밖의 백성들은 이런 말을 들은 뒤에 저마다 서로에게 말하였다.
“우루빈라가섭은 지혜가 깊고 멀어서 당할 이가 없고 나이도 늙었으며 이미 아라한이 된 분이거늘 어찌하여 도리어 구담의 제자가 되었단 말인가? 결코 그럴 리가 없으므로 도리어 사문 구담이 제자가 되었다고 말해야 하리라.”
그때 세존께서는 점차 나아가 왕사성 가까이에 있는 장림(杖林)에 머물러 계셨다.
우루빈라가섭은 곧 그가 언제나 심부름을 시켰던 사람을 보내어 빈바사라왕에게 전하게 하였다.
“저는 지금 부처님의 법에서 출가하여 도를 닦으며 이제 부처님을 따라 장림에 와 있습니다. 대왕께서는 마땅히 먼저 예배하고 공양해야 합니다.”
왕은 심부름한 이의 이런 말을 듣고 나서는 우루빈라가섭이 부처님의 제자가 되었다는 것을 알고 곧 명하여 수레를 차리고 모든 대신과 바라문들 그리고 백성들과 함께 부처님께로 나아가 장림 밖에 이르렀다. 왕은 곧 수레에서 내려 위의의 장식을 벗고 부처님께로 나아갔다.
그때 공중에서 어떤 하늘이 왕에게 말하였다.
“여래께서는 지금 이 숲 속에 계십니다. 바로 모든 하늘과 사람들의 가장 으뜸가는 복전(福田)이시니 대왕은 마땅히 공경하고 공양해야 합니다. 또 나라 안의 백성들에게 널리 알리어 그들 모두 여래께 공양해야 합니다.”
왕은 그 하늘의 말을 들은 뒤 마음이 크게 기뻐서 더욱더 뛰었다.
『보요경(普曜經)』에서 말하였다.
“이때에 병사왕(甁沙王)은 그 말을 듣고 뛸 듯이 크게 기뻐하면서 말하였다.
‘나에게 본래 부처님이 되면 제도해 주신다고 약속하셨었다.’
모든 대신과 장자, 범지와 나라 안의 백성들에게 명하여 도로를 엄정하게 다스리고 꽃을 뿌리고 향을 사르며 모든 깃발과 일산들을 들게 하였다.
우보(羽葆)의 수레를 타고 대신과 백관에게 앞뒤로 인도하고 따르게 하며 천 수레와 만 마리 말로 장자와 범지 등의 1만 2천 인과 함께 성(城)을 나가 영접하려 하였는데, 갑자기 큰 바람이 일어나 그 성문이 닫혀 버렸다.
왕은 그러한 까닭을 괴이하게 여기며 생각하였다.
≺지금 가서 부처님을 영접하면 마땅히 길하고 좋은 일과 기쁨의 상서로운 감응이 있어야 하는데…….≻
그때 성문의 신(神)이 곧 왕에게 말하였다.
‘유쾌하고 이롭지 않음이 없습니다만 왕께서 지난 전생에 8만 4천 명의 왕과 함께 절을 고치고 탑(塔)을 일으키고는, ≺오는 세상에는 동일한 때에 부처님을 뵙고 도(道)의 가르침을 묻고 받도록 해 주십시오≻라고 서원하였습니다.
그런데 지금 어느 한 사람이 감옥에 갇혀 있기 때문에 그 본래의 서원을 어기게 되었으므로 성문이 닫힌 것입니다. 마땅히 석방하며 크게 용서해야 합니다. 옥에 갇힌 사람이 나와서 부처님을 뵙고 가르침을 묻고 받게 된다면 성문은 열릴 것입니다.’
왕은 듣고 즉시 사람을 보내어 속히 석방을 명하고 크게 용서하게 하였으므로 온 나라 안의 죄수들이 나와 한꺼번에 부처님을 영접하였다.
부처님께서 나라에 들어오실 때 차월(遮越)이라는 큰 사당나무가 있어서 부처님과 비구들은 그 나무 아래 앉아 계셨다. 왕이 멀리서 부처님을 보았는데, 마치 별 가운데의 달과 같았고 해가 떠오를 때 천하가 크게 밝아져 환히 비추지 않음이 없는 것과 같았으며, 또한 제석과 범왕인 성제(聖帝)가 본궁(本宮)에 처한 것과 같았고, 나무에 꽃이 무성하게 피어 빛나는 것과 같았으며, 마치 금빛과 같은 위신(威神)이 특별히 드러나고 광명이 크게 뛰어나서 짝할 이가 없었다.
왕은 마음으로 기뻐하며 수레에서 내려와 온몸의 위의인 일산ㆍ신ㆍ부채ㆍ관ㆍ머리싸개ㆍ칼ㆍ지팡이 등을 치우고는 나아가 부처님 발에 머리 조아리고 스스로 자신의 이름을 부르면서 아뢰었다.
‘저는 바로 나라의 주인 병사왕입니다. 오랫동안 성존(聖尊)을 생각하면서 허기에 차 있은 지 오래되었습니다.’
이와 같이 세 번을 이르자, 부처님께서는 왕에게 말씀하셨다.
‘진실로 와서 말씀하신 대로의 병사왕이십니다. 모든 부처님과 천신(天神)이 왕을 보호하십니다.’
왕이 아뢰었다.
‘도움을 입은 것입니다.’
물러나 한쪽에 앉자 앞에 있는 이들은 예배하고 중간에 있는 이들은 머리를 숙였으며 뒤에 있는 이들은 합장하며 모두 물러나 앉았다.
왕과 신민들은 우루빈라가섭을 보고 산에 있으면서 선(仙)을 배우며 늙은 것이 오래되었는데 그가 부처님 곁에 있음을 괴이하게 여기고는 마음속으로 생각하였다.
≺부처님께서 우루빈라의 스승인가, 우루빈라가 바로 부처님의 스승인가?≻
부처님께서는 그들이 마음으로 생각하는 것을 보시고 곧 우루빈라에게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어찌하여 우루빈라야, 그대는
본래 섬겨야 하는 신(神)에게 제사지내고
물과 불과 해와 달이며
범천(梵天)에게 귀의하였느냐?

섬겨온 지는 얼마나 되었고
이른 아침과 깊은 밤에 정진하여 배우면서
마음속으로 게으르거나 그만두지 않았으니
어떠한 이익이 있어서 신선이 되었느냐?

이때에 가섭은 게송으로 부처님께 대답하였다.

스스로 생각하건대 제사지내 온 지는
80년이 지났으며
풍신(風神)ㆍ수신(水神)ㆍ화신(火神)과
일(日)ㆍ월(月)이며 모든 산천(山川)을 받들면서

이른 아침과 깊은 밤에 게으르지 않았고
마음속에는 다른 생각이 없었지만
마지막까지 얻은 것이 없었다가
부처님을 만나서야 편안해졌습니다.

왕과 여러 신하와 나라 안의 온 백성들은 그제서야 분별하여 우루빈라가섭이 바로 부처님의 제자임을 알게 되었다.”
곧 숲 속으로 나아가 멀리서 여래의 상호(相好)가 장엄한 것을 보고 또 우루빈라가섭의 형제 세 사람과 아울러 그 제자들이 앞뒤로 에워싼 것이 마치 둥근 보름달이 못 별들 가운데 있는 것과 같은 것을 보고는 발걸음이 즐거워서 스스로 어쩔 줄 몰랐으며, 부처님께 이르자 머리 조아려 발에 예배하고 아뢰었다.
“저는 바로 월종(月種)의 마갈제왕이며 이름은 빈바사라입니다. 세존이시여, 아시겠습니까?”
부처님께서는 곧 대답하셨다.
“장하십니다. 대왕이여.”
이에 빈바사라왕은 물러나 한쪽에 앉았으며 바라문과 대신과 모든 백성 대중들도 다 자리로 나아갔다.
그때 세존께서는 온 대중들이 모두 편히 앉은 것을 보시고 곧 범음(梵音)으로 빈바사라왕을 위문하면서 말씀하셨다.
“대왕이여, 4대(大)는 언제나 안온하셨습니까? 백성의 일을 통괄해 다스리느라 피로하지 않으셨습니까?”
왕은 곧 대답하였다.
“세존의 은혜를 입어 다행히 안온하였습니다.”
그때 빈바사라왕과 그 밖의 대중인 바라문ㆍ장자ㆍ거사ㆍ대신ㆍ백성들은 이미 가섭이 부처님의 제자가 되었음을 보았으므로 서로 말하였다.
“아아, 여래는 큰 신통력이 있고 지혜가 깊고 멀어서 불가사의하구나. 이러한 사람을 능히 조복하여 제자로 삼았으니 말이다.”
다시 다른 사람들은 마음속으로 생각하였다.
‘우루빈라가섭은 큰 지혜가 있어서 세간 사람들이 두루 귀의하고 믿었거늘 어떻게 사문 구담의 제자가 되었단 말인가?’
그렇게 마음에 의심을 품었다.
그때 세존께서는 그들이 마음속으로 생각하는 것을 아시고 곧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이제 마땅히 모든 신변(神變)을 나타내야 하느니라.”
그러자 가섭은 곧 허공으로 올라가 몸 위에서는 물을 내고 몸 아래에서는 불을 뿜었고 몸 위에서는 불을 뿜고 몸 아래에서는 물을 내기도 하였으며, 혹은 큰 몸을 나타내어 허공 안을 가득 채우기도 하였고 혹은 또 작게 나타나기도 하였으며, 혹은 하나의 몸을 나누어 한량없는 몸을 만들기도 하였다. 혹은 땅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솟아나오기도 하였으며, 허공 가운데서 가고 서고 앉고 눕는 것을 나타내기도 하였으므로 온 대중들은 보고 나서 전에 없던 일이라고 찬탄하고 모두가 다 제일의 대선(大仙)이라고 칭찬하였다.
가섭은 이런 변화를 나타낸 뒤에 곧 허공에서 내려와 부처님 앞에 이르러 머리 조아려 발에 예배하고 아뢰었다.
“세존께서는 진실로 천상과 인간의 스승이시고 저는 지금 진실로 세존의 제자입니다.”
이와 같이 세 번을 말하자 부처님께서는 곧 대답하셨다.
“그러하고 그러하도다. 가섭아, 너는 나의 법에서 어떠한 이익을 보았기에 불을 섬기던 도구를 버리고 출가한 것이냐?”
이에 가섭은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저는 옛날 살았던 동안에
불을 섬긴 공덕으로
천상이나 인간 세상 가운데 태어나서
오욕(五欲)의 즐거움을 받았습니다.

항상 그처럼 바퀴 돌듯이
생사의 바다에 빠져 지냈는데
이제 그러한 허물과 근심을 보았기에
그 때문에 그것을 버렸습니다.

또한 불을 섬기는 복(福)은
천상이나 인간 세상에 태어나게 되지만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을 더욱 자라게 하니
이 때문에 저는 멀리 여의었습니다.

또다시 불을 섬기는 복은
미래 세상에 태어남을 구하게 되는데
이미 태어나게 되면
반드시 늙음과 병듦과 죽음이 있게 되므로

이미 이러한 일을 보았기에
이 때문에 불 섬기는 법을 버렸습니다.
보시의 모임과 고행(苦行)을 닦는 일과
불을 섬기는 복은

비록 범천(梵天)에는 태어나게 되지만
그것은 궁극적으로 뛰어난 경지가 아닌 것이니
이러한 인연 때문에
불을 섬기는 것을 버렸습니다.

제가 여래의 법을 보니
생ㆍ노ㆍ병ㆍ사를 여의고
궁극적으로 해탈하는 가르침이므로
이 때문에 이제 출가하였습니다.

여래께서는 진실로 해탈하신
모든 하늘과 사람들의 스승이오니
이러한 인연 때문에
대성존(大聖尊)께 귀의하였습니다.

여래께서는 큰 자비가 있으셔서
갖가지 방편을 나타내시고
모든 신통의 힘으로
저를 가르쳐 이끌어 주셨으니
어떻게 다시
불의 법[火法]을 받들며 섬기겠습니까?

그때 빈바사라왕과 모든 대중들은 우루빈라가섭의 이러한 게송을 듣고 마음으로 크게 기뻐하며 여래께 깊은 공경과 믿음을 내어 여래께서는 틀림없이 일체종지(一切種智)를 이루셨음을 결정코 알게 되었으며, 가섭은 바로 부처님의 제자라는 사실도 자세히 알게 되었다.
그때 모든 하늘들은 허공 가운데서 여러 가지 하늘꽃비를 내리고 묘한 풍악을 울리면서 같은 소리로 말하였다.
“장하도다. 우루빈라가섭이여, 즐겁게 이런 게송을 말하였도다.”
그때 세존께서는 모든 대중들의 마음과 뜻이 결정되어 다시는 의심이 없음을 아시고, 또한 그 근기가 이미 성숙된 것을 관하시고는 곧 그들을 위해 설법하셨다.
“대왕이여, 알아야 합니다. 이 5음(陰)의 몸은 식(識)을 근본으로 삼고 식으로 인하여 의근(意根)을 내며 의근 때문에 색(色)을 내지만 이 색법(色法)은 나고 없어지면서 머무르지 않습니다.
대왕이여, 만일 이와 같이 관한다면 곧 몸이 영원하지 않음을 잘 아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몸을 관하여 몸의 모양[相]을 취하지 않으면 곧 나[我]와 나의 것[我所]을 능히 여의게 되고, 만일 색(色)이 나와 나의 것을 여읜 것이라고 능히 관한다면 곧 색이 생김으로 곧 괴로움이 생긴다는 것을 알며, 만일 색이 소멸하면 곧 괴로움도 소멸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만일 사람이 이와 같이 관할 수 있으면 이것을 바로 해탈이라고 하거니와 사람이 이런 관을 짓지 못하는 것을 바로 번뇌의 굴레[縳]라고 합니다. 법에는 본래 이와 같은 나의 것이 없는데도 뒤바뀐 생각 때문에 멋대로 나와 나의 것이 있다고 헤아리는 것이지 진실로 법에는 그런 것이 없습니다. 만일 이런 뒤바뀐 생각을 끊게 되면 곧 이것이 바로 해탈입니다.”
그때 빈바사라왕은 마음속으로 생각하였다.
‘만일 중생의 나[我]가 있다고 말하는 것을 번뇌의 굴레라고 한다면 온갖 중생은 모두 다 나가 없다고 말하리니, 이미 나가 없는 것이거늘 그 누가 미래의 과보를 받는 것일까?’
그때 세존께서는 그의 생각을 아시고 곧 말씀하셨다.
“온갖 중생이 행한 선악(善惡)과 받게 되는 과보는 모두가 ‘나’로 짓는 것이 아니며 또한 ‘나’로 받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현재 선악을 지으면서 과보를 받는 이가 있나니 대왕이여, 자세히 들으십시오. 왕을 위하여 설명하겠습니다.
대왕이여, 다만 정(情)ㆍ진(塵)ㆍ식(識)이 화합하여 경계[境]에서 대하여 염착(染著)을 내고 번뇌로 얽힌 생각이 더욱 번성하게 되는 인연 때문에 생사에 내달아 갖은 괴로운 과보를 받거니와 만일 경계에 대하여 염착이 없고 그 여러 생각들을 쉬게 되면 곧 해탈하게 될 뿐입니다. 정ㆍ진ㆍ식의 인연 때문에 선과 함께 악을 일으키고 과보를 받는 것이지 다시 따로 ‘나’가 없습니다. 비유하면 마치 송곳으로 나무를 뚫어서 불을 일으키는 것과 같습니다. 손으로 뚫으면 마찰로 인하여 불이 생기게 되지만 그 불의 성질은 손으로부터 생기지도 않았고 송곳으로부터 생기지도 않았지만, 또한 다시 손과 나무를 뚫는 송곳을 여의지도 않습니다. 저 정ㆍ진ㆍ식도 또한 이 경우와 같습니다.”
그때 빈바사라왕은 또 생각하였다.
‘만일 정ㆍ진ㆍ식이 화합하기 때문에 선과 악이 있고 과보를 받는다면, 곧 언제나 화합하게 되어 마땅히 여의거나 떨어지지 않아야 하며, 만일 언제나 화합하지 않는다면 이것은 아주 없는 것이 된다.’
그때 세존께서는 왕의 생각을 아시고 곧 대답하셨다.
“이 정ㆍ진ㆍ식은 영원히 있는 것도 아니고[不常] 아주 없는 것도 아닙니다[不斷]. 왜냐하면 화합하기 때문에 아주 없지도 않고, 여의기 때문에 영원히 있지도 않습니다. 비유하면 마치 땅과 물이 연(緣)이 되고 그 종자는 인(因)이 되어서 싹과 잎이 나오는 것과 같습니다. 종자가 이미 사라져 없어지면 영원히 있다고 할 수도 없고 싹과 잎이 나오기 때문에 아주 없다고도 할 수 없으니, 아주 없다거나 영원히 있다거나 하는 것을 여의기 때문에 중도(中道)라고 합니다. 세 가지 일의 인연도 역시 그와 같습니다.”
빈바사라왕은 이 법을 들은 뒤 마음이 열리고 뜻을 알게 되어 모든 법 가운데서 번뇌를 멀리하고 때를 여의어 법안이 청정하게 되었다. 8만 나유타(那由他)의 바라문ㆍ대신ㆍ백성들도 모든 법에서 번뇌를 멀리하고 때를 여의어 법안이 청정하게 되었으며, 96만 나유타의 모든 하늘과 사람들도 또 모든 법에서 번뇌를 멀리하고 때를 여의어 법안이 청정하게 되었다.
그때 빈바사라왕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합장하며 부처님께 아뢰었다.
“장하십니다. 세존이시여, 전륜성왕의 지위를 버리고 출가하여 도를 배우셔서 일체종지를 이루셨으니 말입니다. 저는 옛날 어리석어서 세존을 만류하여 조그만 나라를 다스리시라 하려 하였습니다. 이제 인자한 얼굴을 뵙고 또 바른 법을 듣고 비로소 부끄러워 옛날의 허물을 후회하나이다. 제발 세존이시여, 큰 자비로 저의 참회를 받아 주십시오.
저는 옛날에 세존께 ‘만일 도를 얻으시면 먼저 저를 제도해 주소서’라고 아뢰었는데, 오늘에야 비로소 오래된 소원을 이루게 되어 세존의 은혜를 입고 도의 자취를 밟게 되었습니다.
오늘부터 저는 세존과 비구승을 공양하되 마땅히 생활에 필요한 여러 물품[四事]을 모자람이 없게 하겠습니다. 제발 세존께서는 죽원(竹園)에 머무시면서 마갈제국(摩竭提國)을 오래도록 안온하게 해 주소서.”
부처님께서는 곧 대답하셨다.
“장하십니다. 대왕이여, 이에 세 가지의 견고하지 않은 법을 버리고 세 가지의 견고한 과보를 구하시니 마땅히 왕의 원(願)을 만족하도록 하겠습니다.”
빈바사라왕은 부처님께서 청을 받아들여 죽원에 머무실 것을 알고는 부처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작별을 고하고 떠나갔다.
『보요경(普曜經)』에서 말하였다.
“대신은 왕에게 경하드리며 말하였다.
‘예전의 왕은 모두 부처님을 뵙지 못하였는데 이제 왕만이 뵙게 되었습니다. 전생의 복록이 두터웠기 때문에 그러한 것입니다.’
그러자 왕은 더욱 기뻐하였고 또한 모든 신하들에게 축하하며 말하였다.
‘경들도 큰 덕이 있었기에 이런 성존(聖尊)을 만나게 된 것이오.’
왕은 궁중으로 돌아와서 궁부인(宮夫人)과 모든 채녀(婇女)와 나라의 관민들에게 다음과 같이 명하였다.
‘일 년에 세 번 한 달에 여섯 번은 재계(齋戒)하고 금법(禁法)을 지키고 보시와 계율을 행하며 견문을 넓혀라.’
왕이 마침 궁중으로 돌아가자 하늘의 제석은 8만의 천인을 거느리고 부처님 위에 꽃을 뿌리고는 목숨 바쳐 귀의하며 예배하고 떠나면서 ‘나무불(南無佛)’ 하고 불렀다. 그러자 모두 다 제도되어 법안이 청정하게 되었다.
그때 마갈국에 가릉(迦陵)이라는 한 장자(長者)가 있었는데, 부처님께서 나라에 들어오셔서 하늘과 사람들이 받드는데도 정사(精舍)가 없는 것을 보고는 생각하였다.
‘나에게 좋은 동산이 있으니, 그것을 부처님께 올리고 싶구나.’
부처님께로 나아가 발 아래에 머리 조아리고 아뢰었다.
‘부처님께서 온갖 중생을 가엾이 여기심은 마치 어버이가 자식을 사랑하듯 합니다. 전륜왕을 버리고 세간의 영화를 사모하지 않으셔서 지금 정사가 없습니다. 저에게 하나의 죽원(竹園)이 있는데 성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제발 부처님께 바치오니 정사를 지으시길 바라옵니다.’
부처님께서는 허락하시고 축원[呪願]을 하셨다. 부처님과 성인 대중은 그 안에 다니며 머물렀으며 이 때문에 가릉죽원(迦陵竹園)이라 하였다.”
왕은 성으로 돌아간 뒤에 곧 모든 신하들에게 명하여 죽원에 여러 당사(堂舍)를 세우게 하고 갖가지로 장엄하여 매우 화려하게 하였으며 비단으로 된 깃발과 일산을 달고 꽃을 뿌리고 향을 사르며 모두 이룩하자, 곧 수레를 차려 부처님께로 가서 머리 조아려 발에 예배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죽원의 승가람(僧伽藍)을 수리하여 비로소 마쳤습니다. 제발 세존께서는 비구승들과 함께 저를 가엾이 여기시어 그곳에서 머물러 주소서.”
그때 세존께서는 모든 비구들과 한량없는 모든 하늘들에게 앞뒤로 에워싸여 왕사성으로 들어오셨다. 여래께서 문지방을 밟으실 때 성안의 악기는 치지 않아도 저절로 울렸으며, 문이 좁은 곳은 다시 넓어졌고, 문이 낮은 곳은 다시 높아졌으며, 온갖 언덕은 모두 평탄하게 되었고, 더러운 먼지나 때는 저절로 향기롭고 맑아졌으며, 귀머거리는 듣게 되고, 벙어리는 말을 하였으며, 장님은 보게 되고, 미치광이는 정신이 들었으며, 곱사등이나 앉은뱅이나 병이 든 이들은 모두 나았다.
그리고 마른 나무에서는 꽃이 피고 썩은 풀은 생기가 돌았으며 바짝 마른 못에는 물이 차고 향기로운 바람은 맑게 불어왔으며, 봉새ㆍ공작새ㆍ물총새ㆍ물오리ㆍ기러기ㆍ원앙새 등의 기이한 종류의 여러 새들이 여기저기서 훨훨 날아와 모여서 온화하고 고운 소리를 내었으니, 이와 같은 여러 가지 상서(祥瑞)가 있었다.
이미 성에 들어오신 뒤에는 빈바사라왕과 함께 죽원으로 가셨으며, 그때 모든 하늘들이 허공에 가득 찼다. 그러자 왕은 곧 손에 보배 병을 들고 향수(香水)를 담아 여래의 앞에서 말하였다.
“저는 이제 이 죽원을 여래와 비구승에게 바쳐 올리오니, 원하옵건대 가엾이 여기시어 저를 위하여 받아 주십시오.”
이런 말을 한 뒤에 바쳐 올렸다. 그러자 세존께서는 잠자코 허락하시고는 게송으로 주원(呪願)을 말씀하셨다.

만일 사람이 능히 보시한다면
간탐(慳貪)을 끊어 없애게 되고
만일 사람이 능히 인욕한다면
영원히 성냄[瞋恚]을 여의게 되며

만일 사람이 능히 선(善)을 짓는다면
어리석음[愚癡]을 멀리 여의게 되나니
이 세 가지의 행(行)을 능히 갖추면
속히 열반에 이르게 되느니라.

만일 어떤 가난한 사람이
재물로 보시할 만한 것이 없으면
다른 이가 보시를 닦는 것을 볼 때에
따라 기뻐하는 마음을 낼지니
따라 기뻐하는 복의 과보는
보시와 평등하여 다름이 없느니라.

그때 바라문과 대신과 그 밖의 백성들은 왕이 여래께 승가람을 받들어 보시한 것을 보고 모두 기뻐하였고 따라서 기뻐하였다. 빈바사라왕은 승가람을 보시한 뒤 마음으로 크게 기뻐하면서 머리 조아려 발에 예배하고 물러나 있던 곳으로 돌아갔다.
염부제 안의 모든 왕 가운데 부처님을 뵌 이는 빈바사라왕이 가장 첫 번째였으며, 모든 승가람에서는 죽원승가람(竹園僧伽藍)이 가장 시초가 되었다.
그때 세존께서는 모든 비구들과 함께 죽원의 승가람에 머무르셨다.
이때에 왕사성에는 두 바라문(婆羅門)이 있었는데 총명하고 근기가 예리하며 지혜가 있어 모든 글과 이론[書論]에 통달하지 않음이 없었고, 변재(辯才)와 어의(語義)에 있어서도 꺾어 조복할 수 있는 이가 없었다. 한 명은 성(姓)이 구율(拘栗)이었고 이름은 우바실사(優婆室沙)였는데, 어머니의 이름이 사리(舍利)였기 때문에 온 세간에서는 그를 사리불(舍利弗)이라 불렀으며, 다시 한 명의 성은 목건련(目犍連)이었고 이름은 목건라야나(目犍羅夜那)라 하였다. 각각 백 명의 제자가 있었고 널리 나라 사람들의 숭앙을 받았다.
두 사람은 친한 벗이었고 서로 매우 아끼고 존중하였으며 함께 다음과 같이 맹세하였다.
“만일 먼저 여러 묘한 법을 듣게 되면 반드시 상대에게 깨우쳐 주는 일에 인색함이 없어야 할 것입니다.”
그때 아사바기(阿捨婆耆) 비구가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마을로 들어가 걸식을 하였는데, 모든 감관을 잘 가다듬고 위의(威儀)가 자상하였으므로 길 가다가 보는 사람들마다 모두 공경심을 내었다.
사리불은 갑자기 길에서 아사바기라고 하는 모든 감관을 잘 가다듬고 위의가 자상한 이를 만나게 되었다. 사리불도 이미 선근(善根)이 성숙하였으므로 아사바기를 보고는 큰 기쁨이 뛸 듯이 몸에 두루하였으므로, 걸음을 멈추고 쳐다보면서 잠시도 눈을 떼지 않다가 곧 그에게 물었다.
“나의 생각으로는 당신을 자세히 살펴보니 새로 출가한 분 같은데 이처럼 모든 마음의 감관을 잘 가다듬었으므로 좀 물어보려고 합니다. 대답해 주십시오. 당신이 지금 섬기는 큰 스승의 이름은 무엇이며, 무슨 법을 가르치고 연설하셨습니까?”
그러자 아사바기는 곧 안온하고 자상하게 대답하였다.
“나의 큰 스승께서는 일체종지를 얻으신 이입니다. 그 분은 감자종성(甘蔗種姓)으로서 천상과 인간의 스승이십니다. 상호(相好)와 지혜와 신통의 힘에서 그분 같을 이가 없습니다. 나는 나이도 어리고 도(道)를 배운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어찌 여래의 묘한 법을 펴 말하겠습니까? 그렇지만 알고 있는 대로 당신에게 말하겠습니다.”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온갖 모든 법은 본래
인연(因緣)으로 생기며 주재자가 없나니
만일 이것을 능히 이해하면
곧 진실한 도(道)를 얻으리라.

사리불은 아사바기에게 이 게송의 설명을 듣자 곧 모든 법에서 번뇌를 멀리하고 때를 여의어 법안이 청정하게 되었고, 도의 자취를 본 뒤에는 마음이 크게 뛰놀면서 몸의 모든 뜻과 감관이 다 즐거워졌으므로 스스로 생각하였다.
‘온갖 중생은 모두 나에 집착하기 때문에 바퀴 돌 듯이 생사에 있다. 만일 나라는 생각만 제거된다면 곧 나의 것[我所]에 있어서도 모두 여읠 수 있는 것이 마치 햇빛이 어둠을 능히 깨뜨리는 것과 같을 것이다. 나가 없다는 생각도 또한 그와 같아서 모두가 나라는 견해의 어리석은 장애를 깨뜨리는 것이다. 내가 예부터 닦고 배웠던 것은 모두 삿된 견해였고 오직 지금 얻은 것만이 바로 바르고 참된 도(道)로구나.’
그리고는 아사바기의 발에 예배하고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아사바기는 앞으로 나아가 밥을 구걸하고는 죽원으로 돌아왔다. 그때 사리불은 머무르고 있는 곳으로 돌아와 있었는데 목건라야나도 선근(善根)이 이미 성숙하였으므로 사리불의 모든 감관이 고요히 안정되고 위의가 자상하며 얼굴에 기쁨이 넘쳐서 평소와는 다름을 보고 곧 물었다.
“나는 지금 당신이 모든 감관과 얼굴 모습이 평소와는 다른 것을 보았습니다. 틀림없이 이미 모든 감로(甘露)의 법을 얻으셨군요. 나는 옛날 당신과 함께 서약하기를, ‘만일 묘한 법을 들으면 반드시 서로 깨우쳐 주자’라고 하였습니다.
당신이 얻은 것이 있다면 나에게 말씀해 주십시오.”
사리불은 곧 대답하였다.
“나는 지금 진실로 이미 감로의 법을 얻었습니다.”
목건라야나는 들은 뒤에 기뻐함이 한량없었으며 찬탄하며 말하였다.
“장하십니다. 이제 나를 위하여 말씀해 주시오.”
사리불은 말하였다.
“내가 요사이 나갔다가 한 비구를 만났습니다.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마을로 들어와 걸식을 하였는데 모든 감관이 고요하며 위의가 자상하였습니다. 나는 그것을 보고 깊이 공경하게 되어 그에게로 가서 물었습니다.
‘나의 생각으로 당신을 살펴보니 새로 출가한 듯한데도 이처럼 모든 뜻과 감관을 잘 가다듬고 있기에 묻고 싶습니다. 대답해 주십시오. 당신의 큰 스승의 이름은 무엇이며, 가르쳐 주신 법은 어떤 것을 연설해 주셨습니까?’
그랬더니, 아사바기는 곧 안온하고 자상하게 대답하였습니다.
‘나의 큰 스승은 일체종지(一切種智)를 얻으셨으며 그분은 감자의 종성으로 천상과 인간의 스승이십니다. 상호와 지혜와 신통의 힘은 동등한 이가 없습니다. 나는 나이가 어리고 도를 배운 지도 얼마 되지 않았으니, 어찌 여래의 묘한 법을 널리 연설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알고 있는 대로 당신에게 말해 주겠습니다.’”
그리고는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온갖 모든 법은 본래
인연으로 생기며 주재자[主]가 없으니
만일 이것을 능히 이해하면
곧 진실한 도를 얻으리라.

그때 목건라야나는 사리불이 설명한 말을 들은 뒤 곧 모든 법에서 번뇌를 멀리하고 때를 여의어 법안이 청정해졌다.
그때 사리불은 목건라야나와 함께 부처님 법에서 감로를 얻은 뒤에 서로 말하였다.
“우리들은 이미 부처님 법에서 저마다 이익을 얻게 되었으니, 이제 마땅히 함께 부처님께로 가서 출가를 청해야겠습니다.”
이런 말을 한 뒤 저마다 제자들을 불러 놓고 그들에게 말하였다.
“우리들은 이미 부처님의 법에서 감로의 맛을 얻었다. 오직 이 법만이 바로 세간을 벗어나는 도이다. 나는 이제 부처님께로 가서 출가를 청하려 하는데 너희들은 어떻게 하겠느냐?”
모든 제자들은 그 스승에게 대답하였다.
“저희들이 지금 알고 보는 것들은 모두 큰 스승의 힘이었습니다. 스승께서 만일 출가하신다면 저희도 모두 따르겠습니다.”
이에 두 사람은 곧 2백 명의 제자들을 거느리고 죽원으로 나아갔다. 문에 들어서서 멀리서 여래의 상호의 장엄함과 모든 비구들이 앞뒤로 에워싸고 있는 것을 보고는 마음이 크게 기뻐서 온몸이 두루 들떴다.
그때 세존께서는 사리불과 목건라야나가 모든 제자들과 함께 서로 따르면서 오는 것을 보시고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알아야 한다. 지금 저 두 사람은 모든 제자들을 거느리고 나에게서 출가하기를 바랄 것이다. 한 명의 이름은 사리불이고, 또 한 명의 이름은 목건라야나라 한다. 장차 나의 법 가운데서 으뜸가는 제자가 될 것이다. 사리불은 지혜에서 가장 으뜸이 되고, 목건라야나는 신통에서 다시 그보다 뛰어난 이가 없으리라.”
그들은 부처님께 이르러 머리 조아려 발에 예배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희는 부처님의 법에서 이미 도의 자취를 보았습니다. 출가하려 하옵니다. 제발 허락해 주십시오.”
그때 세존께서는 곧 불러 말씀하셨다.
“잘 왔노라. 비구야.”
그러자 수염과 머리카락이 저절로 떨어지고 가사가 몸에 입혀져 사문이 되었다. 그의 2백 명의 제자들은 이미 그의 스승이 사문이 된 것을 본 뒤에 다 같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희들도 스승을 따라 출가하려 합니다. 제발 세존이시여, 가엾이 여기셔서 허락해 주십시오.”
이에 세존께서는 곧 그들을 불러 말씀하셨다.
“잘 왔노라. 비구들아.”
그러자 수염과 머리카락이 저절로 떨어지고 가사가 몸에 입혀져 곧 사문이 되었다.
그때 세존께서는 사리불과 목건라야나를 위하여 널리 4제를 설하셨는데, 두 사람은 곧 아라한의 과위를 얻었다. 또다시 그 2백 명의 제자를 위하여 널리 4제를 설하시자 곧 모든 법에서 번뇌를 멀리하고 때를 여의어 법안이 청정하게 되었으며 이내 아라한의 과위도 이루었다.
그때 세존께서는 곧 1,250명의 비구이자 모든 큰 아라한과 함께 마갈제국에서 널리 중생을 이익되게 하였다.
모든 비구들 가운데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목건라야나라고 이름을 불렀으나 세존께서는 일부러 이 목건라야나를 대목건라야나(大目犍羅夜那)라고 부르셨다.
『보요경』에서 말하였다.
“부처님께서는 안륙(安陸)이라는 사문을 보내어 법을 펴서 아직 듣지 못한 이들을 깨우쳐 교화하게 하셨으나 오탁(五濁) 세상의 사람들은 마음이 허황하고 뒤바뀌어 지진(至眞:아라한)을 알지 못했다.
성(城)에 들어가서 걸식[分衛]을 할 때에 의복은 가지런히 정돈되고 위의와 예절이 있었으며 평소의 법을 잃지 않고 걸음걸이가 차분하였으니, 이 때문에 사람들은 그를 보고 마음이 즐겁게 되었다.
사리불의 본래의 이름은 우바체(優波替)였는데 멀리서 그를 보고 마음속으로 기뻐서 스스로 생각하였다.
≺내가 배워 온 지가 오래되었으나 아직 일찍이 이 사문과 같이 의복이 정돈되고 차분하면서 위의와 예절을 잃지 않은 이를 본 적이 없다. 시험삼아 가서 어떠한 도(道)를 받들고 있는지 물어보아야겠다. 나는 언제나 마음으로 틀림없이 견문이 다른 특수하고 미묘한 법이 있으리라고 의심하였는데, 행여 이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는 가서 비구에게 물었다.
‘어떠한 도를 섬기며 누가 스승[師主]이십니까? 원컨대 그 뜻을 들려 주십시오.’
그러자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나의 스승은 삼계(三界)에서 높으신 분으로
32상(相)이 있으시고
평등하여 있고 없음에 머물지 않으시며
중생을 제도하는 12문(門)이 있습니다.

나는 나이가 아직 어리고
배움과 근기도 얼마 되지 않아 얇고 적거늘
어찌 지진(至眞)ㆍ여래(如來)의
끝없는 업(業)을 펼 수 있겠습니까?

모든 법은 본래
연(緣)을 좇는 것으로 모두 없는 것이니
만일 본원(本源)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를 사문(沙門)이라고 하게 됩니다.

안륙 사문은 대답하였다.
‘내가 섬기는 스승은 수없는 겁으로부터 여섯 가지 바라밀다[六度無極]의 법을 받들어 행하고 4등(等)과 4은(恩)으로 그지없는 비(悲)를 행하시며 끝없는 자(慈)를 받들어 온갖 중생을 제도하려 하시니 공(功)을 쌓고 덕(德)을 쌓은 것은 이루 헤아릴 수조차 없습니다.
일생보처(一生補處)로서 도솔천(兜率天)에 계시다가 강신(降神)하여 나타나 계시는 분으로서 가유라위국(迦維羅衛國)에 몸을 맡겨 부인의 태에 처하신 것이 마치 햇빛이 물에 나타나는 것과 같았습니다. 태어나자마자 일곱 걸음을 걸으셨는데 하늘과 땅이 크게 진동하면서 상서로운 모양이 서른두 가지나 있었습니다. 스스로를 성자라고 일컬으며 말씀하시기를, ≺삼계(三界)는 모두 괴로운 것이다. 나는 장차 그들을 제도하리라≻고 하셨습니다.
제석ㆍ범왕ㆍ사천왕은 모두 와서 돕고 받들었으며, 아홉 마리의 용이 목욕을 시켰으니 그 덕이야말로 한량없었습니다. 대강 그 요점만을 든다 해도 반딧불이나 촛불 따위 정도의 찬탄으로 그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이 모든 것은 마음이나 입으로 말하고 생각할 것도 아닙니다.
이 나의 큰 스승은 천상과 인간에서 가장 높으신 분입니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나의 스승은 하늘 중에서도 하늘이요
삼계에서 끝없이 높으신 분으로
상호(相好)를 갖춘 몸의 키는 한 길 여섯 자이며
신통으로 허공을 다니십니다.

제도하시는 가르침은 5음(陰)을 버리고
열두 가지 근(根)을 뽑고 끊는 것이며
하늘과 세간의 지위를 탐하지 않고
마음이 청정하며 법문(法門)을 여십니다.

그러자 사리불은 흡족하며 크게 기뻐서 마치 어두운 곳에서 빛을 본 것과 같았으므로 말하였다.
‘장하십니다. 예부터 저는 의심을 품었고 또한 배움을 좋아하여 8세에 스승을 따랐고, 나이 16세에는 두루 알지 못함이 없었으며, 행(行)은 16국(國)에 두루하여 스스로 통달하였다고 여겼는데 이제 비로소 특이하게 위없이 바르고 참된 도리를 듣게 되었으니 나의 본래의 소원을 얻었습니다. 지금 부처님께서는 어디에 계십니까?’
대답하였다.
‘가릉죽원(迦陵竹園)에 계십니다.’
그러자 모든 제자들을 거느리고 부처님께 나아가 발 아래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지존(至尊)께 문안을 드렸다.
‘몸이 어리석고 어두운 데에 떨어져 미혹하게 세월을 보냈으면서도 묻고 받들 수 없다가 이제 성인의 끝없는 큰 도(道)를 받들게 되었습니다. 제발 출가를 허락하시어 비구가 되어서 계(戒)를 받아 성취하도록 해 주십시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장하도다.’
곧 불러 말씀하셨다.
‘비구야, 잘 왔노라.’
그러자 머리카락이 저절로 떨어지고 가사가 몸에 입혀졌다.
부처님께서 그를 위해 경을 말씀하시고 모든 법을 분별하시니 열두 가지의 근본을 환하게 통달하여 번뇌가 다하고 뜻을 알게 되어 무착과(無著果)를 얻었으므로 나아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제게는 동학(同學)이 있습니다. 세속에서의 이름은 구율타(拘律陁)인데 지금의 이름은 목련(目連)이옵니다. 젊어서부터 서로 따르면서 ≺반드시 지진(至眞)이 있으면 서로 알려 주어야 한다≻라고 하였습니다. 지금 저는 이미 구제되었으나 그는 번뇌와 때에 빠져 있으면서 아직 구출되지 못하였습니다. 높으신 성지(聖旨)를 받들어 가서 그를 열어 보이겠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장하도다. 마땅히 바로 그러할 때인 줄 알아서 머뭇거리지 말지어다.’
그때 사리불은 부처님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여 하직하고 성으로 들어가 목련을 찾았는데, 멀리서 목련이 여러 제자들과 함께 성안 거리의 굽이진 곳을 돌아가는 것을 보고는 그에게로 나아갔다. 목련은 몸이 바뀌고 옷이 변하여 평소와 같지 않은 것을 보고는 그에게 그렇게 된 까닭을 물었다.
‘입은 옷이 바뀌었는데 어떻게 달리 본 것이 있었습니까?’
대답하였다.
‘배우는 사람은 무상(無常)하니 오직 큰 지혜만을 행할 뿐이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저는 배워 온 지 몇 해가 쌓였지만 큰 성인을 만나지 못했는데, 이제야 비로소 그분을 만나 위없이 큰 도를 얻게 되어 기뻐하며 경하함이 한량없습니다. 그 때문에 와서 당신을 찾았습니다. 그 도의 맛을 같이하여 여러 겁 동안 끝이 없도록 합시다.’
목련은 대답하였다.
‘이것은 작은 일이 아닙니다. 함께 잘 생각합시다.’
사리불이 말하였다.
‘거듭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내가 하는 일이 마음에 들면 다시 들어 볼 필요도 없습니다. 비유한다면 진기하고 묘한 보시가 있어서 큰 보배인 여의명주(如意明珠)를 잘 얻었고 또 보영(寶瑛)을 얻었는데도 다시 도리어 비단을 구하여 구슬을 삼으려고 하지만 몸이 바라는 것이 아닌 것과 같습니다.’
목련이 대답하였다.
‘당신의 지혜는 나보다 뛰어나므로 언제나 당신을 형으로 섬겼습니다. 틀림없이 잘못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곧 뜻을 같이하여 나를 데리고 가서 가르침을 받게 하고 지존(至尊)께 머리 조아리게 하십시오.’
그때 사리불과 목련은 함께 부처님께로 나아가 부처님 발에 머리 조아리고 물러나 한쪽에 앉아 차수(叉手)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모시고 살피지 못하고 번뇌[塵垢]에 빠져 있다가 이제야 받들어 뵈었습니다. 제발 사문이 되어 법과 율을 묻고 받도록 해 주소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장하구나.’
그들이 곧 물병을 치우고 사슴털 옷과 지팡이 등의 도구를 물리쳤으므로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비구야. 잘 왔노라.’
그러자 머리카락이 저절로 떨어지고 가사가 몸에 입혀졌다. 그들을 위하여 바른 진리[正諦]를 설하시자 번뇌가 다하고 뜻이 이해되어 할 일을 다 마치고 무착과(無著果)를 얻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들은 똑같이 지난 세상에서 나를 공양하기를 맹세하고 내가 도를 이루면 좌우에서 모시며 도우려고 기다리다가 이제야 비로소 만나게 된 것이니라.’
본래 천 명의 제자들이 있었는데 사리불과 목련을 얻게 되어 250명의 비구를 한꺼번에 더 제도하게 되었다.”
그때 투라궐차국(偸羅厥叉國)에 가섭(迦葉)이라는 한 바라문이 있었는데 32상(相)을 갖추었다. 총명하고 지혜로웠으며 4비타경(毘陁經:베다)을 외웠으며 온갖 글과 이론[書論]을 통달하지 않음이 없었고 매우 큰 부자였으며 보시를 잘 하였다. 그의 부인은 단정하여 온 나라에서도 견줄 이가 없었는데 두 사람은 저절로 음욕에 대한 생각이 없었으므로 한 방에서 같이 자지 않았다. 오랜 옛날부터 선근을 심었기 때문에 집에 있으면서도 오욕의 즐거움을 누리려 하지 않았고 밤낮으로 사유하였으며 세간을 싫어하며 부지런히 힘써서 출가하는 법을 찾았다. 이와 같이 추구하여 찾았는데도 얻을 수 없게 되자 곧 집안 일을 버리고 산 숲에 들어가 마음으로 생각하고 입으로 말하였다.
“모든 부처님ㆍ여래께서는 출가하여 도를 닦으셨다. 나도 이제 부처님을 따라 출가하여야겠다.”
금실로 짜서 값어치가 백천 냥의 금이나 되는 값진 보배 옷을 벗어 버리고 나쁜 색[壞色]의 누더기를 입고는 스스로 수염과 머리카락을 깎았다.
그때에 모든 하늘들은 허공 가운데서 가섭이 이미 스스로 출가한 것을 보고 그에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감자(甘蔗)의 종족으로 백정왕(白淨王)의 아들인 그의 이름은 살바실달(薩婆悉達)인데 출가해 도를 닦아 일체종지(一切種智)를 이루었으므로 온 세상에서는 명호를 석가모니불(釋迦牟尼佛)이라 하십니다. 지금 1,250명의 아라한과 함께 왕사성 죽원(竹園)에 계십니다.”
그때 가섭은 하늘의 말을 듣고서 기쁘게 뛰었고 몸의 털이 곤두섰으므로 곧 죽원 승가람(僧伽藍)으로 나아갔다.
그때 세존께서는 그가 오고 있는 것을 아시고 스스로 그의 선근을 관하시고는 ‘마땅히 가서 그를 제도해야겠다’고 생각하신 뒤에 곧 그를 맞이하러 가시다가 자도바(子兜婆)에 이르러 가섭을 만나셨다.
그때 가섭은 상호와 위의가 특별히 높으심을 보고는 합장하고 아뢰었다.
“세존께서는 실로 일체종지이시며 실로 자비로써 중생을 제도하시니 실로 온갖 중생이 귀의할 분이옵니다.”
곧 온몸을 땅에 던져 부처님 발에 머리 조아리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께서는 이제 저의 큰 스승이시며 저는 바로 제자이옵니다.”
이와 같이 세 번을 말하자 부처님께서는 곧 대답하셨다.
“그러하도다. 가섭아, 나는 바로 너의 스승이며, 너는 바로 제자이니라.”
부처님께서는 또 말씀하셨다.
“가섭아, 알아야 하느니라. 만일 어떤 사람이 실로 일체종지가 아니면서 너를 받아들여 제자로 삼으려 한다면 머리가 곧 깨져 일곱 조각이 나리라.”
또다시 말씀하셨다.
“장하구나. 가섭아, 유쾌하도다. 가섭아, 5수음(受陰)의 몸은 바로 큰 고통 덩어리인 줄 알아야 하느니라.”
그러자 가섭은 이 말씀을 들은 뒤에 곧 진리를 보았고 아라한의 과위를 얻었다. 그리고 세존께서는 곧 가섭과 함께 죽원으로 돌아가셨으며, 가섭은 큰 위덕이 있고 지혜가 총명하였으므로 그를 대가섭(大迦葉)이라고 불렀다.
그때 세존께서는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보광(普光)여래께서 세간에 출현하셨을 때의 선혜 선인(善慧仙人)이 어찌 다른 사람이겠는냐? 바로 지금의 내 몸이 그이고, 길을 가다가 5백 명의 외도와 함께 논의하고는 따라 기뻐했던 이는 바로 지금 이 모임 안의 우루빈라가섭(優樓頻螺迦葉) 형제와 그의 권속인 천 명의 비구가 바로 그들이며, 그때에 꽃을 판 여인이 바로 지금의 야수다라(耶輸陀羅)이다. 또한 선혜 선인이 머리카락을 땅에 깔았을 때 곁에 있던 두 사람이 부처님 앞의 땅을 쓸었고, 2백 인이 따라 기뻐하면서 도왔는데 이들은 바로 지금 이 모임 안의 사리불ㆍ대목건련야나와 아울러 2백의 제자 비구들이 그들이다. 허공의 모든 하늘들이 선혜 선인이 머리카락을 땅에 까는 것을 보고 모두 따라 기뻐하면서 찬탄하였으니, 이들은 내가 처음 도를 얻어 녹야원에서 처음 법륜을 굴릴 때의 8만 명의 천자와 빈바사라왕이 거느렸던 권속인 8만 나유타의 사람과 96만 나유타의 하늘들이 바로 그들이니라.
너희들은 알아야 한다. 과거에 심었던 인연은 한량없는 겁이 되어도 닳아 없어지지 않는 것이니라. 나는 옛날에 부지런히 힘쓰며 온갖 선업을 닦아 익혔고 서원하는 마음을 크게 일으켜 물러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의 일체종지를 성취할 수 있었느니라. 너희들은 마땅히 도(道)의 행을 부지런히 닦아 게으르지 말 것이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머리 위에 이고 예배하고 물러났다.
『보요경』에서 말하였다.
“왕은 멀리서 아들이 부처님의 도를 얻었다는 말을 들은 지 6년이 지나도록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마음속에는 슬픔과 기쁨이 매우 간절하여 보고 싶어하였다.
우타야(優陀耶)라는 한 범지(梵志)가 있었는데 총명하면서 지혜가 있었고 본시 보살을 모시면서 언제나 그의 뜻을 얻었으므로 왕은 우타야에게 말하였다.
‘가서 부처님을 맞이하면서 말하기를, ≺서로 떨어져서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지 벌써 12년이나 되었는데 밤낮 괴롭게 걱정하면서 그 마음을 버리지 못하였다. 생각에 한 번만이라도 만나기만 하면 다시 살아날 것 같구나≻라고 하여라.’
우타야는 분부를 받고 부처님께 나아가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왕의 뜻을 자세히 아뢰었다. 우타야가 부처님을 뵐 때 모든 하늘과 제석ㆍ범왕이 귀화(歸化)하여 온갖 명(命)을 받았으므로 나아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제발 출가하여 사문이 되도록 해 주소서.’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비구야, 잘 왔노라.’
그러자 머리카락이 저절로 떨어져 곧 사문이 되었으며 아라한의 도를 얻었다. 부처님께서 이때에 제도하신 이와 그 밖의 앞뒤로 도를 얻어 제도된 이들은 헤아릴 수조차 없었다.
부처님께서는 스스로 생각하셨다.
≺본래 부왕과는 부처님 도를 얻은 뒤에 나라로 돌아와서 부모님을 제도하겠다고 약속하였다. 이제 곧 돌아가야겠구나. 설령 나라에 돌아간다 하여도 감동받을 일이 없다면 하는 일이 마땅하지 않아서 교화되는 이들이 적으리라. 우선 신족(神足)이 있는 제자인 우타야를 보내어 신족을 나타내어 부처님이 가려는 것을 알려 비로소 도(道)가 높은 것을 이해하여 모두가 함께 간절히 우러러 도를 향하는 마음을 일으키게 되어 제도된 이가 많게 하리라.≻
그때 세존께서는 우타야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본래 출가할 때 부모님께 만일 불도를 얻으면 돌아가서 부모님을 제도하겠다고 맹세하였다. 지금은 이미 불도를 얻었고 덕이 성취되었으므로 반드시 나라에 돌아가서 본래의 서약을 어기지 말아야겠다.
네가 신족으로 허공을 지나가고 신변(神變)을 나타내면 곧 나의 몸이 이미 큰 도를 이루었음을 알고 ≺제자조차도 오히려 저러하니 하물며 부처님의 위덕이 높고 뛰어나며 한량없음이랴≻고 할 것이며, 그래야만 믿고 받으리라.’
우타야는 분부를 받고 신족으로 날아가서 허공을 지나 본국에 이르러 가유라위성(迦維羅衛城) 위의 허공에서 수없는 변화를 나타내었다. 몸 위에서 물을 내고 몸 아래서 불을 뿜으면서도 몸이 물에 젖지도 않았고 불에 상처가 나지도 않았으며 일곱 번 나타났다가 일곱 번 사라졌으니, 동쪽에서 없어져서는 서쪽에서 나왔고, 서쪽에서 없어져서는 동쪽에서 나왔으며, 남쪽에서 없어져서는 북쪽에서 나왔고, 북쪽에서 없어져서는 남쪽에서 나왔으며, 허공을 다니는 것이 마치 새와 같았고 땅에서 없어짐은 마치 물과 같았으며 물을 밟는 것이 마치 땅에서와 같았으므로 왕과 신민들은 모두 기뻐하지 않음이 없었으며 비로소 도가 높은 것을 알았다.
이에 게송으로 말한다.

부처님께서 처음 수행하신 이래로
태어나고 죽음이 무수한 횟수였으며
기고 나는 무리들을 언제나 생각하여
정진 고행하심이 무량겁(無量劫)이었네.

이제 보리수[佛樹] 아래 앉아
본래의 숙원(宿願)을 이루셨으니
기뻐하고 마땅히 말씀을 들어야하건만
자주 보고 듣기는 어려워라.

불도를 막 성취하실 때엔
악마의 권속을 항복받고
곧 생사의 뿌리를 무너뜨리고
애욕을 남김없이 소멸하셨네.

부처님은 본래 태어나신 땅을 기억하시고
친족을 뵙고자 생각하셨으니
이제 정반왕[王頭檀]이
하시는 말씀 들으니 몹시 슬펐네.

비구의 이름은 우타야(優陁耶)이며
자태와 성품이 남을 기쁘게 할 수 있다며
부처님께서 가라고 보내셔서
성실히 소식을 전하러 왔네.

또한 부왕의 나라로 들어가서
부처님의 뜻을 말하도록 하셨으니
이제 왕의 태자께서는 과거를 돌아보며
궁중으로 돌아가려 한다고 하셨네.

우타야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들었으며
곧 들은 대로 받고 받들어 행하였으니
즉시 부처님 앞에서
변화로 땅의 형상을 따랐네.

그 몸이 갑자기 사라져
신족통으로 성(城)에 들어왔으며
곧 대왕의 궁전까지 이르러
부왕께서 앉아 계신 앞에 와 있었네.

비구 우타야는 나아가
정반왕 앞에 나타나
약간의 변화를 보이며
부왕의 궁전에서 솟아나오니
그 청정함이 비유하면 연꽃이
진흙에서도 먼지가 나지 않음과 같았네.

부왕은 보고 두려워하면서
곧 물었다. ‘이 어떠한 신령[靈]입니까?
아니면 신[神祇]이 아니십니까?
땅에서 나옴이 어찌 그리도 괴이합니까?

그 몸[形]의 성(姓)은 무엇이라 하고
본래 어디서 그런 것을 얻었습니까?
제발 나의 뜻이 열리어
맺힌 의심이 풀어지게 해 주십시오.
태어나서 지금까지
아직 이런 변화는 보지 못하였습니다.’

태자께서 본래 나라를 버리심은
중생을 제도하려고 도(道)를 구함이었으며
수없는 겁 동안 정진하셔서
이제 비로소 성취하셨습니다.

이제 왕께서는 두려워 마시고
우선 관대한 뜻으로 즐거워하소서.
저는 여러 악(惡)을 깨뜨리게 됨으로써
왕 태자의 심부름을 하게 되었습니다.

왕은 태자가 문안함을 전해 듣고
눈물을 흘리니 비나 별과 같았네.
열두 해가 지나서야
비로소 실달(悉達)이란 소리를 들었네.

이제 길상(吉祥)이 이르게 되어
깨어나서 다시 살아난 듯한 생각이 듭니다.
태자는 나라와 지위를 버리고
성도(成道)하셨다니 어떤 이름으로 부릅니까?

나라를 떠나와 앉으신 지 6년 동안
정진하여 현재 성불(成佛)하시어
명호는 하늘 가운데 하늘[天中天]이라고 하는데
삼계에서 제일 높으신 이입니다.

본래 나와 함께 있을 때에는 높으신 이는
그를 위해 여러 가지 보배 궁전을 지어
파고 새기고 아름다운 장식을 하였는데
지금 사는 방은 어떠합니까?

우타야는 대답하였네.
부처님 정진(正眞)께서는 미묘하여
언제나 나무 아래 앉아 계시며
하늘들이 와서 귀의(歸依)합니다.

나의 아들이 궁전에 있을 적엔
자리[茵褥]에 깐 베는 완연(綩綖)이었고
모두가 비단을 수놓은 직물이어서
부드러우면서 광택이 있었습니다.

용의 아내는 보배 침상을 바쳤고
하늘 제석[天帝]은 가사(袈裟)를 바쳤지만
좋은 옷이라 하여 기뻐하지도 않아
그 마음은 증감이 없었습니다.

나라에 있을 때는 맛있는 밥과
좋은 반찬으로 그 맛을 다해 주었는데
지금은 입고 먹고 하는 것으로
몸을 편안케 하는 것은 어떤 종류입니까?

발우를 가지고 걸식하시는데
중생을 복되게 하느라 좋고 나쁨[麤細)이 없으시며
보시한 집에 축원을 하시어
태어나는 세상마다 안은(安隱)하게 하십니다.

실달이 누워서 잠잘 적에는
감히 경망스럽게 불러 깨우지 않았고
거문고를 타며 노래 소리를 내어서
그런 뒤에 깨어나게 했습니다.

여래의 삼매정(三昧定)은
밤낮에 자거나 깨어남이 없으며
제석과 범왕이 와 권하고 도우면서
모두 머리 조아려 받듭니다.

집에 있을 때에는 향을 섞어 목욕하여
여러 가지 향기가 풍겼으며
향마다 방 안에 두루하였는데
지금은 무엇을 쓰며 뜻에 맞게 하십니까?
8해탈(解脫)과 3해탈문(解脫門)으로
씻고 목욕하여 마음의 때를 없애고
그 마음 깨끗하기가 허공 같아서
두루 편안하며 걱정과 괴로움이 없습니다.

실달이 집에 있을 때에는
여러 가지 향을 섞어 찧어서
향으로 그 의복을 쐬었으므로
청정하고 때의 장애가 없었습니다.

계(戒)ㆍ정(定)ㆍ혜(慧)ㆍ해탈(解脫)로써
도(道)와 덕(德)의 향을 삼아
여덟 가지 어려움이 있는 곳에 쐬여서
세상마다 시방(十方)을 제도하십니다.

네 가지 품류의 좋은 평상과 자리는
여러 가지 보배로 만들어졌고
겹겹으로 여러 가지 좌구(坐具)를 펴서
그 위에 눕거나 일어나게 했습니다.

4선(禪)을 평상과 자리를 삼는지라
뜻이 안정되어 산란함[憒亂]이 없으며
청정하기는 마치 연꽃이
진흙과 물에 묻지 않음과 같습니다.

궁전에 있을 때에는 수없는 병사들과
모든 신하들이 숙직하여 지키고
좌우에서 언제나 옹호하면서
눈으로 더러운 것 보지 않도록 했습니다.
모든 제자들이 두루 갖추어져
1,250인이 있으며
헤아릴 수 없는 보살들이
모두 와 머리 조아리고 모여 있습니다.

본래 집에 있으면서 아직 출가하기 전에는
네 가지 좋은 수레가 있어서
코끼리ㆍ말ㆍ소ㆍ양과 걷고
놀러 다니며 사방을 구경하였습니다.

5통(痛)을 좌우의 말[驂]로 삼아 타고
철저히 보고 환히 들으면서 날아다니며
근본을 보고 중생의 마음을 살피어
유관(遊觀)하며 생사를 제도하십니다.

아들이 밖으로 나가 오갈 때에는
당기[幢]는 깃털과 조각으로 장식하고
앞뒤에서 인도하고 뒤따르는 이들은
저마다 여러 가지 병기들을 가졌었습니다.

4무량심[等]의 자비(慈悲)로써 보호하고
은혜(恩惠)와 인애(仁愛)로 제도하시며
두루 중생의 위험과 재난을 비호하시니
그로써 중생을 장엄하게 꾸밉니다.

태어났을 때에는 여러 가지 기악이 있어
종을 치고 북을 울렸으며
보는 이들 모두가 길을 메웠어도
앞뒤가 서로 해(害)를 입지 않았습니다.
나무 아래의 바라내(波羅奈)에서
불사(不死)의 북을 치고 울렸으므로
아약교진여[拘隣] 등은 도를 얻었고
8만 4천의 하늘들과

96명의 외도(外道)들은 조복되었으며
그 음성은 삼천대천세계에 들려
중생들이 기뻐하지 않음이 없었고
열고 받아들여 마음이 다 밝아졌습니다.

거느리는 곳은 어떠한 국토입니까?
인민들은 많습니까, 적습니까?
교화된 이들은 몇 사람이 있으며
모두 귀의시켜 조복하였습니까?

삼천대천세계를 거느리며
교화와 훈도를 받은 모든 중생들은
시방에서 헤아릴 수조차 없으며
제도받지 않은 이가 없습니다.

나라에 있을 때에는 바른 법을 생각하고
나를 도와 만민(萬民)을 다스렸으며
거동은 예절(禮節)의 가르침을 따르면서
모두 가르침을 듣고 받들지 않음이 없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공(空)하여 본래 없음을 아시고
네 가지의 뒤바뀜[顚倒]을 버리셨으므로
귀의해 굴복하지 않는 이가 없으며
정신이 고요하여 업을 행함이 없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세간과는 원수가 없고
널리 갖추어 통달하지 않음이 없어서
당신이 무엇이라 말해도 미치지 못하며
모든 이들이 스스로 귀의합니다.

마치 천하에 가득 찬 사람들이
저마다 머리가 여러 개 있고
다시 그 머리마다 혀가 여러 개 있어서
그 혀로 수없는 뜻을 해설하며

그런 사람이 항하의 모래 수만큼 모여서
부처님의 공덕 찬탄하기를
항하의 모래 수 겁 동안에도 다하지 못하겠거늘
저 같은 반딧불ㆍ촛불 빛 정도야 더 말할 나위가 있겠습니까?

왕은 듣고 더욱 슬퍼하기도 기뻐하기도 하면서 찬탄하였다.
‘장하고 장하십니다. 아이(阿夷)의 말이 거짓이 아니었군요. 부처님께서는 오시는 것입니까, 오시지 않는 것입니까? 언제쯤 도착하게 되십니까?’
우타야가 대답하였다.
‘지금부터 7일 뒤에 오실 것입니다.’
왕은 크게 기뻐하고는 곧 여러 신하와 나라 안의 온 백성들에게 명하였다.
‘나는 가서 부처님을 맞이할 것이다. 인도하고 따르는 위의를 전륜왕의 법대로 하라. 도로를 평평하게 고르고 청소하여 깨끗이 하고 향즙(香汁)을 땅에 뿌리고 비단 깃발을 달며 거기에 당기와 일산을 세우되 국내에 두루하게 하고, 그 닦고 다스린 것의 광채와 장식은 마땅함을 다하며 천승만기(千乘萬騎)로 40리까지 나가서 부처님을 받들어 맞이하면서 머리 조아리고 목숨 바쳐 귀의하라.’
우타야는 나아가 왕에게 말하였다.
‘본시 부처님의 분부를 받아 명을 받들어 왕을 뵙고 그 뜻을 폈기 때문에 이제는 돌아가서 명을 전하기를, ≺왕의 뜻은 간절함이 한량없으며 지존(至尊)을 뵙고 머리 조아려 법을 받고 아울러 온 백성들을 교화하여 다 함께 복과 경하를 받으려고 한다≻고 하겠습니다.’
왕이 말하였다.
‘마땅히 바로 그때인 줄 알아서 다시는 머뭇거리지 말아야 합니다.’
그때 우타야는 돌아와서 부처님께로 나아가 발 아래 머리 조아려 아뢰었다.
‘국왕께 ≺세존과 모든 제자들은 지금부터 7일 뒤에 본국으로 돌아오실 것입니다≻라고 여쭈었더니, 왕과 신민들이 기뻐하지 않음이 없었습니다.’
이별하여 세월이 흐르면서 밤이나 낮이나 생각하느라 음식도 달지 않았고 누워서도 잠이 들지 않았으며, 그리움에 몹시 굶주렸으므로 날을 세고 시간을 재면서 세존이 오실 날만 기다렸는데 벌써 7일이 되었다는 것을 기억하게 되었다.
이때에 대성(大聖)은 모든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내일 출발하여 가유라위(迦維羅衛)에 이르러 부왕(父王)을 뵐 것이니 모두 의복을 단정히 하고 발우를 챙기도록 하라.
범왕ㆍ제석ㆍ사천왕은 부처님께서 나라로 돌아가신다는 것을 듣고 모두 와 받들어 배웅하여 모셨고 하늘은 향즙을 비 내렸으며 꽃을 뿌리고 향을 사르며 모든 당기와 일산을 세우고, 사천왕의 모든 하늘들은 앞에서 인도하고 범천은 오른쪽에서 모셨으며 제석은 왼쪽에서 모셨다.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뒤를 따랐고 모든 하늘ㆍ용ㆍ신들은 꽃과 향과 기악으로 따르면서 위에서 모셨다.
부처님께서 막 길을 떠나시자마자 먼저 서응(瑞應)이 나타났으니, 삼천의 국토가 여섯 가지로 진동하였고 백 년 묵은 숲이나 나무에서 모두 꽃과 열매가 생겼으며 바짝 말랐던 골짜기의 물과 시내에서는 저절로 샘물이 터져 나왔다.
왕은 이 상서를 보고는 부처님께서 이미 오셨다는 것을 알고 모든 석종(釋種)의 대신과 백관들에게 명하여 부처님께로 나아가서 꽃을 뿌리고 향을 사르며 모든 당기와 번기를 세우고 여러 가지의 기악을 울리면서 빠짐없이 다 나가 부처님을 맞이하도록 하였다.
왕이 멀리서 부처님을 보니 대중에 계시는 것이 마치 별 속의 달과도 같았고, 해가 처음 돋아 아침 햇살이 빛나는 것과 같았으며, 나뭇잎이 무성하여 향기가 자욱한 것과 같았고, 한 길 여섯 자의 큰 몸에 상호가 장엄하여 번쩍거리는 것이 마치 금산(金山)과도 같았다.
왕은 보면서 슬퍼하기도 기뻐하기도 하면서 나아가 발에 머리 조아리고 말하였다.
‘이별한 지 오랜 세월이 지나 이제야 비로소 만나게 되었구려.’
대신과 백관들은 모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곧 돌아가 성으로 들어갔다.
발로 문지방을 밟으시자마자 땅은 크게 진동하였고 하늘에서는 여러 가지의 꽃을 비 내렸으며 악기가 모두 울렸는데 눈먼 이는 보게 되었고, 귀머거리는 듣게 되었으며, 앉은뱅이는 걸을 수 있고, 병든 이들은 낫게 되었으며, 벙어리는 말하게 되었고, 미치광이는 정신이 들었으며, 곱사등이는 허리를 폈고, 독에 걸린 이는 독이 번지지 못하였으며, 온갖 새와 날짐승과 길짐승들은 서로 어울려 슬피 울었고, 부녀들의 구슬과 팔찌는 서로 흔들리면서 소리를 내었다.
그러자 이런 변화를 보고 기뻐하지 않는 이가 없었고 잃었던 보배 광이 저절로 발견되었는데 그 안에는 진기한 보배들이 가득 차 있었으며, 다른 마음을 품었던 이들도 모두 다시 화합하여 평등한 마음으로 차수(叉手)하고 스스로 부처님께 목숨 바쳐 귀의하였다.
모든 축생(畜生)의 무리는 그 윤택한 빛을 입고 모두가 천상에 가 나게 되었으며, 임신한 여인들은 이 광명을 받고 고통이 줄어들었으며, 해산하게 된 이들은 모두 단정하고 예쁘며 음(婬)ㆍ노(怒)ㆍ치(癡)가 소멸하면서 다시는 진로(塵勞)가 없어지면서 차츰차츰 서로를 보기를 마치 아버지와 같고 어머니와 같이하며 마치 형과 같고 아우와 같이하며 마치 자식과 같이 제 몸과 같이하였다.
지옥은 잠깐 쉬었고 아귀는 배가 불러서 광명을 찾아와서는 세존께 목숨 바쳐 귀의하여 모두 도에 대한 뜻을 일으켰다.
왕은 부처님의 큰 몸이 한 길 여섯 자이며 상호에 빛이 나고, 몸은 자금색(紫金色)이었으며, 모든 감관이 고요히 안정되어 마치 별 속의 달과 같고 번쩍거림은 마치 금산(金山)과 같았으며, 하늘 제석과 범왕과 사왕(四王)이 받들고 있는 것을 보았다.
모든 범지(梵志)들을 보니 오랫동안 산속에 있었으므로 말라서 드러난 몸의 형상은 햇볕에 그을리고 바람에 스쳐 거무죽죽하였는데 부처님 곁에서 모시고 있으려니 마치 검은 까마귀가 자금산(紫金山)에 있는 것과 같아서 부처님의 큰 덕을 일으키고 드러내어 온갖 것들을 기쁘게 할 수가 없었으므로, 곧 나라 안의 모든 호족(豪族)의 석씨(釋氏)들에게 명하여 단정하고 예쁘며 얼굴 모습이 빼어난 5백 인을 가려 사문이 되어 부처님을 곁에서 모시게 하자 마치 봉황새가 수미산에 있는 것과 같았고 또한 마니주(摩尼珠)가 수정으로 만든 그릇에 담겨진 것 같았다.
그때 부처님의 아우 난타(難陁)도 역시 사문이 되었는데 아직 수염과 머리를 깎기 전에, 난타의 하인으로 있었던 이발사가 부처님께 나아가 아뢰었다.
‘사람의 몸은 얻기 어렵고 부처님께서 출현하신 세상은 만나기 어려우며 태평한 세상도 만날 수 없습니다. 이제 저의 주인과 모든 어른들은 도(道)를 아는 것이 지극히 높아서 한량없는데다가 세간의 영화를 사모하지 않아 세간의 높은 지위를 버리면서 사문이 되시는데 지금의 저는 미천하고 하열(下劣)하여 미치지도 못하는 자이거늘 무슨 탐착하고 즐거워할 것이 있기에 출가하여 도를 닦지 않겠습니까? 부처님께서는 가엾이 여기셔서 진창에서 구제하고 번뇌에 빠져 있는 저를 빼내어 사문이 되게 하소서.’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장하구나.’
부처님께서 ‘비구야, 잘 왔노라’라고 부르시자 머리카락이 떨어지고 가사가 몸에 입혀져 곧 사문이 되었으며 모든 사문들에게 예배하고 차례에 따라 가 앉았다.
난타는 그 뒤에 사문이 되어 차례로 예배하다가 이 사문에 이르게 되자 곧 멈추어 예배하지 않고 마음속으로 생각하였다.
‘이 사람은 나의 종이었으므로 예배하지 못하겠다.’
부처님께서 알아차리시고는 난타에게 말씀하셨다.
‘불법의 대통(大通)은 배움의 앞뒤에 근거하지, 귀하고 천함에 있지 않다. 마치 큰 바다가 온갖 시내와 사방의 흐름을 모두 받아들이고 괸 물이나 진흙을 피하지 않는 것과 같으니라. 마음가짐을 땅과 같이 하면 4대(大)는 다 같이 평등하여 땅ㆍ물ㆍ불ㆍ바람은 안팎의 차이가 없으며 그 정신은 공(空)하고 깨끗한데도 집착하는 것은 이름[名]으로 삼나니, 마땅히 스스로를 크다고 여기는 것을 버리고 법으로 스스로 도와 이에 앞선 성인들의 끝없는 도훈(道訓)에 응해야 하느니라.’
그때 난타는 부처님의 가르침이 간절한 것을 보고 일을 그만둘 수 없었고 본래 없다[本無]는 것을 깨달아 알아서 스스로 젠 체함을 버리고 뜻을 낮추어 예배하였다. 그러자 천지가 크게 진동하였고 모인 대중들은 다 같이 찬탄하였다.
‘장하도다. 장하도다.’
도(道)를 위하여 마음을 평등하게 지니고 스스로 높은 체하는 뜻을 없애고 마음을 낮추었으므로 하늘과 땅이 감동하여 크게 진동하였던 것이다.
이 제정한 법은 먼저 배운 이를 윗사람으로 삼고 뒤에 배운 이를 아랫사람으로 삼은 것이니, 법의 떳떳한 의례라 저마다 원망하는 이도 다툴 이도 없다.
부처님께서는 이때에 궁중으로 들어가서 전상(殿上)에 앉아 계셨는데 왕과 백성들은 날마다 온갖 좋은 음식으로 공양하였으며, 부처님께서는 경을 설하시어 제도한 이들은 한량없었다.
구이(瞿夷)가 나운(羅云)을 데리고 와서 부처님 발에 머리 조아리고 바라보면서 문안드렸다.
‘오랫동안 곁에서 모시지 못하고 공양도 드리지 못했습니다.’
이때에 왕의 낮은 벼슬아치들은 모두가 ‘태자께서 나라를 버리고 떠난 지 12년이나 되거늘 어디서 임신하여 아들 나운을 낳았을까?’라고 의심하였다.
부처님께서는 부왕과 모든 벼슬아치들에게 말씀하셨다.
‘구이는 절개를 지켰고 정결(貞潔)하며 청정하여 흠이 없습니다. 만일 왕께서 믿지 않으신다면 이제 실제로 증명하여 드리겠습니다.’
그리고는 세존께서는 여러 대중 스님들을 모두 부처님과 같게 변화시켜 상호와 광명이 똑같아서 차이가 없게 하였다.
그때 나운은 그 나이가 7세였는데 구이는 곧 손가락에 낀 인신(印信)의 가락지를 나운에게 주면서 말하였다.
‘이것은 너의 아버님의 것이니, 이것을 가져다 드려라.’
그러자 나운이 곧바로 부처님께 나아가서 인신 가락지를 세존께 드렸으므로 왕과 신하들은 모두 함께 기뻐하고 칭찬하였다.
‘장하도다. 나타내는 것이 한량없으니 참으로 부처님의 아들이로구나.’
부처님께서는 부왕과 모든 신하들에게 말씀하셨다.
‘지금부터는 다시 의심을 품지 마십시오. 이 아이는 나의 아들이며 나로 인연하여 화생(化生)한 것이니 구이를 탓하지 마십시오.’
왕은 도증(道證)을 얻었고 구이는 계(戒)를 받아 범행(梵行)을 청정하게 닦았으며, 궁인(宮人)의 크고 작은 이들도 모두 계법(戒法)을 받아 한 달 중의 엿새 동안과 일 년 중의 석 달 동안 재(齋)를 받들면서 게으르지 않았다. 나라 안은 태평하면서 바람과 비는 때에 맞았고, 철은 차서(次序)를 넘지 않았으며 오곡(五穀)은 잘 여물었고, 백성들은 그들의 맡은 일에 편히 머물렀으며 온 나라의 서민들이 모두 와서 경하였고, 도덕은 더욱 성해지는 것이 마치 초승달과 같았다.”
승우가 살펴보니 법신(法身)은 형상이 없어서 군유(群有)가 이미 소멸하였고 각지(覺智)를 일으키지 않으면 만 가지의 동요가 영원히 고요하다. 그런데도 처음에 태어남에 의탁함을 나타내고 태화(胎化)로 강신(降神)한 것은 무엇 때문인가?
큰 인연에 의거하여 세속에 응하고 서원의 힘에 기인하여 자비를 넓힌 것이다. 이 때문에 반야(般若)의 방편을 운용하고 수능(首楞)의 세력에 맡기며 영(靈)을 도솔(兜率)에 돌리고 교화[化]를 적택(赤澤)에 빛나게 하였다. 도균(陶鈞)은 내[我]가 아니요, 이롭게 여기는 생각은 사물을 말미암는다. 어찌 말과 형상과 사의(思議)로써 그의 극치를 말할 수 있겠는가?
많은 중생을 거두어 주려 하였기 때문에 윤황(輪皇)에 머무르셨고, 굳세고 거친 이를 꺾어 제어하려 하였기 때문에 재주와 예술을 통달하였으며, 애착의 그물을 끊어 없애려 하였기 때문에 나라를 버리고 산으로 들어갔고, 법의 높음을 밝혀 드러내려고 하였기 때문에 악마를 도수(道樹)에서 항복받았다.
무릇 이러한 묘한 자취는 세속에 떨치지 않음이 없었으며 체(體)에 응하여 원만히 통하였고[圓通] 장소에 따라 변하면서 나타났지만 법신은 고요하게 맺혀 있으면서[凝湛] 일찍이 일어나거나 사라지는 일이 없다. 그러나 세간의 식(識)들은 습기로 막히어서 자취에 의거해 진실을 삼아 여래를 관찰하려 하니 도를 잃은 것이 너무도 멀다.
이 때문에 『열반경(涅槃經)』에서 말하기를, “만일 보살이 백정왕의 궁중에 있으면서 부모에 의지하여 태어났고 그 몸을 길렀다고 한다면 그것은 바로 악마가 한 말이다”고 하였는데, 아마 자취를 증거로 삼아 근본에 헷갈렸음을 말한 것이리라. 만일 근본과 자취를 쌍으로 비추고 방편과 진실을 함께 밝힌다면 곧 경(經)을 폈을 때에 걸림없는 법신(法身)을 볼 수 있으리라.
030_0690_a_01L釋迦譜卷第一幷序梁沙門釋僧祐撰蓋聞菩提之爲極也神妙寂通圓智湛道絕於形識之封理畢於生滅之境形識久絕豈實誕於王宮生滅已畢寧眞謝於堅固哉但群萌長寢歸大覺緣來斯化感至必應若應而不生誰與悟俗化而無名何以導世以摽號釋迦擅種剎利體域中之尊冠人天之秀然後脫屣儲宮眞觀道捨金輪而馭大千明玉毫而制法此其所以垂迹也爰自降胎至于分塔瑋化千條靈瑞萬變竝義炳經典事盈記傳而群言參差首尾散出事緖舛駮同異莫齊散出首尾宜有貫一之區莫齊同異必資會通之契故知博誶難該而摠集易覽也祐以不敏業謝多聞時因疾隙頗存尋翫遂乃披經案記原始要終敬述釋迦譜記列爲五卷若夫胤裔託生之源得道度人之要泥洹塔像之徵遺法將滅之相摠衆經以正本綴世記以附末使聖言與俗說分條古聞共今迹相證萬里雖邈有若躬踐載誠隱無隔面對今抄集衆經述而不作庶脫尋訪力半功倍敬率丹心略敷誓願#僧祐前禮最勝尊稽首淸淨無比法次歸離垢應眞僧三寶慈護永住世像末少信信不純邪見迷沒陷衆苦三藏遐曠難究尋懈怠障礙令法沒故集本師源#緣記經律傳證增信根仰承大士誓願心敢厝弘意於後世願同見聞隨喜福法燈延照盡來際釋迦始祖劫初剎利相承姓緣譜第一釋迦始祖劫初姓瞿曇緣譜第二釋迦六世祖始姓釋迦氏緣譜第三釋迦降生釋種成佛緣譜第四釋迦在七佛末種姓衆數同異譜第五釋迦同三千佛緣譜第六釋迦內外族姓名譜第七釋迦弟子姓釋緣譜第八釋迦四部名聞弟子譜第九釋迦始祖劫初剎利相承姓譜第一 出長阿含經 劫初天地欲成大水彌滿風吹結搆以成世界此世欲成光音天上福行命來生爲人皆悉化生歡喜爲食光自在神足飛行無有男女尊卑共生世故名曰衆生有自然地味猶如醍醐色如生酥味甜如蜜其後衆生以手試嘗遂生味著漸成揣食光明轉滅無復神通食地味多者顏色麤其食少者顏色光澤遂生勝負因勝負便相是非地味消歇咸皆懊惱咄哉無復地味又生地皮狀如薄䴵味香美後復食之轉相輕慢地皮又又生地膚因食多少生諸惡法膚復滅增一阿含經云自然地肥味如甜婆桃酒樓炭經云地肥不生生兩枝葡萄其味亦甘久久食多相形笑兩枝葡萄不生更生粳米後有自然粳米無有糠𥢶不加調和備衆美味衆生食之生男女形增一阿含經云天子欲情意多者便成女人遂行情欲共相娛樂互相瞻視遂生欲想共在屛處爲不淨行餘衆生見咄哉非法云何衆生有如是事男子見他呵責卽自悔過自身投地其彼女人卽送食與之扶之令因此世閒便有不善夫主之名送飯與夫名之爲妻其後衆生遂爲婬妷爲自障蔽遂造屋舍以此因緣世中立家其後衆生婬妷轉增遂夫妻共住其餘衆生壽福行盡從光音天來生此閒在母胎中因此世閒有處胎生樓炭經云後稍有所著便持童女與歌儛戲笑稱願爲夫婦當使安隱先造瞻婆城乃至一切城郭自然粳米朝刈暮熟暮刈朝熟刈後隨生 中阿含云長四寸未有莖幹有衆生倂取日糧如是相乃至倂取五日粳米漸生糠𥢶已不生有枯株樓炭經云後有懶人取四五日糧所刈有處粳米便不復生祐以爲機心動則物離其眞精靈所感速於風電嘗聞兩漢之東菜加租而海魚不合浦貪珠而璣蚌遠移以近代古若合符契粳米不生未足異也爾時衆生懊惱悲泣各封田宅以分疆畔其後衆生自藏己米盜他田穀無能決者議立一平等主善護人民賞善罰惡各共減割以供給之彼衆中有一人形質長大容貌端正甚有威德請以爲主於是始有民主之名曇無德律古昔有王最初出世人衆#之所擧樓炭經云彼衆中有一人最尊端正威神巍巍衆人便白當爲我典主作君長號之曰王以法取租是故名爲剎利閻浮利天下富樂熾盛安隱生靑草色如孔雀尾有八萬郡國人民聚落雞鳴相天下無病無大熱大寒大王以法治奉行十善哀念人民如父母愛子人民敬王如子敬父人壽大久後有他王不如先王壽遂減至壽十萬歲稍減至萬歲至今裁壽百歲初民主有子名珍寶曇無德律名善王樓炭經云大王有子名眞王珍寶有子名好味律云名樓夷王樓炭經闕此王名好味有子名靜衰律名齊王樓炭云眞王有子名齊王靜衰有子名頂生律同名頂生王樓炭云齊王有子名頂生王頂生有子名善行律名遮羅王樓炭云頂生王有子名遮留善行有子名宅行律名跋遮羅王樓炭云遮留有子名和行宅行有子名妙味律名微王樓炭無此王名妙味有子名味帝律名微驎陁羅王樓炭無味帝有子名外仙律名鞞醯梨䮇王樓炭無外仙有子名百智律名舍迦陁王樓炭無百智有子名嗜欲律名樓脂王樓炭云和行王有子名留至嗜欲有子名善欲律名修樓王樓炭云留至有子名曰王善欲有子名斷結律名波羅那王樓炭云曰王有子名波那斷結有子名大斷結律名摩呵婆那王樓炭云波那有子名大波那大斷結有子名寶藏律名貴舍王樓炭云 大波那有子名沙竭寶藏有子名大寶藏律名摩訶舍 王樓炭無大寶藏有子名善見律同名善見 王樓炭無善見有子名大善見律名大善見王樓炭云 沙竭王有子名大善見大善見有子名無憂律同名無憂王樓炭無無憂有子名洲渚律名光明王樓炭云大善見有子名提炎洲渚有子名殖生律名梨那王樓炭云提炎王有子名染殖生有子名山嶽律名彌羅王樓炭云染王有子名迷留山嶽有子名神天律名末羅王樓炭云迷留王有子名摩留神天有子名進力律名精進力樓炭云摩留王有子名精進力進力有子名牢車律名牢車王樓炭云精進力王有子名堅賤牢車有子名十車律名十車王樓炭云堅賤有子名十車十車有子名百車律名百車王樓炭云十車有子名舍羅百車有子名牢弓律名堅弓王樓炭無牢弓有子名十弓律同名十弓王樓炭云舍羅王有子名十才十弓有子名百弓律同名百弓王樓炭云十才王有子名百才百弓有子名養枝律名能師王樓炭云百才王有子名耶和檀養枝有子名善思律名眞闍王樓炭云耶和檀王有子名眞闍從善思以來有十族轉輪聖王相續不絕律云從眞闍王以來有十轉輪聖王 種族樓炭經云眞闍王有子名波延後諸王甚衆多 轉輪王有十種一名箭律云一名伽㝹支樓炭經云一者姓迦奴車伽㝹遮王有五轉輪聖王律云伽㝹支次第相承五王樓炭數同二名多羅業律云二名多樓毘帝樓 炭云二者姓多盧提多羅業王有五轉輪聖王律云多樓毘帝次 第五王樓炭數同三名馬律云三名阿濕卑樓炭云三者阿波阿葉摩王有七轉輪聖王律云阿濕卑七 王樓炭數同四名持地律云四名乾陁羅樓炭云四者揵陁利持地王有七轉輪聖王律云乾陁羅七 王樓炭數同五名伎術律云伽陵迦樓炭云五者迦陵迦陵伽王有九轉輪聖王律云迦陵伽 九王樓炭數同六名瞻婆律云六名瞻鞞樓炭 云六者遮波瞻婆王有十四轉輪聖王律云瞻鞞十四 王樓炭數同七名拘羅婆律同云七名拘羅婆樓炭云七者拘獵拘羅婆王有三十一轉輪聖王律云拘羅婆 三十一王樓炭數同八名般闍羅律同云八名般羅樓 炭云八者般闍般闍羅王有三十二轉輪聖王律云般闍羅三十 二王樓炭云有三十九名彌私羅律云九名彌悉梨樓 炭云九者彌尸梨彌私羅王有八萬四千轉輪聖王律云彌悉梨次第八萬四千王 樓炭數同十名鼓摩律云十名懿師摩樓炭云十者摩彌鼓摩王有百轉輪聖王律云懿師摩次第百 王樓炭云有一百最後有王名大善生律云從懿師摩後有王名大善生樓炭云然後有王名大善生從懿摩王有子名烏婆羅律云大善生王 子名懿師 摩樓炭云人呼爲伊摩烏婆羅有子名淚婆羅律云懿師摩王有子名優羅 他樓炭云伊摩王有子摩烏獵淚婆羅有子名尼求羅律云優羅他有子 名瞿羅樓炭無尼求羅有子名師子頰律云瞿羅有子名尼浮羅 樓炭云烏獵有子字泥不生師子頰有子名淨飯王律云尼浮羅有子名師子頰樓炭云泥不生有子名師子淨飯王有子名菩薩律云師子頰有子名悅頭檀 樓炭云師子有子名悅頭檀菩薩有子名羅睺羅律云悅頭檀有子名菩薩 樓炭云悅頭檀有子名私達菩薩私達菩薩有子名羅云由此本緣名剎利種樓炭云以是因緣從昔至今起剎 利種中阿含經云地主者謂剎利祐案劫初草昧肇建皇極發源民主迄于善思父子繼業三十三王自善思以後云有十族轉輪王第一伽㝹至第十懿摩或是兄弟支胤聖賢遞興容可異族別起應天受命長源遙緖難以意量也摠其世數凡八萬四千二百一十聖王仰尋白淨所承出自懿摩輪相纂億葉重輝所以釋迦㩲應現降生託迹旣顯苗裔遂彰然經擧大數似亦未周昔犧農軒曎猶莫詳厥歲況飛行聖帝壽踰大椿其年世邈絕豈凡識所揆哉釋迦賢劫初姓瞿曇緣譜第二 出十二遊經阿僧祇劫時有菩薩爲國王其父母早喪讓國與弟捨行求道遙見一婆羅門姓曰瞿曇因從學道婆羅門當解王衣如吾所服受瞿曇姓於是菩薩體瞿曇姓入於深山食果飮水坐禪念道菩薩乞食還其國界擧國吏民無能識者謂爲小瞿曇菩薩城外甘蔗園中以爲精舍佛所行讚經云甘蔗之苗裔釋迦無勝王淨財德純備故名曰淨飯案淨飯遠祖乃是瞿曇之後身以其前世居甘蔗園故經稱甘蔗之苗裔也於中獨坐時五百大賊劫取官物路由菩薩廬邊明日捕賊蹤迹在菩薩舍因收菩薩前後#劫盜法以木貫身立爲大標血流於地是大瞿曇以天眼見之便以神足飛來問曰子有何酷乃爾乎卿無子當何係嗣菩薩答言命在須臾何陳子孫王使左右弩射殺之大瞿曇悲哀涕泣下棺殮取土中餘血以泥團之持著山中還其精舍左血著左器中其右亦大瞿曇言是道士若其至誠天神當使血化爲人卻後十月左卽成男右卽成女於是便姓瞿曇氏一名舍舍夷外國貴姓之號也仁賢劫來始爲寶如來釋迦越案小瞿曇血化爲人乃宿世之事也至賢劫中當寶如來出世時瞿曇神識始生此世界爲王耳釋迦越此王號也竊謂寶如來卽是賢劫七佛之一名但譯胡爲寶故與七佛名異耳壽五百萬歲長阿含云拘樓孫佛時人壽四萬歲拘那含佛時人壽三萬歲迦葉佛時人壽二萬歲今稱釋迦越王壽五百萬歲設使在拘樓孫世比於民壽過百倍也准例而求如似爲殊然一切業報未易思議也至釋迦文佛出閻浮提人壽百歲唯鬱單曰壽千歲耳自下二十五王其壽二三百萬歲陁竭王壽百萬歲頂生王遮迦越左脾右脾王皆壽十萬歲從歡喜王皆壽八萬四千歲從惡念遮迦越殺一牛祠祀害命失金輪得銀輪主三天壽萬歲堅念王作鎧壽五千歲銅輪主二天下主西喜殺王壽二千五百歲得鐵輪王主南天下其王有太子行五百歲得惡殺一減壽千歲古人有九病羅門殺生祠祀從是生四百四病師子念王人壽轉減壽百二十歲從師子念王後師子意王有八十四王人壽轉減或壽八十七十五十三十二十十歲者於後師子合車王師子合車王卽師子頰王也子名白淨是菩薩父計菩薩身終始幷前後八萬四千遮迦越王遮迦越齊言飛行皇帝卽轉輪王也長阿含及曇無德律序轉輪世數甚已顯於前此記抄撮難尋若依全宜以阿含爲正大瞿曇氏純淑之姓大方便經云白淨劫初以來嫡嫡相承作轉輪王近來三世不作轉輪作閻浮提王祐觀十二遊經不稱我聞復無佛言是羅漢注記之說也尋瞿曇#氏族緣起宿世越至賢劫還卽本姓業因深遠不可思議也其所述轉輪略而不同世數之緖難得推挍然瞿曇姓頗爲詳悉故撰之云釋迦近世祖始姓釋緣譜第三出長阿含經乃往過去有王名懿摩 樓炭經云一摩曇無德律云鼓師摩彌沙塞律云摩一懿鬱此三音相近以音而推竊謂懿摩是正但鼓懿字相似故傳寫謬爲鼓耳王有四子一名面光二名象食三名路指四名莊嚴案彌沙塞四子名與此各異莊嚴是白淨王所承也其王四子少有所犯王擯出國到雪山邊住直樹林中其四子母及諸家屬皆追念之卽共集議詣懿摩王所白言大王當知我與四子別久欲往看王卽告曰欲往隨意母眷屬聞王教已卽詣雪山至直樹林到四子諸母等各爲其婚後懿摩王聞四子生子端正王卽歡喜而發此言此眞釋子能自存立因此名釋釋義齊言能瑞應本起亦云釋迦爲能其解是同此四子竝因能命氏也在直樹林故名釋胡語呼直亦云釋天竺一音兼數義類多如此懿摩王卽釋種先也彌沙塞云過去有王名曰鬱摩王有庶子四人一名照目二名聰目三名調伏象四名尼樓聰明神武有大威第一夫人有子名曰長生頑薄醜衆人所賤夫人念言我子雖長不及物而彼四子竝有威德國祚所必鍾此等當設何計固子基業見愛念當設方便便自嚴飾承敬備伺王喜悅意欲附近卽便白言因愛致情本由歡對我今憂深無復世意微願若遂或有餘歡若不見許於是盡矣王言汝欲何願理茍可從誓不相便白王言王四子者聰明仁智有威德我子雖長頑薄醜陋承嗣大必競凌奪若王擯斥四子我情乃王言四子仁孝於國無愆云何擯夫人言我心劬勞憂兼家國四子神武民各懷歸樹黨已立一旦競逐必相殄滅大國之祚飜爲他有願王圖之不私一子王言汝言是矣吾自知時卽呼四子而告之曰汝有過於吾不忍見汝死各速出國剋己啚勿復闚𨵦自貽後悔四子奉命便裝嚴四子母及同生姊妹竝知無過而被擯黜不勝抂酷咸索同去又諸力士一切人民多樂隨從王悉聽之於是便去至雪山北東西遐迥南北曠大多諸名花甚好居處遂便頓止數年之中歸德如市遂大熾盛鬱爲强國數年之後王思見子報召之皆辭過不還王便三嘆我子有能因名釋種別傳云此國有釋迦樹甚茂盛相師云此處必出國王移四子立國故號釋種雖非經說附異聞案此律說四子事緣與阿含經大同小異竊謂經變華戎譯人斟出經之人各有所受故往往不同夫以史漢近書猶紛糅相反況於萬里之外千歲之表哉明者固宜擇善而從懸領文外則可與言正矣樓有子名烏頭羅烏頭羅有子名瞿頭瞿頭羅有子名尸休羅尸休羅有四子一名淨飯大智論云昔日種王名師子頰有四子長名淨飯長阿含與曇無德律竝而彌沙塞獨云尸休羅子淨飯或傳寫脫略也若斷疑從多則宜以阿含等經爲正淨飯子名菩薩祐仰惟錠光授記表號釋迦玄符冥契故託化釋種名兆於未形之前孚於旣生之後照灼人天聯緜曠劫其爲源也邃矣乎釋迦降生釋種成佛緣譜第四出普耀經一名方等本起菩薩住兜率天其諸天子各六十六咸共講議當使菩薩現生何種有說言維提種摩竭國其母眞正父不眞拘薩大國父母宗族皆不眞和沙大國王無威神受他節度耶離國憙諍不和無淸淨行此鏺樹國擧動虛妄志性麤鑛不應生彼一天子名曰幢英詣菩薩所而前諮究竟菩薩一生補處所可降神種姓云何菩薩報曰其國種姓有六十德一生補處乃應降神六 十 德 文 多 不 載今此釋種熾盛五穀豐熟快樂無極人民滋茂殖衆德本迦維羅衛衆人和穆上下相承一切諸釋渴仰一乘其白淨王性行仁賢夫人妙姿性溫貞良猶天玉女護身强如金剛前五百世爲菩薩母應往降神受彼胞胎於時菩薩問諸天子以何形貌降神母胎或言儒童形或曰釋梵形或言日月王形或日金翅鳥形彼有梵天名曰强威從仙道來報諸天言象形第一六牙白象威神巍巍梵典所載所以者何世有三獸一兔二馬三白象兔之渡水趣自渡耳馬雖善猶不知水之深淺白象之渡盡其源底聲聞緣覺其猶兔馬雖渡生死不達法本菩薩大乘譬如白象解暢三界十二緣起了之本無救護一切莫不蒙濟菩薩過冬盛寒春末初樹始花茂不寒不暑適在時宜宿應下菩薩從兜率天化作白象有六牙諸根寂定光色巍巍現從日降神母胎趣於右脅所以處右行不左王后潔妙晏寐忽覺白象王來處于胎身心安隱猶如逮禪瑞應本起云菩薩初下化乘白象日之精修行本起云夫人夢空中有乘白象光明照天下詣無憂樹大花嚴經云菩薩從兜率陁天降神下時此林中有十種瑞相一者忽然廣博二者土石變爲金剛三者寶樹行列四者沈水末香種種莊嚴五者花鬘充滿六者寶水流出七者池出芙蓉八者天龍夜叉合掌而住九者天女合掌恭敬十者十方一切佛臍中放光普照此林現佛受生卽遣侍女啓白淨王王聞踊躍到無憂樹王心念言何所屋宅安於妙后天帝釋及化自在天各上天宮香妓樂琦異之饌供養妙后身輕柔不想三毒若有諸病身心之疾菩薩母手摩其頭病皆除愈菩薩在胎十月開化訓誨三十六載諸天人民使立聲聞及諸大乘菩薩臨產先現瑞應三十有二一者後園樹木自然生果二者陸地生靑蓮花大如車輪三者枯樹生花葉四者天神牽七寶交露車至五者地中寶藏自出六者名香好薰遍布遠近七者雪山五百師子羅住城門八者白象子羅住殿九者天爲四面細雨澤香十者宮中自然百味飯食濟諸飢渴凡三十二瑞文多不載瑞 應及修行竝同疆場左右嘆未曾王后臨產思入園觀嚴雲母寶車女圍繞出遊憐鞞樹下王后坐師子六反震動三千國土四天王挽王后梵天前導適至樹下樹卽屈枝自歸王后諸天百千咸共散花爾時菩薩從右脅生佛所行讚云優留王股生卑偸王手曼陁王頂生伽叉王腋生菩薩亦如是從右脅而生大善㩲經云菩薩發意能從兜率不由胞胎一時之頃成最正覺防人有疑此所從來變化所爲乎若懷狐疑不聽受法故現處衆人當謂后生菩薩必有惱患現安隱母適攀樹枝菩薩誕生是爲菩薩善㩲方便忽然現身住寶蓮花墮地行七步顯揚梵音天上天下爲人天尊大善㩲經云菩薩行地七步亦不八是爲正士應七覺意覺不覺也擧手而言吾於世間設不現斯各當自尊外道梵志必墜惡趣爲善㩲方便天帝釋梵雨雜名香九龍在上下香水洗浴菩薩瑞應本起云梵釋下侍四天王接置金机上修行本起云龍王兄弟左雨溫水右雨冷泉釋梵天衣裹之五百伏藏一時發出海行興利一時集至梵志相師普稱萬歲卽名太子悉達漢言財吉五千靑衣各生力士白馬生駒形色如雪黃羊生羔五千玉女皆來侍衛修行本起云國中八萬四千長者生悉男八萬四千廏馬生駒其一特毛色純白髦鬣貫珠故名爲蹇特奴名闡特瑞應本起云奴名車匿名健陟菩薩七日後其母命終所以者何然菩薩察之臨母命終因來下生懷菩薩時諸天供養已服天食不甘世本福應然去來今佛皆亦如是七日終應受忉利天上功祚適升天五萬梵天各執寶甁二萬魔妻執寶縷侍菩薩母瑞應本起云菩薩本知母人之德堪受其禮故因其將終而從之生阿含經云毘婆尸佛降神母胎專念不亂安樂無畏身壞命終生忉利天此是常法大善權經云生後七日母便薨福應昇天非菩薩咎前處兜觀后摩耶大命將終餘有十月七日之期故神變來下是菩薩善權方便或有說言太子年幼誰能養育大愛道能使長大耳大愛道者太子姨母淸淨無夫白淨王詣大愛道乳哺令長大愛道卽可之衆釋啓聞雪山有仙梵志名阿夷頭耆舊識明曉相法王大歡喜嚴駕白象往詣阿夷頭道人披㲲相太子見三十二相軀體金色頂有肉髻其髮紺靑眉閒白毫項出日光目睒紺色上下俱眴口四十齒白齊平方頰車廣長舌七合滿師子膺身方正脩臂指長足跟滿安平指內外握合縵掌手足輪千輻理陰馬藏鹿腨腸鉤鎖骨毛右旋一一孔一毛生皮毛細軟不受塵水胸有萬字瑞 應 本 起 悉 同阿夷見此乃增嘆流涕悲不能言王惶懼而問有不祥乎願告其意擧手答曰吉無不利敢賀大王生此神人昨天地大動其正爲此我相法中王者生子三十二相者處國當爲轉輪聖王寶自至若捨國出家爲自然佛傷我年已晚暮當就後世不睹佛興故悲耳王深知其能相爲作三時殿選五百妓女擇取端正才能巧妙迭代宿衛王告大愛道擁護太子將詣天太子在坐卽時咳笑面目喜悅入天寺諸天形像各捨本位禮菩薩太子年七歲衆釋道從乘羊車詣書師師名選友菩薩手執金筆栴書隸明珠書牀問師選友今師何而相教乎其師答曰以梵佉留相教耳菩薩答曰其異書者有六十今師何言正有二種師問皆何所答曰梵書佉留書護衆書疾堅書龍鬼書揵沓和書阿須倫書鹿倫書天腹書轉數書轉眼書觀空書攝取文多不悉載此六十四欲以何書而相教乎師歡悅說偈讚嘆菩薩爲諸童子一一分別諸字本末勸發無上正眞道意瑞應本起云去聖久書缺二字問於師師不能達反啓其志諸力士釋種長者啓白淨王若太子作佛斷聖王種王曰何所王女太子妃菩薩心念吾不貪欲棄兜率以權方便今當試之使上工立妙金像以書文字女人德義如吾所疏能應娉耳白淨王告右梵志入迦夷衛國遍瞻察梵志周行睹一玉女淨猶蓮花類玉女寶王問女梵志報執杖釋種王言儻不可意使自擇召羅衛好女會彼講堂釋女俱夷到菩薩所諦視菩薩目未曾眴薩欣笑執持寶英以遺俱夷俱夷報吾不貪寶當以功德莊嚴王遣梵志往#媒此女執杖釋言我等本姓有藝術者乃嫁與之王問菩薩能現術菩薩曰王遍勅國中撞鍾擊鼓卻後七日太子現術諸有藝術皆來集會勝者以釋女與之於是調達右手牽象左手撲殺難陁出城門卽牽移路側菩薩出城曰是象身大臭城內卽右掌接摘置城外大臣炎光算術第一言談算術亦不能及木藥草衆水滴數一一可知樗蒱六博天文地理八萬異術一切諳會及菩薩調達及難陁故欲手搏菩薩愍之擧調達身在於空中三反跳旋使身不痛王及釋種更欲試射調達豎四十里鼓難陁六十里菩薩百里調達射中四十里鼓不能得過難陁六十里亦不得越菩薩引弓弓卽折有異弓任吾用不王曰吾祖父所執用弓奇異無雙無能用者著於天寺便可持來一切諸釋無能張者菩薩以手捺張拼弓之聲悉聞城內注箭放撥中百里鼓箭沒地中涌泉自出中鐵圍山三千剎土六反震動一切諸釋怪未曾有於時執扙釋種以女俱夷爲菩薩妃隨世習俗現相娛樂修行本起云太子年至十七王爲採擇名女無可意者有小國王名須波漢言善覺女名裘夷端正少雙國皆求悉不與之白淨王召而告之吾爲太子娉取卿女善覺憂愁若不許者恐見誅伐與者諸國結怨女言表白淨王國中勇武技術最勝者乃爲之王勅群臣竝出戲場太子擧射中鐵圍山善覺送女詣太子宮瑞應本起云太子年十七王爲納妃簡選數千最後一女名曰裘夷端正第一禮義備擧是則宿命賣花女太子雖納久而不接婦人之情有附近太子曰常得好花置我中閒共視之寧不好乎裘夷卽具好花又欲近之太子曰此花汁污於牀席後復曰得好白褺置我中閒兩人觀不亦好乎婦卽具褺又有近意子曰人有污垢必洿此褺婦不敢侍女咸疑謂不能男太子以手指妃腹曰卻後六年你當生男遂以有大善㩲經云何故菩薩而有室娶菩薩無欲所以示現妻息防人懷疑菩薩非男斯黃門耳故納瞿夷釋氏之女羅云於天變沒化生不由父母合會而育又是菩薩本願所致白淨王念言太子將無欲遊觀嚴治道路莫令不淨見不可意於時太子出東城門菩薩威神之所建立諸天化作老人髮白齒落目冥耳聾執扙僂步菩薩知而發問此爲何人御者曰是名老人菩薩曰人命速駃猶山水流難可再過不獨此人天下皆爾便迴還入宮愍念十方菩薩後復出南城門路見病人水腹身羸臥于道側御者曰此名病人命在須臾餘壽如髮菩薩曰萬物無常有身有吾亦當然卽還入宮後復遊觀出西城門見一人死室家圍遶抆淚悲菩薩問曰此爲何人御者曰此爲死人人生有死猶春有冬人物一統無生不終菩薩曰夫死痛矣精神據吾見死者形壞體化而神不滅不能復以死受生往來五道勞我精便迴車還復於異日出北城門一沙門衣服整齊手執法器菩薩問此爲何人御者答此名比丘以棄情欲難污如空慈心一切欲度十方菩薩言善哉唯是爲快是吾所樂薩念言我不辭王而出家者便爲不卽時靜夜入王宮殿光明照遠近其父覺起啓父王言諸天勸助今應出家父王悲泣何所志願何時當還菩薩言欲得四願一者不老二者無三者不死四者不別假使父王與此四願不復出家王聞重悲此四願古今無獲明旦卽勅五百釋勇多力者宿衛菩薩四門城開閉聲聞四十瑞應本起云裘夷心疑其欲去坐起不解其側於時菩薩夜觀妓女百節空中譬如芭蕉鼻涕目淚樂器縱撗顧視其妻具見形體腦髓髑髏心肺腸胃外是革囊中有臭處假借當還亦不得久三界無怙唯道可恃欲界諸天住於空中法行天子遙白菩薩時已到矣沸星適現卽勅車匿起被揵陟適宣此言四天王與無數閱叉龍等皆被鎧甲從四方來稽首菩薩城中男女皆疲極寐孔雀衆鳥亦疲極寐修行本起云諸天言太子當去恐作稽留召烏蘇慢漢名𥜒神適來宮圍內人𥜒寐車匿重悲門閉下鑰誰當開者諸鬼神阿須倫等自然開門四神捧馬足天帝前導放大淨光將詣佛樹俱夷明日從寐起已自投於地今捨我去爲至何所瑞應本起云王自到田上遙見太子樹爲曲枝隨陰其軀王悚然寐寤驚不識下馬作禮太子拜曰今一適此大王何宜抂來得道當還不忘此誓菩薩脫寶衣以付車匿還啓白父王及以舍夷若成正覺當復來還車匿淚下如雨白馬跪地舐菩薩足王睹寶衣車匿白馬來還不見太子自投墮地#我子今爲所至俱夷悲哀抱白馬頸太子乘汝何以獨來王念菩薩不捨心懷普召大臣卿等長子抱孫共相娛樂吾有一子離別入山擇取卿等子弟五人追而侍之若中來者還滅汝族五人追之不能及逮心自念是爲逸人行不擇路何道之有去滅種不如住此甘菓美泉悉無所菩薩自念欲作沙門至山水邊定天王知心持刀來帝釋受髮則成沙門肉髻在處大善權經云菩薩自剃頭髮諸天龍神無能見頂況能除菩薩念白淨王當起恨意誰剃子首聞自剃之王乃默然是爲方便菩薩往至尼連水邊閑居寂然思惟六年示大勤苦日服一麻一米結跏趺亦不傾側大雨雷電冬夏默坐曾擧手以自障蔽衆人怪之取草木投耳鼻中亦不棄去瑞應本起云菩薩取藁草布地叉手閉目一心誓言使吾於此肌骨枯腐得佛終不起天神進食不受天令左右自然生麻米日食一麻一米續精氣端坐六年觀佛三昧經云坐道樹下形體羸瘠唯有金色光明益顯是骨節相跓失槃龍文竟六年已心自念言今以羸瘦之體往詣佛樹後世有譏謂餓得道吾寧可服柔軟食平復其體然後成佛時有長者女出嫁生男心中歡喜𤚲千頭牛展轉相飮取其淳乳作糜欲祠樹神遣婢見佛坐不識何神還啓大家樹下有神端正殊好女聞歡喜欲往取糜糜跳出釜丈餘不可得取女甚怪之天於虛空而出聲曰大菩薩已從座起汝本有願當先飯之乃成正覺女聞天言卽取乳糜盛滿金鉢往尼連水邊菩薩以神通入水洗浴兜率天子取天衣袈裟奉上菩薩卽取著之住尼連水長者女奉乳糜稽首足下菩薩受食知氣力充往詣佛樹路右一人名曰吉祥又生靑草柔滑不亂菩薩詣吉祥所吾欲得草適施草坐地則大動天化作八萬佛樹師子之座或有佛樹高八千里或四千里一一天子念言菩薩坐我座上不在餘座其下劣衆生本薄福者見於菩薩身坐草蓐菩薩坐已計魔波旬最爲豪尊吾當成無上正覺當感令到降伏攝爾乃發起三界衆生於時菩薩坐佛樹下受胎經云坐閻浮樹下三十八日觀樹思惟感動天地六反震動演大光明覆蔽魔宮魔波旬臥寐夢中見三十二變宮殿闇冥宮殿污泥入於邪逕池水枯竭樂器破壞閱叉𥜒鬼頭皆墮地諸天捨去不從其教凡三十二夢文多不載從夢而起恐怖毛豎召會大臣及諸兵衆說夢所見以何方便而往伏之幷召千子其五百子導師等信樂菩薩其五百子惡目等隨魔所教魔王憒亂告其四女一名欲妃名悅彼三名快觀四名見從汝往詣惑亂其行女詣菩薩綺語作姿十有二姿卞脣口嫈嫇細視現其䏶露其手臂作鳧鴈鴛鴦哀鸞之聲凡四十二態文多不載魔女善學女幻迷惑之業而自言曰我等年在盛時天女端正莫踰我者願得晨起夜寐供事左右薩答曰汝有宿福受得天身形體雖好而心不端革囊盛臭而來何爲吾不用其魔王女化成老母不能自卽還魔所觀佛三昧經云魔有三女長名悅彼中名喜心小名多媚白父言我能往亂願父莫愁卽自莊飾過踰魔后百千萬倍眄目作姿現諸妖冶禮敬菩薩旋繞七帀白菩薩言太子生時萬神侍御何棄天位來此樹下我是天六天無雙今以微身奉上太子等善能調身按摩今欲親近坐樹體疲宜須偃息服食甘露卽以寶器獻天百味太子寂然身心不動以白毫擬令天三女自見身肉膿囊涕唾九孔根本生藏熟藏迴伏婉轉踊生諸虫有八千戶走入小腸張口上向唼諸藏髓脈生虫細於秋毫數甚衆其女見此卽便嘔吐卽自見身左生蛇頭右生狐頭中首狗頭背負老母抱死小兒諸女驚號卻行而去低頭視臍自見女形醜狀鄙穢復有諸虫如手釧形團欒相持而有衆口口生五毒唼食女根諸女見已心極酸苦如箭入心匍匐而去呼嗟嘆息至魔王前魔毒益盛召四部十八億衆變爲師子熊羆猿猴之形或虫頭人軀虺蛇之身擔山吐火雷電四獲持戈矛菩薩慈心一毛不動顏益好鬼兵不能得近觀佛三昧經云魔王大怒遍勅六天幷諸八部往瞿曇所是時諸鬼猶如雲赴或有諸鬼首如牛頭頭四十耳耳生鐵箭末爛上起復有諸鬼首如狐頭有十千眼聲如霹靂曠野鬼神大將軍等一頸六頭胸有六面頭兩面體毛如箭奮身射人張眼爛血出流下疾走而到魔告諸鬼曇善人或能知呪當興四兵化作四兵列狀如林甚可怖畏直從空下至道樹邊魔復更念此衆或不能降伏曇復脫寶冠擬地當閻羅王宮上告勅諸鬼汝等獄卒及閻羅王阿鼻地刀輪劍戟火車爐炭一切都擧閻浮提魔王振吼勅諸兵衆速害瞿上震火雷雨熱鐵丸刀輪武器撗空中然其火箭不近菩薩是時薩徐擧眉閒毫擬阿鼻地獄令罪人見白毛流水澍如車軸大火蹔滅自憶前世所作諸罪心得淸涼稱南無佛以是因緣受罪畢訖直生人中魔見是相顦顇懊惱忽然還宮白毫直至六天見白毛孔諸寶蓮花過去七佛在其花上如是白毛上至無色遍照一切如頗梨鏡八萬四千天女視波旬狀如燋木但瞻菩薩白毫相光數天子天女皆發無上菩提道意魔王自前與佛相難菩薩以智慧力伸手按地應時地動魔與官屬顚倒而墮已降魔怨成正眞覺祐尋法身無形群有已滅覺智不起萬動永寂而偱現託生降神胎化者何耶乘大緣以應俗本誓力以弘慈也故能運般若之權任首楞之勢迴靈兜率耀化赤澤陶鈞非我利見由物言象思議而能語其極哉是以攝受群萌故居輪皇摧制剛夸故才窮藝術斷拔愛網故去國入山顯明法故降魔道樹凡斯妙迹罔非振俗體圓通隨方變現法身凝湛未嘗起然世識習滯據迹爲眞欲觀如來失道愈遠故涅槃經云若言菩薩在白淨王宮依因父母生育是身是魔所說蓋謂證迹而迷本也若本迹雙照㩲實俱明則披經無㝵法身可睹釋迦在七佛末種姓衆數同異譜第五出長阿含經佛告諸比丘過去九十一劫時世有佛名毘婆尸如來至眞出現于世復次過去三十一劫有佛名尸棄如來至出現於世復於彼三十一劫中有佛名毘舍婆如來至眞出現於世復次此賢劫中有佛名拘樓孫又名拘那又名迦葉我今亦於賢劫中成最正覺毘婆尸佛時人壽八萬歲尸棄佛時人壽七萬歲毘舍婆佛時人壽六萬拘樓孫佛時人壽四萬歲拘那含佛時人壽三萬歲迦葉佛時人壽二萬歲我今出世人壽百歲少出多減毘婆尸佛出剎利種姓拘利若尸棄佛毘舍婆佛種姓亦爾拘樓孫佛出婆羅門種姓迦葉增一阿含云姓婆羅墮拘那含佛迦葉佛種姓亦爾我今如來至眞出剎利種姓曰瞿曇毘婆尸佛坐娑羅樹下成最正覺尸棄佛坐分陁利樹下成最正覺毘婆佛坐婆羅樹下成最正覺拘樓孫佛坐尸利沙樹下成最正覺拘那含佛坐烏暫婆羅門樹下成最正覺葉佛坐尼拘律樹下成最正覺我今如來至眞坐鉢多樹下成最正覺毘婆尸如來三會說法初會弟子有十六萬八千人二會弟子有十萬人三會弟子有八萬人尸棄如來亦三會說法初會弟子有十萬人二會弟子有八萬人三會弟子有七萬人舍婆如來二會說法初會弟子有七萬人次會弟子有六萬人拘樓孫如來一會說法弟子四萬人拘那含如來一會說法弟子三萬人迦葉如來一會說法弟子二萬人我今一會說法弟子千二百五十人毘婆尸佛有二弟子一名騫荼二名提舍諸弟子中最爲第一尸棄佛有二弟子一名阿毘浮二名三婆婆諸弟子中最爲第一毘舍婆佛有二弟子一名扶遊二名鬱多摩諸弟子中最爲第一拘樓孫佛有二弟子名薩尼二名毘樓諸弟子中最爲第拘那含佛有二弟子一名舒槃那二名鬱多樓諸弟子中最爲第一葉佛有二弟子一名提舍二名婆羅諸弟子中最爲第一今我二弟子一名舍利弗二名目犍連諸弟子中最爲第一毘婆尸佛有執事弟子名曰無憂棄佛執事弟子名曰忍行毘舍婆佛有執事弟子名曰寂滅拘樓孫佛有執事弟子名曰善覺拘那含佛有執事弟子名曰安和迦葉佛有執事弟子名曰善友我執事弟子名曰阿毘婆尸佛有子名曰方膺尸棄佛有子名曰無量比舍婆佛有子名曰妙拘樓孫佛有子名曰上勝拘那含佛有子名曰導師迦葉佛有子名曰進軍今我有子名曰羅睺羅毘婆尸佛父名槃頭剎利王種母名槃頭婆提王所治城名槃頭波提棄佛父名明相剎利王種母名光曜王所治城名曰光相毘舍婆佛父名善剎利王種母名稱戒所治城名曰無喩拘樓孫佛父名禮得婆羅門種母名善枝王名安和隨王名故城名安和拘那含佛父名內德婆羅門種母名善勝是時土名淸淨隨土名故城名淸淨迦葉佛父名曰梵德婆羅門種母名曰財主是時王名波毘王所治城名波羅捺釋迦文佛父名淨飯剎利王種母名大淸淨妙王所治城名迦毘羅衛觀佛三昧經云毘婆尸佛身長六十由旬圓光百二十由旬尸棄佛身長四十二由旬圓光四十五由旬通身光一百由旬毘舍佛身長三十二由圓光四十二由旬通身光六十二由旬拘留孫佛身長二十五由旬圓光三十二由旬通身光五十由旬那含牟尼佛身長二十由旬圓光三十由旬通身光長四十由旬迦葉佛身長十六丈釋迦牟尼佛身長丈六圓光七尺佛身竝紫金色祐尋七佛相次化迹各殊夫法身平非有優劣衆生業異故現應不同是以釋迦出世身相紫金而一千比丘咸見赭容十六信士偏睹灰色自彼異佛恒壹也類此而言可無惑矣釋迦同三千佛緣譜第六出藥王藥上觀經釋迦牟尼佛告大衆言我昔無數劫於妙光佛末法之中出家學道五十三佛名聞已合掌心生歡喜教他人令得聞持他人聞已展轉相乃至三千人此三千人異口同音稱諸佛名一心敬禮以是因緣功德力故卽得超越無數億劫生死之罪其千人者花光佛爲首下至毘舍莊嚴劫得成佛道過去千佛是也中千佛者拘留孫佛爲首下至樓至如來於賢劫中次第成佛後千佛者日光如來爲首下至須彌相於星宿劫中當得成佛現在十方諸佛善德如來等亦得聞是五十三佛名於十方世界各得成佛過去五十三佛名在藥王藥上觀經三千佛名諸佛集功德花經千佛名號國土種父母弟子眷屬衆會年歲在賢劫經釋迦在賢劫中千佛第四成佛祐仰惟大覺之緣感也至矣極矣聞名致敬則勝業肇於須臾憑心相則妙果成於曠劫故五十三聖聲曖微塵之前三千至眞光鑠恒沙之後雖合掌之因似賖而樹王之報漸及禮拜稱讚豈虛棄哉釋迦內外族姓名譜第七出長阿含經釋種尸休羅王有四子此出彌沙塞律案長阿含經曇無德律大智論竝云師子頰生淨飯王一名淨飯大智論同十二遊經云菩薩父名白淨王二名白飯大智論同十二遊經云菩薩叔父名甘露淨王三名斛飯大智論同十二遊經云菩薩中叔名穀淨王四名甘露飯大智論同十二遊經云菩薩小叔名設淨王淨飯有二子一名菩薩大智論同十二遊經云白淨王有二子其太子名悉達二名難陁大智論同十二遊經云其小子名難陁白飯有二子一名阿難二名調達大智論云白飯二子跋提提沙十二遊經云甘露淨王二子長子名調達小子名阿難斛飯有二子一名摩訶男二名阿那律大智論云斛飯二子提婆達多阿難十二遊經云穀淨王有二子大子名釋摩納小子名阿難律甘露飯有二子一名婆婆二名拔提大智論云甘露飯二子摩訶男阿泥盧豆有一女名甘露味雜阿含云低沙比丘是佛姑子兄弟十二遊經云設淨王有二子大子名釋迦王小子名釋少王尋此四王名號次序及生子名字互有同異正其然否寄之來哲其淨飯王白淨眞淨悅頭檀輸頭檀衆經名各不同蓋是譯出致異卽是一人耳阿泥盧豆卽阿那律推例而求類多如此調達四月七日食時生身長一丈五尺四寸出十二遊經菩薩四月八日夜半明星出時生長丈六出十二遊經佛弟難陁以四月九日生身長一丈五尺四寸出十二遊經阿難以四月十日生身長一丈五尺三寸出十二遊經菩薩外家去迦維羅閱城晉言妙德八百姓瞿曇氏作小王主百萬戶名一億王出十二遊經釋迦託生王宮譜稱一億王次釋少王下又云菩薩母名摩耶難陁母名憍曇彌卽 大愛道也菩薩婦家姓瞿曇氏舍夷長者名水光其婦名月女有一城居近其邊生女之時日將欲沒餘明照其家室內皆明因字之爲瞿夷瞿夷晉言明女瞿夷是太子第一夫人出十二遊經太子第二夫人生羅云者名耶惟檀其父名移施長者祐案瑞應本起善㩲衆經及大智論竝云羅睺羅是裘夷所生而十二遊獨云是第二夫人子從多而斷則宜以瑞應爲正第三夫人名鹿野其父名釋長者有三婦故父王爲立三時殿殿有二萬婇女以太子當作遮迦王晉譯飛行皇帝三殿置六萬婇女出十二遊經祐觀大覺俯應迹均俗典所以胤裔繼哲姻亞重明竝緣發曠劫故能翼讚靈化耳釋迦弟子姓釋緣譜第八出增一阿含經佛告諸比丘有四大河水從阿耨達泉云何爲四所謂恒伽新頭婆叉私陁恒伽水東流牛頭口出新頭南流師子口出私陁西流象口中出婆叉北流從馬口出是時四大河水繞阿耨達泉已恒伽入東海新頭入南海婆叉入西海私陁入北海爾時四大河入海已無復本名字同名爲海此亦如是有四姓云何爲四剎利婆羅門長者居士種於如來所剃除鬚髮著三法衣出家學道無復本姓但言沙門釋迦子所以然者如來衆者其猶大海四諦其如四大河除去結使於無畏涅槃城是故諸比丘諸有四剃除鬚髮以信堅固出家學道者彼當滅本名字自稱釋種中出家學道比丘當欲論生子之義者當名沙門釋種子是所以然者生由我生成從法而成是故比丘當求方便得作釋種子如是諸比丘當作是學彌沙塞律云汝等比丘雜類出家捨本姓稱釋子沙門長阿含經云勒出世諸比丘弟子皆稱慈子如我今弟子稱爲釋子祐尋四河入溟俱名爲海四族歸道竝號曰釋可謂摠彼殊源同乎一味者矣釋迦四部名聞弟子譜第九比丘一百人 出增一阿含經佛言我聲聞弟子中第一初受法味思惟四諦寬仁博識善能勸化將養聖衆不失威儀卽阿若拘鄰比丘善能勸道福度人民卽優陁夷比丘速成神通中不有悔卽摩呵男比丘恒飛虛空足不蹈地卽善肘比丘乘虛教化意無榮冀卽婆破比丘居樂天上不處人中卽牛迹比丘恒觀惡露不淨之想卽善勝比丘將護聖衆四事供養卽優留毘迦葉比丘心意寂然降伏諸結卽江迦葉比丘觀了諸法都無所著卽象迦葉比丘威容端正行步庠序卽馬師比丘智慧無窮決了諸疑卽舍利弗比丘神足輕擧飛到十方卽大目乾連比丘勇猛精勤堪任苦行卽二十億耳比丘十二頭陁難得之行卽大迦葉比丘天眼第一見十方域卽阿那律比丘坐禪入定心不錯亂卽離曰比丘能廣勸率施立齋講卽陁羅婆摩羅比丘安造房室與招提僧卽小陁羅婆摩羅比丘是貴豪種族出家學道卽羅咤婆羅比丘善分別義敷演道教卽大迦旃延比丘堪任受籌不違禁法卽軍頭婆歎比丘降伏外道履行正法卽賓頭盧比丘四事供養衣被飯食又瞻視疾病供給醫藥卽讖比丘言論辯了而無疑滯又能造偈誦嘆如來德卽謂鵬耆舍比丘得四辯才觸難答對卽摩訶拘絺羅比丘淸淨閑居不樂人中卽堅牢比丘乞食耐辱不避寒暑卽難提比丘獨處靜坐專意念道卽金毘羅比丘一坐一食不移于處卽施羅比丘守持三衣不離食息卽浮彌比丘樹下坐禪意不移轉卽狐疑離曰比丘苦身露坐不避風雨卽婆蹉比丘獨樂空閑專意思惟卽陁素比丘著五納衣不著榮飾卽尼婆比丘常樂塚間不處人中卽優多羅比丘恒坐草蓐曰福度人卽盧醯甯比丘不與人語視地而行卽優鉗摩居汦比丘坐起行步常入三昧卽那提比丘好遊遠國教授人民卽曇摩留支比丘憙集聖衆論說法味卽伽傑比丘壽命極長終不中夭常樂閑居不處衆中卽婆拘羅比丘能廣說法分別義理卽滿願子比丘奉持戒律無所觸犯卽優波離比丘得信解脫意無猶豫卽婆迦利比丘天體端正與世殊異諸根寂靜心不變易卽難陁比丘辯才卒起解人凝滯卽婆陁比丘能廣說義理不有違卽斯尼比丘喜著好衣行本淸淨卽天須菩提比丘常好教授諸後學卽難陁迦比丘善誨禁戒比丘尼僧卽須摩那比丘功德盛滿所適無短卽尸婆羅比丘具足衆行道品之法卽優波先迦蘭陁子比丘所說和悅不傷人意卽婆陁先比丘修行安般思惟惡露卽摩訶延那比丘計我無常心無有想卽優頭槃比丘能雜種論暢悅心識卽拘摩羅迦葉比丘著弊惡衣無所羞恥卽面王比丘不毀禁戒誦讀不懈卽羅云比丘以神足力能自隱曀卽般兔比丘能化形體作若干變卽利般兔比丘豪族富貴天性柔和卽釋王比丘乞食無厭足教化無窮氣力强盛所畏難卽婆提婆羅比丘音響淸徹聲至梵天卽羅婆那婆提比丘身體香潔熏于四方卽鴦迦闍比丘知時明物所至無疑所憶不忘多聞廣遠堪任奉上卽阿難比丘莊嚴服飾行步顧影卽迦持利比丘諸王敬待群臣所宗卽月光比丘天人所奉恒朝侍省以捨人形像天之貌卽輪提比丘諸天師導旨受正法卽天比丘自憶宿命無數劫事卽果衣比丘體性利根智慧深遠卽央掘魔比丘能降伏魔外道邪業卽僧迦魔比丘入水三昧不以爲難廣有所識人所敬念卽質多舍利弗比丘入火三昧普照十方卽善來比丘能降伏龍使奉三尊卽那羅陁比丘降伏鬼神改惡修善卽鬼地比丘降伏沓和勤行善行卽盧遮比丘恒樂空定分別空義志在空寂微妙德業卽須菩提比丘行無想定除去諸念卽耆利魔比丘入無願定意不起亂卽炎盛比丘入慈三昧心無恚怒卽梵摩達比丘入悲三昧成就本業卽須深比丘得喜行德無若干相卽娑彌陁比丘常守護心意不捨離卽曜波迦比丘行炎盛三昧終不解脫卽曇彌比丘言語麤獷不避尊貴入金光三昧比利陁陁婆遮比丘入金剛三昧不可沮壞卽無畏比丘所說決了不懷怯弱卽須泥多比丘恒樂靜寂意不處亂卽陁摩比丘義不可勝終不可伏卽須羅陁比丘曉了星宿豫知吉凶卽那伽波羅比丘恒喜三昧禪悅爲食卽婆私咤比丘常以法喜爲食卽謂須夜奢比丘恒行忍辱對至不起卽滿願盛明比丘修習日光三昧卽彌奚比丘明算術法無有差錯卽尼拘留比丘分別等智恒不忘失卽鹿頭比丘得雷電三昧不懷恐怖卽地比丘觀了身本卽那比丘最後取證得漏盡卽須拔比丘名聞比丘尼五十人久出家學國王所敬卽大愛道瞿曇彌尼智慧聰明卽讖摩尼神足第一感致諸神卽優鉢花色尼行頭陁法無一限礙卽機梨舍瞿曇彌尼天眼第一所照無礙卽奢拘利尼坐禪入定意不分散卽奢摩尼分別義趣廣演道教卽波頭蘭闍那尼奉持律教無所加犯卽波羅遮那尼得信解脫不復退還卽迦旃延尼得四辯才不懷怯弱卽最勝尼自識宿命無數劫事卽拔陁毘離尼顏色端正人所愛敬卽醯摩闍尼降伏外道立以正教卽輸那尼分別義趣廣說分部卽曇摩提那尼著麤弊衣不以爲愧卽優多羅尼諸根寂靜恒若一心卽光明尼衣服齊整常如法教卽單頭尼能雜種論亦無疑滯卽檀多尼堪任造偈讚如來德卽天與尼多聞廣博恩惠接下卽瞿卑尼恒處閑靜不居人閒卽無畏尼苦體乞食不擇貴賤卽毘舍佉尼一處一坐終不移易卽拔陁婆羅尼遍行乞求廣度人民卽摩怒呵利尼速成道果中間不滯卽陁摩尼執持三衣終不捨離卽須陁摩尼恒坐樹下意不改易卽珕那尼恒居露地不念覆蓋卽奢陁尼樂空閑處不在人閒卽優迦羅尼長坐草蓐不著紋飾卽離那尼著五納衣以次分衛卽阿奴波摩尼樂空塚閒卽優伽摩尼多遊於慈愍念生類卽淸明尼悲泣衆生不及道者卽素摩尼喜得道者願及一切卽摩陁利尼護守諸行意不遠離卽迦羅伽尼守空執虛了之無有卽提婆修尼心樂無想除去諸著卽日光尼修習無願心恒廣濟卽末那婆尼諸法無疑度人無限卽毘摩達尼能廣說義分別深法卽普照尼心懷忍辱如地容受卽曇摩提尼能教化人使立檀會辦具牀座卽須夜摩尼心以永息不興亂想卽因提闍尼觀了諸法而無厭足卽龍尼意强勇猛無所染著卽拘那羅尼入水三昧普潤一切卽婆須尼入火光三昧悉照萌類卽降提尼觀惡露不淨分別緣起卽遮波羅尼育養衆人施與所乏卽守迦尼最後取證卽拔陁軍陁羅拘夷國尼名聞優婆塞四十人初聞法藥成賢聖證卽三果商客第一智慧卽質多長者神德第一卽乾提阿藍降伏外道卽掘多長者能說深法卽優波掘長者恒坐禪思卽呵侈阿羅婆降伏魔官卽勇健長者福德盛滿卽闍利長者大檀越主卽須達長者門族成就卽泯逸長者好問義趣卽生漏婆羅門利根通明卽梵摩兪諸佛信使卽御馬摩納計身無我卽喜聞琴婆羅門論不可勝卽毘裘婆羅門言語速疾能造偈頌卽優波離長者喜施好寶不有悋心卽殊提長者建立善本卽優迦毘舍離能說妙法卽最上無畏優婆塞所說無畏卽頭摩大將領毘舍離好喜惠施卽毘沙王所施俠少卽光明王建立善本卽王波斯匿得無根善信起歡喜心卽王阿闍世至心向佛意不變易卽優塡王承事正法卽月光王子供奉聖衆意恒平等卽造祇桓王子常喜濟彼不自爲己卽師子王子善恭奉人無有高下卽無畏王子顏貌端正與人殊勝卽鷄頭王子恒行慈心卽不尼長者心恒悲念一切之類卽摩訶納釋種常行喜心卽拔陁釋種恒行護心不失善行卽毘闍先優婆塞堪任行忍卽師子大將能雜種論卽毘舍御優婆塞賢聖默然卽難提波羅優婆塞勤修善行無有休息卽優多羅優婆塞諸根寂靜卽天優婆塞最後受證卽拘夷那竭摩羅名聞優婆夷三十人初受道證卽難陁難陁婆羅優婆夷智慧第一卽久壽多羅優婆夷恒喜坐禪卽須毘耶女優婆夷慧根了了卽毘浮優婆夷堪能說法卽央竭闍優婆夷善演經義卽跋陁娑羅優婆夷降伏外道卽婆脩陁優婆夷音響淸徹卽無憂優婆夷能種種論卽婆羅陁優婆夷勇猛精勤卽須優婆夷第一供養如來卽摩利夫人承事正法卽須賴婆夫人供養聖衆卽捨彌夫人瞻視當來過去賢士卽月光夫人檀越第一卽雷電夫人恒行慈三昧卽摩訶先優婆夷行悲哀愍卽毘提優婆夷喜心不絕卽拔陁優婆夷行守護業卽難陁母優婆夷得信解脫卽照曜優婆夷恒行忍辱卽無憂優婆夷行空三昧卽毘讎先優婆夷行無相三昧卽優那陁優婆夷行無願三昧卽無垢優婆夷好教受彼卽尸利夫人優婆夷善能持戒卽央竭摩優婆夷形貌端正卽雷炎優婆夷諸根寂靜卽最勝優婆夷多聞博智卽泥羅優婆夷能造頌偈脩摩迦提無所怯弱卽須達女優婆夷最後取證優婆夷者卽藍優婆夷歷觀學者業盛則聲流其在悠悠未足筭也故十大第子以第一爲摽四部之衆以名聞自顯所謂衆所知出乎其類者也嗟夫後進思自勖比丘尼優婆夷數各長一人釋迦譜卷第一癸卯歲高麗國分司大藏都監奉勅彫造
  1. 1)여러 개의 화살이 연달아 나가게 되어 있는 활.
  2. 2)여기서 근세(近世)란 6세의 조상을 말한다.
  3. 3)주사위를 던져서 승부를 겨루는 도박의 한 가지.
  4. 1)여기에서부터 제1권 끝, 즉 보유 ①~⑤는 고려대장경에는 본래 없는 것이며 신수대장경에서 송(宋)ㆍ원(元)ㆍ명(明) 본에 수록된 것과 대조한 결과 다른 부분이 많으므로 제1권 말미에 보유형식으로 그대로 수록한 것이다. 역자도 「보유」라는 제목 하에 그대로 번역하여 수록한다. 위 세 본 제1권의 내용이다.
  5. 1)이 보유②는 송ㆍ원ㆍ명 본 제2권의 내용이다.
  6. 1)이 보유 ③은 송ㆍ원ㆍ명 본 제3권의 내용이다.
  7. 1)이 보유 ④는 송.원ㆍ명본 제4권의 내용이다.
  8. 1)이 보유 ⑤는 송ㆍ원ㆍ명 본 제5권의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