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하구나, 우리 부처님의 가르침이여. 헤매는 중생들을 교화해 인도하시고, 으뜸가는 성품을 널리 드날리셨도다. 넓고 크고 성대한 언변이여, 뛰어나고 훌륭한 자도 그 뜻을 궁구하지 못하는구나. 정밀하고 은미하고 아름다운 말씀이여, 용렬하고 우둔한 자가 어찌 그 근원을 헤아릴 수 있으랴. 뜻과 이치가 그윽하고 현묘한 진공(眞空)은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으며, 만상(萬象)을 포괄하는 비유는 끝이 없네. 법 그물[法網]의 벼릿줄을 모아 끝이 없는 바른 가르침을 펴셨고, 사생(四生)을 고해에서 건지고자 삼장(三藏)의 비밀스러운 말씀을 풀어주셨다. 하늘과 땅이 변화하여 음과 양을 이루고, 해와 달이 차고 기울며 추위와 더위를 이뤘으니, 크게는 선과 악을 말씀하셨고, 세밀하게는 항하의 모래알에 빗대야 할 정도네. 다 서술할 수 없이 많은 중생들의 온갖 일들을 마치 상법(像法)2)을 엿보듯이 하고 그림자가 형체를 따르는 것과 같이 하였다. 이는 육정(六情)3)을 벗어나 길이 존재하고 천겁이 지나도록 오래갈 만한 것이며, 마치 수미산이 겨자씨에 담기 듯 여래께서 끝없는 세계에서 걸림이 없으신 것이다.
달마(達磨)께서 서쪽에서 오시자 법이 동토에 전해졌고, 오묘한 이치를 선양하시자 대중이 돌아갈 길을 순순히 따랐으니, 피안(彼岸)은 보리요 애욕의 강은 생멸이라, 오탁의 악취(惡趣)에서 보살행을 실천하고, 삼업(三業)의 길에서 빠진 자들을 건지셨다. 세상에 드리운 경은 궁구하기 어렵지만 도는 사사로움이 없어 영원히 태평하도다. 설산(雪山)의 패엽(貝葉)4)이 눈부신 은대(銀臺)와 같고, 세월의 연라(煙蘿)5)가 저 멀리 향계(香界)6)를 일으켰지만 높고 우뚝하여 측량하는 자가 드물고, 멀고 아득하여 이름을 붙이기 어렵다. 이런 까닭에 도(道)를 깨달은 십성(十聖)7)과 덕(德)을 갖춘 삼현(三賢)8)께서 지극한 도를 건원(乾元)9)에서 일으키고 온갖 오묘함을 태역(太易)10)에서 낳아 무성한 생명체들을 총괄해 어둠을 뚫고 한 가닥 빛을 비추었으며, 저 시시비비를 단절하고 이 몽매함을 깨우쳤던 것이다.
034_0176_b_01L서역의 법사 천식재(天息災) 등11)은 항상 사인(四忍)12)을 지니며 삼승(三乘)을 일찌감치 깨달은 분들이니, 불경의 참된 말씀을 번역하여 인간과 천상의 성스러운 가르침을 이었다. 이는 꽃망울이 거듭 터진 것이요, 국운이 창성할 때를 만난 것이니, 문장(文章)에서 오성(五聲)13)을 윤택하게 하였고, 풍율(風律)14)에서 사시(四始)15)를 드러냈다. 당당한 행동거지에 온화하고 아름답도다. 광대한 세월 어둠에 빠졌던 세계가 다시 밝아 현묘한 문이 환하게 드러났으며, 궤범이자 두루한 광명인 오묘한 법이 청정한 세계에서 이름을 드날렸다. 유정을 이롭게 하여 함께 깨달음의 언덕에 오르고, 장애를 만드는 일 없이 병들고 지친 자들을 모두 구제하였으며, 드러내지 않고 자비를 행하며 만물 밖으로 광대하게 노닐고, 부드러움으로 탐학한 자들을 조복해 어리석음을 씻고 깨우쳐 주었다. 소승의 성문(聲聞)을 연설하여 그 위의에 합하고 대승의 정각(正覺)을 논하여 그 성품을 정립하자, 모든 생명체들이 깨달아 복을 받았고, 삼장의 교법에서 결락된 것들이 다시 흥성하였다.
허깨비에 홀려 길을 잃은 것이니, 화택(火宅)16)은 심오한 비유로다. 부처님께서 비록 이런 가르침을 시설하셨지만 알지 못하는 자들이 많다. 이에 “선념(善念)이 생기면 한량없는 복이 남몰래 찾아오고, 악업(惡業)이 일어나면 인연 따라 모두 타락한다”17)는 말씀으로 사부대중을 길들이고 시방세계에서 보살행을 쌓았다. 금륜왕[金輪]18)에게 꽃비를 쏟아 붓고 대궐에서 항하 모래알처럼 많은 세계를 보호하였으니, 유정천(有頂天)에 부는 바람19)도 파괴하지 못할 것이고, 끝이 보이지 않는 홍수도 휩쓸지 못하리라. 맑고 고요해 담담한 것이 원만하고 밝으며 청정한 지혜요, 성품이 공하여 물듦이 없는 것이 망상으로부터 해탈하는 인연이니, 이로써 마음의 밭에서 번뇌를 벗어날 수 있을 것이고, 이로써 우주에서 청량을 얻을 수 있으리라.
짐은 부끄럽게도 박학하지도 못하고 석전(釋典)20)에 능통하지도 못하니, 어찌 감히 서문을 써서 후인에게 보일 수 있는 자이겠는가? 반딧불이나 횃불과 같아 찬란한 태양과 견주기에 턱없이 부족하니, 작은 소라로 바다를 측량하려다 그 깊은 연원을 끝내 밝히지 못하는 자일 따름이로다!
034_0176_c_01L 그때에 부처님께서는 모든 필추(苾芻: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과거 겁(劫)에 큰 국왕이 있었으니 이름이 만도마(滿度摩)였고, 그에게 한 태자(太子)가 있었으니 이름이 비바시(毘婆尸)였다. 그는 오랫동안 깊은 궁중에 있다가 밖으로 나가 노닐고자 하여 차부(車夫) 유아(瑜誐)에게 분부했다. ‘내게 법답게 수레를 준비해 달라. 나는 이제 밖에 나가 동산을 구경하고자 한다.’
유아는 분부를 듣고 곧 외양간으로 가서 수레를 준비하여 태자 앞에 대령했다. 태자는 그것을 타고 밖으로 나가 한 병자를 보았다. 태자는 물었다. ‘어떻게 이 사람은 얼굴이 바짝 여위고 기력이 쇠약한가?’ 유아는 대답했다. ‘이 사람은 병자입니다.’ 태자는 물었다. ‘어떤 것을 병이라 하는가?’ 유아는 대답했다. ‘4대(大)는 거짓으로 모여 허망하여 실되지 않습니다. 그것은 조금만 보호와 조섭에 어긋나면 곧 고뇌(苦惱)를 냅니다. 그것을 병이라 합니다.’
태자는 말했다. ‘나는 그것을 면할 수 있겠는가?’ 유아는 대답했다. ‘모두 다 꼭두각시의 몸이라 4대에는 차별이 없습니다. 만일 보호와 조섭을 잃는다면 역시 면할 수 없습니다.’ 태자는 그 말을 듣고 마음이 기쁘지 아니하여 곧 수레를 돌려 왕궁으로 돌아왔다. 단정히 앉아 병고(病苦)의 법은 진실하여 헛되지 않음만을 생각하고 마음이 편안하지 않았다.” 그때에 세존께서는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곧 차부에게 물어서 알았네. 태자도 또한 면하기 어려움을. 단정히 앉아 스스로 생각했네. 병으로 괴로울 것이 틀림없다고.
034_0176_c_15L毘婆尸太子, 遊觀於園林, 忽見病患者,
形色而憔悴,
그때 세존께서는 이 게송을 말씀하시고 나서 필추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때에 만도마왕은 곧 유아에게 물었다. ‘어찌하여 태자는 밖에 나갔다가 돌아와서 기뻐하지 않는가?’
034_0176_c_17L卽問御車人, 太子亦難免,
端坐自思惟, 病苦而無謬。
034_0177_a_01L유아는 대답했다. ‘태자는 밖에 나가 동산을 구경하며 노닐다가 한 병인의 형색이 여위고 나쁜 것을 보고 기분이 편치 않았습니다. 태자가 몰라서 묻기를 ≺어떤 사람인가?≻라고 하기에, 저는 대답하기를 ≺이 사람은 바로 병자입니다≻고 대답했습니다. 또다시 묻기를 ≺나는 면할 수 있느냐?≻고 하기에, 저는 대답하기를 ≺모두 다 같은 꼭두각시의 몸이라 4대는 차별이 없으며, 만일 보호와 조섭을 잃으면 또한 면할 수 없습니다≻고 했습니다. 태자는 그 말을 듣고 곧 수레를 돌려 궁중으로 돌아와 병의 법을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즐거워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때 만도마왕은 이 말을 듣고 지난날의 관상쟁이 말을 생각했다. ‘만일 집에 있으면 윤왕(輪王)의 자리를 이어받을 것이요, 만일 집을 나가면 즐거이 믿고 수행하여 불과(佛果)를 이룰 것이다.’ 이렇게 생각한 뒤에 곧 궁전 안에 여러 가지 훌륭하고 묘한 5욕(欲)을 시설하여 태자를 즐겁게 하였다. 그래서 그로 하여금 거기에 애착하여 집을 떠날 생각을 끊게 하고자 하였다.” 그때 세존께서는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묘한 즐거움 색(色)ㆍ성(聲)ㆍ향(香)ㆍ미(味)ㆍ촉(觸)으로 태자의 마음을 즐겁게 하여 뒷날 왕의 자리를 잇게 하였네.
034_0177_a_09L滿度摩父王, 知子遊觀廻, 身心而不樂,
恐彼求出家,
그때 세존께서는 이 게송을 말씀하시고 나서 필추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때 비바시 태자는 유아에게 말했다. ‘내게 법답게 수레를 준비해 달라. 나는 이제 성 밖에 나가 동산을 구경하고자 한다.’
034_0177_a_11L卽以上妙樂, 色聲香味觸,
悅於太子情, 令後紹王位。
유아는 그 말을 듣고 곧 외양간으로 가서 수레를 준비해 태자 앞에 대령했다. 태자는 그것을 타고 성을 나가 한 노인을 보았다. 그는 수염과 머리털이 하얗고 몸은 약하고 마음은 어두우며, 지팡이를 짚고 앞에 가면서 힘없이 끙끙거리며 괴로워하였다. 태자는 말했다. ‘이 사람은 바로 어떤 사람인가?’ 유아는 대답했다. ‘이 사람은 바로 노인입니다.’
태자는 말했다. ‘어떤 것을 늙었다고 하는가?‘ 유아는 대답했다. ‘5온(蘊)으로 된 꼭두각시 몸이 4상(相)으로 옮기고 변하여 처음에는 어린아이 동자로부터 어느새 장성하였다가 노년이 되어 눈은 어둡고 귀는 멀고 몸과 마음이 쇠해지고 낡아 가는 것을 늙었다고 이름합니다.’
034_0177_b_01L태자는 말했다. ‘나는 이것을 면할 수 있는가?’ 유아는 대답했다. ‘귀하고 천한 것은 비록 다르지마는 꼭두각시의 몸임에는 차별이 없어 해가 가고 달이 오면 반드시 쇠하고 늙는 것입니다.’ 태자는 그 말을 듣고 즐거워하지 않으며 돌아가 선정[定]에 들어 늙는 고통의 법은 면할 수 없음을 깊이 생각하였다.” 그때에 세존께서는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선정에 들어 자세히 생각했네. 일체의 유위법(有爲法)은 한 찰나도 머무르지 않아 아무도 이것을 면하는 이 없다고.
034_0177_b_03L毘婆尸太子, 忽見一老人, 鬚髮皆皓然,
執杖乏氣力,
그때에 세존께서는 이 게송을 설해 마치시고 필추들에게 말씀하셨다. “만도마왕은, 태자가 즐거워하지 않는 것을 보고 유아에게 물었다. ‘내 아들이 어찌하여 그 마음이 즐겁지 않는가?’
034_0177_b_05L入定審思惟, 一切有爲法,
剎那而不住, 無有免斯者。
유아는 대답했다. ‘태자는 밖으로 나가 한 노인을 보았습니다. 태자는 말하기를 ≺이것은 어떤 사람인가?≻고 하였고, 저는 대답하기를 ≺이 사람은 바로 노인입니다≻고 했습니다. 태자는 또 묻기를 ≺어떤 것을 늙었다고 하는가?≻ 하였고, 저는 대답기를 ≺된 꼭두각시 몸이 4상(相)으로 옮기고 변하여 처음에는 어린아이 동자로부터 어느새 장성하였다가 노년이 되어 눈은 어둡고 귀는 멀고 몸과 마음이 쇠해지고 낡아 가는 것을 늙었다고 이름합니다≻ 하였습니다. 태자는 말하기를 ≺그것을 면할 수 있는가?≻ 하기에 저는 대답하기를 ≺귀하고 천한 것은 비록 다르지마는 꼭두각시의 몸임에는 차별이 없어 해가 가고 달이 오면 반드시 쇠하고 늙는 것입니다≻ 하였습니다. 태자는 이 말을 듣고 즐거워하지 않으며 돌아와 선정에 들어 진실로 그것을 면할 이가 없다고 깊이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즐거워하지 않습니다.’
왕은 이 말을 듣고 옛날의 관상쟁이 말을 생각했다. ‘만일 집에 있으면 반드시 윤왕(輪王)이 될 것이요, 만일 집을 떠나면 반드시 불과(佛果)를 이룰 것이다.’ 그때 만도마왕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다시 5욕의 묘한 즐거움으로써 태자를 즐겁게 하여 그로 하여금 애착하게 하여 집을 나갈 생각을 끊게 하여야겠다. ” 그때 세존께서는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034_0177_c_01L 곧 묘한 5욕으로써 갖가지로 그 마음 즐겁게 했네.
마치 저 천제석(天帝釋)이 환희원(歡喜園)의 즐거움 받는 것처럼.
034_0177_b_22L滿度摩父王, 見子心不悅, 憶昔相師言,
恐彼求出家,
그때 세존께서는 이 게송을 설해 마치시고 필추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때 비바시 태자는 유아에게 분부했다. ‘내게 법다이 수레를 준비해 다오. 나는 이제 밖에 나가 동산을 구경하고자 한다.’ 유아는 이 분부를 듣고 곧 외양간으로 가서 수레를 단속해 태자 앞에 대령했다. 태자는 그것을 타고 밖에 나가 많은 사람들이 상여를 둘러싸고 소리를 높여 크게 우는 것을 보았다. 태자는 말했다. ‘이것은 바로 어떤 사람인가?’ 유아는 대답했다. ‘이것은 바로 죽은 사람의 모양입니다.’
034_0177_c_01L卽以妙五欲, 種種悅其心,
如彼天帝釋, 受樂歡喜園。
태자는 말했다. ‘어떤 것을 죽었다고 이름하는가?’ 유아는 대답했다. ‘사람은 뜬 세상에 나서 수명에는 짧고 긺이 있습니다. 하루아침에 한 번 어긋나면 기운은 끊어지고 정신은 떠나 길이 은혜와 사랑을 이별하고 길이 거친 들판에 있으매 권속들은 슬피 웁니다. 이것을 죽음이라 이름합니다.’
태자는 말했다. ‘나는 그것을 면할 수 있는가?’ ‘삼계(三界)는 편안함이 없어 살고 죽음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태자의 몸도 또한 면할 수 없습니다.’ 태자는 이 말을 듣고 신심이 기쁘지 않아 수레[車]를 돌려 궁중으로 돌아왔다. 곧 선정에 들어 ‘무상(無常)의 법은 사랑하고 즐거워할 것이 못 된다. 나는 이제 어떻게 하면 이 괴로움을 면할 수 있을까?’라고 깊이 생각했다.” 그때에 세존께서는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혼자 앉아 스스로 생각했나니 이것은 진실하여 틀림없는 것 내 몸이 또 어떻게 하면 이 무상(無常)의 근심을 면할 수 있을까를.
034_0177_c_16L毘婆尸太子, 見彼命終人, 卽問御車者,
無能免斯苦,
034_0178_a_01L 그때에 세존께서는 이 게송을 설해 마치시고 나서 필추들에게 말씀하셨다. “만도마왕은 유아(瑜誐)에게 물었다. ‘태자는 어찌하여 즐거워하지 않는가?’ 유아는 대답했다. ‘태자가 성을 나가 한 죽은 사람을 보고 묻기를 ≺이것은 바로 어떤 사람인가?≻ 하기에, 저는 대답하기를 ≺이것은 바로 죽은 사람의 모양입니다≻라고 했습니다. 태자가 묻기를 ≺어떤 것을 죽음이라 이름하는가?≻하기에, 저는 대답하기를 ≺사람은 뜬 세상에 나서 수명에는 짧고 긺이 있습니다. 하루아침에 어긋나면 기운은 끊기고 정신은 떠나 길이 은혜와 사랑을 이별하고 길이 거친 들판에 있어 권속들은 슬피 웁니다. 이것을 죽음이라 이름합니다≻라고 했습니다. 태자가 말하기를 ≺나는 그것을 면할 수 있는가?≻ 하기에, 저는 대답하기를 ≺삼계는 편안함이 없어 생사(生死)를 벗어나지 못하나니 태자도 그것을 면할 수 없습니다≻라고 했습니다. 태자는 이 말을 듣고 수레를 돌려 궁중으로 돌아와 선정에 들어 ≺죽음이란 진실로 면할 이가 없다≻고 깊이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즐거워하지 않습니다.’
034_0177_c_18L獨坐自思惟, 眞實而不謬,
我身復云何, 得免無常患?
왕은 이 일을 듣고 옛날의 관상쟁이의 말을 생각했다. ‘만일 집에 있을 수 있으면 반드시 윤왕(輪王)이 될 것이요, 집을 떠나면 반드시 불과를 이룰 것이다.’ 왕은 다시 5욕의 즐거움으로써 태자를 기쁘게 하여 그로 하여금 거기에 낙착(樂着)하여 집을 떠나갈 뜻을 버리게 하고자 했다.” 그때에 세존께서는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왕은 훌륭하고 묘한 즐거움인 색ㆍ성ㆍ향 등의 경계로써 그를 기쁘게 하고 애착하게 하여 집 떠날 생각을 버리게 했네.
034_0178_a_10L滿度摩國王, 毘婆尸太子, 見彼命終人,
嗞嗟而不悅,
그때에 세존께서는 이 게송을 설해 마치시고 나서 필추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때 비바시 태자는 유아에게 분부했다. ‘내게 법답게 수레를 준비해 다오. 나는 이제 밖에 나가 동산을 구경하고자 한다.’
034_0178_a_12L王以上妙樂, 色聲香等境,
娛悅令愛著, 捨離出家意。
유아는 그 말을 듣고 곧 외양간으로 가서 수레를 준비해 태자 앞에 대령했다. 태자는 그것을 타고 밖으로 나가 한 필추를 보았다. 그는 수염과 머리를 깎았고, 몸에는 가사를 입었다. 태자는 말했다. ‘이것은 바로 어떤 사람인가?’ 유아는 대답했다. ‘이것은 바로 출가한 사람입니다.’ 태자는 말했다. ‘어떤 것을 출가한 사람이라 하는가?’ 유아는 대답했다. ‘늙음과 병듦과 죽음을 깨닫고 해탈의 문에 들어가 인욕(忍辱)과 자비(慈悲)를 행하여 열반의 안락을 구하며, 길이 친애(親愛)를 이별하고 사문(沙門)이 되고자 하는 이를 출가한 사람이라 이름합니다.’
034_0178_b_01L태자는 이 말을 듣고 환희하여 앞으로 나아갔다.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자비와 인욕과 평등의 선법을 행하고, 능히 번뇌[塵勞]를 등지고 나아가 안락을 구하는구나. 나도 또한 그렇게 되기를 원한다.’ 그리고는 말을 마치자 궁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곧 신심(信心)을 내어 출가의 법을 행하고 사문의 모양을 지었다.” 그때에 세존께서는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그리하여 곧 사문의 모양 되어 인욕으로 스스로 항복 받아 탐애(貪愛)의 마음을 끊어 없애고 부지런히 해탈의 즐거움 구했네.
034_0178_b_08L是故求出家, 棄捨五欲樂, 父母幷眷屬,
國城諸珍寶,
그때에 세존께서는 이 게송을 설해 마치시고 나서 필추들에게 말씀하셨다. “만도마성 안에 있는 8만 사람들은 비바시가 국왕의 지위를 버리고 집을 나와 수염과 머리를 깎고 사문의 모양이 된 것을 보고 제각기 생각했다. ‘태자는 훌륭한 종족이면서 5욕을 버리고 범행(梵行)을 닦는다. 우리들도 이제 역시 마땅히 집을 떠나자.’ 저 8만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한 뒤에 곧 집을 떠나 사문의 몸이 되었다.” 그때에 세존께서는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034_0178_b_10L卽作沙門相, 忍辱自調伏,
息除貪愛心, 勤求解脫樂。
큰 지혜 있는 최상의 사람 그 수는 8만 사람 모두 비바시를 따라 집을 나와 범행을 닦았네.
그때에 세존께서는 이 게송을 설해 마치시고 나서 필추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때 비바시보살은 이미 출가한 뒤에 저 8만 사람들과 함께 자기 나라의 성을 떠나 여러 곳으로 돌아다녔다. 어느 부락에 이르러 하안거(夏安居)를 하고, 그 여름을 지낸 뒤에 스스로 생각했다. ‘나는 이제 어찌하여 취한 사람처럼 여러 곳을 돌아다니는가?’
034_0178_b_17L大智最上人, 其數有八萬, 隨順毘婆尸,
出家修梵行。
034_0178_c_01L이렇게 생각해 마치자 마음은 청정하게 되어 본래 살던 집에 이르렀다. 밤중이 되어 다시 스스로 생각했다. ‘나는 이제 세간의 부귀를 어디에 쓸 것인가? 그것은 중생이 애착하여 생사에 맴돌게 하는 것이요, 괴로움이 서로 계속하여 다함이 없게 하는 것이다.’ 그는 또다시 생각했다. ‘이 늙고 죽는 괴로움의 인(因)은 무슨 인연으로 생겨 늙고 죽게 하는가?’ 그는 삼마지(三摩地:삼매)에 들어 이 법은 생(生)으로부터 있게 되었음을 밝게 관찰했다. 또다시 생각했다. ‘이 생의 괴로움의 인은 무슨 인연으로 생기는 것인가?’
그는 삼마지에 들어 이 법은 유(有)로부터 있게 되었음을 밝게 관찰했다. 또다시 생각했다. ‘이 유(有)의 괴로움의 인은 무슨 인연으로 생기는 것인가?’ 그는 삼마지에 들어 이 법은 취(取)로부터 있게 되었음을 밝게 관찰했다. 또다시 생각했다. ‘이 취(取)의 괴로움의 인은 무슨 인연으로 생기는 것인가?’ 그는 삼마지에 들어 이 법은 애(愛)로부터 있게 되었음을 밝게 관찰했다. 또다시 생각했다. ‘이 애(愛)의 괴로움의 인은 무슨 인연으로 생기는가?’
그는 삼마지에 들어 이 법은 수(受)로부터 있게 되었음을 밝게 관찰했다. 또다시 생각했다. ‘이 수의 괴로움의 인은 무슨 인연으로 생기는가?’ 그는 삼마지에 들어 이 법은 촉(觸)으로부터 있게 되었음을 밝게 관찰했다. 또다시 생각했다. ‘이 촉(觸)의 괴로움의 인은 무슨 인연으로 생기는가?’ 그는 삼마지에 들어 이 법은 6입(入)으로부터 있게 되었음을 밝게 관찰했다. 또다시 생각했다. ‘이 6입의 괴로움의 인은 무슨 인연으로 생기는가?’
그는 삼마지에 들어 이 법은 명색(名色)으로부터 있게 되었음을 밝게 관찰했다. 또다시 생각했다. ‘이 명색(名色)의 괴로움의 인은 무슨 인연으로 생기는가?’ 그는 삼마지에 들어 이 법은 식(識)으로부터 있게 되었음을 밝게 관찰했다. 또다시 생각했다. ‘이 식의 괴로움의 인은 무슨 인연으로 생기는가?’ 그는 삼마지에 들어 이 법은 행(行)으로부터 있게 되었음을 밝게 관찰했다. 또다시 생각했다. ‘이 행(行)의 괴로움의 인은 무슨 인연으로 생기는가?’
034_0179_a_01L그는 삼마지에 들어 이 법은 무명(無明)으로부터 있게 되었음을 밝게 관찰했다. 이와 같이 무명은 행을 반연[緣]하고, 행은 식을 반연하며, 식은 명색을 반연하고, 명색은 6입을 반연하며, 6입은 촉을 반연하고, 촉은 수를 반연하며, 수는 애를 반연하고, 애는 취를 반연하며, 취는 유를 반연하고, 유는 생을 반연하며, 생은 늙고 죽고 근심하고 슬퍼하고 괴로워함을 반연한다. 이와 같이 하나의 큰 괴로움이 모여 이루어진다.
그때 비바시보살은 또다시 생각했다. ‘이 늙고 죽음의 괴로움의 인을 어떻게 멸할 수 있을까?’ 그는 삼마지에 들어 이 법은 생(生)이 멸하면 늙음과 죽음이 멸함을 밝게 관찰했다. 또다시 생각했다. ‘이 생의 괴로움의 인을 어떻게 멸할 수 있을까?’ 그는 삼마지에 들어 이 법은 유(有)가 멸하면 생이 멸함을 밝게 관찰했다. 또다시 생각했다. ‘이 유의 괴로움의 인을 어떻게 멸할 수 있을까?’
그는 삼마지에 들어 이 법은 취(取)가 멸하면 유가 멸함을 밝게 관찰했다. 또다시 생각했다. ‘이 취의 괴로움의 인을 어떻게 멸할 수 있을까?’ 그는 삼마지에 들어 이 법은 애(愛)가 멸하면 취가 멸함을 밝게 관찰했다. 또다시 생각했다. ‘이 애의 괴로움의 인을 어떻게 멸할 수 있을까?’ 그는 삼마지에 들어 이 법은 수(受)가 멸하면 애가 멸함을 밝게 관찰했다. 또다시 생각했다. ‘이 수의 괴로움의 인을 어떻게 멸할 수 있을까?’
그는 삼마지에 들어 이 법은 촉(觸)이 멸하면 수가 멸함을 밝게 관찰했다. 또다시 생각했다. ‘이 촉의 괴로움의 인을 어떻게 멸할 수 있을까?’ 그는 삼마지에 들어 이 법은 6입(入)이 멸하면 촉이 멸함을 밝게 관찰했다. 또다시 생각했다. ‘이 6입의 괴로움의 인을 어떻게 멸할 수 있을까?’ 그는 삼마지에 들어 이 법은 명색(名色)이 멸하면 6입이 멸함을 밝게 관찰했다. 또다시 생각했다. ‘이 명색의 괴로움의 인을 어떻게 멸할 수 있을까?’
그는 삼마지에 들어 이 법은 식(識)이 멸하면 명색이 멸함을 밝게 관찰했다. 또다시 생각했다. ‘이 식의 괴로움의 인을 어떻게 멸할 수 있을까?’ 그는 삼마지에 들어 이 법은 행(行)이 멸하면 식이 멸함을 밝게 관찰했다. 또다시 생각했다. ‘이 행의 괴로움의 인을 어떻게 멸할 수 있을까?’
034_0179_b_01L그는 삼마지에 들어 이 법은 무명(無明)이 멸하면 행이 멸함을 밝게 관찰했다. 이와 같이 무명이 멸하면 행이 멸하고, 행이 멸하면 식이 멸하며, 식이 멸하면 명색이 멸하고, 명색이 멸하면 6입이 멸하며, 6입이 멸하면 촉이 멸하고, 촉이 멸하면 수가 멸하며, 수가 멸하면 애가 멸하고, 애가 멸하면 취가 멸하며, 취가 멸하면 유가 멸하고, 유가 멸하면 생이 멸하고, 생이 멸하면 늙고 죽고 근심하고 슬퍼하고 괴로워함이 멸한다. 이와 같이 하나의 큰 괴로움은 스스로 생기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때에 세존께서는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정(定)에 들어 자세히 관찰하여 그것이 생(生)에서 일어남 알고 나아가 행의 괴로움의 인은 무명으로부터 있게 되었음을 알았네.
034_0179_b_08L毘婆尸菩薩, 思惟老死苦, 以智推彼因,
何緣何法生。
다시 무엇으로부터 멸하는가를 보아 무명이 멸하면 행이 멸하고 나아가 늙고 죽음이 다해 괴로움이 모두 다 없어짐을 알았네.
034_0179_b_10L入定審諦觀, 知從生支起,
乃至行苦因, 知從無明有。
그때에 세존께서는 이 게송을 설해 마치시고 필추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때 비바시보살은 다시 색(色)ㆍ수(受)ㆍ상(想)ㆍ행(行)ㆍ식(識)은 나고 멸해 머무르지 않고 환술과 같고 변화와 같아 진실이 없음을 관찰하고, 지혜의 관찰이 앞에 나타나 업(業)과 습기(習氣)와 번뇌의 일체가 나지 않아 큰 해탈을 얻어 정등각(正等覺)을 이루었다.” 그때 세존께서는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034_0179_b_11L復觀從何滅,
無明滅行滅, 乃至老死盡, 苦蘊悉皆無。
비바시보살은 다시 5온(蘊) 등의 법을 관찰하여 삼마지에 들어 지혜의 관찰이 앞에 나타났을 때
의혹과 괴로움의 업과 또 습기의 일체는 모두 나지 않았네. 그것은 나부끼는 도라면(兜羅綿)처럼 한 찰나도 머무르지 못하는 것이라.
034_0179_b_17L毘婆尸菩薩, 復觀蘊等法, 入彼三摩地,
智觀現前時,
부처님의 보리(菩提)를 성취하고 열반의 길상과(吉祥果)를 성취했나니 마치 달이 크게 뚜렷하고 밝아 광명이 시방에 두루함 같았네.
034_0179_b_19L惑苦業習氣, 一切皆不生,
如飄兜羅緜, 剎那不可住。
034_0179_c_01L 그때 세존께서는 이 게송을 설해 마치시고 나서 필추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때 비바시보살은 먼저 인위(因位)에 있으면서 첫째로 자신이 마치 취한 것 같다고 의심하였고, 둘째로 탐욕 등의 번뇌가 갈수록 더 많아지는 것 같다고 의심하였다. 이와 같이 인연으로 나는 법을 생각하고 큰 해탈을 얻었다.” 그때에 세존께서는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034_0179_b_20L成就佛菩提,
涅槃吉祥果, 如月大圓明, 光徧十方界。
저 부처님 여래의 몸은 성취하기 어려운 것 성취하였네. 인연으로 나는 법 보아 살피고 탐욕[貪]ㆍ성냄[瞋]ㆍ어리석음[癡] 다시 끊었네.
1)대송신역삼장성교서(大宋新譯三藏聖教序) : 이 서문은 태평흥국(太平興國) 7년(982)에 천식재(天息災)가 『성불모경(聖佛母經)』을, 법천(法天)이 『길상지세경(吉祥持世經)』을, 시호(施護)가 『여래장엄경(如來莊嚴經)』을 각각 번역하여 올리자 송나라 태종(太宗)이 이를 치하해 지은 것이다.
2)상법(像法) : 부처님의 열반 뒤에 정법(正法)ㆍ상법(像法)ㆍ말법(末法)으로 나누어진 교법의 세 시기 중의 하나이다. 열반 후 500년부터 1000년까지의 시기로, 부처님의 가르침과 수행은 따르지만 깨달음을 증득하지 못하는 시기를 말한다.
3)육정(六情) : 육근(六根) 또는 육근이 발생시키는 정식(情識)을 말한다.
4)설산은 인도, 패엽은 불교경전을 뜻한다.
5)연라(煙蘿) : 연하등라(煙霞藤蘿)의 준말로, 안개와 노을이 자욱하고 등나무 여라덩굴이 우거진 곳이라는 뜻이다. 깊은 산이나 은둔처를 의미한다.
6)향계(香界) : 향기 자욱한 세계라는 뜻으로, 사찰을 가리키는 말이다.
7)십성(十聖) : 10지(地)의 보살을 말한다.
8)삼현(三賢) : 10주(住)ㆍ10행(行)ㆍ10회향(回向)의 위(位)에 있는 보살을 말한다.
9)건원(乾元) : 하늘의 도(道)이며, 천덕(天德)의 시초이다. 『주역』 〈건괘(乾卦〉 단(彖)에 “위대하도다, 건원이여! 만물이 이를 힘입어 비롯되나니, 이에 하늘을 통괄하도다.[大哉 乾元 萬物資始 乃統天]”라고 하였다.
10)태역(太易) : 기(氣)가 분화되기 이전 최초의 상태이다.
11)천식재(天息災) 등 : 역경원에서 번역을 주도했던 천식재(天息災)와 법천(法天)과 시호(施護)를 말한다.
12)사인(四忍) : 무생법인(無生法忍)ㆍ무멸인(無滅忍)ㆍ인연인(因緣忍)ㆍ무주인(無住忍)을 말한다. 인(忍)은 인가(忍可)ㆍ안인(安忍)의 뜻으로, 진실을 수긍하고 안주(安住)해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것을 말한다.
13)오성(五聲) : 오음(五音)이라고도 한다. 궁(宮)ㆍ상(商)ㆍ각(角)ㆍ치(徵)ㆍ우(羽)의 다섯 가지 음조를 말한다.
14)풍율(風律) : 시나 음악의 운율을 말한다.
15)사시(四始) : 사성(四聲)이라고도 한다. 평성(平聲)ㆍ상성(上聲)ㆍ거성(去聲)ㆍ입성(入聲)이니, 사성으로 음운(音韻)의 고저(高低)와 강약(强弱)과 장단(長短)을 구분한다.
16)화택(火宅) : 삼계(三界)가 탐욕 등의 번뇌로 어지러운 것을 불타는 집에 비유한 것이 『법화경』 「비유품」에 나온다.
17)천식재(天息災)가 『분별선악업보경(分別善惡報應經)』을 번역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18)금륜왕[金輪] : 4종의 전륜성왕(轉輪聖王) 중 최고의 권위를 가진 제왕을 말한다.
19)유정천(有頂天)에 부는 바람 : 비람풍(毘嵐風)을 말한다. 우주가 파괴되는 시기에 이 바람이 불어 인간세계로부터 위로 색구경천까지 차례로 파괴한다고 한다. 유정천은 색구경천(色究竟天)의 다른 이름이다. 따라서 가장 마지막에 파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