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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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률이상 제11권
030_0891_b_01L經律異相卷第十一 隨機見身下菩薩部第四 靈


양 사문 승민ㆍ보창 등 편집
030_0891_b_02L梁沙門僧旻寶唱等集


5. 보살들 ④


3) 근기를 따라 몸을 나투는 보살 ②
030_0891_b_03L先給四仙人後世爲王一爲伯叔身意不同故行立殊別二爲肉山以施衆生三爲大理家身濟鼈及蛇狐四爲師子身與獼猴爲親友五爲白象身而現益物六昔爲龍身勸伴行忍七爲熊身濟迷路人八爲鹿王身代懷妊者受死九爲威德鹿王身落羅網爲獵師所放十爲九色鹿身以救溺人十一爲鴈王身獵者得而放之求國報恩十二爲鸚鵡現身救山火以申報恩十三爲雀王身拔虎口骨十四爲大魚身以濟飢渴十五爲鼈王身化諸同類活衆賈人十六先給四仙人後世爲國王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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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세에는 네 신선의 시중을 들었고 후세에는 국왕이 되다
“아주 오랜 옛날 수없는 겁 때에 다섯 신선이 산 속의 늪에서 살고 있었다. 그 가운데 네 사람은 주인 노릇을 하였고, 나머지 한 사람이 공양을 대며 받들어 섬기고 있었는데, 늘 뜻을 어기는 일이 없이 열매를 따고 물을 길러서 때맞춰 공양을 바치곤 하였다. 하루는 열매를 따고 물을 길러 먼 곳으로 나갔는데, 잠시 게으름이 나서 잠을 자는 바람에 때를 맞춰 돌아오지 못하게 되었다. 해가 벌써 한낮이 지나도록 네 사람이 밥을 먹지 못한지라 원한을 품고서 ‘흉주(凶呪)나 되어라’ 하였다. 시자(侍者)가 그것을 듣고 자리에서 물러나 나무 아래 앉아서 자신을 책망하며 생각을 하였다.
‘시중 드느라 기껏 오래도록 수고를 하여 놓고, 이제 와서 네 분 신선의 공양 때를 맞추어 드리지 못했구나. 이미 도의 가르침을 잃었으니 4등(等:四無量心)을 따르지 못하겠구나.’
이렇게 한탄하다가 마침내 죽어 버렸다. 그의 발에는 언제나 7보(寶)로 된 나막신을 신고 있었는데 발돋움하면서 앉느라고 보배 신이 물에 떨어지면서 그만 한 짝이 빠져 버렸다. 목숨이 다한 뒤에는 바로 외도(外道)에게 태어나서 흉주(凶呪)의 아들이 되었다. 나이 여남은 살이 되어 어느 날 같은 또래들과 어울려 길가에서 놀고 있었는데, 그 때에 어떤 범지가 우연히 노는 아이들을 보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을 두루 관찰하다가 흉주의 아들을 보았더니, 특히 귀한 상을 지녀서 왕이 될 만하여 보였다. 얼굴 모습이 자못 기이하여 사람 중에서 으뜸이었는지라 범지는 명령하였다.
‘너는 왕의 관상을 지녔느니라. 여러 아이들과 함께 어울려 놀다니 마땅치 않은 일이다.’
동자는 대답하였다.
‘나는 흉주의 아들입니다. 제가 어떻게 왕의 관상을 가질 수가 있겠습니까?’
범지는 또 말하였다.
‘나의 경전대로라면 거동과 형체가 예언서[讖書]와 부합되어야 한다. 그런데 너야말로 거기에 딱 맞는구나. 이 나라 왕이 돌아가시면 반드시 너에게 왕위를 물려줄 것이다.’
동자는 말하였다.
‘만일 당신의 신표대로 된다면, 장차 이 중한 은혜를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겠습니다.’
범지는 이 말을 마치고 곧 도망치듯 떠나가서 다른 나라를 돌아다녔다. 뒷날 얼마 되지 않아서 왕이 돌아가셨으나 후사가 끊어졌는지라, 어진 선비를 찾아 청하여 나라의 혈통을 잇게 하려고 사자(使者)들을 사방으로 보냈다. 사자가 멀리서 이 아이를 보았더니 이인(異人)의 자태가 있는지라, 곧 사람들을 시켜 돌아가서 여러 신하들에게 알리도록 하였다. 군신들은 곧 법가(法駕)를 차리고 찾아와서 받들어 이 사람을 영접하였으니 군신 백관이 기뻐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향을 푼 목욕물로 씻고 오시(五時) 조복(朝服)에 보배 관을 쓰고 칼을 차고서 즉위하여 궁전 안에 살게 되었다. 그가 왕이 되고 나니 나라 안팎이 두루 편안하였으므로 백성들은 다 뛸 듯이 기뻐하였다. 때에 범지는 우러러 천문(天文)을 쳐다보고 아래로 지리(地理)를 살펴보다가 그가 이미 후사로 옹립되었음을 알고 곧 궁문으로 나아가 왕 뵙기를 청하였다. 범지는 점친 것을 고마워하면서 주원(呪願)하였다.
‘맹세한 대로 잘 살펴주옵소서.’
왕은 말하였다.
‘진정이었습니다. 바라시는 대로 다 해 드리겠습니다.’
범지는 대답하였다.
‘저는 두 가지 소원이 있을 뿐입니다. 첫째는 음식과 거동, 의복과 눕고 일어남에서 왕과 똑같이 하여 주십시오. 둘째는 국사에 참여하여 의논하고 결단할 때에는 저와 뜻을 같이할 것이요 혼자 마음대로 하지 마실 것입니다.’
왕은 말하였다.
‘좋습니다.’
왕은 바른 법으로 정치를 하면서 만 백성들에게 그릇되게 하는 일이 없었지만, 범지가 교만을 부리어 방자하게 굴면서 중신들을 업신여겼다. 뭇 신하들은 원망하며 분하게 여겨 다 함께 나와 간하였다.
‘왕의 지위는 높고 높사옵니다마는 마땅히 나라의 신하들인 우리 늙은이들을 조의(朝議)에 참여 시켜야 할 것입니다. 거지를 지나치게 믿어서 마침내 방자하게도 여러 직책들을 업신여기게 하시니, 이웃 나라에서 이를 들으면 비웃음거리가 되어서 외적의 난리를 이르게 할 것입니다.’
왕은 말하였다.
‘나는 그와 더불어 서약을 하였는데, 어찌 그것을 폐할 수가 있겠느냐?’
신하들은 간하기를 그치지 않았다.
‘왕께서 식사하실 적에 그와 함께하지 말아 보십시오. 만약 그렇게 하면 반드시 고쳐질 것입니다.’
왕은 마침내 옳다고 여기고서 범지가 나가는 것을 엿보아 그보다 먼저 먹어 치웠다. 범지는 성이 나서 말하였다.
‘본래 언약이 있었는데 어떻게 혼자만 먼저 밥을 먹는 거요?’
그리고 욕설을 하면서 야단을 했다.
‘에끼, 이 흉주(凶呪)의 자식놈아!’
범지에게 양식만 주어 내쫓으며 나라에서 나가게 하였다. 범지는 혼자서 먼 길을 걸으며 추위와 더위에 시달려서 몹시 지치고 야윈 채 다른 나라 땅에 이르렀다. 그곳에서 옛날에 친하게 지내던 사이인 다른 한 범지의 집에 나아갔다. 그 범지가 물었다.
‘그대는 어디에서 오는 길인가? 이전에 익힌 바의 업은 무엇인가? 또 기억할 수 있는 경전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범지가 대답하였다.
‘나는 먼 곳에서 오면서 굶주림과 추위에 시달리느라 익히고 외웠던 것들을 모두 잊어버렸소.’
범지는 생각하였다.
‘이 사람은 할 수 있는 일이 없구나. 농사나 짓게 해야겠다.’
곧 사내종 하나와 쟁기와 소와 농기구들을 내주었다. 범지는 논밭을 갈아 씨를 뿌리면서 종을 몹시 심하게 부렸다. 땅을 편편하게 고르라고 가혹하게 일을 시키는가 하면 동서로 분주히 뛰어다니게 하니, 종은 도무지 편안할 틈이 없었다. 그래서 종은 그냥 물에 빠져 자살이나 해 버려야겠다 생각하고 물가에 가 이르렀는데 거기서 7보로 된 나막신 한 짝을 얻게 되었다. 종은 마음속으로 혼자서 생각하였다.
‘범지가 나를 고생스럽게 일을 시키고 못 살게 구는 것은 괘씸하기 짝이 없지만, 어차피 내가 받들어 섬겨야 할 사람이다. 이 나막신을 그에게 바치면 너그럽게 용서를 해 줄 것이다.’
종이 이내 신을 가지고 돌아가 그에게 바치자 범지는 기뻐하면서 생각하였다.
‘이 7보의 신이야말로 그 값을 따지기 어려울 만큼 귀한 것이다. 내가 왕의 뜻을 어겼으니, 이 신을 그에게 바치면 허물이 풀릴 수 있으리라.’
바로 왕의 나라로 돌아가 나막신을 왕에게 올리면서 예전의 허물과 죄를 깊이 뉘우쳤다.
‘제발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왕은 말하였다.
‘좋습니다.’
왕은 그 자리에서 범지를 휘장 안으로 들이고 자리를 끌어다 앉혀 놓았다. 그리고 여러 신하들을 모아서 조칙을 내렸다.
‘경(卿)들은 예전의 그 범지를 보았는가?’
대답하였다.
‘보지 못하였나이다.’
왕은 말하였다.
‘만일 본다고 하면 어떻게 하겠는가?’
모두가 말하였다.
‘5독(毒)으로써 다스려야 하나이다.’
왕은 보배 신을 꺼내어서 여러 신하들에게 보이면서 범지를 나오게 하여 신하들과 만나게 하였다.
‘이 기이한 보배를 받고 다 함께 용서하여 주자.’
여러 신하들은 여쭈었다.
‘이 범지의 죄야말로 산과 같고 바다와도 같거늘, 신 한 짝을 바친다 하여 어떻게 그 허물을 가려줄 수 있겠습니까? 만약 한 켤레를 얻게 된다면야 죄를 없앨 수도 있겠습니다.’
왕은 또 그 말이 옳다고 여기며 거듭 범지를 내쫓으면서 다시 한 짝을 마저 구해 오도록 하였다. 범지는 괴로워하면서 옛 주인에게로 돌아가서 그 종에게 물었다.
‘너는 전에 그 보배 신을 본래 어디에서 얻었더냐?’
종은 같이 가서 신 얻었던 곳을 보여 주었다. 물가에 이르러 주위를 샅샅이 찾아보았지만 나머지 한 짝이 있는 곳을 알 수가 없었다. 종은 그를 버리고 떠나가 버렸고, 범지는 혼자서 생각하였다.
‘이 신은 반드시 상류(上流)에서 흘러내려 온 것이리라.’
곧 흐름을 거슬러서 올라가다가 큰 연꽃이 물결에 돌아 흘러서 고기 입 안으로 들어가는 광경을 보게 되었다. 그 연꽃에는 천 여 개의 잎사귀가 있었으므로 범지는 속으로 생각하였다.
‘비록 신을 얻지는 못했지만 이 연꽃을 올려서 행여라도 허물이 풀린다면 예전의 총애를 회복할 수도 있으리라.”
다시 꽃을 붙잡다가 네 명의 신선이 나무 아래 앉아 있는 모습을 보았다. 신선이 말하였다.
‘그대는 어디서 왔는가?’
대답하였다.
‘저는 왕의 마음을 잃고 신 한 짝을 바치기는 하였으나 완전히 허물이 풀리지 않았으므로, 강의 흐름을 거슬러 올라오면서 나머지 한 짝을 찾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찾지는 못하였습니다.’
신선은 말하였다.
‘그대는 배우는 사람인지라 나아갈 때와 물러날 때를 알아야 하느니라. 그 국왕은 바로 우리의 제자이다. 모시되 사랑과 공경으로써 하고 식사를 같이하되 무릎을 꿇고 앉음이 옳은 일이거늘, 어떻게 하루아침에 그를 흉주의 아들이라 욕하였던가? 그 죄는 죽여 마땅찮은 것이로되 이제 그 죄를 묻지는 않으리라.’
신선이 나무 아래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왕의 옛 몸은 우리의 시자였었느니라. 다리를 들고서 죽었는지라 보배 신이 물에 떨어졌지마는 한 짝은 발에 아직 신겨져 있느니라.’
범지는 신을 받아 들고 머리 조아려 사죄하고 본국으로 돌아가서는 그 신을 왕에게 올렸다. 왕은 기뻐하였고 대신들의 마음도 풀려서 그 총애 받던 지위가 회복되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왕은 바로 지금의 내 몸이니라. 네 분의 신선은 바로 구류진불(拘留秦佛)과 구나함모니불(拘那含牟尼佛)과 가섭불(迦葉佛)과 미륵불(彌勒佛)이시며, 그 범지는 바로 지금의 조달(調達)이니라.”『오선인경(五仙人經)』에 나온다.

(2)형제의 몸이 되었으나 뜻이 같지 않았기 때문에 행(行)을 세움에는 서
로가 사뭇 달랐다
“옛날에 보살인 형제 두 사람이 저마다 나라의 재화를 가지고 함께 벌거숭이 나라[裸鄕]로 가고 있었는데, 아우가 말하였다.
‘이 나라에 들어가면 이곳의 풍속에 따라 나아가거나 물러나면서 행동을 합시다. 부드러운 마음과 공손한 말로써 총명을 숨기고 어리석은 이를 벗하여야 할 것입니다.’
형이 말하였다.
‘예(禮)는 이지러뜨릴 수 없고 덕(德)은 물리칠 수 없거늘, 어찌 벌거숭이 형상으로 나의 옛 모습을 무너뜨릴 수 있으리요?’
아우가 말하였다.
‘선성(先聖)의 행적이란 몸은 죽었으되 행은 죽은 것이 아닙니다. 시대를 좇아서 처음으로 기찰하여 보는 것 또한 권도(權道)를 찬탄하는 방법 중의 큰 것입니다.’
마침내 함께 거기로 가서는 형이 말하였다.
‘네가 먼저 들어가 그 득실(得失)을 살펴보고서 곧 심부름꾼을 시켜 진실을 고하도록 하라.’
아우가 대답하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10여 일 만에 심부름꾼이 돌아와서 알리자 형은 말하였다.
‘틀림없이 속된 거동을 따랐겠구나.’
형은 발끈하여 말하였다.
‘어진 것을 풀어 버리고 짐승 짓을 따르는 것을 어찌 군자(君子)의 행이라 하겠느냐? 아우는 그렇게 할지 몰라도 나는 그렇게 못하겠다.’
그 나라 풍속에는 매월 그믐과 15일 밤에는 빙빙 돌며 노는 것을 즐거움으로 삼는다. 삼씨로 짠 기름을 머리에 바르고 흰 흙을 몸에 칠하며 여러 가지 뼈를 목에 감고서 두 개의 돌을 서로 두드리면서 남자 여자가 서로 손을 이끌고 슬슬 돌아다니며 노래하고 춤을 춘다. 보살도 그 풍습을 따르니 나라 사람들이 기뻐하며 칭찬하였다. 왕은 어여삐 여기었고 백성들은 공경하면서 손님과 임금이 모두 재화를 취하고 열 갑절이나 더 품삯을 주며 부렸다. 그런데 형이 수레를 타고 나라로 들어와서는 엄한 법도로만 말을 하니 바로 민심을 거스르게 되었다. 왕은 분을 내고 백성들은 업신여기어서 재물을 빼앗고 꾸짖으면서 때렸는데, 아우가 빌어서야 겨우 석방이 될 수 있었다. 그리하여 함께 본국으로 돌아가게 되었는데 아우를 전송하는 사람이 길을 덮어 가릴 지경이었지만, 형은 욕을 하는 사람이 많아 귀가 따가울 지경이었다. 형은 부끄러워서 성을 내며 말하였다.
‘저들이 너와는 어째서 친하며, 나와는 어째서 원수이냐? 너에게는 주면서 나에게서는 빼앗으니, 어찌 중상모략이 아니겠느냐?’
형은 아우에게 맹서를 하며 말하였다.
‘나는 지금으로부터 이 뒤의 세상마다 너를 괴롭히면서 끝내 용서하지 않으리라.’
보살은 슬퍼서 눈물을 흘리면서 서원하였다.
‘저로 하여금 세상마다 부처님을 만나고 법을 뵈오며, 사문을 친히 받들게 하옵소서. 네 가지 은혜[四恩]가 널리 덮여서 중생들을 제도하며 형을 받들기를 제 몸처럼 하겠다는 이 서약을 어기지 않게 하소서.’
이로부터 그 뒤로는 형은 번번이 아우를 이겨내려 하는데도 아우는 언제나 그를 구제하였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 때의 아우는 바로 지금의 내 몸이며, 형은 바로 지금의 조달이니라.”『공작왕경(孔雀王經)』에 나오며, 또 『무극집경(無極集經)』 제5권에도 나온다.

(3) 살코기의 산이 되어서 중생에게 보시하다
“과거 한량없는 아승기겁(阿僧祇劫) 때였었느니라. 그 때 이 세계의 이름은 무구수미(無垢須彌)였고, 사람의 수명은 백 살이었다.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셨으니, 명호는 향연화불(香蓮華佛)이셨다. 열반하신 뒤 상법(像法)인 동안에 나는 그 때 난저괴(難沮壞)라고 하는 크고 강한 힘을 지닌 전륜성왕이 되어서 염부제를 주름잡는 왕 노릇을 하고 있었다. 아들이 자그마치 천 명이나 되었는데, 나는 모두를 권하고 교화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게 하였다. 아들들이 모두 상법에서 출가 수도하여 부처님께서 남기신 법을 더욱더 왕성하게 하도록 하고 싶었다. 그런데 여섯 아들만은 영 출가하여 보리심을 내려 하지 않는 것이었다. 내가 좋은 말로 설득을 하였지만 끝내 출가하지 않으므로, 나는 다시 거듭하여 물으면서 위없는 도의 마음[無上道心]을 내도록 명령하였다. 여섯 아들은 대답하였다.
‘만약 저희들에게 이 염부제 땅을 주신다면, 그런 다음이라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겠나이다.’
나는 이 말을 듣고서 마음이 기뻤다.
‘나는 이제 이미 염부제 사람들을 다 교화하였구나. 이제는 이 염부제를 여섯 등분으로 나누어 이 여섯 아들들에게 주고서는 그들로 하여금 위없는 도의 마음을 내게 하리라. 그런 뒤에 나도 출가하여 수도하여야겠다.’
나는 곧 염부제를 나누어 여섯 등분으로 하여 여섯 아들에게 주고서는 바로 출가하였느니라. 그러나 그 여섯 아들들은 저마다 서로 뜻이 맞지 않아 서로 노략질하고 빼앗고 치고 하였다. 그러자 온 염부제 안에는 곡식이 익지 않아서 백성들이 굶주리게 되었다. 물과 비가 때맞춰 내려 주지 않았으니 나무들은 바짝 말랐고, 꽃과 열매가 열지 아니하였으니 날짐승과 길짐승들도 모두 배를 주려 그 몸들은 불에 활활 타는 듯하였다. 나는 그 때에 내 몸의 살과 피를 버려 중생에게 보시하여 그들로 하여금 배부르게 하였다. 그리고 그 때에 나는 스스로 몸을 던져 원력으로 이내 살코기 산[肉山]이 되었다. 높이는 1유순이었고, 가로세로의 폭도 그와 똑같았다. 백성들과 날짐승, 길짐승들이 이때 비로소 나의 살을 먹고 피를 마실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나의 본래의 서원이 있었기에 살코기 산의 중간 부분이 계속 불어나면서 그 산의 몸체를 넓고 크게 하였다. 높이는 천 유순까지 이르게 하였고, 세로와 가로 또한 똑같이 천 유순이었다. 그 산의 곁에서 저절로 사람의 머리가 생기고, 머리카락과 터럭, 눈과 귀, 코와 입과 입술, 그리고 혀까지 두루 갖추어졌다. 또 그 많은 각각의 머리 안에서는 저마다 소리가 나면서 부르짖었다.
‘모든 중생들이여, 저마다 마음대로 가져다 피를 마시고 고기를 먹어라. 여기의 눈과 귀와 코와 이[齒]까지도 모두 만족할 만큼 가지고 가도록 하여라. 그런 뒤에는 죄다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어, 혹은 성문(聲聞)이나 벽지불의 마음을 내거나, 혹은 하늘 위에서나 인간 세상에서의 넉넉한 즐거움을 누리게 하라.’
본래의 서원 때문에 몸은 줄어짐이 없이 만 년까지 이르렀으니, 염부제 안의 사람 및 귀신들과 날짐승, 길짐승이 모두 다 충족하였다.
너희들은 알아야 하느니라. 나는 옛날 만 년 동안에 버린 한량없고 그지없는 아승기의 신체와 피와 살로써 한없고 그지없는 보시를 함으로써, 모두 배부르게 하였거니와 한 생각도 뉘우치는 마음을 내지 않았느니라.
이렇게 차례로 두루 시방의 항하 모래만큼이나 많은 모든 부처님 세계에 가득하도록, 몸의 피와 살을 버리면서 중생에게 보시하여 모두가 배부르게 한 것은, 단바라밀(檀波羅蜜) 때문이었느니라.”『비화경(悲華經)』 제9권에 나오며, 『과거향연화불세계경(過去香蓮華佛世界經)』에도 대략은 같으나 보살이라고 말하지 않았을 뿐이다.

(4) 큰 재판관[大理家]의 몸이 되어 자라와 뱀, 여우를 구제하다
“옛날 보살이 큰 재판관이 되어 재산을 엄청나게 많이 쌓았는데, 언제나 3존(尊)을 받들었고 중생들을 사랑으로 대하였다. 하루는 저잣거리에 나가서 놀이를 구경하고 있었다. 그러다 자라 한 마리를 보게 되었는데 가여운 마음이 들어서 값이 얼마나 되는지 물어보았다. 자라 주인은 보살이 널리 사랑을 베푸는 덕이 있어서 항상 중생을 제도하려고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게다가 엄청난 재산이 있는 부자라서 비싸건 싸건 상관이 없을 것이라는 것을 알았으므로 이렇게 대답하였다.
‘백만입니다. 그래도 좋으면 가지고 가시오. 그렇지 않으면 내가 잡아먹어 버려야겠습니다.’
보살이 대답하였다.
‘좋습니다.’
보살은 자라를 가지고 집으로 돌아가서는 잘 씻어 주고 다치지 않게 보호하였다. 그리고 그 자라를 물에 놓아주면서 떠서 헤엄쳐 가는 것을 바라보며, 가엾이 여기는 한편 또 기뻐하면서 서원하였다.
‘태산(太山)의 아귀 중생의 무리와 세상의 감옥을 다스리는 이들을 하루 빨리 재난에서 벗어나게 하여 주소서. 몸은 편안하고 수명은 온전하기가 자라의 지금처럼만 되게 하여 주옵소서.’
또 시방에 머리 조아려 합장하며 원하였다.
‘중생들은 어지럽고 어지러워서 그 고통이 한량이 없사옵니다. 저는 마땅히 땅이 되어서 가물 때는 윤택하게 하고 물이 넘칠 때는 뗏목이 되며, 배고플 때에는 밥이 되고 목마를 때는 물이 되며, 추위에는 옷이 되고 더위에는 시원한 바람이 되며, 병에는 의사가 되고 어둠에는 빛이 되게 하시옵소서. 만약 흐린 세상 뒤집힌 시대를 만나게 되면, 저는 그 안에서 부처가 되어 그 중생들을 제도하도록 하옵소서.’
시방의 모든 부처님께서 모두가 그 서원을 좋다고 하시면서 칭찬하셨다.
‘장하도다. 반드시 네가 뜻한 바를 얻을 것이다.’
자라는 그 후 밤에 와서 그 문을 깨물었다. 괴이하게 문에서 소리가 나는지라 나가 보게 하였더니 자라를 보고 돌아와서 사실대로 아뢰므로, 보살이 가서 자라를 보자 이내 사람의 말로 하였다.
‘저는 소중한 은덕을 받자와 신명이 온전하게 되었사온데, 보답으로 사례할 것이 없사옵니다. 물에서 사는 동물이라 물이 차고 비고 하는 것만은 알 수 있습니다. 머지 않아 홍수가 닥쳐서 반드시 큰 재해를 받게 될 것입니다. 원하옵건대 빨리 배를 준비하시옵소서. 때가 되면 제가 와서 영접하겠나이다.’
대답하였다.
‘아주 고맙구나.’
다음날 아침에 궁문에 나아가 사실대로 왕에게 아뢰자, 왕은 말하였다.
‘보살은 전부터 착한 명성이 있으십니다.’
왕이 그의 말을 믿고서 낮은 곳에 있던 거처를 높은 곳으로 옮겨갔다.
때가 되자 자라가 와서 말하였다.
‘홍수가 닥쳐오고 있습니다. 빨리 배 위로 올라타셔야 하옵니다. 제가 가는 대로 따라오시면 반드시 환난을 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배가 그 자라의 뒤를 따라가고 있는데, 어떤 뱀이 배를 향해 오므로 보살은 말하였다.
‘저 뱀을 건져야 하겠다.’
자라는 말하였다.
‘예, 그렇게 하소서.’
또 떠내려오는 여우를 보고 말하였다.
‘저것도 건져야겠다.’
자라가 또 말하였다.
‘그렇게 하소서.’
또 떠내려오는 사람이 자기 뺨을 치면서 구슬프게 하늘을 부르고 있는 것이 보였다.
‘제발 나를 좀 살려 주십시오.’
보살이 또 말하였다.
‘저 사람도 건져야 하겠다.’
그러나 자라가 말하였다.
‘제발 저 사람을 건지지 마십시오. 무릇 사람의 마음이란 간사한 것이라 끝까지 믿음을 지키는 일이 적습니다. 은혜를 저버리고 형세를 따르면서 좋아하다가는 또 미워하기도 하고, 흉악하게 거슬러 행동하기도 하옵니다.’
보살은 말하였다.
‘벌레의 무리들조차도 모두 다 건졌는데, 이제 와서 사람 구하는 일을 포기한다는 말이냐? 그렇게 하여서야 어디 어질다고 하겠느냐? 나는 차마 그렇게는 하지 못하겠노라.’
끝내 그 사람을 건져 올리니 자라가 말하였다.
‘반드시 뉘우치시게 될 것입니다.’
마침내 풍요한 땅으로 가게 되자, 자라는 하직하며 말하였다.
‘은혜를 갚았으므로 이만 물러가겠나이다.’
대답하였다.
‘내가 여래나 무소착(無所著), 혹은 지진(至眞)이나 등정각(等正覺)을 얻게 된다면, 반드시 너를 제도하리라.’
자라가 말하였다.
‘정말 고맙습니다.’
자라는 물러갔고 뱀과 여우도 저마다 떠나갔다.
여우는 땅에 굴을 파고 살고 있었는데, 그곳에서 옛 사람이 묻어 놓은 자마금(紫磨金) 백 근을 얻게 되었다. 여우는 기뻐하면서 말하였다.
‘이걸로 그의 은혜를 갚아야겠구나.’
달려가서는 아뢰었다.
‘소충(小蟲)이 당신의 은덕을 받아 미미한 생명이 구제되었사옵니다. 소충은 굴 속에 사는 동물인지라 굴을 파서 스스로 편안하게 살려 하였는데, 금 백 근을 얻게 되었습니다. 이 굴은 개간한 것도 아니고 집으로 지은 것도 아니며 빼앗은 것도 아니고 훔친 것도 아니옵니다. 그저 저의 정성으로 이런 것이 절로 이른 것이라 보옵니다. 어진 이에게 이것을 바치고 싶습니다.’
보살은 깊이 생각하며 처음엔 갖지 않으려다가 다시 생각하였다.
‘그렇게 해 보았자 그냥 손해만 볼 뿐이다. 내가 그렇게 한다면 가난한 백성에게는 아무 이익도 없겠구나. 차라리 이것을 가져다 중생들에게 보시한다면 이 또한 좋은 일이 아니겠느냐?’
그리고는 보살이 그 보물을 찾아다 가졌다. 표류되었던 사람이 그것을 보고 말하였다.
‘나에게 반을 나누어 주시오.’
보살은 곧 10근을 그에게 주었는데 표류된 사람이 또 말하였다.
‘그대가 땅을 파고 개간해서 금을 훔친 것이니, 그 죄야말로 어떻게 해야 좋겠는가? 만약 반을 나누어 주지 않는다면, 나는 반드시 유사(有司)에게 일러바치고 말겠다.’
보살은 대답하였다.
‘나는 곤궁에 처해 있는 가난한 백성들에게 평등하게 보시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그대가 혼자 차지하려 하면 또한 너무 편협한 처사가 아니겠소?’
그러자 그 표류되었던 사람이 마침내 유사에게 일러바쳤다. 보살은 끌려갔지만 달리 호소할 데도 없으므로, 다만 3존(尊)에게 귀명하며 허물을 뉘우치고 스스로가 책망할 뿐이었다.
‘자비하신 부처님께 비옵니다. 중생들은 일찍 8난(難)을 여의게 하시며, 원수를 맺어서 지금의 나처럼 되는 일이 없게 하여 주옵소서.’
뱀과 여우는 모여서 말하였다.
‘이 일을 어떻게 하면 좋겠는가?’
뱀이 말하였다.
‘내가 장차 그를 구제하겠다.’
마침내 용하게 듣는 약을 입에 물고서 문빗장을 열고 감옥으로 들어갔다. 보살의 형상을 보니 안색이 초라해졌으므로 비통해 하면서 보살에게 말하였다.
‘이 약을 가지고 계십시오. 제가 장차 태자를 깨물 것인데 그 독이 너무 심해져서 구제할 방법이 없을 것입니다. 그 때에 어진 이께서 이 약을 전하여 준다면 그 병이 이내 나을 것이옵니다.’
보살은 잠자코 있었는데, 뱀은 가서 자신이 말한 바대로 하였다. 태자가 곧 죽게 되었으므로 왕은 명하였다.
‘태자의 목숨을 구제할 수 있는 사람에게는 상국(相國) 벼슬을 봉하여 나와 함께 나라를 다스리도록 하겠느니라.’
보살이 뱀에게 들은 대로 약을 전하였더니 이내 나았다. 왕은 기뻐하면서 보살에게 그 약을 갖게 된 유래를 물었다. 보살이 처음부터 끝까지의 본말을 진술하였다. 왕은 자신의 허물을 한탄하면서 곧 표류되었던 사람을 죽이고, 그 나라의 죄인을 크게 사면하여 주었다. 그리고 보살을 상국으로 봉하고 손을 끌고 함께 궁전으로 들어가 나란히 앉아서 말하였다.
‘어진 이께서는 어떠한 글을 설명하시고 또 어떠한 도를 마음에 품으셨기에 2의(儀)의 어진 마음과 은혜를 베풀어 이토록 중생에게까지 미칠 수 있게 하십니까?’
대답하였다.
‘부처님의 경전을 설명하고 부처님의 도를 품었습니다.’
‘부처님의 도에 무슨 요결(要訣)이 있으십니까?’
‘있으십니다. 부처님께서는 네 가지의 무상[四非常]을 말씀하셨는데, 그를 지니는 사람에게는 갖가지 복이 창성합니다.’
‘장하십니다. 원컨대 저도 그의 실제를 얻게 하소서.’
보살이 설명하여 주자 왕은 말하였다.
‘참으로 장하십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비신(非身:無我)은 저도 마음으로 믿습니다. 몸 하나도 보전하지 못하거늘, 하물며 국토이겠습니까? 아아, 우리 선왕(先王)께서는 위없고 바르고 참되게 바른 깨달음을 이루신 이의 이러한 비상(非常:無常)과 고(苦)ㆍ공(空)과 비신의 가르침을 듣지 못하셨으니,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왕은 즉시 광을 비워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보시하였다. 홀아비와 과부, 고아들을 어여삐 여기기를 꼭 자기의 친아들처럼 하였으니, 온 나라 사람들이 기뻐하면서 웃음을 머금고 행하였으며, 하늘을 우러러 찬탄하였다.
‘보살의 거룩한 교화로 여기에까지 이르렀도다.’
사방이 보살의 덕망을 찬탄하고 마침내 태평한 세상이 이르렀다.”
부처님께서 사문들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은 바로 지금의 내 몸이요, 국왕은 바로 미륵이며, 자라는 바로 아난이요, 여우는 바로 추로자(秋露子)이다. 뱀은 바로 목련(目連)이요, 표류되었던 그 사람은 바로 지금의 조달이니라.”『보시도무극경(布施度無極經)』에 나온다.

(5) 사자의 몸이 되어서 원숭이와 친한 벗이 되다
옛날에 보살은 일찍이 사자가 되었던 적이 있었다. 숲 속에 살면서 한 원숭이와 친구로 지냈는데, 한번은 원숭이가 제 새끼 두 마리를 사자에게 맡겼었다. 그 때 마침 수리 한 마리가 배가 고파서 먹이를 찾아다니고 있었는데, 사자가 잠을 자고 있는 틈을 타서 원숭이 새끼를 채 가지고 나무 위에 올라가 버렸다. 사자가 깨어나서 원숭이 새끼를 찾았으나 보이지를 않았다. 수리가 새끼들을 채 가지고 가서 나무 위에 있는 것을 보고는 수리에게 말하였다.
“나는 원숭이가 맡긴 두 새끼를 받아서 지키다가 잘못하여 네가 채 가도록 두고 말았다. 신의를 어기게 되었으니 제발 네가 돌려주기를 청한다. 나는 짐승의 왕이요, 너는 새의 임금이라, 귀함과 세력이 똑같으니 돌려주는 것이 마땅하다.”
수리는 말하였다.
“네가 지금 어느 때인지를 모르는구나. 나는 지금 배가 고파 죽을 지경인데 어찌 우리가 같으니 다르니 따위를 논하고 있느냐?”
사자는 그에게서 그냥은 찾아올 수 없음을 알고는 스스로 날카로운 발톱으로 자기의 겨드랑이 살을 후벼파서 원숭이 새끼와 바꾸었다.
또 과거 세상에 백성들이 병이 많아서 몸은 노랗게 뜨고 창백하게 마비되어 갔다. 보살은 그 때의 몸이 적어(赤魚)였는지라 스스로 자신의 살을 여러 병자들에게 보시하여 그 질병들을 구하였다.
또 옛날 보살은 새의 몸이 되어서 숲 속에 살고 있었는데, 한 사람이 깊은 물에 들어가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 곳에서 수신(水神)의 덫에 걸리는 것을 보게 되었다. 수신의 덫이라는 것이 일단 달라붙으면 풀려날 수 없는 법인데, 만약 향산(香山)의 약초를 가져다 그 덫 위에 놓으면 줄이 이내 문드러지면서 사람이 벗어날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이러한 따위의 한량없는 본생(本生)에서 구제한 바가 많이 있었으므로, 본생경(本生經)이라 이름한다.『대지론(大智論)』 제33권에 나온다.

(6) 흰 코끼리의 몸이 되어서 중생들을 이롭게 하다
수보리(須菩提)가 물었다.
“보살은 선근(善根)이 다 이루어진 분이거늘, 어찌하여 다시 또 코끼리나 말의 몸으로 태어나게 되는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보살이야말로 실로 복덕이 있고 선근이 성취되었거니와 중생들을 이롭게 하기 위하여 축생의 형상을 받는 것이요, 축생으로서의 죄가 있는 것이 아니니라. 보살은 축생 안에 있되 원수와 도적을 사랑하고 가엾이 여기니 아라한과 벽지불에게는 이 마음이 없느니라. 아라한과 벽지불은 원수가 와서 해치면 비록 앙갚음을 하지는 않지마는 사랑하는 생각으로써 공양하거나 공급할 수는 없느니라. 마치 보살의 본래 몸이 어금니 여섯 개를 가진 흰 코끼리이었을 때의 일과 같다.
그 보살 코끼리는 사냥꾼의 독화살을 가슴에 맞자 코로써 사냥꾼을 말아 안아서 나머지 다른 코끼리로부터 해를 받지 않게 하였느니라. 그리고 암코끼리에게 말하였다.
‘너는 보살의 아내로서 어찌하여 나쁜 마음을 내려 하는가? 사냥꾼이 지금 나를 쏜 것은 번뇌의 죄일 뿐이요, 사람의 허물이 아니니라. 나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어서 마땅히 그 번뇌를 없애 주어야 하느니라. 마치 귀신이 사람을 홀릴 때에 주술사[呪師]가 귀신을 다스리면서 사람을 보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이니라.’
그리고 다시 천천히 사냥꾼에게 물었느니라.
‘그대는 무엇 때문에 나를 쏘았소?’
사냥꾼이 대답하였다.
‘나는 너의 어금니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코끼리는 그 자리에서 돌로 쳐서 어금니를 뽑아 그에게 주었다. 피와 살이 함께 떨어져 나왔지만 고통으로 여기지 않고서 양식을 주고 지름길까지 가르쳐 주었다. 이와 같은 자비가 아라한과 벽지불에게는 없다는 말이니라.”
수보리는 또 물었다.
“사람의 몸이 되어서 위하여 설법하지 아니하고, 짐승의 몸으로 되어서 설하는 것은 무엇 때문입니까?”
부처님께서 대답하셨다.
“때때로 중생들은 사람의 몸으로 하여 보여 주면 믿어 받아들이지 않다가도, 축생의 몸으로 설법하는 것을 보면 기꺼이 믿음을 내어서 그 교화를 받아들이는 일이 있다. 보살이 이러한 대 자비심을 완전하게 갖추어서 실제로 그 일을 행하려 하면, 중생들이 그를 보고 놀라며 기뻐하면서 모두가 도에 들게 되느니라.”『대지론(大智論)』 93권에 나온다.

(7) 옛날 용의 몸이 되어서는 벗에게 인욕을 행하도록 권하다
“옛날 보살이 아난과 함께 있을 때의 일이다. 죄를 받기를 다 마치고 각기 용의 몸이 되었는데, 그 한 용이 말하였다.
‘나와 너는 함께 바다 안에 있으면서 보지 못한 곳이 없다. 차라리 이제 함께 육지에 올라가서 노닐지 않겠느냐?’
나머지 한 용이 대답하였다.
‘육지의 사람들은 악하기 때문에 뜻밖의 변을 당하게 될지도 모른다. 육지로 나가는 것은 좋지 않다.’
한 용은 또 말하였느니라.
‘그렇다면 작은 뱀으로 변하면 된다. 만약 길에 사람이 없으면 큰길에 나가서 놀다가 사람을 만나게 되면 숨으면 되는데, 무엇 근심할 것이 있느냐?’
이에 서로가 좋다고 하고서 함께 올라가 구경하며 놀았다. 그런데 물에서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길에서 독을 품은 살무사를 만나게 되었다. 살무사는 두 뱀을 보고서 흉한 생각으로 해치려고 독 거품을 뿜었다. 한 뱀은 살무사를 죽이려고 하였는데, 다른 한 뱀은 사랑과 인욕으로써 그만두라고 말렸다.
‘대저 높은 선비가 되면 여러 대중들의 어리석음을 용서해야 되고 참을 수 없는 것을 참아야 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성인의 경계입니다.’
그리고는 게송으로 말하였다.

탐욕은 미치광이를 만들어서
사람으로서의 의로운 마음을 없앤다네.
시새움은 경계[誡]를 해치나니
잠자코 참아야 편안하니라.

한 뱀이 인욕(忍辱)을 칭송(稱頌)하자 다른 한 뱀은 공경히 받아들여 마침내 살무사를 해치지 않았는데, 한 뱀이 말하였다.
‘우리들은 이제 바다로 돌아가자.’
두 뱀이 서로가 그러자고 하며 함께 길을 나서니, 그 위엄스럽고 신령스런 기운이 떨쳐 일어났다. 하늘이 진동하고 땅이 움직이며 구름이 일어나 비가 내리므로 사람과 귀신들이 모두 놀랐었다. 살무사는 이에 너무나 두려워서 눈앞에 시체가 보여도 알아보지 못하였으며, 이레 동안이나 먹이를 끊으면서 스스로를 해치려고 하였다.
항룡(蚢龍)은 바로 지금의 아난이요, 인욕을 말한 용은 바로 지금의 내 몸이며, 독을 품은 살무사는 바로 지금의 조달이니라.”『도무극집(度無極集)』 제5권에 나온다.

(8) 곰의 몸이 되어서 길 잃은 사람을 구제하다
어떤 사람이 숲에 들어가서 나무를 치다가 헷갈려서 정신을 잃고 말았다. 이때 마침 큰비를 만난 데다가 날까지 저물어 배고프고 추웠는데, 나쁜 벌레와 독 있는 짐승들이 그를 침해하려 하였다. 이 사람이 석굴(石窟) 안으로 들어갔더니, 곰이 그에게 말하였다.
“당신은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이 집은 따뜻하여 잠을 잘 만할 것입니다.”
이 때에 계속해서 7일 동안이나 비가 왔는데, 곰이 항상 단 열매와 맛있는 물을 이 사람에게 대 주었다. 7일 만에 비가 그치자, 곰은 이 사람을 데리고 나와 길을 가르쳐 주면서 말하였다.
“나는 죄가 있는 몸이라 사람이 바로 원수입니다. 만약 묻는 사람이 있더라도 절대 나를 보았다는 말씀은 하지 말아 주십시오.”
사람은 대답하였다.
“그렇게 하겠노라.”
이 사람이 길을 가다가 여러 명의 사냥꾼을 만났는데, 사냥꾼들이 물었다.
“당신은 어디에서 오는 길입니까? 짐승들이 있는 것을 보지 못하셨습니까?”
대답하였다.
“큰 곰 한 마리를 보기는 보았습니다만, 나에게는 은혜가 있으므로 그대들에게 가르쳐 드릴 수가 없습니다.”
사냥꾼은 말하였다.
“그대는 사람인데 사람끼리 서로 친하게 돕고 사는 것이 당연하지 않습니까? 무엇 때문에 곰을 더 아껴 주려는 것입니까? 이제 한 번 이 길을 버리고 떠나면 언제 다시 여기에 올 일이 있겠습니까? 당신이 나에게 가르쳐 주면 나는 당신에게 많은 몫을 나누어 드리겠습니다.”
그 사람은 그만 마음이 변하여 이내 사냥꾼을 데리고 가서 곰이 사는 곳을 가르쳐 주었다. 사냥꾼은 곰을 죽이어 곧 많은 몫을 떼어 그에게 주었다. 그 사람이 손을 내밀어 고기를 잡자마자 두 팔이 함께 떨어지므로 사냥꾼은 말하였다.
“대체 당신에게는 어떤 죄가 있는 것입니까?”
대답하였다.
“이 곰이 나를 마치 아버지가 아들 돌보듯이 보살펴 주었습니다. 내가 지금 은혜를 저버렸기에 이런 죄의 업보를 가져오게 된 모양입니다.”
사냥꾼도 두려워하면서 감히 그 고기를 먹지 못하고 가지고 가서 뭇 스님들에게 보시하였다. 상좌(上座)가 바로 6통(通) 아라한이었는지라, 여러 하좌(下座)들에게 말하였다.
“이 분은 보살이시라 오는 세상에서 부처님이 되실 분이시다. 이 고기는 먹지 말지니라.”
즉시 탑을 일으켜 공양하였다. 왕이 이 일을 듣고 국내에 조칙을 내렸다.
“은혜를 저버리는 사람은 여기에서 살지 못하게 하라.”
이리하여 사람들은 갖가지 인연으로써 은혜 아는 이를 찬탄하였다.『제경중요사(諸經中要事)』에 나온다.

(9) 사슴 왕이 되어서 새끼 밴 사슴을 대신하여 죽음을 받다
옛날 부처님께서 바라내국(波羅奈國) 선인(仙人) 녹야원(鹿野園)에 계셨었다. 모든 5통(通) 신선들이 모두가 이 동산에서 노닐며 배웠으니 범부들이 사는 곳이 아니었다. 어떤 왕이 나가서 사냥을 하다가 천 마리의 사슴 무리가 그물 속으로 다 들어가는 것을 보게 되었다. 왕이 보병(步兵)을 깔아 둘레를 한 바퀴 에워싸자 사슴 떼들은 놀라고 두려워하면서 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어떤 놈은 언덕에 가 부딪치기도 하였고, 또 어떤 놈은 땅에 엎드려 제 형상을 숨기기도 하였다.
석가모니불께서 보살이셨을 적에 이 사슴 무리의 왕이셨다. 부처님께서는 친히 사슴 무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뜻을 편안히 하여 다시는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방편을 베풀어서 왕을 향하여 애걸하면 반드시 목숨을 구제하게 될 것이다. 저마다 딴마음을 갖는 일이 없도록 하여라.”
사슴 왕이 사람 왕을 향하여 무릎을 꿇고 가엾이 여겨 주기를 하소연하자, 사람 왕이 멀리서 보고 여러 좌우들에게 사슴을 해치지 못하도록 명을 내렸다. 사슴은 말하였다.
“지금 왕의 뜻을 살피건대, 천 마리의 사슴을 한꺼번에 죽여서 주방에 보내려 하십니다. 지금 다 삶아 놓으시면 고기가 오래 보존될 수 없습니다. 원컨대 왕께서는 가엾게 여기시어 하루에 한 마리씩의 사슴을 죽여서 주방장에게 보내옵소서. 왕을 번거롭게 하지 않고 저희 사슴들이 스스로 주방으로 나아가 죽음을 받겠사옵니다. 그리하면 고기 공양은 끊어지지 않고 사슴 수는 갈수록 더욱 불어나게 될 것입니다.”
왕은 사슴에게 물었다.
“네가 사슴들 가운데서 최고 어른이더냐?”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왕은 다시 사슴에게 물었다.
“너는 참으로 그리하겠느냐?”
대답하였다.
“참으로 그렇게 하겠습니다.”
왕은 이내 사슴을 내버려 두고 진을 거두어 성으로 들어갔다. 그 때 보살이 거느리고 있는 사슴이 5백 마리였고, 조달(調達)이 거느린 것 또한 5백 마리의 사슴이었다. 날마다 한 마리씩의 사슴이 차출되어 왕에게 나아가 주방에 보내졌다. 이때 마침 조달의 사슴을 왕에게 보낼 차례가 되었다. 새끼를 밴 지가 여러 개월이 된 어미 사슴 한 마리가 주방에 보내져야 할 차례였으므로 어미 사슴은 왕에게 말하였다.
“이제 저는 해산할 시기가 닥쳐왔습니다. 나의 차례로는 응당 가야 하나 뱃속의 새끼의 차례는 아직 이르지 않았으니, 원컨대 차출 당하는 차례를 조금 뒤로 미루어 주소서.”
조달은 성을 내어 말하였다.
“어째서 빨리 가지 않느냐? 누가 너를 대신하여 먼저 죽겠느냐?”
어미 사슴은 슬피 울부짖으면서 이내 보살에게 나아가 이런 일을 진술하였다.
“원컨대 왕께서는 용서를 베푸시어 차례를 뒤로 미루어 주소서.”
보살은 사슴에게 물었다.
“너의 주인은 네가 말하는 것을 허락하더냐?”
대답하였다.
“주인은 허락하지 않았나이다.”
보살이 그 사슴을 위로하였다.
“너는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이제 너를 대신하여 주방장에게 바치겠다.”
보살 사슴 왕은 이내 천 마리의 사슴을 불러 놓고 간절하게 경계하였다.
“너희들은 절대 게으른 생각을 품지 말 것이며, 왕의 가을 싹이며 곡식을 침해하지도 말지니라.”
조달은 성을 내어 어미 사슴에게 말하였다.
“너의 차례가 왔거늘 왜 거절하느냐?”
보살은 조달에게 말하였다.
“그만두시오, 그만두시오. 그런 말은 하지 마시오. 어미 사슴이 진실로 차례로는 죽어야 되겠지마는 그 태 안의 것이 불쌍하기 때문에 아직 죽지 않을 뿐입니다. 그래서 내가 대신하여 태 안의 생명을 구제하는 것입니다.”
사슴들은 각자 말하였다.
“저희들이 왕을 대신하여 죽음을 받고자 하옵니다. 왕이 계심으로써 우리가 있게 되고 물과 풀을 먹을 수도 있으며, 마음대로 놀러 다녀도 두렵거나 꺼리는 바가 없게 되나이다.”
그러나 왕이 드디어 주방으로 나아가니 사슴들이 뒤를 따르며 왕궁까지 이르게 되었다. 사슴 왕은 주방으로 나아가 스스로가 요리가 되기를 청하였다. 요리사는 사슴 왕을 보고서 이내 왕에게 아뢰었다.
“사슴 왕이 주방으로 들어와서는 다음 요리에 제 몸을 바치겠다 하나이다. 저는 어찌해야 할지 잘 모르겠사옵니다. 대왕이시여, 죽여야 하옵니까?”
왕은 여러 신하에게 칙명하였다.
“빨리 사슴 왕을 데리고 오라.”
왕은 사슴 왕에게 물었다.
“천 마리 사슴이 다 되었느냐? 너는 무엇 때문에 왔느냐?”
사슴은 왕에게 아뢰었다.
“천 마리가 새끼를 계속 낳아서 마침내 큰 떼를 이루었습니다. 날마다 더욱 붙어날지언정, 줄어드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위의 일을 자세히 설명하자, 왕은 간절히 자책하고 스스로가 모자랐음을 한탄하였다.
“나는 기르는 짐승에 대하여 참됨과 거짓을 구별하지 못하였구나. 살아 있는 생명을 미친 듯이 죽이다 결국 이 지경에 이르게 되었구나.”
왕은 대신들에게 고하였다.
“널리 나라 안에 명령을 내려라. 사냥하면서 사슴을 살해하는 이가 있으면 목을 베어 죽이리라.”
이내 사슴 왕을 돌아가게 하면서 사슴 고기를 먹지 못하도록 나라 안에 명령을 내렸다. 또 만약에 그 고기를 먹는 이가 있으면 그의 머리를 베어 높이 달게 하였으므로, 이로 인하여 녹야원(鹿野園)이라는 이름이 지어졌다.『출요경(出曜經)』 제9권에 나온다.

(10)위덕(威德)이라는 사슴 왕의 몸이 되어 그물에 걸리자 사냥꾼이 풀어
주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과거 세상에 설산(雪山)에서 가까운 어느 산 아래에 위덕(威德)이라고 하는 사슴 왕이 있었으니, 그는 5백 마리 사슴의 주인이었느니라. 그 때에 어떤 사냥꾼이 곡식을 놓고서 덫을 설치해 두었다. 사슴 왕이 길을 가다가 그만 오른쪽 다리가 털로 만든 덫 안으로 빠졌으므로, 사슴 왕은 생각하게 되었다.
‘만약 나의 이 모습을 보게 된다면 모든 사슴들은 남아 있는 곡식조차도 감히 먹지 않으려 할 것이다. 여기에 있는 곡식을 다 먹고 나면 그 때 가서 내 다리 모양을 내 보여야겠구나.’
그리고 여러 사슴들은 모두 떠나갔는데 한 암사슴이 섰다가 게송으로 말하였다.

대왕이시여, 아셔야 하옵니다.
바로 사냥꾼이 올 것이옵니다.
원하옵나니 방편을 쓰시어서
이 덫을 벗어나 떠나시옵소서.

그 때 사슴 왕도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내가 방편을 부지런히 썼기에
힘이 이미 다하여 버렸구나.
털 덫은 더욱더 죄어들지만
도무지 벗어날 수가 없도다.

암사슴은 사냥꾼이 도착한 것을 보고서 그를 향하며 게송으로 말하였다.

그대의 날카로운 칼로
먼저 나의 몸을 죽이시고
연후에는 원컨대 풀어 주시어
사슴 왕이 떠나가게 하시오소서.

사냥꾼은 그 말을 듣고 가엾이 여기는 마음을 내며 게송으로 대답하였느니라.

나는 끝내 너를 죽이지 않으리라.
사슴 왕 역시 죽이지 않을 것이요
너와 사슴 왕을 풀어 줄 터이니
마음대로 가고 싶은 대로 떠나가거라.

사냥꾼은 즉시 사슴 왕을 풀어 주었느니라.”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옛날 사슴 왕은 바로 지금의 내 몸이요, 5백 마리 사슴은 바로 지금의 5백 명의 비구이니라.”『십송률잡송(十誦律雜誦)』 제1권에 나온다.

(11) 아홉 가지 색을 지닌 사슴 몸이 되어서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다
“옛날 보살의 몸이 아홉 가지 색을 지닌 사슴이었을 적에 그 털은 아홉 가지 빛깔이요, 그 뿔은 희기가 마치 눈과 같았다. 항하 물가에서 살면서 물과 풀을 마시고 먹으며 늘 까마귀 한 마리와 벗을 삼아 지냈었느니라. 그 때에 어떤 사람이 물에 빠져서 물살을 따라 흘러 내려오고 있었다. 물 속에서 나왔다 들어갔다 하며 머리를 우러러 하늘을 보고 부르짖었다.
‘산신(山神)이여, 수신(樹神)이여, 그리고 천인(天人)들과 용신, 귀신들이시여! 왜 저를 가엾이 여기지 않으시나이까?’
사슴은 그 소리를 듣고 물에 내려가 말하였다.
‘당신은 나의 등에 올라타서 나의 뿔을 붙잡으시오.’
사슴은 그 사람을 등에 업고 나와 언덕으로 올라와서 물에 빠진 사람을 땅에 내려놓았다. 그 사람은 사슴을 세 바퀴 돌고는 사슴을 향하여 머리 숙이고 말하였다.
‘바라옵니다. 당신의 종으로 만들어 심부름을 시키면서 물과 풀을 대드리게 하옵소서.’
사슴은 말하였다.
‘저는 아무것도 필요 없습니다. 그만 떠나가십시오. 꼭 은혜를 갚고자 하신다면 내가 여기에 있다는 말만 하지 말아 주십시오. 사람들이 나의 가죽과 뿔을 탐내는지라 반드시 찾아와서 나를 죽이려 할 것입니다.’
그 때에 국왕 부인이 밤에 꿈속에서 아홉 가지 빛깔을 지닌 사슴을 보고는, 곧 꾀병을 부리며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왕이 그 까닭을 물었더니, 부인은 이렇게 대답하였다.
‘제가 어젯밤 꿈에 범상치 않은 특별한 사슴을 보았습니다. 그 털 색깔은 아홉 가지 빛깔이었고, 그 뿔은 희기가 눈과 같았나이다. 저는 그 가죽을 구해서 앉을 깔개를 만들고, 그 뿔로는 총채 자루를 만들고 싶사옵니다. 왕께서는 저를 위하여 그것을 구해 주셔야 하옵니다. 왕께서 만약 얻어 주시지 않으시면, 저는 죽어 버리겠나이다.’
왕은 나라 안에 널리 사람을 모집하였다.
‘만약 능히 이 사슴을 얻어 오는 사람이 있으면 내 그와 함께 나라를 나누어 다스리겠노라. 그리고 금으로 만든 발우에다 은으로 만든 조[粟]를 가득 담아 하사하겠노라.”
물에 빠졌던 사람이 금으로 만든 발우에 은으로 만든 조를 하사한다는 말을 듣고는 그만 부자가 되고 싶은 욕심이 생겨 생각하였다.
‘사슴이야 어차피 축생일 뿐인데, 제까짓 것이 무슨 죽고 살고 차이가 있겠느냐?’
그 사람은 왕에게 나아가 아뢰었다.
‘제가 사슴이 있는 곳을 알고 있습니다.’
왕은 크게 기뻐하면서 말하였다.
‘네가 만약 그 가죽과 뿔을 얻어 온다면, 이 나라의 반을 주어 보답하겠다.’
그러자 물에 빠졌던 사람의 얼굴 위에는 이내 나병의 부스럼이 생겼느니라. 물에 빠졌던 사람이 말하였다.
‘대왕이시여, 이 사슴이 비록 축생이라 하더라도 큰 위엄과 신통력을 지녔사옵니다. 왕께서는 많은 사람과 병력을 내셔야만 겨우 잡을 수 있을 것이옵니다.’
왕은 곧 크게 사람들을 차출시켜 항하 물가에 이르렀다. 까마귀가 나무 위에 있다가 사람과 병사들이 오는 것을 보고 이내 사슴을 부르며 말하였다.
‘친구, 일어나시오! 왕이 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슴은 짐짓 깊은 잠을 자는 척하면서 깨나지 않는지라 까마귀는 내려가 그의 귀를 쪼아댔다. 그제야 사슴은 비로소 놀라 깨어나면서 사방을 돌아보았다. 그리고는 도망을 치지도 않고 오히려 왕의 수레 곁으로 나아갔다. 옆에 있던 신하가 쏘려 하였는데 왕이 말하였다.
‘쏘지 말라, 이 사슴은 보통 사슴이 아니로구나. 이는 천신(天神)일까?’
그러자 사슴이 말하였다.
‘대왕이시여, 나를 쏘지 마옵소서. 저는 전에 왕국 안의 한 사람을 살렸었나이다.’
사슴은 다시 길게 무릎을 꿇고 왕에게 물었다.
‘누가 제가 여기 있다고 일러 주었습니까?’
왕은 수레 곁을 가리키며 알려 주었다.
‘바로 저 문둥병 얼굴을 한 사람이 가르쳐 주었느니라.’
사슴은 곧 머리를 들어 이 사람을 쳐다보고는 눈물을 흘리면서 어쩔 줄 모르며 말하였다.
‘이 사람이 전에 물 속에 빠져 있기에 저는 제 목숨을 아끼지 않고 직접 물 속에 들어가 이 사람을 업고 나왔습니다. 그리고 남에게 일러 주지 않기로 서로 약속하였사옵니다. 은혜를 입고 보답을 못 한다면 이는 물 속에 떠 있는 나무토막보다 못할 것입니다.’
왕은 부끄러워하는 빛을 띠면서 세 번이나 그 백성에게 말하였다.
‘네가 그런 은혜를 받았으면서도 어떻게 도리어 사슴을 죽이려고 하였느냐?’
왕은 이내 나라 안에 하명하였다.
‘만약 이 사슴을 몰아 쫓는 자가 있으면, 5족(族)을 멸하리라.’
뭇 사슴 수천 마리가 모두 와 이 사슴의 뒤를 따르면서 물과 풀만을 먹고 곡식 밭에 침입하지 않았다. 또 바람과 비가 시절을 맞추어 내려 주었기에 오곡이 고루 잘 익었고, 사람들에게는 질병이 없어서 세상은 태평하여졌느니라.
이 때의 아홉 가지 색깔을 지닌 사슴은 바로 지금의 내 몸이요, 까마귀는 바로 아난이니라. 국왕은 바로 지금의 부왕이신 열두단(閱頭檀)이며, 그 때의 왕부인은 바로 지금의 손타리(孫陀利)이다. 그 때 물에 빠졌던 사람은 바로 지금의 조달인데, 내가 비록 착한 마음을 지녀 그에게 향하는데도 짐짓 나를 해치려 하였었느니라. 아난은 지극한 뜻을 지녔었느니라.”『구색록경(九色鹿經)』에 나온다.

(12)기러기 왕이 되어 사냥꾼에게 잡혔다가 풀려나서는 국왕에게 청하여
은혜를 갚다
“과거 세상 때에 바라내성(波羅奈城)이 있었는데 성 옆에 우성(雨成)이라는 못이 있었다. 이 못 안에는 고기와 거북, 거위나 기러기, 오리 등이 많았다. 그 가운데 치국(治國)이라고 하는 기러기 왕이 있어서 5백 마리 기러기의 임금 노릇을 하고 있었다. 그 때에 어떤 사냥꾼이 먼저 털로 만든 덫을 놓아두었는데, 기러기 왕이 앞으로 나아가다가 오른 다리가 덫에 걸리고 말았다. 그는 생각하였다.
‘만약 내가 이 덫에 걸린 다리를 내 보이면 다른 기러기들이 감히 모이를 먹지도 않으리라.’
기러기 왕은 다른 기러기들이 곡식을 다 먹은 뒤에서야 다리를 내어 보였다. 여러 기러기들은 다 날아가 버리고 소마(蘇摩)라는 한 기러기만이 남았는데, 왕을 버리고 떠나가지 않으므로 왕은 대신인 그에게 말하였다.
‘나와 그대는 직책이 왕인지라, 여러 기러기들의 앞에서 날아가야 하오.’
대답하였다.
‘그럴 수 없나이다.’
왕이 물었다.
‘무슨 까닭에 그렇다는 것인가?’
그 때 대신은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저는 원하건대 왕을 따르리라.
죽어서나 살아서나 변치 않으리.
차라리 왕과 함께 죽게 되어서
훌륭한 모습으로 삶을 떠나오리다.

대왕이여, 아셔야 하옵니다.
덫을 놓은 사냥꾼이 오고 있으니
다만 방편을 부지런히 쓰시어
이 덫을 벗어나기 바라옵니다.

그 때 기러기 왕은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내가 부지런히 방편을 써온지라
힘이 이미 다하고 없도다.
털 덫은 더욱더 죄어드는데
벗어날 방도는 도무지 없구나.

소마 대신은 덫을 놓은 사냥꾼이 오는 것을 보고 그를 향하여 게송으로 말하였다.

대왕의 털과 기름과 살은
저와 똑같아서 다름이 없소.
당신은 그 칼로 나를 죽이고
왕은 풀어 주어 다치지 마소서.

그 때 덫을 놓은 사냥꾼은 대신에게 말하였다.
‘나는 둘 다 죽이지 않겠다. 너와 왕을 놓아줄 터이니 좋아하는 곳으로 떠나가거라.’
사냥꾼은 즉시 기러기 왕을 풀어 주는지라 두 기러기는 함께 떠나가려 하면서 서로 말을 주고받았다.
‘이 사냥꾼이야말로 참으로 드문 일을 하시어 우리들의 생명을 살리셨다. 우리들은 살림 밑천을 후하게 보답해야겠습니다.’
사냥꾼은 물었다.
‘너희들이야 그저 축생일 뿐인데, 무슨 살림 거리가 있다고 나에게 보답하겠다는 것이냐?’
두 기러기는 대답하였다.
‘바라내의 왕의 이름은 범덕(梵德)이라고 합니다. 당신이 우리를 데리고 함께 가십시다.’
사냥꾼은 기러기를 두 어깨 위에다 메고 성안의 거리에 이르렀다. 이 기러기의 모습이 아주 단정하였는지라 뭇 사람들이 보기를 즐겨 하며, 어떤 사람은 5전(錢)이며 10전이며 20전을 주겠다고 나서면서 모두들 이 기러기를 죽이지 말라고 말하였다. 그 사람이 기러기를 메고 왕궁에 이르렀을 때에는 벌써 크게 재물을 얻었다.
사냥꾼이 왕궁의 문에 이르러 기러기를 땅에다 놓아두자, 기러기 왕은 문지기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범덕 왕에게 치국이라는 기러기 왕이 지금 문 밖에 있다고 아뢰시오.’
문지기가 곧 가서 왕에게 아뢰자 왕은 이내 안으로 들기를 허락하였다. 왕은 기러기 왕에게 금으로 만든 평상을 마련하여 주었다. 소마 대신은 예도를 따라 서로 함께 인사를 나누었다. 그런 뒤에야 자리에 나아가서 게송으로써 범덕왕에게 문안하였다.

왕의 육체 안온하시옵니까.
국토는 풍요하시옵니까.
법대로 백성을 교화하시옵니까.
평등한 마음으로 나라를 다스리옵니까.

그 때 범덕왕도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나는 언제나 스스로 안온하고
법으로써 국민을 교화합니다.
국토는 한결같이 풍족하고 편안하며
평등한 마음으로 치우침이 없습니다.

이렇게 주거니 받거니 하며 5백의 게송을 말하였는데 소마 대신은 그 동안에 잠자코 있었으므로 범덕왕은 말하였다.
‘그대는 어찌하여 잠자코 있는가?’
대신은 대답하였다.
‘당신께서는 바로 사람 왕국의 임금이시고, 이 기러기 왕은 피택국(陂澤國)의 임금이십니다. 두 왕께서 말씀하시는데, 제가 어찌 감히 끼어들 수 있겠나이까?’
왕은 말하였다.
‘나에게 아름다운 동산이 하나 있는데, 그대가 그곳에서 사시겠는가?’
대답하였다.
‘그럴 수 없나이다.’
왕은 말하였다.
‘무엇 때문인가?’
기러기는 말하였다.
‘왕께서 혹시 잠에서 깨나시어 이 모든 일을 잊어버리실지도 모릅니다. 우리를 제외하라는 말씀을 따로 하지 않으시고 그냥 칙명으로 기러기 고기를 잡수겠다고 하실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 때 만약 요리사가 다른 기러기를 잡지 못하면 혹 저희들을 죽여서 왕의 진지 상에 올릴까 해서이옵니다.’
치국 기러기 왕이 왕궁 안에 들어오자 모든 기러기들은 우성 못으로부터 나와서 왕궁 위를 배회하며 슬피 지저귀었다. 날개에 묻은 물을 궁전에 뿌리며 더럽히므로 왕은 물었다.
‘이것들이 무엇들입니까?
기러기 왕은 대답하였다.
‘이는 저의 권속들이옵니다.’
왕은 말하였다.
‘그대는 떠나려 하십니까?’
대답하였다.
‘가고자 하옵니다.’
왕은 말하였다.
‘그대는 필요한 것이 무엇입니까?’
대답하였다.
‘저희가 사냥꾼에게 붙잡혔었는데 그 사람이 우리들에게 세상에 드문 일을 해 주어서 우리들의 수명을 살려 주었습니다. 만약 먼저 하나를 죽이고 뒤에 다시 하나를 차례로 죽였던들 누가 말릴 수가 있었겠나이까?’
왕은 말하였다.
‘무엇으로써 그에게 보답해야 하겠습니까?’
두 기러기는 대답하였다.
‘금과 은과 차거(車渠)16), 마노(馬瑙)와 의복이며 음식을 주옵소서.’
이 말을 마치자마자 기러기는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기러기 왕은 바로 지금의 내 몸이요, 5백의 기러기는 바로 지금의 5백 비구이다. 사냥꾼은 바로 지금의 재산을 지키는 코끼리이며, 범덕 왕은 바로 지금의 정반왕(淨飯王)이다. 소마 대신은 바로 아난이니라.”『십송률잡송(十誦律雜誦)』 제1권에 나온다.

(13) 앵무새의 몸이었을 때 산불을 구함으로써 은혜를 갚다
“옛날 보살이 앵무새가 되어서 나무에 깃들어 살고 있었을 때의 일이었다. 하루는 바람이 그 나무에 불어오더니 다시 나무를 서로 비벼대어 결국 불이 일어나고 말았다. 불은 점차 훨훨 타오르면서 마침내 온 산을 태우고 말았다. 앵무새는 생각하였다.
‘날아다니는 새 같은 것들도 어떤 나무에 잠시 몸을 머물렀으면 마땅히 두고두고 그 은혜를 갚아야 한다고 마음을 먹곤 하거든, 하물며 나처럼 오랜 세월 동안 이 나무에 살고 있었던 몸이 어찌 불을 끄지 않을 수 있겠는가?’
앵무새는 이내 바다로 나아가 그 두 날개에다 큰 바다의 물을 담았다. 불 있는 곳으로 돌아와서는 불에다 물을 직접 뿌리기도 하고, 혹은 입에 담아서 뿌리기도 하면서 이리저리 분주하게 뛰어다니고 있었다. 이 때에 어떤 착한 신이 그 수고로움에 감동하여 이내 그를 대신하여 불을 꺼 주었다.“『승가라찰경(僧伽羅刹經)』 상권에 나온다.

(14) 참새 왕이었을 때 범의 입 안에 박힌 뼈를 뽑아내 주다
“옛날 보살은 참새 왕이 되어서 인자한 마음으로 무리들을 구제하였으며, 그들을 보호하다가 몸에 상처까지 난 일이 있었다. 한번은 범 한 마리가 짐승을 잡아먹다가 뼈가 그의 이에 걸렸으므로 몹시 아파서 죽으려 하였다. 참새가 입에 들어가 뼈를 쪼아 주었는데 날마다 이렇게 하느라고 참새 입에는 상처가 생기고 몸은 수척하여졌다. 뼈를 범의 입에서 빼내고 나자 참새는 날아서 나무에 올라가 부처님 경전을 말하였다.
‘살생을 한다는 것은 흉악하고 사나운 짓이니, 그 악(惡)이야말로 이 보다 큰 것이 없느니라.’
범은 참새의 경계를 듣고 발끈 성을 내며 말하였다.
‘네가 이제 나의 입에서 떠났다고 감히 말이 많구나.’
참새는 그를 교화할 수 없음을 알고는 이내 빨리 날아가 버렸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참새는 바로 지금의 내 몸이요, 범은 바로 지금의 조달이니라.”『작왕경(雀王經)』에 나온다.

(15) 큰 고기의 몸이 되어 굶주린 이들을 구제하다
“옛날 보살이 가난하고 초췌하였기에 여러 장사꾼들과 함께 다른 나라에 가게 되었다. 보살은 바다 속 고기들이 크고 작은 것들이 서로가 잡아먹는 것을 보고는, 자신의 몸으로 작은 것들을 대신하여 잠시 동안의 생명을 부지하게 하려고 생각하였다. 보살이 이내 스스로 몸을 바다에 던지자 큰 고기들이 그를 잡아먹고 배부르게 되어 작은 놈들은 살아나게 되었느니라.
그 혼신은 변화하여 고래의 왕이 되었으니 그 몸이 몇 리(里) 밖까지 뻗칠 만큼 장대하였다. 해변에 있는 나라에 가뭄이 들어서 백성들이 배를 곯고 있었던지라 서로가 서로를 잡아먹으므로, 고기는 이내 몸을 그 나라로 흘러 내려가게 하였다. 그래서 그 고기를 먹고 사람들은 생명을 보존하게 되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고기의 살을 떼어 나른 지가 여러 달이 지났지만 고기는 아직도 살아 있었으므로 천신이 내려와서 말하였다.
‘그대는 그들에게 사랑을 베풀기 위함이나 이런 괴로움을 견뎌 낼 수 있는가? 어찌하여 차라리 목숨을 버려서 이런 고통을 벗어나려고 하지 아니하는가?’
고기는 말하였다.
‘나의 정신이 떠나가 몸이 썩어지면, 백성들이 이후에는 굶주리게 되어 다시 서로가 잡아먹어야 될 터이니, 나는 차마 그 광경은 보지 못하겠소.’
하늘은 말하였다.
‘그대는 반드시 부처님이 되시어 괴로운 중생들을 제도하시겠습니다.’
그러다 어떤 사람이 그의 목을 가져가 버리는 바람에 고기는 그 때에야 죽었더라. 그 혼신은 왕의 아들로 태어났는데, 으뜸가는 성인의 총명함이 있었고, 네 가지 은혜[四恩]의 넓은 자비로 하늘과 땅을 윤택하게 구제하곤 하였다. 그는 항상 백성들의 곤궁함을 가엾이 여기어 말끝마다 목이 메곤 하였다. 그러나 나라는 여전히 가뭄을 벗어나지 못하였기에 왕자는 조용한 마음으로 재계하면서 음식을 물리치고 바치는 것들을 다 끊고는, 머리를 조아리고 허물을 뉘우치며 말하였다.
‘백성이 잘못하는 일은 그 허물이 모두 저에게 있는 것이옵니다. 원하옵건대 저의 목숨을 죽이시고 백성들에게는 비의 윤택을 내리시옵소서.’
효성이 지극한 아들이 거룩한 아버지의 상(喪)을 당한 것과 같이 날마다 슬피 통곡하니, 그 정성이 멀리멀리 소문이 났다. 부처님께서는 5백 사람과 함께 그 나라 땅 경계로 오시었다. 왕은 부처님께서 오신다는 말을 듣고 마음으로 기뻐하면서 받들어 마중 나와서 머리를 조아리고 눈물을 흘리고 슬피 울면서 아뢰었다.
‘제가 마음이 더럽고 행이 흐리어 3존(尊)과 4은(恩)의 가르침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에 백성들을 이리 괴롭히고 있사옵니다. 가뭄이 여러 해 계속 되다 보니 백성들은 굶주려 있고 몹시 원망하고 한탄하며 애달파 하옵니다. 원하옵건대 이 백성의 재앙을 없애시고 재앙을 저에게 내리시옵소서.’
부처님께서 대답하셨다.
‘그대는 백성의 군주가 되어 사랑하고 측은히 여기는 어진 마음과 은혜로움이 있으니, 그 덕이 제석에 비길 만하도다. 모든 부처님께서 널리 이 사실을 알고 계시므로 왕으로 하여금 복을 받게 하리니, 근심하지 말지니라.’
왕이 백성들에게 곡식 심기를 칙명하자 집집마다 잘 가꾸지 않는 집이 없어서 벼가 무성하게 우거졌다. 왕은 말하였다.
‘벼 익기만 기다려라.’
벼의 열매가 자라나 나라를 뒤덮어서 모든 벼 가리 안에는 여러 휘[斛]의 쌀이 쌓이게 되었다. 그 쌀 냄새가 진동을 하니 온 나라에 기뻐하면서 왕의 덕을 찬탄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온 국토는 계율을 지니며 3보(寶)에게 귀명하였으니, 왕과 대신, 백성들은 죽어서 하늘에 가 낳았다. 그 때의 가난한 사람이 바로 지금의 내 몸이니라.”『도무극집(度無極集)』 제1권에 나온다.

(16)자라 왕의 몸이었을 제 같은 무리들을 교화하였고 여러 장사꾼들을
살려내다
“옛날 보살이 일찍이 자라 왕이었을 적에 큰 바다에서 나서 자라면서 같은 무리들을 교화하였다. 백성들과 군중들을 모두 아들같이 여기면서 모두 인덕(仁德)을 닦게 하였다. 또 왕 스스로가 자(慈)ㆍ비(悲)ㆍ희(喜)ㆍ호(護)를 받들어 행하면서 중생을 가엾이 여기기를 어머니가 아들 사랑하듯 하였다. 그 바다는 깊고 길어서 그 끝을 한정하기 어려웠는데도 죄다 두루 이르러서 돌아다니지 아니함이 없었다. 그 때에 자라 왕이 바다 바깥으로 나가 물가에 누워 쉬고 있을 때였다. 그렇게 한 채 세월이 흐른지라 그 등이 단단하게 말라서 마치 육지와 같이 되었다.
어느 날 장사꾼들이 멀리서 와서는 그 등 위에 머무르면서 땔나무를 쪼개어 불을 지펴 밥을 짓고 소와 말을 매어 놓고 수레에는 돌을 실어서는 모두 그 위에 놓아두었다.
자라 왕이 물로 들어가려 하였으나 장사꾼들이 떨어질까 두려워서 억지로 참고 있자니, 그 고통을 견뎌낼 수 없었다.
자라 왕은 곧 임시로 꾀를 내어 물이 얕은 데로 들어갔다. 그리하여 불에 타서 생겼던 독도 꺼져 없어지고 상인들도 위험에 빠뜨리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러나 장사꾼들은 두려워하며 떠들었다.
‘조수가 갑자기 불어났구나.’
슬퍼하고 탄식하며 말하였다.
‘여러 하늘에게 귀명하옵니다. 제석이시여, 범왕이시여, 사천왕이시여, 그리고 일월 신명(日月神明)이시여, 원하옵나니 위덕(威德)으로써 저희를 구제하여 주소서.’
자라 왕은 마음으로 더욱 가엾이 여기면서 그대로 장사꾼들에게 대답하였다.
‘두려워하지 말라. 너희들이 불을 피운 것이 뜨거웠기 때문에 내가 물로 들어와 고통을 식히려 하였던 것이니라. 이제는 모두 다 편안하여졌으니 마침내 누구도 위험하지 않으니라.’
장사꾼들이 이 말을 듣고 살아날 희망이 있음을 알고서는 일시에 소리를 내어 외쳤다.
‘나무불(南無佛).’
자라는 큰 자비를 일으켜 도로 장사꾼을 업고 해안 가에 옮겨 갔다. 사람들은 위험을 벗어나게 되어 모두 기뻐하면서 멀리 자라 왕에게 절을 하면서 그의 덕을 찬탄하였다.
‘높으신 분께서 우리의 다리가 되어 주시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생사의 고통을 벗어나게 하셨으니, 다시 커다란 배가 되어서 저희를 실어 삼계(三界)를 건네주소서. 만일 부처님 도를 얻으시거든 생사의 고액을 벗어나도록 꼭 다시 구제하여 주옵소서.’
자라 왕은 대답하였다.
‘좋고 좋도다. 당연히 그대들의 말과 같이 하리라.’
이렇게 이별하고 각자 떠나갔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 때의 자라 왕은 바로 지금의 내 몸이요, 5백 명의 상인들은 바로 지금의 5백의 제자 사리불(舍利弗) 등이니라.”『생경(生經)』 제4권에 나온다.
030_0891_b_20L久遠無數劫時有五仙人處於山藪四人爲主一人供給奉事未曾失意採菓汲水進以時節一日遠採菓漿懈廢眠寐不以時還日已過中四人失食懷恨可爲凶呪侍者聞之退在樹下思惟自責執勞歲久今違四仙時食之供旣失道教不從四等遂感而死其足常著七寶之屐翹足而坐寶屐墮水而沒一隻命過之後卽生外道爲凶呪子年十餘歲與其同輩戲于路側有梵志遇見戲童人數猥多以遍觀察見凶呪子特有貴相應爲王者顏貌殊異於人中上梵志命曰爾有王相不宜遊衆童子荅曰吾凶呪子何有王相梵志又曰如吾經典儀容形體與讖書符合爾則應斯國之王薨殞必禪爾位童子曰唯設如仁信當念重恩梵志言畢遁逃走出遊他國後日未幾王薨絕娉求賢士以爲國胄使者四布見斯童有異人之姿輒尋遣人還啓群臣唯嚴法駕尋來奉迎群臣百寮莫不踊躍香湯洗浴五時朝服寶冠劍帶卽位處殿南面稱制境土安寧民庶踊悅於時梵志仰瞻天文下察地理知已嗣立卽詣宮門求奉覲王梵志占謝呪願曰如誓審諦矣王曰誠哉當恣所欲梵志荅曰唯求二願一曰飮食進止衣服臥起與王一等二曰參誼國事所決同意莫自專也王曰善哉王治以正法不枉萬民志憍恣輕慢重臣群臣怨忿俱進諫王尊位高宜與國臣耆舊參議信乞士遂令恣慢凌侮群職鄰國聞將所蚩笑以致寇難王曰吾與之有誓安可廢耶臣諫不止若王食時勿與之俱則必改也王遂可之伺梵志出則先之食梵志恚曰本要云何而先獨食罵曰凶呪子但給資糧驅令出國獨涉遠路觸冒寒暑疲極憔悴而到他國詣異梵志家舊與親又而問曰卿何從來何所綜習何經典能悉念乎荅曰吾從遠來寒見逼忘所習誦梵志心念此人無所能作當令田作輒給奴子及犂耕具梵志耕種苦役奴子酷令平地走使東西奴子無聊欲自投水往到河側則得一隻七寶之屐心自念言梵志困我役使無賴吾當奉承以屐上之可獲寬恕卽齎屐還以用上之梵志欣豫心自念言此七寶屐其價難訾吾違王意以屐奉之愆咎可解尋還王國以屐上王深自陳悔前之罪舋願垂原赦王曰善哉卽內之幔引座坐之會諸群臣詔曰卿等寧見前梵志不耶答曰不見王云設見當如之何僉曰當五毒治之王出寶以示群臣命梵志出與臣相見此異寶當共原之群臣啓曰此梵志罪如山如海獻屐一隻何所施補獲一緉罪可除也王卽可之重逐梵令更求一隻梵志懊惱還故主人問奴子曰汝前寶屐本何從得奴子俱行示得屐處至于水側遍恣求之不知雙處奴子捨去梵志念此屐必從上流來下卽逆流上行見大蓮華流澓洄波魚口銜之華有千餘葉志心念雖不得屐以此華上之儻可解過得復前寵便復執華則見四仙人坐於樹下仙人曰卿何所從來吾失王意雖獻一屐不足解過逆流來求之未獲仙人告曰卿爲學當知進退彼國王者是吾弟子侍愛敬同食坐誼云何一旦罵之凶呪子罪及誅害今不相問指示樹下王先故身爲吾侍者翹腳而終寶屐墮水一隻著腳梵志取屐稽首謝過還到本國續以上之王卽歡喜大臣意解復其寵位佛言王者則吾身是四仙人者拘留秦佛拘那含牟尼佛迦葉佛彌勒佛是也其梵志者調達是也出五仙人經爲伯叔身意不同故行立殊別二昔者菩薩伯叔二人各齎國貨俱之裸鄕叔曰入國隨俗進退尋儀儒心言遜匿明伴愚伯曰禮不可虧德不可退豈可裸形毀吾舊儀乎叔曰聖景則殞身不殞行從時初譏亦歎㩲道之大矣遂俱之彼伯曰爾先入觀其得失卽遣使告誠叔曰敬諾日之閒使反告伯曰必從俗儀伯勃然曰釋仁從畜豈君子行乎叔爲吾不也其國俗以月晦十五日夜周帀爲樂以麻油膏首白土畫身雜骨纓兩石相扣男子攜手逍遙歌儛薩隨之國人欣歎王憐民敬賓王悉取貨十倍雇之伯乘車入國言以嚴法輒違民心王忿民慢奪財謫捶請乃釋俱還本國送叔者被路罵伯者括耳伯恥怒曰彼與爾何親與吾何讎爾惠吾奪豈非讒言耶結叔誓自今之後世世相酷終不赦爾薩愴然泣淚誓曰令吾世世逢佛見親奉沙門四恩普覆潤濟衆生伯若已不違斯誓自斯之後伯輒剋叔常濟之佛告諸比丘時叔者吾身伯者調達是出孔雀王經又出無極集經第五卷爲肉山以施衆生三過去無量阿僧祇劫爾時此界名無垢須彌人壽百歲有佛出世號香蓮般涅槃後像法之中我於爾時大强力轉輪聖王號難沮壞王閻浮千子具足我悉勸化令發阿耨多羅三藐三菩提心欲於像法出家修熾然增益佛之遺法唯除六子肯出家發菩提心我以善言說語不出家我復重問令發無上道心六子答言若能與我閻浮提者然後當發阿耨多羅三藐三菩提心我聞是已心生歡喜作是思惟我今已化閻浮提人今當分此閻浮提以爲六分與此六子令其得發無上道心然後當出家修道卽分閻浮提爲六分賜六子尋便出家爾時六子各相違抄掠攻伐爾時一切閻浮提內苗稼不登人民飢餓水雨不時諸樹枯不生華實鳥獸皆飢其身熾然於爾時捨己身體肌膚血肉以施衆令其飽滿我於爾時自投其身願力故卽成肉山高一由旬縱廣正是時人民飛鳥禽獸始於是時噉肉飮血以本願故於是中分增益廣其身乃至高千由旬縱廣正等千由旬其邊自然而生人頭髮毛具足而有彼諸頭中各有聲而唱是言諸衆生等各各自隨意取用飮血噉肉取其目齒等皆令滿足然後悉令發阿耨多羅三藐三菩提心或發聲聞辟支佛心或求天上人中富樂以本願故身無損減乃至萬歲閻浮提內人及諸鬼神飛鳥禽獸皆悉充足汝今當我於往昔萬歲之中所捨無量無邊阿僧祇身體血肉給施無量無邊悉令飽足乃至一念不生悔心如是次第遍滿十方如恒河沙等諸佛世捨身血肉給施衆生悉令飽足檀波羅蜜出悲華經第九卷過去香蓮花佛世界經大同但不言菩薩耳爲大理家身濟鼈及蛇狐四昔者菩薩爲大理家積財巨億常奉三尊慈向衆生往市觀戲卽見一鼈心便悼之問價貴賤鼈主知菩薩有普慈之德常濟衆生財富難數貴賤無違答曰百萬能取者善不者吾當噉之菩薩答曰大善持鼈歸家澡護不其臨水放之睹其浮去悲喜誓曰太山餓鬼衆生之類世主牢獄早獲免難身安命全如爾今也稽首十方叉手願曰衆生擾擾其苦無量吾當爲地爲旱作潤爲濕作筏飢食渴漿寒衣熱涼爲病作醫爲冥作光若有濁世顚倒之時吾當於中作佛度彼衆生矣十方諸佛皆善其誓讚曰必獲爾志鼈後夜來齰其門怪門有聲使出睹鼈還如事白菩薩視鼈卽人語曰吾受重潤身命獲全無以答謝水居之物知水盈虛洪水將至必爲大害願速嚴船臨時來迎答曰大善明晨詣宮門如事啓王王曰薩宿有善名信用其言遷下處高鼈來曰洪水至矣可速上載尋吾所必獲無患船尋其後有蛇趣船薩曰取之鼈曰大善又睹漂狐曰鼈亦云又睹漂人博頰呼天哀濟吾命又曰取之鼈曰愼無取也人心奸僞尟有終信背恩追勢好惡凶逆菩薩曰虫類盡濟更棄求人是仁哉吾不忍爲也於是取之鼈曰悔哉遂之豐土鼈辭曰恩畢請退吾獲爲如來無所著至眞等正覺者必當相度鼈曰大善鼈退狐各去狐以穴爲居獲古人伏藏紫磨金百喜曰當以報彼恩矣馳還白曰虫受潤獲濟微命虫穴居之物求穴自安獲金百斤斯穴非墾非家非劫吾精誠之所致願以貢賢菩薩深不取徒損無益於貧民取以布施衆生獲濟不亦善乎尋而取之漂人睹焉曰分吾半矣菩薩卽以十斤惠漂人曰爾掘墾劫金罪應奈何半分之吾必告有司答曰貧民困者吾欲等施爾欲專之不亦偏乎漂人遂告有司菩薩見拘無所告訴唯歸命三尊悔過自責慈願衆生早離八莫有怨結如我今也蛇狐會曰斯事何蛇曰吾將濟之遂銜良藥關入獄見菩薩狀顏色有損愴而心謂菩薩言以藥自隨吾將齰太子其毒尤甚莫能濟者賢者以藥自傅卽瘳矣菩薩嘿然蛇如所云太子將王命曰有能濟茲封之相國吾與參治菩薩上聞傅之卽瘳王憙問所由因本末自陳王悵然自咎卽誅漂大赦其國封爲相國執手入宮坐而曰賢者說何書懷何道而爲二儀之仁惠逮衆生乎對曰說佛經佛道也佛有要訣不答曰有之說四非常存之者衆福昌王曰善哉願獲其實菩薩說之王曰善哉佛說非身吾心信矣身且不保豈況國土痛哉先王不聞無上正眞正覺非苦空非身之教王卽空藏布施貧鰥寡孤兒怜之如子擧國欣欣笑且行仰天歎曰菩薩神化乃至於四方歎德遂至太平佛告沙門薩者吾身是也國王者彌勒是鼈者阿難是狐者秋露子是蛇者目連是漂人者調達是出布施度無極經爲師子身與獼猴爲親友五昔者菩薩曾爲師子在林中住與一獼猴共爲親友獼猴以二子寄於師有鷲鳥飢行求食値師子睡獼猴子去住於樹上師子覺已求獼猴子不得見鷲持在樹上而告鷲言我受獼猴寄託二子護之不謹令汝得去孤負言信請從汝索我爲獸中之王汝爲鳥中之主貴勢同等宜以相還鷲言汝不知時吾今飢乏何論同異師子知其叵得自以利抓攫其脅肉以貿獼猴子又過去世時人民多病黃白痿熟菩薩爾時身爲赤魚自以其肉施諸病人以救其疾又昔菩薩作一鳥身在林中住見有一人入於深水非人行處爲水神所羂神羂法著不可解若能至香山中取一藥草著其羂上繩卽爛壞人得脫如是等無量本生多有所濟名本生經出大智論第三十三卷爲白象身而現益物六須菩提問菩薩善根成就云何生作象馬佛言菩薩實有福德善根成就爲利衆生受畜生形無畜生罪菩薩在畜生中慈愍怨賊阿羅漢辟支佛之所無有阿羅漢辟支佛怨賊來害雖不加報不能愛念供養供給如菩薩本身作六牙白象獵師以毒箭射爾時菩薩象鼻擁抱獵者不令餘象得害語雌象言汝爲菩薩婦何緣生惡心獵師是煩惱罪非人過也得阿耨多羅三藐三菩提當滅其煩如鬼著人呪師治鬼而不見人問獵者汝何以射我答言我須汝牙象卽就石拔牙與之血肉俱出不以爲痛供給糧食示語道徑如是等慈阿羅漢辟支佛之所無也問曰以不作人身而爲說法而作此獸身答曰有時衆生見人身則不信受畜生身說法則生信樂受其教化薩欲具足大慈心欲行其實事衆生見之驚喜皆得入道出大智論九十三卷昔爲龍身勸伴行忍七昔者菩薩與阿難俱受罪畢矣各爲龍身其一龍曰唯吾與卿共在海中靡所不睹寧可俱上陸地遊戲乎陸地人惡起逢非常不可出也龍又曰化爲小蛇若路無人尋大道逢人則隱何所憂哉於是相可俱昇遊觀出水未久道逢含毒蛇虺睹兩蛇凶念欲害便吐毒沫一蛇欲殺毒虺一蛇慈忍而諫止曰夫爲高士當赦衆愚忍不可忍是乃聖誡說偈言貪欲爲狂夫 靡有人義心 嫉妒欲害誡唯默忍爲安一蛇稱頌忍一蛇敬受遂不害虺蛇曰吾等還海相然俱去則奮其威震天動地興雲降雨鬼咸驚乃惶怖尸視無知七日絕食欲害阿難是說忍龍吾身是也含毒虺者調達是出度無極集第五卷爲熊身濟迷路人八有人入林伐木迷惑失心値大雨日暮飢寒惡虫毒獸欲侵害之是人入石窟中有一大熊見之怖出熊語之言汝勿恐怖此舍溫煖可於中宿連雨七日常以甘菓美水供給此七日雨止熊將此人示其道徑語人言我是罪身人是怨家若有問莫言見我人答言爾此人前行諸獵者獵者問汝從何來見有衆獸答言見一大熊於我有恩不得示獵者言汝是人黨以人類相觀以惜熊今一失道何時復來汝示我我與汝多分此人心變卽將獵者示熊處所獵者殺熊卽以多分與之此人展手取肉二肘俱墮獵者言有何罪答言是熊看我如父視子今背恩將是罪報獵者恐怖不敢食持施衆僧上座是六通阿羅漢諸下座此是菩薩未來世當作佛食此肉卽時起塔供養王聞此事勅國內背恩之人無令住此人以種種因緣讚知恩者出諸經中要事爲鹿王身代懷妊者受死九昔佛在波羅奈國仙人鹿野菀者諸五通神仙皆遊學此國非凡夫所住王出遊獵値群鹿千頭悉入網裏布步兵圍遶一帀群鹿驚懼有失聲唐突於弶或有伏地自隱形者釋迦牟尼佛昔爲菩薩時爲群鹿王佛自告群鹿言汝等安意勿復恐懼吾設方便向王求哀必得濟命各各無他鹿王來向人王下膝求哀人王遙見諸左右勿傷害鹿鹿曰今觀王意殺千鹿一日供廚今且盛熱肉叵久願王哀愍日殺一鹿以供廚宰煩王使鹿自當往詣廚受死肉供不鹿得增多王問鹿曰汝在群鹿中爲長大耶答曰如是王復問鹿汝審實不答曰審實王卽捨鹿攝陣入城菩薩將鹿五百調達亦將五百鹿日差一鹿詣王供廚時次調達遣鹿詣王値一鹿母懷妊數月次應供廚鹿母白王云今垂欲產我次應至次未至願見差次小聽在後調達恚何不速往誰能代汝先死鹿母哀悲鳴喚呼輒就菩薩自陳如此王開恕聽在後次菩薩問鹿汝主聽汝自陳不答曰主不見聽菩薩慰勞彼鹿汝且勿懼吾今代汝以供廚宰菩薩鹿王卽召千鹿懇切戒勅汝等勿懷懈慢亦莫侵王秋苗穀食調達瞋鹿母曰汝應次至何辭菩薩語調止止勿陳此言鹿母誠應次死愍其胎未應死耳吾代濟胎命群鹿自陳吾等願欲代王受死王在我存得食水草隨意自遊無所畏忌王遂詣廚群鹿追逐隨到王宮鹿王就廚自求供宰廚士見鹿王卽往白王鹿王入廚次應供宰不審大王爲可殺王勅諸臣速將鹿王來王問鹿曰千鹿盡耶汝何爲來鹿白王曰千頭孚乳遂成大群日有增多無有減少具說上事王自懇責自怨不及吾爲畜獸不別眞僞抂殺生類及至於斯王告大臣普令國界其有遊獵殺害鹿者當取誅戮卽遣鹿王還令國內不得食鹿肉其有食肉者當梟其首因是立名鹿野菀也出出曜經第九卷爲威德鹿王身落羅網爲獵師所放十佛言過去世近雪山下有鹿王名曰威作五百鹿主有獵師安穀施羂鹿主前行右腳墮毛羂中鹿王心念若我現相則諸鹿不敢食穀須噉穀爾乃現腳相諸鹿皆去一女鹿說偈言曰大王當知 是獵師來 願懃方便出是羂去爾時鹿王以偈答言我懃方便 力勢已盡 毛羂轉急不能得出女鹿見獵師到已向說偈言汝以利刀 先殺我身 然後願放鹿王令去獵師聞之生憐愍心以偈答言我終不殺汝 亦不殺鹿王 放汝及鹿王隨意之所去獵師卽時解放鹿王佛言昔鹿王者今我身是五百鹿者五百比丘是出十誦律雜誦第一卷爲九色鹿身以救溺人十一昔者菩薩身爲九色鹿其毛九種色其角白如雪在恒水邊飮食水草與一烏爲知識水中有一溺人流來下或出或沒仰頭呼天山神神諸天龍神何不愍我鹿聞下水言汝可騎我背捉我角負出上岸溺人下地繞鹿三帀向鹿叩頭乞得爲大夫作奴給其使令採水草鹿言不用且各自去欲報恩者莫道我在此貪我皮角必來殺我國王夫人夜見九色鹿卽詐病不起王問何以答曰我昨夜夢見非常之鹿其毛九種色其角白如雪我思欲得其皮作坐蓐其角作拂柄王當爲我得之若不得我將死矣王募於國中若有能得當與分國而治賜其金鉢盛滿銀粟賜其銀鉢盛滿金粟溺人聞之欲取富貴念言鹿是畜生死活何在往至王所言知鹿處王大歡喜言若能得其皮角來者報之半國溺人面上卽生癩瘡溺人言大王此鹿雖是畜生大有威神王宜多出人兵可得耳王卽大出人衆經到恒水邊烏在樹頭見人兵來卽呼鹿言知識且起王來至鹿故熟臥不覺烏下啄其耳鹿方驚覺四向顧望無復走趣便往趣王車邊傍臣欲射王曰莫射此鹿非常將是天神鹿言大王且莫射我我前活王國中一人鹿復長跪問王言誰道我在此王便指示車邊癩面人是也鹿卽仰頭視此人面中淚出不能自勝此人前溺在水中我不惜身命自投水中負此人出約不相道也無反復不如出水中浮木王有愧色三數其民汝受其恩何反欲殺之卽下於國中若有驅逐此鹿者當誅五族衆鹿數千皆來依飮食水草不侵禾稼風雨時節穀豐熟人無疾病其世太平時九色鹿我身是也阿難是國王者今父王閱頭檀是時王夫人者今孫陁利時溺人者調達是也我雖有善心向之故欲害我阿難有至意出九色鹿經爲鴈王身獵者得之而放求國報恩十二過去世時有波羅奈城城邊有池名雨成是池中多魚鴨等有鴈王名曰治國作五百鴈主獵師先施毛羂鴈王前行右腳著羂作是念言若我出是羂腳餘鴈不敢噉穀盡已卽便現腳衆鴈飛去唯有一鴈名曰蘇摩不捨王去王語大臣我與汝職作王在諸鴈前行答言不能問言何故致爾時大臣以偈答言我願隨王 死生不變 寧共王死勝相離生 大王當知 是羂師來但懃方便 求脫此羂爾時鴈王以偈答言我懃方便 力勢已盡 毛羂轉急不能得脫蘇摩大臣見羂師到向說偈言大王毛脂肉 我與等無異 汝以刀殺我放王不損汝爾時羂師語大臣言我不相殺放汝及王隨所樂去獵師卽解鴈王二鴈俱去共相謂言是獵師作希有事我等命我等資生當以厚報獵師問汝是畜生有何生具以用報我鴈答言波羅奈王名曰梵德汝持我獵師持鴈著兩肩上到城巷中鴈端正衆人樂見有與五錢十錢十錢者皆言莫殺是人比至王宮得財物獵師到王宮門置鴈于地王語守門者曰汝白梵德王治國鴈王今在門外便往白王王卽聽入與設金牀蘇摩大臣隨所應與共相問訊然後就座以偈問訊梵德王言王體安隱不 國土豐足不 如法化民不等心治國不爾時梵德王以偈答言我常自安隱 以法化國民 國土恒豐寧等心無偏私如是詶對說五百偈蘇摩大臣時默然住梵德王言汝何故默然大臣答汝是人王國主此鴈王陂澤國主二王共語何敢閒錯王言我有好園汝能住不答言不能王問何故鴈言王或睡覺忘不蠲我勅作鴈肉食宰人不能得餘鴈或殺我等以充王治國鴈王入王宮中諸鴈從雨成池出於王宮上徘佪悲鳴翅濕有水灑污宮殿王問曰此是何等鴈王答是我眷屬王言汝欲去耶答言王言汝何所須答言我爲獵師所於我等作希有事與我等壽若先殺一後復殺一誰能遮者王言當何以報之二鴈答曰與金銀車璖馬瑙衣服飮食作是語已飛昇虛空佛言鴈王則我身是五百鴈者則五百比丘是也獵師者守財象是也梵德王卽淨飯王是也蘇摩大臣者阿難是也出十誦律雜誦第一卷爲鸚鵡現身救山火以申報恩十三昔者菩薩現爲鸚鵡常處于樹風吹彼樹更相切磨便有火出火漸熾盛焚一山鸚鵡思惟猶如飛鳥軀止于故當反復起報恩心何況於我長夜處之而不能滅火卽往詣海以其兩翅取大海水至彼火上而灑於火或以口灑東西馳奔有善神感其懃苦尋爲滅火出僧伽羅剎經上卷爲雀王身柭虎口骨十四昔者菩薩身爲雀王慈心濟衆由護身瘡有虎食獸骨拄其齒病困將終雀入口啄骨日日若茲雀口生瘡爲瘦疵骨出虎口雀飛登樹說佛經殺爲凶瘧其惡莫大虎聞雀戒然恚曰爾始離吾口而敢多言雀睹其不可化卽速飛去佛言雀者是吾身虎者是調達出雀王經爲大魚身以濟飢渴十五昔者菩薩貧寠與諸商人俱至他國菩薩睹海中魚巨細相呑以身代小令得須臾之命卽自投海大魚得飽小者得活魂神化爲鯨魚之王有數里海邊國旱人民飢饉更相呑魚卽蕩身于國噉者存命輦肉數而魚猶活天神下曰爾爲仁慈可堪乎何不收壽離斯痛也魚曰神逝身腐民後飢饉復當相噉吾不忍睹天曰爾必得佛度苦衆生有人取其首魚時死矣魂爲王子有上聖之明四恩弘慈潤齊二儀愍民困言之哽咽然國尚旱靖心齋肅退食絕獻頓首悔過曰民之不善咎在我身願喪吾命惠民雨澤月月哀慟由至孝之子遭聖父之喪精誠遠遠有名佛與五百人來其國界王聞心奉迎稽首叩頭涕泣心穢行濁合三尊四恩之教苦酷人民枯旱累黎庶飢饉怨痛傷情願除民災禍罪我諸佛答曰爾爲人君慈惻仁德齊帝釋諸佛普知令王受福愼無慼也勅民種穀家無不修稻化爲滋王曰須熟禾實覆國皆含稻穬中容數斛其米芬芳擧國欣懌歎詠王德率土持戒歸命三寶王及臣民命終生天時貧人吾身是出度無極集第一卷爲鼈王身化諸同類活衆賈人十六昔者菩薩曾爲鼈王生長大海化諸同類子民群衆皆修仁德王自奉行慈悲喜護愍於衆生如母愛子其海深長邊際難限而悉周至靡不更歷於時鼈王出於海外在邊臥息積有日月其背堅燥猶如陸地賈人遠來因止其上破薪然火炊煮飯食繫其牛馬車乘載石皆著其上鼈王欲趣入水畏墮商人適欲强忍痛不可勝便設權計入淺水處除滅火毒不危衆賈衆賈恐怖謂潮卒漲悲哀吁嗟歸命諸天釋梵四王日月神明願以威德唯見救濟鼈王心益愍之因報賈人愼莫恐怖吾被火焚故捨入水欲令痛息今當相安終不相危衆賈聞之知有活望俱時發聲言南無佛鼈興大慈還負衆賈移在岸邊衆人得脫靡不歡喜遙拜鼈王而歎其德尊爲橋梁多所過度行爲大舟載越三界設得佛道當復救脫生死之厄鼈王報曰善哉善哉當如汝言各自別去佛言時鼈王者我身是也五百賈人五百弟子舍利弗等是出生經第四卷經律異相卷第十一癸卯歲高麗國分司大藏都監奉勅彫造
  1. 16)바다 가운데 있는 큰 조개. 차거(硨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