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부처님께서는 왕사성(王舍城)의 취봉산(鷲峯山:영취산)에서 셀 수 없이 많은 큰 필추(苾芻) 대중과 또 10구지(俱胝)의 동자의 모습을 한 보살마하살(菩薩摩訶薩)들과 함께 계셨다.
034_0215_c_04L一時,佛在王舍城鷲峯山中,有無數大苾芻衆,復十俱胝童子相菩薩摩訶薩。
이때 세존께서 제석천주(帝釋天主)에게 말씀하셨다. “교시가(憍尸迦)여, 이 반야바라밀(般若波羅蜜)은 그 뜻이 매우 깊으니, 동일하지도 다르지도 않으며, 상(相)이 있는 것도 아니고 상이 없는 것도 아니며, 취(取)하는 것도 아니고 버리는 것도 아니며, 늘어나는 것도 아니고 줄어드는 것도 아니며, 번뇌가 있는 것도 아니고 번뇌가 없는 것도 아니며, 버리는 것도 아니고 버리지 않는 것도 아니며, 머무는 것도 아니고 머물지 않는 것도 아니며, 상응(相應)하는 것도 아니고 상응하지 않는 것도 아니며, 번뇌도 아니고 번뇌가 아닌 것도 아니며, 인연도 아니고 인연이 아닌 것도 아니며, 진실도 아니고 진실이 아닌 것도 아니며, 법(法)도 아니고 법이 아닌 것도 아니며, 돌아갈 곳이 있는 것도 아니고 돌아갈 곳이 없는 것도 아니며, 실제도 아니고 실제가 아닌 것도 아니니라.
034_0216_a_01L교시가여, 이와 같은 모든 법이 평등하므로 반야바라밀 또한 평등하며, 모든 법이 적정(寂靜)하므로 반야바라밀 또한 적정하며, 모든 법이 동요하지 않으므로 반야바라밀 또한 동요하지 않으며, 모든 법이 분별하므로 반야바라밀 또한 분별하며, 모든 법이 두려워할 만하므로 반야바라밀 또한 두려워할 만하며, 모든 법이 분명하게 깨달아 알므로 반야바라밀 또한 분명하게 깨달아 알며, 모든 법이 한 가지 맛[一味]이므로 반야바라밀 또한 한 가지 맛이며, 모든 법이 태어나는 것이 아니므로 반야바라밀 또한 태어나는 것이 아니며, 모든 법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므로 반야바라밀 또한 없어지는 것이 아니며, 모든 법이 허공과 같이 텅 빈 망상이므로 반야바라밀 또한 허공과 같이 텅 빈 망상이다.
물질[色]이 가없으므로 반야바라밀 또한 가없으며, 이와 같이 느낌[受]ㆍ생각[想]ㆍ지어감[行]ㆍ의식[識]이 가없으므로 반야바라밀 또한 가없으며, 지계(地界)가 가없으므로 반야바라밀 또한 가없으며, 이와 같이 수계(水界)ㆍ화계(火界)ㆍ풍계(風界)ㆍ공계(空界)ㆍ식계(識界)가 가없으므로 반야바라밀 또한 가없으며, 금강(金剛)과 같은 지혜가 평등하므로 반야바라밀 또한 평등하며, 모든 법이 무너지지 않으므로 반야바라밀 또한 무너지지 않으며, 모든 법성(法性)이 공(空)하여 얻을 것이 없으므로 반야바라밀 또한 공하여 얻을 것이 없으며, 모든 법성이 평등하므로 반야바라밀 또한 평등하며, 모든 법이 자성(自性)이 없으므로 반야바라밀 또한 자성이 없으며, 모든 법이 생각이나 말로 그 뜻을 헤아릴 수 없으므로 반야바라밀 또한 생각이나 말로 그 뜻을 헤아릴 수 없으며, 이와 같이 보시(布施)바라밀ㆍ지계(持戒)바라밀ㆍ인욕(忍辱)바라밀ㆍ정진(精進)바라밀ㆍ선정(禪定)바라밀ㆍ방편(方便)바라밀ㆍ원(願)바라밀ㆍ역(力)바라밀ㆍ지(智)바라밀 또한 생각이나 말로 그 뜻을 헤아릴 수 없으며, 3업(業)이 청정하므로 반야바라밀 또한 청정하나니, 이와 같이 반야바라밀은 그 뜻이 가없느니라.
교시가여, 또 세상에 열여덟 가지 공(空)이 있나니, 무엇이 열여덟 가지 공인가? 내공(內空)ㆍ외공(外空)ㆍ내외공(內外空)ㆍ공공(空空)ㆍ대공(大空)ㆍ승의공(勝義空)ㆍ유위공(有爲空)ㆍ무위공(無爲空)ㆍ무제공(無際空)ㆍ무변이공(無變異空)ㆍ무시공(無始空)ㆍ본성공(本性空)ㆍ자상공(自相空)ㆍ무상공(無相空)ㆍ무성공(無性空)ㆍ자성공(自性空)ㆍ무성자성공(無性自性空)ㆍ일체법공(一切法空)이니라. 게송(偈頌)으로 말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