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좋은 말이다. 너희들은 잘 들으라. 이제 너희들에게 말하리라. 무간지옥(無間地獄)의 수명은 중겁(中劫)1) 남짓한데, 그 위로 일곱 가지 지옥의 수명은 길고 짧음이 같지 않으니라. 비구들이여, 반드시 알아라. 이것이 지옥의 수명을 비교한 것이니, 몇 겁 동안 괴로움을 받은 뒤에야 목숨이 마치리라.
033_0897_a_01L 그때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이 남염부제(南閻浮提)는 수명이 일정치 않으니, 처음에 열 살로부터 백 천만 세에 이르도록 수명이 한량이 없느니라. 비구들이여, 마땅히 알아 두어라. 남염부제 사람의 수명은 오래 살아야 백 년인데, 괴로움은 많고 즐거움은 적으니라.
또 비구들이여, 이 국토에서 비록 백 년을 살더라도 열 가지 지위[十位]가 있느니라. 첫째는 박로(嚩魯)니 잠자는 동안에 아무 것도 모르는 것이고, 둘째는 구마로(俱摩嚕)니 장난을 즐기는 것이며, 셋째는 여박(與嚩)이니 애욕의 경계에 집착하는 것이고, 넷째는 말라밤(末羅鑁)이니 부지런히 업을 닦는 것이니라.
다섯째는 발라기양(鉢羅枳穰)이니 지혜와 말재주가 뛰어난 것이고, 여섯째는 실밀율제(悉蜜栗帝)니 밝게 기억함이며, 일곱째는 실체도(悉體覩)니 바야흐로 자신의 실천에 편안한 것이고, 여덟째는 미로(尾嚕)니 나라의 임금이 가엾게 여겨 보살피는 것이며, 아홉째는 몰유토(沒嘌兎)니 모습이 썩고 힘이 적어지는 것이고, 열째는 얼다유(孽多兪)니 수백 세에 목숨을 마치는 것이니라.
또 비구들이여, 백 년을 마치기 전에 세 살피7)[三際]의 시간이 있으니, 이른바 추위와 더위와 비의 때이거나 세 때라 하느니라. 백 년을 마치기 전에 열두 달을 세 살피로 이름 지을 수 있으니, 넉 달은 추운 살피[寒際]고, 넉 달은 더운 살피[熱際]며, 넉 달은 비의 살피[雨際]이니라.
033_0897_b_01L이른바 성날 때와 고민할 때와 길을 갈 때와 청정한 재(齋)를 지킬 때와 급한 일을 볼 때와 잠 잘 때와 취하거나 번민할 때에는 모두 먹지 않느니라. 또는 밥을 얻고도 먹지 않을 때와 밥을 얻지 못하여 먹지 못할 때가 있나니, 이리하여 먹거나 먹지 못할 때, 먹는 가운데서 대략 밥을 얻는 것을 말하자면 7만 2천 번의 밥을 먹느니라.
그때 부처님께서 다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인간의 수명 50세가 사왕천[四大王天]의 한 주야(晝夜)니, 그 주야로써 달을 이루어서 열두 달이 한 해고, 그러한 해로써 수명이 5백 살이니라. 그것을 인간의 주야와 수명으로 헤아린다면 90낙차(洛叉)8)니, 그러한 뒤에야 목숨을 마치느니라.
몸에는 나쁜 업이 셋 있고 입에는 나쁜 업이 넷 있으며 뜻에도 세 가지의 업이 있나니 지은 죄가 끝나야 괴로움을 벗어나리라.
033_0897_b_17L惡業身具三、 口業惡有四、 意三業亦然,
罪畢苦方出。
등활지옥 안에는 나쁜 업도 함께 들어오나니 1만 6천2백 구지 년 동안 항상 괴로움을 받으리라.
033_0897_b_19L等活地獄中, 惡業同皆入,
萬六千二百, 俱胝恒受苦。
그 지옥에 태어나면 원수진 이가 서로 죽이고 죽었다가는 다시 살아나니 업이 다하여야 괴로움을 벗어나리라.
033_0897_b_20L生彼地獄中,
冤家互相殺, 死已復重蘇, 業盡苦方出。
033_0897_c_01L 그때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인간의 백 년이 도리천(忉利天)의 한 주야를 이루고, 그 30주야로써 한 달을 삼으며, 그 열두 달로 한 해를 삼아 도리천의 수명은 천 세(歲)이니라. 그 하늘의 천 살을 인간의 수효와 비교하자면 18구지 해에 해당하나니, 그 하늘의 수명이 이러하니라.”
그때 부처님께서는 다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 하늘의 수명 천 살은 흑승(黑繩)지옥에서는 한 주야가 되고, 그 30주야로 달과 해를 이루어 그 지옥의 수명은 천 살이니라. 그 천 살을 비교하여 헤아리자면 인간의 3만 2천4백 구지 해이니, 흑승지옥은 그러한 뒤에야 목숨이 다하느니라.”
스승과 부모를 미워하거나 부처와 성문을 비방하면서 화합한 사람을 파괴하면 흑승의 커다란 고통을 받으리라.
033_0897_c_10L憎嫌師、父母, 毀謗佛、聲聞, 破壞和合人,
黑繩受大苦。
나쁜 업을 스스로 지은 중생은 지옥의 괴로움을 받아야 하나니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조금도 없으니 업보가 다하여야 벗어나리라.
033_0897_c_12L惡業親自作, 地獄苦須受,
迴避免無由, 業盡方始出。
그때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인간의 2백 년이 야마천(夜摩天)의 한 주야니, 그 주야가 30으로 달을 삼고, 열두 달로 해를 이루어 야마천의 수명은 2천 살이니라. 그를 인간의 수효로 비교하자면 36구지 해이니, 그러한 수명을 지내야 그 하늘의 목숨이 다하느니라.
또 그 하늘의 수명 2천 세를 중합(衆合)지옥에서는 한 주야로 삼고, 그 30주야로써 한 달을 삼으며, 그 열두 달로써 한 해를 삼아, 중합지옥의 수명은 2천 살이니라. 그곳의 수명을 비교하자면 인간의 3만 2천4백 구지 해에 해당하나니, 지옥은 그런 뒤에야 목숨이 다하느니라.”
또 그 하늘의 수명 4천 세는 규환(叫喚)지옥의 한 주야고, 그 30주야로 달을 삼고 또 해를 이루어 규환지옥의 수명은 4천 살이니, 도솔천에서는 4,320구지 해에 해당하고, 인간에는 20만 9천6백 구지 해에 해당하느니라. 규환지옥은 그러한 뒤에야 수명이 마치느니라.”
살생하여 극악한 악업을 지으면 규환지옥에서 언제나 죄를 받나니 죄악을 짓고도 헛되이 속인 사람은 업보가 다하여야 괴로움을 벗어나리라.
033_0898_a_15L殺生造極惡, 叫喚恒受罪, 作惡虛誑人,
業盡苦方出。
그때 세존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인간의 8백 년이 낙변화천(樂變化天)의 한 주야니, 그 30일을 한 달로 하고, 열두 달을 한 해로 헤아려서 낙변화천의 수명은 8천 살이니라. 인간의 수효로 비교하자면 모두가 144구지 해이니, 그 하늘은 그러한 뒤에야 목숨을 마치느니라.
그때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인간의 1천6백 년이 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의 한 주야니라. 그러한 30주야로 달을 이루고, 열두 달로써 해를 이루어 그 하늘의 수명을 헤아리자면 1만 6천 살이니라. 인간의 수효와 견주자면 288구지 해이니, 그 하늘은 그러한 뒤에야 목숨을 마치느니라.
또, 그 하늘의 1만 6천 살을 염열(炎熱)지옥에 비교하여 헤아리자면 한 주야를 이루나니, 그 30주야로 달을 이루고, 열두 달로 해를 이루어 염열지옥의 수명은 1만 6천 살이니라. 비교하여 헤아리자면 인간의 60만 8천4백 구지 해이니, 그 지옥에선 그러한 수명을 지나야 목숨을 마치느니라.”
그때 세존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좋은 말이다. 내가 지금 말하여 주리라. 이 푸줏간지옥의 수명은 참깨[胡麻]를 쌓아서 한 파가(婆訶)에 가득 채우면 가히 20가리(佉梨)에 담을 수 있느니라. 어떤 하늘 사람이 백 년에 한 알씩을 주워 내어 20가리를 낱낱이 다 던져 버리면 그 푸줏간지옥의 수명이 바야흐로 끝나느니라.
언제나 나쁜 업을 지으면서도 안락한 과보를 좋아하면 인간과 하늘을 멀리 여의고 반드시 염열지옥에 태어나리라.
033_0899_a_13L恒作惡業因, 愛樂安樂果, 遠離於人、天,
當生炎熱獄。
스승과 부모와 사문과 바라문을 맹렬히 꾸짖고 구박하면 사악한 소견이 착한 뿌리[善根]를 끊어 염열지옥에 들어가 큰 괴로움을 받으리라.
033_0899_a_15L打罵師、父母、 沙門、婆羅門,
邪見斷善根, 極熱受大苦。
또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아비(阿鼻) 큰 지옥도 수명을 헤아려서 그 뒤에야 목숨을 마치나니, 제바달다(提婆達多)13) 같은 이와 모든 어리석은 사람이 여래에게 나쁜 마음을 내어 탑과 절을 부수거나 경전과 불상(佛像)을 태우거나 부처의 몸에 피를 내거나 아라한(阿羅漢)을 죽이거나 비구와 비구니를 부려먹으면 목숨이 마친 뒤에 반드시 아비 큰 지옥에 떨어져서 괴로움을 받는 것이 끝이 없을 것이니라.”
033_0899_b_01L 3승(乘)의 교법을 비방하고 성스러운 아라한을 살해하여 어리석게 헐뜯으면서 법을 구하면
과보는 무간(無間)지옥의 죄를 받으리라.
033_0899_a_23L毀謗三乘教、 殺聖阿羅漢、 愚癡毀求法,
獲報無間罪。
자죽(刺竹)의 과보를 받아 스스로를 파괴하는 것은 나쁜 업이 나쁜 갈래에 태어나게 하나니 이렇듯 방일했던 벌을 받아서 아비지옥에 태어나리라.
033_0899_b_02L剌竹果自壞, 惡業惡趣生,
如是放逸罪, 阿鼻地獄受。
그때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범중천(梵衆天)의 수명은 반 겁이니, 그 뒤에야 목숨을 마치는 것을 비구들은 알아야 하느니라. 범보천(梵輔天)의 수명은 1겁이 지난 뒤에야 목숨을 마치고, 대범천(大梵天)의 수명은 1겁 반이 지난 뒤에야 목숨을 마치나니 비구들은 알지니라.
033_0899_c_01L비구들이여, 공무변처(空無邊處)의 중생은 수명이 2만 겁을 지나야 마치고, 식무변처(識無邊處)의 수명은 4만 겁이 지나야 마치며, 무소유처(無所有處)의 수명은 6만 겁이 지나야 마치고, 비상비비상처(非想非非想處)의 중생은 수명이 8만 겁을 지나야 마치는 것을 알지니라.”
그때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이렇듯 아비 큰 지옥에서부터 비상비비상처에 이르기까지 윤회하는 것이 이와 같으니라. 비구들이여, 이렇게 다섯 갈래를 헤매는 중생들이 가고 오기를 쉬지 않는데, 현전에 나고 변하며 멸하는 세 가지 현상이 있는 것을 알아야 하느니라.
무슨 까닭인가 하면 비구들이여, 윤회의 괴로움[輪廻苦]을 즐기지 말 것이거늘 어떤 어리석고 들은 것이 없는 중생이 다섯 갈래를 윤회하면서 가고 오기를 쉬지 않아 윤회의 행에서 영원히 떠나거나 버리지 못하면 지옥의 괴로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아귀의 괴로움도 벗어나지 못하여 항상 나쁜 갈래에 있기 때문이니라.
1)20소겁(小劫)을 일컫는 말이다. 소겁은 인수(人壽) 10세 되는 때부터 백 년마다 1세씩 늘어나 인수 8만 4천 세까지 이르고, 거기서 다시 100년마다 1세씩 줄어들어 인수 10세에 이르는 동안인데, 1증(增) 1감(減)하는 동안을 1소겁이라 한다.
2)8열(熱)지옥의 하나. 죄인을 모아 두 대철위산 사이에 넣으면 두 산이 합쳐져서 눌려 죽으며, 또 큰 쇠 구유 속에 넣고 눌러 짜는 등의 고통이 있는 지옥이다.
3)수미(須彌) 4주(洲)의 하나. 수미산 동쪽으로 7금산(金山)과 철위산(鐵圍山) 사이 짠물바다 가운데 있는 사람들이 사는 세계를 말한다.
4)수미산의 서쪽에 있는 대주(大洲). 서(西)는 한문, 구야니는 범어. 범어와 한문을 아울러 일컫는 말. 이곳에는 소가 많아 시장에서 금전과 같이 쓴다고 한다.
5)수미 4주의 하나. 수미산의 북방 제7 금산(金山)과 대철위산(大鐵圍山) 사이에 큰 바다가 있고, 바다 가운데 있는 인취(人趣) 등이 사는 곳을 말한다.
6)8공덕수(功德水). 여덟 가지 공덕을 갖추고 있는 물. 여덟 가지 공덕은 경에 따라 같지 않다. 『칭찬정토경』에서는 “고요하고 깨끗함, 차고 맑은 것, 맛이 단 것, 입에 부드러운 것, 윤택한 것, 편안하고 화평한 것, 기갈 등의 한량없는 근심을 없애 주는 것, 여러 근(根)을 잘 길러 주는 것”이라고 하였고, 『구사론』에서는 “달고 차고 부드럽고 가볍고 깨끗하고 냄새가 없고 마실 때 목이 상하는 일이 없고 마시고 나서 배탈 나는 일이 없는 것”이라고 하였다.
7)두 땅이 맞닿은 경계를 나타낸 표.
8)10만을 뜻하는 말이다.
9)또는 구지(拘胝)ㆍ구치(俱致ㆍ拘致)ㆍ구리(拘梨)라고도 하며, 번역하여 억(億)이라고 한다. 인도에서 쓰던 수량(數量)의 단위로서, 1천만이라고도 한다.
10)고려대장경 원문에는 ‘포(疱)’로 되어 있으나, ‘포(庖)’가 옳다.
11)부처님 열 가지 이름 중의 하나. 수가타(須伽陀)라 음역. 인(因)으로부터 과(果)에 가기를 잘하여 돌아오지 않는다는 뜻. 부처님은 여실히 저 언덕에 가서 다시 생사해(生死海)에 빠지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 불린다.
12)우발라화(優鉢羅華). 인도에 나는 연꽃의 일종. 곧 수련(睡蓮)을 말한다.
13)곡반왕(斛飯王)의 아들이며, 난타(難陀)의 아우. 즉 석존의 사촌 아우이다. 혹은 백반왕(白飯王)의 아들이라고도 한다. 석존이 성도한 뒤에 출가하여 제자가 되었다. 어려서부터 욕심이 많아 출가 전에도 실달태자와 여러 가지 일에 경쟁하여 대항한 일이 많았다.
14)과실천(果實天). 색계(色界) 18천(天)의 하나. 제4 선천(禪天)의 제3위. 복생천(福生天)의 위, 무번천(無煩天)의 아래에 있는 하늘. 제4 선천 중에서 범부가 사는 하늘 중에 가장 좋은 곳. 이 하늘 사람의 키는 5백 유순, 수명은 3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