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요는 자유자재니 무슨 구속이 있겠는가? 逍遙自在何拘束 【註】아득한 저 대방(大方:대도)을 활연히 스스로 얻어서 육합(六合)을 가리키니 더 밖은 없다. 만기(萬機)에 임하여도 남음이 있으니, 그 거처함에 무엇을 생각할 것이며 그 행동함에 무엇을 염려하겠는가? 정(精)을 머금고 하나[一]를 껴안고서 성품에 알맞고 참[眞]에 융합하니, 무릇 천하의 지인(至人)이 아니고서 그 누가 능히 이와 함께 하겠는가?
천지는 희이하여 반복함이 없다. 天地希夷無返覆 【註】천지가 비록 크지만 그 교화는 고르다. 만약 보고 들음의 문을 다하고 희이의 밖을 다한다면, 도(道)를 막을 길이 없고 덕(德)은 할 일이 없다. 이른바 천지의 평평함을 얻은 것이니, 또 무슨 반복이 있겠는가?
다른 마음을 잡고 외부로 향해서 구하지 말라. 勿把他心向外求 【註】도(道)는 외부에 있지 않으니 내부에서 스스로 밝혀야 한다.
진종의 이치와 도는 서로 화목하다. 眞宗理道相和睦 【註】무릇 명백히 바탕[素]에 들어가서 안팎이 현동(玄同:현묘히 혼연일체가 됨)한 것을 진종(眞宗)이라 말한다. 이미 혼연(混然)히 성품을 이루면 도와 서로 화합하니, 그런 까닭에 인천(人天) 세계의 즐거움이 그 가운데에 있는 것이다.
인간과 천상에서 모두 수행하였고 人間天上盡修行 【註】인간 세계와 하늘 세계가 비록 다르지만 그 도(道)는 하나이다. 칠보의 산은 높이 태청궁과 섞여 있다. 七寶山高混太淸 【註】『영보경(靈寶經)』을 살펴보면, “옥청경(玉淸境)이라 하는 곳은 현기(玄氣)가 응결해서 하늘에 산이 있게 되는데, 가령 곤륜산의 경우는 위는 넓고 아래는 좁다. 칠보의 건림(騫林)이 그 위를 질펀하게 덮고 있으니, 이는 모두 기(氣)가 맺힌 것이지 실제의 형태는 아니다”라고 하였다. 그런 까닭에 이 칠보의 산은 우뚝하게 높이 솟아서 태청궁과 섞여 있는 것이다.
옥수와 현주가 밝게 방을 비추니 玉樹玄珠明照室 【註】높고 높은 옥수와 밝고 밝은 현주가 신실(神室)에 임어(臨御)한 것이다.
목숨의 뿌리를 깨달은 사람은 더욱 불어나서 가득해진다. 命根悟者轉增盈 【註】태초(太初)의 진일(眞一)한 기(氣)를 목숨의 문이라 하고, 영(靈)의 뿌리라 한다. 이를 깨달은 사람은 곧 중묘(衆妙)의 문에서 노닐고 이를 무궁하게 운용할 수 있게 된다.
허무가 유에 들어가면 무슨 종적이 있겠는가? 虛無入有何蹤跡 【註】무(無)에서 유(有)로 들어가고 유에서 무로 돌아오니, 이미 형체와 그릇으로 구속할 수 없는 것이므로 자못 따라가고 맞이하는 일이 미칠 수 없는 경계이다.
이것은 신광이 금액으로 변화한 것이 아니다. 非是神光化金液 【註】예전의 도(道)는 현묘함을 품고 진(眞)을 껴안으며, 성품을 보존하여 신(神)을 기르고, 정기를 길이 보존해서 현진(玄津)에 어둡지 아니한 것이다. 그런데 또 어찌 홀로 신비한 광채가 금액으로 화하겠는가?
텅 트인 천지(天地)가 묘명한 곳에 있으니 廓落方圓在杳冥 【註】텅 트여서 자재하므로 모난 것에 따라가고 둥근 것에 맡긴다. 그리고 탕탕(蕩蕩)하게 묘명(杳冥)의 위로 벗어난다.
남쪽으로 오고 북쪽으로 떠나면서 소식이 끊어진다. 南來北去斷消息 【註】남(南)은 이괘(离卦)의 위치이며, 북은 감괘(坎卦)의 위치이니, 이를 말미암게 할 수는 있어도 이를 알게 할 수는 없다. 그런 까닭에 소식을 끊는다고 말한 것이다.
영원의 물상은 하늘가로 향하고 靈元物象向天涯 【註】영원(靈元)은 실제 처음으로 만상(萬象)이 말미암아 생겨나는 곳이다. 이미 하늘가를 지목했으니 어찌 오직 지표(地表)에만 머물겠는가? 참으로 이른바 광대해서 끝이 없는[浩然無際] 경지다.
고금을 왕래하면서 성인의 일은 자랑할 만하다. 古往今來聖事誇 【註】도(道)의 지극함이여, 과거로 갔어도 사라지지 아니하고, 지금도 어둡지 아니하고, 미래에도 다하지 아니한다. 이는 성인의 일이라서 실로 자랑하고 칭송할 만하다.
걸림 없는 지혜로 통하는 정진하는 마음이여, 無礙智通精進心 【註】종횡으로 자유자재한 묘용(妙用)은 부딪히는 길마다 걸림이 없는 지혜이다. 천행(天行)이 건전하니, 군자는 이를 본받아 스스로 노력하여 쉬지 아니하기 때문에 마음이 정진에 통하는 것이다.
진리의 길을 궁구하면서 번갈아 서로 가한다. 硏窮理路互交加 【註】강함과 부드러움이 상대적으로 움직이고, 혼과 넋이 서로를 필요로 해서 정밀히 연마하며 극치를 다하니 서로에게 장점이 있다.
기이하도다, 이염(离燄)이 연수(鉛水)를 삶는구나. 奇哉离燄烹鉛水 【註】기이하도다. 신정(神鼎)의 이로움이여, 이 이괘(离卦)의 불꽃을 태워 저 연정(鉛精)을 순수하게 하니, 그 빛남이 혼융해서 빛나는 것 같고 응결된 물에서 맑다.
맑고 고요한 가운데 깊은 뜻을 숨겼다. 淸靜之中藏奧旨 【註】무릇 허무청정(虛無淸淨)한 도(道)를 체득하면 안으로는 문명(文明)을 머금고 밖으로는 진정한 지혜가 빛난다. 움직임과 고요함이 번갈아 길러지고, 용과 호랑이가 서로 상대를 구속하면, 현묘한 종지는 그 가운데에 있다.
출몰하는 문정의 경관이 이상하니 出沒門庭景異常 【註】화(火)가 금화(金花)를 잡고 언뜻 나왔다 언뜻 사라지는 것이 손뼉을 치는 사이에 천 번 변하고 소식은 만 가지로 분분하니,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십주에는 큰 신선이 숨어 산다. 十洲隱大神仙子 【註】바다 안에 십주가 있는데, 그 위에는 모두 진인(眞人)이 노니는 곳이 있다.
면면히 이어가면서 너무도 유현하고 심오한 것을 논한다면 綿綿若論太幽深 【註】신의 조화가 서로 생기면서 면면히 끊어지지 아니하니, 여기에 있는 묘지(妙旨)는 그윽하면서도 또한 깊다.
이것은 곧 유주(流珠)이지 금이 아니다. 卽是流珠不是金 【註】구전(九轉)의 환단(還丹)에는 영홍(靈汞)만이 홀로 남아 있는데, 이것을 양(陽)의 유주(流珠)라 한다. 이미 청룡(靑龍)이 변화한 바탕[質]이라서 또한 임금의 상(象)이며, 이때 백호(白虎)는 곧 금신(金臣)의 상이 된다. 위는 아래를 겸할 수 있어도 아랫사람은 윗사람을 범할 수 없는 까닭에 금(金)이 아니다.
만 권의 경문이 아울러 눈앞에 있고 萬卷經文兼在目 【註】멀리 신묘한 법을 관찰하고 멀리 현풍(玄風)을 관람하니, 이를 싣고 고찰한 진경(眞經)이 어찌 만 권에 그치겠는가? 그 모두가 눈을 씻고 볼 만한 책이다.
기관은 절묘하여 부침이 있다. 機關絶妙有浮沈 【註】연수(鉛水)가 세차게 출렁거리는데, 진인(眞人)이 그 속에서 헤엄치면서 떴다가는 가라앉곤 한다. 이것이 기관의 묘함이며, 이것은 존재하는 일이다.
관문을 열면 자나 깨나 와서 서로 핍박하여 開關寤寐來相逼 【註】무릇 작은 집의 사방에는 본래 문 하나를 열어 놓으니, 그래서 바람과 불을 인도하여 왕래하는 것이다. 이미 동정(動靜)이 번갈아 처하기 때문에 자나 깨나 서로 친하게 되니, 또한 이것은 바람과 불이 그렇게 만드는 것이다.
넋이 달아나고 혼은 돌아오니, 이는 천지의 힘이로다. 魄走魂歸天地力 【註】금(金)이 넋이 되는 것은 음(陰)의 정신이고, 홍(汞)이 혼이 되는 것은 양(陽)의 정신이다. 금백(金魄)은 그 고요함 때문에 스스로 작용할 수 없고, 홍혼(汞魂)은 움직이는 것이기 때문에 스스로 날아갈 수 없다. 그런 까닭에 동정(動靜)이 하나로 합쳐져야 하니, 그래야만 천지조화의 힘이 이루어진다.
바람으로 먼지를 쓸고 자색의 구름 위에 올라서서 風掃塵埃躡紫雲 【註】대지(大地)와 이별하여 비밀히 화(化)하였고, 붉은 해를 비침으로써 적은 먼지 생기더니, 한 달을 이어가며 공덕 쌓아 거의 이루어지려 하자, 온화한 맑은 바람으로 쓸어버린 듯하구나. 높고 높이 홀로 빼어나 빛나도다. 응결한 단(丹)은 그 빛깔이 찬란해서 자광(紫光)이 마치 구름을 몰고 하늘에 오르는 듯하도다.
그 얼굴 모습을 보고는 식별하기 어렵다. 覩其顔貌難別識 【註】갑자기 사상(四象)을 초월하고 홀연히 오행(五行)으로 나아가니, 비록 얼굴 모습은 볼 만하게 변했다고 하더라도 아직 신령(神靈)은 변별하지 못한다. 그러기에 여기서 점화(點化:무쇠를 점화하여 금으로 변화시킴)를 논의하려고 시험 삼아 무쇠를 부수어 가루를 손에 쥔다고 하더라도 어찌 어렵지 아니하겠는가?
음양의 변화에 의심과 염려가 생기게 하지 말고 勿生疑慮變陰陽 【註】만약 그 화후(火候)를 밝히면 생기고 없어짐, 차고 비움, 오르고 내림, 문(文)과 무(武)는 율려(律呂)로써 품계를 정하고 차고 더움으로써 시험한다. 그리하여 동정(動靜)에 항상함이 있고 강함과 부드러움의 차별이 끊어지면 음양의 변화를 훤하게 깨닫게 되니, 또 여기에 무슨 의심이 있겠는가?
모름지기 단사의 도리가 장구함을 믿어야 한다. 須信丹砂道理長 【註】앞에서 말한 것처럼 단사의 도리는 그 넉넉하고 장구함을 진실로 믿을 만하다.
만약 이 가운데를 향해서 이 뜻을 밝힌다면 若向此中明此義 【註】만약 이 현묘함을 성취하면 문채가 이 요체를 밝힌다. 의(義)라고 한 것은 다음 아래 구절을 가리킨 말이다.
십주의 통부에 짙은 향기 쌓인다. 十洲洞府蘊馨香 【註】십주의 통부는 모두 신선이 사는 곳이다. 말하자면 맑은 향기가 반드시 그곳에 떨침으로써 소요의 취향을 얻게 되는 것이다.
즐거워라, 내부 경관에 신선의 계수나무 심었더니 康哉內景植仙桂 【註】정기(正氣)를 섭취하여 정신을 자양(資養)하고, 진정(眞精)을 통괄하여 근본을 견고히 함이 내경(內景)이다. 이른바 장생의 계수나무를 심어서 불사(不死)의 고을에 거처하는 것이다.
지엽은 성(盛)하고 뿌리와 꼭지는 깊도다. 枝葉蔢䓾深根蒂 【註】뿌리라 함은 도기(道氣)를 말한 것이고, 꼭지라 함은 정화(精華)를 말한 것이다. ‘파사’는 성(盛)한 모습이다. 이 칠액(七液)이 흘러가서 저 오화(五花)에 물길을 대준 것이 곧 깊은 뿌리, 굳은 꼭지를 만든 것이니, 가지와 잎이 성하지 않을 수 없다.
진종의 묘법, 그 유래를 살펴보고 眞宗妙法審來由 【註】진일(眞一)의 현묘한 종지는 곧 장생불사의 묘법이다. 그 이유를 살펴보면 그 유래가 있는 것이다.
진공을 수련함은 끝이 없다. 修鍊眞空無涯際 【註】진공(眞空)은 묘함의 근본이다. 이를 수련하기 위해서는 오직 정일(精一)해야 하니, 그 도가 날로 새로워지면 곧 나아갈 곳도 끝이 없는 것이다.
요컨대 역순을 알아서 서로 그르치지 말라. 要知逆順莫相非 【註】천지(天地)의 수(數)를 극하고 역순의 규칙을 궁구하면, 스스로 그러해서 그러하고 존재도 존재하지 않음도 없는데 어찌 잘못이 있겠는가?
널리 펼치고 두루 막아서 현묘한 기틀을 감추어야 한다. 廣演周遮隱玄機 【註】통달한 사람은 한마디의 말에도 민첩한 반응이 있으나, 어두운 사람은 많은 설명에 번거로워한다.
먼저 어려움을 말한 후에 비로소 설해야 하니 先說艱難後始說 【註】혹 상대가 어려움을 알아야 비로소 비밀을 펼칠 만하다.
운행의 변화를 정밀하게 궁구하면 마침내 서로 의지하게 된다. 精窮運化遂相依 【註】지극한 묘함[至妙]을 정밀하게 궁구하면, 운행의 변화가 일정한 방향이 없다. 안으로는 소박함을 기르는 기틀을 밝히고 밖으로는 심오한 종지를 탐구함을 다하면, 마침내 서로 의지하는 것이다.
요지에서 목욕하는 봉황은 높은 하늘에 통하고 瑤池浴鳳通霄漢 【註】봉황은 요지 위에서 목욕하고 하늘가를 날아다닌다.
금궐에 광명이 펴지니 어찌 그렇게 찬란한가? 金闕光舒何燦爛 【註】봉래도(蓬萊島)와 영주도(瀛州島) 위에는 모두 황금(黃金)과 백은(白銀)으로 궁궐을 짓는다.
단의 성취는 증험할 수 있으니 의심하지 않아야 한다. 丹成可驗不狐疑 【註】신정(神鼎)의 공(功)이 완전해지면 영단(靈丹)이 입 안에 가득하고, 봉황을 몰고 가며 증험할 수 있는데 속세를 벗어남을 어찌 의심하겠는가?
상아가 훔쳐가서 달 속에서 보고 있다. 常娥偸竊月中看 【註】예(羿)가 장생불사의 약을 얻었는데, 항아(恒娥)가 훔쳐서 달로 달아났다.
봄 사이에 꽃과 풀은 일제히 피어나니 春間花卉一齊開 【註】봄기운이 일어나면 구슬 같은 꽃과 옥 같은 풀이 온 땅 위에 흐드러지게 번성한다.
하늘 위에서 유유자적하지만 누가 기꺼이 오는가? 天上優游誰肯來 【註】잠시 삼청궁(三淸窮)의 경관을 감상하다가 갑자기 십주(十洲)의 봄을 찾는다. 표표하게 날개 달린 가마를 날리고 찬란하게 노을 옷에 몸을 싸니, 참으로 상(象) 밖으로 돌아가 높이 세간(世間)과 이별한다.
통부 안의 연기와 노을은 굳게 비밀을 숨기고 洞裏煙霞牢秘隱 【註】통천(洞天)은 아득히 멀고 연기와 노을은 찬란하게 빛나서 멀리 더러움에서 몸을 뽑아낸 까닭에 비밀을 숨긴다고 말한 것이다.
수정의 궁전은 눈처럼 희구나. 水精宮殿白皚皚 【註】애애(皚皚)는 눈처럼 흰 모습이다. 수정은 광채가 차가워서 궁전에서 찬 기운이 생기니 모두가 진인(眞人)의 신령한 거처이다.
옛날 신선은 모두 단약을 태우고 단련하였으나 昔日神仙皆燒鍊 【註】하늘 위에서 신(神)을 기르는 것이 최상의 약(藥)이다. 다음은 몸을 기르는 것이 중약(中藥)이다. 예전에 갈홍(葛洪)의 단정(丹井)에는 오색의 아언(雅言:고아한 말)이 남아 있어 아직도 붙어 있다. 이로써 알 수 있는 것은 옛날의 신선은 모두 이 도에 정통하였다는 사실이다.
근본 이유를 말하지 아니하였으니 사람들이 어찌 보겠는가? 不說根由人豈見 【註】그 근원을 지적하지 아니하니, 누가 그 극(極)을 알겠는가?
본래 이것은 범부의 정으로서 헛되게 수고만 하는 것이니 本是凡情枉謾勞 【註】범인(凡人)의 정(情)으로는 정기(精氣)의 창문을 금지할 수 없다. 성명(性命)의 본원에서 기(氣)를 이끌고 신(神)을 기르며, 담박하게 비우고 사려(思慮)를 막아도 수고롭기만 할 뿐 무익한 일이다.
몇 해를 기다려야 구전을 이룰 수 있겠는가? 何年待得成九轉 【註】금단(金丹)에 어둡게 되면 끝내 구전(九轉)과는 멀어진다.
비밀히 갈무리해서 등한하게 알게 하지 말라. 密藏無使等閑知 【註】진실로 그에 적합한 사람이 아니면 도는 헛되게 전수하지 아니한다.
푸른 하늘의 진여는 천지(天地)에 있다. 碧落眞如在兩儀 【註】묘하게 응결한 푸른 하늘은 진여와 현묘히 계합한다. 천지(天地)가 나뉘고 삼재(三才)가 더욱 드러나게 되면 만물이 그 가운데서 생겨난다. 이른바 신(神)으로는 앎으로써 오고 물러갈 때는 갈무리함으로써 간다.
이치 밖에서의 멈추어 쉬는 것은 조화의 결실이니 理外消停造化實 【註】진리 밖에서 상(象)을 법(法) 삼아 밝히게 되면, 크게는 바로 잡지 못함이 없고 세밀하게는 포괄하지 못함이 없다. 조화의 공(功)을 잘 궁구하니 이름이 나서 날로 결실을 맺게 되는 것이다.
상봉하여 짝을 만나면 의심을 품지 말라. 相逢遇偶勿懷疑 【註】현묘하게 단사(丹砂)를 이해하면 모든 의문이 얼음이 녹듯 풀어진다.
곧바로 생각에서 범용한 길을 버려야 하니 直須意遣凡庸道 【註】보통 사람은 도(道)에 통달하지 못해서 이단(異端)을 파고드는데, 이른바 오금팔석(五金八石)으로 그 정기(精氣)를 빌릴 수 있고 영지(靈芝)와 영채(靈菜)로 그 수명을 늘릴 수 있다고 생각해서 또한 이것을 도라 한다면 어찌 의지할 만하겠는가?
그런 까닭에 비밀스럽고 심오한 것을 말하고 논하기는 어렵다. 所以難言論秘奧 【註】성인이 이를 비밀로 소중히 여긴 이유는 진일(眞一)이 심오한 중추이기 때문이다. 신(神)으로써 만날 수 있을 뿐 사물로써 구할 수는 없는 까닭에 그것을 말한다는 것이 어찌 어려운 일이 아니겠는가?
먼저 철저히 공(空)임을 돈오케 한 뒤에 先令頓悟了然空 【註】색(色)은 마음에서 생기니, 마음이 잊혀서 상(象)도 거두어지면 외부에 가려지는 것이 없다. 마음은 상에서 생기니, 상이 명백하고 마음이 비워지면 내부에서 밝히는 것이 있다. 그런 까닭에 이것을 억지로 깨달음이라 이름 지은 것이다.
바야흐로 현관을 두드려서 번뇌를 몰아내야 한다. 方扣玄關驅煩惱 【註】이미 밖으로 취하는 것이 없고 안으로 버리는 것이 없어서 취하고 버림이 이미 끊어졌다면 피차에 어찌 구속되겠는가? 적멸하구나! 고요하구나! 넓구나! 크구나! 무릇 이와 같으면 현관에 이를 수 있어서 번뇌를 씻어낼 수 있을 것이다.
종래부터 교법은 매우 분명하였지만 從來敎法甚分明 【註】원래 묘한 가르침의 유래는 평탄하고 분명하였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마음이 미혹되어 일을 이루지 못하였던가? 幾許心迷事不成 【註】배우는 사람은 소털처럼 많았으나 이룬 사람은 기린의 뿔처럼 거의 없었다. 이는 무릇 마음이 묘한 도에서 미혹되었기 때문이다.
세상을 버리고 한가로운 자성을 나란히 도모하니 棄世比圖閑自性 【註】세상을 끊고 고답적인 길을 가면서 기(氣)를 몰고 바람을 따라가며, 진정한 한가로움을 다하기에 힘쓰고 자성(自性)에 유유자적하는 것이다.
도의 길을 정순하게 닦으면 반드시 장생한다. 精修道路必長生 【註】정성으로 묘한 비결을 구하고 내단(內丹)을 닦고 기르면, 대도(大道)가 밝아져서 장생의 길로 나아갈 수 있게 된다.
늙음을 돌이켜 동자로 돌아가서 세계를 뛰어넘어 오르려면 歸童返老超升界 【註】동자의 얼굴로 돌아가서 노인의 모습을 되돌리니, 기이하도다. 욕계(欲界)를 초월하여 삼청궁(三淸宮)에 오르누나.
위의를 올바로 정하고 게으르지 말라. 正定威儀勿懈怠 【註】올바른 마음이 정(定)에 있으면서 위용(威容)에 법도가 있고 시절로 법규를 삼는다면 어찌 게으름이 있겠는가?
훌륭한 능력으로 열고 닫으면서 간절히 부지런하게 한다면 開閉善能若苦勤 【註】해와 달은 차고 기우는 것이 있고, 하늘과 땅은 열고 닫는 시절이 있다. 도를 행할 때는 이를 법칙으로 삼아 형상화한 것이 반드시 존재해야 하니, 무릇 저 천체(天體)의 변화를 살피고 이를 정기(鼎器)에서 관찰하면서 부지런히 저녁때까지도 삼가고 두려워한다면, 이것은 훌륭한 일이 된다.
세월이 빠르게 흘러도 동일하게 태연하다. 奮迅光陰同一泰 【註】분신(奮迅)이란 신속하고 빠른 형상이다. 세월을 면면히 겪어오다가 홀연히 꽃이 솟아올라 금(金)과 화합하여 홍(汞)이 맺히면, 하나를 껴안아 환단을 이루어서[抱一還丹] 신(神)의 작용이 태연하다.
범속한 무리의 학자들은 굳게 지니지 못하고 凡流學者不堅持 【註】영대(靈臺)의 묘한 경지에 들어간 사람도 그 이유를 모르니, 신(神)으로서 이를 간직함이 진실한 지님이다. 그 이름이 아직 신선의 호적에 오르지 못하고 학문이 아직 종사(宗師)를 뒤따르지 못한 사람은 범부(凡夫)라 말할 수 있는데 어쩌면 굳게 지닐 수 없는 사람도 있다.
생멸의 문중에서는 짐짓 알지 못한다. 生滅門中故不知 【註】어떤 때는 생겨나고 어떤 때는 숨으니, 이것을 천문(天門)이라 말한다. 만물이 그 가운데서 나오지만 그 누가 이것을 알 수 있겠는가?
달리고 오므라드는 음양에는 머무는 모습이 없고 走縮陰陽無住相 【註】혹 세상에 나가기도 하고 혹 집 안에 있기도 하며, 잠깐 합쳤다가 잠깐 떨어진다. 이미 굽히고 펴는 변화가 있으니, 어찌 달리고 오므라드는 변화가 없겠는가? 그런 까닭에 음양의 상(象)에는 한 곳에 머무는 모습이 없는 것이다.
어려운 것도 아니고 쉬운 것도 아니니 자세히 이를 추궁하라. 非難非易細推之 【註】그 이치를 얻게 되면 어려운 것이 아니고, 그 작용을 잃게 되면 쉬운 것이 아니다.
태아를 품은 열 달 동안 쉬고 멈추지 아니하면 含胎十月無休歇 【註】금(金)을 빙자해 단단한 흙으로 바꾸고 홍(汞)을 길러서 단(丹)을 이루는데 봄에서 겨울까지 모두 열 달의 시일(時日)을 채운다. 처음부터 끝까지 조화의 운행으로 어미와 아들이 서로 낳으면서 간단(間斷)이 있은 적이 없다.
혹 금이 되기도 하고 혹 눈과 같기도 할 것이다. 或作金兮或似雪 【註】혹 금빛 꽃의 빛나는 바탕[質]을 이루기도 하고, 혹 흰 눈이 이루어져서 지극히 편안하기도 하다. 비록 형태가 다르고 명칭이 다르지만 반드시 재능은 같고 기량도 합치한다.
환단을 인정해서 취하되 어지럽게 구하지 말라. 認取還丹莫亂求 【註】또한 환단의 묘함이라 천지(天地)를 법칙으로 삼고 일월(日月)을 상징하여 오행(五行)의 빼어남을 총괄하고 사상(四象)의 미묘함을 포괄한다. 금홍(金汞)이 이로써 서로 밑거름으로 삼고, 신령(神靈)은 이로써 스스로 드러나니, 어찌 쉽게 이룰 수 있겠는가? 그런 까닭에 이를 훈계한 것이다.
원숭이가 물 밑에 비친 밝은 달을 희롱한다. 獼猴水底弄明月 【註】밝은 달이 하늘에 흐르면서 차가운 빛이 물에 비친다. 원숭이가 이를 굽어보고 그 달그림자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여 부질없이 몸만 고단하게 하지만 끝내 그것을 끌어당길 수는 없었다. 이는 함부로 구하다가 단(丹)에 미혹된 사람들이 이치를 등지고 밖에서 단(丹)을 구하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담장과 집을 헤아리지 못하는 인연 없는 사람이 나루터에 미혹된 것과 같다.
소요부(逍遙賦) 1수
건의 상으로 공을 추구하고 乾象推功 【註】크게 둥글고 넓게 덮는다. 십태초(十太初)에서 생겨나서 이미 사시(四時)에 말이 없다. 그래서 상(象)을 드리워 만물(萬物)에게 보여주니, 소소(昭昭)하게 위에 있어서 만물이 그 공덕을 입게 되었다.
지극한 도와 서로 종을 삼으니 至道相宗 【註】지극하도다, 진정한 도(道)여. 허무(虛無)를 종지로 삼으니 부딪히는 품류마다 무슨 구애를 받겠는가? 소요가 막히지 않아서 공(功)을 추구하여 근본으로 돌아가니, 현묘하고 또한 현묘하도다. 그런 까닭에 이르기를 “사람은 땅을 법칙으로 삼고, 땅은 하늘을 법칙으로 삼고, 하늘은 도(道)를 법칙으로 삼고, 도는 자연을 법칙으로 삼는다”고 한 것이다. 서로 종(宗)으로 삼는 문(門)은 이 테두리를 벗어나는 것이 없다.
지리에 소요하면서 흩어지지 아니하고 逍遙理而不散 【註】하늘이 조화와 합치함으로써 만물이 이에 형태를 유포했으니, 붕새와 메추리가 각기 소요의 정(情)과 성품을 이루어 함께 현극(玄極)에 이르게 된다. 이른바 사기(四氣)를 포용하고 삼광(三光)을 용납함이 이것이며, 이는 곧 흩어지지 아니하는 이치이다.
혁혁하게 빛나고 높으면서 또한 통한다. 赫奕高而且通 【註】대도(大道)는 그릇에 갇히지 않으며 만물에 있어도 다 진실이다. 단대(丹臺)에 치솟는 빛나고 아름다운 광채는 높은 하늘의 높고 큰 작용과 비슷하며, 끝도 없고 극한도 없으니 어디로 간들 통하지 못하겠는가?
믿는 사람은 음양으로 믿게 되고 信之者以陰陽 【註】태허(太虛)는 무궁하여 자연히 성품을 이룬다. 그리하여 저 무리지어 움직이는 것들로 하여금 받들어 믿게 하고자 하니, 그래서 월음(月陰)과 일양(日陽)이라는 명칭이 생기면서 신(神)을 보존하고 소박함을 안고 사는 술법을 믿는 사람들에게 보여 주게 한 것이다.
이를 비밀로 하는 사람은 연홍으로써 하니 秘之者以鉛汞 【註】무릇 불로장생의 방술은 정순하고 두텁고 유현하고 깊어서[沖邃幽深] 속인의 뼈와 범부의 살갗을 지닌 사람이 거론할 바가 아니다. 곧 연홍(鉛汞)의 힘을 의지해서 수련하지만 갑자기 잠깐 사이에 미칠 수 없으므로 이를 숨겨서 귀중하게 여긴다.
황홀이란 명칭이 무엇이 다른가? 名恍惚之何異 【註】혹 황홀하다고 표현하기도 하고, 혹 묘명(杳冥)하다고 표현하기도 해서 표현하는 호칭은 비록 다르지만 현관(玄關)이라는 사실에는 무엇이 다르겠는가?
출몰의 무궁함을 본다. 見出沒之無窮 【註】혹 고요하고 담박하기도[寂默沖淡] 해서 상(象)도 아니고 형체도 아니다가, 혹 고명(高明)하고 침잠(沈潛)해서 클 수도 있고 오랠 수도 있으니, 자유자재의 묘함은 그 출몰이 무궁하다.
대도는 성대해서 깊은 인(仁)이 항상 존재하여 大道穹隆深仁常在 【註】무위(無爲)의 대도(大道)는 중묘(衆妙)의 문이다. 숭산(嵩山)과 화산(華山)도 그 높음을 비유할 만한 것이 못 되고, 사방의 바다도 그 넓음을 필적할 만한 것이 못 된다. 우러러 바라보아도 미칠 수 없으니, 그 성대함이 존중할 만하다. 또한 만물을 발생시킴을 성품으로 삼고 만물을 시들게 함을 위세를 떨치는 일로 삼는 데 이르러서는 비록 음양의 두 기(氣)에 차별이 있다 하더라도, 어찌 대도의 깊은 인(仁)을 어기겠는가?
삼청궁에 올라도 쉬지 않고, 사명에 섞여도 변치 않아서 騰三淸而靡息混四溟而不改 【註】만물의 생성과 변화는 도(道)와 더불어 부침(浮沈)한다. 태상군(太上君)의 도읍지인 삼청궁에 날아올라서 물이 가득한 고을인 사명(四溟)에 혼합하니, 사물에 맡겨 구릉(丘陵)과 계곡(溪谷)이 있지만 그 성품은 고치고 변천하는 것이 없다.
구름이 눈처럼 엉켜 미혹을 풀고 허무를 단박에 깨달으니 雲凝似雪釋迷而頓悟虛無 【註】강하고 부드러운 기운으로 연홍(鉛汞)의 정화를 조복하니, 달이 찰 때가 되면 단대(丹臺)에서 구름이 흰 눈으로 엉켜서 반드시 미혹이 풀리고 막힘을 없애서 허무를 단박에 깨달을 수 있다.
솥 안에 핀 꽃은 중요하고 묘해서 아름다운 광채를 드날린다. 鼎裏開花要妙而熠揚光彩 【註】금정(金鼎)이 처음 열리니 옥화(玉花)가 이에 피어난다. 중요하고 묘한 도리의 비결을 얻어서 혁혁한 자태를 이루니, 광채가 빛나게 발양되면서 찬연하게 눈에 빛난다.
상념의 처음에 신명이 암암리에 계합하자 경상의 선물이 유유자적하고 想初神明闇契景貺優遊 【註】생각을 그 시초에 간직하면, 밖으로 욕심을 절제하고 안으로 희이(希夷)와 합하니, 신명이 암암리에 영대(靈臺)에 계합해서 경상(景象)의 선물이 저절로 상(象) 밖에 이르게 된다.
자모가 이루어지면서 성인의 경지에 들어가게 되었고 子母成而入聖 【註】연(鉛)으로 어미를 삼고 금(金)으로 아들을 삼아서 세월이 충분하여 범부의 태(胎)를 탈락하면 성인이 되는 것이다.
까막까치가 날아서 그곳에 머물러 쉬며 烏鵲飛而逗遛 【註】해와 달의 절후가 잘 갖추어지고, 음양의 주기(週期)가 소식(消息)하는 것이 까막까치가 배회하다가 그곳에 머물러 쉬는 것과 같으니, 소상하게 살필 따름이다.
이끌어줄 수 있어서 헤아릴 만하다. 可提撕而堪數 【註】일양(一陽)이 처음 생기면서 처음으로 신실(神室)에 엎드리자, 8월 보름날이 되면서 곧 금단(金丹)이 나타났다. 그 사이에 시절을 물음으로써 이끌어 주고 그 절후와 도수(度數)를 헤아린 것이다.
잡류와 서로 투합한 것이 아니어서 非雜類以相投 【註】여우와 토끼가 말에게 젖을 먹이지 못하고, 제비와 참새가 봉황을 낳지 못한다. 무리와 뒤섞이는 것을 힘써 경계하고 순화한 기(氣)를 인도해 길러야 한다.
구름이 우객(羽客:신선) 앞에 떠오르자 비로소 예의와 겸양을 알게 되었고 雲浮羽客之前方知禮讓 【註】외부의 기(氣)가 통하여 밝으면 안의 신(神)이 융통하고 편안해진다. 상서로운 구름이 적막한 허공의 세계에 떠오르면 날개 위에 올라타고 파란 허공을 날게 된다. 붉은 색의 부절(符節)과 무지개 같은 깃발로 진퇴에 질서가 있어서 이미 선인(仙人)의 세계에 오르게 되었으니, 어찌 예양의 기풍을 행하지 아니할 수 있겠는가?
통부 진인의 비유는 그 단서와 연유를 헤아릴 수 없어 洞府眞人之喩罔測端由 【註】통부(洞府)는 혼돈의 세계 밖에 있다고 가르치고, 진인(眞人)은 공동(崆峒)의 고을에 산다고 깨우쳐 주었다. 이곳에서 구하는 것을 저편에서 얻으니, 무릇 하늘과 땅을 하나의 집으로 삼고 만물을 떠도는 먼지로 여기는 경지에 이르게 되면, 다만 이를 몸에서 닦기만 하여도 반드시 도(道)에서 이 경지를 만나게 된다. 혹 이를 등지면서 수련한다면 그 실마리와 연유를 헤아릴 수 없지 않겠는가?
언앙(偃仰)에 자취가 없는 경지에 이르게 되었다. 及乎偃仰無蹤 【註】언앙이라 함은 소식(消息)이고, 자취가 없음은 묘(妙)함의 근본이다. 그런 까닭에 성인이 소식(消息)하여 만물을 거느리는 도(道)는 묘함의 근본 속으로 돌아가서 감응의 작용을 나타내고, 허무를 체득한 훌륭한 행(行)은 자취가 없는 것이다.
유위의 세계는 모두가 적멸하여 有爲皆寂 【註】있음으로써 이익을 삼고 없음으로써 작용을 삼는다. 이익과 작용이 함께 공(空)이 되면 동정(動靜)이 모두 묘하다.
그 창문을 엿보려면 모름지기 도척(刀尺)에 기대야 하고 窺其戶牖須憑刀尺 【註】무릇 지허(至虛)의 창문을 엿보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날카로운 도구[利器]를 우선으로 삼아야 한다. 이 날카로운 도구란 곧 유위(有爲)의 도척(刀尺:자르는 도구, 법도)이다.
천 년에 한번 만남으로써 화할 수 있으니 千載遇而可化 【註】무위의 지도(至道)는 아득히 멀어 표현하기 어렵다. 반드시 화(化)할 수 있는 기틀에 이르러야만 비로소 천재일우를 반가워하게 되는 것이다.
구전이 이루어지니 아낄 만하다. 九轉成而堪惜 【註】지극하도다, 대약(大藥)이여. 구전의 공(功)이 이루어졌도다. 오직 보배만을 존중하는 마음에 충고해서 무릇 순박한 마음으로 돌아가는 덕을 쌓게 한 것이다.
차고 기울고 움직이고 멈추는 이치를 통달하니, 마치 서로 바라보는 것 같고 達虧盈而動止若之相望 【註】달이 차고 해가 기우는 도수(度數)와 양(陽)이 움직이고 음(陰)이 멈추는 수(數)는 모두 이치로써 통달할 수 있는 것이다. 무릇 해와 달은 서로 바라봄의 근본이 있다.
거스름과 따름과 헤어짐으로써 생각하는 것이 몰래 그 자취를 감추니 訣逆順以所思潛遁其跡 【註】황도(黃道)와 적도(赤道)의 두 길은 혹 거스르기도 하고, 혹 따르기도 한다. 강함과 부드러움의 두 공부는 혹 숨기도 하고 혹 나타나기도 한다. 비록 각기 잠복하는 자취에 힘쓴다고 하더라도 모두 지극한 도로써 헤어질 수 있다.
왜 맑은 것이 탁한 것의 근본이며, 탁한 것이 맑은 것의 무리라고 말하는가? 何謂淸者濁之本濁者淸之徒 【註】하늘이 먼저 하나의 공(功)을 얻은 까닭에 탁한 것의 근본이라고 말하였고, 땅이 뒤에 하나의 이치를 얻은 까닭에 맑은 것의 무리라고 말하는 것이다.
풍진의 길이 계수나무 그림자와 홀로 밝은 달빛에 합쳐진다. 風塵路合桂影蟾弧 【註】수레와 말이 길 가는 걸 멈추니 풍진(風塵)의 기(氣)가 맑아지고, 계수나무 그림자가 무성함을 관찰하는 것은 달빛이 홀로 밝은 걸 말미암았네.
오래 항상 지니는 이유를 어찌 범용한 사람들이 능히 헤아리겠는가? 由久恒持豈凡庸之能測 【註】오래도록 지극한 신과 함께 하여 대도를 임지(任持:住持)하였으니, 그 식견이 어찌 범부나 서민을 용납하겠는가? 소요로 이미 신선의 세계를 초월했다.
원화로 홀로 서서 현묘한 조화의 정밀하고 거침을 변별하니 元和獨立辯玄化之精麤 【註】태초가 처음 열렸을 때 홀로 권여(權輿:시작)의 근본을 세웠고, 하늘과 땅은 그 다음에 마련되었고, 이어서 크고 미세한 연유를 밝혔다.
그렇다면 말과 침묵으로 따지기 어렵기 때문에 여기에는 차별과 다름이 없어서 然則難將語默故不差殊 【註】지극한 도는 표현과 문자에서 벗어난 것이며 말과 침묵으로 따질 수 없다. 이로써 알 수 있는 것은 지극히 큰소리는 들리지 아니하는 소리이니, 여기에 어찌 차별의 모습이 있겠는가?
중국과 오랑캐가 함께 태평함을 밝힌다. 顯華夷之共泰 【註】지극한 도의 올바른 요체를 잡고, 현묘한 근원[玄元]의 대유(大猷:대도)를 빛내니, 자연히 먼 곳이 정숙해지고 가까운 곳이 편안해서 백성들은 편안하고 풍속은 크게 좋아졌다.
번뇌를 소멸해 없애는 것을 여의니 離煩惱之銷除 【註】삼요(三要:눈, 귀, 코)를 정순하게 닦으니 오진(五塵)이 단박에 버려져서 모든 번뇌가 얼음 녹듯 사라져 신선의 그릇이 청허하게 되었다.
중생들이 유현하고 심오하고 아득한 진여에 임하는 것이 物臨幽奧眇邈眞如 【註】무릇 중생들이 많아도 그 도를 모르는 사람들이다. 무릇 하늘은 말하지 않는 명령을 행하니, 그래서 만물이 유현하고 심오함에 임하는 것이 모두 혼연하고 아득한 세계 안에 처하고 있는 것이다.
어찌 근본의 영원을 익혀서 짐짓 사람들의 소망에 의지하는 것만 같으랴? 曷若習本靈元故依人望 【註】무릇 성인이 짓자 만물이 나타났으니, 이는 곧 근본의 영원(靈元)을 익힘으로써 진공(眞空)의 바탕을 보기 때문이다. 만물이 의지하고 소망하는 것이 마치 태양을 바라보는 것과 같다.
천하 안에서 닦아 얻는 것이 신선의 위로 돌아가는 것임을 어찌 모르는가? 豈不知寰瀛之內修得歸神仙之上 【註】묘하게 천하를 다스려서 공(功)이 대역(大易)과 가지런해지니, 머무는 곳이 신선의 밖으로 벗어나고 은혜가 동물과 식물 가운데에 베풀어진다. 때맞추어 나아가고 물러섬이 마치 붕새가 넓은 하늘에서 날개를 치는 것과 같고, 말아 들이고 펴내는 것이 내게 있어서 마치 긴 하늘에 구름이 일어나는 것과 같다. 이로써 알 수 있는 것은 도약하지도 아니하고 다니지도 아니하면서 하늘 위에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용음의 규범을 초월함과 바다와 산악의 깊고 깊음을 궁구하고 究龍吟之走作海岳淵深 【註】하늘과 땅이 용광로가 되고 음양이 숯[炭]이 되어서 약(藥)이 이루어지면 구름이 일어나서 변화하니, 이는 모름지기 바다와 산악이 더 깊어짐을 도(道)에서 궁구하는 것이다.
호랑이 부르짖음의 화평함을 궁구하니 유주가 막힘없이 통하고 窮虎嘯之和平流珠通暢 【註】양(陽)인 용(龍)이 읊조리게 되면 음(陰)인 호랑이가 반드시 부르짖으니, 구름이 생기고 바람이 일어남은 이치가 그러한 것이다. 그리하여 금정(金鼎)에서 단(丹)이 이룩되는 것은 흐르는 구슬이 막힘없이 통함에 비유할 수 있으며, 흠집 없는 모습은 둥글고 밝아서 정련(精鍊)한 공(功)을 나타낸다.
또한 무릇 성품은 고요하고 희이하여 且夫性靜希夷 【註】도의 성품은 비어 있음의 극치로 묘함의 근본에 들어가기 때문에 자정(雌靜)을 지킬 따름이다. 도는 소리가 아니므로 들으려고 하여도 들리지 아니하니, 그 소리 없는 가운데서 홀로 화답할 수 있는 까닭에 이를 희(希)라고 지목하였다. 또한 도(道)는 빛깔이 아니므로 보아도 보이지 아니하니, 빛깔이 없는 가운데서 능히 빛깔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이름하여 이(夷)라고 표현한 것이다.
근본 기초를 구별해서 인식한다. 別識根基 【註】음(陰)이라 함은 도(道)의 터전이며, 양(陽)이라 함은 형체의 시초다. 만물을 북돋아 낳는 것이 여기에서 아래로부터 위로 순서를 밟으니, 그런 까닭에 지혜 있는 사람은 이를 구별해서 인식하는 것이다.
믿고 받아들임으로써 종횡으로 자유자재하게 되고 信受而縱橫自在 【註】둥글게 빛나는 금정(金鼎)으로 현공(玄功)을 살펴서 성적을 매기려면, 먼저 세심하게 구해야 하고 다음에는 믿고 받아들여야 한다. 그런 다음에 참된 하나[眞一]를 함양한다면 현도(玄都:신선이 사는 곳)에서 자유자재하게 된다.
행동거지로 형의를 거울에 비추어 보게 되니 擧措而照鑑形儀 【註】무릇 대단(大丹)의 도는 하늘에 있으면 상(象)을 이루고 땅에 있으면 형체를 이루며, 조화를 기틀로 벌리고 만령(萬靈)을 어머니처럼 양육하며, 해를 들어 올려서 비추어 보고 달을 걸어 놓고 비추어 본다.
맑음을 얻음으로써 금아가 찬란하고 淸得而金牙燦爛 【註】진일(眞一)의 도(道)는 백금(白金)이 기본이 되고, 황아(黃牙)가 모체가 된다. 이를 체득하면 찬란하고 청정하고 원만히 밝아진다.
붉은 것이 꽃다워지면서 파란 잎이 교대로 드리운다. 紅芳而碧葉交垂 【註】금화(金花)가 윤기 있게 엉키면 옥액(玉液)이 빛남을 머금는다. 주홍빛 꽃을 얻음으로써 붉게 꽃다워지고, 연홍(鉛汞)에서 꽃과 파란 잎이 생기게 된다.
옥궐이 화하여 이루어지면 어리석고 몽매한 견해는 말끔히 씻어지고 玉闕化成滌蕩愚蒙之見 【註】금기옥궐(金基玉闕)은 신(神)처럼 사물에 감응하면서 충화하는 작용이 자유로우니, 저 어리석고 몽매한 사람을 깨우쳐 주고 어리석은 견해를 씻어내고 제거해서 현묘함을 통찰하게 보게 된다.
연하는 아름답고 화려하여 이 널리 통달한 앎을 쓰니 煙霞綺靡用玆廣達之知 【註】현묘한 말에 편안히 노닐고 가벼운 거동에 번거롭게 응하니, 오색 노을은 아름답고 화려하며 옥수(玉樹)는 영롱하다. 작용을 통달하고 마음이 아니, 어떤 사람이 묵묵히 알아채는 자인가?
아, 법교의 문중에서 비밀 종지를 정순하게 연구하여 於戱法敎門中硏精秘旨 【註】대도(大道)의 문(門)에서 참된 종지를 궁구하여 창달하고 심오한 지취(旨趣)를 착실히 연구해서 천지를 시작으로 삼고 만물을 무성히 길러내면 묘함의 근본이 바탕[素]을 나타낸다.
음양과 더불어 덕을 합한다. 與陰陽而合德 【註】음양이 합쳐져 잉태하면 충기(沖氣)가 조화롭다. 그런 다음에 만물이 화성(化成)하여 도(道)와 더불어 덕을 합하는 것이다.
환단의 지약을 還丹至藥 【註】『황정경(黃庭經)』에서 말하였다. “양(陽)인 용과 음(陰)인 호랑이, 목액(木液)과 금정(金精)의 두 기(氣)가 서로 회통해 모여서 이루어진 것을 외단(外丹)이라 한다. 원기(元氣)가 조화되어 위로 올라가서는 이환(泥丸)에 들어가고, 아래로 내려오면 단전에 주입하여 쉼 없이 순환하면서 강설(絳雪)에서 조회(朝會)하는 것이 내단(內丹)이다.”
성인의 경지에 접함으로써 주선하고 接聖境以周旋 【註】숭상하는 것은 텅 빈 적멸이요, 얻는 것은 현묘한 침묵이다. 정밀하게 감응하고 멀리 사무쳐서 가볍게 하늘로 몸을 들어 올려 홍장(紅漿)을 식량으로 먹을 따름이다.
일월과 똑같이 밝아도 방자하거나 방종하지 말아야 훌륭하다. 日月齊明勿恣縱而善矣 【註】음양(陰陽)이 그 교구(交媾:음양의 교합)가 안배되면 해와 달이 똑같이 찬연히 비춘다. 다만 묘함이 비어서 통하는 것은 좋지만, 방자하고 방종할 뿐이라면 그것은 안 된다.
모든 인간에게는 각기 장생이 있는 법인데 凡在人間各有長生 【註】도(道)는 사물에 대해 사사로움이 없으니, 백성들은 날마다 쓰면서도 알지 못한다. 그 가운데 혹시 정순하게 감응하고 멀리 통달해서 불로장생할 수 있다면 자못 체득한 사람이다.
나는 현명하고 어리석은 사람들의 귀만 시끄럽게 하였구나. 我聒賢愚之耳 【註】성인은 충기(沖氣)의 화평과 부드러움으로 겸양하지만, 중생들을 구제하려고 대도의 현묘한 이치를 창달하고 수고로운 삶의 집착을 훈계하신 것이다.
주목왕연요지부(周穆王宴瑤池賦)
【註】주(周)나라 목왕(穆王)의 이름은 만(滿)이며, 소왕(昭王)의 아들이다. 그가 즉위하게 되자 신선의 도(道)를 좋아해서 항상 천하에 두루 수레바퀴 자취를 남겨서 황제의 고사를 본받고자 하였다. 그 후 팔준마(八駿馬)를 탔는데 분성(奔成)이 오른편의 짝이 되고 조보(造父)가 마부가 되었다. 그리하여 얻게 된 흰 여우와 검은 오소리로 하신(河神)에게 제사를 지내서 마침내 서왕모(西王母)의 손님이 되어 요지(瑤池) 위에서 술잔을 나누게 되었다. 서왕모는 이어서 백설가(白雪歌)라는 하늘에 있는 노래를 하였고, 주목왕도 역시 동방의 책에 있는 여소(余埽)라는 노래로 화답하였다. 또 일설(一說)에는 서왕모가 주목왕의 궁전에 내려와서 서로 함께 구름 위에 올라가 떠났다고도 한다.
몰며 타고 간 신비한 발자취에 馭駕神蹤 【註】팔준마(八駿馬)는 마부(馬夫)의 자리에 있고, 초록색의 가마가 뒤따라서 간다. 곧 곤륜산을 찾아가 연회 장소에서 만나게 될 것이다.
하늘에는 향기로운 바람이 불고 碧落香風 【註】인간세계와 이별하여 점차로 높은 공중으로 오르니, 봄바람이 패물과 팔찌에 부딪히고 질펀한 향기가 제왕의 가마 주변에 나부낀다.
자욱한 상서로운 노을이 아름답고 화사한데 靉靆之祥煙綺靡 【註】상서로운 노을이 앞에 자욱하니, 그 아름답고 화려함이 사랑스럽다. 천천히 발걸음을 이끄니 어느 곳인들 통하지 못하겠는가?
야경은 높고 멀어서 마음으로는 요석에 달려가고 싶었으나 夜景迢迢意思而奔赴瑤席 【註】은하(銀河)는 찬란하고 구름길은 멀고멀어서 경건하게 금가마를 몰고 저 요석을 찾아가고 싶어도 현도(玄都)에 아직 도달하지 못했으니 생각만 아득하다.
하늘은 높고 멀어서 말을 달려서야 겨우 곤궁에 이르니 天高遠遠駈馳而直抵崑宮 【註】통천(洞天)이 멀고 막혔는지라 천리마(千里馬)의 고삐를 잡고 달려가서야 마침내 곤궁(崑宮)에 이르러 선경(仙境)에 숙소(宿所)를 정했다.
혼잡하게 나란히 늘어선 사람들을 만나서 當其渾雜騈羅 【註】잠시 오봉(鼇峯)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시끄러운 수레 소리가 멎었다. 가득히 모여든 비단 옷을 입은 호위들이 우의(羽儀)1)를 줄지어 늘어서서 임금의 가마를 호위하였다.
정답게 손님과 주인의 자리를 나누었구나. 情分賓主 【註】서왕모는 자리에서 일어나 영접하였고, 주목왕은 홀(笏)을 손에 잡고 앞으로 나아가 오르내리는 예(禮)를 다하고 나서 손님과 주인의 자리를 나누게 되었다.
치솟고 달리는 준마가 어찌 극한이 있겠는가? 騰驤之駿馬何極 【註】왕이 처음 가마를 준비하라고 명하였을 때에 오른편에는 화류마(驊騮馬)가 따르게 하고, 왼편에는 녹이마(綠耳馬)가 곁말로 따르게 하였으니, 신비롭게 빼어난 천리마가 머리를 들고 하늘로 치솟는 기세는 극한이 없었다.
소매를 여민 선녀들을 모두 보는데 歛袂之仙娥共覩 【註】타고난 자태가 탁월하게 미려하고 용모가 세상에서 뛰어난 절세의 미인들이 모두 소매를 여미고 연석(宴席)을 모시니, 이는 모두가 눈으로 본 것이다.
이윽고 신령한 선물이 모여들고 旣而靈貺集 【註】곧 잔을 들어 건배하면서 기이함을 내놓고 빼어남을 받아들이고자 했기 때문에 불야주(不夜珠)를 줄지어 내놓았고 이름 모를 보물도 내놓았다. 신령한 선물이 다 모여드니, 이는 성대한 일이었다.
선동이 짝이 되었다. 仙童侶 【註】선동과 옥녀(玉女)가 무리지어 신선의 집을 왕래하면서 좌우에서 노비처럼 시중들었다.
밝은 달이 둥글어서 대낮처럼 요지를 수놓았고 明月之圓將似晝組繡瑤池 【註】보름달이 바로 정남(正南)에 이르자 밝고 밝음이 대낮과 같고, 광채가 요지에 흘러서 많은 꽃송이와 수놓은 비단 같으니, 세상 밖의 연회가 어찌 이와 같이 즐겁겠는가?
금전의 주렴을 높이 걷어 올리니, 기녀들이 생황을 불며 노래를 하여 金殿之高卷珠簾笙歌伎女 【註】옥으로 된 문턱과 금으로 지은 전각이 위에 얽혀 있고, 구슬로 짠 발과 초록빛 천막이 중간에 축을 이루었다. 이로 말미암아 하늘의 음악이 베풀어지자 옆에 있던 뭇 사람이 함께 일어나서 혹 운화(雲和)의 생황을 불기도 하고, 혹 양령(養靈)의 생황을 연주하기도 하고, 혹 현허(玄虛)의 곡(曲)을 노래하기도 해서 모두 그 묘함을 다하니, 맑은 소리가 공중을 놀라게 하였다.
뜻이 진(眞)을 구함을 사모하니 志慕求眞 【註】목천자(穆天子)는 제왕의 존귀한 몸으로서 신선의 일을 사모한 까닭에 이름이 금란(金蘭)같이 빛나고 요지 궁궐의 연회에 배석할 수 있었으니, 신선을 사모하는 뜻이 이에 지극하다고 할 수 있다.
엄숙하고 우아하며 깊이 어질었다. 儼雅深仁 【註】어진 마음이 만물에 깊은 사람은 반드시 창해(滄海)에 동사(童司)하여 감응이 있게 되면 기약(期約)을 통하게 된다. 그러므로 세상 밖에 노니는 일도 어찌 이루지 못하겠는가?
빛나는 화려한 연회가 비로소 마련되자 輝華宴以初設 【註】자리에 앉아 오래지 않아서 신선의 연회가 열리게 되었다. 옥액(玉液)의 기름을 마시고 달고 신령한 맛을 진상하니, 소련(素蓮)ㆍ흑조(黑棗)ㆍ벽도(碧桃)ㆍ백유(白楡) 등 모든 꽃다운 향기가 사람의 몸에 배어 들면서 사물을 빛나고 화려하게 비추었다.
행차한 임금의 가마를 빛내며 새로움을 다투니 光幸輦以爭新 【註】경계가 뜬세상이 아니고 사람은 오직 최상의 신선들뿐이니, 행차한 임금의 가마가 비록 존귀하다 하더라도 경연(瓊筵:성대한 연회)은 더욱 존귀하다. 내가 떠나온 가마를 빛낸다고 하지만 사실은 새로움을 다툰 것이다.
산호로 만든 그릇과 접시가 있고 珊瑚器皿 【註】그릇과 접시의 마련은 세간의 7보(寶)에까지 이르렀고, 간간히 오색(五色)이 섞여 빛나니 기이하고 깊다. 이는 사람이 만든 것이 아니라 천장(天匠)에게서 이루어진 것이었다.
푸른 물은 나루에 출렁인다. 淥水波津 【註】요지(瑤池) 위에는 푸른 물이 있다. 서왕모는 늘 신선들을 거느리고 이곳에서 놀았다. 주목왕도 이로 인하여 함께 올라가서 감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비단 장막과 구름 병풍을 오가며 술잔을 전하는 뜻은 錦帳雲屛去就傳觴之旨 【註】구화장(九華帳)을 베풀고 운모병(雲母屛)을 마련하며, 금벽(金碧)으로 단장하고 무조(無罩)로 장식하였다. 마치 밝은 별이 이어져 엮인 것 같았다. 술잔을 전하면서 다시 새로 바치고 응수함이 절도에 맞아서 실수가 없고 우아하다.
난새의 노래와 봉황의 춤으로 손님을 접대하는 베풂과 같았으며 鸞歌鳳舞如常待客之陳 【註】노래는 천천히 난새의 소리를 연주하고, 춤은 가볍게 돌며 봉황의 자태를 보여준다. 손님을 접대하는 의식은 역시 인간 세계와 같다.
시중들은 의관을 갖추었네. 衣冠侍衆 【註】재환(齊紈)2)의 복장을 입고 천진(天眞)의 관을 머리 위에 쓰고서 금옥으로 서로 두드리는 시위(侍衛) 또한 많았다.
자리에서는 옥액의 술을 붓고 筵斟玉液之醞 【註】용고(龍膏)의 하사주(下賜酒)를 술잔에 부으니, 그것이 곧 옥액이다. 무릇 그 진귀하고 깨끗함으로 손님에게 향응(饗應)한 것이다.
음악은 거문고와 비파의 곡조를 연주하는데 樂奏琴瑟之弄 【註】균천광악(鈞天廣樂:천상의 음악)을 연주하고 금휘요슬(金徽瑤瑟)을 타면서 순수하고 바른 음악을 들려주는데 아무리 들어도 싫증이 나지 않았다.
학이 하늘 위에서 우니, 날개를 타고 자유롭게 소요할 일을 생각하였고 鶴嗚天上思羽駕而自在逍遙 【註】학은 순박한 자질과 맑고 밝은 소리를 내면서 파란 허공을 날아다닌다. 신선을 날개 위에 태우고 기이하게 소요하면서 유유자적하기를 생각한다.
해가 저물어 까마귀도 날아가니, 진세를 가볍게 봄으로써 조용히 거동하였다. 日昃烏傾薄塵世以從容擧動 【註】해가 차면 기울고, 까마귀도 그에 따라 날아간다. 또한 속세는 시간을 짧게 재촉해서 햇빛이 쉽게 땅에 떨어지지만, 통부(洞府)의 하루아침은 인간 세계의 백 년에 해당한다. 이미 조용히 즐거움을 취할 수 없게 되었으니, 어찌 또 조용히 거동하면서 편안할 수 있겠는가? 신선이 이것을 보면 진실로 가볍다고 할 만하다.
이때에 영부가 내려와 기쁜 감정을 펴게 되니 時也靈符降展情懽 【註】태상군(太上君)의 신령한 폐백[靈贄]은 진일(眞一)과 부합하니, 이것이 곧 근원으로 돌아가는 비결인 것이다. 서왕모가 이것을 주목왕에게 베푸니, 왕이 이것을 받고 나서 기뻐하는 정이 아득히 끝이 없었을 것이다.
옥백을 증정함으로써 예를 이루고 贈玉帛以成禮 【註】옥백은 폐백을 말한 것이다. 폐백은 신선이 귀중히 여기는 것이 아니니, 마치 제사 음식을 올리는 것처럼 그 예를 이룬 것이다.
비취를 흔들면서 단장하니 搖翡翠以㽵端 【註】머리의 장식이 높고 높아서 마치 초록색 날개를 흔드는 것 같고, 단장한 자태는 초연하여 무엇과도 견줄 것이 없었다.
연회석 안에는 모든 것이 아름다웠으니 꽃은 향기롭고 버들은 금실을 드리웠다. 筵中之百媚花芳柳垂金線 【註】통천(洞天)의 화초들은 무어라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게 눈앞에 전개되었다. 그 모습의 선명하기가 태양을 능가하였으며, 무성한 신선의 버들은 그림자가 어지러운 것이 금사(金絲)와 같았다.
섬돌 위의 한 쌍의 아가씨가 마주 보며 춤을 추니, 궁전은 원앙새와 봉황새처럼 줄지어 있는데 階上之雙娥對舞殿列鴛鸞 【註】보배로 된 궁전과 옥으로 된 섬돌에서 온 하늘에 울려 퍼지는 아홉 가지 음악을 연주하면서 선녀가 마주 보며 춤을 추고 있다. 어전의 궁녀는 빙 둘러 서서 시립(侍立)하니, 아득히 넓기가 마치 원앙과 봉황이 날아 모여든 것 같았다.
이윽고 아리따운 아가씨가 돌고 도니 旣而窈窕周旋 【註】조용하고 침착한데다 고매(高邁)함이 용이 노니는 듯하며, 읍하고 사양하고 주선(周旋)하면서 그들의 평소 태도를 더욱 넘어서니, 관관저구(關關雎鳩)3)의 뜻이 노래로 충분히 읊어졌다.
배회가 끊이지 않았다. 徘徊不絶 【註】신선 고을의 하루해는 길고, 세상의 근심은 전혀 없다. 흥취는 뛰어나고 정(情)은 기뻐서 배회하길 그치지 않았다.
수정궁은 파란 연못 사이에 있고 水精宮間於碧沼 【註】궁전은 음백(陰魄)이 엉켜서 아래로 파란 물을 베개 삼고 있었고, 흰 광채와 맑은 빛이 허명(虛明)하게 비쳐지는데, 주저하면서 이를 구경하니 상쾌함이 먼지 묻은 옷깃을 씻어낸다.
옥구슬로 된 자리는 붉은 궁궐에 임하였는데 珠璣座臨於絳闕 【註】명월주(明月珠)를 엮고 벽한석(辟寒石)을 조각하여 자리를 만들고, 그 앞에 임한 붉은 궁궐에는 달빛이 교교하게 맑게 갠 하늘에서 빛나니, 그 아름다움이 밝은 해를 능가하였다.
구류의 면류관이나, 해는 동해 가운데서 어두워지니 九旒冠冕日黯於東海之中 【註】천관구류(天冠九旒:제왕이 쓰는 아홉 줄의 면류관)의 구슬 빛은 명철한데, 해는 낮게 땅에 떨어지니 미미하게 암연함을 느꼈다.
열두 채의 누대에는 서쪽 물결에 비친 달에 바람이 일어났다. 十二樓臺風颺於西波之月 【註】영주산(瀛洲山) 위에는 열두 누대가 있는데 모두가 신선이 사는 곳이다. 서쪽 바다에 바람이 일어나면 물결이 달그림자를 흔든다. 아래로 창해를 내려다보면 손바닥 안을 들여다보는 것과 같다.
다시 돌아오니 오색의 구름머리에 만 갈래의 물이 갈라져서 흘러가고 復還五色雲頭萬派分流 【註】구름은 오색을 머금고 흩어지면서 허공을 달리고, 요수(瑤水)는 물길을 나누어 가로 세로 만 갈래로 갈라진다.
약목의 금까마귀는 날아가다가 갑자기 변하니 若木之金烏飛乍變 【註】동쪽을 바라보니 날아가는 까마귀가 약목4) 위에 오르자마자 호리병 속의 별천지(別天地)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다시 서쪽 상황을 보니 진세(塵世)의 서방에서 백 년의 세월이 흘러갔다. 참으로 틈 사이를 지나가는 천리마처럼 세월은 빨리 흘러간다.
쇳소리 나는 가을바람이 불면서 백록의 울음소리 아직 거두어지지 아니하였다. 鏘風而白鹿嗚未收 【註】눈같이 흰 털을 지닌 선록(仙鹿)의 정(情)도 역시 소요하고 있으니, 울음소리로 하늘 바람을 희롱하며 맴맴 소리가 아직 그치지 아니하였다.
눈썹 여덟 팔자로 열었노라. 번쩍번쩍 빛나는 연하 세계의 향기가 자욱한데 眉開八字兮晶熒煙霞馥郁 【註】눈썹은 여덟 팔자로 갈라졌고, 광채는 사람을 비추어 본다. 봉뇌향(鳳腦香)의 향기가 짙고 나부끼는 노을 속에 이슬을 털어낸다.
한 곡조 노랫소리여, 아득한 은하수에서 유유자적 놀았노라. 歌聲一曲兮縹緲銀漢優游 【註】백운의 노랫소리가 일어나니 맑음이 통하여 구슬을 꿰뚫는다. 점차 은하수를 지나오는데 다시 아름다운 감상을 도와주니, 흰 느릅나무 꽃 아래에서 어찌 더디게 돌아오는 것이 싫었겠느냐?
어찌 기약했으랴. 멀리서 멋대로 정이 깊어갈 줄을 何期遠恣情深 【註】팔준마를 몰고 바람을 뒤쫓아서 팔극(八極)을 두루 노닐다가, 갑자기 신선의 경계를 찾으니 탈속한 정이 깊었다.
소득은 있었는가, 없었는가? 有無所得 【註】곤륜산의 연회가 끝나자 다시 인간 세상으로 돌아오니, 세상은 더욱 바뀌고 도(道)는 없어져서 신령한 기운이 날로 쇠하였다. 혹독한 의지로 바깥 세계를 찾았으나, 끝내 아무것도 얻은 것이 없었다.
경궁의 아름다움은 천상 세계에도 양보하지 아니하고 瓊宮不讓於天上 【註】금옥옥당(金屋玉堂)은 만승천자가 넉넉히 거처할 만한 곳이자 인간 세계의 존귀한 궁전인데, 어찌 삼청궁에 그 아름다움을 양보하겠는가?
인간 세계도 방종과 안일에서 벗어나지 않으니 人間非外於縱逸 【註】붉은 담장은 높고 가파르며 단금(丹禁)의 깊은 궁전은 눈에 부딪히는 것이 모두 번화해서 넉넉히 행락(行樂)할 만한 곳인데, 무엇 때문에 꼭 세상 밖의 신선 세계만을 비로소 승유(勝遊:뛰어난 유람지)라고 말할 필요가 있겠는가?
마침내 시비를 일으키면서 신선을 사모하고 구한 것이니 終乃是非起而慕求仙 【註】주목왕이 팔준마를 달려서 두루 신선 세계를 찾아간 사적은 비록 기이한 일이라 해도 도와의 거리는 더욱 멀어져서 시비가 벌떼처럼 일어나는 것을 피할 길이 없다.
꿈꾸는 경박한 나그네와 같은 것이었다. 如夢輕佻之客 【註】안으로 순박하고 화평한 정신을 회복하고 밖으로 모든 백성들을 편안하게 하질 못하면서도 함부로 신선의 도를 구하였으니, 어찌 경박하게 길을 바꾼 사람이라 아니할 수 있겠는가? 잠시 신선과 짝이 되었지만 끝내 물러나 추락하게 되었으니, 멀리 서왕모와의 연회를 생각하며 그것이 꿈속의 일이 아니라고 할 수 있겠는가? 요지(瑤池) 위에서는 서왕모가 주인이 되고 주목왕은 손님이 된 까닭에 나그네라고 말한 것이다.