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034_0217_c_01L대승사려사담마경(大乘舍黎娑擔摩經)
034_0217_c_01L大乘舍黎娑擔摩經


서천(西天) 시호(施護) 한역(漢譯)
김성구 번역
034_0217_c_02L西天譯經三藏朝散大夫試鴻臚卿傳法大師臣施護 奉 詔譯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034_0217_c_03L如是我聞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 취봉산(鷲峯山)에서 대비구[大苾芻] 1,250인과 함께 계셨다. 또 보살마하살들이 있었으니, 자씨보살이 상수가 되었다.
034_0217_c_04L一時世尊在王舍城鷲峯山中與大苾芻衆千二百五十人俱復有菩薩摩訶薩衆慈氏菩薩而爲上首
그때 세존께서 사려사담마(舍黎娑擔摩)를 보시고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어떤 비구가 12연생(緣生)을 능히 보고 깨달으면, 이것을 법을 보았다고 하며, 이 법을 보았으면 이미 곧 부처를 본 것이다.”
세존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고 잠잠히 계셨다.
034_0217_c_07L爾時世尊觀舍黎娑擔摩已告諸苾芻言若有苾芻於十二緣生而能見是名見法見是法已卽名見佛尊作是說已默然而住
그때 사리자는 생각하였다.
‘이제 우리 세존께서 이러한 법을 말씀하시니, 무슨 뜻이며, 어떻게 해야 알 수 있을까?’
그리고는 곧 자씨보살의 처소로 가서 만나 각각 부드러운 말로 인사를 마친 뒤에 자씨보살과 함께 큰 돌 밑에 앉았다.
034_0217_c_11L爾時舍利子尋作是念今我世尊說如是法當云何義云何了知卽往詣慈氏菩薩所到已相見各用軟語互相問訊卽與慈氏菩薩坐大石下
이때 사리자가 자씨보살에게 말하였다.
“이제 세존께서 비구들에게 『사려사담마경』을 말씀하시되, ‘비구들이여, 만일 12연생을 보면 이것을 법을 보았다고 하고, 이 법을 보았으면 이미 곧 부처를 본 것이다’라고 하셨습니다. 보살이여, 나는 이 뜻을 알지 못합니다. 어떤 것이 12연생이며, 어떤 것이 법이며, 어떤 것이 부처입니까? 바라건대 보살께서는 간략히 해설하여 주십시오.”
034_0217_c_15L舍利子白慈氏言今者世尊爲諸苾芻說舍黎娑擔摩經諸苾芻若於十二緣生而能見者是名見法見是法已卽名見佛菩薩我今不解斯義何等名十二緣生云何名法云何名唯願菩薩略爲解說
034_0218_a_01L그때 자씨보살이 존자 사리자에게 말하였다.
“여래 법왕께서 일체지(一切智)를 갖추시고 마땅함을 따라 말씀하신 것은 심히 깊고 미묘하신데, 그대가 지금 내게 물으니 간략히 말하겠습니다. 사리자여, 세존께서 말씀하신 것과 같이, 만일 어떤 비구가 12연생에 대하여 보고 깨달을 수 있으면 법을 보는 것이며, 법을 보면 곧 부처를 보는 것입니다. 12연생이란 이른바 무명(無明)을 연(緣)하여 행(行)이 있고, 행을 연하여 식(識)이 있고, 식을 연하여 명색(名色)이 있고, 명색을 연하여 6입(入)이 있고, 6입을 연하여 촉(觸)이 있고, 촉을 연하여 수(受)가 있고, 수를 연하여 애(愛)가 있고, 애를 연하여 취(取)가 있고, 취를 연하여 유(有)가 있고, 유를 연하여 생(生)이 있고, 생을 연하여 노사우비고뇌(老死憂悲苦惱)가 있으니, 이렇게 생겨나면 곧 하나의 큰 괴로움의 온(蘊)이 생깁니다.
사리자여, 저 무명이 멸하면 행이 멸하고, 행이 멸하면 식이 멸하고, 식이 멸하면 명색이 멸하고 명색이 멸하면 6입이 멸하고, 6입이 멸하면 촉이 멸하고, 촉이 멸하면 수가 멸하고, 수가 멸하면 애가 멸하고, 애가 멸하면 취가 멸하고, 취가 멸하면 유가 멸하고, 유가 멸하면 생이 멸하고, 생이 멸하면 노사우비고뇌가 멸하니, 이렇게 멸하면 하나의 큰 괴로움의 온(蘊)이 멸합니다. 사리자여, 세존께서는 이와 같이 12연생(緣生)을 설하셨습니다.”
034_0217_c_21L爾時慈氏菩薩告尊者舍利子言來法王具一切智隨宜所說甚深微汝今問我我今略說舍利子如世尊言若有苾芻於十二緣生而能見是名見法若見是法卽名見佛利子十二緣生者所謂無明緣行緣識識緣名色名色緣六入六入緣觸緣受受緣愛愛緣取取緣有緣生生緣老死如是生者卽一大苦蘊生舍利子彼無明滅卽行滅行滅卽識滅識滅卽名色滅色滅卽六入滅六入滅卽觸滅觸滅卽受滅受滅卽愛滅愛滅卽取滅滅卽有滅有滅卽生滅生滅卽老死惱滅如是滅卽一大苦蘊滅舍利子世尊如是說爲十二緣生
사리자가 물었다.
“어떤 것을 법이라고 합니까?”
034_0218_a_14L利子言云何名法
자씨보살이 말하였다.
“성스러운 8정도(正道)를 법이라 하니, 이른바 정견(正見)ㆍ정사유(正思惟)ㆍ정어(正語)ㆍ정업(正業)ㆍ정명(正命)ㆍ정근(正勤)ㆍ정념(正念)ㆍ정정(正定)입니다. 사리자여, 이 8정도의 과보는 열반이니, 이러한 까닭에 세존께서 법이라고 한다고 간략히 말씀하셨습니다.”
034_0218_a_15L菩薩告言聖八正道名之爲法所謂正見正思惟正語正業正命正勤正念正定舍利子八正道果報涅盤是故世尊略說名
사리자가 물었다.
“어떤 것이 부처입니까?”
舍利子言云何名佛
자씨보살이 말하였다.
“만일 일체의 법을 알면 부처라 하니, 이렇듯 성스러운 혜안(慧眼)을 얻어서 보리분법(菩提分法)을 보고 내지 법신(法身)을 증득합니다.
034_0218_a_19L菩薩告言知一切法名之爲佛如是得聖慧眼見菩提分法乃證法身
034_0218_b_01L또 어떤 것이 12연생을 보는 것인가?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만일 어떤 사람이 항상 이 12연생을 보고, 무생(無生)ㆍ무멸(無滅)ㆍ무작(無作)ㆍ무위(無爲)ㆍ무취(無取)ㆍ무착(無着)하고, 여실하여 뒤바뀜[顚倒] 없고, 적정(寂靜)하여 두려움이 없으면, 큰 성인의 다함없는 지식(止息)이 모두 다 성품이 없을 것이니, 만일 이렇게 보면 이 사람은 법을 보는 것입니다. 만일 이와 같이 항상 무생ㆍ무멸ㆍ무작ㆍ무위ㆍ무취ㆍ무착하고, 여실하여 뒤바뀜이 없으며, 적정하여 두려움이 없으며, 큰 성인의 다함없는 지식을 보면 법의 성품이 없는 것을 볼 것이니, 그 사람은 위없는 법신(法身)을 보는 것입니다. 부처님은 바른 법[正法]과 바른 지혜[正智]와 지식(止息)과 삼매(三昧)를 얻으신 것입니다.”
034_0218_a_21L復次云何見十二緣如佛所說若人恒見此十二緣無生無滅無作無爲無取無著如實不顚倒寂靜無怖無盡止息悉皆無性若如是見人見法若能如是恒見無生無滅無爲無取無著如實不顚倒寂靜無怖大聖無盡止息見法無性彼人是見無上法身佛是得正法正智息三昧
다시 사리자가 물었다.
“무슨 까닭으로 12연(緣)이라 합니까?”
034_0218_b_06L復次舍利子白言以何故名爲十二
자씨보살이 말하였다.
“인(因)이 있고 연(緣)이 있으므로 12연이라 합니다. 사리자여, 이 법은 인도 아니고 연도 아니며, 또한 인연이 아닌 것도 아니지만, 또 인연을 따라 있습니다.
지금 그 모양을 대략 말하자면, 여래께서 세상에 계시건 안 계시건 이 인연의 법은 항상 머무르고 평등하며, 여실하고 헛되지 않으니, 뒤바뀜[顚倒]을 여읜 까닭입니다.
034_0218_b_08L菩薩告言以有因有緣名十二緣舍利子是法亦非因非緣亦非不因又從緣有子今略說其相如來出生及不出生是因緣法常住平等非虛是眞實法離顚倒故
또 사리자여, 이러한 연생(緣生)을 나누면 두 가지의 뜻이 있으니, 무엇이 두 가지인가? 첫째는 인(因)을 좇는 것이며, 둘째는 연(緣)을 좇는 것입니다. 이 두 가지의 뜻은 다시 안[內]과 밖[外]으로 나눕니다. 바깥 연이 인을 좇아 생기는 것(外緣從因所生)이란, 이른바 종자에서 싹이 나고, 싹에서 모종이 나고, 모종에서 줄기가 나고, 줄기에서 가지가 나고, 가지에서 꽃과 열매가 나니, 만일 종자가 없으면 모종이 생기지 못하며, 내지 꽃과 열매도 없을 것이며, 만일 종자가 있으면 곧 모종과 줄기를 내며, 내지 꽃과 열매가 있습니다.
사리자여, 열매는 내가 능히 싹을 내었다고 생각하지 않고, 싹은 내가 능히 모종과 줄기를 내었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이와 같이 하여 내지 꽃도 내가 능히 열매를 낸다고 생각하지 않고, 열매도 또한 내가 꽃에서 생겼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렇듯 바깥 인연이 인을 좇아 생기는 법을 가히 볼 수 있습니다.
034_0218_b_12L又舍利如是緣生分爲二義何等爲二者從因二者從緣此二種義分爲內外緣從因所生者謂從種生芽芽生苗從苗生莖從莖生枝葉從枝葉生華果若無種子卽不生苗乃至華果亦無所有若有種子卽生苗莖乃至華果無不有故舍利子彼種子不作念我能生芽芽亦不作念我能生苗莖如是乃至華亦不作念我能生果果亦不作念我能從華生如是外因緣從因生法可見
034_0218_c_01L또 사리자여, 바깥 인연이 연을 좇아 생기는 것은 이른바 6계(界)가 합하고 모인 때문이니, 즉 지계(地界)ㆍ수계(水界)ㆍ화계(火界)ㆍ풍계(風界)ㆍ공계(空界)ㆍ시계(時界)입니다. 지계는 능히 편안히 서게 하고, 수계는 능히 적셔서 윤택하게 하고, 화계는 능히 따사롭게 하고, 풍계는 능히 움직이게 하고, 공계는 능히 걸림이 없게 하고, 시계는 능히 성취하게 합니다. 이러한 6계의 각각 연이 화합하면 종자가 싹과 모종과 꽃과 열매를 낼 수 있어서 구족하지 못함이 없고, 이러한 6계가 하나라도 화합하지 못하면 종자는 나지 못할 것이며, 내지 꽃과 열매도 얻지 못합니다.
그러나 그 6계들은 제각기 나[我]가 없어서, 지계는 내가 능히 편안히 서게 한다고 말하지 못하고, 수계는 내가 능히 윤택하게 한다고 말하지 못하며, 화계도 내가 능히 따사롭게 한다고 말하지 못하고, 풍계도 내가 능히 움직이게 한다고 말하지 못하며, 공계도 능히 내가 걸림이 없게 한다고 말하지 못하고, 시계도 내가 능히 성취하게 한다고 말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저 종자도 내가 능히 싹을 낸다고 말하지 않으며, 싹도 내가 모든 인연을 좇아 생겼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저 싹들이 생긴 것은 스스로가 지은 것도 아니고, 남이 지은 것도 아니며, 자기와 남이 합하여 있게 된 것도 아니며, 자재천이 변화한 것도 아니고, 또한 시간이 변화한 것도 아니며, 또한 연생(緣生)도 아니고, 또 하나의 일로 생기는 것이 아니며, 또 인이 없이 생긴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그 지ㆍ수ㆍ화ㆍ풍ㆍ공ㆍ시분(時分)과 종자와 꽃과 열매는 그들을 좇아 생겨나서 상즉(相卽)하지 않고, 상리(相離)하지 않으며, 다함이 없고 멸함도 없습니다.
034_0218_b_23L舍利子因緣從緣生者謂緣六界合集故何六界所謂地界水界火界風界空界時界彼地界能安立水界能滋火界能溫煖風界能動搖空界能無礙時界能成就如是六界各各緣種子得生芽無不具足是六界一不合者種卽不生乃至華實亦不可得然彼六界各無有我地不言我能安立水亦不言我能滋火亦不言我能溫煖風亦不言能動搖空亦不言我能無礙時亦不我能成就然彼種子不言我能生芽亦不言我從諸緣得生彼芽等所生非自作非他作亦非自他合有非自在天所化亦非時化亦非緣生亦不一事生亦非不因生然彼地虛空時分及種子實而彼從不卽不離無盡滅故
이 바깥 연이 생하는 것[外緣生]에 다시 다섯 가지 뜻이 있으니, 무엇이 다섯인가? 이른바 항상하지 않으며[不常], 단절 되지 않으며[不斷], 멸하나 다하지 않으며[滅不盡], 적은 인으로 많은 과를 얻으며[少因多果], 서로서로 반연이 되는 것[互為所緣]입니다. 어찌하여 항상 하지 않는다고 하는가? 종자와 싹이 이름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어찌하여 단절 되지 않는다고 하는가? 종자에서 싹이 나고, 싹은 가지와 잎을 내는 까닭입니다. 어떤 것이 비록 멸하나 다하지 않는 것인가? 멸한다 함은 종자가 부서져 멸한 듯한 것이며, 다하지 않았다 함은 전(傳)하여 심으면 싹이 나는 것입니다. 어떤 것이 적은 인으로 많은 과를 얻는 것인가? 하나의 씨가 인이 되어 열매가 번성하여 몇 곱이 되는 것입니다. 어떤 것이 서로 인이 되는 것인가? 종자로 인하여 싹이 있고 내지 꽃과 열매가 있는 것이 둥근 고리와 같아, 다시 종자가 되는 까닭입니다.
034_0218_c_17L此外緣生復有五義何者爲五謂不常不斷雖滅不盡少因多果互爲所緣云何不常謂種子與芽名別異故云何不斷從種有芽芽生枝葉故云何雖滅不雖滅者謂種壞似滅不盡者謂傳種生芽云何少因多果謂一子爲因果實繁倍云何互爲所緣謂因種有芽乃至華實相似連鐶復爲種子故
034_0219_a_01L다음은 어떤 것이 안의 12연인가? 이 12연에 다시 두 뜻이 있으니, 어떤 것이 두 뜻인가 하면, 첫째는 인(因)을 좇는 것이며, 둘째는 연(緣)을 좇는 것입니다. 어떤 것이 인을 좇아 되는 것인가? 무명을 원인으로 하여 곧 행을 내고, 내지 노사우비고뇌를 내는 것이니, 만일 무명이 없으면 행도 성립되지 못하고, 노사우비고뇌도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 무명은 자신이 능히 행을 낸다고 생각하지 않고, 행은 또한 자신이 무명에서 생겼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내지 생도 자신이 능히 노사우비고뇌를 내었다고 생각하지 않고, 노사 등도 자신이 생에서 생겼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것이 인에서 생기는 모양입니다.
034_0219_a_01L復次云何內十二緣此十二緣復有二義云何爲二謂一從因二從緣何從因所爲因於無明乃生於行至生若無無明行亦不立乃至無老而彼無明不作念我能生行行亦不作念從無明生乃至生亦不作念我能生死等亦不作念從生生是謂從因所生之相
034_0219_b_01L어떤 것이 연을 좇아 생기는 것인가? 이른바 6계(界)를 연하여 화합하게 되는 것입니다. 어떤 것이 6계인가? 지(地)ㆍ수(水)ㆍ화(火)ㆍ풍(風)ㆍ공(空)ㆍ식(識)의 계이니, 이 6계가 화합할 때를 연생(緣生)이라 합니다. 어떤 것이 지계인가? 몸이 굳고 실다운 것이 지계(地界)입니다. 만약 몸이 부풀어 젖어 있다면 수계(水界)이며, 만약 몸이 따뜻하면 화계(火界)라 하고, 만약 호흡이 들어오고 나가면 풍계(風界)라 하고, 만약 몸이 장애가 없다면 공계(空界)이며, 안식(眼識) 내지 제8식(第八識)은 식계(識界)이니, 이렇듯 6계의 연이 화합하는 까닭에 몸이 생기게 됩니다.
그러나 저 지계는 자신이 능히 굳고 실답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수계도 자신이 능히 윤택하게 한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화계도 자신이 능히 따뜻하게 한다고 생각지 않으며, 풍계도 또한 자신이 능히 호흡이 들어오고 나간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식도 또한 자신이 능히 성취한다고 생각하지 않으니, 몸 또한 자신이 여러 가지 연(緣)에서 생겼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들 여러 가지 연이 아니면 몸은 성립되지 못합니다. 그러나 저 지계는 아(我)도 없고, 인(人)도 없고, 중생(衆生)도 없고, 수명[壽]도 없고, 남자도 아니며, 여자도 아니며, 자기도 없고, 타인도 없습니다.
만일 다시 이러한 6계에 대하여 하나라는 생각[一想]ㆍ범부라는 생각[凡夫想]ㆍ항상하다는 생각[常想]ㆍ실답다는 생각[實想]ㆍ영구하다는 생각[久想我想]ㆍ즐겁다는 생각[樂想]ㆍ아라는 생각[我想]ㆍ인이라는 생각[人想]ㆍ중생이라는 생각[眾生想]ㆍ수명이라는 생각[壽命想]ㆍ움직인다는 생각[蠕動想]을 지으면, 지혜가 없는 까닭에 이와 같은 가지가지 생각을 일으키니, 그러므로 무명이라 합니다. 무명을 말미암아 탐욕심ㆍ진에심이 나니, 무명이 행을 반연하여 내는 것이며, 행도 또한 그러하여 거짓된 이름에 집착하고 모든 망상을 내니 식이라 하며, 식은 명색을 내고, 명색은 6입을 내고, 6입은 촉을 내고, 촉 때문에 수를 내고, 수 때문에 애를 내고, 애 때문에 취를 내고, 취 때문에 유를 내고, 유가 있는 까닭에 뒤에 온(蘊)을 낼 수 있으니 생(生)이라 하고, 태어나서는 쇠퇴하고 변하는 것이 노이며, 온(蘊)이 부서져 멸하는 것을 사라고 하니, 어리석은 까닭에 우비고뇌를 발생합니다.
또 여러 가지 괴로움이 모여서 몸과 마음을 핍박하게 하여 큰 흑암(黑闇)에 처해 있는 것이 무명이며, 조작하는 것이 행이며, 분별하는 것이 식이며, 안정하게 성립하는 것이 명색이며, 여섯 가지 근(根)의 문이 6입이며, 진(塵:境)에 대하는 것이 촉이며, 고락(苦樂)을 얻는 것이 수이며, 주리고 목마름이 애이며, 추구(追求)하는 것이 취이며, 다시 태어날 업이 유이며, 뒤의 온[後蘊]이 태어난 것이 생이며, 온이 익어진 것이 노이며, 그가 부서진 것이 사이며, 두려운 것을 생각함이 우이며, 애처롭고 간절한 것이 비이며, 여러 가지의 괴로움이 고이며, 수고롭게 요동함이 뇌입니다.
또 진실을 뒤집어 허망하게 하고, 삿된 소견을 바른 소견이라 하여, 이렇듯 지혜가 없으므로 무명이라 합니다. 행에는 세 가지가 있으니, 이른바 복행(福行)과 비복행(非福行)과 무상행(無相行)입니다. 복행을 지으면 복행지(福行智)를 얻고, 비복행을 지으면 비복행지(非福行智)를 얻고, 무상행을 지으면 무상행지(無相行智)를 얻습니다. 이렇듯 노사우비고뇌에 이르니, 이들 12연은 각각 인(因)이 있고 과(果)가 있어서 상(常)도 아니고 단(斷)도 아니며, 유위(有爲)도 아니고 유위를 떠나지도 않았으며, 심법(心法)이 아니며, 다한 법도 아니고 멸하는 법도 아니어서 본래부터 제대로 있으며, 나는 곳마다 끊임이 없는 것이 마치 강물이 흘러서 끊임이 없는 것과 같습니다.”
034_0219_a_10L云何從緣所生所謂緣於六界得和合故何等爲六謂地此六界合時是名從緣生故云何名地界謂身堅此名地界若身滋潤此名水界身溫煖此名火界若出入息此名風若身無障礙此名空界眼識乃至第八識此名識界如是等六界緣和合故乃生其身然彼地界不作念能堅實水界亦不作念我能滋潤界亦不作念我能溫煖風界亦不作我能出入息空界亦不作念我能無障礙識亦不作念我能成就身亦不作念我從衆緣生然非衆緣身亦不立而彼地界無我無人無衆生壽命非男非女亦無自無他乃至水識界亦無我無人無衆生壽命非男非女亦無自無他又復若於如是六界而作一想凡夫想常想實想久想樂想我想人想衆生想命想蠕動想由無智故作如是等種種之想是故說名無明由無明故生貪慾瞋恚無明緣行行亦如是著於假名生諸妄想名識識生名色色生六入六入生觸觸故生受受故生愛愛故生取取故生有以有故能生後蘊名生生已衰變爲老蘊敗壞故爲死以愚癡故卽發生憂又以衆苦集聚逼切身心處大黑闇名爲無明造作爲行分別爲識安立相爲名色六根門爲六入對塵名觸得苦樂名受飢渴名愛追求名取生業爲有後蘊生爲生蘊熟爲老壞爲死思懼爲憂慘切爲悲衆苦爲勞擾爲惱又復翻眞實爲虛妄邪見爲正見以是無智故名無明有三種謂福行非福行無相行作福行得福行智作非福行得非福行智作無相行得無相行智如是乃至老此十二緣各各有因非常非斷非有爲不離有爲心法非盡法非滅法本來自有所生不斷譬如江河流注無絕
그때 자씨보살이 다시 사리자에게 말하였다.
“저 12연은 다시 네 가지 인연으로 자라니, 이른바 무명(無明)ㆍ애(愛)ㆍ업(業)ㆍ식(識) 등입니다. 식의 종자는 자성(自性)으로써 인을 삼고, 업으로써 땅을 삼고, 무명과 애의 번뇌가 덮여서 식의 종자가 생깁니다. 업은 식에게 땅이 되어 주고, 애는 식에게 윤택하게 하여 주고, 무명은 덮어 주어서 식이 성취하게 하지만 업은 내가 능히 식의 종자에게 땅이 되어 준다고 생각하지 못하며, 애는 또한 내가 능히 식의 종자에게 윤택하게 하여 준다고 생각지 못하며, 무명은 내가 능히 식의 종자를 덮어 주었으니, 그러므로 식의 종자가 성취하였다고 생각하지 못하며, 식도 자신이 여러 가지 인연에서 생겼다고 생각하지 못합니다.
또 업은 식의 땅이 되고, 애는 윤택하게 하며, 무명이 덮어 주어 종자가 생겨나서 어머니의 태속에 처한 것이 명색의 싹입니다. 그 명색의 싹은 스스로 생긴 것이 아니고, 남이 지은 것도 아니며, 자기와 남이 합하여 생긴 것도 아니며 또한 자재천(自在天)에서 생긴 것이 아니며, 시간이 변화해서 생긴 것이 아니며, 본래의 처소에서 생긴 것도 아니며, 또한 인연이 없는 곳에서 생긴 것도 아니니, 이 법은 실제로 부모와 여러 가지 인연이 화합하여 생긴 것입니다. 그러나 그 명색의 싹은 본래부터 주재가 없으며, 또한 취하고 버림이 없으며, 자성의 인연은 허공 같고 허깨비와 같습니다.
034_0219_c_06L爾時慈氏菩薩復告舍利子言彼十二緣復以四緣增長所謂無明識等彼識種子以自性爲因以業爲以無明煩惱覆蓋識種發生業與識爲地愛與識爲滋潤無明覆識得成就彼業不作念我能與識種子爲地愛亦不作念我能與識種子爲滋潤無明亦不作念我能與識種子爲覆蓋以是緣故識種成就亦不作念我從衆緣生復次業爲識愛爲滋潤無明覆蓋種子乃生母胎中爲名色芽彼名色芽非自生非他生非自他合生亦非自在天生亦非時化生亦不從本所生亦非無因緣生是法實從父母衆緣和合得然彼名色芽本無主亦無取捨性因緣如虛空幻化
034_0220_a_01L또 안식(眼識)이 나는 데는 다섯 가지 인연이 있으니, 어떤 것이 다섯 가지인가? 이른바 눈[眼]과 색(色)과 광명[明]과 허공[空]과 의지(意志)입니다. 이 다섯 가지 인연으로 안식을 내되, 눈은 의지할 곳이며, 색은 나타낼 곳이며, 광명으로써 비치고, 허공을 인하여 걸림이 없게 되면 의지가 모든 행위와 작용을 일으킵니다. 이러한 인연으로써 안식이 생기니, 만일 눈ㆍ색ㆍ광명ㆍ허공ㆍ의지 등의 인연이 화합하지 않으면 안식은 생기지 못합니다. 그러나 눈은 내가 안식의 머무를 곳이 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색도 내가 식의 집착할 바[所著]1)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광명도 내가 능히 식으로 하여금 비추게 한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허공도 내가 능히 식으로 하여금 장애가 없게 한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의지도 또한 내가 능히 식으로 하여금 행위와 작용을 일으키게 한다고 생각하지 않고, 식도 또한 내가 능히 모든 인연을 의지하여 생겨났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안식은 실제로 여러 가지 연이 화합하여 생긴 것이며, 이렇듯 모든 근이 차례대로 그 식을 내는 것이 모두 이러합니다.
034_0219_c_23L復次眼識所生有五種因緣何者爲謂眼明照虛空意念以此五緣而生眼識以眼爲所住以色爲所著以明得觀照以虛空得無礙是故意念起諸爲作以是緣故眼識得生明照虛空意念等緣不和合識不生然眼不作念我能爲眼識所色亦不作念我能令識之所著亦不作念我能令識得觀照空亦不作念我能令識無障礙意亦不作念我能令識起爲作識亦不作念我能從衆緣生然眼識實從衆緣和合而如是諸根次第所生皆亦如是
또 어떠한 법이 금세로부터 후세에 이를 것이 없지만 다만 업과(業果)의 인연과 망상으로써 난 것이니, 마치 거울에 낯을 비출 때 얼굴이 거울 속에 나타나지만, 얼굴이 거울 속에 들어간 것이 아니며, 망상의 인연으로 나타난 것과 같습니다. 또 둥근 달이 중천에 높이 떠 땅과의 거리는 4만 2천 유순인데 그림자가 모든 물에 비치니, 달이 저곳에서 없어져서 이 물속에 생긴 것이 아니며, 또한 망상의 인연 때문에 나타난 것입니다. 또 불을 구할 적에 나무를 얻으면 불이 타고, 나무가 다하면 곧 꺼지는 것과 같습니다.
034_0220_a_13L復次無有法從今世至後世但以業因緣妄想所生又如明鏡照面現鏡中實無面入鏡內由妄想因緣而顯現故又如滿月高處虛空去地四萬二千由旬影現衆水非月沒彼而生此水亦由妄想因緣故現又如取火得薪卽燃薪盡卽滅
034_0220_b_01L또 사리자여, 어떤 중생이 이 세상에서 뒷세상에 이르는 이가 없으며, 또 뒷세상에서 이 세상으로 이르는 이가 없습니다. 다만 업이 맺어진 식의 종자가 곳곳에 생겨나서 어머니의 뱃속에 의탁하여 명색의 싹을 냅니다. 이 인연법은 본래 주재자가 없고, 아도 없고, 취할 것도 버릴 것도 없어서 허공과 같으며, 요술의 변화와 같아 실다운 법이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선악의 업보는 반드시 없어지지 않습니다.
034_0220_a_20L復次舍利子無有衆生從此世至後亦非後世至此世但以業結成識種處處得生託母胎藏生名色芽因緣法本來無主無我無取無捨虛空如幻化無有實法而善惡之業報應不亡
또 12연을 다시 다섯 가지로써 말하니, 어떤 것이 다섯 가지인가? 항상하지 않는 것[無常], 단절 되지 않는 것, 멸하지 않는 것, 적은 인으로 많은 과를 얻는 것, 서로 비슷한 것입니다. 어떤 것이 항상 하지 않는 것인가? 이른바 이 온[此蘊]이 멸하고 저 온[彼蘊]이 생기니, 멸한 것이 생긴 것이 아니며, 생긴 것은 멸한 것이 아니니, 생긴 것과 멸한 것이 다른 까닭에 항상 하지 않는다 합니다. 어떤 것이 단절 되지 않는 것인가? 이른바 천칭[秤:저울}이 오르고 내리는 것과 같아서, 여기에서 멸하면 저곳에서 생기는 까닭에 단절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어떤 것이 멸하지 않는 것인가? 이른바 중생계에서 지은 인(因)은 업(業)이 모두 멸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어떤 것이 적은 인으로 많은 결과를 얻는 것인가? 이른바 무릇 짓는 인은 마치 밭에서 일을 하는 이가 마음을 전일하게 하여 부지런히 힘쓰면 수확하는 결과가 더욱 크고 많은 것과 같습니다. 어떤 것이 서로 비슷한 것인가? 이른바 업을 지은 인과 다른 과보를 받지 않는 것입니다.
034_0220_b_03L又十二緣復以五事說何等爲五無常不斷無滅少因多果相似云何無常謂此蘊滅彼蘊生滅卽非生卽非滅生滅異故故名無常云何不謂如秤高下此滅彼生故云不斷云何不滅謂衆生界所作因業皆不滅故云何少因多果謂凡所造因亦如事田專心勤力故獲果廣多云何相似謂所造因業不獲異報故云相
034_0220_c_01L만일 어떤 이가 능히 12연을 관찰하는 이는 바른 관찰[正觀]ㆍ바른 지혜[正智慧]라 부릅니다. 어떤 것이 바른 관찰이고 바른 지혜인가? 이른바 과거ㆍ미래ㆍ현재에 태어나는 바를 관찰하되 ‘있다’거나 ‘없다’는 생각을 짓지 말고, 와도 온 곳이 없고, 가도 이르는 곳이 없다고 관찰하는 것입니다. 만일 사문과 바라문, 세간의 사람들이 이 법이 생기지 않고 멸하지 않고, 동작이 없고, 행위가 없고, 취함도 없고 버림도 없고, 뒤바뀜[顚倒]도 없다고 관찰하면, 고요하여 성품이 없음[無性]에 머무르게 됩니다. 만일 능히 이렇게 법을 보면 고요하여 병고가 없고 종기가 없음을 알아 순식간에 아견(我見)이 제거됨이 마치 다라나무[多羅樹]의 머리를 끊으면 다시 나지 않는 것과 같을 것이니, 생멸이 없는 법을 보는 것입니다.
사리자여, 이 사람은 법인(法忍)을 얻어 여래(如來)ㆍ응공(應供)ㆍ정등정각(正等正覺)ㆍ명행족(明行足)ㆍ선서(善逝)ㆍ세간해(世間解)ㆍ무상사(無上士)ㆍ조어장부(調御丈夫)ㆍ천인사(天人師)ㆍ불세존(佛世尊)을 구족하게 하여 반드시 아뇩다라삼먁삼보리(阿耨多羅三藐三菩提)의 수기를 받게 될 것입니다.”
034_0220_b_13L復次舍利子如佛所說若有能觀十二因緣者名爲正觀正智慧云何正觀正智慧謂觀過去未來現在三世所生不作有無之想來無所從無所至若沙門婆羅門及世間人能觀是法不生不滅無作無爲無取不顚倒寂靜止息無性若能如是見法寂靜了知無病無瘡如眴息間我見卽除如斷多羅樹頭不復更生是得不生滅法舍利子是人獲法忍具足如來應供正等正覺明行足世間解無上士調御丈夫天人師世尊當爲授阿耨多羅三藐三菩提記
그때 자씨보살이 말씀을 마치니, 존자 사리자와 천(天)ㆍ인(人)ㆍ아수라(阿修羅)ㆍ건달바(乾闥婆)들이 즐거워하며, 믿고 받들어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물러갔다.
034_0220_c_03L爾時慈氏菩薩說是法已尊者舍利及天阿修羅乾闥婆等歡喜信頂禮而退
大乘舍黎娑擔摩經
乙巳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雕造
  1. 1)여기서는 인식의 대상을 말한다. 소연(所緣)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