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034_0573_a_01L대송신역삼장성교서(大宋新譯三藏聖教序)1)
034_0573_a_01L大宋新譯三藏聖教序


태종신공성덕문무황제(太宗神功聖德文武皇帝) 지음
034_0573_a_02L太宗神功聖德文武皇帝製



위대하구나, 우리 부처님의 가르침이여. 헤매는 중생들을 교화해 인도하시고, 으뜸가는 성품을 널리 드날리셨도다. 넓고 크고 성대한 언변이여, 뛰어나고 훌륭한 자도 그 뜻을 궁구하지 못하는구나. 정밀하고 은미하고 아름다운 말씀이여, 용렬하고 우둔한 자가 어찌 그 근원을 헤아릴 수 있으랴. 뜻과 이치가 그윽하고 현묘한 진공(眞空)은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으며, 만상(萬象)을 포괄하는 비유는 끝이 없네. 법 그물[法網]의 벼릿줄을 모아 끝이 없는 바른 가르침을 펴셨고, 사생(四生)을 고해에서 건지고자 삼장(三藏)의 비밀스러운 말씀을 풀어주셨다. 하늘과 땅이 변화하여 음과 양을 이루고, 해와 달이 차고 기울며 추위와 더위를 이뤘으니, 크게는 선과 악을 말씀하셨고, 세밀하게는 항하의 모래알에 빗대야 할 정도네. 다 서술할 수 없이 많은 중생들의 온갖 일들을 마치 상법(像法)2)을 엿보듯이 하고 그림자가 형체를 따르는 것과 같이 하였다. 이는 육정(六情)3)을 벗어나 길이 존재하고 천겁이 지나도록 오래갈 만한 것이며, 마치 수미산이 겨자씨에 담기 듯 여래께서 끝없는 세계에서 걸림이 없으신 것이다.
034_0573_a_03L大矣哉我佛之教也化導群迷闡揚宗性廣博宏辯英彦莫能究其旨微妙說庸愚豈可度其源義理幽玄眞空莫測包括萬象譬喩無垠綜法網之紀綱演無際之正教拔四生於苦海譯三藏之祕言天地變化乎陰日月盈虧乎寒暑大則說諸善惡細則比於恒沙含識萬端弗可盡述若窺像法如影隨形離六情以長存歷千劫而可久須彌納藏於芥子來坦蕩於無邊
달마(達磨)께서 서쪽에서 오시자 법이 동토에 전해졌고, 오묘한 이치를 선양하시자 대중이 돌아갈 길을 순순히 따랐으니, 피안(彼岸)은 보리요 애욕의 강은 생멸이라, 오탁의 악취(惡趣)에서 보살행을 실천하고, 삼업(三業)의 길에서 빠진 자들을 건지셨다. 세상에 드리운 경은 궁구하기 어렵지만 도는 사사로움이 없어 영원히 태평하도다. 설산(雪山)의 패엽(貝葉)4)이 눈부신 은대(銀臺)와 같고, 세월의 연라(煙蘿)5)가 저 멀리 향계(香界)6)를 일으켰지만 높고 우뚝하여 측량하는 자가 드물고, 멀고 아득하여 이름을 붙이기 어렵다. 이런 까닭에 도(道)를 깨달은 십성(十聖)7)과 덕(德)을 갖춘 삼현(三賢)8)께서 지극한 도를 건원(乾元)9)에서 일으키고 온갖 오묘함을 태역(太易)10)에서 낳아 무성한 생명체들을 총괄해 어둠을 뚫고 한 가닥 빛을 비추었으며, 저 시시비비를 단절하고 이 몽매함을 깨우쳤던 것이다.
034_0573_a_14L達磨西來法傳東土宣揚妙理順從指歸彼岸菩提愛河生滅用行於五濁惡趣拯溺於三業途中經垂世以難窮道無私而永泰雪山貝葉若銀臺之耀目歲月煙蘿起香界之自遠巍巍罕測杳杳難名所以道資十聖德被三賢至道起於乾元衆妙生乎太易摠繁形類竅鑿昏明絕彼是非開茲蒙昧
034_0573_b_01L서역의 법사 천식재(天息災) 등11)은 항상 사인(四忍)12)을 지니며 삼승(三乘)을 일찌감치 깨달은 분들이니, 불경의 참된 말씀을 번역하여 인간과 천상의 성스러운 가르침을 이었다. 이는 꽃망울이 거듭 터진 것이요, 국운이 창성할 때를 만난 것이니, 문장(文章)에서 오성(五聲)13)을 윤택하게 하였고, 풍율(風律)14)에서 사시(四始)15)를 드러냈다. 당당한 행동거지에 온화하고 아름답도다. 광대한 세월 어둠에 빠졌던 세계가 다시 밝아 현묘한 문이 환하게 드러났으며, 궤범이자 두루한 광명인 오묘한 법이 청정한 세계에서 이름을 드날렸다. 유정을 이롭게 하여 함께 깨달음의 언덕에 오르고, 장애를 만드는 일 없이 병들고 지친 자들을 모두 구제하였으며, 드러내지 않고 자비를 행하며 만물 밖으로 광대하게 노닐고, 부드러움으로 탐학한 자들을 조복해 어리석음을 씻고 깨우쳐 주었다. 소승의 성문(聲聞)을 연설하여 그 위의에 합하고 대승의 정각(正覺)을 논하여 그 성품을 정립하자, 모든 생명체들이 깨달아 복을 받았고, 삼장의 교법에서 결락된 것들이 다시 흥성하였다.
034_0573_a_22L有西域法師天息災等常持四忍早悟三乘貝葉之眞詮續人天之聖教芳猷重運偶昌時潤五聲於文章暢四始於風律堂堂容止穆穆輝華曠劫而昏墊重明玄門昭顯軌範而彌光妙淨界騰音利益有情俱登覺岸成障礙救諸疲羸冥昧慈悲浩汗物柔伏貪很啓滌昏愚演小乘聲聞合其儀論大乘正覺立其性含靈悟而蒙福藏教缺而重興
허깨비에 홀려 길을 잃은 것이니, 화택(火宅)16)은 심오한 비유로다. 부처님께서 비록 이런 가르침을 시설하셨지만 알지 못하는 자들이 많다. 이에 “선념(善念)이 생기면 한량없는 복이 남몰래 찾아오고, 악업(惡業)이 일어나면 인연 따라 모두 타락한다”17)는 말씀으로 사부대중을 길들이고 시방세계에서 보살행을 쌓았다. 금륜왕[金輪]18)에게 꽃비를 쏟아 붓고 대궐에서 항하 모래알처럼 많은 세계를 보호하였으니, 유정천(有頂天)에 부는 바람19)도 파괴하지 못할 것이고, 끝이 보이지 않는 홍수도 휩쓸지 못하리라. 맑고 고요해 담담한 것이 원만하고 밝으며 청정한 지혜요, 성품이 공하여 물듦이 없는 것이 망상으로부터 해탈하는 인연이니, 이로써 마음의 밭에서 번뇌를 벗어날 수 있을 것이고, 이로써 우주에서 청량을 얻을 수 있으리라.
034_0573_b_10L幻化迷途宅深喩雖設其教不知者多善念生而無量潛臻惡業興而隨緣皆墯調御四衆積行十方澍花雨於金輪恒沙於玉闕有頂之風不可壞無際之水弗能漂澄寂湛然圓明淸淨之智慧性空無染妄想解脫之因緣以離煩惱於心田可以得淸涼於宇
짐은 부끄럽게도 박학하지도 못하고 석전(釋典)20)에 능통하지도 못하니, 어찌 감히 서문을 써서 후인에게 보일 수 있는 자이겠는가? 반딧불이나 횃불과 같아 찬란한 태양과 견주기에 턱없이 부족하니, 작은 소라로 바다를 측량하려다 그 깊은 연원을 끝내 밝히지 못하는 자일 따름이로다!
034_0573_b_18L朕慚非博學釋典微閑豈堪序文以示來者如縻螢爝火不足比之於皎日將微蠡量海未能窮盡於深淵者哉


계작성교서(繼作聖教序)21)
034_0573_b_21L繼作聖教序

어제(御製)
034_0573_b_22L御製
034_0573_c_01L
높고 밝은 것이 처음으로 나뉘자 삼진(三辰)22)이 비로소 차례로 나타났고, 두텁게 실어주는 것이 비로소 안정되자, 만물이 이로써 실마리를 일으켰으니, 맑음과 탁함의 본체가 이미 밝혀진 것이요, 선과 악의 근원이 여기서 드러난 것이다. 이런 다음에 문물(文物)로 그 가르침을 세우고 바른 법전[正典]으로 그 세속을 교화하는 것이니, 이익의 공은 모두 이치로 돌아간다. 이렇게 상법(像法)이 서쪽 나라에서 와 진제(眞諦)가 중국에 유포되었지만 천고의 세월을 관통하는 진실한 이치는 궁구할 방법이 없고, 구위(九圍)23)를 포괄하는 현묘한 문은 궁구할 수가 없다. 허망한 생각으로 말하자면 오온(五蘊)이 모두 공하고, 참된 모습을 나타내자면 터럭 하나에도 원만하니, 광대한 그 가르침을 어찌 기술할 수 있겠는가!
034_0573_b_23L高明肇分三辰方乃序其次厚載初萬彙於以發乎端淸濁之體旣彰善惡之源是顯然後以文物立其教以正典化其俗利益之功同歸於理於是乎像法來於西國眞諦流於中洞貫千古眞實之理無以窮囊括九圍玄妙之門莫能究言乎妄想五蘊皆空現乃眞容則一毫圓滿大之教豈能紀述者哉
삼가 살피건대, 태종신공성덕문무황제께서는 법성이 두루 원만하시어 인자함을 널리 베푸셨다. 오랑캐들을 교화하시자 만방(萬邦)이 바큇살처럼 몰려들어 온 백성을 인수(仁壽)의 영역에 올려놓으셨고, 교법을 숭상하시자 사해(四海)가 구름처럼 뒤따라 창생에게 풍요로운 땅을 베푸셨다. 존귀한 경전이 방대함을 보시고는 방편을 시설해 물에 빠진 자들을 구제하셨고, 법계가 광활함을 알시고는 정진을 행하여 나태한 자들을 거두셨다. 이에 아늑한 절을 선택해 저 참된 문서24)들을 교열하고는 천축의 고승들에게 명령하여 패다라(貝多羅)의 부처님 말씀을 번역하게 하셨다.25) 상아 붓대가 휘날리며 황금의 글자를 완성하고, 구슬을 엮어 다시 낭함(琅函)에 안치하자26) 용궁(龍宮)의 성스러운 문장27)이 새롭게 탈바꿈하였으니, 취령(鷲嶺)의 필추(苾芻)28)들마저 우러러 감탄하였다. 이로 말미암아 삼승(三乘)이 모두 하나로 꿰뚫어지고 사제(四諦)가 함께 원만해졌으니, 고(苦)가 공하다는 참되고 바른 말씀을 완전히 밝히고, 정밀히 연구한 비밀스러운 뜻을 환히 드러냈다. 상(相)을 찬탄하는 상이 바로 진실한 상이고, 공(空)을 논하는 것도 공하여 모조리 공이라 하였으니, 화엄(華嚴)의 이치와 궤도를 같이하고, 금상(金像)29)의 가르침과 규구(規矩)30)가 동일하였다.
034_0573_c_09L伏覩太宗神功聖德文武皇帝法性周圓仁慈普布化蠻貊則萬邦輻湊躋蒸民於仁壽之鄕崇教法則四海雲從惠蒼生於富庶之域見尊經之浩汗設方便以救沈淪知法界之恢宏精進而攝懈怠乃擇其邃宇挍彼眞命天竺之高僧譯貝多之佛語管翻成於金字珠編復置於琅函宮之聖藻惟新鷲嶺之苾芻仰歎是三乘共貫四諦同圓盡苦空眞正之言顯祕密精硏之義讚相相乎實論空空乎盡空華嚴之理合軌轍金像之教同規矩
034_0574_a_01L짐은 대업(大業)을 계승하여 삼가 황위에 임했기에 항상 조심하면서 만백성을 어루만지고 매일 긍긍하면서 선황의 훈계를 지켜왔다. 불교경전[釋典]에 대해서는 더구나 정밀하지도 상세하지도 못하니, 진실로 그 그윽하고 심오한 뜻을 어찌 탐색하고 측량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역경원(譯經院)31)의 서역 승려 법현(法賢)32)이 간절한 글을 올리고 그 뜻을 너무도 열심히 피력하였다.33) “선황제께서는 참된 교화의 바람을 크게 펼치고 부처님의 뜻을 높이 전하셨으며, 전대의 왕들이 빠뜨린 전적을 흥성시키고 각로(覺路)34)의 무너진 기강을 다시 떨치셨다”고 하면서, 하늘이 이룬 공로를 높이 휘날리고 성황의 글35)을 널리 알리고 싶다며 나에게 서문을 지어 성인의 가르침을 계승해달라고 청하였다.
034_0573_c_22L朕纘嗣丕搆恭臨寶圖常翼翼而撫兆民兢兢而守先訓以至釋典尤未精詳諒其幽深先皇帝大闡眞風高傳佛旨興前王之墜典振覺路之頹綱欲旌天造之功庸用廣聖文之述作請予製序繼聖教焉
성고(聖考)36)께서 승하하시고 추호(追號)37)가 아직 잊히지도 않았는데 정사 밖에 마음을 둘 겨를 어디 있었겠는가? 담제(禫祭)38)를 마치고 이제야 생각이 은미하고 오묘한 곳에 미치게 된 것이다. 어려서 자비로운 가르침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능통한 재주가 본래 부족한 걸 어쩌랴. 법해(法海)의 나루터와 언덕을 어찌 궁구하리오! 공문(空門)의 문턱으로 나아가질 못하니, 대략 대의나마 서술하여 이로써 사람들의 마음에 부응할 따름이다. 소발자국에 고인 빗물이라 태양을 씻는 파도에 빗대기에는 부족하니, 한척짜리 채찍이 어찌 드넓은 하늘의 그림자를 측량할 수 있으랴! 이렇게나마 짧은 서문을 지어 이로써 성인들의 공로를 기록할 따름이다.
034_0574_a_06L聖考上僊追號罔息政事之外何暇經心今已禫除思臻微奧雖幼承慈奈夙乏通才焉窮乎法海之津涯莫造乎空門之閫域略敷大意以徇輿情蹄涔不足擬浴日之波尺箠豈能量昊天之影聊述短序以紀聖功者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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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설호국경(佛說護國經)
034_0574_a_13L佛說護國經


서천(西天) 역경삼장(譯經三藏) 조봉대부(朝奉大夫) 시광록경(試光祿卿) 명교대사(明敎大帥) 신(臣) 법현(法賢)명을 받들어 한역
034_0574_a_14L西天譯經三藏朝奉大夫試光祿卿明教大師臣法賢奉 詔譯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034_0574_a_15L如是我聞
034_0574_b_01L어느 때 세존께서는 구로성(俱盧城)에 계시다가 나오셔서 교화하고 다니시며 중생들에게 이익을 주시다 차츰 도라(覩羅) 마을에 이르러 큰 비구들과 그 안에서 편안히 계셨다.
그때 그 마을에 살고 있던 여러 바라문과 큰 장자들은 서로 의논하였다.
“저 큰 사문 구담(瞿曇)은 왕위를 버리고 집을 떠나 도를 닦아서 과보가 원만하고 이름이 널리 퍼졌으니 응공(應供)ㆍ정등정각(正等正覺)ㆍ명행족(明行足)ㆍ선서(善逝)ㆍ세간해(世問解)ㆍ무상사(無上士)ㆍ조어장부(調御丈夫)ㆍ천인사(天人師)ㆍ불(佛) 세존(世尊)이시다.
034_0574_a_16L一時世尊在俱盧城出遊化利漸漸至于睹羅聚落與大苾芻衆安止其中彼聚落有婆羅門大長者等互相議曰此大沙門瞿曇捨王位出家爲道果滿圓明名稱普卽是應供正等正覺明行足善逝世間解無上士調御丈夫天人師世尊
그는 하늘ㆍ악마ㆍ범ㆍ사문ㆍ바라문ㆍ사람ㆍ사람 아닌 것 등의 세계에서 자기의 행과 원으로 다 정각을 성취하고 크게 가엾이 여기는 마음을 내어 바른 법을 연설하시는데, 그 법은 처음도 좋고 중간도 좋으며 마지막도 좋고, 문장과 뜻이 깊고 그윽하며 순수하고 한결같아 섞인 것이 없다. 그리고 그는 원만한 범행(梵行)의 모양을 완전히 갖추었으니 이와 같이 가장 거룩하고 가장 훌륭하신 분이다. 만일 우리들이 그를 뵈오면 다 같이 좋은 이익을 얻을 것이다. 그러므로 부처님께 나아가 우러러 예배하고 찬탄하자.”
034_0574_b_02L於天魔梵沙門婆羅門人及非人等界以自行願成等正覺流大悲心宣說正法初善中善後善文義深遠純一無雜具足圓滿梵行之相是具足最尊最上我等若見共獲善是故我等當詣佛所瞻禮稱讚
그들은 이렇게 의논하고 나서 함께 부처님께 나아갔다. 부처님 계신 곳에 도착해서는 어떤 이는 부처님께 예배하고, 어떤 이는 다만 합장만을 하기도 하며, 어떤 이는 갖가지로 찬탄하였다. 이와 같이 무리들은 예배하고 찬탄한 뒤에 모두 한쪽에 앉았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그들을 위해 설법하여 그 마음을 기쁘게 하고 도(道)를 향한 큰 뜻을 내게 하셨다. 이때 그 바라문과 장자들은 설법을 듣고 모두 기뻐하면서 도를 향한 큰 뜻을 내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을 향해 합장하고 갖가지로 찬탄하고 예배한 뒤에 물러갔다.
034_0574_b_07L共議已同往佛會到佛所已有禮佛有但合掌者有種種稱讚者如是之衆禮讚旣已各坐一面爾時世尊爲衆說法令衆心悅發大道意時彼婆羅門大長者等聽受法咸皆忻悅發大道心卽從座起合掌向佛種種稱讚禮佛而退
그때 모여든 대중들 속에는 호국(護國)이라는 큰 장자가 있었다. 그는 부처님을 사모하기 때문에 그 법회에서 떠나지 않고 생각하였다.
‘내가 들은 법은 의지할 만하여 반드시 바른 깨달음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만일 내가 집에 살면 언제나 윤회에 머물게 될 것이다. 부처님은 만나기 어렵다. 믿음으로써 집을 떠나 벗어나기를[出雛] 구하자. 그러므로 나는 지금 모든 게으름을 떠나 크게 정진하여 부처님을 의지해 출가하여 깨끗이 범행을 닦자. 나는 지금 수염과 머리를 깎고 법복 입기를 원해야 한다.’
034_0574_b_14L爾時會中有大長者名曰護國戀慕佛故不離法會作如是念我所聞法堪可依憑必成正覺我若在家永處輪迴佛難値遇以信出家爲求出離是故我今離諸放逸發大精進依佛出家淨修梵行我當志願剃除鬚髮而被法服
034_0574_c_01L이때 호국 장자는 이렇게 생각하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앞으로 나아가 머리를 대고 부처님 발에 절을 한 뒤 합장하고 아뢰었다.
“저는 세존에게서 바른 법을 얻어 듣고는 윤회의 괴로움을 싫어하고, 바른 법을 믿고, 좋아하는 마음이 일어났습니다. 그러므로 저는 지금 부처님께 출가하기를 원합니다. 부디 부처님께서는 저를 받아 주소서.”
034_0574_b_21L是時護國長者作是念已卽從座起前詣佛所頭面禮足合掌向佛而白佛言我從世尊獲聞正法厭輪迴苦起信樂心是故我今求佛出唯願世尊攝受於我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너의 믿음의 출가를 부모님이 허락하였는가?”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부모님은 아직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부모가 허락하지 않으면 출가할 수 없다.”
“세존이시여, 부모님이 아직 허락하지 않았지만 제가 굳이 청하여 허락을 받겠습니다.”
“네 소원이 그렇다면 지금이 바로 그 때이다.”
034_0574_c_02L佛言護國信出家父母聽不護國荅言不也父母不聽佛言護國父母不聽得出家護國復白佛言世尊雖父母未聽我當求請堅令聽許佛告護國如汝所願今正是時
그때 호국 장자는 부처님 분부를 받들고 예배하고 물러났다. 그는 집에 돌아와 그 부모에게 청하였다.
“부모님께서는 사랑하는 마음으로 제 말을 들어 주십시오. 저는 부처님의 법회에서 부처님 설법을 들었는데, 설하신 그 법을 모두 다 알았습니다. 그래서 곧 바른 믿음이 생겨 집을 떠나고자 합니다. 제발 부모님께서는 제 청을 들어 주십시오.”
034_0574_c_07L爾時護國長者稟承佛旨禮佛而退還歸其舍白父母言父母慈念願聽我言我於佛會聞佛說法其所聞法我悉了知卽起正信樂欲出家唯願父母當聽許我
이때 그 부모는 호국에게 말하였다.
“네가 기꺼이 출가하겠다면 무슨 이익을 구하려고 그러느냐? 또 어떤 소득이 있기에 출가하려고 하느냐? 네가 만일 집을 떠나면 구걸하여 살아갈 것이 아닌가. 너는 알아야 한다. 지금 내게는 한량없는 재산과 보물이 있다. 너는 그냥 집에 머물면서 이 재물을 보시하여 복을 지어도 반드시 큰 즐거움을 누릴 것인데 왜 구태여 출가하려고 하는냐?”
이와 같이 그 부모는 좋은 말로 달랬다.
034_0574_c_12L是時父母告護國言汝樂出家當求何利復有何得而求出家汝若出家勿爲求丐而活命耶汝應當知我今財賄珍寶無量汝但在家捨財作福當受富樂何須出家如是父母善言誘勸
그러나 호국은 다시 청하였다.
“부모님께서는 생각하소서. 나는 윤회를 싫어해 세상 영화를 버리고 진심으로 집 떠나기를 원합니다. 제발 허락하여 주십시오.”
호국은 이와 같이 두 번 세 번 청하였다.
그러자 부모는 또 말하였다.
“너는 굳은 결심으로 기어코 집을 떠나려 하는구나. 왜 구걸하여 살아가려 하는가. 우리 집 창고에는 금은 따위의 보배가 한량없이 많다. 너는 그냥 집에 있으면서 이 재물을 베풀어 복을 지어도 반드시 큰 즐거움을 누릴 것인데 왜 구태여 집을 떠나려 하는가?”
이와 같이 부모도 두 번 세 번 아들을 달랬다.
034_0574_c_17L是時護國又復白言父母當念我厭輪迴棄捨世榮志求出家唯願聽許如是護國再三求請是時父母又復告言汝所堅念志求出家勿爲求丐而活命耶我家庫藏金銀珍寶衆多無量汝但在家捨財作福當受富樂何須出家如是父母二三誘勸
034_0575_a_01L이때 호국은 다시 말하였다.
“만일 부모님께서 허락하지 않으시면 저는 지금부터 죽을 때까지 맹세코 아무것도 먹지 않겠습니다.”
이렇게 원을 세우고는 곧 음식을 끊었다.
034_0575_a_01L是時護國又復告言母若不聽我從今已往誓不飮食至命終發誓願已卽絕飮食
그때 호국의 친구들은 이 사실을 듣고 곧 호국 장자의 부모에게 몰려와서 함께 말하였다.
“아버님, 당신의 아들 호국이 출가하기를 원하여 간절히 청하였지만 당신이 허락하지 않는다고 저희들은 들었습니다. 저희들은 당신의 아들이 부와 즐거움을 누리더라도 지금의 도를 구하는 그 마음은 매우 굳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만일 지금 허락하지 않으면 도리어 근심과 괴로움을 받게 될 것입니다. 훗날 그가 목숨을 마칠 때에도 당신에게는 사랑하는 이와 헤어지는 고통이 생길 것입니다. 그러므로 두 분께서는 그의 출가를 허락해 주십시오.”
이때 장자의 아버지는 그 아들 친구들이 진심으로 청하는 것을 보고 곧 아들의 출가를 허락하였다.
034_0575_a_03L是時護國衆多知識聞是事已卽時共詣護國長者父母之所咸共白言長者主等皆聞汝子護國愛樂出家彼雖志求汝不聽許我知汝子然受富樂求道心堅今不聽許返受憂苦將趣命當令汝起愛別離苦是故汝等應聽許隨彼出家時長者主見子知識志意求請卽聽出家
그러자 호국의 여러 친구들은 그 아버지의 뜻을 받고 곧 호국에게 가서 함께 말하였다.
“호국이여, 알아라. 지금 네 부모님은 너의 출가를 허락하셨다.”
그때 호국은 부모님 뜻을 받고 기뻐서 어쩔 줄을 몰라하다가 부모님께 나아가 하직 인사를 올린 뒤 집을 나와 부처님께 돌아갔다.
그는 땅에 엎드려 부처님 발에 예배한 뒤에 합장하고 한쪽에 서서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이제 부모님은 저의 출가를 허락하였습니다. 부디 부처님께서는 자비로 가엾이 여겨 저를 받아 비구가 되게 허락해 주십시오.”
034_0575_a_11L是時護國衆多知識受其父旨卽詣護國而共告護國當知今汝父母已聽出家時護國受父母旨歡喜踊躍卽詣父母拜辭而出還至佛所到佛所已面禮足合掌一面而白佛言世尊我父母已聽出家願佛慈悲垂哀攝受而爲苾芻
그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장하고, 장하다. 지금이 바로 그 때이니, 나는 곧 너를 받아들이겠다.”
그러자 호국의 수염과 머리 털은 저절로 떨어지고 가사가 입혀져 비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그리하여 범행을 닦아 지니면서 게으름을 버리고 온갖 근심과 번민을 떠나고 마음이 스스로 부드러워져 청정한 법을 증득하였다. 그리하여 나의 생(生)은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서고 할 일을 이미 마쳐 다시는 후생의 몸을 받지 않게 되었다.
034_0575_a_18L爾時世尊告護國言善哉善哉今正是時爲汝攝受是時護國鬚髮自落被袈裟衣成苾芻相修持梵行除彼放逸離諸憂惱心自調柔證法淸淨我生已盡梵行已立所作已辦不受後有
034_0575_b_01L이때 존자 호국은 번뇌를 모두 없앤 경지에 들어 열 번의 안거 동안 부처님을 의지해 머물렀다. 열번의 안거를 채운 뒤 그는 가사를 입고 발우를 들고서 부처님 앞에 나아가 머리를 부처님 발에 대고 예배한 뒤 합장하고 한쪽에 서서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본래 도라 마을에서 태어나 살아오다가 여러 친족들을 버리고 믿음으로 집을 떠났습니다. 저는 이제 고향으로 돌아가 친척들과 만나려고 합니다. 그들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우러러 기다리고 있습니다.”
034_0575_b_01L是時尊者護國得漏盡已於十夏中依止於佛滿十夏已著衣持鉢前詣佛所頭面禮足合掌一面而白佛言世尊我本生居睹羅聚落棄捨諸親以信出家我今思念欲還本處親近眷屬顒俟佛旨
그때 세존께서는 존자 호국의 원하는 바를 아시고 또 호국의 뜻이 견고하며 중생들을 널리 이익하게 하려는 것이며, 나아가 그가 옛날 집에 있을 때에도 항상 온갖 탐욕을 떠나 있었음을 관찰하시고 곧 존자 호국에게 말씀하셨다.
“지금이 바로 그 때이니 네 생각대로 하라.”
034_0575_b_06L爾時世尊知尊者護國心意所欲觀護國其心志固欲廣利益況昔在家常離諸欲如是觀已卽告之曰者護國今正是時可從汝意
존자 호국은 부처님 뜻을 받들고 마음이 기쁨에 겨워 부처님을 세 번 돈 뒤에 부처님 발에 얼굴을 대고 예배하여 하직하고 물러갔다.
그는 고향을 향하여 여러 고장을 거치며 나아가다 차츰 그 마을에 이르렀다. 거기서 밤을 지내고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들고 차례로 걸식하며 나아가던 중 자신의 옛 집에 이르렀다.
마침 그는 어떤 여자가 그 집 문밖에서 그릇에 가득한 밥을 버리려고 하는 것을 보았다. 존자는 그것을 보고 그 여자에게 말하였다.
“너는 부끄러움도 없느냐. 그 밥을 버리지 말아라. 만일 그것을 내 발우에 부어 주면 반드시 이익을 얻을 것이다.”
034_0575_b_10L爾時尊者護國受佛旨已歡喜踊躍繞佛三帀頭面禮足辭佛而退還本生處經遊次第到本聚落時經宿已於其辰時著衣持鉢次第乞食至於本舍見一女人在舍門外持滿器食而欲棄擲尊者見之告彼女人曰無慚愧勿棄於食豈如施我置於鉢當獲利益
034_0575_c_01L그 여자는 존자의 말을 듣자 정중한 마음이 생겨 곧 그 밥을 발우에 부어 보시하였다. 존자는 그것을 받아가지고 큰 나무 밑으로 가서 자리를 펴고 앉아서 먹으려 하였다.
이때 그 여자는 생각하였다.
‘이 사람은 우리 주인의 아들인 존자 호국이시다.’
여자는 이렇게 생각하고 곧 주인인 장자에게 가서 알렸다.
“마침 문밖에 있다가 장자님 아들이 발우를 들고 밥을 빌어서는 큰 나무 밑으로 가서 자리를 펴고 앉아 먹으려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러자 장자는 이 말을 듣고 매우 기뻐하면서 여자에게 물었다.
“네 말이 사실이냐?”
“예, 사실입니다.”
034_0575_b_18L是時女人聞尊者語生鄭重卽施其食置於鉢中尊者受詣大樹下敷座欲食時前女人作如是念是我主子尊者護國是時女人作此念已卽詣長者主所白長者適在門外見長者子持鉢乞食大樹下敷座欲食時長者主聞是事心大歡喜卽問女人言如汝所說是事實不女人荅言是事實爾
장자는 서둘러 집밖으로 나가 큰 나무 밑으로 갔다. 과연 그곳에서 호국이 앉아 밥을 먹으려 하고 있는 것이었다. 장자는 그를 보고 곧 말하였다.
“내 아들 호국아, 너는 제 집을 버리고 떠나 나그네가 되어 밖에서 떠돌았다. 지금 이렇게 여러 곳을 거쳐 고향으로 돌아왔는데도 네가 살던 집에 오지 않는 것은 무슨 까닭이냐?”
호국은 곧 대답하였다.
“우리 사문 법의 의식이 그렇습니다. 남의 집에 들어가는 것은 우리에게는 옳지 않습니다.”
034_0575_c_03L時長者速出本舍往大樹下旣到彼實見護國在彼欲食卽告之曰子護國捨離本家客遊於外如是經復至聚落不入本舍是義云何彼護國卽荅父言我沙門法儀式如入於他舍非我所宜
그러자 주인인 장자는 호국을 부축하고 집으로 들어가 자리를 펴고 앉게 하였다. 호국의 어머니는 아들 앞으로 다가가 사랑하는 마음이 더욱 간절해져서 두 번 세 번 그를 위로하면서 말하였다.
“내 아들아, 어찌하여 굳이 집을 떠났더냐. 너는 집을 떠나 지금 무슨 이익이 있으며 또 어떤 소득이 있느냐. 바로 구걸하면서 연명해 온 것뿐이 아니냐. 그러므로 너는 이제 다시는 집을 떠나지 말아라. 우리 재물을 베풀어 복을 짓고 부유함을 즐기고 누려라.”
034_0575_c_09L時長者主持護國還於本舍旣到家已敷座令時護國母前詣子所愛念心切再三慰問告護國言我子云何堅意出汝所出家今有何利復有何得爲求丐而活其命是故汝今不復離捨財作福富受富樂
그 어머니는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아들을 붙들어 놓고 떠나 보내지 않으려 하였다. 그리하여 다시 금은 등의 갖가지 보석을 존자 앞에 쌓아 놓고 아들에게 말하였다.
“내 아들아, 알아야 한다. 내게는 이와 같이 많은 재산과 보물이 있는데 이것을 모두 너에게 준다. 더구나 아버지 재물도 한량이 없다. 그런데 너는 왜 집을 떠나려 하느냐. 너는 지금부터 집에 있으면서 이 재물을 보시하여 복을 지으면 온갖 큰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034_0575_c_15L是時慈母設諸方便留戀於子不能別離復以金銀種種珍寶積尊者前告於子言子當知如是我有廣多財寶今我與何況父財而復無量以是義故何得出家汝今在家捨財作福受諸富
034_0576_a_01L그때 존자는 어머니에게 말하였다.
“어머님, 이 많은 금은 등의 갖가지 재보가 모두 허물의 근본임을 생각하셔야 합니다.”
이렇게 말하고는 그것을 모두 수레에 실려서 강물에 버렸다. 그리고 다시 어머니에게 말하였다.
“이런 재물은 모두 탐욕으로 말미암기 때문에 이것이 원인이 되어 온갖 허물이 생기고, 이른바 물이나 불, 왕이나 도둑, 나쁜 아들에게 잃게 되는 환난이 생기게 됩니다. 이런 갖가지 무너지는 괴로움이 생기므로 그 괴로움의 원인을 알기 때문에 어머니 말씀을 따르지 않는 것입니다.”
034_0575_c_21L是時尊者白於母言慈母當念多金銀種種財寶諸過之本作此言車載擔負棄於河內復白母言母當念如是財寶由貪戀故從此爲因生諸過失而致患難謂水火王賊惡子等難生如是等種種壞苦了此苦因不從其母
그러나 호국의 어머니는 아들을 사랑하여 놓아 주지 않으려고 다시 방법을 강구했다.
‘아들이 집에 있을 때에 아내가 있었다. 그녀를 아름답게 치장시키고 보석으로 몸을 꾸며 호국에게 오게 하면, 아들의 마음을 기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어머니는 이렇게 생각하고 며느리에게 가서 말하였다.
“너는 지금 네 남편 호국이 옛날 집에 있을 때 사랑하고 좋아하던 보배 영락 등의 장신구를 몸을 장식하고 호국에게 가서 그의 마음을 즐겁게 하여라.”
034_0576_a_04L時護國母戀子不捨復設方便作如是念子在家時所有妻室當令莊嚴珠寶飾身來護國所悅可子心作是念已詣其妻所而告之言汝夫護國昔在家時所有愛樂珍寶瓔珞莊嚴之具汝今莊嚴往護國所悅可其意
호국의 아내는 그 명령을 받고 곧 온갖 보배로 몸을 장식하고 호국에게 가서 말하였다.
“서방님, 어떻습니까. 당신이 범행을 닦는 것은 천녀(天女)를 구하려는 것이 아닙니까?”
호국은 말하였다.
“아니오, 누이여. 내가 범행을 가지는 것은 도를 구하려는 것이지, 그대가 말하는 그런 뜻이 아니오.”
이때 호국의 아내는 그가 누이라고 부르자 곧 얼굴 빛이 변하더니 부끄러워하면서 물러갔다.
034_0576_a_10L時護國妻受其命已以衆寶具卽時莊嚴詣護國所到彼白言長者子汝意云何所持梵行爲求天女不護國告言不也大姊持梵行爲求道果如汝所說是義不護國妻聞呼姊聲卽變容色負慚而退
그때 존자 호국은 밥 먹을 때가 가까워졌음을 생각하고 그 아버지에게 말하였다.
“장자여, 어떤 음식을 내게 주어 먹게 하겠습니까?”
그 부모는 친히 갖가지 맛난 음식을 가지고 와서 존자에게 바쳤다. 존자는 공양을 마치고 발우를 씻고 가사를 거둔 뒤에 자리를 펴고 앉아 그 부모를 위해 바른 법을 연설하여 기쁜 마음을 일으키고 도의 마음을 내게 하였다. 그리고 다시 신통으로 허공에 머물러 게송을 읊었다.
034_0576_a_16L爾時護國尊者作如是念食時欲至卽白父言長者有何飮膳施於我食是時父母親持上味種種飮食供施尊者是時尊者飯食已訖洗鉢收衣敷座而坐乃爲父母宣說正法令起悅心而生道意復以神通住虛空中說伽陁曰
034_0576_b_01L
이 그림 같은 모양을 보라.
온갖 보배로 장엄하였으나
어리석은 이는 집착하지만
지혜로운 이는 멀리 여의네.
034_0576_a_23L觀此畫色像
以衆寶莊嚴
愚迷所執著
智者常遠離

탐욕은 마치 밧줄 같아서
세상을 능히 결박하나니
어리석은 이는 미혹하지만
지혜로운 이는 멀리 여의네.
034_0576_b_02L貪欲如繩索
能縛於世間
愚者所迷惑
智者常遠離

이때 존자는 게송을 마치고 허공에서 내려와 큰 나무 밑으로 돌아가 편안히 머물렀다.
034_0576_b_03L是時尊者說伽陁已從空而降還大樹下安止而住
그때 구로(俱盧)라는 왕이 있었다. 그가 수레를 타고 나와 노닐다가 도라 마을 가까이 왔을 때 사신이 아뢰었다.
“대왕이여, 아소서. 이 마을에는 호국이라는 장자가 있습니다. 그는 많은 권속을 거느리고 재보가 한량이 없었지만 그것을 모두 버리고 집을 떠났습니다.”
왕은 이 말을 듣고 곧 그 마을 사람들에게 물었다.
“이곳에 호국이란 장자가 그 친족들을 버리고 집을 떠났다는 것이 사실인가?”
마을 사람들은 왕에게 아뢰었다.
“대왕님은 아소서. 그것은 사실입니다. 그 호국 존자는 우리 마을의 어떤 큰 나무 밑에서 항상 범행을 닦고 있으며, 저희 백성들은 그를 가까이 모시며 공양하고 있습니다.”
034_0576_b_05L爾時有王名曰俱盧駕幸遊外將近睹羅聚落之側侍臣奏曰大王當知此聚落中有長者子名曰護國眷屬廣多財寶無量棄捨出家王聞是事卽問聚落人曰卿等此處有長者子名曰護國棄捨親屬而爲出家是事實不時聚落人卽奏王曰大王當知是事實爾護國尊者在臣聚落一大樹下常持梵行我等人民親近供養
왕은 이 말을 듣고 곧 마을 안으로 들어가 존자가 앉아 있는 큰 나무 밑으로 갔다.
이때 존자는 멀리서 구로왕이 자기에게 오는 것을 보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왕 앞으로 나아가 말하였다.
“대왕이여, 잘 오셨습니다. 이 경계는 대왕이 통치하는 곳입니다. 나는 지금 대왕을 청합니다. 저 나무 밑으로 가서 내 자리에 앉으십시오.”
왕은 대답하였다.
“호국님, 내 생각도 그렇소. 당신 처소로 가서 당신 자리에 앉고 싶소.”
호국이 다시 말하였다.
“왕의 생각이 그러하기 때문에 내가 청한 것입니다.”
그리하여 왕은 존자와 함께 큰 나무 밑으로 가서 자리에 앉았다.
034_0576_b_14L王聞奏已卽往彼處聚落之中詣大樹下尊者所止是時尊者遙觀來命見俱盧王奔詣我所卽從座起進步王前白如是言大王善來此之境界王所統領今請大王往彼樹下就於我座時王荅言護國我意如然欲往汝所就於汝座護國復言王意如是故我請王是時彼王同與尊者至大樹下就座而坐
034_0576_c_01L대왕은 호국에게 말하였다.
“네 가지 법이 있소. 그 네 가지 법으로 말미암아 사람들은 출가를 구하는 것이오.
그 네 가지 법이란 첫째는 친족을 아는 것이요, 둘째는 부귀를 아는 것이며, 셋째는 병을 아는 것이요, 넷째는 늙음을 아는 것이니 이것을 네 가지 법이라 하오.
034_0576_b_23L爾時大王告護國言有四種法由是四法而求出家其四法者一知親屬二知富貴三知病四知老是爲四法
친족을 안다는 것은, 이른바 만일 어떤 사람에게 많은 권속이 있다가 갑자기 흩어져 버리면 그는 생각하오.
‘내 권속들과 친구와 벗들은 모두 다 흩어지고 오직 나만 홀로 외롭게 남았다. 그러니 나는 집을 떠나자.’
그는 이렇게 친족이 없다는 것을 밝게 알기 때문에 출가를 구하는 것이오. 그러나 지금 호국님은 친척이 많아 고독하지 않은데 왜 집을 떠났는지 나는 알 수 없소.
034_0576_c_03L云何知親屬謂若有人眷屬廣大而忽散滅此人作念我之眷屬朋友知識皆已散滅唯己孤然我當出家人了知無親屬故而求出家今汝護眷屬廣大亦非孤獨不能了知何爲出家
또 부귀를 안다는 것은, 이른바 만일 어떤 사람이 처음에는 재보가 많은 큰 부자였으나 뒤에 가서 재물이 없어지고 그에 따라 가난의 괴로움이 생기며, 빈궁해지면 그로 인해 그는 이렇게 생각하오.
‘지금 빈궁하기 때문에 〈 이 빈궁으로 괴로우니 출가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사람은 빈궁을 밝게 알기 때문에 출가를 구하는 것이오. 그러나 지금 당신은 한없는 재물이 있어 빈궁하지 않은데, 왜 집을 떠났는지 나는 알 수 없소.
034_0576_c_09L又復云何名知富貴謂若有先有財寶是大富者而後竭盡貧苦隨生以貧窮故而作此念今貧窮故而作此念今貧窮苦我當出家人了知以貧窮故而求出家今汝護財富無量亦非貧窮不能了知何爲出家
또 병의 고통을 안다는 것은, 이른바 만일 어떤 사람이 오랫동안 병으로 누워 있었는데 고칠 수가 없으면 그는 생각하오.
‘나는 병이 깊어 매우 괴롭다. 그러므로 나는 이제 출가해야겠다.’
그는 병의 고통을 밝게 알기 때문에 출가를 구하는 것이오. 그러나 지금 당신은 병이나 번민이 거의 없으며, 근심이나 괴로움도 없는데 왜 집을 떠났는지 나는 알 수 없소.
034_0576_c_15L又復云何名知病苦謂若有久寢於疾無能救療作如是念此疾病深可痛苦是故我今當求出此人了知以病苦故而求出家汝護國少病少惱亦無憂苦不能了知何爲出家
034_0577_a_01L또 늙음을 안다는 것은, 만일 어떤 사람이 나이 많아 쇠약해지면 이렇게 생각하오.
‘나는 지금 늙어서 어떤 부귀영화도 다시 누릴 수 없다. 그러므로 나는 이제 출가해야 한다.’
그는 늙음을 견딜 수 없다는 것을 밝게 알기 때문에 출가를 구하는 것이오. 그러나 지금 당신은 한창 젊은 나이로 아직 쾌락을 다 누리지 못하였는데 왜 출가했는지 나는 알 수 없소.
034_0576_c_20L又復云何名知老朽若有人耆年衰邁作如是念我今老於諸富樂不能復利是故我今當求出家此人了知老朽不任而求出今汝護國盛年少壯未受諸樂能了知何爲出家
호국님은 알아야 하오. 이런 네 가지 법이 있어야 출가하는 것이오. 나는 지금 호국님에게 묻겠소. 당신은 무엇을 보고 들었기에 출가하였소.”
034_0577_a_02L護國當了如是四法乃可出家我今復問護國汝何見聞而爲出家
그때 존자는 왕에게 말하였다.
“대왕이여, 알아야 합니다. 네 가지 법이 있어서 출가를 구하는 것입니다. 그 네 가지란 이른바 늙음ㆍ병ㆍ욕망ㆍ죽음입니다. 변하고 허물어져 오래 있지 못하는 것을 늙음이라 하고, 병으로 고통 받으면서 고칠 수 없는 것을 병이라 하며, 만족할 줄 모르는 것을 욕망이라 하고, 모든 경계를 모두 버리는 것을 죽음이라 합니다.
이런 네 가지 법은 우리 불세존께서 잘 알고 보신 것이요, 나도 부처님에게서 직접 보고 들은 것입니다. 그 때문에 나는 큰 신심을 내어 출가한 것입니다.”
034_0577_a_04L爾時尊者荅彼王言大王當知有四種法而求出家何等爲四謂老病愛變壞非久名老疾苦無療名病所厭足名愛捨盡諸境名死如是四我佛世尊善了善見我亦從佛親見親聞我因此故發大信心而乃出
왕은 말하였다.
“존자님, 앞에서처럼 간단히 말씀하시니 나는 이해할 수 없소. 부디 존자님은 나를 위해 자세히 설명하여 이해하게 해주시오.”
존자는 왕의 말을 듣고 그 왕에게 말하였다.
“대왕이여, 매우 좋습니다. 왕이 원하는 대로 나는 설명하겠습니다.”
왕은 말하였다.
“존자여, 변하고 허물어져 오래 가지 않는 것을 늙음이라 하였는데, 그것은 무슨 뜻이오?”
034_0577_a_11L王言尊者如前略說我未能了願尊者爲我廣說令我開解是時尊者聞王言已告彼王曰大王甚善汝意願我當爲說王言尊者變壞非久爲老是義云何
존자는 대답하였다.
“대왕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만일 어떤 사람이 스무 살, 서른 살에서 나이 마흔에 이르면 그의 겉모습이나 체력, 행동거지가 어떻습니까?”
“사람이 스무 살에서 마흔 살이 되면 몸은 매우 장대해지고 체력이 왕성하며 행동거지가 용맹스러워 모든 면에서 짝할 이가 없다고 스스로 말합니다. 그러나 만일 노년에 이르면 노후해지는 것을 견디지 못하며 몸의 모습이 변해가고 체력이 약해지며 행동거지가 쇠약해집니다.”
034_0577_a_15L尊者荅言大王意云何若人從年二十三十滿四十所有色相身力擧動進止是人云王言尊者人從二十滿四十時大色相身力壯盛進止勇健諸所施爲自謂無等若至耆年朽邁無堪色相變易身力劣弱進止衰敗
034_0577_b_01L존자는 말하였다.
“왕의 말과 같습니다. 그것이 늙음의 특징으로서 세상에서 변하고 허물어지는 것입니다. 대왕이여, 알아야 합니다. 이것이 곧 우리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첫째 법입니다. 또 불세존께서는 그 법을 잘 깨닫고 잘 알아 잘 말씀하시고, 나도 이 바른 법을 보고 듣고 사랑하고 좋아하여 진심으로 구하였기 때문에 믿는 마음으로 출가한 것입니다.”이때 왕은 말하였다.
“호국 존자님, 나도 여기서 다행히 그 바른 법을 만났으니 사랑하고 좋아하여 진심으로 구하겠소.”
034_0577_a_21L尊者告如王所說是爲老相變壞於世當知此卽我佛說第一法又佛世善了善知善說此法我亦見聞此正法愛樂志求信心出家時彼王護國尊者我亦於此慶遇正法樂志求
왕은 또 말하였다.
“호국 존자님, 병으로 고통받으면서도 고칠 수 없는 것을 병의 특징이라 하시니 그것은 무슨 뜻입니까?”
존자는 대답하였다.
“만일 어떤 사람이 많은 재보가 있고 한없이 많은 권속을 거느리고 있는데, 왕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만약 그가 병으로 온갖 고뇌를 받을 때, 그 친족과 시종들이 과연 그 고뇌를 대신 받을 수 있겠습니까?”
“아닙니다. 존자여. 사람이 병들어 누워버리면 그 고통은 혼자 받아야 할 뿐, 대신 받을 이도, 치료할 수도 없소.”
034_0577_b_04L又復王言護國尊者云何疾苦無療名爲病相尊者荅言如人有大財寶及諸親眷其數無量於意云何是人寢病受諸苦惱彼之親屬及諸侍從還有代其受苦惱不王言不也護國人若寢疾獨受諸苦無有代者亦無救療
존자는 말하였다.
“왕의 말과 같이 대신 받을 이도 없고 치료할 수도 없는 바로 이것이 병의 특징입니다. 이것이 곧 우리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둘째 법입니다.
또 불세존께서는 이 법을 잘 깨닫고 잘 알아 잘 설명하시고, 나도 이 바른 법을 보고 듣고 사랑하고 좋아하여 진심으로 구하었기 때문에 믿는 마음으로 출가한 것입니다.”
왕은 말하였다.
“호국 존자님, 나도 여기서 다행히 바른 법을 만났으니 사랑하고 좋아하여 진심으로 구하겠소.”
034_0577_b_11L尊者告言如王所說無代無救是爲病相此卽我佛說第二法又佛世尊善了善知善說此法我亦見聞於此正法愛樂志求信心出家時彼王言護國尊者我亦於此慶遇正法愛樂志求
034_0577_c_01L왕은 다시 물었다.
“존자님, 만족할 줄 모르는 것을 욕망이라고 하였는데, 그것은 무슨 뜻이오?”
존자는 대답하였다.
“대왕이여,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왕은 부자로서 국토와 성읍을 가졌고 동ㆍ서ㆍ남ㆍ북의 모든 백성들은 다 왕이 다스리는 땅에 살고 있습니다. 왕은 큰 부자가 아닙니까.”
“그렇소, 그렇소.”
“대왕은 국토와 성읍과 촌락을 통솔하는 그런 큰 부자입니다. 그러나 만일 혹 어떤 사람이 바다 저쪽에서 와서 대왕에게 아뢰기를 ‘나는 어떤 나라를 보았는데 성읍이 광대하고 백성이 번성하며 금ㆍ은 등 보배와 온갖 기이한 물건과 코끼리ㆍ말ㆍ군사의 수가 한량이 없었습니다’고 한다면 대왕은 그 말을 듣고 어떻게 생각하겠습니까?”
034_0577_b_16L王復問言尊者云何無所厭足而名爲愛尊者答言大王於意云何王是富者國土城邑乃至東南西北所有人民居王所統皆是大富王言尊者如是如是尊者復言大王所統國城聚落如是大富設或有人泛海而來白大王言我見某國城邑廣大人民熾盛金銀珍寶奇異諸物象馬兵從其數無量大王聞此於意云何
“존자님, 나는 그 말을 듣고 만일 몸소 가지 않으면 곧 사자라도 보내어 그 나라를 치고 보배 등의 온갖 물건을 싣고 와서 내 창고를 더 채우겠소.”
이때 존자는 말하였다.
“대왕이여, 그것이 이른바 만족할 줄 모르는 것을 욕망이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곧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는 셋째 법입니다. 또 불세존께서는 이 법을 잘 깨닫고 잘 알아 잘 설명하시고, 나도 이 바른 법을 보고 듣고 사랑하고 좋아하여 진심으로 구하였기 때문에 믿는 마음으로 출가한 것입니다.”
왕은 말하였다.
“호국 존자님, 나도 여기서 다행히도 바른 법을 만났으니 사랑하고 좋아하여 진심으로 구하겠소.”
034_0577_c_02L王言尊者我聞是事若不自往卽遣使討載以珍寶諸物益我庫藏時尊者大王此無厭足是名爲愛此卽是佛說第三法又佛世尊善了善知善說此法我亦見聞於此正法愛樂志信心出家時彼王言護國尊者亦於此慶遇正法愛樂志求
왕은 다시 물었다.
“존자님, 모든 경계를 버리고 떠나는 것을 죽음이라 하였는데, 그것은 무슨 뜻이오?”
존자는 대답하였다.
“대왕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나는 많은 보배를 가진 큰 부자를 보았습니다. 그가 이 세상을 버리고 다른 세상에 날 때에 그가 가졌던 보물을 가지고 갑니까?”
“아닙니다.”
존자는 말하였다.
“대왕이여, 이 세상에서 온갖 사랑하는 경계를 버리고 다른 세상에 나는 것을 죽음이라 합니다. 이것이 곧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는 넷째 법입니다. 부처님께서 이 법을 잘 깨닫고 잘 알아 잘 설명하시고, 나도 이 바른 법을 보고 듣고 사랑하고 좋아하여 진심으로 구하였기 때문에 믿는 마음으로 출가한 것입니다.”
034_0577_c_09L王復問言尊者云何捨離諸境而名爲死尊者荅言大王於意云何我見有大珍寶是大富者彼人捨於此界而生他界所有珍寶能持往不王言不也尊者復言大王於此世中捨諸愛境生於他世是名爲死此卽是佛說第四法佛善了知善說此法我亦見聞於此正法愛樂志求信心出家
왕은 말하였다.
“존자님, 나도 여기서 다행히 바른 법을 만났으니 사랑하고 좋아하여 진심으로 구하겠소.”
존자는 다시 왕에게 말하였다.
“나는 이 이치를 거듭 설명하고자 합니다. 대왕은 잘 들으십시오.”
왕은 말하였다.
“매우 좋소. 즐겨 듣겠소.”
존자는 게송으로 말하였다.
034_0577_c_17L王言尊者我亦於此慶遇正法愛樂志求爾時尊者復告王言我於是義欲重宣說汝應善聽王言甚善願樂欲聞是時尊者說伽陁曰

내 이 세상 사람들 보매
탐내고 사랑하여 쌓고 모으네.
재물로 인해 어려움 당하건만
온갖 욕망은 갈수록 더하네.
034_0577_c_22L我見世間人
貪愛而積聚
因財故得難
轉增於諸欲
034_0578_a_01L
왕은 온 나라의 성읍을 갖고
지극히 넓은 바다까지 가졌건만
그래도 오히려 만족할 줄을 몰라
다시 남의 나라를 치려 하네.
034_0578_a_01L王主領國邑
廣闊極海邊
如是尚無厭
而復伐他國

이 세상의 모든 중생들
탐애로 말미암아 모두 망하고
근심하고 번민하며 슬피 우나니
아아, 어찌 이리 빠르게 멸하는가.
034_0578_a_02L世間諸衆生
由貪愛故滅
憂惱生悲泣
嗚呼何速滅

마치 사람들 재산 모으다
도리어 불을 만나 태워지듯이
중생들도 그가 지은 그 업을 따라
그 갚음 받는 것도 그와 같아라.
034_0578_a_03L如人聚財寶
返爲火所燒
衆生亦隨業
所作而受報

아무리 부유해도 수명은 늘지 않고
그리고 또 늙음도 면하지 못하네.
가난하든 부유하든 모두 죽으니
어른도 어린이도 모두 덧없어라.
034_0578_a_05L財富不延命
亦復不免老
貧富者皆滅
尊幼悉無常

병은 건장한 이 가리지 않고
어른이나 어린이나 가리지 않네.
사람들 모두 탐애로 말미암아
언제나 덧없음을 면치 못하네.
034_0578_a_06L病不擇勇健
亦不擇尊幼
皆由貪愛故
是不免無常

마치 어떤 사람이 도둑질하다가
도리어 제 몸을 망치는 것처럼
이와 같이 세상 사람들 보자니
갖가지 나쁜 업을 스스로 짓네.
034_0578_a_07L譬如人竊盜
返爲自損傷
如是見世間
自造諸惡因

열매 익으면 저절로 떨어지듯
늙거나 젊은이 죽는 것 그러하여
즐기는 마음으로 온갖 업 짓고
괴로워하면서 그 갚음 받네.
034_0578_a_09L如菓熟自落
老少壞亦然
歡悅意作業
苦惱而受報

이 세상의 어리석은 사람들
업을 짓고도 깨닫지 못하고
혹은 다른 세상에 태어나서도
애증으로 인하여 괴로움 받네.
034_0578_a_10L時世愚癡人
作業不自覺
或生於他世
因憎愛得苦

혹 태 안에서 목숨을 바칠지라도
어느 누가 살려줄 수 있으며
아무리 친한 친구라 한들
끝나가는 목숨 어찌 능히 구하리.
034_0578_a_11L胎中若命盡
何人能救護
設復親知友
命盡何能救

탐욕은 능히 부수고 결박하여
나면 괴롭고 두려움만 더하나니
허깨비 같은 세상 법 보았노라.
그러므로 나는 집을 떠났네.
034_0578_a_13L欲能壞能縛
生苦增諸怖
見世間幻法
是故我出家

그때 구로 대왕은 존자자 외우는 게송을 듣고 기뻐하면서 믿어 받들고는 다시 말하였다.
“호국 존자님은 번뇌를 잘 버리셨습니다. 그러므로 나는 지금 존자님께 귀의합니다.”
호국은 말하였다.
“대왕이여, 내게 귀의하지 말고 내가 귀의하는 우리 불 세존과 그 법과 승가에 귀의하십시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나는 이제 부처님과 법과 승가에귀의하여 목숨을 마칠 때까지 우바새의 계율을 지니겠습니다.”
대왕은 이렇게 서원을 세운 뒤에 존자께 예배하고 왕궁으로 돌아갔다.
034_0578_a_14L爾時俱盧大王聞尊者說伽陁已喜信受而復白言護國尊者能善出是故我今歸依尊者護國告言勿歸依於我我所歸依是佛世尊及法僧衆王當歸依王言如是如是我今歸依佛僧衆盡形受持優婆塞戒是時大王作誓願已禮奉尊者還復王宮
佛說護國經
乙巳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雕造
  1. 1)대송신역삼장성교서(大宋新譯三藏聖教序) : 이 서문은 태평흥국(太平興國) 7년(982)에 천식재(天息災)가 『성불모경(聖佛母經)』을, 법천(法天)이 『길상지세경(吉祥持世經)』을, 시호(施護)가 『여래장엄경(如來莊嚴經)』을 각각 번역하여 올리자 송나라 태종(太宗)이 이를 치하해 지은 것이다.
  2. 2)상법(像法) : 부처님의 열반 뒤에 정법(正法)ㆍ상법(像法)ㆍ말법(末法)으로 나누어진 교법의 세 시기 중의 하나이다. 열반 후 500년부터 1000년까지의 시기로, 부처님의 가르침과 수행은 따르지만 깨달음을 증득하지 못하는 시기를 말한다.
  3. 3)육정(六情) : 육근(六根) 또는 육근이 발생시키는 정식(情識)을 말한다.
  4. 4)설산은 인도, 패엽은 불교경전을 뜻한다.
  5. 5)연라(煙蘿) : 연하등라(煙霞藤蘿)의 준말로, 안개와 노을이 자욱하고 등나무 여라덩굴이 우거진 곳이라는 뜻이다. 깊은 산이나 은둔처를 의미한다.
  6. 6)향계(香界) : 향기 자욱한 세계라는 뜻으로, 사찰을 가리키는 말이다.
  7. 7)십성(十聖) : 10지(地)의 보살을 말한다.
  8. 8)삼현(三賢) : 10주(住)・10행(行)・10회향(回向)의 위(位)에 있는 보살을 말한다.
  9. 9)건원(乾元) : 하늘의 도(道)이며, 천덕(天德)의 시초이다. 『주역』 〈건괘(乾卦)〉 단(彖)에 “위대하도다, 건원이여! 만물이 이를 힘입어 비롯되나니, 이에 하늘을 통괄하도다.[大哉 乾元 萬物資始 乃統天]”라고 하였다.
  10. 10)태역(太易) : 기(氣)가 분화되기 이전 최초의 상태이다.
  11. 11)천식재(天息災) 등 : 역경원에서 번역을 주도했던 천식재(天息災)와 법천(法天)과 시호(施護)를 말한다.
  12. 12)사인(四忍) : 무생법인(無生法忍)・무멸인(無滅忍)・인연인(因緣忍)・무주인(無住忍)을 말한다. 인(忍)은 인가(忍可)・안인(安忍)의 뜻으로, 진실을 수긍하고 안주(安住)해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것을 말한다.
  13. 13)오성(五聲) : 오음(五音)이라고도 한다. 궁(宮)・상(商)・각(角)・치(徵)・우(羽)의 다섯 가지 음조를 말한다.
  14. 14)풍율(風律) : 시나 음악의 운율을 말한다.
  15. 15)사시(四始) : 사성(四聲)이라고도 한다. 평성(平聲)・상성(上聲)・거성(去聲)・입성(入聲)이니, 사성으로 음운(音韻)의 고저(高低)와 강약(强弱)과 장단(長短)을 구분한다.
  16. 16)화택(火宅) : 삼계(三界)가 탐욕 등의 번뇌로 어지러운 것을 불타는 집에 비유한 것이 『법화경』 「비유품」에 나온다.
  17. 17)천식재(天息災)가 『분별선악업보경(分別善惡報應經)』을 번역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18. 18)금륜왕[金輪] : 4종의 전륜성왕(轉輪聖王) 중 최고의 권위를 가진 제왕을 말한다.
  19. 19)유정천(有頂天)에 부는 바람 : 비람풍(毘嵐風)을 말한다. 우주가 파괴되는 시기에 이 바람이 불어 인간세계로부터 위로 색구경천까지 차례로 파괴한다고 한다. 유정천은 색구경천(色究竟天)의 다른 이름이다. 따라서 가장 마지막에 파괴된다.
  20. 20)석전(釋典) : 석가의 가르침을 담은 전적, 즉 불교서적을 말한다.
  21. 21)이 서문은 송나라 진종(眞宗)이 함평(咸平) 원년(998)에 법현(法顯) 등에게 내리고, 태종의 성교서(聖教序) 뒤에 붙이게 한 것이다.
  22. 22)삼진(三辰) : 해와 달과 별의 세 가지를 말한다. 『좌전(左傳)』에 “하늘에는 삼진이 있고, 땅에는 오행이 있다[天有三辰 地有五行]”고 하였다.
  23. 23)구위(九圍) : 구주(九州)와 같은 말로, 온 천하를 뜻한다.
  24. 24)진문(眞文) : 천식재를 비롯한 서역승들이 가져온 범어 경전을 말한다.
  25. 25)송 태종은 태평흥국 5년(980)에 태평흥국사(太平興國寺) 서쪽에다 역경원(譯經院)을 세우고, 천식재(天息災)・법천(法天)・시호(施護) 등에게 수집한 범어경전을 번역하게 하였다.
  26. 26)아름다운 문장으로 만들어 이를 귀한 상자에 보관했다는 뜻이다. 낭함(琅函)은 천자의 문서를 보관하던 옥으로 만든 함이다.
  27. 27)범어경전의 문장을 말한다. 용수 보살이 용궁의 창고에서 『화엄경(華嚴經)』을 가져와 유포했던 것에서 유래하였다.
  28. 28)인도출신 승려들을 말한다. 취령(鷲嶺)은 영취산 봉우리란 뜻으로, 곧 인도를 의미한다. 필추(苾芻)는 Ⓢbhikkhu의 음역어로, 비구(比丘)라고도 한다.
  29. 29)금상(金像) : 황금 같은 형상이란 뜻으로 곧 부처님을 지칭한다.
  30. 30)규구(規矩) : 목수가 사용하는 컴퍼스와 곱자로, 곧 기준・척도・법규를 뜻한다.
  31. 31)역경원(譯經院) : 송 태종이 태평흥국 5년(980)에 태평흥국사(太平興國寺)에 설치한 번역기관이다. 후에 전법원(傳法院)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32. 32)법현(法賢) : 중인도 출신으로, 본래 이름은 법천(法天)이었는데, 송 태종이 법현(法顯)이란 법명을 하사하였다. 973년(개보 6)에 중국에 와서 천식재(天息災) 등과 함께 평생 역경사업에 종사하였다.
  33. 33)원문에는 “曷能探測?有譯經西域僧法賢,奏章懇切,致意專勤。以” 구절이 생략되어 있다. 다른 서문을 참고로 보입하고, 위와 같이 번역하였다.
  34. 34)각로(覺路) : 깨달음의 길, 즉 불교를 뜻한다.
  35. 35)태종이 쓴 〈대송신역삼장성교서(大宋新譯三藏聖教序)〉를 말한다.
  36. 36)성고(聖考) : 임금의 돌아가신 아버지를 칭하는 말이다.
  37. 37)추호(追號) : 죽은 임금에게 올리는 시호(諡號)를 말한다.
  38. 38)담제(禫祭) : 죽은 지 만 2년 기일에 지내는 제사가 대상(大祥)이고, 대상을 치른 다음 달에 지내는 제사가 담제(禫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