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034_0117_c_01L불설중허마하제경 제5권
034_0117_c_01L佛說衆許摩訶帝經卷第五


서천 법현 한역
김달진 번역
034_0117_c_02L西天譯經三藏朝散大試鴻臚少卿明教大師臣法賢奉 詔譯



그때 마하나마는 이 게송을 말하여 마치고 바로 북쪽 문으로 가서 높은 소리로 물었다.
“여기서는 어떠한 사람이 잠을 자지 않으며 수호하십니까?”
감로반왕은 말하였다.
“내가 이곳에서 잠을 자지 않고 수호합니다.”
마하나마는 말하였다.
“만약 잠만 자지 않고 수호하시면 모든 허물이 없을 것입니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034_0117_c_03L爾時摩賀曩摩說此偈已卽往北門高聲問言此有何人不睡守護甘露飯王言我於此處不睡守護摩賀曩摩言若不睡守護無諸過失而說偈

잠을 두려워하기를 험한 산같이 여기고
또한 마치 넓은 강과 바다같이 여기며
일심으로 위난을 막을 것이니
잠을 방지시킴 역시 그와 같나이다.
034_0117_c_08L怖睡如山嶮
亦如汎河海
一心防難危
止睡亦如是

이때에 마하나마는 이 게송을 말하여 마치고 바로 저자의 가게와 거리의 곳곳을 순찰하고 다니며 뭇 사람에게 잠을 자지 말고 수호하기를 깨우치고 살피면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034_0117_c_10L摩賀曩摩說此偈已卽往市肆街巷處處巡行覺察衆人止睡守護說偈言

법을 의지하고 그릇된 법을 여의며
진실한 말을 하고 거짓말을 하지 말라.
정반왕께서는 가장 바라는 것이
잠을 자지 말고 수호하게 함이니라.
034_0117_c_13L依法離非法
實言勿妄言
淨飯王最上
止睡令守護

이때에 마하나마는 이 게송을 말하는데, 날이 새려 하므로 정반왕의 앞으로 나아가서 왕에게 아뢰었다.
“하루 밤낮 동안을 지나면서 안팎이 편안하고 고요하였사오며 모든 장애가 없었나이다. 오직 원하옵나니, 대왕께서는 다시금 군사들에게 칙명하여 마음을 써서 수호하며 이레 동안의 밤과 낮을 지나게 하여 저 태자에게 반드시 전륜왕의 자리를 얻게 하옵소서.”
034_0117_c_15L摩賀曩摩說此偈已天色將曉詣淨飯王前而白王言過一晝夜內外安靜無諸魔難唯願大王更勅軍衆用心守護過七晝夜令彼太子定得輪王之位
이와 같이 방어하고 보호하며 엿새의 밤낮까지 이르렀는데 때에 도리(灱利) 천주는 태자의 뜻을 자세히 살펴보며 도량(道場)에 나아가려 하므로 게송으로 말하였다.
034_0117_c_20L如是防護至六晝夜利天主觀太子意欲往道場而說偈
034_0118_a_01L
거룩하십니다. 대장부이신
모니 석사자(牟尼釋師子)이시여,
반드시 왕궁의 전각을 버리고
산과 들의 처소를 구하여 나가리다.
034_0117_c_22L善哉大丈夫
牟尼釋師子
必捨王宮殿
趣求山野處

6바라밀다를 원만히 하고
위없는 지혜를 성취하셔서
중생들을 뽑아서 건져 주시며
마지막엔 저 언덕에 이르시리.
034_0118_a_02L圓滿六波羅
成就無上智
拔濟於群生
究竟至彼岸

그때 실달다 태자는 여러 궁빈과 함께 재미있게 즐기다가 문득 생각하기를, ‘나는 이제 비록 야륜타라와 오폐가와 밀리아야인 이와 같은 부인과 6만의 채녀들이 있었다 하더라도 만약에 아들이거나 딸이 없이 곧 떠나가서 수행하면 뭇 사람들이 함께 말하기를 ≺실달다 태자는 바로 대장부가 아니었으리라≻고 하리니, 나아가 이별한 뒤에 야륜타라의 몸에 임신을 하게 하리라’ 하고, 이로부터 태자는 여러 궁빈들을 위하여 ≺인연으로 눈어리[幻]가 생기고 나고 죽는 윤회가 있으므로 만약 마음을 쉬지 아니하면 다하게 됨이 없다≻’ 함을 말하였으며, ≺만약 여인들과 함께 그 평상자리를 같이 하게 되면, 마치 일어나서 불을 밟는 것과 같아서 속히 큰 고통을 얻게 되리라. 그러므로 나는 이제 싫증내며 여의리라.≻고 말하였다.
034_0118_a_03L爾時悉達多太子與諸宮嬪作於娛而忽思惟我今雖有耶輸陁羅閉迦蜜里誐惹如是夫人及六萬綵若無男女便去修行衆人俱言≺悉達多太子非是丈夫≻出別之後卽令耶輸身有懷妊由是太子爲諸宮嬪≺緣生幻有生死輪迴若不息心有窮盡≻≺若與女人同其牀座如足履火速得大苦是故我今而生厭離
이 말을 할 때에 어느 한 기녀가 입에서 거품을 내뿜고 손발을 떨며 머리칼이 흐트러지면서 기절하며 땅에 거꾸러졌다.
이때에 여러 궁인들은 놀라고 두려워하며 이상히 여기었고, 태자는 보고 깊이 불쌍한 생각을 내며 한탄하였다.
“안타깝구나. 어찌하여 이런 죽은 형상에 상서롭지 못함이 있을까.”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034_0118_a_12L是語時有一妓女口吐涎沫手足紛髮髻散亂迷悶倒地諸宮人驚怖異常太子見之深生傷慜歎言云何有此死相不祥而說偈言

잠깐 만에 변해지며 나쁜 형상 생기는데
손발이 벌벌 떨며 거품이 흐르는구나.
이런 무상함을 보니 몸이 괴롭도다.
그러므로 나는 이제 해탈을 구하리라.
034_0118_a_16L須臾變壞生惡相
手足紛紜涎沫流
睹此無常苦惱身
是故我今求解脫

그때에 태자는 이 게송을 말하여 마치고, 모든 중생들을 자세히 살펴보는 나[我]와 사람[人]과 중생(衆生)과 목숨[壽者]이라 함이 단단하고 진실된 상(相)이 없음이 마치 시타림(尸陀林)에 들어가면 사랑하고 즐길 바가 없음과 같고, 흙탕을 밝으면 나쁜 냄새만 더함과 같고, 독사를 기르면 마침내 이익된 바가 없음과 같고, 마치 번개와 같고 꿈과 같고 물거품과 같거늘 근본의 무명(無明)이 가려져서 깨치지 못하였다.
034_0118_a_18L爾時太子說此偈已觀諸衆生無有衆生壽者堅實之相如入尸陁無所愛樂如履淤泥唯增臭惡養毒蛇終無所益如電如夢如沫如根本無明覆而不覺
034_0118_b_01L이렇게 자세히 살피기를 마치자, 정반왕은 스스로 그의 네 가지 꿈을 말하였는데, 첫째의 꿈은 만월에 월식이 있었으며, 둘째의 꿈은 해가 돋았다가 다시 동쪽으로 졌으며, 셋째의 꿈은 거룩한 이들이 와서 예배를 하였으며, 넷째의 꿈은 자신이 웃다가 다시 우는 것이었다.
034_0118_a_23L如是觀已淨飯王自說其四夢一夢滿月有其蝕障二夢日出復於東沒三夢大人衆來禮拜四夢自身笑而復哭
야륜타라 역시 여덟 가지의 꿈을 꾸었는데, 첫째의 꿈은 으뜸가는 성바지가 이별하여 흩어졌으며, 둘째의 꿈은 길상(吉祥)의 자리가 파괴되었으며, 셋째의 꿈은 팔찌가 끊어져 떨어졌으며, 넷째의 꿈은 어금니가 빠졌으며, 다섯째의 꿈은 머리칼이 어지러이 풀어졌으며, 여섯째의 꿈은 상서로운 구름이 궁전에서 나갔으며, 일곱째의 꿈은 만월에 월식이 있었으며, 여덟째의 꿈은 해가 돋았다가 높이 오르지도 않고 다시 동쪽으로 진 것 등이었다.
034_0118_b_03L耶輸陁羅亦說八夢一夢上族離散二夢吉祥座破三夢腕釧損墜四夢牙齒墮落五夢髻髮亂垂六夢吉祥雲出於宮舍七夢滿月有其蝕障八夢日出未高復於東沒
즉시 태자는 또 생각하기를 ‘일찍이 다섯 가지의 꿈을 꾸었는데, 첫째의 꿈은 평상자리가 묘고산(妙高山)과 같은데 앉고 눕기가 자재로웠으며, 둘째의 꿈은 두 손에 왼손으로는 동쪽 바다를 받쳤고 오른손으로는 서쪽 바다를 받쳤는데 다시 두 발은 남쪽 바다의 안에 드리웠으며, 셋째의 꿈은 꽃과 열매며 나무와 여러 약초들이 자라서 하늘의 세계까지 닿았으며, 넷째의 꿈은 큰 몸을 지닌 날짐승들이 그 종류가 매우 많아서 형상은 희며 머리는 검었고 그리고 여러 작은 새들의 갖가지의 얼굴 빛은 사방에서 와서는 모두 면전에 닿자마자 변하여 한가지 빛깔로 되면서 발에 예배하였으며, 다섯째의 꿈은 큰 돌로 된 산 위를 거닐고 다니면서 돌아보며 바라본 것이었다’고 하면서, 태자는 스스로 생각하기를 ‘나의 꿈이 이와 같았으니, 반드시 세속을 버리고 큰 보리를 증득하게 되리라’고 하였다.
034_0118_b_08L卽時太子復自思曾作五夢一夢牀座如妙高山臥自在二夢兩手左托東海右托西復以二足垂南海中三夢花果木及諸藥草長至天界四夢大身飛禽其類甚衆形白頭黑及諸小鳥種種顏色四方而來都至面前變爲一色而禮其足五夢大石山上經行顧太子自心思念我夢如此定得捨證大菩提
034_0118_c_01L그때 야륜타라는 이전에 꾼 여덟 가지의 꿈을 생각하면서 태자에게 그의 길흉을 점쳐 주기를 청하였으므로 태자는 말하였다.
“첫째의 꿈에 으뜸가는 성바지가 이별하며 흩어졌다 하였으나 종성의 겨레들은 화목하게 모여 있고 잠시도 나누어진 일이 아직 없으며, 둘째의 꿈에 길상의 자리가 파괴되었다 하였으나 자리는 이제 그대로이며, 셋째의 꿈에 팔찌가 끊어지며 떨어졌다 하였으나 현재 당신의 팔에 있으며, 넷째의 꿈에 어금니가 빠졌다 하였으나 빠진 것이 없으며, 다섯째의 꿈에 머리칼이 어지러이 풀어졌다 하였으나 누가 드리워진 머리칼을 보았습니까? 여섯째의 꿈에 상서로운 구름이 궁전에서 나갔다 하였으나 남편이 길상(吉祥)인데 나 또 궁중에 있으며, 일곱째의 꿈에 달에 월식이 있었다 하였으나 지금 천상에 있는데 어디가 가려져 있습니까?. 여덟째의 꿈에 해가 돋았다가 높이 오르지도 않고 다시 동쪽으로 졌다 하였으나 이 시간이 한밤중인데 해 또 아직 돋아나지 않았습니다. 꿈꾸었던 것에 나쁜 것이 없거늘 당신은 어째서 근심하고 의심합니까.”
034_0118_b_17L爾時耶輸陁羅思前八告請太子占其吉凶太子曰一夢上族離散宗姓團聚未始暫分二夢吉祥座破座今如故三夢腕釧損墜見在汝臂四夢牙齒墮落非有墮者五夢髮亂垂孰睹垂髮六夢吉祥雲出宮夫爲吉祥我又在宮七夢月有蝕障今在天上何有障耶八夢日出未高復於東沒此時夜半日又未出所夢無惡汝何憂疑
그러나 태자는 생각하기를 ‘이 여덟 가지의 꿈은 마땅히 이는 내가 집을 떠날 조짐이로다’라고 하면서 곧 아륜타라에게 말하였다.
“나는 이제 중생들을 위하여 저 산간으로 가서 열반과 해탈하는 법을 구하여야겠소.”
그러자 야륜타라는 말하였다.
“지아비께서 뜻하신 바라면 저 역시 따라 가겠나이다.”
034_0118_c_03L太子思惟此之八夢當應是我出家之兆卽告耶輸陁羅我今當爲一切衆生往彼山間志求涅盤解脫之法耶輸陁羅言夫所志我亦隨往
그때 제석 천주와 범천왕은 태자에게 말하였다.
“장하고 장하십니다. 속히 다섯 가지 욕심을 버리고 일찍이 궁전을 나아가십시오. 훤한 형상이 앞에 나타나면 일체지를 증득하실 것입니다.”
보살은 말하였다.
“교시가(憍尸迦)여, 나는 깊은 궁중에 있는지라 마치 범이 함정에 들어 있는 것처럼 상병과 마병과 거병과 보병의 네 가지 병사에게 둘러싸여 있고 궁전의 문과 지게문은 모두 다 잠겨 있으며 곳곳에 방울을 달아 경계하면서 수호하고 있거늘 어떻게 나아가겠습니까?”
제석은 말하였다.
“다만 과거 한량없는 아승기겁에 행하셨던 수행과 서원을 생각하시어 뭇 괴로움을 끊고 세간을 제도 해탈시키십시오.”
034_0118_c_07L爾時帝釋天主及梵天王告太子言善哉善哉速捨五欲早出宮殿明相現前證一切智菩薩言憍尸迦我在深宮如虎入穽步四兵圍繞宮殿門戶竝皆鎖閉處處懸鈴警覺守護云何而出帝釋告言但念過去無量阿僧祇劫所行行願爲斷衆苦度脫世間
이 말을 할 때에 4대천(大天)들은 거룩한 신력으로써 거기의 뭇 사람들이 장애가 될 수 없게 하였으며 즉시 제석은 하나의 보배 계단을 만들어 놓고 반즐가 야차주(般喞迦夜叉主)에게 말하였다.
“거룩한 보살이 현재 높은 다락에 계시니, 그대는 보배 계단을 가지고 앞에서 영접하십시오.”
034_0118_c_15L作是語時四大天等以威神力令彼衆人不能爲障卽時帝釋化一寶階告般喞迦夜叉主言聖者菩薩現處高樓汝以寶階於前迎接
야차는 듣고서 가르침에 의지하여 받들어 행하였으므로, 보살은 내려와서 곧 찬나(湌那)를 찾으며 말을 차리게 하려 하는데 이윽고 찬나를 보자 한창 잠을 자고 있는지라 게송으로 말하였다.
034_0118_c_18L夜叉聞已依教奉行菩薩下之卽覓飡那令被馬王尋見飡那正當眠睡而說偈言

착하도다. 찬나야, 너는 빨리 일어나서
나의 말 가차가(迦蹉迦)를 차려오너라.
타고서 부처님들의 수행한 산에 들어가
모니의 위없는 깨달음을 증득하리.
034_0118_c_21L善哉飡那汝速起
被我馬王迦蹉迦
乘入諸佛修行山
求證牟尼無上覺
034_0119_a_01L
이 게송을 말하여 마치자, 찬나는 잠에서 깨어나며 곧 일어나서 합장하고 보살에게 말하였다.
“일이란 급작스럽게 하셔서는 안 되옵니다. 어찌하여 밤중에 급히 말이 필요하시며 타고 멀리 떠나려 하나이까. 황차(怳此) 궁중에는 또한 병사의 난리거나 도둑의 난리거나 물과 불의 난리도 없사온데 어찌하여 이러하시옵니까?”
034_0118_c_23L說此偈已飡那從睡眠覺卽起合掌告菩薩言事無倉卒何於夜半急要馬王欲乘遠去況此宮禁且無兵難賊難及水火之難云何如此
보살은 말하였다.
“너는 옛날부터 일찍이 받들며 말을 몰았거늘 어찌하여 이제는 순종하지 않느냐?”
찬나는 아뢰었다.
“지금은 한밤이라 참과 거짓을 분간하기도 어렵고 뜻밖에 생기는 일이 있어서 큰 죄를 초래할까 염려되어서이옵니다.”
보살은 듣고서 잠자코 생각하다가 사람들이 알까 두려워하면서 스스로가 마구간으로 갔는데, 이때에 천주 제석은 손에 횃불을 붙잡고 길을 인도하며 앞으로 나아갔으므로 그 마구의 문에 이르러서 말을 끌어당기자, 말은 곧 놀라며 두 발로써 땅을 허비적거렸다.
034_0119_a_04L菩薩言汝自昔來嘗奉驅馳云何於今而不相順飡那白言今當半夜眞僞難慮有不虞以招大罪菩薩聞已默然思念恐人知覺自往中廏天主帝釋手執火炬引路前行至其廏門牽致馬王馬卽驚駭雙足跑地
이때에 보살은 만자(萬字)의 복된 형상이며 백천 가지 거룩한 덕을 지닌 손을 들어 올리어 두려움이 없는 도장[無畏印]을 지으면서 말의 이마를 어루만지며 말하였다.
“가차가야, 나와 함께 일이 있도다. 만약 나를 설산의 가운데 모든 부처님께서 수행하는 곳으로 보내준다면 위없는 보리의 결과를 증득하여 큰 법의 비를 내리고 세간을 널리 윤택하게 하리니, 일체 유정들은 모두 이익과 안락을 얻으며 너의 복도 한량없으리라.”
이때에 가차가는 곧 분부를 받고서 몸과 발을 벋대지 아니하였다.
034_0119_a_10L是時菩薩擧萬字福相百千威德之手無畏印摩馬王頂告言迦蹉迦與我有緣若能送我雪山之中諸佛行處證得無上菩提之果降大法雨普潤世間一切有情皆獲利樂汝福無量迦蹉迦卽受教旨身足不動
그때 다시 4대(大) 천자가 있었는데 첫째의 이름이 구라(俱羅)요, 둘째 의 이름이 오파구라(烏菠俱羅)요, 셋째의 이름이 바라나(波囉拏)며, 넷째 의 이름이 바라나사박제(波囉拏舍嚩帝)이었다.
이 네 천자가 보살의 앞에 이르러서 합장하고 공경하며 보살에게 말하였다.
“이제야 알았거니와 밖으로 나가셔서 보리의 행을 닦으신다 하시니, 우리들 네 천자는 원컨대 따르며 모시려고 합니다.”
034_0119_a_16L爾時復有四大天子一名俱羅二名烏波俱羅三名波囉拏四名波囉拏舍嚩帝此四天子至菩薩前合掌恭敬告菩薩曰今知出外修菩提行等四天願欲隨從
034_0119_b_01L보살은 물었다.
“그대들은 힘이 있습니까?”
첫째 천자는 말하였다.
“온갖 대지의 흙을 지고 다닐 수 있습니다.”
둘째 천자는 말하였다.
“온갖 큰 바다와 강이며 하천을 지고 다닐 수 있습니다.”
셋째 천자가 말하였다.
“있는 바의 온갖 산이며 멧부리를 지고 다닐 수 있습니다.”
넷째 천자가 말하였다.
“온갖 대지와 산과 멧부리와 하천과 바다 등을 모두 함께 지고 다니면서도 고달파함이 없습니다.”
보살은 듣고서 곧 신통력으로써 발을 옮기어 땅을 디디매 땅이 크게 진동하였는데 4대 천자들은 서있지를 못하고서 저마다 놀라며 괴이하게 여기면서, “누가 보살에게 이런 거룩한 힘이 있었는 줄 알았으랴. 우리들 네 천자는 어떻게 용서를 빌까.” 하였다.
이때에 찬나는 이런 신통력을 보고서는 곧 말을 끌고 보살의 앞으로 나아갔다.
034_0119_a_21L菩薩問言汝有力第一天子言所有大地之土可以負行第二天子言所有大海江河可以負行第三天子言所有一切山嶽可以負行第四天子言所有大地嶽及河海等俱可負行而無疲困薩聞已卽以神力移足躡地地大振四大天子住立不能而各驚怪知菩薩有斯威力我等四天云何懺是時飡那見是神力卽牽馬王詣菩薩前
그때 크고 거룩한 덕을 지닌 여러 하늘들과 여러 용과 신들이 사랑하다가 이별함을 슬퍼하고서 위의 공중에서 슬피 울었으므로 눈물이 떨어지는데 찬나는 말하였다.
“어떻게 공중에서는 구름이 없는데도 비가 올까?”
보살은 말하였다.
“이것은 비가 온 것이 아니니라. 내가 밖으로 나가려 하자, 하늘과 용들이 이별을 슬퍼하며 우는 눈물들이니라.”
034_0119_b_08L爾時大威德諸天及諸龍神傷愛別於上空中啼泣下淚飡那言云何空中無雲下雨菩薩言此非降雨將出外天龍傷別啼泣雨淚
찬나는 듣고서 서서 합장하고 있는데, 보살은 즉시 부처님의 공덕과 위의를 이롭게 하고 안락하게 하는 법을 깊이 생각하였으며 다시 부모께서 기르면서 인자하고 사랑하며 보살피신 은혜를 생각하다가, 만일 하직을 아뢰지 아니한다면 효행에 모자람이 되리라’하고 생각한 뒤에 곧 궁전 안으로 정반왕을 뵈러 들어가자 한창 잠을 자고 있었으므로 오른쪽으로 한 바퀴 돌고 합장하고 아뢰었다.
“저는 이 시간에 설산 가운데로 가서 위없는 도를 구하여 세간의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것을 제도 해탈시키겠사오며, 모든 중생(衆生)들을 크게 해탈이 되게 하겠사옵니다.”
034_0119_b_12L飡那聽受住立合掌菩薩卽時深思佛身功德威儀利樂之法復思父母養育慈愛顧復之恩如不告辭有虧孝行是念已卽入殿內見淨飯王正當睡右繞一帀合掌啓白我於此時往雪山中求無上道度脫世間生令諸衆生得大解脫
말을 마치고 하직을 하는데 이때에 석씨 성바지로서 마하나마(摩賀曩摩)라는 이가 있다가 태자를 쳐다보고 그리움과 근심 고통에 슬피 울며 눈물을 흘리면서 말하였다.
“무슨 원인과 일이시기에 경솔하게 왕궁을 버리십니까?”
태자는 대답하였다.
“나는 일체 중생을 이롭게 하기 위하여 부처가 되는 과위를 구하겠습니다.”
034_0119_b_19L言已而辭有釋種摩賀曩摩瞻見太子戀慕憂惱悲泣涕淚云何因業輕捨王宮子荅言我爲利益一切衆生求成佛
034_0119_c_01L마하나마는 아뢰었다.
“왕께서는 칙명으로 저희들에게 오랫동안 경계하고 수호하게 하며 태자를 잠시라도 궁중에서는 나가시지 못하게 하셨습니다.”
태자는 말하였다.
“나는 옛날에 보리심을 내어 세 큰 아승기겁 동안을 지나면서 온갖 행을 겪고 닦으며 위없는 깨달음을 구한 것은 중생을 제도하려 한 것이므로, 이제 이 왕궁은 내가 머무를 데가 아닙니다.”
마하나마는 이 말을 들을 적에 갑절이나 더 근심과 고통에 눈물을 흘리면서 슬피 울며 크게 말을 하였다.
“안타깝고 안타깝도다. 우리 정반왕의 소망을 성취하지 못하였구나. 태자는 깊은 궁전을 버리고 멀리 떠나가버려 한다네.”
034_0119_b_23L摩賀曩摩白云王勅我輩長時警無令太子暫出宮禁太子告言於往昔發菩提心經三大阿僧祇劫歷修萬行求無上覺欲度衆生今此王宮非我所止摩賀曩摩聞是語時倍復憂惱涕淚悲泣發麤澀言苦哉苦哉我淨飯王所望不就致令大子棄捨深宮欲出遠行
이때에 야륜타라는 이 말을 듣고서 놀라고 의심하며 당황하다가 기절하여 땅에 넘어졌는데 한참을 있다가 비로소 깨어나서 태자에게 말하였다.
“무슨 일로 오늘에 저를 버리고 떠나가시옵니까?”
오폐가와 밀리아야와 여러 궁빈들은 슬피 울면서 앞으로 나아가서 정반왕에게 말하였다.
“태자가 까닭 없이 궁전의 침소를 떠나 저 산과 들로 가려하온데, 마치 귀신이며 도깨비에 홀린 것 같아서 막을 수가 없나이다. 오직 원하옵나니 엄히 권하셔서 급히 가지 못하게 하셔야겠습니다.”
왕은 듣고서 가서 경계하려 하는데, 제석과 범왕과 여러 천자들이 보살을 영접하여 즉시 성 밖으로 나갔다.
034_0119_c_07L耶輸陁羅聞是語已驚疑惶怖迷悶倒地良久乃告太子言緣何今日捨我而去閉迦蜜里誐惹及諸宮嬪悲淚前行告淨飯王太子無故欲離宮寢往彼山野如鬼魅所著無以遮止唯王當嚴勖勿令遽往王旣聞已欲行誡勅帝釋梵王與諸天子接迎菩薩卽出城外
보살의 오른편에는 형상 세계의 천자들이 위의를 잘 나타내었고 보살의 왼편에는 욕심 세계의 천자들이 손에 당기 번기를 붙잡고 수없는 하늘의 풍악이 울리며 앞을 인도하여 나아갔으며, 백천의 천자들은 공중에서 우발라화(優鉢羅花)와 구모나화(俱母那花)와 흰 연꽃이며 만타라화(曼陀羅花)를 비내리고, 다시 침향(沈香)ㆍ가루향[末香]ㆍ전단향(旃檀香)과 갖가지 훌륭한 의복을 비내렸으며, 또 어떤 천자들은 노래하고 춤을 추었고, 또 어떤 천자들은 손으로 말의 발을 받치고 보살을 우러러보면서 일심으로 따라갔으며, 구페라(俱吠囉) 등의 한량없는 하늘들이 공경히 에워싸고 잠깐 동안에 설산의 가운데까지 이르렀는데 가비라성에서는 12유순이나 떨어졌었다.
034_0119_c_15L菩薩右邊色界天子善現威儀菩薩左邊欲界天子手執幢幡有無數天樂導引前行有百千天子於虛空中雨優鉢羅花俱母那花白蓮花及曼陁羅花復雨沈香末香旃檀之種種上妙衣服復有天子歌舞作復有天子手捧馬足瞻仰菩薩一心隨行俱吠囉等無量諸天恭敬圍須臾之間至雪山中去迦毘羅城一十二由旬
034_0120_a_01L그때 천주 제석과 대범 천왕 등은 합장(合掌)하고 아뢰었다.
“저희들 여러 하늘은 정진심을 내어서 보살을 따라 모시며 산중까지 와 닿았습니다.
만약 보살께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하시는 때면, 원컨대 거두어서 저희들을 제도하여 해탈시켜 주옵소서.”
오른편에 서서 일심으로 우러러보므로 보살은 즉시 그들을 위하여 게송으로 말하였다.
034_0120_a_01L爾時天主帝釋及大梵天王等合掌白言我等諸天發精進心隨侍菩薩來至山中若我菩薩成就阿耨多羅三藐三菩提時願垂攝受度脫我等住立右邊一心瞻仰菩薩卽時爲說偈言

내가 가장 으뜸가는 도와
온갖 부처님의 수행한 것 얻으면
그대들을 제도 해탈시키며
저 모든 중생들을 제도 해탈시키리라.
034_0120_a_07L我得最上道
一切佛行處
度脫於汝等
及彼諸有情

이 말을 하여 마치고, 곧 보배 관과 훌륭한 의복을 벗고서는 찬나에게 말하였다.
“나의 의복과 저 말을 데리고 돌아가서 부왕을 받들라. 만약 보리를 증득하지 못하면 맹세코 돌아가지 않으리라” 하고,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034_0120_a_09L說此語已卽脫寶冠上妙衣服告飡那曰將我衣服及彼馬王歸奉父王若不證菩提誓不迴也復說偈言

너는 말과 보배의 옷을 가지고
빨리 본국인 가비라로 돌아가라.
나는 설산에서 맑은 행을 닦으며
보리 증득 못하면 돌아가지 않으리라.
034_0120_a_12L汝將馬王及寶衣
速歸本國迦毘羅
我住雪山修梵行
菩提未證而未歸

그때 보살이 이 게송을 말하여 마치자 찬나는 듣고 나서 다시 슬피 울면서 아뢰었다.
“이제 이 산중에는 범과 이리며 사자 등 여러 나쁜 짐승들이 많이 있는데, 보살의 한 몸만으로 어떻게 머무를 수 있겠나이까. 또 이 산과 들 속에는 온통 우거진 숲과 가시덤불과 흙과 돌이며 자갈밭이온데 보살께서 아침이나 저녁에 어떻게 거니시오리까?”
034_0120_a_14L爾時菩薩說此偈已飡那聞之而復悲泣白言今此山中多有虎狼師子諸惡禽獸菩薩一身云何可止又此山野中皆有叢林荊棘土石磽确薩旦暮云何經行
보살은 말하였다.
“찬나야, 너는 어찌 그리 어리석고 헷갈렸느냐. 중생의 몸은 업장으로 감수한 바라 네 가지 요소로 화합되어 있는데, 성질과 형상이 어기어 늙고 병들고 죽는 고통이 몸에 닥쳤을 때에는 석씨의 높고 귀한 으뜸가는 성바지거나 부자로서 뛰어났거나 가난하여 천하거나 단정하거나 추악하고 지저분하거나 젊고 씩씩한 이거나 늙은이거나 원수거나 친하거나 남이거나 나거나 할 것 없이 속히 돌아가 흩어지고 무너지며 모두 함께 무상함을 받는다. 어떻게 수행하면서 여러 위난을 두려워하겠느냐.”
034_0120_a_19L菩薩言飡那汝何愚迷衆生之身業惑所感四大和合性相違反如至身時非擇尊貴上族富豪貧賤端正醜陋少壯老年冤親人我速歸散壞俱受無常云何修行怖諸危難
034_0120_b_01L찬나는 말하였다.
“보살의 수행과 그 이치는 그렇다 하겠거니와 왕께서 혹시 저만을 보시고 태자는 보이지 않으시면 반드시 근심과 고통을 하셔서 큰 병이 날 듯하시리니, 그 일을 어떻게 하오리까?”
보살은 말하였다.
“내가 이제 집을 떠난 것은 보리의 낱낱 법[菩提分法]인 보시(布施)ㆍ지계(持戒)ㆍ인욕(忍辱)ㆍ정진(精進)ㆍ선정(禪定)과 지혜(智慧)를 행하고 10력(力)과 4무소외(無所畏)를 성취하는 것인데 어찌 부모에게 불길하게 되겠느냐.”
034_0120_b_01L飡那曰菩薩之行其義如是王或見我不見太子生憂惱如致大病其事云何菩薩言我今出家行菩提分法布施持戒精進禪定智慧成就十力四無所豈令父母得不吉耶
이런 말을 하여 마치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합장하여 엎드려 예배하고서 손을 들어 칼을 붙자고 마치 우발라꽃의 잎처럼 하여 곧 스스로 머리칼을 잘라서 공중으로 던지니 천주 제석이 큰 신통을 부리어 손으로 머리칼을 받아서 여러 천자들과 함께 도리천에다 안치하고 법답게 공양하였으며, 뒤에 깨끗한 믿음을 지닌 바라문과 장자와 거사들이 이 산의 땅에 탑묘(塔廟)를 일으켜 세웠다.
034_0120_b_06L作是語已從座起合掌頂禮擧手執劍如優鉢羅花葉卽自截髮擲虛空中天主帝釋運大神力以手接髮與諸天子安忉利天如法供養後有淨信婆羅門長者居士於此山地起立塔廟
그때 보살은 머리를 끊고 나서 찬나에게 물었다.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여기에 머무르면서 같이 수행할 수 있겠느냐?”
찬나는 말하였다.
“왕족의 뜻에 여기서 머무르지 못하게 하시온데 어찌 감히 굳이 여기 오리까?”
보살은 곧 만자(萬字)인 복된 상호의 백천 가지 거룩한 덕을 지닌 손으로써 가차가 말의 정수리를 어루만지며 보리의 수기를 하고서 저 찬나에게 가비라성으로 돌아가게 하였으므로, 이레 낮과 밤을 가서 2경(更)의 초(初)에 이르러서야 성 밖의 동산 가운데까지 도착하였다.
034_0120_b_11L爾時菩薩截髻髮已問飡那曰汝意云何可能住此同修行不飡那曰族之意不令住此何敢固違菩薩卽以萬字福相百千威德之手摩迦蹉迦馬王頂授菩提記令彼飡那歸迦毘羅城行七晝夜至二更初到於城外園苑之中
034_0120_c_01L왕은 궁인과 권속들에게 칙명하여 동산까지 영접하게 하였는데, 오직 말만이 보이고 태자는 보이지 아니하자 때에 궁빈과 권속들은 모두 다 말 앞을 향하여 가서 말의 목을 얼싸안고 높은 소리로 통곡을 하매 가차가 말은 이 통곡의 소리를 듣고 마음으로 태자를 생각하며 슬피 울며 애통하다가 잠깐 동안 두 옆을 돌아보더니 곧 목숨이 끊어졌으나 전생의 인연 때문에 6엽(葉) 바라문의 집에 태어났는데, 영리한 근기에 번뇌가 얇아서 총명하고 슬기가 많았으며, 태자가 부처님께서 된 뒤에는 곧 부처님께 나아가서 법을 듣고 도를 깨치어 생멸 없는 지혜[無生忍]를 얻었다.
034_0120_b_18L王勅宮人眷屬至園迎唯見馬王不見太子宮嬪眷屬俱向馬前抱馬王項高聲啼哭蹉迦馬聞是哭聲心思太子悲淚傷經須臾間迴顧兩邊卽乃命終宿因緣生六葉婆羅門家利根結薄聰明多智太子成佛之後卽詣佛所聞法悟道得無生忍
그때에 보살은 다시 생각하기를 ‘나는 이제 머리를 깎고 사문의 형상이 되었는데 어떻게 하면 몸 위에 가사를 입을 수 있을까’ 하고 이렇게 생각하여 마쳤다.
아누파마성(阿耨波摩城) 가운데에 한 장자가 있었는데 권속이 많고 재물이 무량하여 마치 비사문(毘沙門)과 같았다. 그 집에는 열 명의 아들이 있어서 사람의 상호가 단정 엄숙하고 지혜가 총명 영리하였으며 모두가 집을 떠나기를 좋아하여 맑은 행을 깨끗이 닦았고, 바깥 경계가 변천하여 항상함이 없음을 자세히 살핌으로 인하여 벽지가(辟支迦)를 이루었었다.
034_0120_c_02L爾時菩薩而復思惟我今落髮作沙門相云何身上得袈裟衣如是念已阿耨波摩城中有一長者眷屬熾盛財富無量如毘沙門家有十子人相端嚴智慧聰利俱樂出家淨修梵行因觀外境遷變無恒成辟支迦
아버지가 죽은 뒤에도 늙은 어머니의 믿음이 두터워서 한 가사를 만들어 벽지가에게 주었는데, 아들이 어머니에게 아뢰었다.
“저는 장차 오래지 않아서 열반에 들 터이니 이제 이 가사를 제가 만약 받는다면 사용할 데가 없습니다. 여기서 떨어져 멀지 않은 데에 정반왕의 아드님 실달다라는 분이 계시는데 오래지 않아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실 것이니, 이 가사를 그 보살에게 바치십시오. 늙으신 어머니께서는 큰 과보를 얻게 되실 것입니다.”
이 말을 하여 마치고 큰 신통을 부리어 공중에서 우레와 번쩍번쩍하는 번개와 바람과 비를 나타내더니 그런 뒤에 불로 번화하며 몸을 태워서 원적(圓 寂)의 세계로 들어갔다.
034_0120_c_08L父亡之後老母信重製一袈裟施辟支迦子白母曰我當不久入於涅盤今此袈裟我若受之無所使用去此不遠有淨飯王子名悉達多不久得成阿耨多羅三藐三菩提以此袈裟奉彼菩薩能令老母得大果報說此語已運大神通於虛空中現其雲雷閃電風雨然後化火焚身入圓寂界
이때 늙은 어머니는 죽으려 하면서 가졌던 가사를 한 여인에게 맡기며 보살에게 바치려 하였는데, 이 여인도 갑자기 몸에 병이 들어서 죽으려 할 때에 나무 위에 놓아두면서 나무의 신에게 말하였다.
“이 가사는 나를 위하여 저 정반왕의 아드님 실달다에게 바쳐주십시오.”
034_0120_c_16L是時老母臨將捨壽所持袈裟付與一女令奉菩薩此女忽然身得病患臨無常時安置樹上告樹神言以此袈裟與我奉彼淨飯王子悉達多
034_0121_a_01L이때에 제석이 이 일을 알고서 스스로 그 몸을 변화시켜 하나의 사냥꾼이 되어 손에는 활과 칼을 지니고 이 가사를 입고서 태자가 옴을 보고 길 옆에 앉아 있자, 태자는 물었다.
“당신은 바로 사냥꾼이신데, 어찌하여 몸 위에는 이 교시가의 옷인 가늘고 아름다운 법복을 입으셨소? 저에게 줄 수 있습니까?”
사냥꾼은 말하였다.
“이 가사만은 나도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제 당신에게 주고 싶지만 이 옷은 미묘한지라 사람이 빼앗으면서 당신의 생명을 다칠까 두렵습니다.”
보살은 말하였다.
“일체 세간에서는 나의 위력을 압니다. 당신은 옷을 주시기나 할 것이요, 근심을 품지 마십시오.”
034_0120_c_20L帝釋知是事已自變其身爲一獵士手攜弓劍披此袈裟見太子來坐於路傍太子問曰汝是獵師云何身上有此憍尸迦衣細妙法服可以與我獵人告言唯此袈裟我非愛樂今欲與汝是服微妙恐人侵奪傷汝性命菩薩告言一切世間知我威力汝但施服勿懷憂慮
제석 천주는 곧 본래 형상으로 회복되면서 보살에게 받들어 올리며 준 뒤에 곧 입었는데, 몸에 꼭 맞지를 않는지라 제석은 옷이 맞지 않음을 보고 마음에 자연히 의심을 품었더니, 이 생각을 할 때에 보살은 위신력으로 그 가사가 몸에 꼭 맞게 하였으므로, 도리천의 여러 하늘들은 귀명하고 공양하였으며, 바라문파 장자들은 뒤에 그 곳에 탑묘를 일으켜 세웠고 언제나 비구들은 오가면서 예배하였다.
034_0121_a_05L帝釋天主卽復本形頭面禮足乃以袈裟奉上菩薩授已卽披與身不等帝釋見衣不等心自懷作是念時菩薩威神令其袈裟與身相等忉利諸天歸命供養婆羅門長者於後彼處建立塔廟恒有苾芻往來禮拜
그때 보살은 위의가 완전히 갖추어져서 점차로 지나가다가 바리아바(婆哩誐嚩)라는 한 신선을 보았는데, 손으로 뺨을 괴고서 얼굴이 좋지 못하였으므로 보살은 물었다.
“왜 그러십니까?”
신선은 대답하였다.
“내가 살고 있는 이곳에 다라수가 있어서 꽃과 열매가 번성하였고 그 맛이 달고 향기로웠었는데, 갑자기 말라버려서 나를 번민하게 합니다.”
034_0121_a_11L爾時菩薩威儀具足漸次經行見一仙人名婆哩誐嚩以手榰顋顏容不悅菩薩問言於意云何人荅言我此住處有多羅樹花果繁盛其味甘香忽然乾令我煩惱
보살은 다시 물었다.
“신선이 여기에 머무시면서 본래 수행(修行)을 하셨는데, 꽃과 열매가 말랐으므로 근심 걱정을 하신다는 말씀입니까?”
신선은 듣고서 마음이 문득 깨쳤고, 또 한 보살을 보매 빛깔과 형상이 단정하고 엄숙하므로 우러러보고 그리워하면서 다시 물었다.
“당신은 바로 집을 떠나신 보살이 아닙니까?”
보살은 대답하였다.
“당신이 분명히 보셨습니다.”
바리아바는 즉시 의혹이 끊어지고 법의 눈이 열리며 깨끗하여졌으므로 보살을 청하여 앉게 하고 꽃과 과일로써 법답게 공양하였다.
034_0121_a_15L薩復問仙人住此本爲修行花果枯朽致愁悶耶仙人聞已心忽惺悟見一菩薩色相端嚴瞻仰戀慕而復問言汝是出家菩薩不菩薩荅言見分明婆里誐嚩卽斷疑惑法眼開請菩薩坐而以花果如法供養
034_0121_b_01L잠깐 동안 지나서 보살은 다시 물었다.
“가비라성은 여기에서 떨어져 멉니까, 가깝습니까?”
신선은 대답하였다.
“여기서부터 거기까지는 12유순입니다.”
보살은 생각하기를 ‘성읍이 멀지 않으므로 만일 석씨 성바지들이 오면 반드시 방해가 되리라’ 하고, 즉시 신선을 작별하고 강가하(殑伽河)를 지나서 왕사성으로 가서는 자신의 교묘한 솜씨로서 나무의 잎을 뜯어다가 발우를 만들어서 성으로 발우를 가지고 들어갔다.
034_0121_a_21L須臾間菩薩復問迦毘羅城去此遠仙人荅言從茲至彼十二由旬薩思惟城邑不遙如釋種來必作魔卽別仙人過殑伽河往王舍城自工巧採取樹葉作爲鉢器入城持
이때에 민미사라왕(民彌娑囉王 : 빔비사라왕)이 높은 다락 위에 있다가 멀리서 보살의 몸 형상이 다정 엄숙하고 위의가 고요하며 몸에는 법복을 걸치고 손에는 발우를 가지고서 문을 돌며 걸식하는 것을 보고 찬탄을 하며 말하였다.
“왕사성의 안에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는 이렇게 위의와 빛깔 형상을 지닌 이는 없다. 이제 이 비구야말로 선인이거나 하천한 성바지의 무리가 아니로다. 마땅히 이는 왕의 성바지인데 자리를 버리고 집을 떠나서 죄업을 없애고 깨끗한 생활을 닦고 지닌 이이리라.”
034_0121_b_04L民彌娑囉王在高樓上遙見菩薩身相端嚴威儀寂靜體挂法服手持應器巡門乞食而興歎言王舍城中所住之人無有如是威儀色相此苾芻當非庶人下族之類應是王種捨位出家滅除罪業修持淨命
그때 보살은 발우를 가지고 성을 나가서 한 산중으로 가서는 발우를 땅에 두고 단정히 앉아서 선정에 들어 생각하기를 ‘민미사라왕이 나의 낸 마음을 보고서 반드시 달리하는 뜻이 있으리라’고 이런 생각을 하는 때에 왕은 대신에게 말하였다.
“내가 다락 위에서 하나의 비구를 보았는데, 몸의 형상이 단정하고 엄숙하며 위의가 순조로웠다. 이는 선인이거나 하천한 성바지의 태생이 아니었으니, 그대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를 찾아보아야 하리라.”
즉시 사신을 파견하였으므로 산간에 가 닿아서 이 비구를 보았더니, 편안하고 자상히 앉아 있었다.
034_0121_b_09L菩薩持鉢出城往一山中以鉢置地端坐入定思惟民彌娑囉王見我發心必有異意作是念時王告大臣我於樓上見一苾芻身相端嚴威儀調順非是庶人下族所生汝當訪尋今在何處卽時遣使往至山間見此苾芻安詳而坐
국왕은 알고 나서 몸소 나아가서 접견하여 우러러보며 마음이 기뻐지는지라 그대로 말하였다.
“당신의 몸 모습은 아주 단정 엄숙하신데, 비구로서는 걸맞지 않습니다. 저에게는 궁전과 누각과 비빈과 미녀들이 있으므로 맨 위에 부귀로써 그대에게 드리어 수용시키겠으니, 비구가 되지 마십시오.
당신은 성씨가 무엇이며 성바지는 무엇입니까? 저에게 자세히 말씀하십시오.”
034_0121_b_16L國王知己躬自臨幸接見瞻仰心生歡喜因告言曰汝之身貌甚是端嚴若爲苾芻不相宜稱我有宮殿樓閣嬪妃美女最上富貴與汝受用勿作苾芻汝身何姓有何種族爲我宣說
034_0121_c_01L보살은 말하였다.
“설산 근처에 가비라성이 있습니다. 저의 부왕의 성씨는 찰제리(刹帝利)며 이름은 정반이신데 지금 그 나라를 다스리십니다. 나는 임금과 부왕을 버리고 보리를 구하고 있습니다.
만약 바로 어리석고 탐내고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가사 세간과 네 큰 바다에 가득히 값진 보배가 찼다 하더라도 오히려 만족하지 못한 것이 마치 큰 불이 마른 섶을 태우는 것과 같으리니, 탐내고 사랑하는 몸과 마음 역시 그와 같습니다.
034_0121_b_21L菩薩白言雪山相近有迦毘羅城我之父王姓剎帝利曰淨飯方理是國我須捨棄君父求菩提若是愚癡貪愛之人假使世間幷四大海滿中珍寶猶尚不足如大火然於乾薪貪愛身心亦復如
대왕이여, 나는 이런 물건 보기를 마치 원수 집같이 여기고 또한 독사와 같이 여깁니다. 온갖 조심ㆍ걱정ㆍ두려움의 근본입니다.
대왕이여, 가령 큰 바람으로써 일체의 산들을 불이 움직일 수는 있되 수미산은 움직일 수가 없습니다.
가령 세간에 있는 값진 보배와 가장 으뜸가는 재물과 나라ㆍ성ㆍ아내ㆍ아들ㆍ코끼리와 말과 종으로써 온갖 사람들의 마음을 헷갈리고 어지럽힐 수 있다 하더라도 나의 마음은 마침내 움직일 수 없습니다. 오직 열반과 해탈인 이것만이 참된 마지막[究竟]입니다.”
034_0121_c_04L大王我觀此物由如冤家亦如毒一切憂惱怖畏根本大王假使大風而能吹動一切諸山於蘇迷盧終不能動假使世間所有珍寶最上資國城妻子象馬僮僕而能惑亂一切人心而於我心終不能動唯涅盤解脫是眞究竟
그때에 민미사라왕은 말하였다.
“당신은 이제 여기서 무엇을 구하고 계십니까?”
보살은 말하였다.
“나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구합니다.”
왕은 말하였다.
“만약 보리를 이룩하시면, 원컨대 거두어 주옵소서.”
보살은 대답하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러자 왕은 기뻐하면서 본래 처소로 돌아갔다.
034_0121_c_10L爾時民彌娑囉王言汝今於此有何所求菩薩告言我求阿耨多羅三藐三菩提王言若成菩提願賜攝受菩薩荅言如是如是生歡喜復歸本處
그때에 보살은 취봉산(鷲峰山)으로 갔었는데, 산 옆 멀지 않는 데에 어떤 신선이 맑은 행을 부지런히 닦으며 한 발로써 땅을 밟고 나서 하루 동안을 능히 지났다.
보살은 듣고서 역시 한 발로써 땅을 밟고 서서 이틀 동안을 지나자, 신선은 다섯 가지 열로써 몸을 지지며 서서 하루 동안을 지나므로 보살은 이렇게 하여 서서 이틀 동안을 지났다.
034_0121_c_14L爾時菩薩往鷲峯山側非遙而有仙人勤修梵行以一足履地住經一日菩薩聞之以一足履地住經兩日仙人復以五熱炙身立經一日菩薩於是立經兩
이때에 그 신선은 서로가 놀라고 괴히 여기면서 항복하고 칭찬을 하였다.
“이것이야 말로 바로 수행이시며, 이것이 바로 큰 사문이십니다.”
보살은 물었다.
“그대들은 수행을 하시면서 무엇을 구하십니까?”
한 사람이 말하였다.
“나는 제석 되기를 구합니다.”
한 사람이 말하였다.
“나는 범왕 되기를 구합니다.”
한 사람이 말하였다.
“나는 악마 세계의 몸이 되기를 구합니다.”
034_0121_c_19L彼仙人互相驚怪降伏稱讚是修行此是大沙門菩薩問言汝等修行於何所求一云我求帝釋一云我求梵王一云我求魔界之身
034_0122_a_01L그때에 보살은 생각하였다.
‘이제 이 신선들이 닦는 행은 모두가 이는 삿된 도이므로, 내가 의지할 바는 아니로구나. 나는 지금 이에 제석을 구하지 않을 뿐더러 범천을 구하지 아니하고 악마의 세계도 구하지 않는다. 본래의 서원이 중생을 이롭게 하고 즐겁게 하기 위하여 부처가 되는 결과를 구하기 때문이다. 도가 이미 진리가 아니니, 마땅히 그를 버려야겠구나”라고 하였다.
034_0121_c_22L爾時菩薩卽自思惟今此仙人所修之行皆是邪道非我所依我今於此不求帝釋不求梵天不求魔界本爲宿願利樂衆生求成佛果道旣非眞宜應捨彼
佛說衆許摩訶帝經卷第五
乙巳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㓮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