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034_0290_b_01L보리심관석(菩提心觀釋)


법천(法天) 한역
박혜조 번역


본사이신 대각세존께
목숨 바쳐 귀의하며
제가 이제 간략히
보리심관을 해석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 설하신 것처럼 마음으로부터 일체법이 생기나니, 내가 이제 마땅히 보리심을 논의하고자 한다.
어떠한 것이 성품인가? 모든 성품을 여읜 것이라 답한다.
어떠한 것이 모든 성품인가? 오온ㆍ십이처ㆍ십팔계 등의 성품을 말한다. 저 보리심은 취하고 버림을 여읜 까닭에 곧 법에 ‘나’가 없고 자체의 성품이 평등하여 본래 생겨나는 것이 아니니, 자체의 성품이 공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일체성이란 것은 ‘나’ 등의 성품이니, 나라는 성품ㆍ남이라는 성품ㆍ중생이라는 성품ㆍ목숨이라는 성품ㆍ보특가라1) 그리고 마노박가2) 등등의 성품을 일컫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성품들은 보리심이 아니니, 무슨 까닭인가? 저 ‘나다 남이다’ 하는 일체의 성품은 자체 성품이 모든 상을 여읜 가운데에서 도리어 나라는 견해를 낸 것이고, 나라는 견해로부터 일체 번뇌를 낳은 것이지 이것이 저 보리심을 낳은 것은 아니다. 혹 오온ㆍ십이처ㆍ십팔계 등도 취하고 버림을 여의었다고 말하는 것은 소위 오온ㆍ십이처ㆍ십팔계 등의 성품의 진실한 이치를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어떻게 색상(色相) 등이 실답지 않다고 하는가? 색온은 사대가 화합하여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사대란 곧 지계ㆍ수계ㆍ화계ㆍ풍계로서 다시 다섯 가지 색진을 내는데, 바로 색ㆍ성ㆍ향ㆍ미ㆍ촉이다. 이러한 지대ㆍ수대ㆍ황대ㆍ풍대 등의 사대와 다섯 가지 색진ㆍ성진ㆍ향진ㆍ미진ㆍ촉진 등 낱낱이 각각의 자체 성품을 얻을 수 없다. 이와 같이 모든 법이 다 마찬가지다. 따라서 색진이란 이름이 허망함을 알 것이고, 이를 말미암아 색온이 공함을 알게 되리니, 비유하자면 나무 때문에 그림자가 생겼으므로 나무가 없어지면 그림자도 사라지는 것과 같다. 색온이 이와 같고 수온(受蘊)도 또한 이와 같다.
어떠한 것을 수온이라 이름하는가? 수온(受)에 세 가지 종류가 있으니, 괴로운 느낌ㆍ즐거운 느낌ㆍ괴롭지도 즐겁지도 않은 느낌이다. 이 세 가지 느낌이 서로서로 인연이 되어 다시 두 종류의 느낌이 있으니, 육체적 느낌[身受]과 심리적 느낌[意受]3)이다. 육신은 색온에 속하는 것이므로 육신을 얻을 수 없다. 그러므로 만일 육신이 없다면 곧 느낌도 없을 것이다. 또 말할 수 없고 집착할 것도 없으니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육체적 느낌이 이와 같다면 심리적 느낌도 또한 마찬가지인, 수온도 마찬가지이므로 수온의 공함을 보게 된다.
상온(想蘊)도 또한 허망하고 실재하지 않는다. 연려심4)에 해당되나 그 연려심도 얻을 수 없기 때문에 곧 연려심이 아니며, 연려심이 아닌 까닭에 상온의 공함을 보게 된다.
상온이 이와 같으므로 행온(行蘊)도 또한 이와 같으니, 마음으로 만들어 낸 착한 의도와 기억과 생각 등의 행(行)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 심법이 낳은 색온 등의 오온 하나하나에도 생겨난 바가 없다. 그러므로 행온의 업상도 참되지 못하며 또한 주재하는 것이 없음을 알게 되리니, 곧 행온의 공함을 보게 된다.
행온이 이와 같으므로 식온도 또한 이러하니, 이에 안ㆍ이ㆍ비ㆍ설ㆍ신ㆍ의와 안식(眼識) 등 하나하나의 자체 성품은 모두 얻을 수 없다. 저 안근이 어떤 색진(色塵)을 반연하고 그 반연으로부터 식이 나오는 것이니, 반연하지 않는다면 식도 생기지 않게 된다. 그러므로 이 안근과 색진과 저 색온 등은 나눌 수가 없다. 이 안근과 색진을 분별하면 곧 안근과 색진이 아니라서 식도 생겨날 것이 없다. 안식이 이와 같고, 이식ㆍ비식ㆍ설식ㆍ신식ㆍ의식도 또한 이러하다. 그러므로 이 식온이 말나식(摩那識)을 의지한 것임을 알게 된다. 말나식을 의지하는 까닭에 곧 과거법ㆍ미래법ㆍ현재법이 발생하는 것인데, 어떠한 것이 과거법ㆍ미래법ㆍ현재법인가? 과거법은 이미 멸한 것이고, 미래법은 아직 생기지 않은 것이며, 현재법은 머물지 아니하는 것을 일컫는다. 이 때문에 식온이 공함을 알게 된다.
이와 같이 낱낱이 오온ㆍ십이처ㆍ십팔계를 설명하였다. 각각 분별하면 자체성품은 모두 공하지만, 저 오온ㆍ십이처ㆍ십팔계가 성품이 없는 것도 아니라고 하는 것 또한 진실한 말이다. 비유하자면 종자가 없으면 싹이나 줄기도 생기지 아니하나니, 그러므로 저 오온ㆍ십이처ㆍ십팔계 등은 또한 취하고 버림을 여의었다고 하는 것이다.
어떻게 보리심은 취하지도 않고 버리지도 않는다고 하는가?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것과 같으니, 부처님께서는 비밀주(秘密主)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저 보리심은 여래께서 올바로 깨달아 요달해 아나니, 저 보리심은 청색도 아니고 황색도 아니며 적색도 아니고 백색도 아니며 홍색도 아니고 수정빛도 아니다. 짧지도 않고 길지도 않으며, 둥글지도 않고 모나지도 아니하며, 밝지도 않고 어둡지도 않고, 여자도 아니고 남자도 아니며 황문(黃門)5) 등도 아니다. 또 비밀주야, 보리심은 욕계의 성품도 아니고 색계의 성품도 아니며, 천(天)의 성품이나 야차의 성품도 아니다. 또한 건달바의 성품이나 아수라의 성품도 아니고, 인(人)의 성품도 아니고 비인(非人)의 성품도 아니어서, 모든 지혜로 구해 보아도 또한 구할 수 없다.”
이와 같이 취하는 마음이 있지 아니하거늘 어떻게 버리는 마음이 있다고 말하겠는가? 그러므로 또한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것과 같으니, 비밀주에게 이렇게 이르셨다.
“보리심은 안에도 없고 밖에도 없으며 중간에도 없으니,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자체 성품은 고요하기 때문이다. 또 비밀주야, 저 보리심은 일체지로 구하여도 얻을 수 없거늘 어찌 탐하여 취하고 싫어하여 버리는 마음을 얻을 수 있겠느냐? 이와 같이 법에 대해 취하고 버리는 마음을 여의게 되면 평등하여 ‘나’가 없으니, 저 일체법에 ‘나’가 없는 것도 마찬가지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것같이 보리심도 마찬가지이니, 일체법이 공하여 무상(無相)이고 무아(無我)이며, 모든 법은 고요하면서 고요한 모양도 없다. 마음은 본래 평등해서 본래 생기지도 않고 또한 생기지 않는 것도 아니다. 다시 어떠한 성품인가? 공성(空性)이라 대답한다. 공성은 어떠한 성품인가 하면 허공과 같기 때문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것같이 허공의 성품이 비어서 비유할 것이 없는 것과 같기 때문이니, 보리심도 또한 마찬가지다. 보리라는 이름은 성품도 아니고 모양도 아니며, 나지도 않고 멸하지도 아니하고, 깨달음도 아니며 깨달음이 없는 것도 아니다. 이와 같이 명료하게 아는 것을 이름하여 보리심이라고 한다.
또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것과 같으니, 비밀주에게 이렇게 이르셨다.
“스스로 본래 마음을 참되고 명료하게 알면, 법이 없다는 것도 또한 얻을 수 없다. 이런 까닭에 아뇩다라삼먁삼보리라고 하는 것이다.”
또 비밀주에게 이르셨다.
“마땅히 자기 마음을 참되게 관찰한 후에 방편을 일으켜서 중생을 관찰해야 모든 중생이 자각(自覺)의 성품을 참되게 알지 못해 의심과 망상의 전도된 집착을 일으키는 바람에 갖가지 윤회의 큰 괴로움을 받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내가 이 때문에 대비심을 일으켜 모든 중생으로 하여금 스스로 심법을 참되게 증득하여 깨닫게 하는 것이다. 이것을 곧 보리심이라 이름하고, 이익심, 안락심(安樂心), 최상심(最上心), 법계선각심(法界善覺心)이라 이름한다. 이와 같은 지혜로 모든 중생을 아우르는 까닭에 보리심이라 이름하나니, 이 마음을 낸 까닭으로 얻는 복덕도 또한 허공처럼 끝이 없고 그 공덕의 바다도 또한 다시 한량이 없다. 비록 다시 겁을 다하더라도 공덕이 다함없으리니, 이와 같은 것을 이름하여 일체 지혜의 근본인 최상의 보리심을 내었다고 하는 것이다.”
034_0290_b_01L菩提心觀釋西天譯經三藏朝散大夫試鴻臚卿傳教大師臣 法天奉 詔譯歸命本師 大覺世尊我今略釋 菩提心觀如佛所說從心生一切法我今當議彼菩提心云何性荅離一切性云何一切性謂蘊界等性彼菩提心離取捨故則法無我自性平等本來不自性空故所言一切性者是我等謂我衆生壽者補特伽羅摩拏嚩迦等性而彼等性非菩提心於意云何謂彼我等而於自性離一切相而生我見從我見生一切煩惱不生彼心或言蘊界等亦離取捨謂蘊界等性眞實理不可得故何色相等無實謂色蘊四大合成故四大者卽地風界復生五色彼地大等及五色等一一各自性不可得如是諸法皆然故知色名虛假由此知色蘊空譬如因樹有影樹滅影亡色蘊如是受蘊亦然云何名受受有三種謂苦受非苦樂受而此三受互相因緣有二種謂身受意受身色蘊攝身不可得故若無身卽無受亦不可言不可說非短非長非色非相無實無不可知故身受如是意受亦然蘊如是見受蘊空想蘊亦虛假不實緣慮所攝而彼緣慮不可得故卽非緣慮非緣慮故見想蘊空想蘊如是行蘊亦然心所造作善意記念等行無所有故彼心法所生色等蘊一一無所生是故知行蘊業相不實亦無主宰卽見行蘊空行蘊如是識蘊亦乃至眼彼眼識等一一自性皆不可得彼眼緣有色從緣生識無緣卽不生識而此眼色及彼色蘊等無分齊此分別眼色卽非眼識無所生眼識如是亦然如是知此識依止摩曩識由依止摩曩識故卽發生過去未來見在法故云何過去未來見在法謂過去已滅未來未生見在不住由是知識蘊空如是一一說蘊各各分別自性皆空彼非無性卽眞實句喩無種子不生芽莖是故說彼蘊界等亦離取捨云何菩提心無取無捨佛所說告祕密主彼菩提心如來應正等覺了知彼心非靑非黃非赤非非紅色非頗胝迦色非短非長圓非方非明非暗非女非男非黃門又祕密主菩提心非欲界性非色界性非天性非夜叉非乾闥婆非阿修羅非人非非人等性乃至一切智求亦不可得如是取心非有云何言有捨故又如佛說告祕密主菩提心非內非外非中閒不可得故於意云以自性寂靜故又祕密主彼菩提心一切智求不可得云何得取捨是於法得離取捨平等無我如一切法無我亦然如佛所說菩提心亦然一切法空無相無我諸法寂靜無寂靜相心本平等本來不生亦非不生復云何性荅曰空性空云何性謂如虛空故如佛所說虛空之性空無喩菩提之心亦復如是菩提之名非性非相無生無滅非覺非無覺若如是了知是名菩提心又如佛說告祕密主於自本心如實了知於無有法亦不可得是故名阿耨多羅三藐三菩提又告祕密主當於自心如實觀然後發起方便觀於衆生知諸衆生於自覺性不如實知起於疑妄倒執著受於種種輪迴大苦我由此起大悲心令諸衆生於自心法實證覺是卽名爲菩提心是名利益安樂心最上心法界善覺心以如是智攝諸衆生故名菩提心發此心所獲福德亦如虛空無有邊際功德海亦復無量雖復劫盡功德無如是名爲發一切智根本最上菩提心菩提心觀釋一卷乙巳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雕造
  1. 1)범어 pudgala의 음역, 중생의 ‘나;를 말한다.
  2. 2)범어 māṇava 또는 māṇavaka의 음역. 마나박가(摩納縛迦)`마납(摩衲)`마나바(摩那婆)`마납바(摩納婆)라고 하는데, ‘승아(勝我)’ 곧 ‘수승하고 묘한 나’라는 뜻이다.
  3. 3)안식(眼識) 내지 신식(身識)의 전5식(前五識)으로 느끼는 수(受)는 육체적 수이기 때문에 이것을 신수(身受)라고 하며, 제6의식(第六意識)으로 느끼는 수는 정신적 수이기 때문에 이것을 심수(心受)라고 하는데, 이를 합해 2수(受)라고 한다.
  4. 4)대상을 포착하여 분별ㆍ사유하는 마음.
  5. 5)범어 반택가(半擇迦)의 번역. 내시처럼 남근이 없는 사람. 중국에서 대궐문을 누른 빛으로 칠하고, 이 문을 내시로 하여금 지키게 하였으므로 이들을 황문(黃門)이라 칭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