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세존께서 공양 때라 가사를 입으시고 모든 비구들에게 공경히 둘러싸여서 사위성에 들어가 차례로 걸식하시는데, 한 바라문이 사위성에서 나왔다가 세존을 만났다. 그는 오래 세존의 용모와 거동을 보다가 이내 말을 붙여 찬탄하였다. “구담(瞿曇)이시여, 당신의 얼굴이 좋은 금빛으로 단정하고 엄숙하옵니다.”
이때에 세존께서 우바새에게 대답하시고 이내 바라문의 집에 들어가셔서 그 동자를 보셨다. 이때에 동자는 세존을 보자마자 와서 귀의하고 오체를 땅에 던졌다. 부처님께서는 곧 주원(呪願)을 하셨다. 모든 비구들도 부처님을 따라가서 동자를 보았다. 부처님께서는 주원을 마치고 모든 비구들과 함께 절로 돌아오셨다.
그때 동자는 점점 자라났다. 사위국의 주인인 바사닉왕은 그 바라문이 이와 같은 덕행이 있어서 귀한 아들을 낳았다는 것을 듣고 마침내 사신을 보내어 화만(華鬘)과 전단 보향을 많이 가지고 바라문 집으로 가서 동자의 주위를 돌고서 청하게 하였다. 동자는 대답하였다. “제가 먼저 기수에 가서 세존께 예배한 뒤에 사위성에 들어가 바사닉왕을 뵙겠습니다.”
동자는 대답을 마치고 곧 기수로 가서 세존의 처소에 이르러 부처님 발에 절하고 앞에 앉아 흐뭇하게 본생의 법을 들었다.
033_0890_c_03L童子對已便往祇樹。到世尊所,作禮佛足,於面前坐,而爲聽法。本生適意。
하늘의 묘한 연꽃이 기수 동산에 자라고 있었는데, 그 향기가 자욱하여 일체에 두루 가득하였다. 동자는 갑자기 지혜를 냈다. ‘나는 지금 이 연꽃을 가지고 세존께 공양해야겠다.’ 그리고는 다시 생각하였다. ‘내가 날 때에 세상에 희유한 첨복가나무가 있었고 발심할 때에도 첨복가나무가 저절로 났었는데, 그 나무에 달린 첨복가꽃은 하늘의 자금 빛깔이었다.’
그때에 동자가 손으로 첨복가꽃을 꺾어서 세존 위에 흩으니 흩어진 꽃이 부처님 몸 위에 머물러서 부처님 몸을 장엄하였다. 그 중에 어떤 것은 부처님 정수리 위에 머물렀고 부처님 품 속에 머물렀고 부처님 발 밑에도 머물렀으며, 그 중엔 화만 옷을 이룬 것도 있었다. 이렇게 갖가지로 공양하였다.
그때에 왕이 놀라 괴이하게 여기서 동자에게 물었다. “너는 어떻게 공양했기에 이와 같은 신통력을 쓰느냐?”
033_0890_c_14L時王驚怪,問童子言:“汝云何供養作如是神力?”
동자는 대답하였다. “저는 기수에서 이렇게 일체를 장엄하였습니다.”
033_0890_c_16L童子答言:“我於祇樹,作如是一切莊嚴。”
그때에 동자는 또 가장 높은 지혜를 내었다. ‘나의 첨복가나무는 나의 발심을 따라서 첨복가꽃을 피웠는데, 그 꽃이 나무 줄기에서 피기도 하고 열매 위에서 피기도 하고, 나뭇가지에 피기도 하고 잎사귀 위에 피기도 하였으며, 그 첨복가꽃은 또한 허공에 나타나기도 하고 기수 허공에 나타나서 온갖 금보의 방울을 나타내기도 하였다.’
033_0891_a_01L세존께서는 잠자코 청을 수락하시고 건추(犍椎) 치기를 기다리셨다. 때가 되자 세존은 조용히 앉으셨으며 모든 비구들과 국왕과 신하들은 차례대로 앉았다. 이때에 가장 높고 미묘한 지혜와 기억을 내었다. ‘내가 옛적에 태어날 때에 하늘 밥이 가득 든 금쟁반이 나타나기에 나는 즉시 그것을 가지고 부처님께 공양하기를 원하였다.’
이렇게 생각하고 나니 본생 때의 금쟁반이 원한 대로 나타났는데, 하늘의 가장 맛나는 것이 그 속에 가득하였다.
033_0891_a_05L作是念已,本生金盤隨心出現,諸天上味滿其盤中。
이때에 동자는 곧 금쟁반의 음식으로 직접 공양하였다. 이때에 세존과 모든 비구ㆍ국왕ㆍ시종에게 공양하여 잔뜩 배부르게 하였다. 금요 동자는 마음에 크게 환희하여 세존의 발에 예배하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으며 그 뒤로 선근이 더욱 자라고 소원을 내어서 널리 법보시를 행하여 중생을 제도하였다. 뒤에 나는 성불하여서 제도되지 못한 이에게 구원을 주었고 안락하지 못한 이에게 안락함을 주었으며 적정(寂靜)하지 못한 이에게 적정함을 주었다.
그때에 세존께서는 곧 동자의 발심을 위하여 차례로 지옥의 모양을 설명하였다. “이른바 아비지옥ㆍ포지옥ㆍ포열지옥ㆍ아타감ㆍ하하파ㆍ호호파ㆍ청련화ㆍ홍련화ㆍ대홍련화가 있으니, 여기서 나와서는 팔열지옥에 들어가며 차례로 미혹된 업에 따라 감응을 받는다. 만약 지혜 있는 이는 나에게 법을 구하여 시원함을 얻느니라.”
그때에 세존께서 이 말씀을 하실 때에 파랑ㆍ노랑ㆍ빨강ㆍ하양의 네 가지 빛이 입에서 나왔으며, 그 속의 광명이 위로 공중에 올라갔고 아래로 지옥에 들어가서 그들 등활ㆍ혹승ㆍ중합ㆍ호규ㆍ대호규ㆍ염열ㆍ극염열 등의 지옥과 아비지옥ㆍ포지옥ㆍ포열지옥ㆍ아타감ㆍ하하파ㆍ호호파ㆍ청련화ㆍ홍련화ㆍ대홍련화를 비추었다.
033_0891_b_01L뜨거운 지옥에 들어가면 그들은 시원함을 얻었고, 얼음지옥에 들어가면 그들은 따뜻함을 얻어서 그들 중생이 수승한 마음을 내어서 ‘우리들은 어떻게 하여 이곳에 왔는가. 기한[命]이 다하면 다른 갈래로 전생함이 이와 같으리라’ 하였다. 그들이 이미 발심하면 세존은 그들을 위하여 광명을 변화하여서 변화를 보내어 그들로 하여금 보게 하신다. 그들은 본 뒤에 ‘우리들은 여기서 목숨을 마친 뒤에는 결정코 다른 나쁜 곳에 나지 않겠다. 이곳 중생이 무위(無爲)의 수승한 빛을 받고 신심을 발한 것을 여태껏 보지 못하였구나’ 하며, 지옥의 업이 다하면 각기 인간ㆍ천상에 태어남을 진실로 얻는다.
만약 이 광명이 상방인 사대왕천(四大王天)ㆍ도리천(忉利天)ㆍ야마천(夜摩天)ㆍ도솔천(兜率天)ㆍ낙변화천(樂變化天)ㆍ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ㆍ범중천(梵衆天)ㆍ범보천(梵輔天)ㆍ대범천(大梵天)ㆍ소광천(少光天)ㆍ무량광천ㆍ극광정천(極光靜天)ㆍ소정천(少靜天)ㆍ무량정천(無量靜天)ㆍ변정천(遍靜天)ㆍ무운천(無雲天)ㆍ복생천(福生天)ㆍ광과천(廣果天)ㆍ무상천(無想天)ㆍ무번천(無煩天)ㆍ무열천(無熱天)ㆍ선현천(善現天)ㆍ선견천(善見天)ㆍ색구경천(色究竟天)에 비치면 소리가 나기를 ‘괴로움[苦]과 공함과 덧없음과 나 없음을 연설하노라’ 하고 두 게송을 설하였다.
만약 이 법 가운데 들어오면 뜻과 마음과 행 물러나지 않는다. 바퀴 돎을 끊으면 모든 괴로움 다 사라지느니.
033_0891_b_20L若入此法中, 志心行不退,
所以斷輪迴, 諸苦悉皆盡。
그때에 광명은 삼천대천세계를 두루 비추어 유정들을 제도하였으며, 이 광명은 도로 부처님 몸으로 돌아와 세존의 뒤를 따랐다.
033_0891_b_21L爾時,光明徧照三千大千世界救度有情,如是光明,卻還佛身隨世尊後。
033_0891_c_01L그때에 세존께서 과거의 업을 수기하시고자 하니 놓은 광명은 부처님 몸 뒤에서 들어왔고, 미래의 업을 수기하시려 함에 광명이 부처님의 얼굴 앞에서 들어왔고, 지옥에 난 이를 수기하시려 함에 그 광명이 부처님의 발밑으로 들어왔고, 축생에 난 이를 수기하시려 함에 그 광명이 부처님의 발꿈치로 들어왔고, 아귀로 난 이를 수기하시려 함에 그 광명이 부처님 발의 엄지발가락으로 들어왔고, 인간에 난 이를 수기하시려 함에 그 광명이 부처님 무릎 밑으로 들어왔다.
역륜왕(力輪王)을 수기하시려 함에 그 광명은 부처님의 왼쪽 손바닥으로 들어왔고, 전륜왕을 수기하시려 함에 그 광명이 부처님 오른쪽 손바닥으로 들어왔고, 하늘에 난 이를 수기하시려 함에 그 광명이 부처님 배꼽 사이로 들어왔고, 성문 보살을 수기하시려 함에 그 광명이 부처님 가슴으로 들어왔고, 연각을 수기하시려 함에 그 광명이 부처님의 눈썹 사이로 들어왔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수기하시려 함에 그 광명이 부처님 정수리로 들어왔다.
아난다여, 보라. 이 동자는 나에게 이와 같이 공양하였나니, 선근이 깊고 굳으며 마음을 내어 법을 보시하여 세 큰 아승기겁을 지나 보리를 수행하고 크게 자비한 6바라밀을 성취하면 관(觀)ㆍ행(行)이 원만하여 등정각을 이루리니, 이름은 금요(金耀)여래로 10력(力)이 구족하고 네 가지 지혜가 원명하며 3밀(密)과 불공(不共)과 염처(念處)와 대비(大悲)가 내가 옛적에 발심할 때와 같고 또한 이러한 법시를 행할 것이다.”
대왕이여, 지은 업이 갚음을 받는 때는 예컨대 지계(地界)는 다함이 없고 수계(水界)는 다함이 없고 화계(火界)는 다함이 없고 풍계(風界)는 다함이 없으니, 이와 같은 온계(蘊界)와 6진(塵)이 업을 짓고 과보를 얻음은 다함[窮盡]이 없습니다. 동자의 뜻과 마음은 옛적에 복의 인을 심어 금생에 과보를 얻어 다함이 없으며, 내지 선ㆍ악의 두 업과 업보가 다함이 없어서 가령 백 겁을 지나더라도 업은 반드시 그 과보를 받습니다.
033_0892_b_01L대왕이여, 과거세에 바라내국(波羅奈國)에 왕이 있었는데, 이름이 문군(聞軍)이었습니다. 그는 태자를 두었는데 이름이 길상밀(吉祥密)이었습니다. 그때에 부왕은 널리 죄업을 지었었는데 태자는 아버지가 죄를 지음을 보고 마음에 놀래어 털이 곤두서서 왕께 말하였습니다. ‘저는 수행하러 가겠습니다.’
동자는 말했습니다. ‘금ㆍ은ㆍ코끼리ㆍ말ㆍ궁인(宮人)ㆍ창고는 마음에 탐착할 것이 없고, 또한 사랑하거나 즐겨 수용(受用)할 것이 없다.’
033_0892_b_04L童子言:‘若金銀象馬宮人庫藏,心無貪著亦無愛樂受用。’
그리고는 뒤에 곧 37보리분법을 닦아 행하였고, 연각 보리를 증득하여 무수한 백천 사람들이 와서 공양하였습니다.
033_0892_b_06L後便修行三十七品菩提分法,得證緣覺菩提,無數百千天人而來供養。
다른 사람들이 보고 죄다 왕께 고하였습니다. ‘태자께서 이러한 공덕을 닦아 행하였습니다.’
033_0892_b_08L餘人見已,具告王曰:‘太子得如是功德。’
그때에 왕은 듣고서 그 아들을 보려고 4병(兵)을 거느리고 궁궐을 나섰습니다. 한 가난한 사람이 있었는데, 왕이 가장 좋은 코끼리 등에 앉았고 가장 좋은 옷을 입고 훌륭하게 장식하였으며 묘한 향을 몸에 발랐고 일산을 썼으며 4병(兵)이 둘러쌌음을 보고 그는 생각[智慧]을 내었습니다.
〈이 왕은 손이나 발이나 배나 팔꿈치나 머리나 얼굴이나 어깨나 등이 나와 다름이 없거늘 무슨 까닭에 가장 좋은 큰 코끼리를 타고 좋은 옷으로 장엄하고 좋은 향을 몸에 바르고 일산을 덮고 4병이 둘러싸는가? 나는 세상마다 간탐하고 보시한 적이 없었으니 내가 금세에 이와 같은 괴로움을 받는구나. 이러한 결점[乏短]을 버리지 않았으니 어떻게 내가 저런 사람 속에 나겠는가〉 하였습니다.
그때 연각은 그의 발우를 받고 마치 거위 왕[鵝王]처럼 허공에 올라 자재하며 온갖 신통 변화를 나타내다가 허공에서 내려와 다시 본 자리로 돌아왔습니다.
033_0892_c_10L爾時,緣覺執彼鉢盂,猶如鵝王騰空自在,現種種神變,從虛空下還復本座。
또 가난한 사람은 연각의 발에 절하고 다시 말하였습니다. ‘당신께서 나를 위해 잡수시고 저는 복을 받았으니, 둘째 날에 연각에게 공양하면 이 사람은 마음이 맑고 깨달아져서 가난한 사람을 구원할 것입니다.’ 연각은 곧 공양을 수락하였으며 가난한 사람은 곧 산골짜기를 나왔습니다.
033_0893_a_01L그 사람은 왕을 보내고 갑자기 생각하기를 〈어떻게 해야 한 떼기 좋은 밭을 얻고 또 여러 가지 좋은 음식을 얻어서 온갖 맛을 갖출까〉 하였습니다. 생각이 채 끝나기 전에 발로 둥근 돌을 밟아 땅에 넘어졌는데 거기에서 금이 가득 들은 쇠 독을 얻었습니다.
‘어찌하여 저더러 날을 옮기라 하십니까? 더구나 저는 금을 가졌으니 결정코 공양을 차리겠습니다.’
033_0893_a_13L貧人言曰:‘云何令我移日?況我自有金寶定伸供養。’
‘너는 본래가 빈궁하였고 나는 찰제리로 정수리에 물 부운 왕의 종족[灌頂王種]이거늘 너는 어찌하여 금이 있다고 하느냐?’
033_0893_a_15L王言:‘汝本來貧窮,我是剎帝利灌頂王種,汝卻云何對我有金?’
‘왕께서 만약 믿지 못하신다면 왕께 금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033_0893_a_16L貧人告言:‘王若不信,敎王見金。’
그리하여 함께 금이 나온 곳으로 가니 한 쇠 독이 있는데 그것을 기울여서 금을 쏟으니 쌓인 무더기가 산과 같아서 한쪽에 서 있는 사람이 반대편 쪽을 보지 못하였습니다.
033_0893_a_17L遂便同到出金之地,有一鐵瓮,傾出金寶積聚如山,一邊人立兩邊不見。
왕은 생각하기를 〈이 사람이 이와 같은 복덕을 가졌구나〉 하였으며, 그 사람은 말하되 〈공양[齊] 때가 곧 이르겠구나〉 하였습니다.
033_0893_a_19L王乃思惟:‘此人有如此福德。’彼人言曰:‘我齋時將至。’
둘째 날에 가난한 사람은 깨끗이 땅을 쓸고 다른 때와 다르게 장엄하였습니다. 온갖 연꽃을 흩었고 나뭇가지와 잎을 따서 좋은 일산을 만들었으며 공양을 차렸습니다.
033_0893_a_21L貧人於第二日,淨除田地嚴飾殊妙,散諸蓮花摘樹枝葉,作妙傘蓋設食供養。
그때 그 연각은 다시 허공에 올라서 갖가지 신통변화를 나타내었습니다.
033_0893_a_23L時彼緣覺復上虛空,現種種神變。
033_0893_b_01L그때 그는 발에 절하고 원을 내되 〈내가 이 땅에 뿌린 연꽃처럼 세상에 날 적마다 저 하늘의 묘한 연꽃을 얻으며 내가 나뭇가지로 만든 일산으로 공양하듯이 세상에 날 적마다 첨복가 나무를 얻어 첨복가 꽃을 피우되 빛깔이 하늘의 자금색이며, 내가 그릇에 밥공양 올린 선근으로 세상에 날 적마다 늘 금쟁반에 하늘 음식이 가득하되 백천 사람이 먹더라도 다하지 않으며 부처님을 만나리다〉라고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