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세존께서 광엄성(廣嚴城)의 암라수원(菴羅樹園)에서 60만 명의 대비구 대중들과 함께 계셨다. 그들의 이름은 대가섭 존자(大迦葉尊者)ㆍ우루빈라가섭(優樓頻螺迦葉) 존자ㆍ나제가섭대(那提迦葉) 존자ㆍ수보리(須菩提) 존자ㆍ존나(尊那) 존자ㆍ대목건련(大目乾連) 존자ㆍ사리불(舍利弗) 존자ㆍ겁빈나(劫賓那) 존자ㆍ마희날라(摩呬捺囉) 존자ㆍ우바리(優波梨) 존자ㆍ아난(阿難) 존자로서 이와 같은 60만 명의 비구들이었다. 또한 보살마하살들이 있었으니, 그들의 이름은 사자위덕(師子威德)보살마하살ㆍ지장(地藏)보살마하살ㆍ허공장(虛空藏)보살마하살ㆍ보현(普賢)보살마하살ㆍ금강수(金剛手)보살마하살ㆍ제개장(除蓋障)보살마하살ㆍ관자재(觀自在)보살마하살ㆍ묘길상(妙吉祥)보살마하살ㆍ보성(寶星)보살마하살ㆍ발눌마구모나(鉢訥摩俱母那)보살마하살ㆍ상견고신(常堅固身)보살마하살ㆍ보엄해혜(寶嚴海慧)보살마하살ㆍ청정묘음성(淸淨妙音聲)보살마하살ㆍ등광명(燈光明)보살마하살ㆍ득묘음성(得妙音聲)보살마하살ㆍ여의광명(如意光明)보살마하살ㆍ변왕세계여사자행(徧往世界如師子行)보살마하살ㆍ청정무구금광명(淸淨無垢金光明)보살마하살ㆍ선위의선행(善威儀善行)보살마하살ㆍ종지용지세왕(從地踊持世王)보살마하살ㆍ천언설견고음성(天言說堅固音聲)보살마하살ㆍ득일체법자재(得一切法自在)보살마하살ㆍ자씨(慈氏)보살마하살이었는데, 이와 같은 6백만 명의 보살마하살들과 함께 계셨다. 이때 세존께서 입 속에서 대광명을 내셨는데, 그 광명은 해와 달보다 더 밝게 빛났으며, 푸른색과 노란색과 희색과 붉은색과 녹색 등의 여러 가지 색깔을 보였다. 이와 같이 무수히 많은 온갖 색깔의 광명이 한량없고 끝없는 세계와 범세(梵世)를 비추었다. 이와 같이 비추고 나서는 다시 세존의 정수리로 들어갔다. 이때 아난 존자가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고 공경히 합장하고서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신 여래께서 광명을 내시는 데에는 인연이 없을 수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오늘 무슨 인연으로 대광명을 내셨습니까? 원하옵건대 여래ㆍ응공ㆍ정등각이시여, 대자비를 널리 베푸시어 저희들을 위하여 말씀하여 주십시오.” 이때 세존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말한 것처럼 인연이 없는 것이 아니다. 너는 잘 들어라. 내가 너를 위하여 자세히 분별하여 설하겠다. 아난아, 지금 한량없고 끝없는 중생이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증득하고 나아가 열반계(涅槃界)를 얻게 되었기에 이러한 인연으로 말미암아 이 광명을 낸 것이다.” 이러한 말씀을 하실 때 인날라부제(印捺囉部帝)라고 이름하는 한 천자(天子)가 네 종류의 병사를 거느리고, 또 온갖 공양구를 지니고서 부처님 계신 곳으로 왔다. 부처님 처소에 이르러 모든 공양구로써 공경히 공양하고 부처님의 두 발에 예배드린 다음 한쪽에 머물러 서서 ‘나는 지금 매우 깊고도 깊은 법에 대해 듣고 싶다’고 생각하였다. 곧 다시 세존의 발에 얼굴을 대고 예배드린 다음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고 공경히 합장하고서 부처님께 여쭈었다. “박가범(薄伽梵)이시며 삼계의 큰 스승이시며 모든 중생의 아버지이시여, 저는 어린아이와 같아서 지혜가 없고 어리석은 데다 방편도 없고 또한 장님과도 같으며 성냄이 많습니다. 오직 원하옵건대 세존이시여, 저를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어떤 방편으로써 저의 모든 근(根)으로 하여금 모든 경계(境界)에서 마땅히 무생법인을 얻게 할 수 있겠습니까?” 이때 세존께서 저 왕의 말에 찬탄하시며 말씀하셨다. “장하다, 장하다. 그대가 물은 뜻을 아노니, 미래의 말법 중생들을 위하여 그들로 하여금 무생인을 얻게 하기 위한 것이다.” 이때 세존께서 대왕에게 말씀하셨다. “나에게 네 가지 최상의 법이 있으니, 만일 어떤 이가 이것을 듣는다면 반드시 무생법인을 얻게 될 것이다.” 이때 아난이 대중 가운데서 이 말씀을 듣고 곧 앞으로 나와 부처님께 예배드린 다음 합장한 채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무엇을 이름하여 네 가지 법이라고 합니까?” 그러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네 가지 법이란, 단지 자신만을 이익이 있게 할 뿐 남에게 이익을 줄 수는 없는 성문승(聲聞乘)과 연각승(緣覺乘)의 두 가지 승(乘)과, 또한 방광대승(方廣大乘)과 저 최상금강대승(最上金剛大乘)의 두 가지 승이다. 이들을 네 가지라고 한다.” 이때 아난이 다시 여쭈었다. “이 금강대승은 어떤 성품[性]입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어떤 보살이 최상의 대보리심(大菩提心)을 낸다면, 이를 곧 금강승(金剛乘)의 성품[性]이라 이름한다. 이 보리심은 능히 자신을 이롭게 하고, 또 남도 이익되게 한다. 이와 같은 보살마하살은 방편을 깨달아 행하여 능히 모든 근이 각 경계의 소연(所緣)과 소작(所作)에서 무생법인을 얻게 한다.” 이때 저 인날라부제왕은 세존께서 아난을 위하여 이 네 가지 법을 설하시는 것을 듣고는 큰 환희심이 일어나서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무엇을 보살마하살이 방편을 깨달아 능히 모든 근이 각 경계의 소연과 소작에서 무생인을 얻는다고 하는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대왕에게 말씀하셨다. “지난 과거의 한량없고 끝없는 불가사의한 대겁(大劫) 이전에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셨으니, 명호는 일청정광명(日淸淨光明) 여래ㆍ응공(應供)ㆍ정등각(正等覺)ㆍ명행족(明行足)ㆍ선서(善逝)ㆍ세간해(世間解)ㆍ무상사(無上士)ㆍ조어장부(調御丈夫)ㆍ천인사(天人師)ㆍ불세존(佛世尊)이다. 그 불세계는 대묘향(大妙香)이라고 이름하였으며, 이 일청정광명여래의 수명은 9만 겁이었고, 저 부처님 세계에 있는 중생들은 총명한 지혜로 모두 다 대보리심을 내었다. 그때 세상에 전륜왕과 같은 힘 있는 정진수(精進授)라는 왕이 네 종류의 병사를 앞뒤로 거느리고 저 부처님 처소로 나아가 온갖 향과 꽃을 부처님께 공양하였다. 그리고는 예배하고 둥글게 돌고 난 다음 무릎을 꿇고 합장한 채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어떻게 하면 모든 근이 경계의 소연과 소작에서 무생법인을 얻게 할 수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정진수대왕에게 말씀하셨다. ‘모든 과거와 미래와 현재의 모든 부처님 세존께서 또한 이 방편을 말씀하시어 모든 근이 각 경계의 소연과 소작에서 깨달아 능히 무생법인을 획득할 수 있게 하셨다.’ 이때 정진수가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어떤 것이 보살마하살의 본성(本性)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보살의 본성이란 곧 이 대자(大慈)와 대비(大悲)와 대희(大喜)와 대사(大捨)이니, 이 네 가지 법이 바로 보살의 본성이다. 보살이 이와 같은 네 가지 법을 즐겨 행하면 능히 모든 중생으로 하여금 무생법을 얻게 할 수 있다.’ 이때 일청정광명여래께서 왼쪽에 있는 모든 대보살마하살들을 돌아보시고 금강수(金剛手)보살에게 말씀하셨다. ‘금강수여, 그대는 저 정진수(精進授)의 왕궁에 가서 왕이 물은 금강대승(金剛大乘)에 대하여 말해 주어라. 그대는 왕을 위하여 그리고 중생의 온갖 근기[根性]에 따라 보살마하살의 방편행을 연설하여 그들로 하여금 무생법인을 얻게 하라.’ 금강수보살은 부처님의 명을 듣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댄 다음 부처님을 향하여 합장한 채 아뢰었다. ‘제가 이제 여래의 성스러운 뜻을 받들어 가서 그들을 제도하여 해탈시키겠습니다.’ 이때 정진수왕이 부처님께서 하신 말씀을 듣고 곧 금강수보살 앞에 나아가 머리를 땅에 대고 예배하고 나서 거듭 청하였다. ‘오직 원하옵건대 보살이시여, 부처님의 명을 받들어 지성으로 살피시어 저희 궁궐로 오셔서 저를 위하여 금강대승을 연설하여 주십시오. 그리하여 저로 하여금 깨달아 무생인을 증득하게 하시고,, 또한 미래의 모든 중생들로 하여금 큰 이익을 얻게 하여 주십시오.’ 이때 금강수가 아무 말이 없자, 왕은 허락한 줄 알고 곧 네 종류의 병사를 정돈하여 앞뒤로 따르게 하고는 곧 보살과 동승(同乘)하여 궁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햇빛 가리개와 당기ㆍ번기와 향과 꽃과 음악을 베풀어 보살에게 공양하였다. 이때 그 왕성(王城)은 최상(最上)이라고 이름하였는데, 성안에 있는 사람들이 보살이 온다는 소리를 듣고 지나가는 길에 다투어 향과 꽃으로 공양하였다. 보살이 왕궁에 도착하자 정진수왕이 다시 7보로 된 사자좌를 마련하여 보살에게 앉기를 청하고는 온갖 금은과 진귀한 보배를 바쳤으며, 알가상묘향수(閼伽上妙香水)를 가득 채운 보병(寶甁)과 다섯 가지 공양을 보살에게 올렸다. 또 많은 필추들도 법을 듣고자 하여 역시 향과 꽃을 가지고 와서 보살에게 바쳤다. 이때 금강수보살이 곧 부처님께 들은 법식(法式)대로 대만나라(大曼拏羅)에 들어가 금강정수(金剛淨水)로 왕에게 관정(灌頂)하였다. 정진수왕이 관정을 받고 나니, 다시 모든 비구들과 모든 찰제리(刹帝利)와 바라문(婆羅門)과 폐사(吠舍)와 수다(首陀) 등이 모두 다 왕궁으로 와서 보살이 있는 곳에 이르러 법을 듣고자 하여 곧 보리심을 내고 금강승에 들어갔다. 이때 금강수보살이 곧 그들을 위하여 보살마하살의 행(行)과 모든 근법(根法)의 종상(種相)과 니타나방편(尼陀那方便) 등과 나아가 여래부(如來部)와 금강부(金剛部)와 보부(寶部)와 연화부(蓮華部)와 갈마부(羯磨部)에 이르기까지 금강승에 의거하여 상응(相應)과 삼마지(三摩地)와 삼마발저(三摩鉢底) 등의 방편을 연설하여 모두 깨달아서 열반계를 다하도록 하였다. 이때 남인도의 왕 정진수는 돈독한 믿음으로 부처님을 공경하고 중히 여기며 최상법을 즐겨 구하여서 금강대승에 들어갔다. 또 중생의 근기에 따라 상응과 삼마지와 삼마발저를 즐겨 구하여서 방편을 깨닫고 무생인을 얻어 열반계를 다하였다. 또 미리야박리마(尾哩野嚩哩摩)라고 이름하는 북인도의 왕 역시 이와 같았으며, 묘비(妙臂)라고 하는 동인도의 왕도 이와 같았고, 백비(百臂)라고 하는 서인도의 왕도 이와 같았다. 또한 백천(百千) 필추가 많은 보배로 장식한 매우 묘한 의복을 가지고 함께 보살이 있는 곳으로 와서 공경히 공양하고 예배하고는 둥글게 돌고서 보살에게 여쭈었다. ‘저희들이 깊은 마음으로 최상금강대승(最上金剛大乘)을 즐겨 구하고, 또 중생의 근기에 따라 상응과 삼마지와 삼마발저를 즐겨 구하여서 모든 방편을 깨달아 무생인을 증득하고 열반계를 다하려 합니다.’ 이때 또한 나라 안의 인민(人民) 중에서 보고 듣고 따라 기뻐하는 사람들 역시 다 대보리심을 일으켰다. 그때 세상에는 또 각룡(覺龍)ㆍ각수(覺授)ㆍ법룡(法龍)ㆍ현수(賢授)ㆍ덕수(德授)ㆍ해수(海授) 등과 같은 많은 금강아사리(金剛阿闍利)들이 있었는데, 이와 같은 아사리들이 보살이 말한 상응(相應)의 법을 듣고 모두 다 무생법인을 증득하였다. 이때 동인도의 왕인 묘비(妙臂)가 중궁(中宮)의 왕비와 빈(嬪)과 궁녀와 채녀(婇女) 그리고 성안의 법을 좋아하는 인민들과 함께 근본최상법(根本最上法) 가운데 삼마지 상응의 법을 성취하여 자재하게 사라지게 되었다. 또한 이 인도 안에 있는 현군(賢軍)과 덕군(德軍)과 적정군(寂靜軍)과 오다라군(烏多羅軍)과 무변장(無邊藏)과 천장(天藏)과 선력장(善力藏) 등과 같은 모든 금강아사리들과 또 나다(捺多)바라문과 하리삼막(訶哩三謨)바라문과 분다리가(奔茶利迦)바라문과 발눌마(鉢訥摩)바라문과 같은 모든 바라문들이 보살이 설한 금강대승과 상응하는 삼마지법(三摩地法)을 듣고 모두 다 무생법인을 획득하였다. 이때 서인도왕 백비(百臂)와 그 중궁(中宮)의 왕비와 채녀 등이 보살이 설한 매우 깊은 금강대승과 모든 법요(法要)를 듣고 모두 다 금강지(金剛智)로 섭수하는 상응삼마지성취법을 증득하였으며, 몸을 감추매 자재하게 되었다. 이 인도에는 또 지밀(智密)과 선밀(善密)과 현밀(賢密)과 혜밀(慧密)과 혜현(慧賢)과 무구현(無垢賢) 등의 많은 금강아사리가 있었고, 또 선의 비사(善意毘舍)와 인날라바(印捺囉波) 비사와 인날라라(印捺囉囉) 비사와 정광(淨光) 비사 등의 모든 비사들이 있었는데, 이 아사리와 비사들이 보살이 설한 최상의 금강대승과 모든 묘법(妙法)을 듣고 모두 다 무생법인을 증득하였다. 북인도왕 니리야박리마(尾哩野二合嚩哩摩)가 중궁의 왕비와 채녀들과 즐거이 금강대승에 들어간 모든 인민과 사문, 그리고 바라문들과 함께 이 법 가운데에서 보살이 설한 법요를 듣고는 역시 금강지로 섭수하는 진실상응삼마지를 성취하였으니, 또한 몸을 감추매 자재하게 되었다. 이때 금강수보살이 저 모든 왕과 사문과 바라문과 비사 등을 위해 6년 동안 금강대승과 모든 법요를 설하여서 그 모든 왕과 법을 좋아하는 대중들로 하여금 모두 이로움과 즐거움을 얻게 하였다. 또 모든 성취법을 연설하였으니, 이른바 팔대성약(八大聖藥)과 안약(眼藥)과 칼[劍]과 그물[羂索]과 금강륜(金剛輪)과 금강저(金剛杵)와 보병(寶甁)과 가죽신 등과 그리고 수라굴(修羅窟)에 들어가는 것과 경애(敬愛) 등의 모든 성취법이었다. 이때 모든 왕과 사문과 바라문 등이 항상 따르며, 가르침을 듣고 믿었다. 이때 금강수보살이 저 대중들에게 말하였다. ‘지금 저곳에 마희날라(摩呬捺囉)라고 하는 큰 명산(名山)이 있는데, 그 산의 꼭대기는 평평하고 넓으며, 또한 정원과 연못이 있어 유쾌한 곳이니, 그대들 모든 왕과 사문과 바라문과 폐사와 수다 등 모든 금강대승을 익히고 배운 사람들은 모두 함께 그 산에 가서 닦고 익히며 머물라.’ 그 후 어느 날 홀연히 대중들에게 말하였다. ‘저 일청정광명 여래ㆍ응공ㆍ정등각께서 열반에 드시려 하니, 그대들은 지금 나와 함께 부처님 계신 곳에 가서 관정받기를 구해야 한다.’ 이때 금강대승을 닦고 익힌 모든 대중들이 곧 보살과 함께 온갖 수승하고 묘한 향과 꽃을 가지고 일청정광명여래의 처소로 갔다. 그곳에 이르러 향과 꽃을 올리어 대공양을 하고 둥글게 돌며 찬탄한 다음 얼굴을 땅에 대고 부처님의 두 발에 예배드려 공경을 다하고 나서 함께 부처님 앞에 앉았다. 이때 금강수보살이 모인 대중 앞에서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고 금강합장을 하여 자기 가슴 위에 놓은 다음 세존께 여쭈었다. “제가 여래의 교칙을 받들어 저 왕궁에 가서 모든 왕들과 사문과 바라문과 나아가 보리심을 내어 금강대승 배우기를 구하는 모든 사람들을 위해 금강대승과 모든 근(根)의 경계(境界)의 소연(所緣)과 소작(小作)의 온갖 법을 연설하여 모두 무생법인을 획득하게 하였습니다. 세존이시여, 제가 이제 여래의 금강대승 법 가운데에서 저 배우는 대중들과 함께 관정받기를 구하오니, 원하옵건대 여래께서는 자비로써 허락하여 주십시오.” 이때 일청정광명여래께서 좌우로 돌아보시고는 입 속에서 대광명(大光明)을 내셨다. 그 광명은 찰나간에 오색(五色)으로 항하(恒河)의 모래와 같은 모든 불국토를 비추었는데, 위로는 범세(梵世)에 이르기까지 모두 다 비추었다. 이처럼 비추고 난 다음 곧 다시 돌아와 세존의 입 속으로 들어갔다. 이때 그 광명이 비친 불국토의 모든 여래께서 모두 다 찬탄하시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저 금강대승이 일체승(一切乘)을 다 거두니, 과거와 미래와 현재도 또한 이와 같아서 저 금강대승이 일체승을 다 거둔다.’ 이때 저 배우는 대중들이 곧 금강대승에서 관정을 얻었고, 관정을 얻은 다음 모두 머리를 땅에 대고 세존이신 일청정광명여래와 금강수보살의 발에 예배드렸다. 그리고는 다시 천 번을 돌고 나서 환희하며 찬탄하고는 각기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갔다. 이때 일청정광명여래께서 그 뒤 얼마 안 있어 반열반(般涅槃)에 드셨고, 부처님께서 열반하신 후 법이 천년 동안 머물렀다. 이때 금강수보살이 다시 마희날라산에 가서 안주하였다. 이때 금강대승을 배운 모든 사람들이 서로 말하였다. “우리들의 본사(本師)이신 보살께서 저 산에 돌아가 계시니, 우리는 마땅히 함께 저 산에 가서 받들어 모시고 공양하며 금강대승과 일체 사업(事業)을 스스로 닦고 익혀야 한다.” 이때 저 일체 사문과 바라문 등의 배우는 대중들은 각각 향과 꽃과 모든 공양구를 가지고 곧 함께 마희날라산의 금강수보살이 있는 곳으로 나아갔다. 그 산에 당도하여 각각 향과 꽃과 보배노리개[寶玩]를 올려 보살에게 공양하고 둥글게 돌며 예배드린 다음 우러러보며 머물렀다. 이에 보살이 저 배우는 대중들이 모두 산 속에 와서 친근히 공양하며, 사업을 닦아 익히려는 의지가 굳은 것을 보고 곧 대중에게 말하였다. “그대들은 각기 나의 최상금강대승의 모든 법요(法要)를 들어 모두 다 무생법인을 증득하고 열반계를 다하였다. 그대들은 잘 들어라. 나의 스승이신 일청정광명여래께서 이미 열반에 드셨으니, 중생이 박복(薄福)하여 믿고 의지할 데가 없구나. 내가 그대들에게 말하는 것을 그대들은 잘 받아 행하라. 부처님께서 입멸하신 후에는 저 금강아사리가 바로 그대들의 스승이다. 왜냐하면 저 아사리는 능히 불국토를 보호하여 지킬 수 있고, 또 능히 금강비밀법을 지킬 수 있으므로 사자명(四字名)을 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곧 여래의 모습이니, 그대 대중들은 마땅히 그 스승을 항상 존중하고 예배하고 공양하여 부처님과 같다는 생각을 하여야 한다. 그러면 곧 모두 모든 여래께서 항상 옹호하실 것이니, 이는 곧 모든 여래를 바로 앞에서 보는 것이다. 그대 배우는 대중들은 항상 저 스승을 받들어 섬기고 공양할지니, 모든 필요한 좌구(坐具)나 와구(臥具)나 의본이나 탕약 등 일체의 필요한 것들이 부족하지 않게 하고, 비록 항상 가까이서 모시더라도 스승의 그림자를 밟지 말며, 모든 동학(同學)에 대하여 가깝고 멈을 가리지 말고 한마음으로 평등히 대하라. 선남자여, 만일 어떤 학인이나 그 밖의 사람들이 금강아사리와 금강대승을 배우는 사람들에게 믿지 않는 마음을 내고 악한 생각을 일으켜 다시 헐뜯고 비방한다면, 이런 사람들은 그 과보로 마땅히 지옥이나 축생이나 그 밖의 악취(惡趣)에 떨어질 것이다. 왜냐하면 일체의 모든 법이 그로부터 생기기 때문이니, 만일 헐뜯는 자가 있다면 이는 곧 법을 헐뜯는 것이기에 이런 과보를 받는 것이다. 만일 어떤 중생이 윤회를 아직 끊지 못하고 와서 배우기를 구한다면 마땅히 근기에 따라 그를 위하여 금강대승을 설하여 그로 하여금 금강삼매에 들어갈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다.” 금강수보살이 또 말하였다. “이 금강대승은 바로 일체 여래이며 일체 여래는 곧 큰 지혜이니, 그대 배우는 대중들이 만일 삼매에 의지하지 않고 나의 가르침을 어긴다면 그대들을 잿더미처럼 파괴시킬 것이다.” 이에 보살이 곧 금강수(金剛水)를 배우는 대중들에게 주어 마시게 하고, 다시 대분노인(大忿怒印)을 맺어 배우는 대중들의 정수리 위에 놓아 가피(加被)한 다음 다시 말하였다. “불자(佛子)들이여, 이제 그대의 몸은 곧 금강삼매를 지닌 몸이니, 만일 어기거나 범하여 따르지 않는 자가 있다면 나의 금강삼매인(金剛三昧印)과 분노인(忿怒印)으로 그를 파괴하리라.” 또 보살이 곧 앞의 부처님 법식(法式)대로 모든 배우는 대중을 위하여 관정을 해주고 다시 경각진언(警覺眞言)을 외워 그들로 하여금 깨닫게 하였다. 그리고 다시 금강저(金剛杵)를 보여주며 스스로 자기의 이름을 부르면서 모든 제자들의 몸의 여덟 곳에 가피하였다. 이때 금강대승을 배우는 대중들이 보살에게서 모든 법식(法式)을 배우고 나서 곧 보살을 향하여 온갖 찬탄을 한 다음 공경히 공양하고 사례하였다. 그리고 다시 말하였다. ‘저희들은 각기 보살의 가르침대로 금강아사리 처소에서 받들어 모시고 공양하며 찬탄하여 한결같이 성지(聖旨)대로 하겠습니다.’ 이때 금강수보살마하살은 교화를 마친 다음 곧 그곳에서 사라져 보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