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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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홍명집 제29권
033_0636_c_01L廣弘明集統歸篇序卷二十九


당 석도선 지음
이한정 번역
033_0636_c_02L大唐西明寺沙門釋道宣撰


10. 통귀편(統歸篇)①

- 서문
‘광홍명(廣弘明)’이란 정법의 그물로 널리 보살펴서 유식(有識)을 밝게 열어 준다는 뜻이다. 지금까지의 아홉 편은 시절에 따라 펼치고 드러내어 이치의 길을 살핀 것으로 그 연(緣)을 대체로 다하였다 하겠다. 그러나 목적하던 바를 상세히 갖춰서 개진하지 못하였으니, 칭송하는 소리를 어디에 의탁하겠는가?
그래서 차례대로 편집하여 가깝고 먼 곳을 은근히 비춘다. 법왕(法王)이 우내(寓內)를 다스리면서 그 시원을 노래할 때 범왕(梵王)과 천주(天主)와 성문(聲聞)과 보살(菩薩)을 모두 게송으로 찬탄하여 그윽한 마음을 드러내었다. 경전 가운데 보고 듣는 것으로 드러나지 않는 것은 없다. 동하(東夏)의 국왕과 대신들이 이러한 갈래에 미혹되지 않고 법을 본받고, 황제는 덕망이 있고 나라는 풍요로워 이를 칭송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 그래서 그 성정(性情)을 기술하여 보내고자 「통귀편(統歸篇)」으로 어지러움을 모두 거둔 것이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나 진(晋)나라와 송(宋)나라 이래로 수백여 가(家)를 모두 모으되, 불문(佛門)에 미더움이 중한 것은 대략적인 덕음으로 진술하였다. 널리 수집하려 했으나 백 가지 가운데 하나도 제대로 남아 있지 않으나, 이에 몇 가지 조항이라도 나열하고 티끌을 가지고서 널리 보이고자 한다.
033_0636_c_03L廣弘明者言其弘護法網開明於有識也自上九篇隨時布現籌度理路其緣頗悉然於志之所之未備詳睹如不陳列頌聲何寄故次編之殷鑑遐邇且法王御宇哥頌厥初梵王天聲聞菩薩咸資偈贊用暢幽誠經不有彰于視聽東夏王臣斯途不惑擬倫帝德國美無不稱焉所以寫送性情統歸摠亂在于斯矣然晉宋已來諸集數百餘家信重佛門俱陳聲略至於捃拾百無一在且列數條用塵博觀

- 양 『홍명집』 「통귀편(統歸篇)」의 목록
梁代弘明集統歸篇錄
석승우(釋僧祐) 「홍명론(弘明論)」
석지정(釋智靜) 「격마문(檄魔文)」
석보림(釋寶林) 「파마로포(破魔露布)」
033_0636_c_15L釋僧祐弘明論 釋智靜檄魔文釋寶林破魔露布

- 당 『광홍명집』 「통귀편」의 목록
033_0636_c_17L唐廣弘明集統歸篇第十上
033_0637_a_02L양(梁) 고조(高祖) 「정업부(淨業賦)」
양 고조 「효사부(孝思賦)」
양 선제(宣帝) 「유칠산사부(遊七山寺賦)」
양 왕석(王錫) 「숙산사부(宿山寺賦)」
위(魏) 고윤(高允) 「녹원부(鹿苑賦)」
위 이우(李顒) 「대승부(大乘賦)」
양 선성(仙城) 「석혜명상현부(釋慧命詳玄賦)」
양 소자운(蕭子雲) 「현포원강부(玄圃苑講賦)」
석진관(釋眞觀) 「몽부(夢賦)」
양 강엄(江淹) 「상약자부(傷弱子賦)」, 「무위론(無爲論)」, 「벌마조병서격문(伐魔詔幷書檄文)」과 마답(魔答)
당 행우(行友) 「주평심로포(奏平心露布)」1)
진(晋) 지도림(支道林) 「찬불시(讚佛詩)」 8수
진 지둔(支遁) 「영회대덕선사산거시(詠懷大德禪思山居詩)」 10수
진 석혜원(釋慧遠) 「염불삼매시서(念佛三昧詩序)」와 「불보살찬(佛菩薩讚)」
진 왕제지(王齊之) 「염불삼매시(念佛三昧時)」
제(齊) 왕원장(王元長) 「법락사(法樂辭)」 12장
양 무제(武帝) 「삼교시(三敎詩)」
양 소명 태자(昭明太子) 「개선사법회시(開善寺法會詩)」
양 간문제(簡文帝) 「망동태사부도시(望同泰寺浮圖詩)」와 화답시 5수
간문제(簡文帝) 「영오음식문(詠五陰識文)」
양효도(梁孝綽) 「백론사죄복시(百論捨罪福詩)」
양(梁) 간문제(簡文帝) 「몽화림원계시(夢華林園戒詩)」
양 소명 태자 「강걸부삼십운시(講訖賦三十韻詩)」
양 간문제 「예참직소시(預懺直疏詩)」
양 간문제 「출흥업사강시(出興業寺講詩)」
양 원제(元帝) 「화오명집시(和五明集詩)」
양 소명 태자 「종산해강제인화시(鐘山解講諸人和詩)」
양 황태자 「팔관야술유사성문시(八關夜述遊四城門詩)」와 화답시
양 간문제 「유광택사시(遊光宅寺詩)」
양 간문제 「피유술지시(被幽述志詩)」 4수
양 심은후(沈隱侯) 「임종유상표(臨終遺上表)」
송(宋) 사령운(謝靈運) 「임종시(臨終詩)」
진(陳) 사문 석지개(釋智愷) 「임종시(臨終詩)」
진 하처사(何處士) 「유산사병잡시(遊山寺幷雜詩)」 4수
진 요찰(姚察) 유명경사(遊明慶寺) 「창연회고(悵然懷古)」
진 강총(江總) 「유섭산사시(遊攝山寺詩)」 서문과 시 10수
진 강영(江令) 「유무굴산사시(遺武窟山寺詩)」
북제(北齊) 노사도(盧思道) 「종가대자조사시(從駕大慈照寺時)」와 서문
진 장군조(張君祖) 「잡시(雜詩)」, 「찬(贊)」
주(周) 석망명(釋亡名) 「오고시(五苦詩)」 6수」
수(隋) 양제(煬帝) 「유방산영암사시(遊方山靈巖寺詩)」
수 양제 「승루망춘등시(升樓望春燈詩)」
수 왕주(王冑) 「술정명시(述淨名詩)」
수 설도형(薛道衡) 「입봉림사시(入鳳林寺詩)」
당(唐) 문제(文帝) 「모동과사(暮冬過寺)」
당 선 법사(宣法師) 「유동산심수담이법사(遊東山尋殊曇二法師)」
033_0636_c_18L梁高祖淨業賦 梁高祖孝思賦梁宣帝遊七山寺賦梁王錫宿山寺賦魏高允鹿菀賦 魏李顒大乘賦梁仙城釋慧命詳玄賦梁蕭子雲玄圃菀講賦夢賦釋眞觀 梁江淹傷弱子賦無爲論 伐魔詔幷書撽文幷魔答 奏平心露布唐蒲州普救寺沙門行友

1) 정업부(淨業賦)와 서문 양무제(梁武帝)
033_0637_a_06L淨業賦 幷序 梁武帝
033_0637_b_02L어려서 산수(山水)를 사랑하고 구학(丘壑:속세를 떠난 곳)을 즐겼으나, 몸이 속세의 기반[俗羈]에 매여서 평소의 뜻을 펴지 못하였는지라, 행동은 홀로 가는 것과 달랐고 마음은 멋대로 맡겨 두는 것과 달랐다. 보위(寶位)에 올라서 재주 없이 왕업(王業)에 종사하나, 당면한 시대에 변고가 많아서 세상 일이 매우 어려웠다.
이융(夷戎)을 정벌하느라 태평한 세월이 조금도 없었기에, 위로는 정치가 어지럽고 사나웠으며 아래로는 간악함과 혼란이 일어났다. 군자의 도는 사라지고 소인의 도만 길러지니, 임금의 칼로 매충아(梅虫兒)ㆍ여법진(茹法珍)2)ㆍ유영운(兪靈韻)ㆍ풍용지(豊勇之)를 처단하였으니, 이 같은 많은 무리들은 바로 지공(誌公)이 말씀하신 ‘난리만 피우는 자’들이리라.
‘지공’은 바로 사문 보지(寶誌:保誌) 스님이신데, 형색이 정처 없어 드러내 보이는 것이 일정한 장소가 없었다. 이때에 소소한 무리들이 그 신비한 이적을 의심하여 화림(華林)의 외합(外閤)에 가두어 놓자, 스님이 책망하시며 ‘난리만 피우는 자’들이라 반복하여 말씀하셨다. 그들은 제각기 권세를 잡고서 사람마다 호령하였는데, 위엄과 복덕을 마음대로 하고 죽이고 살리는 일을 말 한마디로 결정하였다.
충신은 머리를 잘리는 피해를 입고 공신(功臣)은 무고한 주살(誅殺)만 당하였다. 복색은 같은데 생각은 달라 사방으로 치달리며 모두 ‘황제’나 ‘주군’으로 일컬으니, 사람들이 ‘존극(尊極)’이라 말하였다. 괴이한 거짓으로 중인(衆人)의 마음을 어지럽혔는데, 출입하여 멋대로 노니는 것[盤遊]3)을 아침저녁으로 잊지 않았으니, 경읍(京邑)을 약탈하는 데 밤낮을 가리지 않았다.
무명옷을 입은 이는 길가에 쓰러져 숨이 다하고, 아이는 울음조차 울 틈이 없었으며, 달이 찬 임산부는 길가에서 해산하는데 어미가 아이를 안아주지도 못하였으니, 백성이 두려움에 떠는 것이 마치 산 뿌리가 무너지듯 하였다.
장사(長沙)의 선무왕(宣武王)4)이 나라에 큰 공이 있었으나, 예의상의 보답은 없고 재앙만 엄습하였다. 조카들조차도 환난을 당하게 되자, 마침내 환신(桓神)과 두백부(杜伯符) 등의 예닐곱 관리를 옹주로 파견하였다. 이에 여러 군사들이 해치고자 하는 생각을 드러냈으나, 일반 사람들이 참여하지 않아 일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나중에 다시 유산양(劉山陽)을 파견하였으나 확실히 잡혀버렸다. 여기서 장사(莊士)가 호랑이 밥이 되고, 갑옷과 창이 날카로우며 임금과 아비조차도 헤아림이 없는 것을 분명히 보고서는 몸을 묶고서 죽이고자 하였다.
이 같은 횡포가 몇몇 소소한 무리로부터 자행되었으나 두려운 억압에 세 번이나 빠져도 위로하지 못하였으니, 하물며 간사한 일이 일어남에 있어서랴! 만약 잠자코 죽음만을 기다린다면 천하의 웃음거리가 되리라.
이윽고 산양은 형주(荊州)에 이르러 소영(蕭穎)이 장악하게 되었는데, 바로 역마를 보내어 옹주(雍州)까지 길을 터놓았다. 이에 혁연씨(赫然氏)가 군령으로 단아한 깃발을 곧게 세우니, 사방이 같은 마음을 가지는 것이 메아리 울리듯 하였다.
제(齊) 나라 영원(永元) 2년(500) 정월에 양양(襄陽)에서 발행(發行)하자, 의용군이 구름처럼 몰려들어 뱃전마다 장정들로 가득하였다. 경릉태수(竟陵太守) 조종(曹宗)과 마군(馬軍) 주은창(主殷昌)들이 각각 기병과 보병(步兵)을 거느리고 언덕을 끼고서 장군을 맞이하였는데, 파도가 근 40여 리나 역류하면서 짐(朕)이 타고 있는 방주에 이르러 그쳤다. 한 쌍의 백어(白魚)가 탑전으로 뛰어올랐으니, 의로움이 맹진(孟津)5)과 같고 일이 명부(冥符)의 감응에 부합하였다.
구름이 하늘을 요동시키며 움직이고 우레와 벽력이 바람을 휘몰아치듯이 영성(郢城)을 평정하고 강주(江州)를 항복받았다. 잠시 어떤 군사라도 그 기세를 바라보면 바로 물러나 달아났으니, 신정(新亭)의 이거사(李居士)도 머리를 조아리고 투항하였다. 독부(獨夫)6)가 제거되고 나니, 만백성이 소생하여 숨을 돌리게 되어 바로 그 뜻을 원림(園林)으로 돌이키고 마음을 초목과 연못에 두었다. 아래로 민심을 가까이하고 위로 천명을 두려워하니, 일을 그만둘 수 없었지만 마침내 대보(大寶)를 간직하게 되었다.
깊은 못에 임한 듯이 하고 엷은 얼음장을 밟듯이 하면서,7) 보위(寶位)를 피하여 유능한 이를 기다리고 싶었으나 계속 사양하면 반드시 다시 고기가 썩게 될 것이니, 그 몸이 죽어서 이름만 더럽힐 뿐만 아니라 유계(幽界)와 현계(顯界)에 누만 될 것이다. 이에 시를 지어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밤낮으로 하염없이 궁리하는데도
돌고 도는 운수 이미 다하였네.
이를 다하면 속세를 여의려나
이를 떠나도 분명 끝나지 않으리니

병풍을 등지고 조정에 임하고서
면류관 쓴 채로 사해(四海)를 거느리니
이른 아침부터 열심히 힘써서
저녁까지 두렵게 조심하네.
썩은 밧줄로 6마(馬)를 몰아가도
이것에 비하면 비교할 바가 못 된다.

세간에서 평론하는 이는 짐이 그것을 탕(湯)왕과 무(武)왕을 견줄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짐은 탕왕과 무왕에 비길 수 없으며, 탕왕과 무왕도 짐에 비길 수 없다. 탕왕과 무왕은 성인이시고 짐은 한낱 범부일 뿐이니, 이로써 탕왕과 무왕을 비길 수 없다.
참으로 탕왕과 무왕은 군신(君臣)의 의리를 끊지 않고도 남소(南巢)와 백기의 일을 행하였다.8) 그러나 짐은 군신의 의리를 끊고서 나중에 독부를 평정하여 천하를 위해 화근을 없앴습니다. 이것은 방법이 다르므로 서로 비교할 수 없습니다.
짐이 포의(布衣:庶人)였던 시절에 오로지 예의(禮義)만 알고 신의(信義)를 알지 못했다. 중생을 삶아서 손님을 대접하며 매사에 육식만 즐겨서 채소 맛을 알지 못하면서 임금의 지위에 이르러 천하를 크게 소유하였다. 먼 곳의 진미(珍味)를 조공하는 일이 그치지 않았으니, 해내(海內)의 진기한 먹거리조차 이르지 않은 것이 없어서 방장의 성찬이 눈앞에 가득하고 백미(百味)가 도마에 올려졌으니, 이에 음식을 먹으려 할 때 몸을 사양하면서 밥상 앞에서 눈물을 흘렸다.
여름에 시원케 하고 겨울에 따스하게 하며 아침저녁으로 보양하는 일조차 제대로 못한 것을 한스럽게 생각하니, 무슨 마음으로 홀로 이 같은 좋은 음식을 맛보겠는가? 이로써 채식만 하고 어육(魚肉)을 입에 대지 않았으니, 비록 안으로는 그렇게 하더라도 밖에서 알지 못하게 하느라, 군신(君臣)을 접대하는 일에 이르러서는 맛난 음식을 차려 놓았다. 채식이 습관이 되지 못하여 몸이 마르고 누렇게 되어서, 조정 대신 가운데 점차로 이 같은 일을 아는 이가 늘어났다.
사비(謝朏)9)와 공언영(孔彦穎) 등이 소찬을 풀라고 누차 권유하여 충간을 지극히 하였으나 짐의 뜻을 헤아리지는 못하였다. 이에 짐이 다시 생각하기를, 천하의 근본이 예전의 뜻에 있지 않다고 여겼다.
두서(杜恕)10)가 “가슴을 도려내어 땅에 내치더라도 단지 몇 조각 살점을 뿐이다”고 말하였으니, 의지할 것은 군자들을 밝게 통달하여 그 본심을 진실하게 하는 것이니, 누가 천하를 탐하지 않고 있음을 알겠는가?”라고 말하였다.
오직 다른 사람이 행할 수 없는 것을 마땅히 행하는 사람만이 세상 사람들이 내 마음을 알게 할 수 있을 것이며, 다시 첩실(妾室)마저 끊고 비빈(妃嬪)과 시녀들과 같이 살지 않은지가 40여 년째이다. 요즈음 사지가 약간 불편하여, 상서성의 스승 유징지(劉澄之)에게 요보리(姚菩提)의 병세를 물었다. 그래서 유징지가 “내가 이 음식이 너무도 지나치다”고 말하였다. 그래서 유징지에게 “내가 포의로써 기름진 것으로 입맛을 충족하였다”고 답하고자 한다.
유징지가 말하기를, “속관이 예전에 매일 먹던 것을 어찌 요즘에도 매일 먹습니까?”라고 말하자, 요보리가 웃으며 머리를 가로 저으면서 “오로지 보리(菩提)만 관급(官給)의 첩실이 지나치게 많아 그렇게 되었음을 압니다. 지금까지 어육을 입에 대지 않은 지 오래된 데다, 다시 첩실마저 끊은 것도 지혜로써 잠시도 늦출 수가 없어서이지, 그 쓰임새를 치우쳐서 화려하게 하려는 바가 아니다”고 말하였다. 유징지가 잠자코 있으면서 다시 캐묻지 않는 것이 얼마간 납득한 듯싶었다.
유징지는 술을 입에 대고 요보리는 약을 대놓고 먹는데 먹을수록 병이 더 심해졌으니, 이로써 그 효험 없음을 알고는 다시 입에 대지 않았다. 그리하여 병이 있어도 항상 스스로 처방을 하면서 다시는 의약을 복용치 않은 것이 이미 40여 년째이다.
본디 정진하지는 못하였으나 중생의 살점을 입에 대지 않고서 살생을 피하였는지라, 업장이 다하여 내신(內身)을 다스리지 못했으나 악업의 업장을 다시 되풀이하지 않았다. 이 같은 두 가지 장애를 없애고서야 의식이 다소나마 밝아져서 내외의 경서를 읽으면 바로 이해하여 깨달았다.
이때 이후로 비로소 귀의할 바를 알게 되었다. 『예기』에는 “사람이 태어나면서 고요한 것은 하늘의 본성이고, 사물에 감응하여 움직이는 것은 성으로부터 나온 욕(欲)이다”11)라고 하였다. 움직이게 되면 마음은 더러워지고, 고요하면 마음이 깨끗하다. 내부의 움직임이 멈추면 내부의 마음 또한 밝아서 비로소 스스로 깨닫게 된다. 근심과 얽매임이 생겨날 까닭이 없다. 이에 「정업부(淨業賦)」를 지어 말할 뿐이다.

사람이 타고난 천성을 보건대
오묘한 기운 싸고서 맑고 고요하다.
외물(外物)에 감하여 욕심 동하니
마음이 이끌려 허물을 이룬다.

허물은 늘 바깥의 먼지에서 나오고
얽매임은 눈앞의 대상에 말미암는다.
빈 골짜기에 울리는 메아리와도 같고
형체 따라 생기는 그림자와도 같다.
탐내는 마음 품어 그칠 줄 모르니
속마음 따라서 멋대로 달리고
눈은 색깔에 따라 바뀌고
눈길이 모양 따라 옮겨진다.

오색 빛깔의 누렇고 검은 것을 보고자
7보(寶)12)를 쥐고 펴면서 감상하는데
깊숙한 화려함을 드러내고
어여쁜 용모에 취한다.

잠잘 때나 깨어 있을 때나 버리지 못하고
밤낮으로 감상하느라 피곤한 줄도 모르니
꽃술 따다가 누룩 담듯이 하고
준마에 재갈 물리듯 한다.

밝은 태양이 하늘에 빛나듯이
세월 지나도 이지러지지 않는다.
귀가 소리 즐기는 것을 보니
이 또한 나는 새 둥지에 깃들듯 한다.

사죽(絲竹)의 악기를 가지고 노니니
번성한 것이 다섯 가지 소리로 모이고
주야를 이어서 끊어지지 않고
네 계절을 거쳐 이어진다.

어지러운 감정과 미혹된 생각이 있어도
귀를 태워서 마음을 연기로 감싸고
향기가 피어오르게 되면
코에 닿아 감각을 발하리라.
늦은 밤 그 내음 따르니
향기가 다함이 없고
난초 꽃 분 내음이 날아드는데
새의 두 날개와 같다.

갈증은 독이라도 마실 정도이고,
가시로 찌르는 듯이 추우니
세 치 혓바닥으로 맛을 알고
온갖 진구(塵垢)도 보존하지 못하네.

쓰고 짜고 신 것이
입에 달지 않은 것이 없으니
중생을 잡아먹어 학대하는 것이
달리거나 나는 데까지 이른다.

대낮도 부족하다고
긴 밤새우며 술 마시니
밝은 행실 거스르고 어지럽혀도
허물 깊은 줄 모른다.

몸뚱이 촉감 좋은 것
스스로 편안히 기뻐하고
예쁜 눈을 맑게 드러내고
애교 있게 미소짓네.

가는 허리 섬섬옥수에
가냘픈 몸매에 풍만한 살결
몸을 향기롭고 깨끗이 하니
촉감이 백옥처럼 보드랍네.

미친 마음에 미혹되어
뒤집힌 생각으로 스스로를 속이니
의식(意識)에 반연해서
혼란스러운 생각은 가없구나.

착한 생각은 품지도 못하니
모두가 죄악만 일으키는 올가미이네.
이러한 6진(塵)은
모두 같이 선도(善道)를 방해한다.

자주색이 붉은색 빼앗는 일13)
바람에 풀잎 눕듯이 하고
미혹만 싸안고 태어나
그와 함께 늙어간다.

무명을 쫓아 따르자니
번뇌 아닌 것 없는데
화택(火宅)을 윤회하면서
고해(苦海)로 빠져든다.

긴긴밤 집착[執固]에만 매여서
끝내 고칠 수가 없으니,
둔괘(屯卦)와 비괘(否卦)14)가 연잇고
재앙이 번갈아 잇따른다.

안으로 잘못된 믿음만 품고
밖으로는 잘못된 귀신만 섬기니
헛되게 다니다 목숨만 잃고
실다움 내치다 횡액으로 죽는다.

허망하게 살면서도 천우신조로
커다란 복 받으니
앞바퀴는 굴대가 부러지고
뒷 수레는 길에서 전복되네.

재앙이 국가에 미쳐서
몸은 망치고 사직(社稷)은 끊어지니
처음부터 스스로 반성하여
자기를 문책하지 못한다.

황천(皇天)은 특별히 가까이하는 사람 없이
착한 이만 도우니15)
밖으로는 눈앞의 대상을 맑게 하고
안으로는 마음의 때를 깨끗이 하네.

물듦도 취함도
애착도 노여움도 없어져서
옥처럼 윤택하고
대나무처럼 고르다.

부용꽃 연못에 피듯이 하며
난초가 새봄에 피어나듯 하니
진흙도 그 바탕 더럽히지 못하고
어둠도 그 참다움 가리지 못한다.

안개가 모여 구슬같이 흐르고
빛나는 바람 불어와 향기 퍼지니
선업(善業)을 쌓으며 세월 보내고
행동을 밝히는 것이 날로 새롭다.

늘 유덕한 사람과 함께 살아가고
늘 도있는 사람과 이웃이 되니
청정한 업에 따른 좋은 결과를 보면
불살생(不殺生)이 원인이 되네.

악욕(惡慾)을 여의고 스스로를 닦으니
정신에 아무런 장애 없고
환루(患累)가 없어지니
업장 또한 깨끗하다.

오랫동안 물을 맑히고
거울을 새로 닦은 것 같아서
밖으로는 만상을 비추고
안으로는 온갖 병통을 살핀다.

객진(客塵)의 번뇌 없애고
자성(自性)을 돌이키니
3도(途)를 길이 벗어나고
8난(難)을 영원히 소멸한다.

지선(至善)을 닦아 머물러서16)
선행에 티가 없으니
청정한 하나의 도리에
다른 갈래가 없어라.
오직 철인만이
흉금을 펼쳐 보일지니
돌을 물에 던지듯이
마음에 거슬림 없구나.

마음 정갈하기가 얼음같이 맑고
뜻은 고결하기가 백설같이 흰데
누업(累業)에 매인 것 제거하고 나니
근심과 두려움 함께 없어진다.

애착을 길이 벗어나고
생사를 돌아다보며 이별하며
지금 빼어난 이 적음을 보고
후세의 뛰어난 아이를 상상한다.

형옥(荊玉:荊山의 박옥)을 품어 쪼개지 않고
신령한 기틀 그 몸에 숨기며
성행(聖行)을 닦아서 그치지 않으니
진실한 선을 쌓음이 무궁하구나.

영겁에 아름다운 이름 드러내고
만대에 시원한 교화를 퍼뜨릴진대
어찌 강자를 누른다고 용기 있다 하리오
도가 뛰어나야 영웅이 된다네.
033_0637_a_07L少愛山水有懷丘壑身羈俗羅不獲遂志舛獨往之行乖任縱之心因爾登庸以從王事屬時多故世路屯蹇有事戎旅略無寧歲上政昏虐下豎奸亂君子道消小人道長御力應勅梅虫兒茹法珍兪靈韻豐勇之如是等多輩誌公所謂亂戴頭者也誌公者是沙門寶誌形服不定示見無方于時群小疑其神異乃羈之華林外公亦怒而言曰亂戴頭亂戴頭執權軸人出號令威福自由生殺在忠良被屠䤋之害功臣受無辜之服色齊同分頭各驅皆稱帝主云尊極用其詭詐疑亂衆心出入盤無忘昏曉屛除京邑不脫日夜纊者絕氣道傍子不遑哭臨月者行產路側母不及抱百姓懍懍如崩厥長沙宣武王有大功於國禮報無報酷害奄及至於弟姪亦罹其禍復遣桓神與杜伯符等六七輕使至雍州就諸軍師欲見謀害衆心不與故事無成後遣劉山陽灼然見取壯士貙虎器甲精銳君親無校便欲束身待戮此之撗暴出自群小畏壓溺三不弔況復奸豎乎若默然就死天下笑俄而山陽至荊州爲蕭穎冑所執卽遣馬驛傳道至雍州乃赫然大建牙豎旗四方同心如響應聲齊永元二年正月發自襄陽義勇如舳艫翳漢竟陵太守曹宗馬軍主殷昌等各領騎步夾岸迎候波浪逆流亦四十里至朕所乘舫乃止有雙白魚跳入䑽前義等孟津事符冥應雲動天行雷震風馳郢城剋定江州降款姑孰甲冑望風退散新亭李居士稽首歸降獨夫旣除蒼生蘇息便欲歸志園林任情草澤下逼民心畏天命事不獲已遂膺大寶如臨深如履薄冰猶欲避位以俟能者其遜讓必復魚潰非直身死名辱負累幽顯乃作詩曰日夜常思惟環亦已窮終之或得離離之必不終負扆臨朝冕旒四海昧旦乾乾夕惕若厲朽索御六馬方此非譬世論者以朕方之湯武然朕不得以比湯武湯武亦不得以比朕湯武是聖人是凡人此不得以比湯武但湯武君臣義未絕而有南巢白旗之事朕君臣義已絕然後掃定獨夫爲天下除以是二途故不得相比朕布衣之唯知禮義不知信向烹宰衆生接賓客隨物肉食不識菜味及至南富有天下遠方珍羞貢獻相繼內異食莫不必至方丈滿前百味盈乃方食輟筯對案流泣恨不得以及溫淸朝夕供養何心獨甘此膳爾蔬食不噉魚肉雖自內行不使外至於禮宴群臣肴膳按常菜食未體過黃羸朝中班班始有知者孔彦穎等屢勸解素乃是忠至達朕心朕又自念有天下本非宿志杜恕有云刳心擲地數片肉耳所賴明達君子亮其本心誰知我不貪天唯當行人所不能行者令天下有以知我心復斷房室不與嬪侍同屋而處四十餘年矣于時四體小惡上省師劉澄之姚菩提疾候所以劉澄之云澄之知是飮食過所致答劉澄之云我是布衣甘肥恣口劉澄之官昔日食那得及今日食姚菩提含笑搖頭云唯菩提知官房室過多所以致爾于時久不食魚肉亦斷房以其智非和緩術無扁華默然不不復詰問猶令爲治劉澄之處酒姚菩提處丸服之病逾增甚以其無所知故不復服因爾有疾常自爲方不服醫藥亦四十餘年矣本非精進旣不食衆生無復殺害障旣不御內無復欲惡障除此二障意識稍明外經書讀便解悟從是以來始知歸禮云人生而靜天之性也感物而動性之欲也有動則心垢有靜則心外動旣止內心亦明始自覺悟累無所由生也乃作淨業賦云爾觀人生之天性抱妙氣而淸靜感外物以動欲心攀緣而成眚過恒發於外塵累必由於前境若空谷之應聲似遊形之有影懷貪心而不厭縱內意而自騁目隨色而變易眼逐貌而轉移觀五色之玄黃翫七寶之陸離著華麗之窈窕耽冶容之逶迤在寢興而不捨亦日夜而忘疲如英媒之在摘若駿馬之帶羈類白日之麗天乃歷年之不虧觀耳識之愛聲亦如飛鳥之歸林旣流連於絲竹亦繁會於五音經昏明而不絕歷四時而相尋或亂情而惑慮亦惂耳而堙心至如香氣馞起觸鼻發識晼晩追隨氤氳無極蘭麝夾飛如鳥二翼若渴飮毒如寒披棘舌之了味衆塵無有苦鹹酸莫不甘口噉食衆生虐及飛唯日不足長夜飮酒悖亂明行罔慮幽咎身之受觸以自安怡美目淸陽巧笑蛾眉細腰纖手弱骨豐肌身芳潔觸體如脂狂心迷惑倒想自至如意識攀緣亂念無邊靡懷善皆起惡筌如是六塵同障善道紫奪朱如風靡草抱惑而生與之偕隨逐無明莫非煩惱輪迴火宅沈溺苦海長夜執固終不能改屯否相隨災異互起內懷邪信外縱淫祀虛枉命蹠實撗死妄生神祐以招福前輪折軸後車覆軌殃國禍家亡身絕祀初不內訟責躬反己皇天無親唯與善人外淸眼境內淨心塵染不取不愛不瞋如玉有潤如竹有如芙蓉之在池若芳蘭之生春泥不能污其體重昏不能覆其眞露集而珠流光風動而生芬爲善多而歲積明行動而日新常與德而相恒與道而爲鄰見淨業之愛果不殺而爲因離欲惡而自修故無障於精神患累已除障㝵亦淨如夂澄如新磨鏡外照多象內見衆病除客塵反還自性三途長乖八難永上善旣修行善無缺淸淨一道有異轍唯有哲人乃能披襟如石投莫逆於心心淸冷其若冰志皎潔其如雪在纏累其旣除懷憂畏其亦滅與恩愛而長違顧生死而永別覽當今之逸少想後來之英童懷荊玉而未剖藏神器而在躬修聖行其不已信善積而無窮永劫揚其羙名萬代流於淸風豈伏强而稱勇乃道勝而爲雄

2) 효사부(孝思賦)[태상경(太常卿) 유지린(劉之遴)의 주석이 있으나 분량이 많아 싣지 않는다] 양 고조(高祖)
033_0639_a_04L孝思賦 梁高祖太常卿劉之遴注文多不載
033_0639_b_02L생각은 마음 따라 생겨나고 마음은 생각을 계기로 일어난다. 만물은 서로 감응하여 그렇게 된다. 매번 『효자전(孝子傳)』을 읽어 보는데, 미처 한 권을 다 마치지도 못하고 비탄의 마음에 눈물만 흘리며, 어릴 적에 어머니 여의어 안으로 의지할 곳을 잃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뛰놀면서 할머니 곁에서 자라났는데, 나이가 차서 약관(弱冠)이 되자 바로 아버지 여의어 의지할 곳을 잃었다.
형만(荊蠻)의 관직에 매여 아침저녁으로 봉양도 못해드렸고, 물 건너는 먼 길에 편지조차 못 냈으니, 다니는 길마다 떠나가신 아버지 편안케 해드리지 못한 일이 눈에 선하여 낮에는 식음을 철폐하고 밤에는 눈을 감지 못했다. 마음이 어지러워서 몸조차 가누지 못할 정도라, 반열(班列)의 직분도 마다하고 고향 길에 올랐다.
저 시절에 제(齊)나라 수군(隨郡)의 왕자(王者) 융(隆)이 섬서(陝西)를 진무(鎭撫)하라 기별 보냈기에, 하룻밤을 겨우 묵고서 다음날 아침 나룻터에서 이별하였다. 마음이 초조하여 군령(軍令)조차 제대로 받들지 못했는데, 조각배를 멈추고서 고향 길 별빛만 쳐다보곤 하였다.
한밤중에 파도를 무릅써 편안히 머물 틈도 없이 험한 뱃길을 저어 갔으나, 정릉(定陵)에 이르러 배가 파손되었다. 이 무렵 집안의 손님이었던 주중련(周仲連)이 마침 작두술주(鵲頭戌主)의 소임을 보았기에 급히 배 한척을 빌려 파도를 헤치며 나아갔는데, 갖은 고생을 다하고서야 간신히 제나라에 닿았다.
어그러진 일이 그칠 때에는 되돌릴 수 없었기 때문에 마음이 찢어지고 간장이 끊어지는지라, 바로 산소로 가서 삼년상을 살고자 하여 큰형에게 애원해도 홀로 가는 일을 허락지 않았다.
다시 북문(北門)에 오랑캐가 창궐하자, 조정에서 선군(先君)을 보내어 백성을 보살피도록 하였다. 그러나 생각은 옛일에 있는지라 예전의 부곡(部曲)이 무려 수천이나 되었다. 이에 무경종(武慶宗) 등의 장령(將領)이 남아 방비케 하였는데, 저 이가 진수(鎭守)하는 때에 바로 교지(敎旨)가 내렸다. 수춘(壽春)17)을 막게 하여 왕사(王事)에 어긋남이 없게 하고자 하였으나, 사양함을 피할 수 없었다.
자사(刺史) 최혜경(崔慧景)18)이 반역하려는 뜻을 품고서 병역에서 도망친 이들을 불러 모으자, 간악한 무리가 많이들 모여들었다. 마침내 몹시 흉악한 자들이 운집하게 되었는데, 심지어 팽분(彭盆)과 한원손(韓元孫) 등과 같은 자들도 셀 수 없이 많았다. 이에 군대를 출동시켜 길을 따라 신속하게 기습하여 회비(淮淝)까지 이르자, 마침내 흉도들이 놀라서 겁을 먹고 뿔뿔이 흩어졌다.
대군주(臺軍主) 서현경(徐玄慶)과 방백옥(房伯玉) 등이 습격하여 최혜경(崔慧景)을 구속하면서 포위하자, 마침내 반란이 그치게 되었다. 그해 제명(齊明)19)이 재상을 맡았는데 논의를 정하지 못하였다. 비밀리에 소장을 올려 최혜경을 징계할 것을 주장하였는데, 전갈을 보내어[折簡]20) 석방하여 돌아가게 한다면 반드시 거부하지 않을 것이므로 사신을 보내어 그 마음을 안심시키자고 하였다.
간특한 무리를 색출하여 연수(沿水) 인근이 편안해졌는데, 순삭(旬朔)이 지나서 최혜경이 진수(鎭守)를 거두자, 바로 갑옷을 벗고 경사로 귀환하였다. 이처럼 군무에 종사하느라 쉬지를 못하였는데, 마침내 수(數)가 백육(百六)21)으로 모일 때 운뢰(雲雷)가 모여 혼란을 없애고 반정(反政)을 일으키자, 사해를 모두 복종시켰다.
자로(子路)가 공자를 보고 “양친을 모시는 때에 늘 나물밥만을 먹으면서도 어버이를 위해서는 백 리 바깥이라도 쌀을 져다 드렸습니다. 어버이가 안 계시게 되자, 남쪽으로 초나라를 다니며 백 승(乘)의 수레에 곡식을 만종(萬鍾)이나 쌓아 놓고서, 자리 깔고 솥을 늘어놓고 밥을 먹는데, 차라리 나물밥을 먹으면서 어버이를 위해 쌀을 져드리고 싶으나 이제는 그럴 수가 없습니다”22)라고 말하였는데, 짐이 매번 이 같은 말에 감격하였으니, 부모가 계시건 안 계시건 부모의 은혜를 어떻게 갚을 수 있겠는가?
그 자애로움이 바다와 같으나, 효도는 물 한 방울 보태는 것에 불과하다. 오늘날 천하의 주인이 되고서도 봉양하지 못하니, 비유하면 흉년 든 해에 7보가 있더라도, 굶주려도 먹지를 못하고 추워도 입지를 못하는 것과 같으니, 길이 추모하며 통곡할지라도 어찌 슬픔을 달래겠는가?
이에 종산(鍾山) 기슭에 대애경사(大愛敬寺)를 짓고, 청계(靑溪) 기슭에 대지도사(大智度寺)를 이룩하여 망극(罔極)한 정을 표하고자 한다.
추모하는 마음을 지극히 하더라도 육아(蓼莪)23)슬픔을 달랠 길 없다. 이에 다시 궁내에 지경전(至敬殿)을 이룩하되, 목수의 기예를 다하고 세속의 기이함을 다하니, 수석 사이로 물이 흐르게 하고 향목과 향초를 심을지나, 국사에 매여서 조석으로 시중들지 못하고 오직 삭망(朔望)에 손수 제사 지낼 뿐이다.
비록 다시 진수성찬을 차려 올리더라도 실로 우러러볼 바가 없기에, 속만 태우는 것이 불에 덴 듯이 하고 불에 지진 듯하므로, 애끓는 마음이 일에서 말로 드러나니 그 모시는 일을 말로써 다하고자 이에 효사부(孝思賦)를 지어 이렇게 읊는다.

네 계절 기운의 변화에 감응하여
만물이 이루어지는 것을 보고
하늘의 조화를 받아 성명을 달리하고
땅의 덕을 품수 받아 모두 번성한다.

사마귀[蟭螟]24)는 모기를 먹고 사는데
봉황은 북명(北溟)25)에 깃들어 사는지라
저 지각을 가진 것들은 달리 드러나고
색신(色身)이 같아도 모양이 틀리다.

만물의 종류가 많다 하여도
사람만이 그 중에 영장(靈長)이 되어
짐승이나 새와 달리 예의를 알고
말 또한 앵무와 서로 틀리다.

세월이 빠르게 지나는 것[過隙]26)을 생각하니
무심히 흐르는 냇물만 보고 비탄에 젖네.27)
맨발로 서리를 밟는 게 처연하고
수곡(燧穀)28)을 품고서 눈물 흘린다.

이 슬픔 덮어서 버리지 못하니
그리워하지 않는 날이 없으며
중유(仲由)가 고어(枯魚)를 그리며 사모하듯 하는데
구오(丘吾)29)는 바람 부는 나뭇가지 애달피 여기네.

한 번 태어났다가 삶을 버린다고 해도
양친 봉양을 어찌 기약할 수 있겠는가?
생각은 마음에서 생기고 마음은 생각으로 일어나니
마음의 근원 이끌어 끝없이 흐른다.

그리워하는 마음 그치지 않아서
근심만 싸안고 생을 마치니
함휼(銜恤)에서 몰치(沒齒)까지
늘 한가하게 살면서 모실 것만 생각하였노라.

어루만지고 안아주던 일 생각마다 마음 상하니
산봉우리[岵] 높이 올라도 우러르지 못하는데30)
헛되이 민둥산 올라 무엇을 기리리.
눈물만 쏟아져 앞을 가린다.

더운 피가 솟구쳐 옷을 적시고
땅의 이치를 보고 스스로를 탓하니
성품이 없어져 이승을 달리하는 게 두려워
태극을 우러러 장탄식한다.

푸른 하늘에 간절히 슬픔 알려서
황천(皇天)의 감응이 있다손 하여도
넓고 넓은 은혜 어찌 갚으리
새벽 위궐(魏闕:궁문 밖에 법규를 걸어 놓던 장소)에 사지가 부스러진다.

밤마다 애간장이 찢어지는데
마음에 마음을 이어나가
그리움에 그리움을 더하여도 끝이 없어서
새벽녘 외로이 앉아 있어도 근심만 쌓인다.

저녁나절 홀로 있어도 서성이니
기(氣)가 끊어져 슬픔만 북받치고
그리움만 쌓여 미칠 지경이니
세시에 따뜻한 기운이 발하고 봄날이 양기를 싣는다.

가지마다 꽃망울 흐드러지고 풀냄새 싱그러워도
즐거운 때를 맞아도 기쁜 것 없이 허전하니
눈길 가는 대로 모두 서글픔뿐이며
주명(朱明)31)이 절기를 알리고 백일(白日)이 아침을 비춘다.

맛난 열매 맺으며 시원한 그늘 드리우나
답답한 가슴 속 기쁜 줄도 모르고
마음만 끝없이 얽히니
푸르른 갈대[蒹葭]32) 잎에 내린 이슬이 서리되네.

찬바람은 옷깃 사이로 스며들고
매서운 바람에 옷깃만 나부끼는데
이 마음 절박하게 헤매니
마음을 잡지 못하고 외로이 슬퍼한다.

찬 얼음 맺혀지고 서릿발 끊어지듯이
푸른 잎 변하여 낙엽지는데 산등성이 흰 눈만 쌓여 간다.
기러기 길 떠나며 구슬피 우는데
삭풍의 바람소리 매섭기만 하여라.

눈길 가는 일마다 가슴 찢어지니
마음의 감흥마저 끊어졌구나.
한순간도 편안치 못하니
사시사철 탄식뿐이라.

세월은 무심히 흘러 돌아오지 않고
가는 세월은 번개처럼 순간이라네.
옛적 자애로운 얼굴 그리워하여
애통해도 다시 뵙지 못하리.
길러 주신 은혜를 애통하게도 갚지 못하니
보답코자 하여도 도리 없어
슬픔과 한스러움 함께 일지니
피눈물만 흩뿌린다.

참새는 봄철의 연못에 노닐고
기러기는 늦가을 하늘을 날며
오고 가는 때마다 절기를 맞추고
지저귀며 날면서도 음양을 가린다.

나는 어이해 이렇지 못한가.
2기(氣)를 잘못 베풀었으니
늘 허물만 기르며 윤회하면서
낮밤을 거쳐도 잊지 못한다.

붉은 꽃 보고나자 어느덧 녹음이 우거지고
흰 꽃 보았는데 어느덧 꽃잎 지는구나.
성정(性情)이 흔들려 뒤집어지니
생각을 골몰할수록 아득해진다.

명학(鳴鶴) 소리 듣자니 영혼이 끊어지고
외로운 메추리 소리에 마음은 사색(死色)인데
하늘이 다하도록 통곡하여도 믿을 곳 없고
세상 다하도록 울부짖어도 의지할 곳 없네.

휴도왕(休屠王)의 태자 일제(日磾)를 보아도33)
부처님 가르침에 어찌 미치겠는가?
감천궁(甘泉宮)에 탱화 모시고서
날마다 절하며 눈물 흘린다.
마음이 울적하여 편안치 않은데
방 안에 모시고 위안 삼으나
하라(何羅)의 난리를 일으키니
몸가짐을 다져서 거문고마저 버렸다.

왕이니 신하니 하는 명칭 넘어서서
그 정성에 상응할 만한 자 없으리라.
곳곳마다 몸소 다니시며
다른 것에 의지하여 권능을 가진 것을 본다.

그 몸은 비록 죽었어도 이름 남기셨으니
부처님이시야 충효를 온전히 하셨네.
정란(丁蘭)34)이 어떤 이인가 궁금한데
그 집안 하내(河內)의 야왕(野王)이었다.

당시 무상(舞象)35)이 바야흐로 미쳤는데
어린아이가 되자 부모가 돌아가시니
목모(木母)를 새겨 봉양하면서
아침저녁으로 시중들었다.

유진(劉鎭)은 봉양할 여가 없어서
늘 멀리서 급급해 하면서도 힘이 닿지 못하네.
이 절개 영령을 감동시키니
예천(醴泉)이 조하(竈下:부뚜막 아래)에서 솟구치리라.

장사(長沙)의 임수(臨水)와 상수(湘水)를 돌아보건대
고초(古初)36)의 도가 시작된 곳이니
아비가 죽어도 장례를 치르지 않았는데
마침내 화재가 발생하게 되었다.

관에 엎드려 길게 곡을 하자
비가 폭우처럼 내려 불이 꺼졌다.
하기(何琦)37) 또한 그렇게 하였으니
사당을 지어 놓고 온전히 모셨네.

왕상(王祥)38)은 노란 참새 휘장 속으로 들어가고
외통(隗通)39)에게는 횡석(橫石)이 땅 속에서 솟구쳐 드러났네.
성언(盛彦)40)이 어미의 눈을 뜨게 하고
형거(邢渠)가 아비의 이를 다시 나게 했었다.41)

이와 같이 많기도 한 것을 보자니
실로 적어 두기도 어렵구나.
신령한 뱀이 구슬 물고 덕을 갚으며42)
까마귀 거둬 먹이며 부모 은혜 갚았다.

미천한 짐승도 오히려 이럴진대
3재(才)에 자리한 아름다운 사람은 어떻겠는가.
근본을 다스려 3대(大)43)로 돌리니
생민(生民)이 5효(孝)44)를 다한다.

천지를 바로 하여 그 덕을 담으니
천하를 가로질러도 꺾이지 않고
이 같은 도리 밟아서 행하지 않으니
공문(孔門)의 가르침 무슨 소용 있으리.
033_0639_a_05L想緣情生情緣想起物類相感故其然也每讀孝子傳未嘗不終軸輟書悲恨拊心嗚咽年未髫齔內失所恃餘喘跉跰嬭媼相長齒過弱冠外失所怙限職荊蠻致闕晨昏江途遼夐家無指信髣髴行路先君體有不安晝則輟食夜則廢寢方寸煩亂容身無所便投列解職以遵歸路于時隨郡王子隆鎭撫陜西頻煩信命停一夕明當早出江津送別心慮迫不獲承命止得小舩望星就路冒風浪不遑寧處途次定陵舩又損于時門賓周仲連爲鵲頭戍主得一舸奔波兼行屢經危險僅而獲及至戾止已無逮及五內屠裂心破碎便欲歸身山下畢志墳陵兄哀愍未許獨行續有北門狡虜寇朝庭以先君遺愛結民咸思在昔故舊部曲猶有數千武慶宗將領留彼鎭時便有旨使扞壽春王事靡辭不獲免刺史崔慧景志懷翻覆遠招逋逃多聚奸俠大猾兇醜莫不雲集至如彭盆韓元孫等不可稱數倍道電邁奄至淮淝凶徒疑駭相引離散臺軍主徐玄慶房伯玉等欲襲取慧景乃固禁之方得止息是歲齊作相疑論未決密馳表疏勸徵慧折簡而召必不違拒卽重遣還安其心奸渠旣出沿邊無虞旬朔之慧景反鎭卽便解甲以歸京師爾驅馳不獲停息數鍾百六時會雲撥亂反政遂膺四海念子路見於孔丘曰由事二親之時常食藜藿之爲親負米百里之外親歿之後遊於楚從車百乘積粟萬鍾累茵而列鼎而食願食藜藿之食爲親負不可復得每感斯言雖存若亡母之恩云何可報慈如河海孝若涓今日爲天下主而不及供養譬猶荒年而有七寶飢不可食寒不可衣永慕長號何解悲思乃於鍾山下大愛敬寺於靑溪側造大智度寺表罔極之情達追遠之心不能遣蓼莪之哀復於宮內起至敬殿竭工匠之盡世俗之奇水石周流芳樹雜沓限以國事亦復不能得朝夕侍食有朔望親奉饋奠雖復得薦珍羞無所瞻仰內心崩潰如焚如灼情切於中事形於言乃作孝思賦云爾感四氣之變易見萬物之化成受天和而異命稟地德而齊榮察蟭螟於蚊眉觀蜫鵬於北溟俱含識而異見同有色而殊形雖萬類之衆多獨在人而最靈禮義別於飛走言語異於鸚猩念過隙之倏忽悲逝川之不停踐霜露而悽愴懷燧穀而涕零掩此哀而不去亦靡日而弗思仲由念枯魚而永慕丘吾感風樹而長悲雖一至而捨生奉二親而何期思因情生情因思起導情源以流澍引思心而無已旣懷憂以終身亦銜恤而沒齒常閑居以永念獨柎膺而自傷徒升岵而靡瞻空陟屺其何望涕縱撗以交流血沸涌而沾裳覽地義以自咎懼滅性之乖方仰太極以長懷乃告哀於昊蒼冀皇天之有感何報施之茫茫曉百碎於魏闕夜萬斷於中腸心與心而相續思與思而未央晨孤坐而縈結夕獨處而迴遑氣塞哀其似噎念積心其若狂至如獻歲發暉春日載陽木散百花草列衆芳對樂時而無歡乃觸目而感傷朱明啓節白日朝臨木低甘果樹接淸陰不娛悅於懷抱但罔極而纏心蒹葭蒼蒼白露爲霜涼氣入衣凄風動裳心無迴而自切情不觸而獨傷若乃寒冰已結寒條已折林飛黃落山積白雪旅鴈鳴而哀哀朔風鼓而颲颲目觸事而破碎心隨感而斷絕無一息而緩念與四時而長切年揮忽而莫反時瞬睒其如電想慈顏之在昔哀不可而重見痛生育之靡答顧報復而無片悲與恨其俱興涕雜血其如霰燕靑春而差池鴻素秋而翺翔去來候於節物飛鳴應於陰陽何在我而不爾與二氣而乖張常茹酷而輪迴歷日夜而不忘旣視丹而成綠亦見白而爲黃擾性情以翻覆汨神慮而迷荒想鳴鶴而魂斷聽孤雛而心死慟終天而無怙號畢世而靡恃觀休屠之日磾豈教義之所及見甘泉之畫像每下拜而垂泣忽心動而不安遽入侍於帝室値何羅之作難乃撿之以投瑟超王臣之稱首冠誠勇而無疋士行己之多方見石他之有權身雖死而名揚乃忠孝而兩全顧丁蘭其何人家河內之野王時舞象而方及始成童而親亡刻木母以供事常朝夕而在傍劉鎭就養而不暇遠汲而力寡苦節感於幽靈醴泉生於竈下顧長沙之臨湘有古初之道時父歿而未葬遇鄰火之卒起伏棺而長號雨暴至而火死又何琦其亦然獨柩屋而全止至如王祥黃雀入帳隗通撗石特起盛彦之開母邢渠之生父齒覽斯事而衆多難得而具紀靈蛇銜珠以酬德慈烏反哺以報親在蟲鳥其尚爾況三才之令人治本歸於三大生民窮於五置天地而德盈撗四海而不撓斯道而不行吁孔門其何教

3) 유칠산사부(遊七山寺賦) 양 선제(宣帝)
033_0640_b_24L遊七山寺賦 梁宣帝
033_0640_c_02L아득히 드넓은 산천이여
드높은 하늘과 고요한 기운이여
길마다 시원하게 트여 있으며
땅이 그윽하니 솟구쳐 올랐구나.

기수(浙水)의 왼쪽으로 꺼져 있으니
참으로 우내(寓內)의 승지(勝地)이어라.
첩첩이 솟구친 산봉우리 연이었는데
그저 배회하는 듯하면서 융기하였다.

올라가 바라보는 흥취를 다하였는데
정겹게도 나란히 에워싸고 있구나.
네 마리 용 고삐 물고 방주를 끄는 듯하고
만 마리 말 늘어서고 천 개의 노 휘젓는 듯하다.
모두 동남쪽의 절경이니
하후씨(夏禹氏) 혈거(穴居)45)의 옥경(玉磬)이라.
차지(差地)에 모여들어 서로 이웃하니
거리마다 인마가 끊겼고 길마다 끌채가 모자랐다.

주(周)나라 문장(文章)을 모두 살피면서
흥겨움을 다하여 노닐지라.
숲 한 쪽 비켜난 거룻배 가벼이 기수(沂水) 오르니
진왕(秦王)의 옛 도읍터 돌아본다.

월지(越池)의 옛길도 지나치고서
도산(塗山)이 비스듬히 에워싼 산세를 바라보며
남호(南湖)로 나아가 기슭에 오르니
천태(天台)의 화령(華嶺)을 이었구나.

약야(若耶)46)를 끌어다 범수(汎水) 보태니
출렁이는 큰물 보게 될지라
저 산봉우리 한 번 치켜보고서
이에 낙림(樂林)을 지나 남쪽 기슭 타노라.

법화봉(法華峯) 올라 서쪽 바라보고
골짜기 구비진 물길 굽어보니
장계(長溪)가 첩첩이 굽이졌는데
물은 거울같이 맑고 맑구나.

물 밑에는 흙탕조차 없으며
산길이 험한 봉우리에 가로막히니
사다리 타듯 길 올라야 하는데
등나무를 붙잡고 칡넝쿨 휘어잡는다.

일행끼리 서로 손잡아 끌어주면서
굽이굽이 돌아나가
마령(馬嶺)의 높고 낮은 구릉을 타넘었으니
구름이 깔려서 아스라하다.

서늘한 바람이 스산하게 불어오는데
홍천을 띠처럼 바라보고
큰 바다 옥같이 바라다보니
옥색 비단을 이 땅에서 잡는다.

제후(諸侯)를 모아 인사하듯 하고
소하(疏河)의 무성한 가지를 생각하며
대골(大骨)의 아득함 돌이켜보니
이 산악에 그 아름다움 전해진다.

맹려(氓黎)에게 유범(遺範)을 내렸던
이에 옛 현자의 오랜 자취 더듬어 본다.
고상한 유풍(遺風)이 아름다울지니
풀숲에 발자국 잠기도록 걸어도 본다.

우거진 잡초는 헤칠수록 더욱 깊은데
명산(名山)은 우뚝하니 솟구쳐 있구나.
깎아지른 골짜기는 아득하니 비어 있는데
봄철의 산색은 벽옥 같구나.

가을 녘 맑은 연못은 하늘처럼 파란데
그 빛깔 서로 이어져 연결되었다.
수레 자취 파묻혀 끝도 없으니
실로 빼어난 인재가 머물 곳이다.

대붕(大鵬)이 모여 기리던 곳이라
높은 산자락에 사찰 세우고
언덕에 도궁(都宮) 이루니
돌아볼수록 더욱 신령스럽기만 하구나.

선성(仙聖)이 교통하던 곳으로
바위자락 비바람에 안개 서리고
나뭇가지에 낙수 떨어져 싹 틔우니
좋은 화초가 앞뒤로 피어 있다.

동서로는 고운 꽃이 자라는데
붉은 산문(山門)이 선명히 드러나며
영롱하게 빛나는 대웅전 바라보고
대림(大林)의 정사가 늘어 서 있다.

중각(重閣)의 강당이 연이어 서 있어
참으로 고상한 선찰(禪刹)일지라.
널직한 화방(華房)이려니
굽이진 냇물을 끼고 방을 만든다.

산모롱이에 담장 세웠는데
저녁 구름에 노을은 창가에 피어오르고
아침 햇살은 추녀 끝에 비치니
참으로 굽이진 곳마다 수려할지라.

수려한 경관 덮어도 빛나니
맑은 종소리 은은하게 흐르고
경쇠 소리가 쟁쟁하게 울리며
배치가 세밀하여 가릴 것 없이 화려하다.
맑은 물결이 사방을 에워싸고 여울져 흐르고
비스듬한 궐문에 계단이 높다란데
물레방아가 금곡(金谷)에 맞닿았고
솟을 누각은 건장(建章)에 흡사하구나.

많은 대중 날마다 머무르며 현인도 성인도 있나니
뜻을 두타(頭陀)에 두고
고된 수행에 마음 열중하고
선잠을 다투며 경을 배운다.

모두 일찍 일어나 경건하고
고(苦)가 공하다는 빠른 흐름을 알며
조음(朝陰)의 신속함도 애석해 하니
토굴에 깊이 묻혀 3학(學)에 통하였다.

숲 속에 숨어서 정도(正道) 닦을지니
소신공양으로 공을 이루거나
몸을 버리고 멸진정(滅盡定)47)에 들어가니
명향(名香)의 향기 짙기만 하다.

석장을 날려 서로 비추고
때로는 주미를 던져 고상하게도 말하며
때로는 한가하게 있으면서 앉아서 들으니
선방 대중이 칠통(漆桶)을 의심한다.

지혜로운 출가 선비 드리운 거울과 같고
석가불의 가르침 일어나 꽃을 피우니
법륜은 나날이 흥성해지고
절이 산속에 깃들이어 이룩됐는데.
산이름 따서 칠산(七山)이라 부르고
상서로운 구름 밀려들어
빼어난 선비가 배출되었으니
유계의 용검(龍劍)48)을 생산한다.

녹궤(鹿机)의 여술(餘術)에 노닐면서
봉황도 마다 않고 거두어들이니
정풍(鄭風)도 도리어 수그러지며
맑은 시냇물 졸졸 흐른다.

떨어지는 물줄기 넘쳐흐르는데
기묘한 나무들 무성하게 우거져 있다.
진귀한 열매와 꽃들이 한둘이 아니니
산해(山海)에 석류나무 한 쌍 심는다.

단로(丹盧:丹橘과 盧橘)의 귤나무 한 쌍도 곁들이어 심으며
매화의 흰빛은 서리 맞은 듯한데
누른 감은 해처럼 빛나네.
햇살 따가운 여름에 꽃피고 매서운 겨울에 열매 맺으리.

산속에 본래 보배 많을지고
땅 속에 옥돌이 서려 있다네.
금옥(金玉)은 양(陽)을 낳고
옥석[玞石]은 음(陰)을 낳는다.

신명의 흙[神簣]49)을 보태어 홀로 서 있고
신선이 눌러 앉아 홀로 임하니
누가 한 해의 풍년과 흉년을 알겠는가?
현백(玄白)을 보아하면 모두 참되다.

돌에다 영덕(羸德)을 새겨놓으며
도상을 펼쳐 우(禹)임금의 마음 깨달으니
수백 장 낭떠러지 천 길도 넘는데
드높은 산세가 아득하다.

펼쳐진 산자락 험하기도 하고
나무는 죽죽 벋어 있고 절벽은 깎아지른 듯한데
솟구쳐 흐르는 샘물 깊기만 하며
우러러볼수록 더욱더 가리워지고, 굽어볼수록 깊기만 하네.

끝없이 묘연한지라
가없이 아득하다네.
먼 산이 드문드문 솟아 있는데
가까이 우뚝한 나무들은 서로 연이었네.

큰 바위 떨어질 듯 매달려 있고
봉우리는 용한(龍漢)에 매여 있으며
연이어서[蟬聯]50) 해를 가리는 것 바라보니
볼수록 황홀하게 하늘에 이어져 있네.

거룻배 같은 괴이하게 생긴 돌은
떨어져 내리는 폭포의 물과 같다.
절벽을 만날 때마다 안개 서리니
돌과 맞닿아 연기처럼 피어난다.

울쑥불쑥 그늘지는데
치솟은 산등성이 수풀만 무성하니
멀리로는 강해(江海)와 맞닿아 있고
가까이로는 마을의 밭과 닿아 있다.

고을을 돌아보니 옆으로 저잣거리도 보이고
신주(神州)의 진령(鎭嶺)에 걸맞으니
실로 천하의 이름난 물이며
봉래산에서 성인의 자취와 같이 노닌다.

무축(巫岫)은 신선으로 드러내고
형양(衡陽)51)은 하공(夏貢)에 소문이 났으며
숭악(嵩岳)52)이 주편(周篇)에 귀중하니
어떤 산이 이보다 아름답다 하겠는가.

다시 신정(神井)에 기묘함을 드러내는데
만 년이 지나도록 맑게 흐르되
길어내어도 마르지 않고
더해도 가득 차지 않는다.

자주 퍼내어도 흐려지지 않고
손으로 휘저어도 결국은 맑아지네.
한겨울 추위에도 따뜻하고
무더위 올 적에도 시원하다.

성도(成都)의 비화(飛火)53)와도 다를지니
참으로 소륵(疎勒)54)의 드러난 정성이려니
예천(醴泉)의 깨끗함을 구하는 병[蠲疾]55)과도 필적하며
치수(淄水)의 감형(鑒形)56)과도 같을지라.

고담 도사(孤潭道士)와 초리 부인(焦里夫人)57) 여기 사는데
외따로 도를 음미하면서 친구와 손님의 왕래를 끊었다.
하루종일 선하(仙霞)를 마시며 천 년간 정좌(靜坐)하였는데
길에는 다닌 자취 없어서 가시가 자랐다.

부지런히 도를 향하며
소탈하게 속진을 잊었는데
소요하며 노래하기도 하고
팔베개 하고 길게 읊조리기도 한다.

동생(董生)이 내린 비결58)과 같이하고
양자(梁子)의 명잠(明箴)59)을 배우며
송교(松喬)60)와 벗이 되고
엄위(嚴衛)61)와 지기가 된다.

숲 속은 울창하여 날짐승이 깃드는데
원숭이는 손을 잡고 내려와 물을 마신다.
새떼가 날아올라 떼 지어 나는데
고니는 모여들어 함께 있구나.

흰 소리개 흰 깃털 윤기 흐르니
상모(霜毛)를 펼칠 적마다 빛이 나고
흰 깃촉 울릴 적마다 펄럭거린다.
기이한 짐승과 맹수 있다.

기슭에 드러누워 쉬는데
호랑이는 어질어서 해치지 않고
곰은 나무 뒤에 숨어서 새끼 낳으며
큰 코끼리 몇 장이나 나가고 큰 뱀은 몇 발이나 된다.

고라니와 사슴도 다가오고 산토끼조차 낯익어 하고
거문고 소리 나던 팽조(彭鏗)62) 때와 같은 신선 사는 곳일진대
해조(海鳥)의 지기(知機)와는 유다른데
약초가 자라나 늙은 말의 병을 풀어 준다.

땅에는 장령(長齡)이 돋아나 무덤마다 선종한 이뿐이다.
남산의 계곡과도 같고 우물 속에 감춰둔 보배와 같을세라.63)
마중 나온 유씨(劉氏)네 다섯 노인
상산(商山)의 4호(晧)64)와 무엇이 다르리.

우슬(牛膝)65)ㆍ계장(雞脹)ㆍ작두(雀頭)ㆍ연초(燕草)66)ㆍ감국(甘菊)ㆍ신이(辛夷)67)ㆍ고삼(苦參)ㆍ산조(酸棗)68)ㆍ자원(紫苑)ㆍ적전(赤箭)69)ㆍ황정(黃精)70)ㆍ백호(白豪)71)ㆍ천문(天門)ㆍ지골(地骨)ㆍ육지(肉芝)ㆍ석뇌(石腦)는 신농씨(神農氏)가 맛보고 『선경(仙經)』을 지은 것이라.

백토(白兎)를 먹으면 신령에 통하고
녹피(鹿皮)를 먹으면 도를 통한다네.
열매에는 목과(木瓜)ㆍ목조(木棗)ㆍ
양도(楊桃)ㆍ양매(楊梅)가 있다.

주귤(朱橘)은 겨울철에 열매 여는데
황복(黃示葍)은 가을에 결실 맺는다.
차리(楂梨)도 큼직하고 고염도 튼실하니
지구(枳椇)가 줄지어 자라나 덤불 이뤘다.

낫으로 풀을 쳐내며 다니는데
능금은 부초(浮草)의 열매 같고
감당(甘棠)은 제대(帝臺)72)와도 같은데
홍매(紅苺)ㆍ앵도(蘡薁)ㆍ차리(車李)ㆍ호퇴(胡頹)가 있다.

녹탐(綠探)은 겨울철에 먹고
자우(紫芋)는 가을에 맺어지는데
반하(半夏)가 밭을 이루니
봄이 되면 한꺼번에 피어난다.

비파(枇杷)ㆍ이두(梨豆)ㆍ추율(椎栗)ㆍ겸해(兼該)가
혹은 주렁주렁 열려 붉게 익어가고
산뜻한 푸른빛을 띠기도 하니
세찬 바람에 더욱 고와지고

된서리 내려도 꺾이지 않고
오동나무가 무성한 데다
긴 대나무마저 어울려 있고
조전(蓧箭)은 피어난 모습 어지럽다.

계수는 품종이 다른 듯하다.
추녀와 싸리문에 그림자 어릴 때
집안을 둘러싸고 울창하게 자라나니
나뭇잎 그늘이 옹달샘에 어린다.

깊은 골짜기 뿌리가 엉켰는데
영목(靈木)이 저절로 자라나고
길조(吉鳥)가 찾아와 깃들이니
실로 감탄할 만치 좋은 곳이다.

마음이 열리고 눈도 떠지니
구월의 가을이 되면 백화가 시들어 가는데
기운은 서늘하더라도 힘이 넘치고
바람이 쌀쌀하더라도 생기에 차다.

가을 녘 매미는 남쪽 등성이 찾아 드는데
겨울새는 북쪽 뜰에서 노래하고
저 멀리서 귀뚜라미 울음소리 애절하게 들리며
외로운 짐승은 피리 불듯이 운다.

겨울의 기러기 밤마다 옹옹거리고
조계는 구슬피 지저귀지만
일민(逸民)의 한가로움만 더하여
떠도는 나그네의 묵은 정을 깨운다.

모두 홀로 가려는 뜻을 품는데
탁영(濯纓)73)에 마음을 두니
달관한 사람을 여기에서 만나서
가히 마음을 펴고 노닐 만하다.

효선(孝先)74)은 떠나가 참다움 이루고
경서(慶緖)75)는 경을 가지고 세속을 떠나니
괴석(怪石)을 베개 삼고
창랑(滄浪)에 발을 씻는다.

예전의 현지가 이러했고
선유(先儒)의 고학(高學)도 이러했으리라.
내가 예전부터 마음속에 기대하던 것은
늘 아득한 길 그렸다.

논둑을 거닐면서
이름난 산에 살리라.
나라의 큰 은혜 생각하고
독왕(獨往)의 갈 길 늦춘다.

비녀를 뽑으려다
멈추곤 하였는데
한가로이 이 산 경개를
노랫가락에 싣노라.
033_0640_c_02L此山川之寥廓時天高而氣靜路閑曠而淸華地幽拪而特挺窮浙左之摽絕極宇中之勝境承興序而陟涉聊盤桓而騰騁盡登臨之雅致悅諠囂之蹔屛因茲連鏕結駟竝㦥方舟萬騎齊列千楫爭浮皆東南之俊異竝禹穴之琳球差池集侶容與攜儔巷無服馬路寡遺輈窮周章而歷覽盡娛翫而遨遊爾乃傍林撗出輕舠上泝歷秦王之舊陌緣越池之昔路望塗山而斜繞逕南湖而迴渡連天台之華嶺引若耶之長注乍泛瀁而瞻望或淩峯而一顧於是歷樂林而南上升法華而望西有磕磕之奔㵎復亹亹之長溪旣皎潔而如鏡且見底而無泥途嶮峭而巉絕路登陟而如梯旣攀藤而挽葛亦資伴而相提窮羊腸之詰屈極馬嶺之高低霧昏昏而漫漫風䫻䫻而淒淒瞻洪川其如帶望巨海其如珪執玉帛於茲地會諸侯而計稽想疏河之茂葉憶大骨之惛迷傳盛美於斯嶽播遺範於氓黎旣迺闞往賢之舊迹美高尚之餘風踐逵草之蕪沒撥蓁芿之彌蒙名嶽峨而峙立峻谷杳而虛沖春林縹而皆碧秋沼淨其如空旣連緜而相接兼隱軫而無窮信英奇之攸止實翔集之所崇傍高巒而建剎亦帶壟而成宮神靈更其肸蠁仙聖互其交通巖雰霏而起霧樹布濩而抽叢嘉卉生其前後善草植其西東瞻朱扉之赫弈望寶殿之玲瓏擬大林之精舍等重閣之講堂旣爽塏之禪宇亦顯敞之華房跨曲㵎而爲室繞紆岊而脩牆夕雲生於窗牖朝日照於簷梁諒隙曲而成麗蓋照景而生光流淸梵之婉轉響捊磬之鏘鏘搆造精密華麗無方淸流四繞吐溜悠長邐迤闈閣峻絕階隍水碓侔於金谷飛樓似於建章其徒衆則乍遊乍處或賢或聖竝有志於頭陁俱勤心於苦行競假寐而誦習咸夙興而虔敬識苦空之迅流惜朝陰之奔競潛深窟而學通隱閑蕪而修正或燒體而爲功或灰身而入定薰名香之氛氳咸飛錫而相映或振麈而高談或閑居而坐聽禪衆疑於漆木智士同於懸鏡旣釋教之興華乃法輪之宣盛寺旣憑山而搆造山亦因寺而有七蓋雲瑞之所臻亦奇士之所出產龍劍之遺溪遊鹿杋之餘術謝鳳來而容與鄭風反而簫瑟旣淸㵎之漣漪亦飛流之涌溢奇樹蓊而成林珍果榮而非一植山海之雙榴種丹盧之兩橘梅花皎而似霜黃甘朏其如日或曄曄而夏開也離離而冬實山多寶玩地出瓊珍金玉生其陽玞石出其陰神𥸡嵒嵒而獨立仙的皎皎而孤臨孰知歲之豐儉睹玄白而皆諶刻石記於嬴德披圖悟於禹心懸崖百刃擢幹千尋岧嶢兮闊達𡻱峗兮嶔崟樹脩聳而巖峻泉流激而水深仰瞻增其隱隱側眺睹其沈沈眇然兮無際邈爾兮無邊遠山崔嵬而閒近樹巃嵷而相牽巖將頹而未墮峯入漢而猶懸望蟬聯而蔽日視敞怳而連天有石帆之異狀擬瀑布之飛泉實逢巖而聚霧乃觸石而成煙旣嵯峨而蔭映亦嶢屼而仟緜旣遠控於江海兼近接於村田反闞城邑傍眺市鄽稱神州之鎭嶺實天下之名川至若蓬萊遊於聖迹巫岫表於神仙衡陽聞於夏貢嵩嶽重於周篇曾何比麗詎此同姸復有摽奇神井萬載澄渟汲之不竭添之不盈雖頻撓而不濁徒屢攪而終淸涉隆冬而溫燠經歊暑而泠泠異成都之飛火寧疏勒之表誠匹醴泉之蠲疾同淄水之鑑形亦有孤潭道士焦里夫人獨居味道寂絕朋賓飡霞永日靜坐千春衢無行迹路產荊榛旣勤劬而向道亦蕭灑而忘塵或逍遙而諷詠或擁膝而長吟同董生之垂讖學梁子之明箴將松喬而共侶與嚴衛而相親其林藪彌密羽族爭歸猿連臂而下飮鳥比翼而群飛鴻鵠集而相白鷴皛而生輝拂霜毛之弈弈素翮之霏霏兼有奇禽猛獸偃息溪虎懷仁而不害熊隱木而生肥象數刃雄蛇十圍麈鹿易附狎兔俱同彭鏗之仙室異海鳥之知機卉叢生消痾駐老地出長齡墟多壽似南山之溪谷匹井中之埋寶劉五耆何殊四皓復有牛膝鷄腸燕草甘菊辛夷苦參酸棗紫菀黃精白藁天門地骨肉芝石腦農是嘗仙經是造白兔服而通靈鹿皮餌而得道其果則有木瓜木棗楊梅朱橘冬茂黃𦿁秋開楂梨竝壯柹柰爭瑰枳椇列植而爲藪懸鉤觸草而俳佪林檎侔於萍實甘棠擬於帝臺紅莓蘡薁車李胡頹綠探冬紫芋秋來半夏成圃春就群栽梨豆椎栗兼該或炫炫之丹實靡靡之靑荄禦疾風而彌豔中嚴霜而不摧旣蓊鬱之梧桐亦檀欒之脩篠箭亂其形類筋桂異其品族檐牖而交加繞房廊而郁毓抽葉陰於淸泉結根攢於幽谷靈木之所自瑞鳥之所拪宿實散賞之佳地開心而醒目至如涼秋九月百卉飄氣凄凄而恒勁風颯颯而常生蟬哂於南壟塞鳥吟於北庭蟋蟀哀嘶而遠聞孤𤟤叫嘯以騰聲寒鴈邕邕而夜響鵾雞啁哳而悲鳴增逸民之放曠動遊士之滯情咸有志於獨往俱拪心於濯纓信達人之良會蓋可申其遊矚故孝先往而成眞慶緖經而離俗憑怪石而爲枕因滄浪而洗蓋往賢之所同亦先儒之高學宿昔之心期常有懷於遐邈屢俳佪於浪桂頻留連於名嶽念家國之隆緩獨往之遺躅欲抽簪而未從寄美於斯曲

4) 숙산사부(宿山寺賦) 양 왕석(王錫)76)
033_0642_b_11L宿山寺賦 梁王錫
033_0642_c_02L
좋은 수레 살찐 말
말년에 와서 노니니
도로 들어가는 경계는 멀고도 밝으니
커다란 나무 그늘에서 한시름 놓는다.

산사가 자리한 터는
실로 널찍하고도 드높기만 한데
층층으로 조각한 누각이 이어지고
거미줄 마냥 얽혀 있다.

벽공을 처마에 올려놓고서
모서리마다 기둥이 받치고 있다.
날아갈 듯이 우뚝하게 층을 이루고
올라가는 걸음 용마루로 향하고 우람하기만 하다.

지붕이 중천에 올랐다 내렸다 하니
지나가는 구름도 타오른다.
경내 집들은 깊숙하고도 텅 비었는데
계단마다 정적이 서려 있다.

범종의 묘한 소리 울려 퍼지면
밝혀진 연등마다 그림자 지는데
창문을 활짝 열면 가지 끝에 손이 닿아
산자락은 위로 솟구친다.

맑은 달빛을 머금고
아득히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 담으니
눈부시도록 밝기만 하고
주변도 환히 내다보인다.

벌판도 끝없이 펼쳐져 있고
연이은 산봉우리도 끝이 없다.
산자락에 서리는 안개 헤아려 보고
바위자락 자리잡은 나무 쳐다보고 있다.

커다란 나무 기세도 늠름하고
안개가 멀리 허공을 맴도는데
마음도 따라서 벌판을 넘겨 보니
마음을 새장 속에서 벗어낸다.

밤이 길고 기니 언제나 기약하려나
서리 내려 잎새 지는데
흩날리는 낙엽은 반딧불 같고
구야(九野)의 청학 소리도 영롱하다.

샘물에 세수하고 싱그러운 팥배나무에 깃들이고
골짜기에 난초꽃 흐드러지는데
번뇌도 어느덧 사그라지니
홀로 떠나서 멋대로 다니다.

나무 아래에 쉬기 쉬우니
어찌 만물이 간섭할 수 있으리.
얇은 이불보에 잠을 청하며
별빛을 베개 삼아도 편하기만 하다.
033_0642_b_12L脂車秣駟薄暮來遊入界道而遼朗息祇樹而淹留惟基搆之所處實顯敞而高居延曾軒之迢遞屬廣廡之踟躕差繡栭而反宇列緹柱而承隅爾乃陟飛階於峻岐登步櫩於絕頂旣中天而昇降亦攀雲而遊騁宇陰陰而恬曠階肅肅而虛靜朗華鍾之妙音曜光燈之淸影其房則開窗木浮柱山叢引含光之澄月納自遠之輕風因明兮目極憑迥兮望通原兮無際連山兮不窮識生煙於岫眄列樹於巖中樹凌危而秀色出遠而浮空情超遙於原野心放曠於簾籠夜悠悠而何其露穰穰而漸翫一葉之流螢聆九野之鳴鶴泉兮籍芳杜入谷兮佩滋蘭靜嘯兮疏煩想獨往兮恣遊盤信一枝之易豈萬物之能干就薄帷而安寢高枕而星闌

5) 녹원부(鹿苑賦)77) 위(魏) 고윤(高允)78)
033_0642_c_08L鹿菀賦 高允
033_0643_a_02L
삭토(朔土:북방)에 큰 기틀 다시 열어 내니
헌원(軒轅)의 후예79)가 아니런가.
굳세기가 하늘을 이어 임금 되시고
빛나기가 대명(大明)을 이어 세상 다스린다.

신령한 금액(金液)으로 씻어서 흘려 보내고
어진 바람[仁風] 부쳐서 멀리 보낸다.
희문(姬文)80)을 이어서 원림(苑林) 세우니
산택(山澤)을 싸안고 개창하였다.

군물(群物)을 길러서 충실히 하고
사민(四民)의 세금을 감면해 주니
우리 황제가 대통(大統) 이어서81)
천종(天縱)의 밝은 지혜 내었다.

녹원(鹿園)을 돌이켜 지금에 두고
3전(轉)82)의 높은 이치 부흥시키니
그윽한 이치 떨쳐서 영구히 하고
천 년을 넘어 의지한 것이 있다.

장인(匠人) 고르고 공장(工匠) 뽑아서
서쪽 봉우리83) 깎아 내렸으니
온갖 성의를 다하여
거룩하신 모습을 새겨 넣었다.

참으로 참모습과 흡사한지라
금색신(金色身)이 밝게 빛나는데
깎아지른 절벽에다 운대(雲臺) 지으니
백심(百尋)의 깊이로 솟구쳐 있구나.

기둥 세우고 서까래 이었으니
천정에도 단청을 그려 넣었다.
만형(萬形)을 그리고
상감(象嵌)을 넣어 길이 빛나게 하였다.

가만히 기원(祇洹)을 응시하여 보듯이 하나
누가 저 도량의 길로 돌아갈 것인가?
아! 신묘한 공으로 이룩한 것이
종고시대(終古時代)를 뛰어넘어 우뚝하도다.

참으로 신령마저 찬탄하니
잘 기려서 길상(吉象)을 보하리라.
선굴(仙窟)을 파서 선방 만들고
계단을 파서 통하게 하였다.

높은 추녀에 맑은 기운 서리게 하고
향 내음을 왕실까지 이르게 한다.
나무마다 무성하게 꽃을 피우고
예천(醴泉)이 샘솟듯 흘러넘친다.

용궁에 기우제 지내고
필성(畢星)84)에서 기름 취하니
구도의 질서와 같이 업을 닦는 것이 곧고
공덕을 그리고 풍화를 품고서 갈 길을 재촉한다.

응진(應眞)85)의 금계(禁戒) 굳게 지켜서
3장(藏)의 보전(寶典) 음미하면서
숲 속을 산보하면서 경행(經行)86)하거나
가부좌 결하여 편안히 좌선하노라.

온갖 선업(善業)이 모여서 함께 이르러
5난(難)을 막아 함께 내치니
도는 숨길수록 더욱 드러나고
이름은 비방할수록 더욱 커진다.

저 황제가 여기로 행차하여
매번 꽃동산에서 마음 다스리니
여민동락(與民同樂)이 여기서 넓혀지고
터를 닦아서 이궁(離宮)을 짓는다.

높은 누각에 의지하여 편히 머물며
평지를 일궈서 동산 만드니
어질고 슬기로움을 욕심없이 품고서
산수를 돌아보며 눈을 크게 뜬다.

숲 속을 거닐며 생각에 잠기며
새매의 사냥도 그만두고
늙은이 보살펴 덕을 넓히니
생생(生生)이 이로써 복을 늘린다.

은혜가 안으로 충만하고
금성(金聲)을 밖으로 발하니
공을 온 천하에 이루고
선행은 스스로 자랑하지 않는다.

어진 이 찾아가 도를 묻고
추요(蒭蕘:꼴꾼과 나무꾼)에게 물어서 고쳐 나가며
영사(靈寺)에 공경 다하여
아침저녁으로 예불 올린다.
깨끗한 계율을 받들어 하루를 마치고
여섯 때[六時]87) 정진하느라 해가 저문다.
정성이 이처럼 지극할진대
9겁(劫)도 단숨에 지나치리라.

성왕(聖王)의 원대한 도략(圖略)에 바탕을 두니
어찌 성명(聖明)한 교화 펴지 못하겠는가.
저녁 노을 드물게 피어오르는데
정생(頂生)88)의 높은 경지 흠모할지라.

진구(塵垢) 여의고 세속에 임하였노라.
현문(玄門)의 그윽한 곳으로 나아가며
태자[儲宮]89)에게 보위를 양위하실 제
태상(太上)의 존호 얻었다.

자리에 있건 없건 군유(群有) 다스리며
고요함 잡고서 번잡함 누른다.
천규(天規)를 지금 다시 볼지니
옛 철인이 남긴 가르침 따른다.

2건(乾)의 중복된 음덕을 깨닫고
살펴봄은 명리(明離)와 더불어 밝을지니
아래로 백성을 편안히 구제하며
위로는 7묘(廟)에 영광 더한다.

만국도 하나같이 풍화에 순응할진대
군생을 거두어 길을 가리킨다.
남면(南面)하여 무위하고 있으니
마음을 영원히 신묘함에 둔다.

도화(道化)는 본시 고대하기 어려운데
다행히 이 몸으로 법을 만났으니
부상(扶桑)이 처음 열리는 것을 만나
긴 밤에 서광 비추듯 한다.

나이 들수록90)
마음만 상하는데
욕됨을 무릅쓰고라도 두려워하면서
마음속 성의를 펼쳐 보이니
비루한 말을 드러내어 이같이 지었다.
033_0642_c_09L啓重基於朔土系軒轅之洪裔武承天以作主熙大明以御世灑靈液以滂流扇仁風以遐被踵姬文而築菀苞山澤以開制殖群物以充務蠲四民之常稅曁我皇之繼統誕天縱之明睿追鹿野之在昔興三轉之高義振幽宗於已永曠千載而有寄於是命匠選工刊茲西嶺注誠端思仰摸神影庶眞容之髣髴燿金暉之煥炳卽靈崖以搆宇疏百尋而直上絙飛梁於浮柱列荷華於綺井圖之以萬綴之以淸永若祇洹之瞪對孰道場之塗迥嗟神功之所建超終古而秀出寔靈祇之恊贊故存貞而保吉鑿仙窟以居禪闢重階以通述澄淸氣於高軒佇流芳於王室茂華樹以芬敷涌醴泉之洋溢祈龍宮以降雨侔膏液於星畢若乃硏道之倫行業貞簡慕德懷風杖策來踐守應眞之重禁味三藏之淵典或步林以經行或寂坐而端宴會衆善以竝臻排五難而俱遣道欲隱而彌彰名欲毀而逾顯伊皇輿之所幸每垂心於華囿樂在茲之閑敞作離宮以營築因爽塏以崇居抗平原之高陸恬仁智之所懷眷山水以肆目玩藻林以遊思絕鷹犬之馳逐眷耆年以廣德縱生生以延福惠愛內隆金聲外發功濟普天善不自伐尚諮賢以問道詢芻蕘以補闕盡敬恭於靈寺遵晦望而致謁奉淸戒以畢日兼六時而宵月何精誠之至到良九劫之可越咨聖王之遠圖豈循常以明教希縉雲之上升羡頂生之高蹈思離塵以邁俗涉玄門之幽奧禪儲宮以正位受大上之尊號旣存亡而御有亦執靜以鎭躁睹天規於今日尋先哲之遺誥悟二乾之重蔭審明離之竝炤下寧濟於兆民上剋光於七廟一萬國以從風摠群生而爲導正南面以無爲永措心於沖妙夫道化之難期幸微躬之遭遇逢扶桑之初開遘長夜之始曙顧衰年以懷傷惟負忝以危懼敢布心以陳誠效鄙言以自著

6) 대승부(大乘賦)와 서문 위(魏) 이옹(李顒)
033_0643_b_07L大乘賦幷序 李顒
033_0643_c_02L대승(大乘)이란 여래의 도량이다. 그래서 연각(緣覺)과 성문(聲聞)을 소승(小乘)이라 이르니, 법의 수레가 두루 굴러가는 것을 이르는 것으로, 마치 수레나 거룻배를 타고서야 멀리 가는 것과 같다.
합포(合抱)의 성전(聖殿)은 호리 끝에서 일어나고 9층의 보탑은 땅 위에서 지어진다. 미약한 것에서 장대해지니, 신묘한 이치는 현상으로 있지 않는 것에 달려 있으며, 거친 자취는 무가 아닌 것에 말미암는다.
있는 것을 들어서 없음을 바란다면 없음이 없는 것으로 통하게 되고, 없음도 잊어야 있음을 거느리게 되니, 바로 있음을 있게 하여야 형통하게 된다. 없음도 없게 해서 통하게 되면, 타는 것이 적어진다. 있음을 있게 하는 것으로 형통하게 되면, 타는 것이 커진다.
복덕을 거두어 회통하는 데는 법신(法身)보다 나은 것이 없으며, 일체지(一切知)를 펴는 데는 여래보다 귀한 것이 없다.
그러므로 신품(神禀)을 신령스럽게 비추어 3달(達)의 권도(權道)를 관찰하되, 사유를 깊고도 널리 해서 4지(持)의 문으로 들어가야만 색(色)이 공(空)하므로 임하여도 어그러지지 않고 일어남과 없어짐도 끝이 없으며, 처음과 끝이 한계가 없음을 깨닫고서 우주의 가운데에 처하며, 마음으로 2상(象)의 바깥을 싸안게 된다.
눈으로는 겨자씨보다 작은 것도 살펴보고, 식으로는 수미산보다 큰 것도 가리게 되는데, 참으로 그윽하고도 깊은지라 근원을 실로 헤아리지 못하므로, 한탄하는 것도 부족하여 한탄만 하면서 이렇게 사부를 짓는다.

대승의 거룩한 수레 타고서
법고(法鼓)의 우레 소리 크게 울리며
5개(蓋)의 의심을 없애니
미묘법 맛보며 기뻐하노라.

충만한 각의(覺意) 바다 같을새
반야(般若)의 깊은 이치 연출될지니
8정도의 평탄한 도량을 고루하면서
총지(總持)의 원림에서 노닌다.

선정의 삼매에 깃들어
5음(陰)의 색(色)과 상(想) 없애니
저라(抵羅)91)의 화살 잡고서
여의(如意)의 거문고 연주하노라.92)

온갖 그물을 찢어내고
탐하는 더러움을 끊고 음란함을 끊으니,
맺어진 것도 잠깐 사이 한낱 물거품 같고,
어찌 교태로운 바람에 발을 적시리.

명행(明行)을 이루어 선서(善逝)하리라.
공덕을 쌓아서 지금에 이르렀으니
살운(薩雲)이 공(空)의 뜻을 수렴하였고
10력(力)93)을 운용하여 마군을 꺾었다.

지관(止觀)의 광명 열어 내니
사특한 생각에 잠겨 읊조리는 것을 해소하노라.
계율의 담장 쳐서 가로막으니
그림자와 메아리 찾기 힘든 것과 같네.
033_0643_b_08L大乘者蓋如來之道場也故緣覺聞謂之小乘言法駕之通馳如舟車之致遠也夫合抱興於豪末九層作於壘土從淺以高大理妙在於不有迹麤由乎不無擧有以希無則無無以暢忘無以統有則有有以通無無以暢則乘斯小矣有有以通則乘斯大矣夫摠福祐之會者莫尚於法身宣一切之知者莫貴乎如來故神稟靈照以觀三達之㩲思周深妙以入四持之門知色之空任而不敗起滅無崖終始無際寄於宇宙之中而心苞乎二象之外目察於芥子之細識鑑乎須彌之大美哉淵乎其源固不量也嗟嘆不足遂作賦曰建大乘之靈駕兮震法鼓之雷音行蓋之欲疑兮飡微妙以悅心滿覺意之如海兮演波若之淵深平八道之坦場兮遊摠持之菀林定禪思於三昧兮滅色想於五陰執抵羅之引弓兮操如意之喩琴破衆網之將裂剗貪垢而絕淫如泡沫之暫結兮焉巧風之足欽成明行而善逝兮功勳以迄今收薩云之空義兮運十力而魔禽開止觀之光焰兮消邪見之沈吟閉必固之垣牆兮同影響之難尋

7) 상현부(詳玄賦) 석혜명(釋慧命)
033_0643_c_12L詳玄賦 仙城山釋慧命
033_0644_a_02L
한결같은 실상(實相)의 그윽함이여
만상(萬相)의 번잡함 한탄하노라.
진도(眞道)와 세속이 다를지나 한바탕이듯
범부와 성인은 나뉘어도 도는 하나이다.

스승의 가르침 이어받고
경전에서 나오는 향기에 의지하여
비루한 소견을 다하고
대방(大方)의 크신 말씀 청한다.

어떻게 군류(群類)와 얽혀서 살아갈 건가
드넓은 법계(法界)에 머물리라.
성품은 그윽할수록 깨달음 밝아지고
이치는 적멸할수록 더욱 빛나네.
공(空)도 아니고 유(有)도 아니니
있는 듯 없는 듯하여라.
자씨보살(慈氏菩薩)에게 비밀장(秘密藏) 전하셨는데
그윽한 즐거움 백양(伯陽)94)에게서 탄식한다.

고요한 허공은 극진함을 이루고,
그물 드리워 만유(萬有) 거두나
일에 임하여 미혹되기 쉽지만
가까이 가도 알기 힘드네.

말로써 드러낼 것이 아니니
어찌 감정과 지혜로 헤아릴 수 있겠는가?
입으로는 말하고자 해도 할 말을 잃으니
인연 따른 마음으로 생각을 쉬네.

비록 일음(一音)95)으로 두루 고하고
법륜을 세 번 굴려 미묘한 힘을 다하셨으니
고요한 문에서 8정도(正道)에 머물지 않은 적이 없으며
무욕의 경지에서 사변을 그치게 한다.

그 끝을 찾아보면
광활하여 끝이 없고
아득하여 다함없으며
근원을 거슬러도 시초가 없고
지극히 하여도 끝도 없다.
미혹을 풀어내어야 일이관지(一以貫之)하리라.

염(染)과 정(淨)이 여기에서 모두 녹아
공과 유를 아울러도 적막할진대
우주를 싸고서 두루 같다.
쓰임새를 논해 보면
하나이면서 여럿 되고
고요하면서도 어지러울 수 있다.

만류가 다른 형태를 뽑아내고
군정(群情)의 달리 봄[別觀]을 이루네.
5주(住)96)의 뿌리 맺으며
10전(纏)의 결박 이루니

밝고 어두움 따라 막히고 통하며
알고 모르는 대로 모이고 흩어진다.
4류(流)가 이로써 떠돌게 되고
6도(道)가 이로써 장구하리라.

3현(賢)과 10성(聖)97)이 이어서 애달파 하고
2지(智)와 5안(眼)98)이 빛을 드리운다.
오르고 내림에 다 같이 구덩이로 빠져드니
따르고 거스름에 갈래가 나뉘는데

바탕에 그름도 없고 옳음도 없으며
쓰임새 모양도 없고 함도 없다.
순금은 귀고리에 막히지 않고
깊은 못은 작은 물보라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아름다운 이름 써야 하나
복잡한 것이 어지럽게 일어난다.
매사가 천 갈래 만 갈래이고
이치는 천 개의 수레도 한 갈래이다.

연기로부터 무애의 경지를 살펴보니
사물의 본성에서 생각하기 실로 어렵다.
보전(寶殿)의 구슬 장막 같으며
요대(瑤臺)의 현경(懸鏡) 같은지라.

서로 다르면서 서로 침투해 있고
빨강과 자주로 나뉘어서도 서로를 비춘다.
마음 경계에 일정한 법이 없으니
사람이 어찌 범부와 성인이 다르겠는가.

물상(物象)은 나와 남에 막힘이 없고
매사에 옳고 그름 가리지 않는다.
크고 작음이 다를 게 무엇인가
서로 섞이면서도 스스로를 유지한다.

인허(隣虛)99)는 대천세계를 담고
찰나는 3세(世)를 포함한다.
이 도리를 믿지 못함이 걱정스러운데
제망(帝網)100)을 빌어서 의심을 없앤다.

대개 보안(普眼)101)으로 살필 수 있으니
미혹한 소견으로야 어찌 알겠는가.
9회(會)102)로 모인 현문(玄文) 바라보고
만성(萬聖)이 내린 준칙 본다.
상제(常啼)103)를 동쪽 저잣거리에서 돌아보고
남국의 선재(善財)104)를 부러워한다.
많은 성[多城]105)을 거치면서 깨달음을 이루고
온갖 스승 찾아가 미혹 떨친다.

처음엔 문수보살 말씀 받들고
끝내는 묘덕(妙德:문수)에게 근본을 돌리네.
형체를 나투어 법계 다니며
기원(祇園)106)에서 발을 떼지 않았네.

일왕(一王)의 학정107)과 비슷함을 탄식하니
번잡한 5열(熱)이 더욱 싫구나.
손을 모으고 화수(和修)의 집108)에 들어가
손가락 튀겨서 아일(阿逸)109)의 문을 열었다.

도리의 참된 말씀 받들고
상주하시는 성인의 거룩한 모습 엿보노라.
삼구(三九)110)는 여기에서 소리가 끊기고
이칠(二七)111)도 여기에서부터 혼이 망한다.

참으로 깊은 경계일진대
어찌 쉽게 상론할 수 있겠는가.
혼미한 함식(含識)이 가련한데
슬기 없는 군생(群生)이 불쌍하구나.

같거나 다른 네 가지 사견(邪見)112)을 가지고
단멸(斷滅)과 상주(常住)의 두 가지 계책을 일으킨다.
긴 잠에서 꿈속의 호랑이를 두려워하고
병든 눈에 어리는 아지랑이만 탐닉하노라.

매이고 묶인 것에 얽매여 풀지도 못했는데
물결에 내맡겨서 정처 없이 떠도네.
7각(覺)을 등지고 미혹으로 빠져들고
6욕(欲)에 물들어 막히기만 하는구나.

어떻게 이치는 통하면서도 뜻은 막히고
법은 옳은데 정은 그릇되는가.
시종도 없이 홀로 떠나가니
오랫동안 떠돌면서 돌아갈 줄 모른다.

가난한 집에 보물을 묻고113)
헤진 옷자락에 명주(明珠)를 숨긴다.
진여(眞如)를 싸안고도 알지 못하고,
만 가지 번뇌 매여서 한숨만 내쉰다.

내가 비록 말대에 태어났으나
미혹에 얽매여 명(命)만 재촉한다.
5부(部)114)에서 흐르는 빛에 의지하여
4의(依)115)의 가르침을 배웠다.

강원에 들어가 어리석음을 깨우치고
선림에 의탁하여 욕심 버리네.
원숭이 쇠사슬 채워 조용히 하고
뱀을 통에 넣어 굽은 것 펴도다.

넓은 바다는 계율의 거룻배로 건너고
깜깜한 밤을 지혜의 촛불로 밝힌다.
구구한 이론을 끊고 생각조차 봉했고
거짓된 감정에서 시비를 멈추었다.

깨달음에서 인연을 처음 모으고
사려를 무생에서 끝내 고요하게 하네.
참다운 근본의 실상 드러내고
세상살이 헛된 이름 통달한다.

도(道)는 처음 가는 길에서 남겨둠이 없고
어두움은 처음 밝아지는 것을 막지 않는다.
여섯 도적을 나란히 내몰고서
10악(惡)의 군대 평정하길 기대한다.

시 한 수 읊으니
먹구름 몰렸다가도 흩어진다.
마음의 탁수(濁水)는 언제나 맑아지려나
자성(自性)의 바다는 증감(增減)이 없으나
중천의 밝은 달은 차고 기우네.

토끼발이 짧은가 의심스럽고
기러기 터럭 가벼운지 걱정되는데
한 삼태기 흙 보태어 산이 될지니
곤륜산을 이룰 수 있기를 바라네.
033_0643_c_13L惟一實之淵曠嗟萬相之繁雜眞俗異而體同凡聖分而道合承師友之遺訓籍經論之垂芳罄塵庸之小識請興言於大方何群類之蠢蠢處法界之茫茫性窮幽而彌曉理至寂而逾彰旣非空而非有又若存而若亡談秘密於慈氏歎窅冥於伯陽湛一虛而致極摠萬有以爲綱雖卽事而易迷亦至近而難識非名言之所顯豈情智而能測口欲辯而詞喪心將緣而慮息故雖一音遍告之能三轉窮微之力莫不停八梵於寂泊之門輟四辯於恬惔之域尋其涯也豁乎無際眇乎無窮源乎無始極乎無終解惑以之齊貫染淨於此俱融該空有而閴寂括宇宙以通同論其用也一而能多靜而能亂挺萬類之殊形吐群情之別觀結五住之盤根起十纏之羈絆隨迷悟而通塞逐昏明而集散四流因之漂蕩六道以之悠漫三賢十聖曖以聯緜二智五眼曄而暉渙渾升沈而共壑派違順以分歧體無非而不是用無相而不爲若純金不隔於環釧等積水不憚於漣漪故令名用諠雜集起紛馳事若萬軫殊轍理則千輪共規觀無㝵於緣起信難思於物性猶寶殿之垂珠若瑤臺之懸鏡彼此異而相入紅紫分而交映法無定於心境人靡隔於凡聖物不滯於自他事莫擁於邪正何巨細之殊越遂參互而容持鄰虛含大千之界剎那摠三世之時懼斯言之少信借帝網以除疑蓋普眼而能矚豈惑識以知之覿#九會之玄文覽萬聖之貽則睠常啼於東市慕善財於南歷多城而進解訪衆師而遣惑承命於文殊終歸宗於妙德雖遊形於法界未動足於祇園歎一生之似嗟五熱之非昏握手入和修之舍彈指開阿逸之門聞理音之常韻極聖之恒存三九於茲絕聽二七自此亡魂斯甚深之境界亦何易而詳悼稟識之多迷慨群生之少慧一異之四邪起斷常之雙計怖夢虎於長眠翫空花於夂翳縈結纏而未任漂流而莫濟背七覺而逾昏六欲而方滯何理通而志隔旣法是而情非忽伶竮而獨往久逃逝而亡埋積寶於窮舍瘞明珠於弊衣一眞而不識縈萬惱以歔欷嗟余生於季俗惑己纏而命局籍五部之流蒙四依之睠錄陟講肆以開愚禪林而遣欲猴著鎖而停躁蛇入筒而改曲涉曠海以戒舟曉重幽以慧絕諍論於封想息是非於妄情斂緣於有覺終寂慮於無生顯眞宗之實相達世用之虛名道莫遺於始暗弗拒於初明擬六賊其方潰十軍之可平辭曰昏雲聚還散心河濁更淸性海無增減行月有虧盈兔足之致淺懼鴻毛之見輕爲山託於始簣庶崑崙之可成

8) 현포원강부(玄圃園講賦)116) 소자운(蕭子雲)117)
033_0644_c_06L玄圃園講賦 蕭子雲
033_0645_a_02L
천감(天監)의 열일곱 번째 햇수118)
공덕이 바야흐로 펼쳐지니
옥백(玉帛)에 윤기 흐르니
실로 창생하는 징조가 여기에 있구나.

위로는 하늘이 비치고
아래로 샘이 솟는데
구불구불한 기운을 토하니
해와 달 그림자 둥글기만 하구나.

거룩한 무덕(武德)이 용처럼 날아오르는데
천하를 실어서 한집안 이루네.
경수(景數:하늘의 운행)로부터 규범 이으려 생각하고
밝은 사직 오래도록 가꿔가리.

주(周)나라의 광휘를 거듭한다면
하나라의 영화를 되돌리는 것과 같다.
전대(前代)의 성좌가 빛을 드리우고
커다란 종[洪鍾]소리가 윤아(胤雅:皇胤 太子)에 퍼진다.

영복(永福)119)을 떠나 동조(東朝:東宮)로 나아가자마자
문물을 기초지우고 성명(聲明)을 밝히니
현장(玄章)을 그림으로 드러내고
물총새 깃으로 푸르른 갓끈을 화려하게 한다.

무늬 넣은 방울고리 걸치고
갈대 피리 불어서 숙정(蕭靜)케 한다.
그 빛을 내려 주니
아름다운 이름을 사방에 떨쳤다.

장막 치고 민심 살피며
학교 지어 백성 가르쳤다네.
성품과 천도(天道)는 고루한 데다
말씀마다 규범이 된다.

시사(詩史)에 박식하고 예역(禮易)에 능통할지니
이치는 낙수(洛水)에서 피어나며
문장은 청담(靑潭)에서 화려하고
예전의 7각지(覺支:7覺分)로 꽃을 토한다.

하늘과 사람보다 장구하고
대도가 서방에 펼쳐져 나날이 쓰여졌으나
정법이 동녘으로 흘러도 밝지 못하고
문왕에게 신명함을 주었다.

보주(寶珠)를 명양(明兩)120)에 의지하게 하였으니
이야기는 예전과 달랐으나 세상은 같았다.
천 년이나 메아리와 그림자로 남으니
정법(正法)의 우레 소리가 울려 퍼졌다.

상서로운 지혜 구름 처음 보이고
진여(眞如)의 자취를 이어 나가며
발휘된 공적 이루고
금물을 개어 옥첩(玉牒) 펴냈다.

증율(蒸栗:삶은 밤색깔)의 간독(簡牘)을 털어내며
암라(菴羅:菴摩勒)의 나뭇잎을 채취하고
영편(靈篇)을 석실(石室)121)
경협(經篋)을 남궁(南宮)122)에 모셨다.

이로써 일음이 끊이지 않았고
규범을 잇고 짧은 것을 쌓게 되었다.
지극한 사람이 도를 말하는 것은
반드시 산림의 광활함 같았다.

내원(奈園)은 행단(杏壇)123)과 함께 깊어지고
정명(淨名)은 소왕(素王:공자)과 함께 법도가 되며
맑은 물을 널리 흐르게 하는지라
현자의 융성함을 본받아 즐기게 하였다.

슬기로운 지혜로 그윽하게 장막 폈으니
‘현포원(玄圃菀)’을 고원하게 이야기하고
복락(福樂)을 펴고 대도(大道)를 베푸는 위에서
영포(靈圃)와 묘리를 살핀다.

금림(禁林)을 무성하게 길렀고
도를 실어 나르는 삼성(三星)124)의 기운을 받아
육요(六曜)의 이궁(離宮)에서 행도했으니
바닷물 연못에 대고 화산(華山)에 견주어 높이 지었다.

동산은 크고 작고 험하고 순한데
비탈길 가팔라서 여름에도 서리가 엉긴다.
아래로 냇물이 흘러서 다리 놓았는데
위로는 푸른 운기 붉은 노을 안개처럼 어린다.

꽃과 수풀에 등불과 옥돌에다
눈부신 옥조(玉藻)가 단적칠흑(丹赤漆黑)이라네.
사방에 꽃나무 심어 물 주어 기르고
계수나무 가을 단풍이 향기롭다.

골짜기 사람 모이고 복숭아 가지 벌레 깃들이네.
풀잎 나부끼며 신령한 열매가 늘어졌다.
장경(長卿)125)은 추위에 비취빛 내고
간자(簡子)126) 덩굴은 가을에 다홍색을 띤다.

구름이 절벽에 걸려 비를 토하니
가지가 나부끼며 바람소리 일어난다.
가운데 못가에 난초가 자라고
잔잔한 푸른 물은 급류 따라 흐른다.

깊은 물 속을 바라볼수록
우뚝 솟은 누각이 거꾸로 서 있고
조대(釣臺)는 물에 뜬 채로 찰랑거리는데
커다란 배에는 비취색 휘장을 펼친다.

조그만 쪽배에는 날개를 드리우고
새 중에 삼나무 닭[杉鷄]127)은 바탕이 화려하며
목객(木客)128)은 무늬가 빛나니
대승(戴勝)129)은 입에서 풀을 토한다.
척령(鶺鴒:할미새)은 향기를 쫓아다니고
옥색의 거북이와 자주색 자라,
해오라기와 원앙새는
날마다 바람 소리 새기며 물에서 어울린다.

숲에는 노랑연꽃과 마름 풀, 부용이 피어 가볍게 산들거린다.
낭떠러지에 큰 돌이 걸려 있는데
무너진 구덩이에 모래가 가득하고
물고기 뛰는 모양 눈에 선하다.

주름진 붉은 새우에다
도롱이의 끊어진 청사 흔들리고
물 위에 낭자하게 흐트러져 있다.
구리 거북은 물을 뿜어낸다.

돌고래에서 쏟아지는 물에 파도가 일고
금원(禁園)의 장대한 경치 장관인 것이
비야리(毘耶)성130)과 흡사한데
청궁(淸宮)의 널찍한 뜰에다 장막 펼친다.

등불은 빛나고 타는 나무는 빛을 깜박이고
여섯 자 섬광을 모아 풀숲에 비추니 아홉 빛깔 현란하며
아름답기는 쇠금이 모래에서 나듯 하고
찬란하기는 뭇 별이 하늘을 도는 것과 같다.

아침 햇살 빛날 때까지 밤새워 반짝이는데
뭉게구름이 밀려와 감긴다.
서원(西園)으로 수레 가볍게 몰아
제(齊)나라 궁은 북쪽 정원이라네.

위사(衛司)가 도열해 있고
스님들이 엄숙히 서 있다.
법고를 울려서 소리를 떨치면,
온갖 향내음 진동할지라.

백수(百獸)도 멀리서 우러러본다.
구층의 운거(雲車)와 네 마리 사슴의 지가(芝駕)에다
오나라 미희와 초나라 미녀가
호가(胡笳)와 연축(燕筑)에 장단 맞춰 노래하노라.

말 타고 축국(蹴鞠)하며 소양(少陽)131) 건너고
자주 빛 관복을 입은 고관에 현자는 녹을 받는데
흩어지는 꽃들이 바람에 날리며
숲 속에 청아한 소리가 울려 퍼진다.

등왕(燈王)132)이 귀의하여 자리 바치고
향적(香積:중향세계의 부처)이 찾아와 숙소(熟素) 올린다.
중성(衆聖)이 공법(空法)에 타듯 하려니
능인(能仁:석가불)의 모습 눈에 어린다.

솟구친 추녀 끝에 모습 선하여
법회를 베풀어 범부에게 설법하시는 듯하다.
높은 전각 엄숙하고도 장엄한지라
미언(微言)을 기뻐하며 이치 말한다.

복된 말씀이 단청보다 빛나며
손수 음지(音旨)를 받들어서
지혜를 만물에 두루 펴는 것에 마음 기울이니
진정으로 탐구하여 진리를 다한다.

드높으신 말씀 만상(萬象)을 넘어섰고
이치가 첩첩이 쌓여 계류(繫類)133)를 초월하니
오량(吳兩)의 흥겨운 말조차 충분치 않은데
진가(眞假)의 이치에 어찌 미칠 수 있겠는가?

사관은 붓을 쥐고 기록에 힘쓰고 직분 다하기를 바라며
금상(金相)을 읊조리고 옥식(玉式)을 노래한다.
세상에 감로 법문 전하였으니
백성이 인수(仁壽)의 땅에 올랐어라.

요궁(瑤宮)의 수레를 받들어
운루(雲樓)의 수레 따르자니
양양한 복덕이 남산 같을새
길이 남겨서 다함없으리.
033_0644_c_07L曰天監之十七屬儲德之方宣惟玉帛之光盛信昌符之在焉於是上照下漏泉輪囷之氣吐煙日月之景揚員乃聖武之龍飛載爲家於天下思承規於景數遂長發而明社若重光於有周似二英於皇夏方前星而列曜播洪鍾於胤雅去茲永福來卽東朝文物是紀聲明是昭發玄章於粉繢靡靑緌於翠翹鑾納那而垂藻笳和鳴以承蕭載錫其光令問令望察情幄帳讓齒虞庠性與天道言爲珪璋史遙集易翺翔義華洛水文麗淸漳七覺之吐華高人天而爲長道西被乎日用法東流而未朗故授神莂於文昌寄寶舩於明兩昔談而同世亦千年而影響聞塡塡之法雷見慧雲之初爽眞如之軌旣發揮之功已躡開金泥剖玉牒蒸栗之簡採羅樹之葉石室靈篇宮神篋所以一音不已而待規重矩疊者矣惟至人之講道必山林之閑彼奈園與杏壇深淨名與素王摸淸遊之浩瀁擬樂賢之隆壯睿情窅然是焉供帳乃高談玄圃之菀張樂宣猷之上觀夫靈圃要妙摠禁林之叫窱稟輦道之三星躔離宮之六曜寫溟浚沼方華作峭其山則峛崺貏硱磳誳詭坂墀嶻嶭夏含霜雪則谿壑泓澄虹螮降升上則靑宵丹氣雲霞鬱蒸金華琳碧燭銀碝石玉摛白丹瑕流赤周以玉樹灌叢紫桂香楓篔簹含人桃支育虫妙草的靈果垂葼長卿寒翠簡子秋紅戴雲而吐雨木鳴條而起風中有蘭渚華池淥流濎濘激水推移彌望杳倒飛閣之嵯峨漾釣臺而浮迥翠帷於鴻舩泛羽旒於雀艇鳥則杉鷄繡質木客錦章戴勝吐綬鸀鶺敺壁龜紫鼈鷿鷈鴛鴦風鳴日思廣浮長內則錢荇蔆華𣢺欿散葩矹巨石隤陁碧砂離蓰比目累綺紅漂靑綸之蓑析蕩碧組之鬖髿龜受水而獨涌石鯨吐浪而戴華以籍園籞之壯觀將髣像於毘耶是淸宮廣闢宿設宵張華燈熠燿樹散芒斂閃六尺籠叢九光穎若流金之出沙嶼粲若列宿之動天潢曭朗而戒旦雲依霏而卷蔟輕輦西齊宮北囿仗衛濟濟僧徒肅肅鼓朗而振音衆香馝而流馥亦有百獸盿盿穆穆雲車九層芝駕四鹿姬楚豔胡笳燕筑常從名倡戲馬踏巡少陽渡紫稪繞崇賢瞰承祿散花之飄颻響淸梵於林木燈王歸而贈筵香積來而獻熟似衆聖之乘若能仁之在目旣而俄軒有睟筵授几高殿肅而神嚴微言欣而奏煥嘉語於丹靑得親承於音旨周物而爲心情硏機而盡諦言超超而出象理亹亹而踰繫類吳兩娛心之談未足云晉儲眞假之理豈能逮史臣乃載筆撰功請事其職賦金相歌玉式世旣聞甘露之言民已登仁壽之域矣將奉瑤宮之軑陪雲樓之軾福穰穰委如山長莫長永無極

9) 몽부(夢賦) 수(隋) 석진관(釋眞觀)
033_0645_c_03L夢賦 釋眞觀
033_0646_a_02L
지난밤 잠자다 의식이 형통하니
장생(莊生)이 나비 만난 듯
공자가 주공 만난 듯134)
꿈속 일 헛것일지나

마음속 일이란 그윽이 같도다.
어떤 기이한 손님 봤는데
기슭에서 사람 놀래키니
이름도 성도 모른다.
귀신인지 도깨비인지
모습이 단정하며 옷차림도 빛나고 새로운데
문 열고 들어와 인사도 하는 둥 마는 둥
자리에 이르러 큰소리친다.

내가 보다 못해 몇 마디 물었는데
사도(邪道)는 정도(正道)를 간섭하지 못하고
나쁜 것은 착한 것 어지럽히지 못하는데
맑고 흐름이 다르다.

오르고 내려가는 길이 다른데
내 몸에 법의 갑옷 두르고
마음이 묘전(妙典)에 노니는데
여섯 도적도 항복시킨다.

네 마리 뱀도 물리치는데
큰 수레를 부려서 작은 마군을 잘라 내리라.
그대는 누구이런가.
와서 무엇을 논변하려는가?

손님이 대꾸하기를
오랫동안 명성 들었으나 공경스런 인사 못했었는데
늘 사모하며 속으로만 되뇌인다
이제야 빛나는 풍채를 뵈오니
참으로 경사입니다.

말씀 여쭙고자 하오니
바라건대 높으신 가르침 내리어
대체로 사람살이 한평생 빌어온 듯 버린 듯하고
붉은 번개 하늘 놀래키듯 한 것이
백마가 작은 틈을 지나치듯 빠르네.
어찌 좋은 시절 따르지 않을런가.
인생의 환락을 취하여
밭두둑 길로 준마를 달리며
넓은 들판에서 수레를 맨다.

서원(西園)에 앉아서 친구나 부르고
남재(南齋)에서 손님과 마주하며
들판에 나가서는 사냥하고 사슴 잡으며
규방에 들어가면 석금(石琴) 탄다.

간혹 술독을 끼고 마주앉아서
잔을 비우며 기염 토하니
흥겨운 가락으로 그것을 거듭하며
맛있는 고기로 그것을 편다.

학문 창성하고 집안 번창할새
덕이 날로 중해져 세상에 이름 내며
강동(江東)의 독보가 되니 천하에 짝 없으며
마음은 의리(義理)의 움집이고 몸은 지혜 주머니이니

금관자로 한(漢)나라 거닐고 패옥으로 양(梁)나라 노니니
높은 수레 날쌘 말에다 향기 어린 거처에
연(燕)나라 미희 줄지어 시중들고
진(秦)나라 미녀 방 안 채운다.

가야금 퉁소 소리 고즈넉이 듣고
사죽(絲竹)이 쟁쟁대는 소리 듣는데
이 어찌 한 생의 쾌락만이겠는가?
천재(千載)에 길이 향기롭구나.

어찌 웃음소리도 없이 쓸쓸이 혼자 살면서
삭발하고 수염 자르며
부모를 거스르고 임금을 저버리면서
형색이 초췌하고 옷은 남루한가?

양잠을 피하고 장사조차 하지 않으니
조각 천을 모아다 기워 입은 게
곳곳이 뜯어져 셀 수 없이 꿰매고
주린 배에 아침 이슬 마신다.

바람 찬 야반에 추위에 떨면서
늙어서 구부정하니 길을 다니고
나이 먹는 것도 잊고 방문 잠그고
텅 빈 침상에 냉기만 돈다.

홑이불 자락에 잠을 청하며
자손도 없이 후사마저 끊었으니
붕우가 찾아오는 즐거움도 마다하고
이같이 하여 도를 구한다.

어찌 도를 어렵게만 생각하여
내가 어이없어 웃으며
심요(心要)를 대략이나마 말해 주고자
뜸을 들인 연후에 대답하였다.

찾아와 대뜸 하는 말 과장된 게
필시 삿된 길로 꼬이고자 함이라.
우물 안 개구리가 고래와 크기를 쟁론하고
반딧불이 일월과 밝기 다투는 꼴이다.

사마귀가 대붕의 날개 꺾으려 들고
언덕배기가 곤륜산에 맞서는 짓거리와 다름없노라.
잠에 취해 생사에 어두우니
현황(玄黃)에 물들어 분별조차 못한다.

아는 게 술 마시고 방탕하며 고대광실 사는 건대
어찌 재물의 해독을 알 것인가.
화씨 벽을 품고서도 재앙만 닥쳤고
단 것은 입을 상하게 한다.

좋은 음식을 뱃속에 썩이며
여색만 밝혀서 화근 부르고
목 타는 애욕에 미쳐 버리니
사람살이 쉬이 다한다.

만물의 이치 무상할진대
아침에 노래 부르다 저녁에 통곡할지라
망하는 길로만 치달으니
쾌락도 잠시 슬픔만 늘어 가노라.

분분한 세간에 즐길 게 없으니
만 갈래 고초가 다투어 찾아오고
수많은 근심이 다투어 가버리며
처자식 도리어 질곡 될지라.

사랑도 다시 그물 같아서
내 집안 힘겨움에 메산 같은데
국사에 애쓰느라 번거로우니
영화도 한순간의 물거품이라.

부귀도 산속의 메아리 같은데
거꾸로 미혹에 깊이 빠져서
늘 처참하기만 하며
자식은 불효하고 아비는 자애롭지 못하구나.

도덕조차 돌아보지 않으니
가슴에 역심(逆心)만 채우고
마음에 도적만 기르며
과대망상에 사치하느라

마음만 괴로운데
인의(仁義)조차 행하지 못하면서
누구와 전칙(典則)을 논하며
어긋나게 살생만 저지르는가?

이유 없이 탐욕만 부리면서
이로움만 보이면 다투어 빼앗고
재물만 비루하게 구걸하다가
자리도 이름도 잃는다.

집안도 나라도 망치고
명줄이 끊어지면 몸뚱이도 거꾸러지려니
업장에 머리가 뽑히고
귀신은 힘줄을 베어내려 한다.

얼음 못에 던져지고 불덩어리 덮어쓰니
아픔을 견딜 것 스스로 알아도
슬픔을 누르는 것 누가 헤아리겠는가?
칼날이 수풀처럼 돋아나 있다.

창끝이 산처럼 솟구쳐 있는데
풍로의 불길만 매서워지고
끓는 물은 튀어 올라 혼비백산할진대
겹겹이 쇠 그물에 둘러싸여 있다.
불타는 강물이 넘실대는데
모든 고통 순서대로 지나치되
머리는 톱으로 썰어내고
뼈마디는 절구로 찧는다.

몸 조각을 집어다 잔별처럼 흩뿌리고
몸뚱이의 핏자국 시내 이룬다.
하루아침 목숨 다하면
만 가지 한스러움 어찌하련가.

정법이 깊고도 넓어서
묘한 이치 다하기 어려운데
생(生)도 멸(滅)도 아니고 색(色)도 심(心)도 아니니
기연 따라 가서 이르고 인연 따라 임한다.

안으로 만덕(萬德) 펼치고
밖으로 8음(音) 열어젖힌다.
술 취한 코끼리 항복 받고서
놀랜 날짐승 그림자에 숨긴다.

모습은 둥근 달과 같고
형체는 금을 녹인 듯하여라.
마침내 니건(尼揵:Nigrantha)이 신을 벗고
범지(梵志)가 비녀를 뽑게 하였네.

그러나 출가(出家)의 도라는 것은
한가로이 살아가며 욕심도 구함도 없으니
천자를 섬기지 않고 왕후도 공경하지 않노라.
티 없는 옥 같을진대 결박 끊은 방주이리라.

노랫소리에 흔들리지 않으며
갓조차 남기지 않으니
함도 없고 바람도 없는데
두려워하고 걱정할 것이 무엇인가?

지계(持戒)와 인욕(忍辱) 함께 거두고
선정과 지혜 겸수(兼修)하고자
천인(天人)을 스승으로 모범 삼고
호걸과 서민들 그것에 의지한다.

학문은 나날이 더해가고
도를 행하는 것은 날마다 줄이니135)
덜어낼수록 도업(道業)은 높아지고
보탤수록 배운 공은 늘어난다.

속인 모습 길이 끊고서
마음을 세속의 마음과 달리할지니
입느니 삼베옷이고
먹느니 식은 밥이다.

큰 스승 천 리를 찾아가 명을 받들고
정법을 흠모하여 여섯 때 근수하며
8해(解)의 연못에서 생각을 씻어내고
7정(淨)의 뜰에서 마음 노닌다.

도안(道安)ㆍ도립(道立)ㆍ혜원(慧遠)ㆍ혜지(慧持) 스님과
적자(赤髭)의 법주(法主), 청안(靑眼)의 율사(律師)는
여러 경전을 변론하면서
역(易)을 강론하고136) 시(詩)를 토론하였다.
마음을 열어 귀를 즐겁게 하고
막힌 것 풀어내 의심 지우니
후대에 이름 떨치며
당대에 독보적 존재였다.

진(秦)나라 임금과 한 수레 타고137)
진(晋)나라 황제와 자리를 같이했는데138)
환현(桓玄)이 두 번 절해도 돌아보지 않으며
치초(郗超)가 천 곡(斛)을 바쳐도 오히려 한마디도 안 했다.139)

수행은 자신을 바르게 하는 것으로 하니
후대에 경사가 남게 되리니
사천왕과 범천(梵天)이 다투어 모시고
6천(天)이 저마다 시중든다.

기읍(畿邑)을 봉하여 현달하며 국토를 청정케 할지라
보배나무 옥가지와 금쪽 연화 옥구슬이
바람결에 맑게 울린다. 시냇물 아름다운 소리 내며 흐르니
연못마다 은감 같고 땅바닥 거울 같도다.

좋은 향기 흩날리며
이름난 꽃 피울진대
가까이는 신명이 즐겁고
멀리는 목숨을 돌이킬세라.

6도(度)를 닦아서 10지(地)가 원만한데
영지(靈智)는 깊어지고 종각(鍾覺)이 가득할새
적막하고 텅빈 마음자리 맑혀서 정갈하구나.
바탕은 장애가 되는 바탕이 아니다.

이름은 현상으로 이름할 수 있는 이름이 아니고
물과 불이 하늘을 찔러도 겁내지 않고
번개가 땅을 치더라도 놀라지 않으니
천하의 지극함도 예서 다할지라.

누가 감히 그와 대항하겠는가?
찾아온 선비가 이 말 듣고 두 손 모아 허리 굽히며
저도 모르게 눈썹도 오그리고 손가락도 거머쥘진대
혼비백산한 것이 넋 나간 듯하였다.

낯이 뜨거워 뒷걸음질 치면서 놀라며 말하기를
제 자신 비루함을 알지 못하고
넋두리만 늘어나 부끄럽기 짝이 없으니
오늘날의 가르침 받들어 새겨듣겠나이다.
033_0645_c_04L昨夜眠中意識潛通類莊生之睹胡如孔氏之見周公雖夢想之虛僞亦心事而冥同爾乃見一奇賓傲岸驚人無名無姓如鬼如神姿容閑雅服翫光新入門高揖詣席誇陳余乃問曰夫邪不干正惡不亂善淸濁異昇沈各踐吾身披法鎧心遊妙典六賊稍降四蛇方遣大乘已駕小魔宜翦君是何人欲來何辨客乃對曰久承名行未遑脩敬常深注仰每軫翹詠忽睹光儀良有嘉慶欲申諮請願垂高命夫人生假借一期如擲紅電之驚天迅白駒之過隙豈不及年時之壯美取生平之歡適或走名驥於長阡或駕飛輪於廣陌坐西園而召友敞南齋而對客出野外而摐入閨中而撫石或復合罇促坐觴擧白重之以笑歌申之以燔炙如學富門昌德重名揚江東獨步下無雙心爲義窟身是智囊彫金往佩玉遊梁高車駟馬桂戶蘭房燕姬而滿側奏秦女而盈堂聞弦管之寥亮聽絲竹之鏗鏘何則一生之快樂亦千載而流芳豈能拪拪獨處傍無笑語剃髮除鬚違親背主形容燋悴衣裳藍縷旣闕田蠶復無商估等碎繒之屢結似破襖之千補至如玉露朝團金風夜寒老冉冉而行至歲忽忽而將闌牀空帳冷覆薄眠單絕子孫於後胤罷賓從而來歡欲以斯而爲道亦何得道之量難余乃忻然而笑略陳心要徐而答曰省來說之嬌張遂引誘於邪方欲以井蛙共海鯤而論大爝火與日月而爭光無異蟭蟟之比鵬翼㟝嶁之匹崑岡爾旣昏眠於生死亦耽染於玄黃唯知酣酒嗜欲峻宇彫牆豈識多財之被害寧信懷璧而爲殃佳味爽口美食爛貪婬致患渴愛成狂人生易盡理無常朝歌暮哭向在今亡忻歡蹔憂畏延長且世閒紛壤竟無閑賞萬苦競來百憂爭往妻子翻爲桎梏親愛更如羅網私里恒弊巑屼王事徒勞鞅掌榮華有同水沫富貴實如山響然自沈淪倒惑恒懷磣毒不孝不慈無道無德胸衿𢤱戾心府蠶賊自大嬌奢志能苛剋不行仁義誰論典則無趣殺傷非理貪忒見利爭往臨財茍得失位失名亡家亡國命繩溘斷身城倒匐業掣其頭鬼穿其肋冰池向踐火山方冒忍痛自知銜悲誰惻爾乃刀林擁聳劍嶺嵯峨爐飛猛焰鑊涌驚波楞層鐵網菉簇灰河凡諸苦難次第經過頭逢鋸解骨被磨磨擧身星散合體滂沱一朝鍾此萬恨如何若夫正法弘深妙理難尋非生非滅非色非心隨機往赴逐應便臨內宣萬德外啓八音威降醉象影攝驚禽形如滿月色似融金遂令尼揵脫屣梵志抽簪然而出家之爲道也則蕭散優遊無欲無求不臣天子不敬王侯似無瑕之璧如不繫之舟聲樂不能動軒冕不能留無爲無欲何懼何憂戒忍雙集禪慧兼修天人師範豪庶依投若夫爲學日益爲道日損損之則道業踰高益之則學功踰遠故形將俗人而永隔心與世情而懸反所服唯是布衣所飡未曾再從師則千里命駕慕法則六時精濯慮於八解之池娛神於七淨之至如道安道立慧遠慧持赤髭法靑眼律師弘經辯論講易談詩神悅耳析滯去疑竝皆揚名後代步當時或與秦王而共輦乍將晉帝而同幃遂使桓玄再拜而弗暇郗超千斛而無辭爾乃行因已正方響餘四梵爭邀六天俱娉封畿顯敞土華淨寶樹瓊枝金蓮玉柄風含梵泉流雅詠池皎若銀地平如鏡香紛馥名花交映近感樂神遠歸常若夫六度修成十地圓明靈智旣種覺斯盈寂遼虛壑皎潔澄淸非質㝵之質名非名相之名水火衝天而不懼雷霆振地而不驚窮天下之至妙誰能與之抗行於是前來君子聞斯語已合掌曲躬斂眉彈指飛氣讋神茹情否踧踖無顏逡巡敬自陳孤陋未知臧鄙追用感傷懷慚恥今日奉教謹從命矣

10) 상애자부(傷愛子賦)140)와 서문 강엄(江淹)
033_0646_c_24L傷愛子賦 江淹
033_0647_a_02L강구(江艽)는 자(字)가 윤경(胤卿)인데, 내 둘째 아들이다. 나면서 신통하여 필시 대기(大器)가 될 것이라 생각했는데, 애석하게도 우환으로 해를 넘기다 죽었다. 슬픔에 몸을 가누지 못하여, 이 글을 짓는다.

가을빛도 완연해지는데
가슴에 맺히느니 슬픔뿐이네.
불쌍한 것 마음만 시리다.
구슬 같던 사랑하는 아들 애통하다.

수심 어린 모습 겉으로 드러나고
걱정 어린 마음 속으로 찢어지는데
일월도 녹일 수 있으나 슬픔 지우지 못하고
금석도 닳을지나 그리움 어찌 다하리.

멀리 우리 조상 혁희씨(赫羲氏) 이어서
고양(高陽)의 핏줄 이었을진대
우리 종씨(宗氏) 덧없음이 애석하니
아마도 내가 거두지 못했도다.

3령(靈:일월성)이 복 주시기만 우러르는데
우두커니 어린 자식 장성하기만 기다리니
윤경이의 명이 어이 이리 참혹한가?
하늘에 빌어도 보우하심 없구나.

청춘(靑春)에 아이가 태어났으니
섭제격(攝提格)141)이 정월달이었네.
잘생기기가 비할 데 없었기에
옛사람보다 뛰어나기만 바랐다.

아름다운 자취에다 티 없는 행실 더하였고
맑은 일에 성대한 공 보탰는데
흰 서리 풀잎에 내리자
오동나무 가래나무와 함께 시드네.

함께했던 여름철[朱明] 되새기면서
어릴 적 영특했던 일 생각하고
흔쾌히 따르던 모습 그려볼진대
드나들던 문짝을 쳐다볼수록 울적해진다.
어이해 지금 이리도 적막하련가.
잃어버린 그 모습 그 목소리 아직도 생생한데
누이는 대낮에도 흐느껴 울며
막내가 한스러운 맏이는 눈물만 삼키네.

목석(木石)도 감동하여 슬퍼하는데
눈물은 고였다 떨어지고
가슴 속 깊은 사랑 잃었으니
어미 되는 여인(麗人)은 피눈물로 땅만 적시누나.

하늘을 우러르며 눈물짓고
가슴치며 떠나간 아이만 그려본다.
아이 다니던 곳 디딜 때마다 가슴 쓰라린데
아무리 애도한들 누가 듣겠나.

오고 가는 운명을 어찌 말할 수 있으리.
내 예전에 행복했는데
강심(江潯)에 벼슬 살면서
늘그막에 서러움만 느는구나.

그리움 황혼이 되어도 멈추지 않는데
달빛만 해를 이어 교교하다.
노을 진 구름이 그늘 이루니
안개 자욱이 나무를 휘감네.

밝은 달빛 숲 속 비치니
어이할꼬! 내 아들
내 갖은 고생에 이 꼴 볼지니
긴긴밤에 섬대(纖帶)를 점쳐본다.

이른 아침에 보빈(葆鬢)을 살펴보아도
세상의 사람살이 기쁨은 적은데 근심만 가없구나.
10기(紀)도 헛된 이름뿐인데
어찌 백령(百齡)의 햇수 바라겠는가.

달빛이 밤하늘에 교교한데
흰 이슬 아침결에 맺히니
손가락질 가리켜도 알지 못하고
이 도리에 어긋나서 스스로만 망치네.

살아서 부모 사랑하고 집안에서 정을 길이 하는 것인데
자식이 먼저 황천으로 영원히 가버렸으니
내가 창기(蒼祇:천지 또는 창천의 신기)에 죄지은 게 없다고
후토(厚土)를 원망한들 무엇하리.

부처님의 거룩하신 과보만 믿고서
3세의 먼 길을 돌이킬지니
깨끗한 안식처에 함께 오르길 바래서
속진(俗塵)의 습기조차 길이 버리리라.
033_0647_a_02L江艽字胤卿僕之第二子也生而神必爲美器惜哉遘閔涉歲而卒至躑躅迺爲此文惟秋色之顥顥結縎兮悲起曾憫憐之憯悽痛掌珠之愛子形惸惸而外弛心切切而內日月可銷兮悼不滅金石可鑠兮念何已緬吾祖之赫羲帝高陽之玄胄惜衰宗之淪沒恐余人之弗搆覬三靈之降福佇弱子之擢秀酷柰何兮胤卿郯逢天兮不祐爾誕質於靑春攝提貞乎孟陬謂比芳於古烈望齊英於前脩遰高行之美迹鬯盛業之淸猷白露奄被此百草爾同凋於梧憶朱明之在節顧岐嶷之可貴鑪帳而多怡瞻戶牖而有慰奚在今之寂漠失音容之髣髴姊日中而下兄嗟季而飮淚感木石而變哀左右而殞欷奪懷䄂之深愛爾母氏之麗人屑丹泣於下壤傃殷憂於上視往端而擗摽踐遺緖而苦辛深悼而誰弭歸來命兮何陳我過幸於時私爰守官於江潯悲薄暮而增思纁黃而不禁月接日而爲光合雲而成陰霧籠籠而帶樹月蒼蒼而架林嗟柰何兮弱子我百艱兮是驗纖帶之夜緩察葆鬢之朝侵人生之在世恒歡寡而戚饒雖十紀之空名豈百齡之能要迅朱光之映甚白露之凝朝指茲譬而取免此理以自銷然則生之樂兮親與愛內與外兮長與稚傷弱子之冥冥幽泉兮而永秘余無愆於蒼祇亦何惌於厚地信釋氏之靈果歸三世之遠致願同昇於淨剎與塵習兮永棄

11) 무위론(無爲論)과 서문
033_0647_b_13L無爲論 幷序
033_0647_c_02L내 일찍이 정각(正覺)에 회향하여 복전(福田)에 귀의하면서, 친구가 나에게 벼슬살이 권해도 내 뜻을 바꾸지 않았다. 그러므로 이에 「무위론」을 짓는 바이다.
누대에 공자(公子)가 있었는데 연이어 관모(冠毛)를 쓰고 흰 비단으로 지은 화려한 관복을 입었다. 등에 진 장검은 밝게 빛나고, 옆에 찬 패옥은 연이어 울렸다. 이때 직하(稷下)142)에 노닐거나 양(梁)나라를 찾아다니다, 영웅에게 듣고도 한 번 표변(豹變)하며 이롭게도 해롭게도 하는 것을 듣고는 마치 용이 치솟듯 한다.
이에 붉은 가죽신을 부리고 보마를 치달리며 옥 재갈을 번쩍이도록 휘둘러서 마침내 무위(無爲) 선생의 집 앞에 당도해서, 대뜸 이같이 말했다.
“선생은 지혜와 공덕이 빛나고 무르익은 데다 거룩함도 견줄 만한 짝이 없습니다. 맑고 원대한 도의(道義)는 큰 바다로도 비유하기에 부족하고, 이루지 못한 공부가 없으며, 통달하지 못한 일이 없습니다.
차림새가 그윽하며 말소리도 온화하시니, 석가(釋迦) 삼장(三藏)의 경전이나 이군(李君)의 『도덕경』이나 선니(宣尼:공자) 육예(六藝)의 글이나 백가(百家) 겸해(兼該)의 술법에 이르기까지, 그 요점을 추려서 충현(沖玄)을 얻지 못한 바가 없습니다. 빛나기가 마치 거울 속을 들여다 보는 것과 같고, 환하기가 마치 손바닥의 구슬을 펴보는 것과 같습니다.
내가 듣자니 천지의 큰 덕을 ‘생(生)’이라 한다143)는데, 어째서 사람이 모으는 것은 재물이라 합니까? 이로써 노담이 주하사(柱下史)가 되고, 장주(莊周)가 원리(園吏)144)가 되었으니, 동방삭(東方朔)145)은 지극(持戟)의 관직도 피곤타 하지 않았으며, 중니도 채찍을 휘두르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았습니다.
실로 만고의 모범이며 한 시절의 스승일진대, 선생이 은둔하여 경서를 살피고 덕을 기르느라 벼슬 살지 않았으니, 이는 한낱 열자(列子)의 술법으로 천하의 지극한 이치에 통하는 바가 아닙니다. 천하를 얻는 것을 영예로 삼는다 하더라도, 실제로는 진신(縉紳)이 모두들 비루하게 여기는 바입니다.”
선생이 빙그레 웃으며 이같이 대답하였다.
“부귀를 누가 바라지 않겠는가? 단지 운수에 통하지 않았을 뿐이로다. 충성과 효도는 나라의 급한 일이겠으나, 신생(申生)146)과 오원(伍員)은 뜻을 펴지 못하였다. 도를 기리고 덕을 싸안는 것은 도가철학이 기리는 바이니, 양웅(楊雄)147)과 동방삭(東方朔)도 그 직분이 높지 못했다.
커다란 학문이라야 단지 유가와 묵가인데, 이 또한 지리멸렬하여 대부분 뜻을 펴지 못했다. 그대가 끌어대는 선비들은 마음은 바랬으나 뜻을 펴지 못한 이들이다. 근심과 기쁨에 마음이 움직이지 않아야 도를 행할 수 있는데, 이들을 가지고 무슨 말을 하겠는가?
내가 듣자니, 대인(大人)이 자취를 내리시어 자비를 널리 펴시는데, 생사의 굴레를 깨트리고 열반의 피안에 이르러, 3승을 열어 만물을 인도하시되, 하나의 상(象)을 내치고 진도(眞道)로 돌이키는지라, 지혜로운 이도 그 오고감을 보지 못하며, 뜻 있는 이도 시초와 끝을 알지 못한다고 하였다.
그윽하게 상주하시어 다른 길을 영원히 끊었으며, 변화도 천화(遷化)도 없어서 백려(百慮)를 길이 끊고 욕심없이 신명(神明)을 기르는데, 뜻을 편안히 하는 것으로 업을 삼아서 하늘마저 보우하기에, 그 길상(吉祥)에 이로움 아닌 게 없다.
펴고 마는 것을 대에 따라 취하고 나아가고 물러섬이 자연 그대로인지라, 세상을 피하여도 번민이 없으며, 숨어살더라도 길이 곧은데, 대체 무엇을 영화롭게 여기며, 무엇을 비루하게 여기겠는가? 그대가 이 도리를 얻는다고 내가 무엇을 잃겠는가? 속진(俗塵)과 방외(方外)가 이같이 뚜렷한 것이다.”
공자가 그만 아연하여 부끄러워하면서, 허리를 숙이고 물러났다.
033_0647_b_14L吾曾迴向正覺歸依福田友人勸吾吾志不改故註無爲論焉有弈葉公子者聯蟬七代冠組相望多素紈黼衣繡裳負長劍而耿耿鳴玉而鏘鏘時遊稷下或客於梁英雄而豹變聽利害以龍驤乃動朱履而馳寶馬振玉勒而曜金羈之無爲先生之門先生智德光融嵩華無得以方其峻道義淸遠溟海不足以喩其深無學不窺無事不達容儀閑靜言笑溫雅至如釋迦三藏之典李君道德之書宣尼六藝之文百氏兼該之術靡不詳其津要而採摭沖煥乎若睹於鏡中炳乎若明於掌余聞天地之大德曰生何以聚人曰財是故老聃以爲柱史莊周以爲園吏東方持戟而不倦尼父執鞭而不恥實萬古之師範一時之高士生嘉遁卷迹養德不仕乃列子之所非通天下之至理雖江海以爲榮實縉紳之所鄙先生攸爾而笑而應之曰富之與貴誰不欲哉乃運而不通也夫忠孝者國家之急務也申生伍員不得志也懷道抱德玄風之所揚雄東方其職未高也其大學者不過儒墨亦拪拪遑遑多有不遂也子所引之士者情雖欲之志不行也憂喜不移其情故可爲道者也過此已往焉足言哉吾聞大人降迹廣樹慈悲破生死之樊籠登涅槃之彼岸闡三乘以誘物去一相以歸眞有智不見其去來有心者莫知其終始使得湛然常住永絕殊塗無變無遷長祛百慮恬然養神以安志爲業使自天祐之吉無不利舒卷隨取退自然遁逸無悶幽居永貞亦何榮亦何鄙乎子其得之吾何失之內方外於是乎著公子恧然而有慚逡巡而退

12) 벌마조(伐魔詔)와 서문 원위(元魏) 의(懿) 법사
033_0648_a_07L伐魔詔幷序 元魏懿法師慰勞魔書檄魔文 魔王報撽破魔露布平魔露布文伐魔詔幷序 元魏懿法師
033_0648_b_02L삼계(三界)에 살면서 늘 네 가지 마군[魔]에 시달리다가, 급기야 생사에 빠져서 6취(趣)를 두루 다닌다. 만약 한 사람이라도 사람 몸을 얻어 경법(經法)을 듣는다면, 마치 우담꽃148)을 보고, 부공(浮孔)149)을 만난 것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실로 거룩한 가르침으로 마음의 눈을 뜨는 일을 미루어 보면, 아름다운 내 몸 하류(下流)에 처하여 저 피안을 꺼렸던지라, 그 태어남에 기인해서 이 같은 유루(有漏)의 악신(惡身)을 얻게 되었다. 마음을 낮추고 뜻을 공손히 하여도 메울 길이 없으니, 이제는 어리석음에 기인하여 네 가지 마군150)을 소탕하기로 한다. 예전에 어릴 적에는 일찍이 ‘파마로포(波魔露布)’를 지었는데, 글이 비루한데도 호사가들 사이에서 전해져 왔다.
천도 이후에 낙양에 머물렀는데, 우연히 고탑 내에서 이 글을 다시 찾았으니, 마침 국도(國都) 법사가 금강반야사(金剛波若寺)에서 『승만경(勝鬘經)』을 강의하던 때였다. 내가 글을 보여드리자, 법사께서는 내외의 학에 정통하신 데다 문채가 훌륭하셨는지라, 바로 경전을 펼쳐서 마군의 일을 보여 주셨으니, 참으로 길조이다.
이때에 석도안(釋道安) 스님의 「격마문(檄魔文)」을 함께 읽었다. 또한 내가 어리석은 데도 불구하고 옛 글을 고쳐서 「평마사(平魔赦)」를 짓고서 법사님에게 다시 보여드렸는데, 다시 의혹된 곳이 없었다. 도안 스님의 격문(檄文)은 천마를 바로 내치려는 것이다.
대체로 세상의 화근이 되는 것을 열거하면 네 가지가 있는데, 모두 천마가 임기로 변화하는 것은 비루한 마음으로 헤아리기란 실로 어렵다. 번뇌의 음(陰)이 죽는 것이 우환 가운데 가장 심하니, 이 「벌마조」와 「위로문(慰勞文)」을 지어 글의 모두(冒頭)에 두었는데, 이로써 예전 글과 달라지고 글이 번잡하게 되었으나, 신심 있는 군자의 행도가 일거양득하기만 바란다.
도안 스님의 「격마문」을 함께 철해서 1권으로 하였다.
033_0648_a_11L夫生在三界恒爲四魔所嬈沈淪生遍在六趣若一得人身及聞經法譬見優曇喩値浮孔尋惟聖教實開心目懿身處下流元悕彼岸直因生惡此漏身心去志恭徒然無補因愚管憑剿四魔昔在年幼嘗作破魔露布文雖鄙拙頗爲好事者所傳自遷都之後寓在洛陽忽於故塔之得此本文遇値今國都法師在金剛波若寺講勝鬘經輒以呈示得法師學涉內外甚好文彩乃更披經卷賜示魔事兼得擬符釋道安檄魔文共尋翫之復竭愚淺修改舊更作平魔赦重廌法師更無嫌也但安公撽文直推天魔凡爲世患列有四且天魔㩲變非浮情所測惱陰死爲患寔深輒更起伐魔詔慰勞文冠之於初是以前後不同文頗繁重冀信心君子兩得行之輒幷編安法師撽文爲次合爲一卷

(1) 벌마조(伐魔詔)
033_0648_b_08L伐魔詔
033_0648_c_02L문하(門下)
광겁(曠劫)에 걸쳐진 거짓된 마군을 잡아다 처형하라. 새매를 4산(山)에 풀어 놓은 듯 이리가 5도(道)를 굽어보는 듯, 그 마음이 완고하고 독하여 늘 깨무는 일만 생각하면서, 한 모퉁이를 굳게 지키며 늘 성교(聲敎)를 방해한다.
대통 이래로 현겁(賢劫)에 다다르도록 백왕(百王)이 자취를 잇고, 천성(千聖)이 서로 전하였는데, 그 임하는 위세가 백 갈래 길이고, 그 인도하는 교화가 천 가지 계책이었다. 그럼에도 저 마군의 삿된 마음을 막아서 이 같은 이단의 소견을 막지 못하였으니, 저 마군이 탐심(貪心)만 늘리고 진심(瞋心)과 치심(癡心)이 서로 마주하게 하여, 늘 4생(生)을 맺어 6취(趣)에 머물게 한다. 꾀어내는 말로 이 같은 병근(病根)만 이루니, 실로 안타깝기만 하다.
지금 요원(燎原)의 불길이 가까이 다가오고 큰물에 점차로 잠겨가는지라, 내 스스로도 이를 용납하여 전도되게 함이 없어야 한다. 군대를 연마하여 기연 따라 건져줄지니, 창생(蒼生)이 다시 윤회하는 한탄을 품도록 놓아 두지 못하겠다. 주무 관부에 명하나니, 속히 시행하도록 하라.

신 신상(信相) 등이 아룁니다. 봉피(奉被)
조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신이 보건대, 근기를 드러내는 사람은 풍화(風化)를 받들어 귀순하는데, 미혹에 빠진 이는 위엄을 드리운 연후에야 항복합니다. 이로써 순(舜)임금이 무기로 춤을 추어 다스림에 묘족(苗族)이 왕정(王庭)에 나와 스스로 결박하였으며,151) 목련(目連)이 활을 드리우자 금지(金地)에서 원(薗)을 볼 수 있는 때가 되었고,152) 마침내 심왕(心王)을 참수하고 변방을 평정하여 고루(高樓)에서 굽어보게 되었습니다.
몸에는 인욕의 갑옷[忍鎧:袈裟]을 입고 손에는 물장구를 들고서, 아끼던 재물마저 내던지고, 선열(禪悅)의 좋은 먹거리를 차려 내어 저와 같은 장수들을 대접하니, 마침내 이와 같은 용장들이 모였습니다. 뜻은 천규(天規)에 두고 꺾어 내지 못함이 없었으니, 마음속으로 생각하는 것은 조복하지 아니하는 뜻이 없는지라, 네 가지 마군이 구구하더라도 어찌 염려할 것이 있겠습니까?
단지 지금 저들이 한데 모여 흩어지지 않았으니, 매사에 반드시 소탕해서 분부하신 대로 처단하겠습니다. 말을 펴고 수레를 머무르게 하여 삼가 아뢰오니, 해외에도 이같이 시행하시기를 청합니다.
삼가 아룁니다.
033_0648_b_09L門下僞魔逋誅于茲曠劫鷹跱四山狼顧五道心頑縱毒常懷返噬固守一隅擁隔聲教自大通已降爰曁賢雖百王繼踵千聖相尋威懷百途獎導千計猶不能遏彼邪心息此異得使貪競相緣瞋癡互擧常結四終歸六趣眷言斯瘼實用傷懷原燎方邇浸潤有漸無宜自寬以致顚覆可簡將練卒隨機拯撲勿使蒼生懷予復之歎主者告下時速施行臣信相等言奉被 詔書如左臣聞見機者則承風以先附守迷者必威加而後降是以舜舞干戚有苗自縛於王庭目連援弓則金地相園之日故能斬伏心王塞靜樓觀身被忍鎧手挈浮囊棄所保之貨賄設禪悅之名餚宴彼奇將集此雄勇志有所規則無往不摧心之所向則無思不四魔區區焉足以規慮哉但今聚結未散事須平蕩輒依分處星言宿謹重申聞請可付外施行謹啓

(2) 위로마서(慰勞魔書)
033_0648_c_07L慰勞魔書
033_0649_a_02L삼계(三界)와 5도(道)의 지각을 가진 군생(群生)에 고하노라.
희화(羲和)가 번갈아 수레를 몰더라도 소경은 여전히 그 광경을 보지 못하고, 벼락이 울리더라도 귀머거리는 듣지를 못한다. 비추는 이치가 균등하다고 해도 품수(禀受)받은 도는 서로 다르므로 아름다운 법음은 다른 소리에 막히고, 자비의 광명은 이견에 덮인다. 혼미함만 이어져 무명의 긴긴밤에 어두워지는데, 비록 겁석(劫石)이 닳더라도 이 같은 연을 다하지 못한다.
우리 고조(高祖)께서 이렇게 어지러운 흐름을 불쌍히 여기시어 구제할 마음을 가지시고, 몸으로는 특별한 광명을 간직하시고 입으로는 이채로운 말씀을 발하시어, 공전(空前)의 굉기(宏基)를 여시어 현각(玄覺)을 처음 넓히셨다. 그래서 한번 커다란 지혜를 펼치시므로 큰 소[巨犜]153)가 경쟁적으로 달리듯 하였으며, 다시 도교를 선택하니 양과 사슴이 따랐다.
가슴에 무생(無生)을 증득하고 흉중에 적멸(寂滅)을 거두었으니, 해마다 덕은 변하더라도 마음은 정(靜)에 머무셨는데, 황저(皇儲:황태자)에 명하여 대업(大業)을 일으키도록 하셨다. 선제(先帝)가 이러한 거대한 바탕에 의거하여 나에게 전대(前代)의 대서(大緖)를 내렸으니, 3대겁(大劫) 동안 덕을 쌓고 진겁(塵劫)토록 공을 이루고, 그윽한 기틀에 마음 바꾸고 정신을 속세에 노닐어 나아가 합치시켰다.
몸 그대로 주랑(舟囊)인지라 큰 파도도 이겨내며 마음대로 물속을 나오고 들어가며, 권도(權道)의 이치에 자재하시므로 저 9겁을 넘어서 이 곳의 4천(天)에 임하셨으니, 한 곳에 자리하시어 만국을 호령하시면서도 80여 년간 형벌을 쓰지 않았다. 단지 상황이 따르지 않았기 때문에 성상(聖上)께서 돌아가시자, 가르침의 자취도 달라지게 되어 사람마다 다른 생각을 품었다.
경들은 해와 같은 종자이므로 전륜왕의 치세에 4역(域)을 디뎌 밝기도 하고, 또 월성(月性)이 높은지라 충정을 변치 않으면서 삼계의 명신(名臣)이 되기도 하면서 한 시절의 영화와 봉록을 지켰다.
단지 관작의 운명을 항상하기 힘들므로 어려운 때와 형통한 때가 있었으니, 때로는 교만하여 집안을 망치고 때로는 욕심으로 나라를 잃으며 후손들로 하여금 파도에 휩쓸려도 돌아올 줄 모르고, 저러한 삿된 근원만 따르고 이러한 애욕의 바다만 떠돈다. 바로 천마(天魔)가 저 위에서 틈을 타고 근심을 지으니, 번뇌가 이로써 자라나 하국(下國)을 침범하곤 하는데, 때로는 중음(中陰)154)을 생겨나기 전에 두르고, 때로는 5쇠(衰)155)를 내달아 늙어버린다.
오르고 내리느라 끝내 피곤하기만 한데, 오랫동안 열심히 하다가도 가서 사라지게 된다. 막부(幕府)가 기회를 보아 호걸을 일으키니 그 뛰어난 지략이 발군인지라, 문무를 겸비하여 진도(眞道)를 체득하고 세속을 단련하였다. 백왕의 홍규(洪規)를 이어받고 만대의 유훈을 이었으니, 도를 행하며 용상(龍象)에 머물면서 이 같은 나루터의 문호를 두드렸다.
바야흐로 광채가 위아래로 뻗치고 기마(騎馬)가 팔방(八方)을 에워쌓으니, 삿된 무리를 총괄하여 만유(萬有)를 보살핀다. 삼계를 한 몸에 가두어 두고 바깥이 없는 곳에 백강을 들어 올려서 수미산을 뽑아다 큰 바다의 파도를 다스렸다.
우주를 거꾸로 하고 해와 달도 가는 바를 돌렸으며, 인도(人道)와 천상(天上)을 거꾸로 매달아 물과 육지도 끓어오르게 하였다. 마침내 유아(唯我)의 마음을 막고서 선래(善來)의 길을 열었으며, 도탄에 시원한 바람을 불어 주었으며, 동일한 사랑을 무간지옥에서 펼쳐서 3도(途)를 평탄히 하고 4유(有)를 거두었다. 위엄으로써 감동시키고 복으로 편안케 했는데, 어찌 작은 귀신이 말할 만하겠는가? 경들이 이미 그릇되게 행하여 미혹에 빠진 것이 오래되었으니, 의당 이 상황의 기회에 따라서 하루 빨리 좋은 계획을 이루어야 하리라.
기회는 얻기는 힘들고 잃기는 쉬우니, 기연을 한 번 놓치면 후회막급이리라. 이 기회를 얻으면 복록(福祿)이 다투어 이르게 되지만, 이 기회를 놓치면 다툼만 곧바로 일어날 것이다. 그러므로 두융(竇融)156)이 복록을 누린 것도 매사에 선각(先覺)에게 귀의하였기 때문이며, 공손(公孫)157)이 죽음을 당한 것도 기회를 놓쳤기 때문이다. 이것들은 모두 과거의 훌륭한 귀감이 되고 지금의 법도가 되므로 지혜로운 사람은 편안함을 꾀하는 것으로 위험에 대처하지만, 어리석은 사람은 다된 일도 망치게 된다.
성공과 실패나, 편안과 위험은 상황과 기회에 달려 있는 것으로 하늘이 내리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도모하는 것이다. 지금 3승(乘)의 수레를 대어 놓고 보배 창고를 처음 열고, 높은 작위를 걸어 놓고 공을 기다린다. 천관(天官)을 두어서 철인(哲人)에게 명하는 것은 바로 대사(大士)가 종횡하는 계기이며, 지혜와 용맹으로 공을 세우는 상황이다.
경들과 함께 드넓은 벌판으로 출동하고자 하니, 곁가지로 흐르는 다른 땅에서는 옛날만을 회고하면서, 혹 돕는다 하나 속으로는 네 가지 마군을 그리워하며, 자기도 모르게 칼을 어루만진다. 그러므로 먼저 백서(白書)를 내려서 그 성패를 대략 진술하니, 미혹의 무리들은 속히 개전하여 광명을 되찾고서 명에 부응하고 말 재갈을 도량으로 나란히 몰아서 수레에다 어깨를 같이하거라.

하(下)
일찍이 듣지 못했던 가르침을 받자와 품의하나이다.
군자가 친구와 우호적으로 화합하는 것은 얼마나 좋습니까? 이러한 취향에 지나치게 편안하고 머뭇거리며 안일하게 놀아서는 안 될 것이니, 이러한 생멸(生滅)이 서로 이어지고 유와 무가 이어서 지어질까 두렵습니다. 3독(毒)이 한 번 치달리면 의리상의 원수나 친한 사람도 구별이 없을 것이고, 4흉(凶)이 한 번 출몰하면 아이나 어른이나 모두 베어질 것이니, 목숨을 보존코자 하여도 어찌 이룰 수 있겠습니까?
지금 선업(善業)의 몸이 이뤄졌으니, 6군(軍)이 길을 열어 화택(火宅)에서 벗어나고자 하는데, 굴복하지 않는 자는 찾아서 토벌하고 참수하는 것은 아침이 아니면 저녁에 시행합니다. 다행히도 지나간 이치를 체득하여 상황에 따라 계책을 내놓으니, 주저함이 없이 이 같은 화근을 도려내어야 합니다.
길 떠남에 임하여 상주합니다. 말씀드릴 것이 많으나 다하지 못합니다.
033_0648_c_08L告三界五道有識群生等夫羲和迭盲者尚迷其光雷霆震響聾者猶惑其聽雖照屬理均而稟受道異令法音擁於殊聞慈光蔽於異見痼相仍長迷永夜劫石有殫此緣無故我高祖愍此撗流心存拯溺韞殊光口含異響開宏基於未前玄覺於有始故一闡洪猷則巨犉競再擇道教則羊鹿服御證無生於胸衿揖寂滅於懷抱但年德推移心存靜定爰命皇儲紹隆大業先帝籍此洪資纂我前緖積德三大累功塵心變冥機遊神赴會身固舟囊波拯接出沒任情㩲旨自在故能超彼九劫降此四天跨據一方威攝萬八十年中刑措不用但時不我與聖上遷化教迹道殊人懷異念卿等或是日種輪王世跨四域或是月性高良忠貞不貳享三界之名宦保一時之榮祿但爵命難恒時有否泰因憍慢而喪家或由貪殘而失國令後胤波流奄然忘返遵彼邪原此欲海而使天魔承舋作患於上方煩惱因茲侵淫於下國或縈中蔭於未生或馳五衰以告老終疲昇降勤往沒幕府因機桀起英略超群文經武體眞練俗承百王之洪規萬代之遺則履道居彼龍象扣此津方當馳光上下候騎八維摠括群羅絡萬有籠三界於一身抗百綱於無外摧拔須彌飜波巨海顚倒宇迴易日月使人天倒懸水陸燋沸然復塞其必我之心開其子來之路扇淸風於荼炭布同愛於無閒平蕩三途攝茲四有威以動之福以綏之撮爾小醜焉足以語哉卿等旣爲所沈淪日久宜藉此時機早建良圖夫時難得而易失機尚速而後悔得時也則福祿競臻如失機也則敗捷爭及故竇融享爵事歸於先覺孫嬰戮取敗於後機此皆往事之高當今之軌轍且智者處危以謀安愚者臨成以致敗成敗安危在於時非降自天抑亦人謀今三車佇駕藏初開懸重爵以俟功設天官以命正是大士縱撗之秋智勇獻功之與卿等同發遐原枝流異土追惟在昔猶或依依言念四魔不覺撫劍故先遣白書略陳成敗曾改迷徒光赴命相與齊轡道場比肩輪諮稟未聞受教君子友朋好合亦善乎無宜大安斯趣盤桓遊逸此生滅相尋有無繼作若三毒一馳則義無怨親四凶互出則夭壽俱翦雖欲保全其可得哉今善身已建軍啓途出彼火宅尋討未服梟斬之期非旦卽夕幸體往意時作出計勿懷猶豫濫嬰斯禍臨路遣書悤悤無盡


(3) 격마문(檄魔文) 진(晉) 석도안(釋道安)
033_0649_b_20L撽魔文
033_0649_c_02L미천(彌天) 석도안(釋道安)이 머리를 숙입니다.
마군의 장군을 수레바퀴로 짓밟고 함께 수복하려니, 현문(玄門)의 대중이 나루를 달리하지만 인도(人道)와 천상(天上)을 하나로 통일한다. 종사(宗師)께서 비록 삼계와 더불어 대동(大同)을 이루시어, 매번 성제자(聖弟子)를 모아서 전하셨으나, 그 표방하는 것이 펴지지 못하여 단절이 생기곤 하였다.
지금 법왕이 세상을 다스리시니, 온 천하[九服]가 순종하고 신령한 그물이 펼쳐지면서 커다란 벼리가 널리 퍼졌다. 대통(大通)의 목표를 가지니, 성대한 연회가 가까이에 있다. 큰 소임을 맡지 않았어도 제각기 뜻을 펴서 참여하거라.
석도안이 머리 숙입니다.
상황에는 막히고 통하는 바가 있으니, 곤궁함이 다하면 형통해진다.
1천의 성인이 서로를 잇고 1만의 스승이 서로를 대신하였다. 예전에 우리의 고조(高祖)이신 본원천주(本元天主)께서 몸을 바꾸시어 상서(祥瑞)에 응하셨으니, 신룡(神龍)처럼 처음으로 이 구역에 날아 올랐다.
권형(權衡)에 의지하여 만방(萬邦)을 가르시고 지혜의 도끼를 떨쳐 6합(合)을 굴복시키셨으니, 4사(邪)를 소탕하시고 3유(有)를 숙청하셨다. 여덟 구역에 커다란 벼리를 들어 올릴 때, 우주에 신령한 그물을 매달아 놓으면서 7황(荒)을 다스려서 9토(土:9州)를 일가(一家)로 만드셨다.
단지 그윽한 이치는 위무하지 않고 진용(眞容)만 고요히 하셨으니, 일월이 그 빛을 거두고 빈 배가 풍랑에 전복되었다. 이때서야 독사 같은 번뇌가 일어나고 올빼미 같은 무리가 경쟁적으로 일어났는데, 5예(翳)가 거룩한 제자들을 물들이고 진구(塵垢)가 청정한 대중을 더럽혔다. 창생(蒼生)을 학대하며 독이 만겁토록 흘렀으니, 청정하게 도를 구하는 이들이 삿된 소견에 함께 분노하였다.
우리 법왕께서 운수에 바탕을 두고 기회를 타서 만물을 다스리시면서 위로는 고귀한 법에 의지하고 아래로는 군유(群有)의 마음을 거두셨는데, 현기(玄機:신묘한 계책)를 잡고 삼천대천세계를 장악하시고, 성 제자를 거느리고 대업을 크게 이룩하셨다.
구름이 일어나 4궁(宮)을 뒤덮고 난새는 천축국으로 날았으니, 가이성(迦夷城)에 신명을 드리워 정법의 간성이 되셨다. 여원(黎元)을 보살피며 경사(卿士)를 선도하고 평안케 하였으니, 어진 대중을 인도하시며 병을 위로하고 돌보셨다. 가슴에 지혜 도끼를 엄숙히 하시고, 몸에 신묘한 갑옷을 두르시고서, 18불공법(佛共法)에 짝하지 못하는 이를 염려하시며 3공(空)158)의 길이 끊어짐을 불쌍히 여기셨다.
대업을 바르게 하는 데 뜻을 두고 환란을 평정하는 데 마음을 두니, 백역(百域)과 천방(千邦)이 모두 그 풍화에 굴복하였다. 그대 오랫동안 미혹된 마음을 안고서 거듭된 미혹이 저절로 덮여진 것을 이어서, 어리석은 마음에 깊이 집착하고 사견만 간직하였다. 이리가 욕계천(欲界天)에 머물며 올빼미가 천당에 둥지 틀었으니, 그만 복전이 변하여 황야가 되었다. 신령하신 절개에 항거하여 천위(天位)에 오를 수 있고 홍규(洪規)를 바꿀 수 있다고 말하였으나, 이 같은 두세 가지를 살펴보면 그 아득히 먼 것이 개탄스럽다.
‘대통(大通)의 통일세계’란 무엇인가 하면, 만방(萬方)이 모두 그림자처럼 따르며, 저 어리석은 천마로 하여금 바른 절개를 쫓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성인이 듣는 것을 방해하고 진구가 신령한 마음을 어지럽히는데, 마졸(魔卒)이 허공을 메우고 기이한 형태가 천변만화 일으키게 하니, 기름 먹인 계율의 갑옷이 번쩍거리며 서리 같은 지혜의 창날로 해를 겨누고, 신령한 법고(法鼓)를 울리면서 방외(方外)로 보무도 당당하게 진군해야 한다. 스스로 강하고 위세 있음을 말하면서도, 왕의 군대가 한번 떨쳐서 모든 사특함을 없애 버리니, 여러 마군이 마음을 고치고 바라는 교화는 안으로 붙이니, 너희들과 같은 일개 필부가 어찌하겠는가?
저 천마가 땅을 가려서 찾지 않고 대중이 법의 반려가 되지 않지만, 이치에 어긋나고 상도를 저버리게 하고자 왕릉과 경읍에서 신령한 대권을 찬탈하니, 승리로써 믿음을 빼앗고 거짓으로 참다움을 덧칠한다고 어찌 잘못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지금 석가 황제의 치세에 겁초(劫初)처럼 다시 도가 융성해졌으며, 묘한 교화가 당당한 데다 신묘한 법의 그물이 멀리 드리워졌다. 지사(智士)는 슬기로운지라 신묘한 자비의 계책이 세상을 뒤덮고, 장수는 신룡(神龍)처럼 뛰어난지라 군대를 잘 거느리는데, 짜내는 계략마다 참다움에 응하고 기이한 전술마다 훌륭하기만 하다. 유사(有司)에게 명하여 전봉대장군(前鋒大將軍) 염부도독(閻浮都督) 귀의후(歸義侯) 살타파륜(薩陀波崙)에게 부절(符節)을 내주노라.
유독 하늘이 낸 재능을 받고 의로움은 현각(玄覺)에 베풀며, 신명(神明)이 수미산처럼 높고 용기는 세상을 뒤덮는데, 문무에 능통하며 황궐(皇闕)에 충성 다할지니, 이에 40만 억의 군사를 거느리고 길을 앞장서도록 하라. 유사에게 명하여 위원대장군(威遠大將軍) 사천도독(四天都督) 도리공(忉利公) 도사(導師) 담무갈(曇無竭)에게 부절을 내주노라.
무공은 일품으로 뛰어나며 문장은 화하(華夏)를 넘어서는데, 커다란 전략은 속진[塵]을 격해 있으며 마음을 꿈속 경계 바깥에 쉬면서 매번 몸을 잊고 세상을 근심하며 세상을 바로잡을 뜻을 기릴지니, 이에 백억의 대군을 거느리고 수미산을 공략하도록 하라. 유사에게 명하여 정마대장군(征魔大將軍) 육천도독(六天都督) 도솔왕(兜率王) 해탈월(解脫月)에게 부절을 내주노라.
묘한 사유가 아득한 데다 높은 기개는 진세(塵世)에 으뜸이며, 도략(道略)이 동진 보살(童眞菩薩)과 함께하며 공은 9지(地)와 짝한다. 3도(塗)를 불쌍히 여기면서 그대들이 악업만 자행하는 것에 진노하여, 이제 지혜의 칼을 쥐고 비분강개할지라 신룡처럼 돌이켜 분전할지니, 이에 5백만 억 군대를 거느리고 말방울을 천도(天道)에 휘날리도록 하라. 유사에게 명하여 통미장군(通微將軍) 칠천도독(七天都督) 사선왕(四禪王) 금강장(金剛藏)에게 부절을 내주노라.
밝은 뜻은 아득한 데다 금안(金顔)으로 멀리 굽어보니, 그 은총이 9석(錫)159)에 각별하고 힘이 산해(山海)를 뒤집는다. 왼쪽으로는 물보라 흩날리는 것을 굽어보고 오른쪽으로는 부상(扶桑)에 해가 지는 것을 쏘아보니, 그 덕에 베풀지 못하는 일이 없으며, 그 위엄에 굴복시키지 못하는 적이 없는지라, 이에 7백만 억 군대를 거느리고 천문(天門)을 구름처럼 에워싸도록 하라. 유사에게 명하여 진성장군(鎭城將軍) 구천도독(九天都督) 십지대왕(十地大王) 유마힐(維摩詰)에게 부절을 내주노라.
기묘한 헤아림이 부사의하여 정법의 도끼로 천하를 떨게 하며, 육체에는 신묘한 자태 어리고 선권(善權)이 만 가지로 변화를 본떴다. 숨길마다 온 천하가 부복하고 구름이 무너지듯 추종하며, 호령마다 시방이 풀잎처럼 누우니, 위엄으로 어리석은 이를 교화하고 고초 받는 이를 풀어주는지라, 이에 9백 억 군대를 거느리고 신령한 기슭에서 물을 먹이도록 하라. 유사에게 명하여 감복대장군(鑒復大將軍) 십구천도독(十九天都督) 십주대왕(十住大王) 문수사리(文殊師利)에게 부절을 내주노라.
갑옷 입은 모습이 일품이며 형상이 3요(耀)보다 빛나는지라, 그 몸이 금강(金剛)이며 신명은 드높고 육체는 거대하다. 천 갈래 길에 임하여 현묘한 헤아림에 도략(途略)이 1만을 넘는지라, 한 몸으로 군유(群有)를 감화시키고 일념으로 만 가지 생각을 쉬게 한다. 자비심이 깊은 데다 4섭(攝)마저 겸하였으니, 군대를 미진수(微塵數)처럼 거느리고 이 땅에 드높이 오르도록 하라. 유사에 명을 내려서 광교대장군(匡敎大將軍) 십구천도독(十九天都督) 녹마제군사(錄魔諸軍事) 군사교위(群邪校尉) 중천왕(中千王) 관세음(觀世音)에게 부절을 내주노라.
지략(智略)이 깊디깊고 지혜의 벼리가 그물 같은데, 6통(通)에 밝게 통하였고 3고(固)를 밝게 비추며, 예봉이 번뜩이는 온갖 사도(邪道)에 자취를 의탁하고, 혹 열여덟 가지 몸으로 선권방편(善權方便) 이루어 도탄(塗炭)을 쉬게 한다. 손을 휘두르면 철위산(鐵圍山)이 무너지고 숨을 내쉬어 구름조차 흩트리는데, 시방세계에 청하지 않는 이익을 지으니, 이에 부사의한 대중을 거느리고 바람 소리 세차게 호랑이 포효하듯이 한다. 유사에게 명을 내려서 무화대장군(撫化大將軍) 시방 삼계 대도독 보처왕(補處王) 대자씨(大慈氏)에게 부절을 내려 주노라.
묘한 바탕이 자연스럽고 천자(天姿)가 뚜렷하니, 그 바탕이 금강에 비견되고 마음은 속진을 벗어났으며, 용맹한 뜻은 하늘을 뚫었고 지혜의 가지는 멀리 떨쳤는데, 무생이 가슴 속에서 구르고 권도(權道)의 지혜가 방외(方外)에서 호응하니, 규제하는 뜻을 가지고 어디를 가든 이루지 못하는 것이 없다. 위엄과 은총을 다 같이 행하며, 진도와 세속을 고루 기쁘게 하는지라, 8백만 억 군대를 거느리고 대가(大駕)를 호위하며 명을 기다리도록 하라.
용맹스러운 성제자가 대천세계에 가득하고 금강 같은 선비가 8극(極)에 충만하다. 모두들 정벌을 도와 6합(合)을 석권하고자 하니, 여러 갈래 보배 가마 타고서 8정도의 길을 지켜 닦으며, 6신통의 좋은 말을 타고서 허종(虛宗)의 신묘한 방울을 울리며, 4선(禪)160)의 활을 당겨서 선권(善權) 지혜의 날랜 화살을 쏘아댄다. 준마가 크게 부르짖으며 나아가는 걸음도 가볍기에 지혜의 검을 휘두르고 선정의 창을 날리며, 크게 부르짖으며 적을 무찌른다.
저 장군들이 3세를 거듭하여 영광을 거듭하고 보태면서 제업(帝業)을 널리 이루며 대대로 성정(聖庭)에 봉직해 왔으되, 일찍이 빠뜨린 것이 없었으니, 고귀하기가 도사(道師)인지라 자손이 5백이나 되어 천명을 그윽이 살피면서 왕법의 교화를 지켜간다.
성상(聖上)이 소매를 열어서 모두에게 작위와 봉록을 하사하니, 즐비한 선비들의 공적이 구관(舊官)에 필적하고 명성이 만방을 덮는다. 이러한 데도 그대들이 어떠한 마음으로 다른 소견을 내고자 하는가?
변방에 넘어지고 절뚝거리면서도 완고하게 상주법(常住法)만 고집하기에 그 해독이 창생에 드리우고 재해가 영겁에 걸쳐 흐를지니, 애석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잘못이 아닐 수 있겠는가? 너희들이 예전에 시절이 거칠던 때에 사물에 미혹하여 마음이 미치게 되었는지라, 그대들이 헛되이 바깥으로 치달으나 백 가지 행 가운데 한 가지만 그릇되더라도 현달하였던 적이 없었다.
너희들에게 이르나니, 지혜를 길러서 어리석음을 돌이키며, 상궐(象闕)161)에서 허물을 벗고, 몸을 단속하여 비녀를 뽑아내어 여러 준재들과 함께하여 도를 스스로 즐겨 영예로운 이름을 남기도록 하라.
어리석음에 막혀서 미혹된 소견만 고집하며 삿된 자리만 훔쳐서 안주하니, 태산 같은 치심(癡心)에 의탁하여 스스로를 높이며, 무성한 소견으로 헛된 생각에만 맴돌고, 6욕(欲)의 진구(塵垢)만 탐하며, 바르지 못하고 미혹된 것으로 본성을 즐기며 교만의 깃대를 높이 쳐들고 무명의 흉진(凶陣)만 펼친다.
3악도를 활보하는 주제에 도리어 신기(神器)를 가벼이 희롱하면서 천궁(天宮)을 훔치고 일월에 대항하려 하니, 꼴이 마치 손을 들어 3광(光)162)을 막으려는 것과 같으며, 흙을 퍼다가 사해를 메우려는 짓과도 같으며, 북을 두드려 우레와 소리를 다투려 하는 것과도 같으며, 횃불로 번개와 빛을 다투려 하는 것과도 같다. 헛된 것에 마음 쓰더라도 그 같은 일을 이루기 힘들다.
그러나 장군이 덕을 현진(玄津)의 기슭에 심고 원대하게 길러 나갈지니, 탐스런 꽃송이가 만발하여 중생이 모두 눈을 떼지 못한다. 너희들이 귀한 자리를 기어오르기는 쉽지만, 그 연유하는 공은 아낄 만하다.
지난 일을 고치고 앞일을 닦아가며, 돌이켜 귀순하여 주문(朱門:붉은 칠을 한 귀족 호걸의 집)에 허물을 빌고 대도와 더불어 함께한다면, 나라와 집안이 아울러 보존되고 군신이 모두 현달할진대, 이로써 이름 얻고 태평을 누리며 눈을 떠서 달관하게 되리니, 그 권속조차 편안한 것이 어찌 이름답지 않겠는가?
대사(大師)께서 한 번 거수하시면 만방에 번개 친 듯한데, 손에는 법이(法蠃)를 들고서 지혜의 칼을 벼리니, 대도의 도끼가 전방에서 빛나고 신령한 법고 소리가 후방까지 울린다. 신종(神鍾)을 한 번 울리면 시방세계가 모두 귀 기울이고, 바다에 파도 일면 물보라가 튄다. 그러한 때에는 육지의 벌판마저 끓어오르는 때가 되면, 수미산도 먼지로 화하고 천지도 좁쌀만해질 터이나 왼쪽 소매를 미동도 안하면서 오른손으로 묘한 곡조 탄주할지니, 그 신묘한 권능이 이러할진대 무엇으로 감당하겠는가?
그러나 우리 법왕께서는 바탕이 인자하시므로 기습하시지 않으시니, 잠시 여러 군대를 멈추게 하시어 말방울 소리를 그치게 하신다. 출동에 임하여 조서를 내리어 미혹의 수레를 거두게 하시니, 그대들 천마는 하루 속히 좋은 방도를 결정하도록 하거라. 고개를 수그리고 궐정[闕]에 항복하여 왕정에서 하명을 기다리도록 하라. 한가로운 경계에 노닐면서 상방(上方)에서 주재하는 것을 그대가 아니면 누가 담임하련가?
성인은 상지(上智)로 기연을 헤아리시니, 책벌로 밝혀 주시며 화를 면하게 하신다. 곤궁하면 돌이킬 바를 아는 것은 군자가 아름답게 여기는 바이다. 이것이 바로 복으로 돌이키는 고상한 가을이요, 공을 취하는 좋은 계절이다.
예전에 하나라의 걸임금이 무도하였기에 은나라 왕실이 정벌하였으며, 상나라의 주임금이 난폭하자 주나라 무왕이 군사를 일으켰는데, 이야말로 고금의 상도이고 장군의 명계(明誡)이다.
더불어 모습을 회복하였으나 당년에 서로 어긋나니, 도를 맛보는 것으로 교화가 흘러서 인간과 천상이 어긋날지라도 어찌 다르다고 생각하는가?
흔쾌히 항서를 보내어 투항하기 바라니, 이로써 그 말씨를 구구절절이 간절케 하는 것이다. 오래 지난 사람이 향기로운 난초가 여름철에 피어난 것을 도끼로 꺾거나 망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노라.
깊은 생각과 지극한 말로 좋은 계획을 잘 따라 너희들의 몸으로 하여금 3개(槪)를 지키게 하지 말며, 6욕천에 화초만 자라게 하지 말지어다. 속히 부복하여 그 마음을 안도케 할지니, 종이에 할 말 많으나 다 쓰지 못한다.
석도안이 머리 숙여 인사드립니다.
033_0649_b_21L彌天釋道安頓首魔將軍輪下相與雖復玄徒殊津人天一統宗師雖異三界大同每規良集申其曩積然摽榜未宣所以致隔今法王御世九服思順靈網方申紘綱彌布大通有期高會在近不任翹想竝申預意釋道安頓首夫時有通塞否終則泰千聖相尋師迭襲我高祖本元天王體化應龍飛初域杖㩲形以割萬邦奮慧柯以伏六合咸蕩四邪掃淸三有當杭宏綱於八區絙靈網於宇宙靜七荒寧一九土但冥宗不弔眞容凝靜重明寢輝虛舟覆浪故令蛇蟻煩興梟鏡競起翳染眞徒塵惑淸衆虐被蒼生毒流萬劫懷道有淸異心同忿我法王體運應期理物上籍高下託群心秉玄機以籠三千握聖徒而隆大業雲起四宮鸞翔天竺神迦夷爲法城塹撫育黎元善安卿匠導群賢慰喩有疾嚴慧柯於胸被神鉀於身外愍十八之無辜三空之路絕志匡大業情必平難域千邦高伏風化承君久抱惑心重迷自覆深執愚懷固守爲見狼踞欲梟鳴神闕畔換疆場抗拒靈節天位可登洪規可改攬茲二三遠爲歎息何者大通統世則群方影從僞癡天魔不遵正節忓忤聖聽塵撓神心領卒塞虛奇形萬變精鉀曜曦霜戈拂日靈鼓競鼕響衝方外高步陸亮自謂强威而王師一奮群邪殄魔衆革心望風內附況君單將然一介土無方尋衆不成旅而欲背理違常陵墟華邑篡奪靈權勝常取以僞忝眞可不謬矣于今釋迦統道隆初劫妙化堂堂神羅遠御士邕邕玄筭蓋世武夫龍超捉䩙千恊略應眞奇謀超拔故命使持節前鋒大將軍閻浮都督歸義侯薩陁波崙獨稟天姿義陳玄覺神高須彌猛志籠世善武經文忠著皇闕領衆四十萬億揚鏕首路子故命使持節威遠大將軍四天都督忉利公導師曇無竭武勝群摽文超隨夏宏謀絕塵心棲夢表每憂時忘身志必匡世衆百億虎眄須彌故命使持節征魔大將軍六天都督兜率王解脫月思虛玄高步塵表略竝童眞功侔九悼愍三塗忿君縱害援劍慷慨迴思奮領衆五百萬億鸞鳴天衢命使持節通微將軍七天都督四禪王金剛藏朗志虛玄金顏遐矚恩殊九錫力傾山海左顧則濛氾飛波眄乃扶桑落曜德無不施威無不伏領衆七百萬億雲迴天門故命使持鎭城將軍九天都督十地大王維摩詰奇算不思法柯達震體合神姿㩲像萬變呼吸則九服雲崩叱咤則十方風靡威被下愚無辜酸楚領衆九百億飮馬靈津故命使持節鑑復大將軍十九天都督十住大王文殊師利承胄遐元形暉三耀身自金剛神高體大應適千途玄算萬計群動感於一身衆慮靜於一念深抱慈悲情兼四攝領衆塵沙翺翔斯土故命使持節匡教大將軍十九天都督魔諸軍事群邪挍尉中千王觀世音智略淵深慧剛遐網明達六通朗鑑三固或託迹群邪耀奇鋒起或權形二九息彼塗炭揮手則鐵圍摧巖氣則浮雲頹崿能爲十方作不請之領衆不思風吟虎嘯故命使持節撫化大將軍十方三界大都督補處王大慈氏妙質從容天姿摽朗體踰金剛心籠塵表猛志衝天慧柯遠奮無生轉於胸中權智應於事外志有所規無往不就威恩雙行眞俗竝說領衆八百萬億嚴駕待命勇士之徒充盈大千金剛之士彌塞八極咸思助征席卷六合乘諸度之寶軒守八正之脩路跨六通之良馬捉虛宗之神轡彎四禪之良弓放權慧之利箭鳴驥桓桓輕步矯矯撫劍飛戈長吟命敵而將軍累世重光匡濟帝業歷奉聖庭曾無有闕貴卽道師身子五幽鑑天命秉受王化聖上開衿授名爵封賞列土功侔舊臣聲蓋萬而君何心撗生異見偃蹇邊荒顧常位毒害勃於蒼生災禍流於永可不哀哉可不謬哉君昔因時爲物所惑狂迷君心投僞外竄百行一愆賢達尚失久謂君攬智返愚罪象魏束身抽簪同遊群儁以道自榮名終始仍執愚守惑偸安邪位託癡山以自高恃見林以遊思耽六欲之穢塵翫邪迷以娛性建憍慢之高幢列無明之凶陣闊步長塗輕弄神器盜篡天宮抗拒日月恐不異擧手欲障三光掊土擬塡於四海打鼓與雷爭音把火共電競耀雖擬心虛標事難就矣然將軍殖德玄津原承彌暉華暐然群下矚目望貴之基易登由來之功可惜可改往脩來翻然歸謝過朱門與道齊好家國竝存臣俱顯取名獲安曉目達觀眷屬晏可不美歟大師剋擧萬方矯電提法蠡齊撫慧劍道柯輝耀於前驅靈鼓振音於後隊神鍾一扣則十方傾覆海浪飛波則原陸湯沸當爾之須彌籠爲微塵天地迴爲一粟動安於左衿妙樂握於右掌神力若豈可當哉然我法王體大仁慈欲便襲權停諸軍蹔頓靈轡臨路遣庶迴迷駕君可早定良圖面縛歸闕委命王庭逍遙閑境上方宰任君而誰夫聖人上智識機明責勉禍窮而知返君子所美此乃轉福之高取功之良節夏桀無道殷王致商紂首亂周武建師此則古今之常軌將軍之明誡相與雖復形乖於當年風流於道味人天踦嶇何足致隔想便霍然隨書投命所以切痛其辭委曲往久者不欲令芳蘭夏彫柯摧穎深思至言善從良計勿使君身傾匡三槪勿使六天鞠生禾䅎目仰眺助情暢然臨紙多懷文不表釋道安頓首

(4) 마주보격(魔主報檄)
033_0651_b_11L魔主報檄
033_0651_c_02L대몽국(大夢國) 장야군(長夜郡) 미각현(未覺縣) 예어리(寱語里)에 사는 육자재주(六自在主) 타화황제(他化皇帝) 고좌대장군(高座大將軍) 남염부제도(南閻浮提道) 수무대사(綏撫大使) 불상서(佛尙書) 도안(道安) 스님 절하(節下)에 삼가 말씀 올립니다.
말씀을 멀리서 보내 주시어 제가 기쁘게 받아 보았습니다. 구구절절이 음미할수록 진실로 기쁘기만 합니다. 이제야 대국의 신하되는 예의가 드높음을 보았습니다.
장군께서 허심(虛心)에 통하시어 밀행(密行)이 그윽하심을 이어서, 소맷자락에 산하를 두르고 우주를 거머쥐시며 종묘를 걱정하시고 생민(生民)을 염려하시니, 뛰어나신 기풍이 천 심(尋)이나 되고 참되신 마음이 만 인(仞)이나 되십니다. 참으로 매서운 바람에 굳건한 풀이며, 난세의 충신이십니다. 도를 구하며 서로 이웃으로 만났으니 피차 다르지 않을 것이기에, 엎드려 인사 올리며 이 같은 답장을 보내 드립니다.
예전에 주나라 왕실이 쇠퇴하자 6국(國)이 9정(鼎)의 물을 끓어 넘치게 하였으며, 한나라 조정이 망하자 천하가 삼분 되었습니다. 혹 변방의 오랑캐가 침범하여 중원에 피해를 입혔으며, 혹 안에서는 난리가 모르는 사이에 일어나 그 재앙이 양민에게까지 미쳤습니다.
대기(大期)에 이르면 때까치가 날아오고, 시절이 무르익으면 군자가 표변하였던 일은, 예부터 그리 해온 것으로 어찌 오늘날만 이렇겠습니까? 실로 창생의 죄가 쌓이면 상천(上天)이 화(禍)를 내리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석가 황제께서 홀연히 먼 길 가시니, 신하들은 슬픔에 쌓이고 솔토(率土)에 비탄만 가득합니다. 황태자 미륵님께서 심궁(心宮)에서 덕을 기르시는데, 만월(滿月)도 산에 숨은 듯하고, 깊은 수풀에 작약이 숨어 있듯 합니다.
106대(代)의 말세에 이르러서, 구오(九五)의 인군(人君)이 결하자 제후가 간교해져서 서로를 시기하는지라, 18부교(部敎)가 교설이 서로 다르며 96도(道)가 준조(罇俎)163)를 서로 피하니, 이리는 해표를 물어뜯고 올빼미는 산자락마다 울어대는데, 왼쪽에도 그 같은 말을 다하지 못하며 오른쪽에도 그 같은 일을 다 적지 못합니다.
국헌(國憲)과 조장(朝章)은 서리 맞은 듯 영락하고, 황제의 천새옥벽(天璽玉璧)은 얼음 녹듯이 흩어져 버리니, 신하는 원망하고 백성은 분노하며 무리 지어 난리를 일으키고 부모마저 멀리합니다. 서로들 달아나 귀순하지 않으며 외로이 멀리 떠나가기만 합니다.
헛되이 운수가 태평하고 조화(朝化)에 목욕한다 이르나 시절마다 난리를 만나 간과(干戈)를 물리치기 어려우니, 대체로 사람을 형통시키려는 권도(權道)의 변통이라 하겠습니다. 의병을 통솔하여 발분망식(發憤忘食)하고, 아울러 산에 올라가 호랑이를 잡고 물에 들어가 용을 벱니다.
문무를 겸하여 몸을 가벼이 여기고 의리를 중히 여기기에 사직을 도모하려는 것이 아닐지니, 실로 천위(天位)는 운수가 기운다고 감히 엿볼 바가 아닙니다. 마음의 성을 굳게 지킨다 하나 임금을 무시하고 삿되게 진로(塵勞)만 희롱하는지라, 급기야 물이 넘쳐 욕심만 흐르게 합니다. 장차 마음의 근원은 점차로 멀리하면서 큰 꿈에만 홀리니, 긴 밤이 깊어져만 갑니다. 본인(本因)을 돌려서 헛된 것에서 깨어나니, 이제 백성을 위로하고 그 죄를 벌하고자 합니다.
먼저 취말대장군(聚沫大將軍) 황현후(黃玄侯)에게 명하여 공화(空華)의 병졸을 거느리고 양염(陽炎)의 말을 채찍질하며 건성(乾城)의 모퉁이에다 부운(浮雲)의 진(陳)을 치니, 창과 갑옷이 번쩍이고 활과 이지창(二支槍)이 엇갈렸습니다. 예리한 칼날이 서로 마주치지도 않았는데, 저들 병사가 먼저 패망하였습니다.
다음에 다시 간향대장군(磵響大將軍) 사죽공(絲竹公)에게 명하여 궁(宮)ㆍ상(商)ㆍ각(角)ㆍ치(徵)ㆍ우(羽)의 병졸을 이끌고 전성(傳聲)의 계곡에 주둔하였으나, 소리마다 모두 끊어졌습니다.
다음에 다시 백화대장군(百和大將軍) 난야백(蘭麝伯)에게 명하여 향기로운 군대를 이끌고 바람 타고 진을 펼쳤으나, 천 리 이내에 바람 한 점 불기는 커녕 구름조차 없었습니다.
다음에 다시 육미대장군(六味大將軍)에게 명하여 진미(珍味)의 병사를 이끌고 면문도독(面門都督)이 되어 창명(滄溟)의 입을 지켰으나, 물어뜯을지라도 입 속에 남는 것이 없었습니다.
다음에 다시 칠촉대장군(七觸大將軍)에게 명하여 매끄러움과 부드러운 군사를 이끌고 전고(戰鼓)를 치자마자 그 신성(身城)이 무너집니다.
이 같은 다섯 군대는 예전에 토벌 나가면 물경 백 번을 싸워 모두 백 번의 대첩(大捷)을 거두면서, 하늘이 보호하여 지극히 마땅하지 않음이 없었습니다.
짐이 아무리 생각하여도 연유를 알지 못하였으며, 급기야 몸소 죄를 문책당하고 오랑캐의 옷을 바로 입고 공(空)의 움집으로 나가서 샘물 같은 지혜를 발휘하였습니다. 이에 산악조차 움직이는 위세로 망상(妄想)의 병사를 거느리니, 그 수효가 억조를 헤아렸는데도 신명을 의식의 바다에 잠기게 하고 심산(心山)에 그림자를 숨겼습니다.
원수(元帥) 안검성려(案劍城旅)에 명하여 병사를 징집하여 칼을 치켜들고 진을 쳤는데 허공을 가득 메우도록 연기처럼 모였으니, 사기가 충천하지 않음이 없었습니다. 진제(眞際)에다 망상의 구름을 토하며 거센 바람으로 땅을 놀래키고, 본성의 바다에서 속진의 풍랑에 놀라게 하며 도품(道品)의 관군(官軍)을 무찔렀습니다.
밤마다 서리로 적시면서 일심(一心)을 묻어 본원(本源)으로 돌이키는 일을 아득하게 꾸몄습니다. 6애(愛)가 이미 그러한데, 화택(火宅)을 날로 치성케 하여 종횡으로 약탈하면서 앞뒤로 거침없이 토벌하였습니다.
실로 6기(奇)와 3략(略)을 흉금에 모았는지라, 백 보 나아감에 천 갈래의 계책을 이루니, 본래 군진(軍陣)에 추호의 어긋남도 없었으므로 마침내 자비의 구름을 없애고 정법의 안개를 거두었으니, 나의 도(道)가 여기에서 흥성하게 되었습니다. 마침내 관직을 나누어 설치하여 나의 풍화(風化)를 행하였습니다.
무렴표기(無廉驃騎)에 조칙을 내려 탐산(貪山)에 웅거하게 하고, 성삽장군(性澁將軍)을 간해(慳海)에 용처럼 서려 있게 한다면 구휼하는 사졸들은 육지와 바다에 의지할 곳이 없어질 것입니다. 다시 계지랑장(繫地郞將)에 조칙을 내려 음양의 부서를 설치하고 정진부마(情塵駙馬)로 하여금 대적하는 병사들을 살펴보게 한다면, 애욕의 물이 잠시 흐르면서 신성(身城)은 궤멸될 것이고 욕망의 불이 타자마자 천묘(天廟)가 불타게 될 것이니, 선성장군(繕性將軍)도 불타거나 익사하고 말 것입니다.
다시 포발교위(咆勃校尉)에게 조칙을 내려 활과 칼을 몸에 지니게 한다면, 짐새의 독이 매처럼 날아오르고 창이 손에 있게 되어 엄숙하고 강건한 사졸들은 회성(賄城)을 굳건히 하고, 평분장군(平忿將軍)으로 하여금 명성을 녹이고 자취를 깎아 내게 합니다. 다시 정근어사(正勤御史)에게 조칙을 내려 또한 감찰수면무후(監察隨眠武侯)를 멈추게 하고, 조정의 꾀를 편안히 위무하게 한다면 무명(無明)으로 방탕하고 멋대로 하는 것에 기대할 것이 있을 것입니다. 정진하는 한필의 말로 하여금 4근(勤)의 길을 가게 하는 것을 그만두게 하고, 가유(加留)의 두 개의 지혜의 화살을 가지고 3공(空)의 문(門)을 쏘지 않게 하면, 용맹장군(勇猛將軍)도 바람에 연기처럼 사라질 것입니다.
각관대사마(覺觀大司馬)에게 조칙을 내려 관청을 초선(初禪)에 두면 사사유도위(邪思惟都尉)는 군진(軍陣)을 3유(有)에 배치할 것이고, 마음의 근원이 아직 고요해지지 않으면 자못 풍파를 입을 것이니, 선지(禪枝)를 무성하게 하려고 해도 다시 서리와 한설을 만날 것이니, 안정장군(安靜將軍)은 몸을 어지러운 지경에 빠뜨릴 것입니다.
아견행(我見行)에게 조칙을 내려 높은 타나(陀那)의 봉우리를 누르게 한다면 혹산만인(惑山萬刃)과 의술백중(疑戌百重)은 토벌에서 돌아오다가 도리어 미혹될 것이나 천로(天路)의 진(津)을 물을 것이니, 몸을 바라보는 실상(實相)은 마치 양의 뿔과 같이 펼 것입니다. 인연은 망령된 행위로 실체가 없으나, 그 조밀함은 고기비늘과 같습니다. 그래서 독은 광자(狂子)를 감동시키고 술은 취객을 깨우니, 순금이 들어 있는 장을 엎어버리고, 비니(肥膩)의 풀을 숨겨서 박통 장군(博通將軍)은 몽롱하게 취한 것 같습니다. 그러므로 온 천하의 빈객들이 모두 나의 백성이 되는 것입니다. 지금 사기충천하는 10군(軍)의 사졸들과 5장(將)의 영웅들이 기회를 타고 발동하여 나라의 종묘를 세우고 지킵니다.
짐이 사해가 머리를 숙이고 우러러 받들어 즉위하였으니, 헌가(軒駕)에 임하여 우내(宇內)를 부리며 왕업을 이어왔습니다. 부도(浮圖)를 손에 쥐고 천명을 받았으니, 곤약(困弱)의 수레바퀴는 다함이 없는 데다 발에는 금륜(金輪)을 두른 듯하니, 마음이 준마와 더불어도 남음이 있습니다.
검은 말을 뽑아서 군역(軍役)에 충당하면서 의관(衣冠)에 두 가지가 없게 하니, 수레에 담긴 책도 한 가지일 뿐입니다. 삼계(三界)의 불난 집에 장풍으로 부채질하며 문 바깥에 높은 수레를 장식하고, 인욕의 갑옷을 벗겨서 내 백성으로 다시 만들었으니, 장군과 병사가 함께 망하게 하고 지혜와 힘도 같이 상실되었습니다.
이제야 갈 길이 막히고 화살도 다하는지라, 말을 버리고 배를 불태우며 사마귀처럼 팔을 들어 항복하는 것이 참으로 민망합니다. 참으로 부끄럽습니다. 도척(盜跖)이 병졸을 이끌고 제후를 약탈하다가 공구(孔丘)가 쳐 놓은 군진(軍陣)에 걸려 땀을 흘리며 집으로 도망가는 것은 바로 장군의 밝으신 훈계이십니다.
황태자 미륵님께서 잠저(潛邸)에 계시다 용비재천(龍飛在天)하실 적에는, 짐도 말이 비 오듯 땀 흘리도록 달려가 조정에 귀순하여 정궐(庭闕)에 꿇어앉아 죄를 달게 받겠습니다. 비록 장군께 부름을 받더라도 지금은 명을 받들지 못하겠습니다. 드릴 말씀은 많으나 이만 붓이 짧아서 말을 다하지 못합니다. 덕 높으신 군자에 귀순하여 언외(言外)에서 만나 뵈일 날만 기약하겠습니다.
파순(波旬)이 머리 숙여 벌을 주실 것을 청합니다.
033_0651_b_12L大夢國長夜郡未覺縣寱語里六自在主他化皇帝報檄於高座大將軍南閻浮提道綏撫大使佛尚書安法師節下音耗自遠喜同蹔接尋覽句良用欣然方見大國之臣禮義高承將軍虛心豁達密行淵玄襟帶山河牢籠宇宙慮深宗廟憂及生民秀氣千尋眞心萬仞諒疾風之勁草亂世之忠臣也冀道遇則鄰彼我非隔俯從人事聊此報章周室旣六國鼎沸漢朝運滅三分天下外夷侵叛毒被中原或內禍潛作及良善應期鵲起達時狗變有之自豈止今日惟蒼生舋積上天降禍釋迦皇帝奄然登遐哀纏臣妾悲浹率土皇太子彌勒養德心宮滿月停山深叢隱藥數鍾百六之世代虧九五之君諸侯姦猾猜忌相處一十八部教軌參差九十六道罇俎迴互狼噬海濱梟鳴山曲左不記言右不記事國憲朝典與霜露而彫零天璽帝璧冰消而葉散臣怨民怒衆叛親離逝無歸伶跰長往竊謂數屬太平浴朝化時逢亂世濟難干戈蓋乃通人之權變也謹率義兵發憤忘食登山拉虎臨河斬龍緯武經文輕身重義社稷是所不圖也天位非所傾望也直以心城無主邪戲塵勞沓𣵻欲流將心源而共遠忽怳大夢與永夜而俱長還因假寐弔民伐罪先遣聚沫大將軍黃玄侯率空華之卒陽炎之馬卽乾城之隅結浮雲之陣戈甲昱爍弓戟參差鋒刃未交服兵先敗次命礀響大將軍絲竹公領宮商之衆據傳聲之谷隨聞隨翦次命百和大將軍蘭麝伯領馨香之旅風抒陣千里無雲次命六味大將軍領肥美之卒爲面門都督守滄溟之呑噬無遺次命七觸大將軍領細滑之衆戰鼓纔擊身城瓦解五軍前百戰恒捷自天是祐罄無不宜慮未窮巢穴躬行問罪戎衣旣整出自空窟發淵泉之智動山嶽之威妄想之兵數盈兆載竝潛神識海隱影心山命將元帥案劍城旅徵兵士擎刀結陣排空塞迥煙飛霧集不雄氣衝天吐妄雲於眞際高風駭地驚塵浪於性海擊道品官軍霜夜抒籜一心旣沒還源彌遠六愛已然宅火逾盛縱撗翦掠腹背羅討六奇三略先薀胸襟百步千榮本無撗陣遂雲消霧卷吾道興焉於是分官置行我風化 勅無廉驃騎虎踞貪山性澀將軍龍蟠慳海瞻恤之士水陸無寄 勅繫地郞將置陰陽之府情塵駙馬觀伉儷之兵愛水暫流身城被漬欲火纔發天廟遭燒繕性將軍已從焚溺勅咆勃挍尉劍隨身鴆毒鷹揚戈戟在手嚴毅士卒警固賄城使平忿將軍銷聲剷迹勅正勤御史且停監察隨眠武侯安撫朝猷放蕩無明縱恣有待使精進一馬罷行四勤之路迦留二箭不射三空之門勇猛將軍風煙歇滅勅覺觀大司馬置府初禪邪思惟都尉列陣三有心原未靜頻被風波枝欲茂再遭霜雪安靜將軍埋身亂勅我見行高鎭陁那之嶺惑山萬疑戍百重討返還迷問津天路使觀身實相申如羊角緣家妄業密若魚鱗故毒動狂子酒醒醉客覆眞金隱肥膩草博通將軍兀然如醉則率土之賓皆吾民也今十軍意氣五將英雄乘機發立成國宗廟朕俛仰卽位臨軒御宇纂承王業握圖受困弱之輪無際足擬金輪心與駿䭿有餘聊充紺馬衣冠旡二車書已方扇長風於火宅粉高車於門外解釋甲冑與民更始將軍士卒竝亡智力俱喪路窮箭盡棄馬焚舟螗螂擧臂良可愍也良可恥也盜跖率卒侵暴諸侯孔丘置陣流汗反府卽將軍之明誡也皇太子彌勒代邸龍飛朕汗馬歸朝銜罪庭闕將軍見徵敢聞命也情深筆短不能多白冀歸高君子相期於言外焉波旬頓首死罪


(5) 파마로포문(破魔露布文)164)
033_0652_c_07L破魔露布文
033_0653_a_02L광연장군(廣緣將軍) 유탕교위(流蕩校尉) 도독(都督) 육근제군사(六根諸軍事) 신제악(新除惡) 건선왕(建善王) 신(臣) 심(心)
진혜장군(賑惠將軍) 선산자(善散子) 도독 광제제군사(廣濟諸軍事) 감군(監軍) 신(臣) 시(施)
선성장군(繕性將軍) 극욕계(剋欲界) 도둑 섭지제군사(攝志諸軍事) 사마(司馬) 신 계(戒)
평분장군(平忿將軍) 탕에후(蕩恚侯) 도독 홍유제군사(洪裕諸軍事) 사공공(司空公) 신 인(忍)
용맹장군(勇猛將軍) 근습백(勤習伯) 도독 육도제군사(六度諸軍事) 행대(行臺) 신 진(進)
안정장군(安靜將軍) 지념도위(志念都尉) 도독 관루제군사(觀累諸軍事) 섭산후(攝散侯) 신 선(禪)
박통장군(博通將軍) 주물대(周物大) 부도독(夫都督) 조달제군사(調達諸軍事) 감조왕(監照王) 신 지(智)
행언(行言) 근안(謹案) 신 문(聞)

난리를 평정하여 태평케 하였습니다.
흉도가 어느 때라도 일어나면 청정한 교화로 제거해야만, 반역의 무리가 그에 따라 일어납니다. 이로써 문명(文命)165)이 9위(圍:9州)에서 군대를 조련하다가 도산(塗山)에서 사마(死魔)를 만났으며,166) 정생(頂生)이 육합에서 수레를 수미산 위로 굴리다가 도리천에 도둑을 만났습니다. 그러므로 몸을 망하게 하여 그 위엄을 알게 하여야 하는데, 혼비백산하여 민월(閩越)의 땅으로 흩어져 타향에서 고생하며 존귀한 자리마저 잃었습니다.
이것은 실로 안으로 간사한 무리를 끼고서 바깥으로 속진의 궤범을 수립한다면, 상도 공적에 어긋나고 벌도 신의 악행에 어긋났기 때문입니다. 세간의 종사(宗師)이신 석가문 황제께서 저녁 무렵에 대가를 숲 속에 멈추신지 천 년이 넘었습니다.
태자 자씨(慈氏:미륵보살) 아일다(阿逸多)께서는 도솔천에 머무시느라 대업을 계승하시지 못했으니, 법(法)의 성(城)이 잠시 비워지고 범륜(梵輪)에 주인이 없습니다. 이에 진역(塵域)의 바깥에서 반역이 일어나 사주불공(沙州弗貢)이 삼계를 놀라게 하고 6천(天)이 봉기하게 하였습니다.
삿된 무리가 거짓으로 꾀어내서 세속과 달리 이룬 것을 뒤집으려 하니, 간사한 자재천주(自在天主) 적왕(賊王) 파순(波旬)은 몸을 받은 바탕이 어리석어 삿된 기운만 가득한지라, 마음에 아만을 내고 생각마다 애욕이 가득 맺어집니다. 지혜의 운명을 빼앗고자 신기(神器)를 농간하며, 욕계를 방종케 하면서 황제의 경계[皇境]마저 넘보고 있습니다.
정교(正敎)가 쇠퇴하고 내외(內外)가 서로 어긋나니, 자매가 함께 간사하며 천 명의 자식도 변심을 하고, 세 여자가 사특하고 방탕하여 우리의 상궁(上宮)을 어지럽히려 하였으나 아름다운 자태가 펼쳐지기도 전에 일흔 살 먹은 노파로 변한 적도 있습니다. 또한 저 파순이 소도(小道)를 좋아하여 변재가 상당하기에, 그른 말을 꾸미는 데 능하고 곧잘 멀쩡한 사람마저 성나게도 만듭니다. 효순한 말을 쓰지 않고 오로지 간신의 계책만 나라의 틈을 엿보다가 기회를 틈타 침범하곤 합니다.
위결사대장(僞結使大將) 제번뇌(諸煩惱) 등이 성도(聖道)의 운수가 다한 것을 계기로, 8백의 광음(光音)이 연달아 일어나는지라 10전(纏)이 여기서 일어나게 됩니다. 애욕의 바다에 욕심 많은 병사를 풀어 놓고 고원(高原)에다 의심의 준마를 치달리게 합니다.
재갈을 물려서 2견(見)의 구역으로 몰아 들어가고, 무명의 경계로 치닫게 하다가 성인을 만나게 되면 종적을 감추고 하늘로 숨어 버리고, 악인을 만나게 되면 그 가운데에 악행을 쏟아 부으니, 위험을 무릅쓰고 관문을 겹쳐서 때를 보아 가며 일을 저지르는데, 때로는 영리만을 구하는데 뜻을 두어 헛되이 권문(權門)을 감시하거나, 혹은 분노를 머금고 대중을 위협해서 전적으로 해독을 자행하기도 합니다.
충천하는 의기로 방등(方等)만을 고수하는지라 한쪽 모퉁이로 교만(憍慢)하여 정삭(正朔)을 가리지 못합니다. 바야흐로 헛되이 7사(使)의 전거(傳車:고대 역참 전용의 수레)를 빌려서 임시로 세 가지 장애로 여섯 조목을 거짓되게 말하여 괴상한 풍속을 이루는데, 어리석은 이는 그것도 가르침이라 여기고 갓끈을 새로이 씻어 내며, 지혜로운 이는 이를 버리고 골짜기에서 물을 마십니다.
마졸(魔卒)을 길러 선봉을 삼고 봉화를 띄워 진군하게 하는데, 위사천(僞四天) 대도독(大都督) 오음마(五陰魔) 등이 무시(無始)의 평원에 거점을 두고 유형(有形)의 속에 깃들어 살면서 고해 속을 떠다니며, 화택의 기슭에서 게으르게 놉니다.
실로 이 몸뚱이를 호령하며 헛되이 6부(府)를 설치하는데, 순식간에 영예로움을 훔치고 편안할 때 쾌락에만 탐닉하게 합니다. 그 원수(元首)에 조짐조차 없는지라 헛된 고달픔이 셀 수도 없어서, 목마른 병사와 질투하는 사졸이 냇가에 가득하고 벌판에 널려 있으며, 두려움에 떠는 선비와 근심 많은 사람이 산을 에우고 골짜기에 가득할지니, 악행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서로를 격려하며 한 곳에 모여 떼를 이루는데, 이도(異道)의 부류가 무리를 지어 삼계를 군대로 가로막습니다.
위서행대(僞署行臺) 유생사(有生死)와 적왕관병(賊王觀兵) 오도(五道)가 3악도에 마졸을 배치하고, 산 것의 명을 재촉하고자 빨리 늙어가도록 장난칩니다. 5쇠(衰)는 떠날 때를 기약하고 4생(生)은 3세에 응하는데, 흐르는 샘을 메워 놓고 타는 불길을 막아 놓습니다.
업력(業力)이 으르렁대는지라 위취(危脆)만 부둥켜 안고 앞으로 치달리며, 3독에 떠밀려 군유(群有)를 끼고서 오래도록 가니, 사고무친(四顧無親)하고 화가 9족(族)에 이어지는 것을 어찌 차마 견디겠습니까?
위엄과 노여움이 교차하고 살육이 충효한 사람에게 미치니, 바야흐로 성인을 무시하고 현자를 멸시하며 참다움을 업신여기고 바른 것을 그르다 합니다. 일반 백성들을 함정에 빠뜨리고 범서(凡庶)를 그물로 엮으니, 고(苦)와 공(空)의 이치를 망령되이 따져서 자아(自我)가 있다고 하며, 그 경천동지(驚天動地)하는 기세를 도리어 금석같이 견고하다고 말합니다.
정월 그믐 해 질녘에 성씨가 선(善)이고 자를 지식(知識)이라 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도량(道場)으로 찾아와 이르기를, 도적의 무리가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데 시급히 베어야 하니, 그렇지 못하면 큰 화근이 되리라고 하였습니다.
신이 이 같은 말을 듣고 믿기지 않았으나, 홀로 양 수레를 부리면서 군대를 화성(化城)에 배치하고 참호를 깊이 파놓고 스스로 방비하였습니다. 이때 적당이 후야(後夜)에 사자 한 사람을 보내어 진기한 공물을 바치면서 우호를 맺기를 요구하였습니다만, 신이 이들 적당의 세력이 물거품 같아서 지모(智謀)가 없는 데다 성품조차 악독하여 가까이하기 어려운 것을 알고는 더불어 말상대를 하지 않자, 저들이 원한을 품고서 되돌아갔습니다.
바야흐로 온갖 계책을 써서 침범하였는데, 바로 같은 달 이레 째 되는 날입니다. 이른 아침에 방편문(方便門)을 나와 해탈처(解脫處)에 머무르며 신속히 신우(信郵)를 파견하고서 적진으로 깊숙이 들어가 군미(群迷)를 불어서 고해를 벗어나도록 조치하고서 삼매(三昧)를 모아 일거에 소탕했습니다. 5음(陰)을 숙청하여 제유(諸有)를 법으로 청정하게 하기를 바랬으나, 적이 견고함을 믿고서 강변에서 황상(皇上)의 위엄에 대항하였습니다.
강물이 넘쳐흘러 넓고 깊어서 끝이 안 보이는 데다, 회오리바람이 휘몰아치며 우박이 퍼붓듯이 쏟아지고 거센 파도가 몰아치면서 해신이 일곱 가지 잡류(雜類)를 다투어 쏟아내므로 혹 물속으로 가라앉기도 하고, 혹 바람에 날리기도 하였습니다.
야차(夜叉)167)가 길목을 막아서고 나찰이 기슭을 점거하였는데, 그만 눈이 멀기도 하고 귀가 먹기도 하여 선재(善財)를 다소 잃기도 하였으나, 저 애욕의 큰 물결에 끝내 가라앉지 않는 경우가 드물었습니다.
다시 경기(京幾) 땅 부근에 도랑을 파고 성채를 크게 쌓았는데, 성벽을 높이 올리고 합문(閤門:고대 궁실의 옆문)을 모두 막으면서 오직 하나의 문만 남겨 두었습니다. 사방이 험준한 골짜기인지라 한 사람이 창을 쥐면 만 명의 군사도 주저하는 곳이었습니다. 4과(果)도 겁내고, 벽지(辟支)도 두려워 떨면서 마침내 여러 군사들을 모아서 규칙을 알아 전진하기를 바랬습니다.
격취도능(擊驟度能)이 자문하기를, “혹 군사를 이끌고 물을 건널 수도 있으니, 여러 나무를 구해다 엮어서 뗏목을 만들고서 이를 얼싸안고 발장구를 치면 거센 파도를 헤쳐 나갈 수도 있겠다”고 하였습니다. 신(臣)들이 손에 부낭(浮囊)을 잡고 물살을 가르며 나아가되, 단단히 보호하여 피안에 오르지 못한 이가 없었습니다. 일부 병사는 병거(兵車)를 수리하고 마음을 합치고 힘을 다해서 앞으로 돌격했습니다.
즉시 안정 장군(安靜將軍)을 보내 관루(觀累)의 병졸을 이끌고 산란(散亂)의 고원을 점령했으며, 다시 평분 장군(平忿將軍)을 시켜 홍유(洪裕)의 병사를 인솔하고 노곡구(怒谷口)를 막았으며, 다시 진혜 장군(賑惠將軍)으로 하여금 광제(廣濟)의 군대를 이끌고 간탐(慳貪)의 길목을 끊었고, 다시 박통 장군(博通將軍)을 시켜서 통달(洞達)의 군사를 지휘하여 광치(狂癡)의 길을 막고서 독사(督師) 나장(羅張)이 사면에서 협공하였는데, 전투마다 대승을 거둔 것이 한 달이 못되어 세 번이나 되었습니다.
행대(行臺) 공중(恐衆)이 게을러 다투어 진격하지 못하고 최매(催厲)의 6군(軍)을 아유월지(阿惟越地)의 땅에다 주둔시켰는데, 이 때문에 남은 불씨와 떠돌던 혼령들이 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에 의탁하여 견양(犬羊)의 무리를 이끌고 다시 싸우고자 하였습니다.
거짓 호시(虎兕)로 위세를 드러내고 웅비(熊羆)를 불러다 호위하게 하였는데, 얼굴이 이상한 무리들이 불 바람을 뿜으며 출군을 대기하였고, 산을 이고 나무를 뽑는 역사의 무리들이 개미떼처럼 모여들어 진용을 가지런히 하였습니다. 황가(皇家)의 부절(符節)에 응하여 하명에 따라 나가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진겁(塵劫)의 땅을 열어 성스러움이 거듭 빛나고 국조(國祚)가 무궁할지니, 선대의 제왕께서 9정(鼎)에 물을 담던 날에 내리신 고명이 은근하시어 오로지 문덕을 아름답게 하신 이래 전쟁을 허용하지 않으셨습니다. 이리하여 막부에서 처음 조칙을 받던 때부터 칙명에 따라 행하면서 대략 설치했던 6기(奇)의 약법(略法)마저 끊었습니다.
단지 미쳐서 거짓된 것을 세우면서도 오히려 죽음도 마다하지 않고 절의(節義)를 거스르면, 패다(貝多)를 보내어 일깨워 주었으나 개전하는 마음이 일체 없어서, 장명(將命)을 호령하는 대권(大權)으로 병사 십만을 징집하여 강토의 오염을 막아 정토(淨土)를 크게 넓혔습니다.
무외(無畏)에 의지하여 몸을 엄숙히 하시니, 온갖 오묘함을 겸하여 다하였는데 용반(龍蟠)과 도수(道樹)를 뽑아 사바(娑婆)를 노려보시니, 열 가지 명호가 한번 퍼지자 32상(相)이 기대에 응하게 되었고, 가르침의 말씀을 펴시자 18불공법(不共法)에 구름같이 모여들었습니다. 바로 법고를 울려서 3공(空)을 벗어나게 되었습니다.
자비의 당번(幢幡)을 세워서 8난(難)을 막았으며, 대천세계에 무공을 강론하고 빛나는 위엄을 만역(萬域)에 드리웠습니다. 신령한 창을 쥐시기만 하여도 천마의 무리가 간담이 서늘하였고, 지혜의 칼을 한 번 휘두르기만 하여도 사도(邪道)의 무리가 멸망했습니다. 도신(道身)을 나투어 사마(死魔)를 참하시며 반야(般若)로써 번뇌를 자르셨으니, 파순을 부동(不動)의 숲 속에서 꺾으셨고 5음(陰)을 성품을 가려보는 경계에서 없애셨습니다. 그런 연후에 소굴을 보호하고 굴을 막았을진대 참으로 이르지 못하신 곳에 이르렀으니, 엎드려 숨은 것이 어찌 한 사람뿐이겠습니까?
먼 곳의 눈 뜬 소경은 날랜 힘으로써 다스릴 바가 아니었다 하겠습니다. 적멸(寂滅)의 초원에서 생사를 숨기고, 상락(常樂)의 경계에 처하여 병들고 늙는 것을 흘려보낸다. 6통(通)의 대로에서 3장(障)을 떨치고, 살바(薩婆)의 구역에서 7사(使)를 던지니, 그 원흉이 효수(梟首)되고 도당들은 주살되었으니, 여타의 따르던 이들은 달리 물어 볼 것도 없습니다.
제유(諸有) 가운데 지극한 마음으로 뉘우치는 이는 모두 갑옷을 벗고 창을 버리게 하고서 민호(民戶)로 편입시키고, 원호(遠號)를 내려 낙토(樂土)로 옮기게 하였습니다. 그 몸에 박힌 다섯 개의 화살을 뽑고자 좋은 의사를 데려다 진구(塵垢)의 병을 치료하면서 은혜로운 탕약을 베풀었습니다. 이때서야 업풍(業風)에 6진(塵)이 불던 것이 그쳤으니, 상서로운 구름이 사방에 드리워지고 신령한 금수가 날개를 드리웠습니다.
8부(部)를 이끌면서도 스스로 잘못하고, 28수를 엄숙히 하여 보호하시고 당에서 한가하게 아무 하는 일 없이 무위할 뿐이었습니다. 대각천왕(大覺天王) 등이 석가문 황제의 풍화와 법륜을 흠모하여 발탁하는 것에 뜻을 두어, 예전의 전모(典謨)를 이끌어서 은근하게 간언하면서 사면을 얻지 못한 이들을 적어 올리자, 말없이 상주한 일을 허락하였습니다.
이로써 감로문(甘露門)을 열고 8정도(正道)로 나아갔는데, 천 겹의 구름이 몰려 와서 녹야원(鹿野園)에서 의식을 갖추자, 사천왕이 두 손을 높이 쳐들어 발우를 올렸는데, 두 장자가 공양을 마련하여 처음으로 초청하였습니다.
그래서 예전에 덕행에 의거하여 공훈을 기록하니, 진제(眞諦)가 상을 내리자 야사(耶舍)가 공손히 받았습니다. 베푼 것이 선봉과 같고 혹 친구 간에 영예를 입기도 하였고, 혹 형제간에 은택이 드리우기도 하였는데, 식읍(食邑)이 초과(初果)와 같지 않았으나 표창은 10지(地)보다 유덕하였습니다.
고례(古禮)에 따라 각 성(省)을 순행하고 5악(岳)으로 나아갔는데, 군려(群旅)를 6성(城)에서 조련하고 병마(兵馬)를 8국(國)에서 다스렸습니다. 3천(天)의 위에서 원만을 다스리고 9지(地)의 아래에서 죄를 문책하였습니다. 시방의 영웅을 초빙하고 영취산에서 만국(萬國)을 회견했는데, 하화와 이융이 밀어닥치고 훌륭한 선비가 다투어 나왔습니다.
이에 보배창고를 열어 곤궁한 이를 구휼하고 3거(車)를 내어 여러 선비에게 공급하였습니다. 일반 백성들을 위무하여 영도(寧堵)의 업을 다시 이루게 하셨으니, 저들의 그 몸은 1승(乘)에 편안하고 마음은 반석보다 굳어졌습니다. 수풀 속에 흐르는 물을 돌아보며 황택(皇澤)을 선양했으니, 항심에 의지하여 설법하시어 미처 빈객이 되지 못한 이들을 소집하셨습니다.
어진 교화가 우내(宇內)에 가득하고 도의 광채가 멀리 비추니, 사방이 빛에 통하고 교화하는 흐름마다 차별이 없었습니다. 중로(中路)의 구역에서 송사를 들으시고 보산(寶山)의 처소에서 판결하셨으니, 한량없는 위세가 저 멀리 성곽까지 떨쳤습니다. 걸림 없는 지혜로 산하를 뚫어보시니, 그 나라에 대통(大統)이 둘이 없으며 한 수레와 책도 법도를 한가지로 하였습니다.
해와 달이 빛을 더하니 천지가 밝아져서 6만의 대중이 오랜 굴레를 벗고 정도에 따랐으며, 10선(仙)의 무리가 대하(大河)를 버리고 질례(秩禮)에 따랐습니다. 흔들림이 없는 현자는 천리도 멀다 하지 않았으며 마음으로 기뻐하는 철인(哲人)은 서응에 감통하여 이르렀습니다. 공인(工人)이 한 표주박의 음식을 시성(尸城)에 두었으며, 민첩한 짐승은 장원에서 항아리를 받들고 미음을 마시며 근본을 길렀습니다.
안과 밖이 청정하고 겉과 속이 편안한 것도, 실로 도음(道音)이 사방에 퍼져서 남은 물결이 동방을 가르친 것에 말미암습니다. 참으로 주상의 지극하신 마음을 뭇 신하들이 깊이 공경하면서, 신묘한 천규(天規)를 이어받아 이 같은 흉물을 제거하였으니, 어찌 신(臣)의 지혜와 힘으로 저들을 감화시킬 수 있었겠습니까?
이 같은 한 가지 공훈(功勳)에 의지하여 점차로 개선되기를 바라오니, 바야흐로 이전의 계책을 일삼아도 돌아오는 것은 미래의 일입니다. 삼가 노포(露布)의 글을 올립니다.
신들의 죄가 죽어 마땅합니다.
033_0652_c_08L廣緣將軍流蕩挍尉都督六根諸軍事新除惡建善王臣心賑惠將軍善散子都督廣濟諸軍事監軍臣施繕性將軍剋欲界都督攝志諸軍事司馬臣戒 平忿將軍蕩恚侯都督洪裕諸軍事司空公臣忍勇猛將軍勤習伯都督六度諸軍事行臺臣進 安靜將軍志念都尉都督觀累諸軍事攝散侯臣禪博通將軍周物大夫都督調達諸軍事監照王臣智行言謹案臣聞治靜泰平兇徒有時以興化淸去殺逆黨因之而作是以文命引狩於九圍遇死魔於嵞山頂生騰輪於六合値貪賊於忉利故使身滅知威魂散閩越淪蕩他退失尊位良由內挾奸邪外樹塵賞差信功罰乖臣惡故也自世宗釋迦文皇帝晏駕固林儵餘千載子慈氏阿逸多有事兜率未遑紹法城蹔空梵輪無主塵域外叛州弗貢遂使三界風驚六天烽起徒詭說翻成異俗僞自在天主賊王波旬稟質昏猜體襲邪氣我慢在心愛結盈慮矯奪惠命竊弄神器縱欲界闚𨵦皇境且其政教陵替外相違姊妹同奸千子貳志三女邪邀我上宮姿態未施自貽伊耋波旬翫習小道頗有才辯愎諌飾非好是奰怒不用順子之言專從佞臣之計伺國間隙乘舋來侵僞結使大將諸煩惱等因聖道消運鍾八百光無間十纏斯作遂陳欲兵於愛海策疑馬於高原控轡於二見之域馳騁於無明之境値聖則卷迹高棲遇惡則泄惡中區負險重關觀時而設志求榮利假寐權門或含忿威衆專行毒害意氣稜層固守方等憍慢邊隅未識正朔方復假遣七使傳車三障詭宣六條以致殊俗愚者承教而濯纓智人棄之而㵎飮畜卒俟前儲烽候進僞四天大都督五陰魔等置宅於無始之原卜居於有形之裏浮游於苦海之中放逸於火宅之畔竊號躬身假署六府偸榮瞬息耽樂時元首未幾徒役無算飢兵妒卒川遍野怖士愁人亘山滿谷同惡相緝結一方異類群聚岨兵三界署行臺方生死賊王觀兵五道置卒三塗在生逆命處老作寇五衰告期四生應世擁塞泉原杜絕飄焰業力咆率危脆以先馳三毒趦趄挾群有而長逝安忍無親禍連九族威怒互行戮及忠孝方乃忽聖誣賢欺眞枉正陷穽黎元羅絡凡庶妄計苦空以爲己有驟驚之勢謂固同金石者以正月三十日黃昏時有一人姓善字知識從道場來告云賊去此不遠宜急翦撲不爾當爲大患臣聞此語未悉敬信單駕羊車轉軍化城修塹柵自備而已賊方於後夜遣一使來多貢珍異求結和好臣知此賊勢若泡焰智計莫出意性狂勃難可親近弗與之言抱恨而去方多設詭欲來侵逼卽以月七日向晨出方便頓解脫處馳信郵以深入徵群迷以出海纂集三昧以致一塹冀蕩除五陰式淸諸有賊方恃固一川拒抗皇威其水彌漫廣深難際又値旋嵐傾勃雹霰瀉澍擊浪揚波海神竟七等雜類或飛或沈夜叉守塗羅剎據津流瞽流聾覆沒善財其欲淜鮮不沈溺又臨圻阻涘大築城壘壁立隍濬險閤唯有一門四垂幽谷一人執戈萬夫攝思四果怯憚辟支戰慄遂集衆唱識規望進擊驟度僉曰或可卽勒軍士爲渡水故備取諸草木編以爲栰附令抱踏撗波直臣等手案浮囊泝流而往固護無遂登彼岸部分將士修備兵車心戮力驅馳往撲卽遣安靜將軍領觀累之卒據散亂之原又使平忿將軍率洪裕之兵塞怒谷之口復令賑惠將軍引廣濟之衆截慳貪之路勒博通將軍整洞達之士守狂癡之督師羅張四面交侵積戰告捷月而三行臺恐衆邂逅不得競進催厲六軍置阿惟越地而餘燼遊魂偸安他化驅率犬羊欲來拒戰乃假虎兕以爲威招熊羆而自衛異首別面之徒吐風火而待發檐山戴樹之類方蟻聚以齊衡希進皇家膺符受啓土塵劫疊聖重光享祚無窮帝鼎湖之日顧命慇懃專令文德以不許戰爭而致幕府受詔之初勅而行略設六奇斷截而已但狂豎侜張猶敢逆節雖遣貝多曉喩都無悛心乃更命將大㩲徵兵十萬嘗未浹辰大弘淨土資無畏以嚴身兼衆妙而獨拔龍蟠道樹虎視娑婆號一宣則四八應期言教蹔設則二九雲集遂擊討鼓而出三空建慈幢以臨八難講武大千曜威萬域戈暫指則魔徒失膽惠劍一揮則群邪俱斃現道身而斬死魔因般若以戮煩惱摧波旬於不動之林滅五陰於計性之境然後蹙巢守穴到不到巡伏隱身者唯一人而已遠處膏非勇力攻及也遂乃竄生死於寂滅之原流老病於常樂之境排三障於六通之衢投七使於薩婆之域兇旣梟首徒黨伏誅自餘從者竝不追問諸有誠心先款者悉令解甲去編戶民例授以遠號私之樂土拔五箭幷以善醫療除垢病施惠湯于時業風息吹六塵弗起祥雲四靈禽翥翼引八部而自悞嚴四七以守衛垂拱閑堂無爲而已大覺天王等好尚風軌志存拔擢援昔舊謨慇懃諌諍辭不獲免嘿許所奏爾乃開甘露門出八正道千輻雲廻來儀鹿苑四天獻器於高掌二商薦餚於初請故緣行錄勳則陳如先封眞諦開賞則耶舍繼襲或朋類蒙榮或兄弟感澤邑不肖於初果表有德於十依准古禮巡省方嶽振旅六城兵八國理怨於三天之上問罪於九地之下徵英傑於十方會萬國於鷲華荒剋臻異士勇出於是啓寶藏以賑貧窮出三車以給諸子撫納黔黎寧堵復業乃身安一乘心固槃據林眄水宣揚皇澤依恒說逸召集未賓仁風帀宇道光遐照四面交化流無別聽訟於中路之域決判於寶山之所無量之威遠震城嶽無㝵之智洞徹山河故土無二統車書一軌日月重天地淸朗六萬之衆解長圍以從正十仙之徒棄大河以就祑不動之賢不遠千里意樂之哲應感而至工人率簞食於尸城捷獸奉壺漿於長源內外剋表裏咸泰寔由道音四敷餘波東訓主上至心群僚深敬稟承神規殄茲兇豈臣智力所能剋感也冀憑此一勳漸望更進方事前計凱旋未日竝露布以聞臣等死罪死罪


(6) 평마사문(平魔赦文)
033_0654_c_14L平魔赦文
033_0655_a_02L문하(門下)
첫머리는 근원이 같지만 흐름에 따라서 실마리가 달라진다. 융성함이 대대로 일어났으며, 믿음이 어긋나 갈래가 1천이나 되었는데, 지승(智勝)168)이 종을 드러내면, 진겁(塵劫)에 걸치도록 3보(寶)를 기릴 것이나 등명(燈明)169)
은 법을 열더라도 9유(有) 가운데 일방(一方)도 다하지 못했을진대, 하물며 사도(邪徒)의 거짓된 소견으로 자연(自然)의 고원에서 살생하는 것을 기리며, 적당(賊黨)의 망근(妄根)만 맺고 전도(顚倒)의 경계에서 형색을 부리는 것이겠는가? 이로써 스승을 어기며 중도(中道)에 대항하는 것일지니, 그대들에게 권고하여 말하니 진실로 위로하고자 한다.
선제(先帝)가 승하하신 이래로 보위(寶位)가 비어 있었으니, 순일한 기풍이 점차로 이지러지고 신령한 가르침이 취지를 달리하였다. 거짓된 마군이 틈을 타 신읍(神邑)을 횡행하는데, 헛되이 진용(眞容)은 바꾸어 공(空)과 유(有)를 함부로 말하고 4생(生)에 매이고 6취(趣)로 두루 순환하였다.
욕망의 하늘[慾天]을 퍼뜨리고 애욕의 땅[愛地]을 어지럽히니, 그 해독이 변방에 이르고 학정이 화하(華夏)로 흘러들어, 험윤(獫狁)이 종실(宗室) 주나라를 침범하고, 흉노가 염제(炎帝)의 한나라를 능멸한다고 해도 깨닫지 못한다.
짐은 어두운 정신으로 주로 어릴 때부터 현도(玄道)를 공부하였는데, 약관에 정사를 맡아 ‘대통(大通)의 해’에 이름을 반포하였으며, 현겁(賢劫)의 말대에 치달리며 백억의 대천 세계를 돌보는 중임을 짊어졌다. 삼계의 존엄을 더하면서, 인도(人道)와 천상(天上)의 즐거움을 미루어 사양한 적이 없었다.
영단(靈壇)에 올라가 이러한 봉선(封禪)을 받았으나, 그 부족함을 돌이켜보건대 서정(庶政)에 부끄러운 점이 있다. 명덕(明德)을 열심히 발휘하느라 계발할 곳을 돌볼 틈도 없었으니 봉토(封土) 내의 경계가 맑지 못해서 정교(正敎)가 한결같지 않고, 군생(群生)을 마군의 경계로 빠뜨리는 것을 늘 유감으로 여겼다.
매번 돌아볼 때마다 침식조차 폐하는데, 마침내 장령(將領)에 명을 내려서 병사를 징집하여 시대의 환란을 깨끗이 하고자 하였다. 위로는 삼매(三昧)의 선비를 계기로 하고 아래로는 6도(度)의 스승에게 의지하여 화하(華夏)를 맑게 거두되 크게 승리하였는지라 8황(荒)이 항복할지니, 이로써 6군(軍)의 우레를 움직여 3유(有)170)
의 구름을 없애고자 한다.
자비로운 보시는 번개보다 빠른지라, 4흉(凶)이 면박(面縛)하여 항복하는 것이 마치 옷에 먼지 묻듯이 하니, 산 채로 잡고자 계책을 다하였다.
오로지 저 파순 한 사람이 필기단마(匹騎單馬)로 달아나며 백 갈래 길의 그물마저 찢었으나 오래지 않아 잡혔다. 이에 5도(道)가 청정해져서 환외(寰外)를 하나로 돌이킬 수 있게 되었다. 생각을 천하와 같이하여 다 함께 복락을 누리고자 할지니, 이제 천하에 대사면을 내려 다함께 다시 시작하고자 하노라.
상교(像敎)의 호칭을 고쳐서 즉진(卽眞)의 세월로 삼으니, 2월 8일 먼동이 트기 전에 망견(罔見)에 얽매인 무리들을 모두 원래대로 방면한다. 혹 4마(魔)에게 빙의되어 삼계를 떠돌며 10악(惡)과 5역(逆)의 중죄를 범하였더라도, 허물을 뉘우치고 새롭게 거듭날 수 있는 자는 지나간 죄를 묻지 않겠다. 혹 욕산(慾山)에 명(命)을 묻고서 간사한 기틀을 여전히 끼고 있으면서 백 겁이 지나도록 자수하지 않는 자는 그 죄를 처음대로 묻겠다.
아비를 죽이고 임금을 해치며 형제를 상하게 하고 어미를 범한 자는 즉시 투옥하여 재범을 예방하겠노라. 그 같은 한 부류의 천제(闡提)는 사면하지 않으면서 죄를 묻되 엄히 책벌할 터이니, 신속히 이번 기회를 타도록 하거라. 의역(意驛)이 시방에 고하면, 주무 관헌은 바로 시행하도록 하라.
즉진(卽眞) 원년 2월 8일 중서령(中書令) 보처왕(補處王) 신(臣) 일다(逸多)가 선포한다.
신 문수(文殊) 등이 아룁니다.
조서를 상기와 같이 받들었습니다.
신들이 듣자 하니 충성을 어기고 선업(善業)을 방해한다 하는데, 비록 천 년을 거쳤어도 일찍이 없었던 적이 없습니다. 삿된 신하와 반역하는 무리는 백 대(代)를 거치면서 늘 있었습니다. 이로써 3감(監)이 유언비어를 퍼트리다가 밝은 시절에 치죄당했으며, 5백의 무리가 도에 거스르다가 성군(聖君)의 치세에 주살당했습니다. 이로써 왕의 위세가 반드시 떨쳐졌으니, 경사가 주나라 방토(邦土)에 가득하였습니다. 정교(政敎)로 보태주기만 하면 복이 서리 맺히듯이 되돌아올 것입니다.
삼가 생각하건대, 폐하께서는 자비가 백왕(百王)을 겸하셨으며 지혜가 천성(千聖)과 같이 하시는지라, 신령한 기슭을 거머쥐고 현화(玄化)를 도모하십니다. 나오고 가심에 대천세계를 움직이며, 다니시며 군유(群有)에 응하시니, 미형(微形)을 조복하여 어리석은 이를 인도하십니다. 법음(法音)을 펼쳐서 귀먹은 세속을 깨우시며, 삭발하고 도에 뜻을 두면서 흔들림 없이 이치를 구하시니, 금수의 몸을 나투어 축생조차 조복받으십니다.
진겁의 위구(危軀)를 버리시고 한 생의 묘한 바탕을 거두시고자, 4천(天)을 잠저로 삼으시며 염부제를 이롭게 하십니다. 저 7보조차 가벼이 여기고 1승만을 중히 여기시니, 깊은 천궁에서 오락도 없애시고 기슭에서 산해진미도 줄이십니다. 보관(寶冠)도 버리고 거친 숲 속에 처하며 사냥꾼과 옷을 서로 바꾸니, 대가를 4선(禪)으로 부리시어 6도(道)를 타십니다.
마군을 굴복시키는 일이 손바닥 뒤집는 것보다 쉽게 하시는지라, 삼계에 불꽃이 피어나는 놀람을 없애시고, 4생(生)이 미혹에 빠지는 근심을 끊게 하시니, 마음을 거두어 3독(毒)의 그물을 벗겨주시고 생각을 기려서 죄를 사하십니다. 18불공법(不共法)을 다시 이루시니 만국의 행복이라 하겠습니다.
삼가 다시 아뢰오니, 대외로 시행하시기를 바랍니다.
삼가 아룁니다.
즉진 원년 2월 8일
시중(侍中) 신 문수사리(文殊師利)
시중 신 살타파륜(薩陀波崙)
황문(黃門) 신 사자후(師子吼)
황문 신 사리불(舍利弗)
황문 신 수보리(須菩提)
033_0654_c_15L門下首區同源因沠異緖窪隆代興背千途故智勝摽宗歷塵劫而上三明啓教經九中而未一況乃邪徒僞見駕刺犢於自然之原結賊妄根御形色於顚倒之境以茲偏師抗衡中道眷言二三良用憮然自先帝昇遐寶歷無淳風漸虧靈教異設僞魔乘間斥神邑假變眞容妄談空有驅役四周還六趣畔換慾天狼戾愛地毒被邊荒虐流華夏雖獫狁之侵宗周凶奴之陵炎漢未爲喩也朕以神昧主自幼齒參玄弱冠從政班名於大通之年驅驟於賢劫之下荷百億之重任忝三界之特尊天樂推無所與讓遂陟靈壇受茲封禪惟多闕有慚庶政明發孜孜不遑啓處常恨封境未淸正教無一致使群生沈淪魔境一撫念用廢寢食遂命將徵兵以淸時難藉三昧之士下憑六度之師控淸方夏大龕荒服故六軍雷動則三有雲消慈施電馳則四凶面縛降附若塵生擒萬計唯波旬一單馬奔逬百道截羅組繫不久且令五道告淸寰外咸一思與天下同茲福慶可大赦天下與同更始改像教之號爲卽眞之歲自二月八日昧爽已前繫囚見徒悉皆原放若爲四魔所悟浮游三界犯十惡五逆經壞像三世所作一切衆罪能改過自新不問往愆若亡命慾山挾藏奸器劫不自首者伏罪如初其殺父害君蒸母隨時投竄以息後犯其闡提一人不在赦書擯罪遙責神速可乘意驛遍告十方主者施行卽眞元年二月八日中書令補處王臣逸多宣臣文殊等言奉被詔書如右臣聞毀忠謗善千葉而不無#邪臣逆子歷百代而常有是以三監流言伏罪於明時五百背道甘誅於聖世王威必震慶當於周邦改教蹔加福歸於露鼓伏惟陛下慈兼百王智齊千聖秉瑞靈津圖玄化出沒動於大千馳騁應於群有服微形以引愚迷吼法音以振聾俗至乃刎身志道釘體求經析骸質禽委命降獸捨塵劫之危軀收一生之妙質龍潛四天利見閻浮輕彼七寶重此一撤翫深宮減膳河側去寶冠於苦林貿法衣於獵士故能駕御四禪時乘六度殄服群邪易於返掌三界無熾然之警四生絕沈溺之憂方復情存解網志尚宥愆十八來蘇萬國幸甚重申聞請可付外施行謹啓卽眞元年二月八日侍中臣文殊師利 侍中臣薩陁波崙黃門臣師子吼 黃門臣舍利弗黃門臣須菩提

13) 평심로포문(平心露布文)
033_0655_b_20L平心露布文
033_0655_c_02L의유식도행군부(擬唯識道行軍府)가 평심로포(平心露布)의 일을 삼가 상주합니다.
의사지절(擬使持節) 동삼사령(同三司領) 십이주대장군(十二住大將軍) 유식도행군(唯識道行軍) 원수(元帥) 상주국(上柱國) 진국공(晋國公) 신 반야(般若) 등이 아뢰고자 합니다.
신이 듣자오니 4마(魔)가 명을 내려서 누대에 걸쳐 가시가 되고, 5주(住)가 혼을 날려서 함식(含識)에게 우환이 미친다 합니다.
이에 3명(明)ㆍ성지(聖智)ㆍ10력(力)의 웅존(雄尊)께서 누차 군사를 동원하여 정벌하지 않은 적이 없습니다.
삼가 살펴보건대, 폐하께서는 대자비를 타시고 운을 여셨으니, 명감(冥感)에 응하여 괘기(卦期)에 임하셨습니다. 신주(神州)의 구역에 드리우셔서 법해에 광명을 놓으시며, 전왕(前王)의 영전(令典)을 조술(祖述)하시고 중묘(衆妙)의 원음(圓音)을 연출하셨습니다.
열성(列聖)의 그윽한 지모를 살펴보건대, 군생(群生)을 정국(淨國)으로 모으고 삼천 세계 찰토마다 위령(威靈)을 드리우셨으니, 백억의 주(洲)마다 성교(聖敎)에 다 같이 따릅니다. 오직 유위심주(有僞心主) 아려야식(阿黎耶識)이 헛되이 명기(名器)를 내세워 생민을 도탄에 빠트리니, 건성(乾城:乾闥婆城의 약칭)을 차지하고 연사(年祀)를 늘렸습니다.
궁미(窮迷)를 꿈속 경계로 몰아넣어 무명의 긴긴 밤을 돌이키지 못하게 하고자, 공화(空花)로 어지럽혀서 1년 내내 술 취한 듯 만듭니다. 추반연(推攀緣)에게 번병(藩屛)의 임무를 내리고, 희론(戲論)을 데려다 유악(帷幄)의 신하로 삼으니, 여원(黎元)을 함정에 빠트리고자 칼과 활촉을 갑니다. 폐하께서 진제(眞諦)에 응하시어 만물을 다스리고 세속을 부려서 백성을 이끄십니다.
이 같은 화근을 염려하시고 이 같은 도탄을 불쌍히 보시고, 신들에게 조칙을 내리시어 색야(色野)에서 정기(旌旗)를 휘날리고 심정(心庭)에서 죄를 물으라 하셨습니다. 지난 4월 16일 군대를 심경(心境)으로 파견하였는데, 바로 그날 밤 초경에 적군을 발견하였습니다. 신들이 기회를 타고 조용히 군사를 모았으니, 그윽한 밀지를 비밀리에 보내어 6도(度)의 기슭에 전함을 모으고 융거(戎車)를 1승의 자취로 모으도록 명을 내렸습니다.
석 달간 주둔하면서 청범(淸梵)을 고양하여 위세를 늘리고, 90일간 진을 치면서 종을 울려 사기를 높였습니다. 아려야식이 우매하여 깨닫지 못하고 계책만 궁리하며 회개하지 않았으니, 사마귀가 수레바퀴에 대들듯이 땅벌이 독을 품듯이 하였습니다.
이에 위항행대장군(僞恒行大將軍) 아다나식(阿陀那識)을 보내어 무명의 자식들을 이끌게 하면서 가슴 속에 가망 없는 일만 꿈꾸며, 건성을 지키면서 신과 대적하고자 하였습니다. 다시 위자성대장군(僞自性大將軍) 가비라선(迦毘羅仙:外道의 이름으로 數論派의 비조)과 위집차대장군(僞執此大將軍) 가전연자(迦旃延子:阿毘曇論師)가 오합지졸을 개미떼처럼 이끌고 근처를 어지럽히며 성세를 드높였습니다.
신이 이에 여러 장수에게 계책을 내렸으니, 의사지절(擬使持節) 발진대장군(拔塵大將軍) 영사념처(領四念處)와 제군사(諸軍事) 솔도품현(率道品縣) 개국공(開國公) 신 구지(求知) 및 의사지절 영경대장군(寧境大將軍) 영팔정도(領八正道)와 제군사 통진현(通眞縣) 개국공신 여실지(如實知)를 보내어 기병을 거느리고 유성이 흐르듯 번개가 내려치듯 방편의 여러 길을 따라 경계의 변방을 숙정케 하였습니다.
신 구지(求知)들이 명자(名子)를 수색하여 이치를 벌하였으니, 그림자와 발자취를 따라 추격하면서 밀궁(蜜宮)의 넓은 뜰을 가로지르기도 하였고, 혹 인허(隣虛)의 좁은 틈에서 전투를 되풀이하기도 하였습니다.
일을 다하고 이치를 끊어서 구역 내를 소탕하였으니, 어두운 줄기가 이로써 얼음이 녹듯 스러졌습니다. 수론(數論)이 이로써 기와가 부스러지듯이 하였습니다.
가비라 등이 대승(大乘)의 소재를 터득하고 현통(玄統)으로 돌이킬 바를 깨닫고서, 각기 이졸(羸卒) 수천 명을 이끌고 찾아와 명을 받기를 청하였습니다.
신이 늦게나마 깨달은 바를 애처로이 여겨 스스로 갱신하도록 허락하였는데, 자비관(慈悲觀)의 도사(道士) 필무연(畢無緣)도 함께 안양(安養)에 따랐으며 위간의대부(僞諫議大夫) 질체(郅諦)가 무리를 떠나고자 하는 생각을 내고 출세의 희유법(稀有法)을 자청하여 짊어졌으니, 전국의 충효로운 이들이 위신(危身)을 돌이켜 신하되기를 자청하였습니다.
이 달 보름 야반에 중군의 기세를 돋우며 외적의 사지가 흩트러지는 기회를 타고, 손에 창칼을 쥐고서 앞장서서 병사를 이끌었습니다.
완명의사지절 도솔대장군 사바(娑婆)ㆍ도초위대사(道招尉大使) 상주국 시두말(翅頭末)ㆍ개국공신 아일다(阿逸多)ㆍ의사지절 염부대장군(閻浮大將軍) 천축대도독(天竺大都督) 천축제군사(天竺諸軍事) 상주국 부루사(富婁沙)ㆍ개국공신 바수반두(婆藪槃豆)171)가 나란히 길을 3공(空)으로 재촉하고 신명을 4무애변(無礙辯)으로 치달려서 승패를 가르고 시비를 깨우쳐 주었습니다.
다시 의사지절 평등대장군(平等大將軍) 겸(兼) 행군장사(行軍長史) 상주
국 청량현(淸凉縣) 개국공신 정념(正念)과 의사지절 편만대장군(遍滿大將軍) 겸행군사마 상주국 상락현(常樂縣) 개국공신 진여(眞如)가 신과 앞뒤를 같이하고 서로 끌어 주었습니다.
이때에 변방에 가을 기운 서늘하고 보루(寶婁)에 달빛마저 차가웠는데, 정기(旌旗)가 운한(雲漢)처럼 드높았습니다. 칼날이 상천(霜天)과 더불어 빛났으니, 홍서(弘誓)를 드리우며 원통(圓通)으로 수레를 몰아 양관(兩觀)을 넘어서서 앞으로 진격했습니다. 천 개의 관문을 깨트리고 돌격했으니, 생사가 비록 가없더라도 한 생각에 그 끝을 보았으며, 진로(塵勞)가 견고하더라도 잠깐 사이에 무너져 내렸습니다.
위승상(僞丞相) 진현(陳顯) 위복야(僞僕射) 여사무계(慮思無計)가 다시 태어나기를 바라며 합문(闔門)에서 목을 맸으며, 위사공(僞司空) 사자개(師子鎧:成實論師)와 위사예(僞司隸) 달마다라(達磨多羅:法救尊者)가 각기 남은 군사를 이끌고 구덩이로 투신했습니다.
여우 같은 의심만 치성한지라, 전도(顚倒)의 위험조차 참아내면서 도리어 정법(正法)의 부촉을 보지 못하고, 스스로를 망치는지라 제도하지 못하였습니다.
아다나(阿陀那)가 그 거짓 임금과 함께하였으나, 밖으로는 굳세지 못하고 안으로는 심모원려(深謀遠慮)가 없는지라, 군사가 곤궁해지는 데다 성채에 서리마저 내리자 임금과 신하가 모두 실색하였으니, 실로 진퇴양난이었습니다. 마침내 벽(璧)을 물고172) 머리를 조아리며 가마에 부복한 채로 죄를 기다렸습니다.
신이 이에 아다나를 효수하고 질제(郅諦)를 구금하고서, 저와 같은 혼왕(昏王)을 폐하고 현사(賢嗣)를 잇게 하였는데, 종연(宗煙)을 끊지 않고 길이 모토(茅土)의 군주가 되어 세덕(世德)을 이어가며 늘 직공(職貢)의 예(禮)를 다하게 하였으니, 이로써 악한 기운을 소탕하자 화기(和氣)가 봄철의 얼음에 어리듯 하고, 추하고 더러운 것을 섬멸하자 가을의 시원한 바람이 부들풀에 휘감기듯 하였습니다.
6근(根)을 끊어내니 장애를 만나는 근심을 덜었으며, 삼계(三界)가 적연하니 풍진(風塵)이 불어오는 놀람이 없어졌습니다. 이로써 위엄과 광명이 널리 비치어 백성이 합심하게 되었으니, 어찌 신의 용렬함으로 이같이 이룰 수 있었겠습니까? 망극한 기쁨을 이기지 못하겠습니다. 삼가 후하신 덕을 막부 각각의 장령에게 내려 주심이 습기[隰]의 땅보다 중한지라, 이에 노포문(露布文)을 받들어 올립니다.
역마를 보내어 아룁니다.
033_0655_b_21L擬唯識道行軍府謹奏平心露布事擬使持節儀同三司領十二住大將軍唯識道行軍元帥上柱國晉國公臣般若等言臣聞魔放命歷代以之爲鯁五住遊魂含識因其致患以三明聖智十力雄尊莫不屢動師頻行薄伐伏惟陛下乘大慈而啓運應冥感而赴期奄宅神區光臨法海述前王之令典演衆妙於圓音考列聖之玄謀會群生於淨國三千剎土共稟威靈百億類洲同遵聲教唯有僞心主阿黎耶檀假名器叨竊生民跨有乾城緜歷年祀逐窮迷於夢境長夜不歸極亂於空花終年如醉推攀緣爲蕃屛之任引戲論爲帷幄之臣陷溺黎干擾鋒鏑陛下應眞理物調俗御民念此鯨鯢愍斯塗炭遂詔臣揚旌色野問罪心臣敢效庸虛稟承奇略去四月十六日軍次心境卽以其夜初更與賊相見臣於是潛機密會玄契冥馳戈舩於六度之津命戎車於一乘之屯營三月揚淸梵以申威列陣九擊鳴鍾而作氣阿黎耶識固重昏而莫曉執窮計而不移譬螳螂之拒等蜂蠆之含毒乃遣僞恒行大將軍阿陁那識率無明之子弟恃無賴之胸衿據守乾城與臣抗敵又遣僞自性大都督迦毘羅仙僞執此大將軍迦栴延子招引烏合聚結蟻徒蕩邊陲激揚聲勢臣遂分布諸將麾籌策遣擬使持節拔塵大將軍四念處諸軍事率道品縣開國公臣求知擬使持節寧境大將軍領八正諸軍事通眞縣開國公臣如實知部勒驍雄星流電轉從方便諸道緣邊之界臣求知等尋名討義躡影追蹤乍撗行於密室之閒或轉戰於鄰虛之隙事窮理絕域盡途殫冥宗所以冰消數論於斯瓦解迦毘羅等知大乘之有在識玄統之所歸各將羸卒數千咸來請命臣哀其晩悟以自新卽令慈悲觀道士畢無緣隨便安養僞諌議大夫郅諦懷逸群之負出世之奇將全國以效忠返危身之被繫臣以此月十五日夜挾中軍之勇氣乘外歒之離心手抗干戈躬先士卒爰命擬使持節兜率大將軍娑婆道招慰大使上柱國翅頭末開國公臣阿逸多擬使持節閻浮大將軍天竺大都督天竺諸軍事上柱國富婁沙開國公臣婆藪槃豆竝以道邁三空神遊四辯使其招揚勝負曉喩是非又遣擬使持節平等大將軍兼行軍長史上柱國淸涼縣開國臣正念擬使持節遍滿大將軍兼行軍司馬上柱國常樂縣開國公眞與臣表裏玄同更相應接于斯時邊秋氣爽塞月光寒旌旗共雲齊高鋒鍔與霜天比淨披弘誓駕圓超兩觀而爭前排千門而竝入生死無際一念睹其濱涯塵勞有儔須臾見其崩潰僞承相陳顯僞僕射慮思無計求生闔門自縊僞司空師子鎧僞司隸達磨多羅各擁餘師嬰深壘狐疑競起猜詐萌生忍顚危而不見扶遂淪亡而莫能濟阿陁那與其僞主外無强援內寡深謀師旅困窮城池陷露君臣失色進退無依銜璧叩頭輿▼(扌+親)待罪臣卽梟陁那之釋郅諦之囚廢彼昏王立其賢嗣方使宗禋不絕永爲茅土之君世德相承恒修職貢之禮於是氛䘲開蕩若和氣之泮春冰醜穢殲夷似涼風之卷秋籜六根超絕不開亭障之虞三界寂寥無復風塵之警斯乃威光遠被士衆齊心豈臣微劣所能致此不勝慶快之至謹遣厚德府別將臣隰重知奉露布馳驛以聞
廣弘明集卷第二十九
甲辰歲高麗國分司大藏都監奉勅彫造
  1. 1)‘주평심로포’ 이하 나머지 목차는 고려대장경 원문에는 없는 항목이나 역자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보입한 것이다.
  2. 2)두 사람은 모두 남제(南齊) 동혼후(東昏侯)의 시제국감(時制局監)이 되었으며, 좌우의 응칙(應勅), 착도(捉刀)의 무리와 함께 국명(國命)을 전단하여 당시인들이 그들을 도칙(刀勅)이라고 말하였다. 유령운(兪靈韻), 풍용지(豊勇之)도 이러한 무리들이다.
  3. 3)『서경』 「오자지가(五子之歌)」에서 하태강(夏太康)은 멋대로 노닐어 법도가 없어 나라를 잃게 되었다고 한다.
  4. 4)소의(蕭懿)이며 양무제의 큰 형이다. 제나라의 최혜경(崔慧景)이 입관할 때 이것을 깨뜨렸다. 동혼후가 학정을 멋대로 하고 여법진(茹法珍) 등이 정권을 잡고 의를 꺼려하여 동혼후를 설득하여 사약을 내려 죽게 하였다. 양무제는 추숭되어 장사군왕으로 봉해졌고, 시호는 선무(宣武)라고 하였다.
  5. 5)주무왕(周武王)은 군대를 시찰하면서 맹진(孟津)에 이르렀으며 하수를 건넜다. 중간쯤 이르렀을 때 흰 물고기가 뛰어올라 왕의 배에 들어왔다. 모인 제후들이 8백여 명이었다.
  6. 6)맹자는 걸(桀)이나 주(紂)처럼 어진 덕을 가지지 못한 사람은 왕이 아니라 일개 사내[一夫:獨夫]에 불과하다고 하였다.(『맹자』 「양혜왕」 하)
  7. 7)『시경』 「소아」 ‘소민’은 학정을 일삼았던 유왕(幽王)을 풍자한 시이다. 마지막 연에서 “사나운 호랑이를 멋대로 할 수 없고, 깊은 강물을 걸어서 감히 건널 수 없으니, 사람들은 하나만 알고 다른 것은 전혀 모른다. 두려워하고 조심하여 깊은 못에 임하듯이 하고 얇은 얼음을 밟듯이 해야 한다[不敢暴虎 不敢馮河 人知其一 莫知其他 戰戰兢兢 如臨深淵 如履薄氷]”고 하였다.
  8. 8)은나라 탕왕은 하걸(夏桀)을 남소에 추방하고, 주의 무왕은 은나라 주임금의 머리를 베어 그것을 흰 깃발 위에 걸어 놓았고, 또 태백기(太白旗)를 가지고서 제후들을 굴복시켰다.
  9. 9)남조 양나라 진군(陳郡) 양하(陽夏) 사람이며, 자는 경충(敬冲)이다. 제나라 무제 영명 시기에 의흥태수가 되었으며, 여러 관직을 지냈고 위장군(衛將軍)에 이르렀다.
  10. 10)삼국의 위(魏)나라 사람이다. 명제(明帝) 대화(大和) 중에 성심을 미루어 꾸밈이 없었으며, 누차 소를 올려 직간하여 논의하였다. 희정(喜程)의 탄핵에도 불구하고 절개를 굽히지 않고 그 뜻을 관철시켰다. 이 말은 『위서(魏書)』 16권 「두서전(杜恕傳)」에 주로 인용한 두씨의 『신서(新書)』에서 두서(杜恕)가 사마송권에게 답한 글에서 말한 내용이다.
  11. 11)『예기』 「악기」에 “사람이 타고나면서 고요한 것은 천성(天性)이고, 사물에 자극받아 움직이는 것은 본성으로부터 발하는 욕구이다. 사물이 이르면 지각능력은 인식하게 되고 그런 연후에 거기에서 호오(好惡)가 형성된다[人生而靜 天之性也 感於物而動 性之欲也 物至知知 然後好惡形焉]”고 하였다.
  12. 12)금속의 소지(素地)에 유리질의 유약(釉藥)을 발라 고온의 가마솥 과정을 거쳐 용해, 부착시켜 장식하는 기법이다.
  13. 13)『맹자』 「진심」에서 공자는 “그럴 듯하면서 아닌 것을 싫어한다. 가리지를 싫어하는 것은 그것이 싹을 어지럽힐까 걱정해서이다. 아첨하는 말을 싫어하는 것은 그것이 의리를 어지럽힐까 염려해서이다. 유창한 말을 싫어하는 것은 그것이 믿음을 해칠까 염려해서이다. 정나라 음악을 싫어하는 것은 그것이 정악(正樂)을 혼란시킬까 염려해서이다. 자주색을 싫어하는 것은 그것이 붉은색을 어지럽힐까 염려해서이다. 향원(鄕原)을 싫어하는 것은 그가 덕을 어지럽힐까 염려해서이다”라고 하였다.
  14. 14)「둔괘(屯卦)」와 「비괘(否卦)」는 모두 외적인 상황이 어려움을 상징하는 괘들이다.
  15. 15)『열자(列子)』에 나온다.
  16. 16)『대학』 경1장에서 “대학의 도리는 밝은 덕을 밝히는 데 있고, 백성들을 친애하는 데 있으며, 지선에 머무르는 데 있다[大學之道 在明明德 在親民 在止於至善]”고 말하였다.
  17. 17)지금의 안휘성에 있다. 무제는 융창(隆昌) 초에 명제가 울림왕(鬱林王)의 보정이 되었을 때 영기장군(寧期將軍)이 되어 수춘(壽春)에 진을 쳤다.
  18. 18)유송(劉宋)에 장수교위(長水校尉)가 되었으며 남제(南齊)에서 높이 중용되었다. 울림왕이 즉위하자마자, 정로장군(征虜將軍)이라고 칭해졌다. 소주(少主)가 새로이 즉위함으로 하여 혜경은 비밀리에 위(魏)와 소통하였다.
  19. 19)제명제(齊明帝)는 신안왕(新安王)의 후에 즉위하여 5년간 재위하였다.
  20. 20)온전한 종이를 두 장으로 잘라 글을 쓰는 서간으로 짧은 편지이다.
  21. 21)명수는 106으로 양수 9의 액운을 모은다. 106은 음양의 도로 도가에서 말하는 액운의 수이다.
  22. 22)『공자가어』 「치사(致思)」에서 인용되었다.
  23. 23)『시경』 「소아」의 편명이다. 자식이 부모를 추모하면서, 부모의 생전에 효도를 다하지 못한 것을 슬퍼하는 시이다. 시에는 “크고 장대한 엉겅퀴가 아니고 쑥이라네. 불쌍한 우리 부모 나를 낳느라 고생하셨네. 장대한 엉겅퀴가 아니라 두견화라네. 불쌍한 우리 부모 나를 낳느라 고생하셨네……아비가 없으면 무엇에 의지하고, 어미가 없으면 누구를 믿겠는가? 군역에 나가서는 근심을 품고, 집에 들어와서는 돌아갈 곳이 없는 것 같네”라고 하였다.
  24. 24)『열자』 「탕문(湯問)」에는 “강포에 마충(麽蟲)이 사는데, 그 이름을 초명이라고 한다. 떼지어 날아서 모기에게 모이면서도 서로 닿지 않고, 의지해 잠자는 데도 모기가 알아차리지 못한다”고 하였다.
  25. 25)『열자』 「탕문」에 종발(終髮) 북쪽에 ‘명해(溟海)’라는 것이 있는데, 천지(天池)이다. 수천 리 크기의 물고기가 있는데 그 이름을 ‘곤(鯤)’이라고 하고, 새가 있어서 그 이름을 ‘붕(鵬)’이라고 한다. 날개를 드리우면 하늘의 구름과 같다고 하였다. 『장자』 「소요유(逍遙遊)」에도 이 기록이 있다.
  26. 26)세월이 빨리 지나가는 것을 말한다. 『예기』 「삼년문(三年問)」에는 삼년상이 25개월로 마치는 것이 사마(駟馬)가 틈을 지나는 것과 같다고 하였다.
  27. 27)『논어』 「자한」에서 공자는 시냇가에서 “흘러가는 것이 이와 같구나! 밤낮으로 쉬지 않는구나”라고 하였다.
  28. 28)수화(燧火)와 같이 짧은 생명을 말한다. ‘곡(穀)’은 산다는 의미인데, 『시경』 「왕풍」 ‘대거(大車)’에는 “살아서는 가정을 달리하고 죽어서는 같은 가정이 된다”고 하였다.
  29. 29)구오자(丘吾子)는 공자에게 “저 나무가 고요하고자 해도 바람은 멈추지 않고, 아들이 어버이를 봉양하려고 해도 부모는 기다려 주지 않는다. 가버리면 돌아오지 않는 것이 세월이고, 다시 볼 수 없는 사람은 부모이다”라고 말하였다.(『공자가어』 「치사(致思)」)
  30. 30)『시경』 「위풍」 ‘척호’편은 효자가 군역을 나가서 부모를 그리워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 시에는 “저 언덕을 올라서 아버지 계신 곳을 바라보고, 저 구릉에 올라가 어머니 계신 곳을 바라본다”라고 하였다.
  31. 31)하계, 입하절을 뜻한다. 한나라 때 황제는 입하절에 남교에서 하신(夏神)을 맞아들여 ‘주명(朱明)’의 가사를 노래하여 이렇게 일컫게 되었다.
  32. 32)『시경』 「진풍」 ‘겸가(蒹葭)’에는 “푸른 갈대 무성한데 흰 이슬 서리되었는데, 예를 아는 현인이 강 다른 한쪽에 있네. 거슬러 올라가 그를 따르고자 해도 길이 험난하고 멀다. 물길을 따라 내려가 그를 따르고자 하니 물 가운데 앉아 있구나”라고 하였다. 이 시는 예를 쓰지 않고는 그 나라를 견고하게 할 수 없음을 노래하고 있다.
  33. 33)김일제(金日磾)는 흉노의 휴도왕의 태자이다. 무제의 부름을 받아 좌우에 있으면서 신임을 받았다.
  34. 34)하내(河內) 사람이다. 어려서 모친을 잃어 봉양할 수 없게 되자, 부모의 모습처럼 나무를 새겨서 부모가 살아 계신 것처럼 섬겼다.
  35. 35)평정하여 상서로운 것을 말한다. 『시경』 「주송(周頌)」 ‘유청(維淸)’의 서에 “유청(維淸)은 상무를 연주하였다”고 하였는데, 정현(鄭玄)은 주석에서 “상무(象舞)는 전쟁을 할 때의 정벌을 고무시키는 군무이다”라고 하였다.
  36. 36)후한 광무제 때 장사(長沙) 임상현(臨湘縣)의 의사(義士)이다. 이 일은 동관(東觀)의 『한기(漢記)』에 실려 있다.
  37. 37)진(晉)나라 사람으로, 하충(何充)의 종형(從兄)이다. 모친의 상을 당해 영구를 멈추고 빈소에 두었는데 불이 붙었다. 기어가서 관을 어루만지며 곡을 하자, 이윽고 바람이 멈추고 불도 꺼져서 집을 태우는 것을 피하였다.(『진서(晉書)』 88 「효자전(孝子傳)」)
  38. 38)진나라 사람이다. 어미가 겨울에 물고기를 먹고 싶어하자 왕상은 옷을 벗고서 얼음을 깨려고 하니, 얼음이 저절로 녹아서 두 마리 잉어가 뛰어올랐다. 또 어머니가 구운 참새를 먹고 싶다고 하자, 망으로 잡아서 어머니에게 봉양하였다.
  39. 39)외통의 어머니가 강물을 마시는 것을 좋아하였다. 외통은 배에 올라타 강물을 뜨는 것이 힘들었는데 갑자기 너래반석[橫石]이 강 위로 돌출하였다. 그래서 바로 강을 뒤로하였다. 이후에는 물을 취하는 데 힘들이지 않게 되었다.
  40. 40)진나라 사람이다. 어미가 실명하였을 때 성언은 나라의 부름을 피하여 응하지 않고 어머니를 모시고 봉양하였는데, 반드시 스스로 씹어서 어머니에게 드렸다. 종이 굼벵이 구운 것을 취하여 드리면 어머니는 그것을 맛있다고 하면서도 다른 음식이 아닌가 의심하여 몰래 그것을 숨겨 놓았다가 그것을 언에게 보여 주었다. 그러면 언(彦)은 그것을 보고 어머니를 안고 통곡하였다.
  41. 41)어미를 잃고 아버지 중(仲)과 함께 살았는데, 가난하여 자식이 없었다. 일을 하여 아버지에게 식량으로 봉양하였다. 아버지가 늙어서 이가 빠져 음식을 먹을 수 없자 거(渠)는 직접 씹어 먹여드렸는데, 빠진 아버지의 이가 다시 나서 백여 세까지 살다 죽었다.
  42. 42)수후(隋侯)의 구슬이다. 수후는 커다란 뱀이 상해를 당하여 잘려 있는 것을 보고 약으로 그것을 치료해 주었다. 후에 뱀은 강 속에서 커다란 구슬을 물고 그것에 보답하였다. 명월의 주옥(珠玉)이라 명명되며, 화씨(和氏)의 구슬과 함께 일컬어진다.
  43. 43)『노자』 25장에는 “도가 크고, 하늘이 크며, 땅이 크고 왕도 크다”고 말하였다. 역(域) 중에는 4대(大)가 있지만 왕도 그 하나를 점한다.
  44. 44)천자ㆍ제후ㆍ경대부ㆍ사ㆍ서인의 다섯 등급이 각각 행하는 효(孝)이다.
  45. 45)『서경』 「우공」에는 그 일은 오직 구림낭간(球琳琅玕)이라고 하였다. 우혈(禹穴)은 회계산의 한 봉우리로서 하우(夏禹)의 장서가 소장되어 있는 곳이라고 일컬어진다. 『사기』 「태사공자서」에도 회계산으로부터 우공의 동굴을 찾는다고 하였다.
  46. 46)절강성(浙江省) 소흥현(紹興縣) 남쪽의 약야계(若耶溪)를 말한다. 서시(西施)가 비단을 빨았다는 곳이다.
  47. 47)수행자가 모든 심상(心想)을 없애고 해탈과 열반의 경지에 이르기를 희구하면서 닦는 선정(禪定)이다.
  48. 48)엣날에 용연검(龍淵劍)이 있었는데, 또 용천검(龍泉劍)이라고도 한다. 태아검(太阿劍)과 함께 병칭된다.
  49. 49)궤(簣)는 상자의 뜻이고, 입(笠)의 뜻도 있다. 『패문운부(佩文韻府)』에서는 인용하여 신효(神囂)로 적었다.
  50. 50)사물이 연속하여 이어지는 것이 마치 매미가 끊이지 않고 연이어 우는 것과 같다.
  51. 51)형산은 또한 회계산(會稽山)이다. 형산(衡山)은 곽산(霍山)이고 남악(南嶽)이다. 『서경』 「우공(禹貢)」에서 민산(岷山)의 남쪽에서 형산(衡山)에 이른다고 하였다.
  52. 52)『시경』의 숭고(崧高)편은 주의 선왕을 찬미하였다. 시에 “숭고가 우뚝하니 높은 하늘에 이어졌다”고 하였는데, ‘숭(崧)’은 숭산(嵩山)과 고산(高山)을 말하며, 중악(中岳)이다. 악(嶽)은 4악(岳)을 가리킨다.
  53. 53)촉(蜀)의 성도(成都)에 화정(火井)이 있다. 비화(飛火)는 화비천(火飛泉)의 뜻이다.
  54. 54)후한의 경공(耿恭)이다. 소륵성을 근거지로 하여 지킬 때 그 옆에 시냇물이 있었는데 흉노가 성 아래에서 시냇물을 끊었다. 경공은 성 아래 15장을 팠는데도 물을 얻지 못하자 우러러 탄식하면서 의복을 가지런히 하고 우물을 향해 다시 절하고 군사들을 위하여 기도하자, 잠시 후에 샘이 분출하여 모든 사람이 만세를 외쳤다고 한다.
  55. 55)지나치게 깨끗함을 추구하는 병적인 마음의 상태이다. 결질(潔疾) 또는 결벽증이다.
  56. 56)제(齊) 나라 왕이 전파(田巴) 선생을 초빙하여 정치를 물었다. 그에 대답하기를 “정치는 자신의 몸을 바르게 하는 데 있습니다. 몸을 바르게 하는 근본은 군신에게 있고, 신하는 치수(淄水) 가에 가서 스스로를 본 연후에 자신의 추악함을 알 것입니다. 지금 제나라 신하 중에는 왕에게 아첨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자신의 과오를 보고서 스스로 바꿀 수 있다면 제나라는 다스려질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57. 57)후한의 처사였던 초리(焦里) 선생이 은거하던 곳이다. 초리부인이라고도 하는데 특정한 여자를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
  58. 58)진의 은사였던 동양(董養)이다. 영가(永嘉) 기간 중에 낙성에 두 마리의 거위가 있었는데, 푸른 것은 날아가고, 흰 것은 날 수 없었다. 동양은 그 푸른 것은 호(胡)를 상징하고, 흰 것은 나라를 상징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59. 59)후한의 일민 양홍(梁鴻)이다. 처의 얼굴이 못생겼는데, 처음 결혼하려 할 때 몸을 꾸미고 문안으로 들어갔다. 7일이 되어도 양홍은 말이 없었다. 처가 청하자, 말하기를 “나는 갖옷을 입은 사람과 함께 깊은 산에 은거하기를 바라는 사람으로 그대가 지금 기호(綺縞)를 입고, 화장하는 것이 어찌 내가 원하는 것이겠소?”라고 하였다. 그후 처가 은거의 복장을 하고 포의(布衣)를 입고서 함께 패릉(覇陵)의 산으로 들어갔다.
  60. 60)적송자(赤松子), 왕자교(王子喬)의 옛 선인이다.
  61. 61)후한의 엄광으로 자는 자릉(子陵)이고 한의 위숙경(衛叔卿)이었다. 엄광은 후한 광무제의 고인(故人)이면서도 떠나서 부춘산(富春山)에서 농사지었다.
  62. 62)상고 대에 오래 살았던 팽조(彭祖)이다. 성은 팽이고, 이름은 갱이다. 요 때로부터 하은에 이르기까지 8백 세를 살았다고 말해진다.
  63. 63)임옥현(臨沃縣)에 유료씨(有寮氏) 시대에 장수한 노인이 있었는데 우물 속이 붉은 것을 의심하여 우물의 좌우를 파 보니 고인들의 단사(丹砂) 수십 곡(斛)이 묻혀 있어 붉은 즙이 우물로 들어와 이 물을 마시고 오래 살게 되었다고 하였다.
  64. 64)동원공(東園公)ㆍ기리계(綺里季)ㆍ하황공(夏黃公)ㆍ용리(用里) 등 네 선생을 말한다. 진시황의 학정을 보고 감전산(藍田山)에 들어가서 뜻을 마음대로 하였다. 이후 한고조가 선비들을 업신여기는 것에 따라 상산으로 도망가 숨어 고조가 불렀으나 나가지 않았다. 나이 여든에 모두 수염이 희어졌다고 한다.
  65. 65)비름과의 다년초로 줄기에 마디가 있고, 소 무릎처럼 돌출하여 우슬이라고 이름하였다. 뿌리와 줄기는 약재로 쓰이는데, 이뇨작용과 경락을 통하게 하는 작용을 한다.
  66. 66)영릉향(零陵香)의 별명이고, 영릉산 골짜기에서 생산되며 잎은 나륵(羅勒)과 비슷하다.
  67. 67)목란과(木蘭科)이며 낙엽교목이다. 높이는 수장이며 잎에 향기가 있다. 꽃은 처음 가지머리에서 피며 꽃봉오리 길이는 반촌이며 끝이 모필같이 뾰족하여 세속에서는 ‘목필(木筆)’이라고도 일컫는다.
  68. 68)‘극(棘)’이라고도 하며 가지 위에 가시가 있다. 잎은 긴 타원형이고, 꽃은 황록색이다. 열매는 대추보다 작고 맛이 시다.
  69. 69)천마(天麻)의 별명이다. 심괄(沈括)의 『몽계필담(夢溪筆談)』에 따르면 “적전은 곧 지금의 천마이며, 초본 약초의 상등품으로 5지(芝)를 제외하고 첫째가는 것이다. 이것은 신선의 보리(補理), 양생(養生)에 좋은 약이다”라고 하였다.
  70. 70)다년생 초본으로 중의학에서 뿌리와 줄기는 약초로 들어간다. 이시진(李時珍)의 『본초강목(本草綱目)』에 의하면 황지(黃芝), 무기지(戊己芝), 토죽(菟竹)이라고도 하며, 황지는 약으로 복용하며 선가에서는 지초(芝草)에 속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곤토(坤土)의 정수를 얻었다고 하여 ‘황정(黃精)’이라고 말하였다.
  71. 71)흰색의 호저(豪豬)이다. 호체(豪彘)라고도 하며 털 색깔이 백색이어서 ‘백호(白毫)’라고 하였다.
  72. 72)제좌(帝座)이다. 주나라의 소백(召伯)이 감당나무 밑에서 머무르며 선정(善政)을 행함에 따라 『시경』 「소남(召南)」 감당(甘棠)의 시가 생겨났다. 그 노래에 “감당을 자르지 말라, 소백이 살던 곳이다”라고 하는 구절이 있다.
  73. 73)굴원의 「어부사(漁父辭)」에 “창랑(滄浪)의 물이 깨끗하면 나의 관을 씻고, 창랑의 물이 흐리면 나의 발을 씻는다”고 하였다.
  74. 74)갈현(葛玄)이며 자가 효선(孝先)이다. 장생불사의 도를 흠모하여 천태(天台) 적성(赤城)에 들어가 나부산(羅浮山)에 올랐다. 갈선공(葛仙公)이라고 일컬어진다.
  75. 75)진사부(晉謝敷)이며, 자가 경서(慶緖)이고, 태평산(太平山)에 들어가서 10여 년간 부름을 받았으나 나아가지 않았다.
  76. 76)자는 공하(公蝦)이고, 양무제에 벼슬하였다. 거듭 옮겨 이부낭중(吏部朗中)이 되었으며, 당시 나이 24세였다. 병을 구실로 벼슬에 나아가지 않았다.
  77. 77)위나라 연흥(延興) 원년(467) 현조(顯祖) 헌문제(獻文帝)가 제위를 효문제(孝文帝)에게 양위하고 북원의 숭광궁(崇光宮)으로 옮겨 녹야의 불도(佛圖)를 원중(苑中)의 서산(西山)에 세웠다.
  78. 78)자는 백공(伯恭)이고, 최호(崔浩)와 완고함을 다투었다. 대절(大節)로 당시에 더욱 중시되었다. 효문제 당시 거듭 승진하여 함양공(咸陽公)에 올랐다. 5제(帝)를 두루 모셨으며, 효문제 태화(太和) 중에 죽었다.
  79. 79)북위(北魏)는 선비(鮮卑), 헌원씨 황제의 후예라고 일컬어진다. 『위서』 「제기」 제1서에 “옛날 황제에게는 아들이 25명이 있었는데 어떤 아들은 조정의 화려한 자리에 배치되기도 하였고, 어떤 아들은 먼 황복(荒服) 땅을 나누어 받았다. 창의소자(昌意少子)는 북쪽에 땅을 받아, 나라를 대선비산에 두었다. 그래서 그것을 나라 이름으로 하였다”고 한다.
  80. 80)주나라는 희성(姬姓)이다. 주문왕은 영대(靈臺), 영유(靈囿), 영소(靈沼)를 처음 건축하였다.
  81. 81)효문제를 말하며, 5세 때에 현조헌제(顯祖獻帝)로부터 선위를 받았다.
  82. 82)3전법륜(轉法輪)이다. 부처님이 녹야원에서 성문승의 사람들에게 고(苦)ㆍ집(集)ㆍ멸(滅)ㆍ도(道) 4성제를 설법하여 권증(勸證)을 보여주던 3전(轉)이 있다.
  83. 83)숭광궁(崇光宮) 원중(苑中)에 있는 서산에 이 정원을 건축하였다.
  84. 84)28수(宿)의 하나이다. 서쪽에 있으며, 『예기』 「월령」에는 맹하의 달에 해가 필성에 있다고 하였다. 초여름에 비가 내린다는 뜻이다.
  85. 85)아라한(阿羅漢)을 일컫던 옛 이름이다. 사람과 하늘의 공양을 받아서 참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86. 86)일정한 곳을 돌면서 왕복하거나 직선으로 왔다 갔다 하는 것을 말한다. 불교도가 이런 움직임을 취하는 것은 좌선하면서 졸리는 것을 막기 위한 것으로서, 때로는 몸을 수양하여 병을 치료하기 위한 것이고, 때로는 존경의 뜻을 표시하기 위한 것이다.
  87. 87)불교에서 하루를 여섯 등분하여 나누는 시간 간격이다. 곧 신조(晨朝)ㆍ일중(日中)ㆍ일몰(日沒)ㆍ초야(初夜)ㆍ중야(中夜)ㆍ후야(後夜) 등이다.
  88. 88)금륜왕(金輪王)이다. 사방 천하를 정복하고 도리천(忉利天)으로 올라가서는 제석을 해쳐서 그를 대신하려 하였으나 이루지 못하고, 땅으로 내려와서는 병으로 죽었다. 정생왕(頂生王)은 석가불의 전신이다.
  89. 89)효문제를 가리킨다. 연흥(延興) 원년 헌문제는 태자 승개(僧蓋:일명 굉(宏))에게 선위하였으니, 이가 곧 효문제이다.
  90. 90)고윤(高允)은 효문제 태화(太和) 중에 죽었는데, 당시 98세였다.
  91. 91)저라유시체(抵羅惟是逮), 견정진(堅精進), 견고정진(堅固精進)으로 번역한다. 부처님의 이름이다. 지혜를 화살로, 정진을 활로 비유한다. 『지도론(智度論)』 10권에 “인개심(忍鎧心)을 견고하게 정진하여 활의 힘을 강하게 하고 지혜의 화살을 굳게 하여 교만한 여러 적을 깨뜨린다”고 하였다.
  92. 92)여의(如意)를 거문고를 조율하는 것에 비유하고 있다. 『풍속통(風俗通)』에 따르면, “거문고는 음악을 통어하는 것으로 8음과 함께 연주된다. 화락을 짓는 자는 그 곡을 펼친다”고 말한다. 그 도리는 아름다움을 펴게 되는 것이라고 한다. 총괄하여, 중국에 있어서 ‘금(琴)’은 금지한다[禁]는 것으로 사심을 막는다는 뜻이라고 한다.
  93. 93)부처님이 가지고 있는 열 가지 능력으로, 보통 여래(如來)의 별칭이다. 『구사론(俱舍論)』 29권에 보인다.
  94. 94)옛 현인의 하나로 순(舜)임금의 일곱 친구 가운데 하나이다.
  95. 95)『유마경(維摩經)』 「불국품(佛國品)」에서는 “부처님이 일음(一音)으로 연설하면 중생은 무리에 따라 각각 해탈을 얻는다”고 하였다.
  96. 96)5주지(住地)이다. ‘주(住)’는 번뇌로, 근본 번뇌로 다섯 가지가 있다. ‘전(纏)’도 번뇌의 다른 이름이다. 8전(纏)과 10전(纏)이 있다.
  97. 97)10주(住)ㆍ10행(行)ㆍ10회향(廻向)의 보살을 3현(賢)이라 하고, 초지(初地)에서 10지(地)에 이르는 보살을 10성(聖)이라 한다.
  98. 98)불보살의 여리지(如理智)와 여량지(如量智)를 말하고, 5안(眼)은 육안(肉眼)ㆍ천안(天眼)ㆍ혜안(慧眼)ㆍ법안(法眼)ㆍ불안(佛眼)을 말한다.
  99. 99)인허진(隣虛塵)이며, 극미(極微)로 번역된다. 극소로 나뉘어져서 허공과 유사한 것이다.
  100. 100)제석천의 보망(寶網)으로 인다라망이다. 그 망의 선과 주옥이 교차하는 것은 중복되는 것이 끝이 없는 것으로 비유된다.
  101. 101)관세음의 자비의 눈으로 일체 중생을 널리 바라보는 것을 말한다.
  102. 102)『화엄경(華嚴經)』을 설하는 일곱 곳에서 아홉 번 모인 일이 있다.
  103. 103)살타파륜(薩陀波倫)보살이다. 이 보살은 불도를 구하여 언제나 눈물 흘리며 곡하였다.
  104. 104)선재동자(善財童子)는 복성(福城)에서는 문수(文殊)에게 가서 발심하여 점차로 남쪽으로 갔는데 53선지식을 차례로 찾아뵙고 진리를 증득하여 법계에 들어갔다.
  105. 105)대중의 스승은 처음에 복성에서 문수에게 이르는 것으로부터 마침내 미륵을 경배하고 110성을 두루 거치고, 또 보문성에서 문수의 가르침을 받고, 가장 나중에는 보현의 수행을 잘 닦게 된다.
  106. 106)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의 약칭이며, 범어로 Jetavanavihāra의 의역이다. 인도불교 성지의 하나이다. 전하는 바에 의하면 석가모니가 성도(成道)한 이후 교살라국(憍薩羅國)의 급고독 장자(給孤獨長者)가 많은 양의 황금을 사위성(舍衛城) 남쪽 기타 태자(祇陀太子)의 동산에 두고 정사를 세우고 석가모니부처님에게 설법을 청하였다. 기타 태자 또한 동산 안의 수목을 바쳤기 때문에 두 사람의 이름을 가지고 명명하였다.
  107. 107)선재의 남방선지식이 유행하는 가운데 이름을 만당왕(滿幢王)이라 이름하고, 만족(滿足)이라 이름하는 것은 대악역의 대불선법을 행하는 것이며, 악 중의 악으로 제일의 악인(惡人)이 된다.(진역 『화엄경(華嚴經)』 49)
  108. 108)보장엄(寶莊嚴)의 음녀(淫女) 바수밀다(婆須密多, Vasumitra)는 만약 그 손을 잡으면 일체의 불살삼매에 이를 수 있다. 그와 잠을 함께하면 해탈광명삼매(解脫光明三昧)를 얻는다고 한다.(『대정장』 9)
  109. 109)아일다(阿逸多)는 미륵(彌勒)의 자이다. 선재가 미륵의 누관문(樓觀門)을 열고 들어가고자 원한다면 미륵은 바로 오른손을 당겨 문이 저절로 열려서 선재가 바로 들어가며, 들어가고 나면 바로 닫힌다.(『대정장』 9)
  110. 110)27성현(聖賢)과 18유학(有學), 9무학(無學)을 말한다.
  111. 111)14등(等)이다. 선재가 보현이 행한 여러 대원해(大願海)를 끝까지 궁구하면서도 지속적으로 함으로써 일체불과 동등하게 되고, 일신(一身)이 일체 세계에 충만하여 찰등(刹等), 신등(身等), 행등(行等), 정각등(正覺等), 자재력등(自在力等), 전법륜등(轉法輪等), 제변재등(諸弁才等), 묘음성등(妙音聲等), 방편등(方便等), 무외력등(無畏力等), 불소주등(佛所住等), 대자비등(大慈悲等), 부사의법문자재력등(不思議法門自在力等)을 얻게 된다.(『대정장』 9)
  112. 112)피차가 동일한 것을 하나(一)라 하고, 피차 다른 것을 이(異)라고 한다. 치우친 것은 사특한 것이다. 불생(不生)은 또한 불멸(不滅)이고, 불상(不常)은 또한 부단(不斷)이며, 불일(不一)은 또한 불이(不異)이고, 불래(不來)는 또한 불거(不去)이다.(『중론(中論)』 「인연품(因緣品)」)
  113. 113)가난한 여자는 보장(寶藏)을 묻는 것을 알지 못한다. 곤궁하고 가난한 것을 비유한다.(『열반경(涅槃經)』 7)
  114. 114)5부총지(部總持), 금강오부(金剛五部)의 다라니이다.
  115. 115)4의(依)에 네 가지 종류가 있다. 이것은 법의 4의(依)로서, 의법불의인(依法不依人)ㆍ의요의경불의불요의경(依了義經不依不了意經)ㆍ의의불의어(依義不依語)ㆍ의지불의식(依智不依識)이 그것이다.
  116. 116)곤륜산(崑崙山) 위에 선인(仙人)이 살던 장소로 전해지며, 그것으로 이름이 났다. 양나라 소명 태자(昭明太子)의 포(圃)이다.
  117. 117)자는 경교(景喬)이며, 자현(子顯)의 동생이다. 『진서(晉書)』 등을 편찬한 사람이다.(『양서(梁書)』 권35)
  118. 118)양무제의 연호로 서기 518년이다. 이 해에 소자운은 13세에 가정을 일으키고 비서랑(秘書郞)이 되었다. 태자사인(太子舍人)으로 옮겼다. 『동관신기(東官新記)』 20권을 편찬하여 그것을 임금에게 올렸다.
  119. 119)소명 태자의 모친인 정귀빈(丁貴嬪)이 머물던 궁이다. 소명 태자는 천감 원년 2세 때 태자로 세워져, 그 5년 5월까지 모친의 슬하에 있었다. 6세가 되어 처음으로 모친을 벗어나 동궁에서 살았으나 모후를 깊이 그리워하여 영준 7년에 모후에게 병환이 나자마자, 태자는 영복성(永福省)으로 돌아와 조석으로 병시중을 들었다.
  120. 120)『주역』에서 밝음이 거듭된 것[明兩]이 이괘(離卦)이다. 대인(大人)이 밝음을 이어 사방을 비춘다고 한다. 해와 달의 두 가지 밝음이 거듭된 것이다.
  121. 121)금궤석실(金匱石室)의 비서(秘書)를 말한다. 『한서고제기(漢書高帝記)』에 단서철계금궤석실(丹書鐵契金匱石室)에서는 그것을 종묘에 소장한다.
  122. 122)원남방(元南方) 성수(星宿)의 이름이다. 고대에 상서성(尙書省)을 열수(列宿)의 남궁으로 상징한다.
  123. 123)은행나무가 무성한 높은 곳이 된다고 말한다. 『장자』 「어부」편에는 “공자가 치유(緇帷)의 숲을 유람하면서 행단 위에서 쉬었다. 제자가 책을 읽을 때 공자는 노래 부르며 거문고를 뜯었다”고 한다.
  124. 124)『시경』 「당풍(唐風)」 ‘주무(綢繆)’에 “실을 얽어 섶을 묶으니, 3성(星)이 하늘에 있다. 오늘 저녁이 어떤 저녁인가? 우리 선량한 사람 보네. 그대여, 그대여, 이 어진 사람을 어찌할까?”라고 하였다. 전(箋)에 따르면, 삼월 말 사월 중순에 동방에서 3성이 보인다고 한다.
  125. 125)장경(長卿)은 약초 이름으로 나마과(蘿蔴科)이다. 『패문운부(佩文韻府)』에서는 이 구절을 인용하여 주에서 “장경은 약초 이름이고, 간자(簡子)는 덩굴 이름이다”라고 하였다.
  126. 126)덩굴이름이다. 남방의 초목상(草木狀)에 대해 말하기를 “고함포(古合浦)의 간자(簡子)에는 덩굴이 생겨서, 나무에 기어오른다. 정월과 이월에 꽃이 피고, 사월과 오월에 열매를 맺는다”고 하였다. 함포는 지금의 광동성 지역에 있다.
  127. 127)산계(山鷄)의 일종이며 남월에서 생산된다. 누런 벼슬에 푸른 깃털을 하고 항상 삼나무 아래에 있다. 머리 위에는 길고 누런 털이 있다고 한다.(『임해이물지(臨海異物志)』)
  128. 128)이조(異鳥)이다. 큰 것은 까마귀와 같이 떼 지어 난다. 백황색의 무늬가 있으며 기타 적색, 흑색이 섞인 색깔이 있다. 강서(江西) 노릉(盧陵)에서 생산된다.
  129. 129)‘대임(戴鵀)’ㆍ‘대임(戴任)’이라고도 하며 까치 비슷하게 생겼고, 머리에 벼슬이 있다. 『예기』 「월령」에도 “계춘(季春)의 달에 대승(戴勝)이 뽕나무로 내려온다”고 하였다.
  130. 130)비나리성(毘那離城)으로 유마거사(維摩居士)가 살던 성이다.
  131. 131)소양(少陽)은 동쪽이고, 노양(老陽)은 남쪽이다. 이것은 양이 생성되기 시작하는 은 초기이다.
  132. 132)수미등왕불(須彌燈王佛)로서, 동방 36항사(恒沙)의 나라를 지나서 이 부처님이 있다. 유마힐(維摩詰)은 이 부처님에게 높이 8만 4천 유순(由旬)의 사자좌를 빌어 그 방장(方丈)으로 들어갔다.(『유마경』 「부사의품」)
  133. 133)설명하는 유형의 계사(繫辭)는 공자의 역(易) 괘효에 관한 설명이다.
  134. 134)『논어』 「술이(述而)」에서 공자는 “나는 매우 쇠약해졌다. 내가 꿈에서 주공을 다시 보지 못한 것이 오래 되었구나!”라고 말하였다.
  135. 135)『노자』 48장에서 인용하였다.
  136. 136)은중감(殷仲堪)은 혜원과 여산(廬山) 북쪽 시냇가에서 역을 토론하였다.(「혜원전」), 또 종병(宗炳)은 『명불론(明佛論)』에서 역리(易理)를 여산에서 배웠다고 말하고 있다.
  137. 137)전진왕(前秦王) 부견(符堅)은 도안(道安)을 신기(神器)로 삼아서 그를 예우하였다. 부견은 동쪽 정원으로 나아가서 도안에게 명령하여 수레에 올라 함께 타도록 하고 말하였다. “안공의 도덕이 존경할 만하므로 짐은 천하를 가지고도 그것을 바꿀 수 있다. 수레의 영예가 아직 그대의 덕에 걸맞지 않다”고 하며, 도안을 도와 수레에 오르게 하였다.(「도안전(道安傳)」)
  138. 138)축잠(竺潛)은 진의 원제와 명제의 예우를 받았다.
  139. 139)치초(郢超)가 사자를 파견하여 도안(道安)에게 쌀 5곡(斛)을 보내고 정성을 바쳤다.
  140. 140)명본에는 여기서부터 38권으로 분리하였다.
  141. 141)인세(寅歲) 또는 섭제격(攝提格)이다. 별이름으로 태세(太歲)가 인(寅)에 있는 것이 섭제격이 된다.
  142. 142)춘추시대 제선왕 때 직하(稷下)의 학사라고 일컬어지는 학파이다. ‘직하’는 제나라 근교 지역에서 선비들이 기회 있을 때마다 만나 담론하였다.
  143. 143)『주역』 「계사」 하에 의하면, “하늘과 땅의 커다란 작용은 사물을 낳는 것이고, 성인의 커다란 보배는 지위이다”라고 하였다.
  144. 144)노자는 주나라 수장실(守藏室)의 사관이 되었는데, 주사(柱史)는 주하사(柱下史)이다. 주의 관직 이름이다. 장자는 몽(蒙)의 칠원(漆園)의 관리가 되었다.
  145. 145)동방삭은 한나라 무제 때 벼슬하였다. 그 지위는 집극(執戟)에 불과하다고 『사기』 「골계전(滑稽傳)」에 보인다. ‘집극’은 시랑(侍郞)의 벼슬이다.
  146. 146)춘추시대 진(晉)나라 헌공의 태자이다. 헌공(獻公)은 여희(驪姬)를 총애하였는데, 여희 때문에 참소당하여 자살하였다.
  147. 147)전한시대의 양웅(揚雄)이다. 자는 자운(子雲)이고 성제(成帝) 때 벼슬하였다. 『태현(太玄)』, 『법언(法言)』, 『방언(方言)』을 저술하였다.
  148. 148)이 꽃은 3천 년에 한 번 나타나는데, 이때 금륜왕(金輪王)이 출현한다.
  149. 149)맹귀(盲龜)가 떠 있는 나무 위의 공작(孔雀)을 얻은 것을 비유한다.
  150. 150)번뇌마(煩惱魔), 음마(陰魔), 사마(死魔), 타화자재천마(他化自在天魔)가 있다.
  151. 151)『서경』 「대우모(大禹模)」에 의하면, 순임금은 처음에 우(禹)로 하여금 묘족을 정벌하게 했는데도 묘족이 따르지 않았다. 여러 제후들을 모아 익(益)의 의견에 따라 우(禹)의 군대를 소환하고 순은 문덕을 펴고자 하는 가운데 간우(干羽)를 사용하여 춤을 추게 하자마자 묘족은 칠순이 되어 와서 항복하였다.
  152. 152)금지국왕계빈왕(金地國王罽賓王)은 파사닉왕(波斯匿王)을 정벌하려 하였다. 파사닉왕은 부처님이 계신 기원정사에 이르러 구원을 요청하였다. 부처님은 전륜성왕이 되어 대목련을 전병(典兵)의 신하로 삼아 계빈왕을 격퇴하고자 커다란 활을 당겨 쏘려고 하니까 삼천대천세계가 진동하였으며, 그 화살 머리에는 연꽃이 있었고 커다란 빛을 발하여 계빈왕 때문에 부처님의 제자가 되었다. 원(園)을 본다는 것은 이 당시 부처님이 계시던 기원을 살펴본다는 의미이다.
  153. 153)돈(犜)은 소의 이름으로 돈우거를 대승에 비유하고, 다음 양과 사슴을 성문(聲聞)ㆍ연각(緣覺)에 비유한다.
  154. 154)윤회하는 가운데 사후나 생전의 과도기 상태를 말한다. 그 사이에는 비록 형체는 떠나 있지만 5음(陰)이 있다.
  155. 155)천상(天上)의 중생의 수명이 비록 길다고 해도, 수명을 마칠 때는 다섯 가지 조짐이 있다. 곧 옷이 헤지는 것, 머리 위에 꽃이 시드는 것, 신체에 더러운 냄새가 나는 것, 겨드랑이 아래서 땀이 나는 것, 앉아 있는 것이 즐겁지 않은 것 등이다.
  156. 156)후한 때 사람으로 자는 주공(周公)이다. 거록(鉅鹿)의 태수였는데, 조부가 누대로 하서에 살아 이렇게 되었다. 후한의 광무제(光武帝)가 즉위하면서 한(漢)으로 돌아가 대사공(大司空)이 되었으며, 자제들도 봉작(封爵)을 누렸다.
  157. 157)공손술(公孫述)이다. 자는 자양(子陽)이고 애제(哀帝) 때 청수(淸水)의 장이 되었다. 왕망(王莽)의 천봉(天鳳) 중에 자립하여 천자가 되어, 익주(益州)의 땅을 소유하였다. 후에 한의 공격을 받아 죽었다. 후한은 공손술의 처자를 노예로 삼고 공손씨를 모두 멸족하였다.
  158. 158)전야공(田野空), 조정공(朝廷空), 창고공(倉庫空)을 말한다.
  159. 159)고대에 천자가 제후와 대신에게 내리는 아홉 종류의 기물로 이것은 최고의 예우이다. 곧 거마, 의복, 악칙(樂則), 주호(朱戶), 납폐(納陛), 호분(虎賁), 궁시(宮矢), 부월(鈇鉞), 거창(秬鬯)이다.
  160. 160)색계(色界)의 초선천(初禪天)에서 4선천에 이르는 네 종류의 선정(禪定)이다. 사람이 욕계(欲界)에서 선정을 익힐 때 홀연히 몸과 마음이 모이는 것을 깨닫게 되고 전신의 숨구멍으로 기운이 서서히 출입하며 들어가서는 쌓이는 것이 없고 나가서도 분산되는 것이 없는 것이 초선천(初禪天)의 선정이다. 그러나 이 선정 가운데는 아직 각관(覺觀)의 상이 있어서, 다시 마음을 수습하여 정(定)에 두면 각관이 소멸하고 정정(靜定)의 기쁨을 발하게 된다. 이것이 2선천(禪天)의 선정이다. 그러나 희심이 움직여서 선정의 힘이 아직 견고하지 못하므로 마음을 수습하여 진리를 보면 희심(喜心)이 사라지는데, 여기에서 정에 빠져들게 되어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즐거움이 안으로부터 발하게 되는데 이것이 3선천(禪天)의 선정이다. 그러나 즐거움이 마음을 요동시킬 수 있어서 여전히 청정함으로 다할 수 없으므로 더욱 노력하여 멈추지 않으면, 드나드는 숨이 멈추고 모든 망상이 사라져서 바른 생각이 견고해지는데 이것이 4선천(禪天)의 선정이다.
  161. 161)고대에 천자와 제후가 궁실 문 밖에 세운 높은 건축물로 궐(闕) 또는 관(觀)이라고 부른다. 교령(敎令)을 걸어 놓기 위한 장소이다.
  162. 162)일(日)ㆍ월(月)ㆍ성(星)을 말하기도 하고, 일ㆍ월ㆍ5성(星)으로 말하기도 한다. 또 방(房)ㆍ심(心)ㆍ미(尾)의 3성수(星宿)를 가리키는 경우도 있다.
  163. 163)고대에 주식(酒食)을 담았던 그릇이다. 준(罇)에는 술을 담고, 조(俎)에는 고기를 담는다. 유향(劉向)의 『설원(說苑)』에는 “준조(罇俎)를 두고 변두(籩豆)를 배열하는 것은 유사(有司)의 일이다”라고 하였다.
  164. 164)조서(詔書)나 간독(簡牘) 등으로 봉함하지 않은 글이다.
  165. 165)『서경』 「대우모(大禹謨)」에 “문명(文命)을 사해에 편다”고 하였다. 또 『사기(史記)』에는 “문명(文命)은 하우(夏禹)의 찬명(贊名)이 된다”고 하였다.
  166. 166)우임금이 여기에서 죽어 사마(死魔)를 만났다고 한다.
  167. 167)범어 yakṣa의 음역이다. 불경 가운데 일종의 축악(丑惡)의 형상을 한 귀신으로 포악하여 사람을 잡아먹을 수 있다. 뒤에 부처님의 교화를 받아서 법을 수호하는 신이 되었으며, 천룡팔부중(天龍八部衆)의 하나에 든다.
  168. 168)지승은 대통지승불(大通智勝佛)이다. 삼천진점겁(三千塵点劫) 이전에 세상에 나온 부처이다.
  169. 169)일월등명불(日月燈明佛)인데 과거 무량 아승기겁 이전에 세상에 나서 『법화경』을 설하였다. 이 부처님은 차례로 세상에 나서 2만불이 있는데, 모두 한자로 일월등명불로 일컬어진다.
  170. 170)삼계(三界)의 생사를 말하는 것으로, 첫째는 욕유(欲有), 욕계(欲界)의 생사이다. 둘째는 색유(色有), 색계(色界)의 생사이다. 셋째는 무색유(無色有), 무색계(無色界)의 생사이다. 곧 삼계의 생사경계에는 인(因)과 과(果)가 있다고 생각하여 ‘유(有)’라고 말한다.
  171. 171)세친보살(世親菩薩)이다. 대승론사(大乘論師)이며, 부루사(富婁沙)는 부루사부라(富婁沙富羅) 북천축(北天竺)에 있는 보살이 태어난 나라이다.
  172. 172)『좌전』 「희공(僖公)」 6년에 “허남(許男)은 손은 뒤로 묶고 얼굴만 보고 입으로 구슬을 물었다”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