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034_0563_a_01L불설제석소문경(佛說帝釋所問經)
034_0563_a_01L佛說帝釋所問經


서천 역경(譯經)삼장 조봉대부(朝奉大夫) 시광록경(試光祿卿)
명교대사(明敎大師) 신 법현(法賢) 한역
034_0563_a_02L西天譯經三藏朝奉大夫試光祿卿明敎大師臣法賢 奉 詔譯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034_0563_a_03L如是我聞
한때 부처님께서는 마가타국(摩伽陀國) 왕사성(王舍城)의 동쪽 암라(菴羅) 동산 큰 바라문 촌락의 북쪽 비제희산(毘提呬山) 제석 바위[帝釋巖]에서 대중들과 함께 계시었다.
034_0563_a_04L一時佛在摩伽陁國王舍城東菴羅園大婆羅門聚落之北提呬山帝釋巖中與大衆俱
그때에 제석천주(帝釋天主)가 부처님께서 마가타국 비제희산 제석 바위에 계신다는 말을 듣고 오계건달바(五髻乾闥婆) 왕자에게 말하였다.
“너는 아느냐? 내가 들으니 부처님께서 마가타국 비제희산 제석 바위에 계신다 하니, 너와 함께 가서 부처님을 모셔다 공양하려고 한다.”
오계건달바 왕자는 이 말을 듣고 제석천주에게 말하였다.
“네, 매우 좋습니다, 천주시여.”
034_0563_a_06L爾時帝釋天主聞佛在摩伽陁國毘提呬山帝釋巖中卽告五髻乾闥婆王子言汝可知不我聞佛在摩伽陁國毘提呬山帝釋巖中我欲與汝共詣佛所親近供養是時五髻乾闥婆王子聞是語已白帝釋言甚善天主
오계건달바 왕자는 곧 유리 보배로 장식한 공후(箜篌)를 들고 제석의 뒤를 따라 나섰다. 그때 마침 하늘 무리들이 제석천주가 오계건달바 왕자와 함께 부처님을 모셔다 공양하려고 떠난다는 말을 듣고 그들도 각기 마음을 내어 부처님을 모셔다 공양하기를 원하였다.
034_0563_a_12L作是言已卽持瑠璃寶裝箜篌隨從帝釋時彼天衆聞帝釋天主與五髻乾闥婆王子發心往詣佛所親近供亦各發心樂欲隨從往詣佛所親近供養
그때 제석천주는 오계건달바 왕자와 하늘 무리들을 데리고 하늘에서 내려오는데 건강한 사람이 팔을 한번 굽혔다 펴는 동안과 같이 잠깐 사이에 마가타국 비제희산 곁에 도착하였다.
034_0563_a_17L爾時帝釋天主與五髻乾闥婆王子及彼天衆從彼天沒譬如力士屈伸臂頃卽到摩伽陁國毘提呬山
이때에 문득 커다란 광명이 그 산을 두루 비추었는데 마침 산 주위에 살던 사람들이 이 빛을 보고 서로 말하였다.
“저 산이 무슨 까닭으로 불빛이 밝아서 본 모양을 가리워 꼭 보배 산 같구나.”
034_0563_a_20L是時彼山忽有大光普徧照耀山四面所有人民見彼光已互相謂此山何故有大火燃映蔽本相猶如寶山
034_0563_b_01L그때 제석천주가 오계건달바 왕자에게 말하였다.
“너는 이 산에 저렇게 미묘하고 이상한 빛이 있는 것을 보느냐? 부처님께서 이 산에 계시어서 네 가지 일이 깨끗하기 때문이다. 또 이 산에 있는 전당(殿堂)들은 다 보배로 이루어진 것이며, 이 주위에 사는 사람들도 번뇌가 다하고 모두 성자의 도를 증득하였으며, 나아가 큰 힘을 가진 여러 하늘도 늘 여기에 머무른다.”
034_0563_b_01L爾時帝釋天主告五髻乾闥婆王子言汝見此山有如是殊妙色爲佛世尊安止其中四事淸淨復此山所有堂殿悉皆寶成人所居盡諸煩惱悉證聖果乃至大力諸天亦常止此
또다시 말하였다.
“이러므로 우리들이 이런 곳을 다시 만나기가 어려우니 먼저 말한 대로 부처님을 모셔다 공양하는 기회는 바로 이 때이다. 너 오계건달바 왕자는 가지고 있는 악기로 음악을 공양하여라. 이 때를 놓치면 실로 만나기 어려우니라.”
034_0563_b_06L又復告言是故我等難逢難遇如先所說親近供養今正是汝五髻乾闥婆王子可以所持之當作供養何以故過此已往實難値遇
오계건달바 왕자는 이 말을 듣고 제석천주에게 말하였다.
“네, 매우 좋습니다. 정말로 좋은 일입니다.”
034_0563_b_10L乾闥婆王子聞是語已白帝釋言甚善甚善
이렇게 말하고는 생각하였다.
‘모든 부처님께서는 천이통(天耳通)을 갖추셨으므로 멀고 가까움에 관계없이 능히 다 들으시리라.’
034_0563_b_11L說是言已卽起思念諸佛如來具天耳通無遠無近皆悉能聞
그리고 나서 곧 가지고 있던 유리 보배로 장식한 공후를 타니, 그 소리에서 노랫가락[伽陀]이 나오며 노래 속에서 다시 좋아하는 일을 말하였다. 그 노래는 이러하였다.
034_0563_b_13L作此念已卽動所持瑠璃寶裝箜篌於其聲中而出伽陁於伽陁中說所樂事彼伽陁曰

여보 어지신 일광 아씨여
마땅히 아버님께 청을 들여서
나랑 함께 짝을 지어 같이 삽시다.
이내 맘 알아주오, 어진 아씨여.
034_0563_b_15L汝日光賢女
當請求父王
與我爲眷屬
是知汝賢良

그대를 연모하는 이내 심정은
열병에 걸린 이가 몸이 달아서
시원한 자리를 생각하는 듯
목마른 저 사람이 물 생각하듯
034_0563_b_17L我所戀慕汝
譬如熱惱者
思念於淸涼
如渴人思水

병들어 앓는 이가 약 생각하듯
굶주린 젊은이가 밥 생각하듯
커다란 코끼리가 고리에 걸려
앞으로 나아가지 못함과 같네.
034_0563_b_18L如病者思藥
如飢者念食
如大象被鉤
而不能前詣

그리고 성현님네 아라한들이
즐거이 열반 법을 구하듯이
내 지금 온갖 소원 바라는 것은
그 뜻도 또한 다시 이와 같구려.
034_0563_b_19L又如阿羅漢
樂求寂滅法
今我所求願
其義亦復然

탐심과 욕심 번뇌 더욱 더하여
이것이 참다운 것 아니건마는
소원을 바라도 이루지 못해
괴로운 온갖 번뇌 모두 받았네.
034_0563_b_21L貪欲增煩惱
此無有眞實
不果所願求
受種種苦惱

이내 몸 지은 복과 좋은 업으로
아라한 성현님께 공양하여서
과보를 얻게 되면 모두 다 바쳐
마땅히 그대 함께 같이 하리다.
034_0563_b_22L我所作福業
供養阿羅漢
所獲得果報
當與汝共之
034_0563_c_01L
내가 일광 아씨 그리워함은
이 마음 단단하여 변치 않으리.
저 모든 하늘 무리 제석천주여
마땅히 나의 소원 이뤄 주소서.
034_0563_b_23L我求日光女
是意甚堅固
帝釋諸天主
當施我所願

이때에 부처님께서 제석 바위에서 천이통으로 그 소리를 들으시고 곧 신통력으로 멀리 오계건달바 왕자에게 말씀하셨다.
“참 잘한다. 건달바 왕자여, 네가 악기를 어루만져 줄을 탈적에 나오는 미묘한 소리는 마치 아름답고 묘한 노랫소리와 같고, 노랫소리를 지을 때는 다시 줄에서 나는 소리와 같구나. 이것이 무슨 이유인가 하면, 오랫동안 줄로써 음악을 단련하였으므로 그 줄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속에 노랫가락이 연주되었기 때문이니라. 또 노래 속에 세 가지 소리를 연주하였기 때문이니, 사랑스럽고 즐거운 소리[愛樂音]ㆍ용의 소리ㆍ아라한의 소리이니라.”
034_0563_c_02L爾時世尊於帝釋巖中以天耳通遙聞其聲卽以神力遙告五髻乾闥婆王子言善哉善哉乾闥婆王子汝善於樂鼓動絃時出微妙音如妙歌聲作歌聲時復如絃音以何因故久發音樂於彼絃中而出伽陁復於伽陁說三種音謂愛樂音龍音阿羅漢音
그때 오계건달바 왕자는 부처님의 신통력을 받아서 멀리서 들려오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바로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이시여, 제가 생각하옵건대 지난날에 건달바 왕이 있었으니, 이름이 동모라(凍母囉)였습니다. 그 왕에게 일광(日光)이라는 딸이 있었는데 제가 좋아하여 권속을 삼으려고 여러 가지 방법을 다 써 보았으나 소원을 이루지 못하고 결국 그녀 앞에서 이와 같은 음악을 하여 악기의 줄에서 노랫가락이 연주되고 노랫가락 속에 세 가지 소리를 연주하였나이다.
034_0563_c_09L爾時五髻乾闥婆王子承佛神力聞佛語卽白佛言世尊我念一時有乾闥婆王名凍母囉其王有女名爲日光我心所樂求爲眷屬我時雖設種種方便亦不果願遂於女前動如是樂於樂絃中而出伽陁於伽陁中說三種音
부처님이시여, 제가 이 음악을 연주할 때에 선법회(善法會)에 있던 하늘 무리들이 서로 말하기를 ‘오계건달바 왕자가 보지도 듣지도 못했나 보네. 우리 부처님께서 열 가지 명호를 갖추셨으니, 여래(如來)ㆍ응공(應供)ㆍ정변지(正遍知)ㆍ명행족(明行足)ㆍ선서(善逝)ㆍ세간해(世間解)ㆍ무상사(無上士)ㆍ조어장부(調御丈夫)ㆍ천인사(天人師)ㆍ불세존(佛世尊)이니라’라고 하였습니다.
034_0563_c_16L世尊我當動此樂時彼善法會有諸天衆互相謂曰此五髻乾闥婆王子不見不聞我佛世尊十號具足如來應供正遍知明行足善逝世間解無上士調御丈夫天人師世尊
034_0564_a_01L 그러기에 제가 여러 하늘에게 말하기를 ‘너희들 모든 하늘들이 부처님의 덕을 잘 찬양하는구나’라고 하니, 모든 하늘들이 대답하기를 ‘오계건달바 왕자여, 우리들이 부처님 찬양한 공덕을 너와 함께 하리라’고 하였습니다. 저는 이 말을 듣고 문득 깨달은 바가 있어 대답하기를 ‘그대들이여, 내가 이제 부처님께 귀의하리라’고 하였나이다. 제가 이러한 일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 부처님을 향하여 이런 음악을 아뢰었나이다.”
034_0563_c_21L於是我謂諸天衆言汝等諸天善讚佛德諸天荅言五髻乾闥婆王我等所有讚佛功德與汝共之髻乾闥婆王子聞諸天言忽有省覺報言仁者我今歸佛世尊我以此事向於佛動如是樂
그때 제석천주가 생각하기를 ‘이제 오계건달바 왕자는 인연이 성숙되어 부처님 앞에 가기도 전에 벌써 공양을 베풀었도다’고 하고 나서 오계건달바 왕자에게 말하였다.
“너는 내 말을 자세히 듣고 부처님께 가서 머리를 조아려 부처님 발에 절하고 여쭙되 ‘천주 제석이 머리를 조아려 부처님께 절을 하고 문안하기를 병이 없으시고 괴로움도 없으며 기거가 편리하시고 기력이 건전하시며 드나드시는 데 피로함이 없으시옵니까? 제가 이제 도리천 무리들과 함께 부처님께 나와 모시고 공양하려 하오며 부처님 뜻을 듣잡고자 하나이다’고 하여라.”
034_0564_a_02L爾時帝釋天主作如是念今此五髻乾闥婆王子根緣成熟未至佛前伸供養作是念已告五髻乾闥婆王子言汝持我語往詣佛所頭面禮足如我詞曰天主帝釋稽首雙足問訊世尊少病少惱起居輕利氣力安不進止無惱不我今與彼忉利天衆來詣佛親近供養當聽佛旨
이때 오계건달바 왕자가 이 말을 듣고 제석에게 말하였다.
“참 좋습니다, 천주시여.”
034_0564_a_10L是時髻乾闥婆王子聞此語已白帝釋言甚善天主
그리고 부처님께 가서 머리를 조아려 부처님 발에 절을 하고 한쪽에 물러서서 제석의 분부대로 아뢰었다.
“부처님이시여, 제석천주와 도리천 무리들이 저를 시켜서 이곳에 가 부처님 두 발에 절하옵고 병이 없으시고 피로가 없으시며 기거가 편리하시고 기력이 건전하시며 드나드심에 피로함이 없으신가 물으며, 그들이 오늘 부처님께 와서 모시고 공양하려 하여 저를 보내어 부처님의 뜻을 듣잡고자 하옵니다.”
034_0564_a_12L作是語已往詣佛所頭面禮足住立一面而白佛言世尊帝釋天主與忉利天衆遣我來此禮佛雙問訊世尊少病少惱起居輕利力安不進止無惱不我等今日欲詣佛所親近供養故遣我來聽於佛旨
부처님께서는 이 말을 들으시고 대답하셨다.
“돌아가서 제석과 하늘 무리들에게 전하기를 ‘지금이 바로 때이니라’라고 하여라.”
034_0564_a_17L佛卽荅言汝可迴還告語帝釋及彼天衆今正是時
오계건달바 왕자가 부처님의 분부를 받고 바로 제석의 처소에 가서 그대로 전하였다.
“지금이 바로 때라고 하셨습니다.”
034_0564_a_19L五髻乾闥婆王子承佛聖旨還帝釋處傳世尊言今正是
이때 제석과 도리천 무리들은 곧 부처님께 가서 두 발에 절을 하고 한쪽에 물러가 있었다.
이때에 제석천주가 생각하기를 ‘이 제석 바위가 이렇게 좁으니 이 많은 하늘 무리들이 다 어떻게 앉을까?’ 하였다.
034_0564_a_21L爾時帝釋及忉利天衆便詣佛所到佛所已禮佛雙足住立一面是時天主卽起是念此帝釋巖其相迫窄天衆無數如何坐耶
034_0564_b_01L부처님께서는 벌써 제석의 그러한 생각을 아시고 곧 신력으로 바위를 넓어지게 하여 모든 하늘 무리들이 서로 걸리지 않게 하였다. 제석천주와 하늘 무리가 각각 부처님께 절을 하고 차례로 앉은 다음에 제석천주가 합장하고 아뢰었다.
034_0564_a_24L佛知其意卽以神力令巖寬廣容諸天衆各不相礙帝釋天主及彼天衆各各禮佛次第而坐衆坐已定帝釋天主合掌白言
“부처님이시여, 저희들이 긴 밤에 부처님을 뵈옵고 바른 법을 듣고자 했나이다. 부처님이시여, 제가 생각하오니 한때에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타 숲의 급고독원(給孤獨園)에 계시어 화계삼매(火界三眛)에 드시었을 적입니다.
034_0564_b_03L世尊我於長夜樂欲見佛樂聞正法世尊我念一時佛在舍衛國祇樹給孤獨園入火界三昧
이때에 우리가 비사문궁(毘沙門宮)에 있었는데 그 궁중에는 묘비(妙臂)라는 한 부인도 있었습니다. 부처님께서 화계삼매에 드신 것을 보고 합장하고 공경하여 한마음으로 부처님을 생각하였습니다.
034_0564_b_06L是時我在毘沙門宮見彼宮中有一夫人名曰妙臂見佛入是火界三昧合掌恭敬專心念佛
제가 부처님께서 삼매에서 깨어나지 않으신 것을 뵈옵고 묘비에게 말하기를 ‘부처님께서 삼매에서 깨어나시기를 기다려 나의 정성을 전하여 부처님께 문안하되 <병이 없으시고 피로가 없으시며 기거가 편리하시고 기력이 건전하시어 드나드심에 피로하심이 없으시옵니까?> 하라’ 하고, 또다시 말하기를 ‘부처님께서 삼매에서 깨어나시기를 기다려 나의 정성을 전하여 잊어버림이 없게 하라’ 하였사온데, 부처님이시여, 그런 사실이 있었사옵니까?”
034_0564_b_09L我見世尊未出三昧告妙臂言待佛世尊出於三昧傳我至誠問訊於佛少病少惱起居輕利氣力安不進止無惱不又復告言待佛出定我至誠勿使忘失世尊是事實不
부처님께서는 제석에게 말씀하셨다.
“그런 사실이 있었노라. 그 부인이 너를 대신하여 공경스럽게 문안한 일이 있었노라.”
034_0564_b_13L帝釋此事實爾而彼夫人曾代於汝致敬問訊
부처님께서는 또 이어 말씀하셨다.
“천주여, 내가 삼매에 들었을 적에도 또한 너의 말을 들었고, 그 뒤에 오래지 않아서 바로 삼매에서 깨어 나왔노라.”
034_0564_b_15L佛又告言天主我在三昧亦聞汝語其後非久卽出三昧
그때 제석이 이 말씀을 듣고 아뢰었다.
“부처님이시여, 제가 일찍이 듣자오니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시어 큰 이익을 지으실 적에, 커다란 방편으로 중생의 근기를 따라 인도하시어 혹 사람의 형상을 숨기시고 하늘의 형상을 나타내신다’ 하더니, 제가 이제야 알았나이다.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오셔서 큰 이익을 지으시어 좋은 방편으로 중생의 근기를 따라 인도하실 적에 혹 숨기도 하시고 혹은 나타나시기도 하옵니다.
034_0564_b_16L爾時帝釋白言世尊我昔曾聞有佛如來正等正覺出現於世作大利益以大方便隨類引導或隱人相或現天身我今自知佛出世間作大利益以善方便隨類引導或隱或顯
부처님이시여, 여러 성문(聲聞) 제자들이 부처님을 따라 집을 나와 깨끗한 계행을 닦아 지니므로 목숨이 다한 뒤에 도리천에 나게 되옵니다. 저 하늘 사람들은 세 가지 좋아하는 것이 있으니 수명(壽命)과 좋은 모습과 명예이옵니다.
034_0564_b_21L世尊所有聲聞從佛出家修持梵行命終之後生忉利天而彼天人樂三種事謂壽命色相及與名稱
034_0564_c_01L 부처님이시여, 옛적에 석가 족의 딸로서 밀행(密行)이라는 이가 부처님을 따라 출가하여 깨끗한 계행을 지니며 늘 여인의 몸을 싫어하고 남자의 형상을 바라더니 목숨이 다한 뒤에 도리천에 태어나서 저의 아들이 되었는데 이름을 밀행이라 하였습니다. 큰 위력을 갖추었으니 이것이 대장부입니다.
034_0564_b_24L世尊昔有釋名曰密行從佛出家持於梵行厭女身求男子相命終之後生忉利爲我作子名曰密行具大威力是大丈夫
부처님이시여, 또 세 비구니가 성문의 행을 닦았으나 탐욕을 끊지 못하였더니 목숨을 마친 뒤에 하늘에 와서 미나건달바(尾那乾闥婆)의 아들로 태어나 언제나 밀행 천자를 섬기는 시자가 되었는데, 밀행 천자가 미나건달바 왕자에게 게송으로 말하였습니다.
034_0564_c_04L世尊復有三苾芻修聲聞行而未能斷貪慾之心命終之後生於天界作尾那乾闥婆子常來爲彼密行天子作承事者彼密行天向尾那乾闥婆子說伽陁曰

이내 몸 옛적에는 여인이 되어
지혜를 갖추었고 이름은 밀행이라.
여인이 싫어져서 남자 되려고
언제나 불ㆍ법ㆍ승에게 공양하였네.
034_0564_c_08L我昔爲女人
具智名密行
厭女求男相
常供佛法僧

이때에 너희 세 사람들이
성문의 행을 닦음 나는 보았지.
지금은 낮은 가문 태어났기에
이내 몸 위하여 섬기게 됐네.
034_0564_c_10L時見汝三子
而修聲聞行
今生於下族
爲我作承事

너희들 지금 마땅히 알아두어라.
내 지금 너희 위해 사실 말하리.
옛적에 너희들이 사람 됐을 때
네 가지가 모두 다 풍족했었네.
034_0564_c_11L汝等今當知
我爲汝說實
汝昔爲人時
四事咸豐足

부처님 계행법을 지키지 않은
옛날의 부끄러움 이제 알아라.
마음을 깨달으면 바른 법이라.
슬기로운 사람만이 능히 깨치리.
034_0564_c_12L不依佛禁戒
今可懷慚恥
了心卽正法
唯智者能了

이내 몸 옛적에 너와 함께
부처님 가까이에서 바른 법 듣고
신심을 일으키어 계행 지니고
거룩한 대중들을 공양하였네.
034_0564_c_14L我昔汝同行
近佛聞正法
起信持佛戒
及供養聖衆

바른 행을 닦음으로 말미암아서
내 이제 제석천의 아들로 났네.
하늘의 큰 위력을 모두 갖추어
그 이름 밀행임을 스스로 아네.
034_0564_c_15L我因行正行
得爲帝釋子
具天大威力
自知名密行

수승한 저 궁전에 머물러 있어
여인 몸 바꾸어서 남자 되었네.
너희들 건달바의 아들들이여
부처님 행을 따라 범행 지녀라.
034_0564_c_16L止殊勝宮殿
轉女成男相
汝乾闥婆子
從佛持梵行

부처님 최상법을 들었지마는
도리어 이내 몸을 섬기게 됐네.
내 하늘세계 그 가운데서
여태껏 못 보던 일 지금 보았네.
034_0564_c_18L聞佛最上法
卻爲承事者
我於天界中
未見事今見

성문의 행을 닦아 지녔지마는
하찮은 저 가문에 태어났으니
너희들 건달바의 아들이여
이내 몸 밀행의 교화 받으라.
034_0564_c_19L修持聲聞行
而生於下族
汝乾闥婆子
受我密行化

너희들이 받아 태어난 지금 그 몸은
저 모든 부처님의 제자 아니다.
건달바 아들들은 말을 하였지,
하늘님[天] 그 말씀은 진실하다고.
034_0564_c_20L汝等所受生
非彼諸佛子
乾闥婆子言
天所說誠實

우리들 탐욕으로 말미암아서
건달바 무리들에 떨어졌나니
우리도 이제부터 정진하여서
부처님 바른 법을 염하리라고.
034_0564_c_22L我等因貪慾
墯乾闥婆趣
我今起精進
唯念佛正法

탐욕이 허물 됨을 알아서
탐욕심 어서 끊어라.
탐욕은 번뇌 속박 근본 되나니
그 힘이 마군보다 훨씬 더하네.
034_0564_c_23L知貪慾生過
斷彼貪慾心
貪爲煩惱縛
其力勝魔軍
034_0565_a_01L
부처님 참된 법을 버림으로써
훌륭한 저 하늘에 나지 못하네.
제석천 하늘님과 범천의 왕은
선법회 이 모임에 앉아 계시네.
034_0564_c_24L棄佛眞實法
故不生勝天
帝釋與梵王
坐於善法會

저 모든 하늘들은 묘한 행으로
저 모든 하늘세계 놀고 계신데
이내 몸은 낮은 가문 태어났으니
하늘의 좋은 세계 구경왔도다.
034_0565_a_02L觀諸天勝行
經遊天界者
見我生下族
經遊於天界

이내 몸 온갖 행실 바르지 못해
훌륭한 좋은 과보 얻지 못했네.
그때에 밀행 천자 저분께서는
아버지 제석에게 말하였도다.
034_0565_a_03L我由行不正
而不獲勝果
爾時密行天
白父帝釋言

마땅히 부왕께서는 아시오리다.
우리의 높으신 분 부처님께서
인간의 저 세상에 출현하시어
저 모든 마군들을 항복 받음을.
034_0565_a_04L父王今當知
我佛最上尊
出現於世聞
善降諸魔軍

그 이름 석가모니 훌륭하셔라.
이 세 건달바들은
높은 분 부처님의 제자들로서
참되고 바른 생각 잃어버리어
034_0565_a_06L名釋迦牟尼
此三乾闥婆
是彼佛之子
忘失於正念

건달바 무리에 떨어졌다네.
저 세 건달바 가운데
한 사람만은 깨닫지 못하였지만
나머지 두 사람은 바른 길 들어
034_0565_a_07L墮乾闥婆趣
而於彼三中
唯一不正知
餘二歸正道

언제나 부처님의 깨달음을 향하여
바른 법 받아 지녀 수행하나니
내가 본 모든 성문 중에는
이 사람 따를 이가 하나 없도다.
034_0565_a_08L常向佛菩提
而行於正法
所見諸聲聞
無有能及者

욕심과 탐내는 맘 멀리 여의고
일체의 번뇌 법을 끊어 버렸네.
오로지 부처님만을 생각하며
다시는 딴 생각 내지도 않네.
034_0565_a_10L彼遠離所欲
能斷於煩惱
唯念佛世尊
不復生餘想

아직껏 깨닫지 못한 법들을
저 두 사람 모두 바로 알아서
마땅히 훌륭하온 과보 받아서
범천의 저 세계에 태어나리다.
034_0565_a_11L所有未了法
彼二悉正知
當得勝果報
而生於梵天

부처님이시여, 저는 밀행 천자가 말하는 이 게송을 듣고 의심되는 일이 있기에 부처님께 여쭈려 하옵니다. 부처님이시여, 저희들을 가엾이 여기시어 말씀하여 주옵소서.”
034_0565_a_12L世尊我於爾時聞密行天子說是偈我於此事有所未決故來佛所伸請問願佛垂愍爲我宣說
그때 부처님께서는 이 말을 들으시고 생각하시기를 ‘제석천주가 긴 밤중에 게으름이 없고 중도에 폐지함이 없으며 번뇌와 허물도 없으니 그가 묻는 것은 진정코 몰라서 묻는 것이요, 부질없이 마군(魔軍)의 희롱을 하는 것이 아니니, 묻는 것을 마땅히 대답해 주리라’고 하시고 곧 게송으로 제석에게 말씀하셨다.
034_0565_a_15L爾時世尊而作是念帝釋天主於長夜中無懈無廢無塵無垢如有所問是眞不知非作魔事彼有所問當爲宣說作是念已卽說伽陁告帝釋曰

제석아 듣거라, 너는 알아라.
네 마음 그 속에서 좋아하는 것
묻고자 하는 일이 만약 있거든
물어라, 너를 위해 말해 주리라.
034_0565_a_19L帝釋今當知
汝心中所樂
欲有所問義
當問我爲說

이때 제석천주는 이 게송으로 하시는 말씀을 듣고 자기도 게송으로 여쭈었다.
034_0565_a_21L爾時帝釋天主卽說伽陁白世尊曰

이제야 부처님의 허락 받자와
이내 몸 마음속에 좋아하는 것
마땅히 제가 이제 묻자 오리니
원컨대 부처님께서는 말씀해 주소서.
034_0565_a_22L今蒙佛聽許
如我意所樂
我今當啓請
願佛爲宣說
034_0565_b_01L
제석천주는 게송을 마치고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이시여, 모든 하늘ㆍ인간ㆍ아수라ㆍ건달바와 다른 온갖 중생들이 무엇을 번뇌라 하옵니까?”
034_0565_b_01L帝釋天主說伽陁已白佛言世尊有天人阿脩羅乾闥婆及諸異生等以何爲煩惱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미워함과 사랑함이 번뇌가 되느니라. 제석천주여, 모든 하늘ㆍ인간ㆍ아수라ㆍ건달바와 다른 온갖 중생들이 생각하기를 ‘아, 내가 저들에게 먼저 침해한 일이 없고, 또 억울하게 한 일도 없으며 싸우지 않고 다투지도 않았으며, 소송하거나 대립한 일이 하나도 없는데 어찌하여 나에게 도리어 이런 일을 하는고?’ 하나니, 온갖 허물을 남에게 원망만 하나니라. 이와 같은 일이 미움과 사랑으로 말미암아 일어나는 것이니, 미움과 사랑이 일어나므로 드디어 번뇌가 생기느니라.”
034_0565_b_04L佛言以憎愛爲煩惱帝釋天主所有天人阿脩羅乾闥婆乃至諸異生等而作是念嗚呼我自於他先無侵害亦不怨枉不鬪不諍無訴無訟又不相持云何於我返作是事天主如是之事由憎愛起憎愛起故煩惱遂生
제석이 아뢰었다.
“부처님이시여, 정말 그러하옵니다. 부처님께서 하신 말씀과 같이 제가 이제 그런 줄을 알았습니다. 미움과 사랑이 번뇌가 된다는 말씀에 의혹을 끊고 즐거운 마음이 만족하였사옵니다.”
034_0565_b_10L帝釋白言世尊如是如是如佛所說我今從佛了知此義憎愛爲煩惱斷於疑惑滿所樂心
이때 제석천주는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것을 다 들은 뒤라 기뻐하여 의심 없이 믿고 그대로 받아 지니고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이시여, 이 미움과 사랑의 번뇌가 어떤 원인에서 어떻게 모이며 어떻게 생기며 어떻게 인연하옵니까? 또 어떤 원인으로 있게 되오며 어떤 원인으로 없어지게 되나이까?”
034_0565_b_12L爾時帝釋天主得聞佛說歡喜信受復白佛言世尊此憎愛煩惱何因何何生何緣何因得有何因得無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제석천주여, 미움과 사랑의 번뇌는 원망하는 것과 친절한 것이 원인이 되고, 원망하고 친절하므로 모음[集]이 되며, 원망과 친절함으로부터 생기고 원망하고 친절함이 인연이 되느니라. 원망함과 친절함으로 말미암아 미움과 사랑의 번뇌가 있나니, 만일 원망함과 친절함이 없으면 미움과 사랑이 없느니라.”
034_0565_b_15L天主此憎愛煩惱怨親爲因怨親而集從怨親生怨親爲緣由怨親故有憎愛煩惱若無怨親憎愛卽無
제석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러하옵니다. 부처님의 말씀과 같이 제가 이제 부처님에게서 이 뜻을 깨달았습니다. 정말로 미움과 사랑의 번뇌가 원망함과 친절함의 원인이 되옵니다. 만일 원망함과 친절함이 없었다면 곧 미움과 사랑도 없으리이다.”
034_0565_b_18L釋白佛言如是如是如佛所說我今從佛了知此義憎愛煩惱怨親爲因若無怨親卽無憎愛
제석은 또 아뢰었다.
“부처님이시여, 원망함과 친절함은 무엇 때문에 있으며 무엇으로 좇아 모이며, 무엇으로 말미암아 생기며 무엇을 의지하여 반연하며, 무슨 원인으로 있게 되며 무슨 원인으로 없게 되옵니까?”
034_0565_b_21L又復白言世尊怨親因何有從何集由何生依何緣何因得有何因得無
034_0565_c_01L부처님께서 제석에게 말씀하셨다.
“욕심이 원인이 되며 욕심으로 좇아 모이며, 욕심으로 말미암아 생겨나며 욕심에 의하여 반연하며, 욕심으로 인하여 원망함과 친절함이 있느니라. 만일 욕심을 내지 아니하면 원망함과 친절함이 곧 없게 되리라.”
034_0565_b_23L佛告帝釋所欲爲因從所欲集由所欲生依所欲緣因其所欲故有怨親若無所欲怨親卽無
제석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러하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원망함과 친절함이 욕심 때문에 생기는 줄로 아옵니다.”
034_0565_c_03L帝釋白佛言世尊如是如是佛所說而彼怨親因所欲有
그리고 나서 제석은 다시 말을 이었다.
“부처님이시여, 욕심내는 바는 무엇을 인하여 있으며 무엇으로 좇아 모이며, 무엇으로 말미암아 생겨나며 무엇에 의하여 반연하고, 무슨 원인으로 있게 되며 무슨 인연으로 없게 되나이까?”
034_0565_c_04L又復白世尊而此所欲何因而有從何而由何而生依於何緣何因得有因得無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제석이여, 욕심은 의혹으로 인하여 있으며 의혹을 좇아 모이며, 의혹으로 말미암아 생겨나고 의혹에 의하여 반연하느니라. 의혹에 의하여 욕심이 있나니, 만일 의혹이 없으면 곧 욕심낼 바가 없느니라.”
034_0565_c_07L佛言帝釋所欲因疑惑有疑惑集由疑惑生依疑惑緣因疑惑故而有所欲若無疑惑卽無所欲
제석이 아뢰었다.
“부처님이시여, 그러하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바와 같이 욕심이 의혹으로 인하여 있사옵니다.”
034_0565_c_09L釋白言世尊如是如是如佛所說欲因疑惑有
제석은 또 아뢰었다.
“부처님이시여, 의혹은 무엇에 원인하고 무엇으로 좇아 모이며, 어떻게 나며 어떻게 반연합니까? 또 이 의혹이 무엇을 인하여 있게 되오며 무엇을 인하여 없게 됩니까?”
034_0565_c_11L又復白言世尊疑惑何何集何生何緣而此疑惑何因得何因得無
부처님께서 제석에게 말씀하셨다.
“허망한 것이 원인이 되며 허망으로 좇아 모이며, 허망으로 말미암아 생겨나며 허망에 의하여 반연하느니라. 허망한 까닭으로 의혹이 있기 때문에 욕심낼 바가 있고, 욕심으로 인하여 원망함과 친절함이 있게 되고, 원망함과 친절함으로 말미암아 결국 미움과 사랑이 있게 되며, 미워하고 사랑하므로 칼을 잡고 서로 겨누며 소송하고 다투며 아첨하고 꾸며대어 말이 진실치 못하나니, 이와 같은 여러 가지 죄업의 좋지 못한 법을 일으키느니라. 이로 말미암아 많은 고통의 무더기가 쌓이게 되는 것이니라.
034_0565_c_13L佛告帝釋以虛妄爲因從虛妄而集由虛妄生依虛妄緣虛妄故卽有疑惑由疑惑故致有所因其所欲故有怨親由彼怨親遂有憎愛以憎愛故乃有刀劍相持訴訟鬪諍情生謟曲語不眞實起如是等種種罪業不善之法由此得一大苦蘊集
034_0566_a_01L 제석천주여, 만일 허망함이 없으면 곧 의혹이 없고, 또 의혹이 없으면 욕심낼 것이 없으며, 욕심낼 것이 없으면 원망함과 친절함이 어찌 있으며, 원망함과 친절함이 성립되지 않으면 미워함과 사랑함이 저절로 없어지리라. 미움과 사랑이 없으므로 칼을 서로 겨누거나 소송하거나 다투고 아첨하며 꾸며대는 마음과 진실치 못한 말을 하는 이와 같은 여러 가지 죄업의 좋지 못한 법이 다 없어질 것이니라. 이렇게 되면 커다란 고통의 무더기가 저절로 없어지리라.”
034_0565_c_20L天主若無虛妄卽無疑惑無疑惑卽無所欲所欲旣無怨親何怨親不立憎愛自除憎愛無故劍相持訴訟鬪諍謟曲之情不實之如是等種種罪業不善之法皆悉得滅如是則一大苦蘊滅
제석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러하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것과 같이 허망으로 인하여 곧 의혹 됨이 있었나이다.”
034_0566_a_02L帝釋白佛如是如是如佛所說因疑惑故則有虛妄
또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이시여, 그러면 허망한 것은 무슨 법으로 없애오며 비구는 마땅히 어떻게 수행하오리까?”
034_0566_a_04L復白佛言世尊虛妄之法以何法滅乃至苾芻當云何行
부처님께서 천주에게 말씀하셨다.
“허망함을 없애는 데는 여덟 가지의 바른 길[八正道]이 있느니라. 여덟 가지의 바른 길이라 함은, 바른 소견[正見]ㆍ바른 생각[正思惟]ㆍ바른 말[正語]ㆍ바른 행위[正業]ㆍ바른 생활[正命]ㆍ바른 노력[正精進]ㆍ바른 기억[正念]ㆍ바른 선정[正定]이니라. 이 여덟 가지 법으로 말미암아 허망함을 없앨 수 있느니라. 만약 모든 비구들이 이 법을 실행하면 이는 곧 허망을 없애는 행이 되느니라.”
034_0566_a_05L佛告天滅虛妄者謂八正道八正道者正思惟正語正業正命正精進正定由是八法虛妄得滅若諸苾芻行是法者是卽名爲滅虛妄行
제석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러하옵니다. 부처님이시여, 허망을 없애는 것은 오직 이 여덟 가지 바른 길이라 생각하나이다.”
034_0566_a_09L釋白佛言如是如是世尊滅虛妄者是八正道
제석은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이시여, 없앨 바의 허망한 법을 만일 비구가 행하려면 별해탈법(別解脫法) 가운데 몇 가지 법이 있사옵니까?”
034_0566_a_11L帝釋復白佛言世尊所滅虛妄法若苾芻行者當於別解脫法中有幾種法
부처님께서는 천주에게 말씀하셨다.
“허망한 법이란 것은 별해탈법 가운데 여섯 가지 법[六種法]이 있으니, 그 여섯 가지는 눈으로 빛을 보는 것, 귀로 소리를 듣는 것, 코로 냄새를 맡는 것, 혀로 맛을 보는 것, 몸으로 부딪힘[觸]을 아는 것, 뜻으로 법진(法塵)을 분별하는 것 등이니라.
034_0566_a_13L佛言天主虛妄法者別解脫法中有六種法何等爲六謂眼觀色耳聽聲鼻嗅香舌了味覺觸意分別法
천주(天主)여, 눈으로 빛을 보는 데 두 가지 뜻이 있으니 가히 볼 것과 가히 보지 못할 것이 그것이니라. 가히 보지 못할 것이라는 것은 온갖 더러운 법 경계는 가히 보지 않는 것이요, 가히 볼 것이라 함은 온갖 좋은 법의 경계는 가히 관찰하는 것이니라. 이와 같이 눈으로 빛의 경계를 보는 것처럼 귀로 소리를 듣는 것으로부터 뜻으로 법진을 분별하는 것까지도 또한 다 그러하니라.”
034_0566_a_16L天主眼觀於色有二種義謂可觀不可觀不可觀者於一切染法境界而不可觀可觀者謂於一切善法境界而可觀察如是眼觀色境乃至意分別法亦復如是
034_0566_b_01L“부처님이시여, 제가 이제 부처님께 듣자와 이러한 뜻을 알았나이다. 가히 보지 못할 것이라 함은 눈으로 보는 경계의 좋지 못한 법이니, 만일 그것을 보았다면 더러운 법이 늘어서 좋은 법을 덜어 버리는 것이요, 가히 볼 것이라 함은 눈으로 보는 경계의 모든 좋은 법이니, 만일 그것을 보았다면 좋은 법을 늘리고 더러운 법을 덜게 되는 것이옵니다. 이와 같이 뜻으로 법진을 분별하는 데 이르기까지도 다 그러하옵니다. 부처님이시여, 제가 이제 이러한 법을 듣잡고 바라던 마음이 만족하여 의혹을 끊었습니다.”
034_0566_a_20L世尊我今從佛了知此義不可觀者所有眼境不善之法若其觀者是卽增長染法損減善法其可觀者所有眼境一切善法若其觀者卽是增長善法損減染法乃至意分別法亦復如是世尊我今從佛聞是法已滿所願樂斷於疑惑
또다시 아뢰었다.
“부처님이시여, 만일 비구가 허망한 것을 없애려 하면 마땅히 몇 가지 법을 끊고 몇 가지 법을 실행해야만 되옵니까?”
034_0566_b_04L又復白言世尊若復苾芻欲滅虛妄者當斷幾法當行幾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천주여, 만일 비구가 허망한 법을 없애려 하면 마땅히 세 가지 법을 끊고 세 가지 법을 실행해야 하느니라. 첫째는 의혹이요 둘째는 희망이요 셋째는 뜻 없는 말이니라. 이 세 가지 법에도 할 것이 있고 하지 못할 것이 있으니, 하지 못할 것이라 함은 세 가지 좋지 못한 법은 마땅히 끊어 버리고 행하지 말 것이요, 만일 이것을 행하는 이는 좋지 못한 법을 더하고 좋은 법을 덜게 되느니라. 가히 할 것이라 함은 이 세 가지 좋지 못한 법을 부지런히 닦아 끊어 버리면 좋지 못한 법은 줄고 좋은 법은 더 늘어나게 되느니라.”
034_0566_b_06L佛言天主若有苾芻欲滅虛妄法當斷三法當行三法一疑惑二悕三無義語此三種法亦有可行不可行不可行者謂於此三種不善之法當斷不行若復行者增不善法損於善法可行者謂於此三種不善之法勤行除斷卽得不善損減善法增長
제석이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그러하옵니다. 제가 이제 부처님께 듣자와 이 뜻을 알았습니다. 의혹과 희망과 뜻이 없는 말 등의 세 가지 법을 만일 다시 한다면 좋은 법이 줄어들고 좋지 못한 법이 늘어날 것이요, 만일 비구가 이 세 가지 법을 부지런히 닦아 끊어 없애 버리면 좋지 못한 법은 줄어들고 좋은 법이 더할 것이옵니다.”
034_0566_b_13L帝釋白言世尊如是如是我今從佛了知此義疑惑悕望無義語等三種之法若復行者損諸善法增長不善若復苾芻於此三法勤行除斷卽得不善損減善法增長
또다시 아뢰었다.
“부처님이시여, 만일 비구로서 허망함을 없애는 법을 행하는 이는 몇 가지 몸이 있사옵니까?”
034_0566_b_17L又復白言世尊若有苾芻行滅虛妄法者有幾種身
부처님께서는 천주에게 말씀하셨다.
“만약 비구가 허망함을 없애는 법을 실행하는 데는 세 가지 몸이 있느니라. 세 가지 몸이라 함은, 알맞은 몸[適悅身]과 괴로운 몸[苦惱身]과 괴롭지도 즐겁지도 않는 몸[捨身]이니라. 알맞은 몸이란 것이 두 가지 뜻이 있으니, 가히 행할 것과 가히 행하지 못할 것이니라. 가히 행할 것이란 온갖 좋은 법을 말함이요, 가히 행하지 못할 것이란 온갖 좋지 못한 법을 말하는 것이니라. 괴로운 몸과 괴롭지도 즐겁지도 않은 몸도 이와 마찬가지니라.”
034_0566_b_19L佛言天主若有苾芻行滅虛妄法有三種身三種身者謂適悅身惱身捨身適悅身者有其二義謂可不可行可行者謂諸善法不可行謂諸不善法苦惱身捨身亦復如
034_0566_c_01L제석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이시여, 정말 그러하옵니다. 이제 부처님에게서 이 뜻을 알았나이다. 만일 비구가 허망함을 없애는 법을 실행하려 하면, 알맞은 몸ㆍ괴로운 몸ㆍ괴롭지도 즐겁지도 않은 몸, 이 세 가지의 몸에서 온갖 좋은 법을 행할 것이요, 온갖 좋지 못한 법은 다 행하지 않을 것이옵니다.”
034_0566_c_01L帝釋白佛言世尊如是如是我今從佛了知此義若彼苾芻行滅虛妄法者於適悅身苦惱身捨身於此三身諸善法等可行諸不善法等皆不可行
이때 제석은 다시 아뢰었다.
“부처님이시여, 모든 중생이 욕심내는 것과 생각하는 것과 빛깔 모습이 다 같습니까, 같지 않습니까?”
034_0566_c_05L爾時帝釋復白言世尊所有一切衆樂欲憶念色相皆悉同不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것은 같지 않느니라. 천주여, 중생들이 욕심내는 바가 같지 않으며, 생각하는 바도 같지 않으며, 빛깔과 모습도 다 같지 않느니라. 천주여, 모든 중생들이 비록 각각 자기 세계에 살더라도 또한 각기 그 세계의 차별을 알지 못하느니라. 세계의 차별을 알지 못하므로 캄캄한 길을 걷고 있으면서 도리어 어리석은 법에 집착하고도 진실하다고 여기느니라.
034_0566_c_07L佛言天主一切衆生非同一欲非同一非一色相天主一切衆生雖然各各居其界趣亦各不知界趣差別由不知界趣差別是故行於黑闇之道返執癡法以爲眞實
이러한 모든 중생들이 세계의 여러 가지 차별을 알지 못하고 안다는 것은 오직 캄캄한 세계뿐이며, 비록 안다손 치더라도 또한 늘 캄캄한 길을 걸으며 어리석은 법을 집착하여 진실한 것이라 하느니라.”
034_0566_c_12L此諸衆生不知界趣種種差別所了知者唯黑闇界雖復了知而亦常行於黑闇道堅執癡法以爲眞實
제석은 아뢰었다.
“부처님이시여, 그러하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제가 이제 부처님께 듣자와 이 뜻을 알았나이다. 모든 중생들이 욕심내는 바가 같지 않으며 생각하는 바도 같지 않으며 빛깔 모습도 같지 않사옵니다. 중생들이 차별됨을 알지 못하므로 어리석고 어두움을 집착하여 진실하다고 여기나이다.”
034_0566_c_15L帝釋白言世尊如是如是如佛所說我今從佛了知此義一切衆生非同一欲非同一念非一色相由彼衆生不知差別故執癡闇而爲眞實
그때에 제석은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이시여, 모든 사문ㆍ바라문들이 모두 끝끝내 깨끗한 범행(梵行)을 얻나이까?”
034_0566_c_19L爾時帝釋復白佛言世尊所有一切沙門婆羅門等皆得究竟淸淨梵行
034_0567_a_01L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다 얻지 못하느니라. 여기에 두 가지 뜻이 있느니라. 천주여, 만일 사문ㆍ바라문들이 저 애욕의 법을 다하지 못하면 결정코 구경(究竟:이법[理法]의 지극한 경지)의 깨끗한 범행을 얻지 못하느니라. 만일 사문ㆍ바라문들이 애욕의 법을 다하였다면 이내 가장 높은 해탈과 심정(心正) 해탈을 얻을 것이니, 이것을 구경의 깨끗한 범행을 얻었다고 하리라.”
034_0566_c_22L佛言不也斯有二義天主若彼沙婆羅門等不能盡彼愛法決定不獲究竟淸淨梵行若彼沙門婆羅門有能盡彼愛法乃得無上解脫心正解脫是名獲得究竟淸淨梵行
제석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이시여, 그러하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제가 이제 부처님께 배워 뜻을 알았나이다. 만일 사문ㆍ바라문이 애욕의 법을 다하지 못하였으면 결정코 구경(究竟)의 깨끗한 범행을 얻지 못할 것이요 만일 사문과 바라문 등이 저 애욕의 법을 다하였다면 결정코 가장 높은 해탈[無上解脫]과 심정 해탈(心正解脫)을 얻으리니, 이런 것을 구경의 깨끗한 범행을 얻은 것이라 이름하는 것이옵니다.”
034_0567_a_03L釋白佛言世尊如是如是如佛所說我今從佛了知此義若沙門婆羅門等不盡愛法決定不獲究竟淸淨梵若有沙門婆羅門等盡彼愛法定獲得無上解脫心正解脫是名獲得究竟淸淨梵行
이때 제석은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이시여, 저는 어떻게 해야 모든 견해의 병을 여의어 다시 나지 않게 되오리까? 이 모든 견해의 병이 심식(心識)으로부터 생겨났다면 저의 이 심식이란 어떠한 것이옵니까? 또 제가 비록 부처님께 여러 가지 뜻을 여쭈었는데도 어찌하여 성인의 과보를 얻어서 부처님과 같은 정등각(正等覺)을 얻지 못하였습니까? 원하옵나니 저를 위하여 의혹의 근본이 되는 온갖 견해의 병을 끊어 버리게 하여 주시옵소서.”
034_0567_a_09L爾時帝釋復白佛言世尊我今云何當得永離諸見之病使不復生是諸見病從心識生我此心識當復云何我雖問佛種種之義云何不能獲聖果報得佛如來正等覺唯願世尊爲我斷除疑惑根本諸見之病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천주여, 너는 아느냐? 옛적에 사문과 바라문도 이 뜻을 물은 일이 있는 것을 모르느냐?”
034_0567_a_15L佛言天主汝知之不於往昔時有沙門羅門亦問此義
제석이 아뢰었다.
“부처님이시여, 제가 생각하오니 어느 때에 큰 위력이 있는 모든 하늘들이 도리천의 선법회에 모였을 적에 그 모임가운데에 있는 모든 하늘 사람들이 법을 모르면서도 부처가 되려고 하여 이와 같은 뜻으로 부처님께 아뢰었습니다. 그러나 부처님께서는 그들의 어리석고 어두움을 살피시고 수기(授記)를 주시지 않으셨습니다. 그러니까 여러 하늘들이 저희들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다고 마음에 불평을 품고 일어나서 각기 제 곳으로 돌아가 버렸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제 곳에 가지 못하고 타락하고야 말았습니다.
034_0567_a_17L帝釋白言世尊我今憶念於一時中有大威力諸天集忉利天善法之會爾時會中有諸天人不知法者輒欲成佛以如是意告白世尊佛察愚闇不與記莂彼諸天不滿所願心有差別從座而起各還本界本界不現因遂墮落
034_0567_b_01L 그때에 모든 하늘들이 타락한 까닭에 크게 놀라 마음으로 의혹을 일으키고 각기 생각하기를 ‘본래의 세계[本界]에 나타나지 않으니 필연코 타락한 것이로다. 내가 만일 사문과 바라문을 만나면 곧 가서 당신이 여래ㆍ응공ㆍ정등정각이냐고 물어보리라’고 벼르고 있었습니다.
034_0567_a_23L彼諸天以墮落故卽大驚怖心生疑惑各作是念本界不現定知墮落我若得見沙門婆羅門者卽往請問汝是如來應供正等正覺不
이때 마침 제가 혼자 거닐고 있으려니까 모든 하늘들이 저를 보고 달려와서 묻기를 ‘그대여, 당신은 어떤 사람이오?’ 하였습니다.
034_0567_b_04L彼諸天或有見我唯獨經行來詣我所而問我言汝是何人
저는 답하기를 ‘나는 제석천주로다’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니까 모든 하늘들이 마음이 괴로우므로 말하기를 ‘천주여, 어찌하여 우리들이 고뇌 받는 줄을 모르시오. 우리들이 부처님께 마땅히 법을 물어야 할 것인데도 묻지 않고, 귀의해야 할 것을 귀의하지 않고, 마음으로 불평을 품고 본래의 세계로 돌아갔는데 본 곳에 나타나지 않은걸 보니 필연코 타락한 모양입니다. 이러므로 걱정하고 있는 중이니 바라건대 우리들을 좀 구원하여 주시오.
034_0567_b_06L我時荅言是帝釋天主彼諸天心苦惱故白言天主豈不見我受於苦惱以我向佛應當問法而不能問應可歸依而不歸依以差別心遂還本界本界不現定知墮落是故苦惱願見救護
천주여, 그러면 우리도 오늘부터 맹세코 부처님께 귀의하여 성문 제자가 되겠습니다’라고 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저는 그들에게 게송을 읊어 대답하였습니다.”
034_0567_b_11L天主我從今日誓歸依佛爲聲聞弟子我於爾時說伽陁荅彼天曰

너희들 삿된 생각 일으키고서
말까지 올바르지 못하구나.
부처 되려는 맘 차별되어서
이래서 길이길이 고통 받누나.
034_0567_b_13L汝等起邪念
所言亦不正
求佛心差別
由是長受苦

어쩌다 사문들을 만나 보거나
때마침 바라문을 만나 보거든
나아가 어서어서 물어보아라.
당신이 바로 정각(正覺)이냐고.
034_0567_b_15L或見於沙門
及彼婆羅門
經行卽請問
汝是正覺不

만일에 그가 바로 정각이거든
내 이제 귀의하여 공양하려고
이내 몸 그대에게 묻자옵나니
마땅히 어떠하게 공양할까.
034_0567_b_16L若是正覺者
我歸依供養
我卽問於彼
當云何供養

네 지금 물은 것이 저 부처님의
진실한 바른 도를 알지 못하고
때마침 모든 하늘 저 무리들이
마음에 좋아함을 알지 못하고
034_0567_b_17L所問不能知
佛如實正道
時彼諸天衆
心之所樂欲

마음과 마음 할 바 그 모든 법을
의혹하고 분별할 뿐이리라.
내 아노니 저들의 마음 쓰는 법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그냥 그대로
034_0567_b_19L心與心所法
疑惑而分別
我知彼心法
如世尊所說

내가 마땅히 말해 주리라.
저 3계 가운데서
오직 부처님 세존만이
이 세상의 가장 높은 스승이시라.
034_0567_b_20L我已當爲說
於彼三界中
唯有佛世尊
是世間大師

큰 마군을 잘도 항복 받으시고
모든 중생들을 능히 제도하시어
열반의 저 언덕에 이르게 하시니
여래는 크게 깨친 어른이시라.
034_0567_b_21L善降大魔軍
能度諸有情
到涅槃彼岸
如來大覺尊
034_0567_c_01L
하늘이나 또 인간 세상에
어깨를 같이할 이 하나 없으니
두려움 없는 대장부시라,
탐욕의 모든 병을 잘 끊으시리.
여래는 큰 태양과 같으신 어른
너는 지금 머리 숙여 경례하여라.
034_0567_b_23L於天上人間
無有能等者
無畏大丈夫
善斷貪愛病
如來大日尊
汝今稽首禮

이때 제석천주가 모든 하늘들에게 이렇게 말하여 마치자 부처님께서는 이 말을 들으시고 말씀하셨다.
“천주여, 너는 지나간 일을 기억하느냐? 저 분별의 이로움과 기쁨의 이로움에 대해서 말이다.”
034_0567_c_02L爾時帝釋天主說是事已佛復告言天主汝可知彼過去之事謂分別利及適悅利
제석이 아뢰었다.
“부처님이시여, 제가 생각하오니 ‘옛적에 하늘이 아수라와 싸워서 하늘이 이기고 아수라가 졌었습니다. 저는 생각하기에 하늘 사람의 쾌락과 아수라의 쾌락을 나 혼자 받아 기쁘도다. 이러한 기쁨의 이로움을 얻기 위하여서는 한 평생을 마땅히 싸우고 칼과 군사로 서로 해치게 되나니, 이런 것을 말하여 기쁨의 이로움을 얻기 위함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분별의 이로움이라 함은 한평생 싸움이 없고 다툼이 없으며 칼과 군사를 서로 겨눔이 없나니, 이것이 분별의 이로움이 된다고 봅니다.”
034_0567_c_05L帝釋白言世尊我今憶念往昔一時天與脩羅而相鬪戰天人得勝脩羅退敗我作是念所有天人快樂及脩羅快樂我今獨受而獲適因獲如是適悅之利盡此生中當有鬪諍及刀兵相害是謂因彼適悅之利分別利者盡此一生無鬪無諍乃至刀兵不相持害此爲分別之利
제석이 다시 아뢰었다.
“부처님이시여, 제가 이제 부처님께 바른 법을 듣잡고 더욱 믿음이 깊어지고 행원(行願)을 일으키되 ‘원컨대 제가 목숨이 다하고 인간의 부귀한 가문에 태어나서 재물과 곡식이며 보배며 연(輦)이며 수레와 완구(玩具)를 많이 쌓아 두고 권속이 왕성하며 여러 가지가 구족하여 늘 모자람이 없을 것이니,
034_0567_c_12L帝釋復言世尊我今從佛聞是正法轉復深信發起行願願我壽終若生人間生富貴族巨有財穀多積珍寶輦輿車乘玩好之具眷屬熾盛種種具足常不乏少
원컨대 제가 마땅히 이러한 훌륭한 집의 지혜로운 이에게 태어나서 신체가 원만하고 형상이 미묘하며 맛좋은 음식을 먹고 존귀하고 자재하여 수명이 길며 바른 믿음을 일으켜 부처님께 출가하여 머리를 깎고 법복을 입고 비구가 되어서 항상 범행을 지니되 결함 되거나 범하는 일이 없으며, 수다원(須陀洹)ㆍ사다함(斯陀含)의 과(果)를 증득하며 마침내 고통의 변제(邊際)가 다함을 얻어지이다’ 하였습니다.
034_0567_c_17L願我當生如是上族處智者胎身肢圓滿色相殊妙食於上味尊貴自在壽命長遠起正信心向佛出家剃除鬚髮被於法服而爲苾芻常持梵行無所缺犯證須陁洹斯陁含果乃至獲得盡苦邊際
부처님이시여, 제가 들으매 색구경천이 있다 하오니, 원하옵건대 제가 인간에서 목숨을 마친 뒤에 그 하늘에 태어나지이다.”
034_0567_c_22L世尊我復聞有色究竟天願我終於人間復生彼天
034_0568_a_01L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천주여, 참으로 착하다. 천주여, 그대가 원하는 바와 같으리로다. 무슨 인과 무슨 연으로 그런 수승한 과보가 있게 되었는가?”
034_0568_a_01L佛言天主善哉善哉天主如汝所願何因何緣有此殊勝所證之果
제석이 아뢰었다.
“부처님이시여, 제가 별다른 원인이 없고 다만 부처님에게 바른 법을 듣잡고 깊이 믿음을 일으키어 원력을 세웠으므로 이러한 과보를 얻게 되었나이다. 부처님이시여, 제가 이제 이 모임 가운데에서 바른 법을 듣잡고 법의 힘으로써 그 지혜를 더하고 또 수명을 길게 하였나이다.”
034_0568_a_03L帝釋白言世尊我別無因乃是從佛聞於正法發起深信以願力故證如是果世尊我今於此會中聞於正法以法力故增其智慧復增壽命
이때에 제석천주가 이러한 원력을 내었으므로 번뇌의 때를 멀리 여의고 법의 눈이 깨끗함을 얻었으며, 또 8만 하늘 사람들도 법의 눈이 깨끗하여졌었다.
034_0568_a_06L是時帝釋發是願已遠塵離垢得法眼淨復有八萬天人亦復獲得法眼淸淨
그때에 제석천주가 법을 듣고 법을 보고 깨달아 법에 머무는 것이 견고하고 온갖 의혹을 끊었다. 이렇게 법을 증득하고는 곧 일어나서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합장하고 머리를 조아리고 나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이시여, 제가 해탈을 얻었나이다, 제가 해탈을 얻었나이다. 오늘부터 죽을 때까지 부처님과 법과 승가에 귀의하여 우바새의 계를 지니겠나이다.”
034_0568_a_09L爾時帝釋天主聞法見法而能了知住法堅固斷諸疑惑如是證已從座而起偏袒右肩合掌頂禮而白佛言世尊我得解脫我得解脫從於今日盡其壽命歸佛法僧持優婆塞
이때 제석천주가 부처님 앞에서 오계건달바 왕자를 돌아다보며 말하였다.
“네가 이제 나에게 좋은 이익을 많이 끼치었으며, 또 많은 사람들에게 이익을 주었도다. 네가 전에 묘한 음악으로 부처님께 공양하였으므로 우리들이 법을 듣고 좋은 결과를 얻었도다. 내가 천궁에 돌아가서 너의 소원을 이루어 주리라.”
034_0568_a_14L爾時帝釋天主卽於佛前迴語五髻乾闥婆王子言汝今於我快生善利及益多人由汝前來以彼妙樂供養佛故遂令我等聞法得果待我還宮滿汝所願
그때 제석천주는 다시 도리천 대중에게 말하였다.
“그대들이여, 그대들은 마땅히 범천(梵天)의 음성으로 ‘부처님께 세 번 귀의하옵니다’라고 하여라. 너희들 뜻에는 어떠하냐? 이제 부처님께서 고요한 열반에 머물러 계시느니라.”
034_0568_a_19L爾時帝釋天主復告忉利天衆言汝等當作梵音三歸於佛於意云今佛世尊已得梵住寂靜涅槃
034_0568_b_01L이때 하늘 대중들이 제석의 말을 듣고 부처님을 빙 둘러싸고 세 번 돌고는 머리를 조아려 부처님 발에 절을 하고 서서 이구동성으로 범천의 소리를 내어 부처님께 귀의함을 제창하였다.
034_0568_a_22L天衆隨於帝釋遶佛三帀卽以頭面禮佛雙足住於佛前異口同聲作梵音三歸佛曰

나모나막 살다사매바아바뎨 다타 아다 야 아라아뎨 삼먁삼몯다야
那謨那莫薩多薩昧婆誐嚩帝怛他誐多阿囉訶帝三藐三沒馱野
034_0568_b_02L那謨那莫薩多薩昧婆誐嚩帝怛他誐多阿囉訶帝三藐三沒馱野

제석천주와 하늘 대중들이 부처님께 세 번 귀의하는 제창을 반복하고는 오계건달바 왕자와 같이 회중에서 사라져 하늘세계로 돌아갔다.
034_0568_b_05L帝釋天主與彼天衆三復歸依佛已及彼五髻乾闥婆王子等隱於會中迴還天界
그때에 사바세계의 주인 되는 대범천왕이 이 날이 지나고 밤이 되매 부처님께 나오는데 몸의 광채가 휘황찬란하여 제석 바위에 비추며 부처님 앞에 이르러서 두 발에 절하고 나서 한쪽에 물러가 앉아서 합장하고 게송을 읊었다.
034_0568_b_08L爾時娑婆界主大梵天王過是日已至於夜分來詣佛所身光晃耀照帝釋巖到佛前已禮佛雙足卻坐一面合掌頂禮說伽陁曰

제석이 많은 이익을 위하여
부처님께 바른 법을 물었네.
부처님께서 미묘한 음성으로
의혹을 모두 끊어 주셨네.
034_0568_b_12L帝釋爲多利
向佛問正法
佛以微妙音
爲除斷疑惑

그때 대범천왕은 이 게송을 읊고 나서 아뢰었다.
“부처님이시여, 부처님께서 바른 법을 말씀하실 적에 제석천왕이 번뇌의 때를 여의고 법의 눈이 깨끗하여졌으며 8만 하늘 사람들도 또 법의 눈이 깨끗함을 얻었나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러하도다.”
사바세계의 주인인 대범천왕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믿고 그대로 받고 예배하고는 몸을 숨겨 하늘세계로 돌아갔다.
034_0568_b_14L爾時梵王說伽陁已白言世尊佛說正法時帝釋天主遠塵離垢得法眼八萬天人亦得法眼淨佛言如是如是娑婆界主大梵天王聞佛語已歡喜信受禮佛足已隱身不現還於天界
그때에 부처님께서 그 날 밤중에 비구들에게 가셔서 둘러싸여 앉으셔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이 날이 지나고 밤이 되어서 사바세계의 주인인 대범천왕이 나의 처소에 와서 내 발에 절을 하고 합장 공경하여 게송을 읊으리라.
034_0568_b_20L爾時世尊卽於夜分往苾芻衆圍繞而坐告諸苾芻言過是日已於夜分娑婆界主大梵天王來詣我所我足已合掌恭敬說伽陁曰
034_0568_c_01L
제석이 많은 이익을 위하여
부처님께 바른 법을 물었네.
부처님께서 미묘한 음성으로
의혹을 모두 끊어주시었네.
034_0568_c_01L帝釋爲多利
向佛問正法
佛以微妙音
爲除斷疑惑

또 나에게 말하기를 ‘제석천주가 정법을 들을 때에 법의 눈이 깨끗해졌으며, 8만 하늘 사람들도 또한 법의 눈이 깨끗함을 얻었다’고 하였나니, 그리하여 내가 말하기를 ‘그러하니라’라고 하였노라.
그때에 범왕이 나의 말을 듣고 기뻐하여 믿고 받고 내 발에 절을 하고는 몸을 숨기어 하늘세계로 돌아갔느니라.”
034_0568_c_03L復謂我言帝釋天主聞正法時得法眼淨及八萬天人亦得法眼淨我卽告言如是如是彼梵王聞我所說歡喜信受禮我足已隱身不現還於天界
이때에 모든 비구들이 부처님께서 이 법을 말씀하시는 것을 듣고 매우 기뻐하여 부처님께 예를 올리고 물러갔다.
034_0568_c_08L是時諸苾芻衆聞佛說是法已皆大歡喜禮佛而退
佛說帝釋所問經
乙巳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雕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