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舍衛國)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에 계시어, 큰 비구들과 함께하셨다. 그때 존자(尊者) 아난(阿難)은 부처님 처소에 왔다. 부처님 처소에 이르자, 그는 머리를 부처님의 발에 대어 예배하고 합장하여 경의를 표하면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사소한 의심이 있어 여쭙고자 합니다. 부디 세존께서는 저에게 설명해 주십시오. 제가 보기에는 세상에는 세 가지 향이 있습니다. 말하자면 뿌리의 향ㆍ꽃의 향ㆍ열매의 향이라는 것입니다. 이 세 가지 향은 어느 곳이든 두루하여, 바람이 있어도 풍기고 바람이 없어도 풍깁니다. 그런데 이 향은 어찌하여 그러합니까?”
그때 세존께서는 존자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아난아. 이 세 가지 향이 어느 곳이든 두루하여, 바람이 있어도 풍기고 바람이 없어도 풍긴다라는 이런 말은 하지 말아라. 이 세 가지 향은 바람이 있거나 바람이 없거나 간에 어느 곳이든 두루 풍기는 것이 아니란다. 아난아, 너는 지금 널리 두루 하는 향에 대해 듣고 싶으냐. 잘 들어라. 내가 너를 위하여 말해 주겠다.”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 듣고 싶습니다. 부디 말씀하여 주십시오.”
034_0520_b_16L阿難白佛言:“世尊!我今樂聞,唯願宣說。”
034_0520_c_01L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바람이 있거나 바람이 없거나 간에 온 시방에 두루하는 향이란, 다음과 같은 것을 말한다. 즉 세간에 사는 선남자와 선여인이 부처의 청정한 계를 지니어 모든 바른 일[善法]을 행한다고 하자. 다시 말하자면 살생ㆍ도둑질ㆍ음행ㆍ거짓말ㆍ음주 등을 하지 않는다고 하자. 이 선남자와 선여인은 이와 같은 계의 향(戒香)을 시방에 두루 풍기니, 저 시방 세계에서 모두 다 칭찬하며 이런 말을 할 것이다. ‘저 어떤 성에 사는 선남자와 선여인이 부처의 청정한 계를 지니어 모든 바른 일을 행하는구나. 다시 말하자면 살생ㆍ도둑질ㆍ음행ㆍ거짓말ㆍ음주 등을 하지 않는구나.’ 이러한 계율의 법(戒法)을 갖추게 되면, 이 사람은 이와 같은 계의 향을 얻게 된다. 그러면 바람이 있거나 바람이 없거나 간에 온 시방에 두루 풍기니, 모두가 칭찬하고 그들에게 사랑과 존경을 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