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수하며 정등각(正等覺)께 귀의하오니 가없는 고통 바다 능히 건너서 언제나 감로수로 중생을 적셔 열반을 얻게 하니 저는 정례합니다.
계수하며 정법장(正法藏)에 귀의하오니 가없는 고뇌의 인연 그치게 하고 과실(過失)을 드러내 중생에게 이익 주며 적정을 얻게 하니 저는 정례합니다.
계수하며 큰 필추(苾芻)께 귀의하오니 세간을 위하여 복덩이 되며 행을 일으켜 안락의 인(因) 부지런히 닦아 윤회를 끊으셨으니 저는 정례합니다.
사랑하는 이와의 이별 가장 괴로워 근심의 불꽃 자리 잡아 모조리 태워버리니 스스로 마음을 편안하게 하려면 단정히 앉아서 관(觀)을 지으라.
이를테면 떼를 지은 새들이 잠깐 모였다가 뿔뿔이 날아가듯 죽고 사는 인생도 그러하거늘 왜 근심 고통 품고 사는가.
한 번의 죽음만이 기다릴 뿐인데 모든 사람 영원히 살기를 바라고 이별의 고통을 이기지 못해 친척 권속 서로가 울부짖누나.
삼계를 오가는 크나큰 윤회 이것을 면할 자 하나 없으니 누구나 평등하게 무상한데 왜 근심 고통 품고 사는가.
사람이 탐욕과 애착을 일으키면 탐욕의 불이 태운다는 걸 누가 알까 이우(犛牛)가 꼬리를 사랑하다가 사람에게 잡혀 죽는 것과 같네.
세상사람 대부분 미혹하고 취해 험악한 길에서 도망치려 발버둥치지만 온갖 방편으로 애써 보아도 이 고통 면하거나 벗어날 수 없네.
저 들판의 노루와 사슴 늘 사자에게 쫓김을 당하듯 결국엔 도망칠 수 없는데 왜 근심 고통 품고 사는가.
대지와 천상 삼계(三界)와 사생(四生)에서 본 적 없고 들은 적 없네 무상한 죽음을 받지 않았다는 자.
산과 들판에 불길이 일어 풀과 나무를 태워버릴 때 꽃과 열매와 숲을 가리지 않아 한꺼번에 잿더미가 되는 것과 같네.
어리석고 몽매한 모든 중생들 전도되어 망령된 생각 일으켜 몸뚱이를 무상의 줄로 꽁꽁 묶고는 풀 수 있는 자 하나도 없네.
색계 범천의 세상에 살면서 선미(禪味)로 안락함을 삼는다 해도 강가에 자라는 나무와 같아 비와 바람에 오래잖아 무너지네.
백억의 전륜왕이라 하여도 천만의 제석천이라 하여도 생각상각이 바로 무상하여 바람 앞에 가물거리는 등불과 같네.
오랜 옛날 대신선이 있어 5신통을 마음대로 부리며 오갈 때 허공을 타고 날아다녔지만 오히려 무상에게 잡혀갔다네.
금강처럼 견고한 몸도 오히려 스스로 고요히 사라지거늘 하물며 식신(識神)은 파초 같은데 왜 오래 오래 머물게 하려 하는가.
대지와 묘고산(妙高山) 또 사방의 큰 바다 괴겁(壞劫)이면 역시 공(空)으로 돌아가니 하물며 중생들의 세계일까.
깊고 깊은 바다 속에 살고 있는 용 권속이 늘 에워싸고 지키지만 금시조(金翅鳥)는 잡아먹을 수 있나니 이별의 고통 또한 그러하다네.
어떤 이는 다른 세계로 도망가 무상을 피해보려 하지만 마갈어(磨竭漁)의 입안에 들어가 편안하길 바라는 것과 같다네.
이같이 욕계와 색계는 물론 또 비비상천(非非想天)까지 한물건도 아직까지 없었다네 무상에게 먹히지 않은 것.
오직 정등각(正等覺)만이 있어 참으로 의지하고 기댈 곳이니 그대들은 믿고 받아들여 자세히 들어라 모든 근심과 고뇌 풀 수 있으리라.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舍衛國)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에 계셨다. 그때 부처님께서 필추들에게 말씀하셨다. “무수한 중생들이 끝없이 윤회하니 마치 개미가 끝없이 순환하는 것과 같다. 중생이 탐애와 무명으로 막히고 갇힌 것이 진창 속에 빠져 나올 수 없는 것과 같나니, 과거부터 유정들이 윤회하며 왕복한 것은 셈으로는 알 수 없느니라. 필추들아, 모든 대지의 흙을 다 한곳에 모아 짓이겨서 콩알만 한 크기로 진흙 환(丸)을 만들고, 한없이 먼 과거부터 낳아준 부모와 자손이었던 그런 중생의 수를 계산한다고 하자. 한 사람마다 한 개의 진흙 환으로 셈할 때, 이와 같이 하여 진흙 환을 다 세어도 부모와 자손의 수효는 끝나지 않느니라. 필추들아, 이렇게 끝없이 윤회하는 중생들은 탐애와 무명으로 전도되어 애욕의 진창 속에 빠져 생사에 윤회하나니, 그 수효는 알 수가 없다. 그러므로 너희에게 윤회 끊기를 배우게 하는 것이다.” 부처님께서 이어 말씀하셨다. “필추들아, 이와 같아서 보특가라(補特伽羅)로서 윤회하는 중생의 뼈를 모운다면 묘고산(妙高山)처럼 무너지거나 문드러지지 않을 것이다. 그와 같이 무학성문(無學聲聞)은 4성제를 증득해 이런 괴로움이 진실로 괴로움이라는 것과 괴로움의 소멸을 분명히 알아 고성제(苦聖諦)를 증득한다. 하지만 저 보특가라는 이 주검의 뼈를 보고도 이것이 괴로움인 줄 모르고 또한 삼계의 번뇌를 없앨 수도 없다. 만일 삼계의 번뇌를 없앤다면 수다원의 불공법(不空法)을 증득해 확실히 보리를 얻을 것이며, 천상과 인간에서 7생(生)을 겪으면서 윤회를 끊고 번뇌를 없앨 것이다. 7생을 채우고 나면 거룩한 진리가 앞에 나타나 바른 소견의 지혜로 나머지의 미혹을 다 없애고 열반ㆍ적정에 도달할 것이며, 저 보특가라가 비로소 윤회의 괴로움에서 해탈하게 될 것이다.” 부처님께서 이어 말씀하셨다. “필추들아, 사람들은 권속들과 어울려 서로 서로 사랑하고 좋아하며 탐애 때문에 모든 업을 널리 짓고 생사에 윤회한다. 이는 들판의 코끼리가 진창 구렁에 빠져 나올 기약이 없는 것과 같다. 또 그 권속의 수는 항하의 모래같이 많다. 부모가 되어 기를 때는 모두 친 자식과 같지만 후세에 가서는 그 응보에 따라 각각 같지 않으니, 혹은 종이 되기도 하고, 혹은 원수가 되어 서로 서로 성내고 원한을 품고 속이고 능멸하고 때리고 욕하게 되며, 혹은 축생이 되어 서로 잡아먹기도 하며, 혹은 살해당하기도 해 이와 같이 갖가지로 여러 세계에서 윤회하게 된다. 일곱 신선들처럼 혹은 모이고 혹은 흩어지며, 또 비에서 생긴 물거품처럼 혹은 생기고 혹은 없어지나니, 이와 같이 중생들은 어리석음의 세력의 강해 미혹하고 전도되어 윤회를 알지 못하고, 그 권속에 대해 망령되게 좋아하는 생각을 내어 여러 가지 업을 지으며 청정한 삶을 잠시도 살지 못한다. 또 그 중생들이 먼 과거로부터 윤회하며 지옥에 들어가 마신 구리 쇳물은 큰 바닷물보다 많을 것이요, 저 돼지와 개처럼 먹은 더러운 음식은 묘고산과 같을 것이다. 또 그 중생들이 나고 죽고 이별하고 사랑하고 연모하며 흘린 눈물이 또한 바닷물과 같을 것이요, 또 그 중생들이 서로 살해한 그 머리를 모아 쌓으면 범천 세계를 넘어설 것이며, 벌레가 빨아먹은 피고름도 바닷물과 같을 것이다. 또 아귀의 세계에서는 전생의 간탐(慳貪) 때문에 굶주리고 목마른 고통을 받으며 음식을 얻어도 곧 연기와 불꽃이 된다. 아귀의 과보를 채운 뒤에 설령 사람으로 태어나더라도 가난하고 굶주리며 곤궁하니, 그 갖가지 고통과 번뇌는 말로 다할 수 없느니라. 또 그 중생들은 복과 선을 닦은 까닭에 도리천 등 수승한 세계에 태어나 항상 쾌락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탐애가 치성해 불이 마른 풀을 태우는 것과 같아서 과보의 수명이 다했을 때는 곧 나쁜 세계에 떨어지니, 마치 날짐승이 양쪽 날개가 부러지면 찰나에 땅에 떨어져 갖가지 고통을 받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너희들은 윤회 끊는 것을 배워 빨리 해탈을 구하라.” 부처님께서 이어 말씀하셨다. “필추들아, 비유하면 강ㆍ하천ㆍ대지ㆍ해ㆍ달ㆍ별ㆍ수미로산(須彌盧山:묘고산)과 모든 촌락과 세계가 무너지지 않고 오래 머물며 늘 세상에 있는 것처럼 이제 이 경전도 그와 같아 세계가 무너지기 않듯 법도 오래 머무를 것이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일체 중생들의 윤회를 그치게 하기 때문이다.” 필추들은 듣고 나서 믿음으로 받아들이고 받들어 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