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0_1093_c_02L (1) 유수(流水)가 만 마리의 고기를 구제하다
유수(流水) 장자의 아들이 천자재광왕(天自在光王)의 나라에서 일체 중생들의 한량없는 괴로움을 다스려 몸을 회복시키고 병을 없애어 복업을 많이 베풀므로 이렇게 말하였다. “장하도다, 장자여. 중생의 한량없는 수명을 이롭게 함은, 이는 반드시 보살로서의 모든 방약(方藥)을 아는 것이로다.” 어느 날 장자는 두 아들인 수공(水空)과 수장(水藏)을 함께 데리고 성읍(城邑)과 시골을 유행하며 다녔다. 맨 나중에 하나의 크고 쓸쓸한 진흙 개펄에 이르렀는데, 범ㆍ이리ㆍ개와 여러 날짐승들이 보고 모두 다 한 방향으로 달아났다. 장자는 따라가면서 그것을 구경하다가 어느 하나의 못을 보았는데, 그 물은 바짝 말랐고 그 못 속에는 많은 고기들이 있었다. 이 고기를 보자마자 대비(大悲)의 마음을 내는데, 그 때 어느 수신(樹神)이 몸을 반만 드러내며 말하였다. “큰 선남자여, 이 고기들이 불쌍하니 그대가 물을 주어야만 합니다. 그 때문에 그대 이름을 유수(流水)라고 지은 것이니, 그대는 이제야말로 이름대로 꼭 실행해야 합니다.” 이때 장자의 아들은 수신에게 물었다. “이 고기의 마리 수가 얼마나 됩니까?” 수신이 대답하였다. “족히 1만 마리는 되니 대비의 마음을 더 내십시오.” 이 빈 못에는 햇볕이 내리 쪼여 물이 조금뿐이었으므로 1만 마리의 고기가 곧 죽을 상황이었는데, 사방으로 헤매고 다니다가 이 장자가 보이자 마음에 믿음이 나서인지 이 장자가 가는 방향으로 따라다니면서 쳐다보며 눈을 팔지 않았다. 이 때에 장자는 사방으로 뛰어다니며 물을 찾아보았으나 끝내 얻지 못하였고, 어느 큰 나무를 보고는 이내 그 가지와 잎을 가지고 돌아와 그늘을 만들어 주고서 다시 이 못 안의 물이 본래 어디서부터 온 것인가를 찾아 나섰다. 곧 사방으로 나가서 두루 찾아보았지만 물 있는 곳을 모르겠으므로 다시 빠르게 달려가 수생(水生)이라는 한 큰 강을 보았다. 거기에는 여러 나쁜 사람들이 강 고기를 잡기 위하여 상류(上流)의 멀고 험한 곳에서 그 물을 터뜨려 버려서 흘러내리지 못하게 하고 있었으므로, 장자는 왕에게 그 일을 설명하고서 부탁하였다. “대왕께서는 스무 마리의 큰 코끼리를 빌려주시어 물을 날라서 그 고기들의 생명을 구제할 수 있게 하시어 제가 여러 병든 사람들에게 수명을 주는 것과 같게 하소서.” 왕은 대신에게 칙명하여 빨리 주게 하면서 말하였다. “그대가 이제 직접 코끼리 사육하는 곳으로 가서 마음대로 골라 가져다 중생을 이익되게 하십시오.” 이때 유수와 그의 두 아들이 스무 마리의 코끼리와 가죽주머니를 빌려 가지고 급히 강 위로 가서 물을 담아다 코끼리로 져다 붓자, 못물은 마침내 가득 차서 도로 본래대로 되었다. 그리고 나서 장자의 아들이 못의 주변을 이리저리 다니고 있는데 고기들도 언덕을 돌면서 따라다니므로, 장자의 아들은 다시 생각하였다. ‘이 고기들이 틀림없이 배가 고프고 괴로워 나에게 먹을 것을 구하는구나. 내가 이제 주어야겠다.’ 그리고는 그 아들에게 말하였다. “너는 가장 힘이 센 코끼리 한 마리를 데리고 집으로 가서 모든 먹이가 될 만한 것이면 부모의 먹을 몫이거나, 처자와 노비의 몫이거나 간에 모두를 다 모아서 코끼리 위에다 싣고 빨리 돌아오너라.” 그 때 두 아들은 집으로 가서 그의 조부에게 이와 같은 사실을 아뢰고서 집안에 먹이가 될 만한 것들을 거두어 가지고 코끼리 등 위에 싣고 아버지에게로 돌아와 쓸쓸한 진흙 개펄이 있는 못으로 갔다. 이때 장자 아들은 그 아들들이 돌아온 것을 보고 한량없이 기뻐하며 아들들이 가져온 음식물을 못 안에 흩어서 고기에게 주었다. 다 먹고 나자 바로 생각하였다. ‘나는 이제 이미 이 고기들에게 먹이를 주어서 그들을 배부르게 하였다. 미래 세상에는 법의 밥[法食]을 베풀어야겠다. 예전에 들으니, 옛날에 고요한 데서 어느 한 비구가 대승의 방등경전(方等經典)을 독송하였다고 한다. 그 경에 말씀하시길, 만약 어떤 중생이든 죽으려 할 적에 보승여래(寶勝如來)의 명호를 듣게 되면, 천상에 가서 난다고 하셨다. 나는 이제 이 1만 마리의 고기를 위하여 심히 깊은 12인연(因緣)을 해설하고, 또한 보승불의 명호를 외우겠다.’ 그리고 들어가서 말하였다. “나무(南無) 과거 보승여래(寶勝如來)께서 본래 옛적에 보살도를 행하시면서 이렇게 서원하셨나니, ‘만약 어떤 중생이라도 시방세계에서 목숨을 마치려 할 적에 나의 이름을 듣는 이가 있으면 그들을 삼십삼천으로 올라가 태어나게 할 것이니라’고 하셨느니라.” 다시 이 고기들을 위하여 이와 같은 심히 깊고 미묘한 법을 해설하였으니, 이것이 12인연이었다. 이 법을 말하고 나서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이 장자의 아들은 뒷날에 손님들과 모여 놀다가 술에 취하여 누워 있었다. 그 때 그 땅이 갑자기 크게 진동하였는데 때마침 1만 마리의 고기는 같은 날에 죽어서 도리천(忉利天)에 가 태어났다. 하늘에 태어난 뒤에 생각하였다. ‘우리들은 어떠한 착한 업으로 하늘에 날 수 있었는가?’ 그리고 다시 서로가 말하였다. “우리들은 먼젓번 염부제에서 축생(畜生)에 떨어져 고기 몸을 받고 있었는데, 유수 장자께서 우리들에게 물과 음식을 주셨고, 우리들을 위하여 12인연을 해설하셨으며, 또한 보승여래의 명호를 외우셨다. 이 인연으로 우리들을 이 하늘에 태어날 수 있게 하셨다. 우리들은 이제 은혜를 갚고 공양해야 하겠구나.” 때마침 장자의 아들은 누각의 옥상에서 그대로 누워 잠을 자고 있었으므로, 이 1만의 천자(天子)들이, 1만 개의 진주(眞珠)로 된 아름다운 하늘의 영락(瓔珞)을 그의 머리 옆에다 놓고, 다시 1만 개를 그의 발 옆에다 놓고, 다시 1만 개를 오른쪽 옆구리 옆에다 놓고, 다시 1만 개를 왼쪽 옆구리 옆에다 놓고서는, 만다라꽃[曼陀羅華]과 마하만다라꽃[摩訶曼陀羅華]을 비처럼 내려 무릎까지 쌓이게 하고, 갖가지의 하늘 음악으로 아름다운 음성을 내자, 염부제에서 잠자고 있는 이들은 모두 다 깨났으며, 유수 장자의 아들 역시 잠에서 깨어났다. 이 1만의 천자들은 공중으로 올라가 날아다니면서 천자재광왕국의 곳곳에다 온통 아름다운 연꽃을 비처럼 내리고, 다시 본래 살던 쓸쓸한 진흙 개펄의 못으로 가서 다시 하늘꽃을 비처럼 내리고서 그곳에서 사라져서 도리천궁으로 돌아가 마음대로 하늘의 5욕(欲)을 누렸다. 이 밤이 지나고 나서 천자재광왕은 여러 대신들에게 물었다. “어젯밤에는 무슨 일로 이렇게 깨끗하고 미묘한 상서로운 조짐이 나타났는가?” 대신이 대답하였다. “대왕께서 아셔야 합니다. 도리천의 하늘들이 유수 장자의 집에 4만 개의 진주로 된 영락과 헤아릴 수도 없이 많은 만다라꽃을 비처럼 내렸습니다.” 왕은 신하에게 말하였다. “경(卿)은 그 장자의 집으로 가서 불러오시오.” 즉시 그 집으로 가서 왕의 교령(敎令)을 알리자, 얼마 뒤 장자가 왕에게로 왔더니, 왕은 장자에게 물었다. “무슨 일로 이러한 상서로운 조짐이 나타났었습니까?” 장자의 아들은 말하였다. “저는 틀림없이 알고 있습니다. 1만 마리의 고기들이 목숨을 마쳤을 것입니다.” 이때 대왕은 말하였다. “지금 사람을 보내서 그 일이 사실인가를 살피십시오.” 그 때 유수는 이내 그 아들을 그 못으로 보내면서 말하였다. “그 고기들이 죽었는가 살았는가를 보고 오너라.” 그 아들이 그 못으로 가서 못 안을 보았더니 많은 마하만다라꽃이 쌓여서 가리를 이루었고, 그 속의 고기들은 모두가 다 죽어 있었으므로, 돌아와서 아버지에게 아뢰었다. “그 고기들이 모두 다 죽어 있었습니다.” 그 때 유수는 다시 왕에게로 가서 아뢰었다. “그 1만 마리의 고기들이 다 죽었답니다.” 그러자 왕은 듣고 기뻐하였다. 그 때 세존께서는 선녀천(善女天)에게 말씀하셨다. “그 때의 유수 장자의 아들이 바로 지금의 내 몸이요, 맏아들 수공(水空)이 바로 지금의 라후라이며, 둘째아들 수장(水藏)이 바로 지금의 아난이요, 그 때의 1만 마리의 고기는 비로 지금의 1만의 천자이니라. 그러므로 나는 이제 그들을 위하여 수기(授記)하고 있으며 그 때의 수신(樹神)으로서 반신만을 나타낸 이가 바로 지금의 너의 몸이니라.”『금광명경(金光明經)』 제4권에 나온다.
(2) 수제가(樹提伽)의 몸은 인간에 나 있으면서도 하늘의 과보를 받다 옛날 수제가(樹提伽)라고 하는 한 장자가 있었다. 창고가 넘치도록 금과 은이 가득 찼고, 남종과 여종이 줄을 이루어서 모자란 바가 없었다. 하나의 흰 모전 수건을 못가에 걸어 두었는데 하늘에서 바람이 불어와 국왕의 정전(正殿) 앞으로 날려 왔으므로 여러 신하들에게 점을 치게 하며 그 까닭을 묻자, 여러 신하들은 모두가 말하였다. “나라가 장차 흥성하려 하여 하늘에서 흰 모전을 내리신 것입니다.” 신하 수제가가 잠자코 말이 없자, 왕은 물었다. “경은 무엇 때문에 말이 없습니까?” 수제가는 대답하였다. “감히 왕을 속일 수 없어서입니다. 그것은 신의 집에서 몸을 닦는 수건으로서 못가에 걸어둔 것이었는데 바람이 일어나서 정전 앞에 날아 온 것입니다.” 그로부터 며칠 후에 아홉 가지 색으로 된 꽃이 크기가 수레바퀴만한데 또 하늘에서 바람이 일어나 왕의 정전 앞에 날려 왔으므로, 왕은 다시 신하들과 함께 점을 치게 하며 묻자, 수제가가 대답하였다. “그것은 신의 집 동산 안에서 시들어 떨어진 꽃인데, 바람에 불려 왔을 뿐입니다.” 왕은 수제가에게 물었다. “짐의 집이 과연 그러하단 말이오? 나는 20만의 대중을 거느리고 경의 집에 가서 구경하고 싶습니다.” 수제가는 대답하였다. “원하신다면 함께 가시지요.” 왕이 20만 대중을 거느리고 수제가의 집에 이르러서 남쪽 문으로 곧장 들어가자, 서른 명의 사내아이들이 있고 얼굴이 단정하였으므로 왕은 수제가에게 물었다. “이들은 경의 집 아드님들입니까?” 수제가가 대답하였다. “이들은 신의 집에서 문을 지키는 남종들입니다.” 더 나아가서 중각(中閣)에 이르렀더니, 스무 명의 계집아이들이 있고 얼굴이 단정하였으므로 물었다. “이는 경의 집의 따님들입니까?” 수제가는 대답하였다.
“이들은 신의 집에서 중각을 지키는 여종들입니다.” 더 나아가 지게문에 이르렀더니 백은(白銀)으로 된 벽과 수정(水晶)으로 이루어진 땅이 있었다. 왕은 물이 흐른 것을 보고 의심하며 나아가지 못하자 수제가가 이내 왕을 인도하였으므로 지게문 안으로 나아갔더니 황금으로 만든 평상과 백옥으로 만든 책상이 있었다. 수제가의 부인은 120겹으로 된 금은의 장막에 있었고 단정하여 짝할 이가 없었는데, 왕에게 예배하는 부인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오므로 왕은 물었다. “경의 부인은 나를 보면서 무슨 언짢음이 있기에 눈에서 눈물이 나옵니까?” 부인이 대답하였다. “왕의 옷의 연기 때문에 눈물이 나오는 것입니다.” 왕은 말하였다. “서민은 진[脂]을 사르고, 제후(諸侯)는 납(蠟)을 사르고, 천자는 칠(漆)을 사르므로 역시 연기가 없는데, 어째서 눈물이 나올 수 있습니까?” 수제가는 대답하였다. “신의 집에는 하나의 명월신주(明月神珠)가 있어서 당상(堂上) 위에 걸어 놓으면 밤낮이 다르지 않아 불빛이 필요 없습니다. 왕은 바로 연기 속에서 사는 왕이므로 이 때문에 기운[氣]을 맡았을 뿐입니다.” 수제가의 집 앞에는 12겹으로 된 누각이 있어서 왕을 데리고 끝으로 올라 갔었는데, 동쪽을 보다가 서쪽을 잊어버리고, 남쪽을 보다가 북쪽을 잊어버렸다. 향긋하면서도 고요하므로 왕은 ‘잠깐 동안은 더 참을 수 있다’고 여기며 후원 안의 흐르는 샘과 목욕하는 못에 이르러서 여러 가지 열매들을 먹으면서 감미롭게 자적(自適)한 것이 벌써 한 달이나 되었으므로 대신들이 왕에게 아뢰었다. “나라로 돌아가셔야 합니다.” 수제가가 이내 금은의 값진 보물과 두껍고 얇은 비단과 무늬가 화려한 비단을 보시하자, 20만 대중들은 말과 수레를 타고 일시에 나라로 돌아갔다. 왕은 이내 신하들을 모아 놓고 그의 까닭을 괴이하게 여기면서 말하였다. “수제가는 바로 나의 신하이다. 부녀와 사택이 나보다도 훨씬 더하다. 나는 그를 쳐서 빼앗아야겠는데 되겠느냐?” 여러 신하들은 모두가 말하였다. “뺏으셔야 합니다.” 왕이 이내 40만의 대중들과 함께 종을 치고 북을 울리면서 수제가의 집을 포위하고서 백 겹의 담장을 허물어뜨리자, 수제가의 문 안에 한 역사(力士)가 있다가 손으로 금 지팡이를 붙잡고 40만 대중을 헤아리듯 훑으니, 한꺼번에 모두 거꾸러지면서 땅에서 잠들어 버려 일어나지 않았다. 수제가는 하늘을 나는 구름 수레를 타고 공중에 떠서 모든 사람들에게 물었다. “올 때는 무슨 뜻이었기에 땅에서 잠을 자며 일어나지 않는고?” 모든 사람들이 위의 일로 대답하자, 수제가는 물었다. “일어나고 싶지 않느냐?” 모두가 말하였다. “일어나고 싶습니다.” 수제가가 크고 거룩한 눈을 뜨고 한 번 훑어보자 40만 대중들이 한꺼번에 일어나서 그의 본국으로 돌아갔다. 왕은 이내 사신을 보내어 수제가를 불러서 함께 부처님께 가서 물었다. “세존이시여, 수제가는 바로 저의 신하이온데, 전생에 무슨 공덕이 있었기에 부녀들과 사택이 저보다 훨씬 낫습니까?” 부처님께서 대답하셨다. “수제가가 보시한 공덕이니라. 천상에서 낙(樂) 받는 것을 보고, 5백의 장사꾼 우두머리로서 여러 장사꾼들을 데리고 귀중한 보물을 가지고 빈 산 속을 빨리 가다가 한 병든 도인(道人)을 만났는데, 그에게 풀 집을 지어 주고 평상과 이부자리를 두텁게 깔아 주었을 뿐 아니라, 물과 솥과 양식을 대주고 등촉을 주면서 그 때에 천당의 공양을 원하였던 것이므로 이제 과보를 얻은 것이 그와 같으니라.”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 때에 보시한 이가 바로 지금의 수제가 부부이며, 그 때의 병든 도인이 바로 지금의 내 몸이요, 5백의 장사꾼들은 모두가 아라한의 도를 얻었느니라.”『수제가경(樹提伽經)』에 나온다.
(3) 가라월(迦羅越)이 손으로 보배를 비처럼 내리다 옛날 아육왕(阿育王)의 나라에 가라월이 있었다. 2만 명의 비구를 1년 동안이나 청하여 공양하였으므로 이름이 국왕에까지 들렸다. 왕은 불러서 그를 보면서 물었다. “듣건대 경(卿)은 큰 부자라 하니 모두 어떠한 물건이 있습니까?” 가라월이 대답하였다. “실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왕은 그를 믿지 않고 가라월을 억류해 두고는 사람을 보내어 그 집을 살펴보게 하였다. 그 문은 일곱 겹으로 되어 있고, 사택과 당우(堂宇)는 모두가 7보(寶)로 되어 있어 왕궁보다 훌륭하였고 부녀들 또한 아름다웠으나, 곡식과 비단과 돈만은 없었으므로, 이내 돌아와 왕에게 알리자 왕의 마음이 점차로 풀렸다. 가라월이 바로 그 때 빙그레 웃었으므로 왕은 물었다. “왜 웃습니까?” 가라월이 대답하였다. “왕이 보지 않으면 믿지 않으시리다.” 가라월이 손으로 동쪽을 가리키자 이내 거기에 7보가 가득히 찼고, 남쪽을 가리키자 역시 그러하였으므로 왕은 돌려보냈다. 그리고 여러 스님들이 계신 정사(精舍)가 궁중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으므로 왕은 이내 정사로 나아가 비구승들을 보고 예배하고 공경하고서 상좌(上座)에게 물었다. “저 가라월은 전생에 어떠한 복이 있었기에 값진 보배들이 생각만 하면 저절로 이르게 됩니까?” 상좌 비구가 삼매(三昧)에 들어가서 4백 유순 안의 사람의 마음과 생각을 보다가 그 장자를 보았더니, 유위불(惟衛佛) 때에 네 사람이 함께 탑사(塔寺)를 세웠는데, 그 중의 한 사람은 마음씀이 간절하여서 탑사가 이뤄진 뒤에는 금은의 7보와 여러 가지 좋은 꽃을 함께 섞어 합쳐서 세 겹으로 된 탑 위로 올라가 사면에다 흩뿌리면서 ‘뒷날 먹을 복[食福]이 언제나 끊어지지 않게 하여지이다’고 원하였다. “지금 보물을 저절로 얻게 되는 이가 바로 이 한 사람입니다.” 왕은 듣고 크게 공덕을 닦았다.『비유경(譬喩經)』 제1권에 나온다.
(4) 가라월이 새에게 먹이를 배부르게 주고서 뱃속에서 구슬이 나오게 하다 옛날 가라월(迦羅越)이라는 장자가 있었다. 총명하고 널리 통달한 데다가 재물이 넉넉하여 거억(巨億)이었다. 해변 근방에 살면서 수목을 많이 심었는데, 아주 무성하여 하늘을 찔렀다. 이때 바다 가운데의 모래 섬 위에는 값어치로 천억이나 되는 값진 보물이 있었으나 사람이 가까이 갈 수가 없었고 새들만이 오가면서 명월주(明月珠)를 주워 먹었는데, 아침에 들어갔다가 저물면 나와서 장자의 우거진 숲에 와서 깃들이며 잤다. 장자는 지혜가 많아 방편으로써 그를 도모하려고 이내 맛있는 먹이를 만들어서 새들에게 주었다. 새들이 그를 먹고 배가 부르자 이내 구슬을 토하여 땅을 덮었으므로, 장자는 그것을 얻어서 마침내 큰 부자가 되었다.『비유경(譬喩經)』 제7권에 나온다.
(5) 홀기(忽起)가 잠시 동안 가난한 객(客)으로 일을 하여서 그것으로 공양을 베풀었는데 이내 화보(華報)를 얻게 되다
사위국(舍衛國)에 한 거사(居士)가 있었다. 밭과 집을 잃고 집안 사람들은 죄를 얻어서 모두가 다 죽고 한 아들만 남았는데 의지할 곳이 없었다. 그 아들은 사람들이 “부처님과 스님들에게 공양하면 도리천(忉利天)에 가 난다”고 하는 말을 듣고, 부처님과 스님들께 공양할 것을 원하여 머슴살이를 하여서 이 소원을 이루려고 생각하였다. 한 거사『미사새율(彌沙塞律)』에서는 대신(大臣)이라고 한다.가 있었는데, 논밭과 집이 많이 있었다. 이 아이가 비록 작기는 하였으나 여러 가지 재능이 많아 고용하려고 거사가 물었다. “네가 잘하는 일이 무엇이냐?” 아이가 대답하였다. “서(書)ㆍ산(算)ㆍ문의(文義)를 잘하고, 금(金)ㆍ은(銀)ㆍ주(珠)ㆍ패(貝)ㆍ전(錢)ㆍ재(財) 등을 구별하며, 농사일을 감독하며 앉아서 하는 장사도 잘 압니다.” 거사가 물었다. “한 해에 새경은 얼마를 바라느냐?” 아이가 대답하였다. “1년에 1천 금전입니다.” 거사는 말하였다. “지금 세상은 흉년이니, 품삯은 5백으로 하자. 해가 차면 한꺼번에 주겠다.” 어린아이가 말하였다. “저는 그것으로 부족하지만 써야 할 것이 급하므로 이제 당신을 위하여 돕겠습니다.” 그리하여 이내 앉은 장사를 하게 하였다. 시작한 지 꼭 한 달이 되어서 소득을 계산해 보니 벌써 세 배가 되었으며, 하루에 한 끼를 거르면서 한 끼 몫까지 저축하였다. 다시 농사일을 감독하게 하여 겨울에 저장을 하고 보니 또 세 배가 되었다. 해가 차자 돈과 곡식을 요구하였으므로 거사는 그가 떠나갈 것을 염려하여 여러 번 부탁하였으나 있지 않겠다고 하므로 뒤에는 그에게 말하였다. “급히 찾아서 쓰겠느냐?” 어린아이는 말하였다. “저는 부처님과 스님들께 공양을 드리고자 해서입니다.” 거사는 그것을 듣고 이내 신심을 내며 또 물었다. “어디서 드리려고 하느냐?” 아이가 대답하였다. “기원(祇洹)으로 가고자 합니다.” 거사는 말하였다. “너는 여기 있어라. 우리 집에서 그릇과 땔나무를 도와 주겠다.” 그리하여 어린아이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내일 저의 공양을 받아 주옵소서.” 부처님과 스님들은 잠자코 계셨다.『미사율(彌沙律)』에서는 “이내 재물을 가지고 부처님께로 가서 세간에서는 더할 수 없는 맛 좋은 요리를 마련하려 하였는데, 그의 뜻이 지극하였기에 귀신이 그것을 도와서 눈 깜짝할 사이에 저절로 다 마련되었다”고 한다. 때마침 명절날이었다. 여러 속인들이 돼지고기며 마른 떡을 많이 보내 왔으므로 여러 스님들은 받고서 함께 서로가 말하였다. “오늘은 가난한 아이가 힘을 다하여 공양하려 한다.” 사람마다 모두 그를 위하여 조금씩만 먹고 거사의 집에 도착하였더니, 손수 밥을 돌리므로 모두가 말하였다. “조금씩만 주거라.” 그리하여 음식이 줄어지질 않자 가난한 아이는 스님들께 물었다. “음식이 거칠고 보잘것없어서입니까, 저의 가난함을 불쌍히 여겨서입니까?” 스님들이 대답하였다. “오늘은 바로 명절날이다. 일찍 일어나자마자 사람들이 음식을 보내 왔다. 처음부터 조금씩 주라. 집 수가 많으므로 끝내는 배부르게 되느니라.” 가난한 아이는 근심하면서 바라는 일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근심하여 울면서 부처님께 묻자, 부처께서는 그를 위하여 설법하셨다. “반드시 하늘에 나게 되리니 너는 빨리 돌아가라.” 가난한 아이는 기뻐하면서 다시 스님들에게 음식을 돌리며 스님들의 뜻대로 가져가게 하였다. “제가 힘을 다해 마련한 기회이오니 공양을 다하시기 바랍니다. 지금 여러 대덕께서는 비록 잡수실 수 없다 하시나 뜻대로 가져가시옵소서.” 신시(申時)쯤에 5백의 장사꾼들이 우나선국(優那禪國)으로부터 왔다. 그들은 갈 길은 먼데 양식이 떨어진 지 3일이나 되어 성으로 들어와서 식사를 하려 했다. 때마침 세상은 흉년이 든 데다 날이 몹시 더워 도무지 음식을 살 수가 없었다. 장사꾼 우두머리는 한탄하며 말하였다. “바다 속은 모자람이 없었는데, 큰 성인데도 먹을 것이 없구나. 두루 돌아다니면서 무슨 음식이라도 구해야겠다.” 그런데 가난한 아이는 울면서 부처님을 향하고 있었다. 이때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보고 장사꾼들에게 말하였다. “아무개 집에는 밥이 있습니다.” 이내 거사의 집으로 가서 어린아이에게 말하였다. “우리들은 밥을 구합니다.” 어린아이는 물었다. “몇 사람이나 됩니까?” 장사꾼들이 대답하였다. “5백 사람입니다.” “모두 불러오십시오. 어찌 값을 논하겠습니까?” 그들이 이르자 곧 음식을 차려서 모두 배가 부르게 하였다. 하나의 큰 구리 사발이 있었는데 장사꾼의 우두머리가 옷자락에서 값어치 10만 전이나 되는 구슬을 풀어서는 그 사발 안에다 넣자, 그 나머지 장사꾼들도 모두 구슬을 풀어서 사발 안에다 던지므로 어린아이는 말하였다. “저는 밥을 판 것이 아닙니다. 어찌 소홀하게 여겨 구슬을 주십니까? 여러분은 잠시 계시면서 저를 기다리십시오.” 그리하여 부처님께 묻자,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가져라. 하늘에 태어나는 것에 방해가 되지 않느니라. 이것은 바로 화보(華報)요, 과보는 뒤에 있느니라.” 아이는 돌아와 보물을 받았다. 장사꾼들은 또 물었다. “거사님, 이 성에 먼저 아무개가 계셨는데 지금은 어디 사십니까?” 대답하였다. “이미 돌아가셨습니다.” 장사꾼들이 또 물었다. “자손이 있습니까, 없습니까?”
대답하였다. “아까 보시하던 이가 바로 그 분의 아들입니다.” 장사꾼들은 어린아이에게 말하였다. “그대의 아버님이 바로 우리들의 스승이었소.” 또 백천 냥의 돈을 주면서 예전의 정의를 돈독히 하였다. 이때 거사에게는 아들이 없었고 아주 어여쁜 한 명의 딸이 있었을 뿐이었므로, 어린아이에게 백천 냥의 돈을 보내면서 아내로 맞아 줄 것을 청하였다. 거사가 죽은 뒤에 바사닉왕(波斯匿王)은 물었다. “아들이 있느냐? 누가 관장하고 있느냐?” 대답하였다. “한 명의 딸과 사위가 있을 뿐입니다.” 그리하여 재물을 판정하여 딸의 남편에게 귀속시켰을 뿐더러 임명하여 대신으로 삼았으며, 이내 칙명으로 사위성 안의 대장자(大長者)의 직(職) 『십송률(十誦律)』에는 거사위(居士位)라고 하다.을 주었다. 이 때의 나라 백성들은 그를 홀기(忽起) 장자라고 이름지었다.『십송률이송(十誦律二誦)』 제6권에 나오며, 또 『미사새율(彌沙塞律)』 제10권에도 나온다.
(6) 귀와 눈과 혀가 없는 것은 전생의 인연이다 이때 사위국(舍衛國)에 큰 장자가 있었다. 부유하여 재산은 한량없었으나 아들이 없었고, 단정하고 총달(聰達)한 다섯의 딸만이 있었다. 그 아내가 잉태하자마자 장자는 죽었다. 나라의 법에 아들이 없으면 재물은 왕에게로 들어갔으므로, 왕은 대신을 보내어 그의 재산을 거두어서 관할하게 하였다. 그의 딸은 생각하였다. ‘우리 어머님이 아이를 배었는데 아직은 남아인지, 여아인지는 모른다. 만약 계속하여 딸이라면 재산은 왕에게 귀속되어야 하겠지만, 만약 그가 사내라면 재물의 주인이 되어야 하리라.’ 그리하여 가서 국왕에게 아뢰었다. 이때 바사닉왕(波斯匿王)의 법은 공평하고 정당하였으므로 이내 아뢰는 바를 인가하였다. 그의 어머니는 오래지 않아서 달이 차자 아이를 낳았는데, 그의 몸은 구별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귀와 눈이 없고 입은 있으되 혀가 없었으며 또 손발조차 없었는데, 남근(男根)만은 있었으므로 이름을 만자비리(鏝慈毘梨)라고 지었다. 그 때 그의 딸이 이 일을 자세히 왕에게 알렸더니, 왕은 여러 딸들에게 말하였다. “재산은 너의 아우에게 귀속되며, 나는 가지지 않겠느니라.” 그 때 큰딸은 다른 집으로 시집을 가서 남편을 받들기를 겸양과 공경으로 삼가는 것이 마치 여종이 섬기듯 하였으므로, 주인인 장자는 그의 그러한 것을 보고 괴이히 여기면서 묻자, 여자는 대답하였다. “저의 아버님은 돌아가셨고 집의 재산은 한량없었습니다. 비록 다섯의 딸들이 있기는 하나 오히려 왕에게로 돌아가야 했는데, 마침 어머님이 아이를 배어서 저의 아우를 하나 낳았습니다. 그러나 사람 모습이란 도무지 없었고 남근만 있었을 뿐인데 재산의 주인이 될 수 있었습니다. 비록 딸들이 있었지만 하나의 사내보다는 못하였습니다.” 장자는 그것을 듣고 이내 그 여인과 함께 부처님께 가서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 장자의 아들은 무슨 인연 때문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지나간 과거 세상에 큰 장자인 형제 두 사람이 있었다. 형의 이름은 단야세질(檀若世質)이요, 아우의 이름은 시라세질(尸羅世質)이었다. 그 형은 사소한 것에도 성실하고 신의가 있었으며 언제나 보시하기를 좋아하였으므로, 온 나라가 칭찬하였다. 왕은 이 사람에게 나라를 위하여 평사(平事)를 맡기면서 국법으로 꾸어 주고 꾸어 오는 것에 증서가 없으면 모두가 평사에게로 나아가게 하였다. 이때 장사꾼이 아우인 시라질다로부터 돈과 재산을 많이 꾸어 갔다. 그 때 아우에게는 한 아들이 있었을 뿐이었고 그 나이도 어렸는데 그의 아들과 돈을 낼 이를 데리고 평사에게로 가서 아뢰었다. ‘형님, 이 장사꾼이 저에게 돈을 꾸어서 바다로 들어갔다가 돌아오겠다고 하니, 그런 줄로 아시고 허락해 주십시오. 제가 만약 죽거나 하면 증거로 이를 찾게 하십시오.’ 평사는 ‘그러리라’고 말하였느니라. 그리고 그의 아우는 오래지 않아서 죽었고, 장사꾼은 바다로 들어갔다가 바람을 만나 재물은 잃었으나 살아올 수는 있었다. 이 때에 장자의 아들은 그가 빈손으로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생각하였다. ‘이가 비록 나에게 빚을 졌지만 무엇으로 받을 수 있겠느냐? 갚을 때만을 기다리겠다.’ 그리고 있다가 이 장사꾼이 다시 다른 이에게 빌려서 다시 또 바다로 들어갔다가 많은 진보를 얻어서 안온하게 돌아왔으므로 생각하였다. ‘그 장자께서는 전에 비록 나에게서 빌리지는 않았으나 나의 부친에게서 돈을 빌렸다. 이 사람이 어리다 하여 혹시 기억하지 않거나 혹은 내가 전에 궁한 것을 보았기 때문에 짐짓 독촉하지 않는다고 하기도 하리니, 이제 그를 시험하리라.’ 그리고 장자의 아들은 곧 좋은 말에 여러 가지 보배로 장식하고서 나타나서 사람을 보내 말하였다.
‘당신은 나의 돈을 빚졌으니 이제 갚으셔야겠습니다.’ 장사꾼은 대답하였다. ‘그렇게 하십시다.’ 장사꾼은 생각하였다. ‘빌렸던 것이 무척 많았으므로 이자에 다시 이자를 붙이면 다 갚을 수가 없겠으니, 하나의 꾀를 내어서 끝내 버려야겠다.’ 그리고 하나의 보주(寶珠)를 가지고 평사 부인에게로 가서 아뢰었다. ‘부인이시여, 저는 본래 시라세질로부터 돈을 꾸어 갔었는데, 그의 아들이 와서 독촉을 합니다. 이제 값어치 10만이나 되는 한 보주를 올립니다. 만약 저에게 독촉하면, 평사에게 부탁해야 하겠습니다.’ 그러자 그 부인은 대답하였다. ‘장자는 성실하고 신의가 있으므로 반드시 그렇게 하려 하지 않을 것이나, 당신을 위하여 시험삼아 말은 해 보겠습니다.’ 그리고 곧 그 보주를 받았다. 평사가 저물게 돌아왔으므로 부인이 자세히 아뢰자, 장자는 대답하였다. ‘무슨 그런 일이 있소? 내가 성실하고 신의가 있으며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하여 일부러 왕은 나를 세워 나라의 평사로 삼으셨소. 만약 한 번이라도 거짓말을 한다면 이 일이야 말로 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다음 날 장사꾼이 왔으므로 자세하게 정상을 말하면서 이내 그 보주를 반환하였다. 이 때에 장사꾼은 다시 값어치 20만이나 되는 보주 한 개를 올리면서 말하였다. ‘부탁하여 잘되게 하여 주십시오. 이런 것은 조그마한 일입니다. 말씀 한 마디만으로 30만을 얻으십니다.’ 그 때 여인은 보주가 탐나고 사랑스러웠으므로 이내 그것을 받았다. 저물게 돌아오자 다시 남편에게 말하였다. ‘어제 아뢰었던 일인데 끝이 난 것으로 생각하고 계십시오.’ 장자는 대답하였다. ‘절대 그런 이치는 없소.’ 그 때 장자에게는 사내아이가 하나 있었다. 그 부인은 울면서 말하였다. ‘만약 따르지 않으신다면 나는 먼저 아이를 죽이고 그런 뒤에 나도 죽겠습니다.’ 장자는 이를 듣고, 마치 사람이 음식을 먹다가 목구멍에 막힌 것과 같았다. 스스로 생각하였다. ‘나에게는 아들 하나뿐이다. 만약 그가 죽는다면 재산을 맡길 곳이 없다. 만약 이 말을 따른다면 남들이 신용하지 않을 것이요, 장래에 받을 고통이 끝이 나지 않겠구나.’ 그리고 이내 그것을 허락하였다. 부인은 장사꾼에게 말하였다. ‘장자께서 이미 허락하셨습니다.’ 장사꾼은 기뻐하며 돌아가서 큰 코끼리에 뭇 보배로 장식하여 차리고 큰 보배 옷을 입고 코끼리를 타고 저자로 들어갔다. 장자의 아들은 보고 곧 가서 말하였다. ‘먼저 빚졌던 돈을 이제는 갚으셔야 하겠습니다.’
장사꾼은 놀라며 말하였다. ‘나는 도무지 기억나지 않습니다. 언제 그대에게 빚을 졌던가?’ 그리고 장자의 아들은 곧 함께 평사에게로 가서 말하였다. ‘이 사람이 지난날에 아버님으로부터 얼마의 돈을 꾸어 갔습니다. 큰아버님은 그 때에도 평사이셨는데 그렇지 않습니까?’ 평사가 대답하였다. ‘모르겠구나.’ 그 조카는 놀라면서 말하였다. ‘큰아버님께서는 그 때에 진실로 보고 듣지 않으셨습니까?’ 또 대답하였다. ‘그렇지 않았었다.’ 그러므로 조카는 성을 내며 말하였다. ‘큰아버님은 성실하고 어질다 하여 왕께서 평사를 시켰고, 나라 사람들이 신용하였습니다. 저는 친아우의 아들인데도 오히려 그러한데 하물며 그 밖의 사람에게 잘못하는 일이 어찌 적겠습니까? 이것의 거짓과 참됨은 후세에 저절로 알게 될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장자에게 말씀하셨다. “그 때의 평사이던 장자를 알고 싶으냐? 바로 지금의 만자비리니라. 그 때에 한 번 거짓말을 하였기 때문에 대지옥에 떨어져서 모진 고통을 많이 받았고, 지옥으로부터 나와서는 5백 세상 동안 늘 이런 몸을 받아왔지만 보시하기를 좋아하였기에 언제나 뛰어난 부자로 태어나 재물의 주인이 될 수 있었느니라.”『현우경(賢愚經)』 제7권에 나온다.
(7) 음열(音悅)은 금생의 몸으로 전생의 네 가지 과보를 받다 음열(音悅)이라고 하는 장자가 있었다. 재산이 넉넉하여 헤아릴 수도 없었으나 늙도록 아들 없는 것을 근심하였다. 그러다가 전생의 복으로 인해 네 가지 과보를 받았으니, 첫째는 부인이 아들을 낳았고, 둘째는 5백 마리의 흰말이 동시에 망아지를 낳았으며, 셋째는 국왕이 사자를 보내어 금인(金印)을 주었고, 넷째는 5백의 보물선이 동시에 함께 도착한 것이었다. 부처님께서는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장자 음열은 전생에 5백 명을 보내어 배를 타고 바다로 들어가서 뭇 보물을 얻어 안온하게 집으로 돌아오게 하였으니, 이 때문에 여래는 이 네 가지의 복이 동시에 두루 모였다고 말하느니라.” 장자는 생각하였다. ‘하늘이 복을 내리시어 나의 뜰에 모이게 하셨으니 좋은 음식을 만들어 집안이 서로가 경하해야 되겠다.’ 이때 사천왕과 제석ㆍ범왕ㆍ여러 하늘들ㆍ용ㆍ신ㆍ귀왕ㆍ아수라들은 저마다 권속들과 함께 허공을 꽉 메웠다. 여래께서는 신통으로 생각하셨다. ‘이 장자가 기뻐 날뛰므로 그 기쁨을 타서 가 칭찬하여 만약 그가 진리를 깨치게 되면 복을 심게 되리라.’ 바로 그 때 길상(吉祥)의 여덟 가지 음으로 노래하셨다. 그러자 장자는 기뻐하면서 구담(瞿曇)에게 여쭈었다. “실로 신묘하십니다. 저의 집안에 길상이 한량없음을 아시고 거룩한 이께서 오셔서 찬탄하시는구려.” 그리고 값어치 천만 냥이나 되는 좋은 흰 모전을 여래께 바쳐 올리자, 부처님께서는 곧 받으시고 장자에게 말씀하셨다. “재물에는 다섯 가지 액(厄)이 있는데 그대가 이제 참고 버티기만 하면 반드시 과보를 얻을 것이요, 태어나는 곳마다 복이 저절로 몸에 돌아오리라.” 장자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무엇이 다섯 가지 액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첫째는 불에 타고, 둘째는 물에 떠내려가고, 셋째는 관청에 몰수되고, 넷 째는 나쁜 아들의 남용이 한없고, 다섯째는 도둑맞는 것이니라. 다섯 가지 일이 한 번 닥치면 억제할 수 없느니라.” 장자는 그 설명을 듣고 더욱더 기뻐하였으며, 그 때에 여래께서는 홀연히 기사굴산으로 돌아가셨다. 그 때 나라 안에 니건 외도로서 불란가섭(不蘭迦葉)이라는 이가 있었다. 여래께서 장자의 집으로 가셔서 하나의 게송을 노래하고 장자에게서 천만 냥의 돈을 얻게 되었다는 것을 듣고 생각하였다. ‘사문도 오히려 돈을 얻었다는데, 하물며 내가 가서 구걸하는데 얻지 못하겠느냐?’ 그리고 또 생각하였다. ‘내가 구담 사문에게 가서 말했던 게송을 구한 연후에 가서 구걸을 하면 반드시 값진 보물을 얻게 될 것이며, 그를 찬탄하면 의당 구담보다 더 나으리라.’ 불란가섭은 이 어리석고 시샘하는 뜻을 품고 가서 부처님께 물었다. “전해 들으니 구담께서는 장자의 집에 가서 하나의 게송을 노래하고 값진 보물을 많이 얻으셨다 하니, 가엾이 여기어서 말씀하셨던 게송을 알려 주시어 저로 하여금 읊게 하여 보물을 얻게 하여 주십시오.” 여래께서는 3세를 통달하시는지라, 이 장자가 이후에는 한꺼번에 재보가 흩어질 것을 아셨으며, 불란가섭이 마땅한 때를 모르고 재앙을 만난 집에다 길상을 설명하면 반드시 장자에게서 한량없는 매를 맞게 될 것이므로 여래께서는 말씀하셨다. “이 게송이 아까워서가 아니요, 그대가 때를 몰라서입니다. 그대가 이 게송을 말하면 반드시 매를 맞게 되리니, 이 때문에 그대에게 거역하느니라. 만약 다시 알맞은 때에 절묘한 글귀를 말하라 하면 나는 그대에게 줄 것이며, 그리하면 장자에게 참된 말[眞言]을 얻어듣게 할 뿐더러 모진 매도 면하게 하리라.” 불란가섭은 생각하였다. ‘구담사문이 나로 하여금 가서 값진 보물을 구걸하지 못하게 하려 한다. 이 때문에 아까워하면서 나에게 알려 주려 하지 않는다.’ 그리고 곧 거듭 여쭈었다. “알려 주시기만 하십시오. 그 밖의 일은 아실 필요가 없습니다.” 여래께서는 자비로 그를 달래며 세 번까지 말하였으나 끝내 믿고 이해하지 않았으며, 부처님 또한 불란가섭의 전세의 인연으로 이런 고통을 받게 될 것을 미리 아셨으므로 또 말씀하셨다. “죄는 간(諫)할 수가 없구나.” 그리고 부처님께서 이내 그를 위하여 운수가 좋을 조짐의 게송을 말씀해 주시자, 니건은 읊고 외우면서 한 해 만에야 암송하였다. 그런 뒤에 장자는 불이 나서 집과 진기한 것들이 모두 다 타 버렸다. 5백 마리의 망아지도 동시에 타 죽었고, 낳았던 잘생긴 아들도 하루아침에 죽어 버렸으며, 왕은 사자를 보내어 금인을 빼앗아 갔고, 그 후에 또 배를 타고 바다에 들어가 보물을 캐서 무사히 돌아와 해안에 정박하자마자 5백의 보물선이 하루아침에 침몰하여 떠내려가 버렸으므로, 집안의 모두가 몹시 근심하지 않는 이가 없던 차에 불란가섭이 그의 문에 와 닿아서 여래의 길상의 게송을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노래하였다. 장자는 그것을 듣자마자 문을 들어 올리고 성을 내었다. “천하의 흉한 재앙이 나보다 더한 이가 없는데, 어떻게 이 사람이 벌거숭이로 부끄러워함이 없느냐? 여기에 있는 요망한 방자가 나에게 길상을 말하여 나의 번거로움을 더하게 하는구나.” 이내 나가서 매를 때렸다. 머리에서 발까지 땅에다 대고 엉금엉금 기어 집으로 돌아오는데, 6사(師)의 종파들이 마중하면서 그의 뜻을 묻자, 대답하였다. “이 변은 바로 구담 때문이다.”
속으로 스스로가 새기지 않고 도리어 세존을 원망하므로, 부처님께서는 대중 모임에서 말씀하셨다. “불란가섭은 전에 여래로부터 한 게송을 구하여 장자의 집에 가서 노래하고 보물을 구하려고 하였다. 여래가 그에게 만류하였으나 그는 믿지 않다가 이제 이미 저 모진 고통을 만났도다.” 아난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불란가섭이 이 장자와는 어떠한 인연이 있었기에 이런 환난을 입었습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오랜 옛적 아승기겁(阿僧祇劫) 때에, 역시 이름이 음열(音悅)이라는 국왕이 있었느니라. 또 앵무(鸚鵡)라는 하나의 새가 있었는데, 왕궁 위에 있으면서 좋은 소리로 지저귀었다. 왕은 때마침 낮잠을 자다가 새의 지저귀는 소리를 듣고 놀라 깨면서 그 좌우에게 물었다. ‘이는 무슨 새이기에 우는 소리가 아름답고 좋으냐?’ 모시던 이가 아뢰었다. ‘어느 한 기이한 새가 오색이 찬란한데, 마침 왕궁 위에서 울다가 떠나갔습니다.’ 왕은 보병과 기병을 보내어 쫓아가서 잡게 하였다. 찾아다니다가 퍽 오래 되어서야 잡아다 왕에게 바치자, 7보의 영락으로 그 몸을 꾸미고서 언제나 좌우에다 두고 밤낮으로 보면서 잠깐도 보내 주지 않았다. 또 독효(鵚梟)라는 새가 있었다. 궁중 위에 와 있으면서 앵무를 보았더니, 혼자 특별한 총애를 받고 있으므로 이내 앵무에게 물었다. ‘어떠한 일로 이렇게까지 되었느냐?’ 앵무가 대답하였다. ‘내가 궁중 위에 와서 좋은 소리로 지저귀었더니, 국왕께서 나를 사랑하고 공경하여 잡아다 언제나 좌우에 두고 있단다.’ 독효는 듣고 시새워서 생각하였다. ‘내가 울면 너보다도 더 아름다울 것이며, 국왕 또한 나의 몸을 사랑할 것이다.’ 왕이 때마침 누워 잠을 자므로 독효는 이내 지저귀었다. 왕은 놀라 깨어났는데 오싹하고 털이 곤두서며 두려운 듯한 상태가 되어 좌우에게 물었다. ‘이는 무슨 소리이기에 나를 놀라 뛰어오르게 하여 두렵게 하느냐?’ 모시던 이가 아뢰었다. ‘나쁜 소리로 지저귀는 독효라는 새입니다.’ 왕이 대중을 보내어 널리 퍼져서 찾게 하자, 이내 잡아다 왕에게 바쳤다. 왕은 좌우로 하여금 산채 로 털과 깃을 뽑고 온몸을 크게 아프게 하고서 걸어서 떠나가게 하였다. 뭇 새들이 물었다. ‘어떤 일로 이렇게까지 되었느냐?’ 독효는 성을 내며 새들에게 대답하였다. ‘바로 앵무 때문에 이런 환난을 당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좋은 소리로 복을 불렀고 나쁜 소리로 화를 자초하였으며, 죄의 과보는 자기 때문에 생긴 것인데 도리어 앵무에게 성을 내었느니라. 옛날의 국왕이란 바로 지금의 음열이요, 앵무는 바로 지금의 내 몸이며, 독효는 바로 지금의 불란가섭이니라.”『장자음열경(長者音悅經)』에 나온다.
(8) 구류(鳩留)가 배가 고팠을 적에 수신(樹神)을 만났다가 그로 인하여 신해(信解)를 얻다 옛날 구류(鳩留)라는 장자가 있었다. 지금 세상이거나 뒷세상의 선과 악의 응보(應報)를 믿지 않고 5백 인과 함께 다니면서 생활하고 있었다. 아직 다른 나라에 도착하지도 못해서 양식이 떨어진 지 3일이나 되었다. 앞으로 나가다가 멀리서 우거진 숲을 보고 거기에 집을 짓고 살리라 생각하며 도착하였더니, 수신(樹神)이 나타나므로 곧 그에게 예배하였다. 그 사람이 굶주려 있는 것을 보고 수신은 손을 들어 올리며 다섯 손가락 끝에서 음식과 단 물을 내어 그에게 주었다. 구류가 배불리 먹고 다시 크게 통곡을 하자, 신은 물었다. “무슨 까닭이오?” 구류가 대답하였다. “저의 벗 5백 인이 모두 크게 굶주려 있습니다.” 신이 불러오게 하여 다시 음식을 주었으므로, 사람과 말이 모두 배가 불렀다. 구류는 신에게 물었다. “본래 어떤 복을 지니셨기에 저절로 이렇게까지 되십니까?” 신은 말하였다. “나는 본래 가섭불(迦葉佛) 때에 가난한 사람이었습니다. 항상 성문에서 거울을 갈고 있었는데, 사문이 출입하게 되면 늘 기뻐하면서 걸식할 처소와 불도(佛圖)와 정사를 가리켜 보여 드렸습니다. 이렇게 하기를 한두 번이 아니었는데 목숨을 마치고 여기에 와 나서 저절로 복을 받으며 모자라는 것이 없게 되었습니다.” 장자는 마음으로 깨닫고 크게 보시를 닦으며 날마다 8천 명에게 밥 대접을 했으므로, 쌀 씻은 뜨물이 성문으로 흘러나왔는데 배를 띄울 만하였다. 뒤에는 두 번째 천상에 가 나서 산화(散花) 천인이 되었다.『십권비유경(十卷譬喩經)』 제2권에 나온다.
(9) 일난(日難)은 재산이 거부(巨富)였는데도 인색하여 보시하지 않다가 후세에는 가난한 소경이 되다
옛날 바라내국에 일난(日難)이라고 하는 장자가 있었다. 진기한 것이 많고 넉넉한데도 사람됨이 인색하고 시기심이 많아 해가 지기 전이면 항상 문지기에게 거지를 들이지 말라고 명하였는데, 일난의 아들 전단 역시 구두쇠였다. 일난이 뒤에 죽었다가 도로 이 나라 안에 태어났는데 소경 부인의 아들이 되었다. 그의 남편은 부인에게 말하였다. “당신은 중병을 가지고 있는데 이제 또 임신까지 하였으니 떠나시오. 나에게는 옷과 밥이 없소.” 부인은 집을 나와 떠나갔다. 도중에 큰 담장 더미를 만나서 그 안에 가 머물렀다. 아홉 달 만에 아들을 낳았는데 두 눈이 역시 소경이었다. 밥을 빌어다 그를 길러서 나이 일곱 살이 되자, 그 어머니는 슬퍼하며 말하였다. “이제 내가 걸식하면 밥이 적고 더욱 배고픈 것이 마치 비는 내리는데 목마른 이와 같구나.” 아이는 어머니의 설명을 듣고 이내 걸식을 다니다가 그의 아들 집에 이르렀다. 이때 문지기가 잠깐 밖을 나갔을 동안에 뜰 안으로 들어갔다. 전단이 말소리를 듣고 문지기를 부르며 묻자, 문지기는 죄가 두려워서 이내 소경아이를 끌어다 문 밖에서 때렸는데 머리가 상하고 팔이 부러졌다. 그의 어머니는 듣고 달려와서 말하였다. “무슨 사람이 법도가 없는고?” 그러는데 이 때에 문 위의 신(神)이 그에게 말하였다. “네가 받는 이 고통은 오히려 소소한 것이요, 더 큰 것은 이후에 있다. 너는 전세에 재물이 있으면서도 보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상한 고통을 받고 있으나 죽으면 다시 더 큰 고통을 받으리라.” 구경하는 이는 소리만 들었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물으셨다. “이것이 무슨 소리냐?” 아난은 자세히 말씀드리고 부탁하였다. “부처님께서는 가엾이 여기소서.” 그리하여 이 아이에게로 가서 그의 밥을 나누어 준 뒤에 소경아이를 보면서 손으로 머리를 만지자, 눈이 떠지며 밝아졌고 부러진 상처도 이내 나아지면서 그로 인하여 전생 일을 알게 되었다. 부처님께서 물으셨다. “너는 바로 전세에 장자 일난이 아니냐?” 소경아이가 대답하였다. “그러합니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사람이 세간에 살면서 너무도 어리석구나. 한 세상의 부자(父子)가 서로 모르다니.” 이 때에 부처님께서 경전을 말씀하시어 그의 뜻을 풀어 주셨다.
아들을 구하고 재물을 구하는 이 두 가지 일에서 매우 근심하고 고통 받음은
다른 사람이 얻을 과보이니 몸이 있어도 보존할 수 없는데 하물며 아들과 재물이겠느냐?
비유하면 여름날의 한더위에 나무 아래 서늘한 데 쉬며 머물다가 잠깐 만에 다시 떠나가야 하듯 세간이란 항상함이 없는 것이니라.『일난경(日難經)』에 나온다.
(10) 장자가 보살의 마음을 내어 가난한 사람들을 데리고 갔다가 값진 보물 을 얻다 옛날에 장자가 있었다. 보살의 마음을 내어서 여러 가난한 사람을 모은 것이 무려 5백 인이나 되었다. 옷과 양식을 도와주면서 바다에 들어가 보물을 캐다가 어느 한 큰 산에서 묵었다. 사람들은 잠이 들었고 장자만이 홀로 앉아서 어딘가를 쳐다보고 있었다. 밤에 산의 중턱을 보고 있는데 한 사람이 나왔다. 빛나는 불꽃이 한결같지 않으면서 면목은 단정한데 돼지 입 같은 것이 음악을 울리며 스스로 즐기면서 산 옆을 돌아다니므로 장자는 물었다. “당신은 어떤 사람입니까?” 소리를 듣고 놀라며 말하였다. “나는 복을 받을 사람이 머무는 것을 알고 여기에 있습니다.” 장자는 물었다. “몸의 형상은 단정한데 입은 왜 그러십니까?” 대답하였다. “입의 허물을 범하였기 때문인데 언제나 수다스럽게 말하기를 좋아합니다.” 천인(天人)은 말하였다. “당신은 어떤 사람입니까?” 장자가 대답하였다. “나는 이 나라 안의 장자로서 가난함을 근심하여 안온하게 하려고 여러 사람들을 데리고 바다에 들어와 보물을 캐고 있으며, 아울러 보물을 운반해다가 염부제(閻浮提)를 이롭게 하려 합니다.” 천인은 말하였다. “당신은 바로 보살이 아니십니까?” 장자는 말하였다. “나는 보살의 마음을 내어서 온갖 탐냄ㆍ성냄ㆍ어리석음의 병을 구제하려는 것이며, 아직 제도되지 못한 이를 제도할 것입니다.” 천인은 말하였다. “장하십니다.” 마침내 보물 있는 데로 보냈으므로 무겁게 싣고서 돌아왔다.『십권비유경(十卷譬喩經)』 제5권에 나온다.
(11) 장자가 뒤에 가난하여져서 돈을 꾸어다 다 보시하고, 밭을 갈다가 천 개의 솥[鼎]을 얻어 썼는데 아무리 써도 다함이 없었다 옛날 계빈국(罽賓國)에 한 장자가 있었다. 본래는 큰 부자였다. 부모가 돌아가신 뒤에는 언제나 여러 명의 도인을 공양하고 있었다. 여러 해가 지나 집이 가난하여지면서 다시는 소득이 없었으므로, 부모를 위하여 복을 지으려는 생각으로 몹시 근심하고 있자, 그의 부인이 남편에게 말하였다.
“차라리 한 세상 동안 애써 고생하고, 뒤에는 길이 해탈하여 오래도록 부모님이 복을 얻음이 한량없게 하십시다.” 장자는 말하였다. “그렇게 하십시다. 우리 두 사람의 권리를 가지고 백 냥의 돈을 꾸어서 절약하여 쓰다가 돈이 다하면 나가 일을 하여 값을 치르기로 합시다.” 그리하여 돈을 얻어다 이내 보시하고 다 떨어지자 비로소 가서 일을 하게 되었는데, 남편은 밭을 갈게 하였고, 아내는 부엌에서 밥을 짓게 하였다. 밭을 갈다가 큰 돌이 걸리는데 마치 맷돌 덮개와 비슷하였으며, 헤쳐 보았더니 돈이 담긴 천 개의 솥이었다. 이내 도로 그것을 덮고는 돌아와서 밥을 먹지 않았다. 장자는 그의 아내를 시켜 남편에게 음식을 보내었다. 그 남편은 돈을 지고 그의 집으로 돌아와서는 그 다음 날에 말하였다. “돈은 갚았습니다.” 주인 부부는 집으로 돌아와서 다시 일곱 세상의 부모를 위하여 보시하며 그것을 썼는데 종신토록 없어지지 않았다.『십권비유경(十卷譬喩經)』 제1권에 나온다.
(12) 향신(香身) 장자는 아내를 국왕에게 빼앗기다 옛날 어느 국왕이 음행과 색을 탐하여 하는 일마다 도리에 어그러졌다. 아름다운 부녀라고 들으면 이내 가서 약탈하였으므로, 온 나라가 근심하였다. 한 장자가 있었는데, 재물이 풍족하여 헤아릴 수도 없었고 재주가 높으며 널리 통달하였다. 그의 아내가 단정한 것을 신하가 왕에게 여쭙자, 왕은 듣고 마음이 동하여 사자를 보내어 강탈하였다. 그 남편은 근심하고 괴로워하다가 이내 살던 집을 버리고 가서 사문이 되었는데, 그의 입 안에서 향내가 나와 40리(里)를 자욱하게 하였고, 몸의 둘레에서는 전단의 향기가 풍겼다. 왕이 그 사람을 보니 아들이 없었으므로 집의 재산을 모두 몰수하고, 그의 아내를 세워 정후(正后)로 삼았다. 나라 안에 아름다운 연꽃이 피었는데, 푸르고 누르고 붉고 흰 것으로서 아주 향기롭고 산뜻하였다. 왕이 부인을 공경하였기에 먼저 가져가 그에게 주었더니, 부인은 꽃을 받고서 더욱 심히 슬프게 흐느꼈으므로 왕은 물었다. “그대는 이제 한 나라의 어머니며, 서로가 공경하며 마음이 어긋나지 않았나니, 무슨 잘못이 있기에 그토록 언짢아하시오.” 부인은 말하였다. “감히 즐겁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다만 저의 전 남편의 몸과 입의 향기는 이 꽃들보다 나았음을 생각했을 뿐입니다. 가만히 옛정을 생각하다가 모르는 결에 절로 슬퍼하였습니다.”
왕은 그 말을 믿지 않고 사람을 보내어 그를 청하였다. 전 남편은 이미 아라한이 되어 있어 신통으로 날아왔는데, 몸에서 나오는 뭇 향기는 온 나라에 가득 찼다. 왕은 목욕을 하게 하고 거듭 더 닦고 지웠으나 그 몸의 향기는 더욱더 짙어지므로 왕이 시험삼아 부처님께 묻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과거 세상에 한 가난한 이가 있었다. 가난하면서 직업이 없어서 땔나무를 팔며 살아 나갔다. 나무를 하고 돌아오다가 성문에 채 미치기 전에 성문이 이미 닫혀 버렸다. 성문 밖에 절이 있었는데 스님이 밤에 경을 외우고 있었다. 그 사람은 절에서 하룻밤 묵고 있다가 이내 앉아 경을 듣고는 향을 지피며 찬탄하기를 날이 밝기까지 하였다. 이 인연으로 5백 세상 동안 나쁜 길에 떨어지지 않았고, 언제나 천상에 가 태어났으며, 몸과 입에서는 향기가 풍겼느니라.”『십권비유경(十卷譬喩經) 』 제4권에 나온다.
(13) 장자의 아내는 잉태하면서부터 입에서 향기가 나다 옛날 어떤 장자의 부인이 잉태하자마자 입에서 좋은 향기가 나서 온 나라에 가득 찼다. 아사세왕(阿闍世王)이 사신을 보내어 찾아가서 장자의 집을 보고 장자에게 묻게 하여 장자가 자세히 대답한 것을 사자가 왕에게 아뢰자, 왕은 크게 기뻐하면서 장자를 불러 말하였다. “경(卿)이 만약 아들을 낳으면, 나에게 가져다 주어야 되느니라.” 그런데 낳게 된 것은 딸이었다. 낳은 딸은 금실로 된 옷이 저절로 몸에 걸쳐져 있었다. 어머니가 괴이하게 여기면서 풀어 내리자, 벗으면 곧 한 겹이 도로 그의 몸에 걸쳐지므로, 이내 가서 부처님께 물으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옛날 가난한 사람이 있었다. 아내가 나가 다니다가 비를 만났다. 한 늙은 사문을 보니, 이는 벽지불이었는데 진흙탕에 넘어져 무릎을 다쳐서 피가 흘러나왔다. 이내 사문을 붙잡아 일으키고 그 피를 씻어 버리고 자기의 옷을 찢어서 그 상한 무릎을 싸드렸다. 부인은 비록 아직 법요(法要)를 받들지는 못했으나 언제나 부처님 도를 좋아하고 칭송하였다. 죽어서는 두 번째 천상에 가 났다. 거기서 수명을 마치고 내려와 태어난 것인데 그 때문에 저절로 된 옷을 지녔고, 입에서는 좋은 향기가 나느니라.”『십권비유경(十卷譬喩經)』 제1권에 나온다.
(14) 재물에 인색하다가 호곡지옥(號哭地獄)에 가 태어나다 사위성(舍衛城) 안에 부유한 장자가 있었다. 목숨을 마쳤으나 아들이 없었으므로, 모든 재산은 다 관청에서 몰수하였다. 장자는 살았을 적에 거칠고 나쁜 것을 먹었고, 옷은 한 겹의 헤진 나뭇잎으로 가리고 있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비록 호귀한 지위를 얻었으나 스스로 몸을 기르지 못했고, 아들도 기르지 못했으며, 부모도 공양하지 못했고, 벗과 사귀지도 못했으며, 사문에게 보시하지도 못하다가 오늘 죽어서 호곡지옥으로 들어갔느니라.”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지나간 세상에 밥을 벽지불에게 보시하고 보시한 뒤에는 후회하면서 ‘나는 노비에게 주지 않고, 머리 깎은 사문에게 주었구나’고 하였다. 착한 과보로 말미암아서 일곱 번 하늘에 가 나고 일곱 번 사람으로 태어나서 언제나 호귀하게 되었지만 후회하였던 일 때문에 바로 그 업의 과보로 좋은 밥을 먹지도 못하고, 좋은 옷을 입지도 못하고, 5욕(欲)을 탐내지도 못하였으니, 바사닉왕(波斯匿王)은 부지런히 정진을 행하면서 게으름을 제거시킬 것이니라.”『장자명종무자경(長者命終無子經)』에 나온다.
(15) 다듬잇돌을 남에게 보시하고 탑을 일으켜 하늘에 가 나다 어느 한 장자가 탑사(塔寺)를 일으키려 하면서 재목은 모두 갖추었으나 돌이 하나 모자라서 기둥 아래에 놓지 못하였다. 한 장자가 있었는데, 비록 부처님을 받들지는 않았으나 그래도 복이 있음을 알고 이내 집안의 다듬잇돌을 하나 그에게 보시하여 탑사를 이룩할 수 있게 하였다. 그 돌을 보시했던 사람은 죽어서 두 번째의 칠보 궁전에 가 태어났고, 옥녀(玉女)가 옆에서 모시며 옷과 밥이 저절로 많았다. 이렇게 한 지 오랜 뒤에 그 절은 마멸(磨滅)되었으나 보수할 사람이 없어 탑사는 완전히 무너져 없어졌고, 하나의 돌만이 땅속에 파묻혀 있었다. 어느 백성이 땅을 갈다가 돌이 쟁기를 방해하므로 파내려고 하였다. 돌 주인인 천인(天人)은 마음이 몹시 두근거렸으므로 천안(天眼)으로 살펴보다가 어떤 사람이 돌을 파는 것을 보고 생각하였다. ‘나는 이 돌의 복으로 인하여 하늘에 왔는데, 지금 사람이 가져가면 복이 끝나지 않을까?’
그리고는 이내 내려와 변화로 범인(凡人)이 되어서 돌을 파는 사람의 앞에 가 서서 물었다. “당신은 이 돌을 파 가려 하십니까?” 그 사람은 대답하였다. “나는 땅을 갈다가 돌을 만났는데, 쟁기를 방해하기 때문에 버리려고 할 뿐입니다.” 천인은 물었다. “만일 이 땅을 갈아 씨를 뿌린다 하여도 몇십 곡(斛)을 얻을 뿐이리다. 당신은 이 돌을 취하지 마십시오. 내가 5백 냥의 돈을 당신에게 드리리다.” 그 사람은 물었다. “당신은 신(神)이 아니십니까?” 천인이 대답하였다. “나는 바로 천인(天人)입니다.” 이내 하늘의 몸으로 회복되고서 그 사람에게 말하였다. “나는 본래 이 국토의 사람이었습니다. 전생 몸으로 이 돌을 도인에게 드려서 절을 세우게 하였습니다. 나는 이 복으로 인하여 천상에 가 나게 되어서 저절로 낙을 풍부하게 받습니다. 아까 천궁이 진동하므로 그 까닭을 괴이하게 여겨 살펴보다가 당신을 보았습니다. 그 때문에 왔을 뿐입니다. 이 돌이야말로 나의 복의 근본이니 당신은 없애지 마십시오.” 그 사람은 그 말을 듣고 말하였다. “모르던 일이었습니다. 이것은 바로 신명(神明)의 탑사로서 천상, 인간의 복밭이므로, 감히 범하지 않겠습니다.” 천인은 천상으로 돌아갔는데, 그 사람은 생각하였다. ‘이 하늘은 다만 이 돌만을 보시하고도 얻은 복이 이러하니, 나는 다시 탑사를 세워야 하겠다.’ 그리고 공사를 일으켜 탑을 본래대로 보수하였다.『복보경(福報經)』에 나오며, 또 『십권비유경(十卷譬喩經)』 제1권에도 나온다.
(16) 수달(須達)의 세 아들은 일이 궁박해지자 비로소 믿다 옛날 급고독(給孤獨)에게 세 아들이 있었다. 모두가 바른 것을 등지고 삿된 것을 향하면서 술과 여색에 빠지고 사냥을 하며 노름하고 장기와 바둑을 두는 등, 광명을 버리고 어둠으로 나아가면서 날로 미치고 어리석어지기만 하였다. 아버지는 그들을 가엾이 여기고 슬퍼하면서 사랑과 측은한 마음으로 날마다 달래어 깨우치고 화와 복[禍福]을 가리켜 보였으나 아들들은 변하기는커녕 방탕함이 날로 심해졌다. 이에 아버지는 모[苗]의 풀로 옷을 해 입히고 콩과 보리만을 그들에게 먹였다. 아들들이 궁핍해지자 그 때서야 뉘우치는지라, 아버지는 말하였다. “너희들이 착하지 않은 짓을 하여 현세(現世)에 얻는 재앙이 매우 괴롭기가 이러한데, 하물며 지옥에서 타고 삶아지는 고통을 그 누가 구제할 것이냐?”
아들들은 머리를 조아리면서 말하였다. “삿된 벗의 인도로 광혹(狂惑)을 익혔습니다. 마치 돼지가 우리에서 그 악취를 모르는 것과 같았습니다. 이제부터는 몸을 다잡아 3존(尊)을 받들겠습니다.” 아버지는 말하였다. “아주 장하구나. 너희들이 만약 마음을 씻고 부처님의 5계(戒)를 받들면서 죽을 때까지 범하지 아니하면 해마다 너희들에게 5천만의 돈을 줄 것이요, 3자귀(自歸)를 하면 3천만을 주겠다.” 아들들은 대답하였다. “높으신 가르침만을 받들겠습니다.” 그리하여 곧 목욕을 시키고 부처님께 데리고 가서 머리 조아려 계율을 받고 물러나 돌아와서는 덕을 닦았다. 그 뜻을 깨끗이 하고 두루 가난한 이를 구제하며 은혜가 중생에게 미치자, 나라의 선비들은 그 덕을 칭송하였고, 이름은 옛 성현과 같아졌다.『교자경(敎子經)』에 나온다.
(17) 수단(須檀)의 아들이 재물을 탐내어 그의 아우를 죽이다 “옛날 라열기성에 수단(須檀)이라는 장자가 있었는데 큰 부자로서 재물이 많았다. 그 아들 중에서 형의 이름은 수마제(須摩提)였고, 아우의 이름은 수야사(修耶舍)였는데, 그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수마제는 꾀를 내어 아우의 몫을 주지 않으려고 생각하였다. ‘그를 죽여야겠구나.’ 그리고 아우에게 말하였다. ‘함께 기사굴산(耆闍堀山) 위로 가자. 의논할 것이 있다.’ 그리고 곧 아우의 손을 붙잡고 깎아지른 낭떠러지로 올라가서 밑으로 밀어 뜨려 놓고 돌을 굴려 마침내 죽게 하였느니라. 수단은 바로 지금의 부왕 진정(眞淨)이시며, 그 때의 수마제는 바로 지금의 내 몸이요, 수야사는 바로 지금의 타바달도(陀婆達兜)이니라.”『흥기행경(興起行俓)』 하권에 나온다.
(18) 리기미(梨耆彌)의 일곱째 아들의 부인이 서른 개의 알을 낳았는데, 알 마다 사내아이가 나오다 바사닉왕(波斯匿王)에게 리기미(梨耆彌)라는 대신이 있었다. 그의 일곱째 아들을 바사닉왕의 아우 담마하미(曇摩訶美)의 딸에게 장가를 들였다. 이 여인은 총명하고 근기가 영리하며 여러 가지 덕과 재주가 많았다. 임신한 지 열 달 만에 서른 개의 알을 낳았는데 알마다 하나의 남아(男兒)가 나왔다. 형체가 영특하고 용맹하였으며 씩씩함이 견줄 이가 없었고 한 사람의 힘은 천 장부보다 더하였다. 그의 부모는 사랑하였고, 온 나라는 공경하며 두려워하였다.『현우경(賢愚經)』 제10권에 나온다.
(19) 어리석은 아들이 향 팔리는 것이 더디자, 그것을 태워 숯을 만들어 빨 리 팔리기를 바라다 부자인 장자가 있었다. 아들을 낳았는데 어리석어서 배를 타고 삶을 영위하면서도 침향(沈香)만을 싣고 다녔다. 향은 정묘하고도 귀한 것이라 사는 이가 드물어서 오랫동안 팔리지를 않고 동료들은 고향으로 돌아가는데 혼자만 돌아가지 못하게 되자, 동료를 잃을까 두려워하면서 저자 안을 두루 살피다가 숯을 만들어 파는 것이 가장 빠르겠으므로 이내 향을 태워 숯을 만들면서 빨리 가게 되기를 바랐다. 여러 사람들은 그것을 보고 다 함께 책망하고 웃었다. “크게 어리석고 미친 사람아, 향을 파는 것이 비록 더디기는 하나 얻게 되는 값이 적지 않은데, 이제 태워서 숯을 만들면 얻을 바가 무엇이냐?”『백구비유경(百句譬喩經)』 제1권에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